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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국 사태’에 우원식 “딱 잘라내 책임 못 물어” vs 박완주 “성역 없어야”

    ‘조국 사태’에 우원식 “딱 잘라내 책임 못 물어” vs 박완주 “성역 없어야”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권주자로 나선 우원식 의원과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박완주 의원이 ‘조국 사태’ 평가를 놓고 서로 다른 견해를 내놨다. 우원식 “하나씩 잘라내 책임묻는 건 부적절” 13일 우원식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재보궐선거 참패 원인 중 하나로 이른바 ‘조국 사태’가 지목된 데 대해 “여러 반성이 나오고 있는데 하나씩 잘라내서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데 당의 혁신을 통해 일신하려는 충정으로 국민과 당원들이 봐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강성 친문 중심의 권리당원으로 인해 당심이 민심과 멀어지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당심과 민심이 괴리됐던 적도 있다”면서 “당이 늘 경계하고 민심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돌아보고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9월 예정된 대선후보 경선 일정을 늦추자는 일부 의견에 대해서는 “중요한 것은 이 문제로 갈등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후보자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일정 연기는 가능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박완주 “평가와 반성에 성역은 없어야” 이와 달리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박완주 의원은 ‘조국 사태’와 관련해 “평가하고 반성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성역없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조국 사태에 대해 윤호중 의원과 생각이 다르다’는 질문을 받고 “윤호중 의원처럼 생각하는 의원도 존재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문제에 반성을 제기하는 당원과 의원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원내대표 경선 경쟁자인 윤호중 의원은 전날 출마선언 회견에서 조국 사태에 대한 입장을 질문받자 “1년 반 이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개인적 평가는 하지 않겠다”고 답한 바 있다. 박완주 의원은 당내 20·30대 초선 의원들이 조국 사태에 대한 반성을 언급했다가 당내 강성 지지자들의 비난 세례를 받은 데 대해 “강성 당원의 목소리도 소중한 의견이지만, 압박으로 건강한 토론 자체를 저해해서는 안 된다”면서 “과대 대표되는 강성 당원들이 당의 입장이 된다면 민심과의 괴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 자신을 ‘탈문’, ‘비주류’로 평가하는 데 대해 박완주 의원은 “갈라치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문재인 정부 출범 때 원내수석으로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었다”면서 “계파 분열 프레임을 타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완주 의원은 “국회 정치 복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17개 상임위의 재분배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국회 관례와 여야 논의를 통해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면서 국회 원구성 재협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우도 우니

    우도 우니

    ‘섬 속의 섬’ 제주 우도가 난개발에 신음 중이다. 제주 본섬에 불어닥쳤던 개발 바람이 부속 섬까지 파고들면서 우도는 제주 난개발의 축소판이라는 지적이다. 코로나19의 팬데믹 이전에 우도를 찾는 관광객은 연간 200만명. 면적 6.18㎢에 1700여명의 주민들이 사는 작은 섬에 관광객이 넘쳐나면서 개발의 광풍이 불기 시작했다. 12일 우도 연평리 중턱에는 대규모 리조트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우도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개발 사업이다. 이곳은 서쪽으로 세계자연유산 성산일출봉이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우도에서도 가장 조망이 뛰어난 곳이다. 이곳에는 지하 1층, 지상 3층, 44실 규모의 휴양콘도미니엄과 소매점, 미술관 등 대규모 리조트가 들어선다. 사업부지가 5만㎡ 이상이면 환경영향평가 대상이지만, 이 사업은 부지를 4만 9944㎡로 조성해 환경영향평가를 빠져나갔다. 주민 신모씨는 “환경영향평가를 교묘하게 빠져나갔을 뿐 아니라 제주와 인연도 없는 오스트리아 출신 건축가이자 환경운동가인 훈데르트바서의 이름을 갖다 붙이는 등 난개발 논란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고 비판했다. 또 우도의 일부 주민들이 해중전망대 사업도 추진 중이다. 해중전망대는 소규모 어항인 전흘동항에서 바다 방향으로 폭 3m, 길이 108.95m의 다리를 세우고, 만조 기준 해수면에서 높이 9m, 지름 20m 규모의 원형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이들은 우도에 새로운 볼거리가 필요하고 마을 주민들의 소득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반대하는 주민들은 바다 한가운데 다리와 전망대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환경 파괴가 불가피하고 쓰레기와 하수 처리, 교통 혼잡 등 갖가지 문제가 우려된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우도 해중전망대 반대 청원도 등장했다. 청원인은 ‘바다를 부수고 그 자리에 들어서는 해중전망대는 우도의 새로운 볼거리가 아니라 흉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해중전망대 조성 사업은 찬반 논란으로 그동안 7차례나 반려 또는 유보됐다가 최근 제주도 경관·건축공동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앞으로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회를 거쳐 개발사업시행 승인을 받으면 착공하게 된다. 반대파의 한 주민은 “아름다운 섬 우도가 리조트와 해중전망대 등 각종 개발사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면서 “난개발로 섬 특유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파괴되면 재방문객이 줄어드는 등 오히려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 사진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전성현 ‘삼삼한’ 불꽃슛… KGC 먼저 웃었다

    전성현 ‘삼삼한’ 불꽃슛… KGC 먼저 웃었다

    안양 KGC와 인천 전자랜드가 봄 농구를 상쾌하게 시작했다. KGC는 11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2020~21시즌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1차전에서 ‘불꽃 슈터’ 전성현(3점슛 5개·21점)의 활약을 지렛대 삼아 부산 kt를 90-8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KGC는 4강 PO 진출을 위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역대 46차례 펼쳐진 6강 PO에서 1차전을 이긴 팀이 4강에 진출한 경우는 모두 43차례로 93.5%에 달한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팀 득점 1, 3위를 차지할 정도로 공격력이 강한 kt와 KGC는 각각 상대팀의 ‘에이스’ 제러드 설린저와 허훈을 막고자 초반 중점을 수비에 뒀다. 처음엔 kt 수비가 효과를 봤다. KGC의 집중력이 흔들렸고 야투율도 떨어졌다. 설린저(19점 11리바운드)가 전반에 8점으로 묶였고 국내 선수의 활약도 아쉬웠다. 반면 kt는 김영환(14점)과 김현민(7점)이 득점에 가세했고 허훈(18점)이 틈틈이 뱅크샷으로 림을 갈라 2쿼터 한때 10점 차로 앞서나가기도 했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KGC를 구원한 건 전성현이었다. 2쿼터 막판 3점슛 4방에 레이업을 곁들여 14점을 몰아쳤고 KGC는 41-45 넉 점 차로 점수를 좁히며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KGC는 3쿼터 중반 kt 박지원(5점)의 U파울 덕택에 55-55 동점을 만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기어코 역전에 성공했다. KGC는 4쿼터 초반 슛감이 좋지 않았던 설린저가 3점포를 터뜨린 데 이어 이재도(13점 9어시스트)의 3점슛, 전성현의 미들슛 등이 거푸 림을 가르며 10점 안팎으로 달아나 승기를 잡았다. 전성현은 “체력적으로 힘든 경기라 다리에 쥐가 날 정도였다”며 “1차전에서 승리한 만큼 빠른 승부로 시리즈를 3-0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6강 PO 1차전에서는 조나단 모트리(31점 17리바운드) 등 12명 엔트리 전원이 득점을 기록한 전자랜드가 ‘수호신’ 이승현이 부상 결장하고 슛 난조에 빠진 고양 오리온을 85-63으로 대파하고 먼저 첫 승을 신고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조국’ 못 넘는 친문… ‘민심’ 못 얻는 민주

    ‘조국’ 못 넘는 친문… ‘민심’ 못 얻는 민주

    4·7 재보선 참패로 혼돈에 빠진 더불어민주당이 조국 사태를 둘러싸고 격돌하고 있다. 민심이 당에서 이탈한 결정적인 원인인 ‘내로남불’의 시초가 조국 전 장관 사태이고, 이 문제를 극복해야 민심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게 초선 및 소신파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당의 주류인 친문(친문재인)계는 “참패의 원인을 조국 사태로 돌리는 것은 검찰개혁을 부정하는 꼴이고, 당원들의 요구도 배반하는 행위”라고 맞서고 있다. 민생 문제에 천착하라는 민심과 개혁 노선을 강화하라는 당심의 충돌인 셈이다. 11일 민주당에 따르면 당내 금기어였던 ‘조국 책임론’을 들고 나온 것은 초선 의원들이다. 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 등 20~30대 청년의원 5명은 지난 9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한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고 밝혔다. 김해영 전 의원은 “조국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이상한 프레임을 만들어서 국민을 갈라치고 갈등을 조장했다”고 밝혔다. 조응천 의원도 “우리 당 핵심세력은 인물에 대한 시중의 평가가 어떠하든 그를 지켜내야 한다는 사명감에 충만했던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이들을 ‘초선 5적’이라고 부르며 강력 반발했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내부 총질하는 초선 5적”, “배은망덕하다”, “개혁을 제대로 하면 180석은 돌아오지 말라고 해도 돌아온다” 등의 글이 올라왔고,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냈다. 강성 친문으로 꼽히는 정청래 의원도 페이스북에 “조국, 검찰개혁이 문제였다면 총선 때는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을까요”라고 했다. 표적 공격을 당한 초선 의원들은 이날 결국 “친문과 비문을 나누어 책임을 묻지 말자”며 목소리를 낮췄다. 민주당은 조국 사태 이후 계속해서 민심이 이반되는데도 다른 의견을 허용하지 않았다. 조국 사태로 인해 검찰개혁은 동력을 잃었고, 추미애 전 장관을 거치면서 ‘윤석열 찍어내기’로 변질됐다. 초선 의원들이 재보선 참패를 계기로 처음으로 공개적·집단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셈이고, 이 문제가 향후 민주당 쇄신의 중요 변수임에 틀림없다. 당 안팎에서는 “꼭 필요한 목소리”라는 응원도 나오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현재 민주당은 국회의원이나 당원 모두 친문 일색이라 조국 사태를 포함한 다양한 사안에 대한 의미 있는 토론이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혼돈의 민주…결국 ‘조국’ 뛰어넘지 못하면 민심 못얻는다

    혼돈의 민주…결국 ‘조국’ 뛰어넘지 못하면 민심 못얻는다

     20~30대 초선 조국 사태 반성에 강성 지지층 ‘초선 5적’  조국 사태로 검찰개혁 동력 잃고 ‘윤석열 찍어내기’로 변질  민생 문제vs개혁 강화 놓고 민심과 당심 충돌 4·7 재보선 참패로 혼돈에 빠진 더불어민주당이 조국 사태를 둘러싸고 격돌하고 있다. 민심이 당에서 이탈한 결정적인 원인인 ‘내로남불’의 시초가 조국 전 장관 사태이고, 이 문제를 극복해야 민심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게 초선 및 소신파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당의 주류인 친문(친문재인)계는 “참패의 원인을 조국 사태로 돌리는 것은 검찰개혁을 부정하는 꼴이고, 당원들의 요구도 배반하는 행위”라고 맞서고 있다. 민생 문제에 천착하라는 민심과 개혁 노선을 강화하라는 당심의 충돌인 셈이다.  11일 민주당에 따르면 당내 금기어였던 ‘조국 책임론’을 들고 나온 것은 초선 의원들이다. 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 등 20~30대 청년의원 5명은 지난 9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한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고 밝혔다. 김해영 전 의원은 “조국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이상한 프레임을 만들어서 국민을 갈라치고 갈등을 조장했다”고 밝혔다. 조응천 의원도 “우리 당 핵심세력은 인물에 대한 시중의 평가가 어떠하든 그를 지켜내야 한다는 사명감에 충만했던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이들을 ‘초선 5적’이라고 부르며 강력 반발했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내부 총질하는 초선 5적”, “배은망덕하다”, “개혁을 제대로 하면 180석은 돌아오지 말라고 해도 돌아온다” 등의 글이 올라왔고,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냈다. 강성 친문으로 꼽히는 정청래 의원도 페이스북에 “조국, 검찰개혁이 문제였다면 총선 때는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을까요”라고 했다. 표적 공격을 당한 초선 의원들은 이날 결국 “친문과 비문을 나누어 책임을 묻지 말자”며 목소리를 낮췄다.  민주당은 조국 사태 이후 계속해서 민심이 이반되는데도 다른 의견을 허용하지 않았다. 조국 사태로 인해 검찰개혁은 동력을 잃었고, 추미애 전 장관을 거치면서 ‘윤석열 찍어내기’로 변질됐다. 초선 의원들이 재보선 참패를 계기로 처음으로 공개적·집단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셈이고, 이 문제가 향후 민주당 쇄신의 중요 변수임에 틀림없다. 당 안팎에서는 “꼭 필요한 목소리”라는 응원도 나오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현재 민주당은 국회의원이나 당원 모두 친문 일색이라 조국 사태를 포함한 다양한 사안에 대한 의미 있는 토론이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조국 사태 반성’ 초선에 “감히 조국 버리고 총질을 해? 탈당할 것” [이슈픽]

    ‘조국 사태 반성’ 초선에 “감히 조국 버리고 총질을 해? 탈당할 것” [이슈픽]

    정청래 “文 정책 부정식 ‘십자가 밟기’ 안돼”“정체성 부정하면 지지층 동지들 잃는다”김용민 “검찰개혁 때문에 졌다? 완전 틀렸다”김어준 “선거 도움 안 된 분이 가장 먼저 나서”당원들 “180석 만들어줬더니 조국에 총질”‘쓴소리’ 김해영 “검찰개혁 핵심은 입법인데‘조국 아니면 안 돼’ 주장 정직하지 않아”4·7 재보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비롯한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강공으로 인한 오랜 갈등 국면이 문제로 지목되자 친문재인(친문) 인사들 ‘조국 사태 반성’을 언급한 초선의원들을 비난하며 반격에 나섰다. 민주당 당원게시판에는 ‘목 내놓고’ 검찰개혁한 조 전 장관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초선의원들이 비판한다는 이유로 탈당하겠다는 글도 올라왔다. 앞서 당내 2030 초선 의원들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한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고 언급했다. 정청래 “조국·검찰개혁 문제면 총선 땐 어떻게 승리했겠나?” ‘강성 친문’으로 꼽히는 정청래 의원은 9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서 “3월 초까지 박영선, 여론조사 1등이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이후 급격히 여론이 기울었다”면서 “조국, 검찰개혁이 문제였다면 총선 때는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총선 패배의 원인은 검찰개혁 문제가 아니라 LH 직원들의 땅투기 사건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모든 정책을 부정하라는 식의 ‘십자가 밟기’의 덫에 걸리면 안 된다”면서 “우리의 정체성을 부정하면 지지층 동지들을 잃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다 중요한 것은 분열상이다. 지금은 ‘우왕좌왕’이 가장 경계할 독소”라면서 “가급적 개별적 목소리를 줄이고 당의 단합된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이날 입장문을 낸 민주당 초선의원들을 겨냥한 말이다.민주당 초선의원들·2030 청년의원“조국 사태로 국민 분노·분열, 검찰개혁 당위성·동력 잃어 반성” 민주당 초선의원들과 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 의원 등 2030 청년의원들은 각각 입장문과 성명을 발표하며 재보선 참패에 대한 쇄신을 강조하면서 조국 사태에 대해 “국민들께서 사과를 요구하면 사과할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청년 의원들은 “조국 전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분열돼 오히려 검찰개혁의 당위성과 동력을 잃은 것은 아닌가 뒤돌아보고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초선의원들은 또 긴급 간담회 후 국회 기자회견에서 당이 기존 당헌·당규대로 4·7 재·보궐선거에 후보 공천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자성했다. 이들은 “당헌·당규에 의하면 민주당은 이번 보궐선거에 후보 공천을 하지 않았어야 했다”면서 “그러나 이 당헌·당규를 시행도 해보지 않고 국민적 공감 없이 개정을 추진해 후보를 낸 뒤 귀를 막았다”고 말했다. 당이 지방자치단체장 귀책으로 인한 궐위 시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다는 당헌을 개정,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후보를 낸 것을 뒤늦게 비판한 것이다. 그러면서 ‘민주당 21대 초선의원 일동’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초선의원들로서 그 의사결정 과정에 치열하게 참여하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면서 “지난 10개월간 초선으로서 충분히 소신 있는 행보를 보이지 못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경청하겠다”고 반성했다.김해영 “조국, 민주당의 너무나 큰 실책”“조국 한 사람 지키려 이상한 프레임으로국민 갈라쳐 놓고 책임지는 사람 없었다” 완패 원인은 “조국·추미애·부동산” “조국 자녀교육 특권, 옹호할 수 없어” 20대 국회 때 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낸 ‘미스터 쓴소리’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탄핵 정국 이후 유리한 위치에 있었던 민주당의 대패 원인에 대해 “조국 사태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문제, 부동산 실책”이라고 꼬집었다. 김 전 의원은 “조국 사태는 민주당이 너무나 큰 실책을 했다”면서 “지금도 당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왜 그렇게 지키려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국이 아닌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달랐을 것”이라면서 “그와 같은 국민적 저항 속에서 조 전 장관을 밀어 붙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조 전 장관의 자녀입시비리 문제를 결정타로 짚었다. 김 전 의원은 “불법 여부를 떠나 조국 전 장관이 보여준 자녀 교육에서의 일반적인 행태를 뛰어 넘는 특권적 모습은 우리 사회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을 핵심 과제로 삼은 우리 민주당에서는 도저히 옹호 할 수 없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검찰개혁은 핵심적인 부분이 입법을 통해서 이뤄지는데 검찰개혁을 조국이 아니면 할 수 없다는 것은 참으로 정직하지 못한 주장이었다”면서 “당에 충성도가 높은 열성 지지자들에게 이러한 프레임을 제시하는 지도부의 모습에서 저는 과연 정치가 이래도 되는 것인가, 조국 한 사람을 수호하기 위해서 이렇게 국민들을 갈라 치고 갈등을 조장해도 되는 것인가 라고 회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술회했다. 김 전 의원은 그러고도 조국 사태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은 “이렇게 조국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이상한 프레임을 만들어서 국민들을 갈라 치고 갈등을 조장했음에도 이후 당에서 누구하나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면서 “지금이라도 당시 조국 전 장관 사태에서 당이 어떠한 이유로 그러한 입장을 취했는지에 대한 설명과 그러한 국민적 분열을 야기한 주된 책임이 있는 사람의 진정성 있는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김 “검찰개혁, 민생에 우선할 수 없어”“추미애 거친 언행·행위, 당 제지 못해” “검경수사권 과제 쌓였는데 검수완박 왜 해” 김 전 의원은 추미애 전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갈등도 언급하며 “지금 검경 수사권 조정의 안착을 위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무슨 이유로 주장하는지 모르겠다”면서 “검찰개혁도 필요한 과제이지만 그것이 민생에 우선할 수 없다”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은 “추 전 장관의 거친 언행과 절차를 지키지 않는 막무가내식 장관직 수행을 당에서 제지하지 못했다”면서 “윤 전 총장을 무리하게 쳐 내려다 법원에 의해서 번번히 제동이 걸리면서 결국 대통령의 사과에까지 이르게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검찰의 중립성이라는 측면에서 정권에 대한 수사를 하던 전직 검찰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정치 행보를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라는 의문은 있지만, 검수완박을 추진하다 윤 전 총장에게 사퇴의 빌미만 주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은 여권의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를 비판하며 사퇴했고 이후 차기 유력한 야권대권주자로 단숨히 뛰어올랐다.김어준, 김해영 정면 비판“소신파 말대로 하면 대체로 망해”김용민 “검찰개혁 한창 땐 지지율 이겨”“검찰개혁· 언론개혁 중단없이 추진” 김용민 “검찰이 가장 불공정한 기관”“불공정 확산하는 언론, 제자리 돌려놓을 것” 대표적 친문 논객인 방송인 김어준씨는 이날 자신의 라디오 방송에서 선거 참패가 ‘조국 지키기’ 때문이었다는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을 정면 비판했다. 그는 “원래 선거를 지는 쪽에선 대체로 선거에 도움이 안 됐던 분들이 가장 도움이 안 될 말을 가장 먼저 나서서 한다”면서 “소신파라고 띄워 주는데 이분들 말대로 하면 대체로 망한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과 검찰개혁을 같이 추진했던 김용민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검찰개혁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고 얘기하는 건 완전히 틀린 얘기”라면서 “검찰개혁을 한창 이야기할 때 지지율은 이기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새 최고위원 선출과 관련해 “당의 비상시기인 만큼 중앙위원회가 아니라 당원들이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러한 제안을 당과 비대위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친조국 성향의 김 의원은 전날에도 자신의 SNS에 이번 선거 패배에 대해 “검찰개혁 때문에 선거에 진 게 아니라 검찰과 정치특권층의 무기력함, 편파적인 언론에 대한 무력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에 대한 분노가 심판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중단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불공정한 기관”이라면서 “따라서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 불공정을 확산시키는 언론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조국·추미애만큼 희생한 적 없으면서 입만 나불거리지 마라” 초선들 맹비난“‘십자포화’ 맨몸에 막아낸 조국 일가” “조국만큼만 해, 조국이 뭘 잘못했나” 민주당 홈페이지 권리당원 게시판에서는 ‘검찰 개혁’을 선거 참패 원인으로 꼽은 일부 초선들을 향한 비난의 글이 쏟아졌다. 이들을 향한 막말과 욕설까지 잇따르는 등 수위도 거세지고 있다. 게시글에는 “LH 얘기는 모르쇠하고 엄한 조국·추미애를 끌고 오는 건 헛다리 짚은 것”, “자신들 목 내놓고 검찰 개혁한 사람들을 총질하라고 180석을 만들어줬느냐”, “초선의원들, 조국·추미애만큼 희생한 적도 없으면서 입만 나불거리지 말라”, “십자포화를 맨몸으로 막아낸 조국과 그 일가를 감히 너희가 버리냐” 등 비난글이 쇄도했다. 한 당원은 “민주당원으로서 가장 큰 불만은 그동안 현 지도부의 미지근한 개혁추진 의지와 조국·추미애 전 장관을 제대로 백업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조국은 당신들과 다르다”, “왜 조국과 추미애를 걸고넘어지냐”, “초선의원들이 조 전 장관보다 나은 게 하나라도 있나”, “조국만큼만 행동하라”, “조국이 뭘 잘못했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또 “초선의원들 덕에 민주당 탈당한다”는 게시글도 올라왔다. 과거 전신인 열린우리당에서 초선 의원 108명이 당 지도부와 반대되는 목소리를 내면서 당내 갈등이 불거진 것을 일컫는 ‘108번뇌’를 기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한 당원은 “열린우리당 시절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괴롭히던 초선 108번뇌와 당신들은 하등 다를 바가 없다”고 힐난했다. 게시글에는 “내부 총질이다”, “열린우리당 시즌2다”, “열린우리당 시절의 전철을 밟지 말라”며 동조하는 글이 올라왔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사설] 민주당 조기 전당대회 그 얼굴이 그 얼굴이면 무의미하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이 원내대표 선거와 전당대회를 조기에 개최하기로 했다. 원내대표 선거는 5월 중순에서 오는 16일로,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는 다음달 9일에서 2일로 각각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총사퇴함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곧바로 가동에 들어갔다. 당 내부적으로는 참패의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준열한 심판을 내린 국민에게는 ‘반성과 성찰’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비대위를 보면 그 ‘반성과 성찰’이 과연 국민이 원하는 ‘변화’를 전제로 한 것인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원내대표 선거와 전당대회의 조기 개최를 결정한 ‘질서 있는 수습’의 논리 역시 ‘기득권의 재편’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본다. 당내에서조차 친문(친문재인) 중진인 도종환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은 것을 두고 벌써부터 ‘당내 특정 세력의 눈높이로 뽑으면 쇄신의 진정성이 생길 수 있느냐’고 꼬집는 지경이다. 진지한 자성의 목소리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 의원총회에서 나온 “집권 이후 국민의 바램과는 반대 방향으로 변한 것 같다”거나 “조국 전 장관 한사람을 지키고자 국민을 갈라 치고 갈등을 조장했음에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는 발언이 그것이다. 특히 “민주당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전당대회에 나서지 말라”는 주장은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소수의견으로 치부되는 것을 넘어 ’해당성 발언’이라는 비판까지 불거진다니 기가 막힌다. 민주당의 ‘발빠른 움직임’이 참패의 원인을 제공한 세력의 근신과 혁신의 믿음을 주는 새 얼굴의 등장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면 그저 임기가 끝난 지도부를 며칠 빨리 교체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 무엇보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원내대표 및 당 대표 후보 면면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는 것이 시중의 여론이다. 민주당이 달라지기는 커녕 오히려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없지 않다. 이런 국민 정서를 절절하게 깨닫지 못하면 정권 재창출은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 이남자·이여자는 왜 그랬을까

    이남자·이여자는 왜 그랬을까

    예견은 현실이 됐다. 앞서 정치 전문가들은 20대가 4·7 보궐선거의 ‘캐스팅보트’가 될 거라 내다봤다. 실제 ‘이남자’(20대 남성)의 변심은 선거 결과를 갈라 놨다. 스스로를 이번 정부에서 차별받는 세대로 규정한 20대 남성은 사회적 통념과는 달리 보수정당을 선택했고 ‘이여자’(20대 여성)는 소신을 바탕으로 소수 정당 후보까지 고루 선택했다. 내년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남자·이여자의 마음을 누가 얻느냐에 따라 승자의 자리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은 8일 이남자·이여자의 속마음을 들어봤다.■ “집·취업… 난 정권 피해자” 이남자, 그 與와 갈라섰다 ‘이남자’(20대 남자의 줄임말)가 4·7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소외되고 무시당하던 계층으로 자신을 인식해 온 이남자의 반격은 그렇게 표심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전통적인 진보·보수 진영 대결에서 벗어나 ‘공정’과 ‘성적 역차별’, ‘생존의 문제’를 바탕으로 삼촌(40대)이 아닌 할아버지(60대)와 함께 한 표를 던졌다. 통상 ‘청년=진보’라고 분류했던 이남자들이 보수화됐다는 시각보다는 현 정부 심판을 위해 차악을 선택했다는 해석이 더 타당해 보인다. 지난 7일 발표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의 절대다수인 72.5%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예측됐다. 아빠뻘인 50대 남성(55.8%)과 보수 성향이 강한 60세 이상 남성(70.2%)보다 더 높은 수치다. 특히 20대 여성들은 44.0%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져 20대 안에서 남성과 여성이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서울신문이 8일 이남자 10명에게 속내를 들어 봤더니 이들 대부분은 문재인 정부 심판론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에 표를 준 대학생 권승일(27·가명)씨는 “오 후보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기보단 현 정부를 심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다주택이 잘못된 거로 생각하지도 않는데, 현 정부가 문제로 삼아 놓고선 정작 자신들이 다주택이었다. 이는 공정의 문제이자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문재인 정부의 친여성주의 정책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총선까지 여당을 지지하다가 이번에 야당을 찍은 송준철(26·가명)씨는 “군 복무와 군 가산점, 여성할당제 논란에 대한 민주당의 반응이 실망스러웠다”며 “대북(화해) 정책을 추구한다며 연평도 천안함 사건을 가볍게 여겼다. 이분들을 국가가 인정 안 해 주면 개죽음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20대 남성이 우리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어 가는 것도 문제였다. 스타트업에 다니는 한승훈(28·가명)씨는 “(취업 등) 정책 하나도 빠짐없이 다 실패했는데도, 뻔뻔하게 남 탓을 하는 게 정부의 큰 문제”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사회로 진출할 기회나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니 반정부적 입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떤 정당이든 이남자가 추구하는 실용적 행복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면 언제든 이남자의 지지를 받지 못할 거라고 경고한다. 진보와 보수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핵심이 뭔지 보인다는 것이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남자 현상을) 실체도 불분명한 보수·진보로 판단해선 안 된다. 20대는 역사적으로 자유로워 ‘내’가 제일 중요하다”며 “국민의힘 역시 비전을 보여 주지 못한다면 언제든 이남자 세대는 이탈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페미·소수자가 시대정신” 이여자, 새로운 길 원했다 ‘이여자’(20대 여성)의 4·7 보궐선거 키워드는 소신이었다. 성평등 사회를 바라는 젊은 여성들은 거대 양당 후보를 두고 ‘최악이냐, 차악이냐’ 고민하는 단조로운 투표에서 벗어났다. 대신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다양한 후보들을 지지했다. 전 연령·성별 계층 가운데 유일하게 특정 후보에 과반수 표를 몰아주지 않고 소수 정당 후보들을 가장 많이 지지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방송3사의 4·7 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여성의 무소속·군소정당 투표율은 15.1%로 전체 집단 가운데 유일하게 10%를 넘겼다. 20대 여성이 추구하는 가치가 다양하다는 방증이다. 성평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선거에 나선 여성의당 김진아 후보(4위), 기본소득당 신지혜 후보(5위), 무소속 신지예 후보(6위), 진보당 송명숙 후보(7위), 미래당 오태양 후보(9위)의 표를 합하면 총 9만 4000여표로 3위를 기록한 국가혁명당 허경영 후보(5만 2107표)보다 많다. 정치권은 20대 여성 유권자가 소수정당 득표의 대부분을 차지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박모(24)씨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20대 여성 자살률이 올라가는 등 여성의 경제적 타격이 높은 이 시기에 여성 정책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공약집을 꼼꼼히 살펴보고 신지혜 후보를 골랐다”고 말했다. 송명숙 후보를 뽑았다고 밝힌 원정현(23)씨는 “더 다양한 정당의 의견이 정치에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해 주류 정당을 뽑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취업준비생 박모(29)씨는 “여성의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세워진 여성의당을 지지했다”고 강조했다. 20대 여성의 소신 투표 배경에는 ‘어차피 시장은 오세훈’이라는 심리가 깔렸다. 선거 직전 연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큰 차이로 앞선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오자 평소 관심 있는 의제에 투표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민주당과 정의당을 지지했다고 밝힌 이혜주(25)씨는 “지난 총선에는 당선 가능성을 고려해 민주당 후보를 찍었는데 이번에는 평소 좋아했던 신지예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이여자는 40대 남성과 함께 박영선 후보 지지율이 높은 집단이기도 했다. 이들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여당에 실망하면서도 오세훈 후보의 인권 의식이 더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박 후보를 뽑았다고 밝힌 직장인 구모(26)씨는 “오 후보의 가장 취약한 점은 소수자 인권을 챙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여성과 성소수자 이슈에 대한 인식조차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학생 조모(23)씨도 “오 후보는 인권과 거리가 멀다”며 “견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박 후보를 골랐다”고 밝혔다. 젊은 여성들은 서울시장 당선인이 된 오 후보에게 성평등 정책을 주문했다. 원씨는 “오 후보가 전임 시장의 과오를 반복하지 말고 성폭력 피해자 지원과 노동권 개선 문제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집·취업… 난 정권 피해자” 이남자, 그 與와 갈라섰다… “페미·소수자가 시대정신” 이여자, 새로운 길 원했다

    “집·취업… 난 정권 피해자” 이남자, 그 與와 갈라섰다… “페미·소수자가 시대정신” 이여자, 새로운 길 원했다

    예견은 현실이 됐다. 앞서 정치 전문가들은 20대가 4·7 보궐선거의 ‘캐스팅보트’가 될 거라 내다봤다. 실제 ‘이남자’(20대 남성)의 변심은 선거 결과를 갈라 놨다. 스스로를 이번 정부에서 차별받는 세대로 규정한 20대 남성은 사회적 통념과는 달리 보수정당을 선택했고 ‘이여자’(20대 여성)는 소신을 바탕으로 소수 정당 후보까지 고루 선택했다. 내년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남자·이여자의 마음을 누가 얻느냐에 따라 승자의 자리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은 8일 이남자·이여자의 속마음을 들어봤다.20대 남성 ‘분노투표’… 文정부 심판론 압도 野 오세훈 후보에 72% 몰표 ‘이남자’(20대 남자의 줄임말)가 4·7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소외되고 무시당하던 계층으로 자신을 인식해 온 이남자의 반격은 그렇게 표심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전통적인 진보·보수 진영 대결에서 벗어나 ‘공정’과 ‘성적 역차별’, ‘생존의 문제’를 바탕으로 삼촌(40대)이 아닌 할아버지(60대)와 함께 한 표를 던졌다. 통상 ‘청년=진보’라고 분류했던 이남자들이 보수화됐다는 시각보다는 현 정부 심판을 위해 차악을 선택했다는 해석이 더 타당해 보인다. 지난 7일 발표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의 절대다수인 72.5%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예측됐다. 아빠뻘인 50대 남성(55.8%)과 보수 성향이 강한 60세 이상 남성(70.2%)보다 더 높은 수치다. 특히 20대 여성들은 44.0%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져 20대 안에서 남성과 여성이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서울신문이 8일 이남자 10명에게 속내를 들어 봤더니 이들 대부분은 문재인 정부 심판론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에 표를 준 대학생 권승일(27·가명)씨는 “오 후보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기보단 현 정부를 심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다주택이 잘못된 거로 생각하지도 않는데, 현 정부가 문제로 삼아 놓고선 정작 자신들이 다주택이었다. 이는 공정의 문제이자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문재인 정부의 친여성주의 정책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총선까지 여당을 지지하다가 이번에 야당을 찍은 송준철(26·가명)씨는 “군 복무와 군 가산점, 여성할당제 논란에 대한 민주당의 반응이 실망스러웠다”며 “대북(화해) 정책을 추구한다며 연평도 천안함 사건을 가볍게 여겼다. 이분들을 국가가 인정 안 해 주면 개죽음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20대 남성이 우리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어 가는 것도 문제였다. 스타트업에 다니는 한승훈(28·가명)씨는 “(취업 등) 정책 하나도 빠짐없이 다 실패했는데도, 뻔뻔하게 남 탓을 하는 게 정부의 큰 문제”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사회로 진출할 기회나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니 반정부적 입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떤 정당이든 이남자가 추구하는 실용적 행복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면 언제든 이남자의 지지를 받지 못할 거라고 경고한다. 진보와 보수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핵심이 뭔지 보인다는 것이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남자 현상을) 실체도 불분명한 보수·진보로 판단해선 안 된다. 20대는 역사적으로 자유로워 ‘내’가 제일 중요하다”며 “국민의힘 역시 이들에게 비전을 보여 주지 못한다면 언제든 이남자 세대는 이탈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20대 여성 ‘소신투표’… 과반 득표 후보 없이 15%가 군소 정당·무소속 선택 ‘이여자’(20대 여성)의 4·7 보궐선거 키워드는 소신이었다. 성평등 사회를 바라는 젊은 여성들은 거대 양당 후보를 두고 ‘최악이냐, 차악이냐’ 고민하는 단조로운 투표에서 벗어났다. 대신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다양한 후보들을 지지했다. 전 연령·성별 계층 가운데 유일하게 특정 후보에 과반수 표를 몰아주지 않고 소수 정당 후보들을 가장 많이 지지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방송3사의 4·7 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여성의 무소속·군소정당 투표율은 15.1%로 전체 집단 가운데 유일하게 10%를 넘겼다. 20대 여성이 추구하는 가치가 다양하다는 방증이다. 성평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선거에 나선 여성의당 김진아 후보(4위), 기본소득당 신지혜 후보(5위), 무소속 신지예 후보(6위), 진보당 송명숙 후보(7위), 미래당 오태양 후보(9위)의 표를 합하면 총 9만 4000여표로 3위를 기록한 국가혁명당 허경영 후보(5만 2107표)보다 많다. 정치권은 20대 여성 유권자가 소수정당 득표의 대부분을 차지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박모(24)씨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20대 여성 자살률이 올라가는 등 여성의 경제적 타격이 높은 이 시기에 여성 정책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공약집을 꼼꼼히 살펴보고 신지혜 후보를 골랐다”고 말했다. 송명숙 후보를 뽑았다고 밝힌 원정현(23)씨는 “더 다양한 정당의 의견이 정치에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해 주류 정당을 뽑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취업준비생 박모(29)씨는 “여성의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세워진 여성의당을 지지했다”고 강조했다. 20대 여성의 소신 투표 배경에는 ‘어차피 시장은 오세훈’이라는 심리가 깔렸다. 선거 직전 연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큰 차이로 앞선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오자 평소 관심 있는 의제에 투표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민주당과 정의당을 지지했다고 밝힌 이혜주(25)씨는 “지난 총선에는 당선 가능성을 고려해 민주당 후보를 찍었는데 이번에는 평소 좋아했던 신지예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이여자는 40대 남성과 함께 박영선 후보 지지율이 높은 집단이기도 했다. 이들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여당에 실망하면서도 오세훈 후보의 인권 의식이 더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박 후보를 뽑았다고 밝힌 직장인 구모(26)씨는 “오 후보의 가장 취약한 점은 소수자 인권을 챙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여성과 성소수자 이슈에 대한 인식조차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학생 조모(23)씨도 “오 후보는 인권과 거리가 멀다”며 “견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박 후보를 골랐다”고 밝혔다. 젊은 여성들은 서울시장 당선인이 된 오 후보에게 성평등 정책을 주문했다. 원씨는 “오 후보가 전임 시장의 과오를 반복하지 말고 성폭력 피해자 지원과 노동권 개선 문제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직격’ 김해영 “조국, 왜 그리 지키려 했는지 이해 못해” vs 김용민 “檢·언론개혁 추진”

    ‘직격’ 김해영 “조국, 왜 그리 지키려 했는지 이해 못해” vs 김용민 “檢·언론개혁 추진”

    완패 원인에 “조국·추미애·부동산” 꼽아“조국 한 사람 지키려 이상한 프레임으로국민 갈라쳐 놓고 책임지는 사람 없었다”“검경수사권 과제 쌓였는데 검수완박 왜 해”친조국 김용민 “검찰개혁 때문에 진 것 아냐”“불공정 확산하는 언론, 제자리 돌려놓을 것”더불어민주당의 4·7 재보궐선거 완패 원인을 놓고 여당내 ‘미스터 쓴소리’로 불렸던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이 8일 “조국 사태는 민주당이 너무나 큰 실책을 했다”면서 “지금도 당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왜 그렇게 지키려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20대 국회에서 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냈던 김 전 의원은 “지금 검경 수사권 조정의 안착을 위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무슨 이유로 주장하는지 모르겠다”면서 “검찰개혁도 필요한 과제이지만 그것이 민생에 우선할 수 없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친조국 성향의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이번 선거 패배에 대해 “검찰개혁 때문에 선거에 진 게 아니라 가장 불공정한 검찰과 편파적인 언론에 대한 무기력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에 대한 분노가 심판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국 자녀교육 특권, 옹호할 수 없어”“曺 반대 여론에 지도부 들고 나온 게 曺반대=檢개혁 반대=적폐세력 프레임” “조국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달랐을 것” 김 전 의원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서 탄핵 정국 이후 유리한 위치에 있었던 민주당의 대패 원인과 관련해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제대로 된 성찰과 혁신을 위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면서 “조국 사태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문제, 부동산 실책”이라고 꼬집었다. 김 전 의원은 “조국이 아닌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달랐을 것”이라면서 “그와 같은 국민적 저항 속에서 조 전 장관을 밀어 붙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조 전 장관의 자녀입시비리 문제를 결정타로 짚었다. 김 전 의원은 “불법 여부를 떠나 조국 전 장관이 보여준 자녀 교육에서의 일반적인 행태를 뛰어 넘는 특권적 모습은 우리 사회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을 핵심 과제로 삼은 우리 민주당에서는 도저히 옹호 할 수 없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조 전 장관 임명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전전긍긍하던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이 어느 날 이상한 프레임을 가지고 나왔다”면서 “‘조국 반대’는 ‘검찰 개혁 반대’이고 이는 ‘적폐세력’이라는 프레임”이라고 언급했다.김해영 “검찰개혁 핵심은 입법인데 ‘조국 없인 안 돼’ 주장 정직하지 않아” 김 전 의원은 “검찰개혁은 핵심적인 부분이 입법을 통해서 이뤄지는데 검찰개혁을 조국이 아니면 할 수 없다는 것은 참으로 정직하지 못한 주장이었다”면서 “당에 충성도가 높은 열성 지지자들에게 이러한 프레임을 제시하는 지도부의 모습에서 저는 과연 정치가 이래도 되는 것인가, 조국 한 사람을 수호하기 위해서 이렇게 국민들을 갈라 치고 갈등을 조장해도 되는 것인가 라고 회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술회했다. 김 전 의원은 “21대 총선 당시에는 청년 인재를 영입해 놓고 조국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무서워 한동안 청년 영입 인재들이 인터뷰를 못하게 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고도 했다. 그는 “처음 한 사람이 조국에 대한 질문에 조국을 옹호하자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았고, 다음 영입 인재가 같은 질문에 이번에는 조국에 비판적인 언급으로 당원들에게 비난을 받게 되자 당에서 취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이 당시 이미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너무나 컸다는 방증일 것”이라고 직격했다. 김 전 의원은 그러고도 조국 사태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은 “이렇게 조국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이상한 프레임을 만들어서 국민들을 갈라 치고 갈등을 조장했음에도 이후 당에서 누구하나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면서 “민주당이 당심과 민심의 간극을 줄이고, 진정한 성찰과 혁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당시 조국 전 장관 사태에서 당이 어떠한 이유로 그러한 입장을 취했는지에 대한 설명과 그러한 국민적 분열을 야기한 주된 책임이 있는 사람의 진정성 있는 반성이 필요하다”고 조목조목 지적했다.“추미애 거친 언행·행위, 당 제지 못해”“검찰개혁, 민생에 우선할 수 없어” “윤석열 무리하게 쳐내려다 법원 제동으로 文 사과까지”“검수완박 추진에 尹사퇴 빌미만” 김 전 의원은 추미애 전 장관과 윤석열 전 총장 갈등으로 인한 지지율 하락도 언급했다. 김 전 의원은 “추 전 장관의 거친 언행과 절차를 지키지 않는 막무가내식 장관직 수행을 당에서 제지하지 못했다”면서 “윤 전 총장을 무리하게 쳐 내려다 법원에 의해서 번번히 제동이 걸리면서 결국 대통령의 사과에까지 이르게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검찰의 중립성이라는 측면에서 정권에 대한 수사를 하던 전직 검찰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정치 행보를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라는 의문은 있지만, 검수완박을 추진하다 윤 전 총장에게 사퇴의 빌미만 주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시행되고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도 이를 안착시키기 위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지금 검수완박을 도대체 무슨 이유로 주장하는지 모르겠다”고 일갈했다.“조국 사태, 추-윤 충돌, 前시장 사퇴이미 부산 민심은 그로기 상태였다” 김 전 의원은 “제가 있는 부산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아니더라도 조국 사태와 추미애 전 장관과 윤석열 전 총장의 충돌, 비례 위성정당 창당, 두 전직 시장의 사퇴 등으로 인해 이미 민주당에 대한 민심이 그로기 상태였다”고 패배 원인을 진단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검찰개혁을 강조해 오랜 기간 당력을 검찰개혁에 쏟아 부었다”면서 “검찰개혁도 필요한 과제이지만 그것이 민생에 우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민주당이 검찰개혁을 하듯 부동산 문제에 당력을 집중했다면 지금 부동산 문제가 이렇게 심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아픈 곳을 찔렀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전직 의원으로서 국민 여러분들께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김용민 “검찰이 가장 불공정한 기관”“檢·특권층·편파 언론에 무력함” 한편 조 전 장관과 검찰개혁을 함께 추진했던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4·7 재보선 참패와 관련, “검찰개혁, 언론개혁을 중단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검찰개혁 때문에 선거에 진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면서 “그러나 지지자들과 국민은 검찰개혁 때문에 지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보선에 나타난 민의의 핵심은 불공정에 대한 분노”라면서 “주택가격 폭등, LH 투기 사태, 검찰이나 정치권력 특권층에 대한 무기력함, 편파적 언론에 대한 무력감, 민주당 내부의 잘못에 관대함 등등에 대한 분노가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심판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불공정한 기관”이라면서 “따라서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 불공정을 확산시키는 언론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민주당 의원들의 뼈아픈 반성 “민주당에 민주가 없다”

    민주당 의원들의 뼈아픈 반성 “민주당에 민주가 없다”

    4·7 보궐선거 참패에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반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런 반성은 평소 민주당의 결과는 조금 다른 소신을 보여 온 의원들이기에 더 주목받았다. 조응천 의원은 5월 초에 전당대회를 열어 당 대표를 새로 뽑는데 민주당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데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당내 선거에 나서지 말라고 제안했다. 조 의원은 “돌이켜보면 집권 이후 저희들은 국민들의 바램과는 반대 방향으로 변한 것 같다”며 ‘착한 척 하더니 능력도 없을뿐더러 솔직하지도 않다’라는 평가가 몇 년 동안 켜켜이 쌓인 결과가 선거 결과라고 착잡해했다. 이어 ‘국민의 힘’에는 국민이 없고 ‘정의당’에는 정의가 없듯이 ‘민주당’에는 민주도 없다는 세간의 우스개 소리가 기억난다고 덧붙였다. 조 의원은 “작년 총선에서 180석에 가까운 절대 다수의석을 차지한 이후로는 상대 진영을 우리와 동등한 권리를 가진 경쟁자로 인정하거나 존중하지 않았다”고 통렬하게 반성했다.평소 금태섭 전 의원에 대한 징계, 윤미향 의원 비리 문제 등에 대해 당론과는 다른 소신을 과감하게 밝혀왔던 김해영 전 최고위원은 조국 사태와 추미애 전 장관과 윤석열 전 총장 문제, 부동산 정책 등이 민주당의 큰 실책이라고 짚었다. 김 전 위원은 “지금도 당에서 조국 전 장관을 왜 그렇게 지키려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당시 조국 전 장관 임명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전전긍긍하던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이 ‘조국 반대’는 ‘검찰 개혁 반대’이고 이는 ‘적폐세력’이라는 이상한 프레임을 가져왔다고 돌아봤다. 21대 총선 당시에는 청년 인재를 영입해 놓고 조국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무서워 한동안 청년 영입 인재들이 인터뷰를 못하게 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영입 인재가 조국에 대한 질문에 조국을 옹호하자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았고, 다음 영입 인재가 같은 질문에 이번에는 조국에 비판적인 언급으로 당원들에게 비난을 받게 되자 당에서 아예 인터뷰를 금지했다는 것이다. 또 조국 한사람을 지키기 위해 이상한 프레임을 만들어서 국민들을 갈라 치고 갈등을 조장했음에도 누구하나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위원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거친 언행과 절차를 지키지 않는 막무가내식 장관직 수행을 당에서 제지하지 못했고, 윤석열 전 총장을 무리하게 쳐 내려다 법원에서 번번히 제동이 걸리면서 결국 대통령이 사과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을 추진하다 윤 전 총장의 사퇴 빌미만 줬다며 검수완박 주장 이유도 모르겠다고 회의했다. 김 전 위원은 보수와 진보의 결정적 차이는 남북관계와 경제 정의 실현 또는 분배인데 부동산 실책으로 격차가 확대됐다며 뼈아파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엇갈린 20대 표심…이남자·이여자 속마음은

    엇갈린 20대 표심…이남자·이여자 속마음은

    예견은 현실이 됐다. 앞서 정치 전문가들은 20대가 4·7 보궐선거의 ‘캐스팅보트’가 될 거라 내다봤다. 실제 ‘이남자’(20대 남성)의 변심은 선거 결과를 갈라 놨다. 스스로를 이번 정부에서 차별받는 세대로 규정한 20대 남성은 사회적 통념과는 달리 보수정당을 선택했고 ‘이여자’(20대 여성)는 소신을 바탕으로 소수 정당 후보까지 고루 선택했다. 내년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남자·이여자의 마음을 누가 얻느냐에 따라 승자의 자리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은 8일 이남자·이여자의 속마음을 들어봤다.“우리가 최대 피해자죠”…‘이남자’가 보수에게 표를 던진 이유 ‘이남자’(20대 남자의 줄임말)가 4·7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소외되고 무시당하던 계층으로 자신을 인식해 온 이남자의 반격은 그렇게 표심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전통적인 진보·보수 진영 대결에서 벗어나 ‘공정’과 ‘성적 역차별’, ‘생존의 문제’를 바탕으로 삼촌(40대)이 아닌 할아버지(60대)와 함께 한 표를 던졌다. 통상 ‘청년=진보’라고 분류했던 이남자들이 보수화됐다는 시각보다는 현 정부 심판을 위해 차악을 선택했다는 해석이 더 타당해 보인다. 지난 7일 발표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의 절대다수인 72.5%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예측됐다. 아빠뻘인 50대 남성(55.8%)과 보수 성향이 강한 60세 이상 남성(70.2%)보다 더 높은 수치다. 특히 20대 여성들은 44.0%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져 20대 안에서 남성과 여성이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서울신문이 8일 이남자 10명에게 속내를 들어 봤더니 이들 대부분은 문재인 정부 심판론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에 표를 준 대학생 권승일(27·가명)씨는 “오 후보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기보단 현 정부를 심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다주택이 잘못된 거로 생각하지도 않는데, 현 정부가 문제로 삼아 놓고선 정작 자신들이 다주택이었다. 이는 공정의 문제이자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문재인 정부의 친여성주의 정책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총선까지 여당을 지지하다가 이번에 야당을 찍은 송준철(26·가명)씨는 “군 복무와 군 가산점, 여성할당제 논란에 대한 민주당의 반응이 실망스러웠다”며 “대북(화해) 정책을 추구한다며 연평도 천안함 사건을 가볍게 여겼다. 이분들을 국가가 인정 안 해 주면 개죽음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20대 남성이 우리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어 가는 것도 문제였다. 스타트업에 다니는 한승훈(28·가명)씨는 “(취업 등) 정책 하나도 빠짐없이 다 실패했는데도, 뻔뻔하게 남 탓을 하는 게 정부의 큰 문제”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사회로 진출할 기회나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니 반정부적 입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떤 정당이든 이남자가 추구하는 실용적 행복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면 언제든 이남자의 지지를 받지 못할 거라고 경고한다. 진보와 보수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핵심이 뭔지 보인다는 것이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남자 현상을) 실체도 불분명한 보수·진보로 판단해선 안 된다. 20대는 역사적으로 자유로워 ‘내’가 제일 중요하다”며 “실제로 20대 남성이 차별을 받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들이 체감하는 것이 소외감을 불러일으켰다. 국민의힘 역시 이들에게 비전을 보여 주지 못한다면 언제든 이남자 세대는 이탈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20대는 굉장히 실용적인 세대이며 오히려 자신들이 보수화됐다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20대는 국가관, 민족관 등에 구애받지 않으며 상상의 공동체가 아니라 자신의 삶이 중요한 세대인 만큼 20대 개개인의 삶에 직접적으로 와닿는 정책을 펼쳐야 이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거대 양당 대신 다양한 가치를”…‘이여자’의 소신 투표 ‘이여자’(20대 여자의 줄임말)의 4·7 보궐선거 키워드는 소신이었다. 성평등 사회를 바라는 젊은 여성들은 거대 양당 후보를 두고 ‘최악이냐, 차악이냐’ 고민하는 단조로운 투표에서 벗어났다. 대신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다양한 후보들을 지지했다. 전 연령·성별 계층 가운데 유일하게 특정 후보에 과반수 표를 몰아주지 않고 소수 정당 후보들을 가장 많이 지지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방송3사의 4·7 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여성의 무소속·군소정당 투표율은 15.1%로 전체 집단 가운데 유일하게 10%를 넘겼다. 20대 여성이 추구하는 가치가 다양하다는 방증이다. 성평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선거에 나선 여성의당 김진아 후보(4위), 기본소득당 신지혜 후보(5위), 무소속 신지예 후보(6위), 진보당 송명숙 후보(7위), 미래당 오태양 후보(9위)의 표를 합하면 총 9만 4000여표로 3위를 기록한 국가혁명당 허경영 후보(5만 2107표)보다 많다. 정치권은 20대 여성 유권자가 소수정당 득표의 대부분을 차지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박모(24)씨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20대 여성 자살률이 올라가는 등 여성의 경제적 타격이 높은 이 시기에 여성 정책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공약집을 꼼꼼히 살펴보고 신지혜 후보를 골랐다”고 말했다. 송명숙 후보를 뽑았다고 밝힌 원정현(23)씨는 “더 다양한 정당의 의견이 정치에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해 주류 정당을 뽑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취업준비생 박모(29)씨는 “여성의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세워진 여성의당을 지지했다”고 강조했다.20대 여성의 소신 투표 배경에는 ‘어차피 시장은 오세훈’이라는 심리가 깔렸다. 선거 직전 연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큰 차이로 앞선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오자 평소 관심 있는 의제에 투표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민주당과 정의당을 지지했다고 밝힌 이혜주(25)씨는 “지난 총선에는 당선 가능성을 고려해 민주당 후보를 찍었는데 이번에는 평소 좋아했던 신지예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이여자는 40대 남성과 함께 박영선 후보 지지율이 높은 집단이기도 했다. 이들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여당에 실망하면서도 오세훈 후보의 인권 의식이 더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박 후보를 뽑았다고 밝힌 직장인 구모(26)씨는 “오 후보의 가장 취약한 점은 소수자 인권을 챙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여성과 성소수자 이슈에 대한 인식조차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학생 조모(23)씨도 “오 후보는 인권과 거리가 멀다”며 “견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박 후보를 골랐다”고 밝혔다. 젊은 여성들은 서울시장 당선인이 된 오 후보에게 성평등 정책을 주문했다. 원씨는 “오 후보가 전임 시장의 과오를 반복하지 말고 성폭력 피해자 지원과 노동권 개선 문제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박씨는 “20대 남성 지지율이 70%를 넘는 것을 봤다”면서 “앞으로 남성 지지자들을 더 신경 쓰고 여성 유권자를 외면할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아하! 우주] 화성 표면에 거미 떼가?…기묘한 무늬 생성 원인 찾았다

    [아하! 우주] 화성 표면에 거미 떼가?…기묘한 무늬 생성 원인 찾았다

    지구의 이웃 행성인 화성의 신비한 거미 다리 같은 지형이 봄철 극지방의 드라이아이스 덩어리 틈에서 증발하는 이산화탄소에 의해 생성된다는 사실을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영국 오픈유니버시티와 아일랜드 트리니티칼리지 공동연구진은 화성 환경을 재현한 모의실험을 통해 거미 다리같이 생긴 지형인 ‘아라네이폼’(Araneiform)의 생성을 재현함으로써 이 지형이 이산화탄소의 증발에 의해 생성되는 것임을 확인했다. 연구를 이끈 오픈유니버시티의 로런 매커운 박사는 “아라네이폼은 화성정찰위성(MRO) 등에 의해 포착됐고 생성 원리가 이산화탄소 증발에 의한 것이라는 이론이 10년 넘게 받아들여져 왔지만, 지금까지는 순수하게 이론적인 맥락이라는 틀 안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이산화탄소 증발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 영국 밀턴케인스에 있는 오픈유니버시티의 화성 모의실험실에서 화성 환경의 기압을 재현했다. 연구진은 드라이아이스 덩어리에 구멍을 내고 여러 크기의 입자 표면 위에 매달았다. 그러고 나서 화성의 대기 상태에 가까워지도록 모의실험실의 기압을 낮췄고 그후 드라이아이스 덩어리를 표면에 닿도록 내렸다. 그러자 이산화탄소가 고체 상태에서 기체로 직접 변해 구멍을 통해 새어 나왔다. 그리고 실험 때마다 드라이아이스 덩어리를 들어올리자 거미 다리 같은 무늬가 남았다.매커운 박사는 이 실험은 화성에서 관측한 거미 패턴이 드라이아이스를 고체에서 기체로 직접 변환함으로써 조각된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화성에서는 봄이 되면 태양광이 극지방을 덮고 있는 반투명한 드라이아이스 덩어리 밑의 균열이 있는 바위를 따뜻하게 해 압력을 높인다. 이 압력으로 드라이아이스 덩어리가 갈라지면서 이산화탄소가 증발하고 모래 같이 아주 작은 돌이 공중으로 흩날린다”면서 “그러면 이런 입자 상태의 물질이 나뭇가지나 가느다란 거미 다리와 같은 형태로 가라앉는다”고 설명했다.‘화성에서 온 거미들’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아라네이폼은 화성의 극지방에서 지름이 1㎞나 되지만, 지구상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지구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화성의 대기는 이산화탄소가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겨울에는 화성의 극지방에서 생성되는 얼음과 서리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매커운 박사는 화성의 표면이 계절마다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해 과학자들이 비로소 이해하기 시작했기에 이 발견은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 발견은 2030년대 화성 유인 탐사를 목표로 하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도 도움을 줄지도 모른다. 연구 공동저자인 트리니티칼리지의 지형학자 메리 버크 박사는 “이 혁신적인 연구는 화성의 현재 기후와 날씨가 표면의 동적인 과정뿐만 아니라 미래의 로봇과 인간의 화성 탐사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새로운 주제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자세한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최신호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비니시우스 멀티골’ 레알, UCL 4강행 쾌청

    ‘비니시우스 멀티골’ 레알, UCL 4강행 쾌청

    레알 마드리드(스페인)가 3년 만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향해 순항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7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에스타디오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에서 열린 2020~21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홈 경기에서 리버풀(잉글랜드)에 3-1로 이겼다. 이번 시즌 라리가 26경기에 나서 3골을 넣고 있지만 골결정력이 다소 아쉽다는 평가를 받는 21세 신예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멀티골로 자신을 향한 불신을 덜어냈다. 2015~16시즌부터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이탈리아 유벤투스로 떠난 뒤 2시즌 연속 16강에서 탈락했던 레알 마드리드는 3년 만의 결승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레알 마드리드는 3연패 당시 결승 상대였던 리버풀을 맞아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 전반 27분 토니 크로스가 후방에서 올린 얼리 크로스를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박스로 달려들며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오른발슛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9분 뒤 마르코 아센시오가 1대1 기회를 안겨주는 듯한 상대 수비의 헤딩 실책을 놓치지 않고 추가 골을 터뜨렸다. 레알 마드리드는 후반 6분 모하메드 살라에게 추격 골을 얻어맞았으나 후반 20분 루카 모드리치가 박스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깔아준 공을 비니시우스가 간결한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다시 골망을 흔들며 승리를 움켜쥐었다. 리버풀은 골키퍼 알리송의 수 차례 선방으로 대패를 모면했다. 이날 맨체스터 시티는 도르트문트(독일)와 홈 1차전에서 후반 45분 터진 필 포든의 결승골로 2-1 승리를 거뒀다. 맨시티는 전반 19분 역습 상황에서 케빈 데 브라위너가 선제골을 뽑아냈다. 계속 리드를 지키던 맨시티는 후반 39분 엘링 홀란드의 어시스트를 받은 마르코 로이스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승리를 놓칠 뻔했다. 그러나 6분 뒤 포든이 왼발슛으로 골망을 갈라 승리를 따냈다. 맨시티는 원정 2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4강에 오른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민주당, 정의당에 막판 러브콜…박영선 “나는 도왔는데”(종합)

    민주당, 정의당에 막판 러브콜…박영선 “나는 도왔는데”(종합)

    막판 정의당에 손내미는 민주당 박영선 “노회찬 혼신 다해 도왔다” 정의당 “정의당 입에 올릴 자격조차 없다”박영선 6411번 버스 찾아 “두 배로 열심히 잘하겠다” 선거 막판 표심이 급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한 동안 멀어졌던 진보진영에도 손을 내밀고 있다. 다만, 위성정당사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과정 갈등 등으로 민주당과 거리가 멀어진 정의당은 “무슨 염치 없는 짓이냐”며 단호히 거부 의사를 밝힌 상태여서, 이들 진보진영 지지층이 박 후보를 택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선거운동 마지막날인 6일 정의당 고 노회찬 전 의원이 대표 수락연설 당시 언급했던 ‘6411번 버스’에 올랐다. 6411번 버스는 노 전 의원이 언급한 후 정의당의 상징처럼 여겨져, 당직과 공직 등에 출마하는 정의당 정치인들이 반드시 언급하는 단골소재가 된 버스다. 박 후보가 마지막 날 6411번 첫차에 올라탄 것은 이처럼 6411번 버스로 상징되는 정의당과 진보진영의 표심을 얻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박 후보는 새벽 4시쯤 6411번 첫차에 올라타 탑승객들과 대화를 나눴다. 박 후보는 탑승객들에게 필요한 점을 물었고, 탑승객은 “10분 빨리 하거나 전철을 좀 댕겨줬으면 한다”는 등의 부탁을 했다. 박 후보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과 제가 더 겸손한 자세, 더 낮은 자세로 서민들의 삶을 알뜰살뜰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처절하게 반성하고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드리고 두 배로 더 열심히 잘하겠다”고 말했다. 6411번 버스의 상징성과 관련해 박 후보는 “과거에 노회찬 의원이 탔었고 또 여기가 제 지역구기도 했다. 주로 필수노동자들이 타고 아침 일찍 떠나서 서울의 새벽을 깨우는 분들이 함께 하는 버스”라고 설명했다. ‘정의당이 박 후보를 돕는데 부정적’이라는 질문에는 “민주당에 섭섭한 부분이 많이 있어서 그러셨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저는 노회찬 의원님이 동작 출마하셨을 때도 혼신의 힘을 다해 도와드렸다”며 “다른 정의당의 보궐선거 있었을 때 저는 그때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진심을 다해서 매번 거의 매번 도와드렸다”고 호소했다. 중대재해법·위성정당 갈라선 정의당 “염치 있어야” 그러나 정의당은 민주당의 긴급지원 요청을 단호히 거절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영선 후보님, 후보님이 지금 할 일은 본인들의 이 민낯을 직시하는 것”이라며 “노회찬 의원 따라하기로 그 민낯을 가릴 수 없다는 걸 아셔야 한다. 그것이 시민들의 마음을 얻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여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회의에서 “어제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께서 인터넷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심상정 의원 같은 분이 도와주면 좋겠다’고 하셨다”며 “염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바 있다. 여 대표는 “박 후보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국회 논의과정에서 기업 입장을 대변해 법의 실효성을 무력화시킨 당사자”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말 본격화돼 올해 1월 본회의를 통과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 당시 박 후보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아직도 이유를 잘 못찾고 있는 것 같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말씀드린다”라며 “민주당은 최소한 비판적 지지의 근거마저 상실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여 대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언급했지만 민주당과 정의당의 관계는 지난 총선 더불어시민당으로 상징되는 비례연합정당 설립 당시부터 크게 어긋났다. 정의당 내부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의당 관계자는 “민주당과 엮일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하는 사람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신지예 “위성정당 사태는 사사오입” 정의당뿐만 아니라 여타 야당도 민주당의 입장 변화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원외로 출마한 진보진영 후보도 민주당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예전에 위성정당으로 뒤통수 치고 헤어진 정의당에게 이러면 이건 2차 가해”라면서 “6411번 체험기 사진을 찍기 위해서 노회찬 의원이 언급하셨던 청소나 경비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두세분이 앉아서 가지 못하고 서서 가셔야 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박기녕 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정청래 의원 시켜 한 푼 달라더니, 이제는 정의당에 한 표 달란다”며 “거저 달라며 구걸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팀서울 소속으로 비례연합정당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신지예 무소속 서울시장 후보와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신 후보는 전날 여 대표와 면담 후 “위성정당 사태는 사사오입이나 유신정우회에 버금가는 대한민국 정치 흑역사”라며 “여영국 대표에게 국민들께 땅에 떨어진 정치 윤리를 바로 세울 것을 약속드리고, 새로운 정치 비전을 같이 찾기를 제안드렸다”고 밝힌 바 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김양희의 국제경제] ‘지마불사’ 시대 도래, 세 가지 화두 /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장

    [김양희의 국제경제] ‘지마불사’ 시대 도래, 세 가지 화두 /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장

    코로나는 효율성에 기반한 국제경제 질서의 위험성에 경종을 울린 일대 사건이다. 디지털 전환 시기의 미중 전략 경쟁과 기후변화 대응도 중요 변수로 등장했다. 지난 3월 미국 텍사스를 강타한 혹한에 삼성전자 공장이 가동을 멈추고 세계 3위 차량용 반도체 제조업체 르네사스의 일본 공장이 화마로 덮이자 세계 반도체 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안보와도 밀접한 반도체 글로벌공급망(GSC) 교란 시 심각성을 절감한 주요국이 앞다퉈 대응책 마련에 나서며 반도체 GSC의 내재화·지역화·진영화를 주도하고 있다. 내재화 흐름은 미국과 중국에서 시작돼 여타 국으로 확산 중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는 가장 먼저 한국의 반도체 기술 자립 필요성을 일깨웠다. 이 움직임은 현재 GSC의 안정성 강화 방향으로 진화 중이다. 일본도 소재와 장비의 강점을 십분 활용한 차세대 반도체 육성에 나섰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 주권’ 확립이라는 기치 아래 2020년 10%를 밑도는 반도체 생산 능력을 2030년에 20%를 끌어올리겠다고 한다. 그러나 ‘축적의 시간’을 요하는 반도체 산업에서 단기간에 기술 추격이 어려운 나라들은 급한 대로 TSMC와 삼성의 투자 유치에 기대는 양상이다. 지역화·진영화와 관련한 일본의 3월 한 달간 광폭 행보가 주목된다. 일본은 호주, 아세안, 인도의 관계자를 화상 포럼에 초청해 자동차를 위시한 기간산업의 대중 의존도 완화와 공급망 교란에 대비, 정보 공유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아세안의 맹주 인도네시아와도 같은 취지로 외무·국방 장관 회담을 가졌다. 또한 미국, 인도, 호주와 함께 쿼드 4개국은 첫 정상회의에서 반도체, 배터리, 의약품, 희토류의 공급망 재편에 합의하는 등 GSC의 반중 진영화에도 막힘이 없다. 바야흐로 ‘지마불사’(地馬不死) 시대의 도래다. 이는 첨단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지난해 9월 베트남산 합판에 향후 5년간 9.18~10.65%의 반덤핑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국내 합판제조업은 1970년대 100개에 달했으나 중국, 베트남 등의 저가 공세에 밀려 2020년에는 4개사만 남은 한계 산업이다. 이 판정의 일차적 이유는 덤핑 수입에 따른 국내 산업의 실질적인 피해 발생이나 그 너머에는 경제안보적 고려도 있었다. 합판산업은 대형 산불과 같은 국가 재난의 복구 시 필수적인 군수물자이자 탈탄소화에도 긴요한 산림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도 불가피한 장치산업이다. 작금의 현실은 우리에게 세 가지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첫째, ‘지마불사’ 시대의 보호 대상은 누구인가. 생산의 내재화·지역화·진영화로 인한 GSC의 다핵화·파편화·중복화는 범세계적인 고비용을 초래한다. 물론 공급망의 복원력이나 경제안보 측면의 중시 또한 경제적으로 목적합리성을 지니는 만큼 마냥 비효율적인 자원 배분이라고 폄하할 수 없다. 그런데 반도체에서 합판에 이르기까지 왕년의 ‘대마불사’ 신화가 ‘지마불사’ 신화로 변용돼 경쟁의 실종과 소비자 후생의 악화가 드러날 경우 이는 누가 책임지나. 우리의 보호 대상은 ‘지마’인가, 그 전후방을 포괄하는 산업 생태계인가. ‘지마’의 해외 이전과 그로 인한 인재 유출, 고용 수출을 경제안보 차원에서 막을 제도적 장치는 충분한가. 둘째, 주요 수출국의 막대한 보조금에 힘입은 ‘지마’의 비대화는 또 다른 무역분쟁의 불씨가 될 것이다. 국내 무역 구제 정책에서 이에 대응한 상계관세 부과에 어느 정도 대비돼 있는가. 반도체 관련 소부장 분야에서 한국이 해외시장에서 미운 ‘지마’로 간주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일본이 호시탐탐 지켜 보고 있을 터이다. 보조금 문제에 관해서는 당분간 피차에 유사한 처지이나, 추후 문제 삼으려 할 경우 금지 보조금과 허용 보조금의 경계는 종이 한 장 차이일 수 있다. 이 대비는 충분한가. 셋째, 지마의 뛰어놀 공간을 넓히거나 분산시킬 때 협력할 나라는 있는가. 주요국이 중국 의존도 저하를 위해 GSC 재편에 힘 쏟고 있는데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협력국에 일본이 없음은 분명하다. 일본의 최근 광폭 행보 속에도 한국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RCEP에서 이탈한 인도와의 협력이 중심축을 이룬다. 신남방 정책의 성과는 드러나고 있는가. 주요 교역 상대가 두 진영으로 갈라지고 있는데, 한국의 대안은 충분한가. 이제 정부는 스스로 물어야 한다.
  • [이경우의 언파만파] 말 다듬기

    [이경우의 언파만파] 말 다듬기

    정부가 진행하는 우리말 다듬기에 마뜩지 않은 눈길이 많다. 외국어나 어려운 말 대신 제시한 말들이 생뚱맞아 보인다거나, 의미를 전달하기 어렵다거나, 표현이 어색하다는 이유들이 이어진다. 물론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은 말들이 꽤 있다. ‘아킬레스건’을 ‘치명약점’, ‘해피엔딩’을 ‘행복결말’, ‘러브샷’을 ‘사랑건배’, ‘파파라치’를 ‘몰래제보꾼’, ‘블루투스’를 ‘쌈지무선망’, ‘로밍’을 ‘어울통신’으로 쓰자고 한 예도 그런 것들이다. 최근에는 ‘리클라이너’를 ‘각도 조절 푹신 의자’, ‘실버 서퍼’를 ‘디지털 친화 어르신’으로 하자고 했다. 그렇다고 이런 예들 때문에 다듬은 말들이 외면받는 건 아닌 듯하다. ‘텀블러’는 ‘통컵’, ‘갈라쇼’는 ‘뒤풀이공연’, ‘무빙워크’는 ‘자동길’, ‘방카쉬랑스’는 ‘은행연계보험’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처럼 다듬은 말 자체는 무리 없이 받아들일 만해도 일상의 반응은 시원치 않다. 말 다듬기가 시작된 광복 직후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이때는 당시 문교부가 ‘우리말 도로 찾기’라는 책자를 내놓았을 만큼 ‘우리말’이라는 것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일제의 잔재인 일본어를 몰아내자는 구호에 곳곳에서 호응을 보냈다. 1970년대에는 정부와 민간단체는 물론 대학에서도 국어 순화 운동이란 이름으로 말 다듬기가 전개돼 관심을 보이는 층도 많았다. 일본식 한자, 일본어를 어원으로 하는 외래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데 대한 지지가 강하게 있었다. 지금은 다듬기 대상이 대부분 영어에서 온 말들이다. 영어에 대한 거부감은 일본어와 같지 않다. 생소하고 어려운 말이어도 이미 누군가 쓰고 있다면 그것을 쉬운 우리말로 바꿔야 한다는 의식도 약하다. 일본어를 우리말로 바꾸자고 하는 데는 굳이 대상을 정해 놓지 않아도 됐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다듬은 말을 괜찮게 내놓는다고 해도 눈길을 받기가 어렵다. 이미 ‘갈라쇼’를 쓰고 있는 곳에선 ‘뒤풀이공연’이 쉽지만 익숙지 않다. ‘텀블러’가 입에 붙어 있는데 ‘통컵’이 어떠냐고 물으면 고개를 돌리게 된다. 좀더 빠르고 적절한 대안을 내놓는다고 ‘새말모임’이 만들어졌다. 각계 인사들이 다듬을 말을 선정하고 국민을 대상으로 수용도를 조사한다. 그리고 결과를 내놓지만 반응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리클라이너’를 주로 쓰고 내놓는 곳, ‘실버 서퍼’를 많이 사용하고 유통시키는 곳과 먼저 협의돼야 했다. 그 말을 사용하는 현장과 논의하고 공감해야 실천이 따른다. 그래야 살아 있는 말이 된다.
  • 평범한 과외선생님의 죽음, CNN 인터뷰 후 사라진 시민들…미얀마를 구해주세요

    평범한 과외선생님의 죽음, CNN 인터뷰 후 사라진 시민들…미얀마를 구해주세요

    무자비한 군경의 유혈 진압에도 미얀마의 민주화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오히려 탄압이 계속될수록 시위는 거세지는 모양새다. 그만큼 군경 총칼에 새총으로 맞선 민중의 희생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저 평범한 과외 선생님일 뿐이었던 쩌 모에 까잉(39)도 군홧발에 짓밟혀 세상을 떠났다. ‘미얀마군의 날’이었던 지난달 27일, 양곤 동부 산업도시 다곤 세이칸에 군인들이 밀어닥쳤다. 현지 과외교사 까잉 등 반쿠데타 시위대 3명은 사정없이 총을 휘갈기는 군인들을 피해 주택가로 달아났다. 마침 인근 주거용 건물 3층에 사는 주민 가족이 이들을 보고 집 안에 숨겨주었다. 군인들은 건물 안으로 최루탄을 쏟아부었다. 매캐한 연기는 곧 건물 전체를 휘감았다. 결국 시위대를 숨겨준 주민 가족 중 한 명이 연기를 참지 못하고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갔다가 군인들에게 발각됐다. 군인들은 달아나는 주민 뒤를 쫓아 시위대가 숨은 집 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궁지에 몰린 시위대는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다. 군인들은 시위대를 놓치지 않았다. 아래층 차양에 위태롭게 선 시위대의 등을 주저 없이 떠밀었다.시위대 중 한 명이었던 까잉의 유가족은 “군인들은 까잉 등 시위대 3명에게 멈추라고 말한 뒤 등을 떠밀었다. 그리곤 추락하면서 다친 시위대를 때리고 발로 찼다”고 밝혔다. 현장 영상에는 군인 2명이 움직이지 못하는 까잉을 질질 끌고 가는 모습이 찍혀 있다. 그나마 이때까지는 까잉의 숨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다른 시위대 2명과 연행된 경찰서에서의 구타는 까잉의 목숨을 앗아갔다. 유가족은 “까잉이 군인들에게 끌려가는 영상을 SNS에서 보고 경찰서로 달려갔는데 이미 교도소로 보내진 뒤였다. 발을 동동 구르며 소재가 파악되길 기다렸다. 29일 그가 군 병원에 있다는 경찰 연락을 받고 가보니 산소호흡기를 끼고 있더라”고 설명했다. 구타로 만신창이가 된 까잉은 수혈 후 잠시 의식을 되찾았다. 하지만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몸은 구타 후유증을 견뎌내지 못했고, 사건 나흘 만인 지난달 31일 결국 숨을 거뒀다. 3일 미얀마나우 보도에 따르면 엑스레이 사진에 찍힌 까잉의 몸 상태는 처참했다. 골반과 다리 등 몸 곳곳이 골절됐으며, 신장 손상과 내출혈로 인한 심장 혈전도 관찰됐다. 골절상이 차양에서 떨어졌을 때 생긴 것인지, 구타 중에 생긴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유가족은 추락하면서 다친 시위대의 치료 요청을 거부한 것도 모자라 무차별 폭력을 행사한 군경에 분노를 드러냈다. 유가족은 “군경은 사람 가리지 않고 구타를 일삼는다. 그들을 증오한다”고 치를 떨었다. 평범한 과외선생님으로 미얀마의 민주화를 외쳤던 까잉은 그렇게 한 줌 재로 사라지고 말았다. 까잉과 함께 있다 끌려간 다른 2명의 시위대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3일 미얀마 정치범지원연합(AAPP)에 따르면 2월 1일 쿠데타 이후 두 달간 최소 550명이 유혈진압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 중 43명은 아이들이었다. 구금된 인원도 2751명에 달한다. 수감자 대부분의 행방은 알 길이 없다. 31일 양곤에서 CNN 취재진 인터뷰에 응한 민간인 6명도 납치돼 구금됐다. 이들 중 한 명인 인 뗏 틴(23)은 밍갈라돈 시장에 과자를 사러 갔다가 CNN 취재팀과 인터뷰를 했고, 이후 취재팀이 사라지자 어디론가 끌려갔다. 인 뗏 틴의 가족 중 한 명은 “인 뗏 틴은 CNN 인터뷰에 대답했을 뿐, 다른 아무것도 안 했다”면서 “동생은 죄가 없는 만큼, 심문 뒤에 가능한 한 빨리 건강하게 석방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정청래 “황교안 나서라”…황교안 “백의종군중”

    정청래 “황교안 나서라”…황교안 “백의종군중”

    코로나 확진자와의 접촉으로 자가 격리 중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재 국민의힘) 대표를 소환하자 황 전 대표는 백의종군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 의원은 전날인 2일 “선거가 코 앞인데 전직 대표로서 어디서 무얼하고 계십니까?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닙니까?”라며 황 전 대표에 숨어있지 말고 전면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황 전 대표에 전광훈 목사도 만나고 태극기 부대와 함께 이벤트도 하고 지원유세도 하라며 뒤에서 꿍얼꿍얼 대지만 말고 지원 유세를 다니라고 했다. 정 의원이 황 전 대표를 저격한 것은 앞서 황 전 대표가 “여당후보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면서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약속을 기억했는지, 문재인 대통령과 당명은 숨기며 선거운동을 한다”고 민주당을 비판했기 때문이다. 황 전 대표는 또 “문재인 정부는 한때는 ‘K-방역’을 자랑하는데 여념이 없었지만 그들이 자랑하던 ‘K-방역’은 ‘의료인들의 헌신’과 ‘국민들의 희생’ 속에 이루어진 것이었다”면서 “정작 현 정부는 의사와 간호사간 이간질과 국민 갈라치기로 사회의 합심대응을 방해했다”고 정부의 방역 정책도 비난했다. 그는 투표가 궁극의 방역이라고 덧붙였다.이런 황 전 대표에 정 의원은 “‘내가 황교안이다. 전직 대표다. 국민의힘은 황교안 보유당이다’ 호통을 치고 막무가내로 유세차에 올라타라”고 제안했다. 정 의원의 말에 황 전 대표는 ‘역시 명불허전 전략가’라고 추켜세운 뒤 “숨거나 꿍꿍이가 있어서가 아니라 정 의원과 같은 분들이 국민을 대표하는 상황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국민께 사죄하기 위해서”라며 백의종군 중이라고 밝혔다. 유세차는 꽃가마라고 부연했다. 이어 황 전 대표는 현재 주변 분위기를 보면 이번엔 우리당이 승리할 것 같다면서도 서울시민과 부산시민들에게 방심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황 전 대표는 “‘변이’는 바이러스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지난 4년 경험을 통해 문재인 정권의 놀라운 생존력을 분명히 확인했다”면서 “선거 막바지에 어떤 꼼수와 불법을 도모할 지 알 수가 없다”고 우려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120년 역사 여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120년 역사 여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개찰구는 어디 있지? 표 파는 데는?” 서울의 경리단 지하보도처럼 짧은 계단을 내려가니 바로 지하철 승강장이다. 이렇게 금방 승강장이 나올 리가 없다고,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어딘가에 더 있을 거라 생각하며 베를린 지하철역 안을 두리번거렸다. 역에는 표를 끊고 들어가는 개찰구도, 표를 끊는 커다란 기계도 없었다. 어리둥절하는 사이, 지하철이 먼저 들어와 무턱대고 탄 적도 있었다(다행히 검표원에게 걸리진 않았다). 베를린에서 가장 적응되지 않았던 것 중엔 이 느닷없는 지하철 타기가 있었다.●120년 역사를 담고 달려온 베를린 지하철 표를 사서 출입구에 넣고 안으로 들어간다. 승강장을 향해 지하로, 지하로 하염없이 내려간다. 환승역이 있다면 한참 걷고, 타는 데까지 시간도 꽤 걸린다. 이런 서울의 지하철 시스템에 익숙한 여행자에게 베를린 지하철은 ‘황당’(어라? 벌써?), ‘부정’(아냐, 이게 승강장일 리 없어), ‘허무’(이렇게 금방 나오다니)의 ‘스리 콤보’ 경험을 선사한다. 물론 나중엔 ‘이보다 편할 순 없다’의 자세로 잘 이용하게 되지만, 베를린 지하철을 첫 대면한 순간에는 누구나 세상 ‘어리바리’가 되고 만다. “이거, 뭐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하면서. 베를린의 많은 역들이 이처럼 계단을 조금만 내려가면 바로 승강장으로 이어진다. 시내 중심가에 있고 환승 노선이 많은 ‘알렉산더 플라츠’ 역 정도를 빼면 다른 역들은 단순하고 찾기도 쉽다. 지하로 다니다가 가끔 지상으로 빠져나오기도 하는데, 그런 구간이 많지는 않다. 베를린의 지하철, 우반(U-Bahn) 얘기다. 우반은 ‘운터그룬트 반’(Untergrund Bahn)의 약자로 노선의 대부분이 지하로 다닌다. 역 간 거리가 짧고 속도가 빨라서 많은 베를리너들이 이용한다. 지하로 다니는 우반과 함께 국철 전철이라 할 수 있는 에스반(S-Bahn)도 있다. 서울 지하철 2호선처럼 순환하는 링반과 여러 라인이 있는데, 두 열차를 적절히 이용하면 어디든 갈 수 있다.베를린의 지하철이 재미있는 건 역마다 생김새도, 역 이름에 쓰인 서체도, 디자인도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천장이 머리 위에 닿을 것처럼 낮은 곳이 있는가 하면, 거대한 홀처럼 웅장한 기둥이 있는 승강장도 있다. 벽마다 사진을 전시한 역도 있고, 1950년대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의 역사도 있다. 내리는 곳마다 분위기가 다르니 구경하는 재미도 남다르다. 스쳐 지나가는 역들은 지금도 생경할 때가 있다. 베를린을 처음 여행할 땐 지하철에서도 마음이 바빴다. 눈길을 끄는 역마다 사진을 `찍고, 사람들이 차고 빠지는 역 안에서 한참을 앉아 있기도 했다. 우반 특유의 노란색 지하철이 들어오고 떠날 때마다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어느 날은 쓸쓸한 마음으로, 어느 날은 신기한 마음으로. 베를린은 보고 경험할 게 넘치는 도시였지만, 지하철역은 이 도시를 탐험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었다. 베를린의 우반은 총 9개 노선에 174개 역이 있다. 우반이 처음 만들어진 때는 1902년. 생긴 지 거의 120년이나 됐다. 당시 지하철은 부유 계층이 많이 살던 베를린 서쪽의 샤를로텐부르크, 쇠네베르크, 빌머스도르프 동네를 중심으로 먼저 만들어졌다. 이후 북쪽의 베딩에서 남쪽의 노이쾰른을 잇는 남북 노선, 서쪽 끝에서 동쪽 끝을 잇는 노선 등으로 계속 늘어났고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으로 갈라지면서 30년 넘게 운행이 중단됐다가 통일 후에 다시 재개됐다. 오래된 지하철역을 다니다 보면 120년간의 도시 역사가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눈에 띄는 건축물과 특이한 디자인의 역들은 영감을 준다. 역마다 가진 이야기 또한 가볍지 않다.●매일 타는 지하철로 베를린 시간 여행 내가 자주 타는 노선은 ‘우 츠바이’라 불리는 U2 노선이다. 베를린 북쪽의 판코 역에서부터 중심부인 알렉산더 플라츠를 지나고 서쪽 포츠다머 플라츠, 동물원, 카데베 백화점 등을 지나 서쪽 끝인 룰레벤 역에 닿는다. U2 노선은 U1, U3, U4와 함께 1914년 이전에 건설된 초기 노선 중 하나다. 그래서 어떤 역들은 유독 고풍스럽고, 샛노랗거나 짙은 오렌지색으로 꾸며진 역도 있으며, 과거로 돌아간 듯 시간이 멈춘 역도 있다. 가장 친한 친구가 운영하는 치킨집이 있는 에바스발더 역은 그중에서도 자주 타고 내리는 역으로, 진초록색의 철 구조물 역사가 예스러우면서도 멋지다. 에바스발더 역은 지하에 위치한 역들과 달리 단단한 석조 기둥 위에 지상철로 만들어져 있다. 조명이 들어오는 밤에는 더욱 운치가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의 매일 밤늦은 시간에는 항상 같은 자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술 취한 아저씨도 있다. 루이 암스트롱만큼 좋은 목소리로 ‘왓 어 원더풀 월드’를 부르는데, 적막한 역 안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쓸쓸하면서도 애달프다. 코로나19 이후로는 밤늦게까지 돌아다닌 적이 없어 그 아저씨를 본 지도 오래됐다.U2 라인에서 가장 좋아하는 역은 메르키셰 박물관 역이다.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계단 위에 서면 아치형의 천장과 캡슐처럼 생긴 조명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역은 베를린 전체 지하철역에서 유일하게 중앙 기둥이 없는 단 두 개의 역 중 하나다. 천장이 높고 창백한 조명이 늘어선 역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걸음을 멈춘다. 타원형의 알약처럼 줄줄이 매달려 있는, 단순하지만 특이한 조명을 보면 저절로 사진을 찍게 된다. 휴대폰에는 여기서 찍은 비슷한 사진이 계속 쌓이고 있다. 메르키셰 박물관 역과 한 정거장 차이인 클로스터 슈트라세 역도 특이하다.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입구의 복도에 짙은 파란색 타일과 야자수 같은 기둥 문양이 만들어져 있는데, 이는 고대 바빌론의 여덟 번째 성문인 이슈타르 문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페르가몬 뮤지엄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신비로운 푸른색의 벽을 지나 승강장으로 내려가면 1910년대부터 쓰이던 트램과 기차 등의 빈티지한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베를린에서 가장 고급 백화점인 카데베를 가기 위해 내리는 U2 노선의 비텐베르크플라츠 역도 유명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 역은 1900년대 초 우반 네트워크의 많은 역을 설계한 스웨덴 건축가 알프레드 그레난더의 작품으로, 현재는 건축기념물로도 등재됐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베를린 폭격으로 심하게 부서진 것을 1950년대에 재건했는데, 아르누보 스타일로 디자인된 역의 현관 홀과 아기자기한 역사 안, 빈티지한 타일과 색이 시간 여행을 떠나온 느낌을 준다. 누구나 이 역사 안을 드나들 땐 사방을 구경하느라 고개가 바빠진다.●아르누보 건축물에서 대성당 분위기까지 U2 노선뿐만 아니라 다른 노선에도 사연 많고 독특한 역들이 많다. 크로이츠베르크 지역에서 지낼 때 매일 이용하던 코트부서 토어 역(U8)은 온갖 낙서에 그다지 내세울 분위기도 없지만, 오래된 유리창에 정직하게 쓰여 있는 역 이름만으로도 베를린의 상징으로 통한다. 또 바르샤우어 슈트라세 역과 슐레시스토어 역 사이를 오가는 U1을 타면 오버바움 다리를 건너는데, 이때 펼쳐지는 슈프레강 풍경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머릿속에 각인된다. 현대 건축의 전시장이라 불리는 포츠다머플라츠 역은 현재 베를린에서 가장 모던하고 번화한 역 중 하나다. 그러나 베를린 장벽이 가로막았던 시기에는 아무도 이용할 수 없는 ‘고스트 스테이션’ 중의 하나였다.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의 경계에 위치한 탓에 30년 넘게 지하철이 오가지 못했고, 이렇게 멈춰 있던 많은 ‘유령 역’ 중엔 미테의 로젠탈러플라츠 역(U8)도 끼어 있었다. 역사의 건축 자체가 빼어난 곳도 많다. 서베를린 지역의 라타하우스 쇠네베르크 역(U4)이 대표적이다. 지금은 쇠네베르크 지역의 구청역이지만, 1991년까지는 서베를린 전체의 시청역으로 쓰였다. 역 안에서는 커다란 격자창을 통해 루돌프 빌데 공원이 내다보이고, 공원에서는 우아한 역의 건축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역에서 빠져나오면 역 위에 있는, 아름다운 조각상이 세워진 다리로 올라갈 수도 있고 작은 호수로 둘러싸인 공원으로 갈 수도 있다. 지하철역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귀족적인 자태의 건축물로 먼저 다가올 역의 외관과 뒤로 보이는 구청사 탑이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다른 지대보다 낮게 만들어진 공원은 아르누보 양식으로 만들어진 역을 감상하기에 좋은 전망 포인트다.●천장 높이 7m·육중한 중앙 기둥 ‘U7 승강장’ U8과 U7이 지나는 헤르만플라츠 역의 내부도 감탄을 자아낸다. U7의 승강장을 꼭 가봐야 하는데, 천장 높이가 무려 7m에 이르고 중앙의 육중한 기둥과 함께 웅장한 대성당의 분위기를 풍긴다. 우반의 트레이드마크인 노란색 세라믹 타일과 회색의 조합도 빈티지할뿐더러 커다란 조명 아래 빛나는 승강장은 언제 내려도 놀라움을 전해준다. 9개의 우반 노선 중 가장 클래식하고 고풍스러운 라인으로는 U3가 꼽힌다. 많은 역들이 아치형의 오래된 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하이델베르거플라츠 역은 기념비적이라 할 만하다. 두 개의 둥근 아치형 입구를 따라 승강장으로 들어가면 높은 천장과 장엄한 철제 램프, 유겐트슈틸(19세기 말~20세기 초 독일에서 유행한 미술 양식으로 꽃 등 식물적 요소들을 장식화한 것이 특징) 무늬와 모자이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치 지하에 몰래 만들어진 대성당의 내부 같다고나 할까. 또 승강장 가운데에 늘어선 두꺼운 기둥에는 박쥐, 여우, 다람쥐, 게 등 다양한 동물 조각상이 다양한 모양새로 새겨져 있다. 차분하면서도 숙연하기까지 한, 그러면서도 화려한 디테일을 보여 주는 하이델베르거플라츠 역을 베를린 지하철 여행의 종착역으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살아 숨 쉬는 언더그라운드 문화 이처럼 베를린 우반을 타면 지난 120년의 시간을 순서 없이 여행할 수 있다. 동시에 상상을 뛰어넘는 뉴스가 만들어지는 언더그라운드 예술의 현장이기도 하다. 지난해 초 U9 노선의 슐로스슈트라세와 라타하우스 스테글리츠 역 사이에는 뜬금없는 사무실이 생겨나 화제가 됐다. 지상과 지하를 연결하는 철제 계단 통로 사이에 만들어진 이곳에는 파란 카펫 위에 구식 컴퓨터와 스탠드 조명이 놓인 책상과 의자, 화분까지 있었다. 누군가 매일 출근해 일을 해도 손색없을 분위기였는데, 불법 설치물이었으므로 지하철을 운영하는 베를린교통공사(BVG)에 의해 바로 철거됐다.사실 이곳은 ‘코워킹 스페이스의 메카’라 불리는 베를린의 높은 사무실 임대료 현실을 비꼰 예술 현장이었다. 그라피티와 비판적인 예술 작업들을 주로 해 온 ‘로코 앤드 히즈 브라더스’ 팀이 몰래 만든 작품이었다. 이들은 4년 전에도 똑같은 공간에 비슷한 작업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이 빈 공간에 하얀 벽지를 붙이고 침대와 1인용 소파를 가져다 놓았으며, 이케아의 라이스페이퍼 조명을 달고 1970년대 TV도 틀어 놓았다. 바닥에는 스타워즈 책까지 펼쳐져 있었는데, 당시 처음 이곳을 발견한 지하철 작업자들은 이곳이 버려진 영화 세트장인 줄 알았다고 했다. 당시 베를린의 폭등하는 집값(지금도 문제지만)이 더이상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 아닌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말하고자 한 게릴라 작업이었다. 지하철 터널 사이에 있어 발견되기까지 몇 달이 걸렸던 이곳은 작가가 사진까지 찍어 잠깐 동안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올렸다 지우는 등 여러 가지 해프닝이 있었다. 당시 가디언지는 “가장 기발한 에어비앤비이거나 예술적 사회 비평 중 하나”라며 이들의 작업을 언급하기도 했다. 베를린 지하철은 언더그라운드라는 태생에 맞게, 많은 거리 예술가들의 흥미로운 작업장이자 놀이터로도 애용되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모두 넘나드는 우반 지하철은 베를린이 여전히 베를린이라는 걸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특별한 장소다. 여행작가 dongmi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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