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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국 보이콧에 무릎 꿇은 아베… IOC, 내년 개최해도 손해 없어

    각국 보이콧에 무릎 꿇은 아베… IOC, 내년 개최해도 손해 없어

    선수안전 외면 비판받던 강행입장서 후퇴 ‘올림픽 취소’ 최악 시나리오는 벗어난 셈 IOC 중계료 문제로 가을 올림픽은 부담 태극전사 훈련일정 수정 등 타격 불가피오는 7월 도쿄올림픽 정상 개최를 위해 매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오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가 불과 일주일 사이에 올림픽을 내년으로 연기하기로 합의한 것은 코로나19가 전 세계 곳곳에서 대유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하고 있다는 따가운 국제 여론에 부딪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3일 기존 입장에서 한 발 후퇴해 연기 가능성을 언급한 뒤에도 올림픽 보이콧 선언이 이어지자 하루 만인 2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의 전화 회담에서 올림픽을 약 1년 정도 연기하자고 전격 제안하고 의견 일치를 봤다. 전화 회담 뒤 IOC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공동 성명을 내고 “현재의 (코로나 확산) 상황과 세계보건기구(WHO)가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늦어도 2021년 여름까지 여는 것으로 도쿄올림픽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고 결론 지었다”면서 “선수들을 비롯한 모든 올림픽 관계자들의 건강과 국제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서다”고 발표했다. 당초 코로나19로 인해 도쿄올림픽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내년 연기론이 유력하게 쏟아져 나왔다. 또 각 나라 선수들과 국가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픽 연기와 관련한 결정을 신속하게 내려 달라고 IOC와 도쿄올림픽 조직위, 일본 정부를 압박했다. 내년 연기는 아베 정권으로서도 도쿄올림픽 취소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수 있는 차선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도호쿠대지진으로부터의 부흥을 호소하며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아베 총리는 코로나19 사태로 올림픽이 취소되는 것을 가장 우려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6일 주요 7개국(G7) 회담에서 각국 정상으로부터 ‘완전한 형태’의 올림픽 개최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낸 것도 연기를 위한 포석이었다는 게 일본 현지의 평가다. 늦어도 내년 여름까지 개최 합의에는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가 내년 9월까지인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임기 내에 올림픽을 성공 개최한 뒤 이후를 내다보겠다는 의중이 담겼다는 것이다. 1년 연기에 대략 7조 3000억원이 넘는 경제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 측이 먼저 연기를 제안한 만큼, IOC로서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내년 연기의 또 다른 난관은 내년 7월 16일~8월 1일 일본 후카오카에서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8월 7∼16일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잇따라 열리는 점이었는데 이미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올림픽 연기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며 대회 일정 조정에 착수했다고 밝히며 IOC의 어깨를 한결 가볍게 만들었다. 더불어 IOC 수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미국 내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 NBC도 올림픽이 연기되면 이를 수용하겠다고 거들고 나섰다. 비용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내 연기 방안(가을 개최)도 일본 정부 내에서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연내 코로나19 종식 여부가 불투명하고 또 가을 올림픽은 NBC 등이 가장 꺼리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가을은 미프로풋볼(NFL), 미프로농구(NBA), 북미아이스하키(NHL)의 새 시즌이 개막하고 메이저리그(MLB)의 포스트 시즌이 열리는 시기다. 올림픽 지연 개최가 확정되면서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려온 태극전사들은 난감해졌다. 훈련 일정과 계획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지면서 선수와 지도자 모두 목표를 1년 후로 미뤄야 해 컨디션 조절과 대비책 마련에서 대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체육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해 대응책 마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집단면역으로 코로나19 종식? “35만명 사망 시나리오”

    집단면역으로 코로나19 종식? “35만명 사망 시나리오”

    정부가 인구의 60% 이상이 감염되는 ‘집단면역’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는 방법에 대해 “수많은 인명 피해를 가정한 것이므로 고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태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역총괄반장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인구의 70% 정도가 집단적으로 다 감염이 되면 항체가 형성이 되고 면역이 형성돼서 나머지 30%의 인구에 대해서는 더 이상 추가 전파가 없다는 이론적 개념은 해외에서도 여러 연구들을 통해서 제기된 바가 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다만 우리나라 인구는 약 5000만명이고, 이 중 70%가 감염된다면 3500만명이 감염된다. 이 중 치명률이 1%라는 점을 고려하면 35만명이 사망해야 이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것”이라며 “이것은 상당히 이론적인 수치이기 때문에 이에 근거해서 방역대책을 강구를 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윤 총괄반장은 “방역을 최대한 가동을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서 감염을 최소화, 감염 전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그런 노력들을 통해서 이러한 상황까지 나아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저희 방역당국의 책임이자 또한 목표”라고 전했다. 손영래 중수본 홍보관리반장은 “최대한 감염을 늦추고 감염 환자 규모를 줄이면서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방역당국 입장”이라며 “집단면역 추산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앞서 23일 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은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 유행은 종식시킬 수 없다. 올가을 더 큰 유행이 찾아올 수 있다”며 “인구 60%가 면역을 가졌을 때 코로나19의 확산을 멈출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 메르켈 총리도 지난 11일 “인구 60~70%가 감염된 뒤에야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씨줄날줄] 메르켈 총리의 코로나 연설/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메르켈 총리의 코로나 연설/황성기 논설위원

    “우리의 연대와 이성이 시험대에 올라…인구의 60~70%가 감염될 것.”(3월 11일 코로나19 첫 기자회견) “우리는 서로를 따뜻한 체온으로 위로하는 중요함을 배우고 살아 왔지만 지금은 그 반대가 될 것.”(18일 TV 연설,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며) 독일을 피해 갈 듯 보였던 코로나19가 번지기 시작한 11일(현지시간) 이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국민 앞에 자주 얼굴을 내민다. 그는 “열린 민주주의에 필요한 것은 우리가 투명하게 정치적 결단을 내리고 설명하며 우리들 행동의 근거를 가능한 한 제시하고 전달함으로써 이해를 얻는 것”이라며 코로나19의 심각성을 가감 없이 알리고 정부의 고강도 폐쇄·제한 조치에 대한 협력을 호소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가 규정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위기’에 대한 솔직하고 단호한 행동력이 코로나 대응에 들쭉날쭉인 세계 지도자와 비교되며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이 가운데 18일의 12분짜리 연설은 정치인 메르켈의 경륜과 자질을 잘 드러낸 명문장이다. 알기 쉬우면서 따뜻한 느낌의 연설은 각국 언어로 번역돼 유튜브를 통해 순식간에 세계에 퍼져 나갔다. 메르켈 총리는 “동독에서 살고 자라난 경험으로 미뤄볼 때 자유의 제한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런 제한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정당화되며 목숨을 구하기 위한 일시적인 것”이라며 강조했다. 그는 향후 몇 주간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경제구성원의 손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겠으며 일자리를 꼭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메르켈 총리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잃을지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면서 “패닉상태에 빠지지 말고 (코로나가) 나와 관계없다고 생각하지 말 것”을 강조하고 “쓸데없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으며 지금은 우리들 모두의 힘이 필요한 시기”라고 공동체의 결속과 협력을 당부했다. 이런 호소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세계에서 확진자가 5번째로 많은 3만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누적 사망자가 5470여명을 넘어선 이탈리아와 달리 사망자가 94명으로 아직은 두 자릿수에 머무는 것은 고군분투하는 메르켈 총리에게 유일한 위안일지 모른다. 2005년 11월 총리직에 오른 그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유럽의 사실상 지도자’, ‘영원한 총리’의 명성을 얻고 있지만 2021년 가을 4번째 총리 임기를 마지막으로 정계 은퇴를 예고하고 있다. 22일 가족과 직장 외에 2인 이상 모임 금지라는 최강의 ‘거리두기’를 선언하고 자가격리에 들어간 메르켈의 독일이 코로나 사태 결산 때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 marry04@seoul.co.kr
  • EPL 6월 재개 검토

    EPL 6월 재개 검토

    루니 “리버풀 우승 위해 끝까지 해야”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13일 중단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오는 6월 1일 재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4월 초 재개하려던 EPL은 영국 내 코로나19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며 4월 30일까지 중단 기간을 연장한 상태다.영국 텔레그래프는 22일(현지시간) EPL 사무국이 오는 6월 1일 리그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검토안에 따르면 이때부터 7월 11일까지 6주 동안 각 팀은 잔여 9~10경기를 치르게 된다. 모든 경기는 관중 없이 진행된다. 또 2020~21시즌을 예정대로 8월 8일 킥오프한다. EPL이 5월 중 재개도 건너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그만큼 영국 내 코로나19 사태가 심상치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영국은 한국시간으로 23일 오전 현재 확진환자가 6000명 이상, 사망자가 300명 가까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EPL이 2019~19시즌 조기 종료를 고려하지 않고 2020~21시즌과의 간격이 불과 4주에 불과할 정도로 빡빡한 일정을 고려하는 것은 잔여 일정을 소화 못한 채 시즌을 마치게 된다면 중계권료 수입 감소 등으로 구단 재정에 타격을 주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안이 실행될 경우 선수 혹사 문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올 시즌 잔여 경기를 소화하기 위해서 선수들은 일주일에 2경기 정도를 뛰어야 하며 또 시즌과 시즌 사이 휴식기도 짧아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잉글랜드 축구 스타 웨인 루니(35·더비 카운티)는 23일 “리버풀이 우승할 수 있도록 시즌이 조기 종료 없이 제대로 마무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루니는 EPL 사무국이 검토하고 있는 다른 마무리 방안을 주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리버풀과는 앙숙인 에버턴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거친 루니는 23일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시즌 내내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 준 리버풀은 분명히 우승할 자격이 있다”면서 “무려 30년을 기다린 우승인데 이걸 빼앗긴다는 걸 상상이나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공평한 것은 2019~20시즌을 제대로 마치는 것”이라며 “내년 시즌 일정을 축소해야 하는 일이 있더라도 그것이 옳은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루니의 의견은 경기 일정을 압축하지 말고 차라리 다음 시즌 개막을 늦추자는 것이다. 그는 앞서 2022년 카타르월드컵이 11~12월에 치러지는 점을 감안해 “올 시즌을 가을까지 치르고 다음 시즌을 아예 내년 1월 개막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흙과 돌 틈, 자연 그대로의 삶이 오롯이… ‘토지’ 생명력처럼 강인하고 든든한 품

    흙과 돌 틈, 자연 그대로의 삶이 오롯이… ‘토지’ 생명력처럼 강인하고 든든한 품

    ‘작가의 땅’(작.땅)은 온 생을 다해 글을 쓴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주소다. ‘작.땅’은 치열한 창작의 공간이자 문장으로 대들보를 세운 장소들을 따라간다. 작가들이 글을 쓰는 뒷모습과 곡진한 삶의 희비를 엿보는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책 바깥의 여행이다. 그곳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강원 원주 매지리에 있는 토지문화관은 내게 멧돼지 떼가 창궐하던 한여름 밤의 옥수수밭으로 남아 있다. 재작년 여름, 두 번째 소설집의 교정지와 가을호 계간지 마감이 겹쳐서 얼마간은 저돌적인 상태로 토지문화관 문인 창작실에 입소했다. 만두 찜기의 뚜껑을 연 것 같던 하오가 지나도 청쾌한 바람은 쉽게 산골에 스미지 않았다. 창작실에서 식당으로 가는 길목에 나 있던 산짐승 발자국이 멧돼지의 것이라는 사실은 먼저 입소해 소설을 연재하고 있던 전성태 소설가가 알려주었다. 그날 밤부터 나는 창작실의 베란다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벌레 소리들을 배경음악 삼아 원고 작업에만 매달렸다. 일상에서 오는 잡념들을 접어둔 채 오로지 창작에만 매달릴 수 있는 환경이 더할 나위 없었지만 작업은 진척이 없었다. 자정을 넘기고서야 겨우 숨이 좀 가라앉을 만한 바람이 내려왔다. 그리고 바람을 따라 산골의 멧돼지도 왔다.창밖의 기척이 심상찮아서 밖을 내다보던 중이었다. 하늘보다 더 어두운 옥수수밭 한가운데에 분명 어떤 움직임이 있었다. 만일 나에게 귀신을 보는 눈이 트였다면, 헛것에게라도 어떻게든 빌어 보고 싶던 시기였기에 내 눈은 어둠 속의 움직임에 집중돼 있었다. 그 밤 내내 일사불란하게 옥수숫대 사이를 누비는 소리를 들으며 간신히 새벽을 맞았다. 다음날 남들이 점심 먹을 때쯤 일어나 식당으로 가다 보니 옥수수밭 한가운데가 우주선이 앉았다 간 모양으로 둥그렇게 파헤쳐져 있었다. 식당에서는 어젯밤에 내려온 멧돼지들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옥수수와 고구마밭이 점점 더 크게 헤쳐진다는 사실도 덧붙여 들려왔다.덕분에 아침마다 밭의 안부를 확인하는 것도 내 또 다른 일과가 됐다. 엄밀히 따지자면 산짐승의 공간을 우리가 침범한 셈이기도 했으니 잘못은 이쪽에 있었지만 말이다. 그곳에서 나는 원고가 풀리지 않을 때마다 박경리 선생이 손수 일구시던 밭과 장독대에 다녀왔다. 선생의 거처를 지키고 있는 거위 떼들이 꽉꽉 우는 곳이었다. 그 소리를 따라 창작실과 선생의 울 안까지 오가는 길이 내가 부릴 수 있는 최대치의 여유였다. 정갈한 장독대와 두둑하게 북이 오른 밭이랑을 볼 때마다 직접 농사를 지어 수확한 작물들로 하루에 한 끼는 꼭 직접 반찬을 만들어 후배 작가들의 식사를 챙겼다는 선생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다.그곳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산짐승의 울음도, 더위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자연의 모든 것들은 우리가 후대에게 잠시 빌려 쓰는 것일 뿐”이라는 선생의 말씀에 따라 자연 친화적으로 지어진 문화관의 모습과 인위적인 것을 최대한 배제하며 살아가고자 했던 그분의 뜻이 곳곳에 배어 있는 자리였다. 생의 마지막까지 밭둑의 흙을 돋우며 생활하셨던 선생답게 남겨진 것들은 매우 소박하기 그지없었다. 선생이 손수 지은 옷들과 밀짚모자, 호미와 낫 같은 농기구들이 생전 그대로 놓여 있었다. 허울 좋은 건물의 이름 크게 쓴 문학관보다는 문인 창작실을 지어 후배 작가들의 작업을 응원했던 그 정신 그대로 오로지 작가들의 복지만을 추구하고 당신께서는 직접 흙과 돌 틈에서 최대한 자연 그대로의 삶을 사셨다. 그러는 동안에도 창작에 대한 열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는 이야기가 떠오를 때마다 이렇게 앉아 게으름을 피우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소리가 들리지는 않지만 게으른 후배에 대한 정갈한 꾸짖음, 그렇지만 응원과 격려를 한꺼번에 전해 받는 듯한 그 감각은 오로지 선생의 울타리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좋은 기회에 선생이 사용하던 모든 물건이 고스란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거처에도 들어가 보았다. 방 한쪽에 은은한 분위기를 풍기던 장은 예전에 선생이 어느 글에서 썼던 그 나비장이었다. 6·25전쟁 당시에 피란을 가기 위해 이불에 싼 나비장을 마른 우물에 던져 넣고 떠났다가 천신만고 끝에 다시 돌아온 뒤에 건져냈다고 했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애지중지하며 아꼈던 장과 필기구, 오래된 살림살이들, 태우시던 담배 보루까지도 여전한 그곳은 선생이 곧 문을 열고 들어올 것처럼 무척 현실적인 공간이기도 했다.작가 중에서 토지문화관을 모르거나 거쳐 가지 않은 사람이 드물 정도로 이곳은 창작하는 사람들에게는 고요한 꿈의 공간, 선생의 창작열을 느낄 수 있는 산실이다. 누구도 선뜻 문인들의 복지를 이야기하지 않았던 시절에 사재를 기꺼이 헌사해 지은 이 공간을 선생은 무척 아끼고 사랑하셨다고 전해진다. 매지리 안쪽 산기슭에 자리했지만 제주도와 경상도, 전라도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작가들이 몰려들었고 급기야 해외 작가들도 한 번쯤 다녀가고 싶은 공간으로 손꼽히는 장소가 됐다. 중견과 신진을 가리지 않고 고루 지원하는 문화관의 정책도 여전했다. 국내 지원을 넘어서 해외 레지던스까지도 교류를 넓힌 상태였다. 매년 봄이면 새로운 작가들이 입주해 60일 동안 혹은 길게는 90일 정도 이곳에 머물다 간다. 올해도 봄이 시작됐으니 창작실도 새 주인을 맞이했겠다.올해 토지문화관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박경리 선생의 딸 김영주 이사장이 숙환으로 별세한 후 그의 둘째 아들 김세희 관장이 취임했다. 선생의 유지를 이어 작가들의 창작을 지원하고 소설 ‘토지’의 삶과 생명 그리고 환경보호의 정신을 잇는 일이 손자 대로 넘어온 셈이었다. 토지의 생명력처럼이나 강인하고도 든든한 바통 터치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박경리 선생과 관련된 공간은 하동 악양면 평사리의 최 참판 댁 한옥문화관, 통영 박경리기념관 그리고 원주의 박경리 문학공원과 ‘토지’를 완성하고 선생이 말년을 보낸 공간인 이곳 흥업면 매지리 토지문화관까지 모두 네 군데다. 선생이 17년 동안 사신 원주시 단구동 자택이 택지지구가 되면서 그 자리가 없어질 위기에 처하자 많은 문인이 마음을 모았다. 여기에 택지지구 보상금과 토지개발공사 기부금을 합쳐 토지문화재단과 토지문화관이 들어섰다. 토지문화관 개관식에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참석해 선생의 소설과 후배들을 지원하고자 하는 마음을 기렸다. 그로부터 20여년이 흘렀지만 창작실에는 여전히 문인들의 입주 신청이 쇄도하고 매일 관람객들이 찾아와 문전성시를 이룬다. 김세희 관장은 위에 언급한 네 군데의 장소들을 보다 유기적이고도 조직적으로 연계해 ‘토지’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더불어 소설 ‘토지’의 콘텐츠들을 보다 현대적이고도 접근성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제반 사업들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도 덧붙였다. 선생의 유훈과 창작 업적을 기리기 위해 숙고 끝에 세워진, 한국 최초의 세계문학상인 ‘박경리 문학상’을 국내외 독자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작업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박경리 문학상 수상자들이 토지문화관에서 진행하는 강연 또한 국내에서 다시 듣기 어려운 기회로 명성을 얻기 시작한 터였다. 최인훈, 베른하르트 슐링크, 응구기 와 티옹오, 이스마일 카다레 등이 이 상의 역대 수상자였으며 이들의 강연은 창작실에 입주한 작가들을 비롯해 전국에서 찾아든 독자들로 인해 매년 성황리에 개최됐다. 아울러 여러 문화 행사들과 관련된 장소 대관과 숙박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을 대여하는 일도 동시에 이루어지는 바쁜 문화관이라는 관장의 말을 듣고 있자니 소설 ‘토지’의 북적이는 평사리 장터의 여러 장면들이 떠올랐다. 선생이 일구었던 환경과 삶 그리고 창작의 힘을 후대에도 변함없이 이어 가겠다는 새 관장의 목소리에 자못 힘이 실려 있었다. 끊임없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중에도 문화관 한켠에 위치한 창작실에서 여러 명의 작가가 각자의 작업에 몰두하는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문화의 산실이 아닌가.코로나19 탓에 여러 나라의 국경이 닫혔다. 새싹과 꽃이 피는 길을 따라 걷던 발걸음도 사라졌다. 그러나 곧 감염병은 잠잠해질 것이며(그러리라 믿고!) 우리는 다시 길 위에 두 발을 얹어둘 것이다. 봄꽃은 남도에서부터 피어 온다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봄꽃을 따라 통영에서 하동을 거쳐 원주에서 그 여정의 정점을 찍는 일명 ‘박경리 토지 로드’를 돌아보시기를 추천해 드린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난 시간에 문학과 대문호의 발걸음을 따라 걷는 시간이 길 위의 사람들에게 보다 의미 있는 여정이 돼 주리라 확신한다. 토지문화관을 돌아보고, 선생의 자취를 밟으며 하룻밤 토지문화관에서 묵어가는 일정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꿈꿨던 작가의 삶을 조금은 엿볼 기회가 되지 않을까. 올봄의 여정은 ‘토지’의 길을 따라 문학적인 시간 속으로 들어가 보시기를, 그곳에 다녀가면 분명 이 ‘다음’을 살아갈 새로운 용기가 생겨 있을 것이니. 참, 나는 그해 여름에 멧돼지 옥수수 갉아먹는 소리를 들으며 작업했던 두 번째 소설집 ‘유빙의 숲’을 출간했고, 단편소설 마감 역시도 무사히 마쳤다. 선생의 응원이 분명 그곳에 실려 있다고 아직도 믿고 있다. 그 시간을 지켜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어디에 해야 할지 몰라 이곳에 적는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소설가 이은선
  • IOC, 선수 안전 외면 비난에 ‘백기’… 내년 여름 개최 가능성 커

    IOC, 선수 안전 외면 비난에 ‘백기’… 내년 여름 개최 가능성 커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도쿄올림픽의 정상 개최를 고수해 온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선수의 건강과 안전을 외면하고 있다는 전 세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23일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오는 7월 말 개막을 포기하고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이날 IOC가 앞으로 4주 내에 연기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 안에 극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호전될 일말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현재 코로나19의 무서운 확산세로 볼 때 상황 반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연기 수순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연기 시점으로는 올가을, 1년 뒤, 2년 뒤 등 3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되는데 그중 1년 뒤가 가장 유력하다는 분석이다.만약 코로나19 사태가 예상보다 일찍 진정되고 백신이 개발된다면 올림픽이 올가을에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가을은 미프로풋볼(NFL), 미프로농구(NBA), 북미아이스하키(NHL)의 새 시즌이 개막하고 메이저리그(MLB)의 포스트시즌이 열리는 시기라는 점에서 세계 스포츠에서 가장 입김이 센 미국이 반대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찌감치 ‘도쿄올림픽 1년 연기’를 주장한 바 있다. 2년 연기 가능성도 희박한 편이다. 같은 해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11~12월 2022 카타르월드컵이 열려 일정이 겹치지는 않지만 일본이 올림픽 시설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 임기도 2021년 9월에 끝나 현 일본 정부에서는 논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한계 때문에 1년 연기론이 대세를 형성하고 있다. 1년 뒤면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종식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스포츠 시즌과 겹치지 않기 때문에 가장 무난한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물론 내년 여름 열리는 방안도 순탄한 것은 아니다. 내년 7월 16일~8월 1일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8월 7~16일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예정돼 있으며, 하계유니버시아드도 8월 8~19일 열린다. 올림픽을 1년 연기하려면 이러한 굵직한 국제 대회들과 겹치지 않게 일정을 재조정해야 한다. IOC 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도쿄올림픽 중계에만 11억 달러(약 1조 3000억원)를 쏟아부을 예정인 미국 방송사 NBC와의 계약 내용에도 ‘다른 주요 스포츠 행사와 겹치지 않는 해에 올림픽이 열린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될 경우 주최국인 일본은 큰 손해가 불가피하다. 당장 분양·입주 계약이 끝난 선수촌 아파트 문제, 경기장·국제방송센터·메인프레스센터 유지관리 문제 등으로만 7조 39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연기와 취소 사이… 도쿄올림픽을 둘러싼 시나리오

    연기와 취소 사이… 도쿄올림픽을 둘러싼 시나리오

    1년 연기 유력… 전 세계에서 목소리 커연내 연기, 연속성 유지되나 확산 위험도취소 또는 축소 가능성 낮지만 배제 못해코로나19가 전 세계 스포츠를 마비시키면서 가장 큰 스포츠 행사인 올림픽도 갈 길을 잃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종목별 국제연맹(IF) 대표, 전 세계 선수대표,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대표와 연쇄 화상회의를 열고 올림픽을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여론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IOC는 23일 긴급 집행위원회를 열고 “연기하는 방안을 포함한 세부 논의를 시작해 4주 안에 매듭지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올림픽 정상 개최를 고수하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연기 판단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 발 물러섰다. 현재 도쿄올림픽을 두고 크게 1년 연기, 연내 연기, 취소 또는 축소의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1년 연기 시나리오 캐나다올림픽위원회는 23일 도쿄올림픽 불참을 선언하며 “국제올림픽위원회, 국제패럴림픽위원회, 세계보건기구에 도쿄올림픽·패럴림픽 1년 연기를 긴급하게 요청한다”고 발표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개최한 브라질올림픽위원회도 지난 22일 IOC에 도쿄올림픽 1년 연기를 공식 제안했고 이에 앞서 노르웨이, 슬로베니아 올림픽위원회 등도 올림픽 1년 연기를 제안했다. 미국수영연맹·미국육상협회, 영국육상연맹 등 올림픽에서 비중이 상당한 연맹들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사견을 전제로 1년 연기를 주장할 만큼 전 세계적으로 1년 연기설이 쏟아지고 있다. 2021년에 개최시 미국과 유럽의 프로리그와 일정이 겹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유럽축구연맹이 유로2020을 유로2021로 바꿨지만 6월 12일 개막해 7월 12일에 마치기 때문에 올림픽과 겹치지 않는다. 내년 여름 치를 세계육상대회, 세계수영대회,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등은 IOC와 각 종목 경기단체들이 협의를 통해 조정이 가능하다. 올림픽 종목들이 올림픽 출전 포인트가 걸린 대회를 멈춘 이후 이렇다할 대안을 내놓지 않은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 IOC에 따르면 현재까지 도쿄올림픽 전체 종목에서 아직 43% 정도는 선수 선발을 확정하지 못했다. 육상, 배드민턴, 핸드볼, 복싱, 태권도, 레슬링 등 예선을 다 마치지 못한 종목 중 대체 선발 방안을 뚜렷하게 내놓은 종목은 없는 데다 상당수 단체가 1년 연기를 주장하고 있어 이들도 예선 일정을 1년 연기에 맞춰 새로 계획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1년 연기는 올해를 목표로 대회를 준비해온 선수들이 출전 기회를 잃거나 전성기를 놓치는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또 대회 조직위 측도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올림픽 관련 시설물들을 1년 이상 유지해야할 경우 발생하는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다. 일본 간사이대 수리경제학 미야모토 가쓰히로 명예교수는 도쿄올림픽을 1년 연기할 경우 6400억엔(약 7조 2453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연내 연기 시나리오도쿄올림픽이 무더운 한여름에 열리게 된 것은 자국의 주요 스포츠 행사가 연달아 열리는 시기를 피하고 싶어하는 미국 방송사의 이해 관계가 작용한 영향이 크다. 9~10월은 내셔널풋볼리그(NFL)·미국프로농구(NBA)·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가 시즌을 시작하고 메이저리그(MLB)가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시기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지면서 기존처럼 9~10월에 주요 경기가 열릴 수 있을지 알 수 없게 됐다. 주요 스포츠 행사들이 가을에 열리지 않는다면 미국 방송사와 IOC도 여름 개최를 사수할 이유는 없다. IOC는 6월 말까지 선수 선발을 마치면 올림픽 정상개최는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각 종목별로 올림픽 출전 포인트가 걸린 대회를 연달아 중지하면서 일정을 제대로 소화하기가 어려워졌다. 연내 연기가 결정되면 이미 선발을 마친 종목들은 티켓을 따낸 선수들이 그대로 출전할 수 있고, 추가 일정이 필요한 종목들도 기존의 올림픽 출전 레이스를 유지한 채 보완된 선발 과정을 통해 선수 선발을 마칠 여력이 생긴다. 일본에서도 연내 연기설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일본 ‘스포츠 호치’는 지난 21일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의 말을 빌려 “올해 가을 정도까지 개막 조정 여지는 있다”면서 “연기라면 올해가 가장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응책”이라고 보도했다. 2012 런던올림픽 조직위원장이자 국제육상경기연맹 회장인 세바스찬 코 역시 영국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올림픽을 1년 연기하는 것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올림픽 연기시 9~10월경에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연기한 시기에도 코로나19가 해결되지 못하면 지금과 같은 혼란이 반복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채 대규모 관중이 모이는 올림픽을 개최하게 되면 자칫 추가 확산이 이뤄질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취소 또는 축소 시나리오IOC 최장수 위원인 딕 파운드 IOC 위원은 지난달 AP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올해 도쿄올림픽을 치르는 게 불가능하다고 결정되면 취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올림픽 취소도 배제할 수 없는 시나리오다. 지금까지 하계올림픽이 취소된 경우는 1916년, 1940년, 1944년 3차례 있었지만 모두 전쟁의 영향이었다. 아직까지 질병으로 인한 취소 사례는 없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남은 채로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였다가 다시 재확산이 이뤄지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위험도 있다. 그러나 바흐 위원장은 지난 21일 독일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비정상적인 상황이지만 취소는 이상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언급했고 IOC도 23일 “취소는 안건에 올리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힘에 따라 취소 가능성은 희박하다. 예정대로 강행하되 무관중 등 규모를 축소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재일동포 출신 일본 야구의 전설 장훈(80) 옹은 지난 22일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가을은 미국에서 미국프로풋볼 시즌이 진행되기 때문에 도쿄올림픽이 열리기 어려운 시기다. 그렇다고 겨울에 할 수도 없지 않느냐”며 올림픽 축소 개최를 주장했다. 무관중 경기로 진행하면 도쿄올림픽 조직위는 입장권 수익을 포기하는 대신 중계권 수입이나 스폰서 수입, 올림픽 개최 비용 등에서는 손실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올림픽은 전 세계인이 즐기는 축제인 만큼 무관중으로 열린다면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어 취소만큼이나 가능성이 희박하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코로나 종식 사실상 불가, 장기전 대비…가을에 또 유행 가능성”

    “코로나 종식 사실상 불가, 장기전 대비…가을에 또 유행 가능성”

    신종 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가 이른 시일 내 코로나19 종식은 사실상 어렵다면서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놨다. 특히 최근 국내 확진자 발생 증가세가 다소 꺾였지만, 감염병 특성상 가을철에 다시 ‘대유행’이 찾아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소강 국면에 찾아오더라도 병상과 의료장비 준비 등 대비를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중앙임상위는 23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코로나19 판데믹의 이해와 대응전략’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백신 나오려면 12개월은 기다려야”…방역대책 전환 관건 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은 “인구 60%가 면역을 가졌을 때 (코로나19의) 확산을 멈출 수 있다”며 “인구집단 면역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리는 방법은 예방접종밖에 없는데 코로나19 백신이 나오려면 12개월은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집단면역 60%는 코로나19의 재생산지수(확진자 1명이 감염시킬 수 있는 사람 수)를 2.5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산출된 수치다. 일반적으로 면역력은 예방접종을 하거나 병에 걸린 이후 자연적으로 항체가 형성되면서 얻을 수 있다. 이런 지적은 코로나19의 종식을 위해 ‘집단면역’을 기르자는 의미가 아니다. 현실적으로 단시간에 집단면역을 얻기 힘든 상황이므로 코로나19 유행이 지속되거나 최소한 다시 찾아올 것이고, 이 때문에 방역 대책을 새로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중앙임상위는 지금처럼 해외 유입을 차단하고, 확진자의 접촉자를 찾아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는 ‘억제 정책’을 유지할지, 아니면 학교 개학 등 일상 생활을 회복하는 가운데 감염병의 확산을 막는 정책으로 갈지 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오 위원장은 “그동안 정부는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는 ‘억제 정책’을 펴왔고, 이를 통해 (확산이) 어느 정도 컨트롤 됐다”며 “하지만 모든 방역 조치를 총동원하는 억제 조치는 지속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억제 정책에서는) 사람들이 감염되지 않다 보니 면역력도 갖고 있지 않게 된다”며 “결국 집단면역을 올려야 유행이 종식되는데 그러기 위해 억제 정책을 풀면 유행이 다시 온다는 ‘정책적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억제정책을 지속할지 완화할지는 건강, 사회, 경제, 문화,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며 “방역 정책의 결정은 과학적 근거와 사회 구성원의 이해와 합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코로나19가 일상에서 빈번하게 전파될 가능성이 높으며 현재 방역 자원을 총동원해 막기보다 사망률을 줄이는 정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개학하면 환자 늘어나…가을철 대유행도 대비해야” 개학과 관련해서는 학교에서 코로나19가 전파하지 않도록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위원장은 “홍콩 연구에 따르면 인플루엔자는 학교가 문을 닫았다 열었을 때 몇 주 동안 감염자가 늘어났다”며 “우리나라도 개학하면 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코로나19는 메르스처럼 종식할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며 “개학을 했을 때 학급 간, 학년 간 전파가 이뤄지지 않도록 미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임상위원회는 코로나19가 가을철에 다시 유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 센터장(서울의대 감염내과 교수)은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코로나19는 사람들이 웬만큼 걸리든 효과적인 백신이 나오든 해야 끝이 난다”며 “아무리 빨라도 가을까지는 백신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가을 유행에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 위원장 역시 “가을철 대유행으로 환자가 밀려들 것에 대비해야 한다”며 “의료진 보호구, 장비를 지금부터 충분히 준비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 환자 소외 문제도 해결해야 이밖에 임상위원회는 사망자가 100명을 넘어선 만큼 코로나19 감염과 사망 사이의 연관성 검토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사망자의 코로나19 임상적 진행 경과를 분석하고 기저질환과의 상호작용 등 사망에 이른 원인을 검토해 코로나19로 인한 치명률을 정확히 산출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코로나19 사망률은 직접적인 사망 원인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치명률은 1.24%다. 또 위원회는 대구에서 폐렴 증세로 숨진 17세 소년 사례를 계기로 일반 응급의료 환자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의료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코로나19, 80%는 가볍게 지나가…인구 60% 면역 때 종식”

    “코로나19, 80%는 가볍게 지나가…인구 60% 면역 때 종식”

    중앙임상위원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부분은 가볍게 앓고 지나가므로 치료제 등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주치의로 이뤄진 중앙임상위원회의 오명돈 위원장(서울의대 감염내과 교수)은 23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코로나19 팬데믹의 이해와 대응전략’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걱정이 많은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 위원장은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80%는 가볍게 지나가기 때문에 특별한 치료제가 없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며 “폐렴이 있더라도 입원해서 산소치료 하고 안정시키면 다른 폐렴보다도 더 쉽게 호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에크모를 했던 환자들도 1∼2주 정도 보전하는 치료를 받으면 항바이러스제의 힘이 아니더라도 회복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오 위원장은 “인구 60%가 면역을 가졌을 때 코로나19의 확산을 멈출 수 있다”면서 “인구집단 면역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리는 방법은 예방접종밖에 없는데 코로나19 백신이 나오려면 12개월은 기다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해외 유입을 차단하고, 확진자의 접촉자를 찾아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는 ‘억제정책’을 유지할지, 학교 개학 등과 같은 일상생활을 회복할지 결정해야 한다며 “모든 방역 조치를 총동원하는 억제조치는 계속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초·중·고등학교 개학에 따라 학생이 감염되었을 때 어떻게 교육 받을지도 미리 준비해야 하고 가을철 대확산을 대비해서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부는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궁극적 무기인 치료제 백신 개발에 앞장서야 한다”며 “백신이 나올때까지 코로나19 방역 주체는 우리 자신일 수밖에 없다. 모두가 힘을 합치면 코로나19 유행을 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코로나19는 뚜렷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 치료를 하거나 기존 에이즈, 에볼라 등의 치료에 쓰던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는 식으로 치료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기존에 개발되거나 허가받은 의약품을 코로나19 치료에 쓸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중이다.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은 국내에서 임상 중인 코로나19 치료 후보제 중 에볼라 치료제인 렘데시비르(Remdesivir)의 효과가 가장 좋다고 밝혔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건강해라!” 학교 폐쇄에 자동차 행진으로 제자 응원 나선 美 교사들

    “건강해라!” 학교 폐쇄에 자동차 행진으로 제자 응원 나선 美 교사들

    코로나19 확산으로 임시 휴교령에 내려진 미국 텍사스주에서 제자들과 기약 없는 이별을 하게 된 교사들이 자동차 행진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20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덴턴 카운티 리틀 엘름시에 긴 차량 행렬이 나타났다. 경적을 울리며 차창 밖으로 손을 흔든 운전자들은 다름 아닌 이 지역 초등학교 교사들이었다. 데일리메일은 이날 자정을 기해 텍사스주 전역의 학교가 폐쇄되자 교사들이 아쉬운 마음에 자동차를 몰고 동네를 행진하며 제자들에게 인사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보고 싶다”, “건강해라”라고 외치는 선생님들을 향해 학생들 역시 힘껏 손을 흔들며 다음을 기약했다. 한 학생은 선생님을 보자마자 방방 뛰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그런 제자에게 선생님도 ‘손 키스’를 날리며 애틋함을 드러냈다.다음날 텍사스주 해리스 카운티의 다른 초등학교 교사들도 어린 제자들을 보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왔다. 12대 이상의 차량에 나눠 탄 교사들은 제자들과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함께 이기자는 다짐을 주고받았다. 한 교사는 자동차 지붕 밖으로 ‘사랑한다 얘들아’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며 학생들을 응원했다. 학부모들도 ‘선생님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란다’라고 화답했다. 22일 오후 기준 텍사스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355명, 사망자는 6명으로 보고됐다. 텍사스 내 254개 카운티 중 댈러스 카운티 확진자가 30명으로 가장 많으며, 교사들이 자동차 행진을 벌인 해리스 카운티가 27명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덴턴 카운티는 12명으로 확인됐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집계에 따르면 22일 오후 9시 현재 텍사스 내 확진자는 627명으로, 확진자 수가 점차 느는 추세다.이 때문에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20일 자정부터 식당과 술집, 체육관 등 다중이용시설을 폐쇄하고 각종 모임 인원을 10명으로 제한했다. 임시 휴교령도 포함된 이 행정명령은 오는 4월 3일까지 유효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휴교령이 사실상 이번 학기 내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다른 주에서는 휴교령 연장 계획이 공론화되는 분위기다.18일 워싱턴포스트는 캔자스주가 봄 학기 말까지 모든 학교 운영을 중단하고 온라인 학습으로 전환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캔자스주 모든 학교는 여름방학을 거쳐 가을 학기가 시작되는 오는 9월에나 학교 문을 다시 열 전망이다. 캘리포니아주와 워싱턴주 역시 휴교 장기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국 교육전문매체 에듀케이션 위크에 따르면 현재까지 미국 39개 주가 휴교령을 선포했으며, 학교 폐쇄로 영향을 받는 학생은 4170만 명에 달한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EPL, 5월도 건너 뛰고 6월 재개?

    EPL, 5월도 건너 뛰고 6월 재개?

    英 일간지 텔레그래프, EPL 사무국 검토 보도6월 1일 리그 재개해 6주간 잔여 일정 마무리이후 4주간 휴식 뒤 20~21시즌 개막하는 안 클럽 재정 타격 최소화하지만 선수 혹사 우려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13일 중단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오는 6월 1일 재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4월 초 재개하려던 EPL은 영국 내 코로나19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며 4월 30일까지 중단 기간을 연장한 상태다.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22일(현지시간) EPL 사무국이 오는 6월 1일 리그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검토안에 따르면 이때부터 7월 11일까지 6주 동안 각 팀들은 잔여 9~10경기를 치르게 된다. 모든 경기는 관중 없이 진행된다. 또 2020~21시즌을 예정대로 8월 8일 킥오프 한다. EPL이 5월 중 재개도 건너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그만큼 영국 내 코로나19 사태가 심상치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영국은 한국시간으로 23일 오전 현재 확진환자가 6000명 이상, 사망자가 300명가까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EPL이 2019~19시즌 조기 종료를 고려하지 않고 2020~21시즌과의 간격이 불과 4주에 불과할 정도로 빡빡한 일정을 고려하는 것은 잔여 일정을 소화 못한 채 시즌을 마치게 된다면 중계권료 수입 감소 등으로 구단 재정에 타격을 주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안이 실행될 경우 선수 혹사 문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올시즌 잔여 경기를 소화하기 위해서 선수들은 일주일에 2경기 정도를 뛰어야 하며 또 시즌과 시즌 사이 휴식기도 짧아지기 때문이다. 이미 잉글랜드 축구 스타 웨인 루니(35·더비 카운티) 등은 2022년 카타르월드컵이 11~12월에 치러지는 점을 감안해 “올시즌을 가을까지 치르고 다음 시즌을 아예 내년 1월 개막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중랑구 아이들 배꽃처럼 웃으며, 배나무랑 키재며 한뼘 더 자라요

    중랑구 아이들 배꽃처럼 웃으며, 배나무랑 키재며 한뼘 더 자라요

    서울 중랑구가 관내 아이들을 대상으로 배나무 결연 재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책임감을 길러주기 위한 취지다.중랑구는 오는 23일부터 27일까지 관내 유치원 및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신내동에 위치한 봉화산 자연체험공원의 배나무 225그루를 분양한다고 21일 밝혔다. 배나무를 분양받은 아이들은 직접 배나무 가꾸기를 체험해보고 배꽃 관찰, 열매 옷 입혀주기, 가을 곤충 만나기 등 시기별 맞춤형 과수원 체험교실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가을에는 직접 수확한 배를 가져가 맛볼 수 있다. 참가를 원하는 유아기관은 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기관당 1그루를 배정하며, 정원 30명을 초과하는 기관은 30명당 1그루씩 추가로 신청할 수 있다. 오는 30일 대상자를 발표한 뒤 아이들이 분양받을 배나무를 직접 고르고 이름표를 붙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한편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하는 배나무 분양은 중랑구가 해마다 진행하는 대표적인 도시농업 체험 프로그램이다. 지난해에는 모두 72개 기관에서 119그루를 분양해 가꿨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꽃이 피고 열매를 맺어 수확하고 결과물을 나누는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들의 몸과 마음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코로나19에 칸 영화제도 사상 첫 연기

    코로나19에 칸 영화제도 사상 첫 연기

    올해 5월 열릴 예정이던 제73회 칸국제영화제가 코로나19 여파로 결국 연기됐다. 칸영화제 집행위원회는 19일(현지시간) “오는 5월 12∼23일에 계획된 제73회 영화제를 예정대로 치를 수 없게 됐다”며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 베를린, 이탈리아 베니스 영화제와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칸영화제가 일정 자체를 연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46년 시작 이후 1948년과 1950년엔 재정적인 문제로 아예 열리지 못했고, 1968년에는 5월 학생운동 여파로 영화제 도중 행사가 취소된 적은 있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아시아와 유럽의 여러 영화제가 일찌감치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했지만, 칸영화제는 다음 달 16일 초청작 발표 기자회견을 여는 등 예정대로 일정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프랑스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9000여명에 이르고 프랑스 정부가 이동금지령을 내리자 결국 연기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잠정적으로 개최 시기를 6월 말부터 7월 초로 언급한 것은 9월 2일 개막하는 베니스 국제영화제와 9월 10일부터 열리는 토론토 국제영화제 등 다른 국제영화제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개최 시기를 못 박지 않은 만큼 코로나19 사태가 악화할 경우 영화제를 가을로 옮기거나 아예 취소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 영화계도 칸영화제 후광 효과를 노리고 약 30여편을 출품, 선정 결과를 기다렸다. 그러나 일정 연기로 국내 개봉 일정도 차질을 빚게 됐다.경쟁부문 등에 초청되면 칸에서 최초 공개한 후 국내에 개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수입배급사들 역시 칸 필름마켓이 연기되면서 수입에 제약을 받게 됐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서울 고가주택 3.3㎡당 6200만원… 세계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서울 고가주택 3.3㎡당 6200만원… 세계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뉴욕·마이애미 등 주요 26개 도시 중 1위지난해 말 서울 고가 부동산 가격은 평당 6000만원 수준으로, 지난 반년 동안 전 세계 26개 도시 가운데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글로벌 부동산컨설팅업체 세빌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시가가 상위 5% 수준으로 비싼 주거용 부동산 가격은 서울의 경우 제곱피트(35.5평)당 1480달러로 반년 전보다 4.2% 상승했다. 당시 환율(1176.01원)을 적용해 환산하면 1평(3.3㎡)당 약 6200만원에 이른다. 50평 규모를 사려면 31억원가량을 내야 하는 셈이다. 서울의 고가 집값 상승률은 관련 자료가 조사된 전 세계 26개 주요 도시 가운데 가장 높았다. 미국 뉴욕과 마이애미가 각각 2.9%, 샌프란시스코는 2.2% 올랐지만, 4.2%인 서울에는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가을 기준금리가 연 1.25%까지 떨어지면서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진 점은 집값 상승의 배경이 됐다. 또 지난여름 분양가 상한제가 공론화된 이후 값비싼 신축 아파트 희소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불안감과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 대한 투자심리가 커진 점도 한 원인이다. 실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중소형 아파트 거래가격은 지난해 말 3.3㎡당 1억원을 넘어섰다. 세빌스는 반기마다 가격이 상위 5%인 주거용 부동산을 대상으로 가격 움직임을 조사해 발표한다. 각국 현지 통화 기준 부동산 가격을 집계한 다음 평균 환율을 적용해 달러화 기준 부동산 가격을 발표한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트로트 신동 정동원, 고향 하동군 홍보대사 위촉

    트로트 신동 정동원, 고향 하동군 홍보대사 위촉

    경남 하동군은 하동 출신 트로트 신동 정동원(13)군을 군 홍보대사로 위촉했다고 18일 밝혔다. 정 군은 최근 한 종합편성채널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결선까지 진출해 5위를 차지하며 노래 실력을 인정받았다. 윤상기 군수는 22번째 하동 홍보대사로 위촉된 정군에게 지난 17일 홍보대사 위촉패를 전달했다.윤 군수는 “지리산과 섬진강, 남해바다의 세 가지 천혜 보물을 품은 알프스 하동에서 태어난 소중한 인연으로 하동의 멋과 맛이 정 군을 통해 방방곡곡 아름다운 노래로 퍼져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동원 군은 앞으로 가수로 활동하면서 하동 홍보활동도 한다. 정 군은 “많은 관심을 갖고 응원해준 윤상기 군수와 하동군민께 감사 드리며 고향인 아름다운 고장 알프스 하동을 알리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정 군은 2018년 가을 KBS ‘전국노래자랑’ 함양군 편에 출연해 우수상을 받는 등 색소폰 연주와 노래에 타고난 재능을 선보이며 트로트 신동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트로트 경연대회를 통해 전국적인 유명인사로 떠올랐다. 하동군은 2006년 ‘효녀가수’ 현숙을 시작으로 코미디언 이용식, 탤런트 변우민, 방송인 김혜영, 배우 류승수·차광수 등 지금까지 문화예술인 21명을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하동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글로벌 In&Out] 1946년 북한의 전염병 투쟁/바실리 V 레베데프 도쿄대 인문사회계연구과 박사과정

    [글로벌 In&Out] 1946년 북한의 전염병 투쟁/바실리 V 레베데프 도쿄대 인문사회계연구과 박사과정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일제로부터 해방된 한반도는 식민통치의 붕괴와 함께 경제, 치안 등 모든 분야에서 혼란이 생겼다. 정부 등 중앙권력기관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공중보건도 커다란 위기에 빠졌으며, 남북한에는 각종 전염병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일본군을 격파·무장해제하면서 북한에 진주한 소련군은 방역 체계가 붕괴되고 조선인 전문가가 극히 부족한 북한에서 치안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보건의료제도를 건설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 소련군의 방역 조치는 1948년 9월 9일 수립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보건 체계의 기원이 됐다. 해방 직후 북한에서 발생한 전염병에 대해 소련과 북한 당국은 어떻게 대응했는지 살펴보자. 1945년 가을 북한에 진주한 소련군은 북한 보건 체계의 전면적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1945년 10월 20일 북한 위생 상태의 조사를 담당한 제25군 위생부장 트로피모프 대좌는 당시 북한에서 장티푸스, 발진티푸스, 이질, 재귀열, 두창, 성홍열, 디프테리아, 홍역 등의 병들이 유행하고 있으며, 약국은 물론 평양과 함흥 등 산업 도시에 위치한 제약공장들이 폐쇄 상태라고 보고했다. 이를 운영하던 일본인과 친일파들이 그대로 도망갔기 때문이었다. 또한 42개 병원 중 15개밖에 운영되지 않고 있으며, 의사는 태부족하다고 보고했다. 북한의 보건 상황을 개선하고자 트로피모프 대좌는 각 지역 인민위원회 산하에 의료보건부국을 설치해 병원의 간호인력을 관리하게 하고, 의학전문학교의 설치와 북한의 화학공장 및 제약공장의 가동 등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현재 북한 보건성 소속의 의학과학연구원의 모체가 되는 서북방역연구소가 발족됐다. 1946년 소련 군정이 북한의 각급 인민위원회를 통해서 각종 조치를 취하고 있었을 때 미군이 점령·통치한 남한에서는 중국에서 귀환 동포를 실은 선박으로 침입한 콜레라 전염병이 덮치고 있었다. 이 콜레라는 곧 북한으로 전파됐다. 확산되는 전염병을 막기 위해 소련군은 비상 조치를 취할 것을 결정했다. 전염병 발생 직후 소련군 사령관 치스탸코프는 미군정 사령관 하지에게 편지를 보내 북한 내외부의 인구 이동이 활발한 38도선에서 철저한 방역을 실시할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북한과 만주의 국경을 폐쇄했다. 이와 동시에 소련은 300여명의 군의관을 북한에 파견하고 진남포와 원산에 500병상 규모의 병원 2개를 신축했다. 소련에서 화물열차로 약품과 의료기기도 보냈다. 또한 소련 적십자는 4개 방역부대를 의료기기, 약품과 함께 북한으로 파견했으며, 38도선 지대에서 60병상 규모의 야전병원을 몇 개 설치하고 치료를 진행했다. 소련에서 북한으로 들어간 의사와 군의관들은 전염병을 막기 위한 투쟁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한 문제에 부딪혔다. 소련군 자료에 따르면 일제가 북한에 구축한 보건의료제도는 일본인과 소수 조선인 부유층이 대상이었다. 일반 조선인들은 진단이나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당시 주민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 지역에 전염병이 발생하면 일제가 경찰을 동원해 감염자들을 그 집에서 강제 격리한 후 병이 나아지거나 감염자들이 병사할 것을 기다리기만 했다. 이 때문에 소련군이 방역과 치료를 시작했을 때 많은 조선인이 감염 사실을 숨기거나 진단을 거부했다. 북한과 소련의 의사들은 콜레라를 퇴치할 수 있었으나 1275명의 환자 가운데 704명은 사망했다. 같은 시기 남한에서는 약 1만 5644명 환자 중 1만 18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1946년 콜레라 전염병은 예방의학을 강조하는 북한 보건의료제도 형성의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다.
  • 산림 공무원 “재난 업무는 힘들어”… 산불방지과·산림보호 ‘기피 1순위’

    산림 공무원 “재난 업무는 힘들어”… 산불방지과·산림보호 ‘기피 1순위’

    임야 화재·자연 재해 늘면서 피로 가중 가점 조정·소속 기관 인력 충원 등 필요산림 공무원들은 부서 중에서는 산불방지과, 업무로는 산림보호 업무를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산림청과 산림청 공무원노동조합에 따르면 최근 조합원 등을 대상으로 ‘만성과로 노출 직위’(554개 직무)를 조사한 결과 부서로는 산불방지과(33명)가 가장 많았다. 이어 산림항공본부 산림항공과(23명), 기획재정담당관실(15명), 산사태방지과(15명), 운영지원과(9명) 등이 업무 부담이 높은 부서로 조사됐다. 산불방지과는 봄·가을철 산불조심 기간이 정해져 있지만 기후변화 등으로 수시로 산불이 발생하면서 4계절 재난 부서가 됐다. 주말과 휴일도 없는 열악한 근무 환경에 처하면서 선호도가 가장 낮았다. 산림항공과는 산불 진화뿐 아니라 산악구조·산림병해충 방제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잦은 헬기 출동으로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기피 직무 중에서는 산불·산사태·병해충 등을 총괄하는 지방산림청·국유림관리소의 산림보호 업무를 63명이 꼽아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중앙산림재난상황실(20명)은 봄·가을 산불에 여름철 자연재난(5월 15~10월 15일) 등으로 연중 가동되면서 본청 부서 중에서 선호도가 낮았다. 지방조직 중에서는 국유림 대부가 많은 수원국유림관리소 관리 업무가 꼽혔다. 노조의 이번 조사는 해마다 반복되는 직원들의 ‘돌연사’ 대책의 일환으로 이뤄졌으며 총 409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산림청은 지난해 5월 산불 비상근무 중이던 재난상황실 사무관이 숨지면서 전문직위 해제 및 재난부서 근무자는 순환 보직 기간을 2년으로 단축하는 개선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여전히 인사 가점은 전문 직위(4년)와 오지 근무자로 한정돼 있다. 일선 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산림청이 정부대전청사로 이전하기 전인 1997년 정원 1641명 중 소속 기관이 87.8%(1442명)를 차지했다. 그러나 2019년 2월 현재 정원 1699명 중 소속기관 비중은 81.5%(1385명)로 축소됐다. 조직이 확대되고 업무가 늘었지만 증원이 본청에 집중된 결과다. 소속 기관은 조직 신설이나 증원 없이 기존 부서에 업무만 더해진 데다 산불·산사태 등 재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직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조 관계자는 “재난 부서는 근무 일정이나 휴일 보장이 어렵고 긴장이 큰 업무의 특성상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축구스타 루니의 호통 “선수들을 실험동물 취급했다”

    축구스타 루니의 호통 “선수들을 실험동물 취급했다”

    “뒤늦게 리그 중단됐지만 지난 주 리더십 부재를 절감해”“나 때문에 가족 감염된다면 축구 당국 용서치 않았을 것”“이참에 리그 연장되면 다음시즌 겨울 개막 고려해볼 법해해”잉글랜드 축구 스타 웨인 루니(35·더비 카운티)가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영국 정부와 축구 당국의 늑장 대응을 지적하며 “선수들을 ‘기니피그’로 취급했다고 비판했다. 기니피그는 설치목과 동물로 실험용 동물의 대명사다.루니는 15일 선데이 타임즈에 기고한 컬럼에서 “선수들, 스태프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에게는 걱정스러운 한 주였다”면서 “정부와 잉글랜드 축구협회, 프리미어리그의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돌이켰다. 프리미어리그는 당초 지난 주말 경기를 관중 없이 강행하려다가 아스널 미켈 아르테타 감독과 첼시 공격수 캘럼 허드슨-오도이 등의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나오자 지난 13일에서야 리그 중단을 결정했다. 루니는 “테니스, F1, 럭비, 골프 등 다른 스포츠들은 문을 닫았는데 우리는 계속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면서 “비상회의 뒤 마침내 올바른 결정이 내려졌지만 그때까지 잉글랜드 축구 선수들은 기니피그 취급을 받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고 성토했다. 그는 ”많은 선수들이 (리그 중단) 결정이 늦어진 게 돈 문제와 관련된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루니는 특히 “만약 내가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를 뛰어야만 했기 때문에 가족 중 누구라로 나를 통해 감염되어 아팠더라면 나는 축구를 하는 것을 다시 생각하고 당국을 결코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니는 끝으로 코로나19로 리그 일정이 연장된다면 2022년 카타르월드컵이 11~12월에 개최되는 점을 고려해 리그를 가을에 끝내고 다음 시즌 개막을 겨울에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엄마, 이젠 무릎 꿇지 마세요”… 서진학교에 봄이 왔습니다

    “엄마, 이젠 무릎 꿇지 마세요”… 서진학교에 봄이 왔습니다

    “개학이 또 연기되면 어쩌나 조마조마했었는데, 지난해 가을쯤 학교 건물 뼈대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니까 그제야 실감이 났어요.”서울 강서구에 사는 한유정(50)씨는 올해 중학교 1학년이 된 아들 오정민(14)군이 가방을 메고 새 학교에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지난 2일 예정된 개학은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9일로 미뤄졌고, 오는 23일로 또 연기됐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와 정부세종청사 집단감염 사례가 새로 발생하면서 정부는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일을 추가로 연기할지 말지를 검토하고 있다. 아들의 등교를 기다리는 한씨에겐 남다른 사연이 있다. 그의 기다림은 약 6년 전 시작됐다. 중증 자폐성 장애인인 아들 오군은 강서구의 공립 특수학교인 서울서진학교에 다닐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이 2013년 11월 처음 설립을 예고했던 학교가 올해 드디어 문을 연 것이다. 한씨는 “서진학교가 개교하기까지 참 많은 일이 있었다”면서 “코로나19 때문에 아들이 집 밖으로 못 나가 많이 심심해한다. 빨리 이 사태가 진정돼 학교에 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초·중·고교과정서 직업교육까지 29개 학급 서진학교가 올해 처음 새내기를 맞는다. 초·중·고교과정 및 전공과(장애학생이 진로·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과정)로 구성된 29개 학급에 중증 발달장애(지적·자폐성 장애) 학생 139명이 다닐 예정이다. 약 2년 6개월 전 무릎을 꿇으면서까지 서진학교 건립을 호소했던 엄마들은 감회가 남다르다. 서울신문은 지난 11일과 12일 자녀들의 서진학교 등교를 앞둔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었다.엄명희(45)씨의 딸 이서연(17)양은 중증 지적장애인이다. 올해 고등학교 1학년으로 서진학교에 입학했다. 중학교는 일반학교에 다녔다. 당시 학교에는 도움반(일반학교에 입학한 장애학생을 위해 편성된 특수학급)이 있었다. 특수교사와 특수교육실무사(특수교사 지원 인력으로, 공익근무요원도 포함)가 도움반에 속한 장애학생들의 학교생활과 학습을 지원했다. 하지만 엄씨는 딸이 중학교에 다닐 때 많이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서연이가 머리카락을 막 뽑았어요. 두피가 훤히 보일 정도로 머리카락을 계속 뽑더라고요. 학교에 가도 교실에 안 들어가려고 하고, 원래 안 그랬는데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도 새로 생기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걸 알았어요.” 이양은 학교에서 비장애학생과 동등한 존재가 아니라 보호와 규율의 대상이었다. 통합교육 차원에서 도움반 학생들은 일반학급에도 가서 비장애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다. 그런데 학교는 갇힌 공간을 두려워하는 이양에게 교실을 이동할 때 계단이 아닌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도록 했다. 또 ‘비장애학생들이 듣는 수업에 지장을 줘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양의 의사를 존중하거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었다고 엄씨는 전했다. 엄씨는 “일반학교에서 딸은 ‘자신의 욕구를 참아야 하는 존재’였다. 그런 식으로 계속 억눌리다 보니 딸이 견딜 수 없었던 것”이라며 “일반학교가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장애학생 부모로서는 특수학교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3년 특수학교 신설 발표 후 우여곡절 애초 서울시교육청은 2016년 3월 개교를 목표로 2013년 11월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안’을 행정예고했다. 강서구에서는 사설 특수학교(서울교남학교) 1곳만 운영돼 강서구의 많은 장애학생이 구로구의 특수학교(공립 서울정진학교, 사립 성베드로학교 등)로 원거리 통학을 하고 있어 강서구에 공립 특수학교 1개를 새로 설립한다는 내용의 계획이었다.서진학교에 고교 2학년으로 입학한 중증 지적장애인 김태완(18)군의 엄마 김지원(49)씨는 “서울정진학교에 태완이를 늦지 않게 보내려면 무조건 아침 7시 전에 일어나 외출 준비를 하고, 7시 35분에 태완이를 통학버스에 태워야 했다”면서 “태완이가 통학버스를 타고 1시간을 더 이동해야 해서 많이 피곤해했다”고 말했다. 장애학생 부모들의 바람과 달리 서진학교 건립은 계속 지연됐다. 서울시교육청은 강서구 마곡지구로 이전한 가양동 옛 공진초교 부지에 서진학교를 세우기로 하고 2016년 8월 학교 신설안을 다시 예고했다. 그러나 옛 공진초교 부지와 4차선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아파트의 일부 주민은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려 서진학교를 결사반대했다. 이들은 특수학교 대신 지역구 의원인 김성태 당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의원이 공약한 국립한방병원이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했다.장애학생 부모들이 2017년 9월 주민설명회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서진학교 설립을 호소했지만 반대 주민들은 혐오의 말을 쏟아 냈다. 서진학교 전공과에 입학한 중증 지적·시각장애인 김태영(20)씨의 엄마인 김미화(46)씨도 당시 무릎을 꿇었다. 그는 “그 자리에 있던 반대 주민 중 일부가 저한테 ‘장애 가진 애들을 가르치는 게 무슨 소용이냐. 산 같은 데 몰아넣고 밥만 주면 되지 않느냐’며 가시 돋친 말을 했다. 지금도 그 말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밝혔다. 엄씨도 “반대 주민들이 ‘왜 이 동네에 와서 집값을 떨어뜨리느냐’, ‘우리 눈에 안 띄게 섬에 가서 살라’고 했지만 서진학교를 세울 수만 있다면 무릎 꿇는 것뿐만 아니라 더한 것도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참고 또 참았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서진학교 공사는 2018년 8월 착수됐다. 그다음 달 반대 주민 대표와 김 의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강서 특수학교 설립 합의문’을 발표했다. 예정대로 서진학교를 짓되 새 부지가 나오면 서울시교육청이 한방병원 건립에 협조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후로도 반대 민원은 계속됐다. 내진 보강설계와 반대 민원에 따른 공사 지연 등으로 개교 일정은 지난해 3월에서 9월로, 또 11월로 연기됐다가 결국 올해 3월로 결정됐다. 김지원씨는 “엄마들이 정말 힘들게 투쟁했다. 태완이를 서진학교에 보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면서 “태완이보다 어린 장애학생들이 가까운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것이 무척 기쁘다”고 밝혔다. 한씨는 “서진학교 건립은 뜻을 같이하는 부모들이 뭉쳐 한목소리를 내야 내 아이의 권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결실”이라며 “정민이를 비롯한 장애학생들이 서진학교에 다니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런 학교가 될 수 있도록 학부모들이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화씨는 “태영이가 다른 걱정 안 하고 서진학교에서 2년 동안 자기 적성에 맞는 직업과 진로를 찾을 수 있게 됐다”고 안심했다. 그러면서도 서진학교가 열린 공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명칭이 조금 다를 뿐이지 특수학교도 똑같은 학교”라면서 “도서관 등 일부 시설을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 주민들이 장애학생들과 만날 기회가 많아지면 사회적으로 여전히 낯선 존재인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앨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역민과 상생위한 시설 개방 고민 중” 홍용희 서진학교 교장은 “지역 주민들과 협의해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복합문화센터를 만들고 있다”며 “개학 후 어떤 학교 시설을 어떻게 개방할 것인지도 계속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부의 ‘2019 특수교육통계’(지난해 4월 기준)에 따르면 특수교육이 필요한 장애학생 9만 2958명 가운데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2만 6084명이다. 장애학생의 절반 이상인 54.6%(5만 812명)가 특수학급이 편성된 일반학교에 다니고 있다. 서진학교 엄마들은 장애학생을 위한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현실에서 특수학교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서로 어울리는 통합교육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태완이는요. 김치찌개랑 불고기를 제일 좋아하고, 농구 좋아하고, 트로트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것도 좋아해요. 평범한 아이예요. 다만 조금 도움이 필요할 뿐이죠.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모두 특수학교에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장애 정도에 따라 비장애학생과 같이 생활하는 일이 가능하다면 함께 생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우리 아이들도 다양한 개인이 어울려 사는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니까요.”(김지원씨)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아시아 최초로 ‘기후변화 소송’ 나선 한국 청소년들

    아시아 최초로 ‘기후변화 소송’ 나선 한국 청소년들

    청소년 기후행동 청소년 19명 헌법소원“정부 온실가스 감축 목표 턱없이 부족” “기후변화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문제예요. 당장 어떤 재난들이 저희를 덮칠지, 그로 인해 우리의 기본권이 얼마나 침해될지 알 수 없거든요.” 한국 청소년들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13일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지난해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를 기획한 ‘청소년 기후행동’ 소속 청소년 19명이 이번 ‘기후변화 소송’의 원고로 나섰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청소년들의 헌법소원 청구는 아시아 지역에서는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청소년들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이상 기후로 인한 자연재해와 생태계 파괴 등 환경 위기가 심화하고 있지만 정부가 이런 기후변화를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소년들은 이날 오전 청소년 기후행동 페이스북 계정으로 생중계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2도 이하, 더 나아가 1.5도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2015년 12월 국제사회가 체결한 ‘파리협정’을 지킬 수 없다”면서 “헌법에서 보장한 생명권과 행복추구권, 정상적인 환경에서 살아갈 환경권 등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청구 이유를 밝혔다. 원고 청소년들은 정부의 감축 목표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원고로 참여한 김유진(18)·성경운(19)씨를 전날 인터뷰를 해서 이번 소송을 준비한 배경과 소송이 갖는 의미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2009년 이후로 지켜지지 않은 약속 -기후변화 대응 행동으로 헌법소원청구를 선택한 배경은. 김유진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처음으로 열린 유엔 청년 기후정상회의에서 참석했고, 지난해 여러 차례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도 기획·참여했고,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도 만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기후위기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는데요. 하지만 이런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감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정부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으로 소송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성경운 “지난해 9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때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2009년 이래로 한 번도 지키지 않았어요.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도,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도 보이지 않아요.” 2015년 12월 12일 당시 196개국 대표가 모여 채택한 파리협정은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2도보다 ‘훨씬 아래’로 유지해야 하고, 1.5도까지 제한하도록 노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6년 11월 3일 이 협정을 비준했다. 2018년 4월 18일 기준으로 175개국이 비준했다. 이 175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8%를 차지한다. 앞서 2009년 11월 정부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BAU·현재 시점에서 전망한 목표 연도의 배출량) 대비 30% 감축한다’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최초로 설정했다. 국제사회와의 약속이기도 했다. 그런데 정부는 2015년 6월 “기존의 2020년 감축 목표 달성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후 2016년 5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해 ‘2030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30년 배출전망치 대비 37%까지 감축한다’는 목표를 설정했고, 지난해 12월에는 ‘2030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17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24.4%만큼 감축한다’고 시행령을 개정했다. 최근 목표대로라면 정부는 2017년 7억 910만t이었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5억 3600만t으로 줄여야 한다. 2030년 배출전망치 8억 5080만t의 37%를 줄여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결국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표현만 달라졌을 뿐 2016년과 차이가 없는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다섯 번째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청소년들은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고려한다면 현재 목표에서 최소 27% 이상을 추가로 감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청소년들에게는 기후변화가 절박한 문제다.세계 곳곳에서 기후변화 소송 진행 -청소년들이 기후변화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면. 성경운 “기후변화가 정말 심각한 문제고,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과학자들이 경고한지 한참 됐잖아요. 정부도 온실가스 증가가 인류 생존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그동안 노력을 안 한 거죠. 우리는 지금 당장 기후변화를 눈으로 보면서 살고 있어요. 폭염, 가뭄, 홍수 등 기상재해뿐만 아니라 몇 달씩 이어지는 산불까지…. 기후변화가 닥치면 안전한 환경에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지킬 수가 없으니까요.” 김유진 “저는 7살 때부터 자연 속에서 야생 동식물을 연구하는 생태학자가 되고 싶었어요. 어릴 때는 전 세계를 다니면서 다양한 생태계를 연구하고 싶었는데, 수천 년이 지난 원시림이 분 단위로 불타 사라지고, 수만 년 동안 얼어붙어 있던 땅이 녹아내리고, 알록달록한 산호초가 새하얗게 죽어가고 있어요.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너무나 무서운 속도로 생물종들이 멸종되고, 곳곳에서 생태계가 통째로 무너지고 있는 이대로라면 제가 오랫동안 품어 온 꿈은 이룰 수 없습니다. 그런데 꿈을 꿀 권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져야 하는 거잖아요.” 원고 청소년들은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에 “청소년들은 현재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 피해를 받고 있고, 청소년들이 성인으로 살아갈 시대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적 재난이 이미 회복이 불가능한 피해를 보게 된다”면서 “이로 인한 피해는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간에 차별적으로 발생함으로써 세대 간 불평등의 문제도 야기한다”고 적었다. 세계 곳곳에서도 기후변화 소송이 진행 중이다. 네덜란드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현지 환경 단체 우르헨다(Urgenda) 재단이 네덜란드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네덜란드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억제할 의무가 있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2018년 4월 콜롬비아 대법원은 콜롬비아 청소년 및 청년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콜롬비아 정부에게 “아마존 산림 파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세부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라”고 판결했다. 벨기에 시민들이 발족한 ‘기후소송’이라는 이름의 원고인단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하라”면서 벨기에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최종 판결은 올해 가을쯤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한국의 툰베리들 “기후변화는 모두의 문제” -이번 헌법소원 청구를 통해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김유진 “헌법재판소(헌재)가 정부의 안일한 대응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해서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더 과감하게 설정했으면 좋겠어요. 지금 제 또래 청소년들, 그리고 저희보다도 어린 동생 세대들이 마음껏 꿈꿀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미래를 꿈꿨을 때 기후위기가 없는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권리는 당연히 보장돼야 하는 거잖아요.” 성경운 “헌재가 청소년들이 권리 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서 국회와 정부에서 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세웠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계획으로만 남지 않았으면 해요. 정부 입장에서는 ‘한국이 온실가스를 감축한다고 해서 반드시 기후변화가 방지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이 나서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식의 주장을 할 수도 있을 텐데요. 그런데 우리나라가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렇게 작지도 않고, 또 우리나라 국민은 우리나라가 보호하는 게 맞잖아요. 국가가 할 일을 먼저 해야지 다른 나라의 행동만 기대할 문제가 아니에요.” 원고 청소년들은 이번 기후 소송이 비단 청소년들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유진씨는 “소송은 비록 우리가 제기하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는 청소년 등 미래세대뿐만 아니라 기성세대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번 소송을 공감하고 지지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경운씨는 “사실 저희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서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다양한 개인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행동들을 같이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소년 기후행동은 지난해 3월과 5월, 9월, 11월 네 차례에 걸쳐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결석시위)를 기획하고 진행했다. 스웨덴의 ‘기후 투사’ 그레타 툰베리(17)가 시작한 기후 파업의 한국판이다. 툰베리는 지난해 등교를 거부하고 스웨덴 의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통해 기후 변화에 대한 대책을 촉구했다. 지난해 9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는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여러분은 헛된 말들로 내 꿈을 빼앗아 갔다”고 일갈해 화제를 모았다. 청소년 기후행동은 오는 5월 전국 단위의 결석시위를 준비하고 있다.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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