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의 “사령탑” 정영의 재무장관(안녕하십니까)
◎“땀흘려 번 소득엔 세부담 덜어야지요”/증여ㆍ부동산 등 불로소득 징세강화/「소득 추계과세」 여론수렴 거쳐 결정/세제는 여론만 따를 수 없어… 「제몫 찾기」 자제할 때
세제에 관해서는 말이 많게 마련이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어떤 형식으로든 직ㆍ간접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어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세제가 일반국민들의 생활과 기업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헤아리기 어려우 정도로 엄청나고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국민들간의 이해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난주초 재무부가 세제발전심의회(세발심)에 올려놓은 2단계 세제개편안에 대해서도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의견이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월급쟁이로 생계를 꾸려가는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의사ㆍ변호사ㆍ자영업자 등에 비해 모든 소득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세제상의 헤택이 더 넓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일부 학자들은 과세자비율이 50%밖에 안된다는 것은 정부가 세제를 통해 보호해주어야 할 저소득층이 이미 과세대상에서 빠져있다는 얘기라며 오히려 능력이 있는 중산층으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거둬 이를 재원으로 저소득층에 대한 지출을 확대하는 것이 조세의 재배분 기능에 충실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세제개편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정영의재무부장관을 만나 개편방향에 관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대담:정신모경제부차장】 월급액수와 세금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계시나요.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번달부터 근로소득세가 매달 5만3천원씩 깎인다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이는 재무부가 최근에 소득세법을 개정,근로소득에 대한 공제범위를 크게 높인 데 따른 것이다. 경리계에 확인해본 결과 정장관의 지난 6월분 봉급은 본봉 1백4만3천원과 1백%의 상여금및 기타 수당등을 합쳐 총 2백22만3백원인데 여기서 소득세 14만6천6백40원,방위세 2만9천3백20원,주민세 1만9백90원 등 모두 18만6천9백50원을 세금으로 낸 뒤 국민연금기여금과 의연금등 기타 공제금을 떼고 실제 손에 쥔 액수는 1백88만8천3백20원이었다. 상여금 1백%는 3개월마다 받는 것이므로 평소 장관의 월급은 1백만원도 못 되는 셈이다. 이 액수는 보는 사람에 따라 많다고도 또는 적다고도 할 수 있는 금액이지만 종합상사의 간부사원 월급에도 못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에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가 진전되는 것과 함께 높아지고 있는 형평과 균형에 대한 기대를 세제면에서 수용하기 위해 소득의 종류에 따른 세부담의 형평성을 높이는 데 역점을 두었습니다. 근로소득과 같이 땀흘려 일해서 번 소득에 대해서는 부담을 덜어주고 부동산등 자산소득이나 상속ㆍ증여에 대한 과세제도를 강화하려고 합니다. 또 성실한 납세풍토가 이루어지도록 과세소득의 범위를 넓히면서 세수실적도 없이 명목적으로만 높은 세율을 낮추도록 할 방침입니다. 이밖에 기술및 인력개발ㆍ산업구조조정ㆍ투자촉진 등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분야에 대해서는 지원을,비생산적인 기업활동에 대해서는 규제를 각각 강화할 생각입니다』
○면세점 인상 결정안돼
정부 안에는 근로소득자의 면세점을 올리지 않는 것으로 돼 있어 근로자들이 섭섭해 하는 것 같습니다.
『올릴지,또 올린다면 어느 수준으로 올릴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문제는 국민개납 차원,세금을 내는 과세자 비율,과세특례제도의 축소범위,소득세율 체계,전체적인 세수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세발심의 심의를 거쳐 조정이 될 것입니다. 근로소득이 유리지갑으로 비유되는 현실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도 근로소득에는 다른 소득에는 없는 다양한 비과세및 공제제도를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특히 88년이후 면세점을 대폭 올리고 세율을 내렸으며 근로소득 세액공제제도를 도입하고 공제율을 높이는등 여러가지 우대조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전체적인 소득세율 체계를 조정하면서 근로자에게만 인정되는 각종 공제금액의 수준을 올려 근로자의 세부담이 가벼워지도록 할 생각입니다』
음성ㆍ불로소득과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한다는 데 많은 국민들이 그 실효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세제보다 세정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가능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우선 세제부터 누구나 알기쉽게 단순화시키고 세정도 전산화,자동화를 이룩해서 자산소득등에 대한 세원관리를 보다 철저히 하겠습니다. 현재 국세청에서 획기적인 세정 개선안을 만드는 중입니다. 또 세원이 밀집된 지역을 중심으로 소규모 세무서를 많이 늘려가도록 할 생각입니다. 상속ㆍ증여재산과 음성ㆍ불로소득을 제대로 포착하는 방안을 계속 연구해서 지속적으로 보완해나갈 것입니다. 이와함께 새 정신운동을 확산시키고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세무공무원의 자질을 높여나가겠습니다. 앞으로 지켜봐 주십시오』
○세원 밀집지 관리 강화
이번 개편대상에서 간접세의 대표격인 부가가치세와 특별소비세가 제외됐는데요. 조세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소득수준에 무관하게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간접세 비중을 낮추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여론아닙니까.
『특소세는 지난 88년의 1단계 개편시 전반적으로 조정을 했습니다. 중심세율을 그 전의 30∼40%에서 15∼20% 수준으로 내렸고 과세대상 품목도 뺄 것은 빼고 넣을 것은 새로 넣는등 일부 조정했습니다. 그러나 그이후 각 산업에대한 영향과 소비자 부담의 변화등 종합적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국민생활의 안정이라는 차원에서 개정할 시기가 아니라고 봅니다. 부가가치세도 과세특례범위를 2천4백만원에서 3천6백만원으로 높였으며 과세 최저한금액도 연간 2만원에서 8만원으로 올려 영세사업자의 부담을 덜어주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특별히 개정할 필요성이 없습니다. 또 과거에는 세제가 경제개발을 지원하는 데 치중해서 간접세의 비중이 높았지만 그동안 많이 개선된 게 사실입니다. 89년의 경우 직ㆍ간세의 비중이 45대55로 EC(유럽공동체) 국가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직ㆍ간세 비중의 균형문제는 앞으로 간접세의 경감보다는 직접세,특히 소득세의 비중을 높여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세금은 별로 내지 않으면서 음성ㆍ불로소득으로 호화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생활수준에 의해 그 소득을 추계해서 합당한 세금을 물리는 제도의 도입도 개편안에 빠져있습니다. 불로소득에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의지와는 안맞는 것 아닙니까.『이번에는 다른해와 달리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서 개편안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세발심에 내놓은 정부안도 최종안이 아니고 대체적인 방향만 제시한 것입니다.
○재산권 침해할 우려도
이는 세제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욕구가 가 어느 때보다 크고 다양하기 때문에 개편안에 각계각층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고자 하는 뜻입니다. 따라서 이번에 발표한 내용에,개편되는 모든 사항이 다 들어있는 게 아닙니다. 소득추계과세제도는 그동안 음성ㆍ불로소득에 대해 과세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검토해왔으나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제도를 남용할 소지가 있다는 반대의견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세발심의 심도있는 연구와 여론수렴 과정에서 제시되는 합리적인 의견을 충분히 들은 뒤에 도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임을 말씀드립니다』
법인세율을 내린다는 데도 기업들은 미흡하다는 반응인데요.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현재도 외국에 비해 그다지 높은 수준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여 주기 위해전반적으로 지금보다 2.5∼6.25%포인트 내리기로 했습니다. 또 제조업을 중심으로 투자및 인력ㆍ기술개발에 대한 지원폭은 크게 확대하려고 합니다. 배당소득에 대한 법인세와 소득세의 2중부담을 완화하는 문제는 앞으로 여론을 수렴해서 주주의 소득규모에 따라 고르게 2중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도입할 생각입니다』
○분배ㆍ성장조화 어려움
이번 개편안의 전체적인 흐름은 세부담을 덜어주는 쪽에 지나치게 치우쳤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앞으로 복지재정수요는 더욱 늘어날 터인데 과연 이에 필요한 재원조달에 자신이 있습니까. 89년에 3조6천억원을 거둬들인 방위세도 폐지되지 않습니까. 나라살림의 돈줄을 쥐고 있는 재무부가 너무 헤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앞으로 주택ㆍ의료ㆍ교육 등의 분야에서 국민생활의 질을 높이고 균형발전을 기하려면 재정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이에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게 조세의 역할이지요. 이번에 여러가지로 세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세제를 바꾸려고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이는 단시간내에 세수증가를 목표로 한다기 보다 중ㆍ장기적으로 국민의 조세부담률을 적정수준으로 올릴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서 재정수요를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려는 데 뜻이 있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개편안을 마련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무슨 제도를 바꾸든 마찬가지이겠지만 이번에도 서로 다른 정책목표간의 조화문제,예컨대 형평과 분배개선을 기하면서도 성장잠재력을 지속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앞으로 개편안에 대한 문제점이나 비판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국민적인 합의를 이루어나갈 생각입니다. 그러나 세제는 너무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문제가 많기 때문에 너무 여론만 따를 수도 없다는 점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그동안의 세제혜택을 기득권으로 여기는 이기적 주장이나 성급한 자기 몫 요구를 자제함으로써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협조해주실 것을 국민들에게 부탁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