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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15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이라는 시간의 흐름. 찬란했던 르네상스의 중심지 이탈리아 피렌체와 일제 강점기 아시아의 소국(小國) 조선이라는 공간과 위상의 차이. 이 시대를 살았던 두 명의 사람이 있었다. ‘위대한 메디치’로 불리며 이탈리아, 아니 중세 유럽을 통틀어 가장 화려했던 가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로렌조 메디치(오른쪽·1449~1492)와 자국의 역사책에조차 등장하지 않는 간송(澗松) 전형필(왼쪽·1906~1962). 겉으로 보이는 배경으로는 너무나 다르지만 이들에겐 엄청난 ‘돈’과 예술을 알아보는 ‘혜안’(慧眼)을 동시에 갖추고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공통점은 각각 피렌체 우피치미술관과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의 형태로 오늘날 우리에게 ‘인류의 유산’을 향유할 기회를 남겼다. 만약 그들이 막대한 재산을 흥청망청 쓰는 데만 골몰했다면, 또는 재산을 늘리는 데만 관심을 가졌다면 중세미술사와 한국미술사는 다시 쓰여져야 했을지도 모른다. 가상 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 이번 주의 주인공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으로 꼽히는 로렌조 메디치와 전형필이다. 막대한 재산을 문화유산에 아낌없이 쏟아부은 이들의 노력이 어떻게 시작됐으며,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그 결과로 우리는 어떤 혜택을 누리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후 서양미술사에만 관심을 갖다가 지난주 간송미술관을 다녀온 후 한국미술의 전통과 매력에 흠뻑 빠진 직장인 윤정은(33·여)씨가 궁금한 점을 모아 인터뷰에 나섰다. →<윤정은> 두 사람 모두 젊은 나이에 상상을 초월하는 재산을 물려받았다. 도대체 어떤 가문이었고 재산 규모는 얼마나 됐나. -메디치 내 증조할아버지인 토스카나 대공(大公) 코지모는 피렌체인들 사이에서 ‘국부’라는 명예로운 호칭으로 불렸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은행업을 통해 그야말로 돈을 긁어모으다시피 했다. 가문의 수장이 됐을 때 내 나이 고작 20세였다. 당시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중심지였을 뿐 아니라 유럽 전체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였다. 특히 우리 가문은 직물산업의 핵심이었던 ‘백반’(양모 세척제)을 움직였고 메디치 은행의 주요 고객은 유럽 각국의 왕실과 교회였다. 당시 우리가 얼마나 많은 돈을 갖고 있었는지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냥 피렌체가 메디치였고, 피렌체의 모든 것은 메디치 가문의 재산이었다고 이해하면 된다. -전형필 일제 강점기에 와세다대 법대를 다니던 중 아버지의 부음을 들었다. 서울 일대는 물론 경기도, 황해도, 충청도를 지나면서 우리 집안 땅을 밟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만석꾼 집안이었다. 미곡상을 했는데 내가 24세에 물려받은 논은 4만 마지기(800만평)에 달했다. 1년에 소작농으로부터 쌀 2만 가마니(1만석)를 거둬들였는데, 이를 당시 기와집 값으로 환산하면 150채 정도였다. 현재 서울 아파트 가격으로 환산하면 매년 450억원이 들어왔다는 얘기다. 논을 몽땅 판다고 가정하면 6000억원 정도였는데, 이건 그냥 단순한 수치 환산이고 당시 논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하면 훨씬 더 가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조선총독부 기록에 따르면 1년에 나만큼 버는 조선인은 43명에 불과했다. →<윤정은> 역사적으로 많은 재산이나 권력을 물려받은 사람들은 흥청망청 쓰다 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 한국의 재벌 집안만 봐도 그런 사례를 많이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실패하지 않았고, 젊은 나이에도 큰 실수를 하지 않았다. -메디치 할아버지 코지모의 영향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피렌체에는 당대 최고의 철학자와 예술가들이 모여 있었고, 난 그들과 토론하는 법을 배웠다. 10대 때부터 이미 유럽 각국에서 피렌체를 대표하는 외교관 역할을 수행한 덕에 외국어에도 능통했다. 로마어에 비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그리스어까지 능통하게 구사했을 정도였으니. 내 신분은 공식적으로는 돈이 많은 시민이었지만 피렌체 안팎에서 피렌체를 대표하는 인물로 인식됐고, 그렇게 살았다. 물론 금욕적인 삶을 지향하지는 않았다. 난 바람둥이였고, 수많은 애인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권력자에게는 그런 게 큰 흠이 되지 않았다. -전형필 난 원래 경성에서 대학을 다니며 조선어문학을 공부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변호사가 될 것을 강권하셨고, 그 덕분에 일본에서 대학을 다녔다. 하지만 일본인들이 만든 법을 연구한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고 가업인 장사에도 별 관심이 없었다. 무엇보다 유산을 물려받았다고 해도 부모의 상을 당한 상황에서 본인이 즐기는 데 그것을 쓰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윤정은> 두 사람 모두 예술을 사랑했는데 특히 수집(蒐集)에 관심이 많았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메디치 ‘위대한 로렌조’라는 호칭과 달리 난 콤플렉스가 많았다. 심한 주걱턱이었고, 아랫입술이 윗입술을 덮었다. 코도 낮았고 목소리는 거칠었다. 하지만 난 비올라와 류트(당시의 현악기), 승마술, 매사냥까지 섭렵했고 유려한 글솜씨로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당시 예술에 대한 조예는 못난 겉모습을 덮고도 남을 정도였다. 특히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들은 예술가를 지원해 그들의 작품이 자신을 찬양하도록 했는데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다만 난 할아버지나 아버지, 다른 귀족들과는 좀 달랐다.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는 일 이외에 고대 미술품을 수집하고 동양의 예술품에도 관심이 많았다. -전형필 일제 강점기라는 당시 사회상에서 난 무엇을 해야 할지에 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무엇보다 휘문고보 시절 은사였던 고희동(1886~1965·서양화가) 선생과 3·1 만세운동 때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이었던 위창 오세창(1864~1953·서예가) 선생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두 분은 내가 어릴 때부터 책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내가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왔다. 고 선생은 나에게 “글을 읽으면서 학문을 닦는 선비가 아니라, 조선의 문화를 지키는 선비가 되라.”는 조언을 해 주셨다. 그 결과 나는 왜놈들 손으로 넘어가는 우리 서화와 전적을 지키는 선비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위창 선생은 나에게 ‘간송’이라는 호를 주셨고, 내 수집활동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어떤 작품을 모아야 하는지, 어떤 눈을 갖춰야 진품을 구분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말이다. →<윤정은> 돈으로 물건을 수집하는 것은 사실 취미로 볼 수도 있는 일이다. 재산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는데, 다른 목적은 없었나. -메디치 (웃음) 난 상인이었지만 정치인이기도 했다. 정치인에게 100% 순수한 호의라는 게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1482년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밀라노에 보내고 1488년 안토니오 다 산갈로를 나폴리에 보냈다. 그 공국들에 내가 후원하던 예술가를 보내는 게 좋은 작품을 선물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볼 수 있을까. 호의를 베풀면서 실은 정치를 한 거였다. 솔직히 내가 예술가를 후원한 돈은 대부분 내가 피렌체의 공직을 겸하면서 공금으로 썼다. 내 재산은 오로지 내 수집품을 모으는 데 집중적으로 썼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에 대한 환상이 좀 깨지지는 않았나. -전형필 왜 수집에 나섰느냐고 위창 선생이 물었을 때 난 “서화 전적과 골동은 조선의 자존심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조선이 언젠가 독립될 것이란 믿음이 없었는데도 수집을 계속했을지는 나도 자신이 없지만, 난 반드시 독립될 것으로 믿었다. 1933년 성북동에 터를 구해 미술관을 지은 것도 독립이 됐을 때 후손들에게 우리 문화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본으로 팔려 갔던 고려석탑을 다시 사 오면서 난 한번 유출된 문화재가 고국으로 돌아오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해방된 후에는 이전처럼 문화재를 수집하지 않았던 것도 그 때문이다. 일제에 더 이상 빼앗길 염려가 없어진 후에는 조선 사람이 모은 것은 모두 조선 것이기에 해방 후에는 문화재를 찾아오는 일에만 전념했다. →<윤정은> 소장품들에 대해 묻겠다. 두 사람의 노력은 우피치와 간송 미술관으로 남았지만 두 사람 모두 박물관의 개관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메디치 우피치는 영어로 하면 ‘오피스’(사무실)를 뜻한다. 그곳은 내 증조부 코지모의 집무실이다. 물론 내가 가장 주목받기는 하지만 우피치 수집품은 우리 가문 전체의 공이다. 14~16세기 르네상스 화가부터 17~18세기 바로크와 로코코에 이르기까지 소장 규모 자체는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다. 조토의 ‘성모자’, 다빈치의 ‘수태고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등 도록으로도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우피치를 박물관의 관점에서 본다면 나 이후로 200여년이 지난 후 메디치가 최후의 후손이었던 안나 마리아 루드비카가 가장 큰 공을 세웠다. 그녀는 모든 재산을 토스카나 공국에 기증하면서 단 하나의 조건만을 남겼다. “전 세계 사람들 모두가 피렌체에서 메디치가의 보물을 볼 수 있도록 어느 것도 피렌체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전형필 간송미술관에는 ‘훈민정음 해례본’, ‘청자운학문매병’ 등 12점의 국보와 10점의 보물이 있다. 1937년에는 영국 변호사 개스비에게서 청자 20점을 40만원에 사기도 했다. 당시 서울 기와집 400채 값이었다. 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가격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 가치는 후손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고, 그것이 원래 내가 수집을 시작한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잡스러운 그림을 그린다고 폄하됐던 겸재 정선(1676~1759)을 화성(畫聖)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을 내 최대의 성과로 생각한다. 그럼 내가 묻겠다. 지금 간송미술관에서 당신은 어떤 기분을 느끼나. →윤정은 당대 최고의 좋은 자재로 지었다는 미술관이지만 세월의 흔적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1930년대의 근대식 2층 건물과 창틀에는 현대미술관처럼 멋진 조명도 없고 첨단 잠금장치도 없다. 화장실 냄새도 코를 찌른다. 아이들이 유리에 온갖 손자국을 내며 코를 박고 보는 모습은 유럽 미술관의 풍경과 너무나 달랐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들을 전시하지 않아서 좋았고, 온전히 우리 것이라는 것이 더 좋았다. 내가 보고 있는 전시품이 엄청난 가치가 있다는 생각보다는 조상의 것이라는 사실이 먼저 느껴졌다. 바티칸이나 루브르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었다. 친구들에게 꼭 말해 주고 싶다. 간송미술관에 가면 간송이라는 사람과 그가 남긴 뜻이 마음으로 전해진다고 말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그래픽 이혜선기자 okong@seoul.co.kr ■ 참고서적 간송 전형필/이충렬/김영사 조선의 그림수집가들/손영옥/글항아리 간송 선생님이 다시 찾은 우리 문화유산 이야기/최완수·한상남/샘터 조용헌의 명문가/조용헌/랜덤하우스코리아 메디치 머니/팀 팍스·황소연 옮김/청림출판 메디치‘의 음모/피터 왓슨·김미형 옮김/들녘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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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인세 감세 근로자도 수혜… 예정대로 추진을”

    “법인세 감세 근로자도 수혜… 예정대로 추진을”

    정치권에서 법인세 감세 철회가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원윤희(54) 한국조세연구원장은 22일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최고 소득세율은 다른 국가보다 낮지만 최고 법인세율은 다른 국가보다 높다.”면서 법인세 감세는 예정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고 소득 구간에 대한 소득세(35%)와 법인세(22%)를 각각 2% 포인트 내리기로 한 감세를 철회할 경우 확보되는 세수는 소득세 6000억원, 법인세 3조 9000억원으로 총 4조 5000억원인 것으로 추산됐다. 소득세는 감세 철회로 얻는 세수가 적고, 법인세 감세는 대주주나 경영진이 효과를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소득세 감세는 철회하고 법인세 감세는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년으로 예정된 감세를 철회해야 한다는 논쟁이 뜨겁다. -법인세 감세는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세해도 총 법인세수의 증가가 예상되고 고용 정책의 핵심인 기업 유치를 위한 국가 간 경쟁, 국가정책의 신뢰성 등을 감안해야 한다. 법인세 감세 효과는 대주주나 경영진에만 가는 것이 아니고 근로자나 소비자에게도 전달된다. 소득세는 세원으로서의 기능이 약하고 소득격차 축소 등에 대한 요구 등을 감안할 때 여러 대안들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 →법인세를 그동안 내렸지만 세수만 줄고 효과가 없었다는 지적이 있다. -감세 효과는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법인세를 낮추면 법인에 투자한 사람들의 소득이 늘어 경제활동이 더 활성화될 수 있다. 1981년 40%였던 법인세율이 현재 22%까지 낮아졌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수는 같은 기간 동안 2%에서 4%로 높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실증분석 결과에 따르면 조세부담률을 1% 포인트 줄이거나 재정규모를 GDP 대비 1% 정도만 감축하면 경제효율성 제고 및 투자촉진 등으로 경제활동인구 1인당 GDP 증가율을 0.6~0.7% 포인트 올릴 수 있다. 세율을 낮춘다고 해서 세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세율은 세수뿐만 아니라 경제활동 촉진효과, 세무행정, 경제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하는 정책이다.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근로소득자 중 세금을 안 내는 사람이 절반에 가깝다는 것은 분명 문제지만 면세점 1200만원 이하는 자영업 부문의 과세 불투명성과 같이 봐야 한다. 우리나라의 전체 세수 중 개인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15.0%로 영국 30.1%, 미국 37.9% 등에 비해 매우 낮다. →최고 소득세율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어느 정도인가. -최고 소득세율 35%가 적용되는 과표구간인 8800만원 초과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높지도, 낮지도 않다. 다만 그동안 금액 변화가 적었다는 점에서 조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과표 구간 신설을 고려해 볼 만하다. 과표를 1억 2000만~1억 5000만원 초과로 설정하고 8800만원 초과부터 그 미만까지는 예정대로 소득세율을 2% 포인트 내려 33%로 적용하고 신설 구간은 35%를 유지하는 방안이다. →대기업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는 가능한지. -세법을 정비해 과세해야 한다. 2004년 도입된 상속·증여 포괄주의와 같이 세법에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일감을 아웃소싱하거나 하도급업체를 선정할 때 불공정한 업체 선정 혹은 가격조정이 있었다면 공정거래 차원에서 먼저 접근할 수 있다. 계약행위상의 문제라 시장질서 유지 측면에서 공정거래위원회 기능을 통해 시정할 수 있다. 시장가격과 다른 특혜 가격을 통해 부당하게 계열사를 지원했다면 이전가격에 대한 과세를 적용할 수 있다. 모회사의 이득을 부당하게 계열사로 이전한 것이므로 시장가격 이상으로 책정한 부분에 대해 모회사의 이득으로 간주해 과세하는 것이다. 상속세 논의도 함께할 필요가 있다. 현재 최고 상속세율은 50%로 최고 소득세율 35%와 큰 차이가 난다. 외국은 두 최고세율에 큰 차이가 없다. 상속세가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고 기업들이 다양한 편법을 동원해 빠져나가는 현실 등을 보면 상속세율을 내리거나 과표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부담을 덜어주고 범법 행위 양산을 막는 것이다. 상속을 둘러싼 사회적 소음이나 비용도 고려해 봐야 한다. →최근 간접세 비중은 늘어나고 직접세 비중이 줄어드는 것이 친서민정책에 역행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세수 중에서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서 간접세 비중이 높아 보이는 것이다.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등 간접세 자체가 소득재분배 목적을 담고 있는 것도 있다.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소득세는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지만 부가가치세는 경제활동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소득세가 소득격차를 축소하는 재분배 기능이 있어 친서민정책의 하나로 이해되지만 소득재분배에 보다 효과적인 정책은 조세정책이 아니라 지원계층을 특화할 수 있는 재정지출 정책이다. 직접세와 간접세의 비중을 볼 것이 아니라 어디에 쓰는지를 봐야 한다. →해외 탈루소득 과세가 시작됐는데. -세 부담의 공평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다만 실적 홍보 위주의 접근은 국민들에게 전반적인 과세의 신뢰성을 낮추는 역효과가 크므로 자제할 필요가 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정책홍보, 대변인 입으로 한계…연예인 ‘감성적 접근’ 필수

    정책홍보, 대변인 입으로 한계…연예인 ‘감성적 접근’ 필수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이 정부의 정책 홍보 도우미로 맹활약하고 있다. 그동안 공무원 신분인 공보관이나 대변인을 통한 정책 홍보에 치중했던 중앙 부처들이 국민에게 정책을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방안으로 홍보대사에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하고 있는 공직사회의 정책 홍보를 짚어봤다. ●유명인 이미지 통한 감성적 정책홍보  전통적인 정부 정책 홍보 창구는 부처의 ‘입’으로 불리는 대변인이다. 대변인은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0년대 일부 부처에서 운용된 뒤로 공보관이라는 직책으로 통일됐다가, 참여정부 때 다시 대변인이라는 명칭이 부활했다.  과거 공보관과 현재 대변인의 역할은 비슷해 보이지만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큰 변화가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공보관은 과거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던 시절의 정책 전달자의 개념인 반면, 오늘날의 대변인은 정부와 국민이 상호 소통할 수 있는 ‘메신저’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대변인 제도의 부활과 함께 정책 홍보대사라는 개념도 자리잡기 시작했다. 대변인을 통한 소통을 넘어 국민에게 친근하고 익숙한 이미지의 연예인 등을 통해 정책 홍보도 감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2000년대 중반 들어 홍보대사 위촉이 부처마다 유행처럼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면서 “지금은 정책 홍보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 홍보대사는 선망의 대상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듯 현재 중앙부처는 물론 기초지방자치단체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유명인들이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탤런트 한효주는 정부 부처가 ‘효주앓이’에 빠졌다고 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한효주는 지난해 축구선수 박지성, 피겨선수 김연아와 함께 정부의 G20 정상회의 홍보대사로 위촉돼 국내는 물론 국외에도 한국의 이미지와 정상회의 홍보 활동 등을 펼쳤고 통계청의 인구주택 총조사 홍보대사에도 선임됐다. 올해는 지난 3월 모범 납세자로 선정되며 유명인이라면 누구나 탐낸다는 국세청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세청 홍보대사는 평소 방송을 통해 보여지는 이미지를 넘어 성실하고 준법정신이 투철한 이미지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선망의 대상”이라고 귀띔했다.  ‘100년만의 주소 체계 개편’이라는 대형 사업을 추진 중인 행정안전부는 새 주소 홍보대사로 MC 겸 개그맨인 신동엽을 위촉했다.  도로명을 기준으로 한 새 주소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주소 체계로 지번 기준인 현 주소 대신 도로에 이름을 붙여, 도로에 따라 체계적으로 건물 번호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국민들에게는 지번 주소가 익숙한 만큼 충분한 사전 홍보와 안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홍보대사를 위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소체계 개편이 일반 국민에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어 행정 정보를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인물로 신동엽씨를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행안부는 신동엽이 출연한 홍보 영상과 포스터 등을 통해 도로명 주소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확산시키려 애쓰고 있으나 “불편하다.”는 여론이 나오면서 아직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세계에서 통하는 김연아 파워  2018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 홍보대사로 나선 ‘피겨 여왕’ 김연아는 개최지 결정을 50일 앞둔 지난 18일 스위스 로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본부에서 평창 프레젠테이션(PT) 대표로 나섰다. 김연아는 PT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은 아시아 전역 청소년들의 올림픽 염원을 실현시킬 것”이라며 대회 운영과 경기 계획 등을 상세하게 설명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연아의 프레젠테이션 이후 AP 통신은 ‘평창, 여전히 유력’이라는 제목과 함께 “세 번째 도전인 평창이 유치 명분과 비전 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 밖에 김태욱-채시라 부부는 지난 13일 여성가족부의 ‘행복한 가족’ 홍보대사에 선정됐다. 홍보대사로 발탁된 두 사람은 앞으로 어려운 가정을 격려하며 가족가치 확산과 가족 친화 사회 공헌 활동, 다문화 가족 나눔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씨줄날줄] 황혼/허남주 특임논설위원

    1990년대부터 일본 가정에 큰 변화가 시작됐다. 1960~70년대 고도성장시대 ‘일벌레’였던 남편들이 은퇴와 동시에 이혼을 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늙은 남편을 ‘젖은 낙엽’이라 표현했고, 한 일본학자는 황혼이혼을 ‘은퇴남편증후군’이라 명명했다. 황혼의 변화는 우리나라에도 체감된 지 오래다.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부부의 자화상’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한 부부 중 결혼생활 20년 이상인 경우가 27.3%. 이혼 부부 10쌍 중 3쌍이 황혼이혼이라는 것이다. 1990년의 6.6%와 비교하면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철없는 젊은이들이 결혼의 소중함을 모른다거나, 이혼을 쉽게 생각한다는 기존의 상식은 완전히 깨졌다. 한편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0세 이상의 남성 결혼 건수는 1만 8791건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60세 이상의 결혼 건수도 1990년 1570건, 2000년 2010건이었으나 지난해에는 4812건으로 늘어났다. 황혼이혼과 황혼결혼이 늘어나는 것은 오늘날 우리 가정의 한 단면이다. ‘포기할 때도 됐다.’고 황혼이혼을 비난할 수도, 주책이라며 황혼결혼을 비웃을 수도 없는 상황임이 확인됐다. 흔히 ‘여자가 변했다.’고 말한다. 지난 시절의 어머니처럼 참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편의 폭력에도, 무시에도 자식을 위해 참았던 여성들의 이런 변화는 남성들에겐 불편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남편과 자식이 바로 자신의 정체성인 줄 알았던 여성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눈뜨기 시작한 것은 비난할 수도, 되돌릴 수도 없다. 기대수명 83세의 시대에 “한 30년만 더 참고 살라.”고 말할 수도 없다. 물론 여성들이 경제력을 갖기 시작한 것이나 이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점차 달라지고 있는 것도 이런 변화의 한 원인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50대 이후라고 해서 삶의 가치가 낮아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해가 질 무렵, 일순간 하늘과 땅을 붉게 물들이는 황혼의 아름다움처럼 50대 이후의 인생도 얼마든지 아름답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자신을 위해 살겠다는 인간선언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오늘날의 중 년은 인생 100세 시대에 50~60대는 마무리할 때가 아닌 ‘서드 에이지’이자 ‘핫 에이지’임을 알게 된 첫 세대인지 모른다. 오늘은 부부의 날이다. 30년간 희귀병과 투병 중인 동갑의 아내를 극진하게 간병해온 이대일(67)씨는 ‘올해의 부부의 상’ 수상자가 된 소감을 “매 순간 아내를 위해, 그리고 서로를 위해 최선을 다해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허남주 특임논설위원 hhj@seoul.co.kr
  • [열린세상] 번역 유감/이상건 서울대 의학 교수

    [열린세상] 번역 유감/이상건 서울대 의학 교수

    번역 문제까지 겹쳐 시끄러웠던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우여곡절 끝에 통과되었다. 중요한 국제 협약에서 번역 오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단어뿐 아니라 숫자도 틀렸다고 하니 의아하기만 하다. 중간 협상 단계의 문서를 적당히 이용하려다가 벌어진 일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결국 비용을 아끼려다 벌어진 일이란다. 나라의 장래가 걸려 있는 중요한 협상을 어렵게 타결지은 분들이 칭찬과 격려는커녕 질타를 받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세상에 완벽한 번역은 없다고 했다. 맞는 말이지만 이러한 번역에서는 문체는 거칠어도 정확하게 사실이 전달되면 된다. 정말 어려운 것은 해외 저작물의 번역이다. 언어뿐 아니라 그 언어의 배경이 된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는 제대로 된 번역을 할 수 없다. 게다가 우리말로 매끄럽게 풀어내는 솜씨까지 있어야 한다. 그 나라 언어만 안다고 할 수 있는 단순 작업이 아니다. 이런 잘못된 인식 때문에 좋은 번역자에 대한 올바른 대접도 안 되고 있다. 최근에 국내 저술의 출간이 상대적으로 줄고 해외 저작물의 번역은 홍수를 이루고 있다. 그만큼 일반 독자들이 외국 작품에 접하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번역이 갖는 의미가 더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번역서는 크게 흠잡을 곳이 없다. 오히려 과거보다 많이 개선되었다. 우리 문학 작품을 읽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간혹 만나는 어이없는 번역은 우리 글에도 해가 되지만 독서 의욕마저 잃게 만든다. 심지어는 원본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 여러 사람들에게 분할 번역을 시킨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때도 있다. 그만큼 앞뒤 문장의 특성이 다르고 연결도 매끄럽지 못하다. 작품이 탁월해서이지만 신경숙씨의 작품이 미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는 데에는 원작의 맛을 잘 살린 번역도 상당 부분 기여했을 것이다. 재미교포인 번역자가 자주 원작자를 만나고 원작의 느낌을 살리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최근 번역서에는 같은 번역가가 한 작가의 여러 작품을 계속해서 번역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대개 이전 작품에서의 독특한 느낌과 분위기를 잘 살리고 그 작가의 특징적인 문체에 맞는 훌륭한 번역이 나온다. 필자가 생각하는 번역의 단계는 다음과 같다. 제1단계(낮은 단계)는 번역하는 사람이 단어 뜻을 모르거나 다른 뜻으로 이해하여 근본적으로 번역이 틀린 경우이다. 2단계는 번역하는 사람이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단어의 뜻만 연결하여 문장을 만드는 경우다. 3단계는 단어도 적절히 이해하고 문장 흐름도 이해하였으나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여 자꾸 번역문이라는 느낌이 들게 하는 경우이다. 마지막 4단계는 단어, 문장 흐름도 완벽하고 글도 매끄러워 전혀 번역문인지 모르고 몰입하게 만드는 경우다. 예를 들어 ‘Enough is enough.’라는 말은 흔히 좋지 않은 상황이 충분한 기간 동안 방치되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 쓰인다. 이제는 그만해야 한다는 의미다. 가정 폭력의 경우 이 말을 쓴다면 가정 폭력이 만연하고 위험한 수위에 이르러 이제는 무언가 조치를 취할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이렇게 옮기는 번역자는 없겠으나 이를 ‘충분한 것이 충분하다.’, ‘이건 충분하다.’ 정도로 번역한다면 1, 2 단계의 번역이 될 것이다. ‘이건 지나치다.’, ‘이제 참을 만큼 참았다.’라고 한다면 3, 4단계의 번역이라고 할 수 있겠다. 번역의 수준을 더 높이고 독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번역서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신문 등 언론 매체에서는 새로 나오는 책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주로 책의 내용과 저자 소개, 그 책이 갖는 의미를 알려준다. 그런데 해외 저작물의 경우 이것으로 불충분하다. 번역의 수준도 같이 평가되어서 일반 독자들의 알 권리를 높여 주어야 한다. 만일 한 사람의 평가로 부족하다면 책을 많이 보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일반 독자 10명 정도로 구성된 평가단을 만들면 된다. 이러한 작업을 통하여 더 훌륭한 번역과 번역자가 나오기를 기대할 수 있다. 훌륭한 번역을 하는 번역자에게는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 주어야 한다. 그럴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 [주말 영화]

    ●오늘부터 시작이야(EBS 토요일 밤 11시) 다니엘 르페브르는 프랑스 북부의 한 폐광도시에 위치한 유치원에서 원장이자 교사로 헌신적으로 일하는 40대 남성이다. 주민들의 높은 실업률과 낙후된 환경에 늘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던 그에게 경종을 울리는 일이 일어난다. 알코올 중독자인 앙리 부인이 다섯 살 난 딸 래티시아와 갓난아기를 데리고 유치원 운동장에 있던 중 갑자기 쓰러지고, 잠시 후 깨어나서는 아이들을 놔둔 채 도망을 친 것이다. 다니엘은 우여곡절 끝에 이들을 집까지 데려다 주게 된다. 하지만 그곳의 열악한 상태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이를 계기로 부모들의 실업 문제와 그것이 생활환경과 자녀 교육에 미치는 악영향에 경각심을 갖게 된 다니엘은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발벗고 나선다. 그러나 모두들 교육자가 주제넘게 사회복지사 역할을 하려 든다며 핀잔만 준다. 하나같이 복지부동 상태를 고수할 뿐 아니라 기관 간에 전혀 조율이 되지 않고 중구난방식으로 가동되는 사회 시스템에 다니엘은 실망하고 분노하고 만다. ●나의 발리우드 신부(KBS1 토요일 밤 12시 55분) 소설가 지망생, 알렉스는 어느 날 캘리포니아에 휴가를 온 인도 미인, 리나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리나와 몇 번 데이트를 즐기는 동안, 리나는 알렉스에게 마음이 시키는 대로 자신의 운명을 따라 사는 것이 순리라고 말해 준다. 리나 또한 알렉스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인도 가정의 가치와 의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알렉스에게 말 한마디 남기지 않은 채 인도로 돌아가 버린다. 리나가 떠난 후, 그녀를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알렉스는 리나의 말처럼 마음이 시키는 대로 그녀를 찾아 무작정 인도로 향한다. 아는 것은 오로지 ‘리나’라는 이름뿐. 인도에서 만난 릭샤 운전사의 도움으로 리나를 찾은 알렉스는 그녀가 인도의 발리우드에서 초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대스타임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아임 낫 데어(OBS 일요일 밤 11시 15분) 전설적인 포크록 가수 밥 딜런 특유의 시적인 가사를 줄기 삼아 그의 7가지 서로 다른 자아의 이미지와 이야기들을 연달아 진행시키며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렬한 아이콘의 생동감 있는 초상을 완성한다. 음악적 변신으로 비난받는 뮤지션 쥬드(케이트 블란챗), 저항음악으로 사랑받는 포크 가수 잭(크리스찬 베일), 회심한 가스펠 가수 존(크리스찬 베일)이 대중에게 주목받는 뮤지션으로서의 밥 딜런의 실제 삶을 보여준다면, 영화 속 영화에서 잭을 연기하는 배우인 로비(히스 레저)는 밥 딜런이 아니면서도 어딘가 그를 닮은 미묘한 인상을 남긴다. 은퇴한 총잡이 빌리(리처드 기어)와 시인 아서(벤 위쇼). 그리고 음악적 스승 우디는 밥 딜런의 문화적 배경과 영감의 원천을 상징하며 아이덴티티를 농밀하게 완성해내는데….
  • [씨줄날줄] 국민추천포상제/황진선 특임논설위원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경제성장에 온 힘을 기울여 국민소득을 4만 달러로 끌어올려야 할까. 그렇지 않다. 그보다는 사회적 갈등과 양극화를 줄여야 한다. 정직·나눔·배려·공정·법치 같은 가치들을 더 중하게 여겨야 한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이다. 이제 10년도 더 지났지만 미국 연수생활을 떠올릴 때가 있다. 이웃과 더불어 살려는 미국인들 얘기는 잊혀지지 않는다. 미국식 자본주의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나 지금이나 미국이 세계의 강대국으로서 경찰국가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그런 저력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맞벌이에 아이가 둘이나 있는 30대 후반 부부가 회사와 집 일로 쩔쩔매면서도 주말이면 시간을 내서 지역사회의 봉사활동에 나선다는 얘기를 전해듣고는 나 자신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한국교포 2세들의 봉사 얘기도 기억에 남아 있다. 현장에 가 보면 미국의 중·고교생은 보살핌을 받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데 비해 교포 2세들은 물과 기름처럼 따로 논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언어 탓이 아니라 가정에서 봉사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그런 2세들도 한국에 와서 봉사활동을 나가면 아주 잘 어울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한국 학생들이 더 겉돌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미국인들은 자녀를 품에만 안고 있지도 않는다. 미국의 보통 학생들은 대학교에 가면 독립하려고 애쓴다. 적어도 용돈 정도는 스스로 벌어 쓰려고 한다. 결혼하는 자녀에게 집을 사주는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 교포들만이 유독 집을 사주려고 안달한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다. 그러니 지역사회를 둘러보더라도 선조들이 기부한 오래된 건물과 유품들이 자주 눈에 띈다. 자식들에게 재산을 상속하지 않고 사회에 환원하고 기부하는 문화 덕분이다. 행정안전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봉사와 나눔과 기부 활동을 편 사람들에게 상을 주는 국민추천포상제를 활성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된 강지원 변호사는 “남을 돕는 것에 자존감과 행복을 찾는 사람들의 사연이 널리 알려져 작은 선행이라도 서로 칭찬하는 풍토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우리나라도 봉사와 나눔, 기부문화가 생활화돼 물과 기름이 겉돌듯 하지 않고 어우러졌으면 한다. 그래야 모두가 행복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황진선 특임논설위원 jshwang@seoul.co.kr
  • “해마다 200여만명 찾는데… 셋방살이 끝내야죠”

    “해마다 200여만명 찾는데… 셋방살이 끝내야죠”

    “인류의 보편적인 인식에 기반해 다(多)문화와 타(他)문화에 대해 공존할 수 있는 이해를 넓히는 것이 21세기 민속박물관이 해야 할 역할입니다.” 국내 대학(안동대, 중앙대)에 민속학과가 만들어진 지 32년 만에 첫 민속박물관장을 맡은 천진기(49)씨의 취임 일성이다. 안동대 민속학과를 나온 그는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문화재연구소 등을 거쳐 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장으로 재직 중 공모 절차를 통해 지난 6일 관장으로 공식 임명됐다. 몇 안 되는 내부 승진자이자 40대 관장이다. ●“다문화 사회 속 공존의 가치 찾을 것” 9일 13대 관장으로 첫 근무를 시작한 천 관장은 온통 민속학의 미래 가치에 관심이 쏠려 있었다. 마치 ‘준비된 관장’처럼 박물관의 나아갈 길에 대해서도 거침 없고 분명하게 소신을 밝혔다. 그는 “고리타분하게 과거의 추억을 더듬거리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나아갈 길 속에 현재적 의미를 찾는 것이야말로 민속학의 본령”이라며 ‘다문화 사회 속 공존의 가치’를 거듭 강조했다. 천 관장은 “민속학의 의의는 단출하면서도 명쾌하다.”면서 “골동품이나 오래된 것들을 갖다 놓고 연구하는 일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을 성찰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내다보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1세기 한국 사회의 모습이 민속학의 소중한 연구 자료이자 대상이라는 얘기다. 그는 “21세기는 경제 발전, 월드컵 개최 등 한국 역사에서 대단히 의미 있는 시공간”이라면서 “세계인류사적인 축적이 이뤄진 만큼 ‘지금, 여기’가 민속학적 연구의 의미 있는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흔히 과거 추억의 어느 순간, 물건, 사람을 더듬는 것으로 민속학을 국한시키곤 하지만 천 관장이 바라는 민속학은 현재와 미래를 아우른다.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21세기 한국 사회에 대해 각별히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세계 문화와 공존할 수 있는 힘은 다문화 가정, 타문화 사회 구성원과 삶 속에서 어울릴 수 있는 현실에서 나온다.”면서 “전 세계 다양한 문화를 이해, 인정, 포괄하고 그 속에서 우리 문화의 주체성을 확보하는 것이 21세기 민속학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국격에 맞는 민속박물관 지을 때” 천 관장은 “젊은 관장으로서 화통하게 소통하면서 새로운 목표를 향해 함께 맹진하겠다.”는 포부와 함께 “이제 우리 국격에 맞는 국립민속박물관을 지을 때”라는 현실적 목표도 함께 제시했다. 연간 230만명 관람객 중 100만명 이상의 외국인이 찾고 있는 ‘명소’인데도 ‘셋방살이’를 전전하고 있는 현실을 꼬집은 것. 민속박물관은 서울 삼청로 경복궁 안에 있다. 천 관장은 주한미군기지 이전이 확정된 서울 용산이나 충남 행복도시 등을 ‘내집 마련’ 후보지로 노리고 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10대들이 말하는 性 -청소년 성 좌담회] “청소년 성욕 억압만 하지말고 피임 등 다양한 성교육을”

    [10대들이 말하는 性 -청소년 성 좌담회] “청소년 성욕 억압만 하지말고 피임 등 다양한 성교육을”

    요즘의 10대들은 확실히 성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들처럼 성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세대는 일찍이 없었다. 가치 기준이 바로 서지 않은 성 지식은 폭력의 도구가 되기 쉬운 탓이다. 이런 10대의 성 문제를 흔히 ‘주머니를 비집고 나오는 송곳’에 비유한다. 사회적 억압에 일탈로 맞서려는 기형적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이런 문제를 짚기 위해 서울신문이 설립 10주년을 맞은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와 함께 ‘청소년 성(性)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 내내 10대 청소년들은 학교 성교육을 조롱하고, 기성세대의 성 의식을 질타했다. 좌담회는 지난 8일 오후 2시 서울 상수동에 있는 식당 ‘델마’에서 가졌다. 모임에는 ‘청소년 또래 지도자 동아리’의 최진솔(17)양, ‘여성가족부 청소년참여위원’인 김진수(18)군,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운동 활동가’인 매미울적에(가명·17)군,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 활동하는 민다영(18)양, ‘팬덤(팬문화) 활동가’인 방연지(19)양, ‘소녀들의 여성주의 연극모임 피쒸어터’에서 활동하는 푸르른(가명·18)양 등 6명의 10대들이 참석했다. ●“순결사탕을 아세요?” 민다영(이하 민) ‘순결사탕’을 아세요? (다들 모른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순결사탕을 먹으면 순결해야 한다는 건데, (일동 ‘어우.’) 그게 여자한테만 강요돼서 난리 난 적이 있었어요. 여성, 그것도 청소년에게만 강요하는 게 기분 나빴어요. 그래, 키스는 되고 섹스는 안 된다는 그런 기준이 불쾌하죠. 어른들 보기에 예뻐 보이는 연애만 강요하는 거죠. 청소년들도 성욕이 있는데 말이에요. 매미울적에(이하 매) 어른들도 청소년에게 왕성한 성욕이 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건전한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고만 말하죠. 푸르른(이하 푸) (성욕쯤이야) 운동하면 풀린다고만 하고요. (일동 웃음) 방연지(이하 방) 10대나 20대나 다를 건 없잖아요. 사랑하면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데 10대라는 이유만으로 막는 건 말이 안 돼요. 해만 바뀌면 10대에서 바로 20대가 되는데, 그러면 다 된다는 건지…. 최진솔(이하 최) 저는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라 친구들이 자주 제게 묻곤 해요. 그럴 때마다 제가 ‘대놓고 물어보지 그랬어.’라고 하면 친구는 ‘좀(그러지 좀 마라.)….’이라며 쑥스러워하고 그래요. 푸 야동이라는 것도 제대로 된 성 지식을 갖고 보면 괜찮은데, 10대들이 이것만 보고 (성을) 배우는 게 문제죠. 김진수(이하 김) 야동이란 말 자체가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것 같아요. 야한 게 나쁜 거라는…. 민 저는 멜로영화의 섹스신이 예뻐 보여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주위에서는 이상하다고들 해요. 여자가 성에 대해 이야기하면 이상하고, 남자가 그러면 영웅시하는 건 심각한 차별 의식 아닐까요. 푸 그렇잖아요? 여자가 섹스 많이 하면 ‘걸레’라고 하고, 남자가 많이 하면 ‘와.’ 하는 풍토 같은 거요. 최 자위도 그런 것 같아요. 여자가 자위를 하면 남자들은 ‘(여자가) 자위를 어떻게 해?’ 막 이러잖아요. 여자 자위에 대해 다들 좀 무지해요. 여자들끼리도 그런 말 하기를 꺼리기도 하고…. 민 10대들은 연애에 제약이 있고, 그 때문에 (성욕 문제를) 풀 수 없으니 아이돌에 빠지는 것 아닐까요. 방 그래서 팬픽(‘팬 픽션’의 줄임말. 연예인을 등장인물로 가공한 소설)이 등장한 거죠. 자기가 원하는 연애를 팬픽을 통해 구현하는 거지요. 최 저도 팬픽 몇 편 읽어 봤어요. 동방신기 팬픽이었는데 무조건 다 섹스로 직결되는 게 좀 그랬어요. 추천작을 보면 다 야한 얘기들뿐이고 해서 거부감이 들더군요. 민 팬픽을 보면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성에 대한 환상을 갖게 될 것도 같더군요. 방 주변에 ‘나도 팬픽의 주인공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하고 말하는 애들도 없지 않아요. ●“짧은 옷이 성폭행 유발?” 방 ‘2004년 밀양 성폭행 사건’ 생각나요. 그때 가해 남학생들은 학교 졸업해서 잘 사는데 피해 여학생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며 전학도 안 되고 해서 대인기피증까지 생겼죠. 마을 사람들도 ‘남자애가 무슨 잘못이야? 여자애가 꼬셨겠지.’ 이러는데, 충격이었어요. 민 지하철 성폭력 예방법을 보면 치마를 입을 경우엔 가방으로 가리라고 해요. 왜 그 책임을 여자에게 떠넘기죠? 성욕을 풀 대상은 여자여야 한다고 말하는 성매매자들 얘기도 이해가 안 되고, 짧은 옷 입지 말라는 성폭력 문구도 그렇고…. 방 맞아요. 일상 속의 성희롱이 심각해요. 고등학교 때 친구가 계단 올라가는데 남자애들이 친구 다리를 보고 “마스터베이션 하고 싶다.” 이래서 여자애 완전 충격받은 적도 있어요. 민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어떤 선생님이 “너네 공부 안 해도 돼. 다 내 첩 하면 되니까.” 이러는데, 농담이라도 할 소리가 아니지요. 일상적으로 그런 일들이 많아요. ●“어른들은 숨기는 게 너무 많아요.” 푸 학교에서는 교육이랍시고 맨날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이야기만 하고…. 차라리 콘돔 사용법을 가르치거나 학교에서 콘돔 나눠 주는 게 나을 거예요. (모두 웃음) 애들은 (성관계를) 하고 있는데…. 전 개인적으로 콘돔 가지고 다니는 애들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준비성 있잖아요. 민 학교 다니면서 임신을 하면, 아이 낳고 학교를 다닐 수 없는 환경이니까 원치 않는 임신을 하지 않도록 피임 교육을 강화하면 좋겠는데, 그런 실질적인 교육은 안 하면서 순결 교육만 하고…. 사실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방 가정에서부터 잘 가르쳐야 하는데 엄마 아빠는 부끄러워하잖아요. 우리 부모님은 잘 이야기해 주시는데 내가 친구들한테 부모님이 이런 얘기 했다고 하면 다들 놀라요. 이게 왜 놀랄 일인지…. 학교에서 안 가르쳐 주면 가정에서라도 가르쳐 줘야 하잖아요. 방 특히 실생활에 유용하고 활용 가능한 것을 많이 알려 줬으면 해요. (다들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림.) 푸 그런 점에서는 기성세대가 숨기는 게 많은 것 같아요. ●“상담센터 안 찾게 학교 성교육 강화” 민 저는 성 상담이 필요한 상황을 웃긴다고 생각했어요. 일상에서 풀 수 있어야 하고, 다니는 학교에서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데 따로 상담센터를 찾아야 하는 게 웃기잖아요. 김 싸이클럽처럼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곳에 성 상담 클럽 같은 것이 있어서 전문가들이 성의 있는 상담을 해줬으면 해요. 푸 정말 우리가 평소에 다루지 못하는 주제를 수업시간에 배웠으면 해요. 다양한 주제, 꼭 필요한 내용을 가르쳐 주시기를 바라요. 매 어떤 약국에서는 청소년들에게 콘돔을 안 판대요. 그렇다면 콘돔을 학교에 비치해 놓으면 어떨까요. 김양진·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CEO 칼럼]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진정한 의미/박환규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CEO 칼럼]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진정한 의미/박환규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추운 겨울날 등산하던 친구 둘이 길을 잃었다. 둘은 길을 찾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등산객 한명을 발견한다. 한 친구는 ‘우리가 죽게 생겼는데 남을 챙길 겨를이 있느냐.’며 홀로 발길을 재촉했고, 다른 친구는 ‘그래도 함께 살아야지.’라며 조난자를 등에 업고 길을 나섰다. 불행히도 앞서 간 친구는 동사했다. 그러나 조난자를 업은 친구는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 가까스로 구조됐다. 극단적인 일화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배려와 나눔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을 알려준다. 비슷한 의미의 아프리카 속담도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 하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최근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가 ‘상생’이다.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두가 함께 잘살아 보자는 이야기다. 지역 간 격차 해소, 노사 화합,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성장 등이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기업의 입장에서 상생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그 핵심이 사회공헌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이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기업에 지속가능 경영의 기회를 열어주기도 한다. 최근 나눔문화가 확산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사회공헌 활동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행한 ‘2009년 사회공헌백서’에 따르면 2009년 주요 기업들의 사회공헌지출 비용은 2008년에 비해 22.8% 증가한 2조 6517억원에 달했다. 각 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에 많은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국민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에 사회공헌 활동의 중요성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공기업은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다. 그 책임을 완수할 수 있는 핵심가치가 바로 사회공헌인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지식경제부와 함께 가스시설 취약계층, 국민기초생활수급자 9만여 가구와 사회복지시설 3300여곳에 159억원을 투입해 가스시설 무료 개선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안전 사각지대를 살핌으로써 국가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소외감을 해소하겠다는 두 가지 목적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 공사 이전 대상 지역인 충북 음성·진천 지역, 경남 거제 다포마을 등과 자매결연을 맺어 1사1촌 농촌사랑 봉사활동을 해마다 실시하고 있다. 또 ‘워밍업 코리아’라는 독자적인 사회공헌 브랜드를 만들어 전국을 돌며 꾸준히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천사축제를 열어 장애아동, 다문화가정 아동 등이 함께하는 어울림의 장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이제 기업들은 사회공헌 활동의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 성장을 고민해야 한다. 사회공헌 활동은 단순히 기업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기업과 수혜자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단발성 이벤트로 그칠 게 아니라 꾸준하게 이어질 필요가 있다. 더불어 진정성을 갖고 실천해야 한다. 사회공헌 활동은 단순히 금전을 떠나 기관의 재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며, 마음의 교감이 있어야 한다. 석가모니의 가르침 중 ‘무재칠시’(無財七施)라는 게 있다. 무재칠시는 재물이 없더라도 남에게 베풀 수 있는 7가지를 말한다. 자비로운 얼굴로 대하기(和顔施), 좋은 말로 대하기(言施),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기(心施), 호의적인 눈빛으로 대하기(眼施), 일로써 도와주기(身施), 자리를 내어주기(座施), 나그네에게 잠자리를 마련해주기(房舍施)다. 사회공헌 문화의 정착을 위해 우리가 꼭 명심해야 할 고사가 아닐까 싶다. 단지 불쌍한 사람을 금전적으로 돕는다는 식이 아니라 진실된 마음을 갖고 지속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실천했을 때 비로소 사회공헌, 진정한 의미의 상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제자 지휘에 맞춰 연주하고 싶다”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제자 지휘에 맞춰 연주하고 싶다”

    라트비아의 유대인 가정에서 2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음악을 사랑했던 부모는 큰딸에게 피아노를, 큰아들에게는 바이올린을 가르쳤다. 두 자녀에게 음악을 가르쳤기 때문에 막내까지 시킬 생각은 없었다. 때문에 여덟 살이 돼서야 비로소 첼로와 만났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음악원에서 기본기를 익힌 소년은 1965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6위에 입상한다. 그를 눈여겨 본 첼로 거장 므스티슬라프 로스토포비치(1927~2007)가 소년을 모스크바음악원으로 데려간다. 활을 처음 잡은 순간부터 우상으로 여긴 로스트로포비치에게 발탁됐으니 꿈을 이룬 셈. ●노동수용소·정신병원 감금 후 이스라엘 망명 하지만 운명은 그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1969년 누이와 가족들이 이스라엘로 망명한 탓에 이듬해 노동수용소에 감금된 것. 18개월 뒤 풀려났지만, 2개월 동안 정신병원에 또 수용됐다. 1972년 출국 허가가 내려지자 미련없이 이스라엘로 망명, 비로소 그의 재능을 꽃 피웠다. 첼리스트 가운데 요요마와 더불어 확실한 ‘흥행 카드’로 꼽히는 미샤 마이스키(63)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큰 파도를 일찌감치 겪었다. 그래서일까. 그의 연주는 고막이 아닌 가슴을 두드린다. 마이스키는 “당연히 힘든 경험이었지만, 콘서바토리(음악원)에서 받은 디플로마(학위)보다 가치 있는 배움이자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첼리스트 장한나(29)의 스승으로, 트레이드 마크인 곱슬머리로도 친숙한 마이스키가 딸 릴리(24·피아노), 아들 사샤(22·바이올린)와 함께 오는 12~16일(13일 제외) 내한공연을 갖는다. 12일 대구를 시작으로 14일 군포, 15일 서울, 16일 청주에서다. 마이스키를 이메일로 먼저 만났다. ●“한나 처음 본 순간 아직도 생생” 마이스키는 “아이들과 함께 음악을 하는 게 언제나 꿈이었다.”면서 “릴리와는 6년 이상 함께 연주했고 최근에는 처음으로 도이치그라모폰에서 음반을 녹음했는데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 사샤와는 3~4차례 연주를 함께 했는데 한국에서는 처음”이라고 전했다. 릴리와 사샤는 첫 결혼에서 얻은 자녀다. 여섯 살, 세 살짜리 아들을 더 둔 마이스키는 “네 명의 아이들과 다 함께 무대에 서는 게 꿈”이라고 한다. 마이스키는 장한나가 아홉 살 때부터 인연을 이어왔다. 그는 “처음 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면서 “장한나 아버지로부터 (한나가 첼로를 켜는) 비디오테이프를 받았는데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재능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이제 지휘까지 하는 모습을 보니 그녀의 재능에 또 한번 찬사를 보내고 싶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지휘자로서의) 그녀와 함께 연주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미 ‘그리운 금강산’과 ‘청산에 살리라’ 등 한국 가곡들을 녹음한 마이스키는 “더 많은 한국 가곡을 앨범에 담고 싶다.”면서 “다른 곡들을 좀 더 찾아봐야겠다.”라고 말했다. 음악적 목표를 물어 보았다. “심플하다. 모든 연주에 감사하고, 훌륭한 연주로 전 세계의 많은 관객과 소통하고 음악으로 보답하고 싶다. 또한, 아이들과 함께 연주하며 발전하고 싶다.” 내한공연에서 마이스키 패밀리는 베토벤 첼로 소나타 3번,브람스 피아노 트리오 1번, 사라사테의 스페인 춤곡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02)599-5743.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독거노인 사랑잇기] ‘독거’ 낳는 황혼이혼 작년 3만3200건… 10년새 2배

    [독거노인 사랑잇기] ‘독거’ 낳는 황혼이혼 작년 3만3200건… 10년새 2배

    “늘그막이지만 남편(아내)과 헤어져 편안하게 살겠다.” 노후에 따뜻하게 서로를 보듬고 살아야 할 많은 노년 부부들이 갈라서고 있다. 30대 이하 젊은 층의 이혼 건수는 줄어드는 데 반해 황혼이혼은 해마다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노년 부부들의 극단적인 선택은 지금도 수백만명에 달하는 독거노인을 더욱 빠르게 늘리는 결과를 낳아 향후 중요한 사회문제로 부각될 전망이다. 이혼을 개인의 문제라고 치부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황혼이혼 문제는 곧 닥칠 베이비부머 은퇴시점과 맞물려 점점 더 빨리 굴러가는 거대한 수레바퀴로 변하고 있다. 8일 통계청의 ‘2010년 이혼통계’ 자료에 따르면 50세 이상 남성의 이혼 건수는 2000년 1만 5500건에서 지난해 3만 3200건으로 10년만에 두배 넘게 늘어났다. 이혼 남성 가운데 50세 이상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13%에서 28.3%로 높아졌다. 여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50세 이상 여성의 이혼 건수는 같은 기간 7500건에서 2만 900건으로 늘어났고, 전체 여성 이혼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3%에서 17.8%로 3배 가까이 높아졌다. 남녀 모두 50세 이상 이혼 건수는 2004~2005년 소폭 감소했다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2009년과 지난해 이혼 건수를 비교하면 모든 연령대 중에서 50대 이상 부부만 유일하게 이혼 건수가 증가했다. 황혼이혼이 늘어나면서 평균 이혼연령도 급상승했다. 2000년 평균 이혼연령은 남성이 40.1세, 여성이 36.5세였지만 지난해는 남성이 45세, 여성은 41.1세였다. 중년 이상 부부가 이혼하는 이유는 비교적 다양하지만 최근에는 실직 등의 경제적인 이유로 인한 마찰이 중요한 원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지난해 상담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60대 이상 여성이 호소한 이혼사유는 민법 제840조 6호(기타사유), 1호(외도), 3호(폭력)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6호 사유 가운데는 ‘경제적인 갈등’이 가장 많았고 ‘불신’과 ‘주벽’(酒癖)이 뒤를 이었다. 2009년 6호 사유로 60세 이상 여성이 상담한 건수는 총 70건으로 전체 60세 이상 여성 상담건수의 32.9%를 차지했다. 지난해는 96건(37.8%)으로 급증했다. 상담소 측은 “남성들은 경기침체로 인한 조기퇴직과 사업실패에 불안감을 호소하면서 아내가 전업주부로만 살고 있는 것에 불만을 표시하고, 여성은 남편이 구직 의욕 자체를 상실한 채 음주 등에 몰두하고 어떤 일도 하지 않는 불성실한 태도에 불만감이 크다고 호소한다.”고 설명했다.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점차 완화되고, 핵가족화로 인해 남성 중심의 가족문화가 점차 희석되면서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이혼을 고려하는 여성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과거에는 여성들이 주변의 부정적인 눈길 때문에 다소 갈등이 있어도 참고 살았다면 최근에는 “아이만 다 키우면 이혼해서 혼자 사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자녀들이 부모의 이혼을 오히려 지지하거나 여성이 남편에게 의지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황혼이혼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미영 한국노인상담연구소 상담사는 “과거에는 여성이 약자로 살아야 했기 때문에 할아버지가 고압적인 태도를 보여도 ‘참고 살아야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바뀌어서 주변에서 황혼이혼에 대해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많지 않고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독립이 가능한 분들이 많아 심각하게 이혼에 대해 상담하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전문가들은 특별한 사회적인 변화가 없다면 가까운 미래에 황혼이혼이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 중심에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있다. 노년 부부의 갈등은 역설적으로 남편과 아내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촉발되는 경우가 많다. 인생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낸 남편들은 갑자기 아내와 함께 지내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아내도 마찬가지다. 노년에 서로 마주치지 않기 위해 각방을 쓰거나 심하면 대화를 전혀 하지 않고 쪽지로 의사소통하는 부부도 있다. 남편의 ‘일 중심의 이데올로기’와 아내의 ‘가정 중심의 이데올로기’가 노년이 되면서 서로 충돌하는 것이다. 해방 이후 남성의 직장 정년은 소폭 늘어나거나 오히려 줄어들었지만 의술의 발달로 수명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남편과 아내가 노후에 함께할 시간은 크게 늘어났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자)인 중년 남성들이 아내와 함께 지내야 하는 시간은 그만큼 많아질 수밖에 없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성은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고 생각하는 반면 아내와 아이들은 돈만 벌어주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평가한다.”면서 “대부분의 가장들이 은퇴 이후에 심각한 위기를 겪게 된다.”고 지적했다. 중·노년 부부의 이혼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유럽 등 서구권에서는 결혼 7년 이내에 이혼하는 비율이 가장 많다. 서구권 국가의 부부들은 서로의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바로 이혼하는데 반해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참고 산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는 종전 세대인 ‘단카이 세대’의 이혼이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1947~49년 사이에 출생한 1차 베이비붐 세대를 뜻하는 단카이 세대는 은퇴 이후 황혼이혼이라는 새로운 현상을 이끌었다. 1960~70년대에 ‘일벌레’처럼 뛰어 일본 고도 성장기를 이끌어 냈지만 은퇴 후 가정에서는 오히려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남편의 심정을 표현한 각종 서적이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늘어나는 황혼이혼을 막으려면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를 변화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일과 가정이 따로 움직이는 현재의 상태에서는 황혼이혼이 늘어나는 추세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함 교수는 “황혼이혼을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면서 “유럽과 같이 일에 목숨 거는 사회가 아닌 가정에도 균형 있게 가치를 두는, 전 사회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이순우 우리은행장 취임 40일 ‘고객 제일·현장경영’ 강조

    이순우 우리은행장 취임 40일 ‘고객 제일·현장경영’ 강조

    “체력이 허락하는 한 고객을 직접 찾아 뵙겠습니다. 기업가치 1등 은행을 만들겠습니다.” 취임 40일째를 맞은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2일 “고객 제일·현장경영”을 거듭 강조했다. 이 행장은 서울 회현동 본점 강당에 지점장·영업본부장 600여명이 모여 열린 월례조회 성격의 ‘CEO 경영FOCUS’에서 “취임 뒤 주요 고객을 찾아 뵙고 짬짬이 영업점 직원을 만나 점심을 먹으며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며 결과물로 10개 혁신방안을 선보였다. ●10대 혁신방안 선보여 혁신방안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본점 사업부서 권한이던 금리결정권의 많은 부분을 일선 영업점으로 넘기기로 했다. 지점장의 금리결정 재량권을 확대, 본점 승인 없이 지점장이 전결금리를 초과해 특별 우대금리를 제공할 수 있게 했다. 우리은행은 또 영업점 근무를 선호할 수 있도록 본부 인원을 줄이고 영업점 근무 경력에 가중치를 두는 인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점주나 영업점 특성을 반영해 지점 배치도 차별화할 계획이다. 이 행장은 “우량고객 유치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변화의 이유를 설명했다. ‘우량고객 유치’는 이 행장이 꼽은 올해 목표와도 일치한다. 그는 “올해는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부실자산을 확실히 털어내고, 더욱 더 우량고객 위주로 자산을 늘려야 한다.”면서 “민영화를 앞두고 기업가치 1등은행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중은행의 영업경쟁 구도가 ‘양’에서 ‘질’로 옮겨가는 추세를 반영한 행보로 풀이된다. ●PF대출 등 건전성 관리 지적도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우리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5075억원. 이와 관련, 이 행장은 “매우 흡족하지는 않으나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면서 “외환실적과 방카슈랑스 등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탄력을 받아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어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 한계기업의 부실 가능성이 더 커지는 만큼 건전성 관리가 각별히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 행장은 아침회의 석상에서 명패를 없애고, 연차에 관계 없이 영업담당 임원을 옆자리에 배석시키는 등 세세한 부분에서도 영업력 강화에 신경쓰고 있다고 이 은행 관계자는 전했다. 경영FOCUS 회의 석상에서도 이 행장은 “올해는 연수 관련 교육·훈련 예산을 대폭적으로 늘려 직무별 핵심전문인력을 키우는 데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가정의 달을 맞아 은행에서만 칭송받지 말고 가정에서도 1등아빠·1등엄마 소리를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며 취임 뒤 처음 가진 경영FOCUS를 마무리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기고] 일과 가정을 위한 시간 재분배/고선주 중앙 건강가정지원 센터장

    [기고] 일과 가정을 위한 시간 재분배/고선주 중앙 건강가정지원 센터장

    우리나라 임금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2074시간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이 1776시간, 일본이 1733시간, 프랑스가 1468시간이라고 하니 우리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일을 위해 쓰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근로시간당 노동생산성은 최하위 수준이다. 일 중심으로 생활하는 것만큼 성과가 나는 것 같지는 않다. 거기에 은퇴 뒤 법적 퇴직 연령 60세가 지난 후에도 11.2년을 더 일한다고 한다. 결국 우리는 매일매일 아주 오랜 시간을 일하면서 평생을 그저 일 중심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의 조건으로 일과 가정에서의 성공과 화목을 쉽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우리는 실제로는 가족보다는 일을 위한 시간에 대부분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일에서의 성공을 보장받으려면 일에 대한 열정과 능력을 보여야 하듯이 가정에서의 성공을 기대하려면 가족에 대한 관심과 실제 시간 투자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회원국 중 한국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최저 수준이다. 가족의 행복을 꿈꾸기 위해 해야 하는 우선 과제가 무엇인가를 분명히 보여 준다. 일과 가정을 위한 시간을 적절히 배분해야 할 일이다. 일하는 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의미는 역으로 우리가 가정을 위해 가장 적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우리는 마음으로는 가족의 가치가 소중하다고 여기면서 가족을 위한 시간 투자는 가장 인색한 셈이다. 가족을 위한 시간 투자는 다음 두 가지 기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즉 가사나 육아 같은 가족을 영위하기 위한 노동으로서의 시간과 가족이 소통하고 함께 참여하는 관계 향상을 위한 시간이다. 가족이 기능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노동시간만 있으면 가능하지만, 가족이 행복을 경험하려면 노동시간이 선행된 이후 관계 향상을 위한 시간까지 투자돼야 한다. 따라서 가족 시간의 배분은 우선 노동시간을 먼저 확보한 연후에 관계 향상을 위한 시간 투자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조정돼야 한다. 가족 시간을 조정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먼저 노동을 위한 시간의 총량을 계산해 보도록 하자. 가사와 육아를 위한 총노동시간을 부부를 포함한 전 가족원이 어떻게 담당할지 배분하는 것이다. 한국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하루에 50분도 되지 않고 여성의 경우 3배가 넘는다니 이에 대한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노동시간은 한 사람만 투자해도 가능한 것이므로 전체 총량을 놓고 참여할 수 있는 가족원의 시간과 시기를 파악한 후에 이를 적절히 배분할 필요가 있다. 시간 공유는 단순히 동일한 공간 내에서 같은 행위를 하며 존재한다는 뜻이 아니라 가족원들 간에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의미다. 식사 준비를 한 사람이 전담할 때는 노동이지만 함께 나누면서 준비하면 관계 향상의 시간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하루에 3분만 가족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하루에 30분만 서로의 감정을 언어로 소통해 보도록 하자. 가정 내에서 노동시간을 함께 나누고 시간을 공유한다면 어느새 우리 가정 안에 자리 잡고 있는 행복이란 단어를 쉽게 찾게 될 것이다.
  • 울릉도에 배치될 2300t급 차기 호위함은…

    울릉도에 배치될 2300t급 차기 호위함은…

    정부가 2300t급 차기 호위함(조감도)을 울릉도에 배치키로 한 것은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과 잠수함을 이용한 북한의 침투에 군이 직접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정부는 독도에 경찰을 상주시켜 우리 영토임을 천명해 왔다. 하지만 일본의 영유권 주장이 수그러들지 않자 독도에 인접한 울릉도에 군함을 배치해 독도 영유권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7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김황식 국무총리가 “독도에 군부대 주둔을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밝힌 것과 같은 취지다. 독도와 인접한 울릉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해부터 힘을 얻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해군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정미경 의원은 “독도 해역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우리는 일본 함정이 도착한 뒤 한 시간이 넘어서야 독도에 나타나는 셈”이라면서 “울릉도에 해군 전진기지를 건설하면 1시간35분 이내에 대응이 가능한 만큼 국방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군이 돌발 상황을 가정해 실험한 시뮬레이션에서 우리 군은 일본보다 1시간가량 늦게 독도 해역에 도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릉도 사동항의 경우 군함이 정박할 수 없어 가장 가까운 경북 울진 죽변항이나 동해항에서 해군 함정이 출발하면 4시간 이상 소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은 오키섬에서는 2시간 50분, 시마네현 에토모항에서는 3시간 18분 등 우리 해군보다 1시간 이상 빨리 도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의 배치가 가시화되고 있지만 군은 차기 호위함의 울릉도 배치에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군함 배치가 오히려 일본이 원했던 분쟁수역화의 첫 단계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렇다 보니 군은 ‘배치’보다는 ‘거점’이란 표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작전을 위한 거점 항만으로 울릉도를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울릉도 사동항을 작전을 위한 전진 항만으로 이용할 계획으로 (호위함) 배치라는 개념보다는 거점으로 활용하는 개념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현재 현대중공업에서 건조 중인 차기 호위함은 구형 호위함(FF)과 초계함(PCC)을 대체하는 전력으로 2300t급과 2500t급 두 종류가 건조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2300t급이 사동항에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부터 건조가 시작된 차기호위함은 대함유도탄과 대잠무기, 함포 등을 기본으로 장착하고 유도탄 방어무기까지 탑재할 예정이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울릉도 차기호위함 배치 검토

    울릉도 차기호위함 배치 검토

    정부가 내년부터 2018년까지 해군에 전력화되는 2300t급 차기 호위함(FFX)을 울릉도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 정부가 군함 배치를 통해 영토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19일 “차기 호위함은 동·서·남해에서 경계임무를 수행하는 한편 독도 인근을 경계하는 초계함과 기동전단을 보호하게 될 것”이라며 “울릉도의 항만 확장 공사가 끝난 이후 울릉도를 모항으로 하는 호위함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울릉도와 독도 인근 해역을 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의 움직임이 있는 데다 언제든 영토권을 위협받을 수 있는 만큼 울릉도를 모항으로 하는 호위함 배치 필요성이 높게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에서 건조 중인 호위함은 다음 주 1번함이 진수식을 가진 뒤 내년부터 2018년까지 모두 24척이 해군에 인도된다. 대부분의 호위함은 1·2·3함대에 나눠 배치되며, 정부는 일부 호위함을 울릉도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2011년도 업무계획’에서 올해부터 울릉도와 연평도, 백령도 등에 5000t급 함정이 정박할 수 있는 규모로 부두시설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울릉도 사동항의 대형 접안시설 공사를 이르면 내년 말 시작해 오는 2017년까지 확장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울릉도에 배치될 2300t급 차기 호위함은… 대잠무기에 유도탄 방어무기도 탑재 정부가 2300t급 차기 호위함(조감도)을 울릉도에 배치키로 한 것은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과 잠수함을 이용한 북한의 침투에 군이 직접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정부는 독도에 경찰을 상주시켜 우리 영토임을 천명해 왔다. 하지만 일본의 영유권 주장이 수그러들지 않자 독도에 인접한 울릉도에 군함을 배치해 독도 영유권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7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김황식 국무총리가 “독도에 군부대 주둔을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밝힌 것과 같은 취지다. 독도와 인접한 울릉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해부터 힘을 얻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해군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정미경 의원은 “독도 해역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우리는 일본 함정이 도착한 뒤 한 시간이 넘어서야 독도에 나타나는 셈”이라면서 “울릉도에 해군 전진기지를 건설하면 1시간35분 이내에 대응이 가능한 만큼 국방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군이 돌발 상황을 가정해 실험한 시뮬레이션에서 우리 군은 일본보다 1시간가량 늦게 독도 해역에 도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릉도 사동항의 경우 군함이 정박할 수 없어 가장 가까운 경북 울진 죽변항이나 동해항에서 해군 함정이 출발하면 4시간 이상 소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은 오키섬에서는 2시간 50분, 시마네현 에토모항에서는 3시간 18분 등 우리 해군보다 1시간 이상 빨리 도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의 배치가 가시화되고 있지만 군은 차기 호위함의 울릉도 배치에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군함 배치가 오히려 일본이 원했던 분쟁수역화의 첫 단계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렇다 보니 군은 ‘배치’보다는 ‘거점’이란 표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작전을 위한 거점 항만으로 울릉도를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울릉도 사동항을 작전을 위한 전진 항만으로 이용할 계획으로 (호위함) 배치라는 개념보다는 거점으로 활용하는 개념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현재 현대중공업에서 건조 중인 차기 호위함은 구형 호위함(FF)과 초계함(PCC)을 대체하는 전력으로 2300t급과 2500t급 두 종류가 건조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2300t급이 사동항에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부터 건조가 시작된 차기호위함은 대함유도탄과 대잠무기, 함포 등을 기본으로 장착하고 유도탄 방어무기까지 탑재할 예정이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외규장각도서귀환하던날] 鄭문화 “다시 돌려주는 일 없다”

    [외규장각도서귀환하던날] 鄭문화 “다시 돌려주는 일 없다”

    “조선왕실의궤 귀환은 실질적인 환수다. 다시 (국외로) 나가는 일은 없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4일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년 단위 갱신에 대해 걱정하는데, 주권국가로서 (다시 돌려주는)그런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 장관은 7월 19일부터 일반에도 공개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5년 단위 갱신은 어떻게 진행되나. 예외 조항은 있나. -자동 갱신이 된다. 이것은 실질적인 환수다. →문화재로서 어떤 가치와 의미가 있나. -(국내에 있는 조선왕실의궤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이미 등재돼 있는 만큼 외규장각 의궤도 그만한 가치가 매우 높다. 다만 학술적 조사는 추후 좀 더 필요하다. →5년 뒤 프랑스가 돌려달라고 하면 어떻게 할 건가. -주권국가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합의문 제8조에 모든 갈등은 당사자 간 협의 또는 협상을 통해 해결한다고 되어 있지 않나. 가정을 전제로 답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활용은 어떻게 하나. 이에 관한 제약도 합의문에 있나. -전혀 문제 없다. 7월 19일~9월 18일 중앙박물관에서 1차 전시를 하고, 반응과 상황을 봐서 전국 순회 전시도 추진하겠다. 원래 있었던 (인천) 강화도 전시도 고려하겠다. →일본에서 환수키로 한 조선왕실의궤 등 1205권은 예정대로 돌아오나. -5월 중 환수할 예정이었으나 대지진 여파로 전혀 진척되고 있지 않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외국정부·기업, 한국시장서 채권발행 길 열려”

    “외국정부·기업, 한국시장서 채권발행 길 열려”

    “우리나라가 아시아 금융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초석을 놓았다고 자부합니다.” 국제 신용평가 시장은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의 전유물이었다. 이들의 판단에 국제 금융시장이 좌지우지됐다. 우리나라도 그 한마디에 울고 웃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글로벌 신평사에 국제적인 비판이 쏠리고 있다. 선진국에 편향됐던 평가가 빗나가는 일이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토종 신평사인 한신정평가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정부 신용등급 평가를 시작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말레이시아·태국·인도네시아·필리핀·브라질 정부에 대한 신용을 평가해 등급을 발표한 것이다. 글로벌 3대 신평사 체제로부터의 독립 선언을 한 셈이다. 그 중심에 있는 이용희(61) 한신정평가 대표이사 부회장을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났다. →이번 평가 작업이 갖는 의미는. -세계적으로 정부 신용평가를 하고 있는 곳은 무디스, S&P(이상 미국), 피치(영국), R&I, JCR(이상 일본), 다궁(중국)밖에 없다. 우리가 우리 힘으로 정부 신용평가를 시작했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 국제 금융시장에 보다 다양한 의견이 제공돼 시장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 경제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외국 정부와 기업들이 한국에서 국채나 회사채를 발행하려면 우리 정부가 인정하는 신평사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동안 외국 정부나 기업이 한국 시장에서 국채나 회사채를 발행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으나, 이제 길이 열린 셈이다. 국외로 투자 대상을 확대하고 있는 우리 투자자들에게 질 높은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외국 정부와 기업들에 한국 시장에 뛰어들 통로를 만들어 줬다. 한국이 아시아 금융 허브로 가는 지름길은 외국 투자가들이 한국 시장에 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초석을 놓았다고 자부한다. →신용등급 평가 제안에 외국 정부들이 적극적이었나. -놀랄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우선 3대 글로벌 신평사들에 대한 불만이 누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글로벌 3대 신평사들이 금융위기를 거치며 비난을 많이 받았다. 높은 등급을 줬던 유럽의 포르투갈, 그리스, 이탈리아, 아일랜드가 부도 위기에 빠졌다. 반면 낮은 등급을 받았던 이머징 마켓들은 아무 문제 없이 호황을 누렸다. 글로벌 신평사들의 시각이 잘못된 게 아니냐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제안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또 한국 경제와 금융 시장의 국제적인 영향력이 커지고 성숙해진 상황도 한몫했다. →해외 경제 인사들을 만나며 느낀 점은. -외국 정부 재경부 장관이나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두 자기 나라의 미래와 비전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짧은 시간에 고도 성장을 이루고 외환위기도 빨리 극복했다며 부럽다는 반응이 많았다. 대한민국의 위상이 안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아 자부심을 느꼈다. 우리 문화와 스포츠 분야가 세계 무대에서 대단한 활약을 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금융시장도 그만큼 성장했다. 우선 아시아에서, 나아가 전 세계에서 마켓 리더가 돼야 한다. →정부 신용평가에 대한 향후 계획은. -국내 기관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지역이 이머징 마켓이기 때문에 이를 중심으로 먼저 평가를 이어 나갈 계획이다. 올해 안에 5~6곳을 추가로 평가한다. 10년 안에 40여개국까지 확대하는 게 목표다. 궁극적으로는 무디스 같은 글로벌 신평사와 경쟁하는 것이 목표다. →정부나 기업 평가 못지않게 개인 신용 문제도 중요할 것 같은데. -물론이다. 외환위기 이후 신용사회가 정착되며 개인신용 관리의 중요성이 커졌다. 금융 소비자들은 신용카드 거래, 은행 대출, 백화점 거래 등 자신의 모든 금융 정보가 종합관리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평생 건강 관리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용 관리를 해야 한다. 일단 세 가지부터 실천해야 한다. 카드 연체를 주의하고, 보증을 서지 말고, 충동구매를 자제해야 한다. 특히 신용이 좋을 때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오랫동안 머물렀던 공직을 떠날 당시 아쉬운 점은 없었는지. -어쩔 수 없이 떠났지만 섭섭하기는 했다. 허전하기도 하고…. 이후 백수 생활도 겪어 보고 민간 쪽에서 일하며 세상을 많이 배우게 됐다. 공직에 있을 때 바라보는 세상과 이쪽에서 바라보는 세상이 다르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는다. 공직에 있을 때는 선과 정의, 명분을 찾았지만, 이곳은 모든 가치가 이익으로 통하고 이익이 모든 것을 정당화하는 정글이다. 요즘은 더 늦기 전에 세상에 나온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성공한 관료 출신 CEO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CEO로서 강조하는 지점은 무엇인가. -한신정의 지배구조가 변화하는 시기에 합류해 자율과 책임을 항상 강조해 왔다. 또 인간 관계에서 상호 신뢰를 오랫동안 지속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기가 먼저 희생하고 좀 더 양보하는 게 그 시작이다. 언제나 하는 이야기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불평보다 감사하는 마음과 자세를 갖고 있으면 오만과 편견이 줄어들고 일을 할 수 있는 추진력이 생긴다. 나 또한 고위 관료였다는 생각을 버리고 민간 비즈니스를 바닥에서부터 배운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이용희 대표는 이용희 대표는 독특하게도 서울대 재학 시절 전공이 천문기상학이었다. 미국과 소련이 우주 진출 경쟁을 펼치던 1960년대 말이 고교 시절이라 자연스럽게 우주 여행에 대한 꿈이 있었다. 그러다 대학교 4학년 때인 1973년 제1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과 인연을 맺었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김광림·이용섭 국회의원,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행시 동기다. 정통 경제관료로 경제기획원, 재경원, 재경부 등을 거쳤고, 1990년대 말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각종 정책 입안과 집행 과정에 깊숙이 참여했다. 하지만 참여정부에서 ‘코드 논쟁’에 휩쓸린 끝에 퇴진을 결심하고 2004년 30여년의 경제관료 생활을 끝냈다. 한신정평가와는 2006년 인연을 맺었다.
  • 홀대받던 벽지, 주연 등극

    홀대받던 벽지, 주연 등극

    “어릴 때부터 그림을 배우면서 늘 들었던 얘기가 대상에만 집중하라는 거였어요. 시간 없으면 테이블 위의 중요한 것만 집중적으로 그리고 배경을 밀어버리라는 얘기였지요. 그런데 집과 가정을 소재로 다루다 보니 정작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존재하는 배경이 얼마나 소중한가, 다채로운가라는 느낌을 받은 겁니다. 그래서 이런 작품들이 나오게 됐지요.” 5월 22일까지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열리는 변선영(44) 작가의 ‘가치의 부재, 공간에 놓이다’ 전시에 내걸린 작품들을 보면 화사한 색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봄날에 잘 어울린다 싶은데 들여다보면 특이하다. ●정물보다 달 력·액자 등 배경 초점 보통의 풍경이나 정물에서 벽지는 그냥 그렇게 저 뒤에 어렴풋이 비치고 마는 존재다. 전면에 나서는 것은 대개 사람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그 공간의 특징을 보여줄 수 있는 물건, 그러니까 정성껏 꾸민 화병이나 화분, 트로피 같은 것을 늘어놔둔 벽장 같은 것들이다. 작가는 이걸 거꾸로 했다. 남들이 정성들여 그리는 것들은 마치 스티커 한장 떼어낸 자리를 만들 듯 허옇게 내버려뒀다. 대신 남들은 대충 밀어버리는 벽지, 저 멀리 벽에 붙은 액자 속 그림, 탁상에 아무렇게나 놓인 달력, 그 달력 아래 깔린 레이스 달린 테이블 보 같은 것들을 세심하게 그려뒀다. ●정밀 문양 펜촉으로 찍어 가며 그려 이번에 선보이는 연작 시리즈 제목이 ‘가치의 정체성을 잃다’(Lost Identity of Value)인 이유다. 언제부터 그림으로 그려질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이런 것들이다, 라고 정해졌는지 되물어 보는 작업이다. 때문에 그림 속에 등장하는 달력이나 그림이 대개 팝 아트 작품이거나 민예화들이다. 간혹 인상파 그림 같은 것도 보이지만, 이 역시 자신의 그림처럼 사람 그 자체를 제거시켰다. 대신 가장 공들인 부분은 정교한 문양의 벽지다. 벽지 문양이 워낙 미세하다 보니 펜촉에 물감을 묻혀 찍어내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일일이 찍어 그리는 탓에 캔버스를 세우지도 못하고 눕힌 상태에서 허리를 숙인 채 장시간 작업한다. 허리 통증은 기본이고 팔 길이의 한계 때문에 대작을 그리기 어렵다는 고충은 있다. 그렇지만 여기서 묘한 한국적 냄새가 풍기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작으로 가면 벽지가 있어야 할 장소는 오히려 하얗게 텅 비어 버리고 벽지 문양이 하늘하늘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벽지 문양의 모험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궁금증을 낳는다. (02)720-102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국책사업 논란’ 내년 총선 앞두고 표심경쟁이 갈등 심화

    ‘국책사업 논란’ 내년 총선 앞두고 표심경쟁이 갈등 심화

    동남권 신공항과 과학비즈니스벨트, 세종시 수정안 등 대형 국책사업 입지 선정을 둘러싸고 지역 간 갈등이 크게 부각됐다. 특히 정치권의 갈등 양상은 점입가경이다. 4일 신공항 백지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여야 비수도권 의원들은 정부의 대기업 수도권 투자를 뼈대로 하는 ‘산업 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에 반기를 들었다. 국책 사업에 대한 정부의 총체적인 관리 부실이 주요인이기는 하지만 총선을 앞둔 국회의원들의 표심 경쟁이 갈등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많다. 조현연 성공회대 교수는 “국회의원은 국민 대표성도 가져야 한다.”면서 “당면 현안과 미래 지향적 정책이 부딪칠 때 냉철하게 판단해서 유권자를 설득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일부 여야 의원들은 당선 무효 규정을 완화하는 법안에 한목소리를 냈고 이날 선관위가 철회 의사를 밝혔지만 기업과 단체의 정치후원금을 허용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에 힘을 싣기도 했다. 국민적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기업 후원금 등 이기적 입법 꼽혀 집단 이기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는 당선 무효형 벌금 기준을 1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완화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다.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 등 여야 의원 21명은 지난 1일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17년 전에 만들어진 벌금 100만원 규정으로 너무 많은 고발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런 낮은 액수로는 합리적인 재판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당선자의 직계 존·비속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을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하는 조항을 삭제하자는 법안도 발의돼 질타를 받았다. 한나라당 임동규 의원 등 여야 의원 53명은 지난달 4일 “헌법에 위배되며 본인이 아닌 친족의 잘못으로 당선이 무효되는 건 과도하다.”며 법안을 발의했다. 여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 2월 국회 때 기습 합의, 상정한 기업·단체의 정치후원금을 허용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도 이기적인 입법으로 꼽힌다. 결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개정 의견을 철회했다. 이와 함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지난달 11일 통과시킨 상장회사에 준법지원인 1인을 의무적으로 두게 하는 상법 개정안도 “법조 출신 의원들이 만들어낸 변호사 일자리용 법안이며 옥상옥”이라는 반발에 부딪혔다. 지역 이기주의도 기승이다.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 민주당 이낙연 의원,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 등 비수도권 의원 13명은 이날 수도권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법안에 대해 관보 게재 철회를 요구하는 등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맞불을 놓았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문제도 충청권 의원들은 “대통령 공약”을, 영·호남 의원들은 “지역 균형 발전”을 들어 ‘쪼개기’에 나선 형국이다. ●국가대표성보다 지역대표성 부각 국가정책과 지역정책의 갈등 지수가 높아진 데는 다양한 측면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우선 시기적 문제를 들 수 있다. 내년이 총선·대선을 치르는 격변기라는 점이다. 국회의원들이 지역 이익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현 상황을 ‘대표성의 전환’으로 규정한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정당과 계파가 더 이상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위기 의식이 심해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다 보니 지역 대표성이 점점 부각된다는 것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지난달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치 생명을 걸었다.”고 밝히며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주장한 것은 지역주의의 위력을 체득한 까닭이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이를 두고 “갈등 구조가 존재하더라도 정치권이 조정해야 하는데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입법’ 과정을 예로 들더라도 그 자체를 전쟁으로 표현하는 등 일상 정치에서부터 갈등을 내포하고 있다. 여기에 지역적 문제가 합쳐지면 ‘제로섬’ 게임으로 치닫는 것이 의회 정치의 대표적 단상이다. 지역주의가 고착화된 한국 정치 상황을 여실히 드러내는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윤철 경희대 객원교수는 “지역주의 구도에서는 국가 균형 발전 정책도 개발주의로 흐르기 쉽다.”고 꼬집었다. 지방의 균형 발전 소외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를 논외로 치더라도 정치권은 사회적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역 현안이 당장 해결되지 못했다 해서 다른 지역 현안을 저지하겠다고 나서는 식의 극단성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큰 틀에서 논의하고 조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큰 틀에서 논의·조정 필요”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총선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대선만큼은 지역 개발 공약보다는 가치 공약 중심으로 가면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가 균형 발전의 발상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윤철 교수는 “지역 발전은 국가위임 사무의 범위, 자치권 문제, 지방세 등 지방의 내생적 발전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해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 지방자치 활성화를 지원하는 일종의 사회적 협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집단 이기주의의 경우 개인적으로 양식 있게 대처하는 태도와 함께 국민적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조현연 성공회대 교수는 “정치인들이 책임질 부분을 제대로 하고 문제를 풀어 달라고 해야 설득력을 갖는다. 지금처럼 전혀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요구하면 명분을 얻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민전 교수는 “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개정안 요구에는 개혁과 비개혁이 혼재돼 있다.”면서 “선거를 앞두고 자기 선거에 유리하게 하려는 현상에다 이 두 가지 요소가 섞이면 바람직한 방향도 발목 잡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률적 기준 외에도 정치인들이 이익을 추구하는 방법이 합리적인지, 허용 가능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사회적인 기준을 먼저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구혜영·강주리기자 kooh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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