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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의 조형예술 龍으로 읽다] 독일에서 찾은 용의 기운 /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세계의 조형예술 龍으로 읽다] 독일에서 찾은 용의 기운 /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용의 입에서 무엇이 나오는가’라는 물음을 보주에도 다시 던진다. 조각 작품에서는 보주를 보석으로 나타내므로 구멍이 없다. 하지만 회화 작품에서는 구멍에서 무엇인가 나오는 표현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보주는 만물생성의 근원이므로 그 광경을 어떻게 나타내야 할 것인가. 괘불(掛佛)부터 살펴보려 한다. 계룡산 신원사에는 길이 11.2m, 폭 6.9m의 큰 불화가 있다. 괘불이라고 부르는 이런 큰 불화는 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다. 1664년 작품인 노사나불탱으로 괘불로는 꽤 이른 시기의 것이다. 임진왜란 이후 괘불이 제작되기 시작해 중요한 불사(佛事) 때 대웅전 앞에 드높이 달아서 야단법석(野壇法席)을 떨었다. 괘불에 그려진 거대한 부처님은 조형언어로 설법하고 계신데 중생은 알아듣지도 읽어내지도 못한다. 이 괘불에서는 석가여래가 직접 설법하지 않고 노사나불이란 보신불(報身佛)로 나타나 설법한다. 흔히 여래나 보살이 머리에 보관(寶冠)을 쓰고 있다고 한다①. 동양의 미술사학자 모두가 그렇게 말한다. 기독교 미술의 보관도 서양의 미술사학자들은 그렇게 설명한다. 하지만 신원사 괘불은 물론 모든 불화의 보관은 보관이 아니다. 자세히 채색 분석하면 보주의 구멍에서 무수한 보주가 줄줄이 이어 생겨나는 극적인 광경을 볼 것이다(②, 부분 확대한 ③). 여래의 얼굴에서 사방으로 제1영기싹 다발이 나오고 다시 제1영기싹이 연이어 돋아나는 것을 보주가 줄줄이 나오는 모습으로 나타낸 것이다. 중간중간 큰 꽃 같은 것이 보인다. 이것도 꽃이 아니라 중앙의 보주가 무한히 확산하는 모습이다. 꽃잎처럼 표현했지만 그 작은 꽃잎 같은 것에 반드시 작은 흰 점을 찍었다. 구멍에서 나오는 작은 보주다. 중앙에는 보주도 있지만 제1영기싹도 있어서 두 가지가 같은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큰 꽃 같은 모양도 무량보주다. 그 사방에서 제1영기싹에 이어 보주가 나오기도 하고, 바로 보주가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연이은 잘디잔 보주들이 멀리서 보면 마치 줄 같다. 실제로 작은 작품에서는 줄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데 연이은 보주로 읽어야 함을 알 수 있다. 부분 확대한 것을 보면 분명히 보인다. 사람들은 이 부분을 영락장식(瓔珞裝飾), 즉 구슬 장신구라 부르지만 결코 장신구가 아니다. 여래의 본질을 깨달으면 보관이란 갖가지 영기문, 특히 제1영기싹들과 보주들이 여래의 머리에서 발산하는 장엄한 광경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래가 무슨 호화스런 보관을 쓰겠으며, 온몸을 값비싼 보석으로 장식하겠는가. 모두가 온몸에서 발산하는 강력한 영기문이다. 식물 모양 영기문도 많지만,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크고 작은 무량한 보주의 엄청난 확산이다. 온몸 전체에서 발산하는 영기문을 이 글에서는 보여 주지 못하니 상상하기 바란다. 어느 교수가 독일 여행을 하다가 필자에게 사진을 보냈다. 독일 뮌헨의 작은 박물관에서 찍었다는 ‘성모마리아와 아기 예수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④. 크기가 30×40㎝ 정도인 17세기 작품으로 온통 보주가 가득 차 있지 않은가. 광배는 갖가지 형태와 색의 큰 보주를 둘렀는데 보주들에서 영기문이 발산하고 있다. 광배 윗부분에서는 화려한 보석들로 이루어진 세 군집의 보주가 세 방향으로 발산하고 있다. 마리아의 머리는 가운데 보라색 큰 보주를 중심으로 수많은 흰색 보주로 가득 찼으며, 양쪽 어깨에서도 흰색 보주들이 내려온다. 신원사 여래상의 줄줄이 이어져 내려오는 보주들의 전개와 같지 않은가. 아기 예수도 머리와 온몸이 보주에 파묻힐 지경이다. 마리아상 배후의 식물 모양 영기문은 고구려 벽화 영기문과 같다. 프레임 내부는 흰색 보주로 둘러서 마리아 모자상의 ‘보주화생’을 보여 준다. 넓은 테두리의 네 귀와 각각의 중간에 우리의 무량보주처럼 꽃 같은 무늬가 자리잡고 있는 것도 놀랍다. 꽃으로 보이나 무량보주를 압축해 보여 주는 매우 중요한 조형이다. 회를 달리하여 설명해야 하는 중요한 주제다. 나아가 그 무량보주에서 발산하는 덩굴 모양 영기문이 우리의 영기문 전개와 똑같지 않은가. 서양의 기독교미술 역시 동양의 불교미술에서 보이는 영기문의 전개 원리와 똑같다는 것을 파악하고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⑤. 그런데 동서양의 학자들은 보주를 화려한 값비싼 보석으로 알고 있으니 이 동서양의 두 작품을 전혀 올바르게 해석할 수 없는 것이다. 두 작품에 그치지 않고 모든 불화와 성화가 그러하니 새로운 해석은 세계의 조형을 올바로 밝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난해 필자는 로마의 시인 루크레티우스(BC 99~BC 55)의 철학적 서사시 ‘사물의 본성에 대하여’를 흥미 있게 읽었다. 그는 에피쿠로스(BC 341~BC 270)의 철학을 미묘한 점에 이르기까지 시로 재현하려 하였다. 그는 사물은 원자로 이루어졌으며, 더이상 쪼갤 수 없는 작은 조각들이 빈 공간을 떠다니는 것이라고 믿은 원자론자였다. 이 서사시는 매우 난해하여 만일 보주를 밝히지 못했다면 정독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이 르네상스를 일으킨 원동력이 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린 블랫의 ‘1417년, 근대의 탄생-르네상스와 한 책 사냥꾼 이야기’란 책은 30대 후반의 인문주의자 포조 브라촐리니가 남부 독일의 구석진 수도원의 서가에서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발견하여 필사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서술한다. 저자는 당시로는 가장 위험한 사상인 무신론이 숨어 있는 이 책의 극적인 발견이 기독교 교리에 의해 인간의 사상과 자유가 속박당한 암흑의 중세를 마감하고, 재생의 르네상스 태동의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근대의 탄생’은 원래 제목이 ‘일탈’(Swerve)이었다. 책의 발견과 필사가 시대를 뜻밖의 방향으로 일탈하게 만들어 르네상스가 태어났다는 의미다. 무릇 일탈하지 않으면 위대한 시대는 오지 않는다. 에피쿠로스는 원자를 입자라고 부르며 설명했다. 신원사 괘불의 보주에서 보는 작은 입자의 전개가 요즈음 물리학에서 밝힌 원자의 구성 원리와 매우 흡사하다. 여래와 보살이 보주의 집적이라는 놀라운 진실을 알아낸 필자는 원자의 구조는 물론 백제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목걸이의 무량보주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⑥. 바로 핵의 구조와 같지 않은가. 왕이나 왕비 역시 신적인 존재였으므로 역시 모두가 보주의 집적이었던 것이다. 가야 지방에서 출토된 금제 용 아기와 보주도 마찬가지였다⑦. 세계는 하나였다.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 [문화마당] 소리가 필요한 사람들/김재원 KBS 아나운서

    [문화마당] 소리가 필요한 사람들/김재원 KBS 아나운서

    28년 전 매주 한 번씩 경복궁에서 이어지는 자하문 길을 오른 적이 있었다. 약속 시간에 자주 늦어서 헐떡거리며 오른 길이었다. 비지땀을 흘리며 들어선 식당 안쪽에 그녀는 항상 먼저 나와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지각의 민망함을 얼른 감추고 나는 늘 책부터 펼쳤다. 그래도 엷은 미소로 나를 반겨 준 그녀의 책은 이미 펼쳐져 있었다. 나는 책 속 그림을 읽기 시작했다. 대학 시절 국립 맹학교 과외 자원봉사는 특수교육을 전공하던 후배의 부탁으로 시작했다. 기꺼이 자청한 봉사였지만 어려운 형편에 따르는 아르바이트며, 장학금을 위한 공부며, 놓치고 싶지 않은 동아리 활동까지 욕심 많은 청춘이었기에 봉사라는 아름다운 이름은 늘 뒤로 밀리기 일쑤였다. 나는 그다지 좋은 선생님이 아니었다. 하물며 수학과 과학은 버거웠다. 눈이 불편한 그녀는 수학 풀이 과정을 점자로 찍으면 종이를 뒤집어 읽어야 했기에 모든 과정을 생각으로만 풀어야 했다. 참고서에 나오는 알록달록한 그림과 표들도 누군가 말로 풀어 주지 않으면 그림의 떡이었다. 나는 그저 글자를 열심히 읽었고, 그림을 자세히 설명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글자나 그림이 아닌 소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시절 그림과 글자를 소리로 바꾸는 연습은 지금의 내 직업을 위한 훌륭한 훈련이 되었다. 단순히 소리로 바꾸는 기술뿐 아니라 그들의 마음과 필요를 헤아리는 연습이었다. 결국 1년도 다 못 채운 봉사라는 이름의 훈련은 마음 한쪽에 늘 미안함으로 머물렀다. 다행히 5년 전 우연한 기회에 시작한 소리샘이라는 전화사서함에 책을 읽어 녹음해 주는 작은 봉사는 그 미안함 위에 덮인 세월의 먼지를 걷어 냈다. 한 달에 한 번, 한 시간도 채 안 걸리는 그 일은 소리가 필요한 수천 명에게 책 읽는 기쁨으로 맞닿는다. 아내도 함께 하고, 당시 중3이던 아들도 고3 시절마저 계속했던 일인 터라 읽어 주는 가족의 기쁨은 더 컸다. 얼마 전 그 단체 임원들과 식사를 함께 했다. 5년 만에 처음 그 소리를 듣는 사람들을 마주했다. 방송국 앞 쌀국수 집까지 전철을 타고 물어물어 찾아온 다섯 얼굴은 28년 전 그 소녀만큼 수줍었다. 그분들에게 내 목소리는 친숙한 이웃이었다. 무슨 책을 읽었는지, 어느 계절에 어떤 인사말을 했는지까지 기억하는 그들의 감각 앞에서 가끔 책 수십 장을 무심코 읽어 버린 내 목소리가 부끄러웠다. 그분들 가운데는 장애인을 위한 라디오 채널을 갖고 있는 우리 회사를 꽤 오래전부터 드나든 방송인도 있었다. “십 년 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지요. 그때는 엘리베이터에 점자 안내가 없었어요. 제가 종이에 점자를 찍어서 작가에게 붙여 달라고 부탁드렸었죠. 그래도 요즘은 화면 해설 방송까지 해 주니까요.” 내심 다행이다 싶었다. 하지만 기본은 한다는 안도감을 느끼기도 전에 다음 말이 이어졌다. “아직도 필요한 건 많아요. 드라마 보다 보면 3회는 화면 해설을 해줬는데, 4회는 안 해 주고 5회는 또 해 줘요. 화면 해설 없이 대사만 들으면 답답하거든요. 드라마를 중간부터 볼 때도 있는데, 끝나고 제목을 얘기해 주면 좋은데, 그냥 끝나요. 그러면 다음에 그 드라마 찾아보기 힘들거든요. 다른 채널에서는 다음 방송 예고를 ‘넥스트’라고 말하고 음악만 흘러요. 몇 번 얘기했더니 아예 넥스트도 없애고 그냥 음악만 나와요. 얼마나 답답한데요. 그래도 KBS는 ‘곧이어’ 꼬박꼬박 해 줘서 좋아요.” 아나운서들이 궂은일로 여기는 ‘곧이어’ 녹음이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소리라는 것을 우리는 잊고 있었다.
  • 시험시간 컨닝하는 이유, 호르몬 때문? (美 연구)

    시험시간 컨닝하는 이유, 호르몬 때문? (美 연구)

    누구나 한번쯤은 속임수를 써서라도 이익을 얻고 싶은 유혹을 느낀 적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몸에서 흔히 분비되는 두 가지 호르몬이 이러한 ‘나쁜 행동’을 부추기는 주된 원인이라는 연구가 발표돼 흥미를 끌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의학전문지 메디컬데일리 등 외신은 미국 하버드대학교와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 합동 연구팀이 체내 ‘테스토스테론’ 및 ‘코르티솔’의 수치가 높을수록 부정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커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보도했다. 테스토스테론은 성욕과 근육발달 등에 관여하는 성호르몬으로 남성에게서 특히 많이 분비된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며 과다하게 분비될 경우 피로나 두통, 불면증 등 다양한 증상을 야기할 수 있다. 연구팀은 호르몬 분비와 부정행위 사이의 상관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은 먼저 호르몬 수치 점검을 위해 참가자 117명의 타액을 채취한 뒤 이들에게 수학 시험을 치르도록 지시했다. 이후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정답 수에 따라 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말해 부정행위의 동기를 부여하고 이들로 하여금 자기 시험성적을 스스로 채점하게 했다. 그 결과 테스토스테론과 코르티솔 수치가 높은 사람일수록 정답 수를 속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텍사스 대학교 심리학과 로버트 조셉스 교수는 이에 대해 “테스토스테론은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저하시키는 한편 보상의 쾌감을 강하게 느끼도록 만든다”며 “반면 코르티솔은 사람에게 커다란 불쾌감을 주고 심신을 지치게 한다”고 말했다. 즉 테스토스테론은 부정을 저지를 용기(?)를 부여하고, 코르티솔은 부정을 저지를 이유를 제공한다는 것. 여기서 더 나아가,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은 테스트가 끝난 뒤 코르티솔 수치가 낮아지는 현상을 보여줬다. 조셉스 교수에 따르면 이 또한 부정행위를 부추기는 원동력이 된다. 그는 “스트레스 감소는 두뇌 보상중추를 강력하게 자극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각각의 호르몬이 따로 작용할 경우에는 비슷한 행동이 관찰되지 않은 점에 미루어 둘 중 하나의 호르몬 수치를 낮추는 방식을 통해 부정행위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셉은 “이번 연구를 통해 당근(보상)과 채찍(처벌)이 모두 부정행위 방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됐다”며 “기존 방법을 고수하는 대신 부정행위의 기저에 깔린 심리적 매커니즘을 먼저 이해함으로써 새롭고 효과적인 방안을 고안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논문은 ‘실험 심리학’(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저널 8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나우! 지구촌] 두바이 초고층 건물에 등장한 ‘인간 깃발’ 아찔

    [나우! 지구촌] 두바이 초고층 건물에 등장한 ‘인간 깃발’ 아찔

    기둥을 위아래로 잡고 몸을 지면과 수평이 되게 만드는 ‘사이드레버’ 일명 휴먼플래그(인간 깃발)라 부르는 동작을 세계 최고층 빌딩에서 시도한 간 큰 남성의 사진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말레이시아 출신의 아부이 알사고프(24)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초고층 빌딩인 101마리나 꼭대기까지 올라간 뒤 건물 외각의 뼈대를 잡고 사이드레버에 도전했다. 101마리나는 총 101층으로 이뤄져 있으며 높이는 약 433m에 달한다. 도심의 구조물을 오르고 뛰어다니는 스포츠인 파쿠르 또는 프리러닝 선수로 활약하는 그는 지난 18일 중력에 반(反)하는 사이드레버에 도전한 것인데, 그 장소가 수 백 미터 상공이라는 점에서 보는 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그는 파쿠르 프로선수답게 101마리나의 101개 층 계단을 수 시간에 걸쳐 직접 걸어 올라갔다. 아직 상층부가 미완공상태인 탓에 사이드레버를 시도할 만한 건물 뼈대가 남아있었고, 그는 어떤 안전장치도 없이 위험한 미션을 소화했다. 알사고프는 “상층으로 올라가니 모래와 먼지 때문에 숨을 쉬기조차 어려웠다. 빛도 없이 완전한 어둠이어서 스마트폰으로 불빛을 만들어야 했다”면서 “하지만 고생한 만큼 환상적인 경차를 볼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정상에 도착하자마자 ‘인간 깃발’ 미션을 수행했다”면서 “잊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그가 공개한 사진은 가느다란 줄 하나 없이 건물 철근 위에 두 발을 딛고 두바이 전역을 내려다보는 모습과, 약 500m 상공에서 바라본 환상적인 야경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한편 사이드레버 또는 인간 깃발이라 부르는 동작은 수년 전부터 세계 각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시도해왔다. 철봉 등 기둥에 가로로 매달려야 하기 때문에 ‘가로본능’이라고도 부르며 복근과 팔 근육의 상당한 힘을 필요로 하는 동작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45와 700, 그리고 777/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45와 700, 그리고 777/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프랑스 정론지 르몽드는 2004년 8월 5일 지네딘 지단의 대표팀 은퇴를 반대하는 사설을 실어 세계 축구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사설은 이민자 커뮤니티와의 통합이 절실하다며 이를 상징하는 지단이 대표팀에서 계속 뛰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는 이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데 유독 스포츠에서는 다양한 배경과 환경, 인종 출신의 젊은이들이 성공적인 협력을 보여 주고 있다. 지단이 대표팀에서 은퇴한다고 선수 생활이 끝나는 건 아니지만 거대 클럽의 돈놀이를 위해 뛰는 것과 대표팀에서 뛰는 것은 사회적 역할이 다르다.’ 새삼스레 11년도 지난 르몽드 사설을 떠올린 것은 만 45세에도 여전히 프로축구 전남의 골문을 지키는 김병지 때문이다. 그의 K리그 700경기 출전은 축구 내적으로도 엄청난 사건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국내 축구에선 ‘나이가 차면 후배를 위해 떠나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했다. 은퇴를 ‘했다’고 하지 않고 ‘당했다’고 얘기하는 이들이 왕왕 있었을 정도다. 김병지는 적어도 그런 생각의 관습에 제동을 걸었다. 지금도 한결같이 몸무게를 유지해 철저한 자기 관리의 모범을 보였고, 구단이나 K리그가 나이 많은 선수의 컨디션을 과학적으로 돌봐야 한다는 깨달음을 갖게 한 것도 그 덕분이었다. 그리고 요즘 흔히 말하는 ‘스토리’의 중요성을 리그에 심었다. 필드 플레이어보다 더 적극적인 플레이와 ‘현장 감독’으로 불릴 만큼 후배들을 지휘하는 요란함으로 끊임없이 얘깃거리를 리그에 공급했다. 한발 나아가 지단의 예에서 보듯 김병지는 특별한 사회경제적 영향력을 낳고 있다. 은퇴 연령이 밑도 끝도 없이 낮아지던 풍토에 일종의 저지선 역할을 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란 분석이다. 나이 때문에 지레 주눅이 들었던 이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고 하면 지나칠까. 요즘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간 충돌 가능성에 우려하는데 김병지의 활약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그 스스로 이렇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 “주위에서는 그런(은퇴) 얘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오히려 권순태, 정성룡, 김용대와 같은 후배들은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삼촌, 더 오랫동안 뛰어 주세요. 저희의 길을 열어 주세요’라고 말한다. 내가 더 오래 뛰어야 자신들의 가능성도 커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산업 현장과 그라운드가 똑같을 순 없다. 그러나 현 소속팀의 막내로 김병지보다 무려 24살이나 적은 이창민도 “어릴 때 봤던 선수와 함께 뛴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하다. 삼촌으로부터 몸 관리부터 시작해 정신력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도움을 받는다”고 말한다. 이런 세대 간 통합을 얘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존재감은 작지 않다. 앞으로 777경기 출전까지 노려 보겠다니 그 역할의 확장성이 기대된다. 앞의 르몽드 사설은 지단과 같은 스포츠 스타가 왜 인종 통합을 상징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적어 곱씹어 볼 만하다. ‘오늘날의 정치, 미디어, 문화 엘리트들은 상상력과 용기가 부족하다.’ bsnim@seoul.co.kr
  • ‘지랄견’ 훈련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랄견’ 훈련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애완견이 말 잘 듣길 원한다면 고함보단 차분한 목소리로~’ 지난 2015년 7월 28일(현지시간) 미국 허핑턴포스트는 14일 ‘동물인지저널’(Journal Animal Cognition)에 발표된 ‘지랄견’을 잘 훈련하는 방법을 실험한 듀크대학교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비글, 슈나우저, 코카스파니엘 같은 말을 잘 듣지 않는 개, 소위 ‘지랄견’을 훈련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바로 사람의 ‘목소리 톤’. 듀크대학교 개 인지센터 연구팀은 총 106마리의 개에 대해 실험을 했다. 결과는 ‘지랄견’과 그렇지 않은 개 사이의 분당 꼬리를 흔드는 숫자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말을 잘 듣지 않는 ‘지랄견’은 분당 평균 70회의 꼬리를 흔들었고 말을 잘 듣는 차분한 개들은 분당 35번을 흔들었다. 또한 연구팀은 투명한 장애물 뒤에서 간식을 들고 각각의 개들을 한번은 차분한 목소리로, 다른 한번은 흥분한 목소리로 부르는 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는 신기하게도 사람의 목소리가 차분할 때 말을 잘 들었다. 흥분된 목소리를 듣는 순간 개들은 어떻게 해야 간식을 얻 먹을 수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던 반면 차분한 목소리를 들은 개들은 간식을 먹을 수 있었다. 한편 듀크대학교 개 인지센터 연구팀의 실험을 통해 말을 잘 듣지 않는 개들에게 야단보단 타이르는 듯 차분한 목소리가 훈련하기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사진·영상= Duke University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씨줄날줄] 풍석 서유구의 요리책/최광숙 논설위원

    조선시대의 오이소박이(장황과)는 고춧가루로 버무려진 지금의 여름철 별미 김치와 완전히 다르다. 오이 가운데를 둥글게 홈을 파서 후추로 양념한 으깬 두부를 그 속에 박아 넣고 끓인 간장을 부어서 하룻밤 삭힌 것이다. 맛이 깨끗하고 고소하며 짭조름해 반찬으로 손색이 없었다고 한다. 지금 고급 한정식 상에 올라도 될 만한 이 ‘명품’ 오이소박이를 만드는 법은 놀랍게도 조선시대 후기 실학자 풍석 서유구(1764~1845)가 쓴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중 ‘정조지’(鼎俎志)에 깨알같이 적혀 있다. 풍석은 18세기 말 다산 정약용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당대 최고의 실학자다. 벼슬에서 물러난 뒤 고향에서 농사짓고 어부로 지내면서 30여년간 쓴 책이 바로 임원경제지다. 이 책은 농사, 의류, 건축, 의료 등 16개 분야에 걸쳐 113권 52책 2만 8000여개 항목으로 구성된 방대한 생활백과서다. 그중 정조지는 음식 백과로 각종 음식과 술 만드는 방법 등을 다루고 있다. 정은 솥을, 조는 도마를 뜻한다. 출세의 길이 막혀 있던 몰락한 양반이나 중·서인 출신들이 실학을 연구하던 당시에 잘나가던 권세 가문의 후손인 풍석이 생활백과사전, 더구나 요리서를 냈다는 것이 놀랍다. 하지만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중시하던 그의 가문의 학풍과 분위기를 들여다보면 수긍이 간다. 풍석의 7대조인 서성은 약산춘이라는 술을 빚었을 정도로 그의 조상은 글 읽기에만 몰두한 책상물림 선비가 아니었다. 특히 그의 조부 서명응은 신혼 초 어머니한테 요리를 배웠다고 한다. 그의 부엌 출입을 아내가 걱정할 정도였단다. 조부는 규장각 설립을 주도해 정조로부터 ‘규장각의 실제 주인’이라는 소리를 듣고 대제학까지 지냈다. 풍석의 어머니 한산 이씨 또한 “재료는 적게 쓰면서 많이 들어간 요리와 맞먹었고, 사람을 적게 부리면서도 많이 부린 요리와 맞먹었다”고 할 정도로 음식 솜씨가 뛰어났다고 한다. 무엇보다 지식은 개인의 입신양명이나 권력을 위해서가 아니라 민생을 위해 써야 한다는 철학을 가진 풍석이었기에 민초들의 삶에 필요한 실용서인 요리책까지 쓰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그는 노모를 위해 요리까지 직접 해 아침저녁 상을 차려 올렸다. 그러면 어머니는 “이 가득 차린 음식이 모두 자네 열 손가락에서 나왔구먼” 하면서 좋아했다고 한다. 최근 출판업계에서 ‘집밥’ 요리책이 인기라고 한다. 진짜 집에서 먹는 듯한 건강한 상차림을 위해 스타 요리사들과 요리책을 내려고 출판가에서는 경쟁이 붙을 정도라고 한다. 정조지에서 “교묘함을 뽐내고 재물을 낭비하여 산가(山家)에서 품위 있게 먹는 데 적합하지 않은 음식은 모두 수록하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 그의 요리는 소박하면서도 건강해지는 ‘생명 밥상’이다. 그러니 ‘집밥’ 요리책의 원조는 풍석이 아닐까.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열린세상] 한류 클래식은 가능하다/이원철 코리안심포니 대표이사

    [열린세상] 한류 클래식은 가능하다/이원철 코리안심포니 대표이사

    한 나라의 문화 수준은 그 나라 오케스트라의 연주 수준을 보면 알 수 있다. 오케스트라가 문화의 총체임을 말해 주는 표현이다. 오케스트라를 요리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삶을 풍요롭게 하고 깊은 맛을 음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요리사가 지향하는 점도 일맥상통한다. 지휘자는 곡을 연주하기 전에 단원들과 미리 약속한 곡의 이미지와 빠르기, 흐름 등을 준비한다. 요리사도 요리를 만들기 전에 재료의 맛과 모양, 색깔, 이미지 등을 준비한다. 훌륭한 요리사라면 재료를 잘 파악하고 그만의 독특한 요리법을 창출해 맛있는 요리를 내놓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좋은 지휘자는 각각의 악기 연주자들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으며 자신이 추구하는 소리에 작곡가의 의도를 정확하고 정밀하게 표현해 낼 것이다. 해방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도 교향악단이 처음 연주회를 했으니 한국 오케스트라 역사는 고작 70년인 셈이다. 짧은 연수지만 경제 발전과 더불어 오케스트라도 높은 수준으로 성장해 왔다. 양적으로도 크게 성장했다. 현재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립·공립 오케스트라 40여개와 민간 오케스트라 200여개가 활동하고 있다. 독일에 현재 80개의 오페라 극장과 정부 보조금을 받는 135개의 오케스트라가 존재하는 것과 비교해 봐도 적은 수는 아니다. 하지만 오케스트라의 경영적 측면에서 보면 아직 세계 수준에 못 미친다. 미국의 저명 오케스트라 경우 이사회는 100명 정도로 구성돼 있어서 이들 이사진은 연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기부금을 오케스트라에 후원한다. 라트비아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는 “재정은 악단 운영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결정한다. 음악은 재정에 의존적이고, 재정이 실제로 음악을 지배한다”고 말했다. 강국(强國)에 약음(弱音) 없다고 했다. 선진국 반열에 서 있는 한국이 음악적으로 강해지려면 튼튼한 재정적 기반 위에서 운영돼야 한다. 한국의 오케스트라들이 세계적 수준으로 더 성장하려면 첫째로 기량이 뛰어난 단원들을 확보해야 한다. 세계 유수의 국제 콩쿠르에서 배출된 한국 출신 연주가들이 국내 악단에서 활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코리안심포니의 내년 경영 목표도 우수 단원 확보나 예산 확보 등에 어려움이 있어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다. 둘째로 좋은 지휘자의 발굴과 지원, 성원이 필요하다. 뛰어난 지휘자가 뛰어난 오케스트라를 만든다. 지휘자의 능력에 따라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달라진다. 사실 한국의 오케스트라들은 지휘자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셋째는 국공립 오케스트라들이 외부 재원을 쉽게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뉴욕 필하모닉이나 보스턴 심포니 등 저명 오케스트라는 연 700억원 내외의 재원을 조달한다. 이는 대기업이나 수많은 일반인의 기부로 만들어지고 있다. 넷째는 국공립 오케스트라의 인사 시스템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이는 정기적인 단원 오디션으로만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오케스트라의 인지도와 시민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 연주회 애호가를 확충하기 위해 청소년과 클래식 음악 입문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개발돼야 한다. 아울러 기금 확보를 가능케 하는 기부 문화의 확산과 조세 정책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현재 유럽과 미국 클래식 시장은 정체돼 있고,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게 서구의 공연기획사들이나 음반사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우리 클래식 음악시장에 대해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시선을 갖는 이들도 많은데, 외국 연주자들이 한국에 와서 연주를 하면 꼭 하는 말이 “관객층이 젊다”는 것이다. 한국 공연시장은 최근 10년 동안 세 배 이상 성장했다. 그동안 세계 클래식 시장은 유대인들이 선도해 왔다. 그들은 서로 끌어 주면서 최고의 음악가들을 세계 무대에 등장시켜 왔다. 유대인들의 선례처럼 앞으로 국가와 기업은 물론 세계 각지에 나가 있는 한국인과 음악가들이 모두 힘을 합친다면 한류 클래식의 전 세계 확산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고 확신한다.
  • 日국민 ‘아베 반성·사죄 여론’ 고조…안보법안 민심이반 확산

    집단자위권 행사를 위한 안보법안에 대한 일본 참의원 심의가 27일 시작된 가운데 아베 신조 정권에 대한 반대 여론이 일본 내에서 비등하고 있다. 이날 주요 신문들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안보법안 강행 처리에 따른 민심 이반 현상이 거듭 확인됐다. 아베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에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한 반성이나 사죄 표현을 담아야 한다는 여론도 고조되고 있다. 이날 요미우리 및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이 발표한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담화에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한 반성이나 사죄 표현을 담아야 한다”는 의견이 각각 55%와 45%를 기록했다. 반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의견은 각각 30%, 35%였다. 요미우리신문은 24∼26일 전화 여론조사를 했고, 같은 기간 닛케이와 TV 도쿄의 전화 여론조사에서도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반성 및 사죄를 담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닛케이의 지난 6월 조사 때보다 6% 포인트 상승했다. 닛케이는 “아베 총리가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답습하겠다는 의향을 밝히면서도 표현과 용어를 전체적으로 따르는 것은 부정하고 있다”면서 “담화로 인해 중국, 한국과의 관계 악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 결과가 다음달 초 예정된 아베 총리의 담화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안보법안의 강행 처리는 지지율 하락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주요 신문 여론조사에서 아베 총리 재집권 후 처음으로 지지보다 반대가 앞서는 지지율 역전 현상이 두드러졌다.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한 응답자는 이달 초 조사 때보다 9% 포인트 늘어난 49%였다. “지지한다”는 응답은 6% 포인트 감소한 43%였다. 닛케이 조사에서도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이들은 지난달 조사 때보다 10% 포인트 증가한 50%를 기록했고 “지지한다”는 반응은 9% 포인트 줄어든 38%였다. 앞서 교도통신, NHK,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산케이신문·후지뉴스네트워크(FNN)가 벌인 조사에서도 반대 여론이 더 높았다. 그동안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지지율이란 변하기 마련이므로 개별 조사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해 왔지만 주요 언론사 조사에서 민심 이탈이 확연하게 드러나자 정권 내부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집권 자민당은 안보법안의 최종 관문인 참의원 본회의 심사와 관련해 여론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이날 참의원 본회의에서는 나카타니 겐 방위상이 법안의 취지를 설명한 뒤 여야 각 당 의원들이 아베 총리에게 질의했다. 오는 9월 27일까지인 정기국회 회기안에 법안을 처리하려는 자민·공명 연립여당과 그에 반대하는 민주·유신·공산·사민당 등 야당들은 참의원에서의 안보법제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에 들어갔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세란병원 어지럼증 클리닉, 난치성 만성 어지럼증 치료법 제안

    세란병원 어지럼증 클리닉, 난치성 만성 어지럼증 치료법 제안

    어지러운 것도 병인가? 라는 인식은 여전하다. 특히 여전히 많은 이들이 빈혈이나 귀의 문제 정도로 단순히 생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어지럼증 자체가 생소한 질환 일 뿐 아니라 뇌질환을 비롯해 중추신경계의 장애, 척추말초신경계의 장애. 시력의 저하, 전정신경계의 기능저하, 심리적 원인, 근력과 유연성의 저하 등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이 다양하다는 것은 때론 뚜렷한 원인을 밝혀내기 힘든 질환이라는 뜻도 있다. 한 가지 원인이 아닌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증상이라면 더욱 그렇다. 만성적인 어지럼증의 경우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겹쳐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어지럼증을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는 제대로 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지럼증은 왜 생기는 걸까? 어지럼증은 크게 불안 등의 심인성 어지럼증(단순한 어지럼증)과 전정신경계 중에서 말초평형신경에 문제로 생기는 말초성 어지럼증, 중주신경인 뇌신경계이상으로 나타나는 중추성 어지럼증으로 나눌 수 있다. 이중에서도 특히 주의해야 할 어지럼증은 바로 뇌신경계에 이상으로 인한 중추성 어지럼증. 물론 중추성 어지럼증이라고 모두 뇌졸중 같은 치명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젊은 여성들의 경우에 편두통 역시 어지럼증의 중요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많은 수의 어지럼증은 말초 전정신경과 세반고리관의 이상이 원인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흔히 이를 단순 귀의 문제라고 인식하지만 실제로는 귓속 깊숙이(내이라는 함.) 균형감각을 담당하는 전정신경계의 문제이다. 또한, 어지럼증은 어떤 원인이 얼마나 관여됐냐에 따라 급성과 만성 어지럼증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뚜렷한 한 가지 원인에 의해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어지럼증을 급성 어지럼증으로 본다면 한 가지 이상의 복합적인 원인에 의한 지속적인 어지럼증은 만성어지럼증 이라고 분류 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의 많은 어지럼증 환자들이 단순히 한 가지 문제가 아닌 복합적인 원인에 의한 어지럼증을 겪고 있고, 초기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만성적인 어지럼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세란병원 어지럼증 클리닉 박지현 진료부장은 “만성 어지럼증은 각각의 원인들이 조합되어 생기는 만큼 증상이 심하고 지속적임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때문에 만성 어지럼증 치료는 어떤 원인이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는 내이와 뇌신경계까지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 진료 받는 것이 중요하다. 박지현 진료부장은 “특히 환자 개개인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을 분석 원인을 밝혀내고 개별적으로 맞춰진 치료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시행해 줄 수 있는 전문 어지럼증 클리닉이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힐링캠프 황정민, “삶 돌릴 수 있다면 배우 안 할 것” 단호한 태도

    힐링캠프 황정민, “삶 돌릴 수 있다면 배우 안 할 것” 단호한 태도

    27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500인’에서는 첫 게스트로 황정민이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 황정민은 “삶을 리셋하고 싶을 때는 없었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황정민은 “삶을 돌릴 수 있다면 일단 배우는 안 할 거다”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황정민은 “이 고민을, 이 힘든 걸 어떻게 다시 하나”라면서 고개를 저었다. 이어 그는 “저는 나무 만지는 걸 좋아해서 어렸을 때는 목수가 되고 싶었다”며 “대학 때도 전공이 연기가 아닌 무대미술을 전공했다”고 전했다. 배우를 하지 않겠다는 황정민 말에 한 팬이 서운함을 드러내자, 황정민은 “30대에는 연기를 치열하게 했다. 10년 내내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고민만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중압감이 왔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런데 종이 한 장 차이로 바뀌었다. 생각의 차이다”고 말하며 인간 황정민과 배우 황정민을 분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힐링캠프 황정민, “어렸을 때 OO 되고 싶었다”

    힐링캠프 황정민, “어렸을 때 OO 되고 싶었다”

    27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500인’에서는 첫 게스트로 황정민이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 황정민은 “삶을 리셋하고 싶을 때는 없었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황정민은 “삶을 돌릴 수 있다면 일단 배우는 안 할 거다”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황정민은 “이 고민을, 이 힘든 걸 어떻게 다시 하나”라면서 고개를 저었다. 이어 그는 “저는 나무 만지는 걸 좋아해서 어렸을 때는 목수가 되고 싶었다”며 “대학 때도 전공이 연기가 아닌 무대미술을 전공했다”고 전했다. 배우를 하지 않겠다는 황정민 말에 한 팬이 서운함을 드러내자, 황정민은 “30대에는 연기를 치열하게 했다. 10년 내내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고민만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중압감이 왔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런데 종이 한 장 차이로 바뀌었다. 생각의 차이다”고 말하며 인간 황정민과 배우 황정민을 분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열린세상] 수입사절단과 태국에 가 보니/강미은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열린세상] 수입사절단과 태국에 가 보니/강미은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지난주 한국수입협회가 태국 방콕을 방문할 때 강연자 역할로 같이 갈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를 가까이서 볼 기회가 생겼다. 태국 총리는 수입협회 사절단 200여명을 태국 방콕의 총리 영빈관에 초청해 환영 리셉션을 열었다. 한국수입협회가 다루는 품목은 원유·철강 등 원자재와 자본재가 90%에 이른다. 옛날에는 수출하는 사람은 애국자, 수입하는 사람은 매국노라는 시각이 있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우리가 흔히 수입품이라고 생각하는 자동차·핸드백 등 소비재는 우리나라의 전체 수입품 가운데 10%밖에 안 된다. 원자재 등 수입을 잘해야 수출을 잘할 수 있다는 말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태국 총리는 “한국과 태국의 동반성장을 위해 수입·수출량이 동일한 수준으로 오를 수 있도록 한국 기업인들이 노력해 달라”고 부탁했다. 한국수입협회 ‘CEO 합창단’은 태국 총리에게 ‘아리랑’과 태국의 전통 민요인 ‘응암 생 두언’ 2곡의 노래를 선물하기도 했다. 태국 총리는 흥미로운 인물이다. 육군 사령관 출신인 쁘라윳 총리는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자 지난해 5월 쿠데타를 일으켜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 전 총리 정부를 무너뜨리고 집권했다.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현 정부는 친탁신 정권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 국가 개혁의 기치 아래 정치 제도를 바꾸는 중이다. 태국 최초의 여성 총리였던 잉락 전 총리는 지난해 군부 쿠데타 직전 고위 공직자의 인사와 관련한 권력 남용 혐의로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임됐다. 집권 후에 태국 총리는 국민 화합을 위해 탁신 전 총리와 정치 협상을 하라는 제안을 거부하기도 했다. 국외 도피 중임에도 태국 정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탁신 전 총리와 정치 협상을 하고, 정치범 사면을 통해 국민 화합을 도모하라는 정치권 일각의 지적에 대해 “현직 총리가 범법자와 협상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탁신 전 총리는 2008년 부정부패로 2년형을 선고받았으며, 실형을 살지 않기 위해 국외에 도피해 있다. 쿠데타로 집권한 쁘라윳 태국 총리는 언론이 내각의 불협화음을 보도하자 “기자들을 사형시킬 수도 있다”고 말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반대파들이 자신의 국가 개혁 구상에 대해 비난을 계속하면 민정 이양을 늦추고 자신이 더 오래 집권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쁘라윳 총리는 지난해 5월 쿠데타를 일으키고 나서 올 10월쯤 총선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으나 총선 및 민정 이양 시기가 내년 초로 연기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권력’을 흔히 ‘이권을 나눠 주는 힘’이라고 표현한다.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이 이런 말을 했다. “세상을 종으로 나누면 백제인, 고구려인, 신라인. 신라 안에서는 공주님을 따르는 자, 이 미실을 따르는 자. 하지만 세상을 횡으로 나누면 딱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지배하는 자와 지배당하는 자.” 미국의 냉혹한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는 권력에 대해 이런 대사가 나온다. “권력 게임에서는 딱 한 가지 룰밖에 없다. 사냥을 하거나, 사냥을 당하거나.”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만든 이 드라마는 온갖 권모술수와 부정, 조작이 난무하는 잔혹한 정치판에서 ‘사냥하느냐, 사냥당하느냐’의 치열한 권력 다툼을 현실감 있게 그려 낸다. 정치는 세력 관계에 기반을 둔 말의 힘에 기댄다. 권력을 통해 선한 의도의 이권을 나눠 줄 수도 있고, 이권을 챙길 수도 있다. 그래서 나온 말이 “권력은 측근이 원수고, 재벌은 자식이 원수다”라는 말이다. 권력 주변의 측근들이 비리를 저질러서 문제가 되고, 재벌가의 철없는 자녀들이 사고를 쳐서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만들 때마다 나오는 말이다. 권력은 ‘권불십년’이라고 해서 10년을 가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권력은 목조건물이고, 재벌은 석조건물이라는 말도 나온다. 권력의 원래 뜻은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 특히 국가나 정부가 국민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강제력’이다. 하지만 ‘이권’을 나눠 줄 수 있는 힘이 될 때 권력의 남용은 더 무서워진다. 한동안 불안정했던 태국을 방문하면서 생각하게 된 ‘권력의 힘’이었다.
  • 힐링 황정민, 삶 리셋한다면 배우 안한다? “10년 내내 연기 고민만 했다” 이유 들어보니

    힐링 황정민, 삶 리셋한다면 배우 안한다? “10년 내내 연기 고민만 했다” 이유 들어보니

    힐링캠프 황정민, 삶 리셋한다면 배우 안한다? “어렸을 때 OO 되고 싶었다” ‘힐링캠프 황정민, 힐링 황정민’ 배우 황정민이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 개편 후 첫 게스트로 출연해 인간 황정민과 배우 황정민에 대해 이야기 했다. 27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500인’에서는 첫 게스트로 황정민이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 황정민은 “삶을 리셋하고 싶을 때는 없었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황정민은 “삶을 돌릴 수 있다면 일단 배우는 안 할 거다”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황정민은 “이 고민을, 이 힘든 걸 어떻게 다시 하나”라면서 고개를 저었다. 이어 그는 “저는 나무 만지는 걸 좋아해서 어렸을 때는 목수가 되고 싶었다”며 “대학 때도 전공이 연기가 아닌 무대미술을 전공했다”고 전했다. 배우를 하지 않겠다는 황정민 말에 한 팬이 서운함을 드러내자, 황정민은 “30대에는 연기를 치열하게 했다. 10년 내내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고민만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중압감이 왔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런데 종이 한 장 차이로 바뀌었다. 생각의 차이다”고 말하며 인간 황정민과 배우 황정민을 분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 방청객이 “너무 간절히 바라지만 아직 때가 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다.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답답한 현실”이라고 고민을 토로하자, 황정민은 “나도 그랬었다”면서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 한다”고 진심어린 조언을 건넸다. 황정민은 연봉 300만원을 받은 적이 있다고 고백하며, 자기 직업에 대해 행복해 하고 프라이드가 있어야 한다고 거듭 조언을 건넸다. 황정민은 “내 일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몰두하고 있는지 짚어보면 나중에는 주변에서 자기를 찾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개편 후 첫방송된 ‘힐링캠프’는 말이 모이고 생각이 뭉치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힐링캠프가 된다는 콘셉트로 누구라도 말하고, 누구라도 들을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토크쇼로 진행된다. 사진=SBS 힐링캠프 방송캡처(힐링 황정민)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최동호 새벽을 열며] 오마 샤리프의 죽음

    [최동호 새벽을 열며] 오마 샤리프의 죽음

    오마 샤리프가 영원한 연인 라라를 찾아 천국으로 갔다는 보도를 접하자 대설원을 배경으로 전개된 한 세기의 사랑이 펼쳐졌다 사라지는 것 같았다. 1960년대 중반에 개봉된 영화 ‘닥터 지바고’는 당시 젊은 세대는 물론 많은 한국인에게 커다란 감동을 주었다. 6·25와 4·19를 경험한 세대들에게 ‘닥터 지바고’는 4·19의 좌절을 바라보면서 삭막한 시대를 견디며 살아야 했던 사람들에게 정신적 허기를 달래 주는 사랑의 서사시이기도 했다. 특히 영화에서 오마 샤리프가 보여 준 탁월한 연기는 소설에 못지않은 감명을 전해 주었다. 전쟁이 끝나고 라라와 헤어지는 장면에서의 오마 샤리프의 깊고 우수 어린 눈동자나 우랄산맥의 한 별장에서 겨울밤 여우 울음소리를 들으며 시를 쓰던 장면이나 마지막 전차를 타고 가다가 길을 걸어가는 라라를 발견하고 급히 내려 뒤쫓아 가다 쓰러지는 장면 등은 라라에 대한 지바고의 사랑을 표현하는 극적인 순간들을 전해준 명장면들이었다. 당시 영화를 보고 난 소감을 토로하는 자리에서 한 사람은 라라의 첫 연인 파샤와 같은 혁명가가 되겠다고 했고 또 다른 사람은 지바고와 같은 시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지바고의 주제 음악을 사랑한 것은 물론 라라에게 바치는 시를 쓴 사람도 여럿 있었다. 지바고의 인기는 1958년 노벨 문학상이 파스테르나크에게 주어졌으나 소련 당국의 압력으로 이를 거부하게 되자 정점에 이르렀다. 그러나 세상사는 소설이나 영화처럼 아름답지는 않았다. 후일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서방세계에서의 ‘닥터 지바고’ 출판은 냉전체제를 깨뜨리려는 미국 정보당국의 작전에 의한 것이며 파스테르나크가 사랑했던 라라의 실존 인물이라고 지칭되는 여성은 소련의 정보당국이 파견한 비밀 요원이었다는 것이다. 파스테르나크는 이 여성의 정체를 결국은 알고 있었으며 자신이 사랑한 이 여성이 자기로 인해 고통을 겪게 될 것을 매우 걱정했다고 한다. 파스테르나크로 하여금 노벨상 수상을 거부하게 만든 것은 ‘닥터 지바고’의 내용이 러시아혁명을 부정적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닥터 지바고’ 이야기를 길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지난 4월 초 모스크바 교외에 있는 파스테르나크의 집을 찾아간 기억 때문이다. ‘닥터 지바고’를 집필했다는 커다란 책상은 자작나무가 보이는 이층 창가에 있었다. 지루할 때 사용했다는 입식 책상도 보였다. 서가에는 릴케와 보들레르 그리고 엘리엇이나 셰익스피어 등의 작품집이 꽂혀 있었다. 젊은 날 파스테르나크가 서방세계의 작품을 많이 읽었으며 혁명 후에는 은둔하며 이들의 작품을 번역하면서 살았다는 이야기에는 광복 후 북에서 러시아 작품을 번역하며 살았던 백석의 생애가 겹쳐지기도 했다. 두 사람 다 정치권력으로부터 소외된 그리고 문학의 자율성과 인간에 대한 이상주의적 희망을 추구한 문인들이었다. 작은 발견이 필자를 놀라게 했다. 안내인이 구두를 가리키며 밑창이 서로 다른 두께를 보라는 것이다. 파스테르나크는 약간 절름발이였던 것이다. 아마도 라라에 대한 사랑은 절대적이었을 것이다. 계단을 내려오니 일층 계단 옆에 초라한 침대가 하나 있었다. 이것이 무엇이냐고 하니 다리가 불편했던 노년의 파스테르나크가 이층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일층에서 사용했던 침대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가 찡하게 가슴에 다가왔다. 전차에서 내려 라라를 뒤쫓아 가다 쓰러지던 명장면 때문이다. 침대 벽에는 파스테르나크의 관을 메고 갔던 군중의 장례 사진이 붙어 있었다. 그의 시와 소설을 사랑한 많은 사람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오마 샤리프도 만년에는 치매에 걸렸다고 한다. 이혼한 부인이 이미 작고했음에도 아들에게 전 부인의 안부를 자주 물었다는 것이다. 하늘나라에 온 오마 샤리프를 파스테르나크가 위로하며 라라의 안부를 묻게 된다면 붉은 혁명으로 요동치던 시대에도 영원한 사랑을 찾다 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망각의 저편으로 사라져 갈 것이다.
  • [씨줄날줄] 파이낸셜타임스 매각의 뒤안길/구본영 논설고문

    일선 기자로서 국제부에서 일할 때 가장 요긴한 매체가 파이낸셜타임스(FT)였다. 국제부 데스크 시절에도 이른 아침 살구 빛깔의 이 신문부터 습관처럼 펼쳐 들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세계 유수의 통신을 비롯한 그 어느 매체에서보다 더 풍부한 국제 뉴스를 훨씬 일목요연하게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888년 런던에서 창간한 FT는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함께 세계 경제신문의 양대 산맥이다. 말이 경제지이지 정치·사회·문화를 망라한 국제적 이슈에 대한 심층 보도로 성가를 높여 온 신문이었다. 그런 FT를 어제 일본의 미디어그룹 닛케이(日經)가 인수하기로 했단다. 그야말로 세계 미디어 업계의 지형을 뒤흔들 빅뱅이다. 127년 전통의 영국 권위지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도 아닌데 일본 기업에 팔린다니, 도무지 믿어지지 않은 파천황(破天荒)의 사태다. 이처럼 세계 미디어업계에서 보기 드문 빅딜이 이뤄진 배경이 뭘까. 닛케이가 8억 4400만 파운드(약 1조 5300억원)란 거금을 투자한 것보다 FT 측의 매각 동기가 더 궁금하다. FT가 흑자 매체란 점에서다. FT는 종이신문 시장뿐만 아니라 디지털화 흐름에도 잘 적응해 현재 인터넷 유료 독자가 50만명으로, 전체 독자의 70%선이다. 공짜 소비가 대세가 되다시피 한 온라인뉴스 시장에서 유료화에 성공한 유이(有二)한 매체가 WSJ와 FT란 평가를 받을 정도다. 물론 세계 경제인들이 안 보고는 못 배길 정도로 풍부한 프리미엄 경제 정보를 보유하고 있기에 가능했다. 사실 종이신문이든 온라인신문이든 광고가 가장 큰 수익 모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인터넷시대에 접어들어 인쇄 매체 산업은 날로 시들어 가지만, 대체재인 온라인 미디어 시장은 기대만큼 활짝 꽃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FT의 모기업인 피어슨은 이제 교육과 출판사업 쪽에 집중할 태세라고 한다. 피어슨은 근년에 북미와 신흥국의 교육 서비스 시장을 지속적으로 노크해 왔다. 그렇다면 아직 활자 매체에 로열티가 강한 독자가 있는 일본의 닛케이에 비해 피어슨 쪽이 미디어 산업의 장래를 비관적으로 본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하긴 미국의 경제학자 윌리엄 보멀은 “공연예술은 (제작 시간을 압축할 수 없기에) 시간이 갈수록 재정적 위기로 나아간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른바 ‘보멀의 법칙’이다. 미디어와 같은 문화 콘텐츠 분야는 공연과 같은 순수예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산업적 시스템에 많이 의존하긴 한다. 하지만 다른 산업과 달리 무한 복제나 자동화를 통한 시간 절약이 어려운 기자들의 노동에 의존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그래서 논리의 비약인지 모르지만 FT의 소유권 이전을 보면서 미디어와 예술 등 공공재적 성격을 띤 문화산업에 대해선 최소한의 공적 부조가 불가피하다는 생각도 든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기고] 국민 삶의 질 잘 챙겨야 할 여의도/이성규 서울시립대 사회정책학과 교수

    [기고] 국민 삶의 질 잘 챙겨야 할 여의도/이성규 서울시립대 사회정책학과 교수

    요즘 두 가지 일로 착잡하다. 하나는 소가 들어갈 수도 없는 집에 소를 몰아넣고 있는 복지행정이고, 다른 하나는 소 잃고도 외양간을 못 고치는 보건행정이다. 지난 7월 1일부터 국민기초생활제도가 맞춤형 급여 시스템으로 전환되면서 일괄적으로 지급되던 급여가 생계, 의료, 주거, 교육 영역으로 수급자들을 분류해 지급되게 됐다. 복지의 체감을 높이고 낭비를 줄이는 매우 의미 있는 전환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최근 어느 동주민센터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피곤한 표정과 음성을 접하고는 가슴이 쓰렸다. “복지부에서 내려온 할당을 채우려니 너무 힘들어요”라고 어려움을 호소해 “그게 뭔데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자율형목표관리제’에 대한 설명이 돌아왔다. 맞춤형급여신청이 부진하자 각 구청에 할당을 내려보내 신청률을 높이려는 귀에 익숙한 내용이었다. 학술적 호기심에 현장 여러 곳을 다녀보면서 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강제 할당으로 신청을 부추겨 놓고 부적합 판정을 내리는가 하면, 국토교통부에서 지급하는 주거 급여가 수급자 생성이 미약해 주택조사를 하다 변경하여 혼선을 초래하고, 공공임대주택 거주자에게는 LH, SH 등 기관의 가상계좌를 통해 지급해야 하는데 개인 계좌로 입금되는 등등. 시행 초기의 혼선은 어느 정책이나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경우는 사전 준비와 부처 간 협력체계가 부족한 한국형 부처절벽 현상이 융합돼 있는 것 같아 씁쓸했다. 또 하나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사후 조치를 보면서 느끼는 소회다. 정부에서 준비는 하고 있겠지만 국민들이 기다리고 있는 권역별 공공의료체계 구축, 감압병동 및 격리병원 완비 등 보건 인프라에 대한 청사진이 아직 나오고 있지 않다. 언론을 보면 장관을 의사 출신으로 하자느니, 보건담당 차관을 신설하자느니 하는 얘기들만 난무한다. 2003년 사스에 잘 대처했다는 말을 필자는 다른 각도에서 본다. 초반 대처는 잘했다지만 그 후 공공의료 체계의 중요성을 알고 정책적으로 반영한 것이 뭔가. 그런 사태 이후 행정은 국민들의 ‘위기 망각의 강’에 올라타 유유자적하다가 오늘과 같은 사태를 맞지 않았을까. 메르스 사후 대책에 필요한 예산을 두고도 정쟁을 하는 것을 보면 대응 수준이 2003년 사태 이후보다 나아질 수 있을지 걱정된다. 곧 휴가가 본격화된다. 국민들은 당정청과 여야가 국민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 대한 궁리로 땀 흘리는 진정성을 인식한 후에야 쉴 수 있을 것 같다. 메르스를 정치공세용으로 활용하던 정치권이 이제는 국가정보원 직원의 자살을 두고 또 공세를 벌이고 있다. 이런 문제는 전문가로 구성된 믿을 수 있는 조사단과 여야 정치권이 사실관계를 확인하면 된다. 여의도의 창과 방패를 통한 공세 정치 때문에 오히려 국가 기밀이 누설될 수 있고 국민의 행복에 관해 머리를 맞대는 살림정치를 위한 에너지가 소진되면서 국민의 정치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줄어들 것 같다. 보건복지 관련 인프라 확대를 포함해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에 계류 중인 민생경제 관련 법안들로 눈을 돌려 비전과 내용 있는 토론을 하는 여의도만이 고단한 국민에게 쉴 수 있는 여름을 줄 것이다.
  • [이광식의 천문학+] ‘마녀사냥자’ 루터는 왜 코페르니쿠스를 욕했나?

    [이광식의 천문학+] ‘마녀사냥자’ 루터는 왜 코페르니쿠스를 욕했나?

    -천년 이상 지식인의 머리를 옥죈 성구 '한 문장' 천문학의 발전에 있어 최악의 장애물을 하나 꼽자면 다른 것도 아닌 다음의 한 문장일 것이다. “여호와께서 아모리 사람들을 이스라엘 자손에게 붙이시던 날에 여호수아가 여호와에게 고하되, 이스라엘 목전에서 가로되, 태양아 너는 기브온 위에 머무르라 달아 너도 아얄론 골짜기에 그리할지어다 하매, 태양이 머물고 달이 그치기를 백성이 그 대적에게 원수를 갚도록 하였느니라. 야살의 책에 기록되기를 태양이 중천에 머물러서 거의 종일토록 속히 내려가지 아니하였다 하지 않았느냐.” '구약 성서' 중 여호수아 10장 12~13절의 내용이다. 이 성구만큼 중세 지식인들의 정신을 옥죈 고문 도구도 없을 것이다. 이 한 문장이 1000년 이상 두고두고 문제가 되어 지식인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강요했다. 브루노가 로마 광장에서 화형을 당하고, 갈릴레오가 피렌체 자택에 종신연금을 당한 것도 이 한 문장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성서는 천국으로 가는 방법을 말해주는 것이지 하늘의 운행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란 갈릴레오의 항변도 이 한 마디로 무력화되었다.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가 코페니르쿠스에게 '멍청이'라고 욕한 것도 이 한 문장에 기댄 것이었다. 그는 이렇게 반문했다. 만약 태양이 움직이지 않고 정지해 있는 것이라면 어떻게 여호수아가 태양에게 멈추라고 명령할 수 있겠는가. 결국 지동설은 성서에 대한 해석과 진리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다. 루터가 코페르니쿠스를 비난한 말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코페르니쿠스라는 어떤 신출내기 점성술사가 나타나, 이 하늘, 해, 달이 아니라 지구가 움직인다고 주장하는 것에 사람들이 귀를 기울인다고 한다. 이 멍청이는 이제까지의 모든 천문학을 뒤집어엎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신성한 성경에서 이르기를, 여호수아는 지구가 아닌 태양에게 그대로 머물러 있으라고 말하였다.”​ 하긴 루터만 탓할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1,800년 전 아리스타르코스가 지동설을 발표했을 때도 독신죄에 몰렸었는데, 코페르니쿠스 시대야 더 말해 무엇하랴. 21세기에 사는 미국 인구 중 21%가 아직도 태양이 지구 둘레를 돈다고 믿으며, 7%는 모르거나 관심이 없다고 한다. 인간이란 원래 완고한 법이다. -루터와 천문학자 간의 악연 그러니 16세기 사람인 루터가 그렇게 말했다고 해서 하등 놀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루터가 천문학의 발전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사실만은 부정하기 힘들다. 더욱이 마녀사냥의 열렬히 지지자였던 루터는 평소 어느 누가 마녀 혐의가 나오더라도 무조건 태워죽여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런 마녀몰이에 또 피해를 입은 사람이 16세기 천문학의 영웅 요하네스 케플러였다. 케플러의 어머니가 마녀라는 혐의를 받고 투옥당해 몇 년 동안 재판을 받았는데, 케플러는 어머니에게 씌워진 마녀 혐의를 벗기기 위해 재판정으로 관공서로 뛰어다니며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했다. 천문학의 입장에서 볼 때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루터를 비롯한 중세인들의 머리에는 '신의 형상을 닮은' 인간은 고귀하며 당연히 우주의 중심에 거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인간 중심의 오만함이 도사리고 있었고, 따지고 보면 이런 오만함이 수많은 희생자들을 양산해내고 천문학의 발전을 가로막았다고 할 수 있다. 천문학의 역사는 어떤 면에서는 우주 속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위치에 관한 역사이기도 하다. 기원전 3세기에 걸출한 천재인 아리스타르코스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우주 속에서의 인간의 위치를 정확히 말하고 최초로 행성들의 배치를 정확하게 그려냈음에도 불구하고, 그후 1,800년 동안 인류 중 누구도 이 사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전히 지구는 우주의 중심에 있으며, 인간은 우주의 중심적인 존재로 군림해왔다. 서구인들은 인간만이 신의 은총을 받은 존재인 양 행세하며, 이단 박멸, 이교도 말살 같은 깃발을 올리고 십자군 전쟁도 여러 차례 일으켰다. ​-​'만물의 중심에는 태양이 있다' 이런 잘못된 우주관을 뒤엎은 사람이 바로 지동설을 들고 나온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였다. 그는 우주의 중심에 놓인 지구를 가차없어 끌어내리고 태양을 거기다 갖다놓았다. 그래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런데 어째서 대명천지에서 1,800년이나 지나서야 지동설이 다시 나온 걸까? 인류 지성이란 게 무색해지는 장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뒤에서 무소불위의 절대권력 교회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맹신은 사람을 저능화한다. 이 분야에서 집단 저능화 현상이 나타나 오랜 동안 지속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동안 내로라 하는 천재들이 왜 없었겠는가. 그러나 아무리 천재라 하더라도 시대의 대세를 거스르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그런 면에서 지동설을 세상에 내민 코페르니쿠스는 진정 영웅이었다. 하지만, 무척 조심스런 영웅이었다. 그는 자신의 태양중심 우주론을 담은 첫 저서 ‘소론’을 완성하고도 바로 출판하지 않았다. 요즘 말로 하자면, 획기적 학설을 담은 베스트셀러를 쓰고도 세상에 내놓지 않았다는 뜻이다. 몇몇 필사본이 돌아다니는 정도였다고 한다. 코페르니쿠스는 사실 프로 천문학자가 아니었다. 대학에서 의학과 함께 잠시 천문학을 공부한 적은 있지만, 본업은 어디까지나 교회의 행정직원이자 의사였다. 그는 평소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 우주론에 커다란 불만을 갖고 있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이론대로 정말 지구가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면 화성의 역행 같은 현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그는 생각했다. 또한 금성과 수성이 실제로 지구 둘레를 돈다면 가끔씩 태양으로부터 멀어질 때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현상이 전혀 관측되지 않았던 것이다. 코페르니쿠스는 오랜 탐구 끝에 마침내 수많은 원들을 필요로 하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을 버리고 1,700년 전 아리스타르코스의 지동설로 되돌아갔다. 그가 이러한 결론에 이른 것은 아리스타르코스처럼 태양의 거대한 크기를 생각한 결과에서가 아니고, 태양을 중심으로 모든 행성들이 돈다고 생각하면 행성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수학이 더욱 아름답고 간단해지며, 행성의 역행 운동도 아주 쉽게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원래의 원고에서 코페르니쿠스는 아리스타르코스를 언급했다가 무슨 이유에선지 나중에 선을 그어 지워버렸다). 어쨌든 신에게 특별히 은총받은 인간의 지구가 우주 중앙에 딱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저 불덩어리 태양 둘레를 돌고 있는 행성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혁명적인 주장을 담은 코페르니쿠스의 책은 입소문을 타고 삽시에 번져나갔다. 지식인 사회에서는 큰 화제가 되고 열띤 토론거리가 되었지만, 그래도 코페르니쿠스는 그런 자리에 일절 나가지 않았다. 한마디로 몸조심한 거다. 이러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 대해 비판과 반발이 나온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비판의 선두에 섰던 사람이 바로 마르틴 루터였다. 그는 직접 자기 눈으로 마귀를 보았다는둥, 툭하면 마귀 얘기를 꺼내곤 했는데, 귀머거리, 장님, 절름발이 등 장애인들은 그의 기준으로 볼 때 무조건 마귀에 씌인 사람들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마귀로 몰려 참혹한 죽음을 당한 것은 기독교의 대표적 흑역사에 속한다. 14세기 후반부터 18세기 중반에 걸쳐 5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마녀재판에서 마녀 혹은 마법사라는 죄목으로 처형되었다고 역사는 전한다. 어쨌든, 코페르니쿠스의 천동설을 담은 책이 정식으로 출판된 것은 그가 70살의 나이로 눈을 감기 바로 직전이었다. '소론'이 나온 후 30년이나 지난 뒤였다. 그만큼 코페르니쿠스는 교회와의 마찰을 극도로 두려워했다. 코페르니쿠스가 인쇄된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란 책을 받아본 것은 바로 임종 때였다. 뇌졸중으로 의식을 잃었는데, 책을 쥐어주자 잠깐 눈을 떴다가 영면했다고 한다. 향년 70세.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1616년에 '배교적 저술'로 금서목록에 올랐다가 1999년에야 풀려난 그 책에는 다음과 같은 코페르니쿠스의 유명한 문장이 있다. “만물의 중심에는 태양이 있다. 전체를 동시에 밝혀주는 휘황찬란한 신전이 자리잡기에 그보다 더 좋은 자리가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어떤 이는 그것을 빛이라 불렀고, 또 어떤 이는 영혼이라 불렀고, 다른 이는 세상의 길라잡이라 불렀으니, 그 얼마나 적절한 표현인가. 태양은 왕좌에서 자기 주위를 선회하는 별들의 무리를 굽어본다.” 코페르니쿠스는 각각의 천체들은 제각기 고유한 무게를 갖고 있으며, 이 무거운 천체들은 자체의 중심으로 향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생각이 궁극적으로는 만유인력에 이르게 되지만, 당시의 코페르니쿠스는 이러한 문제에 답할 만한 ‘물리학’을 갖고 있지 못했다. 그 답은 뉴턴이 출현하기까지 200백 년 이상을 기다리지 않으면 안되었다. -천지불인(天地不仁), 인간은 우주의 중심이 아니다 근대과학은 코페르니쿠스가 우주의 중심에서 지구를 치워버린 해인 1543년에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후 인간은 어떤 의미에서도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고가 하나의 원리로서 확립되었다. 이미 오래 전 노자(老子)가 한 말처럼 천지불인(天地不仁), 곧 자연은 인간에 연연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갈릴레오가 코페르니쿠스를 가리켜 지동설의 부활자로 일컬었듯이,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의 최초 주창자는 아니다. 그러나 그의 지동설은 중세의 암흑시대를 벗어나 근대과학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고,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전환을 가져왔던 것이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고, 인간은 그 위에 사는 존엄한 존재이며, 달 위의 천상계는 영원한 신의 영역이다. -이 같은 중세의 우주관을 폐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던 코페르니쿠스. 괴테의 다음과 같은 말은 그에 대한 가장 감동적인 찬사일 것이다. “모든 발견과 견해 중에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만큼 인간 정신에 큰 영향력을 끼친 것은 다시없을 것이다. 우주의 중심에 위치한다는 엄청난 특권의 포기를 요구받기 이전까지, 지구는 둥글고 그 자체로서 완결된 것이라는 사실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인류에게 이보다 더 큰 변혁을 가져온 것은 결코 없었다. 왜냐하면, 이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그토록 많은 것들이 연기처럼 허공 속으로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나폴레옹이 정복군을 이끌고 폴란드 코페르니쿠스 생가를 방문했을 때 위대한 과학자를 기념하는 동상 하나 세워져 있지 않은 걸 보고는 깜짝 놀랐다고 한다. 동상은커녕 무덤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2005년, 코페르니쿠스 유해가 사후 5세기 만에 발견되었다. 그가 재직한 폴란드의 프롬보르크 대성당 지하묘지에서 발견됐는데, 코페르니쿠스가 사용한 책에서 나온 두 올의 머리카락 DNA 검사를 통해 유해임이 확인되었다. 코페르니쿠스의 유해는 아무 묘비도 없이 무명으로 묻혔다가 사망한 지 5세기 만에 최고의 예우를 갖춰 ‘영웅’으로 재안장됐다. 대성당측은 코페르니쿠스의 사망 467주기 다음날 치르진 장례에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탄압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시했다. 폴란드 국민들은 코페르니쿠스를 국민영웅으로 칭송하는 추모행사를 갖기도 했다. 새로 세워진 검은 화강암의 묘비에는 지동설을 표시하는 태양계의 도형을 새겨넣어 500년 전 그의 업적을 기렸다. 역시 조심스러운 영웅의 부활답다고나 할까.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세계 각국 전문가 선정 ‘최고의 미국영화 100선’

    세계 각국 전문가 선정 ‘최고의 미국영화 100선’

    20일(현지시간) 영국 BBC가 세계 각지 영화 평론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작성한 ‘최고의 미국 영화 100선’을 발표했다. BBC는 영국, 중동, 인도, 남미, 호주, 미국 등에서 일하는 영화관련 신문·잡지 기자 및 저술가 62인의 참여로 이번 리스트를 작성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기존에 여타 단체나 매체에서 발표했던 ‘최고의 미국영화’ 리스트는 대부분 미국 영화산업 내부 인물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만들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BBC는 이번 조사의 취지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미국 영화에 대한 세계인의 시각을 다양하게 반영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이 리스트에서 지칭하는 ‘미국영화’란, 미국 자본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말한다. 따라서 다른 국적 감독이 제작했거나 미국 이외 국가에서 촬영된 영화도 포함된다. 실제로 선정 영화 중 32편은 미국 이외 국적 감독의 작품이다 BBC는 우선 평론가들에게 각자가 생각하는 최고의 미국영화 1~10위를 꼽게 했다. 그 뒤에 각각의 1위 영화에는 10점, 다음 순위부터는 1점씩 감해 점수를 부여했고 이 점수를 합산해 리스트를 만들었다. BBC는 평론가들로 하여금 각 영화가 지니는 '중요성'을 고려하는 대신 자신의 순수한 기호에 따라 영화를 선정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선정된 영화 100편의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100. 비장의 술수(Ace in the Hole, 1951)99. 노예 12년(12 Years a Slave, 2013)98. 천국의 문(Heaven’s Gate, 1980)97.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 1939)96. 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 2008)95. 식은 죽 먹기 (Duck Soup, 1933)94. 25시 (25th Hour, 2002)93. 비열한 거리 (Mean Streets, 1973)92. 사냥꾼의 밤 (La noche del cazador, 1955)91. ET (ET: The Extra-Terrestrial, 1982)90. 지옥의 묵시록 (Apocalypse Now, 1979)89. 고독한 영혼 (In A Lonely Place, 1950)88.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West Side Story, 1961)87.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86. 라이온 킹 (The Lion King, 1994)85.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Night Of The Living Dead, 1968)84. 서바이벌 게임 (Deliverance, 1972)83. 아이 양육 (Bringing Up Baby, 1938)82. 레이더스 (Raiders Of The Lost Ark, 1981)81. 델마와 루이스 (Thelma & Louise, 1991)80. 세인트 루이스에서 만나요 (Meet Me In St. Louis, 1944)79. 트리 오브 라이프 (The Tree Of Life, 2011)78. 쉰들러 리스트 (Schindler‘s List, 1993)77. 역마차 (Stagecoach, 1939)76. 스타워즈 에피소드 5 - 제국의 역습 (Star Wars Episode V: The Empire Strikes Back, 1980)75. 미지와의 조우 (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 1977)74. 포레스트 검프 (Forrest Gump, 1994)73. 네트워크 (Network, 1976)72. 상하이 제스처 (The Shanghai Gesture, 1941)71. 사랑의 블랙홀 (Groundhog Day, 1993)70. 밴드 웨곤 (The Band Wagon, 1953)69. 코야니스카시 (Koyaanisqatsi, 1982)68. 오명 (Notorious, 1946)67. 모던 타임즈 (Modern Times, 1936)66. 붉은 강 (Red River, 1948)65. 필사의 도전 (The Right Stuff, 1983)64. 자니 기타 (Johnny Guitar, 1954)63. 사랑의 행로 (Love Streams, 1984)62. 샤이닝 (The Shining, 1980)61. 아이즈 와이드 셧 (Eyes Wide Shut, 1999)60. 블루 벨벳 (Blue Velvet, 1986)59.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 1975)58. 모퉁이 가게 (The Shop Around The Corner, 1940)57. 범죄와 비행 (Crimes And Misdemeanors, 1989)56. 백 투 더 퓨쳐 (Back To The Future, 1985)55. 졸업 (The Graduate, 1967)54. 선셋 대로 (Sunset Boulevard, 1950)53. 그레이 가든 (Grey Gardens, 1975)52. 와일드 번치 (The Wild Bunch, 1969)51. 악의 손길 (Touch Of Evil, 1958)50. 그의 연인 프라이데이 (His Girl Friday, 1940)49. 천국의 나날들 (Days Of Heaven, 1978)48. 젊은이의 양지 (A Place In The Sun, 1951)47. 마니 (Marnie, 1964)46. 멋진 인생 (It‘s A Wonderful Life, 1946)45. 리버티 벨런스를 쏜 사나이 (The Man Who Shot Liberty Valance, 1962)44. 셜록 2세 (Sherlock Jr., 1924)43. 미지의 여인에게서 온 편지 (Letter From An Unknown Woman, 1948)42.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Dr. Strangelove, 1964)41. 리오 브라보 (Rio Bravo, 1959)40. 오후의 그물 (Meshes Of The Afternoon, 1943)39. 국가의 탄생 (The Birth Of A Nation, 1915)38. 죠스 (Jaws, 1975)37. 슬픔은 그대 가슴에 (Imitation Of Life, 1959)36.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 (Star Wars, 1977)35. 이중 배상 (Double Indemnity, 1944)34. 오즈의 마법사 (The Wizard Of Oz, 1939)33. 컨버세이션 (The Conversation, 1974)32. 레이디 이브 (The Lady Eve, 1941)31. 영향 아래 있는 여자 (A Woman Under The Influence, 1974)30. 뜨거운 것이 좋아 (Some Like It Hot, 1959)29. 성난 황소 (Raging Bull, 1980)28. 펄프 픽션 (Pulp Fiction, 1994)27. 배리 린든 (Barry Lyndon, 1975)26. 양 도살자 (Killer of Sheep, 1978)25. 똑바로 살아라 (Do The Right Thing, 1989)24.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The Apartment, 1960)23. 애니 홀 (Annie Hall, 1977)22. 탐욕 (Greed, 1924)21. 멀홀랜드 드라이브 (Mulholland Drive, 2001)20. 좋은 친구들 (Goodfellas, 1990)19. 택시 드라이버 (Taxi Driver, 1976)18. 시티 라이트 (City Lights, 1931)17. 황금광시대 (The Gold Rush, 1925)16. 맥케이브와 밀러 부인 (McCabe & Mrs. Miller, 1971)15. 우리 생애 최고의 해 (The Best Years Of Our Lives, 1946)14. 내쉬빌 (Nashville, 1975)13.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North By Northwest, 1959)12. 차이나타운 (Chinatown, 1974)11. 위대한 앰버슨가 (The Magnificent Ambersons, 1942)10. 대부 2 (The Godfather Part II, 1974)9. 카사블랑카 (Casablanca, 1942)8. 싸이코 (Psycho, 1960)7. 사랑은 비를 타고 (Singin’ In The Rain, 1952)6. 선라이즈 (Sunrise: A Song of Two Humans, 1927)5. 수색자 (The Searchers, 1956)4.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 A Space Odyssey, 1968)3. 현기증 (Vertigo, 1958)2. 대부 (The Godfather, 1972)1. 시민 케인 (Citizen Kane, 1941)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中 해양 진출·北 핵무기 위협 강조… 아베의 집단자위권 합리화

    中 해양 진출·北 핵무기 위협 강조… 아베의 집단자위권 합리화

    일본 각의가 21일 통과시킨 2015년도 방위백서의 특징은 중국의 해양 진출 등 군사 안보적 위협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킨 점이다. 집단자위권 법안에 대한 반발 여론이 거세진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안보 관련 법안 정비와 국제 정세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중국 위협을 더욱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방위백서는 ‘해양을 둘러싼 동향’이란 새로운 항목에서 “국제법 질서와는 어울리지 않는 독자적인 주장에 근거해 자국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행동하는 사례를 볼 수 있다”며 중국을 비판했다. 또 “일방적인 주장을 타협 없이 실현하려는 태도”라는 새로운 인식을 추가했고, “예측 못한 사태를 초래할지 모르는 위험한 행위도 보인다”며 경계의 수위를 높였다. 중국의 방위정책 기술은 지난해 3쪽에서 올해 24쪽으로 남북한(18쪽)보다 30% 이상 많았다. 방위백서의 초점인 ‘중국의 위협’과 관련, 동·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활동 영역 확대에 대한 위기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백서는 중국의 적극적인 해양 진출을 “고압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앞으로도 이런 행동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에서 중국 어선, 지도선 및 공공 선박들의 영해 침입이 상시화됐다는 분석을 처음 내놨다. 중국이 동중국해의 일본과의 중간선 근처에서 진행 중인 가스전 개발 문제에 대해서는 “새로운 해양 플랫폼의 건설이 확인돼 우리나라(일본)가 거듭 항의하고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고 명기했다. 남중국해에 대해서는 “(중국이) 스프래틀리군도(중국명 난사군도)의 7개 바위에 대규모 매립을 강행하고 일부에서는 활주로나 항만을 포함한 인프라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고 상술했다. 이에 따른 주변국과의 마찰과 국제사회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중국군의 통합작전 지휘센터 신설 사실이 새롭게 들어갔고, 공표된 2015년도 중국 국방예산(8869억 위안·약 165조원)의 명목상 규모가 지난 10년 사이 3.6배로 늘어난 것이자 27년 사이에 41배로 증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과 관련해선 핵무기 소형화·탄두화 등 핵과 미사일 개발 진전 가능성과 이에 따라 일본을 사정권으로 하는 핵탄두 탑재 탄도미사일 배치의 위험성도 강조했다. 또 지난 5월에 북한이 성공했다고 발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실험 등을 언급하며 이를 “안전보장에 중대한 불안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백서는 이를 “일본 등 관계국에 대한 군사적 도발을 하고 있으며, 일본의 안전에 중대하고 급박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4월에 체결된 새로운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동맹을 현시대에 적합하게 맞춘 전략적 구상”이라고 평가했다. 안보 관련 법안과 함께 내용을 상세히 기술해 아베 신조 정권의 안보법안 개정 및 재무장 필요성을 사실상 뒷받침했다. 또 올 1월 일본인을 살해한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위협에 대한 경계도 포함시켰다. 일본은 해마다 7~8월 국제 정세에 관한 인식과 과거 1년 동안의 주요 방위정책, 주요 사건 등을 정리해 방위백서로 펴내고 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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