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가판
    2026-01-1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871
  • [심층진단-레임덕 (상)원인과 실태] 1·2청사 레임덕 체감온도는

    레임덕의 강도는 기관마다 약간씩 다르다. 사회부처가 자리잡은 정부중앙청사보다는 경제부처가 몰려 있는 정부과천청사에서 좀 더 실감할 수 있다. 과천청사라도 실세장관이 부임해 직원들의 업무추진에 힘을 실어 주고 있는 부처에서 레임덕을 실감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참여정부와 거리를 두려는 분위기는 공통적이다. 중앙청사의 한 국장급은 “장관이 업무를 확실히 장악하다 보니 레임덕을 잘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는 정부혁신을 추진하면서 시스템 구축에 노력했다.”면서 “그나마 시스템대로 돌아가다 보니 일부 부처에서는 레임덕을 크게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중앙청사의 다른 공무원은 “시스템으로 돌아간다지만 시스템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도 많고, 청와대나 국정홍보처 등에서 지나치게 챙기다 보니 해당 공무원들의 반발은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 공무원들의 이반이 급속히 진행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무를 일일이 통제받다 보니 하라는 일은 하지만, 자발성이 없고 새로운 일도 만들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공무원들이 과거보다 정권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다는 진단도 있다.‘정권’과 ‘정부’를 별개로 생각한다는 뜻이다. 모든 일을 시스템화하면서 ‘쿨’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부정적인 기사가 나가면 어떻게든 막으려고 했지만, 참여정부는 신문 가판 보는 것 자체를 금지했다. 또 공무원들은 문제가 생겨도 최선을 다해 개선하기보다는 시스템으로 접근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선에서 그친다는 설명이다. 정리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괴물 다음주 1000만명 삼킨다

    괴물 다음주 1000만명 삼킨다

    ‘괴물’이 어디까지 먹어치울 것인가. 지난달 27일 개봉한 블록버스터 ‘괴물’(제작 청어람)의 흥행괴력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가 연일 극장가에서 초미의 관심거리이다. 전국 620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영화가 2주째인 9일까지 동원한 전국 관객수는 763만4000여명. 개봉 3주차에 접어들어서도 평일 26만명(9일 전국 기준)선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케팅 비용까지 포함한 영화의 총제작비는 150억원. 지금까지의 해외판매액 70억여원에 부가판권 수입 10억원만 감안하더라도 국내 관객 300만명을 넘어섰을 때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국내 관객몰이가 어느 선까지 가능할 것인지는 차치하고라도 해외에서의 관심이 꾸준히 증폭되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의 최종 수입규모는 예측불가인 셈이다. 급속 관객몰이의 ‘쏠림현상’에 대한 일각의 우려가 있음에도 ‘괴물’이 ‘왕의 남자’의 흥행기록을 깰 수 있을지의 여부는 누가 뭐래도 현재 최고의 화젯거리.‘왕남’이 보유한 최고기록(전국 1230만명)을 가볍게 깰 수 있으리란 초반의 기대는 그러나 며칠새 관망세로 돌아섰다. 평일 하루 전국관객이 45만∼53만명이 들던 것이 이번주 30만명대로 떨어지며 기세가 한풀 꺾인 것. 제작사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는 “개봉 2주차에 오히려 관객이 증가하는 이변을 보였고,3주차에 관객감소 현상은 당연하다.”라며 “‘각설탕’‘몬스터 하우스’ 등 화제작들이 가세하는 이번 주말성적이 양호하다면 기록경신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왕남’ 기록경신 불가론 쪽에 무게를 싣는 시각들도 많다. 그 이유로는 우선 ‘괴물’의 장르적 특성이 꼽힌다.‘왕남’이 개봉 이후 입소문을 타고 서서히 달아올랐던 반면,‘괴물’은 주인공 괴물의 정체를 철저히 숨기며 신비주의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 SF물인 만큼 초반에 폭발적 흥행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는 것. 칸국제영화제 기립박수 호평이 기대치를 극도로 끌어올려놨던 것도 초고속 흥행의 프리미엄으로 꼽힌다. ‘괴물’의 판쓸이 와중에 10일 새 영화 ‘각설탕’을 내놓은 경쟁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는 “내부 시장분석에서 흥행성적을 ‘예측불가’로 미뤄놓은 첫 작품이 ‘괴물’”이라면서도 “‘왕남’의 관객동원 추이가 꾸준히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었던 데 비해 ‘괴물’은 등락폭이 두드러져 장기흥행 뒷심은 초반 예측에 못 미칠 듯하다.”고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국내 흥행정도와는 별개로 ‘괴물’은 해외시장에서의 한국영화 장르확장에 수훈을 세우고 있다는 게 영화가의 중론이다.24일 홍콩을 필두로 새달 2일 일본 타이완,7일 태국 싱가포르 등에서 잇따라 개봉된다. 국내와 거의 같은 시기에 해외에서 동시 개봉되는 건 드문 사례. 해외판매 대행사인 씨네클릭아시아측은 “200개가 넘는 극장망을 소유한 미국의 배급사 매그놀리아픽처스가 10월쯤 북미 및 중남미권 배급에 나설 것”이라며 “최초의 본격 한국 SF물이 발빠르게 미국 주류시장에 진입했다는 사실만도 유의미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새달 7일 개막하는 캐나다 토론토영화제에서 해외판매고가 대폭 추가될 거라는 게 씨네클릭아시아의 전망이다. 12세 관람등급에도 불구하고 방학을 맞은 초등 저학년들 사이에서까지 필수관람작으로 통하는 ‘괴물’신드롬은 언제쯤 1000만 고지에 불을 지를까. 배급사 쇼박스는 주말관객(전국)이 하루평균 60만명 선을 유지해준다면 15일쯤 1000만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길섶에서] 묘안/육철수 논설위원

    지하철 출퇴근길에 가판신문 2∼3개를 늘 사서 본다.A신문을 읽는 동안 B·C신문은 전철 선반 위에 올려두는데, 이게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주변 승객 중 여럿이 ‘입질’을 해대기 때문이다. 내 신문에 손을 댈 때마다 정중하게 “제 껍니다.”라고 말하지만, 미안한 마음이 들 때도 많다. 그래서 예의바른 사람에게는 “제 것인데, 읽고 제자리에 놔 두시겠습니까?”라며 선심을 쓰기도 한다. 요즘엔 ‘난적’이 나타났다. 바로 지하철 신문지를 수거하는 할아버지·할머니들이다. 이 노인들은 커다란 포대자루를 갖고다니면서 전철 선반 위에 있는 종이란 종이는 모조리 싹쓸이해간다. 이들이 나타났을 땐 긴장해야지 잠시만 방심했다간 순식간에 읽지도 않은 새 신문이 없어진다. 그래서 ‘신문 소유권’ 공지를 위한 묘안이 필요했다. 안 보는 신문 위에 책을 한 권 슬쩍 올려놨더니 신통하게도 효과만점이었다. 선반 위 신문에 눈독들였던 승객들이 책을 보자 주춤하며 물러서는 게 아닌가. 폐지수거 노인들도 책을 발견하고는 신문을 선반에 원위치시켰다. 동물이 배설물로 자기 영토를 표시한다더니, 책 하나가 이렇게 위력적일 줄이야. 역시 머리를 써야….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정책홍보 시스템화 진전 안면장사 장점 살려야죠”

    경험과 노하우 등 ‘안면 장사’ 형태로 이뤄지던 정책홍보가 지난해부터 ‘시스템’으로 옮아가고 있다. 정책홍보사전협의제와 정책기사점검시스템 같은 장치가 마련됐고, 조직·인력·예산도 확대됐다. 하지만 자로 잰 듯한 일률적 제도가 비효율을 낳을 수 있다는 등 ‘볼멘소리’도 없지않아 제도가 안착하려면 넘어야 할 봉우리가 남아 있다.●언론보도에 대한 대응이 가장 힘든 ‘숙제’ 각 부처 홍보담당자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부분은 언론보도에 대한 대응 문제다. 물론 ‘건전 비판’으로 분류되는 기사의 지적내용을 정책에 반영하는 등 후속 조치가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부분은 이견이 전혀 없는 긍정적인 변화로 받아들인다. 현재 각 부처는 국정홍보처가 주도하고 있는 정책기사점검시스템이라는 틀 속에서 대처하고 있다. 우선 국정홍보처가 인터넷 국정브리핑 ‘국내언론보도종합’에 그날그날의 기사를 올리면 해당 부처는 대응 여부를 결정한 뒤 댓글을 달아야 한다. 이어 기사를 쓴 기자에 해명자료를 보내고 국정브리핑 ‘그건 이렇습니다’ 코너에도 싣는다. A부처 관계자는 “국정브리핑 활용도가 업무평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면서 “평가를 좋게 받으려 언론보도에 불필요한 대응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B부처 관계자는 “가자도 사람인데 문제가 있다면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게 나은 것 아니냐.”면서 “하지만 대응시스템과 그에 따른 평가체계가 오히려 언론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기도 한다.”고 털어놨다.●‘통 큰 모습’이 홍보에 바람직 정책 혼선을 방지한다는 취지에서 정책홍보사전협의제를 운영하고, 기자의 사무실 방문 취재는 제한하고 있다. 최대의 수확은 정부와 언론의 ‘관계 정상화’를 꼽고 있다. 하지만 비판적으로 보도한 특정 언론의 취재를 제한하는 감정적 대응은 정부가 보여줘야 할 ‘통 큰 모습’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C부처 관계자는 “사전협의제는 관련 부처의 정책 발표시기 등을 조율한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면서 “하지만 일부 정책부서에서 기자들의 취재요청에 ‘홍보관리관실과 사전협의해야 한다.’는 표현을 지나치게 확대해석, 모든 책임을 홍보관리관실로 떠넘기는 것은 오히려 홍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D부처 관계자도 “가판 기사를 고쳐달라고 은밀하게 요청하는 관행이 사라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정책홍보를 부처별 사정에 맞게 운영할 수 있는 여지도 남겨둘 필요는 있다.”고 강조했다.●‘평가에 반영할 예정이오니…’는 부담스러워 홍보담당자들은 정부의 정책홍보가 국정홍보처를 중심으로 하는 틀 속에서 이뤄지면서 업무부담이 가중됐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국정홍보처가 각 부처 홍보관리관실에 보내는 협조공문 등에는 ‘부처 평가에 반영할 예정이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홍보 평가에 가산점을 부여할 예정입니다.’ 등의 문구도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다. E부처 관계자는 “최근에는 정책홍보의 일차적 수요자인 기자를 상대로 한 업무보다 오히려 국정홍보처와 관련된 업무가 많다는 불만도 있다.”면서 “정책홍보라는 고유 업무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업무의 효율적 재조정 문제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F부처 관계자는 “정책홍보 평가체계가 국정홍보처 업무 위주로 짜여져 있는 느낌”이라면서 “평가에 대한 형평성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라고 주문했다.부처종합
  • “거리응원 쓰레기 말끔히”

    “거리응원만큼 수준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주세요.” 서울시는 19일 새벽 4시 열리는 독일 월드컵 한국과 프랑스의 경기와 관련, 길거리 응원 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쓰레기 수거에 나서줄 것을 18일 당부했다. 지난 토고전 뒤 시청 앞과 광화문 일대 쓰레기 발생량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팀의 경기가 있던 날의 배 이상인 170t에 달했다. 종로와 중구에서 미화원 235명, 청소차량 26대가 동원돼 새벽 2시30분부터 아침까지 수거했지만 역부족이었다.특히 프랑스전과 24일 스위스전은 새벽 6시에 경기가 끝나면서 출근 시간대가 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쓰레기 대란’ 우려를 낳고 있다. 최소 3시간 이상 걸리는 쓰레기 수거작업을 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종로와 중구 및 응원전 주관사와 협조체제를 마련해 가판 무가지 무차별 배포와 잡상인의 도로점거 등을 사전에 막고 길거리에 임시 쓰레기함을 대거 비치해 출근길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서울시청 환경미화원 노동조합과 ㈜파라다이스(회장 전필립)는 각각 60명,100명으로 자원봉사단을 구성해 새벽 청소작업을 지원하는 한편 쓰레기 봉투 3000장을 시민들에게 나눠 주기로 했다.한편 SK텔레콤이 쓰레기 방치 등 상식에 벗어난 거리응원을 ‘깨끗한’ 거리응원문화로 만들기 위해 나섰다. 서울시청 앞 응원행사를 주관하는 SK텔레콤은 지난 13일 토고전 때 보여준 거리응원 시민의식이 너무 무질서했다는 지적에 따라 19일 새벽 월드컵 예선 2차전 프랑스전을 앞두고 ‘거리응원 클린 캠페인’을 벌였다. SK텔레콤은 토고전 때 행사장 주변에 뿌려진 무가지가 쓰레기의 대부분이었다고 보고 배포를 자제할 것을 배포 회사측에 공식 요청했다. 또 거리응원 참가자에게는 본인의 쓰레기를 직접 치워 달라는 안내방송을 내보내 자발적 청소를 유도했다.SK텔레콤은 특히 프랑스전 경기 직후 회사 임직원 200여명으로 자원봉사단을 구성, 시청앞 광장, 청계광장을 비롯해 광화문 입구 등지에서 쓰레기 청소를 도왔다.정기홍 박지윤기자 hong@seoul.co.kr
  • [공직초대석] 전북 익산보훈지청 오창수 계장

    [공직초대석] 전북 익산보훈지청 오창수 계장

    “현재 공공기관의 명칭에는 애정이 담겨있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한 공무원이 행정구역은 물론, 공공기관의 이름에서 일제의 잔재를 뿌리뽑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주인공은 전북 익산보훈지청 관리과의 오창수(53) 자력계장. 최근 행정자치부에 이런 내용을 담은 ‘행정구역·관공서·학교 이름 등 정립을 위한 제안서’를 냈다. 오씨에 따르면 아직도 공공기관 명칭에 지역의 특성 및 역사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사례가 많다는 것. 예컨대 전국 어디에서나 동·서·남·북·중앙 처럼 단순히 방위만을 알 수 있는 명칭이 버젓이 쓰이고 있다. 즉 ‘○○동중학교’,‘△△중부경찰서’ 등 천편일률적인 명칭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흔하게 자리잡고 있는 기관 명칭이라는 것이다. 또 신(新)·구(舊) 등 오래된 정도만을 나타내는 어휘도 자주 등장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오씨는 “행자부가 일제 잔재인 행정구역 명칭을 정비하고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지역의 특성을 무시한 공공기관 명칭은 해당 주민들의 애정을 불러올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민족정기의 시작은 올바른 이름 짓기”라면서 “내가 다닌 학교, 내가 사는 동네의 관공서 이름에도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지역 특성이나 역사성에 대한 고려없이 붙여진 이름은 일정기간 안에 고칠 수 있도록 ‘일몰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씨는 “구성원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이름을 새롭게 짓는다면 일제잔재 청산은 물론, 애향·애교심을 되살리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씨는 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생가 터로 알려져 있는 서울 중구 초동 명보극장 일대를 이른바 ‘나라 사랑 교육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생가터에는 서울시가 설치한 표지석만 덩그러니 남아있고,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인근 지하철 역에서 신문가판대를 운영하고 있는 70대 할머니께서 돌보는 게 고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충남 아산에 현충사가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접근하기 용이하다는 이점을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씨는 “자료를 모으고 제안서를 제출하면 직장 동료들은 왜 사서 고생을 하냐고 묻기도 한다.”면서 “공무원이 주어진 일만 잘 한다고 해서 공무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냐.”고 반문하며 미소지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美·유럽 신문업계도 ‘살아남기’ 경쟁

    인터넷과 영상시대를 맞아 신문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신문마다 새 환경에 적응하고, 수익원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으며, 적지 않은 시행착오도 겪고 있다. 한국언론재단이 발행하는 ‘미디어 월드와이드’ 최근호가 마련한 특집을 통해 미국과 유럽의 주요 신문들이 이같은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는지 살펴본다. ●보도의 혁명 불러온 통합뉴스룸 지난 연말 USA투데이 편집인 켄 폴슨은 웹사이트 뉴스를 책임지고 있던 킨지 윌슨을 편집국장으로 발탁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강화와 발전을 위한 회사 인재와 능력의 통합이라는게 그의 설명이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도 지난해 처음으로 온·오프라인 쌍방향 신문 담당 부국장을 임명했고, 조만간 5층에 있는 웹부문 직원들을 3층의 뉴스룸으로 이동시킬 예정이다. 이들 신문뿐만 아니라 뉴욕 타임스, 새크라멘토 비, 사키고 트리뷴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신문들은 이미 지난해 뉴스보도 방식을 확 바꾸었다.24시간 중단 없는 뉴스 데스크와 온·오프라인 스태프가 함께 일하는 웹·인쇄매체 통합 뉴스룸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웹 프로듀서와 신문 편집자들이 합동으로 매일 제작에 임하면서 기존의 마감 개념이나 독자와의 소통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 1월 발생한 미국 연방법원 판사 조엔 레프코의 가족 살해사건을 가장 먼저 특종보도한 기사는 방송이나 종이신문이 아닌 시카고 트리뷴지 인터넷판에 실렸다. 통합뉴스룸을 운용하는 신문에선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를 곧바로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다. 이튿날 오프라인 조간신문에는 웹에 올린 기사와 함께 그에 대한 반응 등 후속기사까지 실린다. 또 부동산이나 영화, 여행 등 다양한 분야의 블로그를 통해 자투리 뉴스가 부가적으로 서비스되며, 일부는 비디오가 제공된다. 포트 캐스트(Pot Cast)를 통해 독창적인 뉴스를 내보내는 신문도 있다. 로노크 타임스라는 한 지방신문은 웹사이트를 통해 진행되는 4∼5분 정도의 방송을 통해 지방뉴스와 유머, 스타일 소식 등을 내보낸다. 플로리다주의 네이플스 데일리 뉴스나 일리노이주의 데일리 저널 오브 캔커키는 뉴스나 인터뷰 등을 포트캐스트를 통해 내보내 젊은 층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독자제보 보충취재후 1면 톱기사 게재 독일이나 노르웨이 등 유럽은 인터넷 보급률 미흡 등으로 통합뉴스룸이 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타블로이드판 신문제작, 가벼운 르포들로 가득한 컬러섹션 제작도 잇따라 시도되었지만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되지는 못했다. 반면 독자들을 신문제작에 참여시키는 독자포털 운영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노르웨이 대중일간지인 VG(Verden-Gang)는 2003년부터 독자가 뉴스나 사진을 제보하면 이를 보충취재해 기사를 게재하는데, 매달 10건의 기사가 1면 톱기사로 게재된다. 특히 전국 일간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재인력이 부족한 지방일간지, 가판 중심의 대중일간지들이 독자포털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신문판매와 광고수익의 감소로 발생한 수입적자를 메울 수 있는 부가사업도 계속 개발되고 있다. 독일 신문업계에서 ‘사업 확장의 선구자’로 불리는 ‘쥐트도이체 차이퉁’(SZ)의 클라우스 루츠 사장은 이 신문의 50만 독자들에게 부가 상품인 도서와 DVD, 음악CD 등을 판매하면서 한때 파산상태에 놓였던 SZ출판그룹이 흑자로 돌아서도록 만들었다. SZ 경쟁사인 AS그룹이나 주간신문인 디 차이트, 경제일간지인 한델스블라트 등도 이와 비슷한 부가사업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재벌 위상 걸맞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따라야”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재벌 위상 걸맞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따라야”

    서울신문이 지난해 1월10일부터 매주 월요일에 연재한 연중기획 시리즈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가 풍림산업 이필웅 회장가(家)를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서울신문은 지난 4일 이병남 ㈜LG 인사팀장(부사장)과 김선웅(변호사)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 유태현(재벌의 경영지배구조와 인맥혼맥의 공동 집필자) 서울시립대 지방세연구소 박사, 본지 산업부 박건승 부장과 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재계의 혼맥 변천사,2세들의 경영권 승계, 기업지배구조,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관계 등을 놓고 결산 좌담회를 가졌습니다. ●사회 재계 혼맥의 흐름이 과거에는 정·관계가 주류였다면 이제는 재계내에서 인연을 맺는 경우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병남 부사장 재계 2,3세의 혼인은 과거보다 상당히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권력층에 치우쳤던 혼맥이 점점 줄고 있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지요. ●김선웅 소장 재계 혼맥은 정치·사회적인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회 주도세력으로 경제인들이 부상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인맥과 혼맥을 되짚어 볼 필요성은 충분합니다. 서민들도 자기 수준과 비슷한 상대를 배우자로 꼽는데 재벌가(家)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또 이들은 사회의 중추 세력으로 자리를 이미 굳혔기 때문에 이를 지키는 것에도 대단한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이제는 자신의 세력을 두텁게 하는 파트너로 같은 재벌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태현 박사 재벌의 혼인방식은 시간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초기에는 정·관계 사이의 혼인사례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급속히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신 재벌간의 혼인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재계가 정·관·법조계 등 자신들과는 다른 영역에서 상층부를 형성한 계층과의 혼인을 줄이고, 동질감이 높은 다른 재벌과의 혼인을 늘리는 까닭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가능합니다. 우선 과거 한국의 재벌은 정·관계의 지원에 힘입어 성장한 측면이 크다고 할 수 있는데, 이제는 그들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의 위치를 지켜갈 만한 역량을 확보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두번째로는 90년대 들어 투명사회를 지향하면서 정·관계가 각종 비리에 연루돼 곤혹을 치르는 상황이 자주 나오면서 재벌 입장에선 더 이상 이들이 매력적인 혼인 상대가 아니라는 인식을 갖게 됐습니다. 세번째로는 재벌의 비난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는 점입니다. 즉 재벌 이외의 계층도 재벌과의 혼인을 부담으로 여기게 됐다는 것이지요. 네번째로 재벌 2∼3세의 잦은 교류가 이들의 혼인 사례를 늘게 하고 있습니다. 서로 사업을 하다 보면 관계가 돈독해지고, 자연스럽게 교류가 잦아집니다. 더구나 재벌 2, 3세들은 서로 같은 학교를 다니고, 같이 유학을 하는 과정에서 친밀감과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혼인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른바 ‘끼리끼리 문화’가 재벌의 혼인 방식에도 적용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사회 재계는 ‘부(富)의 세습’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키며, 사회적 비판에 직면하고 있지 않습니까.2세들의 경영권 승계를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습니다. ●김 소장 2세가 경영권을 승계하든, 전문경영인이 승계하든 그 자체로서는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문제는 2세들이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곧잘 불법과 편법을 동원한다는 점입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은 ‘세상사 인지상정’이며, 국민 감정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치권력의 지원에 힘입어 세워진 재벌이 불법적이고, 편법적인 관행에 따라 부의 세습을 이룬다면 이것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지요. 또 능력 검증이 안된 2세들에게 그룹의 흥망을 맡기는 것은 심각히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2세들이 물론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으며,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자질을 갖춰나가고 있지만 계열사의 부당 내부거래나 계열사의 지원 등을 통해 능력이 부풀려지는 것도 사실 아닙니까. 이런 토양에서 모든 이해관계자로부터 승계의 정당성을 받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부사장 오너 CEO냐, 그렇지 않으냐가 좋은기업지배구조로 평가의 기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 불법·편법 재산 상속이 문제이며, 보유한 주식 이상으로 과도한 지배권을 행사하려 할 때 문제가 됩니다. 또 정당한 절차를 거쳐 2세 경영인에게 승계됐다면 이는 시장에서 판단해야 할 사항입니다. 그러나 경제 규모가 커지고, 사회가 투명해지고, 시민단체가 수시로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편법·불법적인 경영권 승계는 앞으로 어려워질 것입니다. 혈연이라고 해서 승계를 하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는 이제 우리 사회의 시스템과 법률속에서 정당하게 이뤄지느냐로 파악해야 합니다. 기업과 오너와의 관계도 구분해서 볼 시점입니다. 예컨대 ‘X파일 사건’으로 사회가 떠들썩할 때 삼성전자의 주가 변동은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우리 시장은 기업과 오너의 이슈를 분리해서 보고 있다는 것이죠. ●사회 좋은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정답은 없다고 봅니다. 지배구조가 그 사회가 처한 상황과 무관치 않기 때문이지요. 결국은 효용성과 도덕성의 문제로 귀결되는데요. ●김 소장 척박한 국내 경영 환경에서 가족경영은 기업 성장에 효율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족경영이 우수하냐, 전문경영이 우수하냐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경영성과를 비교할 만한 실증적인 사례가 국내에 많은 것도 아닙니다. 전문경영이 대세인 미국에서도 포드 가문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포드가(家)는 한때 가업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겼더니 임금만 계속 올려 기업 경쟁력이 약해졌지요. 결국 대주주인 포드가문이 개입해 경쟁력을 회복시킨 사례가 있습니다. 양측의 성과 비교는 어려운 문제라고 봅니다. ●이 부사장 오너들은 아무래도 경영을 길게 봅니다. 단기적인 주가 부양을 하지 않는다는 거죠. 오너 경영일지라도 이사회 중심의 경영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접근하는 전문 경영과 오너 경영의 문제는 너무 형식 논리로 치우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업가 정신이 더 중요하며, 우리 사회가 기업가 정신을 북돋워주는 방향으로 경영환경을 개선해줘야 합니다.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면에서 이를 뒷받침해야겠죠. ●유 박사 재벌의 혼맥은 엄밀히 보면 개인사에 해당되기 때문에 이를 비난하거나 지나친 관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국민은 재벌이 혼맥관계를 통해 비정상적인 급성장의 방편으로 사용하고, 그것이 결국 사회적 위화감 조장으로 이어지고 건전한 시장경제 활동을 위축시키는 원인이 되는 것을 염려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재벌의 성장은 근본적으로 이 사회와 국민의 도움을 통해 가능했다는 점에서 볼 때 이들이 지위와 위상에 걸맞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 줘야 합니다. 정리 류길상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결산 좌담회 (참석자) ●이병남 LG그룹 인사팀장(부사장)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硏 소장 ●유태현 서울시립대 박사 ●사회 : 박건승 산업부장 ■ 취재 뒷이야기 서울신문의‘재계 인맥·혼맥 대탐구’가 지난 3월27일자 풍림산업편을 끝으로 1년 2개월여에 걸친 대장정을 마쳤습니다. 이미 단행본(‘ 재벌 家脈 ´ 상편)으로 출판된 4대 그룹편이 23회 원고지 1200장 분량이었고, 나머지 그룹도 34회 1700장이 넘는 방대한 규모입니다. 그간 산업부 기자들의 취재 소감과 애환을 들어 봤습니다. -오너 일가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반발은 중견 그룹도 4대 그룹 못지 않았습니다.T그룹은 처음부터 “회장님 면담 불가, 가족도 노출 불가”라며 완강히 버텼습니다.“어차피 나갈 기사니 줄 것은 주자.”는 참모의 진언에 “턱도 없는 소리”라는 불호령이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딱딱하던 총수도 막상 기사가 나오자 서울신문 가판을 여러부 들고 퇴근했다고 합니다. -취재 초기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던 모 그룹도 막판에는 회장 동생이 기자를 직접 찾아와 집안 이야기를 비교적 상세히 털어놨습니다. -‘크렘린’ 같기로는 식음료회사인 N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창업주 일가 기사를 취재한다는 보고를 했다가 홍보담당 임원이 회장에게 엄청난 질책을 당했다고 합니다. 겨우 바깥에서 활동하고 있는 막내 사위와 연결이 돼 가계도 ‘얼개’를 그리고, 수차례 ‘단골식당’을 찾은 끝에 막내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가계도 완성에만 3개월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끝내 오너일가의 반대로 가족사진은 확보할 수 없었습니다.57회 연재하는 동안 가족사진 없이 나간 경우는 처음입니다. 식음료회사는 소비자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오너가 좀더 세상에 떳떳이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삼부토건의 경우 오너의 아들인 조시연 이사와 개인적으로 술자리도 몇번 같이 하는 등 친분이 있어 ‘땅짚고 헤엄치기’식 취재가 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취재를 시작할 때 최대한 협조해주겠다고 약속한 그가 약속을 뒤집었습니다. 조 이사의 형이 과거에 지병으로 사망했는데 집안 얘기가 공개되면 장자의 사망 내용도 다뤄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오너 가슴에 다시 한번 못을 박는다는 것이었죠. -한 집 걸러 이혼 부부가 속출하는 세태는 재벌가에서도 일어났습니다. 집안마다 한두 쌍의 이혼은 기본이었고 A그룹은 2남2녀 중 두 딸이 모두 이혼했는데 그중 한 명은 두 차례나 내로라하는 집안과 이혼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혼 부부가 자녀를 뒀는데 그들의 혼기가 찼을 경우에는 혼사 문제를 고려해 이혼은 했지만 여전히 부부로 이름을 올려달라는 주문이 많았습니다. 반면 이혼은 했지만 자녀가 어리거나 없다면 아예 혼인 사실 자체를 언급하지 말아달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반면 B그룹 회장의 경우 일찌감치 이혼했지만 새로 만난 부인에 대한 사랑이 깊어서인지 현 부인 사진에 대해 까다롭게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돈이 많다보니 형제가 분란을 겪은 그룹도 적지 않았습니다. A그룹 총수는 분쟁 이후 사과를 받았냐는 질문에 “우리 형님이 그렇게 말할 분이 아닙니다.”고 반박했고, B그룹 총수는 ‘여전히 내가 적통인데 형님이 내 자리를 차지했다.’는 뉘앙스가 짙었습니다. 형제간 계열분리된 C그룹은 서로 왕래가 없을 뿐 아니라 소식도 모르고 지내는 것 같아 뒷맛이 씁쓸했습니다. 형제간 불화설이 나돌던 D그룹은 “절대 그런 일 없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6개월만에 불화설이 사실로 확인돼 관계자들을 머쓱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산업부 ukelvin@seoul.co.kr
  • “이통업계 황비홍 되고 싶어요”

    “이통업계 황비홍 되고 싶어요”

    지난해 12월 KTF 신입사원 면접장. 한 응시자가 영화 황비홍의 주제가를 중국어로 힘차게 불렀다. 그의 노래에 기(氣)가 전해졌는지 임원들의 입가에 웃음이 번지고 KTF의 첫 외국인 신입사원인 린제시(林杰西·28)는 최종 합격했다. 동기 50여명과 3개월간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최근 정보시스템부문 IT개발실 빌링개발팀에 발령을 받은 린씨는 “이동통신업계에 황비홍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KTF는 린씨를 앞으로 확대 계획인 글로벌 인재 육성의 첫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린씨도 “중국과의 사업에 회사를 대표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국 광둥성에서 태어나 고교와 대학을 나온 린씨가 한국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것은 다름아닌 사랑의 힘이었다. 지난 2001년 중국에 어학연수 중이던 한국인 여대생을 만나 사랑에 빠진 린씨는 곧바로 한국에 함께 돌아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과정을 시작했다. 지난해 초 그녀와 결혼한 린씨는 현재 5개월이 갓 지난 예쁜 딸을 두고 있다. 평소 이통사에 매력을 느꼈다는 린씨는 “중국어와 영어는 자신이 있었지만 한국어는 서툴러 과연 수백대1의 경쟁률을 뚫을 수 있을까 무척 걱정했다.”며 “그때마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 황비홍의 주요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황비홍의 도전정신과 집중력으로 원하는 일을 가능한 현실로 만들자고 다짐했다.”고 취업 당시를 떠올렸다. 린씨는 입사 후 서울 구의동 테크노마트 등에서 휴대전화 가판 판매도 하고 고객센터에서 상담원들과 함께 고객문의에 직접 응대하기도 했다.30∼40m 높이의 기지국 철탑에 올라가기도 했다. 린씨는 “첫 월급을 타면 부모님께 내의를 해드리는 문화가 한국에 있다는 것을 얼마전에 알았다.”면서 “이달 월급을 받으면 중국에 있는 부모님과 충남 천안의 장인·장모님께 뜻있는 선물을 할 계획”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서울시의회 청원 절반만 건져도 본전

    서울시의회 청원 절반만 건져도 본전

    ‘지방자치단체 의회를 통해 이뤄지는 청원이 실제 행정에는 어느정도 받아들여질까.’ 청원은 주민들의 권리나 이익이 침해됐거나 또는 의견이 있을 경우 의회를 통해 구제나 반영을 요구하는 행위이다. 가장 오래된 민주주의의 수단이기도하다. “반타작만 해도 다행이지요.” 시의회나 구의회에 각종 청원이 쏟아지지만 실제로 청원의 반영률은 절반에도 못미친다. 의회에서 한차례 걸러지고, 집행부에 가서 또 한차례 걸러지기 때문이다. ●의회에서 3분의1 걸러져 6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6대 의회(2002년 7월1일∼2006년 4월 현재) 들어 지금까지 이뤄진 청원은 모두 125건. 여기에는 최근 제출된 ‘지하철8호선과 광역철도(암사∼별내) 역 설치에 관한 청원’과 ‘강남모노레일(학여울∼신사역) 설치 반대 청원’ 등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들 청원 가운데 시의회에서 채택된 것은 80건(64%)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폐기된 것이 11건, 청원권자가 철회한 것이 15건, 아직도 처리하지 못한 것이 19건이다. 위원회별로는 도시관리위원회 소관 청원이 가장 많다.75건으로 전체의 60%이다. 이 가운데 시의회에서 채택한 청원은 56건으로 채택률이 74%로 다른 청원에 비해 높은 편이다. 행정자치위원회의 청원은 5건 가운데 1건이 채택돼 25%에 불과했다. ●“집행부로 가면 절반 정도만 수용” 시의회에서 채택된 청원이지만 집행부(서울시)로 가면 또 다시 걸러진다. 대체로 절반 가량만 수용된다고 보면 된다. 정해진 규칙은 없지만 최근 1년 동안의 통계를 보면 집행부로 넘어간 청원의 반영률은 50%쯤 된다는 게 시의회 안팎의 분석이다. 구체적으로는 ‘수용’ 또는 ‘불수용’이 각각 3분의1쯤 되고, 나머지 3분의1은 일부는 들어주고, 일부는 불가판정을 내리는 부분수용이다. ●용도지역·도시계획 변경은 대부분 불가 판정 대체로 용도지역이나 도시계획 변경에 관한 청원은 시에 가면 불가판정을 받는다. 이미 시에서 여러 절차를 거쳐 이뤄진 경우가 많고, 이들 청원의 상당수가 특정 주민들의 민원성인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중앙정부 등과 연관된 청원은 수용이 쉽지 않은 편이다. 대표적인 것이 노원구에 자리잡고 있는 도봉면허시험장이나 창동차량기지의 이전이다. 서울시나 노원구, 시의회 등이 모두 적극적이지만 정부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아직도 미처리 상태다. ●교육 관련 민원은 대체로 반영 반면 교육 관련 민원은 대부분 수용된다. 시의회 관계자는 “청원제도가 주민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도입된 민주주의의 유용한 수단인 만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시도 이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다만, 개인 민원성 청원은 자제하는 것이 제도 정착에 보탬이 된다.”고 말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한류 통신] “드라마·영화·게임보다 패션·음식에 관심 많아”

    말레이시아의 국민소득은 5000달러에 가깝지만, 생활수준은 1만달러에 육박한다. 거리 어디에서든 벤츠와 BMW 같은 승용차는 흔하다. 포르셰와 라보르기니 같은 고급 승용차도 눈에 자주 띈다. 그동안의 절약과 발전으로 국제 수준보다 다소 떨어지는 소비 행태였던 이곳 국민들이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 증대와 높아진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구매에 고급화 바람이 들었다. 고급화 바람은 패션과 여가 생활에서도 불기 시작했다.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의 의류와 패션, 중저가 국산 화장품들을 구매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부담 없이 한국을 흉내낸 패션물들을 구입하고 한국을 방문하고자 하는 여행객들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17일 막을 내린 말레이시아 관광전에 나흘간 5000여명이 한국 방문을 위한 여행상품을 구매했다. 이곳에서의 한류는 동아시아 인접국가와는 달리 드라마, 영화, 게임 같은 대중문화보다 패션, 음식, 여행 같은 라이프스타일 중심으로 더 발전하고 있다. 말레이시아가 한국의 생활 문화에 점점 눈을 뜨고 있다는 뜻이다.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백화점 내부에는 대형음반 전문점이 들어서 있다. 한국 코너도 있다. 그러나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나 부상하는 한류에 비해 영상물 구매력은 약하다. 특별 세일 가판대를 들여다보면 철지난 한국영화 VCD가 원판으로 1000원 정도에 팔린다. 원가의 15%선이다. 말레이시아 시내에 들어서는 3일장,5일장,7일장을 찾으면 불법 복제 영상물을 쉽게 만나볼 수 있는데 영화 3편이 담긴 비디오 CD가 2000원 정도 한다. 이런 광경을 보면 우리가 문화 콘텐츠에서 얻고자 하는 성과는 시작도 전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지 모른다. 지난해 12월9일 한·아세안 통상장관회의에서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한 합의를 도출했다. 한국 정부는 “한·아세안 FTA를 계기로 방송, 영화, 지적재산권을 협력분야에 모두 포함시켜 최근 동남아지역에서 일고 있는 ‘한류’를 관련 산업의 이익으로 연계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방적으로 말레이시아에 우리의 문화 콘텐츠를 수출하려고 하는 한류가 아니라 이곳의 문화와 사회구조를 이해하며 일시적 유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문화 현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복안이 필요하다. 보호받는 문화 콘텐츠를 통해 아시아인들이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아시아적 가치를 심고 한국의 제품이 환상적이고 고급스러운 첨단 제품의 대명사로 통하도록 만드는 적극적인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서규원 말레이시아 말라야대 한국어 강사
  • ‘왕의남자’ 王은 됐지만 모든 걸 다 가질순 없다

    ‘왕의남자’ 王은 됐지만 모든 걸 다 가질순 없다

    ‘왕의 남자’(제작 이글픽쳐스·씨네월드)의 한국영화 최고 흥행기록 달성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는 2일 “지난 1일까지 전국 관객 1159만 6632명을 확보했다.”면서 “전국 219개 스크린(서울 51개)에서 평일 하루 평균 5만여명의 관객이 들고 있어 토요일인 4일 최고흥행 기록을 깰 전망”이라고 밝혔다. 예측대로라면 이 영화는 개봉 66일만에 ‘실미도’(1108만명)에 이어 ‘태극기 휘날리며’(1174만명)를 따돌리고 흥행 정상에 오르게 된다. ‘왕남’의 신기록은 지금까지의 1000만 흥행대작들과는 뚜렷이 차별점을 찍는다는 대목에서 그 의미가 더욱 커진다.‘실미도’와 ‘태극기’가 애초에 1000만 관객을 목표로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와 톱스타를 투입한 ‘기획형 블록버스터’였다면,‘왕남’은 기존의 흥행공식과는 전혀 무관하게 출발한 작품. 중저형 예산(순제작비 44억원),A급 스타 부재, 사극 소재 등 태생적 한계를 딛고 이야기의 힘만으로 흥행신화를 일궈낸 미덕이 이미 충무로의 제작관행을 바꿔놓고 있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왕남’의 1위 등극 이면으로는 한국 영화계의 숙제도 함께 두드러지는 것이 사실이다. 한 제작자는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제작 전형을 제시했다는 점은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면서도 “국내 관객을 흥분시킨 국산 흥행대작들이 ‘내수용’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사실은 한번쯤 돌아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1000만 흥행작들의 해외판매 성적표는 기대치 이하로 초라했던 게 현실이다. 한국 최초의 1000만 흥행작 ‘실미도’의 해외 판매액은 세계 25개국을 통틀어 400만달러 선에 그쳤다.‘태극기 휘날리며’도 엇비슷한 수준이다. 유럽·북미권 160만달러를 포함해 총 수출액이 410만달러.‘왕남’ 역시 국내 흥행위력이 해외시장으로까지 연결되리라는 전망은 지극히 회의적이다. 해외판매를 맡은 CJ엔터테인먼트측은 “최근 베를린영화제 마켓에선 주로 동남아권에서만 구매의사를 밝혀왔다.”며 “한복 차림의 사극이 구미권 관객을 자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CJ엔터테인먼트는 북미권에는 미국 현지 배급사를 통한 직배형식의 배급을 고려 중이다. 한국영화가 한류에 편승하지 않고 아시아 너머로 영역을 확장하는 데는 한계가 많다.‘왕남’도 한창 국내 선전 중이던 지난 1월 베를린영화제 본선 진출을 모색했으나, 영화제쪽의 반응이 없어 급히 필름을 회수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이글픽쳐스의 정진완 대표는 “5월 칸국제영화제 본선 진출을 목표로 필름을 재편집하고 있다.”며 “세계적 문화상품이 되기엔 언어나 소재 등의 제약요소가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미국·유럽 등으로 관객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소재나 장르의 다양화를 모색하는 이른바 ‘크로스 컬처’전략을 적극 구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LJ필름 이승재 대표는 “비영어권 대사가 나오면 덮어놓고 예술영화로 취급하는 서구 관객들의 입맛을 정공법으로 공략할 때”라면서 “예컨대 코미디·액션 등 그들의 취향에 맞춘 합작영화도 구체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2년새 1000만 흥행작이 3편이나 터지는 등 한국영화의 내적 에너지가 충만할 때 서둘러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들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누가 얼마나 벌었나 영화 ‘왕의 남자’는 과연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을까. ‘왕의 남자’측은 “통상적인 기준에 따른다.”고만 말할 뿐 구체적인 내역은 밝히지 않고 있다. 보통 티켓 1장을 팔면, 배급사의 배급대행료 등을 떼고 남은 돈을 극장과 제작사가 반씩 나눠가진다.7000원짜리 티켓 1장을 팔면 2800원이 제작사 손에 쥐어진다. 여기서 제작비를 결산하고 60%를 투자자에게 떼주고 남은 돈이 제작사의 몫이 된다. ‘왕의 남자’가 ‘태극기 휘날리며’의 1170만명 기록을 깨면,1200만명대의 관객동원 기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1200만명에 맞춰 계산하면 ‘왕의 남자’의 총매출액은 무려 840억원에 이른다. 이는 중형차 4600여대(NF쏘나타 기준)를 팔아치운 것과 똑같은 액수. 이 가운데 공동제작사 ‘이글픽쳐스’와 ‘씨네월드’는 110억원 안팎의 순수익을 손에 쥔다.840억원에 110억원을 번 이익률(13%)이라면 2004년도 중소기업의 경상이익률(매출액의 3.4%)은 물론, 대기업의 경상이익률(매출액의 10.2%)까지 뛰어넘는 수치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최윤규 조사통계팀장 역시 “‘왕의 남자’ 자체는 웬만한 우량 중소기업보다 낫다.”면서 “이게 바로 문화산업이 지닌 폭발력”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아예 ‘왕의 남자’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중형차 2951대, 휴대전화 21만 7000대 생산과 맞먹는다는 분석까지 내놨다. 그러나 ‘왕의 남자’의 수익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상파·케이블 방영권,DVD·비디오 판권 등 부가판권수입이 있다.‘대한민국 넘버원 영화’라는 타이틀은 여기서 큰 힘을 발휘한다. 한 영화사 관계자는 “보통 부가판권수입은 제작사 수입의 30% 정도로 예상하지만 ‘왕의 남자’ 정도 되면 얼마가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보통 영화라면 110억원의 30%인 30억원대를 기대하겠지만,‘왕의 남자’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벌써 ‘왕의 남자’ TV방영권료가 20억원대로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돌고 있다. 또 다른 관심은 배우 등에게 주어질 보너스.1170만명을 동원한 ‘태극기 휘날리며’의 두 주연배우 장동건과 원빈은 출연료 5억원, 1억 5000만원과 별도로 각각 2억원대,1억원대의 돈을 추가로 받았다. 흥행에 따라 돈을 더 받는 ‘러닝개런티’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왕의 남자’에 출연한 배우 중 러닝개런티 계약을 맺은 배우는 없다. 이준기는 신인배우급 돈을, 감우성·정진영은 3억원 안팎의 개런티만 받았을 뿐이다. 다만 제작사가 보너스를 줄 수는 있다. 하지만 아직은 조심스럽다. 이글픽쳐스 정진완 대표는 “종영된 뒤에나 할 얘기”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공동제작사 씨네월드 대표이기도 한 이준익 감독은 전작 ‘황산벌’ 때 배우들 뿐 아니라 모든 스태프에게 똑같이 30만원씩의 보너스를 돌렸다. 그런 만큼 보너스 지급 자체보다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줄지가 더 관심을 모은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美월마트 인도 유통시장 ‘군침’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 월마트가 10억 인구를 거느린 인도 소매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8일 보도했다. 국내보다 해외 영업 신장률이 높은 월마트는 인도에 연락 사무소를 세우겠다고 지난 달 미국 정부에 신청서를 냈다. 마모한 싱 총리가 6개월 안에 소매 시장을 개방할 것이라고 밝히고 치담바람 재무부 장관이 1·4분기 안에 개방을 위한 첫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공언한 데 따른 것이다. 컨설팅 회사 매킨지는 2500억달러 규모로 세계에서 8번째로 큰 인도 소매 시장이 앞으로 5년 동안 연간 7%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인도 소매 시장이 1200만개의 구멍가게, 신문 가판대, 차 가게 등으로 이뤄져 있어 향후 10년간 현대화된 체인점이 연간 15%의 고속 성장을 구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월마트는 해외 경쟁자인 프랑스의 카르푸, 독일의 메트로와 팀을 꾸려 인도 시장 개방에 앞서 법적 규제 등을 논의하며 공동 대응해 왔다. 아직 영국의 테스코는 인도 진출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인도 공산당 등은 외국 유통업체들이 구멍가게로 생존을 이어가는 수천만명의 생계를 위협할 것이라며 반대해왔고 이에 따라 1년 넘게 개방 논의가 지연됐다. 이에 대해 월마트는 다국적 유통업체들이 유통을 근대화시켜 생필품 가격을 안정시키는 한편, 인도 제품을 세계 각국에 내다팔 수 있는 기회도 아울러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지난해 월마트는 15억달러어치의 이불과 티셔츠, 보석 등을 인도로부터 구매했다. 또 월마트가 인도 소매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열악한 도로 및 에너지 부족 문제를 극복해야 하며 ‘프로보그’ 같은 토착 유통업체와도 어깨를 겨뤄야 한다고 저널은 지적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예술도시로 거듭나는 안양시

    예술도시로 거듭나는 안양시

    오래전부터 수도권에 살았다면 경기도 안양시 석수동 안양유원지에 대한 추억을 하나쯤은 갖고 있을 법도 하다. 딱히 갈 곳이 없었던 시절. 안양유원지는 온 가족이 함께 물놀이를 즐길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여름 피서지였다. 서울서 멀지 않은 까닭에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를 끌었다. 유원지 주변에는 한때 전국적으로 명성을 날렸던 포도밭이 즐비해 이 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을 안겨주기도 했다. 급격한 도시화로 그 빛을 잃었으나 최근 안양시의 야심작인 ‘제1회 공공예술프로젝트’가 열리면서 놀라운 변신을 꾀하고 있다. 10만여평의 유원지 곳곳이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작품들로 채워지면서 한낱 휴양지에 불과했던 곳이 거대한 예술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쉽게 접할 수 없는 세계적인 예술 거장들의 작품이 계곡 곳곳에 들어서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명소로 거듭나게 됐다. 안양유원지에 이어 도시 전체를 예술의 도시로 만드는 ‘아트시티’사업도 추진되고 있어 안양시의 변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안양에 예술의 향기가 넘쳐나요.” 경기도 안양시 석수동 안양유원지가 거대한 예술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관악산과 삼성산 사이를 흐르는 삼성천 계곡을 따라 국내·외의 수준급 건축가·조각가들의 작품들이 곳곳에 들어서면서 평범했던 유원지가 국내 최초의 ‘공공예술공원’으로 변신했다. 한때 수도권 최고의 주말 휴양지로 명성이 높았던 안양유원지는 1980년 중반부터 급격한 도시화로 빛을 잃었지만 다시 그 명성을 되찾고 있다. 사람들의 발길도 크게 늘어났다. ●국내 최초 공공예술공원 먼 추억의 장소로, 단순히 쉬어가는 휴양지로 남을 뻔한 곳에 예술향기가 배어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5일 개막된 ‘제1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를 준비하면서부터이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이 프로젝트는 건축·토목공사 방식으로 시공하던 공공주차장, 전시관, 전망대 등의 시설물을 예술전문가들이 참여해 기능성과 예술성을 함께 추구했다. 선진형 예술패턴이기도 하다. 안양시는 이 프로젝트의 1차연도 사업 대상을 이곳으로 정하고 10만여평의 안양유원지 전역을 예술공원화하고 있다. 기념 행사는 오는 15일까지.40일간 행사가 펼쳐진다. 포르투갈, 네덜란드, 미국, 프랑스 등 21개국에서 39명, 국내에서 23명 등 모두 62명의 작가가 참여해 유원지 일대에 건축 조각 그림, 조경, 디자인 등 97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중 61점의 작품과 건축물은 영구 설치돼 문화예술에 대한 도시민들의 갈증을 풀어주게된다. ‘역동적인 균형’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공공예술프로젝트’는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되고 거기에 예술까지 결합시킨 천연 미술관을 연상시킨다. 유원지 초입 주차장 한가운데 설치된 파수막처럼 솟은 철탑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1평 면적에 15m 높이로 만든 건축물로 2002년 프랑스 문화원이 선정한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 디디에르 피우자 파우스티노(37)의 작품이다. 한국의 건축단위가 ‘평’단위인 것을 착안해 공간의 경제적 사용과 실제감을 엿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한다. 앞으로 정보센터로 활용된다. ●세계적 거장 작품 한 눈에 20세기 현대주의 건축의 마지막 거장으로 꼽히는 포르투갈 출신의 알바로 시자(72)의 설계작인 ‘광장 전시관’도 관심의 대상이다. 알바로 시자가 아시아에 세우는 첫 건축물로 막바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어느 각도에서도 똑같은 형태로 읽혀지는 기하학적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네덜란드 건축가그룹 멤알디비가 유원지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전망대(높이 28.4m)와 미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비토 아콘치(65)가 구상한 수목원 정문앞 주차장 ‘나무위의 선형 건물’ 등도 앞으로 안양의 명물이 될 전망이다. 다리 위에 길죽한 금속판을 덧대 어린이들의 놀이터로 바꾼 ‘오징어정거장’(엘라스티코)이나 70년대 장마 때 산에서 개울로 굴러떨어진 커다란 낙석 위에 자리를 잡은 분수 ‘물고기의 눈물이 강으로 떨어지다’(호노레도), 산 속에 거울기둥을 세워 매트릭스 같은 공간을 연출한 ‘거울 미로’ 등은 어린이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이밖에 독일 출신 허만 아이어 노만슈타트의 ‘리볼버’, 중국 작가 왕두의 ‘신기루’, 태국 작가 나빈 라완차이쿨의 ‘안양로맨스’ 등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주변 볼거리 풍성 안양 유원지 주변은 문화재 보물창고나 다름 없다. 국내 유일의 마애종(磨崖鐘·거대한 바위에 종을 묘사한 것)으로 알려진 석수동 마애종을 비롯한 13점의 문화재들이 널려 있다. 유원지 주차장과 안양 노인요양원 사이 바위에 새겨진 마애종(경기도 유형문화재 제92호)은 가로 세로 3m 크기로 스님이 범종을 치는 모습을 그렸으다. 신라 말기에서 고려 초기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이곳에서 200m 떨어진 곳에서는 통일신라시대 유명 사찰로 알려진 증초사지 당간지주(국보 제4호)가 자리하고 있다. 증초사지 3층석탑과 삼막사 마애삼존불·삼층석탑·사적비, 안양사 귀부, 석수동 석실분, 만안교 등 고려와 조선시대 문화재들도 잘 보존돼 있어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최근 38년만에 일반인에 개방된 서울대 관악수목원도 빼놓을 수 없다. 유원지 끝자락에 조성된 수목원은 우리나라 자생식물을 비롯해 멸종위기에 놓인 희귀식물 등 교육적 가치가 높은 식물들을 보존하고 있다. 일반인에게는 ‘쉼터’로 학생들에게는 ‘자연관찰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안양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신중대 안양시장의 구상 신중대 안양시장의 화두는 ‘아트시티(예술도시)프로젝트’이다. 도시화 과정에서 파괴된 자연경관과 도시미관을 가꿔 아름답고 품격있는 도시를 만들자는 게 프로젝트의 주요 골자이다. 요즘 안양유원지에서 열리고 있는 ‘제1회 공공예술프로젝트’도 ‘아트시티’ 사업 중 한 부분이다. 지난 2002년 2월, 인구 4만의 아름다운 도시인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시를 방문했을 때 ‘아트시티’를 착안했다는 신 시장은 귀국하자마자 ‘아트시티 건축 자문단’을 구성했다. “교수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건축자문단은 시에 접수된 모든 건축물에 대해 설계자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도시 미관을 고려하다 보니 민원인들이 반발이 적지 않았습니다.” 자문단의 지적대로 설계를 바꿀 경우 허가 지연과 비용증가에 따른 개인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때까지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1차 공공예술프로젝트사업이 끝나면 안양유원지의 명칭을 ‘안양예술공원’으로 바꾸고 내년에는 시가지에 대한 공공프로젝트사업이 이뤄질 것입니다.” 도심의 흉물로 인식되어온 환기구, 가판대, 교통신호제어기, 지상개폐기 등 각종 시설물을 예술작품화하는 2단계 공공예술프로젝트를 추진하고,3단계로 그 대상을 도심공원이나 광장으로 확대해 도시 전체를 아트시티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업도시, 회색도시라는 이미지가 아직도 안양에 깊게 남아있다.”고 지적하는 신 시장은 “3차 공공예술프로젝트 사업이 마무리되면 도시 이미지는 확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시장은 “이번에 작품을 낸 네덜란드·미국·프랑스·핀란드 등 국가에서는 작품 설치 비용과 재료 등 일부를 지원했는데, 액수는 많지 않더라도 문화 선진국으로서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부러워했다. 그는 “앞으로 유원지 안에 새로 건립되는 민간 건축물에 대해서도 주민·건축가 등이 함께 참여해 미를 겸비한 건축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며 “향후 안양예술공원이 국내는 물론 세계적 명소로 부각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안양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68혁명의 살아있는 투영

    “그림은 작은 정치철학입니다.” 프랑스 신구상주의의 대표적인 화가 제라르 프로망제(66). 사회 비판적 성격을 띤 작품으로 신구상주의 시대의 서막을 연 그는 1960년대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추상 미술의 독주에 제동을 건 인물이다. 신구상은 회화와 여러 요소들 즉 거리, 일상생활, 사진, 정치적 사건, 영화를 접합시켜 놓은 예술이다. 그의 작품만 봐도 사진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래픽처럼 보이기도 하고, 이 두가지를 합성해 놓은 것 같기도 하다. 그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그룹전에 참여한 이후 23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 한적한 서울 덕수궁 미술관에서 만난 그는 여전히 사회문제, 국제정세에 관심을 갖고 있는, 지성미 넘치는 모습.“군부 독재시대에 한국을 방문, 한국 예술가들과 우정을 쌓았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그는 자신의 예술작업에 대해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작품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작품 안으로는 언어와 여러 요소들을 변화시키고, 작품 외적으로는 사회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1968년 기성의 모든 권위에 도전한 프랑스 문화혁명의 정신을 작품에 투영시키며 새로운 미술사조를 창조해낸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카페에서 앉아 있는 장 폴 사르트르’‘담배를 피우는 자크 프레베르’등의 작품을 남길 정도로 그는 좌파 철학자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철학사상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는 이처럼 당대의 사회·정치적인 면을 작품의 주제로 다룬다. 방송기자들의 열띤 취재 경쟁 모습과 가판대에서 심각하게 신문을 읽는 시민들을 작품으로 남겨 매스미디어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 작업들도 마찬가지로 마피아 문제를 거론, 세계경제에 미치는 그들의 영향력에 대한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작품 ‘서로 몸을 맞대고, 오렌지’를 통해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냈다. 그는 “현재 미국이 막강한 경제력과 정치력을 배경으로 미술시장을 지배하지만 역시 논리적, 창조적인 프랑스 미술과는 비교할 수 없다.”며 미술세계에서도 예외없이 적용되는 파워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2006년 1월5일까지(02)2188-6063.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신화를 쓰는 마라토너 요슈카 피셔/마티아스 가이스·베른트 울리히 지음

    독일 외무장관 요슈카 피셔는 독일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입지전적 인물로 꼽힌다. 그는 부랑 청소년, 빈민 운동가, 중고 서적상, 공장 노동자, 택시운전사를 거쳐 독일 외무장관에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의 본래 이름은 요제프이다.‘요슈카’는 그의 가족이 2차대전 직후 헝가리에서 독일로 이주해 오자 보수적인 동네 사람들이 이주민에 대한 조롱과 멸시에서 불렀던 이름. 하지만 이젠 연방총리나 유엔사무총장, 이웃 신문 가판대 아저씨도 그를 요슈카로 부르는 가장 친근한 이름이다. 또 역경을 딛고 성공했음을 상징하는 이름으로 통한다. ‘신화를 쓰는 마라토너 요슈카 피셔’(마티아스 가이스·베른트 울리히 지음, 정계화 옮김, 궁리 펴냄)는 바로 요슈카 피셔의 드라마틱한 인생 여정을 담은 평전이다. 그는 방랑자였으며, 한때 젊은 혈기로 폭력혁명을 표방했던 정치 철부지였다. 음란서적 번역가, 공장 노동자도 그의 경력에 들어 있다. 대학 문턱에도 가지 못했지만 그는 서구 고전을 ABC순으로 독파하며 내공을 쌓은 독서광이었다. 그는 원고 없이 연설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독일 정치인으로 꼽힌다. 그는 얼마전 녹색당 총선 꼴찌의 책임을 지고 2선 후퇴를 선언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독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 중 하나다.1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기업 氣를 살리자] (4) 언론과 전쟁치르는 홍보팀

    [기업 氣를 살리자] (4) 언론과 전쟁치르는 홍보팀

    삼성그룹 계열사 홍보팀에 근무하는 A과장은 출근할 때마다 가슴을 졸인다. 몇몇 조간 신문들이 가판(街版·전날 오후 6시쯤 발행하는 신문 초판)을 폐지해 아침마다 전쟁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와 관련해 불리한 기사가 게재되거나 틀린 사실이 지면에 실리면 하루 종일 임원들에게 불려다니며 해명하기에 바쁘다. 일부 기업에서는 경위서를 쓰고 다음 인사때 불이익을 당하기도 한다. 모 대기업 B홍보팀장도 갈수록 홍보담당자들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며 걱정했다. 그는 “언론상황이 변하는데도 마치 홍보팀이 모든 언론에 대한 편집권이라도 있는 양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영층을 대할 때면 숨이 턱턱 막힌다.”고 고충을 털어 놓았다. ●일은 많아지고 업무효과는 없어지고 실제로 한 대형 건설업체는 지난 9월 아파트분양과 관련해 모 방송사로부터 ‘사기분양’이라는 보도가 나가자 10년 넘게 홍보업무를 맡아온 홍보부장을 인사조치했다. 굴지의 대기업 홍보팀 C차장은 며칠전 입사동기와 드잡이를 할 뻔했다. 회사 구내식당에서 만난 동기가 “매일 공짜로 술 마시고 주말마다 골프쳐서 좋겠네.”라고 비아냥거리자 참아왔던 울분이 터졌다. 그는 “일주일 내내 이어지는 술자리에 건강은 이미 만신창이가 됐고, 주말 때도 쉬지 못해 가족들에게 외면당하는 홍보담당자들의 비애를 직원들이 너무 몰라 준다.”며 흥분했다. 화학업체에 근무하는 D과장도 최근 비슷한 경험을 했다. 다른 부서 직원들로부터 “홍보팀은 업무시간에 신문도 보고 인터넷도 할 수 있으니 좋겠다.”라는 얘기를 들었다.9년째 홍보팀에 배치된 그는 “입사 이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남들보다 한 시간 이상 일찍 출근해 업무시작 전 20여개가 넘는 각종 신문들을 스크랩하다 보면 멀미가 난다.”며 동기들과 비교해 수당도 없이 매일 3시간 이상씩 초과근무를 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최대 고민 최근 신생 인터넷매체들이 많이 생긴 것도 홍보담당자들의 업무를 어렵게 하고 있다. 매일 전쟁을 치르는 기분으로 일하지만 효과가 없어 죽을 맛이다. 작은 뉴스가 침소봉대되는 것은 물론 속보경쟁으로 인해 사실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오보가 나가는 사례가 잦아지면서 홍보담당자들에게 불똥이 튀는 일이 많아졌다. 정보통신업체 E홍보팀장은 “자고 나면 또 하나씩 늘어나는 각종 인터넷 매체들을 모두 관리하자니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그냥 놔두자니 늘 폭탄을 안고 있는 심정”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갈수록 열악한 환경에서 ‘악전고투’를 하고 있는 홍보 담당자들이지만 자신들의 미래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는 게 최대 고민이다. 홍보 전문가로서는 승진의 기회가 점점 적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승진한 F홍보담당 임원은 “회사가 홍보담당자들에게도 재무, 마케팅, 리스크 매니지먼트 등 또 다른 전문분야를 갖추길 요구하고 있고, 외부에서 홍보직원을 영입하는 사례가 부쩍 많아졌다.”며 “경영진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회사에 대한 충성심 하나로 버티고 있는 홍보담당자들의 기를 살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청계천 주변건물 희비

    ‘웃어야 돼, 울어야 돼?’ 하루 평균 20만명에 이르는 인파가 청계천으로 몰리면서 인근 건물들이 일희일비하고 있다. 손님이 늘고 부동산 가격도 오른 반면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건물보안과 관리에 어려움이 생겼기 때문이다. 몸살이 심한 곳은 주말 청계천 방문객들에게 화장실을 개방하고 있는 건물들. 청계천 산책로에 공중 화장실이 없고, 화장실을 개방하는 건물이 적어 일시에 많은 사람이 몰리기 때문이다.●화장실만 빼곤 ‘해피’한 빌딩들 청계천 복원구간 5.8㎞주변 건물에 있는 화장실은 260여개. 이 가운데 방문객들에게 공식 개방된 곳은 85개에 불과하다.사람이 많이 오는 주말에는 개방 화장실 가운데 30%인 23개소가 문을 닫고 62개소만 문을 열어 극심한 혼잡이 빚어진다. 관리비용 부담도 커졌다. 청계광장 앞 C빌딩은 청계천 복원 전 1000여t이었던 수돗물 사용량이 이 달에는 2700여t으로 늘었다. 수도요금도 220만원에서 600만원대로 뛰었다. 보안도 문제다. 예금보험공사 빌딩에서 일하는 경비원 정모(40)씨는 “화장실을 찾는 사람들이 건물에 함부로 들어오면서 건물 출입자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인파가 ‘해’만 되는 것은 아니다. 영풍문고의 경우 청계천 쪽 출구에 각종 서적을 20∼30% 할인해주는 가판을 설치해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의 발길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방산시장의 한 상인은 “화장실을 가느라 시장에 들어온 사람들이 물건을 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건물의 가치도 크게 올랐다. 임대료는 평균 10∼20%, 자산가치는 평균 15% 이상씩 상승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평가다. 청계2가에 있는 뉴서울부동산컨설팅 관계자는 “지난 7·8월 비해 매매가가 10∼20%정도 올랐다.”면서 “실제 호가는 이보다 높게 불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얌체 상혼’ 비난도 청계천 주변 건물들의 ‘볼멘 소리’에 대해 쓴소리를 하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청계천을 찾은 이성재(35)씨는 “주변 건물의 화장실을 이용할 때면 경비원들이 괜히 눈치를 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면서 “청계천 때문에 혜택을 보는 만큼 화장실 개방 정도의 부담은 기꺼이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개방 화장실에 대해 수도세를 감면해주고 보조금을 높이려 하지만 건물주들이 개방을 여전히 꺼린다.”면서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구간을 파악해 8곳정도 무인 화장실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금석 서재희기자 kskoh@seoul.co.kr
  • 쉬어가기˙˙˙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홈리스(노숙자) 월드컵축구대회’에 참가하려던 카메룬 잠비아 케냐 등 아프리카 5개국 선수들이 체재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비자발급을 거부당했다. 대회 공동주최자인 멜 영은 “한마디로 웃기는 일”이라며 “최근 스코틀랜드 G8정상회담에서 떠들어댄 아프리카 빈곤 퇴치는 어찌된 일이냐.”며 격분했지만, 영국 이민국은 “몇몇 참가자들의 비자 신청 서류에 문제가 있었다.”고 발뺌.2년전 ‘신문가판국제연대’가 창설한 이 대회에는 수 년간의 신문팔이와 노숙자 경험이 있는 사람만이 참가할 수 있다고.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상반기 결산-취재 뒷이야기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상반기 결산-취재 뒷이야기

    서울신문이 올해 연중기획으로 1월10일 시작한 ‘2005 재계인맥·혼맥 대탐구’가 연재 5개월을 넘기며 ‘4대 그룹’을 소화했습니다.23회 동안 소개된 원고지는 1200장이 넘는 방대한 분량입니다. 그동안 해당 기업은 물론 구청으로, 오너일가 주변으로 뛰어다니며 취재에 열을 올렸던 기자들이 방담을 통해 중간 점검을 했습니다. ●수십년만의 ‘진실´ 재벌들의 인맥과 혼맥은 그동안 신문 시리즈 기사나 책으로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만, 의외로 잘못 알려졌던 ‘팩트’가 적지 않았습니다. 재계 총수를 3명이나 배출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던 경남 진주의 지수초등학교에 대한 오해가 대표적입니다. 지금까지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LG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 효성 창업주인 고 조홍제 회장이 지수초등학교 1회 졸업생으로 알려졌지만 조 회장은 이 학교에 다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910년생인 이 회장은 서당을 다니다 1922년 3월 지수보통학교 3학년에 편입했습니다.1907년생인 구 회장 역시 서당을 다니다 1921년 지수보통학교 2학년에 편입했기 때문에 둘은 같은 학년이었던 셈입니다. 구 회장은 실제 이 회장과 한때 같은 반에서 책상을 나란히 맞대고 공부하던 사이라고 회고했습니다. 하지만 이 회장은 그해 9월 서울의 수송보통학교로 전학했고 구 회장도 1924년 상경, 중앙고보를 다녔기 때문에 같이 지수초등학교를 졸업한 것도 아닙니다. 1906년생으로 이 회장의 형인 병각씨와 동갑인 조 회장은 서당에서 한학을 배우다 1922년 상경, 중동학교를 다녔습니다. 조 회장은 이듬해 협성실업학교로 옮기는 바람에 1923년 중동학교로 옮긴 이 회장과 같이 학교를 다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구 회장의 자서전에도 조 회장과 축구로 교우를 쌓았지만 같이 학교를 다니지는 않았다고 나와 있습니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언제부터인지 선대 회장과 이병철 회장, 구인회 회장이 지수보통학교 동기동창으로 소개됐지만 조 회장은 지수보통학교에 다니지 않았다.”면서 “처음에 어떤 신문사의 기자가 잘못 쓰는 바람에 계속 세 사람이 동문이라고 나와 그 때마다 기사를 고쳐달라고 요구했지만 요즘은 아예 포기한 상태”라고 털어놨습니다. 세 사람이 같은 학교를 졸업하지는 않았지만 사돈관계(이 회장·구 회장)와 동업(이 회장·조 회장)으로 이어진 것을 보면 남다른 교분이 있었던 것만큼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출신학교는 물론 이름까지 잘못돼 현대그룹의 경우, 대학 재학 시절 빼어난 미모로 캠퍼스가 떠들썩했다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넷째며느리 이행자(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씨는 한양대 출신으로 굳혀져 있었지만 확인 결과 숙명여대 졸업생이었습니다. 이화여대를 나온 것으로 알려졌던 맏며느리 고 이양자(고 정몽필 인천제철 사장)씨도 수도여대를 나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4남인 구본식 희성전자 사장의 부인도 그동안 조향아씨로 알려졌지만 사실 조경아씨였습니다. 누군가 한자를 잘못 읽어 빚어진 오기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인을 두고 말이 엇갈렸던 정몽우 회장의 ‘우울증’에 대해서도 현대가측으로부터 확인이 가능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고등학교때 머리를 다친 후유증이 우울증으로 번졌다는 관측이 파다했지만 사실 무근이었습니다.‘교통사고다.’ ‘지병이다.’ 등으로 설이 분분했던 정 명예회장의 다섯째 동생 신영씨의 사인도 독일유학중에 얻었던 ‘병’이 악화됐던 것으로 유가족으로부터 직접 확인했습니다. 정몽헌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는 아직도 정확히 밝혀지고 있지 않지만 적어도 ‘순간적인 결심’이었던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혈압에 좋다며 집에 와서 순두부를 즐겨 찾았는가 하면 세상을 등진 바로 다음날에 중요한 약속을 잡아놓았던 사실이 드러났으니까요. 모 그룹 오너의 경우, 학부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재학 중 결혼한 탓에 학교 규칙상 더 이상 대학을 다니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오너 일가의 딸이나 며느리 가운데는 이화여대 재학중에 결혼한 사례가 적지 않았는데 이대의 과거 학칙때문에 대부분 졸업을 못했더군요. 또 아들과 며느리들이 어머니를 회사뿐 아니라 집에서도 어머니라 하지 않고, 회사 직함으로 불렀다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낸 사실입니다. 현대중공업 정몽준 대주주의 차남 예선군의 이름 유래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축구 예선전이 한창일 때 태어나서 이름을 예선이라고 지은 것으로 그동안 알려져 있었지만 정 의원의 부인 김영명씨는 ‘예수님이 주신 선물’이라는 의미와 돌림자 ‘선’을 합친 의미가 더 크다고 밝혀왔습니다. 본지가 이번에 ‘정설처럼 굳어진 오보’를 바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재벌 총수나 2·3세와 직접 인터뷰를 했고 자서전 등 방대한 과거자료를 일일이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는 “몇십년전에 모 기자가 잘못 쓴 내용을 후배기자들이 그대로 인용하면서 오보가 사실로 굳어졌다.”며 인터뷰를 자청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룹 홍보실도 비상 민감한 가족사를 다루다 보니 취재는 물론 사진을 구하는 일이 보통 어렵지 않았습니다. 서울신문의 기획 의도와 배경을 설명해도 막무가내로 안 된다는 오너가의 답변은 ‘내가 싫다는데 너희가 왜 쓰느냐.’는 사적인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렇지만 사생활을 들춰내자는 것도 아니고, 망신을 주자는 것도 아닌 한국 재벌가의 혼맥과 인맥을 있는 그대로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서울신문의 의도를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모 그룹의 홍보임원은 ‘오너’로부터 “내 사진이 실리면 목내놓을 각오를 하라.”는 말을 듣기도 했지요. 실제 이 오너의 사진은 언론에 공개된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우여곡절끝에 사진을 구해 내보냈지만 천만다행으로 그 홍보임원을 서울신문이 ‘책임’질 일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당시로서는 정말 심각했습니다. 모 그룹은 기사 게재 3일전까지 “무조건 빼라.”는 오너의 지시로 홍보실뿐 아니라 회장실에도 비상이 걸렸었습니다. 그룹 회장이 미국에 있는 모친을 이해시키기 위해 수시로 전화 설득에 나섰지만 돌아온 답은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홍보실 임원은 “내 목은 서울신문에 달려 있다.”며 통사정을 했습니다. 또 다른 그룹은 비서실이나 홍보실에서 오너 일가의 사진을 확보해 두지 않아 회장의 자택을 ‘습격’해야 했습니다. 회장 집무실부터 자료실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사진이 나오지 않자 운전기사에게 부탁, 자택에 걸려 있는 액자사진을 다시 찍는 ‘작전’을 감행한 것이지요. 모 그룹을 취재할 때는 오너가 직접 본사 임원에게 전화해 “우리는 빠지면 안되겠느냐.”고 부탁을 하기도 했습니다. 특별히 파헤쳐 문제가 될 만한 것도 없는데 오너가 무조건 버티기로 나오니 아래 직원들은 당연히 누구 하나 취재에 협조해주지 않더군요. 가족 사진은 그만두고라도 얼굴 사진을 내주는 것조차 꺼리다가 경영에서 물러난 1세 경영인의 허락을 받아 겨우 가족 사진을 싣기도 했습니다. 모 그룹은 가족사진이 나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사진설명에서 누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말아달라고 ‘읍소’하기도 했습니다. 여성지, 주간지 등에서 결혼 소식을 집중 추적하고 있는 회장의 ‘고명딸’ 얼굴이 세간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밖에 서울신문에 소개된 사진중에는 오너일가나 그룹을 통하지 않고 본지 기자가 과거 취재과정에서 찍어뒀던 사진도 있었고 각사 ‘사사(社史)’를 일일이 뒤져 찾아낸 것도 있습니다. ●“아가, 니 사진은 왜 빠졌냐?” 가족사가 속속들이 공개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던 오너들도 일단 기사가 나가자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습니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현대가(家) 첫 회 ‘창업주 고 정주영 회장 일가’편이 나간지 며칠이 지난 어느날 자필로 직접 ‘사후 교정’을 본 3월14일자 서울신문을 편집국으로 보내주는 특유의 세심함을 보여줬습니다. 예컨대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장녀 성이(남편은 선두훈 대전 선병원 이사장)씨의 맏딸 이름이 ‘선가령’이 아닌 ‘선아영’, 정 회장의 둘째딸 명이(남편은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씨의 자녀 명단에 정유진양과 정준군이 누락된 점 등입니다. 또 가계도에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의 손자인 창덕군이 빠진 점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장남인 고 몽필씨의 맏딸 은희씨가 미국에 머물지 않고 귀국한 지 오래됐다는 점 등도 바로잡아줬습니다. 이는 일가가 아니면 도저히 알 수 없는 것들이지요. 가문에 대한 현 회장의 관심과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해줬습니다. 한솔그룹 조동길 회장은 지난 2월27일 ‘한솔그룹편’의 서울신문 대장(신문 발행전의 인쇄용지)이 나오자 직원을 보내 ‘사전 교정’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 날이 일요일인데도 직원을 통해 장충동 자택으로 대장을 가져오도록 해서 여조카의 이름을 바로잡기도 했지요. 그 조카는 얼마전에 개명을 했다고 합니다. 조 회장이 교정을 본 대장에는 연필로 줄을 그어가며 읽은 흔적이 선명했습니다. 본지 시리즈의 첫 회를 장식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구조조정본부 홍보팀을 통해 본지를 통째로 한남동 자택으로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도 구조본 팀장회의 석상에서 본인과 관련된 아주 ‘사소한’ 부분이 잘못 소개됐다고 언급할 정도로 관심을 보였습니다. LS그룹 구자홍 회장은 LG그룹 첫 회에서 자신의 ‘연애결혼’이 집안의 반대에 부딪혔다고 소개되자 ‘반대’까지는 아니라며 미국 유학시절 부인과의 ‘러브스토리’를 직접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구 회장의 아버지인 LS전선 구태회 명예회장은 ‘LS그룹편’에 막내 며느리 사진만 빠져 있자 “왜 막내만 빠졌냐.”며 경위를 물어오기도 했습니다. 모 그룹 홍보실은 신문 가판이 나온 뒤 미국에 있는 오너에 바로 전달하기 위해 서울신문을 항공 특급 우편으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당사자도 착각한 사실 독자가 알려줘 독자들의 관심도 대단했습니다. 중간에 이번 시리즈를 접한 독자들이 첫 회는 언제 나갔는지,1회부터 연재분을 모두 구할 수 없는지 집요하게 물어오는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언제 책으로 출판되는지 물어오는 ‘성급한’ 독자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출판사들도 이미 소개된 그룹만이라도 모아서 책을 내자고 제안해 왔습니다. 오너 일가들도 착각한 사진 속의 장소를 독자들이 바로잡아준 일도 있었습니다. 현대그룹편을 소개하면서 현정은 회장이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과 아들과 딸들, 이렇게 온 가족이 호주 시드니로 휴가를 떠난 사진을 실었었는데 기사가 나간 뒤 사진속의 배경이 ‘캐나다 밴쿠버 같다.’는 독자들의 의견이 잇따랐습니다. 현 회장측에 확인한 결과 호주가 맞다는 답신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밴쿠버라는 독자들의 의견이 이후로도 끊이지 않아 재차 확인한 결과 사진 속의 장소는 밴쿠버가 맞았습니다. 현 회장측은 “고 정몽헌 회장이 사진찍기를 워낙 싫어해 몇년전 휴가가 가장 최근의 가족사진이다 보니 착각한 것 같다.”고 해명해왔습니다. ●제발 이것만은…. 오너일가들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내용은 가족들의 ‘이혼·재혼’이었습니다.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과 탤런트 고현정씨처럼 이미 세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은 어쩔 수 없지만 나머지 사실만이라도 막으려고 필사적이었습니다. 아예 “이 부문만 빼주면 나머지는 알아서 쓰도록 하겠다.”는 협상(?)도 들어왔습니다. 모 그룹 회장은 아내가 사고사를 당해 재혼했는데 그 사실을 막무가내로 빼 달라는 것이었지요. 결국 “독자들이 볼 때 나이 차이가 워낙 커 ‘세컨드’로 오해할 수도 있으니 밝혀줘야 한다.”고 설득하자 아무 말을 못하더군요. 또 다른 그룹 회장 동생도 부인이 지병으로 사망한 뒤 재혼을 했는데 그룹측에서는 한사코 부인의 나이를 빼달라고 요구해왔습니다.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났기 때문이지요. 사실 이 오너 부인이 사망한 사실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전 부인 사진이 그대로 나갈 뻔했습니다. 재혼 사실이 알려지지 않고 그대로 나갔다면 현재 부인이 ‘기절초풍’할 노릇이었지요. 모 그룹 회장의 할머니를 둘러싸고도 실랑이가 있었습니다. 이 그룹 회장의 친 할머니는 오래전에 사망했는데 워낙 옛날 분이라 이름도 정확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가계도’에는 재혼한 할머니 이름으로 나가야 했는데 그룹측에서는 아예 할머니쪽은 소개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 그룹 회장의 아버지 입장에서는 ‘친어머니’가 아닌지라 불편했던 것이지요.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의 딸 가운데 한명은 이혼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취재과정에서 전 남편과 다시 결합해 잘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끼리끼리’는 있어도 정략은 없었다? 과거 개발독재 시대에는 재벌과 권력층의 혼사가 비일비재했습니다. 실제 40대 이상 오너 일가들은 청와대, 국회의원, 장관 등 ‘권문세가’를 시가나 처가로 둔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3세로 내려올수록 ‘정략결혼’의 흔적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면서 재벌들이 더 이상 권력에 기대어 ‘혜택’을 보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2·3세들은 유학시절에 만나 연애결혼한 사례도 적지 않았고 유력한 집안이라고 해도 주로 재계쪽에 집중됐습니다. 또 사돈이라고 해서 사업적으로 도움을 주고받는 경우도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삼성과 LG,LG와 두산처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직접 만나본 2·3세들의 공통된 느낌은 1세들과 달리 어려움없이 자란 때문인지 무척 솔직하고 거침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때로는 너무 솔직해서 못다 쓴 얘기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세월이 좀 더 흐르면 얘기할 날이 오겠지요. 물론 오너일가의 작은 부분이 소개된다고 해서 그룹 임원의 ‘목’이 왔다갔다할 정도로 오너들이 ‘황제’처럼 군림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때는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지면을 빌려 ‘목을 내놓고’ 취재에 협조해 준 각 그룹 홍보팀 임직원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ukelvi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