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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민층 지지’ 탁신계 불안한 선두… 군부 연장 가능성도

    과반 의석 못 넘고 ‘연립여당’ 구성될 듯 군인총리 가능성… BBC “혼합민주주의” 태국이 24일 총선을 치른다. 아세안 대표국가의 하나인 태국 총선의 궁금증을 Q&A로 살펴봤다. -8년 만에야 총선이 치러지는 이유는. “2014년 5월 쿠데타 이후 군부 정권이 선거를 미뤄 왔다. 군부 집권 5년 만이고 2011년 7월 총선 이후 8년 만이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선거 중심에 있다는 말은 왜 나오나. “해외 망명 중이지만, 그의 영향력과 인기는 여전하다. 치앙마이 등 북부지역 기반에다 농민·도시 근로자 등 서민 계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한 푸어타이당과 군부 인사들이 만든 팔랑쁘라차랏당의 첨예한 대립은 양극화 속에서 ‘계층과 지역으로 갈라진 태국’을 상징한다.” -탁신의 푸어타이당 집권 등 정권교체 가능한가. “탁신계 정당들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근소한 차이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어느 당도 과반 의석을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연립 여당 구성이 예상된다. 보수 색채의 민주당, 젊은 기업인이 창당한 퓨처포워드당이 선거 이후 어떤 선택(연립 구성)을 할지가 관건이다.” -마하 와치라롱꼰 국왕의 역할은. “2016년 10월 서거한 푸미폰 아둔야뎃 전 국왕을 계승한 그의 역할은 아직 미지수이다. 입헌군주제이지만 푸미폰 국왕은 정치적 막후 조정자 역할을 하며 ‘정치 안정판’ 역할을 했다. 왕실은 군부, 엘리트 관료, 기업인, 도시민 등에 친화적이다. 현 국왕은 탁신과도 친분 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선거가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나. “휴먼라이트워치는 지난 19일 언론·집회·결사 자유를 제약하는 억압적인 법률, 언론 검열, 독립성 없는 선거위원회 등과 함께 상원(250석) 전원을 군정이 낙점하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의원내각제면서도 의원이 아니더라도 총리가 될 수 있다. 군인 총리의 길을 열어 놓은 셈이다. BBC는 이를 ‘혼합(하이브리드) 민주주의’라고 비꼬았다.” -군부는 태국 민주화의 암적 존재인가. “1932년 입헌군주제 이후 19차례 쿠데타를 일으켰다. 군부는 왕실과 함께 근대화와 국가안정을 이뤄 낸 국가의 수호자라고 자부한다. 지지자들은 태국의 쿠데타는 사회·정치적 갈등을 푸는 태국식 민주주의의 한 방법이라고 강변한다.” -한국 정부의 신남방정책에서 태국의 위치는. “인도네시아에 이은 동남아 제2경제체로서 아세안 전자산업의 중심지이자 물류·교통 등 동남아 내륙의 중심국이다. 한국의 동남아 진출과 한류 확대의 교두보 역할을 해 왔다. 소비시장은 동남아의 시험대 역할을 한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호호바오일 “방탄소년단 정국이 써서 유명해져..아토피도 잡는다”

    호호바오일 “방탄소년단 정국이 써서 유명해져..아토피도 잡는다”

    ‘그녀들의 여유만만’ 호호바 오일이 소개돼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21일 방송된 KBS ‘그녀들의 여유만만’에서는 ‘봄맞이 피부 꿀팁-예민한 아이 피부 관리법’이라는 주제로 꾸며졌다. 이날 김보미 아나운서는 “아이가 아토피 못지 않게 피부가 건조하고 갈라져 있어서 고민이다”고 밝혔다. 이에 천연살림 전문가 김나나 씨는 “저도 둘째 아이가 아토피성 피부염이 심했다. 생후 1개월부터 얼굴이 갈라지고 진물까지 나왔다. 그리고 데리고 나가면 화상입었냐고 할 정도로 굉장히 심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사실 제가 쓰고 너무 좋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방탄소년단 정국이 써서 엄청 유명해졌다”면서 호호바오일을 소개했다. 그는 “호호바오일은 노란색깔의 기름인데 이게 가려움증과 건조증, 그리고 각질을 잠재우는 데도 정말 효과적이다”고 전했다. 조수빈 아나운서는 “호호바 오일의 호호바가 뭐예요?”라고 물었고 김나나 씨는 “아메리카 지역에서 자생하는 식물이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피부가 상처가 났을 때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여섯 번째로 로체 남벽에, 홍성택 대장 “세계 초등 꼭 성공하고 돌아와야죠”

    여섯 번째로 로체 남벽에, 홍성택 대장 “세계 초등 꼭 성공하고 돌아와야죠”

    “이번이 여섯 번째죠? 이번에는 정말로 성공하셔야 합니다. 홍 대장에게 꼭 말씀 전해주세요.” 세상에서 네 번째로 높은 히말라야 로체(해발 고도 8516m)의 남벽은 높이만 3300m에 이르러 아직까지 이 벽을 기어올라 정상을 발 아래 둔 인류가 없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길에 일정 포인트에서 갈라져 두 봉우리를 한번의 원정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밟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남벽을 오른 이는 아무도 없었다. 세계 산악계가 마지막으로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공식 탐험가로 지금까지 다섯 차례 실패한 홍성택(53) 대장이 이끄는 2019 로체남벽 원정대가 5월 중순쯤 정상 등정에 도전할 계획으로 오는 25일 네팔 카트만두를 향해 떠난다. 로체 남벽은 5200m의 베이스캠프부터 정상까지 3300m의 직벽을 올라야 한다. 평균 경사 60도 이상이며 스노 샤워(가벼운 눈사태)가 끊임없이 쏟아지며, 희박한 산소, 변덕스러운 기상 등으로 산악인의 전설 라인홀트 메스너가 두 차례 실패한 뒤 “21세기에나 오를 산”이라며 발걸음을 돌렸던 일화로 유명하다. 폴란드 출신의 또다른 레전드 예지 쿠쿠츠카가 1989년 운명을 달리한 곳으로도 악명 높다. 1990년 체코슬로바키아 산악인 토모 체젠이 솔로 완등을 주장했다가 거짓으로 판명됐고, 같은 해 10월 러시아 팀이 등정했다고 주장했으나 정상에서의 사진을 제시하지 못했다. 홍성택 대장은 1999년을 시작으로 2007년, 2014년, 2015년, 2017년까지 다섯 차례 등정했으나 번번이 좌절했다. 2년 전에는 8300m 지점까지 올랐으나 정상을 눈앞에 두고 발걸음을 돌렸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2007년 두 번째 도전 때 로체 앞 갈림길에서 했던 고(故) 박영석 대장과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각별한 집념을 키우는 것도 이채롭다.이번 원정대는 홍 대장의 다섯 차례 원정과 달리 중국과 스페인, 콜롬비아, 코소보 등 여러 국적의 대원들로 꾸려졌다. 부대장을 맡은 호르헤 에고체아가(스페인)는 2년 전 원정대에 함께 한 뒤 히말라야 14좌 무산소 완등을 마치고 홍 대장을 돕기 위해 합류했다. 허징(중국)과 우타 아브라힘(코소보) 등 떠오르는 여성 산악인들이 함께 하는 점도 색다르다. 홍성택 대장은 “완전한 성공이란 모두 다치지 않고 무사히 정상에 갔다 내려오는 것이다. 정상 등정에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안전하게 등반하는지에 의미를 두고 있다”며 “많은 이들이 타인과 경쟁하며 사는 것을 도전이라고 생각하는데 진정한 의미의 도전이 아니며, 많은 경우 정신을 피로하게 하며 불행에 빠지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이들은 왜 다시 가느냐고 묻는데, 산악인으로서 이 벽을 깨끗하게 완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기에 완수하기 위해 가는 것이다. 여섯 번째 도전에서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번 원정은 텔로미어 연장 기술 특허를 바탕으로 생명 연장과 노화 방지에 도전하는 디파이타임 홀딩스(대표 조나단 그린우드)가 후원하며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원정의 모든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방영할 계획이며 중국의 영화 촬영팀이 극장용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을 위해 함께 한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터키 이민 3세 외질 결혼식에 에르도안 참석 요청, 獨사회 다시 갈라놓다

    터키 이민 3세 외질 결혼식에 에르도안 참석 요청, 獨사회 다시 갈라놓다

    독일 축구대표팀의 에이스였다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계륵 신세였던 메주트 외질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자신의 결혼식에 초대했다. 지난해 독재자 이미지가 강한 에르도안 대통령과 만나 여론의 질타를 받은 데 이어, 인종차별 문제 등을 제기하며 대표팀 은퇴를 발표해 논란의 주인공이 됐는데 또다시 독일 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독일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지 반년이 흘렀고, 독일에 살지도 않는데 외질이 여전히 독일 사회를 갈라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질은 오는 여름 미스 터키 출신의 모델 아미네 굴스와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데 지난주 터키 이스탄불 공항에서 약혼녀와 함께 에르도안 대통령을 만나 하객으로 참석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최근 빌트를 비롯해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헬게 브라운 연방정부 총리실장은 외질이 대중에게 호된 비판을 받았는데도 이런 움직임을 보인 것은 슬픈 소식이라고 지적했다고 AFP 통신 등이 18일 보도했다. 브라운 총리실장은 “일련의 일들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축구 팬을 실망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한 뒤 “우리 사회에서 축구 선수는 장관보다도 더 중요하게 사람들의 동질감을 느끼는 상징적인 존재”라며 “외질은 독일에서 터키 출신 젊은이들의 본보기”라고 말했다. 터키계 정치인으로 녹색당 대표를 지낸 쳄 외츠데미어 의원은 전날 “외질은 많은 이들이 우러러보는 세계적인 스타”라며 “결혼식은 개인적인 일이며 누구나 초청할 수 있지만, 터키에서 인권 유린을 일삼은 에르도안 대통령을 초청하는 게 적절했는지 스스로 되물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 소속의 외질은 지난해 러시아월드컵 개막을 한달 앞두고 같은 터키계인 일카이 귄도안(맨체스터 시티) 등과 함께 에르도안 대통령을 만나 소속팀 유니폼을 전달하고 사진촬영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을 독재자로 여기는 정서가 많은 데다 터키 당국이 독일 기자 등을 잇따라 구금하면서 두 나라 관계가 악화된 영향이었다. 외질은 월드컵에서 독일이 16강에 오르지 못하자 부진한 플레이로 여론 사냥의 표적이 됐다. 그러자 외질은 이민자 및 인종 차별을 거론하며 자신이 희생양이 됐다면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주급 35만 파운드(약 5억 2600만원)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첫 손 꼽히는 대우를 받는 외질은 아르센 벵거 감독에 이어 지휘봉을 쥔 우나이 에메리 감독 밑에서 주전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다만,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 스타드 렌(프랑스)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16강 2차전에는 주전으로 뛰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동영상] 키프로스 분단 45년, 남북 주민들이 한데 어울려 게임하는 이곳은?

    [동영상] 키프로스 분단 45년, 남북 주민들이 한데 어울려 게임하는 이곳은?

    우리도 키프로스처럼 비무장지대 안의 마을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북한 주민과 바둑이나 장기를 둘 수 있을까? 예멘, 남북한과 함께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는 지중해의 섬나라 키프로스는 1974년 전쟁 이후 분단돼 45년 가까이 갈라져 지내고 있다. 담장에는 전기 철조망이 처져 사람들의 접근을 막는다. 하지만 그리스계 주민들이 주로 사는 남키프로스와 터키계 주민들이 사는 북키프로스로 갈라선 이곳에서 사람들은 담장의 존재에 아랑곳하지 않고 버퍼존(완충지대)를 드나들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영국 BBC 월드 핵스(World Hacks)가 소개했다. 알림 시디크 유엔 대변인은 “이 나라의 역사부터 깨닫는 게 중요하다. 그리스계 주민이나 터키 주민이나 어렸을 적부터 함께 자라난 이들이다. 그런데 어느날 정치적 분란이 싹터 결국 전쟁까지 치렀다. 그리고 이제 전쟁 이후 태어난 세대들은 상대를 모른 채 자라났다”고 폐가가 된 이곳을 일종의 커뮤니티 센터로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완충지대는 2003년에 처음 등장했다. 터키계 키프로스 쪽 비무장지대 안에 조그만 골목을 ‘협력의 집’으로 명명했다. 별다른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그저 어느 동네 뒷골목처럼 소소한 일상이 진행된다. 가끔 사람들이 와서 체스를 두거나 보드 게임을 한다. 또 문화와 예술 활동을 하는 곳이다. 이렇게 뭔가를 함께 하며 열중하면 서로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열리게 된다. 이곳 완충지대에 들어오려면 각자의 검문소를 통과하며 스탬프만 받아오면 된다. 더 친해지면 이웃 나라로 건너가기 위해 절차를 밟아 입국 허가를 받으면 그만이다. 북키프로스에서 진행되는 태극권 수업에 참가하려고 국경을 건너는 남키프로스인들도 있다. 시디크 대변인은 “결국 통일은 정치인들 사이에서가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서로 친해져 벽을 무너뜨릴 때 진정한 통일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분단의 조건이나 통일의 여건, 주변 정세 등 모든 면에게 키프로스와 한반도는 다를 것이다. 부러워하는 데만 그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 솔직히 부럽기만 하고, 왜 우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에 또다시 살얼음판과 같은 한반도 정세를 보며 깊은 좌절을 맛봐야 하는지 갑갑하고 막막할 따름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부부싸움/김막동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부부싸움/김막동

    부부싸움 / 김막동 첫 애기 낳고 칠월백중에 놀았소 비석 치고 편을 갈라 갖고 금성댁네 집에서 여자 남자 쳤든가 몰라 남자하고 비석 쳤다고 남편이 뭐라 하네 오늘 저녁에 뭐라 하고 내일도 뭐라 해서 공동산 몬당에 죽어 블라고 갔네 긴그라 먹고 단것 먹으면 죽은단께 갔더니 뒤를 밟았는 갑써 목구멍에 피가 넘어오게 파내네 보둠고 파낸께 그 와중에도 왜 부끄란가 몰라 동네 탄금양반이 지나가네 섬진강 자락 곡성 산골 마을에 사는 할머니들이 한글을 깨우치고 평생 처음 시를 썼다. 그 시들이 ‘시집살이 詩집살이’라는 시집으로 나왔다. 백중날 젊은 아낙은 동네 남정들과 어울려 비석치기를 했다. 그 모습을 본 남편이 계속 궁시렁거렸고 시달린 아낙은 죽으려고 공동묘지 언덕에 올라 농약을 마신다. 남편이 쫓아와 목구멍을 파내는데 보듬고 파내니 참 부끄러웠다. 동네 탄금양반이 지나가며 보니 이 일을 어쩌남. 인간 본성의 정직함과 순수함이 그대로 드러난 시. 사이비 수사와 진정성 없는 언어유희로 범벅이 된 오늘의 우리 시가 이 시 앞에서 참 부끄럽다. 곽재구 시인
  • [자치광장] 신구 도시철도 상생 첫발 내디딘 서울/고홍석 서울시 도시교통실장

    [자치광장] 신구 도시철도 상생 첫발 내디딘 서울/고홍석 서울시 도시교통실장

    서울시가 향후 10년간의 도시철도망 구축 계획안을 발표했다. 강북횡단선을 포함한 10개 노선 계획이 담겼다. 본 노선안을 통해 기대되는 도시철도 서비스 신규 수혜자는 40만명 규모다. 노선 신설로 지하철역까지 10분 안에 도달할 수 있는 이용자를 늘리겠다는 것. 이번 서울시 철도망 계획엔 노선 신설만큼이나 중요한 설계 원칙이 또 있다. 바로 도시철도의 ‘급행화·직결화’다. 서울시는 서부선, 강북횡단선 등 신규 노선에 급행 기능을 고려해 계획을 수립했다. 아직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두 노선은 비용을 조금 추가하면 완행뿐 아니라 급행열차도 운영이 가능하다. 시민들의 급행 선호도는 이미 9호선을 통해 여실히 확인된 바 있다. 기존 4호선을 개량해 급행열차를 추진하는 계획도 담았다. 지방자치단체 단위 철도망계획으론 첫 시도다. 과거 철도망 계획은 노선 신설만 다뤘다. 노선 개량과 개선 계획을 담을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2014년 국토교통부 지침 개정으로, 서울시 도시철도 사업 청사진엔 기존선 개량 계획을 포함할 수 있게 됐다. 본 계획엔 5호선 직결화도 포함됐다. 현재 5호선은 방화부터 상일동행과 마천행 열차를 운영 중이다. 강동역을 지나 Y자로 갈라지는 길동역과 둔촌동역을 연결하면 방화~상일동, 방화~마천을 운행하는 열차 외에 사이사이로 상일동~마천을 운행하는 새로운 노선이 생기는 것이다. 공사 중인 5호선 하남연장선이 완공되면 미사까지도 연결이 가능하다. 저비용 고효율의 대표 사례다. 이런 점에서 노선 신설만을 다뤘던 과거에 비해 이번 서울시 계획은 진일보한 완성형 도시철도망 구축 단계로 볼 수 있다. 이는 과거에 비해 높아진 기술력이 뒷받침된 결과이기도 하다. 물론 보다 세부적인 기술 검토가 필요한 관계로 서울시는 이번 철도망 계획이 국토부 승인을 얻으면 별도 용역을 통해 보다 면밀한 기술 검토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미 10개 노선을 운영 중인 서울시로선 앞으로도 기존 지하철 고도화나 개량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을 뒷받침해 줄 중앙정부 지원도 적극 요청할 예정이다. 이번 제2차 도시철도망구축계획이 앞으로 신구 도시철도가 상생하는 방향을 결정할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 판단한다.
  • 경찰 출석 승리·정준영 “죄송”… 檢, 버닝썬 사건 직접 수사 가능성

    경찰 출석 승리·정준영 “죄송”… 檢, 버닝썬 사건 직접 수사 가능성

    경찰, 정준영 마약 검사… “영장신청 검토” 승리, 성접대 혐의 인정 여부 묻자 “사죄” ‘몰카 공유 발뺌’ 용준형, 경찰 조사서 시인 씨엔블루 멤버 이종현 ‘영상 공유’ 드러나 박상기 법무장관 “서울중앙지검으로 배당” 민갑룡 청장 “경찰 명운 걸고 철저히 수사”‘게이트급’으로 커져버린 버닝썬 사건이 연예계를 덮쳤다. 한류 스타로 과분한 인기를 누렸던 전 빅뱅 멤버 승리(29·본명 이승현)와 가수 정준영(30), 그룹 하이라이트의 멤버 용준형(30) 등이 피의자나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크게 놀란 소속사들은 급히 이들 연예인을 퇴출시켰지만 실망한 팬들을 달래긴 부족했다. 연예인들을 부른 경찰도 좌불안석이긴 마찬가지다. 유흥업소, 연예인 등과 유착해 이들의 잘못을 덮어줬다는 의혹을 받기에 조직의 명운을 걸고 수사해야 할 처지다.유명 연예인 등의 불법 촬영, 성접대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4일 피의자들을 잇달아 불러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우선 여성과의 성관계 영상을 몰래 찍어 카카오톡 등을 통해 돌려본 정준영은 이날 오전 서울경찰청에 모습을 드러냈다. 200여명의 취재진 앞에 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정말 죄송하다.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각종 논란거리가 저장돼 ‘황금폰’으로 불리는 휴대전화 원본 제출과 약물 사용, 경찰과의 유착 여부 등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경찰은 정준영이 올린 영상이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촬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몰카 피해자는 1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사에서는 해당 영상이 촬영·유포된 경위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동영상 범죄의 심각성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약 검사를 위해 정준영의 소변과 모발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냈다. 정준영이 찍은 몰카를 본 그룹 하이라이트의 멤버 용준형(30)도 전날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2015년 말 정준영과의 1대1 대화방에서 불법 동영상을 찍은 사실을 알게 됐고, 공유받은 불법 동영상을 본 적이 있으며 부적절한 대화도 주고받았다”고 시인했다. 용준형은 SBS가 지난 11일 관련 내용을 보도하자 소속사 어라운드어스를 통해 “불법 영상 촬영 및 유포와 관련이 없으며 그 어떤 채팅방에도 있었던 적이 없다”며 발뺌했다. 소속사 측은 이날 “용준형이 오늘자로 하이라이트를 탈퇴한다”고 밝혔다. 또 자신의 음주운전 적발 사실을 숨기려고 경찰에 청탁한 의혹을 받는 FT아일랜드의 최종훈도 이날 그룹을 탈퇴했다. 또 다른 아이돌 멤버가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성관계 영상을 받아봤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14일 SBS에 따르면 밴드 씨엔블루 멤버 이종현(29)도 정준영의 성관계 몰카 동영상을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SBS가 공개한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이종현이 “빨리 여자 좀 넘겨요. O같은 X들로”라고 말하고 정준영은 “누구 줄까”라고 답하는 등 여성을 물건 취급하는 대화 내용이 담겼다.버닝썬 사태의 핵심 인물인 가수 승리도 이날 오후 서울경찰청에 출석했다. 그는 2015년 12월 외국인 투자자를 성접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승리는 ‘성접대 혐의에 대해 여전히 부인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국민 여러분과 주변에서 상처받고 피해받은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명확한 답을 피했다. 승리와 성접대를 모의한 혐의를 받는 유리홀딩스의 유모(34) 대표도 이날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버닝썬 의혹’의 한 축인 경찰 유착 관련 증거자료를 받은 뒤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검찰청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승리 성접대 알선 의혹 등 버닝썬과 관련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다. 권익위는 지난 11일 버닝썬과 경찰 유착 의혹에 대한 ‘부패 행위’, 승리와 정준영의 의혹 관련 ‘공익 침해 행위’ 등 2건에 대해 수사를 해 달라며 검찰에 관련 자료를 전달했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공익·부패 신고 내용에) 경찰 유착 관계, 부실수사, 동영상 유포, 성범죄 관련 내용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사건이 여러 의혹으로 갈라져 있는 만큼 가장 효과적인 수사 방법을 찾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일단 배당은 서울중앙지검으로 했는데 직접 수사할지, 경찰 수사를 지휘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검 관계자는 “직접 수사하더라도 경찰이 (현재 진행 중인) 관련 사건 수사 내용을 송치받은 뒤 수사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유착 의혹과 관련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조치하고 내용을 국민께 알리겠다”면서 “경찰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수사해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연예계 덮친 ‘버닝썬 사건’…검찰, 직접 수사 가능성

    연예계 덮친 ‘버닝썬 사건’…검찰, 직접 수사 가능성

    경찰, 정준영 마약 검사...“영장신청 검토”승리, 성접대 혐의 인정 여부 묻자 “사죄”‘물카 공유 발뺌’ 용준형, 경찰 조사서 시인박상기 법무장관 “서울중앙지검으로 배당”민갑룡 청장 “경찰 명운 걸고 철저히 수사”‘게이트급’으로 커져버린 버닝썬 사건이 연예계를 덮쳤다. 한류 스타로 과분한 인기를 누렸던 전 빅뱅 멤버 승리(29·본명 이승현)와 가수 정준영(30), 그룹 하이라이트의 멤버 용준형(30) 등이 피의자나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놀란 소속사들은 이 연예인들을 급히 퇴출시켰지만 실망한 팬들을 달래긴 부족했다. 연예인들을 부른 경찰도 좌불안석이긴 마찬가지다. 유흥업소, 연예인 등과 유착해 이들의 잘못을 덮어 줬다는 의혹을 받기에 조직 명운을 걸고 수사해야 할 처지다. ●정준영·승리·유모씨, 경찰 출석 “죄송하다” 유명 연예인 등의 불법 촬영, 성접대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4일 피의자들을 잇달아 불러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우선 여성과의 성관계 영상을 몰래 찍어 카카오톡 등을 통해 돌려본 정준영은 이날 오전 서울경찰청에 모습을 드러냈다. 200여명의 취재진 앞에 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정말 죄송하다.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각종 논란거리가 저장돼 ‘황금폰’으로 불리는 휴대전화 원본 제출과 약물 사용, 경찰과의 유착 여부 등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경찰은 정준영이 올린 영상이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촬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몰카 피해자는 1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사에서는 해당 영상이 촬영·유포된 경위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동영상 범죄의 심각성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마약 검사를 위해 이날 정준영의 소변과 모발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냈다.정준영이 찍은 몰카를 본 그룹 하이라이트의 멤버 용준형(30)도 전날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2015년 말 정준영과의 1대1 대화방에서 불법 동영상을 찍은 사실을 알게 됐고, 공유받은 불법 동영상을 본 적이 있으며 부적절한 대화도 주고받았다”고 시인했다. 용준형은 SBS가 지난 11일 관련 내용을 보도하자 소속사 어라운드어스를 통해 “불법 영상 촬영 및 유포와 관련이 없으며 그 어떤 채팅방에도 있었던 적이 없다”며 발뺌했다. 소속사 측은 이날 “용준형이 오늘자로 하이라이트를 탈퇴한다”고 밝혔다. 또 자신의 음주운전 적발 사실을 숨기려고 경찰에 청탁한 의혹을 받는 FT아일랜드의 최종훈도 이날 그룹을 탈퇴했다. 버닝썬 사태의 핵심 인물인 가수 승리도 이날 오후 서울경찰청에 출석했다. 그는 2015년 12월 외국인 투자자를 성접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승리는 ‘성접대 혐의에 대해 여전히 부인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국민 여러분과 주변에서 상처받고 피해받은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명확한 답을 피했다. 승리와 성접대를 모의한 혐의를 받는 유리홀딩스의 유모(34) 대표도 이날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檢, 경찰 유착 의혹 직접 수사 가능성 검찰은 ‘버닝썬 의혹’의 한 축인 경찰 유착 관련 증거자료를 받은 뒤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급히 수사에 착수하지는 않지만 수사 방향을 저울질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승리 성접대 알선 의혹 등 버닝썬과 관련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다. 권익위는 지난 11일 버닝썬과 경찰 유착 의혹에 대한 ‘부패 행위’, 승리와 정준영의 의혹 관련 ‘공익 침해 행위’ 등 2건에 대해 수사를 해 달라며 검찰에 관련 자료를 전달했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공익·부패 신고 내용에) 경찰 유착 관계, 부실수사, 동영상 유포, 성범죄 관련 내용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사건이 여러 의혹으로 갈라져 있는 만큼 가장 효과적인 수사 방법을 찾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일단 배당은 서울중앙지검으로 했는데 직접 수사할지, 경찰 수사를 지휘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검 관계자는 “직접 수사하더라도 경찰이 (현재 진행 중인) 관련 사건 수사 내용을 송치받은 뒤 수사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유착 의혹과 관련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조치하고 내용을 국민께 알리겠다”면서 “경찰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수사해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현대판 모세의 기적’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 21일부터 열려

    ‘현대판 모세의 기적’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 21일부터 열려

    현대판 모세의 기적으로 불리는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가 오는 21일부터 4일동안 열린다. 진도군 고군면 회동리와 의신면 모도리 사이의 바다는 조수 간만의 차로 2.8㎞에 걸쳐 폭 40여m가 1시간 동안 갈라지는 신비로운 자연 현상이 펼쳐진다. 진도 신비의 바닷길은 작은 전설로 시작됐다. 회동마을에 큰 호랑이가 나타나 주민들은 모두 모도로 피신하고 뽕할머니 혼자 마을에 남겨졌다. 가족이 몹시 보고 싶었던 뽕할머니가 용왕님께 간절히 빌고 또 빌자 바닷길이 활짝 열렸다는 내용이다. 매년 4월이면 회동마을 사람들은 바람의 신(영등신)에게 한 해의 풍요를 비는 영등제와 함께 뽕할머니를 기리는 제사를 지냈다. 1975년 주한 프랑스 대사를 통해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마을 주민끼리 치르던 연례행사는 1978년부터 성대한 행사로 거듭났다. 올해 41회째로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6년 연속 대한민국 최우수로 축제로 선정됐다. 1978년 일본의 NHK가 ‘세계 10대 기적’ 중 하나로 소개하기도 했다. 지금도 매년 ‘신비의 바닷길 축제’가 열릴 때면 전 세계에서 취재진과 관광객이 몰려든다. 올해는 3월 21일(오후 6시), 22일(오후 6시40분), 23일(오전 6시50분, 오후 7시 10분)에 바닷길이 갈라지는 현상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신비의 바닷길 걷기이다. 바닷길이 드러나는 한 시간여 동안 흥겨운 풍악에 맞춰 바닷속을 걷다가 개펄에 드러난 조개·낙지·소라·전복 등을 줍는 재미도 쏠쏠하다. 국내 유일의 민속문화예술특구인 진도군에 걸맞게 슬픔을 신명으로 승화시킨 뽕할머니 제례를 시작으로 다양한 공연도 열린다. 진도 씻김굿, 상여놀이, 상주를 위로하는 진도 전통 가무악극 ‘다시래기’ 등 20종의 무형문화재공연 등을 만날수 있다. 진도 토종견으로 천연기념물 제53호로 지정된 진도개 경주와 묘기, 신비의 해수 족욕 체험, 뽕할머니 소망 기념품 만들기 등도 마련됐다. 군 관계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바닷길이 열리는 축제 공간에 독특한 민속·문화예술을 접목시켰다”며 “번뜩이는 70여개 프로그램들로 전 세계인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축제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진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서울광장] ‘밥’보다 주먹, 김경수 구하기/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밥’보다 주먹, 김경수 구하기/황수정 논설위원

    박근혜 사면론이 나온다. 천하의 명의(名醫) 화타와 편작을 모셔와도 못 살릴 줄 알았다. 전당대회에서 탄핵 정당성을 따질 때만도 자유한국당은 “덜 맞았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런 당의 수뇌부가 이제 대놓고 “사면” 운운한다. 누울 자리 보고 다리를 뻗는다. 지리멸렬에 퇴행으로 맷집 하나는 두둑한 한국당이다. 탄핵 2년 만에 겁없이 금기어를 봉인 해제한 배짱에는 근거가 보인다. 그들에게는 비빌 언덕이 있다. 청와대와 집권당의 ‘따로 또 같이’ 자책골 퍼레이드다. 청와대와 여당이 무슨 계산을 어찌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 ‘김경수 파동’이다. 드루킹 댓글 사건으로 법정 구속된 김 경남지사는 항소심에서 보석을 청구했다. 이를 놓고 여야는 또 드잡이를 한다. 도정(道政)을 위해서건, 개인 사유에서건 보석 신청은 김 지사의 자유다. 문제는 하나뿐인 집권당이 어째서 경남지사 한 사람의 전위부대를 이토록 과감하고 맹렬하게 자처하는가 하는 대목이다. 김 지사의 보석 신청 날짜를 맨 먼저 알려 준 것은 경남도청이 아니다. 이해찬 대표다. 1심 유죄 판결이 나자마자 당 지도부는 열일 제쳐 놓고 경남도청으로 내려가 궐기대회를 해 줬다. 전무후무할 집권당 차원의 판결문 분석 간담회도 보여 줬다. 2심 재판에서 불붙은 김경수 논쟁은 법치의 근간을 바닥까지 짓뭉개고 있다. 국민소득 3만 달러의 법률국가에서 일어날 유형의 일이라고 믿기 어렵다. 이쪽에서는 “2심 재판장도 적폐라서 (김 지사에게) 유죄 판결을 또 내릴 것”이라고 한다. 저쪽에서는 “주심 판사가 좌파여서 이번에는 무죄일 것”이라고 한다. 온 국민이 판사가 됐다. 양쪽 다 자신들 뜻과 다른 판결이 나오면 불복운동을 하겠다고 부르르 떨고 있다. 엎친 데 덮쳤다. 대법원은 김 지사를 1심에서 유죄 판결한 성창호 판사를 재판 업무에서 배제했다. 성 판사가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됐기 때문이라는데, ‘국민 판사’들은 다시 해석이 분분하다. 김 지사를 최종 판결까지 도정에서 배제하지 않아야 하는 논리라면 성 판사의 인사 조치도 부당하다는 시중 반박이 기다렸다는 듯 드세다. 이러니 민간의 소소한 재판정들은 어떻겠나. “저 판사도 고무줄 판사” 소리가 예사로 나온다. 법보다 주먹이 한참 가까워졌다. 국민을 편 갈라 무법천지 미개 시민으로 내모는 이 싸움판은 대체 근원이 뭔가. 김 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아픈 손가락, 차기 대선 주자라는 이유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상황이다. 정권 창출의 정당성이 근본적으로 훼손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는 것도 이쯤 되면 배부른 이유다. 왜 아닌가. 적폐 판사들을 추려낸 것 말고 사법부 개혁은 구성원들의 ‘공수’만 바뀐 모양새다. 대법원 판결쯤은 손바닥 뒤집히듯 한다. 민생 현장의 법 인식은 너덜너덜 고무줄이다. 조국 민정수석이 사법개혁의 화룡점정으로 밀어붙이는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로 불똥은 튄다. 쌍수 들어 환영했던 사람들이 과연 공수처가 순기능을 할지 회의를 품기 시작했다. 도 넘은 사법부 흔들기 속에 시작도 하기 전에 김이 새는 것이다. 이 치명상들과 맞바꾸는 김 지사 구하기는 그렇다면 넘치는 ‘경남 사랑’인가. 낯 간지러운 말은 하지도 말자. 지방이 전부 나쁜 상황들이지만, 창원 지역은 특히나 쑥대밭이다. 다음달 보궐선거 격전이 벌어질 창원은 정부의 주요 정책에 직격탄을 연발로 맞아 거의 뇌사 상태다. 국내 최대 민간 원전업체인 두산중공업과 협력사만 300여곳이 몰려 있다. 탈원전 정책에 비명이 나지 않을 재간이 없다. 어제 만난 사람한테서는 “줄도산에 생산 부품들이 야적장에서 고철 더미로 직행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서울 집값 잡겠다는 부동산 대책에 집값은 집값대로 어느 도시보다 고약하게 내려앉았다. 내일 당장 정책들이 뒤집히면 모를까, 김 지사 한 사람이 돌아간다고 해결될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김경수 철도’(남부내륙고속철도)가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았을 때 이런 유행어가 돌았다고 한다. “김 지사, 철도는 잘 쓸꾸마.” 편치 않은 민심의 압축판 아니겠나. 눈치가 있으면 절에서 젓갈을 얻어 먹는다. 집권당이 ‘김경수의 경남’이 진심 걱정된다면 도청에 우 몰려갈 일이 아니다. 계급장 떼고 민생 현장을 반나절만 잠행이라도 하는 게 순서다. 실익 없는 무법천지를 원하는 민심은 없다. 힘 가진 쪽이 제 마음 편하자고 민심을 어지럽히는 것은 오만이다. “이게 나라냐”가 “이건 나라냐”로 바뀌고 있다. 무서운 이야기다. sjh@seoul.co.kr
  • 상복으로 바뀐 웨딩드레스…무덤 앞에 선 신부의 사연

    상복으로 바뀐 웨딩드레스…무덤 앞에 선 신부의 사연

    결혼을 앞두고 허망하게 떠난 예비신랑의 무덤 앞에서 홀로 웨딩드레스를 차려입은 신부는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한 묘지 앞에 하얀 면사포를 쓴 여성이 슬픈 얼굴로 주저앉았다. AP통신은 12일 이 여성이 하루 전 결혼식을 치를 예정이었으며 묘지의 주인은 그녀의 약혼자라고 전했다. 테네시주 채터누가에 있는 테네시대학교에 다니는 사라 발루치(22)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남자친구 모하마드 샤리피(24)와의 결혼식을 앞두고 한껏 들떠 있었다. 이 커플을 아는 사람들은 이들이 세상 그 어느 누구보다 서로를 사랑했으며 죽음만이 이들의 사랑을 갈라놓을 수 있을 거라고들 했다. 사라 스스로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사랑이었다. 너무 완벽해서 현실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도 서로의 사랑을 확신한 이들은 지난 9일 결혼하기로 약속했었다.그러나 결혼을 3주 앞둔 어느날 모하마드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이들의 약속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모하마드는 지난 2월 19일 힉슨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총에 맞아 사망했다. 현지 경찰은 모하마드가 SNS를 통해 자신의 중고 엑스박스 게임기를 거래했고 당일 구매자와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섰다 변을 당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드마르쿠스 화이트(20)라는 남성을 모하마드 총격 살해 혐의로 체포했다.사라는 병원으로 옮겨진 모하마드를 가장 먼저 찾았지만 그는 이미 죽어 있었다. 그녀는 “모하마드의 입원실이 어디인지 물었지만 조회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곧 간호사가 내게 다가와 모하마드가 죽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모하마드의 사망 소식은 들은 사라는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말았다. 눈을 떴을 때 사라는 모든 게 꿈이길 바랐지만 모하마드는 싸늘한 주검이 되어 그녀를 맞이했다. 사라는 모하마드의 시신 앞에서 오열하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녀는 “모하마드의 시신 앞에서도 나는 그의 죽음이 믿기지 않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와 눈을 마주치고 사랑을 속삭였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그리고 일주일 후 스물두번째 생일을 맞은 그녀에게 죽기 전 모하마드가 준비한 생일 선물이 도착했다. 모하마드는 평소 사라가 가지고 싶어했던 시계를 준비했었다. 사라는 “모하마드의 선물을 보고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제 더이상 내 곁에 없는데 그의 사랑은 아직도 내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2주 후에는 사라의 꿈에도 찾아왔다. 사라는 “꿈에 나타난 모하마드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웃으며 내게로 와 나를 안아줄 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에게 괜찮은지 묻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면서 “꿈에서라도 그를 만나 행복하고 감사했다”고 말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모하마드와 사라의 결혼식날이 되었고 지난 10일 사라는 결혼식 때 입으려 했던 웨딩드레스를 입고 모하마드의 무덤을 찾았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신부가 될 예정이었던 그녀는 주례 앞이 아닌 무덤 앞에 웨딩드레스를 입고 주저앉아 먼저 간 남자친구를 애도했다. 구름 한점 없는 하늘 아래서 기도문을 낭송한 사라는 “우리는 어제 결혼하기로 했었다. 지금 내 옆에 모하마드가 없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오열했다. “당신이 너무 그립다”며 눈물을 흘리는 사라에게 다가간 그녀의 어머니 소냐는 조용히 딸의 면사포를 검은 베일로 바꿔 씌워주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죽음, 두렵지요 하지만 ‘끝’은 선택하고 싶어요

    죽음, 두렵지요 하지만 ‘끝’은 선택하고 싶어요

    모두에게 죽음은 두렵다. 인간은 죽음이 피할 수 없는 것이란 걸 깨닫고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종교가 생기고 철학이 발달한 이유다. 의료기술 발달로 수명이 늘어나자 또 다른 두려움도 생겼다. 병상에 누워 주렁주렁 의료기기를 달고, 고통과 고독 속에서 죽음을 맞아야 하는 공포다. 억지로라도 생명을 늘리려다 보니 존엄하지 않은 마지막 삶을 강요받는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서울신문은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는 암 환자 3명을 만났다.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 무엇이 가장 고통스럽고 두려운지를 물었다. 이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공포가 더 컸다. 그간 삶에서 숱한 선택을 스스로 해 왔듯이 죽음도 선택할 권리가 있는 게 아닌지 되물었다.■간암 투병 중인 73세 황정숙씨 2007년의 일이었다. 부엌에서 갈비탕을 끓이던 황정숙(73·여)씨는 갑자기 하혈을 하며 쓰러졌다. 동네 병원에선 “암인 것 같은데, 좀 애매하다고”만 했다. 대학병원에서 대장 기스트(GIST·희귀 암의 일종)라는 걸 알게 됐다. 영정사진을 찍으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 다행히 수술이 잘 끝났고, 건강을 회복한 듯했다.하지만 2015년 다시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암세포가 간으로 전이됐다. 간을 3분의1이나 잘라 냈다. 또 암세포가 번질지 모르니 항암제를 먹어야 한다고 했다. 항암제를 먹었던 8개월 황씨는 죽는 게 낫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고통에 시달렸다. 머리카락이 빠지고 얼굴이 퉁퉁 부었다. 손바닥은 갈라져 피가 났다. 하는 수 없이 장갑을 끼고 살았다. 급기야는 발바닥까지 망가져 걸을 수가 없었다. “설설 기어다녔어요…. 사는 게 아니었죠. 그런데 다른 환자가 그 약을 먹은 뒤에도 병이 심해져 결국 죽더군요. 그때 결심했죠. ‘먹지 말자’. 독한 약에 시달리며 지옥 같은 삶 살아서 뭐해요.” 황씨가 항암제를 끊은 지 벌써 3년이 됐다. 다행히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가끔 배가 아프긴 하다. 그래도 가족들에게 말하지 않는다. 병원에 가라고 하는 게 싫기 때문이다. 황씨는 병이 심해지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되더라도 항암제는 절대 먹지 않겠다고 했다. 진통제로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티다 삶을 마칠 생각이다. “물론 저도 죽음이 두려워요. 하지만 죽음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끝’도 결국 제 삶의 일부예요. 가족들과 즐겁게 살았던 때를 생각하며…, 내가 갈 때를 알고 준비도 하면서…, 잘못한 일 있으면 회개도 하고…. 그렇게 죽음을 맞이하는 게 약으로 연명하는 것보다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황씨는 얼마 전 14년간 키우던 개를 안락사시켰다. 자식 같이 키우던 개라 끝까지 돌보려 했지만 수의사가 안락사를 권했다. 수의사는 “개가 말기암 환자보다 고통이 심할 것”이라며 “안락사시키는 게 개를 위하는 길”이라고 했다. 황씨는 결국 펑펑 울며 승낙했다. “저도 주사 맞으며 자는 것처럼 편하게 가고 싶어요. 개도 안락사를 할 수 있는데 사람은 그럴 수 없는 현실이 참 아이러니해요.” 황씨는 처음엔 가명 인터뷰를 원했다. 하지만 실명으로 이야기하는 게 더 진심을 전할 수 있다고 하자 흔쾌히 응했다. “꼭 가족 품에서 임종을 맞고 싶은 건 아닙니다. 혼자 있는 곳에서 가도 상관없어요. 다만 제 죽음만큼은 제가 관리하고 싶어요. 병원에서 (안락사를) 끝내 허용해 주지 않으면, 스스로라도…. 나라가 제 삶의 질을 책임질 거 아니면 마감을 선택할 권리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25년 암과 싸우는 66세 정판배씨 “젊을 때는 죽음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데···눈앞에 닥치니 너무 두렵고 캄캄하더라고요. 몇 번이나 죽음의 문턱에 서 보니 죽음을 미리 준비하게 됐어요. 다음엔 좀더 의연하게 받아들일 겁니다. 임종 전 고통이 심한 환자에게는 안락사도 필요하다고 봐요.”지난달 19일 서울 서초구의 한 빌딩 관리사무소에서 만난 정판배(66)씨는 지난 25년간 암과의 전쟁을 치러 왔다. 1994년 마흔 한 살에 위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상상도 못했죠. 다들 죽는다고 했어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을 생각하니 세상이 무너지더라고요.” 당시 정씨는 육군 중령이었다. 정기 건강검진에서 암덩어리를 발견했다. 당시 위암은 국내 암 사망률 1위에 해당하는 무서운 병이었다. 위 전체를 절제해 식도와 소장을 연결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암은 이후에도 정씨 곁을 맴돌았다. 수술 5년 뒤엔 만성골수성 백혈병이, 그 뒤엔 대장암이 생겼다. “수시로 팔다리에 마비와 경련이 와요. 마비가 오면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서 손을 집어넣어요. 그래야만 풀리거든요.” 정씨 얼굴은 지나치게 창백하고, 늘 부어 있다. 손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피부와 뼈는 유리처럼 약해졌다. 뭔가와 스치기만 해도 상처가 나고 다친다. 언제 경련이 올지 몰라 응급처치를 위해 뿌리는 파스를 두 통씩 들고 다닌다. 10년 넘게 복용 중인 백혈병 치료제 부작용이다. 수술 후유증도 심각하다. 시시때때로 음식물과 담즙이 식도까지 올라오는 통에 정씨의 목은 항상 헐어 있다. 수술 후엔 한 번도 반듯하게 누워 본 적이 없다. “또다시 병이 찾아오면 치료를 하지 않고 편안한 임종을 맞을 겁니다. 항암 치료의 부작용과 고통 속에 사는 날을 하루하루 연장하는 건 이제 저에게 무의미해요. 어머니를 보내 드리며 결심이 더 확고해졌어요.” 지난해 어머니의 죽음은 정씨가 존엄한 죽음을 결심하는 큰 계기가 됐다. 당시 아흔 넷인 어머니는 노환으로 신체 기능이 떨어지고 면역력이 약해지면서 피부가 괴사했다. 다리가 썩어 들어갔지만 노모는 고통조차 제 입으로 표현하지 못했다. 매일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노모는 결국 고통 속에서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정씨는 담즘 역류를 완화해 주는 수술을 제안받았지만 거절했다. 그만 발버둥 치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결국 죽는 건 개인의 주관대로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봐요. 너무 고통스럽지 않게. 그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저 편안하게 눈을 감는 게 내가 꿈꾸는 마지막 소원입니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기스트 고위험 앓는 40세 이지연씨 “일상이 갈등의 연속이에요. 다시 병이 안 나려면 적당히 해야 하는데, 몸이 조금씩 좋아지니까 더 일하고…. 열심히 하다 보면 또 이러다 병나겠네, 하면서 조심하게 되고…. 아프지 않으면 하지 않았을 고민들을 항상 하게 돼요.” 지난달 16일 만난 기스트(희귀성 암의 일종) 고위험 환자인 이지연(40·여)씨는 “병이 언제 재발할지 모르기에 늘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면서 “그게 건강한 사람과 아파 본 사람의 차이”라며 입을 뗐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이씨는 매일 아침 6시에 나와 운동하고 출근할 정도로 부지런했고, 주말에는 승마, 골프, 보드 등 취미 생활을 하느라 쉴 틈이 없었다. 젊고 건강하다고 생각했지만 병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왔다. 2015년 초 갑작스레 쓰러져 실려 간 병원에서 기스트 진단을 받았다. 위에서 생긴 종양이 간으로 전이된 상태였다. 1년간 약물치료를 한 뒤 이듬해 위 전체와 간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극심한 고통은 정작 수술 이후 시작됐다. 1년 내내 구토와 설사가 반복됐다. 어지러워서 움직일 수도, 먹을 수도 없었다. “너무너무 아프니까 병원에 왜 창문이 없는지 알겠더라고요.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말을 이해했어요. 지켜보는 부모님이 안 계셨더라면 못 버텼을 거예요.” 1년여에 걸친 재활 끝에 건강을 다소 회복했지만 삶에 대한 생각은 크게 바뀌었다. 이씨는 “다음에 또 병이 재발하면 그땐 수술 대신 안락사를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미혼인 이씨가 걱정하는 건 단순히 돌봄이나 경제적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그는 “언젠가 가족이 없는 상태에서 제 의지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뜻에 따라 떠돌아다니고 싶지 않다”면서 “정신이 있을 때 제가 제 삶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락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락사를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고통이란 자체가 남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인데, 사회가 내 고통의 경중을 따지거나 판단한다는 게 좀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스위스행’도 생각 중이라고 했다. 그는 같은 병을 앓는 지인에게 ‘스위스에선 외국인 안락사가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서 외려 희망이 생겼다고 했다.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여러 가지가 있으면 좋겠어요. 전 여기 있으면 그냥 고통스럽게 죽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잖아요. 하지만 언제든 제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은 지금을 더 열심히 살 수 있는 동기가 됩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文대통령 사과 진심이라면 진상조사 후 강정 주민들 명예회복을”

    “文대통령 사과 진심이라면 진상조사 후 강정 주민들 명예회복을”

    대통령 특별사면 발표가 난 후 찾아간 제주 강정마을은 평화로워 보였다. 며칠째 오던 비가 그친 터라 서울과 달리 미세먼지 없는 하늘은 맑고 공기는 상쾌했다. 강정마을은 예전부터 ‘일강정(一江汀)’으로 불리며 제주에서 살기 좋은 곳으로 손꼽혔다. 강정마을에는 수량이 많기로 유명한 강정천이 흐르고 있어 쌀이 귀한 제주에서 강정 쌀을 최고로 쳐줬다고 한다. 지금은 마을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서로 교류하지 않는 곳으로 변했다. 평화로운 마을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10대조 때부터 이 마을에서 살아온 토박이 강동균(63)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주민회장을 지난 4일 만났다. 강 회장은 2007년 정부가 강정마을을 해군기지 부지로 발표할 때부터 10년 넘게 마을을 지키기 위해 싸워왔다. 그는 “강정마을 주민은 사면을 바란 적이 없다”며 최근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강정마을 주민 특별사면을 비판했다. 강 회장은 지난해 강정마을을 방문한 문 대통령의 사과가 진심이라면 진상조사를 통해 주민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군기지가 들어선 지 3년. 그는 해군기지가 보기 싫어서 바다 쪽으로 통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사면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왜 그런가요. “강정마을 주민들은 사면해달라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명예회복을 요구했죠. 2007년부터 시작된 강정마을 해군기지 유치와 건설 과정에서 정부, 해군, 제주도정 모두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우리는 불법, 편법에 항거해왔습니다. 그 과정에 육지 경찰까지 와서 인권 침해를 했죠. 이런 것에 대해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겁니다. 10년간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강정주민과 활동가 450여명이 사법처리됐고, 60여명이 수감됐고, 벌금이 4억원에 달합니다. 지금 재판 받는 사람도 200명이 넘어요. 그런데 그중 달랑 19명 사면했습니다. 가뜩이나 두 갈래, 세 갈래로 나뉘어진 마을 주민들을 또 싸움 붙여놓은 겁니다. 10년 갈등이 100년 갈등으로 이어질 판입니다. 저희 주민들은 신음하는데, 19명이라뇨. 물론 사면을 원하지도 않았지만 주민의 10%도 사면을 못 받은 겁니다. 사면증 받으라는 전화가 왔는데 거절했다는 주민도 있고요. 또 다른 갈등을 불러 일으키는 거죠.” 제주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해군기지 건설 반대 투쟁을 벌이다 사법처리된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한 특사를 두 차례 공식 요청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두 번째 특사였던 지난 3·1절 100주년 특사에서 강정마을 주민 19명이 포함됐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진상조사위원회가 조사를 하고 있는데요. “경찰에서 그거 조사한다고 몇 번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해군기지 갈등이 시작된 게 2007년이니까 12년 됐죠. 퇴직한 사람들이 많아요. 전직 경찰관에 대해 조사할 권한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조사 결과에 기속력도 없다고 하고요. 정부가 정하는, 대통령이 정하는 기구에서 진상조사를 해서 정부·해군·제주도정·경찰이 어떤 점을 잘못했는지 밝혀야 합니다. 문 대통령이 마을에 와서 유감 표명했지만 한 마디로 될 일이 아닙니다. ‘절차적 정당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지키지 못했다’고 대통령이 그랬잖아요. 그럼 잘못을 인정한 거잖아요. 어떤 잘못이 있었는지 진상조사해야죠. 진정으로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강정 주민의 명예회복을 시켜야 합니다. 물론 반대투쟁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고는 말 못합니다. 어쩔수 없는 충돌 상황도 있었고요. 확실한 것은 저희는 폭력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불법 공사한다고 항의했을 뿐입니다. 그래서 사법처리된 것도 대부분 업무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이런 거에요. 그런데 경찰은 몇 십명 안 되는 주민을 포위하겠다고 수백명이 육지에서 내려왔어요.”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1일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 참석해 “해군기지 건설로 제주도민이 겪게 된 아픔을 깊이 위로한다”며 “지역주민과 해군이 상생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통령과의 만남을 거부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해군기지 들어서고 그나마 잠잠했던 마을을 다시 들쑤셔놓은 게 국제관함식입니다. 관함식 진행 과정이 해군기지 때랑 하나도 다르지 않아요. 아주 똑같아요. 지난해 3월 해군에서 관함식 설명회를 했어요. 강정마을회에서 임시총회 열어서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제주도의회도 반대 결의안을 채택한다고 했는데 갑자기 청와대 비서관들이 제주에 내려오면서 상황이 바뀌었어요. 저는 대통령이 강정 주민들을 달래기 위해 내려온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관함식을 개최하기 위해서 온거죠.” -해군기지를 반대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 기억이 맞다면 1993년부터 국방부가 제주도 해군기지 필요성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2002년 공식 발표합니다. 그리고 몇 년 후에 안덕면 화순으로 발표가 났죠. 화순 주민들은 물론이고 안덕면민 전체가 반대하니까 갑자기 남원읍 위미로 바뀌더니 며칠 후에 강정이 돼 버렸습니다. 국책사업이란 게 이런 식으로 진행돼도 되는 건가요. 졸속으로 강정마을이라뇨. 화순으로 결정하는데 10년이 걸렸는데 위미에서 강정이 되기까지 13일이 걸렸어요. 강정은 제주에 태풍이 오면 직격탄을 맞는 곳이에요. 지도를 보면 화순, 위미 말고 강정만 돌출돼 있습니다. 그런 곳이 해군기지로 적합하지 않죠. 조금만 풍랑이 일어도 배가 도망가는 곳이 강정인데요.” -해군기지 완공 후 마을 상황은 어떤가요. “강정마을 앞바다는 조류 흐름이 바뀌었어요. 저는 농사를 짓지만 어부들한테 물어보면 인근에서는 조업이 안 된다는군요. 원래는 갈치, 옥돔 등 제주에서 유명한 물고기는 다 잡히던 풍요로운 곳이에요. 천연기념물 연산호군락지는 전부 망가져 버렸죠. 관광미항 크루즈 항로 개설 때문에 준설 작업을 또 해야 한다는군요. 저희가 반대주민회를 계속 이어가는 이유가 거기에 있어요. 감시해야죠.” “옆집 제사까지 다 가던 강정마을이었는데 이제 제사 때도 안 만나고 친구들끼리도 다 갈라섰어요. 겉으로 보면 엄청 평온해보이죠? 속으로는 엄청나게 싸우고들 있어요. 돈독했던 마을이었는데 이제는 누가 바른말을 해도 인정 안 해요. 내편과 네편으로 갈라져 있죠. 반대를 위한 반대, 찬성을 위한 찬성을 하고 있습니다.” 강정마을에서 포구로 가는 사거리에는 슈퍼 두 개가 마주보고 있는데 해군기지 유치 초기 때부터 한 가게는 해군기지 찬성, 다른 가게는 해군기지 반대 쪽에 섰다. 지금도 주민들은 편에 따라 슈퍼를 간다고 한다. 해군기지 유치를 찬성했던 전임 강정마을 회장과 강 회장은 강정초, 서귀중, 서귀포고 동문이지만 이제 교류하지 않는다. 강 회장은 전임 회장 해임 뒤 2007년부터 2013년까지 마을회장을 지냈다. -마을 주민들의 관계를 회복할 방법이 있을까요. “정부가 진심으로 강정마을 주민들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공동체지원사업으로 강정마을에 96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더군요. 실제로 3분의 1도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습니다. 사업비 대부분이 해군박물관, 해군기지 진입도로 등 사실상 다른 명목으로 사용돼요. 강정마을 자전거길 조성, 생태탐방로 습지조성 이런 건 그냥 자연 그대로 놔두면 되는 일입니다. 친환경농공단지를 주민들이 기대했는데 유보돼 버렸고요. 비가림하우스 지원도 자격 요건이 까다로워 혜택을 받는 주민과 못 받는 주민 간 갈등이 커졌어요. 행정가와 군이 주민들을 이간질시키는 것 같아요. 하루 아침에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갈등 기간보다 해소 기간은 더 길겠죠. 정부도 돈만 쏟아부을 게 아니라 강정 주민들이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해소할 수 있게 기다려주고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원해주면 좋겠어요.” 글 사진 제주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소행성 충돌 전에 공룡들에게 무슨 일이?

    [달콤한 사이언스] 소행성 충돌 전에 공룡들에게 무슨 일이?

    많은 SF영화나 소설에서 인용되는 것 중 하나가 소행성이나 혜성의 충돌로 공룡이 멸망했다는 가설이다. 중생대 지구를 정복했던 거대 동물인 공룡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자들이 아직도 수수께끼로 여기면서 여러 가설들을 내놓고 있다. 그 중 가장 유력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바로 소행성 충돌설과 기후변화설이다. 그런데 최근 영국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한 연구팀이 놀랍게도 소행성 충돌 직전까지 공룡들은 번성했다가 갑자기 사라졌을 것이라는 소행성 충돌설을 뒷받침해주는 분석결과를 내뇌 주목받고 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지구과학및공학과, 런던대 지구과학과, 브리스톨대 지리학부 공동연구팀은 북미 지역의 지질학적 분석과 공룡의 분포를 모델링한 결과 소행성 충돌 전에는 공룡의 멸종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8일 밝혔다. 소행성 충돌이라는 단일 사건이 멸종이라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7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전 기후변화와 소행성 복합멸종설을 주장한 연구자들은 백악기 말 생존했던 공룡 종류와 숫자에 대해 과소평가했다. 연구진은 육식공룡인 티라노사우르스 렉스와 초식공룡인 트리케라톱스 같은 백악기 시대 많은 공룡들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북미지역을 대상으로 분석을 실시했다. 현재 북미 대륙은 내륙이 내해(內海)로 인해 두 개로 갈라져 있던 상황이었다.서쪽지역은 새로 형성된 록키산맥 때문에 퇴적물이 많아 화석이 만들어질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이었지만 동쪽지역은 공룡 사체들이 화석화되기 좋지 않은 환경이었다. 대부분의 화석이 북미 서쪽지역에서 주로 발견됐기 때문에 그동안 많은 학자들이 소행성 충돌 이전부터 공룡들이 줄기 시작했다는 주장의 근거로 삼았다. 그렇지만 영국 연구진은 백악기 후기 북미지역에 살았던 공룡은 지금보다 3배 정도는 더 많았으며 북미 지역 전역에서 살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생태학적 틈새 모델링’(ecological niche modelling)을 도입했다. 생태학적 틈새 접근법은 온도, 강수량을 비롯한 생활환경 요인 전체를 고려해 종의 생존에 대해 추정하는 방법론이다. 연구팀은 이 방법론을 통해 북미대륙에서 나타나는 시간적 변화, 특히 화석이 발견되지 않은 곳의 조건이 바뀌면 공룡이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해 분석했다. 그 결과 북미대륙 동쪽의 경우에도 많은 공룡이 존재했을 것으로 나왔다. 피터 앨리슨 임페리얼칼리지런던대 교수는 “이번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공룡들은 전체적으로 환경적응이 빠른 동물로 백악기 동안 일어난 환경 및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했을 것”이라며 “장기간에 걸친 기후변화는 공룡의 쇠퇴를 가져온 변수가 되지 못하고 공룡 멸종의 핵심 원인은 역시 소행성 충돌로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나경원, 여권 패스트트랙 전략에 “의원직 총사퇴 불사”

    나경원, 여권 패스트트랙 전략에 “의원직 총사퇴 불사”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8일 더불어민주당이 공직선거법 등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하기로 한 데 대해 “대통령 독재국가를 시도하는 것”이라며 “의원직 총사퇴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야합 처리하는 것은 민주주의 절차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며 개정의 핵심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의원내각제 국가인 독일과 뉴질랜드만 도입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 분권에 대한 논의 없이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우겠다는 것은 대통령 독재국가를 시도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나 원내대표는 “선거법 패스트트랙은 끝까지 할 내용이 아니다라고 가정한다면, 민주당은 한마디로 다른 야당을 속여서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을 처리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패스트트랙은 특정 법안의 국회 계류 기간이 최장 330일 지나면 본회의에 자동 상정돼 과반수 의결로 처리할 수 있는 제도다. 전체 재적의원이나 상임위원회 재적위원의 과반수가 요구하면 지정할 수 있다.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한 선거법과 사법개혁안, 공정거래법 등 10가지 법안에 대해 패스트트랙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나 원내대표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법안은 청와대발 공포 정치를 획책할 수 있고, 사법개혁법안은 검·경을 실질적으로 갈라치기하고, 국가정보원법은 안보 무력화를 시도하고 공정거래법은 기업을 정치에 옭아매는 법”이라며 “야당을 무시하는 여당의 태도에 의원직 총사퇴를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데스크 시각] 도산 안창호의 마지막 바람/손원천 문화부장

    [데스크 시각] 도산 안창호의 마지막 바람/손원천 문화부장

    “나를 유상규군 곁에 묻어 주게.” 꼬박 81년 전 이맘때, 임종을 앞둔 도산 안창호(1878~1938)가 남긴 말이다. 그의 마지막 소원에 등장하는 이는 태허 유상규(1897~1936)다. 대체 태허는 어떤 사람이었길래 도산이 조상과 가족도 멀리하고 그 곁에 묻히길 바랐을까. 미세먼지가 매캐하던 봄날, 태허의 묘가 있는 망우리공원을 다녀온 까닭은 오로지 그 궁금증 때문이었다. 한때 망우리 공동묘지로 불리던 곳. 여태 이 이름이 귀에 익은 이들이 많을 터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서울시, 서울관광재단 등이 인문학길을 조성하는 등 살뜰하게 살핀 덕에 이젠 제법 명소로 발돋움한 모양새다. 망우리공원에 묻힌 유명 인사는 60명이 넘는다. 만해 한용운 등 독립지사를 비롯해 시인 박인환, ‘코리안 엘비스’ 차중락, 화가 이중섭, 여성 작가 김말봉 등의 묘가 25만여평의 공원에 흩어져 있다. 그중 하나가 도산의 묘터와 태허의 묘다. 지난 3일 찾은 태허의 묘. 이낙연 국무총리의 이름이 적힌 꽃바구니가 볕 받으며 묘 앞을 지키고 있다. 태허의 묘 바로 위는 도산의 묘터. 봉분은 사라지고 묘비만 덩그러니 남았다. 안내판과 김영식의 책 ‘그와 나 사이를 걷다’(호메로스) 등에 적힌 내용을 추려 도산과 태허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면 이렇다. 태허는 경성의전을 나온 엘리트 의사다. 요즘으로 치면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서울의대’ 출신이다.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태허는 학업을 중단하고 중국 상해 임시정부로 건너가 도산의 비서로 본격적인 독립운동의 길에 나선다. 그러다 인재가 필요한 민족이니 고국으로 돌아가 학업을 마치라는 도산의 권고로 1924년 귀국해 학업을 잇는다. 귀국 후에도 동우회, 청년개척군 등의 조직을 통해 독립운동을 계속한 것은 물론이다. 이후 의사와 독립운동가의 길을 병행하던 태허는 환자를 돌보다 세균에 감염돼 39세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다. 둘의 사연은 2년 뒤 도산이 세상을 뜰 때 다시 한번 세인들의 가슴을 적셨다. 일제강점기의 잡지 ‘삼천리’는 도산이 사망하기 며칠 전에 남긴 말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나 죽거든 내 시체를 고향에 가져가지 말고, 달리 선산 가튼 데도 쓸 생각을 말고, 서울에다 무더 주오. 공동묘지에다가. 유상규군이 눕어잇는 그겻 공동묘지에다가 무더 주오.” 도산이 태허를 얼마나 아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마지막 소원대로 도산은 1938년 태허의 묘 바로 위에서 영면에 들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1973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도산공원이 조성됐고, 도산의 묘는 이장됐다. 지금 남아 있는 건 도산의 묘비뿐이다. 이후 태허는 1990년 건국훈장을 받는 등 뒤늦게 독립유공자 반열에 올랐고, 국립묘지로 이장할 수 있는 자격까지 얻게 됐다. 그러나 태허의 후손들은 국가의 호의를 완곡하게 거절했다. 도산의 묘가 옮겨진 마당에 도산의 묘비가 있는 망우리공원에서 태허의 묘를 옮기는 것은 사제의 넋까지 갈라놓는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이제 도산공원으로 가 보자. 공원에 들면 도드라져 보이는 도산의 동상 둘이 객을 맞는다. 하나는 서 있고, 하나는 앉았다. 벤치에 앉은 도산이 선 도산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듯한 구도다. 도산의 동상이 많아서 나쁠 건 없다. 한데 더 좋은 건,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도산이 앉은 자리에 태허의 동상을 두는 것이다. 두 손을 앞으로 모은 태허가 도산을 우러르고 있는 모습, 상상만으로도 좋지 않은가. 도산공원 안에 태허의 묘를 두는 것은 어렵다 해도 동상 하나 세우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야 도산과 태허의 넋이 별리의 아쉬움을 다소나마 잊을 것이고, 나아가 보다 많은 이들이 둘의 사연을 알고 기리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angler@seoul.co.kr
  • 국립발레단의 ‘지젤’ ‘마타 하리’ 29~31일 갈라쇼에서 만나세요

    국립발레단의 ‘지젤’ ‘마타 하리’ 29~31일 갈라쇼에서 만나세요

    국립발레단의 갈라쇼 ‘댄스 인투 더 뮤직’이 3월 29~3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국립발레단의 올해 첫 공연인 ‘댄스 인투 더 뮤직’은 이번 시즌 주요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미리 볼 수 있는 무대와 단원들의 안무작 등으로 구성된다. 남녀 주인공이 함께 추는 2인무인 ‘파드되’는 발레 갈라 공연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이번 무대에서는 낭만주의 발레의 대표작 ‘지젤’의 2막 아다지오와 국립발레단이 지난해 초연한 창작 레퍼토리 ‘마타 하리’ 2막에 나오는 2인무를 볼 수 있다. 각각 6월 18~19일(마타 하리), 22~23일(지젤) 정기공연으로 준비 중인 작품이다. 국립발레단의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인 ‘KNB 무브먼트 시리즈’에서 주목받은 단원들의 안무작도 함께 선보인다. 송정빈 안무의 ‘포모나와 베르툼누스’, 배민순 안무의 ‘인사이드 아웃’을 비롯해 수석무용수 이영철의 신작 ‘더 댄스 투 리버티’를 만날 수 있다. 이영철은 이번 공연의 해설자로도 나선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열린세상] 스마트 규제가 혁신성장의 길이다/이은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열린세상] 스마트 규제가 혁신성장의 길이다/이은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최근 정부가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하고 서울 여의도 등에 수소충전소 설치를 허용한다고 하니 규제개혁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규제샌드박스 1호 승인을 계기로 산업현장에서 새로운 시도와 혁신이 화수분처럼 솟아나도록 힘써 달라”고 당부한 말은 국내 취업률과 반비례 곡선을 그리는 공시 열풍의 현실에서 혁신성장을 향한 희망을 갖게 한다. 우리나라가 갈라파고스로 영원히 남을 수 있다면 규제개혁을 천천히 해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혼자서는 살아가기 힘든 가장 대외 의존적인 나라이다. 이대로 규제개혁 없이 간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규제개혁이 없으면 혁신성장이 어려워지고 혁신성장이 없으면 희망이 없는 나라로 전락할 것이 빤히 보인다. 혁신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한 국가의 흥망은 국가의 제도와 시스템에 달려 있다. 혁신적이고 생산적인 제도와 시스템을 가진 국가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당연한 결과로 번성하고 그렇지 못한 국가는 쇠락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경제, 사회, 문화, 국방, 심지어 정치 발전에도 이제 과학기술이 점점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은 혁신 성장의 핵심이며 혁신성장은 규제개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생명윤리와 바이오 규제,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족쇄 규제, 원격의료 규제, 드론 규제 등 많은 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미국과 중국은 신기술의 적용을 먼저 허용하고 문제가 생기면 후에 규제하고 있다. 일본만 하더라도 신산업 육성에 우호적인 규제환경을 제공하고 있으며, 비교적 규제가 강한 유럽연합(EU)의 주한 상공회의소도 우리나라에 규제완화를 호소하는 실정이다. 2017년에 유니콘 기업이 미국에는 138개, 중국에는 58개나 되는데 우리는 3개에 불과하다는 보도도 우연히 생긴 결과가 아닐 것이다. 규제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규제는 하더라도 스마트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스마트 규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첫째, 편익과 위험 부담이 비례하는 규제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 국민의 관점에서 편익은 최대, 부담은 최소가 되도록 규제개혁이 추진돼야 한다. 그리고 규제개혁의 결과로 한 집단은 위험부담에 비해 편익이 지나치게 크고 또 한 집단은 편익에 비해 위험 부담이 아주 크다면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다. 둘째, 선 허용 후 규제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이 제도도 처음부터 무조건 허용하자는 것은 아니고 명백한 위험을 포함한 꼭 필요한 사항은 적시해 금지하되 그 외에는 모두 허용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규제가 꼭 필요하면 그때 하면 된다. 과감한 도전을 기피하고 위험이 없는 절대 안전만을 추구한다면 혁신은 싹틀 수 없다. 셋째, ‘갈라파고스 규제’를 없애야 한다. 글로벌 규제와 동떨어진 우리만의 규제는 엄격한 잣대로 심사해 가급적 규제를 없애거나 완화해야 한다. 갈라파고스 규제는 우리나라를 글로벌 혁신에서 소외시켜 낙오된 고립국으로 만들 수 있다. 우리사회에서 규제개혁과 혁신성장을 가로막는 장벽은 과학보다 여론을 중시하는 사회적 풍토이다. 2008년 미국산 소고기 파동이 심각했지만, 지금은 아무도 관심이 없다. 불확실성의 공포는 언론을 통해 지나치게 확대 재생산돼 퍼진다. 천성산 도롱뇽, 후쿠시마 원전 관련 수산물 수입 금지 등이 그 사례다. 스마트한 규제는 여론보다는 냉정한 과학적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 당연하며 이것이 나라와 국민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이 최근까지 슈퍼호황을 누린 이유는 반도체 개발 초기 단계에 기업들이 저만큼 앞서 나가는 바람에 규제할 틈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관료와 시민단체들이 잘 모르는 사이에 기업들은 전력 질주해 세계 최고의 반도체 산업을 일으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유머로 꾸민 이야기지만 가슴에 와닿는다. 세계는 지금 과감한 규제개선을 통해 혁신의 페달을 밟고 있다. 우리도 이 마지막 기회를 놓치기 전에 스마트 규제를 통한 혁신성장을 가속화해야 할 때다.
  • [월드피플+] 母 대신…父 금혼식에 ‘웨딩드레스’ 입은 여섯 자매

    [월드피플+] 母 대신…父 금혼식에 ‘웨딩드레스’ 입은 여섯 자매

    중국 장쑤(江苏)성에 거주하는 여섯 자매가 부모님의 금혼식에서 웨딩드레스를 입은 사연이 공개돼 화제다. 장쑤성 피저우(邳州)에서 버스로 3시간을 달려 도착할 수 있는 산간 벽촌에 거주하는 가오씨(68)는 올해 아내 진씨 대신 여섯 딸과 금혼식을 치렀다. 산간 벽촌에서 태어난 가오씨는 지난 1968년 무렵 아내 진씨와 결혼, 슬하에 7명의 딸과 1명의 아들을 둔 다복한 가정을 꾸려왔다. 결혼 당시 가오씨 부부는 자가 소유의 집과 밭이 없는 소작농 출신이었다. 소위 ‘남의집살이’를 하면서도 부부는 매년 열심히 일했고 그 덕분에 결혼 20년이 되던 해 직접 지은 집 한 채와 논 몇 마지기를 통해 자녀들만큼은 도시에서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하지만 이들 부부가 가졌던 여덟 남매 중 둘째 딸과 아들은 각각 10세, 7세가 될 무렵 심각한 전염병 후유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줄곧 가오씨는 자신과 결혼 후 일생을 부침의 세월을 보내야 했던 아내 진씨를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선물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던 중 가오씨는 결혼 50주년이 되는 올해 아내 진씨를 위해 금혼식을 선물할 궁리를 시작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결혼식을 치르지 못했던 아내를 위한 가오씨의 선물은 맞춤형 ‘웨딩드레스’를 준비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는 곧장 올해 진행될 예정이었던 금혼식을 앞두고 자녀들과 논의 끝에 아내 체형에 맞는 맞춤 웨딩드레스와 결혼사진 등을 준비했다. 하지만 금혼식을 앞둔 지난해 말 아내 진씨는 말기암 진단을 받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투병 생활 4개월 만의 갑작스러운 변고였다. 더욱이 도시에 거주하는 자녀들 형편 탓에 진씨가 사망할 당시 그의 곁에는 남편 가오씨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씨가 사망한 직후 자녀들은 아버지 가오씨의 거처를 도시로 옮겼다. 사별한 아내의 빈자리를 잊지 못하는 가오씨가 줄곧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등 어려운 생활을 이어갔기 때문. 하지만 가오씨는 도시로 거처를 옮긴 이후에도 식음을 전폐한 채 창밖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여 자녀들의 안타까움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가오씨를 위해 자녀들은 앞서 그가 아내 진씨를 위해 계획했던 ‘금혼식’을 치루기로 결정했다. 생존한 6명의 자매와 웨딩드레스 대여 업체에서 근무하는 지인 1명까지 합세, 총 7명의 여성이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아버지의 금혼식을 진행한 셈이다. 웨딩드레스 대여 업체 직원은 자매들이 진행하는 금혼식 사연을 접하고, 앞서 전염병으로 세상을 떠난 둘째 딸을 대신, 일곱 자매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이번 이벤트에 흔쾌히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이처럼 사망한 어머니 대신 여섯 딸이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아버지 가오씨의 금혼식을 진행한 사연은 곧장 중국 전역에 공개되며 큰 이목이 쏠렸다. 현지 동영상 공유 플랫폼 ‘더우인’(抖音)을 통해 번진 해당 영상에 대한 화제성은 동영상 열람 수 1억2000건, 좋아요 9000만 건 등을 기록 중이다. 특히 영상 속에는 사별한 아내를 위해 턱시도 차림으로 금혼식에 참여한 남편 가오씨가 울음을 터트리는 장면이 담겨있다. 이를 본 중국 네티즌들은 “하늘이 갈라놓은 인연을 자녀들이 다시 이어준 가슴 따뜻한 사연”이라면서 “15초 남짓한 짧은 영상물을 보고 같이 목놓아 울음을 터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번 금혼식 이벤트를 기획한 가오씨 부부의 장녀 가오링씨는 “어머니와 사별하신 후 평소 창밖을 보며 시간을 보내시던 아버지가 처음으로 크게 울고 웃는 시간이었다”면서 “평소 감정 표현이 없으셨던 아버지가 어머니와 사별 이후 멍한 모습을 보이거나, 심한 경우 정신을 잃고 앓아눕는 일도 잦았다. 이번 이벤트를 통해 자매들이 처음으로 자식으로의 도리를 다한 것 같아서 기쁘다”고 말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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