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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창일 “창피한 한일… 이리 쫀쫀한 국가들이었다니”

    강창일 “창피한 한일… 이리 쫀쫀한 국가들이었다니”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한국 제외를 철회하고 한국은 지소미아를 연장하고 강제징용 배상 문제는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인데 일단 시작은 됐다”고 했다. 강 의원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한일 관계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주제로 열린 서울신문 평화연구소 2019 가을 세미나에 참석해 한일 양국이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조건부 연기와 실무 협의를 하기로 한 데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강 의원은 최근 일본 정부가 지소미아 조건부 연기 관련 한일 간 합의를 왜곡 발표하고 이후 한국 측에 사과했다는 데 대해 한일 정부가 진실 공방을 벌이는 것과 관련, “(일본이) 사죄는 안 했을 것이고 과오에 대해서 인정은 했을 것”이라며 “우리는 그걸 사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이어 “(한일 양국이) 떠들고 해명하는데 한국과 일본이 언제 이렇게 쫀쫀한 국가가 됐는지 창피하다”며 “언론에서 싸움을 붙여서 이렇게 된 것 아닌가 한다”고 비판했다. 서호 통일부 차관은 축사에서 “북한 비핵화를 통해서 (북한에 대한) 상응 조치와 더불어 아시아의 평화 공동체를 만드는 데는 일본의 긴요한 지지와 협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고광헌 서울신문 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세미나에서 한일 간 문제가 선순환적으로 풀릴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세미나는 강창일 의원실과 서울신문 평화연구소가 공동 주최했다. 최완규 전 북한대학원대 총장이 사회와 좌장을 맡았으며 이수훈 전 주일대사가 특별 강연을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클릭 e상품] 에잇세컨즈, 매주 신상품 내놓는다

    [클릭 e상품] 에잇세컨즈, 매주 신상품 내놓는다

    에잇세컨즈가 올 가을·겨울 시즌을 시작으로 매주 신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특히 밀레니얼 및 Z세대가 트렌드에 민감하고 새로운 것을 갈망한다는 것을 반영해 트렌디한 상품뿐 아니라 베이직한 아이템까지 다양한 상품을 매주 선보이고 있다. 에잇세컨즈 관계자는 “에잇세컨즈 매장에 방문하면 매주 다른 느낌을 주는 상품을 토대로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고, 가성비 높은 상품을 중심으로 TPO(시간·장소·상황)에 맞는 스타일링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에잇세컨즈는 지난달 말부터 밀레니얼 소비자 모델 100인을 내세워 매력적인 겨울 스타일 100가지를 제안하는 ‘윈터 스타일 100(#WINTERSTYLE100)’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통합 온라인몰 SSF샵(www.ssfshop.com)과 에잇세컨즈 공식 인스타그램(@8seconds_official)에서 매주 20가지의 겨울 스타일을 소비자 모델의 화보를 통해 차례로 공개, 총 100가지의 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강창일 “창피한 한일… 이리 쫀쫀한 국가들이었다니”

    강창일 “창피한 한일… 이리 쫀쫀한 국가들이었다니”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한국 제외를 철회하고 한국은 지소미아를 연장하고 강제징용 배상 문제는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인데 일단 시작은 됐다”고 했다. 강 의원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한일 관계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주제로 열린 서울신문 평화연구소 2019 가을 세미나에 참석해 한일 양국이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조건부 연기와 실무 협의를 하기로 한 데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강 의원은 최근 일본 정부가 지소미아 조건부 연기 관련 한일 간 합의를 왜곡 발표하고 이후 한국 측에 사과했다는 데 대해 한일 정부가 진실 공방을 벌이는 것과 관련, “(일본이) 사죄는 안 했을 것이고 과오에 대해서 인정은 했을 것”이라며 “우리는 그걸 사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이어 “(한일 양국이) 떠들고 해명하는데 한국과 일본이 언제 이렇게 쫀쫀한 국가가 됐는지 창피하다”며 “언론에서 싸움을 붙여서 이렇게 된 것 아닌가 한다”고 비판했다. 서호 통일부 차관은 축사에서 “북한 비핵화를 통해서 (북한에 대한) 상응 조치와 더불어 아시아의 평화 공동체를 만드는 데는 일본의 긴요한 지지와 협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고광헌 서울신문 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세미나에서 한일 간 문제가 선순환적으로 풀릴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세미나는 강창일 의원실과 서울신문 평화연구소가 공동 주최했다. 최완규 전 북한대학원대 총장이 사회와 좌장을 맡았으며 이수훈 전 주일대사가 특별 강연을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서울포토] 평화연구소 2019 가을 세미나

    [서울포토] 평화연구소 2019 가을 세미나

    27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신문 평화연구소 2019 가을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11.27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 아이더 박보검 다운, 남친룩 제안..박보검이 입으면?

    아이더 박보검 다운, 남친룩 제안..박보검이 입으면?

    아이더 박보검 다운이 화제다. 최근 아웃도어 브랜드 아이더의 배우 박보검 2019 가을겨울(F/W) 시즌 화보가 공개됐다. 다채로운 컬러 구성과 다양한 기장의 다운을 활용한 스타일을 박보검 특유의 섬세한 감정과 표현력으로 담아내며 2019 F/W 시즌 화보와 신제품에 대한 기대감을 드높였다. 박보검은 지난 2년간 호흡을 맞춰 온 아이더 브랜드 모델다운 여유와 매력을 가감 없이 발휘했다. 착용하는 의상 스타일에 따라 포즈는 물론 눈빛과 표정을 다채롭게 구사하며 프로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간절기 시즌부터 겨울까지 착용하기 좋은 플리스 자켓의 경우, 플리스 자켓만의 포근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자연스럽게 표현해 내며 멋스러운 스타일을 연출했다. 박보검은 오랜 시간 이어진 화보 촬영에도 불구하고 포즈는 물론 스타일에 대한 아이디어를 적극 제안하며 화보의 완성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사진 = 서울신문DB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김주대의 방방곡곡 삶] “카~알 갈아”

    [김주대의 방방곡곡 삶] “카~알 갈아”

    전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서울은 확실히 많은 것을 잃어버린 도시다. 화사하고 생경한 빛을 얻은 대신 삶의 소박함과 은은함을 잃었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얻은 대신 통찰과 인정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간혹 우리가 잃었고 잊었던 것들을 만나게 되면 반가움은 배가 된다. 가을 오후의 햇살을 따라 여기저기 빌~빌 돌아다니다가 칼 가는 아저씨를 우연히 만났다. 칼이 잘 들지 않거나 오래되면 새것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은 요즘, 칼 가는 아저씨를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아저씨께 캔 음료를 하나 대접한 핑계로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날카롭게 칼을 갈면서 오히려 한없이 부드러운 얼굴이 되신 분의 소박하나 깊은 통찰을 알현한 기분이었다. 아이처럼 쪼그리고 앉아 쫑알쫑알하는 질문에 일일이 다 대답해 주시는 아저씨가 인정 많은 아버지처럼 느껴졌다. 내뱉은 말씀들은 그야말로 모두 어록이었다. “칼도 더러운 칼과 깨끗한 칼이 있어, 그게 그 사람이야.” 칼을 들고 손잡이와 칼 뿌리 연결 부분을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그게 그 사람이라니, 무슨 말인지 몰라서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하고 물어보았다. “손잡이와 칼 뿌리가 연결된 부분을 보면 알아. 그 부분을 깨끗하게 사용하다 가지고 오는 사람을 보면 얼굴도 맑아.” “아, 그렇군요. ‘깨끗한 칼’이라는 말씀 참 멋집니다. 근데요, 아저씨, 더러운 칼 가지고 오는 사람은 진짜 얼굴도 좀 더러워요?” 아저씨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셨다. “확실히 그래.” 날카롭고 곧고 강하다고 다 깨끗한 것이 아니구나. 정의로운 듯 날카롭고 곧아 보이는데 더럽게 사는 사람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날카롭되 깨끗하게 살아야겠구나. 나는 속으로 무척 뜨끔했다. 아저씨의 말씀을 ‘칼의 철학’이라고 부르고 싶었다. “나 같은 사람한테 굳이 찾아와서 칼을 갈아서 쓰는 사람은 음식을 아쌀하게 잘 만드는 사람이야.” 아쌀하다는 말은 일어에서 온 말이다. ‘깨끗하고 똑 부러진다’는 의미가 들어 있겠지만, 아저씨는 좀더 다른 의미를 덧붙여 말씀하신 건 아닌지 싶어 물어보았다. “아저씨, 아쌀하게가 무슨 뜻인가요.” “아~ㅅ~쌀한 걸 말하는 거야.” 나는 눈을 멀뚱거리며 아저씨를 쳐다보았다. 답답하셨던지 아저씨는 좀더 강한 어조로 말씀하셨다. “아, 아아아~ㅅ~쌀한 거.” “하하하하, 아, 네에, 네에,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러고 말이야, 마트에 파는, 칼 가는 거 하나 사다 놨다가 쓱쓱 갈아 대충 써도 되는데 굳이 시간을 내서 나한테 가지고 온단 말이야. 그런 사람은 칼 쓰는 법도 잘 아는 거지. 나한테 갈면 확실히 달라. 칼이 잘 들어야 음식은 각도가 나오고 정확해.” 나는 속으로 또 놀랐다. 정확한 음식, 음식의 각도, 참 오묘한 말이다. 음식에도 각도가 있다니. “우와~ 진짜 아저씨 말씀 배울 것이 참 많습니다.” “배우긴 뭘 배워, 사는 게 배우는 거지.” 아저씨는 겸손하셨다. 삶을 배움으로 여기는 사람의 은은함이 아름다웠다. 시간을 들여 무엇을 이루는 것은 느린 것이 아니라 ‘아쌀한(ㅎ) 것, 확실한 것’이었구나. 각도 없이 살아온 나는 또 반성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칼에서도 그 사람이 보이지만 그 사람의 말과 행동에도 그 사람이 기록되고 새겨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일 수 없다. 아저씨가 살아낸 시간이 얼핏 아저씨의 겸손한 말씀과 알뜰한 행동에서도 보였다. 시련과 역경도 있었고 탄탄대로 뻗어가던 환희의 날들도 있었으리라. 날카로운 칼을 갈면서 오히려 부드럽고 소박해진 아저씨의 역설의 삶, 깊은 통찰의 생을 이 도시는 되찾아와야 하지 않을까. 아저씨는 칼에서 그 사람의 됨됨이를 보고, 나는 아저씨의 말씀에서 우리가 잃고 잊은 사람의 길을 보았다. 고맙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 [신가영의 장호원 이야기] 덮고 품는 동짓달

    [신가영의 장호원 이야기] 덮고 품는 동짓달

    맑은 가을 지나고 겨울로 가는 아침은 서리와 안개로 흐리기만 하다. 눈은 언제 오려나. 입동 지나고 소설도 지나면 첫눈 오던데 밤사이 잠깐 비 내리고 쌓인 건 낙엽뿐. 어느새 하늘로 받은 것을 내려놓아 온 대지를 덮어 주는 겨울로 가는 길목에 서 있다. 된서리 내린 아침 마당에 나서니 퇴비 냄새가 진동한다. 복숭아 나무를 많이 심어 놓은 마을이라 내년을 위해 퇴비를 뿌려 놓은 모양이다. 안개와 뒤섞이니 그 냄새가 짙게 배어 온다. 집에는 김장하느라 배추 뽑고 난 텃밭에 한 해 동안 묵힌 계분 얹어 주고, 김장하느라 나온 부산물들도 넣어 주고, 떨어지는 낙엽들 모아 덮어 줬다. 밤나무를 바라보니 여전히 잎이 많이 붙어 있다. 은행나무처럼 한꺼번에 후르르 떨어지면 좋으련만 밤나무는 바람 불 때마다 조금씩 떨어지니 한겨울 될 때까지 낙엽 쓰는 것이 아침 일이다. 겨울나기 힘든 나무들 보온재로 감싸 주는 것도 했고, 한겨울 바람에 독감 걸릴까 닭장과 강아지 울타리 비닐 치는 것도 했다. 김장 끝났으니 마당에 묻어 놓은 장독에는 동치미와 김장김치 채워 넣고, 무와 감자도 넣어 놨다. 대봉도 빈 항아리에 채워 놓았으니 한겨울 하나씩 꺼내 먹는 즐거움을 맛볼 게다.이 계절에 가지치기는 미리 해두는 것이 좋다 하여 대추나무와 소나무를 손보는데 마침 집고양이 한 마리 후다닥 지나간다. 발아래 내려다보니 생쥐 한 마리 정신없이 도망가고 그 뒤를 신나게 쫓고 있었던 것이다. 흠짓 놀라 뒷걸음질치다 생각해 보니 이곳에서 일상인 일이다. 그렇게 놀다 춥고 배고프면 집에 들어오는 고양이들, 날이 추워져 가니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점차 길어져 간다. 걱정은 길고양이들이다. 집고양이보다 훨씬 몸집도 커지고 털도 풍성한데 그것은 견뎌야 할 환경이 그만큼 추위에 노출된 탓이겠다. 어느 찬바람 불던 날 어깨 움츠리고 걷고 있는데 환하게 불 켜진 가게 앞에서 돌부처마냥 기다리는 고양이를 보았다. 혹여 누가 나오려나 궁금하여 함께 기다려 보는데 바람소리만 가득한 밤이었다. 닫힌 문이 언젠가 열리고 따스한 훈기와 먹이를 챙겨 줄 이가 나오리라는 오랜 기다림이 그렇게 추울 수가 없었다. 집에 찾아오는 길고양이들도 그렇게 밖에서 기다린다. 따뜻하게 안아 주지는 못해도 허기지지 않게 챙겨야겠다.
  • [포토] ‘늦가을의 수채화’

    [포토] ‘늦가을의 수채화’

    아침·저녁의 쌀쌀한 기운이 겨울이 오는 것을 실감케 하는 26일 오전 광주 북구 하늘에서 바라본 전남대학교 교정에 가을의 흔적이 남아 있다. 2019.11.26 연합뉴스
  • [포토]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대관령

    [포토]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대관령

    26일 강원 강릉시내에서 바라본 대관령 정상부에 전날 내린 눈이 남아 겨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2019.11.26 연합뉴스
  • 홍준표, 황교안 만나 “공수처법 통과시키고 선거법 막아내자”

    홍준표, 황교안 만나 “공수처법 통과시키고 선거법 막아내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천막을 설치하고 단식 농성 중인 황교안 대표를 만났다. 홍준표 전 대표는 황교안 대표에게 단식을 만류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은 통과시키고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저지하는 선에서 여당과 타협하자고 제안했다. 홍 전 대표는 황 대표의 단식이 6일째를 맞은 2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광장에 설치된 황 대표의 단식 농성장을 찾았다. 황 대표는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패스트트랙)된 공수처 설치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서는 안 되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연장돼야 한다면서 지난 20일부터 단식을 시작했다. 정부가 지난 22일 지소미아 종료 효력을 유예했지만 황 대표는 “산 하나를 넘었을 뿐”이라면서 단식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22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철야농성을 하고 있다. 그전까지는 낮에는 청와대 앞, 밤에는 국회를 오가며 단식 농성을 했다. 그런데 단식 5일째인 전날부터 건강 이상 증세를 보였다. 황 대표는 의사로부터 기력이 현저이 떨어졌고 맥박과 혈압도 낮게 나온다는 진단을 받았다. 홍 전 대표는 황 대표를 만나 “겨울이기 때문에 여름이나 봄·가을에 단식하는 것보다 몇 배로 더 힘이 들 것이다. 더이상 단식하긴 좀 무리지 않느냐”면서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 공수처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그것을 민주당(더불어민주당)과 협의해서 통과시켜주자”고 말했다고 밝혔다.단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민의에 반하는 제도다. 만약 그것까지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가) 강행 처리하면 우리는 (내년) 총선을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홍 대표는 공수처 설치법안은 통과시켜주는 대신 선거법을 막아내는 선에서 타협을 하자고 황 대표에게 제안했다. 홍 전 대표는 “민주당이 원하는 것은 공수처법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법이다. 민주당이 그것 때문에 6석 밖에 안 되는 정의당의 인질이 돼 있다”면서 “지금도 정당이 34개가 등록돼 있는데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 20개가 더 나올 거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정례회동에서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를 열기로 했다. 더불어 패스트트랙을 탄 검찰개혁법안(공수처 설치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과 선거법 개정안 논의를 위한 원내대표 회동도 매일 열기로 합의했다. 지난 23일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3개 야당 대표는 국회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패스트트랙을 타 곧 국회 본회의에 부의될 선거법 개정안의 통과를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문 대통령 “한·아세안은 최적의 동반자…같은 꿈 꾸고 있어”

    문 대통령 “한·아세안은 최적의 동반자…같은 꿈 꾸고 있어”

    문재인 대통령이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 환영 만찬에 참석해 “아세안과 한국의 협력은 공동 번영을 넘어 지속가능한 세계의 희망을 인류에게 준다”면서 “아세안의 꿈이 한국이 꿈”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5일 부산 힐튼호텔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지난 30년 간 우리는 우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최적의 동반자’가 되었고 이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면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하나의 공동체’를 향해 우리가 같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부터 26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문 대통령의 취임 이후 한국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로 ‘평화를 향한 동행, 모두를 위한 번영’ 이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된다. 특히 올해는 1989년 한국이 아세안과 대화 관계를 수립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아세안 회원국은 총 10개국으로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브루나이,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도 포함돼 있다. 한국은 미국, 일본, 중국 등과 함께 아세안의 ‘대화상대국’으로 분류돼 있다. 오는 27일 열리는 한·메콩 정상회의까지 고려하면 한국과 아세안은 이날부터 사흘에 걸친 일정을 소화하며 협력 강화 방안에 머리를 맞대게 된다. 한·메콩 정상회의에는 메콩강 유역 국가들(베트남, 태국,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이 참여한다.문 대통령은 “어제와 오늘 우리는 부산 에코 델타 스마트시티 착공식, 한·아세안 CEO 서밋(Summit), 문화혁신포럼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내일은 스타트업 서밋, 혁신성장 쇼케이스를 비롯한 부대행사가 준비돼 있다”면서 “경제, 문화에서 4차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 아세안과 한국의 협력 분야가 다양해지고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세안과 한국의 협력은 공동번영을 넘어 지속가능한 세계의 희망을 인류에게 준다”면서 “나눔·상호존중의 아시아 정신이 우리 뿌리에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또 “우리는 다양하지만 같은 뿌리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면서 “그래서 우리는 다양함을 존중하면서도 긴밀히 협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세안과 한국을 잇는 가장 오랜 전통은 쌀”이라면서 “환영 만찬을 위해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의 농부들이 정성껏 수확한 쌀로 쌀독을 가득 채워주셨고, 메콩강이 키운 쌀과 한강이 키운 쌀이 하나가 돼 디저트로 올라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곳 부산은 아세안을 향한 바닷길이 시작되고 대륙·해양, 아시아·태평양이 만나는 곳”이라면서 “아세안과 한국의 마음이 만나 서로의 우정이 더욱 깊어지는 밤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활엽수·침엽수가 어울려 오색으로 산을 물들이는 한국의 가을은 아름답고, 한국의 겨울은 매섭지만 그렇기에 서로에게 따듯함을 전할 수 있는 계절”이라면서 “한국의 추운 날씨까지 즐거운 경험이 되길 바라며, 아세안과 한국의 영원한 우정과 정상 내외분들의 건강·행복을 위해”라면서 건배를 제의했다.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씨줄날줄] 가을비/이동구 수석논설위원

    덕수궁 주변 길에 촉촉히 비가 내린다. 한여름 뙤약볕에 모두 다 녹아버린 듯 노랗고 빨간색의 생기 잃은 잎들이 뒹굴고 있다. 한기 가득 머금은 가을비는 행인들의 옷깃을 여미며 어깨 위 형형색색의 우산들을 나풀거리게 한다. 휴일 덕수궁 돌담길 산책은 여유로웠다. 우산을 받쳐 들어도 번거롭지 않았다. ‘너로 말하건 또한 나로 말하더라도 /빈손 빈 가슴으로 왔다 가는 사람이지~(중략) /비는 뿌린 후에 거두지 않음이니 /나도 스스로운 사랑으로 주고 달라진 않으리라~’(김남조, 빗물 같은 정을 주리라)라는 시구도 떠올려 봤다. 서울 도심의 행인들은 늘 바삐 걷는다. 실제 급한 일이 없더라도 습관이 된 듯하다. 누굴 만나러, 어디로, 무엇하러 가는지 모를 종종걸음만 무성할 뿐이다. 가을이 깊어 가는 시절, 빌딩 숲을 에워싸듯 흩어진 낙엽에도 관심조차 주지 않는다. 어쩌다 비라도 내리면 그제서야 마지못한 듯 걸음을 늦춘다. 인생이 아름답기 때문에 인생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사랑하기 때문에 인생이 아름다워진다고 한다. 세상살이가 다 마찬가지 아닐까. 무엇인가를 좋아하고 사랑한다면 세상 모든 것, 어느 것 하나라도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을 게 있을까. yidonggu@seoul.co.kr
  • 美 타격 코치 ‘유리 천장’ 깬 두 레이철

    美 타격 코치 ‘유리 천장’ 깬 두 레이철

    미국 메이저리그 명문 구단들이 풀타임 여성 타격 코치를 임명해 화제가 되고 있다. 1973년부터 2010년까지 ‘마초’ 리더십으로 7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궈낸 조지 스타인브레너가 구단주였던 `악(惡)의 제국’ 뉴욕 양키스와 염소의 저주 이후 ‘사랑스러운 패자’로 불리던 시카고 컵스가 금녀(禁女)의 벽을 깬 주인공이다. 지난 23일(한국시간) 뉴욕타임스와 시카고트리뷴에 따르면 양키스와 컵스는 같은 날 소프트볼 선수 출신인 레이철 볼코벡(32)과 레이철 폴든(32)을 각각 타격 코치로 선임했다. 메이저리그의 여성 지도자로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2015년 가을 교육리그에 임명했던 저스틴 시걸(44)이 처음이었다. 불과 4년 전이다. 빅리그에서도 성(性) 다양성 추구가 시도되면서 여성 트레이너들이 간간이 임명되기도 했지만 볼코벡과 폴든처럼 정규직 타격 코치가 된 건 전례가 없다. 두 여성 코치는 순전히 실력으로 남성이 지배하는 메이저리그의 ‘유리 천장’을 깼다. 폴든은 2010년 자신이 개발한 ‘폴든 패스트피치’라는 프로그램으로 야구의 과학화에 앞장선 전문가로 평가된다. 폴든 타격 코치는 앞으로 컵스의 신인 선수들이 훈련하는 애리조나주 메사의 타격 연구실을 운영하면서 마이너리그 두 팀의 타격 코치로 활동한다. 폴든은 이날 트위터에 컵스 구단이 게시한 신임 코치명단을 리트윗하며 “야구계에서 일하고 싶은 꿈이 이루어졌다”며 환호했다. 볼코벡 코치도 운동과학 관련 두 개의 석사 학위를 소지한 전문가다. 볼코벡은 과거 본명인 ‘레이철’로 이력서를 냈다가 여자라는 이유로 번번이 임명되지 못하자 아예 ‘래’(Rae)로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볼코벡 코치는 “당시 연락이 여러 곳에서 왔지만 여자 목소리가 들리자 실망한 구단들이 계약을 맺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한 구단에서는 자신에게 “절대 여성을 고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볼코벡은 2012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시간제 컨디셔닝 코치를 시작으로 2014~2015년 마이너리그 정규 컨디셔닝 코디네이터를 거쳐 지난해 휴스턴 애스트로스 소속 마이너팀에서도 일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오늘 아침 최저 영하 5도… 강풍에 체감온도 더 낮아

    오늘 아침 최저 영하 5도… 강풍에 체감온도 더 낮아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가 내린 24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25일 아침 최저기온은 전날보다 크게 떨어져 전국이 -5~8도의 분포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중부지방은 영하권에 들고 바람도 강해 체감온도가 더욱 낮겠다. 또 전국적으로 비 소식도 간간이 이어지겠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낙엽비 내리는 거리… 가을이 가고 있구나

    낙엽비 내리는 거리… 가을이 가고 있구나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가 내린 24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25일 아침 최저기온은 전날보다 크게 떨어져 전국이 -5~8도의 분포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중부지방은 영하권에 들고 바람도 강해 체감온도가 더욱 낮겠다. 또 전국적으로 비 소식도 간간이 이어지겠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포토] 농익은 가을…

    [포토] 농익은 가을…

    24일 경기도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한옥정원에 산수유 탐스럽게 익어있다. 연합뉴스
  • “박근혜가 없네”…대통령기록관 ‘박근혜’ 미스터리 [강주리 기자의 K파일]

    “박근혜가 없네”…대통령기록관 ‘박근혜’ 미스터리 [강주리 기자의 K파일]

    관람객들 “朴 기록 왜 전시관에 없나요?”‘대통령의 하루’ 영상 등 5곳서 朴 없어전직 대통령 틈에 ‘박근혜 숨은그림찾기’기록관 “전시기간, 내부 규정 없다…한정된 공간 내 한 번에 배치 한계”학계 “기록관, 전시·교육·홍보 법적기능…혈세 맞게 고객 중심 빠른 행정서비스 해야”“잘잘못 떠나 역사 기록 공개…평가는 별도”열흘 뒤 탄핵 1000일…朴기록 공개 주목[편집자주 - 강주리 기자의 K파일은 강주리 기자의 이니셜 ‘K’와 대한민국의 ‘K’에서 따온 것으로 국내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이슈들을 집중적으로 다룬 취재파일입니다. 주변의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시사까지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겠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온라인 서울신문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정부부처가 밀집한 세종시의 주요 관광코스가 된 대통령기록관에 관람을 온 사람들은 저마다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리고 비슷하게 한마디씩 한다. “여기도 없네?” 무슨 말일까.  ● 2년 넘게 대통령기록관 자리 없던 박근혜 2016년 2월 세종시 다솜로에 개관한 대통령기록관에서 최근까지 흔적을 찾기 힘들었던 대통령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2017년 3월 10일 박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가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가결된 탄핵소추안을 인용하면서 대통령직에서 파면됐다. 이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모든 기록물(1120만여점)은 탄핵을 당한 지 두 달 만인 2017년 5월 19일 대통령기록관에 이관을 완료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작성한 메모지, 전자문서 등 다양한 종류의 기록물들이 공개할 것과 비공개할 것 등등 콘텐츠 분류 작업을 1년 이상 거쳤다.그러나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민들에게 공개열람·전시·교육·홍보 등의 목적으로 설치 운영되고 있는 대통령기록관에서 역대 대통령인 박 전 대통령의 기록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지 2년이 넘도록 볼 수 없었다. 실제 기자가 지난해 가을에 이어 올해 초 대통령기록관을 방문했을 때 기록관 1층 ‘대통령 상징관’에 전시된 유리판 8장을 겹쳐 만든 역대 대통령 대형 사진 가운데에서 박 전 대통령의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 4층 ‘대통령 역사관’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옆 박 전 대통령 대선 선거포스터 자리에는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았다. 기록관 어디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흔적은 없었다. 당시 기자를 포함해 관람을 왔던 시민들이 현장에 있는 직원에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전시물은 없느냐”고 물었고 그때 기록관 직원은 “보완할 게 있어 잠시 보관 중”이라고 설명했었다. 대통령기록관 측은 관람객들의 비슷한 지적과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한 전시 항의들이 있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의 휘호가 적힌 기록관 정문 인근에 놓인 표지석에는 존치와 철거 논란 속에 테러를 우려해 보이지 않게 한때 덮개를 씌워놓기도 했다.● 2년 2개월 만에 朴존영 세워졌지만… 그 결과, 대통령기록관에서 박 전 대통령은 어쩌다보니 희귀한 분이 됐다. 기록관에는 대한민국 이승만 초대 대통령부터 박 전 대통령까지 11명의 기록물 3068만여점이 보관돼 있다. 물론 이 가운데 역대 대통령을 상징하는 대표성이 있는 일부분만이 복제, 영상 등 제작과정을 거쳐 전시된다. 시민들에게 박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기록관에서 보여진 건 지난 4월 22일이다. 박 전 대통령이 물러난 지 2년 2개월 만이다. 대통령기록관 측은 4층 역사관 내 전직 대통령들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는 전시 포스터 옆에 휑하니 비어져 도드라지게 눈에 띄었던 공간에 박 전 대통령의 사진이 실린 대선 선거포스터를 전시했다. 남북통일을 염원하는 박 전 대통령의 연설 영상도 공개됐다. 5월 20일에는 1층에 사진이 걸렸다.  ● 靑집무실 영상, 정상외교 등 5곳에 박근혜 빠져 지금은 어떨까. 지난 16일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을 다시 찾았다. 탄핵된 지 2년 8개월이 지났지만 박 전 대통령 관련 전시물은 여전히 ‘숨은 그림찾기’다. 전직 대통령들과 다른 몇 가지가 이상한 점들도 발견된다. 기자가 찾은 건 5가지 정도였는데 눈썰미가 좋은 관람객들은 더 많이 찾았을지도 모른다. 우선 대통령 역사관 내 ‘대통령의 역할’을 소개해놓은 전시 공간에는 ‘공무원 임면’ 코너가 있다.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은 헌법(제78조)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공무원을 임명 또는 해임시킬 수 있다. 이 핵심 권한이 임기 중에 실제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인증’ 사진들이 10명의 전직 대통령별로 전시돼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5부 신임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모습, 전두환 전 대통령이 대법원 판사에 임명장을 수여하는 모습 등 모든 전직 대통령의 활동 사진이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은 빠져 있다.전시실 중앙에 놓인 ‘대통령의 정상외교’ 코너에서도 마찬가지다. 각 대통령 시기별로 주요 업적에 대한 안내와 기록물들이 전시돼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의 정상외교는 이곳에 전혀 소개돼 있지 않다. 3층 대통령 체험관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은 찾기 힘들다. ‘대통령의 하루’를 소개하는 전시면에서는 역대 대통령들의 시간대별 활동 영상이 나온다. 대통령 관저에서 출근한 모습과 청와대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는 모습,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접견실에서 외빈을 접견하는 모습도 나온다. 영빈관에서 공식 행사를 마친 뒤 대통령 관저로 퇴근 이후 모습까지 대통령들의 모습을 편집해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은 영상에서 단 한 컷도 나오지 않는다. 대통령의 업무공간인 집무실을 재현해놓은 전시실 벽에는 대통령들이 실제 집무실에서 업무 중인 장면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박 전 대통령의 전임인 이명박 전 대통령을 끝으로 영상은 끝난다. 춘추관 기자회견 영상에서도 박 전 대통령은 없다. 박 전 대통령의 ‘대통령후보 당시 선거홍보물’ 전시 형태도 다른 대통령들과 조금 다르다. 역대 대통령의 대선 홍보물은 대부분 책자가 펼쳐진 형태로 당시 주요 공약들이 어느 정도 보이고 공간을 차지하는 면적들도 그만큼 넓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얼굴 사진이 크게 나온 표지만 보이도록 책자가 덮인 채 놓여 있다. 박 전 대통령과 가까운 거리에 놓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거홍보물의 경우 얼굴이 크게 나온 전단지 형태와 홍보물 책자를 펼친 2가지 형태로 놓여 차지하는 면적과 전시 형태에서 대조를 이룬다. 대통령기록관 관계자는 “전시 기법의 한 형태일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 朴 전시 장기 지연에 정치적 해석 분분 대통령기록관 안팎에서는 다양한 해석들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 기록물에 대한 전시 지연과 선별적 전시 공개가 기록원의 독자적인 판단일 수도 있고 기록원을 둘러싼 외압이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개인의 선호도에 따른 태도나 관점으로 전시공간이 기획됐거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판단에 따라 기록관 전시에서 배제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대통령기록관을 잘 아는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기록관에는 제도개혁을 위한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팀이 자체적으로 구성됐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TF 당시 5~7개의 과제가 선정됐는데 말단지엽적인 과거 특정 사건에 대한 보복까지 있었다”면서 “박근혜 정부 당시 기록관이 법률 제정사업으로 국회에 발의했던 공공기록물 규제개혁 정책들을 뒤집고 당시 정책을 담당했던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털어놨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산하의 대통령기록관이 상위 기관으로부터 박 전 대통령의 전시와 관련한 외압을 받은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쏟아졌다. 정부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임기를 맞추지 못하고 중간에 나가면서 자신의 기록을 인계해줄 후임 관장을 정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기록물법 제24조에 따라 기록관장이 국가기록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명한 대통령기록관리전문위원회 심의 결과를 존중해 주요 사항을 결정하고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기록관장은 개방형 직위로 고위공무원 나급(국장급)에 속한다. ● 기록관 “외압 없었다…전시기간 내부 규정 없어” 대통령기록관 측은 박 전 대통령의 전시물 공개가 늦어지거나 일부 전시물이 빠져 있는 것은 사실이나 상위 기관의 외압이나 정치적 판단은 없었다고 밝혔다. 법적으로 대통령 퇴임 후에 언제까지 기록물 등을 전시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어 위반 사항이 아니라는 점도 언급했다. 기록관 측은 용역이 끝나는 다음 달까지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전시물이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 동일한 비중으로 전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기록관 관계자는 “늦어지기는 했지만 지난해 예산 3억원을 확보해 개편사업을 연초부터 하고 있다”면서 “전시 콘텐츠는 기록물을 선별 제작해 새롭게 영상 등을 만들어 올리고 한정된 공간에서 박 전 대통령을 추가하려다 보니 한 번에 하기가 어렵고 공간의 재배치에 시간이 걸린다”고 지연 이유를 설명했다. 전시 기간에 대한 내부 규정이 없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대통령기록관 관계자는 “내부 규정에도 대통령 퇴임 후 언제까지 전시를 하라는 규정은 없다”면서 “다만 박 전 대통령의 전시를 빠른 시간 내에 하는 것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기록물법 제24조 2항에는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효율적 활용과 홍보를 위해 필요한 때에 대통령기록관에 전시관 등을 둘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당초 기록원 측은 이 부분을 전시에 관한 임의 규정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했으나 이미 전시관이 설치된 상황에서 역대 대통령에 대한 전시는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 “기록 공개에 정권 판단 안돼…행정서비스 신속히” 이에 대해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통령기록관은 전시·교육·홍보 등 기능이 법적으로 명시돼 있는 만큼 행정 서비스를 마땅히 해야 하는 기관”이라면서 “행정 서비스는 수용자인 국민 입장에서 고객 중심 마인드를 지향해야 하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것으로 전시 기간 규정이 없다고 해서 100년 뒤에 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대통령기록관은 가치중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면서 “대통령이 죄가 있든 없든 재임 중 통치기간에 발생한 역사적 기록은 역사적 산물로서 기록 공개는 정권이나 가치 관계에 따라 판단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에 국민과 대통령의 명예에 훼손이 발생했다면 이 역시 그대로 전시해 후세의 평가를 받으면 되는 일이지 자랑스러운 것도 부끄러운 것도 다 역사인데 정권에 따라 기록물을 배제하는 것은 역사를 왜곡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적폐청산 TF에 대해서도 생각이 다르면 적폐로 둘 수 있다는 데 대해 “초법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홍 교수는 “역사에 대한 평가는 한 번에 끝나는게 아닌 후세에 의해 시대 상황에 따라 반복적으로 재해석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기록관에서 만난 한 관람객은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 개개인의 업적 유무와 관계 없이 역대 대통령의 순수한 기록관으로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면서 “이념과 정치적 이해로 구분해 운영된다면 국민의 혈세로 만든 의미가 왜곡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박근혜 기록 12월 공개…“역사 평가는 후대의 몫” 박 전 대통령의 기록물 등 전시는 올해 크리스마스 이전에는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기록관은 지난 8월 업체를 선정해 12월 20일까지 개편 작업을 완료하기로 한 만큼 그 전까지는 박 전 대통령의 자료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전시는 물론 전직 대통령들이 외국 정상에게 선물로 받은 그림, 공예품 등을 추가로 전시하는 기획전시도 다음달 열릴 예정이다. 열흘 뒤면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지 1000일(12월 4일)이 된다. 2년 9개월 만에 세상 빛을 보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기록들이 어떤 모습으로, 어떤 내용으로 공개될지 관심이 쏠린다.글·사진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울산 올가을 첫 독감 바이러스 검출

    올가을 첫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울산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올가을 울산에서 처음으로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22일 밝혔다.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8∼19일 울산지역 협력병원 3곳을 찾은 호흡기질환 환자 검체 15건을 조사한 결과, A(H1N1)pdm09형 4건과 B형 1건 등 총 5건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이에 따라 아직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노인과 어린이는 보건소나 지정 의료기관에서 서둘러 예방접종을 해달라고 보건환경연구원은 당부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감염 환자의 호흡기에서 침방울(비말)로 전파된다. 1∼4일 잠복기를 거치고, 전염력은 증상 시작 1일 전부터 4∼5일간 가장 높아진다. 주요 증상은 38도 이상의 고열, 마른기침과 인후통 등 호흡기 증상, 두통, 근육통, 피로감 등이다. 콧물, 코막힘, 구토, 복통 등이 동반될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이젠 놓아줄까 봐, 시린 바람이 찾아왔거든…같이 올라볼까 봐, 지친 마음도 내려놓거든

    이젠 놓아줄까 봐, 시린 바람이 찾아왔거든…같이 올라볼까 봐, 지친 마음도 내려놓거든

    언덕 마을 꼭대기에서 본 노을의 잔상을 뒤로하고 기차를 탑니다. 아른거리던 따뜻한 빛이 시린 손끝으로 전해져 대전을 선연(鮮姸)한 도시로 기억합니다. 대전은 하루 여행만으로도 마음을 유연하게 해 주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전은 물과 산, 그 사이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는 도시입니다. 자연과 도심 풍경 모두 품고 있는 여행지이기에 심심할 틈이 없습니다. ‘한밭’이라는 옛 이름처럼 드넓은 땅에 중간중간 솟아오른 산들이 대전을 더욱더 아늑하게 만듭니다. 대청호(大淸湖), 이름처럼 크고 맑은 호수는 금강에서 흘러나온 물줄기입니다. 대전시와 충북도에 드넓게 걸쳐 구불구불 이어져 있습니다. 부드러운 물길을 따라 즐기는 드라이브는 마음을 탁 트이게 합니다. 삼국시대에 지어진 계족산성에 올라 둥그런 풍경을 바라보며 초겨울을 실감합니다. 가을의 끝자락, 자연휴양림에선 숲과 조금 더 가까워집니다. 도심 속 옹송그리듯 자리한 언덕 동네를 올라 일몰을 바라보며 여행을 마무리합니다. 오늘 하루 천천히 걸었던 대전에서 차가운 겨울을 보낼 유연한 힘을 얻습니다.부드러운 호수가 머무는 도시, 크고 넓은 밭을 이르는 한밭이라 불리는 대전(大田)은 경부와 호남 철도, 도로가 만나는 우리나라 교통의 중심지다. 약 40년 전 대청댐이 완공되면서 충청도와 전라도를 흐르는 금강은 대청호라는 드넓은 호수에 머무른다. 대청호는 충주호와 청풍호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세번째로 드넓은 호수다. 이 호반을 중심으로 오백리길이 이어져 있다. 대청오백리길은 대전과 충북을 거쳐 21구간으로 조성된 길이다. 대전에는 1~5, 21구간 등 총 6구간의 길을 걸을 수 있다. 호수 주변으로 산과 숲이 펼쳐져 있어 드라이브나 산책길로 유명하다. 걷기 좋은 길은 고운 모래사장과 은빛 물결이 일렁이는 억새, 싱그러운 숲 등 수려한 자연이 곁에 있다.●대청호 청아함 따라 흐르는 ‘계절의 연가’ 대청댐 바로 아래 금강을 따라 마련된 데크를 걸으면 백로가 먹이를 찾는 유유자적한 풍경을 발견할 수 있다. 드라마 ‘슬픈연가’를 촬영했던 S자 갈대밭도 만날 수 있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대청호오백리길 위엔 옛 풍경을 간직한 작은 마을도 여전히 자리한다. 4구간 호반낭만길 위 주산동 전망대에선 반짝이는 물빛이 청아하다. 물 위로 동동 떠다니는 오리 떼에 마음을 뺏긴다. 차를 세워 두고 그림 같은 풍경 속에 잠시 빠져 보자. 추동습지 부근은 근사한 뷰포인트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데크 곁으로 곱게 물든 단풍과 억색, 갈대밭이 감성적인 운치를 자아낸다. 이정표에도 ‘전망 좋은 곳’이라 쓰여 있다. 21구간 대청로하스길에는 대청공원과 대청댐물문화관 그리고 메타세쿼이아 숲이 있어 사색하며 혹은 이야기 나누며 머물기 좋다. 특히 숨어 있는 왕버들 군락지가 볼만한데 저녁 무렵 물안개와 노을이 내려앉으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낸다. ● ‘피톤치드 맛집’ 최대 메타세쿼이아 숲길 ‘가을의 산책은 늘 마지막 같아서/ 한 발자국에도 후드득’ 성동혁 시인의 구절이 생각나는 풍경이다. 붉게 물든 메타세쿼이아 잎들이 가득한 숨겨진 단풍 명소 장태산자연휴양림이다. 1970년 초 국내 최초의 독림가(篤林家) 고 임창봉 선생이 가꾸기 시작한 휴양림은 그 정성을 거대한 나무들이 정직하게 보여 준다. 입구에 들어서자 숲의 냄새가 진하다. 숲의 냄새를 만들어 내는 ‘테르펜’이란 성분은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 주고 건강을 회복하게 해 정상적인 생체리듬을 찾게 해 준다. 이곳은 ‘피톤치드 맛집’임이 분명하다. 장태산자연휴양림의 하이라이트는 키다리 메타세쿼이아와 나란히 걸을 수 있는 길이다. 하늘길이라 부르는 ‘스카이웨이’를 걸으면 나무의 허리쯤에서 눈높이를 같이하게 되는데, 나무와 더 깊은 교감을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스카이웨이를 걷다 보면 스카이타워가 등장한다. 잔잔한 바람에도 흔들림이 느껴지는 달팽이관 같은 스카이타워를 올라가면 숲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 높이 27m에 이르는 스카이타워에 서면 숲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14.5㎞ 산성 황톳길, 땅의 기운 오롯이 계족산(鷄足山)은 닭의 다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높이 429m에 이르는 나지막한 산을 즐기는 방법은 14.5㎞로 이어져 있는 황톳길을 자분자분 걷는 것. 황토가 말랑해지는 봄, 가을엔 맨발로 자연의 속살을 느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2006년 충청권에서 소주를 만들고 있는 맥키스컴퍼니에서 매년 2000여t의 황토를 깔고 관리하고 있다. 조웅래 회장이 우연히 황톳길을 걸어 보고 편안한 숙면과 머리가 맑아지는 경험을 한 후 모두가 함께 즐기자는 의미에서 만든 길이다. 겨울 무렵엔 황톳길이 아니어도, 계족산성에 오를 만하다. 단풍이 떨어진 사이사이로 스미는 따사로운 볕 아래 가뿐한 산행을 즐기기 좋다. 해발 420m에 있는 계족산성(사적 제355호)은 삼국시대 때 신라의 침입을 방어하는 관문 역할을 했던 중심 산성이다. 정동삼림욕장 입구에서부터 천천히 오르면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황톳길을 따라 나지막한 산길을 걷다 보면 산성으로 향하는 가파른 계단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대전은 산성의 도시다. 서구 월평동 구릉에 위치한 월평산성, 성치산 정상부를 빙 두른 성치산성 등 크고 작은 30여개 산성의 흔적이 남아 있다. 현재 대전은 교통의 요지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전장의 요충지였다. 이들 중 가장 가볼 만한 곳은 계족산성이다. 그 규모는 물론 복원을 마쳐 산성의 모습을 관찰하기도 좋다.산행의 끝은 계족산성에서 가장 높은 산등성이에 있는 서문터다. 서문은 필요할 때 문을 내려 통행할 수 있는 현문(懸門)으로 만들어졌다. 서문터 바깥벽은 2.5m 높이로 덧대 성벽이 밀리지 않도록 단단하게 쌓았다. 동벽을 제외한 대부분의 성벽은 외벽은 돌로 쌓고, 성 안쪽은 흙을 정교하게 다져서 쌓는 내탁공법(內托工法)으로 지었다. 서문터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연꽃무늬 수막새기와, 돗자리 무늬가 새겨진 평기와 조각 등이 출토돼 삼국시대에 쌓은 성임을 알 수 있었다. 산성 성벽은 자연 지형을 최대한 이용해 만들어 유연하게 굽어 있다. 계족산 산봉우리에 머리띠를 두르듯 돌로 차곡차곡 쌓은 산성의 둘레는 1037m에 이른다. 성벽은 대부분 무너졌는데, 1992년부터 복원해 문터와 건물터, 봉수대, 우물터 등을 짐작할 수 있다. 산성의 중간 지점에서 볼 수 있는 집수지가 독특하다. 국내에서 확인된 집수지 중에서 가장 크다고 전해진다. 산성 안의 군사들이 마실 물과 화재 때 불을 끌 물로 사용하고, 홍수 때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의 속도를 줄여 성벽을 보호하기 위해 쌓은 것이다. 계족산성에서는 9개 건물터가 확인됐다. 고려 시대 청자 조각과 토기 조각들이 나온 것으로 보아 그 시대에도 성의 역할을 굳건히 했음을 알 수 있다. 갈대와 들꽃, 구불구불한 대청호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숨겨진 뷰포인트도 빼놓을 수 없다.●127m 언덕마을, 로맨틱한 대전의 밤과낮 한눈에 한국관광공사 대전충남지사에서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선정한 대동하늘공원은 동구 대동에 자리한 마을 꼭대기에 있다. 대동은 한국전쟁 때 피란민들이 모인 마을로 아기자기한 벽화가 그려져 있어 다정하고도 따스하다. 2007년 공공미술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조금씩 변신을 거쳐 온 마을은 느리게 산책하기 좋다. 긍정적인 이야기를 담은 알록달록한 벽화에서 걸을 때마다 위로를 받는다.약 127m 높이에 위치한 대동하늘공원에 오르면 대전 도심이 시원스레 펼쳐져 있다. 쌍둥이처럼 서 있는 한국철도시설공단과 한국철도공사 건물이 가장 눈에 띈다. 맑은 날엔 보문산과 도솔산, 계룡산도 볼 수 있다. 이곳은 일몰이 아름다운 곳으로, 또르르 떨어지는 해를 배경으로 사진찍기 좋다. 밤이면 은은하게 빛나는 풍차와 주변 조명 덕분에 더욱 로맨틱해진다. 동네 벽화를 따라 걷다 보면 소소한 가게들이 자리한다. ‘머물다 가게’는 대전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과 소품을 위주로 꾸며 놓은 곳으로 여행기념품을 살 수 있다.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등장해 더욱 반가운 복합문화공간 ‘대동단결’도 핫플레이스. 오래된 동네의 빈티지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글 사진 박산하 여행작가 ■여행수첩(지역번호 042) →대전과 충북 대청호 물길을 따라 21구간으로 조성된 대청호오백리길에 대한 정보는 홈페이지(www.dc500.org)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이 겨울 수변에 펼쳐진 억새와 갈대를 만날 수 있는 4구간 호반낭만길을 추천한다. 대동하늘공원이 있는 대동벽화마을은 주민들이 생활하는 터전이다. 일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다녀야 한다. 마을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거나 지도를 구하고 싶다면 ‘머물다 가게’(070-8098-6634)에 들러 보자. 운영 시간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미리 연락할 것. 아기자기한 여행기념품을 득템하기도 좋다. →보통 두루치기 식재료로 돼지고기를 많이 쓰지만 대전에서는 두부를 자박하게 끓여낸 두루치기가 유명하다. 부드러운 두부를 큼지막하게 썰어 육수에 넣고 고춧가루와 간장, 마늘, 참기름 등 매운 양념을 더한다. 오징어를 넣기도 하는데 두부가 식감이 보들보들하고 고소하면서도 매콤해 중독성이 강하다. 자작하게 졸인 국물에 면 사리를 비벼 먹으면 매콤함이 한결 순해진다. 광천식당(226-4751)과 진로집(226-0914) 등이 맛집으로 꼽힌다. 대전은 칼국수의 도시로 봄이면 칼국수 축제를 연다. 한국전쟁 이후 호남선과 경부선 철도가 만나는 곳이라 구호물자가 모였는데, 그중 밀가루가 많았다. 대전에는 칼국수집이 많이 있는데 그중 신도칼국수(253-6799)는 사골 육수에 보드라운 면발을 맛볼 수 있다.
  • [금요칼럼] ‘팔마비’의 전통/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겸임교수

    [금요칼럼] ‘팔마비’의 전통/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겸임교수

    전남 순천에는 ‘팔마비’(八馬碑)라는 유서 깊은 비석 하나가 있다. 광해군 9년(1617)에 승주부사 이수광이 비문을 지어 중건(重建)한 것이다. 이 비석은 본래 고려 말에 세워졌으나 왜란 중에 망실됐다. 훗날 고을 사람들과 함께 비석을 다시 세운 이수광은 ‘지봉유설’의 저자이기도 했다. 그는 서양의 문물과 종교를 조선에 알린 대학자였는데, 하필 ‘팔마비’를 복구한 것은 무슨 까닭에서였을까. 그는 이 비석에 얽힌 사연이 “후세의 관리들에게 귀감”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아울러 “세상의 풍속을 바로잡고 사회 기강을 세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기록했다. 일찍이 이수광은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팔마비’의 고사를 읽고서 깊이 느낀 바가 있었단다. 이 비석의 유래담은 멀리 ‘고려사’와 ‘고려사절요’로 소급된다. 고려 후기의 청백리 최석에 관한 일화였다. 그는 과거에 급제한 후 몇 차례 승진을 거듭한 끝에, 승평부사(5품)가 됐다. 당시에는 순천을 승평이라 불렀다. 성실근면하기로 이름이 높았던 최석이 어느덧 임기를 마치고 개경으로 돌아갈 때가 됐다. 충렬왕 7년(1281)의 일이었다. 그때 승평부에는 오래된 폐습이 있었다. 돌아가는 부사(府使)에게는 가장 좋은 말 8필을 바치고, 그 아래 직책인 부사(副使)에게는 7필, 맨 아래의 법조(法曹)에게는 6필을 선물로 제공했다. 한 해가 멀다 하고 개경에서 새로 관리가 부임하는 형편이라, 백성에게는 여간 큰 부담이 아니었다. 하건만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었다. 개경으로 돌아가는 최석에게 고을 사람들은 관례대로 좋은 말을 고르라고 청했다. 그러자 그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말은 개경까지 타고 갈 수만 있으면 되오. 굳이 좋은 말을 골라서 무엇 하겠소?” 개경에 도착한 그는 가져온 말을 모두 돌려보내라고 했다. 그를 따라간 고을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했다. 그사이 최석은 한발 더 나아갔다. “생각을 해 보니 그대들의 고을에 근무하는 동안 내 말이 새끼 한 마리를 낳았던 것도 기억나오. 이 역시 그 고장의 풀을 뜯어먹고 태어난 것이라. 함께 돌려주었으면 하오.” 최석이 9마리의 말을 몽땅 되돌려주자 고을 사람들은 못내 감격했다. 이후 순천에 부임하는 지방관들도 그 이야기를 듣고는 감히 말을 내어놓으라는 요구 따위는 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오랜 폐단 하나가 완전히 청산됐다. 순천 사람들은 이를 기념해 ‘팔마비’를 세웠다. 백성들의 고통을 깊이 염려하는 단 한 사람의 청렴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가 관례를 거부하자 해묵은 폐습이 봄눈 녹듯 사라지고 말았으니, 이처럼 통쾌한 일이 또 있겠는가. 그런데 이런 악습이 어찌 순천에만 존재했겠는가. 방방곡곡 어디든 팔마 아닌 팔마들이 널려 있었을 것은 묻지 않아도 빤한 일이었다. 이수광은 순천부사로서 최석이 남긴 아름다운 전통을 되살리고자 했다. 임진왜란으로 쇠약해진 순천 고을의 백성들과 힘을 합쳐 그가 전란의 와중에 파손된 ‘팔마비’를 다시 세운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었다. 순천 시민들은 아직도 팔마의 전설을 기억하고 있다. 해마다 가을이면 시민들은 팔마의 이름으로 축제를 벌이면서 문화예술의 향기가 남도의 옛 고을에 피어오른다. 바라건대 이수광이 비석에 아로새겼듯, 이곳에 관청과 시민사회를 통틀어 청렴의 전통이 길이 빛나기를 기원한다. 청사에 남을 ‘팔마비’가 국보나 보물로 대접받을 날도 왔으면 좋겠다. 물론 팔마의 정신이 순천에만 한정돼야 할 이유가 없다. 전관예우의 폐습으로, 1년에도 수억원을 번다는 판사와 검사들도 신판 ‘팔마비’의 전설을 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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