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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관진 “자살병사 조의금 유용 엄정처벌”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28일 육군 모 부대 간부들이 군복무 중 가혹 행위로 자살한 병사의 조의금을 가로챈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 엄중 처벌하라고 지시했다. 김 장관은 자살 사건 경위와 군 수사 당국의 수사 착수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격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일반사망(자살) 처리된 김모 일병의 순직 여부를 가리는 재심의 절차도 신속히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본부 중앙수사단은 김 일병이 근무했던 부대의 여단장과 헌병대, 기무부대 간부 등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육군 관계자는 “수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처벌도 이뤄질 것”이라며 “조의금을 유가족 몰래 사용한 게 확인되면 변상 조치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일병은 2011년 12월 경기도의 모 육군 사단에 복무하던 중 선임병들의 가혹 행위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당시 부대 헌병대는 우울증 증세 악화로 인한 자살이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해당 부대 여단장과 간부들은 장병들이 십시일반 모은 조의금 158만 5000원을 회식비와 격려비 등에 쓴 것으로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드러났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마오쩌둥 “요동지역은 조선민족 땅… 역사에 써야”

    마오쩌둥 “요동지역은 조선민족 땅… 역사에 써야”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 공산당 주석과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가 북·중 간 국경획정 협상을 하던 1958∼1964년 북한 주요 인사들과 만나 요동 지역이 원래 조선 민족의 땅이었음을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월 10일 펴낸 ‘북한-중국 국경획정에 관한 연구’ 제목의 연구보고서에서 마오 주석이 1958년 11월 당시 김일성 수상을 만난 자리에서 “당신들 선조는 당신들의 영토가 요하를 경계로 한다고 말했으며, 당신들은 현재 당신들이 압록강변까지 밀려서 쫓겨왔다고 생각한다”며 “당신이 역사를 기술할 때 이것을 써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마오 주석은 북·중 국경획정이 끝난 직후인 1964년 10월에도 베이징을 방문한 최용건 당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한대표단에도 “당신들의 경계는 요하 동쪽인데, 봉건주의가 조선 사람들을 압록강변으로 내몬 것”이라며 “봉건주의는 가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이 같은 마오 주석의 발언은 중국 외교부가 펴낸 ‘모택동접견외빈담화기록’에 실려 있다. 저우 총리도 1963년 6월 북한 과학원대표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두만강, 압록강 서쪽은 역사 이래 중국 땅이었으며 심지어 예로부터 조선은 중국의 속국이었다고 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말”이라고 밝혔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28일 “두 지도자의 발언으로 보아 이것이 당시 중국 정부의 정리된 공식 입장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동북공정을 추진하는 중국 학자들의 주장은 신중국을 창시한 중국 지도자들의 인식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가혹행위 자살’ 은폐 軍간부 조의금 빼돌려 삼겹살 파티

    군복무 중 가혹행위로 자살한 병사의 죽음을 ‘우울증 자살’로 둔갑시킨 뒤 그 병사의 조의금까지 일부 가로챈 육군 부대장 등이 적발됐다. 27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11년 12월 경기 지역의 모 사단 헌병대는 선임병의 폭언과 구타 등을 견디지 못한 사단 예하부대 소속 김모 일병이 목을 매 자살했으나, 김 일병이 평소 우울증 치료를 받다가 병세 악화로 자살했다고 수사 결론을 내리고 사건을 덮었다. 그러나 김 일병의 아버지 김씨가 장례식 이후 ‘나는 살인을 방관했고, 나 또한 살인자’라는 아들의 한 동료 병사가 인터넷에 남긴 글을 우연히 발견, 지난해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가혹행위에 따른 사망으로 판결했고, 그 과정에서 예하부대의 대령급 부대장이 부하 장교에게 시켜 김 일병 장례식장에서 군 장병들의 조의금(158만 5000원) 중 90만원을 유족 몰래 꺼내 헌병대(20만원)와 기무반장(10만원)에게 격려비로 지급하도록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돈은 삼겹살·음주 등 회식비로 쓰였다. 김씨는 권익위에 진상 규명을 요청했고, 지난 13~14일 권익위의 부대 방문조사 등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이 모두 확인됐다. 권익위는 김 일병의 사망을 순직으로 처리하고, 부대장 등 군 간부들에 대한 엄중 처벌을 육군참모총장에게 권고했다. 한편 육군과 이 부대는 앞서 김씨의 사실 확인 요청을 묵살했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뒤늦게 유족들에게 연락을 취하고, 자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통학로 PC방·당구장만 영업규제 받나

    대전고법 행정1부(부장 사공영진)는 지난 1월 22일 충북 청주의 한 PC방 업주 홍모(57)씨가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에서도 영업활동을 할 수 있게 해 달라”며 청주교육지원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변별력과 의지력이 미약한 학생들이 부모나 보호자의 관리·감독에서 벗어나 게임에 몰두함으로써 건전한 자기계발과 학업을 소홀히 할 소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문준필)는 지난 14일 서울 관악구 소재 PC방 업주 김모(53·여)씨가 서울 동작교육지원청을 상대로 낸 유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PC방과 학교 사이에 4차선 도로와 개천이 있어 학생들의 접근이 어렵고, 재학생 중 30명만이 PC방 앞 도로를 통학로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당국의 처분은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해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학교 주변 200m 이내에 유해시설을 금지하는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에 대해 법원마다 다른 판단을 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제도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생의 접근성에 따라 영업 허가의 유무가 갈려 혼란이 야기되고 있고, 이전에 비해 PC방과 당구장의 유해성이 약해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김병수 부회장은 “같은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라고 하더라도 학생들의 주 통학로에 위치하면 PC방 영업이 제한되고 그렇지 않다면 영업이 가능하다”면서 “학생들의 이동반경은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이를 기준으로 영업 제한 여부를 나누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요즘에는 PC방에 흡연실이 분리돼 있고, PC방에서 즐기는 게임들은 대부분 집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이기에 유해성이 높다고 볼 수 없다”면서 “지나치게 규제만 강화하다 보면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풀 곳이 없어져 오히려 더 큰 일탈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당구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진창수)는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소재 당구장 업주 서모(32)씨가 서울 중부교육지원청을 상대로 제기한 유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 현실상 당구장은 청소년기 학업에서 일탈하는 장소로 이용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명지대 스포츠 당구학과 김종석 교수는 “당구는 현재 아시안게임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며 스포츠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면서 “각 지자체에서 실업팀을 만들고, 학교 클럽활동(CA) 시간에도 운영되는 당구가 유해하다고 보는 시각은 너무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구장이 정말 유해하다면 아예 청소년의 출입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텐데 당국은 현재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골칫덩어리’ 변신한 10대 아들의 속내

    ‘골칫덩어리’ 변신한 10대 아들의 속내

    아들이 사는 세상/로잘린드 와이즈먼 지음/이주혜 옮김/중앙 m&b/312쪽/1만 4800원 엊그제까지만 해도 귀여웠던 순둥이 아들이 왜 갑자기 ‘골치 아픈 놈’이 되어 버리는 걸까. 대체 아들은 왜 점점 말이 없어지는 걸까. 그토록 착하던 아들 입에서 욕설이 등장하고 거짓말이 늘어나는가. 호환마마보다도 무섭다는 ‘중2병’에서 우리 아들을 구할 수는 없는가. 청소년기의 아들을 둔 부모들의 고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청소년 문제 자문담당을 맡고 있는 청소년 전문가 로잘린드 와이즈먼의 신간 ‘아들이 사는 세상’이 어느 정도 이런 고민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전작 ‘여왕벌과 추종자들’을 통해 소녀들의 세계를 리얼하게 풀어낸 바 있는 저자가 ‘아들들의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부모들의 요청에 진지하게 응답한 책이다. 실제 10대의 두 아들을 둔 엄마인 저자는 20년간 청소년 전문가로 쌓은 지식과 경험에다 10대 소년 160명과의 인터뷰와 토론을 바탕으로 부모와 아들이 맞닥뜨린 일반적인 역학관계와 어려움을 살펴보고, 현실적인 조언과 해결책을 제안하고 있다. 책은 소년 세계의 사회적 구조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부모를 비롯한 사회 전체가 소년들에게 남자다움을 유무언의 메시지를 통해 계속해서 주입하고, 남자다움의 가치를 가장 많이 갖춘 아이를 우두머리로 하고 나머지는 부하가 되는 그들만의 은밀한 계급문화가 형성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이들은 이런 가혹한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게임에 몰두하고 대화는 단절된다. 신체 성장, 인터넷과 SNS, 포르노, 여자친구 문제까지 골고루 다루며 부모들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해선 안 될 말이 무엇인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피상적 해결책이 아니라 인터뷰에 참여한 소년들의 입을 통해서 듣고 싶은 답을 들려 준다. 저자는 책을 읽기에 앞서 소년들에 대해 다음 몇 가지를 염두에 둘 것을 당부했다. ‘소년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똑똑하고, 친구나 가족과 정말 복잡한 문제를 겪을 수 있으며, 괜찮지 않을 때에도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한다. 어떤 소년들은 자극적이고 파괴적인 것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미쳤거나 못됐다는 뜻은 아니다. 반대로 그런 것을 좋아하지 않는 소년들도 있는데 그들이 나약하고 이상하다는 뜻도 아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자기 아이와 대화를 통해 그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직접 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檢, 기업형 조폭과 전면전

    검찰이 1990년 ‘범죄와의 전쟁’ 이후 합법으로 위장해 기업형으로 성장한 이른바 ‘3세대 조직폭력배’들과 전면전에 나선다. 대검찰청 강력부(부장 윤갑근)는 21일 ‘전국 조폭 전담 검사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3세대 조폭에 대한 범죄 정보 수집 및 집중 단속을 실시하기로 했다. 조폭은 주류 도매상을 운영하며 유흥업소를 갈취했던 ‘갈취형’(1세대), 이와 함께 재개발 등 각종 이권에 개입했던 ‘혼합형’(2세대)에서 유흥업·사금융 등 합법적인 사업을 내세우고 실제로는 마약·도박·매춘 등으로 이득을 챙기는 ‘기업형’(3세대)으로 진화했다. 대검에 따르면 3세대 조폭 가운데 45.2%는 유흥업소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식당·일반음식점 16.2%, 건설·제조·부동산업은 14.4%다. 양복을 입은 조폭으로도 불리는 3세대 조폭은 주가 조작, 유령회사 설립 등을 통해 지능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으며 국제 범죄조직과 연계해 마약 거래, 무기 밀매 등에도 나서고 있다. 수사기관에 적발되더라도 수사 과정에서 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하거나 재판에서 진술을 번복하는 등 ‘법망 빠져나가기’ 수법 또한 진화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특수·금융 수사 방법을 동원해 조폭과 연관된 업소에 대한 탈세, 횡령·배임 혐의 등을 적발해 지하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조직을 와해하고 범죄 수익을 환수하기로 했다. 또 정·재계에 기생하는 조폭이 늘어남에 따라 유착 비리에 대한 수사도 강화한다. 특히 조폭들이 오는 6·4 지방선거 등에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를 사전에 차단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와의 전쟁’으로 처벌받은 폭력배들이 다수 출소해 조직을 재건했고 신규 조직이 늘어난 데다 활동 방식도 지능화·다양화·합법화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집중 수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사설] 표절 시비 속 문대성 여당 복당 볼썽사납다

    꾀를 내도 죽을 꾀만 낸다는 말이 있다. 지금 새누리당의 모양이 꼭 그렇다. 집권당이 심각한 논문 표절 문제로 당에서 쫓겨나다시피한 문대성 의원의 복당을 결정하며 온갖 황당한 사설을 늘어놓고 있다. 논문 표절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체육계 등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일로 유독 문 의원에게만 가혹하게 기준을 적용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에다 IOC위원인 문 의원은 공(功)이 7이고 과(過)가 3이니 하며 법석이다. 국민정서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그들만의’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박근혜 정부가 아무리 비정상의 정상화를 소리높이 외쳐도 정작 힘있는 여당이 이를 비웃듯 ‘관행대로’를 고집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정치개혁은 물론 정부가 사활을 거는 공공부문 개혁도 요원하다. 원칙이 실종된 마당에 앞에서 낙하산 근절을 외치면서 뒷전에서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황금 낙하산을 내려보내는 현실을 어떻게 탓할 수 있겠는가. 새누리당은 문 의원이 탈당할 때 “공천 과정에서 논문 표절 문제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점 국민께 죄송스럽다”고 사과했다. 혹시 그때 사과한 것을 후회라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국민 여론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막가파식 행태를 보여서는 안 된다. 하기야 성희롱 혐의 등으로 확정판결까지 받은 제주지사의 입당도 받아들인 정당이니 도덕적 양심이나 정치적 이성을 들먹이는 것 자체가 사치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국민은 상궤를 벗어난 새누리당의 저열한 정치행위를 보며 적잖은 가치관의 혼란을 겪을 법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박사호(號)를 따고, 제 분야에서 명성을 쌓으면 어떻게든 국회의원이 되고 마는 사회는 분명 정상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부조리가 통한다. 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새누리당의 비이성적인 행태만 봐도 어렵잖게 알 수 있다. 새누리당은 문대성의 복당 결정을 철회하지 않는 한 정치 개혁을 말할 자격이 없다. 새 정치는 ‘새정치연합’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국정 책임을 공유하는 새누리당이야말로 그 이름에 걸맞은 새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 표절 의혹을 사고 있는 의원을 거느리고 있는 민주당이 문 의원의 복당을 비난하고 있는 것은 논외로 치자. 국민 중 열에 아홉이 아니라고 하면 아닌 것이다. 대중의 지성을 외면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 새누리당은 명분 없는 복당 결정을 당장 철회하기 바란다.
  • 말을 빼앗긴 인간, 잔혹한 상상일 뿐일까

    말을 빼앗긴 인간, 잔혹한 상상일 뿐일까

    입 밖으로 말을 뱉어내는 순간 ‘펠릿’이 튀어나온다. 파충류의 표피 같은 축축한 물질인 펠릿은 사람들의 몸에 달라붙어 부패하고 악취를 쏘아대며 사람들을 고통과 우울증에 빠뜨린다. 펠릿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혀를 자른다. 말을 하고 싶은 욕망을 차마 다잡을 수 없는 사람들은 펠릿 더미에서 죽는 것을 택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말을 못하도록 뱃속 태아의 혀와 성대를 수술한다. 손바닥과 손을 이용해 가슴에 활자를 띄우는 ‘팸패드’가 등장하지만, 성대를 울리고 입술을 파열해 내는 말의 간절함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인간에게서 말을 앗아간 잔혹한 시대 ‘바벨’이다. 정용준(33) 작가가 언어에 대한 거대한 실험극을 첫 장편소설로 내놨다. 성서의 바벨탑을 연상케 하는 ‘바벨’(문학과지성사)이다. 2009년 ‘현대문학’에 단편 ‘굿나잇, 오블로’가 당선되며 등단해 2011년 첫 소설집 ‘가나’에 이어 3년 만에 첫 장편을 발표한 작가는 작가의 동력이자 덫인 ‘언어’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 왔다. “말할 때마다 뭔가를 죽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쉽게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오랫동안 말더듬이로 살아 왔다”는 고백에서 배경이 짐작된다. 데뷔작 ‘굿나잇, 오블로’에서는 억압이나 폭력 때문에 말을 못하는 인물을, 단편 ‘떠떠떠, 떠’에서는 사람들에게 상처받는 말더듬이를, 단편 ‘벽’에서는 말부터 통제당하는 염전 노예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이제 작가는 말을 못한다는 조건을 모든 인간에게 적용하는 실험에 나섰다. “순전히 제 상상력으로 쓴 염전 노예 이야기 ‘벽’이 얼마 전 정말 현실에 있었다는 뉴스를 접하곤 ‘아무리 작가가 가혹한 상상을 해도 현실은 소설보다 더하구나’ 싶었어요. 인간으로서 자존감이 가장 낮아지고 굴종감이 깊어질 때가 (강제로) 말을 못하게 될 때죠. 그럴 때 사람들이 느끼는 공통된 통증이란 무엇일지 궁금했어요.” 소설은 소년 노아의 다락방에서 잉태된다. 말을 하면 얼음 결정으로 변하고 봄이 되면 그 말들이 되살아나는 지구상 가장 추운 나라에 관한 동화, ‘얼음의 나라, 아이라’가 소년을 매료시킨다. 언어생물학자가 된 노아는 말을 결정화하는 실험에 매달리지만 ‘펠릿’을 만들어 내면서 실패하고 만다. 처음엔 사람들과 펠릿의 싸움이었던 세상은 시민 대 정부의 갈등으로 균열을 일으킨다. 왜 노아는 아이라를 꿈꿨을까. “인간이 남긴 것 가운데 유일하게 영원할 수 있는 건 언어라고 봐요. 건물이나 유물, 유산은 무너지고 훼손되지만 언어와 활자, 책은 계속 살아 남잖아요. 하지만 정부와 미디어 등 사회는 늘 언어를 억압해 왔습니다. 반면 아이라에서는 모든 사람들의 말이 얼었다가 다시 살아나서 끝없이 들리죠. 이렇게 모든 언어들의 자존감이 살아 있는 게 노아가 처음 생각했던 꿈이었어요.” 동화로 시작하는 소설은 작가 특유의 시적인 문장, 공상과학소설(SF)의 상상력과 맞물리면서 극단이 주는 고통과 매혹을 한꺼번에 체험하게 한다. 인물들을 극단의 상황 속으로 몰아넣고 서사의 종착역으로 내달리며 독자들에게 궁금증과 흥미를 한껏 주입한다는 점에서 ‘바벨’은 정유정의 소설을 연상시키며 속도감 있게 읽힌다. 말을 되찾으려는 인물들의 분투와 절망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언어’라는 명제를 또렷이 각인시킨다. 저마다 다른 질감과 냄새, 색 등으로 화자의 심리 상태를 그대로 드러내는 펠릿은 진정한 교감과 소통이 부재하는 우리의 비루한 현실을 아프게 상기시킨다. “에밀 시오랑(루마니아 출신 프랑스 작가)은 ‘불행 속에 친구는 사라지고 동료는 늘어간다’고 했어요. 아는 사람은 늘어나지만 새벽 1시에 전화할 사람은 없어요. 그러니 매일 밤 SNS로 남이 어떻게 사나 들여다보죠. ‘공통 감각’을 느끼며 교감하는 주인공들을 보고 독자들이 조금은 쓸쓸하고 외로웠으면 좋겠어요. 그 느낌이 우리를 조금 바꾸지 않을까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30대男, 혼자남은 술집 女주인 손발 묶더니

    7년 전 술집 여주인을 성폭행하고 달아났던 피고인에게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울산지법은 20일 강도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41)씨에 대해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10년간 피고인 정보 공개,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8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등을 명령했다. A씨는 또 전자장치 부착기간 중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는 외출을 할 수 없다. 강간 피해자와 그 가족을 만나는 것은 물론이고 전화도 할 수 없다. A씨는 2007년 한 주점에서 술을 마시다가 혼자 있는 여주인을 폭행한 뒤 팔과 다리를 묶어 성폭행하고 현금 30만원을 빼앗은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에는 지역 축제 현장에서 지적장애 여성의 몸을 만지는 등 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점 여주인 성폭행을 부인하지만 피해자에게서 검출된 DNA와 피고인의 DNA가 일치하고,범행 장소에서 피고인 지문이 발견된 점 등을 종합하면 강간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강도강간 수법이 가혹하고 변태적인 점, 피해자의 충격 정도가 매우 컸을 것으로 보이는 점, 합의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폭설에 OT 강행한 총학, 교수없이 직원 3명 보낸 대학

    10명의 사망자를 낸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의 이면에 부산외국어대 총학생회와 대학 간 갈등이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부산외대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마우나오션리조트에서 진행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학교 측과 공동으로 진행하던 예년과 달리 총학생회 단독으로 진행됐다. 앞서 학교 측은 올해 새로 이전한 부산 금정구 남산동 캠퍼스에서 27~28일 입학식과 함께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오리엔테이션을 열자고 했지만 총학생회가 외부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기로 하면서 갈등을 빚었다는 것이다. 이에 학교 측은 총학생회의 뜻에 따라 행사 개최는 허용했지만 교통비(관광버스 25대)를 제외한 재정 지원은 전혀 하지 않았다. 부산외대 관계자는 “총학생회가 자체적으로 신입생들의 대학 생활을 돕기 위해 1박 2일 일정으로 행사를 마련했다”며 “학생회가 자율적으로 운영한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그 뜻을 존중한 것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부 언론 보도처럼 학교와 총학생회 간에 갈등이 있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오리엔테이션에는 교학처장을 비롯한 교직원 3명만 참석했을 뿐 1000여명의 학생을 담당할 지도교수는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학교 측이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물론 폭설에도 불구하고 오리엔테이션을 강행한 총학생회 역시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이 지역은 지난 6일 이후 습기를 머금은 폭설이 내렸고 추가로 눈이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계속됐던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 탓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총학생회의 행사 강행에 불만을 지적하는 이들도 많았다. 한 네티즌은 “부산외대 총학 총사퇴해라. 습설에 취약한 건물에서 행사를 진행한 것은 총학생회 측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각 대학들은 신입생의 대학 생활 적응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을 학교 또는 총학생회의 주관하에 열고 있다. 그러나 음주 사고, 가혹 행위 등의 사고를 우려해 일부 대학들은 학내에서 학교에 대한 설명과 수강과목 신청을 안내하는 등 간단하게 진행하고 있다. 전남대는 최근 신입생을 2개 그룹으로 나눠 학내에서 학교생활을 안내하는 오리엔테이션을 열었다. 전남대 관계자는 “총학생회만 독자적으로 하는 신입생 환영 행사는 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광주대는 안전 문제, 경비, 음주 사고 등을 우려해 3년 전부터 신입생을 위한 외부 행사를 폐지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마지막 순서는 싫었는데 “휴~” 앞 조에 점수 박한 심판은 변수

    마지막 순서는 싫었는데 “휴~” 앞 조에 점수 박한 심판은 변수

    순서는 정해졌다. 김연아(25·올댓스포츠)가 20일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세 번째 조 다섯 번째의 카드를 집은 가운데 아사다 마오(일본)는 30번(5조 여섯 번째)을 뽑고 최근 김연아의 강력한 적수로 떠오른 율리아 리프니츠카야(러시아)는 25번(5조 첫 번째), 세계랭킹 1위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는 26번(5조 두 번째)을 뽑았다. 김연아는 경기 외적인 요소에 대해 거의 말을 하지 않지만 경기 순서만큼은 호불호가 분명하다. 각 조 마지막은 싫어한다. 워밍업을 마친 뒤 긴장 속에서 장시간 대기실에서 기다려야 하고, 정빙한 지 오래돼 빙질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파인 얼음에 스케이트 날이 끼어 예상치 못한 실수가 나올 수 있다. 17일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 콘퍼런스룸에서 열린 조 추첨에서 김연아는 다른 선수들에 견줘 불리했다. 올 시즌 부상으로 ISU 경기에 거의 출전하지 못해 랭킹 포인트를 쌓지 못한 탓에 김연아의 올 시즌 세계랭킹은 29위로 올림픽에 나선 선수 중 15번째였다. 3조 후반부에서 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게 된 것. 다행히 김연아보다 먼저 추첨에 나선 나탈리에 베인지에를(독일)이 18번을 가져갔고 엘레네 게데바니슈빌리(그루지아)가 16번을 뽑으면서 김연아는 자연스레 17번으로 결정됐다. 김연아는 평소 앞선 순서에서 연기하는 것을 선호한 터라 3조에 배치된 것은 나쁘지 않다. 다만 심판들이 랭킹이 낮은 앞 조 선수에게 점수를 박하게 주는 경향이 있는 건 걸리는 구석이다. 지난해 3월 세계선수권에서 김연아는 6개 조 중 3조에 배치돼 쇼트를 치렀는데, 클린 연기에도 불구하고 69.97점에 머물렀다. 1위에 오르기는 했지만 심판이 가혹한 점수를 매겼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소치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안현수 부친, 김소희 감싸는 이유 알고보니

    안현수 부친, 김소희 감싸는 이유 알고보니

    러시아에 귀화한 쇼트트랙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의 아버지가 김소희 MBC 해설위원에 대한 비난을 멈춰줄 것을 요청했다. MBC는 안현수 선수의 아버지 안기원씨가 17일 이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안기원씨는 “현수가 메달을 딴 이후 여러 가지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답답해서 글을 씁니다”라면서 “현수가 최선을 다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상하게 한국에서는 현수와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들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현수나 저나 그런 걸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안기원씨는 “MBC 해설을 하고 있는 김소희씨는 소치에서 경기 전에 현수를 만나서 응원까지 했습니다. 현수가 김소희씨를 비판한 것처럼 인터넷 기사가 나오는데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라면서 “현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더 이상 현수로 인해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비난받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1000m 경기에서 안현수가 금메달을 딴 뒤 국내에서는 ‘빙상연맹 파벌 싸움으로 인재를 다른 나라에 빼앗겼다’는 여론이 확산돼 빙상연맹, 한체대 전명규 교수, 여자 대표팀 최광복 감독, 김소희 MBC 해설위원 등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1994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김소희 해설위원은 2004년 대표팀 코치를 맡고 있던 당시 여자 대표선수 6명이 태릉선수촌을 무단 이탈한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최광복 코치와 함께 자진 사퇴했었다. 당시 사생활 간섭, 상습적 구타 등을 이유로 태릉선수촌을 이탈한 선수 6명은 “목덜미를 잡고 스케이트 날 케이스로 계속 때렸다”, “체벌을 당하다 쓰러진 선수를 계속 때렸다” 등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기원씨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2004년 여자 선수들에 대한 폭행·가혹행위와 김소희 코치는 상관이 없다”면서 “이상하게 여론이 흘러 비난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부림사건, 국가존립 위험성 없다”… 33년 걸린 명예회복

    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된 부림사건 관련자 5명에 대해 33년 만에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부산지법 형사항소2부(부장 한영표)는 13일 부림사건(국가보안법 및 계엄법 위반죄)에 대해 재심을 청구한 고호석(58)씨 등 5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가보안법과 반공법은 단순히 정권에 반대한다거나 사회주의에 관한 공부를 한 정도가 아닌,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적용되므로 피고인들의 학생운동이나 현실 비판적인 학습 행위만으로는 위 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과 안전, 자유기본질서를 위협했다고 볼 수 없다”며 청구인들에게 적용된 계엄법 위반도 무죄로 판결했다.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이 사건 판결 이후 법이 개정되면서 범죄로 볼 수 없게 됐다며 면소 판결했다. 고씨는 무죄 판결 후 “합리적 판단을 내려 준 재판부와 많은 관심을 보여 준 국민들께 감사드리며 당시 변호를 맡아 헌신적으로 노력해 주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거듭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재판부의 무죄 판결과 관련해 법원의 한 관계자는 “이번 재심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무죄 판결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보고서엔 피고인들이 고문 등 가혹 행위를 당했다는 사실이 없었지만 당시 피고인들의 진술이 불법 구금과 고문 등으로 인한 강제 자백이었음을 인정, 무죄를 선고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당시 부림사건의 담당 공안검사였던 고영주(65) 변호사는 “좌경화된 사법부의 판단으로, 사법부 스스로가 자기 부정을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과거 공안 사건들을 무죄 판결할 때에도 모두 같은 논리를 적용했고 그 외의 사건들은 ‘민주화운동 보상 등에 관한 법률’로 아무 이유 없이 퍼 주곤 했다”면서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된 이러한 흐름이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진 것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사설] 28년 악몽 형제복지원 피해자 한 풀어줄 때

    영원히 파묻히는 진실은 없다.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도 그렇다. 3000명이 넘는 무고한 인권이 짓밟힌 이 사건을 규명하는 데 정부가 첫발을 뗀 것이다. 복지원이 폐쇄된 지 28년이 지났지만 꺼져가는 촛불을 살리듯 최선을 다한다면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란 법은 없다. 513명은 이미 숨졌다. 나머지 피해자들은 몸과 마음에 아물지 않은 상처를 지닌 채 힘겨운 생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증언 자체도 충분히 증거가 될 수 있다. 늦기는 했지만,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못잖은 비극인 이 사건의 진실 찾기는 이제 정부의 의지에 맡겨졌다. 군사정권에서 부랑인 선도라는 미명 아래 자행된 형제복지원의 인권유린은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구타와 추행이 쉼 없이 이어졌고, 특히 어린이들에 대한 성적 학대는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였다. 탈출하려다 붙잡힌 원생들에게는 가혹한 보복이 따랐고 죽고 나면 시신을 매장해 버렸다. 이런 행위들은 당시 정권의 묵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원생 집단탈출로 수사가 이뤄졌지만, 박인근 원장이 겨우 2년 6개월을 복역하고 풀려나는 엉터리 수사와 재판을 했다. 공소시효가 끝나도록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파헤치지 못한 것은 우리 사회 전체의 책임이다. 왜 세월이 그만큼 흐르도록 관심을 아무도 갖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치유하기 어려운 신체적 후유증과 악몽에 시달려 온 피해자들은 국가적 폭력에 대한 구제와 합당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관계 기관은 시간이 너무 흘러 어렵다는 말만 하지 말고 관련 기록을 샅샅이 뒤져 증거를 확보하기 바란다. 만료된 시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특별법 제정은 필수의 전제 조건이다. 더욱 기가 찰 일은 형제복지원은 겉으론 해체됐다지만 이름만 바꾼 형제복지지원재단이 지금까지 부산에서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 원장 박씨에 이어서 아들이 이 재단의 이사장에 앉아 있으면서 지난해 11월 18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처벌도 미약했는데 아직도 복지사업을 내세워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박씨 부자의 모습은 피해자들의 가슴에 또 한번 못을 박는다. 재단을 해체하라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부산시도 한통 속인 듯 요지부동이다. 진상 규명 및 가해자 처벌과 함께 차제에 이 재단 또한 불법 행위를 낱낱이 조사해 문을 닫게 해야 한다. 그것이 늦게나마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주는 길이다.
  • [단독] “곡괭이로 때리던 생지옥… 도주 발각땐 뒷산에 묻혀”

    [단독] “곡괭이로 때리던 생지옥… 도주 발각땐 뒷산에 묻혀”

    “당시 형제복지원은 그냥 지옥이라고 보면 돼요. 인간이라면, 도덕이 세상에 있다면, 그렇게 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죽기 전에 꼭 한마디를 하고 싶다”며 12일 힘겹게 입을 뗀 태장희(48)씨는 1975년부터 1987년까지 12년 동안 있었던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생존 피해자다. 대전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홀로 지내고 있다는 그는 뇌종양, 심부전증, 진폐증 등 중증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1977년 2월 11살의 어린 나이에 복지원으로 끌려갔다가 15개월간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다 복지원 건물의 물받이 통로를 통해 극적으로 탈출했다. 그의 머리에는 아직도 곡괭이에 찍힌 자국이 선명하다. 태씨는 “하루 종일 흙벽돌을 날랐고, 벽돌이 부서지기라도 하면 무조건 곡괭이를 휘둘러 어린아이들은 7~8m씩 튕겨 날아가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복지원 직원들은 어린이 수용 집단을 ‘어린이 소대’라고 불렀고 그 어린이들을 속칭 ‘꽁치’ ‘쭈쭈바’라고 했다. 건장한 체격의 그들에게 어린이들은 구강성교의 쾌락물에 불과했다. 복지원에서 도망치다 발각되면 시체가 돼 뒷산에 묻혔다”며 끔찍했던 시절을 털어놨다. 어린이 소대에서 가혹 행위에 시달렸던 정현수(43)씨 역시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20대 중반까지도 불을 끄고 자지 못할 정도로 구타 후유증을 겪었으며 두 차례 농약을 마시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또 다른 피해자 김성환(49)씨는 어머니와 떨어져 이모할머니 밑에서 지내다가 13살 무렵 혼자 어머니를 만나러 가던 중 부산역 근처에서 강제로 끌려갔다. 김씨는 “멀쩡한 사람을 고아로, 정상인을 바지에 오줌을 지릴 정도의 바보로 만들곤 했다”며 “무를 소금물에 오래 담그면 시커멓게 곰팡이가 피는데 그런 국과 보리밥을 먹으며 강제 노동에 시달렸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우리를 부랑아로 알고 있는 일반 사람들의 편견을 감당하기 두려워 지금까지도 증언을 망설였다”면서 “피해자들에게 더 상처가 남지 않도록 이 사건을 국가 차원에서 다뤄 달라”고 읍소했다. 피해자 황송환(61)씨는 “복지원으로 끌려간 사람들은 그저 부모가 없거나 가난한 이들이었다”며 울먹였다. 88서울올림픽을 앞둔 1987년 3월 직원의 구타로 원생 1명이 사망하고 35명이 집단 탈출하면서 세상에 알려진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공개 27년 만에 정부가 진상 규명에 착수했다. 안전행정부 주관으로 이날 정부서울청사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열린 관계 기관의 첫 회의에는 보건복지부, 부산시,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과거사지원단 관계자 등이 참석해 사건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 및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 등에 중지를 모았다. 이와 별도로 국가인권위원회는 대책위 관계자들과 첫 모임을 갖고 향후 인권위의 역할과 토론회 개최 등의 추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또 진선미 민주당 의원 등은 3~4월 중 이 사건에 대한 특별법 발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진 의원은 “이 사건은 한 시설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정책적으로 행해진 국가 폭력”이라면서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귀신잡는 해병대, 미국 해병대와 맞붙어 보니…

    귀신잡는 해병대, 미국 해병대와 맞붙어 보니…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 8개국이 참여하는 인도적 연합훈련인 ‘2014년 코브라골드’ 훈련이 11일 시작됐다. 코브라골드 훈련은 무력 침략국에 대응한 다국적군 군사활동 수행과 분쟁 종식을 위한 각종 작전 절차를 익히는 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의 군사훈련이다. 미국 태평양사령부와 태국 군사령부의 공동 주관으로 1981년부터 매년 실시되고 있다. 이번 훈련에는 한국, 미국, 태국,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중국 등 8개국에서 함정 10척과 병력 7800여명 등이 참가한다. 한국은 해군 170명, 해병대 216명 등 병력 380여명과 2600t급 상륙함(LST) 향로봉함, 상륙돌격장갑차(KAAV) 1개 소대(8대) 등으로 구성된 훈련전대(전대장 박양순 대령)를 파견했다. 오는 21일까지 태국만 일대에서 해상공급, 전술기동, 상륙돌격, 야외전술 등이 진행된다. 한국군은 연합 고공강하, 해안침투, 타격 훈련 등 활동을 벌이게 된다. 특히 해병대는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과 모기, 전갈, 뱀 등 극한의 상황에서 미국, 태국 등의 해병대와 함께 실사격, 급조폭발물 처리, 도시지역 전투 등을 실시하게 된다. 정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코브라의 피를 마시고 전갈, 벌레 등을 먹는 등 가혹한 체험도 해야 한다. 최정예 군인으로서 자부심이 강한 해병대의 특성 때문에 서로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기 위해 치열한 전투 능력과 무술, 담력 등 경쟁을 벌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고현장에 역사적 진실 알릴 설명판 세워야”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 노동자 130여명이 사망한 조세이 탄광 수몰사고 72주기 추도식이 지난 8일 열렸다. 이날 추도식은 사고 장소인 야마구치현 우베시 니시키와 마을에서 유족들과 일본 내 시민단체 ‘조세이 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 회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해저 탄광이었던 조세이 탄광은 1942년 2월 3일 안전수칙을 무시한 작업으로 인해 암반이 침몰, 일본인을 포함한 183명이 해저에 매몰됐다. 그중 조선인 노동자는 133~137명으로 추산된다. 전쟁이 끝나고 조세이 탄광 회사는 없어지고 행정문서도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피해 인원의 확정이 힘든 상태다. 유족과 시민단체는 조세이 탄광 수몰사고에 대해 설명하는 간판을 사고 현장에 설치하도록 2006년부터 우베시에 요청했지만 시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시민단체의 모금활동으로 지난해 2월 겨우 추모비가 세워졌다. 신형근 주히로시마 총영사는 추도사를 통해 “차디찬 바다 밑에 180명이 넘는 희생자들의 유골이 가족을 그리며 묻혀 있고, 그 희생이 과거의 가혹한 노동과 식민지 지배, 그리고 전쟁 탓이라는 사실은 여전히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면서 “지난해 추모비가 건립됐지만, 여전히 아무런 설명 하나 없는 사고현장에 역사적 진실을 반영한 설명 간판이 세워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초점]조건진 아나 “아사다 마오 트리플악셀 실패” 정말 ‘논란’일까

    [초점]조건진 아나 “아사다 마오 트리플악셀 실패” 정말 ‘논란’일까

    [초점]조건진 아나 “아사다 마오 트리플악셀 실패” 정말 ‘논란’일까 KBS 조건진 아나운서가 아사다 마오의 트리플악셀 실패를 편파적으로 중계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다수의 네티즌들은 오히려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은 아니다”라는 반응이 주를 이뤄 묘한 대비를 보이고 있다. 조건진 아나운서는 9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을 중계했다. 이날 일본 대표팀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의 주자로 나선 아사다 마오는 첫 번째 점프인 트리플 악셀을 시도하다 실패해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졌다. 이 트리플악셀 실패로 아사다 마오는 수행점수(GOE) 1.50점이 깎여 시즌 최저점인 64.07점을 받았다. 이때 조건진 아나운서의 발언을 문제라고 지적하는 움직임이 나왔다. 조건진 아나운서는 경기 전 “아사다 마오의 트리플 악셀이 성공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고, 실제 경기에서 아사다 마오가 트리플 악셀을 실패하자 “자 이제 트리플 악셀, 아 역시 실패를 하죠”라고 말했다. 조건진 아나운서는 이어 “전 세계 외신이 김연아 선수의 적수로 아사다 마오를 꼽지만 저희가 생각하기에는 아직까지 아사다 마오가 김연아의 적수는 되지 못한다는 생각이다”면서 “김연아의 점프는 그야말로 격이 다른 높이와 거리, 속도감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네티즌은 “아무리 아사다 마오가 일본 선수지만 ‘역시’라는 표현은 너무 가혹한 평가”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반대의 반응도 만만치 않다. 이미 경기 전부터 아사다 마오가 트리플악셀을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고, 이를 지켜본 조건진 아나운서가 ‘역시’라는 단어를 붙인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네티즌들은 “조건진 아나운서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논란이 되고 있다”며 오히려 “중계가 통쾌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상당수 네티즌들은 “아사다 마오 트리플 악셀 실패한 것을 지적한 게 무슨 논란인 지 모르겠다”, “조건진 아나운서의 뉘앙스 정도는 해외 방송에서도 많이 하는 편인데 왜 논란이라고 하는 지 이해가 안된다”는 반응을 보여 ‘편파판정’이라는 네티즌과 논쟁을 벌이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현대판 염전노예/문소영 논설위원

    소금은 인간의 필수품이지만 바닷물을 장작불로 농축시켜 소금을 쪄내는 일은 너무나 고됐다. 그래서 3세기 신라시대에는 전쟁포로 등의 노예계급이나 비슷한 처지의 신분층에서 소금을 생산하도록 했고, 염노(鹽奴)라 불렀다. 이런 염노가 민주사회인 현대에도 존재하다니 놀랍다. 순자의 성악설과 맹자의 성선설 중에서 인간은 선하다는 성선설을 굳게 믿는 사람들은 이윤을 추구하려고 타인을 착취하는 사람들 탓에 그 믿음이 흔들릴 것이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지난 6일 하루에 5시간도 못 자고 19시간의 강제노동에 시달리며, 상습폭행을 당하고 월급은 한 푼도 못 받은 채로 수년 동안 일해온 장애인 성인 남자 2명을 구출했다고 밝혔다. 전남 신안에서 배를 타고 두 시간여를 막 달려간 곳은 외딴섬으로, 염전이었다. 한겨울 바닷바람이 몰아치는데 여름용 감색 운동복 차림에 발뒤꿈치가 구멍 난 양말을 신은 남자는 경찰서에서 나왔다는 말을 듣고 “진짜 경찰인가”하면서 긴가민가했다고 한다. 40세의 김모씨는 시각장애 5급으로, 카드 돌려막기로 큰 빛이 생기자 부모에게 빚을 지울 수 없다는 생각에 우체국 경비일을 그만두고 2000년에 가출했다. 서울 영등포역에서 노숙생활을 하던 김씨는 2012년 “먹여주고 재워주고 담배도 주는 좋은 곳을 소개하겠다”는 말을 믿고 목포로 내려갔다. 거기서 단돈 100만원에 염전주인에게 팔렸다. 염전에는 48살의 지적장애인인 채씨가 2008년 몸값 30만원에 팔려와 일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하기에 2만㎡(6000여평)나 되는 염전은 너무 넓었다. 이들은 세 차례나 탈출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구타당했다. 김씨는 지난 1월 읍내에 이발하러 왔다가 우체국에서 서울 어머니에게 몰래 편지를 부쳤다. 소금 구매업자로 가장하라는 김씨의 조언을 따른 경찰이 섬 곳곳을 수소문한 끝에 지난달 24일 이 두 남자를 발견·구출했다. 이 섬엔 800가구 20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었으나 ‘현대판 염전노예’인 두 장애인에게는 가혹했다. 마을 사람들은 이 둘이 탈출하면 염전주인에게 신고했고 가혹한 노동과 매질에 침묵했다. 만약 섬주민들이 비인권적 상황을 일찍 신고했더라면, 염전 노예생활이 최대 5년까지 지속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신매매로 새우잡이 배에 올라탔거나 이번 ‘염전노예’처럼 외딴 섬 인권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바다 한가운데 있는 어업현장들에 대한 감시와 단속의 손길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 또 ‘따뜻한’ 이웃들의 세심한 눈길도 중요하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문화마당] 기다림의 열매/김재원 KBS아나운서

    [문화마당] 기다림의 열매/김재원 KBS아나운서

    올림픽을 보면서 4년간의 기다림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올림픽이 4년에 한 번이라는 게 가혹하다 싶기도 하고 4년에 한 번이니 금빛 열매가 달콤하겠다 싶기도 하다. 이 계절에 가장 부러운 사람들은 프로야구 선수들이다. 시즌 후의 달콤한 휴가를 즐긴 다음 새로운 시즌을 위해 전지훈련을 떠나는 이때는 비시즌의 황금기다. 한반도의 맹추위를 벗어나 따뜻한 곳에서 공을 던지고 받으며 즐기는 새로운 도전이 주는 긴장은 프로선수들만이 누리는 특혜다. 일 년 내내 생방송을 하는 월급쟁이 아나운서 입장에서는 시즌이 끝나면 활동을 중단하고 새 노래를 준비하는 가수도 부럽고 한 작품이 끝나면 다음 작품을 기다리며 여유와 충전을 갖는 연기자도 부럽다. 인생은 시즌과 비시즌의 조화가 낳은 기다림의 열매다. ‘6시 내 고향’을 진행하면서 확실히 공부한 분야가 바로 먹거리의 제철이다. 하우스와 양식으로 인해 사시사철 먹거리가 넘쳐나다 보니 아이들은 제철을 모른다. 시험 때마다 따로 외워야 한다. 제철의 의미는 맛이다. 리포터들이 맛의 감탄사를 남발하는 이유다. 사시사철 넘치는 먹거리들이 수시로 입맛의 간사함을 충족시키는 데 기여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 결과 제철을 기다린 후에야 느끼는 참맛이라는 열매는 포기해야 한다. 단맛은 기다림 후에야 찾아오는 보상이다. 원래 시즌과 비시즌이 명확한 곳은 학교였다. 방학이라는 합법적인 비시즌을 통해 아이들은 학기 중에 하지 못하는 활동을 할 수 있었다. 방학은 이제 더 이상 학문을 놓는 기간이 아니라 학문을 부여잡고 지키고 방어하고 대비하는 기간이 됐다. 아이들은 이제 방학이 더 바쁘다. 웬만한 고등학생은 방학 때도 아침부터 밤까지 학교에 있게 된 지 오래다. 비시즌의 여유와 충전이 있어야 시즌의 열정과 가속도가 붙는다. 쉼 없이 달리도록 압박받는 우리 어린이, 청소년들은 열매의 진정한 단맛을 맛본 적이 없다. 프로선수들도 한 해의 성적을 바탕으로 연봉을 협상하고 휴식에 들어간다. 성적이 좋은 선수들은 달콤한 휴식으로 충전하고, 연봉이 마음에 들지 않는 선수들은 각오를 다지며 일찍 훈련에 들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성적이 좋아도 달콤한 휴식을 취할 수가 없다. 성적이 나쁘다고 혼자 각오를 다져봐야 다들 열심히 하기 때문에 등수를 바꾸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초등학교 때부터 빽빽한 일정으로 십수년을 달려 온 아이들은 대학합격의 열매를 맛봄과 동시에 세상의 유혹에 빠져 기나긴 비시즌에 접어드는 것이 현실이다. 누구를 탓할까 싶지만 어쨌든 쉼을 모르는 맹종적인 성실은 중독을 낳는다. 원을 그려 칸을 나누며 밤새 계획을 세우고 지킨 계획에 색칠하던 어린 시절의 시간 관리는 옛말이다. 요즘 아이들은 주어진 시간표를 따라갈 뿐이다. 결국 주어진 일정에 중독된다. 주어진 일정을 감당할 수 없는 아이들은 튕겨나가 게임, 인터넷, 술, 담배 등에 빠지는 일탈의 중독을 낳기도 한다. 어떤 아이들은 자신을 압박하는 사회와 부모에 반항해 입을 닫기도 한다. 모든 문제는 비시즌을 비시즌으로 지낼 수 없기 때문이다. 비시즌의 여유와 충전이 있어야 시즌에 도전해 성공하고 열매의 참맛을 알 수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비시즌의 여유를 찾아 주자. 우리 기성세대 모두는 그 옛날 봄방학의 달콤함을 기억하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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