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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기업 유치·교통 혁명·0시 축제 열기… 대전이 젊어진다

    글로벌 기업 유치·교통 혁명·0시 축제 열기… 대전이 젊어진다

    獨 머크사·코리아휠·SK온 유치산단·우주산업 클러스터도 조성미래 먹거리 구축… 일자리 창출28년 만에 수소트램 착공 ‘뚝심’‘0시 축제’ 작년 200만명 다녀가도시브랜드 평판지수 1위 성과청년인구 28%… 서울 이어 2위 1년 반도 안 남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의 성과에 적지 않은 관심이 쏠릴 시점이다. 연임이 한번도 허용되지 않은 대전시장에게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장우 대전시장의 눈에 띄는 사업과 정책은 연거푸 있다. 크고 작은 것까지 다양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우선 대전의 미래 먹거리를 구축한 점이다. 지난해 5월 유성 둔곡지구에서 독일 글로벌 기업 머크사의 기공식이 열렸다. 내년까지 4300억원을 투입해 바이오 공정 원부자재 생산공장을 건립한다. 1668년 설립돼 헬스케어, 생명과학 등 혁신을 주도한 기업으로 아시아태평양 투자로는 이번이 최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시는 같은 달 코리아휠과 서구 평촌산업단지로 본사와 공장이 이전하는 1170여억원 상당의 투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코리아휠은 국내 대표 자동차용 스틸휠 생산 전문업체로 2023년 118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머크와 코리아휠 유치로 생기는 신규 고용은 400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시는 SK온을 유치했다. 세계적 전기차 배터리 업체다. 올해까지 4700억원을 들여 유성구 원촌동 연구원을 확장하고 품질관리센터를 신설한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새 일자리가 400개다. 김종관 대전시 주무관은 13일 “이 시장 취임 후 2년 6개월 만에 2조 4282억원(85개 기업)의 투자를 유치해 전임 시장 4년간 유치액 1조 2867억원을 크게 추월한 상태”라고 말했다. 기업이 둥지를 틀 산업단지 조성에도 힘썼다. 유성 교촌동 일대를 나노·반도체 기업 등이 들어설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받은 게 대표적이다. 528만 9256㎡(약 160만평) 규모의 아예 신도시로 만들어진다. 시민들은 이 시장의 최대 성과로 국가 우주산업 클러스터 지정을 꼽는다. 경남(위성 특화지구), 전남(발사체 특화지구)과 함께 ‘연구·인재 개발 특화지구’가 된 것이다. 연구원이 몰린 대덕특구의 이점을 제대로 활용했다. 시는 2028년까지 우주기술혁신 인재양성센터를 만들고 현장형 우주 인력을 대거 양성한다. 경기 과천에 있는 방위사업청도 이전시켰다. 이 또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인재 풀이 풍부하고 자운대, 간호사관학교, 국방과학연구소 등 국방 관계 기관이 집중된 장점을 잘 살렸다. 전쟁이 빈번한 시대의 유망 분야다. 장기간 오락가락하던 트램도 착공했다. 대전 도시철도 2호선 기본계획 승인 28년 만이다. 게다가 수소 트램과 완전 무가선 상용화는 국내 처음이다. 2028년 12월 개통되면 전국적 명물로 떠오를 참이다. 2호선 트램은 대덕구 중리 사거리에서 법동을 거쳐 신탄진 연축까지의 3.9㎞ 지선 등 총 38.1㎞로 건설되는 순환선이다. 정거장 45개, 차량 기지 1개가 있다. 출퇴근 때 8분, 다른 시간엔 10분마다 운행된다. 트램은 5개 객차를 연결해 열차처럼 달린다. 모두 305명이 탑승할 수 있다. 최고 속도는 시속 60㎞다. 도시철도 1호선(지하철)이 착공된 1996년 기본계획이 세워졌으나 건설 방식을 놓고 갈등을 빚은 끝에 이 시장이 “2024년 상반기에 무조건 착공한다”고 발표한 뒤 실행해 오랜 숙원사업이 완전히 해결됐다. 이 시장은 2호선 개통과 동시에 3·4·5호선 착공에 나설 계획이다. ‘바퀴 달린 트램’으로 궤도가 필요 없는 무궤도 굴절 차량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시범 운행에 나서는 등 뛰어난 추진력이 돋보인다. 14년간 지지부진하던 유성복합터미널 건립사업을 지난해 12월 착공한 것도 이를 증명한다. 이 시장은 2010년부터 4차례의 민간사업자 공모가 번번이 무산되자 주거복합 형태의 공영 개발로 전격 전환했다. 번듯한 축제 하나 없던 대전에서 ‘대전 0시 축제’를 성공시킨 것도 눈에 띈다. 한여름에 펼쳐지는 축제 참여자가 2023년 110만명에서 지난해 200만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1993년 대전 엑스포 이후 지역 최대 흥행 행사였다. 이 시장이 2009년 동구청장 시절 열었던 것을 14년 만에 부활시킨 축제는 그해 단 한 번 행사로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2024년 ‘K컬처 이벤트 100선’, ‘대한민국 밤밤곡곡 100선’에 선정됐다. 더구나 수천억원의 지역경제 효과를 가져왔고 대전역~옛 충남도청 중앙로에서 개최하면서 원도심 활성화에도 크게 한몫했다. 또 유명 토종 빵집 ‘성심당’ 주변에서 열려 대전을 제대로 알리는 시너지 효과를 불러왔다. 특히 지난해 축제 때는 ‘1993 대전 엑스포’ 마스코트를 활용한 대전의 새 캐릭터 ‘꿈씨 패밀리’를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관람객에게 추억을 선사했을 뿐 아니라 ‘굿즈’로도 만들어져 지금도 많이 판매된다. 오는 5월에는 스포츠 구단과 손잡고 ‘꿈돌이 라면’을 출시하기로 하는 등 굿즈 공동 개발 및 판매로 발전하고 있다. 이 밖에 전국 최초로 한남대 유휴 부지에 첨단산업단지인 캠퍼스 혁신파크를 조성하고 공공어린이재활병원도 문을 열었다. 대전투자금융과 서예진흥원 설립, 시민교향악단 창단 등 전국 최초 기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성과 덕에 지난해 대전은 도시 브랜드 평판지수가 17개 시도 중 5개월 연속 1위, 주민생활만족 5개월 연속 전국 1위를 기록했다. 만년 최하위권이던 여름휴가 만족도도 전국 10위권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뤘다. 도시가 젊어지는 점은 고무적이다. 대전의 장래가 밝다는 사실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통계청 조사에서 대전의 청년 인구(19~39세) 비율은 27.7%로 특·광역시 중 서울 30.4%에 이어 2위다. 수도권인 인천 26.5%, 젊은 공무원이 많은 세종 25.6%보다 많다. 활발한 기업 유치 덕이다. 청년들이 많이 유입되자 혼인·출산율이 지난해 1~8월 각각 전국 1, 2위를 기록해 도시 성장에 대한 기대가 급증했다. 이 시장은 “2030년까지 경제 등 도시 경쟁력을 키워 수도권의 판교 라인, 기흥 라인에 대적하는 ‘대전 라인’을 만들어 내겠다”면서 “이에 앞서 올 한 해를 민선 8기 완성의 해로 삼고 취임 이후 착수한 사업과 정책이 끝까지 순조롭게 추진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 광주 상생형 일자리 GGM, 첫 부분 파업 최대 위기

    광주 상생형 일자리 GGM, 첫 부분 파업 최대 위기

    국내 첫 상생형 광주 일자리 모델로 관심을 모은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위기를 맞고 있다. 노동조합이 임금 인상과 노조 활동 보장 등을 촉구하면서 출범 5년 만에 부분파업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주장하고 있고, 사측은 ‘노사상생발전협정서’ 준수가 우선이라고 맞서며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12일 금속노조 GGM지회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10일 광주시청 앞에서 조합원이 모인 가운데 파업선포식을 갖고 부분 파업을 벌이고 있다. 2019년 GGM이 출범한 이후 5년 만의 첫 파업이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월급 15만 9200원(약 7%) 인상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물가상승률 3.6%를 반영한 임금 인상 외에는 추가 인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 교섭이 결렬됐다. 노조는 현재 간부 20명이 4시간 부분 파업을 벌이고 있지만 13일부터는 228명 노조원이 2~3개 부서별로 파업하기로 했다. 세부 일정은 쟁의 대책위원회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GGM 노동자들은 지난해 5월 금속노조에 가입하면서 노조 활동을 본격화했다. 현재 근로자 600여명 중 200여명이 노조에 속해 있다. 노조 측은 장기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GGM노조는 “이번 주부터 부분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며 구체적 규모와 시간은 공개할 수 없다” 면서 “부분파업과 관련된 방식과 참여인원, 시기는 이미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GGM 측은 “생산라인의 담당근로자가 작업에서 빠지게 되면 생산차질이 우려된다. 일반직 인력 등을 투입해 최대한 물량을 맞출 것”이라며 “파업과 상관없이 노조 측과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협상 공문까지 노조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편 GGM은 올해 5만 6800대를 생산할 예정이고 하루 생산량은 200여대로 알려졌다.
  • “트럼프2기 ‘한미 이익’이 돌파구… 中의존도 낮춘 韓역할 강조를”[신년 인터뷰]

    “트럼프2기 ‘한미 이익’이 돌파구… 中의존도 낮춘 韓역할 강조를”[신년 인터뷰]

    IRA·칩스법 보조금 폐지 우려美의 대중 의존도 약화·일자리 등韓기업의 美 투자 이점 보여 줘야조선업 협력도 지렛대로 활용을관세 인상·美 우선주의 대응은대중국 고율관세 韓도 타격 불가피한국 기업들 공급망 다변화는 필수상품 구매·대미 투자 등 전략적 접근한미 FTA 재협상 요구 가능성차 부품 원산지 비율 35%에 불과美·멕시코·캐나다의 절반도 안 돼재협상 아니라도 개정·현대화 필요향후 한미일 3각 협력 전망일본제철 US 스틸 인수 불허 잘못안보 동맹국에 잘못된 메시지 전달방위비 외교안보 거래엔 답변 유보2006~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주역이자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임박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인상’, ‘미국 제조업 우선주의’에 대해 “한국 기업들도 관세 부과에서 예외가 아닐 것”이라며 “이것이 한미 이익에 모두 부합하지 않는다고 당선인을 확신시킬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커틀러 부회장은 지난 8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 진행한 신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특히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미국의 ‘대중국 의존도’를 계속 줄여 주고 있고 미국 내 일자리 수와 질, 현지 사회에 미치는 이점 등 윈윈 효과를 적극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를 앞두고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지난해 사상 최대치(557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미국의 무역 압박이 가시화되리라는 전망이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성과물로 트럼프 당선인이 폐지를 공언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과학법’(칩스법) 보조금 폐지와 이에 따른 한국 기업들의 불이익 가능성에 대해선 “한국 기업들이 공급망을 다변화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을 ‘머니 머신’으로 부르며 방위비 9배 인상 주장을 편 당선인과 ‘외교안보 거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답변을 유보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관세 우선주의’와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수출 통제 전략을 병행할 전망이다. 중국에서 중간재 생산 비율이 높은 한국의 입지가 더 좁아지리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당선인이 (캐나다, 멕시코 등) 주요 무역 상대국에 관세로 위협했고,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신호를 보냈다. 특히 대중국 고율 관세 부과 방침은 매우 분명하다.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상품을 생산하고 중국에서 직접 미국으로 수출하는 한 중국 기업들과 동일한 관세에 직면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 기업은 생산을 가장 잘 조달할 수 있는 (새로운) 공급망을 찾아내야 한다.” -당선인의 ‘관세 인상, 미국 제조업 우선주의’에 대응해 한국 정부·기업이 취할 전략은. “트럼프의 첫 임기 당시 무엇이 효과가 있었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 한국과 다른 무역 파트너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예컨대 한국이 나서서 ‘미국에서 더 많은 추가 상품을 구매할 계획’이라고 발표하거나, 한국 기업들이 전략적 부문에서 새로운 대미 직접 투자를 발표한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환영할 것이다.” -당선인이 보편 관세를 핵심 품목에만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미국 언론 보도가 나왔다. 실제 가능성은. “당선인이 재빨리 부인했지만 당분간 상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실제로 전략 상품 또는 필수 주요 상품에 대한 제한적 관세 적용은 광범위한 관세 적용보다 훨씬 더 합리적이다. 타깃화된 접근 방식을 통해 미국이 생산을 장려하고자 하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미국 기업·소비자 이익에 대한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스몰 야드 하이 펜스’(Small Yard, High Fence·일부 첨단 전략 기술 분야에 장벽을 만드는 것) 전략을 사용했다. 트럼프 2기의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전망은. “트럼프 행정부가 새 기술에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수출 통제를 적용한다 해도 놀랍지 않다. 미중 긴장은 트럼프 2기에도 계속되겠지만 양국 간 관계 안정화 방안도 모색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보·기술·무역 관계의 긴장은 불가피하겠으나 적어도 양국 간 연락 유지, 리스크 관리 노력 등으로 갈등이 최소화되길 바란다.” -트럼프 당선인이 IRA·칩스법을 폐지할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이 갈 곳 잃은 신세가 될 수 있다. “당선인이 두 법안 폐지를 원해도 공화당 주, ‘레드 스테이트’에서 한국을 포함한 국가들의 투자로부터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점을 곧 알게 될 것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보조금 폐지 시도는 의회 승인 없이도 사례별로 적용할 수 있다. 또 일부 보조금을 초기 발표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부문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공화당이 장악한 상하원과의 협의가 필요한 만큼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 간 합의를 지켜봐야 한다. 한국 기업들이 당황해서는 안 된다. 특히 한국 기업들과의 전략 분야 협력이 미국의 대중 의존도를 계속 줄일 수 있는 ‘윈윈 관계’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트럼프 2기에서 한미 FTA 재협상 요구 가능성은. “글로벌 무역 시스템 발전에 따라 원래 협정의 일부는 시대에 뒤떨어졌거나, 적절히 다뤄지지 않은 측면도 있다. 한미 양측이 본격적인 재협상 없이 FTA를 현대화하거나 개정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예컨대 자동차 분야 원산지 인정 규정은 35%에 불과한데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은 75%로, 한미 FTA 규정의 2배가 훨씬 넘는다. 전면적인 재협상이 없다면 불가피하게 한미 간 긴장이 초래될 수도 있다.” -트럼프 2기 ‘한미일 3각 협력 약화’ 우려도 나온다. “우려하기엔 아직 이르다. 한일 동맹이 이룬 성과에 상당히 감명을 받았고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란다. 계속해서 미래를 내다보고 동맹 이익이 겹치는 분야를 찾아 협력해야 한다. 일본 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불허한 미국 정부의 결정은 ‘불행한 결정’이었다. 일본은 물론 한국과 다른 지역의 ‘친구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동맹국과 가까운 파트너로부터 외국인 직접 투자를 환영해야 한다. 국가 안보 우려에 따라 철강 인수 제안을 거부한 사실은 일본과의 강력한 안보 관계를 감안할 때 말이 되지 않는다.”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한국이 이를 무역협상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미국은 한때 조선 산업에서 경쟁력이 있었으나 이젠 매우 취약하다. 한국의 조선 산업 강점을 감안하면 한미 협력을 심화할 적절한 분야다. 더 많은 한국 조선 회사의 미국 투자를 환영하고, 대중국 경쟁력을 촉진하기 위해 (한미가) 공조 방안을 찾아야 한다. 미국이 조선 분야를 강화하려면 시간이 걸리는 만큼 한국이 트럼프 행정부에 앞세울 수 있는 영역이다.” -당선인은 ‘캐나다, 그린란드 합병’, ‘파나마 운하 소유권 이전’을 언급했다. “말과 행동에는 차이가 있고, 특히 트럼프의 경우 그가 하는 모든 말에 매달릴 순 없다. 그의 발언 중 향후 어떤 것들이 행동으로 이어질지 주의 깊게 보고 대응해야 한다.” -한국의 계엄령 이후 탄핵 정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한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국의 현 정치적 상황이 대미 협력에 필요한 관심을 돌려 버릴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특히 한국과 다른 나라들에 대해 자신의 목적을 침묵하지 않았던 전례가 있는 새 대통령의 취임 시기엔 더더욱 그렇다. 나는 한국 동료들에게 큰 존경심을 갖고 있다. 그들이 이 문제를 극복하고 미국과 소통할 방법을 찾으리라 확신하지만 당장은 국제 문제보다 국내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웬디 커틀러는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이자 미 통상 분야 최고 베테랑 중 한 명이다. 1953년 출생, 조지워싱턴대 학사, 조지타운대 석사, 상무부를 거쳐 1988년부터 미 USTR에서 28년 가까이 근무하며 미중 무역, 세계무역기구(WTO) 금융 서비스 협상 등 상호·다자 무역 관련 다양한 협상에 참여했다. 2006~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김종훈 당시 한국 측 수석대표와 치열한 기싸움 끝에 타결시켰다. 한국 정부는 한국 상황과 통상 전례를 꿰뚫고 있던 커틀러 대표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2015년 11월 싱크탱크인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에 합류했다.
  •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는 정치판… 이준석·허은아 ‘헤어질 결심’?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는 정치판… 이준석·허은아 ‘헤어질 결심’?

    이·허, 신당 창당 ‘정치적 동지’ 관계작년 총선 공천 과정 갈등 시발점천하람 “허, 비례대표 제외가 본질”지난달 김철근 경질이 다툼 분수령거취 압박받는 허 “대표직 유지”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와 이준석 의원이 연일 서로를 향해 폭로전을 이어 가면서 당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탈당과 개혁신당 창당을 함께 한 동지였던 이들의 갈등 배경을 놓고 당권을 가진 허 대표와 주도권·인지도 면에서 앞서는 이 의원 간 해묵은 감정과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당권 다툼이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허 대표는 2022년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체제에서 당 수석대변인으로 일하며 측근 그룹인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으로 불릴 정도로 이 의원과 가까웠다. 이후 이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불화로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지난해 1월 개혁신당을 창당하자, 허 대표도 비례대표 의원직을 던지고 합류해 ‘정치적 동지’ 관계를 이어 나갈 정도였다. 이 의원을 중심으로 한 ‘정치적 의기투합’에 생채기가 벌어진 시발점은 지난해 4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 과정이 꼽힌다. 개혁신당에 합류한 ‘천아인’(천하람·허은아·이기인) 3인 중에서 천하람 원내대표는 개혁신당 비례대표 2번 후보로 배치돼 22대 국회에 입성했다. 반면 허 대표와 이기인 최고위원은 지역구 의원으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천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허 대표가 지난 총선 당시 비례대표 공천을 못 받았던 것이 이 사태의 본질”이라면서 “(허 대표가) ‘비례 공천을 못 받아 가면서까지 지역구 후보로 뛰고 당대표가 됐는데 누려야 하는 것을 누려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반면 허 대표는 “당대표가 자신의 권한에 따라 당을 운영하겠다고 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해 5월 개혁신당 전당대회에서 허 대표가 당대표로 당선되고 두 사람 사이 당권 견제는 본격화했다. 허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 의원이 워크숍 이틀 전 오후 갑자기 (불참을) 통보했다”며 비협조적으로 나왔다고 주장했고 “이후 원내 의원과 당직자들은 더더욱 이 의원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고도 했다. 허 대표는 당 운영이 이 의원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구조에 불만을 제기했지만, 당 내부에서는 “당 자체가 이 의원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어쩔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두 사람 간 갈등이 표면화된 건 지난해 12월 허 대표가 이 의원의 측근인 김철근 전 사무총장을 경질하면서다. 허 대표는 김 전 총장이 보고 없이 사무총장의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상정했다는 것을 문제 삼아 전격 경질했다. 이에 개혁신당 당직자들은 오히려 “허은아라는 개인을 띄우는 데 당과 사무처 당직자를 동원했다”면서 성명을 내고 반발했다. 또 일각에서는 12·3 비상계엄으로 가시화된 조기 대선 국면에서 사무총장을 교체하는 것이 의심스럽다는 의혹 제기도 나왔다. 탄핵 국면에서는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이 의원 출마에 대한 견해 차이와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 문제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의원은 대선 출마를 연거푸 시사하고 있지만, 허 대표는 새로운 주자를 내세울 것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허 대표가 거취 압박에도 대표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하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이 주중 허 대표에 대한 당원소환제를 예고한 만큼 갈등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 진흙탕 싸움 개혁신당… “尹 닮은 이준석” vs “망상 허은아”

    진흙탕 싸움 개혁신당… “尹 닮은 이준석” vs “망상 허은아”

    김철근 전 사무총장 전격 경질로 시작된 개혁신당 내홍이 지도부 간 비난전으로까지 번지며 얼룩졌다. 허은아 대표는 13일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사태는 모두가 알듯 김철근 전 사무총장 해임에서 비롯됐다”며 “당대표가 자신의 권한에 따라 당을 운영하겠다고 했는데, 이른바 대주주의 비위를 거슬렀다는 이유로 당 대표를 쫓아내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2022년 국민의힘 상황과 다를 게 없다”며 “당대표가 이준석이 아닌 허은아고, 대주주가 윤석열이 아닌 이준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준석 의원을 겨냥해 “상왕 정치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며 “사무총장 임면권은 당 대표 고유 권한임을 인정하고, 사무총장의 당헌·당규 개정 시도가 잘못됐다는 걸 인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천하람 원내대표는 “개혁신당 갈등 사태의 핵심은 당직자의 비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애먼 이준석 의원을 상왕이라며 시선을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천 원내대표는 “당을 허은아 의원실처럼 이끌어가려 했다는 것, 본인 위주로 당무가 돌아가야 하며, 당직자나 사무총장이 바로 잡으려 할 때도 ‘내가 당 대표인데’라며 본인의 생각을 밀어붙이려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기인 최고위원도 “허 대표는 이 모든 사안이 자신을 향한 음해이고 모략이라고 착각한다. 망상도 이 정도면 병”이라고 비난했다. 상왕으로 지목된 이준석 의원은 이날 “그런 일(상왕 정치)을 한 적이 없다”며 “본인이 ‘그렇게 느꼈다’ 말고 구체적 사안이 있으면 이야기하라”고 반박했다.
  • “시민이 주문한 민주주의 배달 왔습니다” 尹관저 앞 ‘라이더’ 행진 [포착]

    “시민이 주문한 민주주의 배달 왔습니다” 尹관저 앞 ‘라이더’ 행진 [포착]

    배달 노동자들은 13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속한 탄핵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지부 조합원들은 이날 ‘배달라이더 전국대행진 출발 기자회견’을 열고 민생 파탄에 따른 생계 곤란을 호소하며 신속한 대통령 탄핵을 요구했다. 조합원들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시민들이 주문한 민주주의를 배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속탄핵·안전배달’, ‘유상보험·안전운임’이 적힌 팻말을 들고 회견에 나선 배달 노동자들은 “민생 파탄으로 배달 라이더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란수괴이자 경제파탄 우두머리인 윤 대통령을 신속하게 탄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상보험 도입 갈등과 관련해서는 “배달의민족 및 쿠팡 등에 대한 착취 갑질도 함께 탄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오는 18일까지 5일간 서울에서 부산까지 전국 곳곳을 행진한다는 계획이다.
  • 경남 찾은 환경부 장관에 박완수 지사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소통이 먼저”

    경남 찾은 환경부 장관에 박완수 지사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소통이 먼저”

    박완수 경남지사가 13일 경남도청을 방문한 김완섭 환경부 장관에게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은 주민 간담회 등 소통과 동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전했다. 박 지사는 이날 경남지역 주요 환경 현안을 공유한 김완섭 장관에게 “맑은 물을 마시는 것은 경남도민에게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더는 갈등을 증폭시키지 않도록 주민 소통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는 낙동강 상류권이나 지류에서 강변여과수, 복류수 등 깨끗한 물을 추가로 확보해 상수도 사정이 나쁜 경남 동부권, 부산 등 하류권 주민들에게 공급하는 사업이다. 낙동강 유역 취수원 다변화는 2021년부터 추진됐다. 1991년 경북 구미에서 낙동강에 독성물질 유출돼 대구와 경남, 부산까지 식수원이 오염되는 이른바 ‘페놀 사태’가 일어나면서 먹는 물 문제가 부상해서다. 지난해 4월에는 의령군과 부산시가 낙동강 유역 맑은 물 공급체계 구축사업에 협력한다는 내용으로 협약을 맺었다가, 지역 주민 반발이 일면서 무산되기도 했다. 박 지사는 김 장관에게 무엇보다 주민동의를 위한 환경부 노력이 우선돼야 하고 주민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주민 소통을 거듭 당부했다. 박 지사는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은 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라며 이후 주민간담회 등 관련 절차가 진행되면 경남도에서도 적극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 박 지사는 10년 넘게 보류상태인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도 건의했다. 2012년 환경부의 ‘국립공원 삭도(케이블카) 시범사업’ 이후 한려해상과 설악산에 대해서는 승인이 이루어졌지만 지리산은 10년 넘게 보류 중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경남에서는 지난해 6월 단일 노선을 도출한 만큼 이제는 정부 응답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박 지사는 또 수용성 절삭유 사용기업 규제 완화와 관련 제도 개선도 건의했다. 현재 환경부 고시를 보면 수용성 절삭유 사용시설은 수질보전 대책 유무와 상관없이 신규 국가·일반산업단지 내 입주가 일률적으로 금지되고 있다. 박 지사는 수질보전 대책을 마련했다면 입주를 허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수용성 절삭유 사용기업 대부분이 영세 사업장임을 고려해 하천 인접 지역 내 수용성 절삭유 사용시설 이전 기한을 2028년까지로 4년 유예하 친환경적 대체제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사업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지사 요청에 김 장관은 “경남 건의 사항을 면밀히 검토하고 지역 환경문제 해결에 필요한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며 “환경 보전과 지역 발전이 조화를 이루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경남도는 면담에서 논의된 사항을 바탕으로 후속 조치를 마련하고 환경부와의 협력을 지속해 강화할 계획이다.
  • [재테크+] 트럼프 취임 D-7…가상화폐 법안 시행까지 ‘첩첩산중’

    [재테크+] 트럼프 취임 D-7…가상화폐 법안 시행까지 ‘첩첩산중’

    미국 역사상 가상자산에 가장 우호적인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오는 20일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상화폐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관련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고, 실제 시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13일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가상화폐 투자 업체인 뉴욕디지털투자그룹(NYDIG)의 글로벌 연구책임자 그렉 시폴라로는 “오는 20일로 예정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이후에도 가상화폐 정책이 즉각적으로 변화하지는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특히 미 달러와 자산이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규제, 증권거래위원회(SEC) 및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가상화폐 감독 권한을 명확히 하는 법안 등 통과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시폴라로는 보수주의 성향의 의회가 규제를 지연시킬 거라고 내다봤는데요. 그는 “현재의 의회가 과거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했을 때보다 타협에 소극적일 수 있다”며 “지정학적 갈등, 예산과 부채 한도, 국제 무역과 관세, 이민 문제 등이 가상화폐 관련 정책보다 우선순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선의 면면을 살펴보면, 재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 모두 친(親) 가상화폐 인물을 내정했죠. 그러나 아직 상품선물거래위원회와 통화감독청(OCC),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 핵심 직책에 대한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미국의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시폴라로는 이러한 조치가 행정명령을 통해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트럼프 당선인이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를 국가 금융시스템에 통합해 미국을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선도국으로 만들고자 하는 전략적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러한 정치적 변화 속에서 가상화폐를 옹호하는 단체들이 힘을 얻고 있는데요. 블록체인협회 크리스틴 스미스 대표는 “미국을 전 세계 암호화폐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비전은 가상자산 업계의 희망”이라며 “의회 역시 역사상 가장 가상화폐에 우호적인 만큼 이러한 비전이 실현될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표명했습니다. 지난달 17일 대선 이후 워싱턴 DC의 코인센터도 가상화폐 규제 현황을 분석했는데요. 가상화폐 제재법 오용, 사용자와 채굴자에 대한 엄격한 세금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코인센터는 미국 시민이 연방정부의 개입 없이 자신의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관리할 권리를 보호하고 개인의 자율성과 개인정보 보호를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 입법 조치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 트럼프 옛 책사 배넌 ‘이민과의 전쟁’ 선포 “머스크 쫓아내겠다”

    트럼프 옛 책사 배넌 ‘이민과의 전쟁’ 선포 “머스크 쫓아내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이민 정책을 두고 지지층 내 내홍이 커지고 있다. 전문직 외국인에 발급하는 이민 비자 확대를 두고 구주류인 ‘마가’(MAGA·미국을 더욱 위대하게)와 신주류인 ‘빅테크’ 인사들 간 충돌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과거 ‘트럼프의 오른팔’로 불리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언론 인터뷰에서 격한 표현을 서슴지 않으며 현 ‘트럼프 최고 실세’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배넌 전략가는 “(외국인 전문가 영주권 비자인) H1B는 기술 권력자들이 이민 시스템을 조작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머스크는 진짜로 사악한 사람”이라면서 “그간 머스크가 (트럼프 캠프에) 돈을 많이 냈으니 참으려고 했는데 이제 더 참을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 취임일인) 20일까지 머스크를 쫓아내겠다”면서 “백악관에 아무 때나 접근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배넌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맡았다가 1년도 안 돼 트럼프 눈 밖에 났다. 지난해 대선을 계기로 트럼프와의 관계를 어느 정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넌은 “머스크의 유일한 목표는 ‘조만장자’가 되는 것“이라면서 “머스크의 성숙도는 어린애 수준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 “머스크는 (출신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왜 전 세계에서 가장 인종차별적인 남아공 백인이 왜 미국의 일에 이러쿵저러쿵 참견하게 놔두고 있나”라고도 했다. 구주류의 불만은 지난달 22일 백악관 인공지능(AI) 수석정책고문에 인도계 정보기술(IT) 전문가 스리람 크리슈난이 임명되면서 시작됐다. 그가 “ 매년 8만 5000개로 발급 건수가 제한된 H1B 비자 상한선을 없애자”고 주장하자 이를 반대하는 마가 세력과 이를 찬성하는 빅테크 인사들 간 갈등이 표면화됐다. 머스크 CEO는 지난달 27일 이민 정책 강경파들을 향해 전쟁을 선포했고, 하루 뒤엔 “한심한 바보들은 공화당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저격했다. 그러자 배넌은 곧바로 “H1B 비자 프로그램은 미국민을 희생시키면서 외국인 노동력을 선호하는 완전한 사기”라고 맞받는 등 날을 세워왔다. 트럼프의 ‘옛 오른팔’과 ‘현 오른팔’의 힘싸움을 두고 백인 노동자 기반의 전통적 지지층과 대선 과정에서 새로 유입된 빅테크 지지자간 주도권 싸움이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단 트럼프 당선인은 “나는 늘 H1B 비자를 좋아했다”며 머스크의 손을 들어준 상태다. 머스크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캠프에 2억 7700만 달러(약 4000억원)를 쏟아부으며 트럼프의 실세로 떠올랐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자문기구인 정부효율부 공동수장에 낙점됐으며 분야를 가리지 않고 트럼프에 조언할 수 있는 최측근으로 꼽힌다. 머스크가 트럼프 당선인에게 밀착해 외교·안보·통상 등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자 트럼피즘 기획자를 비롯한 전통적 트럼프 지지층에는 불안과 소외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 [김동완의 오늘의 운세] 2025년 1월 13일

    [김동완의 오늘의 운세] 2025년 1월 13일

    쥐 48년생 : 자신 있게 밀고 나가라. 60년생 : 유통업에서 큰 수익 있다. 72년생 : 무리하지 않으면 걱정할 것 없다. 84년생 : 일을 추진하면 결과가 크겠다. 96년생 : 행운의 여신이 찾아오니 어려운 일 해결. 소 49년생 : 신체리듬을 잘 조절하라. 61년생 :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 마라. 73년생 : 일찍 귀가하는 것이 좋겠다. 85년생 : 서두르지 마라. 잘 진행되겠다. 97년생 : 즐거운 일이 생긴다. 호랑이 50년생 : 부러울 게 없는 신세. 62년생 : 일이 쉽게 이루어진다. 74년생 : 주변 사람의 말을 쉽게 믿지 마라. 86년생 : 생각했던 일들이 이루어진다. 98년생 : 일이 순조롭게 풀려나간다. 토끼 51년생 : 정신없이 바쁜 하루가 되겠구나. 63년생 :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진다. 75년생 : 나쁜 것 사라지고 기쁜 일 기다린다. 87년생 : 고생 끝에 낙이 오겠다. 99년생 : 다툼이 있겠으니 먼저 사과하라. 용 52년생 : 신수가 태평하니 걱정 없다. 64년생 : 건강만 지키면 걱정할 것 없다. 76년생 : 다툴 일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88년생 : 기회는 또 돌아오니 걱정 마라. 00년생 : 될 듯 말듯 하던 일이 풀리기 시작. 뱀 53년생 : 축하 받을 일 생긴다. 65년생 : 대인관계에 신경 써야겠다. 77년생 : 친구와의 갈등 잘 극복하라. 89년생 : 희망찬 소식 들려온다. 01년생 : 주위 도움으로 일이 해결된다. 말 54년생 : 신수가 좋으니 행운 있다. 66년생 : 좋은 운이 들어온다. 78년생 :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하라. 90년생 : 어려움 닥쳐도 헤쳐나갈 방도 생긴다. 02년생 : 허영을 버려라. 양 43년생 : 서두르지 않아도 풀리겠다. 55년생 : 마음을 가다듬고 마무리를 잘해라. 67년생 : 무리하게 욕심 부리다 망신수. 79년생 : 서서히 귀한 운이 다가온다. 91년생 : 힘들수록 용기를 내라. 원숭이 44년생 : 안정을 취하라. 56년생 : 진실된 마음으로 모든 일에 임하라. 68년생 : 기다림보다 움직임이 좋다. 80년생 : 능력을 인정받는다. 92년생 : 실속 없는 일에 너무 마음 쓰지 마라. 닭 45년생 : 분수만 지킨다면 행운수. 57년생 : 무조건 좋다고 하지 마라. 69년생 : 재물운이 좋으니 대길한 날. 81년생 : 심신이 피곤하지만 내일은 밝다. 93년생 : 친구의 유혹에 넘어가지 마라. 개 46년생 : 즐거운 하루가 되겠구나. 58년생 : 돌발 사고에 주의하면 기쁨 있다. 70년생 : 자존심만 억제하면 행운 있다. 82년생 : 어려운 일이 해결된다. 94년생 : 망설이다가 후회하지 마라. 돼지 47년생 : 차분하게 일 처리하라. 59년생 : 괜한 상상으로 오해를 키우지 마라. 71년생 : 가족 간의 화합 도모하라. 83년생 : 한발 물러서면 열 가지 유리하다. 95년생 : 가까운 사람에게 구설수 조심.
  • [데스크 시각] 재난의 시대, 공동체의 힘

    [데스크 시각] 재난의 시대, 공동체의 힘

    다시 재난의 시대다. 안전 시스템의 미비, 불합리한 정책 판단에 따른 피해를 오롯이 국민이 짊어지고, 잃지 말아야 할 것을 잃는 부조리한 상황이 반복된다. ‘2014년 세월호, 2022년 이태원, 2023년 오송 지하차도, 2024년 제주항공 참사.’ 되풀이되는 재난의 일상화는 희생자와 유족은 물론 시민의 가슴에도 깊은 상흔을 남겼다. 누군가는 배를 타고 수학여행을 가던 생때같은 자식을 잃었고, 누군가는 거리 축제를 즐기러 집을 나섰다가 귀가하지 못했다. 늘 오가던 출근길에서 평범한 이웃이 빗물에 잠겨 목숨을 잃었고, 어이없는 항공 사고에 179명이 비행기에서 내리지 못했다. 반복된 대형 참사는 사고당한 그가 나일 수도 있었다는, 평범한 일상 공간도 더는 안전하지 않다는 서늘한 고통을 느끼게 했다. 사람들은 지금 살아 숨 쉰다는 게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걸 배웠다. 비행기나 버스를 탈 때면 안전띠를 매는 손에 힘이 들어가고, 비 오는 날 지하차도를 지날 땐 숨을 죽이게 된다. 광범위한 집단 트라우마를 앓는 중이다. 해가 바뀌어도 각인된 비극, 무고한 죽음이 남긴 통증은 그대로다. 또 다른 제주항공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치유와 성찰이 없다면 공동체는 악몽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트라우마 전문가들은 참사의 진상과 책임 소재를 유족의 눈높이에서 낱낱이 밝혀내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트라우마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제언한다.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황망함에 심장이 찢길 듯, 가슴이 터질 듯 괴로운데 도대체 왜 이런 사고가 난 건지 알 수조차 없다면 유족들의 시간은 납덩이처럼 흐를 것이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시간도 마찬가지다. 최윤경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장은 “일어나선 안 될 사고를 당했을 때 사람들은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고 질문한다. 여기에 답을 줘야 회복 단계로 넘어가는데 진상조사 단계부터 막혀 버리면 불안과 울분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때는 진상 규명이 정치적 논쟁에 휩싸이면서 의제 자체가 침몰했다. 세월호로 인해 경제까지 가라앉지 말아야 한다는 프레임이 작동하면서 수백명이 숨졌는데도 ‘사람’의 가치가 지워졌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식의 논리에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실종됐으며, 진상 규명은 매우 더디게 이뤄졌고 세월호의 ‘교훈’ 또한 잊혀 비정한 세월만 의미 없이 흘렀다.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자 정부는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이런 태도가 참사를 겪은 피해자와 유가족의 분노와 고통을 증폭시켰다. 이태원 참사 때도 자리를 지켰던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이 계엄 사태로 물러나며 남긴 소회는 “모든 순간 행복했다”였다. 피해자를 이중 삼중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뜨린 도깨비 같은 궤변이었다.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은 현재 진행형이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책임자 처벌이 흐지부지되면서 불신과 트라우마가 확대재생산됐다는 것이다. 피해자를 위로하기는커녕 조롱하는 괴물 같은 광기와 폭력이 세월호 때도, 이태원 참사 때도 반복됐고 이번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들에게도 향하고 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회적 재난으로부터 회복하려면 사회적 의미를 찾고 안전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진상조사 초기부터 유가족의 참여를 보장해 신뢰할 수 있는 조사를 해야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항공 참사를 낱낱이 밝혀내려면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깨어 있어야 한다. 희생자들이 잊히지 않도록 목소리를 높이고, 두 눈 부릅뜨고 진상 규명 과정을 지켜봐야 불의와 모순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당위’가 길을 잃지 않는다. 그래야 고통의 시대에 실낱같지만 희망을 얘기할 수 있다. 사회적 재난에 맞설 힘은 공동체에서 나온다. 이현정 경제정책부 차장
  • [사설] 내란특검법, 與 대안 내고 野 독소 더 빼 합의해야

    [사설] 내란특검법, 與 대안 내고 野 독소 더 빼 합의해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야가 합의해 위헌적 요소가 없는 (내란)특검법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 최 대행은 지난 10일 입장문을 통해 “현직 국가원수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놓고 공수처와 경호처가 극하게 대립하는 초유의 상황”이라며 이같이 제안했다. 현행 법률체계 안에서는 두 기관 간 갈등의 출구를 뚫기 어려우니 특검의 내란죄 수사권한 논란 등을 정리할 수 있는 특검법을 여야가 합의해 유혈 파국을 막아 달라는 호소로 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내란 수괴를 돕겠다는 대국민 선언”이라고 맞섰다. 최 대행이 대통령 체포 반대의 뜻에서 경호권을 앞세운 경호처의 영장집행 저지를 인정해 줬다는 반발이다. 민주당의 내란특검법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뜻을 시사했다고 본 것이다. 민주당 등 야 6당은 전날 그동안 최 대행과 국민의힘이 문제 삼아 온 핵심 독소조항을 제거한 내란특검법 수정안을 내놓았다. 특검 추천권을 모두 대법원장에게 넘겼고, 야당의 비토권도 삭제했다. 오늘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이르면 내일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이 내놓은 수정안에는 ‘해외 분쟁지역 파병, 대북 확성기 가동, 대북전단 살포 대폭 확대, 무인기 평양 침투, 북한의 오물풍선 원점 타격, 북방한계선(NLL)에서 북한의 공격 유도 등’이 특검 수사 대상에 추가됐다. 전쟁 또는 무력충돌을 유도한 윤석열 대통령의 외환유치 혐의를 파헤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해외 파병이나 대북 확성기 등 정부의 대북정책까지 특검으로 싸잡아 단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가안보의 손발을 스스로 묶는 자해 행위일 수 있다. 수정안이 ‘내란 행위를 선전·선동한 혐의’ 등으로 탄핵과 관련한 비판적 의견들까지 제약할 수 있는 조항을 담은 것도 문제다. “수사 범위를 무한정 늘리고 정치적 반대 세력을 잡아들일 수 있는 제왕적 특검”이라는 반발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런 시비를 굳이 일으킬 필요가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여당은 오늘 의원총회에서 자체 특검법 마련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이런저런 핑계로 계엄 수사를 지연시키고 특검도 피하겠다는 심산이 아니라면 여당도 지금 해야 할 일이 분명하다. 국민이 수긍할 특검법 대안을 하루빨리 내놓아 여야 합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게 해야 한다. 민주당도 경찰과 대통령경호처 간 무력 충돌을 무릅쓰고라도 대통령을 조기에 끌어내려야만 하는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여당과 절충안을 논의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 [서울 on] MZ세대의 불편한 질문

    [서울 on] MZ세대의 불편한 질문

    “이걸요? 제가요? 왜요?” 최근 몇 년간 직장에서는 MZ세대 부하 직원을 대상으로 이른바 ‘3요’ 주의보가 내려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인데도 매번 ‘이 업무를, 왜 당신에게, 어떤 이유’에서 시켜야 하는지 일일이 설명해야 한다는 기성세대 상사들은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를 두고 개인주의적인 MZ세대가 상사의 일방적 업무 지시에 거부감을 표현한 것이라거나 업무의 성격과 보상을 분명히 파악해 일을 더 잘하려는 의도에서 한 행동이라는 등 해석이 분분했다. 그러나 최근 12·3 계엄령 사태는 이러한 세대 간 차이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만들었다. “총을 쏴서라도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 앞에서 MZ세대 장병들은 맹목적인 순종을 택하지 않았다. 이는 작전 속도를 한껏 늦춰 불법 계엄을 실패로 이끄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계엄령조차 “국회를요?”, “제가요?”, “왜요?”라는 소위 3요 질문과 개인주의로 무장한 MZ세대 앞에서 무너진 셈이다. MZ세대가 상관의 명령을 무조건 따르는 걸 미덕으로 삼았더라면 어땠을까. 계엄령이 아무런 제동 없이 가동되는 위험천만한 상황으로 번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기존 조직문화와 충돌을 일으키며 ‘불편한 세대’로 통했던 MZ세대의 특성이 계엄 사태에서만큼은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안전장치로 작용한 셈이다. 물론 기성세대가 미덕으로 여기는 순종의 가치는 기존의 수직적 조직에서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는 창의적이고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기에 단순 수행만으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되레 맹목적인 추종이야말로 사회와 조직을 곪아가게 만드는 요인일 수 있다. 그저 목소리 큰 누군가가 주도하는 대로 말없이 순순히 따라가는 게 좋은 결과를 가져오리라고 담보하기 어렵다. 어찌 보면 기존의 조직 문화에 순응하지 않는 MZ세대의 이러한 까다로움이야말로 사회와 조직을 더 건강하고 민주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MZ세대의 수평적 소통에 대한 요구를 토대로 조직 내 관행을 재검토하고 효율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어서다. MZ세대와 기성세대 간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3.3%는 직장 내에서 ‘MZ세대와의 갈등’이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MZ세대가 사회와 조직 내 대세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이들을 수용하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MZ세대와의 갈등은 어쩌면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성장통일지 모른다. 이들의 불편한 질문을 무조건 배척하기 보다는 사회와 조직을 더욱 투명하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삼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다. MZ세대 역시 단순히 질문하고 거부하는 데 그치지 말고 책임감 있는 구성원으로서 조직의 성장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김성은 뉴스24 기자
  • 삶조차 불멸의 작품으로… 화폭에 고뇌 새긴 ‘위대한 패배자’[이명옥의 예술가의 명언]

    삶조차 불멸의 작품으로… 화폭에 고뇌 새긴 ‘위대한 패배자’[이명옥의 예술가의 명언]

    굴욕의 상처로 점철된 생애정신질환 고통에 비극적 최후까지세상의 기준으론 패배자에 속한 삶죽음 후 얻은 명성과 극명한 대비편지로 만나는 ‘진짜’ 고흐동지이자 동생에게 쓴 편지 668통 예술 철학부터 굴욕적 현실 드러내그의 인생·작품 세계가 담긴 기록물세계 미술사의 거장들은 작품만큼 빛나는 ‘말’도 남겼습니다. 명언을 곱씹어 보면 거장의 삶과 예술에 스민 철학이 손에 잡힐 듯 돋을새김됩니다. 저 멀리 르네상스부터 현대미술까지 거장의 세계를 명언으로 압축해 작품과 함께 펼치는 지상(紙上) 갤러리. ‘팜므파탈’, ‘로망스’, ‘명화 속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 등을 저술한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이 계속 열어 드리겠습니다. 미술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명인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남동생 테오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내가 어떻게 비칠까. 보잘것없는 사람, 괴벽스러운 사람, 비위에 맞지 않는 사람, 사회적 지위도 없고 앞으로도 어떤 사회적 지위를 갖지도 못할, 한마디로 최하 중의 최하급 사람(…) 언젠가는 내 작품을 통해 그런 기이하고, 보잘것없는 사람의 마음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보여 주겠다.” 이 편지 내용은 한 가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오늘날 대중에게 반 고흐는 신화적 존재이며 숭배의 대상이다. 그의 그림이 전시된 미술관에는 관람객이 몰려들고 그의 일생과 예술을 다룬 책, 영화, 음악, 여행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개인 브랜드 가치도 수천억원에 이른다. 대표적으로 반 고흐의 걸작 ‘가셰 박사의 초상’은 1990년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8250만 달러(약 972억원)에 팔리며 세계 최고가 판매 기록을 세웠다. ●죽음 후 위로와 희망을 주는 존재로 생전에 그는 세상의 기준에서 보면 패배자와 다름없는 삶을 살았다. 그는 16세에 화랑 판매직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견습교사, 서점 점원, 선교사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자신의 길을 찾으려 노력했는데도 매번 실패와 좌절을 겪었다. 27세에 뒤늦게 화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독학으로 그림 그리는 법을 배우며 몇 가지 예술적 훈련과 수업을 받았다. 화가로 활동하던 10년 동안 회화 900여점과 습작 1100여점을 그리며 창작열을 불태웠지만 판매된 작품은 ‘아를의 붉은 포도밭’ 단 한 점뿐이었다. 당시 미술계와 미술시장은 강렬한 색채대비와 역동적인 붓 터치, 감정적 표현이 특징인 그의 혁신적 화풍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는 정신질환으로 인해 수차례 신경 발작을 일으켰고 자신의 귀를 자르는 극단적인 행동을 보여 정신병원에 입원한 전력도 있다. 삶과 예술에 대한 열정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정신적 어려움에 따른 심리적 압박감이 더해져 그는 결국 37세에 권총 자살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다. 생전에 패배와 굴욕의 상처를 안고 살았던 반 고흐가 어떻게 사후에는 대중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존재가 될 수 있었을까. 극적인 전환의 배경에는 그림과 함께 남겨진 편지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편지들을 묶은 서간집이 1914년 네덜란드에서 출판된 이후 반 고흐의 삶과 예술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됐다. 그의 편지는 ‘왜 불행한 화가들의 작품이 찬미의 대상이 되며 더 비싸게 팔리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한편으로 대중이 고통을 겪은 예술가에게 더 큰 애정과 성원을 보내는 심리적 현상의 의미를 밝히는 데 도움을 준다. 반 고흐의 편지는 ‘저주받은 광기의 화가’로 알려진 세간의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고 인간 반 고흐의 민낯을 드러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편지로 소통하고 싶은 욕구가 강했던 반 고흐는 가족, 친구, 동료 화가들과 정기적으로 편지를 주고받았다. 현재 남아 있는 약 820통의 편지 중에서 668통은 유일한 후원자이자 예술적 동지였던 동생 테오에게 보낸 것이다. ●예술의 열정 담긴 고흐의 편지 네덜란드어, 프랑스어, 영어 3개 국어로 쓰인 편지는 반 고흐의 삶과 예술, 내면세계를 보여 주는 소중한 자료이며 깨달음의 기록을 담은 명상적인 자서전이기도 하다. 특히 스케치가 포함된 편지들은 작품세계의 이해를 돕는 안내서와 같다. 네덜란드 미술사가 얀 헐스커는 편지의 예술적 가치를 이렇게 평가했다. “반 고흐는 놀라운 글쓰기 재능 덕분에 편지에서 자신을 훌륭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편지는 그의 삶과 작품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기록물이라는 것 이외도 뛰어난 문학성으로도 세계문학사에서 인정받고 있다.” 편지에 담긴 반 고흐의 삶과 예술은 다음의 3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반 고흐는 절친한 화가 안톤 반 라파르트에게 보낸 편지에서 예술가가 겪는 내적 갈등과 투쟁을 이렇게 비유했다. “오늘 다시 한번 체념이라는 ‘검은 짐승’과 싸움을 벌였네. 그 짐승은 자르면 자를수록 새로운 머리가 돋아나는 일종의 두사(頭蛇)인 듯하네. 하지만 놈을 제거하는 데 성공한 사람들도 있지. 짧게라도 시간만 생기면 나는 이 오래된 ‘검은 짐승’과의 싸움을 즐긴다네. (…) 체념이라는 검은 짐승은 엄연히 현실 속에 살면서 ‘인간 삶의 크고 작은 많은 비참함’을 불러일으키지.” 이 편지는 그가 삶과 예술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과 싸우는 과정을 통해 창작 의지를 다졌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체념에 굴복하지 않고 맞선 그의 태도는 실패와 좌절을 겪는 사람들에게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반 고흐는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경제적 어려움과 정신적 고통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테오야, 나는 미쳐 가고 있다. 그건 나도 양심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너한테 너무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것 아닌지, 또 이득도 없는 일을 하면서 우애를 핑계 삼아 네 돈을 받아 챙기고 있는 것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거든. (…) 나를 먹여 살리느라 너는 늘 가난하게 지냈겠지. 네가 보내 준 돈은 꼭 갚겠다. 안 되면 내 영혼을 주겠다.” 그림이 전혀 팔리지 않은 상황에서, 동생의 도움에 의존해야만 하는 굴욕적인 현실은 그의 자존감에 큰 상처를 남겼다. 편지에 나타난 가난, 죄책감, 형제애, 헌신 등의 주제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 감정과 고뇌를 담고 있으며 시대를 초월해 강력한 호소력을 발휘한다. 반 고흐가 여동생 윌에게 보낸 편지는 그가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가진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였음을 말해 준다. “사람도 곡식에 비유할 수 있다. 한 알의 곡식에도 싹을 틔울 힘이 있는 것처럼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사람에게도 그런 힘이 있다. 자연스러운 삶이란 싹을 틔우는 것이거든. 사람들이 싹을 틔울 수 있는 힘은 바로 사랑에서 나오는 것이겠지.” 그는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바라보며 사랑이 삶의 핵심이자 원동력이라고 믿었다. 사랑을 곡식의 싹을 틔우는 힘에 비유한 그의 글은 인생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으며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과 사랑을 발견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반 고흐의 삶과 예술에 독서가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그가 여동생 윌에게 쓴 편지는 독서에서 얻은 문학적 표현과 심리적 통찰을 그림과 삶에 적용했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나는 좋은 웃음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절실히 느낀다. 그 웃음을 모파상한테서 발견했다. 웃음의 의미를 잘 전해 준 옛 작가 중에는 라블레, 오늘날에는 앙리 로슈포르, ‘캉디드’를 쓴 볼테르도 있다. 반대로 있는 그대로의 삶과 진실을 원한다면 ‘제르미니 라세르퇴’와 ‘소녀 엘리자’를 쓴 공쿠르 형제, ‘삶의 환희’와 ‘목로주점’을 쓴 졸라가 있다.(…) 그들은 우리가 공감하는 삶을 묘사하고 있어서 진실을 듣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만족시켜 준다.” 그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수백권의 책을 읽으며 지식과 영감을 얻고 삶의 의미를 성찰했다. 그의 편지에 적힌 도서 목록은 그가 얼마나 폭넓고 깊이 있게 독서를 했는지를 보여 준다. 반 고흐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의 예술철학과 열정, 신념을 엿볼 수 있다. “인물화나 풍경화에서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감상적이고 우울한 것이 아니라 뿌리 깊은 고뇌다. 내 그림을 본 사람들이, 이 화가는 정말 격렬하게 고뇌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의 경지에 이르고 싶다. (…)나의 모든 것을 바쳐서 그런 경지에 이르고 싶다.” 반 고흐는 삶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자신의 그림을 통해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바랐다. 그가 생폴드모솔 정신병원에 입원하던 중 그린 ‘사이프러스가 있는 밀밭’은 고독과 절망 속에서도 예술에 헌신했던 그의 영혼을 상징한다. ●싸우고, 패배했지만, 승리를 거둔 인간 ‘생전의 패배, 사후의 승리’라는 주제는 반 고흐의 삶과 예술을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핵심 문구다. 이는 독일 미술사학자 율리우스 마이어 그레페의 “싸우고, 패배했지만, 승리를 거둔 인간. 반 고흐는 현대의 예수 그리스도이며 그가 구세주가 될 수 있는가는 제자들의 믿음에 달려 있다”는 말에서도 나타난다. 반 고흐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생전의 패배, 사후의 승리”라는 주제가 떠오르는 구절을 발견하게 된다. 누구라도 이런 글을 읽으면 밑줄을 그어 마음에 간직하고 싶어질 것이다. “캔버스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도 무한하게 비어 있는 여백, 우리를 낙심케 하며 가슴을 찢어 놓을 듯 텅 빈 여백을 우리 앞으로 돌려놓는다. (…) 삶이 아무리 공허하고 보잘것없으며 무의미해 보이더라도, 확신과 힘과 열정을 가진 사람은 진리를 알고 있어서 쉽게 패배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난관에 맞서고, 일을 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간단히 말해, 그는 저항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장
  • ‘나홀로’ 두 회장… 얼룩진 선거판 체육계 흔든다

    ‘나홀로’ 두 회장… 얼룩진 선거판 체육계 흔든다

    대한민국 체육 행정을 총괄하는 대한체육회와 한국 축구 최상급 기구인 대한축구협회가 각각 수장 선출 방식과 과정을 놓고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체육계 안팎으로 퇴진 압박을 받아온 이기흥(체육회)·정몽규(축구협회) 회장이 각각 연임 도전에 나선 가운데 선거 결과를 떠나 두 조직 모두 수장 공백 사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회장 당선돼도 수사로 당분간 ‘대행’ 12일 체육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 김정민)는 13일 제42대 체육회장 선거 중지 여부를 결정한다. 법원이 일부 체육회장 후보와 체육회 대의원들이 청구한 ‘선거 중지’ 가처분을 받아들이면 14일로 예정된 체육회장 선거는 잠정 중지된다. 앞서 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한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와 이호진 대한하이스하키협회장을 비롯한 11명의 체육회 대의원은 이번 선거 절차와 진행 과정이 부당하고 불공정하다며 법원에 선거 중지를 요청했다. 이에 법원은 임박한 선거 일정을 고려해 지난 10일 가처분 청구인과 피청구인 측을 모두 불러 심문을 진행했다. 강 후보 측은 축구와 태권도 선거인단 개인 정보가 무단 사용된 정황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체육회는 선거인단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자체 경기인등록시스템상 개인 정보를 활용했다고 하지만, 160명에 달하는 축구와 태권도 선거인단은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받지 않고 임의 선출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게 강 후보 측 입장이다. 이호진 회장 등 11명은 체육회장 선거를 선거 당일 오후 1시 후보자 정견 발표 직후 150분 동안 특정 장소(올림픽공원 올림픽홀) 한 곳에서만 진행하는 방식을 문제 삼았다. 이기흥 회장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채용 비리 의혹 등으로 직무를 정지한 상태여서 차기 회장 선거에서 당선되더라도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체육회는 ‘회장 대행’ 체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에서 오는 23일로 한 차례 투표 일정이 연기됐던 축구협회장 선거는 협회 선거운영위원회가 공정성 시비로 총사퇴하면서 선거 절차가 전면 중단됐다. ●정회장 임기만료… 대행체제로 축구협회 선거가 불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법원에 선거 중지 가처분을 내 인용 결정을 받아낸 허정무 전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은 선거운영위가 23일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하자, 선거운영위에 정몽규 현 회장 측근 인사들이 포함됐다고 주장하며 재차 문제를 제기했다. 차기 회장 선출이 상당 기간 늦춰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 회장 임기가 오는 22일 만료되면서 축구협회 또한 당분간 대행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차기 회장 선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 마포형 ‘보상주택’ 전국 처음… 재개발 때 주민 재정착 확 늘린다

    마포형 ‘보상주택’ 전국 처음… 재개발 때 주민 재정착 확 늘린다

    서울 마포구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원주민이 원하지 않는 이유로 이주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보상주택’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보상주택 제도는 마포구가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 분양 신청 평형에 대한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계획에 반영하는 게 핵심이다. 이후 단계부터는 사업시행자가 원주민에게 징구받은 ‘분양 신청 평형 수요확인서’를 토대로 분양 평형 계획을 구체화한다. 인가권자와 사업시행자, 소형 평형을 희망하는 토지 등 소유자,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보상주택 협의체도 만든다. 협의체는 분양 신청 평형에 대한 사업계획 반영률을 높여 현금 청산 대상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또 현행 보류지 우선 매각 대상자 다음으로는 분양 신청 기간을 놓치거나 신청을 철회한 주민 중 재정착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우선 매수 기회를 주도록 하는 내용을 조합 정관에 반영하게 했다. 현재 마포구에서 진행되는 정비사업 중 재개발사업 6곳과 모아타운 3곳 등 총 9곳에서 보상주택 제도가 적용된다. 마포구 관계자는 “현재 정비사업 계획 단계인 곳들도 보상주택을 적용하는 것을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포구는 보상주택 제도로 소형 평형이 다양해지면 추가 분담금이 줄어 원주민 재정착률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연구원 등 통계를 참고해 보니 분양 신청을 하지 않은 현금청산자들은 주요 사유로 ‘막대한 추가 분담금 부담’을 꼽았다는 것이다. 현금청산 관련 분쟁은 정비사업을 지연시키는 핵심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마포구는 신규 제도가 현금청산 관련 분쟁과 갈등도 예방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마포구는 이달 중 보상주택 매뉴얼을 제작해 배포할 계획이다.
  • 쪽방촌 의사가 경험한 ‘따뜻한 기적’… “내 학생 3~5%라도 의료봉사 길 가길”[일요인터뷰]

    쪽방촌 의사가 경험한 ‘따뜻한 기적’… “내 학생 3~5%라도 의료봉사 길 가길”[일요인터뷰]

    유명 백화점과 호텔, 집창촌이 공존하는 서울 영등포역 인근, 6번 출구 뒷골목에 200여명이 모여 사는 쪽방촌이 있다. 1970년대 산업화에서 밀려난 도시 빈민들이 모여 살기 시작한 이 골목엔 요셉나눔재단법인 요셉의원도 있다. 건물은 낡고 허름하지만 20여개 진료과를 갖추고 140여명의 의료인이 자원봉사를 하는 ‘종합병원’이다. 가난하고 의지할 곳 없는 환자에게 대가 없이 손을 내미는 곳, 병원 문을 두드리기 어려운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에게 이곳은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쉼터다.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요셉의원에서 ‘따뜻한 기적’을 만났다. 요셉의원을 찾는 환자는 노숙인, 건강보험 체납으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사람, 교도소 출소자와 난민,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 등 이런저런 이유로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다. 하루에 100명 가까이 병원을 찾는다. 멀리 지방에서 올라오는 환자도 많다. 사전 상담에서 진료 대상자로 확인되면 진찰권을 주며 약값과 치료비는 받지 않는다. 고영초(71·신경외과 전문의) 원장은 “요셉의원이 개원했을 땐 3개월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들 했지만 봉사자와 후원자가 끊이지 않고 계속 느는 걸 보면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성직자를 꿈꿨던 고 원장은 신부와 가장 비슷한 직업을 찾다가 의사의 길에 들어섰고 대학생 때부터 51년째 진료 봉사를 하고 있다. 요셉의원에선 1987년부터 36년간 매주 수요일마다 봉사를 했다. 급기야 건국대병원 교수직 퇴임 직후인 2023년 3월엔 5대 원장으로 부임했다. 140여명의 의료인 봉사자 가운데 고 원장은 유일한 상주 의사다. 신부를 꿈꿨던 의사성직자와 가장 비슷한 직업 찾아건대 교수 퇴임 후 5대 원장 부임봉사 그만둘 생각은 해 본 적 없어병원 지켜온 원동력은 사람의 마음요셉의원은 1987년 서울 주요 빈민촌 중 한 곳이었던 관악구 신림동에 문을 열었다.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으로 이사 온 건 1997년이다. 개원 당시엔 협동조합 의료기관이었다. 빈민운동의 대모 김혜경(전 민주노동당 대표)씨가 결성한 ‘난곡희망의료협동조합’이 가난한 사람도 싼 가격에 진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만들고자 조합비 500만원을 모아 설립했고, 고 선우경식(1945~2008년) 원장이 초대 원장을 맡았다. 하지만 선우 원장은 조합원이 아니어도 무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자선 병원을 운영하고 싶어 했다. 결국 협동조합이 병원 운영에 손을 떼고 후원에 의지하는 자선 병원으로 방향을 틀었다. 초창기에 20명도 안 되던 후원자가 어느덧 6700여명으로 늘었다. 이곳 의사들은 대부분 대학병원 교수나 개원의들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 또는 2주에 한 번씩 요셉의원을 찾아 의료 봉사를 한다. 대구 등 멀리에서 올라와 손을 보태는 의사도 있다. 의정 갈등 사태로 일손이 부족해졌을 때도 그들은 시간을 쪼개 요셉의원을 찾았다. “정말 내일이면 쌀이 똑 떨어질 위기가 왔을 때 하늘에서 보다가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것처럼 기적 같은 후원이 들어왔어요. 돌이켜보면 요셉의원을 지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사람의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요셉의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이들은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인만이 아니다. 6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매주 목요일 음식 나눔을 하고 있다. 마침 인터뷰한 날이 목요일이라 요셉의원 1층 식당 부엌엔 찌개가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무료 급식은 선우 초대원장 때부터 시작했어요. 약보다 더 급한 게 먹을 거다. 가난한 이들이 한 끼도 못 먹어 기운이 없고 아프니까 우선 잘 먹이자 해서 무료 급식을 시작했죠. 노숙인 중 한겨울인데도 여름옷을 입고 다니는 이도 있어요. 그래서 자원봉사자들이 옷과 신발을 나눠 주고, 머리도 깎아 주고, 목욕도 시켜 주는 봉사를 하고 있어요.” 요셉의원에서 가장 분주한 곳은 내과다. 환자 2명 중 1명꼴로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고 술을 많이 마시다 보니 간 질환, 위장 질환 환자가 대다수다. 조현병, 우울증, 불면증, 알코올의존증 등 정신과 질환 환자도 많다고 한다. “우리가 다른 병원에 부탁해 입원시켜도 술을 끊지 못해 쫓겨나는 환자가 많아요. 알코올 치료와 일반 진료를 겸하는 자선 병원이 있으면 좋은데 그런 병원이 별로 없으니 안타까운 일이죠. 우리나라 사회복지 제도가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는데 요셉의원 같은 병원이 필요하냐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하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 의료 급여 수급자들은 으리으리한 병원에서 치료받길 꺼리고, 병원도 그런 환자 받기를 꺼려요. 이렇게 틈새에 놓인 환자들이 요셉의원을 찾아요. 국가에서 이런 환자들을 다 치료해 주는 병원을 만들어 운영한다면 가장 바람직하겠죠. 하지만 이론과 실제는 다르더군요.” 봉사의 기적의료 사각지대 환자들 무료로 진료요셉의원 봉사·후원자 끊이지 않아600여명 봉사자 목요일 음식 나눔방문 진료 환자, 주검 볼 땐 안타까워한발 더 나가 병원에 올 생각조차 못 하는 더 취약한 환자들을 발굴하고자 고 원장은 부임하자마자 방문 진료를 시작했다. “일주일에 서너 차례 방문 진료를 나가요. 환자를 찾아내 건강 상담을 하고 병원에 데려와 치료합니다. 이미 병이 심각하게 진행된 분들을 많이 보는데 이분들은 건강 검진을 받아 본 적이 없으니까 본인도 자신의 건강 문제에 대해 전혀 몰라요. 방문 진료를 나갔다가 환자로 만난 분을 어느 날 아침 주검으로 발견하는 일도 있어요. 그럴 때 정말 안타깝죠.” 요즘에는 의정 갈등으로 사직한 전공의 10여명과 함께 방문 진료에 나선다. 고 원장은 “행복한 의사가 되려면 지식과 재능을 나눠 누군가에게 도움 되는 일을 해야 한다”며 “내가 가르쳤던 학생들 중에 3~5%만이라도 의료 봉사의 길로 들어선다면 사회가 훨씬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그는 의사보다 성직자를 꿈꿨으나 숙명처럼 의사가 됐고 의료 봉사의 길에 들어섰다. “1960년 4·19 때쯤이었어요. 당시 초등학생이었는데 학교 끝나고 버스를 탔다가 시내에 잘못 내려서 시위대에 휩쓸린 거예요. 오후 5시쯤 계엄 사이렌이 울리자 시위하던 사람들이 모두 사라졌는데 나만 홀로 길거리에 남았어요. 지나가던 사람이 울고 있던 나를 발견해 재워 주고 다음날 집에 데려다줬어요. 아이가 혹시 사고를 당했을까 봐 밤새 청량리 병원 영안실까지 뒤졌던 부모님은 천사가 지켜 줬으니 아들을 꼭 신부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셨대요.” 고 원장은 일반 중학교 대신 신학교에 진학했다. 정말 훌륭한 신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신학교 선배들 70% 이상이 대입 예비고사에서 탈락하는 것을 보며 회의가 들었다고 한다. 고 원장은 수학의 미분·적분도 모르는 채로 일반고등학교 3학년 과정에 편입해 새 인생을 시작했다. “재수할 각오였는데 기적처럼 성적이 쑥쑥 오르더니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죠. ‘하느님이 나를 신부보다 의사로 만들 계획을 갖고 계셨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연스레 의료 봉사에 관심을 갖게 됐죠. 마치 짜인 각본처럼, 숙명처럼.” 나눔의 기적20여개 진료과를 갖춘 ‘종합병원’어려운 이웃 몸과 마음 치유 쉼터“행복한 의사, 지식 나눠 도움 돼야사회 공동선 이루려면 나누어야”학생 때는 서울대 의대 가톨릭학생회에서 활동하며 서울 관악구 난곡동에서 의료 봉사를 했다. 의대 졸업 후 1977년부터 서울 금천구 시흥동 ‘전진상의원’에서 의사로서 첫 의료 봉사를 시작했다. 전진상의원은 1975년 고 김수환 추기경 요청으로 문을 열었다. 고 원장은 전진상의원을 “첫사랑 같은 곳”이라고 표현했다. “전진상의원에서 두통 환자를 많이 보다 보니 정신 질환자들이 자꾸 오는 거예요. 이분들을 제가 볼 수 없어 당시 한림대 강남성심병원에서 함께 근무하던 정신과 의사에게 의료 봉사를 부탁했죠. 그랬더니 이분이 ‘그럼 내가 전진상의원에서 의료 봉사를 할 테니, 요셉의원에서 신경외과 환자들을 봐 달라’고 하시더군요. 그때부터 요셉의원과 연을 맺었습니다.” 요셉의원 원장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고 원장은 전진상의원, 요셉의원, 외국인 노동자의 병원 ‘라파엘클리닉’을 오가며 의료 봉사를 했다. 그동안 봉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쪽방촌 주민이나 노숙인은 난폭하고 늘 술에 절어 있다는 편견이 있잖아요. 하지만 술이 원수지 요셉의원에 오는 환자들은 알고 보면 참 양순한 사람들이에요. 한순간의 실수로 나락으로 떨어진 분들이 제법 많아요. 보육원에서 자란 사람도 있고, 장애를 입어 일을 못 해서 노숙인이 된 사람도 있고, 술 때문에 가족에게 버림받은 사람도 있습니다. 누구든 살다가 삐끗하면 이렇게 될 수 있어요. 결국 사회 공동선을 이루려면 내가 가진 것을 남들과 나눠야 합니다. 봉사는 ‘시혜’가 아니에요. 그저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작은 발걸음입니다.”
  • 그린란드 이어 스발바르… 美·러 ‘북극 패권 경쟁’에 휘말리나

    트럼프 2기 안보보좌관 논쟁 가세러시아 대항에 필수적인 지역 강조덴마크, 그린란드 자치권 주장 속미군 증강 물밑 협상 시도 알려져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덴마크령인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한 데 이어 차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번 논쟁의 핵심으로 ‘북극 패권’을 거론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린란드에 이어 북극 항로 요충지인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도 강대국 패권 경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2기 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크 왈츠 상원의원은 최근 이 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북극에서 왕이 되려고 한다”며 “이건 그린란드뿐만 아니라 북극에 관한 문제다. 석유와 천연가스, 광물이 풍부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그린란드 통제가 러시아, 중국에 대항하는 국가의 안보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그린란드 문제로 미국, 러시아 등 강대국의 북극 패권 경쟁이 가속화할 경우 스발바르 제도 역시 분쟁의 중심에 설 수 있다고 지목했다. 약 2500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스발바르 제도는 사람보다 북극곰이 더 많이 사는 곳으로, 러시아의 북방 함대가 대서양에 도달하기 위해 통과해야만 하는 해상 경로에 자리잡고 있다. 현재 노르웨이 영토이지만 1920년 체결된 ‘스발바르 조약’에 따라 특별한 국제적 지위를 갖는다. 군도에 대한 노르웨이의 주권을 인정하면서도 48개국인 모든 조약 가입국이 천연자원을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노르웨이는 최근 트럼프 당선인이 그린란드를 차지하기 위해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여파가 스발바르 제도로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는 “다른 나라의 주권하에 있는 영토를 차지하겠다는 의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단결을 촉구했다. 이어 “스발바르 제도는 노르웨이가 완전히 영유하고 있는 곳이며 지금도, 앞으로도 노르웨이 영토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한편 덴마크 정부와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그린란드가 매물이 아니란 점은 명확히 했지만 물밑으로는 트럼프 측에 협상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이날 덴마크가 그린란드의 안보 강화 및 미군 주둔 확대를 논의하고 싶다는 의향을 트럼프 인수위원회 측에 보냈다고 단독 보도했다. 덴마크 정부는 그린란드의 안보를 나토와 그린란드 주둔 미군에 의존하고 있다. 다만 그린란드 내 미군을 증강하는 조치만으로 트럼프 당선인이 만족할지는 미지수라고 악시오스는 짚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안보보다 석유, 희토류 등 그린란드의 천연자원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 사생결단 ‘親○ 국회’… 정치를 되살려라[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사생결단 ‘親○ 국회’… 정치를 되살려라[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대통령 5년 단임제,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등을 탄생시킨 1987년 체제의 그늘 가운데 하나는 국회의 극한 대치다. 5년마다 반복되는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한 치의 양보 없는 대결을 이어 가면서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기는 임기 초반 1~2년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이번 22대 국회처럼 여소야대 국면에선 권력 견제와 균형보다는 사생결단의 대치 상황으로 정치가 아예 실종되다 보니 협치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는 총 33건으로 12일 집계됐다. 윤 대통령이 해병대 채모 상병 특검, 김건희여사특검법 등 25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고,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권한대행 자격으로 각각 6개 법안, 2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야당의 법안 발의→상임위원회·본회의 단독 처리→정부 이송 후 재의요구 의결→국회 재표결서 부결’이 무한 반복되는 구조로 타협 없는 ‘치킨게임’이 일상화됐다는 평가다. 특히 현 정부는 출범 때부터 여소야대 국면이 계속되면서 협치가 필수적이었지만 여야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역량도, 노력도 부족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특히 의료, 연금, 노동, 교육 등 4대 개혁 성과를 내려면 192석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데도 충분한 설득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현재의 정치 구조로는 제왕적 대통령과 의회 권력이 부딪칠 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대화의 장이 마련돼야 타협의 가능성이 생기지만 대통령의 국회 개원식 참석, 시정연설 외에는 주기적으로 대통령과 의회 권력이 만나는 장치가 없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는 이마저도 거부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 주기가 엇갈리는 것도 정치 양극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대선과 대선 사이에 치러지는 총선이 현직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로 진행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역대 정부는 적지 않은 경우 야당이 다수를 이루는 ‘여소야대’ 구조 속에서 교착 상태를 맞이했다. # 탄핵 정국에 밀린 민생 법안거야 입법독주→거부권 무한 반복尹정부 거부권 행사 법안 33건 달해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9일 니어재단 주최로 열린 개헌 세미나에서 “대통령제에 의한 승자 독식이 적절하게 제어되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와 여당은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하고 야당은 정부·여당의 실패를 통해 차기 정권을 잡으려 정부 정책의 발목잡기에 여념이 없다”고 비판했다. 우윤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 세미나에서 “국회는 내내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터의 베이스캠프가 되고, 대통령이 선출된 이후에는 대통령 권력을 대변하는 세력과 대통령 권력을 차지하려는 세력 간에 중단 없는 대회전의 장이 된다”고 지적했다. # 역대 국회 힘 접고 ‘합’ 맞추기도DJ정부, 여소야대 속 금융·노동개혁김무성·박지원, 정치 고수답게 ‘대화’과거에는 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김대중(DJ) 정부는 15·16대 국회 모두 여소야대였지만 의회와의 협의를 중시해 재벌개혁, 금융개혁, 노동개혁을 이끌었다. 2010년 김무성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각각 김영삼(YS), DJ 등 전직 대통령으로부터 정치를 배운 ‘정치 고수’라는 기대를 받으며 첫 회동 후 일주일 만에 ‘스폰서 검사 특검’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극단으로 치닫는 진영 정치와 팬덤 정치의 활개로 인해 개별 의원들의 리더십만으로는 현 구조를 타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윤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활발하게 논의가 오가던 여당의 반도체특별법과 야당의 상법 개정 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민주당 관계자는 “상법 개정 등 민생과 경제 관련 법안 논의가 필요하지만 지금 엄중한 상황에서 그러한 논의를 했다가는 한가롭게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조심스럽다”고 털어놨다. 이번 22대 국회가 문을 연 지난해 6월부터 12월 말까지 처리된 법안 수를 보면 여야 정쟁 속에 법안 처리가 뒷전이 됐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기간 처리된 법안 수는 333건으로 같은 기간 21대 국회(2020~2024년)가 처리한 434건에 비해 뚝 떨어지는 수치다. 대통령의 거부권과 까다로운 재표결 절차 역시 87년 체제의 산물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87년 체제에 대한 평가와 헌법적 과제’라는 논문에서 “대통령이 수반인 정부에 법률안 제출권을 부여한다든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률안을 국회가 재의결하기 위한 의결정족수를 지나치게 가중시켜 둔 것 등도 문제적인 규정들”이라고 꼬집었다. 재표결 법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이 가결 요건이다. 전체 300석에서 200석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며 야권 성향 의석은 192석으로 가결을 위해서는 여당에서 8표의 이탈표가 필요했다. 하지만 김여사특검법은 네 차례 재의결 모두 200표 이상의 찬성표를 얻지 못해 폐기됐다. # 협치 위한 제도적 장치 시급극단·팬덤 정치로 개인 리더십 한계국민 발안제· 美 양원제도 참고해야여야 대치 상황은 매년 11~12월 예산철에도 정기적으로 반복된다. 정부는 예산편성권을 쥐고 있고 국회에는 삭감 권한만 주어지면서 정부의 주요 예산을 깎으려는 야당과 지켜내려는 여당이 맞서면서 예산안은 매년 법정 처리 시한을 넘기기 일쑤다. 특히 ‘2025년도 예산안’ 처리는 협치가 사라진 의회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지난달 기존 정부안에서 4조 1000억원 삭감된 673조 3000억원의 예산안이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야당 단독 수정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된 건 헌정사상 처음이었다. 한 교수는 “정부가 예산 운용에 광범위한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예산편성권을 정부가 독점하면서 증액이나 새로운 비목의 증설 등에 정부의 동의를 얻게 만들면서 국회의 권한에 대한 대통령의 개입권을 과도하게 확대해 뒀다”고 지적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손본다 해도 또 다른 권력인 국회를 개혁하지 않으면 여야 대치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국민발안제 등을 통해 시민 참여를 적극 유도하거나 미국처럼 양원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의영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시민들이 단순히 어젠다를 제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시민과 국회가 같이 모여 숙의를 하고 필요한 어젠다를 국회에 제안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시민과 국회가 같이 머리를 맞대 논의하고 필요한 경우 위원회도 만들어 활동하면 정쟁과 갈등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민주화 이후 갈수록 이익이 파편화되면서 대화와 타협으로는 문제를 풀 수가 없는 상황”이라면서 “미국처럼 양원제를 도입하면 입법 독주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상하 양원이 합의되지 않으면 통과가 안 되기 때문에 무리한 주장을 하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 박종준 경호처장, 사표 수리…경호 영향 미칠까

    박종준 경호처장, 사표 수리…경호 영향 미칠까

    김성훈 경호차장 대행 체제로“불상사 발생하지 않기 위해”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이 10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최상목 대통령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체포영장 관련 갈등 상황에 대해 “여야가 특검법을 마련하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호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대응 방식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경호처는 이날 오후 “박종준 경호처장이 오늘 오전 경찰 소환 조사에 출석하며 비서관을 통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박 처장의 사의는 곧바로 수리됐다. 여권 관계자는 “박 처장이 대통령에 대한 무리한 체포영장 집행으로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간곡한 메시지를 사의로 대신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도 비슷한 시간 체포영장 집행 관련 메시지를 내놨다. 최 대행은 “탄핵심판 중인 현직 국가원수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놓고 공수처와 경호처가 극하게 대립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여, 국민들이 적지 않은 불안과 고통을 겪으신 것을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며 “여야가 합의하여 위헌적인 요소가 없는 특검법을 마련해 주시기 바란다. 공수처와 경호처가 극한 대립을 하는 작금의 상황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처장의 사의가 수리되면서 경호처는 김성훈 경호차장 체제로 운영된다. 박 처장이 이날 오전 10시 경찰에 출석하자 윤 대통령의 변호인 윤갑근 변호사는 “박 처장이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면서 “경호처장이 조사를 마치고 복귀 시까지 규정에 따라 경호차장이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고 공지했다. 경호처의 대응 방식은 김성훈 차장 대행 체제로 가더라도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박 처장과 김 차장 등 경호처 지도부는 지난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했다. 지난 5월 임명된 김 차장은 1996년 경호공무원으로 임용돼 인사과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역임한 정통 경호처 출신이다. 반면 경호처의 수장이 공석이 되면서 ‘단일대오’도 무너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차장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두차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11일 세번째 출석 요구를 받은 상태다. 김 차장,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 이광우 경호본부장 등 간부들 대다수가 경찰 조사를 받으면 지휘부 공백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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