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가재도구
    2026-09-1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46
  • [수도권 물폭탄이 남긴 것] 피해 현장 가보니

    [수도권 물폭탄이 남긴 것] 피해 현장 가보니

    23일 오전 9시30분 서울 신월1동 주민센터. 1층 여기저기에서는 비 피해를 당한 주민들과 공무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김정임(54·여)씨가 “(침수피해를) 신고한 지가 언젠데 아직 코빼기도 안 보이느냐.”며 울부짖자, 공무원은 “순서대로 하고 있으나 기다려달라.”고 난감해했다. 추석연휴 첫날인 지난 21일 시간당 93㎜의 물폭탄이 쏟아진 신월1동 주택가는 수마가 휩쓸고 간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상태였다. 반지하방에 허리춤까지 올라왔던 물은 빠졌지만 소중한 가재도구는 쓰레기차에 실려 나갔다. 물은 빠졌지만 장판이며 벽지며 쓸 만한 것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주민들이 피해조사를 빨리 해달라며 주민센터에 찾아가 목청을 돋우는 것도 이런 절박한 이유에서였다. 반지하방이 잠긴 김씨는 자원봉사자들의 힘을 빌려 펌프로 물빼기는 마쳤지만 장판·도배 등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조치는 아직 하지 못하고 있다. 피해상황을 증명해야 정부에서 주는 재난지원금 100만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2일 오전에 주민센터에 신고하고 하루를 꼬박 기다렸지만, 공무원들이 나오지 않자 김씨가 직접 주민센터를 찾은 것이다. 딱하기는 인력이 부족한 주민센터도 마찬가지였다. 공무원 3명이 한 조가 돼 피해조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신월1동이 물에 잠긴 건 다 아는 사실인데 뭘 그렇게 꼼꼼하게 조사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주민들의 분통에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피해 주민들은 이틀동안 찜질방과 여관 등에서 새우잠을 잤다. 근처 경로당에 구청에서 마련한 이재민 숙소가 있었지만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이재민은 많지 않았다. 최혁진(49)씨는 “숙소가 있다는 걸 오늘 피해신고를 하러 와서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찾아간 신월2동 광성교회 옆 주택가도 난리였다. 겨울점퍼를 만들기 위해 반지하공장에 쌓아두었던 천이며 지퍼 등이 쓰레기가 돼 빠져나갔다. 딸 부잣집 고모(49)씨 반지하방에도 물 먹은 가전제품들이 곳곳에 나뒹굴었다. 가재도구를 들어내 햇볕에 말리며 집안 구석구석을 정리하던 고씨의 부인과 세 딸의 얼굴에는 눈물과 한숨이 흘러넘쳤다. 21일 고씨는 고등학교 2·3학년 수험생 두 딸이 공부하겠다고 해 집에 남겨두고 경북 예천에 있는 부모님댁을 찾았다. 도착하자마자 전화를 받은 고씨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몸이 편찮으신 부모님을 걱정해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 이웃에 사는 친구에게 두 딸을 부탁하고 다음 날인 22일 오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차례를 지내고 부리나케 귀경했다. 고씨는 “그저 모두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회원 30여명과 피해복구를 돕던 신월2동 여성회 김영순(56) 회장은 “충분한 지원을 조속히 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는 뭣하는 곳이냐.”는 목소리도 가시지 않았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경산 전자제품 수리점 가스폭발 ‘마을 아수라장’

    “수류탄이 터지는 줄 알았다. 순간 정신을 잃었다가 나와 보니 엉망이 돼있었다” 16일 오전 9시 10분께 경북 경산의 한 전자제품 수리 점에서 가스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마을 일대는 소란에 휩싸였고 가게 주인 오모 씨(51살)와 출근길 시민 등 5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사고 현장에는 폭발당시 충격 여파로 박살난 상가 건물의 유리창과 가재도구 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도로는 쓰레기로 뒤덮혀 있어 현재까지도 차량 운행이 불가한 상태. 주위의 상가 20여 채와 차량 2대가 심각하게 파손돼 당시 상황을 짐작케 한다. 현장 수습에 나섰던 경산소방서 측은 사고 원인을 LP 가스통 관리 소홀로 인한 폭발로 추정하고 있으며 “용접작업 후 벨브를 잠그지 않았고 자기가 전기 메인스위치를 넣는 순간 발화하며 폭발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신문NTN 전설 인턴기자 legend@seoulntn.com 서울신문NTN 오늘의 주요뉴스 ▶ ’엄친딸’ 강아영, 44→99사이즈…과거 ‘효리급’ 여신미모 ▶ 성유리, 5년 만에 가수복귀?…팀과 ‘연인선언’ 입맞춤 ▶ ’남격’ 동상 수상곡 ‘사랑해서 사랑해서’ 두 버전 음원공개 ▶ 남규리, 한달새 3kg 감량…"얄미운 인상 성공" ▶ 김지훈-임정은 열애? "군대 다녀올 테니 기다려" 고백 ▶ 안용준 "’전우’ 촬영 중 무장공비로 오해받아" ▶ 이천희 "가희에게 반했다…클럽 가고파"
  • 양천구 풋풋한 선행 ‘화제’

    양천구 풋풋한 선행 ‘화제’

    양천구에 주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선행이 이어져 화제다. 비록 작은 힘이지만 지역사회 곳곳에서 어두운 곳을 밝히고 있다. 14일 양천구에 따르면 목2동에 사는 김모씨는 절도범 신고 포상금 50만원을 목2동 저소득층을 위해 써달라며 양천사랑복지재단에 기탁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 6·2지방선거 때 신정7동 제4투표구에서 투표 참관인으로 일한 류태규(47·신정7동)씨는 선거수당을 지역 불우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선거 사무원에게 내놨다. 또 무속인 윤정하(49·여·신월동)씨는 신월1동 주민센터를 통해 매달 300㎏(20㎏×15포)의 쌀을 독거노인과 장애인 가구 등 생활이 어렵지만 정부지원을 받지 못하는 틈새계층 15가구에 전달하며 정을 나누고 있다. 각종 단체를 통해서도 사랑은 소리없이 번지고 있다. 목4동 대흥교회에서는 매년 지역 노인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구립경로당 회원, 양천장수문화대학 수료생, 지역 노인 등 200여명에게 삼계탕, 잡채, 떡, 도토리묵을 대접하고 경기민요 공연(신자순 국악단), 웃음치료 강연(김완진 장로) 등 즐거운 시간을 마련했다. 또 목5동 부영3차아파트 부녀회에서는 정기적으로 아파트 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신정1동 새마을부녀회에서는 16일 저소득 노인 100여명을 초청, 삼계탕을 대접할 계획이다. 신월5동 주민센터에서는 지난 3~6일 희망근로자와 자원봉사자들이 반지하 등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모자가정과 기초수급자 가정을 방문, 집안 내 가재도구와 방 청소는 물론 곰팡이로 훼손된 도배지를 교체해 줬다. 신월6동 주민센터는 자치회관 공간을 이용, 매월 넷째주 목요일마다 노인들을 위한 추억의 영화를 상영하고 매월 둘째주에는 이·미용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밖에 목2동 서울 양천 하나님 교회 부녀회인 ‘어사모’ 회원 40여명은 매달 넷째주 수요일마다 모여 주택가, 상가 보행길, 하수구 등에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어사모란 가정을 돌보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이웃의 지역사회를 돌아보자는 취지로 결성된 250여명 성도들로 구성된 봉사단체이다. 구 관계자는 “나눌수록 커지는 게 바로 ‘행복’”이라면서 “틈새계층을 위한 주민들의 이런 노력들이 모여 살기 좋은, 모두가 행복한 양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칠레 강진] “그네 탄 듯한 진동… 정신 못차릴 정도”

    [칠레 강진] “그네 탄 듯한 진동… 정신 못차릴 정도”

    임창순 칠레 주재 한국대사는 28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진 당시의 충격을 생생히 전했다. 그는 지진 당시 진앙지로부터 325㎞ 떨어진 수도 산티아고의 관저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칠레는 한국보다 12시간이 늦다. 인터뷰 내용을 임 대사의 구술 형식으로 요약한다. ●진앙지와 325㎞ 거리… 피해 덜해 “주말인 토요일(27일) 새벽 3시45분쯤 엄청난 진동을 느껴 잠에서 벌떡 깼다. 경험 안 해본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는 느낌이었다. 마치 사람을 그네에 태워서 왔다갔다하게 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순간적으로 ‘지진이구나.’라고 생각하고 정신을 차리려 했지만 진동은 갈수록 세졌다.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였다. 놀란 가슴에 대충 옷가지를 걸쳐 입고 집을 나섰다. 벌써 동네 주민들이 거리에 나와 있었다. 사람들은 높은 건물을 피해 공원 쪽으로 몰렸다. 3분 정도 강진이 이어진 뒤 여진이 몇 차례 계속됐다. 다행히 칠레는 지진이 잦은 지역이라 주민들이 비교적 익숙하게 대처했다. 우왕좌왕하지 않았다. 1985년 진도 9의 강진을 겪은 적도 있다고 한다. 남반구인 칠레는 지금 늦여름 날씨로 기온이 낮에는 30도까지 올라가 덥지만 밤에는 10도까지 내려가서 쌀쌀하다. 밖에서 떨다가 아침 8시쯤 귀가해 보니 스탠드가 떨어져 깨진 것 말고 큰 피해는 눈에 띄지 않았다. ●버스·지하철 스톱… 공항 일시폐쇄 650만명이 사는 산티아고의 건물은 내진 설계가 잘 돼 있어서 일부 건물이 반파된 정도를 빼면 큰 피해는 없다. 한국 대사관 직원들의 피해를 파악해 보니 TV, 가재도구 등이 떨어져 부서진 정도라고 했다. 또 벽에 금이 가면서 벽지가 뜯어지고 흙 표면이 바스라진 집도 있다고 한다. 전기는 1시간 정도 끊어졌다가 바로 복구됐고 물은 한 번도 단수되지 않았다.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은 지진 발생 15분 만인 새벽 4시에 긴급회의를 소집했을 정도로 칠레는 지진 관련 위기 대응 시스템이 잘 돼 있었다. 지금 산티아고 거리엔 지하철과 버스가 다니지 않는다. 대중교통이 없어 직원들이 출근할 수 없으니 슈퍼마켓이나 식당도 문을 닫았다. 나다니는 사람도 적어 평소 주말보다 한산하다. 공항도 일부 건물이 파손되면서 폐쇄됐는데 3일은 지나야 이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물론 진앙지로부터 115㎞ 떨어진 칠레 2대 도시 콘셉시온의 피해는 이보다 훨씬 크다. 15층짜리 건물이 무너져 내리고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부부싸움하다 던진 컵, 행인 맞아 기억상실증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중국의 한 부부가 벌인 부부싸움에 지나가던 행인의 머리가 ‘터지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29일 오전, 네이멍구에 사는 리씨 부부는 사소한 말다툼을 하다 급기야 몸싸움까지 벌이게 됐다. 빌라 4층에 사는 부부는 말싸움 도중 신발과 옷, 접시 등 각종 가재도구를 던지며 싸우다, 실수로 유리컵 하나를 창밖으로 던지는 실수를 저질렀다. 불운하게도 이 유리컵은 빌라 앞을 지나던 한 남성의 머리위로 떨어졌고, 별 생각없이 걷던 남성은 큰 충격에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부부는 급히 싸움을 중단하고 이 남성을 병원으로 옮겼다. 다행히 목숨에 지장은 없었지만, 두피가 5㎝가량 찢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들 부부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부부싸움에 머리가 찢어진 이 남성이 ‘단기기억상실’ 증세를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담당의사는 “생명에 지장이 있진 않지만 단기기억상실 증상을 보인다.”면서 “최소 6개월 간 집중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선량한’ 행인을 다치게 한 부부는 피해자의 가족에게 정중하게 사과하고, 치료비 일절을 지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도시와 산] (36) 담양 산성산

    [도시와 산] (36) 담양 산성산

    전남 담양군 금성면 산성산(山城山·603m)은 추풍령에서 소백산맥과 갈라져 나온 노령산맥의 한 자락이다. 노령산맥은 전남에 이르러 두 갈래로 나뉘는데 남쪽으로는 산성산을 비롯, 추월산·병풍산을 이룬다. 다른 하나는 백암산·입암산·불갑산 등 서해 쪽으로 뻗어나간다. 산성산은 담양과 전북 순창의 경계를 이루며 강천산·회문산 등과 맞닿아 있다. 산성산은 그 이름처럼 옛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다. 산성의 총 길이는 7.3㎞에 이른다. 산성의 이름이 ‘금성산성’이라서 외지 사람들에게는 ‘금성산’으로 더 잘 알려졌다. 이 산을 에두르고 있는 금성산성은 삼국시대 때부터 축조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적 제353호로 지정된 이 산성은 고려 우왕 6년(1380년) 왜구 침입에 대비해 개축됐다는 기록이 ‘고려사절요’에 처음 등장한다. 임진왜란 이후 장성의 입암산성, 무주의 적상산성과 함께 호남의 3대 산성으로 불린다. ●전란의 보루, 금성산성 조선조 중기에는 성내에 130여가구가 살았으며, 이웃한 담양·순창 등지에서 거둬들인 군량미가 1만 2000~2만여석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호남지역의 군사 요충지로 자리 잡으면서 숱한 전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정유재란 때는 왜군과의 공방전으로 남문 앞 ‘이천골(二千骨)’이란 협곡에 아군과 적군의 시체 2000여구가 쌓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 골짜기는 ‘골 곡(谷)자’ 대신 ‘뼈 골(骨)자’를 쓴다. 1894년 갑오 농민전쟁 당시 동학군이 이곳을 한때 점령했다. 녹두장군 전봉준(1855~1895)은 금성산성과 북쪽으로 이웃한 순창군 쌍치면 피노마을에서 체포되기 이전까지 이곳에서 전투를 지휘하기도 했다. 농민전쟁 당시 성내의 민가와 관아·대장청 등 모든 시설이 일본군과 관군에 의해 완전히 소실되고 그 흔적만 남아 있다. 한국전쟁 때는 미처 북으로 후퇴하지 못한 빨치산의 은거지로 이용되기도 했다. 산성산이 이처럼 전투의 거점으로 자리한 것은 봉우리와 협곡으로 이뤄진 산세 때문이다. 금성산성은 외곽이 30m가 넘는 수직 바위로 둘러싸여 전략적 요충지로 손색이 없는 지형이다. 주변에는 성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높은 산이 없어 천연적인 요새를 형성하고 있다. 항아리형 분지로서, 전체 면적은 120여만㎡(36만여평)이다. 외성의 둘레는 6486m, 내성은 859m이다. 이곳에는 외성·내성·옹성·성문·망대 등을 비롯해 관아·사찰·민가·우물터 등이 남아 있다. 외적의 침입 등으로부터 장기 농성(城)과 방어가 쉬운 입지 조건을 갖췄다. 담양문화원 고재종(53) 사무국장은 “금성산성은 예부터 이 고을을 외적으로부터 지켜낸 역사적 현장”이라며 “선조의 피땀이 배어 있는 이곳 일대를 ‘호국 안보’의 교육장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성에 오르면 비길 데 없는 풍광 산성산은 광주광역시에서 차량으로 30분 거리, 담양읍으로부터는 북쪽으로 6㎞쯤 떨어져 있다. 도시민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산행을 즐길 수 있을 만큼 가깝고 코스도 쉽다. 그래서 주말이면 가벼운 복장 차림의 등산객들로 늘 붐빈다. 금성면 원율리 담양온천지구에서 가파른 산길을 따라 2㎞쯤 오르면 외남문(보국문)이 우뚝 솟아 있다. 외남문에서 좌우에 있는 봉우리를 따라 정상 일대 분지를 감싸는 포곡형 산성이다. 외남문은 정면 3칸, 측면 1칸 규모의 우진각 지붕(전통 한옥의 한 형태로 4개의 추녀마루가 동마루에 몰려 붙은 지붕)을 얹은 누각이다. 이곳으로부터 50m쯤 더 오르면 내남문(충용문)이 나타난다.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팔작지붕 형태를 띤다. 성문 오른쪽은 전란 등으로 죽어간 민초들의 원혼이 잠든 이천골이 아스라이 내려다 보인다. 담양평야가 한눈에 들어오고, 지리산과 무등산도 지척이다. 왼쪽으론 담양호가 초겨울 반짝 햇살에 수정처럼 빛을 발한다. 드넓은 호수 뒤로는 추월산이 서남쪽으로 줄기를 뻗어가면서 ‘죽향’ 담양골을 감싸 안는다. 산성산과 담양호를 사이에 둔 추월산(秋月山)은 가을밤 보름달이 산꼭대기에 걸려 좀체 기울어지지 않는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늦가을 산성산과 추월산의 단풍 그림자가 담양호에 드리워지면서 원색 물감을 뿌려 놓은 듯한 절경을 연출한다. 등산코스는 남문~동문~북문~서문으로 이어지는 성 전체를 둘러보더라도 4시간쯤이면 족하다. 산성은 남문~시루봉~동문~운대봉~북문~서문~철마봉~노적봉~남문이 일주 코스다. 노약자를 동반할 경우 남문∼보국사터∼서문∼철마봉∼남문에 이르는 1시간 남짓한 구간을 걷는 것도 좋다. 산성에서 만난 이성숙(45·전북 정읍시)씨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금성산성을 처음 접하고 아이들과 함께 산에 올랐다.”며 “등산 거리도 짧고 많은 역사 유적과 발 아래 내려다 보이는 호수, 들판 등이 너무 멋있다.”고 말했다. 남문에서 담양호 쪽으로 이어지는 계곡에 위치한 서문은 옹성(성문을 보호하기 위해 성문 밖으로 쌓은 겹성)으로 축성됐다. 평석으로 쌓은 옹성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유적이기도 하다. 담양에 오면 조선조 시가문화권을 놓치면 안 된다. 담양읍에서 남면 광주호 쪽으로 이어진 국도변에 한국가사문학관이 있다. 주변엔 소쇄원, 환벽당, 식영정, 송강정 등 조선조 가사문학 유적지가 산재한다. 읍내에는 한국대나무박물관도 있다. 담양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금성산성 복원 어디까지 1994년 착수… 내년까지 100억 투입 성곽 7㎞ 달해… 장기사업으로 추진 금성산성의 발견과 복원은 전남 담양의 향토문화연구회 이해섭(80) 회장의 노력이 컸다. 그는 20여년 전 마을 어른들로부터 “산성산 정상에 성곽이 있다.”는 말을 듣고 답사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산성산은 지금처럼 등산로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정상에 접근하려면 잡목과 가시덤불을 헤치며 바위절벽을 기어올라야만 했다. 어렵게 도착한 산성을 둘러보고 깜짝 놀랐다. 곳곳에 우물터와 절터 등이 있고, 맷돌 등 가재도구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는 담양산악회를 만들고 회원들과 공동 답사에 나섰다. 1년에 수차례 가파른 꼭대기를 오르는 등 현장을 샅샅이 뒤졌다. 산성의 내력을 보다 체계적으로 알리기 위해 사학자를 찾아다녔다. 인근 장성의 입암산성과 진주산성 등도 둘러봤다. 등산객과 산악회 등을 상대로 산성산의 존재를 알리는 유인물도 만들어 나눠줬다. 그는 관련 자료와 성에 얽힌 역사적 사실들을 찾아내 담양군에 복원을 건의했다. 또 그동안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2000년 초에 ‘금성산성’이란 책자도 발간했다. 그의 노력에 힘입어 전남도와 담양군 등은 1994년부터 성곽 복원 작업에 착수했다. 내년까지 100여억원을 들여 성문과 문루 등을 복원한다. 현재까지 복원된 시설물은 외남문·내남문·서문·동문 등 주요 관문이다. 군은 7㎞가 넘는 성곽 전체를 복원하기엔 예산이 너무 많이 들고 작업도 어려워 장기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담양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신도시 원룸촌은 쓰레기촌

    신도시 원룸촌은 쓰레기촌

    독거노인과 서민들이 주로 사는 수도권 신도시 택지개발지구의 원룸촌이 쓰레기촌으로 전락하고 있다. 분리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도로에 쓰레기가 넘쳐나고 음식물쓰레기가 제때 치워지지 않아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아파트단지와 달리 분리수거 등을 담당하는 관리사무소나 부녀회가 없다는 게 주된 이유로 꼽히지만 청소용역 업체의 태만과 무심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당 자치단체는 청소업무를 모두 민간업체에 위탁했다며 실태조사조차 하고 있지 않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구미동과 용인시 기흥구 구갈·보정동 등 주택가 원룸촌의 새벽은 무법천지다. 밤새 몰래 버린 쓰레기들로 주택가 주변이 난장판이다. 먹다 남은 컵라면이 그대로 방치돼 있고, 가구와 소파 등 가재도구도 반출스티커가 붙어 있지 않다. 쓰레기들은 전용 쓰레기봉투 대신 인근 상가의 봉투에 담겨 버려지기 일쑤다. 기흥구청 인근 택지개발지구인 구갈2지구 내 주택가에는 원룸주택이 100여 가구 모여 있지만 쓰레기 분리수거 시설이 제대로 갖춰진 데는 단 한 곳도 없다. 분당 수내동 주택가는 상업시설이 들어서면서 쓰레기 무단투기가 갈수록 늘고 있다. 특히 남들의 이목을 피할 수 있는 새벽녘에 쓰레기 무단투기행위가 극성을 부린다. 일부 주민들은 일반봉투에 쓰레기를 버리면서 쓰레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쓰레기 봉투에 이웃집 우편물을 넣어두기도 한다. 딸과 함께 구갈2지구 원룸촌에 사는 김모(여·42)씨는 “지난달 건물 관리인이 무단투기된 쓰레기봉투를 갖고 들어와 항의를 해 깜짝 놀랐다.”며 “내가 버리지도 않은 쓰레기봉투에 우리집으로 온 우편물이 섞여 있는 바람에 몰상식한 주민으로 몰릴 뻔했다.”고 말했다. 음식물쓰레기 처리상태는 더욱 심각하다. 수거시설이 크게 부족한데다 주민의식마저 낮아 악취를 호소하는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90여가구가 모여 사는 골목에 음식물 수거함은 2~3개가 전부다. 수거함을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 파리가 들끓고, 수거함 손잡이를 잡을 수조차 없어 음식물 봉투를 두고 가는 주민들이 많다. 게다가 밤에는 고양이들이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찢어 악취와 함께 음식물이 도로에 널브러져 있다. 이 때문에 이곳 주민들은 음식물수거함 대신 돈을 내고 전용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구입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마저 수거날짜를 지키지 않아 하루종일 악취를 풍기기 일쑤다. 아예 일반쓰레기에 음식물을 섞어 버리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건물주로부터 원룸청소를 맡은 소규모 주택관리업체 소속 이모(34)씨는 “쓰레기 수거업체로부터 음식물이 섞인 쓰레기봉투로 인해 항의를 받곤 한다.”며 “쓰레기 분리수거 시스템의 대대적인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관할 자치단체는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용인시 관계자는 “원룸촌을 상대로 쓰레기 무단투기 방지와 분리수거를 위해 수시로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음식물쓰레기의 경우 수거함을 많이 놓고 싶어도 주민들이 기피해 이마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시가 관련업무를 위탁했다지만 청소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며 “재활용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수거함 등을 시가 제작 지원하고 관리상태를 수시로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글 사진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LG그룹 태풍피해 타이완에 성금

    LG그룹 태풍피해 타이완에 성금

    LG그룹은 16일 최근 태풍 ‘모라꼿’으로 큰 피해를 본 타이완에 7개 계열사에서 복구 성금으로 200만 타이완달러(한화 약 8000만원)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LG그룹은 LG전자 등 타이완에서 근무하는 계열사 임직원 550여명 전원이 자발적으로 하루치 급여를 모아 성금을 마련해 타이완 TVBS에서 운영하는 ‘문교기금회’를 통해 전달했다. LG전자는 또 수재민 수용시설 8곳에 세탁기 100대를 지원하고, 세탁방을 운영하면서 수재민들이 가재도구와 옷을 무료로 세탁할 수 있도록 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속수무책 물세례 받던 날…

    속수무책 물세례 받던 날…

    14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최고 250㎜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인명과 재산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폭우로 1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으며 도로 18곳이 통제됐다. 지난 12일 장마 피해가 복구되기 전 또다시 폭우가 내린 데다 15일에도 큰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되자 자치단체들은 일제히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시간당 평균 50㎜ 이상의 폭우가 퍼부은 춘천, 철원, 홍천 등 영서 중북부 지방의 주민들은 종일 빗물과 힘겨운 사투를 벌였다. 이날 내린 비의 양은 밤 11시 현재 춘천 남산면이 248.5㎜, 철원 동송읍 207㎜, 홍천 193㎜, 양평 152.5㎜, 인제 141.5㎜ 등을 기록했다. 온종일 장대비가 쏟아진 서울도 140.5㎜를 기록해 잠수교 통행이 다시 중단되는 등 시내 6개 도로의 교통이 통제됐다. 이날 오후 2시50분쯤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구암리 터널공사 현장 절개지에선 토사 120t가량이 경춘국도로 쏟아져 내렸다. 이 사고로 서울에서 춘천 방면으로 달리던 쏘나타 승용차와 도로변에 정차 중이던 트럭이 매몰돼 승용차에 타고 있던 안모(51)씨가 숨졌다. 트럭에는 사람이 타고 있지 않았다. 또 토사가 인근 연립주택까지 밀려들어 30여가구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으며, 경춘국도 양방향의 통행이 금지됐다. 사고가 나자 경찰과 소방당국이 현장에 출동했으나 사고 주변이 토사와 암석으로 뒤덮여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 서울과 외곽을 잇는 주요 간선도로의 진입이 통제되고 청계천과 중랑천 등의 출입이 통제됐다. 한강 수위가 올라가 잠수교(통제수위 6.2m)는 오후부터 사람뿐 아니라 차량 통행도 전면 금지됐다. 강원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서천리를 잇는 강변순환도로, 춘천시 신동면 혈동리 오봉마을 입구 70번 국가지원지방도, 인제 고사리 장수쉼터 앞 31번 국도 등이 침수 또는 토사 유출로 교통이 전면 통제됐다. 지난 12일 매산천이 범람하면서 침수된 경기 수원시 평동 30가구의 주민 70여명은 이날 다시 장대비가 내리면서 주택 외부 복구작업을 중단했다. 주민들은 13일 물이 빠지자 가재도구를 정리하고 침수된 보일러를 수리했다. 시는 방역차를 동원해 방역소독을 벌였으나 다시 비가 내리자 작업을 중단했다. 평동 침수피해지역은 배수나 청소 등 일차적인 복구가 끝났지만 일부 가구는 전기공급이 되지 않았다. 호우로 북한강 수계 수위가 높아지면서 한강수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팔당댐은 이날 밤 10시쯤 15개의 수문을 79.5m 높이로 열어 초당 1만 4990t을 방류했다. 전국종합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틈새시장 노리는 보험상품 잇따라

    보험사들의 아이디어 경쟁이 한창이다. 틈새시장을 노리는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삼성화재는 7일 가정용 종합보험인 ‘애니홈(anyhome)종합보험’을 내놨다. 우선 가벼운 과실로 인한 화재에도 최고 5억원까지 배상한다. 이는 실화법 개정에 따른 것이다. 예전에는 화재로 옆집이 피해를 입었을 때 고의나 중과실일 경우에만 배상책임을 지도록 했다. 그러나 이제는 전기합선이나 가스불 관리소홀 등 가벼운 과실로 인해 불이 나 피해를 입혔을 경우도 배상해야 한다. 이런 일이 생길 것에 대비하기 위한 상품이다. 여기에다 실손보장 개념도 도입했다. 보통 건물에 불이 났을 경우 감가상각 등을 적용해 보험금을 지급하다 보니 시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애니홈보험은 똑같은 건물을 새로 짓는데 드는 비용을 계산해 보험금으로 지급한다. 이외에도 가정생활배상책임(1억원), 화재시 가재도구 손해(500만∼1억원), 인터넷해킹 예금인출 손해(1000만원), TV·냉장고 등 가전제품 고장 수리비(건당 50만원, 연 2회)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서비스에도 보험료를 낮추기 위해 소멸성 보험으로 설계, 보험료는 월 1만~3만원에 불과하다. 이에 앞서 교보생명은 투자 수익이 좋으면 보험료 납입을 대체해 주는 ‘교보변액유니버셜보험’을 내놨다. ‘보험료 납입완료 단축옵션’을 선택한 뒤 계약자 적립금이 기준준비금을 넘을 경우 남은 보험료가 모두 납입된 것으로 처리해 준다. 옵션 행사 이후에는 공시이율에 따라 자금이 안정적으로 운용되고 보험 혜택은 그대로 유지된다. 증시 하락 등으로 수익률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면 일반종신보험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한 보험사 관계자는 “각종 보장이 한데 뭉쳐진 통합보험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마땅한 후속타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고민”이라면서 “그동안 놓쳤던 시장을 분석하고 관련 상품을 개발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고 말했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수마와 함께 왔던 사랑의 여신

    수마와 함께 왔던 사랑의 여신

    A=수마(水魔)란 정말 무서운 것이더군. 지난 한주는 수해와 이에 대한 복구소식으로 신문지면을 메웠지. 그 비극 속에서도 엉뚱한 일, 미소를 자아내게 하는 일등이 없지 않았던 모양인데 이번 주에는 그런 이야기나 해 볼까. D=수중에서 피어난 사랑이 통금위반으로 걸린 이야기를 해볼까. 남녀의 사랑이란 무엇이길래 그 비극 속에서도 피어나게 마련이더군. 23일 상오 1시쯤 이재민 5천여명이 수용되어 있던 영등포초등학교 운동장 한 귀퉁이 수돗가에서 김(金)모씨(22·신도림동)와 박(朴)모양(20)이 사랑을 속삭이다 순찰 나온 경찰관에게 통금위반으로 잡혔어. 경찰에 잡혀온 이들은 아침에『사랑도 좋지만 우선 복구에 힘쓸 때가 아니냐』는 훈계를 받고 풀려났는데 듣고 보니 이들이 사랑을 맺은 계기가 미소롭더구만. 이들은 같은 동네에 사는데 신도림동 일대가 물에 잠겼을 때 각각 자기 집 가재도구를 날라 내다 서로 어려운 일을 도와주어 처음 알게 됐다는 거야. 그 뒤 영등포국민학교에 같이 수용되자 사랑의 불이 당겨져 그 경황 중에서도 남의 눈을 피해 매일 밤 수돗가에 나와 사랑을 속삭였다고 하더군. [선데이서울 72년 9월 3일호 제5권 36호 통권 제 204호]
  • [희망만들기] 폭력 남편 벗어나 새 삶 꿈꾸는 임미자씨

    [희망만들기] 폭력 남편 벗어나 새 삶 꿈꾸는 임미자씨

    “사람도 아니었어요.” 말하는 내내 목소리가 떨렸다. 툭하면 폭력을 휘두르던 남편에게서 결국 벗어났지만 임미자(42·가명)씨는 여전히 두려운 모습이었다. 중랑구 면목본동의 낡고 허름한 단독주택 1층. 300만원짜리 전셋방에 들어서자 퀴퀴한 반지하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지난 25일 알코올 중독자인 남편과 이혼한 후 두 자녀를 홀로 키우고 있는 임씨를 만났다. 손바닥만 한 집에 들어서자 그릇이며 수건, 신발들이 집안 곳곳에 탑처럼 쌓여 있었다. 반듯한 가재도구 하나 없었지만, 그래도 가지런히 정리된 모습이었다. “수납공간이 없어서 위로 쌓아 올렸어요.” 그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떨궜다. 결혼생활 15년 동안 임씨의 남편은 한번도 변변한 직업을 가진 적이 없었다. 할인점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는 임씨의 월급으로 네 식구가 근근이 살아 왔다. 경제적 고통보다 더 힘들었던 건 무자비한 폭력이었다. 알코올 중독인 남편은 술에 취해 들어오면 흉기까지 휘둘렀다. 그때마다 유치원생 아들과 중학생 딸은 장롱에 숨어 울었다. 지난해 이혼하며 그 지옥 같은 생활에서 벗어났지만 또 다른 지옥이 펼쳐졌다. 15년간 생활비로 여기저기 빌려 썼던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 수천만원이나 됐다. 임씨 가족은 저소득 모자가족으로 선정돼 아동양육비 5만원 등을 지급받는다. 아직 학교에 들어가지 않은 여섯 살 아들은 보육료 감면을, 중학교 2학년인 딸은 급식비 등을 받고 있다. 하지만 100만원 좀 넘는 월급으로는 세 식구의 식비, 교통비조차 빠듯하다. 식구가 줄면서 몇 만원 차이 소득초과로 기초수급이 혜택도 중지됐다. 부모를 일찍 여읜 그에겐 연로한 언니 하나만 있어 가족들의 도움도 받을 수 없다. 그는 “딸이 매일 동생을 돌봐요. 친구들과 놀고 싶을 텐데 불평 한번 안 해요. 얼마 전엔 소원이 있다고 참고서 하나만 사달랬는데 그것도 못 사줬어요.”라며 흐느껴 울었다. 중랑구는 법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그를 위해 차상위 계층으로 선정하고 민간 후원을 연계하기로 했다. 주민센터에서 지원하는 쌀과 김 등도 그에겐 큰 도움이다.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이들에게는 이웃의 따뜻한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 면목본동 주민생활지원팀 2207-1011. 글 사진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희망만들기] 정신지체 아들 30년 부양 성북구 최계성 할아버지

    [희망만들기] 정신지체 아들 30년 부양 성북구 최계성 할아버지

    “여기저기 손 벌려 먹고사는 거지요.” ‘화(禍)’는 홀로 오지 않는다는 옛말은 틀리지 않았다. 올 1월 뇌경색으로 쓰러진 최계성(75)씨 일가에게 닥친 불행이 그랬다. 성북구 장위3동 77의48. 좁은 골목길에 들어서자 매캐한 냄새가 풍겨 왔다. 아내인 황언수(73)씨는 지팡이를 짚고 골목 어귀까지 마중 나왔다. “오신다는 얘길 듣고 가슴이 뛰어 한 숨 못 잤다.”는 게 그의 첫인사였다. 황씨의 안내로 마주한 골목 모퉁이의 방 2개짜리 주택.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폐가에 가까웠다. 손바닥만 한 집은 마루와 부엌, 화장실을 갖췄다. 하지만 창문과 가재도구 어느 것 하나 멀쩡한 게 없다. 가끔 정신줄을 놓는 둘째 아들 때문이다. ●생계 책임질 가족 아무도 없어 2급 정신지체 장애인인 둘째 아들은 지금도 정신병원을 들락거린다. 별도 가구로 등록돼 기초수급자 혜택을 받지만 모두 병원비로 소진된다. 최씨 부부는 2남2녀를 낳아 길렀다. 출가한 딸 2명은 부양능력이 없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다. 함께 사는 장남 운영(48)씨는 심부전과 당뇨, 고혈압으로 거동조차 불편하다. 장가도 못 갔다. 그동안 최씨가 폐지수집을 해 근근이 버텼지만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생계를 책임질 가족이 없어졌다. 장위동 토박이인 최씨는 원래 농사꾼이었다. 30년 전 둘째 아들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형편이 기울었다. 고등학교까지 멀쩡하게 다니던 아들은 어느 날 갑자기 돌변했다. 땅과 집을 팔고, 지금 집으로 이사 왔다. 막내딸이 집을 나간 것도 이 무렵이다. ●수급자 지정도 안돼 노령연금에 의존 하지만 이 가족은 기초생활수급자는 물론 차상위계층으로도 지원받지 못한다. 손덕천 장위3동 주민센터 사회복지사는 “자가주택의 공시지가가 기준치를 초과하기 때문”이라며 “더 도움을 주고 싶지만 법적 제한이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집을 팔면 되지만 주택거래가 사실상 끊긴 데다 정신장애 아들 탓에 세 들어 살기도 어렵다. 최씨 가족의 요즘 한 달 생활비는 16만 4000원선. 노부부의 기초노령연금 13만 4000원에 손 복지사가 소개해준 교회의 지원금 3만원이 전부다. 주민센터에서 지원하는 쌀과 김 등이 큰 도움이 된다.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이들에게는 이웃의 따뜻한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 장위3동 주민생활지원팀 920-3537.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씨줄날줄] 개인채무조정/조명환 논설위원

    서울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지하광장은 밤이면 노숙자들로 채워진다. 겨울철이면 바람을 덜 타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실랑이도 자주 벌어진다. 등산용 매트리스와 오리털 침낭까지 갖춘 웰빙형 뜨내기 노숙자가 눈치없이 끼어들어 사달이 난 경우를 공중파 방송에서 본 적이 있다. 빚 독촉을 견디다 못해 가족들이나마 편안하게 해주려고 집을 나왔다고 했다. 빚쟁이 무서운 것은 동서고금이 마찬가지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 바사니오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친구 안토니오의 ‘싱싱한 살 1파운드’를 담보로 잡는다. 인기 TV미니시리즈 ‘쩐의 전쟁’에서는 사채피해 사례가 생생하게 묘사되기도 했다. 시도 때도 없이 돈 갚으라고 전화를 한다. 집으로 들이닥쳐 가재도구를 다 꺼내기도 한다. 불법채권추심업체 직원들은 신체포기각서 요구도 마다하지 않는다. 경제위기가 확산되면서 중산층도 까딱 잘못하면 신용불량자로 추락하기 십상이다. 은행 대출연체율이 말해준다. 지난 2007년 0.55%에서 지난해 말 0.6%, 올 2월말 0.89%로 가파른 오름세다.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도 지난해 6월 12.98%에서 연말에는 14.78%로 높아졌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 2·4분기 가계신용위험도는 5년 6개월만에 최고치였다. 빚 갚을 능력이 크게 떨어져 신용대란이 우려되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예방이 필요하다. 그래서 정부와 금융권이 빚에 쪼들리는 서민들을 구하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신용불량자로 추락하는 것을 막고 재기를 도우려는 본래의 취지와 달리 ‘빚갚지 말라.’는 쪽으로 잘못된 방향으로 갈 우려도 커지고 있다. 3개월 미만 연체자를 대상으로 10년까지 상환을 연기해주는 사전채무조정(프리 워크아웃)이 어제부터 1년간 한시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파산·개인회생(법원)과 개인워크아웃 등의 채무조정 제도와 비교해 현명하게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농어촌에서조차 법무사들까지 나서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며 부추기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에는 버티기 요령도 유료로 판매되고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가난구제는 나라님도 못 한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닌 셈이다. 조명환 논설위원 river@seoul.co.kr
  • [씨줄날줄]헬리콥터 머니/우득정 논설위원

    지난해 12월15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정책금리를 0∼0.25%로 0.75∼1%포인트 내리고 장기 국채 매입 등 ‘양적 완화’ 정책을 구사하겠다고 발표했다.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떨어뜨려도 돈이 돌지 않으면 유동성 무제한 투하로 돈맥경화를 돌파하겠다는 뜻이다. 미국 언론들은 버냉키 FRB 의장이 2002년 한 연설에서 “헬리콥터로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말을 상기시키며 ‘머니 헬리콥터가 떴다.’라고 표현했다. 1930년대의 세계 대공황에 빗대어 ‘대침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지난 25년 동안 자신들이 생산했던 것보다 매년 6∼7%씩 더 썼던 미국인들은 부동산 버블 붕괴와 함께 직격탄을 맞으면서 한순간 ‘쪽박’ 신세가 됐다. 과소비의 촉매역할을 했던 신용사슬이 끊어진 것이다. 미국이라는 세계 경제의 중심부가 화염에 휩싸이자 전 세계가 일시에 불바다다. 각국의 중앙은행이 세간이 소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물(돈)을 뿌려대지만 금융기관의 금고 주변만 맴돈다. 유동성 함정이다. 그래서 밀턴 프리더먼은 돈을 헬리콥터에서 뿌리거나 소비자에게 현찰을 선물로 나눠주라고 한다. 이론은 간단하다. 통화량과 관련해 널리 인용되는 교환방정식 MV〓PY에 근거한다. M은 통화량, V는 화폐유통속도, P는 물가, Y는 명목국민소득이다. 사상 유례 없는 신용위기 국면을 맞아 돈이 돌지 않으면서 화폐유통속도가 ‘0’에 가깝게 떨어졌다. 돈이 돌지 않으니 자산가격은 폭락할 수밖에 없다. 급격한 자산가격 하락을 방지하려면 결국 통화량을 늘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유동성 공급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L자형 장기불황’이 우려되는 현 상황에서 물가는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때에는 금 가락지를 끌어모으고 가재도구를 싼 값에 넘기면서도 버텨낼 수 있었다. 투기세력의 장난인지 정책당국자의 무능 탓인지 좀 더 연구해봐야 확인되겠지만 그땐 국민 모두가 우리의 잘못으로 날벼락을 맞은 줄 알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남들이 따라하기에 미국의 신자유주의를 흉내낸 죄밖에 없다. 무지의 죗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군포 살해범 트럭서 모발·식칼 발견

     경기 군포 여대생 A(21)양의 살해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피의자 강모(38)씨의 축사용 트럭에서 여성의 것으로 보이는 머리카락 등 유류품을 발견하고 여죄 여부를 집중 수사 중이다.  경찰은 28일 “수원 당수동 축사에 있던 강씨의 트럭에서 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모발 3점과 하트모양 금반지,식칼 등을 발견했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이 머리카락의 DNA 감식 등을 의뢰하는 한편 축사와 주변에 대해서도 정밀 감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류품 감식 결과가 이번 사건 현장 인근에서 발생한 다른 실종사건과 연관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경찰은 지난 2006년 12월부터 2008년 11월 5건의 부녀자 연쇄실종사건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경찰은 특히 2006년 12월 수원 화서동에서 실종된 박모(당시 37세)씨의 시신이 발견된 안산시 상록구 사사동 야산에서 강씨의 축사까지 거리가 4㎞에 불과하다는 점,죽은 박씨가 군포 여대생 사건 피해자 A양처럼 스타킹에 목 졸려 살해된 점 등을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또 강씨의 네 번째 부인이 2005년 화재로 사망하기 5일 전 혼인신고를 한 사실이 새로 드러남에 따라 이 화재 사건이 보험금을 노린 방화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화재 원인에 대해 전면 재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2005년 10월 30일 새벽 강씨의 네 번째 부인(당시 29세)과 장모(당시 60세)가 화재로 숨지기 5일 전인 10월 25일 강씨와 네 번째 부인의 혼인신고가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강씨와 네 번째 부인은 2002년부터 동거하다 뒤늦게 혼인 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강씨는 경찰 진술에서 혼인 신고와 관련 “그 때쯤 부인이 갑자기 혼인 신고를 요구해 뒤늦게 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이 보다 앞서 부인이 화재로 숨지기 1~2주전인 10월 17일과 24일 부인과 함께 보험대리점을 방문해 부인을 피보험자로 한 종합보험과 운전자상해보험 2곳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또 1~2년전에도 부인 명의로 2개의 보험에 가입한 사실도 추가로 밝혀졌다.  이들 4건의 보험금 수령 가능액은 4억 3000만원이었으나 강씨는 경찰에서 보험금 1억여원을 탔다고 진술했다.  이 화재로 안방에 있던 부인과 장모가 숨지고 작은 방에 있던 강씨와 아들은 창문을 통해 탈출, 목숨을 건졌다.화재는 가재도구와 집 내부 18평을 태워 700여만원의 재산피해(소방서 추산)를 낸 뒤 15분여만에 꺼졌다.  당시 경찰은 부인과 장모의 유족측이 강씨가 장모와 부인을 구조하려 하지 않았고,화재 신고도 하지 않았다는 의문을 제기해 6개월간 방화 여부에 대한 내사를 벌였지만 이를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강씨는 화재 상황에 대해 “아들을 구한 뒤 정신을 잃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로 출동했던 안산소방서 관계자는 “강씨가 ‘작은방에서 자다가 알루미늄 섀시 방범창을 발로 차 분리한 뒤 아들을 데리고 탈출했다’고 했다.”며 “반지하 건물 특성상 작은방 창문과 안방 창문은 바로 붙어 있는데 장모와 부인을 왜 구하지 않았는지 의아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강씨의 집에서 압수한 컴퓨터 하드디스크 분석 결과 첫 번째 경찰조사를 받은 다음 날인 지난 23일과 24일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포맷하고 운영체제를 새로 설치한 사실을 확인했다.강씨는 지난해 9월 말과 12월 말에도 하드디스크를 포맷하고 시스템상의 날짜를 변경했던 것으로 밝혀졌다.경찰은 이 하드디스크를 복구했지만 ‘군포’ ‘실종’ 등 사건 관련 검색어를 찾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의 컴퓨터에서 범행 전 ‘꿀벌’ ‘양봉’ 등을 검색한 흔적이 발견됐다.”며 “또 선정성 게임은 아니지만 게임에 자주 접속한 사실은 확인됐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당초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던 강씨의 첫 번째 부인이 이혼 후 경기 가평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실종 수배를 해제했다고 밝혔다.  군포 납치살해 피의자 강씨에게 살해된 피해자 A(21) 씨의 장례식은 28일 경기 군포시 산본동 원광대학교 산본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안철식 지식경제부 2차관 과로로 사망 ☞김정남 전 수석 “正初에 난 왜 이렇게 불안한가” ☞고속지하철 시대 5월 열린다
  • 이주성 前국세청장 구속

    이주성 前국세청장 구속

    프라임그룹의 대우건설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 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노승권)는 12일 이주성 전 국세청장을 특가법상 알선수재 및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서울서부지법 정인재 영장전담판사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 전 청장은 프라임그룹이 대우건설 인수를 시도하던 2005년 11월쯤 건설업자 기모(50·구속)씨의 소개로 만난 프라임그룹 백종헌 회장으로부터 “대우건설을 인수할 수 있도록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등에 힘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고 19억여원짜리 아파트 및 5800여만원의 가재도구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 전 청장은 2006년 5월쯤 백 회장에게 신도림테크노마트 시공의 하청공사를 맡은 기씨 업체의 토목공사비를 증액해 주면 대우건설을 인수할 수 있도록 도와 주겠다고 말해 13억 7000여만원의 공사비를 더 지급받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 차장 시절이던 2005년 2월쯤엔 지인들의 주소지로 굴비 등 명절 선물을 배송해 줄 것을 요구해 500여만원씩 모두 3차례에 걸쳐 1500만원 상당의 선물을 제공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 청장은 수감되기 직전 취재진에게 “(검찰 수사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지만 전 국세청장으로서 국세청 직원들에게 죄송하고 모든 것이 내 부덕의 소치다. 아파트 부분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프라임그룹의 비자금 의혹으로 시작된 검찰 수사는 이 전 청장의 구속으로 본격적인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서울광장] 위기대응 속도조절 필요하다/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위기대응 속도조절 필요하다/우득정 논설위원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한미재계회의 대표단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정부의 금융위기 대책에 대해 “10년 전에 비해 지금은 돈을 얼마나 푸느냐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조속히, 그리고 충분하게 시장에 풀고 자신감을 회복하게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미국발 핵폭풍이 글로벌 경제를 초토화시키고 있는 가운데 선제대응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이해된다. 정부는 그동안 금융기관 외화차입 지급보증, 은행채 매입, 건설업체와 자산운용사 유동성 지원, 금리 전격 인하,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등 금융시장 불안-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심리 해소를 위해 ‘유동성 융단폭격’을 감행했다. 그리고 어제 재정 확대와 부동산 경기 활성화 등 내수진작을 위한 종합대책도 내놓았다. 청와대가 채근하며 앞장서 달려가고 각 부처가 허둥대며 뒤따르는 형국이다. 그러다 보니 강 건너 먼 산에 불이 났는데 지붕에 물을 끼얹고 가재도구를 옮기는 소동을 벌이고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위기국면에서 살아남으려면 철저한 예방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하지만 지금 정부가 선제대응이라고 내놓는 대책을 보면 지레 겁을 먹고 과잉처방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시중은행장의 한마디에 금융기관 지급보증에 1000억원을 쏟아붓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펀드 런’ 걱정에 뭉칫돈을 왕창 대주고 있다. 책임 소재 규명없이 돈 보따리부터 풀다 보니 ‘위기 부풀리기’로 한몫 챙기려는 부류까지 나타나고 있다. 조급증과 ‘올 인’ 대응이 낳은 부작용이다. 곳간을 활짝 열어제쳐 우는 사람이 없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내년에 다시 풍년이 든다는 기약만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내년 하반기부터 우리 경제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장담했던 전문가들은 점점 줄어들고 내후년 이후에나 햇살이 비칠지도 모른다는 견해가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올해 몽땅 털어먹었다가는 내년과 내후년의 춘궁기에는 쫄쫄 굶주리게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침착성을 되찾아야 한다. 금융시스템이 망가진 미국이 한다고 멀쩡한 우리까지 흉내내기에 급급해선 안 된다. 과거 수도 없이 경험했듯 지나침은 반드시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온다. 유동성의 무차별 공급과 부동산의 과도한 규제 완화에서 벌써 그런 걱정이 앞선다. 과잉 유동성은 소비자들에게 비용 둔감을 유발하고, 또다시 버블 양산을 초래한다. 부동산 거래 실종과 건설업계의 자금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부실화 가능성 등 때문에 노무현 정부가 수년에 걸쳐 꽁꽁 묶었던 부동산 관련 규제를 한꺼번에 풀어헤치는 데서 과거의 악몽을 떠올리게 된다. ‘글로벌 쓰나미가 몰려오는데 정부는 뭣 하고 있나.’라는 질책에 초연하기는 어렵다. 출범 이후 줄곧 경제성적표가 곤두박질친 이명박 정부로서는 뭔가 보여줘야 하는 절박한 심정일 것이다. 그렇다고 일거에 만회하겠다는 식으로 달려드는 것은 문제다. 각 부처가 앞다퉈 ‘면피성’ 대응책을 쏟아내니 시장이 소화불량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따라서 앞만 보고 내달리기만 할 게 아니라 우리의 좌표가 어디인지 확인하고 거기에 맞는 처방을 내리는 것이 급선무다. 그리고 대외 개방을 지향하는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의 종속변수라는 굴레에서 벌어날 수 없는 만큼 인내하며 내실을 다져나가는 길밖에 없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짧은 몽골 체류기](상편)

    [심재억 기자의 짧은 몽골 체류기](상편)

    □상편=그곳에 칭기즈칸은 없었다 □중편=“이제는 ‘전사’가 아니라 ‘시민’이고 싶다.” □하편=잊혀진 제국에도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몽골-문명과 전근대가 만나는 곳=상편 거친 황무지는 가도가도 끝이 없었다.지평선에서 떠오른 태양이 다시 지평선으로 지는 나라.그 불모지에는 생명이 없는 듯 보였다.멀리서 보면 눈부신 초록의 초원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보면 이미 살아있는 땅이 아니었다.바짝 말라붙은 대지 위에는 만지면 바삭거리며 부서지고 마는 사막의 마른 초지식물들만 군데군데 자리를 잡고 있을 뿐 들쥐 한마리도 눈에 띄지 않았다.‘초록의 초원’은 햇볕을 견뎌내지 못하고 죽은 ‘풀의 미라’가 남긴 착시일 뿐이었다. 생명의 흔적은 오직 하늘에만 있었다.까마귀 무리는 나무 한 그루 남아있지 않은 야트마한 구릉 위를 힘겹게 날고 있었고,들 가운데 앉은 독수리의 눈빛은 황무지의 끝없는 갈증을 말해주고 있었다.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여전히 태양은 작열하고 있었고,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었다.황무지 몽골의 이런 풍경이 이방인에게는 한없이 낯설고 막막해 보였다. 11일 이른 오후.공익법인 아시아 사랑나눔회(ACC·Asia Children Charity·회장 김종구)가 꾸린 카톨릭의료봉사단원과 봉사요원 등 30여명은 몽골의 항공 관문인 칭기스칸 공항에 도착해 이곳에서 멀지 않은 수도 울란바타르 시내로 곧장 이동했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울란바토르의 교외 풍경은 혹독한 자연 조건이 인간의 삶을 통째로 지배하는 모습 그대로였다.곳곳이 웅덩이처럼 패인 도로 위를 마치 야생마처럼 질주해 가는 버스,그 버스 뒤를 자욱하게 뒤덮는 흙먼지와 바람,그런 것들로 몽골은 이미 내게 아주 낯설게,그러나 아주 가까이 다가서고 있었다. ■유목의 도시 울란바토르 이런 풍경은 울란바토르 시내도 크게 다르지 안았다.사람이 좀 더 많이 모인 곳일 뿐 그곳도 틀림없는 사막이었다.도심의 낮고 낡은 건물,덕지덕지 가난이 묻어나는 빈민들의 지향없는 배회와 그들의 삶을 무질서하게 비집고 오가는 차량들.그런 차량이 내뿜는 매연과 경적 소음은 우리의 개발연대를 돌이키게 하기에 충분했다.그곳에서는 우리가 거쳐온 과거가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었다. 차선도 없는 거리를 열에 들뜬 듯 내달리는 차량은 태반이 한국산이었다.그게 한국에서 폐차된 차량을 가져온 것인지,아니면 도난 차량인 지는 알 길이 없지만 틀림없는 것은 이런 풍경이 항용 그렇듯 우리가 예전에 겪어온 어두운 잔상,예컨대 배고픔과 풍요에 대한 열망,소음과 무질서,더러움과 절망감,전통적 가치의 붕괴와 새로운 것에 대한 막연한 기대 등속을 떠올리게 했다. 호텔에 들어서는 순간,앞으로 닥칠 고난이 예견됐다.파리가 들끓는 로비에는 한국말이나 영어를 아는 직원이 단 한명도 없었다.냉방 대신 호텔 현관에 설치된 에어 커튼이 전부였다.방에 들어서자 더 막막했다.벌써 콧잔등에 땀방울을 매달고 있는데 냉방이 되지 않았다.살펴보니 객실에 아예 냉방기 송출구가 보이지 않았다.에어컨 시설이 없는 것.목을 축일 요량으로 물을 찾았으나 흔한 물 한병도 비치되지 않았다.그러니 객실에 냉장고형 미니바가 없는 것도 당연했다.도리없이 훌훌 벗어부쳤다.답답한 호텔방에서 이 더위를 이기려면 우선 씻는 게 상책이라고 여긴 까닭이었다.그러나 고난은 욕실까지 이어졌다.깔깔한 비누를 문대가며 씻긴 했는데 이번엔 물이 바닥에 고여 빠지지 않았다.프론트에 알릴 요량으로 전화기를 들었으나 수화기에서 들리는 소리는 “%##!@P&###*!%$”였다.난감했다. 다음날 아침까지 욕실 바닥엔 고인 물이 첨벙거렸다. 일행 중 누군가가 말했다.“그래도 이 방은 오후엔 햇볕이 비치지 않으니 다행이네.” 하기야 몽골에서 호의호식하려 했던 건 아니니 다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한낮의 햇볕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20∼25도나 뚝 떨어지는 일교차가 만드는 밤의 추위와 먼지바람을 피할 수 있으니 이런 방도 천국이려니 여기기로 했다. 다행인 것은 해가 지자 금세 기온이 떨어져 창문을 열어두면 오싹 추위를 느낄 만큼 서늘해졌다는 점.‘엎어진 김에 자고 간다.’고 잘 됐다 싶어 현관문과 창문을 마주 열어놓으니 제법 시원한 바람이 방을 쓸고 지나갔다.그러나 거기에도 문제는 있었다.‘꺅!’하는 비명과 함께 옆방에 짐을 푼 일행 한명이 놀라 뛰어왔다.가보니 열어둔 창문으로 몸통이 엄지손가락만 한 나방들이 날아들었다.보기에도 흉칙했지만 어찌 할 수가 없었다.저게 뭔지 모르니 두고 볼 밖에.전등불빛을 보고 달려든 크고 작은 나방이 걸려 잠을 청할 수 없었다.그렇다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잠을 청했다.다행인 것은 사막지대라 모기가 없다는 것이었다. 울란바타르 시내는 걷기가 힘들 정도로 매연이 심했다.몽골 전체 인구 300만명 중 100만명이 몰려 사는 이 도시는 사막이라는 혹독한 자연조건을 이기기 위해 도심 곳곳에 석탄을 때는 화력발전소를 건설해 가동하고 있었다.우리의 체험으로 보자면 이 화력발전소라는 게 전력 생산량은 신통치 않으면서도 매연으로 인근을 서서히 죽음의 땅으로 만드는 것 아닌가.그 굴뚝에서 쉼없이 뿜어져 나온 매연이 자욱하게 도시를 뒤덮고 있었다.거기에 원래 있었던 사막의 먼지바람과 차량의 배기가스가 더해져 숨길을 턱턱 막아댔다. 옛적 칭기스 칸이 물길 좋은 평원(분지)에 터(울란바타르)를 닦고서 “이곳에서 하늘을 보며 동과 서로 멀리 땅 끝까지 나아갈 것을 다짐했노라.”고 되내었던 제국의 심장이 이미 아니었다.끝없이 쇠락해가는 옛 영화의 상징일 뿐이었다. ■의료봉사-일회성이 아쉬운 ‘아름다운 베풂’ 어디에서든 지평선이 보이는 나라,대지를 달구는 태양이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삶을 억압하고,정의하고,설명하는 곳. 이곳에 여장을 푼 의료봉사단은 생각보다 진료가 어려울 것이라는 데 전망이 일치했다.우선 아직도 여전한 유목 생활 때문에 주민들이 한 곳에 정주하지 않아 의료봉사가 있다는 정보를 전달하기조차 쉽지 않았다.많은 봉사인력이 초음파 진료기기 등 무거운 장비를 갖고 끝없는 초원을 옮겨다니며 진료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고작 200만명의 주민들이 광활한 몽골 초원 곳곳에 흩어져 살기 때문에 집단 취락지를 대상으로 할 수 밖에 없는 봉사단으로서는 현지 국가기관의 협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게다가 뜨거운 태양이 봉사단의 걸음을 막았다.습도가 10%에 불과한 건조한 사막기후 때문에 햇빛 아래서는 여지없이 살갗이 따갑게 졸아드는 느낌이었다.낮기온이 36∼38도가 예사였지만 걱정만큼 땀이 많지는 않았다.그렇지만 햇빛과 건조한 기후에 피부가 겪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다.햇빛에 노출된 살갗이 금세 지직거리며 타드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사전에 몽골 ACC를 통해 진료 대상 지역과 대상자를 선정했지만 걱정이 없는 건 아니었다.과연 그들이 문명세계의 의료를 이해하고 모여줄 것인가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첫날 울란바타르 시내 항올지구에서 진료가 실시되자 기다렸다는 듯 진료 희망자들이 줄을 이었다.종일 접수창구에서는 아우성과 소란이 끊이지 않았다.진료희망자들 가운데는 공무원과 이 징역 보건소 및 병원 관계자의 가족들이 적지 않았다.이런 진료 티켓을 얻는 것도 그들에게는 잡기 어려운 특권으로 통하는 듯 했다.그러니 미리 진료를 받겠다고 신청한 저소득층 주민들이 특권층의 새치기를 보다 못해 왁왁대며 고함을 질러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의료진은 가능한 최대한 많은 인원을 진료하기로 했고,이튿날까지 연인원 800여명이 내과(김예원·주승행) 외과(이용배) 소아과(김예원·주승행) 피부·비뇨기과(신민석) 산부인과(이용오) 정형외과(이용배) 신경외과·통증의학과(김광희) 및 진단방사선과(양우진) 진료를 받았다.의료진들이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강행군을 한 결과였다.김광 김지은 노미란 김혜선 박정옥 이명숙 김민주 김삼단 박미리 최종숙 김은자 문미래 손송희씨 등이 약사 및 간호사와 안내 등 진료 보조업무를 맡았다.여기에 이승구(안드레아) 신부와 행정지원팀 배용민,방송취재팀 3명 등이 동행했다. 한 의사가 푸념을 했다.“한국에서 진즉 이렇게 진료를 했으면 벌써 빌딩을 사도 여러 채 샀을 건데….” 진료 후 의료진들이 털어놓은 후일담은 몽골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환자들 대부분은 만성 성인병 질환자들이었다.육식을 주로 하는 섭생 특성상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그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비싼 채소류와 곡류보다는 양고기 등 육식을 하는 게 쉬운 일이었고,그런 까닭에 비만,고혈압·뇌졸중 등 순환기계 질환과 근골격계 질환이 많았다.이런 몽골인들의 비만이 머잖아 당뇨 대란으로 이어질 것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비만은 그들의 문화가 낳은 고질이지만 최근들어 특히 심해지고 있었다.과거처럼 힘겨운 유목생활을 하면서 육류를 섭취하는 게 아니라 도시에 정주(定住)하면서 육식을 즐기는 탓에 잉여 열량이 고스란히 비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비만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두드러졌다.적지 않은 주민들이 초음파를 포기해야 했다.두꺼운 복부 지방 때문에 초음파의 영상이 잡히지 않아서였다. 의외로 피부질환과 알레르기 질환이 많은 것도 특이했다.서울중앙클리닉 신민석 원장은 이런 견해를 내놓았다.“사막지대의 뜨거운 햇볕과 건조한 기후,강한 바람과 20도를 넘나드는 일교차 때문에 아무리 적응했다 해도 피부질환이 없을 수 없을 것이다.알레르기 질환도 마찬기지로 보인다.아마 이곳에 자생하는 식물류의 꽃가루가 원인일텐데 이런 질환을 한번의 진료나 처방으로는 치료하기 어렵다.그래서 생활수칙을 반드시 일러주곤 했는데 그게 얼마나 먹힐지는 모르겠다.” 산부인과팀이 털어놓은 고충도 간단치 않았다.물이 부족한 까닭에 대다수 환자들이 기본적인 청결을 유지하지 못해 심각한 부인과 질환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문명의 덫에 걸린 몽골 전사들의 비육지탄 그리고 가난 노마드의 유전자를 가진 그들이 허벅지에 군살이 붙고,불거져 나온 배를 보며 어찌 비육지탄의 소회가 없겠는가.그러나 그들은 지금 변하고 있다.말들은 피빛 땀을 쏟으며 초원을 가로질러 달릴 일이 없고,큰 눈을 내리 깐 채 초지에 누워 뒹구는 낙타들 역시 무거운 짐을 지고 사막을 건널 일이 없으며,사람들도 더는 절박한 생의 고통을 감당하기 위해 고비사막의 모래바람을 헤치고 나아가려 하지 않는다. 초원 가운데 자리잡은 소도시 쫑머드의 진료 현장에서 만난 노인 두르그발(71)씨는(사진 참조)은 “개방 이전만 해도 몽골에는 옛 전통이 남아 유목생활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많은 유목민들이 이 일을 힘들다고 여긴다.머잖아 초원이 텅 빌 것”이라며 “몽골 사람이 초원을 버리면 초원도 몽골을 잊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토로했다.어디가 불편해 진료를 받으려 하느냐고 묻자 “아픈 곳은 없다.모르는 병이나 생기지 않았는지 알아보려고 왔다.”고 했다.깡마른 얼굴에 골 깊은 주름의 이 노인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겠느냐고 묻자 “그러자.”며 흔쾌히 진료를 위해 벗었던 전통 쇠가죽 옷과 말장화를 껴신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이방인을 낯설어 하면서도 그의 얼굴에는 순수함이 그득 배어있었다. 기후가 역사를 만든다는 말은 몽골에서 극명하게 입증되고 있었다.연간 강우량이 100∼150㎜에 불과한 몽골에서 저소득층 주민들이 우리처럼 샤워를 일상화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특히 이들에게 피부 질환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었다.의료진이 한 가정에서 조사한 결과 이 집의 아이들은 1년 동안 고작 한두번 씻고 산다고 했다.아이들의 몸통에는 땟국이 엉겨 켜를 이루고 있었다.전신에 부스럼이 생겨 고통을 받고 있었지만 청결하게 해서 그걸 낫게 하기는 애당초 어려워 보였다.그만큼 물이 귀했다. 울란바타르 시내에도 수돗물이 공급되는 곳은 도심지역 뿐이고 외곽 빈민촌에는 아예 수도나 배수시설이 없었다.그들은 땟국에 전 물통을 들고가 한 통에 10토그르기씩을 주고 물을 사서 먹는다.물값이 금값이니 벌이가 없는 빈민들이 씻지 못하는 사정이 이해되기도 했다.비교적 고소득층의 한달 급료는 25만 토그르기(한국의 25만원 정도)이지만 그나마 일할 곳이 없어 저소득층은 유리걸식이 예사다.집 지을 경제력을 갖지 못한 그들은 꾸역꾸역 울란바토르로 몰려들어 외곽의 구릉지에 몽골의 전통 가옥인 게르를 짓고 산다.집 짓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들기 때문이다. 옛날 같으면 게르에는 젖과 마유주(말젖을 발효시킨 전통술),양고기가 있었을테지만 우리가 찾은 빈민촌의 낡은 게르에는 ‘약에 쓸려도’ 양고기 한 조각이 없었다.이미 초원을 떠나 도시생활을 시작한 까닭이다.벌써 몇달째 거리에서 주워 온 뼈를 삶은 물만 먹고 산다고 했다.피골이 상접한 그들을 지켜보자니 가슴 깊은 곳이 동통처럼 아려왔다. 보다 못해 ACC 김종구 회장이 나섰다.그는 몽골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각별했다.벌써 10여년 동안 몽골,필리핀,인도네시아 들을 오가며 어린이 돕기와 황무지 나무심기 사업 등을 계속해오고 있다.울란바토르 시장은 그런 김 회장의 공로를 인정해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그를 ‘울란바토르 홍보대사’로 임명하기도 했다.그런 김 회장이 “안 봤으면 모르지만 저걸 보고 어떻게 발길을 돌리느냐.”며 직접 게르를 지어주는 사람을 찾아나섰다.울란바토르 시내를 뒤진 끝에 한 게르 업자를 만났다.새 게르 한 채를 짓는데 150만 토그르기가 필요하다고 했다.우리돈 150만원 가량이다.봉사단원들의 경비도 빠듯한 터에 거기에서 150만원을 덜어낸다는 것이 무모해 보였지만 김 회장은 “뒷일은 우리가 감당하자.”며 그 자리에서 게르 비용을 전액 지불해 버렸다.거기에다 따로 50만 토그르기를 전해 우선 먹을 식량과 가재도구 등을 준비하도록 했다.봉사단원들이 직접 시장을 돌며 침구 등 가재도구와 먹을 것을 챙겨줬다. 처음엔 봉사단의 방문을 의아해 하던 게르의 여주인도 한참 나중에야 자신에게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아차린 듯 “고맙다.”며 눈물을 그치지 않았다.처음엔 경계하던 그가 직접 아이들을 불러 몸통이며 팔다리 곳곳에 번지고 있는 부스럼을 의료진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몽골 주민들의 고통은 우리가 과거에 겪었듯 근대화의 피할 수 없는 여정인지도 몰랐다.울란바타르 등 몽골의 곳곳에서는 사회주의적 개방정책 이후 서구형 근대 문명과 전통의 유목정신이 치열하게 충돌하고 있는 현장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예컨대 좀 부유하게 사는 사람이라면 번듯한 서구형 저택에 산다.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그들의 전원에는 어김없이 전통가옥인 게르가 지어져 있다.여름 더운 철에는 게르에서 생활을 하는 게 그들에게는 새로운 습속이 됐다.그들이 집안에 게르를 따로 짓는 이유는 간단하다.서구식 문명에 적응하지 못한 탓이다.달리 말하면 아직도 전통의 유목 습성을 그리워 한다는 방증 아니겠는가. (‘중’편에 계속)
  • [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파산 신청하려는데 지급명령이…

    Q개인 빚을 도저히 감당하지 못해 연체한 지 3년 만에 채권추심기관인 S회사에서 신청한 지급명령을 어제 P지방법원으로부터 송달 받았습니다. 파산을 신청하려고 준비하던 중인데 이의를 제기해야 하나요. 저쪽에서 혹시 가재도구를 압류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이것을 막으려면 파산을 신청할 때 금지명령을 신청해야 하는 건가요. - 임정미(가명·43세) - A지급명령은 금전이나 쌀 같은 대체물의 지급채무에 대해 적당한 증빙을 첨부한 채권자의 신청에 의해 법원이 발부하는 약식 결정입니다. 채무자가 송달 받은 후 2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판결과 마찬가지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권원(權原·어떤 행위를 법률적으로 정당화하는 근거)이 됩니다. 물론 이의를 제기하면 정식 소송절차로 이행해 변론기일을 지정 받아 재판을 받게 되지만, 범법행위나 금융기관의 계산 착오 같은 사유가 없으면 지급명령과 같은 판결을 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채권기관에서 주장하는 금액이 채무자의 기억과 맞는 경우라면 이의제기를 권하지 않습니다. 이의를 제기하면 채무자도 법정에 출석해야 하고 준비도 해야 합니다. 어려운 처지에 생업에 종사하는 귀중한 하루를 버린 결과로 얻는 것이 지급명령과 똑같은 판결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의가 있으면 법원은 채권자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고 인지 보정(補正·바로잡음)을 명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또 관공서에서 하는 일이 모두 그렇듯이 사건을 순서대로 처리해야 하는 관계로 사건이 많은 법원의 경우에는 판결까지 6개월, 어떤 경우에는 1년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만일 그 사이에 파산을 신청해 면책까지 받게 된다면 채권자인 원고가 패소판결을 받을 수도 있으니 이익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차피 파산 절차에서 면책을 받게 되면 아무리 확정된 지급명령이나 판결도 집행력을 잃게 되니 이의 제기로 시간을 끄는 이익이 크다고 할 수 없습니다. 가재도구 압류에 대해서는 초연하게 받아들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생활에 필수적인 식기 등 도구와 의류, 책 같은 것들은 강제집행을 할 수 없는 면제재산입니다. 또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집행관들은 예를 들어 장롱 속까지 뒤지지 않기 때문에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텔레비전 정도가 실무상 집행 대상이 됩니다. 유행과 기호에 따라 새것을 추구하는 소비자들로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는 중고품의 역할이 크지 않기 때문에 한 가정의 것을 전부 경매해 보았자 그 가격이 70만∼80만원에 그치는 경우가 태반이며 여기에서 집행비용을 공제하고 나면 실제로 회수되는 채권은 거의 없을 수 있습니다. 유체동산(有體動産·채권과 재산권을 제외한 가재도구와 집기, 비품 등) 압류로 채권자가 얻는 이익은 크지 않기 때문에 채권기관이 지급명령을 신청한다고 해도 곧 가재도구가 압류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상상입니다. 오히려 유체동산 압류는 심리적인 압박과 강제를 통해 자발적 변제를 이끌어내는 전략적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체면이 손상되는 것을 극도로 회피하며 또 어떤 사람들은 아직 닥치지도 않은 일에 미리 근심하며 노심초사합니다. 추심인들은 가재도구를 압류하겠다고 위협하면 마음이 약한 채무자가 무리한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다른 곳에서 돈을 마련해 자발적으로 변제하길 기대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압류의 위협에 반응해 자발적으로 연락하는 채무자가 유체동산 압류의 집행을 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본래 파산은 채무자가 압류를 피하기 위해 인정된 것이 아니며,720만원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된 면제재산을 빼고 채무자의 모든 재산을 환가(換價·값으로 환산함)해 채권자에게 나눠주는 공동의 추심제도로 발달해 왔고 그 의미는 오늘날에도 여전합니다. 법률상으로는 파산이 선고되면 다른 강제집행이 금지되고 파산절차에서 채무자의 일반 재산을 모두 수집해 채권자에게 나눠 주게 되고 이를 위해 강제집행을 중지할 수 있습니다. 은행 등 금융기관, 기타 대기업이 파산하는 경우에는 전형적으로 적용됩니다. 소비자파산에서도 이론상으로는 파산을 신청하고 강제집행을 금지해 달라고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건에 대해 파산선고와 동시에 절차를 종결하는 현행 실무에서는 강제집행절차를 계속 진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파산절차의 역할을 일반의 강제집행이 대신하고 있는 셈입니다. 파산법원의 자원이 부족한 현실에서 어쩔 수 없는 고육책입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