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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와의 차 한잔] ‘청춘아 세상을 욕해라’ 펴낸 이경식

    [저자와의 차 한잔] ‘청춘아 세상을 욕해라’ 펴낸 이경식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했다. 꿈이 있기 때문에 청춘이라고도 했다. 위로가 되는 듯하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처지에서는 진통제일 수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엔 세상이 너무 가혹하다. 뭐, 날씨라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며 버틸 수 있겠다. 혹독한 겨울이 지나면 따뜻한 봄이 올 테니까. 하지만 현실은 언제 좋은 날이 오려나. 참고 견디며 미래를 준비하라는 말은 너무 많이 들어 지겹고 답답하다. 그런데 차라리 욕하란다. 아예 책 제목으로 뽑았다. ‘청춘아 세상을 욕해라’(일송북 펴냄)라고. 새해를 앞두고 만난 이경식(53) 작가는 조근조근, 하지만 속시원하게 말을 쏟아냈다. “솔직히 짜증나죠. 나도 그랬거든요. 어른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에서 산 것 같은데, ‘나도 다 해봐서 안다’고 하니까요. 애들한테 ‘고생도, 공부도 내가 더 많이 했지. 최루탄도 니들보다 더 많이 맞았어’라고 말해봤자 이렇게 나오죠. ‘짜증나게’ 모두 경쟁해야 하고, 돈 많이 벌어야 하고, 무조건 최고가 돼야 하는 그런 사회에 살고 있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크겠어요.” 대학에 다니는 두 아들만 봐도 알 수 있다. 큰아들은 그나마 대화가 많은 편이지만, 둘째 아들은 “아버지는 원래 저러니까”라면서 데면데면하다. “5년 전 ‘아륀지’가 상징하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강조한 실용주의, 효율성이라는 철학이 교육, 문화, 경제 모든 분야에서 녹아들면서 삶은 더 팍팍해졌어요. 그런데 새 정부에서는 나아질까요.” 그의 솔직한 심정은 물음표다. 20대를 생각하면 더더욱 마음이 편하지 않다. 개천에서 용 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힘들게 대학에 들어가도 한 학기 학비를 대려고 휴학을 해야 하는 게 많은 젊은이들의 현실이다. 처음 책 제목이었던 ‘한국이 망한다’가 솔직한 심정이었다. “한국이 망할 것 같으니 조심하자. 이렇게 되면 안 되지 않겠는가라는 의미였다”면서 “그런데 청년세대가 정신을 차릴 수 있는 세상인가”라고 반문했다. 나라가 망한다는 것은 국민 대부분에게서 희망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몇몇 대기업이 아무리 매출과 순이익 기록을 경신해도, 국민 대부분은 먹고살기 어려워진다는 말이다. 양문형 고급 냉장고가 있어도 보관할 음식이 없고, 고급 승용차보다 쌀 두 포대가 더 소중하다. 그는 “역사적으로 변화의 중심에는 젊은 세대가 섰고, 낡은 틀을 깰 새로운 생각과 용기도 젊은 세대에게 있다”면서 “그 세대가 세상을 향해 분노를 폭발해야 변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왜 기성세대는 안 되느냐”고 묻자 이번 대선 투표 행태로 설명했다. 그를 포함해 과거 변화를 위해 투신했던, 소위 386세대들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보수적으로 변한 것을 들었다. “나이가 들면 자신이 쌓은 것이 사라질까 두려워 변화하지 못하거든요” 그의 아픈 고백이다. 책에서 그는 왜 젊은 세대가 분노해야 하는지 진지하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때로는 맛깔나게 풀어낸다. 22살 여성이 장기를 팔기 위해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현실은, “혈액형, 나이가 어려서, 건강, 수술, 가격, 연락이라는 단어를 조합하고 살을 붙여 만든 지옥도”라고 표현한다. 박완서의 단편소설 ‘도둑맞은 가난’을 통해 자본가들이 현실을 얼마나 팍팍하게 만드는지 이야기하고,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패러디해 사회 기득권자들이 젊은이를 얼마나 옥죄고 있는지를 말한다.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에 빗대고 “천재 한 명이 만 명을 먹여살린다”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말을 빌려 한국 사회가 사람들에게 사이코패스질을 권한다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러면서 분노의 이유와 대상을 알려준다. 물론 증오와 분노는 다르다는 설명도 잊지 않는다. “세상을 향한 연민이 있어야 한다. 연민 없는 증오만 발산하면 사회는 나아질 수 없다”는 논리다. “세상은 너희들 것이니까 주눅 들거나 눈치 보지 말고, 절박한 현실에 화도 좀 내고, 기성세대들이 내놓은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가겠다고도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김지하 ‘민청학련’ 39년만에 무죄

    김지하 ‘민청학련’ 39년만에 무죄

    유신정권 시절 대표적인 저항 시인으로 활동하며 ‘민청학련’ 사건과 ‘오적 필화’ 사건으로 7년간 옥살이를 한 김지하(72) 시인이 39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이원범)는 4일 대통령 긴급조치 제4호 및 국가보안법 위반, 내란선동 등의 혐의로 투옥됐던 김지하 시인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민청학련 사건은 국기를 문란하게 하거나 정부를 전복시킬 목적으로 행해진 것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긴급조치 4호도 현행 헌법에 비춰 위헌이기 때문에 이를 위반한 것이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오적 필화 사건에 대해서도 “김씨의 시는 당시 고위 인사들의 부정부패를 풍자 형식으로 풀어낸 것일 뿐 이는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과 관련된 반공법 혐의에 대해서는 법정 최하형인 선고 유예 판결을 내렸다. 재심 사유인 ‘수사 과정에서의 가혹행위’가 증명되지 않아 양형만 선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은 전반적으로 무죄 취지의 선고”라면서 김씨가 겪은 고통에 대해 당시 재판부를 대신해 사죄의 뜻을 전했다. 김씨는 선고 직후 “나는 빈털터리 시인으로 지냈는데 법이 잘못됐으면 이제라도 보상을 해줘야지 선고유예라니 억울하다”며 유감을 표했다. 김씨는 1970년 월간지 ‘사상계’에 재벌 및 정치권의 부정부패를 비판한 ‘오적’이라는 시를 게재해 반공법 위반으로 100일간 투옥됐다. 또 1974년에는 민청학련 사건을 배후에서 조종했다는 혐의로 구속돼 비상보통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구명운동으로 형 집행정지를 받고 10개월 만에 풀려났으나 사건의 진상을 알리는 글을 썼다 재수감돼 6년간 옥살이를 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 3@seoul.co.kr
  • 15년까지 ‘화학 거세’ 가능… 대상자 더 늘 듯

    15년까지 ‘화학 거세’ 가능… 대상자 더 늘 듯

    법원이 3일 미성년자 성폭행범에게 화학적 거세 명령을 내린 것은 치료나 교화가 불가능한 성폭행범은 국가가 나서 강제적으로 성충동을 억제, 다수 선량한 이들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판결로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게 될 성폭행범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중 처벌 등의 논란도 거세다. 2011년 7월 화학적 거세(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가 시행된 이후 검찰은 지난해 8월 처음으로 10대 미성년자 5명을 성폭행한 표모(31)씨에 대해 성충동 약물치료를 청구했고, 법원이 이날 이를 받아들였다. 화학적 거세는 성범죄자 가운데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성도착증 환자로 진단을 받고 재범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현행 법은 19세 이상의 성도착증이 있는 자가 16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약물치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원이 약물치료를 명령하면 성범죄자는 석방 전 두 달 안에 성호르몬을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받고, 석방 뒤에도 법원이 정한 기간 동안 보호관찰관의 집행에 따라 정기적으로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약물치료 명령은 최장 15년까지 가능하다. 치료에 주로 쓰이는 약물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억제제로 알려진 ‘항남성호르몬제’다. 약물에 따라 1개월, 3개월, 6개월간 남성호르몬 생성이 억제되면서 성충동이나 환상 등이 줄고 발기력도 저하된다. 약물치료 비용은 전액 국가가 부담한다. 검찰은 제도 시행 이후 현재까지 모두 7건의 성범죄자에 대해 약물치료를 청구했고 서울남부지법이 이날 처음으로 청구를 받아들였다. 나머지 6건 중 1건은 서울북부지법에서 기각됐고 대전지법, 광주지법, 부산지법, 서울동부지법, 부천지원 등에서 5건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 선고를 시작으로 향후 법원의 약물치료 명령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16세 미만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자들에게 국한된 화학적 거세가 오는 3월부터 피해자의 연령에 상관없이 전체 성범죄자로 확대·적용되는 개정 법이 시행되는 만큼 검찰의 약물치료 청구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적으로는 캘리포니아 등 미국의 8개 주와 독일, 덴마크, 스웨덴, 폴란드 등이 성범죄자에 대한 약물치료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화학적 거세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높다. 천정환 동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치료보다는 처벌 위주로 가자는 것인데, 수감 외 또 다른 제재를 가하는 사실상 이중 처벌”이라며 “왜곡된 성가치관을 바로잡는 교육 등 근본적인 대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대체 도구 등을 이용한 더 가혹하고 잔인한 성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지 화학적 거세가 본인 동의 없이 이뤄진다고 해서 무조건 부당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거세’처럼 성기능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정상인과 같은 수준으로 조절해 준다는 치료 개념”이라고 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文, 노前대통령 묘역 대규모 참배

    文, 노前대통령 묘역 대규모 참배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1일 낮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대선 이후 문 전 후보의 공식 행보는 지난해 12월 27일 부산 한진중공업 자살 노동자 빈소 방문, 30일 광주 5·18민주묘지 참배에 이어 세 번째다. 이날은 1000여명과 함께 한 대규모 참배여서 정치적 기지개로도 해석되기도 했으나 문 전 후보 측은 일축했다. 문 전 후보는 참배를 마친 뒤 취재진이 여러 차례 소감을 물었으나 입을 다물었다. 참배객들과는 함께 사진을 찍거나 인사를 나눴다. “문재인” 연호에는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노무현재단 주최의 참배에는 이병완 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변양균 전 정책실장 등 참여정부 출신 인사 등이 함께했다. 문 전 후보는 연례로 해 온 참배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봉하마을 방앗간으로 자리를 옮겨 떡국을 먹으며 환담한 뒤 대통령 사저로 가 권양숙 여사를 만나 신년하례를 가졌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단배식을 갖고 국립현충원에 이어 4·19 민주묘지를 참배하며 심기일전의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대선 패배의 후유증이 깊은 데다 비대위원장 선출을 놓고도 계파 간 갈등이 수그러들지 않아서인지 새해맞이는 맥빠진 분위기였다. 전체 127명 의원 가운데 30명 정도만 참석했다. 단배식 발언들은 반성과 성찰, 쇄신이 주를 이뤘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패배의 아픔이 쌓인 우리 가슴에도 새해가 밝았다”면서 “철저히 반성하고 처절하고 가혹하리만치 평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는 믿음과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뉴스&분석] 박근혜 당선인 내년 경기부양책은

    박근혜 당선인의 복지·민생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이른바 ‘박근혜 예산’ 6조원 확보가 여야 간 ‘밀당’(밀고 당기기) 끝에 ‘절반의 성공’에 그칠 전망이다. 0~5세 무상보육 등 복지 공약 상당수는 새해 예산안에 포함됐지만 경기활성화 공약을 뒷받침하는 예산은 연기되거나 축소됐다. 박 당선인이 ‘두 마리 토끼’라고 했던 성장과 경제민주화 중 ‘성장 동력’의 재원이 확보되지 못한 것이다. 박 당선인의 민생 행보와 서민경제 살리기가 첫걸음부터 다소 차질을 빚은 셈이다. 박 당선인의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인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30일 “박 당선인이 인수위 (인선)보다 예산 통과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민생과 관련된 새해 예산 확보를 중요하게 여겼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실 내년 경제는 암울하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내년 경제성장률 수정치가 3%다. 민간 경제연구소는 아예 2% 중반대를 예상한다. 3%는 정부의 ‘자존심’으로 실제 성장률은 이보다 더 낮을 것이라는 뜻이다. 더욱이 내년 상반기는 정부 스스로 1%를 밑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니 피부로 느끼는 서민 체감경기는 외환위기 시절보다 더 가혹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경기와 복지의 ‘바로미터’인 일자리 창출도 올해 44만개에서 내년 32만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최악의 경제 상황에서 ‘민생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박 당선인이 새 정부 출범 전부터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 당선인의 스타일상 우선 정부 재정의 조기 집행에 눈길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반기에 전체 연간 예산의 60%를 집중 투입했다. 내년 초엔 이 비율이 더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 기간 내내 논란이 됐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경기부양책도 고려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캠프 내에서 경기부양과 관련된 의견은 ‘김종인 VS 비(非)김종인파’로 나뉠 정도였다.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의 눈치 탓에 경기부양책을 적극 꺼내지 못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10조원 안팎의 추경 편성을 통한 경기부양책을 가장 먼저 주장했던 김광두 전 힘찬경제추진단장은 “인수위가 꾸려지면 경기부양책에 대해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비(非)김종인파’가 대거 인수위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추경을 통한 경기부양책은 조만간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당선인도 경기부양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는 듯하다. 대선 후반엔 아예 경제민주화보다 성장에 무게를 더 뒀다.내년 초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박 당선인은 한국은행 국정 감사에서 금리 인하와 관련해 김중수 한은 총재를 ‘실기론’으로 곧잘 몰아세웠다. ‘인하 타이밍’을 놓쳐 서민경제가 더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김 총재를 비롯해 금융통화위원회가 박 당선인의 의중을 감안해 금리를 결정하지 않겠지만 현재로서는 대내외 경기 악화에 따른 금리 인하에 힘이 실린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조작·왜곡된 기억에 관한 슬프고 황당한 이야기들

    조두진(45) 작가가 독특한 관점으로 그려낸 세상은 소설을 읽는 독자를 늘 깜짝 놀라게 했다. 정유재란 당시 일본군 하급 무사의 시선으로 바라본 전쟁을 그린 ‘도모유키’를 비롯해 ‘능소화’ ‘유이화’ ‘몽혼’ 등의 장편소설이 그랬다. 그간 작가가 현역 신문기자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었다. 소설집 ‘진실한 고백’(예담 펴냄)은 이 같은 질문에 답을 준다. 조작된 과거, 왜곡된 기억 등 기억하고 싶은 대로만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몇 안 되는 잘나가는 40대 소설가로서 기억에 관한 슬프고, 섬뜩하고, 기막히고, 황당하고, 안타까운 이야기들을 특유의 담담한 문체로 묘사했다. 소문 때문에 강박증에 걸려 자살한 아이돌 스타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담은 ‘끼끗한 여자’, 돈 몇 푼에 식당에 팔린 안타까운 자신의 과거를 소재로 시를 쓰는 여류 시인의 이야기인 ‘시인의 탄생’, 회사 동료를 겁탈하고 친구를 살해한 살인범이 실은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다는 ‘진실한 고백’, 어머니의 그리운 손맛에 감춰진 비밀을 뒤집어 본 ‘장인정신’, 한 사람의 유년을 송두리째 악몽으로 만들어 버린 가혹한 선생님 이야기인 ‘이정희 선생님’, 한 소년의 기억과 거기에 얽힌 마을의 숨겨진 비극을 다룬 ‘뻐꾸기를 보다’ 등 모두 여섯 편이다. 그렇다면 왜곡된 진실이란 무엇일까. 작가는 “내 잘못에 대해 변명하고 도망치는 것 또한 잘못이겠지만 죄의식에 고통스러워하기보다는 그편이 나았다는 그런 마음에 관한 이야기들”이라고 설명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간첩 누명쓰고 12년간 옥살이 납북어부 36년만에 무죄 판결

    납북된 피해자임에도 간첩으로 몰려 오랫동안 옥살이를 한 어부가 36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법원장은 이례적으로 법원을 대표해 사과하고 반성한다는 말까지 했다.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 송경근)는 26일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12년 넘게 복역한 정규용(70)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씨가 수사관들에 의해 연행돼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전까지 18일간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고 조사 도중 가혹행위가 있었음이 인정된다.”면서 “당시 경찰 신문조서 등 검찰이 제출한 자료는 증거 능력이 없거나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장인 송 판사는 “과거 권위주의와 독재정권 시절의 어처구니없는 사건으로 30여년간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겪은 정씨에게 법원을 대표해 사과드리고 사법부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고 말했다. 선고 직후 정씨는 “감사합니다.”라는 말만 연발했다. 함께 법정을 찾은 부인 연모(66)씨는 “기쁜 날이다. 남편이 얼마나 불쌍한 인생을 살았는지 모른다.”며 울먹였다. 1968년 당시 26세였던 정씨는 인천 옹진군 소연평도 근해에서 조기를 잡다 납북된 뒤 5개월 만에 돌아왔다. 이후 8년 뒤 경찰은 정씨를 간첩 혐의로 연행해 갔다. 정씨는 고문 끝에 허위 자백을 했고 1976년 법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모범수로 감형을 받아 1989년 풀려날 때까지 정씨는 12년 11개월간 옥살이를 했으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재심을 청구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 정씨를 고문한 장본인으로 ‘고문기술자’ 이근안씨가 지목돼 눈길을 끌었다. 정씨는 “이씨가 오금에 몽둥이를 끼워 꿇어앉힌 뒤 80㎏이나 되는 거구로 허벅지를 밟아 고통이 말도 못할 정도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까매져 한동안 걷지도 못하고 기어다녀야 했다.”고 증언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朴 “尹 전문성 인정” 野 “48% 향한 선전포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4일 윤창중 전 칼럼세상 대표를 인수위원회 수석대변인으로 임명한 데 대해 야당이 강력히 반발하는 등 인사 논란이 강하게 일고 있다. 윤관석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은 25일 윤 수석대변인 인선과 관련, “48%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에게 ‘국가전복 세력’ ‘반대한민국 세력’ ‘정치적 창녀’ 등 온갖 막말을 대선 당시뿐만 아니라 대선 이후에도 쏟아내고 있는 전형적인 국민 분열 획책 인물”이라면서 이 인사를 “48% 국민들은 자신들을 적으로 돌리는 선전포고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정성호 민주당 대변인도 “윤 수석대변인은 정치편향적 해바라기성 언론인의 전형이며, 극우 보수적 가치관으로 극단적 분열주의적 언동을 일삼아 왔던 분”이라면서 “이 인사는 국민대통합이 아닌 자기 지지자들만의 통합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독선적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정현 부대변인은 “대한민국의 절반을 적으로 돌린 것은 실수가 아니라 의도된 기획으로 보인다. 국민들은 대선이 끝나자마자 박근혜 정권의 진면목이 유감 없이 드러났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 당선인은 25일 “전문성이 중요하고 그 외 여러 가지를 생각해서 인선을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박 당선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쪽방촌에서 봉사활동을 마친 뒤 기자들로부터 ‘가장 중요한 인선 기준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고 “최근 공기업, 공공기관 등에 전문성이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선임해 보낸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고 있는데 국민께도, 다음 정부에도 부담이 되는 일이며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직인수위 추가 인선 시점에 대해서는 “조만간 하겠다.”고 말했다. 윤 수석대변인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쓴 글과 방송에 의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많은 분들께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저는 새누리당뿐만 아니라 박근혜 당선인에 대해서도 가혹하리만큼 비판해 온 것이 사실이다. 특정 진영에 치우쳤다는 것은 객관적이지 않다. 14년간의 칼럼을 전체적으로 균형 있게 해석해 주길 바란다.”고 반박한 뒤 “이제 언론인 윤창중에서 벗어나 박 당선인의 국정 철학과 앞으로 대한민국의 국가청사진을 제시하는 위치에서는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통령직인수위 사무실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마련된다. 박 당선인 집무실은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으로 결정됐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이통사들 “최대 성수기에 영업정지 당혹”

    이통사들 “최대 성수기에 영업정지 당혹”

    방송통신위원회가 24일 보조금 출혈 경쟁을 벌인 이동통신 업계에 과징금 부과 및 영업정지 조치를 내리자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새해 수요에다가 졸업·입학 수요가 몰리는 최대 성수기에 20~24일간 신규 가입자의 모집 금지는 가혹하다는 것이다. 새달 7일부터 66일간 이통사별로 순차적으로 영업정지를 시행하면 새해 신제품 판매에 차질은 불가피하다. 24일 영업정지를 맞은 LG유플러스가 1월 7~ 30일, SK텔레콤 1월 31일~2월 21일(22일간), KT 2월 22일~3월 13일(20일간) 신규 가입자 모집이 금지된다. 이에 따라 가입자들은 이 기간 신규 가입이나 번호 이동 등은 할 수 없으며 단말기 교체나 요금제 변경 등은 가능하다. ●이통사들이 자초 지적 방통위는 이통사들의 보조금 경쟁이 가열되자 수차례 경고와 함께 시장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최대 3개월의 신규 가입자 유치 금지 조치를 받을 수 있다’는 방통위의 경고에도 이통사들은 ‘치고 빠지기’식의 보조금 지급을 지속했다. 사상 최초로 이통 3사가 과징금과 영업정지를 동시에 받은 것도 이처럼 보조금 경쟁이 도를 지나쳤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출고가가 90만원대 후반인 삼성전자의 ‘갤럭시S3’의 판매가가 17만원으로까지 떨어졌을 때 갤럭시S3를 제 값 주고 구매한 소비자들은 며칠 새 폭락한 가격에 불만을 터뜨렸다. 특히 번호이동 신청자가 늘면서 번호이동 전산망에 과부하가 걸리는 바람에 휴대전화 개통 지연으로 불편을 겪는 소비자들이 속출하는 ‘개통 대란’도 발생했다. ●“제조사도 조사 대상 포함시켜야” 이통 3사는 “보조금 경쟁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경쟁사가 보조금을 풀어서 가입자를 유치하는 것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단말기 제조업체와 대형 대리점 등도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시장조사 대상에 이들도 포함해야 한다.”며 “단말기 사양이 높아지면서 출고가격이 높아진 만큼 27만원이라는 보조금 가이드라인도 현실에 맞게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대리점과 소비자들도 방통위의 조치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이통사 제품만 취급하는 대리점은 20~24일 영업을 할 수 없어 타격이 큰 반면 여러 이통사 제품을 동시에 파는 판매점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다. 다만 이통 3사의 영업정지 기간이 겹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피해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영업정지에 따라 대리점이나 판매점이 제품을 미리 개통해 두고 영업정지 기간에 가입자를 불법 모집하는 ‘가개통’ 행위가 늘어날지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영업정지 기간에 이통사가 휴대전화를 개통했는지는 서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며 “사후 점검까지 해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나이지리아 피랍 한국인 전원 석방

    나이지리아에서 무장 괴한에게 납치됐던 현대중공업 소속 한국인 근로자 4명이 지난 21일(현지시간) 피랍 나흘 만에 모두 풀려났다. 나이지리아 경찰은 이들을 납치한 용의자 2명을 검거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외교통상부는 22일 “나이지리아에서 지난 17일 무장괴한에게 납치된 현대중공업 직원 채모(59)씨와 김모(49)씨, 또 다른 김모(49), 이모(34)씨 등 4명이 21일 오후 10시(한국시간 22일 오전 6시)쯤 바옐사주(州) 예나고아 인근에서 무사히 풀려났다.”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들은 심신이 다소 지쳐 있지만 모두 건강한 상태”라면서 “납치범들로부터 가혹 행위를 당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채씨 등은 우선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간단한 신체검사를 받고 휴식을 취한 다음 최대한 빨리 귀국할 예정이다. 한국인들과 함께 납치된 현지인 근로자도 무사히 풀려났으며 현지인들로 추정되는 납치범들의 정확한 실체는 계속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조속히 귀국 항공편을 마련해 풀려난 직원들이 가족과 만나게 할 계획이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性검사 불구속 기소… 직권남용·뇌물수수 혐의

    性검사 불구속 기소… 직권남용·뇌물수수 혐의

    여성 피의자 A(43)씨와 부적절한 성관계를 가진 전모(30) 검사가 뇌물 수수 및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사징계법에 따른 최고 징계인 해임도 함께 결정됐다. A씨는 기소되지 않았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이준호)는 17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성추문 검사에 대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본부장은 “검사가 피의자와 성행위를 해 공직의 공정성과 불가매수성을 침해한 것은 거액의 금품 수수보다 오히려 비난 가능성이 크다.”면서 “여성을 지하철역으로 불러 승용차에 태우고 모텔에 데려가 성행위를 한 부분 등에 대해 직권남용 및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전 검사와 A씨 간 대화 녹취록을 분석한 결과 어느 쪽이 먼저 성관계를 제안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A씨의 절도 사건 선처에 대한 대화는 있었다고 덧붙였다. 광주지검 목포지청 소속으로 서울동부지검에 파견됐던 전 검사는 지난달 10일 절도 혐의를 받고 있는 A씨를 동부지검 자신의 검사실로 불러 조사하던 중 유사 성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 검사는 또 이틀 뒤인 12일 퇴근 후 A씨를 다시 만나 자신의 차에 태운 뒤 유사 성행위를 하고 같은 날 서울 성동구 왕십리 부근 모텔로 데려가 두 번의 성관계를 가진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A씨 불기소와 관련해 “본 건이 검사 지위와 관련된 범죄라는 점에 핵심이 있고, 언론 보도로 인한 심적 고통 등을 겪은 점 등 여러 사정을 감안할 때 처벌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기존의 뇌물수수죄 외에 전 검사가 A씨를 서울 광진구 구의역으로 불러내고 모텔까지 데려간 행위를 직권남용으로 해석해 이 혐의를 추가했다. 이 본부장은 “성관계와 관련한 폭행이나 강압적인 분위기는 없어 형법상 폭행·가혹 행위 혐의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A씨 측 변호인인 정철승 변호사는 “검사가 직위를 이용해 피해 여성을 강간한 것이 실체적 진실이지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불명확한 구도가 된다.”면서 “검찰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는커녕 전혀 관계없는 혐의를 적용했다.”며 치열한 법리 다툼을 예고했다. 감찰본부는 전 검사에게 검사징계법상 가장 무거운 해임을 청구하고 전 검사의 지도검사, 부장검사, 차장검사 등 상급자에 대해서는 지휘, 감독 소홀 여부 등을 철저히 조사해 엄중 문책하기로 했다. 한편 감찰본부는 수사 과정에서 향응을 제공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광주지검 소속 강모(36) 검사에 대한 감찰위원회 심의 결과 중징계(면직)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2010년 순천지청 재직 시절 화상 경마장 추진 관련 사건을 수사한 강 검사는 수사가 끝난 뒤 관련자로부터 유흥주점 등에서 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26개월째 감금… 노벨평화상 여파 고통스러워”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중국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57)의 부인 류샤(劉霞·53)가 2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감금 생활의 고통을 호소해 파문이 일고 있다. 류샤는 6일 극적으로 이뤄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류샤오보의 노벨상 수상이 미칠 여파에 대응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었지만 감금 생활이 2년 넘게 지속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면서 “너무나 터무니없고 고통스럽다.”며 울음을 터뜨렸다고 홍콩 명보가 7일 보도했다. 베이징 위위안탄난루(玉淵潭南路) 인근 류샤의 아파트 주변에는 10여명의 건장한 남성들이 24시간 진을 치고 감시하고 있다. 이날 인터뷰는 취재진이 경비들의 교대 시간을 틈타 아파트 내부로 진입하는 데 성공하면서 이뤄졌다. 류샤는 2010년 10월 19일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 사망자에게 노벨상을 바친다.’는 남편의 말을 전한 뒤부터 2년이 넘도록 가택연금 상태로 생활하고 있다. 류샤는 월 1회 남편을 면회하고 매주 장을 보고 부모님을 만나는 것 말고는 인터넷, 휴대전화도 사용하지 못하는 등 외부와 철저히 격리된 채 살아가고 있다. 남편을 면회할 때도 정치 관련 얘기는 꺼낼 수 없으며 자신이 연금당한 사실도 발설하지 못하게 돼 있다. 다만 남편에게 ‘당신이 겪는 것을 나도 거의 겪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자신이 연금 상태에 있다는 점을 알린 바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른 언론사들도 류샤 아파트로의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비들에게 붙잡혀 “죽여 버리겠다.”는 협박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운동가 후자(胡佳), 베이징대 법대 허웨이팡(賀衛方) 교수 등 류샤오보가 몸담았던 ‘독립중문필회’ 소속 국내외 회원 300여명은 시진핑(習近平) 당 총서기에게 공개 서신을 보내 류샤에 대한 감금은 지나치게 가혹하며 하루빨리 류샤오보를 석방할 것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BBC 중문망이 이날 보도했다. 한편 노벨문학상 수상을 위해 스웨덴 스톡홀름에 도착한 모옌(莫言·57)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행기를 타기 전에 승객들에 대한 보안검색을 해야 하는 것처럼 검열도 필요하다고 본다.”며 검열의 필요성을 강조해 논란에 휩싸였다. 류샤오보 문제에 대해서는 개입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클럽 마니아들이여 갈 데까지 가보자!

    클럽 마니아들이여 갈 데까지 가보자!

    지난 8월 3~4일 클럽 마니아들은 행복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일렉트로닉 음악축제 울트라뮤직페스티벌(UMF)이 아시아에선 처음 한국에서 열린 것이다. 게다가 4~5일 새벽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O’클럽에는 UMF에 출연했던 거물 DJ 스크릴렉스와 스티븐 아오키 등이 클럽에 놀러 왔다가 즉석에서 디제잉을 선보였다. 잠실벌에서의 아쉬움을 달래려고 클럽으로 2차 왔던 이들은 ‘곗돈’을 탄 셈이다. 몸이 근질근질한 클럽 마니아에게 또 한번 기회가 온다. 8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로드 투 울트라 코리아’다. 내년 6월에 열리는 UMF까지 기다리는 게 가혹한 이들을 달래려고 주최 측에서 ‘브리지(연결고리)’ 성격의 페스티벌을 만든 것. 지난 8월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렸던 UMF는 인근 아파트 주민의 민원을 우려해 12시에 서둘러 끝냈지만, 이번에는 이튿날 새벽 3~4시까지 시쳇말로 갈 데까지 가본다. 5000여명이 비벼대는 거대한 클럽이 생기는 셈. 또한 UMF가 스크릴렉스, 스티븐 아오키, 티에스토, 칼 콕스 등 전설의 DJ들을 총망라했다면, 이번에는 무서운 속도로 떠오르는 차세대 DJ들이 주역이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가장 마지막 무대에 설 DJ 디플로(오른쪽)는 비욘세, 노 다웃, 어셔 등 팝스타들과 다양한 작업을 했다. 빅뱅의 유닛(멤버 일부를 떼어 활동) GD&TOP(지드래곤·탑)의 ‘뻑이 가요’에는 공동 작곡가로도 참여했다. 네덜란드 출신 DJ 겸 프로듀서 하드웰(왼쪽)은 ‘괄목상대’란 표현이 딱 맞는다. 2011년 영국의 댄스음악 전문지 디제이 맥이 선정한 100인의 DJ 가운데 24위로 첫 진입하더니 올해는 6위까지 치고 올라온 것. 그가 매주 갱신하는 ‘하드웰 온에어’는 아이튠즈 팟캐스트에서도 인기 방송으로 꼽힌다. 10월 10일 오픈한 ‘얼리버드 티켓’(할인입장권) 1000장은 48분 만에 다 팔렸다. 테이블(6인기준) 당 200만원짜리 VVIP티켓과 15만원짜리 VIP티켓도 동났다. 술을 팔기 때문에 1993년 12월 8일 이전 출생자만 볼 수 있다. 입장권 팔찌를 차고 있으면 청담동의 클럽 엘루이 등에서 열리는 애프터파티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9만 9000원(예매 기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위기의 검찰] ④ 잘못된 수사관행

    ‘강압 수사, 인권 유린, 무리한 기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검찰의 고질적인 수사 관행이다. 이 같은 문제점이 지적돼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검찰의 ‘묻지마 수사’는 달라지지 않았다. ‘10명의 죄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죄 없는 사람을 벌하지 말라.’는 원칙이 있지만 검찰의 현주소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식이다. 일단 혐의를 두고 원하는 답을 얻어 내기 위한 강압적 수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02년 피의자 구타 사망사건 강압 수사의 대표적인 사례는 2002년 ‘피의자 구타 사망사건’이다. 당시 검찰 수사관들은 살인 피의자 조모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백을 얻어 내기 위해 가혹행위에 가까운 폭행을 가했다. 이로 인해 조씨가 사망하자 당시 이명재 검찰총장은 취임 첫해 사태의 책임을 지고 옷을 벗었다. 국민을 지키고 보호해야 하는 검찰이지만 대상이 사회적 약자일 때 강압 수사는 더 빈번했다. ‘수원 노숙 소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됐다가 지난 10월 25일 무죄를 선고받은 정신지체 장애인 정모씨의 경우 검찰의 강압과 회유로 허위 자백을 했다가 5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형기를 채우고 출소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무죄가 밝혀졌지만 검찰은 사과도 보상도 없었다. ●권력 비리는 진술에만 의존 정치인 관련 사건에서는 진술에만 의존한 수사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약자에게 강했던 검찰은 ‘민간인 불법 사찰’,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등 권력 비리 앞에서는 작아졌다. 검찰은 내곡동 사건 조사 당시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34)씨를 소환 한 번 하지 않고 서면조사만 한 뒤 관련자 전원을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시형씨의 검찰 진술에는 상당 부분 오류가 있었음이 밝혀졌다. 자백과 본인의 진술에만 의존한 수사가 얼마나 큰 허점들을 지니는지 잘 보여 주는 대목이다. 수사 관행의 문제는 또 있다. 실적주의를 기반으로 한 무리한 기소다. 지난달 25일 ‘성추문 검사’에게 뇌물수수죄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은 한 차례 영장이 기각된 직후 같은 혐의로 영장을 재청구했다가 다시 기각돼 오기를 부린다는 비난을 샀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는 수치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검찰이 기소한 사건의 1심 무죄 선고율은 해마다 증가, 지난해 1심 재판 무죄 선고율이 2009년 대비 70.2%나 상승했다. 법무부의 ‘전국 지검별 1심 무죄 선고율 현황’에 따르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람은 2009년 4587명, 2010년 5420명, 2011년 5772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 6월 기준 2316명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전문가 “물증 수사로 전환” 이 같은 잘못된 수사 관행에 대한 해법으로 전문가들은 ‘물증 위주 수사로의 전환’과 ‘수사권 축소’를 제시한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증언 위주가 아닌 물증 위주의 수사로 가야 하고 근본적으로는 검찰 수사권을 털어내야 한다.”면서 “불기소만 통제하는 일본의 ‘검찰 심사회’를 강화해 법원에 설치함으로써 수사·기소권의 남용을 견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희 경찰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 수사는 허위 진술을 받아내거나 인권을 침해할 위험이 크다.”면서 “선처를 미끼로 자백을 유도하는 후진적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검찰의 수사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숙기자 truth173@seoul.co.kr
  • “민주화운동 보상 받았어도 손해배상 가능”

    민주화운동에 대해 보상(補償)을 받았더라도 정신적 손해에 대해 별도 배상(賠償)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보상’과 ‘배상’의 의미를 구분하며 보상금에 손실 배상이 포함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박정희 정권이 유신헌법에 반대하는 문인들을 간첩으로 몰아 처벌한 ‘문인 간첩단 조작사건’ 피해자와 유족들은 이번 판결로 6억 9600여만원의 위자료를 지급받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16부(부장 최상열)는 김우종(82) 전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와 소설가 이호철(80)씨 등 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배상은 국가의 위법 행위에 따른 손해를 보전해 주는 것이고, 보상은 국가의 행위가 위법하지 않으나 그 과정에서 특별한 희생을 한 국민에게 손실을 보전해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개념상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화운동보상법상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는 원고들의 소극적 또는 적극적 손해에 국한될 뿐 그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까지 포함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원고들이 2003~2008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지정돼 보상금을 받았기 때문에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자격이 없다는 국가의 주장을 물리친 것이다. 김 교수 등은 1974년 1월 유신헌법에 반대하며 문인 61명이 발표한 개헌 지지 성명에 관여한 뒤 불법 연행됐다. 이들은 가혹행위를 당한 끝에 ‘반국가 단체의 위장지인 것을 알면서 원고를 게재했다’는 등 허위 자백을 하고 같은 해 10월 집행유예 확정 판결을 받았다. 최지숙기자 truth173@seoul.co.kr
  • [선택! 역사를 갈랐다] (36)박정양과 안경수

    [선택! 역사를 갈랐다] (36)박정양과 안경수

    박정양(1841∼1905)과 안경수(1853∼1900)! 모두 일반인들에겐 낯선 이름들이다. 그러나 독립협회 혹은 만민·관민공동회와 밀접하게 관련된 인물이라고 하면, 조금은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안경수는 독립협회 초대 회장이었고, 박정양은 의정부 참정으로 관민공동회를 주도했던 장본인이었다. 자주독립과 자유민권의 열기가 무르익었던 당시의 현장에서 두 사람은 정부와 재야의 대표로서 각각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몸을 던졌다. 하지만, 가문과 신분, 지위가 서로 달랐던 두 사람은 개혁의 수위를 놓고 서로 다른 행보를 이어갔다. 그들의 삶은 오늘날 우리에게 어떠한 화두를 던져줄까? ●명문가 출신 전형적 관료형 정치가 박정양 박정양은 조선시대 노론의 대표적 가문인 반남 박씨 출신으로 문과에 급제한 이래 출세길을 달렸다. 1881년 조사시찰단의 조사로 선발되어 일본의 제도와 문물을 시찰한 뒤 개화정책을 추진하였다. 1887년에는 초대 주미 전권공사로서 청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미국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하고 자주외교를 펼치다가 강제 귀국당하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박정양은 반청자주외교의 상징적 인물로 부각되었다. 이후 그는 호조판서·내무부독판을 거쳐 전환국관리 겸 교환국관리를 겸직하면서 화폐개혁을 주도하였다. 갑오개혁 기간에 박정양은 일본의 내정간섭에 반대한 친미 반일세력 ‘정동파’의 핵심인물로 군국기무처 회의원·학부대신·내각총리대신 등을 지냈다. 1896년 아관파천 후 그는 의정부 참정대신으로 민심을 수습하고, ‘독립신문’의 창간과 독립협회의 설립을 지원하고 근대적인 제도개혁을 주도해 나갔다. 이처럼 박정양은 줄곧 고종의 신임 아래 정부의 요직을 거치면서 점진적인 개혁을 펼쳤다. 특히 그는 외국인들도 인정할 정도로 청렴결백한 성품으로 자신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한 전형적인 관료형 정치가였다. ●몰락 잔반 출신 개혁론자 안경수 안경수는 조선 중기 이래 몰락한 죽산 안씨 출신으로 농사를 짓다가 서울로 올라와 당시의 세도가인 민영준의 문객이 되었다. 그는 민영준의 추천으로 1884년쯤 일본으로 건너가 방직기술을 배웠으며, 능통한 일본어 실력을 인정받아 1887년 외아문 주사를 거쳐 새로 설치된 주일공사관의 번역관이 되었다. 이어 그는 전환국방판으로 발탁되어 일본을 왕래하면서 화폐개혁의 실무를 맡았는데, 자신을 후원해준 민씨척족의 전횡에 대해서는 비판적 태도를 취하였다. 따라서 안경수는 1894년 고종과 민씨척족이 동학농민군을 진압하기 위해 청국군의 파견을 요청한 데 반대하면서 군국기무처 회의원·탁지부협판 등으로 갑오개혁에 참여하였다. 하지만, 그는 일본의 보호국화정책에 반발해 삼국간섭 후 정동파로 돌아섰다. 민비살해사건 후에 고종을 경복궁에서 탈출시키려는 춘생문사건에 가담했다가 체포되었다. 아관파천이 성공한 뒤 사면을 받은 그는 독립협회 초대 회장과 대조선저마제조회사 회장 등 주로 재야에서 활동하였다. 이처럼 그는 처음에 일본을 근대화의 모델로 삼은 일본통이었지만, 시세에 민감하게 대처한 현실주의적 개혁론자였다. ●개혁 수위를 둘러싸고 다른 선택 박정양과 안경수는 개화정책의 추진세력으로 전환국과 군국기무처에서 함께 근무했으며, 정동파의 일원으로서 활약한 인연도 있었다. 또 박정양은 정부 대신으로 독립협회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비서 격인 이상재를 통해 독립협회에 관여했던 만큼, 안경수와 여전히 개혁의 뜻을 공유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신분과 정치 역정이 달랐듯이 개혁의 추진과 방법에 대한 입장차이도 존재하였다. 독립협회 회장으로 안경수가 마지막으로 펼쳤던 행동은 1898년 2월 독립협회 회원 135명의 서명을 받아 고종에게 ‘구국운동상소문’을 올렸던 일이었다. 이 상소문은 러시아 등 제국주의 열강의 내정 간섭과 이권 침탈로 국가적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 속에서 대한제국이 재정·군사·인사권을 상실했을 뿐 아니라 법률을 실행하지 못하는 현실을 개탄하면서 황권의 자주(自主)와 국권의 자립(自立)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상소문에 대해 고종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독립협회는 회장을 안경수에서 이완용으로 바꾸는 등 대대적인 임원 개편을 통해 현안에 신속하게 대응해 나갔다. 러시아의 이권 요구 철회, 러시아 군사교관과 재정고문 철수, 그리고 이권양도에 관련된 대신 규탄 등을 요구했던 것이다. 또한, 이를 관철하기 위해 3월 10일 독립협회의 주도로 종로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민중대회 또는 정치집회로 평가되는 제1차 만민공동회가 열리게 되었다. 만민공동회에 참가한 1만여명의 시민들은 외교사절단의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질서정연하게 회의를 진행하면서 자주의식을 대내외에 과시하였다. 당시 서울 인구가 17만명 전후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로 자발적으로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단순한 1만명이 아니라 온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만민’이었다. 결국, 고종도 만민공동회에서 드러난 민의를 쫓지 않을 수 없었고, 러시아 측도 기존의 요구를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정부가 외세에 질질 끌려가면서 제대로 오금도 펴지 못하던 상황 속에서 민중의, 민중에 의한, 민중과 국가를 위해 자주와 독립을 쟁취한 쾌거였다. 그 후 독립협회는 국내문제에 관심을 돌려 민권보장 및 참정권획득운동을 본격적으로 펼쳐나갔다. 그러나 황제권의 축소를 염려한 고종과 수구파는 독립협회를 탄압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독립협회는 국권의 상징으로서 황제권을 인정하되 교육과 계몽을 통해 점진적인 제도개혁을 주장하는 윤치호·이상재 등 온건파, 그리고 황제 중심의 권력구조 자체를 부정하고 정부의 대폭적인 인사 개편으로 권력을 장악함으로써 체제변혁을 도모하려는 안경수·정교 등 급진세력으로 나누어졌다. 그 가운데 안경수는 일본에 망명 중인 박영효와 관련을 맺고 고종의 양위를 추진하다가 사전에 발각되어 일본으로 망명하였다. 이른바 ‘안경수 쿠데타 음모사건’이었다. 이로 말미암아 고종은 정부의 요직에 조병식 등 수구적 인사들을 대거 기용하고, 동시에 독립협회를 탄압·해산시키려 하였다. 위기에 직면한 독립협회는 다시 만민공동회와 합동집회를 열어 수구파 대신들의 탐학을 비판하고 사직을 요구하였다. 학생들과 시민들이 대거 집회에 가담하고 상인들도 철시를 통해 독립협회를 성원하자, 고종은 마침내 수구파 대신을 해임한 뒤 독립협회가 선호하는 인물을 중심으로 새로운 내각을 출범시켰다. 이 개혁내각의 수장은 박정양이었다. 고종을 부정하던 안경수가 정계에서 쫓겨나고 박정양이 정부의 개혁을 담당한 선봉장으로 나섰던 것이다. ●민심을 외면한 고종과 수구세력의 희생양 박정양은 독립협회와 협조하면서 내정개혁과 중추원 개편을 통한 의회 개설을 추진하고, ‘백성과 나라를 편하게 하는’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관민공동회에 참석해 ‘헌의 6조’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위기의식을 느낀 수구파세력은 독립협회가 박정양을 대통령으로 추대해 황제 중심의 전제군주체제를 공화정치 체제로 바꾸려고 한다고 모함하였다. 이에 고종은 “관리와 백성의 마음을 합하자.”는 민심을 외면한 채 박정양을 파면시키고 독립협회의 지도자들을 체포한 데 이어 독립협회마저 해산시켰다. 이로써 황제권을 인정하되 중추원의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황제권을 견제하고 관민협동을 도모해 개혁을 추진하려 했던 역사상 최초의 의회개설운동은 좌절되었다. 박정양과 안경수가 활약했던 시기에 우리는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매우 중차대한 기로에 서 있었다.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과 위정자들의 무능·부패로 여러 차례 국망의 위기를 맞이했음에도, 자주독립을 보존하고 근대적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실낱 같은 가능성이 아직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중의 각성된 모습과 저력을 보여주었던 최초의 근대적 민중집회인 만민공동회, 정부 관료와 민중이 머리를 맞대고 국가의 장래를 논의했던 사상 초유의 관민공동회는 한국근대사상 획기적이고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주목할 만하다. 그 역사적 현장에서 박정양과 안경수는 각각 조야에서 방법을 달리하면서도 민의를 바탕으로 시대적 당면과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고종의 무능함을 비판하고 혁신을 도모했던 안경수는 망명길을 떠났고, 고종을 위해 민중과 소통해 점진적 개혁을 추진했던 박정양마저도 쫓겨나고 말았다. 기득권을 고수하는 데 눈이 먼 고종과 수구세력에 의해 그들은 모두 개혁의 꿈을 접었던 것이다. 수구세력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되돌렸던 대가는 너무나도 가혹하였다. 그들이 그토록 애써 지키려 했던 황제권뿐만 아니라 국권마저 일본에 강탈당하는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120여년 전 만민공동회와 관민공동회에 참여했던 민중은 장작불을 태워 밤을 지새우면서 외압에 저항해 자주를 주장하고, 위정자들의 무능과 탐학에 항거해 개혁 추진과 민권 강화를 외쳤다. 그 반면 민의를 저버리고 탄압으로 일관한 소통 부재의 위정자들은 기득권을 보존하기는커녕 국망을 초래하고 국민을 고통과 신음의 구렁텅이로 빠트렸다. 황제가 아니라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된 지금, 국가의 명운이 걸린 중요한 선택의 순간순간에서 100여년 전 역사의 거울을 다시금 냉철하게 들여다본다. 한철호(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
  • [사설] 외국인 노동착취는 국격의 문제다

    통계청이 처음으로 국내 체류 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해 어제 발표한 ‘2012년 외국인고용조사 결과’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고된 삶을 살고 있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줘 씁쓸하다. 국내에서 일자리를 가진 외국인 취업자 79만 1000여명의 3분의2는 월평균 임금이 200만원을 밑돈다. 월급 100만원 미만 외국인도 5만 2000명(6.8%)이나 된다고 한다. 근로시간도 가혹하다. 외국인 노동자의 3분의1은 주당 평균 60시간 이상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들의 열악한 취업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2004년 8월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제를 도입하고 내국인 근로자와의 차별 금지 등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힘써 왔다. 그 결과 사업장 내에서의 폭행과 폭언, 임금체불 등이 개선되는 성과가 있다고 하지만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 이들이 아직 적지 않다. 한달 내내 야간에 하루 10시간씩 근무하고도 최저임금법이 정한 적정 임금을 훨씬 밑도는 110만원의 월급만 주는 사용주도 있다고 한다. 한국에 온 외국인 취업자들은 베트남, 필리핀, 몽골,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캄보디아, 네팔,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 출신들이 주를 이룬다. 혹여 일부 사회심리학자들의 분석처럼 서구 백인들에 대한 열등의식을 동남아 사람들에 대한 우월의식으로 만회하려는 심리가 작용해 노동착취를 해서는 결코 안 될 말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중소기업들은 외국인 근로자들에 의존한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 쿼터를 늘려야 한다고 요청할 정도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 한해 한국이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중국, 인도네시아에 이어 다섯번째로 뛰어난 경제 성과를 보였다고 어제 보도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아홉번째로 무역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외환보유액은 세계 7위이고, S&P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 모두 올해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다. 한국의 경제력에 걸맞게 외국인들이 우리 사회에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책적인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산업 현장에서의 출신 국가 차별은 국격을 떨어뜨리는 주 요인이 된다.
  • [씨줄날줄] ‘환란 15년’의 교훈/육철수 논설위원

    중국의 마오쩌둥은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槍杆子里面出政權)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하지만 요즘, 권력(힘)은 돈에서 나온다고 봐야 할 것이다. 1997년 11월 21일. 꼭 15년 전에 우리는 달러화의 위력 앞에 처참하게 무릎을 꿇었다. 이른바 ‘IMF 사태’로 불리는 외환위기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으로 간신히 살아났던 당시를 다시 떠올리는 것은 고통이다. 환란의 뒤에는 ‘금융 사냥꾼’ 조지 소로스가 숨어 있다. ‘화폐전쟁’의 저자 쑹훙빙에 따르면 소로스는 헤지펀드를 무기로 사냥감을 찾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정부 주도로 경제 발전을 구가하는 ‘아시아 경제모델’이 눈에 거슬려 공격을 결심했다. 첫 먹잇감은 태국. 1997년 7월 태국정부가 바트화를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바꾼 틈을 타 공격을 단행했다. 태국은 300억 달러나 소진하면서 환율방어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금융폭풍은 곧바로 인접국인 말레이시아·필리핀·인도네시아를 초토화시켰다. 우리나라는 헤지펀드의 직접 공격을 받지는 않았다. 그해 10월 홍콩·타이완 등 중화경제권이 공격받으면서 간접 영향권에 들었다. 당시 880억 달러의 외환을 보유했던 타이완은 타이완 달러를 6% 평가절하하는 선에서 선방했다. 그러나 우리는 단기 외채가 많았고,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달러화를 막으려고 11월과 12월 두달 사이에 230억 달러를 소진하고 말았다. 금고에는 달랑 38억 달러가 남아 백기를 들고 IMF에 구조를 요청하기에 이른다. 우리가 어려움을 겪을 때 일본은 도와주기는커녕 투자자금 140억 달러를 빼갔다. 철석같이 믿었던 미국정부(재무부)도 “한국이 맹방이지만 경제 빗장을 열려면 더 가혹하게 대해야 한다.”며 강공책을 폈다. 돈의 세계는 이렇게 총부리보다 더 냉혹했다. 환란을 끌어들인 데는 우리 경제 내부의 취약점도 적지 않았다. 과도한 단기 외채, 비대한 금융, 노동시장의 경직성, 문어발 재벌투자, 관치금융 등이 화를 불렀다. 국민이 금 225t을 모으고 기업 구조조정에 혈세 156조원을 쏟고서야 겨우 회생했다. 15년이 흐른 지금, 잠재성장률은 환란 때의 반토막으로 주저앉고 빈곤 인구는 2배로 늘었다. 외환보유고만 빼고 우리 경제는 온통 상처투성이다. 그런데도 대선 후보들은 온갖 복지 공약으로 장밋빛 미래를 약속한다. 복지과잉은 재정위기로 이어지고, 종국엔 금융위기를 부를 텐데 환란의 뼈아픈 교훈을 벌써 잊은 것일까.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계약위반 내용·횟수 고려해서 제재해야”

    정부 입찰에 참가한 업체가 계약 사항을 위반했더라도 위반 정도가 약하면 제재 수준을 감경해야 한다는 행정심판 결정이 나왔다. 국민권익위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15일 국가계약 이행 과정에서 비규격품을 납품했다가 곧바로 시정 조치를 한 업체에 6개월 입찰제한 결정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며 제한 기간을 3개월로 줄이도록 결정했다. A사는 지난해 제설용 염화칼슘 공급업체 선정 입찰 공고에 응해 31억원에 1만 4000t의 염화칼슘을 공급하기로 조달청과 계약했다. 그러나 입찰에 탈락한 B사가 물량 대부분을 선점해 A사가 계약을 이행하기 어렵게 되자 B사가 A사를 대신해 공급하기로 하고 두 회사는 32억 5000만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B사는 중량을 속이고 제설 효과가 떨어지는 비규격품을 납품했다. 행심위는 “위반 행위의 동기나 내용, 횟수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6개월간 입찰 참가를 제한한 것은 가혹하다.”고 밝혔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부마항쟁 피해자 항소심도 승소

    1979년 부마항쟁 당시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항소심에서도 일부 승소했다.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제2민사부(부장 조한창)는 9일 최갑순(54·여)씨 등 여성 2명과 정성기(52)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장이 제기한 항소심에서 최씨 등 여성 2명에게 국가가 2000만원을 배상하도록 한 원심을 깨고 “300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정씨에게는 2000만원을 배상하도록 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당시 경찰관들이 원고들에게 한 불법 구금, 가혹 행위가 모두 인정되며 불법 구금 일수, 가혹 행위의 정도가 배상액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다른 사건, 항소를 포기한 원고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배상 금액을 정했다.”고 밝혔다. 최씨와 정 회장 등 7명은 부마항쟁 당시 공권력에 의해 불법 구금과 가혹 행위를 당했다며 2010년에 국가를 상대로 2000만~3000만원씩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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