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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키(TURKEY)-바이블보다 오래된 터키 이야기

    터키(TURKEY)-바이블보다 오래된 터키 이야기

    바이블보다 오래된 터키 이야기 이름도 생소한 터키의 말라티아Malatya와 샨르우르파 Sanliurfa에 다녀왔다. 태어나 처음 가본 지역들은 신생의 시간으로 충만했고, 낯선 지명만큼이나 생경한 풍경으로 가득했다. 태초의 자연과 신비로운 유적이 새로 태어난 시간 속에서 뒤채였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노중훈 취재협조 터키문화관광부 한국홍보사무소 02-336-3030 유프라테스 강변의 레스토랑. 야외 테이블에 앉으면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유프라테스 강가에 살포시 자리한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메소포타미아문명을 배출한 강에 저녁노을이 고여 흥덩흥덩 넘칠 것만 같았다. 강안의 풍경은 평화로웠고, 강바람은 선들선들했다. 살구 도시의 건강 밥상 터키 동남부에 위치한 말라티아의 6월 말 날씨는 무더웠다. 낮 기온이 32도로 높았으나 대기는 건조했다. 그늘에 몸을 숨기면 금세 열기가 가라앉았다. 물기가 사라진 공기에서는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고, 바싹 메마른 땅에서는 누런 흙먼지가 풀썩풀썩 일었다. 그렇다고 해서 황량한 풍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도처에 과실수들이 즐비했고, 군데군데 수풀이 우거졌다. 말라티아 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이 도시가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무엇인지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살구였다. 시市 관계자들이 한국에서 온 미디어와 여행사 관계자들을 위해 내건 플래카드에는 ‘살구의 도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말라티아는 전세계 말린 살구의 80%가 생산되는 곳이다. 살구 이외에 오디와 체리도 유명하다. 말라티아에 머문 3박 4일 내내 과일의 향기가 진동했다. 예실유르트Yesilyurt의 한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대접받았다. 예실유르트의 ‘예실’은 녹색을 뜻한다고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식당은 연한 녹음에 싸여 있었다. 대여섯 가지의 빵, 서너 가지의 치즈, 올리브와 각종 채소, 살구 잼과 직접 벌치기를 해서 얻은 꿀, 호박튀김, 살구와 체리 등이 식탁에 올랐다. 한눈에도 재료의 싱싱함이 느껴졌다. 이만한 건강 밥상이 또 있을까 싶었다. 누군가 터키 동부 지방 사람들은 직접 재배한 신선한 채소를 많이 먹는다고 귀띔했다.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성대한 아침상이었다. 먼 길 달려온 손님을 위해 아침부터 이렇게 많은 음식을 준비했나 싶었지만 다른 상차림을 엿보아도 2인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양과 종류 모두 푸짐했다. 말라티아의 옛 시가지인 에스키 말라티아를 찾았다. 1637년에 지어져 대상들의 숙소로 쓰였던 케르반사라이Kervansaray가 흥미로웠다. 여기서 대상은 ‘大商’이 아니라 ‘隊商’이다. 즉 장사를 크게 하는 상인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사막이나 초원과 같이 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지방에서 낙타나 말에 짐을 싣고 떼를 지어 먼 곳으로 다니면서 특산물을 교역하는 상인 집단을 의미한다. 실크로드를 오가던 대상이 사라진 오늘날 케르반사라이의 역할도 바뀌었다. 소박한 예술이 숨쉬는 공방으로 변모한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곳은 에브루Ebru 작업실이었다. 터키 전통의 에브루는 마블링 기법의 일종이다. 물이 담긴 네모난 철판 위에 유성물감을 떨어뜨리고 송곳처럼 생긴 도구로 모양을 만든 다음, 종이를 물 위에 덮으면 물감이 묻어난다. 물과 기름과 종이의 상호작용에 전문가의 손길이 보태어지니 어느 틈에 꽃 한 송이가 흐드러지게 피어났다. 케르반사라이에서 나와 바탈가지Battalgazi 골목을 걸었다. 바탈가지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공공 미술의 거리였다. 투박하지만 개성 있는 작품들이 살림집의 담벼락을 장식하고 있었다. 조붓한 골목길과 예스런 집들보다 더 마음 밭에 밟혀드는 것은 동네 주민들과 아이들의 얼굴이었다. 스카프로 멋을 낸 여인들은 수줍은 듯 두 뺨에 홍조가 떠올랐으며, 천둥벌거숭이 같은 꼬맹이들은 함께 사진을 찍자며 들까불었다. 아이들의 청량한 웃음소리가 비스듬한 오후 햇살에 실려 나붓거렸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말라티아 시내에서 차로 30~40분을 달려 만날 수 있는 레벤트 협곡은 웅장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흡사 미국의 그랜드캐니언과 터키 카파도키아의 기암괴석을 합쳐 놓은 듯한 모습이다 2 다렌데의 소문주바바 사원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는 신도 3 레벤트 협곡의 동굴 집 4 토흐마 강 주변에 위치하고 있는 식당 수크르 쿠르트씨의 동굴 집 내부는 조붓했다. 살림에 필요한 가재도구들이 집주인의 검박한 생활을 말해 주는 듯했다. 오랜 세월 대대의 어른들이 살았던 집은 그 자체로 생활사 박물관이라 이를 만했다. 1,000년을 살아온 동굴 집 케르반사라이와 바탈가지, 그리고 기원전 3000년부터 기원전 1600년까지 7개 시대 문명의 흔적이 켜켜이 아로새겨진 아슬란테페Aslantepe 유적지를 돌아본 날 저녁식사를 한 장소는 유프라테스Euphrates 강변의 레스토랑이었다. 메인 요리인 송어 구이가 나올 무렵, 태양은 이미 고도를 한참이나 낮춰 거의 마지막 불꽃을 사르고 있었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석양에 강과 하늘이 불콰해졌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로 일컬어지는 유프라테스 강의 면모는 평범했다. 도드라진 특징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유프라테스는 풍경의 강이 아니라 의미의 강이었다. 말라티아가 간직한 풍경의 절창은 시내에서 차로 30~40분 떨어져 있는 레벤트Levent 협곡이었다. 직각에 가까운 바위 절벽은 아찔했고, 귀부로 다듬은 듯한 바위기둥은 기기묘묘했다. 지금이야 가장 높은 지점이 해발 1,400m에 이르지만 6,500만년 전 협곡은 바다였다. 어느 순간 거대한 융기 현상이 일어났고 길고 긴 세월 동안 풍화와 침식작용을 겪으며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됐다. 현지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레벤트 협곡에는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포인트가 28개나 있다. ‘지질학의 교과서’로 불리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레벤트 협곡의 안쪽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트레킹을 해야 한다. 28km와 48km의 두 가지 코스가 있다. 그런데 협곡을 찾았을 때 한쪽에서는 전망대 공사가 한창이었다. 번지점프대를 필두로 각종 레포츠 시설도 들어설 예정이라고 했다.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방편일 것이었다. 하지만 자연을 꼭 이런 식으로 소비해야 하는 것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자연을 어디에나 있는 인공 시설에 의지해 감상해야 하는 것일까. 앞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편의 시설 확충을 검토하게 될 것이고, 고육지책에도 불구하고 방문객이 늘지 않는다면 시설물은 흉물로 남을 수도 있다. ‘Let it be’는 위대한 자연 앞에서 가장 절절한 문장이다. 레벤트 협곡 일대에는 9,500년 전부터 사람이 거주했다. 자연 동굴은 물론이고 인공 동굴을 만들어 집, 창고, 무덤, 교회 등으로 이용했다고 전해진다.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요즘도 동굴 집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다. 퀴추크퀴르네 마을의 수크르 쿠르트씨가 그 주인공이다. 1949년생인 그는 대가족을 거느리고 있다. 자식만 19명이다. “조상 대대로 1,000년 이상 동굴에서 살았다”고 전한 쿠르트씨는 현재 말라티아 시내에 거처를 따로 마련해두고 있다. 자식들 교육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동굴은 주로 여름철에 이용하고, 겨울에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들른다. 동굴 집에 전기가 들어온 것은 1985년의 일이었다. 당시 마을 촌장이었던 쿠르트씨가 말라티아가 고향인 수상에게 편지를 보내 동굴 생활의 불편함을 호소했던 것이 주효했다. 그전까지는 동굴 내부의 천연 냉장고에 물건을 보관했다. 자신의 동굴 집 내력을 담담하게 밝히는 할아버지의 얼굴은 갑작스런 이방인의 방문에도 불구하고 파문이 일지 않는 강물처럼 고요해 보였다. 그의 일상도 그의 얼굴만큼이나 평온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 말라티아와 아드야만 주의 경계에 위치한 넴루트 산. 산 정상의 서쪽 테라스에 안티오코스 1세의 조각상이 있다 2 넴루트 산 유적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 기념엽서들 3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에 있는 레벤트 협곡 4 숯불에 구워 먹는 닭고기와 토마토 5 다렌데의 토흐마 강을 따라 만들어진 트레킹 코스 넴루트 산 정상의 주인은 콤마게네 왕국의 통치자 안티오코스 1세의 명을 받들어 조성된 돌무덤과 조각상들이었다. 스스로를 신이라 믿으며 영원불멸을 꿈꿨던 왕의 과대망상은 지진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다. 신의 영역을 넘봤던 왕 레벤트 협곡을 떠나 다렌데Darende의 토흐마Tohma 협곡을 방문했다. 래프팅과 트레킹의 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석회질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색깔이 뿌연 강 주변으로 야외 식당과 음식을 직접 해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이 눈에 자주 띄었다. 그들은 숯을 피우고 부채질을 해가며 닭고기와 토마토를 구워냈다. 맛있는 냄새가 계곡을 지배했다. 군침을 흘리며 지켜보고 서 있으려니 사람 좋은 인상의 한 사내가 고기 한 점을 맛보라며 권했다. 올해 들어 먹어 본 숯불구이 중 단연 최고의 맛이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사람들이 대형 고무보트를 실은 차량을 타고 강의 상류로 나아갔다. 안전모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노를 손에 쥐었다. 탑승이 완료되자 이내 보트가 출발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직접 래프팅에 참가하지는 못했다. 다시 차를 타고 하류로 내려와 ‘피니시라인’ 부근에서 보트의 귀환을 기다렸다. 나중에 래프팅을 경험한 이들에게 전해 들으니 생각보다 물살이 빨라 흥미진진했다고 한다. 트레킹 코스는 대략 1.3km에 달했다. 걷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웅장한 절벽을 벽면으로 삼은 야외 수영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협곡의 생김새에 순응하며 조성된 트레일은 신비한 풍경화를 거듭거듭 만나게 해주었다. 바위에 쪼그려 앉은 중년의 사내는 계곡물에 낚싯대를 드리운 채 자못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트레킹이 끝나는 지점에서 차를 타고 5분가량 이동했다. 40m 높이의 균프나르 폭포를 앞에 두고 미리 주문해 놓은 닭고기 요리를 음미했다. 단단한 바위산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물줄기를 바라보자니 자연의 신비가 새삼스러웠다. 말라티아에 작별 인사를 고하기 전, 도심의 재래시장에 잠시 들렀다. 말라티아의 재래시장에는 요즘 우리나라의 전통시장에서도 사라져 가거나 이미 사라진 풍경들이 여전히 자리했다. 가장 인상적인 곳은 대장간이었다. 벌겋게 달궈진 쇠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선 사내들이 번갈아 망치질을 해댔다. 땅, 땅, 대장간의 망치 소리가 저잣거리에 울려 퍼졌다. 말라티아에서 가장 맛있다는 케밥 식당도 이곳 시장에 자리했다. 말라티아는 넴루트Nemrut 산 여행을 위한 거점 도시이기도 하다. 말라티아에서 차로 3시간 30분 정도를 달려 넴루트 산 정상 아래의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강풍을 뚫고 해발 2,150m의 정상에 오르니 50m 높이의 돌무덤과 거대한 조각상들이 시야를 막아섰다. 넴루트 산의 유적은 콤마게네 왕국의 통치자 안티오코스 1세에 의해 조성됐다. 신이 되고자 했던 그는 신들과 악수하는 자신의 조각상을 비롯해 대표적인 신들인 아폴론·제우스·헤라클레스 등의 조각상과 사자 및 독수리의 조각상을 세웠다. 자신이 건설한 능과 조각상이 결코 파괴되지 않을 것이라던 안티오코스 1세의 호언장담은 지진에 의해 물거품이 됐다. 조각상의 머리 부분은 몸통에서 떨어져 내렸고, 조각상이 앉아 있던 의자는 무너져 내렸다. 신의 영역을 넘본 인간의 욕망은 한낱 부질없는 꿈에 불과했다. 1 샨르우르파의 할페티 마을. 대형 댐의 건설로 마을의 상당 부분이 물에 잠겼다 2 아브라함이 15년간 머물렀다고 전해지는 하란 3 아브라함 탄생 동굴과 메블리드 이 할릴 자미 4 도넛 모양의 빵에 깨를 듬뿍 뿌린 시미트를 머리에 이고 어딘가를 향해 가는 행상들. 터키 사람들이 특히 아침 식사로 즐겨 먹는다 샨르우르파 곳곳에서 아브라함과 관련된 이야기들과 마주쳤다. 그가 태어났다는 동굴을 비롯해 화형을 당하기 직전, 기적적으로 살아났다는 전설을 품은 연못, 그리고 그를 흠모했던 여인이 투신했다는 연못 등에는 관광객들과 순례자들이 끊임없이 모여들었다. 도시에 새겨진 아브라함의 흔적들 넴루트 산에서 내려와 샨르우르파를 향해 길을 재촉했다. 자정이 가까워서야 호텔의 문을 열어젖힐 수 있었다. 이튿날 본격적인 도시 탐험에 나섰다. 아브라함과 관련된 장소들이 주요 볼거리인 샨르우르파는 말라티아에 비해 종교적인 색채가 훨씬 진했다. 아브라함이 태어나 자랐다는 동굴은 남자와 여자가 들어가는 출입문이 각기 달랐다. 내부에는 간단한 수도 시설이 갖춰져 있었는데, 사람들은 여기서 나오는 물을 성수로 여기는 듯했다. 동굴의 안쪽은 유리를 통해서만 들여다보게 돼 있었다. 아브라함 탄생 동굴에서 나와 조금 걸어가니 직사각형 모양의 ‘성스러운 연못’이 나왔다. 연못에는 이런 전설이 내려온다. 아브라함이 지역에 만연한 우상숭배를 비난하자 격노한 지배자는 그를 화형에 처한다. 불길이 아브라함을 덮치려는 절체절명의 순간, 불은 돌연 연못으로 변하고 화형에 쓰인 장작은 물고기로 바뀌었다. 한낮의 연못에는 수많은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노닐었고, 연못 주변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몇몇 사람들이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었다. 한 아이는 바닥에 엎드린 채 연못의 물을 얼굴에 끼얹었다. 신성한 연못의 기운을 받으려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더위를 식히려는 것인지 섣불리 판단할 수 없었다. 성스러운 연못 남쪽에 또 다른 연못이 자리했다. 님로트 왕의 딸인 젤리하가 평소 연모하던 아브라함이 화형을 당하게 되자 슬픔을 이기지 못해 몸을 던졌다는 곳이다. 공주는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구하는 기적을 끝내 보지 못했다. 슬픈 전설을 안고 있는 연못은 아름다웠다. 호수 주변을 푸른 수목이 호위했고, 햇살이 호면에서 자글거렸다.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룻배를 타고 연못을 유람했다. 아이들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샨르우르파에서 남쪽으로 약 40km 떨어진 하란Harran은 아브라함이 15년 동안 머물렀던 곳이자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과 이브가 정착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아브라함의 손자 야곱이 아내가 될 라헬을 만나 사랑을 속삭이던 장소인 야곱의 샘도 이곳에 있다. 하란에서는 원추형 지붕의 흙집이 눈에 띄었다. 지붕 모양 때문에 천장의 공간이 넓어져 여름에는 태양열을 분산시키고 겨울에는 온기를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흙집에는 사막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혜가 숨어 있었다. 샨르우르파 일정의 마지막은 외곽의 괴벡리테페Gobeklitepe가 장식했다. 괴벡리테페는 어수선했다. 1963년부터 시작된 발굴 작업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까닭이었다. 육중한 석회암 기둥과 그 위에 돋을새김된 동물들이 앞선 문명의 위엄을 웅변하는 듯했다. 1만2,000년 전에 세워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신전을 지탱했던 돌기둥 중 가장 큰 것은 높이가 무려 5.5m에 달한다. 어떠한 도구도 없었던 그 옛날, 수레나 짐을 나르는 동물의 힘을 빌리지 않고 어떻게 거석을 운반하고 다듬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인간의 머리로 풀어낼 수 없는 역사의 비밀 앞에 돌연 마음이 숙연해졌다. 선뜻한 바람이 목덜미를 훑고 지나갔다. ▶travie info 항공편 터키항공(www.turkisharilines.com)이 매일 인천~이스탄불 구간의 직항 편을 운영한다. 비행시간 약 10시간 50분. 이스탄불에서 말라티아와 샨르우르파까지는 국내선으로 각각 1시간 20분,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화폐 터키의 화폐단위는 리라. 1리라는 약 640원이다. 날씨 터키는 한반도 면적의 3.5배에 달한다. 각 지방마다 기후가 다르지만 대체로 사계절이 뚜렷한 편이다. 여름은 고온 건조하고 겨울은 우기로 비가 많이 내린다. 샨르우르파는 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일이 드물다. 바람이 많이 부는 넴루트 산을 오를 때는 한여름에도 긴팔 옷이나 얇은 점퍼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쇼핑 말라티아는 살구, 체리 등의 과일이 풍성하다. 말린 살구는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좋다. 샨르우르파는 고추의 집산지다. 대부분의 음식에 고추를 곁들인다. 호텔 말라티아의 숙소 중에는 아네몬 호텔(www.anemonhotels.com)이 깔끔하다. 말라티아 공항에서 20km, 말라티아 시내로부터는 6km 떨어져 있다. 샨르우르파에서는 힐튼 가든 인(hiltongardeninn3.hilton.com)을 추천할 만하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엇, 집이 아니라 차였던겨?

    엇, 집이 아니라 차였던겨?

    보면 볼수록 귀여운 아이디어다. 1.2t짜리 트럭을 개조해 짐칸에다 1인용 호텔방을 만들었다. 1인용이라지만 호텔방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원목, 천연 가죽, 인조 대리석 같은 고급 소재를 아낌없이 썼고 미니 바나 샤워 시설에다 TV와 냉장고, 에어컨까지 갖출 건 다 갖췄다. 별도의 안내 데스크도 마련해 호텔 주변 편의시설 정보 같은 것도 제공한다. 그런데 그래 봤자 봉고 트럭이다. 오토 캠핑 문화가 확산되면서 캠핑카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시대에 이리 비좁아 터진 호텔방이 웬 말인가 싶다. 그런데 차 바깥에는 일종의 위장막을 덧붙여 놨다. 일단 이번에 공개된 것은 빨간 벽돌 문양이다. 자석으로 차체에 붙였다 뗄 수 있기 때문에 공간 환경에 따라 위장막은 갈아 끼울 수 있다. 차 짐칸의 뒷문, 그러니까 호텔방으로 치자면 정문 옆에다가는 상황에 따라 펼쳤다 접었다 할 수 있는 날개를 붙였다. 그러니까 주택가 어딘가 적당한 골목길에 자리 잡고서 날개를 활짝 펴면 골목길은 사라지고 집 한 채가 덩그러니 세워지게 된다. 이 작품을 누가 만들었을까. 꼼꼼한 바느질로 자기가 살았던 집들을 원형 그대로 복원해 내는 작업을 통해 다른 문화 간 충돌을 표현하는 작품으로 유명한, 그래서 지난 5월 서울 리움미술관 전시 때 10만 관객 동원 기록을 세우기도 했던 서도호(50) 작가의 신작 ‘틈새 호텔’이다. 이번 작품도 집을 돌돌 말아 싸서 다니면 좋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전작들의 연장 선상에 있다. 그래서 비엔날레 기간에는 앞마당에 놔두지만 전시가 끝나면 실제 호텔 영업에 나선다. 작가는 “3~5m 정도의 폭을 가진 골목이라면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고 광주에서 적용 가능한 골목 60곳을 뽑아 그 가운데 12곳 정도는 이미 허락까지 받아둔 상태”라면서 “구체적인 운영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정말 투숙객을 받아 실제로 운영을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호텔식 서비스 제공은 광주 라마다호텔이 맡고 예약 접수 등은 별도의 홈페이지(www.inbetweenhotel.com)를 통해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용료는 무료다. 40개국 92개 팀이 300여 점을 선보이는 제9회 광주 비엔날레가 지난 6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그간 준비해 온 작품을 광주 광산구 용봉동 비엔날레 전시관에서 공개했다.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라운드 테이블’. 원탁에 둘러앉는다는 것은 위계질서 없이 모두가 평등한 위치에서 자기의 입장을 가감 없이 털어놓겠다는 얘기다. 보통 비엔날레는 총감독이 제시한 주제 아래 작품들을 선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김선정(한국), 마미 가타오카(일본), 와산 알쿠다이리(이라크), 캐럴 잉화 루(중국), 알리아 스와스티카(인도네시아), 낸시 아다자니아(인도) 등 무려 6명의 큐레이터가 공동 감독으로 나섰다. 아시아에서, 그것도 여성 큐레이터들이 평등을 강조하는 원탁을 주제어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돌직구’ 같은 작품들이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계 미국인 작가 마이클 주의 ‘분리불가’. 투명 플라스틱 방패 108개를 얽어 기와지붕을 만들어 뒀다. 그 방패 밑에 늘어뜨린 줄마다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재도구다. 우리의 일상은 완고한 방패들에 의존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 완고한 방패들이 우리의 일상을 그렇게 묻어버린 것일까. 광화문에 큼직한 컨테이너 산성을 쌓는 것으로 시작해 사설 용역업체의 폭력 행위를 국가 공권력인 경찰이 수수방관하는 사태로까지 치달았던 우리나라의 살풍경도 떠올려봄 직하다. 국가의 폭력성에 집중해 왔던 한국의 사진작가 노순택의 작품은 다른 전시장에 마련돼 있으니 비교해봐도 좋다. 본 전시장과 떨어져 있긴 하지만 광주극장에서 선보이는 스웨덴 작가 망누스 베르토스의 ‘라이브 바이오그래피’도 꼭 한번 챙겨볼 만하다. 극장에서 공개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무성영화에다 변사가 내레이션을 입히는 방식을 택한 것이 이채롭다. 작품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스웨덴어로 말하고 영상에는 영어로 자막이 뜨고 한국인이 한국말로 낭독해준다는 점에서 이 세계의 공통성을 은근히 드러내는 것도 흥미롭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뚱뚱보라 놀림받았지만 사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학생 때부터 정치 활동에 활발하게 나섰던 친구 스벤손의 얘기를 들려준다. 그토록 적극적이고 유순했던 스벤손이었건만 말년에는 누구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야위어 버린다. 이 결정적 변곡점은 1991년, 그러니까 스웨덴이 구제금융 사태에 휘말리면서 사민당이 정권을 내놓을 때다. 그래서 이 작품은 영국 영화감독 켄 로치의 시선을 떠올리게 한다. 무각사에서는 평온한 동양적 이미지를 만날 수 있다. 우순옥 작가는 무각사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건물 내 8개 방에다 차츰차츰 색이 변해 가는 영상을 설치한 ‘아주 작은 집-무각사’(색의 방)를 선보인다. 전시는 11월 11일까지. 1만 4000원. (062)608-4114.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경제프리즘] ‘묻지마 폭행’ 자화상?… 강력범죄보험 가입 700만명 육박

    최근 ‘묻지마 범죄’가 잇따르면서 강력범죄보험(강력범죄피해보장특약)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 ‘왕따보험’과 더불어 우리 사회의 우울한 단면을 반영하는 씁쓸한 세태다. 4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강력범죄보험의 가입 건수는 올 6월 유효계약 기준으로 삼성화재 81만 2721건, 현대해상 127만 3592건, LIG손해보험 77만건, 동부화재 114만 1047건, 메리츠화재가 149만 7022건이다. 상위 5개사의 가입자 수만 약 550만명이다. 군소 보험사까지 합치면 가입자 수가 69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강력범죄보험은 고객이 살인, 폭행 등을 당했을 때 100만~3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한다. 가입비는 30~300원 수준이다. 통합보험, 운전자보험, 어린이보험 등에 주로 끼워 파는 특약 형태다. 가입비가 저렴하고 특약 형태라 가입 사실 자체를 잊고 지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세상이 하도 흉흉하다 보니 무심코 지나쳤던 강력범죄특약의 보상 범위를 묻는 고객이 많아졌다.”면서 “국민 대다수가 1~2개의 보험에는 가입해 있는 만큼 보험증서를 잘 살펴보면 태풍이나 강력범죄 피해에 보상받을 수 있는 특약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풍으로 아파트 등의 유리창이 깨졌을 경우 ‘풍수재특약’에 가입해 있다면 보상받을 수 있다. 건물이나 가재도구 등의 손상과 긴급 피난 비용도 보상해준다. ‘학원폭력피해보장특약’은 왕따나 학교 폭력 등에 대해 1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해준다.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 쾌청한 도심 가꾸며 묵묵히 외길 환경미화원 51명 서울시장 표창

    쾌청한 도심 가꾸며 묵묵히 외길 환경미화원 51명 서울시장 표창

    서울 중구청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 임영준(왼쪽·54)씨는 지난해 7월 서초구 폭우피해 현장으로 곧장 달려갔다. 그는 6일 “한 차례 흙탕물이 집안에 밀려 들어오고 나면 가재도구들은 상당부분 손쓸 도리가 없을 정도로 망가진다.”며 “시간도, 일손도 엄청 필요해 나 역시 막 도착해서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지만, 어느새 손발이 먼저 움직이면서 정리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종로구청 환경미화원 윤동봉(오른쪽·56)씨는 지난해 9월부터 창신동과 평창동 등 5개 청결시범지역의 동료 4명과 함께 ‘명품반’으로 뛰며 ‘세종마을’에서 모범을 보였다. 세종마을은 경복궁 서쪽인 ‘서촌’(옥인동, 누상동, 필운동, 사직동, 삼청동)을 말한다. 윤씨는 10여년 동안 쓰레기 무단투기장이었던 곳을 텃밭으로 탈바꿈시키는 등 뒷골목 청결에 앞장섰다. 그는 “한번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하니 너나없이 쓰레기를 던져 손쓸 엄두를 내지 못하던 곳이었다.”며 “오랜 습관과 부딪치는 등 어려움 끝에 일군 텃밭에서 파릇파릇 움튼 떡잎을 보니 흐뭇하다.”고 되뇌었다. 서울시는 임씨처럼 쾌적한 도심환경 조성을 위해 외길을 걸어온 환경미화원 51명을 선발해 시장 표창을 수여했다고 6일 밝혔다. 이 환경미화원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19년이나 된다. 표창 대상자의 30%인 17명은 20년을 넘게 근무한 뒤 정년을 2~3년 앞두고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광진구청 소속 김철한(59)씨와 관악구청 조성근(45)씨도 해외아동을 위해 성금을 기부하고 양로원과 노인정을 방문해 봉사하거나, 독거노인 봉사단을 결성하는 등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랑 나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홍국 시 생활환경과장은 “작은 표창이나마 버거운 길을 묵묵히 걸어온 노고에 대한 든든한 격려의 의미로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 모기/ 하우 (본명 신광수)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 모기/ 하우 (본명 신광수)

    모기/ 하우 (본명 신광수) 등장인물 무영(30대 초반·공무원시험 준비 중) 약희(20대 후반·백화점 화장품 매장 직원) 방역업체 직원 1(40대·제로버그 팀장) 방역업체 직원 2(20대·제로버그 사원) 집주인(40대·중반 여성) 매니저(소리·화장품 매장 관리인) 무 대 왼쪽에 침실과 작은 거실이 딸린 반지하 공간. 햇살을 느낄 수 없으며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이다. 거실 벽면 위로 창이 있으나 방충망은 찢기고 구멍도 뚫려 있다. 거실 한편에는 컴퓨터, 벽에는 벽시계가 걸려 있고 밑에는 커다란 동그라미가 그려진 달력이 걸려 있다. 침실에는 침대와 화장대, 구석에는 아기 침대와 모빌이 달려있다. 중장비의 굉음이 멀리서 들려온다. 중장비 소음은 인물들이 등장하여 대화할 때에는 잘 들리지 않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점점 크고 뚜렷하게 들린다. 중장비 소음이 들릴 때마다 무영은 귀를 후비는 습관이 있다. 희미한 침실 조명이 켜져 있고 ‘탁’ 하는 짧은 박수소리 한두 번 들린다. 조명 밝아진다. 무영 저희가 안 나가겠다는 겁니까? 아니잖아요. 아무리 월세를 제때 못 낸다 해도 그렇지 사람이 살 수가 없잖아요. (약희의 눈치를 보며) 알았어요. 그러니까요, 사모님께서 먼저 계약서대로 모기부터 해결부터 해주세요. (사이) 네, 네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무영은 수화기를 휙 던지며 클렌징을 하는 약희의 눈치를 살핀다. 약희 뭐래? 무영 (말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알았대. 약희 (순간 울컥함을 참고 몸의 구석구석을 살피며) 이것 봐, 이것 보라구. 어! 여기도 물렸네. 아이 가려워. 에이 정말, 여름만 되면 이놈의 집구석은 모기가 온통 벽에 온통 도배를 해요, 도배를… 얘네들은 날개를 폼으로 달았나? 날개가 있으면 날아올라야지,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요 앞 40층짜리 탑궁전 아파트 사람들은 놔두고 (무영을 보며) 바닥보다 낮은 이런 곳으로 기어 들어와서 피곤한 사람, 잠도 못 자게 한담. 무영, 약희를 힐끗 보다 다시 허공에 시선을 응시하며 손뼉을 친다. 약희 잡았어? 무영 어 (씩 웃으며 약희에게 빈 손바닥을 펴 보인다.) 약희(다시 거울을 보며) 그 한 마리를 잡아서 집안의 모기를 도대체 언제 다 없애겠어? (사이) 다 없앨 수나 있겠어? 좋아, 설사 집안의 모기를 다 잡았다고 쳐. 그럼 뭐해, 좀 있다가 집 밖에 있는 모기들이 주택청약 대기자처럼 얼씨구나 들이댈 거 아냐? 무영 미안해. (표정을 바꿔 자신감 있는 태도로) 그래도 오늘 밤만큼은 기필코 밤을 새워서라도 자기랑 울 희망이, 내~가 책임진다. 약희 허구한 날 또 그 소리 (무영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자기랑 울 희망이, 내~가 책임진다. 테이프 같으면 벌써 늘어져서 내~~가 책~임진~다. 책임이 뭔지나 아나? 무영 뭐!? 약희 됐어. 그건 그렇고, 난 정말 못 참겠어. 가뜩이나 모기소리가 나면 불면과 신경쇠약에 시달렸는데 이젠 편두통까지, 앵앵거리는 소리만 들으면 미쳐버릴 것 같다구. 이번 여름, 아니 딱 일주일만이라도 모기가 없는 곳에서 살고 싶어. 무영 (혼잣말로) 난, 자기 잔소리 없는 곳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살고 싶다. 약희 뭐야! 잔소리? 그럼 지금 당장 짐 싸. 무영 아니, 내 말은… 약희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잔소리 안 하게 생겼니? 무영(한참 동안 약희의 눈을 피하며) … 약희 이제 집은 어떡할 거야? 이제 보름도 안 남았어. 무영 … 약희 (울컥 치솟는 것을 참으며) 아이 참, 오늘 밤은 또 왜 이리 덥담. 무영 (약희의 눈치를 살피다가) 미안해, 여봉~ 내가 이번 시험만 붙으면… (약희를 안으며) 그리고 오늘 밤만큼은 자기하고 울 희망이, 내가 밤 새워서라도 모기들한테서 지켜줄게. 약희 (무영을 뿌리친 후) 더워 더워, 끈적거려, 붙지 말래두. 에어컨도 없는 집에서… 어! 빨리 손 안 치워? 무영 (머쓱한 듯 손을 빼며) … 약희 그리고 ‘이번 시험만 붙으면’ 이라는 말 도대체 몇 번째야. 이제 지긋지긋하니까, 먼저 모기 다 없애기 전까지 내 몸에 손도 대지 마. 무영 (약희를 한동안 말없이 쳐다보다가) 이놈의 모기들 오늘 밤 다 (목소리를 낮추며) 죽었어. 무영은 약희를 계속 쳐다보다가 ‘앵’ 하는 소리와 함께 순간 ‘탁’ 하고 박수를 친다. 그리고 잠시 광기 어린 무영의 얼굴이 살짝 비친 후 조명 꺼진다. 조명 켜지면 창밖에는 매미 울음소리와 함께 보다 커진 중장비 소음이 들려온다. 반바지 차림에 부스스한 몰골의 무영은 처음에는 귀를 후비다가 나중에는 귀를 막는다. 이후 한참 만에 전화벨이 울리는 것을 확인하고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는다. 약희 지금까지 잔 거야? 무영 아, 아냐, 진작 일어났지. 지금 기출 문제 동영상 강의 듣고 있어. (사이) 정말이야. 자 들어봐. (아이 젖병을 꺼내면서, 목소리를 바꿔) 네, 지난 5년간의 기출문제 유형을 종합하여 정리한다면, 이번 10월에 있을 공무원 9급 공채시험의 경향을 파악할 수 있겠죠. 그래서 이번 7주차 강의는~ 약희 됐어, 됐어. 소리 좀 줄여. 무영 거봐, 날 뭘로 보구. 흠 약희 잊지는 않았지? 자기가 한 약속,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야. 무영 또 또 시작이다. 알았어요. 남자로 아니 가장으로, 아니 좋다. 울 희망이 이름을 걸고 약속한다. 약희 애는? 무영 엉, 지금 분유 타서 먹이려… 때마침 아이 우는 소리 약희 뭐야, 애 분유는 시간 맞춰 먹여야 한다고 했잖아. 그리고 알고 있지? 유아들한테 전자 모기향이나 에프킬라, 절대 안 되는 거. 무영 알아 알아. 약희 그저 말로만… 저기 그런데, 오늘 연락… 왔어? 무영 … 약희 (울컥 차오르는 것을 누르며) 아이 진짜, 그보다 먼저 진짜 집에 있는 모기 좀 당장 어떻게 좀 해봐. 나 지금 코끝을 물려서 완전 딸기코야. 며칠째 모기가 앵앵거려 잠을 설치니까, 얼굴이 부어서 화장으로도 안 가려지잖아. 무영 … 약희 (갑자기 너스레를 떨며) 그것 때문에 고객들하고 상담할 때 자꾸 얼굴을 숙이니까 매니저가 자꾸 눈치 주는 거 있지. 내가 말했지? 그 사람 성질 더러운 거. 뭐냐, 뉴월드 백화점의 얼굴인 슈넬화장품 직원 태도가 뭐냐구… (사이) 내말 듣고 있지? 무영 … 어. 약희 그리고 집주인이 많이 삐친 것 같으니까 자기가 먼저 전화해서 어떡해서든 집주인 비위 잘 맞추고 우리 사정을 잘 말해봐. 무영 (말없이 잠시 침묵하다가) 저기 자기야, 사실… 약희 어? 무영 사실은, 자기 출근하고 바로 집주인한테 연락이 왔었어. 약희 그래! 뭐라구 해? 아니, 자긴 뭐라고 했어? 무영 먼저 모기를 싹 없애 주겠대. 약희 야! 진짜? … 무영 그리고… 약희 그리고? 무영 이번 달까지… 약희 …나가래? 무영 … 약희 그러‥면, 결국 자기 뜻대로 하겠다는 거잖아. 그, 그러면 우리는? 우리는 어떡하구. 완전히 길바닥에 나앉아 죽으라는 거잖아. 그래서 자긴 뭐랬어? 무영 … 그, 그래도 우리집 구조상 모기를 싹 없애긴 쉽지 않을 거야. 그건 자기가 더 잘 알잖아. (사이) 그럼 작성한 계약서대로 모기를 다 없앨 때까지 나갈 수 없다고 버텨봐야지 뭐. 약희 (끓어오르는 것을 다스리며)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그리고 집주인이 집안에 있는 모기를 진짜 다 없애면 그땐 어떡할 거야? 무영 그땐, … 사정이야기를 해봐야겠지. 그리고 우리는 우리대로… 약희 당신, 분명히 자기가 책임진다고 했어. 그럼 이번에야말로 가장의 책임감이 뭔지 보여줘. 아니면 우리 가족 모두 그냥 확! 무영 … 약희 아 네~ 팀장님. (목소리를 낮추며) 나 오늘 저녁에 늦어. 무영 어! 잠깐 …안 되는데. 전화가 끊기자 무영은 뚜뚜뚜뚜 소리를 한참 동안 멍하니 듣다가 전화를 끊는다. 이후 젖병을 든 채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침대와 창문 등,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본 후 아기 침대 쪽에서 모기 잡는 시늉을 하며 한참 동안 좁은 거실을 서성거린다. 이때 귀를 후비면서도 전화기에 시선을 놓지 않는다. 그 후 결심한 듯 전화기로 다가가 전화기를 들었다가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전화기를 내던진다. 그 순간 전화벨이 울린다. 무영 (조심조심 다가가 전화기를 들며) 여, 여보~세요? 목소리 이무영씨 댁 맞습니까? 무영 그, 그런데요. 목소리 집주인이 김수영씨 맞으시죠? 제로버그입니다. 무영 제로버그? 그런데… 목소리 이 집 주인께서 의뢰하셨습니다. 그럼,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 당황한 무영이 문을 열자 방역업체 직원1, 2 등장. 방역업체 직원은 빨간 모자에 동일한 유니폼(모기 박멸 프린팅)과 헤드셋 마이크를 착용하였고, 직원1은 고글을 쓰고 지시봉을, 직원2는 특이한 가방을 들고 있다. 방역업체 직원1 제로버그입니다. 고객님, 잘 아시겠지만 저희 회사는 ‘고객님의 건강과 행복’이라는 슬로건 아래 타업체와 비교할 수 없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하여 해충 없는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저희 회사가 하는 일을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바퀴벌레, 개미, 진드기, 거미, 모기, 집게벌레, 이, 좀벌레, 파리 등등을 박멸하는 곳이죠. 직원1이 이야기하는 동안 직원2는 무영을 가볍게 밀치며 돋보기를 들고 분주히 집안 구석구석을 관찰하며, 수첩에 무엇인가를 적고 있다. 무영은 그런 직원2를 힐끗 보다가 다시 직원1을 다시 본다. 무영 (벙벙한 표정으로) 아, 네. 그런데 어떻게 벌써… 방역업체 직원1 (말을 자르며) 스피듭니다, 저희 팀 모토는 스피드 앤 퍼펙트, 다시 말해서 신속 완벽. (명함을 주며) 저희는 스카~이 파트입니다. 무영 스카이요? 방역업체 직원1 네, 스카이. 하늘, 다시 말해서 날아다니는 해충 중, 피를 빠는 모기만을 전문으로 하고 있죠. 무영 모기를요? 방역업체 직원1 (고글을 벗고 주변을 둘러보며) 들은 바대로 이곳은 모기들이 살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네요. 무영 누구에게 그런 이야기를… 방역업체 직원1 (말을 끊으며 짧게) 아! 걱정 마십시오. 방역업체 직원2 팀장님. 이 집에는 모기가 23마리, 파리가 12마리, 바퀴벌레가 44마리, 그리고 쥐 4마리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방역업체 직원1 그래, 위치는? 방역업체 직원2 다 파악됐습니다. 방역업체 직원1 그럼 바로 시작하지. 방역업체 직원1과 2. 가방에서 정체 모를 장비와 파리채를 꺼낸 후, 집안을 돌아다니며 체크한 후 구석구석에 커다란 모기박멸 스티커를 붙인다. 그 후 갑자기 책을 꺼내 천장으로 던지고, 파리채를 마구 휘두른다. 이때 무영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과 불안한 몸짓으로 그들의 행동을 지켜본다. 무영 어어, 저저, 저걸 (이때 방역업체 직원1과 눈이 딱 마주치자) 저, 저기요… 혹시 살충제 같은 것을 뿌리나요. 우리 아이가 아직 어려서… 방역업체 직원1 (순간 단호한 표정으로) 걱정 마십시오. 저희 회사는 그런 비과학적인 방법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때 방역업체 직원2는 두세 차례 손뼉을 치며, 모기를 잡는 행동을 한다. 무영 (방역업체 직원2를 보며) 아, 네에. 방역업체 직원2 어어, 거기 팀장님. 순간 방역업체 직원1, 재빠른 동작으로 손뼉을 친다. (손뼉을 칠 때의 동작은 전통 무예의 한 동작과 유사하다.) 잠시 후 손바닥을 펴 무영에게 보여주며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띤다. 무영도 마지못해 웃음을 짓는다. 방역업체 직원1 (약간 고압적인 자세를 띠며) 잠깐만요, 이무영씨. 이 집에서 모기를 완전히 뿌리를 뽑고 싶으시죠? 무영 무물, 물론~이겠죠. 방역업체 직원1 음, 현실적으로 이 집의 구조상 모기를 완전히 박멸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무영 (화색을 띠며) 그, 그런가요? 방역업체 직원1 하지만, 저희가 누구입니까? 해충박멸의 신화 제로버그의 스카이팀. 괜히 스카이가 아니죠. 저희에게 불가능은 없습니다. 무영 아 아, 네. 방역업체 직원1 그럼, 먼저 이무영씨에게 모기를 완전히 박멸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몇 가지 자세에 대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주먹을 불끈 쥐며) 첫째, 모기는 우리 가족의 피를 빠는 적이다. (무영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무영씨, 지긋지긋한 모기를 박멸하고 싶지 않으시나요? 무영 그, 그렇긴 하지만… 방역업체 직원1 (말을 끊으며) 그렇다면 마지막은 복창해 주세요. (굳은 표정으로) 피를 빠는 적이다. 무영 …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지그시 응시하며) 피 무영 (고개를 순간 돌리며) … 방역업체 직원1 (아주 낮은 저음으로) 피 무영 피, 피 방역업체 직원1 피를 빠는…적이다. 무영 (위세에 눌려 마지못해) 피이…를 빠는 적이다. 방역업체 직원1 (분위기를 바꿔 경쾌하게) 일부 모기가 나와 가족의 피를 머금었다고 해서 피를 나눈 형제처럼 여기는 감상적인 생각이나 동정은 금물입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적개심만이 필요하죠. (다시 힘 있게 주먹을 조금 치켜들며) 둘째, 모기는 애완동물이 아니다. 무영 … 방역업체 직원1 (강압적인 어투로) 애, 애 무영 애, 애 방역업체 직원1 애완동물이 아니다. 무영 (동작마저 따라하며) 애완동물, 애완동물이 아니다. 방역업체 직원1 취향이 아주 아주 독특한 일부 사람들 중에는 개와 고양이와 같은 일반적인 애완동물에 싫증을 느껴, 모기를 애완용 곤충쯤으로 여기고 사육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영을 보며) 자기 몸으로 말이죠. 물론 극소수의 사람들입니다. 하하하. 무영 (억지웃음을 지으며) 아, 네. 방역업체 직원1 (큰 동작으로 손끝을 하늘로 뻗다가 날갯짓을 하며) 셋째, 모기는 천사가 아니다. 무영 …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노려보며 힘을 주며) 천사가… 무영 천, 천사가 아니다. 방역업체 직원1 가끔 자신의 옥탑방을 천당이라고 우기는 사람들 중에는 모기의 앵~ 하는 소리를 천사의 음성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습니다. (살짝 무영을 응시하며) 이런 사람의 특징은… 무영 (멈칫하다가 손을 내저으며) 아니, 아니에요. 방역업체 직원1 넷째, 모기는 여자가 아니다. 무영 (조금 놀라며) 여자, 여자가 아니다.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알고 계시죠? 흡혈을 하는 것은 모두 암컷들인 거. 무영 (어색한 웃음) … 방역업체 직원1 (무영에게 얼굴을 들이대며) 그들의 정신세계는 아주 독특해서 여자에게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암컷들에게만, 그래서 모기를 아내나 애인처럼 생각하죠. (몰입하며) 모기가 자기의 몸에 빨대를 꽂는 바로 그… 순간을 즐기죠. 무영 아, 네에. 방역업체 직원1 마지막으로… 모기는 집주인이 아니다. 무영 (침을 삼키며) 모기는 집주인, 이…다. 방역업체 직원1 (가늘게 실눈을 뜨며) 흠… 극히 일부의 세입자 중에는 집안에 모기를 대할 때 당황하거나 조금 심한 경우는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마치 집주인을 대하듯 말이죠. 지난달에는 모기에게 안방을 내주고도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발만 동동 구르는 세입자를 봤습니다. 물론 그와 반대인 상황도 있습니다. (무영을 지그시 응시한 채로 점점 다가가며) 그럴 경우 모기소리와 집주인의 목소리를 동일시합니다. 그래서 모기소리만 나면 히스테리를 부리죠. 그간 당했던 설움과 쌓였던 분노를 집주인에게 마구마구 쏟아 내듯 말이죠. (갑자기 표정을 확 바꾸며) 네, 고객님께서 꼭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제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이런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자신감 있는 웃음을 지으며) 이런 경우를 제외한다면 모기는 100% 박멸 가능합니다. 이때 방역업체 직원2가 다가온다. 방역업체 직원2 팀장님, 이제 모기를 완전히 퇴치했습니다. 무영 벌, 벌써요? 방역업체 직원1 스피드 앤 퍼펙트, OK? 방역업체 직원2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들며) 이게 끝까지 남아 있던 놈으로 23마리째입니다. 방역업체 직원1 음, 좋아. (무영을 보며) 그럼 여기 점검 내역에 서명을 부탁드립니다. 무영 … 무영이 마지못해 받은 내역서를 살피며 서명을 망설이자 방역업체 직원1은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무영이 주변을 둘러보며 계속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이자, 방역업체 직원들의 태도가 서서히 위압적인 태도로 바뀐다. 이에 무영은 마지못해 서명을 하고, 방역업체 직원1은 뭔가를 해낸 듯한 표정을 지으며 방역업체 직원2에게 서류를 건넨다. 무영 그런데, 저기… 방역업체 직원1 네? 무영 (쭈뼛쭈뼛 머뭇거리다가) 아! 쥐나 바퀴벌레 같은 거는… 방역업체 직원1 음. (단호한 표정으로) 스카이, 아까 말씀드렸죠, 저희는 모기 전문입니다. 무영 아하! 스카이 방역업체 직원1 혹시 다른 해충을 박멸하시려면, 바닥 쪽이나, 구멍 쪽으로 연락주세요. 그 팀들도 프롭니다. (절도 있는 자세로) 저희 제로버그는 과학적이고 완벽한 서비스를 통해 100% 고객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추후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사이) 물론 완벽하겠지만요. 방역업체 직원1, 2 목례 후 바로 퇴장하자 전체 조명이 어둡게 깔린다. 무영은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본 후,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 후 잠시 우스꽝스럽게 모기 흉내와 함께 모기를 잡는 행동을 한 후 한참 동안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다. 매미소리와 중장비 소음은 점점 크게 들려온다. 무영은 갑자기 귀를 후비기 시작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세게 귀를 후빈다. 이때 오른쪽 조명이 들어오면 백화점 유니폼을 입은 약희,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약간은 울먹이며 매장 매니저에게 경고를 받고 있다. 매니저 이것 보세요. 김약희씨, 이게 도대체 이게 말이나 됩니까? 매장에서는 절대 기대거나 의자에 앉으면 안 되는 거, 사적인 통화 금지, 그리고 제일 중요한 비주얼, 비주얼 관리, 잘 아시잖아요. (사이) 그런데 그걸 잘 아는 사람이 술 마신 사람 마냥 코끝이 벌겋게 부풀어 있어요? 약희 그게 모기가… 매니저 그 핑계 그만, 이게 벌써 며칠쨉니까? 고객들이 퉁퉁 부은 코에 억지 웃음을 짓는 당신을 보고 우리 화장품을 사서 바르고 싶겠어요? 도대체 어쩌자는 겁니까? (사이) 죄송 죄송 그러지 말고 속 시원히 말을 해보세요. (사이) 요즘 김약희씨를 보니까 서비스 마인드 교육이 아주, 정말, 매우 필요한 것 같군요. (사이) 계약서 내용은 잘 알고 있죠? 약희 …네 매니저 계약 위반 시에는… 약희 … 매니저 됐어요. (사이) 이만 됐구요, 서로 피곤해질 것 같으니까 이만 하죠. 다음 주부터는 서로 볼일이 없으면 좋겠네요. 약희 네!? 매니저 제 말 뜻 아시죠? 김약희씨. 흐느끼며 털썩 주저앉는 약희, 조명이 점차 어두워진다. 매미소리와 중장비 소음, 그리고 아이 칭얼거리는 소리와 알 수 없는 이상야릇한 소리가 간간이 들린다. 무대가 점점 밝아지면 무영은 헤드셋을 끼고 책상에 엎드려 졸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때 현관 문소리가 나면서 약희가 들어온다. 현관 문소리에 무영은 순간 벌떡 일어나 부스스한 얼굴을 하고 거실로 나온다. 무영 왔어?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벽시계를 돌아보며) 어! 뭐야, 오늘 늦는다며 일찍 왔네? 약희 (모든 의욕을 상실한 표정으로) 나한테 말 시키지 마. 무영 뭔 일 있나? 아님, 땡땡이! 약희 (고개를 떨구며) … 무영 (살짝 건드리며) 내가 보고 싶어서 땡땡이 쳤구나. 그렇구나, 맞지? 약희 (말을 끊고 매섭게 노려보며) 나한테 말 시키지 말랬지. 무영 (움찔하다가 눈치를 보며) 왜 그래? 약희 당신은 도대체 뭐야? 마누라는 매일 뼈 빠지게 일하는데, 가장이란 사람이 1시가 넘도록 잠이나 퍼질러 자고, 그러고도 당신이 우리집 가장이라고 할 수 있어? 울 희망이 아빠냐고? 무영 약희야, 왜 그래, 농담한 걸 가지고 약희 됐어. 오늘은 아무 이야기도 하지 마. 듣고 싶지 않아. 무영 자기, 무슨 일 있어? 갑자기 일하다 말고 집에 와서 약희 듣고 싶지 않다고 했지. (몸서리를 치며) 당신은 몰라. 아무도 내 맘 모른다구. 무영 (순간 당황하며) 아 참, 낮잠 좀 잤다고 그러는 거야? (약희를 달래며) 오늘 동영상 강의 듣다가 너무 졸려서, 알잖아. 며칠째 밤새 자기랑 울 희망이 옆에서 모기 잡은 거. (사이) 매일 힘들게 고생하는 자기하고 울 희망이한테 남편과 아빠로서 해줄 게 있어야지. (가슴을 두드리며) 나만 믿어. 내가 이번 시험만 붙으면… 이때 이상한 야릇한 소리가 더 분명하게 들린다. 그러자 무영과 흐느끼던 약희, 동시에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다가 갑자기 무영이 컴퓨터 앞으로 뛰어간다. 허둥거리며 마우스를 잡는 무영. 잠시 후 무영에게 서서히 다가가는 약희. 무영 아니, 그게 말이야. 있잖아. 아이 참 (표정을 바꾸며) 자기야 미안. 약희 (이를 악물고 쓴웃음을 지으며) 미안하다는 말, 하지도 마. 당신, 나한테 아니 우리 희망이한테 부끄럽지도 않아? 무영 (머뭇거리며) 약희야, 내 말도 좀 들어봐. 그렇잖아, 내 사정이… 내가 자기한테 붙으면 덥다고, 피곤하다고, 도대체 이게 며칠째야. 석 달은 된 것 같다. 그래서 동영상 강의 듣다가 잠깐, 머리 식히려고… 그냥… (살짝 웃으며) 남자들은 원래 다 그러잖아. 약희, 어이없는 표정 후 분을 삭이는 표정을 짓다 지그시 눈을 감는다. 이때 아이의 칭얼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자 약희는 눈물을 훔치며 젖병을 챙겨 아이에게 물리나 칭얼거리는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약희 아가 아가, 괜찮아, 괜찮아. 무영 (약희에게 다가가며) 그러니까… 약희 가까이 오지 마, 당신 불결해. 무영 약희야, 저기… 약희 말하지도 마. 다, 당신, 말소리, 굶주린 모기가… 앵앵거리는 것 같아. 무영 (더 가까이 다가가며) 미안해, 내가 약희 (조금 더 악을 쓰며) 가까이 오지 말랬지. 피를 노리는 굶주린 모기…아니 모기보다도 못한… 무영 (멍한 듯 말을 잇지 못하며) 아무리 그래도… (순간 쓴웃음 지으며) 남편한테 모기는 너무, 너무했다. 약희 (어이없는 표정으로) 너무하다고, 너무하다고, 내가 너무하다고. 김약희 내가? 으흐…흐…흑 난 처음에 당신이 생각이 깊은 줄로만 알았어, 또 누군가를 진정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사이) 생각이 깊어? 흐… (손가락을 흔들며) 오, 노~ 당신은, 당신은 우유부단했던 거야. 다른 사람을 배려, 흐흐, 당신은 원래 당신의 밥그릇조차 지킬 용기나 배짱이 없는 사람이었어. 흐…흐 이젠 지긋지긋해. 하루 종일 햇빛도 안 드는 비좁은 이 집, 매니저와 손님의 비위 맞추느라 짓는 억지웃음, 매일 말뿐이고 책임감도 없는 무기력한 당신, 그런 당신을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는 나, 그리고, 그리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우리의 미래 (팔을 휘젓다가 순간 신경질적으로 신발과 책 등을 벽과 천장에 마구 내던지며) 특히 이놈의 성가신, 성가신 모기들도, 그리고 당신도… (폭발하며) 모두 모두 다 내 눈앞에서 사라져, 사라져버리라구. 무영 … 약희야! 어찌할 바를 모르던 무영이 세차게 흐느끼고 있는 약희를 보며 용기를 내어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 하자 약희가 무영의 손을 가로막으며 돌아선다. 무영은 한참을 멍하게 서 있다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이때부터 조명은 무영의 행동에 집중되며 중장비 굉음이 점점 크게 들려온다. 이때 전화벨이 울리자 무영은 한동안 심장박동이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짐을 느끼며 전화를 받는다. 무영 여, 여보, 여보세요 집주인 (소리만)마침 집에 있었네. 그쪽이 사인한 것 봤어요. 그럼 이제 그쪽이 약속을 지킬 차례네요. 제 말뜻 아시죠? 그럼 이만. 무영의 심장박동은 더욱 요동치며 점차 조명이 점차 어두워진다. 조명이 거의 사라질 무렵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무영에게 조명이 집중된다. 무영 그런데, 그런데, 이건 너무 일방적이지 않습니까? 무조건 정해진 날까지 집을 비워달라니요. 저희 세입자 입장을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생각해 주세요. 집주인 (소리만)계약서, 계약서, 몰라요? 무영 그래서, 그래서, 조금만 더 배려를… 배려를 부탁드리는 것 아닙니까. 이번 가을까지, 아니, 다음 달까지라도… 집주인 (소리만)…… 배려라? 누굴 배려? 내가 당신들을? 난, 여태 배려했어요. 내 집에서 살도록 해줬잖아요? 물론 월세지만, 그리고 집세도 못 내는 당신들이 우긴, 그 말도 안 되는 그 요구, 그래서 이렇게 방역업체까지 불러 모기소리도 싹 없애 줬어요. 이만하면 집주인으로서의 충분한 배려 아닌가? 무영 네, 네 맞습니다. 하지만 저…저도 (침을 삼키며) 몇 년간 여기 살면서 집세를 올려달라면 달라는 대로, 수도세 전기세 밀린 적 한번 없이, 때 맞춰 군말 없이 해드렸습니다. 한겨울에 보일러가 터져도, 장마철에는 방바닥에서 물이 올라와 곰팡이가 온 벽을 뒤덮어도, 한여름에는 방충망이 찢겨져서 온갖 해충들이 득실거려도, 그리고 지금처럼 하루 종일 공사 소음에 시달려 귀가 멍멍해져도 아무 불평 없이 지냈습니다. (사이) 작년 겨울 실직만 안 했어도 이런 부탁까지는 드리지 않았을 겁니다. 어떻게든 이번 가을에 치를 시험까지라도, 아니 다음 달 우리 애 돌까지만이라도 (무릎을 꿇으며)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집주인 (소리만)그래요, 듣고 보니 안타깝기는 하네요. 하지만 이를 어쩌나. 부탁은 내가 해야 되겠는 걸. 지금 공사가 지연된다고 재개발 조합에서 난리네요. 계약서대로 세입자를 내보내 집을 비우라구요. 그쪽이 용안 4동 재개발 구역에 거의 끝까지 남은 세대라는 거, 알고는 있었죠? 당신들이 나가야 우리 구역 철거가 마무리되거든요.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나도 투자를 한 입장에서 손해 볼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 이제 당신들은 계약서대로 나가주면 되는 거예요. 내 말 알아듣죠? 배려라? 배려라면 이번에는 당신들 차례인 것 같은데 무영이 털썩 주저앉자 바로 조명 꺼진다. 어둠 속에서 한동안 귀를 막고 머리를 감싸던 무영이 어느 순간부터 어떤 소리를 집요하게 찾고, 약희는 집안을 정리한다. 무대가 점차 밝아지면 무대의 가재도구는 모두 정리가 되고 커다란 박스 두어 개와 여행용 가방이 무대 중앙에 있다. 약희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달력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일어나 벽에 걸린 달력을 뜯는다. 그러자 다음 달력에 커다란 동그라미가 보인다. 이때도 무영은 계속 귀를 후비며,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며 뭔가를 찾고 있다. 약희 (달력을 보며) 뭐해? 무영 … 약희 뭐하냐구? 무영 찾고 있어. 약희 (심드렁하게) 뭘? 무영 (잠시 머뭇거리다가) 있어, 지금 어딘가에 있어. 약희 그러니까 뭐가 있냐구? 무영 (주변을 계속 살피며) 모기 약희 (힐끗 보며) 모기? 무영 안 들려, 소리? 지금 막 몰려오고 있잖아. 봐, 앵~앵 약희 (무영을 쳐다보다가 잠시 귀를 기울이며) 도대체 무슨 소리? 무영 아, 미치겠네. 에이, 도저히 안 되겠다. 무영은 계속 구석구석 살피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지갑을 뒤지기 시작한다. 이때 전화벨이 울리자 약희가 전화를 바로 받는다. 약희 여보세요? 집주인 아직 있었나보네. 약희 … 네. 집주인 하긴 이틀이나 남았으니까. 지금 문 앞에 있어요. 약희 네? 알이 큰 색안경에 명품가방을 든 40대 여성이 현관문으로 들어온다. 이때도 무영은 집주인을 본 체 만 체 한쪽 구석에서 뭔가를 찾고 있다. 집주인 (무영을 힐끗 본 후, 핸드폰을 가방에 넣으며) 댁 남편한테 이야기는 들었죠? 약희 … 집주인 (색안경을 벗고 여행용 가방의 손잡이를 잡으며) 그런데 갈 곳은 정해졌~ (손잡이가 쑥 들어가자) 어머! 나? 약희 걱정 마세요. 날짜 되면 알아서 나갈 테니까. 무영 (혼잣말로) 어딨더라. 여깄다. (명함을 보며) 오이제로에 제로제로제로제로.   핸드폰 발신 신호 후 제로버그회사의 경쾌한 컬러링이 들린다. 집주인은 자세를 가다듬고 눈을 내리깔며 집안 구석구석을 훑어본다.   집주인 (핸드백에서 봉투를 꺼내며) 여기, 이사비용하고 남은 보증금, 다 까먹고 얼마 남지도 않았지만 (약희가 신경질적으로 봉투를 받자) 거, 세어 봐요. 약희 (눈으로 대충 보며) 맞겠죠. 집주인 그런데 모기, 이제 더 없죠? (팔목과 다리를 긁적이며) 어휴, 그런데 왜 이렇게 간지러워. 하긴 이런 구질구질한 데서 내 피부에 트러블이 안 생기면 그게 이상한 거지. 소리 (경쾌한 소리로) 스피디하게 모시겠습니다. 제로버그입니다. 무영 (손짓을 하며) 있어요, 우리 집에 모기가 있어요. 커다란 모기떼가 몰려왔어요. 집주인 (깜짝 놀라 두리번거리며) 이게 무슨 소리야? 모기? 소리 네? 잠시 만요, 고객님. 담당자를 바꿔 드릴게요. 방역업체 직원1 네, 스카이 팀장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무영 지금 우리집에 난리가 났어요. 어마어마한 모기떼가 몰려오고 있어요. 집주인 (놀란 눈으로 주변을 살피며) 모기떼? 방역업체 직원1 네? 이무영씨 이무영씨, 맞죠? 그런데 모기가 있다구요? 그것도 떼로? 무영 (확신에 찬 목소리로) 네. 아주 어마어마한, 그리고 커다란 방역업체 직원1 그럴 리가요? 그럼 본인이 직접 눈으로 확인했나요? 무영 소리가 들려요. (핸드폰을 공중에 대며) 수십 마리 아니 수백 마리의 모기떼 소리가 마구마구 들려요. 방역업체 직원1 그래요? 음… 바로 출동하죠.   무영이 잠시 큰 동작으로 모기를 쫓는 시늉을 하다가 귀를 막는다. 약희는 이런 무영의 행동에 당황하나, 그렇다고 무영을 말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집주인은 무영의 행동에 많이 놀란 눈치이다. 그러다가 잠시 집주인과 무영의 눈이 마주친다. 이때 둘 사이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데, 갑자기 무영이 집주인에게 다가가 집주인의 뒷목을 찰싹 친다.   집주인 아! 뭐야? 무영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목이, 거기가 집주인 목! 모기요? 무영 그러니까 모기가 모게, 모기가 모게… 집주인 네? 모…모기!   집주인이 목 주변을 문지르며 긁다가 핸드백에서 거울을 꺼내 본다. 순간 멈추며 무영을 노려보지만, 무영은 무관심하게 계속해서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있다. 바로 이때 초인종이 울리고 방역업체직원1, 2가 등장한다.   방역업체 직원2 네, 제로버그입니… 무영 빨리요 빨리. 이 모기들 좀, 정말 미치겠어요. 얘네들 좀 보세요. (손가락으로 허공과 집주인을 가리키며) 여기 여기, 지금도 막 나한테 달려들잖아요.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응시하다가 직원2를 힐끗 보고) 확인하지.   직원2는 바로 장비를 들고 구석구석을 확인한다.   무영 이놈의 모기들이 처음에는 한두 마리가 앵앵거리다가 지금은 숨어 있는 놈들까지 몰려나와 날 쫓아오는 거예요. 방역업체 직원1 그래요? 본인이 눈으로 직접 확인하셨다고 하셨죠? 무영 그, 그럼요.   방역업체 직원1이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집주인과 약희에게 동의하느냐고 묻는 손짓을 취하자 약희는 모른 척 눈길을 피하고 집주인은 계속해서 몸을 긁적이며 모기를 피하는 몸짓을 취한다. 이때 방역업체 직원2가 직원1에게 다가온다.   방역업체 직원2 팀장님, 확인 결과 이곳에는 모기는 물론 날파리 한 마리도 없습니다. 방역업체 직원1 역시 (무영을 보며) 들으셨죠? 무영 그럴 리가… 지금 이 소리 안 들려요? 지금 막 앵앵거리잖아요. 와, 미치겠네. 여길 보시라니까요. 여기 여기요, 이곳에서 났다가 아니 저기서… 방역업체 직원1 어디? 여기? 도대체 어디요? 한 마리라도 잡아보세요. 무영 (주변을 마구 돌면서 구석구석을 가리키다가 직원1을 돌아보며) 한…마리? 방역업체 직원1 (검지를 흔들며 단호하게) 한 마리! 우리 제로버그 스카이팀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리콜도 없는 퍼펙~팀입니다. 무영 퍼․펙․트! 방역업체 직원1 (짧게) 네, 퍼펙트. 집주인 그, 그럼 뭐야? 아까 내 목을 내리친 것은, 일부러… 이 사람들 안 되겠네. (뒷목의 부여잡으며) 이젠 폭행까지, 아이고 목이야, 아이고 목이야. 약희 폭행이라니요? 모기 잡을 때처럼 살짝 친 것을 가지고 집주인 살짝? 이게 살짝이야? (방역업체 직원2를 보며) 거기 젊은 총각, 이걸 보라고, 여기 여기, 보이지? 빨갛게 손자국 난 거. 방역업체 직원2 (집주인의 목 가까이 얼굴을 대고 살펴보다가) 제가 보기에는 그냥… 집주인 그냥? 그냥 뭐? 방역업체 직원2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냥 손톱으로 긁은 자국인데요.   어수선한 와중에 무영은 사람들의 대화에서 벗어나 있고 이러한 무영을 방역업체 직원1이 주의 깊게 살핀다.   방역업체 직원1 (곰곰이 생각하다가) 잠시, 잠시만요, 음, 제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이무영씨에게 들리는 모기 소리는 일시적인 환청인 듯합니다. 약희 (놀라며) 화,화, 환청이요? 방역업체 직원1 네, 맞습니다. 환청. 과도한 스트레스나 심리적 불안으로 인해 실제 없는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일종의 환각 현상이죠. 때에 따라서는 환영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약희․집주인 !? 방역업체 직원1 환청은 낮은 단계의 벌레 울음소리나 소음과 같은 단순한 잡음에서부터 단계가 높아질수록 뚜렷한 내용이 있는 특정한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기까지 합니다. 사람 말소리인 경우에는 불쾌감을 주는 간섭이나 욕, 또는 명령하는 소리가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사람을 즐겁게 하고 심지어 아첨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극히 일부의 사람들은 타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경우도 있죠. (사이) 음… 제가 보기에는 이무영씨는 아직까지 환청의 초기 단계로 보입니다만, 스트레스가 심해질수록 높은 단계의 환청을 넘어 마약 중독과 유사한 환각 증상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약희 그, 그럼, 지금 애아빠의 귀에 헛소리가 들린다는 말씀이에요. 방역업체 직원1 아무래도, 지금 상황에서는요. 약희 (무영의 모습을 멍한 듯 바라보며) 그, 그래서 아까도… 어이구, 세상에 집주인 (다리와 몸을 어색하게 긁다가 무영을 노려보며) 뭐야, 그럼 완전히 미친 거잖아? 어쩐지, 아까부터 눈빛이 퀭한 게 이상했어. 흥, 이제 정신병원에 가야겠네. 약희 (순간 노려보며) 함부로 말하지 마요. 당신이, 당신이 뭔데 남의 남편한테 미쳤다고 해요. 집주인 아니, 이 여자가 누구한테 당신이래. 그리고, 없는 소리가 난다고 우기면 그게 미친 거지. (사이) 아님 뻔한 거지. 모기 소리를 트집 잡아서 여기에 더 눌러앉으려고 하는 수작이겠지 뭐. 누가 그 뻔한 속셈 모를 줄 알아. 이래 봬도 나 산전수전 겪으면서 당신들 같은 사람 많이 상대해 봤어. 흥~ 약희 눌러앉는다고? 우리가? 여기에? 아무리 없이 산다고 자존심마저 죽지는 않아요. (단호하게) 걱정 말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날짜 되면 이곳에서 나갈 테니까. 사람을 도대체 뭘로 보고 그래요. (무영을 보며) 당, 당신도 뭐라고 좀 해봐. 집주인 뭘로 보긴, 내 눈에 보이는 데로 보지. (혼잣말로) 딱 보니, 말 그대로 갈 곳 없는 거지네 뭐. 흥~ 약희 뭐 뭐, 뭐라고, 거지?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우리가 집을 빌린 거지 언제 당신한테 구걸을 했어? 집주인 구걸? 흥, 구걸은 아니어도 (무영을 곁눈질하며) 애걸은 했지. 약희 뭐, 뭐라고? 이 여자가 정말 집주인 뭐, 이 여자, 이제 갈 곳도 없는 밑바닥 주제에 집주인한테 감히, 분수도 모르는 것들이 약희 (순간 집주인에게 달려가 악을 쓰며) 그래, 그래, 나 이런 밑바닥에 산다. 이젠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다.   방역업체 직원1, 2가 맞붙은 두 사람을 떼어 놓으며 진정시킨다. 그 와중에도 방역업체 직원1은 집주인 편을 간간이 든다. 이때도 무영은 계속해서 모기를 찾고 있다.   방역업체 직원1 자자자, 이제 그만, 그만하시고 진정하세요. 지금 뭣들 하는 겁니까? 집주인 놔놔, 이것 안 놔? 깡패처럼 무조건 힘이나 써서 해결하려고 하고. 흥, 가진 것도 없는 것들이 분수를 모르면 교양이라도 있어야지. 약희 (악을 쓰며 다시 집주인에게 달려들며 몸싸움을 하며) 뭐라구? 깡패? 교양? 그래, 나 없어. 아무것도 없어. (한동안 엉겨 붙어 있다가 약희가 순간 엉엉 오열하며) 이젠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다구. 방역업체 직원1 그만 그만들 두세요. 사모님, 사모님이 먼저 참으세요. 새댁도 진정을, 우선 진정부터 해요. (약희를 진정시키며) 그리고 새댁, 남편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시간이 조금 지나면 괜찮아, 괜찮아질 겁니다. (둘 사이가 조금 누그러지자) 음… 이런 말이 위로가 될지 모르겠는데… 사실 저도 집에선 모기소리와 마누라의 바가지 긁는 소리가 헷갈릴 때가 종종 있어요. 그러다 보면… 마누라가 모기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렇게 되면 마누라를 보며 모기 때려잡는 생각을 합니다. (모기 잡는 동작을 취하며) 이렇게요. 이렇게라도 해야 스트레스가 풀리죠. (직원 2를 곁눈질하며) 안, 안 그런가? 방역업체 직원2 아 아, 네. (직원 1을 곁눈질하며) 사실 저도… 가끔 작업할 때 모기소리와 팀장님 목소리가 구별이 안 될 때가 있는데요, 그땐 이렇게… 방역업체 직원1 (싸늘한 미소로 직원2를 노려보며) 그래? 그래서 모기를 잡을 때 개잡듯이 후려치나? 방역업체 직원2 (뻘쭘한 표정) 그게 아니라 제 말은… 방역업체 직원1 (표정을 확 달리하며) 환청은 일시적인 현상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주변 분들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죠. 약희 (멍한 무영을 순간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자기야, 무슨 말이든 말 좀 해봐. 집주인 이분들께서는 이 세상에서 배려와 관심이 가장 많이 필요한 사람들이에요. 흥~ 약희 (순간 매서운 눈매로 노려보며) 보자보자 하니까 정말 방역업체 직원1 그만, 그만 (절도 있는 자세로) 그럼 이만, 저희 제로버그의 리콜 서비스는 고객님께서 만족하실 때까지 무제한 달려갑니다. 추후 문제가 생기면 다시 연락 주십시오. 집주인 어머나! 내 정신, 어머, 시간 좀 봐. 나도 늦었네. 오늘 계모임이 있었는데… 알죠, 내일 모레까지인 거. 약속이나 지켜요. 약희 맘 푹 놓으세요. 설사 붙잡아도 더러워서 나갑니다. 흥~ 방역업체 직원1, 2 퇴장. 집주인도 서둘러 따라 나선다. 무영은 계속 멍하니 있다가, 주변을 둘러보며 힘없이 모기 잡는 행동을 취한다. 그런 무영을 약희는 흐느끼며 바라본다. 이 와중에도 중장비의 소음은 계속된다. 얼마 후 무영은 축 처진 채로 의자에 앉는다. 약희 (맥이 풀린 듯 울먹이며) 그런데 자기야, 이제 우리, 우리, 어떡하지? 무영 진짜 들렸는데… 지금도, 지금도 분명히 들리는데 약희, 망설이다가 무영의 뒤로 가서 조용히 어깨를 감싸자, 잠시 후 무영은 약희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조명이 꺼진다. 공사장 착암기 소리가 집안 구석구석을 울린다. 실내조명이 켜지자 두 사람은 침대에 누워 있고 시간이 갈수록 중장비 소음은 커지면서 간간이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약희 (몸을 일으켜 무영을 보며) 소리 들려? 무영 뭐? 약희 이 소리? 잘 들어봐. 무영 … 약희 이거 귀뚜라미 소리야.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니까 마음이 편해진다. 벌써 가을이 오려나? 무영 (심드렁하게) 나도 알아. 모기소리가 아닌 거, 귀뚜라미 소리인 거. 약희 (사이) 삐쳤어? 무영 뭐가? 약희 아니다. 무영, 약희… 이때부터 아주 조금씩 실내 연기가 차오르는 것이 보인다. 무영 맞다. 조금 전에 하려던 말, 뭐야? 약희 (망설이다가 잔기침을 하며) 그래서는 안 됐는데… 무영 뭐? 약희 (뜸을 들이며) 엊그제… 자기한테 모기 같다고 말하고 확 뛰쳐나간 거. (사이) 그때는 모든 게 자기 탓 같았어. 자기가 한없이 못나 보이고 원망스러워서 울컥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어쩔 수 없었잖아. 자기도 지금까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데…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나라도 당신 편이 되었어야 했는데… (기침을 하며) 그래서 환청이 들렸나 싶어지구… (속삭이듯) 미안해. 무영 (홱 돌아서 등을 보이며) 스트레스가 확 더 쌓인다. 약희 (의아한 듯) 뭐? 무영 (귀를 파며) 환청이 들려. 예전에 상상할 수도 없는 이야기가 방금 내 귀에 들렸거든. 약희 (무영의 몸을 뒤집으며) 뭐야? 무영, 휙 뒤돌며 약희를 안는다. 그 후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애정이 담긴 작은 실랑이가 벌어진다. 이때 무영이 기침을 하자 약희의 구토가 시작된다. 약희 (구토를 참으며) 나… 나, 괜찮아. 무영 미안해. 약희 … 무영 고마워, 함께해 줘서… 약희 난 편안해. 아무 말 (기침을 하며) 하지 마. 무영, 약희… 약희 아, 덥다. … 우린, 우린 그 약속은 지킬 수 있을까? (사이) 집주인한테 무영 (한참 생각하다가) 아마도 이때 무영과 약희는 한참 동안 기침과 구토를 반복한다. 한참 후 쪼그려 앉아 있던 무영이 무엇에 집중을 하며 귀를 기울인다. 무영 소리 들려? 약희 … 뭐? 무영 그러지 말고 잘 들어봐. 약희 (기침을 하며) … 무영 자자, (기침을 하며) 정신을 집중하고 우리의 처음을 생각해봐. 약희 처음? (사이) 처음이라… (기침 후 구토를 하며) 우리한테도 처음이 있었나? 무영 생각 안 나? 5년 전쯤에, 왜 있잖아, 강촌으로 동아리 MT 갔었을 때, (기침 후 헛구역질을 하며) 전혀? 음… 무영이 한참 헛구역질을 한 후, 엎드려 있다가 조심스럽게 일어나 손가락으로 점점 크게 원을 그린다. 그러자 연기는 점점 사라지고 대신 비눗방울이 서서히 날리기 시작한다. 무영 그럼 이 소리 좀 들어봐. 약희 소리? 무슨 소리가 나? 무영 잘 들어봐. 약희 (짧지만 심한 구토 후 웃으며) 혹시 자기, 또 환청 아냐? 무영 (진지하게) 지금 장난 아니야, (기침을 하며)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고, 그리고 찾아봐. 약희 (조금 진지하게 살짝 눈을 감으며) 음… 들려. 물 떨어지는 소리랑, 계량기 돌아가는 소리, 음… 위층에서도, 어? 그 사람들, 그거 하나 부다. (애교 섞인 목소리로 기침을 하며) 에이, 부럽당~ 무영 참, 그런 소리 말고. 자, 마음을 편하게 눈을 감아. 그리고 천천히 집중해봐. 약희, 잠시 망설이다가 심호흡 후 진지하게 몰입한다. 점차 몽환적인 음악이 들릴 듯 말듯 울려 퍼지고, 이와 함께 환상적인 조명이 시작된다. 약희 음… 어! 이게 뭐지? 뭔가 들려, 음… 물소리랑, 바람소리 (일어나며) 어어, 잠깐 이건… 무영 들리지? 그럼 좀 더 주위 소리들을 찾아 봐, 그리고 느껴 봐. 약희 (다시 소리에 귀 기울이며) 음… 귀뚜라미랑 개구리 울음 소리, 어~어, 새소리도 들려. 이게 어디서 나는 소리지? (순간 주변을 둘러보다가 다시 눈을 감고 좀 더 깊이 빠져들며) 이 소리 이 느낌, 왠지 낯설지 않아. 무영 이제 그럼 눈을 감고 소리가 느껴지는 곳을 찾아가 봐. 약희 (무영의 어깨를 짚은 채 천천히 일어나 걸으며)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내가 예전에 느꼈던 그 편안함, 그리고 설렘… 그러면, 그러면, 여기는… 아! 조명이 꺼진다. 환상적인 조명과 몽환적인 분위기의 음악이 한동안 계속되다가 점차 사라지면서 앳된 약희의 윤곽만을 확인할 수 있는 희미한 조명이 비춘다. 이때 분위기는 아늑한 꿈결 같은 분위기이다. 그 후 점차 계곡 물소리와 개구리소리, 새소리가 뒤섞인 자연의 소리가 함께 들리기 시작한다. 새소리는 뻐꾸기 소리이다. 약희 (황홀함과 나른함이 교차한 느낌, 그리고 혀가 약간 꼬인 발음으로) 여, 여, 여긴, 그러고 보니 개구리 소리가 들리고 … 새소리도 들리네. 음, 이게 무슨 새더라? 딱따구리 소린가? 아니면… 부엉이? (이때 ‘뻐꾹’ 하는 소리가 들리자 손뼉을 치며) 아, 맞네요. 뻐꾸기. 역시~ 무영 선배는 모르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조심스럽게) 근데… 저기요, 선배님. 자꾸 선배님라고 하니까 좀 어색하네요. 그, 그러니까, 저기… 저는, 위로 오빠가 셋인데요, … 오빠라고 부르는 것이 익숙해서요, 그러니까, 저기 (사이) 그냥 오빠라고 하면 안 돼요? … 왜, 왜 말씀이 없으세요? … 네에! 진짜, 진짜루요? (한참 후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하늘을 보며) 무영, 무·영·오·빠. 그런데요, 하늘에 별이, 별이 보여요. 아주 많이, 많이, 많·이, 많‥이… 무영 (소리)약희야! 야, 김약희, 너? 너! 약희 어… 어! 내 속에서 뭔가,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 같아. 잠깐만 여기서, 여기서 잠시 쉴래요. 약희 가 서서히 쓰러진 채로 눈을 감자 조명이 꺼진다. 잠시 후 급한 소방차의 경적소리와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날카롭게 울린다. 무전소리 오전 02시 18분, 용안 4동 재개발 B-02지구 상황 발생. 도로 사정으로 소방차는 진입 불가능하며, 가스중독으로 인한 일가족 3명은 현재 후송 중, 이상. 조명이 꺼진다.
  • 복지 사각지대 수민이 ‘키다리 아저씨’ 만났다

    복지 사각지대 수민이 ‘키다리 아저씨’ 만났다

    #수민(가명·여·18·광진구 중곡2동)이는 햇빛도 들지 않는 지하 단칸방에서 산다. 아빠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통에 사채업자를 피해 지방을 떠돈 지 오래다. 집 떠난 엄마 자리를 채우던 할머니마저 지난 1월 하늘나라로 떠났다. 대학 진학은커녕 수업료 미납으로 고교 졸업장을 손에 넣을 수 있을지조차 모르는 나날을 보냈다. 겨울나기는 갈수록 서글퍼졌다. 광진구가 그런 수민이에게 한줄기 빛과 같은 손길을 내밀었다. 복지사각지대 발굴에 나선 중곡2동 주민센터에서 딱한 사정을 알게 됐다. 직원들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수업료를 마련해 주고, 한국장학재단 도움으로 대학입학 등록금까지 지원해 주기 위해 독지가와 1대1 자매결연을 주선했다. 독지가는 장학금 300만원을 약속했다. ●독지가 만나 대학진학 꿈 이뤄 “삶을 포기할 만큼 막막했어요. 손길을 주신 분들 기대에 걸맞게 열심히 공부해서 힘든 이웃을 도울래요.”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며 밝은 미래를 꿈꾸게 된 수민이는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광진구 복지기동반은 수민이와 같은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외 행정력 사각지대에 있는 극빈계층을 돕기 위해 지난 5월 전수조사에 나섰다. 공중화장실, 지하철역, 폐가, 공원, 찜질방 등 고루 손길을 뻗었다. 현재까지 415명을 발굴해 지원했다. ●區 5월부터 폐가 등 돌며 조사 기초생활수급자이자 한부모 가정으로 자녀 2명을 혼자 양육하는 김태순(53·자양4동)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김씨는 법정지원급여로 근근이 생활하다가 주택 임대료 장기체납으로 강제퇴거 위기에 놓여 있었다. 가재도구는 이삿짐센터에 맡기고 가족 모두 뿔뿔이 흩어져 친구집을 전전했다. 긴급주거지원을 받고자 동주민센터 등을 찾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자격이 없다는 허망한 얘기만 들렸다.실망하고 돌아온 그에게 구가 월세 25만원짜리 주택을 계약해 주고 재활용센터와 연계해 가전제품은 물론 가스 설치비까지 무상 지원했다. 구는 이 같은 복지행정 발굴 사례 발표회를 28일 갖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조하는 ‘밥 굶는 사람 없고, 냉방에서 자는 사람 없는’ 희망온돌 프로젝트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복지사각지대 해소’ 최우수상 위기의 장애인부부 지원(주민생활지원과), 보금자리주택 제공 및 한부모가정 일자리 창출(자양4동), 저소득 아동 음악학원 연계(구의1동), 독거노인 안부전화 및 생신상 차려드리기(광장동) 등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이런 노력은 지난달 보건복지부 주관 복지사각지대 해소 전국평가에서 최우수 기초지방자치단체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겼다. 김기동 구청장은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그늘진 취약가구가 우리 주변에 너무 많다. 사각지대를 찾아 맞춤형 행정을 펴겠다.”고 말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마이클 잭슨이 사망한 침대, 누가 살까?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사망 당시 누웠던 침대가 경매에 나왔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9일 보도했다. 경매업체 줄리언은 잭슨이 죽기 직전까지 머무른 로스앤젤레스의 홈비힐스맨션 가구와 침대 등 살림살이들을 오는 12월 17일 경매에 내놓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집은 잭슨이 2008년부터 2009년 6월 사망할 때까지 세 아이들과 함께 살았던 곳으로, “아빠 웃어요.”라고 적힌 칠판까지 고스란히 남아있다. 뿐만 아니라 “훈련, 완벽, 3월, 4월, 5월 한달 내내”라는 내용의 자필 메모가 적힌 잭슨 방의 거울 역시 경매에 나온다. 경매 관계자들은 특히 이 거울이 경매에서 큰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밖에도 의자, 벽에 걸린 그림, 장식용 골동품 등 가재도구들이 모두 경매에 나올 예정이다. 잭슨의 유품은 경매 전인 12월 12일부터 5일간 일반에 공개된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수마 휩쓴 뒤… ‘쓰레기 쓰나미’ 공포

    수마 휩쓴 뒤… ‘쓰레기 쓰나미’ 공포

    사상 최대의 장마와 ‘100년 단위’의 물난리가 전국을 ‘쓰레기와의 전쟁’ 현장으로 몰아넣었다. 수마가 휩쓸고 간 서울 도심과 경기 북부, 인천 해안, 강원 산간 등 곳곳에 거대한 쓰레기장이 생겼다. 해당 자치단체 공무원과 군 장병, 주민 자원봉사자가 모두 나서 악취 나는 쓰레기를 치우고 검은흙 찌꺼기를 물로 닦았다. 그러나 한강과 임진강을 통해 인천·강화의 서해안으로 떠내려온 폐기 부유물은 서둘러 치우지 않으면 연근해를 심각하게 오염시킬 것으로 보인다. 31일 인천 강화군 길상면 초지리 앞바다에서는 기중기 3~4대가 서해의 쓰레기를 연신 퍼올렸다. 주변에는 쓰레기가 먼바다로 나가지 못하도록 가림막을 설치했지만, 쓰레기 더미는 가림막을 따돌린 채 둥둥 바다 위를 떠다녔다. 쓰레기 수거 속도보다 흘러나가는 양이 더 많은 탓에 기중기들은 쉴 틈도 없이 물과 트럭 사이를 바쁘게 오갔다. 인천시는 수도권에서 떠내려온 각종 쓰레기양을 1만여t으로 추산했다. 장마 직후 하루에 85t을 처리했고 이번 집중호우 때에는 사흘 동안 250t을 건져 올렸다. 청소량이 쓰레기 발생량보다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경기 동두천 일대에서는 주한미군을 포함한 2000여명이 건물과 골목의 쓰레기를 치웠다. 젖은 가재도구와 어디서 나온 것인지 알 수 없는 쓰레기 더미가 뒤엉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서울 서초구 우면동 주택가 등지에서도 쓰레기 청소가 3일째 계속됐다. 서초구는 총 3800t을 수거했다. 군 장병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인지 많이 정리된 것으로 보였다. 강원 일대의 댐에서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저수지 부유물에 대한 처리 작업에 나섰다. 인천시는 서울시, 경기도와 함께 해양 쓰레기 처리비용으로 연간 55억원을 확보했지만, 이미 처리 비용은 15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올해 댐과 하천·하구 쓰레기 정화에 국비 76억원을 포함해 총 250여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조강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수해 때 발생한 쓰레기는 쉽게 부패하기 때문에 수일 안에 처리해야 한다.”면서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방역 작업이라도 철저히 해야 수질 오염, 전염병 발생 등 제2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학준·신진호기자 kimhj@seoul.co.kr
  • LGD 파주서 수해복구 봉사활동

    LGD 파주서 수해복구 봉사활동

    지난 29일 경기 파주의 한 수해 가정을 찾은 LG디스플레이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물에 잠겼던 가재도구를 꺼내 나르고 있다. 지난 26일부터 29일까지 LG디스플레이 신입사원 150명은 520㎜의 기록적인 폭우로 침수 피해를 본 파주 지역 내 50여 가구를 찾아 수해복구 활동을 펼쳤다.
  • 땀은 비보다 진하다… 다시 부르는 희망가

    땀은 비보다 진하다… 다시 부르는 희망가

    29일 햇빛이 내리쬐었다. 물폭탄을 쏟아붓던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맑았다.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로 큰 피해를 입은 우면동 형촌마을과 방배2동 전원마을, 방배3동 래미안아파트 등에는 경찰과, 군인, 소방대원 등 3만 3000여명이 복구작업에 구슬땀을 흘렸다. 곳곳에서 자원봉사의 손길도 이어졌다. 오전 11시 우면동 형촌마을에서는 1000명 정도의 소방대원과 경찰, 군인 및 자원봉사자들이 복구에 나섰다. 삽을 들고 집집마다 들어가 방과 거실, 지하실에 들어찬 진흙을 퍼냈다. 정원에 있는 이들은 진흙을 양동이에 받고, 대문 앞에서부터 한명 한명에게 양동이를 넘겨 덤프트럭에 부었다. 12시쯤 되자 “10분 휴식”이라는 외침이 들리자 모두들 허리를 폈다. 영등포소방서 관계자는 “우리 집에도 언젠가 토사가 들이닥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복구작업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4명의 사망자가 난 래미안아파트에서도 복구작업이 한창이었다. 아파트 입구인 102동과 103동은 지하 1층에서 3층까지 토사가 들이닥쳐 벽이 완전히 무너져내렸다. 군인 300여명이 빗자루와 삽으로 흙더미를 걷어냈다. 진흙탕으로 변해버린 아파트 정원에는 포크레인까지 동원됐다. 진흙은 걷어내도 끝이 없었다. 군인들의 옷은 바지에서부터 티셔츠까지 진흙으로 범벅이 됐다. 이들은 “파이팅”과 같은 구호를 외치며 서로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특히 자원봉사자들도 쉴 새 없었다. 서울시 자원봉사센터에 따르면 이날 3000여명의 봉사자가 복구를 도왔다. 경찰 및 소방대원들과 함께 진흙 투성이의 가재도구를 닦아 말리는가 하면 토사를 걷어냈다. 새마을운동중앙회 소속 부녀회, 인근 교회 등에서도 복구현장에 천막을 치고 땀을 흘리는 봉사자들에게 빵과 컵라면, 커피 등을 주기도 했다. 형촌마을에서 복구를 돕던 대학생은 “트위터에서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는 글을 보고 나왔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조금씩 예전의 형체를 찾아가는 마을을 보면서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전원마을의 한 주민은 “소방대원과 군인 등이 와서 고생을 많이 하니 고맙고 미안하다.”면서도 “집 안에 있는 에어컨이며 냉장고 등이 다 못 쓰게 됐는데 언제면 수리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한숨지었다. 침수된 전기설비는 서초구내 우성1차, 무지개, 임광 등 3개 아파트를 제외하고 모두 복구돼 정상화됐다. 김진아·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아무리 퍼내도 흙탕물…” 복구중 폭우로 대피

    전날 사상 최악의 폭우와 산사태로 18명의 생명을 앗아 간 서울 우면산 일대는 28일에도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오전 8시쯤 방배2동 전원마을은 가구와 가재도구 등이 떠밀려온 토사와 나뭇가지 등으로 뒤엉켜 폭격을 맞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낮은 지대인 전원말2길 쪽 주택가에는 진흙과 쪼개진 나무조각들이 가득 들어차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었다. 마을 위쪽 우면산 자락에서는 거센 흙탕물이 콸콸 쏟아져 내려오고 있었다. 주민들은 섣불리 복구작업에 나서지 못했다.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산기슭 아래 쪽에 사는 최기숙(58·여)씨는 새벽 6시부터 4시간이 넘도록 반지하 주차장에 가득 들어찬 진흙을 걷어내던 중이었다. 5명의 소방대원이 양동이를 들고 힘을 보탰지만 흙탕물 수위는 좀체 낮아지지 않았다. 최씨는 “이 마을에서 20년을 살았는데 이런 난리는 처음”이라면서 “작년 여름 태풍 때 위태위태하던 나무들을 뽑아달라고 했는데 그냥 둬 이렇게 화를 불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27일 오전 이 마을 주민 엄모(33)씨는 출근길에 나서다 토사와 나무에 휩쓸려 숨졌다. 임시대피소인 남태령 마을회관은 성토장이 됐다. 마을주민 손모(49·여)씨는 “산을 가만두질 않고 계속 깎아대니 안 무너지고 배기겠느냐.”면서 언성을 높였다. 이에 대해 서초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태풍 곤파스로 뽑힌 나무가 많아 지반이 완전히 안정되지 못한 상태에서 집중호우가 쏟아져 산사태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오전 9시쯤 방배3동 래미안아트힐 아파트에서는 경찰·소방·군 병력 600여명이 동원돼 아파트 1~4층을 뒤덮은 진흙을 퍼내고 있었다. 한 삽씩 일일이 퍼내야 해 속도가 더뎠다. 우면산 쪽에 가까운 103·104동의 피해가 가장 컸다. 주민 홍윤상(56)씨는 “지난해에도 우면산 계곡쪽 토사가 남부순환도로 위로 넘어온 적이 있다.”면서 “이 때문에 구청이 배수로와 맨홀을 넓히는 공사를 하고 있던 것으로 알았는데 여름이 다 돼서 하면 뭘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 아파트를 마주 보고 있는 예술의전당도 복구작업이 더디긴 마찬가지였다. 오전 내내 내린 비에 흙탕물 계곡은 전날에 비해 줄지 않았다. 오락가락하던 빗줄기가 오전 10시쯤 점차 굵어지자 복구작업 지원을 나온 공무원 20여명은 결국 삽을 놓고 버스정류장 밑으로 들어가 비를 피했다. 한편 27일 방배동 윗성뒤마을에서 산사태로 실종됐던 김모(67·여)씨가 이날 오전 10시 20분쯤 자신의 집에서 250m 떨어진 곳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또 방배동 전원마을에 매몰됐던 이모(68·여)씨와 우면동 송동마을의 김모(77·여)씨의 시신이 발견되는 등 사망자 수는 전날에 비해 3명 늘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독거노인 사랑잇기] 벼랑 끝에 선 노인들 ⑤서울 상계동 ‘희망촌’의 희망가

    [독거노인 사랑잇기] 벼랑 끝에 선 노인들 ⑤서울 상계동 ‘희망촌’의 희망가

    “그나마 움직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지난 1일 서울 상계동 산 161 덕흥로 ‘희망촌’의 비탈길에서 만난 남춘단(72) 할머니는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맞았다. 지하철 4호선 당고개역 근처 불암산 자락의 꼬부랑길. 99개 계단을 오르고 연탄재 무더기를 지나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참고 10여분 걸어 동네에 이르렀다. 다시 한 사람 비켜설까 말까 한 골목을 50여m 지나자 작은 철제 대문을 열며 남 할머니가 얼굴을 내밀었다. 언제 내걸었는지도 아득한 나무 문패에 희미하게 적힌 ‘반상회 장소, 4통장’이라는 글이 버거운 세월을 말했다. 2평 남짓한 단칸방에서 자리를 내주며 할머니는 “추위가 물러났으니 우리처럼 사는 사람들에겐 다행”이라고 했다. 갖가지 가재도구가 널려 있어서 방은 더 비좁았다. 이웃들은 남 할머니를 ‘수진 할머니’라고 부른다. 몇 해 전까지 할머니와 함께 살다가 가출한 손녀의 이름이 수진이다. 한 동네 아주머니는 “파지나 빈병 모으기도 건강할 때 하지, 수진 할머니는 그런 일도 못 한다.”며 혀를 찼다. 옆집 할머니는 “집안에 좀 산다는 친척도 있다고 들었는데, 스스로 연락을 끊고 지낸다.”면서 “이러쿵저러쿵 말 많은 친척들 눈치를 보느니 혼자서 사는 게 낫다며 고집을 부린다.”고 한마디 거들었다. 남 할머니는 1998년부터 정부에서 주는 한달 생계주거비 33만 2100원과 기초노령연금 9만원을 합쳐 월 42만 2100원으로 생활한다. 동대문 쪽 청계천에서 살다가 1968년 판자촌 철거와 함께 희망촌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곳으로 집을 옮겼다고 한다. 남편이 살아 있을 때에는 함께 과일장사를 하며 그럭저럭 살았는데, 1995년 사별한 뒤부터는 날품팔이를 하고 있다. 가족 얘기는 더 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 당뇨와 천식, 폐결핵을 앓는데, 병원에 갈 땐 담벼락을 손으로 짚어가며 간다고 했다. 희망촌에서는 남 할머니처럼 혼자 힘겹게 사는 노인들이 서로의 이웃이다. 사회복지사 황철순(45)씨는 “복지 서비스를 홀몸노인들에게 권해도 무작정 거절하는 바람에 난감한 경우가 적잖다.”고 했다. 얼마 전 68세의 나이에 별세한 함모 할머니는 20대에 사고로 부모를 잃은 뒤 줄곧 혼자 살다가 쓸쓸히 세상을 등졌다고 했다. 젊어서는 공장에서, 이후에는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다 위궤양과 관절염, 지방간 등으로 숱하게 고생만 하다가 갔다고 했다. 함 할머니가 2006년 11월 결장암 선고를 받은 사실을 뒤늦게 안 황씨가 지난해 초부터 호스피스 병원에 입원하라고 설득했지만, 함 할머니는 “아직 짱짱한데 병원에서 밥만 축내며 지낼 순 없다.”며 고집을 부렸단다. “홀로 사는 노인들은 언제 무슨 일을 겪을지 모른다.”며 황씨가 그해 9월 겨우 설득한 끝에 함 할머니는 입원했지만 넉달만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 황씨는 “편안한 얼굴로 눈을 감던 모습을 지금껏 잊지 못한다.”면서 “몸이 불편한데도 아들 대하듯 반갑게 맞아 주시던 할머니의 얼굴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노원구의 이경미 주민지원팀장은 “처음 발령을 받아 이곳을 방문했는데, 이렇게 지내는 분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사회복지사 황씨는 “16년째 홀몸노인들을 돌보고 있는데 쓸쓸히 돌아가신 분들만 유독 기억에 남는다.”면서 “평소에 더 마음을 쓰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탓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원구는 본청 공무원 자리 37개를 줄여 19개 주민자치센터에 사회복지 인력을 1~2명씩 늘렸다. 또 자치센터 업무도 조정해 19명을 복지 담당으로 돌렸다. 희망촌 할머니들처럼 가장 취약한 계층을 만나는 ‘체감 복지’를 위해서다. 사회복지사는 동마다 2~7명 배치돼 있지만 현장 업무가 아니라 각종 행정 서류를 처리하느라 더 바쁜 실정이다. 황씨는 “소외 계층, 특히 홀몸노인들에게는 금전적인 지원 못지않게 꾸준한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면서 “골목골목 주민들을 중심으로 구성하는 단위별 복지협의체에 기대를 건다.”고 말했다. 글 사진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도호쿠대 유학생 60명 행방확인 안돼”

    13일 정오 무렵 해안으로 달려나갔다. 가장 먼저 기자에게 다가온 건 ‘냄새’였다. 매캐한 연기 냄새가 짠 갯내에 섞여 코를 찔렀다. 이윽고 쓰나미가 할퀴고 간 상흔이 눈에 들어왔다. 규모 9.0의 어마어마한 지진과 쓰나미를 온몸으로 맞은 미야기현 나토리시 유리아게 마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아니 차마 눈을 뜰 수 없었다. 논밭에는 쓰나미에 떠밀려 온 자동차, 냉장고, 소파, 그리고 부서진 지붕과 원래 무엇이었는지 알아볼 수도 없는 잡동사니들로 뒤덮여 있었다. ●“입학시험 준비생은 파악도 안돼” 센다이 시에서 만난 일본 도호쿠대학 유학생 회장인 조욱래(재료과 박사 2년차)씨는 “회원 200여명 가운데 행방을 확인한 건 140명뿐”이라면서 한국인 유학생 수십명의 실종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전체 한국인 유학생은 300여명 규모라면서 “3월 입학시험을 앞두고 일본으로 건너온 적지 않은 한국인 유학생은 파악조차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나토리시 유리아게는 13일까지 2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날까지만 해도 바닷물이 빠지지 않아 구조대도 접근하지 못했던 곳이다. 이른 아침부터 자위대가 불도저로 겨우 길을 만들었다. 유치원 벽에 2m 높이까지 물이 들어왔던 흔적이 또렷이 남아 있었다. 구조대 대원인 우쓰미(30)는 “지금 막 마트 현관 근처에서 50~60대로 보이는 사망자를 발견했다. 오늘만 20구째다.”라면서 “바깥에서부터 바다쪽으로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은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방금 수십발의 포격을 맞은 듯했다. 지붕은 종잇장처럼 구겨지고 주택가 양옆으로 온갖 마른 나뭇가지와 가재도구, 진흙이 뒤엉켜 있었다. ●“엄마 계셨는데… 집 흔적도 없어” 유리아게 주재소(파출소 혹은 지구대)에는 자동차 3대가 나란히 건물을 들이 받아, 입구를 찾을 수가 없었다. 유리아게 중학교에서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쓰나미가 지나간 후 화재가 발생한 듯했다. 미야기현 경찰은 “자동차에서 운전하던 도중 사망한 경우도 있는 것 같다.”면서 “평일 오후였기 때문에 주로 집에 있는 노인이나 여성 피해자가 많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날 겨우 길이 열리자 집을 찾아 마을로 하나둘 들어왔다. 어마어마한 참상에 눈물도 마른 듯했다. 센다이·나토리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아들 설 선물 마음에 안든다” 부부싸움 뒤 방화

    4일 오후 9시10분께 부산 해운대구 A(54)씨 집에서 불이나 박씨가 얼굴과 가슴 등에 2~3도 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불은 가재도구를 포함해 건물 내부 50㎡를 태워 500만원 상당(경찰 추산)의 재산피해를 내고 20분 만에 꺼졌다. 경찰은 이번 설에 아들 부부가 가지고 온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말다툼하다 아내가 ‘친정에 간다’며 집을 나가자 홧김에 방안에서 일회용 가스라이터로 불을 질렀는데 옆에 놓여 있던 휴대용 부탄가스가 터졌다는 A씨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 재외공관 돈 2억 빼돌린 ‘간 큰 주재관’

    서울중앙지검 외사부(김석우 부장검사)는 재외공관에 근무하면서 공금을 빼돌려 개인적인 용도로 쓴 혐의(업무상 횡령)로 전 키르기스스탄 주재 한국교육원장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또 횡령 액수가 적은 전 주(駐) 멕시코대사관 문화홍보관 B씨는 약식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06년 2월부터 작년 2월까지 교육과학기술부와 재외동포재단에서 관서운영비와 한글학교 운영비 명목으로 받은 18만달러(한화 약 2억원)를 빼돌려 현지 부동산 등을 사들이는데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또 2008년 8월 자녀가 현지 미국대학 분교에 입학할 예정이어서 학비보조 수당을 수령할 자격이 없음에도 국제학교에 재학 중인 것처럼 허위 신청서를 작성해 학비 1만3천여달러(한화 1천500여만원)를 부정하게 타낸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횡령 액수가 거액이고 대부분 변제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A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법원은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2007년 9월부터 작년 3월까지 국고 계좌의 관서운영경비 6천달러(한화 700여만원)를 빼돌려 자택의 가재도구를 구입하는 등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감사원은 작년 2~4월 외교통상부 본부와 미주 주재 대사관 등 16개 재외공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여 A씨 등의 횡령 사실을 적발했으며 해당 부처에 이들의 징계를 요구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 연평도 피란민들 17일 김포아파트 이주

    연평도 피란민들 17일 김포아파트 이주

    북한의 포격 도발로 20일째 인천의 찜질방 등에서 피란생활을 하고 있는 연평도 주민들이 이르면 오는 17일 임시거주지로 마련된 김포 미분양 아파트로 이주한다. 당초 15일로 입주일이 정해졌으나 입주 대상자 선정 작업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2~3일 늦춰질 전망이다. 12일 인천시 옹진군과 연평주민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김포 아파트 입주를 희망한 주민 1100여명 중 242가구, 661명이 입주 접수를 마쳤다. 양측은 가급적 13일까지 입주 대상자 선정을 마칠 계획이다. 또 접수한 인원 중 입주 자격 기준에 맞는지, 실제 입주할 것인지에 대한 검증 작업도 함께하기로 했다. 입주자 선정이 마무리되면 14일 인천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아파트 입주 계약을 체결하고 15~16일 생활용품을 준비하는 작업을 끝낸 후 본격적인 이주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또 시는 연평도 주민들이 김포 아파트로 이주하기 전까지 필요한 생활 여건을 모두 갖춰 놓기로 했다. 이주 대상자가 확정되면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가재도구, 이부자리를 구입, 설치하고 도시가스도 개통할 예정이다. 한편 연평도는 포격 도발 이후 현금 보유가 무의미할 정도로 마비됐던 섬 내 유통 기능이 회복되고 공공 시설들이 문을 열고 있다. 마을의 유일한 편의점인 GS25와 농협 하나로마트가 지난주 잇따라 문을 열어 고갈된 생필품 구입이 가능해졌다. 섬 내 은행 역할을 하는 우체국과 농협도 정상화돼 섬에 잔류하거나 임시로 들어온 주민들이 입출금 업무를 보는 데 지장이 없다. 박모(70)씨는 “지난 주말 귀향했는데 섬이 생각보다 빠르게 안정돼 가고 있는 것 같다.”며 “이제는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식당은 아직 문을 연 곳이 없지만 민박집 6곳이 영업을 재개해 공무원과 복구 인력들이 이용하고 있다. 옷을 수선하는 가게도 문을 열었다. 주인 김모(50)씨는 “군부대에 납품할 게 있는 데다 너무 오랫동안 가게를 비워두면 안 되기에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인천의료원의 정신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전문의 및 간호사들도 섬에 들어와 임시 보건소에서 주민들을 상대로 진료를 펴고 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목숨 걸고 지킬 땅…포탄 날아와도 안 떠나”

    무너지고, 불타고, 바스라지고…. 전체 주민 가운데 약 98%가 피난을 떠난 그곳, 연평도. 어느새 ‘유령섬’이 되어 버린 이 비탄의 섬을, 끝까지 놓지 못하고 지키는 이들이 있다. 바싹 마른 나무와 깨지고 금 간 건물, 잿더미로 변한 가재도구에 가슴 아파하면서. 26일 오후 연평도 서부리. 폐허가 된 건물 옆으로 한 촌로가 느릿느릿 걸음을 옮겼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해병대 마크가 박힌 빛바랜 털모자 아래로 성성한 백발이 눈에 띄었다. ●“주민이 살아야 우리 땅” 나서 지금까지 연평도에서 살아온 신유 택(70)씨. 그는 이날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집을 나섰다. 북쪽에서 또 몇 차례의 포성이 울려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주민들이 대피한 이날도 그는 자식처럼 키워 온 개와 돼지들의 먹이를 챙기기 위해 축사로 향했다.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포탄이 떨어지고, 이웃집이 불 탄 그날 이후에도 그는 한번도 섬을 떠나지 않았다. 아니 떠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독도만 우리 땅 아녀. 연평도도 목숨 걸고 지켜야 할 우리 땅이여.” 왜 떠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포탄이 날아와도 난 여기 지킬 거여. 독도 지키려고 사람들이 이사 가고, 막 주소도 옮기고 그러잖어. 서해 5도라고 어디 다른감, 다 똑같지. 군인만 있으면 우리 땅이 아닌 거여. 주민이 살아야 하는 거지.” 연평초·중학교를 졸업한 신씨는 아내 오귀임(70)씨도 이곳에서 만났다. 군대도 해병대(107기)를 나왔다. 자식도 2남 2녀나 뒀지만, 해병대 출신인지라 이곳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이 친자식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섬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지난 23일 섬을 떠났다가 ‘집 생각’에 결국 다시 섬을 찾은 이도 있다. 부끄럽다며 한사코 이름과 얼굴 공개를 꺼린 김모(52·여)씨. 김씨는 연평도의 자랑인 꽃게 때문에 이곳 사람이 됐다. 7년 전 남편과 꽃게를 먹으러 왔다가 반해 여기를 아예 고향으로 삼은 것. 그는 “섬 특성상 여기서 나고 자란 사람이 많다. 그들에 비해 나는 여기 그리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이곳을 내 삶의 터전으로 여기고 있다.”면서 “굴 따고 꽃게 잡고, 내가 하던 일이 다 여기 있는데 어떻게 이곳을 떠나겠느냐.”고 말했다. 그래도 무섭고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상태에서 맨 정신으로 있기가 더 힘들어.” 김씨는 팔려고 채집해 둔 굴을 안주 삼아 한 잔, 두 잔 늦도록 술잔을 기울였다. “소주라도 마셔야 잠이 오지. 빨리 끝나야 할 텐데. 혹시 모르니 대피소라도 제대로 고쳐 주면 좋잖아.”라고 정부에 섭섭한 마음도 드러냈다. 술친구는 해병대 상근예비역 아들을 둔 이기옥(50·여)씨다. 이씨도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 포격으로 희생된 서정우 하사가 이씨 아들의 입대동기라고 했다. 이씨는 “휴가나갈 때 엉덩이도 두드리고 하던 앤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연평도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질산암모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줘

    6일 오후 서울 주교동 지하철 2호선 을지로 4가역 주변. 청계천 화공약품상가 밀집지역의 한 가게로 들어섰다. 입구에 있는 철제 선반 위에 ‘유독물질’이라고 표시된 흰색 화학약품병이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기자가 “질산암모늄을 구입할 수 있느냐.”고 묻자, 가게 종업원이 망설임 없이 가격을 불렀다. 500g 한병에 단돈 1만원이었다. 신분증 검사나 장부 기록 같은 절차는 없었다. “지방으로 대량을 배송해 줄 수 있나.”라고 묻자 “당연히 해 줄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질산암모늄은 휘발유 또는 밀가루 등과 섞으면 파괴력이 큰 폭탄이 되고, 화공약품 상가나 농업용품 상점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제폭탄의 재료로 자주 쓰이는 물질이다. 실제로 2002년 발생한 인도네시아 발리 폭탄 테러에 사용된 폭탄도 질산암모늄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환경부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대비해 지난달 ‘사고대비물질’로 지정했는데도 판매대장 작성이 의무화되지 않은 탓인지 여전히 상인들은 경각심 없이 구매자의 간단한 신분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앞으로 13종에 대해서도 추가로 관리대장에 기록하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개정안 통과 뒤인 내년 말이나 내후년에나 가능한 상황이라 ‘G20 대비’라는 명목이 무색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테러 무기로 변할 수 있는 재료에 대한 정부의 관리가 너무 허술하다. 안명석 동서대 교수는 “질산암모늄 500g이면 차는 물론 내부에 있는 사람들을 다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물질인데 정부의 폭탄재료 관리가 너무 안이하다.”고 지적했다. 7일 환경부에 따르면 2009년 현재 유독물질을 판매하는 도매업소는 전국 3674곳. 서울에만 973곳에 이른다. 그러나 소규모 화공약품상은 모두 제외돼 있다. 당연히 유통경로 파악도 어렵다. 신원 확인이나 판매기록 작성 등 업체의 구매자 관리가 엉망인 데다 정부도 구체적인 현황을 파악하지 않아 실제 사제폭탄의 위험이 어느정도 되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사제폭탄 테러가 발생해도 누가 어디서 사갔는지 알아낼 방법도 없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향후 “정확한 규모 파악 뒤 지정된 판매소에서만 팔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이 단속을 강화했지만 인터넷에서는 ‘폭탄만들기 교본’이 넘쳐난다. 구글, 유튜브를 비롯해 해외 동영상 사이트에서 ‘make’(만들다), ‘bomb’(폭탄)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수십종의 제조법 동영상이 나온다. 한 포털 사이트의 카페에는 ‘폭탄제조법 종합편’이라는 파일이 버젓이 올라와 있다. 한 해외사이트에는 수십여종의 사제폭탄 제조법 동영상도 소개돼 있다. ‘테니스볼 폭탄’ ‘염소 폭탄’ ‘가재도구를 이용해 만드는 폭탄’ ‘총 만드는 법’ 등 종류도 다양하다. 동영상으로 제작돼 소개된 데다 사진과 방법까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다. 한 네티즌은 “이미 검거된 사람들이 이용한 유명 카페(‘악마의 무기제조공장’ 등)는 폐쇄됐지만 블로그나 비밀카페 등을 이용해 암암리에 폭탄제조법 등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한 카페에는 ‘염소산칼륨 원격제어폭탄 만드는 법’도 상세히 나와 있다. 이 카페에는 염소산칼륨, 바셀린, 왁스, 휘발유, 분유통, 삐삐(제조 번호 지운 것)등 재료까지 자세히 나열돼 있다. 글 사진 백민경·윤샘이나·김양진기자 sam@seoul.co.kr
  • [금융상품 백화점]

    ●기업은행 ‘더블찬스정기예금 8차’ 최고 연 10.5% 수익률을 제공하는 원금보장 지수연동예금(E LD) 상품. 오는 27일까지 판매한다. 이 상품은 ▲상승형 ▲상승디지털형 ▲하락디지털형 등 3종으로 구성돼 있다. ‘상승형’은 기준지수대비 비교지수가 25% 이내로 상승하면 상승률에 비례해 최고 연 10.5%의 수익률을 제공한다. ‘상승디지털형’은 기준지수 대비 1년 후 비교지수가 5% 초과 상승하면 연 수익률이 6.2%이며 ‘하락디지털형’은 1년 후 비교지수가 5% 초과 하락하면 연 수익률이 5.3%다. ●에르고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 ‘에르고 다이렉트 주택종합보험’ 화재·집 수리·도난·강도 사고 등 가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험을 보장해 주는 상품. 건물 및 가재도구 손해로 여러 번 보험금을 받아도 사고당 보험금이 가입금액의 80% 이하일 때는 보험가입금액을 자동 복원해 보장한다. 또 가벼운 실수로 불이 일어나 이웃집에도 불이 번질 경우 이웃집의 피해까지 보장해 준다. 보험 가입 기간은 1, 2, 3년 단위다. 16층 미만 아파트 거주자가 3년 가입하면 소유자 플랜은 보험료 월 1만 4460원, 임차자 플랜은 월 6500원이다. ●외환은행 ‘외환 넘버엔 오일로 카드’ 주유·정비·자동차보험 등 자동차 관련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화 카드. 전국 주유소(LPG 포함)에서 전월 사용금액에 따라 ℓ당 최대 120점 적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동차 엔진오일 무료교환(연 1회) 및 정비할인 서비스가 제공된다. 또 전 자동차 보험업종에서 이용 시 3%, 외환 후불 하이패스카드 이용 시 5%, 택시업종 이용 시 5% 적립 등의 특별 포인트 적립 서비스도 제공된다. 예스 포인트 5만점 이상 적립 후 요청 시 현금 캐시백 서비스도 있다.
  • 강서, 축제예산 수해가구에 지원

    강서, 축제예산 수해가구에 지원

    “화곡동 지역에 다시는 침수 피해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23일째 침수피해 복구에 총력전을 펴고 있는 노현송 강서구청장은 내년 상반기까지 올 추석 연휴 때 폭우로 피해를 입은 3000여가구에 무상으로 집수정과 양수기, 하수역류방지 시설을 해주기로 했다. 노 구청장은 13일 “취임 100일 행사, 축제 등 모든 행사를 줄이고 오로지 주민들의 침수피해 복구와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올해 각종 행사성 예산을 줄여 6억 5000만원, 내년에 8억여원을 투입해 침수피해 재발을 막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침수 피해지역 가운데 수해가 극심했던 곳은 역시 지하에 거주하는 영세 세입자다. 이곳은 큰비가 올 때마다 매번 반복해서 피해를 입었다.”며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하수관로를 확대 개량(시간당 강우량 기준 75㎜→95㎜)하고 저지대에 지하 빗물 저류조를 설치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서울시로부터 약속을 받아내겠다.”고 덧붙였다. 화곡동 지역 침수피해를 없애기 위해서는 정부와 서울시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하지만 언제 다시 폭우가 내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강서구의 ‘힘’만으로 가능한 대비책은 우선 마련했다. 노 구청장은 “구의 대표적인 강서한마음축제 등 가을 축제를 없애고 직원들의 각종 경비를 절감해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면서 “침수 지역 주민들은 좀 미흡하다고 판단할 수 있겠지만 앞으로 항구적인 수방대책 마련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따라서 구는 이번에 침수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가정을 대상으로 ‘집수정, 양수기, 하수역류방지시설’을 무상으로 설치하기로 한 것이다. 또 분기에 한 번씩 설치 가정을 직접 방문해 이번과 같은 폭우 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유지관리에 나설 예정이다. 노 구청장은 “아직도 침수피해가 완전히 복구되지 못했다.”면서 “이번 수해로 모든 것을 잃은 이웃에게 힘이 될 양수기뿐 아니라 가전제품, 가재도구 등 수재의연물품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지역 주민들의 도움을 당부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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