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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와 통일] (5) 하임숙 한동대 4학년

    [나와 통일] (5) 하임숙 한동대 4학년

    나와 친구들은 지난달 서울 인사동의 가나 아트스페이스에서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실상을 알리는 전시회를 개최했다. ‘그곳에는 사랑이 없다’라는 타이틀로 열린 이 전시회에는 12일 동안 무려 2만 5000여명이나 다녀갔다. 예상치 못했던 뜨거운 반응이었다. 지난해 교내에서 열었던 전시회가 반응이 좋아 ‘서울에서도 한번 해 보자’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었는데, 예상 외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정말 깜짝 놀랐다. 사람들은 왜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 전시를 기획한 나조차도 사람들이 북한의 인권 같은 일에는 관심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문제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보가 없었던 것이었다. 관람객들 가운데는 20~30대의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잔인한 내용인데도 거부감 없이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끔찍한 수용소의 실상을 보고 놀라기도 했지만 전시장을 나갈 때에는 북한 인권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전시장을 두세번씩 들른 사람들도 많았다. 하루는 연인 한쌍이 전시장을 다시 찾아왔다. 전시장을 둘러보고 방명록을 쓰고 있는데, 그 전에 함께 들렀던 친구들을 다시 만났다. “너희도 다시 왔구나. 그럴 줄 알았어.”라면서 공감이 확산되는 것을 여러 차례 목도했다. 시기적으로도 천안함·연평도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북한 문제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된 것 같다. 통일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됐을 것이다. 나는 통일 문제는, 경제적 이득이나 기회비용을 떠나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믿는다. 역사는 사람들의 선한 마음을 따라 흘러간다고 본다. 같은 민족, 가족, 형제로서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 줘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그들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통일이라고 생각한다. 평양의 특권층 3000명은 잘먹고 잘살지만, 북한 주민들의 삶은 정말 처참하다. 탈북에 한 차례 실패해 북송 집결소에 있었던 언니 또래 여인의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내 또래 20대 가운데에는 통일을 원하지 않는 친구들도 많다. 그러나 나는 통일이야말로 우리 세대가 이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 세대는 민주화를 위해, 할아버지 세대는 산업화를 위해 인생을 걸었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이념적으로 대립했을 수 있고 서로에 대한 상처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위 세대들이 이뤄 놓은 혜택을 누리고 있는 세대다. 북한과 정치적으로 엮이지 않고, 아픔도 없기 때문에 통일을 준비할 수 있는 세대다. 당연히 의견은 진보, 보수가 나뉠 수 있다. 그러나 정말 보편적인 가치에 대해서는 진보, 보수가 같이 갈 수 있어야 한다. 나는 통일이 바로 그런 문제라고 생각한다. 통일 이후의 정책을 세우는 데에는 가치관이 들어갈 수 있겠지만, 통일을 이루기까지는 우리 세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어려운 북한 주민들을 도와야 한다는 것은 보편적 가치가 아닌가. 나는 남한이 주도해 통일을 이뤄 나갔으면 한다. 분단 이후 남과 북의 성공과 실패는 너무나 분명하게 나뉘었다. 남한은 경제적, 정치적으로 성공을 이뤘다. 서독이 동독과 통일을 할 때 자신감이 있었듯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통일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주도적으로 통일을 이뤘으면 한다. 남한은 이제 보편적인 행복은 퍼져 있는 사회다. 그런 행복을 북한 사회와 나눴으면 좋겠다. 북한 인권을 얘기할 때 미국의 노예 해방을 많이 얘기한다. 노예 해방 문제는 남북전쟁을 일으킬 만큼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었다. 그러나 노예 해방이 이뤄진 후에는 평등, 자유가 보편적 가치가 됐다. 통일도 그렇게 될 거라는 희망이 있다.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고 어떤 미래를 생각해야 하는지 고민해 줬으면 좋겠다. ●약력 ▲24세 ▲한동대 산업정보디자인 학부 4학년·국제기업가정신 전공 ▲한동대 북한인권학회 ‘세이지’ 학회장
  • [WHO&WHAT] 독재자의 만찬

    [WHO&WHAT] 독재자의 만찬

     ‘민주’(民主)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오늘날, ‘독재’(獨裁)란 말은 듣는 것만으로도 유쾌하지 않은 단어다. 다른 사람의 운명을 멋대로 좌우하고 과장된 논리나 종교와 다를 바 없는 맹목적인 믿음을 강요하는 독재에 대한 거부감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한국인에게도 ‘독재’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길거리로 뛰쳐나와 군사정권에 맞서 밑으로부터의 민주화를 일궈냈다는 자부심,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최장수 독재체제(북한)와 마주하고 있는 현실 등 우리는 독재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 몰아닥친 ‘재스민 혁명’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수십년간 그래온 것처럼 아랍권의 민주화 운동이 ‘찻잔 속 태풍’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빗나갔다. 권력을 지키고자 하는 자들과 권리를 찾고자 하는 이들의 싸움은 점점 격해지고 있고, 이젠 국제사회의 개입도 본격화됐다.  가상 인터뷰 ‘WHO&WHAT’의 이번 주인공은 역사 속 인물들이다. 이름 자체가 공포가 되고, 금기어가 됐던 이들. 현대 정치사를 피로 물들이며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악몽’ 그 자체였던 네 명의 독재자들을 만찬장에 초대해 그들이 생각하는 재스민 혁명과 ‘독재’ 그리고 ‘민주화’에 대해 들어봤다. 사회:독재돼지 나폴레옹(소설 ‘동물농장’의 주인공)  식당으로 들어서는 네 사람의 표정은 썩 밝지 않았다. 살아생전 서로 배신의 총부리를 겨눴던 사이도 있었고, 서로 ‘사상적 동지’로 돈독한 관계를 자랑하던 이들도 있었다. 그들 사이에 가로놓인 반세기의 시간도 서먹한 분위기를 가시게 하지는 못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말이 사전에서 바로 튀어 나온 듯한 이들은 같은 자리에 마주앉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마뜩치 않아 보였다.  콧수염을 기른 사람이 셋, 군복을 입은 사람이 셋이었다. 앞에 이름표를 놓을 필요조차 없이 얼굴만으로도 누구인지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아돌프 히틀러, 이오시프 스탈린, 마오쩌뚱, 사담 후세인. 인류 또는 자기의 민족을 위해 떨쳐 일어났다는 대의명분을 앞세웠지만 결국엔 자기자신의 안위와 비뚤어진 욕망으로 가득찬 이미지만 역사에 남긴 공통점을 가진 이들. 한 사람만 있어도 공포를 느끼게 할 만한 20세기 정치가 네 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날 만찬 자리는 현재 국제정세를 감안하면 상당히 늦은 감이 있었다. 시대적 차이는 있지만, 각자의 전성기 시절 국내외 정치에 대해서라면 남부럽지 않을 역량을 과시했던 이들에게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강타하고 있는 ‘쟈스민 혁명’에 대해 묻지 않는다면 과연 누구한테 물어야 한단 말인가. 더구나 만찬의 주제가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독재’인데 말이다.  네 사람의 만남에 적합한 사회자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민주화 전문가나 학자는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이들을 통제하기엔 늘 역부족이기 마련. 결국 메이너 농장의 절대권력자 나폴레옹(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등장하는 독재자 돼지)에게 어려운 역할을 부탁했다. 1945년 처음 세상에 알려진 이후, 지금까지 농장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는 나폴레옹의 능력이라면 참석자들도 특별한 불만이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오웰이 묘사한 것처럼 나폴레옹은 ‘사람이 돼지인지, 돼지가 사람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능수능란하게 만찬장의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화제는 자연스럽게 본인들의 얘기와 현재 상황을 비교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오늘의 메뉴●  애피타이저 - 당신은 떳떳한가  메인 디시1 - 당신의 국민은 왜 당신을 버렸을까  메인 디시2 - 당신은 부패했나  디저트 - 당신의 사랑은 진짜였나      <애피타이저> 당신은 떳떳한가.   →나폴레옹 인간 세상 최고의 독재자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게 돼 기쁘다. 나야 동물 100여마리 거느리는 수준이지만, 당신들은 수백만명에서 수억명에 이르는 사람의 목숨을 한 손에 좌우했던 사람들이지 않은가. 실제로 죽이기도 많이 죽였고…. 당신들보다 훨씬 잔혹하거나 무자비한 사람도 없진 않지만, 20세기 이후 독재자들 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선정됐다는 점을 밝혀둔다. 우선 당신들이 지금 이 테이블에서 떳떳하게 고개를 들고 있을 수 있는 자신감의 근원부터 묻고 싶다.   히틀러 정당성을 묻는거냐. 어디까지나 국민들이 원해서 적합한 위치를 맡았을 뿐이다. 내가 총통이 됐을 때 4500만명이 투표에 참가했고 그중 3800만명이 찬성했다.(히틀러는 1934년 대통령 파울 폰 힌덴부르크가 죽은 직후 1시간 만에 대통령직과 총리직을 통합하고 최고사령관 직까지 합쳐 그 자리에 오른 다음 투표를 실시했다.) 국민들이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바에 자발적으로 동참해서 내가 그 위치에 올랐다는 증거다. 정당성의 측면에서 과거의 왕들과는 평가부터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왕 중에서도 네로나 헤롯 같은 사람이 있었고, 나름 성군(聖君)으로 존경받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지만 그들은 왕으로 태어나 왕으로 살면서 그 권력을 조금 더 쓰느냐 마느냐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스탈린 난 볼셰비키 혁명을 주도했고 성공시킨 레닌이 직접 지목한 정당한 후계자다.(실제로는 레닌이 그의 위험성을 경고한 편지를 공개하려고 했지만, 스탈린이 의도적으로 막았다. 뿐만아니라 스탈린은 레닌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 여러 장의 사진과 역사기록을 조작했다.) 그루지아 출신이라는, 심지어 러시아어를 잘 하지 못한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범 러시아 지역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데 대해 지금까지 의심해 본 적이 없다. 국민의 지지가 없으면 독재고 뭐고 간에 아예 정권을 잡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최소한 총과 칼로만 쿠데타를 일으켜서 최소 몇 년 이상 유지한 사례가 얼마나 될지 지난 100년 간을 꼽아봐라. 처음엔 그렇게 잡더라도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지 않으면 유지가 안되는 게 정치다.   →나폴레옹 그 말씀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여기 있는 사람들이 역사에 악인으로 이름을 남긴 것 자체가 불가사의한 일이다. 듣다보니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요새 연설을 통해 계속 반복하고 있는 논리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그 얘기는 나중에 이어가기로 하고, 최근 전 세계 최고 관심사인 ‘쟈스민 혁명’에 대해 들어봤나.   마오 내용이야 어떻든 오랜만에 가슴이 뛰는 기분이다. 지난해 12월 한 청년이 분신을 하면서 벌어진 일이 불과 석달 만에 이렇게까지 커지다니. 벌써 두 나라(튀니지·이집트)의 정권이 뒤집혔고 리비아, 시리아, 바레인도 내전이 한창이지 않은가. 난 ‘공산당’을 알리고 ‘혁명 동지’를 모으기 위해 10만여명을 이끌고 1934년 370일 동안 1만 5000㎞를 걸어야했다.(마오는 12개의 지방을 지나고 18개 산맥과 24개 강을 건넜다. 마오의 짐은 두 장의 담요와 홑이불, 외투 한 벌, 책 몇 권 뿐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러고도 15년 이상 지나서야 중국을 세울 수 있었다. 고작 석달이라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지금 같은 세상이라면 보다 완벽한 혁명을 꿈꿀 수 있을 것 같다.   히틀러 거기엔 100% 동감한다. 요즘처럼 다양한 수단이 있었으면 내가 연설을 일부러 석양무렵에 하면서 다양한 무대장치를 동원하는 수고는 덜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이런 아이디어는 히틀러의 선전장관이었던 요제프 괴벨스의 능력이라는 얘기가 정설이다.) 아! 물론 난 연설 대신 다른 방법으로 국민들을 설득해야 했겠지만 말이다.   후세인 참석한 다른 사람들은 딱 와닿지 않을 수도 있는데, 내 입장에서 쟈스민인지 뭔지는 정말 충격적인 일이다. 아랍에는 ‘하마’라는 게 있다. 1980년대 초반에 시리아의 하마라는 조그마한 마을에서 군사정권에 저항하는 민란이 일어났는데, 정부는 마을 전체를 지도에서 지워버리다시피 했다.(2만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시리아 정부는 그 숫자를 본보기 삼아 일부러 널리 공포했다.) 그 이후 ‘하마’는 절대권력에 대항하는 반항에 대한 응징을 뜻했다. 아랍권에서 조금이라도 목소리를 내던 반 체제 인사들은 힘을 잃었고, 일반인들은 조용해졌다. 그게 지금까지 아랍권을 지탱해온 버팀목이었다. 왕정이든 사회주의 체제든 광범위하게 사용돼 왔다. 물론 무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국영TV와 신문을 장악하고, 시골에서 도시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세뇌시켰다. 나름 치밀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한 순간에 무너질 줄은 솔직히 상상도 못했다.   →나폴레옹 후세인 당신과 카다피가 유난히 비슷한 점이 많다고 들었는데.   후세인 카다피와 나는 소위 말하는 ‘역경의 자식들’이다. 전통적인 아랍사회가 혈통과 명문을 높이 떠받드는 점이 가장 큰 타도의 목표가 됐다는 점에서 일면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다. 아랍에서는 아버지의 이름이 중요시되지만 혹시 내 아버지나 카다피의 아버지 이름을 아는가? 뭐 사실 이 만찬장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말이다. 우리는 기존 사회의 합의나 계급은 무시하고, 아랍의 전통적인 가치들이 권력에 장애가 된다면 과감히 지워버렸다.  <메인디시1> 당신의 국민은 왜 당신을 외면했나.   →나폴레옹 슬슬 본격적인 식사로 들어가보자. 여러분은 다들 수십년에 걸쳐 자기 나라는 물론 주변국가, 나아가 전 세계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앞서 스탈린이 말한 것처럼 독재는 총칼 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많은 국민의 열광적 지지를 받는 지도자의 위치에 오르는 게 선행돼서 가능했다. 그런데 끝까지 초심을 유지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인지 통치스타일이 변하면서 서서히 독재자가 돼 가는 공통점이 나타났다. 말은 자꾸 바뀌고, 점점 잔혹해지면서 다른 사람의 말을 안듣게 되었는데.   스탈린 국민들에게 제시했던 내 목표는 무조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적이었다. 어떤 수단을 써서든 달성하는 것이 최우선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가 내 뜻에 복종해야 했다. 의견이 다른 사람들은 틈만 나면 배신하려 하고, 권력을 잡기 위해 나를 밀어내려고 했다. 심지어 공장 노동자들도 내 목표량에 미달했다. 충분히 열심히 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탈린은 5개년 경제계획을 세워 모든 농민들이 국가 소유의 조합에 가입하게 했다. 그러나 대부분 농민들은 재산을 내주는 대신 땅을 불태우고 가축을 죽였다.) 결국 나는 그들을 피로 다스릴 수 밖에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가까운 사람들조차 나에게서 등을 돌리는 것처럼 생각됐다. 잠도 잘 오지 않았다. 나에게 있어 가장 큰 기쁨은 적을 정하고, 만반의 준비를 한 다음 철저하게 복수를 하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었다.   히틀러 난 독일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대부분 다 지켰다.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 정책에는 본인의 증오 이외에 ‘독일 국민들에게 잘 통할 것’이라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었고, 실제로 주효했다.) 솔직히 내가 세운 모든 계획 중에 딱 하나 틀린 게 있었는데, 바로 전쟁에 졌다는 것이다. 난 거창하게 세계정복 같은 공약을 내세우지 않고, 우리가 받을 수 있을 걸 받자고 얘기했을 뿐이다. (히틀러의 전쟁은 세계를 상대로 한 전쟁이라기보다는 영국과 프랑스 양강으로 구분돼 있던 유럽 내에서 독일의 정당한 위치를 인정해 달라는 권리찾기에 가까웠다. 세계를 상대로 한 전쟁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히틀러 본인이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우리 독일 사람들은 1933년부터 2차대전이 본격화되기 이전, 내가 제3제국을 이끌던 시기를 역사상 가장 행복했던 시기로 기억한다. 연합군과의 전쟁에서 지지만 않았다면 난 절대로 여기 다른 ‘실패한 독재자’들과 함께 앉아있지 않을거다.   마오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공통된 적이 필요했다. 사회를 뒤집어 엎으려면 당연히 원동력이 필요하고, 그 힘은 밑에서부터 나온다. 히틀러는 그것을 외부(유대인)에서 찾았고, 나와 스탈린은 노동자·농민을 앞세워 인민의 적을 만들어내는 수법을 썼다. 그런데 정권을 잡고 공공의 적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당연히 사회적 결집력과 추진력이 떨어지지 않겠나. 난 1950년대 중반에 무조건 억누르기만 했던 스탈린과는 다른 길을 가려고 했다. 지식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는데 금방 사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졌다. (마오는 헝가리에서 검열 완화 이후 폭동이 일어난 것을 보고 ‘모든 의견’을 허용하는 대신 ‘공산당의 입지를 굳히는 의견’만을 허용했다.) 고작 6주간 ‘백화제방·백가쟁명’(쌍백) 정책을 펼쳤는데 불온성을 이유로 잡아들인 사람이 100만명이 넘었다.   →나폴레옹 뭐 결국엔 자기가 옳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주장했고, 국민들이 그에 부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폭압적인 독재자들로 될 수 밖에 없었다는 논리인 것들 같은데. 국민들이 언제 돌아서는 것을 느꼈나.   스탈린 독재에 대한 대중의 영합은 독재권력이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주기 힘들어지면 힘을 잃기 시작한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서 일반 국민들에게 정치적인 이데올로기가 가장 중요했던 적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정권이 제시하는 조건이나 삶의 질에 만족하면 그 권력을 지지하지만 그게 안 되면 외면하는 게 국민들의 속성이다. 내 영향력이 다소간 줄어든 것도 ‘산업화’라는 당면과제가 생각만큼 잘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큰 문제는 아니다. 영향력이 떨어지면 그걸 보완하기 위해 총과 칼이나 숙청, 강제노동 등을 동원하면 충분히 되돌릴 수 있다. (스탈린은 꾸준한 생산력 증대를 원했고, 만족하지 못하면 계속해서 무력을 사용했다.) 이런 것이 독재자와 왕의 가장 큰 차이점이자 독재자에게 불리한 점이다. 독재자는 국민들이 실망하면 이를 되돌리기가 군주보다 훨씬 힘들다. 엘리자베스1세 말기에 영국 국민의 생활수준은 역사상 최저였지만, 아무도 그런 사실은 기억하지 않는다.   히틀러 이번 아랍혁명이 ‘빵의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고 들었다. 식량값 폭등 같은 단편적인 시각에서 볼 수는 없는 문제다. 원래 독재자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미래상을 제시하고 조금이라고 가까이 가고 있다고 믿게 해야 한다. 정권을 지지하는 국민들 입장에서 ‘어제보다 조금 나아진 오늘’은 별 의미가 없다. 독재자가 “5년 후에 우리가 이 정도 수준에 살고 있을 것”이라고 제시하면 반드시 거기에 가 있어야 한다. (히틀러가 뚜렷하게 정책에 실패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표방하는 제3제국이 명확한 수치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게 이뤄지지 않으면 위기가 찾아오는 거다.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표방했던 독재정권들이 망가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조금씩 나아지는 건 왕정 아래서도 얼마든지 가능한데, 정권을 잡으려는 독재자들은 국민들에게 “우리 모두 잘 살 수 있다.”고 소리친다. 결국 삶에 찌들어 있는 대중의 지지를 받아 순식간에 정권을 장악할 수 있지만, 결코 그들이 약속한 삶은 만들어낼 수 없다.   후세인 아랍권의 문제가 심각한 건 사실이지만, 구조적으로 ‘복지독재’라는 희한한 형태가 있어 국민들이 모두 돌아서는 시기를 간단히 전망할 수는 없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같은 왕권독재 국가에서는 독재의 정도가 다른 나라보다 심하면 심하지 덜하지 않은데, 국민들의 삶은 다른 나라보다 풍요롭다. 일자리도 주고 의식주 걱정도 없다. 대학도 보내준다. (아랍의 왕조 체제에서는 가진 자의 수가 극히 제한돼 있고, 이들은 인자한 독재자의 모습을 띤다. 이들은 국부를 독점하는 만큼 그것을 나눠주는 방식에 관심이 많다.) 그럼 이 상황을 뒤집어서 민주화가 되고 완전한 자본주의 국가가 되면 어떻게 되느냐. 가진 자의 수가 늘어나면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절대 빈곤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민주화라는 것은 결국 허상이다.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고 가정했을 때 민주화를 원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난 가진 자의 입장에 설 기회가 생긴다.”는 생각만 한다. 결국 ‘기회’라는 게 어느 순간 현재 생활에 대한 불만을 뛰어넘느냐가 관건이 아닐까 싶다.  <메인디시2>당신은 부패했나.   →나폴레옹 ‘권력은 부패하고,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영국의 역사학자 로드 액튼 경이 말했다. 독재와 관련된 경구 중 가장 유명한 말이 아닐까 싶다. 흔히들 독재자는 부패하기 때문에 망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부패가 독재의 종착점인가.   히틀러 진정한 목표가 있는 독재자는 부패할 시간이 없다. 난 채식주의자에 담배조차 피우지 않는다. 가끔 맥주를 마시기는 하지만, 내 뒤를 아무리 캐봐라. 내가 부정적인 일에 연루됐다는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할 거다. 심지어 난 평생 두 여자(의붓여동생의 딸인 겔리 라우발, 최후를 같이 했던 에바 브라운)만을 사랑했고, 한명이 죽은 후에야 다른 사람을 만났다. 만약에 지금 세상처럼 청문회가 있다면 난 무조건 100% 무사 통과다. 오로지 위대한 제3제국을 세우겠다는 목표 이외에 개인적인 욕심 따위는 없었다. 제3제국이 부패해서 망했다고 말할 수 있나. 난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스탈린 나 역시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사람들이 나를 ‘금욕주의자’라고 부를 정도로 난 개인적으로 즐기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내 딸 스베틀라나가 나중에 쓴 책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내 가족들조차도 화려한 옷이나 식사는 꿈도 꾸지 못했다. (스탈린은 부인을 잃은 후 스베틀라나를 사실상 ‘어린 퍼스트레이디’로 대접했고, 자식 중 유일하게 애정을 쏟았다.) 오로지 대업을 완수하는 것만이 내가 평생을 생각했던 유일한 관심사였다. (얄타 회담에서 스탈린을 만난 윈스턴 처칠의 부관들은 스탈린에 대해 “지금까지 만나본 중 가장 철두철미하고 명석한 지도자”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나폴레옹 최근 아랍권의 가장 큰 문제는 본인은 물론이고 부인이나 아들, 측근들이 부패한 경우가 많다는 것인데 후세인 당신도 자식 간수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 아닌가.   후세인 독재자는 외로운 존재다. 누군가를 몰아내고 그 자리에 앉았으면, 언젠가 자신도 똑같은 일을 당하지 말란 보장이 없다. 결국에 믿을 사람은 가족 밖에 없다. 그런데 가족은 통제가 불가능하다. 각자 욕심을 부리게 마련이고, 절대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대부분 용서 받는다. (후세인의 큰아들 우다이는 공식 행사에서 사람을 총으로 쏘아 죽이거나 싸움을 벌이는 등 난폭했다. 정신박약아라는 설도 있다.) 튀니지의 벤 알리, 이집트의 무바라크, 리비아 카다피 모두 가족이 문제였고 자식한테 권좌를 물려주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 결국 ‘부패’의 진정한 원인은 독재자의 개인적인 성향보다는 독재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1인 중심적인 체제에서 찾아야 한다.   마오 아무리 독재라도 권력은 최소한의 시스템이라도 갖추고, 그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 권력을 사유화하고 개인적으로 대놓고 이용하기 시작하면 그게 부패한 거다. 난 솔직히 주지육림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방탕한 생활을 즐기기도 했지만, 최소한의 기구를 갖고 있었고 그걸 이용해서 모든 것을 움직였다. (그의 문화혁명을 앞장서서 주도했던 홍위병은 결국 스스로 부패하고 갈라져 사라져갔다.) 간단히 말해서 사회를 바꾸기 위한 목표를 갖고 조직이 사회를 지배하는 것이지 개인이 가진 것을 오로지 지키려는 목적으로 조직을 운영한다면 그건 독재자 중에서도 가장 저질이라고 생각한다. 카다피나 북한의 김일성, 저기 앉아있는 후세인이 대표적인 인간들이다.  <디저트>당신의 사랑은 진짜였나   →나폴레옹 곧 무너질 것 같았던 카다피가 계속 버티고 있다. 심지어 쟈스민 혁명이 곧 사그라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쟈스민 혁명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히틀러 국민을 장악하는 수단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내가 연설을 통해 국민을 사로잡았다면 카다피한테는 TV로 보여지는 강력한 모습과 반미 감정몰이가 결정적인 힘을 줬다. 그런데 최근 유행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그걸 뛰어넘을 수 있다. 결국엔 모든 것이 정보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왜 저렇게 폐쇄정책을 고집하겠나. 밖에서 국민들이 정보를 얻기 시작하면 바깥세상이 더 낫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러면 지금까지 주장해 온 모든 것들이 허사가 된다. 결국 정보가 공개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럴듯한 꼬임이나 세뇌만으로 할 수 있던 독재의 시대가 끝났다. 결국 총과 칼을 통한 억압만이 가능하다는 얘기인데, 이번에 혁명이 실패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니까 나중에 또다시 내란이 일어나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한번 떨쳐 일어났던 기억은 생각보다 오래가는 법이다.   마오 그래도 중국은 꽤 오래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리비아가 여러 개의 부족이라서 마지막 한 고비를 넘을 원동력이 부족한 것처럼 중국 역시 민족이 다양하고 워낙 지역도 넓기 때문에 하나로 모으는 추진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중국은 아직 폭발적인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국민들이 뭔가를 추가적으로 기대할 여지가 남았다는 얘기다. 특히 연안지역만 개방해서 충분히 통제가 가능하도록 하고 조금씩 열어가면서 개방과 통제라는 두가지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반면 북한 같은 경우에는 특정지역만 열고 통제하는 게 불가능하다. 결국에 경제적 몰락을 극복하기 위해 체제붕괴를 피하기 힘들다.   후세인 내가 보기엔 미국이 얼마나 나서느냐가 관건이다. 군사적, 외교적으로 영향력이 절대적이니 말이다. 여기 있는 네 사람 모두 미국과는 좋은 감정이 아니겠지만, 내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솔직히 대량 살상무기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달아서 억지로 쫓아낸 것 아니냐. 이번에도 이집트에는 개입 안하고, 리비아에만 개입하려고 꼼수를 쓰는 모습이라니…. 결국 다른 나라의 민주화를 자기 입맛대로 골라서 이용하겠다는 것 밖에는 안된다. 민주화니 어쩌니 떠들지만 실제로 국제사회를 독재하고 있는 건 미국이다.   →나폴레옹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다. 철저하게 자기자신의 논리로 무장한 당신들에게 물어보나 마나겠지만, 당신들은 정말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하나.   스탈린 1994년 김일성이 죽었을 때 눈물을 흘리던 평양 시민들을 기억하나. 그 원조가 바로 나다. 내 시신을 보겠다고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수백명이 깔려 죽었다. (영하의 날씨였지만 방부처리된 시신을 보기 위해 몰려든 조문객의 일부가 바리케이드에 부딪히거나 밟혀서 목숨을 잃었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마오 내가 죽은 후 숱한 변화 속에서도 난 중국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존재다. 톈안먼 광장에 걸려있는 내 초상화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마오가 죽은 1976년 그의 문화혁명으로 쌓인 불만이 폭발한 톈안먼 사건이 일어났다. 1981년 그의 후계자 덩샤오핑은 마오의 문화혁명을 ‘내란’으로 규정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도움말 주신 분들 임지현 한양대 사학과 교수 김한지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책임연구원 최 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 류한수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 장대익 동덕여대 교양학부 교수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 ‘3·22 대책’ 이후 내집마련 전략

    ‘3·22 대책’ 이후 내집마련 전략

    내집마련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정부가 지난 22일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다음 달부터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부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택구매 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적용할 때보다 대출금이 줄어들게 된다. 정부가 DTI 규제 완화 일몰이란 카드를 꺼내 든 것은 과도한 가계부채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현재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431조 5000여억원. 이 중 주택담보대출은 284조 5000억원으로 가계대출의 66%를 차지하고 있다. 또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취득세를 50% 감면해주고,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분양가상한제도 폐지하기로 했다. ‘3·22 대책’에 따른 내집마련 전략을 꼼꼼히 따져봤다. 대부분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가 강남, 서초, 송파구 등 소위 강남 3구의 주택시장에는 별 영향을 미지지 못하지만 그외 서울지역에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강남 3구는 계속에서 DTI 규제를 받았기 때문이다. ●연봉·구매지역·주택값에 따라 대출 달라 내집마련에 나서는 수요자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대출한도를 정확하게 알아보는 것이다. 자신의 연봉과 주택 구매 지역, 주택값에 따라 대출한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달까지는 주택담보 대출한도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로 결정됐다. 즉, 서울 강남 3구 아파트를 제외한 서울지역은 집값의 50%까지 대출이 됐다. 만기 20년에 연 6% 금리대출 상품을 고를 경우 7억원짜리 아파트라면 3억 5000만원까지 은행에 빌릴 수 있었다. 하지만 4월부터는 여기에 DTI 규제가 더해진다. 즉, 연봉 3000만원을 받는 수요자가 7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경우 강남 3구를 제외한 서울지역에서는 1억 7000만원까지 대출을 받게 된다. LTV만 적용받을 때보다 1억 8000만원이 줄게 된다. 따라서 내집마련에 나서는 수요자들은 더 많은 종잣돈이 필요하다. 바로 이렇게 대출금이 줄기 때문에 내집마련 자금 조달계획을 세밀하게 세워야 한다. 정부는 내집마련에 나서는 서민들을 위해 ‘비(非)거치식, 고정금리, 분할상환’ 대출상품을 선택할 경우 DTI 우대비율을 15%포인트 올려주기로 했다. 우대비율로 DTI를 15%포인트 높인다면 대출금이 1억 7000만원에서 2억 3000만원까지 늘어난다. 단, 지역에 상관없이 6억원 이하의 주택에만 우대비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매달 원리금균등상환을 하면 수백만원씩의 돈이 들어가고 금리도 1% 정도 높아지는 단점이 있다. 가령 2억 3000만원을 고정금리 6%, 20년 동안 매월 원리금균등상환을 한다고 가정하면 한달에 164만 7791원을, 10년 동안 원리금균등상환을 한다면 255만 3472원을 내야 한다. 또 현재 고정금리가 변동금리인 코픽스금리보다 연 1% 정도 높다. 따라서 자금에 여유가 있는 사람은 굳이 우대비율을 적용받으려고 고정금리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 정부가 주택 취득세율 50% 추가 감면 조치를 이달 말에서 올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한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 팀장은 “잔금을 치르는 시점이 취득 시점이 된다.”면서 “잔금 날짜를 개정안이 통과된 후로 조정한다면 취득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부동산 전문가들은 그동안 일반 분양가를 마음대로 책정할 수 없어 사업성이 떨어져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했던 서울 지역의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분양가 상한제 폐지로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수혜지역을 서울 성동구, 강동구와 경기 과천시 등을 꼽았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사업성이 좋지 않아 주춤했던 재건축 단지들이 일반 분양가를 높이는 방식으로 사업 추진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분양되는 주요 아파트의 경우 상한제 폐지에 따른 가격 거품이 끼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김 본부장은 “분양시장 열기가 높은 부산 등 일부 지방 시장과 서울 일부 지역은 분양가를 높일 가능성이 큰 만큼 실제가치보다 고평가된 것은 아닌지 인근 단지 시세 등을 살펴보는 등 신중하게 가격 분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후 가격거품 주의 강남 개포지구 재건축 승인으로 재건축 훈풍이 부는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 혜택을 받지 못해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는 지적도 있다. 즉, 다른 지역에 비해 일반 분양 물량의 분양가를 높여 조합원 분담금을 줄이지 못하면 조합원의 반대로 사업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강남 3구의 재건축 물량은 가격도 많이 올랐고 분양가 상한제 폐지 혜택을 보지 못해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면서 “오히려 강북의 재건축, 재개발 사업은 조합원 분담금이 낮아지고 사업 추진이 급물살을 타면서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 대해서는 야당과 시민단체 등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 실제 폐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투자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시론] 국민 부담 키우는 환율과 공공요금 정책/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시론] 국민 부담 키우는 환율과 공공요금 정책/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민주사회에서는 일부 사람들에게서 돈을 거두어 다른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일은 적절한 절차를 거쳐 신중하게 시행되어야 한다. 자선 활동 기부금처럼 자발적으로 돈을 내는 경우를 제외하면, 자신이 피땀 흘려 번 돈을 다른 사람에게 대가 없이 주려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가 이런 정책을 시행하려 한다면, 먼저 그것이 국가나 사회를 위해서 꼭 필요하며 궁극적으로는 돈을 내는 사람들에게도 혜택이 돌아온다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 또 의회와 같은 대의기관을 통하여 국민적 합의를 구하는 것이 정상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무상급식을 보면 이런 합의 도출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다. 혜택을 비교적 고르게 주는 제도인데도 그 정당성이나 필요성에 대한 의견들은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훨씬 소수 수혜자들에게 국민의 돈을 몰아주면서도 별다른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는 정책들이 있다. 환율정책과 전기요금 정책이 대표적인 예이다. 환율은 외환 수급 사정에 따라 매일 변화하지만, 정부가 여러 가지 정책 수단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기요금 역시 기본적으로 원가에 의해서 결정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 좌우된다. 이 과정에서 환율이나 전기요금을 통하여 많은 국민이 십시일반으로 일부 기업들을 도와주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여론 수렴이나 국민적 합의 과정 없이 행정적 결정만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환율을 올려 원화가치를 낮게 유지하면 그 이익은 수출업체들에 돌아간다. 또 원화가치가 낮아지면 수출품의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에 외국 구매자들도 득을 본다. 이들의 부담으로 수출기업의 이윤이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결국, 부담을 떠안는 쪽은 국내 소비자들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가 상승하면서 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환율 정책에서 항상 강조되는 것은 수출을 통한 국익증대이고, 소비자들의 부담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환율을 낮게 유지하면 아무런 희생 없이 수출만 늘어나서 모든 국민이 이득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수출기업들은 큰 목소리로 이런 정책을 지지하겠지만, 소비자들은 자신의 부담을 정확히 계산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외제품을 많이 쓰는 이기적 인간으로 몰릴까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물론 환율정책이 단기적으로 수출을 부양하는 유용한 정책이 될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이런 정책을 유지하려면 국민적인 이해와 합의가 필요하다. 전기요금이 원가보다 낮아서 한전이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서도 낮은 전기요금의 혜택은 소수가 누리고 결국 부담은 소비자들이 떠안고 있다. 우리나라 전력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광공업 부문에서 쓰고, 이 중 상당부분을 재벌의 대기업들이 사용한다.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은 잘나가는 대기업에 엄청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결과를 낳고 다른 한편으로는 과도한 전력 사용을 초래하고 있다. 주택용 전기도 싸니까 모든 국민이 골고루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항변할 수도 있지만, 주택용의 비중은 훨씬 낮기 때문에 비중이 높은 산업용에 혜택이 편중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뿐만 아니라 주택용 전기요금에는 과도한 누진제를 적용하여 마음 놓고 전기를 사용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1인당 전력소비량이 일본을 추월하였지만, 가정부문에서는 아직도 일본의 절반 수준이라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경제성장 초기에 수출기업들을 도와주려고 원가보다 낮은 전기요금과 과소평가된 원화 환율이 필요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기업들이 막대한 이윤을 내는 시점에 국민의 부담으로 이들의 전기요금을 보조해 주고 수출업자의 이익을 인위적으로 높여 주는 것이 과연 옳은지를 국민에게 솔직하게 물어보고 동의를 구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이 막대한 이윤을 내는 시점에 국민의 부담으로 이들의 전기요금을 보조해 주고 수출업자의 이익을 인위적으로 높여 주는 것이 과연 옳은지를 국민에게 동의를 구할 필요가 있다
  • 신정아씨, 유명인 실명 거론 ‘4001’ 출간 파문

    신정아씨, 유명인 실명 거론 ‘4001’ 출간 파문

    “정(운찬) 총장은 밤 10시가 다 된 시간에 팔레스 호텔에 있는 바에서 만나자고 했다. 필요한 자문을 하는 동안 슬쩍슬쩍 어깨를 치거나 팔을 건드렸다. 언론에서 말하듯 내가 그렇게 출세욕이 강하고 정치적인 사람이었다면, 아마도 정 총장이 부르면 부르는 대로 만나러 나갔을 것이다.”(‘4001’ 중에서) 2007년 학력 위조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39)씨가 22일 자신과 관련된 유명인의 실명을 거론한 ‘4001’(사월의책 펴냄)을 출간했다. 신씨는 ‘서울대 교수직 전말기’란 제목으로 정운찬(동반성장위원장) 전 서울대 총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털어놓았다. “언론을 통해 보던 정 총장의 인상과 실제로 내가 접한 정 총장의 모습은 너무나 달랐다. ‘달랐다’의 의미는 혼란스러웠다는 뜻이다. 정 총장은 처음부터 나를 단순히 일 때문에 만나는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만나려고 일을 핑계로 대는 것 같았다.…정 총장이 존경을 받고 있다면 존경받는 이유가 뭔지는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겉으로만 고상할 뿐 도덕관념은 제로였다.” 신씨는 특히 공개된 자리에서 성희롱이라고 할 수도 없고 불쾌한 표정을 짓기도 애매한 상황을 견뎌야 했다고 기억했다. 또 자신에게 서울대 교수직과 미술관장직을 제의한 적은 결코 없다고 해명했던 정 전 총장의 인터뷰에 실소가 나왔다고 밝혔다. 당시 정 총장이 자신에게 여러 통의 전화를 한 기록이 있었음에도 검사들이 정 총장의 서울대 임용 제안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고 소름끼치게 무서웠다고 덧붙였다. 신씨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새롭게 시작하고자 하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사실은 이랬고, 서운한 건 서운하다고 말하고 싶어서 실명을 표기하고 일부는 이니셜로 처리해 책을 썼다.”고 말했다. ‘4001’은 학력 위조 사건이 터진 직후부터 신씨가 4년간 쓴 일기를 토대로 한 책이다. 4001은 저자가 1년 6개월간 복역하며 가슴에 달았던 수인 번호다. 출판사 측은 변호사의 꼼꼼한 자문을 거쳐 유명인의 실명을 책에 그대로 실었다고 설명했으며, 기자회견 자리에도 변호사가 동석했다. 책은 2007년 7월 미국 뉴욕으로 신씨가 도피하다시피 떠난 시점에서 시작한다. 일명 ‘신정아 사건’이 터진 것이 학위 브로커 탓이라고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신씨는 “학력 위조는 전적으로 제 잘못이지만 도덕적으로 학위가 있다고 위조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신씨는 학력(미국 예일대 박사)을 속여 교수직을 얻고 미술관 공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2007년 10월 구속기소됐다가 2009년 4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책에서 ‘똥아저씨’라고 지칭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해서는 “인터넷에서는 가정을 파탄 낸 여자라고 욕했지만, 처음부터 내가 먼저 원하던 관계가 아니었다. 끈질긴 똥아저씨의 사랑에 나는 무너졌고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고 썼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연은 신씨의 외할머니를 통해 시작됐다고 적었다. 당시 흔치 않은 지식인이었던 외할머니가 노 대통령에게 손녀를 눈여겨봐 달라고 부탁했다는 것. 이후 노 대통령은 신씨에게 “어린 친구가 묘하게 사람을 끄는 데가 있다.”고 하면서 대국민담화나 기자회견을 할 때마다 크고 작은 코멘트를 듣고자 했다고 밝혔다. 측근인 모 의원을 소개해 주어 만나고 나서 인물평을 하자 노 대통령은 ‘역시 신정아’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또 ‘두 얼굴의 기자들’이란 제목으로 언론과 기자에 대한 서운함도 토로했다. “지난 10년 동안 세상에 예술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데 언론의 덕을 보았고, 그렇게 덕을 본 언론을 통해서 내 38년 인생을 잃어버렸다.”며 특히 문화일보에 실렸던 누드사진에 대해 “세상으로 가장 나오기 힘든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책에는 이런 말도 나온다. “(훗날 국회의원이 된) C기자는 택시가 출발하자마자 달려들어 나를 껴안으면서 운전기사가 있건 없건 윗옷 단추를 풀려고 난리를 피웠다.…만약 내가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나는 어떻게든 똥아저씨와의 아픈 사랑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노 대통령이 그렇게 이모저모로 내게 관심을 쏟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접적인 도움을 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변양균 전 실장과의 5년간의 만남, 동국대 교수 채용 과정과 정치권 배후설, 성추행과 같은 일부 인사의 부도덕한 행위 등이 적나라하게 담긴 신씨의 책은 또 한번 사회에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운찬 위원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면서 “(신씨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정 위원장의 한 측근도 “대응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이라고밖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는 이어 “신씨가 정 전 총장이 자신을 미술관장이나 교수로 임용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는데, 서울대 임용시스템을 보면 해당 과에서 교수 임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지 총장이라고 해도 관여할 권한이 전혀 없다.”면서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 이런 주장만 보더라도 신씨의 주장들이 어떤 수준인지 알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창수·유지혜기자 geo@seoul.co.kr
  • 25톤 화물트럭 운전 30대 가장 김현승씨의 하루

    25톤 화물트럭 운전 30대 가장 김현승씨의 하루

    대한민국 가장들은 고달프다. 옆집 김씨, 뒷집 장씨 할 것 없이 고통스럽다. 고유가, 고물가, 고금리, 높은 사교육비 부담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화물트럭을 모는 김현승(36·인천 남촌동)씨는 구제역 피해까지 덤터기를 쓰고 있다. “뼈 빠지게 일해 봐야 빚만 진다.”는 그의 하루 행적을 지난 18일 오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된 ‘TV 쏙 서울신문’에서 따라가 봤다. 어둠이 깔린 새벽 3시, 대부분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시간이지만 25톤 화물트럭을 운전하는 김현승씨에게는 새로운 하루를 여는 시간이다. 가족들이 깰까 싶어 조심스레 겉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선다. 아직 잠이 덜 깼는지 연신 하품이 나온다. 차량 상태를 점검하는데 어제 넣었던 기름은 벌써 바닥이 보인다. 가까운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면서 한숨을 내뱉는다. 한달 수입의 절반가량을 기름값으로 지출하는 김 씨로선 너무 가혹한 지출이다. 오늘도 500㎞ 강행군이 예정돼 있다. 경기 오산에 도착하니 새벽 5시. 1시간이면 족한 거리지만 덩치가 큰 탑차여서 제 속도를 내지 못해 그렇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국내 경제마저 어려웠던 3년 전, 신속히 일을 처리하고자 무거운 쇳덩이를 손으로 운반하다 허리를 다쳤다. 병원에서 추간판탈출증 판정을 받고 7년간 몸담았던 펌프카 제작업체의 제관공 일을 그만뒀다. 강철판을 자르고 구부려 관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 홀로 완성차를 만들 정도로 꽤나 자부심을 갖고 있던 그로선 퇴직이 믿기지 않았다. 더욱이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에 병치레도 제대로 하지 않고 일자리를 찾아 헤맨 것이 화근이었다. 병원 치료가 미흡해 산업재해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실업급여 대상에서 제외 된 것이다. 결혼 5년차에 한 아이를 둔 가장으로서 충격이었다. 더욱이 부인의 배 속에는 곧 세상에 나올 둘째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 지독한 불황은 그를 나락에서 올라오는 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일자리를 위해 문을 두드린 회사마다 거절하기 일쑤였다. 그러다 찾은 게 화물차 운전이었다. 허리가 좋지 않은데 힘들지 않겠냐는 주위의 걱정보다는 당장 가족들이 먹고살아야 하는데, 제관공보다 힘들겠느냐는 오기가 작용했다. 처음 운전대를 잡은 이후 3년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하지만 기름값이든 물가든 모두 뛰어오르는 지금, 그에겐 하루하루가 힘겹다. 오산에 도착하자마자 톱밥을 싣고 다시 운전대를 잡는다. 답답한 마음에 담뱃불을 붙이는 김씨의 넋두리가 이어진다. “물가가 오르기 전 지난해 10월에는 한달에 정부보조금 120만원 포함해 600만원 이상 기름값을 냈는데, 일거리가 줄어 현재는 400만원 정도 내고 있어요. 지난해와 비교하면 한달에 70만원 정도 더 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몇 년째 운송료는 그대로라서 너무 힘들어요. 불황이 계속된다면 뼈 빠지게 일해 봐야 빚만 늘겠네요.” 석유공사의 전국 주유소 평균 경유값은 지난해 10월19일 리터당 1477원 하던 것이 지난 19일에는 1774원으로 5개월 만에 17%가량 올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출 금리마저 올랐다. 김씨는 3년 전 1억 5000만원 나가던 트럭을 사기 위해 인천 용현동의 89㎡ 아파트를 전세로 돌리고 4000만원 하던 빌라로 이사했다. 전세 보증금으로는 모자라 은행에서 4000만원 대출을 받아 5년 할부로 트럭을 구입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지난해 10월부터 불과 5개월 만에 0.75% 올렸다. 한달에 12만원씩 하던 대출 이자가 늘어 15만원 정도 내던 김씨로선 지난 10일 금리 인상이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큰 액수가 아니어서 아직은 별로 걱정하지 않지만 지출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하는 상황에 이자가 계속 늘어가니 걱정이에요.” 오전 8시에 충북 증평에 도착했다. 다른 작업부들이 김씨 트럭 적재함에서 톱밥을 내리고 전북 전주로 가는 폐목재를 적재하는 동안 구내식당에서 동료 기사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한다. 식사 뒤 짬을 내 눈을 붙이려는 순간, 휴대전화가 울렸다. 큰아들 초등학교 준비물을 사야 하는데 돈이 없어 이웃에게 빌렸다는 부인의 짜증 섞인 통화였다. 김씨는 억장이 무너지는 듯했다. 결혼생활 8년 동안 고생만 시킨 부인에게 미안하고 배움이 부족해 아이들한테만은 많이 가르쳐 주겠다고 약속했던 자신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고 털어놓았다. 경기가 비교적 나았던 지난해 10월 15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평소 낙천적이고 성실한 성격인 데다 수완도 좋아 일거리가 제법 많았다. 그러나 5고(高)가 본격화한 한달 뒤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수입이 넉 달 만에 1000만원대로 뚝 떨어졌다. 수입은 줄었는데 지출은 되레 늘었다. 기름값 말고도 차량 할부금 160만원과 적금 80만원, 보험료 60만원, 화물차 회사 지입료 40만원, 아이들 학원비 30만원 등을 내고 나면 네 식구 생활비로 100만원이 채 안 된다고 했다. 더욱이 화물 소개비로 건당 5~10% 제공하면 남는 게 없다고 했다. 여기에 2개월에 한번씩 오일교체 비용 40만원, 반기에 500만원씩 부가가치세를 낸다고 했다. 3년밖에 안 된 차라 아직 수리비가 들지는 않지만 2년에 한번씩 타이어 교체하는 비용 500만원도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수입보다 소비가 많아 신용카드로 지불하고 다음 달 수입으로 메워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전주에서 증평 들러 폐목재를 내린 뒤 다시 톱밥을 싣고 인천으로 향한다. 올라오는 도중에 밥값을 조금이나마 아끼려고 싼 음식점을 찾아 헤맨다. 가는 곳마다 500~1000원씩 고쳐 쓴 메뉴판을 보고 혀를 끌끌 찬다. 이날 역시 차 안에서 빵과 우유로 한 끼를 해결한다. 최근 수입이 줄어든 탓에 매월 40만원 정도 지출했던 외식과 문화생활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유일한 취미였던 낚시도 접어 창고의 낚싯대에는 먼지만 수북이 쌓였다. 김씨는 “지금은 저축한 돈과 신용카드로 근근이 생활하지만 만약 사고라도 난다면 정말 대책이 없다. 앞으로도 불황이 걷힐 것 같지 않은데 막막하다. 당장 급한 대로 적금 1개를 해약하고, 아이들 학원비도 줄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500㎞가 넘는 강행군이지만 그나마 오늘처럼 일거리가 있는 날은 다행이라고 했다. 전국에 확산된 구제역 여파로 우사와 돈사가 폐쇄되자 톱밥을 이용해 퇴비를 만들던 업체들이 하나둘 문을 닫았다. 건설경기 악화로 폐목재를 사용하는 건설현장 일거리도 줄었다. 때문에 요즘은 빈 차로 돌아오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녹초가 돼 밤 10시에 집에 돌아온 김씨. 역시 그를 반겨주는 건 가족이다. 아버지의 고통을 아는지 3살 막내가 눈을 말똥말똥 뜨고 부인과 함께 김씨를 기다리고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가족들을 보면 힘이 난다고 한다. 또한 전보다 좁아진 집이지만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소중하다고 했다. 가족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김씨. 꿈을 포기한 게 아니라 이루기 어렵다고 말하는 그의 처진 어깨에서 대한민국 30대 가장의 오늘을 본다. 영상콘텐츠부 성민수PD globalsms@seoul.co.kr
  • 극과 극 ‘슈퍼리치’ 다룬 신간 2권

    극과 극 ‘슈퍼리치’ 다룬 신간 2권

    ■ 사치열병/로버트 프랭크 지음 미지북스 펴냄 ‘승자 독식 사회’ ‘이코노믹 씽킹’ 등의 저서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로버트 프랭크 미국 코넬대 존슨경영대학원 교수는 신작 ‘사치 열병’(이한 옮김, 미지북스 펴냄)을 통해 현대인의 소비 패턴이 점점 더 ‘과시적’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프랭크 교수는 사치 열병의 주범으로 최상층의 무분별한 소비 행태를 꼽는다. 그리스의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의 초호화 요트인 크리스티나호에는 스위치를 올리면 수영장 위로 모자이크 타일의 무도장이 펼쳐지고, 스위치를 내리면 무도장이 다시 접혀 들어간다. 이 배의 수도꼭지는 순금이고, 높다란 의자에는 향유고래의 음경 포피로 만든 덮개가 씌어 있다. 오나시스의 경쟁자인 니아르코스는 이 사치스러운 전투에서 이기고자 오나시스의 배보다 최소한 15m가 더 긴 요트를 만들었다. 슈퍼리치(superrich·순자산이 280억원 이상인 사람)의 이 같은 소비 패턴은 바이러스처럼 중위 소득 가구, 심지어 하위 소득 가구에까지 확산해 영향을 미친다는 게 프랭크 교수의 진단이다. 최상층의 소비 패턴은 결혼 축의금, 생일 선물,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한 와인의 종류, 구직 면접 때 입어야 하는 옷의 종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최상층의 소득 수준은 크게 나아졌지만, 중위 소득 가구와 하위 소득 가구의 살림살이는 그대로이거나 더 나빠졌다는 점. 중위 소득 가구와 하위 소득 가구는 소득에 아랑곳하지 않고 상위층의 소비 수준을 따라잡고자 저축을 줄이거나 빚을 지게 됐고, 그 결과 미국의 개인 저축률은 다른 주요 산업국가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반면 개인 파산 신청은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저자는 통렬히 지적한다. 사치 열병을 앓는 사회를 바로잡을 방안으로 그가 제시하는 것은 바로 ‘누진 소비세’다. 누진 소비세는 한 가정이 해마다 지출하는 소비 총액에 근거해 과세하는 것. 각 가정은 일정 금액 이상의 소비에 대해 누진세를 물게 되기 때문에 가장 필요한 것에 먼저 돈을 쓰고, 과시적인 소비는 줄이게 될 것이라는 게 프랭크 교수의 설명이다. 누진 소비세로 소비가 위축되면 경제 불황이 닥치진 않을까. 저자는 소비에 쓰지 않는 돈은 은행에 저축되기 때문에 투자가 늘어 장기적으로는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고, 정부는 세금으로 마련한 재원을 복지에 쓸 수 있다고 주장한다. 2만 2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슈퍼리치만이 우리를 구할 수 있다/랄프 네이더 지음 꾸리에 펴냄‘슈퍼 리치만이 우리를 구할 수 있다’(랄프 네이더 지음, 강경미 옮김, 꾸리에 펴냄)는 저자가 실현 가능한 유토피아를 꿈꾸며 만든 소설적 비전이다. 1934년 레바논 출신 이민자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네이더는 미국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31살에 거대기업 제너럴모터스(GM)를 고발한 ‘어떤 속도에서도 안전하지 않다’를 썼다. 자동차 사고로 다리를 절단한 친구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으로 그는 GM 사장의 공개 사과를 받아냈다. “소수에서 다수로 권력을 이동시키겠다.”며 1996년부터 네 차례 미국 대통령 선거에 독립당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이제 팔순에 이른 저자는 자신이 현실에서 못다 이룬 꿈을 책으로 집대성했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폴 뉴먼, 테드 터너, 배리 딜러, 로스 페로, 버나드 라포포트, 맥스 팔레브스키, 오노 요코 등이 하와이 마우이 섬의 한 호텔에 모인다. 이들의 공통점은 개인자산만 수조원에 이르는, 세계적 부의 상징인 ‘슈퍼 리치’들이란 것이다. 17명의 억만장자는 시장 만능 자본주의와 기업에 대한 특혜가 사회적 불평등과 부정의를 가져온 주범이라고 지목하고, 대기업에 의해 장악된 금권정치를 회복하며 공동체적 가치를 복원하기 위한 ‘대전환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지난해 세계적 부자인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시작한 ‘기부서약’ 캠페인이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었다. 미국의 억만장자 40명이 생전이나 사후에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약속했다는 소식은 신선하면서도 낯선 것이었다. ‘슈퍼 리치’의 저자 네이더는 팔순의 워런 버핏이 “부자들이 많이 가진 것을 내놓는 것도 특권”이라며 다른 억만장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함께 내놓자.”고 설득하는 모습을 마치 실제로 일어난 일처럼 그려낸다. 버핏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부자이지만 부자에 대한 감세 혜택을 중지하라고 대통령에게 요구하고, ‘부자 세금 많이 내기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책에서 억만장자들은 자선과 기부운동에서 한발 나아가 전면적인 국가개혁을 실현하겠다고 팔소매를 걷어붙인다. 자신을 ‘사회개선론자’라 부르는 이들은 수천만 미국인을 괴롭히는 절대빈곤을 폐지하고, 시장을 떠받치는 하부경제를 강화하며 미국의 오랜 양당 질서를 뒤흔들고 의회를 개혁하는 일을 추진한다. 부자들이 인간 조건의 개선을 위해 매진하는 일을 그려낸 ‘슈퍼 리치’는 한 좌파 몽상가의 꿈을 담은 책이라 치부할 수 있다. 혹은 대통령의 꿈을 접은 노인네가 펼친 상상력의 유희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시민운동가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네이더가 어떤 경제학자보다도 신랄하게 미국 보험업계의 감춰진 비밀과 메커니즘을 폭로하는 장면에서는 ‘정의란 단호히 움직여야 얻어진다.’는 데 공감하게 될 것이다. 2만 7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뉴스는 독자와의 대화/임종섭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옴부즈맨 칼럼] 뉴스는 독자와의 대화/임종섭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물가가 무섭게 오르고 있다. 물가의 심각성은 언론보도에서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1면 기사 제목에는 숫자가 잘 등장하지 않는다. 독자들이 숫자의 의미를 다 이해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신문 등 신문 1면 경제기사의 제목에 물가상승률을 숫자로 표기한 경우가 많다. 그만큼 물가상승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물가 보도를 보면 신문과 뉴스 독자의 관계에 대해 많은 점을 생각하게 한다. 2000년 이후 등장한 페이스북, 트위터, 마이스페이스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SNS)의 인기가 대단하다. 더구나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휴대용 단말기 보급으로 독자들은 뉴스를 종이신문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이들은 휴대용 단말기로 SNS를 이용하고 이 과정에서 뉴스를 접하며 관심 있는 뉴스는 지인들과 공유한다. 심지어, 하루의 중요한 뉴스를 독자들이 직접 결정하는 사이트(digg.com)까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들 독자를 지칭하는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s)이란 말까지 생겼다. 이런 배경을 생각하면, 정부발표 자료에 의존한 물가보도는 디지털 원주민의 흥미를 끌기 어렵다. 뉴스의 속성이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강의방식에서 대화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기사를 작성하고 독자는 이를 소비하는 뉴스환경은 SNS가 없던 시대의 모습으로, 2011년 현재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뉴스는 기자의 입장이 아니라 독자의 입장에서 느끼고 소비되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의 물가보도는 통계청의 수치화된 자료와 정부부처의 대응책, 전문가 분석만 담아서는 안 된다. 독자들이 실제생활에서 느끼는 물가와 그들의 반응을 담아야 한다. 기사 제작에 창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창의적이라는 게 거창한 것은 아니다. 독자와 대화하려면 독자를 뉴스 제작에 참여시키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이라고 한다. 이는 기사화할 현안에 대해 경험이 있는 독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가정주부, 대학생, 회사원, 전문가 등 다양한 독자들이 기삿거리에 대한 의견과 정보를 제공하고 신문은 이를 토대로 기사를 제작한다. 이 과정이 원활하려면, 신문은 의견을 구할 독자명단을 갖고 있어야 한다. 기사 의견을 구한다는 신문광고는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다. 독자와의 대화를 위한 다른 방법은 기사의 의미를 독자 개개인의 처지에서 접하고 해석하며 공감하게 하는 것이다. 주유소 기름 값 보도의 경우, 독자가 거주지 주유소의 기름 값을 확인하고 이를 다른 지역 주유소와 비교하는 뉴스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다. 생필품 가격 기사에 독자 거주지 인근의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을 독자가 비교하고 판단하게 내용을 담는다. 이 같은 뉴스생산방식은 인터넷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재미있게도, 뉴욕타임스 등 상당수 국외 신문사들이 독자가 직접 즐기는 뉴스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포털사이트와 SNS의 인기로 종이신문의 구독률이 하락하지만, 당분간 종이신문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보를 독자에게 전달만 하는 기사방식은 사라져야 할 것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와 끊임없이 대화하는 게 중요하다. 서울신문 독자가 다른 신문 독자와는 다르기에 더욱 그렇다. 다른 신문에는 없고 서울신문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기사는 독자의 시선을 잡을 것이다. 이런 기사를 어떻게 쓸 것인가는 기자 혼자만 고민하지 말고, SNS의 장점을 활용해 독자들과 함께하는 게 필요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 제안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다양한 독자층만큼 제보되는 의견과 정보의 신뢰성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일방적인 자기주장이나 허위정보도 있고 뉴스가치가 없는 의견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독자에 대한 관심과 전담인력이 있다면 이는 충분히 걸러질 수 있다. 기자들이 사건취재에 앞서, 뉴스가 될 것과 그러지 않을 것을 결정하지 않는가.
  • 中企 사업전환… 매출 ‘쑥쑥’

    中企 사업전환… 매출 ‘쑥쑥’

    #서울에 있는 대기오염방지 및 저감시설 제조 업체인 H엔지니어링은 영업이익률 저하로 단기부채가 증가했다. 하지만 2007년 신제품인증을 받은 제품을 추가한 사업전환으로 지난해 매출이 3배 이상 올랐다. #경남 창원의 O산업은 전자레인지 부품 제조업체. 2008년 신규 사업을 모색하던 중 터치 스크린용 윈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업종을 추가했다. 지난해 매출 중 44%를 추가업종에서 냈다. 중소기업청이 2007년부터 시행 중인 사업전환 지원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창업보다 어렵다는 사업전환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며, 무한 경쟁시대 재도약의 성공스토리를 다듬고 있다. 올해부터는 그동안 미흡했던 신성장 동력 분야로의 지원비중이 커진다. ●4년간 지원실적 지방업체 62% 사업전환 지원사업은 중기청에서 경영난에 처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융자, 컨설팅, 정보제공 등을 통해 해당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2006년 제정된 중소기업 사업전환 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2007년부터 2015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사업전환은 새로운 업종으로 전환하는 업종전환과 업종추가, 품목추가로 나눌 수 있다. 2007년 제도시행이래 지난해까지 4년간 사업전환 계획이 승인된 업체는 모두 805개다. 전체 융자금은 959곳(중복 지원 포함)에 총 5190억원이다. 전체 지원자금의 62.3%인 3234억 7500만원이 비수도권 기업에 돌아갔다. 사업전환 지원사업이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에는 지원규모를 넘겨 지원했다. 당초 150개 업체(1175억원)를 신규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심사를 거쳐 184개 업체(1467억원)에 대해 계획승인이 이뤄졌다. 신청하는 업체를 유형별로 보면 유통과 정보, 섬유 등 경쟁이 치열하거나 사양산업이 많다. 유통의 경우 전환 전 117개에서 전환 후는 11개에 불과했다. 전환업종을 보면 기계·금속(335개)과 전기·전자(181개), 화공(108개) 등이 많았다. 805개 업체 중 85%가 업종추가를 선택했다. 업종전환은 10%에 불과했다. 업종전환에 나서는 기업들이 안정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인력과 장비, 기술 등 현재 자산을 활용해 전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는 어려운 현실적인 부분도 있다. ●업체들 ‘안전성 추구’ 뚜렷 사업계획승인 후 전환에 나섰다 중도에 포기하는 기업도 연평균 5%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 진입이 늦었거나 모기업 의존도가 높은 업종을 선택했다 계약이 안돼 하차하고 있다. 중기청 벤처정책과 안순호 사무관은 “경쟁이 치열해지고 매출이 회복되지 않을 때가 사업전환 시점”이라며 “진단 및 컨설팅을 통해 업종 선택과 준비점 등을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했다. ●올 부터 전략업종 집중 지원 중기청은 올해부터 사업 추진방향을 수정했다. 분산 지원보다 전략업종에 대한 집중 지원에 나선다. 전략업종에 대한 융자 비중을 지난해 21.8%에서 올해 50% 이상으로 확대한다. 13개 지역별 지정 전략산업(57개)과도 연계해 미래성장 동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계획이다. 전략업종은 녹색·신성장 동력산업과 부품·소재산업, 지식서비스 및 문화콘텐츠산업, 바이오산업 등이다. 전략업종으로의 사업전환 전략과 방법 등을 담은 기본안내서를 만들고 우수사례도 발굴해 보급키로 했다. 서승원 중기청 창업벤처국장은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위해 사업성이 있고 국가정책에 부합하는 고부가가치 업종으로의 전략적 전환을 유도할 계획”이라며 “중소기업들이 FTA 시대를 맞아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죽은 애완견 속에 8500만원 짜리 한약재 나와

    중국의 한 가정집에서 기르던 애완견의 몸속에서 발견된 결석이 하나당 가격이 수천만 원인 최고급 한약재인 것으로 밝혀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중국 남서부 충칭 시에 사는 장씨는 지난해 9년 동안 자식처럼 애지중지 기르던 애완견 후쯔를 병으로 잃고 큰 슬픔에 빠져 있었다. 죽기 직전 후쯔는 음식과 물을 거의 입에 대지 못할 정도로 쇠약해진 상태였다. 장 씨는 죽은 후쯔의 배안에서 딱딱한 이물질이 만져지자 인근 동물병원에 데려가 원인을 알아봤다. 그 과정에서 후쯔의 뱃속에는 푸른빛을 띠는 직경 6cm, 무게 175g인 대형 결석이 나왔다. 주먹크기인 이 결석은 고급한약재로 팔리는 ‘구보’(狗寶)로 밝혀졌다. 구보란 중풍이나 악창 치료에 쓰이는 희귀약재로, 최근 들어 희소가치가 높아져 약재경매에서 최소 50만 위안(8500만원)에 팔린다고 전문가들은 귀띔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한약재 판매상들은 이 구보를 사려고 찾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장 씨는 “후쯔가 남겨준 선물을 팔 순 없다.”고 단호히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트위터(http://twitter.com/newsluv)
  • “정책 혜택 본 지자체가 낙후지역 도우라는 게 억지냐”

    “정책 혜택 본 지자체가 낙후지역 도우라는 게 억지냐”

    1995년 민선자치단체장 시대가 열린 지 올해로 16년이 지났다. 하지만 당시 63.5%이던 지자체 재정자립도는 51.9%에 불과하고 자체수입(지방세·세외수입)만으로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하는 지자체가 전국 지자체 244개의 16%인 38곳이나 된다. 지자체에서는 그동안 지방재정 확충을 염원해 왔다. 이런 지자체들의 바람이 모여 한국지방세연구원(KILF)이 4월초 출범한다. 전국 지자체들의 출연금으로 국가중심이 아닌 지방의 시각에서 재정분권을 전문적으로 연구할 최초의 연구기관이다. 연구원은 서울 여의도에 마련한 661㎡(200평) 규모의 임대사무실에서 24명의 연구원으로 개원한다. 강병규 초대 원장은 2일 서울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30년 넘게 공직에 몸담으면서 가장 관심있게 지켜본 분야가 지방세였다.”면서 “연구원이 지방자치 정착을 위해 중심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강 원장은 1978년 공직에 입문한 이후 행정안전부 차관, 대구시 행정부시장을 역임하는 등 지역행정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내무관료 출신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연구원 출범의 의미를 말해달라. -국가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지방 관점에서 지방세와 재정분권을 전문 연구한다는데 연구원 출범의 의미가 있다. 국가재정의 양대 축은 국세와 지방세다. 조세연구원·지방행정연구원 등도 직접 찾아가 의견을 나누겠다. →중점적으로 추진할 연구원 과제는 어떤 것인가. -지방세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선 합리적인 세원 발굴이 중요하다. 지방소득세·소비세 등 이미 시행 중인 지방세를 정치하게 조정하는 게 필요하다. 또 지방세 경감분도 지방에 자율권을 더 주는 방향으로 터 줘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역별로 특성화된 세입원을 개발하는 게 시급하다. 현재 화력·원자력발전소에 부과하고 있는 지역자원시설세가 좋은 예다. 지역경제 몫이 커질수록 지방세수도 자연스레 늘어나는 구조가 이상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역설적이지만 정반대다. 강원도 주민들은 경춘고속철이 들어서는 걸 반대한다. 지역소비가 오히려 외지로 빠져나가서다.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을 연구원이 해 나가려고 한다. →지자체 출연기관이어서 운영에 한계는 없을까. -연구원의 생명은 모름지기 중립성이다. 특정기관이나 부처를 대변한다는 인상을 주면 연구실적을 객관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연구원은 전국 지자체에서 출자 받지만 특정 지역을 대변하게 된다면 결국 그 지자체에도 도움될 게 없다. →우리나라 지방재정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무엇을 들 수 있나. -우선 세입 측면에서 보자면 국세와 지방세 비중이 80대20으로 기형적인 구조인 게 문제다. 지방자치가 정착된 외국에 비해 낮은 비율이다. 미국 56대44, 일본 57대43 등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경기에 탄력적인 소득·소비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탄력적인 자동차세 같은 재산 과세 비중이 높아 지역 경제활동이 세수 신장으로 이어지는 데 한계도 있다. 세율이 지역사정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되다 보니 지역별 편차 또한 크다. 또 정책적 이유로 지방세법 상위 법령에서 지방세를 감면해주는 비율이 굉장히 높다. 지방세로 걷히는 액수가 1년에 57조원가량인데 이 중 약 9조원이 경감되고 있다. 과거 경제발전을 이유로 국가정책적 목적으로 경감됐던 지방세목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세출 측면의 경우, 경직성 세출이 많다. 동두천시 같은 경우 복지분야에 지역예산 절반 가까이 소요되기도 한다. 단체장들이 민선인 관계로 주민의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단체장들의 재정운영에 문제는 없는가. -단체장이 단순한 행정가, 정치가가 돼선 안 된다. 경영자의 마인드로 한정된 예산을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현재의 교부세 제도도 손댈 필요가 있다. 지방세 체납액이 연 3조원 규모다. 일반 회사 같으면 가만 있겠느냐. 그런데도 지방재정이 엉망일수록 이를 보전해주기 위해 중앙정부의 교부세가 더 많이 들어오는 구조다. 재정적인 자구노력이나 체납액 징수를 잘하는 지자체에 대해 교부세 인센티브를 더 강화해야 한다. 재정운영을 잘하는 지자체엔 더 잘해주고 잘못하는 지자체엔 매를 들어야 하지 않나. →지방재정 건전도를 지수화해서 평가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지 않나. -주민들이 자신이 뽑은 단체장 능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지표를 개발해 공시하면 바람직하다. 엉망인 단체장이 운영을 잘못해 일반주민들이 손해보는 것이 수치화돼 있지 않다. 지역별 재정운용 상태를 쉽게 판단할 수 있게끔 지수화하는 방법을 연구원에서도 고민해 볼 생각이다. 하지만 단순 비교는 옳지 않다. 똑같은 빚이라도 자산가치가 높은 채무가 있고 그렇지 않은 채무가 있다. 지역축제 채무는 축제가 끝나면 그대로 빚으로 남는다. 반면 상수도·도로 개설 같은 사회간접자본 프로젝트는 후세대도 부담을 공유하도록 현금 대신 장기채권을 발행하는 게 오히려 지역발전에 도움이 된다. 또 용인, 성남시는 국가에서 보통교부세를 받지 않을 만큼 재정이 튼실한 반면 신안군은 재정자립도가 10%대이다. 이런 수치는 지역의 구조적 여건 때문이지 지자체장의 능력과는 무관하다. 지역사정 등 각기 다른 채무현황을 주민들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전문기관 등에서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지자체 파산제 도입은 필요 없나. -언젠가는 우리도 재정파트에서 고민해야 한다. 미국 워싱턴 DC의 경우, 파산으로 연방정부에서 100달러 이상을 지출해도 승인을 했다. 경찰과 환경미화원도 절반으로 잘랐다. 그러자 주민들이 아우성을 쳤다. 주민들이 (단체장의 잘못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우리는 미국, 일본과 달리 국가가 재정보전을 해주는 등 재정운용 구조가 다른 점을 감안해야 한다. →동남권 신공항 등 지역개발을 놓고 논란이 있다. 동반성장에 대한 견해는. -전국 지자체 여건이 다 다르다. 하지만 처음부터 여건이 좋아 발전한 곳은 없다. 강남 3구는 그간 상업지구 조성 같은 정책적 혜택이 많아 성장했다. 이를 이제 도봉·강북구 같은 소외지역 발전에도 같이 기여하라는 것인데 결코 억지 주장이 아니라고 본다. 무조건 잘사는 데서 눈을 돌려 낙후지역에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방세제도 이런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이런 지역별 편차 보완에 대해 연구원에서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나. -향후 10년간 한시 운영하게 되는 지역소비세의 경우 부가세의 5%를 걷는데 수도권과 광역시·도가 각각 100·200·300% 가중치를 적용받는다. 지역소비 비중이 높은 서울 등지에선 볼멘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 부자 지역이 양보하라는 단순한 도덕논리가 아니라 전체 지자체 차원에 바람직한 논리를 우리 연구원이 개발해야 하리라고 본다. 대담 박현갑 정책뉴스부장·정리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약력 ▲1954년 경북 의성 출생 ▲77년 고려대 법학과 졸업 ▲85년 미국 캔자스대 대학원 정책학과 졸업 ▲78년 행정고시 21회 ▲91년 내무부 행정관리담당관, 장관비서관, 공기업과장, 사회진흥과장 ▲95년 경산시 부시장 ▲2002년 행정자치부 감사관 ▲2004년 중앙인사위원회 소청심사위원 ▲2007년 행정자치부 지방행정본부장 ▲2009~2010년 행안부 제2차관
  • [기고] 학교체육의 중요성/서명원 대교스포츠단 단장

    [기고] 학교체육의 중요성/서명원 대교스포츠단 단장

    학교체육의 중요성은 굳이 철학자들의 주장이나 체육의 교육적 가치를 적극 반영한 각국의 다양한 교육제도를 따져 보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다.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고 하면서 어떻게 교육에서 정신과 육체를 분리해 생각할 수 있겠는가. 선진국에서도 체육교육의 중요성을 국가적으로 인식, 체육을 필수 교과목이나 대학입시자격시험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체육활동의 중요성에 대한 전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학습효과 측면에서도 체육활동은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학생들을 좋은 대학에 많이 보내고 싶다면 운동을 시켜야 한다. 체육활동이 두뇌를 자극해 단기 기억력이나 인지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결과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학습효과를 높인 사례도 수없이 많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가. 지(智), 덕(德), 체(體)를 겸비한 전인적 인간을 육성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왜 전인교육을 해야 하는가. 개개인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공부도 잘하는 운동선수의 육성이 중요해진 이유도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가 금메달을 따는 것이 아니라, 운동선수 각 개인의 행복에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사회화 교육에 있어서도 체육활동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업의 중요성을 깨우치고 동료들과 함께 노력한 후에 성취감을 맛보며, 사회성을 익혀 나가는 데는 팀플레이가 가장 효과적이다. 최근 우리나라 학생 비만율이 점점 높아져 미국의 수준에 버금간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학생은 국가의 미래다. 건강문제를 겪는 어른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비만학생들을 학교에서 방치한다는 것은 교육의 선후가 바뀐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학교체육이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 단지, 교육적인 효과 측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도 학교체육의 문제성을 심각한 수준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체육교육을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지만 학교체육은 아직도 부족하기만 한 것이 현실이다. 학교 체육시간의 체육활동만으로는 체육교육을 활성화하기 어렵다. 교육 문제는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과 정부가 함께 고민하여 개선해야 할 문제다. 지자체와 지역공동체가 함께 노력해 종합적인 솔루션을 개발하고 실행해야 한다. 체육교사의 전문성 제고나 체육시설의 개선도 중요하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체육 활성화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연대의식을 고취, 당면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지역공동체 단위로 체육지도자를 육성하고 학생들을 위해 지자체의 생활체육과 연계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겠다. 청소년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학생들의 체육활동 활성화는 꼭 필요하다. 스포츠는 문화이자 언어이다. 어릴 적부터 체육활동을 생활화하여 언어로서, 문화로서,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학교체육이 좀 더 활성화되길 바란다.
  • [시론] 통일 편익은 얼마나 될까/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시론] 통일 편익은 얼마나 될까/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언젠가부터 통일비용에 대한 우려가 통일을 꺼리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통일비용은 다른 비용과 마찬가지로 통일 편익과 대비를 해야 정당한 판단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통일 편익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 통일의 경제적인 편익은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통일로 인해 발생하는 적극적인 이득이며 다른 이득은 분단비용의 절약이다. 적극적 편익 중 첫째로 들 수 있는 대표적인 이득은 북한의 지하자원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북한에는 300여종의 광물자원이 분포돼 있다. 그중 단시일 내에 상업화가 가능한 유용광물만 140여종에 이른다. 그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부문 생산에 필수적이지만 세계적으로 부존량이 적은 희토류도 북한 내에 다량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그네사이트는 세계최대의 매장량을 자랑하고 있고 텅스텐, 티타늄 등의 자원도 높은 부존량을 자랑한다. 통계청은 2008년 기준으로 북한의 지하자원 잠재가치가 7000조원가량 될 것으로 추정했다. 지하자원의 가치만으로도 가장 높게 추산된 통일비용을 넘어선다. 둘째로 북한의 토지이다. 통일은 북한의 토지만큼 한국땅이 넓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당장은 북한 토지의 금전적 가치가 높지 않지만 통일 후 투자가 이루어지기 시작하면 그 가치는 남한지역보다 커질 가능성이 크다. 거대시장인 중국과 러시아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2009년 남한 전체의 토지가치는 5000조원 정도로 알려졌다. 통일 후 북한지역 토지의 평균가치가 남한과 같아진다고 가정하면 북한지역의 토지가치는 6000조원이 된다. 그뿐만 아니다. 남북한 간 영토의 통합은 남한지역 토지의 순가치도 높여줄 것이다. 육로로 아시아 대륙과 유럽까지 연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편익은 인구의 증가이다. 북한인구는 약 2400만명이다. 남한 인구의 50%에 달한다. 통일 초기 북한주민의 일자리 확보가 숙제이기는 하나 기본적으로 인구의 증가는 통일한국의 경제를 더욱 강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통일로 한국은 인구 감소와 노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기를 맞게 될 것이다. 통일이 가져올 또 다른 편익은 분단비용의 절약이다. 그 대표적인 비용은 과도한 군사비다. 한국의 군사비는 2010년 295억 달러로 세계 11위이다. 한국 GDP의 3%를 넘는 금액이다. 북한은 극심한 빈곤 중에서도 지난해 59억 달러의 군사비를 지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남한은 69만명, 북한은 117만명에 달하는 엄청난 정규군을 유지하고 있어서 그에 상응하는 규모의 국방비 지출이 불가피하다. 통일 후 군사비는 지금의 절반 이하로 감소할 수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비용도 무시 못한다. 한국은 지금까지 국제금융시장에서 A1 이상의 신용등급을 달성한 적이 없다. 이러한 제약은 한국이 다른 나라들에 비하여 더 높은 이자를 국제금융시장에서 지급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비용을 가져오고 있다. 그 외에도 통일 후 사라지게 될 분단비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천연가스는 북한 때문에 저렴한 파이프라인을 사용하지 못하고 선박으로 실어와야 한다. 중국과의 교역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지만, 육로를 이용하지 못하여 높은 수송비를 내고 있다. 이러한 분단비용들은 실제 숫자로 계산할 수 있으며, 분단이 극복되기 전까지는 지속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비용이다. 통일로 절약할 수 있는 가장 큰 분단비용은 평화의 위협이다. 6·25전쟁 이후 지금까지 숱한 간첩사건과 무장공비가 국민의 생명을 앗아갔다. 최근에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으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손실을 보았다. 직접 피해를 당하지 않은 국민도 불안과 분노로 말미암은 정신적인 비용을 치렀다. 통일은 이러한 분단비용을 다시는 지불하지 않게 할 것이다. 평화 확보의 편익은 값을 매길 수 없다. 통일을 포기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 [정치이슈 Q&A] 친박, 그들은 누구인가

    [정치이슈 Q&A] 친박, 그들은 누구인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정치 세력인 ‘친박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개헌 논쟁에서 친이계의 분화가 가속화되는 모습을 보여 친박의 움직임은 더 주목을 받는다. 박 전 대표가 16일 과학비즈니스벨트 논란에 대해 ‘대통령 책임’을 거론하자 정치권이 크게 출렁인 것에서 알 수 있듯 정치인 ‘박근혜’와 정치 세력 ‘친박’은 한국 정치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하지만 친박 의원들조차 “친박을 설명하기 힘들다.”라고 말한다. 서울신문은 친박계 의원 10명, 친이계 의원 5명, 고참 당직자 2명, 정치 전문가 2명에게 친박에 대한 궁금증을 물어봤다. Q:강고한 세력인가. A:그렇다 vs 그렇지 않다. 친박은 응집력이 강한 결사체라는 평가와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뭉친 임시 조직이라는 평가가 공존한다. 공천 탈락의 아픔을 겪었고, 친이계와의 팽팽한 긴장, 대권 가능성이 친박을 끈끈하게 묶어 놓았다. 침묵하다가 가끔씩 터지는 박 전 대표의 결정적인 ‘한마디’는 친박 결속의 접착제다. 하지만 대다수 친박 의원들조차 “각자 움직이는 유기적인 조직”이라고 말할 정도로 느슨하기도 하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박근혜의 ‘가치’가 아닌 박근혜의 ‘자산’ 때문에 뭉쳤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면서 “박 전 대표가 이를 잘 알기 때문에 친박 내에 구심점을 두지 않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Q:언제 형성됐나. A:2007년 대선후보 경선. 친박계의 연원은 길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맞붙은 2007년 경선 이전에는 친이·친박계 구분이 뚜렷하지 않았다. 다만 강재섭 전 대표와 이재오 특임장관이 경쟁했던 2006년 전당대회 때 박 전 대표가 강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 주면서 세력 분화의 전조가 보였다. 2008년 총선 공천에서 친박계가 대거 탈락하면서 똘똘 뭉쳤고, 무소속으로 당선돼 복당하면서 강한 세력이 됐다. 2002년 박 전 대표가 탈당해 미래연합을 만들었을 때 그를 도왔던 신세돈·안종범·최외출 교수 등이 현재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Q:친박계의 세력은 확산 중인가. A:그렇다. 최근 박 전 대표가 발의한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에 서명한 친박계 의원은 52명이다. 친이·친박을 확실하게 갈라 놓았던 지난해 세종시 수정안 국회 표결 당시에는 반대표를 던진 친박 의원이 42명이었다. 물론 친박이면서도 소신에 따라 찬성 또는 기권한 의원들이 있었지만, 재·보선을 통해 새로 들어온 의원이 모두 친박계로 분류되고 공공연하게 ‘월박’(越朴)을 말하는 이도 있다. 중립이었던 이한구 의원은 이제 박 전 대표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린다. 다만 친박계의 몸집이 급격하게 불어날 것이라고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더구나 총선 공천을 앞두고 양 진영이 크게 부딪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Q:친박계 내부 소통은 원활한가. A:이심전심 vs 답답. 친박 의원들 사이에서도 소통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박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박 전 대표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심전심으로 뜻이 통하며, 미세한 의견 차이가 있어도 나중에는 박 전 대표가 옳았음이 드러난다.”고 밝혔다. 반면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것도 소통 부재이지만 분명하게 말하지 않는 것도 좋은 소통 방식은 아니다. 리더의 발언을 듣고 나서 움직이는 조직은 답답하다.”는 내부 평가도 있다. Q:친박계의 좌장은 누구인가. A:2인자는 없다. 좌장 격이었던 김무성 원내대표가 ‘탈박’(脫朴)한 이후 새로운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빨리 많이 뛰는 조광래 축구에 걸출하지만 느린 이동국이 안 어울리듯 박 전 대표는 특정인에게 의존하기보다는 각자 뛰는 것을 선호한다. 2인자를 두고 대선을 치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2인자의 총탄에 쓰러진 것이 박 전 대표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는 분석도 있다. Q:친이계의 친박 평가는. A:부정적. 친이계의 친박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한 친이 직계 의원은 “시간이 가면 대권을 거머쥘 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면서 “대선을 치르려면 지금부터 기민한 전투 조직을 꾸려야 하는데, 잘은 모르겠지만 친박 진영은 수동적이고 수세적인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창구·허백윤기자 window2@seoul.co.kr
  • 경복궁에서 결혼식 올린다

     한류드라마 ‘대장금’의 주요 무대였던 경복궁 수라간이 복원된다. 또 소외계층과 다문화가정 구성원들이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등 주요 궁궐에서 전통혼례를 올리는 것도 가능해진다. 동절기를 닫아둔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 종묘 등은 4월 다시 개방된다.  최광식 문화재청장은 고궁(古宮) 역사문화 관광자원화 사업의 일환으로 ‘살아 숨쉬는 5대궁 만들기’ 2011년 사업 추진 계획을 16일 발표했다.  문화재청은 경복궁 수라간(내외 소주방) 복원 공사를 포함한 제2차 ‘경복궁 종합정비사업’에 곧바로 착수하고, 5월부터는 궁궐 주요 전각을 정부 부처나 기업 등의 회의 장소로 대여하는 장소 마케팅을 본격화한다. 궁궐의 대표 공간인 정전 개방 차원에서 지난해 덕수궁 중화전에 이어 창덕궁 인정전도 하반기에 개방될 예정이다. 야간 시간대 궁궐 활용 프로그램도 활성화된다.  지난해 처음 시작해 큰 호응을 얻은 창덕궁 달빛기행을 4월16일부터 총 18회 실시하고 덕수궁에서는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목요일 밤 7시 야간 국악공연이 정례화된다.  경복궁과 창경궁 또한 봄꽃 개화 및 가을 단풍 시기에 맞춰 야간 개방하며, 지난해 창덕궁 낙선재에서 시범운영한 궁궐 숙박체험은 창경궁 통명전으로 확대된다. 창경궁에서는 왕실 행차용 가마를 타고 궁궐 경내를 둘러보는 관광상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생활공감형 체험 확대 차원에서 소외계층과 다문화가정 등을 대상으로 궁궐이 전통혼례장으로 제공된다.  최 청장은 “이와 같은 문화 프로그램들이 궁궐 본연의 가치와 역사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궁궐 활용 및 장소사용 등에 대한 대원칙과 허가기준,세부 매뉴얼 등을 더 명확히 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담양·장흥 ‘말 산업’ 팔 걷었다

    국회에 계류중인 ‘말(馬) 산업 육성법’ 통과에 대비한 각 지자체들의 행보가 편자 박은 말발굽처럼 요란하다. 송아지 한마리의 가격은 평균 200만원선. 그러나 제법 이름난 품종의 말은 최고 1억원에 육박할 만큼 말 산업은 고부가가치로 정평이 나 있다. 이에 따라 전남도는 경마장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는 등 레저스포츠와 고부가 녹색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이 ‘말 산업’에 잔뜩 공을 들이는 중이다. 특히 담양군과 장흥군의 각축전은 뜨겁다. 담양군은 ‘말 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통해 2015년까지 총 2541억원을 들여 용도별 말 생산을 위한 목장과 승마장을 3곳씩 갖춘다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10일 밝혔다. 마구를 생산하는 대장간을 비롯해 분뇨를 활용한 신재생 에너지화 시설, 무료승마교실 등 14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지역구 국회의원과 여당 최고위원, 교수, 기업인 등으로 구성된 ‘한국마사회 제5경마장 유치 추진위원회’도 출범시켰다. 제5경마장은 금성면 부지 150만㎡에 2500억원의 사업비가 소요된다. 11억원을 투자해 경주용·승마용·식용 등 용도별 말 생산을 위한 목장 3곳도 육성할 계획이다. 레저산업까지 노린 포석이다. 장흥군도 말산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키운다는 목표 아래 한국말산업학회와 ㈜시티홀스, 농업법인 달비채, 서라벌대 마사학과 등과 잇따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군은 승용마 보급 및 농촌형 승마장 운영, 재활승마치료센터 설립, 말 관련 농업 아카데미 운영 등을 구상중이다. 특히 군청내에 ‘말 산업계’라는 별도의 전문 부서까지 새로 만들었고, 승마를 기증받아 제주도에서 위탁 관리하는 중이다. 담양은 도로망이 좋아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주변에 대도시가 위치한 장점이 있으며, 장흥은 땅값이 저렴하고 평균기온이 12℃로 말 키우기에 적합한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다. 토양도 중성에 가까워 초지생육에 최적지로 손꼽힌다. 그러나 이들 2개 지역은 말에 얽힌 중복된 사업이 너무 많다.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우려와 함께 지역 경제 활성화로 연결시키기 위해선 지역별 장점을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담양은 11억원을 투자해 경주용, 승마용, 식용 등 용도별 말 생산을 위한 목장 3곳을 육성할 계획이지만, 이는 장흥이 종마생산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계획과 흡사하다. 말 장구 생산업체 유치와 마필산업 육성, 마분(馬糞)을 이용한 신재생 에너지 사업, 여기에 승마 트레킹 등 생활승마를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닮은꼴이다. 특히 사행성 논란은 가장 크게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때 경마장 유치를 검토했던 경북 구미시가 사행성과 가정파탄, 구미공단의 근로 분위기 저해를 우려하는 반대 여론 때문에 사업을 포기한 일도 있다. 전남도 안병선 축산정책과장은 “말 산업은 중복되는 분야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지자체 간 협의회나 간담회를 통해 실효성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담양은 경마장, 장흥은 말을 길러 소득을 올리는 종마장 위주로 육성해 서로 윈윈하는 정책을 펼것이다.”고 밝혔다. 무안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그들이 한국경제에 대해 말하지 않는 13가지”...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그들이 한국경제에 대해 말하지 않는 13가지”...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경제학 서적으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를 기록중인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저자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한국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상식’에 거침없는 메스를 들이댔다.  장 교수는 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가야 할 길은 금융업이 아니라 제조업이며,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편다면 성장여력도 충분하다.”면서 “한·미 FTA가 오히려 성장동력을 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1990년부터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장 교수는 <사다리 걷어차기> <국가의 역할> <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을 통해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인정받고 있다.  그가 파헤친 ‘상식의 오류’를 주제별로 질문·답변 형식으로 구성했다.    ●고도성장은 옛날 얘기일 뿐이다?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말에서 보듯 현재 한국 경제는 지표와 체감이 괴리되는 현상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제는 과거 같은 높은 경제 성장률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주장도 많다. 일각에서는 ‘통큰치킨’ 논란에서 보듯 과거 과감한 설비 투자로 경제 성장에 이바지했던 재벌기업이 이제는 중소 자영업 영역까지 진출하는 것도 한국경제가 성장여력을 없어지면서 나타나는 제 살 깎아먹기 현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일부에선 끊임없이 ‘성장동력이 없어진다, 먹을 게 안보인다’ 하는 비관론을 펴면서 ‘제조업 시대는 끝났으니 금융과 서비스업으로 가야 한다’라고 얘기한다. 근거가 아주 없진 않겠지만, 단순하게 말한다면 성장동력을 찾기 귀찮으니까 자꾸 그런 얘길 하는 것이다. 국가경제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성장률 자체는 낮아지는게 맞다. 만약 경제 수준이 높아져서 자연스럽게 성장이 둔화되는 것이라면 그 추세가 완만해야 하는데 한국은 외환위기 이전까지 6% 정도였다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급격히 떨어졌다. 이건 자연스런 현상이 아니다.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라면서 추진한 ‘미국식 주주자본주의 개혁’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증거다.  ‘중국이 쫓아온다’는 샌드위치론도 말도 안되는 궤변에 불과하다. 세계에서 제일 잘사는 나라와 제일 못하는 나라를 빼고는 세상 모든 나라가 언제나 샌드위치 신세다. 중국이 어려운 경쟁 상대라는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가령 태국은 1990년대까지 노동집약을 무기로 한국을 추적했지만 크게 걱정할 게 없다. 임금이 낮은 대신 기술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상대적인 임금 수준도 낮고 기술력도 일정 수준 이상이다.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렇다고 게임 끝났다고 볼 게 아니다. 왜 쫒아오는 국가만 걱정하고 도망가는 국가는 무서워하지 않는지 반문하고 싶다.  중국 추적 때문에 이제는 금융업과 서비스업으로 가자는 얘기가 많지만 그 분야는 이미 선진국들이 단단히 똬리 틀고 앉아 있다. 금융업이 겉보기엔 좋아보여도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실상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금융혁신이란 사실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로비를 통해 규제를 완화한 덕분에 생겨난 허상에 불과하다. 그런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더구나 정부가 정말 심각하게 금융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키우겠다면 과거 고도성장기처럼 수십년짜리 목표를 세우고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 죽기 살기로 해야 한다. 금융허브라는게 지금처럼 적당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정부나 재계가 ‘금융업 해서 쉽게 먹고 살 수 있는데 우리가 왜 이 고생하나’ 하는 생각하니까 자꾸 제조업 끝났다는 담론을 확산시킨다. 결국 설비투자하고 기술개발하고 노동자들을 훈련시키는게 힘들고 귀찮으니까 성장동력 없어진다는 얘기가 자꾸 나온다. 언제는 경제여건이 쉬워서 경제발전했나? 언제는 선진국들이 낮잠 자는 틈에 경제성장했나? 충분히 할 수 있다. 불과 수십년 전에 우리는 전쟁으로 모든 게 잿더미가 된 속에서도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1960년대 포항제철 건설할 때를 생각해보자. 전세계가 다 미쳤다고 비웃었지만 결국 해냈다.        ●경제성장을 위해 한미 FTA를 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EU FTA 등 적극적인 FTA 정책을 추진하면서 FTA가 경제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경제규모가 비슷한 나라끼리 FTA를 체결하는 것까지 비판할 생각은 없다. 서로 시장도 커지고 경쟁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 규모와 수준에서 차이가 큰 나라와 FTA를 하게 되면 문제가 다르다. 한국은 현재 국민소득도 그렇고 많은 분야에서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하면 생산성이 절반 수준밖에 안된다. 한마디로 시기상조다. 한국이 미국이나 EU와 FTA를 한다면 자동차나 전자 등 일부 분야는 이득을 좀 볼지 모르지만 대다수 중소기업이나 농업 등에선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다. 특히 장기적으로 부품소재를 비롯해 한국이 GDP 4만불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산업들의 성장 잠재력을 꺾어 버릴 것으로 본다. 한국이 언제는 FTA 덕분에 고도성장했나. 남들이 미쳤다고 비웃어도 기를 쓰고 기술개발해서 성장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한미FTA가 갖는 장밋빛 미래를 홍보하는 글을 읽어봐도 한미FTA가 경제성장에 미미한 도움밖에 안되는 것으로 나온다.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국책연구기관에서 한미FTA 타결시 1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 2% 증가라고 했다가 그것밖에 안되느냐는 비판이 나오니까 나중에는 6%로 전망치를 바꾼 전례가 있다. 경제학 예측에서는 변수를 어떻게 가정하고 어떤 모델을 구성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데 그조차도 한미FTA 명분으로 삼기엔 한참 부족하다.        ●기업자금조달 위해 주식시장 활성화해야 한다?    ▶돈줄이 막혔다고 하소연하는 중소기업이 적지 않다. 주식시장에서 기업 자금조달이 이뤄지지 않고 과거 개발 독재 당시처럼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적극적으로 해주는 간접금융방식도 없어진 지금 어떤 방식이 필요할까.  -외환위기 이전 방식은 은행중심 경제 시스템인 반면 지금은 주식시장 중심 시스템이다 (@@@) ‘기왕 이렇게 됐는데 어떻게 되돌리느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좋은 게 있으면 되살려야 한다. 주식시장을 활성화할 필요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외환위기 이전 은행중심 경제시스템을 되살려야 한다고 본다. 지금은 은행은 기업대출을 기피하고 주식시장은 기업에 자금을 조달하는 구실을 전혀 못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을 떠올려보자. 우리나라 은행은 기업대출을 엄청나게 많이 했다. 제일은행의 경우 외환위기 이전에는 총대출금 중 80% 정도가 기업대출이었는데 외환위기 이후 몇 년만에 가계대출이 85% 정도가 돼 버렸다. 이것이 의미하는 게 뭘까. 지금 은행들은 엄청나게 손쉽게 돈을 벌고 있다. 소비자한테 주택을 담보로 잡고 대출해준 뒤 문제가 발생하면 차압하는 방식으로 은행이 쉽게 돈벌게 해줘선 안된다.  주식시장도 개편해야 한다. 1972년부터 1991년 사이에 한국의 투자자본 조달에서 주식발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13.4%로 영국(7.0%)이나 미국(-4.9%)보다도 훨씬 높았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 주식시장은 기업에서 돈을 빼가는 장치가 돼 버렸다. 거기다 인수합병(M&A)을 자유화하면서 세계에서 M&A가 가장 쉬운 나라가 돼 버렸다. 이제는 대기업조차 과거처럼 장기적 안목을 갖고 투자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진다. 외국자본이 단기간에 몰려왔다 나가는 과정에서 거시경제까지 불안해진다. 이제는 M&A를 좀 더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미국의 포이즌필이나 스웨덴·벨기에처럼 차등의결권을 도입할 수도 있다. 독일식으로 노조 대표가 경영에 참여하는 방식을 골고루 참고하면 된다. 구체적인 방법은 더 논의해야 겠지만 기존 선진국 장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산업정책은 관치경제다?    ▶과거처럼 정부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제발전을 주도하는 방식은 쉽지도 않을 뿐더러 사회적 동의를 얻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과거 정부는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통해 유치산업을 ‘선별’하고 집중 지원했다. 이에 대해 ‘관치경제’라는 비판이 많았다. 선별적 정책이 나쁘다는 얘길 많이 하지만 따지고 보면 기업도 항상 선별을 한다. 모든 계열사에 똑같이 지원하는 기업이 어디 있느냐. 정부가 선별을 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적절하게 선택과 집중을 하느냐이다. 경제발전 단계와 정책목표에 따라 지원방식이나 지원방향은 달라지게 돼 있다. 개입 방식도 은행을 통할수도 있고 연구개발 지원을 통할 수도 있다. 과거에는 규모의 경제를 이용한 대규모 조립가공산업으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에 대기업에게 은행대출을 집중해줬다. 지금 단계에선 부품소재산업을 키워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중소기업에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 물론 초기자본이 많이 필요한 에너지 같은 분야는 대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중소기업이 ‘상생’해야 한다?    ▶현재 대기업이나 수출 기업은 엄청난 성장세를 이어가는 반면 중소기업이나 내수 기업은 갈수록 어려운 상황에 몰리고 있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중소기업을 보기도 어려워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제도적 대안이 절실해 보인다.  -1966년 상위 10대 재벌 중 세 곳만이 1974년 상위 10위 안에 남았다. 1974년 상위 10위 기업 중에서 1980년에도 상위 10위 안에 들었던 기업은 5곳에 불과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그런 구조변동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문제는 몇 가지 차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첫째, 대기업들이 불공정 경쟁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경쟁 상대가 될 만한 기업이 성장하는 걸 막는다거나, 하청기업이 기술 개발하면 납품단가를 깎아서 싹을 잘라 버리는 행태가 존재한다. 규제를 통해 그걸 막아야 한다. 단순히 ‘상생하자’고 말만 해서는 아무것도 안된다. 일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력이 잘 이뤄지는데 마음씨가 착해서 그런게 아니다. 정부가 1950년대 말 1960년대 초에 규제를 강화해서 대기업 행태에 제동을 건 덕분이다.  그 다음에는 중장기적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제일 취약한게 부품소재 산업이다. 우리나라 무역적자 가운데 일본과 무역하면서 발생하는 적자가 제일 많은데 그 대부분이 부품소재산업에서 경쟁력이 없어서 발생한다. 더구나 이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진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부품소재 수입의존도가 줄어드는 추세였는데 최근 다시 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선진국 진입은 어림없다. 문제는 부품소재산업은 고도로 특화되고 전문화된 영역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를 보거나 중소기업들의 영역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나서서 고급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을 키워야 한다. 필요한 부분에서 꼭 개발해야 하는 기술에 대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해서 기술개발하도록 보조금을 주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세번째, 정치적 차원을 봐야 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역에 침투하는 현상은 사실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나지만 한국은 양상이 더 심각하다. 거기에는 역사적 배경이 존재한다. 과거 사회통합과 평등을 유지하려는 의지는 있었지만 복지제도에 제약이 많을 때 사회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방편으로 편 정책이 바로 특정 영역에서 대기업에게 진입 규제를 만드는 것이었다. 한국에 식당이나 치킨집이 그렇게 많은 것도 과거 그런 방식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계 유지를 도모해준 덕분이었다. 이게 나름대로 사회안전망 구실을 해왔는데 그 모델이 무너지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예전 방식으로 되돌아가서 재벌들이 특정 업종에 진입하지 못하게 막아버리거나 그게 아니라면 진입을 허용하는 대신 경쟁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에게 재기할 기회를 주고 기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복지제도를 확대해야 한다.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니다.  서비스업이 생산성이 낮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데 재벌이 진출하면 생산성은 높아질지 모르지만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금처럼 복지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선 경쟁에서 탈락하면 끝장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죽기살기로 저항하고 결국 생산성도 못 높이고 갈등만 첨예해지는 것이다. 내 주장은 차라리 대기업에게 진입을 허용하는 대신 대기업과 부자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거둬 그 재원으로 기본생활권 보장하는 복지국가를 만드는 식으로 일괄타결하자는 것이다. 지금 대기업들은 세금도 내기 싫고 옛날처럼 사업규제를 받기도 싫다는 것인데 그렇게 해서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박정희식 경제정책은 척결대상이다?    ▶민주화 이후 박정희 정부의 산업정책과 개발계획은 독재시대의 유산으로 취급받으면서 ‘개방과 자유화’가 대세가 됐다. 이를 꾸준히 비판해온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박정희 독재시대를 옹호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그럼 박정희가 잘했단 말이냐’ 하는 식으로 질문하는 것 자체가 바로 우리가 아직도 군부독재의 망령 속에서 살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이런건 잘했지만 이런건 못했다는 걸 용납을 못하는 자세, 그런 이분법이야말로 박정희와 그 이후 군사독재가 남긴 가장 해로운 유산이다.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식으로 생각해선 안된다. 그건 마치 북한에 대해 한 가지라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친북 낙인을 찍는 식이다. 그것부터 벗어나야 한다. 박정희식 경제정책의 ‘성공’을 말하는 건 독재를 찬양하는게 결코 아니다. 사실 민감한 문제라는 건 잘 안다. 당시 투옥되는 등 피해를 본 분드링 많다. 선뜻 용납하기 힘든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이분법을 극복할 때만이 군부독재 유산이 청산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경제민주화 위해 주주중심 경영해야한다?    ▶재벌을 비판하는 핵심 주장 가운데 하나가 ‘극히 일부 주식만으로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꾸준히 주주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며 참여연대 등이 벌인 소액주주운동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최근 ‘회사 돈 빼돌리는 총수를 고발하는 시민단체 활동이 뭐가 잘못됐다는 말일까’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나는 지금까지 재벌 총수의 횡령을 막자는 걸 비판한 적이 한번도 없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내가 강조하는 건 소액주주운동은 국제적 맥락에서 봤을 때 주식으로 돈을 버는 펀드매니저들이 ‘우리도 끼워달라’는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다. 미국에서 1980년대부터 주주자본주의와 소액주주운동이 강화됐는데 그 이후 기업이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비율이 계속 높아졌다. 아이러니한 것은 처음에는 전문경영인들을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 소액주주운동의 명분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전문경영인들의 연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곳이 미국이라는 점이다.  한국에선 참여연대가 소액주주운동을 사회운동으로 승화시키면서 많은 성과를 거뒀다. 주주자본주의 시대에 주주자본주의 논리를 써서 재벌을 비판하니까 특히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게 주주자본주의를 긍정적으로 인식시키는 역효과를 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주주자본주의는 문제가 많기 때문에 그걸 조심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비판을 한 건데, 박정희 문제 못지않게 재벌문제도 민감하니까 재벌옹호론자로 오해를 산다. 내 입장은 참여연대가 좋은 일을 했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뿐 아니라 모든 자본주의 국가에 해로운 논리를 정의로운 논리로 잘못 인식시키는 측면이 있다는 걸 비판하는 것이다.        ●사회적대타협은 물넌거갔다?    ▶노무현 정부 시절 <쾌도난마 한국경제> 등을 통해 국가·자본·노동이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경제성장과 복지국가를 달성하자는 주장을 펴왔다. 그 제안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보는지.  -현실적 조건을 바탕으로 생각해야 한다. 사회적 대타협 얘길 처음 했던 때는 외국 투기자본이 한국 경제를 잠식하고 재벌조차도 경영권에 위협을 느끼던 때였다. 지금은 그 조건이 많이 달라졌다. 재벌들 자체도 금융자본화 경향이 가속화됐고 정부도 그런 흐름에 동조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6년 전 <쾌도난마 한국경제>에서 복지국가를 목표로 제시했을 때 개혁·진보진영에서도 많은 이들이 현실성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은 어떤가. 복지국가는 기본 전제로 깔고 방법론을 갖고 논쟁하고 있다. 그걸 지렛대로 정치적 타협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 당시 구상했던 사회적 대타협은 힘들겠지만 정신 자체는 앞으로도 유효하다고 본다. 물론 구체적인 방식은 계속 바뀌는 조건 속에서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재벌들 예뻐서 이러는게 아니다. 지금같은 식으로 그냥 놔두면 재벌들이 제조업은 버려둔 채 금융자본으로 변신하거나 외국 금융자본에게 다 먹히게 된다. 금융자본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면 자본의 출처가 러시아 마피아인지 이탈리아 마피아인지도 불분명한 투자자본이 국내에 들어올 것이다. 그때는 누구와 싸워야할지도 모르는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것보다는 정씨 재벌 이씨 재벌처럼 눈에 보이는 대상과 싸우는게 낫다. 자본을 통제하기 위해서라도 재벌들과 타협하는게 낫다. 재벌들 미우니까 재벌 해체하고 외국자본 들여와 견제하도록 하겠다는 발상은 다같이 죽자는 것밖에 안된다.        ●복지제도가 경제성장 가로막는다?    ▶‘더 나은 자본주의’로서 ‘복지국가’를 강조하기만 그 길로 가기 위한 ‘동력’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복지국가의 주체 혹은 동력은 구체적으로 누구인가.  -그 문제를 지적하시는 분들은 노동계급이 주도하는 시나리오를 얘기해주길 바라시겠지만 내가 보기에 동력은 말 그대로 모든 국민이라고밖에 얘길 못하겠다. 현실적 조건을 봐야 한다. 한국에서 진보정당이 복지국가 담론 발전에 큰 역할을 한 건 높이 평가해야 하지만 정치세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이 스웨덴처럼 노조 조직률이 80%를 웃도는 나라도 아닌 상황에서 노동 중심으로 복지국가 하자고 해서는 얘기가 먹히질 않는다. 특정집단이 논의 끌어갈 상황이 아니고, 둘째로 논의를 이끌어가는 입장에서도 우리가 주체다 하는 식으로 얘길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입지가 좁아진다. 중요한 건 국민들이 마음만 바꾸면 안 될 일도 된다는 점이다. 그게 민주국가가 위대한 점 아니겠는가.        ●복지정책은 빈곤층만 대상으로 해야 한다?    ▶무상복지를 둘러싸고 치열한 정치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3+1 복지정책을 발표했고 이에 대해 정부·여당은 포퓰리즘과 세금폭탄 프레임으로 맞서고 있다.  -일단 ‘무상’이라는 용어는 문제가 있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낸다. 반면 의무급식에 대해 ‘부자복지’라고 비난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 부자들이 세금을 한 푼이라도 더 많이 내니까 부자들도 엄연히 복지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 ‘부자복지’를 문제삼으려면 왜 의무교육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는지 묻고 싶다.  용어 문제를 빼고 민주당이 내세우는 3+1 복지정책은 좋은 방향이라고 본다. 나는 보편적 복지확대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선택적 복지’를 주장하는 정부와 여당은 빈곤층을 대상으로한 복지정책만 얘기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결국 부자한테 돈을 뺏어서 빈곤층에게 나눠주는 식이 되기 때문에 미국처럼 복지에 대한 거부감과 조세저항만 높아지게 된다.  복지국가를 위해서는 복지를 잘해야 개인도 더 잘 살 수 있다는 걸 국민들에게 설득해야 한다. 가령 복지가 안 돼서 미래가 불안하니까 우수한 인재들이 안정성 높은 직업을 갖기 위해 의대와 법대로 몰리면서 이공대 기초학문 분야가 어려움에 빠졌다. 복지제도가 없으면 장기적으로 국가 성장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복지가 안되니까 저출산문제가 가중되고, 복지가 안되니까 자녀들에게 엄청난 사교육을 시키려는 과열 경쟁이 벌어진다. 복지가 안되니까 모두가 손해를 보고 있다.        ●대처 총리가 영국병 고쳤다?    ▶영국은 석유산업과 금융업, 프리미어리그를 빼고는 제조업 기반이 무너졌다. 특히 대처 총리의 감세와 복지지출 삭감 등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논쟁의 논거로 자주 거론된다. 제조업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영국 사례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으로 꼽을 수 있는 점은.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시장근본주의, 이른바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분들이 ‘대처리즘’을 많이 얘기한다.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영국병’이란 것은 영국병이란 건 그들이 만들어낸 신화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영국병은 실체도 없고 역사적 사실과도 맞지 않는다. 당장 경제성장률을 보자.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영국 경제성장률이 1인당 2% 안팎이다. 대처 총리 등장 이후인 1990년대 평균 경제 성장률이 2.2%이다. 변화가 없다.  대처가 과감하게 복지 삭감했다거나 세금을 엄청나게 깎았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대처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봐도 복지지출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최고소득세율을 엄청나게 깎은 건 맞지만 그건 극히 일부 고소득자에게만 해당될 뿐이고 또 간접세 비중이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세수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다시 말해 특별히 더 작은 정부가 된 것도 아니다.  대처가 노조를 꺾고 세금은 깎고 금융업 키운 것을 두고 영국을 살렸다고 하지만 따지고보면 대처야말로 영국병의 원인이다. 공기업 민영화의 폐해는 유럽에서 가장 뒤진 철도시설과 설비투자 기피로 나타나고 있다. 빈부격차도 대단히 악화됐다. 영국의 소득분포 최상위 1%가 차지하는 소득 비율이 1975년에 5.37%였는데 1998년에는 9.57%가 됐다. 대처 총리 정책으로 제조업은 다 무너지고 금융 분야만 강해졌지만 그마저도 미국발 금융위기로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영국은 지금 앞으로 뭐 먹고 사나 걱정하는 신세다. 물론 대처 이전에 영국 노조에 문제가 없었다고 할 순 없다. 가령 산업별 노조가 아니라 직능별 노조가 많다보니 한 직장에 노조가 대여섯 개씩 있는 경우도 있었다. 경영진이 노조들과 협상을 마무리해도 노조 하나만 거부해도 파업이 터지는 식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위에서 말했듯이 노조가 강했을 때와 노조가 약해진 이후 경제성장률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 대처가 노조를 희생양삼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제와서 어떻게 하느냐고?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책 속표지에 쓴 “200년 전에 노예해방을 외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습니다…” 메모가 화제다. 이 메모에서 “단기적으로 보면 불가능해 보여도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는 계속 발전합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여도 대안이 무엇인가 찾고 이야기해야 합니다”라고 썼다.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계속 이야기하고 싶은’ 것 두세 가지를 꼽아달라.  -먼저 우리나라에 우선 한정시켜 보자면, 우리나라가 부끄러운 세계 1위 (최소한 OECD 1위)를 하고 있는 남녀 임금격차, 주당 노동 시간, 복지 지출(OECD 꼴찌에서 2위, 꼴찌는 국민소득이 우리의 반도 안 되는 멕시코) 등 분야에서도 앞으로 변화가 오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변화가 자동으로 오는 것은 아니고 열심히 노력해야 하겠지만, 10년 전만 해도 정말 깨질 것 같지 않던 한국의 남아선호 현상이 깨진 것을 보면 앞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꼭 있을 것으로 믿는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이전에 <사다리 걷어차기>나 <나쁜 사마리아인>에서 이야기했듯이 선진국이 후진국을 압박하는 문제를 이야기 할 수 있겠다. 지금 세계 경제 구조의 변화 속에서 선진국들의 힘은 상대적으로 약화될 것이다. 그런 속에서 후진국 지위를 방금 벗어나 아직도 부자나라와 가난한 나라 두 세계에 다리를 걸치고 있는 우리나라가 이 문제에 있어 좀 더 적극적으로 중재자의 역할을 떠맡는다면 이 문제에 있어서 좀 더 빠른 진전이 있을 것이다. 분발을 촉구하고 싶다.        ●경제학은 계량분석만 잘하면 된다?    ▶한국 사회과학계는 미국식 영향으로 계량분석에만 치중하면서 현실 현실 설명력을 잃고 대중들과 괴리되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그런 고민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나온다. 너무 수학이나 통계 쪽으로만 발전하니까 방향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열심히 배우긴 하는데 왜 배우는지 잊어버린 셈이다. 영미 경제학계에서도 교육방법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논의가 있다. 왜 배우는지도 모르면서 계량분석만 배워서는 나중에 길을 잃어버린다. 뭘 배울지 목표를 정하고 큰 그림을 배우고 시작을 해야 하는데 테크닉만 배우니까 그것에 빠져 버리는거다.    ▶그동안 제도경제학에 입각해 한국과 세계 경제를 분석하는데 천착해 왔다. 한국에선 낯선 분야인 제도경제학을 소개해달라.  -쉽게 말해 ‘덜 추상화한다’는게 가장 큰 특징이다. 주류경제학은 지나치게 일반화하고 추상적인 논의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제도경제학은 현실을 좀 더 복합적인 제도의 망과 역사적 맥락에서 바라본다. 기업을 놓고 보면 국가별 차이와 역사적 맥락에 따라 조직형태나 사회속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고 접근한다. 역사적 비교를 많이 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에게 항상 하는 얘기가 현실을 봐야지 이론만 보면 상상력을 제약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많이 드는 예가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자유무역을 중시하면서도 모든 토지가 국가 소유고 대부분 주택을 국가가 공급하고 GDP에서 공공부문 비중도 엄청나게 크다. 어떤 단일한 경제이론으로도 싱가포르를 설명하지 못한다. 현실을 보지 않으면 특정 이론에만 빠지게 되고 그런 눈으로 싱가포르 보면 제대로 설명을 못하게 된다.  사실 제도경제학은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제도가 무엇인가를 두고 논쟁할 정도로 대단히 범위가 넓다. 일반적인 흐름은 제도가 경제에 어떤 영향 미치는지, 제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등이다. 나는 거기에 더해 제도가 개인에게 어떤 영향 미치는가를 많이 보려고 한다. 개인은 물론 자유의지가 있고 개인 선택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선택에 영향 미치는 건 어떤 제도적 환경에서 살아가는지에 따라 굉장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령 스웨덴과 한국에서 똑같이 정부 역할 축소를 말하더라도 그 실상은 전혀 다르다. 같은 환경에서 살지 않았기 때문에 관념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해체사태’ 겪은 카라 “홍보효과 500억”

    ‘해체사태’ 겪은 카라 “홍보효과 500억”

      해체 위기에서 벗어나 최근 일본 활동을 재개한 걸그룹 카라가 뜻밖의 홍보효과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포츠한국은 8일 일본 엔터테인먼트업계 관계자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명이 홍보 효과를 크게 누렸다고 답했고, 일부는 그 가치가 500억원 이상이라는 답변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카라 사태를 보도한 신문의 지면 크기, 방송 분량 등을 실제로 광고로 집행했다고 가정한 뒤 환산한 금액을 계량화할 경우를 가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매체는 또 일본 대형 기획사의 고위관계자 말을 인용, “불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카라의 이름을 모르는 일본인이 드물 정도로 알려졌다.”고 썼다. 실제 카라는 일본 활동을 재개한 뒤 현지에서 발매한 앨범 ‘걸즈토크’가 오리콘 차트 2위에 오르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카라가 출연한 TV도쿄 드라마 ‘우라카라(URAKARA)’의 지난 4일 시청률도 지난 달 21일 첫방송때 보다 높게 나왔다. 이날 방송 분이 소속사와의 분쟁으로 촬영이 지연돼 하이라이트로 대체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한편 카라 사태는 지난달 19일 강지영 정니콜 한승연 등 3명의 멤버가 소속사 DSP미디어 측에 전속 해지를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씨줄날줄] 가훈의 반란/박홍기 논설위원

    가훈은 말 그대로 가정의 윤리 지침이다. 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고 집안을 다스린다는 수신제가(修身齊家) 방법을 가르쳐주는 도덕적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집집마다 가훈은 달라도 지켜야 할 도리는 별로 차이가 없다. 지금이야 주택 양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예전엔 시골집의 대청이나 마루 한가운데 걸려 있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글귀를 흔히 볼 수 있었다. 중국의 남조 사람 안지추(531~591)의 ‘안씨가훈’은 기나긴 세월이 지난 지금도 많은 공감을 주고 있다. 소박하고 검소한 생활이라는 바탕 아래 자녀교육, 세상사는 지혜, 학문 등을 망라한 까닭에서다. ‘부모의 바른 행동만큼 훌륭한 가훈은 없다.’, ‘재산을 천만금 쌓아 놓았다고 해도 자기 몸에 지니고 있는 하찮은 기능 하나만 못하다.’는 등의 말은 팍팍한 삶 속에서 한번쯤 음미해볼 만하다. 400년 가까이 내려온 경주 최 부잣집의 가훈도 ‘좋은 부자’의 본보기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재물을 모으되 만석 이상 쌓지 말라, 흉년에 땅을 사지 말라, 사방 백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는 등. 혼자만 잘 먹고 잘 살지 말고 주위에 어려운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보살피고 챙기라는 부자의 도리를 설파한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가훈이 보편화되고 있다. 법무부가 2009년 3월부터 ‘가정헌법 만들기’ 운동을 펼친 결과다. 참여한 가정이 4460곳을 넘는다. 가정헌법은 가족이 지향하는 목표와 가치, 도달을 위한 원칙 등을 담은 ‘21세기형 가훈’이다. 과거 절대적이었던 가장의 발언권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대신 자녀의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해 만들어진 3000여 가정의 헌법에서 자녀가 지켜야 할 조항이 차지하는 비율은 36%, 아빠와 엄마가 지켜야 할 조항은 25%와 23%였다. 예컨대 아빠에겐 ‘절대로 보증을 서지 않는다. 리모컨을 뺏지 않는다.’, 엄마에겐 ‘아빠에게 잔소리를 자제한다. 화가 나도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자녀에겐 ‘혼자 일어나는 습관을 들인다. 짜증부리지 않는다.’ 등을 명문화했다. 한자성어도 없다. 가정헌법엔 핵가족화와 함께 변화된 세태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가훈의 반란’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소통·사랑·화목·건강·존중·신뢰 등은 중요도에서 다소 차이가 나지만 예나 지금이나 기본 덕목임에 틀림없다. 가훈은 시공을 떠나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한 약속이기 때문이다. 설 연휴를 보내며 다시 한번 가훈을 되새겨 보면 어떨까.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지식인 22人이 말하는 대한민국

    지난해 10월 꼬박 한 달 동안 서울 광화문 해치광장은 2500여년 전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를 옮겨 놓은 듯했다. 지식인 22명이 나와 다양한 주제를 놓고 강연한 뒤 서로 질문하고, 대답하고, 토론하는 열린 공간을 만들었다. 박세일, 나경원, 홍준표, 이석연, 조정래, 김광웅, 주철환, 유홍준 등 보수·진보의 이념적 좌표에 얽매이지 않았고 한비야, 민경욱, 금난새, 이자스민 등 문학·미술·음악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길거리 강연장에 자리한 다양한 인물들의 관심이 모이는 지점은 단 하나,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었다. ‘100년 전 대한제국 100년 후 대한민국’(문화체육관광부 공감코리아 기획팀 엮음, 마리북스 펴냄)은 이들이 나눈 이야기를 책으로 묶었다. 활자로 다시 태어난 한 달의 열띤 길거리 강연과 토론을 통해 신자유주의 심화에 따른 경제 사회적 양극화 문제, 개발 가치에 밀려난 생명의 가치, 문화의 풍성함과 그윽함을 향유할 수 있는 세상 등 모든 사람이 공존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필요함을 확인할 수 있다. 국제구호 활동가 한비야는 돈과 힘의 질서가 아닌 ‘사랑과 은혜의 법칙’을 강조했고,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수평적 관계를 매개할 수 있는 ‘군림하지 않는 정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다문화 가정의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이자스민씨는 이주여성, 이주노동자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굳어진 의식에 부드러운 일침을 가한다. 책에서 한껏 부풀려진 행복 담론의 기대가 책을 덮는 순간 문득 허망해질 수도 있다. 땅 투기와 탈세를 ‘기본 덕목’으로 깔고 있는 공직자들, 하루가 다르게 뛰는 장바구니 물가, 찬반이 어지럽게 엇갈리는 4대강 사업 등 현실 속 ‘행복 체감도’가 너무도 낮은 탓이다. 1만 5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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