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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교수가 된 마지막 황손 이석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교수가 된 마지막 황손 이석

    노래가 있다. 집을 잃은 방랑자의 한이 담겨 있다. 화합과 행복을 그리워한다.‘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들이라면/장미꽃 넝쿨 우거진 그런 집을 지어요/메아리소리 해맑은 오솔길을 따라/산새들 노래 즐거운 옹달샘터에∼’ 영화 ‘마지막 황제’(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가 문득 생각난다. 어린 세 살에 청나라 황제가 된 푸이의 파란곡절의 삶…. 말년에는 식물원의 초라한 정원사가 된다. 그는 한 많은 생애를 마감한 지 28년 만인 1995년 청나라의 황릉으로 이장되면서 황제로 복권된다. ●떠돌이 생활 접고 전주에 둥지 최근 프랑스의 AFP통신은 다음과 같이 눈길 끄는 보도를 했다. “이석(63)씨는 고종의 손자로 태어났다. 하지만 집도 절도 없는 신세가 되어 가수 군인 방랑자, 알코올 중독자, 수도승 등으로 전전했다. 인생의 황혼기에 이씨 조선의 본향인 전주에서 안착하게 된 파란만장한 그의 인생은 마치 중국의 마지막 황제 푸이의 삶을 옮겨놓은 듯하다.” 통신은 “그의 존재는 한국의 과거 역사와 현재, 전쟁과 가난, 풍요와 산업화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국내에 남아 있는 ‘마지막 황손’ 이씨. 외신 보도처럼 떠돌이 생활을 완전히 접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에 있는 승광재(承光齋·광주 항쟁의 뜻을 이어나가자)에 머물면서 ‘황실보존’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이제는 대학강단에 섰다. 황손이 교수가 됐다는 사실 자체만 보더라도 전무후무한 일이 아닐까. 그의 첫 강의가 궁금해진다. 한달음에 현장으로 달려갔다. 지난 8일 오전 9시. 전주대학교 백마관 110호. 남녀 학생 50여명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강의실 뒤쪽에는 학교 관계자들이 서 있었다. 이씨는 한복을 곱게 차려 입었다. 역사적인 순간, 그는 감개가 무량한 듯 창밖을 잠시 응시했다. 이윽고 준비된 슬라이드 자료를 펼쳐보이며 “딱딱한 강의로 듣지 마시고 살아있는 역사로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며 입을 열었다. 칠판 쪽으로 돌아선다. 자신의 할아버지(고종)부터 내려오는 가계(家系)를 그린다. 글씨를 잘 못쓴다며 애써 겸손해했다. “저의 할아버지는 26대 고종 임금입니다. 이후 큰아버지 순종을 27대 임금으로, 그리고 작은아버지 영친왕을 28대 임금에 책봉했지요. 그러나 영친왕은 열한살 때인 1907년 일본에 인질로 잡혀갑니다. 일본에서 강제로 일본식 군대교육을 받았고 별셋(육군 중장)을 답니다. 해방 후 이승만 대통령 때문에 한국에 오지 못하다가 1963년 박정희 대통령의 허락으로 귀국했지만 7년 동안 명동성모병원에 입원하셨다가 돌아가셨지요.” ‘잃어버린 황실의 삶’을 재현하는 자리여서 그런지 학생들 사이에는 묵직한 침묵이 흐른다. 이씨 역시 이런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순종 임금은 커피를 많이 마셨습니다. 그런데 일본인들이 몰래 커피 속에 자꾸 아편을 탔지요. 그러다 49살 나이로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할아버지는 한일합방에 도장을 절대 안 찍었습니다. 을사오적이 찍었지요.” 이씨는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듯 어릴 적 추억담을 생생하게 소개했다. ●강의 노트는 ‘황실의 추억’ “저는 서울 종로구 관훈동에 있는 사동궁(寺洞宮)에서 태어났습니다. 의친왕이 예순두살에 저를 낳았지요. 사동궁은 구한말에 지은 서양식 건축으로 많은 상궁, 나인, 손님, 청각씨(궁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섞여 살았지요. 궁궐의 대문에는 일본 순사들이 칼을 들고 보초를 섰습니다. 한 달에 한번씩 이왕직장관(李王職長官)이라는 일본인이 까만 넥타이 정장 차림으로 아버님 의친왕께 큰절로 문안드리며 생활비를 주는 것을 봤지요.” 하얀 분필을 들고 칠판에 써내려가는 그의 ‘강의노트’는 많은 세월의 기다림이 담겨 있는 듯했다. 그의 회상은 계속됐다. “아침 일찍에 나이 많은 영감님들이 아버님 침전에서 ‘전하, 기침하셨습니까.’하고 여쭈면 ‘에헴.’하고 대답하셨지요. 그러면 상궁들이 아버님 조찬(깨죽, 잣죽)을 준비해 올려드렸습니다. 다 드시고 난 후에 저를 말 앞에 태우시고 마당을 돌며 운동하셨지요. 저는 어릴 적에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도 못 들어가고 엄한 궁중의 예절을 학습했습니다. 조금만 뛰어도, 천둥벼락이 쳐 놀라는 기색이 있어도 상궁들은 금세 달려와 ‘애기마마, 아니되옵니다. 절대 뛰시면 아니되옵니다.’라고 엄한 눈초리를 받고 살았습니다. 또 어두워지면 상궁 나인들이 옆에서 ‘컴컴한 곳에 가면 망태할아버지가 나온다.’며 겁을 주어 못가게 했습니다.” 이 대목에 이르자 학생들이 웃었다. 강의실 분위기도 한껏 고조된 느낌이었다. “저의 아버지는 저녁마다 양주 조니워커를 마셨지요. 한번은 술에 취해 데라우치가 찾아오자 권총을 꺼내 “내가 죽어야지.”하면서 방바닥을 마구 쳤습니다. 데라우치는 아버지를 폐인으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아버지는 또 3·1운동 직전에 이완용이 의친왕의 김상궁을 독살하자 손병희를 불러 ‘오호 통재라.’라며 무척 슬퍼했습니다.” ●올 겨울 무료 콘서트 열 계획 그는 강의를 마무리하면서 “올 겨울에는 ‘비둘기집’‘베사메 무쵸’ 등을 부르며 콘서트를 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주 시민이 자신을 받아주었기에 공짜로 하겠단다. 아울러 “자신의 꿈은 이 나라가 잘 사는 것”이라면서 “김정일 위원장은 자신보다 한살 밑이며 이 나라가 뭉치지 않으면 중국한테 빼앗긴다. 역사가 없으면 나라도 없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강의를 들은 홍연정(20)양은 “배울 점이 많았다. 앞으로 역사공부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피력했으며, 박세진(20)양도 “새로운 사실을 알아서 좋았다. 감회가 새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씨는 매주 화·목요일 두 차례씩 구한말 이후의 황실가족사(사학과 교양강좌 3학점)를 강의한다. 그는 59년 의친왕이 사망하면서 떠돌이 생활로 전전긍긍한다. 종로 음악다방에서 DJ일로 학비를 충당하고 대학(외국어대 서반어과) 재학 시에는 미8군에서 노래를 불렀다.66년 6월 이등병을 달고 베트남전에 참전했으며 69년 맹호부대에서 병장으로 제대했다. 제대 후에는 미국으로 이민을 가 빌딩청소, 가게점원 등 온갖 궂은일로 생계를 꾸려 나갔다. 이씨는 슬하에 2녀1남을 두었다. 맏딸 이홍(28)씨는 영화배우 한영광씨와 결혼해 딸(3)을 낳았다. 둘째딸 이진(25)양은 경희대 도예과를 졸업한 뒤 캐나다 유학 중이다. 한국 황실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윌리엄 데이빗(49·언론인·캐나다 거주)이 학비를 대주고 있다고 이씨는 귀띔했다. 그리고 막내인 이정훈(24)군은 최근 육군으로 만기제대한 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이달말 미국 롱아일랜드에 사는 바로 윗형(이해룡·68)을 서울에서 20년 만에 만난다.”면서 “둘째형은 히로시마에서 원폭에 맞아 돌아가셨다.”고 말꼬리를 흐렸다. 승광재 거실벽에 걸린 의친왕의 친필 ‘제1강산(第一江山) 인(忍)’자가 눈에 크게 들어왔다. km@seoul.co.kr
  • 가족끼리 연인끼리 공원·공연장 가볼까

    가족끼리 연인끼리 공원·공연장 가볼까

    꽃샘 추위 속에 봄이 성큼 다가섰다. 서울시내 공원들은 어린이들이 자연을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마련했다. 박물관과 공연장도 풍성한 행사로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생태숲 관찰’ 등 다양한 행사 남산공원은 민들레, 냉이, 질경이, 달맞이꽃 등 어린 싹으로 동장군을 이겨낸 식물들을 살펴보는 ‘야생화 공원 나들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여의도공원은 봄꽃을 관찰하고 나뭇가지를 이용해 가족사진 액자를 만들어보는 ‘생태숲 관찰교실’을 연다. 길동생태공원은 자연을 보고 듣고 먹고 냄새 맡고 만져 보는 등 온몸으로 느껴 보는 ‘오감체험교실’을 준비했다. 월드컵공원에 가면 과거 쓰레기 매립지였던 ‘하늘공원’의 생태를 관찰하는 ‘하늘교실’이 열린다. 능동 어린이대공원은 원숭이, 염소, 당나귀에게 먹이를 주면서 이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코코의 동물학교’를 연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서울의 공원’ 홈페이지(parks.seoul.co.kr)에서 참가 예약을 할 수 있다.(02)3707-9613. ●‘어린이 난타’ 등 볼만 서울시립미술관은 매주 목요일 도예 기초과정을 통해 접시, 컵 등 생활용품을 만들어 보는 ‘시민 예술강좌’를 진행한다.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은 서울을 소재로 한 회화·조각 등을 전시하는 ‘서울풍경전’을, 남산골한옥마을에서는 ‘전통 민속도판 그림 전시회’를 연다. 강북구는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 등으로 유명한 그룹 ‘동물원’을 초청,12일 오후 4시와 6시에 구민회관에서 ‘재즈와 만나는 동물원 콘서트’를 개최한다. 구민회관(02-901-6324)을 통해 예매하면 된다. 관람료는 4000원.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동네 사진관 사라져간다

    동네 사진관들이 사라지고 있다. 고성능 디지털카메라가 널리 보급돼 굳이 재래식 사진관을 찾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10일 한국앨범사진인쇄협동조합 인천지부에 따르면 지난 2000년까지만 해도 인천지역에 사진관은 700여곳에 달했으나 지금은 300여곳에 불과하다. 인천지부 관계자는 “수년사이 대부분 가정에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일반 필름을 인화하는 사진관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가정에서 프린트기를 통해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인화할 수 있는 것도 이같은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사진관은 특히 구도심을 중심으로 급속히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구 송림동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는 송모(58·여)씨는 “디지털카메라 보급으로 상당수 동네 사진관이 문을 닫았다.”면서 “30만원하던 가족사진 가격을 15만원으로 낮췄으나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울상을 지었다. 한때 사진관 매출의 효자 노릇을 했던 졸업식과 입학식 특수도 이제는 옛말이 됐다. 사진사 김모(58)씨는 “사진을 찍기 위해 지난 2월 졸업식에 갔으나 재미를 보지 못했다.”면서 “대부분 사람들이 주머니에서 디지털카메라를 꺼내더라.”고 말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총수들 직원속으로 ‘스킨십경영’

    총수들 직원속으로 ‘스킨십경영’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남편(고 정몽헌 회장) 대신 기업 경영을 맡으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일까.“어떤 일에 대해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현 회장의 18번은? 뜻밖에도 신세대 가수 왁스의 ‘여정’이다. 봄을 맞아 기업들의 ‘스킨십 경영’에도 물이 오르고 있다. 그룹 총수들과 전문 최고경영자(CEO)들이 인터넷 홈페이지나 직접적인 현장 접촉을 통해 국민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현 회장이 사적인 심경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도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서다. ●‘총수님’ 홈피 엿보는 재미 올 초 오픈한 현 회장의 ‘CEO 코너’(www.hyundaigroup.com/ceo)를 클릭하면 연애시절의 늘씬했던 모습, 총수로서의 인간적 고뇌, 스파게티를 기막히게 잘 만들지만 한식을 좋아했던 남편 때문에 실력을 뽐낼 기회가 없었던 얘기 등을 만날 수 있다. 읽다 보면 ‘그들’도 땅에 발붙이고 사는 사람임이 느껴진다. 코오롱 이웅열 회장의 개인 홈페이지(leewoongyeul.pe.kr)도 인간적 냄새가 물씬 묻어난다. 그의 젊은 시절 별명은 ‘3박4일’. 일할 때도 놀 때도 너무 열정적이어서 붙여진 별명이라고 이 회장은 설명했다. 올 초 계열사 임원회의 때 “탁구공은 무게가 2.7g에 불과한 힘없는 물체이지만 선수들은 이를 치기 위해 온 몸을 날린다. 우리도 온 정성 온 마음으로 일에 임하자.”며 탁구공 꾸러미를 전달한 최신 일화도 소개했다. ‘홈피 운용 6년차’인 LG 구본무 회장(www.koobonmoo.pe.kr)은 베테랑답게 콘텐츠가 다양하다. 어릴 적부터 새에 관심이 많아 집무실 창가에 대형 망원경을 가져다 놓았다는 고백이 ‘새와 나’ 코너에 나와 있다. SK 최태원 회장의 홈페이지(www.taewonchey.pe.kr)에 들어가면 가족사진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환갑을 넘긴 삼성 이건희 회장과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개인 홈페이지를 따로 두지 않고 그룹 홈페이지 ‘CEO 코너’를 통해 경영철학을 소개하고 있다. ●‘사장님’이 봄맞이 현장근무? 두산 박용오 회장은 7일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을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이달 말까지 군산 병유리 공장, 당진 화력발전소, 강릉 소주공장, 횡성 김치공장 등을 차례로 찾을 예정이다. 하나로텔레콤 윤창번 사장은 다음달부터 봄맞이 현장근무에 나선다. 주말마다 임원들과 함께 고객센터나 고객의 집을 찾아 불편이나 불만사항을 직접 들을 작정이다. 그런가 하면 LG CNS 정병철 사장은 최근 팀장급 이상 임원 500여명과 함께 2박3일 합숙훈련을 다녀왔다.‘리더가 하나되면 1등 회사 만든다.’는 기치 아래 자신들이 직접 시스템을 구축한 KTX를 타고 경주 등을 돌며 전략회의를 가졌다. 삼성SDS 김인 사장도 350명의 임직원들과 함께 무박 2일로 야간행군을 펼쳤다. 저녁에 경기도 분당 제2사옥을 출발해 서울 역삼동 본사→반포대교→여의도 둔치로 이어지는 50㎞ 강행군이었다. 체질 개선을 위해 지난해 시작한 ‘혁신 350운동’의 일환이다. 정보기술(IT) 서비스 업계 글로벌 5위가 될 때까지 매년 행군거리를 늘릴 계획이다. 안미현 주현진기자 hyun@seoul.co.kr
  • 이석, 전주대 강단 선다

    의친왕(義親王)의 열한번째 아들로 조선왕조 마지막 황손인 이석(본명 이해석)씨가 4일 전주대 사학과 교양강좌 객원교수로 임명됐다. 이씨는 이번 학기부터 매주 화·목요일 두차례 학생들을 상대로 일제 강점기 황실 모습과 광복후 황실 몰락, 황실 가족사 등 한국 근대사와 조선황실 문화 등에 대해 강의한다.
  • “삼겹살·순대 맛에 푹 빠졌어요”

    3년 동안 한국의 고교에서 우리 교과과정을 배웠던 외국 유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했다. 경기기계공고를 졸업하고 외국인 특별전형으로 서울산업대에 합격한 9명이 그들로 중국,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출신이 각각 3명씩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초청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이들은 지난 2002년부터 한국에서 살며 배우고 있다. 이미 지난 98년부터 선배 31명이 한국에서 고교를 마치고 대학에 진학했지만 9명 전원이 대학에 진학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최고 18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이들의 한국행은 그야말로 행운이다.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해주고 고교는 물론 대학에서도 기숙사가 제공된다. 경기기계공고 추교수 교사는 “모두 그 나라에서 엘리트로 꼽히는 아이들”이라고 했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의 이들에게 한국 생활은 낯설고 힘들면서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쇼핑을 하러 갔는데 대부분이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 hina)’라서 한번, 그러면서도 가격이 비싸서 또 한번 놀랐죠.” 중국에서 온 둥밍(董明·20)은 대뜸 이렇게 말한다. 둥밍은 “신문 보도가 자유롭고 드라마나 음악은 물론 영화 같은 문화산업이 발달된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 학생들에게 한국 생활은 ‘문화적 충격’이라 할 만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아브로르(20)는 “처음엔 학생들이 직접 교실을 청소하고 선생님들이 예의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은 삼겹살, 순대의 맛에 푹 빠져 있다. 중국 출신 류린(劉琳·19)은 “한국 음식 만드는 것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9명중 4명은 한국인 조상을 둔 ‘고려인’이다. 러시아에서 온 양 이고르의 할아버지는 서울 출신으로 구한말 사할린으로 이주했다가 우즈베키스탄으로 강제이주를 당한 아픈 가족사를 지니고 있다. 늘 할아버지의 나라인 한국에서 공부해보고 싶었다는 이고르는 “서울의 친척들을 만나게 돼 정말 기쁘다.”며 웃었다. 고려인 학생들에게도 한국어 익히기가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고려인 3∼4세인 이들은 우리말을 모른 채 한국에 왔다. 한국어학원을 다니고 학교 생활을 3년이나 했지만 아직도 우리말은 서툴다. 2일 대학 입학식을 갖는 이들이 사뭇 기대하고 있는 것은 ‘소개팅’이나 ‘미팅’이다. 하지만 이성을 만날 수 있다는 설렘이 공부에 대한 욕심을 앞지르진 못한다.“석사, 박사까지 따 양국 교류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것”이라는 이들에게서 대학 새내기의 풋풋한 꿈이 읽혀진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역경 함께 넘는 가족사랑 생생히

    1일 오후 7시5분에 첫 전파를 타는 SBS 패밀리스토리 ‘우리집에 생긴 일(연출 오우용·유영석, 작가 정희선)’은 기존의 휴먼 다큐멘터리프로그램과 차별화를 꾀했다. 기존 휴먼 다큐멘터리처럼 화제가 되는 한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그의 시각에서 주변 세상과 가족들을 바라보지 않는다. 화제의 인물을 둘러싼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삶의 방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담아낸다.‘가족간의 의사소통’으로 치유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지는 역경을 극복하는 가족 사랑의 감동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기획 의도. ‘우리집에 생긴 일’은 개그맨 서경석과 윤현진 아나운서가 메신저로 나선다. 두 진행자는 라디오 DJ가 청취자의 사연을 읽듯 가족 이야기를 소개하고, 가족 한 명의 시선으로 내레이션을 입혀 가족 이야기를 풀어간다. 첫 번째로 소개될 이야기는 ‘얼굴 없는 아이’.2년전 미국 플로리다에서 눈꺼풀은 물론 위턱, 귓바퀴, 광대뼈 등 얼굴 형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태어나 무려 14번의 수술을 받은 줄리아나 웨트모어와 그 가족 이야기를 담았다. 화면은 기형의 멍에를 쓰고 태어난 딸이 출생한 후 하루 24시간 곁을 떠나지 않고 치료를 계속하고 있는 줄리아나 아버지의 시선을 따라간다. 죽음의 고비 등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딸 줄리아나가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하는 가족들의 끝없는 사랑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전달한다. 두번째 이야기 ‘65세 늦둥이 아빠의 육아일기’에서는 65세에 생애 첫 딸을 얻은 이희경 씨와 그의 부인의 훈훈한 이야기가 안방을 찾아간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이미 알려진 줄리아나의 사례가 조금은 자극적인 화면으로 소개되고, 이희경씨의 사례도 다른 방송사에서 비슷한 이야기로 보도된 적이 있는 등 대상 가족 선정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우용 프로듀서는 “가족간의 커뮤니케이션 속에 진한 감동과 사랑이 묻어나는 경우라면 모두 소재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영석 프로듀서는 “한 가족이 방송을 탄 뒤에는 일반 시청자들이 그 가족만을 후원할 수 있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통로가 될 인터넷 홈페이지가 만들어질 것”이라면서 “소개되는 가족들에게 많은 격려 편지와 후원을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8일에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한 주부를 돌보는 가족,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남은 5자매가 집안 일을 하며 소동을 벌이는 이야기 등이 소개된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生生인터뷰] 장편소설 ‘비밀과 거짓말’ 낸 은희경

    [生生인터뷰] 장편소설 ‘비밀과 거짓말’ 낸 은희경

    무슨 일이 있었을까. 대체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 작가 은희경(46)이 변했다.‘마이너 리그’(2001년) 이후 4년 만에 들고 나온 장편소설 ‘비밀과 거짓말’(문학동네)은 독자들에게 책날개 쪽을 힐끔거리게 만든다.‘이 은희경이 그 은희경 맞아?’싶게 달라진 필법 때문이다. 냉소와 불온의 상상력을 장난기마저 넘치는 성장소설로 버무린 ‘새의 선물’이 꼭 10년 전 작품. 그러고 보면 강산이 한번 바뀔 시간이 갔다. 고개를 모로 비틀고 기성세대를 양껏 조롱하던 그 조소띤 어조, 느닷없는 사건들로 상식을 전복하는 의외성. 그런 ‘은희경의 것들’이 이번엔 보이지 않는다. ●다 쓴 원고 정리하는 데 6개월 27일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작가는 “다 써놓은 원고를 정리해서 묶는 데만 6개월을 앓아야 했다.”고 했다.“세권에 나눠 쓸 이야기를 한권에 압축해 넣는다는 생각으로 썼다.”며 “다시는 이런 소설을 안 써야지 싶더라.”는 말을 보탰다. 새 소설의 핵심서사는 두 형제 영준과 영우의 갈등과 화해이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연대기적 사건들이 촘촘히 끼어들어 사연 많은 가족사로 몸집을 부풀려간다. 글을 늘이기로 작정하면 몇권짜리 대하소설로도 거뜬할, 다양한 소재의 튼실한 이야기 틀거리를 갖췄다. 고향을 떠나 살던 형제는 아버지의 죽음과 그가 남긴 유물을 찾는 과정에서 가족사의 비밀과 대면한다. 아버지의 유품인 북채와 집문서를 건네받은 형제를 통해 소설은 객관적 관찰자 시점으로 한 시대 사람들의 성장기록과 아픔을 하나둘 소환해낸다.“냉담과 냉소로 깜찍한 문제제기를 했던” 첫 장편 ‘새의 선물’과는 전혀 다른 향미의 성장소설인 셈이다. “소설을 쓰는 동안 ‘새의 선물’을 자주 겹쳐 생각하곤 했어요.(작가의 경험에 근거한)같은 배경으로 어떻게 달리 쓸 수 있을까…. 내용과 방식을 많이 확장시켰어요.10년 세월에 독자들도 성장했을 텐데 나 역시 그때 옷을 입고 있어선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죠.” ●아버지 죽음후 두형제의 갈등과 화해 작가의 말대로, 별개의 소재로 세권의 책이 되고도 남았을 이야기가 신통하게 고리를 걸었다. 글쓰기 형식에 변화를 주려 한 작가의 의도가 여실하다. 집안의 비밀이 아버지의 죽음 이후 느닷없이 밝혀지는 과정은 다큐멘터리처럼, 두 형제의 골깊은 갈등은 이야기체로, 영화제작일을 하는 영진의 내면은 도회적 단문으로 다양하게 묘파했다. 고향(전북 고창)과 그 언저리에서 작가의 유년을 채운 인물들에 대한 애증은 어쩔 수 없이 또 녹아나왔다.“환경의 억압에 눌려 소심한 하급 공무원에 안주한 작중인물 영준에게 내 모습이 투사됐다.”고 고백한다.“지금까지는 내 얘기가 아닌 척 빙빙 돌려 말해왔지만 이젠 솔직한 육성 그대로에도 귀기울여 줄 독자가 있을 것 같다.”는 말에 10년 작가이력의 내공이 실렸다. ●아름답고 낯설고 허망한 소설 쓰고파 유년의 기억, 성장통(痛)에 유난히 집착해온 작가는 그러나 “이제 더는 성장소설을 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하듯 말한다. 작가가 된 서른다섯까지의 기억을 지금까지의 작품들에 붙들고 있었다면, 앞으로는 작가가 된 이후의 이야기를 쓰겠다는 다짐이다. 영혼의 자양이 돼 준 성장기에 진 빚을 10년 만에야 다 갚았다. 이젠 어떤 글을 빚어야 할까.“아름답고 낯설고 허망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알 듯 모를 듯 미망(迷妄)같은 희망을 풀어놓는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정부, 새 신분등록제 ‘1人1籍 가족부’ 확정

    정부, 새 신분등록제 ‘1人1籍 가족부’ 확정

    정부는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폐지될 호주제를 대체할 새 신분등록제도로 국민 개개인이 신분등록부를 갖는 ‘1인1적(一人一籍) 가족부제’를 확정했다. 법무부는 26일 새로운 국민신분등록제도로 1인1적을 기본으로 한 ‘본인 기준의 가족부’안을 마련,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개인별로 신분등록부를 작성하지만, 부모, 배우자, 자녀, 형제자매 등 가족사항과 본인의 신분변동 사항을 함께 기재한 것이다. ●본인신분·가족정보 함께 기재 호적업무 주무기관인 대법원도 이날 본인과 배우자, 부모, 자녀의 신분정보만 적도록 한 ‘혼합형 1인1적제’에 형제자매를 추가한 수정안을 마련, 국회에 냈다. 법무부와 대법원이 큰 틀에서 합의, 사실상 정부 단일안을 마련한 것이다. 국회는 법무부와 대법원이 제시한 방안을 기초로 공청회를 열어 최종안을 확정짓는다. 법무부도 다음달 대법원, 각계 전문가가 참여한 ‘신분등록법제정위원회’를 구성, 오는 5월까지 관련 법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새 신분등록부는 성별·나이와 상관없이 본인을 기준으로 작성된다. 출생과 더불어 본인 신분등록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가족의 신분정보가 적혀 일종의 ‘가족부’ 형태를 갖춘다. 대법원은 형제 자매와 배우자 부모의 정보를 기록하지 않을 계획이었으나 국민의 정서를 고려해 포함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등록부 가족사항과 별개로 신분사항도 기록된다. 본인의 출생 이후 신분변동 사항이 모두 기재되는 것이다. 그러나 법무부와 대법원은 부모의 사망 여부와 배우자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기록할지에 대해선 합의하지 못했다. ●새달 공청회 거쳐 최종안 확정 가족사항과 신분사항이 모두 담긴 신분등록원부는 본인과 국가기관만 발급받도록 엄격히 제한된다. 기업, 학교 등에서 신분등록부를 내라고 요구하면 필요한 내용만 들어있는 ‘목적별 증명서’를 제출하면 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새 신분등록부는 호적부의 대안으로 논의됐던 ‘개인별 편제방식’과 ‘가족단위 편제방식’의 장점을 종합한 것”이라면서 “양성평등의 원칙을 지키면서 급격한 변화로 가족해체가 촉발되지 않도록 조율했다.”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사고] 가족신문 만들어 드립니다

    서울신문은 자녀들이 방학기간 중 직접 신문제작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여러분의 자녀들이 가족이나 친지의 소식을 모아 기사로 써오면 ‘가족신문’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가족신문’ 제작을 마치면 실제 신문제작과정을 견학하게 됩니다. 학부모가 동행하셔도 됩니다. 자녀들의 가족사랑을 일깨우고 보람 있는 겨울방학을 보낼 수 있도록 마련한 이번 행사에 많은 참가를 바랍니다. ●준비물 기사 가족소식은 4∼5건, 총 2000자(띄어쓰기도 1자로 계산) 이상을 ‘글’로 작성하여 디스켓에 담아 오십시오. 사진 여럿이 찍거나 배경이 있는 사진을 한 장, 인물사진(얼굴만 나온 사진)을 한 장 준비하십시오. 디스켓에 담거나 인화된 사진을 가져오셔도 됩니다. 제목 가장 중요한 기사를 톱기사로 정한 뒤 미리 제목을 만들어 오십시오. 톱기사의 제목은 1∼3줄로 하되 한 줄은 15자 이내로 만들어야 합니다(예: 아빠 부장님으로 승진). ●신청 제작시간 1∼2월중 토요일·일요일·공휴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10∼11시 소요시간 약 1시간(견학포함 2시간) 대상 초·중·고생 및 대학생(초등학생은 4학년 이상) 접수인원 10명의 단체를 원칙으로 합니다. 개별신청은 접수 순서대로 10명을 모아 일시를 통보해 드리겠습니다. 신청 및 문의 총무국 총무부(02-2000-9653)
  • [사고] 가족신문 만들어 드립니다

    서울신문은 자녀들이 방학기간 중 직접 신문제작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여러분의 자녀들이 가족이나 친지의 소식을 모아 기사로 써오면 ‘가족신문’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가족신문’ 제작을 마치면 실제 신문제작과정을 견학하게 됩니다. 학부모가 동행하셔도 됩니다. 자녀들의 가족사랑을 일깨우고 보람 있는 겨울방학을 보낼 수 있도록 마련한 이번 행사에 많은 참가를 바랍니다. ●준비물 기사 가족소식은 4∼5건, 총 2000자(띄어쓰기도 1자로 계산) 이상을 ‘글’로 작성해 디스켓에 담아 오십시오. 사진 여럿이 찍거나 배경이 있는 사진을 한 장, 인물사진(얼굴만 나온 사진)을 한 장 준비해 디스켓에 담거나 인화된 사진을 가져오셔도 됩니다. 제목 가장 중요한 기사를 톱기사로 정한 뒤 미리 제목을 만들어 오십시오. 톱기사의 제목은 1∼3줄로 하되 한 줄은 15자 이내로 만들어야 합니다(예: 아빠 부장님으로 승진). ●신청 제작시간 1∼2월중 토요일·일요일·공휴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10∼11시 소요시간 약 1시간(견학 포함 2시간) 대상 초·중·고생 및 대학생(초등학생은 4학년 이상) 접수인원 10명의 단체를 원칙으로 합니다. 개별신청은 접수 순서대로 10명을 모아 일시를 통보해 드리겠습니다. 신청 및 문의 총무국 총무부(02-2000-9653)
  • 호주제 대체 새 신분등록 “1人1籍制 도입”

    호주제 대체 새 신분등록 “1人1籍制 도입”

    국회가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호주제를 폐지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호적부를 대신할 새 신분등록제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호적사무를 관장하는 대법원은 2년여 동안 호적제도 개선소위원회에서 논의한 결과 국민 개개인이 다른 신분등록부를 갖는 ‘1인 1적(一人一籍)’(개인별 신분등록제)를 도입하기로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민법 개정안을 제출한 법무부는 이날 ‘신분등록제도 개선위원회’를 발족, 가족부제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 정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개선위원회에는 행정자치부·여성부 등 관련 부처와 대법원, 변호사, 법무사, 법대교수 등이 참여한다. ●개개인이 다른 신분등록제 가져 새 신분등록제는 크게 개인별 신분등록제와 가족부제로 나뉜다. 대법원이 마련한 개인별 신분등록부에는 본인과 배우자, 부모, 자녀 등 기본 가족사항과 혼인·이혼·입양 등 본인의 신분변동 사항이 적혀 있다. 형제 자매나 배우자, 자녀의 신분변동 기록은 없다. 개인의 신분변동이 모두 나타난 증명서는 본인과 국가기관만이 뗄 수 있다. 가족이라 해도 본인의 허가가 없으면 발급이 불가능해 개인정보가 철저히 보호된다. 가공의 입양자 고일남(32)씨 가족을 예로 들어 보자. 고씨는 2002년 2월 아내 오여인(33)과 재혼했다. 자녀는 오숙, 오성, 오한림양이다. 친부모는 고장부씨와 이장녀씨다. 고일남씨의 개인별 신분등록에는 모든 가족관계가 적혀 있다. 또 고일남씨가 2000년 1월 박여인과 결혼했다가 이혼했고, 김이남·정미자씨에게 입양이 됐다가 입양이 취소됐다는 기록도 있다. 그러나 아내 오여인씨나 자녀 오숙, 오성, 오한림양이 자신의 신분등록 증명서를 통해 고일남씨의 신분변동 내역을 알 방법은 없다. 오여인씨의 신분등록등본에는 배우자 고일남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본적만 나올 뿐 입양·이혼 등의 기록은 전혀 표시되지 않는다. 현행 호적제는 모든 가족의 신분변동 사항을 한꺼번에 공시하고 있다. 여성단체는 “개인별 신분등록제가 호주제 폐지란 입법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제도”라고 지지한다. 반면 신분등록 단위가 개인으로 바뀌면서 가족의 해체가 심화되고 다른 가족의 신분변동 사항을 파악하기 어려워 상속 등 가족간 법률관계를 확정하기도 어렵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가족 단위로 신분등록 가족부제는 현행 호적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이점은 큰아들이라 해도 결혼하면 집안에서 나와 따로 가족부를 형성한다는 점이다. 또 기준인이 남성으로 제한되지 않는다. 가족부는 기준인, 배우자, 미혼자녀가 기본단위다. 부부 합의에 따라 한 배우자를 기준인으로 정하면 가족관계 및 신분변동 사항이 가족부에 기록된다. 고일남씨 가족은 남편 고씨를 기준인으로 정했다. 배우자 오여인과 자녀들이 가족으로 표시된다. 가족의 신분변동 사항에는 혼인·이혼·입양 등 고씨 기록이 적힌다. 고씨의 기록은 아내 오여인이나 자녀들이 가족부 증명서를 뗄 때도 고스란히 남는다. 가족단위로 신분이 등록되기 때문에 혼외 자녀에 대한 차별은 현행 호적부와 마찬가지다. 기준인의 집안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기록되지 않고, 결혼하지 않은 생부, 생모의 이름이 가족부에 기재되지 못한다. 가족부제는 국민 정서에 맞고 가족간 신분관계를 파악하기 쉽다는 점에서 지지를 받는다. 법무부는 호주제 폐지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고자 가족부제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개인정보 보호에 취약하고, 다양한 결손가족을 포함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새 제도 2007년쯤 도입 국회는 대법원과 법무부의 의견을 받아 공청회를 열어 최종안을 확정,2월에 호주제 폐지를 포함한 민법개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국회는 호주제 폐지후 새 신분등록제도를 시행할 때까지 2년의 유예기간을 둔다. 그러나 대법원은 시스템을 정비하고, 현행 호적정보를 옮기는 데 2년6개월 정도 걸린다고 전망한다. 개인별 신분등록제든, 가족부제든 오는 2007년엔 새 신분등록제도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 호적부는 ‘제적부’로 전환, 대법원이 보관한다. ●가족관계 증명할 신분제도 필요 호적부가 사라지면 어떤 사람이 누구와 함께 어디에서 사는지를 나타내 주는 주민등록만 남아 가족관계를 증명하기 어려워진다. 유럽 등은 출생부, 혼인부, 사망부 외에도 가족관계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가족수첩을 만들고 있다. 일본도 가족 단위 가족부제를 통해 친족관계를 증명한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미혼여성이 결혼한후에도 친정부모·본적 계속 표시

    대법원이 마련한 1인1적제(개인별 신분등록제)가 도입될 경우 예상되는 변화를 문답으로 정리한다. Q. 여성이 결혼하면? 미혼여성 A씨의 신분등록부에는 부모만 표시돼 있다.A씨가 결혼하면 배우자란에 남편 B씨 이름이 덧붙여진다. 자녀를 낳으면 가족란에 추가된다. 그러나 친정 부모의 이름은 변함없이 기록된다. 본적도 그대로다. 호적부에 X표시와 함께 ‘언제 누구와 결혼해 빼갔다.’는 기록은 없다. 시부모를 알려면 남편의 신분등록부를, 형제자매를 파악하려면 친정 부모의 신분등록부를 떼봐야 한다. Q. 부인이 아닌 여자가 낳은 아이는? 남편 C씨는 아내 D씨와 결혼했다. 그러나 C씨는 다른 여성인 E씨와 관계를 맺어 아들 F군을 낳았다.E씨는 자신의 신분등록부에 F군을 자녀로 표시한다. 남편 C씨도 재판을 통해 친자관계를 확인받으면 F군을 신분등록부에 기록할 수 있다.C씨의 신분등록부에 F군이 혼외자녀라는 흔적은 없다. F군의 신분등록부에는 아버지 C씨, 어머니 E씨로 기록된다. 그러나 본부인 D씨 신분등록부에는 F군의 이름이 없다. Q. 재혼 때 데려간 아이는? 민법 개정안은 여성이 아이를 데리고 재혼한 경우 아이가 새 남편의 성(姓)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친아버지가 친권을 포기하면 아이의 부모란엔 새 아버지와 친어머니가 적힌다. 그러나 친아버지가 친권을 유지하면 새 아버지의 성을 사용하더라도 아이의 신분등록부에는 친아버지 이름이 남는다. 친아버지인데도 아이와 성이 달라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Q. 입양한 아이의 성(姓)은? 입양된 아이가 양아버지의 성을 따를 수 있는 ‘친양자 제도’를 도입했다. 친양자로 올라가면 신분등록부에 양아버지와 양아들이 같은 성으로 올라가고 입양을 했다는 증거는 남지 않는다. Q. 신분등록부 제출을 요구받으면? 기업, 학교, 공공기관에서 신분등록부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면 필요한 내용만 적힌 ‘목적별 증명서’를 내면 된다. 가족사항증명서, 출생·사망증명서, 혼인·이혼·재혼 증명서, 입양·파양 증명서 등을 따로 발급받을 수 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연출가 오태석·서재형씨 문예진흥원 ‘베스트&퍼스트’에 나란히

    연출가 오태석·서재형씨 문예진흥원 ‘베스트&퍼스트’에 나란히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원로 연출가 오태석(65)과 주목받는 신예 서재형(35)이 만났다. 나이가 한 세대만큼 차이가 나는 이들의 만남은 한국 문화예술진흥원 예술극장이 마련한 2005 기획시리즈 ‘베스트&퍼스트’가 계기가 됐다. 이번 기획은 독창적 작품 세계를 구축한 ‘베스트’ 연출가와 패기 넘치는 ‘퍼스트’ 연출가의 작품을 나란히 선보이는 것. 오태석과 서재형이 그 첫 주자다. 이들은 각각 신작 ‘만파식적’(21일∼2월12일)과 지난해 초연 돼 호평을 받았던 ‘죽도록 달린다’(15일∼2월6일)로 관객 앞에 선다.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오태석은 “다른 공연장들이 너무 상업적인 쪽으로 치중하는데 연극다운 연극으로 방향을 잡아주니 (예술극장측에)고맙다.”고 소감을 밝혔고 서재형은 “여러모로 아버님 같으신 분과 함께 하게 돼 새해부터 복을 많이 받고 있다.”고 뿌듯해 했다. 그러면서 서재형은 오태석과의 나름의 인연을 밝혔다.“배우를 꿈꾸던 학창시절 오태석 선생님의 ‘부자유친’을 보고 연출가로 전환하게 됐고,‘죽도록 달린다’를 끝내고 지쳐 있을 때 선생님을 보면서 에너지를 얻었죠. 또 선생님이 흔쾌히 허락해 주셔서 지난해 4월 ‘죽도록 달린다’를 한 달간 아룽구지 무대에 올려 호평을 받을 수 있었고요.” ‘죽도록 달린다’의 작가 한아름은 오태석의 제자. 이번 기획으로 사제지간의 만남까지 성사된 셈이다. ‘만파식적’은 오태석이 2년 만에 내놓는 신작. 전통 신화나 설화를 창작 모티브로 삼아온 그가 이번엔 삼국유사에서 ‘만파식적’을 빌려왔다. 둘로 갈라져 있다가 하나로 합쳐지면 소리를 내는 만파식적을 남과 북으로 갈라진 우리 현실을 빗댄 것. 두 동강 난 국가는 사회 분열과 단절을 초래했다. 때문에 그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소통이다.“우리 민족은 일제 식민지에서 풀려나자마자 이데올로기의 급습을 당했어요.47년 4·3사태부터 보자면 60년 가까이 그 멍에가 영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요. 그 속에서 일생을 살아오다 보니 본의 아니게 천착하게 됐습니다.” ‘만파식적’의 주인공 종수는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옆에 빈 관을 마련하고 납북된 아버지를 찾아나선다. 신문왕의 도움으로 아버지를 찾아 남으로 모셔오려는데 북쪽의 배다른 형제들이 반대한다. 그들은 남쪽이 더 살기 좋다는 사실을 입증하라 하고 종수는 내려와 양심우산 캠페인을 벌인다. 불운한 가족사도 작품에 녹아 있다.“지난해 1월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납북된 아버지를 상봉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니 안타까웠죠. 두 사람을 만나게 할 방법이 없을까 생각해 연극으로나마 두 분이 만나는 시늉을 해보는 거예요. 통일이 어려우니 만나는 방법으로 삼국유사를 빌려 보자 했지.(웃음)” 그의 작품은 종종 과감한 비약과 생략으로 엉뚱한 재미를 준다거나 또는 이해가 어렵다는 상반된 평을 들어왔다.“나도 미술관에 안 가본지 몇 십년 됐어요. 버릇이 안돼서 그렇죠. 뭐든지 재미를 붙이면 더 쉬운 거고. 내 연극은 말하자면 먹여주는 게 아니라 관객이 직접 칼질해서 먹는 재미가 있는 거라고 봐주면 좋겠어요.” 지난해 4월 초연 돼 호평을 받은 서재형의 ‘죽도록 달린다’는 ‘활동 이미지극’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표방한 연극.“사진을 이어서 넘기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연결된 동작 하나를 떼서 보면 사진처럼 보이는 그런 개념이에요.” 보지 않고서는 감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처음엔 배우들도 애로를 겪었다. 알렉산드르 뒤마의 고전 ‘삼총사’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줄거리는 ‘삼총사’의 속편 격으로, 신예 작가 한아름이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해 새롭게 썼다. 권력에 집착한 안 왕비는 달타냥을 유혹해 아들을 낳고, 추기경은 왕비 제거 음모를 꾸민다. 애인을 버린 비정한 달타냥은 왕을 살해한 누명을 쓰고 쫓긴다. 서재형은 “목걸이를 갖고 온 후 궁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죠. 어느 궁궐 안에서나 있을 법한 음모, 복수, 대 잇기, 현실정치 문제 등이 모두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출연 배우들의 몸무게가 도합 30㎏이나 빠졌을 만큼 무대 위에서 달리고 또 달린다. 그런데 왜 달리는 걸까.“저에게 ‘달린다’는 개념은 긴장된 상태에서 심장이 뛴다라는 것과 같아요. 지난 번엔 극 후반부에 좀 덜 달렸는데 이번엔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끝까지 달릴 작정입니다.” 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말말말˙˙˙

    인생을 걸어오면서 가족과 한번도 연결시켜 본 적이 없다. 장관이 되는 데 별로 관계없다고 생각되는 얘기가 나와 굉장히 부담스럽다. 능력에 대한 평가가 절하되지 않는가. 기분이 씁쓸하다.-장하진 신임 여성부 장관.5일 기자간담회에서 ‘명문 가족사’가 부각된 데 대해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질문을 받고-
  • [사고] 가족신문 만들어 드립니다

    서울신문은 자녀들이 방학기간 중 직접 신문제작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여러분의 자녀들이 가족이나 친지의 소식을 모아 기사로 써오면 ‘가족신문’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가족신문’ 제작을 마치면 실제 신문제작과정을 견학하게 됩니다. 학부모가 동행하셔도 됩니다. 자녀들의 가족사랑을 일깨우고 보람 있는 겨울방학을 보낼 수 있도록 마련한 이번 행사에 많은 참가를 바랍니다. ●준비물 ●기사 가족소식은 4∼5건, 총 2000자(띄어쓰기도 1자로 계산) 이상을 ‘글’로 작성하여 디스켓에 담아 오십시오. ●사진 여럿이 찍거나 배경이 있는 사진을 한 장, 인물사진(얼굴만 나온 사진)을 한 장 준비하십시오. 디스켓에 담거나 인화된 사진을 가져오셔도 됩니다. ●제목 가장 중요한 기사를 톱기사로 정한 뒤 미리 제목을 만들어 오십시오. 톱기사의 제목은 1∼3줄로 하되 한 줄은 15자 이내로 만들어야 합니다(예: 아빠 부장님으로 승진). ●신청 ●제작시간 1∼2월중 토요일·일요일·공휴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10∼11시 ●소요시간 약 1시간(견학포함 2시간) ●대상 초·중·고생 및 대학생(초등학생은 4학년 이상) ●접수인원 10명의 단체를 원칙으로 합니다. 개별신청은 접수 순서대로 10명을 모아 일시를 통보해 드리겠습니다. ●신청 및 문의 총무국 총무부(02-2000-9653)
  • [일요영화]

    [일요영화]

    ●미이라(MBC 오후 9시45분) ‘정글북’ 등의 스티븐 소머즈 감독 1999년작. 브랜든 프레이저, 레이첼 와이즈, 존 한나 출연. 1932년 공포영화를 인디아나 존스 풍의 영화로 리메이크했다. 사막의 모래 위에 드러나는 미라의 얼굴, 인간을 공격하는 수만 마리의 밀랍 풍뎅이떼 등 컴퓨터 그래픽을 적극 활용한 특수효과들이 볼 만하다. 비평가들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당시 미국에서만 1억2700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기록해 속편과 외전까지 제작됐다. 이집트 역사상 가장 영화를 누렸던 시대 중 하나인 세티 1세 치하. 파라오의 정부 앙크수나문은 승정원 이모탭과 금지된 사랑에 빠져 처벌받는다. 앙크수나문은 자결하고 이모탭은 산 채로 석관에 갇혀 영원히 생(生)시체가 되는 극형을 받은 것. 그 후로 3000여년이 지난 서기 1925년. 외인부대 장교 오커넬과 이집트 박물관 사서 이비, 이비의 오빠 조나단은 고대 이집트의 재화를 찾아나섰다가 실수로 이모탭을 부활시키고 만다.124분.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못말리는 가족(KBS1 오후 11시30분) 피터 팀 감독의 2002년작. 요리사 스테판은 부인 시몬과 잦은 다툼 끝에 결국 이혼하고 말지만 그의 꿈은 사실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것. 그러나 각자가 다른 가정을 꾸리면서 가족사는 점점 복잡해져만 가고 사춘기 자녀들 사이에서도 여러 문제가 생기는 등 꿈은 점점 멀어져만 간다.92분.
  • [문학이 머문 풍경]정지용시인의 고향 ‘옥천’

    [문학이 머문 풍경]정지용시인의 고향 ‘옥천’

    “남한에 있는 아버님을 만나고 싶어요.” 2001년 이산가족 상봉신청때 북한에 있던 정지용(鄭芝溶·1902∼50) 시인의 셋째아들은 상봉대상자에 아버지를 포함시켜 우리를 놀라게 했다. 한국전쟁 당시 시인이 납북된 뒤 아버지를 찾으러 간 셋째아들은 아버지의 행방을 알지도 못한 채 북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한다. 시인의 가족사 자체에 분단의 비극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셈이다. 정 시인의 사망도 평양감옥에 함께 있다 탈출한 사람이 “감옥에 폭격을 할 때 희생이 됐을 거다.”라고 말해 그럴 것으로 추측케 할 뿐 정확하게 언제, 어떤 과정으로 숨졌는지는 미스터리다. ●박제화된 흔적들 시인의 고향 충북 옥천에는 초가로 지어진 생가가 있다.1988년 정지용이 해금된 뒤 시인을 기리는 사업이 활발해지면서 다른 이가 살고 있던 옥천읍 하계리 옛 생가 부지를 매입, 지난 97년 4월 문을 열었다. 지난 4월 시인의 큰아들 구관씨가 작고하기 전 그의 고증을 거쳐 건립됐다. 단장된 집옆에는 시인의 동상이 서 있고 물레방아도 만들어 놓았다. 대표시 ‘향수’에 나오듯 생가 앞에는 개천이 있다. 마을 주민이나 어린이들은 ‘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로 시작하는 이 시구처럼 개천을 모두 ‘실개천’이라 불렀다. 부근에는 시인이 다니던 죽향초등학교가 있다. 운동장 한쪽에 일본식 옛 교사 한동이 서 있다. 지난해 6월 문화재청이 등록문화재 57호로 지정한 교사앞 표지석에는 ‘정지용 시인과 육영수 여사 등을 배출했다.’고 썼다.4학년 박주영(10)양은 “정지용 시인이 우리학교를 나왔다는 게 자랑스럽고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1926년 건립돼 정 시인이 공부했던 교실은 아니지만 자기 시를 판금조치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이 같은 학교출신이라는 게 좀 아이러니하다. ●몰락한 충청도 양반 구관씨는 작고하기 전 옥천 삼양초 노한나(31) 교사와의 대화에서 “구한말 몰락한 양반가에서 태어나 운좋게 근대교육을 받았지만 유교윤리에 충실했던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구관씨는 “아이들을 좋아했지만 자식에게는 무척 엄격했다.”고 전했다. 시인의 이화여대 제자인 유수인씨도 “두루마기에 회색 명주목도리만 하고 다닐 정도로 살림이 어려웠지만 전혀 비굴하지 않았고 깨끗했다.”면서 “돈 한푼 없어도 ‘선생님, 선생님’하면서 매달리는 여제자들을 데리고 가 외상 밥을 사주는 허풍기도 좀 있었다.”고 말했다. 시인이 고향에 산 것은 휘문고에 들어가기 전인 17세까지. 휘문고 교사도 했고 이화여대 교수로도 일했다. 구관씨는 “성당과 학교, 시 쓰는 것밖에 모르던 양반으로 항상 머리에 시가 들어서 밥을 먹는지 반찬을 먹는지 자신도 모를 정도였다.”고 한다. 성질이 굉장히 급해 별명이 ‘신경통’으로 불렸다고 한다. 성격이 활달했고 해학이 빼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김영랑, 유치환 등 시인과 친했고 청록파 시인을 추천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박목월에 대해서는 ‘북에는 소월, 남에는 목월’이라고 격찬했다. 또 ‘보리피리’의 문둥이 시인 한하운의 이름과 이희승의 ‘일석’이란 호를 지어줄 정도로 이름짓는 일에도 재능을 보였다고 했다. 정 시인이 졸업한 일본 교토 도시샤(同志社)대학에 동상과 시비가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인석 옥천문화원장은 “최근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조동일 계명대 교수 등과 함께 이 대학을 방문, 내년 가을까지 윤동주 시인의 시비 옆에 정지용 동상과 시비 등을 세우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향 충북 옥천에서는 88년부터 정지용 문학축제’를 열어오고 있다. 문학상도 이듬해부터 열리고 있고, 신인문학상과 청소년문학상도 올해 10회와 6회째를 각각 맞았다. 매년 8∼9월 중국 옌볜에서 지용제 및 음악제가 열리고 있는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부인과 큰아들·딸은 남한에, 둘째·셋째아들은 북한에 갈갈이 찢어져 살았지만 정지용 시인의 향기는 옥천군체육공원 옹벽을 시가 새겨진 돌로 장식할 정도로 고향에 진하게 남아 있다. 옥천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신인작가 천명관씨 ‘고래’ 출간

    신인작가 천명관씨 ‘고래’ 출간

    천명관(40)은 입심이 보통이 아닌 신인작가다. 모르긴 해도 문단의 어느 누구에게도 입담으로는 기가 꺾이지 않을 성싶다.2003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단편 ‘프랭크와 나’로 등단한 그가 첫 장편소설 ‘고래’(문학동네)를 냈다.‘고래’는 지난 여름 제10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받아 문단의 관심이 쏠렸던 화제작. 생초보 작가가 구사하는 서사에는 툭툭 정맥이 불거진 팔뚝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스토리 텔링의 힘이 대단한, 그는 작가라기보다는 소재가 바닥날 일 없는 능청스러운 이야기꾼이다. ‘고래’는 장편다운 장편이다.421쪽이나 되는 묵지근한 책은 독자들에게 최근 소설들에서 기대할 수 없던 ‘줄거리의 맛’을 되돌려준다. 3부로 나뉘어진 작품 속 주인공은 흥미롭게도 모두 여자들. 국밥집 노파, 금복, 춘희 등 세 여인이 섞바뀌어 등장해 파란만장한 가족사를 엮는다. 워낙 기구한 운명들이라 이네들의 이야기는 차라리 ‘수난사’에 가깝다. 1,2부는 산골 소녀에서 소도시의 기업가로 성장하는 여자 금복의 일대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여기에 천하 박색으로 한을 품고 죽은 국밥집 노파의 사연이 얼기설기 끼어든다.3부도 구성형식은 엇비슷하다. 정신박약아인 금복의 딸 춘희가 이야기의 중심. 감옥에서 나와 폐허가 된 벽돌공장(엄마 금복이 일궜던 삶의 터전)으로 돌아온 그녀의 생존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담겼다. 소설의 흥미 포인트는 곳곳에 놓여 있다. 무엇보다 초인적인 힘을 지닌 여성 캐릭터들은 최근 국내소설에서는 좀체 만날 수 없는 것들이다.120㎏의 거구로 뱀을 날로 먹어치우는 춘희, 코끼리를 기르는 쌍둥이 자매, 벌떼를 몰고 다니는 백발의 애꾸눈 여인(국밥집 노파의 딸) 등은 소설이 팬터지의 영역까지 욕심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대하소설만큼 맥락은 장황하건만 농담과 유머의 너스레로 긴장의 나사를 조이는 재주 또한 묘미다. 기승전결의 반듯한 틀거리를 빌리지 않고도 긴 이야기를 얼마나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는지 작가는 보여 준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서사틀에 세 여주인공이 번갈아 왔다갔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상황을 이어 주는 해설문은 무성영화의 변사투나 판소리 사설을 닮았다. 소설가 은희경은 “이 소설이 의도하는 게 정련된 글의 구조물이 아니라 쏟아져 나오는 이야기의 잔치”라고 평가했다. 작가는 이야기꾼으로서 스스로의 장점을 정확히 파악했다. 줄거리를 끌어가는 힘과 캐릭터를 그려가는 에너지만 봐 달라는 듯 작가는 작품의 시간배경은 끝까지 공백으로 남겨 둔다. 번역체의 거친 문투가 좀 거슬린다. 그러나 지나치게 사유화해 가는 최근 소설 경향에 불만인 독자라면 책장이 어떻게 넘어가는지 모르고 단숨에 읽어낼 재미 만점의 소설이다. 작가는 영화 ‘총잡이’‘북경반점’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배우 문근영 외할아버지 장기수로 밝혀져

    배우 문근영 외할아버지 장기수로 밝혀져

    영화 ‘어린신부’에 출연한 배우 문근영(17)의 외할아버지가 장기수 출신인 류낙진(77)씨로 밝혀졌다. 일요신문은 14일 ‘어린신부 문근영 슬픈 가족사’라는 제목의 기사로 이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류씨는 1971년 ‘통혁당 재건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류씨는 1990년 전향서를 제출하고 19년만에 가석방됐지만 1994년 ‘구국전위 사건’에 연루되어 다시 수감됐다. 류씨는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뒤 광주지역 재야 인사들이 ‘류낙진 선생 석방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석방 운동을 벌인 결과 1999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다. 당시 석방추진위원회는 ‘양심수 가운데 최고령이고 5·18 희생자 유가족인 점을 참작해달라.’고 요구했다. 류씨의 동생 영선(당시 28세)씨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항쟁 때 사망했다. 현재 문근영의 부모 대신 촬영장을 함께 다니면서 사실상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는 외할머니 신애덕(73)씨의 사연도 알려졌다. 신씨는 전남 보성 예당중학교 교사였던 류씨가 수감되자 시장행상과 보험 외판원으로 2명의 시동생과 4남매를 교육시켰다. 이에 대해 문근영의 소속기획사인 나무액터스는 15일 “근영이 본인의 일도 아니고 가슴 아픈 가족사라 자세히 물어본 적은 없다.”면서 “근영이의 외할머니나 어머니께 고통스러운 일이라 숨길 이유도 없지만 굳이 나서서 알릴 필요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근영의 가족사는 외할머니 신씨가 매스컴에 등장하면서 광주의 재야인사 사이에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근영은 학생복 모델료 3억원을 전액 소아암 환자돕기에 기부하는 등 배우 수입금의 대부분을 어려운 이웃돕기에 쓰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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