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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대 국문과 “22사단 투신병사는 우리 학우, 가해자 엄벌하라”

    홍대 국문과 “22사단 투신병사는 우리 학우, 가해자 엄벌하라”

    선임병의 구타와 가혹 행위에 시달렸다고 주장하며 목숨을 끊은 육군 일병의 대학 교수진과 동문이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홍익대 총학생회, 국어국문학과 학생회·교수진, 문과대 학생회는 24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육군은 적폐를 밝히고 가해자를 엄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육군 제22사단에서 선임들의 구타, 폭언, 추행 등으로 홍익대 국어국문학과 15학번 고필주 학우가 죽음에 이르렀다”며 해당 병사의 실명과 소속 학과를 공개했다. 이 학과 교수 일동은 “고 군처럼 선한 학생이 적응할 수 없는 곳이 군대라면 이는 절대 한 개인의 부적응 문제로 치부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필주가 마지막 용기를 내어 도움을 요청했을 때 그 요청을 묵살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조처를 했던 부대 지휘관들의 태도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상규명, 관련 책임자 처벌, 정부 차원의 재발 방지 노력이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는 사랑하는 제자를 떠나보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육군 22사단에 복무하던 고 일병은 19일 경기 성남 분당의 국군수도병원에 진료받으러 갔다가 병원에서 투신했다. 그는 선임병들의 가혹 행위 등에 시달렸다고 주장하며 부대에 고충을 상담했는데도 인솔 간부 없이 병원에 간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을 폭로했던 군인권센터는 지난 21일 정연봉 육군참모차장이 주관한 ‘현안업무 점검회의’ 내용을 공개하며 “육군이 고 일병 유족에 대한 사과나 진상규명보다 사건 은폐에만 신경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가혹행위에 목숨 끊은 22사단 K일병…학우들, 진상규명 목소리

    가혹행위에 목숨 끊은 22사단 K일병…학우들, 진상규명 목소리

    “필주야, 더운 날 시원하고 힘든 일 없이 좋은 곳에서 좋은 나날을 보냈으면 좋겠다. 너 그렇게 지낼 동안 우리는 너의 죽음이 왜곡되지 않도록 진실을 밝히는 데 힘쓸게.” 선임병들에게 구타와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지난 1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육군 22사단 소속 ‘K일병’, 故 고필주(21) 일병의 학우들이 군 당국에 진상 규명과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홍익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학생회와 교수진, 문과대학 학생회, 총학생회 및 중앙운영위원회는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일병의 자필기록·메모 공개 △가해자 즉각 구속하고 진상조사 착수 △육군제22사단장·대대장·중대장 등 관련 간부 처벌 △고인 순직처리 및 유품 반환을 요구했다. 앞서 고 일병은 국군수도병원에 외진을 왔다가 병원 건물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인이 갖고 있던 수첩에는 “부대에서 일하는데 폭언과 욕설을 들었다”, “부식을 받으러 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선임들이 ‘짬 좀 찼냐’며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등 선임병 3명에게 당한 가혹행위가 적혀 있었다.홍익대 학우들과 교수진은 ‘가해자를 즉각 구속하고 엄히 처벌하라’, ‘육군 제22사단장 김정수 소장 및 대대장 김정열 중령 등 책임자들을 보직해임하고 중징계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 피켓을 들었다. 몇몇 학우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학생들은 학교 정문 앞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 앞에서 고인을 추모했다. 한편 이날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고 일병이 선임병들의 구타와 가혹행위로 인해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육군은 21일 정연봉 참모차장 주관으로 육군본부 현안업무 점검회의를 열었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회의에서 “사건 발생에 대한 반성과 유가족에 대한 사과, 재발 방지 대책 발표, 엄정 수사에 대한 내용은 논의되지 않았다”며 “군인권센터 폭로로 해당 사건이 이슈화되는 것을 사전에 막지 못한 점, 언론 통제를 하지 못한 점을 위주로 다루고 있다. 육군의 관심사는 오로지 사건으로 인한 여론 악화에만 집중했다”고 비판했다. 육군은 이 주장과 관련 “육군이 사건에 대한 반성과 엄정수사 등에 대해 아무것도 논의하지 않았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회의 시 지시내용도 왜곡 해석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육군은 “고인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하며, 제기된 의혹 등에 대해 철저한 조사는 물론, 조사결과에 따라 엄중히 처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형우 기자 hwkim@seoul.co.kr민나리 수습기자 mnin1082@seoul.co.kr
  • [서울포토] ‘친구의 죽음 진상 규명을 요구합니다’

    [서울포토] ‘친구의 죽음 진상 규명을 요구합니다’

    24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서 학교 친구들과 교수진들이 지난 19일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를 견디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육군 22사단 故 고필주 일병 가혹행위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다 고인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반성 없는 육군…‘22사단 일병 투신’ 대책회의서 “언론·유가족 통제” 지시

    반성 없는 육군…‘22사단 일병 투신’ 대책회의서 “언론·유가족 통제” 지시

    지난 19일 경기 성남 분당의 국군수도병원에서 육군 제22사단 소속 K(21) 일병이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4월 22사단 소속 강원 고성의 부대로 전입한 K일병은 병장 1명과 상병 2명 등 선임병 3명으로부터 폭언·욕설·폭행에 시달려왔다고 군인권센터는 지난 20일 밝혔다. 이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이후 육군이 대책회의를 열었다. 그런데 이 대책회의에서 K일병의 사망을 초래한 부대 내 가혹행위에 대한 반성이나 재발 방지 대책, 유가족에 대한 사과 등은 전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육군의 관심은 오로지 이 사건이 어떻게 해서 알려졌는지, 그리고 향후 언론에 어떻게 보도될지에만 쏠려 있었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21일 정연봉 육군참모차장 주관으로 열린 ‘현안 업무 점검 회의’의 회의 결과 내용을 입수해 24일 공개했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회의 결과 내용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육군 지휘관 및 참모들에게 전달된 결과 보고 내용으로 아래와 같이 구성돼 있다.  결과 보고 내용을 보면 대체로 언론 동향 파악 및 대응, 유가족 통제에 관한 것이며 사건에 대한 반성 평가 역시 군인권센터 폭로를 통해 해당 사건이 이슈화 되는 것을 사전에 막지 못한 점, 언론 통제를 하지 못한 점을 위주로 다루고 있다. 즉 사건 발생에 대한 반성, 유가족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 재발 방지 대책 발표, 엄정 수사 등에 대한 내용은 아무것도 논의하지 않고 오로지 사건으로 인한 여론 악화 여부에만 신경을 쓴 모습이다. 군인권센터는 “육군이 수없이 많은 병영 부조리 및 구타, 가혹행위 사건을 겪고 국민의 질타를 받았음에도 여전히 같은 양태의 사건이 반복되는 이유를 명백히 드러내고 있다”면서 “군은 늘 이와 같은 태도로 사건을 대하다 곤욕을 겪어왔지만 조금도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사죄와 반성보다는 사건의 은폐와 축소에 급급한 육군의 현 실태에서 병영 혁신은 요원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특히 사건·사고 대처에 있어 문제 해결에 초점을 두지 않고 언론 보도 관리, 유가족 통제 등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은 지난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사건에 대처하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면서 “이처럼 정연봉 육군참모차장을 위시한 육군 지휘부는 사회를 좀 먹는 적폐세력이며 군을 망치고 있는 장본인들”이라고 지적했다. 최전방을 지키는 22사단은 부대 내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14년에는 ‘임 병장 무장 탈영 사건’(GOP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전역을 3개월 앞두고 있던 임 병장은 부대 안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수류탄을 투척해 5명을 살해하고 7명을 다치게 했다. 범행 원인은 김 일병 사건과 마찬가지인 병영 내 집단 괴롭힘이었다. 또 지난 1월 형모 일병이 영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 또 다시 K일병이 스스로 투신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지난 사건들로부터 아무런 반성도 교훈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북송 탈북자 5명 자살… 中 사드보복 차원 단속 강화했나

    한국행 결심 가족 5명도 선양서 잡혀 北 압송 도중 장래 비관 음독 자살 최근 한국행을 시도하다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된 북한 노동당 지방 간부의 일가족 5명이 ‘강제 북송’ 위기에 처하자 집단 자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내 탈북자에 대한 북송 조치가 강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23일 중국의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탈북자 일가족이 며칠 전 한국행을 결심하고 제3국으로 가기 위해 중국 선양에 머물던 중 공안당국의 급습으로 붙잡혔다”면서 “공안당국의 조사를 받고 강제 북송 위기에 처하자 이를 비관해 음독 자살했다”고 밝혔다. 안 소장에 따르면 자살한 일가족은 북한에서 노동당 산하 지방기관의 간부로 일하던 50대 남성과 그의 부인, 3남매 등 모두 5명으로 이달초 강을 건너 탈북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탈북자가 중국에서 북한으로 강제 압송되면 처형되거나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되는 등 가혹한 처벌을 받는데 이런 압박감이 극단적 선택의 배경일 것이라고 안 소장은 설명했다. 이 같은 사건은 이들을 안내하다 함께 체포된 한족 브로커에 의해 알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들은 북한을 떠날 때부터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청산가리를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도 전날 소식통을 인용해 제3국으로 향하던 탈북민 17명이 지난 15일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면서 이들 중 일가족 5명이 자살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의 한 조선족 소식통은 이 매체에 “며칠 전 한국행을 위해 중국 지린성 옌지시를 거쳐 제3국으로 향하던 탈북자 일가족이 공안에 체포되는 사건이 있었다”면서 “이들은 공안에 의해 북한으로 압송되던 도중 모두 자살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이들은 다른 일행과 함께 제3국을 거쳐 한국행을 시도하다 그 통로인 윈난성 쿤밍시에서 공안에 체포됐다”면서 “함께 체포된 나머지 탈북자 가족들은 현재까지 해당 지역의 공안 구류장에 갇혀 있으며 살아남은 탈북자들 역시 곧 북한으로 압송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다른 조선족 소식통도 “탈북자들이 주로 숨어 사는 동북 3성, 동남아와 연결된 윈난성 등의 열차역 또는 주요 길목을 공안 검열대가 지키고 있다가 탈북자로 의심되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체포하고 있다”면서 조선족들 역시 탈북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중국 당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안 소장은 “지난 3월부터 북한 보위성과 중국 공안부가 협동작전을 해서 중국 내에서 탈북자 검거 소탕전을 벌였다”면서 “그게 지금 막바지 결산 단계에 오다 보니까 많은 사람들이 노출돼 다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게 아마 정치적으로는 사드 보복의 일환으로 진행된 걸로 알고 있다”면서 “아직 공개가 안 돼서 그렇지 더 잡히거나 자살하거나 한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특별히 지금 정세와 관련해서 더 강화된 조치라고 볼 만한 증거는 아직 없다”면서 “(대북) 제재 강화 차원에서 국경 통제를 강화할 수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탈북자 북송은 중국이 전통적으로 해 왔던 방식”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구체적인 탈북민 관련 사항은 탈북민 신변 안전 및 관련국과의 외교문제 등을 감안해 밝히지 않고 있다”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북송위기 탈북민 일가족 5명, 중국 선양서 집단자살”

    “북송위기 탈북민 일가족 5명, 중국 선양서 집단자살”

    한국으로 탈북을 시도하다가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된 노동당 지방 간부의 일가족 5명이 최근 집단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강제로 북송될 위기에 몰리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22일 중국의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탈북자 일가족이 며칠 전 한국행을 결심하고 제3국으로 가기 위해 중국 선양에 머물던 중 공안당국의 급습으로 붙잡혔다”면서 “공안당국의 조사를 받고 강제북송 위기에 처하자 이를 비관해 음독자살했다”고 연합뉴스를 통해 밝혔다. 이들의 구체적인 자살 장소와 경위 등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안 소장에 따르면 자살한 일가족은 북한에서 노동당 산하 지방기관의 간부로 일하던 50대 남성과 그의 부인, 3남매 등 모두 5명으로 이들은 북한에서 출발할 때 이미 독약을 소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들이 중국에서 북송될 경우 처형되거나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되는 등 가혹한 처벌이 예상돼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주장했다. 국내의 탈북민 지원단체 관계자도 “중국에서 최근 일가족을 포함해 탈북민 10여명이 선양에서 체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가운데 탈북민 일가족만 청산가리를 음독해 자살했다는 말을 복수의 중국 지인으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도 이날 제3국으로 향하던 탈북민 17명이 지난 15일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면서 이들 중 일가족 5명이 자살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늘의 맛/이규리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늘의 맛/이규리

    그늘의 맛/이규리 한 복숭 나무에 어떤 열매는 붉고 어떤 열매는 파랗다 넌 누굴 닮아 그 모양이니?그때마다 더 파래지곤 했다 어떤 이는 손바닥 하나를 뒤집어 새를 날리고 장미를 꺼내지만 손바닥을 뒤집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대신 그늘을 먼저 배우는 거랄까그늘의 맛, 그러니 복숭이 간신히 내놓은 까슬한 뺨을 꾹꾹 눌러 확인하지 마라 여기까지 먼길,파란 열매는 얼마나 가혹한 자책이겠느냐 복숭아는 여름 과일이다. 여름을 사랑하는 것은 이 계절이 복숭아를 내놓기 때문이다. 복숭아를 한입 크게 베어 물면 입안 가득 달콤한 즙이 넘치는데, 이때만큼 더 행복한 일은 없다. 잘 익은 복숭아는 붉은빛을 품은 연한 분홍색이다. 복숭아는 무른 과육이라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면 움푹 패고 쉽게 갈변한다. 어떤 복숭아는 끝내 익지 못해 파란색이다. 익지 못한 것들은 떫다. 그늘의 맛을 품기 때문이다. 시인은 파란 열매에서 실패에 대한 ‘가혹한 자책’을 읽어 낸다. 누구나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중 누군가는 그늘의 맛울 품은 채 살기도 한다. 장석주 시인
  • [현실 속 삼국지] 제자들 서로 욕 시켰다면 훈육이라도 정서적 학대

    한 초등학교 교사가 욕하는 나쁜 버릇을 고치겠다며 학생들에게 상황극을 시켰다. 자주 욕을 하는 학생 2명을 교단으로 불러내 서로에게 욕을 하라고 한 것이다. 성교육 과정에서는 동성애 사진을 보여 주며 동성끼리의 성관계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또 다른 어린이집 교사는 점심시간에 자신이 먹던 음식을 어린이들의 식판에 부었다. 어린이들을 교실 안에 혼자 놓은 채 나가 버리기도 했다. 두 교사 모두 신체적인 폭력을 가한 것은 아니지만, 정서적인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서 아동학대에 해당한다.
  • 가혹행위 알렸는데 가해자와 방치…육군병사 자살

    육군 병사가 선임병으로부터 구타 및 가혹행위를 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20일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4시쯤 육군 제22사단 소속 K(21) 일병이 경기 성남 분당의 국군수도병원에서 투신자살했다. 치아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K일병은 병원 7층 도서관 창문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 당시 K일병은 부대 동료와 함께 동료 아버지의 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했고, 인솔 간부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센터 측은 이날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월 강원 고성의 부대로 전입한 K일병이 병장 1명과 상병 2명 등 선임병 3명으로부터 폭언·욕설·폭행에 시달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K일병의 수첩을 인용해 “선임병들은 훈련 중 부상으로 앞니가 빠진 K일병에게 ‘강냉이 하나 더 뽑히고 싶으냐’며 폭언, 협박을 일삼았다”고 밝혔다. K일병의 지갑 속 메모에는 “엄마 미안해. 앞으로 살면서 무엇 하나 이겨낼 자신이 없어. 매일 눈을 뜨는데 괴롭고 매 순간 모든 게 끝나길 바랄 뿐이야. 편히 쉬고 싶어”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센터는 “K일병은 지난 14일 부대 내 고충 상담에서 선임병으로부터 구타와 가혹 행위를 당했다는 사실을 이미 보고한 상태였다. 이후 ‘배려병사’로 지정돼 GOP(일반전초) 근무에서 배제됐다. 하지만 가해 병사들과 분리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22사단은 2014년 GOP 총기난사 사건, 2017년 1월 일병 자살 사건이 일어난 곳”이라며 “지난 사건들로부터 아무런 반성도 교훈도 얻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 헌병대의 조사로 가해 병사가 적발될 경우 관련 규정에 따라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속보] 또 22사단서..‘가혹행위·구타’로 일병 병원서 투신 자살

    [속보] 또 22사단서..‘가혹행위·구타’로 일병 병원서 투신 자살

    선임병으로부터 구타와 가혹행위에 시달리고 있다고 고충을 상담했던 육군 전방 사단의 병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20일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19일 오후 4시쯤 육군 제22사단 소속 K일병(21)이 경기 성남 분당의 국군수도병원에 진료받으러 갔다가 병원에서 투신했다. 센터는 올해 4월 강원 고성의 제22사단으로 전입한 K일병이 병장 1명과 상병 2명 등 선임병 3명의 폭언, 욕설, 폭행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훈련 중 부상으로 앞니가 빠진 상태였는데 이를 두고 선임병들이 “강냉이 하나 더 뽑히고 싶으냐” 등 폭언을 일삼았다는 것이 센터 측 설명이다. 멱살을 잡히거나 욕설을 듣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이런 내용을 자신의 휴대용 수첩에 기록했으며, 유족들이 유품 확인 과정에서 발견했다. 또 K일병의 지갑 속 메모에는 “엄마 미안해. 앞으로 살면서 무엇 하나 이겨낼 자신이 없어. 매일 눈을 뜨는데 괴롭고 매 순간 모든 게 끝나길 바랄 뿐이야. 편히 쉬고 싶어”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K일병은 치아 진료를 받으러 병원에 갔으며 인솔자는 없었다고 한다. 부대 동료와 함께 동료 아버지의 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했다. 센터는 “K일병은 지난 14일 부대 내 고충 상담에서 선임병으로부터 구타와 가혹 행위를 당했다는 사실을 이미 보고한 상태였다”며 “이후 ‘배려병사’로 지정돼 GOP 투입 근무에서 배제됐으나 가해 병사들과 분리되지는 않았다. 배려병사로 지정해두고도 인솔 간부 하나 없이 내보내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제22사단은 2014년 GOP 총기난사 사건, 2017년 1월 일병 자살 사건이 일어난 곳”이라며 “지난 사건들로부터 아무런 반성도 교훈도 얻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장애 여중생 성매매 강요 10대들 집유 선고 부당”

    지적장애 여중생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가혹행위를 한 10대 남녀 청소년 4명에 대해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해 풀어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시민단체가 처벌이 너무 가볍다며 반발하고 나서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통영시민사회단체연대는 18일 지적장애 여중생을 성매매시키고 폭행한 중학생 4명에 대해 법원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국민 법 감정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면서 전원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같은 판결 사실을 최근에야 알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2심 재판부에 강력한 처벌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지적장애가 있는 당시 16세 여중생 A양은 같은 학교 친구 등 여중생 3명과 남중생 1명으로부터 통영에서 여러 차례 성매매를 강요당했다. 가해자들은 성매매 대금을 여관비와 생활비로 썼다. 가해자들은 “힘들다”며 성매매를 거부하는 A양을 집단폭행했다. A양의 얼굴과 몸에 음란 글귀를 쓰고, 옷을 벗긴 뒤 음란행위를 강요하며 동영상을 찍기도 했다. A양은 맨발로 도망쳐 나와 시민에게 발견돼 경찰 지구대로 인계됐다. 경찰은 가해자 4명을 지난해 10월 구속했다. 통영지원은 지난 4월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3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사회봉사, 성폭력치료 강의수강 등을 명령해 가해자들은 모두 석방됐다. 검찰 항소로 가해자들은 이달 말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시민단체연대는 “잔인한 반인권적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을 법원이 ‘19세 미만에 자백을 했고 반성문을 제출했으며 학업 의지가 있다’는 이유로 풀어줬다”며 “피해자는 거리에 다닐 수도 없고 벌벌 떨며 충격에 사로잡혀 있는데 가해자들은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게 현실”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피해 여학생이 ‘폭력신고를 해도 선배 집이 부유해 큰 처벌 없이 마무리되는 일이 많았고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하지 못한다’는 호소도 했다”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통영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구금에 가혹 행위까지…30년 만에 ‘간첩 누명’ 벗은 70대 노인

    구금에 가혹 행위까지…30년 만에 ‘간첩 누명’ 벗은 70대 노인

    간첩으로 의심받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70대 노인이 30여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제주지법 형사2부(부장 제갈창)는 18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강모(76)씨의 재심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강씨는 1962년 일본으로 밀항해 17년을 살다가 1979년 7월 고향인 제주로 돌아왔다. 그해 8월 제주경찰은 강씨를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 강씨는 65일간 갇혀 각종 가혹 행위를 받은 뒤 풀려났다. 그런데 1986년 검찰은 ‘강씨가 1979년부터 1984년까지 5년간 간첩활동을 했다’며 강씨를 영장도 없이 다시 체포했다. 당시 검찰은 강씨가 북한과 조총련 지시를 받아 국내 정보를 수집·제공했다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강씨는 그해 5월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의 형을 선고받았고 항소는 기각됐다. 2013년 4월 강씨는 가혹 행위 때문에 허위진술을 했다며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해 8월 재심 개시가 결정됐다. 강씨는 재판에서 “수사기관의 고문과 불법 구금 등 가혹 행위에 못 이겨 거짓으로 진술했다”며 간첩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보안부대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장기간 불법 구금 상태에서 가혹 행위 등에 의해 임의성 없는 진술을 했던 것으로 보이고, 검찰에서도 임의성 없는 진술을 이어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In&Out] 금융기관의 신뢰, 그리고 감독 당국의 역할/조영제 한국금융연수원장

    [In&Out] 금융기관의 신뢰, 그리고 감독 당국의 역할/조영제 한국금융연수원장

    무릇 사업할 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신뢰를 쌓는 일이다. 고객의 신뢰가 무너지면 지속적인 성장은 어렵다. 금융기관도 마찬가지다. 고객의 신뢰를 꾸준히 쌓아야만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금융기관들은 종종 실적에 급급한 나머지 고객의 신뢰를 저버리는 경우가 있다. 중요 정보를 알리지 않고 금융상품을 팔아 민원을 자초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금융은 고도의 전문성과 복잡성을 띠고 있어 전문지식이 부족한 고객들은 불완전 판매의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금융 업무가 단순했던 시절에는 고객들이 금융상품의 성격과 위험 요인을 파악하는 게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상품 설계에 복잡한 금융공학기법이 동원되면서 금융상품의 속성을 이해하는 게 쉽지 않은 상태다. 금융기관이 금융상품의 성격과 원가, 현재 가치, 위험 등을 충분히 알리지 않으면 고객은 정확한 내용을 모른 채 거래해 손실을 입을 수 있다. 그러기에 각국은 감독당국을 두고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영업행위를 감독해 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파생상품을 금융기관들이 고수익을 미끼로 고객들에게 판매해 많은 피해를 입혔고, 그로 인한 부실이 금융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진 참사였다. 미국 정부는 위기 수습 후 고수익 상품을 판매한 금융기관들에 대해 고강도의 제재를 내렸다. 지난해 미국의 4대 은행인 웰스파고 은행은 2011년부터 150만개의 유령 계좌를 만들어 실적을 부풀리고 고객 동의 없이 수수료를 챙겨 오다가 연방소비자금융보호국(CFPB)으로부터 약 2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로 인해 최고경영자는 물러났고 5300명의 직원이 해고됐다. 우리나라에서도 2013년에 한 재벌 증권사가 계열사의 부도 위험을 숨긴 채 그 회사가 발행한 증권을 팔아 5만여명의 고객에게 피해를 입혔다가 제재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일부 금융사가 10만여건의 보험상품을 불완전 판매해 계약해지와 환급 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징벌적 배상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탓에 금전적 제재는 하지 못했다. 징벌적 배상이란 ‘고의적이고’(Intentionally), ‘부당하며’(Maliciously), ‘과도한’(Grossly Reckless) 위법행위에 대해 배상 규모를 넘는 벌금을 물려 처벌과 재발 방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제도다. 그만큼 우리는 금융기관의 신뢰 위반을 엄히 다스리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업은 여타 업종에는 없는 특별한 안정장치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평소 업무를 감독하는 감독 당국, 최종 대부자로서의 중앙은행, 금융기관 부도시 예금지급을 보장하는 예금보험기구 등이 그것이다. 고객들은 이러한 기관들이 감시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안심하고 금융기관과 거래한다. 그러기에 금융기관이 잘못을 저지르면 가혹한 제재가 뒤따르고, 감독 당국도 호된 질책을 받게 된다. 미 연방소비자금융보호국은 고객을 속인 웰스파고 은행에 벌금을 부과하면서 감독 당국인 연방통화감독청(OCC)과 캘리포니아주 감독 당국에도 각각 3500만 달러, 5000만 달러 등의 벌금을 부과했다. 은행에 대한 제재와 감독 당국에 대한 제재를 병행해 양측 모두에 고객들의 신뢰를 충실히 지키라는 경종을 울린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감독 업무를 금융기관의 영업과 창의성을 누르는 규제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금융산업의 건실한 성장을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기에 이를 담보하는 감독 당국의 법 집행과 권위도 절대적으로 존중돼야 한다.
  • 싸움소의 눈빛, 온몸으로 버텨내는 노동자 닮은…

    싸움소의 눈빛, 온몸으로 버텨내는 노동자 닮은…

    칠성이/황선미 지음/김용철 그림/사계절/68쪽/1만 6000원소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함께 고요해진다. 어떤 허위도 가릴 수 없는 순정한 진심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황선미(54) 작가가 ‘마당을 나온 암탉’에 이어 또 다른 동물 서사의 주인공으로 소를 들여보낸 건 그 눈 때문이다. ‘빈집에 온 손님’ 이후 15년 만에 펴내는 그림책 ‘칠성이’에서다. “싸움소에 관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다 소의 표정을 봤어요. 도망갈 여지도 없이 온몸으로 한순간을 버티는 노동자의 눈빛이 소에게서 읽혔죠. 그 진지한 얼굴이 어쩌면 온몸으로 살고 있는 어떤 사람인 것만 같아 이끌렸어요.”작가가 독자들을 데려가는 곳은 ‘전장’이다. 옥뿔과 노고지리뿔이 위태롭게 얽혀들고, 콧김 섞인 고래빼기가 울려 퍼지고, 한껏 벼려진 근육과 근육들이 맞부딪는 곳. 소싸움판이다. 취재를 위해 2011년 진주 소싸움장을 찾아간 작가는 그저 막연했다. 소싸움장에서 찍은 사진 수백 장, 유튜브에서 길어올린 동영상, 인터넷 자료 등 수많은 자료를 파고들어도 그 자리를 맴돌았다. 이야기의 실타래는 우연히 얻은 사례 한 조각에서 풀려나갔다.“조사를 하다 우연히 도축장 앞에서 구조돼 싸움소로 길러진 소가 있다는 에피소드를 들었어요. 싸움소는 태생부터 정해진 게 아니라 몸의 조건이 좋은 소를 찾아서 기르는 거라고요. 원래부터 뛰어나게 태어나는 존재가 아니라 누군가와의 만남을 통해 특별한 존재가 되어 간다는 이야기. 거기서 출발했죠.” 도축장의 좁은 통로 앞. 기계톱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소들은 저 길을 통과하면 다시 돌아 나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예감한다. 다른 소들과 함께 몸부림치고 땅을 헤집어대던 어린 칡소는 소들을 살피는 황 영감의 눈에 단박에 든다. 황 영감은 소에게 칠성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죽음 직전에 살길을 터준다. 싸움소로 운명을 정해주면서. 칠성이는 도축장 앞에서의 두려움과 분노, 성숙한 삶의 태도를 몸으로 가르치는 황 노인의 애정과 질타를 동력 삼아 우직하게 성장해 나간다. 작가는 감상에 빠지는 걸 경계하듯 곁눈질하지 않고 진중한 문장으로 직선의 서사를 완성한다. “어른도 아이도 읽을 수 있는 단편을 그림책이라는 그릇에 담았다”는 편집자의 말처럼 원고지 65매짜리 단편은 영화처럼 장면 장면마다 극적으로 연출한 그림과 어우러져 리드미컬하게 읽힌다. 여기에는 지인에게 ‘내가 알던 김용철 맞느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그림체를 완전히 바꾼 화가 김용철의 역할이 한몫했다. 그간 옛이야기를 주로 그리며 해학, 과장, 비유를 선묘 채색화로 주로 그려온 그는 원고를 받아들고 새로운 화풍을 시도했다. 2B에서 8B까지 연필을 거듭 바꿔가며 셈여림을 세심하게 조절한 연필 드로잉으로 이야기의 밀도를 생생하게 끌어올린 것. 칠성이의 눈에 깃든 맑은 슬픔, 황 노인의 고집스러운 주름에 심겨진 진심, 지면을 박차고 뛰어들 듯한 소의 활기 넘치는 움직임은 연필의 정직한 성정에서 만들어졌다. “시골 출신이고 어린 시절 집에서도 소를 길러 내가 소를 잘 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싸움소의 내면과 근육의 액션, 힘의 방향 등을 그리려니 내가 소를 모르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국내엔 없는 소 해부학 책을 아마존에서 사들여 소의 골격, 꺾여진 부분을 거듭 그려보며 소의 진정성 있는 성장, 선택할 수 없는 갈림길에서 맺어지는 관계를 왜곡 없이 그리려 노력했습니다.”(김용철 화가) 가혹한 운명을 밀어낼 수도, 일방적인 조건 앞에서 뒷걸음질칠 수도 없는 칠성이를 통해 작가가 결국 하고 싶었던 얘기는 단순하지만 간단치 않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피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밀고 나가는 사람의 이야기로 읽어줬으면 좋겠습니다.”(황선미 작가)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후배는 맞아야 돼” 폭행 대물림하는 의사들

    가해자도 선배로부터 폭행 경험 삐뚤어진 병원 문화 반복 드러나 전북 A대병원 “폭행은 없어” 해명 인명을 다루는 의료계에서 수련의에 대한 군기잡기식 폭행이 여전히 대물림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준다. 12일 전북의 A대병원과 피해자에 따르면 이 병원 일부 과에서 군기를 잡는다는 명분으로 선배 의사들이 후배 의사들을 때리고 얼차려를 주는 등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A대병원 정형외과에서 수련의 생활을 한 김모(34)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3개월 동안 심한 폭언과 폭행, 얼차려에 시달리다 2월에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12일 서울신문 등 언론에 밝혔다. 지난해 2월부터 이 병원 정형외과에서 수련의를 시작한 김씨는 초창기부터 전임의와 선배들로부터 수시로 입에 담기 힘든 폭언과 욕설을 들었다. 폭행은 지난해 11월 수련의 3년차였던 주모 선배와 사수·부사수 관계로 엮이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김씨는 저녁 7시 회진이 끝나면 회의실로 불려가 주씨로부터 거의 매일 1~2시간씩 얼차려를 받았다고 한다. 엎드려뻗쳐, 머리박기(원산폭격), 팔굽혀펴기 등을 강요당하고 인격을 모욕하는 폭언에 시달려야 했다. 가슴팍을 때리거나 어깨로 밀치는 등 요즘 군대에서조차 거의 사라진 구타도 수시로 이루어졌다. 뿐만 아니라 화가 날 때는 기분 전환을 이유로 1만~7만원의 금액을 갈취하기도 했다는 게 피해자 김씨의 주장이다. 전임의 고모씨도 폭행에 가담했다. 고씨는 지난해 12월 20일 김씨의 뺨을 때리고 구둣발로 정강이에 피멍이 들도록 걷어찼다고 한다. 김씨의 동기들에게는 김씨 잘못으로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며 단체기합을 주기도 했다. 사석에서는 후배는 맞아야 된다며 폭력을 미화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가해자인 주씨 역시 2년 전엔 선배의 폭력에 시달린 피해자였다고 김씨는 주장했다. 이 병원 정형외과는 2015년에도 채모씨가 주씨 등 후배들을 심하게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해 집단민원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이 사건으로 채씨는 해임됐지만 폭력은 대물림된 셈이다. 심한 모욕감에 자살까지 생각했다는 김씨는 12일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아가 수련의 폭행을 근절하기 위해 인권위가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앞서 전날엔 고씨와 주씨 등을 폭행죄로 경찰에 고발했다. 김씨는 “정형외과가 군기가 세다는 말은 들었지만 인격을 짓밟고 심한 육체적 고통을 주는 폭행은 의사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해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A대병원 측은 “자체 조사 결과 후배들에게 얼차려를 준 적은 있지만 폭행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결혼 꼭 해야 하나요?

    결혼 꼭 해야 하나요?

    KBS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 예능프로 ‘살림하는 남자들’ 등 비혼·졸혼·결혼 인턴제 다뤄비평가 “이미 시작된 사회변화가 TV프로 통해 공론화되는 과정”“지금 평균 수명이 100세를 넘어 120세를 바라보고 있는데 평생 한 남자, 한 여자만 사랑하라고 하면 좀 가혹하지 않나. 한국사회에서 결혼은 여자한테 아주 불리해. 오죽하면 한국에서 며느리를 인도로 치면 카스트제도의 불가촉천민쯤이라고 하겠어. 나는 누구의 아내, 며느리, 엄마로 살아가기보다는 그냥 나 자신을 위해서 살고 싶어.” KBS 2TV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변호사 변혜영(이유리)은 결혼하자는 남자 친구 차정환(류수영)에게 ‘비혼’(非婚)을 선언한다. 결혼 말고 연애만 하자는 것이다. 주변의 성화에 못 이겨 1년간 살아보고 법적 관계를 맺자는 ‘결혼 인턴제’라는 급진적 제안도 한다. 한술 더 떠 정환의 아버지 차규택(강석우)은 30년 넘게 함께한 아내(송옥숙)에게 당당히 졸혼(卒婚)을 요구하고 나섰다. ‘결혼제도를 뒤흔드는’ 이 드라마의 시청률은 평균 30%. 변혜영의 ‘똑소리’ 나는 주장에 ‘속 시원하다’는 여성 시청자의 댓글이 넘쳐난다. 심각한 저출산(1.17명) 탓인지 이 드라마에선 그동안 터부시됐던 혼전 임신도 재미를 더하는 소재로 쓰이고 있다. 과거 온 가족이 주말에 함께 보는 드라마는 남녀 주인공이 결혼하고, 대가족이 둘러앉아 손주의 탄생을 축복하는 장면으로 귀결됐다. 변혜영처럼 잘나가는 여성이라도 남성에 의해 구제받지 못하면 처량한 노처녀로 묘사되기가 다반사였다. 사랑의 완성은 결혼과 가족이라는 정언 명령을 구현하려는 드라마는 서서히 공감을 사기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해 방영된 대가족의 희로애락을 보여주고자 했던 SBS의 ‘그래 그런거야’만 봐도 그렇다. ‘대가’ 김수현 작가의 작품임에도 조기 종영하는 굴욕을 맛봤다. 3대가 오순도순 어울려 사는 판타지를 ‘악몽’으로 받아들인 시청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최근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이 비혼, 졸혼, 혼전임신 등 달라진 시대상을 긍정적으로 품는 이유다. JTBC ‘비정상회담’에서 비혼을 주제로 토론할 때 나온 ‘비혼족’ 여성 게스트는 “비혼이어도 충분히 축복받고 행복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소신껏 인생을 사는 것이며 나이에는 유통기한이 없다”고 당당하게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졸혼은 10여년 전에 일본에서 처음 나온 말이다. 2004년 일본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가 ‘졸혼을 권함’이란 책에서 썼다. 외신을 통해 신기하게 접했던 졸혼 뉴스가 남의 얘기가 아니게 된 것이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대중문화가 사회 변화를 이끌기보다 사회와 인식의 변화가 TV 등을 통해 공론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특히 졸혼은 아이러니하게도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상이 아니라 현실이 됐다. 홀로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치욕이 아닌 인기 비결이 된 것이다. 배우 백일섭(73)은 KBS 2TV 예능프로그램 ‘살림하는 남자들2’를 통해 “진짜 졸혼”을 고백하고 싱글라이프를 공개했다. 40년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은 그는 이혼, 별거의 쓰라림이 아닌 졸혼의 유쾌함을 과시해 세상이 달라졌음을 증명했다. ‘나혼자 산다’나 ‘미운우리새끼’ 등에서 비교적 젊은 독신 남녀들의 생활상이 보여지긴 했으나 나이 지긋한 졸혼남을 예능에서 볼 줄 몰랐다. 10년 전쯤 전파를 탔던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 엄마 김한자(김혜자)가 “나에게도 휴가를 달라”고 선언하며 집을 떠나는 장면이 당시로선 충격적이었는데 이런 격세지감이 없다. 현실은 드라마의 가상 상황을 훌쩍 뛰어넘었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 건수 10만 7300건 가운데 20년 이상 함께한 부부의 이혼 비율이 30.4%를 차지했다. ‘황혼 이혼’의 비율이 급격히 늘어났다. 미혼 여성 가운데 ‘결혼을 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중 역시 31.0%에 불과했다. 결혼을 원하는 남성 비율(42.9%)이 여성보다 높긴 하지만 미혼 남녀 절반은 결혼을 인생의 필수 코스로 여기지 않는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훈련병 식당 가는 길목 활쏘기 연습한 연대장

    훈련병 식당 가는 길목 활쏘기 연습한 연대장

    육군 “경고 후 과녁·사대 철수” “밥을 먹으러 가는 길에 (연대장이) 활을 들고 시위를 당기는 모습을 봤습니다. 저 활과 과녁 사이를 지나가야 하는데, 혹시나 화살이 날아오지는 않을까 무서웠습니다.” 최근 육군 논산훈련소에서 입영훈련을 마친 A씨는 제23교육연대장 김모 대령이 연병장에서 국궁 연습을 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김 대령은 훈련소 연병장에서 국궁 연습을 했다. 보행로를 사이에 둔 양쪽 연병장에 각각 과녁과 사대(발판)를 설치했다. 그런데 이 보행로는 훈련병들이 식사 때마다 이동하는 통로였다. 김 대령은 훈련병들이 길을 지날 때에는 활을 쏘지 않았지만 훈련병들은 그가 활을 들고 서 있는 모습만 보고도 공포에 떨었다. A씨는 “개인 여가 활동을 위해 군사교육 시설을 사유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전했다.●軍인권센터, 국가인권위 진정 예정 군인권센터는 김 대령이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일과 시간인 오후 4~5시와 저녁식사 시간인 오후 6시에 국궁 연습을 하기 위해 활을 들었다는 제보를 접수했다고 9일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이르면 10일 이 사안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예정이다. ●“사람 있을 땐 멈춰” “다수 위험 느껴” 김 대령은 보행로에 사람이 있을 때는 활쏘기를 멈췄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김형남 군인권센터 간사는 “훈련병들은 연병장 사이 보행로로 들어선 순간 긴장감을 갖고 김 대령을 쳐다봐야만 했다. 누가 급하게 뛰어가거나 갑자기 가던 길을 되돌아갔다면 활에 맞았을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다수의 훈련병이 위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인권센터로 제보해 온 것”이라고 강조하며 “훈련병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훈련받도록 노력해야 할 연대장이 훈련병들이 다니는 길목에서 활쏘기 연습을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군이 이 사안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공론화되길 꺼려 한 정황도 나왔다. A씨에 따르면 지난달 말 퇴소를 앞둔 훈련병을 대상으로 한 ‘훈련소 문제점 및 개선점’ 설문에서 30명 이상이 ‘연대장인 김 대령의 활쏘기를 제재해 달라’고 적었으나 묵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태훈 군인권센터장은 “설문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부터 검토해야 한다”며 “이런 식이라면 훈련소 지휘관이 가혹 행위, 구타, 폭언 등을 했을 때 해결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육군 측은 “국궁장이 임시로 만들어졌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훈련소장이 지난달 초 김 대령에게 경고하고 과녁과 사대를 철수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훈련병 보행로’ 앞에 두고 활쏘기 한 대령

    ‘훈련병 보행로’ 앞에 두고 활쏘기 한 대령

    육군 논산훈련소의 한 대령이 훈련병들이 통행하는 보행로를 가운데 두고 활쏘기 연습을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군인권센터와 육군은 논산훈련소 제23교육연대장 김모 대령이 연병장에 과녁과 사대를 차려놓고 국궁 연습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9일 밝혔다. 김 대령은 주로 일과 시간인 오후 4∼5시에 국궁을 했고, 훈련병의 저녁 식사 시간인 오후 6시쯤에도 활을 든 것으로 알려졌다. 확인된 기간은 5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 약 20일이다. 김 대령이 설치한 과녁과 활을 쏘는 사대 사이에는 훈련병의 보행로가 있었다. 이 부대의 연병장은 보행로를 사이에 두고 둘로 나뉜 형태다. 김 대령은 한쪽 연병장에 사대를, 다른 쪽에 과녁을 세웠다. 식당으로 이동 시 이 보행로를 이용해야 하는 훈련병들은 과녁과 사대 사이를 지나야 했다. 김 대령은 보행로에 사람이 있을 때는 국궁 연습을 멈췄다. 그러나 군인권센터는 “사람이 있을 때 멈춘다고 하더라도 누가 급하게 뛰어가거나 갑자기 가던 길을 되돌아갈 때 활에 맞을 위험이 있다”며 “다수의 훈련병이 이를 위험하다고 생각해 센터로 제보해왔다”고 전했다. 또한 “훈련병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연대장이 도리어 훈련병들이 다니는 길목에서 활쏘기 연습을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이 부대에서 훈련받은 A씨는 “보행로 양쪽의 두 연병장 모두 매우 넓은데 굳이 보행로를 사이에 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개인 여가활동을 위해 군사교육 시설을 사유화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A씨는“활은 총과 달라서 바람의 영향으로 사선을 벗어나 날아가 버릴 수도 있지 않냐“며 ”오히려 총보다 활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해당 연대가 이 사안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황도 나왔다. A씨에 의하면 지난달 말 훈련병을 대상으로 한 정례 감찰 설문 때 훈련병 30명 이상이 ‘활쏘기를 제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부대는 설문에서 제기된 시설·위생 등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훈련병들에게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하고 답변했다. 하지만 유독 부대장이 관련된 활쏘기 사안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육군은 “해당 연대에 국궁장이 임시로 만들어졌던 것은 맞고, 국민신문고로도 민원이 들어왔다”며 “훈련소장이 지난달 초 김 대령에게 경고하고 과녁과 사대를 철수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감찰 설문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부터 검토해야 할 대목”이라며 “이런 식이라면 훈련소 지휘관이 가혹 행위, 구타, 폭언 등을 했을 때 해결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는 해당 사안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계획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학·사회 도전한 여공들 삶 개척하는 서사 되살려”

    “문학·사회 도전한 여공들 삶 개척하는 서사 되살려”

    여공 문학/루스 배러클러프 지음/김원·노지승 옮김/후마니타스/367쪽/1만 7000원“버지니아 울프는 중간계급 여성이 문학작품을 쓰기 시작하던 그 역사적 순간, 근대 세계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했죠. 한국의 여공들은 공장에서 겪었던 부당한 고통으로 문학에 영감을 주면서 기존의 문학과 사회질서에 도전했습니다. 현재는 잊혀졌지만 이들은 한국 근현대 문학과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문화적 표식이자 주인공인 셈이죠.”‘여공’은 ‘희생양’의 또 다른 말이었다. 공장에서는 가혹한 노동조건과 신체적, 언어적 폭력에 내몰렸고, 집에서는 ‘공부하는 오빠’ 대신 부양의 의무를 짊어져야 했다. 남성 중심주의적인 사회에서 이렇게 동정의 대상으로 소비돼 온 ‘여공의 서사’를 외국 학자가 다시 썼다. ‘여공 문학’의 저자 루스 배러클러프(46) 호주국립대 문화역사언어학부 부교수다.“여공 문학은 우리에게 급격한 변화의 시기의 삶을 새롭게 가르쳐 줄 수 있는 특별한 목소리들”이라고 말하는 그는 우리가 잃어버린 목소리를 재평가하며 촘촘히 되살려 냈다. 다채로운 꿈과 욕망을 지닌 인간, 주체성을 지닌 행위자로서 여공을 새롭게 위치시키면서. 지난 5일 서울대에서 만난 배러클러프 교수는 “문학과 여공이라는 두 단어를 조합한 여공 문학이라는 표현이 만들어 내는 부조화와 불편함이 나를 매혹시켰다”고 말했다. 사실 그가 먼저 매료된 것은 사람이었다. 열여덟이던 1989년 여름 그는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의 초청으로 3주간 한국을 찾았다. 당시 경기도 부천의 한 공장에서 만난 또래 여공들은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대학 신입생이던 저나 그 친구들 모두 그 나이대 특유의 활기와 호기심이 가득해 ‘서로를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혼자 익힌 러시아어로 러시아 대문호들의 작품을 읽고 있는 그들은 야심이 있었고 언젠간 작가가 되겠다는 열망을 키우고 있었죠. 문학과 작가에 대한 그 열정이 놀랍고 궁금했어요.” 이후 호주에서 박사 학위 과정을 밟던 그는 1998년 노동사를 공부하기 위해 다시 한국을 찾았다. 서울대 국사학과에서 공부하며 전국공공부문노동조합연맹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그가 ‘여성이 쓴 노동 문학을 읽고 싶다’고 하자 활동가들은 몇 권의 책을 쥐여 줬다. 여성 노동자의 자전적 수기인 장남수의 ‘빼앗긴 일터’, 석정남의 ‘공장의 불빛’ 등이었다. 그가 호주로 가져가 밤마다 사전을 옆에 끼고 읽어 나간 이 저작들은 그의 박사 연구 논문이 됐고, 20여년 만에 한국 독자들과 만나게 됐다. ‘여공 문학’은 식민지 시기인 1920~1930년대 여공들을 다룬 기사와 소설, 1970~1980년대 여공들의 자전적 수기, 1990년대 신경숙의 ‘외딴방’까지를 아우른다. 역자인 노지승 인천대 교수는 “한국 문학사에서 ‘여공’의 존재를 가시화시켜 주제로 만들고, ‘여공 문학’을 하나의 독립된 계보와 역사로 만든 것은 오롯이 이 책의 공”이라고 평한다. 배러클러프 교수는 “(한국에서) 출간된 여공의 글에는 그들이 사회에 던지는 다양한 통찰이 들어 있었다. 이 여성들은 ‘근대성’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를 최초로 간파해 낸 사람들이었다”고 지적한다. 여공의 삶을 깊숙이 통제한 성폭력을 이해하지 못하고는 한국의 급속한 산업화 경험에 대한 이해 역시 불완전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고도 충언했다. “기존 여공 문학에서는 연약하고 아름다운 여공들이 다양한 폭력으로 죽거나 다른 여러 질서에 굴복하는 등 산업화에 온전히 지는 플롯을 따라가죠. 하지만 굳이 해피엔딩은 아니더라도 주도적인 위치에서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고 개척해 나가는 서사들에 저는 주목했습니다. 자기결정권이 폭력에 의해 가려졌던 당시 여성들의 목소리를 여공들의 목소리를 통해 끄집어내고 싶었던 거죠.” 지금 그들의 목소리에 다시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뭘까. “여공들이 문학에서 사라졌다고 그들의 존재가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한국 내 제조업 부문이 축소되고 사업체들이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에 재배치되면서 청년 세대는 세계화된 한국 경제에서 고통을 겪고 있죠. 이들의 이야기는 또 어떻게 이어질까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김정숙 여사가 독일 ‘윤이상 묘소’에 동백나무 품고 간 사연

    김정숙 여사가 독일 ‘윤이상 묘소’에 동백나무 품고 간 사연

    김정숙 여사가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 있는 고 윤이상(1917~1995년·음악가) 선생의 묘소를 참배했다. 올해는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 선생의 탄생 100주년이다. 이날 윤이상 선생의 고향인 경남 통영에서 공수한 동백나무 한 그루가 윤이상 선생 묘비 앞에 심어졌다. 통영에서는 동백(冬柏)나무가 유명하다. 통영시목도 동백나무로 지정돼 있다. 윤이상 선생 묘비 앞에 새로 심어진 나무 앞에는 붉은 화강암으로 된 석판에 ‘대한민국 통영시의 동백나무 2017.7.5. 대통령 문재인 김정숙’이란 금색 글자가 새겨져 있다.김 여사는 “윤이상 선생이 생전 일본에서 배를 타고 통영 앞바다까지 오셨는데 정작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울었다”면서 “그 분의 마음이 어땠을까, 무엇을 생각했을까 하면서 조국 독립과 민주화를 염원하던 선생을 위해 고향의 동백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가져오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는 윤이상 선생이 태어난지 100년이 됐다. 이 동백나무는 윤이상 선생이 고초를 겪었던 ‘동백림(東伯林) 사건’을 연상시킨다. 이 사건은 50년 전인1967년 7월 8일 당시 중앙정보부(지금의 국가정보원)이 발표한 대규모 간첩단 사건으로, 당시 중앙정보부는 한국에서 독일·프랑스로 건너간 194명의 유학생과 교민들이 동베를린의 북한 대사관과 평양을 드나들고 간첩 교육을 받으며 대남 적화활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동백림’은 동베를린을 한자로 음차(音借)해 표기한 말이다. 당시 중앙정보부가 간첩으로 지목한 인물 중에는 윤이상 선생과 화가 이응로 선생이 포함돼 있었다. 천상병 시인도 동백림사건에 연루되어 고문을 당했다. 1967년 12월 당시 34명이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2년 뒤 최종심에서 간첩죄가 확정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후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2006년 1월, 당시 박정희 정부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무리하게 적용해 사건을 확대·과장했다고 밝혔다. 동백림 사건이 허황되게 부풀려진 간첩단 얘기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불법 연행과 가혹 행위 등에 대해 사과할 것을 정부에 권고하기도 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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