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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극전사 출격, 깜짝 메달 부탁해!

    태극전사 출격, 깜짝 메달 부탁해!

    태극전사들이 마침내 출발선에 섰다. 이들이 받아든 특명은 ‘10-10’(10종목에서 10명의 결선진출자 배출)이다.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26일 한국 대표선수들은 “최소한 개최국의 자존심은 지키겠다.”며 막바지 비지땀을 쏟고 있다. 안방을 내주고 뒷방 신세만 질 수 없는 노릇이어서다. 한국 육상이 세계 수준과의 격차가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선수들은 그동안 흘린 땀이 헛되지 않도록 혼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깜짝 기록’도 점쳐지고 있다. 태극전사들은 개막 첫날인 27일부터 비상을 꿈꾼다. 여자 마라톤과 여자 1만m 등 두 종목에서 결승전이 치러진다. 오전 9시 이번 대회의 스타트를 끊는 여자 마라톤은 한국이 메달을 기대하는 몇 안 되는 종목 중 하나다. 이 경기의 결과가 한국선수단의 전체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어 주목된다. 정윤희(왼쪽·28)·최보라(20)·박정숙(31·이상 대구은행), 김성은(22)·이숙정(20·이상 삼성전자)이 나선다. 이들 가운데 최고 기록 보유자 김성은(2시간29분27초)조차 올 시즌 80위권 밖이어서 전망은 밝지 않다. 하지만 ‘번외 종목’으로 가장 성적이 좋은 3명의 기록을 합산하는 단체전에서는 ‘깜짝 메달’의 꿈을 부풀린다. 외국 선수들보다 코스와 날씨에 익숙한 것이 강점이다. 하지만 개막일부터 비가 예보돼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은 이날 7종목 예선전에도 나선다. 우선 남자 장대높이뛰기의 김유석(29·대구시청)과 여자 멀리뛰기의 정순옥(28·안동시청)이 뛰어오른다. 김유석은 2009년 대회(베를린)에서 결선에 진출할 수 있는 5m 55를 날아올랐지만 시기 수에서 밀려 예선 탈락의 분루를 삼켰다. 올해 레버쿠젠 국제대회에서 5m 50으로 우승하는 등 쾌조의 컨디션을 보여 낭보가 예상된다. 하지만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정순옥은 고질적인 발목 부상에 시달려 아쉬움을 준다. 남자 10종경기의 김건우(31·문경시청)는 오전 10시 100m 달리기를 시작으로 이날 하루에만 다섯 경기를 소화한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예상을 뒤엎고 은메달을 목에 건 김건우는 자신의 한국기록(7824점)을 넘어 8000점 고지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남녀 100m에서는 간판 김국영(오른쪽·20·안양시청)과 정혜림(24·구미시청)이 자격 예선에 출전한다. 김국영은 400m 계주에 집중했고 정혜림도 110m 허들이 주종목이어서 결선 진출을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주종목을 앞두고 치르는 첫 실전인 만큼 자격 예선을 통과해 자신감을 키울 생각이다. 남자 포환던지기와 남자 해머던지기에는 황인성(27·국군체육부대)과 이윤철(29·울산시청)이 나선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흔들리는 IT코리아 해법은 없나] (5·끝) IT SW 종속 벗으려면

    [흔들리는 IT코리아 해법은 없나] (5·끝) IT SW 종속 벗으려면

    소프트웨어 기술이 갈수록 TV·스마트폰·자동차·조선 등 우리가 강점을 가진 제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최근 휼렛패커드(HP)가 자사의 대표 사업이라 할 수 있는 개인용 컴퓨터(PC) 사업을 떼어내고 대신 영국의 소프트웨어 기업 ‘오토노미’를 인수하기로 한 것도 소프트웨어가 기술과 사회를 바꾸는 변혁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구글의 모토롤라 인수를 계기로 한국의 취약한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다시 한번 도전받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선진국 업체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미국 MIT 미디어랩이나 카네기멜런대의 엔터테인먼트 기술센터(ETC)처럼 소프트웨어 명품 인재를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주요 제조업체들은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표준 경쟁을 위한 운영체제(OS) 및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전자·통신·운송기기 등을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 공동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개발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세력을 결집해 표준 싸움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서다. 2006년 인텔과 모토롤라, 오라클, 시스코 등이 IT 기반의 헬스케어 표준을 주도하기 위해 결성한 ‘지속헬스연합’ 컨소시엄이 대표적이다. BMW와 폴크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등은 자동차용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표준화를 위해 ‘오토사’를 결성했고, 닛산과 혼다 등 일본 업체들도 ‘자스파’를 설립해 대응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현대차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애플, 구글 등 IT 기업들과 손잡고 차량용 독자 OS 개발을 위해 활발히 제휴에 나서고 있다. 세계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 미국의 IT 전문지인 ‘IT 소프트웨어 저널’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500대 IT 소프트웨어 기업 가운데 한국기업은한 곳도 없었다.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에 많은 문제가 있지만, 무엇보다 소프트웨어 인재를 양산할 체계적 교육기관이 거의 없다는 데 심각성이 크다. 선진국에서는 경영대학원(MBA)과 유사한 소프트웨어 석사 프로그램(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과정)이 확산되고 소프트웨어 영재학교 등을 통해 세계 IT 업계를 이끌 인재를 육성하지만, 우리는 이제서야 국내 간판 인터넷기업인 NHN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가칭)를 만들어 연간 120여명 정도의 실무 인력을 길러낸다고 밝힌 것이 시작이다. 오동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학과 소프트웨어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학은 교육의 실용성을 높이고 기업은 핵심 분야를 지원함으로써 인재를 키워내는 선순환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대법 “호텔 車번호판 가리기 무죄”

    러브호텔이나 모텔 등 숙박업소에서 손님의 자동차 번호판을 가린 종업원의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25일 호텔 주차장에 주차된 고객 차량의 번호판을 호텔 간판으로 가려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호텔종업원 이모(35)씨에게 벌금 5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대구세계육상 D-1] 스타디움 지하쇼핑몰은 아직도 공사중

    [대구세계육상 D-1] 스타디움 지하쇼핑몰은 아직도 공사중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대구스타디움의 지하 쇼핑몰이 개회 이틀 전인 25일까지 완공되지 못했다. 이날 대구시와 몰 입주업체, 시공사 관계자들이 현장 마무리와 안전점검 등을 했으나 아직 개회 전까지 문을 열지는 결정하지 못했다. 문을 열지 못하면 관람객들의 불편은 물론 대구의 대외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대구스타디움 서편 주차장 지하 공간에 위치한 대구스타디움 몰에는 대형마트와 전문매장 154개가 들어서고, 복합영화관과 다목적 공연장이 입주한다. 대구시는 5월 말까지 공사를 끝내고 7월 말부터 입점 업체의 영업이 가능할 것으로 장담했다. 하지만 공사 도중 잦은 설계변경과 시행사의 자금문제, 노동자들의 파업 등이 얽히면서 준공 목표일을 훨씬 넘겼다. 대구시는 이날까지는 공사를 완료하고 문을 열겠다고 배수진을 쳤으나 이마저도 지키지 못했다. 지하 공간 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대구스타디움 서편 주차장 앞에는 공사자재와 대형 크레인, 현장사무소 가건물 등으로 가득 차 있다. 공사장 바로 옆 미디어주차장에는 대형 크레인이 작업을 하는 와중에 차들이 드나들었다. 월드컵 대로와 연결되는 왕복 4차선 도로에는 3중, 4중으로 공사차량과 화물차가 뒤엉켜 있다. 몰 내부로 들어가면 커피전문점과 제과점 등 입점 예정 업체의 간판만 붙어있을 뿐 개점이 완료된 매장은 보이지 않았다. 공사업체 관계자는 “외부공사는 거의 끝났고 내부공사가 진행 중인데 아직 덜 끝난 곳이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안전문제 등을 고려하면 개회식 전까지 모든 입주업체가 문을 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中아나운서 뉴스서 ‘손가락 욕’ 이유 있었다

    中아나운서 뉴스서 ‘손가락 욕’ 이유 있었다

    중국의 관영 CCTV의 여성 앵커가 생방송 뉴스 도중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찰나의 순간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른바 ‘손가락 욕 영상’은 중국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를 통해서 급속히 확산됐지만 중국 네티즌들은 이 앵커에게 비난 보다는 격려와 응원을 보냈다. 홍콩 언론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22일(현지시간) 방송된 CCTV 생방송 뉴스에서 보하이(渤海)만 원유유출 사건에 대한 보도영상이 갑작스럽게 끊기고 카메라가 스튜디오를 비추자 이 여성앵커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2초가량 흔든 뒤 다음 소식을 전하는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뉴스 도중 손가락 욕을 하는 이 비상식적 행위에는 이유가 있었다. 당시 뉴스에는 보하이만 원유유출 사건에 대한 보도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얼마 뒤 화면이 갑자기 끊기더니 엉뚱한 사진이 나오다가 급격하게 스튜디오로 화면이 넘어간 것. 이는 중국의 의도적인 보도통제가 여실히 드러난 대목으로, 이 앵커가 항의의 표현으로 손가락을 세운 것으로 추측된다. CCTV 측은 “생방송 중 벌어진 단순한 실수에 불과하다.”며 수습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문제의 영상은 홍콩과 타이완 언론매체,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를 통해서 퍼졌고, 일부의 비난여론을 제외하고는 “언론인의 용기와 양심을 응원한다.”는 열띤 반응이 쏟아졌다. 중국 정부가 그동안 국가에 대한 비판적 이슈에 대해 강력한 언론통제를 해온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지난달 발생한 원저우 고속열차 추락참사 당시에도 공산당 중앙선전부는 보도통제 지침을 내려 사건 관련 보도 수위를 낮추고 대규모 추모특집 방송을 막은 바 있다. 하지만 이런 보도통제에도 중국 언론매체들이 조금씩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도통제 지침에도 일부 관영언론매체들은 고속철 사고와 관련해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는 기사를 계속 내보내고 있으며 CCTV 간판앵커 바이옌쑹 씨가 생방송에서 중국 철도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결국 이 앵커는 출연 정지를 당했으며 보도지침을 어긴 CCTV 프로듀서 한명도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부의 보도통제에 중국 언론들이 더이상 침묵하지만은 않는 모습이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고졸 김용삼씨는 어떻게 문화부 감사관이 됐나

    고졸 김용삼씨는 어떻게 문화부 감사관이 됐나

    “학벌 없이도 맡은 업무에서 전문가가 된다면 고위공무원의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고 봅니다.” ●공주사대 합격증 가정형편 탓 포기 1975년 경기도 연천고등학교 상과반을 갓 졸업한 김용삼(54) 문화체육관광부 감사관은 지방직 5급 을(현 9급)로 공직에 발을 들였다. 공주사대에 합격은 했지만 진학을 포기했다. 5남매가 함께 자라 녹록지 않은 집안 형편 때문이었다. 진학은 언감생심, 생활비에다 손아래 동생 둘의 학비까지 대야 했다. 1981년 군 복무를 마치고 국가직 7급 공무원 채용시험에 재도전해 합격, 1983년부터 문화공보부 경리계에서 중앙부처 공무원 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그 뒤 대전엑스포 놀이마당 관장, 문화공보부 차관 비서관, 게임음악산업과장, 국립국악원 국악진흥과장 등 다양한 이력을 거쳤다. 공직사회의 최고봉인 고위공무원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지난 5월. 여전히 학벌과 학연이 승진의 주요 배경이 되는 현실에서 그는 중앙부처를 통틀어 18명밖에 되지 않는 고졸 출신 국가직 고위공무원 대표주자로 주목받게 됐다. ●고졸인데도 인정받아 자부심 커 김 감사관은 자신이 고위공무원이 된 비결을 딱 두 가지로 꼽았다. ‘업무능력’과 ‘인간관계’. 그는 자신처럼 고졸 출신인 후배들에게 “고졸의 학력 핸디캡을 딛고도 인정받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껴 왔다.”면서 “업무와 원만한 인간관계로 승부하자는 소신을 갖고 생활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공직생활 30여년 동안 김 감사관이 좋은 학벌을 동경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는 “좋은 대학을 나와서 석·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들을 보면 부러웠다.”며 “서울대 졸업자 등 고시출신 동료들 사이에서 아무 지연도 없는 시골 출신으로, 학벌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야간대학에 문을 두드려도 봤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곧 접었다. 보이기 위한 학위를 따기 위해 쏟는 열정을 업무로 돌려 전문가가 되는 게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잘나가는’(?) 분야의 경우 암묵적으로 고시 출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인사 현실도 그에게는 넘기 어려운 큰 벽이었다. ●남들 안 가는 곳서 더 열심히 연구 그는 “남들이 기피하는 신생 분야에 자원해 더 열심히 연구하며 일에 매달리는 것으로 학력의 약점을 극복하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1998년 산업자원부·보건복지부 등에 흩어져 있는 게임산업을 문화관광부로 일원화할 때 게임산업담당 사무관으로 지원, 게임산업정책의 기초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얻어냈다. 당시 게임산업 분야는 문화관광부에서는 생소한 분야라 지원하는 이가 거의 없었다. ‘고시 출신’ 간판을 프리미엄으로 단 동료들보다 늘 더 열심히 일에 매달렸다. 1~2시간 더 늦게 퇴근하고, 기획안을 보고할 때는 1~2개를 더 만들었다. 그는 “게임산업, 음악산업, 국악업무 등에 대해서는 문화부 내에서 누구보다도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고 특히 게임업계에서는 아직도 자문의뢰가 들어오고 있다.”며 웃었다. 태블릿PC, 스마트폰 같은 최신 기기를 동료들보다 몇발 앞서 익혀온 것은 기본이다. 그의 좌우명도 고등학교 이후 지금껏 한결같다. 김 감사관은 “고 3때 담임선생님께 들은 말씀이 앞으로도 변함없을 내 삶의 원칙”이라면서 “항상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테마로 본 공직사회] (16) 행정용어 순화 어디까지 왔나

    [테마로 본 공직사회] (16) 행정용어 순화 어디까지 왔나

    국어학자들은 우리말 사용의 본보기가 돼야 할 행정용어가 잘못 사용돼 오히려 우리 말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어법에 맞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연석’(경계석), ‘용이하다’(쉽다) 같은 일본식 표현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법령에는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기 힘든 귀책사유(歸責事由), 분장(分掌) 등과 같은 한자어도 숱하다. 특히 최근에는 ‘바우처’, ‘테마파크’ 등 외래어 사용이 크게 늘고 있으며, ‘중소氣UP’ ‘중랑천愛놀자’ 등과 같이 정체 모를 ‘외계어’까지 등장해 흔하게 쓰이고 있다. 2005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국어기본법’에 따라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춰 한글로 작성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표현들은 모두 규정 위반이다. 정부가 행정 용어 순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광복 이후부터 지금까지 ‘행정용어 순화정책’을 변함없이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행정용어 순화정책’ 변천과정과 향후 과제 등을 진단해 본다. ●광복~1960년대 국·한문 혼용기 1948년 ‘한글전용법’이 제정됐고 민간인을 중심으로 사회 곳곳에서 일본 잔재 털어 내기 운동이 일어났다. 1946년 6월 군정청 편수국에서도 ‘우리말 도로 찾기 운동’을 벌였고 1948년에는 국어정화위원회를 통해 선정한 938개의 안을 심의해 통과시키기도 했다. 당시 바뀐 말이 벤토(도시락), 혼다데(책꽂이), 하코(상자), 간스메(통조림), 가리누이(시침바느질), 요비링(초인종), 엔소쿠(소풍) 등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행정용어에서는 국·한문이 혼용되고 일본식 용어까지 버젓이 남아 있었다. 1970~1990년대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행정용어를 순화한 시기다. 1976년 박정희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간판·방송용어·축구 중계 해설에서 외국어가 9할”이라면서 국어정화운동을 벌이라고 지시, 같은 해 7월 치안본부(현 경찰청)는 관광지·고속도로의 외국어 간판을 단속하기 시작했다. 1978년에는 경찰이 서울 중심부인 충무로와 명동 등지에서 외국문자간판 강제 제재 권한을 발동했다. 문교부 국어심의회에 국어순화분과위원회가 설치됐고 1977년에는 국어순화 자료집이 발간됐다. 1979년에는 9년 동안 검토한 끝에 어문규범 개정안이 마련됐다. 황용주 국립국어원 연구사는 “1970년부터 1997년까지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행정용어 순화를 강력하게 추진했던 시기였다.”면서 “용어나 구성 자체가 굉장히 권위적이었던 일본어·한자표현의 행정용어를 바꾸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권위적이었다.”고 평가했다. ●1970~1990년대 정부주도 순화기 정부가 주도한 행정용어 순화운동은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이어진다. 1981~1984년 4차례에 걸쳐 ‘행정용어 순화편람’이 발간됐다. 이 편람에서 객담은 ‘가래’로 , ‘누가기록하다’는 ‘보태 적다’로, 박피율은 ‘깐밤’으로, ‘신병인수’는 ‘사람 넘겨받음’으로 순화했다. 1998년부터는 이전처럼 정부가 주도적으로 각 부처나 기관으로 순화대상 용어를 모으는 일은 없어졌다. 2000년에는 총리훈령도 폐지됐다. ‘그간 추진된 성과로 행정용어 순화가 정착됐다.’는 이유에서다. 이 시기 형식적으로는 법제처가 법령을 심사하고,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가 행정용어 순화 업무를 맡았지만, 행정용어 순화는 대체로 부처마다 자율적으로 이뤄진다. ●2000년~현재 ‘방임기’ 남영신 국어문화운동대표는 이 시기에 어려운 한자말이나 일본어 잔재는 행정용어 순화정책의 효과로 힘을 잃었지만, 국제교류 확대로 영어 등 외래어가 물밀듯이 들어왔다.”면서 “공무원들이 외국에서 배운 영어를 그대로 써도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던 시기였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정부의 행정용어 순화정책도 추진력을 잃어 외래어 유입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면서 “지금의 행정 언어의 문제는 한자가 아니라, 영어 등 외국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는 정보통신기술(IT)을 접목한 행정용어 순화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각 부처는 물론 광역자치단체에서 사용하고 있는 결재 프로그램 ‘온나라’에 부적절한 행정용어를 자동으로 전환해 바로잡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인데 이르면 올 연말부터 실제로 활용된다. ●부처 총괄기구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상위 기구에서 행정용어 순화 정책을 맡아, 각 부처 용어 사용에 대한 평가점수 반영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남영신 대표는 “국민의 국가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소통을 강화하려면, 각 부처의 행정용어 순화를 총괄할 수 있는 기구를 미국 등 선진국처럼 대통령이나 국무총리실과 같은 보다 상위기관에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세중 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단장도 “각 부처마다 국어책임관을 두고 자율적으로 행정용어를 순화하도록 했지만 제대로 기능을 못하고 있다.”면서 “행정용어 사용에 대해 평가점수를 반영하는 등 실질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D-7] 울고 웃는 ‘스타 마케팅’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D-7] 울고 웃는 ‘스타 마케팅’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장외전은 ‘스타 마케팅’이 될 전망이다. 전 세계 팬들에게 짧고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것은 육상 자체라기보다는 유명한 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대회에서 스포츠 마케팅에 사활을 걸고 있는 업체들의 희비 역시 후원하는 스타들의 성적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스타와 함께 울고 웃을 스포츠 브랜드는 무엇이 있을까. 세계육상연맹(IAAF)의 공식 후원사인 아디다스는 스타 마케팅에 있어서는 별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후원하고 있는 자메이카의 단거리 스타 스티브 멀링스(29)가 도핑 양성 반응을 보여 이번 대회 출전은 고사하고 선수 자격을 영구 박탈당할 위기에 놓여 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간판인 미국의 육상 스타 타이슨 게이(29)가 부상 때문에 이번 대회에 불참했다. 게이가 남자 100m에 출전했다면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와의 ‘인간 탄환 대결’이라는 최고의 빅매치가 성사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6월 열린 미국 대표 선발전 100m 준결선을 앞두고 엉덩이 통증으로 레이스를 포기한 뒤 7월 수술을 받아 현재 재활치료 중이다. 하는 수 없이 아디다스는 게이를 관중 자격으로 대구에 불러들였다. 게이는 24일 입국해 다음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대회 100·200m 레이스의 대결 구도를 예상해 의견을 밝힌다. 또 한국 대표로 남자 100m 허들에 출전하는 박태경에게 스파이크를 선물한다. 대신 아디다스는 7종경기에 출전하는 제시카 에니스(25·영국)의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이틀 동안 100m 허들, 높이뛰기, 포환던지기, 멀리뛰기, 장대높이뛰기, 200·800m 달리기로 승부를 가리는 7종경기 세계챔피언인 에니스는 뛰어난 실력뿐 아니라 단아한 외모로도 인기몰이 중이다. 165㎝의 작은 키로 장신 선수들과 당당히 겨루는 모습에 많은 팬들이 응원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타임스는 에니스를 2012 런던 올림픽을 빛낼 영국의 대표적인 스포츠 스타로 손꼽기도 했다. 아디다스와 달리 이번 대회에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는 곳은 푸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란 타이틀을 앞세운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대구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세를 몰아 푸마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출시된 볼트의 리미티드 에디션인 파스(FAAS) 400을 서울과 대구의 일부 매장에서 한정 판매하고 있다. 또 20일 대구에서 일반인 중 100m를 가장 빨리 달리는 남녀를 뽑는 ‘파스 테스트’(FAAS TEST)도 진행한다. 나이키는 의족 선수로 유명한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남아공), 류샹(28·중국)을 비롯해 미국, 러시아 등 12개 국가를 후원하고 있다. 아식스의 경우 세계적인 스타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장대높이뛰기 선수 최윤희(25·SH공사)를 비롯해 한국, 일본 등 10개 국가를 후원한다. 김민희·장형우기자 haru@seoul.co.kr
  • 광고전문가 이제석씨 경찰청 홍보자문위원으로

    광고전문가 이제석씨 경찰청 홍보자문위원으로

    광고 전문가인 이제석광고연구소 대표 이제석(29)씨가 경찰청 홍보자문위원으로 뛴다. 경찰청은 19일 오전 청사 무궁화회의실에서 이씨를 홍보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이씨는 앞으로 경찰의 홍보 방향·기법과 주요 치안정책과 관련된 홍보 콘텐츠 개발 자문, 경찰 공익광고 제작 등에 참여한다. 이씨는 위촉장을 받는 자리에서 직접 디자인한 경찰 홍보 광고물을 선보였다. 단연 주목을 끈 것은 경찰서 간판을 술집 네온사인처럼 만든 광고다. ‘경찰서는 술집이 아닙니다. 오늘 밤도 지구대는 주취자들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라는 문구는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최근 일선 지구대 안에서 벌어지는 술취한 시민들의 난동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서라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또 ‘칭찬은 경찰도 뛰게 한다’, ‘경찰이 하루라도 없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메시지를 담은 홍보 문구도 소개했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이씨는 졸업 뒤 취업하지 못해 간판가게를 운영하다 지난 2006년 미국 뉴욕의 ‘스쿨 오브 비주얼 아츠’에 편입, 공부했다. 이후 세계 3대 광고제 중 하나인 ‘원쇼 페스티벌’의 최우수상을 시작으로 국제적인 광고공모전에서 50여개의 메달을 수상했다. 이씨는 “근엄하고 딱딱한 경찰 이미지를 친근한 이미지로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그랑프리세계선수권] 7년만에… 女배구, 러시아 손봤다

    한국 여자배구가 7년 만에 강호 러시아를 격파했다. 김형실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9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콜로세움에서 열린 2011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 예선 3주차 L조 리그 첫 경기에서 31점을 폭발시킨 주포 김연경(터키 페네르바체)을 앞세워 세계 5위 러시아를 3-2(25-22, 17-25, 20-25, 25-23, 15-11)로 물리쳤다. 한국이 ‘북극곰’ 러시아를 꺾기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예선전 이후 7년 만이다. 이로써 4연승(5승2패)을 달린 한국은 20일 일본과 L조 리그 2차전을 치른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세계 16개 팀 가운데 예선 성적 상위 7개 팀이 결선리그에 진출한다. 한국은 블로킹(5-16)에서 한참 뒤졌지만 집중력이 돋보였다. 한국은 1세트에서 김연경과 한송이의 맹활약에 힘입어 기선을 제압했다. 하지만 높이에서 밀리고 거포 마크노와 가모바, 곤차로바의 화려한 공격이 살아나면서 2, 3세트를 내리 내줬다. 저력의 한국은 4세트에서 간판 김연경의 불꽃 강타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뒤 운명의 5세트에서 끈질긴 수비와 상대 범실로 짜릿한 승리를 맛봤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Weekend inside] 치솟는 물가 속 직장인 점심값 부담 덜어주는 ‘착한 가게’

    [Weekend inside] 치솟는 물가 속 직장인 점심값 부담 덜어주는 ‘착한 가게’

    “자장면 한 그릇에 2500원이라고.” 자고 나면 오르는 밥값 속에도 ‘착한 가격’으로 손님을 끌어모으는 곳이 있다. ‘혹시 싸구려 재료를 사용하지 않을까.’ ‘양이 적거나 반찬을 적게 주는 게 아닐까.’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똑같은 재료를 쓰고, 같은 맛으로 푸짐하게 한 끼 식사를 선사하는 착한 가게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분식집 뜰마루. 탑골공원 정문 건너편에 위치한 이 식당은 주변에 대형 영어학원 등이 있어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직장인들의 출입이 잦은 곳이다. 이 식당은 김밥 한 줄에 1500원을 받는다. 가장 인기 있는 돈가스는 4000원,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등 백반류도 4000원이다. 근처의 다른 식당보다 2000~3000원 저렴한 것이다. ●근처 식당보다 3000원 정도 저렴 이 식당의 단골인 최형운(32)씨는 “여기 돈가스를 좋아한다. 수제 돈가스라 맛도 좋고 다른 식당과 비교해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며 “무엇보다 값이 싸서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5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하중목 사장은 “솔직히 음식값 인상 요인은 꾸준히 있었다.”고 털어놨다.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돈가스의 경우 주재료인 돼지고기 값이 많이 올랐고, 채소 값도 계속 상승했단다. 또 가스요금과 인건비도 만만치 않게 올랐다. 하 사장은 “10% 인상 요인이 있었지만 음식값을 올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식당에 학생들이 많이 찾아온다. 불경기라 취업도 어려운데 나도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돈을 올려받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고 했다. 그는 “박리다매 전략으로 나가면 충분히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우선 원가절감의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단다. 청량리 대조시장에서 하 사장이 식재료를 직접 고른다. 같은 야채라도 발품을 팔면 조금이라도 더 싸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하 사장 부부가 직접 홀서빙을 한다. 이런 입소문이 나면서 원가상승 속에도 매출이 꾸준히 올랐다. 하루 판매하는 김밥만 250~300줄. 수익도 조금씩 오른다고 귀띔했다. 종로구 숭인동의 또 다른 ‘착한 가게’인 만리성. 이 식당의 자장면 한 그릇 가격은 2500원이다. 9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김인수 사장은 3년 전 자장면 값을 500원 인상한 게 전부다. 이 식당의 성공 비결은 박리다매 전략에, 히트메뉴를 만든 게 결정적이었다고 소개했다. 중국집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메뉴인 탕수육에 자장면과 짬뽕, 볶음밥을 각각 결합해 단돈 4500원만 받는다. 양은 성인 남성이 먹기에도 배부를 정도로 푸짐하다. 김 사장은 “하루평균 판매하는 자장면만 400그릇”이라면서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판매하니 손님들이 더 많이 찾아온다. 지금도 꾸준히 손님 숫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많이 찾다 보니 재료를 대량으로 주문해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케첩, 식용유, 전분 등 건자재를 거래하는 업체에서 우리가 대형할인매장 다음으로 많은 양의 재료를 구입해 가격 흥정에서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최근 종로구 등 15개 자치구에서 1385개 업소를 ‘가격안정 모범업소’(착한 가게)로 지정했다. 그런 뒤 이 착한 가게가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해운대선 국수 한 그릇 1500원 부산의 경우 해운대 신시가지가 착한 가게의 중심지다. 이곳에서는 5개월 전쯤 한 그릇에 1500원인 국수집 하나가 들어선 후 박리다매형 가게들이 잇따라 간판을 내걸고 있다. 경남 창원시도 착한 가게 63곳을 선정해 지난 4일 발표했다. 세탁소와 이·미용업소 등 다양한 업종을 선정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착한 가게 확산을 위해 지원책을 마련했다. 지역에 따라 쓰레기봉투값을 일부 지원하거나 행정적 혜택을 주기도 한다. 서울시와 더불어 기획재정부도 물가안정 모범업소를 선정하는 인증제도를 도입해 대출금리 혜택 등 다양한 지원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먹고살기 힘든 때에 착한 가게가 많이 늘고 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10년 가꾼 남이섬 떠나는 강우현 대표

    [김문이 만난사람] 10년 가꾼 남이섬 떠나는 강우현 대표

    스스로 말장난이라고 했다. ‘내버리면 청소, 써버리면 창조’ ‘팔리면 상품, 안 팔리면 작품’ ‘잡초를 화초로, 술병을 꽃병으로’ ‘폐건물은 전시관, 빈터는 공연장으로’ ‘처음에는 돈이 없어 재활용, 지금은 습관이 돼서 재활용’ ‘소음을 리듬으로, 경치를 운치로’ ‘새는 함께 울고 홀로 잠든다.’ ‘꽃은 혼자 피고 혼자 웃는다.’ 이러한 상상 놀이는 무궁무진하다. 뒤집기 기술을 타고났다. 역발상 경영으로 연간 입장객 27만명에 불과하던 별 볼 일 없는 유원지를 240만명이 찾는 관광지로 만들어냈다. 연 매출도 20억원 수준에서 10배 이상 뛰었다. 빈 소주병과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던 춘천의 남이섬. 10년이란 짧은 기간 안에 세계적인 생태문화 관광지로 탈바꿈했다.비가 쏟아지던 지난 15일 오후 남이섬으로 향했다. 경춘선 급행전철 안에는 연휴가 겹쳐서인지 배낭을 멘 사람들이 가득했다. 상봉역에서 출발해 40여분 지나자 가평역에 도착했다. 많은 승객들이 동시에 내렸다. 비는 더욱 거세졌다. 하지만 승객 대부분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남이섬행 버스를 즐겁게 기다렸다. 잠시 후 남이섬으로 향하는 선착장에 도착했다. 궂은 날씨였지만 주차장에는 승용차들이 꽉 들어찼고 배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이윽고 배에 올라타자 ‘나미나라공화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안내방송에 이어 일본어, 중국어 등으로도 남이섬을 소개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무척 많았고 더러 일본인 관광객도 눈에 띄었다. 10여분 뒤 남이섬 선착장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허름한 초가집이 보였고 ‘나미나라공화국 중앙은행’도 눈에 들어왔다. 잣나무길과 은행나무길이 시원하게 쭉 뻗어 있었다. 야외극장에서는 한창 공연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옆에는 ‘인사동길’이라고 표시된 좁은 길도 나 있었다. ‘아니 웬 인사동길이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강우현(58) 대표가 설명해줬다. #유명대 대학원장직 마다하고 일군 섬 “서울 인사동 보도블록을 교체할 때 버리는 것들을 주워다가 여기에 길을 냈습니다. 보십시오. 얼마나 운치가 있습니까. 버리는 것을 이렇게 쓰면 창조 아닙니까(웃음).” ‘창조 경영’ ‘역발상 경영’의 선구자라는 평가를 받아 왔던 강 대표는 이달 말로 정든 남이섬을 떠난다.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그가 국내 유명 대학 대학원장직을 마다하고 섬을 일구기 시작한 지 꼭 10년 만이다. 박수 칠 때 떠나 새 무대를 찾겠다는 것이기에 또 한번 그의 선택이 궁금해진다. 그는 10년 전 월급 단돈 100원에 직원 70명과 함께 빈 소주병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고, 양변기로 화분을 탄생시키고, 서울에서 버린 은행잎을 모아 은행나무길을 만들었다. 소문을 듣고 섬을 찾는 사람이 하나둘 늘기 시작했다. 때마침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가 되면서 남이섬은 한류의 발상지가 됐다. 당시 겨울연가 제작진이 쵤영료로 200만원을 제시했으나 그는 오히려 공짜에다 통돼지까지 잡아주겠다 했다. #청개구리 경영 10년 결실 맺고 부사장 체제로 이 같은 그의 엉뚱한 발상은 남이섬 성공에 힘입어 상상 경영, 청개구리 경영, 환경 경영 등 숱한 용어를 만들어내면서 전국적으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남이섬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국가고용전략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인사동길을 걸어 나와 강 대표의 사무실에서 마주앉았다. 남이섬을 떠나는 이유와 또 어디로 떠나는지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그의 책상에는 작은 도자기 꽃병이 있었는데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2000년 12월 31일 (아들) 준수랑 첫 밤을 들다. 2010년 12월 30일 소복 눈밭 다시 본다.’(아래 사진) “남이섬도 이제는 차세대 경영을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노하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남이섬이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는 셈이지요. 저는 10년간의 매듭을 짓고 박수 칠 때 무대를 떠나려 합니다.” 그렇다면 다음 무대는 어디로 정했을까.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남이섬의 200만 관광객보다 더 많은 300만 관광객이 찾는 곳을 만들 생각입니다. 좋은 땅을 골라 관광지로 만들면 다 망가집니다. 버린 땅, 못 쓰는 땅을 골라 ‘못’ 자를 빼고 ‘쓰는 땅’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새로운 리모밸리(Rimovally)를 세우는 것이지요.” 리모밸리는 강(River)과 산(Mountain), 골짜기(Valley)를 뜻하는 영어단어들을 조합해 강 대표가 만든 신조어란다. 국토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쓸모를 찾지 못하는 강, 산, 골짜기를 자연스럽게 살려 자연 생태 문화 관광단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괴짜들의 상상밸리’ ‘창조밸리’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세상에서 쓰지 못하는 것들은 죄다 모아 놓겠습니다. 예를 들어 천재 발명가들이 특허를 낸 것들 중 90% 이상이 사장됩니다. 그래서 발명가들은 외롭고 가난하지요. 또 버려지는 괴짜 예술가들의 작품도 많습니다. 이런 재료들을 모아 세계적인 창조 공원을 만들 생각입니다. 화가, 마술사 등 별별 괴짜들이 다 모인다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장소가 도대체 어디일까. 그가 에둘러 표현했다. “제가 떠난다는 소문이 나자 여기저기에서 함께 일하자는 요청이 오더군요. 경기지사와 함께 유명산 일대를 돌아봤고 춘천시장과는 강촌 일대를 돌아봤습니다. 충북지사는 제 고향이 충북인 점을 들어 고향으로 내려와 일하자고 했습니다. 강원지사, 가평군수, 동두천 시장도 비슷한 제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다 거절했지요. 관공서와 함께 하면 처음에는 제가 갑이 되지만 나중에는 을로 바뀝니다. 그러면 창조밸리가 잘되겠습니까.” 몇 번 되묻는 질문에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남이섬에서 30분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경기도와 강원도가 맞닿는 곳입니다. 남이섬도 그렇지만 행정구역상 양쪽으로 걸쳐 놓으면 이래라저래라 깊숙이 관여를 못 하게 되지요. 최악의 오지이며 비포장도로입니다. 히말라야를 길이 좋아 다들 갑니까(웃음). 모든 설계도는 동화가 바탕이 될 것입니다. 또 여기에 ‘창조 제조법’을 적용시킬 계획입니다. 필요한 것은 단 1%만 있으면 됩니다. 100억원을 만들기 위해 1억원만 있으면 되듯이 말입니다.” #목수가 직접 만든 집에 살지 않는 것처럼… 앞으로 남이섬은 부사장 체제로 전환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앞서 요즘 강 대표는 10년을 결산하느라 바쁘다. 19개 업무팀을 11개로 축소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있는 것. 새로운 10년의 도약을 위한 출발선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목수는 자기가 만든 집에 살지 않습니다. 저는 떠나지만 다른 사람들이 여든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지요.” 이런 얘기를 하고 있을 때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내외가 들렀다. 인사를 했더니 경기도 용문에 살 집을 마련했는데 입구에 뭔가 글판을 하나 붙이고 싶어 강 대표에게 부탁을 했다고 귀띔했다. 하긴 남이섬 곳곳에 강 대표가 직접 글을 쓰고 현판과 안내판을 만들어 내걸었으니 그의 글솜씨는 더 말할 필요가 없겠다. 그는 어릴 적 할아버지에게 천자문을 배웠다. 붓글씨에도 제법 소질이 있었다. 새벽에 일어나 할아버지의 이불을 개고 나서 글씨를 배웠다. 미술과의 인연도 이때 시작됐다. 한자를 베끼는 것이 미술의 기초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틈만 나면 그림을 그렸고 미술시간을 가장 좋아했다. 마땅한 미술도구가 없어 땅바닥에 그리고, 멱 감으러 갔다가 돌에 물을 끼얹어가며 그림 장난을 했다. 마을 개천에 놀러갈 때면 물속에서 예쁜 돌멩이를 하나씩 건져 그걸로 집 마당에 ‘단양팔경’을 만들어 풍경을 그려넣고 간판도 만들어 세웠다. #동화 입힌 상상마당 선보이겠다 중학교 때는 반에서 15등과 21등 사이를 오락가락했다. 고등학교 졸업 성적은 3학년 전교생 162명 가운데 157등이었다. 이를 두고 강 대표는 “낙제생한테 뭐 배울 게 있다고 사람들이 찾아오데요.” 하면서 웃는다. 그는 또 공부에는 소질이 없었지만 엉뚱하게 상상하는 자유를 맘껏 누려왔다고 말했다. 그저 상상을 많이 했을 뿐인데 대통령이나 도지사 등 여러 사람들이 ‘창조 경영’이니 ‘역발상 경영’이니 하면서 남이섬을 찾아왔다고 했다. 성공 비결에 대해서는 ‘성공은 실패의 아버지, 웃음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으며 성공했다는 순간 바로 위기’라는 말로 대신했다. 또 시동을 걸되 거꾸로 거는 것이며 성공 여부는 자신이 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글씨를 왼손으로 쓴다. 좌수좌필(左手左筆). 중국 서예가들과 만났을 때 어차피 정상적인 필체로는 따라잡을 수 없으니 왼손으로 글씨를 써서 보여주면서 ‘강우현식 거꿀체’라고 했단다. 그랬더니 다들 놀라워했다는 것이다. “요즘에도 붓글씨로 쓰는 건 모두 ‘거꿀체’로 씁니다. 역발상이 상대방에게는 낯설겠지만 사람들은 이런 것도 창조라고 합디다. 미완의 세계를 향해 저는 다시 여행을 떠납니다. 동화나라 만들기는 영원히 이룰 수 없는 미완의 상상 세계이기 때문이지요.” 편집위원 km@seoul.co.kr ■ 강우현을 가리키는 숱한 표현들… 1953년 충북 단양에서 태어났다. 보인상고를 나와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후 서울랜드를 비롯해 국내외 유명 캐릭터 디자인과 기업이미지통합디자인(CI) 일에 종사했다. 포스터나 잡지 등의 일러스트레이션 일을 하면서 9권의 그림 동화책을 펴내는 한편 ‘엄마가 쓰고 그린 그림책’ ‘아버지가 쓰고 그린 그림책’을 통해 그림책 문화운동을 펼치면서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의 모임’을 결성했다. 재생 공책 쓰기 운동을 통한 자원 재활용 운동과 유네스코 및 YMCA, 환경운동연합 등의 활동에도 관여했다. 1987년 일본 노마 국제그림책 콩쿠르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고 체코 BIB-89 금패상, 일본 고단샤 출판문화상, 환경문화예술상, 한국 어린이 도서상, 어린이 문화대상, 한국 디자이너 대상 등을 수상했고 프랑스 칸 영화제 포스터 지명 작가이기도 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강의를 했으며, 저서로 ‘클릭! 내머리 속의 아이디어 터치’ ‘양초귀신’ ‘멀티캐릭터 디자인’ ‘강우현의 상상망치’ 등을 펴냈다. 또 어른 동화 ‘포인트 스토리’가 곧 중국어판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2001년부터 지금까지 남이섬 최고경영자(CEO)로 일하면서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 “이젠 조폭 꼬리표 떼고 투혼의 파이터로 불렸으면”

    “이젠 조폭 꼬리표 떼고 투혼의 파이터로 불렸으면”

    “‘조폭 파이터’란 별명은 창피하니 (그렇게) 안 불러줬으면 좋겠고요. ‘생계형 파이터’란 얘기도 듣는데 이제는 많은 나이를 열정으로 뛰어넘은 ‘투혼의 파이터’로 기억됐으면 합니다.”  외모부터 남다르다. 짧게 자른 꽁지 머리, 1㎝ 정도 흉터가 15㎝ 길이로 가로 새겨진 이마, 높은 톤의 전라도 사투리 등이 영락 없는 ‘형님’ 모양새다. 지난달 24일 국내에 하나 뿐인 프로 종합격투기(MMA) 대회인 ‘로드FC 003 익스플로전’에서 북파공작원 출신으로 불려온 김종대(30·팀포스)를 크로스 카운터로 링에 벌렁 드러누이면서 프로 파이터의 가능성을 과시한 이한근(42·영등포 정심관)은 쉽게 털어놓기 힘든 과거를 지녔다. “먹고 살려고” 조직에 몸 담았다가 4년반 전쯤부터 파이터로 변신하며 허물을 벗고 있는 것.  이한근은 19일 오후 7시 30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많은 이들이 김종대와의 경기에서 이긴 것을 운 때문이라고 하지만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했기에 이길 수 있었다.”며 “다음 대회에선 한 체급 올려 토너먼트 경기에 나가는 만큼 빈틈없이 준비해 실력이 뛰어남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은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기획사 사무실과 13일 경기 고양시 화정의 ‘익스트림 피트니스’에서 각각 진행된 일문일답.    성공적인 프로 데뷔 이후 얼굴 알아보는 이들이 늘었을텐데.  -교회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늘었어요. 그 대회에서 가장 극적인 승부를 연출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요. 어릴 적부터의 꿈인 체육관을 함께 운영해보자는 사람도 생겼는데 1년은 (선수로) 뛴 뒤 체육관 차릴 계획이니 당장 응하진 않을 겁니다. 파이트 머니가 적어 실망하긴 했지만 내가 대회 흥행에 기름을 부었다는 말을 들으면 자랑스럽습니다.    김종대를 꺾은 것은 운 때문이라고 많은 사람이 생각하던데.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했기에 이길 수 있었지요. 이긴 비결은 그 뭐, (경기 사나흘 전부터 복싱) 세계챔피언(조인주 관장)에게 물어봤어요. (김종대가) 훅은 치면은 뭘 쳐야 하느냐 물어봤더니 어퍼컷 말고 같이 훅을 걸으라고 해서, 그게 맞아떨어져서 운좋게 나온 것 같아요. 그림(?)이 좋게 나와 다행입니다.  한참 전에는 ‘타격은 강한데 그라운드 싸움에 약하다.’는 지적을 의식, 스피릿MC 웰터급 챔피언이었던 이광희에게 기본적인 수비 동작 등 레슬링 훈련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김종대의 펀치를 맞고 한 번 휘청했지 않았나.  -경기 뒤 동영상을 몇 차례 돌려 보며 꼼꼼이 분석했는데 한 번이 아니고 두 번이더라. 맷집만 믿고 가드를 내리는 내 약점도 여전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종대와는 가끔 만나 통닭을 먹습니다. 지난 경기를 앞두고도 이틀 전인가 함께 밥을 먹었는데요. 종대가 앞으로도 열심히 운동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링사이드 사회자가 미들급으로 올려 데니스 강과 토너먼트를 해보면 어떠냐고 했는데 좋다고 했다.  -약간 얼떨결이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왕 얘기했으니 지켜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뭐, 시합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는데요, 그래도 다음 대회, 이 앞전 시합 때 토너먼트, 한 체급 위이고 하니까, 저번 시합 때 제가 운 좋게 이겼잖아요. 대진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고요.  시합 끝나고 일주일 쉬었다가요, 옛날은 운동을 많이 못했는데 지금은 운동을, 나름대로 몸 상태를 좋게 하기 위해서 쬐끔씩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운동은 중학교 이래 늘 하던 것이고 조직에 있을 때도 꾸준히 했지요. 지금도 새벽에 배드민턴하고 오후에 아는 관장들 운영하는 체육관 여러 곳을 돌면서 2~3시간씩 운동합니다. 배드민턴은 몸의 민첩성을 키우는, 나만의 훈련 비결이기도 하지라.    데니스 강. 엄청 센 상대 아닌가.  -링에 올라가면 별로 겁을 내지 않는 편입니다. 상대가 누구든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지요. 어차피 대결은 한 방에 끝날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약점을 보완하고 내 장점을 가다듬으면 한 번은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도 파이터로서의 자격을 거론하는 누리꾼들이 있는데.  -격투기 좋아하는 분들 모두 소중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운동해보지 않고 글로만 아는 척하는 분들 적지 않아요. 그런 사람들은 그렇게 노는 거고.  이번 경기 뒤 인터넷 댓글들 보면서 많이 웃기도 안 했습니까. 등업(글쓰는 자격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할줄 몰라 글은 남기지 않았지만 뭐라 떠들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살아온 얘기가 궁금하다.  -전남 고흥의 소록도 근처 섬에서 4남 중 셋째로 태어났습니다. 형제 중에 제가 고졸로 학력이 가장 높아요. 세 살때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두 형님이 학업을 포기하고 집안을 돌봤습니다. 어머니는 지금도 두 형님께 고마워해야 한다고 말하곤 하십니다. 큰 형은 관광버스 운전을, 둘째 형은 간판 일을 하면서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막내도 고교를 중퇴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성적표를 받아보면 ‘두뇌는 명석하나 노력을 안함’이라 써 있곤 했습니다. 고흥 도화면에서 중고교를 다녔는데 중학교 2학년 때부터인가, 태권도를 한다며 공부를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고흥은 원래 장사가 많은 곳 아닌가.  -그라지라. 보통 고흥 남자들은 아버지 피를 이어받아 기골이 장대하고 힘이 장사인 사람이 많은데 우리 아버지는 체구가 왜소하셨고 어머니나 외할아버지 쪽이 그런 편이셨어요. 전남체전 같은 데서 우승한 경력도 있으니 꽤 잘했지요.    조직에 몸 담게 된 것은.  -군대 다녀온 뒤 뭘해 먹고 사나 싶었어요. 고교 시절 태권도를 가르친 분이 서울 오면 연락하라고 전화번호 몇 개를 적어주었어요. ‘서울 가 도장이라도 차려야겠다.’고 생각해 상경했습니다. 그런데 도통 연락이 되지 않는 거예요. 사나흘 정도 노숙하다 어느 날 어떤 인연으로 조직에 들어갔습니다. 배운 것도 없고 기술도 없고 아는 건 운동뿐인데 어쩌다 잘못 풀린 것이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조직의 이권 문제를 해결하려고 주먹을 썼지, 선량한 시민들 괴롭히고 그러는 데 쓰지는 않았다, 이것 하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언제 조직을 떠날 생각을 했나.  -스물셋에 조직에 들어갔는데 나이 마흔이 가까워오니 겁이 덜컥 나더라. 그래서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 친구나 동료들에게 결심을 전한 뒤 7년쯤 걸린 것 같습니다.  ‘정화’ 받으러 ‘학교’ 갔다 나와서 보니까 제가 조금 늦게 (격투기를) 시작했어요. 4년에서 4년반 정도. 솔직히 어렸을 때 하다보니까 (조직 활동)하게 된 것인데 보람을 찾을 수 있겠어요? 그쪽에서,  제가 하다 보니까 변화가 필요했는데 전 마침 운동이라도 쪼끔씩 해오고 있었고, 변화하려고 하는, 변화되는.  안 그랬으믄 전 지금 어느 쪽으로든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냥 발만 담그고 있었을 겁니다.    조직 떠나는데 교회가 어떤 영향을 미쳤나.  -둘째 형이 발에 난 동티를 기도로 치유하겠다고 해서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에 함께 했습니다. 기도가 정말 통하는 걸 보고 하나님을 믿게 됐습니다. 어느날 기도를 하다 방언을 하면서 눈물 범벅으로 살아온 인생을 고해했습니다. 그러면서 완전히 하느님 말씀에 따르게 됐지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편이에요. 중고교 시절부터 폭행죄로 입건된 건만 17번이었습니다. 조직 문제로 ‘학교’에 갔을 때 자꾸 쓸데없이 건드리는 잡범들이 있어서 참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징벌방을 7~8번 드나들었는데 그때마다 성경을 읽으면서 마음을 달랬습니다. 1년반 형기를 살면서 성경을 7번 통독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을 대보라.  -편치 드렁크, 오랜 동안 주먹으로 뇌에 충격이 전해지면 깜빡깜빡 잊는 증상이 있습니다. 그게 저도 있는지 얘기한 뒤 5분만 지나면 까먹습니다. 사람을 만나도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로드 FC 대회에서 승리한 뒤 길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많은데 아예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니 편하고 좋은 면도 있습디다.    체육관을 하나 운영하고 싶다는 꿈은.  -기술도, 배운 것도, 모아놓은 재산도 없으니 뭐라도 해서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닙니까. 1년쯤 프로 생활 더 하다 은퇴한 뒤 체육관 운영해보고 싶습니다.    생업은 어떻게 하고 있나.  -집 근처 아는 형의 카센터에서 일을 도와주고 있습니니다. 격투기하는 친구들은 오랜 시간 직장에 붙들어 매어있는 삶을 살지 못합니다. 보통 하루 두 번 상당한 시간을 훈련에 쏟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주위에서도 쪼끔씩 도와주시지요.  하늘에 계신 높은 분 때문에 새벽 기도 가고 새벽 배드민턴 운동하고 낮에는 아르바이트하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결혼해 어엿한 가정을 이루고 싶은데 모아놓은 돈은 없고... 공개구혼이라도 해야 하나. 하하핫!  내게 격투기는 마지막 불꽃같은 열정이고요. 솔직히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지만 이왕 시작한 거니까 그래도 나중에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고 싶고.    ‘조폭 파이터’란 별칭에 불편해 하던데.  -처음에 전직 조폭, 그래서 제가 뜬 건 사실이니까 불편할 일이 아닙니다. 근데 딴 사람들 댓글 보면 전직 조폭 자랑하려고 한 것처럼 잘못 받아들이신 분들이 있더라. 지금 교회에서도 집사도 하고 있고 장가도 가야 하고 그런데 그걸 좋아서 내세운 건 아니니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조폭 파이터는 창피하기도 하니까 (그렇게) 안 불러줬으면 좋겠고요. 투혼의 파이터로 불러주셨으면 하고 앞으로 여러분의 기대에 부족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나이 마흔에 여러 모로 힘들지 않나.  -젊은 친구들 힘을 못 따라갑니다. 맷집도 약해지고 특히 나이가 들수록 턱이 약해진다고 하더라. 동영상 등을 통해 상대의 약점을 분석하는 데도 취약할 수밖에요. 먹고 사는 걱정까지,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로 인해 용기를 얻은 40대가 체육관에 나간다는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가끔 보면 ‘여유 있을 때 하지 뭐.’ 하는 분들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바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나이나 여건 때문에 못 하시는 분들을 대신해 뛰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서 그분들 스트레스 날려드리고 격투기 중흥하게 하고 발전에 도움 됐으면 하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글·사진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사일사] “이제 조폭 꼬리표 떼고 싶어요” 파이터 이한근

    [사일사] “이제 조폭 꼬리표 떼고 싶어요” 파이터 이한근

     “‘조폭 파이터’란 별명은 창피하니 (그렇게) 안 불러줬으면 좋겠고요. ‘생계형 파이터’란 얘기도 듣는데 이제는 많은 나이를 열정으로 뛰어넘은 ‘투혼의 파이터’로 기억됐으면 합니다.”  외모부터 남다르다. 짧게 자른 꽁지 머리, 1㎝ 정도 흉터가 15㎝ 길이로 가로 새겨진 이마, 높은 톤의 전라도 사투리 등이 영락 없는 ‘형님’ 모양새다. 지난달 24일 국내에 하나 뿐인 프로 종합격투기(MMA) 대회인 ‘로드FC 003 익스플로전’에서 북파공작원 출신으로 불려온 김종대(30·팀포스)를 크로스 카운터로 링에 벌렁 드러누이면서 프로 파이터의 가능성을 과시한 이한근(42·영등포 정심관)은 쉽게 털어놓기 힘든 과거를 지녔다. “먹고 살려고” 조직에 몸 담았다가 4년반 전쯤부터 파이터로 변신하며 허물을 벗고 있는 것.  이한근은 19일 오후 7시 30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많은 이들이 김종대와의 경기에서 이긴 것을 운 때문이라고 하지만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했기에 이길 수 있었다.”며 “다음 대회에선 한 체급 올려 토너먼트 경기에 나가는 만큼 빈틈없이 준비해 실력이 뛰어남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은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기획사 사무실과 13일 경기 고양시 화정의 ‘익스트림 피트니스’에서 각각 진행된 일문일답.    ▶ 성공적인 프로 데뷔 이후 얼굴 알아보는 이들이 늘었을텐데.  -교회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늘었어요. 그 대회에서 가장 극적인 승부를 연출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요. 어릴 적부터의 꿈인 체육관을 함께 운영해보자는 사람도 생겼는데 1년은 (선수로) 뛴 뒤 체육관 차릴 계획이니 당장 응하진 않을 겁니다. 파이트 머니가 적어 실망하긴 했지만 내가 대회 흥행에 기름을 부었다는 말을 들으면 자랑스럽습니다.    ▶ 김종대를 꺾은 것은 운 때문이라고 많은 사람이 생각하던데.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했기에 이길 수 있었지요. 이긴 비결은 그 뭐, (경기 사나흘 전부터 복싱) 세계챔피언(조인주 관장)에게 물어봤어요. (김종대가) 훅은 치면은 뭘 쳐야 하느냐 물어봤더니 어퍼컷 말고 같이 훅을 걸으라고 해서, 그게 맞아떨어져서 운좋게 나온 것 같아요. 그림(?)이 좋게 나와 다행입니다.  한참 전에는 ‘타격은 강한데 그라운드 싸움에 약하다.’는 지적을 의식, 스피릿MC 웰터급 챔피언이었던 이광희에게 기본적인 수비 동작 등 레슬링 훈련을 받기도 했습니다.    ▶ 그래도 김종대의 펀치를 맞고 한 번 휘청했지 않았나.  -경기 뒤 동영상을 몇 차례 돌려 보며 꼼꼼이 분석했는데 한 번이 아니고 두 번이더라. 맷집만 믿고 가드를 내리는 내 약점도 여전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종대와는 가끔 만나 통닭을 먹습니다. 지난 경기를 앞두고도 이틀 전인가 함께 밥을 먹었는데요. 종대가 앞으로도 열심히 운동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 링사이드 사회자가 미들급으로 올려 데니스 강과 토너먼트를 해보면 어떠냐고 했는데 좋다고 했다.  -약간 얼떨결이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왕 얘기했으니 지켜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뭐, 시합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는데요, 그래도 다음 대회, 이 앞전 시합 때 토너먼트, 한 체급 위이고 하니까, 저번 시합 때 제가 운 좋게 이겼잖아요. 대진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고요.  시합 끝나고 일주일 쉬었다가요, 옛날은 운동을 많이 못했는데 지금은 운동을, 나름대로 몸 상태를 좋게 하기 위해서 쬐끔씩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운동은 중학교 이래 늘 하던 것이고 조직에 있을 때도 꾸준히 했지요. 지금도 새벽에 배드민턴하고 오후에 아는 관장들 운영하는 체육관 여러 곳을 돌면서 2~3시간씩 운동합니다. 배드민턴은 몸의 민첩성을 키우는, 나만의 훈련 비결이기도 하지라.    ▶ 데니스 강. 엄청 센 상대 아닌가.  -링에 올라가면 별로 겁을 내지 않는 편입니다. 상대가 누구든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지요. 어차피 대결은 한 방에 끝날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약점을 보완하고 내 장점을 가다듬으면 한 번은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 그래도 파이터로서의 자격을 거론하는 누리꾼들이 있는데.  -격투기 좋아하는 분들 모두 소중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운동해보지 않고 글로만 아는 척하는 분들 적지 않아요. 그런 사람들은 그렇게 노는 거고….  이번 경기 뒤 인터넷 댓글들 보면서 많이 웃기도 안 했습니까. 등업(글쓰는 자격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할줄 몰라 글은 남기지 않았지만 뭐라 떠들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 살아온 얘기가 궁금하다.  -전남 고흥의 소록도 근처 섬에서 4남 중 셋째로 태어났습니다. 형제 중에 제가 고졸로 학력이 가장 높아요. 세 살때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두 형님이 학업을 포기하고 집안을 돌봤습니다. 어머니는 지금도 두 형님께 고마워해야 한다고 말하곤 하십니다. 큰 형은 관광버스 운전을, 둘째 형은 간판 일을 하면서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막내도 고교를 중퇴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성적표를 받아보면 ‘두뇌는 명석하나 노력을 안함’이라 써 있곤 했습니다. 고흥 도화면에서 중고교를 다녔는데 중학교 2학년 때부터인가, 태권도를 한다며 공부를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 고흥은 원래 장사가 많은 곳 아닌가.  -그라지라. 보통 고흥 남자들은 아버지 피를 이어받아 기골이 장대하고 힘이 장사인 사람이 많은데 우리 아버지는 체구가 왜소하셨고 어머니나 외할아버지 쪽이 그런 편이셨어요. 전남체전 같은 데서 우승한 경력도 있으니 꽤 잘했지요.    ▶ 조직에 몸 담게 된 것은.  -군대 다녀온 뒤 뭘해 먹고 사나 싶었어요. 고교 시절 태권도를 가르친 분이 서울 오면 연락하라고 전화번호 몇 개를 적어주었어요. ‘서울 가 도장이라도 차려야겠다.’고 생각해 상경했습니다. 그런데 도통 연락이 되지 않는 거예요. 사나흘 정도 노숙하다 어느 날 어떤 인연으로 조직에 들어갔습니다. 배운 것도 없고 기술도 없고 아는 건 운동뿐인데 어쩌다 잘못 풀린 것이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조직의 이권 문제를 해결하려고 주먹을 썼지, 선량한 시민들 괴롭히고 그러는 데 쓰지는 않았다, 이것 하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 언제 조직을 떠날 생각을 했나.  -스물셋에 조직에 들어갔는데 나이 마흔이 가까워오니 겁이 덜컥 나더라. 그래서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 친구나 동료들에게 결심을 전한 뒤 7년쯤 걸린 것 같습니다.  ‘정화’ 받으러 ‘학교’ 갔다 나와서 보니까 제가 조금 늦게 (격투기를) 시작했어요. 4년에서 4년반 정도. 솔직히 어렸을 때 하다보니까 (조직 활동)하게 된 것인데 보람을 찾을 수 있겠어요? 그쪽에서,  제가 하다 보니까 변화가 필요했는데 전 마침 운동이라도 쪼끔씩 해오고 있었고, 변화하려고 하는, 변화되는….  안 그랬으믄 전 지금 어느 쪽으로든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냥 발만 담그고 있었을 겁니다.    ▶ 조직 떠나는데 교회가 어떤 영향을 미쳤나.  -둘째 형이 발에 난 동티를 기도로 치유하겠다고 해서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에 함께 했습니다. 기도가 정말 통하는 걸 보고 하나님을 믿게 됐습니다. 어느날 기도를 하다 방언을 하면서 눈물 범벅으로 살아온 인생을 고해했습니다. 그러면서 완전히 하느님 말씀에 따르게 됐지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편이에요. 중고교 시절부터 폭행죄로 입건된 건만 17번이었습니다. 조직 문제로 ‘학교’에 갔을 때 자꾸 쓸데없이 건드리는 잡범들이 있어서 참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징벌방을 7~8번 드나들었는데 그때마다 성경을 읽으면서 마음을 달랬습니다. 1년반 형기를 살면서 성경을 7번 통독했습니다.    ▶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을 대보라.  -편치 드렁크, 오랜 동안 주먹으로 뇌에 충격이 전해지면 깜빡깜빡 잊는 증상이 있습니다. 그게 저도 있는지 얘기한 뒤 5분만 지나면 까먹습니다. 사람을 만나도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로드 FC 대회에서 승리한 뒤 길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많은데 아예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니 편하고 좋은 면도 있습디다.    ▶ 체육관을 하나 운영하고 싶다는 꿈은.  -기술도, 배운 것도, 모아놓은 재산도 없으니 뭐라도 해서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닙니까. 1년쯤 프로 생활 더 하다 은퇴한 뒤 체육관 운영해보고 싶습니다.    ▶ 생업은 어떻게 하고 있나.  -집 근처 아는 형의 카센터에서 일을 도와주고 있습니니다. 격투기하는 친구들은 오랜 시간 직장에 붙들어 매어있는 삶을 살지 못합니다. 보통 하루 두 번 상당한 시간을 훈련에 쏟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주위에서도 쪼끔씩 도와주시지요.  하늘에 계신 높은 분 때문에 새벽 기도 가고 새벽 배드민턴 운동하고 낮에는 아르바이트하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결혼해 어엿한 가정을 이루고 싶은데 모아놓은 돈은 없고... 공개구혼이라도 해야 하나. 하하핫!  내게 격투기는 마지막 불꽃같은 열정이고요. 솔직히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지만 이왕 시작한 거니까 그래도 나중에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고 싶고.    ▶ ‘조폭 파이터’란 별칭에 불편해 하던데.  -처음에 전직 조폭, 그래서 제가 뜬 건 사실이니까 불편할 일이 아닙니다. 근데 딴 사람들 댓글 보면 전직 조폭 자랑하려고 한 것처럼 잘못 받아들이신 분들이 있더라. 지금 교회에서도 집사도 하고 있고 장가도 가야 하고 그런데 그걸 좋아서 내세운 건 아니니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조폭 파이터는 창피하기도 하니까 (그렇게) 안 불러줬으면 좋겠고요. 투혼의 파이터로 불러주셨으면 하고 앞으로 여러분의 기대에 부족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 나이 마흔에 여러 모로 힘들지 않나.  -젊은 친구들 힘을 못 따라갑니다. 맷집도 약해지고 특히 나이가 들수록 턱이 약해진다고 하더라. 동영상 등을 통해 상대의 약점을 분석하는 데도 취약할 수밖에요. 먹고 사는 걱정까지,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로 인해 용기를 얻은 40대가 체육관에 나간다는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가끔 보면 ‘여유 있을 때 하지 뭐.’ 하는 분들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바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나이나 여건 때문에 못 하시는 분들을 대신해 뛰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서 그분들 스트레스 날려드리고 격투기 중흥하게 하고 발전에 도움 됐으면 하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글·사진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스포츠 돋보기] 한국 셔틀콕, 파워 스매싱이 살 길이다

    12일 세계배드민턴선수권대회가 열린 영국 런던 웸블리 아레나. 한국 남자단식의 간판 박성환(27)이 최강(세계 1위)인 말레이시아 리총웨이와의 8강 진출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였다. 리총웨이는 현란한 라켓으로 박성환을 가볍게 눌렀다. 리총웨이의 ‘필살기’는 파워 스매싱이었다. 이어 옆 코트에서 벌어진 이현일(31)과 린단(중국·2위)의 남자단식 경기. 이현일과 린단의 기량은 비슷했다. 하지만 스매싱에서 차이를 드러냈다. 린단은 고비마다 강력한 스매싱으로 이현일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스매싱이 ‘승부수’였다. 이에 견줘 박성환과 이현일은 이따금 스매싱을 구사하는 데 그쳤다. 전날 여자단식 32강전에서 패한 배연주(21·인삼공사)는 노장 피훙옌(프랑스)을 상대로 스매싱하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이들뿐만 아니라 한국 대표 선수들은 대체로 스매싱을 주 무기나 승부수로 사용하지 않았다. 스매싱 대신 드롭샷 등을 승부수로 여기는 모습이다. 이에 선수들은 “스매싱이 상대에게 잘 먹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스매싱이 강력한 무기이지만 위력적이지 못한 탓에 상대 수비에 막히기 일쑤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 대회에 참가한 톱랭커들은 누구나 파워 넘치는 스매싱을 필살기로 사용하고 있다. ‘파워 스매싱’을 장착하지 않고는 결코 세계 무대를 평정할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한국이 세계 무대를 석권할 때도 강력한 스매싱이 주도했다. 파워 스매싱으로 무장한 강경진, 하태권, 김동문 등이 세계를 호령했었다. 스매싱은 셔틀콕 기본기에 해당된다. 어린 선수 시절부터 철저히 익혀야 할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기술이다. 그러나 성적에 급급한 한국 현실에서 스매싱 대신 드롭샷이나 헤이핀 등의 화려한 기술이 득세해 오면서 작금의 위기로 이어진 것이라고 여겨진다. 김학균 대표팀 코치는 “네트플레이 등은 결국 스매싱 찬스를 만들기 위한 과정에 불과하다.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역시 스매싱”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 “스매싱은 어린 시절부터 충실히 연마해야 할 기본기이며 지도자들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국 배드민턴이 위기에 빠진 것도, 위기에서 탈출하는 것도 스매싱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런던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세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이용대-정재성 8강 안착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 이용대(23)-정재성(29·이상 삼성전기)이 8강에 안착했다. 세계 랭킹 3위 이용대-정재성은 12일 영국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선수권대회(개인) 남자복식 16강전에서 박주봉 감독이 8년째 이끄는 일본의 엔도 히로유키-하야카와 겐이치를 2-0(21-14, 21-5)으로 완파했다. 김동문-하태권 이후 12년 만에 한국의 남자복식 우승을 노리는 이용대-정재성은 강력한 드라이브를 앞세워 첫 번째 게임을 따낸 뒤 두 번째 게임에서는 환상의 호흡을 뽐내며 단숨에 14-0까지 달아나 승부를 갈랐다. 유연성(27·수원시청)-고성현(26·김천시청)은 권이구(24·김천시청)-조건우(23·삼성전기)와의 ‘형제 대결’에서 2-0(21-15, 21-17)으로 승리, 8강에 합류했다. 남자단식에서는 박성환(27)과 이현일(31·이상 강남구청)이 세계 정상의 높은 벽에 막혀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 대회 3위 박성환은 세계 1위 리총웨이(말레이시아)에게 0-2(10-21, 5-21)로 완패했다. 이현일도 2위 린단(중국)을 맞아 선전했으나 상대의 강력한 스매싱에 흔들린 데다 범실까지 겹쳐 0-2(16-21, 13-21)로 졌다. 여자단식에 나선 15위 성지현(20·한국체대)은 5위 티네 바운(덴마크)에게 1-2(21-13, 12-21, 10-21)로 역전패했다. 이로써 남녀 단식은 모두 16강에서 탈락했다. 런던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이용대-정재성 “16강쯤이야”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 이용대(23)-정재성(29·이상 삼성전기)이 가뿐히 16강에 올랐다. 세계랭킹 3위 이용대-정재성은 10일 영국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개인) 남자복식 32강전에서 앤서니 클라크-크리스 랜그리지(잉글랜드)를 2-0(21-10, 21-16)으로 완파하고 16강에 올랐다. 남자 단식에서는 이현일(31·강남구청·12위)이 홍콩의 웡윙키와 접전 끝에 2-0(21-17, 21-19)으로 승리, 32강에 진출했다. 여자 단식에서 성지현(20·한국체대)은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패했던 난적 고토 아이(일본)를 2-0(21-13, 21-14)으로 이겨 16강에 안착했다. 런던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D-16] “우리는… 한다! 된다! 됐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D-16] “우리는… 한다! 된다! 됐다!”

    오는 27일 대구스타디움에서 개막하는 제13회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한국대표팀이 10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발대식을 갖고 선전을 다짐했다. 대표팀 주장인 남자 110m 허들의 한국 1인자 박태경(31·광주시청)을 비롯한 육상 대표팀은 “우리는 한다. 된다. 됐다.”는 구호를 외치며 결의를 다졌다. 박태경은 “선수들의 결의가 매우 강하다. 철저히 준비한 만큼 실망스러운 모습보다는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모습을 보일 수 있으리라 자신한다.”고 말했다. 문봉기 대표팀 총감독은 대회 준비 상황과 ‘10-10 프로젝트’(10개 종목에서 10명의 결선 진출자 배출)를 기본으로 하는 전력 분석과 목표를 제시했다. 대한육상경기연맹 오동진 회장은 육상연맹기를 문 감독에게 넘기면서 “한국 육상의 자존심을 걸고 이번 대회에서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여자 100m, 100m 허들, 400m 계주 등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종목에 출전하는 여자 단거리 간판 정혜림(24·구미시청)은 “미친 듯이 달려서 골인 지점까지 가겠다.”고 결의를 표현했다. 그는 “400m 계주는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두 종목도 벅찬 것이 사실이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정혜림은 주종목인 100m 허들에서 12초대에 진입해 한국 신기록을 작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1년 전부터 세계선수권대회에 초점을 맞춰 체력과 기술 훈련까지 열심히 진행했다.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대구에서 열리는 만큼 응원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가능하면 운동장에 직접 와서 응원의 함성을 질러 달라.”는 부탁의 말을 잊지 않았다.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최윤희(25·SH공사)도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평소 훈련 때도 괜찮은 기록이 나오고 있다.”면서 “첫 목표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내 기록을 뛰어넘는 것”이라며 기록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연맹은 이날 또 남녀 대표 선수 60명과 임원 29명 등 모두 89명의 선수단을 발표했다. 세계 기록에 크게 미치지 못해 한국이 출전하지 않는 종목은 남녀 47개 종목 가운데 13개 종목이다. 남자 200m와 800m, 3000m 장애물 달리기, 1만m, 원반던지기와 여자 200m, 400m, 1500m, 5000m, 1만m, 3000m 장애물 달리기, 원반던지기, 7종 경기에서는 한국 선수를 볼 수 없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세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박성환·손완호, 16강 길목서 맞대결

    한국 배드민턴이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었다. 세계 9위인 남자 단식의 간판 박성환(27·강남구청)은 9일 영국 런던의 웸블리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선수권대회(개인) 첫날 타이완의 쉐쉬안이를 2-0(21-15, 21-15)으로 완파했다. 박성환은 길고 짧은 스트로크로 상대를 흔들어 손쉽게 물리쳤다. 손완호(23·김천시청)도 제이콥 말리에카(남아공)를 2-0(21-12, 21-8)로 꺾었다. 지난 대회 3위를 차지한 박성환은 손완호와 16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중국의 천룽( 5위)은 무명인 과테말라의 케빈 코르돈에게 1-2(19-21, 21-9, 25-27)로 무너져 대회 첫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한편 남자복식에서 이용대-정재성(삼성전기)조와 대회 정상을 다툴 것으로 예상됐던 인도네시아의 강호 키도 마르키스-세티아완 헨드라 조가 이번 대회에 불참했다. 키도가 부상을 당해 남복과 혼복 출전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키도-세티아완 조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런던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인천 쇼핑단지·시장 중국 관광객 모시기

    대중국 관문인 인천의 쇼핑단지와 전통시장 등이 적극적인 중국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한국을 찾은 중국인들이 인천에 머물지 않고 서울 등지로 빠져나가는 건 중국인을 위한 관광 인프라가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인천 최대 쇼핑단지로 떠오른 부평지하상가는 최근 상가 중심에 있는 홍보관 및 안내센터 주변에 있는 안내 표지판을 교체했다. 종전 한글로만 표시됐던 안내판에 중문과 영문을 추가했으며 내년 초까지 전체 지하상가의 안내 표지판과 간판, 방향표지 등을 모두 바꾼다는 계획이다. 또 중문과 영문으로 제작한 안내 책자에는 상가 전체 지도와 출입구 등을 표시하고 간단한 회화문을 넣어 쇼핑 편의를 도왔다. 신포국제시장지원센터는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포시장은 중국 보따리상뿐만 아니라 홍삼, 인삼거리가 형성된 곳을 중심으로 중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중국 관광객을 위해 지원센터 내에 라커룸과 인터넷·팩스·전화 등을 설치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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