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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게 뮤지컬이라고? 공연의 무한한 확장성 뽐내는 ‘그레이트 코멧’

    이게 뮤지컬이라고? 공연의 무한한 확장성 뽐내는 ‘그레이트 코멧’

    지금까지 이런 뮤지컬은 없었다. 낯선 경험의 연속은 공연 한 편이 이렇게나 짜릿할 수 있다는 걸 제대로 보여준다. 음악, 춤, 연주, 앙상블, 무대 등 뮤지컬에서 즐길 수 있는 각각의 요소를 극대화해 쉴 틈없이 압도된다. 그야말로 공연 그 이상의 공연이다.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이머시브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이 전례 없는 무대를 선보이며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1828~1910)가 쓴 불멸의 명작 ‘전쟁과 평화’의 제2권 5장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영감을 얻었다. 뮤지컬의 원래 제목은 ‘나타샤, 피에르 그리고 1812년의 대운석’이다. 작품의 배경은 1812년 모스크바. 젊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전쟁터에 나간 약혼자 안드레이가 돌아오길 기다리다가 매력적인 젊은 군인 아나톨을 만나 점차 빠져들게 된다. 한순간의 끌림에 사로잡힌 나타샤가 아나톨과 도주하려고 할 때 이들의 계획이 발각되면서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고 나타샤는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모두 잃을 처지에 놓인다. 안드레이의 친구이자 러시아 백작의 서자로서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피에르가 나타샤를 찾아가 희망과 위로를 준다는 게 대략적인 이야기다.2024년의 한국과 시대는 물론 거리, 문화적으로도 동떨어진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서사가 잘 와닿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레이트 코멧’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환상적인 연출을 통해 이런 거리감을 없앴다. 이 공연의 가장 큰 매력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점이다. 관객들은 뮤지컬 ‘캐츠’처럼 등장인물들이 복도에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배우들은 관객과 적극적인 스킨십을 통해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만든다. 관객이 함께 악기를 연주하고, 배우에게 편지를 전달하고 반지를 받는 것은 물론 파티가 열릴 땐 공연장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클럽으로 변신하는 등 관객들도 시시때때로 공연에 참여하는 배우가 된다. 유니버설아트센터 특유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는 19세기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의 서사를 더 완벽하게 완성하는 요소다. 제작진은 공연장의 원래 색과 문양을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한편 앞쪽 객석을 아예 들어내 그 자리에 겹겹의 거대한 원형무대를 확장 설치했다. 기존에 이곳에서 다른 공연을 봤던 관객이라면 공연장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게 된다. ‘그레이트 코멧’을 단순히 뮤지컬로 정의할 수 없는 것은 음악적 장르의 폭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원작자 데이브 말로이는 이 작품을 ‘일렉트로 팝 오페라’라고 정의했는데 그의 말대로 팝, 일렉트로닉, 클래식, 록, 힙합 등 다양한 음악이 등장한다. ‘그레이트 코멧’은 총 27곡의 넘버로 구성된 성스루 뮤지컬인데 다른 작품에 비해 음악 듣는 재미의 차원이 다르다.이런 엄청난 작품을 소화하려면 출연진의 역량과 체력이 정말 뛰어나야 한다. ‘그레이트 코멧’은 앙상블과 주연 배우들은 물론 무대 한가운데서 지휘하는 음악감독과 라이브 밴드까지 정말 수준 높은 무대로 감탄하게 만든다. 배우와 연주자를 함께하는 액터 뮤지션들이 작품에 풍성함을 더하다 보니 공연의 품격이 남다르다. 이번이 재연인데 초연을 팬데믹 기간인 2021년 3~5월에 했던 탓에 아쉬움이 컸던 제작진이 제대로 칼을 갈았다는 것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공연의 주인공은 관객이라고 하는 수식어가 뻔하지 않도록 ‘그레이트 코멧’은 진정으로 관객들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위대한 작품이다. 공연은 6월 16일까지. 피에르는 하도권·케이윌·김주택, 나타샤는 이지수·유연정·박수빈, 아나톨은 고은성·정택운·셔누가 맡았다.
  • 19년 6개월간 꾸준히 팔렸다…최장기 스테디셀러 ‘호밀밭의 파수꾼’

    19년 6개월간 꾸준히 팔렸다…최장기 스테디셀러 ‘호밀밭의 파수꾼’

    지난 20여년 동안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책 1위로 ‘호밀밭의 파수꾼’이 꼽혔다. 교보문고는 2002년 10월부터 2024년 4월까지 매달 100권 이상, 5년 이상 지속적으로 팔린 ‘최장 스테디셀러’ 100종의 목록을 27일 발표했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2004년 11월부터 무려 234개월(19년 6개월) 연속으로 매달 100권 이상 판매되는 기록을 세우며 1위에 올랐다. 20세기 미국 문단의 이단아로 불리는 J. D. 샐린저가 1951년 낸 소설로, 사립학교의 문제아 홀든 콜필드가 퇴학을 당하고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며칠간 일을 그렸다. 전 세계 누적 판매 7000만부를 넘었고, 미국 도서관 최다 대출을 기록한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2위는 2006년 5월부터 216개월(18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데미안’이 차지했다. 독일 문학의 거장이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헤르만 헤세가 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19년 낸 자전적 소설이다. 열 살 소년이 스무 살 청년이 되기까지 고독하고 힘든 성장의 과정을 그렸다. 2006년 7월부터 여태껏 사랑받는 다다 히로시의 그림 동화책 ‘사과가 쿵!’이 3위였다. 여러 동물이 큰 사과를 먹다가 비가 오면서 서로 협력하고 양보하게 되는 모습을 푸근하게 담았다.100권 가운데 분야별로는 소설이 34종으로 가장 많았다. 인문·교양 20종, 유아·어린이 16종, 시·에세이 15종, 비즈니스 15종 순이었다. 소설 분야에서는 ‘1984’를 비롯해 ‘앵무새 죽이기’, ‘노르웨이의 숲’, ‘자기 앞의 생’ 등이 포함됐다. 인문·교양 분야에서는 ‘생각의 탄생’,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과학 분야에서는 ‘코스모스’가 이름을 올렸다. 어린이·청소년 도서로는 ‘100층짜리 집’, ‘아홉 살 마음 사전’, ‘마법천자문’ 등이, 청소년 소설로는 ‘시간을 파는 상점’ 등이 포함됐다. 비즈니스 분야는 유튜브에서 인기 있는 재테크와 자기계발 채널에서 소개된 ‘자본주의’, ‘언스크립티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등도 포함됐다.
  • 우리 이어 신한도 참여… 판 커지는 네 번째 ‘인뱅’ 잡기

    우리 이어 신한도 참여… 판 커지는 네 번째 ‘인뱅’ 잡기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가 지난 1분기 괄목할 만한 실적을 거둔 가운데 제4인터넷은행 인가를 따내기 위한 경쟁에 시중은행들이 속속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미 4000만 고객을 확보한 인터넷은행 3사의 자리가 공고한 상황에서 어떤 혁신적인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네 번째 인터넷은행의 출범 요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소상공인을 위한 특화 금융에 방점을 찍은 KCD뱅크 컨소시엄 참여 의사를 공식화했다. 신한은행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특화한 더존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인터넷은행 설립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미래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이미 케이뱅크 지분 12.58%를 갖고 있으며, 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지분 4.88%, 하나은행과 SC은행은 토스뱅크의 지분 각각 8.99%, 6.67%를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신한은행만 유일하게 인터넷은행에 지분 투자를 하지 않았지만, 금융당국이 신규 인가 방침을 밝힌 지난해 7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인터넷은행 참여를 검토해 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의 빠른 성장과 함께 수익을 거둘 수 있고, 전통 은행들이 규제에 막혀 하지 못한 다양한 시도들을 인터넷은행과 협력해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선 우리은행이 참여를 확정한 KCD뱅크는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전국 140만 소상공인이 이용하는 장부 및 매출 관리 서비스인 ‘캐시노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게 특장점이다. 2020년 우리은행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소상공인을 위한 비대면 대출상품을 출시한 바 있으며, 2022년에는 국내 처음으로 전업 개인사업자신용평가사를 설립했다. 더존뱅크를 이끄는 더존비즈온은 대부분의 기업이 이용하고 있는 전사적자원관리(ERP) 국내 1위 기업이라는 점이 강력하다. ERP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중소기업 특화 신용평가 모델을 구축했으며, 2021년 신한은행과 협약을 맺고 합작법인 테크핀레이팅스를 설립했다. 현재 기업특화 신용평가(CB) 사업 본인가를 앞두고 있다. 또 다른 컨소시엄인 소소뱅크는 ‘소상공인을 위한 은행’을 만들기 위해 진짜 소상공인과 소기업 단체 35곳이 모여 설립준비위원회를 꾸린 것이 특징이다. 850만 소상공인 회원들이 주주처럼 출자하는 방식이다. 2019년 세 번째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때 토스뱅크에 밀린 경험이 있다. 유일하게 소상공인 특화를 내세우지 않은 U뱅크는 중금리대출, 세금환급, 외화 송금 및 결제 등 각각의 금융서비스를 특화한 핀테크기업들이 중심이 돼 노인과 외국인 등을 위한 포용 금융을 내세웠다. 금융회사로 현대해상이 참여 의사를 밝혀 주목된다.
  • 어쩌면… 모든 날 중 완전히 잃어버린 날은 한 번도 웃지 않은 날이다[강동삼의 벅차오름]

    어쩌면… 모든 날 중 완전히 잃어버린 날은 한 번도 웃지 않은 날이다[강동삼의 벅차오름]

    #삶은 참 잔인하거나 지독할 수도, 풍성할 수도 있다…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결국 우리는 육신의 껍데기를 벗고 거대한 흐름 속에서 사라져 티끌로 돌아갈 것이다. 원래부터 우리는 잠시 스치는 존재, 우리를 초월하는 전체의 한 파편이었다. 그동안 잘 버텨왔고 아직도 세상에 호의를 느낄 수 있음을 기뼈하자. 행복한 인생이었든 고통스러운 인생이었든, 어느덧 땅거미가 내려 앉으니 우리에게 주어진 행운의 크기가 가늠된다. 우리는 상처 받았지만 충만함을 얻었다. 이루어지지 않은 기도가 참 많다. 그러나 우리가 올리지 않았던 기도가 백배로 성취되기도 했다. 우리는 악몽을 관통했고 보물을 받았다. 삶은 참 잔인하거나 지독할 수도 있고 풍성할 수도 있었다. 당연히 받았어야 했던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 터무니 없는 은총이 감사하다.”(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중에서) # 사람들이 떠나고 남은 곳은 숲이 됐다… 치유란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여권같은 것 ‘늙는다는 것은 서서히 보이지 않게 물러나는 것’. 삶이 삭막해져 간다. 점점 더 삶이 황폐해져 간다. 의지할 곳이 없을 만큼, 기댈 곳이 없어질 만큼, 고단한 삶이다. 몸도 무겁도 마음도 무겁다. 누군가가 손으로 쿡 찌르면 마치 물 먹은 스펀지마냥 물기가 배어나오듯,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다. 사람에 부대껴 살며 참고 산 인생들이 지친 삶을 위로 받기 위해 ‘사람’이 아닌 ‘숲’으로 치유받으러 떠난다. ‘치유’의 사전적 의미를 되새겨본다. 치료하여 병을 낫게 함이란다. 영어로는 healing. 인간의 정신적·신체적 상태가 회복되는 것으로서 치유(治癒)라고 한다고 정의가 내려져 있다. 그래서 치유란 우리가 일상으로 돌아가는데 필요한 여권은 아닐까. 치유라는 이름의 숲이 서귀포에 있다. 한국관광의 별 본상을 수상하고 제주도 주관 최우수 공영관광지로 선정됐으며 웰니스 관광지로 선정된 ‘서귀포 치유의 숲’이다. 제주공항에서 평화로를 타고 서귀포로 향하다가 산록도로를 탄다. 메밀국수로 유명한 한라산 첫 마을 광평리를 지나고 핀크스골프장을 거쳐 중문을 지나 호근동쯤에 이르면 조그만 로터리가 나오면 한바퀴 돌고 북쪽으로 접어들면 된다. 공항에서 약 50분 정도 소요되지만, 한적한 산록도로에서 만나는 평범한 풍광들이 시시한 여행을 구한다. 사전에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하면 좋지만, 당일 아침 예약이 거의 가능하다. 시간대별로 예약이 이뤄지지만 좀 일찍 도착해도 좀 늦게 도착해도 받아준다. 팍팍하게 시간을 엄수하지 않아도 되니 무계획적인 발걸음을 또 구한다. 음식물은 최대한 가방 속에 넣어야 한다. 입장료는 1000원. 서귀포시민은 무료다. 난, 무료로 입장한다. 서귀포시민이 제주시 절물휴양림에 가면 입장료를 내야 하고 제주시민이 서귀포 자연휴양림에 오면 입장료를 내야 한다. 이해하기 힘든 제도지만, 제주사람들은 그냥 쿨하게 받아들인다. 입장하기 전에 해설사가 아주 간단히 입장할 때 주의점과 숲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있다. 해설사는 이곳은 100년 전만 해도 숲이 아닌, 호근동 마을처럼 사람들이 살던 곳이었단다. 삼나무숲 조림사업이 이뤄지면서 집들이 사라졌단다. 그래도 흔적은 남아 있다고 한다. 산책로 곳곳에 돌담들이 있는데 바로 동네 올레길이었단다. 물론 마을목장의 울타리 역할도 했다고 전한다. 해설사의 한 마디때문인지 산책하는 내내 돌담들만 보인다. # 쉬엄쉬엄 산책하다 지치면 숲멍… ‘가베또롱’ 쉼표가 되는 곳치유의 숲엔 산책로가 너무 많다. 노고록 무장애나눔길(1㎞), 가멍오멍 숲길(1.9㎞), 가베또롱 치유숲길(1.2㎞), 벤조롱 치유숲길(0.9㎞), 숨비소리 치유숲길(0.7㎞), 오고생이 치유숲길(0.8㎞), 쉬멍 치유숲길(1.0㎞), 엄부랑 치유숲길(0.7㎞), 산도록 치유숲길(0.6㎞), 놀멍 치유숲길(2.1㎞), 하늘바라기 치유숲길(1.1㎞) 등이다. 어디로 접어들어도 ‘가멍오멍 숲길’ 큰 길로 통한다. 입구에서 오른쪽 나무데크인 노고록무장애나눔길은 호젓해서 좋다. 노고록은 ‘여유있는’ 이라는 제주어다. 보행약자도 길을 따라 심림욕을 즐기며 편안하게 산책할 수 있게 조성된 경사가 완만한 숲길이다. 마치 곶자왈 같은 밀림 숲으로 들어선 느낌이다. 벤치들도 군데군데 있고 누워서 피톤치드를 마시며 삼림욕할 수 있는 1인용 나무베드가 있어 사람들이 조용이 멍 때리고 있는 모습을 자주 만난다. 워싱턴포스트지에도 소개된 이곳 ‘멍때리기 대회’는 유명하다. 그만큼 상념을 잊고 오롯이 내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마주할 수 있다. 쉬엄쉬엄 산책하다가 지치면 잠시 벤치에 누워 편백나무 숲 끝자락의 푸른 하늘을 만나면 말 그대로 ‘쉼표’가 된다. 5분만 쉬었다가 다시 걸어도 한결 몸도 마음도 충전되는 느낌이다. 왜 치유의숲인지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홀로 산책하다가 우연히 만난 해설사를 동반한 탐방객과 어울린다. 해설사가 ‘가베또롱 치유숲길’ 앞에서 서어나무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가베또롱은 ‘가뿐한’, ‘가벼운’이라는 제주어다. 서어나무는 참나무가 많지 않은 제주에서 참나무 같은 역할을 한단다. 버섯 재배할 때도 쓴단다. 나무가 근육질이다. 늙어갈수록 사람들의 신체와 달리 근육질 나무로 변한단다. 그 옆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촬영한 조록나무숲도 만난다. 조록나무는 제주인들이 초가집을 지을때 기둥으로 많이 썼던 목재였단다. 못을 박아도 안 박힐 정도로 단단하단다. 연북정과 제주향교의 기둥 일부로 쓰이기도 했다. 해설사를 잠깐 만나 숲 이야기에 빠지니 탐방이 풍요로워지는 느낌이다. 23일 숲해설사들을 교육했던 한상봉 한라산 인문학연구가는 “이곳 엄부랑숲에서 만나는 키 큰 나무들 중 두갈래로 쭉쭉 뻗어오른 나무들은 일제강점기에 심은 나무들”이라며 “4·3때 피해를 입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는 당시에는 못생기고 쓸모없는 나무들이었기 때문”이라고 사석에서 전했다. 일평균 최대 600명까지만 입장을 통제하는 이 치유의 숲은 한해 20만명이 찾는 명소가 됐지만, 홀로 탐방할 땐 조심해야 한다. 경고문구도 써 있다. 야생동물 멧돼지와 들개가 출몰할 수 있어 주의하라는 안내판들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아름다운 생명상’ 대상을 받은 엄부랑숲에서 들개를 만나다오전 일찍 방문해서인지 2017년 산림청이 주관한 제17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아름다운 생명상(대상)을 받은 엄부랑숲이 시작되는 곳에서 정말 들개를 만난다. 등산용 스틱이 하나 있어 안심됐지만, 은근히 경계심을 늦출 수 없었다. 갑자기 몰골이 송연해지는 느낌이었다. 털이 너저분하게 자라고 군데군데 빠지기 까지한 검은 개(안타깝게도 누군가가 버려 들개가 됐을 것이다)가 나를 보더니만 큰길에서 숲길로 빠지는 모습이다. 근데 웬걸. 숲에 앉아 멀뚱히 내가 지나가는 모습을 응시한다. 나도 응시한다. 인근엔 데크 보강공사를 하느라 인부들이 기계음 소리를 내고 있다. 들개는 내가 지나가기를 바라는 모양이다. 나는 지나친다. 경고문에는 혹시라도 들개를 만날땐 먹이를 주러 다가가지 말라고 한다. 시각적·청각적으로 들개를 자극하지도 말고 최대한 움직이면 안된다. 시선을 주지 않고 천천히 그자리를 벗어나야 한다고 쓰여있다. #안개가 피어오른 시오름… 분화구 없는 수컷오름에서 無를 만나다힐링센터에 도착하니 스멀스멀 안개가 밀려오며 숲에 자욱하게 깔리고 있었다. 시야가 흐려지니 들개출몰할까 시오름까지 갈때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시오름으로 향하는 탐방객들 일행들과 만나 함께 보폭을 맞췄다. 탐방객들이 서서히 불어나기 시작하니 들개 걱정이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힐링센터 옆엔 치유샘 물소리를 만날 수 있어 반갑다. 올라오면서 비운 삼다수 물병에 지하 암반수 물을 가득 받아 시오름으로 향한다. 오르막 계단을 약 15분쯤 오르니 시오름 정상이다. 시오름에는 분화구가 없다. 시오름의 한자명은 웅악(雄岳)으로 수컷오름 또는 숫오름(수오름)이라고 부르던 것이 시오름으로 와전됐다. 산정이나 산허리에 움푹 팬 화구가 없어 여물고 도드라진 생김새를 수컷으로 상징한 이름었다. 그래서인지 정상 전망대 역시 협소했다. 안타까운 건 우거진 나무사이로 펼쳐져야 할 한라산은 안개에 묻혀 산 능선, 그 윤곽조차 보이지 않았다. 사라진 한라산의 모습이 더 궁금해졌다. 무엇을 만나길 기대해 올라온걸까. 이처럼 없음을, 무(無)를 원한 것일까. 아니면 ‘시시한 일상이 우리를 구할’ 거라 생각했을까. 텅빈 마음. 비움. 숲멍하는 시간의 숲이 나의 무료함을 구했다. #잠깐, 여기서 쉬었다 갈래…포도뮤지엄 ‘어쩌면 아름다운 날’ ‘모든 날 중 완전히 잃어버린 날은 한 번도 웃지 않은 날이다.’(니콜라스 세바스티안 드 샹포르) 제주 포도뮤지엄이 개관 3주년을 맞아 지난 4월말 전시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을 무료로 개방했다. 평소 한번 방문하고 싶었던 이곳은 핀크스골프장 인근 한 호텔 옆에 있다. 아포리즘으로 유명한 16세기 프랑스 작가 니콜라스 세바스티안 드 샹포르가 남긴 말이 쉐릴 세인트 온지(2018-2020) 작가가 치매를 앓는 어머니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흑백 작품과 함께 강렬한 문구로 다가온다. 노인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기록하는 온지의 어머니는 2015년 혈관성 치매를 진단받았다. 나른한 햇살이 창에 스며드는 어느 오후에 문득 작가는 어머니를 바라보게 되고 어머니의 삶 속에서 가볍고도 명랑한 순간들을 포착해낸다. 부모님과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이 전시회를 둘러보는 것도 의미가 깊을 듯 하다. 노화와 인지저하를 주제로 한 전시다. 루이스 부르주아, 로버트 테리엔, 시오타 치하루, 정연두, 민예은 등 국내외 작가 10인의 작품을 통해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는 오늘날, 노년의 삶을 대하는 우리의 시선에 온기를 더하고 세대간의 공감을 모색한다. 늙어간다는 것. 그것은 우리의 정체성과 기억의 연속성을 해체하고 사물과 감각의 지층을 서서히 허물어뜨리는 과정으로 마침내 우리를 완전히 고립시켜 내면의 무한한 공간 앞에 홀로 서게 한다. 캐나다 태생의 알란 벨처는 사진과 조각의 촉각적 접목을 시도해 새로운 시각적 언어를 창조하는 미술가. 수년간 방치되었던 노트북을 다시 켠 것처럼 깨진 이미지 파일들이 벽면에 즐비하다. JPEG(.jpg) 파일의 디지털 아이콘들은 클릭할 수 없게 단단히 굳어버린 듯. 이 전시의 백미는 20세기 최고의 페미니즘 작가인 루이스 부르주아(1911~2010)의 ‘밀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불륜으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기도 한 그는 60년 가까이 무명 시절을 보내고 뒤늦게 1982년 70세의 나이에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회고전을 열며 큰 명성을 얻었고, 1999년 이탈리아 베니스비엔날레에서는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40억원선에 거래된다. 페인트가 벗겨진 낡은 문짝들이 벽처럼 둘러서 있고 문틈 사이로 보이는 앙상한 철제 침대, 어지럽게 놓인 유리병과 의료도구들은 누군가의 고립된 세월과 심리적 경계를 유추하게 한다. 낡은 매트리스처럼 놓인 우편 자루에는 ‘나에겐 기억이 필요해. 그것은 나의 기록들이다(I need my memories, they are my documents)’ 등이 의미심장한 글귀들이 붉은 실로 수놓아져 있다. 유년시절 장기간 병상에 누워있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다루고 있는 ‘밀실1’은 1991년작으로 불행과 슬픔을 극복하고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듯 하다. 이 작품은 무려 470억원에 달한다고 큐레이터가 얘기해 깜짝 놀란다. 전시회 끝에선 100년을 살다가 생을 마감한 6m의 거대한 배롱나무로 조성한 몰입형 설치미술 ‘Forget Me Not’ 포도뮤지엄과 수무의 공동작업을 마지막으로 만난다. 전시장 안에서 다시 태어난 배롱나무의 이야기를 앉아 듣고 있노라면 각자의 어린시절을 회상하게 되는 듯 하다. 내년 3월까지 진행되는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의 전시는 ‘기억이 소멸해도, 사랑은 더 근원적인 형태로 남아 우리와 함께한다’는 메시지는 큰 울림을 전해준다. (프롤로그에 발췌한 글은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 전시회 벽에 나붙은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문장으로 시작했음을 밝혀둔다.)
  • 성북구 반려견 산책교육 ‘슬기롭개 함께하개’

    성북구 반려견 산책교육 ‘슬기롭개 함께하개’

    서울시 성북구가 반려동물 양육가구 증가에 따른 이웃 갈등을 예방하고 반려동물과 행복한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반려견 전문훈련사와 함께하는 반려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1차 교육은 지난 22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북악산 근린공원에서 진행했고, 2차 교육은 오는 25일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진행될 예정이다.반려견 교육은 전문가와의 일대일 맞춤 상담을 통해 반려견의 문제행동을 공유하고 맞춤형 교정 방안을 제시했다. 또 반려견과 산책 시 올바르게 목줄 잡는 방법, 눈맞춤 교육 등 보호자가 주도권을 갖고 개의 행동을 조절하는 방법에 대해 다뤘다. 전문 강사 2명과 3명의 보조강사가 반려견 각각의 문제행동에 대한 개별 면담을 진행한 뒤 행동 교정을 도왔다. 북악산 근린공원 내 자연 친화적인 환경 속에서 산책 코스를 도는 등 즐거운 시간도 가졌다. 1차 교육 후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참가자들은 교육 장소와 강사, 교육 내용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성북구는 이번 상반기 교육 의견을 수렴하여 하반기 교육도 내실 있게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25일 진행되는 반려견 교육에 관한 문의 사항은 성북구 지역경제과 동물보호팀(02-2241-3933)으로 연락하면 된다.
  • 尹대통령 “26조원 규모 반도체산업 종합지원방안 마련”

    尹대통령 “26조원 규모 반도체산업 종합지원방안 마련”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제2차 경제이슈점검회의에서 반도체 산업에 26조원 규모를 지원하는 반도체산업종합지원방안을 논의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회의에서 우선 17조원 규모의 반도체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해 반도체 기업의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1조원 규모 ‘반도체 생태계 펀드’를 조성해 유망한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 전문회사)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지원하는 한편 올해 일몰을 앞둔 반도체 투자세액공제 지원도 연장하기로 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투자를 뒷받침할 전기·용수·도로 등 인프라를 정부가 책임지고 빠른 속도로 조성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반도체 산업 지원이 ‘대기업 감세’라는 일각의 주장에는 이번 반도체 종합지원 프로그램의 혜택이 70% 이상 중소·중견기업에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획기적인 추가 대책을 마련하라고 산업통상자원부에 지시했다. 시스템반도체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3분의 2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지만 우리나라 팹리스 업계의 시장 점유율은 1% 수준에 머무는 점에 대해 윤 대통령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세계 각국이 국가의 운명을 걸고 산업 전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장관들이 기업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부처 간, 부서 간 벽을 허물고 총력을 다해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한화진 환경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참석했다.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 박춘섭 경제수석, 박상욱 과학기술수석, 왕윤종 안보실 3차장 등도 자리했다.
  • 日정부 ‘아낌없는 반도체 투자’에 제동… “경제력 대비 지나쳐”

    日정부 ‘아낌없는 반도체 투자’에 제동… “경제력 대비 지나쳐”

    반도체 산업에 전례 없이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과거 영광을 되찾으려던 일본 정부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일본 재무성이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반도체 업계 지원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이와 관련한 내년도 예산 편성을 놓고 대폭 지원을 요구하는 경제산업성과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사이토 겐 경제산업상은 지난 21일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기술, 비즈니스 면에서 글로벌 톱을 목표로 하겠다”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이토 경제산업상은 일본 정부가 디스플레이 산업 지원이 쪼개기식 단발성으로 이뤄져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이토 경제산업상은 디스플레이 산업의 쇠퇴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반도체 산업만큼은 아낌없이 지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일본 정부는 반도체 산업 부활을 위해 2021년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 구마모토 공장을 유치한 이후 지원금을 쏟아붓고 있다. TSMC에 대한 지원금은 1조 2000억엔(약 10조 4520억원)에 달한다. 자국 반도체 업체 라피더스의 첨단 반도체 개발에는 9200억엔(8조 132억원)을 투자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요코하마시에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시설을 설립하는데 일본 정부는 여기에 최대 200억엔(1742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본 재무성은 경제력 대비 지원 정도가 지나치다고 보고 있다. 재무성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자국의 지원액은 최근 3년간 약 9조엔(78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0.71%에 해당한다는 자료를 지난달 발표했다. 미국은 최근 5년간 7조 1000억엔(61조 8410억원)으로 일본의 지원금 규모가 더 크다. 하지만 GDP와 비교했을 때 미국은 0.21%로 일본보다는 낮다. 프랑스는 0.2%, 독일은 0.41%로 모두 일본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재무성 자문기관인 재정제도심의회는 21일 반도체 등 산업 정책을 실시하게 되면 “정부가 지원해야 할 산업과 대상 기업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철저히 해야 한다”며 무차별 지원금 투자를 경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반도체 투자와 재정건전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게 일본 정부의 최대 고민이다. 요미우리신문은 22일 “반도체 산업 활성화로 일자리와 세수가 늘어나면 경제 성장과 재정건전화를 양립할 수 있다는 데는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일치하지만 최대 과제는 계속 지원하기 위한 재원 확보에 있다”고 지적했다.
  • [단독] 지방에도 메가시티 조성… 부산 규모 대도시 확충 효과 낸다[대한민국 인구시계 ‘소멸 5분전’]

    [단독] 지방에도 메가시티 조성… 부산 규모 대도시 확충 효과 낸다[대한민국 인구시계 ‘소멸 5분전’]

    ‘인구 방어 효과’ 분석해 보니 30년간 비수도권 20조 투입2080년 인구 3433만명 예상교통 등 거점 투자 효과 빨라“메가 서울이 효율적” 반론도완성된 인프라 집적 효과 명확장기 국가경쟁력 확보 현실적비수도권, 논의조차 초기 단계 총선 이후 동력을 잃을 것 같았던 ‘메가시티’ 논의가 다시 재점화하고 있다. 여당의 공약이었던 ‘메가 서울’은 잠잠하지만 서울 밖으로 눈을 돌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의 ‘동남권 메가시티’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려 있던 대구·경북(TK) 통합론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부울경은 최근 ‘초광역경제동맹’ 관련 실무협의회를 개최하는 등 비수도권 메가시티는 총선 이후 오히려 다시 ‘불씨’를 되살리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행정·경제 통합과 광역교통망을 전제로 한 메가시티가 장기적으로 저출산 문제에 대한 대응책이 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22일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각각 재정투자를 했을 때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22~ 2072년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총인구는 2072년 3622만명으로 감소된다. 2080년엔 인구 3000만명선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마 교수는 2030년부터 30년간 수도권 또는 비수도권에 연 20조원의 재정을 투입한 데 따른 ‘인구 감소 방어’를 분석했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재정을 투입하지 않은 경우 2080년엔 2977만명으로 3000만명 이하로 떨어진다. 반면 전국 지역에 재정을 투입할 경우는 3280만명, 수도권 재정 투입의 경우 3159만명으로 각각 나타났다. 어떤 방식이든 재정 투입 시 인구감소를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특히 비수도권에 재정을 투입하면 인구는 3433만명으로 예상됐다. 연 20조원은 지난해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예산의 2배 규모다. 같은 균형발전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수도권에 집중 투자하거나 전국에 고루 투자했을 때보다 비수도권에 투자하는 데 따른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이 같은 추이는 2090년이나 2100년을 가정해도 마찬가지였다. 연구는 출산율·사망률·주택가격·일자리가 인구에 일방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보는 선형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인구·주택·산업·교통·재정·토지이용 등 각각의 요인이 상호 영향을 받는 구조를 가정했다. 또 지역 간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거점도시와 생활권을 구분하고 조출생률(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은 현재 수준인 5명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했다. 마 교수는 “수도권 투자는 일자리 증가 효과는 있지만 가용토지 부족과 주택 가격 상승으로 효과가 반감되는 반면 비수도권은 도로 등 거점 중심 투자를 하면 집적 경제 효과가 빠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수도권 대신 비수도권에 집중 투자할 경우 300만명 정도의 인구를 방어할 수 있고, 이는 부산 규모의 대도시 하나를 살리는 효과를 낳는다”면서 “지금 어떤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미래엔 어마어마한 차이를 낳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메가 서울’로 대표되는 수도권 메가시티가 비수도권 메가시티보다 오히려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초기 논의 단계인 비수도권 메가시티를 기대하는 대신 이미 인프라가 완성된 서울을 중심으로 한 ‘메가 서울’과 같은 구상이 더욱 현실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연구원이 운영 중인 메가서울 연구태스크포스(TF) 김원호 미래융합전략실장은 “수도권 메가시티가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한다고 보긴 어렵지만 장기적인 국가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부울경 등 다른 지역의 메가시티보다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짚었다. 대도시권에 이미 확충된 교통 및 산업 인프라의 집적 효과가 더 명확하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이어 “메가시티 조성을 위한 기획과 법제도 개선 등 실행 방안을 서울 대도시권 차원에서 수립하면 좋은 선례가 돼 국가 메가시티 계획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11월 경기 김포, 구리, 고양, 과천시장과 만나 서울 편입을 논의하고 김포, 구리와 공동연구반을 운영하고 있다.
  • [기고] 공공돌봄, 다른 해답을 찾아야 할 때

    [기고] 공공돌봄, 다른 해답을 찾아야 할 때

    지난달 26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 지원 등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가 의결됐다. 동시에 ‘공공돌봄’ 축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은 공공의 돌봄성을 높이고자 설립됐다. 또한 좋은 일자리가 좋은 서비스를 담보한다는 생각으로 종사자들의 처우 또한 개선했다. 그러면 서사원은 공공돌봄을 제대로 수행해 왔는가. 서사원 돌봄 종사자는 같은 시간 동안 일하는 민간 요양보호사와 비교해서 1.6배 높은 급여를 받는다. 하지만 3대 틈새 돌봄(와상, 정신질환, 중증치매)서비스 비중은 2023년 4%(152명), 2023년 전체 돌봄서비스에서 주말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1.6%, 야간 서비스는 3건에 그쳤다. 나아가 서사원은 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으로 인해 근무일이나 근무 시간을 변경할 때 노조와 종사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질병 휴직 최대 2년 동안 기본급의 100%를 지급하는 점, 조합원 10인 이상 인사 시에는 반드시 노조와 사전에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조항 등은 서울시 다른 산하기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서사원이 서비스 제공보다는 종사자 편의에 치우쳐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서울시의회가 이런 상황을 좌시한 것은 아니다. 10대 의회 때부터 서사원이 사회서비스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기관이 돼야 하며 민간과 차별화되는 서사원만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11대 의회가 들어선 후에도 서사원의 공공성 부재와 공급자 중심의 운영은 끊임없이 지적됐고, 그에 대한 강도 높은 혁신안이 요구됐다. 서울시 또한 이런 지적사항을 반영해 임금체계와 근무체계를 개선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공공돌봄을 강화할 수 있는 혁신안을 마련해 추진하고자 노력했다. 서울시의회도 올해 2월 폐지조례 발의 후, 서울시 요청으로 한 차례 안건 상정을 보류하면서까지 서사원 혁신안이 추진되길 기대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난달 24일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 절차인 과반 노조와의 임금·단체 협상이 최종적으로 결렬됐다. 서사원 조례가 폐지된다고 해서 공공돌봄이 축소나 포기된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서사원이 최근 수탁을 종료하는 7곳의 어린이집 운영도 민간 영역이 수행하지 못하는 공공돌봄을 수행하겠다는 서사원의 애초 설립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었다. 지금은 폐지 수순을 밟게 된 서사원에 집중할 때가 아니다. 공공돌봄을 어떻게 강화할지 대안을 마련하고 실행해야 할 때이다. 향후 공공돌봄은 중증치매 등 틈새돌봄이나 긴급돌봄과 같이 민간 영역이 수행하기 어렵거나 기피하는 영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민간과 서로 상호 보완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강석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
  • 美·日 선거조직 권력·기능 분산… 스웨덴은 직원 열 명도 안 돼[복마전 선관위]

    美·日 선거조직 권력·기능 분산… 스웨덴은 직원 열 명도 안 돼[복마전 선관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헌법 기구라는 점을 내세워 감사원 감사를 여러 차례 거부하는 등 독립성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독립성이 중앙집권형 구조와 결합하며 통제와 감시가 어려운 부작용을 낳았다. 해외 선거 관리조직은 권한이 분산돼 있고 조직 규모도 선거 기간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된다. 우리나라 선관위는 중앙선관위가 선거 관리를 총괄 책임지는 형태다. 선관위 내부에서도 상급 선거관리기구가 하급기구를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중앙집권적 구조로 운영된다. ‘독립성’이 오히려 외부 견제를 받지 않는 무소불위 조직으로 크는 데 자양분이 됐다. 미국은 우리와 반대로 완전히 역할이 분산돼 있다. 주요 선거 사무는 주와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고 연방선거위원회는 정치자금과 비용의 규제, 제도 개혁에 관한 자문 등 정치 활동의 투명성에 관한 최소한의 핵심 업무만 맡는다. 일본 중앙선관위는 비례대표 선거만 관리한다. 실질적 선거 총괄은 일본 내각의 한 부처인 총무성에서 관리한다. 또 지방 선관위 직원들은 선거 기간이 아닐 때는 선거 외의 업무도 맡는 등 업무가 탄력적이다. 우리는 선거가 없을 때도 선관위 조직을 상시 운영한다. 현재 선관위는 17개 시·도 선거관리위원회와 252개의 구·시·군 선거관리위원회, 3552개의 읍·면·동 선거관리위원회로 이뤄져 있다. 스웨덴의 중앙선거관리기구는 상시 근무 직원이 10명이 안 된다. 중앙선거관리기구는 선거청위원회의 감독을 받는다. 선관위가 독립기구로 제대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높은 수준의 감독을 받는 것이 해법이라는 제언이 나온다. 장용근 홍익대 법대 교수는 “독립기관은 고도의 도덕성을 전제로 독립성이 유지되는 것이지 결코 독단적 판단과 무책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더 큰 법적 책임과 제3자 감독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철 한국선거학회장은 “애초 선관위 사무총장은 회의 총괄이 주된 업무인데 실무를 총괄하다 보니 역할이 비대해졌다”며 “(사무총장에게) 힘이 과도하게 실려 ‘몸뚱이가 머리를 움직이는 기형적 형태’가 됐다”고 지적했다.
  • ㈜뜰꽃, 리베르여성병원과 상호 성장·발전 위해 맞손

    ㈜뜰꽃, 리베르여성병원과 상호 성장·발전 위해 맞손

    ㈜뜰꽃은 지난 16일 리베르여성병원과 수원 영통구 리베르여성병원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날 협약은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로 여성·산모의 건강을 책임지는 리베르MSO(리베르여성병원, 리베르리움 산후조리원), 여성의 몸과 마음의 균형 잡힌 아름다움을 연구하는 비건인증 화장품 ‘36.5 씻뿌바(씻다·뿌리다·바르다)’ 스킨케어 브랜드를 운영 중인 뜰꽃의 상호 성장과 발전을 위해 추진됐다. 협약식에서 이선호 리베르여성병원 총괄대표와 이경일 뜰꽃 대표는 각각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공유하고, 함께 협력해 산모·여성의 건강 및 피부건강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특별한 동행’이 될 것을 약속했다. 이 뜰꽃 대표는 “여성들의 몸·마음의 건강과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것에서 리베르여성병원과 뜰꽃은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리베르리움 산후조리원의 모든 산모에게 공급되는 씻뿌바 스킨케어가 출산과 육아로 지친 엄마들에게 잠깐의 휴식과 안정의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뜰꽃은 지난해 이탈리아 브이라벨 비건인증, 대한피부과학연구소 피부자극 테스트를 완료한 36.5 씻뿌바 스킨케어 라인업을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복지 사각지대의 여성을 위한 사회적 기여, 자연 친화적인 혁신적 제품개발을 통해 대한민국 뷰티업계에서 영향력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 경기도 특사경, 축구장 2.4배 규모 산지 무단훼손 27건 적발

    경기도 특사경, 축구장 2.4배 규모 산지 무단훼손 27건 적발

    불법 시설물 설치, 불법 주차장 조성, 불법 형질변경, 불법 벌채 등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은 지난 4월 15일부터 5월 3일까지 훼손이 의심되는 산지 187필지를 현장 단속해 산지관리법 위반행위 27건을 적발했다고 21일 밝혔다. 훼손된 임야 면적은 1만 7,165㎡로 축구장 면적의 약 2.4배에 이른다. 위반 내용은 불법 시설물 설치 15건, 주차장 불법 조성 5건, 농경지 불법 조성 1건, 불법 벌채 1건, 기타 임야 훼손 5건 등 산지관리법 위반 26건 및 산림자원법 위반 1건이다. 주요 적발 사례를 보면 A씨는 이천시 소재 임야 66㎡에 사유지 경계 확보를 위해 석축을 쌓아 불법으로 산지를 전용한 혐의로 받고 있고, B씨는 군포시 소재 임야 250㎡에 허가 없이 농장 진입도로를 설치했다가 적발됐다. 의왕시 소재 C씨는 임야 113㎡에 산지전용 허가 없이 임야를 훼손 개인 주차장으로 사용했으며, D씨는 의정부 소재 임야 2,352㎡를 카페 주차장으로 조성, E씨는 시흥시 소재 임야 354㎡에 창고 용도로 비닐하우스를 설치, F씨는 동두천시 소재 임야 604㎡에 시설물(캠핑시설용)을 설치해 산지관리법 위반으로 적발됐다. 적발된 불법 행위는 관할 지자체에 신속한 행정처분을 요청하고 심한 경우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산지관리법에 따라 각각의 위반행위는 보전산지 지역에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 및 준보전산지 지역에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홍은기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장은 “이번 산지 불법행위 수사로 경기도 내 불법 산림 훼손 행위를 차단하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단속을 실시해 산림훼손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 호반호텔앤리조트, 사내식당 브랜드데이에 ‘런던베이글뮤지엄’ 선보여

    호반호텔앤리조트, 사내식당 브랜드데이에 ‘런던베이글뮤지엄’ 선보여

    호반호텔앤리조트 매월 브랜드데이 진행, 5월은 ‘런던베이글뮤지엄’ 베이글 제공샐러드 건강식단, 인기 브랜드와 협업 등 임직원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다양한 노력 호반그룹의 호반호텔앤리조트가 직원들에게 특별한 미각의 향연을 제공하는 사내식당 브랜드데이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17일 밝혔다. 호반호텔앤리조트는 17일 서초구 호반파크 2관에 있는 사내식당에서 ‘런던베이글뮤지엄’의 인기 베이글을 제공했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은 연예인도 줄 서는 베이커리 브랜드로, 지난해 한 예약 애플리케이션에서는 가장 대기자가 많은 맛집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날 중식으로 준비된 베이글은 어니언, 바질, 프레첼 3종(택1)과 시그니처 플레인 크림치즈다. 런던베이글뮤지엄 제공으로 사내식당에는 평소보다 긴 줄이 이어지면서 임직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호반호텔앤리조트는 F&B 전문 R&D팀을 꾸려 리조트와 골프장은 물론 호반그룹의 사내식당 메뉴 기획 및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고 차별화된 메뉴 구성과 영양 밸러스에 초점을 맞춘 식단으로 임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여왔다. 또한 올해부터 호반호텔앤리조트는 CJ프레시웨이와 함께 브랜드데이를 기획해 특별한 메뉴를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서가앤쿡’ 목살스테이크, ‘런던베이글뮤지엄의 베이글에 이어 앞으로도 매월 정기적으로 소문난 맛집의 메뉴를 제공할 계획이다. 호반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임직원들에게 특별한 미식 경험을 주고자 감각적인 브랜드인 런던베이글뮤지엄을 제공하게 되었다“며, ”앞으로도 맛있는 브랜드를 찾아 임직원들에게 작은 기쁨과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전했다.
  • 이스라엘 국방 “종전 후 가자 통치 안 돼”… 네타냐후 작심 비판

    이스라엘 국방 “종전 후 가자 통치 안 돼”… 네타냐후 작심 비판

    “팔레스타인 직접 통치해야” 압박네타냐후 “하마스 섬멸부터” 일축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피란민이 모인 라파 지역에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선 후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제거 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직접 통치해야 한다’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전시 내각의 해묵은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분석과 함께 ‘네타냐후 총리의 리더십에 대한 군의 반발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갈란트 장관이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가자지구 전쟁이 끝난 뒤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이스라엘 통치를 반대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후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대신할 통치 세력을 찾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이제껏 어떠한 답도 듣지 못했다”면서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직접 통치하지 않을 것이며 팔레스타인 세력이 이끌도록 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뒤 가자지구를 점령했다. ‘팔레스타인에 영토를 돌려주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커지자 2005년 군대와 정착민을 철수시킨 뒤 봉쇄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의 발언은 이스라엘군이 라파에 이어 가자지구 북부로 재진입해 하마스의 게릴라 작전에 휘말린 상황에서 나왔다. 최근 이스라엘 언론은 “정부가 전후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아 군이 끝없는 군사행동에 동원되자 장교들의 불만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참다못한 갈란트 장관이 공개 석상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작심 비판한 것이다. 전시 내각 의결권은 네타냐후 총리와 그의 정치적 라이벌인 베니 간츠 국민통합당 대표, 갈란트 장관 3인이 갖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가 패배하기 전까지 가자지구 전후 계획을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갈란트 장관의 요구를 일축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은 안 된다고 확인하고 전쟁이 끝난 뒤 미군을 포함하지 않는 다국적 평화유지군을 가자지구에 파견하는 방안을 중동 국가들에 제안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이날 타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수 국가는 미국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 색채 너머의 고요… 그 새로운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색채 너머의 고요… 그 새로운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문턱. 세상은 겹겹이 초록이다. 방금 나온 흰빛을 띤 연두부터 줄기에서 떨어지기 직전의 검은 초록까지 각각의 명도와 채도를 지닌 채 무수한 초록을 선보인다. 조용미(62) 시인은 표제작 ‘초록의 어두운 부분’에서 초록의 풍경과 마주하고 있다. 이를 지극한 눈길로 오래 바라본 뒤 “초록의 거대한 상영관이 펼쳐졌다”고 말한다. 색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세상의 무수한 색채에 감정을 싣는다. “뭉쳐지고 풀어지고 서늘해지고 미지근해지고 타오르고 사그라들고 번지고 야위는” 초록을 보던 시인은 “녹색의 감정에는 왜 늘 감정이 섞여 있는 걸까” 의문을 갖기도 하고 “연둣빛 어둑함과 으스름한 초록 사이”에서 “알 수 없는 마음들이 신경성 위염을 앓”게 된다. 죽단화의 짙은 노랑 앞에서도 마찬가지다. 시 ‘노란색에 대한 실감’에 드러난 빛나는 아름다움 속에서도 시인은 기어코 어둠의 기척을 읽어 낸다. “울렁거림과 편두통”을 느끼며 “저것도 영영 아름답지는 않구나”라고 말한다. 박동억 문학평론가는 “시인에게 존재는 반개(半開)된 것, 즉 절반은 ‘나’이고 절반은 타인과 얽혀 있는 공간으로 비유된다”며 “이번 시집에서 음미할 것은 당신을 초대하는 동시에 타자들에게서 벗어나려 하는 듯한 이 이중의 포즈”라고 평했다. 반쯤 열린 존재는 자아를 열기 위한 것일까 아니면 닫기 위한 것일까. 시인은 받아들임을 선택한다. 사막화된 몸을 지닌 오래된 나무와 같은 존재인 ‘나’는 신경성 위염과 두통에도 불구하고 색의 심연을 바라보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세상의 붉고 푸르스름하고 노랗고 흰빛들이 나를 함께 나누어 가지도록 나는 기꺼이 허락한다”(‘색채감’)고 이야기한다. 박 평론가는 “시인이 바라는 것은 그러한 색채의 세계를 넘어서 획득하는 투명한 몸, 몸에 구속되지 않는 몸”이며 “홀연히 떠나 닿기를 바라는 장소는 다채로운 존재의 색채 너머에 있는 투명함, 즉 고요”라고 덧붙인다. 아름다움과 비루함, 고통과 연민의 세계 속에서 시인의 고요한 응시는 그 뒤에 찾아올 새로운 아름다움을 기다린다.
  • 15분 내 재승차 무료… 외국어 동시 대화도 거뜬 [서울시 동행특집]

    15분 내 재승차 무료… 외국어 동시 대화도 거뜬 [서울시 동행특집]

    지하철 탑승 중 목적지를 지나치거나 화장실 등 급한 용무로 개찰구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타야 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10월부터 ‘15분 내 재승차’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교통카드 하차 태그 뒤 15분 내에 같은 역에서 다시 승차하면 환승이 적용돼 추가 요금을 내지 않는다. 그동안 이런 경우 기본요금이 다시 부과됐다. 이에 제도 시행 전인 2022년만 해도 공사에 접수된 환불이나 제도 개선 요청 민원이 연간 500건이 넘었다. 공사는 오래 누적된 시민 불편 사항을 해소한 대표적 혁신 사례로 15분 내 재승차 제도를 꼽았다. 지난해 12월 4일부터 4호선 명동역에서 시범운영한 뒤 올해 홍대입구역, 김포공항역 등 11개 역에 설치된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은 외국인과 역 직원이 언어장벽 없이 쉽고 편리하게 지하철 이용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한 혁신 사례다.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사이에 두고 직원과 외국인이 함께 바라보며 각각의 자국어로 동시 대화가 가능하다. 한국어 등 13개 언어를 지원하며, 터치스크린을 통해 지하철 노선도 기반 경로 검색, 환승·소요 시간 정보와 요금안내, 유인 물품 보관함 현황 등 부가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지난 1월부터 4호선에서 시범 운영 중인 ‘의자 없는 지하철’도 혼잡도 완화를 위해 공사가 시도하는 다양한 방법의 하나다. 4호선은 1~8호선 중 혼잡도가 가장 높아 최대 193.4%에 이른다. 7인석 일반 객실 의자 6개를 제거하면 열차 한 칸 혼잡도는 최대 40%까지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공사는 기대한다.
  • 140점 중 개인 소장품만 126점… 미술사에 남을 ‘뭉크의 보석들’

    140점 중 개인 소장품만 126점… 미술사에 남을 ‘뭉크의 보석들’

    “이번 뭉크전은 아시아 미술사에 남을 최고의 회고전이 될 것입니다.” 오는 22일 개막하는 서울신문 창간 120주년 기념 ‘에드바르 뭉크 : 비욘드 더 스크림’ 전시가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전시 큐레이터인 디터 부흐하르트(53)는 출품되는 작품의 규모와 중요도를 강조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대’, ‘최초’ 수식어가 가득한 이번 전시의 의미를 숫자로 풀어 봤다.이번 전시는 뭉크의 생애와 예술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유럽 밖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 전시다. 뭉크 미술에서 최고 권위를 가진 노르웨이 뭉크미술관의 희귀 걸작을 포함해 개인 소장자들이 지닌 뛰어난 회화, 드로잉, 판화 등의 작품을 촘촘하게 담아 모두 140점을 선보인다. 이 중 미술관이나 박물관, 혹은 공공기관 소유가 아닌 개인 소장자(갤러리, 개인 컬렉션 포함)에게서 모은 작품이 126점에 달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뭉크의 잘 알려진 작품 외에도 개인 소장자들이 가지고 있던,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보석과 같은 작품이 공개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른 전시의 경우 개인 소장작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 각각의 까다로운 조건을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유럽 밖 최대 규모 뭉크전큐레이터 맡은 부흐하르트 美·유럽서 16회 걸쳐 기획 양수진 전시 코디네이터는 “개인 소장자마다 작품에 대한 보험, 전시 조건 등 원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대부분의 전시가 한두 곳의 미술관 등과 계약을 맺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뭉크전은 그만큼 공을 들였다고 할 수 있으며 관람객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작품 소장처만 23곳 달해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은희귀 걸작들 만날 수 있어 전시를 기획하고 전 세계에서 작품을 모은 부흐하르트 큐레이터의 역할이 컸다. 그는 2003년부터 20년 넘게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등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16회에 걸쳐 뭉크 전시를 기획하고 연구해 왔기 때문에 개인 소장자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 이번 전시의 작품 소장처는 23곳에 달한다. 노르웨이 뭉크미술관을 포함해 미국, 멕시코, 스위스 등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뭉크의 작품들이 이번 전시를 위해 우리나라를 찾았다.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 대부분이 아시아에서 공개된 적이 없지만 특히 전 세계 어디서도(노르웨이 뭉크미술관 제외) 전시된 적이 없는 4점의 작품이 공개된다. 그중 첫 번째 작품은 ‘뱀파이어’(1895)의 파스텔 버전으로 어둡고 소용돌이치는 선과 섬세한 색채를 사용해 극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특징이 있다. 수작업으로 채색한 이 버전에서는 미묘하고 미완성처럼 보이는 무심한 재료 사용을 통해 여과되지 않은 감정을 효과적으로 강조했다. ‘표현적으로 그린 헨리크 입센의 유령 세트 디자인’(1906~1907)도 최초로 공개된다. 뭉크는 헨리크 입센과 친밀한 관계를 맺었으며 입센의 작품을 크게 존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표현주의 풍경화 ‘해안의 겨울’(1915)과 ‘옐로야의 봄날’(1915) 역시 처음으로 대중과 만난다.이번 전시에서 전 세계에 딱 두 점밖에 없는 뭉크의 대표작 ‘절규’(1895) 채색판화를 아시아 최초로 만날 수 있다. “내가 기억해 낼 수 있는 지난 시간들 내내 나는 깊은 불안감으로 고통을 겪어 왔고, 내 예술을 통해 그것을 표현하고자 했다”는 뭉크의 언급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작품 ‘절규’는 표현주의를 넘어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뭉크는 판화에 에디션 넘버와 서명이 포함된 판본을 제작하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에 판화 위에 작가가 다시 채색해 작품의 독자성을 부여한 채색판화는 유화와 동일한 지위를 지니며 매우 높은 희소성을 가진다. 이런 작업은 뭉크가 최초로 시도한 기법으로 수정, 유약, 불투명한 액센트를 추가하는 것부터 새로운 그림 요소를 도입하는 것까지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 채색판화 두 점 가운데 이번에 전시된 ‘절규’는 노르웨이 라이탄 패밀리 컬렉션이 소유한 작품이다. 또 다른 하나는 노르웨이 뭉크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뱀파이어’ 등 4점 첫 공개대표작 ‘절규’ 채색판화도아시아 최초로 감상할 기회 이 밖에 전시에서는 뭉크가 과거 직접 기획했던 전시명이자 평생에 걸쳐 완성한 핵심 프로젝트인 ‘생의 프리즈’를 이루는 대표 작품들이 대거 공개된다. 사랑을 주제로 한 ‘마돈나’, ‘키스’ 등을 비롯해 공포와 죽음을 다룬 ‘절규’, ‘불안’, ‘카를 요한 거리의 저녁’, ‘병든 아이’, ‘임종의 자리에서’를 포함한 20점의 작품으로 시리즈를 구성한다. 부흐하르트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에서 뭉크의 다양한 주요 작품들을 심층적으로 해석하고 급진적이고 실험적인 제작 방식을 소개할 예정”이라며 “뭉크의 독창성과 예술성이 미술사에 미친 중대한 영향을 살펴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전시는 22일부터 9월 19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며, 티켓 예매는 인터파크, 카카오톡 예매하기, 티몬, 네이버 예약하기 등에서 가능하다.
  • ‘냉동인간’ 현실로?…中연구진 “냉동 뇌→해동 성공, 정상 작동” [핵잼 사이언스]

    ‘냉동인간’ 현실로?…中연구진 “냉동 뇌→해동 성공, 정상 작동” [핵잼 사이언스]

    중국 연구진이 극저온에서 냉동시킨 인간의 뇌를 해동한 뒤에도 뇌세포의 유지와 성장을 가능케 하는 연구에서 유의미한 성공을 거뒀다고 밝혔다. 뉴사이언티스트 등 과학전문매체의 15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중국 푸단대학의 샤오즈청 박사 연구진은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해 오가노이드라고 불리는 뇌 조직 샘플을 제작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3차원적으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만든 장기 유사체로, 미니 장기‧ 유사 장기‧인공 장기 등으로 불린다. 연구진은 해당 뇌 오가노이드의 냉동과 해동 전, 오가노이드를 담고 있을 특정 화합물들을 선별했다. 여기에는 설탕물부터 부동액, 다양한 화학물질을 섞어 만든 혼합물 등이 포함돼 있었다. 각각의 화합물들에 뇌 오가노이드 조직 샘플을 담근 뒤 액체질소에서 최소 24시간 보관한 뒤 해동했고, 이후 2주 동안 ㅗ니세포의 사멸 또는 신경세포의 성장 등을 관찰했다. 그 결과 특정 화학 혼합물에서 세포 사멸이 최소화되고 동시에 세포 성장이 최대치를 기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화합물은 메틸셀룰로오스, 에틸렌 글리콜, 다이메틸설폭사이드(DMSO), 산화질소의 활동을 억제하는 약물인 ROCK 저해제 ‘Y27632’ 등이 특정 비율로 배합된 것으로, 연구진은 이를 ‘메디’(MEDY)로 명명했다. 연구진은 해당 화합물이 해동된 뇌세포를 사멸로 이끄는 과정을 막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추정했다.일반적으로 뇌세포의 80%는 물로 이뤄져 있으며, 냉동 과정에서 얼음 결정으로 인한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이러한 세포 손상은 해동 후에도 기능상의 문제를 일으킨다. 그러나 샤오 교수 연구진이 만든 ‘메디’에 뇌조직을 넣고 냉동 및 해동 과정을 거친 결과, 해동된 오가노이드의 외관과 성장 및 세포 기능이 냉동된 적이 없는 오가노이드와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더불어 연구진은 간질이 있는 생후 9개월 아기의 뇌 조직을 소량 채취해 ‘메디’에 담근 상태로 냉동 및 해동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실제 아기의 뇌 조직은 동결 전 구조를 유지했고, 최소 2주 동안 실험실 배양에서 활성 상태를 유지했다. 이번 연구는 ‘메디’라는 화학적 혼합물이 조직의 손상 없이 동결과 해동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해당 연구결과를 확인한 영국 서리대학의 로만 바우어 박사는 “인간 뇌 조직의 동결‧해동이 가능해지면 뇌 발달에 대한 더 나은 조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영국 버빙엄대학의 노화 분야 전문가인 주앙 페드로 드 마갈량 교수는 “이번 연구가 성공적으로 세포 사멸을 예방하고 기능을 보존한다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면서 “훨씬 더 많은 연구와 더 큰 조직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언젠가는 뇌 전체를 동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는 수십 년 또는 수백 년 후를 생각해 환자가 불치병에 걸렸을 때 냉동 보존되거나, 우주비행사가 다른 항성계로 여행하기 위해 냉동 보존되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메디’는 그 목표를 향한 ‘작은 한 걸음’이 될 수 있다”고 호평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셀 리포츠 메소드(Cell Reports Methods) 최신호에 실렸다.
  • 살인자의 심장에 스며든 온기…삶의 의미를 일깨우다

    살인자의 심장에 스며든 온기…삶의 의미를 일깨우다

    65세. 여성. 살인청부업자. 짤막한 설명만으로도 도무지 평범하지 않을 것 같은 삶의 기운이 풍긴다. 무대 한쪽에서는 조용히 방역(살인)이 이뤄지고 좁은 골목길을 겨우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처럼 한쪽에서는 따뜻한 보통의 삶이 슬몃슬몃 비친다. 삶과 죽음, 빛과 어둠이 한데 뒤엉킨 현실 세계의 수많은 찰나가 스쳐 가는 동안 살인청부업자는 비로소 못다 했던 삶의 쓸모에 대해 생각한다. 심장에 서서히 스며든 온기와 함께. 구병모 작가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뮤지컬 ‘파과’는 보기 드문 캐릭터인 늙은 여성 청부업자가 등장하는 독특한 작품이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변화를 마주하게 된 살인청부업자 ‘조각’의 삶을 긴장감 있게 좇으며 인생의 의미를 일깨운다. 살인청부업자로서 늙어버린 몸이 예전 같지 않은 것도 당혹스럽지만 그보다 조각을 당황하게 하는 건 마음의 태도다. 평생 정(情)이라고는 모르고 살았던 차가운 심장을 지녔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마음을 조금씩 주기 시작하면서 부정하고 싶은 변화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타인을 죽여야만 자신이 사는 인생을 평생 살아온 조각에게 이런 상황은 낯설고 난감하기만 하다.조각의 삶에는 두 축의 세계가 엮여 있다. 20년 전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조각을 쫓는 투우를 포함한 방역업자들과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강 박사와 그의 가족이다. 강 박사네 가족을 통해 조각의 마음에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삶에 대한 그리움이 번지고 그들의 삶을 자신의 것처럼 지켜주려고 나선다. 투우는 어릴 적 마주했던 조각이 남긴 어지러운 감정들의 퍼즐을 맞춰야 하지만 자신의 기대와 달리 점점 변해가는 조각을 보고 실망하게 된다. 뮤지컬은 소설의 흡인력 넘치는 문장들을 무대 예술로 탄탄하게 바꿔놓으면서 풍성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원작 소설이 조각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것을 뮤지컬에서도 내레이션 등을 통해 조각의 목소리를 극대화했고 어린 조각과 늙은 조각을 같은 무대에 등장시키면서 관객들이 조각의 내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했다. 무대 장치를 다층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원작의 풍성한 서사를 담아낸 동시에 실감 나는 영상이 작품의 배경을 관객들에게 생생하게 전한다. 강렬한 음악 역시 귀를 사로잡는 요소다. 살인청부업이 직업인 늙은 여성을 통해 ‘파과’는 삶과 죽음, 존재의 의미에 대해 다른 작품보다 더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가 전하는 ‘착하게 남을 돕고 살자’는 주제는 어찌 보면 뻔하지만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이 뻔하지 않아 작품성이 돋보인다. 살인청부업을 소재로 하는 만큼 긴장감 있는 액션도 볼거리로 꼽힌다.제목 ‘파과’는 한자에 따라 부서진 과실(破果)이나 여자 나이 16세(破瓜)를 의미한다. “우리 모두 깨지고 상하고 부서져 사라지는 ‘파과’(破果)임을 받아들일 때, 주어진 모든 상실도 기꺼이 살아내리라 의연하게 결심할 때 비로소 ‘파과’(破瓜)의 순간이 찾아온다”는 설명처럼 삶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이 관객들에게 쉽게 지워지지 않는 여운을 남긴다. 어떤 삶을 살든 사람이기에 지니게 되는 온기가 관객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감싸는 작품이다.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주인공 조각은 차지연·구원영, 투우는 신성록·김재욱·노윤, 강 박사는 지현준·최재웅·박영수가 맡았다.
  • [씨줄날줄] 천만영화 명암

    [씨줄날줄] 천만영화 명암

    서울 충무로에 있는 대한극장이 오는 9월 66년 만에 문을 닫는다고 한다. “영화 상영 사업의 패러다임 변화”가 영업 종료 이유 중 하나다. 결국 변화의 바람을 이기지 못했다. 1958년 문을 연 대한극장은 미국 영화사 20세기 폭스의 설계를 바탕으로 건축됐을 정도로 첫출발이 화려했다. 최대 규모와 최신 시설을 앞세워 이듬해 대작 ‘벤허’를 상영, 지방 영화팬까지 끌어들이며 간판 극장으로 자리 잡았다. 위기는 1998년 11개 상영관을 갖춘 국내 첫 멀티플렉스 ‘CGV강변’이 문을 열면서 찾아왔다. 대한극장도 이에 발맞춰 2001년 스크린을 11개로 확대하고 변신을 꾀하기도 했지만 역부족. 국내 영화시장을 주도하는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의 공세에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멀티플렉스 3사는 여러 스크린을 구비하고 각각의 취향을 가진 이들이 동시에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관객의 발길을 유도했다. 지하철역, 쇼핑센터와도 연결하며 이용의 편의성도 도모했다. 열악한 관람 환경이 개선되니 관객은 늘어났고 한국 영화산업의 비약적 발전에도 한몫했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도 깊듯이 멀티플렉스의 부작용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크린 독과점이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장과 코로나19 사태 이후 극장 관람객이 감소하면서 ‘돈이 되는 영화’만 몰아주는 행태가 갈수록 노골적이다.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린 극장들은 예술영화, 독립영화를 북돋는다는 최소한의 명분도 버리고 블록버스터에만 ‘몰빵’하고 있다. ‘파묘’ 이후 국내 영화로 올해 두 번째 1000만을 기록한 ‘범죄도시4’에 온전히 박수를 보낼 수 없는 까닭이다. 개봉 초부터 무려 80%가 넘는 점유율로 스크린을 싹쓸이했다. 멀티플렉스 3사가 거의 모든 상영관을 범죄도시4로 도배했으니 관객의 선택권은 박탈된 셈이다. 역설적으로 극장 한 곳에서 영화 한 편만 걸던 ‘단관 극장’ 시대는 나름대로 상영의 다양성이 보장됐었다. 스크린이 널렸어도 하나의 영화만 보도록 강요받는 지금은 ‘풍요 속의 빈곤’이나 다름없다. 박상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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