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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광숙의 시시콜콜] 죽어가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최광숙의 시시콜콜] 죽어가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친정 어머니는 두달여 동안 한 대학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에서 계시다 돌아가셨다. 암 선고를 받고도 10여년 동안 텃밭을 가꾸며 건강하게 생활하셨지만 말년에 찾아온 통증을 견디기 어려워하셨기 때문이다. 말기암 환자들의 통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여서 마약 성분이 들어 있는 통증 완화 주사를 맞지 않으면 그 고통을 견딜 수 없다는 것을 어머니를 간호하면서 절감했다. 지금 암으로 사망하는 환자가 연간 7만 5000명인데 전국의 호스피스 시설은 55곳 정도다. 병상은 다 합쳐 880개밖에 안 된다. 어렵사리 호스피스 병원에 입원해도 일부 시설에서는 4주 이상 머물기 어렵다. 대기자가 100여명씩이나 되니 병상을 독차지할 수 없도록 규정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앙상하게 마른 암환자들이 링거병을 달고 다른 병원을 찾아 헤매야 하는 실정이다. 미국은 호스피스 시설이 1만 5300곳이 넘는다고 한다. 미국의 암 사망자 10명 중 6.5명이 호스피스에서 통증관리를 받으면서 여생을 마친다. 반면 우리의 경우 암환자 8명 중 1명 정도만 호스피스의 혜택을 누린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독일의 경우를 보면, 우리는 시설 부족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가야 할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생의 마지막 저녁 식사’라는 책을 보면 호텔 일류 요리사 출신인 루프레히트 슈미트는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한 호스피스 시설에서 환자들이 평소 먹고 싶었던 ‘특식’을 만들어 준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원하는 것은 건강식이 아니라 어머니가 만들어주던 요리나 어린 시절 할머니댁에 놀러 가서 먹었던 간식 같은 추억의 음식이었다. 호스피스 시설이 삶을 정리하는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은 물론 마음까지 세심하게 다독거려 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복지부가 최근 말기암 환자를 위해 내놓은 ‘호스피스 완화 의료 대책’은 그야말로 ‘뒷북’ 정책이 아닐 수 없다. 2020년까지 호스피스 병상을 880개에서 1400개로 늘리고, 이용률도 12%에서 20%까지 올린다는 계획도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지금과 같이 민간병원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호스피스 병동 설립에 소극적인 상황이 지속되는 한, 정부가 이를 강제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병원들이 호스피스 병동에 관심을 갖지 않고 정부 지원도 대폭 확대되지 않는 한 정부의 계획은 장밋빛 청사진에 그치고 말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4명 중 1명이 암으로 사망한다. 호스피스 대책은 더 이상 먼 세상 이야기가 아니라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무상급식, 무상보육이다 뭐다 해 온 나라가 복지 타령을 한다. 하지만 일생을 잘 마무리하고, 편안히 눈을 감게 하는 것만큼 중요한 복지가 또 있을까. 죽음을 앞둔 이들이 조금이나마 고통 없이 편안하게 세상과 이별하도록 하는 ‘진짜 복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논설위원 bori@seoul.co.kr
  • 배슬기, 신성일과 키스하며…

    배슬기, 신성일과 키스하며…

    나이를 뛰어 넘는 파격적인 멜로 영화 ‘야관문:욕망의 꽃’의 메인포스터가 공개됐다. 야관문은 49살 차이 선후배인 신성일(76)과 배슬기(27)의 출연으로 개봉 전 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야관문은 말기 암 환자 신성일과 매혹적인 간병인 배슬기의 파격적인 사랑과 그 속에 감춰진 충격적인 관계를 그려낸 미스테리 멜로영화다. 이번에 공개된 메인포스터 역시 신성일과 배슬기의 비밀스러운 관계를 암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포스터에는 평생을 원칙주의자로 고지식하게 살아온 남자 신성일과 그가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 사랑하게 된 미모의 간병인 배슬기가 함께 등장한다. 어깨선을 드러내며 신성일의 품에 안겨 매혹적인 눈빛을 보내고 있는 배슬기와 욕망을 억누르려 애써 시선을 떨구고 있는 신성일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야관문은 신성일이 ‘망각의 정사’(93) 이후 20여년만에 주연을 맡은 영화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대배우 신성일의 542번째 영화인 야관문은 새달 7일 개봉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환자 두 번 울리는 종합병원 ‘병실 장사’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조사한 결과 일반병실이 아닌 2인실 등 상급병실을 이용한 환자의 59.5%가 자신의 의사와 다르게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등 ‘빅5’ 대형병원의 경우 일반병실로 옮기려고 하루 평균 118명이 사흘간 기다리며 원치 않는 병실료를 내고 있다고 한다. 병원들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싼 병실을 팔아 돈벌이를 하고 있음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병원에 입원해 본 사람은 대부분 일반 병실이 없어 2인실이나 1인실에서 며칠씩 기다린 경험을 갖고 있다. 어쩔 도리가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적잖은 돈을 더 내고 비싼 병실을 사용하는 게 현실이다. 환자들이 원치 않는 병실을 이용해 추가로 지불하는 비용은 약 47만~97만원에 이른다. 만만찮은 금액이다. 병원들은 건강보험이 적용돼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반병실을 일부러 적게 운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빅5’ 병원의 일반병실 비율은 58.9%에 불과하다. 그렇잖아도 각종 진료 비용에 힘겨워하는 환자들에게 이렇게 감당키 어려운 짐을 안겨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병원들의 장삿속은 비단 병실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꼭 하지 않아도 되는데도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 단층촬영(CT)을 강요하는 일도 다반사다. 의학 지식이 없고 불안하기도 한 환자의 입장에서는 병원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환자의 궁박한 사정을 악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문제는 선택 진료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전체 환자의 40%가 선택진료를 이용했지만 “자발적으로 선택했다”고 대답한 환자는 59%뿐이었다. 종합병원들이 지난 한 해 벌어들인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는 각각 1조 147억원, 1조 3170억원으로 추정된다. 그중에 환자들이 원치 않게 지불한 비용은 모두 합해 1조 1000여억원에 이른다. 정부가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에 간병비를 더해 의료비 부담을 키우는 이른바 ‘3대 비급여’ 제도의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병원비는 무엇보다 고통스러운 부담이다. 그런 만큼 이번 정책에 거는 기대는 각별하다. 그동안 알면서도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했던 부도덕한 병원 행정에 강력한 메스를 가해야 한다.
  • 말뿐인 선택진료… 환자 40% ‘울며 겨자 먹기식’ 이용

    환자 대부분이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진료와 상급병실을 이용한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윤석준 고려대 교수팀은 상급병실·선택진료 실태를 조사해 보니 자발적으로 상급병실과 선택진료를 이용했다는 응답은 각각 40.5%와 59.1%로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병원 진료경험이 있는 환자·보호자 1만여명과 병원급 이상 요양기관 1461곳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흔히 ‘3대 비급여’라고 부르는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간병비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키우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조사 결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빅5 대형병원에서 진료받은 환자 가운데 83.1%는 선택진료를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정으로 거쳐야 했다. 하지만 정작 환자의 선택권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40.9%는 의사를 선택하지 못했고 63.4%는 선택진료와 본인 비용 부담에 대해 안내를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선택진료에 대한 환자의 만족도는 52.2%로 일반진료를 받은 환자(50.7%)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상급병실도 사정은 비슷했다. 원치 않는데도 상급병실을 택했다는 응답은 2인실 입원환자의 69.6%, 3인실 71.7%, 4인실 70.3%, 5인실은 61.2%나 됐다. 상급병실을 택한 이유는 일반병실 부족이 52.7%로 가장 많았고 ‘쾌적하고 고급스러운 시설 때문’이라는 응답은 10.1%에 불과했다. 병원의 조치에 따라 상급병실에 입원한 환자들 가운데 62.3%가 사흘 안에 일반병실로 이동했다. 하루 만에 일반병실로 옮긴 경우도 25.3%나 됐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대형병원 2인실 건강보험 적용 추진

    대형병원 2인실 건강보험 적용 추진

    상급병실을 이용해야 하는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대형병원의 2인실도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하지만 가뜩이나 서울시내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는 현상을 더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10일 환자 의료비 부담의 ‘주범’으로 꼽히는 상급병실, 선택진료, 간병비 등 이른바 ‘3대 비급여’ 가운데 상급병실료 제도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고, 지금까지 ‘국민행복의료기획단’에서 논의한 대안 두 가지를 공개했다. 복지부는 의견 수렴을 거쳐 연말까지 개선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1안은 대학병원급 의료기관, 즉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일반병실 비율을 현행 50%에서 75%로 상향 조정하는 방식이다. 현행 건강보험 규정에서 일반병실은 6인실이지만 병원에 따라서는 4∼5인실을 일반병실로 운영하기도 한다. 복지부 비급여개선팀 권병기 과장은 “1안은 상급종합병원만 ‘수술’하고, 일반병실 입원이 어렵지 않은 일반 종합병원과 중소병원에 대해선 현재 체계를 유지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안은 전국 모든 병원을 대상으로 하되 종합병원·병원은 일반병실 기준을 4인실로 상향하고 상급종합병원은 2∼3인실로 올리는 것이다. 일반 종합병원의 상급병실도 더 낮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지만 모든 병원에 적용되므로 1안보다 훨씬 더 많은 건보 재정을 필요로 한다. 1안과 2안 모두 현재 상급종합병원에서 만연한 ‘울며 겨자 먹기’식 상급병실 이용 문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급병실에 입원하면 기본입원료를 제외한 병실료 차액을 하루에 많게는 수십만원까지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1안이나 2안으로 확정되면 일반병실이 지금보다 훨씬 많아지고, 2∼5인실 병실료의 일부(최대 20%)만 부담하는 식으로 바뀐다. 다만 2∼3인실의 병실료 부담은 치료에 필수적인 항목이 아닌 만큼 ‘진료비 본인부담 상한제’ 계산에서도 제외할 방침이다. 현재의 일반병실 부족 현상은 환자는 상위 대형병원으로 몰리고 대형병원은 수익증대를 위해 상급병실을 늘리는 현상이 맞물리면서 나타나는 문제다. 병원 규모가 클수록 일반 병실이 적다.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Big) 5 병원’의 일반병실 비중은 58.9%에 불과하다. 상급종합병원은 일반병실 비중이 64.9%, 종합병원은 72.6%, 병원급은 77.8%이다. 문제는 병실료가 낮아지면 빅5 병원으로 환자가 더 몰리게 되고 일반병실 대기자는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1안으로 확정되면 대형병원의 2인실 병실료가 일반 종합병원 2∼4인실 병실료보다 더 낮아지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서울시 북부병원, 이주외국인 돕기 위해 팔 걷었다

    서울시 북부병원, 이주외국인 돕기 위해 팔 걷었다

    서울시 북부병원(원장 권용진)은 최근 한국이주민건강협회 산하단체인 희망의 친구들(회장 김성수)과 의료지원협약을 체결했다고 8일 밝혔다. 그동안 의료 취약계층 이주민들은 질병이 발생해도 병원 문턱이 높아 제때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다. 이들이 병원을 쉽게 이용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진료비 문제와 간병서비스, 의료 통역서비스 때문으로 나타났다. 병원은 이번 협약을 통해 국내 거주하는 이주노동자, 다문화 가정, 난민 등 의료취약계층 이주민들의 의료안정망 확보를 위해 보건·의료·복지 통합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먼저 의료취약계층 이주민 중 병원비 지불능력이 없는 환자는 ‘301 네트워크(보건의료복지연계센터)’로 연계해 진료비와 간병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의료통역서비스는 한국이주민건강협회 통역인 자원을 활용해 원활한 의사소통을 돕는다. 특히 만성신장질환을 갖고 있는 취약계층 이주민들을 위한 혈액투석센터와 말기 암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완화병동, 뇌졸중 등 중증 재활치료가 필요 환자를 위한 전문 재활치료 분야에 의료지원을 집중할 예정이다. 권용진 북부병원장은 “국내 거주 외국인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만큼 외국인 취약계층도 늘고 있다”면서 “국적에 상관없이 의료가 필요한 사람이면 누구든지 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공공의료의 역할 중 하나인 만큼 우리병원에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의료서비스 자원을 활용해 이주민들의 건강안전망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배슬기 격정 베드신 ‘야관문’은 어떤 영화?

    배슬기 격정 베드신 ‘야관문’은 어떤 영화?

    배슬기 ‘야관문’ 어떤 영화? 배우 신성일과 배슬기가 호흡을 맞춘 영화 ‘야관문:욕망의 꽃’이 오는 11월 7일 개봉을 확정하면서 네티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배슬기와 신성일이 49세의 나이 차를 초월한 파격적인 베드신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화제다. ‘야관문’은 평생 교직에 몸담으면서 원칙만을 고수하며 살아오다 교장으로 정년퇴임을 한 암 말기 환자 신성일과 그를 간병하기 위해 찾아온 젊고 아름다운 여인 배슬기 사이의 이야기를 다룬다. 극중 신성일은 극중에서 배슬기를 향해 야릇한 욕망을 드러낸다. 하나 둘씩 드러나는 숨겨진 진실과 거부할 수 없는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두 사람이 어떤 파격적인 결말을 맺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배슬기 신성일 야관문 정말 기대된다”, “배슬기 신성일 노출 수위가 높다던데 어느 정도일까”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박근혜정부 갈수록 ‘보수본색’

    박근혜정부 갈수록 ‘보수본색’

    출범 7개월을 넘어선 박근혜 정부의 보수 색채가 점차 짙어지고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MB) 정권과의 차별화를 위해 경제민주화와 복지 어젠다 등 진보 진영 주장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면서 ‘건강한 보수’를 표방했지만 집권 이후 ‘우향우’ 기조가 눈에 띄게 강화되는 양상이다. 이 같은 보수색채 강화는 고정 지지층을 결집해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담보하는 효과를 내고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진보나 보수에 속하지 않는, 중도층의 공감대를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집권 초 북한의 강경 도발과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등이 잇따르면서 국정원과 청와대 내 매파(강경파)들의 목소리가 두드러지고, 온건 보수의 목소리가 힘이 빠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은 24일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민주적 절차보다는 통치 편의, 국민통합보다는 기득권층의 이익이 강조되면서 사회 전반의 보수화가 공고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수 회귀의 대표적 사례는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 핵심인 ‘한국형 복지’의 후퇴라는 지적이다. 한국형 복지의 핵심이었던 노인들에 대한 일괄적인 기초연금 지급과 4대 중증질환(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질환) 지원 공약은 일단 후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26일 기초연금 최종안 발표를 통해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매달 기초연금 20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대선 공약을 뒤집고 차등지급하는 수정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4대 중증질환 치료비 100% 보장 공약은 지난 2월 대통령직인수위 단계에서 선택진료비·간병비·상급병실료를 급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수정됐다.‘ 반값 등록금’과 ‘고교 무상교육’ 등 교육 분야 복지 공약도 재원 마련이 어려워 사실상 연기되는 분위기다. 지난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핵심 복지공약의 뼈대가 흔들리면서 ‘박근혜표 복지’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수 진영의 논리였던 선별적 복지로 돌아갔다는 질책도 나온다. 이념의 보수화 측면에서는 역사 재정립을 이유로 일제강점기와 군사정부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한 한국사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했고, 23일에는 ‘이승만 찬양’으로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는 유영익 한동대 교수를 국사편찬위원장에 내정했다. 진보 성향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해직 교원에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고 있는 규약을 개정하고, 간부로 활동하는 해직 교원 9명을 탈퇴시키지 않을 경우 ‘법외 노조’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 질서를 바꾸기 위한 경제민주화 공약도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라는 명분을 앞세워 일찌감치 후퇴했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아내가 연명치료 시작하던 날 내 육체적 고통은 해방됐지만 ‘죽음의 질’이란 고뇌는 깊어졌다”

    “아내가 연명치료 시작하던 날 내 육체적 고통은 해방됐지만 ‘죽음의 질’이란 고뇌는 깊어졌다”

    ‘긴 병에 효자 없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환자 옆에서 오랫동안 간병을 해야 하는 가족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질병으로 인한 가족 해체도 낯설지 않다. 더구나 한번 발병하면 상태가 좋아진다는 희망이라고는 없이 악화되기만 하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는 파킨슨병은 어찌 보면 종말을 향해 가는 ‘소모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파킨슨병에 걸린 아내를 10년이나 간병했던 김석규(77) 전 주일대사는 처음 발병 사실을 알았을 당시를 떠올리며 “병원마다 다니며 진찰을 받았다. 그때마다 ‘파킨슨병 아니죠’라고 물어보곤 했다”고 말했다. 40년간 외교관으로 일하다 2000년 주일대사를 끝으로 공직을 마친 김 전 대사는 2004년 1월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뒤 지난 1월 74세로 눈을 감은 아내 송혜옥씨 곁을 10년 동안 지킨 이야기를 담은 ‘파킨슨병 아내 곁에서-투병 10년의 고통, 간병 10년의 고뇌’를 최근 출간했다. 파킨슨병은 뇌신경세포가 파괴되면서 신체 기능이 점점 사라지다가 결국 죽게 되는 퇴행성 질환이다. 아내는 2002년 처음 감각이 둔해지는 증상이 나타났고 2006년 6월부터는 말을 전혀 못하게 됐다. 2007년부터 휠체어 신세를 졌다. 2010년 5월부터는 코를 통한 급식튜브로 영양을 섭취했고 4개월 뒤에는 음식을 위에 직접 주입하는 시술을 받았다. 파킨슨병에 걸려 몸이 점점 마비되는 아내를 간병하는 것은 육체적으로도 상당한 중노동이었다. 한밤중에 자다 일어나 환자를 부축해 화장실에 가면서 혹시라도 힘이 모자라 미끄러지기라도 할까 봐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건강이 나빠져 아내를 돌봐 주지 못하게 될까 걱정해 건강검진도 더 열심히 받았다고 했다. 김 전 대사는 아내가 인공호흡기를 연결하는 특수연명치료를 받게 되자 “육체적인 고통에서 해방된 시간”이 찾아왔다고 했다. 그는 “20개월 동안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아내를 보면서 무의미한 짓이라는 생각과 ‘그래도 사람 목숨인데’ 하는 마음이 수시로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제 우리는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맞이하는 죽음을 생각해야 한다”며 ‘죽음의 질’이라는 환자 자기 결정권을 조심스레 거론한다. 물론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그는 “아마도 연명치료를 할 것 같다”고 했다. 비슷한 상황을 맞은 사람에게 조언을 해줘야 할 상황이 닥치더라도 “연명치료를 중단하라는 말은 차마 자신 있게 못 하겠다”고 했다. 아내를 떠나보낸 뒤 김 전 대사는 “친구들 만나서 바둑도 두고 등산도 하며” 남들처럼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무심한 듯 “외롭다”는 말을 되뇌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복지행정 숨김 없이 多 보여주는 성동구

    복지 사각지대와 누수지대 문제는 복지정책에서 부딪치는 대표적인 논란이다. 복지 혜택이 가야 할 곳에 가지 못하고 가지 말아야 할 곳에 간다는 것이다. 최근 복지정책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자금은 대거 투입됐으나 전달 체계가 불명확해 혜택이 중복되거나 누락되기 일쑤라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성동구는 이 같은 비판을 막기 위해 17일 ‘e-나눔 복지통합관리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사각지대와 누수지대를 없애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복지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구성한 수혜자 중심의 복지 자원 통합 시스템이다. 구에서 관리하는 복지 후원사업은 디딤돌, 복지 자원 서비스, 가사 간병, 긴급 복지 지원, 노인 돌봄, 노인 식사 배달, 노인 밑반찬 배달, 에너지 효율 지원, 저소득 주민 건강보험료 지원, 주택 바우처 지원, 희망 온돌 따뜻한 겨울나기, 희망 온돌, 드림스타트, 성동 장학금 지원 등 19개에 이른다. 지금까지 이 사업을 관리해 온 곳은 구청, 동주민센터, 복지관, 각급 복지센터 등 모두 93개 기관이다. 이를 모두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통합관리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생기던 중복 혜택을 막고 사망이나 전출 등의 요인으로 인한 불법 수혜를 차단할 수 있게 됐다. 또 후원자와 수혜자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어 쉽게 자료를 분석할 수 있게 했으며 수혜자 가정을 직접 찾을 경우 위치기반정보시스템(GIS)을 통해 거주 정보와 이력 정보를 곧바로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1월부터 7개월간 현장 직원들의 의견까지 반영해 가며 구청 차원에서 자체 개발한 이 프로그램에 대해 구는 저작권 특허와 소프트웨어 등록 절차를 밟고 있다. 고재득 구청장은 “이번 모델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 복지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이 절감되는 것은 물론 복지 사각지대와 복지업무 종사자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도 줄어드는 1석 3조의 효과를 볼 것”이라면서 “이를 통한 복지행정 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더 애쓰겠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씨줄날줄] 안락사 논쟁/최광숙 논설위원

    스위스 취리히에는 ‘디그니타스’라는 일명 ‘자살 클리닉’이 있다. 디그니타스는 디그니티(존엄)를 뜻하는 라틴어다. 스위스는 안락사를 허용하는 나라다. 그러다 보니 이곳에는 스위스인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스스로 ‘죽을 권리의 실현’을 위해 찾아 온다. 이 클리닉은 ‘죽음의 여행’이라는 안락사 견학을 위한 단체 여행 프로그램까지 운영한다. 2011년 한 해 이곳에서 144명이 안락사했다고 한다. 백만장자였던 호텔 경영자 피터 스메들리도 그중 한 명이다. 근육이 경직되는 병으로 말하는 것도 음식물을 삼키기도 어려웠던 그는 아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초콜릿과 함께 독약을 먹고 세상을 떠났다. 영국 BBC 방송은 그의 안락사 과정을 다큐멘터리 ‘죽을 때를 선택한다’로 제작해 방송하면서 영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다.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환자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안락사는 크게 두 종류다. 약물 등을 사용해서 직접 사망케 하는 ‘적극적인 안락사’와 인공호흡기 등 생명 연장 장치를 떼어내는 ‘소극적 안락사’가 있다.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는 네덜란드·벨기에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적극적인 안락사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안락사를 허용한 나라에서도 여전히 안락사는 ‘뜨거운 감자’다. 지난 6월 청각장애에 이어 시력마저 잃게 된 쌍둥이 형제가 안락사로 세상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벨기에에서 안락사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붙었다. 43세에 불과하고 불치병을 앓는 것도 아닌 이들에게 안락사가 허용됐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안락사를 법제화한 네덜란드 에서도 최근 사망한 요한 프리소 왕자가 눈사태로 18개월째 의식불명이자 조심스럽게 안락사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최근 말기암으로 시한부 삶을 살던 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다른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버지를 목 졸라 살해한 20대 아들이 경찰에 붙잡히면서 향후 법정에서 안락사 논쟁이 일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인간이 스스로 생명을 끊을 권리를 가지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누가 감히 딱 떨어지는 답변을 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죽는 게 차라리 낫다는 환자들의 고통도 참으로 외면하기 어렵다. 최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무의미한 치료 중단을 입법화하자는 권고안을 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도 미국 마이애미에서 식물인간이 된 여성을 42년간이나 지극 정성으로 간병한 한 가족의 사연을 들으면 눈시울이 젖는 것은 왜일까. 그 여성이 자연사할 때까지 가족들은 곁을 떠나지 않겠다는 그녀와의 약속을 끝까지 지켰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지상파 하이라이트

    ■KBS 파노라마(KBS1 밤 10시) 우리 주변에 있는 병원은 이미 포화상태다. 이런 상황에서도 병원들이 돌아보지 않는 곳이 있다. 환자가 적어 수지가 맞지 않는 곳이다. 그런데 운영하면 할수록 적자가 쌓이는데도 우리에게 꼭 필요하기에 사명감으로 굳건히 버티는 병원들이 있다. 막대한 손실을 감당할 수 없는 민간병원의 공백을 채우는 곳, 바로 공공병원이다. ■스타 마음여행 그래도, 괜찮아(KBS2 밤 8시 55분) 가슴 속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가진 탤런트 박원숙, 오미연. 두 여배우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마음을 비우기 위해 중세시대의 분위기를 간직한 체코 보헤미아로 여행을 떠난다. 수많은 체코 남자들을 울린 박원숙의 완벽한 수영복 몸매와 거리 공연을 감상하던 중 경찰에게 끌려갈 뻔한 사연을 공개한다. ■투윅스(MBC 밤 10시) 재경(김소연)이 태산(이준기)에게 총을 쐈던 김 선생(송재림)을 체포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미 총은 찾을 길이 없다. 김 선생은 변호사의 신분 증명으로 풀려난다. 석두(김영춘)와 대준(김법래)은 전당포에 숨겨진 녹음기를 발견하고, 그 속에 녹음된 태산의 목소리를 듣고 경악한다. 한편 재경은 일석(조민기)을 오미숙을 살해한 혐의로 긴급체포한다. ■좋은 아침(SBS 오전 9시 10분) 드라마와 CF에서 인기 고공행진 중인 배우 금보라가 특전사로 제대한 듬직한 둘째 아들을 공개한다. 승민군은 세 아들 중 딸처럼 엄마 금보라를 내조하는 아들로, 집안일을 돕는 것은 물론 그녀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또 군대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 제대 날 엄마에게 선물까지 하는 효자 아들이기도 한데…. ■생활의 비법(EBS 오전 9시 20분) 더 이상 집안일은 여자의 몫이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 35%에 이르는 남자들이 살림을 도맡고 있다. 경기도 부천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는 김영근씨 가족은 날이면 날마다 사물놀이 장단 맞추는 일에만 매달리는 아내 때문에 싸움이 끊일 날이 없었다. 남편은 고심 끝에 가정의 평화를 위해 자신이 집안살림을 맡기로 한다. ■아버지와 딸(OBS 밤 11시 5분) 강원 횡성군 갑천면 하대리에 사는 김재원씨는 다섯 명의 딸이 있다. 아들을 낳으면 땅을 주시겠다는 아버지의 약속이 있었지만 재원씨는 딸만 다섯을 낳아 결국 땅을 받지 못했다. 지금은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게 전부다. 그런데도 야무지고 애교 많은 딸들 덕분에 절로 힘이 난다. 프로그램은 재원씨와 개성 강한 딸들의 시골살이를 펼쳐보인다.
  • 영세 자영업자 38만명 소득세 325억 환급

    국세청은 영세 자영업자 38만명의 초과 납부 소득세액 325억원을 추석 전에 돌려준다고 10일 밝혔다. 간병인, 대리운전 기사, 전기·가스 검침원, 음료·물품 배달원, 연예보조출연자, 모집수당 수령자 등이 주로 해당된다. 국세청은 “이들 중 상당수는 세법을 잘 몰라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라면서 “지난 9일부터 해당 환급 대상자들에게 안내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국세청 홈페이지(www.nts.go.kr)에서도 환급 대상 여부와 환급금액을 조회할 수 있다. 환급금은 세무서에 신고된 계좌가 있을 경우 지난 9일 계좌이체 방식으로 입금됐으며, 세무서에 신고된 계좌가 없을 경우는 국세환급금 통지서와 신분증을 갖고 우체국을 방문하면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 국세청은 이를 악용한 보이스피싱(전화 사기) 등 피해를 막기 위해 “자동응답전화기(ARS)나 금융회사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환급해 주는 경우는 절대 없으니 속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
  • 조윤선 장관, 위안부 할머니 모두 만난다

    조윤선 장관, 위안부 할머니 모두 만난다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6일 창원의 한 병원에 입원한 이효순(89) 할머니와 부산 동래구에 사는 이막달(91) 할머니를 만나는 것을 시작으로 현재 생존해 있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56명(국내 51명, 해외 5명 거주)를 모두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가부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개인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조 장관이 만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겨 고려대 한국사연구소가 추진 중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료 조사도 강화하기로 했다. 여가부는 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간병비와 치료사업비도 늘리고 위안부 강제 동원 피해 사실과 관련한 사료 정리 작업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뇌질환 환자, 잠자던 간병인 흉기 살해

    경남 마산중부경찰서는 29일 요양병원에서 간병인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환자 한모(65)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한씨는 이날 오전 2시 20분쯤 창원시 마산합포구 자산동의 한 요양병원 병실에서 자신의 침대 바로 옆 간이침대에서 자고 있던 간병인 김모(60·조선족)씨의 목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씨는 다른 환자들의 비명을 듣고 달려온 경비원에게 붙잡혀 경찰에 인계됐다. 한씨는 경찰 조사에서 “간병인 김씨가 평소 입원환자들을 괴롭혀 왔고 내 옷 주머니에 넣어둔 돈도 몰래 가져간 것 같아 흉기로 찔렀다”고 주장했다. 한씨는 뇌 관련 질환인 파킨슨병으로 지난 4월 이 병원 11인용 병실에 입원해 치료 중이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70대 치매 아내 살인 비극

    치매를 앓던 아내를 15년 동안 돌봐 온 80대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고 자살을 기도했다. 경찰은 오랜 간병에 지친 남편이 스트레스와 생활고에 시달리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5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4일 낮 12시 20분쯤 강서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에서 고모(79)씨가 숨져 있는 것을 외손자가 발견했다. 숨진 고씨 옆에는 남편 한모(82)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현장에는 “중병에 걸린 아내를 병간호하는 게 힘들어 내가 일을 저질렀다”고 적힌 종이가 발견됐다. 고씨는 질식사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한씨 옆에 다량의 수면제가 놓여 있었던 점으로 미뤄 한씨가 아내를 숨지게 한 뒤 수면제를 과다 복용해 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씨는 현재 병원으로 옮겨져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의식 불명 상태다. 고씨는 15년 전 고혈압으로 쓰러지고 나서 계속 거동이 불편했고, 2~3년 전부터는 치매를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는 혼자 이런 부인을 정성껏 돌봐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웃 주민은 “한씨 부부가 평소 사이가 좋아 손을 잡고 다녔다”면서 “그러나 최근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서 제외돼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다툼이 잦아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한씨가 진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회복되면 신병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uol.co.kr
  • 혼자 사는 것도 힘든데 지긋지긋한 질병까지… 용산구가 함께하겠습니다

    용산구가 서울시와 협력해 질병에 시달리는 노인을 대상으로 ‘간병 서비스’를 지원한다. 여기엔 식사, 세면도움, 옷 갈아입히기, 신체기능 유지, 구강관리, 목욕 보조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오는 12월까지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서울시 기초노령연금 수급권자를 대상으로 실시된다. 보다 많은 노인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기존의 노인장기요양서비스, 노인돌봄서비스 이용자는 제외한다. 지역 독거 노인 7715명 가운데 69명이 간병 서비스를 받게 된다. 1인당 연간 20시간 이내의 서비스를 지원받는다. 전액 무료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이용 가능하다. 신청을 원할 경우 ‘재가어르신 간병서비스 지원 신청서’를 동주민센터에 제출하면 된다. 해당 내용은 구에서 조사·확인을 거쳐 최종 확정하고 결과를 통보한다. 성장현 구청장은 “최근 독거 어르신의 숫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각종 질병과 거동 불편으로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에게 큰 보탬이 될 것”이라면서 “지역 주민의 많은 관심과 신청을 바란다”고 말했다. 자세한 문의는 사회복지과(2199-7107)로 하면 된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 위안부 피해 진술자 16명 중 2명만 생존

    일본 정부가 20년 전인 1993년 8월 4일 위안부 역사에 대해 사죄한 ‘고노 담화’를 발표할 당시 실태 조사에 응했던 위안부 피해 진술자가 국내에 단 2명 생존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늦기 전에 고노 담화 발표의 근거가 된 피해자 증언 등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관계자는 4일 “1993년 방한한 일본 정부 조사단에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 실태를 증언한 피해자 16명 가운데 현재 생존자는 윤모(82)·김모(87) 할머니 2명뿐”이라면서 “두 할머니는 모두 고령인 데다 한 분은 심각한 치매를 앓고 있고 다른 한 분은 고혈압과 당뇨 등으로 건강이 상당히 나빠 간병인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을 상대로 강제 동원 피해 배상 소송을 이끌고 있는 최봉태 변호사는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부인하는 일본 보수세력의 망언에 반박하려면 피해자 증언 등 자료를 공개해 일본 정부의 조사 내용만으로도 강제성에 논란이 없음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年10시간 정규수업 때 학폭 예방교육… 가해·부적응 학생 ‘대안교실’ 만든다

    年10시간 정규수업 때 학폭 예방교육… 가해·부적응 학생 ‘대안교실’ 만든다

    앞으로 학교폭력 예방교육이 정규 교과 시간에 실시된다. 피해 학생에 대한 정신적·경제적 피해보상 지원이 강화되고 가해 학생과 학교 부적응 학생은 학교 울타리 안에 마련된 ‘대안교실’에서 맞춤 교육을 받는다.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 학교폭력 가해 사실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심의를 거쳐 졸업 후 삭제하고 2년 동안만 기록을 보존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23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합동으로 열린 제5차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의 ‘현장 중심 학교폭력 대책’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춰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초·중·고교에서 폭력 예방교육이 방과후 학교나 창의체험 활동과 같은 비정규 교과 시간에 실시된다는 지적에 따라 교육부는 국어·윤리·사회 등 교과 시간을 활용해 1년에 10시간 동안 예방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어울림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한다. 어울림 프로그램은 오는 2학기에 300개교에서 시범운영을 시작해 2017년 전체 학교로 확대된다. 황홍규 교육부 학생복지안전관은 “초등학교 때부터 어울림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학생들이 학교폭력의 방관자 노릇을 하지 않고 적극적인 방어자와 해결자로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교육부는 또 오는 2학기부터 가해 학생과 학교 부적응 학생을 위한 대안교실 100곳을 시범학교에 설치하고, 학교폭력 예방활동을 적극 수행하는 학교 1000곳을 ‘꿈키움학교’로 선정, 지원한다. 학교 부적응 학생을 학교 바깥으로 밀어내지 않고 보듬기 위한 정책이다. 부적응 학생들이 학교에 정을 붙이고 자신의 잠재력을 점차 깨닫게 하는 것이 대안교실의 목표라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이번 대책에서 중요시한 것이 ‘예방교육’이라고 강조한 교육부는 학생들의 바른 언어습관 교육과 집단 따돌림 문제 해결에도 공을 들였다. 교육부는 언어문화 선도학교 150곳을 지정해 집중교육을 실시하고, 집단 따돌림이 발생할 경우 학생 자치위원회가 ‘교우 관계 회복기간’을 부여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등 처벌보다 관계 회복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교육부는 또 피해자가 가해자 정보를 기재하지 않아도 치료비 선지급을 요청할 수 있게 했고, 간병급여까지 지원 규모를 확대했다.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학교가 처리 단계별로 교육 당국에 실시간 보고하게 했고,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 보고하면 교원을 중징계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한편 폭력 이력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방안은 유지하되 졸업 후 삭제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이유로 교육부는 개선의 여지를 주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폭력 이력이 계속 남아 취업 기회를 박탈한다는 지적에 따라 2년 뒤 폭력 이력을 지우고, 자치위 심의를 거칠 경우 졸업 뒤 즉시 지우는 방안도 마련했다”면서 “졸업하는 해 학생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온정주의적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졸업 전 학생부 수정은 금지했다”고 설명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짐짓 속내를 떠보려다가 짐을 떠안게 된 배고령이 봄 꿩 제 울음에 놀라듯 화들짝 놀라 손사래를 치는데, 켕기는 구석이 있다 보니 손사래가 과장되어 대중이 없었다. 정한조는 아니래도 짐을 떠안길 작자가 나타나서 잘되었다 싶어 손사래를 치는 배고령의 손을 허공에서 잡아 앉히었다. 정한조는 발명할 틈도 주지 않고 윽박지르고 들었다. “아니 임자, 부리는 먼저 헐어놓고 발뺌은 왜 하나? 나로 말하면 오지랖 챙길 겨를도 없다는 것을 임자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기왕 말이 나온 김에 구월이 중신애비는 자네가 맡아서 혼사를 성사시키도록 하게. 성사만 시킨다면 술값 용채는 내가 책임을 짐세.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우리 행중에 임자같이 신실한 중신애비가 있을 줄은 미처 몰랐네.” “아닙니다요. 월천댁에게 허튼소리 몇 마디 했다가 쥐어박히고 나면 그 망신살을 어찌 감당하겠습니까.” 호랑이를 그리려다 똥개를 그려 면목이 없게 된 배고령이 머쓱한 얼굴로 아닌 보살하고 간신히 접소를 빠져나오긴 하였는데, 등골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울타리 밑에 앉아 담배를 연거푸 두 대나 죽이고 나서 도방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자리에 있는 이웃 숫막을 찾았다. 천봉삼은 무릿매를 맞아 얻은 장독이 삭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휘진 몸뚱이에 간혹 가다가 뒤틀린 오장육부를 죄다 쏟아낼 듯 토하곤 했지만 치명적인 증상은 보이지 않았다. 간병이 알뜰하던 월이는 아직까지 몰골이 파리하고 초췌하였으나 다소 기운을 차리고 도방에서 시키는 대로 동자치 노릇을 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적굴에서 붙잡혀 와서 엄살을 부리는 늙은이들 수발에도 품앗이를 아끼지 않았다. 음성도 침착하고 두길보기하지 않는 처신이 처량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해서 정한조도 뒤를 싸주는 것 같았다. 배고령이 머쓱한 얼굴로 나간 뒤에 턱을 고이고 앉아 있던 정한조가 뒤뜰에서 궁싯거리는 만기를 불러 앉히었다. 불러 놓고 만기의 기색을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던 정한조의 입에서 천만뜻밖의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만기… 자네 본래 이름이… 연임이 아니던가?” 그 말이 떨어지자, 멀뚱한 얼굴로 앉아 있던 만기가 금방 파랗게 질려 얼른 고쳐 앉으며 정한조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적당을 소탕한답시고 북새통을 벌이느라,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네만, 샛재 비석거리에 있는 월천댁 말일세. 얼마 전에 임자를 데릴사위 삼겠다고 나더러 정색하고 중신애비가 되어 달라는 청을 넣었다네.” 느닷없고 어처구니없어 말구멍이 막혀버린 만기가 대꾸를 못 하고, 처연하게 정한조를 쳐다만 보는데, “임자의 본색이 계집사람이란 것을 아는 사람은 지금 행중에서 나 하나뿐이지만,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까? 소금 상단에 끼어들기 위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소년 때부터 변복으로 사내 행세하고 있지만, 나 역시 이런 생뚱맞은 일이 생기리라고는 미처 예측을 못 했네.” 평소에는 정한조 앞에서 우물쭈물 얼버무리기 잘하던 만기가 그 대목에 이르자 분명한 어조로 말하였다. “지금까지 잘 견뎌왔는데, 하찮은 일로 본색을 드러낼 까닭이 없습니다.” “임자의 심사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차제에 본색을 밝혀 월천댁이 일찌감치 단념토록 하는 것도 도리가 아닌가. 월천댁으로 말하면 십이령길을 넘나드는 우리 행중과는 20년 가까운 인연을 맺고 있어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가 아닌가. 식솔이나 다름없지. 그런 사람에게 오래도록 딴청 피워 속내를 괴롭힌다는 것도 도리가 아닐세. 뿐만 아니라, 지금 접소에서 동자치 노릇하는 월이란 아낙네 말일세. 그 여인네를 지켜보자니 매우 총기도 있고 심덕도 무던해서 같은 계집사람으로서 서로 심금을 털어놓고 의지하고 살아도 무방할 것 같으니 내가 권할 때, 아주 본색을 밝혀버리면 마음 편할 것 같지 않은가.” “지금 와서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럴 수 없다니? 그럼 평생 동안 남장으로 행세하며 살겠다는 것인가? 언젠가는 본색을 밝혀야 하지 않겠나. 본색을 밝혀야 한다면 지금이 바로 그때가 아닌가.” “월천댁 일은 시생이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본의 아니게 밖에서 서성이다가 엿듣게 되었습니다만, 배고령이 그 댁 구월이에게 정분을 둔 것 같습니다. 배고령이 야밤에 월이의 손목을 낚아채서 집 밖으로 나가 정분 나누는 것을 우연히 엿본 일도 있습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더니 세상에 비밀이 없군그려. 그 말이 적실한가?” “뉘 앞이라고 거짓 발고하겠습니까.” “그것 참…그런 일이 있었군.” “월천댁 일은 시생에게 맡겨주십시오. 사내 행세하는 것이 몸에 배어 그지없이 편안할 뿐 아니라, 딱히 염두에 둔 남정네도 없습니다. 또한 우리 행중과는 한 식솔이나 다름없는 나귀들에게도 정이 들어서 떨어져 살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시생에게 낙이 있다면 나귀들을 돌보는 일입니다. 나귀들도 시생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아마도 뿔뿔이 흩어져 사방으로 튈 것 같습니다. 말이 없어 그렇지 눈치와 속내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시생과 같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합니다. 이번 일은 더이상 거론하지 말아주십시오. 나귀들과 동행으로 도감 어른을 모시고 작반하는 것이 시생에겐 더없는 낙인데 어찌 하찮은 일로 시생을 내치려 하십니까.” 그때, 정한조는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만기를 나무랐다. “그만 하게…임자의 고집도 어느새 나귀들 뺨치겠군그려. 그렇다면 만기가 배고령과 구월이 혼사가 무사히 맺어지도록 중신애비가 되어주면 좋겠군. 하냥다짐을 해도 좋겠지?” “도감 어른께서 더이상 시생을 두고 거론하지 않으시면 주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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