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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0년 전 남편이 쓴 한글 편지 “안부를 그지없이 수없이 하네”… 30일마다 전해진 진심에 화답 “날이 덥소, 부디 건강하게 나소”[박상준의 여행 서간(書簡)]

    500년 전 남편이 쓴 한글 편지 “안부를 그지없이 수없이 하네”… 30일마다 전해진 진심에 화답 “날이 덥소, 부디 건강하게 나소”[박상준의 여행 서간(書簡)]

    1490년 군관 나신걸의 한글 편지가족을 떠나는 섭섭함·당부 담겨문중 묘 이장 때 발견… ‘보물’ 지정가장 오래된 박희수의 유화 초상 中 사신으로 갔다 그려 받은 그림한쪽은 책방 다른 쪽은 카페 운영친구 집 놀러온 듯 편안한 분위기사색하며 편지 쓰는 공간도 마련월·화요일 예약 방문한 손님 위해주인장이 쓴 손편지 보는 재미도옛사람의 편지를 읽는 건 경이로운 시간 여행입니다. 저는 500년 전 편지글을 읽으며 발신인과 수신인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신산한 하루에 꼭꼭 눌러쓴 마음과 쓰임이 먼 거리를 이었겠습니다. 그래서 대전시립박물관에 꼭 한번 가 보고 싶었습니다. 나신걸(羅臣傑·1461~1524)의 편지를 두 눈으로 보고 싶었습니다. 한글로 쓴 가장 오래된 마음, 대전의 따뜻한 책방 ‘한쪽가게’에서 오늘 제가 본 것들을 당신에게 써 나가려 합니다. 지난해 이맘때 김나경씨가 쓴 ‘나경의 편지’를 읽습니다. 책방 한쪽가게는 재단장을 하고 있었나 봅니다. 익숙한 공간을 다시 정리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겠죠. 하물며 여름이잖아요. 나경씨는 뒤늦게 욕심이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해요. 그래서 어떻게 견뎠냐고요? 틈틈이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고 제철 과일을 부지런히 챙겨 먹었어요. 초당 옥수수, 복숭아, 수박이 함께한 여름은 나경씨에게 힘이 되었나 봅니다. 연일 땡볕 더위가 이어집니다. 당신은 이 여름을 어떻게 지나고 계신가요? 나경씨처럼 여름 과일을 위안 삼고 계신가요? 대전역에 내려서자 성심당의 빵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습니다. 그 이름 뒤에는 오랫동안 가락국수가 따라다녔었지요. 기관차를 교체하는 10여분, 낯선 이들이 어깨를 맞대고 서둘러 후루룩대는 모습은 대전역의 상징과도 같았고요. 멸치국물만큼이나 따뜻했던 풍경은 이제 성심당 튀김소보로가 잇는가 봅니다. 저는 이런 짧은 쉼을 좋아합니다. 바쁘다며 허둥거리다 신호등 빨간불 앞에서 올려본 파란 하늘처럼, 당신에게 편지를 쓰는 이 시간처럼 말입니다. 예전 가락국수 생각이 나 성심당의 대기 행렬 끝에 붙었습니다. 갓 나온 튀김소보로를 사서는 한입 베어 뭅니다. 달콤한 그것은 입안에서 바스락 소리를 내며 부서집니다. ●가장 오래된 한글 편지 대전에 온 이유는 성심당 때문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한글 편지를 아시나요? 지금은 누구나 한글 편지나 메일을 쓰지만 ‘훈민정음’이 반포된 1446년 이전에는 한자가 대신했겠지요. 한자를 모르는 이는 편지조차 쓸 수 없었겠고요. 1490년 함경도로 발령이 난 군관 나신걸은 대전 유성구에 있던 아내 신창 맹(孟)씨에게 한글 편지를 씁니다. “안부를 그지없이 수없이 하네.” 그는 요즘의 우리처럼 안부를 묻는 것으로 편지를 시작합니다. 한글로만 쓰인 편지는 몇 날 며칠에 걸쳐 아내에게 가 닿았겠습니다. 저는 이 편지가 1490년에 쓰였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훈민정음이 반포되고 채 반세기가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한글은 조선시대 여성들이 주로 사용했다고 배웠습니다. 실은 그렇지만은 않았나 봅니다. ‘나신걸 한글 편지’(보물)는 2012년 유성구 금고동 안정 나(羅)씨 문중의 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발견됐습니다. 미라 4기, 한글 편지 2점 그리고 장삼과 의례용 치마,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배냇저고리 등 150여점이 나왔지요. 이를 후손들이 대전시립박물관에 기증했고요. 500여년 전의 부부는 한글 편지를 빌려 어떤 마음들을 주고받았을까요. 저는 전시실의 시간을 듬성듬성 건너뛰며 조선시대 나신걸의 편지를 향해 종종걸음칩니다. 먼저 눈앞에 펼쳐진 건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장저고리와 치마, 장삼, 습신 등입니다. 나신걸의 조카 나부(羅溥)의 아내 용인 이(李)씨의 무덤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그녀의 의복을 빌려 같은 시대를 산 수신인, 나신걸의 아내 신창 맹씨의 삶을 어렴풋하게나마 그려 봅니다. 나신걸 한글 편지는 두 장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는 함경도로 떠나며 “장수 혼자 가시며 날 못 가게 하시니”라며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게 된 것을 특히 속상해하지요. 또 낡은 칼과 무명 겹철릭(겹으로 된 무관의 제복) 등을 부탁하며 추운 함경도 생활을 대비합니다. 두 번이나 거듭해 농사는 직접 짓지 말고 소작을 주라며 집안의 대소사를 챙깁니다. 당시 함경도는 지금의 해외지사와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한반도 최북단에 가까운 도시로 떠나며 가족과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 그 심경이 어땠을까요. 그래서인지 편지의 끝에 사랑하는 마음을 한 번 더 눌러씁니다. “또 분하고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내네. 집에 가 못 다녀가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고, 울고 가네. 어머니와 아기를 모시고 다 잘 계시소. 내년 가을에 나오고자 하네.” ●가장 오래된 유화 초상화 편지의 글씨는 종이가 귀하던 시절이라 빈틈없이 빼곡합니다. 조선시대 쓴 많은 한글 편지가 그러하지요. 저는 한자 편지에 비해 형식 없는 그 자유분방함이 좋습니다. 또 꽉 채운 마음처럼 다가오고요. 그러다 보니 일부 글은 본문의 흐름과 달리 위아래와 좌우를 바꿔 가며 써 나가 읽기가 어렵기도 합니다. 다행히 요즘 식으로 풀어 쓴 해석이 있어 내용을 알기 어렵지 않습니다. ‘어마님미라 아기라’(어머님이랑 아기랑) 같은 맞춤법을 비교하거나 꼬박꼬박 ‘~하소’ 하는 글투를 읽는 것도 옛편지를 보는 즐거움입니다. 나신걸 한글 편지는 맹씨의 머리맡에 여러 번 접은 상태로 놓여 있었다고 합니다. 뒷장에는 ‘회덕오냥댁’(회덕 온양댁)이라고 맹씨를 가리키는 수신인이 적혀 있었고요. 편지를 주고받은 이는 세상을 떠나고 편지만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그것이 마치 옛사람이 오늘의 우리에게 건네는 안부의 ‘시그널’ 같아서, 2장의 편지를 또 한 번 물끄러미 바라보게 됩니다. 나신걸 한글 편지를 보러 갔습니다만 박물관의 다른 ‘최초’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박희수 유화 초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유화 초상화입니다. 1833~1840년 사이, 중국에 사신으로 갔다가 그려 받은 그림으로 ‘승정원일기’에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족자가 아니라 액자에 담은 게 특이합니다. 곁에는 조선시대 이시방의 초상화 두 점이 걸려 있습니다. 하나는 젊은 시절의 초상이고 또 하나는 노년의 초상입니다. 그의 한 생이 사이에 놓인 듯합니다. 그 시간을 켜켜이 쌓아 올린 것이 주름일까요. 노년의 초상은 두 점의 밑그림을 같이 전시 중입니다. 한 점은 엄하고 한 점은 부드러워 어느 쪽을 닮았나 하고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근대 시대 전시는 엽서 몇 장에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유성온천 관광 엽서는 유성호텔 본관, 객실, 별관, 정원 등의 사진을 담은 엽서입니다. 봉투 표지에는 철도노선이 그려져 있고, 유성호텔이 ‘대전에서 20분’이라는 홍보 글이 적혀 있습니다.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지요. 유성온천은 지난해 109년 역사의 유성호텔이 문을 닫으며 다시 관심을 모았지요. 옛 충남도청이기도 했던 대전근현대전시관에서는 ‘유성온천 전성시대’ 전시가 한창입니다. 복고풍의 전시는 전개 방식 또한 아기자기합니다. ‘목욕합니다’라는 입간판을 지나면 파란색 타일의 욕실 바닥과 낮은 목욕 의자, 손 글씨 안내문, 그리고 대통령 등 귀빈(VIP)이 묵어 가던 유성호텔 313호가 차례로 나타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옛 시간 속으로 여행을 떠난 듯합니다. ●서로에게 내어준 한쪽 시간 여행을 끝내고는 갈마동으로 옮겨 한쪽가게의 문을 엽니다. 한쪽가게는 나신걸의 한글 편지만큼이나 궁금했던 책방입니다. 대로에서 비켜난 도로 안쪽은 ‘일부러 여기까지?’라고 말할 위치겠습니다. 제게는 일부러 찾아갈 만큼 따뜻한 공간이었습니다. 책방이 내어준 마음 한쪽이, 책방에서 읽은 책 속 문장이 제 마음 안에서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습니다. 한쪽가게를 지키는 김나경, 김브루씨는 경기 부천에서 카페를 하다 2020년 대전으로 내려왔습니다. 정확한 이름은 ‘즐거운커피×한쪽가게’가 맞겠네요. 책방은 나경씨가, 카페는 브루씨가 담당합니다. 그러고 보니 문을 열기 전 간판 자리에 깃발처럼 나부끼던 ‘즐거운커피’라는 표지를 본 듯합니다. 두 공간은 경계가 없습니다. 책장 곁에서 커피나 음료를 마시며 즐길 수 있지요. 서로가 서로에게 내어 준 한쪽이 아닐까 합니다. 한쪽가게라는 이름 역시 그런 의미이고 또 책의 한쪽이기도 하겠습니다. 저는 그 못지않게 ‘가게’라는 이름이 궁금했습니다. 나경씨에게 ‘가게’는 ‘동네 점방’ 같은 말입니다. 누구나 편하게 들르는 곳이지요. 대화보다는 독서와 사색으로, 대화는 작은 목소리로, 사진 촬영은 간단하게 같은 당부를 문턱처럼 느끼는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나경씨가 말하는 가게는 혼자 와서도 어색하지 않은, 책을 읽고 편지를 쓰고 사색하며 안락하게 쉴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겠습니다. ●소소한 일상 전한 편지 저는 한쪽가게에 첫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친구 집에 온 듯 편안했습니다. 배영경의 노래 ‘바람’이 시원한 여름바람처럼 불어 들었고, 책장에는 나경씨가 읽고 좋았던 책들이 줄지어 반겼습니다. 자연과 가까운 삶의 풍경, 한국 여성 작가의 문학, 일상을 단단하게 꾸려 가는 이들과 우리 자신의 돌봄에 관한 책들이었습니다. 그 곁으로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겨울 풍경이 흐르고, 또 깊숙한 가게 안쪽에는 작은 괘종시계 아래 반달곰처럼 푸근한 일인용 소파가 놓여 있었습니다. 어느 하나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워 좋았습니다. 온도는 바깥의 더운 날씨보다 3도쯤 내려가고 시간은 2배쯤 느리게 흐르는 듯했지요. 예약제로 운영하는 월요일과 화요일은 조금 더 특별합니다. 책상 위에 나경의 편지가 기다립니다. 한 달에 한 번, 나경씨는 그달을 시작하며 책방을 찾을 이들에게 편지를 씁니다. 7월의 편지는 느림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이사와 도서전 등으로 유독 분주했던 6월을 보내며 ‘그 속에서도 천천히 흐르는 시간들이 고맙게 느껴’졌다고 해요. 예를 들면 책방에서 사는 집까지 거리는 멀어졌지만 차 안에서 귀 기울여 듣게 되는 라디오 같은 것들이겠지요. 긴 시간 편지를 써 온 이가 전하는 소소한 일상은 기어이 저에게도 펜을 들게 합니다. 가게 안에는 여러 개의 1~2인용 의자와 테이블이 있습니다. 적당한 그러나 너무 멀지도 않은 거리를 두고 우리는 책을 읽거나 옮겨 적고 또 어느 날은 그리운 이를 향해 편지를 쓸 수 있겠습니다. 저는 나경씨가 고른 책 속 문장이 담긴 유리병 앞 책상에 앉습니다. 오늘의 문장 하나를 꺼내 읽고는 편지의 첫 문장으로 옮겨 적습니다. 나신걸처럼 먼 길을 떠나며 건네는 편지는 아닐지라도, 이 무더운 여름을 잘 지나자고 서로에게 응원하는 말들을 적어 나갑니다. 옛사람처럼 ‘~하소’ 하는 말투를 빌려서 말이지요. “날이 덥소. 무더위의 한가운데 부디 건강하게 나소.” ●대전시립박물관 -오전 10시~오후 7시(3~10월), 오전 10시~오후 6시(11~2월), 관람 종료 30분 전 입장, 월요일 휴관 https://daejeon.go.kr/his ●한쪽가게 -낮 12시~오후 6시(금~일요일), 예약제(월·화요일), 수·목요일 휴관 instagram.com/hi_nicetoreadyou101112
  • 워터파크 갔다가 긁적긁적~ 생각지 못한 ‘이 곳’도 간질간질~… 너 무 좀 심하네~

    워터파크 갔다가 긁적긁적~ 생각지 못한 ‘이 곳’도 간질간질~… 너 무 좀 심하네~

    피부 곰팡이 질환으로 6~9월 절정전염성 강해 해수욕장 등 위험지대발 이외에 사타구니·두피에도 생겨가려움증 대표적… 초기치료가 중요습진과 헷갈릴 수 있어 병원 찾아야식초·마늘 등 민간요법은 더 위험해 덥고 습한 여름철이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으니 바로 ‘무좀’이다. 신발을 벗기 어려운 직업군을 중심으로 발냄새와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으며, 수영장·워터파크 등 인파가 몰리는 장소에서는 전염 위험도 커 주의해야 한다. 14일 보건의료빅데이터 개방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병원 진료를 받은 무좀(발백선) 환자는 85만 7114명에 달했다. 특히 4월(6만 975명)에서 5월(7만 6675명)로 넘어가며 환자 수가 급증했고, 7월에는 11만 2155명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6~9월에만 40만명 가까이 발생해 전체의 46.0%를 차지했다. 무좀은 피부에 생기는 대표적인 곰팡이 감염 질환이다. 곰팡이는 덥고 습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특성이 있어 여름에 왕성하게 번식한다. 땀이 많이 나고 통풍이 어려운 발 부위는 특히 취약하다. 게다가 감기나 눈병처럼 전염성이 높아 여름철에는 공공 수영장, 해수욕장, 워터파크 등 맨발로 다니는 장소가 무좀 감염 위험지대로 꼽힌다. 무좀 환자에게서 떨어진 각질을 맨발로 밟는 것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 무좀은 단순히 발에만 생기는 병이 아니다. 각질이 있는 피부 부위라면 어디든 발생할 수 있으며, 땀이 많은 사타구니에도 생긴다. 발이 가려워 긁다가 손톱으로도 옮을 수 있다. 가장 흔한 증상은 가려움증이다. 손발톱 무좀은 발톱이 누렇게 변하거나 두꺼워지고 갈라지는 식으로 나타나며, 두피에 생길 경우 탈모가 생기기도 한다. 초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볍게 여겨 방치하면 발바닥, 손발톱, 두피 등으로 퍼져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다. 발에 생긴 무좀은 바르는 약으로 치료한다. 연고를 바르면 대개 1주일 내 증상이 사라진다. 하지만 가려움이나 물집이 사라졌다고 완치된 것은 아니다. 의사들은 4주 이상 꾸준한 치료를 권장한다. 손발톱 무좀은 더 까다롭다. 바르는 약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먹는 약을 사용해야 하며, 치료 기간도 3개월 이상으로 길다. 발톱이 자라는 속도를 고려하면 최소 6~12개월 동안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치료를 하기 전에는 피부과 병의원에서 진균 검사를 받는 게 좋다. 혼자 판단해서 이 약 저 약 바르다 보면 더 악화할 수 있어서다. 노주영 이대서울병원 피부과 교수는 “무좀과 습진을 혼동해 약을 함부로 쓰면 증상이 나빠져 더 고생할 수 있다”면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민간요법은 멀리해야 한다. 답답한 마음에 식초나 소주 등에 발을 담그면 2차 세균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일시적으로 가려움증을 완화할 순 있지만, 오히려 손상된 피부를 통해 다른 세균이 침투할 수 있고, 2차 감염이나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노 교수는 “식초나 마늘 등 민간요법은 감염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어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좀은 치료 후에도 재발 위험이 큰 질환이다. 따라서 일상에서 꾸준히 관리하고 예방해야 한다. 손발은 항상 깨끗하게 관리하며 신발과 양말은 자주 갈아 신는다. 여름에는 통풍이 잘되는 신발을 신고 손톱깎이 등 관리 도구는 다른 사람과 따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수영장 등 여러 사람이 모이고 맨발로 다니는 곳에서는 워터슈즈 등의 신발을 신고 다니는 것이 좋다. 가족 중 무좀 환자가 있을 때도 전파를 막기 위해 수건이나 슬리퍼 등 개인용품은 반드시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
  • 급체한 줄 알았는데 ‘돌’이 몸속에…맥주 많이 마시면 빠질까?

    급체한 줄 알았는데 ‘돌’이 몸속에…맥주 많이 마시면 빠질까?

    몸속에 돌을 가진 담석증 환자가 늘고 있다. 담석증은 심할 경우 담낭 천공이나 패혈증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8일 경희의료원에 따르면 건강보험 환자 통계상 담석증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2020년 21만 9926명에서 지난해 27만 7988명으로 4년 새 26.4% 증가했다. 담석은 지방을 분해하는 체내 소화액인 담즙의 구성 성분에 불균형이 생기면서 발생한다. 담즙은 수분, 담즙산염, 빌리루빈, 콜레스테롤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 요소 간에 균형이 깨지면 결정체가 형성되며 담석으로 발전할 수 있다. 김범수 경희대병원 간담도췌장외과 교수는 “최근에는 서구화한 식습관과 비만 등의 영향으로 담즙 속 콜레스테롤이 높아져 생기는 콜레스테롤성 담석 환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담석이 담관을 막거나 담낭벽, 췌장 등을 자극하면 복통이나 황달, 발열 등 염증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담석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오른쪽 윗배의 쥐어짜는 통증과 압박감으로, 식사 후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복통은 보통 2, 3시간 후면 수그러든다. 이 때문에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나서 흔히 겪는 소화불량이나 신경성 위염 정도로 받아들이기 쉽다. 정도에 따라 통증이 등과 어깨까지 확산하기도 하며, 상태가 악화하면 담낭 천공, 복막염, 패혈증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담석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나이가 들수록 잘 생긴다. 그래서 의학계에선 담석증 고위험군을 ‘4F’로 꼽는다. 40대(Forty)의 비만(Fatty)하고, 임신 횟수 많은(Fecund) 여성(Female)에게서 담석이 잘 생겨서다. 급격한 체중 변화와 적혈구가 정상 수명(120일)을 다 채우지 못하고 파괴되면서 앓는 용혈성 빈혈, 간질환 등도 담석을 만드는 원인으로 꼽힌다. 경희대병원에 따르면 담석은 재발 우려가 커 근본 원인이 되는 담낭을 절제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담낭을 없애더라도 일상에 큰 지장은 없다. 담즙을 일시적으로 저장·조절하는 담낭 기능이 사라져 지방 소화에 어려움이 생길 뿐, 간에서 분비된 담즙은 소장으로 자연스럽게 배출된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다만 담석이 있다고 해서 모두 수술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 20~30년 동안 아무런 증상이 없는 무증상 담석증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 예방적 차원에서 담낭을 제거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2.5~3㎝ 크기의 담석이 있거나 담낭 벽에 칼슘이 침착돼 딱딱해진 석회화 담낭, 담석과 담낭 벽에 작은 혹(담낭용종)이 같이 있는 경우에는 증상이 없더라도 담낭절제술을 받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담석이 재발하지 않도록 과식이나 기름진 음식 섭취는 피하고, 조금씩 자주 먹는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또한 담낭 절제가 담관, 간, 췌장 등 인접 장기의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소화 기능 변화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환자가 자주 묻는 담석 궁금증 셋 Q. 담석은 물이나 맥주를 많이 마시면 빠질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담석은 소변과 무관하며, 신장 결석처럼 물이나 맥주를 많이 마신다고 배출되지 않습니다. Q. 칼슘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담석이 잘 생기나요? A. 아닙니다. 칼슘 함유량이 높은 음식이나 칼슘 보충제는 담석 발생과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Q. 담석을 방치하면 암으로 진행되나요? A. 대부분의 담석은 암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실제 암으로 발전하는 경우는 10% 미만입니다. 무증상 담석은 전문의의 진단을 통해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 “어패류 날 것 먹지 마세요”…경북 동해안서 올해 첫 비브리오패혈균 검출

    “어패류 날 것 먹지 마세요”…경북 동해안서 올해 첫 비브리오패혈균 검출

    경북도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달 27일 채수한 동해안 해수에서 올해 처음으로 비브리오패혈균이 검출됐다고 10일 밝혔다. 비브리오패혈균은 오염된 해산물을 날것으로 섭취하거나 충분히 익히지 않았을 경우,상처 난 피부가 오염된 바닷물과 접촉했을 때 감염될 수 있다. 감염되면 급성 발열, 복통, 구토, 설사 등 증상이 나타나고 만성 간질환자나 당뇨병 환자 등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은 감염 및 사망 위험이 더 크다. 예방을 위해서는 피부에 상처가 있는 경우 바닷물 접촉을 피하고 어패류는 흐르는 물에 씻어 85도 이상에서 충분히 익혀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연구원은 3월부터 11월까지 포항, 경주, 영덕, 울진 연안 8개 지점의 해수를 채취해 콜레라균, 장염비브리오균, 비브리오패혈균의 분포 등을 검사하고 있다. 연구원 관계자는 ”지난달 국내에서 올해 첫 비브리오패혈증 환자가 발생한 만큼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위험군의 경우 치사율이 높은 만큼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나혜석과 선재와 길… 나의 친애하는 동네, 책과 그림과 편지… 나의 친근한 골목[박상준의 여행 서간(書簡)]

    나혜석과 선재와 길… 나의 친애하는 동네, 책과 그림과 편지… 나의 친근한 골목[박상준의 여행 서간(書簡)]

    복합문화공간 111CM ‘동네 쉼터’이미나 작가 그림책 원화 전시회여름의 초록 물씬 ‘나의 동네’ 눈길화서공원~화성 화홍문 행리단길‘선재 업고 튀어’ 등 드라마 촬영지주택 사이에 카페·소품가게 ‘핫플’살림집 같은 책방 ‘그런 의미에서’표지마다 편지처럼 작가 소개 글읽는 마음, 쓰는 마음으로 이끌어작은 카페 ‘널담은공간’의 우편함과거에서 미래로 보낸 엽서 가득벽화마을엔 삶의 눅진한 흔적이 더위는 싫어하지만 여름은 좋아합니다. 일없이 흐르는 땀조차 땡볕을 핑계 대고 쉬어 갈 수 있는 계절이라서요. 오늘은 이미나 작가의 그림책 ‘나의 동네’를 보고 경기 수원 행궁동을 산책했습니다. 터와 터를 잇는 옛 동네의 소소한 풍경은 저의 하루를 ‘고요하지만 다채로운 색’으로 채워 주었습니다. 꽃그늘 곁에 뭉그러져 아삭한 수박 한 덩이 베어 물다가는 입가의 단물을 쓰윽 훔친 다음 더위 탓을 해도 괜찮을 만한 날이었습니다. 당신은 언제 편지를 쓰나요? 따뜻하고 몰캉몰캉한 무엇이 마음을 간질이면 누군가가 그리워지곤 하지요. 저는 그 마음이 사라지기 전에 편지나 엽서를 씁니다. 여행 중일 때가 많은 건 그런 이유일 테고요. 이미나 작가는 ‘어느 여름날, 훅 불어오는 바람에서 어릴 적 살던 동네의 냄새가’ 났다고 했습니다. 편지를 띄워야 할 순간이지요. 복합문화공간 111CM(111Community)은 1971년부터 30년 넘게 연초제조창으로 쓰였습니다. 담배를 만들던 건물이었지요. 2003년 운영을 중단하고 20년 가까이 방치됐다가 몇 해 전 새로 단장했습니다. 슬래브 지붕을 걷어 내고 보와 기둥을 남겨 재생했지요. 요란하기보다 단정합니다. 여행의 목적지로는 기대보다 아쉽지만 동네 사람들에겐 좋은 쉼터이겠습니다. 그럼에도 111CM의 ‘나에게 온 그림책 편지’(2025.4.18~6.22) 전시는 찾아온 보람을 느끼게 했습니다. ●여름 동네의 추억 ‘나에게 온 그림책 편지’는 이미나 작가의 그림책 원화 전시입니다. 작가의 ‘터널의 날들’, ‘이불개’(이상 보림) 등을 좋아합니다. 그림 속 유화의 붓이 지난 자리는 생동감이 넘쳐 계절로 치면 여름과 닮았습니다. 또 ‘편지’가 붙은 전시 제목이 저를 매혹했습니다. 그림책과 편지는 편지지와 편지봉투만큼이나 친밀한 사이지요. 이중섭, 김환기 같은 화가들은 편지에 그림을 그려 넣기도 했고요. 이미나 작가는 그림책 전시에 ‘편지의 다정함을 빌려’ 왔다고 했습니다. 저는 ‘나의 동네’의 원화 앞에서 발길이 멎습니다. 이 그림책의 첫 장은 파란 모자를 쓴 우편집배원이 여름 초록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입니다. 그이의 빨간 가방 안에는 작가가 어릴 적 옛 동네의 단짝에게 보내는 편지가 들어 있습니다. 파랑새와 무화과나무와 골목의 화분을 따라 지나다가, 샛노란 레몬을 베어 문 양 코끝이 시큰한 경험을 하게 되는 건 훅 하고 불어오는 여름바람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바람결에 실려 온 동네 냄새 때문이었을까요. 그 작품의 배경이 수원시 행궁동입니다. 작가는 할아버지가 사시던 옛 동네를 그리고 싶었다고 해요. 회색빛 담벼락과 낡은 집, 백일홍 화단이 있던 동네는 재개발로 사라졌지요. 그러다 작업실을 구하러 온 행궁동에서 아스라한 추억이 겹쳤고 ‘나의 동네’의 배경으로 삼았다 합니다. 저는 작가가 건넨 그림 편지를 꼭 쥐고서는 그림책의 우편집배원이 되어 행궁동 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선재’ 그리고 나혜석의 거리 행궁동은 화성행궁 북쪽 동네입니다. 수원 화성이 할아버지의 품처럼 모두를 끌어안고 있지요. 몇 해 전부터는 행리단길로 더 유명합니다. 행리단길은 화서공원에서 화성 화홍문에 이르는 거리를 말합니다. 주택 사이사이 카페와 소품 가게 등이 줄지어 2030세대가 즐겨 찾는 핫플레이스가 됐지요. tvN ‘선재 업고 튀어’나 SBS ‘그해 우리는’ 같은 드라마가 한몫했습니다. 한동안은 ‘선재순례’ 등 드라마 속 촬영지에서 인증사진을 남기는 국내외 여행객으로 북적대기도 했고요. 공교롭게도 두 드라마 모두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갑니다. 동네 골목 좌우로 들어선 키 작은 주택들, 세월이 묻어나는 길과 담, 그 너머로 빼꼼히 고개를 내민 식물들···. 서둘러 변하는 세상에서 느리게 버티며 기다린 풍경이 그곳에 있었겠지요. 우선 화서문에서 화홍문 방향으로 걸으며 행궁동에 첫인사를 건넵니다. 걸음을 떼기 전에는 남쪽 성곽을 따라 서장대까지 오를까 하고 망설입니다. 서장대는 조선시대 군사들을 지휘하던 자리인데, 화성행궁과 행궁동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여 전망대 역할을 합니다. 욕심을 뒤로하고는 행궁동 점집 거리라 불리던 길을 지납니다. 시간이 흘러 점집은 사라지고 ‘선재 업고 튀어’에 솔이 집으로 나오는 카페 몽테드나 화령전이 보이는 2층 카페 위해브투데이 같은 반짝이는 가게들이 옹기종기합니다. 연인들이 사랑을 속닥대는 그 자리에서 수원 사람들은 연애 운세를 점치기도 했겠지요. 그럼에도 건물의 형태는 대개 그 시절 그대로입니다. 그렇게 겹쳐 흐르는 동네의 시간이 반갑기만 합니다. 그 길에 스민 이름 가운데는 나혜석도 있습니다. 당신은 화령전 주변을 거닐다 활짝 핀 작약을 보았을 수도 있겠습니다. 또 나혜석의 ‘화령전 작약’이라는 그림을 떠올렸을 수도 있겠습니다. 나혜석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입니다. 잡지 ‘신여자’를 만드는 등 여성 운동의 선구적인 활동을 했지요. 1927년부터 3년간은 남편 김우영과 세계 여행을 했고요. 시대가 감당할 수 없었던 신여성이자 당대의 ‘걸크러시’였습니다. ‘화령전 작약’은 1935년을 전후해 그린 작품이니 ‘삼천리’에 ‘이혼고백장’을 발표한 직후였을 겁니다. 작약꽃이 핀 철이니 아마도 이맘때가 아니었을까요. 작가는 고향 수원에 내려와 집 가까운 화령전을 거닐다 활짝 핀 작약을 보았나 봅니다. 다행히 화령전 가까이에 수원시립미술관이 있어 작가의 작품을 직접 감상할 수 있습니다. 미술관 2층 나혜석 홀은 ‘김우영의 초상’과 ‘나부’, ‘염노장’ 등 네 점을 상설 전시합니다. 특히 ‘자화상’은 모딜리아니를 떠올리게 하는 그림 속 인물이 강렬합니다. 꽉 다문 입술이 짙고 깊어 푸르지요. 서양 여성처럼 보이지만 나혜석의 내면이 투영됐을 거라 짐작해요. 그래서 자화상과 마주한 후의 행궁동은 나혜석의 동네가 되기도 합니다. ●추억은 방울방울 아스라한 나의 골목 행궁동은 정조로를 건너 화홍문에 가까워지면 좀더 차분합니다. 저는 성곽을 따라 동북포루까지 걸어 올랐습니다. 방화수류정이라 불리는 동북각루와 그 너머 물결치듯 번지는 성곽을 보며 수원의 화성을 실감합니다. 성 아래에는 키 낮은 주택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고층의 아파트는 저만치 떨어진 채고요. 그래서 행궁동이 동네처럼 느껴지는 것일 테지요. 성곽을 내려서기 전에는 화홍문에서 잠시 머뭅니다. 수원화성의 북쪽 수문에 해당하는 화홍문은 무지개 모양의 홍예 위에 놓여 있습니다. 옛 누각은 방어와 감시의 용도로 쓰였지만 지금은 한가로운 쉼의 장소이지요. 신발을 벗고 마루에 올라 발아래로 흐르는 수원천을 바라봅니다. 수원천 동쪽에는 매향중학교가 위치합니다. 그 전신은 나혜석이 다닌 삼일여학교입니다. 소녀 나혜석은 그 시절 처음으로 그림에 소질이 있다는 걸 알았을 겁니다. 옛 삼일여학교에서 수원천 건너는 행궁동벽화마을입니다. 좁은 골목을 따라서 삶의 눅진한 흔적이 배어 있는 동네지요. 집의 벽은 담이 되고 담과 담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길을 엽니다. 저는 얼마간 정처 없이 골목을 누비며 걷습니다. 손 글씨의 간판과 단골들이 드나드는 분식집과 여인숙이 있던 풍경의 틈새를 오갑니다. 그러다 화분들이 조밀한 벽화를 또 한참 바라봅니다. 꽃무늬 보자기에 싸인 선인장 그림은 그 담벼락 가운데 큰 우표처럼 붙어 있습니다. 안예환 작가의 그림입니다.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나혜석의 삶을 선인장의 생존에 비유했었지요. 담의 한쪽 귀퉁이에는 ‘기쁨이나 슬픔 그 모든 것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나의 삶을 사랑하자’라는 글이 남아 있습니다. ●귀를 기울이면 어렴풋한 우리 동네 그림을 그리고 편지나 일기를 쓰는 건 이처럼 간절함을 그러모으는 행위겠습니다. 선인장 그림 옆, 금보여인숙 맞은편의 책방 ‘그런 의미에서’ 또한 그런 책방입니다. 차곡차곡 읽는 마음을 쌓듯 계단을 올라 3층 책방의 문을 엽니다. 이곳은 과거 누군가의 살림집이었겠습니다. 철문을 열고 들어서니 그 집의 삶이 그려집니다. 이제는 책과 작가들의 숨결이 옛 주인의 생활을 대신하지요. 그런 의미에서의 신조는 ‘읽는 사람이 쓰는 사람으로’입니다. 책방을 찾는 이들에게 읽는 마음의 안내자가 돼 주고, 그들의 읽는 마음을 쓰는 마음으로 이끕니다. 그래서 책방지기 이현우씨는 자신이 재밌게 읽은 책을 입고해 추천하고 쓰는 사람들을 위한 출판사를 같이 운영합니다. 책장에는 증거처럼 쓰는 사람들의 책이 가지런합니다. 표지마다 작가들의 소개 글이 편지처럼 붙어 있고요. 읽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된 계기이거나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이유일 겁니다. 그러니 ‘작은 네가 쪼르르 나와서 반겨줄 것 같’은 옛집에서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가서는 이미나 작가처럼 단짝 친구에게 건네는 편지를 쓸 수도 있겠습니다. 첫 문구가 막연하다면 ‘나의 동네’의 첫 문장을 옮겨 적어도 좋겠습니다. ‘안녕, 정말 오랜만이야.’ 오늘의 나를 기억하길 원한다면 널담은공간도 좋습니다. 화홍문 가는 길에 있는 작은 카페에 들어서자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우편함이 반깁니다. 우편함의 개수는 총 365개입니다. 세로는 1월부터 12월까지이고 가로는 각 달의 날짜 칸을 만들었습니다. 과거에서 미래로 보낸 엽서가 1년 가득합니다. 저는 6월의 오늘을 가리키는 우편함 앞에 섭니다. 이미 누군가의 편지 몇 통이 꽂혀 있습니다. 언젠가 수신인을 찾아 떠날 편지겠습니다. 아마도 발신인은 행궁동을 거닐다 오늘을 기념하려 편지를 써 나갔겠습니다. 그가 느낀 오늘의 날씨와 거리의 풍경과 사람들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요? 책, 그림, 편지···. 어떤 사물들은 존재가 정서를 가집니다. 시대가 변해도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친근함이 그것들의 물성이겠지요. 특히 동네와 동네를 잇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것이 편지겠습니다. 그래서 이미나 작가는 자신의 그림이 ‘고요하지만 다채로운 색으로 가득’한 편지이기를 바란다고 말하지요. 누군가를 향한 온정과 그것을 글로 담아 쓰는 마음, 작가가 어릴 적 단짝 친구에게 보낸 그림책 편지에 ‘나의 동네’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그런 이유일 테고요. 파란 모자를 쓰고 빨간 가방을 멘 ‘나의 동네’의 집배원은 지금 어디쯤을 지나고 있을까요? ● 그런 의미에서 -오후 1~ 8시, 연중무휴, instagram.com/2nd_his_meaningshop ●널담은공간(수원 화홍문) -낮 12시 ~ 오후 8시, 연중무휴, instagram.com/nuldam_space
  • 경기 바다서 비브리오 패혈증균 검출···어패류 생식 주의

    경기 바다서 비브리오 패혈증균 검출···어패류 생식 주의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달 20일 채수한 해수에서 비브리오 패혈증균(Vibrio vulnificus)이 검출됐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올해는 2023년보다 약 한 달 정도, 2024년보다는 1주일 정도 늦게 검출됐다. 비브리오패혈증은 주로 5~6월에 발생해 8~9월에 가장 많이 나타나며, 어패류를 생식하거나 피부 상처에 오염된 해수가 닿으면 감염될 수 있다. 최근 3년간 경기도 감염 사례는 2022년 13명, 2023년 9명, 2024년 16명이다. 비브리오패혈증은 감염 시 급성 발열, 오한, 복통,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피부에는 부종, 발진, 괴사성 병변 등이 생길 수 있다. 만성 간질환자, 당뇨병 환자, 면역저하자, 알코올 중독자 등 고위험군은 감염 때 치명률이 높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비브리오 패혈증균은 염도 1~3%의 해수에서 증식하는 호염성 세균이므로, 어패류를 먹을 때 반드시 흐르는 수돗물에 씻은 후 85℃ 이상에서 충분히 가열 조리해야 한다. 물놀이 후에는 비누를 사용해 깨끗이 씻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전종섭 수인성질환팀장은 “비브리오패혈증은 조기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한 질환”이라며 “어패류 반드시 익혀 먹기, 조리 시 장갑 착용, 상처가 있을 경우 바닷물 접촉 금지 등 예방 수칙을 철저하게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 김지석 “건강검진서 뇌종양 발견”…놓치기 쉬운 대표 증상은

    김지석 “건강검진서 뇌종양 발견”…놓치기 쉬운 대표 증상은

    배우 김지석(44)이 10년 전 건강검진에서 뇌종양을 발견했던 사실을 처음으로 고백했다. 지난 17일 유튜브 채널 ‘김지석 [내 안의 보석]’에는 ‘프리미엄 건강검진 체험기’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영상에서 김지석은 “생일에 혼자 집에 있다가, 나 자신에게 줄 선물로 건강검진을 택했다”며 병원을 찾는 모습을 공개했다. 문진표를 작성하던 중 그는 “이 이야기는 처음 한다”며 과거 병력을 털어놨다. 김지석은 “10년 전, 30대에 받은 건강검진에서 뇌에서 종양이 발견됐다. 다행히 악성은 아니었다”며 “이후 2~3년에 한 번씩 꼭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석이 진단받은 뇌종양은 양성이었지만, 뇌종양은 위치와 종류에 따라 치료가 쉽지 않은 질환이다. 뇌종양은 뇌 조직, 뇌를 감싸는 수막, 두개골 또는 신경에 생기는 모든 종양을 포함한다. 수막종, 뇌하수체선종, 신경초종 등은 대표적인 양성 뇌종양으로 분류된다. 양성 종양은 성장 속도가 느리고 경계가 명확해 수술로 완치될 가능성이 높지만, 뇌간이나 척수 근처처럼 민감한 부위에 발생할 경우 수술 자체가 어렵다. 반면 악성 종양은 빠르게 자라고 뇌 조직을 침범해 방사선이나 항암 치료를 병행해야 할 수 있다. 뇌종양은 종양 크기가 커질수록 뇌를 압박하면서 악성으로 변할 수 있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발병률이 높아지지만, 어린이 환자도 상당수여서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치료가 늦어지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대표적인 뇌종양 증상을 조기에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요 증상으로는 두통과 구토, 시력 저하, 시야 장애, 팔다리 마비, 후각 저하, 간질 발작 등이 있다. 특히 자고 일어난 새벽에 심한 두통과 함께 구토가 동반되는 경우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이런 증상은 일반적인 편두통이나 긴장성 두통과는 다르다. 시야가 좁아지거나 안경을 써도 잘 보이지 않는 시력 저하도 흔한 증상이다. 물체가 이중으로 보이거나 그림자가 생기고, 보행 시 옆 사람과 자주 부딪치기도 한다. 종양이 뇌의 운동중추나 언어중추를 압박하면 말이 어눌해지거나 팔다리 마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냄새를 맡는 기능이 저하되는 경우도 있다. 후각신경 부위에 종양이 발생하면 후각 소실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를 축농증으로 오인해 진단이 늦어지는 사례도 있다. 간질 발작 역시 뇌종양의 주요 증상 중 하나다. 종양이 뇌피질을 자극하면 간질 발작이 유발되고, 뇌전증으로 진단되는 경우도 있다. 운전 중 발작이 발생할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종양의 유형에 따라 청신경초종은 청력 저하, 안면 마비나 통증을 유발하고, 뇌하수체 종양은 여성의 경우 무월경과 유즙 분비, 남성은 성기능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인다. 뇌종양은 특별한 예방법이 없는 만큼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 빠르게 신경외과 전문의를 찾아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최선의 대처다.
  • 보디빌더 남성, 하루 3차례 ‘이것’ 하다가 혼수상태…“겉은 건강하지만 속은…”

    보디빌더 남성, 하루 3차례 ‘이것’ 하다가 혼수상태…“겉은 건강하지만 속은…”

    근육을 키우고자 2년 넘게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보디빌더 남성이 혼수상태에 빠진 사연이 전해졌다. 15일(현지 시각) 영국 데일리메일은 보디빌더 잭 윌킨슨(32)의 사연을 보도했다. 그는 2년간 하루 최대 3번씩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복용했고, 약물 구매로 4만 6000달러(약 6500만원)를 지출했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단백질 흡수를 촉진해 근육량을 증가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만, 부작용으로 발작, 심장마비, 성기능 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어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윌킨슨은 2022년 3월 스테로이드 복용으로 인해 발작,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이며 중환자실로 급히 이송됐다. 그는 일주일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고 의식을 찾은 뒤에도 며칠간 말을 할 수 없었다. 다행히 장기적인 신경 손상은 피했다. 의료진은 그의 발작 원인이 스테로이드 복용이라고 진단하면서 “그가 살아남은 것은 기적”이라고 했다. 윌킨슨은 “다시는 아들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의사는 내가 말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워했다. 평생 뇌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내가 강하고, 건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다”라며 “많은 보디빌더가 스테로이드를 사용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고 전했다. 그는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신체 변형증, 섭식 장애 진단 등을 받았고, 혼수상태 이후에 간질 증세까지 생겼다고 했다. 의료진은 윌킨슨이 평생 건강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일주일에 두 차례씩 진료를 받고 있고 간질, 수면, 불안 등의 문제로 약을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회 먹고 감염되면 치사율 50%…‘이 병’ 올해 첫 환자 나왔다

    회 먹고 감염되면 치사율 50%…‘이 병’ 올해 첫 환자 나왔다

    국내에서 올해 첫 비브리오패혈증 환자가 발생해 방역당국이 어패류 섭취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질병관리청은 15일 “70대 A씨가 설사와 복통, 다리 부종 등의 증상으로 충남의 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다 지난 10일 비브리오패혈증으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A씨는 만성 간질환을 앓고 있는 고위험군 환자로 알려졌다. 비브리오패혈증은 해수, 갯벌, 어패류 등에 서식하는 비브리오패혈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제3급 법정 감염병이다. 주로 오염된 해산물을 날로 섭취하거나, 상처 난 피부가 바닷물에 접촉할 때 감염되며, 사람 간 전파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 감염 시 초기에는 발열, 오한,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24시간 내에 다리 부위 발진, 부종, 출혈성 물집 등 피부병변이 동반될 수 있다. 특히 간 질환, 당뇨병, 알코올 의존증 등 기저질환자는 치명률이 높아 치사율이 50%에 달하기도 한다. 지난해 국내에서는 49명이 감염돼 21명이 사망했으며, 주로 5~9월 사이 발생률이 높다. 질병청은 “어패류는 5도 이하로 보관하고, 반드시 85도 이상에서 충분히 익혀 먹어야 하며, 피부 상처가 있는 경우에는 바닷물과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심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병원에 방문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 어머니는 망설였지만, 간 떼어준 50대 효자…‘새 삶’으로 보은

    어머니는 망설였지만, 간 떼어준 50대 효자…‘새 삶’으로 보은

    어머니는 아들에게 세상을 선물했고, 아들은 그런 어머니에게 새 삶을 안기며 보답했다. 어버이날을 앞둔 7일 중앙대병원은 복수를 동반한 말기 간질환과 간세포암으로 투병 중이던 여성 환자 문모(75)씨가 아들의 간을 이식받고 지난 2일 건강하게 퇴원했다고 밝혔다. 2015년부터 대사기능장애 연관 지방 간질환에 의한 간경화로 투병하던 문씨는 2023년에는 간세포암을 진단받았다. 이후 문씨의 상태는 계속 악화했고, 올해 2월에는 배에 복수가 차고 피를 토하는 증상까지 나타났다. 간 이식만이 문씨가 살길이었다. 문씨의 아들 오모(54)씨는 흔쾌히 자기 간을 공여하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아들의 간을 떼어야 하는 현실 앞에 어머니는 주저했다. 아들은 “아무 걱정하지 말고 힘내시라”라며 그런 어머니를 다독였다. 검사에서 이식 적합 판정을 받은 아들은 지난달 15일 수술대에 누웠다. 중앙대병원은 서석원 간담췌외과 교수 집도로 8시간의 수술 끝에 오씨의 간 우엽을 적출, 문씨에게 성공적으로 이식했다고 설명했다. 아들은 10일 만에 퇴원했고, 문씨도 무사히 회복했다고 병원은 전했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이뤄진 문씨 모자의 수술 및 회복은 중앙대의료원 장기이식센터의 100번째 간 이식 성공 사례로 병원에도 의미가 깊었다. 이에 의료진은 모자에게 카네이션을 선물하며 기쁨을 나눴다.
  • 남자친구 사망하자 86세 ‘남친 아빠’와 결혼한 여성…中 ‘발칵’

    남자친구 사망하자 86세 ‘남친 아빠’와 결혼한 여성…中 ‘발칵’

    중국에서 한 여성이 남자친구가 사망하자 그의 아버지와 결혼한 사연이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최근 차이나닷컴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 광둥성 포산시 순더에 사는 남성 A(86)씨는 2022년 아내를 잃은 후 아들과 같이 살고 있었다. 딸도 한 명 있지만 결혼 후 출가했다. 지난해 초 아들이 여자친구 B(53)씨를 집으로 데려와 세 명이 같이 살게 됐고, B씨는 A씨의 일상생활 및 식단 등을 관리하며 수발을 들었다. 그런데 올해 2월 아들이 간질환으로 사망했다. A씨의 딸은 B씨를 내보낸 후 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내려 했지만 A씨가 거절하며 갈등이 시작됐다. 그리고 한 달 뒤인 3월 A씨와 B씨가 결혼을 발표하며 갈등의 불씨는 커졌다. A씨의 딸은 B씨에게 다른 의도가 있고, A씨 명의로 된 재산을 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딸에 따르면 A씨 일가엔 조상 대대로 내려온 집과 100㎡(약 30평) 규모의 창고가 있다. 둘 다 세상을 떠난 A씨의 아내가 법적 소유자로 등재돼 있다. 중국 상속법에 따르면 사망자의 재산은 일반적으로 배우자와 자녀에게 균등하게 상속된다. 딸은 집과 창고 등 부동산이 아버지의 명의로 이전된 적이 없기 때문에 최근 혼인한 B씨에게는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B씨는 “A씨가 요양원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결혼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반박했다. 또 해당 재산은 불법 건물이고 마을의 공동 재산이기에 외부인이 마음대로 양도할 수 없고, 오히려 재산을 노리는 건 A씨의 딸이라고 받아쳤다. A씨는 B씨에 대해 “나를 따뜻하게 대해줬다”며, 오히려 딸이 자주 찾아와 위협하고 집 안 시설을 파괴해 삶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는 입장이다. B씨와 A씨의 딸은 갈등이 심해져 서로 폭행 및 기물 파손 등의 혐의로 맞고소까지 한 상황이다. 경찰, 변호사 등이 10차례 이상 중재를 시도했음에도 성과가 없었다. 법률 전문가들은 “부모가 재혼하더라도 자녀들은 연로한 부모를 부양할 의무가 있다. B씨와 같은 재혼 배우자도 법에 따라 부양권과 상속 지분을 받을 자격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 ‘기적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간질환까지 치료한다고? 임상실험 결과 나왔다

    ‘기적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간질환까지 치료한다고? 임상실험 결과 나왔다

    ‘기적의 비만치료제’로 불리는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대사 이상과 관련된 지방간염에도 효과가 있다는 임상실험 결과가 나왔다. 1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과 미국 버지니아 커먼웰스대 공동 연구팀은 “세마글루타이드가 대사 이상 지방간염(MASH)을 개선할 수 있다”는 내용의 임상실험 결과를 지난달 30일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했다. MASH는 인슐린 기능 저하로 간에 과도한 지방이 축적돼 발생하는 지방간염으로, 과도한 음주가 아닌 대사 이상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증상이 악화되면 간경화와 간부전, 간암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전세계 MASH 환자는 4억 40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며, 국내에서도 40만명 가량이 이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MASH는 간 이식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이며, 비만 및 제2형 당노병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위고비가 대사이상 지방간염 개선”연구진은 37개국 253개 의료기관에서 약 1200명의 MASH 환자를 무작위로 2대1 비율로 나눈 뒤, 다수 그룹에게는 4년 반(240주) 동안 주1회 세마글루타이드 2.4㎎을 투여한 반면 대조군인 소수 그룹에게는 위약(僞藥)을 투여한 뒤 경과를 추적했다. 참가자들의 평균 체질량지수(BMI)는 34.6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비만 기준인 30을 초과했다. 연구진은 전체 참가자 중 800여명을 대상으로 72주 동안 진행해 도출한 중간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받은 그룹의 62.9%에게서 지방간염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고 36.8%는 간경화의 초기 증상인 간 섬유화가 개선됐다. 반면 대조군에서는 각각 34.3%, 22.4%에게서 지방간염 및 간 섬유화의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또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받은 그룹의 32.7%는 지방간염과 간 섬유화 모두 개선됐지만 대조군에서는 16.1%에 그쳤다.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받은 그룹은 평균 체중이 10.5% 감소하는 효과도 나타난 반면, 대조군은 평균 2% 감량하는 데 그쳤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논문의 수석 저자인 아룬 사얄 버지니아 커먼웰스대 간질환연구소장은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받은 환자들은 혈당이 낮고 인슐링 저항성이 낮았다”면서 “세마글루타이드가 간 질환 개선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크며, 간 질환과 관련된 다른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임상실험 참가자의 대부분이 백인이었다는 점과, 이들 대부분이 비만이었던 탓에 과체중이 아닌 환자들에게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날지는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 연구의 한계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또 위고비를 개발한 노보 노디스크가 해당 임상실험을 지원했다고 NYT는 전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해 11월 “위고비를 MASH 환자들에게 투여한 임상실험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면서 임상실험 중간 결과의 일부를 먼저 공개한 바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FDA에 위고비를 MASH 치료제로 승인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MASH 치료와 관련해 현재까지 미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치료제로 승인받은 의약품은 미국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의 ‘레즈디프라’가 유일하다. 치료제의 개발이 쉽지 않아 제약업계의 선점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는 MASH 치료제 시장 규모가 내년 253억 달러(36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 걸그룹 멤버 강제추행 혐의 소속사 대표 피소… 피해자母 “상상도 못한 일 겪어”

    걸그룹 멤버 강제추행 혐의 소속사 대표 피소… 피해자母 “상상도 못한 일 겪어”

    143엔터 “사실과 다른 부분 많아” 반박 걸그룹 전 멤버가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당했다며 소속사 대표를 경찰에 고소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2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룹 메이딘 전 멤버 가은이 강제추행 혐의(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로 이용학 143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최근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한빛센터는 이씨가 지난해 10월 소속사 대표실로 가은을 불러 약 3시간에 걸쳐 폭언과 위협을 했고, 그 과정에서 강제추행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이 사건 약 3주 전 메이딘의 일본 콘서트에서 가은과 동료 멤버가 숙소에서 남성이 포함된 다른 사람을 만난 점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가은은 이들을 그날 처음 만났다는 입장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가은의 모친은 “이씨는 상담이라는 명목으로 아이들을 이간질하고, 동료들끼리 감시하고 믿지 못하게 만들었다”며 “아이는 힘들어하면서도 아이돌 활동을 지속하려 노력했기에 (저는) 아이에게 ‘너를 친딸같이 예뻐하는 것’이라며 달랬다”고 말했다. 모친은 딸의 피해 사실에 대해 “초반에는 가벼운 신체 접촉이었지만,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심해졌다. 아이가 이씨에게 ‘이제 내 몸을 그만 터치하라’고 하자, 이씨는 업무상 불이익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사건이 터졌다”고 했다. 모친은 “아이의 이야기를 들은 순간 저는 진심으로 제가 죄인이라고 생각했다. 여러 번의 구조 신호에도 저는 듣지 않았고, 제가 눈과 귀를 닫은 순간 제 아이는 상상도 못 할 일을 겪어야 했다”며 눈물을 쏟았다. 모친에 따르면 가은은 해당 사건 이후에도 그룹 활동을 이어가고 싶어했다. 이에 모친이 나서 이씨에게 각서를 쓰게 하고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약속도 받았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JTBC ‘사건반장’에서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딸의 녹취가 방송됐다고 모친은 전했다. ‘사건반장’은 지난해 11월 22일 다국적 걸그룹 멤버가 소속사 대표로부터 성추행당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며 이를 보도했다.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피해자가 메이딘 가은일 것이라는 추측이 이어졌고, 소속사 측은 지난해 11월 23일 1차 입장문을 통해 “방송에서 언급된 멤버와 대표 사이에는 어떠한 성추행, 기타 위력에 의한 성적 접촉이 없었으며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님을 알려드린다”고 부인했다. 이후 가은은 같은 달 29일 11월 팀을 탈퇴했다. 한빛센터 측은 기자회견 현장에서 이씨가 가은에 대한 추행을 인정하는 내용이 담긴 자필 각서를 공개했다. 지난해 10월 25일 작성된 각서에는 ‘본인은 멤버에 대한 성추행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 향후 143엔터테인먼트와 관련한 계약 관계에 있어서 법률상 대표이사를 떠나 본인이 불이익이 없도록 책임을 질 것이며, 계약의 연장 및 기타 계약 관계에 있어 (가은에게) 우선적인 선택권을 부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가은의 법률대리인은 “이번 사건은 소속사 대표가 피해자인 아이돌 걸그룹 멤버의 의사에 반해 성추행 범죄를 저지른 사건”이라며 “이씨는 사건 초기 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여러 차례 사과도 했지만, 피해자의 활동을 빌미로 계속해서 입장을 번복하며 성적 접촉에 강제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고 했다. 법률대리인은 “위력으로서 19세 미만의 청소년을 추행한 자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제7조에 의해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와 관련, 143엔터는 기자회견 직후 “해당 멤버 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이 있으나,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그 과정에서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고자 한다”는 반박 입장을 냈다. 소속사 측은 “또한 해당 멤버 측은 이미 작년에 보도됐던 사건과 관련해 일방적인 주장을 근거로 거액의 위로금을 요구하다가 이를 거부하자 사건 발생 6개월가량 지난 상황에서 형사 고소를 한 점 역시 심히 유감스럽다”면서 “반드시 진실이 규명되길 바라며 법적 판단에 따른 책임 또한 다할 것을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 ‘때’ 낀 줄 알고 빡빡 밀어도 소용없다?…‘이 증상’ 의심해보라는데

    ‘때’ 낀 줄 알고 빡빡 밀어도 소용없다?…‘이 증상’ 의심해보라는데

    기온이 계속 오르는 요즘, 옷차림이 가벼워질수록 신체 노출 부위에 대한 고민이 커지는 시기다. 특히 겨드랑이나 목덜미, 사타구니처럼 피부가 접히는 곳이 유난히 신경 쓰이는데, 성장기 청소년의 경우 이유 없이 이 부위가 검게 변한다면 ‘흑색가시세포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의료계에 따르면 피부가 접히는 부위가 거뭇거뭇하게 변하면 때가 껴서 더러워진 것이 아니라 흑색가시세포증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비만·과체중인 경우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므로 정확한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흑색가시세포증은 주로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 많이 발생한다. 초기에는 이곳에 갈색 또는 회색의 색소가 침착되면서 피부색이 어둡게 보이다가 점차 피부가 두꺼워지고 주름이 생기는 증상이 나타난다. 피부 사마귀가 생긴 것처럼 울퉁불퉁한 형태로 변하거나 검버섯, 쥐젖 등이 생기기도 한다. 이 질환은 비만 때문에 발생하는 여러 합병증 중에서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기능이 떨어지며 나타나는 인슐린 저항성이 주된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다. 흑색가시세포증이 생겼다면 비만이 당뇨병이나 고혈압, 대사증후군 같은 질병으로 진행될 위험이 커졌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또한 과거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불렸던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을 함께 앓고 있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이들 질환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를 제대로 진단하고 치료에 나설 필요가 있다. 만일 비만이 아닌 환자인데도 특별히 다른 발생 원인을 찾기 힘들 경우 악성종양이 동반된 탓에 피부에 변화가 나타났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내시경 검사 등 암 발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성장이 빠른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성인도 체중이 불어나 만성질환의 영향을 받으면서 흑색가시세포증이 생길 수 있다. 흑색가시세포증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체중감량이다. 몸무게를 줄여 대사증후군이나 비만에 의한 합병증이 개선되면 증상은 대부분 자연히 사라진다. 피부가 검게 변하는 증상은 겉 부분이 오염돼 나타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때를 밀거나 씻어낸다고 해서 나아지진 않는다. 김도현 순천향대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청소년기의 건강관리가 평생 건강을 결정하기 때문에 피부가 접히는 부위가 검게 변하는 증상이 있다면 전문의를 찾아 비만이나 지방간 등의 질환을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낯섦이 찾아왔다 새로운 계절처럼… 설렘에 물들었다 비밀의 숲속에서[박상준의 여행 서간(書簡)]

    낯섦이 찾아왔다 새로운 계절처럼… 설렘에 물들었다 비밀의 숲속에서[박상준의 여행 서간(書簡)]

    홍차 향이 봄빛처럼 번지는 경북 안동의 한옥에 있습니다. ‘기록상점 낯선’을 운영하는 두 기록가 도성원, 원희래씨와 마주 앉아 도란도란합니다. 그들의 등 뒤로는 모란이 그려진 민화 병풍이 놓여 있습니다. 제 뒤로는 한갓진 한옥의 마당이 보일 테고요. 고요하고 차분한 봄은 간신히 찾은 평안일 겁니다. 440년 전 안동에서 살던 원이 엄마는 사랑하는 이를 잃고 ‘이렇게 아득한 일이 하늘 아래 또 있을까요’라고 편지를 남겼다지요. 지난 3월의 산불은 이들과 안동과 이웃한 지역의 사람들에게 그런 시간이었을 겁니다. 기록상점 낯선의 입구는 10m 남짓의 막다른 길입니다. 벽과 벽 사이의 좁은 골목에는 하얀 조팝나무꽃이 잔뜩 피어 있습니다. 앙증스러운 꽃 타래는 버드나무에 눈이 내린 모양 같아 ‘눈버들’(雪柳)이라고도 부른다지요. 팔등을 간질여 한들한들 말을 걸어옵니다. ●더디게 온 안동의 봄… 조팝나무꽃·눈버들 등 한들한들 말 걸어와 조팝나무에는 도성원씨의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그는 기록상점 낯선으로 들어서는 길목이 숲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세상과 나 사이의 여정, 길 떠나는 마음들은 꽃길 지나 기록의 숲에 다다르겠습니다. 저는 그의 바람대로 조팝나무와 대문 옆 장미 넝쿨과 마당의 목백일홍(배롱나무) 곁을 지나며 크게 심호흡합니다. 당신 또한 그러했으면 좋겠습니다. 좁쌀처럼 핀 꽃 위의 시간을 천천히 누리므로 낯섦을 새로운 계절처럼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실은 진즉 안동의 봄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월영교의 봄밤이 얼마나 아름답게 반짝이는지, 낙강물길공원이 왜 비밀의 숲이라 불리는지, 그리하여 봄날의 사랑을 안고 기록상점 낯선에 이르기를 바랐지요. 불행히도 봄보다 먼저 산불이 번지고 말았습니다. 도성원, 원희래씨가 살던 교외의 주거 또한 화마를 피하지 못하고 전소했습니다. 그런 까닭에 기록상점 낯선은 한동안 예약제로만 운영했습니다. 다행히 4월의 첫 주 토요일은 온전히 문을 열었습니다. 덤덤하게 꺼내어 놓은 이들의 말 속에는 무던할 수만은 없는 심정이 있었을 테지요. 이 또한 삶의 기록이 될까요? ●기록으로 잇는 전통과 현대… 한옥에 터 잡고 그 안에 젊은 감각의 문구들 안동은 조선의 성리학을 대표하는 고장입니다. 퇴계 이황, 서애 류성룡, 농암 이현보 등의 철학과 문학이 깃들고 도산서원, 병산서원 등 우리나라 대표 서원과 종택, 고택이 많아 문화에 대한 자부심 또한 강합니다. 이는 안동의 자랑이지만 장벽이 되기도 해요. 기록상점 낯선은 호기심을 가지고 몰래 지켜봐 온 공간입니다. 이들은 ‘기록’이라는 행위를 빌려 전통과 현대, 세대와 세대를 잇습니다. ‘아날로그 아카이빙을 지향하는 기록 공간’에는 그런 의미가 녹아 있지요. 민화 그림의 기록노트는 모시종이를 둘러 고전미를 살려내고, 동판의 그림이나 글자를 눌러 제작하는 옛날식 인쇄 방식(letterpress)으로 양감이 두드러진 액막이 명태 부적을 만드는 프로그램은 기록상점 낯선의 정체성일 겁니다. 한옥에 터를 잡고 병풍이나 고가구로 세월을 더한 것도, 그 품 안에 젊은 감각의 문구를 디자인해 조화를 추구한 것도 그 연장입니다. 저는 그 가운데 한옥의 처마 아래에서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쓰는 ‘낯선레터와 찻상’이 좋습니다. 쉬운 말로 건넬 수 없는 진심은 손으로 적는 글이라서, 편지를 빌려 사랑하는 이에게 가닿게 되겠지요. 또 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 답장을 써 내려가는 것일 테고요. 조금 더 특별한 편지를 원할 때는 직접 편지 봉투를 디자인해 만들 수도 있습니다. 쓰임을 다한 종이를 재활용해 종이 죽을 빚고 이를 한지 틀 위에 뜬 후 꽃잎 같은 자연물로 장식합니다. 자투리로 사라질 뻔한 종이는 투박한 질감으로 자연의 생명력을 드러낸 나만의 봉투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실링 왁스에 하회탈 문양을 찍어 ‘안동’을 기록하지요. 저는 고심 끝에 기록상점 낯선의 편지지 한 장을 골라서는 문 앞 창가에 앉습니다. 가향차 한 잔을 청한 후 딥펜(철필)을 들고 원고지의 칸칸을 채워 나갑니다. 4월의 꽃과 햇살과 바람과 자연의 두려움에 대해서도 적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써나가기 시작한 글은 어느새 ‘궁서체’로 바뀝니다. 곧 여름이 될 것이고 스산한 가을에 이를 것이며 머잖아 다시 계절의 끝에 서게 되면, 그때는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당신과 이 고장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적습니다. ●세상일에 헛된 수고·노력은 없어… 성취와 회복의 시간이 존재할 뿐 당신에게 건넬 편지를 쓰고 나서는 여유롭게 기록상점 낯선을 만납니다. 안쪽 선반에 놓인 탈 엽서 시리즈는 하회탈의 머리 위에 화관을 디자인하고 계절의 감성을 담았네요. 양반탈은 봄날의 기쁨을, 백정탈은 여름의 더위와 열정을 표현합니다. 탈의 형태로 주변 사람들을 기록하는 ‘탈생부 노트’나 하회탈의 표정을 빌린 ‘희로애락 노트’ 등은 근엄하고 진지한 안동을 친근하게 전달하네요. 어쩌면 ‘낯선’이란 이름은 이 모든 것을 감각하는 단어일 수 있겠습니다. 짧은 편지와 문구에 여행지의 낯선 시간을 담아 낯익은 일상으로 떠나보내는 거지요. 그리하여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보낸 선물 같은 양분이 도달했을 때, 그 낯섦은 설렘이 되어 있겠지요. 내부를 두루 둘러본 후에는 바깥으로 나와 기단에 걸터앉습니다. 한옥의 봄은 마당에 더 짙고 넓게 퍼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원희래씨가 쓴 귀촌 일기의 몇 장을 펼쳐보고 또 도성원씨와 식물과 꽃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활짝 핀 조팝나무꽃에 관해서도요. 조팝나무의 꽃말은 ‘노력’입니다. 그리고 ‘헛수고’라는 의미도 있다지요. 상반된 의미가 모순 같습니다만 세상일에 헛된 수고와 헛된 노력이란 없다고 믿습니다. 다만 어떤 일에는 시간이 걸릴 뿐이지요. 영광일 때는 성취의 시간이고 상처일 때는 회복의 시간이 될 따름입니다. ‘모든 것을 파괴하지만 정복되지 않는 고래야. 그럴지라도 그대를 향해 나는 돌진한다.’ 오늘은 기록상점 낯선을 떠나기 전에 읽은 마지막 글이 오래 남습니다. ‘모비딕’의 한 문장이 아닐까 합니다. 인간이 자연을 이길 수는 없겠습니다. 전지전능해 보이는 인공지능의 시대에도 우리는 불길을 잡기 위해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지요. 그럴지라도 그 땅 위에 다시 순이 돋고 꽃이 피기를 희망합니다. 꽃과 나무가 상처받은 이 땅의 사람들에게 내일이 되어 주기를 바라고요. 먼 데 사는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게 여행이라면 우선은 여행으로서 이 땅의 사람들과 만나는 것 또한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산불의 뜨거움이 아니라 따스한 내면의 온기가 안동과 우리를 이어 주기를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살아생전 전하지 못한 그리움… 월영교는 잊지 못할 사랑의 증표 ‘자내 샹해 날다려 닐오대 둘히 머리 셰도록 사다가 함께 죽쟈 하시더니 엇디하야 나를 두고 자내 몬져 가시노.(당신, 항상 나에게 둘이 머리 하얘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시더니,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시나요?)’ 기록상점 낯선을 나와 월영교에 가기 전, 안동 국립경국대학교박물관(옛 안동대)에 들릅니다. 1998년 안동대 인문과학연구소는 정상동에서 조선시대 시신 한 구를 수습합니다. 서른한 살의 이응태로 밝혀진 미라의 머리맡에선 ‘이 신 신어보지도 못하고’라 적힌 편지, 그리고 미투리(일종의 짚신) 한 켤레가 발견되었지요. 그의 아내 원이 엄마가 세상을 떠난 남편에게 전한 편지와 선물이었습니다. ‘머리카락으로 신을 삼아도 못 갚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마와 머리카락을 엮어 만든 미투리는 둘의 사랑이 얼마나 각별한지 알 수 있는 유품이었습니다. 또 한지 위에 빈틈없이 써 내려간 한글 편지의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라는 글귀가 그 깊은 사랑을 짐작하게 합니다. 월영교는 둘의 사랑의 증표라 하겠습니다. 보행 전용 다리로, 안동댐 건설 당시 월영대를 옮겨 오고 인근 월곡면의 지명 등을 따서 이름 붙였지요. 특히 야경이 아름다워 안동에서 하루를 보내는 이들은 꼭 찾는 밤 산책 명소입니다. 다리를 건너서 원이엄마테마길이나 안동시립박물관 너머 영락교까지 발끝의 불빛을 따라 걸어 볼 수 있습니다. 밤의 강물 위를 지나는 문보트 또한 낭만이 어립니다. 마치 ‘물 위에 비친 달’(月影)처럼, 그리운 마음처럼 떠다니지요. 원이 엄마는 뱃속의 아이를 두고 떠난 남편이 얼마나 그립고 야속했을까요? 그래서 나무로 만든 목책교는 미투리를 닮아 낙동강의 동과 서를 잇습니다. ●그윽한 봄날의 오후…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 같은 낙강물길공원 만일 밤이 아닌 낮이라면 저는 당신을 월영교 가까운 ‘비밀의 숲’으로 데려갈 겁니다. 낙강물길공원은 물빛의 반영으로 은밀하고 아직은 찾는 이가 많지 않아 비밀스럽습니다. 누군가는 아담한 규모에 지레 실망할 테지만 당신은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분명 좋아할 거라 장담해요. 기록상점 낯선을 떠나기 전 원희래씨가 꼭 들러 보라 말한 곳도 낙강물길공원이었으니까요. 낙강물길공원은 클로드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을 연상케 합니다. 댐과 수로로 연결된 물길은 공원에 작은 연못을 만들고 키 큰 전나무와 메타세쿼이아는 깊은 공간감을 연출합니다. 저는 정원 북쪽 쉼터에 앉아 철쭉과 꽃창포, 수련 너머의 무지개다리를 바라봅니다. 정말 모네의 그림 같습니다. 얼마간은 또 한국적이고요. 무지개다리는 다시 연못의 징검돌로 이어집니다. 징검돌 위에서 공원의 반영을 배경 삼아 사진 남기는 이들이 많습니다. 메타세쿼이아 아래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그윽한 봄날의 쉼입니다. 모네는 ‘내가 잘하는 건 그림 그리는 일과 정원일 뿐이다’라고 했다지요. 욕심만으로 해낼 수 있는 건 우리의 생각보다 많지 않을지 모릅니다. 또 그가 아내의 마지막을 지키며 그린 ‘임종을 맞은 카미유’를 떠올립니다. 끝내 발표하지 않은 채 서명조차 없이 침실에 놓여 있던 그림이지요. 그는 훗날 조르주 클레망소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 순간조차 ‘무의식중에 빛과 그림자’를 구별하고 있었노라 고백합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그림은 원이 엄마의 미투리와 같은 의미가 아니었을까요? 그러니 낙강물길공원에서 모네와 지베르니를 떠올리는 건 억지만은 아닐 겁니다. 고려의 태조 왕건은 후백제의 견훤을 물리치고 동쪽이 안정화되었다고 해 안동(安東)이라 이름 붙였다 합니다. 잔잔한 물길 위로 번지는 낙강물길공원의 자연 분수를 바라보며, 저는 이 봄날 당신과 나란히 앉아 우리가 지나온 시간과 또 지나갈 시간을 그려 보고 싶어집니다. 그 사랑이 원이 엄마만은 못할지라도 서로를 ‘자네’(자내) 하고 다정히 부르며 동쪽의 평안한 땅, 안동에 있다는 걸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 기록상점 낯선 토요일 오후 1~ 6시(상시오픈), 일~금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예약제) www.instagram.com/nachseonnote
  • “간·당뇨 환자에 치명적”…치사율 50% ‘이것’ 서해안서 나왔다

    “간·당뇨 환자에 치명적”…치사율 50% ‘이것’ 서해안서 나왔다

    해수 온도가 상승하는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감염병인 비브리오패혈증균(Vibrio vulnificus)이 올해 처음으로 서해안에서 검출됐다. 23일 전북특별자치도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4일 채취한 해수에서 처음으로 비브리오패혈증균이 검출됐다. 지난해 23일 검출된 것과 비교하면 첫 검출이 1주 정도 앞당겨진 상황이다. 이는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분석되고 있다. 비브리오패혈증균이 해수 온도가 18도 이상일 때 잘 증식하는 특성 때문에 해마다 검출 시기가 빨라지는 것으로 판단된다. 비브리오패혈증은 해수 온도가 상승하는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감염병으로, 서해안 지역 해수와 갯벌, 어패류에서 주로 검출된다. 주로 해산물을 덜 익혀 먹거나 상처 난 피부에 오염된 바닷물이 접촉했을 때 감염되며, 감염될 경우 치사율이 50%에 달하며 간질환 환자, 당뇨 환자 등 기저질환을 가진 고위험군에는 특히 치명적이다. 비브리오패혈증이 의심되면 즉시 신속하게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신속하게 치료했을 경우라도 저혈압이 발생하면 90% 이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연구원은 군산, 고창, 부안 등 서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비브리오 유행예측 감시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비브리오패혈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간이 안 좋거나 면역이 저하된 사람과 같은 고위험군은 어패류를 날것으로 먹는 것을 피하고, 피부에 상처가 있는 사람은 가급적 바닷물과 접촉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약 바닷물과 접촉하였을 경우 깨끗한 물과 비누로 노출 부위를 씻어 내야 하며, 여름철에 어패류는 5℃ 이하의 저온 상태로 저장하고,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후 85℃ 이상으로 가열 처리해 섭취해야 한다. 조개류를 끓여서 요리할 때는 껍질이 열린 후 5분 이상 끓여야 하며, 어패류를 요리한 도마, 칼 등의 조리도구를 소독해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북보건환경연구원 측은 “비브리오패혈증은 치사율이 매우 높은 질환으로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의 경우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 탈모 치료·가슴 확대에 혹해서 샀더니…“간·신장에 안 좋다” 충격

    탈모 치료·가슴 확대에 혹해서 샀더니…“간·신장에 안 좋다” 충격

    탈모 치료, 가슴 확대 등을 표방한 해외직구식품 일부에서 간, 신장, 혈액 장애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위해 성분이 확인돼 통관보류 등의 조처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져 주의가 필요하다.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직접구매 해외식품 중 소비자 관심 제품 30개에 대해 기획검사를 실시한 결과 16개 제품에서 국내 반입 차단 대상 원료·성분이 확인돼 국내 반입을 차단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위해 성분은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에 근거해 마약류, 의약성분, 부정물질 등 국민건강에 위해를 줄 우려가 있어 국내 반입을 차단할 필요가 있는 원료·성분을 말한다. 이번 검사는 소비자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위해성분 사용이 의심되는 ▲탈모치료 효능·효과 표방 제품(20건) ▲가슴확대 효능·효과 표방 제품(10건)을 검사대상으로 선정했다. 검사항목은 발모 또는 여성호르몬 관련 성분 등 31종을 선별 적용했으며 제품에 국내 반입 차단 대상 원료·성분이 표시돼 있는지도 함께 확인했다. 검사결과 ▲탈모치료 효능·효과 표방 제품(11개) ▲가슴확대 효능·효과 표방 제품(5개)에서 일반의약품 성분 등 국내 반입 차단 대상 원료·성분이 표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탈모예방 등에 사용되는 의약품 성분인 ‘파바(PABA)’, 여성 갱년기 증상 완화 등에 사용되는 의약품 성분인 ‘블랙코호시’ 등이 확인됐다. 파바는 과다 복용할 경우 간, 신장, 혈액 장애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며, 블랙코호시는 오남용할 경우 구토, 현기증, 간질환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식약처는 위해성분이 확인된 제품에 대해 관세청에 통관보류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온라인 판매사이트 접속차단을 요청하는 등 관계기관과 협업하여 국내 반입, 판매되지 않도록 신속히 조치했다. 또한 소비자가 해당 제품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해외직구식품 안전 정보를 제공하는 식품안전나라 누리집의 “해외직구식품 올바로”에 제품정보(사진 포함)를 게재했다. 알울러 식약처는 이달부터 ‘해외직구식품 올바로’ QR코드를 마련·제공해 소비자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손쉽게 위해식품 차단목록 등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식약처는 “자가소비 목적으로 개인이 구매하는 해외직구 식품은 위해성분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소비자는 현명한 해외직구식품 구매를 위해 반드시 ▲해외직구식품 올바로에서 ▲국내 반입 차단 대상 원료·성분이 포함된 제품인지 먼저 확인하고 ▲해외직구 위해식품에 등록된 제품은 구매하지 않아야 하며 ▲제3자에게 판매하거나 영업에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 ‘나는솔로’ 24기 옥순 ‘토악질 나온다’ 악플에 4글자로 응수

    ‘나는솔로’ 24기 옥순 ‘토악질 나온다’ 악플에 4글자로 응수

    SBS플러스·ENA 예능 프로그램 ‘나는 솔로’ 24기 출연자 옥순(가명)이 악성 댓글에 정면으로 응수했다. 옥순은 2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24기 방송 종영 소감을 올렸다. 옥순은 조은 시인의 ‘언젠가는’이라는 시를 인용하며 “제가 기다리던 버스는 몇 번 버스였을까요. 놓치지는 않았는지, 환승은 했는지, 배차 간격은 어땠는지, 서서 갔는지, 앉아서 갔는지, 졸아서 목적지를 지나치진 않았는지”라며 “(출연 신청) 메일을 보내던 그 순간부터 마지막 방송까지 매주 설레고 즐거웠다”라고 적었다. 이어 “(방송) 한 편이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열정이 들어간다. 그 끝을 책임지는 사람은 시청자라고 생각한다”라며 “비난과 응원의 목소리로 24기를 즐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라고 했다. 한 누리꾼은 옥순의 글에 “이런 곳에 댓글 단 적 한번도 없는데 진짜 마지막편 다 모아놓고 지한테 마음 없는 것 같으니까 이간질 하는 거 토악질 나오네”라고 비난 댓글을 남겼다. 이에 옥순은 “토 해 그 럼”이라고 단 네 글자로 해당 댓글에 답글을 달아 주목받았다. 옥순은 방송에서 출연진 남성 5명을 줄 세워 화제를 모았다. 26일 방송된 최종회에서 남성 출연자 ‘영수’, ‘영식’, ‘상철’이 옥순을 최종 선택했으나 옥순은 최종 선택을 포기했다. 옥순은 최종 선택 순서 직후 인터뷰에서 “이성적 끌림을 주는 분이 단 한 분도 없었다”라고 밝혔다.
  • 깊은 산속 옹달샘, ‘쉼’ 한 모금… 꾹꾹 눌러쓴 편지, ‘삶’ 한 조각[박상준의 여행 서간(書簡)]

    깊은 산속 옹달샘, ‘쉼’ 한 모금… 꾹꾹 눌러쓴 편지, ‘삶’ 한 조각[박상준의 여행 서간(書簡)]

    가끔은 고립을 자처하며 고요히 침잠하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2월에는 그런 바람이 한층 심해지곤 하지요. 저는 지금 충북 충주의 ‘깊은산속옹달샘’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깊은산속옹달샘은 명상치유센터입니다. 일상을 벗어나 잠시 숨어들어 머물기 좋은 장소입니다. 눈 덮인 산속에 폭 파묻혀 보낼 하루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2월의 쉼 그리고 다시 살아갈 힘 2월도 열흘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는 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깊은산속옹달샘 가는 길은 아침부터 눈이 내립니다. 그건 그것대로 좋습니다. 옷깃을 여밀 때, 매서운 추위는 우리 자신을 좀더 살뜰히 돌보라는 겨울의 당부인 양합니다. 조금 전에는 노은초등학교를 들러 지나왔습니다. 아이들 없는 방학의 학교는 텅 비어 있어 부럽기도 했지요. 노은초등학교에서 뛰놀던 아이들 가운데는 어린 신경림, 함민복 시인이 있었습니다. 충주시 노은면은 그들의 고향입니다. 시인들이 뛰어놀았을 운동장을 넋 놓고 바라보다가, 신경림 시인의 생가 앞까지 걷고 돌아오는 길에 시인이 쓴 ‘편지-시골에 있는 숙에게’라는 시를 떠올렸습니다. 시인은 신새벽 어시장에서 동태 두 마리를 사 들고 오다 “장바닥에 밴 끈끈한 삶을, 살을 맞비비며 사는 그 넉넉함을” 보았다고 하지요. 시인이 “세상을 밀고 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발견한 시기가 2월 이맘때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유독 짧은 달은 어떤 마음들을 재촉해 다잡게 합니다. 돌아가는 길에는 시인의 목계나루에 들러야지 하고, 미리 계획합니다. 다시 방향을 잡고 산중으로 향합니다. 문성자연휴양림의 입구를 지납니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간 터에 깊은산속옹달샘이 자리하지요. 자주봉산과 남산, 배방채산이 에워싼 은밀한 자연은 충주 사람 가운데서도 모르는 이들이 적잖습니다. 은근해 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다다를 수 없고, 부러 찾아가는 이들이 끊이지 않는 걸 보면 또 해갈의 쉼이 있는 곳일 테지요. ●매일 아침을 여는 처방전 저는 며칠 전 깊은산속옹달샘에서 보내온 편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정지우 작가의 ‘사람을 남기는 사람’(마름모)의 한 구절이 적힌 편지였습니다. “당신에게는 비밀이 있어서 나는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평생을 경청해야 한다는 것…” 편지를 보낸 이는 “내가 나를 모르는 때가 있는데 어찌 타인을 안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습니다. “당신은 당신인 채로, 나는 나인 채로 자기 길을 걸어가는 것”이라면서요. 물론 그 말이 “제 갈 길 가라”로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서로를 인정하며 나란히 걸어가자는 제안이지요. 편지를 받고는 아직 2월이라는 게 몹시 다행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시작이라는 부담을 조금 덜어 보자 싶었습니다. 마음의 샘터에 다녀와야지 싶었습니다. 편지를 보낸 이의 이름은 고도원입니다. 그는 기자 생활을 거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으로 일했다고 합니다. 어느 날 급한 연설문을 쓰고 나서 의식을 잃었습니다. 번아웃이 왔고 인생관이 바뀌었지요. 그 후부터 지인들에게 책 속 한 구절과 짧은 감상을 적은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최초의 ‘구독레터’라 할 수 있겠네요. 바로 ‘고도원의 아침편지’입니다. 편지를 받아 보는 이가 400만명이 넘었다니 당신도 이미 알고 계실 테지요. 2001년 첫 편지를 건넸으니 벌써 24년째입니다. 요즘은 20~30대가 이 편지를 많이 받아 본다고 해요. 기록과 소통이란 키워드를 이리 오랜 시간 실천한 ‘어른’이 많지 않은 까닭이겠지요. 참, 미리 고백할 게 있어요. 제가 매일 도착하는 이 편지를 꼬박꼬박 읽는 건 아니랍니다. 그럼에도 일상에 파문이 일 때는 놓치고 지난 편지부터 하나하나 거꾸로 읽어 내려갑니다. 신기하게도 그 가운데 처방의 글이 있습니다. 그때야 내가 나를 닦달하고 있구나, 관계에 집착하고 있구나, 가까운 이들에게 또 많은 욕심을 내고 있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그러곤 오롯이 마음을 덥히는 순간이 있어야겠네 하지요. 편지 위에 지은 명상의 집 깊은산속옹달샘은 아침편지의 철학을 바탕으로 꾸렸습니다. 약 23만㎡의 너른 부지에는 명상의집, 카페, 책방, 스파와 숙박시설 등 십여 개의 공간이 자리합니다. 이곳의 하루는 그리 특별하지 않습니다. 명상에 참여하고 홀로 카페에서 차를 마시거나 책방에 들러 책을 보고, 그러다 숲으로 느림보의 걸음을 내기도 해요. 강제하는 건 없습니다. 스스로 비우고 채우기를 반복하며 나를 치유합니다. 곰이나 다람쥐처럼 겨울잠을 자듯 쉬다 올 수도 있겠네요. 명상 또한 거창하지 않습니다. 뱉고 마시는 가벼운 호흡, 통나무 도구로 굳은 몸을 풀거나 싱잉볼 소리에 마음 문을 여는 데서 출발합니다. 그러고 나면 몸의 이완부터 절실했다는 걸 알게 돼요. 첫 명상 수업에서 저도 몰래 아이처럼 새근새근 잠든 기억이 나네요. 그건 아마도 고도원 이사장이 먼저 쓰러져 본 적이 있는 사람, 쉼의 절박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라서 그럴 거예요. 갑자기 주어진 여유는 낯설지만 또 달콤합니다. 이 숲에 나를 쫓는 이는 없어요. 깊은 샘이 있는 건 아니지만 심신은 차분히 젖어 듭니다. 왜 이 숲에 명상센터를 열었는지 알겠어요. 편지글만으로 전하지 못한, 또는 정말 전하고 싶었던 편지의 말들이 느껴져요. 몸과 마음을 바르게 세우고, 고요히 들여다보고, 기운 솟게 움직이고, 멈춤과 관찰을 통해 나 자신을 찾아가는 생활로서 명상 말입니다. 그 잠깐의 멈춤이란 무엇일까요? 이곳에서는 끼니때가 되면 다 같이 모여 유기농 재료로 만든 ‘사람 살리는 밥상’을 먹습니다. 식사에는 독특한 규칙이 하나 있어요. 식사를 하다가 종이 울리면 그대로 몇 초간 멈춰야 합니다. 숟가락을 들다가, 반찬을 집다가, 때로는 배식구 앞에서 음식을 바라보며 물끄러미. 사람의 몸짓은 정지하고 먹다 만 국의 따스한 기운만이, 나물의 향만이 코끝을 간질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잊고 있던 감각을, 당연한 것들을 다르게 경험하지요. 하지만 그 짧은 찰나에도 우리는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실상 온전한 회복이란 없을지 모릅니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것 역시 그렇습니다. 견디고 버틸 만한 힘을 얻기 위함일 때가 많습니다. 그러니 강제로 멈춰지기 전에 스스로를 잠깐 멈춰 세울밖에요.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오늘은 늘 한결같은 아침편지의 마지막 인사를 비타민처럼 삼켜 봅니다. ●편지 위에 지은 명상의 집 깊은산속옹달샘이 있는 노은면을 벗어나서는 금가면으로 갑니다. 노은이나 금가는 나이 먹은 땅의 이름 같아서 정겹습니다. 두 지역 사이에는 남한강이 흐릅니다. 강변의 목계나루에는 신경림 시인의 시 ‘목계장터’의 시비가 있습니다. 시 속의 하늘은, 땅은, 산은, 강은 ‘나’에게 구름이 되고 바람이 되고 들꽃이 되고 잔돌이 되라 말하지요. 노은초등학교에서 뛰어놀던 그 아이는 시인이 되었네요. 잔설이 내린 남한강을 먼발치에서 지나갑니다. 금가면을 찾은 이유는 금가우체국 때문입니다. 금가우체국은 별정우체국입니다. 과거에는 우체국이 없는 일부 지역의 우편 업무를 민간에 위탁해 운영했지요. 이를 별정우체국이라 합니다. 그러니 금가면은 한참 시골 마을이었나 봅니다. 금가우체국 안에는 특별한 카페가 있습니다. 원래는 우체국장실로, 사무실로 쓰인 방과 이웃한 창고였다지요. 박진아씨 부부는 서울에서 귀촌해 남편은 별정우체국을 이어받고 진아씨는 카페를 맡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요즘스러운, 조금 특별한 우체국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7년이 지난 지금은 우체국이 스스로 만들어 내는 이야기에 맡깁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겠습니다. 함민복 시인의 ‘우표’라는 시는 “판셈하고 고향 떠나던 날”의 시린 추억을 노래하지요. 판셈은 빚진 사람이 재산 전부로 빚을 갚는 일을 말해요. 시 속의 그날 “우편배달부 아저씨”는 시인이 부모에게 보내던 전신환(우체국을 통해 보내던 일종의 현금 증서)을 전하던 날들이, 자기 일처럼 고마웠다며 시인에게 차 한잔을 사줍니다. 시인은 그 마음을 “따뜻한 우표 한 장 붙여 주던”이라고 표현하며 말끝을 흐립니다. 시인이 살던 노은의 우체국이 그랬다면 금가우체국인들 다르지 않았겠지요. 그리고 지금도 금가우체국에서는 비슷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동네 할아버지나 할머니는 크고 작은 문제가 있을 때 면사무소가 아니라 우체국을 찾아요. 다른 곳의 직원들은 바뀌었지만 금가우체국 사무장은 예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요. 그분들에게는 우체국이 마을에 사는 친근하고 믿을 만한 이웃인 셈이지요. 사소한 부탁을 하고 또 질문을 하고 무뚝뚝하게 돌아서다 어느 날은 툭하고 건네는 인정 같은 게 이곳에는 오가고 있다는 거지요. ●60년 숨결 느껴지는 우체국 카페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존재가 그 자리에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안심일까요. 우체국은 카페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습니다. 가끔 창 너머로 우체국을 오가는 이들이 보입니다. 근래 들어 전국 각지에는 대형 카페가 줄을 잇습니다. 대부분 창밖으로 파노라마의 초록이 보이지요. 이곳에서는 그 초록 너머의 삶이 보입니다. 사는 건 고되지만 또 따뜻하다고 느끼는 건 이런 순간들 때문일 겁니다. 손으로 쓴 편지가 점점 사라지는 시대, 우체국에서 오가는 우편이 고지서만이 아니라서, 우리가 믿는 희망, 꿈 같은 단어들이 살아 있다는 말처럼 들려서 좋습니다. 그러니 펜을 들고 편지 한 통을 써나갈 수밖에요. 모카포트(농축 커피를 내리는 주전자)로 느리게 내리는 커피 한잔을 주문하고는 편지지 세트를 구매해 받아 듭니다. 우표 한 장도 잊지 않습니다. 카페에는 옛 우체국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1966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금가우체국 집배원들이 사용했던 우편 구분대 책상이 있고 선반이 있습니다. ‘반송’이라는 손 글씨가 여태껏 남아 있네요. 한쪽에는 금가우체국의 집배구획도가 있는데 이를 기준으로 우편물을 나누지 않았을까요. 구분대로 쓰던 책상은 민트색입니다. 당시에는 민트색이 유행이었다 합니다. 민트 책상에 앉아서 수동타자기를 가볍게 두드려 본 다음 책상 위에 놓인 스탬프, 스티커, 종이테이프 등으로 편지지를 꾸며 봅니다. 발신지에 따라 편지를 나누던 책상에서 우표 같은 스티커를 편지지에 모으고 있자니, 그 또한 편지와 관련된 손짓이라 그런지 왠지 집배원이 된 듯합니다. 그리고 편지의 첫 구절을 적습니다. “당신이 계신 그곳은 어디쯤의 겨울 끝인가요. 제가 있는 이곳은 우체국 안에 있는 자그마한 카페, 아무것도 아닌 곳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곳’은 금가우체국 안에 있는 이 카페의 이름입니다. 그 이름이 오늘의 시름을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말해 주는 것만 같아서, 저는 손끝을 꼼지락거리며 일 년 후에나 닿을 느린 시간의 편지를 써 내려 갑니다. ■ 여행수첩 깊은산속옹달샘 -오후 3시~다음날 오전 11시, 점심 후 귀가(옹달샘 스테이), 오전 10시 30분~오후 3시, 점심 포함(하루 명상), www.godowoncenter.com 아무것도 아닌 곳 -오전 11시~오후 5시 30분, 토·일요일 휴무, www.instagram.com/jinah_p
  • 트럼프·머스크, 나란히 앉아 인터뷰… “주류 언론, 늘 우리 사이 이간질 시도”

    트럼프·머스크, 나란히 앉아 인터뷰… “주류 언론, 늘 우리 사이 이간질 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이 처음으로 공동 인터뷰에 나섰다. 16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는 최근 백악관에서 공동 인터뷰를 진행했다. 폭스뉴스는 이 인터뷰가 18일 오후 9시(한국시간 19일 오전 11시)에 방영된다고 예고했다. 인터뷰 진행은 보수 언론인으로 유명한 숀 해너티가 맡았다. 인터뷰는 폭스뉴스의 평일 오후 9시 고정 프로그램인 ‘해너티’를 통해 방영된다. 폭스뉴스는 트럼프·머스크 공동 인터뷰의 초점이 DOGE의 업무 소개, 트럼프 2기 취임 첫 100일간의 계획 등에 맞춰졌다고 소개했다. 공개된 1분 분량의 예고편 영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로 많은 언급을 했고, 머스크는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나왔다. 예고편 영상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와의 불화설을 일축하는 장면이 담겼다. 진행자 해너티는 먼저 “‘일론 머스크 대통령’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주류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가 서로를 미워하도록 유도하려는 이간질 시도를 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주류 언론매체와 전문가들)은 늘 그렇게 한다”며 “사실 일론이 내게 전화를 걸어서 ‘그들이 우리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시도하는 겁니다’라고 말했고, 나는 ‘틀림없이 그렇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뉴스 앵커의 어조를 흉내내며 이런 보도 행태를 비꼬기도 했다. 그는 “그들은 ‘긴급속보입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직의 통제권을 일론 머스크에게 양도했습니다. 머스크 대통령은 오늘 밤 8시에 내각회의에 참석할 것입니다’(라는 식의 보도를) 한다”면서 “너무 뻔하다. 너무 형편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그들이 능력이 있었더라면 나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역사상 나보다 부정적 보도를 많이 당한 인물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를 바라보며 “(하지만) 사람들은 똑똑하다”며 “실제로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머스크도 머리를 끄덕이며 이 발언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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