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갈라
    2026-06-14
    검색기록 지우기
  • 급락
    2026-06-14
    검색기록 지우기
  • 연애사
    2026-06-14
    검색기록 지우기
  • 극찬
    2026-06-14
    검색기록 지우기
  • 임용
    2026-06-1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0,364
  • [통진당 전격 압수수색] “당 힘으로 해결” 검·경과 대치… “네 탓이다” 신·구당권 대립

    [통진당 전격 압수수색] “당 힘으로 해결” 검·경과 대치… “네 탓이다” 신·구당권 대립

    비례대표 후보 경선 부정 논란으로 갈라선 통합진보당 신·구당권파가 21일 맞닥뜨린 검찰의 압수수색에 극렬히 반발하며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이석기·김재연 비례대표 당선자의 사퇴를 놓고 첨예하게 맞서던 양측은 이날 서울 동작구 대방동 중앙당사에 영장을 든 검찰과 경찰이 들이닥치자 “당내 경선 문제는 당의 자정 능력으로 해결할 일”이라며 어깨를 맞대고 검경과 대치했다. 그러나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게 만든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는 등 당권 대치에는 여전히 날을 세웠다.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압수수색은 우리의 수습을 돕는 게 아니고 더 악화시키는 것”이라며 압수수색 중단을 요구했다. 이어 “당선자와 지역위원장 모두 힘을 모아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며 구당권파의 당원비대위에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구당권파인 오병윤 당원비대위원장은 ‘당원에게 드리는 긴급 호소문’을 내고 “당을 침탈하고 당의 모든 정보를 탈취해 가기 위한 공안 검찰의 전격 압수수색으로 당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다.”면서 “당을 사수하기 위한 전면전에 전 당원이 힘을 결집할 때”라며 당원 명부 사수를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의 압수수색 책임을 놓고서는 입장이 엇갈렸다. 신당권파는 부정 경선을 야기하고 의원직 사퇴 등을 거부하는 구당권파를 비판했으며 구당권파는 오히려 신당권파가 사실을 왜곡한 부실 진상조사 보고서를 공개한 게 문제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김미희 당원비대위 대변인은 혁신비대위원회를 향해 “검찰 압수수색의 빌미를 제공한 책임이 있다. 당 일부 간부가 얼떨결에 검찰 지휘를 받고 온 경찰들을 당사로 들어오게 했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일부 당원들은 당원 게시판과 트위터에 “강기갑 비대위 김용신 부총장이 명부, 회계 자료까지 내주라고 했다. 진보당을 제물로 바치려 했다.”며 신당권파의 김 전 사무부총장이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에 사인을 해줬다고 주장해 갈등을 증폭시켰다. 이와 관련, 이지안 당 부대변인은 “유언비어로, 명백한 허위 사실 유포”라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에는 “북한의 조선노동당에는 줘도 대한민국 검찰에는 못 주는 게 당원 명부냐.”며 신·구당권파 전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아이디 ‘델라러차’는 “옛 민노당 당원 정보를 조선노동당에 넘겨준 놈은 정책기획실장 하고 있는데 검찰이 수사하는 데 쓰는 걸 막으면서 국민들에게 탄압이라고 하면 참 수긍해 주겠다.”고 비꼬았다. 당 안팎의 어지러운 상황 속에 신당권파인 혁신비대위는 오전 비대위 회의를 열고 이석기·김재연 당선자를 출당시키기 위한 당기위원회 제소 방침을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회의를 연기했다. 이·김 당선자는 지난 17일 당기위 제소를 피하기 위해 서울시당에서 구당권파인 경기동부연합이 주도하는 경기도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김 당원비대위 대변인은 “누구나 공정한 판단을 내릴 당기위를 선택할 권한이 있다.”고 두 당선자를 두둔했다. 이에 대해 신당권파가 많은 서울시당 당기위 측은 성명서를 내고 “당기위는 통합 3주체가 2대2대2로 인원을 구성해 운영위 만장일치로 합의 인준한 독립적 기구다. 근거 없이 불공정 기관으로 낙인 찍어 위원회의 명예를 실추한 김 대변인은 즉각 사과하라.”고 비판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진보 시즌2’?… 통진당 분당 초읽기

    통합진보당이 비례대표 부정 경선을 둘러싼 극심한 내분으로 사실상 분당 수순에 들어갔다. 신당권파와 구당권파를 한데 묶어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려 했던 강기갑 비대위원장의 구상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분열 양상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해지고 있다. 혁신비대위 참여 제안을 거절한 구당권파는 이르면 19일, 늦어도 다음 주쯤 신당권파의 혁신비대위에 맞선 당원비대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또 구당권파 지지 성향이 있는 당원을 결집하기 위해 전국 순회 토론회를 열고 비례대표 부정 경선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단을 꾸리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모두 아직까진 “분당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이석기·김재연 비례대표 출당 문제가 공식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하면 상황은 급변할 가능성이 크다. 구당권파 측 이상규(서울 관악을) 당선자는 18일 라디오 방송에서 “출당은 당이 분당될 수밖에 없는 시나리오”라고 신당권파를 압박했다. 강 위원장은 전날 저녁 김재연 당선자를 독대했지만 결국 사퇴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석기 당선자는 같은 날 밤 10시에 강 위원장을 만나기로 약속했지만 지방에서 올라올 수 없다며 취소했다. 혁신비대위 측은 이 당선자의 일방적 약속 취소에 격앙된 분위기다. 혁신비대위 관계자는 “이 당선자가 약속을 취소했으니 그쪽에서 전화를 먼저 걸어야지 이쪽에서 전화를 걸어 다시 약속을 잡을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비대위는 오는 30일 19대 국회 개원이 코앞으로 닥쳐온 상황에서 당선자와 후보들에게 무한정 시간을 줄 수 없다고 판단, 21일까지만 중앙당에서 사퇴서를 받겠다고 밝혔다. 사퇴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이후 조치는 출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비례대표가 사퇴하지 않을 경우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전날 민주노총의 ‘조건부 지지 철회’ 방침도 출당 조치를 부채질하고 있다. 혁신비대위로선 통합진보당의 ‘최대 주주’인 민주노총의 집단 탈당을 지켜만 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분당이 뻔한 출당 결론을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당 안팎에선 민주노총 신당권파가 구당권파와 갈라서 ‘진보 시즌 2’를 열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기동부연합을 축출하고 민족해방(NL) 계열 일부와 민중민주(PD) 계열로 새로 진보정당을 세운다는 구상이다. 이·김 당선자도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서울시당에 당적을 뒀던 두 사람은 17일 중앙당에 당적 변경서를 제출하고 경기도당으로 옮겼다. 당원의 징계는 피제소자의 당적에 따라 해당 지역당 당기위가 심사를 담당하게 되는데 서울시당 당기위는 대부분이 신당권파 인사들인 반면 경기도당 당기위는 구당권파가 신당권파보다 더 많다. 이 때문에 이·김 당선자가 출당 조치를 면하기 위해 당적을 옮기는 ‘꼼수’를 부린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혁신비대위는 통합인사위원회를 구성, 전체 당직자들을 팀제를 중심으로 보직 변경할 예정이다. 구당권파가 대부분인 당직자를 재편해 손발을 묶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비대위에는 이날 민변 출신의 조영선 변호사, 책 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 사무처장 등을 역임한 서해성 작가를 위원으로 추가 선임하는 등 진영을 재정비했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통진당 중앙위원회의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오늘의 눈] 지키기 위해 버려야 할 것/송수연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 지키기 위해 버려야 할 것/송수연 정치부 기자

    지난 12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어른들이 회의장에서 그 ‘아수라장’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여섯살 꼬맹이들은 회의장 밖 공터를 놀이터 삼아 저희들끼리 뛰놀고 있었다. 행사장 문 앞에 돗자리를 펴고 갓난아기와 놀아주고 있는 여성이 눈에 띄었다. 궁금했다. 황금 같은 주말에 아이와 굳이 이곳을 찾은 이유가. 100일 된 조카와 함께 왔다는 그녀는 민주노동당 초창기 멤버라고 했다. 당 진상조사위원회의 부실한 조사 때문에 ‘부정 당’으로 낙인찍힌 상황을 참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어떻게 지켜온 당인데요.” 눈에 띄는 모습은 또 있었다. 학생 당원들이었다. 한 여학생 당원은 비례대표 후보 총사퇴에 대해 “얼굴마담 바꾸기 식은 한나라당 방식”이라며 “우린 그런 당이 아니다.”라고 했다. 기자의 질문에 또박또박 답하는 그녀는 열의가 넘쳤고, 예뻤다. 이정희 전 공동대표의 모습이 얼핏 겹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의 순수할 만큼 일방적이자 맹목적인 당에 대한 애정은 두렵게 다가왔다. 단상 앞에서 그들은 외쳤다. “진성당원제를 지켜주십시오. 우리 당은 다릅니다.”, “당은 사무직이 아닙니다. 어떻게 만든 당인데….” 그들이 말하는 ‘우리 당’은 통합진보당이 아니었다. 그들이 지켜온 민주노동당, 그들만의 당이었다. 이럴 경우 경선 부정 진상조사위원들이 내놓은 조사 결과는 ‘우리 당’을 공격하기 위한 허위일 뿐이고, 부실조사의 책임도 ‘우리’가 아닌 ‘저들’이 져야 할 몫이 된다. 내 편에 대한 눈먼 애정의 다른 이름은 상대에 대한 ‘불신’이다. 통진당이 단순히 정치적 세를 넓히기 위해 이런 불신 위에 세워졌다면 정말로 위험한 일이다. 이는 그들이 말하는 우리 당을 지킬 수 없는 길이 될 것이다. 진정 당을 위한다면 ‘우리 당’부터 버려야 한다. 그들이 당을 사랑했던 이유는 노동자와 소외계층을 보듬는 진보정치를 위해서가 아니었던가. 이대로 갈라설 수는 없지 않은가. 그들의 말처럼 “어떻게 지켜 온 당인데.” songsy@seoul.co.kr
  • 강기갑·김영훈, 黨 쇄신 ‘속도전’

    강기갑·김영훈, 黨 쇄신 ‘속도전’

    통합진보당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강기갑(왼쪽) 혁신비상대책위원장과 밖에서 쇄신 압박을 가하는 김영훈(오른쪽)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당권파를 구석으로 몰고 있다. 이석기·김재연 비례대표 당선자가 사퇴를 거부하고 구당권파가 당 혁신결의안과 비대위 구성안을 의결한 중앙위 전자투표를 무효라고 선언하며 법적 소송까지 제기할 조짐을 보이자 신당권파와 민주노총은 쇄신 작업에 가속도를 냈다. 무당파인 한 관계자는 “안팎으로 쇄신 압박이 가해지자 구당권파도 여론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신당권·구당권 구별않고 같이 가야” 강 위원장은 당의 추락을 막기 위해 극심한 내분부터 봉합하고자 구당권파에도 비대위의 문을 열어 놓고 인선 작업을 서두르는 중이다. 내홍을 겪으며 갈라선 ‘한 지붕 두 가족’이 비대위 안에서 함께 쇄신 작업을 하며 뭉치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비대위는 신당권파 인사와 외부 영입 인사를 대상으로 인선을 추진 중이거나 거의 마무리하고 구당권파 몫의 자리만 남겨 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능하면 신당권파와 구당권파를 구별하지 않겠다. 삼고초려를 겪더라도 같이 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또 통진당이 분당까지 가지 않더라도 사실상 갈라설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선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강 위원장의 바람과 달리 전자투표에 의해 출범한 비대위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구당권파가 비대위에 참여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강 위원장은 이와 함께 민주노총과 농민·시민사회단체 인사들에게도 비대위 참여를 요청했다. ●“지금 통진당 민노총이 지지 불가능” 민주노총은 이보다 강도 높은 쇄신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른바 ‘충격요법’이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17일 열릴 9차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통합진보당을 버리고 새 당을 만들 것인지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의 통진당을 민주노총이 지지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새 당을 만들 것인지, 아니면 통진당 문제에 전면 개입해 당의 주체로 설 것인지 등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현정·이범수기자 hjlee@seoul.co.kr
  • [사설] 새누리당 새 지도부 국민만을 보고 가라

    새누리당이 어제 전당대회를 열어 황우여 대표를 포함한 새 지도부를 선출했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 네 명 가운데 세 명이 친박근혜계 인사로 구성된 것은 현재 새누리당의 세력 구도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친박계로 뭉친 지도부가 당의 앞날에 도움이 될지, 해가 될지는 앞으로 당을 어떻게 운영해 나가느냐에 달렸다. 새 지도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이른바 비박근혜계 세력을 어떻게 끌어안느냐는 것이다. 전당대회 여파로 당이 주류인 친박계와 비주류인 비박계로 갈라진다면 5년 전 한나라당이 친이, 친박으로 나뉜 상황을 재현하는 것이다. 그것이 당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새누리당 구성원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황 대표가 수락연설에서 쇄신과 함께 화합을 유독 강조한 이유이기도 하다. 새 지도부는 전당대회 이후 이어질 후속 당내 인사에서부터 비주류 인사들을 끌어안는 포용력을 보여 줘야 할 것이다. 친이 세력은 바로 그 부분이 서툴렀고, 그것이 결국 몰락의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새누리당의 새 지도부는 대통령 후보 경선을 엄정하게 관리해야 할 책무를 안게 된다. 새누리당에는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유력한 후보가 있지만, 그 외에도 적지 않은 후보들이 대통령후보 경선에 나섰다. 새 지도부는 모든 경선 후보들이 자유로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공정하게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미 경선 후보들 간에는 완전국민경선제와 개헌 등을 놓고 신경전이 오가고 있다. 친박계에서는 두 사안에 대해 일단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박 전 위원장 추대론이 나오는가 하면 대선 때 개헌을 제기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의 대응으로는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다. 개헌 문제의 경우 18대 국회에서 각 당이 이미 논의하기로 약속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꼭 지금 공식적인 개헌 논의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는 모습을 당 지도부가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의 새 지도부에 대해 많은 국민이 갖고 있는 의구심이 있다. 그것은 새 지도부가 박 전 위원장만을 바라보고 당을 운영할 것이라는 우려다. 그러나 새 지도부가 궁극적으로 바라보고 가야 할 대상은 박 전 위원장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통합진보 어디로…분당? 봉합? 장기화?

    통합진보 어디로…분당? 봉합? 장기화?

    통합진보당이 14일 중앙위 전자투표를 통해 비례대표 당선자 및 후보 총사퇴와 혁신비상대책위 구성안을 의결하고 강기갑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내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다. 통진당 당권파와 비당권파는 전자투표로 의결한 혁신비대위 구성안의 법적 효력을 놓고 또다시 충돌했다. 당권파는 법적 효력을 문제 삼으며 소송도 불사할 태세다. 비당권파인 심상정·유시민·조준호 전 공동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이번 중앙위에서 사용된 온라인 투표 시스템은 중앙위 의장단이 준비하고 주관한 당의 공식적 투표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또 “오늘 중앙위에서 구성된 혁신비대위는 당 대표의 권한과 임무를 승계한다. 따라서 사무총국의 당직자 임면 권한은 혁신비대위에 있음을 확인한다.”며 당권파인 장원섭 사무총장의 해임 의결 사실을 공표했다. 이에 당권파 측은 “전자투표는 법적 효력이 없다. 따라서 강기갑 의원을 비롯한 비대위원 누구도 정당성과 권위를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서울시당과 강원도당은 “혁신비대위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경기·충북·경북·광주시도당은 “전자투표는 무효”라는 내용의 상반된 성명을 경쟁적으로 발표했다. 이석기, 김재연 비례대표 당선자는 전자투표를 통과한 비례대표 총사퇴 등 혁신 결의안을 놓고 장고 끝에 사퇴 불가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비당권파는 당권파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며 내일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박원석 비례대표 당선자는 이날 당 폭력 사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준비했다가 다음 날로 미뤘다. 심 전 공동대표가 일단 당권파의 결정을 지켜보자며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서는 당권파가 중앙당을 점거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도는 등 하루 종일 긴장감이 흘렀다.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극적으로 당 정상화에 합의한다면 내분은 진정되겠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은 상태다. 일부에서는 강 비대위원장 체제에 당권파가 반기를 들 경우 분란이 장기화되거나 결국에는 분당으로 갈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당권파가 비대위의 당무를 방해하고 비례대표 당선자 및 후보 사퇴를 끝까지 거부할 경우 비당권파도 더 이상 한 지붕 아래 공존할 수 없다고 판단, 분당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권파를 끝까지 안고 간다면 진보정당의 자멸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 전 공동대표는 “분당은 어떤 경우에도 없을 것”이라며 “우리 당은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에 있다. 당당한 진보 정당으로 거듭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분당 없이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극과 극을 계속 달릴 경우 내분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대선이다. 4·11 총선에서 받았던 정당 지지율이 이번 일을 거치며 반토막이 나는 바람에 통진당이 대선에서 의미 있는 득표율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민주통합당 내에서도 야권 연대에 난색을 표하는 기류가 만들어지고 있다. 당장에 닥친 대선 때문에 양 정파가 잠시 내분을 봉합하더라도 대선 책임론을 놓고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위기의 그리스, 유로존 첫 퇴출국 되나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을 탈퇴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왔다. 유로존 국가의 중앙은행장들이 공식적으로는 처음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런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룩 코엔 벨기에 중앙은행장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필요하다면 그리스와 유로존이 원만하게 갈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패트릭 호노한 아일랜드 중앙은행장 역시 “그리스의 이탈로 발생하는 충격은 기술적으로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리스의 이탈이 반드시 치명적인 것은 아니지만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연립정부 구성에 차질을 빚고 있는 그리스 내부의 위기가 유로존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정부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대통령과 각 정당 대표들이 비상회의에 참석한 가운데 연립정부 구성에 대해 논의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제2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 대표 알렉시스 치프라스가 1차 회의 이후 더 이상 연정 구성 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다음 달 총선이 새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또 14일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그리스와 스페인 문제의 해결책을 논의했다. 특히 그리스의 구제금융 프로그램 이행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는 가운데 ‘과도한 긴축 일변도 정책’을 수정 또는 완화할지 토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도 그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대두하고 있다. CNN은 그리스가 농업과 관광산업을 근간으로 하는 데다 유럽연합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그리스의 비중이 5%밖에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또 냉전 이후 발칸반도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그리스의 지정학적·전략적 중요성 역시 감소했다는 것이다. 그리스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안팎에서 불거져 나오는 가운데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이날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해도 유로존이나 유럽연합 차원에서 수십억 유로를 지원받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희선기자 hsncho@seoul.co.kr
  • 초유의 지도부 공백 사태… 당권·비당권파 갈라서나

    초유의 지도부 공백 사태… 당권·비당권파 갈라서나

    4·11 총선 비례대표 부정선거 사태가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물리적 충돌까지 일으키면서 통합진보당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당초 비례대표 경선 당선자 총사퇴 등 혁신결의안과 과도기 지도체제인 비상대책위원회 안건을 논의하려던 중앙위원회가 폭력 사태로 파행되면서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당권파인 이정희 공동대표와 비당권파인 유시민·심상정·조준호 공동대표가 모두 지도부 사퇴 의사를 밝힌 상태여서 후속 집행기구인 비대위 구성마저 최종 무산되면 통진당은 지도부 공백 상황에서 정파 간 내전이 격화될 수 밖에 없다. 비당권파는 13일 ‘전자투표’ 방식으로 중앙위를 속개했다. 물리력 행사가 불가능한 온라인을 통해 혁신결의안 및 비대위 인준을 정면돌파한다는 포석이다. 이 공동대표는 지난 12일 중앙위원회 개회 직전 “공동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전격 사퇴했다. 그는 “세상에 다시 없는 우리 당원들이 있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믿고 화합해 통진당을 다시 국민 앞에서 세워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유시민 “장원섭 사무총장 중징계해야” 유시민·심상정·조준호 공동대표는 회의가 시작된 뒤 대표직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유 공동대표는 “중앙위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인사를 드리며 경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심 공동대표는 “중앙위를 마지막으로 공동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의 사퇴가 어느 시점부터 효력을 갖느냐다. 일단 12일 파행으로 끝난 중앙위를 비당권파는 ‘정회 상태’로 규정했다. 중앙위가 아직 끝나지 않은 만큼 비당권파 공동대표 3명의 직위는 아직 유지되고 있고, 특히 심상정 대표의 중앙위 의장직 역시 유효하다는 게 비당권파 측 주장이다. 비당권파인 천호선 대변인은 “중앙위가 무산되면 당은 대표단도 없고 과도기를 담당할 비대위도 무산돼 의사결정 시스템 자체가 붕괴하게 된다.”고 밝혔다. 최소한 심 대표 주재 중앙위를 통해 비대위 구성 등의 안건을 처리해야 지도부 와해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비당권파는 지난 4~5일 전국운영위원회가 당권파의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로 무산되자 ‘온라인 전자투표’를 통해 지도부 및 비례대표 총사퇴 권고안을 의결한 방식을 재도입했다. 이날 밤부터 14일 오전까지 전자투표를 통해 비당권파측 중앙위원들이 혁신결의안 및 비대위 구성안을 통과시킨다는 전략이다. 이에 당권파는 심 공동대표의 중앙위 의장직 및 전자투표 의결 사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장원섭 사무총장은 이날 유시민·심상정 공동대표를 ‘전직 대표’라 부르며 “대표직을 사임하여 평당원으로 돌아갔으며 당 시스템을 개별적으로 점유할 지도집행권도 갖고 있지 못하다.”며 “중앙위 의장으로서의 지위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위의 전자투표 의결에 대해서도 실효성과 정당성이 없다고 단정했다. 이상규(서울 관악을) 당선자도 “합의 정신을 파괴한 전자회의는 또 다른 부정선거 논란으로 이어질 것이며 그 결과도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비당권파는 장 총장에 대해 “당 대표 위에 군림하는 하극상 행위”로 규정했다. 유 공동대표는 “장 사무총장을 당헌 파괴 행위로 당기위원회에 제소하고 중징계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당권파 중심의 임시 지도부 모색 일명 ‘사무총장의 난’으로 불리는 장 총장의 등장은 당권파의 정치적 재기를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지적이다. 당권파는 ‘정치적 데드라인’으로 여겨지는 국회의원 임기 개시일인 30일까지 당권을 거머쥔 채 버티기 전략을 펴고 있다. 중앙위를 무산시키고 자파 소속인 장 사무총장 체제로 임시 지도부를 구성해 30일까지 당권을 존속시키는 전략이다. 이렇게 되면 비례대표 자진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당권파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는 국회의원 신분을 확보하게 된다. 아울러 다음달 지도부 선출을 통해 당권파인 김선동 당선자를 원내대표로 옹립해 당을 장악한다는 복안이다. 당권만 쥐고 있으면 당이 쪼개져도 지역 및 비례대표 당선자 6명으로 원내에서 독자적 세력 구축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출발 전혀 다른데 결과는 흡사” 아크릴 겹바른 두 작품전 눈길

    “출발 전혀 다른데 결과는 흡사” 아크릴 겹바른 두 작품전 눈길

    참 묘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결과물은 엇비슷하다. 아크릴 물감을, 적게는 수십번, 많게는 수백번 겹쳐 올린다. 단순해 뵈지만 제작하는 데는 품이 제법 든다. 투명에 가까울 정도로 얇게 바르고,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바르기를 반복해야 한다. 시간에다 재료비가 만만찮다. 한 작가는 “마누라가 비싼 물감 이렇게 많이 들이는 작업을 왜 하느냐고 해요.”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리고, 다른 작가는 “남편이 산업디자인을 하느라 쇳가루와 나무가루를 풀풀 날려대서 작품을 망치는 경우가 있다.”며 투덜거리는 이유다. 수십, 수백개의 얇은 색깔이 겹쳐져 있기 때문에 보는 사람의 위치나 주변 사물, 조명 같은 조건에 따라 색깔이 미묘하게 변한다. 해서 실제 눈 앞에 두고 요모조모 뜯어보는 재미가 적지 않다. 결과물은 이처럼 엇비슷한데, 접근법은 전혀 다르다. 거창하게 동·서양이라 해도 되고, 망원경과 현미경이라 해도 되고, 관조와 분석이라 해도 되고, 명상과 과학의 차이라 해도 된다. 6월 3일까지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 학고재갤러리 두 곳에서 ‘스케이프 드로잉’전을 여는 김태호(59) 작가의 출발점은 경기 파주시 법흥리 경모공원이다. 실향민들이 조금이라도 고향 가까이 묻히기 위해 조성된 묘역이다. 작가도 장인이 묻혀 있어서 가 볼 기회가 있었는데, 기분이 묘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보겠다고 모였는데, 정작 보이는 건 묘역 뒤 푸른 하늘뿐이다. 실향민들의 수많은 생각이 겹쳐지면 결국 하늘빛이 될까. 해서 작가는 그 모든 풍경들을 겹쳐서 그리기 시작했다. 한 캔버스 위에다 이 색으로 바람도 그리고, 저 색으로 나무도 그리고, 다른 색으로 강도 그렸다. 그리고 최종은 녹색톤으로 마무리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녹색빛이 감도는 가운데 밑에서는 다양한 색이 우러난다. 15일부터 7월 1일까지 서울 통의동 갤러리시몬에서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전을 여는 최선명 작가의 출발점은 빛은 파동이라는 과학적 사실, 그리고 인상파화가 클로드 모네다. 인상파는 빛에 민감했던 화가들이다. 모네는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일과에 따라 변하는 빛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들을 화폭에다 담았다. 작가는 그게 그 시절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그 변화하는 모습을 모두 하나의 화면에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해서 그리는 대상은 노을지는 하늘 같은 풍경들인데 어슴프레한 것이 약간 헷갈린다. 작가는 색이 내는 파장을 고려해 가면서 일일이 단계별로 그렸다고 한다. 그러니까 차츰 저물어 가는 시간을 한 화면에 담아 버린 것이다. 미니멀, 모노크롬 화풍에 대한 일종의 변주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런 접근법의 차이는 다음 발걸음에도 이어진다. 김태호 작가는 그렇게 제작한 작품들을 빈 공간에 여유롭게 툭툭 던져 두는 방식을 택했다. 하얀 전시공간을 있는 그대로 이용하면서 중간중간 널찍한 나무 평상까지 배치해 뒀다. 영문도 모른 채 들어서면 ‘어, 뭐가 전시된 거지. 이거랑 저거는 뭐가 다르지.’ 싶을 정도다. 김 작가는 “전시 제목을 ‘멍 때림’이라고 하려다 말았다.”며 웃었다. 복잡한 깊이가 담긴 그림이지만, 그런 것일랑 신경쓰지 말고 멍하니 보면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이다. 3층 전시장에는 아예 물을 채워 넣고, 꽃이나 나무까지 배치하려고 했는데 너무 연극적으로 보일까 봐 그만뒀다고 한다. 최선명 작가는 1층에다 영상작품을 걸어 뒀다. 쌓아지다가 멈춘, 미완성의 바벨탑이 어느 순간 와르르 무너지고 라틴어·히브리어·영어·아랍어가 네 방향으로 갈라지는 장면을 담았다. 이 작품 역시 수학적 계산을 하느라 제작에만 3~4년 걸렸다고 한다. 지금 인간이 보는 것은 모든 민족과 언어로 갈라지는 상황이지만, 신의 눈에 이것은 찰나의 순간일 것이고 언젠가는 한데 모일 것이라는 기원이 담겨져 있다. 빛 속에 숨은 파장을 분석한 뒤 이를 재배치해서 흐르는 시간을 한 공간에 담아내듯, 최초의 분열에서 최후의 통합을 읽어내는 것이다. 소설에 비하자면 일종의 전지적 작가시점인 셈이다. 작가는 성경 말씀까지 인용해 가며 시공간의 응축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김 작가는 세상만사 복잡한 일을 한데 뭉뚱그려 지워버리는 쪽으로 걸어갔다면, 최 작가는 그 뭉뚱그려 지워버린 것 사이에 세상만사 복잡한 일을 치밀하게 배열해 둔 쪽이다. 그러고 보니 금호미술관과 갤러리시몬은 경복궁을 사이에 두고 동서로 앉아 있다. 이것도 묘하다면 묘하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피겨퀸 김연아 ‘교생쌤’ 첫날…“토점프요? 몸으로 배워 설명은 힘드네요”

    피겨퀸 김연아 ‘교생쌤’ 첫날…“토점프요? 몸으로 배워 설명은 힘드네요”

    “안녕하세요. 고려대 체육교육과 09학번 김연아입니다.” ‘피겨퀸’ 김연아(22)가 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진선여자고등학교에 교생 교사로 출근해 학생들을 처음 만났다. 빙판에서 입었던 드레스 대신 흰색 재킷에 검정 정장바지의 단정한 ‘교생룩’을 선보였다. 4주 동안 진행될 교생 실습의 첫 수업은 ‘피겨스케이팅의 이론’. 2학년 11반 41명의 학생이 회당기념관(도서관)에 모여 귀를 쫑긋 세웠다. 김연아는 “피겨가 친숙한 스포츠가 됐지만, 아직 잘 모르는 사람이 있어 자료를 준비했다. 피겨를 알고 보면 더 많은 게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타’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학생들, 그들보다 많이 몰린 취재진 탓인지 목소리도 살짝 떨렸다. 그러나 시나브로 활기를 되찾았다. “악셀 점프는 왜 악셀이게요?”라고 물으며 참여를 유도했다. 한 학생이 “그 점프를 처음 한 사람 이름이요.”라고 대답하자 “오~찍었죠? 저 점프가 잘 안 되면 악셀이란 사람을 원망했어요.”라며 방긋 웃었다. “다들 제가 트리플 악셀을 하는 줄 아시는데 전 못해요. 아사다 마오(일본) 선수만 해요.”라고 말하자 학생들이 “괜찮아요.”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김연아는 칠판에 스케이트 날(에지)을 그려 이해를 도왔고, 맨바닥에서 점프를 하는 ‘몸개그’로 점수를 땄다. 에지점프와 토점프의 차이를 얘기하면서는 “전 몸으로 배웠던 거라 어떻게 설명하기가 힘드네요.”라며 입맛을 다셨다. 그동안 출전했던 국제대회와 갈라쇼 연기를 편집해 여러 점프의 차이를 소개했다. 김연아는 “첫 출근에 수업까지 하려니 너무 긴장된다. 두서 없이 얘기해 학생들이 제대로 이해했을까 걱정”이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면서도 “더 노력해서 여러분들께 좋은 ‘교생쌤’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만소영(17)양은 “3월부터 연아선생님이 온다는 얘기를 들어서 기대가 컸다. 직접 보니 신기하다. 말도 잘하신다.”고 했다. 서민경(17)양도 “TV에서만 보던 연아 언니가 선생님으로 오니 설렌다. 원래 팬이었다.”며 좋아했다. 다른 학년, 다른 반 학생들도 회당기념관 주위에 몰려 얼굴이라도 보겠다며 발을 굴렀다. 그러나 김연아가 얼마나 이렇게 수업을 진행할지는 미지수. 태릉빙상장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사정을 학교 측이 배려할 것으로 보인다. 김연아를 전담할 김승일 체육교사는 “아직 수업스케줄은 못 정했다. 아무래도 공인이라 쉽지 않을 것 같다. 특별한 일 없으면 (학교에) 나오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통합진보 내분 격화] “분당은 없다” 절박한 유시민

    “분당할 수 없다. 분당해야 할 이유도 찾기 어렵다. 분당이 일어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친노(친노무현) 그룹인 국민참여당을 이끌고 통합진보당에 합류한 유시민 대표는 6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통합진보당의 분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세 차례나 분당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분당 만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의 또 다른 표현인 셈이다. 그는 “국민들로부터 10%가 넘는 지지를 받은 정당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분당하는 것은 민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 민주노동당도 분당으로 엄청난 상처를 받았고 모든 사람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국민참여당도 한번 해 보고 ‘마음이 안 맞으면 갈라서면 되지’ 이런 마음으로 통합에 참여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 대표의 말처럼 분당은 구 민주노동당 출신들에게도, 2008년 간첩단 ‘일심회’사건으로 당원들을 이끌고 당을 나가 진보신당을 꾸렸다가 다시 통합진보당으로 돌아온 심상정 공동대표와 노회찬 대변인에게도 트라우마다. 진보신당을 나와 통합진보당에 다시 둥지를 튼 소수파 심·노 콤비는 또다시 당이 깨질 경우 ‘보트 피플’ 신세를 면할 수 없다. 민주통합당 대신 통합진보당을 택한 유 대표 역시 분당되면 돌아갈 곳이 없다. 참여당 세력이 진보당을 탈당, 다시 독립정당을 세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 대표가 1만여명의 당원과 함께 진보당에 입당하면서 30~40%의 나머지 당원들은 ‘혁신과 통합’을 통해 민주통합당에 입당하거나 공중분해됐다. 1만여명의 당원들로 독립정당을 꾸린다고 해도 총선과 대선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없는 소수정당일 뿐이다. 유 대표 개인의 대선 꿈도 물거품이 된다. 진보당에 입당하지 않은 구 참여당 관계자는 “유 대표의 참여당은 정치적으로 실패했고 재창당 또한 있을 수 없다.”며 “진보당에 따라가지 않은 참여당 출신들은 이런 일을 예견했다. 책임은 유시민 대표 본인이 져야 하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정치적 실패자로 남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열린세상] 일본에 현대차가 없는 이유/국중호 일본 요코하마시립대 재정학 교수

    [열린세상] 일본에 현대차가 없는 이유/국중호 일본 요코하마시립대 재정학 교수

    세계 시장에서 약진이 눈부신 현대차가 일본에선 안 보인다. 2001년 일본 시장에 진출해 4000대 판매를 목표했으나 1100대 정도를 팔았고 재작년에는 118대를 파는 데 그쳤다. 2010년 일본의 수입승용차 등록대수 21만 3000대 중 고작 0.06%이니, 일본에서 현대차가 안 보인다 해도 무방하다. 작년에 현대차는 세계 시장에서 659만대를 팔아 토요타자동차의 판매대수 795만대를 뒤쫓고 있으니 놀라운 성과다. 그런 현대차가 유독 일본에선 맥을 못 춘다. 왜일까? 혹자는 일본 시장의 폐쇄성을 지적하지만, 폭스바겐(4만 7000대), BMW(3만 2000대), 벤츠(3만 1000대) 등 독일차가 선방하고 있으니 꼭 폐쇄적이라 할 수도 없다. 이럴 때 전통과 국격의 차이가 곧잘 제기된다. 현대차는 폭스바겐, BMW, 벤츠보다 전통이 짧고, 한국은 독일보다 국격이 낮으니 일본인이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 그렇다면 신주쿠에서 한국 음식이 잘 팔리고 일본 위성방송이나 케이블 TV에서 한국 드라마가 많이 방영되는 것은 왜인가? 이를 단순히 한류붐이라 하면 어째서 현대차는 한류붐의 물결을 타지 못하는가? 일본인들의 가격대별 상품 선호 차이가 일본 내 한국 상품의 위상을 보여 준다. 자동차 가격은 보통 중고차라면 몇십만엔(몇백만원), 신차라면 몇백만엔(몇천만원)이 시세다. 이에 비해 한국 음식, 한국 드라마 시청료, 한류스타 사진이나 책자, BB크림과 같은 한국 화장품의 가격은 몇백엔이거나 몇천엔이다. 주머니 사정에 그리 구애받지 않고 부담 없이 먹고 즐길 수 있는 백엔대에서 천엔대가 일본 내 한국 상품의 위치다. 일본인들이 한국 상품을 찾기 시작한 것도 2002년 월드컵 한·일 공동 개최, 2003년 드라마 ‘겨울연가’ 히트 후의 일이니 어언 10여년이다. 1엔짜리 동전도 가죽 지갑에 꼭꼭 챙기는 일본인들이다. 이들이 100엔대 1000엔대 한국 상품에 눈을 돌리게 된 것만 해도 격세지감이다. 1만엔대 한국 상품도 드문 판국에 10만엔대 100만엔대의 현대차를 내놓는다 해도 선뜻 사겠다고 지갑을 열 리 없다. 일본에 현대차가 안 보이는 이유다. 이런 일본인들의 행동을 보고 어떤 이들은 갈라파고스 현상(내부지향성)이라고 비판한다. 그런 비판이 틀리지는 않는다 해도 섬 안 일본인들 인식에 대한 현실 직시가 요구된다. 주일 한국대사관과 재일한국기업연합회가 2010년 7월 홍보기획사 덴쓰(電通)에 의뢰해 일본 시장에서의 한국 제품 이미지를 조사한 적이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한국 제품은 일본 제품에 비해 ‘가격이 싸다’는 이미지가 강한 반면, 일본 제품은 ‘품질이 좋다’, ‘기술력이 있다’, ‘신뢰성이 있다’는 이미지가 월등히 강하다. 예컨대 ‘가격이 싸다’는 이미지는 한국 상품이 48.7%, 일본 상품이 1.3%로 나타나고, ‘신뢰성이 있다’는 이미지는 한국 상품이 4.7%, 일본 상품이 68.9%로 나타나는 식이다. 이처럼 일본 상품에 비해 가격이 싸고, 품질·기술력·신뢰성이 낮은 이미지가 일본 시장에서 한국 상품 인지도에 대한 현주소다. 요즈음 들어 한국이나 한국 상품에 대한 인식도 바뀌면서 일본인들이 1만엔대 한국 상품에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비록 시장점유율은 높지 않지만 LG TV가 양판점에서 많이 진열되고, 아모레 퍼시픽의 설화수 화장품이 내로라하는 일본의 전통백화점(미쓰코시, 이세탄, 다카시마야 등)에 입점했다. 또 삼성이 일본의 2대 통신업체 도코모와 au에 스마트폰 갤럭시를 공급하고 있다. 모두 고집스럽기로 유명한 양판점, 전통백화점, 통신업체에서 승부하는 1만엔대 상품 도전이다. ‘장래성을 느낀다’와 ‘활기가 있다’가 덴쓰 조사에서 한국이 일본에 비해 높게 나온 항목이다. 이제서야 1만엔대 한국 상품이 일본 시장 시험대에 올라 백방으로 뛰고 있다. 이런 와중에 10만엔대 100만엔대 현대차가 들어온다 해도 시기상조다. 1만엔대 상품 시험에서 합격한 후라야 10만엔대 100만엔대 현대차도 재미를 볼 듯하다. 지금처럼 세계 시장에서 내공을 다져가며 일본 시장 진출 실패를 와신상담의 기회로 삼는 것이 나을 듯싶다. 세계 시장 석권을 통한 일본 시장 돌려치기 전략이다.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77) 경북 구미 독동리 반송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77) 경북 구미 독동리 반송

    길가에 늘어선 개나리 노란 꽃이 지고 뒷동산 관목 숲에 다문다문 피어있던 진달래 붉은 꽃도 어느 틈에 낙화를 마쳤다. 살랑이던 바람결에 더위가 끼어들고 5월의 태양에는 여름 뙤약볕의 이글거림이 담겼다. 나무 그늘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기후 변화는 농부들의 손길에도 경황이 없게 했다.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하다는 게 우리 기후의 특징이었건만 이제 초등학교 교과서도 부분 수정이 필요하지 싶다. 햇살 따갑고 이마엔 땀이 흐르지만 농부들은 태양과 더운 바람에 정면으로 맞서 들녘으로 나서야 한다. 언제나처럼 볍씨를 모판에 파종하는 일에서 한 해 농사가 시작된다. ●옛날 나무 옆에 빨래터… 땡볕 땐 쉼터로 경북 구미 옥성면 독동리 마을의 중심인 큰 나무 그늘 아래에 마을 농부들이 모였다. 일흔을 넘나드는 일곱 할머니들이다. 청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라 해 봐야 파종기 작동을 맡은 올해 쉰여섯 살의 조필형(56) 이장 정도다. 나무 그늘에 모여 앉아 새참을 마친 할머니들이 일손을 멈추고 파종기 곁에 흩어져 아무렇게나 주저앉았다. 파종기가 고장을 일으킨 탓에 망중한의 짬이 생겼다. 덕분에 바쁜 일손의 농부들과 나무를 둘러싸고 이어온 마을 살림살이 이야기를 넉넉하게 나눌 수 있었다. 나무는 우리나라의 모든 반송 중 가장 아름답다 할 만한 몇 그루 가운데 하나인 천연기념물 제357호인 구미 독동리 반송이다. “옛날엔 이 나무 곁으로 개울이 흘렀어요. 마을 여자들은 죄다 여기로 빨래하러 나왔죠. 하기야 뭐 빨래만 했나. 큰 나무가 있어서 그늘이 좋으니 햇살 뜨거우면 자연히 지금처럼 나무 그늘을 찾아와 쉬곤 했죠. 천연기념물이 되고 나서 나무 주위에 낮은 울타리를 만들어 놓긴 했지만 여전히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건 나무 아래예요. 방금 전에도 나무 아래에서 새참을 나눠 먹었어요.” 어린 시절에 이 마을로 시집 와서 50년 넘게 살았다는 정씨 할머니는 독동리 반송의 오래된 벗이다. 개울가 빨래터에 빨래 바구니를 이고 나오던 그 시절에도, 모내기 준비로 나온 지금도 정씨 할머니는 마을에 이만큼 훌륭한 나무가 있다는 것이 좋기만 하다. 이 마을에 산다는 게 자랑스럽다고까지 덧붙인다. 파종기를 고치려 애쓰던 조필형 이장은 결국 파종기를 자동차에 실었다. 가까운 농기구 수리점에 가서 고쳐올 요량이었다. 조 이장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할머니들의 나무 이야기는 더 넉넉해졌다. ●가지 부챗살처럼 퍼져… 높이 13m 넘어 “저 나무는 이장 댁 조상이 심은 나무예요. 몇 살이나 된 나무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되게 오래됐다고 하죠. 또 반송 중에서 저렇게 크고 예쁘게 퍼지는 나무로는 우리나라에서 첫손에 꼽힌답니다.” 소나무의 한 종류인 반송(盤松)은 하나의 줄기로 뻗어 오르는 소나무와 달리 뿌리 부분에서부터 줄기가 여럿으로 갈라지는 특징을 가져서 줄기와 가지가 구별되지 않는 나무다. 대개는 크게 자라기보다 부챗살 펼치듯 넓게 퍼지며 아담한 크기로 자란다. 가지의 숫자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서 ‘천지송’(千枝松) 혹은 ‘만지송’(萬枝松)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아름다운 생김새가 보기 좋아 우리의 옛 선비들이 정원수로 키웠을 뿐 아니라 조상의 무덤을 꾸미기 위해서도 심어 키운 나무다. 크게 자라지 않는다는 특징에 비춰 보면 구미 독동리 반송은 키가 큰 편에 속한다. 뿌리 부분에서부터 줄기가 10여개로 나뉘며 넓게 퍼져서 전형적인 반송의 형태를 가진 이 나무의 키는 13m를 넘는다. 키만으로는 이보다 훨씬 큰 반송이 있지만 독동리 반송만큼 풍성한 가지를 가진 아름다운 반송은 흔치 않다. “큰 나무이지만 전설로 전해오는 옛 이야기는 없어요, 당산제도 안 올리죠. 그래도 여느 마을의 당산나무 못지않게 정성으로 아끼는 나무죠. 천연기념물이 되고 난 뒤로 주변에 집도 지을 수 없게 됐지만 우리 나무를 잘 지키려는 건데 뭐 나쁠 것 없죠. 나라에서 나무를 잘 돌봐 주고 때맞춰 영양 주사까지 놔주는 보물이에요.” ●나무 보호에 정성… 때맞춰 영양주사 독동리 반송은 마을에서 잘 지키는 나무여서 특별한 관리가 아니더라도 건강을 유지하는 나무다. 또 스스로 제 몸을 지킬 만큼 긴 세월의 풍진을 모두 이겨낸 연륜 깊은 나무다. 문화재청의 나무 관리는 나무의 자연 치유력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오랫동안 사람의 마을을 지켜달라는 뜻일 뿐이다. 고장난 파종기를 고치러 떠났던 조 이장은 금세 돌아왔다. 모판의 파종 준비에 마음이 바쁜 농부 할머니들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나무가 있는 땅 주변이 모두 우리 밭이에요. 오래전에 우리 조상 한 분이 밭 한가운데에 심은 거죠. 천연기념물 지정과 함께 주변 보호구역을 나라에서 매입한다고 했지만 제 아버지께서 안 파셨어요. 대대로 물려온 땅이니까요.” 모판 위에 볍씨를 고르게 흩뿌리고 고운 흙을 한 꺼풀 덧씌우는 파종기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자 조 이장은 안도하는 표정으로 나무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굽은 허리의 할머니 농부들도 제가끔 맡은 역할로 바빠졌다. 한쪽에서는 모판을 파종기에 밀어넣고 반대편에서 대기하던 할머니는 파종기에서 밀려 나오는 모판을 경운기 위에 차곡차곡 쌓는다. 덜거덕거리는 파종기 소음 사이로 흩어지는 할머니들의 차진 수다가 정겹다. 파종기 핸들을 돌리는 조 이장의 너털웃음이 간간이 끼어든다. 독동리 반송의 봄 풍경이 풍요롭다. 나뭇가지 아래로 드리워진 그늘엔 벌써부터 가을 들녘의 황금빛이 얼비친다. 할머니들의 깊이 팬 주름 사이로 파고드는 햇살 따라 나무가 방긋 풍년을 예감하는 미소를 던진다. 글 사진 구미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중부내륙 고속국도의 선산나들목으로 나가서 선산 방면으로 우회전하여 1.3㎞ 가면 선산읍 서쪽의 이문삼거리에 닿는다. 읍 외곽으로 난 오른쪽 도로를 이용해 1.2㎞ 더 가면 단계천이라는 개울을 만난다. 개울을 건너자마자 우회전하여 2.2㎞ 직진해 낮은 고개를 넘은 뒤 길가 왼편 들판 가장자리에 서 있는 아름다운 생김새의 독동리 반송을 만나게 된다. 나무 주변에는 따로 주차할 공간이 없지만 비교적 한산한 도로여서 길 가장자리의 여유 공간에 자동차를 세울 수 있다.
  • [심층 진단] “이혼후 양육비 왜 줘? 안줘도 처벌 안 받는데”

    [심층 진단] “이혼후 양육비 왜 줘? 안줘도 처벌 안 받는데”

    법원에서 양육비 지급 판결을 받고도 지키지 않는 부모가 절반가량 되는 등 양육비 이행과 관련된 문제가 심각하다. 판결 따로, 현실 따로인 셈이다. 지키지 않는 부모에 대한 제재는 있지만, 이마저도 실효성이 없어 양육비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입법이 절실한 실정이다. 여성가족부가 양육비 지급 판결을 받은 48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인 55.9%만 양육비를 받고 있었다. 양육비를 받지 못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절반인 46.2%는 ‘의도적으로 양육비를 주지 않는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는 법원 판결을 강제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비롯되고 있다. 가정법원 양육비 판결은 민사 판결과 마찬가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수단이 많지 않다. 복지 선진국들의 경우 국가가 나서서 미이행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과 대조적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1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건수는 11만 4300건이다. 1000쌍당 9.4쌍이 이혼한 셈이다. 이혼율은 점점 감소하는 추세지만 50세 이상에서는 이혼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혼 가정이 늘면서 자녀 양육비 분쟁도 증가하고 있지만 관련 정책은 걸음마 수준이다. 양육비를 받지 못할 때 제기할 수 있는 ‘이행 명령’이라는 제도가 있기는 하다. 표현 그대로 판결을 이행하라는 명령이다. 상대방이 양육비를 주지 않을 경우, 서울가정법원에 신청하면 판사가 심리를 거쳐 결정한다. 판사는 양육비를 주지 않은 비양육친을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등을 심문한다. 양육비나 면접교섭 등 양육 관련 판결과 관련된 이행명령 사건은 2007년 100건, 2008년 125건, 2009년 181건, 2010년 184건, 2011년 213건 등 꾸준히 늘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설령 이행 명령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제재할 방안은 많지 않다. 이행 명령을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리거나 감치할 수 있다. 그러나 행정 제재에 불과하고 실제로 시행하는 일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양육비 관련 입법을 통해 양육비를 강제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지난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상정됐지만 결국 통과되지 못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가정법원과 여성가족부는 최근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관련 입법안을 연구하기로 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26일 TV 하이라이트]

    ●현장르포 동행(KBS1 밤 11시 40분) 스무 살 때부터 혼자 떠돌이로 살아왔다는 성곤씨. 8년 전 한 기도원에서 지금의 아내 금미씨를 만났다. 초혼에 실패한 충격과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말과 행동이 어눌하고, 대인기피증까지 갖게 된 아내. 하지만 그런 아내 덕분에 성곤씨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두 아이의 아빠가 됐고, 평생을 소원하던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갖게 된다. ●의뢰인K(KBS2 밤 8시 50분) 염치없는 전 며느리 때문에 망가진 아들의 인생을 찾고 싶다며 의뢰인 정씨가 찾아왔다. 결혼 초부터 살림에 관심이 없던 며느리는 네 살 된 아들을 버리고 집을 나갔다. 10년이 지난 어느 날, 아들의 이직 문제로 가족관계증명서를 떼어 본 의뢰인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들 호적에 남모를 여자아이가 올라와 있던 것인데…. ●스탠바이(MBC 밤 7시 45분) 시완이만 챙기는 진행이 못마땅한 정우는 진행과 시완이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한다. 정우의 작전대로 진행과 시완은 서로에 대한 불만이 쌓이기 시작하지만, 정우는 오히려 더 불편해진다. 한편 기우의 장난에 매번 어리바리하게 당하기만 하던 소민. 더 이상 기우에게 만만하게 보이지 않겠다며, 카리스마 소민으로 변신을 선언한다. ●좋은 아침(SBS 오전 9시 10분) 여성 최초로 모든 뉴스를 섭렵했던 전 아나운서 정미홍가 함께한다. 그녀는 희귀 난치병 루프스를 극복한 사연과 방송 최초로 공개한 집에서 가슴으로 낳은 딸과 함께한 일상을 전한다. 더불어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정미홍의 살림솜씨도 공개한다. 또 30년 지기 개그우먼 변아영이 정미홍의 숨겨진 매력을 털어놓는다. ●극한직업(EBS 밤 10시 40분) 화사한 얼굴을 내밀며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형형색색의 꽃. 이맘때가 되면 꽃을 주제로 대규모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2012 고양국제꽃박람회’다. 개막일이 다가올수록 긴장감은 더욱 조여 온다. 눈부신 꽃박람회 그날을 위해 24시간 밤낮없이 땀을 흘리는 사람들의 D-30일 막바지 준비 현장을 밀착 취재한다. ●올리브(OBS 밤 11시 5분) 명의들이 직접 출연하여 건강한 삶에 도움이 되는 운동과 음식 등을 알아보는 건강버라이어티 ‘올리브’. 유쾌한 토크와 운동, 퀴즈를 통해 건강한 삶의 비법을 알아보자. 이번 주는 트로트계의 소녀 시대인 ‘윙크’와 비염에 관한 모든 정보를 알아본다. 비염이 발전해서 최악의 경우 중풍까지 유발될 수 있는 과정을 모두 소개한다.
  • 親최 - 非최 대립각… 박근혜 “당 자멸의 길로 갈 셈인가” 경고

    親최 - 非최 대립각… 박근혜 “당 자멸의 길로 갈 셈인가” 경고

    4·11 총선 이후 새누리당의 친박근혜계 내부 계파 간 알력이 구체화되고 있다. 친박 2인자로 부상한 최경환 의원을 축으로 한 ‘핵심 측근그룹’과 유승민 의원 등 ‘비판적 참모그룹’ 간 대립 구도로 전개되는 모습이다. 전선은 총선 승리 이후 대선 정국을 이끌 당 지도부 인선에서 형성됐다. 여기에 친박 외부에선 수도권 소장파 위주의 쇄신파가 친박계의 주도권에 제동을 걸고 나섰고, 김문수·이재오·정몽준 등 비박계 대권주자 3인방 역시 경선 방식을 고리로 친박계 흔들기에 나서면서 대립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핵심 측근그룹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최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3선에 성공하며 당내에서 친박계 2인자로 인식돼 가는 중이다. ‘황우여 대표, 서병수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 등 정체불명의 친박계 지도부 리스트가 등장하고, 이 명단을 최 의원이 만들었다는 소문이 당 안팎에 퍼지며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이에 이들 측근그룹은 25일 발빠른 대응으로 파문 수습을 시도했다. 유력한 원내대표로 거론되던 서병수 의원이 “제19대 국회 첫 원내대표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입장을 급선회한 것이다. 서 의원은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 이념인 민생을 실천하는 데 무엇보다 당의 화합과 단결이 우선돼야 한다.”며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원내대표에 적임자라고 생각해 마음을 다져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당 지도부 내정 운운하는 루머가 나도는 상황에서, ‘친박의 핵심’이라고 말해지는 사람으로서 불필요한 논란으로 누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서 의원의 불출마 결정 발표는 기자들에게 의중을 밝힌 뒤 한 시간여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그는 “친박 핵심이라고 해서 용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 “당 대표나 원내대표는 친박 의원이 해선 안 되지만 사무총장, 정책위의장은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핵심 측근그룹에서 미는 ‘최경환 사무총장 카드’에 대해 여지를 남긴 셈이다. 이런 친박계의 내홍으로 새누리당엔 총선 승리의 축배는커녕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관례상 권역별로 해온 당선자 인사 역시 이번엔 부산, 인천권만 치러졌다는 후문이다. ‘수도권 젊은 당대표론’을 띄웠던 쇄신파도 친박계 일부의 권력 독점에 대한 우려를 친박계에 전달할 예정이다. 친박 진영 내부의 분란이 확산 조짐을 보이자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강한 어조로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박 위원장은 이날 충북 청주에서 열린 총선공약실천본부 출범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은 또 잘못하면, 이런 구태의 모습을 보이면 용서를 빌 데도 없다. (총선에서) 마지막 기회를 주신 것이기 때문에 또 한번 기회를 주십사 할 수도 없다.”며 내분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정말 약속드린 대로 잘하지 않으면 우리 당은 자멸의 길을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경선이나 이런 것도 당원들께 ‘내가 이렇게 진정성을 갖고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하면 되는 것”이라며 “뒤에서 계속 언론플레이하고 ‘뭐가 어떻게 짜여져 있느니’하며 있지도 않은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 당을 아주 흐리게 만들고 국민들이 정말 정치권이 또 저 짓을 하느냐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은 당을 해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서 의원의 경선 불출마에 대해서는 “본인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 위원장의 경고는 정체불명의 ‘새 지도부 리스트’로 당을 친박 대 비박으로 나누고 친박 내부 또한 둘로 갈라 놓으려는 정치세력에 대한 경고이자, 쇄신파가 반발하고 친박이 과거 친이(친이명박)계처럼 당직을 독식한다는 비판이 일어날 조짐을 조기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박 위원장의 엄중 경고 이후 들썩이던 당 분위기는 이날 저녁을 고비로 일단 냉정을 되찾는 분위기를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그의 발언 이후 최 의원 측은 “리스트는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괴소문의 진원지부터 찾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박 위원장의 의사 소통 방식을 비판했던 유승민 의원도 최 의원과의 불화설에 대해 “사이 나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 달 전당대회까지는 당내 각 진영의 힘겨루기가 불가피하다. 언제든 내분이 재점화될 소지는 남아 있는 셈이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재벌가 유산싸움 국민 보기에…” 재계 떨떠름

    재계는 삼성가(家)의 재산권 싸움이 극단적인 감정싸움으로 확전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형과 누나가 재산을 상속받지 못한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는 등 구체적인 대응에 나서는 배경에 주목하면서 향후 소송이 여론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의 후계자로 낙점되면서 불씨가 일단락된 것으로 해석했는데, 이번에 다시 재산권 문제가 불거진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 것을 보면 돈이 피보다 진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로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등 감정싸움으로 흐르고 있어 공방이 일정 기간 계속되지 않겠냐.”면서 더 이상 말을 아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국내 최고 부자가 재산 문제로 다툼하는 것은 국민이 보기에도 좋지 않고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니다.”면서 “하지만 집안일이고 개인사와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원만하고 조용하게 마무리되길 바란다.”며 확전을 경계했다. 한국 재벌가에서 집안싸움을 벌이는 일은 사실 흔하다. 현대, 롯데, 금호아시아나, 한진, 두산, 한화, 대림 등 많은 재벌가들이 경영권과 유산 등을 둘러싸고 서로 편을 갈라 다툼을 한 바 있다. 일부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특히 재벌가에서 다툼이 잦은 것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총수를 중심으로 기업이 움직이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고 한 사람에게 집중되다 보니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다툼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홍혜정기자 jukebox@seoul.co.kr
  • 선불 익스프레스 ‘이혼카드’ 멕시코서 등장

    선불 익스프레스 ‘이혼카드’ 멕시코서 등장

    초간편 이혼수속을 위한 선불 이혼카드가 멕시코에 등장, 화제가 되고 있다. 은행과 일반 상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이 카드를 구입하면 4번의 절차를 거쳐 간단하게 부부의 연을 끊을 수 있다. 이혼카드를 시중에 출시한 기업은 ‘리베라 디보스 패스’. 회사는 선불카드를 구입한 사람에게 이혼절차를 대행해 준다. 선불 이혼카드를 산 뒤 이혼을 하려는 사람은 카드등록, 이혼수속신청서 및 신분증 제출, 판사 면담 1회, 이혼판결 받기 등 4번의 절차만 밟으면 이혼을 간단히 완료할 수 있다. 카드의 가격은 멕시코 돈으로 200페소,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1만7000원 정도다. 이혼수속이 끝날 때까지 회사가 받는 기타 수수료를 포함하면 카드 값 외에도 5000페소, 약 43만 원의 경비가 소요된다. 선불카드엔 유효기간이 있다. 구입한 지 30일 내에 카드등록을 해야 저렴한 가격에 이혼수속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는 서비스 대상엔 제한을 두고 있다. 자식이 있는 부부나 재산분할에 이견이 있어 법정투쟁이 불가피한 경우엔 선불 이혼카드를 이용할 수 없다. 멕시코에선 이혼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 1980년엔 부부 100쌍 중 4쌍이 이혼을 했지만 2008년엔 17쌍이 갈라섰다. 사진=나시온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서울·부산 ‘춤판’ 벌어진다

    서울·부산 ‘춤판’ 벌어진다

    ‘세계춤의날’(4월 29일)을 기념해 서울과 부산에서 한바탕 춤판이 벌어진다. 국제무용기구인 세계무용연맹은 프랑스 출신 무용가이자 안무가인 장 조르주 노베르(1727~1810)를 기려 그의 탄생일에 맞춰 1983년에 세계춤의날을 지정했다. 노베르는 연극이나 오페라의 부속물로 취급받던 발레를 독립시킨 인물로, ‘18세기 발레 혁명가’, ‘위대한 발레 이론가’로 불리기도 한다. 세계무용연맹 한국본부는 세계춤의날을 기념하기 위해 오는 28~29일 서울과 부산에서 ‘춤! 그 참을 수 없는 에너지’를 연다. 한국본부 정귀인(부산대 무용과 교수) 회장은 “전 세계에서는 세계 무용인들이 하나가 되는 이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꾸준히 진행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날의 존재를 생소하게 여기고 있다.”면서 “이번 공연은 무용인의 축제일 뿐만 아니라 춤을 사랑하고 아끼는 모든 이들이 모여 흥을 돋우는 한마당이 되길 기대하며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행사는 세계춤의날 하루 전인 28일 부산대 야외공연장에서 먼저 열린다. 오후 6시 30분부터 힙합,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 등 장르를 아우르는 무용수 19명이 출연해 아름다운 선과 거침없는 기량을 갈라 형식으로 선보인다. 스트리트댄스에서만 볼 수 있었던 춤 배틀도 차용해 긴박감과 에너지가 넘치는 순서도 만든다. 이어지는 2부 ‘다함께 춤을’은 무용수와 관객들이 다함께 어우러지는 시간이다. 29일 오후 3시에는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의 야외무대인 신세계스퀘어에서 같은 프로그램으로 공연할 예정이다. 모든 공연은 무료로 진행된다. 플레미시 모로칸의 안무가 시디 라르비 샤코베는 축사에서 “사람이 춤을 출 때는 발레 공연, 힙합 배틀, 현대무용이나 디스코테크든 상관없이 가면을 벗어버리기 때문에 춤은 우리를 표현하기에 가장 정직한 형식이라고 믿는다. 세계춤의날을 맞아 모두가 모여 춤을 추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한껏 발산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인류 진화할수록 자연에 맞서 환경 바꿔”

    “인류 진화할수록 자연에 맞서 환경 바꿔”

    지구는 인간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최소한 인간의 시각에서는 그렇다. 지구상의 어떤 동물이나 식물도 인간처럼 많은 종류의 식량을 먹지 않고, 주변환경을 바꾸며 즐거워하지는 않는다.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말은 분명 지금의 인간이 자연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음을 일깨워 준다. 그렇다고 인간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는 아니다. 창조론의 시각에서 인간은 신이 최초의 빛을 만든 후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지구상에 등장했다. 정반대에 서 있는 진화론에서는 인간은 원숭이와 같은 조상을 갖고 있다. 에덴동산에서도 아담과 이브는 동산의 일부였다. 오늘날 원숭이가 자연을 파괴하고 도시를 만들지 않는 것처럼 태초의 인간도 자연과 더불어 살았던 것은 분명하다. 창조론과 진화론 어느 쪽이 옳든 자연 속에 있었던 인간은 언제부턴가 자연과 갈라서기 시작한 셈이다. 창조론의 답은 ‘선악과’다. 선악과를 먹은 인간은 더 이상 자연에 속하지 않고, 동산에서 쫓겨나 끊임없이 생존을 위한 걱정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진화론은 어떤 답을 갖고 있을까. ●침팬지·인류 600만년 전 다른 갈래로 인류는 자신을 둘러싼 자연과 환경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변경자’를 자처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구의 입장에서 인류는 그 어떤 존재보다 두려운 ‘적’일 뿐이다. 스미스소니언 인류학 연구소 디렉터인 고인류학자 릭 포츠 박사는 라이브사이언스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지구의 자연환경이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 것은 분명히 인류라는 종족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인류는 다른 동물에 비해 훨씬 더 빠르게 진화했고, 이 과정에서 주변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가변성 선택 가설’로 불리는 포츠 박사의 이론은 최근 인류학계의 뜨거운 화두로 주목받고 있다. 포츠 박사는 “인류의 조상은 참신하고,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바뀌어 왔다.”고 지적한다.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상에 존재한 것은 단 20만년에 불과하다. 지구는 45억년 전에 태어났고 인류와 가장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와 인류의 조상이 다르게 진화하기 시작한 것은 600만년 전이다. 하지만 600만년 전부터 지구의 기후는 그 이전보다 훨씬 더 다양해지고 있으며, 온난화와 빙하기의 극단 사이를 오가기 시작했다. 이는 인류의 진화와 지구 환경의 변화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뜻이다. 근거지의 변화는 현재의 침팬지와 인류가 다르게 진화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중요한 증거다. 동아프리카에 등장했던 인류의 조상은 원래 다른 유인원처럼 숲에서 살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인류의 조상들은 숲에서 초원인 사바나로 이주했고, 진화론자들은 이 시점을 인류가 자연에 속하는 대신 자연에 맞서기 시작한 시기로 추정해 왔다. 초원에서 살게 되면서 인류가 지구상의 어떤 생물보다 빠르고 다르게 진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보호할 만한 무기가 없는 인류가 초원에서 살아가기 위해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먹거리를 찾기 위해 수렵과 농경을 시작하면서 점차 진화의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인간은 서식지 이동·환경적응 모두 가능 최근 학계에서는 이 같은 가설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인간의 진화에 영향을 미칠 만한 과거의 자연현상이나 인간이 자연에 영향을 미쳤을 만한 증거를 모아, 인류와 자연의 상관관계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구의 궤도나 자전축이 흔들리는 사이클부터 지구 온도, 빙하기, 대륙의 이동이나 판의 움직임과 관련된 변화, 숲이나 호수가 장기간에 걸쳐 사라지는 극적인 변화 등 인류의 진화와 연관이 있을 만한 ‘방아쇠’의 개수를 세고 있다. 포츠 박사는 “이들 방아쇠는 인류의 진화에서 인류만의 독특성을 발달시키도록 압박하는 역할을 했다.”면서 “갑자기 추워지거나 더워지는 등의 기후 변화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극한 상황을 마주하면 지구상의 ‘종’은 세 가지 중의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멸종하거나, 적합한 범위 내로 서식지를 옮기거나, 환경에 적합하도록 아예 진화하는 것이다. 인간은 뒤의 두 가지를 모두 할 수 있다. 인간은 진화의 과정에서 수많은 선택지를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인류는 600만년 전 똑바로 서서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인류는 최소한 300만~400만년 이상 나무를 자유자재로 오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어느 순간 좀 더 잘 걷게 되는 대신 나무를 오르는 능력을 버린 셈이다. 포츠는 “석기나 불의 사용 등 기술의 발전은 진화의 방향에 더 많은 선택지를 줬고, 이 과정에서 급속도로 진화하기 시작한 뇌 용량이 다른 생물종에서 찾아볼 수 없는 유연한 진화를 가능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연성이 인류의 생존을 보장해 준 것은 아니다. 현재의 인류는 수많은 인류의 조상 중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특별한 종족이다. 1959년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발견한 화석 인류 진잔트로푸스보이세이(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일종)는 비슷한 시기의 다른 인류의 조상보다 강력한 치아구조를 갖고 있었지만 멸종했다. 치아를 무기로 사용할 수 있었는데도 말이다. 고인류학자들은 진잔트로푸스보이세이가 생존에 필요한 것보다 지나치게 강한 치아를 사용하느라 에너지 소모가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류 생존 위해 자연 파괴·자연과 멀어져 마지막 남은 인류종인 호모 사피엔스는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주변 상황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했을뿐더러 환경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추우면 불을 피우거나 옷을 만들어 입었고 나무를 베어 집을 만들었다. 포츠 박사는 “현재의 인류는 어떤 종보다 더 멀리 진화했고 스스로를 바꿀 능력도 갖고 있다.”면서 “그러나 생존을 위한 인류의 진화는 어느 순간부터 자연과 점점 멀어지며 자연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