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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에선…/일본어 잔재(한국속의 일본,일본속의 한국:16)

    ◎왜색 말 공사장·음식점 등 곳곳 난무/가꾸목·시다·시마이 모르면 일 못해­공사장/사시미·야끼만두·사라 일상용어로­음식점/조사 「의」자·수동태 함부로 쓰는것도 일본 말투 『히야시 잘된 맥주 있어요』 동네구멍 가게 등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히야시」는 「차게」라는 일본어다. ○생활속 뿌리내려 광복 50주년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치러지고 있지만 우리의 입가에는 일본의 냄새가 여전하다. 「곤색」이 「감청색」보다 자연스럽고 「기지」(옷감)라고 해야 더 잘 알 수 있다고 양복전문가들은 말한다. 「사시미(생선회) 2인분」,「야끼(군)만두」,「와리바시(소독저·나무저)」,「다마(알·구슬)」,「가라(가짜·헛)」,「요지」(이쑤시개),「우동」(가락국수)과 「다꾸앙」(단무지),「사라」(접시),「지라시」(낱장·광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몰아낼 수 있는 일본말들이 일상용어에 헤아릴 수 없이 남아있다. ○지식인도 즐겨써 공사판 용어들은 더하다.「가꾸목」(각목·각재),「가다밥」(틀밥·찍은밥),「가다와꾸」(거푸집),「가도기레」(모서리천),「겐치석」(축댓돌),「노가다」(공사판 노동자),「데모도」(허드레꾼·조수),「마도와꾸」(문틀),「시다」(밑일꾼·보조원),「시마이」(마감),「십장」(감독·반장·조장),「쓰미」(벽돌공) 한참듣고 있노라면 우리말에는 없는 고유명사의 나열처럼 들린다. 『처음엔 거부감도 일었지만 이런 말을 모르고는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어 무의식중에 일본말을 배우게 됐습니다』 여름 방학동안 공사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 김승경군(20)에게 이제 일본말은 전혀 낯설지 않다고 말한다. 공사판 뿐만이 아니다.그가 들었다는 한 운전사의 넋두리는 차라리 희화적이다.『기름을 「만땅꾸」(가득) 넣고 「빠꾸」(물러나다)하다가 벽에 부딪쳐 차에 「기스」(흠)가 났다』 그는 이표현을 소개하면서 씁쓸하다 못해 울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지식인이나 문인들이 「예삿일」이나 「흔한일」대신 「다반사」를 즐겨 쓰고 「담합」(짜다)과 「부지」(터)가 신문지면에 남아있는 현실에서 완전한 우리말 찾기는 결코 쉽지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쓰메끼리」(손톱깎이),「아다리」(수·적중),「오야봉」(우두머리),「와꾸」(틀·테두리),「쿠사리」(면박),「기도」(문지기),「파지」(종이부스러기),「히키」(끌기) 등도 이미 회사원의 하루 일과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일본식 발음 못지않게 우리말을 병들게 하는 것이 일본말법이다. 『1922∼1925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서울역사를 소개하는 역앞 표지판에 쓰인 글귀다.하지만 「지어진」은 「지은」으로 고쳐야 우리 어법에 맞는 표현이다.행동의 주체를 드러내길 꺼려 「지다,되다,되어지다,불리다」 등 수동태를 함부로 쓰는 것은 대표적인 일본말법이다.「교육악법도 반드시 개정되어야」와 「유망주에게 기대가 모아집니다」는 「개정해야」,「모입니다」로 고치는 것이 바른 말법이다. 조사(토씨) 「의」를 마구잡이로 쓰는 습관도 우리 언어감각을 마비시키고 있다.「만남의 광장」은 「만나는 자리·곳」이 옳은 쓰임이다.「나의 살던 고향」은 내가살던으로 고쳐야 한다.「헌혈의 집」은 「헌혈하는 집」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 이처럼 일제 식민지시대가 남긴 일본말의 찌꺼기는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깊숙하게 일상생활속에 자리잡고 있다.심지어 일본 영화나 대중가요 수입을 반대하는 지식인들조차 왜색 언어에서는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나랏말은 곧 정신 부산시 부산진구 당감1동에 있는 순수 민간단체 「한국글쓰기연구회」는 지난 83년 창립된뒤 달마다 「우리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라는 회보를 내고 있다.교사·학부모·대학생 등 회원은 7백여명에 이른다.알음알음으로 연구회를 찾는 이가 많아 회원은 갈수록 늘고 있다.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살아있는 우리말로 정직하고 가치있는 글을 써서 참된 삶을 가꾸게 하자는 것이 연구회의 목적이다.93년부터 경기도 과천에서 「우리말 살리는 모임」을 이끌어온 이오덕(70)옹은 지난 3월 효과적인 활동을 위해 모임을 이 연구회에 합쳤다.하루빨리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우리말을 이어줘야 한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지난 44년 이후 주로 농촌지역의 국민학교에 근무하면서보고 느낀 점을 바탕으로 글쓰기를 통한 교육을 연구·실천해온 이옹은 바른 글쓰기를 위한 책자를 여러 권 펴내기도 했다.그는 『지난 반세기동안 정신없이 남의 흉내만 내면서 겉치레에 몰두하다 보니 다리와 집·길·배·차들이 다 무너지고 불타고 가라앉고 떨어지고 하는 판이 됐습니다』며 『우리가 쓰는 말과 글도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말이 곧 정신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말은 병들고 『무엇보다 문인이나 지식인들이 퍼뜨리고 있는 어려운 일본말·말법은 마치 암세포 같이 우리말을 잡아먹고 우리말의 뿌리를 말려 죽이고 있습니다.딱하고 답답한 노릇이지요』 식민지시대를 체험한 구세대 뿐만 아니라 해방이후 세대인 소장학자나 대학생들사이에서도 일본말의 잔재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교과서와 참고서,외국번역서적을 접하면서 미처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일본말과 말법에 물들고 마는 것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정립해 나가는 과정에서 이미 우리말처럼 굳어 버린 일본말 한·두마디를 바꾸는 것이현실적으로 무슨 이득이 있느냐고 반문한다.그러나 한 민족의 언어가 정신 생활의 토양이 된다는 점에서 광복 50주년이 되도록 떨쳐 버리지 못하는 일본말의 유령이야말로 바로 우리의 자화상이라는 주장도 만만찮다.
  • 경차(외언내언)

    『선생님은 「×돌이」군요』­오래전 국내의 유명자동차 메이커가 만들던 소형 대중승용차인 「×니」를 몰고 골프장에 갔던 한 인사가 캐디아가씨에게 들은 말이란다.별다른 악의야 없었겠지만 어쨌든 얕잡아 깔보듯한 이 농담에 그 인사는 얼굴이 벌개졌고 다음부터 더이상 「×니」를 타고 갈 용기가 나지 않아서 보다 큰 차로 바꿨다고 했다.배기량이 적고 차체도 왜소한 경차에 대해 우리사회가 갖는 인식의 단면을 보여준 에피소드다. 골프장 말고도 대부분의 큰 호텔이나 행사장 같은 곳에서도 소형승용차가 들어오면 수위나 안내원이 달려와 문을 열어주기는커녕 저리 비키라는 식으로 괄시당하기 십상이다.경차를 탄 죄로 그야말로 「가벼운」대접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능적인 범죄꾼은 번쩍거리는 대형승용차에 여러개 가짜안테나를 꽂고 다니면 나쁜 짓 하기가 훨씬 쉬워진다고 한다.타고 다니는 차의 크고 작음이 사회적 지위를 가늠하는 잣대로 잘못 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은 주행억제를 통한 교통체증 완화의 목적으로 휘발유특소세율을 현재보다 두배인 3백%로 올리는 반면 자동차세는 배기량 1천5백㏄이하 면제,8백㏄이하일 땐 자동차세뿐 아니라 등록·취득세도 전액면제하는 등의 관련세법개정안을 올 정기국회에 제출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차량의 보유세보다는 주행세를 크게 늘려서 불필요하게 차를 몰고 나오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서울시도 내년부터 모든 유료주차장에 배기량 8백㏄이하 자동차만 세워둘 수 있는 경차전용주차공간을 의무적으로 설치케 하고 이들 차량의 주차료도 50% 할인혜택을 주기로 했다는 것.이러한 방안들을 추진함에 있어 경차 경시 풍조는 적잖은 걸림돌일 것이다. 반대로 경차애용으로 상황이 바뀔 때는 수요급증에 따른 교통체증심화의 부작용도 우려되므로 차고지증명제,각종 벌과금인상 등과 함께 대중교통수단의 쾌적함을 높이는 보완적 다각대책도 함께 있어야겠다.
  • “매몰자 더 버티기 힘들것”비관적 분위기(「삼풍」참사/구조스케치)

    ◎굴착기 투입에 일부가족들 한때 항의/희생자중 3명 며칠째 신원 확인안돼 ○…구조된 직후 사망한 이은영(21)씨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생존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사고대책본부는 시간이 흐를수록 생존자가 더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비관적인 분위기. 건물 잔해에 깔려 출혈을 하고 있는 부상자들이라면 이틀이상 버틸 수 없고 깔리지 않았더라도 5일동안 밀폐된 공간에서 음식과 산소공급을 받지 못했다면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 ○…합동 구조반은 사고발생 4일째인 3일 절단기와 산소용접기,해머 등을 이용한 손작업에 한계가 드러나자 중장비와 첨단장비로 구조 작업에 착수. 구조반은 이날 상오 붕괴된 건물의 콘크리트 잔해에 전기드릴로 구멍을 뚫은 뒤 콘크리트 절단기로 30㎡ 크기의 직육면체 모양으로 절단,굴착기와 대형기중기로 들어올리고 있다. ○첨단장비로 수색 박차 ○…구조반은 육군에서 땅굴탐지에 사용하는 시추공 탐지카메라 2대를 긴급지원 받아 매몰돼 있을 가능성이 많은 지점에 전기드릴로 깊이 1m 가량의 시추공을 뚫은뒤 카메라를 넣어 반경 7m 안을 촬영한 영상을 통해 매몰자의 위치와 생존여부를 확인중. ○…작업진행 방식을 놓고 지휘본부와 실종자 가족들사이에 의견이 엇갈리는 바람에 이날 상오 11시쯤부터 3시간 동안 구조작업이 중단되는 소동. 현장에서 굴착기 작업이 진행되는 사실을 몰랐던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상오 11시 지휘본부로 몰려와 『굴착기를 이용하면 지하에 있는 생존자가 다 죽는다』고 거칠게 항의. ○…붕괴사고로 막내 여동생을 잃은 김영철(37)·영선(33)·영석(31)씨 삼형제는 사고직후부터 자원봉사자로 일하며 여동생 수영씨(25·인천시 남구 용현3동)를 찾는데 눈물겨운 노력. 수영씨는 부천 모 백화점에 다니다 출퇴근 시간은 훨씬 길지만 보수를 조금 더 많이 주는 이 백화점으로 사고 3일전 옮겨 수입브랜드 매장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발생 닷새가 지나도록 지하 수색작업이 진척되지 않자 시신이 발굴되더라도 무거운 잔해에 짓눌려 형체를 알아볼 수 있겠느냐는 또다른 걱정. 법의학자 등 전문가들은 치아검사나 키검사 등으로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시간이 계속 흐른다면 이 방법도 어려워 유전자 지문감식도 불가피하다는 견해. ○…희생자 가운데 3명의 신원이 며칠째 확인되지 않고 있어 사고대책본부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동부시립병원에 안치된 여자 희생자 1명은 꽃무늬 바지와 흰색 부츠차림의 30대로 추정되며 임신 7∼8개월 가량의 임신부처럼 배가 불러 있고 왼쪽 손가락에는 꽃무늬모양의 금반지를,오른쪽 새끼손가락에는 금실반지를 끼고 있다. 이 병원에 안치된 또 다른 여자 희생자는 회색 치마에 검은색 컬러가 달린 베이지색 상의 차림으로 교복을 입은 학생으로 추정되고 있고 보라매병원에 안치된 희생자는 커트 머리에 분홍색 반팔티와 회색치마를 입은 통통한 체격의 여자로 배꼽 오른쪽에 배꼽처럼 파인 작은 흉터가 있다. ○위도주민 위로금 전달 ○…지난 93년10월 서해 훼리호 침몰사고로 마을주민 수십명이 숨지는 변을 당한 전북 부안군 위도면 주민이 이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대책본부에 구조비용으로써달라며 1백여만원의 성금을 내놓았다. ○…이날 상오 11시쯤 서울교대 체육관에서 실종자가족임시협의회 대표 박태식(35·주식회사 베이직 삼풍백화점 직영매장 전무)가 실종자 가족 40여명으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해 서울 강남성모병원 응급실로 후송. ○…김모씨등 2명은 이번 사고로 숨진 백화점직원 민모양(22)의 유해를 「이미원」이라고 대책본부에 등록해놓고 유족행세를 하다 경찰에 적발되는 등 보상금을 노린 「가짜유족」이 등장. ○3억어치 귀금속 발견 ○…이날 사고현장에서는 3억원어치의 귀금속이 근 금고가 발견돼 주인에게 넘겨졌다. 이 철제금고는 4층 귀금속가게에 있던 것으로 사고로 숨진 주인의 처남 김모씨가 이날 하오 9시쯤 경찰의 입회아래 찾아내 습득물신고센터에서 공식인수절차를 마치고 주인의 부인 김영선씨(40·송파구 오륜동)에게 전달. ○…주한미군은 3일 삼풍백화점 붕괴사건과 관련,애도의 뜻을 표시하기 위해 4일 미국독립기념일을 맞아 실시할 예정이던 불꽃놀이 행사를 취소하기로 결정. ◎「삼풍」 참사 유명인사 주변/고 서석재씨 미망인 외동딸 잃고 통곡/김상헌 판사 어머니 못찾아 “애간장”/대검 김진세 검사장도 처남댁 수소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희생자 가운데 정·재계와 법조계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신원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그만큼 삼풍백화점 주변에 유력 인사들이 많이 살고 있던 탓이다. 83년 미얀마 아웅산 테러사건때 순직한 서석준 전부총리의 외동딸 이영(27·미하버드대 재학)씨는 사고당일 하오 5시40분쯤 친구와 함께 삼풍백화점을 찾았다가 친구가 차를 주차시키는 사이 백화점으로 먼저 들어간 뒤 아직까지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서씨의 미망인 유수경(54·국민대 가정교육과교수)씨와 오빠 익호(30)씨 등 친지는 이영씨마저 잃는 것이 아닌가 하며 눈물속에 이영씨의 생환을 기다리고 있다. 김경회(56) 전서울지방검찰청 검사장의 부인 배은영씨(53)는 A동 엘리베이터를 타려다 B동으로 옮겨 더 큰 화를 모면했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2부 김상헌(33) 판사와 김진세 대검찰청 강력부장검사의 가족들도 사고 당시 삼풍백화점으로 쇼핑하러 갔던 어머니 장태숙씨(60)와 처남댁을 각각 애타게 찾고 있다. 올해초 임용성적 1등으로 여검사가 된 서울지검 형사2부 강수진(24) 검사의 어머니 김숙자씨(51·명지대 교수)도 부상을 입었으나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어서 평소대로 대학에 출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무 LG그룹회장의 숙모이자 구자경 명예회장의 넷째 동생인 구자일 일양화학회장의 부인 김청자씨는 이번 사고로 숨졌고,현대건설 주철응(58) 상무와 해태그룹 계열광고사 코래드의 권익표 부사장의 부인 강인숙(52)씨는 실종됐다. 지하 1층에 매장을 갖고 있던 삼풍백화점 이준(73) 회장의 맏며느리 추경영씨(45)는 사경을 헤매다 14시간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이밖에 대우자동차 김태구 사장의 부인 김영배씨,삼성전자 반도체부문 대표이사 이윤우(49) 부사장의 부인인 권영옥(46)씨,삼성건설 박운영(63) 고문이 숨지거나 실종됐으며 삼성자동차 김경태 고문의 부인 등 삼성 가족 10여명이 부상당했다. 법조계에서는 정광진 변호사가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맏딸 윤민(29)씨와 둘째딸 유정(28),셋째딸 윤경(25)씨를,서울지검형사6부 윤연수 검사가 부인 서해경씨(26),아들 원진군(2),딸 하은양(1),처제 서명숙씨(24)를 잃었다.또 노종상(60) 변호사의 딸 성은(26)씨는 결혼을 하루 앞두고 신혼여행 물품을 사러 갔다가 남편이 될 김승환(32)씨를 잃었고 서울고법 유지담(54) 부장판사는 부상을 입었다.
  • 정부투자기관/섭외비 과다지출/2배초과도/직원 떡값·회식비로 전용도

    ◎감사원,개선 요구 감사원은 24일 한국전력등 16개 정부투자기관을 표본으로 뽑아 기밀비등 섭외성 경비편성 및 집행실태를 감사한 결과,이들 기관이 모두 예산을 변칙편성하고 멋대로 집행한 사실을 밝혀내고 이들 기관장들에게 개선조치하라는 감사원장의 친서를 보냈다. 감사원은 특히 법인카드를 이용해 지난해 5월부터 45회에 걸쳐 6백여만원을 개인적 용도로 쓴 한국도로공사 경리처 소속 김모씨(30)를 파면하고 해당과장등 감독책임자를 문책하도록 한국도로공사에 통보했다. 적발한 비리는 이들 기관이 대부분 독점사업을 운영,민간기업보다 섭외성 경비가 적게 드는데도 ▲세법상의 접대비 손금인정 한도액보다 1백19∼2백40%까지 확대 편성한 경우 ▲업무추진비 예산을 직원들의 선물·외식비로 전용한 경우 ▲가짜영수증등 서류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현금을 빼내 부서운영비로 쓴 경우 등이다. 감사결과 한국전기통신공사는 93년도 섭외성예산 한도액이 53억4천5백만원인데도 이보다 두배가 훨씬 넘는 1백28억4천만원으로 편성,이 가운데 상당액을 섭외목적이 아닌 직원들의 회식비등 내부경비로 집행했다는 것이다.한국관광공사도 섭외성 경비를 법정한도액의 두배가 넘는 2백19%로 편성했으며 한국전력공사는 1백38%,한국수자원공사 1백35%,한국도로공사 1백30% 등으로 편성했다는 것이다. 한국산업은행과 중소기업은행은 93년 시중은행의 접대비 한도액이 62∼86%정도임에도 불구,각각 한도액의 1백5%,1백1%를 집행한 것으로 밝혀졌다.이와함께 한국전력은 섭외예산 총집행액의 74%를,한국도로공사는 62%를,한국전기통신은 57%를 직원회식비용이나 직원들의 떡값명목으로 편법지출해 써온 것으로 드러났다.
  • 일제복사기로 위조추정/가짜수표 수사/동일기종보유업체 조사

    ◎87장으로 늘어 10만원짜리 위조수표 대량 유통사건을 수사중인 서울경찰청은 8일 범인들이 일본 캐논사의 컬러복사기로 위조수표를 대량복사,유통시킨 것을 밝혀내고 이 복사기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에 대한 본격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날 컬러복사 전문가 이모씨(54)로부터 『위조수표는 분말방식이 아닌 잉크젯방식으로 복사된 것이며 이 방식의 복사기는 일본 캐논사의 CLC­10기종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경찰은 이에따라 이 기종의 복사기 1배78대를 갖고 있는 복사업체에 대한 사용내역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와함께 위조수표의 원본을 포함,10만원짜리 수표 9장을 인출해간 J건설의 김모이사(52)를 상대로 원본 수표의 사용처를 조사한 결과,식당·사우나등 강남일대 9곳에서 10만원짜리 한장씩을 지난해 12월 중순까지 사용했음을 밝혀내고 이들 수표의 유통경로를 추적중이다. 한편 이날까지 회수된 위조수표는 모두 87장으로 늘어났다.
  • 부천 도세주범 2명 자수/박정환·임동규씨 구속

    ◎모두 11억원 횡령 확인/임씨 “상급자에 50% 상납했다”/박씨 “법무사·세무직원과 합작” 【인천=조명환·김학준·조덕현기자】 부천시 세금횡령사건을 수사중인 인천지검은 8일 이 사건의 주범으로 수배를 받아온 박정환씨(37·부천시 세정과 기능직)와 임동규씨(37·소사구 세무과 기능직)가 자수해옴에 따라 이들을 업무상횡령혐의로 긴급구속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개인별 횡령금액과 고위층에 대한 상납,고위층의 비호및 묵인여부등에 대해 철야조사를 벌였다. 박씨와 임씨는 지난 90년5월부터 올 9월까지 농협 부천시청출장소등 은행수납인을 위조해 가짜영수증을 만드는 수법으로 취득세와 등록세등을 각각 7억4천1백여만원과 3억8천5백여만원 횡령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횡령액은 당초 감사원이 발표한 액수인 4억2천만원과 1억7천만원의 2배에 가까운 것으로 검찰의 조사가 진행되면 이들의 횡령액이 더 늘어날 것으로 여겨진다. 또 박정환씨는 지난 90년 농협 부천시청출장소 명의의 가짜직인 2개를 만들어 법무사직원 황희경씨(37·수배중)가 납부대행을 받은 등록세영수증에 가짜직인을 찍어주고 원미구청 세무과 직원 이병훈씨(32·기능직10급·구속)를 시켜 가짜영수증을 영수증철에 끼워넣게 하는 방법으로 세금을 가로채 셋이서 4대3대3의 비율로 나눠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 한국인,보신관광에 “돈 물쓰듯”/태국언론 대대적 보도

    ◎사슴고환·코끼리 콩팥까지 “싹쓸이”/코브라탕값 20배이상 올라도 불티 32만원짜리 「보신정식」을 즐기는 등 한국관광객들의 보신관광이 태국 신문에 크게 보도돼 다시 한번 「어글리 코리언(추악한 한국인)」이라는 오명을 듣게 됐다. 태국의 방콕포스트는 한국인을 비롯한 일본·중국인들에게 코브라쓸개·호랑이뼈·코끼리콩팥이 별미이자 보신제로 통하고 있으며 사슴의 힘줄과 고환은 정력강장제로 인식돼 이들 혐오식품을 닥치는대로 먹어치우는 몬도가네식 식도락관광 행태가 성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이 신문은 특정 외국인들의 별미에 대한 욕구가 태국에서 보호받아야 할 야생동물들을 죽이며 보신업소를 번성케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보신식품은 종류도 다양하지만 가격차도 엄청나다.곰발바닥수프 1인분 한그릇이 8백∼1천바트(2만6천∼3만2천원),생쓸개를 포함한 코브라탕 한그릇이 1천바트(3만2천원)로 원가에 비해 턱없이 비싸지만 날개돋친듯 팔리고 있다.또 태국위스키에 담근 코브라쓸개와 한약재가 첨가된 호랑이 뼈가루,코브라뱀탕,곰발바닥찜 요리 등으로 한 세트를 이룬 이른바 「보신정식」은 1인분에 1만바트(32만원). 그러나 이같이 비싼 음식은 일부 돈많은 관광객이나 호기를 부리는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것이고 한국관광객들이 가장 즐겨 찾는 보신식품은 코브라뱀.태국에서 가방이나 지갑·혁대 등의 가죽제품을 만들 만큼 흔해 빠진 것이 코브라인데 한국인과 중국인들이 정력에 좋다고 찾는 바람에 요즘은 값이 터무니없이 올랐다.산지에서 50바트(1천6백원)도 안되는 코브라 1마리가 뱀탕집에서는 1천바트(3만2천원)로 20배나 치솟고 서울로 운반되면 16만원을 호가한다.방콕 일원에서 한국관광객을 주요고객으로 맞고 있는 뱀집은 서너군데로 코브라탕과 함께 코브라쓸개·뱀가루 등은 물론 여성의 생리불순과 불임증·미용 등에 좋다는 조경환 등은 한글 설명서를 첨부해 팔고 있다.그러나 이제는 한국관광객들이 하도 코브라쓸개를 찾아 가짜가 더많은 실정이다.
  • 사채/양성화방침 계기로 살펴본 「시장」 실태

    ◎30조 지하경제 점조직 암거래/부동산·주식·자동차 등 담보종류 다양/고액수수료 챙기고 부도땐 담보 가로채/무자격자에 당좌·가계수표 계좌 개설… 사기행각까지/배후엔 고위층 출신 전주… 폭력조직과도 연계 정부가 사채를 양성화하기 위해 대금업법 제정을 추진키로 한 것은 사채의 양태가 갈수록 다양해지면서 그 피해도 커지기 때문이다. 신용카드나 주민등록 등본 등을 담보로 개인을 상대로 한 대출에서,기업을 상대로 한 사기성 거액대출 제의,무자격자에게 가계수표나 당좌수표 계좌를 개설해 주는 조건으로 고율의 수수료를 챙기는 신종 사기행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법이 등장하고 있다. 실명제 이후 위축되긴 했으나 사채시장의 규모는 국민총생산(GNP)의 10%인 30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거래가 점조직으로 이뤄지는 등 극도로 폐쇄적이어서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채의 종류와 운용형태 등을 알아본다. ▷사채업자의 조직◁ 사채업자들은 금융브로커·20대 초반의 남자직원·경력직원·전화담당 여직원·모집꾼·헤드 등이 한 팀이다. 금융브로커는 종로 3가 일대나 서초동 법원청사 주변,각 등기소 주변에서 대상을 물색한다.등기부등본을 떼러 온 사람 중 급전을 구하는 사람을 골라 대출사무실을 알선해주고 1∼2%의 수수료를 받는다.전직 경찰관·세무원·금융기관 직원 등이 주류이다. 20대 초의 남자 직원들은 부동산 사무실과 사채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담보를 확보하고 이자를 받는 일을 한다.일정액의 월급과 건당 수당을 받는다.명문대를 졸업한 고학력자들로 월급은 5백만원 내외로 알려지고 있다. 경력사원은 담보물건의 감정을 맡는다.전화담당 여직원은 연채된 채무자들을 독촉하거나 대출상담을 한다.헤드로 불리는 고참 여직원은 수많은 전주와 연계,대출을 성사시키고 담보물건을 넘기는 역할을 한다.고액의 경우 총대출액의 1∼2%,소액의 경우 4∼5%가 이들의 수당이다. ▷부동산담보대출의 수법◁ 사채의 이자는 전주가,수수료는 사채업자가 챙긴다.종류로는 월변·일수·직장인 신용대출·자동차 담보대출·아파트 부금통장 대출·전세계약서 담보대출·부동산 담보대출·주식 담보대출·골프회원권 담보대출 등 9가지나 된다. 어음할인과 함께 사채시장의 양대 기둥으로 꼽히는 부동산 담보대출의 경우 80년 대 후반 부동산투기 억제책으로 사치향락 업소·임대용 건물·준스포츠업체 등이 대출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급성장했다.91년 이후 부동산 경기의 침체와 함께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더욱 기승이다. 운용 수법은 다음과 같다.금융브로커가 급전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접근,등기부 등본·도시계획 확인원·토지 건물대장 등 서류를 받은 뒤 사채업자의 사무실로 안내한다.헤드가 대출의사를 확인한 뒤 돈을 빌리겠다는 각서를 받는다.대출기간은 보통 6개월이지만 「상환기간은 3개월로 하되 이자 연체가 없을 경우 3개월 연장한다」는 단서가 붙는다.경력직원은 현장에 나가 담보물을 확인한 뒤 감정가를 정한다.감정가는 경매가이며,대출금액은 감정가의 60%선이고 대출액은 공시지가의 40∼50% 선이다. 감정이 끝나면 대출약정서를 작성한다.이때 채권 최고금액의 난에는실제 대출금액의 2배로 설정한다.배 설정에는 개인간에 이뤄지는 단배와 개인과 회사간에 이뤄지는 복배가 있다. 단배란 전주가 공시지가의 절반에 해당하는 돈을 빌려주면서 3년안에 대출금액의 배를 갚든지 못 갚을 경우 담보물을 넘겨받는 것이다.이자율로 따지면 월 2.7% 정도이다.복배는 내용은 단배와 같으나 전주(큰손)가 기업을 끼고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돈을 빌려주는 것이 다르다. 예컨대 A라는 개인기업은 부동산은 있으나 금융기관 대출에 필요한 사업자 등록증이 없다.B라는 기업은 대출자격은 있으나 담보가 없다.사채업자는 A가 B의 제3자 담보를 서도록 주선해 금융기관에서 대출받도록 해 준다.최근에는 A에게 위조된 사업자 등록증을 주어 대출을 받도록 하고 10%를 챙기는 수법도 생겼다. 경매정보지에 나온 경매물건을 현장 답사한 뒤 감정가가 경매가를 웃돌면 채무자의 기존 빚을 갚아주고 1순위로 담보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경매물건을 챙기는 수법도 있다. ▷할인의 종류와 수법◁ 사채의 전통적인 영업형태는 할인업이다.80년대만해도 제도권 금융기관에 접근할 수 없는 중소 영세업자의 상업어음을 고율로 할인해 주는 방식이었다.그러나 최근에는 자동차·아파트·예금통장·골프회원권·신용카드 등 돈이 되는 물건이면 가리지 않고 할인해 준다.월 2∼2.5%가 요즘의 평균 할인율이다. 작년 말부터 검찰의 수사선상에 떠오른 신용카드 할인의 경우 무자격자로부터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고 발급요건을 갖춰줘 은행의 신용카드를 발급받도록 해 준다.그 다음 신용카드를 담보로 대출해 준다.카드할인 행위를 단속하는 법안이 입법화되면서 「카드할인」이라고 내걸었던 광고문안을 「싼 %」로 바꿨다. 가계수표 할인은 외상값이 밀린 직장인이나 급전이 필요한 영세업자가 표적이다.가계수표 개설에 필요한 요건(서울의 경우 3개월 이상 평잔 3백만원)을 대신 갖춰준 뒤 가계수표 계좌를 개설하면 수수료를 받아챙긴다.개인의 경우 70만∼80만원,개인사업자는 4백만원이 공정가격이다. 당좌수표 할인은 사채업자들 사이에서는 「부도수표」란 은어로 통용된다.무자격 중소기업주를 대신해 예금계좌를 개설,자격을 갖춰주거나 허위 사업자 등록증으로 당좌계좌를 개설토록 한 뒤 수수료를 챙긴다.5억원을 예치해 주고 당좌계좌가 개설되면 수수료로 5천만원을 받는다. 부도가 나면 기업주가 금융파산 선고를 받는 점을 악용,부도를 막아주는 대신 고율의 이자를 요구하거나 공장건물 등 담보물을 가로채기도 한다. 최근에는 「1차 부도 막아줌(당좌수표)」이라는 광고처럼 초긴급 자금을 빌려주는 사채업자까지 생겼다.이들의 할인 수법은 실명제 직후 한때 유행한 것처럼 부도직전의 어음을 만기가 다소 남은 어음으로 교환해주는 「박치기」,거액의 어음을 소액의 어음으로 바꿔주는 「쪼개기」등 다양하다. 양도성 예금증서(CD) 할인은 발행과 환매 때만 실명확인하는 점을 이용,유통단계에서 CD를 저리로 할인·매입하거나 되파는 수법으로 차익을 챙긴다.유통단계에서만 개입하기 때문에 사채업자의 신분이 전혀 노출되지 않는다.최근에는 컬러복사기를 이용한 가짜 CD까지 사채시장에서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채업자들은 대출이 필요한 기업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전주들을 동원,사채자금을 금융기관에 예치해주는 대신 대출을 알선하기도 한다.수수료로는 은행 정기예금에 부과되는 소득세(연 21·5%)만큼 받는다.10억원짜리 어음 3개월을 예치해 줄 경우 1천2백45만원이다. 건설업체나 해외여행 비자발급에 필요한 잔액증명을 대신해 주기도 한다.「평잔·주금납입·대월」이라는 광고문안 뒤에는 잔액증명 사채업자가 숨어있다.잔액증명을 해주는 척 하면서 기존의 입금액까지 빼가는 사기단도 있다. 지금까지 열거한 할인업은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사채업자의 수법일 뿐 시장이나 상가 등을 상대로 한 새로운 사채업이 계속 생기고 있다.경제상황의 변화에 따라 골프회원권·주식 등 할인대상도 다양해진다. ▷사채업자의 배후조직◁ 사채업자의 배후에는 전주가 숨어있다.막대한 돈을 주무르는 전주들은 공직자,금융기관 임직원,장성 등 고위 권력층 출신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문제가 생길 때 빠져나갈 연줄도 있는 실력자들이다. 사채업자들은 연체된 이자나 대출금을 받아내기 위해 해결사를 동원한다.「어깨」로 통하는 이들 폭력조직은 사채시장과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이다. 금융인들은 아직까지 제도 금융권의 이용이 제한된 점을 감안하면 사채가 필요악이라는 측면도 있으나,사채의 역기능이 갈수록 커지기 때문에 일본처럼 사채업을 「대금업」으로 양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사채업자/금융기관/중소기업/먹고 먹히는 「돈의 사슬」/금융사고 부르는 3자관계/사채업자/거액예금 대가로 고율이자 요구/금융기관/자금난 기업 찾아 고리급전 대출/기업체/이자부담 허덕이다 부도사태로 대형 금융사고와 기업의 부도 배후에는 반드시 사채업자가 따라다닌다.기업과 사채,금융기관은 악어와 악어새와 같은 먹이 사슬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82년의 이철희·장영자 부부 어음사건,83년 8월 상업은행 김동겸 대리의 명성그룹 불법 대출사건,83년 9월 조흥은행의 영동개발 부정 지급보증사건에서 작년 10월 제 2의 장영자사건,작년 말과 올 여름의 수협 지방점포의 불법대출 사건 등 대형 금융사건의 드러나지 않은 주범은모두 사채업자이다.크고 작은 기업의 부도사태에도 사채업자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지난 해부터 검찰의 집중적인 수사를 받는 카드 불법대출 사건도 돈이 궁한 직장인이나 영세 사업자를 대상으로 벌이는 사채업자들의 사기행각임이 드러났다. 사채업자들이 경제사건의 핵심을 차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금융기관의 지난친 외형경쟁 때문에 영업장들은 예금을 끌어들이는 데 혈안이 된다.큰 돈만 끌어오면 출세가 보장되기 때문이다.따라서 유능한 영업장이라면 수십억원 단위의 거액을 동원할 수 있는 사채업자 3∼4명 정도는 거느려야 한다. 사채업자들은 금융기관의 이같은 약점을 파고든다.여러 전주들의 자금을 동원,예치해주고 금융기관의 정규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요구한다.3∼4%포인트 정도 높은 게 보통이다.이들의 예금으로 수신고를 높인 영업장은 수익률을 보장해 주기 위해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에 접근한다. 대출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실제로는 사채업자들이 자금조성의 대가로 요구하는 3∼4%포인트를 대출금리에 더얹는다. 돈을 못 구해 부도위기에 몰린 기업으로서는 돈을 마련하고,사채업자는 고율의 수익을 보장받고,영업장은 수신고를 높이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가 성립되는 셈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부도위기에 몰린 기업이 고율의 이자 부담까지 지면서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기업이 휘청거리면 영업장은 사채업자와 기업을 연결해주는 과정에서 받는 「커미션」이라는 약점 때문에 대출규모를 더 늘릴 수 밖에 없다. 밑빠진 독에 물을 쏟아부은 결과 전주로부터 자금을 조성한 사채업자와 금융기관이 함께 몰락하거나(이철희·장영자사건) 금융기관이 두 손을 드는(92년의 상업은행 명동지점장 자살사건·93년의 신탁은행 동래지점장 자살사건 등) 결과를 초래한다.명성·영동개발 사건처럼 기업과 금융기관이 함께 초토화되기도 한다. 사채업자가 금융기관에 자금을 조성해 주는 대가로 정상적으로는 대출이 불가능한 기업에 대출을 요구하기도 한다.당연히 사채업자와 기업간에는 고율의 수수료 약정이 맺어져 있다.어느 순간 사채업자들이 일제히예금을 빼가면 금융기관은 껍데기 뿐인 기업의 어음만 떠안은 꼴이 된다. 사건이 표면화되면 사채업자들은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나,그동안 챙긴 고율의 수수료와 기업이 발행한 어음을 돌리는 과정에서 본전은 모두 뽑았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심심찮게 터지는 고위층 사칭 사기단 사건처럼 전직 사채업자들이 주축이 돼 기업의 자금난과 특혜심리를 이용,「맨 입」으로 기업을 거덜내는 경우도 있다.
  • 밀수품 세대교체/귀금속 줄고 기계류 “각광”/관세청 국감자료

    ◎기계·기구류 작년 단속서 37% 차지/서류위조 반입… 참깨도 크게 늘어 「밀수 주종품」이 바뀐다.전통적으로 악명이 높던 금괴·보석·시계를 밀어내고 산업용 기계와 기구 참깨 의류 직물 등이 새로운 밀수 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7일 관세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밀수 단속에서 적발된 기계 및 기구는 4백85억원어치로 전체 적발금액 1천3백9억원의 37%에 해당된다.금괴는 1백78억원,참깨는 72억원어치다. 기계·기구나 의류 직물 등의 밀수방법은 다른 물건이나 몸에 숨겨서 들어오는 고전적 방법과 다르다.정식으로 수입절차를 거쳐 대량으로 실어오는데,그 서류를 가짜로 꾸미는 위장수입 형태가 많다. 기계·기구의 밀수입은 92년 1백31억원에서 작년에는 2배에 가까운 2백46억2천만원으로 늘었다.수입이 불가능한 중고 기계류가 대부분이다.원자재 또는 새 것처럼 속이는 수법을 쓴다.직물도 원자재로 위장하는 수법을 많이 이용한다. 관세가 붙지 않는 북한산으로 둔갑하기도 한다.지난 해 이후 지금까지 79억원어치의 호도와 은행을 북한산으로 위장 반입하다가 적발됐다.위장수입의 가능성이 높은 품목은 3백25개나 된다.의류·직물과 의료기기 밀수도 대부분 이 방법이다. 의료기기의 밀수액은 지난 해 52억원으로 92년의 2배가 넘었다.의류·직물은 56억원으로 92년보다 5배 가까이 늘었다.운동용구는 19억원으로 주로 골프채이다 참깨의 밀수 규모는 99억원으로 그 물량은 2천1백95t.밀수배 한 척에 7∼8t을 싣는다.지난 해 3백여척을 적발한 셈이다.모두가 중국산이다.㎏당 가격이 5백∼6백원으로 국내의 4천5백원보다 9분의 1밖에 안된다.성공만 하면 시세차익이 엄청나 끈질긴 단속에도 근절되지 않는다.
  • 횡령세금 사용처 집중 수사/5개은 압수수색

    ◎안씨등이 받은 수표행방 추적/수뢰 전북구청 총무국장 수배 【인천=최철호·김학준기자】 인천 북구청 세금착복 사건을 수사중인 인천지검(주광일검사장)은 29일 구속된 안영휘씨(53·전북구청 세부1계장)와 이승록씨(39·세무과7급)가 가로챈 고액의 법인취득세를 어디에 썼는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착복한 돈의 사용처를 밝히면 고위층으로의 상납이나 횡령액 규모및 내역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이에따라 검찰은 이날 양지원공구에서 발행한 8천5백70여만원짜리 수표와 대우전자,계산동 새마을금고 등 고액취득세 납세자들이 발행한 수표의 행방을 찾기 위해 경기은행·주택은행·외환은행·신한은행 부평지점과 외환은행 산곡동출장소 등 5개 은행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추적에 나섰다. 이와관련,검찰은 전북구청 총무국장 김연성씨(60)가 지난 92년 8월부터 93년 4월까지,94년 5월부터 지난 10일 해직될 때까지 2차례에 걸쳐 안씨의 비리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1천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잡고 김씨를 긴급수배했다. 검찰은 또 이날 북구청 세무2과 기능직 10급인 정해숙씨(35)가 안씨의 지시에 따라 가짜영수증을 써주는 수법으로 1억1천만원을 챙긴 사실을 추가로 밝혀내고 이날 정씨를 불구속입건 했다. 정씨는 지난 92년 1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안씨와 공모,71차례에 걸쳐 돈을 횡령해 7대 3의 비율로 나눠가진 혐의가 드러났으나 현재 임신8개월인 점이 감안돼 불구속됐다. 검찰은 또 고액납세법인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이승록씨에게 취득세를 적게 내게 해달라며 6백만원의 뇌물을 건네준 동보건설 경리과장 이영익씨(32)를 제3자 뇌물공여혐의로,이남영법무사 사무실 변영찬사무장(42)을 뇌물공여혐의로 각각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와함께 안씨가 경기 강화군 양도면 삼흥리 950 임야 1천45㎡에 무단으로 가묘 2기를 조성하며 석축을 쌓는등 산림을 훼손한 사실을 추가로 밝혀내고 안씨에 대해 산림법위반 혐의를 추가하기로 했다.
  • 세리­법무사­기업 “구조적 비리”/기소앞둔 「도세사건」 중간점검

    ◎「상납­비호」 부패 연결고리 드러나/영수증검증 계속… 착복 60억 넘을듯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인천 북구청 세금횡령사건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착수 한달여만인 다음달 1일 기소할 방침이어서 일단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실무를 담당하는 세무계장과 직원등 하위직 공무원들이 지방세 영수증의 위조에서 부터 숨기기까지 조직적으로 교묘하게 저질른 범행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더욱이 이들을 지휘감독하는 상급자들이 이들로부터 뇌물을 받고 비호해줬으며 관련 업무를 대행하는 법무사까지 결탁된 「총체적 비리」인 것으로 밝혀졌다.그 결과 현재 모두 21명이 구속됐고 그 과정에서 사건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지자 최기선인천시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번 사건의 수사는 경찰이 사건 일체를 검찰에 송치한 지난 13일부터 본격화됐다. 검찰은 수사에 들어가 ▲분실된 91·92년도 취득세의 행방을 찾는 작업 ▲횡령규모 파악을 위한 영수증 대조작업 ▲고위층 관련등 세갈래로 나누어 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경찰의 사건수사초기에 없어진 91·92년도분 영수증의 행방을 찾는 작업에 수사력을 집중,지난 22일 영수증을 발견하면서 수사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검찰은 이 영수증을 토대로 영수증 대조작업을 벌여 지금까지 모두 1천9백63건에 60억2천만원의 횡령규모를 밝혀냈다.현재 영수증 검증작업이 계속되고 있어 다소 늘어날 것으로 검찰은 보고있다. 특히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안씨등 과의 연결고리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났다.지난 15일 인천시의 세무업무를 총괄하면서 안씨의 비리사실을 묵인해준 하정현 인천시 감사1계장(53)이 구속되는 것을 시작으로 이광전 인천시 보사국장(53),인천시 정책보좌관인 강기병씨(60)등 고위 공무원 3명이 이들과 결탁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의 범행에 법무사사무소 직원들도 상당해 개입된 것으로 들어났고 기업체 역시 결탁된 것으로 밝혀져 지금까지 모두 21명이 구속됐다. 검찰조사 결과 안씨는 모두 8개의 은행도장을 위조,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에게 구청에서 세금을 받게 한뒤 감면해주는 것이 아니라 모두 착복하는 「원시적인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안씨는 부하직원들에게 횡령액중 10∼30% 정도를 떼어준 것으로 밝혀졌다.법무사와 공모해 등록세를 착복해 구속된 양인숙씨(29·북구청 세무과 9급)도 법무사사무소 직원들에게 같은 수법으로 영수증을 모은뒤 10∼15%의 수고비를 건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주목받는 대목은 기업체를 상대로한 세금횡령이다. 안씨와 이씨등은 체납한 기업에 직접 찾아가 세금납부를 독촉을 한뒤 기업측이 자금사정을 호소하면 「분할납부」「어음수납」등 특혜를 주겠다고 유인,세금을 내게한 뒤 가짜 영수증을 건네주고,금액이 클 경우 일부는 납부하고 일부는 착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에따라 기소과정에서 주범 안씨와 양씨,이승록씨등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국고손실)를 적용할 방침이다.이 조항은 회계사무에 종사하는 자가 국고에 손실을 끼칠 것을 알면서도 범죄를 저지른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것으로 ▲국고손실이 5억원이상일 때는 무기징역 또는 5년이상의 징역 ▲국고손실이 5천만원이상5억원미만 일때는 3년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경실련 고발접수 도세 유형/종소세환급분 지불통보후 “무소식”/“양도세 감면” 유혹 부동산거래 종용/휴가비 노골적 요구… 중기 “속앓이” 인천 북구청 세무비리 사건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9일 서울 종로5가 사무실에서 지난 15일부터 2주동안 자체 고발창구에 접수된 60여건의 세무비리 고발사례를 분석,검토한 결과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20건을 공개했다. 경실련은 다음주초 감사원에 관련자료 일체를 넘겨 조사를 의뢰키로 했다. 경실련이 이날 공개한 비리유형은 크게 ▲거래금액 축소조작에 의한 세금탈세(2건) ▲소득세,취득세 과·오납 및 부가세 환급비리(5건) ▲부동산중개업자,세무브로커에 의한 부가세 및 종합토지세 탈루(2건) ▲세금부과시 대민접촉에 의한 뇌물요구(5건) ▲건축관련 세무부정(3건) ▲기타(3건)등이다. 이들 세무비리는 지방세 관련 9건,국세 관련 11건이며 담당기관은 서울이 5개 구청,6개 세무서,국세청 등이며 지방의 경우 5개 시,2개 구청이 해당됐다. 특히 최근 물의를 빚고 있는 인천 북구청관련 고발도 포함돼 있다. 구체적인 고발사례는 다음과 같다. 『(익명요구)지난 3년동안 종합소득세에 대한 연말 환급분을 매년 20여만원씩 모두 60여만원을 지불통보만 하고 돌려주지 않았다(인천B구청)』 『(무역업을 하는 김모씨)세무서 담당자가 부가가치세 환급금 1천5백만원가운데 5백만원을 공제한 1천만원만 환급해주고 세무서 장부에는 다 지급한 것처럼 처리하고 있다.올 1·4분기도 그렇게 당했다(서울 D세무서)』 『(익명요구)강남일대 부동산중개업자들이 신축한지 3년된 아파트소유자들에게 「잘아는 세무서 담당자를 통해 양도세를 적게 내도록 해주겠다」며 매매를 종용하고 있고 실제로 양도세를 적게내고 매매되고 있다(서울 K세무서)』 『(익명요구)중소기업을 경영하는 남편이 담당 세무공무원의 정기적인 금품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 결국 도산하고 말았다(서울 Y세무서)』 『(학원강사 박모씨)부친이 경기도 Y시에서 가구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세무공무원들이 세금을 감면해 주는 대신 뇌물을 요구하여 불경기에 더욱 애로사항이 많다(경기도 Y세무서)』 『(익명요구)영세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부가세과 직원이 해마다 여름휴가비를 노골적으로 요구해 10만원씩 줬다(서울 J구청)』 『(익명의 부동산중개업자)건물 1개동을 신축,준공검사 후 취득세 5천만원이 부과됐으나 구청 세무1과 담당직원이 「공사비를 조정해 취득세를 조금만 물도록 해주겠다」며 그 대가로 상납을 요구해 거액을 주고 취득세는 절반인 2천5백만원만 냈다(서울 K구청 세무1과 담당자 박모씨)』 『(성북구에 사는 법무사사무소 직원)최근 물의를 빚고 있는 인천과는 달리 서울과 부산은 전산화돼 있어 영수증 위조가 힘들다고 하지만 경험상 납세필증이 위조되어 있는 영수증을 많이 봤다(서울 S구청 세무과)』 경실련은 이처럼 구체적인 세무비리 사례들이 고발됨에 따라 이날 하오 서울시와 부산시측에 「상업은행에 수납된 15개 지방세 세목별,월별,구청별 징수내역」에 대한 행정정보공개를 청구했다.▷사건일지◁ 8월중순 부평경찰서 내사 9월6일 양인숙 최병창씨등 2명 구속 9월7일 인천시 북구청에 대한 특별감사 착수 91,92년 취득세 증발사실 확인 9월8일 이승록 수배 9월10일 안영휘 구속 9월12일 인천시 조광건법무사 8억8천만원 횡령혐의 고발 9월13일 검찰로 사건송치 9월14일 설애자 구속(법무사사무소 사무장),김형수(38)미국으 로 도피 9월15일 하정현 감사1계장 구속 9월17일 이광전 시 보건사회국장(전북구청장)구속 9월18일 강기병 시 정책보좌관 구속 9월19일 최기선 인천시장 사임 9월22일 분실됐던 91,92 취득세 영수증 발견 9월24일 이종심 세무과장등 4명 구속 9월25일 이덕환씨등 4명 구속 9월26일 이승록 구속 9월27일 기업체 관련자 소환 9월28일 이우영 대우전자 직장주택 조합장 구속
  • 가짜외제상표 붙여 의류판매 부당이득/5명구속

    서울지검 동부지청 형사1부 차유경검사는 16일 가짜 외국유명상표가 붙은 의류를 백화점 임대매장에서 팔아 폭리를 취한 김홍균씨(37·서울 강남구 삼성동) 강이옥씨(49·서울 양천구 신정동)등 의류업자 5명을 상표법위반혐의로 구속했다. 김씨는 지난 4월부터 남대문시장등지에서 캘빈클라인·인터크루등 외국가짜상표가 부착된 1천2백만원 상당의 의류를 구입한 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백화점에 있는 자신의 임대매장에서 매입가보다 3∼4배 비싸게 팔아 4천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 가짜외제 의류판매 4명 적발/남대문·동대문시장서 유통

    ◎서울지검/10억어치 2만여점 압수/3명 영장·36명 입건·2명 수배 유명 외국상표를 도용,가짜 의류제품을 만들어 판매한 서울 남대문·동대문시장 일대의 의류도매·제조업자 41명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지검 서부지청 형사1부 이재우검사는 17일 정정옥씨(34·여·중랑구 망우2동)등 3명을 상표법위반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또 한모씨(33·여)등 3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입건하고 송한철씨(34)등 2명을 수배했다. 검찰은 이들로부터 캘빈클라인·폴로 등 외국유명상표 20여개가 부착된 국산 티셔츠·청바지·유아복등 시가 10억여원어치의 의류 2만여점을 압수했다. 정씨는 지난 4월 한달동안 달아난 송씨의 부탁을 받고 외국상표가 부착된 티셔츠등 시가 3억여원어치의 의류 1만3천여점을 만들어 동대문·남대문시장 등을 통해 전국에 유통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 “개만도 못한…”/김문수(일요일 아침에)

    임어당의 수필 「중국의 개 이야기」에 「우룡」이라는 개가 소개되어 있다. 중국의 삼국시대 제씨가 기르던 그 개는 늘 주인을 따라다녔다.그러던 어느날 제씨가 술에 곯아떨어져 교외의 들판에서 잠이 들고 말았다.그런데 때마침 그 지방의 태수가 사냥을 나와 들판에 불을 질렀다.우룡은 위험을 느껴 주인의 옷을 물어 당기는 등 온갖 방법을 다 썼으나 허사였다.우룡은 할수없이 그곳에서 25m쯤 떨어진 웅덩이로 가 온 몸에 물을 묻혀 주인 주변에 뒹굴어 잔디밭을 적셨다.그런 일을 수없이 반복했으므로 들불은 제씨가 누워있는 곳까지 번지지를 않았다. 이튿날,제씨가 눈을 떴을 때 이미 우룡은 지쳐서 죽어 있었고 사방이 불에 타 있었으나 자기가 누워 있는 주변만은 물에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그는 우룡이 자기를 살려 놓고 죽은 것을 알고 목놓아 울었으며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태수에게 탄원하여 사람처럼 관에 넣어 정성껏 장례를 치렀다.그 무덤이 지금도 제남이라는 곳에 남아 있다고 한다.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와 똑같은 내용의 전설이 우리나라에도 곳곳에 널려있고 무덤 앞에는 의구총이라 새겨진 비석까지 세워져 있다.경북 선산군 도개면의 의구총을 비롯하여 전북 임실군 오수면,전남 낙안읍성,충남 부여군 홍산면에도 있다.이북에도 평남 용강군,평양 선교리에 이런 의구총이 있다고 한다. 이렇듯 똑같은 전설을 지닌 의구총이나 의구비 또는 의구탑이 곳곳에 널려 있으니 그 전설의 사실성 여부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우리나라의 의구총들이 중국의 「우룡」이라는 충견의 얘기를 모방한 것이라면 왜 모방했으며 또 왜 전국 곳곳에 그런 무덤들을 만들게 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충견의 이야기를 매개로 백성들에게 충효사상을 진작시키려는 목적의 가짜 의구총,가짜 의구비일 수도 있겠고 또는 그곳에서 개만도 못한 사람이 어떤 사건을 일으켰기 때문에 그 고장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어넣기 위해 국가시책으로 세우게 했을 수도 있다는 추리가 가능하다.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 여러곳의 의구비,의구총,의구탑이 지닌 전설이 그토록 똑같을 수가 있단 말인가.만약 그렇다고 한대도상속을 노리고 부모를 살해한 박한상의 이 천인공노할 패륜과 같은 사건은 아니었을 것이다.아마도 박한상은 역사 이래 가장 극악무도한 패륜일 것이다. 그가 범죄를 저지른 때가 어버이날이 들어 있는 가정의 달 5월임을 생각하면 더욱 더 몸서리가 쳐진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 황금만능주의,교육부조리,과보호,도피성 외국유학 등을 들어 입을 모으고 있다.필자도 물론 동감이다.그러나 나는 그런 원인에다 또 한가지 중요한 원인을 덧붙이고 싶다.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 사회가 조장한 잔인성이 바로 그것이다. 어릴때부터 전자오락실에서 몸에 배게 만드는 잔인성,영화관에서의 그 잔인한 살인장면… 그렇게 자란 아이들의 심성이 어떻겠는가. 기성세대들은 가난했을망정 자기네가 자라던 옛날이 좋았다고 말한다.그러나 그 시절이 반드시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 다 좋았던 시대는 아니다.또 인류는 과거의 역사나 문화에만 집착할 수가 없는 것이다.나라의 장래를 위해서 고도의 기술진보도 필요하며 산업화도 필요한 것이다.다만 그 기술과 산업의 그늘 때문에 미풍양속이나 전통문화가 고사하는 것이 탈인 것이다.도덕적 향상이 뒤따르지 않는 산업·기술의 발달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공자의 말씀대로 「하늘이 친 그물은 하도 커서 엉성한 것 같지만(천망회회)그 그물을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은 없기(소이불루)」때문에 극악무도한 패륜이 밝혀졌지만 앞으로 또 이런 패륜이 저질러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물론 대부분의 신세대들의 삶은 밝고 믿음직스러워 기성세대들로 하여금 문자 그대로 「후생가외」를 느끼게 하지만 이렇듯 존경스러운 마음이 아닌 「후생가공」을 느끼게 한다면 나라의 장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 후생들에게 공포를 느끼지 않으려면 그들의 덕육이 최우선이다.
  • 중국 사찰 “시줏돈으로 장사”/부동산 투자·건설 무역업체 운영

    ◎명찰고승이 앞장… 홍콩기업 뺨쳐/승려들 가세… 금욕·청빈은 옛말 개방과 시장경제도입에 따라 갈수록 뜨거워지는 중국사회의 「돈벌기열풍」이 금욕과 청빈을 강조하는 승려사회로까지 급속히 번져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식으로 말하면 「씨아 하이 차오」(하해조),즉 돈벌러 나서는 돈벌이 붐이 사찰과 승려들 사이에까지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돈벌이방법도 사찰입장료인상이나 향촉등 기념품판매에서부터 시줏돈을 부동산과 위락시설에 투자하는데까지 발전,홍콩의 투자회사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가 되고 있다. 지난연초 상해교외의 유서깊은 고찰인 용화사측은 상해시에 1백만위엔(한화 9천3백만원상당)의 거액을 기부,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상해시가 「동아시아 운동회」준비에 자금부족을 호소하자 용화사측이 단번에 1백만위엔을 기부한 것이다. 그러나 얼마뒤 이 절을 찾은 상해시민들은 이 기부금의 성격을 생각하며 떨떠름한 표정이 됐다.사찰입장료가 전격적으로 곱절이상 올라 일반노동자의 5일간 급료에 해당하는 50위엔이 돼있었기 때문이다.물론 입장료인상은 상해시의 허가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은 물론 신도들 조차 사찰측의 돈벌이수완이 장사꾼 뺨친다며 불평했다. 이러한 돈벌이열풍은 오지중 오지라 할 수 있는 내몽고의 사찰에까지 미치고 있다.역도소라는 유서깊은 명찰의 법통계승자이며 고승인 찰목소는 개방지대인 심연과 주해일대를 돌아본뒤 종교의 발전을 위해서도 경제적인 개혁개방노선을 따라야 한다며 이 고찰을 돈벌이 전선으로 이끌고 있다. 그는 사찰돈으로 인자유한공사라는 회사를 차려 홍콩과 합작으로 호텔및 아파트,상가건설및 분양등 부동산및 건설업을 하고있다.또한 무역회사를 경영하고 현대적 시설을 갖춘 「지옥유람궁」이란 묘한 이름의 오락소까지 만들어 일반인들을 어리둥절케 하고 있다. 불교계 웃어른들마저 발벗고 나서는 이러한 사찰들의 공식적인 돈벌이열풍에 따라 승려들의 비행과 규율해이 풍조도 번져가고 있다.홍콩에서 발행되는 주간지 「중국시보」는 승려부족과 여성신도확보를 위한 대안으로 이목구비가 수려한 일반인을일정기간동안 채용,승려대용으로 사용하는 절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통2년인 계약기간을 마치면 일반노동자월급의 10배가 넘는 8만위엔을 챙길수 있어 계약승려는 잘생긴 실업자들의 인기직종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중국신문들에 따르면 상업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시줏돈을 착복,빌딩을 짓거나 부동산투자를 하는 승려들이 늘어나고 있고 호북성에는 가짜 승려들의 집단거주지인 「승려촌」까지 있다는 것이다.최근에는 절에 온 부녀자들을 희롱하는 경우도 적지않아 승려들의 돈벌이 열풍은 점점 커다란 사회문제로 골치덩어리가 돼가고 있다.
  • 무너지는 생지옥 시베리아 북한벌목장:1

    ◎서울신문 왕상관·이도운특파원 그 현장에 가다/“나는 이렇게 탈출했다” 김호씨 증언/도주­피체반복 6년만에 러거주증 획득/현장 운전수 3년만에 불순자로 낙인/몽고­중아 유랑… 두번 잡혔다 다시 도피/한국망명 신청했으나 “부답”… “서울거리 걸어 봤으면” 러시아 극동지역의 북한벌목장을 탈출한 수백명의 노동자들이 서울로 가는 꿈을 안고 러시아 전역을 떠돌고 있다. 북한당국의 추적과 지역주민들의 밀고에 쫓기는 불안과 긴장,시베리아의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돌봐주기는 커녕 무슨 흉물보듯 대하는 이민족들의 멸시,그리고 망명에 대한 한국정부의 어정쩡한 방침 때문에 이들 가운데 일부는 아예 서울행을 포기하고 러시아에 망명을 신청하기도 한다. 이들의 삶은 그야말로 필설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참하기만 하다.특히 최근에는 이들의 입을 통해 벌목장의 인권유린등 온갖 비행이 폭로되는 것을 꺼리는 북한당국이 탈출자를 붙잡기 위해 특무대원을 러시아 각지에 파견하고 있어 거의 절망적인 불안속에서 고달픈 하루하루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의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 숨어다니며 고려인(한국계 러시아주민) 행세를 하기 때문에 만나보기도 여간 어렵지 않다. ○4명에만 망명 허가 기자는 지난 13일부터 러시아에서 벌목장을 탈출한 북한노동자와의 접촉을 시도한 끝에 1주일이 지나서야,그것도 다섯 단계를 거쳐서야 블라디보스토크 근처 아르좀의 한 주택가에서 김호라는 탈출노동자를 만날 수 있었다. 놀랍게도 김씨는 지금까지 러시아정부로부터 망명허가를 받은 오직 4명뿐인 북한노동자 가운데 한사람이었다. 김씨는 망명허가를 받고도 여전히 계속되는 북한측의 테러위협 때문에 지금도 은신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는 북한에서의 성장과 파란만장한 도피과정,러시아로부터 망명허가를 받은 법적 위상등 북한벌목장을 둘러싼 모든 문제를 한 몸에 안고 사는 매우 특이한 인물이었다. 김씨는 59년7월20일 평안남도 혜산에서 태어났다.3남2녀 가운데 둘째아들이었다.아버지는 혜산일대에서 유명한 교육자였고 누나가 의사,형은 군복무를 마치고 대학에 다녔으며,여동생도러시아어 교사를 하는 성분좋은 집안이었다.고등중학교를 마친 뒤 군에 입대,휴전선근처 공군부대에서 복무하다 평안북도 정주의 군관학교를 거쳐 82년 소위로 임관했다.몇년동안 장교생활을 하다 「10만군 축소계획」에 따라 제대를 하게 된다. ○현장 당비서차 운전 사회에 나와 운전을 하던 김씨는 러시아 벌목장으로 돈을 벌러가려고 마음을 먹었다.88년 5월16일 러시아행 열차를 타고 두만강을 넘어 러시아의 북한벌목장 가운데 하나인 튀르마에 도착했다. 러시아에 와보니 세상이 달랐다.튀르마는 지방의 소도시였지만 주민들의 삶은 자유로웠고 상점에는 물건이 가득한,일종의 「천국」이었다.김씨는 벌목장에서 공산당책임비서의 운전사로 근무했다.책임비서는 벌목장에서도 위치가 확고했기 때문에 김씨도 열악한 생활환경이었지만 그런대로 적응해 지낼 수 있었다. 김씨의 운명이 바뀐 날은 벌목장에 온지 3년이 조금 넘은 91년8월24일이었다.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우리도 러시아처럼 민주주의를 해야한다』고 「불순한」 말을 내뱉은 것이 화근이었다.바로 다음날 김씨는 당위원회의 호출을 받았다.안전부에서도 김씨를 찾았다.그는 본능적으로 사태가 심각함을 깨달았다.『산에 좀 갔다오겠다』며 숙소를 나와 그길로 열차를 잡아탔다. 김씨는 러시아에 와서 북한에서의 삶이 허구였다는 것을 어느정도 깨닫기 시작했다.그렇다고 탈출을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그러나 당위원회와 안전부에서 자기를 부른 것은 전날밤의 일만을 갖고 따지는 것이 아니었다.이미 그동안의 여러가지 발언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올가미를 씌우는 것이 분명했다.이제 북한으로 돌아간다해도 정치범수용소 신세를 모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결국 서울로 달아나는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씨는 그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인 하바로프스크로 갔다.시장에서 윤씨라는 고려인 할머니를 만나 그 집에서 며칠동안 숨어살았다.갖고 있던 총재산 1백달러를 주고 얼굴이 비슷하게 생긴 고려인의 신분증을 빌렸다.그리고 9월7일 모스크바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고려인 아내도 맞아 김씨는 모스크바에 도착하자마자 한국대사관을찾아가 망명을 요청했다.그러나 한국대사관에서는 김씨에게 이렇다,저렇다 하는 확실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낙담천만이었다.게다가 북한당국의 추적망이 좁혀오는 것을 느꼈다. 모스크바에 더 머무르기가 어려웠다.9월 중순 고려인들이 많아 러시아보다는 신변이 안전한 중앙아시아 카자흐공화국으로 들어갔다.그러나 거기서도 결국 정착지를 찾지 못하고 고민끝에 북한 안전요원의 발길이 미치지 않을 것같은 몽골로 건너갔다.몽골로 가는 기차 안에서 우연히 고려인 청년 한명을 만났다.그 만남이 김씨의 운명을 또한번 바꿔놓았다.카자흐공화국의 타슈켄트 근처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청년은 김씨에게 함께 일하자고 했다. 그는 마침내 청년의 동생인 마야(5월이라는 뜻)라는 아가씨를 아내로 맞게 됐다.곧바로 두사람은 부부가 되고 마야의 친척들이 김씨의 신분증을 만들어주기 위해 관리를 매수할 돈을 모았다.그러나 관리들의 실수로 여권이 2중으로 발급됐고 행정처리 과정에서 그 사실이 드러나 김씨는 경찰에 체포되고 말았다.경찰은 김씨를 수도인 타슈켄트로 이송해 신분확인 작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경찰에 수감된 김씨는 우연히 목공일을 돕다가 만일에 대비해 칼 하나를 훔쳐뒀다. 김씨의 신분확인은 한달만에 끝났다.벌목장을 탈출한 사실이 드러났고 경찰은 신병을 북한측에 넘겨주기로 결정했다.그러나 그는 죽으면 죽었지 북한에 다시 잡혀갈 수는 없었다.경찰이 호송차에 태우기 직전 품속에 숨겨둔 칼을 꺼내 자기배를 찔렀다.그리고 경찰호송차 대신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그는 다음날 밤 의사와 간호사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탈출했다. 한 고려인 집에 숨어 치료를 받은 김씨는 마야와 함께 이번에는 우즈베크공화국으로 넘어갔다.우즈베크는 바다가 육지로 변한 척박한 땅이다.탈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불같이 끓는 모래밭 2정보를 일궈 해바라기를 심고 지게로 물을 지어 날랐다.해바라기가 자랄 때까지 푼돈이라도 벌기 위해 처형이 사는 블라디보스토크 이웃으로 가 중국과의 국경지역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그 때가 92년 여름.국경에서 떠돌이 북한인을 사귀게 됐다.며칠뒤 그를 만나기로 한 장소에 나가보니 러시아 경찰 두명이 다가와 『신분증을 보자』고 했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도망치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결국 다음날 북한 안전요원들에게 넘겨지고 말았다.안전요원들은 김씨를 차에 태운뒤 팔을 뒤로 돌려 수갑을 채우고 받줄로 묶었다.다리에는 마치 부러진 다리를 기브스하듯 철제 족쇄를 두른뒤 40㎏짜리 여행용 가방에 묶었다.하바로프스크의 북한임업대표부를 거쳐 기차로 3시간 떨어진 비르비잔 벌목장의 감방으로 끌려갔다. 부인 마야는 김씨가 잡혀가자 혼자서 하바로프스크의 북한임업대표부로 찾아갔다.몇날며칠을 임업대표부 앞에 앉아 김씨를 풀어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으며 하바로프스크주정부등 관계당국을 찾아 남편의 구명운동을 벌였다.러시아 국적을 가진 마야가 독하게 달려들자 북한측으로서는 골치아픈 일이었다.문제가 커지기 전에 김씨를 북한으로 빼돌리기로 했다. 지난해 4월3일 김씨는 북한으로 가는 열차에 태워졌다.그러나 기차를 타고 가는 이틀동안 감방에서 주은 핀침으로 수갑을 풀었다.일행은우스리스크역에서 기차를 바꿔타려고 역사로 나왔다.4명의 안전요원 가운데 2명이 표를 사러가고 2명이 남았다.김씨는 그틈에 2명의 안전요원 가우데 한명은 면상을 들이받고 다른 한명은 수갑을 찬 손으로 머리를 내리쳐 쓰러뜨리고 도망쳤다. 김씨는 북한 안전요원을 피해다니고 가짜 신분증을 만들어 다니는 편법으로는 도저히 더 이상 살아갈 수가 없다고 결론을 냈다.마야의 친척집으로 숨어들어가 모스크바의 법률가협회에 망명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다.곧이어 모스크바로 날아가 인권위원회와 유엔,외교성등에도 도움을 청했다.모스크바당국은 김씨의 망명신청을 일단 접수했다.러시아의 법적보호를 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2년 지나면 시민권 북한은 김씨의 망명을 허가해주지 말도록 각종 채널을 통해 러시아정부에 강력히 요청했다.그러나 지난해 10월4일 러시아공민권위원회는 김씨의 망명을 허가했다.그리고 지난 1월26일 모스크바에서 김씨에게 편지가 날아왔다.그 안에는 특정지역(김씨의 경우 블라디보스토크)의 거주를 인정하는 「비트 나 지제스트로」가 들어있었다.이 거주증은 2년만 지나 본인이 원하면 러시아시민권인 파스포트로 교환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씨의 꿈은 여전히 남한에서 살아가는 것이다.벌목장을 탈출한 순간부터 닥쳤던 가시밭길은 모두가 서울로 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목숨을 걸면서까지 탈출한 것은 가족과 함께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한 것이었다.러시아에서는 그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김씨는 그러나 막상 한국측에서 『넘어오는 북한사람을 모두 받아주기만 하는게 능사가 아니다』라며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몹시 씁쓸해하고 있다.『떼를 쓴다고 될일도 아니갔디요』라고 계면쩍게 웃는 그의 표정이 꽤나 측은해 보였다.그는 『서울에 대해서는 잘 모르갔디만 아마 가보면 내눈이 뒤집힐 것』이라고 말했다.『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이 어디냐』고 묻자 그는 『그저 서울거리를 걸어보고 싶다』고 했다. 지금 러시아에는 김씨와 똑같은 처지에 있는 탈출노동자들이 수백명에 이른다.이들이 벌목장을 탈출했다는 사실은 결코 영예로운일이 아니다.행여 그들이 지나간 삶을 서울에서 보상받으려 해서도 안될 것이다.그러나 결국 누군가는 이들을 끌어안아야 한다.러시아와 북한,그리고 한국 이 세나라가 이들의 관련당사국이다.러시아는 이미 이들을 받아들일 몸짓을 보이고 있다.북한도 이들을 모두 붙잡아가는데 혈안이 돼있다.물론 그 이유는 서로 다르다.그러나 정작 이들이 그렇게 가고 싶어하는 「자유조국」은 아직 문을 열지 않고 있다.
  • 심마니낀 산삼사기단 적발/유명백화점에 직매장 설치… 억대 판매

    ◎1면구속 2명수배 【부산=김정한기자】 부산지검 특수부 김용철검사는 9일 전국 유명백화점에 산삼직매장을 설치한뒤 가짜산삼을 진짜인 것처럼 속여 비싼값에 판매,수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부산 남구 대연동 센추리오피스텔 1639호 추곡산삼연구소 소장 송진광씨(41)를 사기혐의로 구속하고 공범 박보인(71)·김용수씨(45)등 심마니 2명을 수배했다. 송씨는 지난해 9월말 부산 세원백화점에서 김모씨(38)에게 7년근인 장뇌 10뿌리를 50년근 자연산삼 1뿌리와 70년생 장뇌 9뿌리라고 속여 5백만원에 판매한 것을 비롯,부산 태화쇼핑·세원·신세화,울산 주리원백화점등 전국 유명백화점에 산삼직매장을 차린뒤 중국·캐나다산의 수입산삼과 장뇌(재배산삼)등 시가 10만원이하의 저질산삼을 한 세트(8∼10뿌리)당 1백만∼5백만원을 받고 판매하는등 지금까지 모두 2백여차례에 걸쳐 가짜산삼 2백여 세트를 팔아 2억5천만원상당의 부당이득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달아난 박씨등은 강원도 야산에서 캔 7년생이하의 장뇌등 가짜산삼을 송씨에게 공급해왔다.
  • 탁월한 백제공장들(백제를 다시 본다:4)

    ◎“6∼7세기 문화선진”… 신라·일에 기술 전원/황룡사 9층탑·안압지 백제장인 손길/와·노반박사 일서 가람 짓고 향로 제조/금속공예·건축기술 당시론 최고수준… 장인들은 관인으로 대우 신라통일기 장인들의 탁월한 기량을 얘기할 때 흔히 거론되는 것이 이른바 만불산이란 공예품이다.신라 경덕왕은 당나라의 대종황제가 불교를 숭상한다는 소문을 듣고 공장에게 명하여 만불산을 만들게 했는데,「삼국유사」에는 그 모양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에 의하면 만불산은 한 발쯤 되는 가산에 험한 바위와 괴이한 돌,동굴을 장치하여 여러 구역을 만들었다.각 구역마다 춤추며 노래하는 사람의 모습과 각국의 산천형상을 새겨넣어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벌과 나비가 날고 제비와 참새가 춤을 추어 언뜻 보면 진짜인지 가짜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고 한다. ○궁남지 본떠 건립 그 뿐이 아니다.그 한가운데는 크고 작은 만불을 안치하고 주위에는 각종 장식품,천여구의 승려 조각과 누각 그리고 자줏빛 종을 벌여놓았다.바람이 불어 종이 울면 승려들이 모두엎드려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하고 은은히 염불하는 소리가 나도록 기막히게 장치되었다고 한다.그리하여 이 만불산을 선물로 받은 대종은 『신라의 기교는 하늘의 조화이지 사람의 기교가 아니다』라고 깊이 탄복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같은 신라의 기술은 본래 백제로부터 전수받은 것이었다.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신라의 호국사찰 황용사 9층탑을 제작한 것은 백제의 기술자 아비지였다.신라는 삼국통일 직후 왕궁 옆에 못을 파서 안압지를 만들었는데,그 의장이나 기법은 모두 백제의 궁남지를 본뜬 것이었다. 「삼국사기」에 의하면,무왕 35년(634)3월에 궁성 남쪽에 못을 파고 물을 20여리나 끌어들여 궁남지를 만들었는데 못언덕에는 버드나무를 심고 못속에 인공섬을 만들어 방장선산에 비겼다고 한다.뒤에 못가에 망해루를 지어 국왕이 신하들과 더불어 이곳에서 연회를 즐겼다.이기백선생이 추리하듯 백제를 멸망시킨 직후 사비도성에 입성한 신라의 최고지배층은 이 궁남지와 망해루에 깊은 인상을 받았던 듯하다. 그리하여 당나라를 상대로 한창 피나는 전쟁을 치르는 긴박한 상황속에서도 서둘러 안압지와 임해전을 축조했다.앞서 얘기한 경덕왕때 황룡사 연기법사의 발원으로 화엄경을 베끼는 사경작업이 진행되었는데,16년전 세상에 공개되어 현재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화엄경사경의 발문을 보면 광주,남원,장성,고부등 옛 백제지역 기술자들이 종이를 만든다거나 경문을 쓰는 일을 맡았던 것이다.백제는 그 지리적 조건에 힘입어 일찍부터 여러 지역의 다양한 문화를 흡수했다.건국 초기에는 북쪽에 인접한 낙낭군을 통하여 중국 한대문화를 받아들였다.낙랑군이 멸망된 뒤로는 고구려와 접촉했다.그런데 고구려는 중국 뿐아니라 만리장성 이북의 유목민족과도 접촉이 많았기 때문에 백제는 고구려를 통하여 야성적인 호주문화까지 받아들인 셈이다. 한편 백제는 남북으로 길게 뻗은 서해안을 끼고 있어 일찍부터 해상교통이 발달하여 바다 건너 양자강유역의 세련되고 우아한 중국 남조문화와 접촉했다.백제문화의 특징은 이처럼 각지에서 흘러들어온 외래문화에 끊임없이 자신의 독자적인 미의식을 가미하여종합하려고 한 점에 있다.삼국 중 가장 기름진 농경지를 확보하고 있어 비교적 여유있는 생활을 즐겼던 백제였던 만큼 느긋한 마음으로 풍요로운 예술을 꽃피울 수 있었다. ○기술자 박사 칭호 흔히 마르크스주의 역사가들은 고대의 기술자들을 한결같이 노예계급으로 보면서,삼국시대의 명품들은 어디까지나 지배층에 강제된 노예노동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그러나 이는 명백히 잘못된 견해이다.삼국시대 및 통일기 신라의 기술자들은 국가로부터 전문 박사칭호를 부여받았을 뿐아니라 관등까지 받은 어엿한 관인신분이었다. 일본측 역사서인 「일본서기」에는 실로 많은 백제 기술자들이 등장한다.6세기 초 이래 백제로부터 일본조정에 유교경전이나 의학,역학,역학을 지도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끊임없이 파견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일본에 불교를 전해준 뒤로는 사찰건물이나 불상,기와,향로를 제작하기 위해 노반박사,와박사 등이 파견되었다.현재 알려져 있는 수많은 금동제 불상이나 무령왕릉에서 나온 각종 금속제품을 통해서 알수 있듯이 당시 백제의 금속공예기술은 최고수준을 자랑하고 있었다. 서기 588년 일본왕실의 외척으로 권세가였던 소가(소아)씨가 법흥사(일명 비조사)건립에 착수했을 때는 실로 많은 백제의 일급 기술자들이 초빙되어 갔다.당시 일본에 건너간 노반박사 백매순은 덕장이란 관등을 갖고 있었는데,그는 문헌기록을 통해서 확인되는 유일한 백제의 금속공예기술자이다.한편 「원흥사가람연기변류기자재장」에는 그를 「누반사」백매순이라 표기하였는데 이는 그가 다름아닌 누금세공기술자였음을 말해주고 있다.누금세공이란 금판와 금입에 금판을 붙이는 방법이다. 사비시대의 백제는 대외관계에 있어서나 국내정치면에서 실로 다사다난한 때였다.하지만 문화적으로는 백제가 그동안 축적한 기량이 최대로 발휘된 일대 황금시대였다.바야흐로 국교의 지위를 차지한 불교가 이 시기 백제문화의 견인차 구실을 했다.한편으로는 도교사상이 스며들어 전란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에 유토피아사상이 싹트게 했다. ○문화 견인차 구실 야심만만한 정복군주였던 무왕은 불교와 도교 모두에 심취해 있었다.그가 궁남지에 인공섬을 만들어 방장선산에 비긴 것은 도교사상에서 영향받은 것이다.한편 그가 전북 익산 금마에 미륵사를 창건한 것은 유명한 사실인데 이밖에도 그는 부소산성과 마주보고 있는 금강 대안의 울성산성 근처에 또 하나의 호국사찰을 완공했다.바로 왕흥사였다. 왕흥사는 오랜 공사끝에 무왕 35년(634)2월에 낙성되었는데,왕은 때때로 이 절을 찾았다.무왕은 먼저 금강 언덕에 있는 바위에서 멀리 부처를 바라보며 예불을 한다음 배를 타고 절에 가서는 법회에 모인 승려들에게 향을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향을 피워 부처와 보살을 공양하기 위해서였다. 삼국시대에 불교가 그토록 융성했음에도 불구하고 향을 피우는데 필수적인 이 시대의 향로가 발견되지 않은 것은 매우 기이한 일이었다.마침 작년 말에 부여 능산리에서 금동향로가 나온 것은 기적같은 느낌이 든다.의장의 풍부함이라든가 현란한 장식성으로 볼 때 문득 신라의 만불산을 연상케 하는 이 진품의 작가 이름을 알 수 없는 것이 끝내 유감일 따름이다. ◎백제 기술집단/노반박사는 금속공예의 명인/와박사도 뛰어난 녹유계통의 토기 만들어 우리는 오랫동안 일본의 기록을 통해 백제의 기술과 공장들의 모습을 가늠해 왔다.그러나 최근 이루어진 고고학 발굴에서 그 생생한 백제 기술의 실상을 비로소 가늠하게 되었다.그 대표적 케이스의 하나가 지난해 연말 부여 능산리 출토 금동용봉봉래산향로라 할 수 있다. 세기적 보물이기도 한 능산리 금동향로의 출현은 백제의 기술과 우선 노반박사의 존재를 떠올리게 했다.「일본서기」등과 같은 일본쪽 기록에 보이는 백제최고 기술집단의 하나인 노반박사는 금속공예의 명장이고,바로 능산리 금동향로를 제작한 기술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이들의 활동은 불교미술에도 큰 영향을 끼쳐 불상이나 탑의 상륜부 등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일본 나라(나양)의 이소노카미(석상)신궁에 비장된 백제전래품 칠지도는 백제의 금속공예술이 이미 상당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새김글씨를 금으로 상감한 4세기경의 칠지도는 금속의 정련과 주조기술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따라서 6∼7세기경 사비시대 백제의 기술은 능산리 금동향로를 만들어낼 만큼 더욱 발전되었다.심미안적 세공에 의해 제작된 틀,소재의 정선,주조술,가공,도금술이 어울려 이룩한 걸작의 종합금속예술품이 능산리 금동향로인 것이다. 그리고 와박사 역시 넓은 영역에 걸쳐 활동한 공장이다.단순히 건축물의 지붕을 덮는 기와 뿐 아니라 테라코타불상,토기 제작에 관여했을 것이다.특히 삼국 가운데 기술적으로 가장 뛰어난 녹유계통의 토기를 만들어 낸 이들도 바로 와박사로 보여진다.녹유토기는 후대 고려청자의 모태를 어느 정도 이루었고,사비시대 백제의 대가람이었던 익산 미륵사 터에서 발견되고 있다.
  • 불법수입농산물 퇴치부터(사설)

    지난 주말도 쌀개방에 항의하는 전국적 격렬시위속에 보냈다.이 시위에 관한한 우리는 시위라는 느낌보다 나자신의 생존의 문제라는 심정적 동의를 하고 있다.그러나 우리사회현상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우리는 과연 국민적으로 이 난제를 우리의 일 나의 일로 절감하고 있는가에 의문이 생긴다. 미국산 칼로스쌀의 불법유통 경우를 보자.경찰청은 결국 칼로스쌀의 강력단속에 나서기로 했다.이 은밀한 거래를 막기위해 그 바쁜 경찰력이 동원되어야 하느냐는 측면에서 보면 이는 오로지 지금 이 쌀을 사먹고 있는 얼마쯤의 비국민적 개인들에 의한 국력의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주로 부유층으로 알려진 이들이야말로 국론의 중심에 있는 계층이다.그들의 행동은 개인주의도 아니고 더 좁게보면 단순한 개인건강유지의 단견에 불과하다.따지자면 이 행태에 대한 불쾌감을 먼저 분명하게 해두어야 할일이다. 이러한 불쾌감은 칼로스쌀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국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하고 있는 수입농산물의 반국가적 상행위는 또 무엇인가.그 반륜이적방법도 한둘이 아니다.감자는 현재도 수입제한품목이다.그러나 건조감자로 들여온다.이 방법으로 호박고지와 무말랭이까지 들여 온다.칡뿌리,더덕,도토리,버섯,메주에 이르면 이것들이 꼭 생존에 필요한 농산물인가라는 분노까지 일으킨다. 가짜상표를 붙여 파는 행위는 사실상 더 극성스럽다.남미산 멜론에 나주 보성상표를 붙여 팔았던 사건은 지난해 사회적 문제가 되었으나 그후로 까맣게 잊어 버렸다.뿐만 아니라 이후 이 비슷한 사례들에 면역까지 생겼다.그런 일이 한두개인가 하고 지내고 있는 것이 오늘의 감각이다. 올 10월까지 농산물 무역적자만 43억달러에 이르렀다고 한다.이는 나라 전체 무역적자의 2배에 달한다.상인이나 국민이거나간에 우리가 지금 진정으로 농수산물 개방에 자기살 에이듯한 느낌으로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고 한다면 너무 지나친 표현이겠는가. 그러므로 무엇보다 먼저 해야할 일은 국민 개개인의 각성이다.개방반대시위도 실질적인 효력은 이를 사먹지 않는 국민 하나하나의 행동속에서 나온다.지금처럼 불법유통 쌀이나극단적 마구잡이 수입농산품들을 어떤 의식도 없이 사먹는 것은 외산물의 소비시장으로 우리 자신을 내어 놓는것과 다를것 없다.우리는 지금 말이나 하고 있을 겨를이 없다.필요한 것은 나 하나하나의 구체적 행동이다.운동도 마찬가지다.마구잡이 수입이나 유통을 중지시킬수 있는 불매운동 같은 것이 더 분명한 운동이다.
  • 대마도의 수선사(일본속의 한국문화:10)

    ◎“항일의병의 거유” 최익현선생 순국지/영정 지금도 모셔 한국인관광객 잦은 발길/만관운하 개설… 대륙침략의 전진기지 삼아 임진왜란은 대마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으나 일제침략은 대마도와 무관하지 않다.임진왜란이 끝난 뒤의 국교정상화에도 대마도가 깊이 개입하여 2백년간에 걸친 불안한 평화가 유지되었다는 사실은 앞에서 이미 기술한바 있다.도대체 대마도주가 만든 가짜 침략사죄문서를 가지고 만족해 버린 당시의 조선정부가 잘못이었다.겉으로는 성신교련을 내세웠으나 속으로는 제각기 다른 뜻을 품고 있었으니 결국은 일제재침으로 이어질수밖에 없었다. 대마도에는 일제침략사의 생생한 자리 방캉세토(만관뢰호)라는 인공운하와 이에 항거한 최익현선생의 순국지 수선사가 남아 있다.대마도는 19세기말 20세기초의 청·일전쟁(1894년)과 러·일전쟁(1904년)기에 대한침략의 전진기지로 둔갑하게 되는데 특히 일본해군의 전초기지로 각광을 받게 되었다.그래서 아사마(천이)만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는데 지금도 해상자위대가 자리잡고 있는 죽부(다케후키)라는 항구가 그것이다.이 항구는 한가지 큰 흠을 갖고 있었으니 한국쪽으로만 바다가 열려있고 일본쪽으로는 육지로 가려있었던 것이다.그래서 그들은 막대한 자금을 들여 인공운하를 파기로 했다.이곳이 바로 대마도가 자랑하는 만관뢰호요 그 위에 걸린 다리가 만관교다.보기에는 매우 아름답다.그러나 그 어두운 과거때문에 우리 눈에는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는다.이 운하는 1900년에 개통되고 1905년 일본함대가 러시아극동함대를 격파할때 큰 공을 세웠다. ○1904년에 개통 또 이 운하가 개통됨으로써 일본 구주의 나가사키(장기)와 우리나라 진해를 우회하지 않고 직선으로 잇는 항로가 개설되었다.그러니 이 운하에 얽힌 모든 과거사가 불쾌하기만 하다. 이 운하가 개통된 해가 1905년 을사조약이 늑약된 바로 그해였다.을사조약이 늑약되자 많은 유생들이 이에 항거하여 의병을 일으켰다.그 대표적인 인물이 면암 최익현이었다. 최익현은 호남에서 거사하였는데 관군토벌대가 들이닥치자 동주끼리 싸울수 없다 하여 자진 해산하고 체포되었다.최익현은 그의 한마디로 대원군까지 실각시킨 당대 제일의 거유였기 때문에 일제는 간교하게도 유배지를 대마도로 정하고 이곳 이즈하라(엄원)에 유패시켰다. 최익현이 이곳에서 식음을 전폐한뒤 순국하게 되는데 그가 마시던 우물이 남아 있을뿐 유폐되었던 건물은 철거되어 없다.그대신 그의 시신이 잠깐 머물다가 떠난 수선사라는 작은 절이 남아있고 최근 경내에 그의 후손들이 세운 「대한인최익현선생순국비」가 있어 이곳을 찾는 한국관광객들의 순례지가 되고 있다. 필자는 이 수선사를 두번 가보았다.몇년전 처음 찾아갔을때 이 절의 주지(주지라고 해야 자기 혼자서 지키는 절이다.물론 대처승이다)가 공손히 인사하면서 이 절에 귀중한 보물이 있다고 말했다.보니 아주 작은 청동불상이었다.신라불이라는 것이다.금년 여름에 두번째로 방문했을때에도 역시 그 보물을 내보였다.그래서 그가 필자뿐만 아니라 찾아오는 모든 한국방문객에게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손바닥에 들 정도로 아주 작은 부처님.확실히 우리나라 것이지만 그것이 어떻게 이 수선사 주지손에 넘어왔는지 아무도 모르며 또 그것을 보여주면서 이 절이 한국과 수천년의 관계를 맺어온것처럼 내색하는 저의 또한 아리송했다.그러나 얼마뒤 그 저의가 무엇인지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이번의 수선사 방문은 근 50명에 이르는 적지 않은 규모여서 비좁은 수선사 경내가 가득찼다.사실 우리나라 사람으로서는 이렇게 일본땅에 순국비를 세우도록 허락해준 것만으로도 고맙기 짝이 없는 일이어서 모두 법당에 들어가서 절을 하게 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언제 갖다 놓았는지 최익현선생 영정이 놓여져 있었다.예전에는 미처 못보던 것이다.일행은 한층 더 감동해서 영정앞에 절을 하고 성금을 거두어 바쳤다.그리고 모두가 이 절을 두고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였다.그날은 마침 배를 타고 귀국하는 날이었다. ○겉과 속다른 일본인 3박4일의 짧은 여정이었으나 대마도의 이모저모를 보고 떠나는 기분이 상쾌하였다.그렇게도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도 그렇게도 멀게만 느껴졌던 대마도의 베일을 벗긴 기분.거기다 우리의 순국선열을 고이모시고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듯한 대마도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떠나는 우리를 더없이 기쁘게 해주었다. 그런데 배를 타기직전 일행중의 한 학생이 수선사에 두고 온 물건이 있다고 해서 급히 달려갔다가 헐떡거리면서 돌아왔다.그러면서 들려주는 말은 갑자기 우리의 들뜬 가슴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었다. 『수선사 법당에 내어 놓았던 최익현선생의 영정이 어느새 말끔히 치워져서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소리를 들은 모든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듯이 『역시 그랬구나!』고 탄식하였다. 『겉과 속이 달라야 훌륭한 일본인』이라는 말의 참뜻을 배운 셈이 된 것이다. 필자는 젊은 학생들이 대마도에서 본 다른 모든 것을 합쳐도 이보다 더 귀한 교훈은 없었다고 생각했다.착잡한 생각과 그동안 정성을 갖고 안내에 힘써주신 영창구혜선생,그리고 아비창덕생씨에게 드리는 감사의 마음이 뒤엉키는 것을 느끼며 대마도를 떠났다.대마도는 다시 가까이 우리에게 다가서고 있다.이 시점에서 과거의 잘잘못을 따질일은 아니나 깊이 새겨서 밝고 명랑한 미래사에 비출 필요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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