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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프타임/최재봉 亞스피드스케이팅 2관왕

    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최재봉(동두천시청)이 아시아종목별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대회 2관왕에 올랐다.전날 1500m에서 금메달을 낚은 최재봉은 4일 춘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남자 1000m에서 1분14초20으로 판지리우(중국)를 0.99초 차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기대주 문준(한체대)은 1분15초27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 ‘이태백 시대’의 희망가

    20대 젊은이들은 요즘을 스스로 ‘이태백 시대’라고 일컫는다.이태백은 ‘이십대 태반은 백수’라는 뜻이다.계속되는 경기 불황에다 심각한 취업난을 빗대 자신들의 상황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하지만 ‘이태백 시대’에도 절망보다는 희망,좌절보다는 도전을 선택해 앞길을 스스로 열어 나가는 젊은이도 적지 않다.나만의 색깔로 활로를 찾고 있는 것이다. 사원 4명의 벤처회사를 운영하는 ‘사장님’ 조형욱(29)씨의 갑신년 새해맞이는 남다르다.새해 꿈은 지난해 8억원이었던 연 매출액을 10억원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내게 가장 적합한 길을 찾아야” 조씨의 일터는 건국대 벤처창업지원센터내 10평 남짓한 사무실이다.‘라임시스템’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각종 소프트웨어를 하청,개발하고 있다. 건국대 컴퓨터공학과 3학년을 다니다 휴학한 지 1년 만인 지난 99년 12월 이 곳에 둥지를 틀었다.4년 남짓 조씨는 거의 매일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지난해에는 국악의 선율을 영화에 삽입하는 시뮬레이션을 가능케 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업계의비상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사원들은 모두 공채한 20대 고졸 출신이다.“사원들도 나를 보고 10년 뒤 자기 모습을 상상하며 희망을 느꼈으면 합니다.” 교내 그룹사운드 ‘옥슨’의 드러머로 2년 남짓 활동한 이색경력도 갖고 있다.군 복무때 행정병으로 근무한 것이 진로를 바꾸게 된 계기가 됐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에는 한계가 보이는데,하기 싫은 기안문 작성 등에는 엄청난 소질을 보이는 거예요.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은 별개라는 걸 느꼈습니다.성공하기 위해 좋아하는 일을 접고 잘하는 일을 택했죠.” 조씨가 휴학을 결심했을 때 지도교수와 부모는 말렸다.하지만 “학점도,영어점수도 시원찮은데 졸업해 봤자 취직할 수 있는 곳은 뻔하다.”며 창업을 강행했다.처음에는 경험 부족으로 납품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조씨는 “매번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멋모르게 대시하는’ 청춘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돌아봤다. 조씨는 취업난을 겪는 다른 20대에게 “자기가 원하는 일을 꼭 해야겠다는 ‘절실함’을 가져야 한다.”면서 “막연한 도피책이나 대안으로 일을 선택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특히 대학 졸업생들에게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단 몇분 만이라도 제대로 고민한 뒤 목표를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봉사경력이 ‘먹히는’ 새해가 될 거예요” 다음달 졸업하는 조선대 정치외교학부 4학년 최미란(24·여)씨는 올해 관광업계에 취업하는 게 목표다.입학 동기들보다 졸업이 1년 늦어졌지만 초조해하지는 않는다.최씨는 “취업전쟁에서 ‘나만의 경력’이 통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라며 활짝 웃었다.지난해 다른 친구들처럼 ‘취업준비’에 매달리지 않고 휴학한 뒤 해외로 눈을 돌렸다.세계청년봉사단(KOPION)이 주최하는 해외봉사 활동을 다른 대학생 3명과 함께 떠났다.부모는 “유학도 아니고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데 꼭 지금 갈 필요가 있겠느냐.”고 만류했다.반면 일부 친구는 “제대로 배우고 오라.”며 격려하기도 했다.우려와 기대를 뒤로한 필리핀행은 최씨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나의 미래에 ‘왜’라는 질문을 던질 수있는 소중한 계기가 됐습니다.무조건 취업을 해야 한다는 조급함을 버릴 수 있게 됐죠.” 최씨는 지난해 3월부터 5개월 동안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에서 아이들에게 그림과 피아노를 가르쳤다.익숙지 않은 피부색의 아이들이나 다른 대원들과 부대끼며 생활하는 것이 처음엔 낯설었다.최씨는 그러나 “나중에는 오히려 사람을 만나고 적응하는 것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면서 “새로운 도전에 큰 용기와 힘을 얻게 됐다.”고 밝혔다. 유지혜기자 wisepen@
  • 세계로 달린다 일류를 향하여/국산 車3총사 수출신화 계속된다

    새해에도 국산 자동차의 ‘수출 신화’는 계속된다.현대차그룹은 수출 순풍을 타고 ‘글로벌 톱(TOP)5’로 진입한다는 포부다.목표 시점은 6년 후인 2010년.‘3총사’의 ‘윈-윈’전략을 통해 반드시 해내겠다는 의지다.현대차와 기아차는 앞에서 끌고,현대모비스가 뒤에서 미는 연합체제가 핵심 추진력이다.하지만 국산차가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전략은 한계점에 왔다.브랜드 가치를 높여야만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의 어느 주말.한 술집에 들어서자 빠른 템포의 음악이 귀청을 울린다.한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한류(韓流) 스타의 최신곡이다.미국인과 한국인들이 뒤섞여 춤을 추고 있다.또 다른 이들은 맥주를 들이켠다.술집 입구에는 ‘PUB HYUNDAI’라는 간판이 달려 있다.집에 돌아가는 길 이름은 현대로((Hyundai Boulevard)’다.공항,은행,식당,도로,슈퍼 등 ‘Hyundai’라는 문구와 현대차의 로고가 눈에 띈다.” 내년 상반기부터 볼 수 있는 새 풍속도다.현대차 북미공장이 이곳에 들어서기 때문이다.북미와 중남미 시장을 공략할 전초기지다. 현재 현대·기아차그룹의 세계 자동차업계 서열은 9위다.GM(미국),포드(미국),도요타(일본),다임러크라이슬러(독일),르노(프랑스),폴크스바겐(독일),PSA(프랑스),혼다(일본) 등 제쳐야 할 상대는 많다.하지만 강자로 거듭나려면 세계 시장의 높은 파고를 넘어야 한다.새해에는 공급 과잉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공장 가동률이 70%대에 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생존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세계 곳곳에 ‘제2의 울산’ 건설 현대차 공장이 들어서는 미국 몽고메리시는 이를테면 ‘미국판 울산’이다.주소도 울산 현대차와 같은 700번지다.공장의 영향은 막대하다.직접 고용 2000명,간접 고용 5000명.4명을 한 가구로 보면 3만여명이 ‘현대가족’이다.현대차가 풀 ‘돈’을 감안하면 인구 20만명의 몽고메리시를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몽고메리시의 배려에서도 현대차의 ‘위상’을 느낄 수 있다.공장 부지 200만평을 무상으로 내줬다.이를 위해 앨라배마주는 주헌법까지 고쳤다.세금도 감면해주고,공장 진입로도 넓혀줬다.상하수도 라인과 가스배관도 설치해줬다.2년간 1000만달러 정도의 광고비도 주 정부가 부담한다.소방서와 경찰서 등 공공시설도 공장 인근으로 옮긴다.각종 인센티브는 2억 5000만달러어치에 해당된다는 설명이다. 현대차그룹은 급부상하는 중국시장을 겨냥한 생산계획도 앞당겼다.베이징자동차와의 합작사인 베이징현대차를 통해 제1공장 인근에 제2공장을 앞당겨 착공했다.내년 완공되면 연산 6만대 규모인 제1공장 체제에서 30만대로 확대된다.2010년을 목표로 했던 60만대 생산체제가 3년 앞당겨 갖춰진다.전 차종의 생산체제도 2008년 이전으로 조기 달성할 계획이다.인도 남부의 최대 도시 첸나이에 둔 현지공장은 서남아시아와 유럽시장의 수출 전진기지다.65만평 규모의 100% 자족형으로 2010년 생산규모를 30만대로 늘리기로 했다. ●한해 500만대 이상 만든다 세계 자동차 업계는 멀지않아 5∼6개 업체만 살아남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약육강식의 생존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현대차그룹은 500만대 생산체제를 생존의 첫 요건으로 꼽고 있다.현재 생산능력은 300만대.2010년까지 200만대 이상을 더 늘릴 계획이다.2007년까지는 세계 10위권의 품질을 달성하기로 했다.여러개의 부품을 조립해 사용하는 부품 모듈화율도 내년까지는 36%로 높이기로 했다.생산성은 30% 향상이 목표다.권역별 전략 차종 개발에도 집중하기로 했다.북미시장에는 중형차급과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대표주자로 선정했다.유럽에는 월드카 모델과 소형차가 제격이라는 계산이다. 박대출기자 dcpark@ 기아車, 공격적 마케팅 발진 기아차도 새해 벽두부터 세계화를 향한 주행에 가속도를 붙인다.무엇보다 현대차의 ‘형제차’로서 세계시장 동반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다.직접 생산 확대와 조립형 생산체제 확충,공격적인 마케팅 등 3대 전략을 세웠다. ●2월엔 동유럽공장 짓고,중국에는 제2공장 신설 기아차는 15억달러를 투입해 동유럽공장을 지을 계획이다.연간 30만대 생산규모로 추진하고 있다.다음달쯤 슬로바키아와 폴란드 중 한 곳을 최종 공장 후보지로선정할 예정이다.기아차는 중국 현지 합작법인인 둥펑위에다기아차 유한공사가 설립한 장쑤성 옌청공장을 올 상반기 10만대 규모로 확충할 계획이다.하반기에는 연간 30만대 규모의 제2공장을 짓기로 했다.2년 뒤인 2006년 완공할 예정이다. 중국의 제1공장에서는 프라이드와 천리마를 생산하고 있으나 제2공장을 완공하면 신차종을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중국에서만 2005년 20만대,2007년 30만대,2010년 40만대의 판매목표를 세웠다. ●해외 신차 광고비용 2배이상 늘릴 계획 기아차는 새해에는 해외 시장에서의 신차 광고비용을 지난해보다 2배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자동차 전문기자단이나 고객을 대상으로 시승행사도 갖기로 했다.그랜드슬램과 호주오픈 테니스대회도 후원한다.이를 토대로 오는 3월 수출전략형으로 개발한 준중형 쎄라토를 해외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특히 유럽지역에는 디젤엔진을 얹어 시판한다. 현대모비스, 부품업계 10위 목표 현대모비스의 해외 전략은 현대·기아차와의 ‘윈-윈’이다.자체 목표는 세계 자동차 부품업계의 ‘글로벌톱10’.2005년 매출 8조원,2010년 매출 13조원을 달성하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중국 모듈공장 공급 확대 현대모비스는 6개 중국법인에서 6억 6000만달러의 새해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지난해의 3억 2500만달러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를 위해 올 3월부터 연산 30만대 규모의 베이징모비스 공장을 통해 아반떼XD에도 섀시모듈과 운전석 모듈을 공급한다.지난해 10월 말 완공한 뒤에는 베이징현대기차에서 양산하는 EF쏘나타에만 공급해왔다.모듈이란 특정부분의 부품들을 조립해 하나의 틀로 만든 것이다. 지난해 설립된 베이징모비스 변속기공장은 올 6월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다.2004년 10만대,2005년 20만대 규모를 갖출 계획이다.상하이모비스는 새해 초부터 첨단 에어백을 직접 생산한다.장쑤모비스는 새해부터 생산 13만대 규모로 확대 운영된다. ●미국 앨라배마 모듈공장 1년 뒤 완공 현대모비스는 2005년 미국 앨라배마공장이 완공되면 모듈·섀시모듈·프런트엔드모듈 양산에 들어간다. 현대차의 현지공장에서 생산될 뉴EF쏘나타 후속모델 NF와 싼타페 후속모델 CM에 공급할 계획이다.
  •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호박(琥珀) - 김효동

    월령 29일,그믐이다. 동쪽 하늘에 그믐달이 비껴 떠 있다.망원경 경통에 입을 맞추고 숨을 길게 내쉰다.경통의 옆면을 스치며 부연 입김이 날아간다.파인더에 눈을 들이댄다.그믐달은 파인더의 십자선 중앙에 꼼짝없이 잡혀 있다.접안렌즈로 눈을 옮기고 핀트를 맞추자,달 표면의 크레이터가 또렷이 나타난다.달의 바다인 습기의 바다가 거친 암영을 채워가고 있다.그 주위를 비에타나 티코와 같은 크레이터들이 점점이 두르고 있다.크게 심호흡한다.내뱉은 입김이 옅은 달무리를 만들어내다간 금세 흩어진다.눈을 떼고 고개를 젖뜨린다.금방이라도 화구를 열 듯한 하늘이지만 아직껏 짙은 어둠만 머금고 있을 뿐이다.깊은 바다의 잔잔한 침묵을 그려내는 듯하다.꼭 움켜쥐고 있던 액세서리 호박을 코밑에 가져다 댄다.발트해의 짙푸른 해수가 밀려온다.로스토크 연안 부두,김 선배는 독일에 가고 싶어 했다.오래 머물진 않을 거야.어디까지나 여행이니까…….호박이야.발트해를 상징한대.독일에 사는 이모가 보내줬는데 이젠 필요 없게 됐어.이왕이면 북해까지 돌아볼 생각이야.보트니아만을 거쳐 핀란드만까지…….북두칠성 국자의 머리 부분에 머물러 있던 눈동자가 작은곰자리를 거쳐 북극성으로 옮겨간다.호박을 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는다.발트해,김 선배가 그곳에서 곤충이 박힌 호박을 캐고 있다면,나는 이곳에서 놈들을 낚아야 한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에 부딪친다.간들거리는 고목 가지가 그믐달을 콕콕 찌르기 시작한다.할아버지를 지그시 내려다본다.방한복을 여미는 모습이 어줍다.담배는 안 돼요.할아버지는 담배를 먼저대로 담뱃갑 속에 쑤셔 넣는다.할아버지의 등 뒤로 다가가 방한모를 씌우고 요철(凹凸)형 단추를 채워 드린다. 때각! 할아버지의 어깨가 움찔한다.손전등을 입에 물고 점퍼 속에 손을 넣는다.손바닥만한 관측일지가 차가운 공기를 맞는다.9월15일,강원도 횡성,오리온자리가 희미하게 보이다.맨눈 관측,화성이나 황소자리보다는 밝은 편임…….두 달이 훌쩍 지났구나.펜을 꺼내들고 마음을 가다듬는다.11월18일,경북 문경새재.그믐달에 가까워 맨눈으로 3,4등성도 확인 가능.사자자리 부근을 향해실험 촬영.바람이 불지만 촬영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듯……. 망원경 앞으로 돌아온다.파인더를 단단히 고정하고 조심스레 미동나사를 조절한다.망원경의 방향이 찬찬히 천정(天頂)으로 향한다.하늘은 자정을 기해 이전까지의 침묵을 깨뜨릴 것이다.삼십 년을 넘게 만삭이었던 하늘이 자궁을 연다? 굉장히 매혹적이야.놈들을 사냥하는 일은 얼마나 더하겠어! 근사한 녀석들 많이 담아 와.플레이트로 고개를 돌린다.넉 대의 카메라가 좁은 플레이트 위에 빽빽이 올려져 있다.많이 잡아오면 괜찮은 놈으로 한 마리 주는 거지? 나도 꼭 찍고 싶었는데…….작년에 소백산에 갔었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서 한 놈도 찍지 못했잖아.달이 보름달에 가까워서 큰 놈에게 희망을 걸었는데,날씨까지 도와주지 않아서 그것마저도 물 건너갔지 뭐야.편지하면 그 주소로 보내주는 거 잊지 마.바람에 실려 온 검불이 얼굴을 스친다.망원경의 접안부를 두 손으로 꼭 감싼다.밤하늘 이곳저곳에 빛을 게우고 번뜻 사라질 녀석들이 머릿속에 그려진다.긴장이 몰려온다.오늘은 기필코 대어를낚아야 한다. 문경새재는 초행이다.소백산이나 함백산에서보다 수월한 등반이 될 것이라는 지도교수의 귀띔이 이곳을 선뜻 결정하게 만들었다.잡광(雜光)이 없고 먼지가 적어 촬영이 용이한 곳이라는 정보는 관련 잡지를 통해 앞서 접한 터였다.산꼬대가 심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괜찮은 촬영지다.나무가 많지 않은 나지막한 산언덕에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 또한 썩 마음에 든다.고개를 들어올린다.밤하늘에 지독한 정적이 연출되고 있다.바람이 차다.귓불을 스치는 산바람은 가랑이까지 으스스하게 만들 정도다.할아버지가 으레 신경이 쓰인다.차에 계시는 편이 낫겠어요.내려가시겠어요? 할아버지의 어깨 위에 가벼이 손을 올려본다. “괜찮아요.다 늙어서 한 번 찾아온 감기가 그 무슨 대수라고.” 할아버지의 몸 상태가 영 거슬리는 것이 아니다.손자를 따라나서야겠다는 얄망궂은 고집을 쉬이 꺾을 수가 없었다.두통 때문에 소다를 댓 수저 퍼먹었거든.어째 머리가 다섯 배는 더 지끈거려요.바람을 쐬면 조금 나아지려나…….할아버지를 향한 불안함이 이제는부모님에 대한 섭섭함으로 옮겨간다.온천 관광을 떠나는 부모님이 홀로 집에 계시기 적적하다는 이유로 할아버지와의 동행을 부추기지만 않았어도 서릿바람에 아이를 업고 밭에 나온 기분은 느끼지 않을 것이다.수안보에서 부모님과 헤어지고 내내 말이 없던 할아버지의 입을 트게 한 것이 차가운 기침이었다는 사실을 거슬러 생각하게 된다.화분증 탓에 봄마다 기침으로 고생하는 할아버지이긴 하지만 한 번도 감기에 걸린 적은 없는 분이다.성치 않은 오른다리를 내려다보고 있자니 가슴은 더욱 답답해져 온다.당장 차로 모셔다드릴게요.얼마 버티기 힘드실 거예요. “나는 아무래도 괜찮다니까…….그나저나,등나무집 할머니 말이다.왜,너도 알잖아,얼마 전에 네 엄마가 소개시켜준…….” 낚시용 승창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청승궂다.이내 지팡이 끝으로 낙엽 더미를 헤적이기 시작한다.땅 위에 글자를 새기고 있는 듯도 하다.낙엽을 헤치는 소리가 듣기에 좋지 않다.선영에게 얘기는 많이 들었네.경영학을 전공한다고? 수치에 매우 민감하겠군.아,자네도 들어서 알겠지만,난…….찻잔을 내려놓는 종업원의 행동이 거치적거린 모양이었다.남자는 말을 멈추고 김 선배의 어깨를 두드렸다.영문학과 선배야.우리 동아리 회장이었고…….이 년 전에 졸업했어.둘 다 초면이겠지? 나는 김 선배의 재킷에 박힌 장식용 버클에 시선을 고정했다.반갑네.남자는 내 시선을 밀쳐내듯 손을 내밀었다.손이 형편없이 못생겼군요!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던 말을 꾹 삼켰다.나는 그가 청하는 악수를 건성으로 받아들였다.형편없기 짝이 없는 그 손 언제까지 잡고 있어야 합니까! “성우라고 했지,아마?” 김 선배가 나를 대신해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은 많이 찍어봤나? 사진 속에 별을 담는 것과 정물을 담는 것은 확연히 다르지.쉽사리 덤비지 말아야 할 것이 천체를 담아내는 일이야.한낱 취미 정도로 생각했다간 큰 오산이지.듣자하니 소질이 많다던데…….무엇이든 역량이라는 것이 중요하지.일본에서 귀국하자마자 이 녀석이 찾아왔더라고.달과 금성의 일주 사진이라고 보여주는데 볼품이 없더군.난 처음에 반딧불 사진인 줄 알았다니까.농담 삼아,개똥벌레의 일주 사진이네,감히 반딧불로 별을 대적하다니,그랬지.” 남자는 김 선배를 돌아보며 짐짓 미소를 지었다.김 선배의 얼굴로 미소가 이어졌을 때,그녀의 재킷에 달려 있는 버클을 떼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치밀었다.어째서 별을 찍지? 나는 남자의 점잖은 말투가 듣기에 거북했다.글쎄요,뭐든 좋아지기 시작하면 따라가는 법이죠.남자는 한동안 내 눈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선물을 하나 할까 하는데,어떤가? 남자는 말을 마치자마자 과장된 걸음으로 카페를 빠져나갔다.그의 뒷모습을 보면서,누군가 카페 바닥에 바나나 껍질을 놓아두었더라면,하고 생각했다.괜찮아,성우야? 불편해 보여.난 너한테 도움이 될까 해서…….나는 김 선배의 시선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이 분야에선 알아주는 베테랑이야.물론 지금은 접은 상태지만…….작년엔 외국의 한 천문대가 주최한 천체 사진전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어.나이가 많은데도 열정이 대단해.열정이라는 말로 남자의 나이를 짐짓 감추어보려는 그녀의 말투가 왠지 우스꽝스러웠다.저 사람 곧 인도로 떠날 거야.다른 세상을 접해 보고 싶대.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많이 도와줄 거니까,한국에 머무는 동안 자주 만나봐.남자의 구두 소리가 나갈 때와 마찬가지로 카페 가득 둔탁한 공명을 일으키며 다가왔다.할머니가 마음에 안 드세요,할아버지? “아니,내 말은 그런 게 아니라…….” 할아버지는 말끝을 흐리는가 싶더니 이내 기침을 토해낸다.기침 소리가 밤하늘에 긴 메아리를 긋는다.할아버지를 내려다본다.할아버지의 안경알에 그믐달이 갇혀 있다.그믐달이 거듭 요람으로 변하는 착각이 든다.할아버지의 심상이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이다.산록을 오르면서 할아버지는 내내 요람 위에서 쉬고 싶다는 말을 되뇌었다.무릎을 매만지며 번번이 하늘을 올려다보던 할아버지의 눈빛에서 요람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곧장 알아차릴 수 있었다.의족이 할아버지를 지탱하기엔 무리이지 싶었지만 할아버지는 그에 아랑곳없다는 듯 쉬지 않고 내 뒤를 따랐다.점점 뒤처지는 할아버지를 이곳까지 끌어올린 것은 아마도 달의 이미지가 전하는 느긋한 안주(安住)가 아니었을까.회답이라도 하듯 북극성 주위를 오르내리던 낙엽이 요람 위에 사붓 내려앉고 있다. “할망구가 은근히 피하더구나.어쩐지 아니다 싶었어.미련일랑 한푼 남길 것도 없다.네 엄마도 그렇지,그리 줏대 없는 할망구를…….” 할아버지는 의각이 끼인 다리를 쭉 뻗는다.아닐 거예요.할머니가 일부러 피하기야 하시겠어요? 할아버지의 긴 한숨 소리가 귓가로 날아온다. 플레이트 앞으로 다가간다.카메라 한 대를 집어 든다.애지중지하는 펜탁스67 기종이다.노출을 중단하고 필름을 교체한다.노출 시간을 초과한 감이 들지만 유성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될 일은 없다.다만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필름이 아까울 뿐이다.대학에 다닐 때 처음으로 장만했던 카메라야.니콘FM2지.선배로서 주는 거니까 부담 갖지 말고 받아,자! 그믐달을 할퀴면서 한참을 꼬박거리던 나뭇가지가 툭 부러진다.배낭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모양이다.배낭으로 고개를 돌린다.어서 받아,성우야.내년 가을에 유성을 촬영할 거라면서? 이번에 못 찍었다고 그 난리를 치더니.카메라 한 대 더 있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잘 알면서.어서 받아.나는 김 선배를 바라보다가 남자가 건네는 카메라를 말없이 받아들었다.남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별을 너무 많이 본 탓일까?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이상이 끝없이 생기더군.혼자 여행을 선택한 건 그 때문일지도 모르지.가면 갈수록 새로운 걸 찾게 돼.물론 과거가 바탕이 된 새로움이겠지만.인도에 대해 아는 것 좀 있나? 힌두교? 일처다부혼? 아니면,마하트마? 남자와 김 선배가 자리를 떠나고 나서도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동아리 선배로서 소개시켜줬을 뿐이니까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해해.아,위대한 영혼이라는 뜻이야,마하트마란.김 선배는 다시 돌아와 그렇게 몇 마디 던지고는 급하게 카페를 빠져나갔다.나는 김 선배가 잠시 우주로 여행을 떠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불안감은 보이지 않는 것을 그려내는 힘으로 나타났다.그들이 지나간 카페 홀에 문뜩 간디와 마하트마를 외치는 남자가 부딪쳤다가 분산하는 이미지가 그려졌다.커피 리필해 드릴까요? 종업원은 나의 대답을기다리는 투였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나는 그녀가 무안해하길 바라면서 그녀의 코밑을 계속해서 쏘아보았다.리필해 드리겠습니다.위대한 영혼 좋아하시네! 잠시 주춤하던 바람이 한달음에 몰려온다.옹그리고 있던 낙엽 더미가 소르르 흩어진다.달빛을 빌려 주위를 둘러본다.할아버지의 발 앞으로 융단이 말리듯 낙엽 더미가 굴러간다.굴러간 낙엽만큼의 양이 또다시 굴러오는 모습이 거년스럽다.할아버지의 어깨 위에 낙엽 한 장이 사부랑삽작 걸터앉는다.아니,어느새 날아간다.할아버지,녹차 드릴까요? “아니,됐다…….애초에 소개를 받는 게 아니었지,여시 같은 할망구!” 배낭에서 녹차 티백과 보온병을 꺼낸다.배낭 옆에 부러진 나뭇가지가 힘없이 나동그라져 있다.다만 동아리 선배로서 소개시켜줬을 뿐이니까…….웃음이 나온다.플레이트가 놓여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삼각대에 장착한 카메라와 플레이트 위에 올린 넉 대의 카메라가 하늘을 향해 조리개를 가만 열어놓고 있다.적도의 가대에 올린 카메라는 천구의 이동을 따라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가져오지 않은 남자의 카메라가 머릿속에 떠오른다.유성을 담아내기에 카메라가 적은 듯도 하다. 티백을 간닥거리며 망원경의 접안부를 들여다본다.카시오페이아와 페르세우스 사이에 웅그리고 있던 은하단이 어느 틈에 천정(天頂) 부근으로 이동해 있다.별들의 바다를 감상하기에 녹차의 양이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없네,부담이 엔간히 드네,민망해서 자식들 볼 면목이 없네,다 늙어서 주책이 아닌가 싶네…….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괸다더니,뭐 그리 둘러댈 것이 많은지.보험 들으랄 때부터 알아봤지,내가! 참말로 사랑은 아무나 하나네 그려.” 녹차를 들이켜다 사레가 들린다.입술을 훔치며 할아버지를 돌아본다.할아버지의 고개가 하늘로 향한다.나의 시선이 어느새 할아버지의 고개를 따라간다.성도(星圖)를 펴놓은 듯한 밤하늘이다.고개가 각각의 별자리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남쪽 하늘에 고래자리가 자오선 위를 조용히 헤엄치고 있다.서쪽 하늘,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가 말없이 지고 있는 모습이다.달을 품은 동쪽하늘,쌍둥이별의 카스트로와 폴룩스가 드높게 떠 있다.가슴속에 새겨진 성도가 보이지 않는 별마저 또렷이 그려내고 있다.아마 잦은 촬영에서 밴 습관일 것이다.멀리 작은개자리의 프로키온이 외롭게 반짝인다.별을 본다는 건 말이야…….그건 결코 값싼 센티멘털리즘만으로 되지 않는 거야,적어도 우리 같은 사람에겐.김 선배의 손가락이 작은개자리에 머물렀다.끝내 그 모습만을 유지하는 별은 없어.나 역시 한 사람을 끝까지 사랑하진 않아.프로키온,다른 별들처럼 모여 있지 않고 외롭게 떠 있지.저 별을 보고 있으면…….아니다,값싼 감상은 내가 찾고 있네…….자,봐봐! 김 선배의 손가락이 공중에서 천천히 움직였다.큰개자리의 시리우스와 베텔게우스를 연결하고 프로키온으로,다시 시리우스로 돌아오면…….김 선배의 손가락이 내 눈앞에 머물렀다.김 선배는 잠시 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어색한 마음에 멀리 횡성군(郡)의 정경을 내려다보았다.그러니까,그렇게 그려보면 겨울의 대삼각형이 이루어지는 거야.네 손으로 한번 그려볼래? 지그시 눈을 감아본다.주머니 속의 호박이 얼굴에까지 느껴진다. “생판 모르는 할망구 만나서 뭔 득을 보겠다고.내가 미쳤지!” 할아버지는 두 손을 비비며 몸을 움츠린다.몸 전체가 굼벵이처럼 오그라든다.정말 안 되겠어요,차로 돌아가요.할아버지는 대답이 없다.흰자위가 드러나도록 눈을 치켜뜨고 달 쪽을 올려다볼 뿐이다.억지를 부리는 어린아이 같아 안쓰럽다.달은 달일 뿐,요람은 그저 값싼 감상인 모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지독한 난시 탓에 할아버지에겐 그야말로 별 볼 일 없는 밤하늘이라는 것마저 이곳에 와야 할 명분을 지우는 것 같아 답답하기까지 하다.어느새 할아버지의 발목까지 낙엽 더미가 덮여 있다.의족으로 낙엽을 헤치는 모습이 곰상스럽다.갑자기 할아버지가 지팡이에 의지해 승창에서 일어선다.차로 가시겠어요? 할아버지는 지팡이로 땅을 꾹 찌른다. “칼을 들었으면 두부라도 썰어야지,암!”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산중턱을 엷게 스친다.등나무집 할머니를 두고 하는 말이다.칠순을 넘겨보는 할아버지에게 사랑이 찾아왔다는 사실이 나에겐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다.기억도 나지 않는 할머니 얼굴을 등나무집 할머니의 얼굴로 대신하겠다는 생각도 없다.다만,물 건너간 사랑을 되돌리지 못할 때 찾아올 슬픔을 고스란히 할아버지 자신이 받아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작년 가을에 콤바인 예취날에 바짓부리가 걸려 발목을 잃은 할아버지에게 사랑은 그 후유증마저 낫게 할 수 있는 힘이 될지도 모른다.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는 생각지 못한 섬으로 가로막힐 때가 있다.경우에 따라선 그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그래서일까? 할아버지의 사랑이 쉽사리 이루어지리란 기대는 들지 않는다.등나무집 할머니는 둘러대는 것이 아니다,어쩌면.할머니도 일부러 그러시는 건 아닐 거예요. “그럼 만나지 말자는 게 진심이라는 게냐?” 아니,그런 것이 아니라,뭔가 사정이…….갑자기 눈 속에 번뜩하며 섬광이 스민다.고개를 젖히자 곧 하늘이다.드디어 화구를 벌린 모양이다.그대로 하늘에 눈을 처박는다.이중성단을 관통하며 희미하게나마 유성 하나가 떨어진다.할아버지의 기침 소리가 동시에 따라붙는다.단말마와 같은 할아버지의 기침 소리를 따라 금세 사라진 녀석이지만 잔상으로나마 눈 속에 남는다.보셨어요? 저기…….손가락을 펴 하늘을 가리키지만 할아버지는 아무 관심도 없는 투다.대인이 또 세상에서 사라지는구나,하고 말하면서 그 사람 이런 말을 꼭 덧붙였어.자신은 타 없어지는 유성이 아니라,우주에 버려진 별이 되고 싶다고 말이야.그 말이 무슨 뜻일까? 나는 선배가 말하는 남자에 대해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그렇게 자신을 사랑하더니 결국 혼자가 되어버린 걸까? 그 사람 지금은 인도에 없어.또 다른 낯선 곳을 찾아갔겠지.김 선배는 간헐적으로 딸꾹질을 토해냈다.그러면서 뜻을 알 수 없는 말을 되뇌었다.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낯선 곳에서 혼자가 되어보는 건 어떤 기분일까? “한 번 더 자리를 만들어야겠다.이번엔 네 엄마가 아니라,내가 직접 말해야겠어.만나서 담판을 짓든지…….성우야,두유 좀 가져다 다오.목이 다 탄다.” 배낭으로 다가간다.지퍼를 열고 배낭 속에 손을 넣어 두유를 찾는데 다시 유성이 떨어진다.순간적으로 고개를 들어올린다.큰곰자리 부근으로도 유성이 떨어지고 있다.큰곰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북극성을 오매불망하는 듯한 눈매가 큰곰으로부터 전해져 온다.거듭 긴장이 몰려온다.오늘을 마지막으로 삼십 년 후에나 찾아올 사자자리 유성우다.모(母)혜성의 궤도 문제로 삼십 년의 주기마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들은 바 있다.무엇이든 머문다는 건 좋지 못해.머물지 않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해 봐.무슨 일이 있어도 유성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온몸을 감싼다.김 선배가 일러주었듯,아니,그녀가 전하는 어느 화백의 말처럼 하늘은 곧 오랜 세월 품어온 정한(情恨)을 차가운 땅덩이를 향해 쏘아댈 것이다.정한이란 비타민E 다음에 아직 나타나지 않은,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비타민F와 같은 인생의 알 수 없는 영양소일지도 모른다고 천경자 화백이 말했지.그 여자,아니,그 화백이 자신의 그림을 참 재미있게 표현했었어.전시회 작품들이 대부분 오로라와 같은 몽롱한 색채로 표현돼 있었거든.미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오로라를 목격했다는데,글쎄,갓 잡은 등 푸른 생선이 파닥이는 것 같더라나? 화가의 표현치고는 좀 어수선하게 느껴지지 않아? 김 선배는 말을 마치자마자 상념에 사로잡힌 듯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김 선배의 시선은 언제부턴가 내 어깨에 머물러 있었다.또 그 사람 생각하는군요? 김 선배는 대답 대신 자리에서 일어섰다.망원경에 눈을 들이대는 김 선배의 모습이 왠지 어색했다.그녀 스스로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어색함을 견디지 못한 표정이었다.그런 식으로 시치미 떼지 말아요! 내뱉지 못한 말이 가슴속에서 빙빙 돌았다.김 선배는 접안렌즈에서 눈을 떼고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그 사람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나에게서도 머물지 않으려는 걸까? 그녀는 자신의 상념을 자르려는 듯 의외의 말을 던졌다.성우야,횡성에 가자.너도 태기산에 간 적 있지? 나는 한참 뒤에나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그렇지 않아도 오리온자리 일주 사진을 찍을 곳을 찾고 있었어요.그래요,가요.김 선배는 바지 주머니 속에서 밀황색 호박을 꺼내 코에 가져다 댔다.그래,가.가보고 싶던 곳이었어.“얘,두유가…….” 느지감치 할아버지 손에 두유를 쥐어드린다.옷깃에 달라붙은 검불을 떼어내고 버름한 방한복을 여며드린다.손목시계를 들여다본다.라이트 버튼을 누르자 액정 화면이 흐릿하게 빛을 발한다.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이다.노출 시간을 체크하고 카메라로 다가간다.노출 시간을 또다시 오버한 감이 든다.필름을 새로 갈아끼운다.때마침 희미한 유성 하나가 떨어진다.재빨리 카메라를 들어 연속 촬영을 한다. 다시 한 마리가 떨어진다.제법 모양을 갖춘 놈이다.운이 좋으면 긴 유성흔을 잡은 사진을 현상할 수 있을 듯하다. “땃땃하게 데운 베지밀이 최곤데 말씀이야.그,병에 든 거 말이다.” 카메라의 구도를 바꾸어본다.이번엔 복사점을 중심으로 앵글을 잡지 않고 주변의 별자리를 중심으로 구도를 잡을 생각이다.어디서 떨어질지 모르는 놈들이기 때문에 천구가 모두 피사체다.사진으로 태어난 녀석들이 깨알과 같이 작다 하더라도 사진을 현상하는 동안만큼은 현장에서 느꼈던 흥분이 다시 살아나 그야말로 황홀하다.마지막이라는 말이 얼마나유혹적인지 알아? 올해를 마지막으로 그놈들을 잡을 수 있는 해는 아마도 네가 두 딸아이의 아빠가 되었거나 손자도 볼 수 있는 시간들을 다 겪고 나서야 올 거야.군침이 돌지 않니? 장관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유성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거의가 떨어져서 그다지 훌륭한 사진은 찍을 수 없을 거야.운이지,뭐.노벨이 태어난 해엔 한 시간 동안 무려 만 개 이상이 떨어졌다는데…….성우야? 김 선배가 나직이 내 이름을 불렀다.꼭 갈 건가요? 김 선배는 대답하지 않았다.나를 가만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성우야? 얼마 지나지 않아 김 선배가 다시 내 이름을 불렀다. “나,인도에 갈까?” 그 사람 인도에 없다면서요? 아직 거기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김 선배는 다소 신경질적인 내 물음에 뜬금없이,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나는 그녀의 얼굴빛에서 장난스럽게 말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나는 내가 말했어야 하는 부분을 모욕적으로 도난당한 느낌이 들었다.널 좋아하는 것 같아.그녀가 다시 같은 말을 반복했을 땐 수치심마저 치밀었다. “젊었을적엔 참 고왔을 얼굴인데…….에이,모르겄다.늙을수록 애가 돼 간다는데 남사시럽게…….이놈의 나이도 이냥저냥 시들어갈 판인가?” 시계를 들여다본다.12시30분.유성은 카메라를 향해 간헐적인 입김만 뿜을 뿐 탄성을 자아낼 만한 모습은 보여주질 않고 있다.어쨌든 물고 늘어져야 한다.새벽 1시에서 2시 사이가 녀석들이 한꺼번에 태어나는 극대 시각이라는 정보를 굳이 믿으라면 아직 3,40분 정도의 터울이 있는 셈이다.그때에 대비해 아껴두었던 커트필름을 꺼낸다. 갑작스레 휴대전화기가 엉덩이를 간질인다.어머니의 전화다.걱정이 되는 모양이다.할아버지를 잘 모시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이미 내 목소리에서 할아버지의 안전을 확인했을 것이다.할아버지를 내려다본다.할아버지가 나를 따라나선 것에 대한 불만이 가신 것일까.할아버지는 세상을 관조하러 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다리를 절단하고 병원에 누워 계실 때,이제는 바라만 보며 살란다,하면서 관조라는 말을 꺼낸 적이 있다.뭐든 간섭하고 살았는데,이젠 좀 앉아서 쉬어야지.늙어서 다리 쓸 일이 뭐가 있겠어.방바닥에 앉아서 창 밖이나 구경하면 됐지.그걸 관조라고 해도 될 거야.할아버지가 관조라는 말로 세상을 바라볼 것이라 말했을 때,사실 너무 우스웠다.세상에는 그저 바라보아야 하는 일보다 시기해야 할 일들이 더 많은 법이니까.사학년생들끼리 전시회를 열기로 했어.작년 선배들처럼 여러 가지 테마를 가지고 전시하지는 않을 거야.그만큼 작품이 적다는 얘기겠지.그러고 보면 선배들은 참 대단해.별을 잡아온다는 게 어디 쉬워? 카페 창가에 앉아 있던 김 선배는 밖을 바라보며 전면 유리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뽀드득뽀드득 듣기 싫은 소리가 귓전에 머물렀다.선배는 사진 많이 찍으러 다녔잖아요. “주문하시겠어요?” 검은 에이프런을 입은 여자가 테이블 앞에 섰다. “고작해야 일주 사진이 전부야…….커피 두 잔 주세요…….다른 사람들은 은하며 성단이며 그림 같은 작품들을 전시하는데…….” 탁자 밑에서 자꾸만 나의 구두코가 그녀의 발을 차고 있었다.그런데도 김 선배는 잠자코 있을 뿐이었다.내가 말을 걸지 않는다면그녀는 그녀의 생각 속에 머물고 말 듯했다. “가끔은 지겹다는 생각이 들어.어차피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말이야.아,계획은 세웠니? 유성우 말이야.할아버지 사고 때문에 작년에 찍지 못했잖아.맞다,할아버지는 괜찮으시지?” 플레이트를 돌아본다.아무래도 좁은 플레이트 위에 넉 대의 카메라는 무리이지 싶다.사진 주변에 수차(收差)가 나올 것을 감안해야 할 듯하다.옆 카메라의 릴리즈가 들어올 것도 예상해야 할 판이다.사진 표면에 검은 줄이 생길 것이 뻔하다.필름을 스캔하고 이미지 처리를 한다고 해도 작품의 질은 떨어질 것이다.망원경과 카메라를 부착하는 방법을 시도하기로 한다.카메라 한 대를 들어 망원경 앞으로 가져온다.신발 끈을 끄른다.망원경의 접안부와 카메라의 렌즈를 맞대고 신발 끈을 감는다.왜요,필요한 거 있으세요? 할아버지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요 좀 보련다.난 신경 쓰지 말고 하던 일 계속해요.” 할아버지는 배낭을 걸어 놓았던 나무로 절뚝절뚝 다가간다.지퍼를 내리는 소리가 크다.늦었구나! 지도교수가 내 어깨를 치고 홀을 빠져나갔다.몇 작품 전시하지 않은 전시회 치고는 꽤나 엄숙한 분위기였다.선배들의 사진전은 ‘우주의 신비’라는 제목으로 열렸다.‘끝의 향연’이었던 작년의 제목에 비하면 꽤나 성의가 없어 보이는 제목이긴 했다.사진전은 학교 도서관 입구의 홀에서 개방적으로 열렸다.얼마 안 되는 작품이 전시되었다고는 하지만 안드로메다은하나 플라아데스 성단 사진은 그 몇 안 되는 작품들까지 빛내기에 충분했다. “겸연쩍긴 하지만,그래도 차지 않은 달이 더 정이 간다니까.” 달은 고개를 젖힌 할아버지의 코끝에 붙어 있지만 바람에 끄덕이는 나뭇가지 탓에 자꾸만 명멸한다.‘달과 금성의 일주,강원도 횡성군 태기산,올림푸스 OM-1,45㎜ 광각렌즈…….’ 공책 크기만한 사진 속에 지평선을 향해 사선을 내리긋는 달과 금성의 일주가 힘차게 다가왔다.개똥벌레 일주 사진,감히 반딧불로 별을 대적하다니……. “성우야.” 어느 결에 김 선배가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나는 사진 속의 달과 금성을 머릿속에 그려진 반딧불과 견주어 보았다.미친놈!“늦었구나?” 김 선배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선배는 자신의 사진을 한번 훑고는 이내 고개를 돌렸다.횡성에 가본 적이 있군요? 나는 물으려다 말았다.실망했지? 사진을 찍을 때도,인화할 때도 온통 딴생각이었으니…….괜찮아요.개똥벌레 같지 않은데요,뭘.정말 괜찮아요.나는 김 선배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입아귀를 부풀렸다. “괜찮으면,너 가질래? 지금 가져가도 돼.” 김 선배가 조용히 물었지만,나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때부터 김 선배의 입도 열리지 않았다.그녀는 홀 주위를 돌기만 할 뿐이었다.나는 김 선배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김 선배는 ‘개똥벌레의 일주’가 놓인 이젤을 무려 다섯 번이나 거치면서도 내내 입을 열지 않았다.나는 그런 그녀에게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선배 사진을 내가 어떻게 가져요,하고 되뇌기만 했다. “더 이상은 못 봐주겠어!” 김 선배가 자신의 사진을 들고 돌연 도서관을 빠져나갔을 때에도 내 입 속에선,선배 사진을 내가 어떻게 가져요,하는 말만 반복되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바다뱀자리와 큰개자리의경계선 부근에 섬광이 스친다.지평선이 희미하게 나타났다 사라진다.한참 만에 나타난 녀석이지만 그다지 반갑지 않다.기대를 많이 한 탓이다.플레이트 앞에 선다.50㎜ 표준렌즈를 광각렌즈로 교체한다.필름을 빼내면서 웬일인지 작품다운 작품이 나올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46도 화각으로 유성을 잡는다는 것이 무리이지 싶었다.새 필름으로 갈아끼운다.이번엔 초점비에 따라 4분에서 8분씩 노출을 주기로 한다.버름했던 앞섶을 단단히 여미고 망원경으로 다가간다.경통에 키스하고 힘겹게 매달려 있는 카메라로 눈을 가져다댄다.잘 보여? 힘없는 목소리로 김 선배가 물었다.오늘따라 잘 잡히지 않네요.횡성에 도착하기 이전부터 무엇인가가 불안했다.달의 상을 또렷하게 끌어오는 것마저 힘에 부칠 정도로 불안이 온몸을 휘감았다.잘 안 되니? 김 선배는 까치발을 하면서 재킷 주머니에 손을 꼭 찔러 넣었다.천문학도 아닌데 왜 그렇게 쩔쩔매? 천문학이면 괜찮게요? 이건 완전히 막노동이니…….안 되겠어요.카메라 좀 가져다 줄래요? 그냥 찍어야 할 것 같아요. “왜,내가 있어서 그래?” 카메라를 받아들려고 했지만 김 선배는 잠시 악력을 썼다.카메라가 중요해,내가 중요해? 나는 뜬금없는 그녀의 질문에 장난스레 되물었다.선배는 아빠가 좋아요,엄마가 좋아요? 김 선배가 갑자기 카메라를 놓아 버리는 바람에 몸이 뒤로 밀렸다.두 시간 동안 노출할 거니까 지겨워도 참아요.김 선배는 대답하지 않았다.망원경 접안부에 카메라를 부착하고 셔터를 누르자,김 선배가 대뜸 딸꾹질을 토해냈다.나 몰래 뭐 훔쳐 먹었어요? 나는 배낭으로 다가가 보온병과 녹차 티백을 꺼냈다.자,마셔요. “자연현상이라는 게 그 자체로 인간에게 많은 감상을 주는 거 같아.” 김 선배에게 녹차가 담긴 잔을 건넸다.안 좋은 부분이 있다면 때론 인간을 징벌하기도 한다는 점이죠.김 선배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그래,맞아.때론 징벌하기도 하지.그걸 피하는 방법은 뭘까? 나는 김 선배를 돌아보았다.피할 수 없어요.다만,치유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게 답일 뿐이죠.감상만 쫓아가지 말아요,제발! 그러다간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징벌을 안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뱉어내고 싶은 말이었지만 긴 한숨으로 대신했다.프로키온,외로운 별이야.김 선배는 감상에 빠지고 있었다.그녀는 겨울의 대삼각형을 연거푸 그려댔다. 김 선배의 얼굴에 입술을 가져다 댄 것은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그녀가 대뜸 일어섰다.우리 그만 내려가자.나 너무 피곤해.나도 모르게 김 선배를 쏘아보고 있었다.피곤하다니요? 올라온 지 고작해야 한 시간 지났는데.노출 끝내려면 적어도…….김 선배는 기필코 가야 한다는 표정이었다.그녀의 눈을 다시 한 번 뚫어지게 쏘아보았다.일단 내려가자.김 선배는 무턱대고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선배님,지금! 김 선배가 바닥에 주저앉았다.선배,이건 반칙이에요.여기까지 와서 그냥 내려간다는 건…….저따위 별들이야 언제라도 볼 수 있어! 그녀가 대뜸 소리를 질렀다.왜 그래요? 미안해,그냥 내려가자.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성우야,넌 여기가 어디 같니? 아까부터 유심히 살펴봤는데,아무래도 이상해.”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온 할아버지가 묻는다.주위를 둘러본다.내 눈엔 그저 낮은 산언덕으로만 보인다.무슨 겁을 주시려구요? “모르겠니? 난 아무리 봐도…….” 안 갈 거예요? 김 선배는 ‘횡성여관’ 앞에 섰다.그녀는 간판을 올려다보고 있었다.여관이라는 글자에서 ‘관’자의 네온사인이 끔벅이며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차 있는 곳까지 가려면 서둘러야 돼요.빨리 가요,선배! “나…….나,여기 예약했어.” 예약요? 여관도 예약이 돼요? 응,오래 전에…….할아버지 손끝에서 라이터 불꽃이 번뜩인다.깊은 고랑이 팬 이마 위에 돌연 플라아데스 성단이 나타난다.영묘한 빛을 산란하는 산개성단.할아버지는 담배를 문다.성단이 단박 사라진다.담배! 손전등을 켜고 할아버지를 향해 불빛을 겨눈다.담배요! 나도 모르게 뱉어버린 소리가 맞은편 산허리에 부딪힌다.어이없이 큰 내 목소리에 할아버지의 눈동자가 툭 불거진다.죄송해요,전 다만……. “다시 한 번 비춰보거라…….아무래도 무덤자리 같은데.” 할아버지는 손가락을 펴고 팔을 뻗어 허공에 둥그런 원을 그린다.손전등 불빛이 할아버지의 손끝을 따라간다.어느새 이슬이 맺힌 언덕 주위가 불빛에 번뜩인다. “그래,맞다.무덤자리가 확실해.둔덕이 좀 진 곳이 있잖니? 오래 돼서 다 깎여 내려갔지만 그것이 봉분이고…….” 할아버지는 이번에 두 팔로 허공을 감싸는 시늉을 한다. “양쪽의 활이 엉성하게나마 살아 있잖니.저 봐라,가지가 이리저리 벌어지긴 했지만 묘목도 있잖아.어쩐지 이상하다 싶었지.” 다시 주위를 비추어본다.엉성한 이팝나무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한 그루씩 자라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신경을 좀 쓰지,죽어서도 한이겠구먼.” 네,그런 것 같네요.할아버지를 한참동안 내려다보다가 하늘로 고개를 든다.때를 맞추어 북두칠성의 국자 옆으로 상당히 밝은 유성이 떨어진다.준비해 두었던 커트필름으로 모든 카메라의 필름을 교체한다.하늘은 등갓이 손톱에 찢긴 순간처럼 번쩍 발한다.긴 유성의 꼬리가 눈 속에 오래도록 남는다.긴 궤적을 남긴 유성은 할아버지가 등진 산의 허리춤에 박히면서 소리 없이 부서진다. 망원경 접안부에 맞댄 카메라의 필름도 커트필름으로 교체한다.망원경과 카메라가 불안하게 맞대어져 있다.상이 선명하지 않잖아! 자,다시 해보자.김 선배가 내 어깨를 힘껏 내리쳤다.처음엔 다 그런 거야.심호흡하고 다시 해봐! 천천히! 여자 다루어본 적 있을 거 아니야! 그래,천천히 렌즈를 돌리면서…….상을 잡아야 사진이든 뭐든 나올 거 아니야! 다시,다시! 신발 끈을 다시 단단히 매고 상이 선명해지도록 접안렌즈를 천천히 조정한다.무한대를 응시해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피하려면 파인더를 보면서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그래,그래야 한다.파인더에 들이댄 눈에 점점 힘이 들어간다.아랫입술을 꼭 깨문다.다시 상이 가능한 한 선명할 때까지 망원경 접안렌즈의 초점을 맞춘다.카메라에 눈을 들이댄다.전망이 별로 감동적이지 못하다.다시 망원경의 초점을 정밀하게 맞춘다.들어온다.선명해진다.조리개를 최대한 개방하고 최대한의 노출을 유도한다.긴장이 밀려온다.검지에 힘을 주고 셔터를 누른다.순간 내 행동에 대한 반감 섞인 생각이 스친다.우주는 가만히 있어도 가슴에 소지할 수 있다는.그것 봐,하면 되잖아.어,언제 왔어요? 김 선배가 남자에게 달려가는 모습을 나는 스스로 거역하고 있었다. “가만,그러고 보니,내가 죽은 이 위에 버릇없이 앉아 있었네 그려.” 할아버지는 승창을 들고 망원경 쪽으로 다가와 앉는다.배낭으로 다가가 녹차 티백과 두유를 꺼낸다.할아버지 옆으로 다가간다.꼭 다시 한 번 만나보세요.좋으신 할머니 같던데.할아버지 손에 두유를 쥐어드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차갑지만 폭신한 낙엽방석이다.녹차가 담긴 컵을 가볍게 감싸쥐고 하늘을 올려다본다.영묘하게 빛나는 큰개자리의 시리우스가 동쪽 하늘을 호령하면서 지평선 위에 드높이 떠 있다.궁수자리의 남은 마지막 밝은 별들이 서서히 지고 있다.켄타우루스와 남십자가자리의 별들 그리고 에라다누스강자리의 아케르나르가 남쪽 하늘에 깊이 박혀 있다.할아버지,돌아가는 길에 온천욕이라도 하시겠어요? “아니다.온천은 무슨…….” 들추어진 할아버지의 바짓부리를 정리해드린다.차갑고 딱딱한 의족이 손끝에 느껴진다.할아버지가 내 어깨 위에 천천히 손을 얹는다. “힘들여서 만나봐야 게 잡아 물에 넣는 꼬락서니지.안 그러냐,성우야?” 죄송하지만,삼백이호실로 방 하나 더 주세요.돈을 지불하고 김 선배의 뒤를 따랐다.층계는 끝이 보이지 않을 것처럼 벌건 융단을 뒤덮고 지루하게 이어졌다.관측장비가 무거운 탓인지도 몰랐다.삼층 복도에 들어서자마자 김 선배는 다시 딸꾹질을 토해냈다.미안해,괜찮아질 거야.나에겐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나는 그녀가 괜한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생각했다. 김 선배와 나는 삼백일호와 삼백이호 앞에 나란히 섰다.선배의 옆얼굴을 잠시 동안 바라보았다.그녀는 문을 향해 다시 한 번 딸꾹질을 토해냈다.괜찮아,정말이야.그녀에게 열쇠를 건네고 문손잡이를 돌렸다.꼭 자고 가야겠어요? 그렇게 늦은 시간도 아니잖아요.더군다나 차도 있는데…….김 선배는 몸을 틀어 나를 바라보았다.잠시 말이 없던 그녀가 목에 걸린 호박을 떼어 내 앞에 들이밀었다.짐짓 어색한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깔려 있었다.미안해…….오래 머물 것 같지는 않아.무엇이든 오래 머문다는 건 좋지 못해.기억이든뭐든…….그녀는 내 손바닥 위에 호박을 얹어놓고 꼭 쥐어주었다.호박이야.발트해의 상징이래.독일에 사는 이모가 보내줬는데 이젠 필요 없게 됐어.직접 가서 캐보려구…….이왕이면 북해까지 돌아볼 생각이야.보트니아만을 거쳐 핀란드만까지…….독일 북동부에 있는 발트해 연안 도시라는데.주 이름이…….아주 긴 이름이었는데……. 무척이나 밝은 대화구가 눈에 들어온다.사방이 일순 밝아진다.느낌이 좋다.큰곰자리의 꼬리 부분으로 다시 여러 개의 유성이 빗금을 그으며 떨어진다.곧 큰곰의 머리 부분으로도 유성이 떨어진다.유영하는 연어의 등지느러미처럼 은빛을 산란하며 하늘을 가른다.제법 공격적이다.머리카락이 설 정도로 쾌감이 전해진다.맞아,포어포메른주였어.독일의 북동부,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주! 망원경 앞으로 다가간다.카메라에 눈을 들이대자 동전 크기의 유성이 망원경 안으로 날아온다.몸이 반사적으로 꺾인다.조금만 참으세요,할아버지.이것만 찍으면 다 되니까.잠잠했던 바람이 다시 불어오기 시작한다.카메라에 키스한다.너만 믿으마.카메라에서 눈을 떼고 할아버지 등뒤로 다가간다. “그놈의 미련이 문제라지…….성우야,등나무집 할머니가 만나는 주겠지?” 나는 할아버지 등뒤에서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때마침 유성의 꼬리가 할아버지의 긴 하품 소리를 따라 하늘에 은회색 칼날을 하늘에 긋는다.뒤이어 서너 개가 더 떨어진다.지평선 어딘가에 떨어졌을 유성의 잔상이 오래도록 눈 속에 남는다.무덤 주위를 둘러본다.하필 그곳에 가겠다는 이유를 모르겠군요.나는 손바닥 위에 놓인 호박을 내려다보며 말했다.그곳이 한때는 슬라브족의 요새였다는 거야.맞아,슬라브족의 요새.한자동맹이란 것도 그곳에서…….엉터리 수작 말아요! 입이 열릴 뻔했지만 참았다.내 손으로 호박을 채취하고 싶은 게 꿈이야.고대 생물이 들어 있는 호박 말이야.난…….김 선배는 말을 멈추고 문손잡이를 잡았다.잠깐만요! 김 선배는 여관 복도가 울릴 만큼의 내 부름에도 놀라지 않은 듯했다.김 선배는 천천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그녀의 눈망울에 작은 프로키온이 나타났다.우는 거예요,지금? 그녀는 다시 딸꾹질을 토해내기 시작했다.이거요,잘 구경했어요.아무리 찾아도 개똥벌레는 없던데요.나는 돌돌 만 ‘달과 금성의 일주 사진’을 점퍼에서 빼내 그녀에게 들이밀었다. “나,잠깐 약국에 좀 다녀올게.기다리지 말고 자.” 김 선배는 사진을 받지 않았다.나는 호박과 돌돌 만 사진을 번갈아 내려다보았다.말해줘요! 아니야,내가 갔다 올게.먼저 자고 있어.그녀는 이미 층계를 따라 내려가고 있었다.나는 슬라브족도 한자동맹도 아닌,김 선배가 그곳에 가겠다는 이유만을 알고 싶었다. 할아버지의 기침이 다시 시작이다.할아버지를 돌아본다.할아버지의 발 앞으로 낙엽 더미가 굴러가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흡사 융단이 말리는 듯하다.굴러간 양만큼의 낙엽이 또다시 굴러오는 모습이 할아버지의 발 아래 펼쳐진다.그믐달로 날아간 낙엽들이 한점 바람에 사방으로 흩어진다.주머니에 손을 넣는다.호박이 느껴진다.호박 속에 갇혀버린 것은 나일지 모른다.손님,삼백일호 손님,안에 있어요? 복도 끝,창유리를 통해 어슷하게 비쳐든 새벽의 푸른 기운이 물 위에 떠가고 있었다.발트해,삼백일호 문 아래로 차가운 해수가 밀려나오고,나는 그 위에 밤새 쥐고 있던 호박을 떨어뜨렸다.점벙! 발끝으로 밀려온 해수를 나는 나도 모르게 피하고 있었다.김 선배는 결국 호박을 캐러 떠났다.손님,손님! 이봐요! 하늘을 올려다본다.동쪽 끝에 겨우 고개를 내민 시리우스에 손가락을 찍는다.천천히 베텔게우스와 연결하고 프로키온으로 옮긴다.다시 시리우스로 손가락이 이동하지만 그만 손가락은 가던 길을 멈추고 만다.나는 겨울의 대삼각형을 그릴 수 없는 모양이다.곧 겨울이 찾아올 테지만 그때에도 삼각형을 그릴 수 없을 것이다.관측일지를 꺼내든다.11월19일,사자자리 감마성 부근을 복사점으로 20여 개의 유성 출현.30년 후에는…….호박을 꺼내 코밑에 가져다 댄다.발트해의 짙푸른 해수가 밀려간다.로스토크,그녀는 결국 그곳에 가고 없다.
  • 성남, 옥외광고관리 우수기관에

    경기 성남시는 도가 실시한 올해 옥외광고물 관리업무 종합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고 29일 밝혔다. 성남시는 지난 2000년 이 부문 우수기관에 이어 2001∼2002년 연속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돼 올해로 4년연속 우수기관으로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 시는 이번 평가에서 분당을 제외한 수정·중원지역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도시환경으로 타 시·군에 비해 광고물 정비가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점수를 받았다.또 불법광고물들에 대해 올해 모두 633건의 행정대집행을 실시했고 773건은 자진정비토록 유도하는 등 모두 1406건에 달하는 불법간판을 정비했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
  • 김도훈, 올 골잡이랭킹 12위

    올시즌 국내 프로축구 K-리그 득점왕 김도훈(성남)이 세계 각국 프로리그 골잡이들의 득점을 비교해 매긴 랭킹에서 12위에 올랐다. 28일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이 취합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28골로 K-리그 최다골 신기록을 세운 김도훈은 12위,27골을 넣은 마그노(전북)와 도도(울산)는 각각 14·16위에 올랐다. 김도훈은 스웨덴의 간판 골잡이 헨리크 라르센(셀틱) 등 3명과 함께 공동 8위 그룹에 들었으나 출전 경기 등을 따진 결과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1위는 무려 58골을 몰아 넣은 파라과이의 호세 카르도소(CD 톨루카)가 차지했고,우루과이의 클라우디오 파비안(데포르티보 카르타히네)이 39골로 뒤를 따랐다. 박지성과 이영표(PSV 에인트호벤)의 팀 동료로 지난 시즌 네덜란드 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세르비아-몬테네그로 출신 스트라이커 마테야 케즈만은 35골로 3위에 올랐다. 최병규기자 cbk91065@
  • 하프타임/키드, 시즌 여섯번째 트리플더블

    미국프로농구(NBA) 뉴저지 네츠의 간판스타 제이슨 키드가 28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인디애나 페이서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올시즌 6번째이자 개인통산 56번째 트리플더블(16점 14어시스트 10리바운드)을 작성하며 82-75 승리를 이끌었다.디트로이트 피스톤스는 4쿼터에만 14점을 몰아넣은 리처드 해밀턴(28점)의 활약으로 애틀랜타 호크스를 87-84로 누르고 원정경기 4연패에서 벗어났다.
  • 피구만 와 준다면/맨체스터 Utd·첼시 영입 경쟁

    잉글랜드 프로축구(프리미어리그) 명문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가 세계적인 미드필더인 포르투갈 국가대표 루이스 피구(사진·30·레알 마드리드) 영입에 발벗고 나서 화제다. 축구전문 사이트 ‘사커리지’는 스포츠신문 마르카 등 다양한 소식통을 종합한 결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가 프리미어리그에 관심을 보인 피구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28일 보도했다. 올해 들어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어 특급스타들을 끌어모은 첼시의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피구를 내년 여름 영입한다는 목표 아래 레알 마드리드에 일찌감치 이적료까지 제시하며 적극 공세를 펼치고 있다.간판스타 데이비드 베컴(레알 마드리드)의 공백이 아쉬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도 ‘피구 쟁탈전’에 가세할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플로렌티노 페레스 구단주는 피구가 엄청난 팬들을 몰고 다니는 등 인기가 높아 다른 팀에 보낼 의향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피구는 움베르투 코엘류 한국대표팀 감독도 최고의 미드필더로 꼽는 선수.피구는 최근 인터뷰에서 고국인 포르투갈로 돌아가 선수생활을 끝내기에 앞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 한·미 ‘inside 상표권’ 맞장

    한국 네티즌들과 미국의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인 인텔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발단은 지난 19일 인텔측이 한국의 대표적인 디지털카메라 사진 사이트인 디씨인사이드(www.dcinside.com)에 ‘inside’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면서 비롯됐다.그러자 디씨인사이드는 물론 네티즌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inside’는 우리 상표” 인텔은 지난 19일 한국 법정대리인인 와이에스장 합동특허법률사무소를 통해 디씨인사이드에 공문을 보내 ‘∼인사이드’ 형식의 상표와 도메인 이름의 사용을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인텔은 “지난 10여년간 ‘인텔 인사이드’를 광고한 결과 ‘∼인사이드’ 형식의 상표는 세계 각국에서 독점적·배타적 상표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유사한 ‘디씨인사이드’를 사용하는 것은 상표권 침해행위다.”라고 주장했다.인텔은 도메인뿐 아니라 ‘inside’ 이름이 들어간 제품,광고물,간판 등도 쓰지 말라고 요구했다. 와이에스장측은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오는 31일까지 응답을 보내지않거나 요구를 거부하면 즉시 이의 신청을 할 계획이다.특허청이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부정경쟁방지법 및 상표법에 따라 소송에 나설 방침이다. 이에 대해 디씨인사이드측은 ‘인사이드’라는 명사는 특정 회사의 소유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디씨인사이드 김유식 대표는 사이트 게시판을 통해 “‘dcinside’는 프로그래머인 피터 노턴의 ‘inside of IBM PC’에서 따온 것”이라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소프트’나 ‘마이크로’의 사용을 막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네티즌들 “인텔 쓰지 말자” 네티즌들은 인텔측의 주장을 ‘온라인 주권 침해’라고 말한다.디씨인사이드가 하루 방문자 숫자만 35만명에 이르는 대표적인 ‘토종 사이트’인 데다 ‘디지털 폐인’,‘아’,‘딸녀’ 등 한국 온라인 문화의 ‘본산’이기 때문이다.네티즌 ‘중얼이’는 디씨인사이드 게시판에서 “제품의 상표가 아닌 특성을 나타내는 단어는 독점적 배타적으로 소유할 수 없다.”면서 “인텔의 주장은 문화제국주의의 어거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네티즌은 인텔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인텔방법비대위’라는 한 네티즌은 “인텔의 라이벌인 AMD의 중앙처리장치(CPU) 쓰기 운동을 펼치는 것은 물론 인텔 관련 사이트를 과다 접속으로 다운시키자.”고 제안했다.진보네트워크 대표인 강내희 중앙대 영문과 교수는 “이번 분쟁은 단순히 명칭을 둘러싼 법적인 대립이 아니라 미국의 초국적 자본의 횡포가 드러난 실례”라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
  • 인생행로 바꾼 2인의 성공스토리

    올해 국내경기는 바닥을 모를 만큼 침체일로를 치달았다.56세까지 근무하면 도둑이라는 ‘오륙도’와 45세가 정년이라는 ‘사오정’은 이미 옛날 얘기로 치부됐다.직장인이 38세면 명퇴 대상이라는 ‘삼팔선’이 신조어로 떠올랐고,이십대의 태반이 실직자라는 ‘이태백’도 나왔다.그러나 역경을 도전의 계기로 삼아 새로운 성취를 이룬 사람들도 많았다.연말을 맞아 1997년 외환위기 때 직장을 그만 두고 난 다음,험난한 사회 적응기를 거쳤던 30·40대 이웃 2명의 ‘성공 스토리’를 들어본다. ■제과점 운영 김유중씨 김유중(42)씨는 새벽 5시에 하루를 시작한다.벌써 5년째다.겨울 새벽 바람을 가르는 그의 얼굴에는 어느새 미소가 번진다.김씨가 도착한 곳은 서울 도봉구 창동의 제과점 ‘브레드 이쉬(Bread Yysh)’.언제 봐도 든든한 이름이다.네가족 이름의 영문 앞글자만을 따서 지은 간판을 보면 피로도 잊고 흐뭇해진다.제과점을 오픈한 지 벌써 2년이 지났다.지난해 9월에는 상계역 앞에 2호점까지 냈다.직원만 8명,신선한 빵으로 인근에서는 이미 소문이자자하다. 그는 원래 빵과는 인연이 없었다.1988년 LG반도체에 입사,생산기술팀장을 맡을 때까지만 해도 안정된 직장이었다.그러나 97년말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생활은 꼬이기 시작했다.당시 현대반도체와 합병이 이뤄지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졌고,김씨는 한 가족처럼 지내온 자신의 팀원을 내보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그는 가슴앓이를 하다 결국 사표를 냈다.부인은 충격으로 앓아누웠지만 그의 결심을 꺾을 수 없었다. 그러나 막상 할 일이 없었다.전문성을 살릴 만한 재취업의 길은 어디에도 없었다.이런 그에게 둘째 형이 ‘힘들지만 해볼만한 일’이라며 제빵업을 권했다.팔순 노모는 학원비에 보태라며 쌈짓돈을 모은 100만원을 쥐어줬다.3개월 만에 제빵기술자격증을 땄지만 경험 부족으로 개업은 무리였다.그는 제과점을 전전하며 허드렛일을 하는 직원으로 경험을 쌓아나갔다.월급 60만원에 매일 아침 5시에 출근해 밤 8∼9시까지 일해야 하는 열악한 여건이었지만 빨리 배워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청소에서 설거지,빵판 닦기,재료 나르기 등닥치는 대로 배웠다. 그러나 60만원으로는 생활이 너무 어려웠다.연봉 4000만원 이상 받았던 생활에 비하면 입에 풀칠조차 하기 어려웠다.새벽마다 신문 배달을 위해 몰래 집을 나서는 아내의 뒷모습에 울음을 삼켰다.그 때마다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2년 후 그는 개업을 결심했다.그러나 유명 브랜드 체인점을 열기에는 자본금이 턱없이 모자랐다.그는 대신 발로 뛰었다.사람이 많이 모이는 ‘목 좋은’ 곳을 찾아 여름 뙤약볕 아래 3개월을 헤맸다.결국 권리금도 없고 전세금도 비교적 싼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지난 2001년 7월 창동에 1호점을 연 뒤 최근에는 2호점까지 냈지만 그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그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직접 땀흘려가며 배우면 못할 것이 없다.”면서 “내가 만든 빵만 고집하는 마니아들이 있는 빵가게를 운영하는 것이 꿈”이라며 포부를 다졌다. ■공인회계사 한신석씨 한신석(37)씨는 요즘 새로운 계획에 한껏 부풀어 있다.조만간 동료 회계사들과 함께 회계법인을 출범할 예정이다. 그가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딴 것은 지난 7월.‘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했지만 결국 이뤄내고야 말았다. 그는 5년 전만 해도 평범한 회사원이었다.대학을 졸업하고 1994년 삼성그룹에 입사,신라호텔에서 직원 교육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나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는 데는 한계가 많았다.불만이 쌓이다보니 업무에도 충실하기 어려웠다. 그는 결국 지난 97년 MBA유학을 결심하고 회사를 떠났다.하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았다. 곧바로 불어닥친 외환위기에 유학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내는 건강이 좋지 않아 세번째 유산을 했다. 당장 먹고 살 길을 찾아야 했던 그는 선배를 통해 보습학원 강사 일을 시작했다.힘든 생활이었지만 재기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99년 9월 태어난 첫 아이를 볼 때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각오를 다졌다. 지난 2000년 초 그는 공인회계사에 도전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유학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 할 수 있는 길이었다. 그러나 직장생활로 책과 멀어진그에게 시험 준비는 만만찮았다.국사학과라는 대학 전공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동네 도서관과 독서실을 전전했지만 늦깎이 수험생을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기만 했다.학교를 가고,도서관을 가도 항상 외톨이였다.스터디 모임에 끼고 싶었지만 사전 지식이 부족해 같이 하자는 말도 꺼내지 못했다.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그에게 큰 힘이 되어 준 것은 가족이었다.아내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해보자.경제적인 문제로 포기한다면 나중에 후회가 될 것”이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2001년 첫 시험에 낙방한 뒤 2002년 1차에 합격한 데 이어 올해 7월 2차시험까지 통과했다.3년 만에 일군 성과였다. 그는 “미래를 위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앉아서 생각만 하지 말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용기가 중요하다.”면서 “쉽게 회사를 그만두거나 불만을 털어놓기보다는 여유를 갖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
  • 외국인 기업사냥 다음 차례는

    새해에도 외국인들의 국내 기업 사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올해 수많은 기업들이 국내외 자본에 팔렸지만 아직도 은행이나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가 대주주인 제조업체 15∼16개가 매각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매각대상 기업에는 업종별로 국내 간판급 기업도 상당수에 포함돼 있다.이들 가운데 일부는 외국인이 입질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재계는 어떤 기업이 ‘제2의 쌍용차’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어느 기업들이 주인 기다리나 매각작업이 비교적 빠르게 진전된 기업은 대한통운,진도,서울주철공업,대우상용차,남선알미늄,벽산건설,한창,신호제지,신호유화,신동방,KP케미칼 등 12개다. 물론 이들 중에는 매각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도 적지 않다.대농의 경우 신안과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가 채권단이 동의하지 않아 무산되기도 했다.그러나 이들 기업도 내년에는 어떤 형태로든 매각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우종합기계는 내년 5월까지 주인을 찾아준다는 게 KAMCO의 방침이다.올 연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졸업 예정인 대우건설과 대우인터내셔널도 내년에는 매각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올해 감자결의가 이뤄진 현대건설도 내년에는 대주주인 채권은행이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노리는 기업은 최근 국내 건설업계의 대표업종인 현대건설과 대우건설도 외국계가 입질을 하고 있다는 풍문이 돌고 있다.올해 말 워크아웃을 졸업한 후 내년 상반기 매각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대우건설은 벌써부터 론스타나 JP모건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올해 말 감자를 단행한 현대건설은 중동 등 해외의 시공경험과 시공중인 현장이 많은 점을 고려해 아랍계 펀드가 매수의향을 표시했다는 소문이 나돈 지 오래됐다.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넘어가면서 론스타가 매입을 추진중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국내 대표 건설업체로 한해 매출이 4조∼5조원대의 기업이다.그러나 감자 등으로 인해 5000억원 안팎의 자금이면 사들일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외국계 자본이 헐값에 매입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면서“이들은 기업경영보다는 인수 후 차익을 남기고 되팔 계획인 만큼 매각여부 판단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우종합기계도 외국자본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건설중장비나 공작기계,방산제품 등을 생산하는 국내 대표 기업 가운데 하나로 KAMCO는 방산부분과 민수부분을 분리 매각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외 10여개 기업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외국기업으로는 미국의 칼라일그룹과 테렉스,JP모건 파트너사가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보철강도 일부 외국기업들이 ‘입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에 따른 조직 슬림화와 철강 경기의 호조로 현재 매각여건은 양호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매입 의사를 내비친 몇몇 철강업체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한때 인도의 타타철강 매입설이 나돌기도 했다.한보철강은 이달 말부터 재매각 작업에 들어가 이르면 내년 5월까지 인수자를 선정하게 된다. 김성곤 김경두기자 sunggone@
  • [시네 드라이브] 질질끌며 찍은 영화는 흥행 실패?

    ‘관객은 눈 밝은 고양이?’ 뜬금 없겠지만,영화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릎을 칠만한 소리다.‘한물 간’ 생선을 직감으로 알아차리는 고양이처럼,이런저런 사연 탓에 시간을 질질 끌며 찍은 영화들을,관객들이 신통한 것처럼 알아차리기 때문이다.‘오래 찍은 영화는 흥행실패한다.’는 충무로의 징크스가 정설이 되다시피한 건 그래서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까지의 시시콜콜한 제작 속사정을 관객들이 알 리 만무한 터.그런데도 해를 넘기며 지지부진 만들어진 영화에 관객들이 대박을 터뜨려준 사례가 없는 걸 보면 신기해지는 게 사실이다. 징크스의 사례들이야 최근 들어서만도 한 둘이 아니다.장선우 감독이 110억원의 제작비를 끌어들여 지난해 9월 개봉했다가 흥행참패한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대표적.제작비 부족,감독 잠적 등의 우여곡절 속에 몇년씩 끌며 찍은 영화는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외형상 한국최대의 블록버스터였건만 개봉 1주일 만에 주요상영관에서 줄줄이 간판이 내려졌던 것이다. 126억원을 들여 지난 7월 7년 만에 선보인대형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도 관객들의 외면을 받기는 마찬가지.지하철 액션 ‘튜브’,해양액션 ‘블루’,SF ‘내츄럴 시티’,로맨틱 드라마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액션사극 ‘청풍명월’ 등 최근작들 가운데서도 비슷한 사례는 많다.지난해 가을부터 중국 올로케 촬영을 시작해 지난달 28일에야 개봉한 ‘천년호’도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한 마케팅 담당자는 “흥행은 기획력과 마케팅 전략에 크게 좌우되는 것”이라면서 “제작기간이 길어져 일관된 마케팅 전략이 구사되지 못하면 관객들이 그걸 직감적으로 간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 충무로에선 새해 1월16일 개봉할 산악멜로 ‘빙우’(제작 쿠앤필름)쪽에 기대반 우려반의 시선이 쏠린다.캐나다의 빙하지대에서 원정촬영에 들어간 시점이 지난해 9월.올 5월 크랭크업한 뒤 11월로 개봉일을 잡았다가 컴퓨터그래픽을 보강하기 위해 다시 내년으로 개봉을 미뤘다.징크스가 깨질 수 있을 것인지…. 황수정 기자 sjh@
  • 눈부신 서리꽃 세상/’상고대’ 한창 핀 덕유산 산행

    겨울산에 가면 두가지 꽃이 핀다.하나는 가지마다 소담스럽게 쌓인 눈꽃이고,다른 하나는 ‘상고대’로 불리는 서리꽃이 그것이다.눈꽃이야 야외 아무데서나 쉽게 볼 수 있지만 상고대는 고산지대,그것도 특별한 기후 환경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겨울꽃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덕유산은 상고대가 한창이다.무주리조트 스키 슬로프 꼭대기인 설천봉에서 향적봉,남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하얗게 상고대가 피었다.길 옆의 싸리숲과 철쭉 나뭇가지에도,기품있게 자란 주목과 구상나무 이파리에도,미처 푸르름을 감추지 못한 길가의 풀잎까지.그저 형상을 갖추고 있는 모든 나무와 풀엔 어김없이 상고대가 꽃을 피웠다. ●따뜻한 날엔 오전 11시이전 올라야 감상 상고대는 청명한 겨울밤에,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대기중 수증기가 나뭇가지 등에 달라붙어 얼면서 생기는 현상.그래서 나무서리,즉 수상(樹霜) 또는 수빙(樹氷)이라고도 하고,안개가 얼어붙는다는 뜻에서 무빙(霧氷)이라고도 한다. 덕유산은 우리나라에서 아이들과 함께 상고대 산행을 즐길수 있는 몇 안되는 산 중의 하나다.최고봉인 향적봉 높이가 1614m에 달하지만 산행 기점인 설천봉(1525m)까지 편안하게 관광 곤돌라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곤돌라 탑승료는 왕복 1만원,편도 6000원. 설천봉부터 향적봉까지는 등산로가 비교적 평탄하다.조금 가파른 곳은 나무계단까지 만들어 놓아 서너살짜리 아이들이 오르기에도 부담이 없다. 향적봉 정상은 밋밋하다.소담스러운 눈꽃과 상고대를 보며 올라와선지 나무와 풀이 없는 정상 모습은 황량한 느낌마저 준다.누군가 쌓아놓은 돌탑들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덜어준다.정상에 서니 사방이 탁 트였다.어디를 둘러보아도 온통 산 뿐,산 틈새로 손바닥 만한 마을이 몇 개 보일 듯 말듯하다.남덕유산,적상산,마이산,가야산,무등산,계룡산은 물론 지리산 천왕봉까지 시야에 잡힌다.봉우리와 능선이 겹쳐지며 이어지는 준엄한 산세가 경탄을 자아낸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고사목 볼거리 향적봉에서 남덕유산(1507) 가는 길엔 상고대가 터널을 이루고 있다.마치 사방이 하얀 서리로 덮인냉동창고에 들어온 느낌.상고대는 기온이 영하로 유지되면 하루종일 볼 수 있지만 영상으로 올라가면 녹는다.따라서 날씨가 따뜻한 날엔 늦어도 오전 11시 이전까지 올라가야 감상할 수 있다. 능선길 주변엔 고산성 수목인 주목과 구상나무 등이 군락을 이뤄 운치를 더한다.나무 모양과 이파리 생김새는 분명 다르지만,무게와 기품이 느껴지는 건 둘이 똑같다.덕유산 주목은 재질이 단단하여 예전에 마패(馬牌)로 쓰였다고 하는데,현재 300∼500년 수령의 주목 1000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다. 이파리는 없지만 여전히 살아 있는 듯한 주목 고사목(枯死木)도 볼거리.주목은 ‘살아서 천년,죽어서 천년’이라는 찬사가 붙어다닌다.오히려 이파리 없이 몸체와 굵은 가지만 남은 고사목이 더 멋스럽다는 이들도 있다.껍질이 떨어져 나가고 단단한 속살이 더 굳어져 반들반들 윤이 나는 고사목 감상은 덕유산 산행의 또 다른 재미다. 상록교목인 구상나무는 해발 1000m 이상에 자생하는 희귀식물로,지리산,가야산,한라산 등지에 자생한다.덕유산에는 향적봉을 중심으로 자생하고 있다.특히 설천봉 곤돌라 승강장 옆 레스토랑 뒤편 산자락엔 비죽비죽 뻗은 구상나무 가지에 눈이 소복소복 쌓인 풍광이 볼 만 하다. ●‘무주 中하얼빈 빙등축제' 색다른 재미 가족 산행으로는 설천봉을 출발,향적봉,중봉을 지나 백암봉에서 돌아오는 코스가 무리가 없다.왕복 3시간쯤 잡으면 된다.아이가 없다면 구천동 계곡을 따라 백년사를 거쳐 향적봉에 오르는 길을 따라가보자.왕복 6시간 쯤 걸린다.좀 험난하긴해도 빼어난 계곡의 설경이 넋을 잃을 만큼 아름답다. 어떤 코스로 가든 아이젠은 꼭 착용하는게 안전하다.또 해발 1500m가 넘는 아고산지대이기 때문에 기온이 평지보다 10도 정도 낮고 바람도 세게 불므로 방한복과 장갑,모자 등을 단단히 갖추어야 한다. 산행후엔 무주리조트에서 개최중인 ‘무주중국하얼빈 빙등축제’ 행사장에도 들러보자.중국 빙설 예술의 역사가 깊은 하얼빈의 작가들이 제작한 다양한 빙설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직경 13m,높이 8m,길이 70m의 만리장성 등을 포함한 작품들이 8개 전시구역에 설치돼 있다.얼음속에다양한 빛깔을 내는 전등을 설치해 환상적 분위기를 연출했다.입장료 1만원. 무주 글·사진 임창용기자 sdragon@ 가이드 ●가는 길 대전∼진주 고속도로 개통후 서울에서 무주까지 3시간이면 간다.경부고속도로 대전 회덕 분기점을 지나 조금만 더가면 나오는 무주·판암 방면 대진고속도로로 갈아타야 한다.무주IC에서 빠져 진안 방면으로 좌회전한 뒤 적상 삼거리에서 좌회전,사산 삼거리에서 다시 좌회전해 치목터널과 구천동터널을 지나면 무주리조트가 나온다.구천동 계곡은 무주리조트를 지나 10분쯤 더가면 나온다. ●숙박 무주리조트(063-322-9000)내에 콘도와 호텔이 있다.주말엔 예약이 거의 불가능하다.덕유산 자연휴양림(063-322-1097)도 묵을 만 하지만 역시 예약이 만만찮다.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무주읍내 여관이나 덕유산 인근 콘도형 민박 등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인터넷 ‘아이러브무주’(www.ilovemuju.co.kr)에 들어가 보면 깨끗한 숙박지를 안내받을 수 있다. ●상고대 피는 명산 태백산(강원 태백·1567m)은 주목 군락지에 핀 상고대와 눈꽃이 황홀한 곳.교통이 편리하고 등반로도 완만해 많은 인파가 몰린다.유일사∼주목단지∼천제단∼망경사∼당골 코스가 좋다.4시간 소요. 백덕산(강원 영월·1350m)도 눈꽃과 함께 상고대가 유명한 산.문재∼사자봉∼백덕산∼먹골재∼호헌교 코스를 따라가면 5시간쯤 걸린다.수림이 우거진 소백산(충북 단양·1440m)은 눈꽃과 상고대 지대가 넓고 정상 조망이 좋다.어의곡리∼비로봉∼삼거리∼천동골로 이어지는 코스(4시간쯤 소요)가 좋다.한국등산중앙회(02-2274-7710)에 문의하면 겨울 산행 정보를 알려준다. 식후경 무주엔 민물고기를 넣고 죽을 끓이는 어죽이 유명하다.담백하고 소화가 잘돼 예부터 선조들이 냇가에서 멱을 감으며 즐겨 해먹던 음식이라고 한다. 무주리조트 직원에게 물어보니 무주읍 내도리의 ‘큰손식당’을 추천한다.외지인들은 잘 모르지만 어죽에 관한 한 현지인들이 최고로 인정하는 식당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무주읍내에서 내도리로 빠지는 길을 따라 내도교,후도교를 건너 뒷섬마을에 이르니 큰손식당 간판이 붙은 외딴집이 보인다.읍내에서 10여분 거리. 어죽을 시켰더니 10여분 뒤 빙어튀김을 한 접시 내놓는다.서비스란다.바삭바삭 씹히는 맛이 고소하다.음식을 시킨후 20여분이 지나서야 뚝배기에 담긴 어죽이 나온다. 어죽의 재료는 자가미다.남대천 등 무주지역의 맑은 물에서 많이 나는 민물고기다.다음은 주인이 말해주는 어죽 끓이는법. 자가미 내장을 빼고 손질해 푹 삶아서 뼈를 발라낸다.자가미 삶은 국물에 쌀을 넣고 끓이면서 고추장을 푼다.쌀이 익을 때 쯤 수제비를 떠 넣으면서 대파,다진마늘,생강 등을 넣고 기호에 따라 후춧가루를 첨가한다. 구수하고 진한 맛에서 깊이가 느껴진다.4000원.서넛이 먹을 만한 자가미탕은 2만 5000원이다.어죽만 한그릇 시켜도 빙어튀김 한 접시는 덤으로 준다.(063)322-3605.
  • 해외파 스타 올해 얼마나 벌었나/7경기 뛴 찬호 156억원 ‘ No.1

    2003년이 저물어가면서 해외로 진출한 스포츠 스타들은 과연 얼마나 ‘외화’를 벌었는가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 한해 야구 골프 축구 등을 망라한 ‘해외파’들이 벌어들인 돈은 모두 3000만달러(360여억원)를 조금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물론 이 액수에는 국내에서 번 광고 출연료와 스폰서 후원금 등은 빠져 있다.3000만달러는 중형승용차 5만 3000여대를 수출해 얻는 순이익과 엇비슷한 액수임을 감안하면,스포츠 스타들도 ‘수출역군’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이 가운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거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는 연봉 1300만달러(156억여원)를 벌어 선두를 굳게 지키고 있다.올 시즌 부상으로 7경기만 출전했지만 지난 2001년에 자유계약선수(FA)로 5년간 6500만달러(780억여원)에 계약하는 대박을 터뜨린 덕이다. 김병현(보스턴 레드삭스)이 325만달러(39억여원)로 2위에 이름을 올려 역시 메이저리그가 ‘꿈의 무대’임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주전 1루수를 꿰찰 것으로 점쳐지는 최희섭(플로리다 말린스)과 서재응(뉴욕 메츠) 봉중근(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등은 아직은 메이저리거 최저 연봉인 30만달러(3억 6000여만원)에 머물고 있다. 메이저리거를 바짝 추격중인 선수는 프로골퍼.특히 한국선수로는 유일하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최경주(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가 돋보인다.23일 현재 투어 상금 199만 9663달러,비정규 대회인 월드컵과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 린데저먼마스터스 우승상금 등을 합쳐 모두 256만 7713달러(30억 8000여만원)를 챙겨 전체 3위에 올랐다. 첫 출전한 브리티시오픈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허석호(이동수패션)는 일본 투어 등에서 77만 163달러(9억 2400여만원)를 챙겼다. PGA에 견줘 시장규모가 크게 작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는 ‘코리아 군단’은 개인 상금 총액에서는 최경주에 밀리지만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총액에서는 앞섰다. LPGA 상금 2위를 차지한 박세리(CJ)의 161만 1928달러(19억 3400여만원)를 비롯해 3위 박지은(나이키골프) 141만 7702달러(17억여원),4위 한희원(휠라코리아) 111만 1860달러(13억 3400여만원) 등17명이 힘을 합쳐 700만달러(84억여원)를 거둬들였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도 상금 2위 이지희(LG화재)가 7812만 9418엔(8억 5900여만원),4위 구옥희 5181만 9799엔(5억 7000여만원),6위 고우순 4465만 8824엔(4억 9000여만원) 등 8명이 2억 1400여만엔(24억 6400여만원)을 벌어 들였다. 2002한·일월드컵 4강의 후광을 업고 해외진출 붐을 탄 축구선수들도 그라운드에서 외화를 주워 담았다.일본 J-리그에서 뛰는 최용수(이치하라)가 1억 200만엔(11억 2200만원)으로 해외파 해외수입 7위에 올랐고,유상철(요코하마)이 70만달러(8억 4000여만원),차두리(프랑크푸르트)와 박지성(에인트호벤)이 각각 60만달러(7억 2000여만원)를 움켜쥐었다.지난 7월 전격적으로 스페인으로 건너간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도 50만달러(6억여원)를 손에 쥐었다. 테니스의 간판스타 이형택(삼성증권)도 34만 9050달러(4억 1900여만원)를 챙겨 눈길을 끌었다. 김영중기자 jeunesse@
  • “영사기 소리 못들으면 잠도 안와요”/영사기사협회 안치수 이사

    안치수(61)씨는 손바닥만한 영사실에서 청춘을 보냈다.미아리 미도극장,돈암동 동도극장,신설동 동보극장,을지로 국도극장·계림극장·명보극장,서대문 동양극장,종로 단성사·파고다극장·세기극장(지금의 서울극장)…. ●딴 작업 꿈꿔본 적 없으니 천직이죠 다른 삶에 대한 미련같은 건 한줌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그럴 겨를도 없었다.손에서 필름을 내려놓은 날이 하루라도 있었던가.43년을 한결같이 영사기사를 천직이라 믿어 의심치 않은 삶이다. 그의 요즘 일터는 태릉사격장 내 자동차극장이다.의정부 집에서 일찌거니 저녁상을 물리고 나와 새벽 1,2시까지 영화를 내리 튼다.“따로 정년이 없는 직장 아닙니까.” 이력이 날대로 나서 한쪽 눈을 감고도 척척 해낼 수 있는 일.쩌렁쩌렁한 입체음향이 아니라 FM주파수를 탄 스테레오 사운드를 듣고 있으면 오히려 기분이 좋아진다.디지털에 점령당하기 전 흑백영화 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나서다. “옛날 영사기사들이 진짜야,진짜.내가 한창이던 1960,70년 대엔 카본을 태워 그 빛을 필름에 투사시켜 스크린에쐈더랬어요.빛이 일정하게 나오도록 카본을 고르게 잘 태우는 일이 여간 까다롭지 않았어요.요즘 필름은 손이 베일 정도로 견고하지만 그땐 왜 그렇게 쉽게 바스러졌는지.까딱 한눈 팔다가는 카본 불이 필름에 옮겨붙어 낭패보기 십상이었다니까요.” 그의 얘기는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 어린 토토가 알프레도 할아버지의 영사실에서 필름을 만지다 불을 냈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매일 영화 본다는 말에 그 자리서 OK 서울이 고향인 그가 영사일과 인연을 맺은 것은 서울공고 2학년이던 1960년 4·19 혁명이 있고난 얼마 뒤.뒤숭숭한 분위기에서 결석을 했던 어느 날,미아리 미도극장 앞을 얼쩡대다 매표소 직원의 한마디에 인생을 걸어버렸다. “돈이 없어 초대권만 들고 머쓱하게 섰는데 매표원이 ‘너,매일 영화 볼래?’ 하더군요.뭐에 씌웠나 봅디다.그 자리에서 오케이 해버렸으니 말이에요.” 기계 만지는 일에는 막연히 자신이 있었다.그러나 세상에 말랑말랑한 일이란 없는 거였다.선배 영사기사의 양말,속옷을 빨아주는건 기본 일과.밤잠이 모자라 필름을 돌려놓고 꼬박꼬박 졸고 있을라치면 벼락같이 ‘정신봉’이 날아와 혼줄을 빼놓곤 했다. 꾀가 나서 영사실을 비웠다가 소동이 난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한번은 아래쪽 사무실에서 귀한 요리를 시켰다길래 한참 자리를 떴다가 난리가 났죠.영화 한편을 상영하려면 20분짜리 필름 대여섯권을 이어돌려야 하는데,이미 틀었던 필름을 그것도 거꾸로 걸어놓고 갔던 거라.야유에 욕설이 터지고 청년들은 휘파람을 불어대고….”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절로 난다.1960,70년대엔 아무리 대작이라 해도 요즘처럼 필름을 수백벌씩 뜨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필름이 다 돌아가면 그 즉시 자전거를 타고 이웃극장에 첩보작전 펴듯 전해줘야 하는 일이 허다했다.그러니 영사사고가 끊일 새 없었을 수밖에. “요새는 카본 대신 쿠세논이란 전구를 씁니다.밝기가 일정하니 예전처럼 스크린이 벌개졌다가 퍼래졌다가 할 일이 없어요.필름 재료도 좋아져서 화면이 툭툭 튀거나 주룩주룩 비가 오는 일도 없지요.” ●아들에까지 기술 대물림그래도 옛 시절이 좋았다.새 영화가 한번 들어오면 진득하게 감상할 여유도 있었다.상영작이라야 일주일에 고작 2편쯤이었다.‘성 춘향’‘옥이 엄마’‘여로’‘미워도 다시 한번’‘빠삐용’‘호소자’ 등 장기흥행작들은 절로 술술 대사가 외워지기도 했다.“너나없이 멀티플렉스로 건물을 뜯어 높이고,관객수가 신통찮으면 가차없이 간판을 떼버리는 요즘 극장풍토엔 숨이 찬다.”고 말한다. 한평생 ‘영사 밥’을 먹고났더니 묘한 버릇이 생겼다.“필름 돌아가는 소리를 못 들으면 잠이 잘 안 올 지경”이다.오죽할까.아들에게까지 기술을 대물림해줬다.목동CGV 극장의 영사기사실장인 안성진(36)씨가 그의 아들.“군대가서 좀 편안히 지내라고 16㎜ 영화 트는 기술을 가르쳐 줬는데,(아들이)그걸 평생직업으로 삼을 줄은 몰랐다.”며 웃는다. 아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든든한 힘이 되는 것같다.“요즘같은 세상에 좋아하는 일을 정년없이 마음놓고 할 수 있다는 것만도 축복 아니겠느냐?”며 “최근엔 대졸 출신의 영사기사도 많아지는 추세”라고 말한다.●언제나 현역이고 싶다 영사기사(영사기능사)의 초임은 지역과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보통 월 200만원을 웃도는 선.영사기능사 자격증을 따는 데는 자격제한이 따로 없다.필기·실기시험을 준비하려면 한국영사기사협회가 대치동교육장에서 실시하는 강습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여성들의 관심도 부쩍 높아져 현장에서 뛰는 여성기사가 21명이나 된다. “영사실 장비들도 점차 디지털로 교체되고 있어요.영사기사 한사람이 여러대의 영사기를 작동시킬 수가 있으니 고용증가폭은 그리 많지는 않을 거에요.뜻이 있으면 서둘러야 됩니다.멀티플렉스 등으로 스크린수도 늘고 있고,지역문화공간도 꾸준히 확충되고 있으니까요.” “언제나 ‘현역’이고 싶다.”는 그는 올해 부천국제영화제에서도 주요 작품을 틀었다.한국영사기사협회 이사다. 황수정기자 sjh@
  • 2003 프로야구 스토브리그 결산

    ‘꼴찌 롯데의 반란을 주목하라.’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사상 유례없는 호황과 대형 트레이드로 뜨겁게 달아오른 프로야구 스토브리그가 올 연말로 사실상 막을 내리면서 올시즌 꼴찌 롯데가 내년시즌 최대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튼실한 재정에도 불구,8개 구단중 가장 투자에 인색해 부산 홈팬들로부터 “차라리 팀을 팔라.”는 비난까지 산 롯데가 마침내 돈보따리를 풀어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한 것. 또 기아는 올해도 과감한 투자로 거포를 끌어들였고,올시즌 챔피언 현대와 준우승팀 SK도 전력의 누수가 없어 어느 때보다 치열한 패권 다툼이 점쳐진다. ‘영원한 우승후보’ 삼성은 이승엽과 마해영의 공백을 메이저리그급 용병으로 메울 계획이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추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연봉 협상의 난항으로 막판 초대형 트레이드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는 현대의 정민태와 심정수,특급 용병 영입 여부가 내년 판도의 마지막 변수다. ●기아 ‘우승 0순위' 급부상 기아가 서둘러 FA 최대어인 거포 마해영을 낚으면서단숨에 우승후보 ‘0순위’로 떠올랐다.창단 이후 명가 재건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해온 기아는 올시즌 30홈런-100타점을 돌파한 마해영을 잡은 데 이어 두산의 심재학을 영입,해결사와 좌타자 부재의 고민을 말끔히 씻었다.이로써 이종범-김종국-장성호-마해영-박재홍-홍세완-심재학으로 이어지는 타선은 연쇄폭발의 막강 화력을 뽐내게 됐다.게다가 진필중 대신 좌완 조규제가 마운드에 가세해 좌투수 부재의 투수 운용에도 숨통을 트게 됐다. 현대는 부동의 2루수 박종호를 삼성에 내줬지만 우승에 한몫한 FA 이숭용을 끌어안았고,한화의 강타자 송지만을 트레이드해와 타선의 구멍은 없는 셈이다.연봉 몸살을 앓는 에이스 정민태와 간판타자 심정수의 연봉 문제만 무난히 매듭지으면 여전히 강력한 우승 후보다. SK는 지난해 구원왕 조웅천을 팀에 주저앉혔고 경험 부족의 ‘영건’들이 한국시리즈를 통해 한단계 성숙해져 내년 우승의 꿈을 한껏 부풀린다. ●호세 가세땐 ‘롯데 돌풍' 거셀듯 줄곧 바닥을 헤맨 롯데는 3박자를 고루 갖춘 재간둥이 정수근과 올시즌 다승 2위(15승) 이상목을 한꺼번에 끌어들여 투타에 걸쳐 힘을 배가시켰다.여기에 1999년과 2000년 두시즌동안 타율 .331,홈런 72개,타점 224개의 무서운 파괴력을 과시한 펠릭스 호세가 복귀하면 우승도 넘볼 만하다.다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마이너리그팀과 계약한 호세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펼치며 거액을 요구,곤혹스러워하고 있다.그러나 롯데도 끝까지 호세 영입 의지를 감추지 않아 결과가 주목된다. ‘국민타자’ 이승엽 잡기에 실패한 삼성은 박종호를 끌어들이기는 했지만 올시즌 267타점을 합작해낸 이승엽 마해영의 공백이 워낙 커 고심중이다. 현재 삼성은 메이저리그급 외국인선수를 투타에 1명씩 영입할 계획이나 여의치 않을 경우 4강마저도 위태로운 처지다.하지만 롯데와 삼성이 눈여겨 둔 외국인선수 영입에 성공한다면 3강 구도를 5강 구도로 바꿀 가능성은 충분하다. LG는 마무리 진필중을 영입하는 데 그쳤고,두산은 장원진을 붙잡았지만 정수근과 심재학을 넘겨 서울팀의 고전이 예상된다.한화도 송지만 대신 권준헌을 받아 이상목의 자리를 어느정도 메웠지만 걸출한 외국인선수를 끌어들이지 못한다면 바닥 탈출은 힘겨울 전망이다. 김민수기자 kimms@ ■美·日 스토브리그는 어떻게 미국 일본 프로야구 스토브리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어느 해보다 뜨겁다.만년 하위팀들이 모처럼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해 내년 시즌 돌풍을 예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퍼시픽리그 만년 하위팀인 롯데 마린스는 아시아시즌 최다홈런(56개) 기록을 작성한 이승엽(27)을 연봉 2억엔에 영입하고,메이저리그 출신인 베니 아그바야니(32)를 붙잡았다.아그바야니는 2000년 뉴욕 메츠 시절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 연장 결승 홈런을 뽑아내 깊은 인상을 심어준 선수다. 미국에서는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위력에 눌려 기를 못 편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하위팀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만년 꼴찌 탬파베이 데블레이스는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골드글러브를 받은 호세 크루스(29·외야수)를 지난 15일 영입하는 등 차근차근 전력을 보강하고 있다.좌완투수마크 헨드릭슨(29),노장 1루수 티노 마르티네스(36) 등 대어급은 아니지만 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선수들이 속속 합류하고 있다.탬파베이는 1998년 메이저리그에 합류한 이후 단 한번도 지구 꼴찌를 벗어나지 못한 채 3할대 승률에 머물고 있다. 탬파베이 덕분에 꼴찌를 면한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2002년 최우수선수(MVP)인 특급 유격수 미구엘 테하다(27)를 붙잡았다.포수 이반 로드리게스(플로리다 말린스),외야수 블라디미르 게레로(몬트리올 엑스포스) 등 거물급 영입에도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김영중기자 jeunesse@
  • V-투어 2004 /삼성 LG “딱 걸렸어”

    보험사 라이벌 삼성화재와 LG화재가 20일 오후 3시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리는 ‘V-투어 2004’ 개막전에서 자존심을 건 한 판 승부를 벌인다. 기존 슈퍼리그의 관례대로라면 지난해 우승팀 삼성과 준우승팀 현대캐피탈이 맞붙어야 하지만 주최측은 ‘흥행카드’로 현대 대신 LG를 택했다. 흥행요소는 많다.‘이경수 파동’으로 지난해 슈퍼리그를 보이콧했던 LG가 어떻게 변했는지도 관심이지만,어느 팀이 과연 상대에게 맺힌 한을 풀 것인가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과 LG의 ‘구원’은 1996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당시 LG는 ‘월드 스타’ 김세진과 계약을 한 상태였다.그러나 삼성이 배구단을 창단하는 바람에 ‘신생팀은 2개 대학 선수들을 우선 지명할 권리가 있다.’는 규정에 따라 눈물을 머금고 김세진을 내줬다.이후 삼성은 신진식 장병철 석진욱 최태웅 등을 ‘싹쓸이’하며 승승장구했고,LG는 몰락의 길로 접어 들었다. 2001년 말부터 2년 동안 계속된 ‘이경수 파동’에서도 LG는 자유계약으로의 환원을 주장하는 진영의 선봉에 섰고,삼성은 드래프트고수측의 대변자 역할을 했다. 이경수의 LG행이 확정되던 지난 9월에도 다른 구단과 달리 삼성은 끝까지 “드래프트 원칙을 어긴 것을 용인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이제 두 팀이 응어리를 풀 공간은 코트뿐.특히 슈퍼리그 7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삼성은 지난 10월 실업배구대제전에서 이경수가 가세한 LG에 불의의 일격을 당했기 때문에 개막전을 단단히 별러 왔다. 개막전에서는 일단 두 팀의 간판 스타가 빠진다.‘갈색 폭격기’ 신진식(삼성)은 어깨부상으로 당분간 출전하지 못하고,‘거포’ 이경수(LG)는 4주간의 군사훈련을 이제 막 끝내 내년 1월 목포에서 열리는 2차 투어부터 나선다. 삼성은 신진식의 공백을 2년차 레프트 이형두가 메우고,국가대표 주포 장병철이 오른쪽 공격을 담당할 전망이다.센터 신선호는 중앙 속공을,최고의 세터 최태웅은 날카로운 토스를 맡는다.리베로 여오현과 ‘조커’로 변신한 김세진까지 합치면 삼성은 여전히 막강하다. LG는 새내기들의 패기로 맞선다.경희대 졸업예정인 2m의 장신 김장수를 센터 블로커로 내세우고,노장 함용철의 바통을 이어받은 재간둥이 손장훈이 주전 세터로 나선다.손석범과 김성채는 변함없이 각각 좌우 공격을 책임진다. 동해에서 열렸던 실업배구대제전 맞대결 뒤 삼성 신치용 감독과 LG 노진수 감독은 저마다 해변가에서 새벽까지 소주잔을 기울였다고 한다. 신 감독은 패배의 충격을 떨치기 위해,노 감독은 승리의 감격을 이어가기 위해서였다.개막전 뒤 두 감독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하다. 이창구기자 window2@
  • [박진환의 덩크슛] 트레이드

    지난 18일 하위권에서 맴도는 KTF와 SK가 2대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황진원과 용병 아비 스토리를 묶어 손규완 리온 트리밍햄과 바꾼 것. 트레이드의 득실은 시간이 지나면 드러나겠지만 트레이드 소식을 접할 때마다 우리나라는 미국프로농구(NBA)와 달리 아직 능력이나 기량보다 인간관계에 의한 선수 이동이 잦다는 것을 실감하곤 한다. KTF 추일승 감독은 상무 감독시절 그를 따른 선수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상무에서 지도자 데뷔를 한 추 감독은 프로출신 선수들을 이끌며 농구대잔치 우승 등 화려한 경력을 쌓은 뒤 지난 여름 프로로 옮겼다.추 감독은 프로에 몸을 담자마자 상무시절 아끼던 장영재 남진우를 각각 KCC와 삼성에서 데려왔고,홍창의가 SK에서 은퇴하자 팀 매니저로 영입했다.또 상무에서 전역한 현주엽을 중심으로 팀을 추스렸다. 프로 데뷔후 생각만큼 성적을 올리지 못하자 상무의 3점슈터로 맹활약한 손규완을 자연스레 떠올려 이번에 영입한 것이다. ‘참담한 실패’를 맛보며 지휘봉을 놓은 최희암 전 모비스 감독도 비슷한 경우다.최감독은 강동희 김영만 등 모비스의 간판스타들을 미련없이 내주고 우지원 오성식 등 연세대 시절 애제자들을 불러 모았으며,신인선수도 김동우를 1순위로 뽑아 ‘연세대 신화’ 재현을 꿈꿨다.그러나 프로무대가 그리 만만하지는 않았다.마지막엔 SK에서 황성인을 데려 오려고 애썼지만 실패로 끝났고,결국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한채 손을 들었다. 중앙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LG 김태환 감독도 애제자 송영진을 직접 지명하고 자신이 가르치지는 않았지만 강동희 김영만 조우현 등 중앙대 출신 선수들을 주축으로 팀을 구성해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시즌 코리아텐더 돌풍을 일으킨 SK 이상윤 감독도 그당시 함께 고락을 같이한 선수들을 잊지 못하는 듯 하다.KTF서 내민 황진원 카드를 선뜻 수락한 것도 지난 시즌 그의 활약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KCC 신선우 감독이 지난 시즌 영입한 전희철을 포기하고,조성원을 다시 불러 들인 것도 결국 3년전 정상 정복때 한솥밥을 먹은 조성원의 필요성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이같은 모습은팬들을 위한 상품을 내놓는다는 ‘경영마인드’보다는 여전히 ‘성적 지상주의’에 함몰된 국내 농구의 현실을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월간 ‘점프볼’ 편집인 pjwk@jumpball.co.kr
  • 우즈 스포츠스타 1억달러시대 열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스포츠 선수 사상 처음 소득 1억달러 시대를 열며 ‘F1그랑프리의 제왕’ 미하엘 슈마허(독일)를 제치고 올해 세계 스포츠스타 소득 랭킹 1위를 차지했다. 18일 독일 빌트지 인터넷판에 따르면 스포츠 통계업체인 ‘스포르트인터마티온 딘스트’가 주요 스포츠스타 소득을 분석한 결과 우즈는 올 한해 총 1억 3624만달러(1662억원)를 벌어 작년 슈마허에 내준 1위를 되찾았다.우즈는 올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660만달러의 상금으로 비제이 싱(피지)에게 상금왕을 빼앗겼지만 메인 스폰서 나이키에서 받는 지원금과 광고 출연료 등을 합쳐 사상 처음 소득 1억달러 시대를 열었다. 슈마허는 8447만달러(1005억원)로 2위를 차지했고,올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잉글랜드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4793만달러(570억원)로 뒤를 이었다. 또 프로복싱 오스카 델라 호야와 로이 존스 주니어(이상 미국)가 4395만달러(519억원)와 3542만달러(422억원)로 각각 4·5위에 자리했다.미국프로농구(NBA) 간판스타 케빈 가넷(미네소타·3430만달러)과 샤킬 오닐(LA 레이커스·3220만달러)이 6·7위를 차지했다. 여자 테니스의 세레나 윌리엄스(미국)가 여자 선수로는 유일하게 상위 10위 이내인 8위(372만달러)에 올랐고,미국프로야구 텍사스 레인저스의 유격수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2998만달러로 9위였다.마이클 조던은 현역 은퇴에도 불구하고 10위(2924만달러)를 차지,여전한 인기를 실감케 했다. 곽영완기자 kwyoung@
  • 현대·LG ‘삼성 7년아성’ 깰까/‘V투어 대장정’ 20일 첫 스파이크 여자부 평준화로 불꽃접전 예상

    19년 역사의 ‘슈퍼리그’를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한 배구 ‘V-투어 2004’가 오는 20일 105일간의 대장정에 나선다. 남자실업부 삼성화재-LG화재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내년 4월2일까지 이어질 이번 V투어는 프로화로 가기 위한 디딤돌 성격인데다 어느 때보다 전력 평준화가 이뤄져 팬들의 ‘아주 특별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김호철·이경수가 돌아왔다 이번 시즌에서 배구 중흥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느냐는 김호철 이경수 두 사람의 어깨에 달려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지난달 현대캐피탈의 조종간을 잡은 김호철 감독은 한국배구의 역사이자 신화다. 17년 동안 선수와 감독으로 세계 최고의 이탈리아 리그를 평정하고 돌아온 김 감독은 ‘타도 삼성화재’를 목표로 내세웠다.삼성의 ‘제갈공명’ 신치용 감독과는 36년 지기여서 맞대결이 더욱 흥미롭다. 김 감독은 부임한 지 한 달도 안돼 패배의식에 젖은 팀을 확 바꿨다.밤 11시까지의 지옥훈련을 강행하면서 선수들에게 승부욕과 자신감을 불어 넣었다.부동의 대표팀 센터로 자리매김한 이선규와고교 최대어 박철우의 가세로 전력도 한층 안정됐다. 드래프트 파동을 딛고 2년 만에 복귀한 LG화재의 이경수도 삼성을 넘겠다는 각오다.LG는 지난 10월 실업배구대제전에서 이경수를 앞세워 이미 삼성을 꺾는 기쁨을 맛봤다.이경수는 4주간의 군사훈련이 20일 끝나 2차 투어부터 본격 출격한다. LG 노진수 감독은 “이경수 외에 테크니션 세터 손장훈과 센터 김장수를 영입한 데다 김성채 손석범의 공격도 살아나 해볼 만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 ‘아직은 우리가 최강’ 그러나 슈퍼리그 7연패를 자랑하는 삼성은 여전히 최강이다.김세진 신진식 ‘쌍포’의 위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녹슬었다고 볼 수는 없다.부상 후유증에 시달리는 신진식은 대회 중반부터 출전할 전망이다. 국가대표팀 공격을 주도하는 장병철과 석진욱,기량이 부쩍 향상된 2년차 이형두,간판 세터 최태웅의 실력도 여전하다.신치용 감독은 “다른팀이 모두 우리를 목표로 삼지만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며 대회 8연패 의지를 불사르고 있다.이밖에 대학 최고의 공격수 장광균과 장신 세터 김영래(193㎝)를 인하대에서 데려온 대한항공이 복병으로 급부상하고 있으며,실업배구 대제전에서 10년 만에 정상에 등극한 상무도 쉽게 물러설 전력이 아니다. ●남자대학부 3파전 지난 시즌 챔피언 현대건설에 다른 4개팀이 도전장을 낸 여자부는 전력 평준화로 유례없는 접전이 예상된다. 현대는 장소연-구민정 듀오와 세터 강혜미 등 노장들이 건재하지만 공격의 한 축인 한유미가 부상으로 빠져 전력약화가 불가피하다.반면 도로공사는 임유진 장해진 한송이 김미진의 공격이 물이 올랐으며 김사니의 토스도 갈수록 날카로워져 정상을 넘보고 있다. 대회 스폰서를 맡은 KT&G도 김남순 최광희에 국가대표 주전 공격수 김향숙까지 가세해 한결 탄탄해졌다.양숙경 구기란을 보유한 흥국새명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다만 지난 시즌 꼴찌 LG칼텍스정유는 백어택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여고생 거포’ 김민지가 부상으로 못뛰게 돼 다소 처진다는 평가다. 남자 대학부에서는 올 1∼3차 대학연맹전을 사이좋게 나눠 가진 한양대 인하대 성균관대가 치열한 승부를 벌일 전망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 ■ 어떻게 치러지나 V-투어 2004에는 남자실업 6개팀,여자실업 5개팀과 남자대학 8개팀이 참가한다. 처음으로 지역연고제를 도입해 6차례의 투어 대회로 치러지는 등 세미프로 형식을 갖췄으며,투어마다 결승전이 열려 승부의 묘미가 배가될 전망이다. 상무를 제외한 남녀 실업 10개팀이 짝을 이뤄 전국 5개 도시를 연고지로 선정했다.삼성화재와 흥국생명은 부산,LG화재와 도로공사는 구미,한국전력과 현대건설은 목포,현대캐피탈과 KT&G는 대전,대한항공과 LG칼텍스정유는 인천에 각각 둥지를 틀었다. 1차 투어는 오는 20일부터 25일까지 중립지역인 서울에서 치러지며,나머지 5차례 투어는 내년 3월14일까지 5개 연고 도시에서 차례로 열린다. 6∼8일 동안 치러지는 투어에서 남자 실업부와 대학부는 2개조로 나뉘어 리그 방식으로 경기를 갖고,여자 실업부는 풀리그로 진행된다.대학부 경기는 2차투어부터 시작된다. 내년 3월18일부터 4월2일까지는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이 열린다. 투어별 성적에 따라승점(남자실업의 경우 1위 8점,2위 4점,3위 2점 등)을 부여하고 6개 투어의 승점 합계에 따라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4개팀을 가린다. 처음으로 도입된 올스타전은 내년 2월 15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다.KT&G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이번 대회의 총상금은 2억원이다. 이창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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