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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원순 성추행 의혹을 마주한 ‘권력’의 네 가지 오류 [아무이슈]

    박원순 성추행 의혹을 마주한 ‘권력’의 네 가지 오류 [아무이슈]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비서 성추행 의혹은 우리 사회에 작동 중인 ‘권력’의 힘이 얼마나 공고한지를 다시금 실감하게 했다. 180석의 거대 여당은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 ‘피해 고소인’으로 불러 논란을 샀으며, ‘피해자 중심주의’를 외쳤던 여권 인사들은 일제히 침묵했다.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의혹이 정치적 용도로 기획됐다는 ‘공작설’까지 제기 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박 시장의 사례를 언급하며 업무나 회식 등에서 적극적으로 여성을 배제하자는 ‘펜스 룰’이 화제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위가 “앞으로 이어질 고발을 ‘입막음’하려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권력형 성범죄를 마주한 권력이 어떤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 각종 논란을 종합했다.하나, 언어의 함정… 2차 가해 ‘피해 호소인’ 더불어민주당은 피해 여성을 꾸준히 ‘피해 호소인’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서울시의 입장 발표 자리에서도 ‘피해 호소 직원’이라는 표현이 나왔다. 여성가족부와 이낙연 의원 등은 ‘고소인’이라는 단어를 썼다. 민주당 송갑석 최고 위원은 이러한 용어 사용에 대해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말했지만 ‘호소인’에는 피해자의 ‘일방적 주장’이라는 판단이 내포된 용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자체를 ‘2차 가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과거 학교나 여성운동 등에서 피해 호소인 이라는 용어가 쓰인 적은 있지만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 되면서 피해자를 호소인 등으로 언급한 경우는 거의 없다. 피해 호소인은 가해자 측에서 주로 사용했던 단어다. 법무법인 현백의 김보람 변호사는 “법률적으로 피해호소인 등의 표현은 생소한 단어”라면서 “수사단계에서도 피고소인 혹은 피해자라고 지칭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2018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 역시 당시 고소인 김지은씨를 ‘피해자’로 불렀다. 청와대는 논란이 일자 ‘피해 호소인’ 호칭을 ‘피해자’로 바로잡았다. 둘, 선택적 분노… 내 편 가르기로 입막음 ‘선택적 분노’가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검찰·연극계 등의 미투 운동에 지지를 보냈던 여권 인사들의 미온적인 반응 때문이다. 성범죄 기준도 진영 논리에 따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의 고인 감싸기가 ‘연대’를 기반으로 힘을 얻었던 미투 운동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판이 쏟아지자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14일, 당 대표는 15일에서야 조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며 입장을 밝혔다. 당 대표의 사과는 사태 발생 후 5일 만이다. 2018년 미투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검사의 폭로 당시 기자회견을 열고 기민하게 움직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시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더 많은 말하기가 필요하며, 고백과 증언 그리고 폭로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행동과 움직임에 연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서지현 검사법무부 양성평등 정책 특별자문관 검사 역시 ‘공황장애’를 이유로 이번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대학 교수는 “진보의 가치는 존중돼야 하는데 진보의 가치를 실현하는 사람들이 도덕적 신뢰성을 상실해 가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다”면서 “위기와 충격을 다루는 과정에서 비합리적인 행동을 보인 민주당이 앞으로 지지층을 모으기위해 무리수를 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셋, 펜스 룰… 피해자에게 책임 떠넘기는 혐오 “기관장의 비서진 중 여성 인력을 모두 배제하자”다는 식의 ‘펜스 룰’도 고개를 들고 있다. 펜스 룰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인터뷰에서 유래한 용어로 성추문을 피하기위해 적극적으로 여성과의 교류를 끊는다는 의미다. 펜스 룰은 범죄의 책임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것을 전제로 할 뿐 아니라, 여성의 자유로운 사회진출을 가로막는 핑계로 작용할 수 있다. 펜스 룰이 언급 되는 것 자체가 여성 혐오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국회 여성 근로자들이 만든 페미니스트 조직 ‘국회페미’는 지난 12일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에서 “국회 내부에서 여성 보좌진 채용을 앞으로 고심하겠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오가고 있다”면서 “성별을 이유로 업무를 제한해 여성을 조직에서 더 낮은 지위에 가둔다면, 위력에 의한 성폭력은 사라지기는커녕 더 음성적이고 악질적으로 퍼져 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변호사는 “펜스 룰의 함정은 성범죄의 피해자가 늘 여성이라는 편견에 기초한다는 것”이라면서 “성범죄는 사회적 지위의 차이를 악용해 약자를 착취하는 범죄의 한 형태라는 점에서 남성도 얼마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여성만 배제하는 것은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넷, 공작설… 합리적 의심이라 믿는 가짜뉴스 SNS에서는 “박 시장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사람이 나경원 전 의원 비서. A일보 문모씨가 알려준 내용”이라는 글이 퍼지기도 했다. 가짜 뉴스였다. 이번 사건이 여권 대선 주자를 제거하기 위한 보수진영의 기획이라는 ‘꽃뱀 설’도 유튜브,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확대·재생산 되고 있다. “고소인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거나 “4년간 침묵한 이유를 모르겠다”는 식의 2차 가해에 해당하는 글도 적지 않았다. ‘합리적 의심’이라는 말로 포장되어 있지만, 이는 절실함으로 고발에 나선 성폭력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따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학 교수는 “이러한 행위는 피해자에 대해 사회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나올 여러 고발에 입마개를 씌우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아무 : [관형사] 어떤 사람이나 사물 따위를 특별히 정하지 않고 이를 때 쓰는 말. 아무이슈는 서울신문 기자들이 분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사회 전반의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취재해 이야기를 풀어놓는 공간입니다.
  • “‘피해호소인’ 표현, 피해자 명예훼손” 이해찬 고발한 시민단체

    “‘피해호소인’ 표현, 피해자 명예훼손” 이해찬 고발한 시민단체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지칭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16일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법세련은 “이 대표는 1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피해자에게 공식 사과를 하면서 3차례 ‘피해 호소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며 “이는 공개된 장소에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고소인은 박 전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가 명백한데도 이 대표가 그를 ‘피해 호소인’이라 지칭한 것은 허위사실 유포이며,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 법세련 주장이다. 법세련은 “이 대표는 사과문에서 피해자 중심주의를 지켜 왔다고 주장했지만, 가해자가 누구 편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선택적’ 피해자 중심주의를 내세우고 있다”며 “가장 악질적인 2차 가해”라고 덧붙였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박지희 아나운서 “4년간 뭘 하다 이제”…이동형 “숨어서 뭐하나” 2차 가해 논란(종합)

    박지희 아나운서 “4년간 뭘 하다 이제”…이동형 “숨어서 뭐하나” 2차 가해 논란(종합)

    진중권 “사회적 흉기…마이크 내려놓아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전 비서 직원을 향해 방송 진행자들의 2차 가해가 이어지고 있다. tbs교통방송의 박지희 아나운서는 14일 ‘청정구역 팟캐스트’ 202회 1부 방송에서 “(피해자) 본인이 처음에 (박 전 시장의) 서울시장이라는 위치 때문에 신고를 하지 못했다고 얘기를 했다는데 왜 그 당시에 신고를 하지 못했나, 저는 그것도 좀 묻고 싶다”고 했다. 박지희 tbs 아나운서 “왜 신고 못 했나 묻고 싶다” 그러면서 “4년 동안 그러면 도대체 뭘 하다가 이제 와서 갑자기 이런 식으로 김재련 변호사와 함께 세상에 나서게 된 건지도 궁금하다”고 피해자 고소의 순수성을 문제삼는 듯한 발언을 했다. 김재련 변호사는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전직 비서의 법률대리인이다. 박지희 아나운서는 tbs 시사 프로그램 ‘뉴스공장 외전 - 더 룸’을 노영희 변호사, 박지훈 변호사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tbs는 서울시가 설립한 방송이다. 노영희 변호사는 최근 고 백선엽 장군의 현충원 안장에 반대하는 뜻을 밝히면서 친일 논란에 더해 “6·25 때 우리 민족(북한)에 총을 쏜 분”이라는 논리를 펼쳤다가 비난을 받자 YTN라디오에서 진행하던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서 하차하기도 했다. 이동형 작가 “미투는 신상 드러내고 하는 것” 주장 YTN라디오에서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를 진행하고 있는 이동형 작가도 같은 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 ‘이동형TV’ 라이브 방송에서 “미투 사건은 과거 있었던 일을 말 못 해서 밝힌다는 취지로 신상을 드러내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피해자를 향해 “피고소인(박 전 시장)은 인생이 끝이 났는데 숨어서 뭐 하는 것인가”라고 요구했다. 또 “(피해자는) 뒤에 숨어 있으면서 무슨 말만 하면 2차 가해라고 한다”면서 “4년씩 어떻게 참았는지도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이게 이상한가”라는 말도 했다. 심지어 “여자가 추행이라고 주장하면 다 추행이 되는 건지 따져봐야 한다”, “지금은 이상하다고 말하면 2차 가해니 말하지 말라는 것”이라는 등의 주장을 쏟아냈다. 진중권 “정권 바뀌었는데 피해자 공격하는 것 똑같다” 이 같은 발언이 논란이 되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고상하고 고결한 입에서 쌍욕이 튀어나오려고 한다”며 비판했다.박지희 아나운서에 대해 진중권 전 교수는 “tbs는 방송사가 아니라 지뢰밭”이라고 꼬집었고, 이동형 작가에 대해서는 “이 친구도 마이크 내려놓아야겠다. 사회적 흉기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문빠(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들이 피해자에게 하는 짓은 1980년대 ‘부천서 성고문 사건’ 때 독재정권과 그 하수인들이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했던 짓과 본질에서는 똑같다”고 평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그때 저들(독재정권)은 권인숙 의원을 향해 ‘성을 혁명의 무기화했다’고 두드려 댔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그(권인숙)를 믿어주고 그의 말을 들어준 사람이 조영래 변호사와 박원순 변호사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참 이상하죠? 정권은 바뀌었는데 펼쳐지는 풍경은 하나도 다르지 않다”면서 “가해자를 비호하고 피해자를 공격하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고 꼬집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왜 ‘피해자’ 아닌 ‘피해 호소인’인가…박원순 고소인 지칭 논란(종합)

    왜 ‘피해자’ 아닌 ‘피해 호소인’인가…박원순 고소인 지칭 논란(종합)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를 두고 ‘피해 호소인’과 ‘피해자’라는 용어가 혼재하는 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서울시는 ‘피해 호소인’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여성단체들은 ‘피해자’가 더 적절한 표현이라고 반박한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박 전 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민주당 내 연이은 성폭력 의혹과 관련해 “피해 호소인이 겪는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이런 상황에 대해 민주당 대표로 다시 한번 통절한 사과를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지난 10일 박 전 시장 빈소 조문을 마친 뒤 “피해 호소인에 대한 신상털기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박 전 시장의 장례위원회, 한국여기자회 역시 이번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며 고소인을 ‘피해 호소인’이라고 지칭했다. 이 밖에 변형된 표현도 등장했는데 15일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피해 고소인’이라 불렀다. 서울시는 같은 날 입장 발표를 하면서 ‘피해호소 직원’이라는 용어를 썼다. 서울시는 피해 사실이 내부에 접수되고 조사 등이 진행돼야 ‘피해자’라고 부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반면 여성단체들은 ‘피해자’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13일 기자회견에서 고소인을 “위력 성추행 피해자”로 부른 바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도 10일 입장문에서 “피해자의 용기를 응원하며 그 길에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양분된 여론을 의식해 부담감을 덜고자 의도적으로 ‘피해 호소인’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쓰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래통합당 김은혜 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이 피해자를 피해자라 부르고 싶지 않아 집단 창작을 시작했다”며 “의혹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우아한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형사절차상 주의해야 하는 것은 범죄자(가해자)를 확정 판결 전에 유죄추정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피해자를 피해자라고 부르는 것에 주의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썼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는 고소인을 피해 호소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성추행 피해를 부정하는 2차 가해라며 이 용어를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해 달라는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했다. ‘피해호소인’이라는 용어는 2011년 서울대에서 발생한 이른바 ‘담배 성폭력’ 사건을 두고 학생들이 논쟁하는 과정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다. 당시 학생들은 피해와 가해 여부를 단정하지 않기 위해 ‘피해 호소인’과 ‘가해 지목인’ 등 중립적 용어를 사용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사설] 박원순 성추행 의혹 진상규명, 서울시 간부들 협조해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가 어제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민관합동조사단에는 여성단체와 법률가단체, 인권단체가 망라될 것인 만큼 신뢰할 만한 조사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경찰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박 전 시장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성추행 증거를 수집하고, 그가 ‘최후의 몇 시간’ 동안 통화한 인물들을 찾아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히겠다는 것이다. 수사팀도 확대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여성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 차원의 진상규명 촉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해찬 당대표의 사과는 뒤늦었지만, 자체 조사로 지금이라도 공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때맞춰 국가인권위원회도 어제부터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피해 당사자가 인권위 조사를 원치 않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조사 결과를 내놓을 것이다. 중복 조사가 아니냐는 부정적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교차검증을 통해 좀더 실체적 진실에 가깝게 접근할 수 있다고 본다. 게다가 이 사건은 가해자로 지목받는 박 전 시장의 진술을 전혀 들을 수 없다는 기본적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루트의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사건의 중요한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가장 먼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이 실제로 있었느냐는 것이고, 둘째는 서울시 내부에서 피해자의 호소를 묵살하고 은폐했느냐는 것이다. 고소 사실과 고소인에 대한 조사 내용이 곧바로 피고소인인 박 전 시장 측에 흘러들어 갔는지 여부도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실체는 피해자 진술과 증거로서 일정 부분 밝혀질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 내부의 묵살 의혹과 박 전 시장의 지난 9일 대책회의 여부 등은 서울시 간부들과 비서실 관계자에 대한 강제 조사로 풀릴 것이다. 수사 상황 누설을 밝히려면 경찰 내외부의 보고라인 점검이 필수적이다. 서울시가 객관적 조사 기구를 꾸리지만 ‘셀프조사’의 한계와 함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이라는 의구심이 지속될 것이다. 조사 결과에 한 점 의혹이 없으려면 서울시 간부들의 적극적 협조와 강제 조사가 필요한데 민관합동조사단이 그들의 입을 어떻게 열지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서울시 간부들은 고소인에 대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서울시의 조직을 보호하기보다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조사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서울시와 경찰의 조사 결과에 인권위의 중립적 조사 결과가 뒷받침된다면 비로소 국민이 믿을 만한 진상규명이 이뤄질 것이다.
  • 성폭력 사건 매뉴얼 있으나 마나… 임실의 비극

    지난 11일 극단적 선택을 한 전북 임실군 여성팀장 A(49)씨가 사망 3일 전 군청 인사담당 과장에게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여성가족부가 정한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매뉴얼이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임실군에 따르면 지난 8일 A씨가 인사를 담당하는 B과장에게 “성폭력을 한 국장, 성추행한 과장과 어떻게 근무할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하는 문자를 보냈다. 이에 B과장은 피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휴가원을 내고 출근하지 않은 A씨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B과장은 10일 직원들을 A씨의 자택으로 보냈으나 A씨가 문을 열어주지 않고 월요일(13일)에 출근하겠다는 문자를 보내자 직원들을 철수시켰다. 하지만 A씨는 11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때문에 B과장이 매뉴얼대로 군 여성청소년과 고충민원 담당자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신속하게 대응했더라면 불의의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B과장은 A씨가 지병을 이유로 최근 6개월간 휴직까지 하며 치료를 받은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사건 해결에 나서야 했다는 것이다. 여가부의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매뉴얼에도 성폭력은 본인이 직접 고충민원 담당자에게 신고토록 돼 있지만 성희롱의 경우 제3자도 신고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A씨가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한 C국장은 성폭력 사실을 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C국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무척 당황스럽고 억울하다. A팀장과는 30년 전 신덕면사무소에서 3개월간 함께 근무한 것밖에 없다. 이후 소모임이나 술자리, 식사자리도 함께한 적이 없다. 경찰 수사로 하루빨리 진실이 밝혀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족들은 “죽음으로 성폭행 사실을 증명했다”며 “철저한 수사로 고인의 억울함을 풀어줄 것”을 호소했다. 임실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직장인 72% “괴롭힘 금지 1년, 달라진 거 없다”

    직장인 72% “괴롭힘 금지 1년, 달라진 거 없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가 시행 1년을 맞았지만 대다수 직장인은 별다른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괴롭힘이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평가가 늘면서 제도의 실효성 제고 대책이 필요해졌다.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고용노동부와 한국노동법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 1주년 토론회에서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 지식융합학부 교수가 공개한 직장인 1000명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 행위와 관련해 ‘변화 없다’는 응답이 71.8%를 차지했다. 괴롭힘이 감소했다는 응답은 19.8%, 증가했다는 답변은 8.4%였다. 이 같은 결과는 직장갑질119가 최근 법 시행 1년 변화에 대한 직장인(1000명) 설문조사 결과와 비슷했다. 괴롭힘이 줄었다는 응답이 53.5%로 감소하지 않았다(46.5%)보다 높았다. 감소했다는 평가는 남자(58.9%), 50대(63.4%), 상위관리자(75.9%), 임금 500만원 이상(65.2%)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한 개정 근로기준법은 지난해 7월 16일 시행됐지만 직접적인 처벌 규정 대신 사업장별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징계 등의 내용을 담도록 의무화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해자 처벌 규정 도입 등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신고자 및 피해 근로자 등에게 해고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되지만 불이익을 우려해 적극적인 피해 신고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괴롭힘 요건에 지속성과 반복성, 괴롭힘 의사 등을 포함해야 한다”면서 “가해 행위가 확인돼 조치가 이뤄진 후에도 반복되면 형사처벌 등 적절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집무실·車에서 몰래 ‘비서 성추행’… 사장은 집행유예로 나왔다

    집무실·車에서 몰래 ‘비서 성추행’… 사장은 집행유예로 나왔다

    위계관계 불리한 피해자 사정 고려 않고 합의금 지급·범죄 전력 따져 형 낮춰져“경제력 우위 피고보다 죄질에 무게 둬야”A씨는 2016년 7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집무실에서 비서로 일한 피해자에게 “네가 안아 줘야 퇴근할 수 있다”, “난 너 없으면 못 살아”라고 말하면서 피해자를 여러 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위력을 행사한 일도 고의로 추행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5월 재판부는 “피해자가 장기간 상당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면서도 A씨가 고령이고 동종 전과가 없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으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의 심각성이 다시 불거졌다. 이를 계기로 비서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 사건들을 살펴본 결과 가해자 대부분이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신문은 15일 법원 홈페이지 ‘판결서 인터넷 열람’을 통해 최근 2년(2018년 7월 13일~2020년 7월 13일) 동안 선고가 확정된 사건 판결문 중 ‘비서’와 ‘성폭력’이라는 단어가 동시에 들어간 판결문 10건을 분석했다. 이 중 8건이 집행유예가 선고됐고, 2건은 벌금형에 그쳤다. 판결문 속 주된 범행 장소는 가해자의 집무실과 승용차, 식당 등이었다. 박 전 시장 사건처럼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음란한 사진을 전송한 사례도 있었다. 주식회사 사장인 B씨는 지난해 1~2월 비서에게 다수의 음란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고, 승용차에서 조수석에 앉은 비서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의 범행이 반복되면서 피해자는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 경제적 피해도 뒤따랐다. 하지만 법원은 B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추행의 정도가 크게 중하지 않고, 피고인이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는 것이 양형 사유로 고려됐다. 이은의(이은의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법원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지급한 점을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하기도 하는데, 피해자가 직장을 잃는 등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위치일수록 어쩔 수 없이 합의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면서 “경제력이 있는 피고인의 합의금 지급 사실보다 그의 죄질에 더 무게를 두고 형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회장인 C씨는 2014년 9월~2016년 3월 비서를 16회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5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이 확정됐다. 그런데 과거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C씨와 함께 식당에 간 일과 C씨에게 선물을 준 일 등을 언급하며 “피해자가 피고인의 신체 접촉에 동의하고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한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장윤미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인사상 불이익과 2차 피해를 우려하는 피해자가 인사고과를 좌우하는 가해자의 범행에 즉각 대처하거나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는 게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의 특성”이라며 “위계 서열화된 조직 속에서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현하지 않은 일을 법원이 가해자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집무실·차에서 몰래 ‘비서 성추행’…사장은 집행유예로 나왔다

    집무실·차에서 몰래 ‘비서 성추행’…사장은 집행유예로 나왔다

    위계관계 불리한 피해자 사정 고려 않고합의금 지급·범죄 전력 따져 형 낮춰져“경제력 우위 피고보다 죄질에 무게둬야”A씨는 2016년 7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집무실에서 비서로 일한 피해자에게 “네가 안아 줘야 퇴근할 수 있다”, “난 너 없으면 못 살아”라고 말하면서 피해자를 여러 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위력을 행사한 일도 고의로 추행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5월 재판부는 “피해자가 장기간 상당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면서도 A씨가 고령이고 동종 전과가 없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으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의 심각성이 다시 불거졌다. 이를 계기로 비서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 사건들을 살펴본 결과 가해자 대부분이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신문은 15일 법원 홈페이지 ‘판결서 인터넷 열람’을 통해 최근 2년(2018년 7월 13일~2020년 7월 13일) 동안 선고가 확정된 사건 판결문 중 ‘비서’와 ‘성폭력’이라는 단어가 동시에 들어간 판결문 10건을 분석했다. 이 중 8건이 집행유예가 선고됐고, 2건은 벌금형에 그쳤다. 판결문 속 주된 범행 장소는 가해자의 집무실과 승용차, 식당 등이었다. 박 전 시장 사건처럼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음란한 사진을 전송한 사례도 있었다. 주식회사 사장인 B씨는 지난해 1~2월 비서에게 다수의 음란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고, 승용차에서 조수석에 앉은 비서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의 범행이 반복되면서 피해자는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 경제적 피해도 뒤따랐다. 하지만 법원은 B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추행의 정도가 크게 중하지 않고, 피고인이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는 것이 양형 사유로 고려됐다. 이은의(이은의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법원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지급한 점을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하기도 하는데, 피해자가 직장을 잃는 등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위치일수록 어쩔 수 없이 합의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면서 “경제력이 있는 피고인의 합의금 지급 사실보다 그의 죄질에 더 무게를 두고 형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회장인 C씨는 2014년 9월~2016년 3월 비서를 16회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5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이 확정됐다. 그런데 과거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C씨와 함께 식당에 간 일과 C씨에게 선물을 준 일 등을 언급하며 “피해자가 피고인의 신체 접촉에 동의하고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한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장윤미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인사상 불이익과 2차 피해를 우려하는 피해자가 인사고과를 좌우하는 가해자의 범행에 즉각 대처하거나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는 게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의 특성”이라며 “위계 서열화된 조직 속에서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현하지 않은 일을 법원이 가해자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거대한 권력의 가해자에 분노… 세상 바꾸려 입 연 피해자 응원”

    “거대한 권력의 가해자에 분노… 세상 바꾸려 입 연 피해자 응원”

    20대 중반 대학생 최은정(이하 가명)씨는 최근 한국여성의전화에 문자메시지 후원(3000원 기부)을 한 뒤, 인증샷과 함께 ‘#박원순_시장을_고발한_피해자와_연대합니다’라는 내용의 해시태그(#)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여성의전화가 주최하는 행사에서 데이트 폭력 피해 경험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는 최씨는 그날 처음으로 ‘내 잘못이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꼈다. 그는 “공감과 위로 덕에 그간 나를 붙잡고 있던 폭력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15일 서울신문은 SNS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전직 비서 A씨와 연대하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은 “A씨의 이야기는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라고 입을 모았다. 피해자의 호소를 보며 자신의 경험을 떠올린 이들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피해자를 응원했다. 최씨는 A씨가 대리인을 통해 밝힌 입장문을 보면서 딸뻘인 자신의 외모를 평가하던 선생님, 사적으로 연락하던 아르바이트 가게 사장님, 호감을 완곡히 거절했더니 화를 냈던 학교 선배 등 애써 묻어 뒀던 기억들이 떠올랐다고 했다. 그는 “괜히 예민한 사람으로 몰릴까 봐, 이해심이 없는 사람이 될까 봐 두려워 나서지 못했다”면서 “모든 걸 감수하고 세상을 바꾸려 입을 연 피해자를 응원하고 싶다”고 했다. 여성들은 최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등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반복되는 것에 크게 분노했다. 특히 사건 발생 이후에도 공고히 유지되는 가해자들의 거대한 권력 앞에 무력감을 느꼈다고 했다.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는 30대 김서연씨는 “안 전 지사 모친상에 유력인사들이 보란듯 조문하는 것에 충격받았다”면서 “그럼에도 박 전 시장의 가해를 고발한 그 용기는 이 땅의 수많은 여성을 구한 것이라는 사실을 피해자가 기억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여성 연대는 여러 피해자를 향해 가지를 뻗고 있다. 출판계에서 일한다는 30대 서은주씨는 피해자를 연대하는 내용의 글을 SNS에 공유하는 사람에게 안 전 지사의 성폭력을 고발한 피해자 김지은씨의 ‘김지은입니다’ 책을 선물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그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출판계 내 성폭력, 임금 차별, 불안정 노동 등 불합리한 처우를 견디는 동료와 후배들을 많이 봤다”면서 “힘겨운 싸움을 하는 여성들에게 작게나마 응원의 뜻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편에 서는 사회 분위기가 바뀔 때까지 함께하겠다고 했다. 최근 ‘김지은입니다’를 읽었다는 30대 이다혜씨 역시 “이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사람들은 마치 자신과 관련없다는 듯이 가해자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왜 처음부터 말하지 않았느냐’며 피해자를 손가락질한다”면서 “피해자가 외롭지 않도록 그의 책을 읽고, 그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피해자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도록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우린 서울시 젠더특보 만난 적도, 고소 사실 외부에 알린 적도 없다”

    “우린 서울시 젠더특보 만난 적도, 고소 사실 외부에 알린 적도 없다”

    “누군가 전달… 수사 통해서 밝혀져야서울시 진상조사, 할 거면 제대로 해야”박원순 전 서울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전직 비서 A씨 측이 15일 피소 사실 유출 의혹에 대해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 측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해당 의혹의 진상규명이 돼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수사를 촉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출 경위가 미궁 속에 빠져 있는 만큼, 수사기관이 직접 나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다. A씨 측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는 이날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서울신문과 만나 ‘고소 전에 서울시가 피소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관측에 대해 “우리가 고소를 하기 전에 외부에 알린 적이 없는데도 고소 뒤 서울시가 바로 알게 됐다”면서 “이는 누군가 피소 사실을 전달했다는 뜻인 만큼,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앞서 이날 오전 “고소 결정은 (고소 당일인) 8일 오후 2시까지도 내린 바가 없다”고 밝혔다. 박 전 시장에 대한 고소는 8일 오후 4시 30분에 이뤄졌다. A씨 측은 13일 기자회견에서 “고소와 동시에 박 전 시장에게 수사상황이 전달됐다.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인멸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목도했다”면서 “누가 국가시스템을 믿고 위력 성폭력 피해사실을 고소할 수 있겠냐”고 호소했다. 이에 따라 경찰이나 청와대 등으로부터 피소 사실이 유출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어 일부 매체는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가 고소 전인 8일 오후 3시쯤 박 전 시장의 집무실로 찾아가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청와대가 아닌 다른 통로에서 피소 내용이 새어 나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다. 그러나 김 변호사의 이날 설명은 A씨 측이 국가기관으로부터 고소 사실이 유출됐을 가능성에 무게감을 두고 있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김 변호사는 “임 특보를 전에 만난 적도 없고, 우리가 (피소사실을) 유출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또 서울시와 여권이 A씨에 대해 ‘피해자’가 아닌 ‘피해 호소인’으로 표현하는 데 대해 “그런 말이 세상에 어디 있냐. 피해자면 피해자고 가해자면 가해자”라고 반박했다. 이날 서울시가 진상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이왕 조사하는 거면 제대로 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여권 입장문, ‘피해자’ 없고 ‘피해 호소인’ 있다(종합)

    여권 입장문, ‘피해자’ 없고 ‘피해 호소인’ 있다(종합)

    여당 입장문 이어 서울시 발표에도 ‘피해 호소인’“공식적으로 피해 접수되면 ‘피해자’ 용어 사용”서울시와 여권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혐의 고소와 관련해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전 비서를 ‘피해자’가 아닌 ‘피해 호소인’이라고 표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15일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발표한 뒤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오늘 입장문에 피해자라는 표현이 없다’라는 지적에 “해당 직원이 아직 시에 피해를 공식적으로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 “피해 호소인이 여성단체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며 “시 내부에 공식적으로 (피해가) 접수되고 조사 등 진행되면 ‘피해자’라는 용어를 쓰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전에도 ‘피해 호소인’이란 표현을 쓴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황 대변인은 “초유의 사태이기 때문에 이전에는 이런 말을 쓴 적이 없다”고 답했다. 앞서 성폭력 혐의가 드러난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 당시엔 지자체나 민주당 역시 피해자란 표현을 사용했다. 안 전 지사와 오 전 시장은 즉각 가해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은 의혹이 드러나기 전에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해 이 같은 표현을 사용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전날 민주당 여성의원들도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피해 호소인’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해찬 대표도 15일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사과하며 “피해 호소인이 겪는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진중권 “얄팍한 속임수 아주 저질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사건을 프레이밍 하기 위한 새로운 네이밍”이라며 “민주당 인사들이 조직적으로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데, 이게 우연의 일치일리는 없고, 이거 처음으로 네이밍한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하다”라고 적었다. 이어 “이분들, 프레이밍 장난치는 거, 짜증난다”며 “민주당에선 이참에 아예 성폭력 피해자를 지칭하는 명칭을 변경한 모양인데, 그럼 앞으로 위안부 할머니들도 ‘피해 호소인’, ‘피해 고소인’이라 부를 건가? 일본 정부가 인정을 안 하니…”라고 했다.앞서 진 전 교수는 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사과를 맹비난하며 “속지 말라. 저 인간들, 사과하는 거 아니다. 지지율 관리하는 것”이라며 “한편으로 ‘피해 호소인’이라 부르고, 다른 한편으로 ‘진상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결국 당의 공식입장은 ‘피해자는 없다, 고로 가해자도 없다. 있는지 없는지 알고 싶지 않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 사과, 다시 하라. ‘피해자’는 없고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만 있는데, 왜 사과를 하나?”라고 물으며 “사과를 하려면 사과할 근거부터 마련한 다음에 하라. 사과는 ‘피해자’에게 하는 것이지, ‘피해 호소인’에게 하는 게 아니다”며 “‘피해 호소인’이라는 말을 누가 만들었는지, 그분 이름 공개하라. 사회에서 매장을 시켜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진 전 교수는 “서울시에서도 ‘피해 호소 직원’이라는 표현을 쓴다. 저 사람들, 짜고 하는 짓”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얄팍한 잔머리로 국민을 속이려 해? 아주 저질이다. 매사가 이런 식이다. 그 표현을 ‘2차 가해’로 규정하고 사용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야권 “피해 사실을 부인하거나 축소하려는 의도” 김은혜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YTN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사과문은) 피해 여성을 여전히 ‘피해 호소인’이라고 지칭하며 벼랑으로 몰면서 끝내 자기 편만 챙기겠다는 대국민 선언이었다”고 말했다. 유의동 통합당 의원은 역시 B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피해자를 ‘피해 호소 여성’이라고 하는 것은 혐의 사실이 확정되지도 않았다는 것을 일부러 의도적으로 강조하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집무실·차에서 비서 성추행…가해자들은 집행유예로 나왔다

    집무실·차에서 비서 성추행…가해자들은 집행유예로 나왔다

    경기 수원에 있는 회사를 운영하던 A씨는 2016년 7월~2017년 6월 자신의 집무실에서 이 회사의 비서 겸 경리직원으로 일한 피해자에게 “네가 안아줘야 퇴근할 수 있다”, “난 너 없으면 못살아”라고 말하면서 피해자를 여러 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2018년에 기소됐다. A씨는 “위력을 행사하며 고의로 추행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가 장기간 상당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면서도 A씨가 고령이고 동종 전과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 지난해 5월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으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의 심각성이 다시 불거졌다. 이를 계기로 비서인 직원에게 성범죄를 저질러 처벌을 받은 가해자들의 최근 사건을 살펴본 결과, 가해자 대부분이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가해자들이 엄벌에 처해지는 경우는 드물다”며 위계 관계 속에서 열악한 지위에 있는 피해자가 문제 제기를 하기 어려운 사정을 법원이 가해자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신문이 15일 법원 홈페이지 ‘판결서 인터넷 열람’을 통해 최근 2년(2018년 7월 13일~2020년 7월 13일) 동안 선고가 확정된 사건 판결문 중 ‘비서’와 ‘성폭력’이라는 단어가 동시에 존재하는 판결문 10건을 살펴본 결과, 범행 발생 장소는 주로 가해자의 집무실과 승용차, 식당 등이었다. 가해자는 주로 피해자와 둘이 있는 상황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10건 중 8건이 집행유예가 선고됐고, 2건은 벌금형이 선고됐다. 박 전 시장 사건처럼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음란한 사진을 전송한 사건도 있었다. 주식회사를 운영하는 피고인 B씨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비서인 피해자에게 지난해 1~2월 다수의 음란한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고, 승용차를 타고 가던 중 조수석에 앉은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자는 B씨의 반복된 범행으로 일을 그만두는 등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B씨에겐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추행의 정도가 크게 중하지 않고, 피고인이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는 점을 양형 사유로 참작했다. 회사 대표이사인 피고인 C씨는 2017년 10월 서울 서초구의 한 일식당에서 비서인 피해자와 술을 마신 뒤 술에 취해 잠이 든 피해자를 자신의 차에 태운 다음 강간에 준하는 성폭행을 한 혐의로 기소돼 2018년 8월 1심에서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범행 경위와 방법,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등에 비추어 그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성적 수치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고, 그로 인해 다니던 회사에서 사직했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잘못을 뉘우치기보다는 비합리적인 변명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심(2심)에서 범행을 인정하고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 “피해자와 합의하여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라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2018년 12월 C씨에게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은의법률사무소 대표인 이은의 변호사는 “법원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형사합의금을 지급하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양형 사유로 고려하기도 하는데, 가해자의 범행으로 피해자가 직장을 잃는 등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을수록 합의에 이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경제력이 있고 우월적 지위에 있는 피고인의 합의금 지급 사실보다 그의 죄질에 더 무게를 두고 형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폭력 사건 피해자에게 지급되는 손해배상액이 낮다는 점도 문제다. 피해자의 상해나 사망으로 이어진 성폭력을 제외한 다른 성폭력 사건의 손해배상액은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와 치료비 등이 전부다. 일반적으로 적게는 100만원, 많아야 3000만~4000만원에 그치고 있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로 일상이 무너지고, 하고 싶었던 일도 하지 못하는 좌절감을 느끼고, 그로 인해 생계 유지 수단을 빼앗기는 극심한 피해 등을 고려한다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위자료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피해자의 고통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장윤미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해자가 직장 내에서 직원들의 인사고과를 좌우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가해자가 범행을 저지를 때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거절 의사를 보이지 않은 일을 법원이 가해자의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인사상 불이익과 2차 피해를 우려하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범행에 즉각 대처하고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는 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의 특성”이라면서 “피해자의 고소가 범행 발생일로부터 오래 경과된 이후에 이뤄졌다고 해서 그것을 피해자에게 불리한 사정으로 고려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피해자 호소 묵인” 서울시 관계자들 ‘직무유기’ 적용 가능할까

    “피해자 호소 묵인” 서울시 관계자들 ‘직무유기’ 적용 가능할까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으로부터 4년간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했다고 호소한 피해자가 “직원들에게 수 차례 알렸지만 번번이 묵살됐다”고 주장하면서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관계자들이 있는지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속 직원들이 피해 사실을 알면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경우 ‘직무유기죄’나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15일 서울시는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시장의 비서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이 자리에서 “피해자가 내부에 (피해 사실을) 밝혔는데도 묵살당했다고 하는데 그 동료가 누군지 파악됐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가 특정하기가 어렵고 피해 호소 직원의 피해가 있기 때문에 아직 확인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진상조사단이 판단을 해서 접근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같은 날 피해자 측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도 서울신문과 만나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항의했는데 묵살한 게 정무라인이냐”는 질문에 “조사하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법조계 내부에서는 처벌 가능성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아직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제보를 묵살했는지 여부가 드러나지 않아서다. 다만 성범죄 사건 해결의 의무가 있는 책임자가 이를 묵인했을 경우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노희범 변호사(법무법인 제민)는 “내부에서 성범죄 사건 처리를 전담하는 직원이 피해 사실을 듣고도 이를 묵살했다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직무유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 “직무 범위가 넓은 비서실장 등 상급자의 경우에도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직무유기죄란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직무를 유기하는 죄‘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게 된다. 묵인 수준이나 적극성에 따라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해 사실을 덮기 위해 다른 직원들로 하여금 침묵하게 하는 등 적극적인 행위를 했다면 이는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가 제보를 전달한 상대나 제보의 구체성에 따라 혐의를 묻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채다은 변호사(법무법인 월인)는 “이론적으로 적용이 가능할 수는 있겠지만 ‘보고를 했는데 기관장이 묵살했다’고 항변하면 사실상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직무유기로 처벌되려면 자신이 맡은 직무를 적극 방임해야 한다”면서 “단순히 ‘제보를 받고도 묵살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내부 징계 사유는 될 수 있지만 형사처벌까지 이어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한편 서울시는 지난 5월 소속 공무원들의 연이은 성희롱·성폭력 사건에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마련하면서 실·본부·국 및 사업소별 성희롱·성폭력 고충상담원을 지정해 운영하기로 한 바 있다. 이 때 고충상담원은 소속 구성원의 성희롱·성폭력 관련 고충에 대해 상담접수, 사건 발생 시 여성권익담당관과 신속하게 업무 협조 등을 수행하도록 했다. 이번 사건의 경우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기관장이기 때문에 메뉴얼대로 사건 처리가 이뤄졌다면 서울시의 상급기관에서 문제 해결을 담당했어야 한다. 여성가족부가 2018년 발간한 ‘공공기관의 장 등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매뉴얼’에 따르면 ‘공공기관 기관장·임원의 성희롱·성폭력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 목격자 등은 직접 상급기관에 그 사실을 신고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설령 서울시 고충상담원이 이를 접수했다 하더라도 공정한 조사·처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상급기관 고충상담원에 이를 전달해야 하며 상급기관 고충상담원은 이를 즉시 상급기관 기관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죽음으로 성폭력 피해 호소했지만…지목된 가해자 “억울”

    죽음으로 성폭력 피해 호소했지만…지목된 가해자 “억울”

    전북 임실군 여성 팀장이 죽음으로 성폭력 피해 사실을 호소했으나 가해 당사자로 지목된 간부 남성은 범행 사실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어 경찰 수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11일 오후 5시 30분쯤 임실군청 공무원 A(49.6급)씨가 임실읍 자택 안방 화장실에서 숨져 있는 것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관들이 발견했다. A씨는 사망 전 지인에게 “정기 인사이동으로 (과거) 성폭력 피해를 본 간부와 앞으로 함께 일하게 돼 힘들 것 같다”는 내용을 담은 문자를 보냈다. 특히 “대리운전을 시켜 집에 데려다준다고 해서 차에 탔는데 갑자기 짐승으로 돌변했다. 옷이 반쯤 벗겨진 상태에서 도망나왔다. 그 사람을 다시 국장으로 모셔야 하니까 싫다”는 내용도 적었다. A씨 지인은 문자 메시지를 받고 A씨 자택으로 찾아갔으나 문이 잠겨 있고 연락이 닿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 앞서 A 팀장은 지난 8일 인사를 담당하는 B 과장에게 “성폭력을 한 국장, 과장과 어떻게 근무할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 하는 문자를 보냈다. 이에 B 과장은 휴가원을 내고 출근하지 않은 A 팀장과 만나 피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B 과장은 10일 직원들을 A팀장 자택으로 보냈으나 문을 열어주지 않고 월요일(13일) 출근하겠다고 문자를 보내자 직원들을 철수시켰다. 하지만 A 팀장은 출근하겠다고 약속한 날짜 보다 이틀 전 인 11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때문에 B 과장이 매뉴얼 대로 군청 여성청소년과 고충민원 담당자에게 A 팀장의 성희롱·성폭력 피해 호소 사실을 알리고 신속하게 대응했더라면 불의의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다. 특히, B 과장은 A씨가 지병을 이유로 최근 6개월간 휴직까지 하며 치료를 받은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사건 해결에 임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크다. 반면 가해 당사자로 지목된 C 국장은 범행 사실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는 15일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무척 당황스럽고 억울하다. 가족이 있는 가장으로서 명예가 완전히 바닥에 떨어졌다. 30년 전 면사무소에서 3개월 간 함께 근무한 적 밖에 없는 여직원이 성폭력을 당했다며 극단적 선택을 하니 경찰 수사로 하루 빨리 진실이 밝혀지길 바랄뿐이다”고 말했다. C국장은 또 “고인과 한 사무실에 근무하거나 상하 관계로 같은 조직에 몸 담은 적이 없을뿐 아니라 술자리는 물론 식사를 한 적도 없다”며 “자신이 가해자로 지목된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편, A씨가 남긴 문자에는 성폭력 일시·장소 등이 구체적으로 나와있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더구나 A씨가 극단적 선택과 인과 관계가 발생할 수도 있는 지병으로 결근을 자주하고 최근에는 6개월간 휴직까지 한 사실이 있어 사인을 둘러싸고 다양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실제로 임실군 관계자는 “고인의 명예가 있어 정확한 병명을 밝힐 수는 없지만 A 팀장이 지병 때문에 결근을 자주 했고 2019년 11월 4일부터 올 5월 3일까지 6개월간 휴직을 한 사실이 있다”고 확인해주었다. 이에대해 유족들은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 고인의 명예를 회복해 줄것을 경찰에 요구했다. 유족들은 “고인은 성폭행 피해 사실 때문에 너무 힘들고 창피해 직장을 다닐 수 없다는 것을 목숨을 끊어가며 증명했다”며 숨진 A씨의 억울함을 풀어줄 것을 호소했다. 임실경찰서는 A씨의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포렌식을 진행하는 등 극단적 선택과 성폭행 피해의 인과 관계를 살펴보고 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분노한 여성들 ‘내가 박원순 피해자와 연대하는 이유’

    분노한 여성들 ‘내가 박원순 피해자와 연대하는 이유’

    20대 중반 대학생 최은정(가명)씨는 최근 한국여성의전화에 문자 후원을 한 뒤, 인증샷과 함께 ‘#박원순_시장을_고발한_피해자와_연대합니다’라는 내용의 해시태그(#)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피해자 지원단체인 여성의전화에 후원을 하고 피해자와 연대하겠다고 결심한 건 최씨 본인의 경험 때문이다. “여성의전화가 주최하는 행사에서 용기 내 데이트 폭력 피해 경험을 말한 적이 있다”는 최씨는 그날 처음으로 ‘내 잘못이 아니었구나’하는 안도감을 느꼈다. 그는 “묵묵히 들어주던 사람들의 공감과 위로 덕에 그간 나를 붙잡고 있던 폭력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남 아닌 우리 이야기···용기 고맙다” 연대 물결 박 전 시장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받았다고 폭로한 전직 비서 A씨를 향한 연대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15일 서울신문은 SNS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피해자와 연대하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은 피해자의 호소를 보며 자신의 경험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피해자에게 연대하고 있었다. 이들은 “피해자의 호소는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라고 입을 모았다. 최씨도 딸 뻘인 자신의 외모를 평가하던 선생님, 사적으로 자꾸만 연락하던 아르바이트 가게 사장님, 호감을 표시해 완곡히 거절했더니 화를 냈던 학교 선배 등 애써 묻어뒀던 기억들이 떠올랐다고 했다. 그는 “나서서 얘기했다가 괜히 예민한 사람으로 몰릴까봐, 이해심이 없는 사람이 될까봐 매 순간 두려웠다”면서 “모든 걸 감수하고 세상을 바꾸려 입을 연 피해자를 응원하고 싶었다”고 했다.“위력에 의한 성추행 반복···무력감 느끼기도” 여성들은 최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박 전 시장까지 위력에 의한 성폭력·성추행 사건들이 반복해 발생하는 데에 큰 분노를 표현했다. 특히 사건 발생 이후에도 계속되는 가해자들의 거대한 권력 앞에 무력감을 느낀다는 여성들이 많았다. 30대 김서연(가명)씨는 “안 전 지사 모친상에도 유력인사들이 보란 듯이 찾아와 조문하는 것에 이미 충격을 받았었는데, 박 전 시장 문제도 비슷하게 반복돼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 김씨도 피해자 지원단체를 후원하며 연대했다. 그는 “나 역시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는 성인 여성으로서 박 전 시장의 피해자 분의 목소리가 이 땅의 수많은 여성들을 구해줬다는 걸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용기 내 피해를 폭로한 피해자가 출판한 책을 읽거나 선물하는 ‘독서인증’도 번지고 있다. 출판계에서 일한다는 30대 서은주(가명)씨는 피해자를 연대하는 내용의 글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책을 선물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서씨가 준비한 책은 안 전 지사의 성폭력을 고발한 피해자 김지은씨의 ‘나는 김지은입니다’였다. 그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출판계 내 성폭력, 임금 차별, 불안정 노동 등 불합리한 처우를 견디는 동료들과 후배들을 많이 봐왔다”면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여성에게 그저 응원의 뜻이라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편에 서는 사회의 분위기가 바뀔 때까지 연대하겠다고 했다. 최근 ‘나는 김지은입니다’ 책을 읽고 인증샷을 공유한 30대 이다혜(가명)씨 역시 “이런 사건들이 발생할 때마다, 사람들은 마치 자신과 관련 없다는 듯이 가해자에게 감정이입하고 ‘왜 처음부터 말하지 않았느냐’며 피해자에게 손가락질을 한다”면서 “그러나 피해자는 나 이기도 하고, 내 친구이기도, 출근길에 같은 버스를 타는 누군가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쓴 책을 읽는 사람이 있음을, 피해자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도록 연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김재련 변호사, “피소유출 의혹, 수사로 밝혀져야” 첫 촉구

    김재련 변호사, “피소유출 의혹, 수사로 밝혀져야” 첫 촉구

    박원순 전 서울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전직 비서 A씨 측이 15일 피소 사실 유출 의혹에 대해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 측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해당 의혹의 진상규명이 돼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수사를 촉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출 경위가 여전히 미궁 속에 빠져 있는 만큼, 수사를 통해 의혹이 해소돼야 한다는 취지다. A씨 측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는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서울신문과 만나 ‘고소 전에 서울시가 피소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관측에 대해 “우리가 고소를 하기 전에 외부에 이를 알린 적이 없는데도 고소 뒤 서울시가 바로 알게 됐다”면서 “이는 누군가가 피소 사실을 전달했다는 뜻인 만큼,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앞서 이날 오전 “고소 결정은 (고소 당일인) 8일 오후 2시까지도 내린 바가 없다”며 “어느 경찰서에서 할 지조차 그날 정했다”고 밝혔다. 박 전 시장에 대한 고소는 8일 오후 4시 30분에 이뤄졌다. A씨 측은 앞서 13일 기자회견에서 “고소와 동시에 박 전 시장에게 수사상황이 전달됐다.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인멸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목도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가시스템을 믿고 위력 성폭력 피해사실을 고소할 수 있겠냐”고 호소했다. 이에 따라 경찰이나 청와대 등으로부터 피소 사실이 유출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어 일부 매체는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가 고소가 이뤄지기 전인 8일 오후 3시 쯤 박 전 시장의 집무실로 찾아가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청와대가 아닌 다른 통로에서 피소 내용이 새어나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다. 그러나 김 변호사의 이날 설명은 A씨 측이 국가기관으로부터 고소 사실이 유출됐을 가능성에 무게감을 두고 있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김 변호사는 “임 특보를 전에 만난 적도 없고, 우리가 (피소사실을) 유출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또 서울시와 여권이 A씨에 대해 ‘피해자’가 아닌 ‘피해 호소인’으로 표현하는 데 대해 “그런 말이 세상에 어디 있냐. 피해자면 피해자고 가해자면 가해자”라고 반박했다. 이날 서울시가 진상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이왕 조사하는 거면 제대로 잘 돼야 한다”면서 “피해자가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건 기자회견을 통해 압축해서 이야기했고, 이런 점이 잘 반영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진중권 “‘피해 호소인’ 단어 만든 사람 매장시켜야 한다” 분노

    진중권 “‘피해 호소인’ 단어 만든 사람 매장시켜야 한다” 분노

    “이해찬 사과에 피해자는 없고 ‘피해 호소인’만 있다” 지적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피해 호소인이 겪는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통렬한 사과를 말씀드린다”고 사과한 데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피해자는 없고 피해 호소인만 있다”면서 “사과 제대로 하라”고 비판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해찬 대표의 이날 사과 발언을 인용한 뒤 “속지 말라. 저 인간들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지지율 관리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한편으로 ‘피해 호소인’이라 부르고, 다른 한편으로 ‘진상조사’를 거부하고 있다”면서 “결국 당의 공식입장은 ‘피해자는 없다, 고로 가해자도 없다. 있는지 없는지 알고 싶지 않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이해찬 대표는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 문제와 관련, “피해자 입장에서 진상규명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고인의 부재로 당으로서는 현실적으로 진상조사가 어렵다”면서 “피해 호소인의 뜻에 따라 서울시에서 사건 경위를 철저히 밝혀 달라”고 말했다. 이에 진중권 전 교수는 “어이가 없다. 고인의 부재로 진상조사가 어렵다? 그러니 서울시에서 해라? 고인이 부재하는데 서울시는 대체 무슨 재주로 진상 규명을 하나? 서울시가 예수 그리스도냐? 죽은 사람을 되살리게? 이걸 지금 말이라고 하고 앉았는지. 말이 필요 없다”고 맹비난했다.그러면서 “그 사과 다시 하라. ‘피해자’는 없고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만 있는데, 왜 사과를 하느냐”고 물었다. 또 “피해를 입었는지 안 입었는지 규명할 의지도 없다면서, 그 놈의 사과는 대체 뭘 ‘근거’로 하는 건가”라고 물으면서 “사과를 하려면 사과할 근거부터 마련한 다음에 하라. 사과는 ‘피해자’에게 하는 것이지 ‘피해 호소인’에게 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특히 ‘피해 호소인’이라는 단어에 분노했다. 그는 “피해 호소인이라는 말을 누가 만들었는지, 그 분 이름 공개하라”면서 “사회에서 매장시켜야 한다. 얄팍한 잔머리로 국민을 속이려 한 것이며 아주 저질이다”라고 비판했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여권 측에서는 대체로 ‘피해 호소인’이라는 용어로 고소인을 지칭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이해찬 대표는 물론 여성운동가 출신인 남인순 의원도 이날 “피해 호소인이 겪을 고통에 대해 위로와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남인순 의원은 박 전 시장과 오랜 기간 시민운동을 함께 해온 인연으로 ‘박원순계’로 분류된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靑·경찰·서울시, 박원순 피소 유출” 보수 변호사단체 검찰에 고발

    “靑·경찰·서울시, 박원순 피소 유출” 보수 변호사단체 검찰에 고발

    “수사기관의 인적사항 공개금지 의무 위반”“서울시, 업무상 위력으로 성추행 방조·은폐”보수 성향 변호사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이 전직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 당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피소 사실 유출 의혹과 관련해 경찰·청와대·서울시청 관계자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한변은 15일 “피해 여성의 고소장이 접수됐다는 중요한 수사 정보가 가해자 쪽에 누설된 것은 공무상 비밀 누설죄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수사기관에서 유출된 것은 인적사항 공개금지 의무를 위반한 중대 범죄”라며 이날 오전 대검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한변은 “박 전 시장이 8일 고소장이 접수된 다음 날인 9일 유서를 남기고 가출한 후 10일 자정 무렵 시신으로 발견된 점에 비춰 수사 초기 고소 사실의 유출 정황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소장을 접수한 서울지방경찰청, 고소 내용을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경찰청, 고소 당일 저녁에 경찰의 보고를 받았다는 청와대 등은 모두 유출 혐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한변은 “서울시청 내의 성범죄 은폐, 방조 혐의도 당연히 수사해야 한다”면서 “경찰, 청와대 내의 고소 사실 유출자와 서울시청 내의 범죄은폐, 방조 혐의자를 공무상비밀누설죄, 인적사항 공개금지 위반,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추행 방조죄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미래통합당도 전날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묵인하고 경찰은 수사 기밀을 누설했다고 주장했다.주호영 “시장비서실서 피해자 호소 묵살”“특검·특수본 설치해 성추행 진상 밝혀야” “경찰, 수사기밀 누설로 수사대상 전락” 주호영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서울시청 내부자들로부터 우리 당에 들어온 제보’라며 “시장 비서실 내나 유관부서에서 피해자의 호소를 묵살하는 심각한 인권침해가 동시에 있었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수차례 성추행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고 다른 부서로 전보를 요청했음에도 상급자들이 이를 거부한 것은 성추행 방조 및 무마한 것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제보가 사실이라면 지난 4년간 서울시장 비서실장 자리를 거쳐 간 분들, 젠더 특보, 이런 분들 역시 직무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수사 과정에서 명백히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경찰이 이번 사건의 수사상황을 청와대에 보고한 것과 관련해 “서울지방경찰청은 수사기밀 누설로 이미 수사 대상으로 전락했다”면서 “빨리 박원순 관련 수사를 중단하고 사건을 조속히 검찰로 송치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검찰은 특임검사를 임명하거나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성추행 사건의 진상을 밝힐 뿐 아니라 비서실의 은폐 여부, 수사기밀 누설 등도 철저히 밝히고 책임 있는 사람을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하태경 “文, 박원순 고소 유출자 조사하라”“이런 식이면 어떻게 피해자가 목소리내나” 통합당은 또 피해자의 고소 사실이 박 전 시장에게 전달된 경위를 문제삼으며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경찰로부터 고소 사실을 보고 받은 라인에 있는 모든 청와대 관계자를 즉각 조사해 당장 유출자를 찾아내라”고 압박했다. 판사 출신인 전주혜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사건이 진행된다면 어떻게 고소인이 국가 시스템을 믿고 권력형 성범죄에 목소리를 낼 수가 있겠나”라면서 “고소 사실 유출 경위는 반드시 파악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합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은 이미 수사기관으로서 권위를 잃었다”면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이런 때 쓰라고 있는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박 시장 사건을 경찰로부터 넘겨받아 검찰이 계속 수사할 것을 지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당은 행정안전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를 통해 관련자 청문회를 요구하고, 진상이 충분히 밝혀지지 않을 경우 국정조사나 특검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민주 “정쟁시 사자명예훼손” 특검 반대이해찬 “고인 부재로 당 진상규명 안돼”“피해호소인 뜻에 따라 서울시서 조사” 더불어민주당은 통합당의 특검이나 특수본, 국정조사 주장에 대해 “정쟁으로 인해 사자의 명예훼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일축한 뒤 고인 부재로 당 차원의 진상규명이 어려운 만큼 국가인권위원회나 서울시인권위원회 차원에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해찬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 문제와 관련, “피해자 입장에서 진상규명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고인의 부재로 당으로서는 현실적으로 진상조사가 어렵다”면서 “피해 호소인의 뜻에 따라 서울시에서 사건 경위를 철저히 밝혀달라”고 말했다. 또 “피해 호소인을 향한 근거 없는 비난을 멈추고 당사자 고통을 정쟁과 여론몰이 수단으로 활용하지 말 것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은 당 소속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차단하고 귀감을 세울 특단 대책을 마련하겠다”면서 “당 구성원을 대상으로 성인지 교육을 강화하도록 당규를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김부겸 “아직 한쪽 당사자만 이야기”“인권위 등 객관적 기관서 진상조사해야” 민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부겸 전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아직 한쪽 당사자의 이야기만 있는데, 객관적인 기관에서 진상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진상조사를 맡아야 할 기관으로 “서울시인권위원회 혹은 인권위원회 정도일 것”이라고 꼽으며 이렇게 말했다. 미래통합당에서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및 특임검사 수사 필요성을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정쟁이나 정치적 거리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 “그렇게 몰고 가는 것은 고인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고소인의 뜻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고소인은 자신이 주장했던 부분들이 객관성을 띠고 있고, 실체적 진실이 있다는 부분을 확인하는 쪽에 있는 것”이라면서 “정쟁이 돼서 다짜고짜 (의혹을) 기정사실화하고, 말을 함부로 하면 자칫 사자명예훼손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 “고소인 입장도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 2차 가해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면서 “섣부른 예단은 삼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사설] 성추행 고소사건 유출정황, 누설자 찾아 엄벌해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 고소사건 수사상황을 전달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어제 피해자를 대신해 기자회견에서 “고소와 동시에 피의자(박 전 시장)에게 모종의 경로로 수사상황이 전달됐다”며 “서울시장의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는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인멸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목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가 시스템을 믿고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소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성폭력 사건은 피해자를 보호하려고 수사 내용을 보안에 부친다. 또 정황 증거들이 많아 피고소인에게 마지막까지 보안을 지켜야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가해자가 성추행 증거를 인멸하거나 고소인을 회유 또는 해코지할 수도 있는 탓이다. 이번 사건을 돌아보면 고소인은 지난 8일 오후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9일 오전 2시 30분까지 10시간에 걸친 수사를 받았다. 그런데 박 전 시장이 유서를 작성하고 9일 오전 10시 44분에 공관을 나섰다. 고소인에 대한 밤샘 진술이 진행됐다는 정보가 박 전 시장에게 거의 실시간으로 알려지지 않았다면 박 전 시장이 그 같은 대응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8일 오후 대책회의가 열렸다’는 소문도 확인돼야 한다. 이런 의혹에 대해 경찰은 청와대에 관련 상황을 보고했지만 박 전 시장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하고, 청와대도 유출 의혹을 부인했다. 경찰이 청와대에 관련 정보를 알리는 것은 통상적인 절차인 만큼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피고소인인 박 전 시장에게 고소 내용이 알려졌다면 이는 공무상 비밀 누설로 범죄행위에 가담한 것이 된다. 따라서 고소 내용 유출이 사실이라면 어느 기관에서 누가 언제 어떻게 했는지를 샅샅이 밝히고 엄벌해야 한다. 고소 내용이 당사자에게 전달되는 바람에 관련 사건의 실체 규명도 어려워졌다는 지적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찰은 어제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소인이 2차 피해에 대해서도 고소장을 제출한 만큼 경찰은 공소권 없음을 이유로 관련 수사를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 피고소인이 부재한 탓에 형사처벌 가능성은 없지만, 피해를 호소하는 서울시 직원이 존재하는 만큼 진상 규명을 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의무이자 책임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도 외부 인사가 다수 포함된 자체 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조사에 나서야 한다. 또 서울시가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을 근거로 성폭력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체계적으로 마련했음에도 작동하지 않은 만큼 개선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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