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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학사정관제 심층보도를”

    “입학사정관제 심층보도를”

    서울신문 제27차 독자권익위원회가 18일 오전 7시30분 본사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독자권익위 김형준(명지대 정치학 교수) 위원장과 이문형(산업연구원 연구위원)·박연수(소방방재청 차장)·권성자(책을 만들며 크는 학교 대표)·박용조(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수석 부회장)·이청수(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수석전문위원)·홍수열(자원순환사회연대 정책팀장)·이영신(이화여대학보사 편집국장) 위원이 나와 일자리 나누기와 교육현안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제시했다. 서울신문 노진환 사장과 편집담당 김명서 상무·염주영 멀티미디어본부장·편집국 임태순 부국장·박현갑 사회부 차장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균형감 있는 교육 기사 돋보여” 위원들은 입학사정관제 등 교육현안에 대한 기획기사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심층적인 분석을 요구했다. 박연수 위원은 “서울신문의 교육기사 논조가 한쪽의 이데올로기에 치우치지 않는 점이 돋보였다.”면서 “미국의 입학사정관제를 심층취재, 소개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용조 위원도 “교육의 본질에 접근한 기사들에 높은 평가를 내리지만 정부의 단기 처방적인 일회성 정책의 과거와 미래에 대해서도 짚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입학사정관제의 경우 획일화된 고교교육 현실에서 효과가 반감되고 기여입학제로 변질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집중조명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위원들은 매주 교육면에 실리는 총장초대석에 대해서 대입 정책이 수시로 바뀌는 상황에서 맞춤형 정보를 들을 수 있는 좋은 코너라고 평가했다. 또 새 정부 출범 이후 들어서고 있는 자립형사립고, 마이스터고 등 다양한 학교를 소개해 교육수요자들의 정보갈등을 풀어주기를 당부했다. 권성자 위원은 “교육 관련 기사 중 지난 11일자 이야기체로 쓴 ‘알코올성 간질환 청소년 5만명’기사를 감명깊게 읽었다.”면서 “새로운 기사쓰기 방식도 그렇거니와 학업 외의 교육문제를 조명했다는 점에서 반가운 기사였다.”고 말했다. ●“일자리 나누기 분야 기사 보강을” 일자리 나누기에 대해서는 단기처방인 인턴제 등의 확대보다 장기적인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문형 위원은 “일자리 기사의 절대적 양도 부족하거니와 외부전문가의 칼럼 등도 부족했다.”면서 “이 분야에 대한 사설도 자주 지면에서 만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영신 위원은 “지난 7일자에 실린 ‘입시지옥 벗어나니 취업지옥’ 기사는 대학 취업 현장을 발로 뛰어다닌 흔적이 많아 좋았다.”면서 “정보가 되는 고시면 등은 그래픽을 보강해 더욱 구직자층 독자에게 어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본지의 연중기획 ‘나눔 바이러스’는 기사 게재량을 일정하게 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이야기체 기사를 반기며/양승찬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옴부즈맨 칼럼]이야기체 기사를 반기며/양승찬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17살 지성이(가명)의 아침은 끔찍했다. 깨질 듯한 머리. 갈라지는 입술. 목이 탔다. 간절한 건 한 방울 알코올이었다. 주머니를 뒤졌다. 돈이 나오지 않았다.’ 새로운 기사 쓰기 방식인 이야기체 구성으로 작성된 기사를 3월11일자 6면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알코올성 간질환 청소년이 5만명을 넘어 3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한 사실과 관련한 사회문제를 그 어떤 방식보다 설득력 있게 독자에게 전달한 기사였다. 장면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문제를 확실히 공감할 수 있었다. 무슨 이야기인지 읽고 싶기도 했다. 신선한 이야기 전달 방식이 기사에 녹아 있어 반갑다. 한국언론재단은 지난 2007년 말 ‘스트레이트를 넘어 내러티브’로라는 기사 작성 연구서를 발간했다. 이 책은 독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글쓰기의 다양성을 고민하는 젊은 기자의 경험과 분석을 통해 새로운 형식의 기사 작성 양식을 소개하고 있다. 이야기체 기사 쓰기는 인터넷과 방송 뉴스에 밀려 상대적으로 고전하고 있는 미국 신문기자들이 더 많은 독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2001년 이후 저널리즘 논의의 중심으로 등장했다. 이는 또한 역피라미드형 스트레이트 기사의 딱딱함을 넘어 독자가 읽고 싶은 콘텐츠를 만들어 내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이야기체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기자의 관찰이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방식의 기사 쓰기를 위해 기자는 사건을 단순히 정리하기보다는 관찰을 토대로 묘사한다. 발생한 사건 자체보다 사건의 전개에 주목하며 인물의 특성에 초점 맞추어 정보원과 함께하는 취재 시간도 상대적으로 길다. 이야기체 기사 쓰기는 정보 전달을 주 목적으로 하는 ‘읽는 기사’보다는 독자가 입체감을 가지고 재현할 수 있는 ‘보는 기사’를 추구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객관성과 공정성이라는 저널리즘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여전히 전형적인 역피라미드형 스트레이트 기사가 적합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모든 주제의 기사가 위와 같은 이야기체로 구성될 수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야기체 기사 작성은 일반 시민을 중심으로 한 탐사보도와 기획 기사 구성에 도입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은 인정하고 싶다. 지난 한 주간 일반 시민을 취재원으로 많이 활용한 몇 편의 기사에서 새로운 글쓰기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3월14일자 ‘5080’면에서 손자 보육을 둘러싼 노인들의 애환과 보람을 다룬 기사는 많은 사람들의 경험을 마치 눈으로 본 것처럼 이해할 수 있게 묘사했다. 워크아웃 문제를 다룬 3월10일자 기사는 사회 문제를 인물 중심으로 다루면서 기업 인사부 간부의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었다. 일자리 문제를 다룬 3월13일자 ‘나눔 바이러스’ 기획 기사 역시 한시적 일자리를 구한 산불감시원의 일과를 진달래가 핀 야산 속에서 묘사하면서 채용 이후 전개된 삶과 미래를 기자의 이야기로 시작했다. 많지는 않지만 기사 작성에 이야기체라는 새로운 시도가 접목되고 있는 것을 환영한다. 여기저기서 듣고 보고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닌, 서울신문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데 이러한 시도는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공식취재원, 저명한 취재원에의 지나친 의존을 탈피하면서 기자가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데 새로운 글쓰기는 적합할 것 같다. 변화한 미디어 환경에서 현재 독자들이 신문에 원하는 것에는 정보뿐만 아니라 ‘이야기’가 추가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지면을 구성하면 좋겠다. 사람 냄새나는 우리의 이야기가 전달될 수 있도록 기자가 많은 시민을 직접 만나고 이들을 뉴스의 주체로 만들어 낸 기사를 서울신문에서 더 자주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양승찬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金닭·金발유… 서민은 어쩌나

    金닭·金발유… 서민은 어쩌나

    쇠고기를 제외한 돼지고기, 닭고기, 계란 등 축산물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휘발유 값도 연일 뛰고 있다. 10일 농수산물유통공사 가격정보에 따르면 9일 기준 돼지고기 삼겹살(중품) 500g의 평균 소매가격은 8783원으로, 1년 전인 지난해 3월 평균 6641원보다 32.3% 올랐다. 삼겹살 500g 가격은 1월과 2월에도 각각 8533원과 8503원으로 높았다. 삼겹살 값이 오른 이유는 계절적 요인 외에 고환율에 따른 수입 감소와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돼지고기·닭고기의 원산지 표시제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돼지고기는 3월부터 출하가 줄어 11월이 돼야 늘어나는 데다 황사철을 앞두고 최근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뛰고 있다.”면서 “원산지 표시제로 수입산을 국산으로 속여 파는 것이 어려워진 점도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닭고기(중품)도 지난해 ㎏당 평균 4258원이던 것이 올 1월 5061원, 2월 5181원에 이어 이달 9일에도 5072원으로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닭고기 소매가는 2006년 연 평균 3689원, 2007년 3621원이었으나 지난해부터 오름세를 타고 있다. 원산지 표시제, 고환율에 따른 수입 감소 등 요인 외에 사육두수가 줄어든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고기용 닭의 사육두수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전년동월 대비 약 200만마리가 줄었다. 계란은 가격 오름세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비싸다. 2006년 연 평균 1265원(중품 10개), 2007년 1289원이었으나 지난해 1613원으로 오르더니 올 1월에는 1843원까지 치솟았다. 2월에는 그나마 오름세가 꺾여 월 평균 1783원이었고, 이달 9일에는 1734원을 기록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알을 낳는 산란계 사육두수가 늘면서 달걀 값이 조금 떨어졌다.”면서 “돼지고기나 닭고기는 당분간 가격하락 요인이 없어 높은 가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쇠고기는 미국산 수입 증가 등으로 9일 현재 불고기 1등급 500g 기준 1만 6825원으로 지난해 평균(1만 6484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06년 2만 607원, 2007년 1만 7875원에 비해 낮아졌다. 한편 서울의 휘발유 소비자 가격이 ℓ당 평균 1600원을 돌파했다. 한국석유공사의 ‘주유소 종합정보시스템(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8일 현재 서울 주유소의 휘발유 값은 ℓ당 평균 1601.20원을 기록했다. 휘발유값이 ℓ당 1600원대로 오른 곳은 서울이 유일했다. 서울 휘발유값은 전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값(ℓ당 1532.74원)에 비해 ℓ당 70원 가량 비싸다. 서울에서 가장 비싸게 파는 곳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근에 있는 주유소로 ℓ당 1796원이었다. 휘발유값이 당분간 상승 추세를 이어가면 ℓ당 1800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국 평균 휘발유 값은 9주일 연속 올랐다. 지난 1월3일 ℓ당 1300원대로 오르더니 1월23일엔 1400원대로 뛰었다. 지난달 19일에는 3개월 만에 처음으로 ℓ당 1500원대로 치솟았다. 김태균 김경두기자 windsea@seoul.co.kr [서울신문 다른 기사 보러가기] ‘찻잔 속의 태풍’ 문화재관람료 청소년 5만명 알코올성 간질환 ‘슬럼독’ 감동은 딱 3분의 2 석탄→석유 만드는 ‘청정 연금술’ 일본 WBC 꼼수 제 발등 찍었다? 160층 두바이타워에서 내려다보니
  • 알코올성 간질환 청소년 5만명

    알코올성 간질환 청소년 5만명

    술… 술이 필요했다. 17살 지성이(가명)의 아침은 끔찍했다. 깨질 듯한 머리. 갈라지는 입술. 목이 탔다. 간절한 건 한 방울 알코올이었다. 주머니를 뒤졌다. 돈이 나오지 않았다. 미친 듯 집안을 헤집었다. “제발 천원짜리 한장만…” 그러나 집 안엔 돈 나올 구멍이 없었다. 아버지는 며칠째 집에 들어오질 않았다. 어머니는 몇년 전 술에 전 아버지와 갈라섰다. 맥이 풀려버린 지성이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때 눈에 띈 건 화장대 앞 남자 스킨이었다. “알코올… ” 뚜껑을 열었다. 알싸한 알코올 냄새가 코에 스쳤다. 살 것 같았다. 한모금. 그리고 또 한모금… 빈 속에 찌릿한 쾌감이 느껴졌다. 탈 듯한 갈증이 사그라져갔다. 그러다 문득 거울 속 제 모습을 바라봤다. 마른 얼굴에 충혈된 눈이었다. “나는 아마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할 거야…” 지성이 눈에 물기가 맺혔다. 지성이는 “구할 수 있는 한 매일 술을 먹었다.”고 했다. “한번에 소주 3병 정도는 거뜬히 해치웠다.”고도 했다. 전형적인 알코올 중독 증세였다. 술 먹기를 중단한 건 범죄에 연루된 이후다. 재판부는 지성이를 알코올중독 전문 병원에 치료 의뢰했다. 소년은 나락에 떨어진 이후에야 구원을 찾았다. 청소년 음주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중1~고3 학생 음주 경험률은 지난 2005년 54.1%에서 2006년 59.7%, 2007년 58.6%로 늘었다. 음주자 가운데 위험 음주율도 2005년 44.2%, 2006년 47.3%, 2007년 46%였다. 술 먹는 아이들이 늘면서 청소년 알코올성 간질환자도 급증했다. 2004년 4만 5428명이던 게 2007년 5만 6354명을 기록했다. 비율로는 24%증가다. 알코올성 간질환이란 통상 소주 1병을 10년 이상 매일 먹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걸로 알려져 있다. 이쯤되자 전문가들은 청소년 알코올 중독에 대해서도 경고하고 나섰다. 서울대병원 정신과 강웅구 교수는 “드러나지 않은 청소년 중독자 수가 상당히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의 한 사회복지사도 “부모가 아이를 돌보지 못하는 경우 쉽게 중독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했다. 지성이도 같은 경우다. 현상은 명확한데 대책이 없다. 교육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는 서로 “우리 업무가 아니다.”고 했다. 교과부는 “음주 문제 해결은 복지부가 할 일”이라고 했고, 복지부는 “교과부 도움 없이 청소년 사업을 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현재 청소년 음주 상담은 청소년 상담지원센터에서 맡고 있다. 그러나 전문인력이 없고 상담 실적도 모으지 않는다. 전국 34개 알코올 상담센터도 “청소년 음주 관련 전문인력은 따로 두고 있지 않다.”고 했다. 강 교수는 “중독 소질을 가진 아이가 자유롭게 술 먹을 환경이 되면 반드시 중독자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청소년 상담·보호 방안을 마련하고 술 마실 환경을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서울신문 다른 기사 보러가기] ‘찻잔 속의 태풍’ 문화재관람료 ‘슬럼독’ 감동은 딱 3분의 2 석탄→석유 만드는 ‘청정 연금술’ 일본 WBC 꼼수 제 발등 찍었다? 160층 두바이타워에서 내려다보니
  • 사찰 문화재관람료 반환 판결 논란 확산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 징수는 찻잔 속의 태풍.’의정부 지법이 소요산 자재암에 대해 ‘문화재관람료를 원고에게 반환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등산객과 시민·사회단체는 ‘단순 통행객에 대해서도 무리하게 징수하는 문화재 관람료는 부당하다.’며 판결을 환영하고 있고 불교계는 ‘사찰 문화재의 유지·관리비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징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여론 의식한 채 관망 소요산 자재암은 의정부 지법의 판결이 있은 뒤 즉시 항소한 상태. 등산동호회와 시민·사회단체들은 항소심 판결에 대비한 대응방안을 준비하고 있고 불교계도 사찰 주지 모임 등을 통해 항소심 판결에 따른 대책 마련에 나섰다. 따라서 3~6개월 뒤 있을 항소심 판결은 또 한 차례 큰 파문을 몰고 올 전망이다. 이와 달리 국립공원 문화재관람료 징수와 관련한 주 당사자인 조계종 총무원과 환경부, 문화재청은 관망하고 있는 형편. 환경부와 문화재청은 판결 이후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고 조계종 총무원도 종단의 입장을 일절 드러내지 않고 있다. 당사자들이 이번 판결과 판결 이후의 논란에 대해 보이고 있는 이같은 관망 자세는 일단 사안 자체가 그동안 논란을 불러왔던 문화재 관람료 징수 문제의 본질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 원고인 소요산 자재암이 국립공원이 아닌 국민관광지로 분류돼 있는 데다 소송 자체가 사찰의 일부 지역에 국한된 소액재판이라는 점이다. 특히 국민관광지 소요산의 95%가 자재암 소유로 되어 있다. 조계종 총무원을 비롯한 불교계에 따르면 지난달 2월 서모씨 등 22명이 자재암을 상대로 문화재관람료를 돌려달라며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에서 의정부 지법은 ‘자재암은 서씨 등에게 각각 1000원의 문화재관람료를 돌려주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소액심판인 만큼 별도 판결문 없이 원고 승소판결만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관망 분위기와는 달리 항소심 판결에 대해선 적지 않은 마찰이 예상된다. 조계종 총무원과 환경부, 문화재청은 국립공원의 사찰 문화재관람료 징수와 관련한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협의를 진행했으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사실상 협의가 중단된 상태. ‘사찰들이 문화재 보수비는 어느 정도 지원받고 있지만 평상시 문화재 유지·관리비 측면의 예산 책정과 집행이 따르지 않는다.’며 적극적인 개선책을 요구하는 불교계와 주무부서의 입장 차가 쉽사리 좁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자재암 항소심 결과는 자칫 큰 마찰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불교계는 자재암 판결 사안의 경우 국립공원내 사찰은 아니지만 문화재관람료와 관련한 조처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첫 결정인 만큼 사찰들의 대응 수위를 섣불리 예측하지 못한다. 정부 주무부서도 일반 여론을 의식한 채 판결의 향배를 살피고 있는 눈치다. ●조계종 “정부, 실질적 해결책 마련을” 조계종에 따르면 현재 문화재 관람료를 놓고 마찰을 빚고 있는 사찰은 국립공원 내의 사찰을 포함해 67곳.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이후 소요산 자재암과 구례 천은사, 설악산 신흥사, 양평 용문사 등에서는 주로 우회 등산객들과 사찰측의 마찰이 이어졌다. 이번 자재암은 이 가운데 문화재 관람료와 관련한 법원의 첫 판결이란 점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사찰을 우회하는 일반 등산객들도 실질적으로 사찰을 들르거나 사찰 시설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정부가 자연자원을 고려한 생태 차원의 관리에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사찰의 역사 문화재 차원에도 관심을 갖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서울신문 다른 기사 보러가기] 청소년 5만명 알코올성 간질환 ‘슬럼독’ 감동은 딱 3분의 2 석탄→석유 만드는 ‘청정 연금술’ 일본 WBC 꼼수 제 발등 찍었다? 160층 두바이타워에서 내려다보니
  • [2009 녹색성장 비전] 석탄→석유 만드는 ‘청정 연금술’… 하루 15만배럴 콸콸

    [2009 녹색성장 비전] 석탄→석유 만드는 ‘청정 연금술’… 하루 15만배럴 콸콸

    │세쿤다(남아공) 박건형특파원│ 필요는 발명을 낳는다. 인류가 기술에 눈뜨기 시작한 이래 수많은 기술이 개발됐고, 그중 일부는 우리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대부분의 기술개발은 ‘발전’에 치중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때로는 외부적인 상황변화에 의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 1950년대 이후 급격히 확산되기 시작한 ‘석유의 시대’를 마주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례가 그랬다. 당시 남아공을 지배하는 가장 큰 논리였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 때문이었다. 인종차별을 유일하게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던 남아공에 대해 전 세계는 금수조치를 취했다. 석유도 마찬가지였다. 살 길을 모색하던 남아공 정부는 나라 안에 엄청난 양이 매장돼 있는 석탄에서 석유를 만드는 기술(CTL)을 찾아냈다. 1910년대 독일에서 개발된 기술이었지만 필요가 없어 사장된 기술이었다. CTL은 1950년대 중반 상용화돼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가 공식적으로 철폐되기까지 40년 넘게 남아공 경제를 지탱해 왔고 지금도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남아공 최대의 도시 요하네스버그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2시간, 130㎞가량 떨어진 ‘세쿤다’는 세계 최대이자 유일의 CTL·GTL(가스액화기술) 상용 업체가 자리잡고 있다. ●석탄 시대의 재개막 세쿤다는 이곳과 카타르에 CTL·GTL 공장을 갖고 있는 사솔(SASOL)을 위한 도시다. 도시가 가까이 다가오자 광활한 옥수수밭 저편으로 거대한 냉각탑이 무리를 지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10여개의 냉각탑에서는 끊임없이 수증기가 솟아 나오고 있었다. “CTL과 GTL은 단순히 석유를 만들어 내는 공정이 아닙니다. 화학적으로 만들어 내는 만큼 별도의 정제 과정이 필요없는 질 좋은 석유가 만들어지고, 이어지는 공정으로 수많은 화학제품과 원료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을 맡은 앤소니 스튜어트 투자팀장은 사솔의 상용화 기술이 ‘일석이조’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화학공정과 정유공정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얘기다. CTL·GTL에 대한 전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 사솔 공장에는 방문자가 부쩍 늘었다. 특히 석탄 매장량이 많은 중국 등 아시아권 국가에서는 정부와 기업 관계자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스튜어트 투자팀장은 “남아공 이외에 다른 나라에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던 기술이었지만 지구온난화가 이슈화되면서 ‘청정석탄 기술’로 불리는 CTL·GTL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면서 “석유 시대의 개막 이후 잊혀졌던 석탄의 시대가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사솔이 남아공 경제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상 이상이다. 사솔은 2007년 기준으로 6조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중 4조 5000억원을 수출한 남아공 최대의 기업이다. 사솔의 공장을 합쳐 하루에 생산되는 석유는 15만배럴 수준이다. 공장지역으로 들어서기 위해서 허가받은 차량에 올라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연상시키는 통로로 들어섰다. 공장견학을 맡은 지미 보더 기술분석팀장은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모든 곳에 사각 없이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다.”면서 “직원들 역시 자기가 맡은 부분 이외의 공장 사정에 대해서는 알 수 없도록 철저한 유출방지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솔은 해외투자에 있어서도 기술 라이선스 방식만 고집한다. 유일하게 해외에 설립된 카타르 공장 역시 기술 부문은 사솔에서 파견된 인원들이 도맡고 있다. 공식적으로 허락받은 취재진을 포함한 어느 외부인도 공장 지역 내에서 사진 촬영은 불가능하다. 일부 국가의 경우 막대한 금액을 제시하면서 기술이전을 요구하고 있지만 원천기술에 대한 사솔의 원칙은 확고하다. 한 번 주기 시작하면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얘기다. 스튜어트 팀장은 “한국 일부 기업과도 합작 투자 방식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석유관련 기술 통합된 공장 사솔 세쿤다 공장에서는 주변지역에서 생산되는 저급의 석탄을 잘게 부순 후 산소와 수증기를 넣어 기체 상태인 가스로 만든다. 이 가스를 석유로 만드는 간접액화 방식이 사솔 공정의 핵심이다. 사솔은 이 기술을 완성하면서 중간 단계인 가스를 석유로 만드는 ‘GTL’ 기술도 자연스럽게 갖게 됐다. 무엇보다 이 공정을 통해 나온 부산물은 다른 석유화학기업들이 수많은 정유공정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물질들이다. 이를 통해 양초, 페인트, 신발 소재, 니트로글리세린, 왁스 등 수많은 화학제품들을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다. 정유기업과 석유화학기업을 완벽하게 합친 구조다. kitsch@seoul.co.kr ■ 국내 관련 기술 현황 GTL 플랜트 성공… CO2 포집기술 보완해야 지난해 12월 한국화학연구원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공동연구팀은 국내 최초의 GTL 플랜트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MB 정부가 ‘녹색성장’의 비전을 제시한 이후 국내 연구진이 처음으로 얻어낸 첫 번째 신기술이었다. CTL·GTL 기술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철저히 소외돼 왔다. 에너지 자립을 위해 미래형 에너지에 투자하다 보니 이미 개발된 기술을 재검토하고 연구하는 노력에 소홀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국내에 상당량 남아 있는 석탄에 대한 연구는 한동안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사실상 국내 유일의 에너지원인 천연가스는 지역난방과 운송에너지로 그대로 사용됐다는 점에 만족해 왔다. 화학연-에너지연구원 공동연구팀은 천연가스를 통해 디젤유 등 액체연료를 만들면 황과 매연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현재 채취되는 천연가스는 액화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으로 이송이 불가능한 한계가스와 태워서 없애야 하는 동반가스가 전체 매장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GTL 기술을 이용하면 한계가스를 가스전에서 액체상태 연료로 바꾼 뒤 필요한 곳으로 이송해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CTL·GTL 기술이 완벽한 녹색기술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 석탄을 사용하는 만큼 공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와 수증기 등 온실가스가 문제다. 에너지연구원 관계자는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기술(CCS)과 결합한다면 신재생에너지와 핵융합 등 미래형 에너지가 완성될 때까지 연결자 역할을 하는 브리지 에너지가 될 수 있다.”면서 “여러 연구단이 협력하면서 운용기술까지 빠른 시간에 습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서울신문 다른 기사 보러가기] ‘찻잔 속의 태풍’ 문화재관람료 청소년 5만명 알코올성 간질환 ‘슬럼독’ 감동은 딱 3분의 2 일본 WBC 꼼수 제 발등 찍었다? 160층 두바이타워에서 내려다보니
  • 한약 부작용 마냥 방치

    이모(32·여)씨는 감기를 달고 사는 딸에게 지난해 겨울 소아한의원에 가서 한약을 지어 먹였다. 한의사는 기관지를 보호하는 탕약이라고 설명했다. 며칠 뒤 이씨의 딸은 혈변을 보았지만 한의사는 한약을 먹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만 말했다. 결국 딸아이는 피를 토해 응급실에 실려갔고 ‘급성간독성’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두통·위장장애 등 부작용 한약 부작용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한약재 부작용을 신고할 의무가 있는 한약사들도 의무를 지키지 않고, 이를 관리하는 당국도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양약에 부작용이 있듯이 한약에도 부작용이 있다. 서울 강남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 이모(37)씨는 “한약 부작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풍토가 있다.”면서 “한약을 먹으면서 겪게 되는 소화장애, 두통, 위장장애 등이 모두 부작용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간질을 앓던 김모(5)양의 어머니는 환약을 약국에서 지어 딸에게 먹였다. 김양은 약을 먹은 뒤 심한 설사와 폐렴 증세로 병원으로 실려갔고 ‘수은 중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은 약사에게 8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약사법 제21조에 따르면 약사와 한약사는 의약품과 한약재에서 부작용이 발생하면 당국에 신고(보고)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한약 조제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한의사에게는 보고 의무 규정 자체가 없다. 당국은 신고받은 의약품의 부작용 사례를 관리하며, 의약품이나 한약의 판매나 조제행위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의약품 부작용 신고는 2004년에 907건이던 것이 2008년 7210건으로 8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한약재 부작용 신고는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없다. 한약국이나 한약방에서 일하는 한약사들은 신고 의무가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부작용에 대한 인식이 약하다. 신고 의무가 없는 한의사들 또한 한 건도 부작용 사례를 보고하지 않았다. ●“신고센터 설치해야” 대한한약사회 관계자는 “한약재 부작용을 신고하는 것이 의무사항인 줄 몰랐다.”면서 “한약 부작용은 특별히 심각한 것이 없어 괜찮다.”고 주장했다. 대한한의사협회 측도 “한약은 새로운 부작용이 더 나올 것이 없어 보고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약재 부작용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까닭은 주무부처의 관리 소홀 탓이 크다. 식약청은 신고를 해야 관리를 할 게 아니냐는 안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식약청 한약품질과 관계자는 “한약은 여러 약재가 혼합된 것을 복용하다 보니 구체적으로 어떤 한약재의 부작용인지 알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더 적극적인 행정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약품 부작용의 경우 지역약물감시센터에서 신고받는 것이 40%를 차지하는 만큼 한약 부작용도 지역센터를 설치해 신고받는 등 다각적인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다른 기사 보러가기] UFC 진출 추성훈 “힘에선 절대 안 밀린다” 885억 빌딩 인수한 33살 ‘게임재벌’ 허민 CEO가 저녁먹자 불러서 갔더니 ‘황당한 퇴직’ 출산휴가 마친 뒤 복귀하니 무급휴가 가라고? 젋은 투수 잡은 ‘야구배트 트레이드’ 新자린고비…종이값·야근비·홍보비도 없다
  • 영국 울린 ‘父子의 마지막 밤’

    영국 울린 ‘父子의 마지막 밤’

    ‘마법 같은 미소’를 가진 아이는 뇌성마비와 간질을 안고 태어났다. 소아 조기성 간질뇌증, 일명 ‘오타하라 증후군’을 앓는 아이는 스스로 먹지도, 말하지도, 걷지도 못했다. 여섯해의 짧은 생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냈다. 데이비드 캐머런(43) 영국 보수당 당수의 장남 이언의 이야기다. 이언이 세상을 떠난 26일 영국 전체가 슬픔에 잠겼다. 영국 언론은 일제히 소년의 죽음을 주요뉴스로 타전했다. 고든 브라운 총리는 이날 15년 만에 처음 하원에서 매주 여는 ‘총리와의 질의’를 취소하고 자신의 정적인 캐머런에게 애도를 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영국 언론들이 두 부자의 마지막 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내년 총선에서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캐머런 당수가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그러나 언론이 ‘남다른 슬픔’을 표하는 이유는 엘리트 코스를 질주해온 캐머런과 그의 아내 사만사가 중증 장애아를 돌보는 모습을 통해 대중에게 진한 휴머니즘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튼스쿨과 옥스퍼드대를 나온 캐머런과 귀족 출신인 사만사는 전형적인 영국의 상류층이다. 그러나 이들은 24시간 간호가 필요한 아들을 위해 병원 바닥에서 밤잠을 설쳐가며 헌신했다. 캐머런은 보수당 당수가 되던 3년 전 영국 정치인으로는 드물게 가족의 사생활을 대중에 공개하기로 했다. 낸시(5)와 아서(3) 등 세 아이의 아버지인 그는 BBC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장애아 부모로서의 삶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아이를 이용해 보수당의 이미지를 개선한다는 날선 비난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가족은 내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라며 “국민들은 총리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알 권리가 있으며, 장애아를 키우는 어려움과 기쁨이 국민을 이해할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준다.”고 항변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액설로드 백악관 상임고문 부부 간질 딸 돌보며 28년 가슴앓이

    액설로드 백악관 상임고문 부부 간질 딸 돌보며 28년 가슴앓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인맥의 핵심 인사로 꼽히는 ‘파워맨’ 데이비드 액설로드(54) 백악관 선임고문이 간질을 앓는 딸 때문에 30년 가까이 가슴앓이를 해온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미국 주간지 퍼레이드는 최신호에서 액설로드의 부인 수전(사진 왼쪽 ·55)과 큰딸 로렌(오른쪽·27)의 모습을 표지에 싣고 이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을 커버스토리로 자세히 소개했다. 1979년 결혼한 액설로드 부부가 첫딸 로렌을 낳은 것은 81년. 당시 데이비드는 시카고트리뷴 정치부 기자로, 수전은 시카고대 경영학 석사과정에 몸담고 있었다. 행복한 시간은 생후 7개월째 접어든 로렌이 간질병 진단을 받으면서 끝이 났다. 하루에도 스물다섯번 넘게 심한 경련을 일으키는 딸을 지켜봐야 하는 악몽 같은 나날이 계속됐다. 이 부부가 가장 괴로웠던 시간은 17세의 로렌이 대수술을 받았을 때. 의사의 권유로 로렌은 두개골에 전극봉을 끼워 인위적으로 발작을 일으켜 뇌의 발작을 차단하는 수술을 받았으나 결과는 실패였다. “그날 이후 24시간 내내 내 눈에서는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는 수전은 “그대로 영원히 울 수만은 없고 무언가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1998년 간질 환아 어머니들과 함께 비영리법인 ‘간질연구를 위한 시민연대(CURE)’를 설립한 것은 그 무렵이었다. 이후 모임은 10년간 900만달러(약 127억원)를 모금해 간질 관련 75개 연구프로젝트들을 후원하고 있다. 인터뷰에서 데이비드는 “불치병을 앓는 아이를 둔 어머니의 고통은 세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Healthy Life] (11) 진통제

    [Healthy Life] (11) 진통제

    약국을 들러보면 무수히 많은 진통제가 진열돼 있다. 각기 다른 약이지만 모두 공통적으로 진통효과를 나타낸다고 한다. 하지만 설명서를 자세히 읽어보고 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에 약제마다 어떤 약리작용을 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환자는 드물다. 약에 대한 궁금증이 있지만 설명이 어려워 기능을 이해하지 못하는 환자도 많다. 강북삼성병원 함정연 약제팀장을 만나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진통제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시중에 판매되는 진통제는 종류가 무수히 많다. 성분과 기능이 모두 같은가. 시중에 판매되는 진통제는 보통 소염·진통작용이 함께 있는 진통제와 해열·진통 작용이 함께 있는 진통제로 나뉜다. 경련을 줄여주는 성분이 복합된 진통제도 있다. 소염진통제는 통증을 줄이는 동시에 염증을 가라앉혀 주는 약제다. 파스류나 바르는 연고류의 진통제들이 여기에 속한다. 해열진통제는 열을 내려줌과 동시에 진통 효과를 나타낸다. 경련을 완화시키는 ‘진경제’는 주로 생리통에 사용한다. ●진통제의 성분은 일반인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알기 쉽게 각 계열을 분류해 달라. 진통제는 크게 ‘비마약성 진통제’와 ‘마약성 진통제’로 나뉜다. 비마약성 진통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진통제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와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등이 해당된다.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는 소염·해열·진통 효과가 복합된 약물이 있는 반면 해열 작용이 없는 성분도 있다. 주로 사용되는 것은 아스피린, 인도메타신, 이부프로펜, 디클로페낙, 피록시캄, 나프록센 등이다.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 외에 아세트아미노펜은 소염효과가 없기 때문에 관절염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위장장애가 적어 위장관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대개 아스피린 대신 제공한다. ●진통제는 우리 몸에서 어떻게 작용하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을 억제해 부종과 염증을 가라앉히고 열을 내린다. 프로스타글란딘은 체내 세포조직이 파괴되면서 나오는 물질의 하나로 통증신호를 일으키는 ‘통각 수용체’를 활성화시키는 기능도 있다. 따라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 통증이 빠르게 사라진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시상하부(체내 대사를 조절하는 뇌의 조직)에서 열손실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진통효과와 관련된 작용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마약류는 아편 수용체에 작용해 통증 물질의 분비를 억제함으로써 진통 효과를 일으킨다. ●‘효과 빠른 진통제’라는 광고문구를 많이 볼 수 있다. 진통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은 약제마다 어떻게 다른가. 진통제 성분과 약의 형태에 따라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은 모두 다르다. 보통 복용 후 진통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약은 효과 지속시간이 짧다. 따라서 하루종일 빠른 진통작용이 필요하다면 하루 3~4회 이상 약을 복용해야 한다. 항상 진통작용이 필요한 만성질환자가 아니라 갑자기 나타난 통증에 대처하려면 효과가 빠른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진통제의 지속시간이나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이 길고 짧은 것은 진통제의 좋고 나쁨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본인의 상황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 ●약국에서 사먹는 진통제와 병원에서 처방하는 주사용 진통제는 기능상 어떤 차이점이 있나. 주사용 진통제는 먹는 진통제보다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먹는 약보다 부작용이 커 알레르기 같은 과민반응이나 주사 부위의 출혈, 염증, 신경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진통제를 먹지 말고 참으라는 얘기가 있다. 먹는 진통제도 계속 복용하면 내성(중독)이 생기나. 마약성 진통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신체적 의존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약물 복용을 중단했을 때 금단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마약으로 인한 금단증상은 설사·구토·오한·열·눈물·콧물 등 자율신경계와 관련된 것이 많다. 심지어 위경련, 복통도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마약성 진통제는 반드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 비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할 때는 내성이나 중독이 생기지 않는다. 다만 일부 복합성분 진통제의 경우 ‘카페인’이 함유돼 일부 내성이 생길 수 있다. ●본인도 통증이 있으면 진통제를 복용하나. 물론 복용한다. 진통제를 올바른 용법과 용량으로 복용하면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복용은 꼭 의사나 약사와 상의해야 한다. ●만성질환자가 진통제를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대부분의 마약성 진통제는 간으로 대사되기 때문에 간질환자의 경우 용량조절에 주의해야 한다. 신장질환이 있다면 소염진통제의 용량을 줄여야 한다. 소염진통제는 장기간 다량 사용할 경우 간질성신염과 유두부 괴사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아스피린은 위궤양, 통풍, 당뇨병 등의 병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천식을 일으키거나 고혈압 환자에서 뇌출혈 위험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특히 혈소판 응집력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항응고제를 사용하는 환자나 수술 및 위장·대장내시경 등의 검사를 앞둔 사람에게 투여해서는 안 된다. 또 장기간 복용하면 귀가 울리는 증상이 생겨 청력이 약해질 수 있다. 최근 경련이 일어나고 간과 뇌가 손상돼 사망하는 ‘레이 증후군’이 아스피린과 관계가 있다는 보고에 따라 성홍열 등 바이러스에 의한 질환이 있는 어린이에게는 투여하지 않는다. ●생리통, 편두통 등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통증을 다스리는 생활지침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생리통이 심하면 긴장을 풀고 스트레스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짠 음식과 커피, 홍차, 콜라 같은 카페인 음료를 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이완시키면 생리통을 줄일 수 있다. 두통이 있다면 식사를 챙기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복상태에서 생기는 저혈당이 두통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커피, 콜라 등 카페인이 함유된 음식이나 술, 치즈, 인공조미료를 사용한 음식도 두통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규칙적인 생활과 적당한 운동, 수면도 두통을 예방하는 좋은 생활습관이다. 컴퓨터 모니터를 오래 보거나 햇볕에 장시간 노출됐을 때도 두통이 나타날 수 있다. 페인트, 향수, 담배 등에 의한 강한 냄새도 두통을 일으키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탈수 현상이 두통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편두통 환자는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비타민B도 두통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또 마음을 편히 가지고 항상 웃은 얼굴로 생활하는 등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파키스탄에 78개 학교 세운 美 산악인

    파키스탄에 78개 학교 세운 美 산악인

    “우리가 하려는 일은 큰 바다의 물 한 방울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한 방울이 없으면 바다는 줄어들 것이다.” 1993년 9월2일 35세의 미국 젊은이 그레그 모텐슨은 세계 산악인의 희열이자 공포인 K2를 공략하던 중 길을 잃었다. 정상을 600m 앞에 둔 상태였다. 얼어붙은 극한지대에 밤이 다가왔고 따뜻한 옷과 식량을 가진 동료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모텐슨은 단지 여동생 크리스타를 기리기 위해 K2의 8611m 정상에 크리스타의 목걸이를 걸어 놓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우회로에서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됐다. 그보다 열 두 살 어린 크리스타는 세살에 걸린 뇌수막염의 후유증으로 간질과 발작, 장애에 시달리다가 23세의 꽃다운 나이에 결국 발작으로 세상을 등졌다. 얼음 산에서 군용모포에 의지해 하룻밤을 지낸 모텐슨은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산골마을 코르페에 흘러들어 가게 된다. 돌아 보면 그에게도, 코르페 마을 사람들에게도 운명이었다. 당시 190㎝에 95㎏의 건장했던 그는 70일간의 정상공략 탓에 몸무게 14㎏을 잃었고 팔은 이쑤시개처럼 변해 있었다. 위태로운 상태의 그를 구한 것은 코르페의 촌장 하지 알리였다. 그는 한 달이나 가족처럼 돌보며 재산 1호인 산양을 잡아 모텐슨에게 먹였다. 건강을 회복하면서 모텐슨은 그 마을에 뭔가를 해주고 싶었다. 신세를 갚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코르페 아이들에게 누이동생의 존재를 느꼈다. 아주 간단한 일조차 힘들어했던 누이동생처럼 이곳 아이들에게 모든 생활은 투쟁이었다. 남자아이 78명, 여자아이 4명이 허허벌판의 얼어 붙은 땅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나무 막대기로 흙바닥에 구구단을 쓰면서 공부하는 모습을 목격한 모텐슨은, 촌장에게 이렇게 약속한다. “내가 학교를 지어주겠다.”고. 파키스탄 발리스탄에 78개의 학교를 세운 산악인 모텐슨의 실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세 잔의 차’(그레그 모텐슨·데이비드 올리비에 렐린 지음, 권영주 옮김, 이레 펴냄)에 산악인에서 히말라야의 희망이 된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이곳에서 3만명의 소년 소녀가 혜택을 받고 있다. 장담에도 불구하고 일은 쉽지 않았다. 미국에 돌아온 모텐슨은 병원에서 야간에 간호업무를 보면서 기금을 모으기 위해 유명인사들에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한다. 첫번째 보낸 6통 편지의 수신인에는 최근 아프리카 학교를 지은 오프라 윈프리, NBC의 앵커 톰 브로커, CNN 버나드 쇼, 여배우 수전 서랜든 등이 있었다. 그리고 580통의 편지를 보낸다. 결과는 참담했다. 톰 브로커만이 100달러 수표를 보내줬을 뿐이다. 당시에는 윈프리도 이런 일에는 관심이 없었나 보다. 어머니가 교장으로 있는 학교에서 초등학생들에 기금모금 연설을 하고 1센트(10원가량)짜리 동전으로 623달러 45센트를 모았다.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학교의 필요성을 더 잘 이해한 것이다. 그는 1달러의 돈도 아끼기 위해 아침은 꽈배기 도넛과 커피가 전부인 99센트짜리를 먹고, 쭉 굶다가 저녁에 멕시코 식당에서 3달러짜리 부리토를 먹었다. 월세를 아끼기 위해 차에서 잠을 잤다. 진짜 필사적이었다. 궁하면 통한다고 그에게 서광이 비쳤다. 장 회르니 박사가 파키스탄 골짜기에 학교를 설립할 기금을 모은다는 소식을 들고 연락을 해 것이다. 산악인 출신의 회르니 박사는 ‘실리콘의 평면공정 특허’를 획득한 과학자이자 부자 기업가이도 했다. 모텐슨은 1994년 회르니 박사로부터 “일을 망치지 말게.”라는 쪽지와 함께 1만 2000달러짜리 수표를 받게 된다. 회르니 박사는 미국인들이 불교도인 네팔의 셰르파를 위해 학교와 병원 등을 지어주지만, 이슬람 국가를 위해서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간파하고 모텐슨의 시도가 성공 가능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도와주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학교 건설의 장애물은 사라졌을까? 나머지는 직접 읽으며 찾아보라. 이 책은 루터파 기독교도인 선량한 미국인이 문명이 닿지 않는 히말라야 산간마을에 학교를 선물했다는 식의 도식적이거나 계몽적인 책이 아니다. 그는 자신을 후원한 회르니 박사의 후의에 보답하기 위해 조바심을 내다가도 마을 촌장인 하지 알리의 “우리는 600년을 기다려 왔는데 1년을 더 못 기다리겠느냐. 우리의 방식을 따라 달라.”는 얘기를 듣고 그들의 종교와 생활방식, 철학을 존중해 나간다. ‘세 잔의 차’는 한 잔은 이방인으로, 두 잔은 손님으로, 세 잔은 가족으로 받아들인다는 풍속을 담은 것이다. 특별히 미국에서 그가 조명받은 시점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등 ‘테러와의 전쟁’으로 천문학적인 숫자의 달러를 파키스탄에 쏟아붓고도 실패한 최근이다. 뉴욕타임스는 “모텐슨은 미국정부가 파키스탄에 군사적으로 지원한 돈의 1만분의 1도 쓰지 않고 미국 이미지 향상에 더 기여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한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무력이나 폭력이 아니라 한 사람의 작은 꿈과 의지가 현실화되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모텐슨이 구술한 것을 저널리스트인 데이비드 올리비에 렐린이 정리했다. 전체는 전지적 작가시점의 소설처럼 서술됐는데 군데군데 모텐슨뿐만 아니라 주요 인물과의 인터뷰가 들어있어 다큐멘터리를 보는 생동감을 준다. 2007년 1월 미국에서 출간돼 82주 연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1만 35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신현준, 김명민·이범수 넘는 ‘최고의 칼잡이’ 될까?

    신현준, 김명민·이범수 넘는 ‘최고의 칼잡이’ 될까?

    신현준, 최고의 ’칼잡이’로 거듭날까? 배우 신현준이 오는 18일부터 첫 방송되는 SBS 새 수목드라마 ‘카인과 아벨’의 외과의사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극중 신현준이 연기하는 선우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존슨 홉킨스 병원에 근무하며 7년 동안 3천여 건의 뇌수술을 기록할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의사. 이같은 캐릭터 때문에 신현준은 수시로 고려대 구로병원을 찾아 이 병원의 응급의학과 교수의 지도 아래 실습교육을 받았다. 제작진은 “신현준이 ‘심폐소생술’, ‘제세동기 사용법’ 등의 응급처지와 의사로서 연기해야 할 모든 수술 과정을 배웠다.”고 전했다. 캐릭터를 위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신현준은 “전문직 캐릭터여서 극중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의사되는 일이 너무 힘들다.”며 “교육이 없는 날에도 머리 속으로 뜨개질하듯이 수술 동작을 연습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드라마 ‘하얀거탑’의 김명민, ‘뉴하트’의 조재현, ‘외과의사 봉달희’의 이범수가 의사로 등장해 각자의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는 평을 받은 바 있기에 ‘카인과 아벨’에서 외과의사로 연기변신을 시도하는 신현준이 과연 이들을 넘어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현준은 1회에서 미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하던 중 기내에서 간질 발작을 일으킨 응급환자를 살려내는 솜씨를 보여줄 예정이다. 한편 소지섭, 신현준의 투톱 구도에 한지민, 채정안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 ‘카인과 아벨’은 ‘스타의 연인’ 후속으로 오는 2월 18일 첫 방송된다. 사진제공=플랜비픽쳐스 서울신문NTN 정유진 기자 jung3223@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꿈 뺏긴 미국의 이민 노숙자

    꿈 뺏긴 미국의 이민 노숙자

    세계 경제위기의 그늘이 짙다.지난 26일 하루 동안에만 미국에서 6만명이 감원돼 전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불황의 직격탄은 저소득층이나 이주민 노동자 같은 사회 취약계층에 집중적으로 쏟아진다.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을 경우 이들이 노숙자로 전락하는 건 시간문제다. 최소한의 인권과 존엄성도 지키기 어려운 무방비 상태에 속절없이 노출되는 것이다. 산울림소극장이 기획한 ‘연극연출가 대행진’의 마지막 작품으로 새달 5일 막 올리는 이성열(극단 백수광부 대표) 연출가의 ‘뉴욕 안티고네’는 신자유주의의 붕괴, 세계화의 위기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이 시점에 다층적인 의미를 던지는 연극이다. 폴란드 대표 작가 야누시 그오바츠키의 1992년작인 ‘뉴욕 안티고네’는 뉴욕의 한 공원에 사는 다국적 노숙자 세 명의 이야기다. 러시아에서 온 알코올 중독자 사샤(김동완),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여성 아니타(정은경), 폴란드에서 온 간질병 환자 벼룩(박완규)은 각기 다른 이유로 미국에 흘러들어와 불법체류자로 거리에서 생활한다. 어느 날 아니타는 자신이 좋아하는 존이 간밤에 얼어죽어 시체안치소에 버려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샤와 벼룩에게 시신을 찾아서 묻어달라고 부탁한다. 돈을 주겠다는 말에 솔깃한 사샤와 벼룩은 몰래 시신을 빼내오지만 뒤늦게 존이 아니란 사실을 알고 언쟁을 벌이다 벼룩이 돈을 들고 도망친다. 사샤는 아니타에게 진실을 말하려 하나 아니타는 이를 알아채지 못하고, 둘은 존의 장례를 치르며 서로의 마음을 이해한다. 그러나 노숙자 대책으로 일명 ‘공원정화’ 작업에 나선 뉴욕 경찰(정만식)은 공원 주위에 철제 울타리를 세우고, 공원으로 돌아가려던 아니타는 정문에 목을 매 숨진다. 연극은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거대 제국의 최하위층으로 흘러들어간 동유럽과 제3세계 이민자들의 삶을 냉철하고, 예리한 시선으로 짚어낸다. 화가였던 사샤는 전시회를 열려고 뉴욕에 왔다가 공사장 인부로 주저앉았다. 아니타는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봉제 공장에서 일했지만 결국 직장에서 쫓겨나 노숙자 신세가 됐다. 17년 전 뉴욕이 배경이지만 지금 서울을 비롯한 세계 어느 도시에서나 일어날 법한 이야기다. 이성열 연출가는 “희랍극 ‘안티고네’가 크레온의 국가권력에 대항해 개인의 자유와 정의를 요구한 안티고네의 싸움이라면, ‘뉴욕 안티고네’는 미국이라는 세계의 중심에서 살 권리를 주장하는 주변부 밀입국자들의 생존 투쟁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인종차별과 종교차별도 서슴지 않으며, 서로에게 으르렁거리던 주인공들이 공권력에 맞서 대항하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사랑을 회복해가는 대목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81년 폴란드의 계엄령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그오바츠키는 ‘바퀴벌레 사냥’ 등 이민자들의 삶을 다룬 연극을 주로 발표했다.‘뉴욕 안티고네’는 2002년 전용환 연출로 ‘서울 안티고네’로 번안돼 국내에 처음 소개됐고, 2005년 극단 백수광부가 워크숍으로 무대에 올린 적이 있다. 3월1일까지.(02)764-7462.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의사협회,먹는 피임약 암 유발 ‘위험’ 경고

    대한의사협회가 약국에서 임의로 구입해 복용할 수 있는 경구용 피임약의 부작용을 경고하고 나섰다. 남용할 경우 유방·자궁경부암 등 각종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현재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 경구용 피임약은 개인 건강 상태에 따라 사용하지 않아야 할 사람이 적지 않을 뿐 아니라 암 등 다양한 위험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의 진단과 처방 없이 구입할 수 있어 오·남용 우려가 심각하다.” 며 이를 전문의약품으로 바꿀 것을 보건복지가족부에 요구했다고 최근 밝혔다. 의사협회에 따르면 경구용 피임약은 현재 미국 영국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있을 뿐 아니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약제가 태아 건강에 미치는 위험도를 가장 높은 수준인 ‘X등급’을 매겨놓고 있다. 또 혈관염, 혈전색전증, 뇌혈관·관상동맥질환을 가졌거나 과거력이 있는 사람, 심각한 간기능 장애나 원인 불명의 질 출혈이 있거나 유방암 환자, 35세 이상의 흡연자, 임신 여성 등은 복용해서는 안 되며 편두통, 고혈압, 자궁근종, 임신성 당뇨, 수술 예정 환자나 간질, 담낭질환자는 사용을 자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료계는 경구용 피임약이 오심·구토와 체중 증가, 생리량 변화, 부정 출혈, 우울증, 두통, 성 반응의 변화, 유방팽만감 등 일반적인 부작용 외에도 뇌졸중, 정맥혈전증, 폐색전증, 고혈압, 심근경색, 혈액응고장애, 담관질환, 간종양, 갑상선과 부신기능장애, 지질·당대사이상, 혈소판감소증 등 치명적인 부작용을 부를 수 있어 오·남용 폐해를 방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의사협회는 “특히 경구용 피임약이 유방·자궁경부암 등을 유발하거나 촉진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폐경 여성에게 적용하는 호르몬 보충요법 제제보다 4∼6배나 더 강력한 호르몬 효과를 가졌음에도 이를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한 것은 의약정책의 심각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에서는 대부분의 먹는 피임약이 가장 위험한 등급에 속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태아 위험이 입증되지 않은 약물로 분류된다고 반박했다. 바이엘쉐링 관계자는 “먹는 피임약의 태아 위험도는 FDA 분류상 다섯 단계 중 두번째인 B등급이며, 특정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도 없다.” 고 밝혔다. 그는 “약물을 안전하게 사용하자는 의협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부작용 우려가 과장돼 젊은 여성들의 원치 않는 임신·낙태를 부를 우려가 있다.” 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질병 사망자 절반 ‘피할 수 있는 죽음’

    질병 사망자 절반 ‘피할 수 있는 죽음’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각종 질병으로 숨지는 사람의 45.5%는 적절한 의료적 조치만 있었더라면 죽지 않아도 되는 이른바 ‘피할 수 있는 사망’이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004년 10만명당 65명 해당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송윤미, 건강의학센터 정지인 교수팀은 1983년부터 2004년까지의 통계연보를 토대로 질병에 의한 한국인 사망 원인을 분석한 결과, 2004년의 ‘피할 수 있는 사망’이 인구 10만명당 65명이었으며, 이는 그해 질병 사망자의 45.5%에 이르는 규모라고 7일 밝혔다. ‘피할 수 있는 사망’에 대해 연구팀은 ‘질병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조기진단을 통해 적절히 발견, 치료함으로써 사망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상태’로 규정했다. 여기에 해당되는 사망 유형은 ▲뇌혈관 질환 등 1차 예방조치로 피할 수 있는 사망자군(1군) ▲대장암 등 조기진단과 치료로 피할 수 있는 사망자군(2군) ▲고혈압성·허혈성 심혈관 질환 등 적절한 진단과 치료로 피할 수 있는 사망자군(3군) 등이다. 1983년의 경우 사망을 피할 수 있는 사례가 인구 10만명당 173명으로 전체 질병 사망자의 52%나 됐다. 이는 같은 해 발생한 ‘피할 수 없는 사망률’ 48%보다 높은 수치이다. ●“의료 인프라 개선으로 점차 감소” 이후 ‘피할 수 있는 사망’ 비율은 점차 감소, 2004년에는 전체 질병 사망자의 45.5%인 65명 수준으로 낮아졌다. 1983년의 ‘피할 수 있는 사망자수’(173명)와 비교해 37.6% 수준에 그친 것이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그동안 의료 인프라가 개선되고 질병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향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피할 수 있는 사망자를 세부적으로 보면 1군의 경우 뇌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고, 간암·만성 간질환 및 간경화에 의한 사망률은 1980년대 후반까지 증가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로봇 이용 췌장 종양 제거수술 성공

    로봇을 이용한 췌장 종양제거 수술이 국내 처음으로 성공했다.췌장과 간 쪽의 종양제거에 로봇을 이용한 것은 미국 등 의료선진국에서도 고난도로 평가되는 수술이다. 연세대 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외과 윤동섭 교수팀은 다빈치 로봇을 이용해 ‘췌장관내유두상점액성 종양’이 확인된 60세 여성 환자에 대해 종양이 있는 췌장 머리부분과 십이지장에서 발견된 담낭·담도를 제거하고,췌관과 소장의 점막 및 담도와 소장을 연결하는 수술에 성공했다고 최근 밝혔다. 환자는 수술 2주 만에 퇴원한 뒤 1개월여가 지난 현재 정상적으로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이번 수술은 악성 종양은 아니나 악성화 변화를 보일 수 있는 종양으로,기존의 치료법대로라면 개복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의료진은 로봇을 이용,직경이 2~3㎜에 불과한 췌관을 아홉 바늘이나 봉합했다.이는 로봇이 수술 부위를 10~15배로 확대,3차원 입체영상으로 재현함으로써 시야 확보가 용이했기 때문이며,관절 움직임이 자유로운 로봇 팔이 사람보다 정교하게 수술부위를 절개 및 봉합할 수 있어 가능했다고 의료진은 설명했다. 올 2월 신촌세브란스병원이 로봇을 이용해 부분 췌장절제술을 시행한 적은 있으나,절제 후 봉합까지 로봇으로 마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췌장수술은 병변 제거 외에도 절제된 췌관과 소장 점막,담도와 소장을 잇는 복잡한 시술과정이 뒤따라 개복하더라도 6시간 이상 시간이 걸리는 고난도 수술로 꼽힌다.또 수술 후에도 합병증 때문에 환자의 사망률이 3%에 이를 정도로 위험부담이 크며 췌장과 소장의 연결 부위가 잘 아물지 않아 생기는 췌장액 누출 합병증이 올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동섭 교수는 “췌장과 간질환 등 고난도 수술에 로봇을 이용할 경우 기존의 개복수술에 비해 환자의 회복 등에서 큰 장점을 보인다.”며 “앞으로 상대적으로 발병 빈도가 낮은 질환이라도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로봇수술의 적용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1930년대 사망원인 1위는 신경계 질환

    1930년대 사망원인 1위는 신경계 질환

    지난 1930년대 한국인의 주요 사망 원인은 뇌성마비 등 신경계 질환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서울지역의 연평균 기온은 100년 사이 2.8도나 높아졌다.1935년에는 병원 한 곳당 인구 수가 16만 1000명에 달할 정도로 의료 환경이 열악했고,1930년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는 38.6명으로 2007년보다 3.8배나 많았다. 통계청은 일제강점기의 다양한 경제·사회상을 통계로 알아볼 수 있도록 조선총독부가 작성한 통계연보를 번역,국가통계포털(KOSIS)에서 서비스한다고 17일 밝혔다. 광복 이전 통계에 따르면 1930년 한국인 사망자의 원인은 수막염,뇌성마비,간질 등 신경계병이 19.8%로 가장 많았다.이어 위,간질환 등 소화기병이 18.2%,폐렴 등 호흡기병이 14.2%로 뒤를 이었다.2007년 기준으로 가장 큰 사망 원인은 암(27.9%)이다. 1935년 병원 수는 136곳으로 병원 한 곳당 인구 수가 16만 1000명에 달했으며 1943년에는 181곳으로 늘면서 14만 7000명으로 감소했지만 열악한 상태가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1910년 평균 기온은 서울이 10.5도,부산 13.1도,인천 10.2도 등이었지만 2007년에는 서울 13.3도,부산 15.3도,인천 12.9도 등으로 서울은 2.8도나 상승했다.일제 시대인 1911년 우리나라 인구는 1406만명으로 2007년 남북한 인구(7166만명)의 20% 수준에 그쳤다.당시 총인구 가운데 1.5%는 일본인이었지만 1943년에는 2.8%까지 늘었다.1930년에는 76만 4000명의 한국인이 태어나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가 38.6명으로 2007년 10.1명에 비해 3.8배 정도 많았다.1920년 당시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은 경상북도(211만 2000명)로 전체 인구의 12.2%를 차지했으며 현재 전체 인구의 50% 가까이 몰려 있는 서울·경기·인천의 경우 당시에는 10.3%에 불과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10년만에 지킨 할머니의 ‘릴레이 사랑’

    10년만에 지킨 할머니의 ‘릴레이 사랑’

    광주에 사는 세 할머니들의 ‘릴레이 사랑’이 10년의 세월을 넘어,경기불황으로 움츠러든 세밑에 감동을 준다. 광주시 북구에 사는 이모(80) 할머니는 1997년 한복 삯바느질로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다 갑자기 급전이 필요한 처지에 몰렸다.다행히 동네의 조모(작고·당시 73세) 할머니로부터 아무런 조건없이 100만원의 도움을 받았다. 이 할머니는 당시 성당을 다니며 얼굴만 서로 알고 지내던 조 할머니의 손길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조 할머니는 이 할머니에게 온정을 베푼 얼마 뒤 위암3기 진단을 받아 사경을 헤매는 처지가 됐다.소식을 전해들은 이 할머니는 조 할머니 집을 찾아가 당장 돈을 갚을 수 없는 자신의 입장을 눈물로 호소했다.조 할머니는 말하기도 힘든 병상에서 “내가 죽는 마당에 그 돈이 뭐 필요하겠느냐.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다른 어려운 이웃에게 갚으라.”는 말을 남기고 며칠 뒤 세상을 떠났다.이 할머니는 조 할머니와의 약속을 가슴에 간직한 채 삯바늘질로 재산을 만들었고,10년이 지난 올 여름 100만원을 들고 조 할머니의 막내딸을 수소문 끝에 찾아가 돈을 갚으려 했다. 그러나 조 할머니의 딸은 “어머니의 뜻대로 가난한 사람을 위해 돈을 사용하는 게 좋겠다.”면서 “10년 넘은 약속을 이렇게 지킨 것만도 감동”이라며 돈을 사양했다. 결국 이 할머니는 하루종일 밤껍질을 벗기는 일을 하면서,부모없이 간질병까지 앓고 있는 손자를 돌보며 힘겹게 살아가는 동네 이웃 김모(80) 할머니를 돕기로 했다. 이 할머니는 “김 할머니의 불우한 모습을 보면서 11년 전 내 처지가 떠올랐다.”면서 “내 나이 팔순인데 죽기 전에 은인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광주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빈발하는 독성 간염 주의하세요

    빈발하는 독성 간염 주의하세요

    술이 간 손상을 일으켜 간경화를 심하게 하고 간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점은 상식이지만 최근에는 약물이나 한약제 및 대체요법 제제,건강식품 등에 의한 독성 간염이 빈발해 주의가 필요하다고 이정일 교수는 지적한다.정상적인 약제와 달리 이들 건강식품이나 대체요법 제제들은 대부분 허가 과정에서 임상시험 수준의 철저한 검증을 거치지 않기 때문. 이 교수는 “약물 부작용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천연·생약성분의 대체요법 제제나 건강식품을 맹신하는 것은 아이러니”라며 “독성 간염은 이런 약제나 식품류에 포함된 수많은 외인성 화합물과 여기에서 배출된 대사 산물에 노출되어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렇게 발생한 독성 간염은 경미한 경우도 있지만 간부전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며 “특히 간질환자는 치료 목적으로 처방된 약제 이외의 약물이나 건강식품을 사용할 때는 미리 주치의와 상의해 복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ALT 수치 높으면 간세포 손상

    흔히 간기능검사로 불리는 간의 생화학검사는 간·담관계 질환의 간접적인 판단 근거가 된다.일반적인 간기능검사에는 보통 혈청 아스파라진산염 아미노전이효소(AST)와 알라닌 아미노전이효소(ALT),혈청 알칼리 포스파테이즈(ALP),혈청 빌리루빈,혈청 총단백 및 알부민 등이 포함된다. 혈청 ALT,AST 및 ALP의 수치가 높아지는 것은 간기능 부전의 지표라기보다 간 손상의 정도를 반영한다고 보는 게 옳다.사실 선별검사로 시행한 간기능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되는 경우는 전체의 30%에 이를 정도로 흔하나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간질환은 이 중 1% 정도에 그친다. 이정일 교수는 “이런 점 때문에 선별검사에서 나타난 이상소견을 바로 간기능 장애로 해석하거나 즉시 비싼 정밀검사를 받기보다 비용·효과 측면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간기능에 이상이 있을 경우 검사상의 오차나 실수를 감안해 반복 검사를 거친 후에 정밀검사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 검사 결과로 나타나는 ALT(이전의 GPT)는 간세포 손상이 있을 때 농도가 높아진다.AST(이전의 GOT)는 간 외에 심근,골격근,신장,적혈구,뇌 등에도 존재하지만 ALT는 간에만 존재한다.이런 AST와 ALT는 특정 간질환 진단에 유용하게 이용된다.알코올성 간염은 AST 수치가 ALT보다 더 크게 증가하는데 비해 바이러스성 간염은 ALT가 AST보다 높고,비알코올 지방간염은 AST와 ALT의 비(比)가 대부분 1.0 이하이다. ALP는 간세포 등 여러 장기에 존재하며,담즙 정체장애가 있을 때 수치가 높아진다.GGT 역시 간 등 여러 곳에 존재하며,술을 마시면 크게 증가하는 특성을 이용해 음주 여부를 확인할 때 활용되기도 한다. 이 교수는 “이 밖에도 간에서만 합성되는 단백질인 혈청 알부민은 간질환의 만성화 정도와 치료 예후를 판정하는 근거가 되며,영양장애,신증후군,만성 소모성 질환 등이 있는 경우에도 수치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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