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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업 5분전 입실… 5분 늦게 나와 학교폭력 예방을”

    “수업 5분전 입실… 5분 늦게 나와 학교폭력 예방을”

    학교폭력을 근절하려는 노력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 현장의 변화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정부가 내놓은 학교폭력 근절 대책은 학교 현장에 대한 분석과 성찰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당장 눈에 보이는 현상에 대한 처방만이 아니라 학교 현장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제31회 스승의 날을 맞아 학교폭력을 근절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은 현장에 있는 ‘교사들의 변화’라고 외치는 사람들, 사단법인 ‘좋은교사운동’이 내놓은 학교폭력 종합대책안과 이들의 활동상을 살펴봤다. 좋은교사운동은 2001년부터 학기 초 가정방문과 학부모에게 편지 쓰기, 교사와 학생 1대1 결연 등을 시작했다. 담임교사가 학급의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해 왕따, 결손 가정, 가출 청소년의 문제를 줄여 보자는 취지에서다. 좋은교사운동은 학생들이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선생님들이 교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있어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학교폭력을 근절한 외국의 성공 사례를 보면 공통적으로 ‘학생들이 있는 곳에 언제나 교사가 함께 있기’가 원칙처럼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교사들이 교실에 학생들과 늘 함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아침 수업 전이나 방과 후에 보조교사가 운동장을 지키고 있다. 또 학생 생활지도의 최고 책임자인 교장은 수시로 학교 사각지대를 살핀다. 그리고 중등의 경우 ‘교과교실제’를 실시하면서 교사들이 늘 교실을 지키고 있고, 취약 지역은 교장이 직접 지도를 한다. ●중·고교 폭력감시 땐 학생과 관계 깨지기 십상 이렇듯 교사들이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에 교실을 지키려면 무엇보다 불필요한 행정업무로 쉴 새 없이 바쁜 지금의 학교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학교폭력 근절과 학과수업 운영 등 현실적으로 중요한 일에 역량을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현장의 교사들 역시 오늘날 학교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생각할 때, 교사들이 힘들더라도 행정업무 중심의 비정상적인 학교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좋은교사운동은 스승의 날을 맞아 현장 교사들의 실천으로 학교 현장을 바꿀 수 있는 ‘교사실천운동’을 제안했다. 초등의 경우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교실에 있기’를 먼저 제안했다. 초등학교에서는 기본적으로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에 담임교사가 교실에 있지만, 업무전달 등을 위한 티타임이나 학년회의 등으로 교실을 비우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가능한 한 쉬는 시간에 다른 모임을 갖지 않고 교실에서 학생 생활지도에 집중하는 것이 학교폭력 근절의 첫 번째 방안이라는 것이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수업시간 5분 전에 교실에 들어가고, 5분 늦게 나오기’를 제안했다. 쉬는 시간과 수업시간을 정확히 구분해 수업시간만 교실에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쉬는 시간에도 교사가 함께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관계를 맺기 위해서다. 좋은교사운동은 교사가 수업을 어려워하는 원인이 ‘관계’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감정적 교류, 정서적 공감, 지적인 각성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수업 시간 5분 전후의 관계가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단, 중·고등학교의 경우 교사가 단지 학교폭력의 감시자로 학생들과 함께할 경우 아이들과의 관계가 깨어지기 쉽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오히려 교사가 아이들과의 배움을 촉진하는 차원에서 미리 교실에 들어가 수업을 준비하고, 수업 후에는 배운 내용에 대해 아이들과 개별적으로 소통하는 차원으로 만들어 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교실에서 발생하는 학생들 간의 갈등이나 폭력을 예방하는 효과를 덤으로 거둘 수 있다. 학교폭력이 주로 쉬는 시간을 이용해 교실이나 복도, 교정에서 이뤄진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교사들이 교실에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짐을 알 수 있다. 이들은 현재 교과부가 추진하고 있는 학교폭력 근절 대책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비판했다.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학교폭력의 원인을 해결하고자 하는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이 학교폭력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한 줄 세우기식 무한경쟁 교육체제 ▲가정해체와 가정의 교육적 기능 상실 ▲학교와 교사의 비본질적 요인 제거 및 구조개선 ▲온라인 게임과 인터넷 음란물 등에 대한 대책 등이 미흡하거나 아예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좋은교사운동은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포함된 ‘인성교육을 잘하는 교원과 학교 우대’, ‘시·도교육청 평가를 통해 책무성 확보’ 등이 교사의 잡무를 하나 더 늘리는 데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정책 때문에 학생들과 함께 있어야 할 교사들이 생활지도 및 인성교육 관련 공문과 연구보고서 제출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한다는 것이다. 또 시·도교육청 평가를 위해 교육청은 학교 현장에 각종 평가 자료를 요청하고 공문을 내려보내는 등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평가다. ●‘좋은교사’ 83% “교실지키기 운동 참여” 이들은 경쟁교육을 완화하고 학교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근본 대책을 제안했다. 초·중학교에서 모든 정기고사 및 성적 산출을 폐지하고, 고등학교 선발 과정에 선지원 후추첨제를 도입하며, 학급당 학생 수도 대폭 줄이자는 것이다. 또 가정에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지역사회와 종교단체의 ‘지역아동센터’ 설립과 학부모 교육 강화안도 내놨다. 쉬는 시간에 담임교사가 교실을 지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담임교사가 교실을, 교장과 교감, 비담임 교사들은 복도와 운동장을 책임지자고 주장했다. 문경민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학교와 교사가 수업과 생활지도 등 교육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 자연히 학생에 대한 교사의 관심이 높아지고, 지도가 가능한 영역이 넓어져 학교폭력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좋은교사운동본부 소속 405명의 현직 교사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에 교실 지키기’ 실천 운동에 대해 전체 교사의 83%인 335명이 ‘참여하겠다’고 답했고, 이 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74%인 301명이 ‘꼭 필요한 운동으로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CCM 가수 조수아, 15일 ‘나도 가출하고 싶다’ 첫 공연

     CCM 가수인 조수아가 15일 창덕궁 옆에 위치한 북촌나래홀에서 주부 등 여성들을 위한 토크 콘서트를 갖는다.  공연은 매달 셋째주 화요일 오전 11시에 정기적으로 연다. 5월 공연의 주제는 ‘나도 가출하고 싶다’이다. 공연은 일과 가족 등 일상사에서 힘들어 하는 여성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내용이다. 공연에는 여성 듀엣 ‘아침’ 출신의 송문정씨가 음악 감독과 건반 연주자로 참여한다. 또 한국의 케니지라 불리는 색소폰 연주자 김강원씨, ‘너랑 주보에 낙서하고 싶어라’ 등 파격적인 가사 내용과 연주를 하는 밴드 NCM이 출연한다. 공연은 관객과 연주자가 함께 수다를 떠는 등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크리스찬 주부뿐 아니라 휴식이 필요한 일반 여성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콘서트에서는 CCM곡 뿐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애창되는 곡들이 연주될 예정이다. 사회자와 가수 등의 1인 다역을 하는 조수아는 “교회에서만 불려지는 CCM이 아니라 세상과 함께 호흡하는 노래 공연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북촌나래홀은 ‘유츄프라카치아’ ‘프라미스’ ‘애기똥풀’을 공연 중인 북촌아트홀의 제2관이다. 19세 이상 관람가. 공연가 2만원. 공연 문의는 02-988-2258.  정기홍 기자 hong@seoul.co.kr
  • [15일 스승의 날… 존경받는 선생님들] “엄마 없는 아이들 사랑으로 같은 편 됐을 뿐”

    [15일 스승의 날… 존경받는 선생님들] “엄마 없는 아이들 사랑으로 같은 편 됐을 뿐”

    “오늘부터 선생님은 엄마, 민호는 아들이야. 엄마는 아들이 찾으면 언제, 어디든 달려가는 거 알지.” 서울 종암중학교 이경옥(51) 수석교사는 아들이 스무 명도 더 된다. 담임을 맡을 때마다 엄마 없는 아이들의 ‘엄마’가 됐다. 교사 경력 28년. 이렇게 만난 아이 중 첫째는 벌써 마흔을 넘긴 아저씨다. 어느 하나 덜 아픈 손가락이 있을까만 민호(16·가명)와의 만남은 특별했다. 특수절도죄로 보호감호소에 있던 민호는 지난해 봄 무렵 이 교사 반에 배정됐다. 첫날 민호의 구겨진 옷깃에는 피가 말라 붙어 있었다. ‘싸움질을 한 걸까?’ 어찌 된 일이냐고 묻자 아이는 솔직하게 털어놨다. “아버지가 술만 마시면 저를 때려요. 저 좀 도와주세요, 선생님.” 민호는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의 폭행 때문에 친구집을 떠도는 처지였다. 어머니는 오래전 가출했고, 형도 집을 나가 연락이 닿지 않는다. 술만 먹으면 때리는 아버지가 싫어 PC방 등을 전전했다. 이 교사는 “어렸을 때부터 받은 오랜 마음의 상처를 내가 함께 아파해 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다.”고 털어놨다. 이 교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진심으로 아이의 말을 들어 주고 아이가 찾아오면 아침도 해 먹였다. 민호도 그런 이 교사를 엄마처럼 따랐다. 지난해 겨울 민호를 버리고 몰래 이사 갔다는 아버지를 수소문할 때도 그랬다.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을 직접 찾아다녔다. 결국 전남 순천에서 아버지를 찾았지만, 이미 그는 간암 말기의 병든 몸이었다. 원수 같던 아버지가 지난 2월 민호의 졸업식도 못 본 채 숨을 거뒀을 때 16세 소년은 이 교사 품에서 펑펑 울었다. 민호는 지금 그의 도움으로 일반계 고교에 진학해 꿈을 키워 가고 있다. “가정에서 사랑받지 못한 아이들을 교사가 포기하면 의지할 곳이 없게 됩니다. 그래서 엄마처럼 아이 편이 돼 주는 것뿐입니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본인 직접신고때 위치추적… 자살·가출·실종 땐 불가능

    위급 상황에서 경찰이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할 수 있도록 한 ‘112 위치추적법’이 14일 공포되지만 ‘당사자 직접 신고’로 제한, “개선, 보완될 부분이 적잖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3자가 신고했을 경우 구조받을 당사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자칫 구조 시기를 놓칠 우려를 낳고 있다. 경찰청은 오랫동안 국회에 계류되다 수원 여성 살인사건을 계기로 확정된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공포돼 오는 11월 15일부터 시행된다고 13일 밝혔다. 개정 위치정보법에 따르면 경찰이 위치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은 ‘위급한 상황에서 구조받을 본인이 직접 112신고를 한 경우’다. 가출을 포함한 행방불명 신고와 자살 의심 신고, 치매노인 실종 등 본인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때에는 법 규정상 위치추적이 불가능하다. 비상상황에 놓인 사람을 목격하고 구조를 요청한 경우 목격자의 위치추적은 가능하지만 이때도 목격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다만 경찰은 보호자가 실종아동 등에 대해 긴급구조를 요청한 때에는 본인 이외의 제3자의 신고에도 위치정보 제공을 허용하는 예외 규정을 뒀다. 엄격한 위치정보 제한은 개인의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구조받을 사람의 연락이 끊긴 상태에서는 추적할 수 없어 “극적인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만만찮다. 경찰 관계자는 “개정법은 경찰이 위치정보조회를 할 수 있는 경우를 매우 한정적으로만 인정, 반쪽짜리 법에 가깝다.”면서 “법 시행 전까지112·119 신고자 간 3자 통화 시스템을 모든 지방경찰청에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생명의 窓] ‘웬수’를 사랑하려면/구미정 숭실대 기독교학과 강사

    [생명의 窓] ‘웬수’를 사랑하려면/구미정 숭실대 기독교학과 강사

    예수 가라사대, 원수까지도 사랑하라 했건만,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내 어머니는 고작(?) 아버지조차 품지 못했다. 낯선 사람을 향해서도 귀한 손님을 맞이하듯 공궤하던 천사표 어머니가 아버지 앞에서만 마녀 모드로 돌변하는 게 미스터리였는데, 이 나이가 되고 나니 저절로 알겠다. 원수를 사랑할 수는 있어도, ‘웬수’를 사랑하기는 대단히 어렵다는 사실! 맞다. 가족이 웬수다. 오죽하면 석가모니가 서른 살에 출가(出家)를 결심하고 순례의 길을 나설 무렵, 하필 아내가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에 ‘라훌라’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을까. 산스크리트어로 라훌라는 걸림 내지 장애를 뜻한다. 구도의 길을 가는 데 가족이 애물단지임을 에둘러 표현하는 말이겠다. 그랬던 라훌라가 7년 만에 붓다로 돌아온 아버지를 만나자 어린 나이에 출가하여 제자가 되었단다. 그러고 보면 혼인 여부나 자식의 유무는 득도와 필연적인 연관관계가 없을지도 모른다. 기독교에서 예수의 전기를 담고 있는 복음서가 예수의 사생활을 시시콜콜 다루지 않은 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을까. 중요한 건 깨달음에 이르려는 강고한 뜻일 터이다. 그렇다면 출가란 단순히 집을 나간다는 가출(家出)의 의미보다는 기존의 가족관계에 변화가 생기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좋을 성싶다. 부부 또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 화학작용이 일어나 함께 깨달음을 추구해 나가는 길벗으로 변화된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질기고 독한 가족의 인연이 이리 풀린다면 그 밖의 인연들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예수 역시 서른 살에 출가했다. 공생애에 들어선 예수는 사회에서 억눌리고 버림받은 사람들과 더불어 길벗 공동체를 세워 나갔다. “누구든지 하느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 곧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다.”(마가복음 3:35) 이러한 예수의 대안적 가족관은 지독하게 혈통에 연연하던 유대 사회에서 파격적인 스캔들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 주변에 보면 자신의 가족사를 훈장처럼 내세우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자기가 아무개의 몇 대 손이라는 식으로 혈통을 자랑한다. 혼사를 치를 때도 ‘근본 있는 집안’끼리 해야 한다며 뿌리를 따지기 일쑤다. 그런 사람 앞에서는, 아무리 족보를 들춰봐도 내세울 이름 하나 없이 초라한 집안의 후손들이 괜스레 작아지기 마련이다. 여기에 한부모가정이나 재혼가정 또는 조손가정처럼 소위 ‘비정상적인’ 가족사가 더해지면 족보 콤플렉스는 가히 만병의 근원이 될 정도다. 한데 마태복음에 나오는 예수의 족보에는 놀랍게도 비정상적이거나 부끄러운 가족사가 고스란히 폭로되어 있다. 시아버지의 씨를 받아 임신에 성공한 여성, 전직 성매매 여성, 최고 권력자에 의해 강간당한 여성 등이 모두 예수의 조상이란다. 부끄러운 과거는 가급적 숨기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련만, 성서 저자는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다. 왜냐하면 예수 족보의 시작과 끝은 하느님이기 때문이다. 예수의 득도는 자신의 존재의 뿌리가 세속의 혈연을 초월하여 하느님께 잇닿아 있다는 자각이었다. 더욱이 이 기별이 예수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복음’의 알짬이고 보면, 오로지 혈연을 기준으로만 가족을 규정하는 세속의 가치관은 얼마나 천박한가. 나아가 인간만이 아니라 우주의 모든 것이 신의 손길로 지어진 것이라면, 가족의 범위는 무한 확장되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아시시의 프란시스코가 만물을 형제자매로 대한 까닭이 거기에 있다. 그에게는 태양도 형제요, 강물도 자매였다.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를 적에는 그분이 만드신 모든 것을 존경과 사랑으로 대하는 마음가짐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그의 믿음이었다. 해마다 5월이면 고질병처럼 찾아오는 가족 강박이 버겁다. ‘가정의 달’이라는 구호 아래 시름시름 앓는 영혼들이 얼마나 많은가. 5월은 무엇보다도 온 천하가 푸른 생명의 향연을 펼치는 계절. 천지만물을 가족으로 초대하는 출가의 은총이 우리 모두에게 허락되기를!
  • [부고] ‘헤어스타일 개척자’ 비달 사순 하늘로

    축구선수를 꿈꾸던 11살배기 영국 소년은 “아들을 미용사로 만들어야 한다는 계시를 받았다.”는 어머니에 이끌려 미용실로 향했다. 미용실 주인은 예의 바랐던 소년을 견습생으로 고용했다. 누구도 이 소년이 죽을 때 이름을 남길 거장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했다. ‘헤어 스타일 개척자’ 비달 사순이 9일(현지시간) 숙환으로 숨졌다. 84세. 케빈 메이버거 미국 로스앤젤레스 경찰 대변인은 이날 대표적 부촌인 벨에어의 저택에서 사순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타살 및 자살 흔적은 없었다. 사순은 백혈병 투병 중이었다. 사순은 헤어 드레싱 분야의 선구자였다. 현대적이면서도 손질하게 쉬운 헤어 스타일 ‘사순 커트’를 유행시켜 ‘여성을 해방시켰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유럽과 미국, 일본, 한국 등 세계 각국에 ‘비달 사순 헤어살롱’을 냈으며 자신의 이름을 건 샴푸 등 헤어용품 제작자로도 유명하다. 사순 커트는 C, V자 형태의 커트와 대칭적이고 기하학적인 스타일이 특징이다. 올림머리를 하거나 곱슬 파마 머리가 보편적이던 1950~60년대에는 혁명적 스타일이었다. 사순이 창안한 헤어스타일은 멋진 데다 헤어 드라이기나 스프레이 없이 관리하기 쉬워 여성의 외모뿐 아니라 생활과 사고방식에도 큰 변화를 불러왔다는 평가다. 여성이 직업을 가지면서 머리 손질에 많은 시간을 보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머리를 감고 바로 외출할 수 있는 스타일을 창조해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영국에서 1928년 태어난 사순은 유대계 아버지가 가출한 뒤 7년간 고아원에서 생활하다 11살때 재혼한 어머니와 재회했다. 1948년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 군에 입대해 참전했고 나중에 유대인 탄압을 연구하는 비달 사순 국제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네 번 결혼한 사순은 로스앤젤레스에서 네 번째 부인 론다와 전처 소생인 자녀 3명과 살았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11일 TV 하이라이트]

    ●3D 의학 다큐멘터리 태아 제2편(KBS1 밤 10시) 쌍둥이는 인간 생식의 불가사의한 영역이자, 자연적 인간복제에 가장 근접한 존재다. 이란성 쌍둥이를 임신한 승유미씨는 지금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임신과 출산 과정이 한 명을 낳을 때보다 두 배 힘들기 때문이다. 쌍둥이들은 과연 어떻게 한정된 엄마의 자궁 공간을 공유하며 자라는 걸까.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2(KBS2 밤 11시 5분)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서로 조건을 보고 결혼한 부부. 그러나 장인의 회사가 부도 위기에 몰리고, 아내는 직장에서 정리 해고당한다. 이 일로 인해 남편과 시댁은 결혼 전 약속했던 병원개업이 물거품이 되자 태도가 돌변한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의 요구 조건을 들어주지 못하는 자격미달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천사의 선택(MBC 오전 7시 50분) 유란은 은설의 마음을 돌릴 마지막 수단으로 은석을 이용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은설이 원하는 대로 속지 않자 유란은 배가 아프다고 꾸며 응급실에 실려 간다. 이 소식에 놀라 달려온 상호는 은설에게 임신 초기인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냐며 핀잔을 준다. 한편 은설은 몸이 안 좋아짐을 느껴 병원에 찾아간다. ●궁금한 이야기 Y(SBS 밤 8시 50분) 20여년 전, 무너져 가는 ‘사랑의 집’에서 가출한 아이들을 돌보며, 삶을 전도했다던 박현우씨. 제작진은 수소문 끝에 드디어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취재진에게 뜻밖의 사실을 털어놓았다. 지하철 미스터리로 불린 ‘사랑의 집’의 실체는 밝혀질 수 있을까. 종이 한 장으로 만들어낸 ‘사랑의 집’의 불편한 진실을 파헤쳐 본다. ●세계의 아이들(EBS 밤 8시 50분) 동티모르 중서부에 있는 에르메라 주에서는 12년 전 인도네시아 군인들의 무자비한 학살이 일어났다. 그로 인해 주민들은 부모, 형제, 친구를 인도네시아 군인의 총 끝에 잃었다. 그리고 살아남은 자의 넋두리. 인도네시아 군인의 눈을 피해 주민들이 숨은 곳은 커피나무숲이었다. 그들이 죽음을 피할 유일한 은신처였는데…. ●텐텐(OBS 밤 11시 5분) 어릴 적 부모에게 버림받고 홀로 살아가고 있는 대학생 후미야. 그의 빚은 무려 84만엔이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빚쟁이 후쿠하라가 찾아온다. 후쿠하라는 그에게 빚을 청산할 수 있는 최후의 시간으로 사흘을 준다. 그리고 약속한 시간이 되기 하루 전, 그를 다시 찾아온 후쿠하라는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면 100만엔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 풍족한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은 ‘꼴찌’

    풍족한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은 ‘꼴찌’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개별적으로 느끼는 주관적인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초등학생 10명 중 1명은 자살 충동을 느끼고, 6명 중 1명은 가출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의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 설문조사 결과를 4일 공개했다. 이 설문은 전국의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학생 679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행복지수는 물질, 보건안전, 주관적 행복 등 6개 항목에 대한 만족도를 수치화한 뒤 OECD 평균을 100점으로 잡아 점수화한 것이다. 조사 결과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느끼는 물질적 행복(110.73점)과 보건안전(102.58점), 교육(133.85점), 생활양식(128.42점) 등에 대한 만족도는 OECD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가족과 친구관계’는 94.47점으로 평균보다 낮았고, ‘주관적 행복’은 69.29점으로 4년 연속 OECD 최하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들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2009년에 64.3점, 2010년 65.1점, 2011년 65.98점 등으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정신적인 측면에서는 행복감을 느끼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준 것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상당수 초등학생들이 자살과 가출 충동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 중 11.7%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고, 가출 충동을 느꼈다고 응답한 학생도 15.8%나 됐다. 재단 관계자는 “어린이·청소년들이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관계 등에서 얻는 정신적 행복도는 낮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8년간 장애 아버지 돌보며 보육원 후원까지

    노원구 인덕공고 1학년 김민호(16)군이 보건복지부 주최 제40회 어버이날 기념 효행청소년에 선정됐다. 김군은 어려서부터 병환에 시달리는 아버지를 돌보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해 왔다. ●아버지 병수발에 집안일까지 도맡아 해 김군은 고난에 가득 찬 학창생활을 보내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희귀난치성 간장애 1급을 앓고 있는 아버지의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다. 8년째 아버지의 기저귀를 직접 갈고 다른 사람들은 분간하지 못하는 아버지의 갸냘픈 말을 척척 알아듣는다. 아버지는 배에 찬 복수를 빼내기 위해 바늘을 꽂아 시술을 해야 하며, 간성혼수 증상으로 응급실에 숱하게 실려갔다. 이 때문에 학교에도 자주 빠졌지만 김군은 어느 누구도 돌봐 줄 이 없는 아버지를 보살피는 게 다른 어떤 일보다 중요하다고 여긴다. 현재 아버지는 간이식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대 병원 이식 대기자로 남아 있다. 이와 함께 어려서 이식이 어려운 김군은 내년쯤 적정 나이가 되어 검사를 거쳐 아버지에게 간을 줄 꿈에 부풀어 있다. 가정 해체 와중에 누나도 가출한 터라 집안일까지 도맡아 하고 있지만 항상 밝은 표정으로 지낸다고 주변에선 입을 모은다. ●정부 보조금 아껴 매달 3만원씩 기부 생활이 어려워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정부 보조금 80여만원으로 버티고 있음에도 아버지가 자랐던 보육원에 다달이 3만원씩 후원하고 있다. 시상식은 오는 8일 낮 12시 청와대 오찬 간담회장에서 가족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다. 이날 시상식에는 효행자, 장한 어버이 수상자 등 200여명이 참석한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씨줄날줄] 가정폭력과 사생활/임태순 논설위원

    사생활이란 개념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프랑스대혁명 이후인 18세기 후반부터라고 한다. 부르주아라는 여유계층이 등장하면서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는 사적 공간을 요구하고 문자해독률이 높아지면서 독서문화가 낭독에서 묵독으로 바뀌어 개인의 생각이 싹트기 시작했다. 사생활의 중심은 가정이었다. 중세까지만 해도 사회적·경제적 단위에 불과했던 가정은 19세기로 접어들면서 가족 구성원의 애정과 안락함이 깃든 사적 공간의 대명사가 됐다. 그러나 공권력의 힘이 미치지 못하던 가정은 가부장의 횡포로 더 이상 치외법권지역으로 남을 수 없었다. 가부장이 자녀 또는 아내에 대한 폭력 등을 행사하면서 지배와 억압의 수위를 높여가자 경찰이 점차 가정폭력에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정폭력에 대한 공권력 행사를 당연시하는 서구와 달리 우리나라 등 동양사회는 아직 가정 내 일은 가정에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웃집에서 부부싸움을 하거나 자녀 울음소리가 들려도 모른 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대로 집안일에 외부인이 끼어들면 핀잔을 듣거나 봉변당하기 일쑤다. 가부장적 전통이 남아 있는 데다 자녀, 아내 등 가족을 개인이 아닌 소유의 개념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가족부가 2010년 발표한 가정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정폭력의 폐해는 심각하다. 조사에 따르면 가정폭력은 평균 지속기간이 11년 2개월에 이를 정도로 고질적이지만 3분의2에 조금 못 미치는 62.7%가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고 한다.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이 시행돼 가정폭력에 대한 공권력 행사가 강화된다고 한다. 가정폭력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관은 오늘부터 현장에 나가 가해자가 문을 열어주지 않아도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폭력피해 상태 등을 조사할 수 있다. 가정폭력이 장기화·은폐되는 추세에 비추어 볼 때 가정폭력에 대한 현장출입·조사권 등 경찰의 권한이 강화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권위적인 가부장 문화가 여전하고 가장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은 만큼 경찰의 공권력 행사는 말처럼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며칠 전만 해도 수원에서 경찰은 가출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으나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가출자를 구하지 못했다. 법이 시행되면 이런 일은 앞으로 크게 줄어들 것이다. 직무교육 등을 강화해 경찰관이 가정폭력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경찰은 더욱 스마트해져야 한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수원 남녀자살사건 진실공방

    경기 수원에서 발생한 남녀 자살사건과 관련, 경찰의 가택수색 부실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경찰과 유가족들 간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수원중부경찰서는 30일 오후 3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숨진 최모(44)씨의 남편 김모(48)씨 등 유가족들이 제기한 납치 의심 신고 주장에 대한 검증 작업을 진행했다. 유가족들이 사건 초기 납치 의심으로 신고를 한 긴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단순 가출로 판단, 수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날 119 신고 녹취록과 창룡문 파출소 신고 내용이 담긴 폐쇄회로(CC)TV, 내연남 오모(54)씨의 아파트 CCTV 등을 공개했다. 김씨는 119신고 녹취록에서 “집사람이 휴대전화를 가지고 나갔다. 오늘(26일) 오후 2시 연락이 두절돼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하고 싶다.”며 “불륜 때문에 각서를 받은 적이 있다. 이 남자와 같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119 관계자는 “불륜관계로 위치추적을 할 수 없다.”고 밝히자 김씨는 “‘나가서 없어질까’ 등의 말을 하고 갔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119 관계자는 “그렇다면 자살의심 신고로 접수하겠다.”며 위치추적을 실시했다. 경찰은 창룡문 파출소 신고 내용이 담긴 CCTV 공개를 통해서도 김씨가 납치 의심으로 신고할 만큼 급박한 상황이 아니라고 설명했으며, 내연남 오씨 아파트 CCTV에서도 강제적인 부분은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가택 수색에 항의했던 오씨의 딸 역시 “경찰에서 김씨를 찾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2년전부터 수차례 만나 집을 방문했고, 이날도 강압적으로 데려 온 것이 아니어서 신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앞서 최씨 유족들은 지난 26일 경찰에 최씨의 신병비관 자살 가능성을 제기하며 가출신고를 했다. 경찰은 이날 밤과 27일 오전 2차례 휴대전화 위치를 확인해 수색했으나 이들을 찾지 못했으며 지난 28일 낮 12시 42분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드러나 가택 부실수사 논란을 빚었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어린 가출’ 작년 2.4배 늘었다

    ‘어린 가출’ 작년 2.4배 늘었다

    집을 나가 거리를 헤매는 초등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가출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넓게 보면 가족 해체의 피해자다. 맞벌이 부부, 한 부모 가족의 증가에 따른 현상이다. 또 빠르게 바뀌는 사회적 환경 및 대화 없는 가족 관계, 통신 수단의 활용에 따른 대응력 확대, 예전과 다른 정신적·신체적 성숙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29일 여성가족부의 ‘연도별 가출 청소년 쉼터 이용현황’에 따르면 13세(초등학교 6학년생) 이하 가출 청소년은 2010년 374명에서 지난해 891명으로 1년 사이 2.4배 가까이 증가했다. 중학생 가출(14~16세)도 2010년 5905명에서 지난해 8702명으로 47.3%가 늘었다. 고교(17~19세) 때 집을 나가는 학생은 2010년 8750명에서 지난해 1만 2054명으로 37.7% 많아졌다. 비교적 나이가 어린 학생들의 가출이 뚜렷하다. 전체 가출 청소년도 꾸준히 증가세다. 쉼터에 들어온 가출 청소년이 2008년 1만 5133명에서 2009년 1만 6519명, 2010년 1만 6687명, 지난해 2만 3427명으로 3년 사이 54.8%나 늘어났다. 문제는 초등학생을 비롯, 중·고교생들의 가출이 습관처럼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본질적인 문제의 해결 없이 부모들이 “잡아왔으니 괜찮겠지.”라고 여기는 것은 착각이라는 이야기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의 ‘가출청소년 가정복귀 지원을 위한 심층조사 및 정책과제 발굴’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83개 청소년 쉼터에 머무는 가출 청소년 854명 가운데 가출 횟수가 1~3회인 청소년이 전체의 42.7%에 달했다. 10회 이상인 청소년도 30.1%로 10명 가운데 3명꼴이다. 가출의 중독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의 연구 결과 집을 나가는 원인은 다양했다. 가족 요인으로 ‘부모와의 의견 차이로 인한 갈등’(43.4%)이 첫째 이유로 꼽혔다. ‘부모의 지나친 간섭’(36%)이 그다음으로 조사됐다. 학교 요인으로는 ‘학교생활 흥미 부족’(24.1%)이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성적 및 학업의 부담감’(12.8%)이 뒤를 이었다. 친구 요인으로는 ‘친구와 늦게까지 놀고 싶어서(19.6%)’, 개인 요인으로는 ‘답답해서(50.7%)’가 가출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집밖의 아이들] “집에 아무도 없어 그냥 나왔다” 가출이 일상이 된 12살

    [집밖의 아이들] “집에 아무도 없어 그냥 나왔다” 가출이 일상이 된 12살

    경기 고양시 원당동에 살던 우영(12·가명)과 민호(10·〃)는 상습 가출 초등학생이다. 집을 나와 인근 서울 은평구 연신내 쪽에서 전전한 탓에 은평경찰서 경찰관 사이에서 우영이와 민호는 골칫덩어리다. 경쟁하듯 가출해 경찰서를 며칠간 발칵 뒤집어 놓은 뒤에야 겨우 귀가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가출은 현재 진행형이다. 우영이는 지난달 11일 오후 11시 30분쯤 지하철 3호선 연신내역 한 벤치에서 자고 있다가 순찰 중인 경찰관에게 딱 걸려 지구대로 끌려 왔다. 지하철역에서만 벌써 여러 차례 노숙하다 붙잡혀 왔다는 우영이는 “집에 아무도 없어 그냥 나왔다.”며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배가 고프면 대형마트 시식코너에서 끼니를 때우고 잠이 오면 지하철역 안에서 잤다. 가출은 12살 소년의 일상이었다. 민호의 일과도 우영이와 별로 다르지 않다. 민호는 올해 초 한 공터에서 추위를 피하려고 불을 피웠다가 방화범으로 몰려 지구대에 잡혀 오기도 했다. 보다 못한 민호 아버지는 아들을 강제로 휴학시킨 뒤 강원도로 이사하는 초강수를 뒀다. 그러나 민호를 찾아야 하는 물리적 거리만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가족 간의 소통 부재를 근본적인 요인으로 꼽으면서도 아이들의 정신적 성숙이 점점 빨라지는 데다 인터넷 등 통신환경의 변화가 저연령 가출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 ‘가출’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 보면 수백 개가 넘는 카페가 검색된다. 해당 카페에는 가출 희망자를 찾는 글에서부터 집을 나오면 어디서 어떻게 지내면 되는지, 적은 돈으로 어떻게 하면 오래 버틸 수 있는지 등의 이른바 가출 노하우가 즐비하다. 29일에도 한 가출 카페에 한 초등학생이 “가출을 준비하고 있다. 손에는 현금 15만원 정도 쥐고 있다. 어디로 가면 이 돈으로 먹고 잘 수 있을까.”라는 글을 올리자 답글이 순식간에 달렸다. “PC방 괜찮지만 의외로 돈이 금방 떨어진다.”, “찜질방 가서 어른들 옆에 빌붙어 버티면 된다.”는 등 구체적으로 방법론을 알려주기까지 한다. 송원영 건양대 심리상담치료학과 교수는 “인터넷의 발달로 초등학생이 과거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접하기 때문에 그만큼 사춘기도 빨리 찾아와 내·외적인 갈등으로 가출도 빨라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가출의 의미는 ‘너무 힘들다. 나 좀 봐 달라.’는 표현의 일종”이라면서 “상습가출로 이어지기 전에 다그치치 말고 이야기를 경청하며 고민을 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가출은 모든 연령대에서 동시에 확대되는 추세다. 중·고교생 가출은 청소년 가출의 절대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주리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별거, 이혼 등으로 인한 한 부모 가정 증가로 가정의 자녀 보육 기능이 부실해진 탓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저소득 한 부모 가정 현황을 살펴보면 2004년 4만 7405가구에서 2010년 10만 7313가구로 6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했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가 쉼터에 머무는 가출 청소년 68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에서도 가정 문제가 가출의 첫 번째 원인으로 지목됐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가출했다는 A(18)군은 “아버지가 경제적으로 자신을 키우기 어려워 아버지가 직접 쉼터에 맡겼다.”고 말했다. B(19)군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가출했는데 집에 빚이 많아 괴로워하며 자주 술을 마시는 부모님이 상습적으로 때리는 바람에 가출을 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청소년들의 가출이 성매매 등 범죄나 학교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행동을 통제해 줄 사람이 주변에 없기 때문이다. 청소년쉼터협의회 조사 결과 854명의 가출 청소년 가운데 ‘성매매를 직접 하거나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는 비율이 전체의 3.1%에 달했다. ‘남의 물건을 자주 훔친다’는 질문에 5.4%가 ‘그렇다’고 했다. ‘다른 사람의 돈을 강제로 빼앗은 적이 있다’라는 항목에선 19.2%가 긍정적 답변을 보였다. 유해환경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았다. 37.8%는 술이나 담배를 즐겼다. 김진아·명희진기자 jin@seoul.co.kr
  • [집밖의 아이들] 돈 떨어지면 갈 곳 없는데…쉼터도 열악

    가출 청소년들은 PC방이나 찜질방을 전전하다가 돈이 떨어지면 선택의 기로에 선다. 금품을 훔치며 계속 떠돌지, 쉼터를 찾을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절도 등의 범행을 저지르지 않는다면 일반적으로 ‘쉼터’를 찾는다. 그런데 그 쉼터가 열악하다. 현재 가출 청소년들을 위한 쉼터는 전국에 83곳이 있다. 24시간 이내 일시 보호 쉼터는 10곳, 3개월 내외의 단기 쉼터 48곳, 2년 내외 중장기 쉼터 25곳이다. 가출 유형에 따라 시설에도 차이가 있는 셈이다. 문제는 쉼터가 늘어나는 가출 청소년을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쉼터의 총 정원은 889명이지만 쉼터를 이용한 가출 청소년 수는 2만 3427명이었다. 잠시 머물렀다가 떠난 가출 청소년을 감안하더라도 적어도 20배 이상 정원을 초과했다. 예산도 부족하다. 2010년도 예산은 58억 7400만원이다. 같은 해 쉼터를 이용한 청소년 수가 1만 6687명이니 1인당 35만원에 불과한 셈이다. 쉼터 운영비·인건비로도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쉼터 내 직원들의 처우도 열악했다. 직원의 50%가량이 1년 미만 근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초임 연봉이 2000만원도 채 안 되다 보니 1년도 못 버티고 더 나은 직장을 찾아 줄행랑을 친 탓이다. 때문에 쉼터 내에서 심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취업 기술, 약물 중독 예방법 강의 등을 해도 효율적인 교육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더구나 가출 청소년들도 쉼터를 치유의 공간이 아닌, 그저 잠시 머물렀다 가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 김은영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회장은 “쉼터가 가출 청소년 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가출은 예방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아·명희진기자 jin@seoul.co.kr
  • [집밖의 아이들] 실질적 해법은

    점차 저연령화되는 청소년 가출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초등학교의 역할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초등학교 정규 교육과정에 가출 예방 프로그램을 편성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초등 1학년 때부터 가출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식을 심어 주면 고학년이 됐을 때 가출률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일반적으로 자녀가 집을 나갔을 때 부모는 “갑작스럽고 당혹스럽다.”고 반응하지만 정작 자녀가 가출을 결심하기까지는 부모보다 오래 생각하고 내린 결론일 경우가 많다. 부모가 자녀의 입장에서 한 번 더 고민하고 대처해야 하는 이유다. 부모들은 “우리 아이는 가출할 리 없어요.”라는 인식부터 버려야 한다. 송영숙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학교와 가정의 공조는 필수”라면서 “학교 방과 후 활동, 돌봄 교실 등에서 가출예방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화와 상담은 필수다. 교사들은 상담을 통해 학생들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김은영 청소년쉼터협의회 회장은 “학기 중 1~2회 정도 교내에서 대대적으로 가출예방캠페인을 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출 횟수에 따라 재가출이나 가정복귀 가능성이 달라지는 만큼 별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가출 횟수가 1~3회인 학생은 비교적 저위험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4~9회인 학생은 중위험군이다. 중위험군 아이만 돼도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채 “우선 들어와서 이야기하자.”는 식의 설득은 그다지 효과가 없다. 아이가 스스로 수긍할 수 있는 미래를 제시하고 집에 돌아오도록 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10회 이상인 고위험군은 가정복귀 가능성이 희박하다. 집보다는 자립을 위한 지원책을 우선할 필요가 있다. 부모의 학대나 보호의지 부족으로 인한 가출이 많아서다. ‘가출 청소년’과 ‘집 없는 청소년’(homeless)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부모도, 집도 없는 청소년에게 귀가를 독촉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미국은 1974년 가출청소년법을 제정하고서 가출청소년과 집 없는 청소년 구분 작업부터 시행했다. 가출 청소년은 ‘부모나 법적 보호자 허락 없이 적어도 하룻밤 이상을 집에서 떠나 지내는 청소년’으로, 집 없는 청소년은 ‘쉴 곳이 없고 서비스, 쉼터, 감독 및 보호를 요하는 청소년’으로 정의했다. 가출 청소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홍보도 중요하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범죄의 표적’ 스마트폰 2년새 분실 신고 50배

    ‘범죄의 표적’ 스마트폰 2년새 분실 신고 50배

    최근 매달 5만여대의 휴대전화가 사라지고 있다. 고가의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범죄의 표적으로 떠올랐다. 경찰도 스마트폰과 관련된 신종 범죄 예방책을 마련하기위해 고심하고 있다.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월 1107건에 불과했던 휴대전화 분실 신고 접수 건수는 지난해 1월 1만 520건으로 1년 사이 10배나 늘었다. 지난 1월엔 5만 5205건으로 다시 5배가 급증했다. 2년 만에 50배나 증가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분실 신고되는 휴대전화 대부분이 스마트폰”이라면서 “경찰에 분실 신고한 접수증을 통신사에 제출해야 스마트폰 보험을 통한 보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분실 신고 현황에는 허위 분실 신고도 포함돼 있다. 스마트폰 보험 제도를 악용, 새 제품으로 교환받으려는 소비자가 적지 않은 탓이다. 통신사 측은 “허위 신고 여부를 확인하지만 면밀히 따지기가 쉽지 않아 보상해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사용자 수는 현재 2500만명을 넘어서 3000만명에 육박했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을 노린 절도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 대당 100만원에 이를 정도로 비싸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절도 사건이 하루를 멀다 하고 잇따라 터져 나오는 이유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이날 찜질방, 오락실 등에서 스마트폰 304대(시가 2억 6000만원)를 훔친 고모(25)씨 등 75명을 절도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로부터 스마트폰 1대당 20만~40만원에 사들인 장물업자 신모(27)씨 등 8명도 장물취득 혐의로 입건했다. 영등포경찰서도 중학교 후배들을 시켜 조직적으로 고가의 스마트폰 8대(시가 590만원)를 빼앗아 팔아넘긴 양모(17)군을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공범 12명과 장물업자 김모(30)씨는 불구속했다. 전화 한통 쓰자며 스마트폰을 빌렸다가 도주해 버리는 사건도 잦다. 특히 PC방, 찜질방은 스마트폰 절도에 가장 취약한 곳으로 떠올랐다. 노성훈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밀폐된 곳일수록 절도 유혹에 노출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실제 PC방 등을 전전하는 가출 청소년들이 스마트폰 절도범 가운데 압도적인 숫자를 차지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학교 폭력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일진들에게 스마트폰은 탐나는 아이템이다. 현금화가 쉬워서다. 절도는 아니지만 택시 운전사들도 스마트폰 분실률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택시에 손님이 두고 내린 스마트폰이 적지 않다. 장물업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스마트폰을 매입한다.”는 내용의 명함을 택시기사들에게 뿌릴 정도다. 전화가 걸려오면 지하철역 인근에서 만나 거래한다. 기종에 따라 20만~40만원에 팔아 넘길 수 있어 택시기사에겐 쏠쏠한 용돈이 된다는 것이다. 택시에 두고 내린 스마트폰에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는 이유다. 이영준·조희선기자 apple@seoul.co.kr
  • ‘학업포기’ 학교밖 10대 年 7만명

    ‘학업포기’ 학교밖 10대 年 7만명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 탈락하는 10대 청소년들이 전국적으로 연간 7만명에 이르고 범죄를 저질러 보호관찰처분을 받는 청소년도 연간 4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학교 부적응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강화 및 법무부의 보호관찰 관리 강화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경기 고양시에서 또래 친구 집단 폭행 치사 및 암매장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들은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거나 가출한 10대 청소년들이었다. 22일 일산경찰서에 따르면 구모(17)군 등 피의자 9명과 이들에 의해 숨진 백모(17)양 등 10명 가운데 7명은 학업 중도 포기자였다. 고교 재학생 3명도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거나 제적당해 3~4개 학교를 전전하다 현재의 고교에 전·입학했으나 사건 며칠 전부터 등교하지 않았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김춘진(민주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처럼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못하는 청소년들이 초·중·고를 통틀어 전국적으로 연간 6만~7만명에 이른다. 가출 청소년 현황의 경우 집계된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한편 이번 사건 피의자 중 3명은 보호관찰 처분 기간 중 또다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보호관찰의 허점도 드러났다. 구속된 A양은 집중 관리대상으로, 출산한 지 두달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범행에 가담했다. B군은 외출제한 명령이 해제되자마자 범죄의 유혹을 끊지 못하고 백양을 집단 폭행하는 데 가담했다. C양의 경우 보호관찰처분을 받은 지 2개월 만에 이들과 어울리며 범행을 저질렀다. 법무부가 지난 3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지원(민주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보호관찰 대상자 재범률 현황 및 청소년 보호처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청소년은 4만 7323명으로, 같은 해 성인을 포함한 전체 보호관찰 대상자의 절반에 이른다. 특히 이번에 사건이 발생한 고양시에서는 지난해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3700명 중 청소년 비중이 40%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각계 전문가들은 “중도 탈락 학생이나 가출 청소년 모두를 문제아로 봐서는 안 되겠지만 이들이 잘못된 길로 빠져들지 않도록 체계적으로 도울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상봉기자 hsb@seoul.co.kr
  • “경제난·가정해체 등으로 탈선…기술 교육 등 패자부활 길 열어줘야”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 탓에 부모의 보살핌 없이 자란 게 탈선의 큰 이유이다. 가난이 대물림되는 것을 막지 않는다면 악순환은 되풀이될 것이다.” 전국 최초로 설립된 공립 대안학교 수원 대명고교 정진수(58) 교장이 말하는 중도탈락 학생과 가출 청소년 문제의 원인 진단이다. 정 교장은 22일 “이들이 성장해서 경제적으로 자립할 길을 찾도록 해 가난 대물림의 연결고리를 끊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탈선 청소년들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자식들도 똑같은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고 탈선과 가출의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면서 “가정에서 부족했던 지적·인성적인 교육을 학교에서 채워줄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분석한 결과, 어릴 때부터 부모와 함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면서 “부모들이 맞벌이를 하느라 아이들을 따뜻하게 보살필 수 없었고, 출발부터 어긋나기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정 교장은 “탈선 학생들도 자신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돌파구가 없기 때문에 정상궤도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들을 따뜻하게 맞아주고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정 교장은 해결 방안으로 공립 대안학교를 늘리고 그곳에서 직업교육 등 자립할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사립 대안학교는 전국에 30여곳에 달하지만 공립은 전국에 2곳밖에 없는 실정”이라면서 “대안학교도 전문계 고교처럼 학비를 면제해주고 기술교육 등을 통해 경제적인 자립기반을 갖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일반 학교에서 대안학교의 프로그램을 접목시켜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최창의 경기도 교육의원은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지 않으면 노숙자만도 못한 취급을 받게 된다.”면서 교육청과 지자체 간 역할분담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교육의원은 “노숙자는 밥이라도 얻어 먹는데, 학교를 나온 청소년들은 끼니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등 학교를 나가는 순간부터 아무런 사회적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다.”면서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들도 학생들과 똑같이 학습·취미·직업교육을 계속해서 받고 사회적 교양을 쌓을 수 있도록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역할을 분담해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청소년문화연대 조인핸드 박상돈 회장은 “일반 학생들은 매월 10만원의 용돈이 필요하지만 가출 청소년들은 20만~30만원의 용돈이 필요해 범죄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다.”면서 “부모의 경제적 지원이 넉넉하지 않은 청소년들을 위한 아르바이트 지원센터 운영도 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김병철·한상봉기자 kbchul@seoul.co.kr
  • 부모는 손들고 당국은 손놓고… 범죄로 내몰리는 ‘학교밖 10代’

    부모는 손들고 당국은 손놓고… 범죄로 내몰리는 ‘학교밖 10代’

    10대가 위험하다. 학교에서는 동급생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가해자로, 학교 밖에서는 또래 친구를 집단폭행하고 암매장까지 하는 무서운 범죄자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학교폭력 실태 조사 등 대대적인 학교폭력 대책을 쏟아냈지만 10대 폭력은 근절되기는커녕 오히려 확산되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학내 대책 못지않게 위기에 처한 ‘학교 밖 10대’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과학기술부 자료에 따르면 학교 부적응 청소년 규모는 무려 6만명이나 된다. 2008년 7만 3494명, 2009년 7만 1769명, 2010년 6만 1893명이다. 전체적인 부적응 청소년 규모는 감소추세지만 고등학생의 경우는 2008년 1만 4015명, 2009년 1만 6267명, 2010명 1만 5267명 등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중도 탈락 학생이나 가출 청소년 모두를 문제아로 보기는 어렵다. 입시 위주의 공교육 체계가 맞지 않아 유학을 가거나, 홈스쿨링을 하는 등 가정에서 독자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경우는 문제아로 분류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번 경기 일산에서 발생한 10대 가출 청소년들의 또래 친구 집단 폭행 치사 및 암매장 사건에서 드러났듯 가정문제나 학업 등의 이유로 중도 탈락한 경우다. 이런 경우에는 부모나 학교 및 사회의 관심이 없으면 탈선이나 범죄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들을 체계적으로 도울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구모(17)군은 수업일수가 모자라거나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으로 고등학교를 3~4차례 자퇴하거나 제적당해 현재의 고교로 옮긴 경우였다. 그는 이번 사건이 있기 전 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임교사가 어머니에게 학생을 데리러 가자고 했을 때, 구군의 어머니는 “가봐야 소용없다. 큰일난다.”며 오히려 만류했다고 한다. 구군이 이번에 함께 구속된 누나와 함께 과거에도 여러 번 집을 나간 적이 있는 데다 교사가 혹여 봉변을 당할 것을 우려한 측면도 있으나 부모가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숨진 백모양도 과거 두 차례에 걸쳐 가출을 했기 때문인지 백양의 부모는 딸이 보름 가까이 집에 들어오지 않았으나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집단폭행 사건이 일어난 고양시의 다세대 주택 지하방을 얻은 이모(17)양은 결손가정에서 자랐다.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고모 집에서 지내야 했던 이양은 고모의 자녀들과 커가면서 잦은 충돌을 일으켜 몇 달 전 고모 도움으로 원룸을 마련해 독립한 경우였다. 어릴 때부터 심장과 호흡기가 약했던 이양은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이 그 누구보다 절실했으나 가출한 다른 10대들과 잘못 어울리면서 ‘엉뚱한 길’로 접어들었다. 이처럼 10대 가출이 적지 않지만 교육당국이나 경찰은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교육청 관계자는 가출현황에 대해 “부모들이 자녀들의 가출실상에 대해 협조를 하지 않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대 암매장 사건으로 붙잡힌 9명 중 3명이 재학 중인 G고등학교 A교장은 “고양시 지역에서 중도 탈락한 학생 중 20%만이 전·입학을 해오고 있으나 나머지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며 위기에 처한 청소년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한상봉기자 hsb@seoul.co.kr
  • [커버스토리] 성적·경쟁·진학… 당신의 자녀는 행복합니까

    [커버스토리] 성적·경쟁·진학… 당신의 자녀는 행복합니까

    이른바 ‘명품학군’으로 불리는 서울 서초·강남·양천 등 3구에 거주하는 초·중·고교 학생들의 우울증 비율이 전체 25개구의 평균보다 최대 50%가량 높았다. 서울신문이 20일 지난해 서울 시내 25개구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은 초·중·고교 학생(7~19세)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학생 121만 9799명 가운데 6134명이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평균은 1000명당 5명꼴이다. 분석은 건강보험관리공단으로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은 지역별 학생과 서울시교육청의 구별 학생 수를 비교했다. ●서울 1000명당 5명… 서초 7.4명·양천 7.2명 지역별로 우울증을 겪는 학생 수는 서초구가 7.4명으로 가장 많았다. 양천구가 7.2명, 강남구가 6.8명으로 뒤를 이었다. 동작구는 6.3명, 성동구는 6.2명, 송파구는 6.1명이었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형편이 낫고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학업열이 높은 지역일수록 우울증에 걸린 학생 비율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종로(2.9명), 중구(3.4명), 동대문구(3.9명) 등은 우울증에 걸린 학생의 비율이 비교적 낮았다. ‘교육특구’로 분류되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차이는 1.5배 정도다. 학업열이 높다는 평판을 받는 노원구가 4.4명로 나타난 것과 관련, “중계동 이외에 특별한 학군 지역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교육청의 설명이다. 지난 6년간 우울증 진단을 받은 학생 수를 비교하면 더욱 뚜렷하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에서 우울증을 앓은 학생은 3만 7074명이다. 강남구가 3462명으로 전체의 9.3%를 차지했다. 송파구는 8.8%인 3276명, 노원구는 7.7%인 2880명, 서초구는 6.5%인 2426명, 양천구는 6.2%인 2281명으로 집계됐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목동이 있는 양천, 노원 등 학군이 발달한 다섯 곳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은 학생이 1만 4325명으로 전체의 38.6%다. 같은 기간 부산과 대구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은 학생 1만 3249명보다 1000명 이상 많은 수치다. 반면 종로구는 500명, 중구는 375명, 동대문구는 823명으로 교육특구에 비해 크게 적었다. ●강남구 우울증 학생, 서울의 10% 육박 김재원 서울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학군이 좋은 지역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관심이 더 많아 조기에 발견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러나 구체적인 조사를 해 봐야 하겠지만 학업 스트레스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교수는 “무단결석·게임중독·가출 등 행동 문제로 나타나거나 신체 증상 이상, 성적 하락 등으로 위장되기 때문에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강조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용어클릭] ●우울증 우울감과 삶에 대한 흥미 및 관심 상실이 핵심적인 증세다. 정신·신체적 증상을 일으켜 일상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는 질환이다. 심각할 경우 자살로 이어진다. 우울증은 일시적 우울감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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