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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습기살균제 재판서 “유해성 입증 안돼…판매만 했을 뿐” 둘러댄 대기업들

    가습기살균제 재판서 “유해성 입증 안돼…판매만 했을 뿐” 둘러댄 대기업들

    수천명의 사상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애경산업·SK케미칼·이마트 임직원들이 첫 재판에서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제조자가 아니라 판매자일 뿐이다”라는 입장으로 일관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는 19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 등에 대한 1회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안 전 대표 등 애경산업 관계자들과 이마트 전직 임원 등은 이날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안 전 대표 측은 “SK케미칼과 공동으로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해 판매했다고 기소됐는데 우리는 제조자가 아니라 판매자”라며 “제품의 유해성 또한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마트 임원들 측은 “공소사실의 사실관계는 다투지 않으나 법리적인 부분에서는 혐의를 부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마트는 가습기살균제 완제품을 받아 판매했으니 판매자로서 부과된 주의 의무를 위반한 바 없다”며 “CMIT(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는 과거에도 유해성이 밝혀지지 않아 기소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피고인들은 검찰이 PHMG 등 이미 유해성이 확정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옥시·홈플러스 등과 공동 정범으로 기소한 데 대해서도 “같은 카테고리의 생산품이라는 이유로 무한한 과실과 공범으로서의 책임을 지게 되면 법적 안전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항변했다. 이어 열린 홍지호 SK케미칼 전 대표 등의 1회 공판에서도 피고인들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 전 대표 측은 “CMIT·MIT 성분의 가습기살균제가 폐 질환과 명확히 관련 있다는 것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피고인들은 CMIT, MIT를 원료로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 등의 안정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과실로 인명 피해를 낸 혐의로 기소됐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속보] “육·해·공 군 기관 12곳, 가습기살균제 12년간 800개 구매”

    [속보] “육·해·공 군 기관 12곳, 가습기살균제 12년간 800개 구매”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2000~2011년까지 육·해·공군 및 국방부 산하 부대·기관 12곳에서 애경산업의 ‘가습기메이트’ 등 3종의 가습기살균제 약 800개 이상을 구매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19일 밝혔다. 특조위는 군대 내 가습기살균제 구매·사용 목격자와 군 복무 중 가습기살균제로 의심되는 건강피해를 본 사람에 대한 피해 제보를 받는다고 밝혔다. 피해 제보는 특조위(☎ 1899-3183, ☎ 02-6450-3167)로 하면 된다. 다음은 현재까지 확인된 가습기살균제 사용 이력이 남은 군 기관. 공군 기본군사훈련단공군 제8전투비행단국군수도병원국군양주병원국방과학연구소 제6기술연구본부국방과학연구소 종합시험단육군 제20사단해군 제2함대사령부해군교육사령부해군사관학교해군작전사령부 8621부대해군작전사령부 부산해군제6항공전단 제5738부대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군부대서 가습기 살균제 사용 첫 확인

    지금까지 1421명의 사망자를 낳은 가습기 살균제를 군부대에서도 사용한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18일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에 따르면 해군 항공부대인 제6항공전단은 국방전달조달시스템에서 2010년 말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 1000㎖짜리 24개를 주문했고 해군사관학교 학생들이 생활하는 생도대 역시 같은 해 가습기 메이트를 구매했다. 이처럼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것이 확인된 군 기관은 10곳이 넘는다. 특조위 관계자는 “조사를 하면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군 기관은 더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군 복무를 했던 수많은 장병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실제로는 군에서 사용된 가습기 살균제가 더 많을 수도 있다.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소모품은 각 부대 예산으로 구입할 수도 있는데, 이때 국방전자조달시스템에 구매기록은 남지 않는다. 특조위는 해군뿐 아니라 공군과 육군에서도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정황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특조위 관계자는 “군 생활 중 가습기 살균제 건강 피해를 입은 피해자의 증언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특조위는 오는 27~28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리는 ‘2019년도 가습기 살균제 진상 규명 청문회’에서 국군의무사령관과 국방부 인사복지 실장을 불러 진상조사를 촉구할 방침이다. 한편 특조위는 청문회에 최태원 SK 회장과 조명래 환경부 장관 등 80명을 증인으로 선정했다.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에 따르면 특조위는 업무 수행을 위해 증인 등을 불러 청문회를 열 수 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1천여명 죽인 가습기살균제, 군 장병들에게도 사용 확인

    1천여명 죽인 가습기살균제, 군 장병들에게도 사용 확인

    특조위, 군 기관 사용실태 중간조사 결과 19일 발표1421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살균제를 군부대에서도 수백개를 구매해 사용해 군 장병들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가습기살균제참사와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18일 해군 제6항공전단과 해군사관학교 등 수십여개 군 기관에서 ‘가습기 메이트’ 등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특조위에 따르면 군부대는 가습기살균제 판매가 금지된 2011년까지 수년 동안 수백개가량의 가습기살균제를 구입해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조위는 방위사업청 국방전자조달시스템과 군 병원 등을 통해 이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각 부대가 국방전자조달시스템이 아닌 자체 예산으로 가습기살균제를 구입한 경우도 있을 수 있어 사용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특조위는 보고 있다. 특조위는 군생활 중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돼 건강에 이상이 생긴 피해자의 증언도 확보했으며 19일 군 기관 내 가습기살균제 사용 및 피해 실태 조사 중간 결과를 발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애경측 식사접대 받은 양순필 특조위원 직무정지

    애경측 식사접대 받은 양순필 특조위원 직무정지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기업인 애경으로부터 부적절한 식사 대접을 받은 양순필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상임위원의 직무가 정지됐다. 특조위는 장완익 특조위원장 직권으로 양 상임위원의 직무를 정지한다고 16일 밝혔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 7조에는 공직자가 부정 청탁을 받았다는 신고가 들어오거나 확인 과정일 때 소속 기관장은 해당 공직자의 직무 참여를 중지시킬 수 있다. 양 상임위원은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애경 측 관계자와 만나 식사 접대를 받는 등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양 상임위원은 애경 측 관계자와 만나 6차례 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양 상임위원은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애경 측에서 식사 비용 일부가 지급된 것은 불찰”이라면서도 “가해 기업의 책임 있는 사람을 만나 통로를 만들고 피해자들이 원하는 바를 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상임위원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화학물질 심사비 최대 1억… 엄두 못 내는 中企

    화학물질 심사비 최대 1억… 엄두 못 내는 中企

    “우리의 평가 역량을 넘어서는 전 세계에서 최고로 강한 화학 규제다. 과연 할 수 있을까”, “전문성 부족으로 심사 기간이 길어지는 당국의 사정도 기업에는 비용이고 부담이다.” ‘정보 없이 출시 없다’는 원칙에 따라 화학물질의 유해성 자료 확보와 등록 책임을 기업에 지우는 내용으로 2015년부터 시행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의 관리에 관한 법(화관법)을 제대로 정착시키려면 기초과학·화학물질 평가 역량을 더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2일 한국경제연구원이 개최한 ‘소재·부품산업, 한일 격차의 원인과 경쟁력 강화 방안’ 세미나에서다. 전 세계 지역 중 화학물질 관리 강도가 가장 센 유럽연합(EU)의 화학물질 등록·평가제도(REACH)에 준해 위험물질을 관리한다는 의지와 내용을 담아 K-REACH로 불리지만 국내 인력의 수와 전문성이 제도의 발목을 잡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평법과 화관법은 가습기살균제란 비극에서 비롯돼 제·개정된 법이다. 2011년 폐섬유화에 의한 잇따른 사망이 가습기살균제에 포함된 유독물질인 CMIT·MIT 등을 초미세입자 형태로 흡입했기 때문이란 원인 진단이 나오고 이듬해 경북 구미 불산 사고가 발생하자 2013년 화평법·화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기업과 재계는 비용 부담 및 기업 활동 위축 등을 이유로 화평법 등의 광범위한 도입에 반대했지만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란 기류 속에서 시행됐다. 최근 일본의 수입 규제 조치 뒤 일본산 소재를 국산화시키는 데 장애가 되는 요인으로 화평법이 지목됐다. 물론 업계와 학계는 이 같은 주장에 대체로 동의하지 않았다. 겨우 2015년에 시행된 화평법 때문에 고순도 불화수소 생산 설비를 짓지 못했다는 논리는 억지스럽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당정은 소재 국산화 진흥책의 방안으로 화평법·화관법 일부 개정을 고려하고 있다. 유례없는 참사 때문에 만든 법이, 유례없는 한일 무역 갈등 상황 때문에 개정 기로에 처한 셈이다. 화평법 시행 주무부처인 환경부 역시 지난 7일 설명자료를 내 화평법과 소재 국산화 과제 간 관련성이 크지 않다고 항변했다. 한국의 화학물질 규제가 EU보다 엄격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중소·중견기업이 화평법 때문에 사업을 포기할 정도로 심각한 규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설명자료에 곁들인 수치는 오히려 기업, 특히 중소기업들이 꾸준히 화평법 시행 뒤 부담을 느끼는 이유를 함축하고 있다. 환경부는 ▲화평법에 따라 5490종의 물질이 등록되고 2만 6347종이 연구개발용으로 등록면제확인을 받았고 ▲기업에 22~60개 시험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EU와 다르게 우리는 1개 물질당 15~47개 시험자료를 요구하며 ▲등록한 업체의 소요비용 분석 결과 1개 물질 등록에 200만~1억 2100만원(평균 1200만원)의 비용이 들었다고 밝혔다. 즉 환경부가 ‘새로운 행정제도 정착’을 성공시키는 동안 기업들은 연구개발용 등록면제확인 서류 또는 15~47개 시험자료를 준비하고, 1개 물질당 평균 1200만원의 비용을 들여야 했던 셈이다. 물질별로 심사 비용이 최고 1억원 이상까지 소요된 이유는 컨설팅 비용 등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화평법에선 화학물질 유해성 입증 책임을 기업에 지우는데, 대응 역량을 지니지 못한 중소·중견기업은 비용을 들여 문제를 해결하거나 법 위반 상태로 전락하게 된다. 이런 사정 때문에 한경연 세미나에 발표자로 참석한 곽노성 한양대 과학정책학과 특임교수는 우리의 과학적 역량이 화평법을 시행하기에 부족하다고 봤다. 곽 교수는 “우리 화학 산업은 범용 제품 위주, 대량생산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에 선진국 전례가 없는 경우 독자적 평가가 어렵고, 안전기준을 정할 때도 우리 평가 결과가 아니라 미국이나 EU 사례를 보고 가장 강한 기준을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한물질 설정을 할 때 100페이지 가까운 보고서를 공개해 민간 의견을 수렴하는 EU와 달리 우리는 평가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민간 의견 수렴 절차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화학물질 평가 규제 강도가 일본< 미국< EU< 한국 순으로 높다”면서 “EU REACH는 500명이 근무하는 화학물질청과 독일, 프랑스 등 회원국 정부가 함께 운영하는데, (평가 인력이) 100명도 안 되는 우리 조건으로 EU 방식을 따르는 것은 혼란만 초래할 뿐 실행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박교식 숭실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환경부 산하 4개 기관 중 화학물질안전원의 장외·위해 접수·처리 현황을 제시하며 전문가 부족 문제를 짚어 냈다. 2015년만 해도 접수된 1814건을 모두 처리했지만 2016년(3126건 접수) 71%, 2017년(2702건 접수) 62%, 지난해 9월까지(2117건 접수) 24%로 처리율이 줄었다. 박 교수는 “모든 공장을 심사한 초기 5년에 비해 신규 증설 공장에 대해서만 심사하는 내년에 (심사) 인력난이 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한 달 정도를 예상하고 심사 신청을 했다가 심사가 지연되면 기업들의 비용이 증가하는 결과가 생기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또 “물질 하나 평가하는 데 1억원 이상 쓰는 건 중소기업 입장에서 부담”이라며 “중소기업들이 공동으로 심사를 받는 제도, 정부 지원 등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김경협 의원 “한국투자공사, 일본 전범기업 46개사에 4634억원 투자”

    김경협 의원 “한국투자공사, 일본 전범기업 46개사에 4634억원 투자”

    우리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일본 전범기업에 4634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향후 국부펀드가 일본 전범기업에 투자하는 게 적절한 것인지 논란이 예상된다. 11일 더불어민주당 김경협(경기 부천원미갑) 의원이 KIC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투자공사는 우리 대법원 배상 판결에도 이를 거부하고 있는 미쓰비시중공업을 포함한 일제강점기 일본 전범기업 46개사에 4억 1200만 달러(4634억원 상당, 18년말 기준)를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KIC의 일본기업 주식 투자 총액은 34억 3000만 달러(3조 8600억원)로 전체 해외주식투자액 464억 달러의 7.4%다. 일본 채권투자 총액은 69억 6000만 달러(7조 8300억원)로 전체 해외채권 투자액 483억 달러의 14.4%를 차지한다. KIC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으로부터 외환보유액 1026억 달러(115조원)를 위탁받아 해외 주식·채권·부동산 등 대체자산에 투자하는 우리나라 대표 국부펀드다. 현재 투자운용액은 1445억 달러(173조원)에 이른다. KIC는 과거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일으킨 영국 레킷벤키저(한국옥시 본사)와 자동차 배출가스 조작사건을 일으킨 독일 폭스바겐처럼 비윤리적 기업에 상당한 규모 국부를 투자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KIC는 지난해 말 자체적으로 해외기업 투자에서 수익성과 같은 재무 요소 외에 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을 고려하는 사회적책임투자(스튜어드십코드) 원칙을 수립·공포했다. 한편, 김 의원은 지난 9일 KIC의 일본 전범기업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의 한국투자공사법 개정안(일명 ‘일본 전범기업 투자 제한법’)을 대표 발의했다. KIC가 자체적으로 공표한 사회적책임투자 원칙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일제강점기에 우리 국민을 강제동원한 일본 전범기업에는 투자를 제외한다는 내용이다. 김 의원은 “일제 강점기 750만 우리 국민이 일본과 전범기업들에 의해 강제노동에 시달렸음에도 전범기업들은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이런 마당에 국부펀드가 사회적책임투자 원칙마저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투자수익에만 골몰한다는 것은 후손된 입장에서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라며 법안 발의 배경을 전했다. 일본 전범기업 투자 제한법 발의는 김 의원을 포함해 김정우·김정호·김현권·서형수·설훈·송옥주·정춘숙·제윤경·조배숙·추미애 등 11명 국회의원이 함께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삼바 수사 마무리하는 새 중앙지검장 “반칙적 범죄 눈감지 않는 검찰 될 것”

    삼바 수사 마무리하는 새 중앙지검장 “반칙적 범죄 눈감지 않는 검찰 될 것”

    배성범(52·사법연수원 23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31일 취임식에서 “반칙적 범죄, 민생을 해하는 범죄에 눈감지 않는 검찰이 돼야 한다”면서도 최근 닥쳐 온 경제적 어려움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배 지검장은 “민주주의의 공정성과 정당성을 침해하는 선거범죄, 각종 공공적 영역에서의 부패와 비리, 각종 부정과 탈법으로 국가 재정에 손실을 초래하거나 경제·사회 각 분야에서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 소비자의 신뢰를 악용하거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합의된 법적 절차를 도외시하는 범죄 등이야말로 반칙적 범죄의 대표적인 예”라면서 “다만 중소기업 등 경제 주체들이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므로 ‘중죄필벌’(重罪必罰), ‘경죄관용’(輕罪寬容)의 정신을 되새겨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형사법의 절차적, 실체적 정의 구현도 강조했다. 배 지검장은 “검찰은 권한 행사의 과정이 공정해야 함은 물론 공정하게 보여져야 하고, 그 결과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우리는 기계적인 법 적용에 따른 형식적 결론 도출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사건의 실체를 고민하고 사안의 경중과 성격에 상응하는 검찰권 행사로 그 과정 및 결과에 국민들께서 공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지검장이 당면한 과제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가습기 살균제 참사,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 등 주요 재판 공소 유지와 함께 4조 5000억원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 마무리 등이다. 배 지검장은 이날 첫 출근길에 취재진에게 “차츰 현안을 살펴보려 한다”고 말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배성범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첫 출근…“반칙적 범죄 눈감지 말아야”

    배성범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첫 출근…“반칙적 범죄 눈감지 말아야”

    배성범(52·연수원 23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31일 열린 취임식에서 “반칙적 범죄, 민생을 해하는 범죄에 눈감지 않는 검찰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배 지검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반칙적 범죄’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최근 닥쳐오는 경제적 어려움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배 지검장은 “민주주의의 공정성과 정당성을 침해하는 선거범죄, 각종 공공적 영역에서의 부패와 비리, 각종 부정과 탈법으로 국가 재정에 손실을 초래하거나 경제·사회 각 분야에서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 소비자의 신뢰를 악용하거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합의된 법적 절차를 도외시하는 범죄 등이야말로 반칙적 범죄의 대표적인 예”라면서도 “다만, 중소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므로 ‘중죄필벌’(重罪必罰), ‘경죄관용’(輕罪寬容)의 정신을 되새겨 줄 것을 당부한다”고 단서를 붙였다. 이어 배 지검장은 형사법의 절차적, 실체적 정의를 구현해야 하는 점도 강조했다. 배 지검장은 “검찰은 그 권한 행사의 과정이 공정해야 함은 물론 공정하게 보여져야 하고, 그 결과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우리는 기계적인 법적용에 따른 형식적 결론 도출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사건의 실체를 고민하고 사안의 경중과 성격에 상응하는 검찰권 행사로 그 과정 및 결과에 국민들께서 공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배 지검장은 전임 서울중앙지검장이자 연수원 23기 동기인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 대해서도 “지난 2년여의 기간을 검사장으로 계시면서 탁월한 경륜과 리더십으로 국가적 현안 사건 수사를 이끌어주신 윤석열 총장님께 각별한 경의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9시쯤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처음 출근한 배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이 국민들께서 바라는 바와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출근길엔 이노공 4차장검사, 정진용 총무부장 등 서울중앙지검 간부들이 마중을 나왔다. 배 지검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 중앙지검 현안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차츰 현안을 살펴보려 한다”고 짧게 답한 뒤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배 지검장이 당면한 과제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 등 주요 재판 공소유지와 함께 4조 5000억원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 마무리 등이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미세먼지 측정·저감 기술 국산화… ‘환경시대’ 가치 창출할 것”

    “미세먼지 측정·저감 기술 국산화… ‘환경시대’ 가치 창출할 것”

    “한국의 환경기술은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노하우’를 보유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국내와 개발도상국에 집중됐던 사업을 선진국으로 확대하는 도전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남광희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은 3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개원 10년을 맞아 ‘글로벌 환경전문기관’으로의 도약 목표를 밝혔다. 환경분야 ‘싱크탱크’로서 환경이슈에 대한 해결방안과 정책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높이기로 했다. 2030년까지 국내 환경기술을 선진국 대비 90~100% 수준으로 향상시키고, 환경수출 10조원을 달성한다는 청사진도 공개했다. 기업이 국가 연구개발을 통해 제품 제작을 지원받고 신기술 인증을 통해 판로를 개척한 후 해외로 진출하는 ‘성공신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남 원장은 “국내 환경기업의 해외 진출을 뒷받침하는 교두보 역할을 강화하겠다”면서 “우수한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스타 기업 100개를 육성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환경산업기술원(환기원)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환기원은 국가적 연구개발(R&D) 기획·평가·관리 및 환경신기술 인·검증 업무 등을 수행하던 환경기술진흥원과 친환경 인증, 친환경제품 보급 업무를 맡은 친환경상품진흥원을 통합해 2009년 4월 출범했다. 환경기술 개발부터 친환경 생활 촉진에 2014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업무를 맡게 되면서 환경보건까지 사업영역이 추가됐다. 업무 범위가 넓어지면서 외형적 성장은 이뤘으나 질적 성장이 미흡했다. 지난 10년은 씨를 뿌리고 가꾸는 시간이었다. 필(必) 환경시대에 환경은 더이상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 미세먼지와 쓰레기, 기후변화 등은 이미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환경기술 발전과 환경산업, 환경시장은 환기원의 역사와 같이한다. 새로운 환경가치를 창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 -지난 10년의 성과는. “환경 R&D에서 100% 외국산 장비에 의존하던 미세먼지 측정기를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 버스정류장 미세먼지 저감 기술과 차량에 집진장치를 부착해 도로 위 미세먼지를 줄이는 기술 연구를 진행 중이다. 환경산업에서는 한중 미세먼지 저감 실증 협력사업이 있다. 최근 다자개발은행(MDB)과 녹색기후기금(GCF)과 같은 국제기구 협력사업을 ‘블루오션’으로 발굴 중이다. 녹색기후기금 이사회에서 ‘마셜제도 지속가능 용수공급사업’이 자금지원을 승인받았다. 지난해 ‘나미비아 친환경 축산생태계 구축사업’에 이어 두 번째다. 국내 기관이 참여한 녹색기후기금 사업 대부분이 금융투자나 기술지원에 국한된 반면 사업 발굴단계부터 참여해 본 사업제안서 개발, 최종 자금지원 승인 성과까지 거둔 것은 처음이다. 2017년 11월에는 친환경 제품을 사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다양한 혜택을 받는 ‘그린카드’ 제도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한 혁신성을 인정받아 한국 최초로 ‘유엔 기후 솔루션 어워즈’를 수상했다.” -환경산업 육성이 강조되지만 체감도가 떨어진다. “국내 환경기업의 평균 매출액이 17억원, 직원이 7.7명으로 영세하다. 더욱이 매출액 10억원 미만 사업체가 전체 50%, 직원이 1~4명인 사업체가 52%를 차지한다. 국내 환경시장은 98조원을 넘어섰지만 개별 기업은 소·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다. 대표할 만한 환경 기업을 찾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환경산업은 매력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주목할 수밖에 없는 분야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대되면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규제에 뒤따라오는 게 새로운 시장이다. 오염물질 배출 규제와 기술을 따로 생각할 수 없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세계 환경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는 이유다. 환경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술이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 -환경기업의 해외 진출을 강조했는데. “국내 환경산업은 과도기다. 과거 상하수도 건설 붐이 일었을 때 건설사에 환경본부가 있었지만 사라졌다. 동남아지역에서 소각과 하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기지개를 켜는 상황이다. 국내 시장은 빈약하다. 반면 해외 대형 프로젝트는 정부 주도 사업으로 개별 기업이 접근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우리는 건설에서 운영까지 다양한 경험 및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기업(자본)과 중소기업(기술), 공기업(유지·운영)이 삼각편대를 구성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크다. 해외 주요 발주처와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최근 관심을 두고 연구 개발 중인 기술은. “미세먼지와 폐기물 등 국민 생활에서 불편을 느끼는 환경 문제 해소 분야다. 생활폐기물 재활용과 상하수도 혁신, 환경시설 피해예방 등에 올해 예산이 반영됐다. 미세먼지 저감 및 예방,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친환경 대체물질 개발 등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물관리 일원화에 따라 국토교통부의 연구개발사업을 이관받아 물 분야 통합관리에 필요한 안정적인 연구기반을 구축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 현황은. “2013년부터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조사를 시작했고 2014년부터 환기원이 피해자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피해인정자에게는 구제급여를 지원한다. 구제급여를 받는 조건에 해당되지 않지만 구제급여에 상당한 지원 또는 긴급 의료지원 필요성이 인정되는 대상자에게 특별구제계정을 활용해 지원하고 있다. 7월 현재 건강피해인정자는 835명이며 이 중 570명에게 구제급여 99억원을 지원했다. 특별구제계정을 통해서는 현재까지 2144명이 확정돼 1199명에게 지원된 금액이 354억원이다. 지난해 5월 환기원이 석면피해구제 업무도 맡게 되면서 가습기 살균제·환경오염피해·석면피해 등 환경분야 피해구제 업무가 일원화됐다. 쉽고 편리하게 피해 신청 등을 할 수 있어 환경보건 분야의 업무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게 됐다. 국민이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환경복지 사회를 실현하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관련해 구제 확대 요구가 있다. “구제 확대를 위한 진도가 늦어 답답하지만 전무후무한 사건이고, 사례가 없어 실험을 통해 만들어가는 과정이기에 불가피한 측면이다. 생명과 건강 피해를 당한 피해자 및 그 유족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구제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지난 26일 건강피해에 독성간염을 추가해 폐질환·태아피해·천식 등 4개 질환에 대해 구제급여를 지원하게 된다. 또 특별구제계정 대상으로 폐질환(3단계)에 더해 아동·성인 간질성폐질환, 기관지확장증, 폐렴, 천식을 추가했다. 나아가 특별구제계정 질환 중 역학·독학·임상 등 중 2개 이상 근거가 있으면 구제급여로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또 5개 질환(독성간염·비염·결막염·중이염·아토피피부염)을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남광희 원장은 ‘재활용 홍보’ 광고상까지 휩쓴 정통 환경 관료 남광희(59) 원장은 정통 환경 관료 출신이다. 행시 34회로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관과 자연보전국장, 대변인, 중앙환경분쟁위원장 등을 거쳤다. 깔끔한 매너와 업무 처리로 ‘환경부 신사’로 불렸다. 복잡하고 다양한 환경 분쟁을 다루는 위원회를 지휘하면서 정확하고 냉철한 판단력으로 사건을 처리해 호평을 받았다. 대변인 시절에는 재활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공익광고 ‘아이 엠 유어 파더’ 시리즈를 제작해 국내 광고상을 휩쓸었다. 지난해 환기원이 웹 드라마(내추럴 로맨스)를 제작할 수 있었던 것도 평소 백팩을 메고 다니는 등 깨어 있는 감성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통하면 아프지 않다는 ‘통즉불병’(通則不痛)과 많이 듣는 것이 사람을 마음을 얻는다는 ‘이청득심’(以聽得心)을 실천하고 있다. 2017년 2월 제4대 환경산업기술원장에 임명됐다.
  • [새상품] ‘페르소나 냉풍기’… 공기 청정·가습 기능도

    [새상품] ‘페르소나 냉풍기’… 공기 청정·가습 기능도

    페르소나는 공기 청정과 가습 기능을 갖춘 ‘페르소나 냉풍기’를 선보였다. 기화냉각방식과 초강력 파워팬으로 주변 실내온도를 낮춰주는 이 제품은 냉풍 작동 시 미세먼지를 흡입·걸러주고 음이온 기능으로 공기를 정화해준다. 피부 건조를 막아주는 가습기 역할도 한다. 페르소나 냉풍기는 바람 속도를 3단계로 조절할 수 있고 좌·우회전이 가능하며 6m 떨어진 거리에서도 리모컨으로 제어할 수 있다. 타이머는 30분부터 7시간 30분까지 설정할 수 있고 버튼 작동 시 알림 소리로 제품 상태를 알려준다. 바람 모드는 자연풍, 일반풍, 수면풍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물의 양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서랍식 수조와, 마이컴식 시스템, 착탈식 냉각필터를 적용해 편리함을 더했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공소 유지’ 무게 싣는 윤석열호… 형사사건 직관 늘었다

    ‘공소 유지’ 무게 싣는 윤석열호… 형사사건 직관 늘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특별공판팀 투입 사법농단 수사 검사 핵심인력 유지할 듯“여러분의 배틀필드(전장)는 조사실이 아니라 법정입니다.” 지난 25일 취임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꾸려갈 검찰은 수사 못지 않게 ‘공소 유지’에도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과거 재벌 총수 재판에선 ‘3·5 법칙(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통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소 유지가 성기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이젠 최종 결론까지 수사 검사가 책임지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29일 검찰에 따르면 윤 총장은 평소 형사 법집행으로서 소추(기소) 및 공소 유지(재판)를 강조해왔다. 윤 총장이 후배 검사들에게 자주 한다는 조언에서도 수사가 이뤄지는 조사실보다 공소 유지를 하는 법정을 더욱 중요시해야 한다는 생각이 묻어나온다. 실제로 윤 총장이 지난 2년간 지휘했던 서울중앙지검은 특수·공안 사건뿐만 아니라 형사 사건에서도 수사 검사가 재판에 참여하는 ‘직관’이 늘었다. 형사부 사건은 형사부에 소속된 수사 검사가 기소하고, 공판부에 소속된 공판 검사가 공소 유지를 맡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숙명여고 시험 답안 유출 사건은 형사7부 검사가 직접 공판에 참여하고 있고, 최근 종결된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형사2부 검사 3~4명으로 구성된 특별공판팀이 투입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직관의 기준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안이 복잡하거나 법리 다툼이 첨예할 경우 수사 검사가 직접 공소 유지에 참여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엔 정치인·기업인 범죄를 다루는 특수 사건도 ‘최종 형량’보단 ‘구속’을 수사의 최대 성과로 치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한 특수통 검사는 “특히 재벌 총수 사건은 구속만 성사시켜도 이미 성공한 수사처럼 여겨졌다”면서 “정작 재판엔 검사 1명이 나가 대기업 수장과 변호사 수십명을 상대로 싸워야 할 정도로 공소 유지엔 만전을 기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 총장은 주요 사건의 수사 인력이 인사 대상이더라도 재판이 마무리될 때까지 특별공판팀에 배치하는 등 공소 유지에 전력을 다할 예정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의 경우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과 조상원, 단성한, 박주성 부부장 등 핵심 인력들은 이번 중간간부 이하 인사에서 특별공판팀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 이재명 경기지사 항소심, 이정현 의원 항소심 등 정치 사건도 수사 검사의 직관으로 진행되는 만큼 가능한 인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이도헌의 돼지농장 주인으로 살기] 일본 경제 도발의 극복, 지킬 것은 지켜야

    [이도헌의 돼지농장 주인으로 살기] 일본 경제 도발의 극복, 지킬 것은 지켜야

    주 52시간 근무제로 외식 문화가 많이 바뀌고 있다. 이전 같은 회식 문화가 사라지면서 식당의 저녁 매출은 줄어들고 대신 점심시간대 매출 비중이 늘고 있다고 한다. 단위 매출이 작은 점심의 비중이 늘면서 대표적인 자영업인 식당 경영에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이다. 식당의 매출 변화는 돼지고기 시장에도 영향을 준다. 저녁 회식 자리의 단골 메뉴가 삼겹살이다. 회식 자리가 줄면서 돼지고기 소비도 줄어든다. 그래서인지 요즘 돼지고기 가격이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52시간 근무제로 엉뚱하게 자영업과 축산업이 영향을 받고 있는 셈이다. 당장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을 반길 사업자는 없을 것이다. 예상 못한 불경기를 다들 힘들어하지만, 그래도 현장에서는 저녁이 있는 사회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적응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본 아베 정권의 경제적 도발로 우리 사회가 뒤숭숭하다. 당장 반도체 등 우리 경제의 간판격인 대기업들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라가 어려우면 가만 있을 우리 국민들이 아니다. 택배 노동자들은 일본 제품의 배송을 거부하고 나섰고, 중소 상인들은 일본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개인적인 손실을 부담하면서 일본 여행을 취소하는 여행객까지 포함하면 일본의 경제 도발에 응대하는 일반인들의 모습은 눈물겹기만 하다. 부품 조달 시장 다변화는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하는 기업의 기본적인 기능이다. 우리 경제에 타격을 주려는 일본 정부의 도발이 일차적인 규탄의 대상이 돼야 하겠지만,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특정 국가 특정 기업에 핵심 원부자재를 전적으로 의존한 국내 대기업 역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 범국민적인 일본 제품 거부 운동은 국내 대기업의 경영상 난맥상 그리고 정부 기관의 미온적 대응에 일반 국민이 나서는 모양새가 됐다. 사실 이런 모습은 그리 낯설지 않다. 1998년 외환위기는 대기업들의 무리한 차입경영과 금융기관의 방만한 외화 차입 그리고 금융시장 규제에 실패한 정부에 주된 책임이 있었다. 대기업ㆍ금융기관ㆍ정부의 무능으로 텅 빈 나라 곳간을 한 푼이라도 채우고자 온 국민이 금 모으기에 나섰고, 가혹한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자유화를 받아들였다. 온 국민이 합심해 외환위기에서 벗어났고 경제는 회복됐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회복의 성과는 외환위기의 원인 제공자인 대기업과 금융산업에 귀속됐고, 정든 직장을 떠난 노동자들은 다시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이후 빈익빈 부익부는 더욱 심화됐다. 지금 정부는 일본의 경제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준비하는 모양이다. 현 정부 들어 심혈을 기울여 온 52시간 노동제도에 예외를 두고, 화학물질과 관련한 환경 규제도 유예하겠다고 한다. 주 52시간 노동제도는 정부가 추진한 제도지만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고, 자영업자와 축산업자 등 여러 경제주체들이 희생을 감수하며 정착되고 있다. 그리고 화학물질에 대한 규제의 배경에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같은 참사가 있다. 일본 정부의 경제 도발은 우리 경제에 중대한 위기이자 도전이다. 하지만 정부가 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사회적 공감대와 여러 경제주체의 희생을 바탕으로 정착돼 온 정책에서 후퇴하는 게 타당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위기 대응과 극복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성과가 과거처럼 특정 산업이나 집단에 편중돼서는 안 될 것이다. 외환위기 극복 과정의 모순, 비용과 희생은 국민들이 부담하고, 그 성과는 대기업에 편중됐던 시행착오를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 그때는 다시 외환위기가 와도 금붙이를 내다 팔 국민도 없을 것이고, 수입 반대 운동에 나설 국민적 연대도 없을 것이다.
  • 윤석열호 ‘특수통 시대’… 권력기관·기업 겨누는 檢

    윤석열호 ‘특수통 시대’… 권력기관·기업 겨누는 檢

    반부패 한동훈·공안 박찬호·형사 조상준 기업수사에 강한 윤총장 사단 요직 올라 “과거 특수통 견제했던 공안통 쇠퇴할 것” 당분간 삼바 분식회계 수사력 집중할 듯문재인 정부 들어 전성시대를 맞았던 검찰 ‘특수통’이 윤석열호 출범과 함께 다시 한 번 약진했다. 특수통인 윤석열 검찰총장과 함께 일했던 검사들이 요직을 꿰찼다. 윤 총장이 취임 일성으로 내세운 ‘공정 경쟁질서 확립’을 위해 특수통의 특기인 기업 사정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31일자로 단행된 윤석열호 첫 검사장급 이상 인사에서 대검 주요 참모는 특수통으로 채워졌다. 전국 특수수사를 관장하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한동훈(46·사법연수원 27기)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승진했다. 공안부장에 박찬호(53·26기) 서울중앙지검 2차장, 형사부장에 조상준(49·26기) 부산지검 2차장이 각각 승진했다. 이들은 검찰 내에서 특수통으로 꼽힌다. 고검장급인 대검 차장에도 특수통이자 ‘기획통´인 강남일(50·23기)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이 승진 부임했다. 신임 특수통 검사장들은 부패범죄 중 특히 기업 수사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한동훈 차장은 SK그룹 분식회계, 현대자동차 비자금,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등을 수사했다. 조상준 차장은 2015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시절 포스코 비리 수사를 담당했다. 박찬호 차장은 2년 전 대공과 노동 사건을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으로 발탁됐을 때도 파격 인사로 평가됐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검사로 임관하고 약 15년 동안 특수통이 잘나가지 않은 적은 없었지만, 요직에 특수통만 앉힌 것은 처음 본다”며 “과거 특수통과 견제하고 경쟁했던 공안통은 공안부의 공공수사부 재편과 맞물려 더욱 쇠퇴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수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보직인 기획조정부장, 과학수사부장, 인권부장에도 특수통인 이원석(52·27기)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장과 이두봉(55·25기) 서울중앙지검 1차장, 문홍성(51·26기) 대검 선임기획관이 승진했다. 대검 검사장 중 공판송무부장만 제외하고 모두 특수통이 보임된 것이다. 윤 총장은 취임사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를 지키는 데 법집행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권력기관의 정치·선거 개입, 불법 자금 수수, 시장 교란 반칙행위, 우월적 지위의 남용 등 정치·경제 분야의 공정한 경쟁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권력기관과 기업 범죄에 우선적으로 칼끝을 겨눴다. 취임사만 봐도 기업과 공직 사정에 특화된 특수통이 대거 기용되는 것은 예견된 일이라는 평가다. 검찰은 당분간 특수수사의 총량을 늘리기보다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진행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를 맡았던 한동훈 3차장검사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이동, 계속해서 수사를 지휘한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당시 형사부에서 SK와 애경산업의 가습기 살균제, 현대·기아차 엔진 결함, 코오롱 인보사 등 기업 관련 고소·고발 사건을 담당한 것처럼 형사부에서 특수수사를 이어 갈 가능성도 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가습기살균제 피해 27명 추가…총 835명 인정

    가습기살균제 피해 27명 추가…총 835명 인정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건강 피해자가 27명 추가됐다. 환경부는 26일 ‘제13차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를 열어 가습기살균제 폐질환·천식질환 조사·판정 및 건강피해 등급 판정 등의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위원회는 폐질환 피해인정 신청자 360명(신규 181명·재심사 179명)에 대한 조사·판정 결과를 심의해 10명(재심사 2명)의 피해를 인정했다. 또 천식질환은 122명(신규 67명·재심사 55명) 중 17명(재심사 1명)의 피해를 판정했다. 이에 따라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피인정인은 총 835명(질환별 중복 인정자 제외)으로 늘게 됐다. 질환별로는 폐질환이 484명으로 가장 많고, 천식피해(341명)가 뒤를 이었다. 특별구제계정으로 지원하는 2144명을 포함해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특별법에 따라 지원받는 피해자는 2791명(중복자 제외)이다. 또 가습기살균제 천식질환 피해인정을 받은 피해자 93명에 대해 피해등급을 판정해 19명에게 요양생활수당 등에 대한 지원을 의결했다. 요양생활수당은 고도장해(3명)는 99만원, 중등도장해(11명)는 66만원, 경도장해(5명)는 32만원이 지원된다. 피해구제위원회는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에 독성간염을 추가키로 했다.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질환 확대를 위해 역학적, 독성학적 연구 및 임상결과를 수집한 후 전문가 회의를 개최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폐질환·태아피해·천식에 이어 독성간염을 건강피해로 인정함에 따라 해당 질환에 대한 피해 여부를 판정하기 위해 기존 신청자가 제출한 의무기록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조사·판정 속도를 높이고 검사 연기자 및 연락두절자에 대해 유선·우편 연락을 취하는 등 빠른 시일 내에 조사·판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신청 절차와 구비 서류 등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종합지원센터 상담실(1833-9085)로 연락하거나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www.healthrelief.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공무원이 자료 넘기고 증거 인멸… 가습기살균제 진실 막았다

    공무원이 자료 넘기고 증거 인멸… 가습기살균제 진실 막았다

    최모 서기관, 비밀 누설·수뢰 혐의 등 기소 전직 국회보좌관도 알선수재 혐의 포착 산도깨비 수사·공정위 고발건 수사 남아 특조위 “옥시 英 본사·외국인 수사 빠져”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3년 만에 재수사한 검찰이 7개월 수사 끝에 SK케미칼, 애경산업, 환경부 관계자 등 34명을 재판에 넘겼다. 2011년 처음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세상에 알려진 이후 8년 만에 내려진 결론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권순정)는 23일 가습기 살균제 사건 재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월 시작된 이번 수사를 통해 검찰은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이사 등 8명을 구속기소하고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2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연루 기업은 가습기살균제특별법 위반(허위자료 제출) 혐의로 기소된 SK케미칼·SK이노베이션과 애경산업을 비롯해 필러물산, 홈플러스, GS리테일, 퓨앤코 등 7곳이다. 피해자 단체인 가습기살균제전국참사네트워크(가습기넷)의 고발 대상에 포함됐던 최창원·김철 SK케미칼 대표는 혐의 입증 근거 부족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2011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임산부 등 원인 미상 폐질환 환자 7명이 보고되며 본격적으로 확산했다. 이후 2016년 1월 특별수사팀이 발족해 PHMG 원료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을 제조·판매한 혐의로 신현우 전 옥시 대표를 비롯한 옥시·롯데마트·홈플러스 관계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PHMG 원료를 제공한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에 쓰이는지 몰랐다”고 주장해 수사망을 빠져나갔다. 지난해 11월 가습기넷 고발로 재개된 수사에서 검찰은 SK케미칼이 PHMG 원료로 가습기 살균제 관련 실험을 진행한 사실을 밝혀냈다. 나아가 검찰은 ‘가습기메이트’의 원료가 됐던 CMIT·MIT와 관련해 서울대 흡입독성 시험 보고서, 연구노트 등을 확보해 SK케미칼의 전신인 유공이 1994년 최초 개발 당시부터 안전성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서울대 이영순 교수팀은 ‘안전성 검증을 위해 추가 시험이 필요하다’는 결과를 내놨지만 후속 조치는 없었다. 이후 SK케미칼은 2000년 가습기메이트 사업을 인수해 2002년부터 애경산업과 공동으로 제조·판매했지만 이때도 안전성에 관한 객관적·과학적 검증 조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조직적인 진상 규명 방해 행위도 엄단했다. 참사 발생 이후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수사에 대비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했다고 판단해 박철 SK케미칼 부사장 등 9명을 기소했다. 특히 애경산업으로부터 수백만원 상당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고 환경부 감사 자료, CMIT·MIT 건강영향평가 결과보고서 등을 건네거나 자료 인멸을 조언한 최모 환경부 서기관을 수뢰후부정처사, 공무상 비밀누설, 증거인멸교사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애경산업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소환 무마 로비를 시도한 전직 국회 보좌관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굵직한 수사는 일단락됐지만 남은 과제도 있다. 검찰은 CMIT·MIT가 원료로 사용된 다이소의 ‘산도깨비’에 대한 추가 수사를 위해 실험을 의뢰한 상태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전 공정거래위원장) 등 공정위 관계자들이 직무유기(기업 부실 조사) 혐의로 고발된 사건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특별공판팀을 구성해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환경부, 사회적참사 특조위, 피해자 단체 등과 지속 협력·소통해 피해 회복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특조위는 “진상 규명 방해 행위자를 적발해 기소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환영하면서도 “또 다른 CMIT·MIT 제조·판매 기업의 과실이 규명되지 않고 BKC, NaDCC 등 다른 성분을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 제조 판매 업체 수사와 옥시 영국 본사 및 외국인 임직원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가습기살균제 참사 8년만에 결론…SK케미칼·애경산업·환경부 등 34명 재판에

    가습기살균제 참사 8년만에 결론…SK케미칼·애경산업·환경부 등 34명 재판에

    검찰,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 등 34명 기소2011년 가습기 참사 알려진 지 8년만에 결론애경산업 뒷돈 받은 환경부 서기관도 재판에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재수사한 검찰이 7개월간 수사 끝에 SK케미칼, 애경산업, 환경부 관계자 등 34명을 재판에 넘겼다. 2011년 처음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가 대외적으로 알려진 지 8년 만에 내려진 결론이다.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권순정)는 23일 브리핑을 열고 가습기살균제 사건 재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이번 수사를 통해 검찰은 CMIT·MIT 원료의 ‘가습기메이트’를 제조·판매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이사 등 8명을 구속기소하고 2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2011년 서울 시내에서 산모 7~8명이 폐가 굳으며 의문사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세상에 알려진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두 차례 수사를 통해 법적 책임공방이 진행됐다. 2012년에도 한 차례 수사가 이뤄졌으나 ‘역학조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이유로 기소중지됐다. 이후 2016년 1월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이 발족하면서 검찰은 신현우 전 옥시 대표 등을 구속기소하는 등 옥시, 롯데마트, 홈플러스 관계자들을 업무상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당시 “PHMG 원료가 가습기살균제게 쓰이는지 몰랐다”고 항변한 SK케미칼은 수사망을 피했다. 2018년 11월 가습기살균제전국참사네트워크의 고발로 시작된 재수사에서 검찰은 1994년 최초 가습기살균제 개발 당시 자료인 서울대 흡입독성 시험 보고서, 연구노트 등을 압수해 SK케미칼의 전신인 유공에서 처음 개발 당시부터 안전성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서울대 이영순 교수팀 실험 결과는 ‘안전성 검증을 위해선 추가적인 흡입독성 시험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지만, 후속 조치는 없었다.검찰에 따르면 SK케미칼은 2000년 가습기메이트 사업을 인수해 2002년부터 애경산업과 공동으로 제조·판매했지만, 이 과정에서 안전성에 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 검증 조치는 전혀 하지 않았다. 이후 유해성에 의문을 표하는 고객들의 문의가 이어졌지만, SK케미칼은 클레임을 부실하게 처리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에 검찰은 조치를 취하지 않은 실무 책임자까지 기소 대상에 포함했다. 이에 검찰은 가습기메이트를 공동제조한 홍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11명, 이 과정에서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제조한 필러물산 관계자 2명, 가습기메이트를 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 판매한 이마트 관계자 2명을 모두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했다. 나아가 조직적인 진상 규명 방해행위도 엄단했다. 검찰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발생 이후 검찰 수사에 대비하고자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했다고 판단해 박철 현 SK케미칼 부사장 등 9명을 재판에 넘겼다. 또한 애경산업으로부터 수백만 원 상당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고 환경부 감사 자료, CMIT·MIT 건강영향평가 결과보고서 등을 건넨 최모 환경부 서기관도 불구속기소했다. 심지어 최 서기관은 지난해 11월 검찰 재수사가 예고되자 애경산업 측에 연락해 “검찰 압수수색에 대비해 관련 자료를 철저히 삭제해달라”고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특별공판팀을 구성해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해겠다”면서 “환경부, 사회적참사특조위, 피해자 단체 등과 지속적으로 협력·소통해 회복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화이투벤·알보칠 대신 펜싹·오라칠...의약계로 번진 불매운동

    화이투벤·알보칠 대신 펜싹·오라칠...의약계로 번진 불매운동

    유튜버 약사 국산 대체품 소개 콘텐츠 인기일본 의약품 수입액 연간 1조원…美이어 2위일본 관광 활성화되면서 입소문 탄 제품 많아일본의 부당한 수출 규제에 일본산 제품을 쓰지 않는 불매운동이 확산하는 가운데 일본 의약품도 국산으로 대체해 쓰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유튜브 채널과 인터넷 블로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약사들이 일본 의약품을 대체할 수 있는 국산 의약품 정보를 소개하는 콘텐츠가 주목 받고 있다. 일본은 세계적인 제약산업 강국이다. 전세계 의약품 시장(매출)에서 북미(37%), 유럽(27%), 아시아·아프리카·호주(17%) 뒤를 잇는 4번째(12%) 규모를 자랑한다.(2012년 코트라 자료 기준) 한국은 일본 입장에서 주요한 의약품 고객이다. 미국 다음으로 일본 의약품을 많이 수입하는 국가라는 게 일본 후생노동성의 분석이다. 국내 수입실적을 따져봐도 그렇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연간 통계를 보면 지난해 국내 의약품 총수입액 86억 8133만 달러(약 10조 2553억원) 가운데 10.7%인 9억 2797만 달러(약 1조 962억원) 어치가 일본에서 들어왔다. 미국(13억 9703만 달러·16.1%)에 이어 2번째로 많다.의약품 분야에서 일본 불매운동이 본격화될 경우 일본 관련 업계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약사들도 불매운동 지지 의사를 밝히며 일본 의약품을 대체할 국산 제품을 잇달아 소개하고 있다. 15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유튜브 채널 ‘약쿠르트’를 운영 중인 약사 박승종씨는 지난 16일 불매운동 관련 콘텐츠를 올렸다. 박씨는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옥시레킷벤키저의 의약품인 스트렙실(인후염 치료제), 개비스콘(위장현탁액) 등을 약국에서 판매하지 않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일본 불매운동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튜브 채널 ‘정약사의 건강나눔’을 운영하는 약사 정세운씨도 지난 8일 일본 의약품의 국산 대체품을 10여가지 소개했다. 그는 “불매운동에서 약도 빠질 수 없다”며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일본 약과 대체품을 알려드린다”고 말했다.두 약사는 인지도가 높은 종합감기약인 화이투벤은 일본 ‘다케다제약’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정씨는 제일헬스사이언스에서 나온 펜싹이 화이투벤과 성분, 함량이 똑같다며 대체품으로 추천했다. 박씨는 파워콜, 씨콜드, 오메콜, 타이레놀 등 다양한 국산 감기약을 언급했다. 코가 막힐 때 쓰는 화이투벤 스프레이는 오트리빈, 시원타조아 등 다양한 나잘 스프레이로 대체 가능하다. 구내염 치료제인 알보칠 역시 다케다제약 제품이다. 마땅한 대체품이 없었지만 2년 전 알보칠 특허가 풀리면서 오라칠, 페리터치, 알보제로액, 애니메디 등 다양한 국산제품이 출시됐다. 일본 관광객의 인기 쇼핑 아이템인 위장약 ‘카베진 코와S’와 성분이 동일한 국산 대체품은 없지만 두 약사는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제트유정(일양약품)을 추천했다. 박씨는 “카베진 성분인 메틸메티오닌설포늄염화물(MMSC)이 들어 있어 속쓰림과 소화불량에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카베진의 양배추 추출물이 제트유정에도 포함돼 있다”며 “소화불량 증세가 심하다면 소화효소제를 추가로 먹으면 된다”고 말했다.의약외품 시장에서도 일본산 제품이 강세다. 특히 눈이 가렵거나 피곤할 때 사용하는 아이미루, 로토 등의 점안액은 선호도가 높다. 박씨는 “이들 제품은 단순 인공눈물이 아니라 항히스타민제가 들어있다”며 “똑같은 제품은 없지만 프렌즈 아이드롭, 나조린 점안액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눈의 이물질을 세척하는 데 쓰는 아이봉 역시 국산 대체품은 없다. 두 약사는 대신 식염수를 넣어 눈을 깜빡이며 사용할 수 있는 아이컵을 추천했다. 이밖에도 건식밴드인 케어리브, ‘동전파스’로 유명한 미니온 플라스타, 기침가래 완화제인 용각산, 비타민 제품인 액티넘, 염색약인 비겐크림통과 세븐에이트 등도 일본 제품이다. 국산 제품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품목이라고 두 약사는 입을 모았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공피자들] “모든 꿈 앗아간 ‘가습기 참사’… 피해인정 범위·보상 확대를”

    [공피자들] “모든 꿈 앗아간 ‘가습기 참사’… 피해인정 범위·보상 확대를”

    “하필 그날 따라 마트에서 가습기 살균제가 눈에 들어왔어요. 건강 안 좋은 집사람 생각이 나서 사다 줬는데 그게 독극물이었을 줄은….” 2007년 10월 14일. 김태종(64)씨는 아직도 그날을 후회한다. 평소 기관지가 좋지 않아 자주 가습기를 트는 아내를 위해 김씨는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제조·유통하고, 이마트가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판매하던 가습기 살균제를 직접 구매했다. 아내가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매일 꼼꼼하게 가습기 상태를 확인하고 살균제를 넣어 줬다. 이듬해 아내의 폐가 급속도로 굳어버려 의사가 “임종을 준비하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꺼낼 때도 자신이 사다 준 가습기 살균제에 문제가 있는 줄은 몰랐다. 4년 동안 원인도 모른 채 중환자실을 2차례나 들락거린 뒤에야 언론 보도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가 문제였음을 알았다. 기업은 책임을 회피했다. 국가의 대처는 더욱 실망스러웠다. 아내는 폐가 13%밖에 남지 않아 인공호흡기에 생명을 맡겨야 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지만 피해자 등급 1~4단계 가운데 ‘가능성 낮음’ 3단계 판정을 받았다. 사실상 피해자로 인정받는 건 1~2단계다. 김씨는 “원래 기관지가 약해서 가습기 살균제 탓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인데, 약하니까 더 악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이후 3~4단계도 ‘특별구제계정’ 대상에 포함돼 추가 지원을 받게 됐지만 중증환자 가정인 김씨 부부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미흡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지난달 김씨 부부를 ‘불합리한 국가 지원’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아내와 함께 학교를 운영하고 싶었던 김씨의 꿈은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그렇게 사그라졌다. “원래 자립형 사립 고등학교를 운영하고 싶었어요. 옛날엔 학원을 운영했고, 교수 학습 프로그램도 직접 개발해 학교에 공급했죠. 아내도 절 많이 도와줬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교를 운영하고 싶다는 꿈도 꾸게 됐죠. 철저하게 실력 위주로 교사들을 뽑아 7년 안에 명문고로 만들 자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제 모든 걸 뺏어갔습니다. 간병비가 필요해 화물차 운전에 뛰어들었고, 상태가 악화된 지금은 24시간 간병이 필요해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하고 있네요. 이젠 제 꿈이 뭔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씨는 지난 9일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도 집 근처에서 진행하길 희망했다. 아내에게서 멀리 떨어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부인의 상태는 어떤가요. “폐가 완전히 흡착돼 혼자 숨을 쉬지 못하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며 연명하고 있습니다. 찌그러진 폐가 심장을 누르고 있어 제대로 피가 통하지도 않죠. 지난 11년간 중환자실만 14번 갔습니다. 매 순간이 위기였습니다. 폐 염증이 심한데, 약효가 있던 항생제 4개 중 2개는 이미 내성이 생겨 사용할 수 없다고 하네요. 이제 병원을 찾는 것도 ‘치료’ 목적이 아니라 ‘생명 유지’ 목적이죠.” ●“발성 안 돼 입 모양·글 써서 겨우 의사소통” -의사소통은 가능하신지요. “발성이 안 됩니다. 상대방의 입 모양으로 무슨 말을 하는지 대략 알아듣고, 손가락으로 쓰거나 노트에 글을 써서 겨우겨우 의사소통을 하죠. 스스로 아픈 걸 내색하기 싫어해서 표현을 안 하려고 하는데, 아내의 미묘한 상태 변화는 저 말곤 아무도 알아채지 못합니다. 병원에 입원하면 의사, 간호사들이 24시간 돌봐줄 수가 없어서 불안해요.” -간병이 무척 힘드실 것 같습니다 “중증환자인 만큼 최소 월 880시간의 간병시간(공휴일은 평일의 1.5배)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지원받을 수 있는 간병시간은 405시간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 475시간은 가족들이 직접 간병하거나 자비로 부담해야 합니다. 특히 자녀들이 학교를 다니고 있어 대부분 제가 돌봐 주죠. 당연히 직장도 못 구하고 간병에만 전념하고 있는데 너무 힘들죠. 요즘 간병살인 얘기가 많이 나오죠? 얼마 전에도 오래 간병 생활을 해 오던 아들이 아버지와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었더라죠. 이해가 됐습니다.” -일을 못 하면 생활비는 어떻게 충당하나요. “원래 3단계는 지원을 못 받았지만 이번 정부 들어 특별구제계정으로 병원비, 간병비, 요양생활수당 등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특히 저희 같은 중증환자 가정은 24시간 간병이 필요해 제대로 된 직장생활을 이어 갈 수가 없기에 요양생활수당 99만원만으론 먹고살 수가 없습니다. 병원비도 순수하게 ‘폐질환’ 치료 비용만 지원받을 뿐 폐질환으로 인해 발생한 추가적인 합병증은 지원해 주지 않습니다. 혈압계, 체온계, 물티슈 등 간병에 필요한 의료기기도 규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원을 못 받았습니다.” ●“폐 질환으로 인한 추가 합병증도 지원을” 3~4단계 피해자가 받는 특별구제계정은 1~2단계 피해자가 받는 구제급여와 지원 내용이 똑같지만 자금 출처가 다르다. 1~2단계는 정부로부터 인과성을 인정받아 정식 예산으로 지원받지만, 3~4단계는 가습기 살균제 생산 기업의 자금으로 지원받는다. 이 때문에 3~4단계 피해자는 민사소송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다시 판단해 달라고 요구해 보진 않으셨나요. “늘 요청했습니다. 정부는 4차례에 걸쳐 피해자 판정을 했는데 1차는 질병관리본부에서, 2~4차는 환경부에서 진행했습니다. 문제는 1차 판정은 제대로 된 정보도 없었고, 처음이라 엉성하게 진행됐기 때문에 다시 받아야 합니다. 재판정도 받았지만 같은 단계가 나왔기 때문에 이번엔 환경부에 제대로 판정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죠. 하지만 ‘노력해 보겠지만 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힘들다’는 답변만 돌아옵니다.” -기업으로부터 연락은 없었나요. “전혀 없었습니다. 지난해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참석했는데, 마침 SK케미칼과 애경 사장이 나왔더라고요. 그들 앞에서 집사람의 상태를 담은 30초 영상을 틀어 주면서 정말 책임이 없으시냐고 물었어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더라고요. 마치 나를 생떼 부리는 깡패처럼 보는 듯했습니다. 늦게까지 남아 있었는데 결국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도 듣지 못했습니다.” -국가는 무엇을 잘못했을까요. “1차적으로 공산품, 특히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화학제품은 철저하게 검사했어야 합니다. 국가가 일일이 검사할 수 없다면 ‘문제가 생길 경우 기업체가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는 확실한 공문을 받았어야 합니다. 제대로 검사하지 않으니 유해성 자료를 숨기고 몰래 팔아버린 것 아닌가요? 이젠 화학제품은 에프킬라조차 제대로 쓰지 못합니다. 무서워서요.” “피해자 보고 인과 관계를 입증하라는 것도 무책임합니다. 우린 의학 지식이 전혀 없습니다. 의사한테 소견서 하나 써 달라고 해도 벌벌 떨립니다. 의사들도 가습기 살균제 얘기만 나와도 경계하죠. 당한 사람만 억울하죠. 국가가 나서서 먼저 보상을 하고, 이후 기업에 구상권 청구를 하면 됩니다.”●“피해자에게 인과관계 입증 요구 무책임해” -환경부 서기관이 기업들에 내부 자료를 빼돌렸다는 의혹까지 나왔는데요. “그 사건을 보면서 피해자들의 분노가 정말 컸습니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과정을 쭉 지켜보면 정부가 기업 편을 들면서 말도 거의 못 꺼내게 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서도 많은 추가 의혹들이 쏟아져 나올 겁니다. 검찰이 자료 은폐나 브로커 동원 여부를 철저하게 수사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앞으로 국가는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까요. “국민이 있으니까 국가가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누구 말대로 6·25전쟁 이후 최고로 많은 사람을 죽인 사건인데, 이번 정권은 국민들의 아픔을 세세하게 헤아려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모든 게 한꺼번에 좋아질 순 없겠죠. 알죠. 하지만 최소한 덜 억울하게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나서서 결말을 맺어 줬으면 좋겠어요.”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모든 꿈 앗아간 ‘가습기 참사’… 피해인정 범위·보상 확대를”

    “모든 꿈 앗아간 ‘가습기 참사’… 피해인정 범위·보상 확대를”

    “하필 그날 따라 마트에서 가습기 살균제가 눈에 들어왔어요. 건강 안 좋은 집사람 생각이 나서 사다 줬는데 그게 독극물이었을 줄은….” 2007년 10월 14일. 김태종(64)씨는 아직도 그날을 후회한다. 평소 기관지가 좋지 않아 자주 가습기를 트는 아내를 위해 김씨는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제조·유통하고, 이마트가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판매하던 가습기 살균제를 직접 구매했다. 아내가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매일 꼼꼼하게 가습기 상태를 확인하고 살균제를 넣어 줬다. 이듬해 아내의 폐가 급속도로 굳어버려 의사가 “임종을 준비하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꺼낼 때도 자신이 사다 준 가습기 살균제에 문제가 있는 줄은 몰랐다. 4년 동안 원인도 모른 채 중환자실을 2차례나 들락거린 뒤에야 언론 보도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가 문제였음을 알았다. 기업은 책임을 회피했다. 국가의 대처는 더욱 실망스러웠다. 아내는 폐가 13%밖에 남지 않아 인공호흡기에 생명을 맡겨야 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지만 피해자 등급 1~4단계 가운데 ‘가능성 낮음’ 3단계 판정을 받았다. 사실상 피해자로 인정받는 건 1~2단계다. 김씨는 “원래 기관지가 약해서 가습기 살균제 탓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인데, 약하니까 더 악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이후 3~4단계도 ‘특별구제계정’ 대상에 포함돼 추가 지원을 받게 됐지만 중증환자 가정인 김씨 부부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미흡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지난달 김씨 부부를 ‘불합리한 국가 지원’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아내와 함께 학교를 운영하고 싶었던 김씨의 꿈은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그렇게 사그라졌다. “원래 자립형 사립 고등학교를 운영하고 싶었어요. 옛날엔 학원을 운영했고, 교수 학습 프로그램도 직접 개발해 학교에 공급했죠. 아내도 절 많이 도와줬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교를 운영하고 싶다는 꿈도 꾸게 됐죠. 철저하게 실력 위주로 교사들을 뽑아 7년 안에 명문고로 만들 자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제 모든 걸 뺏어갔습니다. 간병비가 필요해 화물차 운전에 뛰어들었고, 상태가 악화된 지금은 24시간 간병이 필요해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하고 있네요. 이젠 제 꿈이 뭔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씨는 지난 9일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도 집 근처에서 진행하길 희망했다. 아내에게서 멀리 떨어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부인의 상태는 어떤가요. “폐가 완전히 흡착돼 혼자 숨을 쉬지 못하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며 연명하고 있습니다. 찌그러진 폐가 심장을 누르고 있어 제대로 피가 통하지도 않죠. 지난 11년간 중환자실만 14번 갔습니다. 매 순간이 위기였습니다. 폐 염증이 심한데, 약효가 있던 항생제 4개 중 2개는 이미 내성이 생겨 사용할 수 없다고 하네요. 이제 병원을 찾는 것도 ‘치료’ 목적이 아니라 ‘생명 유지’ 목적이죠.”●“발성 안 돼 입 모양·글 써서 겨우 의사소통” -의사소통은 가능하신지요. “발성이 안 됩니다. 상대방의 입 모양으로 무슨 말을 하는지 대략 알아듣고, 손가락으로 쓰거나 노트에 글을 써서 겨우겨우 의사소통을 하죠. 스스로 아픈 걸 내색하기 싫어해서 표현을 안 하려고 하는데, 아내의 미묘한 상태 변화는 저 말곤 아무도 알아채지 못합니다. 병원에 입원하면 의사, 간호사들이 24시간 돌봐줄 수가 없어서 불안해요.” -간병이 무척 힘드실 것 같습니다 “중증환자인 만큼 최소 월 880시간의 간병시간(공휴일은 평일의 1.5배)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지원받을 수 있는 간병시간은 405시간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 475시간은 가족들이 직접 간병하거나 자비로 부담해야 합니다. 특히 자녀들이 학교를 다니고 있어 대부분 제가 돌봐 주죠. 당연히 직장도 못 구하고 간병에만 전념하고 있는데 너무 힘들죠. 요즘 간병살인 얘기가 많이 나오죠? 얼마 전에도 오래 간병 생활을 해 오던 아들이 아버지와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었더라죠. 이해가 됐습니다.” -일을 못 하면 생활비는 어떻게 충당하나요. “원래 3단계는 지원을 못 받았지만 이번 정부 들어 특별구제계정으로 병원비, 간병비, 요양생활수당 등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특히 저희 같은 중증환자 가정은 24시간 간병이 필요해 제대로 된 직장생활을 이어 갈 수가 없기에 요양생활수당 99만원만으론 먹고살 수가 없습니다. 병원비도 순수하게 ‘폐질환’ 치료 비용만 지원받을 뿐 폐질환으로 인해 발생한 추가적인 합병증은 지원해 주지 않습니다. 혈압계, 체온계, 물티슈 등 간병에 필요한 의료기기도 규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원을 못 받았습니다.” ●“폐 질환으로 인한 추가 합병증도 지원을” 3~4단계 피해자가 받는 특별구제계정은 1~2단계 피해자가 받는 구제급여와 지원 내용이 똑같지만 자금 출처가 다르다. 1~2단계는 정부로부터 인과성을 인정받아 정식 예산으로 지원받지만, 3~4단계는 가습기 살균제 생산 기업의 자금으로 지원받는다. 이 때문에 3~4단계 피해자는 민사소송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다시 판단해 달라고 요구해 보진 않으셨나요. “늘 요청했습니다. 정부는 4차례에 걸쳐 피해자 판정을 했는데 1차는 질병관리본부에서, 2~4차는 환경부에서 진행했습니다. 문제는 1차 판정은 제대로 된 정보도 없었고, 처음이라 엉성하게 진행됐기 때문에 다시 받아야 합니다. 재판정도 받았지만 같은 단계가 나왔기 때문에 이번엔 환경부에 제대로 판정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죠. 하지만 ‘노력해 보겠지만 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힘들다’는 답변만 돌아옵니다.” -기업으로부터 연락은 없었나요. “전혀 없었습니다. 지난해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참석했는데, 마침 SK케미칼과 애경 사장이 나왔더라고요. 그들 앞에서 집사람의 상태를 담은 30초 영상을 틀어 주면서 정말 책임이 없으시냐고 물었어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더라고요. 마치 나를 생떼 부리는 깡패처럼 보는 듯했습니다. 늦게까지 남아 있었는데 결국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도 듣지 못했습니다.” -국가는 무엇을 잘못했을까요. “1차적으로 공산품, 특히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화학제품은 철저하게 검사했어야 합니다. 국가가 일일이 검사할 수 없다면 ‘문제가 생길 경우 기업체가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는 확실한 공문을 받았어야 합니다. 제대로 검사하지 않으니 유해성 자료를 숨기고 몰래 팔아버린 것 아닌가요? 이젠 화학제품은 에프킬라조차 제대로 쓰지 못합니다. 무서워서요.” “피해자 보고 인과 관계를 입증하라는 것도 무책임합니다. 우린 의학 지식이 전혀 없습니다. 의사한테 소견서 하나 써 달라고 해도 벌벌 떨립니다. 의사들도 가습기 살균제 얘기만 나와도 경계하죠. 당한 사람만 억울하죠. 국가가 나서서 먼저 보상을 하고, 이후 기업에 구상권 청구를 하면 됩니다.” ●“피해자에게 인과관계 입증 요구 무책임해” -환경부 서기관이 기업들에 내부 자료를 빼돌렸다는 의혹까지 나왔는데요. “그 사건을 보면서 피해자들의 분노가 정말 컸습니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과정을 쭉 지켜보면 정부가 기업 편을 들면서 말도 거의 못 꺼내게 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서도 많은 추가 의혹들이 쏟아져 나올 겁니다. 검찰이 자료 은폐나 브로커 동원 여부를 철저하게 수사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앞으로 국가는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까요. “국민이 있으니까 국가가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누구 말대로 6·25전쟁 이후 최고로 많은 사람을 죽인 사건인데, 이번 정권은 국민들의 아픔을 세세하게 헤아려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모든 게 한꺼번에 좋아질 순 없겠죠. 알죠. 하지만 최소한 덜 억울하게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나서서 결말을 맺어 줬으면 좋겠어요.”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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