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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금기 깬 트럼프/구본영 논설고문

    미국 수정 헌법 제1조는 “의회는…의사 표현이나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그 어떤 법도 만들 수 없다”고 규정한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표현의 자유’에 지고지선의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징표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소수자나 약자를 차별하는 말만큼은 철저한 금기다. 특히 인종 문제는 극히 민감한 토픽이다. 명우 그레고리 펙이 가짜 유대인으로 나오는 고전 영화 ‘신사협정’의 한 장면을 보자. 주인공이 유대인을 사절하는 백인 전용 호텔에 들어서자 지배인이 “손님은 ‘헤브라이 종교’ 쪽입니까”라고 우회적으로 묻는다. 미국 사회에서 대놓고 소수 인종을 비하했다가는 ‘한 방에 훅 갈 수도’ 있음을 알려 주는 삽화다. 몇 년 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에게 잘린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도 실언으로 큰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백인인 호주의 애덤 스콧을 도와 우승시킨 뒤 “검둥이를 확 밀어뜨리는 게 목적이었다”고 했다가 우즈와 미국민들에게 백배사죄해야 했다. 1980년대 미국 대학가에서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 캠페인이 시작된 배경이 뭐겠나. 성·인종·종교상의 소수자를 차별하는 표현을 삼가자는 취지였다. 인도에서 온 게 아닌데도 인디언으로 부르는 대신 쓰는 ‘네이티브 아메리칸’(원주민 미국인)이나 흑인을 대체한 ‘아프리칸 아메리칸’이란 표현 등이 이때 나왔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를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배려한다는 게 지나쳐 위선적이거나 어색한 표현을 낳기도 했다. 키 작은 이를 ‘위로 오르는 데 어려움 겪는’(vertically challenged) 사람으로 지칭하는 식이니…. 올 미 대선 공화당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태풍의 눈’이다. 그의 본선 경쟁력에 회의적인 공화당 지도부가 주저앉히려 하지만, 여전히 선거판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미국 사회의 금기를 깨는 독설과 함께. 얼마 전 후보를 사퇴한 마크 루비오 상원의원이 무슬림을 경원시한 그의 발언을 문제 삼자 트럼프는 태연하게 응수했다. “9·11 테러를 봐라. 또 이슬람 국가에서 여자들은 얼마나 끔찍한 대우를 받나. 당신은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싶겠지만 난 아니다”라고…. 미국 사회의 주류는 와스프(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 즉 앵글로색슨계 백인 프로테스탄트다. 트럼프의 뜻밖의 돌풍 비결은 거친 입담으로 와스프 저소득층을 비롯한 주류 일각의 가려움을 일정 부분 긁어 주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PC 언어’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트럼프의 행보가 큰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유세장마다 그의 지지자와 반대자 간 폭력 충돌 사태가 빚어지고 있지 않나. 이는 다양성을 존중해 온 미국이란 ‘용광로 사회’의 파열음일 게다. 연일 미국 사회의 금기에 도전하는 트럼프의 직설적 화법에 대해 ‘아메리카 합중국’ 시민들이 내릴 최종 판단이 궁금하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알쏭달쏭+] 남자와 여자 중 누가 더 감기가 잘 걸릴까

    [알쏭달쏭+] 남자와 여자 중 누가 더 감기가 잘 걸릴까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에 비해 근육량이 많고 신진대사가 높으며 근력이 강하다는 측면에서, 여성보다 감기와 같은 ‘잔병’에도 강할 것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이는 착각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여성이 남성보다 더 강력한 면역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남성이 여성에 비해 감기 등에 더욱 자주 노출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인간은 성별과 관계없이 23쌍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는데, 이중 여성은 X염색체로만 구성된 XX염색체를 가진 반면 남성은 Y염색체가 추가돼 XY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각각의 염색체에는 2000여개의 유전자가 포함돼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여성의 면역력이 더 강한 것은 X염색체 때문이다. X염색체는 Y염색체에 비해 면역력과 관련한 유전자를 더 많이 함유하고 있으며, 이것이 T림프구나 B림프구 등 세포성 면역 기능에 관여하는 면역 시스템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성화 시킨다는 것. X염색체가 남성에 비해 하나 더 많은 여성은 외부에서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보다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또 면역시스템이 발동하는 속도가 더욱 빠르며 효과적으로 바이러스를 물리치기 때문에 감기 등에 덜 걸리는 것이다. 특히 여성의 X염색체는 Y염색체에 비해 더 많은 항체(이미 항원에 대항하기 위해 혈액에서 생성되는 당단백질)를 만들어내 바이러스 감염에 대해 가장 먼저 대응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런 강력한 면역 시스템에도 부작용은 있다. 과도한 면역시스템 작동이 결국 자신의 인체를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가면역질환은 자신의 항원에 대해 항체를 만들어 생기는 면역병으로, 류머티즘 관절염이나 다발경화증 등이 대표적인 질환이다. 예컨대 면역체계 이상으로 반성염증이 발생하고 면역력이 떨어지는 루푸스(lupus)는 류머티즘 질환의 일종으로, 환자의 95%가 10~30대 여성이다. 연구진은 루푸스의 환자 대부분이 여성인 이유가 지나치게 활발한 면역시스템을 가진 X염색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단색화, 살풀이, 도자기… 프랑스를 깨우다

    단색화, 살풀이, 도자기… 프랑스를 깨우다

    한·불 수교 130주년 행사를 계기로 프랑스 전역의 주요 미술관과 아트센터 등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전시들이 줄을 잇고 있다. 중견 및 원로 작가들을 중심으로 회화뿐 아니라 야외 조각전, 도자기, 퍼포먼스 등 다채로운 분야의 예술작품들이 대거 선보인다. 최근 국제 미술시장에서 한국의 단색화 작가들이 집중조명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프랑스 미술계에서도 한국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시각이 여느 때와는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은다. 동양적 관조의 세계를 미니멀한 회화로 풀어내는 이강소(73) 화백은 지난 4일부터 프랑스 중부에 위치한 생테티엔 근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10월 16일까지 이어질 전시에서 이 화백은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 작품 경향을 보여주는 대표작 20여점을 선보인다. ‘무제’, ‘허’(Emptiness) 연작은 무심하게 그은 듯한 획으로 오리, 배, 집, 나무 등의 이미지를 표현한다. 이 화백은 “서구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은 이성적인 작업과 달리 직관이나 감성을 중시하는 작품에 서구인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로랑 헤기 관장은 “앞서 소개됐던 한국 작가들의 추상회화는 동양 특유의 절제적 엄숙함과 차분하고 섬세한 단색화적인 우아함을 보였다면 이 화백의 작품은 한국 추상회화를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고 평했다. 이곳 2층 전시실에선 신문지에 볼펜이나 연필로 수없이 선을 그어 검은 그림을 만드는 작가 최병소(72)의 드로잉전도 열리고 있다. 프랑스 서부 브르타뉴지방의 모비앙 반느에 있는 케르게넥미술관에서는 한국의 단색화 파노라마를 보여주는 기획전이 진행 중이다. 고성을 미술관으로 개조한 고색창연한 전시공간에서 ‘한국-모비앙 9346km’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전시는 박서보, 윤형근, 이강소, 이동엽, 정상화, 정창섭, 최병소, 하종현 등 단색화 1세대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철도침목, 아스콘, 전봇대, 석탄덩어리, 철근 등 산업적인 부산물을 사용해 인간의 다양한 형상을 표현하는 조각가 정현(59)은 오는 30일부터 3개월간 프랑스 문화성과 프랑스역사유적지청 초청으로 파리시내 중앙에 위치한 팔레루아얄 정원에서 조각 ‘서있는 사람’을 선보인다. 더이상 사용되지 않는 철도침목을 거칠게 잘라 인간의 형상으로 만든 작품이다. 각기 조금씩 다른 모습을 한 작품들이 정원의 통로 한가운데에 47개가 설치된다. 작가는 “침목은 긴 시간 동안 혹독한 환경의 침식작용을 견뎌낸 물질인 만큼 그 자체로 고통의 역사와 에너지를 품고 있다”며 “정교한 미학에 익숙한 유럽인들에게 거칠고 원초적인 힘을 지닌 작품이 강한 인상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팔레루아얄은 17세기에 건축되고 루이 14세가 기거하기도 했던 왕궁으로 프랑스의 정치, 건축, 문화, 예술 등의 중요한 사건들이 일어난 역사 유적지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파리 이부갤러리의 시릴 에르멜 대표는 “프랑스의 역사적 상징인 팔레루아얄과 재료 자체의 물질성을 부각시키는 작가의 원초적인 현대 추상조각의 만남은 관객들에게 상상력 넘치는 반응을 유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은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31일부터 4일간 열리는 2016 아트파리 아트페어의 주빈국으로 초대됐다. 30일 오프닝 행사에서 현대미술가 이수경은 전통적 제의와 실험적 예술을 결합한 작품 ‘내가 네가 되었을 때’를 선보인다. 작가는 “커다란 샹들리에의 불빛 하나가 불완전하게 깜박이는 가운데 한국무용가 이정화가 전통에서 변형된 살풀이춤을 추는 퍼포먼스로 전통과 현대의 문제를 사유하게 하는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오는 6월에는 유명 도자기회사 베르나르도 재단의 초청으로 도자기를 소재로 작업하는 한국 현대미술 작가 14명이 사진, 도자 설치, 작업들을 선보이는 전시도 열린다. 도자기 파편을 연결하는 이수경 작가 외에 비누로 도자기를 재현하는 신미경, 도자화를 개척한 이승희 등이 참여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식음료 특집] 나들이철 웰빙 먹거리로 단결!… 봄철 건강 우리가 지키지 말입니다

    [식음료 특집] 나들이철 웰빙 먹거리로 단결!… 봄철 건강 우리가 지키지 말입니다

    꽃샘추위가 주춤하며 본격적으로 찾아온 봄나들이 철을 맞아 식음료 기업들이 다양한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각각의 대표 제품에 ‘혁신’을 가미한 업그레이드 제품은 소비자들에게 신제품을 접하는 재미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카레, 참치 통조림, 커피믹스, 식빵, 감자칩, 초콜릿, 맥주, 숙취 해소 음료 등 주변에서 흔히 접하던 제품들이 조리법은 간단하게, 영양은 응축된 형태로 새롭게 출시됐다. 가격은 품질 업그레이드 전과 비슷하게 책정하는 등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최근 소비 트렌드도 반영했다. 생수와 건강기능식품들은 미세먼지 대항력을 한층 키우는 식으로 보강된 점도 눈길을 끈다. 봄 분위기를 살리면서 건강과 입맛을 함께 살릴 수 있는 인기 식음료 제품들을 소개한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中 인건비 올라 美와 겨우 4% 차?

    중국의 인건비가 생산성을 고려하면 미국보다 그다지 싼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 제기돼 주목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영국의 경제분석기관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OE)는 16일(현지시간) 연구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임금 상승률이 생산성 증가율을 크게 앞서고 있고 위안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중국의 단위노동비용이 미국 노동비용보다 고작 4% 정도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광활한 내수시장을 보유한 미국은 노동시장이 상대적으로 유연한 데다 저유가 상황이 지속돼 생산성이 높아진 점 등이 한몫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레고리 다코, 제러미 레너드 OE 애널리스트는 “달러화 강세와 셰일가스 부문 투자의 위축으로 미 제조업이 역풍을 맞은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제조업 가격 경쟁력이 일각의 우려만큼 크진 않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미국 제조업의 생산성이 2003년부터 2016년까지 40% 상승해 독일(25%), 영국(30%) 등 다른 선진국들을 크게 앞질렀다고 말했다. 인도와 중국의 생산성도 100% 정도 높아졌지만 미국을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의 생산성은 인도·중국보다 각각 80%, 90%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사설] 중앙박물관 소장 유물 체계적으로 조사하라

    약탈당한 것으로 알았던 지광국사현묘탑의 사자상이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있었다는 어제 서울신문 보도는 허탈감을 느끼게 한다. 어떤 유물이 어디에 있는지 문화재 당국조차 알지 못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국보 제101호 지광국사현묘탑은 고려시대 고승인 지광국사 해린의 승탑이다. 애초 강원 원주 법천사터에 있었지만 일본으로 반출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마당에 자리잡았다. 팔각원당형이 승탑의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화려하게 장식한 사각의 독특한 형태로 일찍부터 주목받았다. 이렇듯 중요한 문화재마저 관심권에서 벗어나 있었으니 문화재 행정의 문제가 크다. 중앙박물관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사자상의 존재를 확인해 보존 처리를 거쳤고, 지난해에는 학술지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을 실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자상의 일제강점기 반출설(說)’이 학계에서 기정사실화되다시피 했던 마당에 그 존재를 확인하고도 공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오랫동안 수장고에 수많은 유물을 쌓아 놓고 있으면서도 기초적인 관리 카드마저 작성하지 않은 일종의 직무 유기를 숨기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또 이 같은 사실을 중앙박물관으로부터 통보받고도 인터넷 홈페이지의 ‘문화재 검색’ 코너에 슬며시 내용만 고쳐 놓은 문화재청도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문화재청은 6·25 전쟁 때 파괴된 것을 어설프게 복원한 지금의 지광국사현묘탑을 조만간 해체해 정밀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한편으로 지광국사현묘탑의 사자상이 알려진 것과 다르게 중앙박물관 수장고에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었다는 소식은 다행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앙박물관이 어떤 박물관인가. 광복 70년이 넘도록 국가 대표 박물관조차 유물 소장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국가적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국립박물관의 유물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국제사회에서 품위 있는 선진 문화 국가로 대접받기를 원한다는 것은 욕심일 뿐이다. 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은 모두 30만점에 이른다고 한다. 유물 조사에는 많은 인력과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정부도 중앙박물관의 인력 확충에 인색하면 안 된다. 유물 정리는 꼭 정규직이 아니라도 좋을 것이다. 청년 실업 시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안이기도 하다.
  • [자치단체장 25시]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

    [자치단체장 25시]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

    “우리 사회가 겪는 ‘고립’과 ‘빈곤’의 문제에 대해 구청만의 힘으로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찾을 수는 없죠. 하지만 문제 해결의 시작점은 찾을 수 있습니다. 서대문구는 그 해결 방법을 공동체 의식과 주민들 간의 연대에서 찾고 있죠.”(문석진 서대문구청장) ‘키다리 아저씨’.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의 별명이다. 180㎝의 큰 키 때문에 붙은 별명이지만 그 별명이 유명해진 것은 취임 뒤 그가 시작한 ‘100가정 보듬기 사업’ 덕분이다. 100가정 보듬기 사업은 복지제도 사각지대에 있는 가정에 후원자를 연결해 경제적 지원을 주는 정책이다. 문 구청장은 “2010년 구청장에 당선된 뒤 지역을 다니는데 기존 복지 시스템에선 지원을 받지 못하는 한부모, 조손, 홀몸노인, 청소년 가장이 너무 많았다. 구청장이 법을 고칠 수도 없고, 예산이 부족해 자체 복지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없고 해서 고민 끝에 지역 주민에게 호소했다”고 말했다. 반신반의하며 시작했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문 구청장은 “2011년 시작 당시 이름 그대로 100가정만 후원자를 찾아도 ‘대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너무 주민들을 몰랐다”면서 “6년째 사업이 계속되고 있는데 벌써 후원을 받는 가정이 360집 이상”이라고 자랑했다. 그는 이어 “주민들의 ‘함께 살자’는 생각이 우리 구의 가장 큰 자산”이라며 “주변에서 칭찬을 많이 해 주는데 구청장이 한 것은 없다. 그냥 거간꾼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주민들을 치켜세웠다. ●대형 보험사 임원 지냈지만 민주화에 부채 의식 문 구청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와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대형 보험사의 임원까지 지내다가 정치에 나섰다. ‘혼자’ 등 따뜻하고 배부르고 편하게 살 수 있었는데 일 많은 구청장에 나선 이유가 뭘까. 문 구청장은 “누구는 나에게 권력욕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니냐고 분석하지만 권력욕 때문이었다면 공천 헌금을 내고 국회의원 되던 시절에 국회의원을 했지, 야당 자치단체장을 하겠다고 계속 나섰겠느냐”고 반문했다. 문 구청장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이렇게 말을 이었다. “굳이 정치를 시작한 이유를 생각해 보면 대학 시절부터 계속 가지고 온 부채 의식이 한몫한 것 같다. 사실 처음에는 정치를 본격적으로 하겠다고 마음먹은 게 아니었고 대학 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다 감옥에 가고 고생한 선후배들을 돕다가 발을 깊숙하게 담그게 됐다”고 털어놨다. 1974년 대학 신입생이 된 그는 학교 수업보다 한국 사회의 모순에 관심이 더 많았다. 문 구청장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1972년 선포한 유신체제와 긴급조치 9호는 청년들에겐 커다란 굴레로 느껴졌다”며 “거기에 1974년에 민청학련 같은 사건이 터지면서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문 구청장은 1학년 때 ‘목하회’라는 연세대 사회과학동아리에 가입한다. 소위 운동권 서클이다. 2학년 2학기 때는 목하회 회장도 했다. 1975년 봄, 민청학련 사건으로 투옥됐던 이들이 돌아왔다. 학교는 문교부의 지침을 어기고 이들의 복직·복학을 허락했다. 문교부는 즉각 계고장을 발부했고, 당시 연세대 총장이던 박대선 총장은 사임했다. 그해 4월 3일, 연세대 재학생 8000여명 중 7000여명이 데모를 벌였다. 그리고 연세대에는 2개월간 휴교령이 떨어지고 문 구청장이 회장을 맡고 있던 목하회는 공식적으로는 해체된다. 문 구청장은 이후 민주화 운동보다 사회 진출을 고민했는데, “내가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동안 선후배·동기들 중 많은 사람이 감옥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50명만 뽑던 공인회계사 시험에 졸업과 함께 합격한다. ‘금수저’로 사는 길이 열린 것이다. 문 구청장은 “나만 눈 딱 감고 살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를 못했다. 난 전문직이라 밥걱정은 없지 않겠느냐고 스스로 위안하며 대학 시절 가진 부채 의식 청산에 나섰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3수 끝 구청장 당선… 청년 빈곤 문제 해결 추진 ‘부채 청산’은 각종 단체의 회계·감사 역할을 맡는 것으로 시작됐다. 문 구청장은 “처음에는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의 회계 일을 도와줬는데 이후 크고 작은 시민단체의 일들이 몰려왔다”고 밝혔다. 그 정도면 부채 청산 이상이 아니냐 싶은데, “그래도 나는 감옥에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 노조 등의 회계 일을 하다 보니 그의 이름이 어느덧 김대중(DJ) 신민당 총재에게도 알려졌다. 1991년 지방의회선거를 앞두고 인재 영입에 나선 김 총재는 그에게 서울시의원 선거에 나가라고 했다. 문 구청장은 “정치자금을 마련하는 법도, 조직을 꾸리는 일도 몰랐고, 무엇보다 돈이 없었는데 당시 출마를 권유한 DJ가 “회계사는 부자 아니냐”면서 지원을 해 주지 않아 애를 먹었다”며 웃었다. 낙선했고, 1995년에 결국 서울시의원이 됐다. SH공사 이사와 세종문화회관 감사 등을 거쳐 2002년부터 구청장에 도전해 3수 끝에 민선 5기 구청장이 됐다. 어렵게 구청장이 돼서일까. 문 구청장은 하루가 아깝다. 서대문구 대표 복지사업인 ‘100가정 보듬기’를 비롯해 올해는 서울형 혁신교육지구로 선정되면서 서대문구의 교육 문제 해결에도 한 발짝 다가섰다. 동주민센터 기능을 행정에서 복지로 바꾼 ‘동 복지허브화 사업’은 중앙정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문 구청장은 “외부에서 알아주는 것도 기분 좋지만, 주민들이 동주민센터 이용이 편해졌다고 말하는 것을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이미 많은 것을 이룬 것 같은데 문 구청장은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더 많다”고 한다. 그는 “서울의 체감 청년 실업률이 21.8%다. 30세 미만 부채 가구도 11.2%나 늘었다. 청년 1인 가구의 주거 빈곤율은 36.3%”라면서 “두 번째 임기인 2018년까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문 구청장은 서울시, SH공사 등과 함께 청년 맞춤형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또 서대문구의 9개 대학과 연계한 취업 지원 프로그램도 추진하고 있다. ●‘문화’ 신촌·‘창업’ 이대… 노후 인프라 개편 박차 시스템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노후한 도시 인프라를 바꾸기 위한 준비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한때 서울 최고의 상권을 자랑했지만 지금은 침체한 신촌·이화여대 일대 상업구역을 살리고자 연세로를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조성한 데 이어 이곳을 문화허브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 구청장은 “신촌 골목은 문화의 공간으로, 이화여대 골목은 창업의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라면서 “아현·서대문권역과 홍제권역, 가좌권역도 각각의 특성에 맞게 인프라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며 “특히 청년 일자리 창출을 통해 청년들이 서대문에 모이게 하고, 이들의 에너지를 활용해 지역 전체가 살아나게 하는 것이 목표”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문 구청장은 이런 사업의 주체가 주민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구청 혼자 한다면 못 할 일들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지역 주민의 강한 공동체·연대 의식이 있다”며 “대학을 비롯한 지역의 자원을 100% 활용하고, 주민들과 함께 뜻을 모아 가면 못 할 일이 어디 있겠느냐”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문 구청장의 손목에선 십수년은 돼 보이는 10만원 짜리 낡은 시계가 째깍거린다. 문 구청장은 “결혼 당시 형편이 좋지 않아 예물은 거의 생략했고, 이 시계는 십수년 전에 샀는데 시간이 잘 맞는다”며 “좀 없어 보이느냐”고 되물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가 입은 양복도, 스웨터도 연식이 좀 됐다. 양복 팔꿈치 부분엔 가죽이 덧대어져 있었다. ‘너무 아끼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문 구청장은 “워낙에 낭비, 허례허식 이런 것을 싫어한다. 장례식을 간소화하는 운동도 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청장이 행정을 잘해야지, 옷을 잘 입고 멋 잘 낸다고 주민들이 행복해지느냐”며 소탈하게 웃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국내여행 | 남쪽바다가 건네는 말②통영이 진하다

    국내여행 | 남쪽바다가 건네는 말②통영이 진하다

    통영은 진하다. 색이 진하고, 향이 진하고, 맛이 진하다.역사가 그러하고, 문화가 그러하고, 사람이 그러하다.좁은 골목에도 음악가와 화가의 삶이 얽혀 있고, 낡은 가옥에도 소설가와 시인의 인생이 묻어 있다. 얽히고 묻은 것들은 하나같이 묵직하다. 참 농밀하기도 하다. 그래서 통영의 여운은 오래도록 맴돈다.강구안. 멀리 동피랑과 나폴리 모텔이 보인다세병관의 서쪽 망루인 서포루동피랑의 상징인 벽화세병관 마루에 앉아 회상하다 통영 앞에는 어김없이 비경, 예향, 미항이라는 수식어가 달라붙는다. 수식어 대신 ‘동양의 나폴리’만으로도 불린다. 그러나 통영이 나폴리가 되기 이전에 통영은 이순신의 고장이다. 임진왜란 이후 왜군에 치가 떨린 조정은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의 5개 수영을 아우르는 삼도수군통제영을 마련한다. 뼈아픈 치욕은 무너진 궁궐의 재건보다 먼저 삼도수군통제영을 설치하도록 했다.1604년에 설치된 삼도수군통제영은 300여 년간 경상, 전라, 충청의 삼도 수군을 지휘하던 본영이었다. 초대 통제사는 임진왜란 당시 초대 통제사인 이순신. 그의 한산도 진영이 최초의 통제영이었다. 이후 6대 통제사가 지금의 통영으로 통제영을 옮겼다.삼도수군통제영을 거닐어 본다. 차곡차곡 쌓인 시간이 발끝에서 단단하게 전해진다. 400년 넘게 닳은 돌층계 위로 겨울비가 흩날린다. 층계 끝의 문에는 지과문止戈問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그칠 지止, 창 과戈, 즉 창을 거둔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칠 ‘지’자를 창 ‘과’자 밑으로 가져와 두 글자를 합치면 싸울 무武 가 된다. 이것은 평상시에는 창을 거두지만, 유사시에는 싸우기를 주저하지 않겠다는 무장의 기상이다.무장의 다짐은 지과문을 지나 세병관에도 고스란하다. 세병관이라는 이름은 두보의 시구 ‘만하세병挽河洗兵’에서 가져왔다. ‘하늘의 은하수로 피 묻은 병기를 씻는다挽河洗兵挽河洗兵挽河洗兵挽河洗兵挽河洗兵.’ 즉, 전쟁이 그치고 평화를 갈망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씻을 세洗의 삼수변을 제거하면 먼저 선先이 된다. 평상시에는 세병이나, 유사시에는 선병. 평화를 바라는 마음 중에도 전투를 유념한다. 세병관의 현판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단다. 목이 아프도록 현판을 올려다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세병과 선병 모두 결국은 백성과 조국을 지극히 아끼는 마음인 것을.삼도수군통제영과 어우러진 통영 시내의 모습이 통영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 주는 듯하다 국보 305호 세병관은 정면 9칸, 측켠 5칸의 단층 팔작지붕으로 된 목조건물이다. 이는 우리나라 단일 면적의 목조건물로서는 가장 큰 규모이다. 세병관은 삼도수군통제영의 의전과 연회를 행했던 객사건물이었으나 일제시대에는 기둥 사이에 벽을 세우고 초등학교로 사용됐다. 긴 세월 동안 몇 차례의 보수는 있었을지언정 삼도수군통제영의 다른 건물들이 소실될 때에도 세병관은 당당하게 세월을 견뎌냈다.세병관의 마루로 올라선다. 동쪽 망루인 동포루와 서쪽 망루인 서포루, 북쪽 망루인 북포루가 좌청룡과 우백호, 북현무로서 세병관을 감싼다. 정면으로는 멀리 미륵산 자락이 너울대고, 세병관 뒤로는 여황산이다. 마루가 맑고 서늘하다. 세병관 마루에서 바라보는 통영시내는 겨울비로 흠뻑 젖었다. 삼도수군통제영의 기와 너머로 통영의 땅과 바다가 들어온다.통영이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을 숱하게 잉태한 이유를 파헤치다 보니 삼도수군통제영이라는 답이 나온다. 무슨 말인고 하니, 삼도수군통제영으로부터 파생된 것들로 인해 통영의 문화가 풍부해졌기 때문이란 말이다. 통제영의 12공방은 임진왜란 당시 군수품을 자체 조달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조선시대 한양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통영 12공방 장인의 수가 가장 많아서 1895년 폐영 당시 250명에 달했다고 한다.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라 생산품 역시 최상품이었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통영소반 위에 안주를 차리는 것으로 부를 과시했다고 한다. 통영에서는 버선 한 켤레, 빗 하나, 갓 끈 하나조차 허술하지 않으니 그 안목들이 오죽했을까.한편, 통제영 300년이라 함은, 통제사가 300년 동안 부임했다는 이야기다. 통제사는 조선시대 정2품의 벼슬이었다. 정2품의 양반이 통제사로 부임하면 통영으로 홀로 오는 것이 아니라 식솔들과 노비들을 모두 끌고 온다. 일년 반마다 새롭게 부임하는 통제사는 한양의 최신식 유행을 퍼트렸고, 이는 통영의 복색을 세련되게 만들었다.뿐만 아니라, 세병관에서 의전과 연회 때마다 연주되는 예악을 들음으로써 통영의 음악도 풍부해졌다. 예악은 궁궐이 있는 한양이 아니고서는 듣기 힘든 고급 음악이었다. ‘전라도 가서는 소리하지 말고, 경상도 가서는 춤추지 말라’고 했다. ‘통영 가서는 춤도 소리도 하지 말라’가 되겠다. 충청, 경상, 전라 수군이 모여 저마다 춤 한 사위, 노래 한 가락 읊조리는 곳이 삼도수군통제영이었기 때문이다. 춤과 소리를 잘할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것들은 오랜 시간을 들여 축적되고 융합되었고, 순간마다 땅은 비옥해졌다. 이후 이 땅은 윤이상, 박경리, 유치환, 김춘수, 전혁림 등과 같은 근사한 꽃들을 피워냈다.서호시장은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다강구안 골목의 대표적인 조형물 ‘이중섭 물고기’강구안 골목의 오래된 가게 사이로 세련된 감각의 가게들이 함께 공존한다히히히 강구안, 정겨운 서호시장‘어, 나폴리 모텔이다.’ 통영의 강구안 해안가를 거닐다 중얼거렸다. 나폴리 모텔은 2009년 개봉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 <하하하>에서 남여 주인공이 우연히 만나는 장소다. <하하하>는 63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받은 영화로, 영화의 배경인 통영의 매력이 가득 담긴 영화다. 강구안에서 나폴리 모텔을 보니 ‘하하하’가 아니라 ‘히히히’ 하는 웃음이 새어 나온다.이제 강구안은 늘상 웃음소리로 소란하다. 물론 영화 때문은 아니다. 오래된 강구안 골목에 사람이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원래 강구안은 바다가 육지로 들어온 항구를 일컫는다. 통영에서는 중앙동, 항남동 등의 일부 해안을 옛날부터 강구안이라고 불렀다.통영의 명동으로 불릴 정도로 번화했던 강구안이 통영여객선터미널의 이전으로 쇠락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사람들은 골목재생사업을 시작했다. 덕분에 지금 강구안 골목에는 통영에서 가장 오래된 여관, 70년간 이어 온 돼지국밥집, 55년 동안 풀무소리 끊긴 적 없는 대장간, 30년 넘은 목욕탕들이 여전히 소곤댄다. 그 사이로 게스트하우스와 작은 카페들도 함께 살 비비며 공존한다. 골목 어딘가에는 화가 이중섭과 유치환 시인이 술잔을 기울이던 곳이 있을 것이다. 지금 강구안은 새벽 1시에 후루룩 먹는 우짜우동과 짜장을 섞은 요리 맛처럼 달큰하고 뜨뜻하다, 히히히.서호시장은 통영항 여객선터미널 건너편에 위치한다. 예전 서호만 터를 매립해 만든 새 땅에 자리한 시장이라 새터시장으로도 불린다. 이른 아침부터 서호시장은 활기가 넘친다. 굴이 좋은 계절이라 그런지 통통하고 뽀얀 굴이 곳곳에서 보인다. 볼락과 학꽁치가 지천이다. 시장 한 켠 방앗간에서는 아침부터 고소한 기름 짜는 냄새가 번지고, 과일이며 나물이며 바구니마다 수북하다. 부지런한 상인들은 새벽부터 좌판을 벌였을 것이다. 알뜰한 사람들은 조금 더 싱싱하고 조금 더 저렴한 물건을 찾아 시장 골목 여기저기를 누빈다. 새벽 조업을 마친 어부들은 뜨끈한 해장국으로 거친 속을 푼다.서호시장에는 시래기를 뭉근하게 끓인 시락국, 국물이 시원하고 맑은 물메기탕, 해장에 최고라는 졸복국 등 다양한 해장국 가게가 많다. 시장의 활기가 궁금하다면 아침에 갈 것. 오후가 되면 비교적 한산해진다.▶travel info 욕지도·통영FERRY욕지도 여행의 출발은 통영이다. 통영의 통영여객선터미널과 삼덕여객선터미널에서 여객선과 카페리가 운항한다. 소요시간은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할 경우, 1시간 30분, 삼덕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할 경우 45분이다. 삼덕여객선터미널의 경우 통영 시내에서 차로 15분 거리 떨어져 있으므로 교통편에 따라서 터미널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통영→연화도→욕지도 하루 5회 왕복운항 여객운임 편도 9,700원, 승용차 차량운임 편도 1만5,000~2만6,000원 삼덕→욕지도 하루 8회 왕복운항 여객운임 편도 7,600원, 승용차 차량운임 편도 1만8,000~2만4,000원FESTIVAL 욕지섬문화축제 욕지섬문화축제는 욕지도의 대표적인 축제다. 1992년부터 10월 중순경에 개최되는 이 축제는 120여 년 전 처음으로 사람들이 욕지도에 살기 시작한 것을 기념하는 축제다. 욕지도 특산물인 고구마와 고등어를 주제로 한 ‘GO(구마)GO(등어)페스티벌’과, 과거 어민들의 어선인 전마선을 체험할 수 있는 ‘전마선노젓기대회’와 같이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된다.STAY욕지도 옵타티오펜션 전 객실이 바다 전망이다. 일반형 객실 외에도 가족단위 여행객이 머물면 좋을 복층형 객실이 마련되어 있다. 복층형 객실의 2층 천장의 창을 통해 욕지도의 밤하늘을 감상할 수 있다. www.optatio.co.krrestaurant욕지도 늘푸른횟집 욕지도의 싱싱한 고등어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 고등어회를 주문하면 어떻게 먹어야 맛있는지 친절히 설명해 준다. 고등어회뿐만 아니라 욕지도 고등어로 만든 고등어조림도 일품이다. 칼칼한 양념이 밥도둑이 따로 없다. 055 642 6777통영 통굴가 제철 굴을 코스로 즐길 수 있다. 가격에 따라 코스에 나오는 메뉴가 조금씩 다르다. 통통하고 맛이 진한 굴을 다양한 요리로 즐겨 보자. 055 645 2088통영 분소식당 겨울이면 제철 물메기탕이, 봄이면 도다리쑥국을 맛볼 수 있다. 시원한 국물과 씹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보드라운 물메기살을 호로록 맛보다 보면 어느새 속이 뻥 뚫린다. 졸복으로 만든 졸복해장국도 인기. 055 644 0495MUSEUM박경리 기념관 한국 현대문학의 거장. 박경리 선생은 통영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기념관 내부에는 선생의 친필 원고를 비롯하여 유품, 사진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기념관 뒤쪽으로는 선생의 묘소가 자리한다. 경상남도 통영시 산양읍 산양중앙로 173 09:00~18:00, 매주 월요일, 법정공휴일 다음날 휴관 무료 055 650 2541~3 pkn.tongyeong.go.kr윤이상 기념공원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을 기리기 위한 공원. 전시실과 카페 및 기념품숍, 각종 공연과 세미나와 같은 실내행사를 위한 메모리홀, 야외행사장인 경사광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시실에는 윤이상의 생애와 함께 생전 사용하던 악기 및 친필 악보를 비롯하여 생전의 유품을 전시하고 있다. 경상남도 통영시 중앙로 27 도천테마공원 09:00~ 18:00 1월1일, 설날 및 추석연휴, 매주 목요일, 공휴일 다음날 휴관 무료(단, 공연 및 세미나는 별도) 055 644 1210 www.isangyunmemorial.com통영옻칠미술관 옻칠과 회화를 접목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옻나무에서 채취한 수액을 정제하고 안료를 배합하여 옻칠을 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각도에 따라 다르게 빛나는 광채가 신비롭다.경상남도 통영시 용남면 용남해안로 36 10:00~18:00,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다음날), 설날, 추석 휴관 어른 3,000원, 어린이 1,000원 055 649 5257 www.otchil.org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이윤정 취재협조 한국해양소년단 경남남부연맹 www.hanbada.or.kr,통영시 www.tongyeong.go.kr
  • 정치의 끈 놓지 않겠다는 ‘친노 좌장’ 이해찬 공천 여부 촉각

    정치의 끈 놓지 않겠다는 ‘친노 좌장’ 이해찬 공천 여부 촉각

    친노 “李, 컷오프 땐 여론 더 악화”… 더민주 오늘 현역 공천 발표 주목 더불어민주당의 20대 총선 공천을 둘러싼 관심은 ‘친노(친노무현) 좌장’ 이해찬(세종) 의원의 거취로 집중되고 있다.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는 이 의원의 공천 배제(컷오프)와 당내 반발에 대한 대처 논의를 13일 밤늦게까지 이어 간 것으로 전해진다. 20대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이 의원의 입장은 확고하다. 지난 12일 세종시에서 열린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그는 일각의 용퇴론을 의식한 듯 “정치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내년에 정권 교체를 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명예로운 퇴진’을 하도록 주말 이틀의 시간을 준 셈이지만, 이 의원은 이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 의원은 “정치에 입문한 이후 마음을 바르게 해서 사악함에 빠지지 않게 노력했다”면서 “항상 공인의 자세로 판단하고 결정했다. 그래서 처음에 세종시에 왔다”고 출마의 당위를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전날 김 대표의 비서실장인 박수현 의원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찾아 김 대표와 직접 조우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역시 자신은 용퇴할 뜻이 없다며 김 대표의 면전에서 ‘기싸움’을 벌인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 의원의 용퇴론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지난해 9월 최인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이 이 의원의 백의종군을 주장했지만, 이 의원은 불쾌감을 드러냈고 그의 용퇴론도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당시 친노 진영은 이 의원 등 당 중진들의 자발적인 2선 후퇴를 이끌어 내려 했지만 사전 교감이 없던 최 혁신위원의 돌발 행동으로 이 같은 논의도 무산되고 말았다. 6개월여 만에 다시 ‘이해찬 용퇴론’이 나왔지만 김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사실상의 ‘퇴출’이라는 점에서 친노 진영은 격앙된 분위기다. 친노 관계자는 “정청래 의원이 컷오프되며 지지층의 이탈이 예상되는데, 이 의원까지 컷오프되면 여론이 더 악화될 수 있다”면서 “충청권뿐만 아니라 2~3%로 승패가 갈리는 수도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문재인 전 대표의 복심’ 최재성 의원은 “최근 공천 과정에 대해 보이는 손, 보이지 않는 손이 다 작동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며 “충분한 설득과 합리적인 공천 결정의 논거들을 국민과 지지자에게 잘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시 시의원 등 이 의원의 지지자 100여명은 ‘이해찬 공천 학살 모의’를 중단하라며 집단 상경,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더민주는 이 의원 등 공천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현역 의원 7명에 대한 심사 결과를 이르면 14일 발표할 예정이다. 김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이해찬 컷오프’를 기정사실화하며 “(이 의원의 공천을 두고) 김 대표는 국민 눈높이, 그리고 당선 가능성 두 가지를 놓고 고민을 하고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리퍼트 “北 비핵화 최우선 순위… 사드, 협상 카드 아니다”

    리퍼트 “北 비핵화 최우선 순위… 사드, 협상 카드 아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북한과의 평화체제에 관한 입장 변화가 전혀 없다”며 “북한 비핵화는 우리의 제1 우선순위”라고 밝혔다. 리퍼트 대사는 지난 11일 서울 중구 정동 대사관저에서 열린 외교부 기자단 간담회에서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이행에 노력 중이며 이를 위해 한국 정부와 긴밀한 협력과 교류를 이어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리퍼트 대사는 “미국은 중국 측과 대화를 계속함으로써 6자 회담 재개 등 나아길 길을 논의를 할 것이지만 당장 당면한 건 북한을 회담장으로 이끌 수 있도록 강력한 제재를 실행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계속해서 경계심을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중국의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주장에 미국의 입장이 다소 변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리퍼트 대사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270호의 채택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효과 측면에서 강력하고 전례가 없는 것”이라면서 “최소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축소하는 데 강력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강력한 결의를 끌어낸 건 한국과 전례 없는 협력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과 독자적 대북 제재 조치에 대해서는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관한 자금 유입을 줄이는 데 직접적 효과를 발휘하고 국제사회에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강력한 대북 제재를 취한 것은 선택지를 좁힘으로써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중·러가 반대하는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선 “사드는 협상 카드가 아니다”라며 “사드 협의를 시작한 이유는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적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종 배치 결정은 한국의 안보 이익에 기반을 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태연, 화사한 봄의 요정으로 변신!

    태연, 화사한 봄의 요정으로 변신!

    네이처리퍼블릭(대표 정운호)이 전속모델 태연과 함께 한 ‘2016 S/S 메이크업’ 화보를 공개했다. 공개된 화보 속 태연은 사랑스럽고 생기발랄한 ‘로맨틱 피치’ 룩과 우아하고 세련된 ‘로지 블루’ 룩의 두 가지 콘셉트를 완벽히 소화하며 소녀와 여인을 넘나드는 반전 매력을 보여줬다. 특히 태연은 화장품 모델답게 각각의 컬러가 갖는 분위기와 콘셉트를 정확히 이해하고, 표정과 동작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신경쓰는 등 프로다운 모습으로 스태프들을 놀라게 했다. 태연이 선보인 ‘로맨틱 피치’ 룩은 꽃물을 머금은 듯한 핑크빛 입술과 러블리한 코랄 컬러의 아이섀도를 레이어링해 사랑스러운 미소가 어울리는 소녀의 모습을 표현했으며 ‘로지 블루’ 룩은 딸기우유빛 컬러로 입술에 포인트를 주고 살짝 감은 두 눈 위에 포근한 라벤더 블루 컬러의 아이섀도를 블렌딩해 차분하고 성숙한 여인의 모습을 담아냈다. 화보에 사용된 ‘프로방스 매직스텝 아이즈’ 02호 코랄리스타와 03호 로지블루, ‘크리미 립스틱’ 11호 드라이로즈와 12호 베이비로즈 등의 제품들은 오는 3월 말, 네이처리퍼블릭 전국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한편, 이번 화보 촬영에 함께한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정샘물 원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참 좋은 대상을 만났다. 그리는 대로 변화하는 맑고 아름다운 태연양. 즐겁고 행복한 촬영”이라는 글을 남기며 태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바둑계가 너무 오만했다…3국 몰아치는 역습 해야”

    “李, 하루 쉬면 평정심 찾아 반전 계기로” ‘불공정 경기’란 일각 지적에는 말 아껴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컴퓨터 알파고의 3국을 하루 앞둔 11일 바둑계는 좀처럼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기존의 통념을 벗어난 알파고의 변칙 수가 결국은 ‘신의 한 수’였다는 것을 확인한 바둑기사들은 “바둑 정석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알파고의 바둑을 보면 마치 산속에서 혼자 공부하다가 내려온 프로기사가 바둑을 둔 듯한 느낌”이라면서 “대국을 보고 바둑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시야를 넓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혜연 9단은 “알파고 등장을 전후로 5000년간 쌓아 온 바둑 역사가 바뀔 것 같다”며 “바둑의 패러다임과 학습·접근 방식이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둑기사들은 이번 대결에서 3국이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2국에서 연패를 당한 탓에 향후 대국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지만 이세돌 9단이 하루 휴식을 통해 평정심을 찾고 자기 바둑을 둔다면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았다. 바둑계에 따르면 이세돌 9단은 2국이 끝난 뒤 숙소인 포시즌스호텔 방에서 친한 후배 기사들과 복기와 함께 알파고 착수 패턴 등을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국 바둑TV 해설을 맡은 이희성 9단은 “여전히 이세돌 9단이 이길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점점 두려움이 커진다. 알파고가 너무 강하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어 “이세돌 9단이 100% 기량은 보여 주지 못한 것 같다”면서도 “이세돌 9단이 기량을 100% 발휘하더라도 알파고가 그에 맞춰 잘 두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이 하루를 쉬는 것이 대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이현욱 8단은 “사람은 기계엔 없는 기세라는 게 있다”면서 “제3국에서 패하면 5-0이 되겠지만, 이긴다면 이세돌 9단에게도 승산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현욱 8단은 “어제 승부처에서 망설이고 물러서는 건 이세돌 9단답지 않았다”면서 “3국에서는 평소 보여 준 이세돌 9단의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고 밝혔다. 바둑기사들은 알파고를 넘어설 수 있는 나름대로의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희성 9단은 “알파고가 두터워지기 전에 몰아치는 역습을 해야 승률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이세돌 9단이 평소 보여 주는 모습대로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자기 바둑을 두는 게 제일 좋은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김성룡 9단은 “알파고는 패 상황을 피하려 하는 경향을 보였다”면서 “초반에 패 상황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김성룡 9단은 “실력의 끝을 알 수 없다는 게 더 무섭다”면서 “지금 생각해 보면 애초에 바둑계가 너무 오만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승패를 받아들이고 뛰어난 상대를 존중하고 배우려 하는 것이야말로 바둑의 미덕이고 인간의 장점 아니겠느냐”면서 “이제부터는 한 판이라도 이기겠다는 ‘도전하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이 바둑 발전에 이바지할 게 많다”면서 “인공지능 바둑대회에 사람이 도전자로 나서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바둑기사들은 이번 대국이 ‘불공정 경기’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문제 삼기를 꺼렸다. 김성룡 9단은 “정보기술(IT) 분야 전문가들은 그런 토론을 할 수도 있겠지만 바둑인이 할 소리는 아니다”라면서 “패배는 곧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일 뿐이다. 우리는 이리저리 변명하는 건 바둑인이 아니라고 배우고 가르친다”고 잘라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아하! 우주] 태양과 지구, 우주에도 ‘끝’이 있을까?

    [아하! 우주] 태양과 지구, 우주에도 ‘끝’이 있을까?

    사람과 마찬가지로 우주 역시 서서히 죽어간다. 과학자들은 별들도 탄생과 죽음을 반복하며, 언젠가는 우리 지구가 속한 태양계 역시 끝을 맞이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우주의 끝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최근 유럽우주국(ESA)은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합작으로 만든 허블우주망원경을 통해 촬영한, 태양과 거의 동일한 질량을 가진 별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별은 지구에서 4600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코호텍 4-55(kohoutek 4-55)로, 백조자리에 근접해 있다. 짙은 녹색과 붉은색, 흰색 등 형형색색의 가스를 내뿜는 이 별은 불규칙하고 불확실한 에너지를 모두 발산한 뒤 가장 중심부의 핵만 남게 된다. 고온의 핵이 점차 식으면 결국 이 별은 백색왜성(white dwarf)이 되고, 백색왜성 상태로 오랜 시간이 지나면 관측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에너지를 잃게 된다. 이번에 공개된 코호텍 4-55가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모습이 과학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이유는 이 별과 태양의 질량의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우리 태양 역시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 에너지를 뿜어낼 때 이러한 모습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태양이 생의 마지막 단계에 들어서면 코호텍 4-55처럼 외곽의 가스층을 모두 소진할 것이며, 태양 내부의 고온의 핵이 모습을 드러내면 지구를 포함한 주변의 대다수 별들이 태양에 의해 불타거나 녹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ESA 전문가들은 “태양이 죽음을 앞두게 될 때, 지구는 완전히 불타버릴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태양이 뿜어내는 아름다움이 전 우주에 펼쳐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태양이 죽으면 지구의 생명도 끝이 나겠지만 당장 걱정할 일은 아니다. 태양이 죽음을 맞이하는데까지는 적어도 50만 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ESA홈페이지를 통해 7일 공개된 이번 사진은 허블망원경에 장착된 카메라 천문관측용 카메라 ‘WFPC2’가 2009년 5월 촬영한 것이며, 질소와 수소, 산소 등 각각의 에너지 파장을 담은 사진 3장을 합성해 제작됐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27개 이야기 풀어낸 한국사회의 뜨거운 민낯

    27개 이야기 풀어낸 한국사회의 뜨거운 민낯

    배우 스스로 작가가 돼 우리 사회와 우리의 모습을 관찰하고 진단한 독특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국립극단의 창작극 ‘한국인의 초상’이다. 극은 한국 사회와 한국인의 단면을 보여 주는 27개의 에피소드가 불특정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성인이 돼도 부모에게 의지하며 생활하는 마마보이, 해고도 카카오톡으로 통보하는 세태 등 각각의 에피소드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지난해 국립극단과의 첫 작품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으로 국내 주요 연극상을 휩쓴 작가 겸 연출가 고선웅이 연출을 맡았다. 이 작품은 기존 연극 제작 방법과는 궤를 달리한다. 다큐멘터리와 즉흥극 기법을 토대로 공동 창작을 했다. 배우 개개인이 우리 사회의 당면 문제를 즉흥 연기로 풀어낸 것을 고선웅이 한 편의 블랙코미디로 다듬었다. 배우들이 자신이 겪었거나 주변 사람을 통해 들었던 이야기를 공유하고 논의 끝에 연극화가 가능하면서도 지금의 한국 사회와 한국 사람들을 대변할 수 있는 이야기를 추린 뒤 그 내용을 바탕으로 즉흥연기를 펼치면 고선웅이 연기를 선별해 한 편의 연극으로 완성한 것. 극단 측은 공동 창작 배경에 대해 “한마디로 단정하기 어려운 한국인과 한국 사회에 대해 한 명의 작가가 대본을 써서 완결된 구조의 희곡을 만들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언어보다는 몸으로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내려고 하는 점도 색다르다. 무용가이자 안무가 김보람은 귀에 익숙한 음악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각각의 에피소드에 생기를 더할 계획이다. 고선웅은 “자기 비하와 냉소가 아닌 자기 응시와 연민의 과정을 통해 인간에 대한 사랑과 희망을 가졌으면 한다. 여러 사건·사고에 부아가 치밀고 분기탱천할 일투성이지만 그 속에서 내가 어떻게 처신하고 어떻게 살 것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우 김정은, 김정환, 이기돈, 백석광, 안병찬 등이 열연한다. 12~28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소극장 판, 전석 3만원. 1644-2003.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해외여행 | 파리, 한낮의 꿈 ②꼭 한 번은 파리‘부티크’

    해외여행 | 파리, 한낮의 꿈 ②꼭 한 번은 파리‘부티크’

    꼭 한 번은 파리‘부티크’파리에서는 꼭 한 번 부티크 호텔에 묵고 싶었다. 다른 도시에서는 좀체 들지 않았던 호기심이 고전미의 도시, 파리에서는 몽실몽실 피어올랐기 때문이다.산 레지스 호텔 곳곳에 걸린 그림의 수준만 보아도 산 레지스 호텔의 격이 드러난다파리 패션신의 한 장면으로 종종 등장했던 산 레지스 호텔의 현관●부티크 호텔의 기준 호텔 산 레지스Hotel San Regis 샹젤리제 거리의 국립미술관이자 갤러리인 그랑팔레Grand Palais 인근 호텔인 산 레지스의 게스트 중에는 유명인이 많다. 그중 한 사람은 페라리의 ‘루카 디 몬테제물로’ 회장이다. 23년 동안 페라리를 이끌었던 그는 어떤 인연으로 여기에 오게 되었을까? <마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뉴욕에서 파리로 가는 비행기에서 이브 몽탕을 만났는데 그가 슬쩍 ‘산 레지스’를 알려 줬어요.”몬테제물로나 이브 몽탕처럼 산 레지스를 각별히 여긴 셀러브리티는 한둘이 아니다. 이들은 광고 아닌 친분을 통해 산 레지스를 알게 되었고, 비밀의 장소처럼 산 레지스를 간직했다.지난 시절 산 레지스에는 영화감독 루이 말,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의 배우 진 켈리 등 여러 배우와 유명인이 드나들었다. <하퍼스 바자>의 편집장 카멜 스노는 산 레지스를 한동안 자기 집처럼 사용했다. 한 번은 그녀가 어느 신진 디자이너의 패션쇼를 ‘뉴 룩New Look’이란 신조어로 소개했는데 그 디자이너가 바로 크리스찬 디오르다. 카멜 스노와 크리스찬 디오르로 인해 산 레지스는 고전적인 파리지엥 스타일의 정수를 간직한 파리 패션 신의 주요한 스폿으로 등장했다. 지난 시절, 유명인들이 숨어 지내기를 좋아했던 산 레지스에 요즘에는 어떤 사람들이 주로 오느냐는 질문에 산 레지스의 매니저 사브리나가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요즘도 셀러브리티들이 많이 오지만 누구인지는 말할 수 없어요. 그들이 먼저 미디어 앞에서 말하기 전까지는요.”사브리나는 15년째 산 레지스에서 일하고 있다. 여기 오기 전 다른 호텔에서 일한 기간까지 합치면 27년째 호텔리어로 일하고 있는데 산 레지스의 분위기와 꼭 닮았다.“사브리나가 사진 속으로 들어가면 잘 어울릴 것 같아요.”호텔 브로슈어를 살펴보다 그녀에게 말했다. 진심이었다. 머리를 단정히 모으고, 하얀색 투피스를 입은 그녀는 산 레지스처럼 기품 있고 우아했다.딜럭스룸의 붉은색 커튼을 마주하고 있으면 시간은 순식간에 19세기로 돌아간다파리의 고전미가 강렬한 산 레지스의 스위트룸럭셔리 부티크 호텔이지만 카페의 음료와 디저트 메뉴는 그다지 비싸지 않다. ‘Paris-Breast’가 맛있다산 레지스에서 머무는 동안 부러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오르내렸다. 19세기 파리의 타운하우스 분위기가 물씬 풍겨온다산 레지스는 호텔이라기보다 저택에 가깝다. 19세기의 타운하우스를 1923년 호텔로 개조했다. 방의 컬러는 밝은 노란색에서 진한 붉은색까지 제각기 다르다. 특히 딜럭스룸, 프레스티지와 스위트룸에선 아름다운 옷장, 글을 쓸 수 있는 책상, 화장대, 윙체어 같은 유니크한 걸작품을 볼 수 있다. 산 레지스는 클래식한 아름다움에 모던한 편의성을 더했다. 신중한 서비스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디테일에 집중해 ‘Home away from home’, 말 그대로 ‘내 집처럼 편안한 호텔’이다. 나로선 1857년에 지은 타운하우스가 159년이 지난 2016년 현재까지 럭셔리 부티크 호텔로 온존해 왔다는 사실이 경이감을 불러일으킨다.1980년대 중반 산 레지스의 ‘르네상스’를 가져온 이는 엘리 조르주Elie Georges라는 남자다. 1984년 산 레지스 호텔을 인수한 그는 호텔리어이자 예술을 사랑하는 사업가였다. 엘리 조르주는 처음 산 레지스 호텔을 방문한 후 이렇게 말했다.“신고전주의 파사드와 실내 공간, 그리고 그때까지 여전히 남아있던 고가구가 서로 완벽히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에 매혹됐어요.”1985년 그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피에르 이브 로숑Pierre-Yves Rochon에게 호텔의 전면적인 리노베이션을 의뢰했다. 타운하우스의 성격을 살리면서 동시에 각각의 방을 유니크하게 꾸미기 위해 모든 소품을 결정한 사람이 바로 피에르였다.산 레지스는 지난 해 다시 한 번 리노베이션을 시작했다. 샤워 부스를 별도로 만들었고, 욕조에 몸을 담그고 발을 쭉 뻗어도 발끝이 닿지 않을 만큼 욕조가 커졌다. 클래식이란 명목으로 설비의 불편함을 감추지 않는다.늦은 밤, 차를 마시고 싶어 룸서비스에 뜨거운 물을 부탁했다. 잠시 후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새하얀 린넨에 묵직한 금색 포트와 꿀, 찻잔을 들고 나타난 이는 깨끗하게 차려 입은 노년의 신사였다. 차 한 잔을 마시는 게 매우 행복했던 밤이었다. 오후에 카페에서 쇼콜라쇼를 서빙해 준 웨이터, 조제는 33년째 산 레지스서 일한다고 했다. 어쩌면 조금 전 포트를 가져다준 그도 조제와 비슷할지 모르겠다. 19세기 파리의 타운하우스에서 파리지엥처럼 하룻밤을 보낸다. 꿈같은 시간이다.다음 날, 아침을 먹으러 레스토랑에 내려가니 손님의 수는 채 열 명이 안 됐다. 산 레지스의 객실은 전부 42개뿐이다. 내게 산 레지스는 파리의 멋, 파리의 색, 파리다운 완벽한 호텔로 기억된다.“Merci, San Regis, Au revoir고마워요, 산 레지스, 또 만나요.”여담 한 가지. 산 레지스 레스토랑의 지붕은 유리다. 체크인 후 유리를 통해 떨어지는 햇살을 맞으며 카페에서 쇼콜라쇼를 마셨다. 진하지만 달지 않아 좋았다. 맙소사, 그 자리에서 쇼콜라쇼 세 잔을 내리 마셨다. 며칠 후 다시 산 레지스를 찾았다. 며칠 동안 내내 첫날 마신 쇼콜라쇼가 생각났기 때문이다.호텔 산 레지스★★★★★ 12 rue Jean Goujon 75008 Paris, France +33 1 44 95 16 16 www.hotel-sanregis.fr러시아 남자와 프랑스 여자의 러브 스토리를 간직한 나폴레옹 호텔나폴레옹 로비 한 편에서 호텔 오너였던 프랑스 여자의 초상화를 볼 수 있다나폴레옹 호텔의 주니어 스위트 애비뉴룸. 창밖으로 개선문을 볼 수 있다●러시아 남자, 파리 여자의 사랑 호텔 나폴레옹Hotel Napoleon 1920년대 후반, 파리의 프랑스문학클럽에서 남자와 여자가 만났다. 남자는 러시아 출신의 부유한 사업가였고, 여자는 아름다운 파리지엔느였다. 남자는 러시아 혁명의 소용돌이를 피해 파리로 온 것 같다. 두 사람은 이내 사랑에 빠져 들었고, 남자는 여자를 위해 특별한 결혼 선물을 준비했다. 이 선물을 통해 여자가 파리 상류층의 사교계에 들어가 시간을 즐겁게 보내기를 원했다. 남자가 준비한 선물은 파리 8구에 있는 ‘호텔’이었다. 개선문에서 가깝지만 샹젤리제 대로변에서 한 블록 뒤에 자리 잡아 차분한 분위기를 가진 7층짜리 건물이었다. 호텔의 7층, 스위트룸에선 한쪽 창문으로 개선문이, 다른 한쪽 창문으로 에펠탑이 보였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파리의 호텔 중에서도 개선문과 에펠탑이 동시에 보이는 방은 거의 없다. 남자와 여자는 이 방에서 파리의 유명인들을 만나고 파티를 즐겼다. 이 호텔의 이름은 나폴레옹Napoleon이다.체크인을 하고 잠시 로비와 레스토랑을 둘러보는데 소파를 장식한 루비색과 황금색 스트라이프 패턴이 강렬하다. 러시아 남자와 파리지엔느 여자의 뜨거운 사랑 같다. 로비 한 편에 한 여인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호텔을 선물받은 바로 그 여자다.긴 세월이 흘렀다. 남자와 여자는 세상을 떠났고, 남자의 아들이 호텔 오너가 되었다. 이제 아들의 나이도 여든에 이르렀다. 2층의 내 방으로 가는 복도에서 스트라이프 패턴과 다시 만난다. 복도 양편을 장식한 붉은 컬러의 패브릭은 시간을 과거로 되돌리는 마법의 패턴이다. 아직 방에 들어서지도 않았는데 복도의 패브릭과 레스토랑의 소파만으로 나는 거듭 감탄한다.내 방은 주니어 스위트 애비뉴. 창밖으로 개선문이 슬쩍 보인다. 방에서 한 가지 인상적인 건 세이프티 박스 전원 플러그다. 전원 플러그를 가진 세이프티 박스는 처음 봤다. 나폴레옹은 클래식한 부티크 호텔이지만 아이팟 스테이션 같은 모던한 서비스와 균형을 맞춘다.호텔의 어떤 방은 향기로 기억될 때 가장 강렬하다. 나폴레옹 호텔은 록시땅의 향기로 상기된다. 머리를 감고 몸을 씻는 단순한 샴푸와 바디 젤이 아닌 호텔의 향기다.나폴레옹 호텔은 지난 해 6월 리노베이션 공사를 마무리했다. 건물이 낡았다고 해서 재건축 운운하며 바로 헐어 버리고 새로 짓는 경우는 거의 없다. 건설업자의 개발 프레임에 갇혀 있는 한국과 달리 100년, 200년 넘은 건물이 즐비한 파리에서 지은 지 30년 정도 되었으면 ‘새’ 건물이다. 리노베이션 공사를 마친 지난 해 9월21일, 나폴레옹 호텔은 입구에 붉은 카페트를 깔고 손님들을 초대해 파티를 벌였다. 파티의 제목은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 손님들은 활기와 자신감에 넘쳤던 1920년대 사람들 모습으로 분장하고 파티를 즐겼다. 그날, 시간은 2015년에서 1920년으로 순식간에 돌아갔다.그런데, 왜 하필 이름을 나폴레옹이라 했을까? 나폴레옹은 남자의 조국 러시아를 침략한 장본인 아닌가? 호텔 매니저 오드리는, “러시아 남자가 ‘남자’로서 프랑스 남자, 나폴레옹을 좋아했던 것 같다”고 설명한다. 1806년 자신의 군대를 기리기 위해 개선문을 세운 나폴레옹은 인근에서 역사적인 전투를 치렀는데 호텔 이름은 이를 기념하기 위한 증표 같다.파리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무심코 서랍을 여니 록시땅 핸드크림이 있다. 선물로 받았지만 좀체 쓰지 않았었다. 록시땅을 손에 발라 본다. 은은하게 피어나는 향기에 문득 나폴레옹 호텔의 욕조에 몸을 담고 있던 순간이 떠오른다.호텔 나폴레옹★★★★★ 40 avenue de Friedland 75008 Paris, France +33 1 56 68 43 21 www.hotelnapoleon.com리도쇼를 보며 식사를 즐기는 ‘디너 앤 쇼’. 좀 비싸긴 해도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90분 동안 펼쳐지는 리도쇼는 관능적이고 몽환적이며, 우아하고 낭만적이다●리도쇼가 파리다 파리의 카바레에는 물랑루즈만 있는 게 아니다. 리도Lido de Paris도 있다. 물랑루즈의 쇼를 보지 못했으니 비교할 수 없지만 리도쇼는 심장이 쿵쾅거릴 만큼 대단했다고 말하고 싶다.고백부터 하자면, 나는 리도쇼를 오해했다. ‘여자가 가슴을…’ 운운하는 누군가의 말을 얼핏 듣고, 늘씬한 여자가 가슴을 드러내거나 엉덩이를 세련되게 내밀거나 흔드는 공연인 줄 알았다. 그런데 공연이 펼쳐진 한 시간 반 동안 나는 얼이 빠진 듯 기분 좋은 전율에 빠져 들었다. 내 상상이 일천했다. 정말 깜짝 놀랐다.이제껏 ‘내 인생의 쇼’라는 걸 꼽는다면 2006년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본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의 <델리리움DELIRIUM>이었다. 공연 타이틀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할 만큼 황홀경에 빠져 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대학원에서 영화를 공부한 탓인지 나는 내심 공연보다는 영화의 표현력이 우월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음악과 춤, 비주얼 이미지가 하나로 합쳐져 절정으로 치달아 가는 델리리움을 보면서 무대가 영화를 압도할 수 있다는 걸 난생 처음 알았다.리도쇼는 태양의 서커스와 비교했을 때 규모는 작지만 무대 사이즈와 상관없이 ‘내 인생의 쇼’ 리스트에 오를 만큼 굉장했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능한 모든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아주 짧은 시간에 경험한 것 같다.리도쇼는 영화적인 장면에서 불현듯 연극적인 장면으로, 뮤지컬 같은 장면에서 느닷없이 서커스 같은 장면으로 끊임없이 무대를 바꿔 간다. 발레리나의 우아한 몸짓 다음에 태연자약하게 등장하는 거위나 스케이트 링크는 또 어떤가? 춤, 노래,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온갖 이미지들의 실루엣으로 관객들은 소인국과 거인국을 오간다. 공연을 본다는 게 마치 그림책을 읽거나, 몽환 속을 헤매는 것 같다. 때로는 현실과 4차원 세계를 넘나들고, 때로는 관능적이었다가 순결하고, 때로는 잔인하며, 때로는 웅장하고, 때로는 낭만적이다. 나는 리도쇼에서 하나의 무대가 아닌 열 개, 아니 백 개의 무대를 보았다.무대가 춤추듯 변하는 덕분이다. 내가 이제껏 보았던 무대와 아예 차원이 다르다. 질투가 날 만큼 이들의 상상력이 부러웠고, 기분 좋은 전율감이 온몸을 감쌌다. 저마다 파리를 정의하는 방식은 다르겠지만 오늘은 이렇게 말하고 싶다. 리도쇼가 파리다. 나는 리도쇼에서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파리지엥 또는 프랑스와 유럽의 상상력을 보았다. 아, 잠깐 잊고 있었다. 여기는 파리, 파리라는 걸.리도쇼를 만든 이는 프랑코 드래곤Franco Dragone이다. 뜻밖에도 프랑스 사람이 아니라 이탈리아 출신인데 세계적인 공연 연출자다. 그는 ‘태양의 서커스’ 초기 공연의 일부를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여기가 뉴욕이나 도쿄, 뮌헨이 아닌 파리이기 때문에 그가 리도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매일 저녁, 식사를 하면서 쇼를 보는 ‘디너 앤 쇼Dinner and Show’는 이른 저녁인 7시, 라이브 뮤직과 댄스 공연으로 시작한다. 가격은 1인 165유로부터 자그마치 300유로까지. 매우 비싸다. 하지만 샹젤리제의 전설적인 카바레 리도에서 ‘저염 버터에 살짝 구운 가리비와 시트러스 버터를 발라 조리한 바삭바삭한 엔다이브’ 하는 식의 메뉴 이름도 이해하기 어려운 프렌치 파인 다이닝을 풀코스로 이 세상 최고의 쇼와 함께 즐긴다 생각하면 한 번은 기꺼이 치를 가치가 있다. 식사를 하지 않고 음료와 함께 쇼를 보는 옵션도 있다.카바레 리도에 들어서면 거대한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당신을 맞으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여기는 파리입니다. 자, 리도쇼를 볼 준비가 되었나요? 더없이 짜릿하고 행복한 순간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리도Lido de Paris 116 bis, avenue des Champs-Élysées 75008 Paris, France 9:00~20:30 +33 1 40 76 56 10 www.lido.fr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박준 취재협조 프랑스관광청 kr.france.fr
  • [이세돌vs알파고 오늘 ‘세기의 대결’] “직관 강점… 100% 모방 못해” vs “피로 못 느끼고 겁먹지 않아”

    [이세돌vs알파고 오늘 ‘세기의 대결’] “직관 강점… 100% 모방 못해” vs “피로 못 느끼고 겁먹지 않아”

    李 “한 판 지느냐 마느냐 싸움 하루 1~2시간씩 가상훈련” 알파고 개발자 “판후이 때보다 강해져… 양질의 데이터 생성” “인간의 직관이 승부를 가른다.” 인간 바둑 최고수 이세돌(33) 9단이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반상 대결(5번기)을 하루 앞두고 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매치’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자리에는 이 9단을 비롯해 에릭 슈밋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 회장과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했다. 또 한국, 중국, 일본, 영국 등 300명에 가까운 국내외 취재진이 대거 몰려 세계의 관심을 반영했다. 이 9단은 “알파고와의 대결은 자신 있다”면서도 “5대0 승리는 확신할 수 없다. 조금 긴장해야 할 것 같다”며 한 발짝 물러섰다. 앞서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에서 그는 “이번 대국은 한 판을 지느냐 마느냐의 싸움”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9단은 한발 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지난 기자회견 때는 알고리즘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조금 이해할 수 있다”면서 “알파고가 인간의 직관과 감각을 따라오는 건 무리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직관을 모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하사비스 CEO도 “바둑에서는 계산력도 중요하지만 직관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신경망’이 알파고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하사비스 CEO는 직관에 대해 10의 170승에 달하는 바둑의 ‘경우의 수’를 모두 따지지 않고 인간의 감각으로 최적의 수를 정하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파고는 수의 위치를 계산하는 ‘정책망’으로 탐색의 범위를 좁히고 승률을 계산하는 ‘가치망’이 탐색의 깊이를 좁혀 인간의 직관력을 모방한다”고 설명했다. 이 9단도 “인간이 1000수를 생각한다면 컴퓨터는 1000만수를 검색해야 하기 때문에 인간이 유리하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알파고가 생각의 폭을 줄였다면 인간도 위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그는 “나의 강점은 인간의 직관과 감각”이라면서 “알파고가 어느 정도 모방할 수 있겠지만 100%는 아닐 것”이라며 승리를 자신했다. 하사비스 CEO는 “알파고의 강점은 피로하지도 않고 겁먹지도 않는 것”이라며 ‘인간적인 실수’를 범할 수 있는 이 9단에 견줘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약점에 대해서는 “이번 대국을 통해 알지 못했던 약점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하사비스 CEO는 알파고가 지난해 10월 판후이 2단을 이겼을 때보다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버전과 이번 버전은 다르다. 자가 학습으로 더 많은 양질의 데이터를 생성했다”고 강조했다. 이 9단은 “내일 좋은 바둑, 아름다운 바둑을 두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어 “질 수도 있다. 그러나 바둑의 아름다움, 인간의 아름다움을 컴퓨터가 이해하고 두는 게 아니어서 바둑의 가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9단은 첫판에서 지면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첫판을 진다는 생각은 해 보지 않았다”며 “결승 5번기에서 첫판을 지고 들어간 경험이 많다. 판후이처럼 첫판을 진다고 그렇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알파고만 시뮬레이션을 하는 게 아니다”라며 “컴퓨터와의 대결이 처음이라 혼자 두는 느낌일 것이다. 그래서 ‘가상훈련’을 하루 1~2시간 한다”고 덧붙였다. 하사비스 CEO는 “이번 대국은 승패를 떠나 지능을 더욱 발전시켜 인류에 도움을 주는 것이 목표”라고 거듭 밝혔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아하! 우주] 태양과 지구에도 ‘끝’은 있다…이 별처럼

    [아하! 우주] 태양과 지구에도 ‘끝’은 있다…이 별처럼

    사람과 마찬가지로 우주 역시 서서히 죽어간다. 과학자들은 별들도 탄생과 죽음을 반복하며, 언젠가는 우리 지구가 속한 태양계 역시 끝을 맞이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우주의 끝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최근 유럽우주국(ESA)은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합작으로 만든 허블우주망원경을 통해 촬영한, 태양과 거의 동일한 질량을 가진 별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별은 지구에서 4600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코호텍 4-55(kohoutek 4-55)로, 백조자리에 근접해 있다. 짙은 녹색과 붉은색, 흰색 등 형형색색의 가스를 내뿜는 이 별은 불규칙하고 불확실한 에너지를 모두 발산한 뒤 가장 중심부의 핵만 남게 된다. 고온의 핵이 점차 식으면 결국 이 별은 백색왜성(white dwarf)이 되고, 백색왜성 상태로 오랜 시간이 지나면 관측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에너지를 잃게 된다. 이번에 공개된 코호텍 4-55가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모습이 과학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이유는 이 별과 태양의 질량의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우리 태양 역시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 에너지를 뿜어낼 때 이러한 모습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태양이 생의 마지막 단계에 들어서면 코호텍 4-55처럼 외곽의 가스층을 모두 소진할 것이며, 태양 내부의 고온의 핵이 모습을 드러내면 지구를 포함한 주변의 대다수 별들이 태양에 의해 불타거나 녹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ESA 전문가들은 “태양이 죽음을 앞두게 될 때, 지구는 완전히 불타버릴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태양이 뿜어내는 아름다움이 전 우주에 펼쳐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태양이 죽으면 지구의 생명도 끝이 나겠지만 당장 걱정할 일은 아니다. 태양이 죽음을 맞이하는데까지는 적어도 50만 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ESA홈페이지를 통해 7일 공개된 이번 사진은 허블망원경에 장착된 카메라 천문관측용 카메라 ‘WFPC2’가 2009년 5월 촬영한 것이며, 질소와 수소, 산소 등 각각의 에너지 파장을 담은 사진 3장을 합성해 제작됐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男, 女의 외모보다 ○○을 중시하도록 진화중 (연구)

    男, 女의 외모보다 ○○을 중시하도록 진화중 (연구)

    이성 취향이나 이상형 등은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연애 상대를 선택할 때 외모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남성에게서 확연했다. 그런데 최근의 남성은 여자 친구나 아내 등 오랜 기간을 함께 할 파트너를 선택할 때 여성의 외모보다 지능이나 능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미국 노스웨스턴대와 호주 인스브루크대의 최신 연구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사람이 배우자를 선택할 때의 판단 기준은 뇌에 하드웨어적으로 존재하지만 사회 환경의 변화 등으로 이런 물리적인 연결조차도 다시 새롭게 만들면서 진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뇌의 유연성이야말로 파트너를 선택 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창출하는 상대’를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하고 이런 판단 기준은 그때의 사회 환경에 적응하는 것으로 항상 변화하는 것이라고 연구를 이끈 앨리스 이글리 노스웨스턴대 심리학과 교수는 말했다. 연구진은 남성이 파트너를 선택할 때 외모보다 지적 능력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증거로 다음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는 남녀가 평등한 사회일수록 남성의 경제력(earning power)과 여성의 젊음과 아름다움(youth and beauty)은 거래되기 어려운 것으로 조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양한 나라와 지역에서의 가치를 비교 검증으로 밝힌 것인데, 예를 들어 핀란드와 같은 남녀평등 선진국에서는 지적 능력이 높은 파트너를 원하는 비율은 남성이 여성보다 높다는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사회 환경이 아니라 개인 각각의 남녀평등에 관한 생각에 따라 선택하는 파트너의 기준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생각을 하는 남성은 여성을 선택할 때 아이를 낳는 능력이나 가사 전반의 능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남녀평등의 생각을 지닌 남성은 그런 경향이 적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이른바 전통적인 여성 ‘전업주부’(homemaker)와 남성 ‘가장’(breadwinner)이 세계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18세 이하의 자녀를 둔 여성의 70%가 직업을 갖고 있으며, 38%의 부부는 아내가 남편보다 소득이 높다는 것이다. 한때 남성은 여성의 가정 내에서의 능력을 중시했지만, 지금은 여성의 교육과 소득 수준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이는 본래 여성이 남성에게 요구해온 능력이기도 하지만, 오늘날에는 남성도 기존 여성처럼 높은 능력을 갖춘 파트너를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유럽 사회심리학 평론’(European Review of Social Psychology) 최근호(2015년 12월 21일자)에 실렸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자폐성 장애 작가의 놀라운 표현력

    자폐성 장애 작가의 놀라운 표현력

    내일부터 개인전… 소통 나서 아주 작은 그림들 속에 눈에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이미지들이 선명한 색깔로 그려져 있다. 이런 독특한 표현법을 구사하는 계인호(23) 작가는 놀랍게도 자폐성 장애 1급이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그는 그림을 통해 세상과 소통했다. 미키와 전 세계를 여행했고, 꿈속처럼 우주를 날아다니기도 했다. 계인호는 7년 전 중견작가 안윤모의 눈에 띄어 세상으로 나왔다. 안 작가는 그의 놀라운 세밀한 표현력과 색채가 주는 아름다움에 반해 지금껏 그를 포함한 다섯 명의 자폐성 장애 친구들과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함께하며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안 작가는 세계 곳곳을 돌며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과 함께 나비 그림을 그린 뒤 설치작품으로 보여주는 월드투어 프로젝트를 비롯해 종이컵 프로젝트, 맨투맨 프로젝트를 이들 자폐 장애 화가들과 함께했다. 다섯 명의 자폐성 장애 친구들은 올해부터 각각의 개인전을 통해 그들의 작품세계를 보다 구체적으로 알린다. ‘자폐성 장애 친구들과 함께하는 안윤모 원맨쇼 프로젝트- 계인호 개인전’이 인사동 가이아갤러리에서 9~15일 열린다. 계인호 작가의 작은 그림 20점이 선보인다. (02)733-3373.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가상편지]이세돌이 알파고에게…“한판 정도 질 수도 있지만 내가 이길꺼야”

    [가상편지]이세돌이 알파고에게…“한판 정도 질 수도 있지만 내가 이길꺼야”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 VS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의 대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AlphaGo)가 오는 9일 오후 1시 대한민국 서울에서 세기의 바둑 대결을 벌인다. 국내 바둑 팬들은 물론 전세계의 눈이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에 쏠리고 있다. 이세돌 9단과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의 이번 대국에 대한 그동안의 언급을 서로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재구성 해봤다.  알파고에게. 안녕, 나는 대한민국 바둑기사 이세돌이야. 그동안 총 1682번의 대국을 해왔지만 컴퓨터랑 바둑을 두는 건 또 처음이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너를 조금 얕봤던 거 같아. 지난달만 해도 5번의 대국 중 3대 2 정도가 아니라 한판을 지느냐 마냐 정도가 될 거 같았거든. 다섯 판 다 내가 이길 걸로 봤지. 그런데 오늘 보니 네가 많이 늘은 거 같더라. 연습도 무지 많이 했다고 하고. 나도 조금 긴장은 해야 할 것 같네. 5대 0으로 이길 확률까지는 아닌 거 같아. ㅎㅎ 지난달에는 네 알고리즘을 전혀 이해 못했는데 지금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어. 내일 바로 시작이라 나도 좀 긴장된다. 이번에 알고리즘 설명을 들으면서 네가 인간의 직관을 어느 정도 모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지난번에는 내가 최대 1000수를 생각한다면 너는 100만수, 1000만수를 검색해야 하니까 내가 유리하다고 생각했는데, 네가 생각의 폭을 줄였다면 위험할 수 있겠어. 그래도 네가 인간의 직관력과 감각을 따라오기는 아직 무리가 아닐까? 내 장점은... 뭐랄까? 직관력과 인간 본연의 감각? 그런거 있잖아. 네가 어느 정도 모방하리라는 느낌은 왔지만 100%로 구현하진 못할꺼야. 그러니까 내가 유리하지 않겠니? ^^ 첫판을 지면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겠냐고 물어보는 분들도 계신데, 난 너한테 첫판을 진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해봤어. 나는 결승 3번기, 5번기에서 첫판을 지고 들어간 경험이 있어서 네가 이긴 판후이처럼 첫판을 진다고 해도 그렇게 흔들리지는 않을꺼야. 너도 긴장하라구! ㅎㅎ 그리고 너만 시뮬레이션 하는 게 아니야. 나도 머릿속에 바둑판을 그리고 내일 대국에 대한 가상 훈련을 하고 있거든. 물론, 내가 질 수도 있겠지. 내가 지면 바둑계에 안 좋은 영향이 갈 수는 있어. 그러나 지금 시대에서는 어쩔 수 없잖아? 언젠가는 네가 이길테니까. 그러나 바둑의 아름다움, 인간의 아름다움을 네가 이해하고 두는 건 아니잖니? 네가 이겨도 바둑의 완전한 가치가 없어지지는 않아. 바둑의 가치는 계속될 거야. 드디어 내일이구나. 만나서 좋은 바둑, 재밌는 바둑, 아름다운 바둑 두자. 2016년 3월 8일이세돌 9단이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핫뉴스] 롯데 신격호 회장, 하츠코 여사와 사실혼 관계 ▶[핫뉴스] 이번엔‘명문대 선배’…그는 악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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