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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마당] 양반의 사과와 역사인식/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문화마당] 양반의 사과와 역사인식/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현재 한국의 족보를 보면, 몇몇 중인 집안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조상이 양반이었음을 명시한다. OO공파 몇 대 손이라고 자부하는 사람을 요즘도 어렵지 않게 본다. 김해 김씨니, 전주 이씨니 하는 수많은 명문가가 우리 귀에 익다. 자기 조상이 상놈이었다고 말하는 가문은 거의 없다. 그렇다. 그래서 이 땅은 아직도 양반의 나라다. 그런데 18세기 중반에 이르도록 전체 인구에서 적어도 30% 이상은 노비였다. 당시 인구를 대략 1200만~1600만명으로 본다면, 얼추 400만~500만명이 노비, 즉 세 명 중 한 명꼴로 노비였던 셈이다. 지금 당신 주위에 보이는 아무나 두 명을 찍어 보시라. 그러면 당신을 포함해 그 셋 가운데 한 명은 노비의 후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 이 땅은 노비의 나라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기 조상이 예전에 노비였다고 자처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사회는 인간이 인간을 소유하고 구속한 아픈 역사를 이제는 깔끔하게 청산한 것일까? 노비제도가 폐지된 것은 갑오개혁(1894년) 때다. 그러나 그것은 법적인 폐지였을 뿐이다. 사회적으로는 대한제국이 망한 후에야 사라지기 시작해 6·25 전쟁을 고비로 거의 없어졌다. 그래도 그 잔영은 길고 길어, 1960년대까지만 해도 이런 말 듣기가 어렵지 않았다. “저 뒷마을 OOO네는 요즘 잘나간다고 거들먹거리는데, 예전에 우리 집 노비였지.” “왜 하필 OOO네 딸내미냐? 눈에 흙이 들어가더라도 이 결혼만큼은 절대 안 된다.” 가혹한 노예제도를 비교적 최근까지(1863년) 유지했던 미국에는 약자를 보호하는 다양한 법이 있는데, 흑인노예의 후손에게 일부 특혜를 주는 법도 그중 하나다. 이에 대한 반발도 있었지만, 비인간적으로 차별받은 노예의 후손에게 지금 사회가 일부 혜택을 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공평’이라는 법 해석 덕분에 여전히 유효하다. 이 땅에는 그런 법이 없다. 자기가 노비의 후손이라고 당당히 나서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근대화 과정에서 신분 세탁이 ‘평화적으로’ 가장 잘된 나라가 아마 한국일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런 특성 때문에 이 땅에서는 진정한 역사 청산이, 과거사 반성이 없었다. 가해자 측의 진정어린 반성은 전혀 없이, 겉으로만 문제가 봉합된 것처럼 보일 뿐이다. 그래서 역사에서 배우는 바도 적어, 되풀이가 많다. 인간이 인간을 구속하고 소유한 노예제도가 나쁘다고 지금은 모두 인정한다. 미국에서 노예제도에 대해 사과성명 내기를 완강히 거부하던 보수의 대명사 남침례교단조차도 10여년 전에 마침내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공식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런 비슷한 얘기조차 들리지 않는다. 조선시대에 많은 노비를 부리며 떵떵거린 어느 가문에서도 자기 조상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성명을 내지 않는다. 한국에서야말로 그런 성명을 발표하는 게 얼마나 쉬운가? 노비의 후예라고 자처하는 이가 없으니 보복을 당할 염려도 없고, 소송에 휘말릴 일도 없다. 그런 성명을 발표하면 오히려 문중 이름이 언론 뉴스에 오르내리면서 유명해질 테니, 얼마나 득(得)이 많겠는가? 그러나 어느 문중도 말이 없다. 경주 최씨도, 안동 김씨도, 문화 유씨도, 청주 한씨도, 어느 누구도 말이 없다. 오히려 틈만 나면 과거에 엄청난 양반가였음을 자랑한다. 무엇이 진정한 가문의 영광일까? 잘못을 인정하고 새로 출발하는 것 아닐까? 마찬가지로, 요즘 대선의 계절을 맞아 과거사 반성 문제가 떠들썩하다. 이는 역사를 보는 인식과 직결되는 문제다. 현대 인류문명사회의 보편적 가치로 보아 잘못임이 분명한 과거사에 대해서는 결자(結者)가 확실히 사과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래야 ‘현재완료 진행형’으로서의 역사가 힘차게 전진할 수 있다.
  • 무자비한 신, 없는 편이 낫다…지성인 50명이 밝히는 무신론자 된 이유

    “인류 역사의 이 시점에서 이성의 목소리가 사람들의 귀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종교적 광신주의는 인문적 이데올로기 및 그와 대립하는 종교적 이데올로기 각각의 장단점을 논하는 것을 막는 데 그 어느 때보다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종교를 비판하는 책의 저자와 삽화가들은 걸핏하면 종교적 광신자들에게 살해위협을 받는다. 한 주 한 주 지날 때마다 이성의 촛불을 켜 두기가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중략) 어떤 종류의 종교적 관념도 특별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 러셀 블랙퍼드 ‘진화와 기술 저널’ 편집장과 우도 슈클렝크 퀸스대 철학 교수는 세계 지성 50명에게 왜 무신론자가 됐는지 집필해 달라고 요청하고, 글들을 엮어 펴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무신예찬’(피터 싱어·마이클 셔머·그렉 이건 외 지음, 김병화 옮김, 현암사 펴냄)이 발간된 배경이기도 하다. 50개의 짧은 글들은 접점 하나를 향해 간다. 신이라는 절대자에 의지하지 않아도 삶은 충분히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의 저자로 그렉 이건과 데일 맥고완 같은 유명 작가, 피터 싱어 프린스턴대 생명윤리학 석좌교수나 필립 키처 컬럼비아대 철학 교수 등 철학자, 그레고리 벤퍼드 캘리포니아대 물리학 교수와 빅터 스텐저 하와이대 천문학 석좌교수 등 과학자, 인권운동가 피터 태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지성들이 참여했다. 이들이 절대자의 존재를 의심하는 계기는 다소 평범하다. 자신의 신을 강요하며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거나 폭력을 가하는 행태, 착한 사람들이 큰 고통을 받는 모습에서 질문을 던진다. ‘그토록 인간을 가련하게 여기며 구원과 영생을 약속한 신이 왜 저리 가혹하고 폭력적인가.’ 애타는 기도에 응답을 듣지 못한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도대체 어떤 선한 목자가 자기 양 떼 중에서도 제일 어린 양의 간청을 무시하는가. 불공정한 신에 만족하기보다는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더라도 신은 없다고 결론짓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다.”(크리스틴 오버롤 퀸스대 철학 교수)는 가벼운 수다 같은 글부터, 영국 TV시리즈 ‘닥터 후’를 빌려 선과 악의 존재를 우주 만물과 연결 지은 재담(베스트셀러 작가 숀 윌리엄스), “선한 신은 왜 그토록 많은 악이 자신의 세계에 들어가도록 허용했는지는 설명할 수 없다.”(스티븐 로 런던대 철학 교수)는 학술적인 성격의 글까지, ‘불신(不神) 목소리’의 스펙트럼은 넓고 흥미롭다. 2만 5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경제정책 총괄장관 ‘주먹구구 전망’ 자인

    경제정책 총괄장관 ‘주먹구구 전망’ 자인

    “내년 성장률 4%는 무리 없는 수준이다.” (9월 25일 경기 화성 보육시설 방문 중) “전망치가 4%이지만 하방위험이 상당히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10월 5일 국정감사에서) “성장률 전망치가 4.0%보다는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10월 24일 국정감사에서) ‘아니면 말고’ 식의 애널리스트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이다. 박 장관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경기) 하방위험이 훨씬 크다는 것”이라면서 내년 성장률이 지난달 25일 내놓은 정부 전망치인 4%를 밑돌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9월 예산 편성 과정에서 주먹구구식으로 4%를 제시한 것”이라면서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현실적인 전망치를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정부가 ‘부실 전망’을 내놓았다고 자인한 셈이다. ‘올해 3.3% 성장률 전망치가 장밋빛’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난 6월 정부가 전망할 때만 해도 국제통화기금(IMF)이나 한국은행 등의 전망치도 언저리에 있었다.”며 억울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정부는 다른 경제 예측 기관들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난 뒤인 9월에도 전망치를 수정하지 않았다. 당시 변명은 “정부는 성장률 전망 기관이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재정당국 관계자는 “충분히 수정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올해 장밋빛 성장 수치를 고집하더니 이제와 억울하다고 항변한다.”면서 “정부 논리대로라면 내년 성장률 전망도 수정하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한 달 만에 박 장관이 전망 수정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그만큼 애초 전망이 주먹구구식으로 정했다는 방증이다. 지난달 전망 때와 지금 국내외 상황이 이렇다 할 만큼 바뀐 게 없기 때문이다. 한 이코노미스트는 “정부의 성장률 전망은 나라살림(세수 예측)과 직결되는 문제임에도 재정부가 시장에 신뢰를 주기는커녕 되레 혼란을 키우고 있다.”면서 “성장률을 둘러싼 변명 대신 하향 조정에 대해 이해를 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박 장관은 종합부동산세를 과거처럼 부과하는 것에는 부정적인 의사를 명확히 했다. 그는 “종부세는 과도한 징벌적 제도라서 지속 가능하지 않고 특정 계층에 가혹한 부담을 주는 동시에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이 매우 크다.”면서 “옛날(참여정부)처럼 부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정조·박지원·이옥 3인의 관계를 풀다

    ‘문체반정 나는 이렇게 본다’(김용심 지음, 보리 펴냄)는 문장론에 오롯이 집중한다. 정치적 맥락을 짚다보니 문장론도 나오는게 아니라, 문장론을 거론하려다보니 정치적 배경이 슬쩍 나오는 식이다. 결론부에 가서 “얼음 갑옷을 입은 반듯한 정조”, “누더기를 걸친 채 햇살을 즐기는 자유로운 박지원”, “허름한 홑겹 옷 사이로 빛나는 비단옷을 내비치는 멋진 이옥”으로 정리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각양각색의 문장론을 3명의 인물로 캐릭터화해둔 것이다. 왜 얼음갑옷 정조인가. 왜 문체반정을 했느냐는 질문이다. 하나는 공부를 멀리했던 아버지 사도세자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정조 스스로가 더 교조적 입장을 취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정’이라면 옛일을 다 들춰내 일족을 멸해도 시원찮을 판인데 반성문만 써내면 다 용서해줬던 이유다. 더구나 정조어찰집에서 드러나듯 정조 스스로가 자유분방한 글을 구사했다. 시대의 햇볕에 녹아버릴 것임을 알지만, 그래도 군왕이기에 차디찬 갑옷을 껴입었다는 것이다. 왜 누더기 박지원인가. 혹독하진 않았다 해도 어쨌든 임금의 명이다. 모두들 열심히 반성문을 지어다 바쳤다. 박지원도 썼는데 교묘하다. 너무 큰 죄를 지어 반성한다고 될 것 같지 않다는 투로 써버린다. 더 재밌는 건 정조의 반응이다. 별 말 없다가 만날 기회가 생기자 이 참에 ‘이방익 사건을 적은 글’을 지어올리라 명한다. 이방익이라는 젊은 무인의 표류기인데 박지원 보고 쓰라한 것은 ‘열하일기’처럼 써보란 뜻이다. ‘열하일기‘ 때문에 반성문 쓰라 해놓고는 ‘열하일기’처럼 써보라 한 것이다. 누더기의 자유다. 왜 비단옷 이옥인가. 성균관 유생이었던 이옥은 끝끝내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니 점점 더 가혹해졌다. 문체 문제로 3번이나 고치라 명 받더니 심지어 장원급제한 이옥의 답안지를 보고 정조가 급제를 취소해버리고 꼴찌 처리해버릴 정도였다. 그럼에도 이옥은 버텼다. 한술 더 떠 자신의 호를 경금자(絅錦子)라 지었다. 경은 얇고 허름한 겉옷, 금은 비단 옷이다. 얇고 허름한 겉옷 보고 비웃어라, 그런데 내 옷은 비단옷이란다, 고 일갈한 셈이다. 글에 관심있다면 한번 봐둘 만하다. 1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장애학교 교사, 학생 손발 묶고 상습 폭행”

    정서·행동장애 전문인 국립한국경진학교에서 장애학생에 대한 교사의 폭행 사실이 드러나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교사는 지난 8월 3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지만 학부모들은 학교 측의 처분이 미흡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인권위와 학부모회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한국경진학교에서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P교사가 여학생을 밀어 시멘트 바닥에 머리를 찧게 하는 등 가혹행위를 하다 인턴교사 R씨에게 목격됐다. R교사는 학교장에게 보고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자 P교사가 행한 가혹행위를 한달동안 일지 형식으로 기록해 학부모들에게 전달한 뒤 사직했다. P교사는 지난해 12월 학예회 연습 중에도 “시낭송하는 목소리가 작다.”며 학생의 뒤통수를 가격하는 등 가혹행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진학교에서는 또 지난해 고등부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던 B교사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생의 손과 발을 묶는 등 2007년부터 여러 차례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위는 학부모들의 진정을 받아 지난 6월 교사와 교직원 80여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학교 측은 지난 8월 P교사에게 3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지만 학부모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재발 방지를 위해 학내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라.”고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교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18일 교육과학기술부를 찾아 폭력 사태 재발 방지를 요구할 계획이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사설] ‘보안의식 제로’ 정부 근무기강 재점검하라

    군(軍)의 안보도, 관(官)의 보안도 온통 구멍이 숭숭 뚫렸다. 북한 병사가 최전방 우리군 철책을 넘어 일반전방소초(GOP) 문을 두드리며 귀순한 ‘노크 귀순’ 사건으로 가슴을 쓸어내린 지 2주도 안돼 또 어처구니없는 일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졌다. 일요일인 그제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일어난 60대 남성의 방화·투신자살 사건은 국가 기간시설의 보안수준이 얼마나 형편없는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준 충격적인 일이다. 중앙청사는 국무총리실·행정안전부·외교통상부 등 8개 정부 부처가 모여 있는 국가 핵심시설 중의 핵심 아닌가. 사건의 용의자는 배낭에 휘발유병을 넣고 위조 신분증을 이용해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은 채 18층 교육과학기술부 사무실까지 올라가 난동을 부렸다. 근무 중인 경찰은 소속 부서도 적혀 있지 않은 가짜 신분증을 알아보지 못했다. 외부 침입자나 위험물질 소지 여부를 탐지하는 검색대에는 아예 근무자가 없었고, 전자입력장치가 부착된 출입증을 대야 열리는 보안게이트(스피드게이트)도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말이 3중 보안 시스템이지 허수아비 하나 세워 놓은 것만도 못한 셈이다. 휴일 핑계를 댈 일이 아니다. 청사 보안요원이라면 휴일일수록 더욱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하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이들에게 과연 보안의식이라는 게 있기는 한 건가. 상식선에서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이번 사건을 결코 가볍게 보아 넘겨서는 안 된다. 보안 담당자의 책임으로만 돌릴 게 아니다. 청사에서 근무하는 수천명의 공무원, 나아가 공직사회 전체의 나사 풀린 근무기강 문제이기 때문이다.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고 정권 말에 자칫 느슨해지기 쉬운 공직 기강을 가혹할 정도로 다잡아야 한다. 최근 사회불만 세력이나 정신질환 경력자 등에 의한 자포자기식 ‘분노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사건 용의자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우울증을 앓아 왔다고 한다. 범죄 취약계층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사회안전망 구축, 사회 보안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점검 작업이 요구된다. 보안불감증에 대한 일대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 ‘고문수사 부인’ 양천구청장 법정구속… 당선무효형

    ‘고문수사 부인’ 양천구청장 법정구속… 당선무효형

    5공 시절 보안사 수사관으로 있으면서 자신이 고문에 가담했던 사실을 부인하고 위증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추재엽 서울 양천구청장이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부장 김기영)는 11일 추 구청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3개월, 위증·무고 혐의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무효가 된다. 추 구청장은 지난해 10·26 재·보선 당시 재일교포 김병진씨가 자신의 고문수사 전력을 알리려 하자 김씨를 간첩으로 지목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김씨는 보궐선거 6일 전인 10월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1985년 추 구청장이 보안사 수사관으로 근무하면서 민간인 유지길씨를 불법 연행한 뒤 간첩 자백을 받으려고 가둬놓고 고문했다.”고 폭로했다. 재판부는 “추 구청장은 고문 사실을 단순히 부인한 정도를 넘어 위증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면서 “구청장 재선거에 출마해 당선을 목적으로 고문에 가담한 적이 없고 김씨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문자메시지로 유권자들에게 발송하고 기자회견까지 열었다.”고 덧붙였다. 재판장이 선고를 마친 뒤 추 구청장에게 “할 말 있으면 하라.”고 하자 추 구청장은 “너무 가혹하십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추 구청장은 항소할 것으로 전해졌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조선 독립 열망했던 ‘불량학생’ 강상규

    조선 독립 열망했던 ‘불량학생’ 강상규

    11일 밤 10시 KBS 1TV 역사스페셜은 ‘경성유학생 강상규의 조선독립 10년계획’을 방영한다. 강상규는 전북 옥구에서 태어나 경성으로 유학왔다. 성적도 상위권이고 품행도 좋은 모범학생이었다. 그러나 때는 1941년. 일제 강점 막바지 가혹한 사회통제가 이뤄지던 때다. 강상규는 어느 날 조선 독립을 열망하는 불량학생이라는 명목으로 붙잡힌다. 치안유지법, 육군 형법, 해군 형법 등에 따라 2년형을 선고받아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의 일기에서 그 단초를 찾는다. 그 당시 학교는 일본어로 일기를 써오게 한 다음 그 내용을 검사했다. 그런데 강상규는 일본어 말고 한글 일기를 은밀하게 썼다. 일본어 일기에 차마 적지 못했던 은밀한 생각들을 여기다 기록해둔다. 두 개의 일기는 그의 이중생활을 드러낸다. 학교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착실한 학생이었지만, 마음 속에는 독립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품고 있었고 비록 학생 신분이었지만 10년에 걸친 장기 독립계획까지 세울 정도였다. 이를 실행에 슬슬 옮기면서 동료들을 포섭하려다 적발된 것이다. 일제 시대는 청년들에게 큰 좌절을 안겨줬다. 입신출세에 대한 욕망은 강렬했으나 식민지 현실은 그걸 허용하지 않아서다. 이런 현실은 다른 사람들의 일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일본 유학 중이던 K, 경성의 한 공장에서 숙련공으로 일하던 A, 농사를 짓던 S의 일기 내용도 함께 공개한다. 그렇다면 학생임에도 10년에 걸친 조선 독립 프로젝트를 기획했던 강상규는 어찌됐을까. 그는 2년 뒤 출옥한다. 출옥 조건은 마음에도 없는 전향서를 쓰라는 것. 광복 이후 강상규는 정치범으로 체포된 뒤 사라져버렸다. 정말 그는 전향했을까, 전향한 뒤 착실하게 살았을까.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11·6 선택 2012] 한반도정책 어떻게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 모두 한국에 우호적이다.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차이가 있다.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당장 현 대북정책 기조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의 강력한 동맹관계를 기반으로 한 ‘투트랙 전략’(압박과 대화 병행)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2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따른 ‘2·29 북·미 합의’ 파기 등으로 몇 차례 뒤통수를 맞은 미국으로서는 여전히 북·미 대화의 조건을 까다롭게 설정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6월 시드니 사일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북한 담당관은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뒤 미국에 대화를 요구하거나 북한의 핵실험에 대응해 미국이 협상 조건을 서둘러 마련하는 일은 더 이상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은 바 있다. ●한국엔 모두 우호적… FTA 등 기조 그대로 하지만 과거 미 행정부의 재선 대통령이 대부분 그랬듯이 전향적으로 대화의 물꼬를 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떤 대통령이든 임기 말로 갈수록 외교 업적 만들기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내년부터 한반도에 조금씩 훈풍이 불 개연성도 없지 않다. 롬니가 당선될 경우엔 현 오바마 행정부보다 강경한 대북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롬니는 지난 8월 발표한 대북정책 공약에서 “그동안 미국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거짓 협조에 계속해서 ‘당근’을 제공하는 것이었다.”고 비판한 뒤 “동맹국들과 협력해 더 가혹한 대북 제재를 제도화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또 “집권하면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민간 기업과 은행에 제재를 가함으로써 북핵을 완전히 제거하겠다.”며 초강경 기조를 예고했다. 특히 “북한 급변 사태 시 중국과 함께 북한의 치안 유지와 인도주의적 문제를 처리하겠다.”고 밝혀 북한을 붕괴시키는 수준으로까지 제재를 몰아갈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북한 실질적 추가 제재 수단 없다” 전망도 따라서 롬니가 집권할 경우 과거 조지 W 부시 행정부 1기 때의 네오콘처럼 강경 보수 세력이 등장해 북한을 사정없이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현재 북한에 가해지고 있는 제재가 더 이상 부과할 것이 없을 만큼 강력하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추가할 제재는 마땅치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전통적으로 동맹관계 강화에 주력해 온 공화당인 만큼 롬니가 집권할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이나 군사 협력 강화 등 현재의 한·미 관계의 기조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롬니는 2005년 매사추세츠 주지사 시절 한국을 방문했고 기업인으로 방한한 적도 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브릭게시판은 지금…‘안철수 논문표절’ 공방

    브릭게시판은 지금…‘안철수 논문표절’ 공방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으로 갑자기 분주해진 곳이 있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사건, 미국산 소고기의 광우병 유해성 논란, 강수경·강경선 서울대 교수 사건 등 논문 문제가 이슈화될 때마다 중심에 있었던 생물학연구정보센터(브릭)의 자유게시판 ‘소리마당’이다. 생물학·의학 전공자들은 안 후보가 참여한 논문을 두고 학술적 가치와 연구윤리에 대한 활발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3일까지 브릭 소리마당에는 안 후보의 논문과 관련된 게시글과 댓글이 100건 이상 올라왔다. 특히 지난 2일부터는 비전공자들이 토론에 가세하면서 안 후보의 다른 논문에도 문제가 제기되는 등 복잡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브릭 토론자들은 대부분 안 후보의 논문들이 흠결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지 않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인용이 생략되거나 동일한 오타가 발견되는 등 표절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오해의 소지는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 후보의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이를 표절이나 연구윤리 문제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생물학도 A씨는 “문제가 되는 논문들에서 안 후보가 논문 작성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공동저자나 제3저자로 표기돼 있다.”면서 “교신저자나 1저자가 아닌 상황에서 책임을 묻는 것은 무리한 처사”라고 했다. 특히 안 후보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1990년대 초반과 현재 한국 학계의 연구윤리에 대한 기준 자체가 달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대의 B교수는 “한국에서 관행이라는 이름이 아닌 명확한 연구윤리 및 논문작성 기준이 세워진 것은 2000년대 이후”라며 “특히 의학이나 생물학에서는 비슷한 연구가 같은 집단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안 후보와 같은 사례를 찾자면 끝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안 후보의 논문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여론을 업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의대 연구원 C씨는 “기존에 논문 문제로 공직 후보에서 낙마한 사람 상당수가 과거 논문으로 문제가 됐던 점, 안 후보가 해당 논문들을 교수 임용 등에 실적으로 냈던 점, 최근 논문 표절로 곤욕을 겪은 교수들의 문제가 안 후보 논문보다 심각하지 않았던 점 등을 감안하면 단순히 관행이라고 넘어갈 상황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미주통신] 누드모델 출연 美 여경 해고 논란

    [미주통신] 누드모델 출연 美 여경 해고 논란

    모델 전문 잡지에 누드모델로 출연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한 여성 경찰이 해고를 당할 위기에 처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 휴스턴 경찰서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 여성 경찰인 스테이시 수로(42)는 지난주 모델 전문 잡지인 ‘모델메이헴’에 자신의 전라 사진을 비롯하여 매우 선정적인 1백여 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그녀는 정식 누드모델로 고용되어 이러한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누드 사진 게재 직후 그녀는 현직에서 직위 해제되었으며 현재 휴스턴 경찰은 이와 관련하여 내부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당국은 언론의 취재에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스테이시가 ‘경찰로서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 등을 한 혐의와 경찰 이외의 직업을 가질 경우 신고하여야 하는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즉시 직위해제를 하였으며 자세한 내용은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딸 하나를 기르고 있는 싱글맘으로 알려진 스테이시는 언론의 의견 표명 요구에 묵묵부답하고 있으며 현재 해당 모델 잡지에 올려진 그녀의 누드 사진은 삭제되었다. 이러한 내용이 보도되자 네티즌들은 딸을 키우고 있는 경찰로서 적절하지 못한 행동을 했다는 비난론과 함께 직무와 상관없이 한 행위에 대해 해고를 고려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동정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다니엘 김 미국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브릭 게시판 ‘安 논문표절’ 공방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으로 갑자기 분주해진 곳이 있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사건, 미국산 소고기의 광우병 유해성 논란, 강수경·강경선 서울대 교수 사건 등 논문 문제가 이슈화될 때마다 중심에 있었던 생물학연구정보센터(브릭)의 자유게시판 ‘소리마당’이다. 생물학·의학 전공자들은 안 후보가 참여한 논문을 두고 학술적 가치와 연구윤리에 대한 활발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3일까지 브릭 소리마당에는 안 후보의 논문과 관련된 게시글과 댓글이 100건 이상 올라왔다. 특히 지난 2일부터는 비전공자들이 토론에 가세하면서 안 후보의 다른 논문에도 문제가 제기되는 등 복잡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브릭 토론자들은 대부분 안 후보의 논문들이 흠결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지 않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인용이 생략되거나 동일한 오타가 발견되는 등 표절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오해의 소지는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 후보의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이를 표절이나 연구윤리 문제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생물학도 A씨는 “문제가 되는 논문들에서 안 후보가 논문 작성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공동저자나 제3저자로 표기돼 있다.”면서 “교신저자나 1저자가 아닌 상황에서 책임을 묻는 것은 무리한 처사”라고 했다. 특히 안 후보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1990년대 초반과 현재 한국 학계의 연구윤리에 대한 기준 자체가 달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대의 B교수는 “한국에서 관행이라는 이름이 아닌 명확한 연구윤리 및 논문작성 기준이 세워진 것은 2000년대 이후”라며 “특히 의학이나 생물학에서는 비슷한 연구가 같은 집단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안 후보와 같은 사례를 찾자면 끝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안 후보의 논문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여론을 업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의대 연구원 C씨는 “기존에 논문 문제로 공직 후보에서 낙마한 사람 상당수가 과거 논문으로 문제가 됐던 점, 안 후보가 해당 논문들을 교수 임용 등에 실적으로 냈던 점, 최근 논문 표절로 곤욕을 겪은 교수들의 문제가 안 후보 논문보다 심각하지 않았던 점 등을 감안하면 단순히 관행이라고 넘어갈 상황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사건 Inside] (44) 악마의 꾐에 빠진 그녀, 193일간 지옥에서 살다

    [사건 Inside] (44) 악마의 꾐에 빠진 그녀, 193일간 지옥에서 살다

     “도저히 이렇게 살 수 없어.”  햇빛 한 점 들지 않는 지하 단칸방에 갇혀 지옥같은 삶을 이어간 지 193일째. A(29·여)씨는 결국 경찰을 부르기로 마음을 굳혔다. “신고하면 너도 성매매로 처벌을 받게 된다.”는 사장 정모(56)씨의 으름장이 무섭기는 했지만 이렇게 살 바에는 차라리 모든 것을 다 털어버리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낸 것이다.  지난 7월 13일 A씨는 정씨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지하에 갇혀 성매매를 강요 당하고 있다.”는 A씨의 신고에 경찰은 즉시 현장으로 출동했다. 그렇게 A씨는 악마 같은 정씨의 손아귀를 벗어나 양지로 돌아올 수 있었다. ●“키스만 하면 큰 돈” 악덕업주의 감언이설에…  전남 순천에서 태어난 A씨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객지를 전전해 왔다. 지난 해에는 더 나은 일거리를 찾아 대도시인 부산을 찾았다. 하지만 특별한 기술도 없는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라곤 몇 개 되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짧은 시간에 큰 돈을 만질 수 있다는 얘기에 혹해 유흥업소에 취직하기로 했다. 일자리를 찾던 A씨는 한 인터넷 성인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유사 성행위 업소를 찾았다. 이 곳에서 만난 것이 바로 ‘키스방’ 사장 정씨였다.  “일만 잘하면 돈은 원하는 만큼 벌 수 있어. 그리고 그냥 키스만 하면 되니까 많이 힘들지도 않고.”  정씨는 달콤한 말로 A씨를 유혹했다. 키스 영업만 하면 된다는 말이 유흥업소 취업을 망설였던 A씨의 마음을 돌려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A씨는 올해 1월 1일부터 정씨의 가게에서 일을 시작했다. 부산 진구 부전동에 위치한 정씨의 가게는 햇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지하 단칸방이었지만 “대놓고 영업하기는 힘든 일”이라는 그럴싸한 핑계에 A씨는 별 의심을 품지 않았다.  하지만 키스 영업만 하면 된다는 정씨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정씨는 A씨를 단칸방에 가둬 놓고 곧바로 성매매를 강요하기 시작했다. A씨는 “계약과 다르지 않느냐.”며 따졌지만 정씨는 오히려 목소리를 키웠다.  “이미 성매매를 한 건 알고 있지? 신고 해봤자 너도 처벌 받아. 그리고 네가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순천에 있는 가족들이 알아도 상관 없겠어?”  만약 부모님이 자신이 부산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될까 두려웠던 A씨는 정씨의 협박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다. 그날부터 악몽같은 나날이 시작됐다. 매일 17시간씩 성매매를 해야했던 A씨가 하루에 받는 손님은 10명 이상이었다. 가게 근처에 월세방을 얻었지만 3~4시간 쪽잠을 잘뿐 대부분의 시간을 지하방에서 낯선 남자들과 보내야만 했다. ●190일간의 강제 성매매…가혹한 인권 유린의 현장  ‘악덕 업주’ 정씨의 가혹한 영업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A씨가 정씨의 가게에서 일한 193일 동안 쉰 날은 고작 3일뿐이었다. 손님이 많이 찾아오는 날은 끼니조차 때울 수 없었다. 막간을 이용한 휴식도 허락받지 못해 만성적인 수면부족에 시달렸다. 비정상적인 성행위를 강요하는 손님을 받아도 그저 따라야만 했다. 한달에 한번씩 찾아오는 생리기간에도 강제로 지혈을 한 채 성행위를 해야만 했다. 기본적인 인권조차 찾아볼 수 없는 잔혹한 나날이 이어졌다. 심지어 정씨는 성매매에 사용하는 피임기구 값도 A씨에게 떠넘겼다.  망가진 A씨의 몸은 성한 곳이 없었다. 6개월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습한 지하 골방에 생활해 온 A씨는 갑상선 질환, 기관지염, 두통, 위염, 기능성 장 장애, 식도 역류, 간 질환 등 각종 질병을 달고 살았다. 우울증, 대인기피증 등 정신적인 질환도 함께 찾아왔다.  경찰은 “구조 당시 A씨는 정신적인 충격으로 진술조차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다.”면서 “A씨를 성매매 피해자 지원센터에 인계한 뒤 장기간 안정을 취한 후에야 진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담당한 경찰들조차 “사람으로서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나.”며 혀를 내두를 정도로 A씨의 상태는 만신창이 그 자체였다. ●지옥에서 구조된 20대女의 일기장에는…  우여곡절 끝에 A씨는 이같은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정씨는 곧바로 검거되지 않았다. A씨가 사라진 직후 성매매와 관련된 모든 증거를 숨겼기 때문이다. 정씨가 그동안 거리를 활보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운영하는 ‘키스방’이 성매매 특별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맹점 때문이었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상태인 셈이다.  경찰은 결국 잠복에 들어갔다. 한달 여의 잠복 끝에 경찰은 정씨가 계속해서 손님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가 건물 외벽 창고에 피임기구들을 버리는 결정적인 장면을 포착했다.  경찰은 지난 8월 24일 현장을 덮쳤다. 정씨는 그 자리에서 체포돼 구속됐다. 정씨에게 건물을 빌려준 건물주 김모(69)씨와 송모(27)씨 등 현장에서 붙잡힌 성매수 남자 4명, A씨를 대신해 성매매를 하던 양모(32·여)씨는 불구속 기소됐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의 가게를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김씨의 일기장에는 김씨가 받았던 손님들의 이름과 함께 ‘이제는 벗어나야 하는데’, ‘정말 도망치고 싶다’ 등 비참했던 심경이 구구절절히 담겨 있었다.”면서 안타까워 했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포스코 ‘에너지 강재’ 집중 생산

    포스코 ‘에너지 강재’ 집중 생산

    포스코가 ‘에너지 강재’를 통해 철강업계 불황을 돌파하고 있다.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석유·가스 등의 개발과 생산, 수송, 저장에 필요한 고품위 철강재를 집중적으로 생산, 공급하기로 했다. 2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은 지난 5월 양사의 정준양 회장과 제프리 이멜트 회장이 배석한 가운데 발전사업의 공동 개발과 에너지용 강재 개발 등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또 세계 발전소의 신·증설 사업에도 공동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앞서 포스코는 다국적 오일 기업인 셸과도 해양플랜트 후판의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세계 에너지 강재의 수요는 올해 3100만t에서 2020년 5100만t으로 연평균 6%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산업은 특성상 사업 규모가 대규모로 진행되고 셸, 엑손모빌, BP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 상위 7개사의 전년도 평균 영업이익이 39조원에 달할 만큼 고수익을 낸다. 전 세계 에너지 기업의 올해 설비투자 규모는 650조원에 이른다. 에너지 강재 시장은 해양 플랜트와 육상 플랜트, 송유관 등의 분야로 구분된다. 채굴하기 쉬운 지역의 석유나 가스 등의 매장량은 이미 바닥을 드러낸 상태여서 점차 러시아나 북해 등 극지방과 심해 지역 등 채굴 환경이 가혹한 곳에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개발 설비의 강재도 유황 성분 등에도 견딜 수 있는 고품질이 요구되고, 이런 철강을 만들 수 있는 제철소는 일본의 신일본제철이나 독일의 딜링거 제철소 등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 등 급성장하고 있는 신흥국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포스코는 연말까지 230만t(세계 시장점유율 7%)을 판매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2020년까지는 800만t(16%)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15년까지 에너지 강재 연구개발에 집중해 자동차용 강판에 못지않는 ‘월드베스트’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는 아울러 포스코건설, 대우인터내셔널, 성진지오텍 등 관련 계열사의 역량도 모두 결집해 사업개발과 소재, EPC(설계·구매·시공), 기자재를 포괄하는 토털 솔루션에 도전하고 있다. 우종수 포스코 기술연구원장은 “극한의 조건에서 에너지 플랜트를 설치하려면 더 튼튼하고 안전한 철강 소재를 개발해야 한다.”면서 “후판, 무계목강관, 형강 등 고강도 해양 플랜트용 소재 사용량은 2020년까지 3.5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내 물건 찾으러 간건데 강도혐의 뒤집어써 억울”

    대구 ‘유치장 탈주범’ 최갑복(50)씨가 “자신은 억울하다.”며 가족에게 쓴 편지가 26일 언론에 공개됐다. 최씨는 ‘사랑하는 가족에게’란 제목의 편지 5장에서 “(나를) 쫓아낸 임대인의 집에 물건을 찾으려고 들어갔다가 강도상해 혐의를 뒤집어 썼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그 집에 침입은 했지만 임대인이 오히려 ‘잘 만났다’며 때렸다.”고 했다. 최씨는 “경찰이 임대인에게 상해진단서를 받아 입원하라고 종용했지만 임대인은 그만큼 다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억울함을 밝히는 수단과 방법을 찾기 위해 탈옥을 생각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이 밖에 “지난해 8월 초 전남 순천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중 한 교도관으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해 공황장애가 있다.”고 항변했다. 최씨는 지난 7월 8일 오전 2시 30분쯤 대구 동구 효목동의 한 가정집에 침입해 집주인인 노부부를 골프채로 때려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강도상해)를 받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전과 25범인 최씨가 자신의 죄를 합리화한 글”이라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척추관 협착증

    [Weekly Health Issue] 척추관 협착증

    인체에서 가장 가혹하게 혹사당하는 뼈는 척추다. 무거운 몸통을 바로 지지하면서도 다리와 달리 전방위 운동까지 감당해야 한다. 그런 만큼 척추에 이런저런 문제가 잦은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척추에 부상으로 인한 질환만 있는 게 아니다. 척추는 생각보다 일찍부터 퇴행성 변화를 겪는다. 대표적인 질환이 척추관 협착증이다. 척추는 추간판(디스크)으로 이어지는 뼈마디로 이뤄지며, 각 뼈마디에는 척추관이라는 신경의 통로가 존재하는데 이 통로가 골극(가시 형태로 자라는 뼈)이나 변성으로 두꺼워진 후관절돌기, 인대 등으로 좁아지면서 신경근을 압박해 유발되는 질환이 바로 척추관 협착증이다. 뼈의 퇴행이 원인인 만큼 당연히 발생률도 나이에 비례해 40∼50대 이후 환자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나이 든 부모의 병’ 척추관 협착증에 대해 튼튼병원 박진수 대표원장으로부터 듣는다. ●척추관 협착이란 어떤 상태를 말하나. 척추관 협착증이란 신경의 통로 역할을 하는 공간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눌러 요통을 유발하거나 다리에 복합적인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증상이 비슷하지만 흔히 말하는 디스크와는 전혀 다르다. 즉 허리디스크는 젤리처럼 생긴 디스크가 터지거나 밀려나면서 신경을 눌러 생기지만 척추관 협착증은 인대나 관절 등이 노화로 비대해지거나 뼈가 자라나면서 좁아진 척추관 속에서 신경이 눌려 발생한다. ●원인은 무엇인가. 또 빈발계층 따로 있나. 누구나 나이가 들면 디스크에 퇴행성 변화가 생기는데, 이때 뼈 조직이 가시처럼 덧자라나 신경을 압박하는 골극현상이 수반된다. 여기에다 척추관을 구성하는 후관절돌기, 황색인대나 척추 뒷부분에 날개처럼 이뤄진 추궁 등에도 변성이 시작돼 신경의 통로를 좁히는데, 이 때문에 척수와 신경근이 눌리면서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이런 척추의 퇴행은 30대 들면서부터 시작되지만 병증으로 나타나는 때는 주로 40대 후반부터이며, 50대 이후에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를 보인다.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특이 증상은. 척추관 협착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오래 서 있거나, 걸을 경우 허리에서부터 양쪽 또는 한쪽 다리로 이어지는 하지 부위에 저림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증상이 심해지면 다리가 저려 오래 걷지 못하며, 걷더라도 주저앉기를 반복하게 된다. 이런 경우 걸을 때 다리와 엉덩이 부위가 심하게 저리고 당기는 증상이 나타나며, 허벅지와 종아리·발끝이 저리거나 당기는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런 상태에서는 걷거나 시장을 가는 등의 일상적 활동에도 지장을 받을 만큼 통증이 심해진다. 흔히 척추관 협착증을 디스크와 혼동하는데, 반듯하게 누운 상태에서 다리를 들어 올릴 때 디스크는 60도 이상 올리기가 어렵지만 척추관 협착증은 60도 이상 다리를 들어 올릴 수 있으며, 허리를 앞으로 구부렸을 때보다 허리를 꼿꼿하게 폈을 때 통증이 심한 것이 특징이다. ●검사 및 진단은 어떻게 하는가. 먼저, 환자가 느끼는 증상을 토대로 신경학적 검사와 문진을 통해 1차적인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여기에서 척추관 협착증이 의심되면 좀 더 정확한 상태를 알기 위해 단순 방사선검사나 자기공명영상(MRI) 또는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정밀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유형별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협착증의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보존적인 치료가 윈칙이다. 이 때는 안정과 운동제한, 약물치료 등을 병행하게 된다. 이런 보존적 치료에 효과가 없으면서 수술할 정도로 심하지 않을 때는 경막외신경성형술을 적용한다. 가느다란 카테터(수술용 도관)를 꼬리뼈 부위에 삽입해 환부에 접근한 뒤 신경을 누르는 조직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이는 압박된 신경을 이완시켜 통증을 없애는 방법이다. 이런 방법에도 효과가 없고 마비증상이 계속된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이 경우 일반적으로 신경을 누르는 뼈와 인대를 제거하고 불안정한 척추를 지탱할 수 있는 고정기기를 삽입하는 척추유합술이 적용된다.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라면… 6개월 이상의 보존적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거나 근력 저하와 척수손상·신경마비 증상 등이 있을 때는 적극적으로 수술을 시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보존적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발병 초기라면 2∼3주 정도 안정을 취하면서 온찜질과 초음파치료, 물리치료 등을 적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때는 척추에 무리가 가는 행동, 즉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허리를 너무 많이 움직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 바른 자세를 취해 척추에 무리가 덜 가게 하고, 적극적으로 체중 조절을 하면 척추의 퇴행성 변화를 최대한 늦출 수 있다. ●치료 후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수술 후 관리도 중요하다. 보통은 병원에서 효과적인 재활 프로그램을 제시하므로 이에 따라 착실히 재활을 하면 된다. 기본적으로는 무거운 물건을 들어 나르는 등 척추에 무리를 주는 행동이나 비만, 척추 주변 근육을 약화시켜 퇴행성 변화를 부르는 운동 부족 등을 경계해야 한다. ●척추관 협착증과 관련한 정책적 문제는. 척추관 협착증은 허리를 지속적으로 무리하게 사용한 경우 많이 발생한다. 따라서 허리의 무리를 줄일 수 있고, 예방적으로 허리를 보호·강화할 수 있는 직장 및 기관 등의 근무환경 개선, 지속적인 예방캠페인, 전 생애에 적용되는 척추관리 프로그램 등 사회적 대책이 마련된다면 질환의 고통과 사회적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 필요한 척추수술까지 과잉 수술로 치부돼 급여가 삭감되는 문제도 재고해야 할 과제라고 본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美법원서 날아 온 낭보 2제] 듀폰사와 싸움… 코오롱은 일단 휴~

    미국 듀폰사와의 소송에서 아라미드섬유 생산·판매 금지 명령을 당해 위기에 처했던 코오롱인더스트리(이하 코오롱)가 한숨을 돌렸다. 23일 코오롱에 따르면 미국 항소법원(연방 제4순회법원)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코오롱이 1심 재판부의 아라미드 섬유 생산·판매 금지 명령에 불복해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코오롱은 미 듀폰사와 영업비밀 침해 여부를 두고 진행 중인 항소심이 끝날 때까지 코오롱의 아라미드 섬유제품인 ‘헤라크론’의 생산 및 판매 활동을 계속 할 수 있게 됐다. 항소심 결과가 나오기까지 보통 1년 정도 소요돼 당분간 코오롱의 헤라크론 생산, 판매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은 “이런 유형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미국 법원은 피고의 승소 가능성과 원고와 피고, 제3자가 입게 될 피해 및 공공의 이익 등을 형평성 있게 고려한다.”면서 “코오롱은 미 항소법원이 항소심이 끝날 때까지 코오롱에 가혹한 생산·판매 금지 명령이 집행되지 못하도록 결정한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법원은 코오롱에 1조원의 손해배상에 이어 20년 동안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헤라크론의 생산·판매 금지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에 코오롱은 1심 판결 결과가 부당하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코오롱 측은 이번 결정이 법원이 1심 판결의 부당함을 일부 인정한 것이라며 항소심에서의 승리를 자신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애플 ‘아이폰5’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렸더니…

    애플 ‘아이폰5’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렸더니…

    애플의 아이폰5가 지난 21일(현지시간) 호주를 시작으로 미국·캐나다 등에서 판매에 들어간 가운데 마치 이를 기념(?)한다는 듯 황당한 실험 비디오 한편이 유튜브에 게재됐다. 네티즌 사이에서 큰 논란을 일으킨 이 실험은 전자레인지에 아이폰5를 넣고 작동시키는 것. 아이디 ‘dovetastic’이 지난 21일 게재한 이 동영상은 출시된 아이폰5를 구매하자 마자 바로 실험한 것으로 보인다. 약 5분 정도의 이 동영상은 ‘절대 따라 하지 말 것’이라는 문구와 함께 시작한다. 실험자는 “당신이 적어도 30년 이상 충분한 관련 경험이 없다면 절대 집에서 따라하지 마라.” 면서 특수장비가 설치된 전자레인지에 아이폰5를 넣고 작동시킨다. 가혹한 실험대상이 된 아이폰5는 전자레인지가 작동하자 ‘지지직’ 하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40초 정도 지나자 불길이 일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폭발과 함께 활활 불타 올랐다. 동영상 게시자는 이 실험 이유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았으나 홍보와 돈을 노린 것으로 파악된다. 실험자는 “‘전기구이’가 된 아이폰5를 이베이(ebay)에서 3001달러(약 330만원)에 판매한다.”면서 친절하게(?) 주소와 함께 게재했다. 이같은 동영상이 게시되자 네티즌들은 대체로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몇분 만에 수백 달러를 날려버리는 바보같은 짓이다.” , “실험이 아닌 그냥 파괴행위 일 뿐”이라는 비난과 함께 “애플 제품에 어울리는 실험” , “애플 파이가 됐다.”는 댓글도 이어졌다.    인터넷뉴스팀  
  • 부자의 경제학? 부채는 정치학!

    부자의 경제학? 부채는 정치학!

    ‘위대한 보통 사람의 시대’를 선포했던 노태우 정권 이래 대한민국 중산층의 기준 가운데 하나는 내 집 마련의 꿈, 중형 아파트다. “내 집이라지만 안방만 내 것이고 거실, 건넌방, 주방은 은행 거”라는 농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이 중산층의 기본조건에 요즘엔 ‘가계부채’라는, 무시무시한 뉘앙스의 단어가 붙어 있다. 이는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미국에서 벌어진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 ‘월스트리트의 탐욕’이 문제시되자, 시장경제론자들은 돈 없는 주제에 왜 빚내서 집을 샀느냐며 ‘대중들의 탐욕’이 더 문제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니까 잘나갈 때는 모든 게 월스트리트 천재들이 개발한 최첨단 금융기법 덕이지만, 문제가 생기면 아무 생각 없이 유행을 따른 ‘너희들’의 탐욕 탓인 게다. 그런데 이거 남 얘기가 아니다. 가계부채 문제 해법이란 결국 열심히 돈 벌어다 그 돈 은행에 가져다 바친 죄밖에 없는 ‘우리’를 ‘능력도 없는 주제에 빚만 잔뜩 진 멍청한 대중’으로 규정한 뒤 더 가혹한 조건으로 돈을 갚거나 가진 물건을 내놓도록 하는 작업이니까. ‘부채인간’(마우리치오 라자라토 지음, 허경·양진성 옮김, 메디치 펴냄)은 이 문제를 다룬다. 유럽 각국의 재정위기 와중에 220여쪽의 짧은 분량의 책을 내놓은 심정은 애써 묻지 않아도 짐작된다.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정치 팸플릿으로 읽히길 원한다는 것이다. 재정위기를 겪는 각국에 긴축재정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벌거벗고 죽으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는, 채권국의 이익을 위해 채무국만 일방적으로 희생시키지 말라는, 채무국 국민을 놀고먹는 베짱이나 부도덕한 인간으로 취급하지 말라는 분노와 항의의 뜻이 담겨 있다. 이 정도면 정치 팸플릿으로서 충분히 예상 가능한 범주다. 그럼에도 이 책이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저자가 프랑스 현대철학 전공자라는 점이다. 그래서 저자가 끌어다 대는 인물은 청년 마르크스에다 니체, 푸코, 들뢰즈, 가타리 같은 프랑스 현대철학 쪽이다. 엥? 늘 알쏭달쏭한 ‘설’(說)이나 풀어대는 프랑스 현대철학이? 하지만 이런 접근 자체가 아주 놀랍다거나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니체를 깊이 파고든 고병권 박사의 ‘화폐, 마법의 사중주’(그린비 펴냄), 영국 케임브리지대 사회학과 교수 제프리 잉햄의 ‘돈의 본성’(삼천리 펴냄)도 비슷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막스 베버 등 독일 사회학의 전통을 깊이 있게 소개해 온 김덕영 박사가 내년쯤 꼼꼼한 해제를 달아 선보일 게오르그 짐멜의 ‘돈의 철학’(도서출판 길 출간 예정)을 기다려 봐도 좋다. 이들 논의의 가장 큰 공통점을 뽑자면 화폐가 원활한 경제생활에 필요한 중립적 도구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부정한다는 데 있다. 이건 주류경제학이 상정하는 개인주의에 대한 비판에 연결된다. 주류경제학자들은 원시시대 물물교환의 필요성이 있었고 이게 누적되다 보니 자연스레 화폐가 등장했다는 입장에 선다. 그래서 그들은 고고학자가 파낸 패총 앞에서 주워든 조개껍데기로 성호를 그으며 “태초에 교환과 화폐와 시장경제가 있었나니, 아멘.”이라고 읊조린다. 화폐가 있는 곳이라면 시장경제가 존재했으리라는, 그래서 시장경제는 인간의 자연적 본성에 가장 잘 어울린다는 주장도 빼놓지 않는다. 반면 철학이나 사회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이들은 교환의 필요성보다는 미래에 대한 약속이라는 사회의 권력관계에서 화폐가 생겨났다고 본다. 그러니까 ‘지배자의 권리-피지배자의 의무’는 곧 ‘채권-채무’ 관계이고 이 채무를 객관적으로 표시해 둔 것이 바로 화폐라는 것이다. 거칠게 말해 생선 10마리와 사과 50개의 교환을 좀 더 편리하게 하려고 조개껍질 10개를 쓰는 게 아니라 “너는 나에게 생선 10마리를 빚졌다.”는 채무자의 책임을 기록해 두기 위해 조개껍질 10개를 썼다는 것이다. 화폐를 단순한 교환도구로 여기는 주류경제학적 관점에 대해 이들은 문화인류학적 연구 성과가 충분치 않던 시절 애덤 스미스를 비롯한 고전경제학자들이 제멋대로 추론한 것을 아직까지 진실로 믿고 있다고 비판한다. 여기에서도 의문이 생긴다. 말 안 들으면 두들겨 패면 되지 귀찮게시리 왜 채무를 갚으라는 방식을 썼을까. “부채는 단순한 경제적 장치에 그치지 않으며 피통치자 행동의 불확실성을 줄이고자 하는 통치의 안전기술 중 하나”란다. 즉 채권-채무관계란 “부채를 상환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냄으로써 미래를 담보”로 잡는 행위다. 이를 통해 “현재의 행동과 미래의 행동 사이의 균형을 예측, 계산, 측정”할 수 있다. 이는 곧 윤리의 문제로 도약한다. “도덕성, 의식, 기억을 갖춘 일종의 주체성 구성에 관한 윤리-정치적 과정의 존재”가 있고 나서야 비로소 채무자, 그러니까 ‘호모 데비토르’(Homo Debitor·부채인간)가 탄생한다. 그러니까 빚졌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에 대해 수치심을 느끼며,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고 허리띠를 졸라매 그 돈을 갚아 나갈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중간에 딴생각 품지 않고 오랜 기간 열심히 노동에 매진하는 이들을 모범적이고 착실한 인간으로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가 이미 하나의 권력작용인 셈이다. 그래서 “복지국가에 대한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의 전략적 과정” 1단계는 “사회적 권리를 사회부채에 의해 점진적으로 대체시키는 작업”이다. 결혼해서 아이 낳고 집 사고 교육시킬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각종 사회보장 제도에 대한 끊임없는 공격과 방해작업이다. ‘이건희 아들에게까지 공짜 밥 먹일 필요가 있겠느냐.’거나 ‘복지 전달 체계에 문제가 있다.’면서 복지수급자를 사기꾼으로 은근히 몰아가는 전략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그다음 단계가 이 “사회적 부채를 사적 부채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제 국가 지원은 없으니 각 개인은 자신의 신용도에 따라 대출받아 해결해야 한다. 이는 국민으로서 행복하게 살 “권리를 가진 자들을 채무자로 변환”하는 작업이다. 니체, 푸코, 들뢰즈의 말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도 이쯤이면 그들의 냄새를 충분히 맡을 수 있을 것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지난 우리 10년을 되돌아봐도 된다. ‘부자되세요’를 외치면서 펀드니 연금이니 뭐니 해봤지만 남은 것은 “대다수 국민의 채무자화, 주식배당에서의 소액주주화”뿐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우리의 지갑을 짓누르고 우리의 주체성을 조종하며 포맷하는” 부채사회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우선 “돈을 상환하지 못하는 것은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권력장치의 문제임을 기억”하고 “우리를 가두고 있는 담론 및 부채의 도덕으로부터 빠져”나오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1만 2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해저에서 수색 나서는 ‘참치 로봇’ 美 개발 중

    바다에서 ‘참치 로봇’을 볼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최근 미국 국토안보부가 “가혹한 환경의 해저에서 수색과 조사에 나설 참치 로봇(robotic tuna)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에게는 통조림으로 유명한 참치는 어류 중 빠르고 기동성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국토안보부가 참치를 로봇으로 고안하게 된 것은 기존 잠수정이 침몰한 배 수색 등에 한계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 참치 로봇은 설치된 자체 배터리로 오랜기간 잠수해 활동할 수 있으며 실제 참치처럼 지느러미도 달려있다. 또한 내비게이션과 센서, 지상과 통신이 가능한 장비가 장착돼 있다. 개발을 맡은 보스턴 엔지니어링 마이크 루포 이사는 “참치 로봇은 가혹한 수중 환경에 놓인 선체나 항만 시설 조사 등 다양한 작전에 동원될 수 있다.” 면서 “지상에서 쉽게 조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발에 난관은 남아있다. 루포 이사는 “수중에서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만큼 추진력과 기동성을 강화하기 위한 기술이 아직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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