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가혹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 역사문화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 로스쿨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 후보자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 무역 전쟁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7,124
  • [사설] 北 인권문제 국제사회에서 공론화 주도할 때

    어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북한 정권의 자금줄을 전방위로 차단하는 제재 조치들을 담은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북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기업·은행을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등 포괄적 금지 조항이 포함됐다. 특히 북한의 해외 노동자 송출을 금지하는 대목이 눈에 띈다. 유엔인권이사회(UNHRC)에서 새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려는 시점에 나온 ‘인권 카드’다. 유럽연합(EU)과 일본은 이미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 규명과 처벌 문제를 다룰 ‘전문가 그룹’ 설립을 권고하는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다. 북 인권 문제를 비핵화를 견인하는 수단으로만 바라볼 일은 아닐 게다. 우리는 이를 북한 주민들도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인류 보편적 잣대로 다룰 때라고 본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어제 최근 북한이 여성 근로자들을 중국에 대거 파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2270호에 해외 근로자 파견 금지 조항이 포함되지 않은 점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의 인권 침해를 제재하는 조항을 넣은 행정명령을 발동한 것은 이런 빈틈을 메우려는 수순이다. 그러나 이는 김정은 정권의 자금줄을 죄는 차원 이상의 의미를 지녀야 한다고 본다. 북한이 국외로 송출한 노동자들이 ‘노예 노동’으로 간주될 정도로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 아닌가. 중동 지역 북한 노동자들이 “월급의 70∼80%를 북한 당국에 상납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감시하기 위해 파견된) 검열단에 뇌물까지 줘야 한다”는 RFA 보도 내용이 그 방증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간 북 인권 문제에 대해 제3자인 국제사회에 비해 미온적이었다. 유엔은 미국이 북한인권법을 제정한 다음해인 2005년부터 매년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해 왔지만, 우리 국회는 발의한 지 11년 만에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을 가까스로 통과시켰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 않나. 그렇다면 북 주민들이 당하는 인권 유린을 외면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다. 북 내부에서 벌어진 공개 처형이나 강제 수용소 감금 등을 못 막은 것은 고사하고 배를 곯다 국경을 넘으려던 탈북자들이 가혹한 처벌을 받는 것조차 방치해 왔으니 말이다. 매년 5000만 달러 수준인 유엔의 대북 인도적 지원도 제재 국면에선 늘어나기 어렵다. 북 주민들의 극심한 생활고를 덜려면 김정은 정권이 속히 핵·미사일 개발을 관둬야 할 근거다. 그럼에도 그제 서세평 제네바 주재 북한 대표부 대사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우리 공화국 인민들은 날마다 아름다운 꿈을 꾸고 있다”고 인권 침해 사실을 부인했다. 잠꼬대 같은 소리지만, 북 인권을 논의하는 국제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던 북측이 다시 나타난 사실 자체가 이 문제가 김정은 정권의 아킬레스건임을 말한다. 통독 전 서독이 그랬듯이 인권 문제 제기는 늘 주민의 삶보다 체제 유지가 우선인 전체주의 정권을 변화시킬 수 있는 명분 있는 비대칭 무기다. 지구상 최악이라는 북 인권 문제를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앞장서 공론화해야 한다.
  • [단독] 머리박기에 술붓고 밟기까지…의전원생, 빗나간 후배교육

    [단독] 머리박기에 술붓고 밟기까지…의전원생, 빗나간 후배교육

     서울의 한 유명 사립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선배가 후배들에게 바닥에 머리박기를 시키고 머리 위에 술을 붓는 등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메드와이드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4일 저녁 9시쯤 학교 인근의 한 중국 음식점에서 일어났다. 의전원 내 ‘지방향우회’에 속한 본과 4학년 선배 두 사람이 후배들을 모아 술을 마시는 자리였다.  술자리가 시작되자 선배들은 후배 남학생 10여명에게 ‘이과두주’를 병째로 마시도록 강요하는가 하면 심한 욕설을 퍼부으면서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예과 2학년인 후배 한명이 식당을 들어오면서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심지어 술을 마시는 속도가 줄어들자 10번이 넘도록 식당 방바닥에 머리를 박도록 후배들에게 지시하기도 했다. 일부 학생들은 머리를 박는 과정에서 구토를 하거나 넘어지기를 반복했지만, 선배 중 한 사람은 후배 머리 위에 술을 붓고 발로 몸을 밟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상황을 담은 CC(폐쇄회로)TV에는 선배가 후배들의 뺨을 때리는 장면도 담겨있었다. 사건을 전한 학생은 선배들의 머리박기 지시는 식당 앞 거리에서도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가해자 측은 “약간의 가혹행위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술을 붓고 발로 밟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17일 저녁부터 의전원 학생들의 폭력행위가 담긴 글이 퍼진 가운데 한 네티즌은 “요즘 군대에서도 없는 가혹행위가 의전원생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놀라워했다. “저런 사람들한테 어떻게 아픈 몸을 맡길 수 있겠냐”는 반응도 있었다. 제일 먼저 글을 게시한 학생은 “처벌뿐만 아니라 제적까지도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사건이 커지자 의전원 측은 지난 17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가해 학생 두 사람을 조사한데 이어, 18일에는 피해학생들의 진술을 확보했다. 의전원 관계자는 “가해 학생들이 폭행 내용을 대부분 시인한 상황이며, 양쪽 진술을 종합해 징계를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핫뉴스] ‘실종 예비군’ 신원창씨 의문의 죽음…양손 묶인채 목매 ▶[핫뉴스] 기러기 아빠, 버스요금 때문에 들통난 불륜  
  • 후쿠시마 방치 日, 美·佛과 안전해체 기술 공동 개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의 폐로 작업에서 한계에 부딪힌 일본 정부가 미국, 프랑스에 손을 내밀었다.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2016회계연도부터 폐로 작업의 핵심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해 나가기로 했다. 수소 폭발 등을 겪으며 녹아내린 원자로 내 핵연료를 안전하게 끄집어내고 원자로와 주변 시설을 안전하게 해체하기 위해 국제적 기술 협력에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사고 발생 5년이 지났지만 사고 원자로 안의 방사능 유출이 심각해 원전 해체 등 폐로 작업은 그동안 진전되지 못한 채 방치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3일 문부과학성이 미국 에너지부, 프랑스 국립연구기구 등과 협력 연구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과는 원자로 폐로 작업을 하면서 발생하는 방사성 폐기물 관리 및 처리 등과 관련되는 장치 등의 공동 개발에 방점을 뒀다. 프랑스와는 높은 방사선량의 가혹한 환경에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원격 조작 기술 개발을 목표로 했다. 원자로 안에서 작업할 로봇 개발이나 화상 처리기술 개발에 집중한다. 문부과학성은 폐로 기술 개발에 올해 일단 30억엔(약 314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대학 및 연구 기관을 중심으로 기업 등도 참여하는 연구팀 공모를 거쳐 지원해 나간다. 핵연료를 회수해야 폐로 작업의 진척도 가능하다. 원전 1호기에는 392개의 핵연료가, 2·3호기에는 각각 615개와 566개의 핵연료가 남아 있다. 1호기의 392개 전부는 노심에서 녹아 떨어진 상태다. 3호기는 2호기보다 많은 양의 핵연료가 노심에서 떨어져 버린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2021년 말까지 원전 노심 안의 핵연료 제거 및 인출에 착수할 계획이다. 2017년도 이후 원전 내 사용 후 핵연료 풀에 저장된 핵연료를 제거하고 2021년 말까지 핵 쓰레기로 불리는 녹아버린 핵연료 회수에 착수하겠다는 것이다. 사고 원전 1~3호기는 방사능의 영향이 너무 강하게 남아 작업원의 방사능 노출을 줄이면서 안전하게 폐로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 그동안 수소 폭발로 생겨난 건물 파편 조각 등의 철거와 제염 작업을 진행해 왔지만 본질적인 문제인 핵연료 제거에는 손도 대지 못했다. 히타치, GE뉴클리어 에너지, 도시바, 미쓰비시 중공업 등이 원자로 주변을 감시하는 관측로봇이나 사고로 소실된 격납 용기의 제염 등 폐로 관련 기술의 개발을 추진해 왔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왕초보 명기자의 우왕좌왕 운전기] 아우디 SUV ‘Q7’ 2세대

    [왕초보 명기자의 우왕좌왕 운전기] 아우디 SUV ‘Q7’ 2세대

    최대 28도의 오르막 코스를 가뿐히 넘겼다. 오르막 중간에서 브레이크를 놨다. 미동조차 없다. 오토 홀드라는 파킹 어시스턴트 기능 덕이다. 22도의 가파른 좌우 경사길(원사이드 슬로프 코스)도 대수롭지 않게 지났다. 차고가 높아 혹여 전복되진 않을까. 기우였다. 몸이 살짝 쏠렸지만 차체는 흐트러짐 없이 평형을 유지했다. 뉴 아우디 Q7은 좌우 30도 경사각도 버텨낸다는 게 강사의 설명이다. 지난 7일 인천 네스트 호텔에 마련된 오프로드 트랙에서 아우디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7’의 2세대 모델을 먼저 타 봤다. 시승은 ‘45 TDI 콰트로’ 모델로 이뤄졌다. 오르막, 좌우 경사길뿐만 아니라 울퉁불퉁한 노면을 재현한 요철 코스, 좁은 진흙길, 불규칙한 험로를 재구성한 범피 코스 등을 주행했다. Q7은 이 모든 가혹한 오프로드 주행코스를 자신 있게 달렸다. 아우디가 자랑하는 콰트로 시스템은 도로 상황에 따라 네 바퀴 모두에 동력 배분을 달리한다. 접지력과 구동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범피 코스서 바퀴 한두 개가 빠져도 나머지 바퀴가 무리 없이 차를 움직였다. 특히 4륜 조향 시스템이 인상적이다. Q7은 앞뒤 바퀴를 최대 5도까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릴 수 있어 회전 반경이 11.4m에 불과하다. 운전 초보자인 기자도 좁은 진흙길을 무리 없이 회전해 빠져나왔다. 복합 연비는 ℓ당 11.4㎞. 가격은 8580만~1억 1230만원 사이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단독] 이번엔 ‘명문대 악마 선배’

    [단독] 이번엔 ‘명문대 악마 선배’

    “잘나가는 사립대 교수를 아버지로 둔 그 선배의 말만 들으면 ‘나도 교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런 제 심리를 악용해 골프채가 부러질 정도로 때리고 변기 물까지 마시게 하더라고요.” 검찰이 같은 학교 후배를 3년에 걸쳐 폭행하고,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서울의 명문 사립대 대학원생에 대해 수사에 들어갔다. 그는 함께 진행한 논문 작업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후배를 골프채로 때리고, 변기 물을 마시게 하는 등 엽기적인 가혹행위를 여러 차례 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인분 교수’ 사건과 취업을 빌미로 같은 학교 동기생을 1년 동안 폭행하고 학대한 ‘악마 동기생’ 사건(서울신문 2월 25일자 9면)에 이어 또다시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7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심우정)는 2012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21차례에 걸쳐 후배 대학원생을 폭행한 혐의로 A(32)씨를 곧 소환할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달 11일 이 사건을 서울 서초경찰서로부터 송치받았다. 검경에 따르면 A씨와 후배 B(29)씨는 같은 대학에 재학 중이던 2009년 9월 수업을 함께 받으며 알게 됐다. 2012년 초 B씨가 A씨와 같은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둘 사이에 본격적인 선후배 관계가 형성됐다. 그와 동시에 A씨의 가학적인 성격도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B씨는 경찰에서 진술했다. B씨의 경찰 진술에 따르면 A씨는 B씨가 논문 작업 등을 할 때 존다는 이유로 수시로 얼굴을 때렸다. B씨는 대학원 진학 과정에서 A씨의 도움을 받은 터라 별다른 반항도 못했다. A씨의 가혹행위는 2013년 가을부터 수위가 더 높아졌다. A씨와 B씨가 진행하던 논문에 수도권 지역 사립대 교수인 A씨의 아버지가 도움을 주기 시작하면서부터다. A씨는 대학원 연구실이나 인근 카페 화장실, 공원 등에서 B씨에게 주먹질과 발길질을 퍼부었고 때로는 골프채로 구타를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누가 심하게 때리는 소리가 들린다”는 민원까지 학교 등으로 여러 차례 들어올 정도였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A씨가 5분마다 인터넷 메신저로 위치를 보고하도록 지시하고, 영상통화를 하면서 화장실 변기에 30분 가까이 머리를 박거나 변기 물을 마시게 하는 가혹행위도 했다”고 진술했다. B씨는 “A씨의 논문을 도맡아 썼을 뿐 아니라 A씨가 출강하는 수업 준비도 대신하는 등 사실상 무보수 조교 역할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A씨가 ‘내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교수에 오르면 너에게도 한 자리를 마련해주겠다’는 식으로 회유하곤 했다. 반항하면 경제력을 과시하며 ‘집안끼리 지갑 싸움이라도 해볼테냐’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이어 “A씨 아버지가 재직 중인 대학에 A씨가 강사로 가면서 배경을 더 믿게 됐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10월 폭행 사실을 알게 된 B씨의 가족이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B씨는 A씨의 폭행에 따라 귀 부위의 성형 수술 등과 우울증 등 치료를 받아야 할 처지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국내 박사 학위로는 교수가 되기 어렵다고 생각해 폭행을 참다가 이 지경에까지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폭행 등 사실관계에 대해) 대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단독] 이번엔 ‘명문대 악마 선배’

    [단독] 이번엔 ‘명문대 악마 선배’

    “잘나가는 사립대 교수를 아버지로 둔 그 선배의 말만 들으면 나도 교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저의 그런 심리를 악용해 골프채가 부러질 정도로 때리고 변기 물까지 마시게 한 거죠.” ●같은 대학서 만나 같은 대학원 진학… 골프채가 부러질 때까지 맞기도 검찰이 같은 학교 후배를 3년에 걸쳐 폭행하고,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서울의 명문 사립대 대학원생에 대해 수사에 들어갔다. 그는 함께 진행한 논문 작업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후배에게 여러 차례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을 빌미로 같은 학교 동기생을 1년 동안 폭행하고 학대한 ‘악마 동기생’ 사건(서울신문 2월 25일자 9면)에 이어 또다시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7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심우정)는 2012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21차례에 걸쳐 후배 대학원생을 폭행한 혐의로 A(32)씨를 곧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달 11일 이 사건을 서울 서초경찰서로부터 송치받았다. 검·경에 따르면 A씨와 후배 B(29)씨는 같은 대학에 재학 중이던 2009년 9월 수업을 함께 받으며 알게 됐다. 2012년 초 B씨가 A씨와 같은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둘 사이에 본격적인 선후배 관계가 형성됐다. 그와 동시에 A씨의 가학적인 성격도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B씨는 경찰에서 진술했다. B씨에 따르면 A씨는 B씨가 논문 작업 등을 할 때 존다는 이유로 수시로 얼굴을 때렸다. B씨는 대학원 진학 과정에서 A씨의 도움을 받은 터라 별다른 반항도 못했다. A씨의 가혹행위는 2013년 가을부터 수위가 더 높아졌다. A씨와 B씨가 진행하던 논문에 수도권 지역 사립대 교수인 A씨의 아버지가 도움을 주기 시작하면서부터다. A씨는 대학원 연구실이나 인근 카페 화장실, 공원 등에서 B씨에게 주먹질과 발길질을 했고 때로는 골프채로 때리기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누가 심하게 때리는 소리가 들린다”는 민원까지 학교 등으로 여러 차례 들어왔을 정도였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A씨가 5분마다 카카오톡으로 위치를 보고하도록 지시하고, 영상통화를 하면서 화장실 변기에 30분 가까이 머리를 박거나 변기 물을 마시게 하는 가혹행위도 했다”고 진술했다. B씨는 “A씨의 논문을 도맡아 썼을 뿐 아니라 A씨가 출강하는 수업 준비도 대신하는 등 사실상 무보수 조교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A씨가 ‘내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교수에 오르면 너에게도 한자리를 마련해 주겠다’는 식으로 회유하곤 했다. 반항하면 경제력을 과시하며 ‘집안끼리 지갑 싸움이라도 해볼 테냐’고 협박했다”고 밝혔다. 이어 “A씨 아버지가 재직 중인 대학에 A씨가 강사로 가면서 그의 배경을 더 믿게 됐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10월 폭행 사실을 알게 된 B씨의 가족은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B씨는 A씨의 폭행으로 귓바퀴 성형수술과 우울증 치료 등을 받아야 할 처지에 있다. A씨는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폭행 등 사실관계에 대해) 대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피해자 ‘고스펙’이지만 집단 내에서는 약자… 삶에 대한 불안감 결과인 듯”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는 “B씨는 바깥에서 볼 때는 고(高)스펙이지만 교수라는 특정한 목표를 삼고 있는 집단 내에서 보면 철저하게 약자이기 때문에 참고 견딜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요즘 청년들은 스펙이 높거나 낮거나 상관없이 자신의 삶이 불안정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면서 “든든한 배경이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시승기] 온오프 ´팔방미인´ 뉴아우디 Q7 타보니

    [시승기] 온오프 ´팔방미인´ 뉴아우디 Q7 타보니

     최대 28도의 오르막 코스를 가뿐히 넘겼다. 오르막 중간서 브레이크를 놓았다. 미동 조차 없다. 오토 홀드라는 파킹 어시스턴트 기능 덕이다. 22도의 가파른 좌우 경사길(원사이드 슬로프 코스)도 대수롭지 않게 지났다. 차고가 높아 혹여 전복 되진 않을까. 기우였다. 몸이 살짝 쏠렸지만 차체는 흐트러짐 없이 평형을 유지했다. 뉴 아우디 Q7은 좌우 30도 경사각도 버텨낸다는 게 강사의 설명이다.  지난 7일 인천 네스트 호텔에 마련 된 오프로드 트랙에서 아우디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Q7’의 2세대 모델을 먼저 타봤다. 시승은 ‘45 TDI 콰트로’ 모델로 이뤄졌다. 오르막, 좌우경사길 뿐만 아니라 울퉁불퉁한 노면을 재현한 요철 코스, 좁은 진흙길, 불규칙한 험로를 재구성한 범피 코스 등을 주행했다. Q7은 이 모든 가혹한 오프로드 주행코스를 자신있게 달렸다. 아우디가 자랑하는 콰트로 시스템은 도로 상황에 따라 네 바 퀴 모두에 동력 배분을 달리한다. 접지력과 구동력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서다. 범피 코스서 바퀴 한 두개가 떠도 나머지 바퀴가 무리 없이 차를 움직였다. 턱을 미리 인지해 헤드업디스플레이에 자동으로 경고음을 주는 기능도 좋았다.  특히 4륜 조향 시스템이 인상적이다. Q7은 앞뒤 바퀴를 최대 5도까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릴 수 있어 회전 반경이 11.4m에 불과하다. 실제 면허 7개월 차인 기자도 좁은 진흙길을 무리 없이 회전해 빠져나왔다. 온로드에서도 부담이 없다. 네스트호텔에서 인천대교 기념관을 지나, 송도 유니버스 골프클럽을 거쳐 돌아오는 왕복 80km구간 시승에서도 Q7은 조용하고 흔들림이 없었다. Q7은 고속 주행 시 자동으로 서스펜션(노면의 충격이 차체나 탑승자에게 전달되지 않게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이 30㎜ 내려가 최적의 승차감을 보장한다. 오프로드시에는 최대 60㎜까지 서스펜션을 높일 수 있다.  복합연비는 리터당 11.4㎞. 가격은 8580만원~1억 1230만원 사이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World 특파원 블로그] “치매노인 책임 사회도 함께 져야” 가족들 가슴의 짐 덜어준 日 대법

    ‘치매 노인에 대한 가족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2일 일본 국민들 사이의 화제는 전날 대법원 격인 최고재판소가 내린 치매 노인의 전차 사망사고에 대한 판결로 모아졌다. 심한 치매를 앓던 구순 노인이 길에서 배회하다 전차에 치여 숨진 사건과 관련해 최고재판소는 “가족의 감독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1, 2심의 “(치매노인 관리에) 가족의 감독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사고 당시 철도회사인 JR도카이 측은 “사고로 발생한 철도 운행 지연 손해 비용 등 720만엔(약 7800만원)을 배상하라”고 유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원심에서 이겼다. 1심은 치매 노인의 부인과 장남 모두에게 720만엔 배상판결을 내렸지만, 2심은 함께 사는 부인에게만 감독 책임을 인정해 360만엔을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장남은 사망자와 20년 이상 떨어져 살아 배상 책임이 없다는 취지였다. 당시 사고는 2007년 부인(당시 84세)이 깜빡 잠든 사이 91세의 남편이 순식간에 집을 떠나 배회하다가 발생한 것이다. 1, 2심은 “책임 능력이 없는 사람이 유발한 손해에 대해 ‘감독 의무자’에게 손해 책임(배상)을 물을 수 있다”는 민법 규정을 적용해 사망자 유족에게 배상 책임을 인정했었다. 그러나 최고재판소는 “가족이 용이하게 감독할 수 있는 경우 등은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례도 있지만, 이 사건은 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감독할 수 있었던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으로 현재의 개호(介護·노인돌봄) 실정을 배려한 판단이다. 이날 판결의 메시지는 “치매 노인에 대한 보호와 감독은 가족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개인의 책임 의무와 사회에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을 유달리 강조하는 일본 사회에서 최고재판소의 판결은 상당히 진전된 것이었다. 그만큼 치매 노인 돌봄이 어렵고, 그 책임과 의무를 개인과 가정에만 지우기에는 가혹하고, 이미 공동체 모두의 공통적이고 보편적인 짐이 됐다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도쿄의 한 직장인은 “치매 문제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의 어깨를 짓누르기 시작한 상황에서 개인 부담을 덜어준 판결이란 점에서 안도했다”고 말했다. 후생노동성은 기존의 고령화 속도라면 2025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자 5명 중 1명인 700만명이 치매 환자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마산헌병분견대 ‘日 만행 알림이’로

    마산헌병분견대 ‘日 만행 알림이’로

    경남 창원시 마산 합포구 월령동 3가 도심에 있는 일본 제국주의 시대 헌병대 건물인 마산헌병분견대가 일제의 가혹·탄압 행위를 보여주는 전시관으로 조성된다. 경남 창원시는 29일 문화재청 소유인 마산헌병분견대 건물을 국·도비와 지방비 등 모두 3억원을 들여 일제 만행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꾸며 개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산헌병분견대는 일본이 헌병대 주둔을 위해 1926년 건립했다. 붉은 벽돌과 기와지붕으로 된 지하 1층, 지상 1층 건물로 부지는 936㎡이다. 해방 전까지 일본 헌병대는 우리나라 곳곳 헌병분견대 건물에 주둔하며 애국지사와 독립투사를 탄압했다. 헌병분견대는 일제 잔학상의 상징으로 꼽힌다. 마산헌병분견대 건물은 해방 뒤 옛 보안사령부 마산파견대가 사무실로 쓰기도 했다. 각종 단체가 사무실로 사용하다 지금은 비어 있다. 마산헌병분견대는 현재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일제시대 헌병분견대 건물로 건축사적·역사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문화재청은 2005년 9월 14일 마산헌병분견대 건물을 등록문화재 제198호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창원시는 마산헌병분견대 건물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자 문화재청과 협의를 거쳐 현장을 보존한 가운데 당시 일제 헌병대가 마산헌병분견대에서 저질렀던 각종 만행을 보여주는 전시관으로 조성해 운영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병선 창원시 문화재관리 담당은 “일제 헌병대가 각종 가혹행위를 했던 당시 모습을 모형으로 만들어 재현하고 관련 사진과 각종 자료도 수집·전시해 오는 10월쯤 문을 열 계획이다”고 말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전 CIA국장 트럼프에 반기

    전 CIA국장 트럼프에 반기

    전 CIA국장 트럼프에 반기…“집권하면 미군이 명령 거부할 수도”  부시家 측근 헤이든…“테러범 가족 사살 지시하면 위법…명령 따르지 말아야”  부시 가문의 측근인 전 미국 중앙보국(CIA)국장이 미국 공화당의 대선 경선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미군이 그의 명령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섰다 중도 하차한 젭 부시를 도왔다.  조지 W.부시 대통령 시절인 2006∼2009년 CIA 국장을 지낸 마이클 헤이든은 코미디언 빌 마어가 진행하는 토크쇼에 출연해 이같이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헤이든은 트럼프의 몇몇 제안이 “무력 분쟁 관련 국제법에 어긋난다”며 군은 “위법한 지시에 따르지 않을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후보 트럼프가 선거 운동 기간 말한 대로 대통령 트럼프가 나라를 다스린다면 너무나 우려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헤이든의 이 같은 말은 트럼프가 집권하면 테러범의 가족을 사살하라고 미군에 지시할 것임을 시사한 발언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테러범 가족 사살’ 주장은 제네바 협약 위반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그는 트럼프는 또 대통령이 되면 테러 용의자들에게 물고문이나 이보다 “훨씬 더 심한” 방법도 쓸 것이라고 지난 17일 공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헤이든은 22일 “물고문을 하고 싶으면 빌어먹을 물통을 직접 가져와라”며 트럼프를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CIA는 9·11 테러 이후 용의자들을 고문한 사실이 드러나 부시 대통령이 물러난 뒤 의회 조사 과정에서 엄청난 곤욕을 치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하면서 이러한 가혹 행위를 금지했고 의회는 작년 관련 법률을 제정했다.  헤이든은 공화당의 대선 경선에 나섰다가 최근 중도에 하차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고문으로 일했다.
  • [독자의 소리] 아동학대 예방 손길 절실하다/이창학 제주동부경찰서 오라지구대

    아동학대는 80%가 부모에 의해 발생하고 있어 예방의 손길이 절실하다. 가장 안전해야 할 집에서 부모에게 학대당하거나 폭력이 아무렇지 않게 자행되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 아동학대는 더이상 가정 문제가 아니며, 아동들의 정상적인 성장과 발달을 저해하는 반인륜적·반사회적 범죄로 이어지고 있어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피해자 보호 활동이 절실히 요구된다. 아동학대는 한부모 가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재혼 가정에서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원생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사의 상습적인 체벌과 가혹행위 등 학대 행위가 늘고 있어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에서의 학대 예방에도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아동이 누려야 할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은 건강하게 출생할 권리, 건강하게 자랄 권리,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누릴 권리, 교육받을 권리, 정신적·도덕적 훈련을 받을 권리, 놀이와 오락을 즐길 권리 등 여섯 가지가 있다. 어른들은 아동들이 올바른 가르침과 사랑 속에서 자라나게 하고 성인이 돼 사회 구성원으로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하며 이 사회에 필요한 인간으로 생활해 나갈 수 있도록 양육할 의무가 있다. 경찰은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취약 대상 가정과 어린이집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 아이들에 대한 따뜻한 말 한마디와 관심, 보살핌이 확산될 때 아동학대가 예방되고 범죄 없는 행복한 대한민국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창학 제주동부경찰서 오라지구대
  • [단독] 인분 교수 뺨치는 ‘악마 동기생’

    대학 같은 과 1살 어린 동기생이 고급 외제 승용차 몰고 다니며 “내 회사에 취업시켜 줄게” 빌미 피해자에 성적 학대 등 가혹행위 2년간 폭행… 전치 8주 부상 폭행에 ‘학습’돼 저항 못한 듯  “지난 1년은 매일매일이 지옥이었습니다. 지금도 문득 ‘그놈의 방에서 또 맞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에 잠도 잘 안 와요. 하지만 뒷배 든든하고 돈 많은 그 친구가 저뿐 아니라 우리 집 식구들에게까지 해코지를 할까 봐 참을 수밖에 없었어요….” 한 지방 사립대 재학생이 같은 학교 동기생에게 “취업을 시켜 주겠다”는 구실을 붙여 1년여에 걸쳐 상습적으로 폭행 및 감금, 협박 등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학교 과제나 집 청소를 대신 시키는 등 사실상 ‘노예’처럼 동기생을 부렸고, 이 과정에서 성적 학대까지 있었다고 수사당국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폭력의 형태와 강도가 제자를 수년간 폭행하고 노예처럼 부린 것으로 드러나 구속됐던 지난해 ‘인분 교수’ 사건에 못지않게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지검은 지난 19일 대학생 A(24)씨를 강제추행치상, 상습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의정부지검과 남양주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2015년 1월부터 올 1월까지 1년 간 같은 대학 동기생 B(25)씨를 수십 차례에 걸쳐 감금하고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A씨의 학대와 구타 후유증으로 비뇨, 피부, 정형, 안과 등에 걸쳐 전치 8주의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았지만 여전히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A씨와 B씨는 2014년 초 B씨가 군대를 마치고 대학에 복학하면서 같은 과 동기생으로 처음 만났다. A씨는 고급 외제차를 끌고 다니는 등 부유한 집의 자제로 알려져 있었다. 반면 B씨의 가정은 차상위계층으로 형편이 좋지 않았다. A씨는 B씨에게 “나한테 잘하면 나중에 내가 운영할 회사에 취업시켜 주겠다”고 말했다. B씨의 부모까지 만나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은 뒤 B씨와 함께 동업을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대가는 무자비한 폭력이었다. A씨는 B씨를 만난 지 1년 정도 지나고 난 뒤부터 자신의 자취방에서 수시로 B씨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을 하고 뺨을 때렸다. A씨의 폭행은 갈수록 수위가 높아졌다. 거의 매일같이 B씨를 엎드리게 한 뒤 허벅지나 엉덩이 등을 유리병으로 내리쳤다. “금속제 옷걸이 8개를 편 뒤 꽈배기처럼 엮어 만든 쇠뭉치로 피가 날 정도로 머리를 때리기도 했다”고 B씨는 경찰에서 진술했다. B씨에 대해 “평소에도 얼굴이 붓고 멍이 들어 있는 등 멀쩡한 적이 거의 없었다”는 동네 주민들의 증언도 나왔다. 성적 학대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경찰에서 “A씨는 자신이 온라인 게임을 할 때 나에게 옆에 서서 지켜보도록 했고, 내가 졸 때마다 쇠뭉치로 성기를 수십 차례 가격했다”, “껌 10여개를 한꺼번에 씹게 한 뒤 입에 소금과 후추, 참기름 등을 들이부었다”고 진술했다. 또 매일 A씨의 자취방을 청소하게 하고, 밤에는 A씨 대신 게임 레벨을 올리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마다 자신을 깨울 것을 명령하고 군대와 비슷하게 새벽 1시에 취침 점호 보고까지 시켰다. 폭행과 가혹행위는 자취방뿐 아니라 자신이 부업차 운영하는 회사와 부모님 집 등에서도 계속됐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A씨의 가혹행위를 눈치채지 못했다. A씨는 주변에 “B씨를 내가 돌봐 주고 있다. B씨에게 연락할 일이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라”며 B씨를 주변과 격리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B씨에게 경제력을 과시하는 것뿐 아니라 최근 취업난에 고민이 많은 B씨의 심리 상태를 이용해 폭행을 계속하면서도 B씨가 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고 밝혔다. A씨의 범행은 지난달 초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학교 수업 시간에 B씨의 상태를 이상하게 여긴 교수가 B씨에게 병원 진료를 받게 했고, 병원 관계자는 B씨의 부모에게 “오랫동안 폭행당한 흔적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자 A씨는 B씨에게 그동안의 문자 내용을 지우라고 시키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 결국 B씨는 지난 1월 A씨를 의정부지검에 고소하면서 1년간의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A씨 측은 “폭행이나 가혹행위는 B씨가 원해서 이뤄졌다”며 “A씨의 무죄 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B씨가 A씨를 ‘취업난의 현실에서 자신을 구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한 상황에서 A씨의 폭행에 ‘학습’되다 보니 저항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된 것 같다”며 “인분 교수 사태와 마찬가지로 청년 취업난의 세태 속에서 발생한 비극”이라고 밝혔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문화마당] 윤석화와 마리아 칼라스/정재왈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문화마당] 윤석화와 마리아 칼라스/정재왈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온통 검은색을 배경으로 도드라진 흰색 얼굴에 붉은 립스틱을 한 여인의 포스터가 확 눈에 들어왔다. 며칠 새 거리 안내판에서 자주 눈에 띄는 윤석화 주연의 연극 ‘마스터 클래스’의 포스터였다. 포스터에는 ‘윤석화 연극 40주년 기념 공연’이라는 문구가 박혀 있다. 올해 나이 60이니, 인생의 3분의2를 연극 무대와 함께한 삶이다. 나이에 비해 연기 경력이 많아 보이는 건 데뷔가 빨랐던 탓이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스무 살, 윤석화는 연극 ‘꿀맛’(1975) 출연으로 배우가 됐다. 연극 데뷔 직전 윤석화는 CM송 스타였다. “하늘에서 별을 따다 하늘에서 달을 따다 오오오오 오란씨.” “12시에 만나요, 부라보콘.” 지금도 중장년층 귀에 박혀 있는 ‘국민CM송’의 주인공이 윤석화다. 1974년 ‘칠성사이다’를 비롯해 당시 녹음한 CM송이 1000곡에 달했다. CM송 녹음 사무실 옆에 있던 극단 사람들의 눈에 띄어 꿀맛 같은 배우 인생이 시작됐다. 이후 윤석화는 탄탄대로였다. 40년 동안 60편의 연극을 생산했다. 많은 히트작 가운데서도 연극 ‘신의 아그네스’와 ‘딸에게 보내는 편지’, ‘덕혜옹주’, ‘나는 너다’(연출작), 뮤지컬 ‘명성황후’ 등은 구름 관객을 동원했다. 윤석화의 연극사가 한국 연극사로 치환될 수 있는 부분이다. 18년 전 초연했던 ‘마스터 클래스’도 그녀의 명성과 연기력이 절정을 이룬 시기의 대표작에 속한다. 이제 이순(耳順)의 길목에 들어선 윤석화는 왜 배우 40년 기념작을 ‘마스터 클래스’로 정했을까. 이보다 더 많이 알려진 히트작도 많고, 그런 작품을 선택하면 흥행도 보장될 텐데 좀 돌아가는 길을 택한 것 같다. 짐작건대 비록 우회하더라도 윤석화는 이쯤에서 마리아 칼라스를 내세워 잠시 삐끗했던 배우 인생을 위안받고 싶었던 모양이다. 연극 ‘마스터 클래스’의 극중 주인공은 전설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다. 연극은 칼라스 전성기 이후 목소리도 잃고 사랑도 잃은 쇠락의 시기에 뉴욕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기성 가수들을 대상으로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하던 이야기를 극화했다. 강의 형식의 음악극으로 예술에 대한 강인한 자세와 신념, 세기적 스타가 겪는 영광과 좌절의 순간들이 녹아 있다. 외모에서부터 표정, 몸짓, 대사까지 칼라스를 재현하는 윤석화는 연기와 노래로 무대를 압도할 것이다. 지독한 연습벌레인 그녀는 승부사 기질을 갖춘 완벽주의자이기도 하다. 연극배우 40년, 한없이 잘나가던 윤석화에게 10년 전쯤 가혹한 시련이 닥쳤다. 허위 학력 파문이 사회를 뒤흔들 때 스타였던 그녀도 표적이 됐고, 결과는 참담했다. 예기치 못한 일로 쉼 호흡 한 번 못한 채 정상에서 급히 내려와야 했다. 한동안 자숙 기간을 거쳐 이제는 제작자, 연출가로 활동 영역은 넓어졌지만 명성은 예전만 못한 것 같다. 세월도 변해 떠난 팬심을 돌리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 됐다. 이참에 그 시련과 좌절의 파노라마를 윤석화는 칼라스를 통해 간접화법으로 말하고 싶은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배우 윤석화의 굴절이 연극의 침체와 일정 부분 닿아 있다는 점이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관객을 끌어모아 지속적으로 연극에 활력을 불어넣는 대형 스타가 그 이후엔 보이지 않는다. 윤석화와 더불어 손숙, 박정자가 주도하던 1980~90년대 ‘트로이카 시대’에 연극의 힘은 상상보다 큰 것이었다. 스타의 존재감과 가치는 그 존재가 보이지 않을 때 비로소 드러난다. ‘마스터 클래스’를 통해 스타 윤석화가 개인 공연을 넘어 연극적인 의미를 새로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단독] 인분 교수 뺨치는 ‘악마 동기생’

    [단독] 인분 교수 뺨치는 ‘악마 동기생’

    대학 같은 과 1살 어린 가해자 고급 외제차 타며 부유함 과시 “내가 맡을 회사에 취업시켜 줄게” 경제 형편 안 좋은 피해자에 접근 1년간 가혹행위 전치 8주 부상 폭행에 ‘학습’돼 저항 못 한 듯 “지난 1년은 매일매일이 지옥이었습니다. 지금도 문득 ‘그놈의 방에서 또 맞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에 잠도 잘 안 와요. 하지만 뒷배 든든하고 돈 많은 그 친구가 저뿐 아니라 우리 집 식구들에게까지 해코지를 할까 봐 참을 수밖에 없었어요….” 한 지방 사립대 재학생이 같은 학교 동기생에게 “취업을 시켜 주겠다”는 구실을 붙여 1년여에 걸쳐 상습적으로 폭행 및 감금, 협박 등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학교 과제나 집 청소를 대신 시키는 등 사실상 ‘노예’처럼 동기생을 부렸고, 이 과정에서 성적 학대까지 있었다고 수사 당국은 전했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폭력의 형태와 강도가 지난해 제자를 수년간 폭행하고 노예처럼 부린 것으로 드러나 구속됐던 ‘인분 교수’ 사건에 못지않게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지검은 지난 19일 대학생 A(24)씨를 강제추행치상, 상습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의정부지검과 남양주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2015년 1월부터 지난 1월까지 1년간 같은 대학 동기생 B(25)씨를 수십 차례에 걸쳐 감금하고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A씨의 학대와 구타 후유증으로 비뇨, 피부, 정형, 안과 등에 걸쳐 전치 8주의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았지만 여전히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A씨와 B씨는 2014년 초 B씨가 군대를 마치고 대학에 복학하면서 같은 과 동기생으로 처음 만났다. A씨는 고급 외제차를 끌고 다니는 등 부유한 집의 자제로 알려져 있었다. 반면 B씨의 가정은 차상위계층으로 형편이 좋지 않았다. A씨는 B씨에게 “나한테 잘하면 나중에 내가 운영할 회사에 취업시켜 주겠다”고 말했다. B씨의 부모까지 만나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은 뒤 B씨와 함께 동업을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대가는 무자비한 폭력이었다. A씨는 B씨를 만나고 1년 정도 지난 뒤부터 자신의 자취방에서 수시로 B씨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을 하고 뺨을 때렸다. A씨의 폭행은 갈수록 수위가 높아졌다. 거의 매일같이 B씨를 엎드리게 한 뒤 허벅지나 엉덩이 등을 유리병으로 내리쳤다. “금속제 옷걸이 8개를 편 뒤 꽈배기처럼 엮어 만든 쇠뭉치로 피가 날 정도로 머리를 때리기도 했다”고 B씨는 경찰에서 진술했다. B씨에 대해 “평소에도 얼굴이 붓고 멍이 들어 있는 등 멀쩡한 적이 거의 없었다”는 동네 주민들의 증언도 나왔다. 성적 학대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경찰에서 “A씨는 자신이 온라인 게임을 할 때 나에게 옆에 서서 지켜보도록 했고, 내가 졸 때마다 쇠뭉치로 성기를 수십 차례 가격했다”, “껌 10여개를 한꺼번에 씹게 한 뒤 입에 소금과 후추, 참기름 등을 들이부었다”고 진술했다. 또 매일 A씨의 자취방을 청소하게 하고 밤에는 A씨 대신 게임 레벨을 올리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마다 자신을 깨울 것을 명령하고 군대와 비슷하게 새벽 1시에 취침 점호 보고까지 시켰다. 폭행과 가혹행위는 자취방뿐 아니라 A씨가 부업차 운영하는 회사와 부모님 집 등에서도 계속됐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A씨의 가혹행위를 눈치채지 못했다. A씨는 주변에 “B씨를 내가 돌봐 주고 있다. B씨에게 연락할 일이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라”며 B씨를 주변과 격리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B씨에게 경제력을 과시하는 것뿐 아니라 최근 취업난에 고민이 많은 B씨의 심리 상태를 이용해 폭행을 계속하면서도 B씨가 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고 밝혔다. A씨의 범행은 지난달 초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학교 수업 시간에 B씨의 상태를 이상하게 여긴 교수가 B씨에게 병원 진료를 받게 했고 병원 관계자는 B씨의 부모에게 “오랫동안 폭행당한 흔적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자 A씨는 B씨에게 그동안의 문자 내용을 지우라고 시키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 결국 B씨는 지난 1월 A씨를 의정부지검에 고소하면서 1년간의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A씨 측은 “폭행이나 가혹행위는 B씨가 원해서 이뤄졌다”며 “A씨의 무죄 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B씨가 A씨를 ‘취업난의 현실에서 자신을 구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한 상황에서 A씨의 폭행에 ‘학습’되다 보니 저항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된 것 같다”며 “인분 교수 사태와 마찬가지로 청년 취업난의 세태 속에서 발생한 비극”이라고 밝혔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거꾸로 간 이집트, 붕괴 직전 시리아… 신기루 같은 ‘아랍의 봄’

    [글로벌 인사이트] 거꾸로 간 이집트, 붕괴 직전 시리아… 신기루 같은 ‘아랍의 봄’

    ‘봄은 없었다.’ 2011년 1월 14일 튀니지의 제인 엘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의 하야 성명은 중동·아프리카에 거대한 시민혁명을 촉발시켰다. 재스민혁명으로도 불리는 ‘아랍의 봄’이다. 과일 행상을 하던 20대 청년이 경찰 단속에 항의하며 몸에 불을 붙인 게 도화선이 됐다. 이후 주변국들로 불똥이 튀었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 등이 잇따라 사임하거나 성난 군중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20~40여년간 철권통치를 이어온 독재자들은 불과 1년 사이에 축출됐다. 5년이 지난 지금 ‘아랍의 봄’은 신기루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독재자를 몰아낸 민주화 바람 뒤에는 부족·종파 간 갈등이 불거졌고, “빵과 자유를 달라”던 외침 이후에는 더욱 가혹한 경기 침체가 닥쳤다. 주민의 삶은 더 팍팍해졌고, 모든 게 아랍의 봄 탓이라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다. 21일(현지시간) 시리아 중부도시 홈스에서는 연쇄 차량 폭탄테러로 최소 57명이 사망했다고 현지 국영 TV 등이 전했다.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의 시아파 사원에서도 폭발로 최소 83명이 숨졌다. 북부 외곽 알레포에서는 러시아의 공습으로 이슬람국가(IS) 대원 50명 이상이 숨지는 등 대규모 유혈사태가 잇따랐다. 사망자 대다수는 민간인이었다. 시리아에서 5년째 계속되는 선연한 피냄새가 아랍의 봄 현주소를 대변한 셈이다. 민주화라는 ‘이상’이 힘의 공백이란 ‘현실’에 밀리면서 혼란은 극대화됐다. 쿠데타와 내전,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의 발호는 혼란을 부추겼다. 이집트에선 또다시 군부가 등장했고, 리비아는 국토가 동서로 갈라져 좀처럼 분열의 끝을 알 수 없다. 가까스로 안정을 되찾은 튀니지나 모로코에서도 정치·경제적 불안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봄은 왔으나 한겨울 냉기가 넘치는 아랍의 봄을 놓고 “이런 혼란을 겪으려고 우리가 혁명을 했나”란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들릴 정도다. ●이집트 다시 독재 정권… 시리아 24만명 희생 민주화 성공 사례로 꼽혔던 이집트는 거꾸로 갔다. 지난 12일, 30년간 철권통치를 이어온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퇴임 5주년을 맞았으나 혼란의 종점은 보이지 않는다. 2011년 11월 이슬람 극단주의를 표방한 무슬림형제단이 선거를 통해 합법적 정부를 수립했으나 2013년 압둘팟타흐 시시가 주도한 군부 쿠데타로 독재 정부로 회귀했다. 시시는 스스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대통령이 됐다. 올해에도 민주화 운동의 성지인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을 봉쇄하고 대대적인 반정부 인사 탄압을 이어 갔다.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이집트에선 지금까지 최소 4만명이 반정부 시위로 체포됐다. 독재에 맞섰던 리비아, 예멘, 시리아에선 내전으로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리비아와 예멘은 독재자를 축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정권 이양 과정에서 내전에 휘말렸다. 리비아는 42년간 독재를 펼친 카다피가 시민군에 사살된 뒤 불과 한 달 만인 2011년 11월 과도정부를 구성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일 정부를 출범시키지 못하고 있다. 종파·부족 간 분열 탓이다. 수도 트리폴리에 거점을 둔 세력과 토브루크에 거점을 둔 세력이 서로 정통 정부라며 경쟁하는 사이 북부 해안 지역을 IS와 알샤바브 등 극단주의 단체들이 점령했다. 예멘은 2012년 2월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 대통령이 선출돼 평화적 정권 이양에 성공했다. 하지만 경제난이 발목을 잡았다. 2014년 9월 연료비 인상에 반대하는 시아파 후티 반군이 수도 사나를 공격했고, 이듬해 무력으로 정권을 탈취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연합군이 참전하는 종파 간 내전을 불러왔다. 시리아는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퇴진을 거부했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5년째 반군과 내전을 이어오면서 벌써 24만명 가까운 국민이 희생됐다. 수니파 반군을 지원하는 미국, 영국 등 서방국과 시아파인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 이란이 전선을 형성하면서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시리아 북부 락까를 근거로 한 IS가 세력을 넓히고, 자치정부를 구성한 쿠르드족 문제까지 겹치면서 혼란은 커졌다. 여기에 수니파 국가인 터키와 사우디가 개입을 선언하면서 ‘완전한’ 휴전이 가능할지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내전을 피해 시리아를 탈출한 500만명 가까운 난민 상당수가 유럽으로 건너가면서 유럽까지 시리아 내전의 후폭풍에 휘말린 상태다. 바레인에선 시민 봉기가 끊이지 않는다. 국민 다수를 차지한 시아파는 수니파 왕정 타도를 부르짖고 있다. 발원지인 튀니지는 2014년 민주 정부를 수립했으나 경기 침체와 정치 불안정으로 위태로운 줄타기를 이어 가고 있다. 실업률은 15%에 육박했다. 2011년 7월 입헌군주정을 출범시킨 모로코도 경제난 탓에 정국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종파 간 갈등·쿠르드족 문제 불씨로 남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칼럼에서 “이 지역에선 힘의 공백뿐 아니라 ‘가치의 공백’도 큰 문제”라며 “과거 서구 열강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발흥한 ‘아랍민족주의’가 아랍 국민 대다수를 한데 모을 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랍국은 서구 제국주의가 인위적으로 국경을 긋고 식민통치한 뒤 불과 반세기 전에야 독립한 나라가 대부분이다. 국민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이 부족한 데다 냉전시대를 거치며각기 미국과 소련의 지원을 받아 독재자들이 철권통치를 공고히 했다. 서방국이 나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이유다. 일각에선 유럽 민주화에 200년, 아시아가 50년 가까운 기간이 소요된 만큼 벌써부터 아랍의 봄의 성패를 논하는 건 무리라는 분석도 있다. 이런 가운데 아랍권에선 포스트 아랍의 봄을 둘러싸고 급변하는 정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시아파 국가에 영향력을 확대 중인 이란과 쿠르드족 문제다.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의 득세는 아랍의 봄으로 상처 입은 주변 시아파 무슬림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질 전망이다. 쿠르드족도 문제가 될 공산이 크다. 중동 국가는 쿠르드족 자치권을 놓고 큰 갈등을 빚고 있다. 이라크 전쟁과 시리아 내전의 가장 큰 수혜자는 서방 국가의 도움을 얻어 이 지역에서 자치정부를 수립한 쿠르드족이다. 이들은 향후 아랍권 안보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예컨대 터키에만 1500만명의 쿠르드족이 살고 있는데, 이들은 쿠르드노동자당(PKK)을 통해 정치적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시리아 북부에 근거한 쿠르드 무장조직인 인민수비대(YPG)와 연계되면서 터키는 남과 북이 쿠르드 세력으로 둘러싸인 상황이 됐다. 쿠르드족을 탄압해 온 터키 정부로선 쿠르드족 단체들과 사실상 전쟁을 수행 중이다. 미국의 역할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아랍권 독재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수니파 반군을 지원해 온 미국은 알카에다와 IS라는 괴물을 키운 장본인이다. 하지만 최근 시리아 휴전협정을 주도하면서 복잡한 이 지역 정세에서 서서히 발을 빼려 한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미국이 등을 돌리면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부는 러시아와 이란을 등에 업고 가혹한 탄압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 반군 상당수는 같은 수니파 계열인 IS로 합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현재 미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골치 아픈 상황”이라며 “오바마 행정부는 내부적으로 이제 중동에 다시 군사 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 만큼 휴전 성립이야말로 미국이 도출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공부해라” 11살 딸 새벽까지 닦달한 아내… 법원 “이혼 사유”

    “공부해라” 11살 딸 새벽까지 닦달한 아내… 법원 “이혼 사유”

    힘들다고 울면 “돌대가리야” 폭언…그만하란 남편에겐 “학력 낮다” 무시 법원 “과도한 교육열, 부부 갈등 유발” 서울의 한 사립초등학교 교사 A(42·여)씨는 하나뿐인 딸(11)의 교육에 지나치게 매달렸다.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간 뒤부터 다양한 사교육을 시켰다. A씨는 2012년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자 자신이 가르치는 학교에 진학시켰다. 교직원 특례조항을 이용하면 교육비를 줄이는 동시에 딸과 함께 등하교를 하며 돌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건 딸에게는 본격적인 ‘지옥’의 시작이었다. 엄마의 감시 아래 학교 정규수업과 방과후 학습이 끝난 뒤에도 서너 개의 학습지를 풀어야 했다. 피아노와 수영, 태권도 학원에도 매일 다녔다. 하루 종일 휴식 시간도 없이 매일 새벽 1시쯤에나 잠자리에 드는 생활이 이어졌다. 어떤 때는 새벽 4시까지도 공부를 해야 했다. A씨는 딸에게 폭언도 자주 했다. 딸이 과중한 학습 부담을 호소하며 울음을 터뜨리면 “그러니 너보고 돌이라는 거야. 울지도 마. 학교에서 죽도록 한번 맞아 볼래” 등 심한 말을 하며 몰아세웠다. 남편 B(44)씨는 처음에는 이런 상황을 몰랐다. 딸이 태어난 직후 줄곧 지방 근무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1년 근무지가 서울로 바뀐 뒤 아내가 과도한 ‘스파르타식 교육’에 집착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B씨는 “이런 식으로 공부를 시키는 건 가혹하다”고 여러 차례 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되레 “학벌이 낮은 당신 가족을 닮으면 어쩔 거냐” 등 모욕적인 폭언이 돌아왔다. 부부싸움이 잦아졌고 방을 따로 쓰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아이의 상태가 걱정된 B씨는 딸을 전문가에게 데려가 심리 검사를 했고, 그 결과 가정에서 불안감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국 B씨는 2013년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아내는 “경쟁사회에서 공부를 시키는 것은 부모의 의무이고 딸은 이를 잘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혼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법원은 남편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가정법원 가사5단독 김태우 판사는 B씨가 A씨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친권·양육자 지정 소송에서 두 사람의 이혼을 허용하고 B씨를 아이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했다. 재판부는 19일 “부부 사이에는 신뢰와 애정이 더이상 남아 있다고 보기 어렵고 혼인 생활을 강제하는 것은 남편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줄 것”이라며 “혼인이 파탄되기까지 남편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A씨와 B씨의 교육관이 상당히 다르고 딸은 과도한 교육열을 따르는 데 대해 상당히 힘들어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부부 사이에 양육 및 교육관에 대해 전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아내의 모욕적인 언사로 남편이 상당한 상처를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일본 블랙기업이 만연한 근본 원인

    일본 블랙기업이 만연한 근본 원인

    “365일, 24시간 죽을 때까지 일해” 대형 음식체인점, 와타미 그룹의 기업방침에 들어 있는 이 말은 ‘블랙 기업’(번역자 주: 회사의 이익만을 위해 비합리적인 노동을 직원에게 강요해 노동착취를 조직적으로 행하는 기업을 지칭하는 일본식 조어)을 상징하는 것으로 너무나도 유명하다. 이 회사는 나중에 이 문구를 철회했지만 마치 일하는 사람을 노예로 취급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준법경영 의식이 결여된 경영자가 젊은이들을 착취하는 구도로 현재 벌어지고 있는 ‘격차’의 상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블랙 기업이라는 괴물들이 먹이로 삼은 것은 일본인의 평등의식이다. 블랙, 격차라는 단어는 평등의 대칭점으로 느끼겠지만 사실은 밀접하게 얽혀 있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개별 기업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아  블랙 기업이란 말은 2000년대 후반, IT기업에서 일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회사의 가혹한 노동 상황을 자학하는 형태로 쓰인 인터넷 은어였다. 현재도 명확한 정의가 내려져 있기 보다는 이미지만 앞서 있는 경향이 있다. 장시간 근무와 가혹한 할당, 직장 내 괴롭힘 등이 횡행하고 불법 노동이 만연한 기업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외식이나 소매, 간호, IT등 노동집약형 서비스업에 많다. 새봄을 맞아 취업 준비도 본격화된 가운데 관심을 가진 회사가 블랙 기업인지 여부는 대학생에게도 큰 관심사이다. 언론도 개별 기업의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오사카경제대학 이토 다이치 부교수는 “블랙 기업의 출현은 일본형 고용 시스템이 가진 ‘그림자’ 부분을 가장 ‘검게’ 물들인 문제“라고 지적하고 ”개별기업의 근로조건의 가혹함을 고발하고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라고 말한다. 일본의 고용 시스템은 세계에서도 매우 특수한 형태임을 우선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는 입사 전에는 직무 내용이나 근무지 등을 본인에게 알려주지 않거나, 입사 후에도 언제 다른 직무를 시킬지 모르는 사례가 적지 않다. 또한 법정근무 시간인 ‘오전 9시~오후 5시’를 넘어서 퇴근하는 것은 있을 수 없고, 야근이 필요하면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노동자들은 회사의 명령에 따르는 것이 상식이다. 한편 유럽의 일반적인 고용 계약은 그렇지 않다. ‘보험상품 판매 업무’,’섬유가공기계의 조작’이라는 구체적인 직무(작업)이 먼저 존재하고, 요구되는 기술이나, 직책이 특정되어 있다. 직무의 구체적 내용과 평가 방법도 정해져 있어서 업무내용이 무한정이지 않다(성과로 평가되는 화이트 컬러는 반드시 그렇지 않다). 자신의 일의 범위를 넘어 남의 일을 하는 것은 직역을 침범하게 되므로 금기이다. 일본에서도 비정규직의 경우 이같은 인식이 들어맞는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직무를 하는데, 공장 노동이나 파견 업무를 떠올리면 알기 쉽다. 반면 정규직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의외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정규직으로 입사한 사람은 소수 정예로 채용된 경영 간부 후보라는 미명하에 직무 대상은 원칙적으로 무제한이다.  회사의 근로자에 대한 명령은 거의 무제한  직무가 무한정이라고 하는 것은 유럽, 미국의 일반적인 고용 형태와 달리 자기 일과 남의 일의 구별이 없고, 어떤 업무도 맡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일이 빨리 끝난 경우 솔선해서 다른 사람의 일을 돕거나, 본래 자기가 해야 할 업무 이외의 것도, 상사로부터의 부탁을 받으면 해야 하는 것은 누구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직무 내용뿐 아니라 근로 시간에 대해서도 회사는 강한 권한을 갖는다. 노사협정만 체결하면 초과근로 시간의 상한은 거의 없다. 노동자들이 잔업을 거부하면 해고도 유효하다고 판례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소수 정예로 채용된 이상, 업무가 늘어난 경우 그 인원의 범위 중에서 대응하는 것이 전제로 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어떤 일을’,’얼마나’ 지시받는가, 여기에는 거의 제한이 없다는 게 일본 기업에서 노동의 특징이다. 노동자는 배치 전환에 의한 신규 업무에 빨리 적응하는 능력과 사생활을 희생하더라도 회사에 충성을 다하는 생활태도까지도 요구된다. 그 모든 것이 회사의 평가대상이 된다. 이러한 구조는 장시간 노동과 그 결과로서 우울증이나 과로사를 낳고, 이미 1970년대부터 일본형 고용 시스템의 ‘그림자’로서 문제시되고 있었다. 다만 소수 정예, 직무가 특정되어 있지 않는다는 것은 노동자쪽에서 봤을때 유리한 측면도 있다. 이것이 블랙 기업이 감추려하는 일본형 고용 시스템의 ‘빛’의 부분이다. 소수 정예이고, 회사가 자유롭게 노동자의 직무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종사하는 직무가 사라졌다고 해도 사내의 다른 일에 배치 전환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정적인 장기고용이 가능하며, 안정적인 장기고용이 있기에 근속 연수, 즉 연공에 따른 임금의 상승도 이뤄졌으며, 앞을 내다본 인생 설계가 가능했다. 즉, 잔업과 배치전환 등에 대해서는 회사의 강한 구속을 감수하면서도, 그 대가는 제대로 존재하고 균형이 있었던 것이다. 업종이나 회사의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지속 가능한 업무와 안정된 고용, 가족을 부양하고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보수가 근로자의 대가로 인식됐던 것이다. 사법도 기업의 강력한 업무 명령권을 인정하고 판례로 해고권 남용 법리를 확립함으로써 정규직의 지위를 보호해 왔다.(현재는 조문화되어 있다) 고도경제성장기를 배경으로 이같이 불문율이라고 할 수 있는 규칙이 확립되면서 일본 사회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갖게 됐다. 기업은 한번 정규직으로 고용한 이상 그 사람을 돌보고 능력개발을 실시하며, 안정적인 장기 고용을 전제로, 가족을 꾸리는 ‘보통의 생활’을 보장해준다. 그 대신 일하는 입장에선 “사회인으로 살아가기가 간단하지 않다”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사생활을 희생해서라도 분골쇄신하는 것을 당연시하라는. 그러나 블랙 기업은 일본형 고용 시스템에 대한 사회의 신뢰를 역이용하고 있다. 전통적인 일본형 고용 시스템을 운용하는 기업에서 블랙 기업이 물려받은 것은 “종업원의 조직에 대한 공헌은, 무한정”이라는 의식뿐이다. 그들은 일본형 고용 시스템의 최대의 메리트인 ‘광범위한 지휘 명령권’만을 누린다. 한편, 그에 대한 대가로 존재하는 안정적인 장기 고용과 근로 시간에 걸맞은 보수에 대해서는 “경영자 수준의 눈높이가 없으면 노동자도 살아남을 수 없다”,“보수는 고객의 웃는 얼굴이다”라는 그럴싸한 이유를 대면서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 인식을 시킨다.  안정 고용 없는 장시간 노동, 저임금을 목표로 그들은 근로자 모두를 장기로 안정 고용할 의도는 애초부터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시간 노동은 대전제이다. 10만엔대 전반까지 기본급을 낮춘 다음 수십시간 분량의 고정 초과 근무 수당 제도를 도입하거나 소액의 수당을 줌으로써 겉으로는 ‘보통수준의 금액’의 급여로 위장한다. 게다가 노무관리를 의도적으로 방치하고 정확한 근무 시간을 불명확하게 처리하는 일이 허다하다. 이러한 탈법적인 테크닉을 구사해서 실질적 시급이 최저 임금을 밑도는 수준까지 내려갔다. 노동 문제를 다루는 NPO법인, POSSE의 대표 곤노 하루키는 “노동 집약형 서비스업은 현실에선 직무가 규정된 업무에 가깝다. 정사원이라고 해서 전원이 경영간부 후보가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무수행 방법, 업무량, 성과의 평가 방법에 대해서는 무한정”이라고 지적한다. 그렇게 되면 일본형 고용 시스템의 그림자만이 남게 되어, 말 그대로 시커먼 블랙 기업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블랙 기업을 뿌리째 퇴치하려면 어떤 처방전이 있을까. 곤노는 뜻밖에도 일본에도 ‘계층’이 존재함을 명확히 하자고 제안한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고, 쓰다버려지는 일이 없는 ’보통 사람’의 근로 방식과,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살려서 큰 수익을 노리는 ‘엘리트 경영자’의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 사회에서도 현실적으로 계층이 존재하지만 감춰져 있는 게 실정. 이런 사회에선 입장에 따른 정치적 이해조정이 기능하지 않고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은 어렵다. 계층의 존재를 인정하고 각각의 이해관계를 적극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격차를 축소하게 된다”(곤노) 솔직히 일본에서 계층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은 그동안 금기였다. 평등의식이 특별히 강한 일본에서는 곧바로 받아들여질 일은 아닐지도 모르고 반발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블랙기업은 그런 ‘누구나 노력하면 남다른 생활을 보낼 수 있다”라는 환상을 이용하고 노동자를 핍박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토 교수도 다음과 같이 말한다. “‘휴일엔 쉬고 싶어’,‘초과근무수당이 필요해’라는 것은 노동자에게 너무나 당연한 요구이다. 이것이 경영자에게 ‘어리광’으로 인식되는 것은 사용자와 노동자의 울타리가 희미해져서 본래 보호받아야 할 ‘노동자’ 개념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지휘 명령에 근거해 시간을 파는 노동자와 회사의 소유권인 주식을 소유하고 보수 외에도 주식 배당에서 막대한 수익을 취할 가능성이 있는 오너 경영자는 근본적으로 의견이 다르다. 이러한 이해관계의 차이를 분명히 하고 대립 축을 명확히 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다. 경영자는 이를 자각하고 노동자를 보호해야 하고, 노동자도 같은 입장에서 연대하고 자신들의 권리를 분명히 주장해야 한다.  계층에 대한 무자각은 자기 책임론을 만연시킬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계층을 인정하지 않는 생각은 일본인의 무의식에 깊게 드리워져 있다. ‘1억 총중류’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평등의식은 듣기에는 좋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도 있다. 다양한 입장의 사람에 대해서 과도한 ‘자기책임론’의 강요로 이어지면서 결국 많은 사람의 목을 조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블랙기업에 대해 불평할 시간이 있다면 회사를 그만두고 스스로 창업하면 된다”는 발언들이 사회적·경제적으로 성공하고 있는 저명 인사들 가운데서 발견되는 것이 좋은 예이다. 누구나 비즈니스를 성공시킬 능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리스크를 헤쳐나갈 수 없는 사람도 있다. 노동에 의해서만 생계를 세울 수 밖에 없는 사람이 세상에서는 압도적 다수인 것이다. 일본에서 계층에 대한 무자각은 엘리트로서 본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고귀한 자의 의무)를 가져야 할 인간이 ‘보통 사람’의 입장을 상상할 수 없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바로 노동자를 장기판의 말로 밖에 생각하지 않고 쓰고 버리는, 블랙기업의 오너나 경영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곤노의 지적대로 계층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은 격차를 인정하는 것과 동의어가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고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 능력 있는 사람의 발목을 잡지 않고 최대한 지원하는 한편, 표준적인 행복을 바라는 ‘보통 사람들’의 근로 환경은 제대로 보호하는 것이다. 그러한 의식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블랙 기업의 부조리한 폭주를 멈추는 발판이 되고, 나아가서 일본 사회 전체의 블랙화를 멈추는 길을 열지 않을까.  기사:세키타 신야 도요케이자이 온라인편집부 기자번역:서울신문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이 기사는 일본의 경제전문주간지 도요케이자이의 온라인에 2016년 2월18일 게재된 것으로 저작권은 도요케이자이에 있습니다) 
  • [고전으로 여는 아침] 자유냐 굴종이냐/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고전으로 여는 아침] 자유냐 굴종이냐/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동양과 서양은 페르시아 전쟁을 통해 최초로 격돌했다. 기원전 492년부터 기원전 448년까지 지속된 페르시아의 침공에 대항해 그리스는 각 도시국가가 연합해 항전과 축출을 위한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헤로도토스(기원전 484?~기원전 425?)는 인류 최초의 역사서 ‘역사’에 이 위대한 행적을 기록했다. 소아시아의 그리스 도시국가들은 페르시아의 압제와 가혹한 징세에 반발해 반란을 일으켰다. 그리스 본토의 아테네와 에레트리아가 지원군을 보냈지만 페르시아에 진압된다. 이를 기화로 페르시아의 다레이오스 왕은 그리스 전체를 정복하기 위해 전쟁을 시작했던 것이다. 전쟁이 초래된 원인뿐 아니라 전쟁의 경과와 승패를 가름한 요인에서 후세는 역사의 교훈을 얻는다. 세 차례의 페르시아 전쟁에서 나타난 페르시아 대군과 그리스 연합군 진영의 군세 차이는 현격했다. 페르시아의 기병과 함선의 압도적인 양적 우위 또한 양군 사이의 비대칭 전력의 대표적인 예다. 페르시아는 가공할 군사력을 과시하며 그리스 전 도시국가들에 항복의 표시로 흙과 물을 바칠 것을 요구했다. “전쟁이냐 평화냐”를 물으며 내부 분열을 촉진하고 이간시킨 것이다. 고도의 심리전이었다. 애당초 대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많은 도시국가들은 줄줄이 페르시아 대왕에게 항복했다. 그 대가로 평화를 얻었지만 군대와 전쟁 물자를 바치며 부역해야 했다. 하지만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예외였다. 그들은 다레이오스 대왕이 보낸 전령들을 구덩이 속에 던지며 거기서 왕에게 줄 흙과 물을 가져가라고 했다. 항복을 회유하는 페르시아 사령관 휘다르네스에게 응대한 스파르타 전령의 말도 이들의 결기를 웅변한다. “그대는 노예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알아도, 자유가 무엇인지는 전혀 경험해 보지 않아 그것이 달콤한지 아닌지 모르신단 말이오. 그대가 자유를 경험했더라면 우리에게 창뿐 아니라 도끼를 들고 자유를 위해 싸우라고 조언했을 것이오.” 아테네인과 스파르타인들은 굴종 대신 자유를 선택했다. 그들은 페르시아 신민(臣民)의 노예적 삶보다 헬라스의 자유인이길 원했다. 절대적 열세 전력은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용기와 희생의 정신력으로 맞서 극복했다. 이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그리스의 평화와 황금기를 일군 원동력이 됐다. 돈으로 산 평화는 취약하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땐 “전쟁이냐 평화냐”라며 분열과 공포를 야기하는 감성의 구호보다 “자유냐 굴종이냐”라며 자유 시민의 자긍과 용기를 북돋우는 것이 책임 있는 지도자가 취해야 할 덕목이다.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kipeceo@gmail.com
  • “어설퍼도 너무 어설퍼”… ‘FBI가 만든 反 IS게임

    “어설퍼도 너무 어설퍼”… ‘FBI가 만든 反 IS게임

    미연방수사국(FBI)이 10대들을 겨냥해 제작한 반(反) 이슬람 극단주의 교육용 웹사이트가 기대 이하의 완성도로 인해 혹평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이 보도했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온라인 공간을 통한 극단주의 사상 전파에 많은 노력을 할애하고 있다. FBI는 IS의 이러한 온라인 선전활동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교육용 웹사이트 “돈 비 어 퍼펫”(Don’t be a puppet: 꼭두각시가 되지 마세요)을 오픈했다. FBI 대변인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10대들이 극단주의 사상에 대해 비판적 사고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라며 웹사이트 기획의 의도를 밝혔다. 이러한 목적에 따라 돈 비 어 퍼펫에는 이슬람 극단주의의 전반적 특성이나 일반 시민이 극단주의에 물들어가는 과정 등을 설명하는 교육 자료가 가득 게재돼있다. 문제는 이 웹사이트의 시각적 디자인과 메시지 전달방식이 각종 신식 매체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감각에 부합할 만큼 충분히 세련되지 못하다는 점이다. 해외 언론은 이 사이트가 ‘IS의 영향력으로부터 10대를 보호한다는 실효를 발휘할 수 있을지 크게 의심 된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가혹한 비판의 중심에 놓인 부분은 웹사이트에 포함된 ‘슬리퍼리 슬로프’(Slippery Slope)라는 제목의 미니게임이다. 슬리퍼리 슬로프는 ‘미끄러운 경사면’이라는 뜻으로, 한 번 들어선 파국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채 밑바닥까지 치닫게 되는 현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표현이다. 총 여섯 스테이지로 구성된 이 게임은 염소를 움직여 초록색, 회색 구조물들을 피해 결승선에 도달한다는 매우 단순한 구조를 띄고 있다. 각 스테이지를 완수하면 극단주의자들이 종종 사용하는 그릇된 논리가 담긴 문장, 이를테면 “폭력의 사용이야말로 우리의 신앙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 등의 문구가 화면에 출력되는 것이 게임 내용의 전부다. IT 전문 매체 기즈모도는 이 게임과 웹사이트 전반에 대해 “90년대에나 존재했던 수준 이하의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연상시킨다”고 평했으며 게임 전문 웹진 코타쿠 또한 “FBI에서 게임을 출시했는데 한 마디로 형편없다(sucks)”며 직설적 비판을 가했다. 가디언은 이번 웹사이트에 대해 “청소년을 설득하는 문제에 있어서 국가기관이 얼마나 무지한지 다시금 알려주는 좋은 사례”라며, 젊은 세대 성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IS의 행보에 크게 뒤쳐진다고 분석했다. 현재 IS는 SNS 홍보 전담반을 운영하는가 하면 헐리우드 스타일의 화려한 홍보영상을 제작해 인터넷에 배포하는 등 젊은 세대에게 강력하게 호소하는 고도의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돈 비 어 퍼펫 홈페이지: https://cve.fbi.gov/home.html 슬리퍼리 슬라이드 플레이하기: https://cve.fbi.gov/whatis/?state=blameSection1 사진=ⓒFBI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2013년 공단 중단 피해기업 “이번엔 9% 가산금리 날벼락”

    2013년 공단 중단 피해기업 “이번엔 9% 가산금리 날벼락”

    수출입銀, 업체에 최근 공문 “미상환 원금에 연체 금리” 업체들 “가혹한 조치” 말 잃어 통일부와 한국수출입은행이 2013년 개성공단 가동 잠정 중단 당시 집행했던 ‘개성공단 영업기업 특별대출’ 잔액에 최대 연 9%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방침을 입주 업체들에 지난달 통보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당초 “연 2% 저리 대출로 입주 기업 피해를 최소화시키겠다”던 정부의 홍보를 3년여 만에 뒤집은 조치다. 가산금리가 더해지면 연 11%의 사금융 수준 고금리가 적용되는데, 이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 해당 업체들의 줄도산도 우려된다. 현재 124개 입주 업체 중 13곳이 이미 ‘최대 9% 가산금리 부과 방침’을 수출입은행으로부터 통보받았고 78곳이 여전히 대출 잔액을 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이 무더기로 2013년 특별대출을 받은 이유는 당시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을 핑계 삼아 개성공단을 5개월 가까이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입주 기업들이 1조원 이상 손실을 주장하자 정부가 나서서 특별경제교류협력자금에서 대출을 지원했다. 수출입은행 측은 “당시 104곳이 특별대출을 받아 유동성 위기 극복에 썼고 그중 26곳이 대출을 전부 상환했다”면서 “다른 정책자금 대출과 형평성을 맞춰 대출 기간을 1년으로 하되 통일부 장관이 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는 조건이었다”고 설명했다. 수출입은행은 이후 매년 특별대출을 받은 기업들에 대해 연 2~3%대 금리를 유지한 채 상환 기일을 연장해 줬지만 대출 3년째인 올해부터 고율의 연체이자를 물리고 원금을 분할 상환받기로 했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공문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3년까지 대출 원금을 전혀 갚지 못한 기업을 대상으로 연체 기간별로 ‘30일 이내까지 3%, 90일 이내까지 6%, 90일 초과 시 9%’까지 가산금리를 부과하기로 했다. 개성공단 입주 업체 대부분이 제조업체이기 때문에 공장 가동과 동시에 현금 흐름이 발생해 대출을 갚을 수 있다고 판단한 당국이 대출금을 이미 갚은 기업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시중의 연체금리를 적용했다는 게 수출입은행 측 설명이다. 그러나 개성공단기업협회 김서진 상무는 “동남아 지역 등에 대체 공장을 둔 기업은 가까스로 특별대출을 갚을 수 있었지만, 2013년 개성공단 가동 중단 여파로 거래처를 복구하지 못한 영세업체들은 대부분 대출 상환에 실패했다”며 “이미 빚을 끼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또다시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돼 무더기 파산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가산금리 부과 방침을 통보받은 업체들도 ‘가혹한 조치’라며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개성공단에 초코파이와 생활필수품을 납품하다 2013년 당시 매출액의 10%인 1억여원을 특별대출받았던 A사 대표는 “남북 관계 경색 국면이 이어지자 북측이 초코파이 반입 허용 물량을 점점 줄이더니 2014년 하반기부터 아예 반입을 금지했다”면서 “막노동으로 특별대출 이자를 갚으며 개성공단에서의 재기에 희망을 걸었는데, 우리 정부는 빚 독촉을 하고 북한은 개성공단을 폐쇄해 파산밖에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