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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보법 폐지착수] 국회대신 정부가 ‘대수술’

    법무부가 현행 국가보안법을 대체할 새 법률안 등의 검토에 들어간 것은 국보법 개폐문제에 정부가 적극 나서겠다는 징후로 풀이된다. 대체입법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원구성을 마친 17대 국회에서 국보법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될 때를 대비해 정부의 안을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고 인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새 법률안을 만들겠다는 것은 열린우리당 등이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대체입법론’과 맥이 닿아 있다.강금실 법무장관도 대체입법론자다.한나라당 소장파들 중에는 개정론자가 많다.민주노동당은 국보법을 폐지하되,일반 형법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대상황 맞는 새 법체계 필요 법무부가 대체입법이나 일반형법 대체를 검토하는 것은 국보법 제7조 찬양·고무,제10조 불고지죄 등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일부 법조항을 손질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김대중 정부 때도 일부 조항의 개정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법무부는 법률안 등에 대한 세부내용은 앞으로 충분한 검토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대체입법은 말 그대로 국제사회로부터 폐지 권고를 받아 온 국보법을 없애는 대신 시대상황에 맞는 형태로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대체입법을 주장한 바 있다. 대체입법 주장의 근거는 ‘북한’을 보는 획일적인 시각이 냉전시대를 거쳐 다양하게 변한 만큼 법률도 시대상황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데 있다.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국보법과 ‘교류협력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남북교류협력법이 변한 시대에 맞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다. 대체입법은 일부 조항을 손질하는 개정론과 큰 맥락에서는 일치한다.즉 반국가단체 찬양·고무 및 이적단체 가입,이적표현물 소지 등을 금지한 7조와 범죄자임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경우 처벌토록 한 10조 등을 개정하는 부분 개정론,그리고 이런 조항을 없앤 뒤 아예 새 법안을 만들자는 안은 따지고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다만 대체입법은 ‘국가보안법’이라는 법 명칭이 갖는 거부감을 없앨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형법으로 대체” 주장도 국보법을 폐지하더라도 일반 형법으로도 국가안위를 해치는 사범을 처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이같은 주장은 대체입법론보다 더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송호창 변호사는 “일반 형법에서도 내란죄,외환죄,간첩죄 등을 규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반국가단체도 형법상 범죄단체 구성 등으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국보법을 둬야 한다는 사람들은 북한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한 폐지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그 예로 재작년 6월의 서해교전 등을 들고 있다.또 숫자는 줄어들고 있지만 국보법을 어겨 구속되는 사람들은 여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강충식 박경호기자 chungsik@seoul.co.kr˝
  • 전향거부 장기수 ‘의문사 인정’ 파문 확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교도소 내 사상전향 공작과정에서 숨진 비전향 장기수 손윤규·최석기·박융서씨에게 의문사를 인정한 것을 놓고 파문이 일고 있다. ‘의문사’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한 죽음’을 가리키는데,세 사람은 남파간첩이나 빨치산 출신이라는 것이다. 재향군인회,자유시민연대 등 보수단체들은 2일 “전향제도나 준법서약서를 거부하며 저항한 것은 민주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공산주의 사상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2기 의문사위의 결정은 국기를 흔드는 일”이라며 결정의 철회를 요구했다.나아가 바른선택국민행동과 반핵반김 국권수호국민연합회,대령연합회 등 또다른 보수단체들은 3일 광화문의 의문사위 사무실을 항의 방문할 계획이다. 논란이 일자 의문사위는 “좌익 활동이라는 개인의 전력 때문에 주장이나 행위가 모두 인권이나 민주주의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히고 “사상전향공작은 유신체제라는 국가적인 폭력상황에서 운영된 전형적인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이라는 내용의 결정안을 공개했다. 일제시대에 사회주의 사상을 갖고 있었다는 이유로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을 독립운동가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와 같다는 것이다. 의문사위는 “1기 의문사위에서 의문사로 인정받은 변형만·김용성씨도 남파간첩과 빨치산 출신”이라면서 “이제 와서 논란을 삼는 것은 보수세력이 3기 의문사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무산시키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문사위의 해체를 주장하는 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들은 “이들이 사상의 자유를 신장시키는 데 기여했을지 몰라도 민주화와는 무관하다.”고 말한다.‘민주화’는 아니지만 ‘사상의 자유 신장’은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결국 ‘의문사 인정’을 넘어 ‘민주화 기여’를 강조한 2일 의문사위의 발표내용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많은 국민이 의혹의 시선을 갖지 않을 수 없겠지만 어느 쪽이든 일방적인 비난이나 두둔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공론의 장을 마련해 비전향 장기수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등에 대해 세대간,집단간 소통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사설] 전향거부가 민주화운동이라면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사상전향 공작과정에서 숨진 남파간첩 2명과 빨치산 출신 비전향장기수가 민주화운동과 연관성이 있음을 인정한 것은 납득하기 힘든 무리한 처사다.의문사위는 이들이 과거 유신시절 공권력의 불법적인 전향공작에 항거하다 사망했고,이후 전향제도나 준법서약 등 그와 관련된 악법들이 철폐됐으므로 결과적으로 민주화에 기여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당국이 비전향장기수들을 상대로 가한 가혹행위는 규탄받아 마땅하다.특히 고문은 무엇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행위다.미군의 이라크포로 학대에 전세계가 분노한 것도 그래서이다.가혹행위의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아울러 우리는 이들의 죽음에 조건없는 애도를 표한다.이들의 비극은 분단조국을 사는 우리 모두의 숙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의 저항행위를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하는 것은 지나친 논리비약이다.이들은 대한민국의 체제와 존립기반을 인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국가전복을 목적으로 활동한 사람들이다.의문사위 주장대로 이들의 저항행위가 결과적으로 민주화에 기여했다손 치더라도,그것이 대한민국의 체제를 인정하지 않고 국가를 전복하려 했던 이들의 활동 목적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 지난 2002년 의문사위는 이들 3인에 대해 공권력에 의한 죽음은 인정하면서도 민주화운동과는 연관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그 뒤 불과 1년 반 사이 입장이 바뀐 근거가 무엇인지 의문사위는 밝혀야 한다.민주화활동을 하다 의문사를 당한 것으로 인정받게 되면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명예회복과 보상조치를 받을 수 있게 된다.이들 3인이 보상을 받을 만한 민주화 운동을 한 것으로 일반 국민이 받아들일지 의문이다.의문사위가 국민의 불안감을 어떻게 감당하고,어떤 후속조치를 취해나갈지 우리는 지켜볼 것이다.˝
  • [국보법 폐지착수] 국회대신 정부가 ‘대수술’

    법무부가 현행 국가보안법을 대체할 새 법률안 등의 검토에 들어간 것은 국보법 개폐문제에 정부가 적극 나서겠다는 징후로 풀이된다. 대체입법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원구성을 마친 17대 국회에서 국보법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될 때를 대비해 정부의 안을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고 인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새 법률안을 만들겠다는 것은 열린우리당 등이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대체입법론’과 맥이 닿아 있다.강금실 법무장관도 대체입법론자다.한나라당 소장파들 중에는 개정론자가 많다.민주노동당은 국보법을 폐지하되,일반 형법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대상황 맞는 새 법체계 필요 법무부가 대체입법이나 일반형법 대체를 검토하는 것은 국보법 제7조 찬양·고무,제10조 불고지죄 등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일부 법조항을 손질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김대중 정부 때도 일부 조항의 개정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법무부는 법률안 등에 대한 세부내용은 앞으로 충분한 검토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대체입법은 말 그대로 국제사회로부터 폐지 권고를 받아 온 국보법을 없애는 대신 시대상황에 맞는 형태로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대체입법을 주장한 바 있다. 대체입법 주장의 근거는 ‘북한’을 보는 획일적인 시각이 냉전시대를 거쳐 다양하게 변한 만큼 법률도 시대상황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데 있다.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국보법과 ‘교류협력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남북교류협력법이 변한 시대에 맞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다. 대체입법은 일부 조항을 손질하는 개정론과 큰 맥락에서는 일치한다.즉 반국가단체 찬양·고무 및 이적단체 가입,이적표현물 소지 등을 금지한 7조와 범죄자임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경우 처벌토록 한 10조 등을 개정하는 부분 개정론,그리고 이런 조항을 없앤 뒤 아예 새 법안을 만들자는 안은 따지고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다만 대체입법은 ‘국가보안법’이라는 법 명칭이 갖는 거부감을 없앨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형법으로 대체” 주장도 국보법을 폐지하더라도 일반 형법으로도 국가안위를 해치는 사범을 처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이같은 주장은 대체입법론보다 더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송호창 변호사는 “일반 형법에서도 내란죄,외환죄,간첩죄 등을 규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반국가단체도 형법상 범죄단체 구성 등으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국보법을 둬야 한다는 사람들은 북한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한 폐지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그 예로 재작년 6월의 서해교전 등을 들고 있다.또 숫자는 줄어들고 있지만 국보법을 어겨 구속되는 사람들은 여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강충식 박경호기자 chungsik@seoul.co.kr
  • 엽기 or 허무 ‘기성 사고틀 깨기’ 인터넷문화 자리매김

    ‘허무’하거나 혹은 ‘엽기적’이거나? 요즘 한창 대중문화계를 강타하고 있는 유행어들이다.‘허무송’‘엽기송’‘엽기한자’ 등의 단어가 연일 인터넷 인기검색어로 떠오르고 있다. 기실 이들 코드가 문화 트렌드를 이룬 건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다.최불암·덩달이 시리즈류의 허무개그나,공포·화장실 유머 소재로 무장한 엽기담론은 2∼3년전 이미 인터넷을 근거지로 뜨겁게 주목받은 적이 있다. ●인터넷 원조 엽기송은 ‘올챙이송’ 기성 사고틀을 뒤틀고 전복시키려는 취향이야 인터넷의 근본속성이다.그러나 이번엔 좀 다르다.인기가요나 동요,문자 등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거부감없이 수용할 친숙한 소재를 유행통신의 요리상에 올리고 있다. 인터넷 ‘엽기송’시리즈의 간판격인 일명 ‘올챙이송’(원제 올챙이와 개구리).‘개울가에 올챙이 한마리 꼬물꼬물 헤엄치다 뒷다리가 쏘∼옥,앞다리가 쏘∼옥’이란 순진한 노랫말에 맞춰 팔다리를 앙증맞게 움직이는 이 동요는 두어달새 국민가요급으로 반짝 떴다.원래 이는 지난 93년 윤현진씨가 작사·작곡한 동요.지난해 한솔교육이 3D캐릭터의 입체율동과 함께 이 노래를 인터넷 사이트(재미나라)에 올렸고,올 초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브레인 서바이버’ 코너가 이를 소개하면서 새삼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것.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한솔교육은 지난 5월 초 발빠르게 유아용 비디오(올챙이와 개구리)를 내놨다.한솔교육 전종도 과장은 “5월 한달동안 2만장이 넘게 팔렸다.”면서 “요즘 같은 불황에 어린이 비디오로는 기대 이상의 판매실적”이라고 말했다. ●유치한 가사에 단순한 멜로디 유행 CF가 이를 놓칠 리 없다.라네즈화장품은 ‘엽기적인 그녀’ 전지현이,엽기적으로 보일 만큼 짙은 화장을 하고 올챙이춤을 추게 했다.신세대 아이콘의 참여로 엽기송은 ‘붐업’의 결정적 계기를 맞은 셈이다. 인터넷 유아사이트에서 유행한 ‘라면송’‘소주송’‘성형송’‘싸가지송’‘코딱지송’ 등 인터넷 엽기송들의 특징은 생활소재를 대상으로 가사가 유치할 만큼 단순하고 솔직하다는 점.“끓는 물에 면발을 넣고 스프도 넣고…라면의 매력이 무엇이냐…뼛속까지 스며드는 국물에 빠져…밥이나 말아드시든지…”(라면송)식이다. ‘브레인 서바이버’의 작가 김성원씨는 “오랜 불황을 거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픈 대중이,동요라는 쉽고 재미있는 욕구발산 창구를 발견한 것”이라고 엽기송 유행의 배경을 짚었다. ●‘허무송’으로 현대세태에 일침 인터넷 세대의 가치전복적 특징을 더 잘 드러내는 것이 허무송.한달여전 유머사이트 ‘웃긴대학’(web.humoruniv.com)에서 시작된 허무송은 엉뚱한 결론으로 허탈하게 만들지만,패러디의 날을 바짝 세우기도 한다.동요 ‘뽀뽀뽀’.멀쩡한 노래가 “아빠가출(근하면 뽀뽀뽀) 엄마가 안와(주면 뽀뽀뽀) 만나면 (담배)반갑”이라는 가사로 둔갑해 가족해체에 일침을 날린다.MC몽의 ‘180도’,인순이의 ‘친구여’,이정현의 ‘미쳐’ 등 인기가요들까지 잡식성으로 ‘요리’한다.이처럼 패러디의 촉각을 전방위로 뻗치고 있다는 것이 허무코드의 위력.허무 CF,허무 플래시애니메이션,허무 만화,허무 퀴즈 등으로 몸집을 불린 ‘허무시리즈’는 좀체 힘을 잃지 않을 분위기다. ●한자는 몰라도 ‘엽기한자’는 능통 ‘한맹(漢盲)세대’인 대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엽기한자’시리즈도 모르면 간첩소리를 듣기 십상이다.멀쩡한 한자의 획을 이리저리 변형시킨,옥편에 없는 신종한자들이 속속 선보이는 중이다.엽기한자의 인기배경은,자연스럽게 학습효과를 줄 수 있다는 점과 세태풍자와 패러디로 짜릿한 쾌감까지 덤으로 안긴다는 점.‘섬 도(島)’자 위에 태극기를 달면 ‘독도 독’,‘혀 설(舌)’자 밑에 작은 동그라마를 그려넣으면 ‘피어싱 싱’,‘사람 인(人)’자를 여러개 포개놓은 뒤 하나만 따로 떼면 ‘왕따 따’가 되는 식이다. ●엽기… 허무… 다음은 무엇? 냉소와 자기비판을 함의한 ‘엽기’와 ‘허무’.인터넷이 대중을 포섭하는 장치로 힘을 잃지 않는 한 이들은 변함없이 세력을 키워나갈 ‘잠복된’ 문화코드일지 모른다.문화평론가 변희재씨는 “인터넷이 ‘마이너 문화’로 치부되던 몇년전과 달리,엽기와 허무코드에 기대 기성권위를 파괴하려는 인터넷 담론은 문화혼재 상태로 갈수록 다양하게 변형해갈 것”이라고 짚었다. 그렇다면? 엽기와 허무가 자기복제의 자양분으로 노리고 있는 다음 대상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에듀 in] 유니드림 ‘주인장’ 임근수교사의 진학 지도론

    유니드림(www.unidream.co.kr).대입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인터넷 사이트 가운데 하나다.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유명하다.대입 관련 정보는 물론 진학상담까지,어느 사이트보다 꽉 찬 콘텐츠로 인기다.이 사이트의 ‘주인장’은 유명 강사도 전문 상담가도 아니다.진학지도를 통해서도 학교교육을 되살릴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소리없이 노력하는 평범한 교사다.유니드림의 운영자,한국교원대부고 임근수(39) 교사가 학교교육과 사교육의 답답한 현실에 참고 있던 말문을 열었다. 유니드림을 만들게 된 계기는. -수시모집 제도는 고교교육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그러나 첫 수시 때부터 학생들이 정보가 없어 수백만원씩 들여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를 대필시키고 심층면접 과외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그동안 모은 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리고 상담을 시작했다. 입시전문가로 알려졌는데,진학상담에 특별한 노하우가 있나. -나는 입시전문가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내가 입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입시가 학생들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였기 때문이었다.노하우가 있다면 고3 담임을 오래 맡으면서 누구나 체득할 수 있는 것들이다.문제는 내 자식처럼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실전 경험을 갖고 있느냐의 차이 정도일 것이다. 진학지도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하는 것이다.그 과정에서 자신감을 심어준다.대학입시는 단 한번뿐이지만 이를 배우는 태도와 자세는 평생 활용할 수 있다.어떤 한 주제에 대해 계속 질문을 하면서 연상작용을 일으키도록 해 스스로 생각하도록 지도한다. 교사들은 시간이 부족하다고 호소하는데. -그렇지 않다.수시에 지원하는 학생은 한 반에 많아야 3분의1 정도로 10명 안팎이다.문제는 관심이다.교사들끼리 하는 농담이 있다.(웃음)문제있는 교사의 3가지 유형이 있다.‘부업형 교사’는 증권과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은 교사다.‘취미형 교사’는 테니스와 바둑 등 취미생활에 더 관심이 많은 교사다.‘승진형 교사’는 교감이나 교장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다.극히 일부이겠지만 이들은 아무리 수업시간을 줄여줘도 아이들을 지도할 시간이 없다. 교사들이 왜 이렇게 무기력해졌나. -보수나 근무여건 탓이 아니다.이는 사교육 문제와 직결된다.학생들은 활발히 정보를 나누는 반면,교사들은 정보교류가 부족하다.학원수업 받느라 수업시간에 자는 아이들 때문에 교사들은 무기력해진다.교사들은 노력하다가도 점차 ‘내가 미쳤나.내가 왜 이 짓을 하나.’하는 생각이 들어 자포자기한다.교사들은 다시 학생들에게 외면당한다.악순환이다. 어떤 정보를 교류해야 하나. -진학지도 자료가 대표적이다.현재 학생·학부모의 욕망과 학교교육이 일치하지 않는다.학생들은 입시에 관심이 많은데 학교는 입시가 전부가 아니다.그러다 보니 입시에 대해 왜곡된 대책이 나온다.학원에서는 기능적으로 배치표를 보고 점수로만 어느 대학 갈지를 결정한다.그러나 학교는 여기에 아이들의 적성을 고려하고 스스로 생각해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학원에 빼앗긴 진로·진학지도부터 학교로 되돌리는 일이 시급하다.교사들이 정보교류를 위해 뭉쳐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이렇게 되면 교사도 의미를 되찾고 학교도 살아날 수 있다.교사들이 보람을 찾는 유일한 길이다. 정부의 사교육 대책의 실효성을 둘러싸고 얘기들이 많다. -요즘 논란이 일고 있는 ‘교사평가제’는 자발적이 아니라 외부에서 끌어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교사들이 문제가 많다 해도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제도적 장치 없이 이런 식으로 한다면 교사들은 더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교사도 자발성이 필요하다.현재 평범한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할 통로가 없다.나는 특정 교원단체 소속 교사가 아니다.교육부가 입시정책에 대한 일선 교사들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뿐이다.이를 위해 전국진학지도교사협의회를 준비하고 있다. 어떤 모임인가. -진학지도 정보를 나누기 위한 모임이다.전국 대부분의 지역에는 지역 단위의 진학지도 교사협의회가 있다.이런 모임들이 모여 전국적인 조직으로 확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교에서 정상적인 교과과정보다 입시문제에만 매달리니까 당연히 학원을 쫓아가지 못하고 어설픈 입시지도만 하게 되는 것이다.단 면접이나 논술이 교과과정을 지나치게 벗어나지 않도록 평교사들의 의견을 표출할 통로만 있으면 된다.협의회는 이처럼 정보교류의 장이나 의사표출의 통로 역할을 하려고 한다. 사교육 비중이 높아지면서 서울과 지방의 격차도 더 커지는 것 같다. -강남에 정보가 많다고 하는데 인터넷 덕분에 요즘에는 그렇지도 않다.문제는 언론이다.강남 정서만을 너무 많이 반영한다.강남의 조류를 일반화하는 것이 문제다.기자들은 모두 강남 학부모들인가.나는 강남의 정보가 오히려 아이를 망치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정보가 홍수를 이루다 보니 왜곡된 정보 때문에 피해가 더 많다. 강남에 유명강사나 정보가 몰리는 것은 사실 아닌가. -강남 대치동이 교육열이 가장 높을 것 같지만 사실은 지방에서도 교육열이 강남보다 높은 곳이 많다.그 곳 학부모들은 ‘강남,강남’ 하면서도 실상을 잘 모른다.강남 학생들은 한 반의 3분의1도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하지만 일부 지방에서는 같은 평준화 지역이면서도 진학률이 강남보다 높은 곳이 많다.학부모를 상담하다 보면 ‘강사 누가 누가 유명하다.’며 얘기하는데 알고 보면 아닌 경우가 많다.강남을 동경할 필요 없다. 고교의 학력 수준에 따라 서류전형에서 차등을 두는 대학들의 ‘고교등급제’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도 많다. -대국민 사기극이다.교육부가 방관하고 있다.재작년 전국 고교 교사 300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더니 73%가 ‘고교등급제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교사들은 다 알고 있는데 교육부가 모른다니 말이 되나.요즘 고3 학생·학부모·교사들 가운데 고교등급제가 실시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고교에 학력 차이가 있다면 이를 인정하더라도 공정하게 신입생을 뽑아야 한다.차라리 논술이나 면접을 강화해 실력으로 뽑아야 한다.대학별로 ‘왜 이 학생은 합격하고,다른 학생은 떨어졌는지.’ 서류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왜 어떤 학교 출신은 붙이고 어떤 학교 출신은 떨어뜨리나. 학부모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고액이면 최고’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강남을 동경할 필요도 없다.유명 강사의 기준은 이른바 ‘일류대’를 얼마나 보냈느냐는 것이다.하지만 가장 좋은 강사란 내 아이에게 맞는 강사다.성격과 스타일이 맞아야 효과도 있다.무조건 유명하다니까 시키려고 해서는 안된다.사교육의 필요성은 인정한다.그러나 기왕 시키려면 아이에게 맞는 강사를 골라야 하지 않겠나. 아이 스스로 공부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자발적인 인간이 성패의 관건이다.‘왜 공부해야 하는가.’하는 동기를 부여해 줘야 한다.상담할 때 아이를 끌고 오는 경우를 보면 100% 실패하더라.반대로 학생이 자발적으로 오면 반드시 성공했다. 동료 교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로 정보를 나누자.그리고 초심(初心)을 잃지 말자.아이를 사랑하고 열심히 가르치겠다는 초심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었다.교사가 움직여야 한다.그것이 학교교육이 정상화되기 위한 정답이다.교사가 움직이는데 수많은 제약이 있지만 결국 그 고리를 끊어야 하는 것은 교사다. 자녀 사교육비는.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3학년 딸이 있다.변명 같지만 학원을 안 보냈더니 ‘친구가 없다.’며 자신들이 다닌다고 해서 보내고 있다.사교육비는 한 달에 둘 합쳐 40만원으로 평균치는 된다.사교육보다는 독서교육에 신경을 더 많이 쓰는 편이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청량리 개발 30년째 게걸음

    “아,건물만 삐죽삐죽 들어서는 개발이면 전부가 아니지.(청량리 588)저 사람들도 먹고는 살아야 하고….(집창촌을)없애면 젊은이들 범죄가 늘어난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인데 말이야.” 일요일인 지난 6일 오전 11시쯤 청량리역 광장 앞 벤치에 앉은 김모(81) 할아버지는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왕십리가 ‘59년 왕십리’라면 청량리는 ‘70년대 청량리’다.서울이 한창 팽창하던 1970년대 영등포와 함께 서울의 부도심이었던 청량리는 30여년전 모습 그대로다.청량리 개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588이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 청량리엔 ‘588’이 없다 서울 동대문 하면 몰라도 청량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고 집창촌인 ‘청량리 588’을 모르면 간첩(?)이라고 한다. 개발이 워낙 더뎌 청량리는 이름값도 못한다고 주민들은 불만이다.하지만 청량(淸凉)이라는 이름은 조선시대 초 나무가 우거지고 남서쪽이 확 트여 늘 시원한 바람이 끊이지 않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청량리 권역은 보통 청량리역 반경 500m이내를 말한다.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 로터리를 중심으로 서쪽으로 성바오로병원,북으로는 청량리 1동 일부,남쪽으로 이른바 588이 위치한 전농2동이 포함된다.철도 이용자만 하루 1만 5000∼2만여명에 이르는 등 유동인구가 8만여명이나 된다. 70년대 청량리 권역 전성기 때 ‘부자동네’로 꼽히던 청량리 1·2동도 30여년간 아파트가격이 묶이다시피 하는 등 덩달아 개발이 정체돼 있다. 특히 왕복 6차로인 로터리 건너편 집창촌 쪽은 공시지가가 ㎡당 250만∼280만원에 머물러 서울 시내에서 가장 땅값이 싼 곳이기도 하다. 행정구역으로 볼 때 청량리는 1·2동을 거느렸다.하지만 ‘588’은 청량리가 아니라 전농2동에 속한다.지금도 번지수를 딴 이름이 이어지고 있다. 1970년대 구역 정비와 함께 ‘588’이라는 이름은 20여년밖에 안됐지만 알고 보면 역사는 엄청 길다.7년만 더 버티면(?) 100년을 자랑한다.일제 때인 1911년 10월 청량리역 개통과 함께 여행객들을 상대로 한 성매매행위가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다.청량리역 위치도 588의1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현재 588에는 130여개 업소가 영업 중이다.그러나 잘 정비된 이른바 ‘유리문’ 업소들 외에도 인근 ‘쪽방’까지 합치면 이보다 훨씬 많은 숫자가 매춘가를 이루고 있다. 주로 밤 시간대에 청량리역 광장이나 롯데백화점 등으로 나가 행인들을 상대로 호객행위를 겸하는 ‘팸프(요부라는 뜻을 지닌 영어 vamp가 변한 말)’도 30여명에 이른다. ●요동의 물결 출렁이는 ‘밤꽃의 보금자리’ 588 70년대만 해도 서울 동북부 최고의 상권을 뽐내던 청량리 권역이 개발이 더딘 탓에 30년 넘도록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아직도 경기,강원 등 전국을 거미줄처럼 잇는 교통요충지 몫을 하지만 강남권과 북부지역 새 도심에 상권을 내준 뒤부터 기운을 쓰지 못하고 있다. 청량리 권역 개발의 핵심인 청량리 철도 민자역사 건립과 윤락가 재개발이 주춤하는 데 따른 부작용이다.그러나 얼른 눈에 띄게 드러나지는 않더라도 ‘공룡’ 청량리는 느리면서도 조금씩 조금씩 꿈틀거리고 있다. 특히 무려 30여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지역개발에 ‘걸림돌’이 됐던 588 구역이 90여년 만에 최대의 격변기를 맞고 있다.이는 청량리 권역 개발의 신호탄인 셈이다.왕복 4차선의 좁은 도로도 개발정체에 한 을 하고 있다.게다가 인근 청과시장을 오가는 트럭 등으로 한 차로를 잡아먹고 있어 더하다. 민자역사 개발 컨소시엄의 한 축인 L건설이 주변 윤락가 부지를 야금야금 사들이고 있다는 게 입에서 입으로 알려지고 있다.한 부동산 업자는 “이따금 누구네 집이 넘어갔다더라는 말이 들려온다.”고 귀띔했다. 군데군데 부동산 업소가 새로 들어선 점도 이를 말해주는 대목이다.88올림픽을 전후해 1000여명이던 종사자 수도 절반에 채 못미치는 400여명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인근 롯데백화점과 성바오로병원이 최근 인근 땅을 각각 200여평,180여평 사들여 주차장을 지은 점도 예전이라면 상상도 못할 변화다. 현재 9층짜리 건물이 가장 고층인 이곳에 한 대기업이 15층짜리 사옥을 내년 5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 중에 있는 등 ‘개발 도미노’가 머지 않았다는 것을 뒷받침해주는 건설현장도 많다. 한 업주는 “뉴타운,지역균형개발촉진지구 지정 등 개발사업이 예정돼 있는 데다 윤락가 정비 등 사회적인 분위기,경제난이 겹쳐 땅 주인들 사이에 언젠가는 정리해야 할 사업쯤으로 여기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美 기밀누설 혐의’ 가석방 로버트 김

    |워싱턴 백문일특파원|8년간 옥살이를 했다고 믿기에는 표정이 차분했고 깔끔했다.미 해군정보국 공무원에서 기밀누설 혐의로 8년간 영어의 몸으로 전락했던 로버트 김.미국에서는 ‘스파이’,한국에서는 ‘애국자’로 불리는 한국명 김채곤(64)씨. 버지니아 애시번 자택에서 만난 4일은 공교롭게도 모친 황태남(83)씨가 뇌졸중으로 사망한 날이었다.50분간의 인터뷰 동안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으려 했으나 모친을 언급하자 끝내 눈물을 떨구었다. 7월27일 공식적으로 가석방이 될 때까지 현관문을 나설 수가 없다.그래도 일요일 교회에 갈 수 있다는 데에 그는 만족한다.언론에 보도된 조국이나 동포에 대한 사랑이니 하는 거창한 말에는 손을 젓는다.같은 동포라면 누구라도 했을 일이 아니냐고 했다. 그러나 손주를 볼 나이에 가족에게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준 점은 지금이라도 백배사죄한다고 했다.특히 백발이 성성해진 부인 장명희(61)씨와는 밤과 달을 새워도 할 말이 많다고 했다. ●가족에게 피해준 점 백배사죄 억울하지 않으냐고 물었다.“만약 그사람(백동일 대령)이 한국 정부를 대신해 돈을 주고 나를 활용했다면 후회가 됐겠죠.그러나 내가 자발적으로,아는 한도에서 한 것이기에 후회할 수도 섭섭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어찌 아쉬움이 없겠는가.8년 전으로 돌아가 똑같은 상황이 재현된다면 같은 일을 반복하겠는가 했더니 “똑같이 할 수는 없다.지금은 그런 일에 빠지기도 싫고 생각하기도 싫다.”며 솔직함을 토로했다. 그는 자신이 스파이로 비쳐지는 것에 질색했다.“누가 나를 스파이로 부르느냐.미국 정부가 그렇게 유추할 뿐이지 기밀을 누설한 범법자일 뿐이다.미국 사람들도 나를 스파이로 보지 않는다.”다만 법을 어긴 점은 분명하다고 시인했다. 백 대령에게 건넨 정보가 지금도 기밀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해군정보국 규정을 어겼고 그에 맞는 형량을 달게 받았다고 했다.항소할 생각도 했지만 미국인 배심원들이 자기 말을 들으려 했겠느냐고 했다. 자신의 구명운동에 소홀했던 한국 정부를 탓하지도 않았다.이미 그런 문제는 달관한 듯했다.당시에는 조국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백 대령이 아는 것 있으면 전해달라고 해서 그냥 줬다.동포가 한 말을 듣고 공감했을 뿐이다.미국은 배신감을 느꼈겠지만 그에게 미국은 조국이 아닌 일종의 ‘입양국’이었다. ●스파이라니 너무 억울 그에게는 모든 게 새롭고 서툴다.한양대와 미 퍼듀대학원에서 컴퓨터를 전공했지만 인터넷에 익숙하지가 않다.8년 전에는 인터넷이 막 시작단계일 뿐더러 직무상 외부와 통신하는 게 허용되지 않았다.주로 정보국 내부에서만 컴퓨터를 사용했다.휴대전화 사용도 일일이 부인의 설명을 들어야 한다. “그러나 얻은 것도 많죠.바깥에서는 몰랐지만 그런 세상(교도소)이 있는지도 배웠다.모든 수감자가 시간당 16센트에서 49센트의 임금을 받는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항소를 준비하느라 법률도 알게 됐다.”그는 교도소측이 컴퓨터 사용을 금지시켰으나 치과의사 보조공에다 비영어권 수인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생활 등 다양한 경험을 접했다고 했다. 하지만 가장 큰 것은 동포의 사랑,특히 한국에 사는 동포들의 끈끈한 사랑을 받은 점이라고 강조했다.“편지 왕래는 나의 상상을 넘어섰고 가장 큰 힘이 됐다.”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경제적·정신적으로 도와주는 것을 그는 ‘기적’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후원회가 매달 보내는 자금에 의존해 생활하지만 조국이나 동포를 위해 봉사할 기회가 생기면 적극 나설 생각이다.그 출발점은 용서와 이해다.교도소에서 집으로 온 첫날 백 대령이 전화했을 때 서로 우느라고 말도 못했지만 “지나간 과거는 다 잊어버리자.”고 했다.그 사람이 무슨 죄가 있고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김씨는 말했다. ●한국 공무원 바깥에 있으면 마음자세 달라질 것 1974년 시민권을 얻고 미국민이 됐는데 왜 한국을 도울 필요를 느꼈느냐고 하자 “조국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에게 조국은 어떤 의미일까.그는 “나를 낳아주고 같은 문화로 엮어 간직해 줄 수 있는 나라”라고 말했다.미국이 제2의 조국은 아닌가.그는 나를 입양한 나라일 뿐 문화와 언어와 사고방식이 다른데 어찌 조국과 비교하겠냐고 되물었다. 한국의 젊은 공무원들이 나라를 생각하며 일하겠냐고 하자 “한번쯤 외국에서 일하면 마음의 자세가 달라질 것이다.한국에 있으니까 그런 생각이 안들지 밖으로 나오면 조국 생각이 간절해지게 마련이다.”고 했다. 1996년 북한의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 때 미국에서 한국을 걱정하지 않은 교포가 없다고 했다.당시 백 대령의 요청도 있고 해서 해군 정보국에 들어오는 한반도 주변의 시간대별 자료를 분석해 줬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한국에서 모친상 때문에 걸려오는 전화가 빗발쳤다.귀국 요청이 거절됐기에 어머님한테 전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하자 눈물을 쏟았다.“이틀 전만 해도 전화해서 온다고 했는데 갑자기 이런 일이…못 가뵈니 애석하고 안타깝다.아버님(지난 2월 작고)이 어머님을 사랑했던 것 같다.하늘나라에서 혼자 살기 어려우니까 어머님을 부르러 온 것 같다.” 김씨는 3년간 보호관찰을 받지만 7월28일부터는 자유롭게 시내를 다닐 수 있다.기회가 되면 한국에 들를 계획이지만 미국을 떠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조국이래도 솔직히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다만 봉사할 기회가 있다면 정부가 아닌 일반 사람들을 위해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미 해군 정보국에서 19년간 컴퓨터 전문가로 일하다 1996년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이듬해 미 알렉산드리아 연방법원에서 국가기밀누설죄가 인정돼 징역 9년형에 3년 보호관찰을 선고받고 복역 중 모범수로 15% 감형받았다.7월27일 가석방을 앞두고 지난 1일 가택연금 상태로 버지니아 자택에서 머물고 있다.여수 출신으로 8,9대 국회의원을 지낸 고 김상영씨의 4남1녀 중 장남이며 열린우리당 김성곤 의원의 큰형이다. mip@seoul.co.kr ●약력 ▲1940.1.21 전남 여수 출생 ▲1958 경기고 졸업(54회) ▲1965 한양대 산업공학과 졸업 ▲1966 도미,미 퍼듀 대학원 입학(산업공학) ▲1967 장명희씨와 미국 워싱턴서 결혼 ▲1968 퍼듀 대학원 졸업 ▲1970∼1974년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근무 ▲1974 미국 시민권 획득 ▲1978 미 해군정보국(ONI)에 취직,19년간 컴퓨터 전문가로 근무,워싱턴 한인교회 장로 취임 ▲1996.9 미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국가기밀 유출혐의로 구속 ■ 로버트 김 사건 일지 ▲1997.3.31 재판 시작 ▲1997.7.11 연방법원,징역 9년에 보호관찰 3년 선고 ▲1999.10.4 연방대법원,김씨 상고 기각,형 확정 ▲2002.2.1 여·야의원 46명 로버트 김 석방촉구 결의안 국회 제출 ▲2004.2.13 부친 별세 ▲2004.6.1 ‘가택수감’ 형태로 전환 ▲2004.6.4 모친 별세 ▲2004.7.27 가석방된 뒤 3년간 보호관찰˝
  • [서울의 숲] 인왕산

    “잎이 다섯 가닥이면 소나무가 아니라 잣나무예요.게다가 잣 열매가 눈에 보이게끔 드러나면 미국산이죠.” 매주 둘째,넷째 일요일 오전 10시,사직공원 관리사무소 앞에는 서광식(50)씨 등 숲해설가 3명이 기다리고 있다.사직공원 관리사무소∼인왕산 약수터까지 약 3㎞의 숲속 여행을 인솔하기 위해서다.도심 생활의 노곤함을 산림욕으로 풀려는 시민들은 베테랑 이야기꾼의 맛깔스러운 숲 해설에 금세 푹 빠진다.‘인왕산 숲 해설’에는 50명 정도가 자연을 찾아 몰린다.매주 금요일 서울 인근의 숲을 소개한다. “우리나라 소나무는 잎이 2개인데 요즘 가게에서 파는 송편을 보면 잎이 3∼5개짜리가 많이 섞여 있죠.‘짝퉁’ 솔잎은 약효가 떨어지고 맛도 떫습니다.” 우리말로 버즘나무인 플라타너스는 북한에서 방울나무라고 불린다.도시의 공해와 소음을 빨아들이며 껍질은 개미와 해충을 방어한다.소금나무라고도 불리는 붉나무는 짠 성분이 있어서 예전에는 소금 대신 사용됐는데, 바닷물과 달리 독성이 없어 몸에 더 좋다.임진왜란 이전에는 산초나무의 잎이 후추를 대신했으며 추어탕에 즐겨 넣는다고 한다. 회사원 오순호(44)씨는 “신문에서 숲 해설 코스를 접하고 처음 왔는데 숲 이야기는 정말 무궁무진하다.”면서 “푯말에 짧게 적힌 나무설명만으로는 그 나무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가파른 바위 길을 지나자 숲길 양쪽에 도토리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다.서씨는 “참나무라고도 불리는 도토리나무는 6∼7종류이며, 외양이 밤나무와 비슷한 상수리나무와 잎사귀가 뾰족한 굴참나무에는 2년마다 도토리가 열린다.”면서 “잎이 넓은 떡갈나무에 떡을 보관하면 방부효과 덕에 3∼4일은 족히 쉬지 않고 보관할 수 있다.”고 생활 상식을 알려줬다.이밖에도 도토리나무에는 갈참나무,신갈나무 등이 있으며, 신갈나무의 잎사귀는 짚신에 까는데 사용된다고 덧붙였다.참가자들 가운데는 초등학생도 적지 않기 때문에 서씨는 이들을 배려한 ‘눈높이 서비스’도 잊지 않는다.그러나 아이들이 계속 떠들자 이번에는 싸리나무를 소개했다.불을 때도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아 간첩들이 사용했다는 싸리나무는 독성이 없고 몸에 상처도 덜 내서 예부터 교육용 회초리로 애용됐다고 말했다.이밖에도 아황산가스를 제거하는 애기똥풀과 비누로 사용됐다는 떼죽나무도 소개했다.독성을 지닌 떼죽나무는 개울에 풀어 물고기를 잠시 기절시켜 잡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오주현(12)양은 “책에 나와 있는 설명만으로는 실제 이 나무가 어떤 종류인지 알 수 없다.”면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배우기 쉽다.”고 말했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뉴보이 이완의 완벽한 매력

    요즘 새내기 탤런트 이완(20)의 행보를 보고 있노라면 우후죽순(雨後竹筍)이 따로 없다.이제 막 싹이 돋았나 싶더니 어느새 쑥쑥 뻗어올라 하늘을 찌를 지경이다. 지난해 10월 SBS 수목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신현준의 아역으로 첫 얼굴을 내민 그는 데뷔 5개월만인 지난 3월 KBS 2TV 월화드라마 ‘백설공주’에서 턱하니 주연 자리를 꿰찼다.그러고는 숨돌릴 틈도 없이 지난 24일 첫 전파를 탄 SBS 주말극 ‘작은아씨들’에 곧바로 픽업됐다.인기의 척도인 CF와 뮤직비디오 출연도 따르고 있다.본인조차 어리둥절할 정도의 초고속 성장이다. ●눈동자의 힘 도대체 그의 어떤 매력이 이같은 벼락인기를 가능케 했을까.‘얼짱’에다 ‘몸짱’인 빼어난 외모도 한몫하지만,그의 가장 큰 무기는 프로듀서들조차 앞다퉈 눈독을 들일 만큼 카리스마 넘치는 ‘강렬한 눈빛’이다.그는 고작 2회 출연한 ‘천국의 계단’에서 우수에 찬 눈빛 하나만으로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올랐다.그 ‘눈동자의 힘’이 ‘백설공주’에서 한층 탄력을 받았고,‘작은아씨들’에서 다시 한번 빛을 발할 태세다. 그러나 마주앉자마자 들려오는 그의 나긋나긋한 말투.의외였다.‘천국의 계단’에서 보여준 ‘태화’의 고독하고 반항적인 눈빛은 어디로 갔을까.“본래 수줍음을 타는 성격이에요.사람들 앞에서 낯도 많이 가리죠.”머쓱해 하더니 이내 얼굴을 붉힌다.순수함이 묻어나오는 눈빛도 TV화면엔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그러나 정작 본인은 “편안한 연기보다는 시청자들을 긴장시키는 지금의 이미지가 더 맘에 든다.”며 미소 짓는다.연기의 폭이 아직 작은 게 아니냐고 은근히 꼬집었다.“설경구,최민식 선배처럼 눈빛 하나에 ‘희로애락’을 모두 담을 줄 아는 연기자가 되는게 내 꿈이고,이제 그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라며 좀더 지켜봐 달란다. ●대학생 김형수와 연기자 이완 올해로 성인이 됐다.아직 때가 묻지 않아서일까.솔직하고 꾸밈도 없는 대답에 연예인 냄새가 도통 나지 않는다.“본래 연기자는 꿈에도 없었어요.그렇다고 지금 전공(국민대 체육학부 2년 휴학)쪽으로도 관심은 없었죠.공부하기 싫고 대학은 가야겠고…”알려졌다시피 그는 탤런트 김태희(24)의 친 동생.연기를 시작한 계기는 순전히 누나 때문이란다.“‘천국의 계단’ 이장수 감독님이 누나 수첩속에 있는 제 사진을 보고 캐스팅하셨죠.이전까지 한번도 오디션 같은 것을 본적이 없어요.운이 좋았죠.” 그는 그길로 본명인 ‘김형수’를 예명인 ‘이완’으로 바꿨다.그는 틈날 때마다 볼펜을 물고 거울을 본다.“말투에 고향인 울산 사투리 억양이 곳곳에 묻어있어 발음이 약간 새요.연기할때 아직도 카메라가 의식돼 부자연스러운 느낌도 많고요.”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황태자’가 되고픈 ‘삐딱이’ 화제를 여자친구 쪽으로 돌려봤다.“여자친구는 많은데 정작 ‘애인’은 없어요.이상형요? 글쎄,‘얼굴 예쁘고 피부가 하얗고 이해심 많은 여자’쯤 될까요?”누나 얘기 하느냐고 물으니,“정말 그렇네요.우리 누나네요.”(웃음) 그는 어머니와 누나처럼 청순한 스타일의 여성을 만나고 싶단다.그는 ‘작은아씨들’에서 고아출신으로 폭력조직에 몸담았다가 사랑하는 여인(박은혜)을 위해 개과천선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한다.‘천국의 계단’‘백설공주’에 이어 또다시 여성 시청자들의 연민을 자극하는 캐릭터.“당분간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연기 공부에 몰두할 겁니다.하지만 기회가 되면 모성 본능을 자극하는 역할보다는 좀더 남성적인 카리스마를 보여드리고 싶어요.‘천국의 계단’의 권상우처럼 황태자 같은 역할도 좋지요.”(웃음) 이영표기자 tomcat@ 사진 강성남기자 snk@ ■태희 누나에 대한 안좋은 추억이… ‘남매 연예인은 둘 다 뜨기 힘들다’는 연예가 징크스를 보란 듯 깨버린 탤런트 김태희(24)·이완(20) 남매.특히 과거 ‘김태희의 남동생’으로 불리던 이완은 현재 김태희가 ‘이완의 누나’로 비쳐질 정도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완 본인은 아직도 누나 김태희에 대한 ‘징크스 아닌 징크스’를 깨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한다.“어릴적부터 모든 면에서 누나가 한수 위였어요.얼굴도 예쁘고,공부도 잘하고,성격도 털털하고…암튼 동네에서는 누나 모르면 간첩이었지요.” 그러면서 그는 어릴적 누나에 대한 ‘안좋은 추억’이 있다고 너스레를 떤다.“저도 ‘한’운동 한다고 자부하지만,누나는 운동신경이 제 서너배는 됐어요.달리기는 또래들 사이에서 최고였죠.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태권도로 무장한 누나의 ‘주먹’을 매일 맞고 살다시피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지금은 서로의 바쁜 스케줄 탓에 누나를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만나면 자신의 연기 모니터를 해주며 여전히 ‘사랑의 주먹’을 날린단다.하지만 자신이 제일 존경하는 누나이기 때문에 그런 주먹은 맞을수록 행복하다고. “제가 연기자가 아닐 때는 누나의 연기를 보고 ‘별것 아니겠구나’ 생각했어요.그런데 막상 연기를 해보니 누나가 더욱더 존경스러워 지는 거 있죠.특히 ‘우는 연기’와 표독한 ‘눈빛 연기’는 압권이지요.” 열심히 해 누나의 얼굴에 먹칠을 하지 않는 동생이 되겠단다. 이영표기자˝
  • [주한미군 감축] 달라진 안보의식 불감증 아닌 성숙

    주한미군 2사단 3600명이 이라크로 차출되고 장차 1만명 안팎의 감축이 예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우리 사회 분위기는 불안과 동요보다는 차분하고 안정적이다.‘서부 전선에 구멍이 뚫렸다.’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서도 ‘과민하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지난 18일 SBS 여론조사 결과,60%에 가까운 사람들이 “큰 걱정거리가 아니다.”고 밝혔다.우리 사회의 안보 심리가 과거와 달라진 배경은 무엇인지 전문가들의 의견과 함께 짚어봤다. ●이념적 성숙인가,안보 불감증인가 전문가들은 안보 불감증이라기보다는 사회가 이념적으로 성숙한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렸다.물론 50대 이상은 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가 57.1%로,30대 28.8%의 두 배나 돼 세대간 시각차를 보이긴 했지만 전반적으론 안정적인 심리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박명림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념적 성숙도와 함께 경제력의 성장도 배경으로 꼽았다.박 교수는 “과거 60∼70년대 같았으면 우리 사회는 상당한 불안과 혼란이 일어났을 것”이라면서 “유럽주둔 미군이나 자국군이 분쟁지역으로 나갈 때처럼 세계 경제 10위권의 한국도 이를 의연하게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확고한 우위 북한이 더 이상 경제적·군사적으로 경쟁상대가 아니라는 확고한 인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상당수다.박명림 교수는 “80년대 이후 남북한간 군사력과 국력의 경쟁은 끝났다.”면서 남북 교류협력 관계의 진전으로 우리 국민들이 북한의 실상을 잘 알게 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함택영 교수는 “특히 용천 대폭발 참사를 통해 북한의 경제적 상황이 더 이상 우리를 위협할 수준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고해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측이 꽃게잡이철 서해교전을 빼고는 최근 ‘불바다’류의 위협성 발언이나,간첩선 침투 등 도발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비록 북핵문제가 진행형 이슈로 돼 있어도 6자회담을 통해 회담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고,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고 고이즈미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 등 국제사회에 서서히 나오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한간 신뢰가 쌓여 있다는 방증이라는 풀이도 많다.비록 일부에선 “안보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지적도 있지만,경의선이 리고 남한의 기업가들과 종교인·시민단체·학생들이 비교적 쉽게 북한을 드나드는 상황도 안보심리를 바꾸는 계기로 작용다는 것이다. ●‘자주국방’론은 예방주사?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계속 미국 언론을 통해 제기돼온 주한미군 감축론과 그에 대응한 참여정부의 ‘자주국방론’이 국민들의 충격을 더는 예방주사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했다. 함택영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우리에게 생소하던 자주국방론이 자연스러운 화두가 된 측면도 있다면서,남한의 전력만으로도 안보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주한미군의 역할은 존재 그 자체로 상징성을 지니는 것”고 전제한 뒤 “주한미군이 한반도 지역의 고정 방위보다는 기동군화해가는 측면이 있다.”면서,“실질적으로 주한미군이 줄더라도 방위력이 약화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여러차례 보도를 통해 각인된 측면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군사 기술에 대한 인식변화 박명림 교수는 이라크 차출과 감축 논의가 미국의 방위력 배치 재검토(GPR) 차원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박 교수는 이번 이라크 차출이 한·미관계의 이상에서 나온 게 아니라,전반적인 군사전략 차원에서 나오는 군사혁신 차원의 문제란 점도 안정심리의 한 요인으로 꼽았다.함택영 교수는 “지상군이 서울 북방에 있어야 한다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반미 감정이 원인? 지난 2002년 주한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 이후 우리 사회 전반에 퍼진 반미주의가 주한미군의 감축을 우려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도 있다.인터넷상에는 “이참에 다 떠나라.”는 의견이 상당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소수 의견이 오히려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한다.박명림 교수는 “주한미군 주둔에 따르는 부작용과 한·미관계의 전략적 중요성 등을 분명히 구분해야 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밝히고,안보 우려는 한·미 양국의 정부·국민 사이 신뢰의 균열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삶과 경영이야기] ⑩ 풀코스 7차례 완주 ‘마라톤 경영인’ 신현철 SK(주) 사장

    SK㈜ 신헌철(59) 사장은 ‘마라톤 경영인’으로 불린다.과중한 업무로 얻은 퇴행성 관절염을 치유하기 위해 56세에 마라톤을 시작한 뒤 풀코스 42.195㎞를 7차례나 완주한 마라토너다.신 사장은 ‘홀로서기 경영인’으로서 살아온 자신의 지난한 삶을 거친 호흡을 내뱉으면서 떠올리곤 한다.신 사장의 경영철학 역시 ‘마라톤 경영론’이다.“경영과 마라톤은 인생의 축소판입니다.계획을 세우고 투자해야 결과가 나오고,고생한 만큼 환희를 얻게 됩니다.너무 욕심내고 달린 사람은 절대로 결승점에 골인할 수 없습니다.” ●보잘 것 없었던 스타트 -유년과 청년시절은 ‘가난’과 ‘열등감’으로 점철됐다.부산 해운대 초등학교 1학년때 부친이 돌아가신 뒤 어머니,남동생(신우철 부산지법 부장판사),여동생과 함께 어려운 가정을 꾸렸다.미군이 주는 초콜릿과 껌을 얻기 위해 교회를 다녔고,일류대에 낙방해 눈물도 흘렸다. 재수를 거쳐 대학(부산대 경영학과)에 입학해 동기들보다 늦은 대학생활을 시작했다.이를 만회하기 위해 해병대(179기)에 자원 입대했다.제대를 4개월 앞둔 68년 1월 김신조 청와대 습격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8개월을 더 연장 복무해야 했다.그러나 이런 고난을 ‘전화위복’으로 삼았다.이때 ‘기다리고 인내하며 겸손해하는 삶’을 배울 수 있었다. ●도전의식에 불타다 -72년 유공의 전신인 대한석유공사에 입사했다.이듬해 전국을 누비며 주유소 개발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특명’이 떨어졌다.수많은 관광객과 불자들이 모여드는 해인사에 주유소 개발권을 따내라는 것이었다.일대가 사찰 소유 토지여서 주유소는 1개만 들어서게 돼 업계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정유 4사의 직원들이 스님들을 찾아 큰 절을 올리며 사활을 건 전쟁을 치렀다.결국 경쟁사들보다 한 발 더 뛰고 노력해 개발권을 따낼 수 있었다. -70년대 말 차장급인 판매기획부장대행으로 일할 때 치른 ‘정유사 전쟁’도 인생좌표에 빠질 수 없는 대목이다.‘CS3’라는 첨가제를 넣어 돌풍을 일으키던 경쟁사와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인 것이다.한 발 빠른 공격 영업으로 이를 초토화시킨 일은 지금도 정유업계 전설로 남아 있다.이때 경쟁사를 제압하지 못했다면 유공의 ‘1등 신화’는 급격히 무너졌을 것이다.이때의 공헌을 인정받아 입사 10년 만에 파격적으로 부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유공 사장실 영업담당 팀장과 경영기업 개발부 부장,SK가스 영업담당이사와 상무이사를 거치며 순조로운 회사생활을 이어 나갔다.굴곡없이 평온한 시기였다. ●반환점은 또 다른 도전-기름쟁이에서 디지털업자로 -95년 삶의 전환점을 맞았다.경영인생으로선 반환점을 돌고 맞닥뜨린 고비였다.SK텔레콤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 수도권 마케팅본부장 겸 상무이사로 발령을 받았다.한국이동통신은 시장독점으로 경쟁마인드가 형성돼 있지 않았다.회사는 정유사 전쟁을 승리로 이끈 전력을 인정,전격 투입했다. -통신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김수필 SKC사장,최진모 전 SK텔레콤 전무 등과 함께 선발대의 일원이 됐다.아날로그 전화를 CDMA전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필요한 서비스 방법과 마케팅 전략 등 새로운 사업전략을 마련해야 했다.세계 최초로 CDMA휴대전화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기름쟁이’에서 통신업자로 변신한 뒤 매일 새벽 2∼3시에 퇴근해 옷만 갈아 입고 아침 7시에 출근했다.아예 1주일에 3∼4일은 사무실에 마련된 야전침대에서 잠을 자며 업무를 봤다.회사의 기대대로 이동전화 및 무선호출 부문의 가입자가 급증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96년 1월에 시작된 CDMA 가입자는 98년 700만명으로 증가했다.95년 6500억원이던 매출액은 96년 1조 2000억원,97년 2조 2000억원으로 늘어났다. -기름이나 통신상품이나 유통은 같은 구조로 이뤄져 있다는 확신을 다시 한 번 가지게 됐다.남보다 더 빨리 부지런하게 움직여 시장을 선점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다.당시 구축한 유통망이 밑거름이돼 CDMA가입자가 현재 1800만명일 정도로 SK텔레콤은 이동전화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경영능력을 입증받아 98년에는 휴대전화로 국제전화를 걸 수 있는 사업체인 SK텔링크 대표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당시 분당 1200원 하던 통화요금을 700원대로 낮추는 파격서비스를 실시,휴대전화 국제전화서비스 1위 업체로 이끌었다. ●데드 포인트가 찾아오다 -거칠 것 없을 것 같던 경영인생에 ‘데드 포인트’가 닥쳤다.마라톤에서 결승점을 앞두고 기력이 완전히 소진된 일종의 한계상황이 온 것이다. 98년 말 어느 날 갑자기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퇴행성 관절염이 찾아온 것이다.사무실 계단도 오르내리기가 어려웠다.골프 퍼터를 거꾸로 세워 지팡이로 삼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이젠 끝났구나.’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경영인은 건강하지 못하면 바로 퇴출되는데 내 인생도 이제 여기서 마친다고 생각하니 엄청난 자괴감이 엄습해 왔습니다.나의 초라한 모습을 보고 집사람(김양숙씨)은 매일 펑펑 울었습니다.” 이때부터 유명한 병원은 죄다 뒤졌으며 용하기로 소문난 수원의 한약방을 찾아가고,서울 사당동 ‘간첩 침쟁이집’도 들렀다.별 효과가 없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물리치료에 몸을 맡겼다. -회사에 출근하기 전 오전 7시부터 물리 치료를 받았다.매일 물속에서 자전거타기와 스트레칭을 반복했다.자전거타기를 365일 매일 한다는 각오로 365회,55세에 맞은 고비를 극복한다는 자세로 서서하는 스트레칭 55회,33세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앉아서 하는 스트레칭 33회를 지속적으로 해나갔다.특히 33세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자주 생각났다.아버지를 일찍 여윈 뒤 장남으로 온갖 고생을 하며 자란 터라 ‘나도 33세에 죽으면 어떻게 하나.’라는 불안감을 늘 안고 살아왔는데 이제 그런 시기가 온 것 같았다.아버지의 빈자리를 메워야 했던 지난날을 되새기며 ‘1’에서 ‘33’까지 세며 치료에 전념했다. -물리치료가 효력이 있었는지 근근이 버틸 수 있었다.이런 상태에서도 회사일에는 최선을 다했다.때문에 직원 52명에 불과하던 SK텔링크에서 연매출 1200억원,4년 동안 600억원 흑자를 낼 수 있었다.한국통신을 제치고 국내 휴대전화 국제전화 제1위 사업자가 됐다. ●결승점이 보인다 -2001년 유니세프가 주최한 국제아동돕기 행사에서 결정적인 ‘은인’을 만났다.옆자리에 앉아 있던 한국암웨이 김희진 전 부사장이 퇴행성 관절염에 마라톤이 ‘최고’라는 얘기를 전해줬다.환갑을 앞둔 나이에 마라톤을 시작한다는 것이 두려워 수십번을 망설인 끝에 2001년 조일마라톤 20㎞부문에 참가하기로 마음먹었다.1주일에 두세 차례 7.6㎞인 남산순환도로를 왕복해 달렸다.그러나 대회를 두 달여 앞두고 20㎞부문이 취소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해들었다.고민하다가 내친김에 풀코스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두 달여 동안 피나는 연습 끝에 4시간39분 만에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38㎞를 지나자 결승점이 시야에 들어왔다.그때부터 무릎관절로 고생하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더니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결승 테이프를 끊자 그곳에서 4시간 넘게 가슴 졸이며 서있던 집 사람이 달려와 끌어안고 대성통곡했고,함께 있던 여직원들도 눈물을 펑펑 쏟았다. ■ 신헌철 사장은 마라톤에서 경영을 배운다고 한다.그는 “마라톤을 통해 참으며 견디는 겸손을 배웠고,인간에 대한 사랑을 깨달았다.”며 그가 펼치는 사람경영이 SK의 경영이념인 ‘SKMS’(SKManagement System)와 맥을 같이한다는 점을 강조했다.신 사장은 자신이 마라톤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장애인 돕기 성금을 모금하고 있다.마라톤 출전 전에 지인 등 후원자들에게 완주를 조건으로 1인당 1만원의 후원금을 받아 유니폼 상의에 배번호 대신 후원자 이름들을 빼곡히 적고 달린다.지난 2001년 동아마라톤 대회부터 5397만 5000원의 기금을 적립,장애인 단체 등에 성금을 보내고 있다. 그는 업무에서는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투철한 기업가이지만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는 독실한 기독교인이기도 하다.그래서 그를 아는 사람들은 ‘외유내강’이라는 말이 신 사장에게 제일 어울린다고 말한다.그는 한 번 맺은 인연을 지속적인 연락이나 모임 등을 통해 끈끈한 인간관계로 이어간다.그래서 ‘한 번 신헌철을 알면 영원한 신헌철 맨’이 된다.’는 게 주위의 일치된 평가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 [눈에 띄네~ 이 얼굴]‘효자동 이발사’ 이재응

    “꼬마친구가 고생을 정말 많이 했어요.새벽 얼음판 위에 엎어져 있거나,입이 부르튼 채 러닝만 입고 떨고 있을 땐 가슴이 아파 눈물이 다 나더라고요.” ‘효자동 이발사’에서 가슴 찡한 모성애 연기를 펼친 문소리가 극중 아들로 나온 아역배우 이재응(13)을 두고 한 말이다.영화는 1960∼70년 유신시대에 우연히 대통령의 이발사가 된 한 소시민의 인생유전을 그린 드라마.재응은 주인공 성한모 부부(송강호·문소리)의 어린 외아들로,대통령 이발사인 아버지 때문에 뜻하지 않게 시련을 겪는 캐릭터다. 송강호를 이야기의 기둥으로 삼은 영화여서 재응의 대사분량은 그리 많지 않다.하지만 그의 어눌하면서도 순박한 연기는 마음 약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송강호의 코믹연기에 화기애애하던 객석의 분위기가 번번이 찬물을 끼얹은 듯 차분해지는 화면도 모두 재응이 주도하는 대목들.간첩누명을 쓰고 중앙정보부에 끌려가고,모진 고문 끝에 다리를 못쓰게 됐는데도 멍한 표정만 짓거나,용한 의원을 찾아 전국을 뒤지는 아버지의 등에 업혀서도 무심히 맑은 눈망울만 굴리는 장면들이다. 눈썰미 좋은 관객이라면 재응의 연기이력을 대충 짚어낼 것 같다.‘선생 김봉두’에서 불우한 가정환경에도 꿋꿋하던 강원도 산골의 초등학생 소석이,‘살인의 추억’의 첫 장면에서 시골형사 박두만(송강호 분)의 행동을 똑같이 따라하던 바로 그 아이다.그러고 보면 송강호와는 심상찮은 인연이다. “송강호,문소리 선배님에게서 연기를 배울 수 있어 무척 기뻤다.”며 숫기좋게 잘 웃는 재응이는 ‘선배 복’이 많다.최민식 주연으로 강원도 산골에서 한창 촬영중인 드마라 ‘꽃피는 봄이 오면’도 함께 찍고 있다. 황수정기자 sjh@˝
  • 역시 ‘깡호’... 송강호의 임전무퇴

    ■ 송강호는 어떤배우? 스크린 스타의 특성을 가장 잘 파악하는 이는 물론 매니저일 것이다.그 다음은 스타의 일거수 일투족을 홍보아이템으로 개발하는 마케팅 담당자들.‘송강호가 어떤 배우냐.’는 물음에 그들은 십중팔구 단답형으로 말한다.“정말 부지런한 배우”라고. 느릿느릿,대충대충할 것 같은 선입견과는 달리 일맵시가 누구보다 깔끔하고 꼼꼼하다는 게 현장의 중평이다.촬영이 끝나고 후반작업에 들어가면 녹음실과 편집실을 날마다 ‘출근’하다시피 하는 별난 배우.감독과 편집기사의 옆자리에 찰싹 붙어앉아 행여나 자신이 공들여 찍은 장면이 무참히 잘려나갈까,‘무언의 감시’를 하는 배우로 소문나 있다. 촬영이 끝나면 안면을 싹 바꿔 다음 스케줄에 매달리는 여느 배우들과 또 다른 점.기술시사회를 꼭꼭 챙겨보기로도 몇 손가락 안에 든다.‘효자동 이발사’도 기자시사회날 새벽에 메가박스 극장을 찾아 스태프들과 기술시사회에 참석했다. 스태프들에 대한 자잘한 배려도 잊지 않는다.“편집실에 올 때는 곧잘 먹을거리를 챙겨들고 온다.”는 게 한 마케팅 담당자의 얘기.인터뷰에서 송강호는 “영화를 처음 보고 흐뭇한 마음에 스태프들에게 감사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황수정기자 ■ ’효자동 이발사’ 송강호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역할’이란 소리를 듣는 배우는 행복할 것이다.그만의 아우라가 있고 작품을 더할 때마다 ‘숨은 1인치’를 보여줄 수 있다면 축복받은 배우다. 배우 송강호(37)는 이 조건들을 누리는 몇 안되는 한사람이다.데뷔작의 조연 캐릭터로까지 기억되는 배우가 몇이나 될까.‘초록물고기’에서 나이트클럽 기도로 나온 장면장면들은 그의 골수팬이 아니어도 여전히 잊히지 않는다. 이번에는 대통령의 이발사다.지난 5일 개봉한 ‘효자동 이발사’에서 그는 독재의 서슬이 시퍼런 1960∼70년대를 배경으로 폭압적 권력에 운명을 맡긴 힘없는 소시민을 연기했다.본의아니게 대통령의 이발사가 되어 겪는 해프닝들을 때론 유쾌하게 때론 콧등 시큰한 감동으로 엮은 드라마다. “독재를 정색하고 비판한 영화도,그렇다고 코미디 영화도 아니란 걸 먼저 귀띔해주고 싶습니다.못 배우고 가난했던,그때 그 시절 우리네 아버지들의 자화상을 담았어요.” “시대를 ‘고발’하는 영화가 아니라 아버지 세대를 ‘추억’하는 영화”라고 짚어준다.‘각하’의 머리를 깎아주는 자신의 캐릭터만 보고 무조건 코미디 영화로 넘겨짚지 말아달라는 주문이다. 그는 소시민의 삶을 질감있게 표현했다.간첩누명을 쓴 열 살짜리 아들이 고문을 당해 두 다리를 못쓰게 돼도 어찌할 수 없는 힘없는 이발사 아버지.순박하면서도 절절한 부정(父情)을 연기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을까.“실제로 아홉 살짜리 아들이 있어 연기의 깊이를 자연스럽게 조절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어렸을 적 아버지에 대한 추억담도 조심스럽게 들춰낸다. “소시민이지만 속깊은 정으로 자식 잘 되길 비는 마음은 내 아버지도 마찬가지셨어요.영화를 찍는 내내 여고 미술선생님이었던 지난날 아버지 모습이 떠오르더라구요.” 가정사를 노출하지 않기로 소문난 그가 그 말끝에 서둘러 말머리를 돌린다.“이번 역할은 ‘살인의 추억’의 주인공 박두만처럼 일방적으로 극을 끌어가진 않는다.지난 시대의 아버지상을 차분히 상징적으로 그려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캐릭터를 설명한다. 단 한줄의 애드리브도 없이 시나리오대로 대사를 구사한 건 그래서였다.‘여기가 강간의 왕국이냐?’며 논두렁에서 몸을 날리는 식의(‘살인의 추억’에서) 통쾌한 애드리브는 접었다.얄팍한 재미를 의식해 애드리브를 넣을수록 영화의 본래 의도가 훼손될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이전의 다른 어떤 영화들보다 송강호가 덜 보일 것”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그러고 보면 더더욱 신통한 배우다.자신의 무심한 동작 하나하나에서 의미를 찾아낼 수 있도록 그동안 관객들의 감각을 길들여놓은 덕분일까.이번 영화에서는 웃을 대목이 아닌데도 번번이 폭소가 터지곤 한다.“그만큼 송강호란 배우가 유쾌한 이미지를 가졌다는 방증인데,무척 기분좋은 일”이라며 사람좋게 웃는다. 고정된 이미지에 대한 부담은 없을까.“‘넘버3’때의 이미지가 지금까지도 제 안에 크게 자리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하지만 관객들에게 그건 이제 그만 잊어달라고 한다면 이기적인 거죠.불편하지 않아요.송강호가 팬들에게 사랑받는 방식이 바로 그런 거니까요.” ‘변신’은 그래서 앞으로도 자신에게 어울릴 단어가 아닐 거라고 잘라말한다. 억지스레 스타냄새를 피우지 않는 소박함이 좋다.“남자머리 깎는 건 웬만큼 자신있어요.남자 스태프들을 전부 빡빡머리로 만들어가며 열심히 연습한 덕분이에요.히,히,히” 하이톤으로 웃어제치는 기괴한(?) 웃음소리.“(웃음소리가)경박하죠? 안 고쳐져요.” 주위를 의식하지 않는 배짱이 그를 더 넉넉하게 만든다. 한달쯤 쉬고나면 다음 작품 ‘남극일기’를 찍는다.새 역할은 남극 탐험대장.“끝없는 설원을 배경으로 연기의 밀도 하나로 승부를 거는 영화”라고 귀띔한다. 황수정기자 sjh@˝
  • 경주 ‘쪽샘 골목’

    대릉원,관광도시 경주에 가면 누구나 찾는 곳이다.그러나 대릉원 바로 옆 황남·황오동의 빼곡한 전통 한옥들 사이로 난 ‘쪽샘골목’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마을 초입에 쪽박으로 언제나 물을 떠서 마실 수 있는 마르지 않는 샘이 있어 이렇게 이름붙여졌다.그런데 이 유서깊은 골목길도 경주시민과 문화·예술인들의 사랑을 뒤로 한 채 거의 철거되고 일부만 덩그렇게 남아있다. 옛 경주읍성과 직통으로 연결되던 ‘쪽샘 1길’을 굵은 줄기로 해서 미로같은 길이 여기저기 뻗어있다.이곳은 광복 후부터 30여년동안 막걸리와 동동주를 파는 ‘주촌(酒村)’으로 명성이 자자했다.70여개의 대폿집이 줄지어 고도(古都) 경주를 찾는 관광객과 술패,시인묵객들이 몰려 불야성을 이뤘다.이 때문에 한때 주당들 사이에서는 경주의 쪽샘골목을 모르면 ‘간첩’으로 불릴 정도였다. 주촌은 일제 강점기때 일본 관리들을 접대하면서 이름을 날렸던 퇴기(退妓)들이 하나둘씩 몰려들어 대폿집을 열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집단적으로 형성됐다.60년대 들어서는 이른바 ‘요정’이라는 이름으로 마치 서울의 ‘삼청각’같은 한옥들도 생겨났다. 이곳에 주촌이 들어선 것은 유난히 길고 좁은 골목을 따라 가옥들이 밀집된데다 관청지역이어서 술장사에는 ‘노다지 장소’였기 때문이다.특히 퇴기들이 주모로 있는 최옥난·백옥자·천매화·정매화·버드나무·감나무·깨양나무·오륙구집 등의 골목 앞은 밤마다 문전성시였다.이들은 일제때 기생 양성소였던 권번(券番) 출신으로,예절은 물론 가무와 장구에 능했다.골목은 날이면 밤마다 거나하게 취한 술꾼과 술집 아가씨들이 어울려 젓가락이나 장구 장단에 맞춰 유행가 가락을 뽑아내고 흥청거림으로 넘쳐났다. 쪽샘골목은 서민들의 애환을 풀어놓는 장소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인들의 사랑채로 이용되면서 경주의 문화·예술을 꽃피운 장소로도 유명하다.서라벌수필문학회 권윤식(71) 회장은 “60년대 경주고 교장으로 있던 청마 유치환 선생과 청록파 시인 박목월·조지훈,미당 서정주 등 우리나라 현대 문학의 거봉들이 수시로 주촌에서 경주지역 문인들과 함께 ‘문학의 밤’ 행사를 가졌다.”면서 “특히 청마와 미당은 문학을 논하다 주흥이 오르면 자주 소 잔등에 올라 목청높여 노래부르며 골목을 누비곤 했다.”고 전했다. 통금이 있던 시절에도 유일하게 통금이 적용되지 않던 이 골목은 밤이면 ‘신라의 달밤’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들끓었다.그러나 80년대들어 도심 곳곳에 세련된 형태의 주점,카페,호프집,노래방이 속속 생겨나면서 쪽샘골목은 화려한 빛을 뒤로 한 채 점차 쇠락했다.주당들의 발길이 뜸해지자 문을 닫는 술집들이 여기 저기 생겨났다.1963년부터 고분지역으로 고시돼 노후주택에 대한 증개축이 장기간 불가능해지면서 급속히 슬럼화됐다. 이 지경에 이르자 주촌 업주들은 “마을 정비가 안되면 주촌만이라도 살려 관광자원화해야 한다.”고 보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그러나 경주시는 지난 97년부터 이 일원에 대한 정비사업에 들어갔다.오는 2011년까지 연차적으로 주택들을 모두 매입·철거하고,문화재 발굴작업을 거친 뒤 전시관 또는 도시공원을 조성한다는 것.영남대에 내년 2월말까지 용역도 맡겨놨다. 건물 철거작업이 한창인 쪽샘골목은 요즘 밤새도록 이어지던 술꾼들의 흥청거림은 오간데 없고 황량감만 감돈다.이미 건물이 철거된 공터는 쓰레기장으로 변했고,주인 떠난 빈집들은 불량배들의 놀이터로 전락했다.철거를 앞둔 수채의 낡은 주택과 술집만이 휑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남백(54·사업)씨는 “추억과 낭만,도시민들의 애환이 깃든 쪽샘골목을 40여년만에 떠나려니 가슴 아프다.”면서 “이 골목은 그동안 즐겨찾던 전국의 주당들은 물론,경주시민들의 추억에서조차 점차 사라져 갈 것”이라며 못내 서운해 했다. 경주 김상화기자 shkim@˝
  • 송강호·문소리 주연 ‘효자동 이발사’

    새달 5일 개봉하는 송강호·문소리 주연의 ‘효자동 이발사’(제작 청어람)는 1960∼70년대 폭압의 현대사와 그 굴곡진 세월을 살아낸 ‘그때 그 사람들’의 이야기다. 시대의 격랑에 휘말려 뜻하지 않은 삶을 살게 된 한 남자를 그렸으되 그 화법은 따뜻하고 정감이 넘치는 완곡 어법이다.송강호가 대통령 이발사가 된다는 설정만으로는 퍼뜩 유쾌한 드라마를 연상할 만하다.그러나 영화는 웃음에만 매달리다 속이 헛헛해지고마는 코미디가 아니라,소시민 주인공의 애환에 초점을 맞춘 휴먼드라마다. 1960년 3·15 부정선거의 아수라판 시국을 돌아보며 시작되는 영화의 시선에는 장난기가 배어 있다.개표중에 투표용지를 삼켜버리는가 하면 자루에 쓸어담아 야산에 묻어버리기까지 한다.그 주인공이 경무대(지금의 청와대) 옆에서 이발소를 하는 이발사 성한모(송강호).나라가 하는 일이면 항상 옳다고만 믿는 무식하지만 순박한 사나이다. 요지경인 경무대 지척에서 무심히 일상을 살아가는 효자동 사람들에게 카메라는 초점을 옮긴다.이발소 보조아가씨 민자(문소리)를 임신시킨 성한모는 뱃속의 아이도 다섯달이 넘으면 낳아야 한다는 ‘사사오입’ 논리를 주워듣고 아빠가 되기로 결심한다. 영화는 그렇게 태어난 아들 낙안(이재응)의 내레이션을 통해 골격을 갖춰나간다.폭압적 현대사가 유머실린 관조의 대상으로 물러앉은 것은 이처럼 아들의 시선으로 아버지 세대를 멀찍이 돌아보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면서도 격랑의 정치사가 한 소시민의 삶을 비틀어가는 드라마의 재주는 놀랍다.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면서 성한모는 경호실장(손병호)의 눈에 띄어 ‘대통령 각하’의 이발사가 된다.동네사람들의 부러움 속에 으쓱한 것도 잠시.청와대 뒷산에 나타난 무장간첩이 설사를 했다는 이유로 정부가 설사병에 걸린 사람들을 간첩으로 몰자,어린 낙안이 어이없이 중앙정보부 고문실로 끌려간다. 유쾌한 스텝을 밟던 영화는 중반을 넘기면서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대통령의 머리를 깎으면서도 아들의 억울함에 대해 말 한마디 못하고 속앓이하는 송강호의 절절한 부성애 연기가 돋보인다. 이 영화의 묘미는 사실과 허구를 뒤섞어놓은 뒤 농담 속에서 진담을 찾아내게 하는 데에 있다.4·19 데모가 한창인 광장 한복판에서 리어카에 실려 산통하는 민자,무장간첩이 일으킨 설사병 파동 등은 마치 김주영의 성장소설을 읽는 듯 익살스럽다.감독은 “엄연한 사실이 허구화될 때의 재미를 담아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경호실장과 중앙정보부장의 암투,박정희 대통령 암살 등 민감한 기록들이 감독의 재담 덕분에 드라마의 소재로 유연해졌다.이 역시 관객들에겐 낯선 경험이다.얼룩진 현대사가 한폭의 ‘이발소 그림’처럼 아련한 추억담으로 형질변경된 데는 송강호의 페이소스 짙은 연기가 결정적인 몫을 했다.고문으로 망가진 아들의 다리를 고치기 위해 방방곡곡을 뒤지는 그의 모습은,자식을 위해 곤고한 삶을 마다않는 이땅의 아버지들의 자화상 그 자체다.“(박 대통령에게)각하께서도 참 오래 하십니다.”“(전두환 전대통령에게)각하,머리가 다 자라면 다시 오겠습니다.” 등의 대사로 굴절된 현대사에 일침을 날리는 현실발언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닉슨·박정희 대통령 정상회담장에 나타난 성한모,어린 낙안에 가해지는 고문,낙안이 거짓말처럼 걷게 되는 등의 설정은 지나친 비약으로 꼬집힐 여지가 있다.‘박통’역의 조영진을 비롯해 손병호,박종만,정규수,오달수 등 연극인들의 탄탄한 조연연기가 드라마에 살을 보탰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우리 결혼해요]이사람 혹시 간첩아냐?

    “얘는 내 후배 종민이야.일명 살찐 안성기라고 불리지∼.” 중학교 3년내내 내 마음을 설레게 했던 총각 국어선생님을 대학생이 되어 찾아 갔던 날.선생님은 내마음은 아랑곳하지도 않으시고 후배라며 옆에 있는 사람을 소개시켜 주셨다. 그당시 나는 대학 2학년생,그 사람은 대학원생.그를 만나고 난 뒤 그의 나이많은 후배 아저씨들이 내게 “형수님,형수님”하며 깎듯이 대접을 해주는 것이 불편했는데,6년이 지난 지금은 그런 것들에 익숙해져 적당히 즐기는 듯하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나이차가 많아서 그가 이해를 많이 해주는 덕에 제대로 싸움 한번 안했다.싸우면서 정도 많이 든다는데,오히려 그러지 못한 것에 조금은 억울해해야 하는건가? 6년동안 연애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만난 지 얼마 안되어 안개가 자욱이 낀 날,임진각에 놀러가기로 하고는 자유로를 달렸다.40분쯤 달려도 임진각이 안나오는 것이다.불안한 마음은 굴뚝 같은데 그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급기야 ‘북한’이라는 표지판이 나오기에 이르렀고,불안이 극에 달했을 때 차는 멈춰섰다. 아직 친숙하지도 않은 관계,낯선 곳,어색한 기류,그의 등줄기에는 식은땀….잘 알지도 못하는 길을,그것도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안개낀 날에 차를 갖고 나선 우리 사이엔 이 일로 잠시 냉기가 흐르기도 했다. 이제 막 사랑을 꽃피우는 커플들! 안개 낀 날에는 결코 임진각에 가지 마세요.자칫 관계가 위태로워질 수 있으니까요. 다행히 위기를 넘긴 우리는 오는 24일 결혼한다. “날 많이 이해해준 자기야!이제부터는 내가 받아왔던 사랑을 돌려줄게.평생∼사랑해!”˝
  • 이스라엘 핵탄두 최고 300개 보유설

    베일에 뒤덮인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 실태에 또다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이스라엘의 핵개발 기밀을 폭로해 간첩죄와 반역죄로 18년을 복역한 모르데차이 바누누가 21일 석방되면서 첫마디로 디모나 핵발전소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의 국제사찰을 요구하면서 중동 전역을 압도하는 이스라엘의 핵 전력이 관심의 초점이 된 것이다. 이같은 관심을 반영하듯 많은 전문가들이 이스라엘의 핵 보유 실태에 대해 다양한 관측들을 쏟아내고 있다.잘츠부르크대학(오스트리아)에서 핵 암거래 및 핵테러 문제를 강의하는 프리드리히 슈타인호이즐러 교수는 이스라엘이 현재 150개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미 메릴랜드주 국제안보연구소의 애브너 코언 연구원은 이와 달리 이스라엘이 보유한 핵무기가 최고 300개에 달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이스라엘이 보유한 핵무기가 정확히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어떤 전문가도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그러나 한 가지에 대해서만은 누구도 이견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그것은 바로 이스라엘이 중동 전역을 장악할 수 있는 압도적인 핵전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세진기자·외신 yujin@
  • ‘삐삐’는 살아있다

    10여년 전 ‘추억의 통신’ 서비스들이 통신 마니아 등을 중심으로 명맥을 잇거나 되살아나고 있다. 인천에 사는 김철중(58)씨는 VDSL급 초고속인터넷 시대에도 90년대 중반 ‘꿈의 통신’으로 불렸던 ISDN(종합정보통신망) 서비스를 고집한다.전송속도로 보면 128Kbps급으로 요즘 일상화한 초고속인터넷의 8Mbps보다 70배나 늦다. 하지만 그는 인터넷을 시작하기 전에 ‘삐∼지∼’하는 경쾌한 접속 신호음에 이어 한줄씩 나타나는 홈페이지에 매료돼 있다. 음란사이트 접속이나 화상채팅 등 동영상을 보지 않아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다.이 서비스는 초고속인터넷 보급과 함께 유지비가 많이 들어 2년 전에 공급이 중단됐다. 하지만 장·노년층을 중심으로 1만 6000여명이 이용하고 있다.쓰는 만큼 이용료를 내는 종량제 상품이다. 90년 중반 인터넷 공급 초기에 모뎀을 통한 ‘01410’등의 서비스도 명맥을 잇고 있다.접속속도는 1.2∼56Kbps.2000년에 가입자가 370만명이었지만 요즘도 하루 평균 18만명이 꾸준히 접속하고 있다.하이텔 등 PC통신을 하던 이용자들이 대부분이다.‘추억의 통신 마니아’들은 최근 동호회 홈페이지(www.01410.net)를 만들어 향수를 만끽하고 있다. 무선호출기(일명 삐삐) 기능을 했던 ‘141연락방’ 서비스도 지금은 휴대전화에 완전히 밀려났지만 하루 평균 1만명이 이용하고 있다.10년 전 서비스치고는 인기가 있는 편이다. 이 서비스는 무선호출기가 인기를 끌던 90년대 중반 10만원이 넘는 단말기 가격 때문에 학생층에서 많이 이용했다.지금도 학생층 고객이 많다. 일반전화로 141을 눌러 개인 음성 사서함을 개설할 수 있고 메시지를 녹음하면 상대방이 사서함을 찾아 들어가 음성을 듣는 서비스.3일 동안 접속을 안하면 음성이 없어진다. 이 서비스는 당시 안기부(현 국정원)에서 간첩들이 이용한다는 첩보를 입수,점검에 나섰지만 하루 100만명이 접속해 중도 포기한 일화도 갖고 있다. ‘141연락방’을 개발했던 KT 오일송 과장은 “한때 굉장한 인기를 끌었던 이들 상품은 이제 동호인들을 중심으로 통신 역사를 잇고 있다.”면서 “유지비용이 많이 들지만 추억의 마니아들을 위해 계속 서비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홍기자 hong@˝
  • [총선 릴레이 기고]① 정경유착·지역주의 몰아내라/홍성태 상지대 사회학과 교수

    진보와 보수의 상반된 시각으로 바라본 4·15 총선 민의와 정치권의 과제를 ‘릴레이 기고’ 형식으로 풀어 봅니다.먼저 진보의 관점에 선 기고를 싣고,이어 보수·진보·보수의 순으로 4회 게재합니다. 17대 총선이 끝났다.열린우리당은 절반이 넘는 의석을 차지했고,민주당과 자민련은 완전히 몰락했다.그리고 민주노동당이 10석을 차지하며 원내 진출을 이루었다.민주와 진보를 여망하는 국민이 그렇지 않은 국민보다 많다는 사실이 이로써 분명하게 드러났다. 민주당의 몰락과 우리당의 압승은 무엇보다 ‘탄핵정국 효과’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촛불집회’에서 잘 드러났듯이 많은 국민이 탄핵을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보았다.따라서 ‘실질 여당’인 우리당을 지지하는 것이 이 도전을 막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그 결과는 ‘우리당 152석’으로 나타났다.우리당은 이번에 엄청난 반사이익을 챙겼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우리당이 민주화와 개혁의 길로 힘차게 나아가지 않는다면,우리당을 지지한 국민이 결국 우리당을 심판할 것이다.17대 총선에서 이루어진 가장 중요한 변화는 다시 말할 것도 없이 진보정당의 원내 진출이다.1958년에 독재자 이승만이 ‘진보당 간첩사건’을 일으켜 조봉암 선생을 ‘사법살인’한 뒤에 진보세력은 정치무대에서 사라지고 말았다.1960년 4·19혁명을 통해 진보세력이 정치무대에 오르는 길이 열리기는 했으나,이듬해 박정희의 쿠데타로 말미암아 그 길은 아주 오랫동안 완전히 봉쇄되었다.그 길은,1987년 6월항쟁을 통해 민주화가 이루어지면서 비로소 다시 열리게 되었다.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은 한국 정치가 본격적으로 정상화와 선진화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건이다.같은 맥락에서 한나라당이 여전히 막강한 세력을 과시한 것은 한국 정치가 안고 있는 역사적 과제를 잘 보여준다.한나라당은 16대 국회의 최대당으로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16대 국회가 ‘식물국회·방탄국회·탈옥국회·탄핵국회’로 타락한 데에는 한나라당의 책임이 가장 크다.한나라당은 ‘차떼기당’‘딴나라당’의 오명을 벗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이제 한국 정치는 보수(한나라당)-개혁(우리당)-진보(민주노동당)의 구조를 이루게 되었다.수구와 보수가 판치던 때에 비해 정말로 엄청난 변화가 이루어졌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이런 식으로 한국 사회는 발전하고 있다.그러나 이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선진국이 되기 위해 한국 사회는 더욱 더 발전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역시 정치개혁이다.17대 총선을 통해 상당한 발전이 이루어지기는 했지만,정치개혁은 여전히 한국 사회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정치는 권력을 다루는 중대한 사회적 활동이다.따라서 정치가 후진적이면 사회발전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16대 국회는 이 사실을 너무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정치개혁의 과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가지이다.첫째,정경유착 구조를 혁파하는 것이다.정경유착은 망국의 근원이다.재벌은 정당에 엄청난 뒷돈을 제공하고,정당은 그 대가로 더욱 엄청난 이권을 제공한다.이런 썩은 뒷거래로 말미암아 경제는 휘청거리고 환경은 파괴되고 실업이 만연한다.수백억원의 돈을 ‘차떼기’며 ‘책떼기’로 바치는 재벌과 그런 돈을 받는 정당은 마땅히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둘째,지역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정당은 정책을 제시해서 국민의 지지를 얻고,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지역주의는 정당을 권력으로 중무장한 이익집단으로 만든다.이 이익집단은 왕왕 무시무시한 ‘도적집단’이 되기도 한다.이처럼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지역주의를 없애기 위해서는 지역주의에 뿌리를 둔 선거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 16대 국회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컸던 만큼,17대 국회에 거는 희망과 기대는 크다.개혁과 진보 세력의 약진이 이루어졌기에 더욱 더 그렇다.정경유착과 지역주의의 어둠을 말끔히 몰아내고 한국 정치의 정상화와 선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시민의 위대한 힘으로 이룬 17대 총선의 결과는 한국 사회 발전을 이끌 정치개혁으로 이어져야 한다.시민은 지켜보고 있다. 홍성태 상지대 사회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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