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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月300만원 기대감 뒤엔… 탈출구 없는 ‘주60시간 노동’ 절망감

    月300만원 기대감 뒤엔… 탈출구 없는 ‘주60시간 노동’ 절망감

    이주노동자 벼랑끝 내몬 ‘네 가지 방아쇠’ 무엇이 네팔 노동자들을 벼랑 아래로 떠밀었을까. 지난 10년간 국내 공장·농장 등에서 일하던 네팔 이주노동자의 자살이 끊이지 않자 국내외 노동·의학단체들은 그 이유를 두고 머리를 싸맸다. 정영섭 이주공동행동 집행위원은 “한 가지 동기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자살의 ‘방아쇠’를 찾기 위해 원진재단부설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이주노조와 함께 국내 네팔 이주노동자의 ‘스트레스 및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했다. 국내 언론사 최초의 시도다. 지난 8월 네팔 출신 141명이 참여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또 네팔 정부의 ‘2018년 이주 노동 현황 보고서’와 국제노동기구(ILO)의 ‘네팔 노동자의 실패’ 보고서(2016년), 주한 베트남·네팔·태국·미얀마 등 대사관 등에서 입수한 자국 노동자 사망·자살 통계 등도 분석했다. 연구·취재 결과 네팔인들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모는 방아쇠는 모두 4가지였다. ▲기대감의 상실 ▲닫혀 버린 탈출구 ▲주변의 기대 ▲무너진 가족·연인 등이다. 네 원인은 서로 뒤엉켜 이주노동자를 흔들다가 삼켜 버린다. 그들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일 수 있다는 얘기다.# 기대의 상실 네팔 노동자들에게 한국은 기회의 땅이다. 고국에서 손에 쥐는 임금의 5~8배를 벌 수 있고 생활환경도 편하다. 명문대 졸업자 등 고학력자까지 한국행 비전문취업비자(E9)를 따려고 애쓰는 이유다. 그러나 정작 좁은 문을 통과해 한국 땅을 밟으면 쉼 없이 자신을 갈아 넣어야 하는 노동환경과 적지 않은 차별 앞에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 네팔 노동자를 극단으로 몰아넣는 첫 번째 방아쇠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네팔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서 일하고 생활할 때 가장 힘든 일로 ‘한국 입국 전 생각했던 노동환경과 너무 달라 느낀 실망 또는 절망감’(28.0%·복수응답)을 꼽았다. 또 25.1%의 응답자는 ‘가족 또는 연인, 음식 등 네팔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힘겹다고 했다. 돈을 벌기 위해 타국으로 떠나와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잔뜩 쌓였는데 기대와 달리 가혹한 노동환경을 경험하면서 절망하게 된다는 얘기다. 실제 서울신문 인터뷰에 응한 네팔 이주노동자들은 격무에 지친 경험을 털어놨다. 네팔 최고 국립종합대학인 트리부반대에 다니다 한국으로 와 버섯농장 등에서 3년째 일하는 수렌드라 보가티(28·가명)는 “네팔에 있을 때는 ‘한국에 가면 월 200만~300만원은 벌 수 있다’는 기대감에 들떴을 뿐 노동자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는 누구도 알려 주지 않았다”며 “직접 와 보면 일이 고되고 문화가 달라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장시간 노동 문화에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제대로 된 휴식 시간도 없이 매일 12시간씩 일했는데 네팔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노동환경이라는 것이다. 보가티는 또 “그 과정에서 기술이라도 배운다면 견디겠는데 대부분 단순 수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실태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중 법이 정한 주당 노동시간 한계치인 52시간을 넘겨 일한다는 사람은 45.6%나 됐다. 또 과로 산재 인정 기준인 주 60시간 이상 근무한다고 답한 노동자도 19.1%였다. 주5일제를 보장받는 노동자는 10명 중 2~3명(26.1%)뿐이었다. # 닫혀 버린 탈출구 네팔 이주노동자 케서브 스레스터(당시 27세)는 한국에 온 지 1년 4개월 만인 2017년 6월 어느 날 새벽 회사 기숙사 옥상에서 몸을 던져 사망했다. 밤낮을 바꿔 가며 하루 12시간씩 일하는 노동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심한 불면증에 시달린 게 화근이었다. “견디기 힘들면 회사를 옮기면 될 것 아니냐”는 흔한 반문은 스레스터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이주노동자가 일터를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레스터는 유서에 “건강 문제와 불면 탓에 치료를 받았지만 나아지지 않았고, 스트레스가 심해 다른 공장에 가고 싶어도 허락되지 않았다. 네팔에 잠시 돌아가 치료받고 싶어도 안 됐다”고 적었다. 이 같은 현실은 실태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조사 참여 노동자들에게 ‘사업장 변경을 시도한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니 71.1%가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최대 10번까지 사업장 변경을 요구한 이도 있었는데, 평균적으로 2.7번 시도했다. 일터를 바꾸려 한 이유는 스레스터와 비슷했다. ‘긴 노동시간과 위험한 사업장 등 노동환경 때문’이라는 응답이 36.4%로 가장 많았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 들어온 노동자들은 3년간 최대 3번까지 사업장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사업주의 허락이 필수적이다. 최정규 변호사는 “업체 사장들과 통화를 해 보면 한 명을 바꿔 주면 다른 이들도 바꿔 줘야 한다고 말한다”면서 “소규모 사업장들이기 때문에 이주노동자가 하루라도 없으면 공장이나 농장이 운영되지 않는다며 변경을 거의 허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업주가 임금을 체불하거나 성폭력 등을 저질러 노조나 이주민단체가 함께 싸워 주지 않으면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은 사실상 어렵다. # 주변의 기대감 견디기 힘든 격무에 내몰린 노동자에겐 ‘귀향’이라는 선택지가 있을 법하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은 “노동환경이 가혹하고 사업장을 바꿀 수 없어도 네팔로 돌아가긴 힘들다”고 말한다. 어렵게 한국행 티켓을 손에 쥔 자신에게 거는 가족들의 기대와 주변 시선을 알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들을 자살로 모는 세 번째 방아쇠다. 네팔 출신인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한국에 가서 일하면 3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식으로만 알려져 있기 때문에 사업주가 노동자를 때린다거나 임금 체불 등이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며 “이렇게 ‘좋은 나라’에서 그냥 돌아왔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10년 동안 청주네팔쉼터를 운영 중인 수니타(41·여)는 “돈을 빌려 한국어능력시험까지 쳐서 떠났는데 힘들다는 이유로 돌아오면 ‘일도 못하고 힘없는 남자’라고 소문이 나 괴로워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네팔인들이 일이 힘들어도 한국에서 안간힘을 쓰며 버티다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말했다. 실제 네팔 정부 보고서에 기록된 17명의 자살자(2008~2014년)는 모두 가정 내 부양 의무를 무겁게 진 남성들이었다. # 무너진 가족·연인 악조건 속에서도 가족이나 연인을 생각하며 가까스로 견디던 이주노동자들은 마지막 버팀목마저 흔들리면 스스로 무너진다. 네팔 카트만두에서 만난 라메시 타파(29·가명)는 “내가 일했던 한국 공장에서도 젊은 친구 2명이 자살했다”며 “한 명은 집안 문제, 다른 한 명은 애인 문제였다. 귀국하려고 비행기표까지 준비했는데 그 전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일한 적 있는 크리시나 스레스터(45·가명)도 “한국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면서 힘들게 일하는데 가족 문제까지 터져 정말 힘들었던 적이 있다”며 “휴가도 제대로 쓰기 어려운 형편에 잠시 귀국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나이가 어리고 사회 경험이 없는 이들이 이런 스트레스를 이겨 내기는 더 어렵다. 카필 달 네팔 트리부반대 인류학과 교수는 지난달 29일 카트만두 자택에서 서울신문과 만나 “고등학교 졸업 후 첫 사회생활을 가족 없이 외국에서 혼자 시작하는 것은 힘든 일”이라면서 “가족을 위해 일하며 자기 미래까지 고민해야 해 여러 압박감을 한번에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한국은 물론 네팔 정부조차 자살 동기 등을 연구한 적이 없다. 민간 연구도 전무하다. 달 교수는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중동과 유럽으로 나가 자살하는 네팔 노동자도 있다”며 “그런데도 정부나 정치권은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주노동을 외화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며 정작 노동자들의 건강이나 자살 문제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한 네팔대사관 관계자는 “(네팔) 정부에 연구를 위한 지원금을 요청해 봤지만 진전이 없다”면서도 “네팔 이주민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상담도 하며 자살자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라이 위원장은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집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면서 “사람이 죽어 주한 네팔대사관 등에 신고하면 한국으로 올 수 있는 고용허가제 인원수가 줄어들까 봐 쉬쉬하며 시신을 본국에 보내기 바쁘다”고 비판했다. 카트만두·포카라·동카르카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위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서울신문과 베트남 국영통신사 VNA가 공동 취재해 작성한 기사입니다.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이주아동이 겪는 각종 문제를 집중적으로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이주노동자로서 임금체불, 산업재해 은폐 강요, 폭언과 폭행 등 부조리를 직접 경험했거나 이를 목격했다면 제보(key5088@seoul.co.kr) 부탁드립니다. 또 결혼이주여성이나 이주아동을 향한 폭언·폭행, 따돌림 등 혐오와 폭력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예정입니다. 제보해주신 내용은 철저히 익명과 비밀에 부쳐지며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이국종 교수 “이재명 선처해달라” 대법원에 탄원서 제출

    이국종 교수 “이재명 선처해달라” 대법원에 탄원서 제출

    “그가 국민 생명을 수호할 수많은 정책을 추진해 우리 사회 발전에 밑거름이 되도록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이국종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항소심 당선무효형 판결과 관련, 탄원서를 19일 대법원에 제출했다. 이 교수는 10쪽 분량의 자필 탄원서에서 “이 지사에 대한 판결은 경기도민의 생명과 안전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깊이 헤아려 주셔서 도정을 힘들게 이끌고 있는 도정 최고책임자가 너무 가혹한 심판을 받는 일만큼은 지양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는 “차가운 현실정치와 싸워가며 도민의 생명을 지키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선진국형 중중외상환자 치료체계’ 도입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현직 도지사에 대해 대법관분들이 베풀어 주실 수 있는 마지막 관용인 동시에 여러 중증외상환자를 위한 중단 없는 도정을 위한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탄원 이유를 밝혔다.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 교수는 이 지사와 손잡고 24시간 닥터헬기 도입을 비롯한 중증외상환자 치료체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탄원서에서 “선진국형 중증외상 치료 제도 구축이 기존 체계와 이해당사자들의 반발로 방향성을 잃고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할 때, 이 지사가 생명존중을 최우선 정책순위에 올리고 어려운 정책적 결단과 추진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직설적인 업무 추진 방식과 빠른 실행력이 오히려 혐의 사실에 악영향을 줬을지 모른다는 추측을 하게 된다”면서 “(소년공 시절 부상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심하게 변형된 이 지사의 팔꿈치를 봐달라”고 호소했다. 이 교수는 이 지사의 재판상황을 김훈 소설 ‘칼의 노래’에서 이순신 장군이 압송돼 취조받을 당시의 한 장면을 인용했다. 종사관 김수철이 ‘전하, 이순신 제독(통제공) 죄를 물으시더라도 그 몸을 부수지 마소서, 제독(통제공)을 죽이시면 사직을 잃을까 염려되옵니다’라고 말한 대목을 인용하고 “‘몸’은 ‘이 지사에 대한 사법처리 결과’, ‘사직’은 ‘경기도정 전체에 해당한다”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를 “불가항력에 가까운 현실의 장애물을 뚫어내면서 도민을 넘어 대한민국 국민의 허무한 죽음들을 막아내고 있는 능력이 출중한 행정가이자 진정성 있는 조직의 수장이라고 믿는다. 국민 생명을 수호할 수많은 정책을 추진해 우리 사회 발전에 밑거름이 되도록 선처를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앞서 함세웅 신부(전 민주주의 국민행동 상임대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이부영 자유언론실천 재단 이사장, 박재동 화백 등 종교·정치·학계 인사들도 18일 “대법원을 통해 사법정의를 세우고 도정공백이 생기지 않게 현명한 판결을 희망한다”며 ’경기도지사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 구성을 제안하고 나섰다. 대책위는 동참 서명을 받은 뒤 25일(잠정) 국회 정론관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준비 중이다. 경기도의회도 여야 의원 120여명이 1심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한 데 이어 2차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염종현(부천1) 대표는 “2차 탄원서를 준비하고 있다”며 “10월 중순 회기가 시작되면 의원들과 함께 논의해 탄원서 서명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가 지난 6일 항소심에서 유죄로 판단돼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조국 사태’ 뒤 소모적 정쟁… 그 뒤엔 바뀌지 않은 친일파 세상

    ‘조국 사태’ 뒤 소모적 정쟁… 그 뒤엔 바뀌지 않은 친일파 세상

    조국으로 시작해서 조국으로 끝난 한 달여 시간을 보냈다. 전 국민이 조국 사태에 매달렸다. 그 상황의 중심에 정부 여당과 자유한국당의 적대적 대결이 존재했고 그 가운데 조국 사태가 있었다. 특이하고 낯선 광경이지만 비슷한 상황을 2년 내내 겪었다. 그러나 그 전인들 달랐으랴. 정치권의 후진적인 광경을 언제까지 봐주어야 할지 의문이다. 인류사회의 가장 오래된 질문은 싸움에 관한 것인데 한반도는 지난 200년 동안 원치 않는 싸움을 겪었다. 조선 후기의 농민반란과 동학혁명, 망국에 저항한 의병운동, 식민통치하에서의 독립운동과 전시동원 등 형극의 길을 걸었다. 동학혁명 후 자행된 대량 살육과 식민지 말기에 군국주의가 강요한 징병과 징용, 정신대와 위안부 등 전방위적인 수탈은 가혹한 고통이었다. 이 모든 상황이 독립으로 보상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해방된 조선은 역사로부터 배신당하고 강대국에게서 배신당했다. 조선이 좌파도 우파도 아닌 친일파에게 점거되면서 해방의 꿈은 사라졌다. 해방된 조선에서 친일파의 부활은 모든 환란의 원인이었고 또 다른 고통의 시작이었다. 구약 말씀을 빌리면 ‘태초에 친일파가 있었다’. 해방으로 일본군은 물러갔지만 친일파로 인해 일본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았다. 제1공화국에서 지금의 제6공화국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은 거듭 바뀌었지만 친일파의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4월혁명으로 들어선 제2공화국이 군사쿠데타로 무너졌을 때 그 자리는 일본 육사를 나온 박정희가 차지했다. 일본군 장교가 정권을 장악하면서 음지의 친일 권력은 양지로 확장됐다. 이 상황은 1960~70년대의 박정희 시대를 관통했고 박정희가 사라진 1980년대로 연장됐다. 1990년대에도 무늬만 바뀌었다. 그러므로 친일파 문제는 1945년 이전의 과거사가 아니라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는 현재진행형이며 반일종족주의로 드러난 식민지근대화론은 그 하나의 병증에 불과하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역사는 되풀이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것도 비극적으로 되풀이된다. 그래서 역사청산에 거듭 실패했다. 1940년대에는 해방에도 불구하고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했다. 반민특위는 해산됐고 애국자가 학살되고 배제된 자리를 친일파가 채웠다. 1960년대에는 4월혁명에도 불구하고 제1공화국을 청산하지 못했다. 1980년대에는 전두환의 광주학살로 박정희를 청산하지 못했다. 1990년대에는 6월항쟁에도 불구하고 전두환 시대를 청산하지 못했다. 그래도 역사는 발전했고 그 정점에 6월항쟁이 있다. 해방 후 정치는 6월항쟁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특히 정치변동의 경우 1987년 이전의 정변이 6월항쟁 후에는 대통령선거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승만 정권은 4월혁명으로, 장면 정권은 군사쿠데타로, 박정희 정권은 부마항쟁 직후 암살로, 전두환 정권은 6월항쟁으로 무너졌다. 모두가 정변이었다. 그러다가 6월항쟁으로 대통령직선제가 부활하면서 선거가 정치변동의 제도적 계기로 작동했다. 한 단계 질적 도약을 이룬 것이다. 1987년 6월항쟁은 1980년 광주항쟁의 좌절을 7년 만에 성공으로 복원해 낸 희망의 횃불이었고 한국 현대사의 거듭된 실패를 바로잡을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였다. 그러나 6월항쟁으로 쟁취한 대통령직선제의 첫 번째 결과는 노태우 집권이었고, 두 번째 결과는 3당 합당이었다. 기대에 반하는 두 번의 실패로 전두환 독재는 사실상 살아남았다. 전두환뿐만 아니라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진 굴절된 현대사가 살아남았고, 부패 기득권 세력은 반성도 처벌도 없이 민주사회에 정착해 민주화의 혜택을 누렸다. 오늘날의 모순적인 정당체제, 언론체제, 재벌체제, 신앙체제, 교육체제가 그 미완성의 산물이며 소모적인 정치적 대결도 여기서 시작됐다. 돌이켜보면 정치적 민주화의 진전과 역사청산의 실패, 이 두 가지 언어의 모순적인 조합이 6월항쟁 이후 한국 정치의 갈등 구조를 만들었다. 민주주의 제도는 작동하지만 청산되지 못한 역사가 민주주의를 껍데기로 만드는 상황,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열망은 간절하지만 친일파와 부패 기득권 세력이 압도하는 상황, 정의와 도덕을 향한 의지는 강하지만 불의와 부도덕이 판치는 세상, 이 둘 사이에서 벌어지는 끝없이 소모적인 대결, 이것이 민주화된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한국 정치는 이렇게 구조화된 역사사회적 대결 구조를 여의도 방식으로 지루하게 반복적으로 표출한다. 이것이 여의도 현실 정치의 민낯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다시 이명박·박근혜 시대를 청산하는 과제와 맞닥뜨려 있다. 이 과제는 지난 9년간의 국정 파탄을 정리하는 일이지만 그 속에 청산되지 못한 현대사가 오롯이 녹아 있다. 두 전직 대통령과 몇몇 측근이 구속됐지만, 중요한 것은 인신 구속이 아니라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그러나 쉽지 않다. 정부와 정치권의 한계도 있지만, 역사청산에 반대하는 기득권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탄핵 이전의 헌정 질서 문란과 탄핵 이후의 정치적 갈등 역시 그 저항의 일환이다. 대통령 탄핵 이후의 국회는 소란한 동물국회와 무능한 식물국회를 합친 동식물 합동국회로 전락해 버렸다. 삼권의 한 축인 국회에서는 모든 안건이 논란으로 비화하고, 논란은 저급하기 짝이 없고, 어떤 형태의 시시비비조차 가리지 못하고,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상태가 돼 버렸다. 국회는 가장 나쁜 사람들의 집합소인 양 타락해 버렸다. 국회가 실종되고 삼권분립체제가 무너진 상황이다. 그 근저에 친일파가 있고 친일파에서 변신을 거듭해 오늘에 이른 부패 기득권 세력이 있다. 친일파는 해방 정국에서는 반공주의자로, 군사쿠데타 후에는 경제역군으로, 6월항쟁 후에는 자칭 산업화 주역으로 변신을 거듭했다. 그러나 그 뿌리가 친일파이고 근본 속성이 부패 기득권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민주화 과정에서 친일 전력과 부패 문제가 불거지자 이들은 반공안보 논리에 기대어 격렬하게 저항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민주화가 부패 기득권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싸움은 추상적 이념 대결이나 단순한 정책 대결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미래상을 만들어 가는 본질적인 과정이다. 결국 현대사의 누적된 이 갈등 구조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 방식이 역사적 대결일지 역사적 타협일지를 결정해야 할 양자택일의 임계점에 도달했다. 지금까지는 묵인과 지연이 용납됐지만, 더이상은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과 같이 소모적인 정파적 대결이 계속되면 민주주의를 유지할 수도 없고 장차 나라의 미래가 위협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들도 저급한 정파적 대결을 더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 국면에서 역사적 대결론은 확실한 역사청산을 통해서 현대사를 바로잡고 그것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자는 것이다. 역사적 타협론은 부패 기득권 세력이 역사적 과오를 시인하고 우리 사회가 그 반성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공존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어느 경로를 선택하든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와 그 후의 대통령선거가 역사청산의 마지막 계기가 될 것이다. 바로 이 역사의 전환기 국면에서 촛불이 혁명으로 발전했고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촛불은 과거를 태워 미래를 밝힌다. 촛불혁명은 30년 전 거세게 타올랐던 6월항쟁의 횃불을 계승해 6월항쟁의 미완성 의지를 복원하기 위한 혁명으로 자리잡았다. 촛불혁명은 부패 권력의 국정농단에 대한 저항이라는 1단계 현재시제를 표상하지만 아울러 6월항쟁이 이루지 못한 역사청산의 최종적인 종결을 지향하는 과거완료형인 동시에 조만간 다가올 통일된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미래완료형으로서 과거와 미래까지 함축한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그 2단계와 3단계를 기대한다. 상지대 총장
  • 법원 “초등학교 인근 만화카페,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시설제외 처분 정당”

    법원 “초등학교 인근 만화카페,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시설제외 처분 정당”

    초등학교 인근에 있는 ‘만화카페’도 학생들의 교육환경에 유해한 시설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특히 다락방 모양의 좌석이나 침대를 만들어 놓고 남녀가 누워서 만화를 보는 구조거나 성인매체물을 학생들이 접근하도록 돼있는 환경이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 안종화)는 A씨가 서울시 남부교육지원청을 상대로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금지행위 및 시설 제외신청에 대한 금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017년 5월부터 서울 구로구의 한 초등학교 주변 건물에서 만화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6월 남부교육지원청에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에 따른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금지행위 및 시설’에서 만화카페를 제외해 달라고 신청했다. 만화카페에 대한 단속요청 민원이 제기되면서 남부교육지원청에서 조사한 결과 만화카페가 교육환경보호구역 안에서 금지돼야 할 시설이라고 결정했는데 이를 취소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남부교육지원청은 해당 만화카페가 학습과 교육환경에 나쁜 영향을 준다며 교육환경보호구역 안에서 해당 행위 및 시설을 금지하도록 한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지난해 8월 서울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에 재결정을 청구했다가 심판위원회 역시 같은 결정을 하자 행정소송을 냈다. A씨는 “만화카페가 학교 정문이 아닌 쪽문에 인접해 위치하고 있고 이 쪽문은 학생들 하교시간에는 개방하지 않는다”면서 “학교에서 만화카페의 출입문이 보이지 않고 전체 재학생 중 약 11%에 해당하는 58명만이 만화카페 앞 도로를 주 통학로로 이용하고 있다”며 교육환경보호구역과는 거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밤 10시 이후에는 청소년들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는 데다 주류 판매도 하지 않고, 전체 공간을 금연구역으로 설정했다고 강조했다. 청소년 이용불가 도서도 별도로 분류, 관리해 학생들이 유해환경을 접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닌데 교육지원청의 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호소했다. 많은 돈을 들여 만화카페를 열었는데 이를 폐업하게 되면 재산적 피해가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에서도 A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만화카페가 있는 건물이 학교의 출입문(쪽문)으로부터 137m 떨어진 곳에 있고, 쪽문 개방시간이 하루 중 두 차례 뿐이지만 실제로 이 학교의 학생들 중 58명이 이 건물의 앞길을 이용해 통학하고 있는 이상 학생들의 만화카페로의 출입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6월 12일자로 만화카페에 대한 단속요청 민원이 제기된 것을 보면 학부모나 주민들의 불만이 지속됐을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건물의 2,3층을 사용하고 있는 만화카페는 공간에 대한 관리가 분산돼 있어 사각지대에서 초등학생 등 미성년자에 대한 관리가 소홀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2층에 설치된 다락방에는 쿠션 등이 있어 남녀가 누워서 “만화를 보는 것도 가능하고 애초 다락방 입구에 커튼이 설치돼 외부의 시선까지 차단할 수 있었다”면서 “사실상 사방이 밀폐된 공간으로 외부의 관리·감독을 쉽게 피할 수 있는 장소에 해당해 얼마든지 불량한 청소년들의 모임 장소 내지 청소년 범죄의 온상이 될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성인물 등 유해매체물도 미성년자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관리했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진열대 중 일부는 만화카페의 각 내벽과 수직을 이뤄 여러 줄로 겹쳐 늘어서 있는데 청소년 구독 불가의 청소년 유해매체물도 그와 같은 진열대에 있어 전면으로 개방된 공간에 위치한 게 아니라 사각지대에서 초등학생 등 미성년자에 대한 관리가 소홀해질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 결국 재판부는 “남부교육지원청의 처분이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거나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여섯 살 소녀 끔찍하게 살해한 16세에 27년형이 가혹하다고?

    여섯 살 소녀 끔찍하게 살해한 16세에 27년형이 가혹하다고?

    깜찍한 여섯 살 소녀 알레샤 맥페일을 납치해 강간한 뒤 살해한 10대 청소년에게 최소 27년형을 선고한 원심이 지나치게 무겁다며 항소심은 3년을 감경해줬다. 원심이 나이에 견줘 지나치게 가혹한 형벌을 내렸다는 변호인의 주장을 항소심 재판부가 받아들였다. 영국 에딘버러 형사항소법원은 10일(이하 현지시간) 지난해 맥페일을 끔찍하게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최소 27년형을 선고받은 애론 캠벨(17)에 대해 3년을 감경해 24년형을 선고했다고 BBC가 전했다. 그래도 여전히 그는 스코틀랜드의 10대 범죄자로는 가장 긴 징역살이를 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2003년 조디 존스란 여학생을 살해한 루크 미첼이 20년형을 선고 받아 가장 오랜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세 법관으로 구성된 항소심 재판부는 “젊은이가 피고란 점을 감안하면 또래의 범죄에 대한 형량도 비교해야 한다”며 여러 판례와 비교할 때 24년형이 가장 합당한 형량이라고 판결했다. 재판 과정에 도움을 줬던 심리학자 개리 맥퍼슨은 “너무 비관적인 얘기를 한 것에 대해 재판부에 사과드리지만 애론 캠벨이 어떤 의미있는 방식으로 행동을 바꿀 능력이나 열망이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 내다볼 수 있는 미래에도 위험은 여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맥페일의 삼촌 칼럼존은 항소심 소식을 들은 뒤 소셜미디어에 훔자 유사프 스코틀랜드 법무장관과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적었다. 스코틀랜드 사법체계는 범죄자 위주냐고 따졌다. 섀도우 캐비넷의 법무장관인 리암 커는 “명예롭지 못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스코틀랜드 정부 대변인은 개별 재판 사안에 대해 코멘트할 수 없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맥페일의 끔찍한 참극이 그리 널리 보도되지 않았다. 노스 라나크셔주 에어드리에 살던 소녀는 로드사이에서 가족과 휴가를 보내던 지난해 7월 2일 한밤중 침대에서 캠벨에게 납치됐다. 다음날 아침 전에 호텔로 쓰이던 건물 앞마당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부검 결과 무려 117군데 부상을 입었다. 지난 2월 아흐레 동안 재판이 진행됐는데 캠벨은 처음에 맥페일 아빠의 18세 여자친구가 범인이라고 지목했다. 자신의 DNA가 검출된 것은 누군가 범행 현장에 심어놓은 것이라고 주장하다가 통하지 않자 결국 범행을 자백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미중 무역전쟁 속 대대적 반격에 나서는 중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미중 무역전쟁 속 대대적 반격에 나서는 중국

    지난달 27일자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사설격인 ‘종성’(鐘聲) 칼럼의 졸가리는 이렇다. “미국의 일부 인사는 중국이 미국의 공격에 반격하지 못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의 결연한 반격 의지를 완전히 오판하고 있다. 중국은 중대한 원칙 문제에서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 중국은 어떠한 도발에도 반드시 반격하고 끝까지 싸울 것이다.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고 전쟁을 원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중국은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필요할 때는 반드시 싸울 것이다.” 중국이 무역협상 타결을 원하는 중국 측 전화를 받았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에 발끈하며 대미 경고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수세에 몰렸던 중국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중국 정부가 미국 업체들에 대한 자국 기술기업의 의존도 조사에 착수하고 미국의 제재를 받는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가 미국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선 가운데, 미국 글로벌 기업의 중국 현지 하청업체의 열악한 노동실태까지 고발당한 것이다. 미국 애플의 최대 협력업체인 대만 훙하이(鴻海)정밀공업(Foxconn)이 아이폰 중국 현지 생산공장에서 임시직 노동자를 과다 채용해 중국 노동법을 위반했다는 보고서가 공개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9일 보도했다. 미 뉴욕에 본부를 둔 ‘중국노동자관찰’(中國勞動觀察·China Law Watch)이 앞서 8일 중국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에 있는 폭스콘 공장의 열악한 노동환경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를 내놓은 것이다. 중국 진출한 외국 기업들의 불법 노동행위 실태를 고발해온 CLW는 이 공장에 위장 취업해 감시 활동을 벌인 활동가들을 인용해 폭스콘이 직접 고용하지 않은 파견직 임시 노동자의 비율이 지난달 기준 50%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노동법이 최대 10%로 규정한 임시직 노동자 비율을 훨씬 초과한 것이다 CLW에 따르면 임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받는 유급휴가와 병가를 비롯해 의료, 연금, 고용보험 등의 사회보장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학생들인 일부 임시직 노동자들이 개학에 맞춰 8월 말에 학교로 돌아간 뒤 이 비율은 30%까지 낮아졌지만 중국 노동법이 정한 기준치를 크게 넘어선 것이라고 CLW는 비판했다. CLW는 이어 정저우 공장의 일부 노동자들이 생산량이 많은 기간에 매달 최소 100시간의 초과 노동을 했고, 초과 노동에 참여하지 않으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가혹한 노동환경에 내몰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애플은 공급망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책임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으로 발생한 부담을 협력업체와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며 중국 노동자들을 착취해 이익을 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보고서가 애플의 아이폰 신작인 ‘아이폰 11’과 애플워치 신제품 등을 발표하는 시점에 나와 의혹의 눈초리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에 애플은 10일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임시직 노동자 비율이 우리의 기준을 넘었다”며 “폭스콘 측과 긴밀히 협력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문제점에 대해서는 협력업체들과 공조해 즉각 개선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폭스콘도 자체 조사를 거쳐 노동법 위반 사실을 인정하고 개선 조치를 약속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폭스콘 중국 현지공장 직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달에는 아마존의 인공지능(AI) 비서인 ‘알렉사’를 생산하는 폭스콘의 후난(湖南)성 헝양(衡陽) 공장에서 16~18세 청소년 인턴들을 불법적으로 야간·초과 노동에 투입한 사실이 밝혀진 뒤 경영진 2명이 해고됐다. 지난해 1월에는 폭스콘 정저우 공장에서 직원 한 명이 기숙사 건물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2010년 폭스콘 광둥(廣東)성 선전 공장에서 노동자 10여 명이 저임금과 야근 등에 불만을 품고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2012년 1월에는 폭스콘 우한(武漢) 공장에서 노동자 150명이 옥상에 올라가 열악한 근무환경과 노동착취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화웨이도 반격에 나섰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 3일 미국 정부가 수년간 암암리에 화웨이에 했던 ‘아홉가지 죄(罪)’를 조목조목 나열하며 비판했다. 그 아홉 가지 죄는 ▲화웨이 전현직 직원들을 협박·회유해 미 정부를 위해 일하도록 하고 ▲부당한 방식으로 화웨이 직원이나 협력 파트너를 수사·압류·체포했으며 ▲함정을 파고 화웨이 직원을 사칭해 사건을 꾸며내 화웨이에 불리한 근거없는 소송을 시도하고 ▲사이버 공격으로 부당하게 화웨이 내부 네트워크와 정보시스템을 정탐했으며 ▲ 미국 연방수사국(FBI) 소환 방식으로 화웨이 직원에게 화웨이 정보를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화웨이와 상업적으로 협력하거나 분쟁이 있었던 회사를 동원해 화웨이에 대한 근거없는 소송을 진행했으며 ▲화웨이에 대해 허위·부정적 뉴스를 기반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과거에 완결된 민사 안건을 끄집어 내 기술탈취 혐의를 이유로 선택적으로 조사를 벌이거나 기소했으며 ▲공갈과 비자 거부, 화물압수 등 방식으로 화웨이의 정상적 비즈니스 활동과 기술교류를 방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화웨이를 겨냥한 제재 공세가 거세진데 대해 적극 맞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대미 반격을 위해 미 업체들에 대한 자국 기술기업의 의존도 조사에도 착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2개월 전부터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공업정보화부, 상무부의 관리들을 동원해 자국 기업들의 공급사슬 구조와 미국에 대한 위험 노출도를 조사해왔다. 조사 대상이 된 기업들에는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샤오미(小米), 오포, 비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조치는 미중 양국이 보복 악순환으로 무역전쟁이 격화할 때 중국 기업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파악하려는 조치이자 분쟁 장기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조사는 중국이 미국 무역 공세에 대한 보복으로 외국기업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기로 했을 때와 시점이 맞물려 있어 주목된다. WSJ는 “미국과의 무역분쟁에서 같은 규모의 반격을 가할 때 자국 기업들이 해를 입지 않게 하려고 중국 관리들이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이번 조사에서 잘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연일 격화하면서 중국 희토류 업계는 중국 정부의 ‘희토류 무기화’ 전략을 공식 지지하며 첨병을 자임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희토류산업협회는 성명을 통해 “우리의 산업 지배력을 미국과 무역전쟁에서 무기로 쓸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에 대한 중국 정부의 맞대응을 결연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중국 내 300여개 희토류 채굴·가공·제조업체가 소속된 이 협회는 ”미국 소비자들은 미 정부가 (중국에) 매긴 관세 부담을 짊어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맞서 희토류 카드 사용을 시사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노골적으로 ‘무기화’를 선언한 것은 처음이다. 희토류는 자석과 모터, TV, 스마트폰, DVD 플레이어, 발광 다이오드, 전기차, 풍력 터빈, 의료장비, 정유공장 등 산업계 전반은 물론 레이더, 센서 등 군사 무기에까지 두루 쓰인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은 대부분의 희토류를 중국에서 수입한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중단 카드는 미국에 큰 타격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2010년 일본과 동중국해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 영유권 분쟁 당시 희토류 수출금지 보복으로 일본이 투항하게 만든 바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소총탄 못 막는 방탄헬멧? 안전과 무게 사이 불가피한 선택

    소총탄 못 막는 방탄헬멧? 안전과 무게 사이 불가피한 선택

    ‘방탄헬멧’은 장병의 안전을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장구 중 하나입니다. 행군할 때는 다소 귀찮은 존재이지만, 전투가 벌어지면 방탄복과 더불어 장병의 생명을 구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방탄’이라는 명칭 때문에 성능을 오해하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방탄헬멧은 과연 어느 정도의 방탄 성능을 갖추고 있을까요. 올해 초 군이 개발하고 있는 신형 방탄헬멧이 북한군의 ‘소총탄’에 뚫린다는 비판 보도가 나왔습니다. ‘새로 개발하는 방탄헬멧은 소총탄보다 훨씬 위력이 약한 권총탄 방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문제가 있다’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나름 그럴듯한 논리였지만, 군 관계자들과 군 장비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봤을 때는 실소가 터져 나올 만한 내용이었습니다.국방부 군수관리실은 당시 보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명했습니다. “방탄헬멧은 전장의 다양한 위협으로부터 장병의 생명을 지키고 전투 활동성을 보장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방호성능뿐 아니라 경량화 등 착용 편의성을 갖춰야 한다. 올해까지 연구개발 중인 방탄헬멧은 전투원의 최대 위협인 ‘파편탄’에 대한 방호성능을 높여 ‘미 법무성 사법연구소(NIJ) ⅢA’ 수준의 직격탄 방호력을 갖추도록 개발할 계획이다.” 에둘러 표현하긴 했지만 소총탄을 막을 만큼 방호력을 높이려면 전장에서 쓰고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무거워져 문제가 생긴다는 겁니다. 다음은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소재 겹겹이 쌓다간 군인들 목디스크 온다” “현재의 방탄헬멧 기준으로 소총탄에 대한 방호는 불가능하다. 방탄헬멧의 소재를 두껍게 쌓으면 방호력은 높아지겠지만 무게가 늘어나 운용 과정에 애로 사항이 생길 것이고, 고가의 소재를 사용하면 경량화는 가능하겠지만 단가가 상승해 보급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부 네티즌은 종종 등장하는 ‘소총탄 보도’에 대해 ‘그럼 군인들이 목 디스크가 생길 정도로 무거운 헬멧을 쓰고 다녀야 하느냐’는 비판적 반응을 내놓기도 합니다. ‘방탄복은 왜 소총탄 방호력이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분도 있는데, 소총탄 직격 위험이 큰 방탄복 내부에는 ‘방탄판’이라는 비교적 단단하고 무거운 소재가 있어 헬멧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기품원 연구진이 지난 6월 품질경영학회지에 발표한 ‘방탄헬멧의 방탄시험방법 개선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방탄헬멧 방호성능시험은 주로 ‘소형 파편’을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파편탄으로부터 머리 보호 여부가 기준 연구팀 조사 결과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등의 주요 전쟁에서 파편에 의한 사상률은 ‘59%’나 됐습니다. 또 치명 부상자의 75~80%, 일반 부상자의 85%가 하늘에서 쏟아지거나 옆으로 튀는 파편에 의해 부상당했다고 합니다. 무게 1.1g 이하의 소형 파편은 수류탄에서 발생할 확률이 100%, 30㎜ 고폭탄 80%, 135㎜ 포탄 77%, 155㎜ 포탄 50% 이상입니다. 이 작은 파편에 초속 530~620m의 속도로 맞으면 다치거나 사망할 확률이 90%에 이릅니다. 따라서 방탄헬멧은 파편탄으로부터 머리를 보호할 수 있는 성능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입니다.우리 정부가 현재 개발하고 있는 신형 방탄헬멧 성능 중 핵심 과제는 ‘권총탄 방호’입니다. 미군은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UHMWPE)과 ‘탄소섬유’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방탄헬멧’을 사용합니다. 초경량 소재이면서도 9㎜ 권총탄을 막을 수 있습니다. 미군도 과거에는 ‘철모’를 사용했습니다. 이후 ‘강화플라스틱’, ‘하이브리드’ 순으로 재질을 계속 개선해 왔습니다. 현재 미군이 사용하는 방탄헬멧이 바로 우리 군과 정부가 목표로 하는 ‘NIJ ⅢA’ 수준의 방호력을 갖춘 제품입니다. 우리 군도 현재 UHMWPE 복합소재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방탄헬멧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미군의 방탄헬멧은 고온(71.1도)에서 24시간, 저온(영하 51.1도)에서 24시간 둔 다음 방탄효과를 측정하는 등 매우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합니다. 또 바닷물에 노출됐을 때 성능 변화를 검증하기 위해 ‘염화나트륨 3%’ 등이 포함된 욕조에 3~4시간 담근 뒤 성능을 확인하는 절차도 있습니다. 비와 햇빛, 고온 등 가혹한 환경에 차례로 노출시켜 48시간 동안 방탄 효과를 측정하기도 합니다. 기품원 연구팀은 우리도 이런 방식의 시험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방탄헬멧도 사실 9㎜ 권총탄 방호능력을 이미 상당 부분 확보한 상태입니다. 다만 현재는 파편탄 위주의 검증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개발 과정에 방호기준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권총탄 방호능력 이미 확보… 내년 보급 계획 기품원 연구팀은 “현재 보급하고 있는 방탄헬멧에 9㎜ 권총탄을 사격한 결과 방호성능을 확인했기 때문에 권총탄 위협을 국방규격에 추가하는 것이 제작사들에 무리한 요구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미국에서도 9㎜ 권총탄 위협에 대한 방호수준을 유지할 경우 생존율과 운용성의 적절한 조화가 가능하다고 보고돼 있기 때문에 우리 군에서도 최소한 이를 준용해 방호수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이 밖에 연구팀은 “UHMWPE는 파편 등을 막는 방탄성은 높지만 차량 내부 충돌, 추락 등 일반 충격에는 취약한 단점이 있어 이 부분에 대한 보완도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군은 계획대로 신형 방탄헬멧 개발을 마무리하면 내년 특수전 부대를 시작으로 전방부대부터 차례로 신제품을 보급할 계획입니다. 실제 전투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은 특전사 대원을 보호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는 방탄헬멧을 포함해 전투복, 방탄복, 수통, 조준경, 소총 등 33종의 전투장비가 포함된 미래 전투체계 ‘워리어 플랫폼’ 개발에 내년 예산 1148억원을 투입하는 등 장비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병사들의 불편은 줄이고 방호력은 기존 헬멧보다 대폭 높인 첨단 헬멧 개발에 성과를 내길 기대합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日법조계 “아베, 일본 법 이해 못 해… 징용 개인청구권 살아 있다”

    日법조계 “아베, 일본 법 이해 못 해… 징용 개인청구권 살아 있다”

    前일본변호사연합회장, 日정부 비판 “신일철주금 등 한국 판결 받아들이고 日,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철회해야”일본 변호사단체를 이끌었던 원로 법조인이 5일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보복적인 수출 규제 조치를 즉시 철회해야 한다”며 “일본 정부가 과거 식민지 지배를 진지하게 반성하고 한국 정부와 협력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구제를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국회에서 밝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대해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을 이해하지 못한 완전히 잘못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우쓰노미야 겐지(73) 전 일본변호사연합회 회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일제 강제동원 문제의 쟁점과 올바른 해결 방안 모색을 위한 한일 공동 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을 갖고 “한일 청구권협정은 당사자인 피해자를 제외한 채 양국 정부의 정치적 타협으로 성립돼 큰 한계가 있다”면서 “강제동원 문제의 본질은 인권침해로, 무엇보다 피해자 개인의 피해가 회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일 청구권협정에서 일본 정부는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았다. 단지 양국 간 재정적·민사적 채권 및 채무 관계를 해결하기 위해 체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강제징용 당시 모집 형태나 가혹한 노동환경을 보면 강제성이 명백하고 인권침해가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우쓰노미야 전 회장은 이어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청구권이 아니라도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국가 간 협정으로 소멸시킬 수 없다는 것은 지금의 국제인권법상에서 상식”이라며 “지금까지 일본 정부나 일본의 최고재판소도 청구권협정에 따라서도 실체적인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는다고 해석돼 왔다”고 설명했다. 일본 아베 총리와 고노 다로 외무상의 발언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그는 “신일철주금,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은 지난해 한국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자발적으로 인권침해 사실과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와 배상을 포함해 피해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행동을 할 필요가 있고,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와 협력해 강제동원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배상에 그치지 않고 기억을 계승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본변호사연합회 소속 자이마 히데카즈 변호사도 “양국 정부와 일본의 전쟁 기업, 협정으로 이익을 본 한국 기업이 자금을 갹출해 피해자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다른 일본 법조계 및 시민단체 인사들도 한일 청구권협정이 징용 피해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주최한 이날 심포지엄은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이후 한일 갈등이 극심해진 것과 관련, 한일 양국의 법조계 인사들이 대응 방안을 논의해 보자는 취지에서 열렸다. 이날 현장을 찾은 징용 피해자 유족 가운데 일부는 “이런 심포지엄은 도움이 안 된다”, “했던 말을 또 하며 피해자들을 우롱하느냐”, “한국 정부에 책임이 있는지를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강하게 항의했고, 다른 참석자들이 이에 맞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청와대로 가서 얘기하라”고 받아치는 등 언쟁이 벌어져 행사가 일부 차질을 빚기도 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50달러 훔친 이유로…무려 36년이나 감옥서 보낸 남자 석방

    50달러 훔친 이유로…무려 36년이나 감옥서 보낸 남자 석방

    총 50달러를 훔친 혐의로 무려 36년을 감옥에서 보낸 남자가 결국 자유의 몸이 됐다. 지난 2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 현지언론은 앨라배마 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앨빈 케너드가 지난 27일 재심을 통해 석방 선고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제는 58세의 나이가 돼 청춘을 모두 감옥에서 보낸 케너드의 사연은 안타깝다. 케너드가 처음 범죄를 저지른 것은 지난 1979년으로 그의 나이 18세였다. 당시 케너드는 주유소에 침입해 강도짓을 벌인 혐의로 처음 체포됐으며 이후 총 3건의 2급 강도죄로 기소돼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그의 인생이 감옥에 묶이게 된 것은 1983년 주머니칼을 들고 빵집에 들어가 강도짓을 벌인 혐의 때문이었다. 빵집에서 총 50달러를 훔쳐 체포된 그는 가석방없는 종신형이라는 가혹한 형을 받았다. 이는 같은 죄를 세번 이상 저지른 자를 종신형에 처하도록 하는 '삼진아웃 법' 때문이었다. 당시 앨라배마주법 상 같은 범죄를 4번째로 저지른 그에게 판사는 무기징역형을 선고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렇게 가혹한 선고를 받고 감옥에 수감된 그는 지금까지 무려 36년이나 수감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2000년 대 초 삼진아웃법은 가석방 기회를 주는 것으로 개정됐으나 소급적용되지 않아 케너드의 경우 재심사되지도 않았다. 이렇게 평생 감옥에서 나오지 못할 운명이었던 케너드에게 희망이 빛이 찾아온 것은 판사의 '호기심' 덕이었다. 케너드의 변호인인 칼라 크라우더는 "판사가 50달러 짜리 강도사건으로 종신형을 살고있는 것이 얼마나 이상한 지 알게됐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도 케너드와 비슷한 250명의 사람들이 감옥에 있다"면서 "이같은 불합리함을 해결하기 위해 법원과 정치인, 주지사가 나서야한다"고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케너드의 출소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향후 목수로서의 새 삶을 꿈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데스크 시각] 다 때려잡는 게 능사는 아니다/백민경 산업부 차장

    [데스크 시각] 다 때려잡는 게 능사는 아니다/백민경 산업부 차장

    “민간 사업자가 아파트값 정하는데 그걸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훈수 두는 곳은 한국밖에 없을 겁니다. 대출 조이고 세금 왕창 물리는 걸로는 모자란가 봅니다. 집 가진 사람은 ‘적폐’가 되는 나라예요.” 최근 서울 재건축 조합과 건설사에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나오는 원망 어린 푸념들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쉽게 말해 정부가 집값을 잡으려고 민간에서 짓는 아파트의 분양가까지 직접 규제하는 제도다. 새로 분양될 아파트가 고공행진을 해 버리면 주변 시세까지 끌어올려 집값이 천정부지가 될 거란 정부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지난 28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상반기 부동산시장 동향 및 하반기 전망’도 비슷하다. 서울 25개 구별로 새 아파트 분양 시점을 전후해 준공 10년 이내 아파트의 매매 가격을 들여다봤더니 분양가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분양가 자율화’ 아파트의 경우 분양 직후 1년 이내에 인근 주택 가격이 올랐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볼 대목도 있다. 분양가 자율화로 주변 집값이 올랐던 지역은 서울 25개구 전부는 아니다. 급격하게 주변 시세가 오른 곳은 서초, 영등포, 용산, 송파, 동대문, 서대문구 정도다. 특히 서대문, 동대문구는 재정비촉진지구라 꼭 자율화 때문이 아니라 달라진 미관이 주변 지역 시세에 어쨌든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날 감정원에서 주제를 발표한 한 박사도 “분양가를 풀어 준다고 해도 일부 지역 집값은 그대로인 만큼 분양가 상한제를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무주택 서민에게 좀더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을 할 기회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격을 통제해야 할 만큼 일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가 과도하다는 데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심사 규제로도 못 잡았던 집값을 다시 규제하려는 것이라면 그 실패를 본보기 삼아 더 면밀한 ‘핀셋 정책’을 써야 할 필요가 있다. 서울을 비롯해 경기 과천ㆍ광명ㆍ하남, 대구, 세종 등 전 투기과열지구를 중심으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나 이주가 완료된 사업장까지 소급 적용하는 것에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미 재건축·재개발 단지 ‘관리처분인가’(조합원에게 땅과 아파트를 분양하는 배분 계획)를 받은 이들에겐 가혹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는 것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정비사업을 할 수 있는 법적 절차를 정부에서 부여받았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미 조합원들이 분담금 책정과 설계 계획까지 마치고, 심지어 이주까지 마친 상태에서 처음부터 분담금 계산을 하고 설계를 바꾸는 계획을 다시 세우라고 하니 이들이 거리로 나서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택지 말고 현재 적용 중인 공공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가도 의문이다.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서울신문과 함께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LH 공동주택용지 블록별 입찰 참여 업체 및 당첨 업체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미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 중인 공공택지에 중견 건설사가 수십 개 계열사를 동원한 편법적인 ‘벌떼 입찰’로 공공택지를 독점해 수조원에 달하는 분양 수익을 챙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 대한 감시망은 있는 것인지, 분양 원가는 충분히 검증 가능한 항목으로 구분돼 공개되고 있는 것인지, 분양가 심사위원회의 기능은 원활히 작동하는지 묻고 싶다.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으로 다 때려잡을 생각보다는 지금 시행 중인 제도가 잘 굴러가고 있는지,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한 보완책은 없는지 고려해야 한다. white@seoul.co.kr
  • 민주 “정치검찰의 기득권 지키기”… 한국 “봐주기 수사 땐 특검 불가피”

    유시민 “檢, 부적절하고 심각한 오버” 심상정 “명백한 정치 행위… 책임져야” 박지원 “이해찬 대표 판단 늘 정확” 옹호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의혹과 관련해 29일 오거돈 부산시장 집무실까지 압수수색하자 더불어민주당은 비판 수위를 높였다. 전날 이해찬 대표가 이례적으로 검찰 수사를 공개 비판했음에도 검찰이 보란듯 보폭을 넓혀 가자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정치적 의도가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라디오에서 “만약 과거 검찰, 특히 정치검찰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이런 잘못된 행태에서 못 벗어난 정치적 의도가 있다면 (검찰은) 국민의 가혹한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라디오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조 후보자 사퇴가 국가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압수수색을 해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한다는 암시를 줘 조 후보자 스스로 물러나게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면서 “저질 스릴러로 국면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 소속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대표의 검찰 비판에 대해 “그분의 판단은 늘 정확했다”고 옹호했다. 조 후보자의 적격 여부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상무위원회에서 “청문회를 앞둔 압수수색은 검찰 논리로만 한정될 수 없는 명백한 정치행위”라며 “모든 정치행위에는 결과에 따른 응분의 정치적 책임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검찰은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특검밖에 없다며 검찰을 압박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긴급 의원총회에서 “(여권이) 그동안 정의의 검찰이라고 치켜세웠던 검찰을 반발하는 기득권이라며 몰아붙이고 있다”며 “비리의 몸통은 조 후보자라는 것이 합리적 의심이다.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면 특검으로 가는 것이 답”이라고 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이인영 “국민적 여망 사법개혁 적임자”… 나경원 “지명 철회가 국민에 대한 도리”

    이인영 “국민적 여망 사법개혁 적임자”… 나경원 “지명 철회가 국민에 대한 도리”

    오신환 “정의·공정 기준 어긋나 부적합” 윤소하 “청문회까지 지켜보고 판단할 것”다음달 2~3일 열리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각 당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서울신문이 28일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정의당 원내대표의 입장을 확인한 결과 조 후보자의 장관 자격에 대해 민주당은 ‘적합’을, 한국당·바른미래당은 ‘부적합’ 입장을 밝혔다. 정의당은 ‘보류’ 입장을 고수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조 후보자는 사법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여망을 감안해 발탁한 최적의 후보”라며 “적합·부적합 여부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자연스럽게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회에서 만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민들이 모두 납득할 수 있도록 대통령이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는 게 국민에 대한 마땅한 도리”라며 부적합 입장을 재확인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도 이날 통화에서 “조 후보자는 국민이 생각하는 정의와 공정이라는 기준에 정면으로 반하는 부적합 인사”라고 했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청문회까지 지켜보고 판단하겠다”고 했다. 또 조 후보자의 가족을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문제에 대해 민주당·정의당은 ‘반대’, 한국당·바른미래당은 ‘찬성’으로 갈렸다. 이 원내대표는 “역대 법무부 장관 청문회에서 가족을 증인으로 부른 적은 한 번도 없다”며 “가족을 볼모로 상대방을 굴복시키겠다는 것은 패륜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도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고 자료를 다 확보했는데 자녀까지 국민 앞에 세우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반면 한국당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가족과 관련된 일(의혹)의 진실이 규명돼야 하는데 본인이 모른다고 하면 청문회가 무력화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원내대표도 “모든 가족은 아니지만 핵심 가족은 나와야 한다”고 했다. 이 외 민주당·정의당은 전날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정치적 의도’를 경계했고, 한국당·바른미래당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이 원내대표는 “압수수색 시점이 매우 이례적이다. 검찰개혁에 대한 반발이 아니기를 바란다”며 “만약 정치적 의도가 있다면 이는 합당하지 않은 시도로 국민의 가혹한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도 “(검찰 압수수색에) 정치적 의도가 개입돼서도 안 되고 정치적 해석의 잣대를 들이대서도 안 된다”고 했다. 반면 나 원내대표는 “오히려 검찰이 조 후보자로 하여금 청문회에서 ‘수사 중’이라는 답변밖에 못하게 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오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외려 검찰을 겁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한국당·정의당 등 3당 원내대표는 청문회의 최대 쟁점으로 조 후보자의 딸 부정입시 의혹을 꼽았다. 관련 교육 문제가 서민과 또래 청년들에게 정서적 박탈감을 들게 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윤 원내대표만이 딸 부정입시 의혹, 석연치 않은 부동산 매매, 사모펀드, 웅동학원 등의 의혹에 경중을 두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답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법원 “짝퉁 판매 관련 매출액 전부 추징은 가혹···투입 비용 등 감안해야”

    법원 “짝퉁 판매 관련 매출액 전부 추징은 가혹···투입 비용 등 감안해야”

    3억원대 짝퉁 옷 판매···檢 “매출액 전체 추징해야”법원 “몰수 등과 비교하면 매출 전체 추징은 가혹”‘짝퉁 의류’를 팔아 3억원대 매출을 올린 업자에게 매출액 전체를 추징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상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34)씨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추징금 9600만원을 부과했다.A씨는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인터넷 쇼핑몰에서 유명 브랜드의 가짜 상표가 붙은 옷 5000여점을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품 가격으로는 9억원 상당의 짝퉁을 판매한 A씨는 모두 3억 2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서는 추징금 규모를 놓고 공방이 펼쳐졌다. A씨 측은 제작 원가와 쇼핑몰 운영 비용 등을 제외한 순이익은 매출액의 3%에 불과하다며 이를 기준으로 추징금을 매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매출액 전체를 추징해야 한다고 맞섰다. 안 판사는 “만약 판매 대상 물건을 몰수할 경우에는 판매 이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해당 물건만 몰취하게 된다”며 “반면 추징에 있어서 매출 금액 전부를 대상으로 한다면 제조 원가와 투입 비용을 포함하는 돈을 전부 징수하는 것으로 이는 피고인에게 다소 가혹하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를 고려해 판매한 값의 약 30%인 9600만원을 추징 금액으로 정한다”고 덧붙였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노예노동에 성접대까지...기획사에 시달리는 日 ‘지하 아이돌’ 실태

    노예노동에 성접대까지...기획사에 시달리는 日 ‘지하 아이돌’ 실태

    일본에서 자칭타칭 ‘아이돌’로 활동하는 연예인이 줄잡아 1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이들에 대한 연예 기획사의 인권 침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 고향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른바 ‘지역 아이돌’과 소규모로 공연무대에서 활동하는 ‘지하(地下) 아이돌’이 특히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 25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연예인 권리 보호를 위해 일본의 변호사들이 결성한 단체 일본엔터테이너라이츠협회가 지하 아이돌, 지역 아이돌 및 전직 아이돌 등을 대상으로 인권 침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0% 정도가 “소속 기획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30% 정도는 기획사와 계약서 자체를 만든 적이 없었다. 이 조사는 지난해 3월 에히메현 마쓰야마시를 거점으로 하는 지역 아이돌 걸그룹 ‘사랑의 잎 걸스’ 멤버 오모토 호노카(사망 당시 16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유족들이 소속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이뤄졌다. 오모토의 유족은 “과도하고 가혹한 노동환경과 처우가 자살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2%는 ‘소속사와의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소속사에서 부당한 취급을 받은 적이 있는가‘라고 묻자 82%가 ‘있다’고 대답했다. 어떤 부당한 대우를 받았느냐는 물음(복수응답)에는 ‘노동시간에 비해 너무 적은 보수’가 59%로 가장 많았고 ‘갑질 횡포’가 47%, ‘불투명한 보수 체계’ 45%, ‘중노동’ 35%, ‘소속사 변경 불가’ 30% 등이었다. 성접대를 뜻한 속칭 ‘베개 영업’을 강요받았다거나 노래·춤 레슨비와 의상비용 등을 다 자비로 내야 했다는 응답도 있었다. 고정된 월급이 없는 경우가 24%에 달한 가운데 그나마 절반이 월 5만엔(약 56만원)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비해 1개월 연예활동 시간은 노래·춤 연습시간을 포함해 ‘100시간 이상’이 가장 많은 34%에 달했다. 지역 아이돌은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력해 지역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돌 가수들의 입장에서 자기 연예활동 범위를 넓힌다는 측면도 있지만 근로환경 측면에서는 사각지대에 있다. 일본엔터테이너라이츠협회 대표인 사토 야마토 변호사는 “연예인 권리가 제대로 보호되고 있지 않는 실태가 확인됐다”며 “아이돌의 권리와 법적 지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관련 법규 정비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지구온난화가 ‘무슬림의 성지순례’ 위협한다 (MIT 연구)

    지구온난화가 ‘무슬림의 성지순례’ 위협한다 (MIT 연구)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한 이상 기후가 자연과 동물, 인간의 먹거리와 생활습관 뿐만 아니라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의 성지순례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뉴스위크 등 해외 언론이 22일 보도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진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가량인 18억 명이 무슬림으로 추정되며, 최대의 종교행사인 메카 성지순례에는 전 세계에서 200만 명에 가까운 무슬림들이 몰려든다. 메카 성지순례는 수시로 이뤄지는 ‘움라’, 그리고 이슬람력으로 12번째 달이자 마지막 달인 ‘두 알히자’의 8일째 되는 날부터 매년 정기로 치러지는 ‘하지’로 나뉜다. 문제는 음력의 일종인 이슬람력이 일반적으로 쓰이는 태양력보다 1년에 10~11일 정도 짧아서, 하지의 시작일이 해마다 그만큼 당겨진다는 사실이다. 연구진은 지구온난화로 평균기온이 점차 상승하는 가운데, 성지순례가 이뤄지는 메카 역시 이상기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 9일(현지시간) 시작된 올해 성지순례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의 기온은 섭씨 50℃를 육박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내년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1년 중 가장 더운 시기에 성지순례가 시작되며, 2047~2052년, 2076~2086년에도 올해처럼 가장 더운 시기에 성지순례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은 “대부분의 활동이 야외에서 이뤄지는 상황에서, 한여름의 사우디아라비아의 날씨는 매우 가혹하다”면서 “날씨가 매우 습하고 더운데다 많은 사람이 붐비는 곳에 있다면,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슬람 사회에서 성지순례는 문화적으로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성지순례는 앞으로도 가장 위험한 시기에 열릴 수 있으며, 여기에 참여할 수 있는 참가자의 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1990년에는 메카 성지순례 기간 도중 1462명이, 대규모 압사 참사가 발생했던 2015년에는 769명이 사망하고 934명이 부상을 입었다. 연구진은 1990년과 2015년 두 해 모두 해당 지역의 온도와 습도가 최고점에 이르렀으며, 고온의 스트레스가 이러한 사망 기록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에 끝난 올해 성지순례에는 지난해보다 약 20만 명 많은 무슬림 184만 명과 사우디인 250만 명이 참여한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고온으로 인한 더위가 가장 큰 잠재 위험으로 꼽힘에 따라, 올해에는 에어컨이 성치된 텐트 35만동을 설치하는 등 순례객의 건강에 주의를 기울였다. 한편 자세한 연구결과는 미국물리학회지 ‘지구물리학 리뷰 레터스'(Geophysical Review Letters) 최신호에 실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2030 세대] 제국의 역설/임명묵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4학년

    [2030 세대] 제국의 역설/임명묵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4학년

    러시아와 터키 사이, 험준한 캅카스산맥에 조지아라는 나라가 있다. 작지만 따뜻한 남쪽에 산맥과 바다를 끼고 있어 물산이 풍부하고, 여러 민족이 오가던 문명의 교차로라 남다른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나라다. 이 때문에 조지아는 과거 소련에 속했을 때도 러시아인들 사이에서 무척이나 인기가 많던 관광지였고, 소련이 해체되고 독립한 뒤에는 터키, 서유럽, 한국 등 세계 각지의 여행객들을 끌어모으는 중이다. 지난 7월 말에 바로 이 조지아를 여행 다녀올 기회가 있었는데, 사실 여행 전에 남모를 걱정이 살짝 있었다. 여행 한 달 전 6월 말에 이 나라에서 대규모 반러 시위가 일어났는데, 마침 내가 이 지역에서 쓸 줄 아는 말은 러시아어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일찍이 과거 러시아와 소련의 지배를 받은 조지아는 독립 이후에도 러시아와 꾸준히 갈등을 빚어 왔고, 자국 내 소수민족 문제로 2008년에는 서로 전쟁까지 치르면서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었다. 전쟁 후 조지아는 나라 이름도 러시아식인 ‘그루지야’에서 영어식 ‘조지아’로 바꿔버렸다. 이런 나라에서 외국인 여행객이 러시아어를 쓰면 알아들으면서도 싫어하지 않을까? 다행히 이 걱정은 기우였다. 대개 조지아인들, 특히 거의 대부분이 러시아어를 잘하는 중장년층과 노년층은 우리가 러시아어를 쓰면 신기하고 재밌다는 식으로 반응했다. 청년층으로 갈수록 러시아어 구사자는 줄어들었지만,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대규모 반러 시위가 일어난 것에서 알 수 있듯 청년층을 중심으로 러시아에 대한 반감이 상당한 것으로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이 나라의 숱한 풍경에는 여전히 200년에 걸쳐 러시아인들과 주고받은 애증의 관계가 짙게 묻어나고 있었다. 요컨대 내가 조지아에서 보고 온 것은 제국의 유산, 그 양면성이었다.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 박물관에 가면 소련의 통치가 조지아에서 얼마나 가혹하고 억압적이었는지를 묘사한다. 하지만 그 억압을 수행한 인물인 스탈린이 조지아인이었다. 그는 변방에서 태어났지만, 러시아 제국 질서를 통해 세계의 절반을 거머쥘 수 있었다. 제국은 힘으로 다양한 민족을 복속시키고, 동시에 수많은 민족 사이에서 통용될 ‘제국 문화’를 만들어낸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제국이 오래 유지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같이 갈 수밖에 없다. 한국도 ‘제국의 양면성’에서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 이제 조지아보다는 러시아에 더 가까워진 것 같다. 한국의 산업과 대중문화는 세계를 누비고, 도시는 아시아 각지의 이주자를 빨아들인다. 그 과정에서 한국인들은 작게나마 새로운 표준을 설정하며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식민지는 없는 제국’을 건설한 것이다. 조지아에서도 자주 눈에 띈 삼성과 BTS를 보며 그 생각은 굳어졌다. 제국과 식민지의 경험에서 다른 것을 배울 때도 된 것 같다. 앞으로 한국인들은 영향력에 수반되는 책임, 선망에 따라오는 증오를 이해해야만 하니까.
  • 1심서 구속면한 브라질 동포 강도살인범, 2심서 무기징역

    과거 브라질에서 한인을 살해한 혐의로 현지에서 15년이 넘는 수감생활을 한 뒤 강제추방된 40대가 한국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문제의 인물은 1심에서는 징역 15년 형을 선고받으면서 이미 브라질에서 한국 법원의 선고량을 초과하는 형을 살았다는 이유로 구속을 면했으나, 2심에 이르러 결국 법정 구속됐다. 수원고법 형사2부(임상기 부장판사)는 21일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A(49) 씨와 B(46) 씨에 대해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A 씨는 브라질에서 원단업체를 차려 운영하던 2000년 8월 15일, 직원으로 데리고 있던 B 씨와 함께 한인 환전업자 C(당시 47) 씨를 목 졸라 살해하고 미화 1만 달러를 강탈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 씨는 브라질 경찰에 붙잡혀 현지에서 15년 9개월을 복역한 뒤 2016년 6월 가석방돼 한국으로 강제추방됐다. 반면 B 씨는 범행 후 바로 파라과이로 달아나 18년 넘게 잠적해오다 한국에서 검거됐다. 1심은 이들에 대해 각각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다만 A 씨에게는 브라질에서 집행된 형을 선고형에 산입, 법정 구속 등의 조처를 하지 않았다. 1심은 “A 피고인은 가혹한 환경의 브라질 교도소에서 15년 9월이 넘는 기간 수감생활을 했다”며 “브라질에서 가석방돼 형의 집행을 종료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선고형에 (브라질에서) 집행된 형을 산입한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피고인들에 대해 무기징역형을 선고할 경우 A 피고인과 B 피고인 사이에는 전체 형 집행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15년 9월 이상의 차이가 발생해 피고인들 간 형평에 크게 어긋나는 결과가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들 두 사람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해도 전체 형 집행에 있어서 형평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항소심은 “형법 제7조는 ‘외국에서 집행된 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선고하는 형에 산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외국에서 형이 집행된 경우를 양형 사유로 고려할 문제는 아니라는 취지로 판결했다. 또 “피고인들 사이에 형 집행에 있어 사실상의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B 피고인이 범행 후 도주했기 때문일 뿐”이라며 “무기징역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도 A 피고인이 브라질에서 수감된 기간을 형법 제7조에 의해 위 무기징역형에 산입해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부연했다. 이로써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오던 A 씨는 이날 법정 구속됐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美 LA, 차량 내 생활 금지 조례 발효 왜...노숙인 줄이기

    美 LA, 차량 내 생활 금지 조례 발효 왜...노숙인 줄이기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시가 ‘차량 내 생활 금지’ 조례를 발효했다고 미 공영라디오 NPR이 19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는 급증하는 노숙인을 막기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LA 시의회의 이번 조례는 공원과 학교, 요양시설(데이케어센터) 인근에 차량을 주차해놓고 생활하는 노숙인에게 처음 적발 시 25달러(약 3만원), 두 번째 적발 때 50달러, 세 번째 적발되면 75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NPR은 특히 LA 노스할리우드 지역에 주차한 차량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사람들이 가득 차있다고 전했다. 노숙인들은 대부분 레저용 차량 또는 캠핑카로 불리는 RV에 취사시설과 화장실, 세면시설 등을 갖춰놓고 생활하고 있다. LA시는 노숙인 3만 6000여명 중 1만여명이 차량을 기반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노숙인들의 불법 주차로 도심 주차난과 차량정체 등도 가중되고 있는 것이 시당국의 주장이다. 하지만 노숙인 지원단체는 이는 지나치게 가혹한 행정 규제이자 노숙인들을 결국 거리로 내모는 것 이외에 어떤 대안도 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노숙인 지원단체 ‘샤워 오브 호프’의 멜 틸러카러튼 사무국장은 NPR에 “이건 멍청한 조례”라면서 “한 군데에 몰려있는 사람들(노숙인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홍희경 기자의 규제 클렌즈] 규제개혁, 최소한 다른 나라만큼은 하자

    [홍희경 기자의 규제 클렌즈] 규제개혁, 최소한 다른 나라만큼은 하자

    규제 환경은 나라별로 다르다. 외국에서 푼 규제라고 한국이 꼭 따라 풀어야 하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규제완화가 무조건 절대 선도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 기업들이 한국의 규제가 유독 가혹하다고 십수년째 하소연하는 이유를 살펴야 한다. 기업들의 일성은 외국엔 없지만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나 각종 형벌·행정처분이 병과되는 규제의 부담으로 시작되지만, 그 호소를 따라가다 보면 다른 나라와 다르게 유독 자국 기업을 더 가혹하게 규제하는 우리 당국의 태도를 접하게 된다. 만 16세 미만 청소년에 대해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 게임 접속을 막는 이른바 ‘셧다운제’는 2011년 게임업계 반발을 무릅쓰고 도입됐지만, 외국 게임엔 적용되지 않았다.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역시 외국 게임들의 동참이 최근에야 시작되는 분위기다. 이런 와중에 지난 6월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등록하자 게임업계는 벌써부터 추가 규제 공포에 질렸다. 게임 관련 규제가 더 강화될지 등 첫 번째 고민에 더해 신규 규제 초기 외국 게임은 무풍지대가 될지까지 고민해야 한다. 전문가 의견이 아닌 여론에 떠밀려 도입된 규제일수록 외국 기업의 동참을 이끌기가 쉽지 않다. 셧다운제는 여성계 등의 주장을 적극 수용한 규제다. 애당초 밤에 게임을 하면 어떤 문제가 있는지, 밤에 게임을 할 개인의 자유를 제약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객관적 연구가 부족했다. 한국의 셧다운제 규제 때문에 기업이 추가 비용을 들여 나이 인증시스템을 새로 도입해야 한다고 설득하지 못한 당국은 아예 외국 게임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우리 기업용 규제를 외국계에 들이댔다 소송전으로 비화한 일이 실제 있었다. 국내 포털과 다르게 국내 이동통신 3사 전부에 통신망 사용료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2016년 방송통신위원회가 페이스북에 4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자 페이스북이 제기한 행정소송 1심 판결은 오는 22일 나온다. 민간 기업 간 해결할 문제에서 형평성·공정성 시비가 붙더라도 기업끼리 해결하게 두는 주요국 제도와 다르게 정부가 적극 중재, 개입하는 한국적 규제 정서에서 비롯된 판결이어서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페이스북, 유튜브 등과 다르게 국내 인터넷 기업들은 정부 당국과 통신사의 방침에 따라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 해외에선 우리 기업들이 그들의 자국 기업 보호 정책 때문에 차별받는다. 중국은 지난달까지 2년 5개월째 게임 유통 허가장인 판호를 국내 업체에 발급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엔 자국 반도체 소재 기술 육성 방안이 병기돼,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납품 이력이 있는 중국산 소재를 우선적으로 구매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한국 기업들의 소재 국산화가 이뤄져도 중국 당국이 자국 기업 보호용 규제를 펴는 한 판로 찾기가 더 어려워지는 셈이다. 규제에 대한 한국적 태도는 한국 기업이 외국에서 차별적 규제를 당했을 때의 소극적인 당국 대응으로 연결된다. 우리 당국이 나서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대신 규제의 배경을 살피며 정보만 모을 때가 많다. 내부 보고용 정보 수집이다. 반면 주한유럽상공회의소 등이 한국 규제 백서를 매년 발간하는 등 우리 규제에 대한 주요국들의 인식은 잘 알려지고 있다. 최근 소재·부품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로 지목돼 완화 필요성이 제기된 화평법과 다른 나라 유사법을 비교하면 한국과 주요국 간 규제의 역할을 보는 인식 차가 드러난다. 한국의 주무부처가 환경부인 반면 유럽연합(EU)이나 일본에선 실제 집행에 산업담당 부처가 관여하면서 기업이 제도를 어떻게 수용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평가한다. EU와 일본에선 산업경쟁력 유지를 법 시행 목표의 한 축으로 제시했다. saloo@seoul.co.kr
  • “목표는 첫 승… 대기록보다 선수들 행복이 더 중요”

    “목표는 첫 승… 대기록보다 선수들 행복이 더 중요”

    올 창단 역대 80번째 고교야구팀 맡아 프로야구 투수 출신… “선수와 소통 우선” “난 맞으면서 배워 마음 편한 날 없었어 내 학생들은 야구 자체 즐기게 도울 것”“저는 맞으면서 야구를 배워 정말 마음 편한 날이 별로 없었어요. 하지만 내가 가르치는 선수들은 야구를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을 지키며 야구 자체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올해 3월 고교야구 역대 80번째로 창단된 서울 구로구 우신고 야구부를 이끌게 된 조태수(36) 감독의 철학이다. 조 감독은 2003년 KIA 타이거즈 선수로 한국야구위원회(KBO) 리그에 데뷔한 프로야구 투수 출신이다. 2012년 은퇴 후 아직도 시속 140㎞대의 속구를 던질 정도로 녹슬지 않은 어깨를 자랑한다는 그는 18일 “지시하고 군림하는 감독이 아니라 어린 선수들과 소통하는 야구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조 감독은 프로 1군 무대에서 171과3분의1이닝 동안 1승 3패 2홀드 평균자책점 5.10의 성적을 기록했다. 냉정하게 말해 프로야구에서 성공하지는 못했던 그는 실패의 경험을 통해 후배 선수들을 살핀다. 프로 은퇴 후 서울고에서 5년간 투수 코치로 활동한 그가 생애 첫 감독을 맡은 곳이 우신고 야구부다. 1979년부터 1980년까지 2년간 존재했다가 올해 39년 만에 다시 창단된 야구부다. 30대 중반의 청춘 감독인 그가 강조하는 건 인성과 즐기는 야구다. 조 감독은 “솔직히 모든 선수가 프로로 성공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고교 시절 야구를 통해 배운 경험들이 야구를 그만두더라도 우리 사회의 인재가 될 수 있는 밑거름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교 야구는 대학 입시와 프로 진출의 진로 문제가 내걸린 분기점이다. 적지 않은 고교 야구부에서 승리를 위해 어린 선수들이 혹사되거나 가혹한 훈련조차 합리화됐다. 조 감독도 “코치 생활을 하면서 출전 기회를 잡고 싶어 하는 학생들의 모습과 팀의 성적을 우선해야 하는 지도자의 고충을 가까이서 봤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변화를 시도한다. 야구부 내 특정 에이스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고 학년에 상관없이 골고루 출전 기회를 부여한다. 학부모 면담도 각 선수들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조 감독은 “내 역할은 어린 선수들의 성적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면서도 각자 맡은 포지션에 집중할 수 있게 돕는 것”이라면서 “각 선수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조언한다”고 말했다. 고교 야구의 막내팀이지만 우신고는 올 들어 주말리그 전반기와 후반기 1승씩의 승리를 맛봤다. 약체 전력이지만 자신감이 커졌다. 야구를 하는 재미와 팀워크는 덤이었다. 우신고 야구부는 지난 6일 KBO와 ‘야구부 창단 학교 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KBO가 야구부의 안착을 위해 3년간 야구용품과 훈련 시설을 지원하기로 했다. 조 감독이 품고 있는 목표는 어찌 보면 소박하다. 청룡기나 봉황대기 등 전국대회에서 딱 1승만 해보자는 거다. 조 감독은 “이제 지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고교 시절의 야구 경험이 각자의 삶을 이끌어 주는 동력이 되길 바란다”며 “인성과 기량을 모두 키우며 야구를 즐기는 행복한 야구부를 꿈꾼다”고 말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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