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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손해보험, 가족력·습관 따른 15종 질병 맞춤 관리

    KB손해보험, 가족력·습관 따른 15종 질병 맞춤 관리

    암 발병 전 단계부터 발병 후까지 보장하는 암보험이 나왔다. 기존 대부분의 암보험은 암(악성종양) 진단을 받았을 때만 보험금을 줬는데, 암이 생기기 전 단계인 위·십이지장·대장 양성종양과 용종 진단비, 갑상선기능항진증 치료비까지 보장한다. KB손해보험은 업계 최초로 암보험의 기본적인 보장을 강화하면서 암 예방부터 암 발병 후 치료비까지 보장하는 ‘KB 암보험과 건강하게 사는 이야기’를 출시했다고 24일 밝혔다. 오영택 KB손해보험 장기상품본부장은 “암보험은 암으로 진행되기 전 단계부터 예방 차원의 보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이 보험에 가입하면 암 발병 전부터 치료비를 받아 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KB손해보험은 여성암 발병률 1위인 유방암 진단비도 추가해 보장을 더 강화했다. 가톨릭서울성모병원과 협업해 전문의들로부터 자문을 받아 고객별로 가족력과 음주, 운동량 등 생활 습관에 따른 15종의 질병 위험도를 안내한다. 이에 맞춘 건강관리 요령을 제공하는 건강 컨설팅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KB 암보험과 건강하게 사는 이야기’ 암보험은 0세부터 75세까지 가입이 가능하다. 80세와 90세, 100세 만기 중 원하는 기간을 선택할 수 있다. ‘연 만기형’과 ‘무해지형’은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싸다. 납입 면제 제도에 따라 질병·상해 80% 이상 후유장해나 암, 뇌졸중, 급성심근경색증 진단을 받은 뒤로는 보험료를 내지 않는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지앤넷 “실손보험빠른청구 서비스 완성 단계”

    ㈜지앤넷 “실손보험빠른청구 서비스 완성 단계”

    핀테크 업체 ㈜지앤넷은 ‘실손보험빠른청구’ 서비스가 전 요양기관을 아우르며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고 24일 밝혔다. 지난해 8월 대한약사회와의 서비스 제휴를 통해 약제비 청구를 약 봉투 내지 복약안내문에 QR코드를 출력하고 이를 지앤넷의 실손보험빠른청구 앱을 통해 약제비를 청구할 수 있는 서비스가 이달 중 시행된다. 이를 통해 대한약사회에서 제공하는 팜IT3000 솔루션을 사용하는 전국의 약국 약 1만 1500여곳에서 해당 서비스를 지원한다. 아울러 지난 5월 가톨릭학교법인과의 서비스 제휴 계약으로 서울에서만 서울성모병원, 은평성모병원, 여의도성모병원에서 실손보험빠른청구 서비스 시행을 시작했다. 사용자들은 병원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이용해 몇 번의 클릭만으로 실손보험비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지앤넷은 2차 및 1차 병·의원도 지원할 수 있도록 제휴 업체를 확대해 현재 참여가 확정된 병·의원의 수는 전국에 걸쳐 약 2만여개에 이른다. 치과 병·의원에 대해서도 실손보험 치과 치료비와 정액 보험 청구인 치과보험을 청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김동헌 지앤넷 대표는 “지앤넷의 서비스는 12개 손보사와 주요 10개 생보사를 모두 지원하고 있어 지난 6년간 추진해온 실손보험청구 간소화의 완성단계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실손보험빠른청구 서비스의 경우 청구 자료가 병원에서 암호화되어 보험사에 자료가 전송된 후 비로소 복호화되기 때문에 전달과정에서 어떠한 정보도 열람되거나 편집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비즈 biz@seoul.co.kr
  • 아마존 임신 여성 조각상이 불러온 가톨릭 ‘정체성’ 논란

    아마존 임신 여성 조각상이 불러온 가톨릭 ‘정체성’ 논란

    성당에 전시된 아마존 원주민 여성 조각상이 가톨릭 보수파에 의해 강물에 내버려진 사건으로 조각상의 정체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파챠 마마’로 불리는 나무 조각상은 나체의 임신 여성이 손으로 배를 만지는 형상을 하고 있다. 원주민은 다산과 풍요, 생명을 상징하는 ‘대지의 여신’으로 여기는 반면 보수 가톨릭계에서는 ‘우상’으로 보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가톨릭 근본주의 성향의 보수파 일부가 전날 새벽 성베드로 광장 인근 ‘산타 마리아 인 트라스폰티나 성당’에 몰래 들어가 나무로 제작된 원주민 여인 조각상 4점을 들고 나왔다. 조각상은 오는 27일까지 아마존의 현안과 삼림 파괴 문제 등을 다루는 ‘아마존 시노드(종교회의)’ 참석하는 원주민들이 가져와 교회에 전시한 것이다.절도범들은 이후 성베드로 광장과 가까운 산탄젤로 다리까지 걸어가 훔친 조각상을 난간에 올려 놓고 하나씩 밀어 테베레강 아래로 떨어뜨렸다. 이런 과정이 영상으로 담겨 유튜브에 공개됐다. 동영상을 보면 최소 2명의 남성이 범행에 가담했다. 이런 행위에 대해 한 남성이 유튜브를 통해 “이런 행동은 단 한 가지 이유에서다. 우리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님이 우리 교회 구성원들에 의해 공격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가톨릭계 인터넷 매체인 라이프사이트뉴스는 지난주 “토속 신앙은 용인될 수 없다”며 바티칸 교황청에 파챠 마마를 치워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교황청 홍보 책임자인 파올로 루피니는 “조각상은 생명과 비옥함, 대지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누차 말해왔다”면서 ‘대화의 정신에 반하는 행태’, ‘반항적 태도’ 등의 표현을 동원해 가해자들을 강하게 비난했다.범아마존 교회 네트워크(REPAM)은 이날 성명에서 파챠 마마를 치운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채 “종교적 무관용과 인종주의, 억압적 태도를 반영하는 폭력 행위에 대해 깊이 유감을 표명하는 동시에 비난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가 ‘아마존 정신성’을 가톨릭 교회 안에 전시한 책임이 있다고 라이프사이트뉴스가 전했다. 바티칸 뉴스를 총괄하는 안드레아 토르니엘리도 “전통과 교리를 명분으로 모성과 생명의 신성함을 강조하는 상징물을 경멸적으로 없애버렸다”고 비판했다. 교황청은 이번 사건에 대해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한 상태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바티칸 신뢰 악화로 재정난…2023년 파산 위험”

    “바티칸 신뢰 악화로 재정난…2023년 파산 위험”

    바티칸 교황청의 재정이 심각하게 나빠지고 있으며 이 상태로 가면 2023년쯤 파산할 위험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탈리아 저널리스트 잔루이지 누치는 21일(현지시간) 자신의 저서 ‘최후의 심판’에서 이같이 지적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그는 3000여개의 바티칸 기밀자료를 분석한 뒤 “바티칸의 재정 상태가 우려스러운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바티칸은 2017년 3200만 달러(약 375억원), 2018년 4390만달러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크다는 것이 누치의 경고다. 바티칸 재정이 급격히 나빠진 가장 큰 이유는 기부금 감소다. 바티칸의 기부금 수익은 2006년 1억 100만 달러에서 2016년 7000만 달러로 급감했다. 현재는 6000만 달러(약 703억원)를 밑돌고 있다. 최근 사제들의 미성년자 성 추문 사건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가톨릭교회의 신뢰에 금이 간 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누치는 설명했다. 재정 관리 책임자들의 무능과 바티칸의 재정 투명성을 확보하고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도하는 개혁 드라이브에 대한 조직적인 내부 저항 등도 현 위기를 초래한 원인으로 언급됐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바티칸 재정의 근간인 부동산 수익이 급감한 것도 교황청에 치명타가 됐다. 바티칸이 소유한 부동산은 2926곳에 달하는데 지난해 여기서만 2260만달러(약 265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바티칸이 부동산 투자에서 손실을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바티칸 소유 부동산 가운데 800여곳은 공실 상태이고, 무상으로 빌려준 건물도 여럿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누치는 교황청의 방만한 조직도 문제 삼았다. 작년 바티칸의 인건비는 기부금 수익을 두배 이상 웃도는 1억 4000만달러에 달한다. 심지어 홍보를 담당하는 부처 한 곳에서만 563명의 직원을 둘 정도로 조직 운영이 방만하다고 누치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수치를 본 많은 전문가가 바티칸이 기업이라면 도산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파국이 멀지 않았는데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누치는 교황청의 비리를 파헤친 ‘바티칸 주식회사’, ‘교황 성하’, ‘성전의 상인들’, ‘원죄’ 등의 책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인물이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부고] 조현석씨 부친상, 김민구씨 장인상, 김진호씨 모친상, 김성용씨 부친상

    ●조현서(레햄코리아 대표이사)·현정(국가기록원 사서)·현경(웅진씽크빅 도서개발실장)·현석(한국경제TV 기자)씨 부친상, 송광헌(PCN 대표이사)씨 장인상, 이윤정씨 시부상, 20일 오후, 서울 가톨릭대학교은평성모병원 장례식장 6호실, 발인 22일 오전 5시30분. 02-2030-4463 ●김민구(삼성 라이온즈 경영지원팀 프로)씨 장인상, 19일 오후, 부산 온종합병원장례식장 VIP실, 발인 22일 오전. 051-607-0111 ●김진호(전 한국수출입은행 수석부행장)·김진윤(아주프론티어 대표이사)·김진민(전 JW메리어트 서울 전무이사)씨 모친상, 21일 오전 1시34분,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21호실(21일 오후 2시 입실 예정), 발인 23일 오전 7시30분, 장지 경춘공원묘원. 02-2258-5940 ●김인용(전 진주교대 교육대학원장)·김혜숙·김성용(연합뉴스 정보사업국장)씨 부친상, 천경희·문수진씨 시부상, 천홍진(보은한양병원 외과과장)씨 장인상, 20일 오후 8시50분, 부산 성모병원 장례식장 6호실, 발인 22일 오전 8시30분. 051-933-7486
  • 민주화 운동 대부 김영식 신부 선종

    민주화 운동 대부 김영식 신부 선종

    경남 지역 민주화 운동 대부 김영식 알로이시오 신부가 지난 19일 선종했다. 70세. 20일 천주교 마산교구 등에 따르면 김 신부는 오랜 투병 생활 끝에 전날 오전 1시쯤 세상을 떴다. 2011년 뇌출혈로 쓰러졌고 2년 전부터 말을 하기 어려워하는 등 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1949년 경남 고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 성신고, 광주가톨릭대를 졸업했다. 1977년 서품을 받고 사제의 길에 들어섰다. 1970∼80년대 경남 지역에서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때 운동의 중심에 섰고, 20년 뒤 지역에 이를 기념하기 위한 추진위원회가 만들어졌을 때 공동 상임대표를 맡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계정에 “마산·창원의 노동·인권 사건 변론을 다닐 때, 시국 사건의 법정이 열릴 때마다 방청석 맨 앞 열에서 방청하시던 모습이 늘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라고 떠올렸다. 이어 “오랫동안 투병 생활을 해 오셨는데 이제 평화와 안식을 기원합니다”고 바랐다. 빈소는 마산교구청, 장례미사는 21일 오전 10시 주교좌 양덕동 성당에서 열린다. 장지는 고성 이화공원묘원 성직자 묘역이다. (055)249-7015∼7.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시민과 함께 청렴을 이야기한다

    대구시와 대구청렴사회민관협의회는 21일 오후 2시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지역공공기관 및 시민 등 3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청렴문화를 확산하고 민관협력 활성화 논의를 위한 ‘2019년 시민과 함께하는 청렴공감 한마당’을 개최한다. 제1부 청렴을 대화하다는 청렴토론회로 ‘지역청렴문화 확산을 위한 민관협력방안’이라는 주제로 서울시립대 반부패시스템 수석연구원의 기조발제로 시작한다. 토론회 좌장은 김명식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토론 참여자는 박선 대구 기독교 여자 청년회(YWCA) 사무총장, 최철영 대구대학교 교수, 이종학 대구상공회의소 사무처장, 김상년 국민권익위원회 청렴총괄과장이 참석한다. 토론자들은 지역 청렴문화 확산과 민?관 거버넌스의 성공적인 정착 및 우리 사회의 부패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 등에 대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부문별 역할?과제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고 시민과 함께 공유를 한다. 제2부 청렴을 즐기다는 청렴콘서트로 청렴연극을 공연한다. 연극배우와 전 관객이 함께 공연에 참여하는 참여형 연극공연으로 관객과 소통해 청렴을 더욱 즐겁게 알리며, 무대 마지막에는 청렴실천결의 퍼포먼스를 배우와 관객이 함께 할 예정이다. 퍼포먼스 내용으로 작년 시민 공모를 통해 선정된 ‘만들어요 청렴대구, 함께해요 대구시민’이다. 또 퓨전국악 이어랑의 민요 공연, 모래로 청렴을 표현하는 샌드아트 공연 등 무대마다 다채로운 볼거리를 통해 ‘즐거움을 느끼는 청렴’ 분위기를 한층 강화할 것이다. 제3부 청렴을 다짐하다는 ‘청렴사회민관협의회’를 개최한다. 권영진 대구시장을 비롯한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등 지역기관 단체장과, 경제부문, 직능부문, 언론학계 부문, 시민사회 부문 및 공모로 선정된 시민위원 총 27명이 참석해 청렴한 지역 사회 만들기에 대해 논의한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청렴한 사회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민관의 협력과 시민사회의 지지, 시민들의 참여가 있어야만 청렴한 사회를 구축할 수 있다”며 “제도를 넘어 문화로 정착되기 까지 중단 없이 추진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보이지 않는 폭력에 맞선 소녀… 그 분노, 우리 사회를 관통하다

    보이지 않는 폭력에 맞선 소녀… 그 분노, 우리 사회를 관통하다

    밀크맨/애나 번스 지음/홍한별 옮김/창비/500쪽/1만 6800원바야흐로 문학상의 계절이다. 한 해를 건너뛴 노벨문학상이 지난 10일 두 명의 수상자를 배출했고,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 부커상 수상자도 여성 두 명이다. ‘밀크맨’은 지난해 제정 50주년을 맞은 맨부커상이 선택한 제품이다(올 초 맨그룹이 후원을 중단하면서 명칭이 ‘부커상’으로 바뀌었다). 두 편의 장편과 한 편의 중편만을 발표한 무명에 가까운 작가였던 애나 번스는 북아일랜드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맨부커상을 받으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수상 이전까지 6000부를 넘기지 못했던 판매량은 지난달 기준 영국과 미국에서 60만부를 넘겼고, 전 세계 35개국에서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소설은 1970년대에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극단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폐쇄적인 마을 공동체 안에서 폭력에 노출된 열여덟살 여성의 일상과 내면을 그렸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밀크맨’(우유배달부)은 ‘나’를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인물이다. 사람들은 우유배달부라 부르지만 결코 우유를 배달하지는 않는, 마흔한 살 유부남이자 무장 독립투쟁 조직의 주요 인사인 지역 사회의 명망가다.책을 읽으며 길을 가던 ‘나’에게 가족을 아는 척하며 말을 건넨 밀크맨은 그 후로 ‘나’의 삶 속에 불쑥불쑥 등장한다. 저수지 공원에서 달리기를 할 때, 프랑스어 수업을 듣는 야간학교 앞에서 등등. 그러나 신체 접촉을 시도하거나 음란한 말을 하는 건 아니어서 ‘나’는 아무 말도 못한다. 그러다 뜻밖에도 소문은 ‘내’가 밀크맨을 유혹했다는 내용으로 퍼진다. 가시적인 폭력이 상존하는 마을에서, 비가시적인 폭력에도 내던져진 ‘나’는 걷잡을 수 없이 고립된다. 소설은 실제 계속해서 영국에 속해 있기를 바라는 개신교도인 준군사조직(UDA·얼스터방위연합)과 북아일랜드의 독립 및 아일랜드와의 통일을 원하는 가톨릭교도 준군사조직(IRA·아일랜드공화국군)의 대립을 바탕으로 한다. 같은 도시 내 친영국 지역은 ‘길 저쪽’, ‘내’가 사는 친아일랜드 지역은 ‘길 이쪽’으로 불리는 식이다. 그러나 소설이 역사적 배경에 관한 힌트를 주기보다 ‘이쪽’, ‘저쪽’으로 명명하며 익명성, 불특정성을 강조하는 것처럼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어디에도, 어느 때에도 일어나는 일로 여겨진다.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 전체주의의 폭압,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에 대한 생각 등 소설이 다루는 주제들이 현대를 관통하는 문제 의식을 거의 모두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내’가 사는 곳에서는 여자아이의 이름은 정치적 논란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길 건너’ 이름을 붙여도 괜찮다. 총격이 일상인 곳에 사는 마을 주민들은 정치적 올바름에 입각해 어휘를 골라서 쓸 여력이 없기에, 다소 무례하고 차별적인 언사도 서로 이해하고 넘어간다. 한일 관계 악화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번졌던 상황을 연상케 하는 대목도 있다. 값비싼 차의 부품을 거저 얻어서 기분이 좋은 ‘나’의 남자 친구에게 이웃은 말한다. “어떻게 ‘길 이쪽’ 사람 중에 저쪽 편의 상징과 표식을 본능적으로 꺼리는 성향보다 자동차 부품에 대한 욕구가 더 큰 사람이 있을 수 있느냐는 거야.”(50쪽) 이 책의 제일 가는 매력은 따박따박 바른말만 골라서 하는 열여덟살 소녀의 여과 없는 입말이다. 한 문장이 때로 한 문단이 되고, 한 문단은 몇 페이지 넘게 이어지기도 하는데 재기발랄한 비틀어 보기, 적재적소에서 터져나오는 비속어 등이 쾌감을 선사한다. 이러한 서술에 대해 출판사 측은 “화자의 내면을 단순히 읽는 데서 나아가 직접 체험해 보길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벽돌책’ 두께임에도 불구하고 ‘밀크맨’이 부담스럽지 않은 이유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열린세상] 환경인지 감수성 예산제 도입 공론화하자/박광국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환경인지 감수성 예산제 도입 공론화하자/박광국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

    기후변화와 각종 환경오염으로 인한 환경 피해가 환경재앙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9월 2일 가장 강력한 5등급 허리케인 도리안의 직격탄을 맞은 카리브해의 섬나라 바하마는 말 그대로 아마겟돈, 즉 세상의 종말을 보는 참상을 야기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9월 7일과 22일에 불과 2주 간격을 두고 강력한 태풍인 ‘링링’과 ‘타파’가 한반도를 초토화함으로써 환경재난이 이제 남의 나라 일이 아닌 것을 실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한 전역을 휩쓸고 있는 치사율 100%에 이르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태풍의 영향으로 남하했다고 추정되는 가운데 파주에서 첫 발병 농장이 나오고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제 환경재난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 돼 가고 있다. 이런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이제 환경 문제에 대한 대처는 환경부만이 아니라 전 부처가 관여하는 중요 업무로 자리매김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모색해야 하는데 그 시사점을 바로 성인지 예산제도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호주와 남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논의된 성인지 예산제도는 예산 편성과 집행 과정에서 남성과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성(gender)에 따른 차별 없이 누구나 평등하게 혜택을 받도록 하는 재정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재정법에 기초해 2010년부터 시행해 오고 있다. 비록 짧은 시행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의 성인지 예산제도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법률 및 절차적 기반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아직까지 성인지 예산제도를 미도입한 국가들로부터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홍희정과 홍성현이 2018년에 월드 뱅크 73개 국가를 대상으로 행한 성인지 에산제도의 정책적 효과 분석 결과를 보면 성인지 예산의 제도화 수준이 높을수록 양성평등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성인지 예산제도가 성별영향분석평가제도와 연계될 때 정책 효과성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 문제로 다시 돌아와 보면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환경영향평가제도를 가진 국가에 속한다. 환경영향평가는 도시의 개발과 산업단지 등 17개 사업 유형을 대상으로 총 78개 개별 사업에 대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평가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하는 데 일차적 목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영향평가제도는 개발 사업에 따른 저감방안 수립에 초점을 두어 운영되면서 국토의 지속가능한 발전 측면에서 볼 때 일부 한계점을 노정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업의 상위 단계인 계획 과정에서부터 환경적·생태적 측면에서 해당 계획의 적정성과 입지의 타당성을 고려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제도가 2012년에 도입되면서 환경정책의 효과성이 더 한층 제고됐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와 전략환경영향평가 제도는 일반적인 환경 문제 해결이라는 거시적인 ‘정책환경’ 차원에서 접근하다 보니 정책 집행 단계에서의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정책 조율을 이끌어 내는 데는 많은 취약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성인지 예산제도와 같은 성격의 환경인지 감수성 예산제도의 도입을 국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제도를 통해 모든 부처의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환경인식 및 환경성 관점에서 분석하게 하고 그 결과를 조율해 예산에 능동적으로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동시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환경인지 감수성 교육을 하고 연말 모든 정부 업무 평가에 이를 반영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성평등기본법’ 제18조에 규정하고 있는 ‘성인지 교육’처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회 모든 영역에서 법령, 정책, 관습 및 각종 제도 등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식능력 증진 교육을 전체 소속 공무원들에게 하는 것을 법제화하는 ‘환경영향평가법’의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전략환경영향평가제도, 환경영향평가제도, 환경인지 감수성 예산제도라는 삼각체제가 갖추어질 때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환경재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 걸으면…보험료 내리고 건강은 올리고

    걸으면…보험료 내리고 건강은 올리고

    삼성화재 하루 1만보 달성땐 15% 환급 오렌지라이프 최대 50만원 현금 지급 보험료 절약 혜택 - 위험률 낮춰 ‘윈윈’ 건강관리앱·컨설팅 등 서비스도 진화직장인 김모(31)씨는 최근 하루에 1만보를 꾸준히 걸으면 보험료를 할인하는 상품이 출시됐다는 소식을 듣고 솔깃해졌다. 스스로 건강관리를 하는 사람이 더 적은 보험료를 내는 구조가 합리적이란 생각에서다. 김씨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기 때문에 매일 1만보 정도는 평균적으로 걷는 편”이라면서 “보험료가 절약된다고 생각하면 많이 걸을 때도 뿌듯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상품 가입을 위해 상담을 받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건강관리 노력에 따라 보험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강증진형 보험’ 상품이 뜨고 있다. 인슈어테크(보험+기술)가 진화하면서 보험사가 가입자들에게 제공하는 종합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앱)도 기능을 확대하는 중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건강을 챙기면서 보험료까지 아낄 수 있는 기회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최근 걸음 목표를 달성하면 보험료의 최대 15%를 돌려주는 ‘마이헬스 파트너’를 출시했다. 상해 또는 질병으로 인한 사망, 진단, 수술, 입원부터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배상 책임까지 하나의 상품으로 보장하는 보험이다. 이 상품은 삼성화재의 건강증진 서비스인 ‘애니핏’과 연계했다. 애니핏을 통해 매달 15일 이상 하루에 1만보를 달성하면 다음달 보험료의 15%까지 애니포인트로 돌려받을 수 있다. 8000보 달성 때는 10%, 6000보만 달성해도 5%의 포인트를 준다. 적립된 포인트는 삼성화재 애니포인트몰에서 물품과 서비스 구입에 사용할 수 있다. 삼성화재 개인용 자동차보험, 여행자보험 등의 보험료 결제에도 사용할 수 있어 그만큼 보험료를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 오렌지라이프는 고객이 체력 인증과 걷기 목표를 달성하면 최대 50만원까지 현금으로 돌려주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오렌지라이프의 ‘무배당 라이프케어CI종신보험’은 중대한 질병·중증치매 보장과 더불어 특약 가입 때 당뇨, 암, 뇌혈관질환 등을 폭넓게 보장한다. 상품 가입 후 오렌지라이프의 걷기 운동 앱인 ‘닐리리만보’를 설치하고 1년 안에 ‘국민체력100’ 인증센터를 방문해 체력을 측정하면 등급에 따라 월 보험료의 최대 100%까지 현금으로 지급한다. 또 1년간 ‘일평균 1만보 걷기’를 달성한 개월 수를 기준으로 월보험료의 일부를 축하금으로 준다. 체력 인증과 만보 걷기를 통해 환급되는 전체 보험료는 월 보험료의 최대 1.5배 또는 50만원 중 적은 금액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건강증진형 보험을 통해 고객은 건강과 보험료 절약 혜택을 얻을 수 있고, 보험사는 건강해진 고객을 바탕으로 위험률을 낮출 수 있어 서로 ‘윈윈’이 가능하다”면서 “앞으로 관련 상품과 서비스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의 건강관리 서비스도 진화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최근 고객의 건강검진 정보 등을 기반으로 하는 건강관리 서비스 앱 ‘헬로’를 출시했다. 공인인증서로 본인 인증을 하면 과거 10년치의 건강검진 정보를 한눈에 보여주며, 건강 수준을 나이로 환산한 ‘생체 나이’를 분석해 제공한다. 다이어트에 관심 많은 고객을 위한 기능도 있다. 음식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으면 영양소와 칼로리를 알려준다. 한화생명은 앞으로 헬로 앱과 건강증진형 상품을 연계할 계획이다. 신한생명도 스마트폰 앱으로 제공하는 ‘건강검진 정보 서비스’에 생체 건강나이 분석 기능을 새롭게 추가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제공하는 검진 결과에 따라 건강평가 분석을 제공하고 개인의 건강등수 정보도 확인 가능하다. KB손해보험은 ‘KB 암보험과 건강하게 사는 이야기’를 출시하면서 가톨릭서울성모병원과 협업해 전문의 조언을 받아 총 15종의 질병 위험도를 안내하는 건강 컨설팅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컨설팅을 받은 고객은 위험질환에 대한 맞춤형 보장을 강화할 수 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한국 신·구교 뜻깊은 만남

    한국 신·구교 뜻깊은 만남

    한국의 신·구교가 뜻깊은 만남과 유대를 잇따라 가져 종교계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신앙과직제·공동의장 김희중 대주교, 이홍정 목사)는 최근 천주교와 개신교, 정교회의 공동 결과물인 ‘그리스도인의 신학 대화’를 출간했다. 책은 2014년 한국천주교주교회의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창립한 신앙과직제에서 운영하는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 아카데미’(일치 아카데미·2015~2018)의 강의록을 모았다. 일치 아카데미는 각 종교 신자와 예비 성직자가 교회의 역사와 상호 이해를 위해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는 행사다. 신앙과직제 신학 위원과 외부에서 초빙한 학자들이 공동강의를 진행해 왔다. 이번 출간된 ‘그리스도인의 신학 대화’는 그 강의 내용을 토대로 그리스도교 역사와 교리, 삶을 세 개의 카테고리로 엮었다. 그리스도교 전통의 형성을 비롯해 구원·성경·성사, 교회의 직제, 예배와 미사·영성·경제·생명 윤리 등을 다루고 있다. 신앙과직제는 “‘그리스도인의 신학 대화’는 유럽의 개신교와 가톨릭의 신학자들이 함께 대화한 결과물인 ‘하나의 믿음’에 견줄 수 있다”며 “그리스도인의 화해와 협력이 구체적인 삶의 정황 속에서 실천으로 이어지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신앙과직제는 천주교, 개신교, 정교회가 함께하는 ‘2019 에큐메니칼 문화예술제’를 오는 30일부터 6일간 서울 종로구 인사동 경인미술관 제2전시관에서 연다. 평신도 중심의 이번 문화예술제에서는 ‘마주치다’를 주제로 오프닝 공연, 토크마당, 사진초대전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예술제에 앞서 ‘도시와 사람’ 주제의 ‘제1회 에큐메니칼 사진 공모전’도 열린다. 사회와의 소통, 공동체성, 더불어 살아감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자는 게 사진공모전의 취지다. 신앙과직제는 “신앙인이지만 사회의 시민으로 마주치는 우리의 일상은 삶과 신앙이 분리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적극적으로 사회와 소통하며 책임사회를 위한 종교인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며 문화예술제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생명공동체 만드는 열쇠로 남북 평화의 문 열어야”

    “생명공동체 만드는 열쇠로 남북 평화의 문 열어야”

    인상 쓰고 상대 미워하는 운동 오래 못가 내부 의견 불일치 땐 상대와 교섭 힘들어 트럼프·아베에게도 리더 역할 권고해야 “서초동 집회나 광화문 집회나 할 얘기 다 했으니 그만 하라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얘기했다. ‘우리가 더 많이 모였네’ 다투는 건 애들 짓이나 다름없다.” 정성헌(75) 한국 DMZ 평화생명동산 이사장은 지난 10일 강원도 인제 서화리 민간인통제선 근처 평화생명동산을 찾은 기자에게 이렇게 털어놓았다. 정 이사장은 11년째 평화 통일 교육과 생명 운동을 일구고 있다. 지난 11일과 12일 서울신문 평화연구소 등이 후원하는 청소년 영상축제 진행 과정에서 만나 평화와 생명, 남북관계 등 다양한 화두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정 이사장은 1977년부터 1995년까지 가톨릭농민회를 이끈 ‘진보 농사꾼’으로 우리밀 살리기 운동본부장을 지냈고 협동조합 운동의 원조 격이다. 20년 가까이 남북강원도 교류협력위원회에서 일했고 2010~13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을 지낸 데 이어 지난해 2월부터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으로 조직을 이끌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좌우 모두와 대화가 통하는어른이란 평가가 있는데. “기분 좋게 운동하자는 지론을 갖고 있다. 인상 쓰고 상대를 미워하는 운동은 오래가지 못한다.” -평화생명동산이라 이름 지은 이유는. “다섯 살에 6·25를 경험해 전쟁은 싫다, 평화가 좋다는 것이 논리 이전에 의식 심층에 있다. 형제 이름을 ‘평’(平)과 ‘화’(和)로 지었다. 가톨릭농민회 때부터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 고민했다. ‘생명의 열쇠로 평화의 문을 열자’는 것이다. 남북 평화도 한반도 생명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어야 한다. -지금의 남북 및 북미 대화는 물론 세상 돌아가는 일을 보면 갑갑함을 많이 느낄 것 같다. “모순의 뿌리가 복잡해 착착 풀리지 않는다. 늘 길게 생각해야 하고 내부 평화에도 주력해야 한다. 내부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으면 상대와 교섭할 때 힘이 따르지 않는다. 선거를 통해 권력을 얻은 이들은 통합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배제의 정치를 하게 되니 더 심해진다. 2040년대 중반이 되면 화석연료가 바닥난다. 북한은 시간도 많지 않고, 산에 나무도 없지 않으냐고 얘기해야 한다. 시간이 걸려도 근본을 얘기하는 게 좋다. 비무장지대(DMZ) 안의 경계초소(GP)를 없애면 기분은 좋지만 다시 지으면 그만이다.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땅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근본을 얘기해야 한다.” -주변 강대국 지도자들에게 조언을 하신다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당신 임무는 지구를 사람이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것이며 그게 지도자가 할 일’이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한반도 생명공동체를 성심껏 만들 때 일본과 중국의 괜찮은 사람들이 존경하게 된다. 아베의 허튼 생각도 말발이 덜 먹히게 된다. 과거사를 갖고 따지면, 맞는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에 안 들어 싸움밖에 벌어지지 않는다. 아무도 못 사는 동네에 원자폭탄이 있으면 뭐하고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를 만들었는데 기후 이탈이 오면 어떻게 하느냐고 김정은과 아베에게 얘기해야 한다.” -밥을 먹는 입이나 말하는 입이나 한 가지란 발언은 절묘하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들어가는 것과 나가는 것이 하나란 것이다. 조국 근대화를 얘기하면 ‘촌놈’ 취급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글 사진 인제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캘리포니아, 아동성범죄 민사 시효 연장키로

    1980년대 초 보이스카우트에서 성추행을 당한 50대 남성 리치 클레이튼은 당시 충격으로 알코올 중독과 마약에 빠지며 재활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는 자신의 가해자가 감옥에서 출소한 뒤 또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절망에 빠졌다. 이같은 사실을 드러내지 않고 살았던 그의 정신적 충격은 더욱 컸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가 자녀들에게 발견되기도 했다. 미국에서 이같은 아동 성범죄에 대한 민사소송 시효를 연장하는 주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AP통신은 캘리포니아주가 아동 성범죄 피해자들이 향후 범죄 사실이 밝혀진 뒤에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성범죄자들에 대한 공소시효를 연장하기로 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성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연장한 주는 뉴욕과 뉴저지에 이어 캘리포니아가 세 번째다. 가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이날 서명하며 발효된 시효 연장법은 아동 성범죄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한을 기존 만 26세에서 40세로 늘리도록 했다. 또 관련 범죄 사실이 발견된 후 5년까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법률은 3년이 지나면 시효가 지나 범죄의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 미성년자 성폭력으로 체포됐다가 자살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과 가톨릭 사제 아동 성추행 사건 등 아동 대상 범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진데 따른 변화라고 AP는 전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미성년자 성범죄에 대한 여러 재판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클레이튼은 이번 공소시효 연장법 소식을 반겼다. 그는 “이제 그 사람들(가해자와 보이스카우트)에게 책임을 묻기를 원한다”며 “이같은 법이 없다면 피해자들은 여전히 과거 트라우마에 갇혀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이스카우트 대변인은 성명에서 “모든 아동 학대 희생자들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 공원’, 개장 1년여 만에 5만여명 찾아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 공원’, 개장 1년여 만에 5만여명 찾아

    김수환추기경의 ‘사랑과 나눔공원’ 개장 1년여 만에 5만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경북 군위군은 지난해 7월 개장한 김 추기경 사랑과 나눔 공원에 올 9월까지 5만 8000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고 14일 밝혔다. 이 같은 방문객수는 군위 산성면의 ‘엄마 아빠 어렸을 적� � 6만 8293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것이다. 사랑과 나눔 공원은 지난해 12월말까지 6개월 동안 2만 588명이 다녀가 월평균 방문객이 3431명으로 나타났다. 추기경 선종 10주기를 맞은 올해는 9월까지 3만 7000명이 다녀가 월 평균 방문객이 4100명에 달했다. 특히 선종일(16일)이 낀 4월에는 4573명이 다녀갔고 다음 달인 5월에는 7300여명이, 6월에도 6000여명이 다녀갔다. 지난 9일에는 부산 남천성당에서 버스 19대에 750명, 마산 오계성당에서 버스 2대에 72명, 경산 자인성당에서 30명 등 이날 하루에만도 추기경 생가와 사랑과 나눔 공원을 찾은 방문객이 1000여명에 달했다. 김영만 군위군수는 “사랑과 나눔 공원’이 개장 1년 만에 카톨릭 신자는 물론, 국민 성지순례 코스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면서 “앞으로 추기경 옹기 지겟길과 옹기 체험장 등을 조성해 많은 사람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군위군은 김 추기경이 군위 생가에서 군위보통학교를 마치고 대구가톨릭대의 전신인 성유스티노신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가족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낸 것을 기념하고 그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기 위해 군위읍 용대리 일대에 123억원을 들여 사랑과 나눔 공원을 조성했다. 사랑과 나눔공원은 추모기념관과 청소년수련원으로 나뉘어 있다. 추모기념관은 전시관을 비롯해 생가, 옹기가마, 추모정원, 잔디광장, 십자가의 길, 평화의 숲 등이 있다. 청소년수련원은 9322㎡ 규모로 수련시설과 야외집회장, 운동장, 미니캠핑장, 수련의 숲 등으로 조성됐다. 전시관에는 추기경의 어린 시절부터 사제 서품, 추기경 서임 등 생애 전반에 걸친 물품과 동영상 자료, 사용했던 물품 등이 전시돼 있다. 입구에 있는 김 추기경 실물 크기의 상징조형물은 만지면 온기가 느껴지게 해 눈길을 끈다. 군위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여기는 남미] 아르헨 여성 수천 명 상의탈의 시위, 도대체 무슨 일?

    [여기는 남미] 아르헨 여성 수천 명 상의탈의 시위, 도대체 무슨 일?

    진보적인 성향의 아르헨티나 여성들이 정교 분리를 요구하며 상의를 벗어던졌다. 지난 주말 아르헨티나에선 '전국 여성 만남의 날'행사가 열렸다. 평범한 여성들이 모여 한 목소리를 낸 '여성대회' 성격의 행사다. 정교 분리를 요구하는 '상의 탈의' 행사는 둘째 날인 13일(현지시간) 루한 성당 앞에서 열렸다. 세계 최대 규모의 성당 중 하나인 루한 성당은 아르헨티나 가톨릭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루한 성당 앞에 모인 여성 수천 명은 "더 이상 종교가 정치에 개입해선 안 된다"고 외치면서 상의를 벗고 피켓시위를 벌였다. 가톨릭은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보수 세력이다. 여성들은 "그간 가톨릭이 여성의 권리에 반대한 경우는 셀 수 없이 많다"면서 "이젠 정치에서 손을 떼라"고 목청을 높였다. 일부 여성들은 가톨릭을 '적폐'로 규정하며 "가톨릭에 대한 재정 지원을 국가는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가톨릭을 사실상의 국교로 삼고 있는 아르헨티나에는 매년 수백 억 원의 예산을 가톨릭에 지원한다. 지방에서 12시간 버스를 타고 상경, 이날 시위에 참가한 밀라그로스(23)는 레즈비언이다. 밀라그로스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간 가톨릭 재단이 운영하는 학교에 다녔다. 그는 "보수적인 가톨릭의 억압을 12년간 몸으로 체험했다"면서 "이제 가톨릭은 정치에서 손을 떼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날 행사에 참가자는 대부분 진보적 성향의 여성들이었다. 진보적 여성들에게 가톨릭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가톨릭이 사사건건 보수의 목소리를 대변했기 때문이다. 1900년대 초 여성의 투표권을 인정할 때 가장 강력히 반대의 목소리를 낸 건 가톨릭이었다. 1980년대 후반까지 아르헨티나가 이혼을 인정하지 않은 것도 가톨릭의 보수적 결혼관 때문이었다. 아르헨티나는 2010년 미주국가로는 처음으로 동성결혼을 허용했다. 법률 개정까지 보수와 진보 진영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때 보수진영을 이끈 것도 가톨릭이었다. 최근 아르헨티나에선 낙태가 이슈가 되고 있다. 낙태를 금지하고 있는 아르헨티나에선 성폭력 피해자도 낙태를 하기가 쉽지 않다. 법원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과정이 워낙 까다롭기 때문이다. "낙태를 여성의 권리로 인정하라"는 목소리가 여성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지만 여기에 반대하는 대표적인 보수세력도 가톨릭이다. 여성들은 이날 행사에서 주변 공원의 호수에 초록색 물감을 풀었다. 초록색은 아르헨티나에서 낙태의 상징색이다. 여성들은 "정치와 사회 문제에 대한 가톨릭의 개입이 도를 넘었다"면서 "이젠 진정한 의미의 정교 분리가 실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인포바에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16세 케냐 여성에게서 태어난 밝은 피부 소년의 비밀

    16세 케냐 여성에게서 태어난 밝은 피부 소년의 비밀

    아프리카 케냐의 한 남성이 자신의 아버지가 16살이던 어머니를 임신시킨 이탈리아 선교 신부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교황청이 조사에 들어갔다. 아프리카에서 성적 학대와 신부를 아버지로 둔 아이들의 문제에 대해 가톨릭 교회가 어떻게 할지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고 AP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케냐의 남성 제럴드 에레본은 그의 인생 30년동안 버려진 아들이었다. 키가 크고 피부가 밝으며 머리결은 구불굴한 그는 짙은 피부의 보통 케냐 사람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는 출생신고서의 아버지와 흑인인 어머니, 다른 형제 자매들과도 다르다. 케냐의 외딴 마을 아처스 포스트에 사는 에레본과 그의 가족, 마을 사람들은 에르본이 1980년대 이 마을에서 선교활동을 했던 콘솔라타선교회 소속의 이탈리아 신부 마리오 라친(83)의 아들이라고 믿고 있다. 에레본은 아처스 포스트 및 나이로비에서 AP와의 인터뷰에서 “출생신고서에 따르면 나는 잘못된 삶을 살고 있다”며 “나의 정체성과 나의 역사를 찾고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라친 신부는 에레본의 아버지임을 부인하면서도 친생자 테스트는 거부했다. 바티칸이 개입해 지난 5월 사제의 자녀들을 옹호하는 빈센트 도일이 에레본의 주장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다. 도일은 에레본의 출생증명서를 확보했고, 지금은 고인이 된 그의 어머니 사비나 로리칼레가 16세가 되는 1988년 임신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케냐에서 법적 성관계 동의 나이는 그때나 지금이나 18세다. 성적 학대 비난이 가톨릭 신부 사회를 뒤흔드는 가운데 불법적 행동에 의한 임신이 아프리카 이외 지역에서는 거의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성직자가 아동들과 성관계를 가진 문제와 관련해 미국 유럽 호주에 비해 한참 뒤떨어져 있다. 왜냐하면 아프리카에서 교회의 우선 순위는 가난과의 싸움, 분쟁, 아이들을 전쟁이나 노동에 파는 인신매매 근절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최근에서야 동아프리카 신부들이 아동 성적 학대를 예방하고자 지역 어린이 보호 기준 및 지침을 만들었다. 프랑스 문화권의 서부 아프리카 일부에서는 가톨릭 교회가 사회 보호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구상들은 상대적으로 새롭고 마구잡이이며 자금이 부족하다. 라친 신부는 사비나 로시칼레가 이디오피아로 향하는 고속도 로 옆의 먼지 자욱한 마을인 아처스 포스트에 있는 기르기르 초등학교 학생일 때 만났다. 1970년대와 80년대에 자란 로시칼레는 부모가 양들이 먹을 목초를 찾아 집에서 며칠씩 떠나 있는 바람에 집에 사촌들과 남아있곤 했다. 16세가 되기 이전 전 사비나는 방과후 학교를 빼먹고 라친 신부의 거처에서 요리와 청소 등의 일을 했다. 동생 스콜라스티카는 언니가 헤어질 때 문제의 신부와 허깅하는 것을 여러차례 봤다고 회상했다. 또 한번은 사비나가 울면서 집으로 돌아와 목욕하게 물을 길어오라고 요청했다고 스콜라스티카는 말했다. 어떤 밤은 언니가 집에 전혀 돌아오지 않았다. 그때 신부는 50대 초반이었다. 흙벽돌로 지은 집에서 가족 사진을 보던 스콜라스티카는 “내 생각에 마리오 신부가 언니를 이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는 언니에게 선물과 음식, 옷으로 뇌물을 먹였다. 우리에게 책도 사줬다. 언니는 우리가 필요한 책과 펜을 갖고 오곤 했다”고도 했다. 어느날 밤 사비나가 구토를 했다. 그녀가 임신한 첫 암시였다. 라친 신부는 조용하게 다른 선교지로 옮겨갔다. 그의 운전기사이자 아처스 포스트의 교리문답 교사인 벤자민 에크왐이 사비나와 결혼하도록 선택됐다. 지역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아처스 포스트 사람들은 마리오 신부를 알고, 그가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안다. 왜냐하면 에레본이 태어났을 때 조차도 신부를 닯았다”고 에레본을 초등학교에서 가르친 알프레드 아두칸 루테가 말했다.2013년 중반 에레본은 라친 신부와 연결이 닿아서 엄마가 죽은 뒤 관계 회복을 바라면서 두달 이상 이메일을 보냈다. 답장이 없자 그는 직접 만나기 위해 교회 관리인으로 일하는 케냐 북부의 마르사빗으로 갔다. 그곳에서 에레본은 라친 신부에게서 이야기의 서막을 들었다. 5년 뒤 에레본은 도일과 연락이 닿았다. 라친에게 DNA 검사를 강제할 수 없고, 화해 과정을 천천히 진행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 두사람은 키가 크고 마른데다 광대뼈가 나온 모습이 놀랍도록 닮았다. 에레본은 자신과 두 아이를 위해 이탈리아 시민권을 획득하기 위해 라친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진실에 기반의 삶은 원한다. 에레본은 “나의 정체성과 역사를 갖고 싶다. 내 자녀들도 그들이 진정 누구인지 알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포퓰리즘에 등 돌린 민심… 유럽의 극우당, 전성기는 끝났다

    포퓰리즘에 등 돌린 민심… 유럽의 극우당, 전성기는 끝났다

    지난주 그리스 북부의 번화가 메소지온 거리에 있는 5층짜리 건물에 일꾼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건물에서 가져갈 수 있는 걸 전부 들고 나와 차에 실었다. 뜯어내다 만 간판엔 ‘황금’(Golden)이라는 글자가 사라지고 ‘새벽’(Dawn)만 남았다. 건물은 최근 몇 년 동안 그리스를 넘어 유럽을 강타했던 신나치 정당 황금새벽당을 상징해 왔다. 하지만 이제 너덜너덜한 깃발과 부서진 간판이 이 극우 정당의 상황을 보여 주고 있다. 2010년 아테네 시의회 입성, 2012년 국회 진출, 2015년엔 7% 득표율로 제3당까지 올랐던 이 정당은 지난 7월 2.93%를 득표해 의회 진출에 실패했다. 국가 지원금을 받지 못해 건물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 최근 가디언, 폴리티코 등 외신은 그리스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극우 정당들의 전성기가 끝났다고 잇달아 진단했다. 유럽에서는 사회·경제적으로 고통받던 서민들이 전통적 정당·의회 정치와 유럽연합(EU)에 반감을 가지면서 국수주의, 민족주의, 반세계주의 등을 내세운 극우 정당들이 큰 호응을 얻었다. 극우 정치세력은 소득 불평등과 실업, 이민자 증가와 저숙련 일자리 부족 현상으로 불안에 빠진 서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줬다. 소셜미디어는 가짜뉴스를 증폭시켜 이들의 효과적인 선거운동 도구가 됐다. 2010년 초 강세를 보이기 시작한 극우 정치세력은 최근 수년 새 급격하게 성장해 2017년 전후로 유럽 대부분 국가 의회에서 의석을 얻었다.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전체의 4분의1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했다. 이들은 지금도 범유럽 정치세력으로 조직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오스트리아 조기 총선 결과는 유럽에서 극우 정당의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는 걸 보여 주는 예시라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2015년 서유럽을 관통한 난민 이슈를 타고 인기를 거둔 자유당은 2017년 총선에서 보수 국민당과 연정을 이뤄 부총리, 국회부의장 등을 배출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점유율이 약 10% 포인트 떨어지며 무너졌다. 당 대표이자 부총리였던 하인츠크리스티안 슈트라헤는 자신이 일으킨 부패 스캔들 탓에 실시된 조기 총선에서 참패하자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이탈리아 극우 정치인 마테오 살비니는 극우 동맹당을 이끌며 지난해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연정을 구성, 내무장관과 부총리에 올랐다. 최근까지 인도주의 단체의 난민 구조선을 자국 항구에서 몰아내며 반이민 정책을 강행해 왔다. 그는 EU 회원국 내 다른 극우 정당들과 연합해 유로화에 반대하는 범유럽 연합체 조직을 추진했다. 그는 여론조사 지지율만 믿고 조기 총선을 통해 총리가 될 생각으로 이탈리아 연정을 붕괴시켰다. 하지만 오성운동은 그가 주장한 조기 총선을 거부하고 중도좌파 민주당과 연정을 구성했다. 당연히 살비니와 동맹당 인사들은 모든 공직을 내려놓고 정부에서 물러났다.2012년 프랑스 대선에서 약 18%의 지지율로 파란을 일으킨 극우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는 결국 당을 주류 정치권으로 끌어올린 뒤 2017년 대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현 대통령과 나란히 결선에 진출해 약 34%의 지지를 확보했다. 그러나 올 초 노란조끼 운동의 격렬한 시위에 힘입어 마크롱 대통령을 흔들었음에도 그의 지지율을 빼앗아 오지 못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8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대선 뒤 ‘국민연합’으로 당명을 바꾼 국민전선은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프랑스 정당 중 1위를 차지해 승리한 듯 보이지만 2014년 선거보다 훨씬 적은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게 가디언의 분석이다. 스페인에서 지난 4월 무려 24개 의석을 확보하며 처음 국회에 입성한 극우 복스당은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고 성폭력 관련 법률들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2017년 10월 분리독립이 무산된 카탈루냐 지역에 대해 자치권 회수를 주장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상승세는 거기까지였다. 사회당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정부 구성에 실패했음에도 인기를 잃지 않고 있으며, 복스당은 여론조사에서 계속 지지율이 빠지고 있다.영국의 대표적인 극우 인사 나이절 패라지가 이끄는 브렉시트당은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보수당과 노동당을 격파했다. 그러나 보수당의 의제를 선점했으면서도 지난 6월 자국 보궐선거에서는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조기 총선 추진에 성공, 보수당의 잔류파를 쳐내고 진정한 브렉시트당을 만들길 기대했지만 이 계획도 실행이 어려워졌다. 최근 독일 지방선거에서는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브란덴부르크주와 작센주에서 돌풍을 일으켰지만 결국 어느 곳에서도 승리하지 못했다. 폴리티코는 독일 주류 정당들이 지방의회나 국회 어디에서도 AfD에 권력을 주지 않기로 결심한 듯하다고 평가했다.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AfD는 11% 정도 득표하며 2017년 총선 득표율(12.6%)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폴란드와 헝가리에선 아직 극우 포퓰리즘이 번창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폴란드를 대표하는 정치 지도자인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법과 정의당 대표는 인종주의적 포퓰리즘과 가톨릭 국가주의, 사회보수주의에도 불구하고 다음 총선에서 과반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폴리티코의 분석이다. 체코에선 극우 성향의 총리가 공산주의 몰락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시위에 직면하고 있다. 슬로바키아에선 진보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유럽 유권자들은 극우 포퓰리즘 정책이 빈곤과 사회 불평등의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걸 확인하기 시작했다. 유럽에서 극우 정당의 무서운 상승세가 꺾이게 된 공통의 이유다. 시민들은 달콤하게 들렸던 말들이 가짜뉴스였다는 걸 인식하기 시작했으며, 반자유주의적이고 극단주의로 흐르기 쉬운 정책과 언어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이런 인식 전환의 이유는 각 나라에서 다르게 나타난다. 프랑스의 경우 실업률이 떨어지고 물가가 안정돼 여권이 견고한 지지를 받아서다. 오스트리아에선 자유당의 부패 스캔들이 크게 작용했다. 그리스에선 황금새벽당 당원 69명이 살인 사건 등 폭력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다는 극단적인 이유도 있지만, 포퓰리즘 정권의 긴축정책 실패가 근본적인 원인이다. 극우 세력의 가장 큰 에너지원이었던 이민자·난민 문제가 국제사회의 최우선 의제에서 밀려났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최근 유럽을 강타한 이상고온현상과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유엔 호소 등으로 유럽의 의제가 기후변화 쪽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기존 정치세력은 극우 포퓰리즘을 견제하기보다 녹색 이슈를 선점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극우주의가 다시 팽창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불평등, 긴축과 난민에 관한 두려움, 세계화·자동화에 따른 실업 등 포퓰리즘이 들어섰던 근본적인 원인은 아직 그대로 남아 분노의 정치에 싹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우 정치세력은 주류 정치 무대에 완전히 뿌리를 내렸다. 폴리티코는 이들이 더이상 의제를 정하기 위해 권력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난민·이민과 같이 언제든 뜨거워질 수 있는 문제에 관해선 이미 의제가 전환됐다는 설명이다. 난민과 유로존 내 이민자들을 잘 받아들일 방법을 고민하던 유럽은 이제 타당한 난민 신청도 허가되기 어려운 진입장벽과 ‘유럽요새’를 강화할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흐름은 바뀌었을지도 모르지만, 아직 처리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썼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몇 번 결혼했는지 몰라요”…무슬림에 성매매 당한 소녀들의 눈물

    “몇 번 결혼했는지 몰라요”…무슬림에 성매매 당한 소녀들의 눈물

    이라크의 이슬람교 분파 중 하나인 시아파 교도들이 '임시 결혼'이라는 명목으로 어린 소녀들을 성적 학대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BBC가 제작한 한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시아파 내에서도 신과 인간의 중재자에 가까운 지위를 가지며, 가톨릭 교황을 능가하는 위상을 누리는 것으로 알려진 시아파 고위층들은 공공연하게 어린 소녀들을 성 노예로 부린다. 이들이 주장하는 임시 결혼제도는 짧게 1시간에서 길게는 99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 힘없고 어린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새다. 이라크 현지에서는 간통이나 지참금 일부를 지급하고 임시 결혼을 통해 ‘임시 아내’(정식으로 결혼하지 않은 임시의 배우자)를 얻는 것이 불법이지만, 시아파 고위층 사이에서는 이러한 법이 통하지 않는다.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현지에는 ‘임시 결혼’으로 포장된 성매매에 동원할 어린 소녀들을 대신 찾아주는 시아파 무슬림도 존재하며, 이들이 찾아서 데려간 아이 중에는 고작 아홉 살 된 소녀도 포함돼 있다. 한 시아파 성직자는 BBC와 한 인터뷰에서 “(어린 소녀들과의 임시 결혼은) 샤리아 율법에 따르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성직자는 “(데려온 소녀의) 처녀성이 훼손되지 않게 조심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임시 결혼이라는 명목으로 어린 소녀들을 산 남성들은 성관계 후 임신을 피하기 위해 소녀들에게 강제로 피임 주사를 맞히기도 한다. BBC에 따르면 이러한 관행은 시아파와 함께 이슬람의 양대 분파 중 하나로 꼽히는 수니파 내에서는 허용되지 않으며, 사담 후세인의 수니파 주도 정부에서는 이를 법적으로 금지했다. 그러나 2003년 시아파 중심의 새로운 정권이 시작된 후부터 이러한 관행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한 소녀는 “내가 몇 번이나 결혼을 했는지, 그 횟수를 기억하기도 어렵다”면서 “임시 결혼때마다 받는 지참금에 내 생활을 의지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관행의 피해자들은 일시적이고 임시적인 결혼생활 도중 처녀성을 잃을 경우, 평생을 함께 할 남성을 찾아 결혼하는 일도 불가능해진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14세의 한 피해자는 “미래의 남편이 내게 성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두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라크 정부 대변인은 BBC와 한 인터뷰에서 “피해를 입은 여성이 경찰에게 시아파 고위관계자를 직접 신고하지 않는 이상, 당국이 먼저 행동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실종된 정치… 사생결단 광장 대결

    실종된 정치… 사생결단 광장 대결

    정쟁 수단 삼는 여야, 국론 분열 부추겨 “국회, 갈등 조정·국민 통합 해법 시급” 간접 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고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 민주화를 추동하던 ‘광장’이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를 계기로 사생결단의 싸움터로 변하고 있다. 시민들의 요구를 수렴하고 갈등을 관리할 정치 기능이 회복되지 않으면 분열은 극단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시작된 조 장관 지지 집회와 규탄 집회는 휴일과 주말마다 계속 열리고 있다. 정치권에서 조 장관 일가의 의혹, 검찰 개혁 등의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자 시민들이 직접 광장으로 나온 것이다. 집회가 거듭될수록 보수 진영이 점령한 광화문에선 조국 퇴진을 넘어 정권 퇴진 등 극단적인 구호가 나오고, 조국 수호에 나선 서초동에선 “내가 조국이다. 이번엔 지지 않겠다”는 구호가 더욱 거세진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갈등 조정, 국민 통합의 소임을 갖고 있는 정치권이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오히려 장외 집회를 지지층 결집의 수단으로 삼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검찰 개혁 촛불문화제에는 전·현직 여권 국회의원들이 다수 참여했으며, 개천절(10월 3일) 열린 조 장관 반대 집회는 자유한국당이 주도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4일 “국회가 진영 싸움에 매몰돼 국민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며 “여야 정치권이 자중하고 민생과 국민 통합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했으나, 메아리 없는 외침이었다. 서경선 정치평론가는 “여야가 갈등 조정을 못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직무 유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측 집회는 앞으로 더 격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5일 서초동 집회 주최 측은 “숫자 싸움만 해서는 시민들이 모이는 의미가 퇴색된다”며 “앞으로 참가자 수는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상대 진영의 규모를 넘어서려는 경쟁심은 참가자들 사이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다. 한글날인 9일 광화문에서 다시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조 장관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결코 밀려선 안 된다”며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은 각각의 집회에서 분노를 공유하고 존재감을 확인하지만, 양쪽의 주장에 모두 공감하지 못하는 시민들은 피로감을 호소한다. 직장인 차모(29)씨는 “검찰 개혁에는 동의하지만, 지금은 조 장관 문제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며 “이번 사태의 본질인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목소리는 아예 사라질 위기”라고 말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초빙교수는 “일본의 규제 보복, 태풍 피해 복구, 대북 문제 등 대내외적으로 당면한 과제들이 숱하게 많다”면서 “국론이 하나로 모여서 위기 상황을 타개해야 하지만, 지금은 민심이 두 동강 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치가 실종을 넘어 사망 수준으로 이르지 않기 위해서라도 극단적인 대결이 아니라 국회 안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단독] 예능PD·작가 첫 ‘스트레스’ 조사…“60세까지 한다” 단 1명

    [단독] 예능PD·작가 첫 ‘스트레스’ 조사…“60세까지 한다” 단 1명

    ‘스트레스 고위험군’ 간호사의 3배전신피로·불면증·수면장애 시달려경력 늘수록 스트레스 강도 높아져예능PD와 예능작가 중 ‘스트레스 고위험군’이 대학병원 간호사의 3배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예능PD와 예능작가에 대한 스트레스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예능PD 40명, 예능작가 25명에게 “60세에도 지금과 같은 일을 하겠느냐”고 질문했더니 단 1명만 “그렇다”고 답했다. 2016년 tvN 드라마 ‘혼술남녀’ 조연출 이한빛 PD 사망 등의 영향으로 올해 7월부터 방송가에 ‘주 52시간제’가 도입되고 방송 스태프의 근무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모던필라테스 서울시청점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연구팀이 최근 한국산업보건학회지에 보고한 ‘예능 PD, 예능 작가의 직무스트레스요인이 스트레스 수준 및 우울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예능PD·작가 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트레스 고위험군이 76.9%(50명)에 이르렀다. 잠재적 스트레스군은 23.1%(15명)였다. 스트레스 측면에서 건강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은 1명도 없었다. 이번 조사는 2017년 12월 20일부터 지난해 2월 20일까지 지상파와 케이블방송국에서 근무하는 예능PD·작가를 대상으로 설문지를 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대상자의 경력은 7년 미만이 33명, 7년 이상~14년 미만이 28명, 14년 이상이 4명이었다. 근무형태는 정규직 30명, 계약직 6명, 프리랜서 29명이었다. 소득은 월 100만~200만원 미만이 10명, 월 200만~300만원 미만 19명, 월 300만~400만원 미만 19명, 월 400만원 이상 17명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이들 스태프의 스트레스 정도가 대학병원 간호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이 인용한 보고서에서 대학병원 간호사 중 스트레스 고위험군은 25.1%, 잠재적 스트레스군은 73.2%였다. 우리나라 일반 직장인은 고위험군이 22.0%, 사무직 공무원은 24.8%로 예능방송 스태프의 고위험군 비율이 훨씬 높다. 연구팀이 “60세에도 지금과 같은 일을 하겠느냐”라고 묻자 단 1명만 “그렇다”고 답했다. 전반적인 근로환경은 ‘만족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61.5%로 ‘만족한다’(38.5%)보다 높았다. 건강문제 중 과도한 업무에 의한 두통·눈의 피로(95.4%), 전신피로(92.3%), 요통(64.7%), 불면증·수면장애(58.5%) 비율이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예능작가는 방송소재 기획, 취재, 전문가 미팅, 구성안 작성, 출연자 섭외, 촬영 장소 섭외 관리, 촬영 콘티 작성, 편집시사회, 가편집 참여, 원고작성 등을 맡는다. 예능PD는 프로그램의 총괄 책임자로 기획, 제작비 책정, 방송 시간대 조율, 출연진 인터뷰 및 출연 설득, 카메라·분장·음향 등 각 팀의 일정조율, 촬영, 편집, 수정 편집 등을 맡는데 늘 과도한 업무량과 시청률 압박에 시달린다. 일반적인 노동자와 달리 이들은 경력이 늘어날수록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 직장인은 연차가 높아질수록 스트레스가 낮아진다. 연구팀은 “연차가 높아질수록 프로그램 책임자 역할을 하게 되고 매주 방영해야 할 제작물에 대한 시간적·심리적 압박감과 프로그램 완성도, 시청률과 시청자 평가가 스트레스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직무스트레스 요인에 의한 우울 정도는 예능작가보다 예능PD에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주 60시간 이상의 근무가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높이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조사 대상자 중 근무시간이 주 40시간 미만은 9명에 불과했다. 40시간 이상~60시간 미만이 19명, 60시간 이상~80시간 미만이 16명, 80시간 이상도 21명이나 됐다. 연구팀은 “높은 스트레스 수준을 낮출 수 있도록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과도한 직무요구와 직무자율성 결여, 직무불안정 등 직무스트레스 요인들에 대한 개선과 장시간 근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지난 7월부터 방송가에도 주 52시간제가 도입됐지만 완전한 정착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계도기간은 이달 말까지다. 지난 6월 KBS, MBC, SBS 지상파 3개 방송사와 언론노조,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희망연대 방송스태프지부로 구성된 4자간 공동협의체는 장시간 노동 개선을 위한 ‘드라마 제작환경 가이드라인 기본합의’를 체결했다. 그러나 당시 협의체도 “주 52시간제 시행에도 대비한다”는 입장을 겨우 내놨을 뿐이어서 제도 정착에는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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