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가정 가치
    2026-04-13
    검색기록 지우기
  • 출국금지
    2026-04-13
    검색기록 지우기
  • 청와대 대변인
    2026-04-13
    검색기록 지우기
  • 프란치스코
    2026-04-13
    검색기록 지우기
  • 외국인 매도
    2026-04-13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163
  • [시론] 김치는 산업, 김장은 문화/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시론] 김치는 산업, 김장은 문화/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2013년 12월 5일 오후,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개최된 유네스코 제8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김장 : 대한민국의 김치 만들기와 나누기’가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었다. 신청서 작성에 약간의 힘을 보탰던 내 입장에서 그날은 무척 기쁜 날이어야 했다. 하지만 씁쓸한 기쁨이었다고 고백하는 것이 더 솔직할 것 같다. 이런 이상한 내 속내는 2013년 10월 22일 유네스코 실무위원회에서 등재 권고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생긴 것이었다. 여기서 잠깐 당시의 언론 보도나 관련 전문가들의 인터뷰 내용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김치의 종주국 위신을 세우게 되었다는 보도에서부터, 김치의 세계화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주장까지 온 나라가 김장이 아니라 김치에 몰두하는 듯했다. 사실 신청서의 영문 제목은 앞에서 소개한 ‘김장’이었다. 다만 영문 신청서에 자국어 제목을 적게 되어 있는데, 거기에는 ‘김치와 김장문화’였다. 애초에 영문과 한글 제목이 달랐으니 무엇이라 탓하기도 어렵다. 등재가 확정된 뒤 일주일 정도는 온 나라가 김치와 김장에 열광하는 듯했다. 특히 식품산업 관련 정부 부처나 관련 기관이 매우 적극적으로 이 영광을 즐겼다. 그런데 참 이상한 점은 김치냉장고를 만드는 업체들이 별로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21세기에도 한국인이 ‘김장’을 멈추지 않고 지속시킬 수 있었던 힘은 다름 아닌 ‘김치냉장고’인데도 말이다. 만약 김치냉장고가 없었다면 어떻게 고층 아파트의 거실에서 김장을 할 수 있겠는가! 아제르바이잔 회의에 참석했던 한국외대 박상미 교수의 말에 의하면, 고층 아파트의 거실에서 김장을 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위원들에게 매우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단다. 1980년대만 해도 시골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김치광’이 이제는 민속촌이나 박물관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무리 김장김치가 맛있다고 해도 그것을 저장해 둘 공간이 없다면, 어느 누가 가정 단위로 김장을 하겠는가. 그래도 일부 언론에서 김치냉장고에 주목하여 기사를 내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김치냉장고의 세계화가 곧 김치의 세계화”라는 정도였다. 안타까운 일이다. 만약 ‘세계화’라는 담론을 지지한다면,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김치냉장고의 세계화가 곧 김장의 세계화”라고.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이 김치를 한국인처럼 매일같이 먹도록 할 수 있을까. 나는 이 일이 결코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음식의 기호는 관습이고 문화이기 때문이다. 아다시피 한국의 김장김치가 가진 사회문화사적 의미는 90%가 넘는 도시화율에도 불구하고, 전근대의 산물인 김장을 한다는 데 있다. 실제로 김장김치와 닮은 중국의 자차이나 옌차이, 일본의 쓰케모노, 독일의 사워크라우트, 심지어 피클까지도 도시화율이 높아지면서 직접 담그는 집이 대부분 사라졌다. 그렇다면 ‘김장’이란 행사를 이들 채소 절임음식을 먹는 사람들과 공유하면 어떨까. 가족 공동체의 보존과 음식의 나눔이 김장의 핵심이듯이, 그들 나라에 김장을 되살리는 운동을 한국사회가 함께 나누면 좋지 않을까. 만약 그렇게 만든 채소 절임음식을 저장할 공간이 없다고 하면, 그때 김치냉장고가 앞장서면 되는 일이다. 김치를 부각시키면 시킬수록 산업화를 조장하게 된다. 김치의 산업화는 종국에 가정의 김장을 사라지게 할지도 모른다. 해체의 위기 속에 있는 중국 옌지시의 조선족 가정에서 김장하는 집이 거의 없듯이 말이다. 적당한 수준이면 몰라도, 김치의 산업화율이 올라갈수록 김장은 소멸되고 만다. 그래도 ‘김장’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싶다면, 김치산업이 아니라 김치냉장고에 주목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 사회의 공동체적 삶과 김장이 지속된다.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 ‘읽어라, 청춘’] 카프카 ‘변신’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 ‘읽어라, 청춘’] 카프카 ‘변신’

    유치원에 다니던 딸은 TV를 보며 마법을 이용해 어른으로 변신할 수 있는 꼬마 밍키를 유난히 좋아했다. 예쁜 옷을 맘껏 갈아입고 모든 일을 척척 해내는 밍키가 어른이 되고 싶은 자신의 바람을 잠시나마 채워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 더 커서는 자신이 거미 인간인 양 손바닥을 쫙 펴보이며 생기지 않는 초능력을 시험하며 놀곤 했다. 평범한 청년인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으로 변신해 정의를 구현하는 모습에서 자신의 이상을 구체화시켰을지도 모르겠다. 변신의 소망에는 제한된 세계를 넘어서서 자유자재로 활동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과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판타지가 들어 있다. 변신은 욕망을 가능한 현실로 만들면서 인간이 꿈꾸어 온 공간과 존재들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만들어 낸다. 모든 것이 가능할 것 같은 어른을 꿈꾸는 어린 아이에게 밍키는 현재에 가능하지 않은 많은 것들에 대한 욕구의 해결 방안이고, 초월적인 존재로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청소년에게 스파이더맨은 존재에 대한 불안과 의문, 소망이 투영된 영웅인 셈이다. 문학에서 변신의 속성은 종종 저주의 결과이거나 통과의례의 모티브이기도 하다. 동화 속 개구리 왕자나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자신의 신체와 관련된 징벌을 받는다. 그러나 저주의 결과는 사랑으로 극복될 수 있어서 애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이를 만나 구원받는다. 단군 신화 속 곰은 쑥 한 심지와 마늘 스무 개를 먹은 지 삼칠일 만에 웅녀가 되었으니 이러한 변신에는 선에 대한 절대 긍정과 신뢰가 있다. 그런데 여기 갑충(곤충)으로 변한 한 청년이 있다. “그레고르 잠자(Gregor Samsa)는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침대 위에 거대한 해충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라는 충격적인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에서 변신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판타지도, 선에 대한 절대 긍정도, 희망이 담보되는 통과의례도 아니다. 생물학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윤리적인 존재인 인간이 가족 이데올로기의 허상 속에 철저히 무시되는 소외된 삶의 적나라한 모습일 뿐이다. ‘변신’은 알고 보니 주인공이 귀신이었다거나, 다 읽고 나니 범인은 따로 있었다는 식의 어설픈 요령이나 잔꾀 없이 이미 주인공이 갑충이 된 상태로 시작한다.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파산한 아버지의 채무를 온전히 자기 힘으로 해결해 가면서 가족을 부양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커다란 갑충으로 변신해 버린 자기 모습을 발견한다. 그는 비록 갑충이 됐지만 의식은 그대로인 채 가족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유지하며 새 삶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의 말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고, 그레고르에 대한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과거 5년간 희생적으로 가정 경제를 이끈 잠자의 헌신은 중요하지 않다. 정상인으로 살아가야 할 가족에게 그는 짐일 뿐이다. 결국 사회나 직장, 가족 모두에게 배제돼 기생적 존재가 된 그레고르는 죽음과 스스럼없이 타협하게 된다. 아버지가 던진 사과가 등에 박혀 썩어갈 때 자신의 방에 갇혀 죽게 된다. 이 죽음 앞에 남은 가족은 새 출발을 위한 소풍을 간다. 이런 ‘변신’의 내용은 카프카의 현실인식이며 실존에 대한 질문이다. 카프카의 생애를 엿보면 ‘변신’의 그레고르가 카프카의 다른 이름임을 눈치 챌 수 있는데 그것은 그레고르의 상황과 카프카의 삶이 많은 부분 공통되기 때문이다. 독일어로 이야기하는 유태인인 카프카는 프라하에서 태어나 대부분의 생을 살았으며 당연히 체코의 문화 속에서 성장했다. 유태인인 카프카에게 당시 세계 1차 대전이 끝나고 산업사회에 접어든 프라하의 역사적 상황은 낯설 수밖에 없었다. 카프카는 가족 부양의 책임에 떠밀려 노동자재해 보험국에서 14년간 일을 했는데 ‘부친에게 드리는 서신’을 통해 “저의 모든 글은 아버지를 상대로 쓰였습니다. 글 속에서 저는 평소 직접 아버지의 가슴에 대고 토로할 수 없는 것만을 토로해댔지요”라고 고백하며 “생선처럼 갈기갈기 찢어버릴 테다”라고 위협하며 폭압적이었던 아버지에 대한 고통을 드러낸다. 그런 점에서 구약에서 인식의 열매를 나타내는 사과를 아버지가 던짐으로써 그레고르가 죽음에 이르는 상태는 카프카가 평생 극복하고자 했던 아버지에 대한 거부감과 실존의 위기에서 느낀 삶의 부조리에 대한 통찰이다. 당시 주류 사회의 부정적인 타자상인 유태인의 몸으로 끊임없이 실존과 정체성의 문제에 당면했던 카프카에게 몸에 대한 인식은 남달랐을 것이다. “몸은 하나의 거대한 이성이며 하나의 의미로 꿰어진 다양성이고 전쟁이자 평화다. 그대의 몸은 거대한 이성으로 자아를 말하지 않고 자아를 행동한다”라고 했던 니체의 말은 그레고르의 변신을 이해하는 데 단초를 제공한다. 육체의 변화는 단순히 외형의 변화가 아니라 내면의 문제, 관계의 변화를 이끄는 구체적인 삶의 주체인 것이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그레고르는 갑충이 된 이후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며 가족의 적나라한 모습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갑충으로의 변신은 세계에 대한 불안으로 야기된 그레고르의 고립의지이며, 변형된 욕망이며, 인간의 위선을 폭로하게 하는 장치가 된다. 이는 생존을 위해 허덕이는 자아는 껍데기에 불과한 벌레 같은 존재라는 인식이며, 피곤한 인간관계에서 벗어나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 보호받기를 소망한 실현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레고르의 변신은 동화와 달리 사랑으로 풀지 못했다. 결국 도피처이자 치유처일 것 같았던 그레고르의 방은 감옥이 되고 그레고르는 가족으로부터 구원받지 못한다. 오히려 철저히 소외된다. 이는 지금도 유효한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이미 오래전부터 경제논리와 이해관계에 따른 가족 내 배반과 살인사건조차 종종 확인할 수 있는 일상이 됐다. 학교 폭력은 3년 사이 2배가 늘어났으며, 은둔형 외톨이는 최소 10만명에 이르게 되었다. 이는 인간의 가치를 가차없이 물질화시키는 자본주의 사회의 폭력성이 가족관계에조차 반복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간을 기계와 물질로 환원시킨 삶을 강요하는 사회적인 폭력에서 가족사는 자유로울 수 없고 일그러질 수밖에 없다. 일그러짐이 일상이어서 이성복이 시 ‘그날’에서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다’고 고백하듯 카프카는 그레고르가 겪은 끔찍한 사건을 냉정하리만큼 담담하게 서술한다. 작품의 중심에 아버지를 세워 놓고 독설을 쏟아내지만 거기서 자유를 느끼거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소외된 한 인간의 고독한 얼굴을 마주하게 하여 통증을 느끼게 한다. 그 통증은 인간에 대한 비하가 물질 숭배로 나타나고, 제 역할과 존재가치에 대한 불안이 스펙 쌓기로 나타나며, 미해결된 분노가 왕따와 자살 문제로 드러나는데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어떻게 변신할 것인가. 혹은 누군가의 변신에 무관심할 것인가. 소외된 자들의 고통스러운 삶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에 내 마음을 얹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은 내가 갑충이 되어가는 데 무감각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신운선 한우리독서토론 논술책임연구원 *덧붙임 : ‘변신’과 함께 이성복의 시 ‘그날’과 ‘그해 가을’을 함께 읽으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레고르를 만날 수 있다.
  • [사설] 여야 국정원 댓글 사법부 판단 차분히 지켜봐야

    정치권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무죄 판결에 벌집 쑤신 듯 들썩이고 있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한 일선 경찰의 수사를 당시 현직에 있던 김 전 청장이 축소·은폐했다는 검찰의 공소 내용을 1심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자 민주당은 재판부와 여권을 상대로 파상 공세에 나섰고, 새누리당은 이런 민주당을 맹비난하고 있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격앙된 모습이 두드러진다. 김한길 대표는 “진실과 국민이 모욕당했다”고 했고, 대선주자였던 문재인 의원은 “사법사에 큰 오점으로 남을 판결”이라고 재판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소속의원 126명 이름으로 황교안 법무장관 해임건의안을 어제 국회에 제출했는가 하면 특검을 재차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새누리당은 사건을 침소봉대한 민주당이 사과하라고 맞불을 놨다. “1년 내내 대선 불복에 매달려 도 넘은 정치공세만 일삼은 야당에 일침을 가한 것”(최경환 원내대표)이며 “짜맞추기 검찰 수사의 사필귀정”(권성동 의원)이라고 재판부를 감쌌다. 심지어 이번 판결로 국정원 등의 대선개입 의혹 자체가 근거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는 견강부회식 주장도 흘리고 있다. 사안의 폭발성을 감안할 때 여야의 야단법석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더욱이 조만간 사건의 핵심인물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1심 선고가 같은 재판부에 의해 내려질 상황이란 점에서 여야가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법적 판단에 대해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과, 이를 넘어 잘했네 못했네 하며 재판 결과를 재단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이는 사법부에 대한 입법부의 명백한 압력 행사이며, 사법권 침탈 행위다. 3권 분립의 헌정 질서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행위다. 더욱이 장삼이사(張三李四)도 아니고 나라의 내일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여야의 지도부부터가 앞다퉈 이번 1심 선고를 재단하고 나선 것은 심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눈앞의 소리(小利)와 당략에 매몰돼 법치의 기본가치를 이렇게 내팽개쳐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법적 판단은 여론몰이나 정치공방이 아니라 오직 증거와 법리로 결론지어져야 한다. 그것이 법치다. 1심에 오류가 있다면 항소와 상고를 통해 법정서 바로잡아야 한다. 6월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를 담은 게 아니라면 여야는 근거 없는 주장을 자제하고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을 조용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 [김문이 만난사람] 한국 ‘토종씨앗의 대부’ 안완식 박사

    [김문이 만난사람] 한국 ‘토종씨앗의 대부’ 안완식 박사

    ‘토종’이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정감이 간다. 오래전부터 우리 땅에서 온전하게 자라 본래의 맛과 향기를 켜켜이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토종이라는 말이 점점 우리 곁에서 멀어지고 있다. 수입개방 확대에 따라 사라지는 토종 제품의 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농산물도매시장이나 전통시장 등에 전시된 농·임산물 가운데 국산을 찾아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안완식(72) 박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토종씨앗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30년째 이 땅의 기운을 받은 씨앗을 찾아내고 지키며 퍼뜨리는 일을 해오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종자은행 개설의 산파역을 했고 유전자원 연구에도 몰두하는 등 ‘토종씨앗의 대부’로 통한다. 지금은 토종종자와 전통농업으로 생명을 지키는 비영리단체 ‘씨드림(Seed Dream)’을 이끌면서 우리 종자를 수집하고 보존·보급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해마다 3월이면 씨앗을 나눠주는 행사도 갖는다. 설연휴 직전 경기 화성시 자택에서 안씨를 만났다. 아파트 거실에는 각종 씨앗 견본들과 관련 책자들이 빼곡하게 진열돼 있었다. 베란다에는 홍매화 등 꽃들이 벌써 활짝 피어 있었다. 잠시 꽃냄새가 코끝에 스쳐온다. 매화 얘기부터 자연스럽게 나왔다. “보십시오. 예쁘죠? 봄이 오기 전에 다른 어떤 꽃보다도 먼저 꽃망울을 터뜨리는 매화에서 풍겨 나오는 청향(淸香)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회에 젖어들게 하지요. 청초하면서도 은은한 향에 취하노라면 세상의 번뇌와 시름을 잠시나마 잊게 되고 정신이 고고하게 승화되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꽃을 좋아했다. 젊었을 때에는 정절과 선비의 상징 꽃인 매화를 좋아했다. 1983년 일본 쓰쿠바 과학도시에 있는 농업생물자원연구소에서 유전자원에 관한 연수를 받을 때 마침 매화의 개화 시기여서 그 꽃의 아름다움에 새삼 반했다. 이후 전국에 있는 매화를 접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껴 귀국 후 출장이나 휴가를 얻어 매화를 찾아다니면서 매화 전문가가 되다시피했다. 이제 곧 날이 풀리면 매화를 다시 만나러 떠날 예정이다. 매화의 감상 요령에 대해서는 지색, 지형, 지향 등 세 가지를 예로 든다. 다시 말해 꽃의 색깔, 꽃의 아름다운 각각의 모양, 꽃에서 풍겨 나오는 꽃 마디의 다른 향을 느끼고 감상하는 것이란다. 선인들이 매화를 감상할 때 가지가 번성한 것보다는 드문 것, 젊은 것보다는 늙어 고태가 나는 것을 더 좋아했다고 말한다. 진한 향보다는 맑고 청아한 것을 높이 여겼고 겹으로 피는 꽃보다는 정연한 홑꽃을 더 고상하게 여겼다는 것이다. 다음은 토종씨앗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한다. “토종은 수천년 동안 우리 민족의 의식주를 제공해 온 우리의 가장 큰 유산이며 생명공학, 신품종육종, 생물학 등 여러 연구의 기본자료인 유전자원으로 세계에서 유일무이하며 타국 자원 확보의 밑천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토종은 식량주권을 살리는 근간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다국적 기업 종자회사 등에 종자주권을 잃은 지 오래됐지요.” 아울러 토종은 유기농업과 친환경농업에 잘 적응되는 필수적인 종자이며 우리의 기후환경에 오랫동안 적응해 왔기 때문에 무농약 소비재배에 적응력이 뛰어나다고 강조한다. 요즘 농촌에서 주로 재배하는 ‘개량된 씨앗’에 대해서는 “몬산토 등 다국적 회사가 한국종자시장의 70%를 장악했다. F1(잡종1대)품종, 터미네이터와 트레이터 등은 1회성 품종이기 때문에 농민은 매년 비싼 씨앗을 새로 구입해야 한다”면서 종자주권을 잃으면 식량주권도 되돌릴 수 없다고 거듭 강조한다. 그렇다면 요즘에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까. 현재 회원이 6500명인 ‘씨드림’을 중심으로 토종씨앗을 수집하고 지키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토종종자 채종포를 통한 종자 증식과 종자은행을 운영하며, 토종학교를 개설해 토종종자의 보존과 확산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전국여성농민회와 협력해서 ‘1농가 1토종 갖기 운동’을 펼치면서 매년 1만여 귀농민들에게도 토종씨앗을 나눠주고 있다. ‘씨드림’은 우리 말로 ‘씨를 드린다’는 의미도 있고 ‘씨앗의 꿈’처럼 농민들의 꿈이 씨드림을 통해 이뤄진다는 뜻도 담겨 있다. 전국 각 지역의 지부를 통해 토종이나 전통농법에 관한 정보교환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매년 3월 ‘씨드림’ 회원들이 직접 증식한 종자를 나눠주는 행사라고 강조한다. 지난해 3월에는 경기 화성시 장안면 사랑리 일대 땅 4950㎡(약 1500평)을 임대해 토종씨드림농장을 마련했다. 보존 가치가 높은 씨앗들을 심어 받은 씨를 보관한다. 현재 주곡 작물, 채소 작물, 특용 작물 등 모두 2300여 점이 저장돼 있다. “처음부터 토종 수집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별로 가치가 커 보이지 않는 토종 수집에 열심이냐고 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농가 주변을 기웃거린다고 간첩으로 오해받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요즘에도 여전히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을 때가 종종 있지요.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토종 수집을 위한 예산을 지원받는 곳이 따로 없다는 것입니다.” 그가 토종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69년 농촌진흥청 맥류연구소에서 일을 하면서였다. 그러다가 1976년 농촌진흥청이 종자저장고를 짓자 작물시험장, 원예시험장, 축산기술연구소, 농업과학기술연구원 등에 흩어져 있던 종자들을 한곳에 모으기 시작했다. 1985년 일본 연수를 다녀온 뒤부터 본격적으로 토종 모으기에 앞장섰다. 전국의 농촌지도소 요원과 협력해서 2002년 퇴직할 때까지 약 2만여 점을 수집하는 성과를 거뒀으며 이는 2006년 세워진 국립농업유전자지원센터에 저장된 토종씨앗 3만 8000여 점의 토대가 됐다. ‘토종모음 봉투’도 그의 노력으로 만들어졌다. 아울러 1991년 종자관리를 위한 유전자원과 신설로 이어졌고 1997년 설립된 한국토종연구회를 통해 토종보존과 연구를 지속 가능하게 했다. 뿐만 아니다. 1986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미국을 수차례 다녀오면서 일리노이대 연구실에 보관된 우리 콩 5000점 가운데 2000여 점을 돌려받았고 또 미국의 여러 대학에 분산된 밀, 보리, 채소 등의 씨앗을 가져왔다. 1991년 러시아에서 우리의 참외씨앗 800점을 가져오기도 했다. 퇴직 후에는 매년 전국을 다니며 토종씨앗을 조사, 수집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2008년에는 제주, 강화, 울릉도 등 3개 섬을 다니며 450점을 수집했다. 제주도에서는 우연히 60년 동안 농사짓는 할머니로부터 구억배추 씨앗을 받아 씨드림농장에 심었는데 배추 속도 꽉 차고 오래 두어도 안 무르는 데다가 맛도 좋아 회원들에게 인기가 좋다. 이후에도 2010년 충북 괴산군에서 360여 점, 2011년 전남 곡성군에서 330점, 2012년 여주군에서 160여 점 등 토종씨앗을 꾸준히 조사해오고 있다. “1985년에 토종조사 당시를 100% 상황으로 가정했을 때 1993년 조사할 때는 74%가 소멸됐고 다시 7년 후에는 12%로 줄어들었습니다. 지금은 5%도 안 남았습니다. 말 그대로 씨가 말라가고 있지요. 그러다 보니 농가에서 재배하는 채소씨앗만 하더라도 대부분 로열티를 내고 구입하는 실정입니다. 지금이라도 토종종자를 다양하게 심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종자주권을 되찾는 시작입니다. 토종종자가 개량품종에 비해 수확률이 낮긴 하지만 맛과 품질면에서는 우수하거든요.” 토종이 사라지는 원인에 대해서는 국내외의 새로운 품종이 보급되면서 농가들이 품종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이러한 현실을 절실하게 느끼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토종도감인 ‘한국토종작물 자원도감’과 토종종자의 가치와 보존의 중요성을 다룬 ‘내손으로 받는 우리종자’라는 책을 집필하는 등 꾸준히 토종에 대한 조사와 수집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발병이 나지 않는 한 전국에 돌아다니면서 토종을 수집할 것입니다. 제가 해왔던 것보다 더 토종을 사랑하는 후배들이 나왔으면 합니다. 또한 우리나라 농업의 중심지인 경기 수원의 어느 한 곳에 우리의 토종을 누구나 볼 수 있는 토종박물관이 세워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안완식 박사는… 194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농과대학을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을 거쳐 강원대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9년 농촌진흥청에 연구원으로 들어갔다. 이후 멕시코 국제맥류옥수수연구소, 일본 농생물자원연구소, 미국 오리건대 연수를 마치고 돌아와 밀 육종과 식물 유전자원 연구를 했다. 여러 차례 식물 유전자원 국제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석했다. 농업과학기술원 생물자원부 유전자원과장 및 책임연구관으로 있었다. 한국생물다양성협의회 운영위원과 한국토종연구회 회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토종연구회 고문’ ‘토종 씨드림 대표’ ‘스로푸드 맛의 방주 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가 지켜야 할 우리 종자’(1999년), ‘내 손으로 받는 우리 종자’(2007년), ‘한국토종작물자원도감’(2009년), ‘식물유전자원학’(공저, 2004년)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한국의 농업유전자원 연구 현황과 발전 방향’, ‘한국에 있어서 작물재래종의 소멸 경향 연구’, ‘지속적 농업을 위한 식물유전자원의 확보’ 등이 있다.
  • 경북 종가음식 요리책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경북도가 종가(宗家) 음식 요리서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한다. 4일 경북도에 따르면 음식디미방, 수운잡방, 온주법 등 경북이 보유한 3대 요리서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하기로 했다. 지역 종가문화 명품화 프로젝트의 하나로, 종가문화의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공인받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도는 올해 종가음식 요리서의 유산적 가치에 대한 학술연구를 진행하고, 국내외 사례 비교 연구 등을 통해 세계기록유산 등재신청서를 작성한다. 내년 하반기에는 문화재청에 등재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어 문화재청이 2016년 상반기쯤 유네스코에 등재를 신청하면 2017년 상반기에 등재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음식디미방은 약 340년 전 장계향 선생이 쓴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조리서이다. 조선 중~말엽 경상도 지방의 가정에서 실제 만든 면병류, 어육류, 주류, 초류 등 146가지의 손님 접대용 요리비법을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수운잡방은 16세기 안동 사대부인 김유가 한문으로 쓴 요리책으로 음식디미방보다 100여년 앞서 발간됐으며 조선시대 양반가의 음식문화를 구체적으로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 온주법은 의성김씨 종가에서 내려오는 44종류의 술 제조 기법을 기록한 책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요리서가 세계기록유산에 이름을 올린 경우는 없다”면서 “요리서들과 함께 1800년대 말의 문헌으로 상주지방 반가의 조리책을 필사한 ‘시의전서’도 등재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영화 多樂房] ‘굿모닝 맨하탄’

    [영화 多樂房] ‘굿모닝 맨하탄’

    “엄마도 할 수 있어! 잉글리시”라는 포스터 카피처럼 영화 ‘굿모닝 맨하탄’의 줄거리는 미국 맨해튼에 간 인도 아줌마의 ‘영어 완전 정복(노력)기’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인물의 뚜렷한 목표가 설정돼 있고 알다시피 그것을 성취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충분히 대중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이야기다. 특히 출산과 동시에 자녀들의 영어 교육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대다수의 한국 주부들에게는 영어 울렁증을 극복하는 방법이 제시돼 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와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 그러나 영화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주인공의 진짜 문제는 형편없는 영어 실력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오히려 영어는 하나의 상징적인 소재일 뿐이며 그 어떤 콤플렉스의 대상으로 대체돼도 무관하다. 아름답고 발랄한 샤시(스리데비)는 능력 있는 남편과 똑똑한 남매를 둔 인도 중산층 가정의 주부다. 겉보기에는 남부러울 것 없는 아내이자 엄마이지만 어느덧 중년으로 들어선 그녀는 조금씩 자신의 존재에 회의를 갖게 된다. 먹고사는 문제에서 벗어나 있음에도 열심히 ‘라두’(인도 디저트 음식)를 만들어 직접 사람들에게 배달하는 그녀의 행동은 잘하는 것을 통해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드러낸다. 그러나 남편과 딸은 그런 샤시의 재능을 알아주기보다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놀리거나 무시하기 일쑤다. 여기서 영어는 가족들로부터 샤시를 격리시키는 높은 벽으로, 대화가 줄어들고 소통이 어려워진 그들의 관계를 매우 적절하게 드러내 준다. 조카의 결혼 때문에 다른 가족들보다 먼저 뉴욕에 도착한 샤시는 4주 동안 집중 영어 수업을 듣기로 결심한다. 실망스럽게도 그러나 당연하게도 이 영화에서 영어 정복의 신령한 비법 같은 것들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런 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샤시가 결혼식 하객들 앞에서 영어로 꽤 긴 스피치를 하는 마지막 장면은 판타지에 가깝다. 그보다는 이 영화 속 또 하나의 판타지, 즉 프랑스인 훈남 셰프가 샤시를 좋아한다는 설정이 더 현실적일 것이다. 하지만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샤시의 축사는 제법 감동적이다. 결혼과 사랑에 관한 그녀의 깨달음이 담긴 내용도 멋지지만 더듬더듬 서툴게 문장을 이어 나가는 샤시에게서 가족들과의 벽을 깨고자 무던히 애쓴 노력의 흔적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런 절박함이야말로 외국어 실력을 향상시켜 줄 단 하나의 열쇠가 아닐까. 인도는 여성들의 인권이 낮은 국가로 알려져 있으므로 평범한 인도 주부의 내적 방황과 성장을 그리고 있는 ‘굿모닝 맨하탄’은 사회학적으로도 흥미로운 영화다. 그러나 샤시의 캐릭터가 처음부터 끝까지 가족이라는 하나의 가치에 붙들려 자유롭지 못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렇게 영어 수업에 빠져들었고 시험 합격에 의지를 보였던 그녀가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힌두어 신문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가족을 지키는 것과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 둘 중 하나를 반드시 포기해야만 하는 것은 아닐 텐데 말이다. 다분한 보수성에 아쉬움이 남는다. 6일 개봉. 전체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근로자 10명 중 4명 ‘파트타임’… 직업의식도 바꾼다

    근로자 10명 중 4명 ‘파트타임’… 직업의식도 바꾼다

    지난달 27일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 연구실에서 만난 루디 윌러스 사회학부 교수는 “20~30년 전에는 실업률 증가 등 경제환경이 시간제 일자리 확대의 원인이 됐다면 지금은 확대된 시간제 일자리가 되레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쳐 개개인의 직업 의식나 가치 판단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흐로닝언은 암스테르담에서 북동쪽으로 180㎞(기차로 2시간 거리)떨어진 도시다. 그는 “1970~80년대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가정주부였던 여성들이 일자리를 얻기 시작했고, 특히 가정과 일을 조화롭게 할 수 있는 파트타임 일자리에 주로 진출했다”면서 “네덜란드에서 고용률, 특히 여성의 고용률이 높은 이유는 파트타임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의 고용률(15~64세)은 2012년 기준으로 75.1%이다. 우리나라(64.2%)에 비하면 매우 높은 것이지만 아이슬란드(80.4%), 스위스(79.4%) 등에 비하면 낮다. 하지만 전체 근로자 가운데 파트타임(시간제) 비중은 37.8%로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때문에 네덜란드 여성의 고용률은 7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7.2%) 보다 13.2% 포인트 높다. 사실 파트타임 근로 비중이 26.9%에 불과했던 1988년 네덜란드 여성의 고용률은 51.2%에 머물렀다. 현재(2012년) 우리나라 수준(53.5%)이다. 그는 “1980년대 바세나르 협약과 최저임금제도로 최저임금이 보장됐고, 1990년대 파트타임에 대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서 파트타임이 안 좋은 일자리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됐다”면서 “여기에 1990년대 2인 소득 가구에 대한 세금 감면으로 ‘한 가정이 1.5인분만 벌면 된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돼 일반화됐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성공을 하려면 그래도 파트타임보다는 풀타임이 낫지 않냐고 묻자 윌러스 교수는 “지금 네덜란드 젊은이들 사이에서 ‘파트타임은 멋있는 것’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면서 “일로 성공하는 것만 진정한 성공은 아니다. 가정에서 좋은 자식, 부모가 되고 직장 외 다른 사회 영역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이 지금은 일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위해서는 복지 등 다른 여건들도 갖춰져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파트타임근로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것은 법 하나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정부와 기업, 사회, 노조가 함께 꾸준히 개선해 나가야 할 과제다”면서 “또 파트타임으로 일해도 노후에 충분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의 최저임금은 9유로(우리돈 약 1만 3000원) 정도이고, 30년 이상 일하고 65세로 퇴직했을 경우 정부에서 나오는 연금이 최소 월 1040유로(약 150만원)이다. 이에 필요한 재원의 조달 방법에 대해 묻자 그는 “한국의 소득세나 부가가치세가 매우 낮은 수준으로 알고 있다”면서 “유럽의 경우 소득세는 최대 50%, 부가가치세는 20% 이상”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소득세는 최고 38%, 부가가치세는 10%다. 네덜란드의 특수한 역사적 환경도 설명했다. 그는 “네덜란드의 파트타임 일자리 확대는 민간 중심으로 이뤄졌고 정부는 부수적인 역할만 했다”면서 “30~40년에 걸쳐 민간이 필요에 의해 파트타임을 늘리면 정부가 정책으로 보완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정부가 주도적으로 파트타임을 확대하려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었다. 그는 “한국 같은 경우 네덜란드와 마찬가지로 가족끼리의 유대감이 매우 끈끈하다. 파트타임이 확대될 수 있는 좋은 여건”이라면서 “정부가 재정이나 세제 혜택으로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한다면 파트타임이 네덜란드보다 훨씬 빠르게 정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파트타임이 일단 늘어났을 때의 사회인식 변화나 부수 효과도 클 것”으로 전망했다. 네덜란드 파트타임이 다른 유럽국가들과는 조금 다른 상황이라는 점도 설명했다. 자발적인 파트타임 근로 비중이 매우 높고 파트타임 선호 현상이 여성은 물론 남성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파트타임 근로가 늘어나자 일과 가정의 조화라는 가치가 점점 더 중시됐고, 이런 경향이 남성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나아가 일을 최우선으로 하던 가치관이나 일 중심의 직업의식도 점차 변하고 있다. 이를테면 이전에 비해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많이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OECD에 따르면 2009년 기준 네덜란드의 자발적 시간제 근로자 비중은 95.6%로 OECD 평균인 82.7%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자신의 필요에 의해 파트타임을 선택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또 남성 전체 근로자 중 파트타임 근로자 비중은 2000년 12.1%에서 2012년 16.4%로 늘어났다. 이 기간 남성 파트타임 인구는 53만명에서 73만 8000명으로 늘었다. 그는 “네덜란드 젊은이들 사이에서 직업은 더 이상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고 있다”면서 “과거에 비해 직업윤리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현상이 아직까지는 노동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면서 “일과 가정의 조화가 오히려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닌지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OECD에 따르면 2011년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노동생산성은 6만 2185달러로 OECD 평균(7만 7864달러)보다 79.8% 수준이다. 반면, 네덜란드의 1인당 연간 노동생산성은 8만 2366달러다. 글 사진 흐로닝언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이석기 결심공판’ 새누리 “중형 구형 타당” 민주 “진실 규명 기대”

    ‘이석기 결심공판’ 새누리 “중형 구형 타당” 민주 “진실 규명 기대”

    ’이석기 결심공판’ 새누리 “중형 구형 타당” 민주 “진실 규명 기대” 검찰이 3일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게 징역 20년, 자격정지 10년을 구형한 것과 관련, 새누리당은 중형의 구형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민주당은 사법부에 철저한 진실규명을 요구했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이번에 (이석기 의원 등에게) 중형이 구형된 것은 헌법질서 준수를 통한 국가정체성 확립의 중요성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민 대변인은 이어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라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주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허영일 부대변인 명의의 서면 논평을 통해 “재판부의 냉철하고 객관적인 판단에 의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가감 없이 규명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석기 피고인은 북한 주체사상과 대남혁명론에 따라 사회주의혁명을 위해 국회에 진출, 신분을 악용하며 ‘RO’ 조직원들에게 폭동 등 군사 준비를 지시해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중형을 구형한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이석기 의원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민혁당 사건으로 처벌받았음에도 국민 생명을 사지로 몰아넣고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를 제거하려는 범행을 계획하고 전혀 반성하지 않아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하는 방법만이 재범을 막는 유일한 길”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결심공판에서 이례적으로 정신이상자에 의해 120여명의 시민이 사망한 대구지하철 방화 사건을 예로 들며 “기간시설은 마비될 경우 안보와 국민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하는데 피고인은 자신의 계획이 실행될 경우 따를 무수한 희생을 예상하면서도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여야, 설 밥상 민심 잡기 경쟁] 민주당, 호남선 타고 “정권 심판” 공세

    [여야, 설 밥상 민심 잡기 경쟁] 민주당, 호남선 타고 “정권 심판” 공세

    민족 대이동의 명절 설 연휴를 맞아 정치권은 그 어느 때보다 ‘밥상머리 민심 챙기기’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6·4 지방선거를 4개월여 앞둔 설 연휴의 길목에서 여야와 안철수 신당은 지역별 여론을 선점하기 위해 기세 싸움을 벌였다. 귀성객과 명절 준비 인파가 몰리는 역에서, 시장에서, 고속도로에서 출렁이는 민심의 쓴소리를 정치권이 겸허히 듣고 수용할지 두고 볼 일이다. 설 연휴를 맞이하는 민주당의 마음은 ‘고향’에 가 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안철수 무소속 의원 측 ‘안철수 바람(안풍·安風)’ 잠재우기에 상당 부분 힘을 쏟는 모양새다. 호남을 빼앗기면 야권 주도권 다툼을 떠나 당 존립조차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박근혜 정부 실정에 대한 공세의 고삐도 당기고 있다. 특히 ‘공약 파기’를 주요 타격점으로 삼아 지방선거용 ‘정권심판론’의 기반을 착착 다지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29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의 ‘전국 민생투어’ 가운데 3박 4일 동안을 광주·전남·북에서 보내며 호남 민심 잡기에 주력한다. 김 대표의 호남 방문은 올해 들어 벌써 세 번째다. 그는 이날 호남선 열차 출발지인 서울 용산역에서 귀성 인사를 한 뒤 충북 청주를 거쳐 광주로 갔다. 광주에서 지역 주요 여성 인사들과 만찬을 갖고, 아내 최명길씨와 함께 토크콘서트도 열었다. 30일에는 소방관, 경찰관 등 연휴 근무자들을 격려한다. 설날에는 전남 광양에서 세배를 하고, 담양을 거쳐 전북으로 간다. 다음 달 1일엔 전북지역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 현장을 둘러본 뒤 저녁에 안희정 충남지사를 만난다. 설 홍보물에는 정부·여당에 대한 날 선 비판을 담았다. 새누리당이 국정 성과 홍보에 치중한 반면 민주당은 정부 실정과 공약 파기를 질타하는 목소리로 4쪽짜리 홍보물의 상당 부분을 채웠다. 일제강점기 시인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 빗대 ‘불통의 겨울에도 봄은 옵니다’라고 제목을 붙인 홍보물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 선서 모습 옆에 8가지 대선 공약을 나열해 놓고 ‘파기’ 도장을 찍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노인연금’ 등 공약 파기와 관련된 기존 공격의 연장선이다. 여기에는 국가정보원 개혁, 지방재정 살리기 등 민주당의 성과와 당 혁신 약속도 실었다. 당은 이를 30만부 찍어 전국에 배포한다. 지방선거 예비 주자들의 움직임도 바쁘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설 연휴 동안 복지시설과 전통문화관, 지역기업체 등을 방문하며 민생을 챙길 계획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올 설에는 가까운 사이라도 직장, 진학, 혼인 문제 등은 묻지 말아 주세요. 소통은 상대를 판단하기 위함이 아니라 사랑하기 위한 일이기 때문입니다’라며 소통의 가치를 강조한 명절 인사 메시지를 지인들에게 발송하기도 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영화 多樂房] ‘베일을 쓴 소녀’

    [영화 多樂房] ‘베일을 쓴 소녀’

    ‘여고’나 ‘군대’, 혹은 ‘교도소’처럼 살짝 엿보고 싶은 공간이 있다. 아니, 누군가에게는 엿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공간 말이다. 이러한 호기심은 많은 감독으로 하여금 그곳에 카메라를 들이대도록 만들었다. 처음에는 흥미로운 풍경 속에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듯하지만 영화가 끝날 때쯤 관객들이 깨닫게 되는 것은 그 커뮤니티 역시 평범한 사회의 축소판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엿보고 싶은 공간의 끝장판이랄까, 18세기 수녀원의 담을 넘은 프랑스 기욤 니클루 감독의 ‘베일을 쓴 소녀’(23일 개봉)도 어느 사회에나 도사리고 있는 인물들의 비뚤어진 본성과 욕망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하지만 열여섯 살의 수잔이 겪게 되는 일련의 잔혹사는 수녀원이라는 공간이 가진 일반적인 이미지, 즉 사랑이나 자비와 같은 종교적 가치를 거스르고 있기에 적잖이 충격적이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수잔은 가족들에게 수녀가 될 것을 강요당한다. 수잔은 수녀원에 와서도 이를 끝까지 거부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녀가 기절한 사이 수녀 서원을 마친 상태가 돼 있다. 여기에 새로 부임한 크리스틴 원장수녀는 보수적인 규율로 기강을 잡고, 수잔이 그녀에게 복종하지 않자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한다. 맑았던 수잔의 영혼은 동료들의 무시와 외부와의 단절로 혼탁해지고, 싱그러웠던 그녀의 육체는 금식 및 독방 감금 등의 처벌로 만신창이가 돼 간다. 크리스틴은 수잔을 철저히 짓밟아 나가는데, 종교와 결탁한 그녀의 권력은 실로 공포스럽다. 자신의 의중에 반하는 것을 절대자에 대한 도전으로 치부하고, 한 사람을 순식간에 마귀 들린 인간으로 매도하는 크리스틴의 행위는 종교적 위세를 등에 업었기에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곡절 끝에 수녀원을 옮긴 수잔은 그곳에서 크리스틴과 전혀 다른 유형의 유트롭 원장수녀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처음부터 수잔에게 과도한 애정을 표현하더니 급기야 한밤중에 수잔의 침대를 급습하기에 이른다. 등장하는 장면이 많지 않음에도 이자벨 위페르가 분한 유트롭 캐릭터의 비중은 이 영화에서 절대적이다. 수녀원이나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성추행 사건이야 문학과 영화에서 종종 사용돼 온 소재들이지만 유트롭은 가해자의 전형성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그녀는 자신의 넘치는 감수성을 주체하지 못하고 웃지 못할 상황극을 만들며 묘한 동정심까지 이끌어 낸다. 그러나 그녀 역시 원장수녀로는 부적합할뿐더러 욕망을 위해 자신의 공적 위치를 이용하는 인간이기는 크리스틴과 마찬가지다. 영화가 조명하는 것은 명백하게도 한 사회의 부조리와 권력층의 실태다. 감독은 이러한 보편적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폭력적 이미지들을 최대한 자제하는 한편, 수녀원을 일부러 어둡고 폐쇄적인 공간으로 묘사하는 대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살리는 데 집중했다. 결국 우리가 이 영화를 통해 보게 되는 것은 수녀들의 은밀한 생활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수잔이 온 힘을 다해 수녀원을 빠져나오는 낙관적 결말도 부디 현실과 맞닿아 있길 소망한다. 청소년 관람 불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차넷 1월 경소형 중고차 도매 시세]모닝과 엑센트, 연식 바뀌어도 인기 지속!

    [차넷 1월 경소형 중고차 도매 시세]모닝과 엑센트, 연식 바뀌어도 인기 지속!

    ◇경•소형 중고차 1월 도매 가격은 연식변경에도 소폭의 하락세만 보였다.1월 경•소형 중고 자동차 도매 가격은 다른 차종들과 비슷하게 약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기아 모닝과 현대 엑세트가 경•소형 중고차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내차 가격비교 사이트’ 차넷(대표 최원호)이 15일 발표한 ‘1월 경•소형 중고차 도매 시세’에 따르면, 경•소형 중고차는 지난해 12월 대비 평균 1.5%가량 하락한 수치를 보였다. 경차의 도매 시세는 전월대비 평균 약 1.3% 떨어졌고, 소형차는 약 1.9% 가량 내렸다. 매년 1월에 연식변경에 따른 중고차 도매 가격이 하락한다고 가정 했을 때 큰 변화가 없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는 장기적인 경기 불황으로 인한 다양한 경제적 혜택 때문에 경차와 소형차의 인기가 꾸준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경차는 취•등록세 면제, 고속도로 통행료와 공영주차장 50%할인 등 세금혜택이 많다. 또한 경•소형차는 연비부담이 적어 자영업자들과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대학생과 직장인들에게 안성맞춤이다. 특히, 세련된 디자인과 다양한 편의사양을 더해 여성 운전자들을 공략해 수요층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중고차 시장에서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1월 도매 시세를 살펴보면, 여전히 경차 시장에서는 올 뉴 모닝과 레이 등 기아차가 시장을 이끌고 있는 형국이다. 이 두 차량은 연식이 바뀌었음에도 10만원 미만으로 가격이 떨어졌을 뿐, 64% 이상의 높은 잔존가치율을 보이고 있다. 한국GM의 스파크는 전월대비 시세가 1.5%가 하락 했다. 마티즈의 경우 전월대비 시세가 1.7% 하락 하여, 스파크와 비슷한 변동율을 보이고 있지만 잔존가치율 면에서 약 8% 정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마티즈가 스파크의 전 모델이고, 단종 상태이기 때문에 잔존가치율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대부분 차량은 후속모델이 출시가 되면, 전모델의 중고차 시세는 큰 하락세를 보인다. 이에 중고차를 판매 할 때 후속모델이 출시 되기 전에 판매하는 것이 보다 좋은 가격에 중고차를 판매 할 수 있는 방법 이다. 소형차 부문에선 착한 연비를 자랑하는 현대 신형 엑센트가 전월대비 가격이 1.1%가량 떨어졌지만, 잔존가치율에서는 68.6%로 경•소형차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차넷은 내 차를 팔 때 특히 유용하다.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을뿐더러 빠르고, 편리하게 제대로 된 중고차 가격을 받고 팔 수 있다. 차넷 홈페이지(www.chanet.co.kr)나 전화 1688-8249로 문의하면, 전국 400여명의 중고차 딜러들로부터 빠르면 1시간 안에, 늦어도 다음날까지 중고차 견적금액 결과를 이메일과 전화로 알려준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시론] 창조경제의 신형엔진, 협동조합/이혜숙 과학기술인협동조합 지원센터장

    [시론] 창조경제의 신형엔진, 협동조합/이혜숙 과학기술인협동조합 지원센터장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산업이 열리면서 ‘일’이 변하고 있다. ‘일’이 변하니 ‘일할 사람’도 변화해야 한다. 그 변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창의성이다. 창조경제의 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하는 사람의 창의성이 연료가 돼야 한다는 말이다. 연료가 갖춰진 다음에는 효율을 높이는 새로운 엔진이 필요하다. 이 엔진은 연료의 특성을 파악해 가장 효율적으로 동력을 만들어 내도록 설계돼야 한다. 1년 전쯤 잡코리아가 직장인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일을 선택하는 기준’을 묻자 ‘재미’가 최우선으로 꼽혔다. 창의성 발현은 자신의 일에 재미를 느낄 때, 즉 열정을 가질 때 그리고 자신의 삶을 조망할 수 있을 때에야 가능하니 당연한 결과 같기도 하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청년과 여성은 그동안 경제활동의 중심이었던 남성 장년층과 다른 특성을 보인다. 이들이 선호하는 직업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거나 능력으로 평가받거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는 직업들이다. 다시 말해 창의성을 발휘해 일한 결과를 제대로 평가받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공정하게 받고 싶어한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과학기술인협동조합은 구성원의 창의성을 최대한 발현시키며 창조경제의 심장을 뛰게 할 신형엔진이 될 것이다. 협동조합은 자본을 투자한 대주주의 이익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의 이익을 존중하고 조합원이 모두 주인인 기업활동이 가능해 일할 사람의 욕구를 담아낼 수 있다. 이공계 청년에게는 팔팔거리는 생생한 아이디어가 있다. 고경력 과학기술인은 전문가로서의 평판과 명성을 바탕으로 신뢰받는다. 임신, 출산, 육아, 가족돌봄으로 다른 경력을 만들어 온 여성과학기술인에게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이해와 문제해결력이란 큰 자산이 있다. 한편으로 도전하는 청년에게는 실패를 끌어안아 주고, 성취감을 맛보도록 기회를 주고 기다려주는 누군가의 인내가 필요하다. 다시 일하고자 하는 여성에게는 새롭게 적응하도록 격려하고,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양보와 절제를 발휘하는 조력자가 필요하다. 고경력 과학기술인에게는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역할이 필요하다. 조합원 합의에 따른 규약을 기초로 작동할 과학기술인협동조합은 구성원들의 바람이 존중되고 배려될 수 있는, 합의된 엔진으로 움직일 것이다. 지금까지 경제활동 기회가 충분하지 않았던 경력 단절 여성과학기술인, 어렵게 공부했는데 일할 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이던 미취업 이공계 청년, 사회에 기여한 것에 비해 대우가 약하다고 섭섭해하던 고경력 과학기술인이 저마다 과학기술의 전문 지식을 창조경제의 창의성 연료로 활용해 동력을 만들어 낼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5월 ‘과학기술인협동조합지원센터’를 지정하고, 전문직 협동조합 창업을 유도한 결과, 11월 기준으로 과학기술인협동조합이 40개 넘게 생겼다. 과학기술인협동조합이 할 일은 지금까지 연구·개발 투자로 쌓아 온 지식을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쓴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논문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2위를 차지하는 등 과학기술 분야에서 양적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기업기술협력은 22위 수준으로 지식의 공유·확산 문화가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과학기술인협동조합은 이런 체질을 바꿀 것이다. 지금까지 지식 축적에 초점을 둔 일이 많았지만, 협동조합은 쌓아놓은 지식을 이용하는 일을 늘릴 것이다. 돈을 쓰는 창의성에서 돈을 버는 창의성으로 중심이동이 생기는 것이다. 과학기술인협동조합은 연구개발 자체뿐 아니라 연구개발 기획, 수행, 결과 활용에 이르는 전 단계에서 과학기술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연구개발 서비스사업에 광범위하고 다양한 형태로 참여해 ‘서비스’로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삶의 질을 높여갈 창조시장이 형성되기를 기대한다.
  • [시간제 일자리 길을 묻고 답을 찾다] 노·사 단체 실무자 인터뷰

    [시간제 일자리 길을 묻고 답을 찾다] 노·사 단체 실무자 인터뷰

    한국의 노동 정책은 정부가 주도하고 사용자 단체와 노동자 단체가 협의하는 형태로 변화해 왔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KTX 민영화 논란’으로 양대 노총 중 하나인 민주노총은 정부를 대상으로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는 ‘전면전’을 선포했고,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해 온 한국노총마저 정부와의 대화를 거부하며 사상 최악의 노·정 갈등을 빚고 있다. 이에 대해 노사문화 선진국인 덴마크의 노사 관계자들은 “노동 정책의 주체는 정부가 아닌 고용주와 노동자 단체이며, 대타협의 원칙 속에 정책이 만들어져야 성공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헤나 크라룬트 고용자협회 선임연구원 “다양한 근무제로 선택의 폭 넓어… 노동시장 변화 노사가 주도” “덴마크의 모든 정책은 복지를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고용정책과 노동시장의 변화는 곧 노동자의 삶과 직결되기 때문에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최상위 가치에 두고 (정책을)펼쳐야 합니다.” 지난해 12월 20일 코펜하겐 사무실에서 만난 헤나 크라룬트 고용자협회(DA) 선임연구원은 “복지정책 없는 노동정책은 상상할 수 없다”며 “세계의 언론과 국민들이 덴마크의 복지정책을 부러워하지만 이는 오랜 시간 사용자와 노동자, 또 정치인들이 고민하고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사인 크라룬트 선임연구원은 협회에서 노동관계 법률과 계약, 노동조합총연맹(LO)과의 단체협상 등에 대한 법률 자문 및 연구 등을 담당하고 있다. 고용자협회는 한국의 경영자총협회와 비슷한 개념으로, 덴마크의 산업별 기업체들이 회원사로 가입해 있으며 2년 주기로 노총과 함께 ‘고용·노동 협정문’을 만든다. 노동법이 있지만, 경직된 법률보다 사용자 대표와 노동자 대표가 대화를 통해 도출하는 이 협정문을 중심으로 덴마크 노사가 움직인다. 크라룬트 선임연구원은 “덴마크에는 협정문에 따라 전일제 노동의 정규직과 시간제 정규직, 시간제 계약직 등 다양한 근로계약형태가 존재한다”면서 “근로계약형태가 다양하다는 것은 그만큼 사용자와 노동자가 채용과 노동 조건에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전일제 정규직 노동자는 주당 노동 시간이 37시간으로 정해져 있으며 노동자의 요청에 따라 주 5일 중 37시간만 채우면 된다. 자발적인 초과 근무에 대한 수당은 없지만 회사 및 고용자의 요구에 따른 초과 근무에는 기본급의 1.5배에 해당하는 초과 근무수당이 붙는다. 시간제 근무는 3개월 단위로 주 10시간 이하 근무가 보편적이다. 2009년 통계에 따르면 경제활동 중인 사람 가운데 시간제 노동자는 26.1%로 성별로는 남성이 15.6%, 여성이 37.8%로 여성 비율이 더 높지만 독일이나 네덜란드 등 유럽연합(EU) 국가 중에서는 성별 격차가 낮은 편이다. 크라룬트 선임연구원은 “덴마크에서도 시간제 일자리는 고용시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유럽의 다른 국가에 비해서 비율이 높은 편은 아니고 또, 남녀 비율에 있어서도 여성이 적은 편에 속한다”면서 “그 이유는 보육 및 교육 제도와 관련이 깊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무상보육과 무상교육 정책 덕에 여성이 가정생활의 부담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정규직 진출이 높아졌기 때문에 여성 고용률 자체가 높고 따라서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할 이유도 낮아졌다는 것이다. 그는 또 “현재 시간제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연령대는 기업체에서 실습 중인 실업계 고교 학생과 재학 중인 대학생, 정규직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 졸업생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이 연령대의 청년들은 시간제 일자리를 통해 사회 진출 직전 기술을 쌓는 동시에 경제활동을 할 수 있고, 중년층 이상은 노동보다는 개인의 삶에 집중하기 위해 시간제 일자리를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드 버스크 노동조합총연맹 노무담당관 “고용 경직성 해결책은 일자리 나누기” “고용률을 높이겠다는 것은 세계 모든 나라의 공통된 고민이며 목표일 것입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완전 고용 수준의 실업률을 보이던 덴마크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0년 유로존 재정 악화 속에 실업률이 증가해 같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20일 코펜하겐 ‘덴마크 노동조합총연맹’(LO) 사무실에서 만난 매드 버스크 노무 담당관은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통한 고용 노력에는 공감하면서도 “노동시장 변화의 주체는 노총과 고용자단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인위적인 정책 개입은 노사 양측의 균형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덴마크 노총은 2013년 말 기준 약 110만명의 조합원을 보유한 덴마크 최대 노총으로, 덴마크에는 LO 외에 2개의 대형 노총이 있지만 고급 기술인력을 제외한 일반 정규직과 시간제 노동자를 중심으로 구성된 LO가 ‘덴마크 고용자협회’(DA)의 교섭 대상이다.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에 관해 고용자협회와 단체교섭을 하는 것이 LO의 핵심 기능이다. 버스크 담당관은 “덴마크는 100여년 전 노사 대타협을 이룬 이후로 노사 간 타협과 상생의 전통을 꾸준히 발전시켜 왔으며 집단 이익에 따른 주장이 아닌, 노사협정문을 근거로 노동시장이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노총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문제로 시간제 노동자의 불만 해소를 꼽았다. 각종 외신을 통해 ‘국민 모두가 행복한 나라’로 소개되고 있지만 “행복의 정도는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없으며, 불만 없는 노동자가 존재하는 세상이 어디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그가 전한 덴마크 시간제 노동자의 가장 큰 불만은 전일제 정규직 전환의 어려움이다. 시간제 노동자는 크게 정규직에서 시간제로 전환한 노년층과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시간제로 노동시장에 진출한 사회 초년생으로 나뉘는데, 후자의 경우 불만이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버스크 담당관은 “노총 입장에서도 고용자의 권리를 인정해야 하고 이 또한 협정문을 근거로 이뤄지기 때문에 시간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강요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정규직과 동일한 시간급과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협정문에 명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정책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노동시장은 고용자와 노동자의 수요·공급 논리 속에서 변화를 거듭하는 게 순리라고 생각한다”면서 “만약 정부의 인위적인 노동시장 개입이 단순히 기존 정규직 노동 시간을 쪼개는 수준으로 간다면 이는 고용자와 노동자 양측 모두에서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버스크 담당관은 이어 “한국은 평균 노동시간이 세계에서 가장 길면서도 고용 구조가 매우 경직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일자리가 아닌 평균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일자리를 나누고, 고용 구조 연성화를 추진하는 것도 고용률 개선의 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고용시장 유연화의 전제조건은 사회안전망 확보”라고 강조했다. 코펜하겐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자존심 지키는 멋진 어른이 되길” 성북구청장, 자선다이어리 참가

    “자존심 지키는 멋진 어른이 되길” 성북구청장, 자선다이어리 참가

    시설 퇴소 청소년을 돕는 사회 명사 다이어리 전시회에 서울시 기초지방자치단체장 25명 가운데 김영배 성북구청장이 유일하게 참여해 눈길을 끈다. 7~26일 서울도서관 생각마루에서 ‘열여덟 어른의 자립정착 꿈’ 캠페인을 지원하기 위해 열리는 ‘100인의 다이어리전’이다. 지난해 12월 교보문고 전시회가 자리를 옮겨 2차 전시회를 갖는 것. 아름다운재단 등이 부모가 없거나, 집안의 경제적 사정 등으로 보육원이나 공동생활 가정 등에서 보호받다가 18세가 돼 시설을 떠나게 된 청소년을 돕기 위해 마련했다. 시설 퇴소 청소년들은 자립 정착금으로 300만원을 지원받지만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단은 유명 캘리그래퍼 강병인씨가 재능기부로 ‘꿈 활짝 피어나다’라는 글씨를 새긴 다이어리를 제작, 일반에 판매해 얻은 수익금으로 시설 퇴소 청소년 자립을 돕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또 소설가 조정래, 만화가 윤태호, 뮤지션 장기하 등 사회 각계각층 명사 100명의 친필 사인과 꿈에 대한 메시지를 새긴 다이어리를 1권씩 특별 제작해 전시하고 있다. 이 다이어리는 추첨을 통해 캠페인 참가자에게 기념품으로 제공된다. 김 구청장의 경우 공적 영역에서 진정성을 갖고 연대와 호혜의 가치를 펼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은 재단이 적극 섭외했다는 후문이다. 그의 저서 ‘동네 안에 국가 있다’도 함께 전시된다. 김 구청장은 피천득 시인의 ‘인연’을 인용하며 “자존심을 지킬 줄 아는 멋진 어른이 되길 응원한다”고 적었다. 재단 상임이사를 지낸 박원순 서울시장도 전시회에 참여한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초점]박근혜 대통령 “통일은 대박이다” 발언 의미는?

    [초점]박근혜 대통령 “통일은 대박이다” 발언 의미는?

    박근혜 대통령 “통일은 대박이다” 화제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남북 통일을 위한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설맞이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특히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말로 통일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 취임후 첫 기자회견 및 신년 정국구상 발표에서 “내년이면 분단된 지 70년이 된다”면서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적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의 대립과 전쟁위협, 핵위협에서 벗어나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어가야만 하고, 그것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국민 중에는 ‘통일비용 너무 많이 들지 않겠느냐, 그래서 굳이 통일을 할 필요가 있겠나’ 생각하는 분들도 계신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저는 한마디로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언급과 관련해 “세계적 투자전문가의 얼마전 보도를 봤다. ‘남북통합 시작되면 자신의 전 재산을 한반도에 쏟겠다, 그럴 가치가 충분히 있다, 만약 통일이 되면 우리 경제는 굉장히 도약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며 “저는 한반도 통일은 우리 경제가 대도약할 기회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시대를 준비하는데 핵심적인 장벽은 북핵문제”라면서 “통일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핵개발은 결코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걸음을 내디딘다면 남북한과 국제사회는 한반도의 실질적 평화는 물론 동북아의 공동 번영을 위한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에 이산가족 상봉을 나흘 앞두고 갑자기 취소된 것은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었다”면서 “이번에 설을 맞아 이제 지난 60년을 기다려온 연로하신 이산가족들이 상봉하도록 해서 마음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도록 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는 사실상 통일부 등 관계 당국에 이산가족상봉 대북제안을 지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으로 첫 단추를 잘 풀어서 남북관계에 새로운 계기의 대화의 틀을 만들어갈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은 ‘장성택 처형’ 등에 따른 북한 정정과 관련, “정부도 특정상황을 예단하기보다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모든 시나리오에 대해 철저히 대비해 나가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에 장성택 처형을 보면서 우리나라 국민뿐 아니라 세계인들이 참으로 북한 실상에 대해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북한이 어떻게 될 것이고, 어떤 행동으로 나올 것인지는 세계 어느 누구도 확실하게 말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2년차 경제분야 국정구상과 관련, “국민 여러분이 성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우리 경제의 혁신과 재도약을 위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세우고 성공적으로 이끌어서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3대 추진 전략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비정상적 관행을 정상화하는 개혁을 통해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만들고 ▲창조경제를 통해 역동적인 혁신경제를 만들며 ▲내수를 활성화해 내수와 수출이 균형 있는 경제를 만들겠다고 소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먼저 비정상적 관행의 정상화 개혁과 관련, “그동안 우리 사회에 비정상적인 것들이 너무나 많이 쌓여왔다”면서 “이런 불합리한 점들을 바로잡고,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만들기 위해 공공기관의 정상화와 재정·세제개혁, 원칙이 바로 선 경제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먼저 공공부문 개혁부터 시작해 나가겠다. 지금 공공기관의 부채는 국가부채보다 많아서 일부 공기업들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공기관 개혁 우선 추진 방침을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총량제를 도입해 부문별로 할당량을 부여해서 관리하고,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해 분야별로 점검하면서 막혀 있는 규제를 풀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에서 불을 댕긴 개헌 논의와 관련해선 “워낙 큰 이슈이기 때문에 이게 한번 시작되면 블랙홀같이 모두 빠져들어 이것저것 할 그것(엄두)을 못낸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으며, 지난해 연말부터 제기돼 온 개각설에 대해선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밖에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대섯개입 의혹에 대한 야당의 특검 요구에 대해서는 “현재 재판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대통령으로서 이런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불통(不通)’ 논란과 관련해선 “진정한 소통이 뭔지에 대해서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계적 만남이나,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주장이라도 적당히 수용하거나 타협하는 건 소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우리 사회를 보면 불법으로 막 떼를 쓰면 적당히 받아들이곤 했는데, 이런 비정상적 관행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소통이 안 돼서 그렇다’고 말하는 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복지 위기의 시대… 가사노동의 가치를 되묻다

    복지 위기의 시대… 가사노동의 가치를 되묻다

    혁명의 영점/실비아 페데리치 지음/황성원 옮김/갈무리/336쪽/2만원 1992년 3월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1차 여성정책심의위원회. 위원회에는 총리 직속의 여성정책 심의·조정 기구로 관계 부처 장관과 민간위원이 참석했다. 회의에선 관례대로 공식 안건 처리 뒤 비공식 환담이 이어졌고, 이때 누군가 얘기를 꺼냈다. “가사노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만큼 주부의 가사노동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건의였다. 총리는 “가사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평가하면 누가 주부에게 월급을 주는 것이냐”고 물었고, 여기저기서 웃음보가 터져 나왔다. 역설적으로 이날의 ‘촌극’ 이후 국내에선 주부의 가사노동에 대한 경제적 가치 판단이 재평가됐다. 사회와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란 인식이 저변에 깔리면서 가사노동 가치의 합리적 산출과 공적 기준을 정하고자 수차례 연구 용역이 이뤄졌다. ‘주부 가사노동의 소득인정 기준’이 마련되기까지 했다. 책 ‘혁명의 영점’은 30여년간 여성주의 운동을 이끌어 온 실비아 페데리치의 최신작이다. 전작 ‘캘리번과 마녀’에서 마녀사냥을 자본주의 도입과 이행이란 맥락에서 이해했던 저자는 복지 위기 시대에 가사노동의 가치를 진지하게 되묻는다. 가사노동이 노동력을 ‘재생산’하므로 생산노동과 동일하게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고, 재생산 노동의 최종 수혜자가 자본이므로 총자본의 대변인인 국가가 가사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줘야 한다는 주장은 1970년대부터 여성운동의 화두였다. 그의 고민은 기존 좌파 운동과 짝지어진 여성주의 운동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에서 시작된다. 저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신자유주의 확산 속에서 복지의 축소와 그에 따른 부담이 가사노동에 고스란히 떠넘겨진 현실이다. 실제 미국의 경우 노인복지 서비스 축소로 그동안 병원 등 공적 영역에서 제공되던 돌봄 서비스가 가정의 몫으로 넘어왔다. 이는 여성의 무급 가사노동이 증가하는 현실로 이어졌고, 노동조합조차 외면하는 문제가 됐다. 저자는 돌봄 서비스 등 재생산 노동을 국가나 자본의 손에 맡기는 대신 집단·공동화를 통해 공유재 성격을 갖게 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가사노동에 공유재 개념이 확산돼야 월가 점거운동 같은 투쟁의 지평을 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책은 마르크스주의의 한계를 지적하지만 지나치게 급진적인 데다 여성의 ‘성’(性)과 ‘부부관계’마저 경제적 종속의 입장에서 들여다보는 시각이 다소 부담스럽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오피스텔 비켜! 수익률 앞서는 ‘착한가격 상가’ 뜬다

    오피스텔 비켜! 수익률 앞서는 ‘착한가격 상가’ 뜬다

    수익형부동산, 분양가에 따라 수익률 천차만별 인근 분양가격 보다 저렴한 상가 등 높은 수익률로 ‘눈길’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 상품인 상가 투자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증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투자용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 상가는 분양가가 수익률과 향후 공실률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구입 전 꼼꼼히 따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상가의 경우 분양가에 따라 임대수익률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한 예로 공급면적이 330㎡로 같은 면적의 상가를 구입한다고 가정했을 때 분양가에 따라 수익률은 크게 차이가 난다. 3.3㎡당 1000만원의 분양가의 상가를 구입할 때 드는 비용은 10억원 정도다. 이를 보증금 1억원에 월 임대료 450만원만 받아도 연 6%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3.3㎡당 1500만원에 구입한다고 보면 보증금 2억원에 월 임대료를 650만원은 받아야 6%의 수익률을 겨우 맞출 수 있다. 또한 분양가는 단순한 수익률뿐만 아니라 향후 임점 업체 유치면에서도 영향을 미친다. 상가주 입장에서는 최대한의 수익률을 보전해야하고 입주할 업주로서는 입지가 비슷하다면 굳이 비싼 임대료를 지불할 리가 없기 때문에 보다 저렴한 곳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어서다. 분양가가 저렴한 상가는 입점 업체의 유치와 상가 활성화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분양가는 수익률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우선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며 “주위의 상가 시세 등을 꼼꼼히 따져 분양을 받아야 향후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대건설이 문정지구 6블록에서 분양 중인 현대지식산업센터의 상업시설 ‘H-Street’는 이러한 면에서 경쟁력이 있고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알짜 투자처다. 이 상가의 분양가는 1층 기준, 3.3㎡당 약 2100만~3300만원대로 공급돼 주변의 시세보다 저렴한 편이다. 인근의 신축된 오피스텔 1층 상가의 평균분양가격이 3.3㎡당 약 3500만~3900만원 내외임을 고려하면 매우 저렴한 수준이다. 상가정보전문업체인 상가뉴스레이다에 11월 등록된 인근의 H오피스텔 47.21㎡(전용면적 31.7㎡) 면적의 1층 상가가 현재 보증금 5000만원, 월 임대료 230만원선에서 매물이 나오고 있다. 이를 그대로 적용한다고 가정하면 연 6~10% 가량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송파 문정지구 6블록 현대지식산업센터의 상가는 지하층 36개, 지상1층 120개 총 156개 점포로 구성되며 연면적 1만9463㎡ 규모다. 분양가 이외에도 배후수요가 풍부하고 접근성이 좋아 투자가치가 높다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이 상가는 위례신도시, 강남보금자리, 동남권 유통단지 등 근거리 배후 주거인구만 약 20만여명에 육박하며 지식산업센터 내의 상주인구만 5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문정지구에는 IT산업 등 차세대 신성장 동력산업들이 계획적으로 유치될 예정으로 차별화된 배후수요를 자랑한다. 특히 바로 앞으로는 동부지방법원과 등기소, 검찰청 등이 들어선다. 현재 개발도 순항 중에 있어 문정지구는 명실상부한 강남권의 신행정중심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여기에 관공서와 그에 따른 협력업체 등의 유관기관까지 들어서면 풍부한 배후수요가 추가로 창출돼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주변 개발호재도 풍부하다. 오랜 전통을 가진 가락시장 현대화(예정) 사업은 낙후된 시장이미지를 벗고 녹지와 휴식공간이 공존하는 현대 시장으로 탈바꿈하며, 제2롯데월드(예정) 개발 소식까지 더해진다. 2015년 KTX 수서역 개통으로 수서발 KTX 노선은 현재 수도권 전철과 연계해 수서~동찬~평택 구간 내 철도시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지역의 개발이 이뤄지면 향후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인한 시세차익도 기대해볼만하다.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건물답게 상품성도 뛰어나다. 문정지구 미래형 업무단지 내 최초의 랜드마크급 브랜드 지식산업센터라는 상징성을 더해 고급스럽게 꾸며진다. 지상 1층은 스트리트형 상가로 캐노피 설계를 도입해 점포 활용도를 높였으며 선큰(Sunken)형 광장 조성을 통해 개방감을 높이고 정주공간을 확보했다. 특히 지하는 문정역까지 컬쳐밸리로 연결해 가로를 따라 자연스럽게 고객들이 집중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H-Street의 분양 홍보관은 송파구 문정동에 있으며 입주는 2016년 상반기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남아선호는 옛말… 66% “딸이 좋아”

    남아선호는 옛말… 66% “딸이 좋아”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은 아들보다 딸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10명 중 4명에 불과했다. 정부 통계조사에서 자신을 중산층으로 여기는 국민의 비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18일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의 19세 이상 성인 남녀 2537명을 대상으로 지난 10~11월 실시한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녀를 한명만 낳는다면 딸이 좋겠다고 답한 사람은 66.2%로 아들을 선호한 쪽(33.8%)보다 2배나 많았다. 정부의 한국인 의식·가치관 조사는 1996년, 2001년, 2006년, 2008년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이번 조사에서는 정부 통계 사상 ‘중산층 50%’ 마지노선이 처음 깨졌다.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43.9%로 2009년 통계청 사회지표 조사치(54.9%)와 올해 통계청 조사치(51.4%)보다 크게 떨어졌다. 반면 가정 경제 수준이 중산층보다 ‘낮다’는 답변은 50.9%로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통계청의 2009년(42.4%)과 올해 조사치(46.7%)에 비해 꾸준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양극화에 대해서는 86.9%가 ‘심각하다’고 답했고 우리나라의 경제 수준 대비 사회복지 수준이 ‘낮다’는 의견(64.3%)이 ‘높다’는 응답(35.7%)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로는 ‘일자리 부족’(44.6%)이 꼽혔다. 2006년 조사에서 ‘일자리’를 당면 과제로 꼽은 비율은 9.1%였다. 국민의 행복과 가치에 대한 의식 수준은 점차 선진국형으로 탈바꿈했다. 국민의 행복 수준은 10점 만점에 6.9점으로 2008년 조사와 같은 수준이었지만 행복을 결정하는 기준은 가족이었다. 행복한 삶을 위한 분야별 중요도를 묻는 10점 척도 질문에서는 ‘건강’(9.4점), ‘배우자’(8.9점), ‘자녀’(8.6점)가 ‘소득이나 재산’(8.6점), ‘직장 생활’(8.4점) 등을 앞섰다. 더 좋은 사회가 되기 위해 필요한 가치로는 ‘타인에 대한 배려’라는 응답이 10점 만점에 평균 8.7점으로 가장 높았다. 남녀평등에 대한 체감도는 눈에 띄게 높아졌다. 우리 사회가 남녀평등 사회라고 답한 사람은 53.4%로 2008년(30.4%)보다 크게 늘었다. 이상적인 자녀 수는 2006년, 2008년과 마찬가지로 2.4명으로 조사됐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與측 “국내 정보수집 안보에 필수” 野측 “대공수사권 경찰 등 넘겨야”

    與측 “국내 정보수집 안보에 필수” 野측 “대공수사권 경찰 등 넘겨야”

    16일 열린 국회 국가정보원 개혁특위는 ‘국내 정보 수집’ 문제에서 전선이 형성됐다. 여야가 2명씩 추천한 전문가 4명을 불러 공청회를 열고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 방안을 논의한 자리에서 새누리당 추천 전문가들은 국내 정보 수집 활동이 국가 안보에 필수적이라는 주장을 폈다. 한희원 동국대 교수는 “대한민국의 핵심적 헌법가치는 자유이며 이 자유를 지키는 국가 안보는 민주주의보다 선행하는 가치”라면서 “인간은 정치적이고 모든 행정부처도 정치적이므로 국가 안보를 사수하는 정보기구의 정치활동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성현 뉴데일리 주필은 “국정원 활동은 특정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나 반대라기보다 북한 측 사이버심리전에 대한 대응이었으며 이 대응은 선거기간 훨씬 전부터 진행돼 왔다”면서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미리 예단해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하고 정파 중립성을 어겼다고 결론 낸다면 교각살우 이상의 상황이 올 것이고 국민들의 광범위한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의 업무를 해외 정보 수집에 국한시키자는 야당 측 요구에 대해 박 주필은 “국정원을 해체하자는 수준의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추천 전문가들의 주장은 정반대였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이광철 변호사는 “미국은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으로, 영국은 MI6과 MI5로 각각 해외 정보 수집과 국내 정보 수집 기구를 분리하고 있다”면서 “국정원도 국내파트에서 손을 떼야 하며, 특히 법적 근거가 없고 공포 정치의 전조를 알리는 연락관 제도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장유식 변호사는 “특위 의제로 합의된 사항은 아니지만 정보기관과 수사기관의 존재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정보기관에 수사권을 주지 않는 것이 선진 민주국가의 확고한 원리”라면서 “대공 수사권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그 기능을 경찰청 등으로 옮겨 국정원은 정보 수집이라는 본연의 업무만 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의원들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김회선 새누리당 의원은 “이적단체 수사에 몇 년씩 걸리고, 이와 관련해 수십년 축적된 노하우를 국정원이 갖고 있는데 이를 경찰과 검찰에 넘겨서 제대로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문병호 민주당 의원은 “국정원이 국내 언론사·정당·국회를 출입하며 정보를 수집하는 것 자체가 현행법 위반”이라며 정보관 제도 폐지를 거듭 주장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사회문제 외면하던 잉여들 ‘화두’ 던지자 한발 나서다

    사회문제 외면하던 잉여들 ‘화두’ 던지자 한발 나서다

    한 대학생이 또래에게 사회 현안에 관심 갖기를 호소하며 붙인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의 반향이 대학가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취업과 등록금 인하 등 생활 이슈에 골몰하던 청년층이 정치,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안녕들 하십니까’의 바람은 온·오프라인의 지지를 동력 삼아 확산될 가능성이 커 연말 정국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개설된 ‘안녕들 하십니까’ 페이지에 15일 밤 11시 현재 19만명이 넘는 네티즌이 ‘좋아요’라고 호응했다. 지난 12일 고려대 주현우(27·경영학과)씨가 학교에 붙인 대자보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지 나흘 만이다. 주씨는 지난 10일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에서 코레일 파업의 원인이 된 철도 민영화 논란을 언급한 뒤 “(대학생들이) ‘정치적 무관심’이라는 자기 합리화 뒤로 물러나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며 관심을 촉구했다. 전국 각 대학에도 주씨의 주장에 동의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잇따라 내걸렸다. 서울대에는 대자보 20여개가 붙었고 가톨릭대와 광운대, 대구대, 부산대, 상명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등에도 ‘안녕하지 못하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나붙었다. 각 대자보에는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 동성애 문제 등 사회 현안에 관심을 갖자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14일에는 주씨의 주장에 동의하는 학생 200여명이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대 캠퍼스에 모인 뒤 서울역에서 열린 철도 민영화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 성균관대 서울 캠퍼스에 대자보를 붙인 김모(21·철학과)씨는 “정치 현안에 무관심하던 친구들도 페이스북으로 대자보 내용을 공유하는 등 각성의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이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에 관심을 보이는 것에 대해 “경쟁 질서에 어쩔 수 없이 적응해 갔지만 동료가 생각거리를 던지자 부채 의식이 터져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희연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스펙 쌓기 등 사회가 강요한 룰을 따르던 학생들이 출구를 찾던 터에 계기가 마련되자 자신들을 ‘잉여’(가치 없는 존재라는 의미로 학생들이 쓰는 단어)로 만든 가혹한 경쟁 질서를 비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오프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점도 눈에 띈다. 조성대 한신대 교수는 “대자보와 페이스북 등 온·오프라인 매체의 경계를 넘나든 것이 과거 이슈의 파급 양상과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대자보에 강경한 어투의 기존 성명과 달리 ‘한번쯤 생각해 보자’는 식의 내용이 담겨 공감을 샀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일부 대학 게시판에는 “사회 현안에 관심을 갖자는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철도 파업 등 갈등 당사자 중 한쪽을 악으로, 다른 쪽을 선으로 규정하는 접근 방식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찬반이 엇갈리는 현안을 두고 토론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보수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의 일부 회원이 대자보를 훼손하기도 했다. 이들은 ‘저는 안녕합니다’라는 내용의 반박 대자보를 준비 중이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김민석 기자 shinho@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