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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테러와 싸움에 책임 다할 것”… 자위대 역할 확대 힘 실릴 듯

    日 “테러와 싸움에 책임 다할 것”… 자위대 역할 확대 힘 실릴 듯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일본인 인질 억류 사태가 1일 ‘2명 전원 사망’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끝나 일본 열도가 충격과 분노에 휩싸인 가운데 아베 신조 총리가 “국제사회가 테러와 싸우는 데 일본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자위대의 역할 확대 등 안보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9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자위대가 갖고 있는 능력을 살려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이 가능토록 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밝혀 해외에 있는 일본인의 구출을 염두에 두고 안전보장법제를 정비하는 것에 의욕을 보였다. 아베 내각과 집권 자민당은 국제사회의 공헌을 늘리는 ‘적극적 평화주의’를 내세우며 지난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을 각의(국무회의) 결정했다. 이후 지난달 26일부터 열리고 있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관련법을 개정해 자위대의 역할 확대를 꾀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이번 ‘IS 일본인 인질’ 사태로 아베 정권의 이런 방침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IS는 이날 인질 고토 겐지의 참수 동영상에서 “앞으로 일본 국민이 어디에 있든 살해당할 것”이라면서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후속 테러를 경고하기도 했다. 일단 일본 외무성은 해외 자국민에게 테러 등에 말려들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촉구하는 ‘도항(渡航) 정보’를 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않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러한 안팎의 평가를 의식한 듯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국민 구출을 위한 자위대 파견에 대해 오해가 없게 말씀드리지만 안보법제와 이번 사안의 대응은 별개”라고 말했다. 또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IS 공습 작전에 자금 원조나 후방 지원 등을 실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NHK가 보도했다. 그러나 일본 내에서도 자위대 역할 확대에 대한 아베 내각의 움직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공산당의 야마시타 요시키 서기국장은 이날 NHK ‘일요토론’에 출연, “이번 테러는 단호히 규탄한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인도적 지원이라고 말하면서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외에서 전쟁 가능한 나라’ 만들기를 추진하는 것은 분명히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사민당의 마타이치 세이지 간사장 역시 “일본의 인도적 지원은 분쟁 지역에서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되지만 자위대의 파견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견제했다. ‘적극적 평화주의’의 기조 아래 확대해 오던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도 일본 내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IS가 문제시한 중동 2억 달러 지원이 군사 지원이 아닌 ‘인도적 지원’이라고 호소해 왔다. 그러나 결국 인질 모두가 살해당함으로써 비군사 분야의 인도지원이라 하더라도 미국, 유럽에 협조하면 IS의 적대 대상이 된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에너지를 중동 원유에 의존하고 있어 중동 지역에서의 활동이 불가피한 일본 정부로서는 어려운 과제를 새로 안게 된 셈이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성 김 “대화의 문 열려있어” 北·美 직접대화 제안 시사

    중국을 방문 중인 성 김 미국 국무부대북정책 특별대표가 30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최근 미국이 북한에 직접 대화를 제안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성 김 대표는 이날 베이징에 있는 한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화를 제의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항상 ‘인게이지먼트’(engagement·관여)와 북한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한다”고 답했다. 이어 “북한도 내가 베이징에 도착할 거라는 점을 알고 있었을 것이고 이것이 북핵문제에 대한 (북·미 간) 실질적인 대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만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성 김 대표의 이 같은 언급은 미국이 최근 북한 측에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접촉을 제안했다는 일각의 관측을 우회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의 회담 결과와 관련, “중국은 북한 비핵화에 매우 전념하고 있다. 그들은 북한이 신뢰할 수 있고 진지한 협상(테이블)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설득하기 위해 다른 6자회담 국가들과 매우 긴밀하게 일하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5300년 전 석기시대 미라는 왜 온몸에 문신을 했을까

    5300년 전 석기시대 미라는 왜 온몸에 문신을 했을까

    지난 1991년 알프스 빙하지대에서 온몸이 꽁꽁 언 채 죽은 소위 '아이스맨' 이 발견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바로 5,300여 년 전인 석기시대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라 외치(Ötzi)다. 최근 이탈리아 볼자노에 위치한 '유럽아카데미 미라 및 아이스맨 연구소'(EURAC)측은 "파장을 이용한 새로운 영상기술로 외치를 스캔한 결과 숨겨져 있던 문신 총 61개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문신들은 가슴과 등 아래, 다리 등 곳곳에서 발견됐으며 각각의 크기는 20-25mm로 확인됐다. 이번 문신 발견이 의미가 있는 것은 5300년 전 인류도 문신을 했다는 가정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과거에 전문가들은 고대 인류에게 발견되는 문신같은 이 흔적을 치료 후 남은 것으로 생각해 왔다. 연구를 이끈 알베르트 징크 박사는 "외치에게 이처럼 많은 문신들이 있을 것이라 상상도 못했다" 면서 "어떤 방식으로 문신을 했는지, 또 어떤 목적으로 문신을 했는지 향후 밝혀내야 할 과제" 라고 설명했다. 한편 ‘외치’는 150cm 키에 40대 후반의 남자로 왼쪽 어깨 부근에 화살을 맞고 피를 많이 흘려 죽은 것으로 추정돼 왔다. 그러나 지난 2013년 EURAC측은 외치의 뇌 조직에서 추출된 단백질과 혈액 세포를 현미경으로 조사한 결과, 외치가 죽기 직전 머리에 타박상을 입어 사망했다는 결론를 내렸다. 여전히 외치의 사인은 명확치 않지만 ‘유럽 최초의 피살자’란 별명은 외치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아이스맨의 저주설’도 회자되는데 이는 ‘외치’를 처음 발견한 등산가 헬무트 시몬이 2004년 등반 도중 사망하고 이후 발굴과 연구에 참여했던 6명이 사고나 질병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아베 ‘나홀로 담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패전 70주년인 올해 8월 발표할 예정인 ‘아베 담화’의 내용을 국회에서 논의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고 도쿄신문이 30일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전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나가쓰마 아키라 민주당 대표대행이 “아베 담화의 내용을 사전에 국회에 제시한 뒤 논의를 통해 담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하자 “내각의 책임으로 담화를 내고 싶다”고 말해, 국회에 미리 제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아베 총리는 자신은 전문가의 논의 결과 등을 참고할 것이고 국회는 따로 결의를 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는 최근 과거 식민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패전 50주년의 무라야마 담화와 이를 계승한 60주년의 고이즈미 담화 등의 주요 키워드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겠다는 발언이 물의를 빚은 것을 의식한 듯 “(역대 담화를)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무라야마 담화가 전쟁에 관해 ‘우리나라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 한때 국가의 정책을 그르쳤다’고 표현한 것에 동의하느냐는 물음에는 “문구 하나하나를 평론할 생각은 없다”며 확답을 피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에 대해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이노우에 요시히사 간사장은 “아베 담화는 여당과의 협의를 거쳐 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이명박 회고록 논란 “외교·안보, 朴 정부 잘 모르는 것 같다”

    이명박 회고록 논란 “외교·안보, 朴 정부 잘 모르는 것 같다”

    이명박 회고록 논란 이명박 회고록 논란, MB 측 “외교·안보, 朴 정부가 잘 모르는 것 같다” 이명박(MB) 전 대통령 측은 30일 곧 출간을 앞둔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외교·안보 분야를) 박근혜 정부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회고록에서 이 분야 내용을 자세히 소개한 배경을 밝혔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국가정보원이나 외교부 등의 상층부가 바뀌었기 때문에 전임 정부에서 이 부분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정확하게 알려야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은 “성공한 것만 넣으면 자기 자랑인데, 회고록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북한과의 비공개 접촉이나 이런 것에 대해 실패한 비공개 접촉은 공개하지 말라는 원칙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 회고록의 남북 접촉 비사(秘史) 공개에 대한 일각의 비판을 반박했다. 이어 “남북관계는 시간이 지나면 최소한을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 국민들은 모르고 가라는 건데, 언제까지 그러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한미 외교 등을 포함해 모든 걸 공개할 수 없어 이 부분은 상당히 깎아서 넣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김 전 수석은 당시 정상회담이 여러 차례 무산된 것이 “북한의 갑질”을 고치려 한 결과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시기에 정상회담을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다만 과거와 똑같은 방식으로는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어떤 상황이 진전되면 그 진전에 따라 지원되는 건 국민들도 이해하고 용납되지만, 정상회담을 하는 조건으로 돈이나 쌀의 대규모 지원을 요구하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상회담을 해 봤는데, 그 결과가 뭐냐. 그런 방식이 성공했으면 그 길로 계속 갔을 것”이라며 “북한이 자기들이 ‘갑’인 것처럼 행세하는 건 맞지 않다. 돈은 돈대로 받아먹고 갑질하는, 조공받는 태도를 고치려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베이징 등에서 접촉했을 때 돈을 내놨다는 얘기는 남북 접촉을 하면서 북쪽에 ‘여비’를 대줬던 건데, 이건 관례처럼 돼있는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몇 억 달러, 몇십 억 달러를 주는 건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이면 합의’가 있었다는 데 대해선 “관련 기록을 찾아보고, 확인해 저술했다”며 회고록 내용이 ‘팩트’라고 강조한 뒤 “노 전 대통령이 고인이기 때문에 회고록을 쓰는 입장에서 이 전 대통령도 오히려 신중하게 접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수석은 미국산 쇠고기 협상 부분의 소개와 관련, “자칫 고인을 비난하는 꼴이 돼 굉장히 신중했다. 회고록에 밝히지 않은 내막은 그보다 훨씬 더 있다”고도 했다. 청와대는 이날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회고록에서 2009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정운찬 총리의 대망론을 견제하기 위해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했다고 주장한데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 반대를 한게 당시 정 총리를 견제하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한 것은 사실에 근거했다기보다는 오해에서 한 것이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종시는 2007년 대선 공약이었고, 박 대통령이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자도 세종시와 관련한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하면서, 지원유세를 요청했다”며 “박 대통령이 충청도민들에게 수십군데 지원유세를 하면서 약속한 그런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런 내용들이) 이미 여러 차례 당시에 보도도 나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세종시 문제는 2005년 여야가 국토균형발전으로 협상 끝에 합의한 사안이고, 그 이후 지방선거, 총선거, 2007년 대선 때 당의 공약으로도 내걸었던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MB 회고록에 대한 불편한 입장을 드러냄에 따라 이번 일을 계기로 신구 정권이 충돌하는 양상으로 사태가 전개될지 주목된다. 특히 국회의 자원외교 국정조사 등 MB측이 경계하는 상황에도 이번 회고록 발간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은 대선승리 이후 세종시 이전은 공약대로 이행하겠다고 여러 차례 확인했다. 정 전 총리의 세종시 수정안 얘기가 나왔을 때 당시 박 대통령은 정치적 어려움 속에서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그런 관점을 갖고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문제가 정치공학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해석되는 것은 과연 우리나라나 국민이나 당의 단합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박 대통령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개인의 소신이나 신뢰를 버리는 정치스타일이 아닌 것을 여러분이 잘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 관계자는 MB가 회고록에서 남북문제를 거론한 것과 관련, “지금 남북문제, 남북대화를 비롯해 외교문제가 민감한데 세세하게 나오는 것이 외교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 이런 지적은 언론에서도 많이 있다”고 말했으며, 기자들이 “청와대에서도 우려하고 있는가”라고 되묻자 “제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회고록에 나온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돈거래 얘기’가 나온 것에 대해 “놀라운 일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회고록 내용 가운데 북한 측에서 비밀접촉을 제안했다는 것이 현 정부에서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알기로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현 정부에서는 외교정책은 투명하게 한다는게 기본 방침이다. 방금 얘기한 그런 막후, 이런 얘기는 불필요한 오해는 안 하는게 좋겠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이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 마련이 사실상 백지화된 것에 대해 “백지화는 아니다”라며 “추진단에서 마련한 안의 경우 2011년 자료를 기준으로 했는데 지금은 2015년이어서 좀 더 업데이트된 것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당 원내대표단하고 정책위의장이 바뀌면 당정회의에서 그런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처리할 문제”라며 “정책을 집행할 때는 현실적으로 집행됐을 때 예상하지 않은 문제가 제로가 되는게 좋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내 개선안이 발표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것도 당정회의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청와대 MB 회고록 논쟁, MB 측 “외교·안보, 朴 정부가 잘 모르는 것 같다”

    청와대 MB 회고록 논쟁, MB 측 “외교·안보, 朴 정부가 잘 모르는 것 같다”

    청와대 MB 회고록 청와대 MB 회고록 논쟁, MB 측 “외교·안보, 朴 정부가 잘 모르는 것 같다” 이명박(MB) 전 대통령 측은 30일 곧 출간을 앞둔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외교·안보 분야를) 박근혜 정부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회고록에서 이 분야 내용을 자세히 소개한 배경을 밝혔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국가정보원이나 외교부 등의 상층부가 바뀌었기 때문에 전임 정부에서 이 부분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정확하게 알려야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은 “성공한 것만 넣으면 자기 자랑인데, 회고록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북한과의 비공개 접촉이나 이런 것에 대해 실패한 비공개 접촉은 공개하지 말라는 원칙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 회고록의 남북 접촉 비사(秘史) 공개에 대한 일각의 비판을 반박했다. 이어 “남북관계는 시간이 지나면 최소한을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 국민들은 모르고 가라는 건데, 언제까지 그러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한미 외교 등을 포함해 모든 걸 공개할 수 없어 이 부분은 상당히 깎아서 넣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김 전 수석은 당시 정상회담이 여러 차례 무산된 것이 “북한의 갑질”을 고치려 한 결과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시기에 정상회담을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다만 과거와 똑같은 방식으로는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어떤 상황이 진전되면 그 진전에 따라 지원되는 건 국민들도 이해하고 용납되지만, 정상회담을 하는 조건으로 돈이나 쌀의 대규모 지원을 요구하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상회담을 해 봤는데, 그 결과가 뭐냐. 그런 방식이 성공했으면 그 길로 계속 갔을 것”이라며 “북한이 자기들이 ‘갑’인 것처럼 행세하는 건 맞지 않다. 돈은 돈대로 받아먹고 갑질하는, 조공받는 태도를 고치려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베이징 등에서 접촉했을 때 돈을 내놨다는 얘기는 남북 접촉을 하면서 북쪽에 ‘여비’를 대줬던 건데, 이건 관례처럼 돼있는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몇 억 달러, 몇십 억 달러를 주는 건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이면 합의’가 있었다는 데 대해선 “관련 기록을 찾아보고, 확인해 저술했다”며 회고록 내용이 ‘팩트’라고 강조한 뒤 “노 전 대통령이 고인이기 때문에 회고록을 쓰는 입장에서 이 전 대통령도 오히려 신중하게 접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수석은 미국산 쇠고기 협상 부분의 소개와 관련, “자칫 고인을 비난하는 꼴이 돼 굉장히 신중했다. 회고록에 밝히지 않은 내막은 그보다 훨씬 더 있다”고도 했다. 청와대는 이날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회고록에서 2009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정운찬 총리의 대망론을 견제하기 위해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했다고 주장한데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 반대를 한게 당시 정 총리를 견제하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한 것은 사실에 근거했다기보다는 오해에서 한 것이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종시는 2007년 대선 공약이었고, 박 대통령이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자도 세종시와 관련한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하면서, 지원유세를 요청했다”며 “박 대통령이 충청도민들에게 수십군데 지원유세를 하면서 약속한 그런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런 내용들이) 이미 여러 차례 당시에 보도도 나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세종시 문제는 2005년 여야가 국토균형발전으로 협상 끝에 합의한 사안이고, 그 이후 지방선거, 총선거, 2007년 대선 때 당의 공약으로도 내걸었던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MB 회고록에 대한 불편한 입장을 드러냄에 따라 이번 일을 계기로 신구 정권이 충돌하는 양상으로 사태가 전개될지 주목된다. 특히 국회의 자원외교 국정조사 등 MB측이 경계하는 상황에도 이번 회고록 발간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은 대선승리 이후 세종시 이전은 공약대로 이행하겠다고 여러 차례 확인했다. 정 전 총리의 세종시 수정안 얘기가 나왔을 때 당시 박 대통령은 정치적 어려움 속에서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그런 관점을 갖고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문제가 정치공학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해석되는 것은 과연 우리나라나 국민이나 당의 단합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박 대통령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개인의 소신이나 신뢰를 버리는 정치스타일이 아닌 것을 여러분이 잘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 관계자는 MB가 회고록에서 남북문제를 거론한 것과 관련, “지금 남북문제, 남북대화를 비롯해 외교문제가 민감한데 세세하게 나오는 것이 외교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 이런 지적은 언론에서도 많이 있다”고 말했으며, 기자들이 “청와대에서도 우려하고 있는가”라고 되묻자 “제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회고록에 나온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돈거래 얘기’가 나온 것에 대해 “놀라운 일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회고록 내용 가운데 북한 측에서 비밀접촉을 제안했다는 것이 현 정부에서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알기로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현 정부에서는 외교정책은 투명하게 한다는게 기본 방침이다. 방금 얘기한 그런 막후, 이런 얘기는 불필요한 오해는 안 하는게 좋겠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이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 마련이 사실상 백지화된 것에 대해 “백지화는 아니다”라며 “추진단에서 마련한 안의 경우 2011년 자료를 기준으로 했는데 지금은 2015년이어서 좀 더 업데이트된 것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당 원내대표단하고 정책위의장이 바뀌면 당정회의에서 그런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처리할 문제”라며 “정책을 집행할 때는 현실적으로 집행됐을 때 예상하지 않은 문제가 제로가 되는게 좋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내 개선안이 발표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것도 당정회의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기획] ‘민족의 영산’ 백두산, ‘北ㆍ中 미사일 기지’ 전락

    [기획] ‘민족의 영산’ 백두산, ‘北ㆍ中 미사일 기지’ 전락

    백두산은 기원전 2467년 환웅이 인간 세상으로 내려와 터전을 잡고 한민족의 역사를 시작한 곳으로 오랜 시간 동안 민족의 영산(靈山)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 산은 민족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자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시작되는 곳으로 우리 민족에게 있어 크나큰 의미를 갖는 곳이지만, 한민족 역사에서 김일성이라는 인물이 등장한 이후 철저하게 짓밟히고 훼손되기 시작했다. 김일성은 6.25 전쟁 참전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중국의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와 평양에서 ‘조중변계조약(朝中邊界條約)이라는 것을 체결했다. 이 조약을 통해 북한은 백두산 천지의 45.5%에 해당하는 면적을 중국에게 넘기고 천지를 남북으로 분할하는 경계선 이북을 중국 영토로 넘겨주었다. ▲백두산 천지의 45.5% 중국에 넘어가 이것도 모자라 소련 군영에서 태어난 김정일의 출생지를 항일 빨치산 투쟁 당시 머물렀던 ‘백두산 밀영’이라고 조작해 아들을 신격화시키는데 활용했다. 그 결과 국경선 이북의 중국 쪽 백두산은 무차별 벌목과 난개발로, 국경선 이남의 북한 쪽 백두산은 신격화 공원을 만들기 위한 난개발과 땔감을 구하기 위한 주민들의 벌목으로 인해 황폐화되어가며 민족의 영산으로서의 기운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북한과 중국은 한민족 민족정기의 상징과도 같은 백두산을 크게 훼손하는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백두산 일대를 ‘미사일 천지’로 만들고 있다. 백두산 미사일 기지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 2013년 국내 주요 언론들이 정보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해 백두산 인근 소백산에 대규모 미사일 사일로가 건설되었다는 사실을 보도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깊은 산중의 콘크리트 사일로 당시 정보 당국자는 “백두산 바로 아래 있는 해발 2,000m 가량의 소백산 일대에 미사일 격납 시설인 사일로(Silo)가 건설되고 있다”고 전하며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공사가 시작된 이 사일로는 규모로 볼 때 최소한 중거리 이상의 미사일 발사 시설로 추정된다”고 전한 바 있다. '사일로'란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대형 미사일을 격납·보관·발사하는 시설이다. 지하에 설치되기 때문에 조금만 위장해 놓으면 상공에서 쉽게 식별이 어렵고, 두꺼운 콘크리트로 보호되기 때문에 어지간한 공습으로는 파괴하기 어렵다.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은 적의 핵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두꺼운 콘크리트와 강철 해치로 보호되는 지하 미사일 사일로를 대규모로 운용했으며, 양국은 현재도 사일로에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운용하고 있다. 북한이 백두산 인근 지하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한 이유는 간단하다. 이 기지는 중국 국경에서 불과 4.5km 떨어진 곳에 있다. 즉, 중국 영토에 대한 오발을 각오하지 않는 이상 한미연합군이 이 미사일 사일로를 타격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무엇보다 이 지역은 북한 영공이기도 하지만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에 포함된 곳이기 때문에 한미연합공군이 이 지역에서 들어가려면 중국 공군 전투기의 견제, 심할 경우 충돌을 각오해야 한다. 또한 험준한 산 속 지하 깊은 곳에 건설되었기 때문에 타격한다 하더라도 파괴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이 미사일 사일로의 위치는 김정은 일가가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 활동지’, ‘김정일의 생가’로 성역화 해 선전하고 있는 삼지연과 가깝기 때문에 정치적인 상징성도 대단히 크다. 삼지연에서 불과 9km 가량 떨어진 이 미사일 기지는 남북으로 약 3km, 동서 1.9km 가량의 면적에 건설되었는데, 위성사진을 통해 보이는 것처럼 이 기지는 철통같은 보안을 자랑한다. ▲한반도 전역 타격 '핵탄두 노동 미사일' 배치? 기지의 서쪽은 중국 국경에서 4.5km 가량 떨어져 있는데, 서쪽은 산세가 대단히 험준해 접근이 어렵다. 기지 동쪽은 대공포 진지와 경비부대의 것으로 보이는 막사, 위병소와 진입 도로 등이 식별된다. 특히 이 지하 기지 주변은 약 100m 폭으로 나무와 수풀이 완전히 제거되어 있는데, 적이 숲을 통해 은밀히 접근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기지 출입구 남동쪽에 반원 형태로 대공포 진지가 구축되어 있는데, 이 진지 안에 들어가 있는 대공 무기가 대공포인지 지대공 미사일인지는 식별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거점을 방어할 때 대공포는 반원형으로, 지대공 미사일은 윤형으로 배치하는 전술을 채택하고 있는데, 진지의 배치로만 놓고 보았을 때는 대구경 대공포, 각각의 진지 크기를 고려했을 때는 지대공 미사일이 배치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대공 진지가 동쪽에만 배치되어 있는 것은 서쪽은 중국 국경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지만, 동쪽은 동남쪽 130km 지점에 해안이 있기 때문에 동남쪽 방향에서 접근하는 항공기나 순항 미사일 등을 요격하기 위한 의도로 이러한 시설을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백두산 인근의 이 지하 시설은 김정은 일가가 머무는 지방 별장에 준하는 수준의 강력한 방어 시설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이곳이 북한이 지난 2013년 완공한 지하 미사일 기지일 공산이 크다. 북한은 이곳에 사거리 3,000km급 수준의 중거리 탄도 미사일인 ‘무수단’을 실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반도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핵탄두 탑재 노동 미사일 역시 이 기지가 가장 유력한 배치 기지로 알려지고 있다. 기지의 규모만 놓고 보자면 북한 최대의 탄도 미사일인 대포동 2호나 은하 3호 계열의 장거리 탄도 미사일 역시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요컨대 북한은 한미연합군의 주요 전략 거점을 모두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한미 연합군의 주요 타격 수단이 타격할 수 없는 중국 앞마당에 배치해 놓고 있다는 것이다. ▲백두산 미사일 기지化, 중국도 가세 백두산을 미사일 천지로 만들고 있는 것은 북한만이 아니다. 중국 역시 이 일대에 미사일 전력을 강화하면서 한국은 물론 일본과 미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월 4일 중국 관영 CCTV는 인민해방군 전략미사일 부대인 제2포병의 동북지방 혹한기 훈련 영상을 소개했다. CCTV는 “선양군구의 제2포병 부대가 모처에서 혹한기 훈련을 실시했다”는 내용을 전했는데, 훈련이 이루어진 장소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전문가들은 이 지역을 창바이산(長白山), 즉 백두산이라고 분석했다. 영상 속에 나오는 가문비나무와 전나무는 해발 1,000 ~ 1,800m에 서식하는데, 중국 동북지역에서 이들 나무가 울창하게 자랄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곳은 백두산 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2포병 예하 부대 가운데 백두산 인근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진 부대는 없기 때문에 이 훈련을 실시한 부대는 다른 지역에서 이동해 왔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 언론에서는 훈련에 동원된 부대가 다롄(大連)에 배치된 제810도탄려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으나, 이동 거리나 각 부대별 임무를 고려했을 때 가장 가능성이 높은 부대는 압록강 북쪽에 위치한 퉁화(通化)에 배치된 제816도탄려(道彈旅), 즉 제816미사일여단이다. 거리상으로 보았을 때 백두산에서 가장 가까운 부대이자 이번에 영상에서 식별된 동풍(東風)-21A(DF-21A) 미사일을 보유한 부대이기 때문이다. 제816도탄려는 제2포병 예하 군단급 부대인 51기지에 소속된 3개의 미사일 여단 가운데 하나로 유사시 한반도를 담당하는 선양군구(瀋陽軍區)를 지원하는 부대이며, 사거리 600km의 DF-15와 사거리 1,800km의 DF-21A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이 부대가 보유한 미사일은 한반도는 물론 일본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있으며, 200~500kt의 핵탄두 또는 재래식 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이 미사일은 핵탄두를 탑재하지 않더라도 명중 오차가 50m에 불과할 정도로 대단히 정밀하기 때문에 남한 전역의 주요 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은 물론 일본 각지에 산재한 주일미군 시설에 대한 타격 임무도 수행할 수 있어 대단히 위협적인 전력이다. ▲중국, 美 등 탄도 미사일로 견제 중국이 요동반도와 산동반도 일대에 주로 배치했던 DF-21 미사일을 백두산 중턱까지 끌고 와서 훈련을 벌이고 이를 관영 방송을 통해 공개했다는 것은 한국과 일본, 미국에 대한 무언의 시위로 볼 수 있다. 요동과 산동 일대의 DF-21은 해안 평야 지대에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바다로부터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용이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백두산 북사면의 이동식 미사일 차량은 해발 2,000m가 넘는 백두산이라는 자연 방벽의 보호를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접근로 상에 북한의 밀집 방공망이 버티고 있어 항공기나 순항 미사일로의 타격이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훈련에 동원된 부대는 퉁화에 사령부를 두고 예하 부대는 길림성(吉林省) 일대에 분산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매년 백두산 인근에서 훈련을 실시해 왔다. 따라서 이 미사일 부대의 백두산 전개 훈련은 정례 훈련의 성격이 짙지만, 중국이 관영 매체를 동원해 미사일 부대의 전개 훈련을 구체적으로 보도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에 이번 보도가 갖는 정치적 의미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이 신형 미사일을 백두산에 전진 배치해 훈련하는 모습을 공개한 것은 최근 한미일 3국이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에 대한 강력한 압박으로도 평가하고 있다. 일부 중국 군사전문가들은 한반도 유사시 일본 전역은 물론 태평양 지역에서 미·일 연합 전력이 동해 및 한반도 인근 해역으로 들어올 수 있는 접근로를 탄도 미사일로 차단 및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백두산은 일찍이 환웅이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할 만한 곳”이라고 했다. 그러나 북한과 중국 덕분에 백두산은 “인간을 널리 해롭게 할 만한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 반만 년 전 홍익인간(弘益人間)의 뜻을 펼쳤던 그 곳이 대량살상무기들로 채워져 가는 모습을 보며 환웅은 과연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세계의 조형예술 龍으로 읽다] 고구려 ‘사신총’ 벽화의 용 /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세계의 조형예술 龍으로 읽다] 고구려 ‘사신총’ 벽화의 용 /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글에서 용을 이야기하며 항상 ‘우주’를 거론하고 있다. 용이란 우주에 충만한 영기를 형상화한 것이라든지, 우주에 무량한 보주(寶珠)가 가득 차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 그 우주란 무엇인가. 현대 천문학에서 말하기를 우주에는 무한한 은하계들이 있으며 그 각각의 은하계에 역시 무한에 가까운 태양계들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사는 지구가 속한 태양계를 포함한 은하계를 ‘우리 은하’라고 부르며 그 안에 다른 태양계가 무한 개이다. 우주에는 1000억개의 은하가 있으며 은하마다 각각 1000억개의 별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우주생성론을 빅뱅이론으로 풀고 있다. 즉 15억 년 전에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과 에너지는 작은 점에 갇혀 있었는데 우주시간 0초의 폭발 순간에 그 작은 점의 모든 에너지와 물질이 폭발하여 팽창하였고 그것이 우주가 되었다고 한다. 가설이지만 널리 인정되고 있다. 그런데 이미 불교에서 말하기를, 이 세계에는 하나의 태양, 하나의 달이 있다고 한다. 현대적인 의미에서는 태양계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이 세계가 1000개가 모인 것이 소천세계(小千世界)로, 현대과학으로는 은하계에 해당한다. 소천세계가 1000개가 모인 것이 중천세계(中天世界), 그리고 중천세계가 다시 1000개가 모인 것이 대천세계(大千世界)인데, 이를 삼천대천세계(三千大天世界)라고 한다. 말하자면 대천세계란 1000의 3제곱으로 10억개의 세계이다. 결국 이는 우주 전체를 가리킨다. 그러나 계산해 보아 무엇 하랴. 우주의 별의 개수는 10의 23승이라 하지만 현대 천문학자들은 실제로 지구의 모래알보다 우주의 별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불교에서는 10의 12승을 1조라 하고, 10의 52승은 항하사(恒河沙:갠지스강의 모래)로 하여, 수가 많을 때 갠지스 강의 모래알만큼 많다고 항상 말한다. 예컨대 석가모니가 말하기를, 내가 정각을 이루기 전 과거에도 갠지스 강가의 모래알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정각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런데 10의 52승은 불가사의, 10의 68승은 무량수(無量數)라 부른다. 이런 생각에 이르면 사람은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용을 말할 때, 항상 그런 굉대한 우주를 의식하며 용은 무량한 보주의 집적이라 말하고, 무량한 보주가 우주의 영기가 압축하여 있다고 말한다. 나는 이렇게 설명하지만 물론, 용에 대한 중국의 문헌 가운데는 용과 보주의 관계를 언급한 것이 없다. 용의 본질을 파악해 나가면서 보주의 실체를 알게 되었고, 또 보주는 크든 작든 아주 작은 점이든 같은 가치를 지닌다고 말해 왔다. 또 영기문의 여러 속성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폭발성’이라고 강조하여 왔다. 고구려 사신총(四神塚) 벽화에서 용의 정면 얼굴과 입에서 나오는 보주를 처음 보았다. 용을 모르면 보주를 알 수 없다. 용의 조형은 일관된 구조를 이루고 있다. 즉 코를 제1영기싹과 보주로 표현하고, 보주인 눈에서 영기가 발산한다. 이마에 작고 큰 이중의 보주가 있고 뿔은 제1영기싹으로 나타냈다. 혓바닥에는 크고 작은 제1영기싹을 부여했다. 얼굴 가의 초록색 영기문은 연이은 제1영기싹이고 그 밖의 붉은색의 영기문도 연이은 제1영기싹이다. 다리와 발톱들도 제1영기싹으로 이루어져 있다. 용을 앞에서 보아서 그린 단축법(短縮法)으로 표현한 예인데 양쪽으로 긴 영기문이 발산하고, 뒤 왼쪽으로는 꼬리로 보이는 것이 사라지고 있다. 바로 혀 앞의 보주는 용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우주의 바다를 품은 무량한 보주를 상징한다. 용 한 분과 보주 하나는 같은 값이다. 그런데 모두 벽화의 그림을 괴수(怪獸)라고 부르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별자리와 함께 그린 것을 보면, 옛 사람들은 우주의 무량한 별들을 보주로 인식한 것 같다.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 현대무용과 시각예술의 만남

    현대무용과 시각예술의 만남

    현대무용과 시각예술이 어우러진 컬래버레이션 퍼포먼스 프로젝트가 마련된다. 무용가 겸 안무가 김나이(왼쪽)와 조각가 최수앙(오른쪽)은 두 장르의 예술을 상상력으로 결합한 프로젝트 ‘원’(ONE) 퍼포먼스를 30일과 31일 문화역 서울 284 RTO공연장 무대에서 펼쳐 보인다. 최수앙의 조각작품 ‘더 원’에서 받은 영감을 춤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안무가 김나이는 조각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춤으로 풀어내고, 최수앙은 안무를 위해 오브제와 의상을 디자인했다. 벨트와 밧줄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하나가 되어버린 6명의 무용수가 서로의 가면 위에 강렬한 메시지를 채우거나 지워나가는 움직임은 변화무쌍한 환경 속에서 느껴지는 불안, 떨림을 극복하며 하나를 향해 나간다. 기존의 공연 무대가 아니라 퍼포먼스가 이뤄지는 공간의 조건을 그대로 수용하며 관객과 같은 공간과 시간 속에서 다양한 장르 간 확장과 교류를 시도한다. 김나이는 영국 왕립발레학교에서 수학하고 더램대학(학사)과 뉴욕대 예술대학원(석사)을 거쳐 서울대학에서 무용안무교육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미대 조소과를 나온 최수앙은 극사실적인 인체조각을 통해 현대사회의 모순과 인간존재에 대한 사색을 담아내는 작업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IS 인질 사태’로 힘실리는 아베 집단자위권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일본인 인질이 억류된 사태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앞으로 자위대를 활용한 대응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IS 공습 작전과 관련해 장차 미군을 지원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내부 검토 결과를 내놓았다. 국가안전보장국이 IS의 일본인 억류 사태 및 정기국회에서의 안전보장 법률 정비와 관련해 작성한 예상 문답집에 따르면 ‘IS를 공습하는 미군에 대해 후방 지원이 가능한가’라는 물음에 ‘타국 군에 필요한 지원활동을 할 수 있도록 법 정비 검토를 추진하고 있다’는 답변이 제시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지난해 7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한 각의(국무회의) 결정에 따라 관련 법을 정비하면 IS 공습과 관련해 미군을 후방에서 지원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예상 문답집에서는 일본인이 IS에 인질로 잡힌 것처럼 국외에서 위기에 처했을 때 자위대가 출동해 구출하는 방안도 언급됐다. 이에 대해서는 “국가에 준하는 조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기본으로 해서 영역국의 동의에 기반해 일본인 구출 등 경찰 활동이 가능하도록 법 정비를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일본인을 위협하는 상대가 국가나 국가와 비슷한 조직이 아니라면 자위대가 해당 사건이 벌어지는 국가의 동의를 얻어 현지에서 일본인을 구출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IS를 유사 국가조직으로 보는지에 대해 문답집은 ‘정부로서 판단하지 않았다’며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정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 문제 있다”

    “정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 문제 있다”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이 정부의 ‘공적 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에 쓴소리를 했다. 홍 회장은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소유 기업을 매각할 땐) 해당 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는지, 기업의 경쟁력과 수익성을 끌어올려 신규 일자리를 얼마나 많이 창출할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며 “가격에 집착하면 무리한 매각, 결국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 회장의 발언은 대우증권 매각 방향을 밝히는 과정에서 나왔다. 홍 회장은 “대우증권이 워낙 대형사다 보니 패키지 매각이든 개별 매각이든 정부와 협의해서 결정해 나가겠다”며 시장 상황을 고려해 매각을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금호산업 매각과 관련해 홍 회장은 “(박삼구 회장 등 인수자에게) 인수금융을 지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는 “형평성 문제가 있다. 산은은 매각의 심판 역할만 할 것이고 그게 공정하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동부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빚어진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과의 갈등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을 들여 작심한 듯 발언을 쏟아냈다. 앞서 김 회장은 신년사에서 산은의 구조조정 방식에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홍 회장은 “본인(김 회장) 입장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서도 “채권은행으로서 ‘구조조정 원칙’이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이어 “동부건설의 채권에는 은행 등 협약채권도 있지만 회사채나 상거래 채권, 일반 투자자 등 비협약 채권 비율이 높았다”며 “동부건설의 장래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협약채권을 채권단이 대신 갚아 주면서까지 (구조조정을) 하기는 힘들었다”고 반박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시대별 가장 이상적인 여성의 체형변천사 영상 화제

    시대별 가장 이상적인 여성의 체형변천사 영상 화제

    고대 이집트에서 2000년대까지 이상적인 여성의 체형 변천사를 제작한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28일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미국 뉴스 및 엔터테인먼트 웹사이트 버즈피드(BuzzFeed)의 동영상팀이 만든 ‘이상적인 여성 체형 변천사’(Women‘s Ideal Body Types Throughout History) 영상을 기사와 함께 소개했다. 영상에는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2000년대 현재에 이르기까지 체형들을 각각의 모델들이 출연해 보여준다. 호리호리한 몸·좁은 어깨·높은 허리·좌우 대칭 얼굴의 고대 이집트(기원전 1292~1069년), 통통한 체형·풍성한 보디·밝은 피부의 고대 그리스(기원전 500~300년). 중국 한 왕조 시대(기원전 206~서기 220년)에는 가는 허리·창백한 피부·큰 눈·작은 발이,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1400~1700년)에는 풍만한 가슴·둥근 복부·커다란 엉덩이·흰 피부가 가장 이상적인 여성의 신체였다. 이어 영국 빅토리아 왕조(1837~1901년)에는 과하지 않은 풍만함·큰 체격·잘록한 허리, 20세기 급변기(1920년대)에는 납작한 가슴·짧은 밥 헤어스타일·남성적인 외모, 할리우드 황금기(1930~1950년)엔 굴곡이 드러난 몸매·모래시계 체형·큰 가슴·잘록한 허리의 여성이 인기를 끌었다. 1960년대에는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몸매·마른 체형·길고 가는 다리·미성년의 체형이, 슈퍼모델 시대인 1980년대에는 건강한 체형·말랐지만 풍만한 몸·큰 키·그을린 팔이, 1990년대에는 방랑의 느낌·아주 마른 체형·반투명의 피부·양성적 느낌이라고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2000년대에서 현재까지는 홀쭉한 복부·건강하지만 마른 체형·풍만한 가슴과 엉덩이·매력적인 허벅지 사이의 틈이 있는 여성들이 이상적이라며 현재의 여성들은 “이상적인 체형을 가지려고 성형수술을 받는다”란 말이 나오며 영상은 끝이 난다. 한편 이 영상은 지난 26일 유튜브에 게재된 지 사흘만에 426만 4800여 건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사진·영상= BuzzFeedVideo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과거사 반성 없는 ‘아베 담화’ 日 정치권·언론도 잇단 우려

    아베 신조 총리가 일본의 패전 70주년을 맞아 8월 발표할 ‘아베 담화’를 둘러싼 논란이 정기국회에서도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도쿄신문이 27일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5일 NHK에 출연해 ‘아베 담화’와 관련, “지금까지 (역대 총리 담화에 담긴) 문언을 쓰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아베 정권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의 관점에서 (담화를) 내겠다”고 밝혔다. 패전 50주년에 발표한 무라야마 담화는 ‘식민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제국에 막대한 손해와 고통을 끼친 것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한다’고 언급했고, 60주년의 고이즈미 담화도 핵심 문구를 그대로 인용했다. 담화의 문구가 부전(不戰) 맹세의 상징이 된 상황에서 이를 그대로 쓰지 않겠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해 일본 정치권에서도 비판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오카다 가쓰야 신임 민주당 대표는 “일본이 (여러 나라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게 될 수도 있다”며 정기국회에서 아베 담화와 관련된 아베 총리의 견해를 묻겠다는 뜻을 나타냈다고 신문은 전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도 “(역대 담화의) 키워드는 지극히 큰 의미를 갖고 있다. 담화에서도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27일 사설에서 “식민 지배나 침략이라는 앞선 일본의 행위를 명확하게 인정하지 않으면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 것이 아니다”라며 아베 총리가 역대 내각의 담화를 계승한다고 했으면서도 핵심 표현을 이어받는 데 부정적으로 반응한 것은 모순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마이니치신문도 무라야마 담화가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자세를 설명하는 외교적 자산이었다고 평가하고 “핵심 단어를 뺀 (전후 70년) 담화는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해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일본인 8700명 “위안부 강제연행 증거 없다” 소송

    8000명이 넘는 일본인이 일본군 위안부가 강제로 연행됐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교도통신은 아사히신문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과거 기사를 취소한 것과 관련해 언론인, 국회의원 등이 포함된 8700여명이 아사히신문사를 상대로 1인당 1만엔(약 9만원)의 위자료와 사죄 광고 게시를 요구하는 소송을 26일 도쿄지법에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사실과 다른 기사가 국제사회에 널리 퍼져 일본인이 인격권과 명예를 훼손당했다’고 주장했다. 소송단을 이끄는 와타나베 쇼이치 조치대 명예교수는 “아사히신문이 국민에게 부끄러움을 준 것에 대해 마음속으로부터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추가로 소송에 참여하는 이들이 있어 원고가 1만 3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아사히신문은 소장을 받아 보고 대응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전쟁 때 여성을 강제로 끌고 왔다는 증언 등을 보도했다가 지난해 일부가 거짓으로 보인다며 기사를 취소한 바 있다. 이번 소송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일본과 국제사회의 논쟁에 다시 불이 붙을 수도 있다. 특히 ‘일본의 관헌이 위안부를 강제 연행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주장에 관해 일본 사법부가 실체 판단을 내놓을지가 주목된다. 아베 신조 내각은 ‘정부가 발견한 자료에는 군·관헌에 의한 강제 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것과 같은 기술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견해를 각의에서 결정한 바 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실체를 향한 흔적 : 프로타주 기법으로 탄생시킨 초기작품 ‘메탈자켓’ 선보여

    실체를 향한 흔적 : 프로타주 기법으로 탄생시킨 초기작품 ‘메탈자켓’ 선보여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서도호 작가의 존재감을 드러낸 초기 작품 가운데 으뜸으로 꼽히는 것이 1992년 발표한 ‘메탈자켓’이다. 군대 야전상의 내피에 3000개의 군대 인식표를 부착한 것으로 정체성에 대한 작가의 의문을 상징적으로 담은 작품이다. 3차원 공간에서 보여지기 위해 만들었던 ‘메탈자켓’을 작가는 이번에 2차원 평면에 옮겼다. 작품에 종이를 올리고 붉은색 크레용으로 문질러 탁본한 작품 ‘러빙/러빙 프로젝트: 메탈자켓’이다. 다음달 7일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해머미술관에서 열리는 ‘나타남(Apparition): 1860년 이후 현재까지의 프로타주와 탁본’ 전에 이 작품을 선보인다고 서도호스튜디오가 26일 전했다. 메닐 드로잉 인스티튜트의 수석 큐레이터인 알레그라 페산디가 기획한 이번 전시는 ‘프로타주’ 기법의 역사적 근원과 이 기법이 오늘날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첫 번째 미술관 기획전으로 19세기 말부터 현재까지 시대와 국적을 아우르는 50명의 작가가 종이 위에 문질러서 작업한 작품 100여점이 소개된다. ‘문지르다’는 뜻의 프랑스 단어 ‘프로테’(frotter)에서 파생된 프로타주는 물체의 표면에 종이를 대고 그 위를 흑연이나 크레용 등의 안료로 문질러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 기법이다. 드로잉과 판화, 조각의 장르별 특성을 모두 갖추면서도 상대적으로 간단한 과정을 통해 나타나는 이미지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지는 않지만 고유한 특징을 포착해 섬세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구성을 만든다. 막스 에른스트와 같은 초현실주의 작가들이 열광했던 프로타주 기법은 20세기를 거쳐 오늘날 작가들에게 유용한 실험적인 기법이다. 전시에는 체코의 초현실주의 작가 진드리히 슈티르스키(1899~1942)와 토이엔(1902~1980), 2차 대전 이후 세대 작가인 알리기에로 보에티(1940~1994)와 로이 리히텐슈타인 (1923~1997), 동시대 작가인 가브리엘 오로스코(1962~)와 서도호(1962~) 등이 시대와 국가를 아우르며 프로타주 기법의 활용 사례를 보여 준다. 또한 19세기 황동 장례 명판의 탁본 등 인류학 혹은 과학적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탁본을 통해 프로타주의 다면적인 모습을 조망한다. 해머미술관 전시는 3월 31일까지, 이어 휴스턴 메닐 컬렉션에서 9월 11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자아’는 없고 ‘목표’만 있는…공동체와 개인의 관계를 묻다

    ‘자아’는 없고 ‘목표’만 있는…공동체와 개인의 관계를 묻다

    시인 정영효(36)가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를 탐구했다. 200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등단 이후 6년 만에 펴낸 첫 시집 ‘계속 열리는 믿음’(문학동네)에서다. 시인은 “리얼리즘 계열의 시를 추구하진 않지만 최근 대형 사건이나 사고를 많이 접하면서 개인의 존재란 무엇일까, 나와 공동으로 묶이는 사람들의 역할은 무엇일까를 많이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시인의 눈에 비친 공동체 속 개인은 ‘나’라는 자아가 없다. ‘하나의 길만 믿었다 하나의 출구를 찾았다 고요함도 시선도 하나뿐인 게 이상했다 여태 우리가 모으지 못했던, 하나라는 것은 모두 평화로울까.’(해결책) ‘폭설에 오랫동안 고립되었다 길이 막혔고 음식은 모자랐고//지금 필요 없는 사람은 누구일까//(중략) 예외 없이 주저하다 예외 없는 암묵에 동의했다 여기서 꼭 필요한 사람은 누구일까//반대로 묻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가장 가까워지고 있었다.’(같은 질문들) “믿음은 불완전하다. 분명한 듯 보이지만 분명하지 않은 믿음들도 많다. 허상이나 거짓, 혹인 진실처럼 보이는 다른 것일 수도 있다. 허상, 거짓을 믿음으로 알고 계속 쫓아간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같이 가니까 어쩔 수 없이 같이 쫓아간다.” ‘우리의 목표’를 따라가는 존재이기도 하다. ‘하나씩 준비해서 하나로 끝내는 일을 시작하였다 너는 탑을 쌓아올리고 나는 돌을 나른다 탑을 완성하면 소원을 빌기로 했지만 그건 아직 이후의 일이다 그러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때문에(중략).’(이미 시작하였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떤 목표가 설정되면 그 목표를 함께하는 사람들끼리 관계를 형성, 유지한다. 사람들은 목표에만 집중하고 목표만 바라본다. 목표가 사라지면 개인도 붕괴될 것이라는 암울한 생각이 들었다.” 공동체 속 개인은 ‘극장보다 더 어두운 곳에서 많은 사람들에 섞여 누가 있는지도 모르고 한쪽으로 바라보며’(관람) ‘싸움이 시작됐는데도 말리지 않는다.’(관객) “개인은 공동체 속에서 늘 바라보면서 타자로 존재한다. 한쪽에 있으면서 한쪽만 생각한다. 저쪽 일이니까 상관없다며 서로 미루고 방심한다.” 시 제목으로 추상명사를 많이 붙이는 점이 특이하다. “머릿속에 떠오른 걸 쓰다 보면 내용들을 한데 모을 수 있는 제목으로 추상명사가 주로 떠오른다. 시와 제목이 완전히 부합하지도 않지만 전혀 관련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제목과 내용 사이의 여백을 독자들이 메워 주면 좋겠다.” 시집에는 시 51편이 실렸다. 초기작보다는 등단 3년 이후 작품 위주로 선별됐다. 작품 가운데 80%가 최근 2년 안에 쓴 것들이고, 나머지는 기존 것들을 완전히 새로 다듬었다. “등단한 지 3년쯤 지나니까 앞서 썼던 시들에 대해 고민이 들었다. 더 새로운 지점을 모색해야 하는 건 아닐까, 내 스타일을 찾아야 되지 않을까…. 그런 고민들이 시를 다시 쓰게 했다.” 시인은 등단 당시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로 상상력을 끌어와 자연스럽게 전개하는 능력을 인정받았다. 화려한 등단과 달리 삶은 고단했다. 고교 문창반 강의 등 온갖 아르바이트를 마다하지 않았다. “신춘문예 등단 시인들은 청탁 원고는 물론 아르바이트 들어오는 것들을 가리지 않고 다 해야 생계가 가능하다. 시들을 읽으며 어떤 생각의 지점들을 함께 공유하거나 시들이 어떤 생각의 지점들을 던져줄 수 있다면 큰 의미가 될 것 같다. 그런 의미가 된다면 삶이 힘들어도, 독자가 많든 적든 시를 쓴 보람이 있을 것 같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유기준·허남식·권영세… 정치인 발탁설 솔솔

    ‘개각은 빠르게, 청와대 개편은 조용하게.’ 26일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총리 지명에 이은 후속 개각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결심만 남았다는 게 대체적인 기류다. 이르면 27일 개각 발표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 동의 절차를 밟는 데 한달가량 걸리는 만큼 정권 출범 3년차를 맞는 다음달 25일부터 국정 과제 추진을 본격화하려면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 남은 관심은 개각의 폭이다. 박 대통령이 당초 ‘소폭 개각’에서 ‘총리 교체’로 선회한 이상 개각 대상이 늘어날 수 있다. 공석인 해양수산부 장관 외에 통일부,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추가로 거론된다. 이 중 해수부 장관에는 새누리당 유기준 의원과 허남식 전 부산시장, 통일부 장관에는 권영세 주중 대사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다만 정치인 출신 내각 비중이 확대될 경우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개각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정치인 출신을 ‘깜짝 발탁’ 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청와대 조직 개편과 맞물린 비서관급 이하 참모진 인선은 ‘일괄’ 방식이 아니라 인사 검증 등이 마무리되는 대로 차례로 임명하는 ‘순차’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3월 37명의 비서관 명단을 일괄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비서관급 이하 인선 내용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사례도 없다. 이미 그동안 공석이었던 인사혁신비서관(김승호)과 언론 담당 비서관인 춘추관장(전광삼), 국정홍보비서관(안봉근) 등의 ‘자리 교체’가 이뤄졌다. 기존 국정기획수석실에서 명칭과 역할이 바뀐 정책조정수석실, 우병우 민정수석의 승진 기용으로 비서관 전원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는 민정수석실 등이 개편의 중심에 있다. 다만 김기춘 비서실장의 거취를 놓고는 추측이 무성하다. 현재로선 개각 또는 대통령 정무특보 인선 시점을 비서실장 교체 시기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비서실장과 더불어 국정 운영의 ‘투톱’인 총리가 교체되는 상황에서 비서실장 인선은 시간을 두고 할 가능성도 있다. 후임 비서실장으로는 권 대사와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홍사덕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의장 등이 거론된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5300년 된 냉동 미라 ‘외치’서 문신 61개 발견 (伊 연구팀)

    5300년 된 냉동 미라 ‘외치’서 문신 61개 발견 (伊 연구팀)

    지난 1991년 알프스 빙하지대에서 온몸이 꽁꽁 언 채 죽은 소위 '아이스맨' 이 발견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바로 5,300여 년 전인 석기시대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라 외치(Ötzi)다. 최근 이탈리아 볼자노에 위치한 '유럽아카데미 미라 및 아이스맨 연구소'(EURAC)측은 "파장을 이용한 새로운 영상기술로 외치를 스캔한 결과 숨겨져 있던 문신 총 61개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문신들은 가슴과 등 아래, 다리 등 곳곳에서 발견됐으며 각각의 크기는 20-25mm로 확인됐다. 이번 문신 발견이 의미가 있는 것은 5300년 전 인류도 문신을 했다는 가정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과거에 전문가들은 고대 인류에게 발견되는 문신같은 이 흔적을 치료 후 남은 것으로 생각해 왔다. 연구를 이끈 알베르트 징크 박사는 "외치에게 이처럼 많은 문신들이 있을 것이라 상상도 못했다" 면서 "어떤 방식으로 문신을 했는지, 또 어떤 목적으로 문신을 했는지 향후 밝혀내야 할 과제" 라고 설명했다. 한편 ‘외치’는 150cm 키에 40대 후반의 남자로 왼쪽 어깨 부근에 화살을 맞고 피를 많이 흘려 죽은 것으로 추정돼 왔다. 그러나 지난 2013년 EURAC측은 외치의 뇌 조직에서 추출된 단백질과 혈액 세포를 현미경으로 조사한 결과, 외치가 죽기 직전 머리에 타박상을 입어 사망했다는 결론를 내렸다. 여전히 외치의 사인은 명확치 않지만 ‘유럽 최초의 피살자’란 별명은 외치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아이스맨의 저주설’도 회자되는데 이는 ‘외치’를 처음 발견한 등산가 헬무트 시몬이 2004년 등반 도중 사망하고 이후 발굴과 연구에 참여했던 6명이 사고나 질병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IS, 일본인 인질 1명 살해 인정 이후

    IS, 일본인 인질 1명 살해 인정 이후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일본인 인질 유카와 하루나(42)를 살해했다고 25일(현지시간) 확인했다. 남은 인질 고토 겐지(47)의 생사가 요르단에 갇힌 여성 테러범과의 교환 여부에 달려 있어 일본 정부가 요르단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사태 해결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IS는 이날 자체 운영하는 아랍어 라디오 알바얀을 통해 “경고를 이행했다. 주어진 시한이 종료함에 따라 일본인 인질 유카와 하루나를 처형했다”고 밝혔다. 알바얀은 다른 일본인 인질이 자신의 석방을 위한 조건으로 요르단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사지다 알리샤위를 석방하라고 일본 정부에 압력을 가하도록 친척들에게 호소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고토의 석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문제는 요르단 정부가 일본인 인질 석방을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는지다. 26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요르단 내에서는 지난해 12월 전투기를 몰다 시리아 북부 라까에 추락해 IS에 생포된 요르단 공군 조종사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의 석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요르단 정부가 이 ‘비장의 카드’를 고토를 위해 사용한다면 국내에서 비판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친일 성향의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이라 할지라도 결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의 한 중동 문제 상담가는 이날 요미우리신문에 “일본이 요르단에 정부개발원조(ODA)를 증액하면 요르단이 알리샤위 석방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알리샤위를 석방하는 대신 알카사스베 중위, 고토를 모두 풀어 주는 안이나 사람수를 맞춰 요르단에 있는 다른 죄수와 함께 이들을 2대2 패키지로 교환하는 안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과 요르단이 협조하에 알리샤위를 석방하고 난 뒤 알리샤위가 다시 테러에 가담할 위험이 있어 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IS 공습을 주도한 미국이 알리샤위 석방에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도 변수다. 데니스 맥도너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결정은 일본의 몫”이라면서도 “테러리스트와 협상하지 않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인 인질 사태에도 불구하고 ‘인도적 지원으로 중동의 안정에 공헌한다’는 아베 신조 내각의 중동 정책에 일본인 60%가 지지를 표명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반면 아베 내각의 중동 정책에 반대하는 의견은 18%에 그쳤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열린세상] 복잡한 신입 사원 채용절차, 청년실업 부추긴다/이상일 호원대 초빙교수·언론인

    [열린세상] 복잡한 신입 사원 채용절차, 청년실업 부추긴다/이상일 호원대 초빙교수·언론인

    올해도 불황이 깊어져 취업난은 가중될 전망이다. 그런데도 국내 기업들의 취업 시장을 보면 언뜻 이해하기 힘든 상반된 현상이 있다. 하나는 ‘민간고시’로 불리는 어려운 취업문을 통과하자마자 입사를 포기하는 합격자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모 제조업체는 115명을 최종 합격자로 뽑았는데 최근 신입 사원 교육에는 이 중 60여명만 참석하고 50명 정도는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용 절차에서 2박3일간 합숙면접까지 실시한 어느 금융사는 20명을 합격시켰지만 이 가운데 3분의2인 15명 정도가 바로 이탈하고 5명 정도만 남았다고 한다. 그뿐 아니다. 10대 기업 신입 사원의 9% 정도는 입사 후 1년 안에 그만두며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 조기 퇴사율은 19.9%에 달한다. 취업시장의 또 다른 풍경은 취업이 안 돼 재수나 삼수, 사수까지 수년간 취업 준비에 매달리는 취업 준비생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조기 퇴사율과 장기 취업준비 등 상반된 두 현상을 개인의 역량 차이, 조직 부적응과 기업 여건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오히려 기업들의 신입 사원 채용절차상 문제 탓도 있지 않나 싶다. 기업들은 늘 ‘탈(脫)스펙’을 외쳐 왔다. 학벌, 학교 성적, 어학 실력이나 자격증의 잣대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신입 사원 채용 방식은 1980년대까지 필기시험 위주였으나 1995년부터 필기시험이 없어지고 기업들은 유행처럼 너나없이 직무적성검사와 인적성 검사를 도입했다. 2000년대에는 대학별 채용설명회 개최와 면접 방식의 다양화(술자리 면접, 다차원 면접, 행동관찰 면접)도 채택했다. 요즘은 대부분 기업들의 신입 사원 채용 절차가 5, 6 차로 길어지고 복잡해졌다. 서류전형-인적성검사-직무PT면접-집단토론-인성면접-임원면접 등이다. 각각의 채용 절차도 간단치 않다. 서류전형의 경우 수주간 과제를 몇 개 주고 동영상과 에세이를 내도록 요구하는 곳도 있다. 면접도 역량면접, 상황면접에다 압박면접(위기대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면접) 등으로 세분화된다. 일부 기업은 1박2일이나 2박3일의 합숙면접을 통해 대인관계 매너와 동료 간의 관계까지 관찰한다. 부모나 교수들은 이런 식으로 선발한다면 “우리 기성세대 중 입사시험에 붙을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렇게 한 개 기업의 취업 절차가 복잡하고 지원생에게 요구하는 내용이 많다 보니 한 곳에서 실패했다고 다른 기업이나 다른 분야로 순발력 있게 바꾸기가 어려워진다. 소수의 기업을 겨냥해 한 우물을 파듯 재수나 삼수, 사수를 감행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청년 실업이 해소되지 않는 일부 요인을, 복잡하고 어려운 채용 절차를 고안한 기업들이 제공하는 셈이다. 지원자가 많은 데다 인재를 제대로 뽑기 위해서라고 기업들은 이야기할지 모른다. 그러나 복잡해진 선발 절차가 성공적인지 입증된 바 없다. 조기 퇴사율은 여전히 높다. 선발 절차가 복잡해 지원자의 어떤 장단점이 선발에 영향을 주는지 감이 안 잡히는 것도 문제다. 합격자들의 조기 퇴사가 여전한 것은 기업들의 말과 달리 소수의 스펙 좋은 인재를 대부분의 기업들이 여전히 선호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최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상당수 기업들은 여전히 스펙에 의한 채용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올 초 기업 경영진들은 ‘직무적합성’을 강조하고 ‘창의성 면접’ ‘역사에세이’를 신입 사원 채용 때 반영한다고 말한다. 사원 선발 절차를 유행처럼 그때그때 바꾸면 정말 그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은 무엇인지 더 아리송해진다. 일본전산은 ‘밥 빨리 먹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원칙을 줄곧 사원 선발에 적용하고 있고 세계적인 절삭기 제조 업체인 일본주켄공업은 ‘짧은 면접으로 사람을 평가할 수 없다’며 지금도 ‘선착순 채용’을 고집한다. 이들 기업을 본뜰 수는 없어도 국내 기업들의 신입 사원 선발 절차는 좀 더 단순하고 결과를 예측 가능하게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취업준비생들이 덜 힘들게 되고 기업에 대해 나쁜 감정도 덜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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