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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시각] 상상 그 이상의 저출산 대책을 기대한다/김경두 정책뉴스부장

    [데스크 시각] 상상 그 이상의 저출산 대책을 기대한다/김경두 정책뉴스부장

    식상하다. 재고상품 천지이니 그렇다. 신상품은 가물에 콩 나듯 드물고, 파격 할인 제품도 해외 역직구나 온라인 매장보다 비싸다. 정부와 마지못해 참여하는 기업들, 그들만의 바겐세일이니 소비자의 발길을 붙잡을 수 없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꿈꿨던 코리아세일페스타의 현주소다.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다음달 내놓을 저출산 대책도 특별할 게 없다는 소식이 들린다. 기존 정책을 재구조화하는 게 뼈대라고 한다. 근본적인 틀을 바꾸는 것뿐 아니라 상상 그 이상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어서 좀 우려스럽다. 우리나라는 지난달 처음으로 만 6세 이하 아동들에게 아동수당 10만원을 지급했다. 3년 전만 하더라도 ‘예산이 없다’고 기획재정부와 당시 여당(현 자유한국당)이 기겁했던 일이다. 아동수당은 2006년 위원회가 출범할 때부터 주요 대책 중 하나로 거론됐지만 12년이 지난 이제서야 어렵사리 첫발을 내디뎠다. 2006년부터 아동수당을 도입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이 맴돈다. 올 2분기 ‘출산율 쇼크’(합계출산율 0.97명) 탓에 정책을 가다듬기 위해 발표를 수차례 연기했던 지난 7월 저출산 대책도 재탕 수준에 머물렀다. 그나마 위원회가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에게 최대 2년간 하루 3시간을 줄여 일해도 월급을 다 주는 방안을 밀어붙였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고용 관련 부처에서 ‘기업 부담이 크고 이를 뒷받침할 예산도 만만찮다’는 이유에서였다. 논의 끝에 하루 1시간으로 쪼그라들었다. 이것만으로도 출퇴근 때 아이를 맡기고 데려오는 데 충분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인구 절벽’으로 국가 소멸 위기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따질 거 다 따지는 대단히 침착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러니 2006년부터 지난 12년간 130조원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돈을 쓰고도 합계출산율이 1.0명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느슨한 마인드, 경제적 인센티브에 집중된 정책, 사회 곳곳에 자리잡은 여성 차별과 경력 단절, 얼어붙은 취업시장 등을 풀지 않고서는 헛돈만 쓸 뿐이다. 결국 이와 관련된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대책들을 내놓지 않고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초저출산 속도에 급브레이크를 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비싼 수업료를 내고 얻은 유일한 교훈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쉽지 않은 난임 부부에게 호주와 이탈리아처럼 나이 제한이나 인공시술 횟수 제한 없이 과감하게 지원하고, 신혼부부 지원에 동거·사실혼 부부도 포함시키자. 불편한 진실이지만 ‘고아 수출국’이라는 오명도 걷어 낼 때가 됐다. 해마다 400명 안팎의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고 있다. 지난 60년간 무려 16만명이나 된다. 우리가 낳은 아이조차 우리 사회가 키우지 않으면서 저출산 극복을 말할 수 있을까. 이민자 수용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식만 바꾸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다른 저출산 대책과 비교해 가성비 최고의 정책이다. 이젠 기술·전문직만 가려 이민자를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을 접어야 한다. 그런 인재는 다른 나라에서도 탐낸다. 일본도 간병 인력이 부족해 이민자 문호를 활짝 열었다. 혹시라도 이 순간 상상 그 이상의 저출산 대책을 놓고 부처 간 힘겨루기가 이뤄지고 있다면 한 번쯤 떠올렸으면 싶다. 취업과 결혼 적령기에 있는 20, 30대가 ‘헬조선’을 부르짖고, 내 자식마저 노예로 만들고 싶지 않다고 외치는 현실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감내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반대한다면 그건 후대에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미필적 고의다. 위원회가 힘을 낼 때다. golders@seoul.co.kr
  • 경기도민 91% “수술실 CCTV 운영 찬성한다”

    경기도민 91% “수술실 CCTV 운영 찬성한다”

    경기도민 10명 가운데 9명은 도의료원이 추진 중인 수술실 내 CCTV 운영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은 이달 1일부터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수술실 CCTV 운영에 들어갔으며, 대한의사협회가 의료인 인권보호 등을 이유로 CCTV 운영에 반대하며 논란이 일자 도는 공개토론을 제안한 상태다. 2일 도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7∼28일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면접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1%가 ‘도의료원의 수술실 CCTV 운영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또 95%는 ‘수술실 CCTV가 의료사고 분쟁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수술을 받게 된다면 CCTV 촬영에 동의할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87%가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이처럼 높은 찬성여론에 대해 도는 수술실 의료행위에 대한 도민들의 불안을 이유로 꼽았다. 이번 조사 결과 응답자의 73%가 마취수술을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의료사고 ▲환자 성희롱 ▲대리수술 등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수술실 CCTV 운영에 따라 기대되는 점으로는 ‘의료사고 발생 시 원인 규명 및 분쟁 해소’(44%)를 가장 많이 들었고 ‘의료사고 방지를 위한 경각심 고취’(25%), ‘환자의 알 권리 충족’(15%), ‘의료진에 의한 인권침해 예방으로 환자 인권보호’(12%) 등의 순이었다. 조사대상 중 최근 10년간 본인 또는 가족이 ▲마취가 필요한 수술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48% ▲크고 작은 의료사고를 당한 경험은 12%였다. 반면 우려되는 점으로는 ‘관리 소홀에 따른 수술 영상 유출 및 개인정보 침해’(42%)를 우선으로 꼽았고 ‘의사의 소극적 의료행위’(25%), 불필요한 소송 및 의료분쟁 가능성‘(12%), ’의료진의 사생활 침해‘(8%) 등이었다. 수술실 CCTV의 민간병원 확대에 대해서는 87%가 긍정적 답변을 했다.안성병원의 수술실 CCTV 운영 첫날인 1일 외과와 정형외과에서 2명의 환자가 촬영에 동의해 하반신마취 수술을 진행했다. 촬영한 영상은 의료분쟁 등이 발생할 경우에만 공개한다. 도는 안성병원에서 수술실 CCTV를 시범 운영한 뒤 내년부터 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 전체로 확대할 방침이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양동이 얼음물 한 바가지의 기적…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아이스버킷’ 기부 행렬

    양동이 얼음물 한 바가지의 기적…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아이스버킷’ 기부 행렬

    양동이 얼음물 한 바가지에서 시작된 우리 사회의 ‘착한 나눔‘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정·관계 인사, 연예인을 비롯해 수많은 일반인이 ‘아이스버킷 챌린지’ 기부 행렬에 동참하면서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삭경화증) 환자를 위한 전문 요양병원 건립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르면 2021년 국내 최초 루게릭 요양병원 설립도 가능할 전망이다. ●벌써 58억원 모였다…이르면 2021년 병원 건립 루게릭병 환자 박승일(전 프로농구 모비스 코치)씨가 세운 승일희망재단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 8월까지 모금된 기부금 총액은 약 58억원으로 집계됐다. 모금 목표 금액인 80억원의 72.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올해 모금액은 16억 8000만원으로 이중 14억원이 아이스버킷 챌린지 행사를 통해 모였다. 적게는 2000원, 많게는 수 천만원을 쾌척한 국민의 따뜻한 손길 덕분에 루게릭병 환자들과 가족들의 ‘꿈’인 요양병원 건립도 점차 현실로 다가오는 셈이다. 앞서 승일희망재단은 지난 5월 경기 용인시에 병원을 건립하기로 확정 짓고, 토지를 사들였다. 내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모금 열기가 식지 않고 계속된다면 3년 뒤에는 100병상 규모의 병원이 탄생할 전망이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24시간 간병이 필요한 루게릭병 환자의 가족들 부담을 일부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루게릭병 환자 수는 3500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루게릭병은 온몸의 근육이 굳어 결국 전신이 마비되는 희소병이다. 아직 치료제가 없어 불치병에 속한다.●900명 넘는 인원 동시 참가…4년 전 미국이 세운 세계신기록 갱신 루게릭병 환자들을 돕기 위한 릴레이 기부 캠페인인 아이스버킷 챌린지 행사는 2014년 미국에서 시작돼 한 달 만에 1억 달러(약 1000억원)가 모금됐다. 미국에서는 이 금액을 대부분 치료제 연구 비용에 쓴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국내에서도 아이스버킷 열풍이 불긴 했지만 3개월 만에 흐지부지됐다. 이후 중단된 아이스버킷 행사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핀 것은 지난 5월 승일희망재단 공동대표를 맡은 가수 션이다. 션은 지난 5월 29일 경기 용인시 루게릭 요양병원 부지에서 직접 얼음물을 뒤집어쓰면서 ‘한국판 아이스버킷’의 부활을 외쳤다. 아이스버킷은 다음 도전자로 선택된 사람이 24시간 안에 얼음물 샤워를 하거나 100달러(10만원)를 기부하고, 자신이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장면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인증하는 구조다. 션은 당시 다음 타자로 박보검, 다니엘 헤니, 소녀시대 수영을 지목했고, 이들이 다른 연예인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면서 이 캠페인은 4개월 만에 전국적인 행사로 이어졌다.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아이스버킷 챌린지 런’ 행사에는 무려 918명이 참가했다. 2014년 미국에서 803명이 참가하면서 세운 세계 신기록을 4년 만에 갈아치웠다. 승일희망재단 측은 “기네스북에 등록할 수도 있었지만 등록 비용이 만만찮고, 기부 금액을 기네스북 등록에 쓴다는 것도 맞지 않아 등록은 안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연예인 착한 나눔에 팬도 동참…학생들은 바자회 수익금 기부 이번 아이스버킷에서 주목할 만한 특징은 특정 연예인의 팬들이 기부에 동참한다는 점이다. 지난 6월 12일 남성 아이돌 그룹 ‘워너원’ 강다니엘이 엑소(EXO) 찬열의 지목을 받아 아이스버킷에 참여하고 200만원을 기부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강다니엘 팬들도 잇따라 기부금을 냈다. 승일희망재단이 매달 공개하는 ‘월별 후원자 명단’을 보면 지난 6월과 7월 두 달간 자신의 이름 대신 ‘강다니엘’ 또는 ‘강다니엘 팬’이란 이름으로 기부를 한 사람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밖에 워너원 옹성우, 박보검, 트와이스 팬뿐 아니라 이선희 팬 등도 기부 행렬에 동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이 바자회를 열고서 수익금을 기부하는가 하면, 기업에서도 최고경영자(CEO)들이 서로 지목하며 아이스버킷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8월 31일 민갑룡 경찰청장을 시작으로 조종묵 소방청장, 조현배 해양경찰청장도 이달 12일 나란히 아이스버킷에 동참했다. 지난 7월 31일 아이스버킷 참가자로 지목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폭염이 끝나면 실행하겠다”고 연기하면서 병원 건립 성금만 냈다. 아이스버킷 특성상 겨울철에는 참여가 저조할 수밖에 없어 현재 분위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재춘 승일희망재단 실장은 “날씨가 흐리거나 추운 날에는 화장실 또는 주차장 내부에서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참가자도 있다”면서 “겨울철에 중단이 된다면 내년에 다시 릴레이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시간선택제 공무원’도 국민연금 아닌 공무원연금 받는다

    ‘시간선택제 공무원’도 국민연금 아닌 공무원연금 받는다

    공무수행 중 사망 비정규직 ‘순직’ 인정 벌집 제거 등도 ‘위험 순직’ 대상에 추가 보상금·유족급여 통상 순직보다 증액시간선택제 공무원 1만여명도 국민연금이 아닌 공무원연금을 받고 순직과 위험직무 순직, 부상 등에 대해서도 전일제 공무원과 같은 보상을 받는다. 인사혁신처는 21일부터 이런 내용의 공무원연금법과 공무원 재해보상법이 시행된다고 20일 밝혔다. 시간선택제 공무원(시간선택제 채용, 시간선택제 임기제, 한시 임기제)은 그동안 공무원 신분임에도 근무 시간이 짧아 국민연금에 가입돼 있었다. 공무원연금법 적용 대상 요건에 ‘상시’ 문구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법 개정으로 해당 문구가 삭제돼 시간선택제 공무원 1만 1713명(지난해 말 기준 국가직 1490명·지방직 1만 223명)도 공무원연금법을 적용받는다. 공무수행 중 사망한 비정규직과 무기계약직 노동자도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 심사’를 거쳐 공무원과 동일하게 순직으로 인정받는다. 다만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개별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이 되는 사망이라고 인정받았을 때만 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순직으로 인정되면 국가보훈처의 국가유공자나 보훈보상대상자 등록 신청이 가능해진다. 또 별거나 가출 등으로 실제 혼인관계가 지속되지 않았던 기간만큼은 분할연금을 산정할 때 빠진다. 기존엔 혼인 기간을 5년 이상 유지하면 분할연금을 받을 수 있었다. 이혼한 배우자의 분할연금 청구권 강화를 위해 연금을 한번에 받는 일시금도 분할이 가능해지며, 분할연금 수급연령(65세) 전에 이혼해도 분할연금을 미리 신청할 수 있는 ‘선(先) 청구제’도 시행된다. 경찰과 소방 등 현장공무원이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사망해 유족이 ‘위험순직’을 신청할 때 인정 요건이 확대된다. 통상의 순직보다 더 많은 보상금과 유족급여를 받을 수 있다. 경찰에게는 긴급신고 처리를 위한 현장활동과 범죄예방을 위한 순찰활동, 해양오염확산 방지 작업 등이, 소방공무원에겐 화재진압 지원 활동을 하다가 사망한 때와 벌집·고드름 등 위험 제거를 위한 생활안전활동 등이 위험직무 순직 대상에 추가됐다. 특히 어업감독 공무원이 불법 어업을 지도하거나 단속하다가 숨졌을 때와 출입국관리직을 포함한 사법경찰이 범죄 수사와 단속, 체포 과정에서 숨졌을 때도 위험순직을 인정받을 수 있다. 순직유족급여는 개인 기준소득월액의 26%(20년 미만 근무) 또는 32.5%(20년 이상)에서 38%로, 위험순직유족급여는 개인 기준소득월액의 35.75%(20년 미만) 또는 42.25%(20년 이상)에서 43%로 높였다. 공무원재해보상법 제정으로 재활급여(재활운동비·심리상담비)와 간병급여도 신설된다. 간병급여는 공무상 요양을 마친 공무원이 의학적으로 상시 또는 수시 간병이 필요해 간병을 받을 때 공무원연금공단이 심사 후 실제 간병일수에 따라 지급한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가습기 살균제 28명 추가 구제

    가습기 살균제 특별구제 대상자에 28명이 추가됐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지난 19일 서울역 회의실에서 제11차 구제계정운용위원회를 열어 특별구제계정 지원을 신청한 26명을 신규 지원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지원액은 정부구제 대상 피해자가 받는 구제급여와 같은 수준으로, 요양급여·요양생활수당·간병비·장의비·특별유족조위금·특별장의비·구제급여 조정금 등 총 7개 항목이다. 또 의료적·재정적 지원이 시급한 2명에 대한 긴급의료지원도 의결했다. 환경노출조사 결과와 의료적 긴급성, 소득 수준 등을 고려해 결정했는데 1인당 최대 3000만원의 요양급여를 지원받을 수 있다. 특별구제는 기업 자금을 활용해 지원한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스페인 마드리드가 거리명 표지판을 가린 이유는?

    스페인 마드리드가 거리명 표지판을 가린 이유는?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21일(현지시간) 돌연 거리명 표지판이 대거 사라졌다. 사거리마다 설치돼 있어 언제나 친절하게 가이드 역할을 하는 거리명 표지판이 돌연 사라진 곳은 마드리드의 오페라 지역과 라말레스 광장 일대. 거리명 표지판마다 하얀 가림막이 설치되면서 평소 길에 대한 감각이나 지각이 무디어 길을 바르게 인식하거나 찾지 못하는 사람, 이른바 길치에겐 난감한 곳이 됐다. 시민들이 불편을 느낄 게 뻔한데 마드리드는 왜 이런 장난(?)을 쳤을까? 성질을 급한 사람은 버럭 화를 낼지도 모르지만 취지를 알고 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거리명 표지판 가리기는 불특정 다수에게 길치를 체험해보라는 취지로 열리고 있는 체험행사다. 길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거나 길을 찾지 못하는 건 알츠하이머의 대표적인 초기 증상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19일(이하 현지시간) 시작된 체험행사는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인 21일을 넘겨 22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아이디어를 낸 건 스페인 은행들이 출자해 설립한 공익재단 '라카이사'다. 재단은 점점 늘어가는 알츠하이머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예방에 최선을 다하자는 취지로 행사를 기획했다. 가족 중에 알츠하이머 환자를 둔 사람들에겐 존경과 응원을 보내려는 뜻도 담겨 있다. 라카이사 재단 관계자는 "실제로 겪어보면 알츠하이머가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알츠하이머 환자를 돌보는 가족이나 간병인들이 얼마나 힘든 일을 하는지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이 이런 행사까지 개최하면서 알츠하이머를 경계하고 나선 건 환자가 계속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스페인의 알츠하이머 환자는 전국적으로 80만 명에 이른다. 마드리드도 알츠하이머 환자를 돌보는 데 적지 않은 재원과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마드리드가 운영하는 주간돌봄센터 94개 중 절반이 넘는 57개가 알츠하이머 환자 전용이다. 시 당국자는 "알츠하이머 환자를 보다 따뜻하게 대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체험은 꼭 필요하다"며 "마드리드는 알츠하이머 취약 계층인 노년층에 보다 친절하고 친근한 도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재단 '라카이사'는 "알츠하이머 치료와 예방을 위한 연구가 보다 활발해져야 한다"며 연구에 대한 재정지원을 대폭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엘플루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우리 사회의 공감대 이끌어내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우리 사회의 공감대 이끌어내

    서울신문은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해 한반도 비핵화, 메르스 사태, 최악의 고용 사정 등 다양한 현안을 다룬 지난 한 달간의 보도 내용을 놓고 18일 제109차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를 열었다. ‘베델 시리즈’와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지방분권 기획에 대한 좋은 평가뿐 아니라 관행적으로 이어지던 제작 관행에 대한 쓴소리도 없지 않았다.김광태(온전한 커뮤니케이션 회장) 위원장과 김만흠(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손정혜(법무법인 혜명 변호사), 심훈(한림대 언론학과 교수), 홍영만(서울여대 초빙교수) 위원이 참석했다. 아래는 위원들의 의견이다. -8~9월엔 창간 특집과 기획 특집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다른 신문에서 볼 수 없는 정보들을 새롭게 얻을 수 있어 좋았다. 특히 배델 시리즈를 눈여겨봤다. -가장 인상 깊게 본 기사는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이었다. 많은 독자들이 이 기사를 읽고 공감하고 구조적 문제에 대한 관심을 표출하는 것을 봤다. 당사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나 이를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일까지 잘 짚어 준 기사다.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에 이어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탐사보도 중 하나였다. 고생한 탐사기획부 기자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왔는지, 정부가 어떤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한 후속 기사가 나왔으면 한다. 다만 간병살인과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는 안락사 문제를 왜 다루지 않았는지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스위스는 외국인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고, 우리도 18명이 신청했다고 한다. 이런 사례를 다뤘으면 좋았겠다.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 여부와 3차 남북 정상회담의 여야 지도부 동행 논란을 사설에서 잘 지적했다. 동행 여부와 관련해 청와대의 절차적 문제를 꼬집었고, 국회 비준에 대해서는 초당파적인 입장에서 적극 협조하라는 주문이었다. 다만 국회 비준과 관련해서는 좀더 적극적인 분석을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법제처 해석 사항만 갖고 했는데,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국회 비준을 고민해야 한다. -지방분권 기획도 서울신문의 특성을 잘 반영한 기사였다. 별도 기사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위원회의 호평까지 짚어 줬다. 논설위원의 ‘사이다’에서 다룬 ‘1박2일 나주혁신도시’ 기사도 좋았다. -경제섹션에 그래프와 표가 많아 읽기 편하다는 느낌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경제 섹션의 양이 점점 줄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경제면이 1개면에 그칠 때도 있었다. 경제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서운할 것 같다. 섹션 ‘머니톡 머니쏙’ 기사 내용이 굉장히 좋다. 독자가 금융 기사에 관심을 갖는 건 재테크와 관련이 있을텐데, 그런 측면에서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제목에 ‘말줄임표’(…)가 많다. 지나치면 독이 된다. 인용 제목도 많은데, 말줄임표까지 자주 등장하니 주관적인 느낌이 강해 보인다. 한 번에 관행들을 쉽게 고치지는 못한다고 할지라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부동산 대책과 일자리 문제가 중요한 이슈였다. 특히 부동산 정책 중 수요 억제는 거의 세금으로만 접근했다. 하지만 서울신문이 1990년대 초 일산·분당 신도시 건설처럼 수요 분산을 정책 대안으로 제안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씨줄날줄] 초고령사회 준비/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초고령사회 준비/임창용 논설위원

    일본에서 70세 이상 노인 비중이 전체 국민 중 20%를 넘어섰다고 현지 주요 언론들이 총무성 인구추계 결과를 인용해 일제히 보도했다. 고령자 기준 연령인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28.1%에 달해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다. 거리에서 만나는 3~4인 중 한 명은 노인이란 얘기다. 일본을 가히 ‘노인의 나라’라고 불러도 과하지 않을 정도다.일본은 2006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겨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번에 70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20%를 넘긴 것은 ‘단카이(團塊) 세대’(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1949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세대)가 본격적으로 70대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인구 전문가들은 2차 베이비붐 세대(1971~74년 출생)가 65세 이상이 되는 2040년엔 고령자 비율이 총인구의 36%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사회의 노화를 늦추기 위한 일본 정부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저출산·고령화 전담 장관을 두고 인구가 1억명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저출산 문제는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과 기업문화를 바꾸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 결과 출산율이 2005년 1.26으로 바닥을 찍은 뒤 점차 개선돼 지난해 1.44까지 올랐다. 고령자 급증 대책도 쏟아내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올해 초 더 많은 노인이 일할 수 있고 차별받지 않는 ‘에이지슬레스(agesless) 사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2월 일률적인 고령자 기준 연령(65세) 수정 방침을 공식화했고, 연금수급 개시 연령 조정, 정년 70세로 연장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 또는 실행하고 있다. 가능한 한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데 방점을 뒀다. 얼마 전엔 급증하는 노인 간병 수요에 맞추기 위해 베트남 간병인 1만명을 받아들이기로 베트남 정부와 합의하기도 했다. 고령자 친화적인 사회환경 조성도 눈여겨볼 만하다. 70세 이상 고령자가 운전하는 차량 뒤창에 실버마크를 붙여 다른 운전자들의 조심과 배려를 유도하고, 공항 게이트 앞 의자에 노인을 위한 의자 표시로 노란색 커버를 씌우는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의 상황은 우리에게 결코 남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고령화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14% 이상)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2026년쯤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 최저 수준인 1.0대 출산율과 고령화의 가파른 속도를 감안하면 일본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다. 최근 2분기 합계 출산율은 0.97이었다. 한국이 초고령사회를 맞을 준비를 더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sdragon@seoul.co.kr
  • 휴가 중 가족 셋이나 입원, 치료비 3000만원 NHS가 부담

    휴가 중 가족 셋이나 입원, 치료비 3000만원 NHS가 부담

    간혹 지인들로부터 해외여행 중 병원 신세를 지는 바람에 엄청난 치료비를 물어내느라 고생했다는 후일담을 전해 듣곤 했다. 영국 더비에 사는 교사 도미니크 핏터(42)는 지난 7월 22일 아내 에밀리, 두 딸과 함께 여름 휴가를 보내기 위해 자메이카 네그릴에 있는 5성급 바닷가 리조트에 도착한 뒤 가족 셋이 병원에 나란히 입원해 치료비로만 2만 1000파운드(약 3080만원)를 청구받았다. 먼저 도미니크 자신이 병원에 입원해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 뒤 딸 에밀리아(12)가 장염 증세가 심해 입원했다. 부녀가 나란히 입원하자 큰일 났다 싶은 부부는 도미니크의 부모를 오게 했는데 할아버지 렌까지 스노클링을 즐기다 심장마비 증세가 찾아와 아들이 입원했던 병원에 누웠다. 도미니크는 “우리는 평생 꿈꾸어 온 낙원에서의 휴가를 바랐는데 세 사람이나 응급 의료 처치를 받는, 이 세상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최악의 악몽으로 끝났다”고 말했다. 자메이카에서의 둘째날 도미니크는 곧바로 엄청난 통증을 느꼈다. 간호사를 불렀더니 의사를 호출했고, 모르핀과 스테로이드를 드립하라는 처방을 받았다. 나중에야 그의 장에 구멍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느 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지만 하필 휴가 중에 문제가 터진 것이다. 그는 곧 80㎞ 떨어진 몬테고 베이에 있는 병원에 입원해 25㎝쯤 장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비를 선불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1만 6000파운드(약 2350만원)를 결제했다. 한밤중이고 딸들을 돌보느라 아내 에밀리는 병원에 가지 못하고 도미니크 혼자 갔다. 날이 샜지만 아무도 수술 경과에 대해 알려주지 않아 에밀리를 더욱 힘들게 했다. 그녀가 병원에 전화를 걸어 수술이 잘 됐느냐고 묻자 “전화로는 어떤 얘기도 할 수 없다”는 답만 들었다. 에밀리는 “무력감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딸들 앞에서 당황할 수도 없어 태연한 척 행동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며칠 뒤 아멜리아가 장이 꼬이고 탈수 증세를 보여 드러누웠다. 그 애는 호텔에서 드립 처방을 받으며 하룻밤을 보냈다. 막내 딸 마틸다(7)도 배가 아프다고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아멜리아가 간병을 도와달라고 호출한(?) 아버지마저 스노클링을 시작해 물 속에 들어가자마자 호흡을 힘들어했다. 겨우 호텔로 발걸음을 옮긴 렌은 아들이 사흘 전에 퇴원한 병원 신세를 졌다. 이렇게 해서 청구서에 적힌 금액은 2만 1000파운드가 됐다. 그런데 영국건강보험(NHS)이 모든 금액을 부담하기로 했다고 BBC가 14일 전했다. 핏터는 “NHS에 가입한 것이 대단한 행운이란 사실을 깨달았다”고 털어놓았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아버지를 감당 못한 저는 루저입니다…평생 죄를 반성하겠습니다”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아버지를 감당 못한 저는 루저입니다…평생 죄를 반성하겠습니다”

    ⑧ 함께 풀어야 하는 과제 <끝> 에필로그-김민준씨 항소심 최후 변론여기 아버지를 주먹으로 때려 숨지게 한 28세 청년이 있습니다. 13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아들 혼자서 돌보다 벌어진 비극입니다. 천륜을 저버린 범죄지요. 그가 저지른 일의 결과를 보면 벌을 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기자는 취재를 하면 할수록 이 청년을 향해 돌팔매를 던지는 일에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절망으로 몇달 사이 백발이 된 어머니의 기막힌 사연을 듣고 하기 쉬운 손가락질이 온당한가를 고민해야 했습니다. 어머니는 “가족은 살려고 노력한 죄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십수년 간병에 지쳐 본인은 우울증에 걸렸고, 이를 모른 척할 수 없었던 아들이 2년 전부터 간병을 도맡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똑똑해 줄곧 반장을 해 왔고, 과외 없이 명문대에 입학한 아들이었습니다. 간신히 오른손만 움직이는 아버지에게 아들은 잘했습니다. 사건 전날도 부친을 업고 아버지가 좋아하는 막국수를 먹으러 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뇌출혈 후유증으로 5살 아이 수준으로 돌아간 아버지의 행동을 온전히 감당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하루 4번, 알약 17개를 먹이면서 ‘먹기 싫다’고 떼쓰고 소리 지르는 아버지에게 순간 화가 치밀었는지 모릅니다. 이 청년은 결국 법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대법원 판결이 남았지만 형이 줄거나 무죄가 선고될 확률은 희박합니다. 청년을 편들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지난 7월 이 청년이 항소심 최후 변론에서 고통스럽게 내뱉은 고백의 말을 함께 나누고 고민하고 싶습니다. 이를 끝으로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을 마무리 짓습니다. “우선 이런 나쁜 죄를 저질(울먹임)…정말 죄송합니다. 생활이 너무 어렵고 힘들어서 저거(제 감정)를…통제할 수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희의 기본적인 의식주 생활이 안정되지 못해 늘 불안했습니다. 이겨 내지 못하고…제 아버지를 잘 보살피지 못한 점 너무 부끄럽고, 미안하고, 후회됩니다. 입이 열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평생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겠습니다. 꼭 의사가 돼서 아프고 힘든 사람들을 치료하며, 도우며 사회의 일원으로 사람이 되겠습니다. 처음 사건 조사받으며 제 가족에게 생긴 일이 믿기지 않았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건 어쩌면 꿈이라고 생각하면서 아버지의 상황을 부정해서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의 조사 태도에 대해서도 늦었지만 사죄드립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자주 너무 슬펐습니다. 외로웠고, 위로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침묵). 저 혼자서 버티기엔 버거웠고 비참했습니다. 가족과 함께하고 싶었던 일들이 가슴속에 가득했는데…눈앞에 처해 있는 제 상황들을 이겨 내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고통을 버텨야 했고 힘겹게 살아 냈어야 했습니다. 저는 결국 루저입니다. 제가 잘못한 점들은 변명의 여지가 하나도 없습니다. 저를 낳아 주신 부모님께 못난 모습을 보이고 큰 죄를 지었습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평생 사죄하고 반성해 반드시 이로운 사람이 되겠습니다. 제가 지은 죄를 절대 잊지 않고 반성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2018년 김민준(가명) 올림
  •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간병살인 비극 더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는 침묵하지 말고 하루빨리 나서야”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간병살인 비극 더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는 침묵하지 말고 하루빨리 나서야”

    서울신문이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연재를 시작한 건 간병 스트레스로 인한 가족 간 살인과 자살이 점점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비극 중 상당수는 ‘노노(老老) 간병’에서 발생했으며, 이는 노인 인구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은 지난해 고령 사회(65세 인구 비율 14% 이상)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만성 질환자도 늘었다. 보건복지부의 ‘2017 노인실태조사’에 의하면 만성 질환을 앓는 65세 이상 노인이 89.5%에 달했다. 노인 인구는 앞으로도 급속도로 증가해 2026년이면 초고령 사회(65세 인구 비율 20% 이상)에 진입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복지 시스템의 발전은 더디기만 하다. 노-노 간병 외에도 장애를 지녔거나 병에 걸린 환자의 가족들이 간병의 굴레 속에 고통받고 있다. 서울신문은 문제의 해법을 찾고자 전문가 5명을 본사로 초청, 해법을 모색해 봤다. 차흥봉(76)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정형선(58)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신영석(57)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효영(41) 성북미르사랑데이케어센터장, 이성희(59) ‘마을살림 가족지원협회’ 대표가 참석했다. 유영규 탐사기획부장이 좌담을 진행했다.→‘간병살인’이나 ‘간병자살’이 일어나는 원인은. -차흥봉 전 장관(이하 차 전 장관) 거시적으로 보면 ‘인구학적 변화’와 ‘가족 부양 체계의 변화’ 때문이다. 사람의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1980년 전체 인구의 3.9%에 불과했던 노인(65세 이상)은 지난해 14%로 급증했다. 당연히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도 늘었다. 또 1980년에는 약 85%의 노인이 자식과 함께 살았는데, 지금은 따로 사는 등 가족 부양 체계가 급변했다. 이런 이유로 노노 간병이 증가하고, 간병 고통에 시달리는 노인도 늘었다. -정형선 교수(이하 정 교수) 노인 인구 비중이 28%에 이르는 일본은 지역별로 고령 환자에 대한 간병 계획을 짜고, 서비스를 연결해 주는 등 아픈 환자와 가족간병인을 위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반면 우리는 간병 부담을 대부분 환자 가족들에게만 떠넘긴다. 가족들의 고통이 훨씬 심할 수밖에 없다. -신영석 연구위원(이하 신 연구위원) 최근 정부가 치매 의료비 90%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치매 국가책임제’를 들고 나오는 등 간병의 사회적 책임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하지만 제도를 만들기 전 세밀한 실태 파악이 우선이다. 서울신문 탐사보도는 우리 사회의 암울한 간병 실태를 드러내고자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성희 대표(이하 이 대표) 현장에서 가족간병인을 만나면 간병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불면증 등 정신적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매우 많다. 사회가 이들을 위해 하루빨리 나서야 할 때다. 미국은 만성 질환자들을 관찰하다 힘겨운 간병으로 보호자가 먼저 사망하는 사례를 다수 발견했다. 이를 계기로 가족간병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서울신문 보도를 계기로 우리도 이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서울신문 설문조사 결과 가족간병인의 정신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었다. 이유는. -차 전 장관 서울신문의 분석처럼 간병 기간과 하루 간병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울감이 상승한다. 치매 등 만성 질환자를 종일 돌보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하다. 돌봄은 끝이 없지만 환자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고 여기서 오는 절망감도 우울증의 한 원인이 된다. -신 연구위원 가족이 환자들을 종일 돌본다는 건 경제적 능력이 낮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만일 간병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면 간병인을 고용했을 것이다. 결국 경제력이 낮을수록 간병 시간이 길어지고 우울감도 높아진다. -이 대표 경제력과 별개로 꼭 가족이 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인식도 간병인에게 족쇄가 된다. 치매에 걸린 부모님을 주간보호시설로 모시는 게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생각하는 인식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무리해서 종일 환자를 돌보다 우울증을 앓는다. 이런 가족들을 설득해 주간보호시설을 이용하도록 하면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환자들은 시설에서 전문적인 케어를 받고, 가족들은 그 시간만큼 간병 부담이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가능하다면 지역사회의 돌봄 제도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좋다. -박효영 센터장(이하 박 센터장) 간병인이 사회적으로 고립된 경우도 위험하다. 우리나라는 특히 치매를 부끄러운 질병으로 여기고 환자와 가족들이 스스로 외부와의 교류를 단절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우울감이 증폭된다. 일본이나 네덜란드에는 ‘치매안심마을’이 있다. 치매를 노화의 한 과정으로 여기고 간병인들이 자연스럽게 사회의 도움을 받으며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정 교수 결국은 간병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사회에서 적절하게 풀어 주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간병 시간을 줄여 주는 요양시설과 요양보호사 등 간병 인력이 상당히 부족하다.→‘간병살인’과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은. -정 교수 일본은 가족을 돌보다 폭행할 경우, 케어매니저(돌봄 전문가)가 곧바로 둘을 분리시킨다. 매뉴얼에 따라 환자를 쇼트스테이(단기보호시설)에 보내거나, 심각한 경우 보호자에게 요양시설 입소 등을 제안한다. 이런 제도를 도입하면 간병 스트레스가 극단적으로 분출되는 걸 사전에 막을 수 있다. -이 대표 결국 폭력이 불행의 시작이다. 폭력이 습관화되고 극단적 사태로 치닫기 전 ‘고리’를 끊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의 케어매니저 시스템도 사실 지역사회에서 환자가 있는 가정을 살피고 돌봄에 참여하는 시스템이 잘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도 이런 시스템을 갖추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 -차 전 장관 간병인에게 휴식을 주는 ‘레스핏 케어’가 필요하다. 레스핏 케어는 간병인들이 돌봄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단기적으로 환자를 전문시설에 보내거나 간병인을 투입하는 제도다. 영국 등에 잘 구축돼 있다. 신체적·정서적으로 한계에 몰린 간병인들의 극단적인 행동을 예방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점점 단기 또는 주야간 보호시설이 늘고 있다. 이런 시설을 활용하면 충분히 제도 운용이 가능하다. -박 센터장 간병인들의 정신 건강을 위한 프로그램 지원도 늘어나야 한다. 간병의 어려움이나 고민을 다른 가족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직접 간병을 해 보지 않으면 그 고통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면서 소소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지 프로그램이나 자조모임을 진행하면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 안타까운 것은 사회적 지원과 홍보가 아직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 대표 남성간병인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남성간병인의 수치를 집계하는 데 우리나라는 없다. 그만큼 간병은 남자가 하는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팽배하고, 드러내서 말하길 부끄러워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간병의 어려움, 갈등을 털어놓는다거나 정보를 얻을 기회가 여성보다 적다. 실제 서울신문이 분석한 판결문을 보면 남성이 간병살인의 가해자인 경우가 약 74%다. 남성을 위한 간병교육 프로그램과 자조모임 등이 필요하다. -정 교수 나아가 우리 사회가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해 고민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한다. 서울신문이 분석한 간병살인, 간병자살 사건의 상당수가 노노 간병에서 발생했다. 환자가 회복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간병인마저 병에 걸렸을 때 간병살인 비극이 다수 발생했다. 환자들에게 괴로운 삶을 강요하기보다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걸 생각해 봐야 한다. 어쩌면 죽음에 다다른 개인의 선택을 사회가 막으면서도 대안을 주지 못하고 있는지 모른다. 개인에게 선택의 출구를 열어 주는 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경제적 어려움이 간병살인의 기폭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원인과 해결책은. -정 교수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원을 활용해 저소득층 간병 비용을 줄여 주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국가 재정상 한계가 있다. 치매 환자가 있는 경우 가족의 경제활동에 제동이 걸려 생활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정부도 ‘치매국가책임제’ 공약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치매안심센터 설치 등 인프라 구축에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치매환자 1인당 연간 2000만원 정도의 돌봄 비용이 소요된다고 한다. 전국 치매환자가 70만명에 달하니 14조원이 필요하단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한 해 편성되는 치매환자 관련 정부 예산은 모두 합쳐도 3000억원 정도다. -차 전 장관 경제적이나 정신적으로 극단에 몰려 자살이나 범죄 위험군에 있는 환자의 가정만 지원 대상으로 하면 재정적 부담을 덜 수 있다. 다만 제도를 새롭게 만드는 게 쉽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갑작스럽게 생계 곤란이나 위기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생계·의료·주거지원 등을 해 주는 긴급복지지원제도 등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이 제도로 위태로운 환자의 가정에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다. -이 대표 저소득층의 경우 특히 경제적·육체적·정신적 고통이 복합된 경우가 많다. 이들은 간병하는 것만도 벅차 복지 서비스를 직접 찾아 나서기에 어려움이 있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대표적이다. 실제 이들에게 찾아가는 서비스가 중요하다. 지역 단위의 사회복지사 등이 방문을 통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도심권50+센터’는 건강 코디네이터 60여명을 생활고를 겪는 치매 가정에 파견하고 있다. 치매 가정의 다양한 어려움을 돌보고 환자들의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인지교육을 실시한다. 이런 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신 연구위원 이른바 ‘간병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면 좋겠다. 평소에 아픈 사람을 돌봐 마일리지를 쌓고, 훗날 본인이 병들면 그만큼 간병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다. 경제적 부담 없이 간병을 받을 수 있고, 가족도 간병 부담을 덜 수 있다. 마일리지가 남는다면 현금으로 돌려받으면 된다. -정 교수 현재 경로당 등에서 제한적으로 ‘노노 케어 마일리지’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이 제도를 신 연구위원의 말처럼 더 많은 사람에게 적용하면 좋겠다. 저소득층에게 특히 도움 될 것이다.→주요 선진국들은 가족간병 해법으로 ‘커뮤니티 케어’를 거론한다.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집과 지역사회가 환자를 돌보는 개념이다. 이에 대한 생각은. -이 대표 앞서 이야기 한 해외 제도 대부분이 커뮤니티 케어에 기반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를 직접 찾아 복지 시스템과 연결해 주는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어 가능하다. 결국 해답은 커뮤니티 케어가 가능한 토양을 만드는 것이다. -차 전 장관 일본의 커뮤니티 케어 제도를 참고할 만하다. 일본은 2005년부터 시·군·구에 주민을 위한 약 4300개의 ‘지역포괄지원센터’를 설치했다. 이 센터의 케어매니저들은 도움이 필요한 환자와 가족들에게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단기보호시설이나 간병인, 요양원 등 환자 상태에 맞는 돌봄 제도를 지원한다. -정 교수 환자들이 집이나 지역사회에 머물면서 의료·복지 서비스를 제대로 누리려면 주간보호, 단기보호, 방문요양·간호 서비스 등 복지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 이런 지원 체계를 제대로 갖추는 게 필수 조건이다. -차 전 장관 일본의 지역포괄지원센터는 지자체의 지원을 받은 민간단체가 운영한다. 우리도 전국에 많은 복지기관과 시설, 인력이 있지만 제각각이라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지역포괄지원센터처럼 제도를 통일하고 산재한 민간단체에 가족간병 지원 역할을 맡겨야 한다. 또 일본과 마찬가지로 일정 경력을 갖춘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등을 국가자격시험을 통해 케어매니저로 흡수해야 한다. 체계적인 요양서비스를 계획하고 관리하는 케어매니저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이들이 각자의 지역에서 환자들에게 효율적인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박 센터장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닌 한 환자와 가족이 완전히 분리돼 지내는 건 환자의 증상 개선에도 좋지 않다. 주간보호센터에 치매 환자를 보내면서 돌봄 프로그램에 동참하는 보호자들이 있다. 이렇게 가족이 관심을 두면 환자의 심리 상태가 안정되고 증세가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가족과 사회 모두 돌봄에 참여하는 커뮤니티 케어가 환자들에게도 이상적이다. -신 연구위원 하지만 현재 정부가 하겠다는 커뮤니티 케어의 목적이 불분명해 보인다. 유럽이 커뮤니티 케어를 시작한 건 의료서비스를 지역사회로 일부 옮겨 재정 부담을 덜려는 목적이었다. 반면 일본은 환자를 보살피는 복지적인 측면에서 커뮤니티 케어를 발전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에 적합한 방향과 발전상부터 명확하게 해야 한다.→요양보호시설과 요양보호사 제도의 문제점과 대안은 무엇이 있을까. -정 교수 요양원 등 요양시설의 경우 의사가 상근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의 서비스가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언론에 여러 차례 보도된 것처럼 요양시설 서비스가 엉망인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환자들이 그곳에 있기를 거부하고,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도 괴롭다. 그래서 요양원에 입소할 수 있는 만성 질환자가 2~3배의 비용을 더 지불하고 요양병원에 장기로 입원하는 경우도 있다. -이 대표 복지부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노인요양시설은 2016년 기준 3137개로 전년 대비 202개 늘어나는 등 증가 추세다. 문제는 앞서 말한 것처럼 가족들이 믿고 맡길 곳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직장까지 그만두고 간병을 하는 경우도 많다. 시설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정 교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은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중간시스템인 개호노인보건시설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이 시설엔 입원 환자 100명당 의사 1명, 간호사 2명을 둔다. 만성 질환자임에도 어쩔 수 없이 요양병원에 머물렀거나 요양원에서 질 낮은 서비스를 받던 환자들을 개호노인보건시설이 흡수한다. 치매나 뇌졸중 등으로 치료가 필요하면서도 집에서 돌보기 어려워 요양이 필요한 환자들이 의료·복지 서비스를 복합적으로 받을 수 있다. -신 연구위원 우리나라도 개노인보건시설과 유사한 시설로 보훈시설이 있다. 전국 5개의 보훈병원 인근에 보훈시설이 있다. 병원에서 급성기 치료가 끝나면 시설로 이동시켜 의료 서비스를 받으면서 요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모델을 확대해봄 직하다. -이 대표 요양보호사도 질은 낮고 숫자는 부족하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는 150만명이 넘지만 실제 활동하는 사람은 30만~35만명 수준이다. 만성 질환자들을 돌보기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게다가 활동한 지 1년 된 요양보호사나 10년 된 사람이나 제공하는 서비스 질이 큰 차이가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다. 높은 업무 강도에 비해 처우는 열악하기 때문이다. -박 센터장 처우 개선과 함께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현재 요양보호사 자격증은 직무교육만 받으면 손쉽게 취득할 수 있다. 진입 장벽을 높여 전문성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환자 보호자들도 전문성이 없는 요양보호사에게 가족을 맡기는 것을 불안해한다. -차 전 장관 교육과 함께 시험을 치르도록 자격증 제도를 손질하면 좋겠다. 일본은 동남아시아 등에서 1만명의 간병 인력을 데려오겠다고 하지만, 그러면 서비스 질이 낮아질 수 있다. 우리는 현행 제도를 발전시키는 쪽으로 고민하는 것이 좋다. 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탐사기획부 - 유영규 부장, 임주형·이성원·신융아·이혜리 기자
  • [뉴스 in] “간병 비극, 이제 국가가 나서야”

    [뉴스 in] “간병 비극, 이제 국가가 나서야”

    유교문화가 뿌리 깊게 남아 있는 우리나라에선 식구가 아프면 가족이 돌보는 걸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그게 부모이자 또 자식 된 도리라고 생각해 그렇게 하루하루를 견딘다. 하지만 빠른 고령화 속도와 함께 전통적 가족 형태가 무너지면서 우리 사회의 간병은 더는 가족 구성원의 몫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증가 추세인 간병살인의 숫자가 우울한 방증이다. 비극은 국가가 간병 부담을 가정에만 지우면서 발생한 측면이 크다. 물론 정부도 점점 책임을 인식하고 있다. 꼭 1년 전인 지난해 9월에는 ‘치매국가책임제’를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족간병인들은 여전히 앞이 캄캄하다. 거창한 구호로 포장됐다가 흐지부지된 정책을 수도 없이 지켜봤기 때문이다. 환자뿐만 아니라 간병하는 가족에게도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해야 한다. 사회복지망을 손질하고, 그물코를 더 촘촘하게 조여야 한다. 이제 국가가 침묵을 깰 때다.
  •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간병에 내 마음도 병들어… 지친 나부터 안아 주세요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간병에 내 마음도 병들어… 지친 나부터 안아 주세요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시아버지가 계신 병원으로 갔어요. 아버님이 위독하시다고요. 그때부터 12년 간병 생활이 시작됐어요. 집안일 하랴, 간병하랴 힘들고 정신없는데 시어머니가 ‘너는 노는 사람 아니냐’ 이러더라고요. 그 말이 그렇게 아프고 억울할 수가 없었어요.” “친정 오빠가 엄마 모시고 하루만 병원에 다녀와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거절했어요. 그날 다른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못 했어요. 나중에 ‘내가 얼마나 힘든지 좀 알아 줬으면 했다’는 오빠 말을 듣고는 미안함과 죄책감이 밀려 오더라고요.”PTC ●가족간병인 자기돌봄 지난달 4일 서울 종로구 도심권50플러스센터에서 진행된 ‘가족간병인을 위한 강력한 자기돌봄 프로그램’ PTC(Powerful Tools for Caregivers) 5주차 강의에서 참가자들은 간병 과정에서 느꼈던 다양한 감정들을 쏟아냈다. 이성희 클래스 리더 겸 마스터 트레이너가 “우리가 간병 중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요?” 질문을 던지자 참가자들은 ‘나(자신)’ ‘돈’ ‘일’ ‘관계’ ‘시간’ ‘웃음’ ‘여유’ ‘기대감’ ‘희망’ ‘성격’ ‘목적’ 등을 잃어버렸다고 답했다. 가족간병인들은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환자를 직접 돌보니 못하거나 환자에게 잘해 주지 못한 데 대한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서울신문은 두 달간 가족간병인을 위한 PTC 프로그램과 치매 환자 가족들을 위한 자조모임(환자 가족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도움을 주고받으며 해결책을 모색하는 모임)에 직접 참석해 가족간병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간병 현장에서 가족들이 느끼는 크고 작은 애로 사항을 구체적으로 듣고, 가족들의 간병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7월부터 매주 토요일 여섯 차례에 걸쳐 진행된 PTC 프로그램에는 당뇨, 치매, 암, 뇌경색, 노환 등으로 가족을 돌보고 있거나 과거에 돌본 경험이 있는 가족간병인 17명이 참가했다. 그동안에는 주로 환자에게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 많았는데, PTC는 환자를 돌보는 가족간병인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상 ●스트레스 해소법 찾기 PTC에서는 매주 자기 자신을 위한 실행계획을 세우고 이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진다. 참가자들은 거창한 계획이나 숙제처럼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예쁜 잔에 차 마시기, 걷기, 명상, 책 읽기, 영화 보기 등 온전히 간병인 자신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연습을 한다. 또 자신의 스트레스를 파악하고 해소하는 법, 환자나 가족 간의 대화법, 간병인으로서 자신의 장점 찾기, 가족회의 등에 대해 배우고 토론한다. 당뇨와 고혈압,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간병 중인 장연숙(47)씨는 “점점 아이가 돼 가는 어머니를 보면서 지치기도 하고, 약을 줄이거나 병원에 갈 때, 또는 뭔가를 결정할 때마다 형제간의 갈등도 심해지곤 했다”면서 “그럴 때 PTC에 참가해 환자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돌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간병 상황에서 적절한 대화법을 배우고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들과 소통하면서 나를 다시 일으켜 줄 여러 가지 팁도 얻게 됐다”고 말했다.자조 ●치매가족 자기돌봄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는 이경숙(61)씨는 자조모임을 통해 우울증을 극복했다. 이씨의 시어머니는 1년 전부터 치매의 전조 증상으로 찾아온 우울증이 극심해졌다. “죽고 싶다”는 말과 함께 눈물로 하루를 지새우기 일쑤였다. 식사까지 거부해 체중이 급격히 감소했다.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횟수도 늘어 갔다. 우울증은 35년째 시어머니를 모신 이씨에게도 전염됐다. 이씨는 “당분간 시어머니와 떨어져 지내라는 의사 조언에 따라 어머니를 데이케어센터에 보내기 시작했다”면서 “저 역시 8개월 전부터 자조모임에 참석하면서 우울증도 벗어나고 활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국치매협회에서 운영하는 서울 성북미르사랑데이케어센터 자조모임에선 간병을 담당하는 환자 가족들이 서로 교류하며 꽃꽂이를 통한 심리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차마 남들에게는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털어놓고 서로 공감하는 과정을 통해 치유로 나아간다. 한 보호자는 “가슴이 터질 것 같아 남편 몰래 정신과 약을 복용한 지 3개월이 됐다”고 털어놨다.눈물 ●남성 간병인들도 위로받아 또 다른 보호자는 “치매에 걸린 남편이 얼마 전부터 자신과 자식들을 알아보지 못하기 시작했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자조모임에서 유일한 남성 참가자인 장기탁(82)씨는 “여기서 다른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위안이 많이 된다. 간병의 어려움을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남성분들도 이런 모임을 통해 도움을 받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참석자들은 간병인의 마음이 편해지니 환자의 상태도 호전됐다고 입을 모았다. 8년째 치매 남편을 돌보는 이경자(74)씨도 “예전에는 남편이 집 밖으로 나가려고 하고 반항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그런 행동이 현저히 줄어 안정감이 있다”면서 “2년간 이 모임에 참여하며 내가 안정을 찾고 행복해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완순(57) 치매길벗잡이 강사는 “다른 환자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치매 노인의 경우 보호자가 어떻게 옆에서 지지하느냐에 따라서 증상을 늦출 수 있다. 그만큼 보호자들의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면서 “우리나라도 해외처럼 자조모임 등 환자 가족들에 대한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탐사기획부 유영규 부장, 임주형·이성원·신융아·이혜리 기자
  •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日 간병휴직 임금의 40% 지원… 한국은 무급에 간병가족 제한

    인구 고령화가 우리나라보다 20년 이상 빠른 일본은 환자는 물론 돌보는 가족에게도 세심한 배려를 한다. 일본이 가장 신경쓰는 것 중 하나는 가족간병인이 직장을 잃지 않게 하는 것이다. 아픈 가족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면 경제적 궁핍에 빠지고, 결국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리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총리가 직접 ‘간병실직 제로(0)’를 약속했다. ●독일, 간병휴가 10일·휴직 6개월 도입 일본은 가족을 돌봐야 할 경우 잠시 직장을 쉴 수 있는 간병휴가(연간 5일)와 휴직(93일)을 1995년 도입했다. 휴직기간 중에는 임금의 40%를 고용보험이 지원한다. 이용률을 끌어올리고자 2016년 대대적으로 제도를 손봤다. 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 가족 범위를 ▲조부모 ▲형제자매 ▲손자·손녀 등으로 확대했다. 또 연간 세 차례까지 나눠 휴직할 수 있게 했다. 독일도 2008년 간병휴가(10일)와 휴직(6개월)을 도입했고, 2012년에는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법을 제정했다. 가족간병을 하는 직원은 2년간 회사에 주당 15시간까지 근로시간을 줄여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간병과 일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독일 역시 간병휴가 시엔 수당 지급, 휴직인 경우는 무이자 대출 등으로 경제적 지원을 한다. ●우리나라 간병휴가 이용 업체 4% 불과 우리나라는 2012년 간병휴직(가족돌봄휴직제도·90일)을 의무화했지만 무급이 원칙이다. 휴직이 가능한 간병 가족 범위는 배우자와 자녀, 부모(배우자 부모 포함)로 한정돼 있다. 단기간만 쉬는 간병휴가는 없다. 한번 휴직하면 최소 30일을 쉬어야 한다. 이런 탓에 이용률이 매우 저조하다. 2015년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1명이라도 이 제도를 사용한 근로자가 있는 사업체는 4%에 불과했다. ●日, 환자·간병인 분리 ‘쇼트스테이’ 지친 간병인이 잠시 환자와 떨어져 쉴 수 있는 겨를을 마련해 주는 건 매우 중요하다. 영국은 ‘레스핏 케어’(respite care)로 불리는 제도를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레스핏은 ‘잠시 중단’ ‘한숨 돌리기’라는 뜻으로 도우미나 시설이 잠시 환자를 돌봐주는 걸 뜻한다. 레스핏 케어 기간 동안 간병인은 뭘 해도 상관없다. 여행을 가거나 심지어 클럽에서 춤을 춰도 된다. 일본 역시 환자와 간병인을 잠시 분리시키는 ‘쇼트스테이’(단기보호서비스)가 있다. 공적보험에서 비용을 지원해 하루 5만원 정도면 이용할 수 있다. 가족간병을 사회가 할 일을 대신 하는 ‘노동’으로 인정하고 ‘보답’하는 나라도 많다. 영국은 주당 35시간 이상 간병하면 9만원가량을 수당으로 지급한다. 독일은 주당 14시간 이상 간병하고 30시간 이상 경제활동을 하지 못할 경우 국민연금 보험료를 대신 내준다. 최인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족간병으로 인해 신경쓰지 못하는 간병인의 노후를 정부가 대신 챙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가족간병인 교육 프로그램 등 지원 가족간병인 건강을 관리하고 교육하는 사업도 활성화돼 있다. 일본은 40세 이상 가족간병인이 자신을 위한 건강검진이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남성이 여성보다 간병에 익숙지 않다는 걸 고려해 ‘남성간병교실’을 활발하게 운영한다. 미국은 주정부가 가족간병인에게 정보 제공과 상담, 교육, 휴식 등의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한다고 ‘미국노인법’으로 규정한다. 연간 70만명 이상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간병하다 건강 해치고 생활고… 숨 좀 돌릴 여유 있었으면,제발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간병하다 건강 해치고 생활고… 숨 좀 돌릴 여유 있었으면,제발

    “밥은 꼭 갈아서 먹여야 하는데 자칫 기도로 넘어갈까 봐 늘 불안해요. 대변은 천천히 배를 밀어서 빼줘야 하고요. 요즘은 애 아빠가 갈비뼈를 다쳐 일을 하기 힘듭니다. 가장이 일을 못 하면 모든 게 멈춥니다.”(중증장애인 자녀를 돌보는 52세 여성) “뇌졸중 환자는 24시간 간병인이나 보호자가 붙어 있어야 합니다. 매달 병원비와 사설간병비로 수백만원씩 지급하다 보니 경제적 어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지원을 받는) 요양보호사를 쓰려 해도 간병하기 힘든 환자라며 아예 돌보려 하질 않아요.”(뇌졸중 부친을 간병하는 40세 여성)서울신문은 지난 7~8월 가족간병인 3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9월 4일자 7면>를 하면서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적어 달라고 부탁했다. 객관식 설문만 진행하면 이들이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A4 용지 16장 분량의 글이 모였다.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족간병인의 목소리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담기 위해 ‘한국어 글분석 프로그램’(K-LIWC)을 이용했다. 이 프로그램은 사람이 쓴 글에서 형태소(의미가 있는 언어의 최소 단위)로 단어를 뽑아낸 뒤, 어떤 감정이나 생각 등이 자주 언급됐는지 분석하는 도구다.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1만 5000여개의 단어를 언어학적 분석에 따라 72개의 함축적 의미가 담긴 단어로 보여 준다. 학계에서 신뢰도가 높은 방식으로 서종한,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가 분석에 도움을 줬다. 가족간병인이 적은 글은 총 7729개의 단어로 구성됐다. 일상생활(자기영역)과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된 건 ‘직장·일’(169회), ‘학교’(155회)였다. 가족간병으로 직장이나 학업 등 사회활동에 제한을 받는다고 호소한 사람이 가장 많다는 것이다. ‘여가활동’(134회)에 대한 언급도 높았다. 끝 모를 사막 속에 갇힌 듯한 간병 터널에서 오아시스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휴식’뿐이다. “몇 분이라도 저만의 자유시간을 느끼고 싶어요.” “저도 쉴 시간이 필요합니다.” “제발 숨을 돌릴 여유를 좀 주세요.” 보통 사람에겐 너무 소박해 보이지만 가족간병인은 이런 생각조차 사치다. ‘몸 상태와 증상’(127회), ‘돈·재정적 이슈’(111회)와 관련한 단어도 많이 나왔다. 간병을 하다 본인 건강까지 해치고, 경제적 어려움에 빠졌다고 호소한 것이다. 서 교수는 “가족간병인이 종일 간병에만 매달리다 보니 휴식이나 생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결국 생활비나 간병비 등 경제적 지원을 호소하게 된다”고 분석했다.서울신문은 설문 응답자 외에도 현재 아픈 가족을 간병 중인 30여명을 직접 만나 목소리를 들었다. 경기 일산에 사는 임순달(57·여)씨는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86)를 6년째 돌보고 있다. ‘잘’ 모시고 싶어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땄다. 다행히 시어머니는 증세가 심하지 않아 오전 3~4시간 정도 홀로 지낼 수 있다. 이 시간 임씨는 옆 동네 치매 노부부 집으로 가 ‘제2의’ 간병(방문요양서비스)을 한다. 시어머니까지 임씨 혼자 3명의 치매 환자를 돌보는 것이다. 임씨는 이들 노부부도 성심껏 간병해 가족 못지않게 가까운 사이가 됐다. 이런 임씨도 정부가 가족간병을 ‘그림자 노동’(대가를 받지 않고 당연히 하는 것으로 포장된 노동) 취급하는 것엔 분통을 터뜨린다. 임씨처럼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해 자신의 가족을 돌보는 사람을 가족요양보호사라고 한다. 돌보는 이가 가족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요양보호사가 방문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급여를 지급한다.하지만 임씨가 급여를 청구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1시간, 시급 1만 5000원 남짓이다. 게다가 한 달에 20일(20시간)까지만 청구할 수 있다. 임씨는 “오후에는 종일 시어머니를 모셔 실제 간병 시간은 10시간이 넘는다”면서 “1시간만 인정해 주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변했다. 이어 “경제적 관점에서만 보면 시어머니를 타인 요양보호사에게 맡기고, 나는 다른 가정으로 방문요양서비스를 나가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임씨가 다른 치매 환자를 돌보면 시간제한 없이 시간당 1만원가량 받을 수 있다. 장상훈(50·가명)씨는 8년 전부터 만성 폐질환인 어머니(71)를 여동생(40)과 함께 모시고 있다.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는 어머니는 스스로 거동이 불가능하다. 어머니 집을 고쳐 2층짜리 주택으로 만들고 모두 합가했다. 자신 가족은 1층, 어머니와 여동생은 2층에서 생활한다. 여동생은 미혼이다. 낮에는 직장을 그만둔 여동생이 간병하고, 저녁에는 일을 마치고 퇴근한 장씨가 돌본다. “사실 환자의 육체적 병에 대한 지원 제도는 어느 정도 마련돼 있어요. 하지만 ‘마음’도 돌볼 필요가 있다는 건 아직 모르는 것 같아요. 어머니는 원래 그런 분이 아니었는데 정말 예민해졌어요. 예를 들면 실내 온도가 정확히 25도, 습도는 45%가 유지되지 않으면 신경질을 부려요. 몸이 아프니 마음도 병든 거죠. 그게 우리를 너무 힘들게 해요. 환자 정신건강에 대한 치료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김미지(51·여)씨는 벌써 10년째 파킨슨병을 앓는 남편(57)을 돌본다. 파킨슨병은 노인성 질환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모시고 있던 시어머니한테마저 치매가 왔다. 두 사람을 동시에 간병하는 건 도저히 불가능했다. 하는 수 없이 어머니는 요양시설로 모셨다. 김씨는 남편이 아프고 나서도 2년가량 회사를 더 다녔지만 결국 그만뒀다. 남편이 걷는 것조차 불가능해지면서 낮에도 곁에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논술 과외를 하면서 버텼지만, 줄어만 가는 통장 잔고에 한숨만 늘었다. 남편의 우울감이 커지고 생활도 어려워지면서 한창 청소년기에 있던 아이들과의 충돌도 잦아졌다. 아이들은 아버지가 이상해졌다고 했다. “일거수일투족이 어려웠어요. 애들이 있어 참았지만 이렇게 사느니 같이 죽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죠.” 암흑같은 터널에서 다행히 한 줄기 빛이 비쳤다. 파킨슨병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남편 증세가 호전된 것이다. 남편은 기적적으로 회복해 직장을 구했다. “가장인 남편이 쓰러졌을 때는 정말 막막했어요. 아직 젊다는 이유만으로 사회보장제도를 이용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죠. 특히나 저희 집처럼 부모가 아픈 경우에는 아이들 먹는 것을 비롯해 교육을 책임져 줄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가족간병인들은 아무리 작은 도움이라도 정말 크게 느낍니다.” 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 [뉴스 in] 가족간병 고통을 이기는 힘

    [뉴스 in] 가족간병 고통을 이기는 힘

    ‘간병살인’을 막는 방법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을 수 있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경제적 궁핍, 다른 가족에게 짐이 된다는 미안함, 오랜 간병으로 쌓이고 쌓인 스트레스, 사회적 고립감…. 간병살인이 일어난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하나로 귀결된다. 가족간병인이 마음의 병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간병에서 벗어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만들어 주면 된다. 또 간병을 하면서도 직장에 다니거나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도와줘야 한다. 이번 회에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묵묵히 간병 고통을 감내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가족간병인 자기돌봄 프로그램과 자조모임에 참관해 무너질 뻔했던 자신을 어떻게 일으켰는지 엿본다.
  • 장범준 오늘(10일) 의병전역 “당분간 치료·재활에 전념”

    장범준 오늘(10일) 의병전역 “당분간 치료·재활에 전념”

    그룹 버스커버스커 장범준이 오늘(10일) 군 복무를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제대한다. 10일 장범준이 무릎 부상으로 군 복무 1년 5개월 만에 의병전역한다. 의병전역은 복무 기간 중 질병 등으로 복무 기간을 마치지 못하고 전역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지난해 5월 수도방위사령부 52사단에서 상근 예비역으로 복무를 시작한 바 있다. 장범준은 지난 5월 체육 시간에 축구를 하다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됐다. 민간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를 이어왔지만, 일상적인 군 복무가 어렵다는 판단 하에 전역이 결정됐다. 이에 오는 2월 전역을 앞둔 장범준은 약 6개월 복무 기간을 남기고 부상으로 일찍 전역하게 됐다. 장범준은 당분간 치료와 재활에 전념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장범준은 2014년 배우 송지수와 결혼, 슬하에 두 자녀를 두고 있다. 이에 출퇴근하며 근무하는 상근 예비역으로 복무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늙은 아내 살해한 남편도 치매”…법의 관용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늙은 아내 살해한 남편도 치매”…법의 관용

    ⑥ 가족이 말하는 ‘그’ 정오성씨 사례로 본 ‘처벌불원’ 판결문 “형량을 선고하겠습니다. 피고인은 치매에 걸린 늙은 아내를 둔기로 내리쳐 살해했습니다.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것입니다. 하지만 수십년간 동고동락한 배우자가 치매로 허물어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고통은 직접 겪어 보지 않곤 말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 사건처럼 간병인 본인 역시 고령에 치매를 앓는 상황에선 육체적, 정신적으로 극한 상태에 다다랐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지난해 4월 인천지법 제15형사부 법정. 재판장 허준서 부장판사가 담담한 목소리로 판결문을 낭독했다. 이날 선고가 이색적이었던 건 총 8장의 판결문 중 6장이 양형(형량을 정하는 일) 이유로 채워진 것이다. ‘범죄 사실-증거 요지-법령 적용-양형 이유’ 순으로 구성되는 판결문에서 통상 양형은 짧게는 한 문단, 길어야 1장 내외다. 재판부가 특별히 양형에 긴 시간을 할애한 것은 그만큼 고민이 많았다는 방증이다. 피고인 정오성(85·가명)씨가 처한 암울했던 현실과 아비를 용서해 달라는 자녀들의 호소를 최대한 반영하려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씨는 지난해 1월 인천 자신의 집에서 말다툼하다 순간적으로 격분해 아내(85)를 살해했다. 아내는 5년 전부터 거동이 불편했고, 정씨가 사실상 혼자 간병했다. 원래는 정씨 자녀 9남매 중 막내인 아들이 이들을 부양했다. 그러나 2012년 막내아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노부부만 살게 됐다. 아내가 급격히 건강이 나빠진 것도 막내아들의 갑작스런 죽음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자녀들 이름도 기억하지 못했다. 아내처럼 심하진 않지만 정씨도 치매를 앓고 있었다. “어머니를 이미 끔찍한 사고로 잃었는데, 아픈 아버지마저 감옥에서 돌아가시게 하는 비극을 겪지 않게 해주십시오. 자식들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신다면 최선을 다해 아버지를 모시겠습니다. 병든 아버지가 간병 과정에 받았던 스트레스가 이런 극단적인 결과를 가져올 정도로 심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자식들 모두 죄책감에 참담할 뿐입니다.” 정씨의 자녀들은 눈물로 재판부에 호소했다. 이 사건의 경우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권고하는 형량(양형 기준)은 징역 5~8년이다. 살인 동기에 따라 5가지로 구분되는 살인죄 중 제1유형 ‘참작동기살인-가중영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참작동기살인’은 특별히 참작할 동기가 있는 살인으로, 살인죄 중에서도 가장 형량이 가볍다. 다만 숨진 아내가 범행에 저항할 수 없는 ‘취약한’ 피해자였고, 범행 수법이 잔혹했다는 점은 가중 요인으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양형 기준보다 크게 낮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건은 고령화사회 진입과 가족해체 등에 따른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으로 비극적인 사태가 개인의 반사회적 성향이나 악한 마음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가족이 서로 상처를 보듬고, 어머니를 비명에 떠나보낸 슬픔과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위로받을 수 있도록, 아버지를 가족의 품에 돌려보내는 것도 법이 허용하는 선처와 관용”이라고 판시했다. 취재진이 지난 7월 이씨의 집을 찾아갔을 땐 다른 사람이 살고 있었다. 이웃들은 “6개월 전 자녀들이 이씨를 모셔 갔다”고 했다. 자녀들이 재판부와 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서울신문이 분석한 ‘간병살인’(미수 포함) 판결문 108건 중 50건(46.3%)은 이처럼 남은 가족들이 선처를 호소해 형량 감경(특별양형인자) 요인이 됐다. 선처를 호소한 50건 중 20건(40%)은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2016년 한 해 동안 선고가 난 살인사건 727건(1심 기준) 중 집행유예 비율이 20.2%(147건)인 걸 감안하면 2배가량 높다. 가족의 손에 의해 숨이 끊어지는 순간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까. 배신감, 분노, 허탈함, 슬픔 등이 떠오른다. 하지만 죽음의 문턱에서 되돌아온 이들은 이런 감정을 잊고 가해자를 용서한 경우가 많다. “갈 때 안 됐나. 빨리 가라. 몇년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가라. 여러 사람 피해 끼치지 말고….” 지난해 10월 울산의 한 원룸. 김상철(23·가명)씨는 화장실 천장에 밧줄을 건 뒤 아버지(52)에게 모진 말을 퍼부었다. 이날 아들은 화가 많이 나 있었다. 요양시설에 있던 아버지가 소란을 피우다 쫓겨나 집으로 왔기 때문이다. 당뇨를 앓는 아버지는 한쪽 발목을 절단하는 등 거동이 불편했다. 젊은 시절 돈도 벌지 않고 가정폭력을 휘두른 아버지였지만, 김씨는 힘이 닿는 데까지 돌보고 요양시설로 모셨었다. 그런 아버지가 다시 나타나자 감정이 폭발한 것이다. 김씨는 밧줄로 직접 아버지 목을 졸랐다. 한 10초 정도 당겼을까. 아버지가 켁켁거리며 발버둥치자 김씨도 이성이 돌아왔다. 손에 힘을 풀었고, 다행히 아버지는 병원에서 회복했다. 김씨는 존속살해미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김씨가 실형을 피할 수 있었던 건 친척은 물론 아버지까지 선처를 호소해서다. “나쁜 애가 아닙니다. 제가 술에 절어 정상적으로 가정을 꾸리지 못했습니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와중에도 학업에 열중해 대학에 진학한 애입니다. 대학도 장학금과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다니고 있어요.” 김씨도 아버지를 다시 요양시설에 모시고 법원에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깊이 뉘우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 와서 그 이야기를 물어보는 이유가 뭔데? 우리 시동생… 억울하게 죽었어.” 경기도 연천에 사는 김순래(80·여·가명)씨는 7년 전 일에 대해 어렵게 입을 열었다. 30년 넘게 같은 마을에 살던 동서 이연순(당시 72·여·가명)씨가 치매에 걸린 남편(76·김씨 시동생)을 살해한 사건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아 했다. 처음에 김씨는 “자기도 사람이면 후회 많이 했겠지. 그래서 감옥 갔잖아. 하지만 가족들은 쉽게 용서가 안 돼”라며 이씨를 원망하는 마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1시간가량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서히 감정의 변화가 엿보였다. “사실 힘들었어…. 남편 증세가 갑자기 나빠졌거든. 뜬금없이 벽을 보며 절을 하지 않나, 사람들이 독약을 뿌려 자기를 죽인다고도 하지 않나. 대소변도 가리지 못해 이씨가 하루에도 몇 번씩 기저귀를 갈았지.” 이씨의 남편은 원래 요양시설에 있었지만, 기저귀를 찢는 등 과격한 행동을 해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데려왔다고 한다. 이씨도 고령인 데다 당뇨와 우울증 등 지병을 앓고 있었다. 사건 전날 밤 남편은 이상행동을 말리는 이씨에게 손찌검을 했고, 온몸에 이불을 감은 채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다음날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술을 마시던 이씨는 자고 있던 남편을 둔기로 내리쳤다. “이씨가 젊은 시절 음식 솜씨도 좋고 상냥했어. 우리 시어머니로부터 항상 ‘며느리 중 네가 최고’라는 칭찬을 받았지. 말년에 이런 일을 벌일지는 꿈에도 몰랐어. 내 남편은 5년 전쯤 먼저 갔어. 사실 남편이 안 가고 치매에 걸렸다면 나도 버텼을까 싶기는 해. 한순간 욱한 감정만 참았다면 그렇게 감옥 안 갔을 건데….” 이씨는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국민참여재판을 받았고 자녀들이 선처를 호소했지만 7명의 배심원 모두 실형을 결정했다. 이씨는 형기가 1년가량 남은 지난해 건강이 악화돼 가석방됐다. 조카가 이씨를 강원도로 모시고 갔다고 한다. 이씨 자녀들은 사건 이후 다시는 이 마을에 오지 않았다. 큰어머니인 김씨와도 연락을 끊었다. 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탐사기획부 유영규 부장, 임주형·이성원·신융아·이혜리 기자
  •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요양병원 입소 3주 만에… 걷는 법을 잊은 엄니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요양병원 입소 3주 만에… 걷는 법을 잊은 엄니

    요양기관 실태와 문제점정진수(62·가명)씨는 3년 전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 떨린다. 누나들과 실랑이가 벌어진 가운데 치매인 어머니(98)는 경기도 용인의 한 요양병원에 입소했다. 독신인 정씨는 평생 어머니를 모셨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심장 수술을 두 차례나 받고 체력적 한계를 느끼자 4명의 누나에게 “돌아가며 돌보자”고 제한했다. 하지만 누나들이 선택한 건 요양병원이었다. 정씨가 반대했지만 밀어붙였다.“갑자기 요양병원 직원 8명이 들이닥쳐 어머니를 강제로 데려갔어요. 울화가 치밀어서 소리쳤죠. ‘그래 할 테면 해 봐라. 엄니 꼴이 어떻게 되는지…’.” 우려는 현실이 됐다. 집에선 잘 돌아다녔던 어머니가 입소 3주 만에 걷는 법을 잊어버렸다. 왼쪽 다리가 퉁퉁 부었다. 운동 없이 앉아만 있어 혈액 순환이 되지 않는 심부정맥혈전증 탓이었다. “어머닌 이제 휠체어도 못 타요. 옛날 폴더 폰처럼 앉았다가 눕는 게 운동의 전붑니다.” 정씨는 어머니를 다시 집으로 데려가려 했지만 누나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할 수 있는 건 일주일에 한 번씩 음식을 싸들고 택시와 버스를 갈아타며 문병 가는 것뿐이다. 병실에 배정된 조선족 간병인은 불친절하기 그지없다. 정씨가 “어머니가 왜 이리 야위었어요”라고 하면 간병인은 “나이 먹고 살 쪄서 좋을 것 없어요”라고 쏘아붙인다. 간병인의 눈치를 보던 어머니는 정씨만 보면 집에 데려가 달라고 울음을 터뜨린다. “속에서 천불이 나지만 참습니다. 저 없을 때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요.” 750만명 ● 65세 이상 인구 수 우리나라는 지난 6월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750만명을 넘어서는 등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은 가정의 노인 부양 부담을 낮춰 주는 대안이다. 나아가 ‘간병살인’ 등 비극을 막는 해법으로도 꼽힌다. 하지만 대다수 기관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장기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은 흔히 요양원으로 불리는 노인요양시설과 요양병원이다. 돌봄 서비스가 주기능인 요양원과 달리 요양병원은 원래 만성 질환자나 회복기 환자들이 가는 병원이지만, 가족 구성원 내에서 노인 환자를 직접 돌보기 어려워지면서 요양원의 대체시설로 이용되고 있다. 요양병원과 요양원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입소 자격과 시설, 비용 면에서 차이가 있다. 요양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재원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장기요양 1~2등급을 받은 노인들에 한해 입소할 수 있다. 비용(본인 부담금)은 장기요양급여의 20%로 1등급은 1일 1만 3030원, 2등급은 1만 2090원이다. 식비는 별도다. 요양보호사가 상주하며 노인들의 거동 등 일상생활을 돕는다. 2% ● 국가·지자체 운영 요양원 비율 문제는 질 좋은 시설이나 병원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국 3300여개의 요양원은 16만명의 정원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지만 질은 담보되지 않는다. 소독과 위생 관리만 잘해도 발생하지 않는 옴(전염병)이 요양시설에서 잇따라 발생하는가 하면, 요양병원에서 낙상 우려가 있는 환자의 관리를 용이하게 하려고 손발을 침대에 묶어 놓았다가 화재 때 대피하지 못하고 화를 입는 참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요양원은 국가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곳인데 전국 108곳(공동생활가정 포함)으로 2.0%에 불과하다. 그렇다 보니 이용자가 몰리는 곳만 몰리고, 입소자가 15명 안팎의 영세한 곳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 예컨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직접 운영하는 서울요양원의 경우 전체 수용 인원이 150명인데, 현재 접수 대기자만 1080명에 이른다. 대부분의 요양시설은 개인(72.4%)이나 법인(25.5%)이 운영한다. 초기에 시설을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느슨한 규정을 적용한 탓에 모텔이 요양시설로 업종 변경해 운영되는 등 질 낮은 시설이 양산됐다. 요양병원도 일반 병원보다 느슨한 규정으로 우후죽순 들어서다 보니 시설 편차가 크다. 1등급 병원은 전국에 202개 있는데, 지역별로 편차가 크게 나타났다. 1등급 요양병원은 서울(31개)과 경기(45개), 부산(23개) 등 주로 수도권과 대도시에 몰려 있는 반면 제주에는 1곳, 강원도에는 한 곳도 없었다. 최하위 5등급 병원은 서울이 4곳에 불과했으나 강원도는 7곳이나 됐다. 서제희 보건사회연구원 미래질병대응연구센터장은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국민건강보험으로 이분화돼 있는 의료비 지불 방식을 하나로 묶어 노령 환자가 상태에 따라 요양병원과 요양원을 유기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요양보호사 처우 낮아 전문적 서비스 어려워… 150만명 공급에도 “믿고 맡길 데 없다”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요양보호사 처우 낮아 전문적 서비스 어려워… 150만명 공급에도 “믿고 맡길 데 없다”

    가정 돌봄과 사회적 돌봄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려면 가족을 대신해 아픈 노인의 손발이 돼 줄 요양보호사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강도 높은 노동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임금, 질 낮은 일자리라는 사회적 인식은 전문적이고 헌신적인 요양보호사를 배출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장기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150만명에 이르지만 “믿고 맡길 데가 없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현재 활동 중인 요양보호사는 지난해 말 기준 34만 624명이다. 이 가운데 28만 4144명(83.4%)은 수급자의 집을 방문해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고, 6만 4179명(18.8%)은 장기요양시설에서 일한다. 양쪽을 오가며 일하는 요양보호사도 있다. 방문(재가) 요양보호사들은 이용자들이 자신들을 ‘가사도우미’쯤으로 여긴다고 토로한다. 요양보호사의 업무는 장기요양보험 수급자를 위한 청소, 빨래, 식사 제공 등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부당한 요구가 있어도 딱 잘라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민간 재가방문요양센터와 개별적으로 근로 계약을 맺고 일을 하기 때문에 자칫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양보호사인 A씨는 “한번은 어르신이 배추를 잔뜩 사다 놓고 자식들한테 보낼 김치를 좀 담가 달라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10년째 최저임금에 머무는 낮은 급여와 불안정한 일자리는 요양보호사들의 이탈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시설 요양보호사의 경우 12시간 맞교대의 장시간 노동에도 임금은 월 170만원 수준에 그친다. 하루 3~4시간 정도의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 요양보호사들은 월평균 65만원 정도를 번다. 한 요양기관에서 3년 이상 일하면 장기근속수당이 나오지만 이를 받는 요양보호사는 거의 없다. 일감을 찾아 옮겨다녀야 해서 3년 이상 일하는 것이 불가능한 탓이다. 자연히 경력 관리는 물론 전문성이 인정되기 어렵다. 열악한 처우는 고스란히 낮은 간병의 질로 연결된다. 유희숙(60) 서울요양보호사협회장은 “민간 요양센터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 인력 수급을 원활하게 하고, 요양보호사의 경력 관리와 처우 개선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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