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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대학생 사상개조 캠페인에 나서는 중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대학생 사상개조 캠페인에 나서는 중국

    중국 중부 산시(陝西)성 옌안(延安)시 옌촨(延川)현 원안이(文安驛)진 량자허(梁家河)촌. 천지 사방이 온통 산이고 평지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 까닭에 ‘먹고 살 일’이 막막한 아주 편벽한 곳이다. ‘황토고원’으로 불리는 이곳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16살 때인 1969년 지식인의 사상개조 캠페인인 ‘상산하향’(上山下鄕) 운동으로 내동댕이쳐진 산골 마을이다. 어린 시진핑은 ‘야오둥’(窑洞·산허리를 잘라 수평으로 파들어간 토굴)에서 7년 동안 생활하며 간난신고(艱難辛苦)를 겪었다. 2~3명의 학우들과 함께 생활한 야오둥은 비가 오면 입구가 무너져 갖히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해야 할 만큼 그저 비바람을 잠시 피해 몸을 누일 곳이지 집이란 생각은 도무지 들지 않는다. 부총리를 지낸 아버지 시중쉰(習仲勳)이 ‘반동’으로 몰리는 바람에 몰락했지만, 고관의 자녀로 베이징에서 곱게 자란 그가 이곳 생활에 적응하기가 ‘죽기’ 만큼이나 어려웠을 것이다. 지난 2013년 가을 기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 어린 시진핑을 지켜본 한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귀하게 자란 그에게 량자허촌 생활은 상상을 초월하는 어려움이었겠죠. 배고픔은 말할 것도 없고 베이징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벼룩과 이가 밤마다 괴롭혔습니다. 벼룩과 이에 물려 피부는 벌겋게 부었으며 물린 자국을 긁다가 물집이 생기고 피가 철철 흘렀으니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하지만 시 주석은 이런 어려움과 고된 노동을 견뎌낸 덕에 중국의 최고 지도자로 우뚝섰다. 그가 즐겨 쓰는 “쇠를 두드리려면 자신부터 단단해야 한다(打鐵必須自身硬)”이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중국 공산당이 오는 2022년까지 3년 간 이공계 전문대생과 대학생 1000만명 이상을 농촌으로 내려보내 재교육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내놓아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과거 중국 문화혁명(1966~76년) 당시 마오쩌둥(毛澤東)이 실시했던 상산하향 운동을 연상시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이다. 홍콩 명보(明報) 등은 지난 12일 중국공산당 청년조직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 지난달 하순 전국에 통지한 문건을 통해 농촌 현대화를 적극 추진하는 공산당 지도부의 정책을 실천하기 위해 대학생들의 농촌 파견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공청단은 통지에서 이번 캠페인이 “시진핑 당총서기의 청년 공작에 대한 중요 사상을 학습하고 관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 세기가 지난 21세기에 직접 피해 당사자인 시진핑 주석 시대에 상산하향이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문건은 농민들의 사상과 예절을 높이는 프로그램에 청년 10만명 이상, 빈곤지역에 문화와 과학, 위생을 개선해주는 여름방학 프로그램에 1000만명 이상, 농촌 창업 프로그램에 10만명, 농촌 출신 공청단 간부 인력 1만명 이상을 보낸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파견 지역은 공산혁명의 근거지였던 낙후된 지역과 극빈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농촌 지역, 소수민족 거주지역에 집중될 전망이다. 파견 대상은 과학·기술분야 전공 전문대생과 대학생들이다. 이들은 여름방학 등을 이용해 ‘자원봉사 활동’ 형식으로 농촌을 찾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대학생은 ▲농촌 지역에 시 주석의 사상과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정신 보급 ▲과학기술·금융·환경보호 지식 전수 ▲예술창작·공연·독서문화 보급 ▲ 유행병 예방, 기본 위생·건강지식 보급 등의 역할을 맡는다. 특히 현지 주민들과 함께 ‘스킨십’을 통한 상호 교류와 소통도 강화할 방침이다. 시 주석은 앞서 ‘농촌 부흥’을 강조하며 재능있는 젊은 인재의 농촌 귀환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개혁·개방 이후 경제성장과 맞물려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농촌 지역은 고령화와 인력 유출 심화로 낙후된 상태에 머물러 있다. 현재 중국 농촌 인구는 5억 7700만명에 이른다. 공청단의 대학생 파견 계획은 과거 상산하향 운동처럼 청년 실업대책 성격을 띠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과 경기둔화 속 농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대학생들의 귀향 창업을 지원함으로써 취업난을 해소하겠다는 의도가 포함됐다는 분석이다. 공청단이 20만 청년을 ‘농촌에서 창업시켜 부자가 되게 하겠다’, ‘대학을 졸업한 10만 청년을 귀농시켜 창업을 돕겠다’ 등과 같은 농촌을 기지로 한 다양한 청년 취업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점을 그 근거로 든다. 장린빈 후난(湖南)성 농촌마을 부대표는 “현재 농촌 지역은 컴퓨터 등 과학기술을 활용해 혁신해줄 수 있는 젊은이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방’(下放)으로도 불리는 상산하향은 문화혁명 때 도시 지식청년(知識靑年·知靑)을 농촌에 보내 농민들로부터 재교육을 받도록 하는 운동이다. 이 운동은 1956년 10월 당중앙 정치국의 ‘1956년부터 1967년까지 전국농업발전요강’에서 처음 제기됐다. 이에 앞서 1955년 8월 베이징 청년 양화(楊華), 리빙헝(李秉衡) 등이 공청단 베이징지부에 변강구 개간을 제안했고, 그해 11월 도농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판단돼 당중앙의 승인과 격려를 받았다. 마오가 문화혁명이 한창이던 1968년 12월 지청들이 직접 빈곤한 농촌지역을 체험하는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지시하면서 상산하향 운동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에 따라 2000만명에 이르는 지청들이 농촌 지역으로 하방됐다. 중국 지도부에선 시 주석 외에도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1974∼76년 안후이(安徽)성 펑양(鳳陽)현에서, 자오러지(趙樂際) 당중앙 기율검사위원회 서기는 1974~75년 칭하이(靑海)성 구이더(貴德)현에서,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은 1969~71년 산시성 옌안현에서, 류허(劉鶴) 부총리는 1969~70년 지린(吉林)성 타오난(洮南)현에서 각각 지청 시절을 경험했다. 지청의 하방운동은 문화혁명이 끝나고 덩샤오핑(鄧小平)이 집권하는 1978년 이후에야 비로소 중단됐다. 이 운동을 겪은 2000만 명의 지청들은 뜻밖의 이산가족 비극을 경험했고 한창 공부해야 할 젊은 날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잃어버린 세대’로 불린다. 이번 캠페인이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 등 당·정·군에 포진한 최대 정치파벌인 공청단파(團派)의 세력을 견제할 목적도 있다. 시진핑 지도부는 공청단파의 ‘귀족화’를 비판하면서 그들을 요직에 등용하지 않고 홀대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공청단의 ‘21세기 하방’ 계획은 이런 역풍에 대응하려는 속셈도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공산당 기층조직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 담겨 있다. 딩쉐량(丁學良) 홍콩과기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사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2012년부터 대학생들이 농촌 간부를 맡는 것을 장려해왔다”며 이는 공산당 기층조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촌 지역 부자들이 현지 자원을 독점하고 심지어 범죄조직과 결탁하는 등 공산당 통제 범위 밖에 놓여 공산당 기층조직이 농촌 현지에서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은 ‘시대착오적 구상’이라며 반발이 거세다. 일각에서는 ‘1인 체제’를 강화하는 시 주석은 ‘마오의 시대로 회귀’하려고 한다는 의구심을 받아왔는데 이번 파견 계획이 대표적인 조치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공청단 측은 “문화대혁명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하방 학생은 자원 봉사자로 여름방학에 1개월 이내 활동만 한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공청단의 농촌 파견 계획이 성공할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한 자녀 운동’으로 도시에서 ‘소황제’(小皇帝)처럼 자라난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소득·문화 수준이 낮은 농촌 지역으로 대거 봉사활동을 떠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내년 서울서 복합소재 전시 이미 예약했죠”

    “내년 서울서 복합소재 전시 이미 예약했죠”

    “서울 전시는 좋은 점만 경험해서 단점을 얘기할 게 없네요. 벌써 2020년 서울 전시까지 확정해 코엑스에 예약을 마쳤습니다. 만족하지 않았다면 행사를 4회째나 열겠어요?”(웃음)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크리스티앙 스트라스부러거 프랑스 JEC그룹 아시아 총괄 이사는 이렇게 되물었다. 세계 최대 복합소재 네트워크 그룹인 프랑스 JEC그룹은 2년 전 큰 결단을 내렸다. 매년 봄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복합재 전시회인 ‘JEC 월드’를 여는 JEC그룹은 매년 가을 병행해온 ‘JEC 아시아’ 전시를 9년간 싱가포르에서 열다가 서울로 무대를 바꾼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17년 첫 서울 전시에 이어 1년 만에 열린 JEC 아시아 2018은 참가 기업과 방문객 규모가 전년보다 20% 증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JEC 아시아 전시를 싱가포르에서 서울로 옮긴 이유는. “한국 복합재 산업의 성장세가 무섭다. 관련 산업계의 역동성이 전시회 무대를 옮긴 가장 큰 이유였다. 서울시의 든든한 후원도 서울로 전시회장을 바꾼 결정적인 이유였다.” -서울시의 어떤 지원이 마음에 들었나. “전시회를 방문하는 해외 바이어와 참가업체를 매칭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서울시에서 바이어 초청을 위해 많은 도움을 줬다. 외국 방문객들에게 세심하게 구성한 웰컴 키트를 제공하고 전시회 기간 교류를 위한 리셉션 파티를 위해 훌륭한 장소를 적극 추천해주기도 했다. ” -국내 마이스 산업 성장을 위해 보완할 점을 조언한다면. “지금까지 JEC 아시아 전시를 코엑스에서 열어왔는데 공간이 협소해 원하는 만큼 행사를 펼칠 수 없어 아쉽다. 수도권에도 큰 전시장이 있는 걸로 알지만 교통이나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서울에 규모가 더 큰 전시장이 있으면 좋겠다.” -해외 다른 기업에 서울을 추천할 생각은. “이미 추천해 성사된 사례도 있다. 전시 산업이 발달한 독일에 ‘뮌헨 엑스포’라고 이모빌리티 전시를 주관하는 단체가 있다. 이들에게 서울 전시를 추천했다. 이에 오는 11월 13~15일 서울에서 열릴 JEC 아시아 2019 전시에서 그 안에 작은 전시로 뮌헨 엑스포의 이모빌리티 전시인 ‘이무브 360° 아시아’를 선보인다. 아시아에서는 한 번도 전시를 열지 않았던 단체가 우리 추천으로 전시를 여는 거다. 이들은 별도 콘퍼런스도 서울에서 개최한다.” 글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사진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 ‘비밀정원’ 성락원 200년 만에 문 열다

    ‘비밀정원’ 성락원 200년 만에 문 열다

    북한산 자락 ‘조선 후기 별서정원’ 연못 암벽엔 추사 김정희 글씨도 70% 복원… 내년 가을 정식 개방 높다랗게 솟은 철제 대문으로 들어섰다. 졸졸졸, 북한산을 타고 내려오는 물소리가 청량했다. 새소리, 바람소리, 자연의 소리로 그득했다. 23일 200여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성락원’(城樂園)은 도심 속 별세계였다. 대문과 담을 경계로 시끌벅적한 속세와 담을 쌓고 산중 고요한 계곡 정원이 살포시 내려앉아 있었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 북한산 자락에 있는 성락원은 서울 시내 유일한 조선후기 별서정원(別墅庭園·별장에 딸린 정원)으로, 조선시대 선비들이 시를 읊으며 풍류를 즐기던 곳이다. 전남 담양 소쇄원, 보길도 부용동과 함께 ‘한국 3대 전통 정원’으로 일컬어진다. 조선 전통 정원 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한 덕분이다. 성락원은 짙은 회색빛 철제 대문과 검은색 벽돌담으로 둘러쳐졌다. 대문 옆 벽면에 성락원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지만 이곳에 도심 속 딴 세계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아는 이는 드물 것이다. 지금까지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사유지였기 때문이다. 1년에 한두 차례 지역 행사 등을 위해 잠시 문이 열린 적은 있지만 일반에 개방되는 건 처음이다. 성락원은 1790년 조성됐다. 조선 철종(1849~1863) 때 이조판서를 지낸 심상응이 별장으로 썼다. 이후 고종의 다섯째 아들 의친왕 이강(1877~1955)이 30년 넘게 별궁으로 사용했고 심상응의 후손인 고(故) 심상준 제남기업 회장이 1950년 4월 매입했다. 1992년 대한민국 사적 378호로, 2008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35호로 지정됐다. 성락원이라는 이름엔 서울 도성의 자연미를 즐길 수 있는 정원이라는 뜻이 담겼다. 총면적은 1만 4407㎡(약 4360평)다. 전원(前園·앞뜰), 내원(內園·안뜰), 후원(後園·바깥뜰)으로 이뤄져 있다. 북한산에서 내려오는 쌍류동천(雙流洞天)이 감싸고 도는 용두가산(龍頭假山)이 앞뜰과 안뜰을 나눈다. 바깥뜰엔 1953년 지어진 정자 송석정(松石亭)이 있다. 정원 안엔 송석지(松石池), 영벽지(影碧池) 등 연못 2개가 있다. 영벽지 서쪽 암벽에 행서체로 쓴 ‘장빙가’(檣氷家·고드름 매달린 집)라는 글자는 추사 김정희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박중선 한국가구박물관 이사는 “장빙가라는 글씨는 복원 공사 과정에서 나왔는데 완당(阮堂)이라는 낙관이 함께 새겨져 있어 추사가 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8년 복원 공사를 시작, 현재 7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아직 완공되지 않아 6월 11일까지 한시적으로 문을 연다. 매주 월·화·토요일, 하루에 일곱 번씩 단체 관람을 할 수 있다. 내년 가을쯤 정식 개방될 예정이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조국 靑수석 “공수처 출범시 경찰·검찰·법원 문제점 개선될 것”

    조국 靑수석 “공수처 출범시 경찰·검찰·법원 문제점 개선될 것”

    SNS서 입장 밝혀···“2020년초 공수처 정식 출범 고대”“국정원법·경찰법 개정안도 모색해야…끈질기게 추진”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2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으로 처리키로 한 데 대해 찬동한다고 밝혔다. 또 “2020년 초에는 공수처가 정식 출범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고 기대했다. 법률안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면 국회법 제85조의2에 따라 180일 이내에 상임위에서 심사하되, 심사가 완료되지 않으면 법안으로 자동으로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다. 법사위에서도 90일이 지나면 본회의에 부의되며, 본회의 부의 후 60일 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이같은 절차라면 빨라내 내년초 법률안이 가을 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조 수석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공수처와 관련해 정당 사이에 존재했던 이견이 절충돼 타결됐다”며 “합의안은 그동안 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요구했고 문재인 대통령 및 민주당이 공약했고 법무부가 제시했던 공수처의 권한과는 일정한 차이가 있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검사,법관,경무관급 이상 고위경찰 외의 고위공직자(각 부처 장·차관,군 장성,국정원 고위간부,국회의원 등)의 범죄에 대해 공수처가 우선적 기소권을 보유하지 못하고,재정신청권을 통해 검찰의 기소권을 간접적으로 통제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더욱 확실히 분할하고, 공수처가 더욱 강력한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수석은 그러나 “민정수석으로서 이 합의안에 찬동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학’은 ‘이론’의 체계이지만, ‘법률’은 ‘정치’의 산물이다. ‘이론’은 일관성과 정합성(整合性)을 생명으로 삼지만, ‘정치’는 투쟁과 타협을 본질로 삼는다”고 밝히면서 그의 법률관 일부를 드러냈다. 또 “수사·기소·재판 등 국가형벌권을 담당하는 고위공직자의 범죄에 대해 공수처가 수사 및 기소를 전담할 경우,경찰·검찰·법원의 문제점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합의한 공수처법은 신설되는 공수처에 기소권을 제외한 수사권과 영장청구권,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법원에 재정신청할 권한을 부여키로 했다. 다만 공수처가 수사하는 사건 중 판사,검사,경찰의 경무관급 이상이 기소 대상에 포함된 경우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하는 등 검찰을 실질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다음은 조국 수석이 게재한 글의 전문이다. 오늘 4.22. 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원내대표간의 선거법 개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등 세 사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기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 중 공수처와 관련해서 정당 사이에 존재했던 이견이 절충되어 타결되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공수처는 검사, 판사, 경무관급 이상 고위경찰 등 세 고위공직자군(群)의 범죄에 대해서는 수사권, 영장청구권,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다른 고위공직자에 대해서는 수사권과 영장청구권을 갖는다. (2) 위 세 직역 외 고위공직자의 범죄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 후 검찰이 기소를 하지 않을 경우, 공수처는 법원에 ‘재정신청’(裁定申請)을 할 수 있다. 법원이 공소제기결정을 하면 검찰은 기소해야 한다. 이상의 합의안은 그동안 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요구했고, 문재인 대통령 및 민주당이 공약했고, 헌정사상 최초로 법무부가 성안하여 제시했던 공수처의 권한과는 일정한 차이가 있다. 검사, 법관, 경무관급 이상 고위경찰 외의 고위공직자―예컨대 각 부처 장차관, 군 장성, 국정원 고위간부, 국회의원 등―의 범죄에 대하여 공수처가 우선적 기소권을 보유하지 못하고, 재정신청권을 통해 검찰의 기소권을 간접적으로 통제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더욱 확실히 분할하고, 공수처가 더욱 강력한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입장에서는 아쉬움을 많을 것이다. 2. 그렇지만 민정수석으로서 나는 이 합의안에 찬동한다. ‘법학’은 ‘이론’의 체계이지만, ‘법률’은 ‘정치’의 산물이다. ‘이론’은 일관성과 정합성(整合性)을 생명으로 삼지만, ‘정치’는 투쟁과 타협을 본질로 삼는다. 수사, 기소, 재판 등 국가형벌권을 담당하는 고위공직자의 범죄에 대하여 공수처가 수사 및 기소를 전담할 경우, 경찰, 검찰, 법원의 문제점은 크게 개선될 것이다. 첫째,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해서는 안된다는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의 입장을 무시할 수 없다. 둘째, 공수처 외, 선거법 및 수사권조정이라는 헌정사상 최초로 이루어지는 다른 중대한 입법과제의 실현도 고려해야 한다. 온전한 공수처 실현을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미루자는 의견도 있겠지만, 일단 첫 단추를 꿰고 첫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까지 오는데 당·정·청 각각의 많은 노력과 상호 협력이 있었다. 내일 각 당의 의원총회에서 추인이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그리하여 2020년 초에는 공수처가 정식 출범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3.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개혁 4대 방안 중, (i) 국정원의 국내 정치 관여를 원천봉쇄하는 국정원법 개정안 및 (ii) 자치경찰제 실시, ‘국가수사본부’ 신설(=사법경찰과 행정경찰의 분리)을 위한 경찰법 개정안은 ‘패스트트랙’에 오르지 못했다. 다른 방도를 모색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이 두 과제 역시 잊지 않고 끈질기게 추진할 것이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현대인의 수면 질 향상 위한 슬리포노믹스 산업 각광… IoT와 매트리스가 만나면?

    현대인의 수면 질 향상 위한 슬리포노믹스 산업 각광… IoT와 매트리스가 만나면?

    수면 부족과 불면증,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등 수면 관련 장애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세계적인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백색소음이나 자연의 소리를 들려주는 제품부터 최신 IT 기술과 접목된 제품까지 ‘꿀잠’을 위한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으며, 카페나 영화관에서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낮잠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처럼 ‘슬리포노믹스’ 산업이 각광을 받고, 수면을 돕는 기술인 ‘슬립테크(Sleeptech)’가 나날이 발전하면서 국내 수면 관련 시장 규모가 지난 2012년 5천억 원에서 최근 2조 원대를 넘어섰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 등 국외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서울청년창업사관학교 8기 가을학기를 졸업하고, 성남산업진흥원을 통해 많은 멘토링과 지원을 받고 있는 김유리 대표가 이끄는 ‘해피로테크’가 2019년 신제품을 출시, 이를 적용한 침대를 렌탈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피로테크는 매트리스 장착용 IoT 냉온풍 디바이스인 ‘해피로슬립매니저(SLEEP MANAGER HR-03C)’와 수면 관리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인다. 해피로슬립매니저는 사계절 내내 사용할 수 있는 매트리스용 기능성 냉온풍 디바이스로, 바람으로 온도 조절이 가능해 온수매트나 전기매트보다 편리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여기에 첨단 기술을 접목, 디바이스와 연동되는 자체 개발 앱을 통해 사용자의 수면 패턴과 개선점을 확인할 수 있으며, 부가적인 기능도 탑재돼 있다. 한방의 훈증(燻蒸) 방식을 이용해 피톤치드 원액이 매트리스 내부를 순환하도록 해 집먼지 진드기를 비롯한 세균 걱정을 덜 수 있고, 생체신호(Vital Sign)를 감지할 수 있는 IoT 기능을 탑재해 고독사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해피로테크 김유리 대표는 “현재까지의 수면 관련 기술이 깨어있을 때의 행동 패턴을 중심으로 연구되어 온 반면, 자사의 과학적 근거에 의한 데이터 수집 및 저장, 분석, 서비스 제공 등 본 기술과 연계된 국제표준 기반의 수면 관련 IoT 헬스케어 특화 플랫폼은 독창적 선도 기술이다”라며 “앞으로 수면 패턴 분석에 따른 건강 예측지표를 기반으로 하는 수면 기술 개발의 국제 표준화를 위해 노력하고, 국민의 건강과 관련 산업의 시장 창출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다양한 전시회에서 제품을 소개할 예정이며, 올 하반기에는 홈쇼핑에 론칭해 더욱 많은 소비자와 만날 예정이다. 현재 전국 서포터즈를 모집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美, 금리인하 카드 ‘만지작’… 물가 등 조건 언급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조건에 대한 논의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인사들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낮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금리 인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내다보면서 연준 주요 인사들이 금리 인하 조건을 입 밖에 내기 시작한 것을 주목했다. WSJ는 연준 관리들이 경제 성장이 흔들리지 않더라도 물가 상승이 낮아지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말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는 기준금리를 결국 인하하겠다는 신호로 이해된다. 연준이 설정한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2%이고, 미 기준금리는 현재 2.25~2.50%다. 미 경제의 고용 강세와 감세, 정부 지출 확대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해 가을부터 물가 압력이 완화됐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15일 “인플레이션이 2% 미만으로 유지되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뺀 핵심 인플레이션이 몇 달 동안 1.5% 아래로 떨어지면 보험(금리 인하)에 가입하는 것을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종합] 방탄소년단 모자 선물 해명한 서민정 “지인 제품 홍보 아냐”

    [종합] 방탄소년단 모자 선물 해명한 서민정 “지인 제품 홍보 아냐”

    배우 서민정이 지인 업체 홍보를 위해 방탄소년단에게 모자를 선물했다는 의혹에 대해 해명했따. 19일 서민정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가 지인의 제품을 홍보하고 돈을 번다는 일은 저에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고 당연히 사실도 아니다”라며 “오해가 있으셨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저의 지인은 제가 초대한게 절대 아닙니다. 저는 그런 위치가 아니다”라며 “지인이 라디오 관계자라서 지인이 이번에 방탄소년분들을 모시고 싶어서 방송국에 제안했고 그 후 저의 지인은 프로그램으로부터 초대받아 오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방송이 끝나고 저와 지인이 방탄소년단분들을 만난 반가움으로 인스타그램에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지만 그 후에 오해가 생겼다”며 “방탄소년단분들께도 피해가 되고싶지 않아서 지인에게 게시글을 내려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민정은 지난 14일(현지 시간) 미국 라디오 방송 ‘Sirius XM’에서 방탄소년단에게 모자 선물을 건넸다. 서민정은 방탄소년단과 인사를 나누고 “내가 너희를 위해 만들었다”며 모자를 줬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해당 모자를 쓰고 방송을 하고 인증샷도 찍었다. 이날 방탄소년단은 공식 트위터에 모자 사진을 올리며 “서민정 선배님 선물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방송 이후 서민정과 서민정 지인인 A씨가 인스타그램에 모자를 쓴 방탄소년단의 사진을 올렸다. 서민정이 방탄소년단에게 선물한 모자가 뉴욕에서 패션업체를 운영하는 A씨가 판매하는 제품이었던 것. 이에 팬들은 지인의 업체를 홍보하기 위해 방탄소년단을 이용했다며 서민정을 비판했다. 판매하는 제품을 직접 만든 선물인 것처럼 줬다는 것. 서민정과 A씨의 인스타그램에 올라 온 사진은 현재 삭제됐다. 다음은 서민정 인스타그램 글 전문. 안녕하세요 서민정입니다. 우선 제가 해명이 늦어진점 사과드립니다. 저 혼자만의 일이었다면 바로 답해드리고 싶었는데 방송중의 일이라 더 신중하게 확인해보고 말씀드리려했고 라디오 프로그램 담당 피디님께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해명을 하지 않았음 좋겠다고 하셔서 오해가 해소되기를 기다리며 늦어지게 되었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저는 작년 가을 케이팝을 소개하는 데모테입을 몇차례 녹음 했던 인연으로 라디오 방송국 피디님께서 이번에 방탄소년단분들이 라디오에 첫 출연하는데 와서 환영해주면 어떻겠냐고 하셨습니다. 처음엔 귀중한 시간을 뺏고 싶지않다고 고사했지만 시간이 허락되면 방송국에서 컨펌받은 질문 한개정도만 하면되니까 함께 할 수 있냐고 하셔서 어떤 저의 이익도 생각하지않고 한국음악이 세계에서 사랑받는게 기쁜 맘으로 좋은 맘으로 가게되었습니다. 저의 지인은 제가 초대한게 절대 아닙니다. 저는 그런 위치가 아닙니다. 지인이 라디오 관계자라서 지인이 이번에 방탄소년분들을 모시고 싶어서 방송국에 제안했고 그 후 저의 지인은 프로그램으로부터 초대받아 오게된겁니다. 선물을 전달하게 된 경위는 담당 프로듀서분께서는 프로그램 분위기를 좋게 하기위해 다른 아티스트 분들이 올때도 프로그램의 일부분으로 선물을 나눠드렸다고해서 지인분과 담당피디님이 상의한 후 저와 지인은 아이디어를 내고 미리 만들어진 선물을 드리는게 아니라 방탄소년단분들만을위한 비니도 생각하고 이니셜도 넣자고 한 후 제작주문했습니다. 방송 당일날 피디님께서 웰컴 선물이라 초반에 드리라고 하셨고 디제이분께서 내가 사인을 줄테니 그때 선물을 나눠주라고 하셨고 저는 그렇게 했습니다. 이 후 방송이 끝나고 저와 지인이 방탄소년단분들을 만난 반가움으로 인스타그램에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지만 그 후에 오해가 생기고 방탄소년단분들께도 피해가 되고싶지않아서 지인에게 게시글을 내려달라고 하였습니다. 제가 지인의 제품을 홍보하고 돈을 번다는 일은 저에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고 당연히 사실도 아닙니다. 정말 환영하고 축하하는 마음 밖에는 없었는데 오해가 있으셨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제가 그자리에 가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걸하는 마음마저 듭니다. 논란이 되고나서 다시한번 확인하려고 프로그램 담당 피디님과 방탄소년단 매니지먼트에 전화를 드렸는데 전달된 선물이 시제품이 아니고 홍보성이 아니라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셔서 혹시라도 제가 나서는게 방탄소년단이나 라디오 방송국에 피해가 갈까봐 따로 해명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또한 이일로 방탄소년단분들을 언급하게 되서 멤버분들께도 팬분들께도 너무나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그래서 미뤄왔지만 오해를 풀고싶어서 이렇게 용기내서 글을 남깁니다. 앞으로도 방탄소년단분들이 팬분들과 함께 많은 사랑 받으시기를 조용히 응원하겠습니다. 심려를 끼쳐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사진=뉴스1, 인스타그램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100년 첨탑의 눈물, 물길 따라 흐른다

    100년 첨탑의 눈물, 물길 따라 흐른다

    첫인상을 바꾸는 건 어렵습니다. 첫인상이 탐탁지 않던 사람이 좋아지려면 특별한 계기나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겁니다. 여행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충남 공주를 입에 올릴 땐 ‘백제의 수도’라는 말이 따라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배운 공주의 첫인상이지요. 공주에서 백제를 걷어내고 새로움을 찾으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걸어야 할 겁니다. 오늘의 발걸음은 공주 원도심을 가로지르는 하천, 제민천으로 향합니다. 제민천 주변의 근대 건축물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뾰족한 종탑을 인 고딕식 성당, 옛 충남도청에 들어선 박물관, 유관순 열사의 흔적이 남은 교회 등 공주의 근대를 증언하는 건축물이 차례로 나타납니다. 그러고 보면 여행자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장소가 아니라 새로운 시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백제 문화의 중심지로만 알려진 공주의 새로운 모습을 찾으러 간다. 기점은 금강에서 발원한 하천, 제민천으로 삼는다. 아담한 하천 주위에 공주중동성당, 충남역사박물관, 공주 제일교회 등의 근대 건축물이 모여 있다. 건물 간 거리는 도보로 10분 남짓. 슬렁슬렁 걸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거리다. 하천 따라 피는 벚꽃과 따사로운 햇살이 길동무가 돼 준다. 근대 건축물을 통해 공주의 100년 전을 들여다보고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다. 건축물을 매개로 떠나는 시간 여행이다. ●중세 고딕 양식의 장엄함… 공주중동성당 제민천 근처의 국고개 길, 언덕 위 뾰족한 종탑이 보인다. 공주 최초의 성당인 공주중동성당이다. 천주교가 서해안을 통해 충청도로 들어오면서 현대식 성당이 만들어졌는데 공주중동성당도 그중 하나다. 1936년에 착공해 1년 만인 1937년에 완공됐으니 바지런히도 지었다. 붉은 벽돌의 외관, 뾰족한 아치형의 창과 출입구, 하늘로 치솟은 종탑에서 알 수 있듯 성당은 서양 중세의 고딕 양식을 따른다. 성당 안 천장은 회백색 6각형 돌기둥이 받치고 있다. 내부는 미사 시간 전후로 잠깐씩만 개방해 상시 관람이 어렵다. 성당 앞마당에 서면 맞은편 충남역사박물관과 공주 시가지가 보인다. 아득한 옛날의 백제 대신 근대와 현대가 어우러진 공주의 모습이다. 공주중동성당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충남역사박물관이다. 옛 국립공주박물관이던 건물은 현재 충청남도의 역사·문화를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거듭났다. 박물관에 들어서려는데 벚나무 30여 그루가 발을 붙잡는다. 이맘때면 박물관 앞마당은 벚꽃 동산이 된다. 벚꽃 감상 최적의 포인트는 안내소 옆 언덕. 벚나무들이 성당 쪽으로 기울어 자라 우거진 벚나무와 성당이 훌륭한 구도를 빚는다.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 잎이 공주의 봄이 한창이라고 속살댄다. 충남역사박물관의 1층 기획전시실은 ‘우리가 찾은 역사, 땅속 이야기’ 전시가 한창이다. 공주 수촌리 고분군, 아산 명암리 밖지므레 유적, 예산 가야사지 등 충남에서 출토된 다양한 유물을 모았다. 공주 수촌리 고분군의 백제 시대 무덤에서 발굴된 금동신발은 아직 금빛이 영롱하다. 동판을 금으로 도금한 신발을 신고 금동관모와 함께 잠들었으니 신발 주인의 권위를 짐작할 만하다. 2층 상설전시실에서 눈길을 끄는 건 충남도청 옛 도지사실. 1932년 충남도청이 공주에서 대전으로 이전한 이래 충남도지사가 도정 업무를 보던 공간을 재현했다. 도지사 사무인계서, 충청남도의회속기록, 휴대용 주판, 타자기 등 충남도민들의 삶을 뒷받침한 행정도구들이 가득하다.●공주 항일운동거점지… 공주 제일교회 제민천교 근처의 빨간 벽돌 건물은 공주 제일교회다. ‘수원 이남에 세워진 최초의 교회’라는 수식어가 붙은 교회는 현재 기독교박물관으로 운영된다. 2층짜리 박물관은 교회 역사, 선교사의 옛 사진과 물품, 공주 항일운동을 주도한 교회 목사이자 독립유공자의 발자취 등을 전시한다. 100여년밖에 되지 않은 건물이지만 교회를 둘러싼 이야기는 길고도 깊다. 1902년 한 채의 초가집으로 시작해 1931년에 지금 모습을 갖추었다는 이야기, 6·25전쟁으로 폭격을 받았지만 굴뚝과 지하는 멀쩡해 교회 건축사적으로 가치가 높다는 이야기, 우리나라 스테인드글라스의 개척자 고(故) 이남규 선생의 작품이 있다는 이야기 등등.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교회 외벽의 앳된 소녀와 외국인 선교사의 벽화다. 소녀의 정체는 유관순 열사, 외국인 선교사는 이곳에서 활동한 사애리시 선교사다. 둘은 천안 지령리 교회(현 매봉감리교회)에서 처음 만났다. 유관순 열사의 총기와 신앙심을 알아본 선교사는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다. “관순양이 공부를 하고 싶으면 내가 서울의 이화학당에 보내 줄게요. 우선 영명학교에서 교육을 받아보는 게 어때요?” 소녀는 이튿날 선교사를 따라 영명학교 보통과에 입학, 2년 과정을 수료한다. 영명학교는 공주 제일교회에서 설립한 학교다. 당시 교회가 선교와 교육 사업을 병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교회와 유관순 열사의 인연이 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당시 교회는 사회와 호흡했다. 영명학교를 비롯해 방은두병원, 공주유치원, 중앙영아원을 건립하고 공주 독립운동에 앞장섰다. 교회에 깃든 사연을 알고 나면 평범한 고딕식 교회가 달리 보인다. 원도심의 붉은 벽돌 건물이 묻는다. 시간이 오래될수록 좋은 건축물인가. 백제와 근대를 견주어야 할 필요가 있는가. 백제의 문화유산도 공주의 근대 건축물도 소중한 우리의 보물이다. 공주의 근대 건축물은 그대로 아름답다.●소박한 시가 피는 풀꽃문학관 제민천 서쪽, 낮은 언덕에 진갈색 목조건물 한 채가 있다. 건물의 이름은 풀꽃문학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는 시 ‘풀꽃’으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의 문학관이다. 시인은 이곳에서 꽃을 가꾸고 풍금을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문인들과 소통한다. 시인은 공주와 인연이 깊다. 충남 서천 출신의 시인은 공주사범대에 입학한 뒤 언젠가 공주에서 살리라는 희망을 품었다. 그 바람이 현실이 된 곳이 2014년 문을 연 풀꽃문학관이다. 공주시는 1930년대 초에 지어진 적산가옥을 사들여 문학관으로 단장했다. 일본 헌병대장의 관사가 문학관이 되자 공간을 둘러싼 공기도 변했다. 꾸밈없는 그의 시어만큼이나, 자세히 보아야 예쁜 풀꽃만큼이나 소박한 분위기다. 가장 큰 방인 강의실에는 12폭 병풍이 있다. 한 폭마다 시인의 대표작과 그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 살펴볼 만하다. 반질반질 윤이 나는 마루 복도를 따라 시가 담긴 액자가 쪼르르 놓여 있다. 4월의 풀꽃문학관은 꽃으로 눈부시다. 앞뜰에 수선화, 할미꽃, 부채붓꽃 등 소담한 봄꽃이 앞다투어 핀다. 여름에는 애기원추리와 옥잠화가, 가을이면 쑥부쟁이와 상사화가 그 자리를 이을 것이다.●가장 많은 천주교 순교자가 나온 황새바위성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천주교 순교자가 나온 곳이 공주라는 사실을 아는가. 공산성 맞은편 언덕에 있는 천주교 순교 유적지, 황새바위성지가 바로 그곳이다. 1801년 신유박해 후 수많은 천주교인이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름이 밝혀진 순교자만도 337위에 이른다. 공주에 천주교 순교자가 유독 많은 이유는 무얼까. 조선 시대 선조 때인 1603년, 공주에 관찰사가 근무하는 관청인 충청감영이 들어섰다. 오늘로 말하면 충청도청인 셈이다. 경상도·전라도·충청도에서 잡혀 온 천주교 신자들은 충청감영으로 이송됐고 배교를 거부하면 사형판결 권한을 위임받은 관찰사의 명령에 따라 참수를 당했다. 공개 처형이 있는 날이면 사람들이 공산성에 몰려와 구경을 하고, 순교자들 의 시신이 제민천을 피로 물들였단다. 오늘날 황새바위성지는 200여년 전의 슬픈 역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평온하다. 성지에 얽힌 사연을 모르면 꽃구경하기 좋은 뒷동산 같다. 순교자 광장은 순교탑, 무덤경당, 열두 개의 빛돌이 삼각형 구도를 이룬다. “우리는 살아도 주님을 위해서 살고 죽더라도 주님을 위해서 죽습니다.” 순교탑 안에는 로마서의 한 구절과 성지 부근을 발굴하다 나온 십자가가 걸려 있다. 열두 개의 빛돌은 예수의 열두 사도를 상징함과 동시에 이곳에서 순교한 337위와 무명 순교자들을 기리는 비석이다. 야트막한 언덕을 올라 간 황새바위 광장의 끝에 야외제대가 있다. 12개의 비석 뒤에는 337위 순교자들의 이름을 새겼다. ‘이존창 루도비코’처럼 이름과 세례명이 알려진 이가 있는가 하면 ‘이씨’, ‘강서방’처럼 이름이 없는 이들도 있다. 평범하지만 용감한 사람들, 믿음이 두려움을 이긴 사람들의 이름이다. 위대한 이름 위로 후두두 벚꽃이 떨어진다. 글 이수린(유니에스 여행작가) 사진 정철훈(사진작가) ■ 여행수첩 (지역번호 041) →가는 길 : 서울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경부고속도로와 천안논산고속도로를 지난다. 천안논산고속도로 천안분기점을 통과해 공주IC 교차로에서 ‘공주보 시청’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웅진로를 거쳐 중동교차로에서 ‘대전 논산’ 방면으로 좌회전한 뒤 성당길을 따라가면 공주중동성당이다. →맛집 : 고가네칼국수(856-6476)는 농약을 쓰지 않은 우리 밀로 만든 칼국수를 낸다. 먹는 방식이 전골과 닮았다. 한우 사골육수에 갖가지 채소를 넣고 끓이다가 면을 넣는다. 시장정육점식당(855-3074)은 날밤을 육회에 버무린 육회비빔밥이 대표 메뉴다. 아삭한 밤과 쫀득한 육회가 잘 어울린다. →잘 곳 : 공주한옥마을(840-8900)은 기와집과 초가가 어우러진 한옥 리조트다. 개별 숙박동은 작은 마당과 담장을 갖춘 독채로 운영된다. 참나무 장작으로 불을 지피는 구들장 방식이라 전통 난방을 체험할 수 있다. 제민천 부근의 정중동호스텔(010-6360-4653)은 여관을 리모델링한 게스트하우스다. 회백색 벽돌의 외관에서 근대 건축물이 연상된다. 1인실, 2인실, 패밀리룸 모두 개별 욕실이 딸려 있다.
  • 평균 나이 20.7세 방어율 2.59…키움 ‘에이스 트리오’가 뜬다

    키움의 ‘영건 트리오’ 최원태(22), 안우진(20), 이승호(20)의 기세가 매섭다. 평균 20.7세. 나이는 어리지만 10개 구단 중 가장 강력한 토종 선발진이다. 셋이 합쳐 12경기에서 73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2.59를 기록 중이다. 거의 대부분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급 활약을 보여준 것이다. ‘투수 놀음’이 중요한 야구에서 외국인 선수 2명까지 합쳐 5선발이 안정되자 키움의 코칭스태프는 연일 싱글벙글이다. 첫 풀타임 선발에 도전하는 좌완 이승호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4경기에서 모두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 중이다. 지난 14일 한화전에서는 개인 한 경기 최다인 탈삼진을 10개나 잡아냈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3.46으로 안정됐다. 이승호는 올해 개막을 앞두고는 막판까지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다가 지난달 19일 KIA와의 시범경기에서 6이닝 1실점으로 호투를 펼치며 한 자리를 꿰찼다. 2017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아서 지난해까지는 투구수 관리가 필요했지만 올 시즌에는 매 경기 92~114구를 소화하며 건강한 모습을 뽐내고 있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이승호 얘기가 나올 때면 “감각적인 부분을 타고난 것 같다. 제구가 좋다”며 연신 치켜세우고 있다. 연봉 3200만원의 ‘데뷔 2년차’ 안우진도 높은 효율을 보여주고 있다. 처음 2경기에서는 총 7자책점으로 다소 불안했지만 3~4번째 등판은 모두 무실점으로 막으며 안정감을 되찾았다. 7점대까지 치솟았던 평균자책점은 이제 2.52까지 낮아졌다. 최고 150㎞ 초반대까지 나오는 직구에다 예리한 슬라이더를 보유하고 있던 안우진은 스프링캠프 기간에 커브와 체인지업 연습에 매진한 끝에 한 단계 더 성장했다. 배짱이 두둑한 공격적 투구도 장점 중 하나다. 이미 2승(1패)을 챙긴 안우진의 올 시즌 목표는 10승이다. 2017년에 13승, 2018년에 11승을 거두며 키움의 토종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최원태는 올해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올 시즌 4경기에서 2승을 거두며 평균 자책점 1.64를 기록 중이다. 1.09의 이닝당 출루허용률도 리그 상위권이다. 2017년에는 어깨, 지난해에는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매년 시즌 막판 이탈했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경기당 5~6이닝씩만 던지며 관리에 들어갔다. 올해는 가을에도 ‘건강한 최원태’를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영건 트리오의 나이는 20대 초반에 불과하다. 서로 경쟁하며 성장한다면 앞으로 10년 이상 마운드를 책임질 수 있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모기업이 없지만 선수 육성으로 돌파구를 찾은 키움이 ‘부자 구단’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메이비 사과, 빚투 논란 “친정 일로 부담 주기 싫어 남편 몰라”

    메이비 사과, 빚투 논란 “친정 일로 부담 주기 싫어 남편 몰라”

    메이비 사과가 전해졌다. 가수 겸 작사가 메이비가 17일 모친 빚투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015년 메이비 어머니에게 5000만원을 빌려준 A씨는 채무자가 변제 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지난해 메이비에게 대여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메이비 어머니가 딸 결혼 자금 명목으로 돈이 필요하다고 해 메이비 실명 통장에 5000만 원을 입금했다”면서 “그중 40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해 가을 당시 대출금이 결혼 자금으로 쓰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돈을 차용한 사람이 메이비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이에 4년간 돈을 돌려받지 못한 A씨는 메이비 어머니를 사기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이에 대해 메이비는 17일 “가족 문제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지난해 중순께 집에 고소장이 와 어머니가 지인에게 돈을 빌린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제가 임신 중이어서 ‘해결할 테니 신경 쓰지 말라’는 어머니 말만 믿고 있었다”며 “친정 일로 부담 주기 싫어 남편과 시댁에 알리지 않고 제 힘으로 해결하려다 보니 빠른 변제가 어려웠다. 피해자 분께 죄송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2015년 2월 배우 윤상현과 결혼해 세 자녀를 출산한 메이비는 SBS ‘동상이몽 시즌2-너는 내 운명’에 출연 중이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부 seoulen@seoul.co.kr
  • 윤도현 “블랙리스트 시발점” KBS 프로그램 줄 하차

    윤도현 “블랙리스트 시발점” KBS 프로그램 줄 하차

    KBS진실과미래위원회가 윤도현의 프로그램 하차는 블랙리스트 시발점이었다고 밝혔다. KBS진실과미래위원회는 지난 4월 2일 제 11차 정기위원회를 열고 ‘TV·라디오의 특정 진행자 동시 교체 사건’ 조사보고서를 채택, 의결했다. 2008년 9월 이병순 사장 취임 후 첫 번째 개편에서 가수 윤도현이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MC를 동시 하차했고, 외부 권력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KBS진실과미래위원회는 “이 일은 이후 지속적으로 발생한 특정인들에 대한 출연 배제,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의 시발점이 됐다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2008년 8월 8일 정연주 사장의 해임이 이사회에서 결정되면서, 8월 25일 이병순 사장이 차기 KBS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병순 사장 취임 후 첫 개편(TV-10.27, 라디오-11.17)에서 다수의 외부 MC들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교체돼 논란이 발생했다. 윤도현, 정관용, 박인규, 김구라 등 인물들의 하차를 둘러싼 정치적 배경에 대한 의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실제로 2017년 9월 11일 국정원개혁위는 5인 중 윤도현, 김구라가 이명박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82명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가수 윤도현은 2008년 5월 17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문화제에 참석해 정부 비판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이후 2008년 10월 초 ‘윤도현의 러브레터’ 제작진에게 ‘러브레터를 그만 하겠다’고 하차 의사를 전달했지만, 당시 예능1팀장은 “‘윤도현의 러브레터’는 KBS의 대표 프로그램이고 장수 프로그램이니까 윤도현을 설득해 달라, 사회 참여를 조금 자제시켜 달라”는 이야기를 윤도현 소속사인 다음기획 김영준 대표에게 부탁했다. 당시 팀장을 포함한 모든 제작진들과 제작 간부들은 윤도현이 꼭 필요한 진행자라며 적극적으로 하차를 만류했기 때문에 개편과 관계없이 계속 진행하는 것으로 양측은 합의했다. 하지만 2008년 10월 29일 예능1팀장은 담당 CP와 PD를 불러 윤도현을 하차시키라고 지시했고, 담당 CP는 항의했으나 지속적으로 하차를 지시했다. 당시 예능1팀장은 조사 면담에서 자신이 바꾸라고 지시한 적이 없으며, 하차시키도록 상부에서 지시받은 적도 없다고 했으나 당시 CP와 PD, 그리고 김영준 다음기획 대표는 모두 ‘팀장이 하차 지시했다’고 공통적으로 진술을 했다. 최종적으로 윤도현에게 하차가 통보됐으며, 이후 ‘러브레터’는 ‘페퍼민트’로 바뀌어 배우 이하나가 후임 진행자가 됐다. 윤도현이 TV에 하차 의사를 밝혔을 시점에 라디오에도 동일하게 의사를 밝혔으나, 라디오 제작진들은 윤도현의 하차를 만류하기 위해 1달간의 DJ휴가를 보내줬고, 휴가기간 중 가수 이승환이 진행하게 됐다. 2008년 10월 말 윤도현의 복귀가 가까워지자 2FM팀장은 담당PD를 통해 윤도현의 복귀 의사를 물었다. 10월동안 2FM에서는 지속적인 개편회의가 진행됐고, 개편회의 중 ‘윤도현의 뮤직쇼’는 개편 대상이 아니며 따라서 진행자 교체도 없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하지만 TV에서 윤도현에게 하차를 통보한 날인 10월 29일 2FM팀장은 다음기획의 김영호 이사를 만나 윤도현의 하차를 통보했다. 윤도현 하차 소식이 알려지자 라디오 PD들이 사무실에서 2FM팀장에게 강력히 항의해 언쟁이 오갔고, 이후 라디오위원회(11.14)에서도 문제제기가 됐다. 2FM팀장은 이번 조사에서 당시 라디오 본부장의 지시에 의해 하차를 통보했다고 진술했다. 2008년 11월 가을 개편에는 다수의 출연자들이 하차를 했는데, 그 중 가수 윤도현의 경우 시사평론가 정관용 씨와 함께 TV와 라디오에서 동시 하차를 한 경우로,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교체로 볼 수 없는 여러가지 정황이 있었다. 당시 라디오본부의 공식적인 해명은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외부 진행자를 교체한다는 것이었다. 상당수는 내부 진행자로 교체됐지만 2FM ‘윤도현의 뮤직쇼’ 후임은 개그맨 서경석으로, 제작비 절감이라는 사유와 맞지 않았다. 또한 TV와 라디오 모두 윤도현을 유임시키기로 한 상황에서, 더군다나 후임 진행자가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지명도가 높은 MC를 갑자기 교체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TV와 라디오에서 같은 날(10월 29일) 하차가 통보된 것 역시 석연치 않았다. 통상적으로 출연자를 교체할 때는 제작진의 논의를 거쳐 연출자가 통보하는 것이 관례이나, 이 사건에서 라디오의 경우에는 임원 바로 다음 직위의 팀장(당시는 팀제로, 팀장은 현재의 국장급)이 직접 통보를 했다. 이러한 문건들을 통해 2011년 9월 MBC라디오 ‘2시의 데이트 윤도현입니다’ 하차를 국정원이 적극적으로 수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2008년 KBS의 TV·라디오 프로그램 동시 하차에 대한 국정원 개입의 정황은 지금까지 밝혀진 바가 없다. 그런데 지난 2월 발표된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 제2권 p.108~109에는 윤도현에 대한 국정원 문건의 내용이 나온다. 2010년 11월 1일 국정원의 ‘좌파 연예인 활동실태 및 관리 방안’ 문건에서는 김제동과 윤도현 등에 대한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제재’와 그 결과를 언급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이 있었던 2008년 2월부터 해당 문건이 작성된 2010년 11월 사이 윤도현에게 가해진 직접적인 불이익 조치는 2008년 KBS TV·라디오 동시 하차가 유일하다. 따라서 국정원 문건에서 말하고 있는 직접제재는 윤도현 등의 진행자 강제 하차에 외부의 권력이 2008년부터 개입해왔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끝으로 KBS진실과미래위원회는 2008년 윤도현의 TV·라디오 동시 하차 사건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기간 동안 계속해서 이어져 온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들의 시발점이 되는 사건이라고 볼 수 있고, 여러 정황들을 종합해볼 때 윤도현의 하차는 국정원이 개입, KBS 상층부의 협조를 통해 급박하고도 비밀스럽게 실행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결론 내렸다. 사진 = 서울신문DB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양진건의 유배의 뒤안길] 흔한 것이 귀한 것이니

    [양진건의 유배의 뒤안길] 흔한 것이 귀한 것이니

    “봄은 자유롭다. 자 봐라, 꽃 피고 싶은 놈 꽃 피고, 잎 달고 반짝이고 싶은 놈은 반짝이고, 아지랑이고 싶은 놈은 아지랑이가 되었다”라고 시인 오규원은 말했다. 과연 봄이 무르익었다. 버들이 연둣빛이다. 추사 김정희의 인장 가운데 ‘양류당년’(楊柳當年)이 있다. “버들처럼 무성하던 그때”라는 뜻이다. 김정희가 가장 활발하던 시기를 상징한다. 누구에게나 물오른 버들처럼 푸른 시절이 있다. 그러나 꿈처럼 그 시절은 간다. 귀한 것들이 흔할 때가 봄이다. 충암 김정은 “산나물로는 삼백초와 고사리가 가장 많았다”고 했다. 300가지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그 귀한 삼백초가 제주도에 흔한 것을 보고 놀랐던 것이다. 추사의 편지에도 “산채는 더러 있으나 본디 여기 사람은 먹지 않으니 괴이한 풍속이오”라고 했다. 산나물을 먹지 않는 제주 사람들이 이상했던 모양이다. 흔하기 때문이었다. 흔한 것을 이용한 귀한 행사가 있다. 제주 고사리축제가 그것이다. 제주 5현 가운데 한 사람인 동계 정온은 10년을 귀양살이했다. 이 긴 시간 동안 제주 여인 강씨가 고사리를 꺾으며 도왔던 덕분에 동계는 무사히 유배를 마쳤고, 말년에는 덕유산 자락에 “고사리를 꺾는 집”이라는 뜻의 채미헌(採薇軒)을 짓고 살았다. 이렇게 사랑과 정성은 물론 의리와 절개의 스토리가 제주 고사리와 함께 자란다. 흔한 것이 귀한 거라고 한다. 그러나 흔하기에 그 가치를 모르거나 잊고 지내기 십상이다.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 강진은 “바닷가라서 좋은 채소는 적고, 좋다는 것은 쑥갓뿐”이라고 했다. 그런데 쑥갓처럼 영양소가 풍부한 나물도 드물다. 또한 그가 좋아했던 것 중 하나가 아욱국이다. 맛이 너무 좋아 문을 걸어 잠그고 먹는 것이 ‘가을 아욱국’이고 그래서 막내 사위만 준다 했지만 ‘봄 아욱국’도 만만치 않다. 그 흔한 쑥갓과 아욱이야말로 귀한 나물이었던 것이다. 흔하지만 처리에 따라 귀한 대접을 받기도 한다. 봄에 흔한 꽃이 진달래다. 그러나 정조 때 권상신은 국수에다 진달래를 멋들어지게 얹힌 “진달래국수가 맛이 매우 좋았다”며 입을 다셨다. 어디 그뿐이랴.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삼짇날이면 화전을 안주 삼아 술을 걸치는 전화음(煎花飮)의 풍습이 있었다. 화전 가운데 으뜸이 진달래전이었다. 함열에서 귀양 살던 허균도 봄날 별미로 진달래전을 꼽았다. 봄철 바닷가에는 갯무라는 ‘야생 무’ 꽃 또한 흔하다. 야생 무를 포르투갈에서는 사라마구라고 한다. 1998년 노벨문학상 작가인 조제 사라마구(Jose de Sousa Saramago)의 이름이기도 하다. 71세에 발표했던 소설이 교황청과 갈등을 빚자 정부는 유럽문학상에 선정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데, 이에 반발한 사라마구는 스페인의 란사로테로 자발적 유배를 가 버린다. 여기서 75세에 발표한 작품이 그 유명한 ‘눈먼 자들의 도시´다. 그러니까 갯무는 흔한 꽃이 아니라 가장 귀한 꽃인 셈이다. 몸소 귀하게 여길 때만 흔한 것도 귀해진다. 우암 송시열은 장기에서 귀양살이할 때 “뜰 앞에 작은 채소밭을 만들어 놓고 친히 스스로 모종을 심고 풀을 벴다. 또한 밭 가운데 생강을 심었다”라고 했다. 제주에서도 몸소 농사를 지었다. 아마도 “내가 지어야 할 농사를 내가 지어서 내 삶을 보살피고, 내가 가진 책을 내가 읽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추구하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 마음대로 하며 내 인생을 마치려 한다”라고 했던 제주 유배인 유언호와 같은 자세라면 가장 흔한 것도 가장 귀한 것이 될 것이다. 봄이 가기 전에 그래야 한다.
  • 노원, 조선왕릉 세계유산 등재 10주년 기념 문화축제

    서울 노원구는 오는 20일 오전 11시 태·강릉과 경춘선 숲길 화랑대 철도공원에서 따뜻한 봄날을 즐길 수 있는 ‘2019 태·강릉 문화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조선왕릉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1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전통문화축제다. ‘제향봉행 및 능행’과 ‘조선왕릉축전’으로 나눠 진행된다. 태릉은 조선 11대 중종의 부인인 문정왕후, 강릉은 13대 명종과 인순왕후의 묘소다. 태릉에서 마련되는 제향봉행은 ‘전주이씨 대동 종약원’의 총괄로 치러지는 전통 궁중제례 의식이다. 이어 취타대, 금군(육사 생도), 기수 등 120명으로 구성된 환궁행렬이 태릉부터 화랑대 철도공원까지 어가행렬을 펼친다. 화랑대 철도공원에선 조선왕릉 역사 골든벨 대회가 열린다. 초등학교 5·6학년 60명을 대상으로 조선왕릉의 공간 구성과 형식 등에 관한 문제를 풀어보는 프로그램이다. 오승록 구청장은 “지금까지 초안산 문화제와 병행해 열었던 궁중 문화제를 올해부터 각 행사의 정체성을 살려 봄·가을로 나눈다”면서 “평소 접하기 어려운 궁중 제례의식과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에 많은 구민 여러분이 함께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전세계 홍역 3배 급증… 美 전역 확산 ‘25년 만에 최악’

    美20개주 발병…환자 많은 뉴욕 비상사태 유대교 구역 집중…이스라엘 방문 뒤 전파 전 세계적으로 홍역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홍역 환자가 이례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미국 뉴욕시는 ‘공공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브루클린의 특정 지역에 강제 백신 접종 명령을 내리는 등 미 전역에서 홍역이 25년 만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5일(현지시간) 올해 1분기 세계 홍역 발병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늘어난 11만 2163건으로 집계됐으며 미국과 이스라엘, 태국, 튀니지 등 비교적 백신 접종이 잘 이뤄지는 국가에서도 홍역이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WHO는 이날 성명을 통해 “많은 나라에서 눈에 띄게 홍역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홍역 발병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발병 건수는 보고된 건수 이상”이라면서 실제로는 더 심각할 수 있다고 WHO는 덧붙였다. 특히 미국에서 19년 전 ‘소멸 선고’를 받은 홍역이 올 들어 전역을 강타하고 있다. 미국의 홍역 환자는 1994년 963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급격히 줄면서 2000년 공식 소멸한 것으로 여겨졌다. 이후 홍역이 꾸준히 발병하기는 했지만 상당 기간에 걸쳐 미 전역으로는 확산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 들어 지난 11일까지 20개 주에 걸쳐 모두 555명의 홍역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동부의 뉴욕·뉴저지·뉴햄프셔·코네티컷·매사추세츠·메릴랜드, 서부의 캘리포니아·워싱턴·오리건, 남부의 플로리다·조지아·텍사스까지 미 전역을 아우른다. 미국의 홍역 사태는 이른바 ‘초정통파’ 유대교 구역에 집중돼 있다. 유대인이 많이 사는 뉴욕시에서만 285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초정통파 유대교도가 이스라엘에서 가을수확축제를 즐기고 돌아온 직후인 지난해 10월부터 뉴욕에서 홍역이 유행하고 있다고 뉴욕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당시 이스라엘은 홍역이 한창 확산하던 때였고 백신을 맞지 않은 다수의 어린이가 바이러스를 갖고 미국으로 되돌아왔다는 것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엑소 찬열 첫 솔로곡 25일 공개 ‘어떤 곡?’

    엑소 찬열 첫 솔로곡 25일 공개 ‘어떤 곡?’

    엑소 찬열이 SM ‘STATION’(스테이션) 시즌 3를 통해 첫 솔로곡을 선보인다. 찬열의 솔로곡 ‘봄 여름 가을 겨울 (SSFW)’은 오는 25일 오후 6시 멜론, 플로, 지니, 아이튠즈,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QQ뮤직, 쿠거우뮤직, 쿠워뮤직 등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공개될 예정이어서 높은 관심이 기대된다. 특히 신곡 ‘봄 여름 가을 겨울 (SSFW)’은 찬열이 정식 발표하는 첫 솔로곡으로, 한국어 버전을 비롯해 중국어, 일본어 버전까지 3가지 버전으로 함께 만날 수 있어, 글로벌 음악 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을 전망이다. 또 찬열은 엑소 활동을 통해 매력적인 보이스와 비주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음은 물론, ‘Love Shot’(러브 샷), ‘Ko Ko Bop’(코코밥), ‘Gravity’(그래비티), ‘가끔 (With You)’ 등 엑소 앨범 작업에도 참여해 음악적 역량을 인정받았으며, 세훈과 환상적인 유닛 케미를 보여준 듀엣곡 ‘We Young’(위 영), 펀치와 함께 부른 ‘도깨비’ OST ‘Stay With Me’(스테이 위드 미), 정기고와 호흡을 맞춘 ‘Let Me Love You’(렛 미 러브 유), 피처링으로 참여한 파이스트무브먼트 ‘Freal Luv’(포리얼 러브) 등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으로 흥행 파워와 다재다능한 면모를 입증한 만큼, 이번 솔로곡을 통해 보여줄 새로운 모습이 더욱 기대를 모은다. SM 디지털 음원 공개 채널 ‘STATION’ 시즌 3는 격주 목요일 다양한 아티스트와 프로듀서, 작곡가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탄생된 음원을 발표해 호평을 받고 있다. 사진=SMS엔터테인먼트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김학의 별장 동영상’ 속 피해 여성, 검찰 자진 출석

    ‘김학의 별장 동영상’ 속 피해 여성, 검찰 자진 출석

    이른바 ‘김학의 별장 동영상’ 속 피해자가 자신이라고 밝힌 A씨가 검찰에 자진 출석했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오늘(15일) 오전 A씨를 불러 성폭행 피해를 뒷받침할 자료를 제출받고,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을 들었다. A씨는 지난 2008년 1월에서 2월 사이 서울 역삼동 자택에서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에게 성폭행을 당했으며 자신의 동의 없이 성관계 장면이 촬영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2013년 A씨가 검찰조사를 받을 당시에는 동영상 속 피해자가 자신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때문에 검찰은 동영상 속 여성을 특정하기 어려운 데다 피해자들의 진술 또한 신빙성이 없다며 2013년 11월 김 전 차관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후 A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호소문을 보내 “윤중천의 협박과 폭력,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권력이 무서웠다”고 토로하며 “윤중천이 경찰 대질에서도 협박하며 겁을 줬다”며 피해 사실을 제대로 진술하지 못한 이유를 밝혔다. 또 2014년 7월 김 전 차관을 특수강간 혐의로 고소했으나, 검찰은 다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는 첫 수사 당시 경찰에 ‘2007년 봄에서 가을 사이 윤씨가 김 전 차관에게 돈이 든 것으로 보이는 봉투를 건네는 걸 봤다’고 진술한 바 있다. 김 전 차관이 윤씨에게 “(자신이) 전화해 놨으니 잘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들었다고 전했다. 다만 A씨는 오늘 김 전 차관의 성범죄 의혹과 관련해 조사받은 것은 아니다.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지난달 25일 뇌물수수와 수사 외압에 대한 재수사를 권고하면서 성범죄 의혹은 재수사 권고 대상에서 제외했다. 추가로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A씨 조사를 통해 김 전 차관과 윤씨, 그리고 피해 여성의 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 증거를 확보할 경우 검찰의 성범죄 수사에도 진척이 보일 전망이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아직도’가 아닌 ‘앞으로도’… 관심·공감이 유족과 우리를 치유하는 길”

    “‘아직도’가 아닌 ‘앞으로도’… 관심·공감이 유족과 우리를 치유하는 길”

    “저에게도 세월호는 지워지지 않은 상처입니다. 영화를 통해 유가족들을, 저를, 우리 모두를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허리를 다쳐 병원 신세를 지다가 집으로 돌아와 누워지낼 때다. 아침에 뉴스를 보려고 TV를 틀었다가 몇 날 며칠을 끄지 못했다. 팽목항에 가서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렬했다. 건강이 안 좋아 이듬해 여름에야 안산에 갔다. 한 치유공간에서 봉사 활동을 하며 유가족들을 마주했다. 그해 가을쯤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영화 ‘생일’(3일 개봉)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간 세월호를 다룬 독립 다큐멘터리는 여럿 있었다. 오롯이 세월호와 마주한 장편 상업영화는 ‘생일’이 처음이다. 제법 큰 자본이 투자되고 수백개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상업영화 틀에서 세월호를 담아내는 게 부담스럽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종언(45)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게 아니라 마음을 보듬고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예요. 이런 이야기는 언제 어떻게든 해도 괜찮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영화는 소중한 가족을 잃은 뒤 삶을 살아내는 가족들의 일상을 다룬다. 떠나간 아이들에 대한 기억을 나누는 실제 생일 모임이 모티브가 됐다. 이 감독은 영화를 찍는 내내 ‘한 걸음 물러서서 있는 그대로를 옮겨 담으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원래 작품에는 만든 사람의 시선이나 재능이 담기기 마련인데, 그런 것을 뒤로 물리고 적절한 공간에 인물들만 보이게 하는 게 옳을 것 같았어요. 카메라 앵글도 멋지게 잡기보다는 사람이 사람을 보는 앵글을, 음악도 너무 들리기보다 캐릭터 감정을 느끼게 돕는 정도로 요청했지요.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예술적 재능을 절제하라고 요구하는 게 미안한 일일 수 있는데, 모두 흔쾌히 동의했어요. 전도연 배우도 촬영 전 ‘내가 과하거나 캐릭터가 아닌 전도연으로 느껴지면 이야기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마음이 모여 영화를 완성했습니다.”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이 감독은 “감히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도, 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공간적으로 떨어져서, 시간적으로 점점 지나가서 세월호와 멀어지게 되는 보통의 관객들이 세월호 유가족의 일상을 마주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봤다. “유가족이 주인공이지만, 유가족은 물론 관객에게도 위안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어요.”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을 때, 그리고 완성했을 때 유가족들은 어떤 반응이었을까. 유가족들은 글을 쓰기 전 인터뷰에 흔쾌히 시간을 내주었고, 배우들의 출연이 구체화됐을 즈음에는 ‘힘내서 잘하라´고 응원해 줬다. “영화를 완성해 처음 보여 드릴 때는 많이 긴장했지요. ‘아이를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을 잘 표현해줘 고맙다’는 말씀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이 놓였습니다” ‘생일’은 피해자, 유가족은 어떠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감독은 고맙다고 했다. “눈물을 흘리면 ‘이젠 잊으라’고 하고, 잠시 미소가 스치기라도 하면 ‘유족도 웃는구나’라는 말을 들을 때 유가족들이 가장 힘들어 해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된 어머니들이 많아요” 차마 영화를 보지 못하겠다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이 감독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했다. 화면에 그 배가, 과거 행복했던 한때가, 낯익은 얼굴이 나올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날을 직접 조명하지 않고 2년이 지난 시점을 살아내고 있는 남은 가족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감독은 “너무 겁내지도, 주저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진상 규명에 대한 목소리가 여전하다. 이 감독은 남아 있는 분들이 충분하다고 느낄 때까지 진상조사가 계속돼야 한다고 본다. 그러는 것이 그분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고통을 덜어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월호를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아직도’라는 말은 그분들을 외롭게 합니다. 그분들이 하려는 일, 바라는 일을 함께 바라보고 공감하는 게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앞으로도 세월호는 그렇게 간직해야 합니다” 글 사진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타이거 우즈, 올 가을 세 번째 한국 방문?

    타이거 우즈, 올 가을 세 번째 한국 방문?

    에이전트 스타인버그 “조조 챔피언십 열리는 일본이 첫 방문국 될 것”한국 방문 성사된다면 조조 대회 전후가 될 전망 ·· 2011년 이후 세 번째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리고 있는 제82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대회 다섯 번째, 메이저 통산 15번째 우승을 노리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4·미국)가 올 가을 한국을 찾을 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13일 우즈의 에이전트인 마크 스타인버그와 인터뷰를 통해 “현재 아시아 방문 일정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며 일본이 첫 방문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ESPN은 “우즈가 아시아에서 열리는 몇 개의 TV 매치 시리즈에 나가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며 “중국, 일본, 한국에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가 열리는 기간과도 겹친다”고 전했다. 10월 말 일본에서는 조조 챔피언십이 열리고 한국의 CJ컵, 중국 HSBC 챔피언스 등이 줄줄이 ‘아시아 스윙’ 시리즈로 진행된다. 우즈의 아시아 방문 계획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스타인버그는 “우즈가 다른 선수 한 명과 경기를 할 것인지, 아니면 여러 명과 함께 할 것인지 등의 경기 포맷도 정해진 바 없다”며 “다만 일본에서 처음 열리는 PGA 투어 대회를 전후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그러나 우즈가 한·중·일 3개국에서 열리는 공식대회 출전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단지 가능성을 열어둔 정도로 풀이된다. 최근 허리 등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우즈는 특히 가을에 열리는 대회에는 출전한 적이 거의 없다. ESPN은 “예년보다 한 달 정도 이른 8월에 PGA 투어 시즌이 끝나는 올해, 우즈가 예전처럼 가을 대회를 뛰지 않으면 2020년 1월에나 공식 대회에 나가게 된다”며 이 시기에 투어대회 출전에 대한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우즈가 마지막으로 한국을 찾은 것은 2011년 4월로, 당시 그는 주니어 선수들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하고 기자회견, 골프 클리닉 등의 행사에 참여했다. 앞선 2004년 11월에는 처음 한국을 방문, 제주 라온골프장에서 최경주 박세리 등과 이벤트 경기를 했다. 한편 현재 이날 마스터스 2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로 4타를 줄여 중간합계 6언더파 138타로 공동 6위로 하루 전보다 5계단 순위를 끌어올린 우즈의 다음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SPN은 “5월 초 웰스 파고 챔피언십, 5월 중순 PGA 챔피언십, 6월 초 메모리얼 토너먼트, 6월 중순 US오픈 순으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울산 간절곶~정자항 100㎞ 해파랑길 활성화 한다

    울산시 울주군 간절곶에서 북구 정자항까지 100㎞ 구간의 해파랑길이 활성화 된다. 울산시는 12일 시청 국제회의실에서 관광전문가, 주민대표, 걷기 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울산권역 해파랑길 정비사업 및 해파랑길 걷기 여행 프로그램 운영’ 활성화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사업 계획 설명, 토론 등으로 진행됐다. 울산시는 토론회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을 사업에 반영해 해파랑길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걷기 프로그램을 더욱 다양화하고 활성화할 계획이다. 시는 울산권역 해파랑길 정비사업을 위해 2억원을 들여 오는 7월까지 길을 정비하고 포토존 등을 설치한다. 해파랑길 걷기 여행 프로그램 사업은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으로 선정됐다. 올해 8800만원이 투입돼 ‘봄·가을 걷기 프로그램(봄 6회, 가을 6회)으로 운영된다. 해파랑길은 ‘동해 상징인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벗 삼아 함께 걷는다’라 뜻을 품은 대한민국 대표 걷기 여행길이다. 시점은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이고 종점은 강원도 통일전망대다. 길이 770km, 50개 구간, 4개 시도(부산, 울산, 경북, 강원)를 지난다. 이 가운데 울산권역은 간절곶에서 정자항까지 총 7개 구간(4∼10구간) 연장 102.3㎞다. 이 구간에는 울산을 대표하는 관광명소인 간절곶, 진하해변, 선암호수공원, 울산대공원, 태화강 대공원, 슬도, 대왕암공원, 강동·주전 몽돌해변 등이 있어 천혜 자연경관을 즐기며 걸을 수 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디즈니 “11월 12일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 개시”…월 6.99달러

    디즈니 “11월 12일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 개시”…월 6.99달러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업계의 공룡’ 디즈니가 TV·영화 등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을 둘러싸고 넷플릭스, 애플 등과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미 경제매체 CNBC방송 등에 따르면 밥 아이거 디즈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버뱅크 본사에서 투자자의 날 행사를 열고 오는 11월 12일부터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디즈니는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영상을 볼 수 있도록 무제한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서비스의 월 이용료는 6.99달러(약 8000원), 1년 구독료는 69달러이다. 이 같은 가격대는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 최상단이지만 세계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 1위인 넷플릭스의 표준 고화질(HD) 이용료의 절반 수준이라고 CNBC방송은 전했다. 디즈니는 이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최고 경쟁력 요소로 평가되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해 내년에 10억 달러(약 1조 1400억원)를 투자하고 2024년가 되면 이를 20억 달러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4년 말까지 6000만∼9000만 명의 유로 가입자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 중 3분의 1은 미국 내에서, 나머지는 해외에서 가입자를 유치할 방침이다. 디즈니는 이와함께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인 ‘ESPN+’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를 디즈니플러스와 한데 묶어 서비스하는 것에도 관심을 내비쳤다. CNBC방송은 디즈니가 소비자에게 직접 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에서 성공하기 위해 지난해 713억 달러를 들여 21세기 폭스를 인수했다고 전했다. 이 거래로 디즈니는 스트리밍 서비스인 훌루의 지분 60%를 얻어 사실상 훌루에 대한 지배권을 획득했다. 다만 “훌루의 지분 40%를 컴캐스트와 AT&T가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디즈니플러스와 다른 서비스들이 공존할지는 불투명하다”고 CNBC방송은 지적했다. 디즈니는 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많은 TV 시리즈와 영화를 독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마블 시리즈 중에서는 스칼렛 위치와 비전, 로키, 윈터 솔저, 팰컨과 호크아이를 각각 내세운 4개의 액션 시리즈를 준비 중이다. 특히 이들 시리즈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영화들과도 스토리가 연계된다고 마블 대표인 케빈 파이기는 귀띔했다. 스타워즈 시리즈로는 확장 세계관의 전투종족 이야기를 다룬 ‘더 맨덜로리안’ 시리즈가 서비스 출시와 함께 방영되고 ‘클론 전쟁’의 새 시즌도 준비 중이다.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토이 스토리’의 캐릭터 포키와 보 핍을 주인공으로 하는 단편들과 ‘몬스터 주식회사’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직장의 몬스터’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개봉할 디즈니 영화도 극장 상영과 가정용 비디오 서비스가 끝난 뒤 디즈니플러스로 제공된다. 올해 11월 개봉이 예정된 ‘겨울왕국2’는 내년 여름 디즈니플러스에 독점 제공된다. 이 밖에 디즈니의 고전 애니메이션 영화와 TV 애니메이션, 영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 ‘심슨 가족’의 전편 등도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제공된다. 21세기 폭스를 인수하며 몸집과 콘텐츠를 한층 키운 디즈니가 스트리밍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함에 따라 이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넷플릭스와 아마존, 훌루 등이 경합하고 있는 스트리밍 시장은 전통적인 케이블 TV 시장을 잠식하며 급성장하는 중이다. 애플도 지난달 ‘TV플러스’란 이름으로 올가을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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