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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도운특파원 워싱턴 저널] 조작지시 가능한 상명하복 과학계

    ‘흥분한 아버지, 억울한 아내, 울먹이는 아이들… 체념한듯 담담한 김선종 연구원’ 16일(현지시간) 오후 3시30분. 피츠버그대 북쪽 대학가인 센터애비뉴의 오래된 아파트로 한국 기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 아파트 7층에 황우석 서울대 교수와 함께 줄기세포를 연구하다가 지난 8월 피츠버그 의대의 제럴드 섀튼 박사 연구실로 파견된 김선종 연구원이 살고 있다. 워싱턴과 서울에서 날아온 기자들을 맞는 김 연구원의 얼굴 표정에는 복잡한 심정이 교차하는 듯 보였다. 김 연구원뿐만 아니라 아버지 김주철씨, 부인, 두 자녀도 긴장과 피로감에 뒤범벅된 분위기였다. 방이 2개인 아파트의 거실 겸 식당은 그다지 넓지 않아서 방송 카메라 3대와 기자 7,8명 정도가 자리를 잡고 앉기에도 좁았다. 김 연구원이 스트레스로 병원에 입원했던 지난 11월 간병을 위해 한국에서 건너온 아버지 김씨는 회견 중간중간에 늦게 도착한 기자들이 들어오자 “사흘째 잠도 못잔 사람을 또 괴롭히려 하느냐.”며 잠시 흥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김 연구원이 황 교수에게 불리한 답변을 하다가 머뭇거리면 그의 부인은 “있는 대로 다 말하라.”며 억울한 감정을 표시하기도 했다. 김 연구원은 줄기세포 2개의 사진을 11개로 조작한 것을 인정하며 “지시를 받았어도 거부했어야 했다.”며 후회했다.아버지 김씨는 “아들이 연구를 그만둬야 할지도 모른다.”고 탄식했다. 김 연구원의 부인은 “남편은 새벽부터 밤까지 연구밖에는 모르는 사람이었다.”며 왜 이같은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엄밀한 진실을 추구해야 하는 과학자로서 김 연구원이 저지른 잘못은 용서받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두 시간 넘게 김 연구원의 답변을 들으면서 서른 네 살의 젊은 과학자를 ‘의도적 조작’으로 내몬 한국 과학계의 풍토가 어떤 것인가를 짐작하게 만드는 대목은 여러 군데서 등장했다. 군대와 같은 상명하복 문화, 수평적인 의사소통이 전혀 없는 폐쇄적 연구 체제, 목표가 수단을 정당화하는 분위기… 이런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제2의 김선종’을 막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학교 폭력·사고 무료치료

    앞으로 학교폭력이나 안전사고 등 학교 안팎의 교육활동 중에 일어난 사고로 피해를 본 학생들은 모두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게 된다. 고의가 인정되는 가해 학생의 학부모에게 국가가 나중에 치료비를 청구하는 구상권제도도 도입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13일 이런 내용의 ‘학교안전사고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 내년 2학기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법안을 보면 우선 학교 안전사고에 대해 사회보험 수준의 공적보상제도를 도입한다.이에 따라 학생들이 학교 수업시간은 물론, 쉬는 시간이나 등하굣길에 안전사고를 당했을 때 우선 치료를 받은 뒤 간병비와 요양비, 후유장애치료비 등을 포함한 전체적인 치료비를 해당 시·도별 학교안전공제회에 청구할 수 있다. 학교폭력처럼 가해자가 고의적이면 공제회에서 가해 학생 학부모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가해자가 누구인지 모를 때는 공제회가 치료비를 부담한다. 지금은 안전사고가 나면 서로의 과실 정도를 따져 가해자와 피해자, 공제회가 치료비를 나눠 부담했다. 때문에 피해를 보고도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하거나, 치료비 외에 후유장애치료비와 요양비 등을 둘러싸고 가해자와 합의가 안돼 가해학생이 형사처벌을 받는 등 부작용이 많았다. 예를 들어 지금은 학교 안에서 일어난 사고에 한해 해당 지역 안전공제회가 치료비의 일부를 부담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고 장소에 상관없이 1차 치료비는 물론 후유장애치료비, 간병비, 요양비까지 일단 공제회가 부담하고, 학교폭력의 경우 가해학생의 고의성이 인정되면 그 학부모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게 된다. 특히 지금은 학교 밖에서 사고를 당하면 치료비 혜택을 받을 수 없지만 앞으로는 받을 수 있다. 초·중·고등학교는 의무적으로 공제회에 가입해야 하며, 유치원과 평생교육법상 학력인정기관, 외국인학교 등은 공제회에 가입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보상 재원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학교, 교직원, 학부모가 공동 부담한다. 현재로선 학생들은 연간 2400원, 교사는 6000원 정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노원구 자활지원 우수기관 선정

    서울 노원구(구청장 이기재)가 4년 연속 자활지원사업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노원구는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2005년도 지방자치단체 자활사업 종합평가 결과 4년 연속 우수지자체로 선정됐다고 9일 밝혔다.2002년에 이어 4번째이다. 서울의 다른 구청에 비해 자활수요가 많은 편인 노원구는 그동안 전국 최초로 자활지원팀을 별도로 구성·운영해 왔다. 특히 수급자 간병인 육성사업, 장애아동통합교육 보조원 파견사업 등을 활발히 펼쳐 온 점이 이번에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활사업은 근로능력이 있는 저소득층이 스스로의 힘으로 자활할 수 있도록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자활능력 배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업이다. 이번 평가는 올해 자활사업을 추진한 전국 234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구 관계자는 “이번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저소득층이 스스로의 힘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자활능력 배양과 자립을 지원하는 사업을 적극 발굴,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병역면탈 악용질환 평가기준 강화

    사구체신염과 비루관협착증 등 병역 면탈에 자주 악용되는 질환에 대한 신체검사 평가기준이 대폭 강화되는 반면 정신질환이나 희귀·난치성 질환의 평가기준은 크게 완화된다. 국방부는 30일 병역 면탈에 악용될 소지가 있거나 의료기술의 발달로 완치 가능성이 높아진 질환에 대한 평가기준을 대폭 강화한 ‘징병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개정령안은 사구체신염의 경우 최소한 6개월 이상 관찰토록 했으며, 민간병원과 짜고 병역면탈에 악용할 소지를 없애기 위해 징병검사 때 병무청에서 받은 검사만을 인정하기로 했다.반면 정신질환으로 군에서 사고를 낼 위험성을 예방하기 위해 기분장애·신경증적 장애 등 관찰기간을 필요로 하는 정신과 질환은 1개월 이상 병원에 입원한 전력이 있으면 병역 면제토록 했다. 강직성 척추염이나 반사성 교감성 이영양 등 희귀 난치성 질환과 오랜 치료를 필요로 하는 요로 결핵 등도 면제 사유에 포함시키기로 했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열린세상] 의료비 폭증… 공공의료체계는 제자리/이태복 전 복지부장관

    장기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민간의료기관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들이 부담하는 의료비도 폭증했다. 지난 9월까지 18조원을 훌쩍 넘었고 올해 2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새로운 질병이 확산된 것도 아닌데 연간 12%나 되는 폭증의 수수께끼는 무엇일까? 경기침체와 소득의 양극화, 새로운 빈곤층의 증가로 병·의원 방문자들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진료비가 12%씩 폭증하고 있는 것은 건강보험 운영방식과 의료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간단하게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 하지만 제대로 개혁만 해도 20%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 현재와 같은 문제점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의료비 폭증은 말할 것 없고 국민 개개인의 고통도 심화될 것이다. 특히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고령인구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노인의료비용의 증가로 나타난다. 연간 4조 5000억원 규모의 노인의료비는 지난해보다 18%나 증가한 것이다. 저소득층 노인의 경우 그 소득의 대부분을 의료비로 지출하는 실정이다. 종합적인 의료제도의 개혁이 시급하다. 사정이 이렇게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데도 정부의 정책은 제자리걸음이다. 국민세금으로 메우기만 하면 된다는 식이다. 이래가지고는 안 된다. 현 단계에서 무엇보다 화급한 사안은 우선 증가하고 있는 빈곤층의 의료비 대책이다. 첫째 의료급여예산의 적절한 사용, 둘째 차상위 계층과 서민들의 낮은 부담으로 이용할 수 있는 도시지역 보건지소와 공공건강증진센터의 확대, 셋째 치매와 중증질환자를 위한 요양시설과 보험적용 강화, 넷째 간병 및 방문간호서비스체계구축, 여섯째 저비용인 전통의료의 제도화 등이다. 2005년도에 2조 5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쓰고 있는 의료급여내역을 분석해보면 의료이용과 약물남용이 심각하고 차상위계층 확대정책 분위기에 편승해 무자격수급자가 대폭 증가했다. 이는 빈곤층의료지원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약간 노력만 해도 5000억원 정도를 축소시킬 수 있지 않은가. 이 규모면 중산층, 서민층, 빈곤층과 중증질환자들의 요양시설을 대폭적으로 늘려 개인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다. 빈곤층의 의료비를 낮출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동네보건소체계다. 어찌된 셈인지 몇년째 답보상태다.2001년에도 도시지역에 300개의 보건지소를 확대 설치한다는 방침이 대통령 결재까지 나고 2002년도에도 지속적으로 추진됐으나 행자부와 기획예산처 등의 반대에 막혀 구체화되지 못했다. 지금도 보건복지부는 공공의료체계 발전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인프라인 보건지소 설치작업이 지지부진하다. 기존시설의 장비와 기능을 보강하는 사업도 필요하다. 하지만 중산 서민층이 값싸게 이용할 수 있는 동네공공의료시설 확대사업이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효율적인 주민건강관리가 가능하다. 물론 보건소의 기능과 역할을 무엇으로 하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빈곤층 치료와 지역주민에 대한 예방보건사업이 중심이 돼야 할 것이다. 올해는 민간병원의 병상수가 기록적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공공병원의 병상비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반면에 국민들의 의료비가 폭증하고 그 중에서 노인들의 진료비가 더 큰 폭으로 늘어난 결과는 고스란히 민간병원의 이상비대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가운데 10% 초반의 공공의료체계를 갖고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말끝마다 선진국 타령과 통계비교를 잘하는 이 땅의 지도층들이 공공의료체계에 대해서는 왜 침묵으로 일관하는지 모르겠다. 이 비정상적 상황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 이태복 전 복지부장관
  • [기업회생 주도한다-미다스의 손] LG카드 박해춘 사장

    [기업회생 주도한다-미다스의 손] LG카드 박해춘 사장

    벼랑 끝에 몰렸다 살아난 기업들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다 임직원들의 고통 분담이 1차적 요인이겠지만 그 배후에는 늘 뛰어난 최고경영자(CEO)가 있게 마련이다. 실패를 성공의 발판으로 삼고 위기를 기회로 돌린, 업계의 현대판 ‘미다스의 손’을 시리즈로 싣는다. 시간을 지난해 1월4일로 돌려보자.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는 금융기관장들의 신년하례회가 열렸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현 교육부총리)이 시중은행장들의 손을 꼭 잡으며 “LG카드 출자전환에 힘써 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행장들의 반응은 썰렁했다. 시장에서 ‘사망선고’를 받은 LG카드에서 빨리 발을 빼는 게 상책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누가 부총리이고, 누가 행장인지 모를 기이한 상황이었다. 그로부터 1년10개월여가 지난 지금, 정부의 ‘회유’와 ‘읍소’로 출자전환에 참가했던 은행들은 ‘LG카드 대박’을 기대하고 있다. 주당 평균 3만 7000원에 출자전환한 주식이 4만 7000원을 훌쩍 넘겼다. 출자전환을 거부했던 은행들은 배가 아픈 눈치다. ●파산금융사의 ‘구원투수’ 나라 경제를 뒤흔들며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던 LG카드의 회생에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8조원에 이르는 유동성 지원과 출자전환이 있었기에 기능했다. 그러나 박해춘(57) 사장이 ‘부활극’의 연출자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채권은행은 물론 LG카드 노조까지 “불도저 같은 박 사장이 아니었다면 현재의 LG카드는 있을 수 없었다.”고 평가한다. LG카드로 오기 전 그는 서울보증보험 사장이었다. 당시 20조원에 이르는 서울보증보험의 부실을 털어내며 ‘구조조정의 달인’이라는 칭송을 받고 있었다. 친정인 삼성그룹을 상대로 “삼성자동차 채권을 안 갚으면 이건희 회장 집을 압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아 채권단 중 유일하게 9433억원을 회수하기도 했다. 1998년 삼성화재에서 잘 나가던 박 사장을 서울보증보험으로 끌어 들인 것은 당시 금융감독원장이었던 이헌재씨였다. 부총리에 오른 이씨는 LG카드 사태 해결을 위한 ‘구원투수’로 다시 박 사장을 등판시켰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박 사장의 부임은 LG카드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였다.”면서 “서울보증보험 노조는 LG카드 노조에 ‘당신들은 이제 살게 됐다.’며 축하인사를 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인적 구조조정이 아닌 시스템 구조조정 박 사장은 “사장으로 내정된 지난해 2월16일부터 한달간 LG카드의 문제점을 샅샅이 찾아냈고,3월15일 취임과 동시에 곧바로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의 취임 일성은 “인적 구성에 문제가 없는 만큼 인력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지만 시스템은 완전히 뜯어 고치겠다.”는 것이었다. LG카드의 가장 큰 문제는 채권 회수에 있었다. 연체율이 무려 34%나 돼 매월 수억원씩의 적자가 났다. 박 사장은 우선 본부 인력 대부분을 채권 회수팀으로 돌리고, 대대적인 추심 활동을 벌였다. 채무자들을 위협하거나 윽박질러 민원이 발생하면 가차없이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LG카드 직원들은 박 사장식 채권 회수를 ‘감동 추심’이라고 부른다. 박 사장은 ‘경제적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본부 관리조직 3개 부문을 1개로 축소하는 대신 채권·영업조직은 4개로 늘렸다. 서울보증보험에서 손발을 맞췄던 최강의 채권회수팀 10명을 데려오기도 했다. 신용관리 및 IT시스템 부문에는 오히려 투자를 강화해 고객들의 신용등급을 철저히 가려냈다. 그 결과 연체율은 업계 최저수준인 9%대로 떨어졌다. 우량고객 중심의 플래티늄카드는 취임 당시 1320장에서 지난 9월말 현재 51만장으로 늘었다. 카드 업계의 대표적인 ‘블루오션’ 시장인 공공기관 및 대학의 연구비카드 점유율은 무려 97%에 이른다. 지난해 9월 처음으로 176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LG카드는 올해 3·4분기까지 1조 1350억원의 흑자를 냈다. ●누가 사든 회사는 영원해야 매각을 앞둔 LG카드는 이제 많은 금융사들이 군침을 흘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회원수는 1000만명에 이르고 시가총액도 5조 6000억원을 넘어 선다. LG카드가 어디로 팔렸으면 좋겠냐는 질문을 던졌다. 박 사장은 입을 다물었다. 다만 “누가 사든, 회사명이 어떻게 바뀌든 LG카드는 최고의 카드사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 회생에 기꺼이 몸을 던진 직원들의 열정까지 고스란히 받아 줄 수 있는 주인이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매일 아침 6시30분부터 끊임없이 부하 직원들을 몰아세우는 ‘독종’이지만, 중풍에 걸린 처백부를 15년간 간병한 따뜻한 인간미도 잃지 않은 CEO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제2 노충국’ 김웅민씨 숨져

    만기 전역 6주 만에 위암4기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을 하던 김웅민(23)씨가 21일 입원 중이던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숨졌다. 김씨는 입대 이후 소화불량 증세를 호소해 군병원은 물론 민간병원에서도 두 차례나 내시경 검사를 받았으나 양성 위궤양 등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진단받았으나 전역 직후 종합병원에서 위암 말기로 통보받아 3개월 가량 투병생활을 해왔다. 국방부는 고(故) 노충국씨 사망사건 이후 김씨 사건을 비롯한 유사사례 3건을 적발해 감사한 결과 군 의료체계 미흡 등의 문제점을 시인한 바 있다. 국가유공자 등록신청을 한 김 씨는 현재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적용대상 여부 심의를 위해 국가보훈처 보훈심사위원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으며, 향후 서면을 통한 상이등급구분 신체검사를 거쳐 유공자 여부가 확정된다. 한편 전역 2개월 만에 췌장암으로 진단받고 투병하고 있는 오주현 씨의 경우 상이군경 2급 등록을 마친 상태이며, 역시 전역 뒤 위암으로 투병중인 박상연 씨는 육군본부에서 아직 국가유공자 요건을 통보하지 않은 상태라고 보훈처는 밝혔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실미도 피살기간병도 보상을”

    ‘실미도 사건’ 당시 북파 훈련병들에게 피살된 기간병들의 유족 10명이 3일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심의위원회를 상대로 보상금 지급 청구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이 위원회는 군 첩보부대에 소속돼 특수임무를 하거나 교육·훈련을 받은 사람과 유족에 대한 보상을 위해 지난해 12월 설치됐다. 유족들은 소장에서 “기간병들도 훈련병과 함께 특수임무 훈련을 받고 실제 북파된 적도 있으니 보상금 지급 대상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발언대] 자비군(慈悲軍)을 창설하자/김지수 전남대 법대 조교수

    최근 들어 여성의 병역의무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여권신장과 남녀평등의 흐름 속에 저출산·가족해체·고령화 추세가 가속화하면서 노인 요양복지 및 병역자원 감소가 국가의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시기나 주제가 따로 거론되지만 두 문제는 유기적으로 해결하는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남성 전투력 위주의 군대를 국토방위의 평화군(平和軍)으로 삼고, 여성보위력 중심의 자비군(慈悲軍)을 창설하자는 것이다. 자비군은 노인·장애인·난치병 환자 등의 보건요양 복지업무에 투입하도록 한다. 여성 중 조건이 맞는 자원자 일부는 군대수요와 여건에 따라 평화군에 종사할 기회를 준다. 남성 중에도 종교·양심의 이유로 병역 기피하거나 특히 간병 적임자는 인권보장 차원에서 자비군에 대체 복무할 권리를 준다. 아울러 심각한 이농과 고령화로 황폐화돼 가는 농지를 전통 병농일치(兵農一致)정신에 따라 여유 군 인력으로 직접 또는 대리 경작해 수입을 군비에 보태면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율곡 선생께서 주창하신 십만양병설의 선견지명을 찬탄하며, 그 정신을 되살려 백만자비군 창설을 제안한다. 헌법상 ‘국방’의무란 단지 무력에 의한 ‘국토방위’에만 국한할 필요는 없다. 법 자체나 법의 해석 적용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남녀평등과 시대수요에 비춰 국방의무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국가사회의 방위와 국민생존의 방호까지 포함한다. 국토는 국민 및 주권과 함께 국가를 이루는 한 요소에 불과하다. 국가가 잘 유지되려면 국토보전이 필수지만, 건강하고 평안한 국민생활과 사회질서 확보도 중요한 조건이다. 군 일부에서 씩씩한 여성의 복무능력은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남성보다 여성(약 50%) 자신들이 병역의 평등부담을 더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부작용과 문제점도 적지 않다. 성에 따른 일반적성 및 능력의 차이를 인정하면, 여성은 아직 자비군 위주로 하되 예외로 군의관·법무관·방위산업체 등 일부 영역에서 평화군을 허용하는 편이 좋다고 본다. 물질문명과 의학의 발달로 평균 수명은 크게 늘었다. 산업화로 가족이 거의 해체된 마당에, 노병요양을 전통효도 윤리나 효도법으로 개별 가족에 떠맡길 때가 지났다. 발상을 과감히 바꿔 온고지신의 묘책을 꾀하자. 여성 특유의 온유한 자비심을 국민건강과 국가사회 방위에 적극 동참시키자. 첨단 정보산업과 함께 전통 군대·전투 개념도 크게 변해 여성의 병역복무 가능성과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 평화군 참여기회도 점차 넓혀 나가는 게 낫겠다. 현재 보충역이 맡는 공익업무도 대개 여성이 더 잘할 수 있어 보여 함께 맡기자. 그러면 남녀 성에 따른 분업과 개인의 능력발휘로, 남성에 편중된 국방부담이 덜어져 균형을 이루고 여성의 자아성취도 실현될 것이다. 생산성 증대와 활력 강화로 사회적 비용절감과 건실한 재정유지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남성·무력위주 군대 문화가 여성의 온유한 자비심과 어우러져 음양조화를 잘 이루면, 평화롭고 살기 좋은 세계 제일의 지상낙원을 이룰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옛날 행주산성에서 아낙들이 돌을 날라 장정들의 전투력을 도와 대첩을 이루었듯이. 김지수 전남대 법대 조교수
  • 취약계층 일자리 내년 2배로 확대

    내년에 취약계층에 제공되는 사회적 일자리 수가 올해에 비해 2배 수준으로 늘어난다. 기획예산처는 내년 사회적 일자리 지원예산이 2909억원으로 올해보다 1218억원이 늘어나고 대상인원도 13만 4000여명으로 올해 6만 9000여명에 비해 6만 5000명가량 증가한다고 6일 밝혔다. 사회적 일자리란 사회적으로는 필요하지만 수익성이 낮아 시장에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는 일자리로 가사나 간병도우미, 공부방 보조교사 등을 말한다. 내년에는 저소득 가정에서 둘째자녀 이상을 출산했을 때 산모도우미를 지원하는 사업(1만 1000명)이 새로 시작되고 노령층의 체육활동을 돕는 어르신체육활동지원사업(강사 240명)도 도입된다.또 중증 장애인, 치매·중풍노인에게 가사·간병을 지원하는 방문 도우미 서비스 사업이 7000명에서 1만 3000명으로 늘어나고 저소득 빈곤아동의 보호·교육을 위한 지역아동센터도 500곳에서 902곳으로 확대된다.노인일자리도 올해 3만 5000명에서 내년 8만여명으로 대폭 늘어난다.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05일 TV 하이라이트]

    ●코리아 코리아(EBS 오후 8시5분) 혜진, 이번에는 운전면허에 도전장을 냈다. 선뜻 1종 수동 면허를 신청한 혜진은 북쪽에서 자동차를 운전해 본 적도 없고 용어마저 대부분이 영어와 한자어라 단어의 뜻조차 이해가 안 가는 답답한 상황이다. 혜진은 과연 이 어려운 난관을 헤치고 운전면허를 따낼 수 있을지 지켜본다.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SBS 오후 9시55분) 정표는 화려하게 꾸미고 나온 봉심과 맞선을 본다. 봉심은 정표 앞에서 내숭을 떨다가 음식이 나오자 게걸스럽게 먹고 트림까지 한다. 얼굴이 일그러진 정표는 진짜 대영건설 셋째 딸 맞느냐며 시비를 걸고 봉심도 재벌이 음식값도 없냐며 사기치고 다니지 말라고 빈정거린다.   ●시사 업 클로스(YTN 오후 3시5분) 수출의 22%,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23%. 삼성은 이제 한국경제를 떠받치는 가장 영향력이 큰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편으로는 견제 받지 않는 최대의 권력으로 부상해 ‘삼성공화국’이란 신조어도 나왔다. 하지만 시민단체에서는 삼성의 지배구조와 후계구도, 로비문제 등을 비판하고 있다.   ●가을 소나기(MBC 오후 9시55분) 중요한 프리젠테이션을 하던 윤재는 규은이 위독하다는 간병인의 전화를 받는다. 안절부절 못하던 윤재는 결국 일을 중간에 포기한 채 병원으로 달려간다. 규은의 사고 후 윤재의 생활은 점점 엉망이 되어간다. 규은이 문제로 심하게 다툰 연서와 윤재는 화해차 규은과 함께 소풍을 가기로 한다.   ●환경 스페셜(KBS1 오후 10시) 수도 서울을 관통하는 청계천 복원 공사가 2년여 간의 공사를 마치고 온 국민의 관심 속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2005년 10월1일 통수식에 맞춰 청계천 복원 후를 긴급 점검해 보았다.청계천 복원의 의의를 새롭게 조명해 보고 어떤 모습으로 복원이 완성되었는지를 알아본다.   ●장밋빛 인생(KBS2 오후 9시55분) 호텔에서 잠이 깬 영이는 아무 것도 생각이 안나고, 순이는 수술 받으러 들어가기 전에 하나 하나 준비를 한다. 영이는 기다려달라는 정도를 냉정하게 외면한다. 한편, 마지막 인사를 할 겸 성문을 만난 순이는 자기도 좋은 남자 만나서 재혼할거라며 아이들을 부탁하고 이혼서류를 내민다.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효성그룹 (1)-창업주 故조홍제 회장家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효성그룹 (1)-창업주 故조홍제 회장家

    효성의 입사 면접은 깐깐하기로 유명하다. 예컨대 ‘한강의 물 무게는 얼마나 되나, 대한민국 바퀴벌레의 총 수는.’등의 질문들이 쏟아진다. 그러나 ‘대략, 약, 수준,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고 불확실한 답을 내놓는다면 효성에선 그리 환영받지 못한다. 효성은 숫자에 관해 근거 없는 ‘적당주의’를 체질적으로 싫어한다. 이는 효성 창업주인 고 만우 조홍제 회장의 경영 스타일에서 비롯됐다. 그는 어떤 사항이든 계수화해서 보고 받기를 좋아했으며, 그래야 납득을 했다. 만우 회장도 중요한 경영상의 결재를 할 때는 철저히 계수에 입각해서 처리했다. 특히 신규 사업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마저 계산에 넣고 사업을 추진했을 정도다. 시쳇말로 “1년간 지급하는 로열티와 그 기술을 이용해 얻은 이익을 금액으로 계산해 향후 10년간의 수지계산서를 만들라.”고 한다면 요즘 실무진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올 것이다. 그러나 만우 회장은 40년전에 이를 당연하게 지시했으며, 당시 효성 실무진도 이에 익숙했었다. 그의 이같은 ‘계수 경영’은 그만의 독특한 성냥개비 계산법을 낳았다. 그가 계산하기 위해 손가락에 성냥개비를 끼우고 슬슬 돌릴라 치면 실무자들은 계산이 혹시 틀리지 않았을까 긴장하곤 했다고 한다. 그의 꼼꼼한 경영 스타일은 창업 과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효성의 주력 사업으로 훗날 나일론을 선택하기에 앞서 만우 회장은 공학과와 경제학과 출신의 엘리트 10여명을 뽑아 당시엔 생소한 기획부를 구성, 무려 2년간 20여종의 유망 업종을 검토하게 했다. 오늘날 효성의 제조업 전통과 실속 우선주의, 심사숙고형 기업 문화, 철저한 계산으로 돌다리도 두드리는 사업 풍토 등은 만우 회장이 효성에 남긴 유산들이다. 또 꼬장꼬장하고 대쪽같은 그의 성격은 효성을 늘 정치권과 거리를 두게 했으며, 생전에 2세들의 분가를 마무리한 것은 ‘돈 만큼은 가족이라도 철저해야 한다.’는 그의 오랜 경험에서 나온 것이었다. 최근 재계의 불미스러운 일련의 일들을 보면 만우 회장의 혜안이 놀랍기만하다. ●늦되고, 어리석은 만우(晩愚) 만우 회장은 모든 게 늦었다. 신학문을 접한 것이 17세였고, 고보(중·고등학교)에 들어간 것이 약관(弱冠)을 앞둔 19세였다. 또 대학을 졸업한 것이 이립(而立·30세)이었으며, 사업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이 불혹(不惑·40세)을 넘어서였다. 그리고 효성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독자 사업을 시작한 것이 이순(耳順·60세)을 앞둔 56세였으니, 늦어도 한참 늦었다. 그는 스스로 늦되고, 어리석다는 뜻으로 호를 ‘만우(晩愚)’로 지었다. 그러나 출발이 늦었을 뿐 그의 성취는 작지 않았다.1960년대 부실기업이었던 한국타이어와 대전피혁을 정상화시켰으며, 현재 나일론 세계 4위, 타이어코드 세계 1위인 동양나이론(현 효성)을 설립했다.70년대엔 효성금속과 효성기계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한때 총 24개 계열사의 재계 5위 그룹으로 성장시켰다.40∼50대를 받쳐 삼성 성장에 일조를 했던 만우는 56세의 늦은 나이에 창업, 불과 10년 만에 효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올려 놓은 것이다.1981년 포천이 뽑은 500대 기업 속엔 만우의 삶이 고스란히 투영된 효성과 삼성이 나란히 포함됐다. ●진정한 가장은 애처가 늦었던 만우 회장이 빠른 것도 있었다. 그는 15세 때 집안 뜻에 따라 진주 하씨가의 차녀 정옥(작고)씨와 결혼했다. 당시 하씨가는 진주에서 쌀 2000섬 규모의 부호로 개화한 집안이었다. 부인 정옥씨는 신학문을 깨친 신식 여성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유교 생활이 몸에 밴 만우였지만 아내 사랑만큼은 각별했다고 한다. 만우는 무슨 일이든 아내와 함께 하는 것을 좋아했다. 당시엔 ‘팔불출’ 소리를 들을 만한 행동이었다. 회사에 있다가도 아내가 아프다고 하면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열 일을 다 제쳐놓고 들어왔다. 또 틈을 내 여행도 같이 자주 다녔다. 사업에서 물러났을 때엔 매일 아침 아내와 함께 창경원 산책을 취미로 삼았으며, 함께 시장에 나가 장을 보는 것도 즐겼다. 특히 만우 자신도 말년에 몸이 불편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아내의 병수발을 자식 몫으로 두지 않았다.78년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자 만우는 아내의 상청(혼백을 모시는 제단을 마련하는 일) 돌보는 일을 1년간 직접 했다. 당시 만우 자신도 간병인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었던 심한 신부전증을 앓고 있었다. 만우는 사람을 고를 때도 이런 점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는 사람을 쓸 때 세가지를 봤다. 첫째가 반골 유무, 둘째가 지론 출중이며 셋째가 진정가장(眞正家長)이었다. 반골 유무와 지론 출중은 누구든지 고려할 만한 요소이겠지만 진정 가장은 꽤 이채롭다. 만우는 가정이 제대로 서야 사회와 국가가 제대로 선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는 직원 중에 바람을 피우거나, 첩을 얻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내치라고 했다. 실제로 부장급의 한 직원은 여자 문제로 이혼을 하게 되자 그 자리에서 쫓겨났다. “가정 하나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이 회사를 어떻게 다스리겠나.”이것이 만우의 생각이었다. ●고 이병철 삼성 회장과 동업 만우 회장의 회고록 ‘나의 회고’에 따르면 그는 1945년 해방과 함께 서울로 올라와 당시 자금난을 겪고 있던 이병철 삼성물산 사장에게 자금을 빌려준 계기로 동업을 시작했다. 만우 회장은 어린 시절 호암(고 이병철 회장의 호)의 친형인 병각씨와 지기여서 두 사람은 이미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만우와 호암의 동업은 사실상 삼성이라는 대그룹의 출발점이었다. 고 이 회장의 기획력과 만우 회장의 꼼꼼한 일처리는 자산규모 1700만원의 삼성물산을 설립 3년 만에 48억원이라는 순이익을 올리게 했다. 삼성물산의 성공은 제일제당(현 CJ그룹)과 제일모직 등의 제조업 진출로 이어졌다. 특히 제일모직은 만우 회장이 자금 마련부터 기계설비 발주, 기술 숙련 등 모든 과정을 진두 지휘했다. 제일모직의 당시 ‘골덴덱스’는 영국제와 마카오 복지를 대체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렇듯 조·이 투톱 체제는 불과 10년 만에 삼성을 명실공히 한국 제일의 재벌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이 회장은 돌연 만우 회장에게 동업 청산을 요구했으며, 만우도 ‘이쯤에서 재산을 정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는 생각으로 흔쾌히 동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분 문제에 대한 의견 조율이 안되면서 두 사람의 갈등은 점차 깊어갔다. 이 과정에서 만우는 4·19와 5·16 군사 쿠데타로 이어진 급변하는 정국에서 삼성 대표로 부정 축재자라는 오명을 스스로 뒤집어쓰고 수감 생활을 하기도 했다. 정국이 점차 안정되면서 호암과 만우는 다시 재산 분배에 대한 논의를 계속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옳다, 그르다 싸우기만 하면 자기 사업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한 만우는 결국 3억원을 받는 것으로 삼성과의 모든 정리를 마무리했다. 이 때가 그의 나이 56세였다.15년간 대주주이자 경영인으로서 삼성을 국내 최고의 기업으로 키우는 데 일조를 했지만 그 ‘끝’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았다. 만우는 ‘나의 회고’에서 당시 이 결정을 이렇게 밝혔다.“오늘날 70년을 살아오는 동안 내가 내리지 않을 수 없었던 수많은 어려운 결단 가운데서도 가장 현명한 결단이 아니었나싶다. 그런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분배받을 재산에만 연연했더라면 내 독자사업은 시작도 못해보고, 재산은 재산대로 찾지 못한 채 끝나게 되었으리라.” 그러나 만우와 호암의 결별에도 양가의 인연은 대(代)를 이어 지속됐다. 만우 회장의 장남인 조석래 효성 회장과 호암 회장의 차남 고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 회장은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함께 공부했다. 또 조 회장의 부인인 송광자(61) 여사와 이건희 삼성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여사는 서울대 미대 동창이다. 3세로 내려오면 인연은 더 깊고 다양해진다. 조 회장 차남인 조현문(36) 효성 전무와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는 친구 사이다. 장남인 조현준(37) 부사장과 이 상무는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같이 공부했다. 삼성가인 이재현 CJ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 김병관 전 동아일보 회장의 아들인 김재열(이건희 회장 사위) 제일모직 상무 등도 조 회장가(家)의 3형제(현준·현문·현상)와 잘 어울린다. 조 부사장은 “같은 또래인 데다 어린 시절부터 잘 어울려 요즘에도 운동 모임을 자주 갖는다.”고 했다. ●사돈들의 활약 효성은 재벌가 가운데 사돈들의 활약이 유달리 두드러진다. 특히 만우 회장은 건강이 악화되면서 아들 후견인의 역할을 사돈들에게 맡겼다. 장남인 조석래(70) 회장의 장인인 송인상(91) 한국능률협회 회장은 만우의 지기이자 조 회장의 후견인이었다. 송 회장은 재무부 장관과 한국수출입 은행장을 두루 거친 경제계의 거물로 조씨가와 사돈을 맺기 전부터 만우와 친분이 두터웠다.78년 만우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엔 사위를 도우며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송 회장은 80년부터 16년간 동양나이론 대표이사 회장을 맡았으며, 지금은 효성 고문으로 있다. 차남인 조양래(68) 한국타이어 회장에겐 처남들의 경영 참여가 눈에 뛴다. 외환은행장을 지낸 손위 처남 홍용희씨가 고문으로 활약했으며, 또 다른 손위 처남인 홍건희 한국타이어 부회장도 경영에 참여할 정도로 한국타이어는 한때 ‘조·홍’ 공동 경영체제를 이뤘다. 삼남 조욱래(56) 동성개발 회장도 장인인 김종대 전 대전피혁 회장의 경영 도움을 많이 받았다. 만우 회장은 77년 대전피혁을 28세에 불과한 욱래 회장에게 맡기고 난 뒤, 사돈인 김종대 전 농림부 장관에게 아들의 뒷일을 맡겼다. 경험이 부족한 아들의 단점을 김 전 장관에게 보완해 달라는 뜻에서다. 김 전 장관은 회장직을 맡아 경영에 나섰다. ●양말 빠는 회장님 만우 회장은 자식들이 혹시나 ‘부잣집 아들 병’에 걸릴 것을 몹시 경계했다. 이 때문에 일부러 엄하게 대했을 뿐 아니라 확실한 경제 개념을 심어주기 위해 어릴 때부터 용돈 예산을 짜게 했다. 또 아들들이 유학을 떠날 때는 유학 기간에 필요하다고 판단한 최소 경비를 한꺼번에 쥐어주며 돈이 남든지, 모자라든지 간에 더 이상의 용돈을 보내주지 않았다. 덕분에 2세들은 유학 시절에 툭하면 접시 닦이를 해서 학비를 벌어야 했다. 그러나 만우가 늘 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한번은 중학교에 다니던 양래가 영어책을 잃어버려 난감해 할 때 친구에게 그 영어책을 빌려오게 한 뒤, 밤새 직접 필사를 했다. 또 장남인 석래가 일본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사업차 방문한 만우는 장남의 하숙집에 널려 있던 양말을 깨끗이 빨아 놓을 정도로 자식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그는 공석에선 자식이라도 하대를 하지 않았다. 조 회장은 선친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선친은 자식을 키운다고 할까, 믿어준다고 할까 하는 점이 굉장히 강해요. 당시 일반적인 가정과 달리 아들을 독립적인 인격체로 대하고, 자식들의 결정을 무척 존중해 주셨습니다.”실제로 만우 회장은 조 회장이 전공으로 경영학을 선택하기를 바랬지만, 공학을 전공하겠다는 아들의 뜻을 존중해 주었다. 만우는 “재산이라는 것은 있다가 없어지기도 하고, 없다가 들어오기도 한다. 자식에게 재산보다는 스스로 일해서 생활해 나갈수 있는 능력을 꼭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화려하게 뻗은 2세 혼맥 조씨가(家)의 혼맥은 여느 재벌가 못지않게 사통팔달로 뻗어 있다. 전직 대통령가(家) 뿐 아니라 정·관·재계 골고루 인연이 닿아 있다. 만우와 부인 하 여사는 슬하에 3남 2녀를 뒀다. 장녀와 차녀인 명숙(작고)씨와 명률(78)씨는 만우가 고향인 함안 군북에 있을 때, 인근 대지주 집안에 시집보냈다. 장녀 명숙씨는 진주여고를 졸업한 뒤, 진양 대지주인 허정호(80)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당시 세브란스의전(현 연세대 의대) 학생이었던 정호씨는 신한병원 원장을 지냈다. 둘째 딸 명률씨는 산청 대지주인 권동혁가(家)의 장남인 병규(80)씨와 인연을 맺었다. 병규씨는 한때 효성건설 회장을 역임했다. 효성의 혼맥은 장남인 조석래 회장의 결혼으로 정·재계 중심부로 들어간다. 학업 때문에 결혼이 늦은 조 회장은 그의 나이 32세 때, 송인상 회장의 3녀 광자씨를 평생의 배필로 맞아들였다. 조 회장은 처가를 통해 신명수 전 신동방 회장과 이봉서 단암산업 회장과 동서지간이 된다. 또 신 전 회장가는 노태우 전 대통령과 연결되며, 이 회장가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연이 닿아 있다. 차남인 조양래 회장은 66년 지인의 소개로 법조계 원로인 홍긍식 전 변호사협회 회장의 차녀인 문자(64)씨와 혼례를 치렀다. 조 회장은 이명박 서울시장과 사돈지간이다.3남인 조욱래 회장은 경기여고 교장인 손영경씨의 중매로 김종대 전 농림부 장관의 딸인 김은주(50)씨와 결혼했다. 김 전 장관은 신명수 전 신동방 회장의 부친인 고 신덕균 전 신동방 명예회장의 처남이기도 하다. 조씨가의 혼맥은 방계도 만만치 않다. 만우 회장의 동생인 고 조성제 대전피혁 사장은 5남 3녀를 통해 관·재계의 명망가를 사돈으로 맞아들였다.3남 경래(73)씨는 홍재선 전 전경련 회장의 딸 애수(68)씨와 결혼했으며,4남 익래(70)씨는 원용필씨의 딸 정선(68)씨와 결혼했다. 원용필씨는 원용석 전 경제기획원 장관의 친형이다. 장녀 장숙(68)씨는 정종철 전 서울시장의 아들 창순(70)씨와 결혼했다. golders@seoul.co.kr ■ 조석래 회장의 ‘명문 처가’ 조석래(70) 효성 회장의 처가인 송인상(91·효성 고문) 한국능률협회 회장의 가계도를 들여다보면 화려하다는 단어가 부족할 정도다. 송씨가(家)는 고 김동조 전 외무부장관 가문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한국 상류사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가와 사돈으로 연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정·관·재·법조계에 이르기까지 ‘그물망 혼맥’으로 촘촘히 엮여 있다. 송 회장 본인도 일제시대의 식산은행을 시작으로 재무부 이재국장과 한국은행 부총재, 부흥부장관, 재무부 장관, 룩셈부르크 대사,EC대사, 한국수출입은행장, 동양나이론(현 효성) 회장 등 관·재계를 넘나드는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슬하에 1남4녀를 둔 송 회장과 최연순(91) 여사는 딸을 모두 국내 대표 집안에 시집보냈다. 특히 손주들의 통혼을 통해 노태우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집안과도 연결된다. 장녀 송원자(66)씨는 이봉서(69) 전 상공부 장관과 인연을 맺었다. 이 전 장관은 경기고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을 나왔으며, 현재 부동산임대업체인 단암산업 회장이다. 이 전 장관의 부친 고 이필석옹은 상업은행장과 국제화재 회장을 지냈다. 이 전 장관의 3녀인 혜영(33)씨는 1997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장남 정연(42)씨와 화촉을 밝혔다. 두 사람은 정연씨의 친구 소개로 만나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혜영씨는 숙명여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정연씨는 현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 회장의 차녀 길자(63)씨는 신명수(64) 전 신동방 회장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신 전 회장과 길자씨는 2남 1녀를 뒀으며, 장녀인 정화(36)씨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40)씨와 결혼했다. 재헌씨는 미국 조지타운대를 나와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한나라당 이 전 총재와 노 전 대통령은 송 회장가(家)를 통해 ‘사돈의 사돈’인 셈이다. 이렇게 가지치기를 하게 되면 송 회장가는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과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 김승연 한화 회장과도 이어진다. 3녀 송광자(61)씨는 조 회장과 67년 결혼해 현준-현문-현상 3형제를 뒀다.4녀 송진주(59)씨는 주관엽(61)씨와 혼인했다. 진주씨는 서울대와 예일대(박사)를 거쳐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golders@seoul.co.kr ■ ‘예산 샌님’ 조홍제 前회장 만우 조홍제 전 회장의 별명은 샌님과 구두쇠였다. 만우의 고향 사람들은 그를 그냥 샌님도 아닌 ‘예산 샌님’이라 불렀다. 미리 예산을 꼼꼼하게 짜놓고 융통성 없이 그대로 집행하는 데서 비롯됐다. 당시 도움을 받기 위해 만우 회장의 사무실 문턱을 넘는 사람들은 헤아릴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만우가 배정해 두었던 예산이 바닥나기 일쑤였다. 그러면 만우는 “올해 예산이 떨어졌으니까 내년에 보자.”고 했다고 한다. 만우의 먼친척 동생인 조영제씨의 회고는 이렇다.“사회봉사도 회사 경영과 마찬가지로 예산 집행을 한다 이겁니다. 요즘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40년전에 그런 경비를 예산짜서 집행하는 기업가가 대한민국에 또 어디 있겠습니까.” 만우는 구두쇠로도 유명했다. 그냥 구두쇠가 아닌 ‘통 큰’ 구두쇠였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난 뒤, 신발장에 남은 것은 밑창이 다 닳은 구두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일화다. 그는 내의도 해진 것을 기워입었으며, 양복 역시 다 떨어져 못 입게 되기전까지 새 양복을 맞추는 법이 없었다. 그의 근검절약 정신은 가족들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자식들에게 용돈을 줄 때는 늘 빠듯하게 줘 낭비하는 버릇을 갖지 않게 했으며, 손자에게 주는 세뱃돈도 천원짜리 한 장으로 때우곤 했다. 만우는 자신이 먹고, 쓰고, 입는 데에는 한없이 검소했지만 자신이 가치 있다고 믿는 일엔 수십억원을 내놓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았다. 쓸 때는 쓰고, 쓰지 않을 때는 쓰지 않는, 그런 구두쇠였다. 만우가 돈을 아끼지 않은 곳은 교육 사업이었다. 대학시절 은사 권유로 교수가 될까 했던 만우는 1950년대부터 영남장학회를 통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했으며, 고향 함안군의 몇몇 학교에 시설을 마련해 주었다.76년엔 운영 부실로 재정난에 빠진 동양학원의 이사장을 맡아 대규모 채무를 해결해줬으며, 학습환경 개선을 위해 당시로서는 거금인 25억원을 내놓았다. “나는 학교에서 돈 한푼 가져가지 않을 겁니다.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테니 선생님들은 오직 좋은 교육만을 해주시기 바랍니다.”만우 회장이 이사장으로서 원했던 유일한 소망이었다. golders@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 차장 이종락·이기철·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금융상품 백화점]

    ●푸르덴셜생명 실버널싱케어 특약 생명보험협회로부터 3개월간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한 특허 상품이다. 치매 등으로 간병인이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사망보험금의 최대 80% 한도내에서 매년 연금으로 지급해준다.1회 지급액은 10∼20%에서 고를 수 있다. 환자가 사망한 뒤 남은 가족들의 경제적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사망보험금의 20%는 남겨둘 수 있도록 했다. 종신보험에 새로 가입하는 고객에게만 무료 가입 혜택을 주었으나 지난 26일부터 기존 가입자들에게도 혜택을 주는 쪽으로 바꿨다. 보험사에 신청만 하면 된다. ●ING생명 무배당 파워 변액유니버셜보험 ‘저축+투자+보장’을 동시에 갖춘 미래형 상품이다. 이용객의 생활변화에 따라 맞춤설계를 했다. 보험료를 추가로 더 낼 수 있고, 해약환급금 범위에서 연 12회까지 중도인출이 가능하다. 투자성향에 따라 가입 6개월 이후부터 연 12회까지 투자 유형을 바꿀 수 있다. 프랭클린템플턴 인베스트먼트 등 자산운용사의 명성도 높다. 암특약, 재해상해사망특약 등 다양한 특약을 갖고 있는 점도 장점이다.10년 이상 가입때 보험 차익에 대한 이자소득세가 비과세된다. 보험가입액은 2000만원에서 11억원까지다. ●우리은행 오렌지정기예금 앞으로 금리인상을 예상하는 은행 이용객에게 반가운 상품이다. 시장금리 변동에 따라 이자가 3개월마다 바뀌는 정기예금 상품이다. 가입기간은 6개월과 12개월로 나뉜다. 만기해지 때에는 영업점을 방문할 필요없이 해지 신청과 동시에 원금·지급이자가 이용객이 지정한 계좌에 자동으로 입금된다. 자동연장을 원하면 간단하게 계약한 기간만큼 만기 연장된다. 지난 6월23일 판매를 시작해 3개월 만에 무려 4조 763억원이 예치되는 등 인기다. 지난 6월30일 적용금리는 3.82%, 지난 26일엔 4.13%다. ●미래에셋생명 무배당 행복만들기 변액유니버셜보험 기존 변액유니버셜보험보다 수익률을 대폭 올린 점이 장점이다.30세 남자가 보험가입액 5000만원 한도의 상품(기본 보험료 50만원)에 가입했다면 1년 만에 20% 가량의 수익률 차이를 느낄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긴급한 자금이 필요할 때 해약환급금의 50% 범위에서 인출이 가능한 중도인출 가능 기간을 18회 납입후에서 12회 납입후로 앞당겼다. 추가납입 가능액의 한도도 늘렸다.‘보험가입액+펀드 운용을 통한 적립금’과 사망 당시 적립금의 105% 가운데 더 큰 금액을 사망보험금으로 지급한다. ●대한생명 변액CI(치명적 질병)보험 지난해 7월 출시된 CI보험에 변액보험의 장점을 결합했다. 사망보험금의 일부나 전액을 미리 지급해 실직에 따른 생활비, 신체장애에 따른 간병비, 채무 변제비, 요양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급 상황이 생길 때까지 자금을 그대로 두지 않고 주식·채권 투자를 통해 불린다. 펀드 운용실적이 좋으면 치료자금의 80%에다 추가 수익을 보태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투자수익이 나빠도 최저 사망보험금 1억원은 보장된다. 다른 CI상품보다 보험료가 10∼15% 정도 싸다.
  • 산사에서 부친 편지/경봉·성철스님 외 지음

    산사에서 부친 편지/경봉·성철스님 외 지음

    ‘돌아보면 저에게 남는 것은 방안에 걸어둔 붓 한 자루와 낡은 서책 몇권, 그리고 내 몸을 근질근질하게 하는 쥐벼룩 몇 마리가 전부일 뿐, 한평생 살아온 삶의 무게가 오직 그것뿐입니다. …. 종주의 청장(請狀)을 제가 받는다면 이는 망령된 짓입니다. 차라리 뒷방이나 비워두시면 살아생전 함께 모여 정담이나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종주를 맡아달라는 경봉 스님의 청에 한암 스님이 ‘무소유의 꿈’을 담아 보낸 편지 내용의 일부이다. 통도사 주지를 지낸 경봉(1892∼1982) 스님은 입적 전 당대의 고승들과 수많은 한자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편지 하나하나가 주옥같은 문장들로, 삶을 깨우쳐주는 화두들로 채워져 있다. ●경봉스님이 당대 고승들과 주고 받은 편지 묶어 43년간 경봉 스님을 스승으로 모셨던 통도사 극락선원장 명정 스님이 이 편지들을 현대어로 옮기고, 정성욱 시인이 말을 다듬어 엮은 책 ‘산사에서 부친 편지’(노마드북스 펴냄)가 나왔다. 한암 스님을 비롯해 경허, 성철, 만해, 효봉, 청담 스님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 큰스님들과 주고받은 편지 130여통을 담았다. 경봉 스님은 118명이 쓴 총 260여통의 편지를 남겼는데 그중 판독이 가능한 것들을 추렸다. 색이 바래고 때론 쥐똥이 묻은 편지, 찢은 도포자락이나 죽순잎, 나무껍질 등에 쓰여진 글도 있었다. 편지들은 한마디로 우리 한국불교의 귀중한 역사이며 산 증거들이다. 신새벽 감로수에 먹을 갈아 한 소식 한 소식 툭툭 던지듯이 오가는 문답이며, 절집 살림살이, 대웅전 뒤 대숲을 스치는 바람소리, 긴 밤 시름을 쏟아내는 풍경소리를 버무려 닦은 큰스님들의 글들은 마치 잡사에 찌든 뇌를 씻어내듯 시원하다. ●삶의 의미 깨우쳐주는 주옥같은 문장들 경봉 스님이 ‘깨달음은 어디 있는가? 저 돌에게 물어보라!’고 화두를 던지자 제자인 고봉 스님은 고민 끝에 편지를 보낸다.“그 돌을 수세미로 깨끗이 씻어 방 머리맡에 두고서 뚫어지게 바라보았으나 미천한 탓인지 그 뜻을 알 수 없었습니다.”라고. 경봉 스님은 이후 편지를 통해 끝없이 고행을 하는 자만이 진리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였음을 넌지시 비춘다. 경봉 스님이 한 거사에게 보낸 다음의 편지는 비단 그 거사뿐만 아니라 이땅의 모든 사람에게 일갈하는 화두가 아닐까.‘인생이란 밤늦은 시간, 촛불을 앞에 두고 한 잔 차를 끓여 마시는 것과 같습니다.∼사람이란 티끌이며 허공입니다. 이 이치를 깨달으면 욕망과 악이 사라집니다.∼무심이란 세상과의 단절이 아니라 자신과의 단절을 뜻하는 것입니다….’ 편지들은 시를 읊고 즐겨 쓰는 스님들의 풍류가 묻어 있어 잘 된 한시를 감상하는 묘미를 더해준다.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다/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그른가/달은 하늘에 오르고 꽃은 골짜기에 피었네/밤은 삼경이요 향은 백천이라도.(경봉 스님이 월곡 스님에게) 또 비록 속세의 잡다한 욕망에 등을 돌리고 수행을 하고 있으면서도 세속적 인연을 저버리지 못해 고뇌하는 인간적인 모습들을 드러내는 편지들도 있다. 홀로 계신 어머님을 간병하러 산을 내려가며 고뇌하는 벽안 스님에게 경봉 스님은 “본래 도는 선과 악이 따로 없으며 인과도 없으나 모두가 속세의 업을 받고 세상에 태어났으니 이것을 어찌할 수 있겠나.∼부처님이 그대를 나무라지 않을 걸세.”라며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편지들의 연대 불분명해 아쉬워 아쉬운 것은 편지들의 연대가 거의 불분명하고 편지를 주고받은 장소가 나타나지 않은 점. 그래도 명정 스님은 서문에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을 것 같았던 편지들이 빛을 보게 됐다. 근세 우리나라 큰스님들이 이루어놓은 영롱한 문자사리(文字舍利)로 부족함이 없다.”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1만 35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노인 일자리 6207개 있습니다”

    서울시는 22∼23일 이틀간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도양홀에서 55세 이상 구직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이 서울 2005 실버 취업박람회’를 연다. 5회째를 맞는 이번 박람회를 통해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지하철 도우미 등 공공부문에 2121명을 채용한다.또 일반기업 424개 업체는 민간부문 일자리 4086명을 제공해 모두 6207개의 일자리를 마련될 예정이다. 공공부문의 대표적인 일자리는 불법 주·정차 단속업무를 보조하는 교통 서포터스(55∼60세) 280명, 지하철역에서 질서 유지 및 시민 편의시설 이용 안내 업무를 담당할 서울지하철 도우미(65세 이상) 200명이다. 민간부문에서는 간병, 경비, 미화, 택배, 주례, 번역, 주유, 건축 기술직, 방송 보조출연 등의 일자리가 제공된다. 최홍연 시 노인복지과장은 “국가자격시험 감독관 100명, 설문조사원 90명, 홈쇼핑 모델 80명, 할인매장 관리원 30명 등의 일자리는 새롭게 노인 인력을 필요로 하는 ‘틈새시장’”이라며 “다른 분야보다 경쟁률이 높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람회에서는 또 노인 채용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고 노인들에게 건강 점검의 기회도 주기 위해 한국건강관리협회, 대한신경과학회 등의 협찬으로 ‘건강 나이’를 측정해주고 치매 조기 검진, 당뇨 측정, 건강 상담 등도 해준다. 이밖에 노인 취업 종합정보관, 이력서 클리닉관, 취업적성 검사관, 창업정보관, 노인 취업훈련 센터 등이 마련된다. 성공적인 면접 전략, 이미지 컨설팅, 취업설명회 등도 열린다. 구직 희망자는 이력서와 사진을 지참해 행사장으로 나오면 된다. 자세한 사항은 서울시 홈페이지(www.seoul.go.kr)나 서울시 고령자 취업알선센터 홈페이지(www.noinjob.or.kr)를 참고하면 된다.(02)6360-4640∼2.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정책진단] 노인수발보장제

    [정책진단] 노인수발보장제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도 머지않아 사라질 것 같다. 정부가 치매와 중풍 등 노인성질환자의 요양 및 간병 비용을 국가와 사회구성원이 함께 부담토록 하는 ‘노인수발보장법’을 제정, 오는 2007년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핵가족화와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예전처럼 치매·중풍 환자를 가정에서 돌보는 일이 한계에 달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특히 급속한 고령화사회가 진행되면서 노인성질환자도 늘어나, 이들에 대한 보호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상황까지 이르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내년 초 관련 법안 통과 추진 보건복지부는 오는 15일 노인수발보장법 제정과 관련한 공청회를 갖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법안의 골자는 중풍·치매로 고생하는 노인들이 필요로 하는 간병과 수발, 목욕 등 일상활동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공청회와 입법예고를 거쳐 연말쯤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법안통과는 내년 임시국회 때쯤으로 잡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노인수발보장제가 연기될 수 있다는 일부 보도와 달리 당초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데 변함이 없다.”면서 “시범사업에 따른 예산도 올해 19억원에서 내년 218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선 최중증 환자부터 적용 정부는 재정적인 여건을 감안, 노인수발보장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우선 2007년 7월부터 적용되는 대상은 하루종일 누워 있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생활할 수 없는 최중증(1∼2등급) 환자로,7만 2000명가량이 혜택을 볼 것으로 추정된다.2010년부터는 혼자서는 식사나 용변 등의 일상생활을 못하는 중증(3등급) 환자에게도 혜택이 주어진다.2010년의 최중증·중증 질환자는 15만명에 이를 전망이다.2013년 이후에 4등급 환자까지 확대할지 여부는 그때 재정상황에 따라 결정키로 했다. ●건보 가입자 月2000~3000원 추가부담 노인수발보장제에 따른 재정은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는 전 국민들의 보험료와 국고 보조로 마련된다. 요양시설 이용, 방문간병, 방문목욕, 방문간호, 복지용구 대여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때 일부는 노인수발보장제가 부담하고 일부는 서비스 이용자가 내는 형식이다. 구체적으로 요양시설을 이용할 때 내는 비용에서 식대를 뺀 비용의 20%만 서비스 이용자가 내면 된다. 물론 노인성 질환 가족들이 이같은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가입자들은 매월 2000∼3000원가량의 보험료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제갈공명·손자·왕희지 유물 한자리에

    중국 문화의 스승인 제갈공명과 손자, 왕희지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유물 전시회가 국내 처음으로 열린다. 중국 산둥성 임기시 인민정부는 주한중국문화원, 미래문화예드림㈜과 함께 오는 10∼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갤러리 신관에서 ‘중국 임기 한국문화주(週)-고유물 전시’를 개최한다.임기시는 산둥성에서 가장 큰 도시로, 한국인에게 친숙한 삼국지의 제갈공명과 손자병법의 손자, 서예가 왕희지의 고향이다. 중국에서 보기 드물게 조선족이 부시장을 맡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한국에서 몇차례 투자·관광설명회를 개최했지만 문화교류는 처음이다. 이번 전시에는 제갈공명과 손자, 왕희지의 유물 및 중국지정문화재 등 30여점이 공개된다. 임기박물관과 죽간박물관 등의 소장품을 비롯, 최근 도시개발 과정에서 새로 발굴된 작품들도 선보인다. 왕희지의 초상과 왕희지 서도, 서법, 초서, 묵보 전시대 등 당대 최고 명필가의 서법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추사 김정희와 한석봉이 중국에 남겼던 필체도 함께 전시된다. 현대인의 삶의 지침이 돼온 손자병법 초본인 ‘죽간병서’도 공개되며, 손자의 초상화와 유물도 전시된다. 장수의 무덤에서 출토된 죽간은 손자병법이 실질적으로 빛을 보게 된 계기가 됐다. 이와 함께 삼국지의 가장 걸출한 인물인 제갈공명의 초상화와, 유비가 제갈공명을 얻기 위해 그의 초가집을 세번 방문했다는 ‘삼고초려’의 유래가 담긴 그림 등을 만날 수 있다. 또 제갈공명이 직접 제작한 군량 운수수단인 ‘목우, 류마’의 그림과 ‘출사표’ 등도 전시될 예정이다. 임기시는 10일 전시회 개막에 이어 투자·관광설명회(12일)와 임기시가무단 초청공연(12∼13일) 등도 개최한다.(02)742-7273.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기업임원 월수입 694만원 1위

    지난해 기업 고위 임원의 월평균 수입이 취업자 중 가장 많았다. 전체 평균치의 4배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기직종이었던 변호사와 한의사는 해마다 순위가 밀리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4일 직업정보 전문기관인 중앙고용정보원이 지난해 9∼12월 전국 5만 표본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직업 지도’에 따르면 직업별 월평균 세후소득은 기업 고위 임원이 694만원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체 월평균 수입 166만 6000원의 4.2배에 달한다. 기업 임원은 2003년에도 1위였다.2위는 금융 보험관련 관리자로 506만원이다. 이어 정보통신 관리자(494만원), 변호사(487만원), 항공기 조종사(480만원), 경영지원 관리자(480만원), 의사(471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변호사는 2002년 621만원으로 1위를 기록했으나 2003년에는 2위(557만원)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에는 4위로 밀렸다. 또 한의사는 2002년 4위(473만원),2003년 7위(437만원) 등을 기록했으나 지난해는 10위권 밖으로 내려앉았다. 변호사·한의사의 수입이 이처럼 준 것은 무더기 개업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교육수준이 제일 높은 직업은 대학교수로 교육 연수가 19.7년이었고 생명과학 연구원(18.3년), 대학강사(18.3년), 의사(17.5년) 등의 순이었다. 반면 이들의 수입은 의사(471만원), 대학교수(392만원), 생명과학 연구원(282만원), 대학강사(143만원) 등으로 엇갈렸다. 취업자 수가 가장 많은 직업은 상점 판매ㆍ관리인(128만 1000명)이었고 상점 판매원(88만 2000명), 한식 주방장ㆍ조리사(55만 3000명), 청소원(49만명), 경리사무원(44만명) 등의 순이었다. 아울러 여성비율이 90% 이상인 직업 중 무용ㆍ안무가(300만원)와 항공기 객실승무원(273만원) 수입은 높았으나 파출부, 가사보조원, 보육교사, 간병인, 주방보조원 등은 60만∼84만원으로 낮았다. 중앙고용정보원은 이같이 377개 직업별 취업자 수, 임금, 학력, 경력, 여성 취업자 비율, 기업 규모 등을 담은 직업 지도 14만부를 만들어 전국 중·고교, 대학교, 취업 알선기관 등에 무료로 나눠 줘 진로나 직업선택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지역플러스] 2일 제1회 전남노인취업박람회

    ‘노인 일자리 700여개가 있습니다.’ 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남 목포체육관에서 제1회 전남실버 취업박람회가 열린다. 주소지를 불문하고 55세 이상 남녀는 주민등록증과 이력서 1통, 증명사진 2장을 가져오면 된다. 인터넷으로는 도청 홈페이지(www.jeonnam.go.kr)를 찾으면 된다.이번 박람회는 전남도 주최로, 도내 22개 시·군과 전남도교육청, 광주지방중소기업청, 금호타이어 등 공공기관과 기업체 등 70여곳에서 일자리 700여개 창출을 목표로 치러진다.일자리는 공익형으로 주차·공원 관리원, 환경 관리원, 매표원, 간병인, 사무보조원, 택배업, 경비원 등이다. 앞서 전남도는 올 상반기에 47억원을 들여 노인들에게 3600여개의 일자리를 제공했다. 문의 (061)274-1622,278-8515∼6.
  • [길섶에서] 약 손/우득정 논설위원

    어머니의 손은 ‘약손’이었다. 어린 시절 형제 중 누가 아프기라도 하면 어머니는 밤새 우리를 부둥켜 안고 배를 쓰다듬어 주셨다. 배앓이를 하거나 두통을 앓을 때도, 감기에 걸렸을 때도 어머니는 알 듯 모를 듯한 노랫가락을 흥얼거리면서 배부터 쓸어주셨다. 안타까움과 따뜻함을 담은 어머니의 손끝은 수면제가 되어 졸음을 부르면서 깨고나면 씻은 듯이 낫곤 했다. 어머니가 병상에 누운 뒤 저녁마다 찾을 때면 배를 쓸어주는 게 일과처럼 됐다. 심한 배앓이를 하는 어머니에게 의사마저 고개를 내두른 상황에서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간병인의 손길이 닿으면 깜짝 놀란 듯이 고통을 호소하다가도 자식의 손길은 신통하게 알아본다.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자장가와 타령이 뒤섞인 흥얼거림을 읊조리면서 배를 쓸다보면 찡그렸던 미간을 펴며 어머니는 잠에 빠져든다. 어느새 나도 약손이 된 것일까. 얼마 전부터 눈빛으로 배에 손을 대지 말라고 한다. 안쓰러워 그동안 말은 못했지만 배를 쓸고나면 구토와 통증이 더 심해진다는 게 간병인의 양심선언이다. 어머니가 그렇게 부탁했단다. 그런 줄도 모르고 약손이라도 된 양 뿌듯해 했던 나 자신이 마냥 부끄럽기만 하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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