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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국가대표다] (19) 1승이 아닌 우승하려면

    소주와 맥주를 반반씩 섞어 들이켰다. 아, 이 시원한 목넘김이 얼마 만이던가. 5개월의 힘든 여정을 마무리하며 그것도 1승이라는 값진 결과와 함께, 여자럭비대표팀은 처음으로 우리들만의 자리를 가졌다. 지난 4일 인도에서의 아시아 여자7인제대회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날이었다. 우리는 여느 대학생들처럼 게임을 하며 시시덕거렸다. 경기 중 에피소드를 곱씹으며 재잘거렸고, 감독·코치 성대모사도 곁들였다. 분명 신 나게 웃고 있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뭔가가 심장에서 줄곧 찰랑거렸다. 툭 대면 쏟아질 것 같았다. 끝났다는 생각에 홀가분했지만 너무 서운했고 아쉬웠다. 우리가 어떻게 될지 기약이 없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어깨동무를 하고 밤거리를 걸으며 “내년에도 할 거야?”라고 물었다. 몇몇은 “우리 이대로 다 같이 또 하자.” 혹은 “언니하면 저도 할게요.”라고 선동(!)했다. 온몸이 멍으로 얼룩져 있고 입술이 터지고 발톱이 빠지는 건 예삿일이지만, 우리는 이제 럭비를 사랑하게 됐다. 러거들이 말하는 그 ‘마약 같은’ 매력을 알아버렸다. 하지만 이제 시즌이 끝났다. 대표팀은 일단 해산했다. 다들 직장과 학교로 흩어졌다. 나도 신문사로 돌아왔다. 내년에는 아마도 올해 그랬듯, 상반기 선발전을 통해 새로운 3기 대표팀이 꾸려질 것이다. 럭비를 계속할 1~2기 대표팀 멤버들은 초보 러거들과 또 한번 기초부터 단계를 밟아야 한다. 지난해 광저우아시안게임 멤버가, 혹은 지금 이 멤버들이 쭉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까지 간다면 아마 훌륭한 짜임새를 갖춘 팀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럭비에만 올인하기에 선수들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명색이 국가대표라지만 럭비로 먹고살 상황이나 실력은 아직 아니다. 선수들은 친구들이 어학연수 가고 인턴 하는 걸 보며 자신의 장래를 걱정한다. 물론 젊은 시절 잠깐을 바쳐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 건 그 자체로 엄청난 특혜다. 선수단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당장의 자긍심과 성취감을 빼면 계속 럭비를 할 동력이 약한 게 사실이다. 인천아시안게임 메달이라는 가시적인 목표가 있는 팀이라면 좀 더 충분한 당근이 필요하다. 선수들의 열정에만 기대하는 건 가혹하다. 계속 이렇다면 지난해, 그리고 올해처럼 ‘힘든 럭비를 여자가 한다니.’라는 흥밋거리에 머물고 말 것이다. 1승을 했으니 이제는 우승을 말해야 하지 않을까. 꿈꾸는 건 자유니까.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법원 “동두천 성폭행 미군, 엽기적 가혹행위…”

    법원 “동두천 성폭행 미군, 엽기적 가혹행위…”

    지난달 24일 경기 동두천에서 1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미육군 잭슨(21) 이병에 대한 첫 공판이 오는 21일 의정부지법에서 열린다. 의정부지법은 잭슨 이병 사건을 형사합의11부(부장 박인식)에 배당하고 이날 오전 10시 40분 1호 법정에서 첫 공판을 연다고 10일 밝혔다. 잭슨 이병은 사건 당일 오전 4시쯤 만취한 상태로 동두천시내 한 고시텔에 들어가 TV를 보던 A(18)양을 흉기로 위협해 수차례 성폭행하고 엽기적인 가혹행위를 한 뒤 5000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경찰이 사건을 송치한 지 하루 만인 지난달 29일 미군 헌병대에 구금 중인 잭슨 이병을 불러 추가조사를 벌인 뒤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발부받았으며 미군 측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해 지난 6일 구속 기소했다. 법원은 잭슨 이병이 사건 당일 4시간에 걸친 엽기적 가혹행위가 있었던 점을 고려해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추가범죄 사실을 밝히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법원 “동두천 성폭행 미군, 엽기적 가혹행위…”

    법원 “동두천 성폭행 미군, 엽기적 가혹행위…”

    지난달 24일 경기 동두천에서 1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미육군 잭슨(21) 이병에 대한 첫 공판이 오는 21일 의정부지법에서 열린다. 의정부지법은 잭슨 이병 사건을 형사합의11부(부장 박인식)에 배당하고 이날 오전 10시 40분 1호 법정에서 첫 공판을 연다고 10일 밝혔다. 잭슨 이병은 사건 당일 오전 4시쯤 만취한 상태로 동두천시내 한 고시텔에 들어가 TV를 보던 A(18)양을 흉기로 위협해 수차례 성폭행하고 엽기적인 가혹행위를 한 뒤 5000만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경찰이 사건을 송치한 지 하루 만인 지난달 29일 미군 헌병대에 구금 중인 잭슨 이병을 불러 추가조사를 벌인 뒤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발부받았으며 미군 측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해 지난 6일 구속 기소했다. 법원은 잭슨 이병이 사건 당일 4시간에 걸친 엽기적 가혹행위가 있었던 점을 고려해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추가범죄 사실을 밝히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해병대 기수 선발 월 1회로

    해병대는 매월 2개 기수를 선발하던 것을 1개 기수로 줄이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신병양성체계를 마련했다. 해병대사령부는 4일 백령도 6여단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 보고자료를 통해 “신병 양성교육체계를 연 24개 기수 선발에서 12개 기수로 줄이는 방향으로 개선했다”면서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수 차이를 둬 ‘기수열외’ 또는 같은 달 입대한 2개 기수 간 서열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폭력 등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이날 국감에서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해병대가 총기 사건의 후속조치로 지난 8월부터 구타·가혹행위 가해자에게서 ‘빨간 명찰’을 박탈해온 것과 관련, “해병대 2사단의 총기사건 뒤에도 구타·가혹행위가 모두 54건이나 발생, 관련자 60명이 빨간 명찰 박탈조치를 받았으나 징계 대상 60명 가운데 29명이 인성교육 후 빨간 명찰을 되찾아 온정주의 처분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사설] 점점 늘어나는 주한미군 범죄를 우려한다

    얼마 전 경기 동두천의 한 고시텔에서 한국 여학생이 주한미군 병사에 의해 성폭행당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미국 국무부가 즉각 유감을 표명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주한미군에 의한 잇단 강력범죄에 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무엇보다 불평등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SOFA 규정에 따르면 현행범이 아닌 경우 미군 측에서 신병 인도 요청을 하면 넘겨줘야 한다. 그런 만큼 검찰이 구속 기소해 신병을 넘겨 받을 때까지 용의자는 얼마든지 증거를 조작하거나 진술을 바꿀 수 있다. 이번 성폭행 사건처럼 죄질이 극악함에도 현행범이 아니라는 이유로 불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면 문제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미국 정부의 주한미군 병력 감축에 따라 최근 한국 내 미군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반면 미군의 범죄는 꾸준히 느는 추세다. 지난해 7월 주한미군의 야간 통행금지가 전면 해제되면서 미군 범죄 증가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경찰도 2006년까지 감소하던 미군 범죄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원인의 하나로 주한미군사령부의 통행금지 해제 조치를 꼽는다. ‘주한미군 야간통행금지법’ 제정을 검토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2002년 ‘여중생 장갑차 사망사건’ 이후 논란을 거듭해온 SOFA 독소조항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외교통상부는 앞으로 추가적인 문제점이 발견되면 미국 측에 SOFA 조항 보완에 대해 협의를 제의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 소극적이고 안이한 자세로는 일상화된 주한미군 범죄를 뿌리 뽑을 수 없다. 정말 SOFA에 규정된 이른바 12대 중대범죄에 관한 미군의 수사에 특별한 문제점이 없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미군 범죄로 여론이 들끓을 때마다 정부는 독소조항 검토를 말했다. 하지만 그때뿐이다. 미군 당국도 주권 침해의 소지가 다분한 규정을 바꾸는 데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최근 ‘도가니 신드롬’이 보여주듯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어떤 가혹한 처벌을 해서라도 근절해야 한다는 게 국민 여론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는 주한미군의 성범죄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SOFA 재개정을 포함한 총체적 주한미군 범죄 대책을 마련할 때다.
  • [뉴 캅스-수사버전을 올려라] “수사 불합리 없었다” 14%뿐… 女보다 男에게 더 위압적

    [뉴 캅스-수사버전을 올려라] “수사 불합리 없었다” 14%뿐… 女보다 男에게 더 위압적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되레 인권을 침해하고 편파수사를 하는 등 불법·불합리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경찰 조직 이대로는 안 된다. 수사개혁 등 대변신을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그렇지만 조사결과 수사 신뢰도나 치안 만족도는 나쁘지 않다. 경찰의 자정 노력 역시 인정을 받았다. 결국 능력과 개선 가능성은 있는데 접근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고압적 태도·욕설 등에 ‘상처’ 피의자나 피해자, 신고인 등 경찰 수사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적이 있는 324명 가운데 58.2%(189명)가 ‘수사 관행과 절차 등에 있어 인권 침해나 불합리한 요소가 있었다’고 답했다. ‘없었다’고 한 응답자는 14.6%(47명)에 불과했다. 특히 ‘있었다’고 한 이들 중에는 남성(68.8%)이 여성(34.7%)보다 압도적이었다. 경찰이 남성에게 더 권위적이고 비호의적으로 대했다는 의미다. ‘수사 과정의 불합리한 요소’로는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6.5%(150명)가 ‘경찰의 불친절 혹은 고압적인 태도’를 꼽았다. 20대를 제외한 30대(41.3%), 40대(63.3%), 50대(41.8%), 60대이상(44.2%)에서 골고루 높게 조사됐다. ‘욕설·반말’도 12.6%(41명)나 됐다. 과반수가 넘는 59.1%가 경찰의 태도나 언행에서 불편함을 느낀 것이다. ‘청탁 등 편파수사로 인한 공정성 상실’을 꼽은 응답자도 22.2%를 차지했다. 20대의 47.5%가 이를 가장 불합리한 요소로 선택했다. ‘신고자 및 목격자 신변보호 불철저’(5.1%), ‘공포분위기 조성 또는 가혹행위’(4.5%), ‘실적위주의 수사활동’(4.0%), ‘만성적 수사지연’(3.1%)이 뒤를 이었다. 특히 ‘경찰 수사에서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점’으로는 응답자의 29.8%가 ‘피해자 중심의 수사제도 확립’을 지적했다. 수사과정상 인권보호나 이후의 보호조치에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뜻이다. 이어 ‘범죄 유형별 전담반 설치’(22.1%), ‘과학수사 능력 보강’(16.7%), ‘범죄 유형별 수사 매뉴얼 마련’(8.7%), ‘경찰 인력 확충’(6.6%), ‘장기 미제사건 상설 전담반 설치’(1.7%)를 꼽았다. ●전반적 수사력에는 긍정적 평가 ‘치안질서 확립을 위해 경찰이 가장 노력해야 할 점’과 관련, 39.8%(428명)가 ‘범죄 예방 강화’를 제안했다. 주요범죄 검거 건수 등으로 성과를 인정했던 과거 ‘조현오식 실적주의’보다 지역별 치안활동을 더 원한 것이다. 다음으로 ‘강력범죄 수사능력 강화’(19.3%), ‘경찰 내부 비리 및 부패척결’(15.4%), ‘불법 시위 및 집회 대응 철저’(9.7%), ‘보이스피싱 및 사기사건 처리 인력 증원’(9.2%), ‘교통사고 수사 및 법규위반 단속 강화’(2.3%) 순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수사력에 대해서도 후한 점수를 줬다. 경찰의 대민서비스 만족도에 56.5%가, 경찰수사 능력에 대한 신뢰도에 46.0%가 ‘보통’이라고 답했다. 선진국에 미치지는 못했다. 경찰 수사력이 선진국과 견줘 ‘뒤떨어진다’는 응답자가 45.4%에 이르렀다. ‘비슷하다’는 33.2%, ‘우수하다’는 21.4%로 비교적 낮았다. 특히 최근 경찰의 활동 가운데 가장 큰 성과는 ‘내부비리 단속, 정화’(20.1%)로 나타났다. 조 청장 취임 이후 거듭 강조해 오던 자정 노력에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이다. ‘부당거래’ 등 영화 소재로까지 인용됐던 부패집단의 이미지에서 한결 벗어난 셈이다. 이어 치안안정(11.8%), 국제행사 성공개최 뒷받침(10.9%), 법질서 확립(10.4%) 등이 뒤따랐다.
  • “숙제 못할 바엔…” 中초등생 집단자살 시도

    초등학생 3명이 집단 투신자살을 시도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중국에서 벌어졌다. 학생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가 학교숙제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더욱 안타까움을 줬다. 중국 언론매체 시나닷컴(sina.com)에 따르면 지난 19일(현지시간) 오후 2시 장시성 주장시에 있는 한 주택가에서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 1명과 6학년생 2명이 함께 바닥에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는 걸 동네 주민이 발견하고 급히 병원으로 옮겼다. 경찰조사 결과,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친구사이였던 이 학생들은 2층 주택 지붕에 올라 함께 손을 잡고 뛰어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학생들은 골절상과 내장파열 등으로 응급 수술을 받았으며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이 투신자살을 선택한 이유는 다름아닌 숙제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5학년 후앙은 “숙제를 하다가 도저히 해내지 못할 것 같아서 친구들과 뛰어내리기로 했다. 지붕에 올라섰을 때 너무 무서워서 손을 잡고 뛰어내렸다.”고 당시 상황을 털어놨다. 소녀들은 학교생활에 성실한 모범생들이었지만 당시 영어단어 300개 이상 베껴 쓰기, 시 외우기, 작문하기 등 초등학생들이 하기에는 다소 벅찬 숙제를 받자 부담감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교사의 가혹한 체벌이나 훈육이 없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숙제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줬는데도 왜 투신을 했는지 알 수 없다며 이들이 자살이 아닌 사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반에 다니는 익명의 학생은 “선생님이 숙제를 해오지 않은 애들에게 학교정문 밖에 세워둬 창피를 주기도 했으며, 허벅지나 얼굴을 아프게 때렸다.”고 진술해 논란이 되고 있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특별기고] 요즘 신세대는 짜증난 V세대/최진봉 텍사스 주립대 저널리즘 스쿨 교수

    [특별기고] 요즘 신세대는 짜증난 V세대/최진봉 텍사스 주립대 저널리즘 스쿨 교수

    미국 경제가 좀처럼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말미암아 미국 회사들은 신규고용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오히려 직원을 감원하는 추세여서 미국의 실업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지난 7월 미국의 실업률은 9.1%로 현재 무려 1400만명이 실업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의 청년 실업률이 미국 전체 실업률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대학을 졸업하고도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지 못해 미래를 꿈꾸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요즘 신세대들은 인생의 주요 결정을 뒤로 미루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18세에서 29세 사이의 미국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조사대상의 44%가 주택을 사들일 계획을 훗날의 일로 미루겠다고 응답했고, 응답자의 23%는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는 일이 지금 고민할 내용이 아니라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자신의 미래에 대해 아무것도 계획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신세대들에 대해 LA 타임스는 ‘짜증난 세대’(Generation Vexed)라는 의미로 ‘V세대’라는 이름을 붙였다. 경제 거품이 꺼지면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자신들이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V세대’들은 정치인들과 기성세대에 대해 불만과 불평을 많이 가지고 있다. V세대는 그동안 미국 정부가 국가 부채 한도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등 정치인들과 기성세대들의 경제정책 실패로 말미암은 피해를 고스란히 자신들이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캘리포니아 대학교에 재학 중인 엘리샤 토머스는 “안정적인 수입과 건강보험을 제공하는 괜찮은 직장을 얻으려고 전공을 몇 차례 바꿨지만 그러한 직장을 얻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라고 허탈해했다. 뉴욕의 세인트 로런스 대학에 다니는 존 글래스도 “우리 세대만 희생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라고 억울해했다. LA 타임스는 미국의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요즘 신세대들이 패스트푸드점 같은 파트타임 일자리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하고 있다. 신세대를 지칭하는 용어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보다는 도전과 젊은이들의 가능성을 내포하는 긍정적인 의미를 띠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1990년대 중반에 신세대를 지칭하는 의미로 등장한 ‘X세대’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베이비 붐’ 시대가 지나고 태어난, 미래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미지의 세대’(Unknown Generation)라는 의미가 있었다. 그 후 2000년대 초반 등장한 ‘Y세대’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만의 미래를 개척하는 다양성을 지닌 신세대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2000년대 중반에는 신세대를 인터넷과 휴대전화·유튜브·페이스북 등 다양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기들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면서 서로 지그재그로 연결된 세대라는 의미로 ‘Z세대’, 즉 ‘디지털 원주민 세대’로 불렀다. 이렇게 신세대를 지칭하는 용어들은 대부분 신세대의 기발한 개성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지만, 지금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신세대들은 희망이 사라지고 경기침체 탓에 꿈에 재갈을 물린 세대라는 의미의 ‘짜증난 V세대’로 불리고 있다. 갤럽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절반(50%)이 현재 젊은 세대의 삶의 질이 지난 세대보다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짜증난 V세대’는 혹독한 실업률로 말미암은 경제적 기회 부족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은커녕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불안과 짜증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제 정치권과 경제계를 포함한 기성세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들의 짜증을 없애 주어야 한다. 이대로 내버려둘 경우, 머지않은 미래에 기성세대를 포함한 국가 전체에 큰 재앙이 되어 되돌아올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 [中 인권사각지대를 말하다] 美 외교관 접촉 中교수 여론재판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 외교 전문이 중국에서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전문에 미 외교관이 접촉한 중국 인사 중 한 명으로 기재된 사회과학원의 위젠룽 교수를 둘러싼 논쟁으로 온라인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발단은 유명 블로거인 팡저우쯔가 지난 토요일 자신의 블로그에 위 교수를 “미 정부의 끄나풀이자 위선자”라고 비난하면서 비롯됐다. 이때까지 위키리크스의 문서 공개는 중국에서 별다른 관심을 끌지 않았다. 하지만 2005년부터 위 교수의 ‘학문적 사기’를 집요하게 폭로해 오던 팡이 이 사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애국주의 성향의 네티즌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위 교수를 맹공했다. 100만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파워블로거인 위 교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미 외교관과의 만남을 시인하면서도 동료 교수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고, 동석하라고 말했다면서 몰래 한 행동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4일 위 교수의 사례가 중국에서 위키리크스로 인해 신원이 노출된 사람들이 겪는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고 보도했다. 과거 중국에서 국가기밀을 유출한 사람들은 당국의 가혹한 형벌을 감수해야 했지만 지금은 네티즌들의 공격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돼 있다. 이번에 공개된 중국 인사들은 전 구글 이사, 티베트 승려, 인권 변호사 등 18명이다. 전·현직 미 외교관들은 “국영 연구기관의 학자, 국영 언론사 기자, 국영 기업 임원들은 우리를 만나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하는 것에 대해 일반적으로 상사의 허락을 받는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주중 미 대사관 대변인은 “위키리크스의 외교 문서 공개는 특정 개인의 삶과 국가 간 계약을 위험에 빠트리게 한다.”고 비난하면서 “이를 막기 위한 모든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서울광장] 이제 국민을 좀 대접하라/오병남 논설실장

    [서울광장] 이제 국민을 좀 대접하라/오병남 논설실장

    대한민국 국민은 착하다. 광복 이후 66년간 가난과 전쟁, 군사독재의 질곡 속에서도 개미처럼 근면했고, 민주주의 대장정을 멈추지 않았다. 더구나 나라가 어렵거나, 큰일을 치를 때면 늘 세계가 깜짝 놀랄 민도를 보여줬다. 외환위기 때 들불처럼 일어난 ‘금 모으기’는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었다. 이리 착한 국민의 피땀 덕분에 대한민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나라 가운데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뤘는지 모른다. 대접받을 만한, 아니 대접받아야 할 국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달리는 말에 채찍 든다고 했던가. 박정희정권 시절 지상명령처럼 외친 수출 100억 달러-1인당 국민총생산(GNP) 1000달러는 무역규모 1조 달러(세계 9위)-1인당 국내총생산(GDP) 2만 달러로 바뀌었지만 쉼 없이 달려온 국민을 다독이고, 격려하고, 대접하는 일은 사뭇 소홀한 듯하다. 삶의 질 지표가 2000년 이후 줄곧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주요20개국(G20)에 속한 39개국 가운데 27위에 정체돼 있는 사실이 하나의 방증이다. 최근 이념전쟁으로 변질돼 헛배만 부른 복지논쟁도 착한 국민에게는 섭섭하고 피곤한 일이다. 뒷감당도 못하면서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식의 ‘표(票)퓰리즘’은 마땅히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중산층이 무너진 가운데 노숙자가 하루에 한명꼴로 숨지고,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세계 1위인 현실에서 복지에 대한 비전 제시는 없이 이제 막 움튼 복지의 싹을 잘라내기라도 하려는 듯한 태도는 곤란하다. 열심히만 살면 나라가 잘되고, 그 나라가 자신을 대접해 주리라는 기대를 배반하는 것만큼 가혹한 일은 없다. 이쯤에서 착한 국민을 위해 나라가 무엇을, 어떻게 대접할 것인가를 좀 더 깊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비록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지금 나라가 국민을 위해 최소한 무엇을 대접하려고 노력한다는 믿음은 줘야 한다. 복지선진국의 길은 멀고 험난하다. 일단 할 수 있는 일부터라도 챙겨 보라. 가까운 예로 시민단체들이 10여년 전부터 줄기차게 요구해온 경인·경부고속도로 등의 무료화도 해볼 만하다. 지난 1968년 12월 21일 우리나라 최초로 개통된 경인고속도로와 1970년 개통한 경부고속도로는 이미 법률상으로도 통행료 징수기간을 한참 넘겼다. 현행 유료도로법은 30년 이내에서 통행료 수납기간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통행료 총액도 건설유지비 총액을 초과할 수 없다. 개통 30년을 넘긴 고속도로는 모두 9곳이다. 이 가운데 건설유지비 총액까지 회수한 곳은 경인선·경부선을 비롯해 울산선(1969년)·남해2지선(1981년) 등 4곳이다. 한국도로공사와 국토해양부는 전국의 고속도로를 하나의 도로로 보는 통합채산제를 근거로 10년 넘게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일본 민주당 정권이 지난 6월 고속도로 무료화를 2년 만에 접어 ‘폐지 불가’ 입장은 더 단단해질 것 같다. 하지만 지난 6월 1일 인천 경실련 등 4개 시민사회단체와 30명의 공익소송인단이 2000년 이후 11년 만에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내는 등 폐지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총체적인 해법이 마련되지 않으면 갈등은 갈수록 증폭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전면적인 무료화가 여의치 않다면 사실상 고속도로 기능을 상실하는 명절 때만이라도 통행료 징수를 멈추는 건 어떨까. 사흘 뒤면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 연휴가 시작된다. 이번에도 전국의 고속도로는 고향 가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룰 것이다. 통행료를 받지 않는다고 더 몰려들 가능성은 희박하다. 어차피 주차장을 방불케 할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팍팍한 삶 속에서 명절은 오아시스 같은 것이다. 올해 한가위는 유럽·미국발 글로벌 경제쇼크,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 고통 속에 맞는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 고향을 오가는 동안만이라도 전국의 고속도로를 무료 개방해 한시름 덜어주면 좋겠다. 이제 우리 국민도 좀 대접받을 때가 됐다. obnbkt@seoul.co.kr
  • ‘해병대 총기난사’ 뒤엔 황당 가혹행위

    지난 7월 인천 강화군 해병대 해안초소에서 발생한 총기 사망사건은 빗나간 병영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결과, 확인됐다. 또 담뱃불 고문과 구타, 특정 병사를 왕따시키는 ‘기수열외’, 과자·빵 등을 강제로 먹이는 ‘PX빵’ 등 갖가지 가혹행위가 반복적·관행적으로 일어난 사실도 드러났다. 인권위는 7월 4일 총기사고로 4명의 사상자를 낸 인천 강화군 해병대 2사단에 대한 직권조사에서 “일반 사회에서 생각하기 어려운 인권침해 사례를 확인했다.”고 6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 장관에게 가해자 5명과 지휘책임자 6명을 징계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군인복무기본법 제정과 부대 내 인권담당부서 설치 등을 권고했다. 또 기획재정부 장관에게는 새로운 병영문화 정착을 위해 종합적 관리운영시스템 등의 마련에 필요한 예산을 반영하도록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해당 부대는 구태와 악습으로 곪아 있었다. 가슴에 올라타 주먹으로 때리기, 다리에 테이프를 붙여 체모 뽑기, 방향제에 불을 붙인 뒤 옷 입은 성기 위에 뿌리기, 안티푸라민 바르고 씻지 못하게 하기, 비타민 5~10알 강제로 먹이기, 성경책 불태우기 등 다양한 방법의 가혹행위가 지속적으로 자행됐다. 부대원들은 조사에서 “해병대의 전통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심상돈 인권위 조사국장은 “해병대라는 특수성 때문에 다른 부대에 비해 악습이 유독 심했다.”면서 “병사간의 사적 지휘체계가 독특하게 형성돼 있어 간부가 내린 지시가 아래로 전달되지 않기도 했다.”고 말했다. 부대관리도 허술했다. 중대장, 행정보급관 등 간부들은 사고 발생 전 피의자 김모 상병에 대한 관찰과 면담을 무려 31차례나 실시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또 구타 및 가혹행위가 있었는데도 ‘특이사항이 없다.’고 보고했다. 그런가 하면 김 상병은 사건 당일 음주 상태로 경계근무를 섰다. 현재 군 부대 내 음주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야간 당직간부와 상황병들도 총기 및 탄약고를 ‘이중잠금’을 하지 않은 채 근무지를 이탈했다. 심 국장은 “병영생활상담관이 해병대 사단에 1명꼴로 배치돼 있어 병사들은 개인상담을 1년에 한번도 못 받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해병대의 병영문화를 단계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열린세상] 기억과 성찰/김태승 아주대 사학과 교수

    [열린세상] 기억과 성찰/김태승 아주대 사학과 교수

    사람을 처음 만날 때 우리는 먼저 ‘이름’을 교환한다. 명함을 이용하거나, 말로 하거나 교환의 형식은 여러 가지일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이름이라는 분류방식을 통해 상대를 ‘구성’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이름은 ‘견출지’이고 이제부터(관계가 지속된다면) 그 이름 아래에는 수많은 정보들이 축적되면서 기억을 만들어 갈 것이다. 그래서 그는, 내가 만난 상대는, 이름으로 분류된 ‘폴더’ 안의 기억들로 ‘구성’된다고 말할 수 있다. 당연히 나 역시 그에게는 동일한 방법으로 기억될 것이다(이러한 과정은 새로운 사물과 접촉하게 되거나 지식을 얻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로 진행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기억의 정리과정에 ‘선택’과 ‘배제’의 논리가 작동한다는 점이다. ‘선택’과 ‘배제’는 기억의 효율성을 높여 준다는 점에서 유용하지만(감각되는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으므로) 다른 한편으로 기억을 ‘주관화’한다는 점에서 문제를 발생시킨다. 주관화 과정에서는 기억을 왜곡하는 현상이 발생하기 쉬운데, 그것은 개인이건 집단이건 간에 불편한 기억을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정리하려는 본능적 성향과 관련되어 있다. 대부분의 경우 ‘편견’과 ‘견해의 대립’은 기억을 선택하고 배제하는 방식과 관련되어 있다. 또한 기억은 당연히 ‘망각’과 ‘무시’의 과정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기억은 ‘선택’과 ‘배제’, ‘망각’과 ‘무시’의 과정을 거쳐 일종의 ‘가상 세계’(집단적이거나 개인적이거나)를 만들어 내기가 쉽다. 누군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는 상상 속의 귀신을 그리고 있으면서 살아 있는 개를 그리고 있다고 주장하기 쉽다는 말이다. 밖에서 볼 때 분명히 내가, 우리가 귀신을 그리고 있음이 관찰되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는 그것을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기억화의 과정이 조작될 수 있고, 임의로 구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그런 기억에 의존하는 우리의 의견은 항상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우리는, 개인이나 집단의 욕망 때문에 기억의 한계를 거의 성찰하지 못한다. 특히 집단화된 기억은 ‘신성한 교육’을 통하여 그것이 참인지 아닌지에 대한 질문 없이 거의 절대적 권력을 가진 하나의 도그마로 작동되며, 집단 기억의 밖에 있는 모두를 ‘타자화’(적대시)하기 쉽다. 그래서 자신의 기억에 대한 ‘성찰’은, 이 모든 문제를 넘어서 ‘화해와 공존을 위한 소통’을 위해, 우리가 반드시 지켜 나가야 할 미덕이 된다. 동아시아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역사분쟁은 그런 점에서, 자기 성찰 없는 ‘기억정치’의 소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권력을 가진 자들은 교육기구의 독점을 통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집단 기억의 중심인 역사기억을 조작함으로써 정치적 이익을 얻고자 한다. 중국은 1당 독재체제에 대한 정치적 도전을 ‘애국주의’라는 정서를 매개로 억압하기 위해서, 대형 국가프로젝트를 통해 고대사의 상한을 끝없이 끌어올렸고, 얼마 전까지 거의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던 고구려사까지 자신들의 역사로 편입시키려 하고 있다. 일본은 자신이 ‘전범국가’라는 성찰 없이 ‘침략과 폭력의 현대사’를 재구성하여 자국사를 미화하려 하고 있다. 그래서 ‘가해자’로서의 일본은 사라지고 ‘피해자’로서의 일본이 부활한다. 북한은? 기억조작을 통해 ‘김씨 왕조’ 건설에 몰입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성찰 없는 기억정치의 가장 가혹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최근 한국의 제1공화국과 관련된 논의가 제헌헌법정신 등 국민적 총의에 의해 선택되었던 국민적 합의에 대해서가 아니라 국민들이 축출한 지도자 한 사람에 대한 논의로 집중되는 것을 보면 매우 걱정스럽다. 오늘의 리비아를 보면서 카다피를 영웅시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확실히 기억은 조작되기 쉽고, 대부분의 기억은 ‘자기 중심성’을 회피하기 어렵다. 그래서 ‘소통을 위한 성찰’이 필요하다. 진리라고 믿는 자신의 기억에 대한 성찰 없이 ‘다른 기억의 체계’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화해와 공존을 위한 미래를 논의할 수 있을까.
  • 14개 섬 유배객의 궤적

    중국 당대 선승 임제의 언행을 담은 임제록에는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 등장한다. 언제 어디 있든지 내가 주인이고, 그 서 있는 곳이 모두 참된 곳이라는 이 일갈은 불교에서 개개인의 주체적인 삶을 강조하는 말로 회자된다. 삶에서 끊임없이 부닥치게 되는 시련과 고통을 꿋꿋한 마음가짐으로 이기고 넘어서자는 경계. 이젠 일반인도 자주 새기는 경구 중 하나이다. ‘험한 곳일수록 나를 챙겨 진여(眞如)를 보라’는 이 교훈은 피할 수 없는 극단의 고통 속에서 더 빛이 난다. 유배지에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인물들과, 유배지를 새로운 삶의 반전 기회로 삼은 사람들의 대비는 그 마음가짐의 편차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보여 주는 좋은 예일 것이다. ‘절해고도에 위리안치하라’(이종묵·안대회 지음, 북스코프 펴냄)는 그 수처작주의 마음가짐을 유배지에 연결한 책으로 눈길을 끈다. ‘절망의 섬에 새긴 유배객들의 삶과 예술’이란 부제를 붙였듯이 거제도, 교동도, 진도, 제주도, 흑산도, 남해도를 비롯한 14개의 유배 섬에 서린 유배객들의 궤적을 생생하게 들춰낸다. 유배라 함은 주로 권력싸움의 패배에서 맞게 되는 죽음과도 같은 격리의 극형이다. 삼국사기에 기록이 전할 만큼 이 땅에서도 그 유배는 오랜 역사를 갖는다. 정쟁의 회오리가 거셌던 조선시대엔 유배자도 늘어나 15∼16세기 무렵엔 벼슬아치 4명 가운데 1명꼴로 유배를 당했다는 조사결과가 전한다. 형벌의 정도도 가혹해져 처음엔 유배자를 한양과 가까운 곳으로 보냈다가 점차 살기조차 힘든 절해고도의 궁벽한 곳으로 격리시켜 갔다. 제목의 위리안치 역시 유배객이 머무는 집의 지붕 높이까지 가시나무를 둘러쳐 그 안에 유배객을 유폐시킨 형벌이다. 책은 그 위리안치에 감금당한 유배자의 삶의 차이를 들춰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권력 다툼의 와중에 신하들에게 쫓겨난 두 왕 연산군과 광해군이 한탄하며 살다가 숨을 거둔 교동도는 절망과 한의 유배지다. 정쟁의 피바람속에 이건명이 두 아들과 함께 최후를 맞았던 나로도, 일제에 맞서 의병을 일으켰다가 적국 땅으로 유배돼 최후를 맞은 조선의 마지막 선비 최익현의 대마도 역시 비운과 한의 섬. 그런가 하면 유배기간 ‘현산어보’를 남긴 정약전의 흑산도며 70세의 나이에 유배돼 ‘백령도지’를 낳은 이대기의 백령도, 유배문학의 대표작이라는 ‘사씨남정기’를 남긴 김만중의 남해는 기회와 진여 찾기의 땅으로 부각된다. 유배객이 아니었다면 이름조차 생소했을 절해고도. 그곳에서 각기 다르게 살아냈던 이들의 흔적이 그저 가벼운 이야기 거리만은 아닌 듯싶다. 1만 8000원.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19) 두려움이 만든 ‘복합자살’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19) 두려움이 만든 ‘복합자살’

    “형제님, 안에 계신가요?” 2003년 2월 16일 오전 10시 경기 OO시 OO읍 철물점 뒤 단칸방. 인근 개척교회의 유모(당시 45세) 목사는 신도 A씨를 깨우려고 문을 열었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3평 남짓한 작은 방이 천장부터 바닥까지 온통 피칠갑이 돼 있고, 40대인 A씨는 방 한가운데 엎드린 채 숨져 있었다. 뒤통수와 목, 복부 등 상처도 한두 곳에 난 게 아니었다. 방 한 구석에는 파이프렌치와 망치가, 또 다른 쪽에는 깨진 박카스 병과 액자가 널브러져 있었다. A씨의 머리를 때린 것은 바로 그 파이프렌치와 망치였다. 머리 위쪽과 뒤통수에 여러 차례 둔기로 맞은 흔적이 있었다. 턱 아래쪽 목에는 모두 3개의 자상이 있었다. 복부에도 각각 7㎝와 4㎝의 자상이 나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타살의 현장이 분명했다. #알코올중독자 둔기 자해로 안 죽자 유리로 자살 경찰 감식반은 애를 먹었다. 이 작은 방 어디에서도 살인범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천장에 피가 튈 정도로 범행 수법이 잔혹했다면 분명히 범인 몸에도 피가 튀었을 테지만 출입구는 나간 흔적이 없었다. 현장에서 수많은 족적과 지문이 나왔지만 모두 숨진 A씨의 것이었다. 혈흔도 의문을 던졌다. 혈흔이 그려 낸 죽은 이의 최후는 결코 탈출하려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감식반은 마지막으로 DNA와 지문에 기대를 걸었다. 그 결과 또한 실망스러웠다. 어렵게 채취해 의뢰한 11개의 증거 자료 어디에서도 침입자의 흔적은 나타나지 않았다. 죽은 사람의 몸이 크게 훼손돼 있으면 통상 사람들은 타살을 떠올린다. 피범벅 등 현장이 잔혹할수록 이런 생각은 짙어진다. 이건 수사관들도 예외가 아니다. A씨 사건은 한 달여의 수사 끝에 자살로 결론 났다. 경찰이 판단한 사건 정황은 이러했다. 이혼 후 심한 알코올중독 증세를 보이며 삶을 비관해 오던 A씨는 자살할 결심을 했다. “못 박을 게 있다.”며 철물점 주인집에서 망치와 파이프렌치를 빌렸다. 그는 이것들로 여러 차례 자기 머리를 내리쳤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날카로운 것을 찾아 부엌으로 갔다(이런 동선은 문지방과 부엌에서 나온 적하혈흔 등을 통해 추론된 것). 마땅한 것이 없자 그는 유리를 떠올렸다. 그는 깨진 박카스 병과 액자 유리를 차례로 이용해 자기 몸을 찌르고 베었다. 결국 그는 숨을 거뒀다. 부검 결과 목과 배에 나타난 상처는 A씨가 오른손에 거머쥐었던 유리 조각에 의한 것으로 결론 났다. 현장에서 타인의 DNA나 지문이 전혀 나오지 않은 점도 자살로 무게중심을 옮기게 했다. 정황 증거도 참고됐다. 그는 불과 6개월 사이 네 차례나 자살을 시도했었다. 손목을 긋고, 차에 뛰어들고, 돌로 스스로 머리를 내리쳤다. 그때마다 유 목사 등 주변 사람의 도움으로 살아나곤 했다. #70대 자살 노인, 급소 못 찾아 ‘주저흔’ 남겨 현장의 참혹함은 때론 검안의마저 혼란에 빠뜨린다. 다음은 검안의까지 타살로 규정했다가 나중에 뒤집어진 경우다. 2003년 12월 10일 오후 5시 경기 OO시 한 주택가. 방안에는 70대 노인 B씨가 벽을 향한 채 숨져 있었다. 목에 감긴 전깃줄은 벽 위쪽 못에 걸려 있었다.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한 B씨였다. 이마와 머리 곳곳에 각각 칼에 베이고 망치에 찍힌 듯한 상처들이 나타났다. 방 한쪽에서는 피가 엉겨붙은 망치와 칼이 발견됐다. 시신을 검안한 인근 병원 의사는 “목에 있는 끈 자국은 누군가 전기선 등으로 잡아당긴 교사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마와 얼굴에 난 칼과 망치 자국은 각각 열상과 좌상으로 중풍에 걸린 노인이 자해해 생긴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어진 부검과 경찰 조사에서 이 말이 뒤집혔다. B씨는 최종적으로 스스로 목을 매 자살한 것으로 결론 났다. 부검의는 “이마와 얼굴에 출혈을 동반한 상처가 여럿 있긴 하지만 뇌 등 주요 장기를 다치게 할 만큼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면서 “목을 구성하는 방패연골이나 목뿔뼈 등이 부러지지 않았고 목 주위 물렁뼈 등에도 손상이 없는 것으로 봐서 죽음의 원인은 타인의 목 누름에 의한 질식사가 아니다.”고 밝혔다. 가족과 건강문제 등을 비관한 노인은 자기 집에서 망치와 칼, 한복끈과 전깃줄 등으로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자살을 시도했다는 게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수사진의 결론이었다. 이렇게 두 가지 이상의 방법으로 자살을 하는 것을 법의학적으로 복합자살이라고 부른다. 첫 번째 시도가 실패하자 2차, 3차 계속해서 자살을 이어가는 것이다. 전체 자살의 5%가 이런 복합자살이라는 외국 통계도 있다. 여기서 드는 깊은 의문 한 가지. ‘기왕 죽을 작정을 했다면 왜 그토록 자신에게 가혹하게 굴까.’ 하는 점이다. 법의학자들은 자살하는 사람들의 미묘한 심리변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흉기로 자살하려는 사람은 고통 없이 빨리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겁을 낸다. 고통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국과수 관계자는 “영화를 보면 타살의 흔적은 무조건 잔혹하게, 자살의 흔적은 평안하게 그려지지만 실제는 이와 반대인 경우가 상당수”라면서 “때론 자살자의 몸에서도 수십 개의 자상(베이는 것)이나 창상(찔리는 것)이 발견되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상처의 개수만으로 자살, 타살을 구분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스스로 치명적인 곳을 한 번에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처를 모두 법의학적으론 주저흔이라고 부른다. A씨와 B씨의 몸에 난 여러 개의 상처 역시 주저흔이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순탄치 않다. 또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선 이들도 마지막 순간까지 그렇게 고민한다. 생(生)은 그만큼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기고] “한자 우리 글로 인정해야”-‘국어기본법 흔들지 말라’에 대한 반박/구창서 전국한자교육추진 총연합회 지도위원

    [기고] “한자 우리 글로 인정해야”-‘국어기본법 흔들지 말라’에 대한 반박/구창서 전국한자교육추진 총연합회 지도위원

    국어기본법 제14조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 글자로 쓸 수 있다.’라는 조문에서 ‘…한자 또는 다른 외국 글자로 쓸 수 있다.’는 조문대로라면 한자가 외국 글자인가. 국어기본법은 한자를 국자로 인정하지 않는 원천적 모순을 갖고 있다. 영어나 중국어 등이 외국 글자이지 한자는 2000년 이상 사용해온 우리 글이다. 서울신문 8월 12일 자 30면 기고란에 실린 구법회 전 연수중 교장의 기고문 중 첫째,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한자어는 이미 한글화되어 한자로 쓰지 않아도 그 뜻을 알 수 있고 더 어려운 한자어는 국어사전을 찾는 것이 빠르며 배우기가 어려워 시간과 경제성에서 이득이 없다는 말은 참으로 답답하다 못해 한심하기 짝이 없는 무책임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경제·검찰·문화·철학·학문 같은 한자어는 한글로 표기해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한글 전용을 해도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국자가 많이 있는 것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자를 알면서 한글로 쓰인 한자어를 읽어 보면 금방 이해가 되지만 한자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한글로 쓰인 뜻을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려운 한자어를 국어사전에서 찾는 것이 빠르다고 하였는데, 물론 공부하는 학생들은 국어사전을 찾아 보고 그 뜻을 이해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일반 국민이 평소 국어사전을 거의 소지하고 있지 않은 현실에서 그 뜻을 어떻게 국어사전을 찾아 보고 알 수 있을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한자는 배우기가 어려워 시간과 경제성에서 이득이 없다는 것은 한자에 대한 무지 때문으로 궤변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 어린아이의 나이가 12세 전인 초등학교나, 초등학교보다 유치원·유아원에서 한자를 가르치면 소리글자인 한글이나 영어보다 뜻글자인 한자를 그림으로 인식하여 더 쉽게 배우고 오래 기억할 수 있으니 성인이 되어 모르는 한자어를 일일이 국어사전을 찾아 보는 우(愚)를 범하는 것보다 얼마나 경제적인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셋째, 한자어 중 90% 이상을 차지하는 동음이의어가 구별이 안 되면 말과 글에서 앞뒤의 문맥을 보아 구별할 수 있다는 주장은 신속성이라는 경쟁력이 절대로 요구되는 현대를 살아가는 지성인으로서의 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넷째, 중국의 임어당 박사가 한자를 동이족이 만들었다는 주장을 믿고 한자는 국자이니 의무교육과정에서 한자를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은 억지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 초등학생에게 한자의 짐을 지우는 것은 가혹한 일로서 한자 사교육을 부추기는 부작용이 커서 중·고교에서 가르치는 상용한자 1800자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국어생활의 가장 근간이 되는 국어기본법이 개정되는 것은 당연하다. 즉, 김광림 의원 대표(총 111명 의원)발의안인 국어기본법 제14조 ‘공공기관 등이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되 한자어의 경우에는 한자를 쓸 수 있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외국어를 쓸 수 있다.’라는 조문으로 차제에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
  • [FA컵] ‘미운오리’ 사샤, 성남 구했다

    [FA컵] ‘미운오리’ 사샤, 성남 구했다

    성남 사샤에게는 견디기 힘든 가혹한 여름이었다. ‘백조’에서 순식간에 ‘미운 오리 새끼’가 됐다. 신태용 감독은 냉랭했고 선수들 사이에서도 왠지 겉돌았다. 외국인 선수를 넘어 주장까지 맡을 만큼 신뢰가 두터웠던 사샤는 올여름 FC서울로 이적을 추진하며 죄인이 됐다. 성남은 사샤의 꿈인 유럽 진출을 위해 바이아웃 조항을 낮춰 주기로 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FC서울행을 타진한 것 자체가 뒤통수를 친 꼴이 됐다. 끝내 이적은 불발됐지만 이후 사샤의 성남 생활은 가시방석이었다. 뛰어난 수비력에 카리스마까지 장착한 사샤는 경기에는 출전했지만 그 무안함은 어쩔 수 없었다. 사샤는 “이적 건으로 팬 여러분께 실망을 준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 앞으로 내 행동을 더 조심하겠다.”는 내용의 친필 편지로 팬들의 마음을 돌리려 애썼다. “현재 성남이 하위권이지만 6강 플레이오프에 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FA컵도 우승하겠다.”는 다부진 각오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24일 홈인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FA컵 준결승. 수비수 사샤는 속죄포를 날렸다. 객관적인 전력상은 포항이 우세였다. 포항은 지난 주말 K리그 전북전에서 10명이 싸우는 등 체력 고갈이 심했지만 모따·슈바·조찬호 등 화려한 공격진에 김재성·신형민·고무열 등 탄탄한 미드필더까지 갖춘 강호다. 전북전에서 상승세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리그 2위를 달리는 등 거침없는 ‘용광로 축구’를 보여 줬다. 이런 포항의 뾰족한 창끝을 사샤는 온몸으로 막아냈다. 호주대표팀에 포함될 만큼 실력은 검증된 터. 결승골은 덤이었다. 사샤는 전반 39분 조동건이 올린 짧은 크로스를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0-0의 균형을 깨는 득점. 기세가 오른 성남은 전반 45분 조동건의 추가골, 후반 21분 부상에서 복귀한 라돈치치의 쐐기골까지 더해 3-0 완승으로 FA컵 결승에 진출했다. 리그 13위에 처져 있어 사실상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무산된 성남의 ‘올인’이 통했다. 성남은 이로써 2009년 이후 2년 만에 결승에 올라 1999년 천안 시절 이후 12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수원은 홈에서 울산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후반 13분과 28분 설기현에게 먼저 두 골을 내줘 패색이 짙었지만 스테보와 마토에게 연속골을 내줘 연장까지 끌고 갔고, 연장 후반 6분 박현범의 결승골로 3-2 승리를 결정지었다. 7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염기훈은 도움 해트트릭을 달성해 역전극의 주역이 됐다. 수원과 성남은 오는 10월 15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대망의 결승전을 치른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국민 눈높이 맞춘 수사로 檢 신뢰 회복”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은 22일 “내부 감찰 강화와 국민 눈높이에 맞춘 수사로 검찰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지검장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가진 취임식에서 “과일의 상한 부위를 그냥 놔두면 전체가 썩고 결국 주변 과일까지 다 썩게 만든다.”며 “우리 스스로 깨끗해야 한다. 이제 가혹하게 감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감찰 강화를 예고했다. 이어 “국민을 존중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며, 그 눈높이를 못 따라가면 국민은 검찰에 등을 돌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위기상황으로 위기를 깨닫지 못한다면 조직에 희망이 없다.”며 “위기를 인식하고 한마음으로 대응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창호 서울고검장 역시 취임식에서 “깨끗한 검찰을 위해 고검 감찰 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며 “소금과 같이 짠맛을 가지고 사회 구석구석에서 정의가 구현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학의 광주고검장은 취임사에서 “‘소훼난파’(巢毁破·둥지가 부서지면 알도 깨진다)의 정신을 바탕으로 법질서 확립과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검찰권을 행사하겠다.”며 “‘국민의 눈’이 ‘정의의 칼’보다 더 무섭고 매섭다는 사실을 명심해 ‘국민의 뜻’ 앞에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검찰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도 이제는 과거의 지식과 경험에만 의존하는 ‘방전형’ 조직이 아닌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꾸준히 공급받는 ‘충전형’ 조직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전국에서 일제히 취임한 23명의 고·지검장들은 사회 비리 척결, 거악과의 전쟁 등을 강조했던 과거 검찰 지휘부의 취임사와는 달리 내부 비리에 대한 감찰을 강조해 사뭇 결연한 분위기였다. 오이석·최재헌기자 hot@seoul.co.kr
  • 누가 빨리 많이 빼나… ‘살과의 전쟁’

    누가 빨리 많이 빼나… ‘살과의 전쟁’

    방송가에 서바이벌 오디션 광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다이어트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도전장을 내민다. SBS가 오는 28일 ‘김연아의 키스 앤 크라이’ 후속으로 선보이는 ‘다이어트 서바이벌 빅토리’(이하 ‘빅토리’)가 그것. ‘일요일이 좋다’ 속 새 코너인 ‘빅토리’는 비만으로 고통받아 온 20명의 도전자들이 혹독한 다이어트를 통해 ‘몸짱’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소개한다. 성공 관건은 기존의 다이어트 프로그램과 어떻게 차별화시키고, 서바이벌 형식에서 주는 재미와 긴장감을 어떻게 살리느냐는 것이다. 연출을 맡은 공희철 PD는 “과거의 다이어트 프로그램이 ‘비포 앤드 애프터’에만 관심을 갖는 측면이 있었다면, ‘빅토리’는 (다이어트의) 계기와 과정을 상당히 중요시한다.”면서 “다이어트를 하면서 인생과 마인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초점을 맞출 것이며, 체중 감량 부분은 노하우 정도만 보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빅토리’라는 제목은 비만 때문에 고생하던 사람들에게 인생 역전의 승리감을 맛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뜻에서 작명했다. ‘빅토리’ 도전자들은 다이어트에 필요한 모든 시설이 갖춰진 ‘빅토리 하우스’에서 합숙하며 각종 다이어트 미션을 소화하게 된다. 18주 동안 진행하는 서바이벌 레이스에서 우승한 도전자에게는 1억원의 상금과 함께 고급 승용차 등의 부상을 제공한다. 유명 헬스 트레이너인 숀 리가 이들의 다이어트 조교로 나서며, 배우 이규한과 신봉선은 각각 10명의 도전자를 이끄는 팀장으로 활약한다. 프로그램 MC는 개그맨 신동엽과 배우 이수경이 맡았다. 지난 18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수경은 “나도 도전자들과 똑같이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체중을 조절하던 때가 있었다.”면서 여배우로서 ‘비포 앤드 애프터’ 사진이 화제가 될까 걱정도 했지만, 도전자들에게 내가 가진 다이어트 노하우를 전해주고 싶어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신봉선은 “단순히 살만 빼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건강도 찾고, 자신감도 찾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최종 우승자가 나올 때까지 내 가족, 내 언니, 내 동생이 살을 뺀다는 마음으로 때로는 가혹하게, 때로는 용기를 주는 팀장이 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즐거운 트레이닝을 약속한 숀 리는 춤을 활용한 ‘피버 식스’ 프로그램도 소개했다. ‘빅토리’는 매주 탈락자를 가리지만, 탈락자들에게도 다이어트 지원은 계속할 예정이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갑작스러운 가족의 죽음… 어느 모녀의 담담한 치유기

    갑작스러운 가족의 죽음… 어느 모녀의 담담한 치유기

    소설을 읽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영혼을 어루만져 주는 듯한 치유의 기능이다. 1987년 데뷔작 ‘키친’이 세계적으로 200만 부가 넘게 팔리면서, 자신만의 섬세한 매력을 알린 요시모토 바나나(47). 신간 ‘안녕 시모키타자와’(김난주 옮김, 민음사 펴냄)는 치유와 공감, 구원이란 바나나 고유의 글쓰기가 한층 깊고 성숙해졌다. ●치유·공감·구원… 한층 성숙해진 글쓰기 ‘안녕’의 주인공은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으로 세상에 엄마와 둘만 동그마니 남은 딸 요시에다. 이제 막 단기 대학을 졸업하고 요리 공부를 시작한 요시에는 아버지가 사라지자 엄마로부터도 독립해서 세상에 홀로 발을 디디려 애쓴다. 요시에 아버지의 죽음은 갑작스럽기도 했지만 기괴하고 충격적이었다. 이바라키의 숲 속에서 모종의 관계에 있던 여성과 동반 자살한 것. 분위기상 동반 자살이지만 요시에는 아빠가 살해당했다고 생각한다. 요시에는 새로운 출발을 위해 시모키타자와로 이사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홍대와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젊은이의 거리 시모키타자와는 작가 바나나가 실제 거주하는 동네이기도 하다. ‘안녕’은 아이폰용 전자책(2.99달러)으로도 동시에 발매됐는데, 전자책에서는 종이책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감각적인 삽화와 책 속의 장소로 이동 가능한 시모키타자와의 지도가 제공된다. 바나나의 신간은 아버지와 비슷한 인상을 풍기거나, 아버지와 관계 있는 아저씨들과의 섹스로 정신적으로 커가는 요시에를 통해 독자들에게도 비슷한 성장의 느낌을 전한다. 더불어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갈 때도 꼭 에르메스 백을 들고 다녔던, 유복한 40대 전업주부의 교과서 같았던 요시에의 엄마도 긍정적으로 성숙한다. ●다수 삽화 넣고 전자책 발간… 곳곳에 한류 흔적 모녀의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와 함께 한류의 흔적을 발견하는 맛도 있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갈비, 찌개, 김치와 같은 한식을 자주, 맛있게 즐긴다. 바나나는 요시에의 연애를 “우리의 나날도 그와 똑같이 자라나고 있었다.…아직 같이 잔 적 없는 초등학생처럼, 한국 드라마의 주인공들처럼 착실한 둘.”이라고 묘사하기도 한다. 살다 보면 누구나 요시에처럼 불가항력이면서도 가혹한 일을 만난다. 그것은 교통사고일 수도 있고, 갑작스러운 질환이기도 하고, 요시에처럼 가족의 죽음일 수도 있다. ‘안녕’은 매력적인 동네 시모키타자와가 상심한 모녀를 치료해 가는 과정을 묘사한다. 독자들도 요시에처럼 시모키타자와에서 차 마시고, 밥 먹고, 산책하면서 자연스레 ‘마음에 대답 같은 것이 채워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1만 2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 자살기도 왜 했나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 자살기도 왜 했나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44)이 수감 중이던 감방에서 자살을 기도해 그 배경에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어머니도 없는그가 지난달 부친이 사망하자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것이 아니냐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법무부는 18일 신창원이 오전 4시 10분쯤 경북 북부 제1교도소(옛 청송 제1교도소) 자신의 독방에서 고무장갑으로 목을 조른 채 신음하고 있는 것을 근무자가 발견해 가까운 안동병원에 긴급 후송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월 설거지와 빨래 등을 위해 교도소 안에서 구입한 고무장갑으로 목을 졸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독방에는 “죄송합니다.”라고 적힌 메모는 발견됐지만 다른 유서는 없었다고 교도소 측은 전했다. 안동병원 측은 이날 오후 1시 공식 브리핑에서 “신창원이 응급실에 실려왔을 당시 의식이 전혀 없는 상태로 혈압이 정상치보다 훨씬 낮았고, 맥박도 분당 130회에 이르는 등 상당히 위급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교도소 관계자들의 보안 속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신창원의 혈압과 맥박 등은 모두 정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혁기 안동병원 신경외과 과장은 “호흡 등은 정상으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저산소 증세를 보였기 때문에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모범적인 수형생활을 하던 신창원이 자살을 시도한 정확한 이유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교도소 관계자는 “교도소 내에서 가혹 행위는 없었다.”면서 “지난달 부친이 사망한 후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도소 측은 그가 의식을 회복하면 정확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신창원은 1990년대 신출귀몰한 도피 행각으로 유명해졌다. 강도치사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1997년 1월 부산교도소에서 화장실 쇠창살을 절단하고 탈옥해 2년 6개월여간 경찰의 추적을 수차례 따돌리며 도피행각을 이어갔다. 1999년 7월 전남 순천에서 검거될 당시 입었던 현란한 디자인의 티셔츠가 인기를 얻는 등 청소년과 인터넷 등에서는 그를 우상화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5월부터는 모범적인 수형생활을 해 온 점이 고려돼 일반경비시설인 경북 북부 제1교도소로 이감돼 생활해 왔다. 안동 김상화·서울 안석기자 cct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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