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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풍 ‘루사’강타/ ‘최악수재’ 강릉 르포, “마실물도 없어” 또 水難

    폭격을 당한 듯 도시 곳곳이 잘려 나가고 거리마다 흙탕물에 젖은 가재도구들로 넘쳐나는 강원도 강릉시에서 2일부터 본격 복구작업이 시작됐다.낮 기온이 34℃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와 도로마다 뿌옇게 날리는 황토 먼지 속에 1만여명의 장병과 시민들이 나서 재기의 구슬땀을 흘렸다.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막막하지만 우선 도심에 쌓인 흙과 못쓰게 된 물건들을 치우는 청소부터 서둘렀다.양수기를 동원한 강릉시 최대 재래시장인 중앙시장의 지하 물빼기 작업도 하루종일 이뤄졌다. 시민 변성구(35·상업·성남동)씨는 “삶의 의욕을 잃고 막막했는데 군 장병들이 도와줘 고맙기만 하다.”고 말했다.중앙동 복구작업에 나선 화랑부대 지호경(35) 대위는 “시민들이 손도 못대고 있는 청소작업부터 돕고 있다.”면서 “당장 필요한 마실 물 등의 도움이 아직은 절실한 실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물 공급을 위해 군부대 물차까지 동원됐지만 워낙 물이 부족한 현실이어서 시민들의 고통은 더하다.시민 최장수(崔長洙·64)씨는 “물난리 속에 먹을 물도 없다.”면서 “당장 필요한 생수 등을 좀 더 많이 공급해 주기를 애타게 기다린다.”고 하소연했다. 시민들은 수돗물이 나오지 않자 흙탕물에 범벅이 된 옷가지와 장판 등을 씻기 위해 남대천변에 늘어서 빨래하는 진풍경도 연출했다. 강동면 임곡리와 장작골,옥계면,왕산면 대리2리 마을 등 고립된 마을에 대한 생필품 지원도 이어졌다.도로 유실로 차량 접근이 어려워진 마을마다 헬기 8대가 쌀과 생수,라면,양초,빵,우유,생필품세트,모포 등을 수송하는 작전도 하루종일 계속됐다. 그러나 피해지역이 워낙 넓다 보니 운정동 등 시 외곽지역에는 여전히 도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강릉 조한종기자 bell21@
  • 침수 10일째 경남 김해 한림면을 가다/ “”저기가 우리 가게인데…”” 발동동

    “아직도 물이 다 빠지려면 빨라야 열흘이 더 걸린다고 하니 걱정이 태산입니더.” 사상 최악의 폭우로 18일로 침수 10일째를 맞은 경남 김해군 한림면 장방리에서 철공소를 운영하던 김종호(55)씨는 “이런 물난리는 평생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날 기자가 찾은 장방리와 인근 시산리 일대 농경지 600여㏊는 거대한 호수나 다름없었다.이 일대는 이번 집중호우로 한림면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이었다. 비는 그쳤으나 집이나 상점들은 여전히 물에 잠긴 채 지붕만 겨우 보였다.논·밭 등 농경지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인근 야산 중턱에는 돼지들이 땅을 헤집으며 이리저리 다니고 있었다.비를 피해 높은 곳으로 피신한 가축이었다.침수지 한쪽에는 죽은 돼지 수십여마리에서 풍기는 악취가 진동했다. 장방리 본동과 시산리,가산리를 오가는 유일한 교통수단은 모터가 달린 고무보트.고무보트에 몸을 실어 20여분간 달려 도착한 장방리 본동에는 주민들이 군장병,적십자 봉사자들과 함께 쓰레기와 물에 잠긴 가재도구를 치우느라 연신 땀을 훔치고 있었다. 지하수로 빨래하던 한 아낙네는 “마실 물은 있으나 그릇 씻을 물과 빨래할 물이 없어 불편하고 피부병으로 고생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그나마 이틀 전부터 전기가 공급돼 다행이라고 했다. 돼지 2000여 마리를 사육하던 고봉농장주 최현식(49)씨 부부는 “돈사 10동과 집 등이 모두 침수돼 수억원의 피해를 입고 몸만 겨우 빠져나왔다.”며“영농자금 갚을 생각을 하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딱한 현실이 믿기지 않는 표정이다.17년간 돼지를 키워 왔다는 최씨는 “돼지콜레라 발병 등을 우려,산 돼지도 죽여 매장키로 행정당국과 합의했으나 죽은 돼지는 보상에서 제외된다고 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그러나 누구하나 책임지는 공무원이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수재민 임시수용처인 한림중학교에는 70가구 120여명의 수재민들이 차가운 교실바닥에서 담요와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며 고단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특히 노인들은 차가운 맨바닥에서 자다 신경통 등으로 또다른 고통을 겪고 있었다.지난 10일 오토바이가게와 보금자리를 잃고 남편,딸과 함께 친척 집을 전전하다 지난 16일 이곳으로 왔다는 30대 아주머니는 “바로 코앞에 있는 가게를 보며 그저 물빠지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한편 경남도 재해대책본부는 이날 김해시 한림면과 함안군 법수면 등 수해현장에 3000여명의 인원과 1400여대의 장비를 투입해 물빼기 및 응급복구작업을 벌이는 한편 의료지원과 방역활동을 펼쳤다. 김해 김정한기자 jhkim@
  • 택지개발지구 환경오염/ 시흥시 정왕동 르포

    경기 시흥시 정왕동 봉화산 일대 69만 8000평에 대규모 임대아파트를 지어 미니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 표류하고 있다.지난 5월 말 환경부의 사전 환경성 검토 결과 대기오염이 심해 택지로는 부적합하고 개발하더라도 오염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지역 주민들은 방치되고 있는 땅이 오히려 환경을 오염시킨다며 택지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환경부는 개발반대론을 굽히지 않고 있다.환경부의 입장은 녹지대로 보존하자는 것보다는 주변이 공장지대이기 때문에 공기가 나빠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쪽에 가깝다.물론 주민들의 개발 주장은 재산권 행사를 위해서다.현장을 찾아가 오염 상태를 살펴보았다. ■시흥시 정왕동 르포/ 폐차·타이어·가구 ‘쓰레기 몸살' 4일 오전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시흥시 정왕동 오이도 전철역을 지나 오른쪽으로 취재차량을 몰아 1㎞쯤 들어가자 봉화산 토취장이 모습을 드러냈다.한국수자원공사가 십수년간 이곳에서 흙을 캐내 쓰고 복원을 했다고 하는데 한눈에 제대로 뒤처리를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이웃에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고 전철도 다니고 있는데 이곳만 황량한 땅으로 버려져 있는 게 첫눈에 거슬렸다. 말이 산이지 거대한 흙더미나 다름없었다.산으로 연결돼 있는 평지는 장맛비로 곳곳에 웅덩이가 패어 시뻘건 황토물이 고여 있었다. 한때는 꽤 높은 산이었다고는 하지만 흙을 퍼내는 바람에 30∼40m 남짓한 높이로 낮아진 산봉우리에 오르자 자갈밭 벌판에 자동차경주를 벌인 듯 바퀴자국이 깊게 나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주민들은 주말이면 이곳에서 행글라이더와 자동차 경주대회가 열려 사람들이 북적인다고 했다.황토 먼지가 얼마나 날릴지 상상이 됐다.안전장치 하나 마련돼 있지 않은 곳에서 자동차 경주가 열린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옆에 있는 또다른 산으로 가보았다.꾸불꾸불하게 난 길을 덜컹거리며 달린지 10여분.숲속 곳곳에 마구 내다버린 쓰레기와 드럼통,녹슨 농기구들이 보였다.산모퉁이를 돌아서자 몰래 갖다버린 듯 수명이 다한 폐차도 세워져 있었다.쓰레기 분리수거장으로 사용되는 한 곳에는 차량으로 실어다 놓은 폐가구들이 비에 젖은 채 널브러져 있었다. 산 밑을 일구어 만든 밭과 논 가운데는 컨테이너로 지은 가건물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한 허름한 가건물에 들어가보니 온갖 쓰레기가 방치돼 있었다.어떤 집에는 사람이 살고 있는 듯 가재도구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철조망이 둘러쳐진 토취장(土取場)은 잡풀들만 무성했다.붉은 황토가 군데군데 파헤쳐져 있었다.마치 군인들이 훈련하는 각개전투장을 연상케 했다. 우거진 숲이나 초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도저히 녹지대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곳이었다.환경보전이라는 명목으로 개발을 중단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는 주장이 이해될 듯도 했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만난 한 노인은 “누구 땅인지도 모르지만 푸성귀라도 심어먹는 재미로 돌밭을 일구어 3년째 농사를 짓고 있다.”고 했다.정왕동 인근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다는 이 노인 말로는 봉화를 올렸다고 해서 봉화산이라고 이름붙여졌다는데,까뭉개지고 뻘건 속살을 드러낸 이곳 어디에도 봉화를 올렸음직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비포장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쳐진 철조망에는 땅 매매를 알선한다는 부동산 광고판들도 즐비했다.개발과 함께 토지가 수용되면 많은 보상을 받기 위해 급히 심어놓은 듯한 과실수들도 보였다. 개발예정지를 뒤로 하고 시흥시 정왕역 앞으로 나왔다.역 앞 역시 도로건설과 곳곳에 건물을 새로 짓느라 어수선했다.역 앞에 들어선 ‘역전프라자’건물 바로 앞에서는 최근 마사회의 장외마권발매소(TV경마중계소)가 들어선 것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확성기 소리가 요란스러웠다.부동산업소들도 즐비하게 있었다.한 부동산업자는 정왕동에만 300곳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정왕동은 신흥도시로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어느 도시에서든 흔히 볼 수 있는 도시화의 몸살을 앓고 있는 듯했다.정왕동에는 60개 아파트단지가 있고,13만여명이 살고 있다.정왕전철역·오이도전철역이 있으며,인근에 월곶해양관광단지·오이도선착장이 있다. 또 정왕동과 대부도를 연결하는 3㎞의 제방이 있어 주말이면 많은 행락객들이 이곳을 찾는다.특히 시화산업단지 2단계 추가 확장사업 등을 고려할 때 대규모 인구 유입이 지속될 것이라고 주민들은 말했다. 시흥시와 주민들은 시의 특성상 산업단지와 인접해 있고 중소기업 배후도시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인구가 계속 유입되고 있는 추세라며 주택 추가건설은 필수적이라고 했다.이런 상황에서 토취장을 방치하고 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정왕동 바르게살기위원회 이재방 대표는 “대기오염 문제가 나올 때마다 으레 이곳 단지를 들먹이는데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은 항상 먼지 속에서 살고 있는 특수인간”이냐고 되묻고 “오염배출업소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생각은 않고 애꿎은 주민들 민원만 앞세워 지역개발을 미루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또 8월부터는 새마을지도자협회 자원봉사회 등 직능단체들과 힘을 합쳐 정왕동 토취장 택지개발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시흥 유진상기자 jsr@ ■양 부처 입장차/ 개발·보전 줄다리기 ◇건교부- 공단입주업체와 주변 인구가 계속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택지개발은 필연적이라고 말한다. 환경부에서 제동을 건 환경오염 요소에 대해 저감 대책을 마련한 뒤 다시 협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대기에 영향을 미치는 오염 요소가 대기를 통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알아보는 시뮬레이션 실험을 하고 있다.”면서 “연말까지 환경오염 요소 저감 대책을 마련,다시 환경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환경부에서 지적한 환경오염 항목 가운데 유일하게 미세먼지만 기준치를 넘어섰을 뿐 나머지 항목은 기준치 이하였다.”면서 “미세먼지가 초과한 것도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는 3월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황사 등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흥시 관계자 역시 미세먼지가 기준치를 넘어섰다는 데에 대해 의문점을 제기했다. 시 관계자는 환경오염도로 치면 안산시 신길동도 마찬가지일 텐데 택지개발지로 허가를 내준 것은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환경부- 환경부는 택지지구 지정 후 사전 환경성 검토와 구체화 단계에서환경영향평가를 한다.지난 3월 정왕지구에 대한 1차 사전환경성 조사 결과대기오염 지역으로 택지개발은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바람통로 역할을 하고 있는 이 지역에 대규모 건물이 들어설 경우 건물에 막혀 대기오염이 심화된다는 주장이다.또 녹지공간이 사라짐으로써 주거 생활환경이 더욱 악화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무엇보다 환경오염 영향이 큰 시화단지와 남동측 반월공단에 악취 배출 업소 300여곳이 입주해 있어 주민들의 민원 발생이 많다는 이유를 꼽는다. 환경부 관계자는 “오염요소 저감 대책이라면 가구수를 줄여 고밀도 아파트를 저밀도로 바꾸고 녹지대를 늘리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 지역은 택지개발 지구에서 반드시 제외해야 하고 산림·녹지공간이나 자연생태공원,체육공원 등으로 활용해야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교부가 환경부에서 내린 택지개발 부적합 판단 사유를 충족시키는 안을 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협의 과정에서 건교부가 택지 개발을 계속 고집할 경우 환경영향평가로 다시 제동을 걸겠다.”고 말했다. 유진상기자 ■정왕동 택지지구는 경기 시흥시 정왕동 봉화산 일대는 지난 87년 한국수자원공사가 토취장 허가를 얻어 최근까지 흙을 채취해왔다.토취작업을 위해 마을 주민들을 이주시켰으며 주변 땅을 매입하거나 임차했다.현재는 토취작업이 모두 끝났고 복토작업과 산림 복원까지 마쳤다. 토취장으로 사용되기 전 봉화산은 꽤 높았던 산으로,정상에 오르면 서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올 만큼 풍광도 좋았다고 한다.하지만 토취 과정에서 산은 없어지고 주변 땅 역시 돌과 잡풀만 자라는 황무지로 변한 채 방치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지난 2월 수자원공사 소유 40만평,개인 소유 28만 8000평 등이곳 68만 8000평에 대해 그린벨트를 해제,2003년부터 2007년까지 1만 6000여가구의 대단위 주택단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다.시화·남동공단이 가깝고 서해안고속도로와 국도 39호선,지하철 4호선이 편리하게 연결되며 서울에서 20㎞ 가량 떨어져 있는 등 입지 여건이 좋다는 설명이었다. 이 지역은 시화산업단지,남동공단,반월공단 등 3개 공단이 인접해 있어 대기오염이 항상 문제가 되고 있다.인근 공단에는 400여개의 화학·도금업체,2700여 공장에서 악취를 내뿜고 있다.정왕동 옆 5만 5000가구의 아파트 단지에서는 97년 입주 후부터 지금까지 5700건의 민원이 제기됐다. 이 아파트도 원래는 준공업 지역이었으나 노태우(盧泰愚) 당시 대통령의 국민주택 200만호 공급 정책에 따라 주거용지로 바뀌었다. 97년에는 대기오염을 차단하기 위해 공단과 주택단지 사이에 높이 10m의 거대한 방풍벽을 3.8㎞ 길이로 만들었으나 효과를 보지 못했다. 환경부가 조사한 지난 1월부터 3월까지의 미세먼지 평균 측정치는 94.7㎍/㎥로 기준치 7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유진상기자
  • 철거작업 한창 난곡지역 르포/달동네 자취 담으려 외지인 북적

    ■다큐·사진작가드 마지막 철거민 애환 촬영/학계 빈민가 논뭄발표…외국언론도 조명 서울에 마지막으로 남은 대규모 달동네 ‘난곡(蘭谷)’이 철거를 앞두고 새롭게조명받고 있다. 난곡의 본 모습을 학술자료나 기록,영상 등으로 남기려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외지인들이 몰려와 영화나 사진을 촬영하거나 학술 연구자료를 수집하는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은 난곡의 일상이 되고 있다. 특히 6·13지방선거 일정과 일부 철거 대상 주민들의 항의로 재개발 작업이 중단된 틈을 타 난곡을 찾는 이들이 더욱 늘고 있다.재개발 정책에 관심을 가진 벽안(碧眼)의 해외 비정부기구(NGO) 회원들이 난곡의 구석구석을 돌아보기도 한다. ‘난초 가득한 골짜기’란 뜻의 난곡은 서울 관악구 신림7동 산101 일대를 가리킨다.2500여 가구의 터전이었던 난곡에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재개발 작업으로 인해현재 200가구 주민 600여명만이 남아 있다.재개발 과정에서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거나 갈 곳이 없는 세입자와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최근 학계에서는난곡에 사는 주민들의 세대를 잇는 ‘빈민사’가 주요 연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학계에서는 봉천동과 사당동,청계천 등 판자촌이 헐릴 때마다 쫓겨난 영세민들의‘안식처’인 난곡의 재개발 정책을 연구한 논문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핀란드 출신의 인류학자 얀센은 올해 초 며칠 동안 난곡에서 먹고 자며 주민들의 생활상을연구해 갔다.조만간 관련 논문도 발표할 예정이다. 단국대 사회과학부 조명래(趙明來) 교수는 “저소득층의 터전인 난곡이 사라지는것을 시발점으로 서울은 ‘중산층의 도시’로 바뀌게 될 것”이라며 재개발 이전난곡 마을의 학술적 가치를 평가했다. 조 교수는 이어 “난곡 주민들이 생존근거로 삼았던 이 곳을 떠나기가 쉽지 않다.”면서 “앞으로 이들의 생존 방식을 중심으로 도시 빈민 문제의 해결책을 연구하는 것도 주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영화계에서도 난곡을 무대로 한 작품이 잇따르고 있다.‘해적,디스코왕 되다’‘챔피언’‘복수는 나의 것’ 등이 곧 사라질 난곡의 마지막 모습을 필름에 담았다. 한 영화업자는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21세기 서울에 남은 달동네를 필름으로 간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국 BBC 등 일부 해외 언론도 난곡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나 기획물을 만들기위해 취재 활동을 마쳤거나 계획하고 있다. 일본과 필리핀·말레이시아 등의 시민단체가 연대한 ‘아시아주거연합’ 회원들이 난곡 마을의 강제 철거를 반대하는 운동을 벌이기 위해 국내 빈민단체와 공동 활동을 펴고 있다. 그러나 난곡 주민들에게는 갑작스러운 외지인의 관심이 달갑지만은 않다.난곡을단순한 흥미거리나 연구대상이 아닌 삶의 터전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시각이 아쉽다는 것이다. 난곡 세입자주거 대책위원장 하주택(49)씨는 “영화 촬영이나 연구활동을 위해 난곡을 찾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주민들의 삶과 지역의 역사를 고려한 재개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윤창수 강혜승기자 geo@ ■50년대말 판잣집정비 시초/부동산 투기수단으로 전락/달동네 재개발 변천사 주거환경 개선사업은 50년대 후반부터 등장했다. 한국전쟁 뒤 대도시의 국공유지와 사유지에 무단으로 들어선 판잣집을 뜯어내는‘철거정책’을 노후·불량주택 정비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도시 기능에 장애를준다는 이유로 시작된 철거정책은 도시인구 집중과 함께 도심 외곽의 구릉지 등에대규모 ‘달동네’를 새로 조성하는 데 한몫했다. 서울시의 도시외곽 이주정책은 60년대 말∼70년대에 들어 극에 달했다.서울 외곽과 경기도 성남시 일대의 달동네는 당시 서울 청계천 주민들이 대거 옮기면서 형성됐다.철거민이 떠난 자리에는 시민 아파트 등이 들어섰다.청계고가 옆과 서울시내구릉지 정상에 서 있는 낡은 아파트가 당시에 지어진 것들이다. 서울시의 불량주택 외곽이주 정책은 그러나 국공유지 고갈과 70년대 초 경기도 광주시에서 일어난 이주단지조성 주민들의 폭동사태로 규모가 축소되고 후속사업도제동이 걸렸다.대신 주민이 사업비를 부담하는 현지 개량사업과 무허가 건물의 양성화사업이 추진됐다. 70년대 말부터는 개발방식도 다양해졌다.주민들 스스로개발하는 자력재개발,AID차관 재개발이 등장했다.건설업체가 끼어들어 공동주택을 짓는 위탁재개발 방식이등장한 것도 이때다.그러나 주민 부담능력과 공공지원 부족이 사업의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재개발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린 것은 신군부가 들어서고 83년 ‘합동재개발’ 방식이 도입된 이후다.땅이나 주택을 갖고 있는 주민들이 건설업체와 협력,입주할 주택뿐 아니라 여유분을 지어 일반에 분양하고 분양 수입을 재개발 비용으로 충당하는 방식이다.정부나 주민은 별도의 부담을 하지 않아도 돼 반겼고,건설업체도일감 확보 차원에서 수주전에 적극 뛰어든 결과 재개발 사업이 후끈 달아올랐다.그러나 달동네 재개발사업은 부동산투기가 불어닥치면서 주거환경 개선 본래의 목적보다는 투기수단으로 전락했고,입주 능력이 없는 주민들은 다시 길거리로 내몰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류찬희기자 chani@ ■터전잃고 술·화투로 소일/월드컵 열기로 시름 잊어/난곡주민 24시 동네가 철거되고 삶의 터전이 사라져 가는 서울 관악구 신림7동 산101 난곡 주민들은 힘든 달동네 생활을 근근이 견뎌 나가고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취로사업 현장에서 일하고 일당 2만원을 벌어오는 것은 그래도 나은 경우다. 힘이 없는 노인들은 휑하니 비어 있는 이웃집에서 주운 전깃줄 등을 내다 팔면서하루하루를 보낸다.비가 오거나 궂은 날에는 동네 구멍가게에 모여 화투놀음을 하거나 옛날 힘들게 살던 시절 얘기로 소일한다. 최근에는 가게에서 월드컵 경기를 함께 보는 것이 새로운 일과가 됐다.일부 주민은 언제 철거될지 모른다는 시름을 잊고 한국팀을 힘껏 응원하기도 한다. 자식도 없이 혼자 사는 안순남(69) 할머니는 “경로연금 등으로 매달 나오는 30만원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면서 “함께 남아 있는 노인 7명이 유일한 벗”이라고 말했다.안 할머니가 살고 있는 골목에는 함께 살던 10여가구가 모두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갈 곳이 마땅치 않아 혼자 남은 안 할머니는 “언젠가는 누군가 되돌아올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에 매일 아침 저녁으로골목길을 청소한다. 난곡 마을은 지난 67년 정부의 ‘판자촌 철거정책’ 방침에 따라 영등포구 대방동에서 쫓겨난 철거민 100여 가구가 옮겨오면서 형성됐다.이후 서울역 뒷골목이나 용산 등 서울 각지에서 철거민들이 속속 이주하면서 저소득층 밀집거주 지역으로 자리잡았다. 당국에서는 올해 말까지 철거를 완료하겠다고 여러차례 통보해 왔지만 재개발 보상 문제에 따른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앞날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난해 다른 동네로 이사간 뒤에도 옛정 때문에 날마다 난곡에 놀러온다는 김정례(68) 할머니는“멀쩡한 집을 왜 부수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윤창수 장세훈기자 shjang@ ■””가난하지만 정은 부자인 동네””/철거반대 주민 최병화씨 “난곡은 가난하지만 정 하나만은 부자인 사람들이 사는 곳입니다.” 난곡 철거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는 최병화(50·사진)씨는 언어장애가 있는 둘째딸 혜지(12)만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장애아인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당장 살 집을 구하는 일이 더 급하기 때문이다. 최씨는 지난 2월 결성된 ‘난곡세입자 다모임’의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찬바람이 여전하던 지난 2월 최씨는 마을 주민이 한 명도 없을때 불도저가 들이닥쳐 빈 집들을 무차별 공격하는 데 충격을 받았다. 그 길로 달려나가 불도저를 막아내면서 철거 반대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전세 보증금 500만원으로는 서울 시내 어디에서도 집을 구할 수 없어 난곡에 눌러앉았다는 최씨는 “은행 대출까지 받아 임대아파트로 이사갔던 난곡 주민들 중에는 임대료와 관리비를 못내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다시 난곡으로 돌아오고 싶어도 살던 집이 모조리 부서져버려 올 수도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지난 5월에는 빈집에 혼자 살다가 집이 부서지는 바람에 옷이며 가재도구가 모두흙더미에 파묻혀 버린 40대 남자가 술만 마시다 숨지기도 했다고 한다. 최씨는 “난곡 주민들의 요구는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철거 과정에서끊어진 골목 가로등을 복원하고 장마철에 파리·모기가 들끓지 않도록 방역작업을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수 박지연기자 anne02@
  • 월드 Biznews/ 미니가족 겨냥 2인용 코카콜라 인기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2인 가족을 겨냥한 코카콜라의 마케팅 전략이 적중하고 있다.4월부터 영국에서 내놓은 2인용 콜라가 이달들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1.2ℓ짜리 플라스틱 병에 든 새로운 콜라의 별칭은 ‘나눔 사이즈’.자녀를두지 않은 부부나 혼자 살면서 방을 임대해 2명이 함께 사는 미니 가족을 겨냥했다. 최근 영국에서 20대 독신 남녀들이 급증하는 데 따른 코카콜라의 틈새 전략이다.이들은 집값을 벌기 위해 남녀 구분하지 않고 세를 놓은 뒤 사실상 동거에 들어간다.가재도구를 공유하고 음식도 나눠 먹는다. 독신 남녀가 많더라도 개인 위주로 움직이는 미국과는 대조적이다.미국에서는 오히려 4인 가족형 2ℓ짜리 콜라와 1인용 캔 355㎖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아직 2인용 콜라는 판매되지 않는다. 특히 영국에서만 내보내는 익살스러운 광고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20대 청년이 가슴을 드러낸 채 하나의 셔츠를 나눠 입은 광고나 중년 남성이 하나의 가발 속에 대머리를 감춘 모습은 ‘나눠먹는 콜라’의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있다.코카콜라는 지역별로 광고를 차별화해 프랑스에서는 거리의 카페를,미국에서는 지하철을 주요 배경으로 삼고 있다.
  • 연쇄살인 피해유족 안타까운 사연

    “우리 딸이 어떤 딸인데….더 이상 살아갈 희망이 없습니다.” 지난달 발생한 경기 용인 연쇄살인 사건의 피해자들이 생계를 책임지고 성실하게 살아가던 여성 가장들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효녀이자 가장을 잃어버린 유가족은 하소연할 곳도 없이 절망과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밤 회사 야유회를 다녀 오다 택시로 위장한범인들의 차량에 오른 이모(21·수원시 권선구 매탄동)씨는 딸만 아홉을 둔 가난한 집안의 넷째딸이었다.방 2칸의1000만원짜리 전셋집과 몇몇 낡은 가재도구가 재산의 전부다. 10여년 전부터 잇따른 사업 실패와 병마 등으로 아버지(53)와 어머니(46)가 생활비를 벌지 못했고,큰언니와 둘째언니마저 출가해 생계는 이씨와 셋째언니가 책임질 수밖에없었다.7살 짜리 막내를 포함,동생 5명의 학비와 용돈도 고스란히 이씨의 몫이었다. 숨진 이씨는 수원 D여상을 우등생으로 졸업할 만큼 학업성적이 뛰어났지만 집안 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지난해 10월 수원 모 은행에취직했다.살해되기 한달전에는 그동안 모은 돈으로 집 근처에 보증금 500만원짜리 분식집을 차려 부모님에게 ‘선사’할 정도로 효심이 깊었다.딸의 사망 소식을 듣고 혼절했던 어머니는 “딸이 생전에 속이라도 썩였다면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새벽 범인들에게 납치,살해된 안모(21·수원시 권선구 오목천동)씨는 어머니(46)를 혼자 모시고 사는‘소녀가장’이나 다름없었다.어머니는 3년전 이혼한 뒤파출부 생활로 생계를 잇던 중 질병을 얻어 몸져 누웠다.안씨가 수원 모 상가 의류매장에서 일하며 받은 월급 100만원 안팎이 유일한 수입이었다. 이창구 이영표기자 window2@
  • [여성선언] 변하지 않는 결혼문화

    설악산의 단풍이 이번 주 절정이라는 신문기사와 함께 여기저기 결혼 소식이 들린다.결혼 시즌인 셈이다.어린 아이로 여겨지던 조카의 결혼 소식이 들리는 것을 보면,조만간친구들이 보낼 자식들 청첩장 받을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 여기 저기 친구들 결혼식에 쫓아다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문득 인생의 상당 부분이 지나가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한 세대가 교체될 만큼의 짧지 않은 시간 속에서도 변한것 없는 오늘의 결혼 문화가 유감이다.결혼 적령기가 있다는 생각이 아직도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으며,결혼할 때누가 무엇을 어떻게 혼수 장만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내가경험한 20∼30년 전과 별반 달라진 게 없다. 경제적 발전과 정치적 민주화라는 사회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가족 관계나 그 가족관계를 재생산하는 불합리한 결혼제도는 왜 그렇게 달라지지 않는 것일까? 한해 혼수시장의 규모가 수조원대에 이르고,결혼과 관련된 사업은 불황이 없다고들 한다.오히려 예전보다 더 나빠진 느낌이다.대부분 20대에 속하는 이들이 그 많은 비용을 감당할리 만무하고 보면 대부분 지출비용이 부모나 형제에게서 나온다는 말이다. 이 비용의 무게에 비례해 결혼제도의 변화는 더디어지는 것은 아닐까? 우리 사회에서 결혼이 성장한 개인들 간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가정의 출발일 수 없게 만드는 중요한 원인이 이 비용이란 생각을 해 본다.물론 변화가 전혀없는 것은 아니다.이런 결혼 관행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형편에 맞게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결혼할 시기와 결혼식의 형태를 선택하는 젊은이들도 눈에 띈다.그렇지만 이런 변화의 노력이 소수 예외자들로 국한되고 마는 것은 현실적 여건과 관계가 깊다.기본적으로 필요한 최소 주거공간과 가재도구를 마련하는 데만도 적지 않은 재원이 들기 때문에 외부 지원 없이 출발하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상당기간 열악한 생활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추상적인 차원에서,가정은 편안한 안식처이며 사랑과 희생으로 결속된 공동체이지만,실제 가정 안에는 갈등과 좌절도있고, 분노와 미움 역시 존재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때가되면 결혼이라는 고리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가족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집단적 강박감에 시달리게 하는 것,이 모든 것은 별다른 사회적 안전망이 확립되어 있지 않던사회에서 “그래도 어려울 때는 가족밖에 없다”는 오래된역사적 경험에서 비롯된 보험의식으로 밖에 달리 설명할 수없을 듯이 보인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명절 때면 은근히 자랑하는 가족애란것이 별로 자랑할 만한 것도 못된다는 생각마저 든다.제도화된 안전 보장책이 허약한 데서 비롯된 보장적 성격의 가족애라면 보험 역할을 할 만한 능력을 상실한 가족 관계에서는 더이상 그 가족애는 발휘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능력 있는 혈연의 연결망 밖에 있는 이들에게는 또 다른 소외와 박탈을 경험하게 할 가족애이기 때문이다.가족을대신할 사회보장 정책의 필요가 결혼문화의 변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을을 맞으면서 하게 된다. 허라금 이대교수·여성학
  • 대학생 시디크 아프간 탈출기…“밀수지대가 유일 탈출구”

    아프가니스탄 폴리테크대학을 다녔던 꿈많던 대학생 무하마드 시디크(23)는 지난 22일 병약한 아버지와 함께 아프가니스탄 국경을 넘었다.26일 기자와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인터뷰를 거부했다. 불법 월경을 이유로 파키스탄 당국으로부터 추방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1시간쯤지나자 그는 국경을 넘게 된 동기와 당시 상황 등을 하나씩설명하기 시작했다. ■아프간 탈출기. 카불에서는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다. 국경이 폐쇄됐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정식으로 발급받은 여권과 파키스탄 비자가있었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우선 돈을 마련하기로 했다.TV,냉장고 등 모든 가재도구를팔아치워 2,000만 아프간 루피(약 4만원)를 마련했다. 과거에는 큰 돈이었지만 지금은 물 1갤론이 1만 아프간 루피까지 치솟아 많은 돈도 아니다. 22일 새벽 4시 집을 나섰다.버스를 타고 토르크햄 인근 국경도시에 도착한 것이 낮 12시.이미 많은 사람들이 국경을넘기 위해 모여 있었다.국경 초소에서 파키스탄 군인에게비자를 제시했다.거부됐다.이유도 없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파키스탄을 넘을 수 있는 다른 길을 물었다.위험하긴 하지만 길은 있었다.아프간군이나 파키스탄군이 지키지 않는 중립지역으로 샴샤드산 등 4곳 정도가 있다는 것이다.중립지역은 군인은 없지만 밀수품이 드나드는 곳이기 때문에 범죄조직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설명도 들었다. 트럭을 타고 샴샤드산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30분.1,000m 가량 되는 산 두개를 넘기 위해서는 당나귀가 필요했다. 150만루피를 주고 당나귀와 가이드를 구했다.아버지를 당나귀에 태우고 출발했다. 생각보다는 산을 넘는 것이 쉬웠다. 오랜 가뭄으로 산에는 나무와 잡풀 등 장애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파키스탄으로 가고 있는지도 몰랐다.한참 뒤에 가이드가 파키스탄에 다 왔다고 하고 돌아가면 그뿐이었다.그렇다고 진짜 파키스탄으로 가고 있느냐고 물을 수는 없었다.두번째 산봉우리를 넘자 멀리서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가이드는 그곳이 파키스탄이라고 했다.불빛은 보이지만 아무리 걸어도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산비탈이 끝날 때쯤 가이드는 당나귀를 끌고 왔던 길로 돌아갔다. 조금 더 걷자 길이 나타났고 다행히 트럭을 얻어 탈 수 있었다.그리고 드디어 원하던 파키스탄의 페샤와르에 도착했다.시간을 보니 밤 10시30분.6시간을 걸었던 것이다.이날은내 생애에 가장 긴 하루였다. 정리= 이슬라마바드 강충식특파원
  • 美 테러전쟁/ 아프간 피란민 행렬

    “미국의 공습이 두려운 것은 아닙니다.국경지대까지 도착할 동안 아이들이 먹을 물이 떨어질까 걱정입니다.” 지난14일 수도 카불 외곽에 살다 피란길에 오른 아지즈 히다야트는 수레를 구하지 못해 아이들 셋과 맨발로 피란길에 올랐다.보따리 몇개씩을 나눠진 아이들의 표정은 이미 지쳐있었다.트럭,수레에 올라탄 피란민 행렬이 옆을 지나가지만이미 가재도구와 사람들로 가득하다. 트럭 옆에도 피란민들이 빈틈없이 매달려 있어 태워달라고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미국의 공습이 임박하면서 카불과 카난다하르, 헤라트 등아프간의 각 도시들에서 접경지대로 가는 큰길마다 넘쳐나는 피란민 행렬.지난 며칠 사이 이미 1만명 이상이 국경지대에 몰려왔다.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는 이들의 표정은 황량한 주변 풍경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국제사회가 아프간 난민문제에 비상이 걸렸다.아프간은 지난 79년 소련 침공 이후 이어진 내전과 가뭄으로 이미 260여만명이 고향을 등진 지구촌 최대 난민 발생국.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UNHCR)과 세계식량계획(WFP) 등 구호단체들은현재 추세라면 150만명 이상이 아프간을 추가로 탈출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무고한 희생자 발생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넘쳐나는 난민 캠프: 국경을 접한 파키스탄과 이란이지난 주말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한 가운데 고향을 버린 수천명의 난민이 국경도시 페샤와르 입구에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CNN과 BBC,파키스탄 언론들은 국경지대마다 미국의 대규모공습 우려로 겁에 질린 난민들로 이미 넘쳐나고 있다면서,이들은 국경지대 숲을 집 삼아 며칠 밤을 지새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럭과 수레를 구하지 못한 일부 가족들은 아이들을 앞세운 채 맨발로 수십㎞ 떨어진 국경으로 행하고 있다. ■국제사회 문제로: 지난 14일 유엔의 철수 명령에 따라 수도 카불에서 파키스탄으로 철수한 ‘크리스천 에이드’의구호요원 올리브 버치는 미국의 공습 우려와 함께,지난 주말 국제 구호요원들의 아프간 철수가 난민 발생에 결정적인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프간 인구의 4분의 1인550만명이 각종 구호단체의 식량 배급으로 연명하고 있었기때문에 식량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그는 “만약 미국의 공습이 이뤄지고 국제사회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올 겨울 수십만명이 산악지대에서 사망하는 참상이 빚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WFP의 한 관계자도 지난 14일 추가 발생 난민수가 150만명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이란 주재 UNHCR 관리인 수렌드라반데이는 16일 “평상시보다 3배 이상의 난민들이 이란 국경으로 몰려들고 있다”면서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파키스탄 입장: 이란과 파키스탄은 지난 22년간 아프간에서 유입된 난민을 각각 140만,120만명이나 수용한 상태.국경도시와 내륙 곳곳에 난민 캠프를 설치해두고 있으며이들의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특히 이란의 경우아프간 난민과 이라크 난민 58만명을 받아들인 세계 최대난민 수용국이다.이란 정부는 30개 도시에 난민 캠프를 설치했으나 난민 중 5%만 수용시설에 거주하고 있다.전국에흩어진 난민들이 마약밀매 등을 일삼는데다 이란 경제도 고실업등으로 어려운 상황이어서 정부로선 큰 부담. 현재 두 정부는 국경은 폐쇄하지만 국경지대 아프간 영토내에서 구호요원들이 난민을 도울 수 있는 것에는 최대한협조하겠다는 방침이다.그러나 파키스탄은 17일 국경지대난민촌 내 친 탈레반 세력의 폭동을 우려,난민들의 거주지이동을 금지함으로써 아프간 난민들의 고충을 가중시키고있다. 김수정기자 crystal@
  • 평양행사 이모저모

    3대 헌장 기념탑 행사 참석 사건으로 불거졌던 8·15 통일대축전 행사 파문이 17일 봉합되면서 남측 대표단 일행은 평양시내 관광에 나서는 등 정상적인 방북일정을 보냈다. ■평양시내 관광= 남측 대표단은 이날 대동강 유람선을 타고 만경대와 김일성 주석 생가,동명왕릉,인민대학습당 등을 차례로 둘러봤다. 만경대 구역에 자리한 김 주석 생가를 찾은 대표단 일행은 40분 남짓 북측 안내원의 설명에 따라 초가집 안방과부엌,가재도구 등을 구경했다.대표단 일부 인사들은 방명록에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는 등의격문을 적어 넣기도 했다. 북측은 동명왕릉 참관을 마치고 평양시내로 돌아오던 중문제의 3대 헌장 기념탑에 버스 행렬을 세우고 남측 대표단이 둘러보도록 했다.이에 대표단 일부가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으나 “행사 참석이 아니라 명소관람의 일환이므로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를 이뤄 별다른마찰은 없었다. 일행은 10분 남짓 기념촬영을 한 뒤 숙소인 고려호텔로 향했다. ■눈길 모은 ‘통일의 꽃’= 이번행사에서는 89년 밀입북이후 12년만에 평양을 찾은 임수경씨가 단연 눈길을 끌었다.16일 봉화예술극장에서 열린 남북 공동예술공연에서 임씨는 청중 3,000여명의 박수와 연호 속에 무대에 올라 시를 낭송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 도착설= 평양 고려호텔 주변에선 지난 16일 오후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에 도착했다는 설이 퍼져공동취재단이 평양역까지 나가 김 위원장의 도착여부를 취재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헌장탑 참석 논란= 이에 앞서 남북 양측의 집행부 8명은이날 오전 고려호텔에서 3대 헌장탑 참석 파문과 관련,논란을 벌인 끝에 일단 봉합하고 향후 일정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허혁필 북측 민화협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가 남측대표단 일부에게 헌장탑 참석을 종용했다는 주장은 사실과맞지 않는다”고 남측의 항의를 일축했다. 평양 공동취재단·진경호 기자
  • 잠 못 이루는 임진강변 주민들

    “비가 그쳤다고 안심할 수 있나요? 윗동네(북한)가 조용해야죠.” 지난달 31일 집중호우로 범람위기를 맞았던 임진강 주변경기도 파주시 주민들은 비가 그친 1일에도 여전히 두려움을 감추지 못했다.전장 244㎞중 남한에 걸친 부분이 81㎞에 불과한 임진강은 이곳 주민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밤새 고지대로 대피했던 주민중 대부분은 ‘범람위기를 넘겼다’는 당국의 발표에 집으로 돌아왔지만 피난 봇짐을 풀지 못하고 있었다. 31일 오후 6시쯤 일찌감치 짐을 챙겨 인근 교회로 대피한윤경자씨(39·여·적성면 객현1리)는 “임진강의 수위는 많이 낮아졌지만 북한지방에는 계속 비가 내린다고 해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험수위를 넘나들었던 비룡대교 맞은편 연천군 주민들도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간밤에 비해 수위는 현저히 낮아졌지만 시뻘건 황토물이 넘실대고 있었다. 지난 96년·99년 연거푸 수해를 입었던 연천군 백학면 노곡1리 최철순씨(54·여)는 “지난 밤 서울에 사는 아들 내외가 트럭을 몰고 달려옴에 따라 쌀 등 생필품과 가재도구를 미리 싸놨다”면서 “해마다 되풀이되는 물난리 때문에이곳 주민들은 항상 짐을 싸기 위한 비닐봉투를 준비해 둔다”고 말했다. 평생을 적성면 율포리에서 살아온 이시부(73) 할머니는 “10년전만해도 5∼6년에 한번꼴로 물난리가 났는데 요즘에는 한해 걸러 한번꼴로 고생을 한다”면서 “북한땅에 무슨일이 생긴 모양”이라고 걱정했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 하천국 관계자는 “임진강의 치수를위해 종합수해방지대책을 수립하고 있지만 북한측과 협력이 되지 않으면 궁극적인 해결책은 세울 수 없다”면서 “북한지역 민둥산에서 쓸려온 황토가 하천바닥에 쌓이는 것도문제”라고 토로했다. 임진강 류길상기자 ukelvin@
  • 서울‘침수 쓰레기’비상

    지난 14∼15일 서울지역에 쏟아진 기습폭우로 수만 가구가 침수되면서 10t트럭 3,400대분에 해당하는 쓰레기가 발생,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침수된 가옥의 가재도구,산에서 밀려내려온 토사 등으로 발생한 쓰레기는 강서구 3,430t,중랑·동대문·구로구 3,000t,양천구 3,644t,강남구 2,850t 등 총 34,000여t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시는 기존의 쓰레기 적환장 49곳 외에 동대문,중랑,노원,관악 등 16곳에 총 10만400㎡ 규모의 임시적환장을 설치했다.또 한국자원재생공사 및 관련 민간단체에 수거·운송장비 및 인력지원을 요청하는 등 특별청소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엄청난 쓰레기량으로 인해 모두 처리하는 데는 최소한 3일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임창용기자 sdragon@
  • 수마 휩쓸고간 新신림시장

    폭우에 휩쓸려온 80여대의 차량들이 상가와 주택를 덮치면서 거대한 폐차장을 방불케 했던 서울 관악구 신림6·10동신신림시장은 16일 아침이 되면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2∼3시간의 폭우로 모두 9명이 숨졌고, 500여채의 가옥이침수되거나 무너지면서 이재민만 2,000여명이나 발생했다. 망연자실한 채 낙담에 빠졌던 주민들은 아침 9시쯤 먹구름사이로 햇살이 비치자 물에 젖은 가재도구와 전자제품,이불,옷가지,가게 상품 등을 거리에 내놓고 말렸다.거친 물살에휩쓸려 떠내오면서 1km에 이르는 시장 상가와 주택 등을 무너뜨렸던 차량들도 전날부터 동원된 수십대의 견인차량에의해 말끔히 치워졌다. 삽과 곡괭이 등을 나눠 쥔 주민들과 군인들의 얼굴에는 금방 구슬땀이 쏟아졌다.시장 곳곳에는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를 치우느라 불도저와 굴착기도 굉음을 내며 바삐 움직였다.주민들의 빨래를 돕던 육군 53사단 김일 일병(21)은 “처음 현장을 왔을 땐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기만했다”면서 “그러나 하나씩 옛모습을 되찾으면서 복구지원에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관악보건소와 육군 수방사 의무대,인근 강남고려병원 등에서 지원나온 의사와 간호사,위생병들은 장터를 헤집고 다니며 장티푸스 예방접종을 하는 등 방역작업을 펼쳤다. 주민들은 오후 들어 복구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삼삼오오 모여 전날 새벽의 악몽과도 같았던 기억을 떠올리며다시 한번 몸서리쳤다. 주민들은 이번 수해로 곳곳에 금이 간 상가건물들이 조금만 비가 더 와도 무너질 수 있다는 진단에 따라 낮게 드리운 먹구름을 보며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떠내려온차량에 집이 반파된 전상복씨(58)는 “신림시장에 지어진대부분의 건물들은 35년 전에 들어선 무허가 건물”이라면서 “건물도 낡았는데다 침수로 지반이 약해져 걱정”이라고 한숨지었다.신림10동 주민 강귀복씨(69·여)는 “이곳에서 33년 동안 살았지만 이런 물난리는 처음”이라면서 “가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동네 주민들이 온통 불안에 떨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복구작업이 진행되는 한편에서는 주민자치위원회의 대책회의가 계속됐다.구청측도 “이번 수해는 복개된 신림천 상류의 배수구가 막혀 일어난 것”이라는 주민들의 주장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그러나 구청측은 자연재해쪽에 보다 비중을둔 반면, 주민들은 배수구가 막히지 않도록 사전조치를 하지 않은 행정기관에 책임이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안동환기자 sunstory@
  • “물 꼭 끓여 드세요”

    국립보건원은 15일 서울·중부권 집중호우와 관련,침수지역 이재민과 수해를 입은 국민들은 끓인 물과 음식을 섭취하도록 당부했다. 국립보건원은 침수가옥에 대해 살균소독을 실시하고 침수지역의 우물물이나 지하수는 끓이거나 소독한 뒤 마셔야하며 가재도구 및 식기류 역시 살균 및 씻은 후에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한편 국립보건원은 서울시에 가정용 살균제 5,000병을 긴급 지원하는 등 각 시·도 지역 특성에 맞는 3단계 세부 추진계획을 수립·시행토록 지시했다. 김용수기자 dragon@
  • 수도권 기습호우/ 이모저모-벼락비·늦대응 ‘水都 서울’

    14일 밤과 15일 새벽 서울·경기지역에 쏟아진 폭우로 집과 도로가 물에 잠기는 등 재산과 인명피해가 잇따랐다.일부 지역 주민들은 행정기관의 늑장대응으로 피해가 커졌다고 항의했다. ■폐허가 된 신신림시장= 서울 관악구 신림6·10동 신신림시장 일대는 고지대 아파트에서 80여대의 차량이 떠내려와상가와 주택을 덮쳐 거대한 폐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완전히 초토화됐다.1㎞에 이르는 시장통의 상가와 주택 100여채는 완전히 파손되거나 반쯤 무너졌다. 차량들은 빗물에 휩쓸려 두세겹으로 뒤엉켜 쌓이거나 상가건물 위에도 올라가는 등 난장판이 됐다.15일 새벽 3시10분쯤에는 떠내려온 자동차가 시장통 호프집을 덮치면서폭발해 2명이 숨졌다.야채상 강모씨(62)는 “새벽녘에 물이 차오르면서 수많은 차량들이 떠내려와 집을 덮쳐 아비규환을 이뤘다”고 회상했다. ■최악의 침수피해 휘경동 일대=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과이문동 일대는 5,200여가구가 물에 잠기는 등 극심한 물난리를 겪었다.좁은 골목길은 주민들이 내다놓은 가재도구와물에 불은 종이조각,옷가지 등으로 전쟁터처럼 어수선했다. 휘경동 반지하주택에 사는 박모씨(59)는 “오전 2시쯤부터 빗물이 집안으로 흘러들어와 허리까지 차올랐다”면서“모래주머니로 집 앞을 막고 가재도구를 챙긴 뒤 물을 퍼냈다”고 말했다.옷가지도 챙기지 못한채 대피했다는 김모씨(46·여)는 “한푼 두푼 모아 구입한 아이들 책과 가재도구가 한순간에 못쓰게 됐다”고 울먹였다. ■인명피해= 오전 3시30분쯤 서울 동작구 흑석1동 야산이폭우로 무너져 내리면서 김모씨(85)등 2명이 매몰돼 숨지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또 오전 6시10분쯤 경기도 안양시만안구 안양2동 연립주택 지하1층 안모씨(51)집에서 안씨와 아내 정모씨(53),아들(14)등 일가족 3명이 숨진채 발견됐다. 이날 새벽 경기도 가평에서는 김모군(13)과 문모씨(36)등야영객 8명이 불어난 계곡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곳곳 침수= 휘경동과 이문동을 포함,서울 은평과 양천·강서·영등포·마포구,인천 남·부평·서구,경기 부천·고양 등에서도 가옥이 물에 잠겼다.침수 가구는 모두 2만1,000여 가구로 집계됐다.오전 4시쯤 경기도 광명시 광명5동목감천이 한때 범람,저지대 수백가구의 주민들이 광명 서초등학교로 긴급대피했다. ■고속버스·항공기 운행 차질= 서울 강남고속터미널의 경부선·영동선 주차장에서는 고속버스의 바퀴가 물에 잠길정도로 물이 차 오전 6시 첫차 20개 노선 80여대가 1시간늦게 출발,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항공기 결항도 잇따라 여수,속초,목포공항의 이착륙이 금지됐다.인천에서 백령·연평·덕적·이작도 등 5개 항로를운행하는 여객선과 1,700여척의 어선이 발이 묶였다. ■늑장대응에 피해주민 항의= 침수 피해를 당한 서울 이문동과 휘경동 주민 700여명은 “폭우가 쏟아지는데도 중랑천 휘경 빗물펌프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주택이 침수됐다”며 국철 외대앞역 선로를 점거하고 항의농성을 벌여2시간 동안 전철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주민들은 “물이 차오르는데도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는 아무런 대피 방송을 하지 않아 주민들이 뛰어다니며 이웃들을 깨워 대피시켰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빗물에 휩쓸려 떠내려온 차량이덮친 서울 신신림시장 주민 박모씨(59)는 “구청측이 배수구 청소원들을 대량 해고하고 일용직으로 대체한 뒤 배수구와 하수도 입구가 쓰레기로 막혀 침수됐다”고 주장했다. 침수피해를 당한 경기도 안양시 석수동 주민 60여명은 이날 오후 시청에서 시장 면담을 요구하며 항의농성을 벌였다.주민들은 “장마철 수해가 우려돼 지난 5월부터 건설회사와 시측에 수차례 수방대책을 요구했으나 아무런 대책을세워주지 않았다”며 보상을 요구했다.64가구가 물에 잠긴 경기도 부천시 원종동 주민들도 동사무소가 이웃 공사장의 수문을 막아 침수 피해가 커졌다며 항의했다. 이순녀 안동환기자 coral@
  • 독자의 소리/ 아파트 경계벽 폐쇄…사고때 피난처 없애는 일

    초고층 아파트가 날로 증가해 대구시의 주거비율은 단독주택이 33%,아파트가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아파트는주거생활에 편리하지만 주거공간이 한정돼 있어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기도 한다.불을 피하려다가 아파트 난간에서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매스컴에 종종 등장하는데 실제로대구에서도 이같은 사고가 여러번 발생했다.이러한 사고는평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해 준다. 아파트 화재시 추락사고 재발을 방지하고자 시민들에게한가지 부탁을 한다.아파트 각 가구에서 출입할 수 있는곳은 현관 출입문 하나뿐이다.그래서 불이 나 현관을 통한대피가 불가능해지면, 발코니에 설치된 가구간 경계벽인경량칸막이를 파괴해 이웃집으로 신속히 대피하는 게 최상의 수단이다. 경량칸막이는 석고보드 등으로 설치돼 누구나 손쉽게 부술 수 있다.그러나 이러한 비상대피로를,입주자들의 무지와 안전불감증 탓에 창고로 사용하거나 가재도구를 쌓아폐쇄함으로써 위급한 상황에서 대피하지 못해 고귀한 생명을 잃게 된다.따라서 발코니 경계벽에 입주자가 멋대로 설치한 창고 등은 신속히 철거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하며 또한 아파트관리소에서도 가구별로 확인해 경계벽 폐쇄행위를 철저히 뿌리뽑아야 할 것이다. 최갑규 [대구 서부소방서]
  • 강삼재의원 마산 집에 도둑

    31일 오후 3시쯤 경남 마산시 양덕동 한일 1차타운 한나라당 강삼재(姜三載)의원의 집에 도둑이 든 것을 강의원의 비서관 김대영씨(43)가 발견,경찰에 신고했다. 김비서관은 “우편물을 챙기기 위해 강의원 자택에 갔는데 아파트 1층인 집의 현관문이 열려 있고 방범창이 뜯겨져 있었으며 강의원과모친의 방 서랍장과 옷장 등이 각각 열린 채 가재도구들이 어지럽게흩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강의원의 모친 안연이씨(81)는 지난 30일부터 창원의 큰 아들에게가 있어 당시 집에는 아무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의원 측근들은 장롱 안에 300만원의 현금이 든 가방이 그대로 있는 등 없어진 물건이 전혀 없는 것으로 미뤄 단순한 절도범은 아닌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일단 경찰수사를 지켜본 뒤 대책을 마련키로했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
  • [외언내언] 현금자선 금지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남에게 빌어서 사는 거지를 가리키는 우리명칭은 다양하다. 동냥아치, 거렁뱅이, 걸인(乞人)에다 각설이, 유걸(流乞)등. 백제 30대 무왕(武王)이 거지로 변장하고 신라 진평왕의 딸 선화(善化)공주를 얻기 위해 서동요(薯童謠)를 지어 아이들에게 부르게 했다는 설화는 당시에도 거지가 있었음을 보여준다.조선 광해군 때 흉년과 6.25전쟁은 거지의 양산을 부채질했다.잘사는 유럽과 미국,못사는남미에도 거지는 모두 존재한다.거지가 동서고금 어디에나 있다는 사실에 비춰 전쟁과 재해 등 사회적 요인 말고도 인간 기질과 습관 때문에 거지가 생긴다는 논리가 그래서 성립한다. ‘거지 조상 안가진 부자 없고 부자조상 안 가진 거지 없다’는 속담은 빈부귀천(貧富貴賤)이 타고난 게 아니라고 지적한다.반면 타고난 거지가 있으며 적어도 ‘거지 기질’이 다분한 사람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먼저 거지가 되는 지름길은 분명하다.우선 벌지 않고 돈만 생기면펑펑 쓴다(낭비벽),집과 가재도구를 팔아 도박으로 날리고 마약을 산다(도박과 마약중독증),술 없이는 하루도 살지 못한다(신경증적 또는정신병적 알코홀릭)등이다. 이런 기질이 다분히 선천적이라는 주장도있다. 사주 팔자를 맞춰보면 닭띠는 본래 ‘심한 낭비벽’이 있다.중독증은 외향적인 성격과 달리 내성적인 사람들에서 많이 발견된다. 이런 논리라면 거지는 타고난 직업이라는 지적도 가능하다. 한마디로 낭비벽,도박·마약중독증이 있으면 돈이 생기는 대로 써버리니 언제나 빈손으로 남는 것이다.따라서 영국 정부가 올 연말까지거지들에게 현금을 주지 말라는 이색적인 캠페인을 벌이기로 한 결정은 일리가 있다.거지들에게 돈을 주지 말아야 그들이 약물과 알코올남용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거지들에게 현금 대신 담요나 옷 등 현물을 주자”고 영국 정부는 촉구할 예정이다. 또 거지들이 쉽게 돈을 버는 데 맛 들이면 일을 하려 들지 않는다는주장은 현대 사회복지이론의 핵심이기도 하다.돈을 주느니 기술을 가르치고 일자리를 주는 게 가난한 사람의 생활을 향상시킨다는 논리이다. 환란 이후 우리나라에서 일시적으로 크게 늘었던 노숙자들 중 상당수가 거지생활을 극복하고 어엿한 생활인으로,일부는 부자로 탈바꿈한 것을 보면 ‘거지 팔자론’도 다소 수정해야 할 듯싶다.다만 앞으로 거지에게 선의로 적선할 때도 생각해봐야 할 것같다.자선의 베품이 궁극적으로 거지의 상태를 악화시킬 것인가,아니면 개선시킬 것인가.여러모로 참 복잡한 세상이다. 이상일 논설위원 bruce@
  • ‘사오마이’北上 서·남해안 주민들 초긴장

    태풍 ‘프라피룬’ 피해를 복구하기도 전에 또다시 초특급 태풍 14호 ‘사오마이’가 북상하면서 길목인 서·남해안 일대에 비상이 걸렸다.이들 지역 주민들은 지난번 태풍때 부서진 배들이 항구에 그대로 나뒹굴고 있는데 반갑지 않은 태풍이 밀려들자 불안한 눈길로 바다만 바라보며 한숨을 짓고 있다. ◆가거도 ‘프라피룬’으로 초토화된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소흑산도)의 주민들은 배를 가거도항 위쪽 육지에 올려놓은 것도 불안해 아예 배를 가거도에서 2시간30분 거리의 대흑산항으로 대피시키는 등 피해 줄이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4.3t짜리 어선 행복호가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정성기씨(50)등 어민5명은 태풍소식을 들은 지난 11일 안전한 흑산도항으로 배를 대피시키느라 추석을 객지에서 보냈다.흑산도항으로 피항하지 못한 주민들은 가거도항에서 40∼50m 떨어진 육지로 배를 끌어올려 놓고 밧줄로단단히 고정해 놨지만 불안해 배 주위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보령지역 태풍 ‘사오마이’가 성큼성큼 다가올수록 충남 보령시오천면 소성리,삽시도 주민들의 공포도 커지고 있다.삽시도 주민 김영도(金英道·43)씨는 “지난번 태풍에 너무 심한 피해를 입어 지금은 주민들이 아예 체념하고 있다”며 “태풍이 다가올수록 주민들이불안해하고 있지만 선박을 육지로 대피시키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비방법이 없어 앉아서 당할 판”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삽시도는 태풍 ‘프라피룬’으로 이미 초토화된 상태다.가옥 1채가파괴됐고 5가구는 침수돼 주민들이 아직도 이웃에 얹혀 살며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또 선착장 300m와 방파제 495m가 유실됐고 해수 유입을 막는 제방도 1,270m가 힘없이 무너졌다. 해변에 붙은 소성리도 ‘프라피룬’의 피해가 막심하기는 마찬가지다. 두 마을에서는 배를 육지로 정박시키고 저지대 주민들은 가재도구를 높은 곳으로 옮기는 등 대책을 서두르고 있으나 태풍의 공포는가시지 않고 있다. ◆덕적도 ‘프라피룬’ 탓으로 21명이 사망·실종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은 인천시 옹진군 덕적도는 진리포구 앞에서 침몰된 어선들에 대한 인양작업이 끝나기도 전에 더 강력한 태풍이몰려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해경은 지난번 피해가 피항지인 진리포구에서 발생한 만큼 14일 오전 덕적도 인근 해상에서 조업중이던 어선들을 모두 인천항으로 대피시켰다.98척의 마을선박도 포구 안쪽으로 옮기도록 조치했다. 신안 남기창·보령 이천열·인천 김학준기자 kcnam@
  • 印尼 강진 500여명 사상

    [자카르타 외신종합]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의 해안도시 벵쿨루에 4일 밤 11시29분(한국시간 5일 새벽 1시29분) 리히터 규모 7.9의 강진이 발생, 최소한58명이 사망하고 255명의 중상자를 포함해 500여명이 부상했으며 수천명의 이재민이 생겼다고 현지 경찰과 언론들이 5일 밝혔다. 현지 언론들은 벵쿨루에서 서남쪽으로 약 100㎞ 떨어진 인도양 해저를 진앙지로 한 이번 지진이 진도 6.9 규모를 포함해 50여차례의 여진을 동반,많은건물이 무너진데다 지진이 대부분의 주민들이 곤히 잠든 한밤중에 덮쳐 사망자와 부상자 수가 더욱 늘어날 것이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언론들은 또 각 병원에 부상자들이 밀려들고 있으나 의료진이 절대적으로부족한데다 환자를 치료할 혈액과 약품마저 모자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의료진들은 또 병원시설마저 지진으로 크게 손상돼 여진이 뒤따르면 병원이 붕괴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인구 120만의 벵쿨루 시민들은 대부분 무너진 폐허더미 속에서 밤을 지샜으며 전기와 수도 공급이 중단되고 전화마저 두절됨에 따라벵쿨루에는 공황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경찰당국은 지진 발생 후 곧 긴급구조대와 자원봉사자들을 중심으로 구조작업에 들어갔으나 장비와 경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한국교민들이 밀집한 자카르타 남부지역에도 건물이 흔들릴 정도의 강력한 진동이 느껴져 잠자리에 들었던 교민들이 긴급대피했다. 이날 진동은 약 20초간 계속됐으며 아파트 기둥이 흔들리는 모습이 육안으로 관찰될 정도로 심했으나 교민들의 인명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카르타 남부 킨타마니 아파트에 거주하는 차중기(39·회사원)씨는 잠자리에 들려는 순간 갑자기 건물이 흔들려 가족들을 깨워 집밖으로 급히 뛰쳐나왔다고 말했다. 차씨는 지진으로 집안의 장롱과 냉장고 등 각종 가재도구가 심하게 흔들렸으며 심지어 아파트 기둥까지 2차례에 걸쳐 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킨타마니를 비롯한 자카르타 남부지역에 거주하는 교민 7,000여명은 여진이일어날 것을 우려해 새벽까지 집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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