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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드 요격률 100%… 美 MD 편입 안 할 것”

    “사드 요격률 100%… 美 MD 편입 안 할 것”

    “내년 중거리 요격 시험 예정” 한민구, 내주 성주군민과 간담회 미국의 세계 미사일방어(MD) 전략을 총괄하는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청(MDA)의 제임스 시링 청장(해군 중장)은 11일 주한미군에 배치되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요격 명중률이 100%라면서 미국의 MD체계에는 편입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링 청장은 이날 서울 용산 합동참모본부에서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사드는 13차례에 걸친 요격시험에서 모두 성공적으로 표적을 요격했고 미 의회에도 보고됐다”고 밝혔다. 이는 사드의 요격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일각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한 것이다. 미군이 수행한 사드 요격시험 가운데 6차례는 사거리 3000㎞ 미만의 단거리·준중거리 미사일 요격시험이고 나머지는 장거리 요격시험이라고 시링 청장은 설명했다. 시링 청장은 “내년에는 사거리 3000~5500㎞의 중거리 미사일 요격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링 청장의 말에 따르면 북한 스커드(사거리 300∼1000㎞)와 노동(1300㎞) 미사일에 대한 사드의 요격 능력은 입증됐고 무수단(3500∼4000㎞) 미사일 요격 능력은 내년부터 시험에 들어간다는 얘기다. 시링 청장은 또 “사드는 순수하게 한·미 동맹의 사안으로 특히 정보공유 측면에서 그렇다”면서 “미 전투사령부가 사용하는 범세계적인 MD체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반도에 배치될 사드가 미군의 지휘통제·전투관리통신(C2BMC)에 연동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시링 청장은 한반도에 배치되는 사드가 중국 미사일 기지 탐지에 쓰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거듭 말하지만 한반도에 배치되는 사드는 종말(TM)모드”라면서 “중국을 위협으로 인식하지 않으며, 이 지역에서는 북한의 위협만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시링 청장은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유해성 논란에 대해서는 “다른 지역에서 운용 중인 사드 레이더의 경우 지난 10여년 동안 인근 지역 주민의 안전 문제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사드는 주변 환경, 공기, 토양, 동식물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음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시링 청장은 이날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과 만나 사드 배치 문제를 논의하고 유엔의 대북 제재를 위반한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를 규탄했다. 한편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16일 또는 17일 성주에 내려가 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질 계획이다. 국방부 공동취재단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VR·AI 등에 2조 2152억… ‘미래성장 9龍’ 나르샤

    VR·AI 등에 2조 2152억… ‘미래성장 9龍’ 나르샤

    일본의 엔저 공세와 중국의 기술 발전이라는 ‘신(新)넛크래커’ 속에 끼인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9대 프로젝트가 선정됐다. 10년 내 인공지능(AI) 분야 기술력을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정밀의료 시스템, 신약 개발로 건강 수명을 3년 더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 예산 1조 6000억원, 민간 투자 6152억원 등 총 2조 2152억원이 투입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국가과학기술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자율주행차, 경량소재, 스마트시티, AI, 가상·증강현실(VR·AR) 등 성장동력 관련 5개 분야와 정밀의료, 신약, 탄소자원화, 미세먼지 등 삶의 질 4개 분야를 9대 국가 전략 프로젝트로 선정했다.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AI의 경우 10년 안에 핵심 기술을 확보해 글로벌 시장 선점에 나선다. 정부는 2026년까지 AI 전문기업을 1000개로 늘리고 AI 인력을 1만 2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AI를 이용한 자동 통역·번역 기술을 도입하고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언어·시각·음성 인지, 의사 결정이 가능한 AI를 개발한다. 2026년에는 복합지능 AI 기술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스마트시티 분야는 교통·안전, 물·에너지 등 각각의 도시 인프라를 시스템으로 연계하고 통합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도시관리 빅데이터를 통합 관리해 교통 정체, 범죄 등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의사 결정 과정을 지원하는 지능형 통합 의사결정 시스템도 구축한다. 정부는 스마트시티의 해외 진출 표준 모델을 만들고 2025년까지 해외 건설 수주액의 30%를 도시개발 분야가 차지할 수 있게 육성할 계획이다. 최근 ‘포켓몬고’ 열풍으로 주목받고 있는 VR·AR 분야도 육성된다. 정부는 2020년까지 표정·제스처 인식과 센서 부품 등 원천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9년에는 어지럼증, 멀미 등 휴먼팩터 부작용을 없애는 기술을 개발한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경우 2019년까지 영상센서, 통신, 3D맵 등 8대 핵심 부품을 국산화하고 무인 셔틀 등과 같은 완전 자율주행차(레벨4)를 2024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미래차, 항공기 등에 쓰여 ‘미래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타이타늄, 알루미늄, 마그네슘, 탄소섬유 등 경량 소재는 세계 시장에서 10% 이상을 차지하기 위한 양산 기술 확보에 나선다. 국민행복과 삶의 질 제고를 위한 프로젝트도 실행된다. 정밀의료 시스템은 개인의 진료 정보와 유전 정보 등 빅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맞춤형 의료를 제공하겠다는 것으로, 주요 암 5년 생존율을 2027년까지 10% 포인트 늘릴 계획이다. 더불어 암, 심장, 뇌혈관, 희귀질환 등 4대 중증질환에 대한 신약 개발도 추진된다. 서울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양식이 조화롭게 섞인 미술사 보고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양식이 조화롭게 섞인 미술사 보고

     이탈리아 피렌체는 거대한 미술관이다. 피렌체의 상징인 대성당 두오모와 우피치 미술관은 물론이고 자그마한 경당, 성당, 수도원, 궁전과 귀족들의 저택 어디든 르네상스 시대의 아름다운 프레스코화가 벽을 장식하고 있고, 미술책에서 익히 보아 온 거장들의 조각 작품들이 곳곳에 서 있다. 볼 것이 너무 많다 보니 마지막에 가서는 대충 그 성당이 그 성당, 그 궁이 그 궁이겠지 하고 스쳐 지나가 버리게 된다. 그러고는 뒤늦게 “이런 유명한 작품이 있었는데 그걸 몰랐네”하면서 후회하기 일쑤다. 피렌체 역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도 그렇게 놓치기 쉬운 곳인데 미술사에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귀중한 작품들이 가득하다.  ‘신성한 마리아의 새로운 성당’이라는 뜻의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은 겉보기에는 참 심플하다. 도미니크회 최대 규모의 성당으로 1278년 착공해 1350년 건물이 완공됐고, 파사드(건물 정면)는 100년이 지난 1456년 피렌체의 거부인 루첼라이 가문의 지원을 받아 공사가 시작됐다. 1470년 완성된 성당의 파사드를 설계한 이는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 금융업으로 어마어마한 부를 쌓은 알베르티 가문의 서자로 태어나 볼로냐 대학에서 24살에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수재이면서 음악, 수학, 희곡, 그림, 건축을 섭렵한 르네상스형 인간이었다. 그는 세상의 모든 것에서 보편타당한 이치를 찾아내 이를 규칙화 하고 이론화 했다. 그는 두 개의 유명한 저서를 남겼다. 피렌체 대성당의 두오모를 완성한 브루넬레스키에게 헌정한 ‘회화론’에서 그는 2차원 화면 위에 3차원 공간을 보여주기 위한 수학적인 설명과 함께 회화와 조각에서 어떻게 이를 구현하는지를 세세하게 설명해 놓았다. 최초로 건축이론을 정립한 비트루비우스의 책을 참고로 쓴 ‘건축론’에는 조화와 균형, 비례의 규칙을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의 파사드에는 군더더기 없는 형태 만으로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는 그의 건축철학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파사드에는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양식이 조화롭게 섞여있다. 토스카나 지방의 건물에서 자주 보이는 여러 가지 색의 대리석 조합으로 수평 띠를 두른 로마네스크 양식이고, 아래쪽의 뾰족한 아치는 고딕양식에서 따왔다. 위쪽의 사각형, 타원형 무늬는 전형적인 르네상스 양식이다. 이런 조화로운 배치를 통해 알베르티는 간단명료하면서도 장식성이 있는 독특한 화면을 만들었다. 은은하고 정결한 아름다움을 지닌 이 성당을 미켈란젤로는 “나의 신부여” 라고 부르며 특히 사랑했다고 전해진다.  안으로 들어가 보자. 바실리카 양식의 성당에는 마사초의 ‘성 삼위일체’, 조토의 ‘십자가형’, 기를란다요의 ‘마리아와 성 요한의 생애’, 보티첼리의 ‘ 동방박사의 경배’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마사초(1401~1428)의 ‘성 삼위일체’는 브루넬레스키가 발명한 수학적 선원근법을 적용한 혁신적인 작품으로 르네상스 회화의 문을 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현존하는 프레스코화 중 최초로 체계적으로 투시원근법을 적용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토스카나 지방의 산 조반니 출생인 마사초에 대한 기록은 많지 않다. 피렌체와 로마에서 후원자들의 가족예배당 프레스코화를 제작하거나 성당의 의뢰로 제단화를 그리던 그가 27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럼에도 그는 건축에서 브루넬레스키, 조각의 도나텔로와 함께 회화에서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서 출발한 르네상스 양식의 창시자로 이름을 남겼다.  마사초는 브루넬레스키가 발명한 원근법에 영감을 받아 이를 체계적으로 이론화했다. 원근법이란 보는 사람을 중심으로 가까운 것은 크게, 먼 것은 작게 그리고 평행하는 선과 면은 무한히 먼 하나의 소실점으로 수렴되어 사라지는 듯이 보이도록 그리는 것이다. 마사초는 착시현상을 이용한 중앙 원근법을 능숙하게 구사해 2차원의 평면이지만 물체는 3차원의 공간에 있는 듯이 보이도록 했다. ‘성 삼위일체’는 완숙한 원근법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교회당의 왼쪽 벽 중간쯤에 그려져 있는데 평면에 그렸음에도 가장 안쪽처럼 보이는 천정의 아치모양이 사실적으로 표현돼 있어서 마치 벽을 뚫어 놓은 듯 착시를 일으킨다. 기품이 넘치는 부드러운 색조에 화면 전체는 완전한 대칭을 이루며 가운데에 위치한 그리스도의 얼굴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이를 소실점으로 삼아 그리스도의 뒤에 서있는 하느님으로부터 빛이 퍼져나가는 효과를 냈다. 그림 속 건물 안 쪽에 십자가에 못박힌 그리스도의 발 아래에는 마리아와 요한이 있다. 그림 하단 양쪽(화면 속 예배당 바깥 쪽)에는 이 그림을 주문하고 기증한 도메니코 렌지와 그의 아내가 무릎을 꿇고 있다. 이들은 마리아와 요한이 입은 것과 같은 색의 옷을 입고 있이다. 마사초는 당시 이탈리아 남자의 평균키 162cm에 맞춰 눈높이(약 153cm)를 기준으로 그렸다고 한다. 그 높이가 기증자 부부가 무릎을 꿇고 있는 면과 일치한다.  그림 아래 쪽에는 해골이 누워있는 석관이 그려져 있다. 쌩뚱맞아 보이지만 해골 위에 이탈리아어로 적힌 문장을 읽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는 과거에 현재의 당신이었으며, 당신 또한 나와 같이 되리니’...  언젠가 죽음을 맞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메멘토 모리’의 메시지를 적나라하게 그려놓은 것 같지만 실은 미사에서 영성체 의식에서 반복되는 예수의 죽음과 부활과 관련된 문구다. 석관은 죽음으로 인간을 구원한 그리스도와 함께 영생을 누릴 수 있는 내세를 암시한다.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 한 가운데 걸려있는 조토의 십자가, 맞은 편 벽에 걸린 브루넬레스키의 십자가도 눈여겨 볼거리다. 조토는 마사초가 가장 존경했던 화가이고, 브루넬레스키는 마사초와 함께 당대를 풍미했던 건축가로 두오모의 돔을 완성했다. 산타마리아노벨라 성당에서 발길을 붙잡는 또 다른 작품은 도메니코 기를란다요(1449~94)의 아름다운 프레스코화다. 질서와 균형이 돋보이고 우아하고 고요한 아름다움이 볼수록 매력적이다. 기를란다요는 미켈란젤로의 스승으로 이탈리아 전역에서 귀족들로부터 부름을 받을 정도로 인기 절정의 화가였다. 메디치가와 사돈관계인 토르나부오니 집안에서도 최고 인기 화가에게 예배당을 장식할 벽화를 외뢰했다. 기를란다요는 스테인드 글래스를 중심으로 위쪽에는 성모마리아의 대관식 장면을, 오른쪽에는 마리아의 일생을, 그리고 왼쪽에는 세례 요한의 일생을 그려넣었다. 인물을 아주 사실적으로 그리는데 뛰어났던 기를란다요의 손끝을 통해 완성된 프레스코화에는 르네상스 여성들의 우아함이 그대로 살아있다. 기를란다요가 성당의 벽화를 그릴 즈음에 토르나부오니 집안에선 외동딸 조반나의 혼사를 앞두고 있었다. 마리아의 탄생과 성장기, 결혼, 승천까지를 그린 벽화에는 딸의 결혼을 축하하고 건강한 출산을 기원하는 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다. ‘마리아의 탄생’ 편에서 축하하러 온 귀부인들 일행의 가장 앞줄에 선 젊은 여성이 조반나다.  성모의 일대기 맞은 편에는 피렌체의 수호성인인 세례 요한의 일생을 그려 놓았다. 늙은 제사장 스가랴에게 천사가 나타나 곧 아내가 임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예언을 하는 ‘스가랴에게 나타난 천사’에 등장하는 군상은 실제 토르나부오니 가문의 친인척들이라고 한다. 세례 요한은 살로메라는 여인의 간계에 의해 참수당해 죽는다. 이 장면을 그린 ‘헤롯의 연회’는 특히나 어디가 그림이고, 어디가 건축물인지 분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눈속임 효과가 뛰어나다. 기를란다요는 산타 트리니타 성당내에 사세티 가문의 예배당에도 아름다운 벽화를 남겼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아키히토의 퇴위/박홍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아키히토의 퇴위/박홍기 논설위원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연호는 ‘헤이세이’(平成)이다. 중국의 사기와 서경에 나오는 ‘내평외성’(內平外成)에서 따왔다. 천지와 내외의 평화를 바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아키히토는 연설 때마다 평화를 빠뜨리지 않는다. 지난해 8월 패전 70주년 추도식에서는 “세계의 평화와 앞으로의 발전”을, 지난해 1월 신년사에서는 “인류의 평화”를 기원했다. 일본의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과 책임도 잊지 않았다. 일왕은 헌법상 상징적 존재다. 헌법 제1조에 ‘국가와 국민 통합의 상징’, 제4조에 ‘헌법에 정해진 국사(國事)행위 이외 국정에 관한 주장과 행사는 불가’라고 지위와 역할이 규정돼 있다. 일왕과 왕족은 선거권과 피선거권도 갖고 있지 않다. 국사 행위는 반드시 내각의 조언과 승인이 필요하다. 정치적 중립을 위해서다. 제국주의 시절 제정된 구헌법은 전혀 달랐다. ‘대일본제국은 만세일계(萬世一系·단 한 번도 단절된 적이 없는 혈통)의 천황이 통치하며’라고 명기돼 있었다. 일왕 지배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하기 전까지 일왕은 신(神)적인 존재였다. ‘모든 것’이었다. 젊은이들이 지는 벚꽃처럼 목숨을 버리면서 “천황 폐하”를 외쳤을 정도다. 아키히토의 부친 히로히토(裕仁·1929~89) 일왕이 1946년 1월 1일 “나는 신이 아니다”라며 ‘인간선언’을 할 때까지다. 그러나 일왕은 현재도 ‘상징’을 뛰어넘는 존재다. 해마다 1월 2일 일왕의 거처인 궁 앞에는 수많은 사람이 몰려든다. 일왕의 새해 축하 인사를 보기 위해서다. 올해 역시 궁 베란다에서 오전에 세 차례, 오후에 두 차례 손을 흔들며 편안을 기원했다. 일왕과 왕족의 일거수일투족은 커다란 관심거리 가운데 하나다. 특히 아키히토는 2001년 12월 18일 68세 생일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백제의 후손’임을 밝혔다. “나 자신으로서는 간무(桓武·재위 기간 781~806년) 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續日本記)에 기록돼 있어서 한국과의 인연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반향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일본 언론 매체들은 애초 이 발언을 뭉개다 한국 측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하자 뒤늦게 다뤘다. 아키히토 일왕이 그제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생전 퇴위 의향을 발표했다. 국민들은 충격 속에 “고생 많으셨다”며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문제는 정치권이다. 아베 정권의 개헌론과 맞물려 적잖은 해석을 낳고 있다. 왕실의 제도와 구성 등을 정한 왕실전범(典範)에 생전 퇴위 규정이 없어서다. 아베 정권이 퇴위와 관련된 법 정비를 떠맡을 경우 ‘전쟁할 수 있는 보통 국가’로의 개헌 논의는 상당 기간 지연이 불가피하다. 일본의 보수 우경화 흐름과는 거리가 멀었던 일왕의 개헌을 견제하기 위한 결단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아키히토 일왕의 의중이 진정 평화를 위함이길 바란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2018 ‘한류니버설’, 2020 테크노밸리…일산 지도 바꾼다

    2018 ‘한류니버설’, 2020 테크노밸리…일산 지도 바꾼다

    2021년 인천공항에서 버스로 20분 거리인 경기 고양시 일산 한류월드. 중국·동남아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온 젊은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특히 다양한 놀이기구와 2000석 규모의 융복합공연장·호텔 등을 갖춘 케이컬처밸리는 케이팝에 매료된 젊은이들의 ‘성지’이다. 인접한 고양방송영상 문화콘텐츠밸리와 고양관광특구, 킨텍스에도 보고 배우고 즐길거리가 넘쳐난다. 젊은 감각의 고양청년스마트시티는 한번쯤 살아 보고 싶다. 임창열 킨텍스 대표이사는 15년 전 경기지사 재임 당시 출입기자들에게 “10년쯤 후면 일산신도시와 자유로 사이에 있는 농지가 모두 메워져 개발될 것”이라고 종종 말했다. 그의 예언이 현실화되고 있다. 9일 고양시에 따르면 한국판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셜스튜디오’로 불리는 케이컬처밸리가 지난 5월 20일 한류월드 부지 안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착공했다. 지난해 2월 청와대에서 발표한 지 1년여 만이다. 2018년 완공할 예정이다. 지난달 29일에는 경기도가 일산 킨텍스 인접한 곳에 판교테크노밸리 같은 경기북부테크노밸리를 2020년까지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같은 달 19일에는 일산호수공원 뒤 70만㎡ 규모의 부지에 2022년까지 ‘방송영상문화 콘텐츠밸리’(이하 방송영상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5월 초에는 국토교통부가 일산호수공원 뒤 장항IC와 인접한 145만㎡에 고양청년스마트시티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킨텍스 제3전시관 건립도 추진된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일산선도 2023년 개통한다. 모두 2~7년 안에 완공하는 사업들이다. 일산이 격변하고 있다. ‘베드 타운’이란 오명을 씻고 동아시아 중심 도시로 체급을 바꾸고 있다. ●케이컬처밸리 1조 4000억원 투입 케이컬처밸리는 국내 유일의 대형 한류 테마파크다. 다양한 최신 놀이기구를 즐길 수 있고 애니메이션과 영화에 나왔던 다양한 캐릭터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 257실 규모의 호텔, 2000석 규모의 융복합공연장, 상업시설 등이 들어선다. 정부가 추진하는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의 하나로 CJ E&M 컨소시엄이 1조 4000억원을 투입해 2018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 흩어져 있는 한류 인프라를 한데 모아 전 세계로 확산하는 글로벌 한류 소비 플랫폼 역할도 하게 된다. 문화창조융합벨트는 문화창조융합센터(기획), 문화창조벤처단지(제작·사업화), 문화창조아카데미(인력양성), 케이컬처밸리, 케이익스피리언스, 케이팝 아레나 공연장(소비·구현) 등 6개 거점으로 구성돼 있다. 케이컬처밸리에 들어서는 테마파크는 탑승 놀이시설 중심인 기존의 테마파크와 달리, 가상현실(VR) 등 첨단기술과 한류 콘텐츠를 결합해 매일 새로운 체험이 가능하도록 만든다. 케이컬처밸리는 위치적으로 서울 중심에서 차량으로 30분, 2023년 GTX 개통 시 수도권과 직통으로 연결되며 인천·김포공항과도 가까워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유리하다. 정부는 2021년까지 5만 6000여개의 일자리와 8조 7000억원의 경제 유발 효과, 연간 500만명의 한류 관광객 방문을 예상하고 있다. ●테크노밸리는 판교 크기로 조성 경기북부테크노밸리는 일산 킨텍스에서 가까운 30만~50만㎡ 부지에 고양시·경기도·경기도시공사가 공동으로 만든다. 판교테크노밸리(45만 4967㎡) 못지않은 규모를 자랑한다. 이곳에 방송·영상·문화 콘텐츠 분야 업체는 물론 정보기술(IT) 기반의 VR 콘텐츠 산업, 고화질 디지털방송 등 방송영상장비와 화상진료 및 U헬스 등으로 대표되는 첨단의료산업 분야 업체들이 2020년부터 입주하게 된다. 1조 6000억원이 신규 투자돼 경기북부테크노밸리 조성이 완료될 경우 1900여개의 기업 유치와 1만 8000여명의 직접 고용 효과가 기대된다. 경기도는 일산 테크노밸리 조성을 통해 판교~광교~동탄을 잇는 경부축과 함께 고양~상암~광명·시흥을 잇는 서부축을 육성할 계획이다. 앞서 경기도가 2005년 조성한 판교테크노밸리는 지난해 현재 70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고 7만 2000여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특히 지난해 경기도 지역내총생산(GRDP)의 23%를 담당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이제 판교테크노밸리의 성공 모델을 북부지역으로 확산시킬 적기”라며 경기북부테크노밸리 조성 배경을 설명했다. ●자족 용지에 창업 센터·학교 유치 고양시는 지난 5월 국토부 및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함께 ‘고양 장항 공공주택 사업’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장항IC가 인접한 농지 145만㎡에 사회 초년생 및 신혼부부 등을 위한 행복주택 5500가구와 일반분양 주택 7000가구를 짓는 것이다. 자족시설용지 22만㎡에는 킨텍스~한류월드~케이컬처밸리 등과 연계해 방송문화산업 육성 등을 위한 지식산업센터, 창업지원센터가 설치된다. 또 국공립대학교를 유치하기 위해 지구 내에 대학부지(유보지)를 확보해 조성 원가로 공급한다. 지구 내 청년스마트타운에는 청년벤처타운과 청년 문화예술인을 위한 창작 스튜디오도 건립된다. 최성 고양시장은 “국토부와 합의를 통해 고양 행복주택 부지에 10만㎡ 이상의 학교 부지를 확보하고 현재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2년 방송영상콘텐츠 밸리도 2022년까지 5800억원을 투입해 약 70만㎡ 규모의 ‘방송영상문화 콘텐츠밸리’도 조성한다. 위치는 킨텍스와 인접한 곳으로, 방송시설·문화시설·공공시설·상업 및 복합시설 등이 들어선다. 방송영상산업을 유치해 미래 먹거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의도이다. 경기도와 경기도시공사가 도시개발사업으로 공동시행하며, 도는 사업의 총괄기획행정지원을 맡고, 도시공사는 개발 실무와 부지 조성 공사를 한다. 지난 5월 기본구상 및 연구용역을 완료했고 내년 중순에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하면 2018년 하반기 부지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방송영상단지가 완료되면 MBC, SBS, EBS, 빛마루 등 한류월드 내 방송시설과 장항 공공주택(청년 스마트타운) 예정지구 내 자족시설인 청년지식산업센터, 청년창업지원센터, 창작스튜디오 등과 연계돼 이 일대가 방송·영상·문화산업의 중심지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최대 국제전시장인 킨텍스를 운영하는 경기도와 고양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2022년까지 7만㎡ 규모의 킨텍스 제3전시장을 건설한다. 킨텍스는 제3전시장이 완공되면 연면적이 17만 8000㎡가 돼 규모 면에서 현재 세계 45위에서 20위권으로 진입하게 된다. 지금 운영 중인 킨텍스 1~2전시장은 2020년이 되면 가동률이 70%까지 늘어 포화상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시장 공사기간이 5∼6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이 새로운 전시장 건립의 적기라는 게 운영 3자의 입장이다. 킨텍스는 지난 4월 산업통상자원부에 제3전시장 건립 사업 계획서를 제출했다. 이 밖에 고양시는 시민들의 편리한 생활과 에너지·환경문제해결을 위해 행정에 스마트시티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한 ‘사물인터넷(IoT) 융·복합 시범단지 공모 사업’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고양시는 올해 27억원을 투입해 사람을 감지해 자동으로 가로등 조도를 조절하는 ‘지능형 지킴이 가로등’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2023년에는 땅속으로 달리는 KTX로 불리는 GTX 일산선이 개통돼 일산과 서울 강남을 13분이면 오갈 수 있게 된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벽 속에 벽’ …제주, 안도 다다오 건축작품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벽 속에 벽’ …제주, 안도 다다오 건축작품

    “빛과 그늘이 함께하는 것이 인생이다. 건축 이야기에는 반드시 빛과 그늘이라는 두 측면이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안도 다다오(安藤忠雄·75). 세계적이라는 말조차 무색할 정도인 동시대 최고의 건축가이자 일본 예술가이다. 전직 프로복서 출신, 오사카의 한 공업고등학교 졸업, 방황, 실패의 연속, 독학으로 건축학 입문이라는 그의 ‘그늘진’ 고생담은 동경대 건축과 교수, 세계적 건축가라는 한 편의 ‘빛나는’ 설화(說話)로 재탄생하였다. 서울의 랜드 마크,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Zaha Hadid·1950~2016)가 2004년에 받아 그녀의 이름값을 드높인 상(賞)이 바로 ‘프리츠커 건축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이다. 흔히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우는 이 상을 안도 다다오는 이미 1995년에 받아 책상 한 켠에 얹어 두었으니 지금에서야 그의 실력을 평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터. 이토록 유명한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이 제주도에만 무려 3개나 자리 잡고 있다. 바람, 빛, 물, 콘크리트를 통해 제주의 풍광을 담고 있는 그의 건축철학을 만나보자. ● 제주의 바다를 품다-지니어스 로사이, 글래스 하우스 제주섬 아래켠 섭지코지에도 안도 다다오의 작품들이 있다. 바로 지니어스 로사이(Genius Loci), 글래스 하우스(Glass House)이다. “인간과 자연 공간의 합일점을 찾는 것, 그런 건축이 훌륭한 건축입니다. 섭지코지는 아주 매력적인 땅입니다.” 안도 다다오가 섭지코지에 그의 작품을 남기는 의도가 정확히 설명되는 표현이다. 바로 인간과 자연, 공간이 합쳐지는 하나의 명상 장소가 지니어스 로사이다. 이곳은 비록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안도 다다오의 건축철학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공간이라고 평가된다. 여기에서 안도 다다오는 도시 생활에 지친 관람객들에계 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고품격의 명상장소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지니어스 로사이라는 어원은 바로 ‘대지의 수호신’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대지의 평온한 속에서 인간의 영혼을 찾길 희망하는 그의 바람은 독특한 건축미로 구현된다. 지니어스 로사이에 들어서는 기분은 묘하다. 흡사 팀 버튼의 영화 속에서나 연출이 가능한 4차원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가득하다. 명상의 공간이다. 제주의 삼다(三多·돌, 바람, 여자)를 품듯 노출된 콘크리트 벽체와 길게 뻗은 보도 옆 현무암들, 그리고 쉼 없이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제주의 물방울들은 기존의 건축에 대한 개념마저 흔들어 버린다. 입구의 차단벽과 연못을 통과해 현무암 사이 길을 걷다 보면, 꽃밭에서 뿜는 여러 빛을, 사각형의 억새밭 사이로 부는 바람과 만난다. 또한 좌우 콘크리트 벽체에서 쏟아지는 폭포 사이를 지나면, 작은 프레임을 통해 성산일출봉을 감상할 수도 있다. 실제 관람객들은 지니어스 로사이에서 안도 다다오의 콘크리트 벽이 뿜는 속내음이 인공적이 아니라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란다. 자연의 일부가 되어버린 콘크리트 쓰임새는 안도 다다오 건축의 지향점인 인간과 자연의 합일을 위한 훌륭한 도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높은 장벽을 뚫고 안으로 들어가면 건물 내부가 서로 서로 연결되어 공간이 닫힌 것이 아니라 뚫려 있고 열려 있다. 또한 하늘로 열린 벽체 기둥들은 온전한 자연의 빛을 건축물에 담아 낸다. 지니어스 로사이에는 총 3개의 전시관이 있다. 제 1전시관은 문경원 작가의 ‘Diary'. 나무의 생장과 소멸. 제 2전시관을 어제의 하늘-바닥에 비춰지는 어제의 하늘을 보며 지나간 시간에 대한 명상.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 3전시관은 오늘의 풍경-실시간 일출봉 풍경을 화면에 투사해서 보여준다. 지니어스 로사이를 뒤로 한 채 언덕을 올라가다보면, 멀리 정동항을 향해 두 팔을 벌린 형상의 글래스 하우스(Glass House)를 만난다. 이곳은 현재 1층은 지포(Zippo)뮤지엄, 2층은 레스토랑 민트(Mint)가 위치하여 제주 바다의 훌륭한 전망을 제공하는 상업적 건축물이다. 1층 바닥이 언덕 아래보다 3.6미터가 높은 곳에 위치해서 건물 내부를 입구에서 가늠할 수가 없다. 막상 입구에 도착하면 멀리 정동항과 성산 일출봉이 보이는 화려한 경치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건물의 정면은 뒷면과는 달리 콘크리트가 아닌 유리로만 마감되어 확 트인 공간감을 보여준다. 이는 정동항을 향해 손 벌린 기하학적인 평면으로 태양이 떠오를 때 해의 기운을 품는 모양을 드러낸다. ● 제주의 산(山)을 품다-본태 박물관 2012년 11월, 제주 산방산 기슭에 산과 바다를 한껏 품은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본태박물관’, 불어로 ‘Bonte'의 뜻은 ’봉떼‘, 즉,’아름답다‘ 혹은 ’좋다‘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한자로 ’본태(本態)‘는 ’본래의 형상, 아름다움, 본질‘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박물관 이름으로는 제격이다. 원래 박물관 터가 경사진 곳이지만 이곳을 다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 놔둔 채 공간적인 조화를 꾀하고 있다. 또한 높은 콘크리트 벽체를 배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확 트인 공간감은 하늘 높이 뻗어 있다. 산방산 자락 하늬바람이 이곳에 늘상 머물렀다 가도록 바람 길도 터놓았다. 또한 콘크리트가 뼈대를 이루는 구조체이자 건물의 느낌을 자아내는 마감재이다 보니 당연히 불필요한 장식은 다 걷어낸 진솔한 공간과 빛을 통해 가늠되는 시간만이 온전히 드러나게 된다. 따라서 관람객들은 미술 작품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였다. 본태박물관은 고(故)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부인인 이행자 본태박물관 고문이 수집한 생활 속 골동품과 소품들을 비롯하여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까지 아울러 전시하는 공간이다. 20세기 현대조각의 새로운 장을 연 안소니 카로(Anthony Caro·92)의 <물결Wave>, 대담한 색상과 특유의 ‘컷아웃 기법’으로 대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팝아트 조각가 데이비드 걸스타인(David Gerstein, 1944 ~ )의 <불타는 입술 Burning Lips >등이 전시되고 있다. 이 밖에도 피카소, 마티스와 더불어 가장 비중 있는 모더니스트 페르낭 레제(Fernand Leger·1881 ~ 1955)의 노동 연작 <건설노동자 Les constructeurs>,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1904~1989)의 <늘어진 시계 La Montre molle>등을 만나 볼 수 있다. 또한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과 안도 다다오의 특별 공간이 마련되어 백남준의 대표적인 작품들과 더불어 본태박물관 설계 변천 과정을 볼 수 있는 스터디 모형, 건축과정을 사진으로 모아둔 스틸컷이 전시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 모시조각보를 형상화한 스테인드 글라스가 있는 안도 다다오 <명상의 방>까지 본태박물관은 제주도를 넘어서 세계적인 예술 체험이 가능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제주 안도 다다오 건축물에 대한 10문 10답> - 아래 질문은 실제 독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을 바탕으로 만든 10문 10답입니다.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인가요? -꼭 이라는 말을 쓸 필요는 없다. 그러나 건축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나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경우 많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2. 이 공간을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은? -섭지코지를 방문한 관람객들. 제주도를 최소 3번 이상 방문한 경험을 지닌 관광객들. 건축학도. 3. 숙소 등의 시설환경에 괜찮은가요? -제주도이다. 휴가 계획을 미리 짜서 숙박 공간을 미리 정해 놓는 것이 제주 여행에서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다. 휴가철에 임박해서는 가격대가 천정을 뚫고 올라간다는 것은 상식이다. 4. 건축물들의 실제모습은? -지니어스 로사이의 경우 안도 다다오에 대한 이해 없이 들어갔다가는 난감해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글래스 하우스는 바다 풍경이 멋지다. 이곳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기를 추천. 본태박물관은 제주도의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 찾아가야 한다. 고즈넉하다. 5.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은? -안도 다다오에 대한 이해 없이 접근하면 모든 체험이 고난으로 바뀔 수도 있다. 반드시 안도 다다오에 대한 기본적인 자료 조사와 공부는 필요하다. 6. 홈페이지 주소 및 도움되는 사이트 주소는? -지니어스로사이(https://www.phoenixisland.co.kr/pi/index) -글래스 하우스(https://www.phoenixisland.co.kr/pi/index) -본태 박물관(http://www.bontemuseum.com/) 7. 먹거리 정보와 식당 정보는? -유명한 식당을 찾는 것도 의미 있지만, 제주도민의 주거 공간에 있는 작은 식당을 추천한다. 굳이 이름나지 않는 곳이라면 더더욱 좋은 식당일 수도 있다. 8. 제주도에 가 볼만한 다른 건축 공간도 있나요? -포도호텔: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863. 064-793-7000 -방주교회: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762. 064-794-0611 -아고라: 서귀포시 섭지코지로 107, 1577-0069 -기적의 도서관: 제주시 동광로 12길 19. 064-738-3003 9. 이곳에서 꼭 추천하고픈 공간이나 체험은? -지니어스 로사이, 글래스 하우스에 대한 섭지코지 도슨트 건축투어(064-731-7791·1인당 2만원) 10. 총평 및 당부사항, 기타정보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을 제주도에서 만난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다. 다만, 안도 다다오 건축 미학에 대한 풍부한 이해와 상식을 가지고 만나야 제주도 여행이 역대급 경험으로 남을 수 있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사설] 中, 본말전도 ‘사드 언론플레이’ 중단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야권 일각의 ‘사드 반대론’에 직접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박 대통령은 일부 정치인들이 북한의 주장과 같은 맥락의 황당한 주장을 하거나 중국의 입장에 동조하면서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고 지적한 뒤 “여야를 막론하고 이런 때일수록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가 안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국민을 대신해 권한을 위임받은 정치의 기본적인 책무”라고 밝혔다. 중국 관영 매체들의 도를 넘은 사드 배치 비난 공세에 빌미를 주고 있는 ‘남남갈등’의 위험성을 지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깊은 우려 속에 중국 방문을 강행한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6명은 “사드 배치에 대한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했지만 중국 관영 매체들이 어떻게 이들의 방중 활동을 왜곡할지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가 이들의 방중과 관련된 우리 내부의 잡음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1면에 왜곡 보도한 전력에 비춰 보면 방중 자체를 이슈화할 가능성이 크다. 모쪼록 방중 의원들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국익을 먼저 생각하면서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만 할 것이다. 중국 관영 매체들의 몰지각한 보도 행태에 대한 지적도 빠트릴 수 없다. 중국 언론들은 우리의 사드 배치 결정 직후부터 사설, 기사, 기고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비난의 십자포화를 쏟아붓고 있다. 특히 우리 내부의 ‘사드 반대론’ 등 입맛에 맞는 글과 인터뷰만 골라 게재하면서 우리의 분열을 조장하거나 자기들의 반대 논리를 정당화해 왔다. 점증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위권 차원에서 사드를 배치할 수밖에 없는 우리 입장은 안중에도 없다. 사드 배치를 초래한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직접 입장을 표명하기 껄끄러운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자 할 때 종종 관영 매체를 이용해 ‘언론플레이’를 해 왔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 우리 군이 서해상에서 대규모 해상 사격훈련을 실시하자 환구시보는 “지금까지 좋은 말로 한국을 타일러 왔는데 한국이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다”며 “중국이 한국을 손봐 줘야 한다”는 오만방자한 사설을 게재한 바 있다. 당시에도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비판하지 않았다. 역시 본말이 전도된 ‘언론플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본질을 무시한 중국의 행태는 소아병(小兒病)적인 자국이기주의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중국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사드 배치 등을 비난하면서 북한의 도발을 외면하는 사이 오히려 이나다 도모미 신임 일본 방위상의 언급처럼 일본의 핵무장 등 더 큰 화근(禍根)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무턱대고 북한을 감쌀 일이 아니다. 중국은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해야만 한다.
  • 요즘 매미는 왜 밤에도 울지? 환한 조명과 열대야 때문이야

    요즘 매미는 왜 밤에도 울지? 환한 조명과 열대야 때문이야

    “불볕더위 속/ 어디에선가// 함성처럼 들려오는/ 매미 소리// 저것은 생명의 찬가인가/ 피울음의 통곡인가// 겨우 한 달 남짓한/ 짧은 생애일 뿐인데도// 나 이렇게 찬란하게/ 지금 살아 있다고// 온몸으로 토하는/ 뜨거운 소리에// 늦잠에서 부스스 깨어난/ 나는 참 부끄럽다” (정연복의 시 ‘매미’) 장마가 끝나고 보름 가까이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여름의 전령사’ 매미도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면서 가뜩이나 열대야로 잠 못 드는 여름밤을 더 힘들게 한다. 약 5억 5000만년 전 지구상에 등장한 매미는 현재 전 세계 3000여종이 존재한다. 한반도에는 털매미, 늦털매미, 참깽깽매미, 깽깽매미, 말매미, 유지매미, 참매미, 애매미, 쓰름매미, 풀매미 등 14종이 살고 있다. 매미는 5월 중순~10월 중순에 나타나는데 흔히 알려진 참매미나 말매미, 유지매미, 쓰름매미는 6~9월 중순에 주로 볼 수 있다. 매미는 번데기 단계 없이 알, 애벌레 2단계만 거쳐 성충이 된다. 암컷이 땅이나 나무 속에 낳은 200~600개의 알이 수십일에서 수개월 후 부화를 한 뒤 애벌레 상태로 3~17년을 지낸다. 애벌레 기간에 4차례가량 껍질을 벗는 탈피 과정을 거치는데 매미가 되기 위한 마지막 탈피는 저녁시간대에 이뤄진다. 천적인 새들이 잠자기 시작하는 저녁에 나무 위로 기어올라가 탈피를 하고 성충인 매미가 된다. 성충으로는 4주 정도밖에 못 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애벌레로 사는 기간을 매미의 수명으로 본다. ●매미 울음은 수컷의 세레나데 성충으로서의 짧은 생(生)에 매미는 자신의 유전자를 후손에게 전달하기 위한 생식을 마쳐야 한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생존을 위한 본능으로, 수컷이 암컷에게 짝짓기를 청하는 세레나데다. 암컷은 발음기관이 없는 ‘벙어리 매미’다. 매미는 종에 따라 제각각의 소리를 내면서 다른 종과의 짝짓기를 막는다. 매미는 몸통 중간에 진동막, 발음근, 공기주머니를 이용해 소리를 만든다. 발음근이 진동막을 빠르게 진동시켜 만든 소리를 공기주머니가 증폭시킨다. 이 때문에 몸이 큰 매미일수록 울음소리도 크다. 실제로 몸집이 큰 호주산 삼각머리매미와 배주머니매미의 울음소리는 120데시벨(㏈)로 기차나 자동차 경적소리(110㏈)보다 크다. 우리나라에 사는 매미 중에서는 말매미가 최대 90㏈ 정도의 소리를 낸다. 매미의 울음소리가 처절한 생존이라는 걸 알면서도 밤에 소란스럽게 울어대는 매미 때문에 짜증이 솟기도 한다. 변온동물인 매미는 종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호주산 배불룩나뭇잎매미는 15도 이상, 삼각머리매미는 18.5도 이상일 때 우는 식으로 체온이 특정 온도 이상이 돼야 ‘활동’을 한다.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릴 때 매미 소리가 유독 심하게 들리는 것은 단지 기분 탓이 아니라 매미 체온이 올라 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평년보다 선선한 여름이나 밤기온이 내려가는 9~10월부터 매미 소리가 잠잠해지는 것도 이런 이유다. 기상청은 올해 9월 중순까지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어 매미 울음은 9월 말까지 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매미는 일반적으로 빛이 없는 밤에는 울지 않는데 도심 지역에서 유독 밤에 매미 소리가 요란한 것은 야간 조명 때문이다. ●밤엔 찬공기 확산 안 돼 더 시끄러워 밤과 새벽에 유독 매미 소리가 시끄럽게 들리는 것은 왜일까. 우선 낮에는 각종 생활 소음에 묻혀 들리지 않다가 밤에는 상대적으로 조용하기 때문에 매미 소리가 더 크게 들리기도 한다. 여기에 또 다른 과학적인 설명도 덧댈 수 있다. 낮에는 지표면이 금세 뜨거워지면서 더운 공기가 아래에 있고 위로 올라갈수록 상대적으로 공기가 차갑다. 반대로 밤에는 땅이 먼저 식으면서 지표면 근처 공기는 차갑고 위쪽에 뜨거운 공기가 있다. 뜨거운 공기는 위로 올라가 흩어져버리고 찬 공기는 아래로 가라앉으려 하고 덩어리지는 특징이 있다. 기체의 온도가 높을수록 분자운동이 활발하다는 브라운 운동원리에 따라 소리 전파속도도 더운 공기에서 더 빠르다. 이 때문에 낮에는 지표면의 공기가 뜨겁고 위로 올라가려는 습성 때문에 소리가 공기라는 매질을 따라 빠르게 위쪽으로 여기저기로 흩어져버리게 된다. 그렇지만 밤에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아래쪽 공기가 상대적으로 차가워 매미의 소리가 위로 뻗어 올라가지 못하고 지상에 머물게 되면서 매미 소리가 밤에 유독 시끄럽게 들린다는 것이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때아닌 北-中 교역 물량 급증...한·중간 사드 갈등이 원인?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를 둘러싸고 한국과 중국의 갈등이 점점 표면화 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교역 물량이 크게 늘어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두고 한·중 간 다툼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에 균열을 가져올 것이란 일각의 주장대로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북소식통은 8일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의 여파로 북한과 중국 간 교역이 둔화되고 있다는 일부 보도는 지금의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지난 6일 중국 단둥에서 북한 신의주로 들어간 차량은 300여대쯤 되고 북한에서 중국으로 나온 차량도 100여대 가량 됐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단둥 창고물량이 50% 급감했고 단둥~신의주간 트럭 운행 횟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는 보도가 나왔었다. 그러나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6월 북·중 교역액이 약 4억 9000만 달러로 5월 대비 20.1% 증가했다며 지난해 6월과 비교해도 8.3% 늘어난 것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4, 5월 두 달 연속 감소했던 양국 교역량이 6월에 이어 7월 들어서도 반등세로 돌아선 것이라면, 그간 우려했던 대로 대북제재 이완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소장은 “북핵 대응에 따른 한미 공조가 강화될 수록 중국과의 갈등이 불거지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 당국자도 “북한과 대외무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이 뒷문을 열여줄 경우 국제사회가 애써 마련한 대북 제재안도 사실상 무용지물이어서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정부로서도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중국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관영 언론을 통해 연일 우리 정부를 비난하는 등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정부의 불평과 문제제기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중 간 틈새 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정보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은 최근 해외에 있는 대사관과 영사관 등에 사드 문제를 동북아 지역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여론전을 전개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교역 지배한 철 세계 문명 이끈 금 경제사 바꾼 주역은

    교역 지배한 철 세계 문명 이끈 금 경제사 바꾼 주역은

    철이 금보다 비쌌을 때/알레산드로 지로도 지음/송기형 옮김/까치/342쪽/1만 8000원 지금부터 4500년 전 메소포타미아 북부와 시리아. 소아시아 남부에 살았던 아시리아인들은 철을 금보다 여덟 배 비싼 값에 거래했다. 아직 인간은 철을 녹이는 데 필요한 섭씨 1535도의 고열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철을 주로 운석에서 채취했고, 그 작업을 할 줄 알았던 아시리아인들이 철의 교역을 지배했다. ‘철이 금보다 비쌌을 때: 충격과 망각의 경제사 이야기’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경제사적 측면에서 의미 있는 사건 60개를 뽑아 정리한 책이다. 고대세계에서부터 인류의 경제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원자재를 비롯해 민중의 삶을 좌우했던 세금과 화폐, 경제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국가들 간 분쟁, 기후에 얽힌 이야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과거에 철보다 못한 대접을 받았던 금의 운명도 비중 있게 다룬다. 철기시대가 도래하자 철의 값은 급격하게 내려갔지만 금은 여전히 귀중한 재산으로 인식됐고 인류의 역사를 움직였다. 알렉산드로스는 동방원정에 나설 때 탄광 전문가를 대동했고 로마는 광산지역을 정복하기 위해 지리학자들과 정보요원을 동원해 정보를 수집했다. 로마 제국은 광부 6만명이 일하는 금광을 운영했으며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는 기독교로 개종한 뒤 이교도 신전의 금을 압수해 침체한 경기를 되살렸다. 서로마 제국이 몰락한 뒤에는 황금이 비잔틴 제국을 거쳐 이슬람 세계로 흘러갔고, 7~12세기 500년 동안 칼리프국들이 금 시장을 장악하면서 찬란한 문화를 이룩했다. 콜럼버스가 대서양을 건너 탐험을 떠난 것도 금을 찾기 위해서였다. 식민지 아메리카에서 금과 은의 생산이 늘어나면서 문명의 균형은 극적으로 바뀌고 유럽이 팽창하기 시작했다. 염료에 얽힌 역사도 흥미롭다. 연지벌레는 빨간색 염료인 코치닐 염료의 원료로 스페인인들은 제조비법을 지키기 위해 거짓정보를 흘리거나 연지벌레의 수출을 금지했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 벽화의 하늘을 그리는 데 사용한 청색 안료는 청금석(靑石)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시간이 지나도 퇴색하지 않고 발색이 아름다워 효과가 탁월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금값과 맞먹을 정도로 비쌌다. 청금석을 캘 수 있는 광산이 유럽에는 없고 칠레의 안데스 산맥, 아프가니스탄 동부에만 있는데다 작업 조건이 좋지 않아 생산량이 매우 적었기 때문이었다. 망각된 역사적인 일화와 진기한 일들로 점철된 책은 철, 금, 향신료 등 인류가 욕망하는 것들을 쫓아 경제사는 이뤄져 왔고 신대륙의 발견, 교통과 무기의 발달 등이 욕망의 역사에 새로운 길을 터 주었음을 보여 준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지리의 역습, 정치·경제를 지배하다

    지리의 역습, 정치·경제를 지배하다

    지리의 힘/팀 마샬 지음/김미선 옮김/사이/368쪽/1만 7000원 전 세계 10개 지역 지리적 요소 분석 한반도 사드·남중국해·브렉시트 갈등 21세기도 지정학적 요인은 핵심 변수 남북 인위적 분단도 한반도 지형 때문 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ICT)의 비약적인 발전은 지리적 시공간의 격차를 대폭 축소해 왔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은 시간과 공간으로 구분된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제 인간은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며 지리적 위치도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예측이 현실화되고 있다. 하지만 신간 ‘지리의 힘’은 다시 지정학적 요인으로 시선을 돌린다. 지리가 개인과 국가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고 있으며, 세계 정치·경제 현상에서 여전히 강력한 변화의 동인이 되고 있다는 점을 통찰한다. 한반도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미·중 3국 간 엇갈리는 이해관계의 부상,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심화된 유럽의 분열 등 21세기에도 지정학적 요인은 핵심적인 변수가 되고 있다. 민족 국가들의 국경선이 다 지워진 오늘날에도 크림 반도를 무력으로 병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 옛날 군사력을 앞세워 부동항을 확보하려고 한 절대군주 이반 4세가 본 것과 똑같은 지도를 여전히 보는 데는 이유가 있는 셈이다. 저자는 “21세기는 영토와 자원을 두고 경쟁하는 ‘뉴그레이트 게임’의 시대로 지리를 알지 못하면 세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시대”라고 말한다. 이는 인류가 아무리 지리의 법칙을 극복하려고 해도 궁극적으로 정치·경제·사회적 발전은 각각의 지리적 특성에 따라 형성돼 왔다는 점에 근거한다. ●유럽 분열은 이념이 지리에 복수의 일격 당해 25년간 지구상의 분쟁 지역을 취재해 온 국제 문제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전 세계를 10개 지역으로 나눠 지리적 요소가 어떻게 국제적 현안에 투사되고 있는지를 파헤친다. 저자가 보기에 유럽연합의 분열은 이념이 지리에 ‘복수의 일격’을 당한 대표적 사례다. 지진, 화산, 대규모 홍수의 피해를 거의 보지 않는 축복받은 땅인 동시에 긴밀하게 연결된 물길을 통해 활발한 교역이 이뤄진 유럽은 지리적 축복으로 인해 번성한 지역이다. 세계 최초의 산업화된 국가들이 특히 서유럽에 집중적으로 분포한 배경이다. 하지만 남유럽은 상대적으로 땅은 척박하고 지형은 험난해 교역이 활발하지 못했다. 이 같은 남북 간 단층선을 따른 지리적 차이는 ‘경제적 혼인’을 맺으며 하나의 유럽을 꿈꾸던 유로존이 2012년 그리스 사태가 터지자마자 서로 갈등하며 분열하게 된 근본적 원인이기도 하다. ●열강에 의해 인위적 분할 阿·중동 최대 피해자 지정학적 경계를 무시하고 유럽 열강에 의해 인위적으로 분할된 아프리카와 중동은 식민주의 정책의 가장 큰 피해자다. 아프리카는 50만년 전 호모사피엔스가 처음 등장하며 인류 역사의 가장 앞선 주자이었다. 그럼에도 아프리카는 가장 고립된 땅으로 남아 있다. 유럽의 탐험가들은 등고선이 그려진 지도 위에 제멋대로 선(국경선)을 그었고, 56개국이 존재하는 오늘날의 아프리카에서 그 국경선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서로 다른 부족을 한 국가 안에 억지로 단일 민족으로 묶으려던 식민 정책은 수많은 내전의 뇌관으로 작동했다는 게 저자의 인식이다. 저자는 최근 대두되고 있는 이슬람국가(IS)의 테러도 중동에 그어 놓은 열강들의 국경선을 고치기 위한 투쟁으로 본다. ●IS, 중동에 열강이 그은 국경선 고치기 투쟁 책에는 한반도 문제도 담겨 있다. 저자는 한반도가 동서를 나눈 긴 산맥으로 동쪽과 서쪽이 분단돼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는 남북마저 분단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는 “한반도에서는 일단 압록강을 건너면 해상까지 진출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천연 장벽이 없다”면서 “한국은 지리적 특성 때문에 강대국들의 경유지가 됐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한반도 지형 때문에 남과 북 사이의 인위적 분단이 가능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두 개의 한국은 기술적으로 전쟁 상태에 있다”며 “남북 간 갈등이 단지 포격 몇 번을 주고받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으며, 한국은 핵이라는 위협을 머리 위에 안고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책의 접근법으로 바라본 사드 문제는 한반도 분단의 현실뿐 아니라 미·중 간 정치·군사적 패권 경쟁과 군국주의를 가속화하는 일본 등 주변 열강들 간 욕망의 충돌이자 누가 국제 질서를 주도할지를 겨루는 본격적인 반목의 신호탄으로 읽혀진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커버스토리] 한정식집은 어쩌다 쌀국수집이 됐나

    [커버스토리] 한정식집은 어쩌다 쌀국수집이 됐나

    “장원에서 있었던 일을 절대 발설하지 마라.” 한정식의 대모, ‘장원’의 주인 고 주정순 사장이 남긴 이 마지막 유언에는 낭만과 풍류, 음모와 공작이 뒤엉킨 지난 시절 정치의 음습한 공기가 서려 있다. 종업원만 한때 100여명에 이를 만큼 위세를 떨쳤던 한정식집 ‘장원’. 역대 대통령들과 이병철, 정주영 회장에 이르기까지 내로라하는 거물급 인사들이 모두 단골손님이었다. 지난 반세기 우리에게 한정식집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었다. 시대 변화의 물결에 떠밀리면서도 힘겹게나마 서울 골목골목에서 명맥을 이어 온 한정식집들은 앞으로 김영란법 시행을 맞아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 구한말 이후 한국 근현대사의 ‘야사’를 간직해 온 궁중요릿집과 요정 그리고 한정식집들의 흥망성쇠를 짚어본다. 박정희 정권 이후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한정식집들에 진한 석양이 깃들었다. 일본 기생 관광의 온상이 됐던 요릿집(요정)들의 화려했던 위용은 오래전 옛일이 됐고 정·재계 인사들의 은밀한 대화를 품어온 콧대 높은 한정식집들도 진작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여성 접대와 풍악을 빼고 오롯이 맛깔스러운 음식에만 집중해 온 지금의 ‘한정식집’도 오는 9월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앞에서 존망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1980년대 서울 인사동에서 시작해 30년 넘게 한정식집을 운영해 온 여사장 A(61)씨는 5일 “인사동 시절엔 잘나갔다. YS(김영삼), JP(김종필), 정주영 회장이 우리 집을 많이 찾았다”면서 “박근혜 대통령도 자주 왔었는데 이렇게 (김영란법 추진으로) 망하게 하니까 솔직히 서운하다”고 말했다. 한정식집의 기원과 역사에 대해서는 많은 설들이 존재하지만 유흥이 강조된 요릿집과 혼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한정식은 원래 서양 코스요리에 대응해 정부에서 만들어 낸 말”이라고 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계기가 됐다. 상다리가 휘어지게 올려놓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우리 잔칫상과 달리 가짓수를 줄인 한식을 코스 요리로 내놓자는 캠페인에 가까웠다. 주 교수는 “5·16 군사 쿠데타 당시 고급 비밀 요정이 서울 도심 곳곳에 있었으나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면서 “한정식집과 기생이 나오는 요릿집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현규 중앙대 교양학부 교수는 “조선 후기에는 한정식이라는 용어가 없었다. 대령숙수였던 안순환이 궁중 음식을 내놓기 시작한 명월관이 한정식집의 원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명월관은 일본의 요정을 본떠 만든 요릿집이다. 명월관은 궁중 연회 요리를 도맡았던 안순환이 1909년 서울 광화문 현 동아일보 자리에 개업했다. 1918년 화재가 난 뒤 여러 번 주인이 바뀌었다가 1963년 워커힐 호텔로 편입됐고 지금의 숯불갈비집으로 모습을 바꿨다. 신 교수에 따르면 당시 명월관은 한상 음식을 차려 놓는 게 아니라 차린 상을 들고 음식을 내놨다. 손님은 책자를 보며 권번(기생조합의 일본식 표현)의 기생을 불러 창을 듣거나 춤을 보며 여흥을 즐겼다. 기생들은 고운 빛깔의 치마저고리를 입고 인력거나 택시를 타고 요릿집에 왔다. 기생이 공연을 할 때면 음식상을 치웠다. 기생도 급(일패, 이패, 삼패)이 있어 일패 기생들의 몸값은 지금의 연예인처럼 비쌌다고 한다. 신 교수는 “낮에는 기생이 없었고, 명월관에서는 예식이나 피로연도 열렸다”면서 “명월관의 음식들이 정통 궁중 요리와는 다르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역사적 가치가 있는데도) 제대로 전수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명월관이 번창하자 주변에 국일관, 송죽관 등 유흥 음식점들이 우후죽순 문을 열었다. 1920년대부터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식들이 상을 가득 채우는 가게들이 많아졌다. 주객(?)이 전도되면서 요정이 성행하게 된 건 6·25전쟁 이후라고 학계는 본다. 음식보다 기생과의 유흥을 즐기려는 목적성이 강해진 것이다. 한때 정부가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이들 요릿집을 기반으로 한 일명 ‘기생 관광’을 방관했다는 연구도 여럿 존재한다. 1950~1970년 서울에는 이른바 요정 3각이라고 불리는 요릿집이 성행했다. 청운각, 대원각, 삼청각이 대표적이다. 특히 성북동의 대원각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별장으로 사용했을 만큼 풍광이 수려했다. 대원각의 안주인이던 고 김영한씨와 시인 백석과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는 유명하다. 김씨는 열여섯 살에 남편을 잃고 조선권번에 들어가 ‘진향’이란 이름의 기생이 됐다. 대원각은 1970년대 경영난을 겪다 1980년대 초 갈비집으로 전환했다. 이후 대원각은 김씨가 1987년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땅과 건물을 통째로 시주하면서 불자들의 공간인 길상사가 됐다. 효자동 산중턱에 자리한 청운각은 1965년 한·일회담이 성사된 곳이다. 1960년대 말 사라진 청운각 자리에는 교회 등이 들어서 있다. 셋 중 유일하게 요릿집을 유지하고 있는 삼청각은 후발주자였으나 그 기세와 규모가 만만치 않았다. 군사독재 시절 남북적십자회담을 앞두고 북한 방문단의 접객을 위해 만들어진 이곳은 지금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운영하고 있다. 가장 비싼 요리는 ‘궁중수라’다. 참치뱃살, 랍스터, 송이볶음 등 화려한 요리가 코스로 제공된다. 가격은 1인당 19만 8000원. 가장 저렴한 메뉴는 붕장어구이가 메인으로 올라가는 ‘유하수라’. 5만원짜리 메뉴다. 요정은 비밀 유지가 중요하다. 마담 사관학교로 불렸던 장원 출신 접객원 B(60)씨는 “이미 단골이 된 거물급 인사들의 비밀 유지를 위해 장원은 미로 같은 골목에 있었다”면서 “오고가는 손님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치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주 사장은 종업원들 사이에서 미국 헌병이라는 별명으로 불렸을 정도로 성격이 엄격했고 회고록을 쓰자는 숱한 제의도 단칼에 거절했다고 한다. 30여년간 절정기를 구가했던 장원은 1987년 20여억원의 사채를 갚지 못해 은행에 압류된 뒤 1990년 한 건설사로 넘어가면서 잠시 문을 닫았다. 이후 고 주 사장은 서울 신문로에서 ‘향원’이라는 이름으로 재개업했고 2004년 필운동에서 다른 사람이 운영하던 ‘장원’을 되찾았다. 음식평론가 황교익씨는 세금 셈법 때문에 요릿집이 일부 한정식집으로 바뀌게 됐다고 주장한다. 1960년대 후반 요정은 유흥음식세로 총수입의 100분의20을 세금으로 내게 했는데 한정식집은 100분의10 내지 100분의5만 내게 했다는 것이다. 룸살롱, 풀살롱(접대와 성매매가 한 건물에서 이뤄지는 유흥업소) 등 유흥문화가 강남으로 옮겨가면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던 많은 요릿집이 유흥 딱지를 떼고 ‘한식 음식점’으로의 생존을 택했다. 정치 무대가 여의도로 옮겨간 뒤로 한정식집의 수난사는 계속됐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무원들의 접대비를 3만원으로 줄이면서 수많은 한정식집들이 문을 닫았다. 그나마 남은 곳들이 인사동, 청운동, 수송동 근처에 밀집한 유정, 양지 등 중저가 한정식집들이다. 유정은 이번 김영란법의 여파로 문을 닫고 1만원대 쌀국수집으로 리모델링 중이다. 한정식을 특별하거나, 근본 없는 음식이라 폄하하는 시각도 있지만 한정식 가게 나름의 철학과 문화가 사라지는 데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도 많다. 음식뿐만 아니라 고급 한정식집들은 예술품, 시조, 창, 한복과 어우러진 전통공연의 무대이기도 했다. 지금은 사라진 장원은 삼합, 애저(새끼돼지에 마늘과 생각을 넣고 삶아 초장에 찍어먹는 요리) 등 정갈한 남도 음식으로 유명했다. 60여년의 역사를 내려놓은 유정은 참나물, 쑥갓 반찬 등 계절에 따라 4~5가지 나물 반찬이 인기였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부산행’ 판타지아영화제 대상

    영화 ‘부산행’이 지난 3일(현지시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20회 판타지아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고 영화 배급사 뉴가 4일 밝혔다. 미치 데이비스 영화제 공동 디렉터는 “‘부산행’은 지난 몇 년간 판타지아 국제영화제에서 상영했던 모든 영화를 통틀어 관객들에게 가장 열렬히 사랑받고 회자된 영화”라고 평가했다. 이재용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윤여정이 주연을 맡은 영화 ‘죽여주는 여자’는 각본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한국 배우가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1971년 ‘화녀’ 이후 45년 만의 일이다. 판타지아 국제영화제는 유럽과 아시아의 장르 영화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각의 영화를 소개하는 북미의 대표적인 영화제다. 한국 영화로는 ‘수상한 그녀’(2013)가 베스트 아시아 영화 금상을, ‘끝까지 간다’(2013)가 베스트 아시아 영화 은상을 받은 바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동판에 새긴 기계문명과 인간의 관계

    동판에 새긴 기계문명과 인간의 관계

    작가 홍승표(36)의 어린 시절 놀이터는 아버지의 공장이었다. 자동차부품을 만드는 공장의 기계들 사이를 보드를 타고 다니며 놀았다. 하루 일을 마치고 문을 닫은 공장에서 아버지는 직각자와 컴퍼스를 제도판에 이리저리 옮겨가며 기계를 설계하곤 하셨다. 기계는 자연스러운 일상의 사물이 됐고, 남들에겐 딱딱하고 차가운 기계들이 그에겐 따뜻하고 친근하다. 기계문명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해 온 홍승표 작가의 여섯 번째 개인전이 오는 10∼27일 서울 종로구 율곡로 이화익갤러리에서 열린다. ‘유기적 발명’(Organic Invention)이란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진화하는 인류의 관계를 모색하는 작품 20여점이 전시된다. 그는 홍익대에서 판화를 전공하고 영국으로 건너가 런던의 골드스미스대학에서 순수미술을 학사부터 다시 공부하며 한국에서 닦은 기술에 콘텐츠로 살을 붙이는 훈련을 쌓았다. 그의 작품은 동판 위에 에칭기법으로 기계 속에서 살고 있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들을 드로잉하고 음각한 뒤 유화물감에 레진을 섞은 물감으로 칠한 것이다. “어릴 때부터 기계적인 이미지에 관심이 많아서 1960~70년대의 복고풍 기계에 대해 아련한 향수 같은 것이 있다”는 작가는 “기계의 이미지를 다루다보니 자연스럽게 동판이나 철판을 캔버스로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계가 차갑다고 느끼는 것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 안에서 하나의 부품처럼 종속되기 때문이라고 봐요. 기계 시스템을 이용하면 창의적인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기계와 인간의 관계를 이어주는 발명품들을 상상해 봤습니다.” 각각의 기계는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인물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 장면들이 놓여 있는 장소가 어디인지 알 수 없다. 그의 작품 속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기계들은 과학문명과 미래의 정서라는 시적 표현에 더 어울린다. 선명한 바탕색과 대비되는 동판의 기계 이미지는 생동감이 넘치고 창조적 인류의 미래에 대한 열망과 기대를 표출해내고 있다. 영국의 한 미술평론가는 홍승표의 작품에 대해 “생태, 소비, 그리고 진화의 메시지가 그의 작품 중심에 있다. 다음 세기를 넘어선 인류의 미래를, 특히 기술에 대한 잠재적인 생물학적 연결의 진행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인간의 선택으로 인간 친화적으로 진화하는 기계와 인간의 관계를 표현한 그의 작품은 골드스미스대학 아트컬렉션과 영국 정부 아트컬렉션으로 소장돼 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국무·국방·재무도… ‘여성 내각’ 꿈꾸는 클린턴

    국무·국방·재무도… ‘여성 내각’ 꿈꾸는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 꾸릴 미래 내각에 대한 하마평이 벌써부터 무성하다. 특히 클린턴이 지난 4월 유세에서 내각의 절반을 여성 몫으로 할당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여성이 얼마나 참여할 것인지 주목된다. 이미 국무장관을 비롯해 국방장관, 재무장관 등에 여성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는 셰릴 밀스(51) 전 국무장관 비서실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변호사 출신으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근무를 시작해 ‘르윈스키 스캔들’ 변호인, 클린턴 전 국무장관 비서실장을 지낸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그녀가 비서실장이 되면 첫 여성·흑인 비서실장이라는 기록을 세운다. 다만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에 연루된 인물이라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국무장관 출신 클린턴이 가장 엄선할 것으로 보이는 국무장관에는 ‘이란 핵협상’의 주역인 웬디 셔먼(67) 전 국무부 차관이 후보군에 포함됐다. 셔먼은 국무부 장관을 지낸 빌 번스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원장과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스트로브 탤벗 브루킹스연구소 소장 등과 함께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이란 핵협상에 반대하는 공화당이 셔먼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어 의회 청문회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방장관에는 미셸 플러노이(56) 전 국방부 차관이 우선순위로 거론된다. 현재 신미안보센터(CNAS)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플러노이가 미국의 첫 여성 국방장관이 될지도 관심이다. 재무장관은 클린턴의 경선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이 진보적 경제정책을 이끌 인물을 선택할 것을 압박하고 있어 주목된다. 기업인 출신 발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셰릴 샌드버그(47)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첫 여성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된다. 역시 여성인 게리 겐슬러 전 재무차관도 후보군에 속해 있다. 법무장관에는 국토안보부 장관과 애리조나 주지사 등을 지낸 재닛 나폴리타노(59) 캘리포니아대 총장이 히스패닉계 토머스 페레스 노동장관 등과 함께 거론된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단독] [서울 핫 플레이스] 청춘남녀, 미식호강… 마포의 시장은 늘 ‘불금’ [동영상]

    [단독] [서울 핫 플레이스] 청춘남녀, 미식호강… 마포의 시장은 늘 ‘불금’ [동영상]

    서울 마포는 애초 ‘시장통’이었다. 조선시대 수도 한양의 최대 포구였던 마포나루에는 팔도에서 귀한 소금과 쌀 등이 배에 실려 들어왔고 나루터 뒤편으로는 장이 서 호남 인근의 물산들을 실어나른 강경 상인들이 물건을 내다 팔았다. 소금, 새우젓 등을 팔며 큰돈을 만졌던 상인들의 집터 또한 마포에 몰려 있었다. 수백 년 전 상인의 도시였던 마포에는 지금도 매일 장이 선다. 마포의 ‘핫플레이스’로 최근 주목받는 전통시장 얘기다. 이 지역 11개 전통 시장들은 특유의 소박함과 인정(人情)을 지키면서도 청춘남녀까지 매혹할 만한 맛과 편리함을 갖춰 나가고 있다. 대학가와 음식점, 클럽, 옷가게 등이 몰린 홍대·합정 지역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한때 쇠락의 길을 걷다가 환골탈태해 부활한 마포의 주요 전통시장 4곳(망원시장·월드컵시장·공덕시장·아현시장)의 각기 다른 매력을 살펴보자. ■ 10~20대 미각의 천국… 망원·월드컵시장 망원시장은 마포구 내 전통시장 중 최근 가장 주목받는 곳이다. 이 시장 상인회의 김성수 매니저는 “하루 평균 7000여명이 망원시장을 찾는다”면서 “날씨 좋은 주말에는 걷기 어려울 정도”라고 자랑했다. 시장이 조성된 지 30년쯤 됐지만, 젊은이들이 이곳에서 지갑을 열기 시작한 건 불과 3년밖에 되지 않았다. 지역 사정에 밝은 오성화 프린지페스티벌 대표는 “망원동은 값싼 다세대 주택이 흔해 청년 예술가들이 모여 살던 공간이었다”면서 “2013년쯤부터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특색 있는 가게 등이 알려지고 망원시장이 자체적 변화를 시도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망원시장은 10~20대 젊은층의 미각을 만족시키는 먹거리로 유명하다. 닭강정과 크로켓, 어묵, 족발, 김밥 등이 별미다. 시장 끄트머리에 있는 ‘원당 수제 고로케’가 대표 맛집 중 한 곳이다. 단팥과 단호박, 채소, 크림치즈 등 모두 8가지 속 재료를 넣는데 1000~1500원의 가격에도 재료를 아끼지 않는다. 이 가게의 황인호 대표는 “주말에는 크로켓을 하루 2000~3000개 정도 판다”면서 “수시로 50% 할인 행사 등을 벌여 고객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큐스 닭강정’도 명물이다. 매콤한 맛과 달콤한 맛, 과일, 화이트크림 등 7가지 특제 소스를 듬뿍 바른다. 가격은 컵 크기에 따라 3000~4000원 정도. 또, 3000원대 손칼국수와 자장면을 파는 ‘홍두깨칼국수’ 등 중장년 고객을 붙잡는 음식점도 있다. 김 매니저는 “2013년 3월에는 시장 인근에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생기면서 시장의 존폐를 걱정하기도 했다”면서 “그때부터 상인들이 똘똘 뭉쳐 살길을 찾은 덕에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상인이 손님과 함께 시장을 돌며 장을 봐주고 산 물건을 집까지 배달해주는 ‘장보기 서비스’ 등 참신한 발상은 상인과 마포구가 절박하게 고민한 결과물이다. 인파에 치이는 게 싫다면 한 블록 옆 월드컵시장으로 발길을 옮겨봐도 괜찮다. 월드컵시장 상인회 직원 이정미씨는 “망원시장이 소매 중심이라면 우리 시장은 도매 중심”이라면서 “홍대, 합정동 유명 맛집에 재료를 공급하는 가게들이 모여 있다”고 설명했다. 월드컵시장 도매업자들은 망원동을 찾는 소매 고객이 늘자 이들을 겨냥한 먹거리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참살이축산의 ‘떡갈비’가 대표 메뉴 중 하나다. 돼지고기 앞다리 살과 뒷다리 살, 파와 양파, 갈비 양념 등을 섞어 만드는 떡갈비는 가격(2000원)에 비해 무척 두툼하다. 월드축산물판매장도 수제돈가스(1650원)로 유명하다. 김씨는 “월드컵시장에서 음식을 사 걸어서 10분 거리인 월드컵공원이나 망원한강공원 등에서 데이트를 즐겨도 좋다”면서 “상인회에서 운영하는 카페에서도 커피 1잔만 시키면 전통시장 음식을 함께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 SNS 타고 새롭게 각광받는 전통의 강호… 공덕·아현시장 공덕시장 하면 당장 족발과 전이 떠오른다. 박종석 공덕시장 상인회 대표는 “1990년대 공덕로터리 인근으로 대형 사무용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회식자리로 안성맞춤인 족발·전 가게가 급격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중년층이 좋아할 음식 같지만, 요즘은 오히려 청년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사진을 보고 공덕시장 가게를 많이 찾는다. 시장 안 족발 골목과 전 골목의 어떤 음식점을 들어가도 평균 이상의 맛이 보장되지만 푸짐한 양을 앞세운 마포소문난족발과 예능 출연으로 잘 알려진 청학동부침개 등이 유명하다. 전통의 공덕시장 음식을 맛보려면 서둘러야 한다. 이 시장 터에서는 2020년까지 주상복합시설 준공을 목표로 정비사업을 하고 있는데 당장 내년 5월이면 시장 상인들이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재개발된 아파트 숲에 자리한 아현시장은 접근성을 장점 삼아 인근 고객을 끌고 있다. 다른 시장처럼 조리된 먹거리보다 채소와 생선, 밑반찬, 떡 등을 주로 판다. 유커(중국인 관광객) 등 외국인 관광객도 자주 찾는 반찬가게인 명진푸드가 대표적인 시장 명물이다. 유명순 상인회장은 “젊은 사람들은 편리함 때문에 마트를 선호하지만 채소 등의 신선도 등은 우리 시장이 더 낫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전통시장 특별구 마포의 노력 ‘불편한 곳’, ‘낡고 위생적이지 못한 곳’. 전통시장 하면 떠오르는 부정적 고정관념들이다. 서울 마포 망원시장 등 일부 시장이 이색 맛집과 참신한 경영 전략 덕에 활력을 되찾았지만 대부분 전통시장은 열악한 시설 탓에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마포구가 나섰다. 구는 지역 전통시장 11곳을 모두 개성 넘치는 장소로 꾸미려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사업은 전통시장별 특화상품 개발 지원이다. 구는 시장 상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시장 특성에 맞는 사업 아이템들을 찾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작이 망원시장의 ‘식품 키트’다. 볶음밥과 칼국수, 덮밥 등 75가지 음식 1~2인분 정도를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재료를 손질해 담은 상품인데 젊은 고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구 관계자는 “망원시장 주변인 망원동과 서교동, 합정동에 1인 가구와 신혼부부가 많이 산다”면서 “이들이 소포장 제품을 선호한다는 점에 주목해 특화상품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설·추석 등 시장이 북새통을 이루는 명절에는 떡메치기와 제기차기, 경품행사 등을 시장에서 진행해 밝은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전통시장의 낡고 불편한 시설을 고쳐주는 것도 구의 몫이다. 구는 지역 내 골목형 전통시장 3곳(망원·월드컵·아현시장)의 지붕 설치를 도와 궂은 날씨에도 시민들이 장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미세안개를 뿌리는 양무장치를 망원시장 등에 설치해 여름철 시장 안 열기를 식히고 있다.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경기불황 탓에 전통시장 영업환경이 안 좋아지고 있는데 이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역사상 ‘최고의 천재’ 2위는 아인슈타인…1위는?

    역사상 ‘최고의 천재’ 2위는 아인슈타인…1위는?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인류 역사상 가장 똑똑한 사람은 누구일까? 지난 2016년 8월 미국 시카고에서 활동하는 엔지니어인 림 팀스는 전 세계에 공개된 자료를 토대로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 TOP40을 공개했다. 그는 지금까지 공개된 지능지수(IQ)의 최저점과 최고점을 각기 조사하는 동시에, 각각의 인물이 자신의 분야에 얼마나 적성을 보였는지, 얼마나 많은 분야에서 활약했는지 등을 평가하고 점수를 냈다. IQ 측정 기술이 존재하기 이전에 생존했던 사람에 대해서는, ‘콕스 아이큐’(Cox IQ) 지수를 이용했다. 콕스 아이큐 지수는 심리학자인 앤서니 버클리가 위인전기에 등장하는 다양한 자료들을 세밀하게 분석한 뒤 수많은 천재들의 아이큐를 추정해 내놓은 자료다. 림 팀스는 이밖에도 아이큐를 측정하는 다양한 공식을 동원한 뒤 평균값을 추려 천재 순위를 매겼다. 이러한 자료를 총합했을 때,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천재로 독일 문학의 최고봉을 상징하는 시인이자 정치가, 과학자였던 괴테(1749~1832)가 꼽혔다. 2위는 괴테만큼이나 익숙한 천재 과학자인 알버트 아인슈타인(1879~1955)이 차지했고 뒤를 이어 르네상스 시대에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천재 미술가이자 과학자인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 영국의 물리학자이자 근대이론과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아이작 뉴턴(1642~1727)이 각각 3위, 4위에 랭크됐다. 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극작가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는 15위에 올랐다. 아시아인 중 가장 높은 순위에 랭크된 인물은 1982년생인 물리학자 크리스토퍼 히라타로, 그는 13살에 국제물리학올림피아드에서 우승하고 14살 때 캘리포니아공과대학에 입학한 천재로 알려져 있다. 여성 중에서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른 사람은 히파티아(Hypatia)로, 400년 무렵 활동했던 최초의 여성 수학자다. 한편 이번 리스트에는 한국인 과학자도 이름을 올렸는데, 주인공은 1962년생인 김웅용 신한대학교 교수다. 그는 4살 때 일본에서 8시간의 지능 검사를 통해서 IQ 210을 기록해 1980년판 기네스북에 ‘세계 최고 지능 지수 보유자’로 등재된 바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현각의 가출/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세종로의 아침] 현각의 가출/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돈 밝히는 기복 한국불교를 떠나려 한다.” 현각스님이 지난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외국인은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다”며 밝힌 충격선언의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뒤늦게 한 일간지에 전한 “한국불교와 한국을 떠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는 해명에도 관심이 확산되는 추세다. ‘도대체 왜 떠나는 걸까’ ‘정말 떠나는 거야?’…. 외국인 스님의 ‘한국불교 절연’ 소식에 왜 이렇게 흥분해 관심을 쏟는 걸까. 그 관심과 화제의 중심은 ‘왜’ 라는 이유보다 ‘현각’에 치우친 것 같다. 미국 예일대 철학과를 나와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비교종교학을 전공한 미국인. 로마 가톨릭 신부가 되려다 숭산 스님 강연에 감동하여 조계종에 귀의한 푸른 눈의 납자(衲子). 한국사찰 주지와 화계사 국제선원장을 지낸 인물…. 현각스님의 벽력같은 선언 이후 처음 입장을 낸 조계종 스님의 전언도 일반인의 심중과 별반 다르지 않다. “현각 스님은 제대로 한국말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하버드라는 유교문화 속에 존재하는 사대주의와 학벌주의에 의해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분이다.” “한국을 선택한 외국인으로서 25년 이상을 산 분의 비판으로는, 이것이 자기 우월주의와 문화적 독선에 빠져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뭣이 중헌디.” 지난 5월 개봉해 이목을 끈 영화 ‘곡성’의 대사를 빌려 무엇이 중요한지 따져보자. 일반 입장에서야 한국불교를 택한 외국인 수재가 독특해 보일 것이다. 범상치 않은 전복(轉覆)의 삶이 관심을 끄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 스님이 한국불교를 떠난다니 이상하지 않은가. 하지만 조계종 입장은 달라야 한다. 지금 당장의 관심은 ‘인간 현각’의 들고 남에 쏠리겠지만, 머지않아 왜 떠났는지의 원인에 모일 게 분명하다. 네티즌 반응도 현각의 한국불교 결별이란 사건에서 왜 떠났는지를 묻는 비판으로 번지고 있다. 현각 스님은 지난해 급작스레 세상을 떠난 대진 스님의 다비장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대진 스님이 숭산 스님과 함께 평생 일궈온 농사를 이어 세계에서 더 많은 꽃과 열매를 맺게 하는 게 대진 스님을 추모하는 방법이다.” 숭산 스님의 미국인 제자였던 대진 스님을 향한 그 추도사는 은사인 숭산 스님이 생전 일갈했던 세계일화(世界一花)의 정신을 잇겠다는 다짐이다. 그랬던 그가 한국불교를 떠난다니 그 만방의 꽃을 피울 화단을 옮기겠다는 또 다른 전복의 시작이 아닌가. “한국불교와 한국을 떠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는 말을 그대로 믿자면 현각 스님의 앞선 선언은 잠시 가출의 변에 머물 수도 있다. 그간 정황으로 보자면 가출한 푸른 눈의 납자가 다시 한국불교로 귀가할 것 같진 않아 보인다. 적어도 조계종단의 품 안에 다시 웅숭그리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런 측면에서 조계종 포교원장을 지낸 스님이 전한 소감이 곧 몰아칠 후폭풍의 예고인 듯해 각별하다. “현각 스님의 탈한국불교 변론에는 양지의 이야기는 덮였지만 한국불교에 ‘신불교유신론’이 되길 기대한다. 재삼재사 신불교유신론이 나오는 도화선이 되길 바라고 싶다.” kimus@seoul.co.kr
  • 日문부상·방위상 꿰찬 극우 ‘아베 아바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3일 문부과학상과 방위상에 ‘역사 수정주의’ 성향의 강경 우익 인사를 발탁하는 등 모두 8명의 각료를 새로 임명하는 중폭 개각을 단행했다. 아베 총리는 장기 집권의 안정적 운영에 초점을 맞춰 측근을 전진 배치했다. 2012년 12월 제2차 아베 내각 출범 때부터 정권을 떠받쳐 온 두 축인 아소 다로(75) 부총리 겸 재무상, 스가 요시히데(67) 관방장관 등 핵심 각료를 유임시키며 내각의 골격은 유지했다. ●美에 위안부 책임 부인 광고 낸 적도 문부과학상에 입각한 마쓰노 히로카즈(53) 전 문부과학성 부(副)대신은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와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을 반성하고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주장해 왔다. 교과서 검정은 문부상 소관이어서 검정제도를 통해 군 위안부 기술을 줄이고 강제성을 부정하려는 움직임이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가 ‘성노예’가 아니라는 주장과 함께 군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과 일본 정부 및 군의 책임을 부정하는 내용을 담은 광고에 이나다 도모미(57) 신임 방위상 등과 함께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관련 광고는 2012년 미국 뉴저지주 ‘스타레저’에 실렸다. 변호사 출신인 이나다 방위상은 태평양전쟁의 일본인 전범을 단죄한 극동군사재판에 대해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검증을 주장해 왔다. 또 1차 아베 내각에서 각료(행정개혁담당상) 신분으로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2011년 8월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주장해 온 신도 요시타카 중의원 등과 함께 독도 영유권 주장을 염두에 둔 울릉도 방문을 시도했다가 김포공항에서 입국이 거절되자 9시간가량 버티다가 일본으로 돌아간 일도 있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 철거 주장에도 앞장서 왔다. 원전 등 에너지를 담당하는 경제산업상에는 세코 히로시게(53) 관방 부(副)장관, 올림픽·패럴림픽담당상에는 마루카와 다마요(45·여) 환경상이 선임됐다. 세코는 아베 총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최측근이며 마루카와도 아베의 총애를 받아 온 여성 정치인이다. 아베의 라이벌 이시바 시게루(59) 지방창생담당상은 차기 총리직을 염두에 둔 독자 행보를 위해 각료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반면 아베 이후 유력한 총리감으로 꼽히는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향후 아베의 선양’을 기대하며 그대로 눌러앉았다. 함께 이뤄진 자민당 간부 인사에서는 아베의 당 총재 3연임을 지지해 온 니카이 도시히로(77) 총무회장이 사무총장인 간사장을 맡았다. ●아베 “임기 중 개헌… 연임 생각 안해” 아베 총리는 이날 개각 관련 기자회견에서 “개헌은 자민당의 기본 방침이며 당 총재로서 임기 중에 완수하고 싶다”며 개헌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그는 총재 연임에 대해서는 “임기가 2년이나 남았고 과제는 산적해 있다”면서 “임기 연장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입장을 유보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고전으로 여는 아침] 어떻게 살 것인가

    누구나 한번은 이 세상에 왔다가 떠나간다. 그러면 죽음으로써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일까. 소크라테스(BC 470~399)는 인간이 죽으면 육체는 사라지지만 그의 혼은 불멸한다고 믿었다. 플라톤(BC 427~347)의 대화편 ‘파이돈’은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시민 법정에서 사형 판결을 받고 감옥에서 독약을 마시고 죽기 직전, 제자들과 영혼 불멸과 사후 세계에 대해 나눈 대화를 전해 주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늘 육체의 욕망에 휘둘리는 감각적 삶보다 이런 것들에 초연할 수 있는 이성적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철학자의 혼은 이성을 따르고 언제나 이성과 함께함으로써, 그리고 의견의 대상이 아닌 참되고 신적인 것을 정관하고 양식으로 삼음으로써 (쾌락과 고통에 얽매이는) 감정들에 초연해야 한다고 믿네.” 소크라테스가 평소 혼을 강조했지만, 혼이 불멸한다는 그의 주장에는 제자들도 쉽게 동의하지 않았다. 특히 심미아스 같은 이는 혼은 항상 몸과 함께하며 이 둘의 조화가 이루어질 때 각각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혼은 일종의 조화’라는 것이다. 그래서 육신이 죽으면 혼 역시 소멸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혼은 사람의 형태와 몸속으로 들어오기 전에 존재”하며, 혼이 들어 있기에 몸이 살아 있는 것이므로 죽음은 단지 육신과 혼을 분리시키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육신의 죽음 이후에도 혼은 저승으로 여행을 떠나 심판자에 의해 죗값을 치르거나 응분의 보답을 받아 각자 적절한 곳에서 살게 된다는 것이다. 죽음이 육체와 혼을 함께 소멸시키는지, 아니면 혼만 홀로 남아 새로운 모험의 길을 떠나는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이는 과학적 검증의 문제를 넘어 신학적 믿음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의 말대로 혼이 불멸한다면 결국 우리의 관심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로 귀착된다. “만약 죽음이 모든 것으로부터의 도피라면 죽음은 악인들에게는 횡재겠지. 그들은 죽음으로써 혼과 함께 몸과 자신들의 악행에서도 해방될 테니까. 그러나 혼이 죽지 않는 것으로 드러난 지금, 혼이 악행에서 도피하거나 구원받을 길은 달리 아무것도 없네. 최대한 선량해지고 지혜로워지는 것 말고는.” 소크라테스가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미덕과 지혜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응답이다. “만약 혼이 죽지 않는다면 우리가 삶이라고 부르는 이 시간뿐만 아니라 모든 시간을 위해 혼을 보살펴야 하며, 만약 누가 혼을 소홀히 하면 무서운 위험에 빠지게 되리라는 점을 명심해야 하네.” 소크라테스는 죽음 앞에 담담했다. 혼의 불멸을 믿은 그는 죽음은 삶의 종결이 아니라 지혜로 갈고닦은 맑은 영혼의 ‘고상한 모험’의 출발이라 여겼기 때문이 아닐까.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kipe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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