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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 가을 도심 악취 주범 은행 열매 모으는 채집망 설치

    [포토] 가을 도심 악취 주범 은행 열매 모으는 채집망 설치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청 옆 도로에 심어진 은행나무에 열매가 길에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한 채집망이 설치돼 있다. 이 그물은 종로구청이 가을철 도심에서 악취를 유발하는 은행 열매가 길에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시범적으로 설치한 것이다. 연합뉴스
  • [포토] 갯벌에 찾아온 가을

    [포토] 갯벌에 찾아온 가을

    10일 오후 전남 신안군 증도 태평염전 갯벌 습지에 칠면초와 함초가 어우러져 있다. 연합뉴스
  • 가을철 호흡기 건강 유지 위한 생활 수칙

    가을철 호흡기 건강 유지 위한 생활 수칙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들며 급격히 건조해진 날씨 탓에 호흡기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재채기, 콧물, 기침, 비염, 알레르기 등 각종 호흡기질환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일교차가 큰 환절기일수록 신체의 항상성이 깨지고 체온조절 능력에도 문제가 생기는 만큼, 적절한 휴식과 함께 평소 생활습관도 되돌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들은 폐렴, 심뇌혈관질환 등 환절기 질환에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에, 실내 공기질 관리 전문 기업 ㈜하츠가 가을철 호흡기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생활 수칙들을 한 데 모아 소개한다. ●호흡기 건강 위해 주기적인 환기 ‘필수’ 호흡기 건강의 시작은 적정 온·습도 조절에 있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주택 실내공기질 관리를 위한 매뉴얼’에 따르면 가을철 실내 온도는 19~23℃, 습도는 50%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습도가 낮아질 경우 각종 바이러스나 세균이 발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돼 호흡기 감염질환을 앓거나 알레르기질환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이처럼 집안 공기질을 늘 쾌적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루 3번(오전, 오후, 저녁) 30분 이상 환기를 실시하는 것이 좋다. 저녁 늦게나 새벽 시간엔 대기 흐름이 적어 오염물질이 정체돼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환기는 일반적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 이전에 하는 것을 추천한다. 만일 외부 대기오염 걱정 없이 빠른 시간 안에 집안 전체를 환기하고 싶다면 환기시스템 활용을 추천한다. 2006년 이후에 사업 승인된 공동주택에는 환기 시스템이 의무적으로 설치돼 있으며, 발코니나 실외기실 또는 거실에 있는 컨트롤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츠의 ‘공기청정겸용 전열교환기’는 초미세먼지까지 차단하는 헤파필터가 적용되어 있으며, 실내외 공기 간 열 교환을 통해 온·습도까지 조절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올바른 식습관 정립… 물 자주 마시고 영양소 풍부한 채소 등 섭취 동의보감에 따르면 ‘폐는 건조한 기운을 싫어한다’고 기록돼 있다. 폐뿐만 아니라 점막, 기관지 등의 호흡기는 늘 촉촉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체온과 비슷한 온도의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시며 충분히 수분을 공급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영양소가 풍부한 색색의 채소를 섭취하는 방법도 있다. 초록색의 시금치는 루테인, 노란 단호박은 라이코펜, 붉은 당근은 베타카로틴을 다량 함유해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며, 폐 질환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끈적한 성분의 알긴산이 풍부한 미역과 다시마는 몸속에 침투한 미세먼지, 탄산가스는 물론 폐에 쌓인 공해물질을 중화시키는 효과가 있어 자주 섭취해보자.●실내 유해가스 등 오염물질 해결하는 주방 후드 사용 생활화 수년째 국내 암 사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폐암의 주요 발병 원인은 흡연으로 알려져 있다. 폐 건강의 필수 전제조건은 금연이나 여성의 경우 비흡연자가 90%에 달하는 데도 불구하고 간접흡연이나 실내 공기오염물질 노출 등으로 폐암을 앓는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미세먼지, 일산화탄소 등 각종 실내 유해물질이 다량으로 발생할 위험이 높은 음식 조리 시엔 주방용 레인지 후드 사용을 생활화하여 오염물질이 발생하는 즉시 배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후드를 켜는 것을 자주 깜빡한다면 하츠의 ‘쿠킹존(Cooking Zone)’ 시스템이 적용된 쿡탑과 후드를 사용해보자. 쿡탑을 켜면 후드가 자동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후드를 켜고 끄는 번거로움과 잔여 유해가스에 대한 걱정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실내 공기질 관리 전문 기업 ㈜하츠 관계자는 “폐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기관인 만큼 건조한 요즘 날씨에 대비해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라며, “하츠가 제안하는 호흡기 건강 생활 수칙을 통해 소비자들이 건강한 가을철을 보낼 수 있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 가을 내 속을 달래 주는 순대씨

    이 가을 내 속을 달래 주는 순대씨

    춥고 배고프던 시절, 서민들의 든든한 식사 겸 안주였던 ‘순댓국’이 이제는 동네 구석구석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는 먹거리로 자리잡았다. 30년 전만 해도 가축시장이나 재래시장 근처에서 돼지 부산물에 각종 채소를 섞어 팔던 ‘싼 국밥’이 대중화됐다. 우리나라가 아니면 좀처럼 맛보기 힘든 전통음식이기도 하다.용인의 백암순대국밥, 천안의 병천순대국밥, 포천의 무봉리순대국 등 체인사업으로까지 발전하며 중국집보다도 많아졌다는 소리를 듣는다. 도축장이 많기 때문인지, 순댓국집은 유난히 경기 북부에 많다. 그중 인구가 가장 많은 고양시와 행정중심지인 의정부에는 각각 100여곳에 이르는 순댓국집이 있다. 순댓국은 돼지 뼈를 긴 시간 우려 만든 육수에 순대와 내장, 허파, 간, 염통, 머리 고기 등 각종 돼지 부산물을 ‘백화점식’으로 넣어 끓여 먹는 국밥 형태의 음식이다. 핏물을 뺀 돼지 뼈와 대파, 통마늘, 생강 등을 함께 넣어 24시간가량 푹 끓인다. 기호에 따라 양념장을 넣어 얼큰하게 먹기도 하며 부추로 만든 겉절이를 곁들이면 궁합이 좋다. 김영성(식품공학박사) 신한대 식품조리과학부 학장은 “순댓국은 나쁜 병균을 몰아내고 납, 수은 등 우리 몸에 유해한 독을 풀어 줄 뿐 아니라 비타민 F라 불리는 리놀산을 비롯한 많은 종류의 비타민이 다량 함유된 건강식”이라고 말했다. 리놀산은 혈액의 콜레스테롤양을 줄여 동맥경화, 심근경색, 고혈압 예방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순댓국에 풍부한 단백질은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선조들의 지혜의 산물이다.서울신문은 10일 뜨끈한 국물 음식이 생각나는 계절을 맞아 해당 지역 공무원들이 추천하는 순댓국집을 소개한다. 이들 음식점의 공통점은 같은 장소에서 20~40년 고집스러운 방식으로 국물을 내고 고기를 삶는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냄새 잡는 방법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돼지 뼈로 오랜 시간 육수를 내고 김치, 깍두기는 직접 담근다. 대부분 식자재가 같고 조리 방식이 비슷해 어느 집이 더 맛있다는 말은 사실 큰 의미가 없을 듯하다. 지역 공무원들이 맛있다고 꼽는 집은 한 곳에서 오랜 세월 그들과 동고동락했고 양이 푸짐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양 원당 또와순대국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 전통시장 입구 2층 상가 건물에 있다. 30년 전 원당 리스상가 지하에서 오설매(72·여)씨가 창업했다. 초창기부터 같이했던 김옥련(68·여)씨가 1년 반 전 인수해 여전한 맛을 자랑한다. 순댓국 맛의 핵심은 불쾌한 돼지 냄새를 잡는 것. 김씨는 “깨끗하게 손질하고 피를 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청결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방은 완전히 개방했다. 위생과 청결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양념을 아끼지 않은 김치와 깍두기 맛도 일품이다. 일산 지역에서는 ‘조박사가만든족발과순대국’과 일산시장 초입 ‘중앙식당’ 등이 입소문이 나 있다. ●파주 봉일천순대국 오랜 세월 한 곳에서 장사를 해 온 묵직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2년여 전 금촌 방향 통일로변으로 이전해 식당 내부가 깔끔하다. 약 반세기 전에는 소시장이 있던 봉일천교 입구에 있었으나 봉일천사거리를 거쳐 이곳으로 확장 이전했다. 맑은 국물에 당면 순대 2개, 옛날 순대 2개, 살코기, 내장 등 각종 돼지 부산물이 들어간다. 해장에 좋은 얼큰순댓국이 별도로 있고, 맛보기순대가 철판에 나온다. 순댓국을 불편해하는 여성들에게 인기다. 금촌에 있는 ‘큰손집’은 장단 피난민 출신으로 파주시청 공무원과 토박이들에게 잘 알려진 곳이다. ●양주골전통순대국 양주시 유양삼거리 근처 ‘순대촌’에 있다. 이 마을에는 예부터 순대를 직접 만들어 먹던 관습이 아직 남아 있다. 그 중심에 양주골전통순대국집이 있다. 이명률(61)씨가 1998년 개업했다. 주메뉴인 순댓국뿐 아니라 소고기선지해장국도 많이 찾는다. 자칫 방심하면 잡내가 나기 때문에 한약재를 넣어 2~3번 삶기를 반복한다. 언제나 최고급 ‘곱’을 골라 구입하고 속재료도 재래시장에 나가 직접 만져 보고 씹어 본 후 산다. 이런 정성을 인정받아 2006년 양주시가 ‘모범음식점’으로 선정했다. 같은 마을에 자리한 ‘유양리토종순대국’, ‘원조할매순대국’, ‘양주순대국전문’ 등 다른 집도 저마다 단골손님이 있다. ●포천 미성식당 포천시청 뒤편에 있다. 5년 전 타계한 주정숙씨가 1980년 떡볶이로 시작했으나 이듬해 손자(우경호)가 태어난 후 순댓국집으로 업종을 바꿨다. 아들 우종운(74)씨와 손자 경호(38)씨 부자가 가업으로 이어받았다. 국물이 다른 집보다 조금 더 맑은 느낌이 난다. 맛을 내려면 머리뼈와 잡뼈를 오래 끓이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매일 14~15시간을 끊인다. 밥을 국물에 말아 나가는 ‘토렴식’ 순댓국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15회 이상 토렴을 한다. 국물이 약해지면 판매를 중단한다. 일반인들에게는 43번 국도변 ‘무봉리순대국 본점’이 더 잘 알려졌다. ●동두천 그집순대국 동두천에서는 창업한 지 몇 년 안 된 집들이 강세다. 그집순대국은 기본에 충실하고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조리법을 고수한다. 누린내 없이 고소한 육수를 만들기 위해 국내산 사골과 살코기에 한약재를 넣어 24시간 동안 우려낸다. 주재료인 돼지고기는 물론 쌀, 김치 등 모든 식자재를 국내산만 사용한다. 순댓국과 잘 어울려 단골 반찬이 된 김치와 깍두기는 매일 담근다. 양파와 자체 개발한 소스가 곁들여져 이 집만의 특별한 맛을 낸다. 매년 주변 홀몸노인들에게 음식 대접도 하는 ‘착한 가게’로 소문나 있다. 동두천중앙역 앞 ‘청년순대국’은 정말 20대 젊은이가 사장이다. 깊고 풍부한 맛과 넉넉한 인심이 할머니 못지않다.●의정부 윤할머니순대국 의정부경전철 흥선역 인근에 자리한 허름한 식당이다. 큰길가에 ‘순대국’이라고만 쓰여 있어 초행길인 사람은 근처에서 헤매는 경우가 있다. 주메뉴보다 먼저 나오는 겉절이 형태의 배추김치와 깍두기 사촌 격인 섞박지 맛이 일품이다. 보통 순댓국집에서는 간을 맞추는 용도로 맑은 새우젓이 나오는데, 이 집에선 양념 새우젓이 나온다. 주인공인 순댓국은 뽀얀 국물에 고기가 뚝배기 밖으로 삐져나올 만큼 가득하다. ‘회룡전통순대국’은 어린이를 위한 메뉴가 있어 가족 외식에 좋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여행가방]

    [여행가방]

    서울서 40분… 화담숲 ‘붉은 가을’ 서울에서 40분 거리인 경기 광주의 화담숲이 12일~11월 3일 ‘2019 화담숲 단풍축제’를 연다. 화담숲은 수도권 최고의 단풍 명소로 발돋움한 곳이다. 일조량과 일교차가 커 고운 빛깔의 단풍을 만날 수 있다. 41만평 대지에 내장단풍, 당단풍, 털단풍, 홍단풍, 청단풍 등 국내 최대 400여종의 다채로운 단풍나무가 형형색색 빛깔로 가을 하늘을 수놓는다. 올해 예상 단풍 절정 기간은 10월 중, 하순이다. 축제 기간 중 화담숲 곳곳에 17개 테마원과 총 5.3㎞의 숲속 산책길이 열린다. 황금빛 억새, 새하얀 구절초 등 가을 야생화가 만추의 서정에 빠져들게 한다. 화담숲은 단풍축제 기간 동안 ‘주말 예약제’를 운영한다. 보다 여유롭고 쾌적한 단풍 관람을 위한 조치다. 축제 기간 주말인 토· 일요일에는 온라인 예약을 통해서만 입장할 수 있다. 평일에는 예약이 필요 없다. 예약은 화담숲 홈페이지(www.hwadamsup.com)에서 받는다.억새 출렁이는 정선 ‘은빛 가을’ 우리테마투어(www.wrtour.com)는 오는 11월 10일까지 매주 금, 토, 일요일 서울에서 오전 6시 20분에 출발해 강원 정선의 민둥산 억새군락지와 소금강 몰운대 등을 다녀오는 민둥산억새 트레킹 당일 여행상품을 판매한다. 또한 같은 기간에 반세기 만에 개방된 남설악의 주전골과 만경대 단풍 상품도 함께 판매한다. 회비는 각 2만 7000원. (02)733-0882.
  • [금요칼럼] 전쟁 전문 박물관의 화해 특별전/서동철 서울신문STV 사장

    [금요칼럼] 전쟁 전문 박물관의 화해 특별전/서동철 서울신문STV 사장

    국립진주박물관이 지난 1일부터 ‘조선 도자, 히젠의 색을 입다’ 특별전을 하고 있다. 히젠은 일본 규슈 북부의 사가현과 나가사키현 일대를 가리킨다. 일본 자기의 발상지로 명성이 높다.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음직한 ‘아리타야키’나 ‘이마리야키’가 생산되고 수출된 고장이다. 이 지역은 조선과 끊을 수 없는 인연이 있으니 두 나라 자기 문화가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이해를 높이는 전시다. 특별전이 신선한 것은 박물관의 성격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진주박물관은 1984년 가야 전문 박물관으로 출범했다. 1992년 가야의 옛 수도에 국립김해박물관이 지어지기 시작하면서 진주박물관은 이듬해 임진왜란 특성화 박물관으로 성격을 바꾸었다. 임란 당시 진주대첩이 벌어진 진주성에 자리잡은 박물관이다. 한일 관계가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전쟁 전문 박물관이 두 나라 국민에 보내는 일종의 문화적 화해 메시지는 특별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일본의 도자기 문화를 한국이 전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임란 때 끌려간 조선 도공들이 일본 자기 산업의 기초를 다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으니 틀린 말이 아니다. 그렇다고 임진왜란 이전의 일본을 도자기 불모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 아닐 수 없다. 고려시대 엄청난 수량의 송·원대 청자를 싣고 신안 앞바다에서 침몰한 중국화물선의 행선지도 일본이었다. 그들 역시 일찍부터 고급 도자기 수요가 폭발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은 15세기 후반 이후 다도가 유행하면서 조선 찻그릇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일본의 다도가 소박하고 여유로운 멋을 즐기는 특유의 미의식을 담고 있는 만큼 화려한 중국 청자보다는 자연스러운 조선의 분청사기나 백자가 어울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이 국보로 떠받드는 조선 찻그릇도 우리 눈에는 그저 시골집 밥그릇일 뿐이다. 그러니 임란 당시 납치한 도공도 광주 분원의 관요 사기장이 아니라 공주나 남원의 지방 가마 일꾼들이었다. 임란 이전에도 일본은 조선에 찻그릇 수출을 집요하게 요구했다. 찻그릇의 생산과 수출입 교섭을 조선에서는 동래부사, 일본에서는 쓰시마번주가 맡았는데 삼포의 왜관이 무역창구로 활용됐다. 창원 웅천은 공식적인 수출 자기의 생산거점이었던 것 같다. 민간이 주도한 일본인 취향의 찻그릇 생산도 활발했는데, 30개 남짓한 분청사기 가마의 흔적이 보이는 고흥 운대리는 비공식적 수출 자기의 생산기지였던 듯하다. 남해안 가마에서는 국내에서 분청사기 생산과 유통이 소멸된 이후에도 일본 수출용 분청사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일본 자기는 곧 한국 자기’라는 우리의 인식과는 달리 임란이 끝나고 반세기 남짓 지나면서 히젠 자기에서 조선 도자의 분위기를 찾아보기란 쉽지가 않다. 히젠은 명청 교체기 경덕진 가마에 불이 꺼진 시기를 틈타 중국 것을 모방한 자기를 유럽에 수출해 큰 재미를 보기도 했는데, 곧 자신들의 미의식을 담은 그릇들을 생산해 낸다. 히젠 특유의 채색 자기는 유럽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이 사실이다. 일본화된 히젠 채색 자기는 일본에 갔던 조선통신사가 선물로 받아오기도 했다. 200점 남짓한 특별전 출품작은 이런 스토리를 일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의령원 출토품에 가장 눈길이 갔다. 영조의 손자로 사도세자의 장남인 의소세손은 세 살 때인 1752년 요절했는데 부장품 가운데 뚜껑 달린 히젠 채색 그릇 두 점이 들어 있었다, 히젠 채색 그릇은 18세기 중반 양산 통도사 스님들의 사리구로도 쓰였다. 히젠 자기가 조선 사회에서도 상당한 대접을 받았음을 짐작하게 한다. 특별전을 보면 일본 자기에 가졌던 고정관념이 조금은 바뀔지도 모르겠다. 화해의 출발점은 서로에 대한 가감 없는 이해가 아닐까 생각도 하게 된다. 이 가을 진주성과 남강, 진주박물관과 진주냉면을 묶은 주말여행을 추천한다.
  • [자치광장] 찾아오는 주민이 지방자치의 꽃이다/박준희 관악구청장

    [자치광장] 찾아오는 주민이 지방자치의 꽃이다/박준희 관악구청장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서 마을 문제를 함께 토론하고 결정했다. 민회는 그리스·로마 시대 도시 국가의 정기적인 시민 총회다. 시민들이 자신의 생각, 의견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직접민주주의의 시작이었다. 현대 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있지만 지방정부는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 직접민주주의의 핵심은 적극적인 주민 참여다. 지난해 민선 7기 취임 후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사업이 아테네의 직접민주주의를 우리 시대에 맞게 변형해 시스템화하는 것이었다. 삐삐를 차고 다니던 구의원 시절, 두 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민원 불편 해소 상담소’를 차려 구민들의 민원과 정책 제안을 직접 받았다. 그 시절의 경험을 살려 지난해 11월 관악구청 1층에 민선 7기 1호 공약사업인 카페형 관악청(聽)을 탄생시켰다. 이곳에서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주민들을 직접 만나 정책 제안도 받고, 민원도 해결하며 열띤 토론을 펼치고 있다. 지난 3~7월에는 ‘이동 관악청’도 선보이며 21개 동 주민센터를 순회하며 많은 주민들을 만나 지역 현안과 의견에 귀기울였다. 이렇게 해서 처리하고 해결한 민원이 270여건에 이른다. 취임 1주년에는 ‘온라인 관악청’도 만들어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넘어서 모든 주민과 소통의 폭을 넓혀 가고 있다. 성현동, 중앙동, 신림동 등 6개동에서는 주민자치회도 운영 중이다.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가 동 자문 기구 역할에 그쳤다면 주민자치회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가진 주민들이 모여 마을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직접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2020년 하반기에는 21개 전체 동으로 확대하고 주민자치회 안착을 지원할 계획이다. 주민의 참여 없이 지방자치의 발전은 없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더 나은 관악구를 만들어 나가는 원동력이 된다. 진심으로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답답함을 나눠 조금이라도 어려움이 해소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관악청에서 항상 주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꼭 무거운 주제가 아니어도 좋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날 가벼운 마음으로 커피 한잔 하러 관악청을 찾아오는 주민들의 발걸음이 꽃처럼 아름답다.
  • 가을근육, 키움이 더 키웠다

    가을근육, 키움이 더 키웠다

    양팀 투수 18명 출격… 역대급 총력전 박병호, 1회부터 솔로 홈런 ‘MVP’ LG, 사사구 7개 남발해 기회 걷어차 키움·SK, 14일 인천구장서 PO 1차전 키움 히어로즈가 LG 트윈스를 따돌리고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로 발걸음을 옮겼다. 키움은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4차전에서 10안타 10득점의 집중력을 보이며 10-5로 승리했다. LG는 13안타를 때려내고도 투수진이 사사구를 7개나 남발하며 벼랑 끝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 1승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던 경기였던 만큼 두 팀 투수들이 18명이나 출동해 역대 기록을 세웠다. 두 팀 선발로 나선 임찬규와 최원태도 1이닝만 소화하고 교체됐을 정도로 그야말로 총력전이었다. 1회부터 점수를 주고 받으며 승리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키움은 1회초 볼넷으로 출루한 서건창이 선취점을 냈고, 박병호가 임찬규로부터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LG는 1회말 내야안타로 출루한 이천웅을 김현수가 적시타로 불러들이며 곧바로 추격에 나섰다. LG는 2회 카를로스 페게로의 솔로포를 시작으로 타자들이 집중력 있게 안타를 몰아치며 3점을 보태 역전에 성공했다. 키움이 3회 김하성의 2루타와 이정후의 중전 안타로 1점을 따라붙었지만 LG도 4회 3루타를 기록한 정주현이 득점하며 1점을 다시 달아나는 등 주고받기는 계속됐다. 5회 양팀이 모두 침묵하며 이날 처음으로 점수없는 이닝이 만들어졌지만 키움은 6회 1사 1·3루 상황에서 바뀐 투수 차우찬을 상대로 대타 박동원이 큼지막한 2타점 2루타를 날리며 5-5로 경기의 균형을 맞췄다. 키움은 7회에도 1점을 보태며 6-5로 역전에 성공했다. 선두타자로 나선 서건창이 안타로 출루했고, LG 배터리는 2사 3루 상황에서 서건창을 들여보내지 않기 위해 박병호를 거르는 승부수까지 띄웠지만 타점왕 제리 샌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키움은 8회에도 2사 상황에 들어선 김혜성을 시작으로 안타를 몰아치며 4점을 추가해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왔다. 준PO를 ‘박병호 시리즈’로 만든 박병호는 기자단 70표 중 66표를 얻어 준PO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LG는 역대 준PO에서 모두 승리한 역사를 토대로 ‘리버스 스윕’을 꿈꿨지만 아쉽게 가을야구를 접게 됐다. 키움은 이번 승리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PO에 진출하면서 지난해 PO 상대였던 SK 와이번스에 당한 패배를 설욕할 기회를 갖게 됐다. SK와 키움의 PO 1차전은 오는 1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홍콩시위로 드러난 경제 불평등…밀월 끝내는 中정부와 홍콩재벌

    홍콩시위로 드러난 경제 불평등…밀월 끝내는 中정부와 홍콩재벌

    “중국 정부와 홍콩 재벌이 ‘파경’(破鏡) 위기를 맞고 있다.” 홍콩 반정부 시위의 격화 요인 중 하나가 집값 폭등으로 꼽히면서 중국 정부와 홍콩 재벌들 사이의 ‘악어와 악어새’와 같은 공생관계에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 25일 ‘희생양인가 악당인가’라는 제목의 심층기사를 통해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내 친중국 재벌 간 밀월관계를 집중 조명하며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SCMP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1997년 주권 반환 이후에도 홍콩 사회의 안정을 원하는 홍콩 재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랐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를 바라는 홍콩 재벌들과 의기투합해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홍콩 주권 반환 1년 전인 1996년 홍콩 최대 갑부인 리카싱(李嘉誠) 청쿵그룹 회장 등의 추천으로 장쩌민(江澤民) 당시 중국 국가주석이 해운 재벌인 둥젠화(董建華)를 홍콩 초대 행정장관에 임명한 사실은 양측의 관계가 얼마나 각별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 주는 대표적 사례다. 홍콩 정경유착의 시작은 홍콩이 영국 식민지였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국 정부는 홍콩 엘리트 기업인들에게 홍콩인들을 이끄는 역할을 부여하면서 정경유착의 역사가 배태됐다. 홍콩은 소득세(17%)와 법인세(16,5%)가 매우 낮은 데다 상속세와 양도세, 보유세 등은 아예 없어 ‘부자들의 천국’으로 불린다. 이 점을 겨냥해 아시아 각국 부자들이 돈 보따리를 싸들고 홍콩으로 몰려들었다. 막대한 외국자본 유입에 힘입어 홍콩은 세계적인 금융중심도시의 하나로 성장하면서 홍콩 재벌들도 성장 수혜를 톡톡히 보며 승승장구했다.리카싱 회장 등 홍콩 기업인들은 덩샤오핑(鄧小平)이 중국의 개혁·개방을 본격화한 1980년대 초 중국 본토에 처음으로 투자해 ‘중국의 마음’을 얻었다. 당시 서방 자본이 중국의 개혁·개방 의지에 의구심을 갖고 투자를 꺼릴 때 홍콩 기업인들은 과감히 중국에 투자해 덩을 감동시켰다. 특히 리 회장이 100억 홍콩달러(약 1조 5300억원)를 기부해 광둥성(廣東)에 산터우(汕頭)대학을 세우자 덩은 그를 직접 만나 “조국에 대한 당신의 공헌에 감사한다”고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리 회장은 장쩌민,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과도 중국 경제성장 방안 등을 직접 논의하는 등 친밀감을 이어 갔다. 맏아들 빅터 리가 악명 높은 부호 납치범 조직에 납치되자 리 회장은 장쩌민 전 주석에게 이를 호소했고, 장 전 주석의 특명을 받은 중국 공안(경찰)이 납치범 조직을 체포해 처형했다는 일화도 있다. 홍콩이 중국에 주권 반환된 이후에도 정경유착 행태는 지속됐다. 홍콩 최고 수반인 행정장관은 1200명의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이들 선거인단은 재계를 비롯해 전문가 집단과 정치인, 노조 등 4개 그룹으로 이뤄지는 만큼 재벌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막강할 수밖에 없다. 주권 반환 1기 정권은 11명의 비관료 내각 구성원 중 8명이 기업인이었고 지난 정권(2012~2017년)에서도 기업인 비중은 절반에 이른다. 홍콩 재벌들이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은 우선적으로 ‘부동산 투자’ 덕분이다. 홍콩 정부 입장에서는 사회 인프라와 교육, 의료, 공공서비스 등에 들어가는 돈은 어딘가에서 마련해야 했다. 결국 그 재원은 정부의 공공토지 매각에서 나왔다. 홍콩 정부는 재원 마련을 위해 공공토지를 경매 방식으로 매각했고, 가장 비싼 값을 부르는 개발업자가 토지를 차지하는 바람에 토지 가격은 계속 폭등했다. 이에 따라 통상 부동산 개발에서 토지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인데 반해 홍콩에서는 토지 가격이 개발 원가의 60∼70%로 치솟은 덕분에 토지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했다. 더구나 공공토지를 경매 방식으로 낙찰한 결과 자금력이 부족한 개발업자들은 시장에서 밀려나고 자금력이 풍부한 청쿵(長江·CK), 순훙카이(新鴻基·SHKP), 헨더슨(恒基兆), 뉴월드(新世界), 시노(信和), 워프(九龍倉) 등 6대 부동산그룹이 홍콩 부동산 시장을 장악했다. 이들 6대 부동산 재벌이 쌓아 놓은 토지만 무려 1억 제곱피트(약 281만평)가 넘는다. 이를 개발하면 홍콩에 100만 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다. 하지만 이들은 막대한 토지를 보유하고도 지가 상승을 노려 택지 개발에는 미온적이었다. 둥젠화, 렁춘잉(梁振英) 등 역대 행정장관들이 야심 찬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았지만 제대로 실현된 적이 한 번도 없는 것은 이들이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노력에 번번이 제동을 건 탓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홍콩은 심각한 주택 부족과 집값 폭등을 겪어야 했다. 홍콩 아파트 가격은 3.3㎡당 1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홍콩의 직장인이 아파트 한 채를 사기 위해서는 먹고 입는 돈조차 쓰지 않고 20.9년 동안 월급을 모아야 할 정도다. 집값 폭등은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이어져 홍콩인의 평균 주거 면적은 1인당 161제곱피트(약 4.5평)로 싱가포르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극빈층의 경우 1인당 주거면적은 50제곱피트에 불과하다. 아내와 딸과 함께 350제곱피트 아파트에 사는 회사원 에드워드 찬(39)은 “홍콩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는 근본 원인은 집값 폭등과 공공주택 부족”이라며 “홍콩의 젊은이들은 계층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는 아무런 방법이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홍콩 재벌들을 압박하면서 이들 간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인민일보와 글로벌타임스, 신화통신 등 중국 정부 목소리를 대변하는 관영 언론들이 연일 폭등하는 홍콩 주택가격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그러면서 홍콩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탐욕을 질타하며 홍콩 반정부 시위의 근본 원인인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이 ‘진심’을 보여야 한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홍콩 친중파 진영도 공공의 목적을 위해 정부가 민간 토지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한 ‘토지회수조례’를 강력하게 적용해 개발업자들이 쌓아 놓은 토지를 서둘러 수용해 개발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홍콩 정부 역시 개발업자들이 주택을 지은 후 집값 상승을 기다리며 분양을 미루는 행태를 막기 위해 개발업자 등이 보유한 빈집에 세금을 부과하는 ‘빈집세’를 이번 가을 입법회 회기 때 추진할 계획이라고 측면 지원하고 나섰다. 리처드 웡 홍콩대 교수는 “젊은이들이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없을 때 이들은 거리로 뛰쳐나온다”며 “공공주택의 저소득층 분양 등 정부가 부동산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찍히면 끝장’인 홍콩 부동산 재벌들은 앞다퉈 대규모 토지를 기부하고 있다.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뉴월드그룹은 지난달 26일 보유 토지의 17.8%에 해당하는 300만 제곱피트(약 8만 4000평)의 토지를 정부와 사회단체에 기부한다고 밝혔다. 아드리안 청(鄭志剛) 뉴월드그룹 부회장은 “우리는 홍콩의 주택 문제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이번 기부로 홍콩 시민 1만명의 주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뉴월드그룹이 기부한 토지를 홍콩 정부의 토지 수용 규정에 따라 따지면 그 가치가 34억 위안(약 5700억원)에 이른다. 뉴월드그룹은 우선 틴수이와이 지하철역 인근 토지 2만 8000제곱피트를 사회단체 ‘라이트비’(Light Be·要有光)에 기부해 자녀가 있는 저소득층 가정 등을 위한 주택 100여채를 지을 계획이다. 순훙카이그룹도 자사가 보유한 툰먼 지역의 4590만 제곱피트 규모의 토지를 정부가 회수해 개발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고, 헨더슨 등 다른 그룹도 정부와 협조해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커쇼, 가을 ‘컷쇼’

    커쇼, 가을 ‘컷쇼’

    연타석 홈런 허용 ‘가을의 저주’ 재현 불펜 운용 실패… 감독 전략에 팬들 야유 워싱턴은 연고지 옮긴 후 첫 진출 쾌거올 시즌 구단 최다승 기록인 106승을 거둔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충격적인 역전패로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퇴장했다. 연타석 홈런으로 패배의 빌미가 된 ‘가을 커쇼’와 불펜 운용에 실패한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패인이 됐다. 다저스는 10일(한국시간) 미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최종 5차전에서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하위 켄드릭(36)에게 만루 홈런을 얻어맞고 3-7 역전패를 당했다. 다저스 타선은 1회 맥스 먼시(29)의 투런 홈런과 2회 키케 에르난데스(28)의 솔로포로 초반부터 3-0으로 승기를 잡는 듯했다. 1차전에 이어 5차전 선발로 나선 워커 뷸러(25)는 6과3분의2이닝 동안 117구를 던지며 1실점만 내주는 투혼을 발휘했다. 3-1로 앞선 7회초 뷸러가 선두 타자 커트 스즈키(36)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한 뒤 2사 1루 상황에서 트레이 터너(26)에게 볼넷을 내주자 로버츠 감독은 클레이튼 커쇼(31) 카드를 꺼내 들었고 커쇼는 애덤 이튼(31)을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이닝을 끝냈다. 로버츠 감독의 용인술도 성공하는 듯했지만 8회 마운드에도 다시 커쇼를 올려 세웠다. 커쇼는 선두타자 앤서니 렌던(29)로부터 2구 만에 홈런을, 후안 소토(21)에게 초구 홈런을 연달아 맞으며 그대로 마운드에 주저앉았다. 커쇼가 던진 공은 단 6개였지만 팀을 무너뜨리는 건 충분했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고 홈런 두 개를 내줬다. 포스트시즌 통산 9승 11패, 평균자책점 4.43인 ‘가을 커쇼’의 저주가 다시 발동했다. 로버츠 감독은 뒤늦게 마에다 겐타(31)를 내보내 수습했지만 9회를 잘 막아낸 조 켈리(31)를 10회에 남겨 두는 패착을 또 저질렀다. 워싱턴은 켈리로부터 연장 10회초 무사 만루의 찬스를 만들어 냈고, 켄드릭이 그랜드슬램으로 경기를 정리했다. 이날 다저스 팬들은 켈리를 교체하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로버츠 감독을 향해 강력한 야유를 쏟아냈고 승패가 결정되기도 전에 다저스타디움을 떠나는 팬들의 모습도 여과없이 카메라에 잡혔다. 워싱턴은 2005년 몬트리올에서 연고지를 옮긴 후 처음으로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7전 4승제)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날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경기는 세인트루이스가 1회부터 10점을 뽑아내는 등 13-1로 대승을 거두며 ALCS에 진출했다. 두 팀은 12일부터 월드시리즈 진출을 놓고 다툰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휴스턴·보스턴·워싱턴… ‘ton’의 무게 넘지 못한 다저스

    휴스턴·보스턴·워싱턴… ‘ton’의 무게 넘지 못한 다저스

    휴스턴, 보스턴, 워싱턴. LA 다저스가 3년 연속 ‘ton’의 무게를 넘지 못하며 가을야구를 접었다. 다저스는 10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 하위 켄드릭에게 만루포를 얻어맞고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쓸쓸하게 퇴장했다. ‘가을 커쇼’는 연타석 피홈런으로 또 다시 부진했고 에이스를 또 한번 믿었던 다저스는 뼈아픈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다저스는 2017년 월드시리즈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만났다. 안방에서 열린 1차전을 3-1로 잡아내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휴스턴도 만만치 않게 싸웠고 결국 치열했던 승부는 7차전까지 이어졌다. 결과는 1-5패배. 우승을 위해 깜짝 영입했던 다르빗슈 유(33)가 초반부터 난타당하며 내내 끌려다녔다. 다저스는 안방에서 다른 팀의 우승을 쓸쓸히 지켜봐야했다. 다저스는 2018년에도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상대는 보스턴 레드삭스였다. 정규리그에서 108승으로 그해 최다승을 거둔 보스턴은 막강했다. 다저스는 1·2차전 원정경기를 모두 내줬고 안방에서 열린 3차전을 7시간 20분에 걸친 18회 연장 승부 끝에 귀중한 1승을 거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보스턴은 이후 2경기를 모두 가져오며 5년 만에 다시 정상에 올랐다. 2019년. 다저스는 디비전시리즈에서 워싱턴을 만났다. 내셔널리그 승률 1위의 절대 강자였던 만큼 다저스는 3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최저 평균자책점으로 활약하는 등 강력한 선발진을 내세워 시즌 내내 다른 팀을 압도했다. 하지만 불펜이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혔다. 마무리 켄리 잰슨이 불안불안한 모습을 노출했지만 대안이 없었다. 그럼에도 특별한 전력보강은 없었다. 다저스는 5차전 벼랑끝 승부에서 연장 승부에서 만루홈런을 맞았다. 타선에서 추가점을 내지 못한 게 아쉬웠지만 결국 불펜진이 문제였다. 마지막 공격마저 무기력하게 끝나며 다저스는 짐을 싸게 됐다. 시즌 내내 잘했던 것에 비하면 허무한 끝이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포토] 가을 햇살에 목화솜 손질

    [포토] 가을 햇살에 목화솜 손질

    10일 경남 함양군 지곡면 개평한옥마을 목화밭에서 임채장씨가 목화솜을 손질하고 있다. 함양군 제공
  • 선미, 가을 분위기 물씬 나는 모습 ‘늘씬 각선미’ [EN스타]

    선미, 가을 분위기 물씬 나는 모습 ‘늘씬 각선미’ [EN스타]

    가수 선미의 근황 사진이 공개돼 화제다. 지난 9일 선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Check check(체크 체크)”라는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사진에는 선미가 붉은색 카디건과, 붉은빛 체크무늬의 치마를 입고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담겼다. 가을 분위기가 물씬 나는 선미의 스타일링과 분위기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편, 선미는 8월 새 싱글 ‘날라리(LALALAY)’를 발매했다. 사진=인스타그램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대구교육박물관, “2019년 우리동네 달빛축제”개최

    ‘2019년 우리동네 달빛축제’이 16일 오후 7시 대구교육박물관 야외 특설무대에서 개최된다. ‘달빛 아래 우리’라는 주제로 펼쳐지는 이번 축제는 대구교육박물관 개관 1주년을 기념해 남녀노소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감성적인 공연과 체험으로 시민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마련됐다. 2018년 전국사물놀이경연대회 등 각종 전국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풍물팀 청소년 연희단 ‘고리패’의 신명나는 풍물로 축제가 시작된다. 이어 중국 천극 변검을 사사받은 한국인 ‘구본진의 변검쇼’와 어린이를 위한 ‘매직 퍼포먼스’가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할 예정이다. 또한, 축제 열기를 한껏 달아오르게 할 쇼콰이어 그룹 ‘하모나이즈’의 공연이 준비돼 있다. 쇼콰이어(showchior)란 쇼(show)와 합창(chior)을 결합한 것으로 재즈와 팝을 중심으로 스윙, 탭댄스, 아카펠라, 힙합, 어쿠스틱 음악까지 춤과 연기, 노래가 결합된 종합 퍼포먼스이다. 달빛축제의 마지막 공연은 실력파 뮤지션이자 공연기획자인 ‘하림’의 음악으로 채워진다. ‘출국’, ‘위로’,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등 감성을 울리는 노래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하림은 최근 jtbc ‘비긴어게인’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한 바와 같이 깊어 가는 가을밤, 관객들에게 음악을 통한 위로와 힐링의 시간을 제공할 예정이다. 김정학 대구교육박물관장은 “이번 달빛축제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다양한 주제의 전시, 강연, 뮤지컬 공연, 독립영화 상영 등 지역주민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니,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골스튜디오, F/W ‘리버서블 다운파카’로 패션시장 선도

    골스튜디오, F/W ‘리버서블 다운파카’로 패션시장 선도

    쌀쌀한 바람의 가을 날씨로 접어들면서 패션 시장도 본격적인 가을, 겨울 시즌 제품 판매에 돌입했다. 특히, 많은 패션업계에서 인기 제품인 ‘플리스 재킷’을 넘어서는 이색 아이템들을 선보이고 있어 화제다. 높은 보온성에 개성 있는 디자인까지 더해지면서 선택의 폭이 더욱 확대된 것이다. 영국 최대 축구미디어 골닷컴의 패션 부문 스포츠캐주얼 브랜드 골스튜디오(GOALSTUDIO)는 간절기 필수 제품인 ‘리버서블 플리스 자켓’을 출시 2주 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골스튜디오는 2019 F/W시즌 패션트렌드와 골스튜디오만의 축구 해리티지를 담은 스트릿캐주얼 디자인을 선보이며, 패션 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골스튜디오(GOALSTUDIO)는 10월 1일 3차 딜리버리에서 리버서블 다운파카를 메인으로 다양한 겨울 아이템들을 공개했다. 올해 주목해야 할 뉴트로 트렌드에 따라 짧은 기장과 풍성한 볼륨감의 푸퍼스타일 오버사이즈 숏패딩을 선보였다. 골스튜디오(GOALSTUDIO)의 ‘리버서블 다운파카’는 양면 스타일링이 가능해 따뜻함과 실용성을 동시에 갖춘 제품이다. 겉면에는 ‘GOAL’ 레터링과 축구 골대를 형상화한 로고가 프린팅 되어있고, 안면에는 솔리드 색상의 심플한 디자인으로 제작돼 취향에 따라 겉과 안을 뒤집어서 두 가지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다. 특히, 겉감의 GOAL로고를 리플렉티브 그래픽으로 프린팅해 야간에도 로고가 돋보여 골스튜디오(GOALSTUDIO)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해당 제품은 골스튜디오(GOALSTUDIO)의 ‘리브더골(LIVE THE GOAL)’ 캠페인 글로벌 엠베서더로 발탁된 전 리버풀 레전드 축구선수 지브릴 시세가 브랜드 필름에서 착용한 제품이다. 리버서블 다운파카와 3차 딜리버리로 출시된 겨울 패션 아이템들은 공식 홈페이지인 골스튜디오닷컴을 비롯해 온라인 편집숍 무신사, 더블유컨셉, 카시나, 29cm, 비이커와 현대백화점 판교점,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화마당] 독서, 발견의 기쁨/김이설 소설가

    [문화마당] 독서, 발견의 기쁨/김이설 소설가

    유명한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의 배경은 어느 계절일까? 소설의 제목이며, 소년과 소녀의 짧고 순수한 사랑의 상징이자, 속수무책 겪고야 마는 첫사랑을 닮은 소나기가 자주 내리는 계절인 여름이지 않을까? 땡! 중간고사 공부를 하던 중학생 아이가 내 대답이 틀렸다고 좋아한다. 소설가인데 이런 것도 모르냐면서 제 엄마 놀릴 거릴 찾아 기쁜 모양이다. 정답은 가을. 뭐, 가을이라고? 못 믿겠다며 아이의 교과서를 뺏어 찬찬히 읽어보니, 정말 가을이 맞다. 자기 마음도 몰라주는 소년에게 이, 바보야! 라고 쏘아붙이고 조약돌을 던진 소녀는 단발머리를 나풀거리며 갈밭 사잇길로 막 달려간다. 소녀의 ‘뒤에는 청량한 가을 햇빛 아래 빛나는 갈꽃뿐’. 너무 유명해서 다 알고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읽을수록 처음 읽는 것만 같다. 그러고 보니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건 소녀가 입었던 분홍 스웨터와 죽기 전에 ‘자기 입든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구’ 했다는 마지막 부분이니 볼품없어진 기억력이 참 쓸쓸하다. 내친김에 아이는 계속 질문을 퍼붓는다. 소년과 소녀가 처음 만난 곳은? 처음 감정 표현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한 사람은? 소년과 소녀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는 소재는? 소녀가 소년에게 건넨 대추의 의미는? 소년이 소녀에게 선물하고 싶었던 것은? 잠깐만.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서, 소설을 감상하기 위해서 그런 질문이 필요하다고? 그러니까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며 자란 세대도 30년 전에 내가 공부했던 대로 똑같이 배우고 있다는 뜻이었다. 강연을 할 때 곧잘 나오는 질문 중에 하나는 ‘한국 소설은 너무 어려워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소설의 갈래, 시점, 인칭, 배경과 소재, 주제를 파악하며 읽으세요, 라고 대답하진 않는다. 내가 주로 하는 답변은 작가가 독자에게 무엇을 질문하는지 생각하며 읽어보세요, 라는 것이다. 소설이 어렵다고 느낀 독자는 소설 속에서 정답을 찾으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살았다는 건지 죽었다는 건지, 사랑했다는 건지 헤어졌다는 건지, 해피엔딩인지 새드엔딩인지 명확하게 결론지어주지 않았으니 답이 안 나왔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체 줄거리는 다 아는 데도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되물었다. 작가는 왜 직접 설명하지 않았을까요? 작가는 왜 메시지를 숨겨놨을까요? 올바르게 살아야 한다.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해야 한다. 성숙한 시민 의식을 가져야 한다. 약자를 배려해야 하며 다름을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 이런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는 건 교과서로 충분하다. 우리가 소설에서 얻어야 할 것은 익히 알고 있던 삶의 교훈이 아니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내가 사는 이 세상은 살 만한 세상인지, 그 세계에서 나는 과연 제대로 살고 있는지 자문하기 위해서다.” 문학비평가 김현 선생이 남긴 이 유명한 문장은 그래서 더욱 새삼스럽다. 감히 말하건대 좋은 소설은 독자에게 명쾌한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어야 한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밀려오는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아보는 것, 혹은 소설이 나에게 무엇을 묻고 있는지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소설 감상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문장을 무시로 만날 수 있는 요즘이다. 책장엔 언제나 안 읽은 책이 꽂혀 있기 마련이니 번거롭게 도서관이나 서점까지 갈 필요 없이, 집에 있는 책이라도 한 권 진득하게 읽는 걸 권하고 싶다. 다 알고 있다고 착각했던 ‘소나기’처럼 유명한 책이면 더욱 좋을지도 모르겠다.
  • [인터뷰] 이상은, 5년 만의 신보… 젊어진 음악 깊어진 위로

    [인터뷰] 이상은, 5년 만의 신보… 젊어진 음악 깊어진 위로

    가수 이상은(49)이 젊어졌다. 그의 음악을 꾸준히 들어온 사람이라면 이상은이 언제 늙었던 적이 있기나 하냐고 되물을 게 뻔하다. 1988년 당시 ‘담다디’로 데뷔했을 때도, 아티스트로 변신하고 음악적인 도전을 멈추지 않은 지난 20여년도 언제나 ‘젊은’ 뮤지션이었다. 그런데 5년의 신보 ‘플로’는 시간을 거꾸로 돌리기라도 한 듯 청춘의 풋풋함마저 느껴진다. 그야말로 그에게 나이는 숫자일 뿐이다. 최근 서울 서교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상은은 “새 음반에 대한 주변 평가가 너무 뜨거워서 놀랄 지경”이라며 눈을 크게 떴다. 젊은층이 들어도 좋아할 것 같다는 반응에 “프로듀서 김기정씨의 역량”이라고 공을 돌린 그는 “젊고 능력 있는 편곡자들을 연결해 줬고 그 덕에 20대부터 40대 이상까지 골고루 좋아할 것 같은 음반이 나왔다”며 여전히 ‘소년’ 같은 미소를 지었다. 이상은이 전곡 작사·작곡한 음악에, 내로라하는 음악가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음반의 완성도를 높였다. 싱어송라이터 이규호가 청아한 속삭임 같은 첫 트랙 ‘릴렉스’를, 가수 겸 바이올리니스트 강이채가 포근한 위로를 전하는 ‘일상 노마드’와 ‘오아시스의 밤’을 편곡했다. 가수 겸 음악감독 박성도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가을 수채화’에, 이능룡(언니네 이발관)은 타이틀곡 ‘넌 아름다워’와 ‘플로’에 새로운 색깔을 입혔다. 이들은 모던록, 포크, 팝, 일렉트로니카 등 다채로운 색으로 앨범을 칠했다. 함께 작업한 이들에 대해 그는 “어린 친구들과 소통이 너무 잘되다 못해 저한테 보컬코치를 하고 선배로 보지 않더라. 귄위가 하나도 없었다”고 너털웃음을 지으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의 음악은 또한 한결 편안해졌다. 실험적인 시도보다는 말 그대로 ‘힐링’에 무게를 뒀다. 데뷔 후 처음으로 가진 5년의 긴 공백기가 영향을 미쳤다. 아버지 건강 때문에 그는 충남 공주로 가 부모님 곁을 지켰다. “외동딸로서 어릴 때 못 부리던 재롱도 부렸다”면서 쑥스럽게 웃더니 “쉬다 보니 좋은 에너지가 모이더라”고 했다. “까칠한 것도 줄고 넉살도 좋아진 것 같고. 땅도 쉬어 줘야 영양분가 모이듯, 그 5년의 영양분가 다 들어가서 오로지 활동을 위해 낸 음반보다 좋은 기운이 담긴 것 같아요.”지난해에는 오랜 세월 동고동락한 팬들과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태국의 한 섬으로 떠난 여행은 팬클럽한테 끌려가다시피 갔지만 “너무나 행복한 시간”으로 남아 있다. 이상은은 “출발할 때는 30~40대였는데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다들 중학교 때 얼굴로 돌아가더라”며 즐거움을 짐작하게 했다. 올해 그는 색다른 경험과 의미를 쌓고 있다. 최근에는 어린 팬들이 가입하는 일도 생겼다. ‘담다디’ 시절 활동 영상이 ‘뉴트로’ 열풍을 타고 젊은 세대에서 인기를 끌면서다. 그는 “기존 40대 팬들이 10~20대 팬들을 환영해 주면서 재미있어 한다”고 팬클럽 분위기를 전했다. 전 세계 영화제에서 27관왕을 달성하며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오른 ‘벌새’와의 협업도 화제가 됐다. 앨범 발매에 앞서 미리 공개한 ‘넌 아름다워’ 뮤직비디오는 영화 장면들을 편집해 만들었다. “영화는 전혀 모른 채 가사를 써서 넘겼는데 ‘벌새’랑 잘 어울린다고 컬래버레이션 해 보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어요. 그래서 영화를 봤더니 흡인력이 대단하더라고요. 김보라 감독도 너무 좋다고 해 주셨고 결국 GV(관객과의 대화)에도 참여하게 됐죠.” 이상은은 “내 우울함을 음악으로 보여 주면, 가사에 신비한 언어를 써 보면 치유가 될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착각이었다”고 털어놨다. “음악을 듣고 그냥 행복해지면 그게 치유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음악으로 위로와 휴식을 주고 싶습니다.” 그는 9·10일 서울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리는 단독공연을 마치고 나면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40대 후반에 일과 휴식의 균형이 중요함을 알게 된 그가 6개월간 일에만 몰두한 자신에게 주는 휴식이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채소·생선 먹고 가족 사랑하면 ‘마음의 감기’ 뚝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채소·생선 먹고 가족 사랑하면 ‘마음의 감기’ 뚝

    가을이 깊어지면서 거리는 이제 곧 울긋불긋 낙엽들이 거리를 가득 채우게 될 것입니다. 낙엽이 지는 가을이 되면 코트 깃을 세우고 무작정 걷고 싶어하는 ‘추남’(秋男)들도 늘어납니다. 과학자들은 남자들이 가을을 타는 것은 일조량 감소로 인한 호르몬 불균형 때문에 나타나는 일종의 계절성 우울증, 또는 계절성 기분 장애로 판단합니다. 이런 계절성 우울증은 보통 계절이 바뀌면 회복됩니다. 우울증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부르며 감기처럼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심리적 상태로 생각됐던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심한 우울증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우울증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습니다. 뇌과학자, 심리학자, 의학자들이 우울증의 근본 원인과 우울증 예방법을 찾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호주 맥쿼리대 실험심리학과, 의과학과, 시드니통합병원, 시드니 쿠퍼스트리트클리닉 공동연구팀은 과일과 채소, 생선 중심의 식사가 단기적으로 우울증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미국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 10일자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호주에 거주하는 17~35세 남녀 중 ‘우울, 불안, 스트레스 척도-21’(DASS-21) 진단에서 중상 수준의 우울증을 앓고 있는 76명을 무작위로 선발했습니다. 연구팀은 이들을 두 개의 집단으로 나눈 뒤 3주 동안 한 그룹은 식습관 개선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채소, 과일, 생선 중심의 건강식만 먹도록 했고 다른 그룹은 평소 식단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연구팀은 식습관 실험 전후에 DASS-21과 학습능력, 기억력을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채소, 과일, 생선 위주의 식사를 한 사람들 대부분이 DASS-21 점수가 정상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학습능력과 기억력 점수는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반면 평소 식습관을 그대로 유지한 사람들 중에서는 우울증과 불안 점수가 오히려 더 높아진 사람들이 많이 나타났습니다. 또 연구팀은 3개월 후 식습관 개선 집단에 포함됐었던 33명을 추적조사했습니다. 이 중 건강한 식습관을 그대로 유지한 사람들은 7명(21%)에 불과했는데 이들에게서는 우울 증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관찰됐다고 합니다. 한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채플힐대 사회학과, 캐롤라이나 인구센터 공동 연구팀은 청소년기에 긍정적인 가족관계를 유지했던 사람들이 중년이 넘어서까지도 우울증에 쉽게 빠지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미국의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JAMA 소아과학’ 8일자에 실렸습니다. 연구팀은 1만 8185명의 남녀 청소년들이 30대 후반~40대 초반이 될 때까지 장기 추적조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가족 간 응집력이 강하며 부모와의 갈등이 적었던 가정에서 자란 청소년들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들보다 성인이 된 뒤에도 우울증을 앓을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과 무기력감에 빠져 있는 사회는 발전해 나가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선진국이라도 사회적 분위기가 우울하고 침체돼 있다면 금세 뒤처지게 될 것입니다. 기본적 의식주를 해결하고 건강한 가정을 꾸려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사회 분위기 쇄신은 물론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 아닐까요. edmondy@seoul.co.kr
  • 무자비한 식민 도시화의 상흔에 민족혼 부활의 새살 돋다

    무자비한 식민 도시화의 상흔에 민족혼 부활의 새살 돋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9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24차 창덕궁~창경궁 궁장 길’ 편이 가을이 농익어 가는 지난 5일 종로구 와룡동과 원서동, 계동 일대에서 2시간 20분 동안 진행됐다. 서울미래유산을 사랑하는 참석자 4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 창덕궁 정문 돈화문 앞에서 집결, 궁장을 따라 은덕문화원과 카페 ‘싸롱 마고’를 지나 ‘한양 3대 빨래터’로 유명한 원서동 빨래터를 찾았다.외삼문 앞에는 한샘디자인센터 연구소의 층층 한옥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중앙고등학교 교정에서 기미년 삼일운동이 태동한 비밀아지트 3·1기념관과 창덕궁 안 비공개 공간인 신선원전의 속살을 엿봤다. 성균관과 창경궁을 경계 짓는 성균관대 캠퍼스 옆 사색의 길을 따라 창경궁 앞으로 내려왔다. 국립어린이과학관에서 옛 청량리행 전차와 과학의 문을 구경한 뒤 창경궁 정문인 홍화문에서 투어는 마무리됐다. 이번 코스의 유일한 서울미래유산인 은덕문화원 탐방은 백미였다. 100여년 전에 지어진 한옥 세심당과 일본식 가옥 인화당이 한 몸을 이루는 묘한 건물이다. 은덕문화원 김법열 원장이 “귀한 손님 오셨다”면서 투어단을 직접 안내했다. 해설을 맡은 최서향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해박한 궁궐지식으로 주말나들이를 흥겹게 했다.신이 자연을 창조했다면 인간은 자연개조를 통해 도시를 만들었다. 특히 도시는 근대를 대표하는 인간의 창작품이다. 이 땅에 근대성이 강제 이식된 일제강점기 경성(서울)은 식민지 종주도시의 특징에 맞게 근대도시로 성형됐다. 이 시기 창덕궁과 창경궁은 조선왕조의 마지막 안식처였다. ‘총독부’라는 살아 있는 권력 앞에 ‘이왕직’이라는 식물성 권력이 숨을 죽이며 엎드려 있는 암담한 공간이었다.식민지 근대화를 실현하는 무자비한 도시계획이 경성을 휩쓸었다. 경성의 근대화는 1912년 발표된 ‘경성시구개수’라는 이름으로 이뤄졌다. 옛 한양의 간선도로망을 정비하고 공간구조를 재편하는 내용이다. 요새 말로 서울도시계획이며 이때 서울 구도심의 얼개가 갖춰졌다. 당시 조성된 도시화의 대표 업적은 첫째 경복궁~남대문 구간 태평로(세종대로)의 개설이고, 둘째 경운궁(서울시청)~황금정(을지로) 간 방사성 도로망 구축이며, 셋째 경복궁~총독부의원(서울대병원) 간 종묘관통선(율곡로)의 부설이었다. 이 밖에도 26개의 남북 간, 동서 간 도로망 개설계획이 실행에 옮겨졌다. 경성 도심부를 격자형으로 정비, 전통적 중심 북촌과 일본인 거류민들의 신개척지 남촌을 연결했다. 1926년 경복궁 앞에 조선총독부를 신축이전하기에 앞서 총독부와 총독부광장을 중심으로 경성시내의 모든 도로를 연결하려는 사전정지 작업이었다. 조선왕조의 상징적 공간구조를 해체하려는 속셈이 숨어 있었다.창덕궁·창경궁 앞 도로 즉 지금의 율곡로가 바로 종묘관통선의 산물이다. 경성시구개수 제6호선 구간이다. 1912년 발표된 경성시구개수 예정계획도에 보면 ‘광화문 앞~대안동(안국동)광장~돈화문통(돈화문) 횡단~총독부의원(서울대병원) 남부 관통~중앙시험소(대학로 방송대 역사관) 부근의 너비 12간 도로’라고 돼 있다. 1간이 1.818m이니 21m가 넘는 신작로가 생긴 것이다. 문제는 이곳이 본래 길이 아니고, 길이 들어설 수 없는 곳으로 여겨졌다는 점이다. 조선의 핵심적 상징 공간이자 하나의 권역으로 인식된 창덕궁·창경궁·종묘 사이에 새로운 길이 뚫리는 걸 의미했다. 종묘관통선은 창덕궁·창경궁과 종묘를 분리, 관통하는 길이었다. 종묘관통선은 1912년에 계획이 수립됐지만, 1926년에야 공사가 시작됐고 1932년 완공될 만큼 거센 반발을 겪었다. 새로운 길이 종묘 영녕전 20여m 앞을 지나간다는 보고를 들은 순종이 왕실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종묘를 훼손하는 일이라면서 기겁을 했다. 1907년 즉위 이래 통감부나 총독부에 반대한 것은 처음일 정도로 이례적 사건이었다. 당시 이왕직 장관이던 이재극은 순종의 꾸중을 듣자 “종묘를 헐고 그곳으로 길을 낸다고 함은 열성조에 대하여 황송한 일”이라면서 총독부와 협의를 시도했다. 종묘관통선은 순종 생전에 추진되지 못했다.1926년 순종 사후 종묘관통선 부설계획이 다시 수면에 떠올랐다. 전주이씨 종약소를 중심으로 이른바 ‘종묘이전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총독부기관지 매일신보는 1926년 4월 29일자에서 “…장차 신설할 공원은 종묘이다. 현금 불경의 염려가 유하야 임의 출입을 금하는 터이나, 중인이 그 안에 들어가서 배관을 자주 할수록 숭경하는 심도가 더할 터임으로 공원으로 개방하는 것이…”라며 종묘를 궁에서 분리해 공원화하는 계획을 보도했다. 매일신보는 또 같은 해 5월 28일자에서 “이 길이 새로 나기만 하면 교통을 위해서는 비상히 편리할 터이나 대궐로서는 종묘와 연하였던 길이 끊어지고 종묘 중앙부가 끊기어 도저히 옛날의 엄숙함을 유지할 수가 없음으로 차라리 다른 적당한 장소를 택하여 이봉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 하여 그런 이전설이 생긴 것이라더라”라면서 이전움직임을 제시했다. 종묘를 관통하는 도로의 개설과 공원화가 식민당국과 관제언론의 일방적 주장만은 아니었다. 동아일보는 1926년 6월 28일자 사설에서 “혹자는 말하리라. 종묘는 지엄함 곳이니 일반 민중을 위하여 지대를 개방함은 그 숭엄을 범함이라고. …그러나 이것도 시세의 문제이다. 종묘사직이 계견불문처(닭이나 개 짓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에서만 그 숭엄을 보장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이다. …종묘지대는 경성부민의 보건과 도시미를 위하여 한걸음 더 나아가서 공원으로 공개될 것은 금후의 조선정세가 여하히 변할지라도 필연히 닥쳐올 운명이라고 아니 볼 수 없다”면서 당시로서는 매우 ‘불경한’ 주장을 폈다.종묘관통선 부설은 민족혼 말살차원에서 창덕·창경궁과 종묘를 분리시키려는 일제의 풍수단맥 시도인가 아니면 일반 공중의 교통편의와 도시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근대적 도시계획의 선택인가. 그동안 풍수단맥을 노린 의도적 도시계획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 성과에 따르면 당시 일제가 굳이 종묘를 통과하는 직선노선을 고집하지 않고 종묘를 우회하는 새로운 수정노선을 제시한 점 등으로 미뤄 풍수단맥설을 정설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백영 광운대 교수는 “피식민 대중의 정서에 반하는 식민권력의 근대주의적 실천이 식민주의적으로 오인된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종묘관통선 개설은 1928년 공식화되고 1932년 준공됐다. 무시무시한 식민권력도 1912년에 계획을 세운 뒤 무려 20년 만에 완공한 도로이다. 서울시는 1986년 창경궁과 종묘의 단일 권역화를 처음 시도했지만 고궁의 원형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문화재 당국의 반대로 진척되지 못하다가 1988년 흐지부지됐다. 다시 20년이 더 흐른 2009년 창덕궁·창경궁과 종묘 사이의 통과구간을 원형대로 복원하는 지하화 공사에 들어가 연내 개통을 앞두고 있다. 현재 진행되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방안이 표류하는 가장 큰 원인이 교통흐름 처리문제이고 보면 100년 전 종묘관통선 개설 사례에서 배울 점이 많다. 돈과 시간이 들더라도 율곡로와 사직로를 직선으로 지하화해서 온전한 광화문광장을 만드는 게 정답이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원장 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다음 일정 : 제25차 성균관과 반촌 ■일시 및 집결 장소 : 10월 12일(토) 오전 10시 혜화역 3번 출구 ■신청(무료) :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 : 서울도시문화연구원(www.suci.kr)
  • [흥미진진 견문기] 조선 왕조의 얼 곳곳에… 손길마다 전통

    [흥미진진 견문기] 조선 왕조의 얼 곳곳에… 손길마다 전통

    창덕궁 돈화문 단청의 울긋불긋한 색상이 가을과 잘 어울렸다. 최서향 해설사의 단아한 개량한복 차림이 투어에 고운빛을 더하는 듯했다. 돈화문의 서쪽에 위치한 금호문은 대신들이 드나들었던 문인데 일제치하엔 독립지사 송학선의 의거가 있었던 곳이다. 송학선은 안중근 의사를 숭배하며 사이토 총독을 암살하려다 실패하고 순국했다.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된 은덕문화원으로 향했다. 정문으로 들어서기 전 ‘싸롱 마고’라는 독특한 명패가 흥미롭게 눈길을 끌었다. 예전 김지하 시인이 이곳에서 많은 교류를 가졌다 하니 나중에 꼭 따로 방문해 보고 싶었다.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와 계단에 흐드러지게 가득 펴 있는 안개공작이 은덕문화원의 청아한 아름다움을 더 돋보이게 했다. 원서동 빨래터로 이동하는 길에 궁의 담장 건너편 쪽으로 빼곡히 들어선 빌라들이 궁과 참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담장 길을 따라 눈을 사로잡는 단아하고 고운 한옥들이 궁중음식연구원, 무형문화재 거주지, 공방 등의 이름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원서동 빨래터는 ‘한양의 3대 빨래터’로 꼽히는데 그 이유는 빨래가 아주 깨끗이 잘됐고, 아마도 궁에서 쌀겨의 세척물이 흘러나와 효과가 좋았을 거라는 해설이 궁금증을 풀어 줬다. 다음으로 중앙고등학교의 넓고 고즈넉한 교정을 지나면서 창덕궁 후원의 신선원전을 내려다봤다. 이곳은 조선 왕 12명의 어진이 봉안됐으나 한국전쟁 때 대부분 불타고 영조의 어진만 온전하게 남아 있다고 했다. 전쟁은 어디에서든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옛 성균관을 품은 성균관대학교를 지나 창경궁에서 성균관으로 향했던 북문인 집춘문 터, 과학의 문을 지나 월근문에 다다랐다. 월근문은 매달 초하루 정조가 부모인 사도세자와 헌경왕후의 위패를 모신 경모궁으로 가기 위해 통과했던 문이라 했다. 마지막으로 창경궁의 정문인 홍화문에 이르렀다. 정조가 백성에게 쌀을 나눠주고 그 이행을 살폈다는 해설에 참석자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거듭 정조의 덕을 되새겼다. 김윤정 서울도시문화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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