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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술 이야기] 레드냐 화이트냐… 고민 달래주는 오렌지와인 한 잔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술 이야기] 레드냐 화이트냐… 고민 달래주는 오렌지와인 한 잔

    “레드 마실까, 화이트 마실까.” 와인을 파는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메뉴판을 붙들고 위와 같은 고민을 한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물론 “짜장면이냐, 짬뽕이냐”만큼 심오하진 않습니다. 함께하는 음식이 고기류라면 레드와인을, 생선이라면 화이트와인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는 정답을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산뜻한 화이트와인의 산미와 무게감 있는 레드와인의 타닌을 함께 즐기고 싶은 날도 있습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두 와인을 모두 주문해 마셔 버리는 방법밖엔 없는 걸까요. ‘오렌지와인’이라는 멋진 선택지가 있답니다. 이름 탓에 오렌지즙으로 만든 과실주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요. 이 와인은 ‘100% 포도와인’입니다. 와인의 색깔이 화이트, 레드와인과 확연히 다른 오렌지 빛깔을 띤다고 해서 오렌지와인이라고 불리죠. 오렌지와인을 추천하는 건 이 와인의 맛이 화이트와 레드가 가진 장점을 두루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독특한 개성은 양조 방식에 기인합니다. 화이트와인은 청포도의 껍질과 씨를 뺀 포도알즙을 발효시켜 투명한 색을 냅니다. 반대로 레드와인은 붉은 포도를 껍질째 넣어 발효한 술입니다. ●화이트 품종 포도, 레드 방식 양조… 주황색·오렌지 향기 오렌지와인을 만들 때는 화이트 품종의 포도를 껍질째 넣어 발효시킵니다. 이를 전문 용어로 스킨 콘택트(skin contact)라고도 하는데요. 덕분에 화이트와인 특유의 산미와 음용성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으면서도 껍질과 씨앗에서 오는 타닌과 쌉쌀함이 살아 있어 복합적인 맛을 아우릅니다. 화이트와인을 만드는 포도 품종으로 레드와인을 만들 듯 양조하는 셈이죠. 음식도 고기와 생선, 가벼운 샐러드까지 두루 잘 어울립니다. 오렌지와인은 최근 글로벌 식음료업계에 부는 ‘내추럴와인’ 트렌드를 타고 마니아층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사실 오렌지와인은 ‘전통 방식의 화이트와인 양조법’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실제로 술의 역사를 연구하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패트릭 맥거번 박사는 “기원전 3150년 이집트 항아리에서 화이트와인으로 추정되는 액체가 검출됐는데 껍질과 씨도 함께 나왔으며 노란빛을 띠었다”고 설명합니다. 오래전 화이트와인은 레드와인과 마찬가지로 포도 전체를 사용해 양조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후 화이트와인의 양조 방식이 맑고 투명하고 가벼운 맛을 내기 위한 방법으로 바뀐 것이죠. ●화학 첨가물 없는 내추럴 방식 생산 많아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와인 산업이 글로벌화되고 커지면서 업자들은 일정 수준의 똑같은 맛을 내는 대량 생산에 초점을 맞추게 됐습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유럽에선 전통 방식으로 돌아가 와인을 만들자는 ‘자연주의 와인’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포도 재배부터 와인을 만드는 양조 과정까지 화학적 첨가물를 넣지 않는 내추럴와인이 인기를 얻었죠. 오렌지와인도 이와 같은 흐름 속에 인지도를 넓혔습니다. 내추럴 방식으로 생산되는 오렌지와인이 많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실제로 국내외에선 내추럴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렌지와인도 즐깁니다. 하지만 이 매력적인 오렌지와인 앞에서 “내추럴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청명한 하늘 아래 선선한 바람이 부는 주말, “레드냐, 화이트냐” 고민이 된다면 오렌지와인 한 병 집어 보세요. 새로운 선택지의 등장에 이번 가을은 좀더 풍요로울 것입니다. macduck@seoul.co.kr
  • 소박한 풍경… 빈티지 감성… 문학 속 그곳

    소박한 풍경… 빈티지 감성… 문학 속 그곳

    초가을, 책 읽기 좋은 계절이다. 한국관광공사가 ‘문학작품 속 장소’를 주제로 한국문학의 정취가 묻어나는 감성 여행지 5곳을 10월의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했다. 소박한 풍경 속에 소설과 시, 수필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과 작가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곳들이다.#무소유의 삶을 기억하는 ‘서울 성북동 길상사’ 법정 스님은 글을 통해 많은 독자에게 강한 울림을 선사했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며 ‘무소유’ 등의 저서 20여권을 남겼다. 스님은 2010년 입적했지만, 그의 맑고 향기로운 흔적이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 있다. 길상사는 법정 스님이 쓴 ‘무소유’를 읽고 감명받은 김영한의 시주로 탄생한 절집이다. 창건 역사는 20년 남짓하지만, 천년 고찰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김영한과 시인 백석의 이야기 역시 길상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길상사와 함께 문학 이야기를 나눌 여행지가 주변에 많다. ‘님의 침묵’을 쓴 만해 한용운이 거주한 심우장,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로 잘 알려진 최순우 가옥, ‘문장 강화’를 쓴 상허 이태준의 집도 가깝다. 이태준 가옥은 ‘수연산방’으로 바뀌어 향긋한 차 한 잔 나누기 좋다.#전철로 닿는 이야기 마을 ‘춘천 김유정문학촌’ 김유정문학촌은 수도권 전철 경춘선 김유정역에서 걸어서 10분이면 닿는 곳이다. ‘봄.봄’ ‘동백꽃’ 등을 쓴 소설가 김유정의 고향 실레마을에 조성됐다. 김유정 생가를 중심으로 그의 삶과 문학을 살펴볼 수 있는 김유정기념전시관, 다양한 멀티미디어 시설을 갖춘 김유정이야기집 등이 있다. 네모난 하늘이 보이는 생가 툇마루에서 문화해설사가 하루 일곱 번(11~2월은 여섯 번)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점순이가 나를 꼬시던 동백숲길’ 등 독특한 이름의 실레이야기길 열여섯 마당을 따라 도는 재미도 쏠쏠하다. 김유정문학촌 인근의 김유정역은 빈티지 느낌 가득한 SNS 명소다. 푸른 강물 위를 걷는 소양강스카이워크, 춘천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구봉산전망대 카페거리도 놓치기 아깝다. 아이와 함께라면 춘천꿈자람어린이공원을 빼먹지 말 것. 실내와 실외로 구성된 키즈 파크인데, 춘천시가 운영해 가격까지 착하다.#옛 고향길의 향수 ‘옥천 정지용문학관’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중년의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불러 봤을 노래 ‘향수’는 정지용의 시에 곡을 붙였다. 이 노래 덕분에 정지용은 한국을 대표하는 ‘국민 시인’ 반열에 올라섰고, 잊히고 사라진 고향 풍경이 우리 마음속에 다시 떠오르는 계기가 됐다. 충북 옥천의 정지용 생가와 문학관으로 가는 길은 마치 떠나온 고향을 찾아가는 느낌이다. 옥천 구읍의 실개천 앞에 정지용 생가와 문학관이 있다. 정지용의 시를 테마로 꾸민 장계국민관광지도 빼놓을 수 없다. 정지용의 시와 수려한 강변 풍광이 어우러져 낙후된 관광지가 독특한 명소가 됐다. 금강이 만든 기암절벽 부소담악, 옥천 일대 조망이 일품인 용암사도 둘러보자.#눈물 닦아 줄 아름다움 ‘순천 선암사·순천만’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정호승의 시 ‘선암사’ 첫 행이다. 1999년에 나온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에 수록됐다. 그가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줄 것”이라며 “실컷 울라”고 말한 장소는 전남 순천의 선암사 해우소다. 편백과 대숲을 지나 만나는 송광사 불일암도 문학의 향기가 짙다. 법정 스님이 1975년부터 1992년까지 기거하며 대표작 ‘무소유’ 등의 글을 쓴 곳이다. 순천만습지는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 속 ‘무진’이다. 일상과 이상, 현실과 동경의 경계가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진다. 가까이 순천문학관이 있어 그의 문학 세계를 살펴보기 좋다. 순천만습지에서 와온해변이 멀지 않다. 박완서 작가가 봄꽃보다 아름답다 한 개펄이 있다. 선암사 초입의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이나 순천역 근처 조곡동 철도문화마을도 여행길에 들러볼 만하다.#가난 속 피워낸 따뜻함 ‘안동 권정생동화나라’ 권정생동화나라는 낮은 마음가짐으로 마주하는 공간이다. ‘강아지 똥’ ‘몽실 언니’ 등 주옥같은 작품으로 아이들의 평화로운 세상을 꿈꾼 권정생의 문학과 삶이 담겨 있다. 권정생동화나라는 선생이 생전에 머무른 일직면의 한 폐교를 문학관으로 꾸민 곳이다. 선생의 유품과 작품, 가난 속에서도 따뜻한 글을 써 내려간 삶의 흔적이 있다. 2007년 세상을 떠난 권정생 선생은 ‘좋은 동화 한 편은 백 번 설교보다 낫다’는 평소 신념을 이곳에 고스란히 남겼다. 1층 전시실에는 단편 동화 ‘강아지 똥’ 초판본, 일기장과 유언장 등이 전시됐다. 인근 조탑마을에는 선생이 종지기로 일한 일직교회와 생을 마감할 때까지 작품 활동을 이어 간 작은 집이 있다. 문향(文香)이 깃든 병산서원과 도산서원, 고산정, 농암종택 등도 가을 여행의 운치를 더한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춘향의 남자 흔적 따라가 보니… 그들 사랑은 새드엔딩이었네

    춘향의 남자 흔적 따라가 보니… 그들 사랑은 새드엔딩이었네

    경북 봉화에 기존 춘향전과 사뭇 다른 버전의 춘향 이야기가 담긴 문화재가 있습니다. 물야면의 계서당이 그곳입니다. 고택의 옛 주인은 성이성입니다. 이몽룡의 실제 모델이었다는 인물입니다. 그의 삶을 되짚어 올라가면 춘향의 모습이 어른거립니다. ‘춘향전 프리퀄’(오리지널의 과거 이야기)쯤 되려나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결말은 다릅니다. 소설과 현실의 차가운 괴리를 여기서 봅니다. 폭설을 뚫고 광한루로 간 어사 성이성이 전전반측의 밤을 보내게 만든 ‘소년 시절의 일’은 무엇이었을까요. 초로의 나이가 돼서야 해후했던 늙은 기녀와 옛 스승에게 전했다는 그의 이야기는 과연 어떤 내용이었을까요. 춘향의 남자를 찾아 경북 봉화와 영주로 갑니다.●“이몽룡 실제 모델은 경북 봉화 성이성” 여정을 떠나기 전에 알아 둘 것이 있다. ‘춘향전 프리퀄’이라 할 성이성(成以性·1595∼1664) 이야기는 온통 정황증거들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보다 정확히는 ‘기록에 근거한 추정’이 거의 전부다. 그 기록 중엔 성이성 본인이 남긴 것도 있고, 후손이 남긴 것도 있다. 기록은 ‘전북 남원에서의 일’을 명확히 적시하고 있지 않다. 정인과의 일들에 대해 완곡하게 드러내고는 있지만 겨우 한두 줄에 그친다. 사대부가 가져서는 안 될 감정의 일단이라고 생각했을지, 혹은 당대의 터부가 작용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이같은 정황증거들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는 오로지 독자들의 몫이다. ‘춘향전 프리퀄’의 발단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당시 연세대 설성경 교수가 “이몽룡의 실제 모델은 경북 봉화의 성이성이며 춘향전은 팩트와 픽션이 결합된 팩션 소설의 효시”라는 요지의 주장을 펴 화제를 모았다. 이후 춘향전의 실제 작가가 성이성의 글공부 선생이었던 조경남(1570~1641)이란 주장 등이 덧붙여지며 ‘이몽룡=성이성’설이 일정 부분 사실(史實)처럼 굳어져 가는 형국이다.봉화 물야면은 우리나라 오지를 상징하는 ‘BYC’(봉화, 영양, 청송) 중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곳이다. 여기에 성이성의 호를 딴 계서종택(중요민속자료 171호)이 있다. 성이성이 기거했을 사랑채의 당호 ‘계서당’으로 더 흔히 불리는 집이다. 붉게 익은 사과나무 너머로 ‘ㅁ’자형 구조의 옛집이 고풍스럽게 앉아 있다. 팔작지붕의 계서당 옆은 사당이다. 성이성의 신위가 모셔져 있다. 사당 오른쪽 텃밭에는 소나무 한 그루가 가로로 길게 누웠다. 성이성과 함께 성장했다는 ‘이몽룡 소나무’다. 굵기는 가늘어도 수령이 500년을 넘는다고 한다. 고택 마루에 걸터앉아 성이성의 프로필을 살핀다. 성이성은 선조 28년인 1595년 현 경북 영주시 동면 문단리 외가에서 태어났다. 성이성의 13대 손 성기호(78)씨는 “외가 창고에 있던 뱀바위를 끌어안고 아기를 낳으면 큰 인물이 된다는 당시 믿음에 따라 어머니 예안 김씨가 바위를 붙잡고 출산한 분이 성이성”이라고 했다. 성이성은 남원부사를 제수받은 아버지를 따라 12세 때인 1607년(선조 40년) 전북 남원으로 간 뒤 1611년(광해 3년) 광주로 옮겨 가기까지 5년 가까이 남원에서 살았다. 이팔청춘의 팔팔했던 시절을 남원에서 보낸 셈이다. 춘향전의 모티브가 된 ‘사건’은 바로 이 시기에 벌어진다. 성씨 문중에서 성이성을 춘향전과 연결짓는 것을 내심 꺼려하는 것도 바로 이 ‘사건’ 때문이다. 성이성은 당대의 대표적인 청백리 중 한 명이다. 한데 공부도 안 하고 주색잡기에 빠진 인물로 묘사되는 것을 후손들이 반길 리 없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낸 뒤 고향 봉화로 돌아온 성이성은 32세(1627)에 문과에 급제했고 44세 때인 1639년에 마침내 호남 암행어사를 제수받아 남원에 ‘출두’했다. 정인을 남겨 두고 남원을 떠난 지 28년 만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때 그가 남긴 일기는 남아 있지 않다. 정작 ‘춘향전 프리퀄’의 모티브가 된 건 성이성이 52세 되던 1647년 두 번째 호남 암행에 나서 첫 번째 암행을 회상하며 기록한 일기였다. 성이성의 일기를 바탕으로 후손들이 펴낸 ‘계서선생일고’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52세에 해후했던 늙은 기녀와 옛 스승 “12월 초하루 아침 어스름에 길을 나서니 채 10리가 못 되어 남원 땅이다. 오후에는 눈바람이 크게 일어 지척이 분간되지 않았지만 가까스로 광한루에 도착했다. 노기(老妓) 여진(女眞)과 노리(老吏) 강경남이 와서 절했다. 날이 저물어 누각 난간에 나가 앉으니, 흰 눈빛이 들에 가득 차고 대숲이 모두 흰색이었다. 소년 시절 일을 생각하며 밤 깊도록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성이성이 전전반측의 밤을 보내게 한 “소년 시절의 일”이란 과연 뭘까. 그리고 늙은 기생 여진은 누구였을까. 어사가 돼 첫 번째로 남원을 찾았던 그날 밤 성이성은 어지러운 심경의 일단을 ‘조선의 셰익스피어’ 조경남에게 털어놓는다. 이어지는 일기에 그 단초가 나온다.“원천부사 송홍주가 나와 조진사 경남댁에 자리를 마련하였다. 조진사는 내가 어릴 때 송림사에서 공부를 가르쳐 주던 분이다. 기묘년 역시 암행으로 이곳을 지날 때 진사가 살아 있어 광한루에서 같이 자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제는 이미 그가 몰(沒)하고 없고….” 당시 성이성과 조경남이 밤새 나눴던 정담의 내용은 뭘까. 필경 이때 나눈 정담이 훗날 춘향전의 모티브가 됐을 것이다. 춘향전의 하이라이트라 할 ‘암행어사 출두 장면’은 성이성의 4대 손 성섭의 ‘필원산어’에 자세히 기록돼 있다. 특히 성이성이 지은 한시는 춘향전 속 이몽룡이 지은 시와 정확히 일치한다. “독에 든 아름다운 술은 천 사람의 피요, 소반 위의 기름진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촛불 눈물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 떨어진다.” 이제 ‘춘향전 그 후’ 이야기. 해피엔딩이었던 소설과 달리 실제는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새드엔딩이었을 거란 견해가 대부분이다. 관기로서의 삶을 거부하다 끝내 고을 수령의 손에 목숨을 잃었을 거란 것이다. 후손의 증언에서도 이를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 나온다. 성이성은 광주로 간 뒤 1년여 만에 봉화로 돌아왔다. 봉화 금씨란 여성과 결혼도 했다. 하지만 성이성의 문집 어디에서도 남원에서 만난 여인을 데려왔다는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당시 습속에 비춰 보면 성혼도 하지 않고, 과거도 치르지 않은 유생이 아버지 부임지에서 만난 여인을 결혼 상대자라며 데리고 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을 것이다. 요즘이라면 물론 다를 수 있었겠지만. 지금 봉화에 남은 성이성의 흔적은 달랑 집 한 채 뿐이다. 하지만 유품은 무려 700여점에 달한다. 임금이 내린 어사화와 어사출두 때 썼던 얼굴가리개인 사선(紗扇), 계서선생문집 등 다양하다. 이들 대부분은 성기호씨의 기탁을 받아 안동 한국국학진흥원에서 보관하고 있다. 다만 수장고에 있어 일반 관람은 어렵고 특별 전시 때나 만나 볼 수 있다. 이웃한 영주시 이산면의 계서정도 둘러볼 만하다. 성이성이 학문을 닦고 후학을 양성하던 곳이다. 지금이야 계서당이 있는 봉화와 행정구역이 다르지만 당시 기준으로는 모두 순흥 지역에 속했을 것이다. 영주시가 계서정 주변에 ‘이몽룡 인문학 둘레길’을 조성해 뒀다. 계서정과 성이성 묘를 잇는 1㎞ 남짓한 둘레길이다.●인근 명소 백두대간수목원·만산고택·축서사 봉화와 영주 여정에서 들러야 할 명소 몇 곳만 덧붙이자.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이름 그대로 백두대간에 터를 잡은 수목원이다. 그만큼 수목원의 규모가 ‘어마무시’하다. 수십 헥타르에 달한다는 전체 규모는 가늠조차 어렵다. 호랑이들이 살고 있는 방사장 규모만 축구장 일곱 개 크기이고, 트램을 타거나 걸어서 돌아다닐 수 있는 면적은 어지간한 대학의 캠퍼스보다 넓다. 호랑이숲에는 현재 5마리 호랑이가 살고 있다. 이 가운데 암컷 한청(14세)과 수컷 우리(8세) 등 두 마리만 방사장에서 볼 수 있다. 가급적 오전 10시 이전에 방문해야 영역 순찰 등에 나서는 녀석들의 활동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수목원은 규모만 너른 게 아니다. 고산식물원, 야생화 언덕 등 볼거리도 빼곡하다. 시드 볼트가 특히 인상적이다. 지구상 식물종의 절멸에 대비해 만든 일종의 ‘식물을 위한 방주’다. 세계 각국의 식물 씨앗을 보관하고 있다. 북극 노르웨이 스발바르섬에 이어 세계 두 번째다. 수목원은 오는 13일까지 ‘봉자페스티벌’을 연다. 구절초, 감국 등 다양한 가을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춘양면 쪽엔 한수정, 권진사댁 등 고풍스런 옛집이 여럿 남아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이름난 집은 만산고택이다. 조선 말 문신이었던 만산 강용이 지은 이래 130여년 동안 후손들이 계속 살고 있는 고택이다. 전형적인 조선 사대부집으로 행랑채와 솟을대문, 사랑채, 안채 등이 있고, 담장으로 분리된 후원과 칠류헌 등도 빼어나다. 물야면의 축서사는 ‘독수리가 사는 절집’이란 뜻의 사찰이다. ‘독수리 축(鷲)’ 자에 ‘살 서(棲)’ 자를 쓴다. 절집 뜨락에서 맞는 소백산 일대 풍경이 장쾌하다. 112개의 진신사리가 담겼다는 오층석탑, 보광전 비로자나불좌상 등 볼거리도 많다. 글 사진 봉화·영주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금요칼럼] 평화는 없다/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금요칼럼] 평화는 없다/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서초동에서 광화문으로 다시 서초동으로 시위는 계속된다. 2019년 가을 대한민국에는 예년에 비해 훨씬 잦은 태풍이 몰아치고 있지만, 그것을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 폭우와 강풍으로 지붕이 내려앉고 급류에 사람이 휩쓸려 나가지만, 그건 당사자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수십만 마리의 돼지들이 산 채로 매장되지만, 운 나쁜 농장주들의 불행이지 아직 원인도 해결책도 찾지 못한 정부의 책임은 아니다. 다섯 살짜리 어린 아이가 의붓아버지의 폭행으로 복부 손상 판정을 받고 죽었지만, 언론에는 그 흔한 보건복지부 관료의 상투적인 다짐조차 없다. 2019년 여름이 가을로 바뀌는 사이 대한민국은 ‘조국사태’라는 유례없는 광풍(狂風)에 휩쓸렸다. 간판은 ‘검찰개혁’이지만 ‘조국수호’와 ‘조국퇴진’이 실제 싸움의 목표다. 2주일 활동으로 의학논문 제1저자를 거머쥔 딸의 입시 특권에 반대해 학생들이 촛불을 들었다. 86세대의 대표적 정치논객이 그들을 열등감과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집단으로 조롱하고 마스크 쓴 것까지 나무랐다. 사회운동은 불공정 또는 불평등을 느끼는 사람들이 바로 자신들의 경험에서 출발한다는 교양사회학 1장을 깜빡 잊었나 보다. 요즘 젊은이들이 인터넷 신상털기에 대해 느끼는 공포에도 무지했던 것 같다. 일 있을 때마다 나서서 별 영양가도 없지만, 이번에도 역시 대학교수들은 서명 대열에 앞장섰다. 먼저 조국 반대 서명이 3000명을 넘었다. 그랬더니 웬걸, 조국 지지는 아니라지만 검찰개혁을 내세운 서명은 4000명을 넘었다. 세(勢)싸움이 수(數)싸움이 되었다. 이런 서명 대열이 계속되는 데는 ‘팩트체크’와 ‘가짜뉴스’ 프레임이 한몫했다. 우리 편에 불리한 소식은 가짜뉴스이고 팩트체크해 봐야 한다. 물론 우리에게 유리한 소식은 팩트체크 따윈 필요 없다. ‘가족 인질극’ ‘총칼 안 든 쿠데타’ 같은 무시무시한 말들이 난무했다. 가족인질극이라면 누가 인질범인가? 전두환 신군부는 누구인가? 만약 그 답이 검찰이라면 인질범을 그대로 두고 신군부의 쿠데타 앞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국민은 무엇인가? 인질범의 조력자? 쿠데타의 방관자? 난데없는 ‘삭발식’이 이어지면서 저녁 8시 뉴스에서는 별로 보고 싶지 않는 초로(初老)의 정치인들의 맨머리를 매일 마주해야 했다. 저녁 식사 시간이 불편해졌다. 여당 대표는 늘 찌푸린 얼굴로 비난의 말을 쏟아낸다. 야당 대표는 내 목 치라며 검찰에 가더니 신원 확인만 했을 뿐 한 말씀도 안 하셨단다. 그동안 선한 얼굴로 위안을 주었던 대통령마저 ‘격노’, ‘화’ 같은 감정을 자주 느끼신다고 언론은 보도한다. 청문회 내내 ‘모른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관했던 법무장관의 말을 국정감사에서도 다시 들어야 한다. 야당 의원들은 모욕 주기에 목숨 건 것 같고 여당 의원들은 고소할 대상 찾느라 바쁜 것 같다. 한동안 여론조사 수치로 네 편이 올랐니 내 편이 올랐니 도토리 키재기에 몰두하다 별 승산이 없어 보일 때쯤 드디어 광장의 정치가 등장했다. 5만명에서 200만명이라는 헛갈리기에는 너무 차이 나는 숫자가 양 진영에서 제시됐다. 그러자 우린 더 많이 모일 수 있다며 태풍을 무릅쓰고 사람들을 소집했다. 이러다가 5000만 인구가 모두 거리로 나서야 하는 건 아닌지 책상 앞에 앉은 나는 미안해진다. 정치인의 사명은 무엇일까? 평범한 국민들이 평범한 일상을 평범하게 보낼 수 있도록 국가를 지켜주는 것이 아닐까? 발전, 성장 등의 멋진 말이 있지만 거기까진 바라지 않는다. 조용히 각자의 일상을 평화롭게 보내고 싶을 뿐이다. 우리가 원하는 평화는 북미 정상회담이나 김정은 위원장의 한국 방문으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평화를 위해 할 일은 이 광기 어린 싸움판을 하루빨리 걷어치우는 것이다. 2019년 가을, 우리에게 평화는 없다.
  • 류현진이냐 커쇼냐… 다저스의 ‘2선발 고민’

    류현진이냐 커쇼냐… 다저스의 ‘2선발 고민’

    방어율 1위 류·가을에 약한 커쇼 고민베일에 싸여 있던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가을야구 1선발이 워커 뷸러(25)로 정해졌다. 류현진(32)과 클레이턴 커쇼(31)의 선발 등판 순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저스는 4일(한국시간)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워싱턴 내셔널스와 디비전시리즈 1차전을 치른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3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1차전 선발로 뷸러가 나선다”며 “류현진과 커쇼 중 한 명이 2차전, 또 다른 한 명이 3차전에 등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은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1·2선발 맥스 셔저(35), 스티븐 스트라스버그(31)를 모두 소진해 다저스전에는 패트릭 코빈(30)이 선발 등판한다. 다저스는 2013년 이후 7년 연속 지구 우승을 거머쥐었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은 1988년이 마지막이다. 2017~2018년 모두 월드시리즈에 진출하고도 각각 휴스턴 애스트로스, 보스턴 레드삭스에 무릎을 꿇었다. 다저스의 우승을 위해선 ‘가을 커쇼’의 활약이 필수적이다. 커쇼의 정규리그 통산 성적은 169승74패 평균자책점(ERA) 2.44인 반면, 포스트시즌만 보면 30경기(152이닝) 9승10패 ERA 4.32로 성적이 뚝 떨어진다. 월드시리즈에서는 5경기(26과3분의2이닝) 1승2패 ERA 5.40으로 더 부진했다. 에이스라는 상징성과 자존심 강한 성향으로 인해 다저스 코칭스태프들은 커쇼의 활용법을 놓고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커쇼는 지난달 27일 마지막 선발 등판에서도 6회가 끝나고 교체 통보를 받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커쇼는 “1·2·3차전 어느 경기라도 던질 수 있다”고 자존심을 한 수 접었다. 이날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선 탬파베이가 5-1로 이기며 6년 만에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했다. 1타수 무안타를 기록했지만 탬파베이의 가을야구 진출에 혁혁한 공을 세운 최지만(28)은 생애 첫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는다. 한국인 타자로는 최희섭(2004년·다저스), 추신수(2015~2016년·텍사스 레인저스)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공룡 압도한 켈리… 3년 만에 유광점퍼 빛났다

    공룡 압도한 켈리… 3년 만에 유광점퍼 빛났다

    선발 켈리 6과3분의2이닝 1실점 호투류중일 “대타 박용택 희생타가 승부처” ‘와일드카드전은 4위가 승’ 공식 이어가LG 트윈스가 3년 전 플레이오프에서 NC 다이노스에 당한 패배를 설욕하고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승제)에 진출했다. LG는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MVP로 뽑힌 케이시 켈리(30)의 6과3분의2이닝 1실점 호투와 이형종(30)의 2타점 활약 등에 힘입어 3-1 승리를 거뒀다. 와일드카드 제도가 도입된 2015년부터 이어진 4위팀의 준PO 진출 공식은 올해도 이어지게 됐다. 배수진을 친 한판 승부답게 양 팀은 에이스를 선발로 내세워 총력전에 나섰지만 LG가 기선을 제압했고 NC는 무기력했다. LG는 1회 선두타자 이천웅(31)이 크리스천 프리드릭(32)의 3구째를 받아쳐 출루한 뒤 정주현(29)의 희생번트 때 2루에 안착했다. 후속타자 이형종이 좌전 안타를 때려내며 이천웅을 홈으로 불러들였다.LG는 4회 구본혁(22)과 이천웅이 연속 안타를 치고 나가며 프리드릭을 끌어내렸다. NC가 급히 박진우(29) 카드를 꺼냈지만 대타 박용택(40)이 외야 희생타를, 이형종이 좌익수 앞 2루타를 때려내며 2점을 더 달아났다. 류중일 LG 감독은 경기 후 “한 점이라도 도망가야 해서 박용택을 냈고 여기가 최고의 승부처였다”고 분석했다. 켈리에 이어 LG의 프리미어12 듀오 투수인 차우찬(32)과 고우석(21)이 NC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승리를 지켰다. NC는 올해 NC 상대 4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2.52로 강했던 켈리의 벽을 넘지 못했다. 노진혁(30)이 5회 솔로포를 때리며 2019 포스트시즌 1호 홈런의 주인공이 됐지만 타선 전체가 5안타의 빈타에 허덕였다. NC는 9회 고우석을 흔들며 1사 만루 상황을 만들어 마지막 기회를 잡았지만 박석민(34)과 노진혁이 연달아 우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나면서 가을야구를 접었다. LG는 오는 6일 키움 히어로즈와 고척 스카이돔에서 준PO를 시작한다. 1차전으로 경기가 끝난 만큼 체력을 회복할 시간은 충분하다. 류 감독은 타일러 윌슨(30)과 차우찬을 1·2선발로 예고하며 “키움은 선발이 좋고 불펜도 좋다”면서 “타석에도 발 빠른 선수들이 포진해 있고 장타력이 좋은 박병호, 이정후, 김하성 등이 있으니 최소 실점으로 경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밝혔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다저스의 가을, 결국 ‘가을 커쇼’에 달렸다

    다저스의 가을, 결국 ‘가을 커쇼’에 달렸다

    ‘지구상 최고의 투수’이지만 가을만 되면 작아지는 남자. ‘가을 커쇼’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은 클레이튼 커쇼(31·로스앤젤레스 다저스)는 이번에는 우승반지를 낄 수 있을까. 다저스가 4일(한국시간)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워싱턴 내셔널스와 디비전시리즈 1차전을 시작으로 가을야구를 펼친다. 이전에는 고민의 여지 없이 커쇼가 1선발을 찜했겠지만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3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1차전 선발로 워커 뷸러(25)를 발표했다.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과 커쇼, 뷸러 모두 1차전에 등판할 수 있는 좋은 선수들”이라며 “류현진과 커쇼 중 한 명이 2차전, 또 다른 한 명이 3차전에 등판할 것”이라고 전략을 숨겼다. 2013년부터 7년 연속 지구 우승을 거머쥔 다저스로서는 번번이 문턱에서 좌절한 아픔이 크다.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2017·2018년엔 휴스턴 애스트로스(2017년)와 보스턴 레드삭스(2018)의 승리를 씁쓸히 지켜봐야 했다. 절대 에이스로 팀을 이끌어온 커쇼로서는 자신의 부진으로 팀이 미끄러지다보니 해마다 많은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다저스가 우승하기 위해선 가을 커쇼의 활약이 중요하다. 커쇼는 정규리그 통산 169승 74패 평균자책점(ERA) 2.44를 기록하며 사이영상을 3차례나 수상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선 30경기(152이닝) 9승10패 ERA 4.32로 평범한 투수로 전락했다. 월드시리즈만 보면 5경기(26과3분의2이닝) 1승 2패 ERA 5.40으로 더 부진했다. 팀의 에이스라는 상징성으로 인해 감독으로서 커쇼를 두고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커쇼의 남다른 승부욕도 다저스 코칭 스탭들에겐 통제하기 어려운 문제다.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커쇼를 바꾸려고 감독이나 투수 코치가 올라가도 본인이 더 던지겠다고 하다가 무너진 경기가 몇 차례나 있었다. 커쇼는 지난달 27일 마지막 선발 등판에서 6회가 끝나고 교체 통보를 받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모습을 보였고 로버츠 감독 대신 황급히 릭 허니컷 투수 코치가 커쇼를 달래는 장면이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커쇼는 이날 경기가 끝나고 “1·2·3차전 어느 경기라도 던질 수 있다”는 말로 자존심을 접은 모습을 보였지만 승부욕 만큼은 숨길 수 없었다. 여전히 리그에서 뛰어난 투수지만 커쇼도 커리어 하락세로 접어든 모양새다. 최근 4년간 평균자책점도 1.69→2.31→2.73→3.03으로 해마다 높아졌다. 이번 ‘가을 커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웃을 수 있을까. 다저스의 가을야구는 결국 커쇼에게 달렸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이해찬 “野, 동원집회 하지 말고 태풍 대책 마련해야”

    이해찬 “野, 동원집회 하지 말고 태풍 대책 마련해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일 “지금 야당이 할 일은 동원집회가 아니라 태풍 피해 대책 마련과 이재민 보호”라며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광화문 집회를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태풍 ‘미탁’ 재난대책회의에 참석해 “올해 유독 가을 들어 태풍이 많이 발생했다”며 “이런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제1야당은 정쟁을 위해 동원집회를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관계 당국에도 “신속히 피해상황을 집계하고 복구 대책을 마련해 조속히 집행하기를 바란다”며 “당도 재난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지역위원회와 함께 피해 복구에 총력을 지원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 차원의 예산정책협의회가 진행 중인데 태풍 관련 피해복구 예산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면서 “오늘 보고를 듣고 추가적 당정협의를 개최해 대책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도 한국당 집회에 대해 “태풍 ‘미탁’에 가늠조차 힘든 피해로 주민들은 대피소에서 넋을 놓은 채 울고 있었지만 광화문 광장에서는 온갖 가짜뉴스와 공허한 정치 선동 만이 난무했다”며 “한국당이 그 중심에 있었다”고 비난했다. 이 대변인은 “한국당이 전국적 총동원령을 내려 만든 집회, 우리공화당의 태극기 집회, 수구적 종교정치 세력의 창당준비집회가 뒤섞여 정체성과 주의, 주장에 혼돈만이 가득했다”며 “서초동 촛불집회와의 본질적 차이는 바로 이 지점에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태풍 지난 금요일 전국 구름 많은 날씨…서울 주말 낮기온 6도나 ‘뚝’

    태풍 지난 금요일 전국 구름 많은 날씨…서울 주말 낮기온 6도나 ‘뚝’

    제18호 태풍 ‘미탁’이 제주와 남부지방을 휩쓸고 지나간 뒤인 4일 금요일은 전국이 구름이 많고 다소 더운 날씨를 보이겠다. 그러나 주말부터는 낮 기온이 뚝 떨어져 서늘한 가을 날씨를 보이겠다. 기상청은 “4일 금요일은 중국 북부지방에서 남동진하는 고기압 가장자리에 들어 전국이 가끔 구름이 많고 강원 영동지역은 동풍의 영향으로 새벽과 밤 한때 비가 올 것”이라고 3일 예보했다. 4일 전국 아침 기온은 13~21도, 낮 기온은 22~29도 분포로 평년(아침 8~16도, 낮 21~25도)보다 다소 높아 더울 것으로 전망됐다. 지역별 낮 최고기온은 서울, 광주, 대구 28도, 대전, 부산 27도, 제주 26도, 강릉 24도 등이다. 그러나 토요일인 5일은 서울 낮 최고기온이 22도로 전날보다 6도 가까이 떨어지겠다. 5일 전국 아침 최저기온은 14~20도, 낮 최고기온은 20~26도 분포를 보이겠으며 다음주 내내 평년기온(아침 6~16도, 낮 20~24도)보다 낮을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실제로 기상청 10일간 중기예보를 살펴보면 서울의 경우 다음주 아침 기온은 11~13도, 낮 기온은 20~22도 분포를 보여 쌀쌀한 가을 날씨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국립환경과학원은 4일 미세먼지 농도는 전국 대부분 지역이 ‘보통’ 단계를 보이겠지만 호남과 제주 등 남서부 지역은 중국발 미세먼지가 유입되면서 ‘나쁨’ 단계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300리 코스모스 길, 1년간 시민들 땀·노력의 결정체죠”

    “300리 코스모스 길, 1년간 시민들 땀·노력의 결정체죠”

    씨앗 맺는 10월 중순부터 내년 행사 준비 “남편 외조 덕분… 가족에 늘 미안한 마음”“지평선축제 기간에 딱 맞춰 코스모스 꽃들이 일제히 피어났습니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황금벌판을 배경으로 한들거리는 코스모스를 보니 이제야 좀 마음이 놓입니다.” 전국에서 가장 긴 ‘호남평야 코스모스 길 조성 사업’ 실무 책임자인 전북 김제시 공원녹지과 임희영(33·녹지 8급)씨는 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유난히 태풍이 잦아 어려움이 많았지만 평년작은 된 것 같다”며 ‘300리 코스모스 길’을 소개했다. “이 업무를 맡기 전에는 코스모스가 저절로 피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꽃을 보려면 1년 동안 열심히 공을 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임 주무관은 2014년 공직에 첫발을 디딘 6년 차 신세대 공무원. 김제지역 꽃길 조성과 관리 업무를 책임진다. 코스모스 길 조성 사업도 계획 입안부터 관리까지 모두 그가 맡는다. 그는 “20년째 매년 가을 황금 들판을 아름답게 수놓는 코스모스 길은 한해 동안 많은 시민이 정성을 기울인 땀과 노력의 결정체”라고 강조했다. 코스모스 길 조성사업은 꽃이 지고 씨앗을 맺는 10월 중순부터 다음해를 준비한다. 생육이 좋고 꽃이 아름다운 구간에서 씨앗을 채취한다. 가장 긴 코스모스 길을 만들려면 매년 100㎏ 이상 씨앗을 확보하는 게 필수. 씨앗은 다음해 6월에 파종한다. 양묘장에서 20㎝ 정도 자라면 장마철에 옮겨심기한다. 코스모스는 생육 과정에 물을 많이 필요로 한다. “코스모스 심을 자리는 제초작업, 제초제와 발아억제제 살포, 땅 갈아엎기, 비료 주기 등 사전 작업을 한 뒤 옮겨심기를 합니다. 이후에도 병해충 방제작업 등 정성을 쏟아야 예쁜 꽃을 피우게 되지요. 이 모든 작업은 부녀회, 청년회 등 시민들이 직접 합니다.” 두 아이 엄마이기도 한 임 주무관은 “남편(손해사정인)의 외조가 없으면 업무 수행이 힘들다”며 “가족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축제 기간에 맞춰 만개하도록 하는 게 관건입니다. 옮겨심기하고 3개월 뒤 꽃이 피기 때문에 축제 기간을 역산해 심지만 기후 영향을 많이 받아 하루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코스모스가 웃자라면 순자르기 하고 꽃망울이 일찍 맺으면 이를 제거하는 등 지속적인 관리를 해야 축제 기간에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다”고 비법을 귀띔했다. 임 주무관은 “올해 김제 코스모스 길은 10월 중순까지 장관을 이루니 김제시를 방문해 아름다운 추억 한 아름 담아 가길 바란다”며 “지난봄부터 너른 들판을 헤매고 다니느라 힘들었지만 장관을 이룬 코스모스 길을 보면 절로 피로가 싹 가시고 가슴이 뿌듯해진다”고 활짝 웃었다. 김제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발라드 일색 안방 벗어나는 케이팝…수출용 ‘아이돌 어벤저스’팀 납시오

    발라드 일색 안방 벗어나는 케이팝…수출용 ‘아이돌 어벤저스’팀 납시오

    해외선 케이팝이 메탈 제치고 선호 장르 SM, 아이돌 아티스트 모아 美 시장 노크 “지금은 케이팝·라틴 음악의 시대” 단언도국내 음악 시장 지형도가 뚜렷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전에 없던 케이팝 열풍이 불고 있지만 태생지에서는 오히려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대신 발라드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분위기다. ‘내수용’ 음악으로 성장한 케이팝은 이제 ‘수출용’을 염두에 두고 더 넓은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1일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이 발표한 9월 월간차트는 온통 발라드 물결이다. 폴킴의 ‘안녕’이 1위로 올라섰고 마크툽의 ‘오늘도 빛나는 너에게’(2위), 휘인의 ‘헤어지자’(5위), 케이시의 ‘가을밤 떠난 너’(6위) 등이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인기 드라마의 영향도 컸다. 거미의 ‘기억해줘요 내 모든 날과 그때를’(4위) 등 ‘호텔 델루나’ OST가 다수 올랐고, ‘멜로가 체질’ 주제가인 장범준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7위)가 인기를 모았다. 아이돌 댄스곡은 18위까지 내려가야 선미의 ‘날라리’를 볼 수 있고, 30위 안에서는 있지의 ‘아이시’(26위)와 방탄소년단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27위)가 남아 있다.2010년 전후로 시작된 음원 차트의 아이돌 댄스곡 초강세가 최근 몇 년간 주춤하더니 올해를 기점으로 발라드의 상승세로 역전됐다.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인기 있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의 커버 영상은 대부분 발라드이고, 많은 이들이 찾는 코인노래방에서도 역시 발라드 선곡이 강세”라며 트렌드 변화를 짚었다. 일각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 효과를 거론하면서 현재 음원 차트 상위권 절반가량이 다소 생소한 뮤지션들의 곡으로 채워진 이유를 설명한다. 다만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가 음원 사재기 조사에서 해당 의혹을 밝히지 못한 뒤 원인을 알 수 없는 역주행 곡들이 점점 늘었고, 음원 차트가 여기에 영향을 받은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반면 ‘BTS(방탄소년단) 신드롬’ 이후 해외에서 한국형 아이돌 음악을 중심으로 한 케이팝 인기는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가 최근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선호되는 음악 장르’ 순위에서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은 케이팝은 메탈, R&B, 클래식을 제치고 7위에 올랐다. 케이팝 아이돌 신곡이 해외 아이튠즈 차트 등에서 성과를 내는 모습은 이제 일상이 됐다. 해외 진출에 힘을 싣는 아이돌도 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2일 그룹 슈퍼M 론칭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진출을 위한 프로젝트 그룹의 출발을 알렸다. 샤이니 태민, 엑소 백현·카이, NCT 127 태용·마크, 중국에서 활동 중인 웨이션V 루카스·텐 등 7명의 소속 아티스트를 모은 ‘어벤저스 팀’이다. SM은 지난해 미국 대형 종합음악회사인 캐피톨뮤직그룹(CMG)과 손잡고 NCT 127의 미국 프로모션을 진행한 데 이어 슈퍼M을 통해 미국 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블랙핑크는 지난 4월 ‘킬 디스 러브’를 낸 뒤 국내 음악 방송 활동은 2주 이내로 최소화했다. 국내 활동 직후 세계적인 음악 축제인 미국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 무대에 섰고 북미 투어를 진행하며 해외 팬들과의 접점을 넓혔다. 몬스타엑스는 최근 미국 NBC ‘엘런 드제너러스 쇼’ 등에 출연하며 차세대 한류스타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연말 미국을 대표하는 ‘징글볼’ 투어에 케이팝 가수 최초로 합류한 데 이어 2년 연속 참가한다. 이들은 ‘후 두 유 러브?’, ‘러브 유’ 등 영어 음원을 차례로 발표하며 현지화 전략에도 앞장서고 있다. 에이티즈, VAV, 에버글로우 등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아이돌도 해외에서 먼저 팬덤을 모은 한류스타다. 수천만 조회수 뮤직비디오를 보유한 이들은 미주·유럽 등을 돌며 공연을 연다.케이팝의 미래에 대한 글로벌 음악 시장의 전문가들의 낙관이 이어진다. 지난 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서울국제뮤직페어’에 참석한 니콜 프란츠 CMG 수석부사장은 “NCT 127의 멕시코시티 콘서트에서 스페인어로 환호하다가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는 팬들을 봤다. 공연장 주변은 자녀들을 기다리는 부모 수천명이 장사진을 이뤘다”며 가장 놀라운 장면 중 하나로 꼽았다. 이어 “아직 케이팝을 경험하지 못한 미국인 중에서도 팬이 될 사람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필 콰르타라로 미국 트라이포드 파트너스 대표는 “비틀스가 1960년대를, 스파이스 걸스가 1990년대를 대표했다면 지금은 케이팝과 라틴 음악의 시대”라고 단언했다. 그는 “20년 전 라틴 음악 비즈니스 관계자가 ‘미국 시장에서 라틴음악이 성공하겠느냐’ 물었는데, 지금은 미국 전역을 주름잡고 있다”며 “지난 몇 년간 미국 팝 음악계는 별 특색과 매력이 없었고, 이 틈을 케이팝이 들어왔다”고 평가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가을, 詩… 다시 이상

    가을, 詩… 다시 이상

    모더니즘, 초현실주의를 시도한 한국문학 최초의 아방가르드 시인 이상(1910~1937). 탄생 110주년인 내년을 앞두고 그를 재조명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시각적인 실험시의 계보를 잇는 박상순(57) 시인은 최근 이상 시 전집 ‘나는 장난감 신부와 결혼한다’(민음사)를 펴냈다. 박 시인은 이상의 일본어 시는 제외하고, 국문시 50편으로만 전집을 꾸렸다. 이상이 처음으로 발표한 한글 시 세 편 가운데 하나인 ‘1933. 6. 1’에서 기인했다. 1933년은 이상이 조선총독부 내무국 건축과 기사직에서 사직한 해다. 그해 발표한 이 시에서 그는 “무게를 재는 천칭 위의 과학자, 뻔뻔히 살아온 사람에서 벗어나 마침내 자신을 드러내겠다”는 다짐을 한다. 박 시인은 “이상의 시는 객체화든 객관화든 타자화든 간에 근대적 주체의 인식과 파기”라며 “1933년 이날의 다짐은 그동안 일본어로 써서 발표한 시와의 이별일 수 있다”고 봤다. 이 외에도 그동안은 산문으로 치부됐던 ‘산책의 가을’, ‘실낙원’, ‘최저낙원’ 세 편을 시의 영역으로 끌어올려 눈길을 끈다. 문학평론가 권영민(71) 서울대 명예교수가 펴낸 ‘이상 연구’(민음사)는 인간 이상에서 작가 이상, 텍스트에서 그림에 이르기까지 이상에 관한 거의 모든 자료를 집대성했다. 절판된 ‘이상 텍스트 연구’를 수정, 새롭게 밝혀진 사실들을 보완해 ‘비평적 전기’의 면모를 보여 준다. “이상은 자신의 문학 속에서 언어의 한계에 도전하면서, 자신의 상상력과 특이한 정서를 구체화하기 위해 언어의 모든 가능성을 동원한다.” 오랜 세월 이상을 연구해 온 권 명예교수의 결론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흥미진진 견문기] 활기찬 마장축산물시장… 왜소한 왕좌봉 터

    [흥미진진 견문기] 활기찬 마장축산물시장… 왜소한 왕좌봉 터

    화창한 가을날, 왕십리역광장 한쪽에 서 있는 김소월의 시비에서부터 답사는 시작됐다. 답사 참여자의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낭독된 김소월의 ‘왕십리’ 시를 함께 감상하기도 하고, 김소월 시가 노랫말이 된 ‘진달래꽃’,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세상모르고 살았노라’, ‘부모’ 등의 여러 가요를 듣고 제목 맞히는 활동을 하며, 소월의 시가 여전히 현재형이며 지금 우리의 감성을 대변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부족함이 없음을 새삼 깨달았다. 왕십리역광장을 벗어나 쭉 이어진 국철길을 따라 마장축산물시장에 도착했다. 고기의 비릿한 냄새와 붉은 선홍색 빛깔, 숙련된 솜씨로 고기를 손질하는 기술자들과 주문받은 고기를 배달하는 오토바이의 소음이 어우러져 시장은 활기로 넘쳐났다. 세계에서 단일품목 시장으로는 최대 크기라는 시장의 규모에 놀랐고, 명절이나 잔칫날이면 이곳에서 장을 보셨던 돌아가신 어머니가 떠올라 코끝이 찡해졌다. 동명초등학교 내에 있는 왕좌봉 터로 향했다. 지금은 높은 빌딩과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어 왜소하기만 한 왕좌봉 터가 예전에는 야산의 비교적 높은 봉우리였으며, 이성계와 무학대사가 한양을 새 도읍지로 결정하기 위해 이곳에 올라 주변을 살폈던 역사적인 장소였다는 것이 믿기 어려웠다. 이곳에서 듣는 마장동과 왕십리의 변천과정은 흥미로웠으며, 특히 임권택 감독의 영화 ‘왕십리’와 김흥국이 자작한 노래 ‘59년 왕십리’를 통해 1960년대 왕십리의 모습과 이별의 정한을 실감 나게 느낄 수 있었다.70년 전통의 대도식당은 입구의 나무 간판에서부터 노포의 역사가 느껴졌다. 마장축산물시장의 신선한 소고기와 무쇠 주물판에 영친왕 주방 상궁의 비법으로 구워진 소고기 등심. 생각만 해도 입안에 가득 고인 침을 애써 삼키며, 반드시 가족과 함께 방문하리라 다짐하며 청계천으로 향했다. 청계천 한가운데에 옛 고가도로의 흔적으로 남긴 존치 교각을 보고, 청계천 판잣집 체험관을 둘러본 후 청계천 박물관을 관람했다. 김소월의 시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를 모두 함께 낭독하며 가을 햇살에 눈부신 청계천변을 바라봤다. 지금, 이곳에 김소월이 살고 있다면 또 어떤 시를 지었을지 궁금해졌다. 황미선 책마루독서교육연구회 연구원
  • 개천절 밤까지 비 뿌리고 떠나는 ‘미탁’

    개천절 밤까지 비 뿌리고 떠나는 ‘미탁’

    제18호 태풍 ‘미탁’이 개천절인 3일 오전에 동해상으로 빠져나가겠지만 밤까지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리겠다. 기상청은 “태풍 미탁은 한반도 서쪽 상층의 건조한 공기와 만나 세력이 약해지면서 이동 속도가 빨라져 3일 오전 경북 동해안으로 빠져나간 뒤 4일 0시쯤 독도 인근 해상에서 온대저기압으로 변해 소멸될 것”이라고 2일 예보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미탁이 만들어 낸 비구름의 영향으로 제주도와 서해안은 3일 오후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은 밤 늦게까지 비가 내리고 강원 영동지역은 4일 새벽까지 이어지겠다. 특히 5㎞ 상공에는 영하 7도의 차가운 공기가 있고, 대기 하층인 상공 1.5㎞에서는 16도 내외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유입되는 등 대기불안정 때문에 제주도와 남부 지방에는 천둥, 번개와 함께 많은 비가 내릴 전망이다. 예상 강수량은 제주도 산지, 강원 영동, 경북 북부 동해안 500㎜ 이상, 남부 지방과 제주도 100~300㎜, 충청도 80~150㎜, 중부 지방 30~80㎜(많은 곳 120㎜)이다. 이와 함께 4일까지 제주도와 해안, 도서지역에는 최대순간풍속 초속 35~45m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겠다. 그 밖의 지역에서도 15~30m의 강풍이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미탁은 한반도 상륙 시 강도가 다소 약해지겠지만 태풍의 중심이 상륙해 통과하는 만큼 비바람의 영향은 17호 태풍 ‘타파’보다 더 넓고 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태풍의 영향을 받는 3~4일 전국의 낮 최고기온은 22~29도 분포로 평년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다가 이번 주말부터는 21~24도로 떨어져 완연한 가을날씨를 보이겠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강남구 세곡동 ‘율현공원 별꽃페스티벌’ 성료

    강남구 세곡동 ‘율현공원 별꽃페스티벌’ 성료

    김태호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 강남4)은 지난 28일 강남구 율현동 소재 ‘율현공원’에서 개최된 ‘2019 율현공원 별꽃페스티벌’이 2,500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됐다고 밝혔다. ‘별꽃페스티벌’은 별과 꽃이 있는 초가을 밤의 정취를 시민과 함께한다는 테마로 율현공원을 홍보하고 공원 여가문화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자 기획됐으며, 서울팝스오케스트라 클래식 음악공연부터 인기가수 조관우, 뮤지컬배우 박혜미, 팬텀싱어 포마스 등 다채롭고 화려한 무대가 진행돼 시민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특히 이번 페스티벌은 2016년 6월 율현공원 개원 이후 처음으로 진행돼, 묘목 부실과 편의시설 부족 등의 이유로 주민들로부터 외면 받는 공원이었던 율현공원을 활성화하는 계기를 마련해 더욱 의미가 있었다. 김 의원은 “참석해 주신 시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이번 별꽃페스티벌을 기점으로 더 많은 문화예술 공연 기회를 확대해 율현공원의 별꽃페스티벌이 강남구를 넘어 서울의 자랑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찾아 뵙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의원은 “율현공원에 수목 식재와 평상 등 편의시설부터 마련해 공원답게 재정비하고 율현공원 활성화를 위한 숲 도서관, 자연생태공원, 물놀이 놀이터 설치 등 다양한 방안을 주민들과 모색하고 율현공원이 시민에게 사랑받는 휴식처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근대 기상관측 이래 올 9월 역대 가장 많은 태풍 영향

    근대 기상관측 이래 올 9월 역대 가장 많은 태풍 영향

    지난 9월에는 한국 근대 기상업무가 시작된 1904년 이후 가장 많은 태풍이 찾아온 달로 기록됐다. 기상청은 2일 발표한 ‘9월 기상특성’에서 올 9월에는 제13호 태풍 링링, 제17호 태풍 타파, 제18호 태풍 미탁까지 9월 발생 태풍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2016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9월 가을 태풍의 영향을 받았다. 이는 태풍이 발생하는 필리핀 동쪽 해상의 해수면 온도가 29도로 매우 높아 상승기류가 강해지면서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인 일본 부근에서는 하강기류가 만들어지고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에 비해 북서쪽으로 확장돼 한반도가 태풍의 길목에 위치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기상청은 설명했다.9월 초순(1~11일)에는 한반도쪽으로 확장한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와 만나면서 정체전선을 형성해 남해와 중부지방을 오르내리며 가을장마가 이어졌고 8~11일에는 남북으로 좁고 동서로 긴 띠 형태의 강수대가 형성돼 중부지방에 많은 비를 내렸다고 기상청은 밝혔다. 이 때문에 지난달에는 사흘에 한 번 꼴로 비가 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9월 1~3일, 19~25일에는 상층의 차가운 공기가 유입되면서 기온이 낮았지만 전반적으로 북태평양고기압의 따뜻한 공기와 낮 동안 강한 일사로 기온이 높았다. 실제로 지난달 전국 평균기온은 21.8도로 평년의 20.1~20.9도 보다 높았고 강수량 역시 221.2㎜로 평년의 74~220.7㎜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문문 SNS로 근황 공개, “강남 화장실 몰카 용서마시길” [전문]

    문문 SNS로 근황 공개, “강남 화장실 몰카 용서마시길” [전문]

    공중화장실 불법 촬영 전력이 공개돼 활동을 중단했던 가수 문문이 근황을 전했다. 문문은 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지키지 못한 약속들 중 하나를 지키려 한다”며 “작년 가을이라고 약속했던 앨범을 늦게나마 드리려 한다. 필요하신 분이 계시다면 아래주소로 메일 보내달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그는 “미워하는 것을 그치지 마시고 용서도 하지 마시고 그저 건강만 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진심으로 고마웠고 또 미안했습니다”고 덧붙였다. 문문은 노래 ‘비행운’이 음원차트에서 역주행하며 인기를 얻었지만 작년 5월 불법 촬영 혐의로 기소된 사실이 알려져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그는 강남의 한 공용화장실에서 여성을 몰래 촬영하다 적발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아래는 문문의 인스타그램 글 전문 지키지 못한 많은 약속들 중 하나를 지키려고 합니다. 작년 가을이라고 약속했던 앨범을 늦게나마 드리려고 합니다. 필요하신 분이 계시다면 아래주소로 메일 보내주세요. 답장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미워하는 것을 그치지 마시고 용서도 하지 마시고 그저 건강만 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진심으로 고마웠고 또 미안했습니다. 사진 = 서울신문DB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한끼줍쇼’ 백지영, 딸에 무한애정 “정석원 ‘이보’라 불러”

    ‘한끼줍쇼’ 백지영, 딸에 무한애정 “정석원 ‘이보’라 불러”

    가수 백지영이 딸에 대한 무한애정을 드러냈다. 2일 수요일 방송되는 JTBC ‘한끼줍쇼’에서는 가을에 찾아온 발라드의 여왕 백지영과 대세 홍현희가 밥동무로 출연해 광진구 광장동에서 한 끼에 도전한다. 최근 진행된 ‘한끼줍쇼’ 녹화에서 강호동은 28개월 된 딸을 두고 있는 백지영에게 “육아가 힘드냐 아니면 재밌냐”고 물었다. 이에 백지영은 “재밌는 쪽이다”라고 답했다. 이에 홍현희는 “아까도 아기 영상을 계속 보고 있더라”고 덧붙이며 백지영의 딸 바보 면모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남편에게 호칭을 어떻게 부르냐고 묻는 홍현희의 질문에 백지영은 “여보”라고 부른다며, “딸이 어느 날 갑자기 남편한테 ‘이보~’라고 불렀다”라고 ‘기승전딸’로 이야기를 마무리하기도 했다. 한편 홍현희는 제이쓴과 결혼 후 가장 ‘핫’한 부부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남편에 대한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홍현희는 과거 제이쓴과의 만남을 부모님께 알리자, 어머니는 “네가 나이 많은 거 알아? 그리고 개그우먼인거 알아?”라고 두 가지 질문을 했었던 일화를 공개해 웃음을 자아냈다. 광장동에서 펼쳐진 백지영과 홍현희의 한 끼 도전은 2일(오늘) 밤 11시에 방송되는 JTBC ‘한끼줍쇼’ 광장동 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우주를 보다] 10월의 밤하늘 이벤트…유성우도 볼 수 있어요

    [우주를 보다] 10월의 밤하늘 이벤트…유성우도 볼 수 있어요

    맑고 투명한 10월의 밤하늘에는 볼거리가 푸짐하다. 중천을 날아가는 천마 형상의 페가수스자리를 길라잡이로 삼으면, 먼저 천마의 콧잔등에 있는 화려한 구상성단 M15을 구경할 수 있다. 이 구상성단은 우리은하에서 가장 밀집된 구상성단의 하나로, 10만 개 이상의 별로 뭉쳐져 있다. 쌍안경이나 소형 망원경으로 쉽게 관측할 수 있다. 또한 천마의 앞다리 부근에 있는 NGC 7331 나선은하, 특이하게도 페가수스자리의 알파별 알페라츠를 공유하는 안드로메다자리의 안드로메다 은하 등등을 여행할 수 있다. 우리은하의 2배 크기인 안드로메다 은하는 40억 년 후 우리은하와 충돌할 예정인데, 지구에서의 거리는 약 250만 광년. 그러니까 오늘밤 우리가 보는 안드로메다의 빛은 지구상에 인류의 그림자도 없고 매머드가 뛰어다닐 무렵인 250만 년 전에 그 은하를 출발한 빛인 셈이다. 좋은 하늘에서는 맨눈으로도 보인다. 사람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먼 천체가 바로 안드로메다 은하이다. 이번 달에는 용자리 유성우, 오리온자리 유성우도 예약되어 있는 등, 다채로운 10월 밤하늘 이벤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10월 9일 밤 용자리 유성우가 쏟아진다 매년 10월 7일에서 11일 사이에 나타나는 용자리 유성우가 9일 밤 극대, 곧 최고조에 달한다. 유성우는 지구가 혜성 등이 흘리고 간 잔재들과 만날 때 많은 유성이 비처럼 쏟아지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뜻한다. 매년 비슷한 시기에 관찰되며, 맨눈으로도 볼 수 있다. 유성우는 마치 하늘의 한 지점으로부터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 지점을 복사점이라 하고, 복사점이 있는 별자리 이름을 따서 유성우 이름을 짓는다. 용자리 유성우는 용자리 γ별 부근에 나타나는 유성군으로서, 자코니비 혜성을 모혜성으로 한다. 1933년 10월 9일 밤 유럽에서 1분에 1000개 이상의 유성우가 보였다는 기록이 있다. 올해의 용자리 유성우는 비교적 '얌전한' 편으로, 극대에도 시간당 10개 정도로 예상되지만, 때로는 놀라운 별똥별 쇼를 펼치기도 하니까 충분히 관측한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 유성우 관측은 맨눈으로 하는 게 기본이지만, 쌍안경 한 개쯤 준비하면 다른 밤하늘 풍경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밤날씨가 쌀쌀하니 특히 보온에 신경을 쓰고, 고개를 오래 들고 있기 어려우니 돗자리나 젖혀지는 의자를 활용하는 게 좋다. 2. 10월 15일 밤 보름달과 천왕성이 만난다 10월 15일 저녁 8부터 화요일 새벽까지 밝은 보름달이 천왕성 아래 5도(또는 천구의 남쪽)를 지나간다. 천왕성은 어두운 하늘에서 쌍안경으로 볼 수 있을 만큼 밝지만, 가까이에서 밝게 빛나는 달이 그것을 압도할 것이다. 물고기 자리 별의 동쪽 하늘에 있는 천왕성의 위치를 기록하고 다음날 밤 달이 이동한 후 천왕성을 관찰하기 바란다. 3. 10월 20일 일요일 밤 수성의 동방최대이각 10월 20일 일요일 밤에는 수성이 태양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지는 동방최대이각이 된다. 태양으로터터 동쪽으로 약 25도 거리에서 빛나는 것이다. 하지만 고도가 너무 낮아 북반구의 관측자들은 가까스로 볼 수 있을 뿐이지만, 낮은 위도의 관측자들은 보다 잘 볼 수 있다. 태양에 가장 가까운 궤도를 도는 수성을 볼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으니 놓치지 말기 바란다. 4. 10월 22일 오리온자리 유성우가 쏟아진다 가장 밝고 아름다운 유성우로 꼽히는 오리온자리 유성우가 10월 22일 밤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매년 이맘때 나타나는 오리온자리 유성우는 10월 2일부터 11월 7일까지 주로 활동하는 유성우다. 날씨가 맑다면 밝은 유성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간당 유성수(ZHR)는 약 20개며, 유성 속도는 초속 66km다.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어느새 휙 사라져버린다. 오리온자리 유성우의 복사점은 오리온자리 알파별 베텔게우스의 북쪽이다. 베텔게우스는 1등성으로, 오리온자리의 왼쪽 위 모서리에서 빛나는 붉은색 초거성이다. 오리온자리 유성우의 모혜성은 핼리 혜성으로, 이 유성우를 만드는 우주 먼지들은 모두 핼리 혜성이 남기고 간 부스러기인 셈이다. 핼리 혜성이 최근 지구를 찾아온 것은 1986년으로, 다음 접근 시기는 2061년 여름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5. 10월 28일 천왕성이 충의 위치에 온다 ​10월 28일 오후 5시 천왕성이 충의 위치에 온다. 충이란 지구를 중심으로 하여 외행성이 태양과 정반대의 위치에 오는 시각. 또는 그 상태를 말하며, 이때 외행성과 태양의 적경(赤經) 차이는 180도가 된다. 충의 위치에 오는 천왕성은 올해 지구로부터 가장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게 되는데, 약 28억km 거리다. 그러니까 지구-태양간 거리 1.5억km(1AU)의 약 19배 거리가 되는 셈이다. 올 가을 내내 천왕성은 물고기자리를 향해 서진할 것이다. 망원경으로 발견된 최초의 행성인 천왕성은 1781년 4월 영국의 천문학자이자 음악가인 윌리엄 허셜에 의해 발견되었다. 천왕성의 적도면은 궤도면과 98° 경사를 이루고 있다. 자전축이 황도면과 거의 일치하여 공전에 수직인 방향으로 자전한다. 즉, 공전궤도면에 거의 드러누운 모습으로 자전과 공전을 하고 있다. 천왕성의 공전 주기는 84년으로, 발견자 허셜도 84살로 생을 마감했다. 6. 10월 31일 수성-금성이 만난다 10월 31일 목요일 저녁에 남서쪽 하늘에서 낮은 고도의 수성은 태양을 향해 빠르게 날아가 자신보다 훨씬 밝게 금성을 추월할 것이다. 10 월 31일 금성에 최근접하는 거리는 금성의 왼쪽 아래(또는 천구의 남쪽)에서 2.5도이며, 쌍안경으로 보면 한 시야 안에 두 행성을 함께 볼 수 있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효도 대행 서비스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효도 대행 서비스

    수주(樹州) 변영로(1898~1961)는 1919년 독립선언서를 영문으로 번역했고,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 깊고’로 시작하는 시 ‘논개’를 쓴 시인이자 영문학자다. 그의 ‘명정 40년’(酩酊四十年)은 1953년 서울신문사에서 처음 출간됐다. ‘명정’은 술에 취했다는 뜻이니 술과 더불어 산 40년 인생을 돌아본 수필집이다. 그는 한학자 위당(爲堂) 정인보(1893~1950)와는 어려서부터 친구였다. 한 살 차이로도 선후배 가르기 좋아하는 요즘 세태와 달리 이 시절에는 다섯 살 차이쯤은 전혀 문제가 안 됐다. 수주는 위당 집을 출입하면서 위당의 부친과도 자주 만났는데, 위당은 부친에 대한 효심이 지극했다. 수주의 20대 후반 시절 이야기다. 위당의 부친은 술은 좋아하는데 술벗은 많지 않아 늘 적적했다. 위당이 이를 안타깝게 여겼으나, 자식 된 도리에 늙은 아버지와 함께 술집을 다닐 수는 없었다. 게다가 위당은 술을 좋아하지 않는 샌님 타입이었다. 그래서 한 번은 “여보게 수주, 오늘 우리 아버지를 모시고 술집에 좀 가 주게”라고 부탁했다. 이를테면 친구더러 효심을 대행하여 달라는 안타까운 주문이었다. 수주는 거절하려 했으나 친구의 효심을 생각해 기꺼이 승낙한다. 부친을 술집으로 모시고 가준다니 위당도 기뻐했지만, 노인은 더더욱 희색이 만면해 “수주, 허, 수주”를 연발하셨다. 그러나 수주에게는 이 일이 썩 즐겁지만은 않았다. 일종의 봉사요, 책임감으로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발걸음이 그다지 가볍지 않았다. 맨 처음 간 곳은 동대문 밖 주점이었다. 상상해 보라. 70대 노인과 30세도 안 된 청년이 대작하는 장면을. 술집의 다른 손님들도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술 좋아하는 수주였지만 음주가 즐거움이 아니라 고행이었다. 그러나 크게 기뻐하시는 노인을 댁까지 모셔다 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니 “내 오늘 좋은 일을 하였구나” 하는 만족감도 들었다. 그 후로도 수주는 여러 차례 이 술집 저 술집 옮겨 다니며 효도를 대행했다. 깊어 가는 가을, 소주병을 잔뜩 쌓아 두고 잠시 낮잠을 즐기는 이 어른에게는 대작해 드릴 아들 친구가 없었던 걸까. 우석대 역사교육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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