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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너지 절감 현장을 가다] 한국농어촌공사

    [에너지 절감 현장을 가다] 한국농어촌공사

    퇴비로 쓰이거나 악취, 수질오염 등 환경문제를 유발시키던 가축 분뇨가 전기에너지로 새로 태어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산하 농어촌연구원을 중심으로 가축 분뇨를 전기로 바꾸는 가축 분뇨 에너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축산 농가에서 나오는 가축 분뇨와 음식물 쓰레기 등을 모아 열병합 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이다. 첫 시범사업 대상지인 전북 정읍시의 가축 분뇨 에너지화 사업장은 연간 1800MWh(1MWh=1000KWh), 한 달 기준 약 2000만원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축산 분뇨로 만든 전기는 한국전력공사로 전송되고, 발전하고 남은 폐기물은 다시 비료로 만들어져 농가에 공급되는 등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알짜배기 사업이다. 이 사업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도 줄여 준다. 향후 10년간 온실가스를 1만 6640t이나 감축할 수 있다. 2000㏄ 승용차 100대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1165회나 왕복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양과 같다. 농어촌공사는 조만간 전북 완주, 전남 순천, 충남 부여·아산, 제주 서귀포 등 5개 지역에도 사업장을 설치할 예정이다. 2017년까지는 가축 분뇨 에너지화 사업장을 21곳으로 늘려 연간 44만t가량의 가축 분뇨를 처리해 약 8만 4000MWh의 전기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다리 8개, 몸 2개지만 머리 1개인 가축 태어나…

    다리 8개, 몸 2개지만 머리 1개인 가축 태어나…

    전 세계로 소나 양 등의 가축을 수출하는 낙농국가 뉴질랜드에서 다리 8개, 귀 4개, 몸통 2개지만 머리는 하나인 송아지가 태어나 주목을 끌고 있다. 2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 인터넷매체 허핑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뉴질랜드 낙농가 닉 데이비라는 남성이 웹사이트 ‘NZ파머’를 통해 19일 선청성 결함을 지닌 송아지가 죽은 채 태어났다고 밝혔다. 그는 그 사이트를 통해 만일 당시 자신이 그 자리에 없었다면 출산한 어미소는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는 원래 자신이 쌍둥이 송아지를 받게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다리 8개, 귀 4개, 몸통 2개이지만 머리는 하나인 송아지를 받게 될 줄 몰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수의사 조너선 스펜서는 “데이비의 송아지는 수정란 분할이 불안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보였다. 한편 소나 염소, 돼지 등의 가축에서는 종종 선천성 결함이 나타나지만 머리가 하나지만 몸통이 둘인 경우는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임구르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300만명 아사한 70여년전 中 허난성 이야기

    1942년. 대구의 낮 최고 기온이 40도를 기록하는 등 대한민국이 가장 뜨거웠던 해, 중국 허난(河南)성엔 유래를 찾기 힘든 대기근이 몰아닥쳤다. 당시 허난성 전체 인구는 3000만명. 1년 이상 지속된 가뭄으로 이 가운데 300만명은 굶어 죽고, 1000만명은 유리걸식하며 비참한 삶을 이어갔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 대참사는 중국 정부 기록엔 전혀 남아 있지 않다. 대기근의 참상은 2009년 류전윈 런민대 교수가 쓴 장편소설 ‘1942를 돌아보며’가 출간되면서 알려졌다. 허난성 언론들은 소설 내용에 충격을 받았고, 그 가운데 ‘허난상보’는 특별취재팀을 꾸려 추적에 나섰다. 당시 일부 지식인들이 쓴 취재기나 지방지에 남은 단편적 기사 등을 근거 삼아 참상을 복원했다. 책은 이처럼 ‘허난상보’의 편집장 멍레이와 관궈펑, 궈샤오양 등 기자들이 취재한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대기근은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작물은 죄다 타들어 갔고, 주민들은 논 몇 마지기를 팔아야 겨우 하루 양식을 구할 수 있었다. 푸성귀나 나무껍질조차 동나자 주민들은 가죽끈과 소가죽, 심지어 기러기똥까지 먹어야 했다. 극한상황에서 인륜은 사치였다. “피난민들은 손톱을 씹고서야 자신이 먹는 것이 인육으로 만든 만두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누구도 상관하는 이가 없었다. 어느 부부는 친딸을 먹었다. 야성을 되찾은 들개 무리는 여기저기서 시체를 뜯어 먹었다. 어느 일가족은 가산을 모두 내다 팔아 마지막 한 끼를 배불리 먹은 뒤 자살했다.” 책이 전하는 70여년 전의 실제 지옥도다. 가뭄은 천재(天災)였지만, 참사로 키운 건 사람이었다. 저자들은 대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장제스 정권의 실정(失政)을 꼽고 있다. 책이 중국 공산당의 지원 아래 출간된 것도 허난성의 비극을 통해 ‘국민당 수괴’ 장제스의 실정을 드러내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장제스는 1938년 일본군을 막을 시간을 벌기 위해 황하를 막고 있던 ‘화위안커우 제방’을 폭파한다. 황하가 범람하며 무려 89만명의 주민이 사망했다. 수로와 우물은 파괴됐고, 농경지도 3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가축도 사라졌다. 이 와중에 출현한 메뚜기떼는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옥수수와 조, 수수 등 곡물들을 깡그리 먹어치우며 참사를 부채질했다. 저자들은 정치지도자들의 오판을 비판하며 “우리가 (그 사건을) 끝내 잊는다면 또 다른 대기근이 우리를 덮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유례없는 폭염·가뭄… 애타는 지자체들] 재해보험 미가입 농가들 ‘울고 싶어라’

    불볕더위로 가축 폐사가 잇따르고 있지만 가축재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농가가 많아 피해가 우려된다. 16일 전국 자치단체와 NH농협손해보험에 따르면 유례없는 폭염이 계속되면서 닭, 오리 등 가축들이 집단 폐사하고 있다. 가금류보다 더위에 강한 돼지도 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좁은 공간에서 집단 사육하기 때문에 축사 내 온도가 높고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가축재해보험에 가입한 농가들은 다행히 시가의 80~100%를 보험금으로 받을 수 있지만 가입하지 않은 농가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아야 하는 실정이다. 지난 6월 현재 국내 가축 사육마릿수는 16개 가축 종류에 2억 960만 7807마리이다. 이 가운데 재해보험에 가입한 가축은 지난달 현재 71.9%인 1억 5078만 3816마리에 그쳤다. 가축 종류별 보험 가입률은 닭 76.7%, 오리 55.6%, 돼지 75.4%이나 소는 8%에 불과하다. 가축 40만여 마리가 폐사한 전북지역 가입률은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이다. 도내 3200여 축산농가 가운데 재해보험에 가입한 농가는 1793가구로 가입률이 56% 수준에 머무른다. 닭의 경우 3만 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농가가 보험가입 대상인데 635농가 가운데 78%인 495농가가 가입해 비교적 높은 가입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소는 1916농가 가운데 881농가만 가입해 가입률이 46%에 불과하다. 전남지역의 경우 27농가에서 닭 6만 6280마리, 오리 9193마리, 돼지 65마리 등 모두 7만 5538마리가 폐사했다. 그러나 재해보험에는 15농가(5만 1300마리)만 가입해 나머지 12농가(2만 4238마리)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충북지역도 가입 대상 1465만 마리 가운데 544만 마리가 가입돼 37.2%의 가입률을 보이고 있다. 농협손해보험 관계자는 “가축 마릿수를 기준으로 한 가입률은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대규모 농가들의 가입률이 높기 때문”이라며 “소규모 영세 농가들은 사실상 가입률이 낮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보험 가입률이 낮은 것은 농가의 이해 부족이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보험 가입비의 75%까지 지원하고 자치단체들도 홍보를 강화하지만 가입률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설마 나에게 재해가 닥치겠느냐는 안일한 생각에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농가가 많지만 강제로 가입시킬 수도 없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1년이 지나면 소멸돼 가입을 꺼린다”고 말했다. 한편 가축재해보험에 가입한 농가 가운데 폭염 피해가 발생한 농가는 이달 현재 449농가, 100만 3065마리로 이들 농가에 지급될 보험금은 1억 6255만원이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돼지 축사에 시원한 물줄기…폭염에 가축폐사 늘어

    돼지 축사에 시원한 물줄기…폭염에 가축폐사 늘어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가축들의 폐사가 늘어나는 가운데 14일 경기 김포시의 한 양돈농가에서 농장주가 돼지들에게 더위를 식혀 주기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가축들도 폭염 ‘비명’

    가축들도 폭염 ‘비명’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가축들의 폐사가 늘어나는 가운데 14일 경기 김포시의 한 양돈농가에서 농장주가 돼지들에게 더위를 식혀 주기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녹조·적조 확산 비상] “폭염탓, 가뭄탓” 대책 없는 환경부… 수질·정수관리 전전긍긍

    [녹조·적조 확산 비상] “폭염탓, 가뭄탓” 대책 없는 환경부… 수질·정수관리 전전긍긍

    녹조나 적조 현상 모두 플랑크톤이 과다 번식해 바다나 강의 색깔이 변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플랑크톤의 색깔에 따라 적조 또는 녹조로 불린다. 적조는 바닷물에 유기물질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시작된다. 육지에서 유입되는 질소(N)와 인(P) 성분 증가와 연안 갯벌 감소도 적조 발생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인 성분은 폭염과 높은 수온을 만나 플랑크톤 번식을 도와 바닷물의 산소 농도를 떨어뜨린다. 적조가 발생하면 용존산소(바닷물의 산소 농도)가 낮아져 어패류 폐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이때 독성을 지닌 플랑크톤도 증가하는데 사람이 독성물질이 축적된 어패류를 먹을 경우 중독 증상을 보일 수도 있다. 녹조 현상은 수중의 식물성 플랑크톤인 조류 때문에 발생한다. 강이나 호소에 부영양화가 진행되면 조류가 대량 발생하여 녹조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조류는 남조류, 규조류, 녹조류로 구분되며, 이 가운데 남조류는 독소(마이크로시스틴)를 생성하여 상수원을 오염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세계보건기구(WHO)는 남조류가 간암을 유발시키는 물질로 지정된 독성 물질을 지녀, 직접 마시지 않더라도 물고기나 물놀이를 통해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남조류는 인체의 간에 위해를 줄 뿐만 아니라 물고기 폐사 등의 피해를 유발시키고, 독소와 악취(풀·곰팡이 냄새)로 수돗물에도 영향을 준다. 정수장의 응집·침전 등 처리기능에 장애를 일으킨다. 또한 용존산소 감소로인한 수중 생물 폐사와 해외에서는 남조류 독소에 의한 가축·야생동물이 폐사한 사례도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녹조로 우려되는 상황은 냄새와 정수처리 장애 등 상수원 문제에 국한되고, 외국과 같은 가축·인체피해 사례는 아직까지 없었다”고 밝혔다. 조류는 주로 수온이 상승하는 봄철부터 늦가을까지 생긴다. 일반적으로 냉수성 규조류는 3~5월에 증식하고, 남조류는 일사량이 증가하는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증식한다. 조류는 물의 표면에 떠다니다 밤이 되면 수중으로 가라앉고, 다시 낮이 되면 부상하는 상하이동을 반복하는 특성이 있다. 적조나 녹조 발생은 수온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물의 온도가 높아지면 미생물 번식이 왕성해지기 때문이다. 보통 바닷물 온도가 21~26도일 때 적조현상이 나타난다. 특히 폭염이 지속되고 바닷물 움직임이 적을 때 플랑크톤이 급증하고 적조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된다. 남해안의 적조에 이어 낙동강과 영산강에 녹조가 급속도로 번지자 수질관리 책임 부처인 환경부는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이상기후로 인한 폭염탓만 할 뿐,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도 가뭄과 폭염 때면 어김없이 녹조가 발생했다가 비가 오면 사라졌다. 유례없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녹조가 전국으로 번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연일 긴급대책 회의를 개최하고, 정수처리 시설 등에 대한 실태 파악을 하느라 신경이 곤두서 있다. 정진섭 환경부 수질관리과장은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녹조가 확산될 것에 대비해 관계기관 등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오염물질 배출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현장순찰과 실시간 수질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원수·정수에 대한 수질 분석과 정수처리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수돗물에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세종 유진상 기자 jsr@seoul.co.kr
  • [녹조·적조 확산 비상] 獨, 물 쓴 사람이 자체 폐수 처리

    해마다 여름이 되면 강과 바다를 뒤덮는 적·녹조를 막기 위해 해외에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미국의 경우 플로리다주와 멕시코만, 메릴랜드주 등에서 적·녹조가 발생한다. 녹조에 특효약이 없는 만큼 미 당국은 예방에 주력한다. 녹조의 주범인 비료와 가축 배설물이 하천에 유입되지 않게 농민들을 계도하고, 목초지 둘레를 담으로 막아 동물들이 아예 하천에 접근할 수 없게 만든다. 일본은 섬나라라는 지리적 특성상 적조나 녹조가 자주 발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혼슈와 시코쿠섬 사이의 세토나이카이에서는 지난해 대규모 적조가 발생해 큰 피해를 입었다. 일본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앞장 서 바다의 부영양화를 막기 위해 하수도 정비 사업을 진행하고 인공 간척지도 조성한다. 독일에서는 물을 쓴 사람이 직접 오·폐수를 처리, 방류해 적·녹조의 원인이 되는 오염 물질이 하천이나 바다에 흘러가는 것을 원천 차단한다. 공장이나 목장 등 물 이용자는 2~3단계에 걸쳐 폐수를 자체적으로 처리해야 하고, 정부는 불시에 수질 검사를 실시해 준수 여부를 확인한다. 이런 노력 덕분에 현재 독일 전역의 하수 처리율은 95%를 넘는다. 적조 피해가 큰 중국은 황토를 집중 투입하고 있다. 중국과학원 해양연구소 위런청(于仁成) 연구원은 “적조가 심한 동해 창장(長江)강으로의 질소 유입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서울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남정네가 냉담하시면 계집은 매우 무색하여 몸 둘 바를 몰라 처신이 매양 두서없고 거동이 주책없기 마련입니다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내일 접소로 돌아가시면 동배간들이 야심한 터에 처소를 나간 곡절을 묻고 놀림가마리가 될 터인데, 어찌 감당하시겠습니까.” “몰래 나왔는데 눈치나 챘겠소” “어림없습니다. 내일 동 트기 전에 벌써 접소는 물론이고 왕피천 염막에까지 소문이 파다할 터인데요. 밤말은 쥐가 듣고 낮말을 새가 듣는다지 않습니까. 그러나 기방 점고하는 질청의 호방은 눈치채지 못할 것입니다.” “먼저 손을 써놓았구려.” “진작에 인정전을 찔러주었으니, 귀동냥으로 눈치를 챘어도 한동안 못 들은 척하겠지요. 걸핏하면 면박을 잘하는 위인이긴 하지만, 그동안 관령 거역한 적도 없었으니 비위가 거슬려도 잠잠하겠지요.” “참으로 빈틈이 없구려.” “접장과의 일이라면 불을 들고 화덕으로 뛰어들라 해도 서슴지 않겠습니다.” “이런 낭패가 없구려.” 두 사람은 나란히 누워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정한조는 잠깐 눈을 붙였다 닭울녘이 되어 서둘러 지어준 새벽동자를 먹고 향임의 집을 나섰다. 뻐근했던 하초가 문득 가벼워진 것을 깨달았다. 손에는 향임이가 쥐여준 조그만 항아리 하나가 있었다. 마시라고 주는 견술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길가에 흔히 있는 쇠비름을 뜯어 고은 것입니다. 오행초(五行草)라 하기도 하고 장명채(長命菜)라 부르기도 해서 장수의 명약이지요. 피를 잘 돌게 하고 악창을 다스리는 데 특효라 합니다. 하루에 한 숟갈씩 드시면 오래 사신답니다.” 항아리를 쥐여주며 향임이가 한 말이었다. 접소에 당도하였을 때는 아침 선반머리가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접소의 헐숙청에 있어야 할 동배간들은 어디로 갔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10여 년째 접소에서 동자치 노릇하는 노파와 적굴에서 풀려난 후 그때까지 접소에서 양류밥을 먹고 있는 몇몇 늙은이들과 아녀자들이 비설거지를 하느라고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모두 한 잎에서 난 듯 지난밤에 자취를 감춘 연유에 대해선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동배간들은 아침동자 먹는 대로 내왕 행보로 한식경에 상거한 흥부장 어물 도가나 염막으로 흩어진 뒤였다. 그들이 입도 뻥긋하지 않는 것에 주눅이 들어 살평상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진력나도록 우두망찰하는데, 마침 샛재로 갔던 만기가 비를 흠뻑 맞으며 종종걸음으로 접소에 당도하였다. “초례청을 차려 혼례를 치르기로 담판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만기의 속내를 누구보다 잘 꿰고 있기에 지난밤의 일을 눈치챌까, 공연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만기가 초연한 척하겠지만, 눈치채게 된다면 필경 강새암이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차제에 곡경을 치른다 할지라도 만기와의 사이를 이렇게 처분하는 것이 속 편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하지 않아도 될 한마디를 거들었다. “월천댁이 많이 놀라서 기함하고 말았겠지?” “한 지붕 밑에 한 이불을 덮고 잠들던 모녀지간에도 딴 꿍심을 먹고 있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불찰이 자기에게 있다고 한탄하였습니다. 자기 속에서 내질린 피붙이라면 필경 자기 손바닥 속에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숱한 풍진을 감내해왔는데, 종국에 가서는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히는 꼴이 되었다고 눈물을 질금거립디다. 시생을 신랑감으로 겨냥하고 있었던 것도 믿던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 되었지요. 구월이가 진작 소동 커질 것을 알아채고 이웃에 몸을 숨겼기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일찌감치 조리돌림으로 분풀이를 당했을 터지요. 두 눈을 흡뜨고 샛재 비석거리가 들썩하도록 들쑤시고 다녀도 구월의 행방을 찾아내지 못한 월천댁은 애매한 까치 소리에 돌팔매질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부아를 달래는 고초를 겪었지요.” “임자도 같이 곡경을 치렀겠구만.” “불구녕을 질러대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습니다…가시나무 비녀와 삼베 치마로 몸가축을 한들 얼마 가지 않아 콧등이 땅에 닿을 늙은이에게 소생을 맡길 수 없다고 버티는 심지를 돌려놓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아침에 바람 불고 저녁에 비가 내리는 속에, 외로운 등불과 차디찬 벽을 마주하는 것은 참으로 견디기 어렵다는 것을 월천댁도 잘 알지 않소. 이미 배태까지 한 소생을 어미처럼 만들지 말고 심지를 다잡으라고 으름장까지 놓았더니 한바탕 서럽게 울고 나서 한다는 말이 괴이하더이다.” “그건 무슨 소린가?”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시생이 임소의 도회에서 접장에 천거되었다는 소식은 어찌 들으셨소?” “질청의 구실살이들과 상종이 잦다는 것을 알고 계시지 않으십니까. 오늘밤 주과를 차려 모신 것도 경하할 일을 그냥 넘기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더니….” “도둑의 수괴와 동행이었다는 분은 사유(赦宥)를 받았습니까?” “모르는 게 없구려…. 반죽 좋은 그 사람도 치도곤이 무서워 손톱여물을 썰고 있소. 시생 역시 그 동무 꼭뒤잡이되어 접소에서 배송*될까 조마조마해서 그동안 덩달아 달게 자고 일어난 적이 없소. 밤마다 쪽잠에 조리를 치고 나니, 고뿔이 오려 하오. 그 동무나 시생이나 주제가 사납게 되었지요. 그 동무가 징치를 받게 되고 시생이 접장이 되면 무슨 비위짱으로 행세를 하겠소.” “모처럼 쇤네의 집에 침석을 마련하였으니, 하룻밤이나마 편히 쉬고 가십시오.” 향임의 말에 적지 않게 놀랐으나, 태연하게 말을 받았다. “접소에서는 한저녁에 몰래 빠져나왔으니 동무들은 야경벌이* 나간 줄 알겠소.” “기방에서 몰래 침석을 하신다면, 야경벌이나 다름없겠지요.” 정한조는 입귀가 돌아가도록 웃고 나서, 향임이 쳐 주는 술잔을 받았다. 술잔이 두어 순배 돌아간 뒤 궐녀는 주안상 가까이 두었던 등잔을 등 뒤로 두어 발짝 멀리 옮겨 놓았다. 주안상 근처는 어두워진 가운데 지분 냄새는 더욱 코끝에 사무치고, 등 뒤로부터 비치는 불빛으로 말미암아 풀 먹여 다려 입은 모시 적삼 속으로 궐녀의 부드럽고 흰 이목구비가 아련하게 드러났다. 주전자를 들어 올릴 때마다 궐녀의 젖가슴이 선명하게 드러나기도 하였다. 몸가축을 알뜰히 가꾸었다는 증거였다. 익은 술냄새와 가슴까지 적시고 드는 지분 냄새가 서로 어울려 방 안의 분위기는 술잔에 미약(媚藥)을 푼 것처럼 금세 농밀하게 익어 갔다. 밤은 저절로 두어도 깊어 가는 법, 향임이 말대로 두 사람 모두 의지할 곳 마땅치 못하고 또한 서발막대를 휘둘러도 거칠 것이 없는 외로운 처지들이었다. 어느덧 술 따르는 소리가 밤새 우는 소리처럼 살갑게 들릴 무렵, 정한조는 자신도 모르게 등메 위로 코를 박고 비스듬히 누워 버렸다. 향임이가 다가와 베개를 받쳐 주는 것을 알아챈 정한조가 두 팔을 크게 벌려 향임이를 와락 끌어안고 말았다. “옷이 구겨지십니다.” “그깐 소금장수 베잠방이 구겨져서 걸레가 된들 대수겠소.” “입성이 사나우시면, 체통도 구겨진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향임이가 다가와 정한조의 옹구바지와 홑저고리를 벗겨 횃대에 걸어 주었다. 그는 그런대로 몸을 맡겨 두고 있었다. 취기가 도도하여 부끄러움은 저만치 달아나고 건장한 한 사내의 땀투성이가 된 허우대가 등메 위로 선명하게 드러났다. 향임이는 함지박에 물을 떠와 사내의 몸에 밴 땀을 알뜰하게 씻어 주고 주안상을 수습한 다음 그 옆에 나란히 누웠다. 그때 문득 궐녀의 뇌리를 스쳐 가는 상념이 있었다. 소년의 나이에 기적에 올라 관기로 처신하는 동안 관원이나 하나같이 어투가 도저한 양반의 수청 기생 노릇으로 면박이나 당하면서 그들에게 하기 싫은 화수(和酬) 먹이를 주고받거나 아니면 육허기나 풀어 주는 노리개가 되어 왔었다. 그러나 소금장수와 알몸으로 나란히 누워 있는 이 순간만은 오랫동안 겪어 온 그런 수치심에서 완전하게 일탈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이야말로 한 계집사람으로서 온전하게 다시 태어난 자신을 발견한 것이었다. 궐녀는 사내의 큰 가슴에 손을 얹고 오랫동안 쓰다듬어 주었다. 손바닥으로 사내의 풋풋한 기운이 뜨겁게 전달되었다. 그 손을 사내가 잡아 이끌어 배꼽으로 가져갔다. 모잽이로 누운 계집의 다른 한 손은 어느새 사내의 불두덩 위를 쓰다듬고 있었다. 이윽고 두 몸이 한 덩어리가 되어 부둥켜안고 등메 위를 한 바퀴 휘그르르 돌아감에 계집은 아래에 있고 사내는 위로 올랐다. 숨가쁜 소리가 오가고 난 뒤 계집에 주렸던 사내의 살송곳이 계집의 익혈을 향하여 맨땅에 송곳 박히듯 옹골지고 힘차게 내리박혔다. 사내의 하초에서 참기름 병마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과 때를 같이하여 메기 잔등으로 가물치 넘어가듯 미끌 하는 느낌이 들면서 계집의 감창소리가 입술 밖으로 터져 나왔다. 연거푸 이합을 치르고 나자 색에 주려 왔다고는 하나, 어진혼이 나간 듯 생게망게하여 깜깜한 밤인데도 한동안은 눈앞에서 북두칠성이 왔다 갔다 하였다. 계집은 사내의 겨드랑이 아래에서 물고를 뽑은 듯한 살송곳을 잡고 누워 좀처럼 비켜나지 않았다. 그리고 가풀막진 사내의 거웃을 오랫동안 어루만지며 채근하고 있었다. “오얏꽃* 주제인 쇤네가 언감생심 초례청을 차리자는 말은 어불성설이지만, 간혹 쇤네의 누추한 와실을 찾아 주신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명색이 접장이 되었다 하나, 하찮은 소금장수에 무지한 밥쇠일 뿐이오.” “취하신 줄 알았더니, 멀쩡하시네요.” “잠자리를 같이하고 나서 정신이 번쩍 들었소.” “말래 접소에 머무실 동안 말미를 내어 간혹 쇤네를 찾아 주시겠습니까? 은행나무 열매는 새가 먹지 않는답니다. 독이 들어 있기 때문이겠지요. 길가에 잠시 피었다가 지고 있는 오얏꽃이라 하나 은행나무 열매처럼 독은 없으니 자주 찾아 주십시오.” “장담할 수는 없지만… 다음에 오거든 고개 돌리고 외대나 마시오.” *배송: ‘쫓아내다’의 곁말 *야경벌이: 도둑질 *오얏꽃: 기생의 곁말
  • 염소 죽음 미스테리…전설의 괴물 남미 출현?

    염소 죽음 미스테리…전설의 괴물 남미 출현?

    남미의 한 농촌에서 염소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해 마을 주민들이 긴장하고 있다. 전설의 괴물인 추파카브라가 출현한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면서 분위기는 점점 흉흉해지고 있다. 의문의 죽음은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의 수맘파 인근 농촌에서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각) 처음으로 발생했다. 우리에 넣어 기르던 염소 한 마리가 갑자기 죽은 채 발견됐다. 염소 주인은 처음엔 단순 급사로 생각하고 별다른 의문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염소고기를 기르는 개들에게 주려고 손질을 하려다 의문의 상처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죽은 염소의 목과 옆구리 부분에는 무언가 힘껏 물어버린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염소가 살던 우리는 1X2m 크기로 허술하지만 천장까지 덮여 있었다. 우리에는 누군가 침범한 흔적이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나 미스터리는 시작이었을 뿐이다. 첫 사건으로부터 3일이 지난 10일 우리에선 염소 두 마리가 또 죽은 채 발견됐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두 마리 염소에게서도 목과 옆구리에 무언가에 힘껏 물린 자국이 발견됐다. 소문이 돌자 마을 주민들은 잔뜩 겁을 먹기 시작했다. 가축을 노린다는 아르헨티나 전설의 괴물 추파카브라가 출현한 것이라는 말이 퍼지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첫 사건이 난 7일과 두 마리 염소가 한꺼번에 죽은 10일에 강한 바람과 지독한 흙먼지가 일었다. 추파카브라 전설에 나오는 출현 조건과 비슷해 괴물의 소행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고 공포에 떨고 있다. 염소 3마리를 의문의 죽음으로 잃은 주인은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가족들이 번갈아 밤을 새우며 감시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진=엘리베랄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사람 잡는 더위… 올해 여름 7명 숨져

    사람 잡는 더위… 올해 여름 7명 숨져

    섭씨 33도가 넘는 폭염과 열대성 ‘스콜’을 연상케 하는 변덕스러운 날씨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정부는 올여름 들어 폭염으로 4명이 사망했다고 밝혀 건강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9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0.8도, 새벽 최저기온은 27.9도로 8일째 열대야 현상이 계속됐다. 이날 울산의 낮 최고기온은 38.4도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기상청은 10일 수도권과 강원 영서지역에 약한 기압골의 영향으로 20~50㎜가량 비가 내리고, 다음 주까지 30~37도나 되는 무더운 날씨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허진호 기상청 통보관은 “중부지역은 장마가 예년보다 늦게 끝났고, 아직 서울 기온이 33도를 넘어가지 않아 1994년의 폭염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예고 없이 내리는 국지성 호우가 열대지방의 스콜을 닮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하지만 기상청은 이번 비와 열대성 스콜은 다르다고 밝혔다. 스콜은 낮 시간 동안 지표면이 강한 햇볕에 달아오르면서 상승한 따뜻한 공기가 비구름대를 만들어 짧은 시간에 갑작스럽게 많은 비를 뿌린다. 반면 우리나라의 집중호우는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에서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유입되면서 찬 공기와 충돌하는 대기 불안정으로 발생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맑은 하늘에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는 점에서 열대성 스콜과 유사하게 보이는 것”이라면서 “폭염과 동시에 예측하기 어려운 소나기가 내릴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전국적인 폭염으로 지난 6월 2일 이후 4명이 사망했고 전날까지 663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현재 사망자가 2~3명 더 있는 것으로 추정되나 원인이 폭염 때문인지는 내일쯤 밝혀질 것”이라고 밝혀 사망자는 6~7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광주와 전남에서는 폭염으로 숨지거나 쓰러지는 노인이 잇따랐다. 지난 8일 오후 8시 11분쯤 나주시 남평읍의 고구마 밭에서 김모(79·여)씨가 숨져 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하고 신고했다. 같은 날 오후 6시 34분쯤에는 장흥군 용산면의 밭에서 일하던 김모(90)씨가 탈진해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전국적으로 가축은 383개 농가에서 닭 74만 5671마리, 오리 4만 829마리, 돼지 40마리 등 모두 78만 6540마리가 폐사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한국 생명과학 분야 두 가지 쾌거] 차세대 탄저 백신 美서 특허

    정부가 생물 테러에 대비해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탄저백신이 미국에서 특허 등록을 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녹십자와 공동 개발하고 있는 탄저백신의 제조법에 대해 미국에서 기술 특허를 획득했다고 6일 밝혔다. 정부는 2011년 1월 미국에서 ‘탄저방어항원의 제조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특허를 출원했다. 이 기술은 2002년부터 정부와 녹십자가 개발해 온 것으로 탄저백신의 주성분인 탄저방어항원을 만들고 고순도로 정제하는 과정에 관한 것이다. 탄저는 사람과 가축이 모두 걸리는 인수 공통 감염병이며 치사율이 매우 높다. 최근에는 생물 무기나 테러 도구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어 특히 주목받는 감염병이다. 현재 미국 등에서 허가받은 탄저백신은 심각한 부작용 위험이 있기 때문에 각국이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활용한 2세대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에 미국에서 특허 등록을 한 탄저백신은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 탄저균주인 바실러스 브레비스를 이용해 제조 과정이 안전하고 대량 생산도 용이해 경제성이 뛰어날 것이라고 질병관리본부는 예상했다. 또 통증과 발열 등 부작용도 해결한 것이 특징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임상시험과 제품 허가를 거쳐 2015년부터 백신 생산과 비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4억 원짜리’, 동물세포로 만든 햄버거 공개

    소의 근육 세포를 이용해 만들어낸 햄버거가 화제다. 영국 런던에서 마스트리흐트 대학교의 교수 마크 포스트는 연구실에서 만들어낸 고기를 이용한 햄버거를 만들었다고 영국 미러지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142g의 고기 패티를 만드는 데는 총 25만 파운드(약 4억 원)가 사용됐다. 마크 교수는 연구실에서 만든 이 음식이 10년 이내에 고기상품에 큰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현재 농작물의 70%가 가축을 키우는 데 사용되고 있다. 인공 고기의 개발로 가축을 키우는 농가가 적어질 수록 농작물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며 인공 고기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마크 박사와 연구진들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인공 고기를 만들어냈다. 소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그 크기가 30배 이상 커질 수 있도록 영양분이 담겨있는 물에서 재배한다. 크기가 커지면 콜라겐과 결합하게 해 근육을 키운다. 다음으로 만들어진 근육에 전기를 흘려보내는 실험을 하는데, 이는 마치 사람이 헬스장에서 근육을 키우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 외에도 동물성 지방이나 밀가루, 소금과 같은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섞어줌으로서 햄버거 패티가 완성이 된다. 이 기술은 도축의 규모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몸에 좋지 않은 기름을 빼고 불포화지방산과 같은 몸에 좋은 성분을 넣을 수 있다. 마크 박사는 “우리의 도전은 현재 세계적으로 많은 양의 고기를 소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다”고 했다. 정선미 인턴기자 j2629@seoul.co.kr
  • “국내 최초 타워 불꽃쇼 보러 오세요”

    “국내 최초 타워 불꽃쇼 보러 오세요”

    “세계 최고의 빛 축제인 포항국제불빛축제로 초대합니다.” 경북 포항시는 27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9일간 형산강체육공원과 영일대해수욕장 일원에서 ‘제10회 포항국제불빛축제’를 개최한다고 26일 밝혔다. 특히 3년 연속 국가축제로 자리매김한 포항불빛축제는 올해 처음으로 포스코 환경타워를 활용한 전국 최초의 타워 불꽃쇼를 연출함으로써 서울과 부산 등 타 도시와 차별화된 환상적인 불꽃쇼를 선보인다. 축제의 슬로건은 ‘한여름 밤의 불빛 이야기’다. 첫날밤에는 형산강 체육공원에서 중국과 프랑스, 캐나다가 참여하는 국제 불꽃 경연대회가 열린다. 이날 경연대회는 행사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10년간의 불빛축제 전체 관람객 수, 불꽃 수 등과 같은 특별한 숫자를 영상으로 기록한 ‘글로리어스 넘버’와 포스코가 그동안 불빛과 함께 해준 시민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는 영상메시지 ‘타워스 스토리’가 상영된다. 나머지 8일 동안은 신명·감사·사랑·열정·희망이란 5개 테마로 구성된 뮤직불꽃쇼가 영일대해수욕장에서 열린다. 부대행사도 다양하다. ‘빛추고 놀자’, ‘불빛비키니존’, ‘황금 물고기잡기’ 등의 참여 행사와 ‘한여름 밤의 콘서트’, ‘포항해변전국가요제’, ‘불빛 시티투어’, ‘플라잉디스크대회’, ‘시립미술관의 라이트 아트 전시회’ 등이 마련됐다. 포항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주말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OBS 일요일 밤 10시 15분) ‘이소룡이란 홍콩 스타가 우리를 사로잡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내게도 이소룡은 최고의 우상이었다. 우리는 이소룡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도 금방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그땐 그가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멋진 사나이였다.’ 1978년 말죽거리의 봄, 현수(권상우)는 강남의 정문고로 전학 온다. 이곳 정문고는 교사 폭력뿐만 아니라 학생들 간 세력 다툼으로도 악명 높은 문제 학교다. 하지만 이소룡의 열혈팬이라는 이유로 금세 죽고 못 사는 친구가 된 모범생 현수와 학교짱 우식(이정진)은 하굣길 버스 안에서 올리비아 허시를 닮은 은주(한가인)를 보고 동시에 반해 버린다. 한편 학교짱 자리를 놓고 선도부장 종훈과 한 판 붙은 우식. 종훈은 비열한 방법으로 우식을 이기고, 우식은 그 길로 학교를 떠나게 된다. ■독립영화관(KBS1 토요일 밤 1시 5분) 대학동기인 준형과 경미. 준형의 제안으로 공모전을 준비하기 위해 함께 제주도 여행길에 오른다. 더운 날씨에 몸은 힘들고, 여행경로 문제로도 서로 부딪히고, 공모전에 대한 은근한 신경전까지. 티격태격하는 와중에도 준형은 은연중 경미를 챙겨주고 카메라에 몰래 경미의 모습을 담는다. 한편 경미는 9월이면 군대에 간다는 준형의 선언에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자신은 미국에 갈 생각이라고 하지만 마음이 좋지 않다(여행). 딸과 남편을 두고 홀로 제주도 여행길에 오른 은희.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여유를 만끽하기로 한다. 여행하던 중 우연히 유명 영어학원 원장이었던 경자를 만나게 되는데…(외출). ■캣 벌루(EBS 일요일 오후 2시 30분) 전직 교사 캣 벌루는 교수형을 앞둔 악명높은 기차 강도다. 캐서린 벌루라는 이름으로 교사로 일하던 그녀가 오랜만에 아버지의 농장이 있는 와이오밍 주의 농장으로 향한다. 하지만 정든 고향에 도착한 그녀는 아버지가 예전 같지 않음을 알게 된다. 보안관을 위시한 동네사람들이 아버지의 목장을 빼앗으려고 고의로 목장의 우물을 오염시키고 그걸로 모자라 총잡이를 보내 아버지를 협박하고 있었던 것이다. 캐서린은 아버지를 보호하려고 총잡이 키드 셸린을 고용하지만, 왕년에 잘나가던 총잡이 셸린은 술이 없으면 총을 쓰지 못하는 술꾼이 돼 있다. 결국 아버지를 잃은 캐서린은 우연히 만난 가축 도둑들, 셸린과 함께 복수를 기약하며 무법자들의 땅으로 떠나는데….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배고령이 구월이에게 정분 두고 있다는 것은 이제 막 눈치챈 것이지만, 그 위인이 행중에서 여색을 밝히는 사람이라면 손위 손아래를 막론하고 꾸짖고 면박 주기를 일삼아 도덕군자로 알아왔는데, 구월이를 꼬드겨 꼭지를 따버릴 줄은 미처 눈치채지 못했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헤아리기 어렵다더니 딱 그 짝이군.” “두 사람이 정분을 둔 지가 벌써 한 해가 넘습니다.” “임자는 남의 일을 엿듣고 엿보는 일에 능숙한가?” “겉으로는 사내로 행세하지만, 속내로는 계집편성을 가졌다 보니, 자연 주위에 있는 남의 일에 눈길을 빼앗길 때가 많습니다.” “내가 눈 딱 감고 있을 테니, 어디 두 사람 가시버시 되도록 주선해 보게나. 그건 그렇구… 배고령이 걸핏하면 도덕군자 행세하려 했던 것이 얄밉군. 국량이 깊고 심성도 올곧은 사람인줄 알았더니, 얌전하다는 고양이처럼 남보다 먼저 부뚜막에 올라갈 위인일세.” 만기가 애매한 당나귀들을 들추어 발뺌했으나 속내로는 행중에서 행수로 행세하는 정한조에게 정분을 두고 은근히 따르려 한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평소에 정한조를 수발하고 위하는 행동거지를 눈여겨보노라면 그 속내가 거울 속 들여다보듯 훤하게 바라보였다. 그러나 정한조는 만기를 그런 상대로 볼 수는 없었다. 간구한 집안 살림을 견디다 못해 어린 나이에 집을 뛰쳐나와 객지를 떠돌며 유리걸식하던 계집아이가 우연히 해안가 염전으로 흘러들었다. 울릉도로 드나드는 소금 배의 선원들이나 염전에서 염간들의 떡찌끼를 얻어먹고 연명하던 계집아이가 바로 연임이었다. 그때 나이가 불과 열셋이었다. 그 측은하고 처량한 모습을 보다 못해 만기란 이름을 주고 남장을 시켜 접소로 데려와 중노미 노릇을 시킨 것이었다. 섭생이래야 조석으로 강조밥에 소금국이었지만, 떠돌며 걸식하던 고단함에서 벗어났으니 연임으로선 그런 천행이 없었다. 중노미 노릇 주선한 지 3, 4년이 지난 뒤에 마침 나귀를 들이게 되어 견마잡이로 행중에 섞여 작반하게 된 것이었다. 그로부터 세월이 흐르기 시작하면서 남장은 이제 몸에 배어 편안해졌고, 정한조만 쳐다보며 살아가는 사람이 된 것이었다. 좌정하고 앉아 생각에 잠겨 있던 정한조가 말머리를 돌렸다. “천봉삼이란 위인은 이제 기신을 차리고 일어나서 거동할 때도 되었는데?” “장독이 눈에 띄게 나아지고 있습니다. 도감 어른께서 귀한 소합환을 구해주셔서 구완하고 나서부터 차도가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행보할 만할 것입니다.” 그날로부터 열흘 뒤였다. 먼산 뻐꾸기 울고 오동 꽃이 조롱조롱 피기 시작하는 6월 초순, 곽개천은 천봉삼과 작반하여 말래 도방에서 20여 리에 상거한 매야장으로 발행하였다. 매야장에 인접한 오산 포구 근해에서는 빈한한 어부들이 조업하여 명태, 대구, 고등어, 문어, 양미리와 어물들을 잡아 올렸고 염장품도 심심찮게 거래되었다. 울진 일원의 포구와 비교해서 규모는 보잘것없었으나 염전도 있었다. 역시 보부상들은 매야장에서 어물이나 염장품을 거래하여 높을재*를 넘어 영양과 진보를 거쳐 안동 상주까지 내왕하기도 했는데, 그들 고장에서는 대개 콩과 같은 잡곡을 거래해서 돌아왔다. 그들은 해질 무렵에 매야에서 발행하면 시오리 상거에 있는 높을재 못미처인 동막에서 하룻밤을 잤다. 다시 하루해를 걸어서 높을재를 넘어 깊으내*에서 숙박하고 수비를 거쳐 진보에 당도하였다. 그러나 매야에서 꼭두새벽에 일어나 검댕이만 털고 발행하면 높을재 노루막이에 있는 숫막에 당도하여 객주를 정하고 깊으내까지 당도하여 숙소를 정할 수 있었다. 가근방에 살고 있는 부상들은 옥방에서 내성으로 가는 길을 택하여 새내*에서 하룻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매야와 영양 사이 행보도 십이령길 못지않은 첩첩산중이어서 많은 보부상들이 후미진 자드락길을 돌아설 때마다 불쑥불쑥 나타나서 넋을 빼놓는 짐승들 때문에 고초를 겪었고, 십이령길처럼 협객을 흉내내며 신출귀몰하는 화적은 없었으나, 데데한 좀도둑들이 출몰한다는 얘기는 떠돌았다. 일테면 높을재의 후미진 길목에 상복을 입은 위인이 섬거적에 시신을 둘둘 말아 짊어지고 걸어가면, 그 뒤로 역시 상복을 차려입은 상제가 서럽게 곡을 하며 뒤따른다. 가난한 상제들이 시신을 묻으러 산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 섬거적 속에는 시신이 아니라, 산협 마을에서 훔친 가축이 들어 있는 것이었다. 그들이 좀도둑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섬거적 속에 들어 있던 돼지가 땅에 떨어져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달아나는 것을 상제 두 사람이 잡으려고 허둥지둥 뒤따르는 것이 행인들에게 목격되었기 때문이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런 좀도둑은 볼 수 없었으나 근자에 이르러 조정이 뒤숭숭하고, 여기저기서 난리가 터지고, 흉년이 거듭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좀도둑들이었다. 그래서 요즈음은 모이면 적당이 되고 헤치면 양민이란 웃지 못할 얘기까지 떠돌았다. 소금 상단이 평소 출입이 뜸했던 매야 장시와 높을재를 겨냥하고 발행한 것은 까닭이 없지 않았다. 내성의 윤기호를 장시에서 훼가출송시킨 뒤 마땅히 거래할 소금 도가를 찾지 못한 처지였고, 잠적해버린 산적들이 높을재 근처의 산속으로 숨어들었다는 적경을 매야장을 출입하는 상대들로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천봉삼과 함께 작반한 것도 그런 까닭이었다. 매야장에 당도한 곽개천 일행은 허술한 숫막에 식주인을 정하고 행장을 풀었다. 곽개천이나 박원산 같은 원상들은 몇 번 찾아온 경험이 있었으나 나머지는 매야가 초행이었다. 당도해 보니 매야 장시도 대처의 장시처럼 괄시하지 못할 만치 행상인들의 출입이 번다하였다. 바다와 멀리 떨어진 내륙의 영양과 진보 안동의 행상꾼들이 높을재를 넘어 매야장까지 와서 건어물을 거래하면서 장시의 규모가 커진 것이었다. 인총이 드물고 살기가 팍팍한 곳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높을재:고초령 *깊으내:심천 *새내:신천
  • 스위스 알프스 그 너른 품에 안기다

    스위스 알프스 그 너른 품에 안기다

    그곳에 산이 있었기에 오르다가 놀고 먹고 쉬었다. 닮은 듯 다른 산들의 풍경을 만끽하면서 치즈도 만들어 보고, 3,100m 산꼭대기에 자리한 호텔에서 하룻밤 묵어 보기도 했다. 알프스가 줄 수 있는 모든 선물을 받아 누린 시간이었다. 도전자유여행 38탄 유기웅(29세·건설사 근무) 오직 여행을 위해 2주 연속 휴가를 쓸 수 있는 직장을 구했으며, 남미의 파타고니아부터 북극권의 아이슬란드까지 여행하며 사진을 찍을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여행 중증 환자(?)다. 그의 여권에는 이미 스위스 도장이 찍혀 있었다. 하지만 대학 시절, 스치듯 배낭여행으로 들른 스위스 여행에는 여전한 갈증이 남아 있었고, 세계 5대 미봉 중 하나인 마테호른을 가까이서 보고픈 욕망은 가시질 않았다. 열차시간표를 일일이 출력해 올 정도로 이번 여행에 열정을 보인 그는 올 여름 2주 휴가를 싹둑 잘라 스위스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여행지 스위스 여행기간 2013년 5월23~27일(4박6일) 항공편 터키항공(이스탄불 경유) 여행조건 당첨자는 내일투어 ‘스위스 금까기’ 상품으로 여행을 떠났으며, <트래비> 기자가 직접 동행 취재했다. 금까기 상품 내역에 해당하는 왕복항공권 및 호텔 숙박비 등을 제외한 개인 지출 비용은 독자가 개별 부담했으며, 일부는 스위스관광청의 협조를 받아 진행됐다. 스위스 금까기 상품가 129만원부터 포함내역 유럽 왕복항공권, 투어리스트급 호텔 및 조식, 스위스 플렉시 패스 3일 2등석 세이버, <스위스로 가출하기>, 1억원 여행자 보험, 기내용 슬리퍼, 네임태그·여권커버, 각종 면세점 할인쿠폰, ‘융프라요흐/티틀리스’ 할인 쿠폰 불포함내역 현지생활비, 유류할증료 및 세금 예약 및 문의 02-6262-5353 www.naeiltour.co.kr 가장 쉬운 알프스 공략법 Luzern루체른 취리히공항에 착륙하자마자 기차를 타고 루체른으로 서둘러 이동했다. ‘알프스 산악 체험’. 이번 여행의 주제는 ‘산’이었기에 필라투스, 리기, 티틀리스 등 유명한 산들이 기다리고 있는 스위스 중부 지역으로 가기 위한 거점으로 루체른이 제격인 까닭이었다. Rigi리기 메인코스만큼 배부른 애피타이저 “루체른은 한국인 여행객들에겐 필수 코스 같은 데죠. 대학 시절, 배낭여행을 왔을 때도 카펠교, 무제크 성벽, 빈사의 사자상 등을 둘러봤던 기억이 납니다.” 루체른은 크게 변한 게 없었다. 특히 구시가지는 중세시대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고, 1,300년에 세워졌다는 카펠교도 튼튼하게 루체른 호수 위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가벼운 도시 산책을 하던 기웅은 몸이 근질근질했다. 3,000m가 넘는 산들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모든 신경이 ‘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추웠던 날씨에 옷을 너무 얇게 가져온 것은 아닌지 걱정하며 루체른 구시가지의 상점들을 둘러보았다. 그러더니 기웅은 “사실 전 도시형 여행자는 아니에요”라고 커밍아웃을 했고, “시간이 충분할 것 같은데 리기Rigi 산을 다녀오면 어떨까요?”라며 태블릿PC에 담아 온 시간표를 내밀었다. 리기는 루체른에서 유람선과 산악열차를 타고 1,800m 산 정상까지 왕복 3시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는 산으로 필라투스와의 경쟁에서 우리의 간택(?)을 받은 것이다. 기차역 바로 선착장에서 배에 올라탔다. 루체른이 스위스의 모든 매력을 응축하고 있는 도시라는 사실은 유람선에 올라 호수 위를 가르면서 더 명징하게 확인됐다. 갈색 지붕의 중세 건물들이 시선에서 점점 멀어져 가면서 만년설에 뒤덮인 산들과 짙푸른 루체른 호수 위를 유유히 가르는 배는 사람들을 낙원으로 인도했다. 산과 호수를 타고 온 시원한 바람으로 장시간 비행의 피로가 한순간 사라졌음은 물론이다. 기웅은 일일이 지도를 확인해가며 “저기 도시 뒤편에 보이는 바위산이 ‘악마의 산’이라 불리는 필라투스고, 남쪽에 좌우로 길게 뻗은 설산이 티틀리스에요. 리기는 작은 언덕을 돌아가야 보일 것 같아요”라고 루체른을 둘러싼 산들에 대해 브리핑을 해줬다. 그리곤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으니 맑을 때 최대한 사진을 찍어둬야 한다며, 셔터를 누르기에 바빴다. 루체른 호수를 유유히 흐르던 배가 40분만에 비츠나우Vitznau에 정박하자 대부분의 여행객은 하선했다. 해발 1,800m, 리기산 꼭대기로 가는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산악열차를 타기 위함이었다. 140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열차는 가파른 산길을 천천히 그러나 능숙하게 타고 올라갔다. 종착역인 리기 쿨름Rigi Kulm에 이를 때 즈음, 모든 계절을 품고 있는 산의 위용이 드러났다. 아직도 남아 있는 눈의 흔적과 노란 야생화, 그리고 산 아래 너른 호수와 마을들의 풍경은 비현실적으로, 그러나 완벽하게 조화를 이뤘다. 연신 탄성을 내지르던 기웅은 “리기가 산들의 여왕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겠어요. 빨리 꼭대기로 올라가시죠”라며 서둘렀다. 눈이 얕게 쌓인 리기산 정상에서는 북쪽으로 평야지대와 남쪽의 3,000m급 고봉들을 파노라마로 볼 수 있었다. 오히려 높은 산, 안쪽으로 들어간 풍경보다 스위스다운 풍경을 감상하기에는 더 훌륭하게 느껴지는 경관이었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칼트바트Kaltbad역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웨지스Weggis에 내렸다. 기차, 케이블카, 유람선까지 1분 1초도 어긋남이 없는 스위스의 다양한 교통수단에 감탄하며 루체른행 배편에서 스치듯 지나간 감동을 돌이켰다. 1,800m라는 높이 때문에 앞으로 볼 산들의 애피타이저 정도로 생각했는데, 메인코스를 소화시킬 수 있을까 의심이 들 정도로 충분히 배부른 풍경이었다. 리기산 가는 법 리기산의 가장 큰 매력은 스위스패스만 있으면 무료로 유람선, 산악열차, 케이블카 등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해 여행할 수 있다는 점. 산악열차와 케이블카 티켓을 별도로 구매하면 왕복 30CHF이다. www.rigi.ch ▶travie info 스위스패스 스위스 내의 열차, 버스, 유람선 등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만능열쇠로 2인 이상, 5인 이하에게 할인해 주는 세이버 패스, 1달 이내에 날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플렉시패스 등이 있다. 470개 박물관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주요 관광열차와 케이블카를 무료 혹은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이등석 4일권은 272CHF(스위스프랑), 일등석 4일권은 435CHF이다. 한국에서는 가까운 여행사에서 구매할 수 있다. www.swisstravelsystem.com Titlis티틀리스 뜻밖의 눈 천지를 마주하다 낌새가 좋지 않았다. 루체른에서부터 가는 빗발이 날리더니 티틀리스Titlis산의 베이스캠프인 엥겔베르그Engelberg에 도착할 저녁 무렵에는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엥겔베르그에서도 가장 전망이 좋다는 테라스 호텔에 여장을 풀고, 다음날 맑게 갠 하늘을 간절히 바라며 스위스에서의 첫날밤을 마무리했다. 이른 아침, 티틀리스 산이 손에 잡힐 듯한 풍경을 기대하며 창을 열었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새하얀 눈 천지였다. 기웅은 티틀리스 꼭대기에서는 아무것도 못 보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했다. 이제야 고백하지만 스위스가 다섯 번째인 기자는 처음으로 내리는 눈, 그러니까 산꼭대기 만년설이 아닌 동화 같은 주택 지붕 위에 차곡차곡 쌓이는 눈을 ‘실시간’으로 보고 싶었고 엥겔베르그에서야 그 풍경을 맞딱드리게 된 것이다. 늦봄, ‘천사의 마을’이란 뜻의 엥겔베르그에 비로소 날개 단 천사가 강림할 것만 같았다. 호텔에서 약 15분을 걸어 케이블카 탑승역으로 향했다. 6명까지 탈 수 있는 소형 케이블카를 타고, 트뤼브제Trubsee에서 회전식 곤돌라로 갈아타자 어느새 산 정상에 다다랐다. 갈수록 굵어지는 눈발 때문에 장엄한 풍경은 포기해야 했지만 여름을 코앞에 둔 계절에 눈천지를 볼 수 있는 우연이야말로 여행의 묘미가 아니겠냐며 이 순간을 만끽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5월 말 이 정도의 폭설은 스위스에서도 25년 만이었다고 한다. 산 정상에는 즐길거리가 많았다. 스위스 중부 최대의 스키 목적지답게 매년 10월부터 5월까지 스키를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빙하공원에서는 눈썰매 등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고 얼음동굴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올해는 티틀리스 케이블카 100주년을 맞아 흔들다리 클리프워크Cliff Walk가 선을 보여 다리 위에서 아찔한 절벽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곧잘 티틀리스와 융프라우를 비교하곤 하는데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회전식 곤돌라를 타고 순식간에 3,000m급 산 정상에 올라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티틀리스의 매력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애초 목표로 했던 산 중턱에서의 야생화길 산책이나 트뤼브제 호수에서의 조각배 노 젓기 체험 등을 못한 아쉬움은 다시 티틀리스를 찾아와야 할 명분으로 남겨두었다. 티틀리스 로테어 엥겔베르그에서 티틀리스까지 운행하는 케이블카로 트뤼브제에서 회전식 곤돌라로 갈아탄다. 왕복 케이블카 요금은 86CHF, 스위스패스 소지시 50% 할인된다. 엥겔베르그에 위치한 테라스 호텔은 티틀리스 케이블카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다. www.titlis.ch ▶travie info 패스트 배기지Fast Baggage 여행 중 이동이 많은 여행객은 짐 걱정을 내려놓아도 된다. 패스트 배기지Fast Baggage 서비스를 이용하면 46개 역에서 짐을 따로 부치고 24시간 내에, 이르면 오전 9시 전에 부쳐 오후 6시 전에 받을 수도 있다. 요금은 짐 한 개당 22CHF. 철도청 사이트에서 배송 가능한 역을 확인할 수 있다. www.sbb.ch 스위스의 진짜 시골 Emmental에멘탈 우리는 에멘탈Emmental이라는 시골 마을에서 치즈를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스위스인들과 가장 보통의 스위스를 체험할 수 있었다. 그 여운은 스펙터클한 알프스의 풍경보다 깊고 진했다. Cheese치즈 스위스 명품 치즈를 만들어 보다 엥겔베르그에서 열차를 타고 부르크도르프Burgdorf 역에 도착해 471번 버스를 타고 에멘탈 치즈공장으로 향했다. 엠메Emme 계곡 일대를 일컫는 에멘탈 지역에는 약 150개의 소규모 치즈공방에서 치즈를 생산한다고 하는데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융단 같은 구릉지대에 치즈의 공급원(?)인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풍경이 펼쳐졌다. 그뤼에르 치즈와 함께 스위스를 대표하는 에멘탈 치즈는 엄격하게 품질이 관리되고 있는데 무엇보다 신선한 풀과 건초만을 먹은 건강한 소들이 명품 치즈의 근간이 된다고 한다. 물론 치즈 제조과정에서 어떠한 인공적인 요소도 가미하지 않는 전통방식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하다. 치즈 공방은 크게 두 개의 관람장소로 나뉘어 있는데 전통방식의 제조소는 1750년부터 이어져 온 제작방식을 재현한다. 커다란 냄비에 우유를 담고 장작불을 지펴 32도로 가열해 박테리아를 제거하고, 다시 45도의 열로 40분간 가열하면 우유는 뿌연 물 같은 유장과 반고체 형태로 응고된 치즈로 분리된다. 커드Curd라 불리는 이 반고체의 치즈를 틀에 넣어 36시간 동안 소금물에 담갔다가 다시 물에 담근 후, 최소한 4달 이상 숙성시키면 고소한 치즈로 완성되는 것이다. 에멘탈 치즈는 최소 4달 숙성을 기본으로, 1년에서 최대 3년까지 숙성시키며 맛을 다양화하고 있다. 물론 3년 동안 치즈 덩어리를 방치하는 건 아니다. 아이를 어르고 달래며 키우듯 이틀에 한 번씩 뒤집어 주며 골고루 건조되고 그 안에서 영양분이 자라나도록 관리를 해줘야만 한다. 현대식 제조공장에서는 다양한 치즈를 맛보며 숙성과정도 볼 수 있었다. 현대식은 보다 많은 양의 치즈를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방편일 뿐 제조방식은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에멘탈 치즈는 온도를 계속 바꿔주며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기포가 발생해 구멍이 뽕뽕 뚫려 있다. 치즈 덩어리를 위에서 아래로 잘랐을 때 5개 정도의 구멍이 있어야 이상적이라고 한다. 바로 이 숙성 방식이 일정한 저온으로 숙성시키는 그뤼에르 치즈와의 결정적인 차이점으로, 에멘탈은 그뤼에르 치즈에 비해 덜 짜고 고소한 맛으로 대중적인 명품 치즈로 꼽힌다. 치즈 제조공장 스위스의 대표적인 명품 치즈인 에멘탈 치즈의 제작과정을 볼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치즈를 판매도 하며, 레스토랑에서는 치즈요리를 즐길 수도 있다. 베이커리 벡Beck에서는 다채로운 빵, 제과류를 구입할 수 있다.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가이드 투어는 최대 30명까지 130CHF에 이용할 수 있다. www.showdairy.ch 에멘탈 치즈공방에서는 18세기식 전통 치즈 제조법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에멘탈 치즈는 구멍이 송송 뚫려 있다. 온도를 바꿔주는 건조법으로 기포가 발생하는 까닭이다 Farm House팜하우스소 젖짜고 말 밥 주고 ‘리얼’ 농촌체험 에멘탈에서 치즈공장만 구경하고 떠나기는 뭔가 허전해 가장 평범한 스위스 시골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는 팜하우스Farm House를 찾아갔다. 부르크도르프Burgdorf 기차역에서 468번 버스를 타고 치에켈레이Zielgelei 정거장에 내려 야트막한 언덕길을 따라 15분쯤 걸어갔더니 가축 냄새가 물씬 풍기는 농장, 발음도 어려운 배트빌Battwil이 나타났다. 기웅은 조금은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정말 여기가 맞아요? 여기서 뭘 하라는 거죠?” 농장 안 쪽, 몇 채의 농가가 있는 곳으로 들어갔더니 수줍은 미소를 띈 주인 아주머니가 손을 흔들며 반겨 주었다. 영낙 없는 시골 큰엄마의 행색 그대로였다. “찾아오느라 고생했지? 자, 농장에 왔으니 무얼 하고 싶은지 말해 봐. 아, 먼저 잠자리를 봐야겠구나.” (그녀는 아들뻘 되는 동양 청년들을 ‘아들처럼’ 편하고 정겹게 대했다) 외양간과 바로 연결된 침실은 한국의 시골 헛간과 다르지 않았고, 서울서 나고 자란 기웅은 적잖이 당황했다. 그런데 날씨가 우릴 구해(?) 주었다. “지금은 너무 추워서 여기서 자는 건 곤란할 것 같은데 조금 더 편안한 숙소가 있으니 거기서 자는 게 어때?” 그렇게 기웅과 기자는 다행히도 웬만한 게스트하우스보다 깔끔한 숙소에 묵게 됐다. 아줌마가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농장 주변을 산책했다. 푸른 밀밭과 소 떼들을 위한 목초지, 그리고 멀리 부르크도르프 성과 교회가 어우러진 풍경이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저녁 식사를 위해 집으로 돌아와 부엌을 ‘기습’했다. 스위스의 가정집에서 밥 짓는 풍경이 궁금했던 까닭이다. 라클렛 치즈와 감자 요리, 화이트와인 소스를 곁들인 돼지고기까지. 성찬이 준비되고 있었다. 스위스 전통 빵인 초프Zopf와 통밀빵까지. 입이 쩍 벌어진 우리를 본 엘리자베스는 “아이고, 나는 요리를 잘 못하는 편이야”라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그날 밤 우리는 여정 중 최고의 만찬을 즐겼고, 진한 치즈향에 적응한 기웅은 라클렛을 쉼없이 흡입했다. 식사를 하면서 아줌마의 수다를 듣는 것도 남다른 재미였다. 한국에 짧게나마 유학을 했던 딸 이야기부터 왜 에멘탈 지역 유제품의 질이 훌륭한지까지. 자식 자랑, 동물 자랑이 멈추지 않았다. 5성급 호텔, 미슐랭스타 식당에서도 누릴 수 없는 흥미롭고 배부른 밤이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농장에서는 알람이 필요 없었다. 엘리자베스는 “아침에 소 젖을 짜보고 싶으면 7시에는 일어나야 해”라고 했는데 그보다 일찍 닭이 울어 주었다. 외양간에는 건장한 체격의 아들이 열심히 소 젖을 짜고 있었고, 아버지는 퇴비를 긁어모으고 있었다. 소 20마리로부터 매일 아침 채취한 500~700리터의 우유는 바로바로 낙농회사에 납품된다고 한다. 관광객을 위해 볼거리로 소를 키우고 젖 짜기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은 없었으나 신선한 우유가 생산되는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다. “설마 이렇게 짠 젖을 바로 마시는 건 아니죠?” 기웅의 질문에 엘리자베스는 “물론 바로 마시지. 5도로 저온 보관을 하는 것 외에는 어떠한 가공과정도 필요가 없는 건 그만큼 우유가 신선하고 품질이 좋기 때문이지”라고 설명을 하더니 스위스의 우유회사 에미Emmi로부터 받은 품질 평가서, 우유 판매 내역서 등을 직접 보여줬다. 엘리자베스의 설명은 이어졌다. 스위스의 유제품이 훌륭한 건 소규모 농장들이 소를 약 20마리씩 정성 들여 키우고, 신선한 풀만 먹이기 때문이고, 수천마리 소를 한번에 키우는 미국이나 뉴질랜드에서는 절대 우유를 바로 마실 수 없다며 남다른 자부심을 드러냈다. 어쨌든 그렇게 한 마리, 한 마리 이름 붙여가며 정성 들여 돌본 소들이 공급해 준 그날 아침의 우유는 단연 최고였다. 소 젖 짜기를 구경한 뒤, 동물농장을 차례로 돌아봤다. 말들에게는 건초더미를 아침식사로 챙겨 주었고, 새끼 염소들에게는 사료를 직접 먹여 줬다. 간단한 아침 노동(?)을 마친 뒤 고대하던 아침식사를 시작했다. 메뉴는 간단했다. 삶은 달걀, 커피, 우유, 어젯밤에 구운 빵, 햄, 치즈. 어떤 호텔이나 가정집에서도 맛볼 수 있는 평범한 아침식사였지만 재료의 질과 신선도는 비교할 수 없었다. 사소한 잼과 사과주스까지 모두 농장에서 나온 재료로 엘리자베스가 손수 만든 음식들은 이른 아침부터 두 남정네의 혀끝을 황홀경으로 몰아넣었다. “자, 이제 아침을 먹었으니 소화를 좀 시켜야겠지?” 또 어떤 일감이 기다리나 했더니만 나귀를 태워 주겠단다. 마침 주말을 맞아 큰딸과 친구들이 나귀를 타기 위해 놀러왔는데 우리도 끼워주겠다는 것이었다. 나귀의 털을 골라 주며 정겹게 대화를 나누던 그녀들은 익숙하게 나귀를 몰았다. 말에 비해 온순한 나귀의 승차감은 페라리가 부럽지 않았고, 조금 더 높은 눈으로 굽어본 에멘탈의 아침 풍경은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미녀들이 나귀를 몰아 준 탓일까? 서울 총각 기웅의 입은 귀에 걸려 내려오지 않았고, 그는 여행을 마칠 때까지 에멘탈에서의 경험을 되새김질하며 행복해했다. 팜하우스Farmhouse 에멘탈, 부르크도르프 지역에는 잠자리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약 10개의 팜하우스가 있다. 이번에 독자가 머문 베트빌Battwil 농장은 특별히 당나귀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신선한 목장 우유와 식사도 일품이다. 헛간에서의 1박은 25CHF이다. www.bauernhof-baettwil.ch 에멘탈 지역의 한 농가에서 하룻밤 머물렀다. 젖소, 염소, 양, 당나귀, 말, 돼지, 닭, 오리 등등 농장 주인은 일일이 손을 꼽아가며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있는지 자랑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말그대로 동물농장이었다. 농장에서 맛본 스위스 가정의 가장 평범한 두끼 식사는 이번 여정 중 단연 최고였다. 모든 재료는 농장에서 바로 공수했으니 그 신선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travie info 스위스 여행의 필수 어플┃SBB 스위스철도청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1분 1초도 어긋남이 없는 스위스의 모든 교통 정보를 담고 있다. 환승 시간, 도보 이동시간까지 정확하게 계산해 준다. 네트워크 되는 곳에서만 검색이 된다. 웹사이트 www.sbb.ch도 유용하다. Swiss Hike 스위스의 주요 하이킹 코스를 상세히 안내해 주는 앱으로, 한번 다운 받아놓으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번에 여행한 대부분의 하이킹 코스도 포함돼 있다. 거친 산 속 호젓한 휴식 Valais발레 다음 목적지는 스위스 남부에 위치한 산악지역 발레주Valis. 마테호른의 관문도시인 체르마트Zermatt로 가기 전, 온천마을 로이커바트Leukerbad에 서 몸을 녹였다. Leukerbad로이커바트 스트레스가 금지된 물의 나라 굽이굽이 거친 바위산을 버스를 타고 오르면서 마주한 풍광은 이전의 산들과는 또 달랐다. 스위스 최대의 와인 생산지인 발레에는 계단식 포도농장이 가파른 비탈을 덮고 있었다. 로이커바트에 도착하자 뾰족뾰족한 형상이 거칠어 보이는 바위산이 마을을 굽어보고 있었다. 기웅은 역시나 산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내며 가이드에게 “케이블카를 타면 저 봉우리까지 갈 수 있는 거죠? 어서 구름이 걷혀야 기막힌 풍경을 볼 수 있을 텐데”라고 묻자 가이드는 “너무 서두르지 마. 로이커바트에서 스트레스는 금지돼 있거든”이라고 눙을 쳤다. 로마시대부터 온천 휴양지로 명성을 떨친 로이커바트에서 제대로 온천을 만끽하려면 몸을 조금 피곤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하여 우리는 가벼운 하이킹에 도전하기로 했다. 소담스러운 샬레식 주택들이 줄지어 있는 마을을 지나 온천물이 솟아나는 온천협곡Thermal Canyon을 걸었다. 이곳에서 하루에만 3,900만 리터의 온천물이 솟아난다고 하니 예로부터 괴테, 마크 트웨인, 레닌 등등 유명인들이 이곳에서 뜨끈한 온천수에 몸을 녹였다 갔다는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다음엔 겜미패스Gemmi Pass로 향했다. 그런데 옅은 구름과 눈발 때문에 스위스에서도 가장 험하다는 트레킹 코스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그러나 이곳은 스위스가 아니었던가. 하여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2,350m에 달하는 전망대로 순간이동을 감행했다. 1200년경에 개통된 겜미패스는 발레주와 베른Bern주를 연결하는 통상의 길로 모파상과 셜록 홈즈의 작품 속에도 등장할 정도로 악명이 높다. 수직에 가까운 암벽에 지그재그로 난 길을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리는 이 길은 하이킹 마니아라면 도전해 볼 만한 코스다. 40년 전 눈으로 온천욕을 즐기다 이제 온천을 즐길 시간. 부르거바트Burgerbad와 알펜테름Alpentherme이 양대 온천으로 꼽히는데 부르거바트는 워터파크 형태로 가족여행객들이 즐기기 좋고, 알펜테름은 사우나, 스파 등이 있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성격이 달랐다. 알펜테름은 실내와 노천 풀장으로 크게 나뉘어 있었다. 기웅은 웅장한 산세를 감상하며 온천을 즐기기 좋은 노천 풀장으로 바로 향했다. 궂은 날씨는 온천에서는 색다른 재미로 다가왔다. 그러니까 머리 위에는 눈에 소복이 쌓이고 물에 담긴 몸은 뜨끈뜨끈 녹아내리는 기분이 오묘했다. 온천수는 40년 전에 내린 눈이 지하 500m까지 스며들어가 다시 끓어오른 물이라 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70년대에 로이커바트를 적신 눈으로 목욕을 한 것이었다. 온천에는 발레식 사우나도 있었다. 말로만 듣던 ‘전라’로 입장해야 하는 사우나였다. 기웅은 사우나 입구에서 “진짜 다 벗어야 하는 거에요?”라고 쭈뼛거리고 있는데 웬걸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걸어다니는 것을 보고는 안도하며 어색하게 사우나와 냉탕을 오갔다. 분명 한국의 온천에 비하면 자극적이지는 않았으나 칼슘, 나트륨, 철분 등 130가지 성분이 담겨 있는 로이커바트의 온천수와 충격적인 사우나는 그날 밤 우리에게 가장 달고 깊은 잠을 허락했다. 로이커바트 추천 온천┃부르거바트Burgerbad 온도별로 10개의 풀장으로 이뤄진 가족형 온천시설이다. 미끄럼틀, 마사지풀 등이 다양하게 구비돼 있으며 사우나와 수영장도 있다. 3시간 이용권은 23CHF, 하루 이용권은 29CHF. www.burgerbad.ch 알펜테름Alpentherme 부르거바트에 비해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랑한다. 사우나는 전라로 입장하며, 로만-아이리시 스파와 테라피 시설도 있다. 사우나까지 이용할 수 있는 5시간 이용권은 39CHF. 하루 이용권은 53CHF. www.alpentherme.ch 겜미 케이블카 로이커바트와 겜미패스를 연결하는 케이블카로,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왕복 32CHF, 스위스패스 소지시 50% 할인된다. www.gemmi.ch Zermatt체르마트 스위스 산악 체험의 클라이맥스 로이커바트에서 체르마트로 가는 아침, 날이 맑게 갰다. 온천으로 재충전을 한 탓일까, 기다리던 마테호른을 만날 순간이 다가와서일까. 기웅은 어느 때보다 들떠 있었고 열차가 체르마트에 접근할수록 바쁘게 차창을 좌우로 오가며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체르마트 역에서 내려 마을 안쪽으로 조금 걸어 들어갔을 때 북쪽으로 마테호른이 그 환한 얼굴을 드러냈다. 완벽하게 푸른 하늘, 초록색 옷을 갈아입고 있는 산과 오래된 샬레식 주택들이 조화를 이룬 풍경에 화룡점정으로 뾰족한 마테호른이 더해지니 완벽한 한 폭의 그림이 만들어졌고 기웅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먹먹한 표정을 띄고 있었다. “저 봉우리 하나를 보려고 이곳으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를 알겠어요.” 며칠 전 내린 눈 때문에 산 중턱의 트레킹 코스는 폐쇄돼 있었다. 하여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퓨리Furi역에서 다시 체르마트로 내려오는 길을 걷기로 했다. 체르마트 관광청 직원이 추천한 레스토랑 레마모트Les Marmottes에서 쏟아지는 햇살을 만끽하며 퐁뒤와 스위스 전통식으로 배를 든든히 채웠다. 다양한 스위스 치즈와 화이트와인을 팔팔 끓여 빵을 찍어 먹는 스위스 전통식을 이처럼 찬란한 풍경 아래서 즐길 수 있다는 건 행운이었다. 체르마트로 향하는 내리막길에는 오래된 목조 건물들과 양떼들, 야생화가 만발해 있었다. 마테호른을 더 가까이 보기 위해 고르너그라트Gonergrat 열차에 올라탔다. 스위스 최초의 톱니바퀴식 산악열차는 느긋하게 산을 밟아 올라갔다. 기차가 방향을 꺾을 때마다 다른 각도의 마테호른이 보였고, 수목한계선을 넘어선 뒤로는 순백의 눈천지가 펼쳐졌고, 눈 위에는 동물 발자국만이 희미했다. 마침내 고르너그라트 정상에 위치한 정거장에 도착했다. 막차여서인지 인적이 드물었다. 굳이 막차를 탄 까닭은 산 정상에 있는 고르너그라트 3100 쿨름 호텔Kulm Hotel에 묵기 위함이었다. 해발 3,100m. 스위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호텔은 지어진 지 100년이 넘었다고 한다. 사위가 어둑해진 밤, 식당에 모인 여행객들은 마치 성지순례자처럼 창밖 풍경을 조용히 감상하며 경건하게 저녁식사를 즐겼다. 객실에 침을 풀고 창을 열었다. 마테호른 봉우리가 정면으로 한눈에 들어왔다. 저녁과 아침, 두 차례의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기웅은 넋을 놓고 봉우리를 바라다봤다.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다시 해가 뜨면서 달라지는 그 기묘한 색을 보면서 오랫동안 간절히 바라온 풍경을 가슴 속에 깊이깊이 새겼다. 3100 쿨름호텔 고르너그라트 1907년에 개장한 호텔로 스위스에서 최고 높이에 위치한 숙소다. 호텔이 위치한 전망대에서는 29개의 4,000m급 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데 이 봉우리들의 높이로 객실 번호를 매겼다. 풍광만큼 수준 높은 식사를 제공한다. 건물 위쪽의 돔은 천문 관측을 위한 용도로 쓰인다. www.gornergrat-kulm.ch 고르너그라트열차Gornergratbahn 해발 1,620m의 마을 체르마트에서 해발 3,089m의 고르너그라트까지 운행하는 톱니바퀴 산악열차다. 중간에 리펠알프Riffelalp, 리펠베르그Riffelberg 등의 역에서 하차하면 다양한 하이킹 코스를 소화할 수 있다. 체르마트 기차역 바로 앞에 탑승장이 있다. 왕복 요금은 82CHF, 스위스패스 소지시 50% 할인된다. www.gornergratbahn.ch 해발 3,100m에 위치한 고르너그라트 쿨름호텔의 창밖 풍경. 별빛 쏟아지는 밤하늘과 마테호른의 기막힌 장관을 넋 놓고 바라봤다 글·사진 최승표 기자 취재협조 내일투어 02-6262-5353 www.naeiltour.co.kr, 스위스관광청 www.Myswitzerland.com ●Swiss Review 풍경에 취하고 맛에 홀린 시간 5월의 스위스를, 그것도 ‘공짜로’ 다녀올 수 있다는 전화를 받고부터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특히 ‘알프스의 산 속 체험’을 테마로 했던 만큼 더욱 들뜨고 설레었다. 파라마운트 영화사와 토블론Toblerone 초콜릿의 상징인 마테호른을 마주하던 순간은 감탄의 연속이었다. 특히 고르너그라트의 정상에 자리한 ‘3100 호텔’에서의 밤은 영영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침대에 누워 고개만 돌리면 손에 잡힐 듯 마테호른이 보였고, 주변은 온통 만년설로 뒤덮여 있어 마치 우주의 어딘가에 와 있는 것만 같았다. 마테호른에 비하면 초라할지 몰라도 도착하는 순간 힐링을 느끼게 해준 리기산은 왜 ‘산의 여왕’이라 불리는지 알 만한 풍경을 선사해 주었다. 한국 여행자들에게 생소한 로이커바트에서 노천 온천을 즐기고, 예상치 못한 남녀 혼욕을 해본 것도 민망하면서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탈리아의 토스카나를 연상시키는 에멘탈 지역은 압도적인 위용은 없었지만 잔상이 오래 남는 곳이었다. 특히 팜하우스는 지금껏 수많은 나라를 여행해본 경험 중 가장 이색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다. 라클렛을 비롯한 전통 스위스 식사와 신선한 치즈와 빵 등은 단연코 ‘생애 최고의 한 끼’였다고 할 것이다. 여행 기회를 선물해 준 내일투어와 <트래비>, 갑작스런 휴가를 허락해 주신 회사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 도전자유여행 38탄 참가자 유기웅
  • [창조경제 소통의 창] “한국 ‘디지털 토양’ 비옥… 10년후 창조경제 가능성 어마어마”

    [창조경제 소통의 창] “한국 ‘디지털 토양’ 비옥… 10년후 창조경제 가능성 어마어마”

    미래창조과학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났으나 아직도 ‘창조경제 3대 미스터리’라는 말이 나온다. 창조경제에는 모범 답안이 있을 수 없다. 각계각층이 현재 처한 환경에서 창조적으로 혁신을 하는 게 창조경제일 것이다. 2011년 미국 벨연구소에 근무할 당시 실업률은 9.8%였다. 미국은 물가 변동이 없는 안정된 사회라고 생각하지만, 그때는 아파트 임대료가 세 배나 올랐다. 미국은 지난 20년간 무려 20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었고, 또 그 사이에 기존 일자리가 사라졌다. 만약 2000만개를 만들지 못했다면 실업률은 15% 이상일 것이다. 버락 오마바 대통령은 2011년 ‘스타트업 아메리카’ 사업을 통해 모든 창업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모두 혁파하겠다고 나섰다. 지난해 실업률은 7.8%에 그쳤다. 그는 재선에 성공했고, 지금 실업률은 7.5%다. 인구 750만명에 면적은 남한의 5분의1에 불과한데, 역대 노벨상의 22%를 가져간 나라가 있다. 특허 출원은 세계 3위, 창업 10건 중 1건만 성공하는데, 국민 80명당 1명이 창업을 시도한 나라가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1개 대학에서 특허 사용료로 연간 1조원을 번다고 한다. 혁신을 통해 가능했다. 총알과 총이 혁신의 도구라면 방아쇠를 과감하게 당기는 힘이 혁신이다. 이스라엘의 가축사료회사인 핸드릭스는 유럽의 소 10마리 중 4마리에 사료를 공급하는 강소기업이다. 그런 회사가 가축질병 진단액을 만들었고, 이어 치료예방 백신 회사로 다시 변신했다. 프로덕트에서 서비스로, 또 솔루션으로 진화한 셈이다. 이처럼 변화(시프트)하는 게 창조경제다. 우리나라는 최고의 비옥한 ‘디지털 토양’을 갖고 있다. 국민의 상식을 과학과 접목하는 게 창조경제다. 1999년 탄생한 사이버 세상에서 지금 우리는 인터넷을 1년간 중단시키면 수출의 40%가 감소하는 위치에 있다. 지금까지는 인간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세상이라면, 이후 10년은 생활속의 모든 물건이 인터넷과 연결되는 세상이다. 창조경제는 어마어마한 가능성을 말한다. 전 세계 자동차의 경우 5년 후 기계적 차이가 사라질 것이다. 주인이 다가오면 반갑다고 꼬리를 흔드는 자동차가 필요하다. 얼굴, 냄새, 몸무게 등을 인식하고 주행 중에 아이가 지루해하면 자동으로 동화를 들려주는 자동차가 필요하다. 중국이 1만 달러짜리 자동차를 만들면 우리는 여기에 이런 지능형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2만 달러에 팔아야 한다.
  • ‘용인 모텔살인사건’ 피의자, 휴대폰에 ‘도살 처리’ 문서를…

    ‘용인 모텔살인사건’ 피의자, 휴대폰에 ‘도살 처리’ 문서를…

    용인 모텔살인사건 피의자 심모(19)군이 자신의 스마트폰에 동물 도살처리과정을 담은 문서를 저장해 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그가 사용한 노트북 등에는 ‘해부’와 관련된 인터넷 검색 기록은 없었다. 사건을 수사중인 경기지방경찰청과 용인동부경찰서는 18일 심군과 관련된 디지털기기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심군의 자택에서 데스크톱 컴퓨터 3대와 노트북 컴퓨터 2대, 모텔객실 내 컴퓨터 1대 등 6대와 심씨 스마트폰 을 압수수색해 자료를 분석해 왔다. 노트북에는 2011년 7월부터 최근까지 인터넷 접속기록 5천여건 가운데 ‘해부’나 ‘시체’ 등에 대한 검색기록은 없었다. 해당 디지털기기에는 사진과 동영상 등이 2만8000건 가량 있었지만 음악과 관련된 일상적인 내용들이었고 음란사진 177건외에 호러물과 관련된 자료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심군은 올해 초 자신의 미니홈피에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서 퍼온 시신해부 영상을 링크해 놨다. 객실에 머물렀던 시간 모텔 내 PC에서도 별다른 흔적은 포착되지 않았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가축외 동물 도살처리과정’ 문서를 저장해 놓고 있었다. 나머지 사진과 동영상 등 6만5000여건은 일상적인 내용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디지털 자료에서는 심군이 호러 영화를 즐겨봤다거나 해부에 대한 검색을 즐겨했다는 근거가 나오지 않았다”면서 “범행을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거나 병적으로 ‘해부’에 집착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은 보강수사가 마무리됨에 따라 19일 심씨를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맹수열 기자 gun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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