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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원 氣살려야 회사 잘된다”

    “직원 氣살려야 회사 잘된다”

    “직원들을 춤추게 하라.” 기업들이 불황 속에서 직원의 ‘기 살리기’에 나섰다. 단순히 직원의 여가활동 및 자기계발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가족 웰빙 여행, 마술 체험, 자녀 학교방문 등 다양한 가족참여형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사기를 진작해 업무성과와 소속감을 높이지만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아빠가 쏜다!’라는 이색 이벤트를 만들어 사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행사 내용은 평소 업무에 바빠 자녀와 대화 시간이 부족한 직원들을 위해 회사가 마련한 가족사랑 실천법이다. 아빠가 자녀에게 주는 편지와 함께 회사에서 준비해준 피자를 갖고 자녀의 학교를 방문하는 행사다. 이벤트의 ‘효과’가 입소문이 나면서 ‘피자 배달부’로 나서겠다는 신청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수술을 여러 차례 받은 자녀를 위로하는 마음에서부터 피아노 대회에 나가 떨어진 딸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전학을 온 뒤로 반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자녀가 반 아이들과 잘 지내길 바라는 안타까운 마음까지 신청 사연도 다양하다. 대웅제약은 매월 첫째 일요일마다 가족참여 행사를 갖는다. 지난 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대웅 마술학교’를 열어 100여명의 가족들로부터 ‘격찬’을 받았다. 행사에는 유명 마술사 정성모씨가 초청돼 마술시범을 보였고 휴지 마술, 코인 마술 등 간단한 마술 배우기 등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됐다. 아들 이재규(초등 2년)군과 함께 행사에 참여한 홍보팀 현순경 과장은 “이날 배운 마술로 연말연시 가족모임 때 아들과 함께 코인 마술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아이와 함께 즐거운 시간도 보내고 흥미로운 아이템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현대상선은 최근 직원 자녀를 대상으로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미래의 바다와 선박, 항구’를 주제로 하는 재미나는 그림 공모전을 가졌다. 현대상선은 수상작들을 새해 달력, 광고 문안, 카드, 사보 표지 등 각종 홍보 제작물에 활용해 회사 이미지를 높이는 기회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현대캐피탈도 매월 직원과 가족까지 참여할 수 있는 교양강좌를 개최하고 있다. 가족들이 처음에는 머뭇거렸으나 강좌에 나온 이후 상당한 만족을 표시하고 있다고 회사측은 전했다. 지금까지 산악인 엄홍길씨, 난타 기획자 송승환씨가 자신의 삶을 중심으로 강의를 했고 클래식 음악회도 개최해 가족간에 따뜻한 자리를 마련했다. 삼성화재가 수도권지역에서 실시하는 주말농장에는 170여명의 직원이 가족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 주말농장 지원자들은 1명당 5∼10평의 밭을 가꾸며 가족간의 정을 나눌 수 있다. 한화그룹 최선목 상무는 “불황을 이겨나가는 방편으로 직원 가족간의 결속을 다지는 기업행사가 부쩍 늘고 있다.”면서 “호응이 무척 좋아 기획하는 회사 입장에서도 만족감이 크다.”고 말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어린이대공원서 군밤먹고 소원빌고”

    “어린이 대공원에서 군밤도 먹고 새해소망도 빌어요.”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이사장 김순직)은 11일부터 내년 2월10일까지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 ‘겨울추억만들기’ 행사를 연다고 9일 밝혔다. 성탄절까지 공원 정문분수대에는 가족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산타마을’이 꾸며진다. 주말 및 휴일 분수대 주변에는 ‘모닥불 페스티벌’도 열린다. 모닥불을 피우고 군밤을 나눠먹으며 캐럴·러시아민속춤·남미전통악기 등의 공연을 즐길 수 있다. 가족이나 연인들끼리 새해소망을 종이에 적어 분수대 옆 소나무에 열매처럼 매다는 ‘소망나무 열매달기’행사도 있다. 대공원 제2수영장은 얼음썰매장으로 바뀌어 무료로 썰매를 탈 수 있고 썰매장 주변에서는 윷놀이·널뛰기·제기차기·투호·팽이치기를 할 수 있는 ‘전통민속놀이 마당’이 마련된다. 자세한 일정은 홈페이지(www.childrenpark.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02)450-9306∼9.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신경림·천양희등 5명 ‘문학적 정체성’ 고백

    ‘나에게 시는 무엇인가?’ 현역 시인 5명이 스스로의 문학적 정체성을 솔직담백하게 발언했다. 최근 나온 대산문화 겨울호는 신경림 천양희 김혜순 장석남 이원 등 연령대와 성향이 다양한 시인들의 ‘시론’(詩論)을 기획특집으로 담았다. “시는 그 시대의 요구에 대한 대답이 되지 않아서는 안 된다.”는 명제에 충실했던 신경림(68)시인에게도 깊은 좌절은 있었다. 민요적 정서를 녹인 시를 썼던 80년대가 가장 힘들었다고 술회한 시인은 “최근 나무를 심는 기분으로 시를 쓴다.”면서 “그 나무는 오늘의 나의 삶, 우리의 삶이 심은 나무요 키워낸 나무일 때 그것이 주는 기쁨도 진정한 기쁨이 될 것”이라고 글을 맺었다. “시인된 지 올해로 40년이 됐지만 시를 못쓰고 산 동안은 살고 있어도 사는 것 같지 않았다.”는 천양희(62)시인은 또 어떤가.“시업과 사업을 혼돈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요즈음 ‘시 멀미’가 날 때도 있다.”는 그는 시가 풀리지 않을 때면 그만의 돌파구를 마련한다. 새벽시장에 가서 꼬박 12시간 넘게 자지 않는 사람들을 보거나, 베란다에 매달아 놓은 풍경을 두들겨대는 시인의 몸부림을 상상해 보라. 장석남(39)시인은 ‘시가 나를 이만하게 지켜주었다.’고 했던 스승의 말을 잊지 않고 위안삼는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부재하나 익명적으로 있는 것을 지금 여기 내 앞에서 보려고 시를 쓴다.”는 김혜순(49)시인, 대학 2학년때 기형도의 시 ‘위험한 가계 1969’를 읽고 숨겨둔 자신의 가족사를 시로 밝히면서 비로소 시 속으로 들어갔다는 이원(36)시인. 시가 탕탕 큰 소리를 치기엔 너무나 곤고해져 버린 시대. 시인들의 몸부림은 그럼에도 어떤 순간에도 추레하거나 남루해지지는 않았다. 짧은 5편의 글들이, 시의 미래에 지레 겁먹은 문학도들에게 나침반이 돼줄 듯하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김철씨 가족 외발자전거 사랑

    김철씨 가족 외발자전거 사랑

    주말마다 골프백 매고 혼자 나가면 뒷통수가 가려우셨죠? 이제부터 가족을 내팽개치는 주말 레포츠와는 헤어집시다. 줄넘기는 어때요? 아파트 한 구석이라도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다면 뭐든 좋습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면 우선 마음이 즐거워질겁니다. ‘하자! 하자! 아자!’는 주말을 가족과 같이 한결 알차게 보낼수 있는 레포츠의 세계로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또 독자 여러분만의 즐거운 가족 레포츠 이야기가 있다면 WE에게 알려주세요. 이메일(we@seoul.co.kr)이나 전화(02-2000-9211)로 알려주시면 저희가 달려가겠습니다. 첫번째는 외발자전거로 건강은 물론 가족사랑까지 다지는 김철씨 가족를 만났습니다. 외발자전거는 ‘남과 다른 독특한 것’을 원하는 신세대 가족에게 맞는 레포츠입니다. 겨울추위, 물렀거라. 가족사랑도 추가요! ■ 외발자전거 타는 한결이네 “외발자전거는요, 계속 밟지 않으면 쓰러지고 마는 것이 우리네의 인생과 비슷하죠.”-아버지 김철씨. “위태위태하지만 운동은 많이 돼요. 많이 위험하지도 않고.”-어머니 장영아씨. “외발자전거를 타면요, 다른 사람들이 신기한 듯 바라보는데요, 그럴 땐 내가 자랑스럽습니다.”-딸 한결. “엄마·아빠랑 같이 타고요, 기술을 함께 익히니깐 너무 좋아요.”-아들 한석.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남4문) 광장. 휘청휘청, 기우뚱기우뚱 외발자전거를 아슬아슬하게 즐기는 사람들이다. 제자리에서 앞뒤로 왔다갔다하고 뱅글뱅글 돌기도 한다. 난간을 붙잡고 타는 초보도 눈에 보인다. 의지할 데 없는 외발자전거를 탄 채 손에 손을 잡고 달리는 유니사이클리스트 가족이 가장 눈에 띈다. 외발자전거 가족 김철(37·경기도 용인시)씨네 식구들이다. 김씨는 딸 한결(10)양과의 레이스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하다. “우리 네 식구는 모두 취미가 같아서 주말이 즐겁고 기다려집니다. 유니사이클(외발자전거) 하이킹도 함께 하고, 기술 연습도 같이 하고요.”‘앞으로 가기’에는 자신있다는 부인 장씨의 말이다. 그러는 동안 아들 한석(7)군은 원 안에서 90도로 돌면서 뛰는 호핑 연습이 한창이다. 외발자전거를 가족들에게 소개한 이는 김씨다.2002년 인터넷에서 우연히 외발자전거를 접했던 김씨는 호기심반 재미반으로 외발자전거 동호회에 가입하고 일요일마다 나와서 배웠다.“제가 먼저 외발자전거 타는 것을 배웠고, 딸 한결이가 저를 유심히 보면서 흥미를 갖더니 배우기 시작했지요. 큰애가 하니 둘째 녀석이 따라 하고, 집사람도 외발자전거에 입문했지요.” “제가 아들에게 올라타기를 가르쳐주기도 하지만 딸이 저에게 한발타기를 가르쳐 주지요.‘아빠를 가르쳐 준다.’며 대견해하지요.”가족끼리 외발자전거 기술전수를 한다는 김씨의 자랑이다. 이들이 외발자전거 가족이 되기 이전의 토·일요일에는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전형적인 ‘방콕가족’이었다.“애들이 ‘아빠, 이번 주말 어디 안 나가?’하고 물어왔지요. 그러면 마지못해 박물관이나 고궁을 찾았고요. 하지만 이젠 일요일마다 나오니 집멀미가 싹 가셨지요.” 동네 아파트 근처 빈터에서 외발자전거를 탈 때의 에피소드도 많다. 지나가던 어른들이 “돈이 얼마나 없으면 한발만 타고 다니느냐?”며 흘깃거렸고, 딸과 같이 타고 가면 “딸이 자전거를 두동강으로 망가뜨렸느냐?”고 묻곤했다. 외발자전거가 건강에 도움이 되기는 할까? 곧바로 서야 하기 때문에 등·허리의 자세교정엔 그만이다. 어디로 넘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균형감각과 함께 운동신경도 발달한다. 글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하나라고 우습게 보지마세요 서커스단의 ‘묘기’쯤으로 치부되었던 외발자전거가 어엿한 레저스포츠로 대접받고 있다.1980년 세계외발자전거연맹(IUF)이 결성됐고, 올림픽종목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경기 종목은 크게 레이싱·아트·트라이얼로 나뉜다. 레이싱은 100m에서 10㎞까지 경주와 10m 천천히 가기·50m 뒤로가기·50m 한발가기 등이 있으며, 아트는 피겨스케이트같이 개인 및 단체 예술 경기다. 트라이얼은 계단·바위·경사로 등의 장애물 코스 경주다. 이외에도 외발자전거를 타고 하는 농구·하키도 있다. 외발자전거의 강국은 일본과 미국. 미국은 산악외발자전거가 인기인 반면 일본은 100m 레이스 남녀 세계기록을 보유하는 등 국가적으로 외발자전거 타기를 장려하고 있다. 학교에서 외발자전거를 과목으로 가르치기도 한다. 한국외발자전거동호회는 이달부터 국제연맹(IUF)이 인정하는 기술 10단계 테스트를 거쳐 인정서를 발급할 계획이다. ■ 도움말 한국외발자전거동호회(www.unicycle.or.kr) ■ 나도 배우고 싶어요 일요일마다 오전 10시면 외발자전거를 타고 들어오는 이 광장이 국내에선 외발자전거 타기를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외발자전거 인구는 동호회와 직업적으로 타는 사람(피에로)을 합쳐서 300명 남짓하다. 초보들이 오면 무료로 가르쳐 준다. 외발자전거를 연습하는 동안 빌려주기도 한다. 외발자전거는 국내에선 생산되지 않으며 파는 곳도 2곳뿐이다. 서울 마포의 자전거나라(080-715-5147)와 저글링 용품을 파는 저글링샵(02-584-9663)이다. 가격대는 어린이용이 10만원대, 성인용은 30만원대이다.
  • [이경기의 스크린1인치] 피는 돈보다 진하다

    시네마 패밀리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 중에는 자신이 만드는 영화에 혈연들을 참여시켜 도움을 주고 애정을 확인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최근 흥행가를 장식하고 있는 ‘노트북’은 지고지순한 사랑의 가치가 어떤 것인지를 일깨워 주는 멜로물. 감각적이고 찰나적인 애정에 몰두한다고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신세대들에게도 인생 말년에 맺어지지 못한 청춘 시절의 사랑을 찾아가려는 두 노년 배우의 관조하는 듯한 태도가 묘한 감동을 주고 있다. 극중 알츠하이머로 고통 받고 있는 노년의 엘리역을 맡고 있는 지나 롤랜즈는 1960년대 TV 미니 시리즈 ‘페이톤 플레이스’에서 아드리안역으로 유명세를 얻었던 배우. 올해 74세의 이 노익장은 ‘노트북’의 연출자이자 배우인 닉 카사베츠의 모친이다. 닉의 부친 존은 50∼60년대 흡사 다큐물과 같은 실화적인 상황을 통해 미국 사회에 도사리고 있는 문제점들을 고발해 ‘진실 영화’라는 의미의 ‘아메리칸 시네마 베리테의 개척자(a pioneer of American cinema verite)’라는 평가를 받은 영화인. 카지노를 배경으로 도박에 나선 이들의 탐욕스러운 행각을 극화한 ‘킬링 오브 어 차이니스 부키’(1976년)에선 아들 닉이 98년 자신의 연출 감각을 가미시켜 치사랑을 엿보게 해주었다. ‘지옥의 묵시록’ ‘도청’ 등 묵직한 작품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이가 프란시스 코폴라. 이탈리아 출신 가난한 이민자가 뉴욕에서 마피아 거물로 커가는 과정을 담은 ‘대부’1부,2부의 음악은 동향의 니노 로타가 작곡했다. 그런데 시리즈 완결편의 제작이 지체되는 와중에 니노는 그만 1979년 타계하고 만다. 이에 1990년 3부에서는 줄리아드 음대 출신의 작곡가 겸 지휘자인 부친 카마인 코폴라가 참여, 극중 주제곡 ‘Promise Me You’ll Remember’ ‘Dimmi,Dimmi,Dimmi’를 만들어 주면서 ‘20세기 영화 중 최고 걸작’의 숨은 공로자가 됐다. ‘성(性)을 초월해 남녀간에도 우정이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 작품이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대학 졸업 후 우연히 만나게 된 샐리(멕 라이언)와 해리(빌리 크리스털)가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저녁을 먹던 도중 샐리는 ‘여자는 가짜로 사랑 표현을 할 수 있다.’면서 음식을 탐욕스럽게 먹고 오르가슴을 느끼는 듯한 표정 연기를 보여주는 장면은 이 영화의 압권 중 하나. 그녀의 행동을 옆 테이블에서 훔쳐보다 지배인에게 ‘나도 저 음식을 갖다 주구려!’라면서 나이 든 단골 손님역으로 카메오 출연하고 있는 이는 롭 라이너 감독의 모친이자 1960년대 뉴욕 브롱크스 라디오 방송국에서 10대 가수로 맹활약했던 에스텔 라이너이다. 겉으로는 완벽한 뉴욕 중산층 가정. 하지만 부자지간의 알력이 심해 거의 파괴된 지경. 이에 아버지가 아들에게 타협을 제안해 가족간의 우애를 되찾으려 한다는 내용을 담은 것이 ‘잇 런즈 인 더 패밀리’(2003년). 이 영화에서 할아버지는 ‘스파르타쿠스’의 커크 더글러스, 아들 알렉은 마이클 더글러스, 손자 애셔는 카메론 더글러스. 한 작품을 통해 영화인 3부자가 동시에 출연해 흡사 자신들의 내밀한 가족사를 들려주는 것처럼 보여 연예가 뉴스를 만들어 냈다. 이처럼 영화인의 길을 걷고 있는 부자(父子), 모자(母子)간의 끈끈한 협업 작업은 시네마 천국의 화려함을 더해준다.
  • 다시 부르는 제망매가/김인육 지음

    시가 시대의 산물, 좀 더 확대해 역사를 이루는 소사(小史)적 기능을 한다고 할 때 젊은 시인 김인육, 그의 시는 확실히 기전적(紀傳的) 소양의 범주에 있다. 주변의 인물군에 대한 진지하고도 따뜻한 성찰에서 그의 시는 맹렬하게 발아하고 생육한다. 2000년 문단에 나서 “내 시에 내가 납득해야 시집을 낼 것”이라고 자신을 다그쳐 온 그가 처녀시집 ‘다시 부르는 제망매가’(시선사 펴냄)를 냈다. 그의 시편에서는 사람을 향한 애정이 진득하게 묻어난다.“낫 놓고 ㄱ자도 모르는/일자무식 우리 엄마/청상에 과부가 되어/오뉴월/靑裳같은 보리밭만 눈물겹더니/석양도 비껴 서는/일흔 셋 무거운 세월을 이고/한스런 온 몸을 말아/ㄱ자를 만드시다.”(어머니의 肖像·1) 이렇듯 그는 시상의 영역에서 벗과 어머니, 아내, 누이와 제자 등 일상을 에워싼 사람을 끊임없이 줄세워 시화한다. 한국교원대 유성호 교수는 이런 그를 두고 “그의 시에서 가장 근원적인 뿌리를 이루고 있는 것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누이들을 둘러싼 가족사적 내력과 거기에 배인 갈등과 상실의 시간들”이라고 말한다. 또 하나 그의 시에서 눈길을 끄는 정서는 토속적인 정서의 순환이다.‘다시 부르는 제망매가’에서 보듯 ‘사천왕사’‘접동새’‘복사꽃’‘원앙생’ 등 우리 민족의 심원을 흐르는 토속 정서를 가장 토착적으로 시화해 내는 능력을 보여 주고 있는 것. 이처럼 그는 생경한 서구적 정서 대신 우리 것을 시화해 냄으로서 평상에서 비범을 찾아내는 사유 세계의 지평을 확대해 가고 있기도 하다. 모두 4부에 42편의 시편을 실은 시집에서 그는 여전히 길 위에 있다.“세월의 행적을 물으며 길 위에서 길을 찾고 있네.”라며 그가 자서의 변에서 고백했듯.6000원.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문학이 머문 풍경] 상록수의 충남 당진

    [문학이 머문 풍경] 상록수의 충남 당진

    독자들 중에 이미 다녀온 이들이 많은지도 모르겠다. 인천∼목포간 서해안 고속도로의 최고 명물인 서해대교를 건너자마자 충남 당진 송악IC를 빠져 왜목마을쪽으로 조금만 가면 ‘한진리’라는 작은 갯마을이 먼저 나타난다. 이 마을은 부곡국가공단을 사이에 두고 ‘부곡리’란 마을과 잇닿아 있다. 무심코 지나쳤을지 모르지만 두 마을이 농촌소설의 백미 ‘상록수’의 무대다. ●농촌에서 산업화 중심지로 탈바꿈 소설의 주인공 박동혁이 농촌계몽운동을 편 ‘한곡리’는 한진리와 부곡리를 합쳐 만든 마을 이름이다. 농촌인 부곡리와 어촌인 한진리는 당초 신작로로 연결돼 있었고 길옆에 천일염을 생산하는 염전이 펼쳐져 있었다. 소설에서 ‘해변에서 새우를 잡아 말리고, 준치나 숭어 잡는 철이 되면‘이라고 표현된 한진리에선 준치나 새우가 안 나온지가 오래 됐고 숭어는 봄철에만 조금 잡히고 있다. 지금은 여름이면 바지락, 겨울이면 굴을 주로 채취한다. 겨울철을 빼면 우럭과 놀래미를 잡으려고 배를 빌린 낚시꾼들이 선창에서 북적대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소설은 또 ‘큰덕미’라는 실제 지명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지금은 공단이 조성돼 없어졌지만 한진리 뒤 바다쪽으로 볼록 튀어나온 산이었다. 한 신문사의 학생계몽운동 상을 받는 자리에서 만나 사랑을 키우며 농촌운동을 함께 벌이는 채영신을 동혁이 맞은 곳이다. 영신이 조그만 발동선을 타고온 이곳은 ‘하루 한번 똑딱이(석유발동선)가 와닿는 조그만 포구로 주막 몇 집과 미류나무만 엉성하게 선 나루터’라고 묘사된다. 하지만 큰덕미는 이런 것이 없었고 한진이 그랬다. 한진은 1970년대 초반까지 인천을 왕래하는 여객선이 드나들었고,80년대 초까지 경기도 평택을 오가는 배가 운행됐다. 서해안고속도로가 난 지금은 서울이 가깝지만 그 때만 해도 당진이나 서산에서는 여객선 때문에 인천이 가까웠다. 지금까지 인천에 서산·당진 출신이 많이 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큰덕미가 있던 곳에는 지난 98년 67만여평의 고대공단이 들어서 있고, 신작로와 염전이 있었던 공간은 2000년 94만평의 부곡공단이 입주, 소설의 무대는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됐다. ●박동혁의 모델은 큰조카 여주인공 채영신은 경기도 안산에서 농촌운동을 하다 숨진 ‘최용신’이 모델이지만 남자 주인공인 박동혁은 심훈 선생(1901∼36)의 큰조카 심재영씨가 모델이다. 심씨는 작고하기 전 저술한 수필집에서 “나는 숙부보다 11살이 어렸지만 친구처럼 허물없이 지냈고 나를 사랑했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 흑석동에서 태어난 심씨는 1930년 진외가가 있는 부곡리로 내려온다. 그는 이곳에서 ‘민중속으로’란 뜻을 지닌 러시아의 브나로드 운동을 본따 마을 청년들과 공동경작회를 조직, 농촌운동을 벌였다. 그는 “일제의 감시와 가난 속에 방황하던 숙부가 나의 권유로 2년 후에 부곡리로 내려왔다.”고 말한다.1년간 심씨의 자택 사랑방에 머물면서 소설 ‘영원의 미소’ 등을 쓴 심훈은 인근에 집을 짓고 ‘필경사(筆耕舍)’란 이름을 붙였다. 식솔과 함께 정착한 이 집에서 심훈은 큰조카 심씨와 최용신을 모델로 해 ‘상록수’를 집필했고, 이 소설은 동아일보 창간 15주년 현상모집에 당선된다. 진외가 조카인 안승환(60)씨는 “심훈 선생의 둘째·막내 아들이 이 집에서 태어났고, 이곳에서 중학교까지 다녔다.”면서 “두 아들은 현재 어머니와 함께 미국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장남은 한국전쟁 때 인민군으로 끌려갔다. 안씨는 “10년전 선생의 부인이 북한으로 들어가 큰아들을 만났었는데 지금까지 그 아들이 살아있는지는 잘 모른다.”고 가족사를 전했다. 심씨는 자기 집과 필경사 사이에 있는 곳에 야학당을 짓고 학생을 가르쳤다. 그는 심훈이 상록수 당선금 500원 가운데 100원을 들여 야학 문을 고치고 책상 등을 바꿔줬다고 했다. 이 야학이 발전해 지금의 상록초등학교가 됐다. 심씨는 지난 95년 작고하기 몇해 전까지 이 학교 육성회장으로 있으면서 교육 열정을 불태웠다. ●상록수의 고향 남편이 작고한 뒤에도 줄곧 부곡리 집에 살고 있는 심씨의 부인 김옥순(83)씨는 “남편이 살아있을 때 ‘숙부가 술을 좋아하고 생각이 자유분방했다.’고 얘기했다.”며 자신이 시집오기 전, 상록수를 간행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가 원고를 교열하던 중 장티푸스로 세상을 떠난 심훈을 전언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심씨와 농촌계몽운동을 벌이던 공동경작회의 회원 가운데 김덕영(93)씨만이 생존해 있고 거대한 공단이 마을 일부를 삼켰지만 당진에선 심훈의 문학을 기리는 행사가 매년 열리고 있다. 1977년부터 시·백일장 등을 곁들인 상록문화제가 펼쳐지고, 이 기간중에는 필경사에서 심훈 선생 추모제도 열린다. 또 시와 장·단편 소설을 공모해 시상하는 심훈문학상도 개최된다. 필경사 옆에는 심훈의 육필원고와 유품 등이 전시된 ‘상록수문화관’이 지어져 있어 해마다 1만여명의 관광객과 문학청년, 학생들이 찾아오고 있다. 당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경기남부권도 ‘꿈틀’

    경기남부권도 ‘꿈틀’

    이달 경기 남부권에 7500가구가 분양되는 등 새 아파트가 대거 공급된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위헌결정 이후 충청권 분양시장은 냉각되는 반면, 수도권은 반사적으로 수요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 부동산업계의 판단이다. ●행정타운·교통망 확충등 호재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는 이달 경기 남부지역의 분양물량이 주상복합을 포함, 모두 8534가구로 이 가운데 조합원 분을 제외한 7554가구가 일반 분양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광명 2곳, 광주 3곳, 수원 2곳, 용인 5곳, 평택 2곳 등에서 공급된다. 주상복합 1곳, 국민임대 2곳으로 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민간건설 아파트이다. 주로 중소형이며 300가구 이상인 단지가 15곳이다. 경기 남부지역은 화성 동탄, 성남 판교, 수원 이의 등 제2기 신도시 형성과 더불어 새로운 주거·행정타운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꾸준한 관심을 모아왔다. 특히 평택, 오산은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호재로 발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교통여건도 영덕(용인)∼양재(강남)간 고속도로가 2006년 개통되고, 신분당선이 2011년까지 용인을 거쳐 수원까지 연장되는 등 크게 개선된다. 올 연말에는 경부선(수원∼천안) 복복선 전철화 구간 2단계가 개통됨에 따라 수도권과 충남 북부권 간에 유동성도 크게 증가할 예정이다. 서수원과 평택, 오산을 잇는 고속도로도 2008년이면 완공된다. 광명시 철산동에서는 대우건설이 489의 32 일대를 재건축,426가구 가운데 212가구를 일반분양한다.24∼46평형으로 구성된다. 광명시청, 광명경찰서, 시민회관 등이 있는 광명시의 중심지에 있으며 주변 노후연립과 아파트들도 한창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지하철 7호선 철산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서부간선도로, 양천길 등을 이용해 단지진입이 가능하다. ●대부분 중·소형… 300가구 넘는 단지 15곳 평택시 소사동에서는 YM건설이 800가구 전부를 일반분양으로 내놓는다.30∼50평형으로 구성되며 단지 앞쪽 진입로가 6차선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인근에 초등학교 1곳과 공원이 함께 들어선다. 미군기지가 이전하면서 한·미연합사, 유엔사 등이 들어서 주택을 비롯한 각종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며,500만평 부지에 국제평화도시 건설을 계획하고 있어 향후 발전가능성도 주목된다. 용인시 신봉동 산 185 일대에는 신봉자이 3차 401가구가 공급된다.34∼36평형으로 이뤄진다. 신봉자이 1차는 지난 1월 입주를 마쳤으며,2차도 12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분당선 오리역에서 차로 10분거리이다. 교육시설로는 수지·토월초등학교, 문정중학교, 수지고등학교 등이 있다. 인근 롯데백화점, 월마트, 한성컨트리클럽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11월중 7500여가구 일반분양 ●현대건설은 서울 성북구 돈암동 413-12 일대에 ‘돈암 현대홈타운(조감도)’ 87가구를 3일 분양한다.‘돈암1구역’을 재개발하는 물량이다. 지하4층. 지상7∼12층,6개동으로 총 200가구로 이뤄져 있다. 일반분양 평형은 23평형 59가구,31평형 8가구,40평형 20가구이다.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에서 걸어서 5분여 거리이며 아리랑고개길을 확장하고 있어 교통여건도 좋아질 전망이다. 성신여대 인근은 성북구가 ‘영화의 거리’로 지정한 곳으로 ‘아리랑 시네센터’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분양가는 평당 910만∼950만원선.(02)564-0090. ●LG건설은 이달 중 경기도 성남기 중원구 하대원동 218-1 일대 10필지에 ‘LG성남자이(조감도)’를 160가구를 일반분양한다.‘LG성남자이’는 ‘성원ㆍOPC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것으로, 지상 10∼22개층 14개동 910가구로 이뤄져 있다. 일반분양 물량은 24평형 40가구,32평형 57가구,46평형 63가구 등 총 160가구. 평당 분양가는 850만∼920만원으로,2007년 7월 입주 예정이다. 모델하우스는 분당 정자동 주택전시관에 마련되며,5일 문을 연다. 가족사진 콘테스트 및 아로마향 체험 이벤트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조합원분 배정시 무작위로 추첨을 실시, 일반분양분에도 로열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031)712-4402.
  • [2004 서울광고대상 본상]캠페인PR상 소감문-서울우유 고호석 실장

    ‘사랑한다면 하루 세 번’ 캠페인은 다양한 가족사의 단면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한 차원 깊이 가족의 일상으로 침투해 같이 살아 숨쉬고 갈등을 해결해주는 매개체로서의 우유를 표현했다. 한번쯤 경험해 봤음직한 일들을 소재로 생활속에서 살아 숨쉬는 우유를 그렸다. 흔히 있을 수 있는 가족사의 여러 단면을 꾸밈없이 보여주며 그 속에서 정서적 공감대를 넓혀 자연스럽게 회사 이미지를 친근하게 하고 심리적 거리를 좁혀준다. 서울우유는 이번 캠페인으로 소비자들의 우유에 대한 재인식을 이끌어냈다.
  • 파월 “미군감축 군사력 약화 아니다”

    “12년 전 독일에서 같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들도 (감축을) 싫어했지만 ‘우리는 (방위에 대한) 약속은 지키며 동맹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었고, 지금 한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콜린 파월 미국 국무부 장관은 26일 오후 서울 정동 주한 미국 대사관저에서 31명의 한국 젊은이들과 가진 대화의 자리에서 “미국은 한국에 대해 ‘갈 길을 가라.’(you are on your own.)는 식으로 등을 돌릴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비록 반미 감정으로 한국인들이 주한미군 주둔을 반대했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미군 주둔이 동북아의 안보와 안정화의 조건을 만드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30년 전 5만명이던 주한미군이 현재 3만 7000명으로 줄었지만 이는 군사력 약화가 아니었으며,(지금 역시) 비록 숫자는 줄더라도 기술이 더 좋아지고 억지력이 약화되지 않는다는 점을 한국인들에게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미국과 한국이 지난 50년간 한반도에서 함께(side by side) 왔듯,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다.”며 한·미 관계의 공고함도 부각시켰다. 하지만 이날 질문은 대체로 파월 장관의 사생활이나 가족사, 업무 등에 집중돼 전반적인 분위기는 무겁지 않았다. 참석자는 동북아의 한·중·일 외교관계 연구기관인 동아시아연구원에서 인턴십 중이거나 수료한 사람들로 구성됐으며, 나머지는 미 대사관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거나 각 대학 교수 추천을 받은 학생들로 짜여졌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성북구 거리 금연축제 15일 성신여대 입구서

    서울 성북구는 ‘담배연기 없는 성북’ 선포 2년을 맞아 성신여대입구 하나로 금연홍보거리에서 ‘금연축제’를 연다고 12일 밝혔다. 15일 열리는 이 행사에는 ‘얼음조각 예술가 김동률과 함께하는 금연 얼음조각’을 비롯해 ‘금연의 다리를 건너며 금연결심’,‘흡연의 거미줄과 거미 퍼포먼스’ 등 다채로운 설치·퍼포먼스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구민들이 직접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희망의 꽃탑 만들기’와 ‘아빠에게 보내는 금연엽서’,‘맹선재와 함께하는 금연결심’,‘가족사랑 대형 퍼즐 맞히기’ 등의 주민참여 행사도 마련됐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주민 주치의 보건소] 서울 동작구

    [주민 주치의 보건소] 서울 동작구

    “누가 언제 어디에서 갑자기 쓰러질지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평소 훈련을 통해 간단한 동작에 익숙하면 꺼져가는 목숨을 살릴 수 있습니다.” 권선진(49·여) 서울 동작구 보건소장은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전 주민들의 참여를 목표로 실시하고 있는 심폐소생술 교육이 지니는 ‘작지만,큰 의미’에 대해 이렇게 힘주어 말했다. ●바로 옆에서 불행 지켜볼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이 없게 이런 장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 데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김우중 구청장이 갑자기 쓰러진 부하 직원을 수백명이 지켜보면서도 손 한번 뾰족히 제대로 못썼다는 소식을 접하고 대책마련을 지시한 뒤부터다.지난해 열린 서울시내 자치단체별 직원 축구대회에서 동작구 지적과 팀장이 갑자기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실려간 뒤 아직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식물인간’으로 남아 있다. 동작보건소는 이미 지난해 1200여명의 직원들에게,올 들어서도 각 직능단체 간부 등 관내 오피니언리더 1600여명에게 심폐소생술 교육을 마쳤다.교육을 받았더라도 실제 상황에 맞닥뜨리면 당황하기 쉽기 때문에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건강 지킴이’라는 카드도 나눠주고 있다. 가능한 한 많은 주민들이 참여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인력문제가 따라 격주로 강의한다.하루 50명씩,2∼3시간 기초강의와 실습을 한다.‘가족사랑,5분의 응급처치요령으로 지킬 수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123쪽짜리 안내책자도 만들어 배포했다. ●저소득층 어린이들에 꿈 심기 동작보건소가 뽐내는 프로그램으로는 ‘나의 미래 만들기’가 꼽힌다.아동기 때의 자기 존중심은 인격 형성에 매우 중요할 뿐 아니라 커서도 대인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서 마련된 또 하나의 장기 프로그램이다. 올 7월 관내 기초생활수급권자 자녀 가운데 3∼6학년과,정서적으로 또는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시작했다.8월 한달간 화·목요일 하루 두 차례에 걸쳐 또래끼리 모여 가족갈등을 주제로 한 그림 그리기 등 프로그램을 실시했다.앞서 방문간호사가 부모와 상담을 하고 간염,당뇨,혈액검사 등 일반 건강검진과 인성·자아가치관 검사를 비롯한 성격 검사 등 ‘전방위 진단’을 거쳤다.교육 뒤에도 가족단위 모임을 통해 개선방안에 대해 꾸준히 상담하고,문제점이 발견되면 보건소내 정신보건센터에서 보라매병원 등 외래 전문의와 방문간호사에 의해 지속적인 보살핌을 받도록 했다. ●“남 돕자면 나부터 자신감 넘쳐야” 자원봉사자 건강관리 동작구는 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의학정보 영상 시스템’(PACS=Picture Archiving and Communication System))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보건소에 한 대 3억원짜리 첨단장비를 갖추고 진료 전 과정을 자동화했다. X선 촬영으로 생긴 필름 대신 영상을 컴퓨터에 저장,진료 뒤 이 병원 저 병원으로 들고다녀야 하는 불편을 없앴다.또 그동안 의료진이 진료 소견을 손으로 써넣음으로써 의료기관,각종 보험회사 등 다른 기관에서 진단서의 허위기재 여부를 둘러싸고 간혹 빚어지곤 했던 부작용도 말끔히 털어내는 등 효과가 그만이다.주민들의 입장에서는 X선을 촬영한 뒤 최소한 5일이나 기다려야 했던 불편이 사라졌다. 이에 따라 사회 안전망 구축의 최일선에 나선 자원봉사자에 대한 건강관리를 도맡았다.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밝은 사회 만들기에 앞장선 이들이 건강해야 하고,일종의 인센티브도 부여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지난해 하반기 시작한 이 사업에서는 기초의학 검사 60개 항목과 골밀도 측정 등 13개 항목을 진단하고 운동처방 및 상담으로 자신의 체력에 맞는 처방을 통해 건강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활동에 활기를 불어넣도록 이끌고 있다. 전 주민의 비만도를 잰 뒤 동아리 결성과 전문가 강좌,걷기대회 개최 등을 통해 건강한 삶을 유지하도록 돕는 ‘비만탈출,1080’ 프로그램과 내년까지 1∼2개월 유아 가운데 45% 이상 실적을 목표로 한 모유수유 운동도 눈길을 모으는 프로그램이다. 권 소장은 “일과성을 띠기 쉬운 집단별 사업에서 벗어나,사회특성과 맞물렸으면서도 개별단위인 프로그램을 통해 각 개인에 맞는 다방면의 처방을 내려 사회 전체를 밝게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열린세상] 사회의 바둑급수 올리기/이공주 이화여대 약학대학 분자생명과학부 교수

    추석에 고향을 찾아 늙은 정자나무를 다시 보니 그 밑에서 바둑을 두던 어린시절이 생각난다.새로 배운 바둑이 재미있어 방학이면 날마다 옹기종기 모여 비슷비슷한 급수끼리 바둑을 두었다.친구와 두고 또 두고,책을 읽어도 보고,잘 두는 선배들에게 몇 점씩 접으며 같이 두자고 조르기도 했다.고수랑 두면 왜 거기에 두는지 이해하지 못해 설명을 듣기도 하고,열심히 책을 찾아도 보며 날로 바둑실력이 늘어가던 시절이었다.한가지 분명한 것은 급수가 높은 사람에 대해서는 항상 실력을 인정했고,한수라도 배우려고 노력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정작 어른이 되어서는 내가 다 컸다며 내 경험을 고집하고 내 급수대로 인생을 살다 보니 여러 가지 어려움에 접하게 된다.인생에서도 급수가 있고,낮은 급수들도 잘 배워 시간이 지나면 고수가 되면 좋을 텐데….그래서 사회의 성숙도는 구성원들의 인생 급수에 따라 결정된다고 하는 것 같다.우리가 살며 경험하는 것을 살펴보자.개인 가족사에서 시작하여 내가 속한 직장도,국가도,사람이 새롭게 바뀌면 이런저런 오류들이 나온다.단편적인 생각으로 정책을 시행했다가 문제점이 드러나면 다시 수정하고,한참을 헤매다가 원점으로 되돌아오면서 그 많은 시간 동안 에너지만 소모하고 마는 사례를 자주 보게 된다.그런 까닭에 시간이 지나도 발전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반복하거나 느리게 변화하는 것을 보면 그것이 우리의 역사 수준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바둑에도 원칙이 있듯이 인생과 사회에도 나름의 원칙이 있다.경험하고 나면 한수를 배워 금방 알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처음 경험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어려운 것도 많다.사람들은 가끔 자신들의 문제는 모두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나고 보면 대다수의 경우 경험과 타인이 제시한 해결책이 보다 도움이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예를 들면 개인적으로도 어린시절,중·고·대학시절이 있었고,직장에서의 경험과 인간관계,결혼 후 아이가 생기면서 갖는 느낌,아이를 결혼시키고 손자를 보고,윗사람으로서 전체를 보아야 하고,죽음을 목격하는 등 바둑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경험을 겪어왔다.사회의 변화와 정책도 마찬가지다.시대에 따라 변하는 환경과 이에 대응해 역사의 발전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 역시 모든 참여자들이 겪어야 하는 일이다.또 이를 처음 경험하는 경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살다 보면,우리는 여기저기에서 인생의 고수들을 만나게 된다.이를 통해 우리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으면 한다.물론 시간이 지난다고 모두 고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어려서 같이 배웠던 친구들의 최종 바둑급수가 모두 다르듯이…. 어떻게 하면 사회 구성원들의 인생 급수를 올릴 수 있을까.인생의 고수들이 제구실을 하고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과학의 발전은 기록의 역사다.과학에서 가설이 객관적인 사실이 되려면 실험하고 그 결과를 자세히 매뉴얼로 만들어 다른 사람들이 똑같은 실험을 통해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이러한 객관적 사실에 또 다른 새로운 결과가 더해지면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다른 사람이 이미 경험한 것을 반복만 한다면 과학의 발전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래서 과학은 많은 사람들이 반복적인 실수를 하지 않도록 밝혀낸 사실을 매뉴얼로 만들어야 하는 등 나름의 체계와 도덕률을 가지고 있다.성숙된 사회로 가려면 개인과 조직의 경험을 자세히 기록하고,매뉴얼화해 다음 사람들이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탄탄한 철학을 가지고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사회를 그려 본다.그리고 구성원들이 나보다 급수가 높은 고수를 인정하고 이를 받아들인다면,역사가 있는 사회,경험이 축적된 사회로의 발전 역시 저절로 이뤄질 것이라고 꿈꿔보기도 본다. 이공주 이화여대 약학대학 분자생명과학부 교수
  • [씨줄날줄] 반쪽 국제화/이기동 논설위원

    연희전문을 설립한 미국인 언더우드(한국성 ‘원’)일가가 이땅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1885년.이후 언더우드가의 120년 가족사는 우리의 근현대사와 함께한다.그 4대 한광씨가 ‘이땅에서 원씨 일가의 시대적 소명이 끝났다.’며,한국을 떠나기 전 가진 고별강연에서 우리한테 쓴소리를 했다.한국을 나라 밖에서 온 개구리들을 박대하는 ‘반쪽 국제화’의 나라로 부른 것이다. 그는 한해 해외로 나가는 한국학생이 16만명에 달하지만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학생은 고작 8000명이라는 통계를 예로 들었다.우물 밖으로 나가는 데만 치중하고 우물 안으로 들어오려는 외국인과 외국문화를 수용하는 태도는 부족하다는 것이다.한국말을 한국인보다 더 잘한다는 그의 입에서 이런 말을 듣는 건 충격이다. 세계화 전문가로 불리는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장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한마디로 ‘떡을 가장 빨리 키우는 방법’으로 정의한다.그리고 이 국제화의 대표적 특징으로 시장성,투명성,다양성,문화성을 그는 꼽는다.떡을 키우는 데 국적,인종,성별,나이는 중요치 않다는 것이다.그러나 국제화를 미국 일방주의의 다른 이름쯤으로 보는 일부 세태 앞에 이런 정의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홍콩,타이완,싱가포르 등 아시아 경제 중심지를 두루 다니는 다국적 기업의 외국인 직원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불편을 호소하는 것은 언어장벽이다.한국 도시는 이들 도시중에서 도로표지판에 영어표기가 제대로 안 돼 있는 유일한 곳이다.일상생활에서 의사소통은 말할 것도 없고,우선 운전을 못하겠다는 말이다.하지만 친미주의자란 말이 욕이 되는 풍토 탓인지,이제는 이를 굳이 고쳐나가자는 소리조차 듣기 힘들다. 3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한 유럽신문 특파원은 우리의 반쪽 국제화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소득이 높아지면 사람들은 궂은 일을 회피한다.외국인 노동자들이 궂은 일을 맡게 되는 것은 필연적인 과정이다.이들의 진입을 막고,차별하는 폐쇄적 의식을 갖고서는 진정한 선진국 진입은 무망하다.선택의 폭을 더 넓혀 주는 게 국제화라는 것을 한국민들이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다….” 이기동 논설위원 yeekd@seoul.co.kr
  • [i센터]레저 + α

    ●스키시즌권+놀이동산 이용권 기획상품 양지파인리조트는 저렴하게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시즌권과 놀이동산 연간 자유이용권을 결합한 기획상품을 마련했다.2004∼2005년 시즌 동안 리프트를 언제나 이용할 수 있으며 롯데월드의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연간 이용권을 합쳐 대인은 33만원,소인 24만 5000원이다.그 외에도 반일권,야간권 등 다양한 시즌권을 판매하며 선착순 1000명에게는 시즌 동안 스키와 보드를 무료로 보관해 준다.(02)544-0546 ●매일 오후 4시 동물원서 음악회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는 10월30일까지 동물원에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동물원으로의 추억여행’이란 특별프로그램을 마련했다.매일 오후 4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하는 음악회는 추억 속의 노래를 다시 들어보는 ‘가을빛 음악소리 통기타 페스티벌’(평일)과 유명 통기타 가수와 함께하는 ‘작은 가족음악회’(주말),그리고 인기 가수들과 개그맨이 진행하는 이벤트와 레크리에이션음악회 ‘가족사랑 동물사랑 레크리에이션 음악회’ 등 다양한 형태의 음악회를 진행해 공원을 찾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다.(02)500-7241. ●추석맞이 ‘펭귄 한복나들이’ 추석에 63빌딩 수족관에 가면 한복을 입은 꼬마펭귄 2마리의 환영을 받을 수 있다.‘꼬마 펭귄 한복나들이’행사는 관람객들에게 펭귄들과의 이색적인 추석 인사와 사진 촬영도 제공한다.(02)789-5663.www.63.co.kr●‘로마제국의 인간과 신’ 특별전 서울역사박물관은 한국·이탈리아 수교 120주년을 맞아 24일부터 ‘로마제국의 인간과 신’이란 주제로 특별전을 한다.역사박물관과 이탈리아대사관 공동 주최로 11월14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이탈리아 토스카나박물관 소장 유물 가운데 엄선한 대리석 조각상과 공예품,보석류 등 390여점이 선보인다.(02)724-0274. ●11월30일까지 황순원 문학제 제1회 황순원 문학제가 11월30일까지 경희대와 교보문고 강남점에서 열린다.황순원문학촌-소나기마을 건립사업의 일환으로 열리는 이번 문학제는 황순원 소설 다시 쓰기와 그림 그리기,황순원 문학 다시 보기 등의 행사로 이뤄진다.(02)961-0991. ●中해남도 전세기 골프투어 인터넷 여행사 넥스투어는 추석 연휴 기간에 대한항공 전세기를 이용하는 중국 하이난다오 골프투어를 진행한다.24·26·29일에 각각 한 차례 출발한다.‘중국의 하와이’라 불리는 하이난다오는 남국의 정취가 가득한 곳.또 중국 최대의 경제 특구로 특급호텔과 리조트시설,골프장이 많아 추석연휴를 이용해 휴식과 골프를 즐기기에 그만이다.24일 출발하는 여행은 3박4일에 79만 9000원,26일은 4박5일에89만 9000원,29일은 5박6일에 69만 9000원이다.www.nextour.co.kr,(02)2222-6666.
  • [책꽂이]

    ●사당 바우덕이(김윤배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 조선후기 안성 남사당패의 유일한 여자 꼭두쇠였던 바우덕이의 삶을 김윤배 시인이 마당극 형식의 장편 서사시로 엮었다.신분과 성차별에 맞선 바우덕이가 선구적 여성상으로 그려지고,그의 가족사를 통해 동학정신이 조명되기도 한다.9000원. ●폭스 이블(미네트 월터스 지음,권성환 옮김,영림카디널 펴냄) 미네트 월터스는 마흔살에 늦깎이로 데뷔해 영국 추리소설계의 간판이 된 여류작가.한 여인이 의문사하면서 그 가문의 비밀이 벗겨지고,폭스 이블이라는 사내가 이끄는 부랑자 단체가 마을 한편을 점유하는데….치밀한 플롯으로 인간 내면에 도사린 위선과 가식,폭력성을 예리하게 들춘다.1만 2000원. ●헤르만 헤세와 임어당(김주연 지음,작가 펴냄) 문학평론가 김주연(숙명여대 독문과) 교수의 산문집.지은이는 “우리 문화에 필요한 것은 분열이 아닌 다양성,독선이 아닌 사랑이며 문학과 종교를 ‘한 뿌리의 쌍생아’”로 보면서 “지적 교만과 방탕한 젊음을 보낸 자들에게 헤세와 임어당은 큰 위안의 이름”이라고 말한다.8500원. ●나두야 가련다(박용철 지음,시로 여는 세상 펴냄) 시인 박용철(1904∼1938)의 탄생 100주년 기념시집.‘떠나가는 배’‘비에 젖은 마음’ 등 현행 철자법에 가깝게 수정한 대표시 49편 수록.7000원. ●지상의 그 집(홍윤숙 지음,시와시학사 펴냄) 57년째 한국시단을 지켜온 원로시인 홍윤숙이 15번째 시집을 냈다.마치 구도자처럼 지나온 삶을 시로 회고하는 시인은 “나아갈 때와 들어갈 때를 분명히 하자고 다짐하면서 고별사를 쓰듯이 이 책을 묶는다.”고 책머리에 썼다.7500원. ●포스트맨(무라카미 류 지음,하마노 유카 그림,양억관 옮김,문학동네 펴냄) 일본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의 퍼포먼스 오페라 ‘Life’(1999년)에서 세계적 테너 호세 카레라스가 낭독했던 무라카미 류의 글에 일러스트를 덧붙였다.반전과 희망의 메시지가 강렬하다.8800원. ●4의 규칙(전2권)(이안 콜드웰·더스틴 토머슨 지음,정영문 옮김,랜덤하우스중앙 펴냄) ‘다빈치 코드’를 연상케 하는 역사추리소설.르네상스시대의 고문헌인 ‘히프네로토마키아 폴리필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각권 8000원.
  • [열린세상] ‘장군의 손녀’ 와 친일진상 규명/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

    지금 월간조선과 김희선 의원간의 논쟁이 뜨겁다.월간조선측은 김희선 의원의 아버지가 만주 경찰 출신이었다고 주장하고 있고,김 의원측은 자신의 아버지는 한독당 비밀당원이었으며,독립운동을 비밀리에 지원하던 사람이었다고 주장한다.월간조선측은 녹취록이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김희선 의원측은 친척을 동원해서 월간조선측이 거짓말을 한다며 맞서고 있다.여기에다 당시 재가한다는 것은 어떠느니 하면서 여성 모독적인 공방까지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과연 과거청산이란 이런 것이어야 하나 탄식을 금할 수 없다.우선 여권 인사 조상들의 친일 행적을 파헤치는 언론기관의 모습도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과거사를 캐내는 것과 특정인의 가족사를 들춰내는 것은 과연 어떻게 다를까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즉,과거사 청산의 당위성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그 방법은 과연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과거사는 사회구조와 역사적 상황하에서 파악해야 할 문제이지,특정인의 가족사를 중심으로 파헤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가족사의 한 부분이 당시의 사회구조를 반영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지만,그렇게 될 경우 그것은 한 개인의 가족사가 아닌 당시의 역사적 구조물의 요소가 되는 것이다.다시 말하면 특정인을 중심으로 놓고 접근하면 가족사에 관한 문제이지만,만일 다른 요소에 의해 친일 행적이 드러난다면 이는 한 개인의 가족사라기보다는 역사적 차원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결국 무엇에 의해 문제제기가 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인데,예를 들어 친일 행위를 규명하다 보니까,그 후손이 누구 누구더라라는 것은 피할 수 없겠지만,역으로 누구의 조상을 파헤치니까 과거 일제 시대때 어떠한 ‘직위’ 혹은 ‘직업’을 갖고 있더라,그러니까 그 사람은 후손이기 때문에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천지차이다.즉,친일 진상규명은 ‘친일 행위’로부터 비롯되어야지,‘특정 개인’의 족보로부터 비롯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반면 자신의 조상의 공적을 통해 현재의 자신을 인정받으려 하는 모습도 과연 소망스러운 모습인가 하는 점도 생각해보아야 한다.자신은 자신일 뿐이다.이 말은 우리의 뿌리가 필요없다거나 혹은 과거 없는 현재만이 중요하다는 뜻은 아니다.과거도 중요하고 또 과거 없이 현재가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과거의 자기 조상들의 행위를 후손이 그대로 답습한다는 등식이 성립될 수도 없거니와,혹은 과거 조상들의 행적을 등에 업고 자신을 치장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김희선 의원의 아버지가 만주 경찰이 아니고,김 의원측의 주장대로 독립운동을 지원하던 사람이었고,또 김학규 장군의 ‘후손’이 김희선 의원이라 하더라도 지금의 김 의원에게 그러한 사실이 어떠한 영향을 미쳐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만일 김 의원이 자신의 가계(家系)가 독립운동 가문이어서 역사청산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면,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특별법 제정에 앞장섰다면 이는 동기 자체가 잘못됐다. 역사 청산은 개인적 동기,즉 자신의 가계에 대한 자랑스러움이나 혹은 자신의 가족들의 과거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이루어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과거사 청산 혹은 과거사 규명은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독립운동 가문의 사람들이 어렵고 불우한 세월을 보낸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이들에 대한 보상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역사청산 과정에서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는 문제이다.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면 과거사 청산이라는 이름하에 주관적 감정들이 섞여있고,그렇기 때문에 이전투구의 양상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주관적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의 ‘과거사 규명’은 결국 세월이 흐르면 또 한번 ‘과거사 규명’을 해야 할 필요성을 만들어낼 뿐이다.‘역사의 규명’은 그렇기 때문에 어렵지만,바로 그러한 이유에서 반드시 진행되어야 할 ‘역사적 책무’인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
  • 김희선 의원 “부친 만주서 독립운동” 공개

    김희선 의원 “부친 만주서 독립운동” 공개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이 17일 부친의 친일 의혹 등을 제기한 월간조선 보도를 정면 반박하면서 그의 가족사를 둘러싼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 귀빈식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부 김성범과 독립군 김학규 장군이 호적상 남남이고,부친 김일련이 만주국 경찰이었다는 월간조선 보도는 터무니 없는 음해이고 중상모략”이라고 반박했다.김 의원은 “의성 김씨인 증조부 김순옥이 사망한 뒤 증조모 선우순이 두 아들 김성범과 김학규를 데리고 안동 김씨인 김기섭과 같이 살게 됐고,이 과정에서 큰아들과 달리 나이 어린 둘째 김학규를 안동 김씨 호적에 올린 것”이라며 김학규 장군이 자신의 작은할아버지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의성 김씨 족보에 따르면 김순옥의 사망 시기가 1897년이고,김학규의 출생은 호적상 1900년’이라는 월간조선 보도에 대해서는 “당시 족보와 호적이 정확하겠느냐.김학규의 자서전에 장형인 김성범과 15년 터울로 돼 있고,김성범이 1882년 생이므로 김학규는 1897년께 태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명했다. 부친의 만주국 경찰 전력 논란에 대해서는 “부친은 조부 뒤를 이어 만주 봉천에서 농사를 지으며 작은 아버지 김학규의 독립운동을 지원했고,본인도 한국독립당 특별당원으로 활동하다 소련군에 체포됐다.”고 말했다. 회견에는 월간조선측과 인터뷰한 김학규 장군의 며느리 전봉애씨 등 친척과 지인 10명이 참석했다.전씨는 “김 의원의 부친이 만주국 경찰이었다는 말도 한 적이 없다.”고 월간조선 기자에게 진술했다는 내용을 부인했다.김 의원 부친 김일련의 동지라고 밝힌 김은석씨는 “광복 후 만주에서 김학규 장군 비서로부터 김일련씨를 ‘김 장군의 조카’로 소개받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김학규 장군의 제적 등본과 장례식 사진,의성 김씨 족보,김성범의 장남 일선을 김학규 장군의 조카로 보도한 1931년 10월31일자 조선일보 신문 사본 등을 증거자료로 공개했다.김 의원측은 “월간조선 10월호가 발간되는 대로 법적 대응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월간조선측은 “김 장군의 며느리 전씨와 5차례 인터뷰한 내용은 전부 녹취됐다.”며 “전씨는 ‘(김 의원이) 이 사실이 알려지면 친일청산 작업에 지장이 온다.도와달라고 호소했다.’고 취재 기자에게 밝혔다.”고 반박했다. 진경호 김준석기자 jade@seoul.co.kr
  • 3대째 병역이행 명문가 시상식

    3대째 병역이행 명문가 시상식

    “군대는 왜 안 갑니까.가족 중 군대 가서 죽고 다친 사람도 있지만 한번도 원망한 적은 없어요.” 최근 일부 운동선수와 유명 탤런트들의 병역 면탈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이와는 대조적으로 집안 대대로 병역 의무를 성실하게 마친 ‘병역 이행 명문가’들이 10일 탄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병무청은 올해 처음으로 3대(代)가 현역으로 병역의무를 마친 40개 가문을 ‘대한민국 병역이행 명문가’로 선발,10일 대방동 공군회관에서 윤광웅 국방장관과 김두성 병무청장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상식을 가졌다. 대상인 대통령상은 고(故) 류기태씨 가문의 장손인 범열(31·회사원·대구시 동구 율하동)씨가 수상했다.범열씨의 조부인 기태씨는 6·25전쟁 때 육군에 자진 입대했다가 두 달만에 전사했다.선친인 근영씨는 21살 때 육군에 입대,월남전에 참전하기도 했으나 고엽제 후유증으로 2002년 6월 사망했다. 특히 범열씨 본인도 대학에서 경영학도의 꿈을 키우던 중 95년 9월 육군에 입대,최전방에서 운전병으로 근무했으나 차량 배터리 폭발사고로 한쪽 시력을 잃어 의병전역할 만큼 군과 관련된 범열씨의 가족사는 파란만장하다. 범열씨는 “시력을 잃어 1종 면허마저 취소되고 삶은 고달팠지만 결코 군 입대를 후회하거나 원망한 적이 없었다.”면서 “할아버지와 아버지,그리고 병든 아버지를 평생 지켜온 어머니 등 모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범열씨의 친동생 승보(29)씨와 사촌동생 2명,숙부도 모두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전역,이 가족 7명의 전체 복무기간은 무려 162개월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서는 신체검사에서 거듭된 불합격 판정에도 불구하고,끝내 해병대에 입대한 이정석 일병과 외국 영주권으로 병역이 면제되는데도 고국으로 돌아와 병역의무를 수행 중인 이민석·이재민 이병 등 15명이 ‘2004 모범장병’에 선발돼 병무청장 표창을 받았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씨줄날줄] 고려인 테러리스트/이기동 논설위원

    흑해에서 동쪽 카스피해에 걸쳐 있는 카프카스(영어로는 코카서스)산맥은 알프스와 맞먹는 거대 산맥이다.소련 붕괴 이후 내전과 테러로 만신창이가 됐지만 실상은 곡창지대로 이곳에서 나는 멜론,포도는 최상품이다.맑고 강한 햇살과 바람 덕분에 이곳의 포도주,샴페인은 러시아 최고로 꼽힌다.고려인이라 불리는 러시아내 한인 4만여명이 모여사는 데도 이런 비옥함이 작용했을 법하다. 인류학에서 유럽백인을 ‘코카서스인(Caucasian)’이라 부르는 것도 이곳의 수려한 산세와 무관치 않으리라.하지만 러시아인들에게 코카서스인은 좋은 인상이 아니다.곱슬머리,가무잡잡한 피부,다부진 체구를 한 이들은 희멀건 러시아인들과 인종적으로 구별된다.러시아인들이 이들을 ‘남쪽사람들’로 부르는 데는 거짓말 잘하고,싸움질이나 하는 문제아라는 경멸감이 담겨있다.모스크바의 주먹조직은 대부분 이들이 잡고 있다. 러시아 검찰이 1000여명의 사상자를 낸 북오세티야 인질범들중에 ‘한국인들’이 포함됐다고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전후사정으로 미루어 카프카스 일대에 사는 고려인일 것이라고 현지 공관은 분석한다.혹시 이 일로 14만 8000여명의 러시아 고려인 모두가 카프카스 테러범들과 같은 부류로 치부돼 피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이다.지금까지 이곳 고려인들은 농사 잘 짓는 근면한 민족으로 대접받아 왔기 때문이다. 고려인들처럼 지지리도 박복한 이들이 또 있을까.한인들이 먹을 것을 찾아 두만강을 건너기 시작한 것은 140년 전이다.천신만고 끝에 극동지역에서 제법 번성하게 됐다 싶자 하루아침에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당했다.카프카스 고려인도 강제이주 한인들의 후손이다.소련체제에선들 어찌 인종적 차별이 없었을까.아파트 배급시절에도 모두 기피하는 꼭대기층은 고려인 몫이라 하여 ‘고려인층’이라 불렸다고 한다. 그렇게 기죽어 살아왔을 고려인 테러리스트의 가족사가 궁금하다.주린 배로 두만강을 건너고, 강제이주 열차칸에 실려 낯선 산자락에 내팽개쳐진 그 어느 한인의 후손이 이슬람 테러리스트가 됐을까.이달중 예정된 노무현대통령의 러시아,카자흐스탄 방문이 고려인들에 대한 관심을 되살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하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러시아국민이다.관심을 갖되 우리가 왈가왈부할 여지는 크지 않음을 잊어선 안 된다. 이기동 논설위원 yeek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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