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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 행정] 골목마다 ‘디자인’ 입혔더니… 어느덧 ‘안전 1번지’

    [현장 행정] 골목마다 ‘디자인’ 입혔더니… 어느덧 ‘안전 1번지’

    담벼락에 야광 페인트 칠하고 “행복하세요” 등 소통 문구 새겨 “사람들의 기본적인 양심 덕분에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려다가도 잔소리하는 ‘무단 투기 금지’ 전자 게시판을 발견하면 움찔해 못 버리겠네요.” 박춘희 송파구청장은 30일 마천1동과 2동 뒷골목 구석구석을 한 시간 동안 직접 걸으며 안전마을 만들기 사업을 꼼꼼히 살폈다. 마천1동은 지하철 5호선 종점인 마천역 근처지만 버려진 집이 있을 정도로 취약한 지역이다. 저렴한 다세대주택이 많다 보니 한때 거마(거여동·마천동) 대학생이라 불리던 다단계 피해자들의 집단 거주지로 이용되기도 했다. 뉴타운으로 지정됐다가 사업이 흐지부지되면서 빈집까지 생겨났다. 송파구는 서울시의 ‘주민 참여 안전마을 만들기 사업’ 공모에 참여해 2억원의 예산을 땄다. 이 예산으로 마천역 주변 마천1동을 안전한 행복 마을로 꾸미려 한다. 마침 박 구청장이 찾은 날에는 마천역 2번 출구 앞 마트에 얼마 전 도둑이 들었다며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서울시 안전마을 사업 공모에는 12개 구가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송파, 중랑구가 선정됐다. 송파구는 강남 3구로 분류되긴 하지만 송파의 강남이라 할 만한 잠실과 그 외 지역 간 격차가 극심하다. 특히 마천역 주변은 좁고 밀집된 미로형 골목과 낡은 주택 때문에 연쇄 화재와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마천1동은 지난해 골목길 경관 개선 사업을 벌인 바로 옆 마천2동처럼 바뀐다. 마천2동에서는 형형색색의 계량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붉은색 벽돌로 된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마천2동 골목에는 모퉁이마다 폐쇄회로(CC)TV뿐 아니라 반사경까지 설치됐다. 담장에는 노란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다. 박 구청장은 “노란색 페인트가 야광이라 밤에도 골목길을 밝히는 거죠?”라며 확인했다. 유리로 된 다세대주택 출입문에는 범죄 예방을 위한 미러시트와 ‘안녕하세요’라고 적힌 스티커가 붙었다. 거울과 같은 효과를 내는 미러시트로는 밤늦은 퇴근길에 혹시 뒤따라오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빈집털이범이 주로 이용하는 주택 외벽의 가스관에는 범죄 예방 효과를 위해 특수 형광물질을 발라 놓았다. 전봇대에는 불법 광고 스티커가 붙지 않는 특수 페인트를 칠했다. 담벼락 위에 곱게 핀 꽃 상자 화분과 곳곳에 있는 ‘반가워요’ ‘행복하세요’ 등의 주민 소통을 위한 문구는 행인들의 마음에 절로 따뜻한 봄바람을 불러온다. 쓰레기 무단 투기가 잦은 귀퉁이에는 CCTV와 음성 안내가 되는 전자 게시판이 있는 클린지킴이가 있다. 마천2동 주민센터 직원은 “CCTV 껍데기만 달아도 좋다는 민원도 있지만 행정기관에서 그럴 순 없었다”고 귀띔했다. 박 구청장은 “골목길마다 차이가 큰 것은 아직 ‘안전 송파’를 위해 갈 길이 멀다는 증거이지만 송파구민이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더 뛰겠다”고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러 국영에너지기업 “北과 협력 중단”

    북한의 제4차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가 효력을 발휘해 러시아의 국영 에너지기업인 가스프롬이 북한과의 협력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6일 보도했다. RFA는 러시아 현지 언론을 인용해 가스프롬이 유로본드 신규 발행과 관련한 양해각서에서 대북 협력 중단을 명시했다며 “가스프롬의 대북 협력 중단 선언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한 대북 제재가 일정 부분 효력을 발휘한 방증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가스프롬은 그동안 북한과 가스관 매설과 천연가스 탐사·채굴 등 에너지 관련 사업을 추진해 왔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이어 지난달 미국 의회를 통과한 대북제재강화법은 미 행정부 재량으로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개인에 대해서도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를 가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북한과 거래하는 다국적기업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기존의 사업을 유지할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가스프롬 측은 양해각서에서 “북한과의 거래가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재 어떤 거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미국의 대북 제재가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에 대해 국제시장에서 상품과 서비스 구매는 물론 국제자본시장 접근 금지 또는 제한을 포함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해외여행 | 파리, 한낮의 꿈 ①‘파리답다’고 말할 어떤 공기

    해외여행 | 파리, 한낮의 꿈 ①‘파리답다’고 말할 어떤 공기

    파리를 매일 걷고 걸으며 오늘의 파리와 만났다. 오늘은 동네를 산책하듯 걷지만 어쩌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길. 속절없지만 흐르는 시간이 아쉬워 내가 걸어온 길을 자꾸 뒤돌아보았다.로댕의 작품 ‘지옥의 문’ 한가운데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왜 단테의 ‘지옥’에 매혹되었을까? 부티크호텔 산 레지스의 스위트룸에서 보이는 에펠탑. 왼편 아래 건물은 이브 생 로랑의 저택이다샹젤리제 인근 나폴레옹호텔 스위트룸에서 보이는 개선문과 프히들렁 거리파리에선 길을 잃어도 좋아. 파리에 대한 낯간지러운 찬사다. 좀 민망하지만 과장은 아니다. 파리는 어디를 가나 황홀할 만큼 아름답기 때문이다. 할로겐 가로등 덕분인지 거리에 덩그렇게 놓인 쓰레기통조차 예쁜 도시. 세상에 이런 도시가 또 있을까? 파리에서 만난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파리의 골목을 걷는 것만으로 행복해져요. 봐야 할 게 너무 많으니까요.”지나친 말이 아니다. 파리에서 지내는 동안 나도 그랬으니까. 파리에서 나는 걷고 또 걸었다. 어제와 오늘은 동네를 산책하듯 걸었지만 어쩌면 다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를 길이었다. 이런 간절함 때문일까. 나는 거리마다, 골목마다, 코너를 돌 때마다 새로운 파리와 만났다. 파리는 매일 변한다. 나는 파리에서 3주간 머물렀지만 에펠탑이나 루브르, 개선문은 내내 뒷전이었다. 과거의 파리가 아닌 오늘 이 순간의 파리를 보고 싶었다.1977년에 지어진 퐁피두센터는 2016년에 보아도 미래지향적이며 도발적이다. 20세기 건축의 아이콘퐁피두센터 안에는 국립근현대미술관도 있고 도서관, 사진 갤러리도 있다. 기획전을 제외하면 무료다퐁피두센터 바로 옆, 스트라빈스키 광장에 조각가 니키 드 생팔과 장 팅겔리가 함께 만든 ‘니키 분수’가 자리했다퐁피두센터 설립을 결정한 프랑스 전 대통령 조르주 퐁피두‘파리답다’고 말할 어떤 공기퐁피두센터Centre Pompidou는 파리 한가운데 있는 근현대미술관이자 복합문화시설이다. 파리에 머무는 동안 퐁피두 바로 앞에 있는 아파트에서 며칠을 지냈다. 중정中庭을 가진 좋은 집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도 안한 채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빵을 사러 갈 때마다 자연스레 퐁피두와 마주쳤다. 저 앞에 턱하니 자리 잡은 퐁피두를 뒤로하고, 동네 주민인 척 퐁피두의 뒷골목을 걸어 다녔다. 바게트를 사서 반으로 ‘접어’ 에코백에 넣고 돌아오는 길, 발걸음은 가벼웠고,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왔다. 파리지엥인 척하는 시간의 한가운데 퐁피두가 있어 내가 지금 파리에 있음을 더욱 실감했다. 파리에 오지 못한 기나긴 시간 동안 파리를 떠올릴 때 오르세 미술관과 함께 가장 그리운 곳이 퐁피두였다. 퐁피두 하면 떠오르는 기억의 잔상, 지워지지 않은 시간 때문이다.아주 오래 전 퐁피두에 처음 왔을 때 나는 퐁피두에서 ‘파리답다’고 말할 어떤 공기를 느꼈다. 퐁피두 앞 광장에서 파리의 싱그러운 청춘들을 보았다. 외부에 노출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퐁피두 6층 전망대에서 바라본 파리 시가지의 나지막한 스카이라인도 잊을 수 없다. 노트르담 성당, 에펠탑 그리고 몽마르트르 언덕의 사크레쾨르 성당 같은 파리의 풍광 속에 한껏 젖어 들었다. 여기가 파리구나. 그때 파리에 왔다는 것을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오랜만에 다시 찾아온 퐁피두에서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퐁피두 앞 광장에 않아 주변을 살피며 잠시 시간을 보냈다. 여기서 퐁피두의 외관만 바라보고 있어도 어느새 기분이 유쾌해진다. 퐁피두를 난생 처음 보는 관광객은 “왜 파리 한가운데 공장이 있죠?” 하고 묻기도 한다. 공장이 아니라고 하면 공사 중인 건물이냐고도 묻는다. 그만큼 겉모양이 파격적이다. 얼핏 건물은 안이 다 들여다보이고 에스컬레이터뿐만 아니라 수도관, 가스관, 철근 등이 모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서히 발전하는 공간의 도해Evolving Spatial Diagram.’ 퐁피두란 공간의 의미는 시각적으로 이렇게도 표현된다. 2016년에 보아도 미래지향적인 이 건물이 정작 1977년에 지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면 감동은 배가된다.1977년 문을 연 퐁피두센터는 이탈리아 출신의 렌조 피아노와 영국 출신의 리처드 로저스가 지었다. 전 세계 공모를 통해 모인 49개국 681점의 설계안 중에서 이들이 선정되었을 때 렌조의 나이는 겨우 서른다섯이었다. 작년 초 입주한 광화문의 KT 신사옥을 설계한 이가 바로 렌조 피아노다. 퐁피두는 강철과 유리로 지은 건물이다. 1만5,000톤의 강철과 표면 면적 1만1,000㎡에 달하는 유리가 사용되었다. 안에서는 밖을, 밖에서는 안을 자유롭게 볼 수 있다. 건물 안과 밖이 서로를 바라보며 소통한다. 에스컬레이터는 건물 가운데가 아닌 바깥쪽으로 빼내 내부 공간의 활용도를 높였다. 내부에 기둥 또한 없어 자유롭게 공간을 변경해 사용할 수 있다.지금은 파리를 대표하는 건축의 하나가 되었지만 건립 당시에는 논란이 많았고, 반대도 거셌다. “안이 다 들여다보이잖아요!” “외부의 벽을 다 벗겨낸 것 같다고요!”퐁피두의 반대자들은 이단아 같은 퐁피두의 외양이 클래식한 도시, 파리와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결국 파리 중심부를 재개발하면서 퐁피두 설립을 강력한 의지를 갖고 결정한 이는 프랑스 전 대통령인 조르주 퐁피두다. ‘퐁피두’란 이름은 바로 그에게서 따왔다. 그 후 40여 년의 시간이 흘렀고, 퐁피두는 외관만으로도 많은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이런 게 대통령이 가져야 할 혜안이고, 대통령이 내려야 할 결정이다.퐁피두센터는 유럽 아트신scene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유럽의 역사와 예술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현재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가장 많은 근현대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고 말해진다. 순수미술뿐만 아니라 디자인, 건축, 사진 그리고 뉴미디어 작품까지 포괄한다.가로 166m, 세로 60m, 높이 42m의 공간에 7만점의 작품이 정기적으로 교체되며 매년 스무 개 정도의 새로운 전시를 이어간다. 그러니 지난달에 퐁피두를 갔다 해도 이번 달에, 다음 달에 또 가야 할 일이다. 퐁피두에선 전시뿐만 아니라 음악, 댄스, 연극, 공연과 영화 등 다양한 이벤트가 벌어진다. 갖가지 장르의 이벤트와 순수미술의 접점, 상호작용은 퐁피두의 큰 관심사다.퐁피두는 1989년을 경계로 과거와 새로운 시대를 구별한다. 1989년 11월 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유럽 미술계의 구분은 무의미해졌다. 한편 유럽은 천안문 사태를 통해 엿보게 된 중국의 새로운 모습에 관심을 기울였다. 유럽의 시선으로 볼 때 새로운 예술적 영토가 생겨났다. 다양한 국적의 예술가들이 컨템포러리 아트 비엔날레 같은 인터내셔널한 아트신에 불현듯 등장하면서 세계 예술계의 지형에 새로운 흐름이 생겨났다. 퐁피두는 이처럼 세계 예술계의 변화된 지형에 포커스를 맞추고 특히 동유럽, 중국, 레바논과 여러 중동 국가, 인도, 아프리카, 남미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새로운 장을 열었다.파리에 여행을 왔는데 시간이 넉넉지 않다면 나는 루브르나 오르세보다 퐁피두를 권하고 싶다.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피카소, 마티스, 칸딘스키, 몬드리안, 미로 등 다양한 작품을 짧은 시간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퐁피두는 미술관뿐만 아니라 도서관, 서점, 기념품 숍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 파리 청춘들의 평범한 일상을 엿보기 좋다. 퐁피두 옆, 프랑스 조각가인 니키 드 생팔이 만든 ‘니키 분수’도 놓치면 안 될 볼거리다.쿠바에서 태어났지만 중국인 아버지와 콩고 출신 어머니를 둔 작가, 위프레도 람Wifredo Lam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퐁피두센터는 전통적인 예술의 범주에서 벗어나 장르의 믹스 같은 다양한 컨템포러리 아트에 관심을 기울인다퐁피두센터Place Georges-Pompidou, 75004 Paris, France +33 1 44 7812 33 11:00~22:00 (화요일 휴무) 성인 14 www.centrepompidou.fr로댕박물관은 한때 로댕, 장 콕토, 마티스, 이사도라 덩컨이 살았던 저택이다높이가 6.5미터에 달하는 주조물인 ‘지옥의 문’은 로댕 박물관의 장미정원에서 볼 수 있다루브르보다 로댕이 좋은 이유로댕박물관Musee Rodin이 2015년 11월12일에 새로 문을 열었다. 3년간의 리노베이션으로 전에 비해 좀 더 박물관답게 면모했다. 로댕이 살았던 20세기 초반부터 지금까지 100여 년의 시간 동안 전면적인 리노베이션 공사를 하긴 처음이다. 매년 70만명이 지나다닌 쪽모이 세공 마룻바닥의 많은 부분이 말끔히 교체되었다. 석고, 회반죽, 흙을 섞어 물로 갠 플라스터를 재료로 쓴 작품도 새로이 전시되었다. 그동안 수장고에서 잠자던 작품들이다. 플라스터 작품들은 로댕의 작업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볼 수 있는 단서들이다.로댕박물관 건물은 18세기 초에 지은 저택이다. 로댕이 한때 살았던 집이다. 1908년 로댕은 자신의 비서였던 릴케의 소개로 1층에 있는 4개의 방을 빌려 4년 동안 이 집에서 살았다. 로댕뿐만 아니라 작가 장 콕토, 화가인 앙리 마티스, 무용가 이사도라 덩컨,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도 한때 이 집에 살았다. 로댕박물관의 컬렉션과 작품만큼 박물관 건물 자체가 특별한 역사를 가진 셈이다.나로선 사이즈만 보면 루브르보다 로댕박물관 같은 곳이 더 좋다. 물론 루브르는 명실공이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박물관 중 하나다. 하지만 정작 그 안으로 들어가면 숨이 막힌다. 일단 관람객이 너무 많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인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선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 제 아무리 비집고 들어가도 모나리자 그림에서 5m 이내에 접근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루브르의 모든 관람객이 모나리자를 향해 돌진하기 때문이다. 루브르까지 와서 사람들에게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다 보면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인가 싶다. 봐야 할 예술품이 너무 많은 것도 때로는 고역스럽다. 미로 같은 박물관에서 빠져 나오기도 쉽지 않다. 출구를 찾지 못하고 무작정 걷다 보면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오기 십상이다. 루브르에 갈 때는 자기만의 테마를 갖고 작품을 선별적으로 보는 게 매우 중요하다. 불평이 길었지만 루브르가 좋을 때도 있다. 늦은 밤, 루브르 호텔 옆 파사쥬 리슐리외 입구를 지나 유리창 너머 루브르를 보았을 때처럼 관람객이 한 명도 없는 루브르는 의심할 바 없는 예술의 신전이다.로댕은 말년에 이르러 자기 작품뿐만 아니라 그가 평생 수집한 예술품, 여기에 수반하는 저작권을 모두 국가에 기부했다. 로댕박물관은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로댕박물관이라고 해서 로댕 작품만 있는 건 아니다. 그의 제자이자 연인이었던 카미유 클로델처럼 로댕과 관계를 맺었던 사람의 작품도 있고, 고흐나 뭉크 같은 화가의 그림도 볼 수 있다. 로댕미술관에서 그의 조각만큼이나 내 눈길을 잡아끈 건 로댕의 데생 그림들이다. 로댕은 장장 7,000여 점의 데생을 남겼다. 그는 흑연과 목탄, 브라운 컬러의 수채물감으로 종종 여성 또는 인체의 움직임을 그려냈다. 조각뿐만 아니라 데생에서도 로댕은 자기의 두 손으로 인간을 완전히 창조했다. 그는, 신이 조각가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는 자신을 ‘신의 손’을 가진 조각가라고 여겼을 것이다.새롭게 단장된 로댕박물관은 로댕의 연대기와 테마에 따라 18개 전시실로 구성된다. 예컨대 ‘비롱 저택의 로댕Rodin at the Hotel Biron’이란 방은 로댕이 실제 살았던 시기의 모습으로, 당시 사용한 가구와 그가 수집한 작품으로 정교하게 복원되었고, ‘로댕과 고대Rodin and Antiquity’란 방은 로댕이 앤티크 딜러에게 사들인 고대 그리스, 로마의 조각으로 꾸며졌다. 로댕은 수많은 그리스, 로마의 조각 파편을 수집했고, 그중 100여 점이 이곳에서 전시 중이다. 로댕은 젊은 시절부터 고대 문명에 관심을 가졌다. 그가 ‘지옥’이란 테마에 매혹된 계기가 된 것도 이탈리아를 여행하다 보게 된 미켈란젤로의 작품들 때문이다. 그의 작품 ‘워킹 맨The Walking Man’의 경우처럼 로댕은 자기에게 영향을 끼친 고대 그리스에 대한 존경을 그의 컬렉션으로 표현했다.로댕박물관 건물 자체는 크지 않지만 정원은 크다. ‘지옥의 문’, ‘칼레의 시민’, ‘생각하는 사람’처럼 로댕을 상징하는 기념비적인 조각품을, 좁은 박물관 실내가 아닌 한가로운 정원에서 볼 수 있다. 고요한 정원은 아무도 없는 심야의 루브르처럼 평화롭지만 ‘칼레의 시민’이나 ‘지옥의 문’ 같은 작품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온갖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든다. 내게 칼레의 시민은 칼레시를 구하기 위한 영웅들이 아니라 죽음에 직면한, 죽음을 자기의지로 선택한 사람들로 보인다. 모든 인간이 한 번은 마주하게 될 순간이다.‘지옥의 문’은 또 어떤가? 지옥에서 입맞춤하고, 생각하고‘생각하는 남자’의 전신, 달아나고, 떨어지고, 순교하고, 타락하는 인물상의 모습에서 폭력, 절망, 열정 등 지옥이란 또 다른 세계에 매혹된 로댕의 심경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지옥의 문은, 박물관에 들어서면 만나는 장미정원의 왼쪽 끝에 있고, 오른편 끝에는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로댕이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의 ‘신곡’에 영향을 받아 지옥의 문을 만든 거라면 그는 지옥 자체가 아니라 지옥 다음에 이어질 ‘연옥’과 ‘천국’이란 세계 또한 떠올렸을 것이다. ‘지옥의 문’ 건너편에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건 자연스럽다.위대한 조각가에게도 세상사의 부침은 어쩔 수 없는 걸까. 로댕은 자신의 이름을 딴 박물관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18살 때 가사를 돕기 위해 석고 세공업자에게 일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조각을 시작했지만 그가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까지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노년에 이르러 자기의 모든 작품을 국가에 기부하고자 했지만 그것도 간단치 않았다. 프랑스 국회는 로댕의 작품 기증 건을 표결에 붙였는데, 찬성 391표, 반대 52표로 개운치 않은 결과가 나왔다. 삶만큼이나 죽음도 드라마틱하다. 그는 1917년 1월29일, 평생 자신의 모델이 되어 주고 함께해 준 로즈 브레와 결혼했는데 그녀는 불과 보름 후인 2월14일에, 로댕은 같은 해 11월17일에 세상을 떠났다. 스물네 살의 청년, 로댕이 의과대학에서 해부학 수업을 듣다 우연히 만난 여자가 로즈 브레다. 로댕박물관은 로댕이 세상을 떠나고 2년 후인 1919년에 오픈했다.로댕박물관에는 로댕의 조각뿐만 아니라 고흐나 뭉크 같은 화가의 그림도 있다공간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매우 현대적인 제스처의 ‘워킹 맨The Walking Man’로댕의 제자이자 연인이었던 카미유 클로델의 작품 ‘뜬 소문’‘칼레의 시민’은 신체의 특정 부위를 과감하게 확대, 묘사해 극적인 효과를 준다로댕박물관 77 rue de Varenne, 75007 Paris, France +33 1 44 18 61 10 10:00~17:45(월요일 휴무) 성인 €10 www.musee-rodin.fr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박준 취재협조 프랑스관광청 kr.france.fr
  • 철거등급 ‘E’ 주택 2동… 붕괴 시한폭탄 안고 살았다

    철거등급 ‘E’ 주택 2동… 붕괴 시한폭탄 안고 살았다

    지난 26일 균열이 발생한 서울 은평구 녹번동 공사 현장 주변 주택을 대상으로 긴급안전진단을 벌인 결과 8개 동 가운데 2개 동은 붕괴 우려가 있는 E등급을 받고 나머지 6개 동도 사용 여부를 재검토해야 하는 D등급이 나왔다. 은평구는 건물 8개 동을 모두 재난위험시설로 지정했다. 은평구는 27일 이 같은 결과를 발표하고 “E등급 2개 동에 대해서는 철거를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는 해당 건물을 비롯해 균열은 생기지 않았지만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주변 5개 동 주택에 사는 주민까지 총 132명을 대피하도록 조처했다. 이 중 26가구 74명은 구가 임시로 마련한 인근 숙박시설 4곳에서 묵고 55명은 친척이나 지인 등의 집으로 옮겼다. 사고가 발생한 녹번동 29-43에서는 지난 15일부터 지하 1층·지상 5층짜리 생활주택 2개 동(총면적 1717㎡)을 짓기 위해 땅을 파고 있었다. 이 공사장 주변 주택에 균열이 일어났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은 24일이었다. 구는 이날 공사를 중단시키고 연휴가 끝난 뒤인 28일에 대책회의를 할 계획이었다. 25일 오후부터 가스가 샌다는 신고가 접수되고 균열이 급격히 확대되자 구와 소방당국, 서울도시가스는 26일 새벽부터 도시가스를 차단하고 주민 대피 등의 긴급 조치를 했다. 구는 토질·건축구조 전문가 등과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현장 점검을 벌였다. 사고 원인은 터 파기로 인한 가시설의 변형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스 누출은 지반 침하와 건물 균열로 인해 외벽 가스관 연결이 느슨해진 결과로 보인다. 현장 점검을 한 우종태 경복대 교수는 “토압과 수압이 공사장 근처 건물에 금이 가게 만든 요인일 수 있다”면서 “땅의 경사가 일정하지 않아 철골 구조물을 더 튼튼하게 세워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조금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건설 현장 가까이에 있는 하수구에서 오수가 흘러나오고, 이틀 전에 노후한 상수도관이 떨어져 나갔다”면서 “이걸 보수하기까지 두세 시간 동안 물이 샜는데 그 물이 땅에 스며 공사 현장 지반을 약화시키는 등 부담을 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구 관계자는 “해당 공사 현장은 구릉지인데 크게 땅을 파면서 지지대를 추가로 설치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며 “26일부터 덤프트럭 186대를 동원해 토사 2500여㎡로 굴착 부분을 다시 메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물 보상과 관련해서는 이날 해당 주민과 건축주 대리인이 모인 회의에서 어느 정도 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건축주는 이번 사고로 인한 충격으로 건강이 악화돼 참석하지 못했다. 건축주 대리인은 임시 숙소 제공, 건물주와 세입자에 대한 동등한 지원, 신축 예산 등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구는 철거 예산을 대기로 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경찰은 구의 현장 점검 결과를 지켜본 뒤 붕괴 원인에 대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시공사의 업무상 과실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한편 이 사고 이후 구의 안일한 대처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 일대 주민들은 이달 중순부터 ‘건물 벽에 균열이 생겼다’는 민원을 제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D등급 판정을 받은 다세대주택 건물주인 윤모(41)씨는 “세입자가 12월 중순부터 집 벽에 금이 간다고 연락을 했다. 집 앞 전봇대가 싱크홀처럼 푹푹 꺼져서 신고했다고 들었는데, 구가 무시한 것 같다”고 전했다. 구 관계자는 “24일 이전에도 관련 민원이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면서 “25일에도 세 차례 민원을 받아 현장에 나가고, 저녁에는 주민에게 대피할 것을 권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나우! 지구촌]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가스 배달

    [나우! 지구촌]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가스 배달

    중국 산둥성(山東省)의 한 마을에 거대한 비닐봉지가 등장했다. 길이 6m에 달하는 초대형 비닐봉지를 모터가 달린 자전거로 운반하는 주민의 모습이 포착됐는데, 비닐봉지 안에 든 것은 다름 아닌 천연가스로 밝혀졌다. 7일(현지시간) 중국 둥팡IC의 보도에 따르면 산둥성 둥잉시(東營市)에서는 운송비를 아끼기 위해 직접 천연가스를 운반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빈번하게 목격된다. 자체 천연가스 운반에는 파손이 쉬운 6m 길이의 거대한 비닐봉지가 주로 사용된다. 사진 속 주민 역시 인근 천연가스 공장에서 직접 가스를 구입해 비닐봉지에 넣은 뒤, 이를 집까지 운반하고 직접 자신의 집의 가스관과 연결해 가스를 충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비닐봉지로 천연가스를 운반하는 것은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위다. 이동 중 비닐봉지가 파손되거나, 작은 불꽃 혹은 담배에 노출되는 즉시 대형 폭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전문가가 아닌 주민이 비닐봉지와 가스관을 연결하는 과정에서도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 때문에 중국 내에서는 수 년 전부터 대형 비닐봉지를 이용해 천연가스를 운반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당국은 이에 대한 명확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또 심각한 에너지 부족난을 겪는 일부 도시에서는 아예 비닐봉지에 천연가스를 담아 농민들에게 판매하는 불법 가스판매업자도 늘고 있어,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러시아 “터키와의 가스관 건설 협상 중단”… 갈등 격화

     러시아가 자국 남부와 터키를 연결하는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와 관련한 협상을 중단했다. 지난달 24일 발생한 터키 전투기의 러시아 전폭기 격추 사건 이후 양국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3일(현지시간) 이날 타스 통신에 “‘터키 스트림’과 관련한 협상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앞서 가스관 사업을 주도해온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 사장 알렉세이 밀레르는 “만일 터키가 터키 스트림 가스관 건설에 관심이 있다면 우리 측에 관련 제안을 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유럽으로 가스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터키 스트림 가스관 건설을 추진해왔다. 자국 남부에서 흑해 해저를 통해 터키 서부 지역으로 약 1100㎞ 길이의 터키 스트림 가스관을 부설하고 터키와 그리스 국경 지역에 유럽 국가 공급용 가스 허브를 건설한 뒤 이후부턴 수입자인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직접 자국으로 이어지는 가스관을 건설하는 사업 구상이었다.  터키는 이 가스관 건설을 통해 추가로 러시아 가스를 공급받는 것은 물론 가스 대금도 할인받는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당초 러시아 ‘가스프롬’과 터키 ‘보타스’는 지난해 12월 가스관 건설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올해 6월부터 가스관 건설에 착수할 예정이었으나 터키 총선과 내각 구성이 이어지면서 정부 간 협정 체결이 지연됐다. 러시아는 터키 내각 구성이 완료되는 대로 정부 간 협정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터키 전투기의 러시아 전폭기 격추 사건이 발생하면서 터키 스트림 사업도 위기를 맞게 됐다.  터키는 독일에 이어 두번째로 큰 러시아 가스 수입국이다. 현재 터키는 흑해 해저를 지나는 ‘블루 스트림’ 가스관과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트란스발칸’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 가스를 공급받고 있다. 터키는 지난해 274억㎥의 러시아 가스를 수입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서 배운다] 일본의 싱크홀 관리 실태

    [‘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서 배운다] 일본의 싱크홀 관리 실태

    지난달 25일 일본 도쿄 기타구 히가시주조 1초메(우리나라의 ‘통’에 해당)의 사거리. 새로 아스팔트를 포장한 흔적이 보였다. 때마침 인근 주민 와타나베 신야(63)가 자신의 2층 집 현관문 앞에서 화분에 물을 주고 있었다. 아스팔트가 새로 포장된 이유를 물었다. “9개월 전에 여기에 사각형 모양의 구멍 하나가 갑자기 생겼어. 땅이 푹 꺼진 걸 복구하는 데 8개월이 걸렸지. 매일 밤늦게까지 공사를 했는데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지.” 와타나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난 1월 18일 이곳에는 가로세로 각각 3m, 깊이 5m 크기의 도로 함몰이 발생했다. 하수관 손상으로 땅속에 발생한 지름 2.6m 크기의 공동(空洞)이 함몰 원인이었다. 와타나베는 “이 동네에서 태어나 60여년 동안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면서 “지진도 모자라 이제는 땅속 낡은 하수관까지 말썽을 일으키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에서 지반 함몰 문제는 또 하나의 풀어야 할 숙제다. 현재 일본에서는 해마다 약 4000건의 지반 함몰이 발생하고 있다. 일본에서 이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한 시점은 1980년대. 일본 고도 성장의 출발점인 1950~1960년대 들어 도시에 인구가 밀집하면서 신축 건물이 늘고 도로 정비가 활발해졌다. 상하수도·전기·가스관 등 지하 시설물들도 많이 매설됐다. 그로부터 20~30년이 지나 매설한 지하 시설물들이 파손되고, 도로에서의 빈번한 차량 이동에 따른 충격 등으로 지중에 공동이 생기면서 ‘땅 꺼짐’ 사고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지반 함몰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는 진도 5 이상의 지진 외에도 하수도관의 노후화로 인한 지중의 토사 유실이 꼽히고 있다. 일본은 하수관 노후화 문제에 주목해 일찌감치 지표투과레이더(GPR) 장비를 이용해 오래된 하수관을 중심으로 공동을 탐사하기 시작했다. 김재호 도쿄대 생산기술연구소 특임연구원은 “현재 일본의 총연장 42만㎞의 하수관로 중 약 21.4%(약 9㎞)가 만들어진 지 30년 이상 된 낡은 하수관로”라면서 “도로 함몰과 하수관로 노후화의 상관관계를 고려할 때 향후 도로 함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본 수도인 도쿄를 둔 간토 지방이 지반 함몰이 가장 심한 곳이다. 자갈, 모래로 된 연약지반에 위치한 도쿄는 1992년부터 전문 업체에 의뢰해 도로를 중심으로 공동 탐사를 하고 있다. 도쿄도청의 사이토 다모쓰 도로관리부 보전과장은 “지하철이 통과하는 지역, 대형 차량 통행이 잦은 지역 그리고 함몰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의 도로를 중심으로 5~10년의 주기를 둬서 매년 공동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공동을 탐사하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도쿄도청은 2010~2013년 실시한 공동 탐사 결과 총 1100여개의 지반 함몰 의심 징후를 발견해 보수 조치했다. 사이토 과장은 또 “도로를 점유(건물을 짓거나 상하수도관 등을 매설)하는 사업자에게 지반 함몰 사고가 발생할 경우 복구 책임을 사업자가 부담하는 내용의 각서를 체결해 사업자들이 공사 단계에서부터 안전에 유의하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하수관로 노후화로 인한 함몰 사고를 막기 위해 도쿄도청은 매년 하수관 교체 계획을 세워 재구축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하수관 매설 연도와 하수관 종류 등을 기반으로 사고발생위험지도를 작성하고, 도로 함몰 사고 영향을 고려해 대책 우선 구간을 설정한다. 박삼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개발연구센터장은 “도쿄도청은 5개년 단위로 하수관로 관리를 위한 종합 계획을 수립하고, 하수관로 점검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환경부가 5년 단위로 국내 하수관로를 점검하고 있지만 도로 함몰 발생 이력 관리는 각 지자체에서 담당하고 있다. 두 자료가 공유되지 않고 따로 존재하다 보니 도쿄도청과 같은 사고발생위험지도는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기관 중 한 곳인 국토교통성은 지하수 관리 규제를 통해 지반 함몰을 예방하고 있다. 국토교통성의 다케우치 미노루 수자원정책과 기획전문관은 “1960~1970년 공업용수,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지하수를 많이 퍼 올린 탓에 지반이 내려앉아 매설된 파이프가 지표 밖으로 노출되거나 작물의 염해 등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고 말했다. 지반 침하를 막고자 일본은 공업지대를 대상으로 공업용수 확보를 위한 파이프의 직경이 21㎝가 넘지 못하도록 하는 ‘공업용수법’과 인구 밀집 지역의 건물에서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파이프의 단면적을 규제하는 내용의 ‘건축물용수법’을 만들어 무분별한 지하수 사용을 막고 있다. 한 해에 사용 가능한 지하수의 전체 양과 용도별로 얼마만큼의 지하수를 쓸 수 있는지까지 각 지자체와 협의해서 정한다. 간토 지방에 할당된 연간 지하수 사용 가능량은 4억 8000t인데, 간토의 중서부인 사이타마현이 3억 2000t까지 지하수를 사용할 수 있다. 이 3억 2000t은 다시 농업용수, 공업용수, 생활용수 등 용도별로 사용량이 정해져 있다. 더욱 효과적인 지하수 관리를 위해 국토교통성은 현재 지하수의 흐름을 시각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다케우치 전문관은 “지하수 관리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지하수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라면서 “미국에서 운영 중인 이 시스템을 일본 사정에 맞게 개발하면 지역별 지하수의 양, 흐름 및 향후 지하수 변화 양상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도쿄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서 배운다] 美, 도심형 싱크홀은 상하수도관 정비…자연발생형은 보험 해결

    [‘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서 배운다] 美, 도심형 싱크홀은 상하수도관 정비…자연발생형은 보험 해결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오후 2시 미국 뉴욕 브루클린 선셋파크 5번가와 64번가 교차로. ‘횡단보도 폐쇄’라고 적힌 팻말 너머로 공사가 한창이다. 여기는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조용하고 평온했던 곳.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전날 밤까지 멀쩡했던 길이 밑으로 큼직하게 뚫렸는데 불안하죠. 처음에는 매캐한 가스 냄새가 진동해서 가스관이 붕괴된 줄 알았어요.”(에드윈 마르티네스·15) 올 8월 4일 이곳에서는 지름 6m의 거대한 싱크홀이 발생했다. 수십 년간 지하 6m 깊이의 황토빛 흙에 파묻혔던 거대한 상수도관이 하루아침에 민낯을 드러냈다. 예고 없이 생긴 싱크홀이었다. 원인 조사와 복구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뉴욕시 환경보호과와 용역 계약을 맺은 공사업체 관계자는 “12m를 더 굴착해 관의 상태를 직접 확인해야 정확한 원인 파악이 가능하겠지만, 매설된 지 100년도 더 된 관로의 노후화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최근 발생한 도로 함몰들은 대부분 이런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교차로 인근 상인들은 울상이었다. 도로가 통제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땅 면적이 남한의 98배에 이르는 미국에서는 싱크홀이 다양한 요인으로 형성된다. 서울처럼 인위적인 개발로 발생하는 지반 침하를 일컫는 ‘도심형 싱크홀’이 빈번한 곳이 뉴욕이다. 뉴욕은 브롱크스, 맨해튼, 브루클린, 퀸스, 스테이튼아일랜드 등 5개 자치구(카운티)로 구성돼 있다. 이 중에서도 맨해튼은 선캄브리아기 기반암과 수만년 된 퇴적층이 쌓인 지반이다. 지질 및 토목학 전문가들은 뉴욕을 지반이 단단한 암석으로 이뤄진 지역으로 손꼽는다. 덕분에 건축물을 세우거나 터널을 뚫어 지하철을 개통해 지하수를 퍼내도 부분적인 도로 함몰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뉴욕에도 복병은 있다. 노후화된 사회기반시설이다. 지하철, 상하수도관 등 시내 대부분의 사회기반시설은 세워진 지 100년이 넘었다. 지하 구조물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상수도관이다. 미국수도협회(AWWA)에 따르면 미국에서 상하수도관이 매설된 시기는 크게 1800년대 후반, 1920년대 후반, 제2차 세계대전(1945년) 이후로 나뉜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향후 20년간 노후화된 상하수도관 정비가 가장 시급한 지역은 뉴욕,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 3개 주다. 3350억 달러(약 381조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새뮤얼 아리아라트남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미국에서 도심형 싱크홀이 발생하는 가장 큰 요인은 상하수도관 파손 때문”이라며 “파이프(관로)가 손상된 지점에는 대부분 싱크홀이 생긴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 8월 4일과 6일 이틀 간격으로 브루클린, 브롱크스 등 뉴욕에서 발생한 두 차례의 싱크홀은 모두 노후화된 상수도관 파손이 원인이었다. 수압이 거센 상수도관에 균열이 생겨 새나간 물이 지반을 연약하게 만들었다. 흙이 물에 쓸려 빠져나가면서 형성된 지하 동공은 비가 많이 오면 지표면부터 가라앉는다. AWWA와 미국 환경보호청(EPA) 등은 상하수도관 파손의 원인, 피해 규모 등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노후화된 상하수도관의 교체율은 전체의 0.5%에 그친다. 밥 브링크먼 뉴욕 롱아일랜드 호프스트라대 지질학과 교수는 “주정부 차원에서 상하수도관에 사용된 소재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수명을 예측해 순차적으로 교체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수만㎞의 관로를 일일이 점검하려면 워낙 비용이 많이 들어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 퀸스 화이트스톤 지역에서는 2009년 다른 이유로 땅이 자주 꺼졌다. 홍수가 빈번한 저지대에 배관 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게 요인이었다. 비가 올 때마다 갑자기 늘어난 물의 양을 소화할 배관 시설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통상 하수도관은 물이 관로의 50%도 채우지 않고 흐르는 게 일반적인데, 이 지역은 하수도관을 통과하는 물의 양이 관로의 수용 능력을 초과했다. 이 때문에 관로는 빠르게 낙후됐고 지하수 유실 등으로 지반까지 약해지면서 도심형 싱크홀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당국은 배관 시스템 재정비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뉴욕은 한국과 달리 사전 시추조사가 법으로 의무화돼 있지는 않다. 시추조사는 지하에 있는 흙을 직접 채취해 지질 구조를 분석하는 조사다. 뉴욕은 이런 세부 사항은 시공자와 발주자가 협의해 정하도록 내버려 뒀다. 자율이 주어지되 엄격한 책임이 따르도록 했다. 에드 카바잔지안 애리조나주립대 교수이자 미국토목학회(ASCE) 전 회장은 “부실 시공으로 나중에 인근 건물주나 시민들에게 피해가 발생하면 시정부를 비롯해 다양한 주체들이 시공사를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걸고 보상을 받게 돼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주형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는 “한국이나 일본은 법적으로 의무화된 사항들이 많다 보니 지반조사가 안전을 담보할 수준으로 됐느냐보다는 의무사항을 준수했느냐, 즉 형식적인 측면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지는 경향이 있다”며 “그에 비해 안전 자체에 좀 더 중점을 두는 미국 시스템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플로리다, 텍사스, 앨라배마, 켄터키, 펜실베이니아 등 7개 주는 미국에서 지질적 요인에 의한(자연발생형) 싱크홀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곳이다. 이 지역의 지반을 구성하는 석회암, 암염 등이 지하수, 빗물 등 물과 만나 녹아내리면서 지하에 빈 공간이 만들어졌다가 약해진 지반이 내려앉아 구멍이 뚫려 발생하는 형태다. 2013년 2월 28일 플로리다주에서는 집에서 잠자던 남성이 순식간에 15m 땅속으로 빨려들어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날 이후 싱크홀에 대한 공포가 커지자 미국 내무부 산하 지질조사국(USGS)은 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같은 해 위성, 레이더 등으로 싱크홀의 전조 증상을 탐사해 발생 가능성을 예측한 지도 제작에 들어갔다. USGS는 미국 전체 영토의 40%가 지질적 요인으로 싱크홀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플로리다주에서 싱크홀이 화두가 된 것은 20세기 이후다. 지질 상태는 그대로였지만 지역 내 유입 인구가 늘면서 대지 사용률이 높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싱크홀 문제가 생겨났다. 싱크홀로 인한 재산 피해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골머리 앓았다. 그 결과 나온 대안이 ‘시장의 손’에 맡기는 것이었다. 플로리다에서 보험업을 하려면 싱크홀 관련 보험 상품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단, 서서히 일어나는 지반 침하는 싱크홀 범주에서 제외된다. 부동산 소유자들이 위험을 사전에 충분히 인식하고 대처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플로리다주 정부는 1970년대 센트럴플로리다대학에 ‘싱크홀 인스티튜트’라는 전담 연구기관을 설립했다. 지금은 이 기관의 기능이 플로리다주 지질조사국(FGS)으로 이관됐다. 싱크홀 발생 후 원인 조사 및 복구도 부동산 소유자와 보험사가 해결해야 할 몫이다. 플로리다주 소방 당국은 싱크홀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출동해 수도, 가스 등에 이상이 없는지만 확인한다. 지반이 무너진 이유에 대해서는 부동산 소유자가 직접 지질공사 업체를 고용해 비용을 지불하고 조사해야 한다. 글 사진 뉴욕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노원, 범죄 없는 안전한 마을 만들기…오늘 박준휘 셉테드학회 부회장 강의

    서울 노원구는 16일 오전 10시부터 구청 6층 소강당에서 범죄 없는 안전한 마을 조성을 위한 ‘셉테드 교육’을 실시한다고 15일 밝혔다. 셉테드는 범죄예방 환경설계를 통해 범죄를 예방하는 기법이다. 이번 교육은 구에서 추진 중인 ‘일반주택지역 범죄제로화 사업’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구는 직원, 자율방범대원 및 각 동 통장과 마을지킴이 등 200여명을 대상으로 안전한 마을 조성을 위한 셉테드 사례 평가와 효과적 운영 등을 교육할 계획이다. 강의는 박준휘 한국셉테드학회 부회장이 2시간 동안 진행한다. 셉테드의 개념과 적용 사례, 효과성 및 실행 등에 대한 사례 중심의 강의를 통해 주민들이 셉테드를 이해하고 주민 주도의 범죄제로화 사업 추진을 확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성환 구청장은 “마을공동체 복원의 네 번째 걸음으로 지난해부터 안전한 마을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일반주택 범죄제로화 사업을 시작했다”면서 “이번 교육이 주민 주도의 안전한 마을을 조성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구는 지난해 6월 상계2동과 공릉1동을 범죄제로화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하고 지난해 7월에는 노원경찰서와 한국셉테드학회 등과 범죄제로화를 위한 협약을 맺었다. 시범사업 지역에 폐쇄회로(CC)TV와 LED 보안등을 추가로 설치하고 골목길에 원형반사경을 만들었으며 다세대건물 등에 가시형 가스관 방범 덮개 등을 설치했다. 구는 향후 12개동 60개 구역으로 사업을 확대해 2017년까지 범죄제로화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울산 국가산단 지하 배관 안전 점검

    울산 국가산업단지 내에 거미줄처럼 얽힌 지하 배관에 대한 종합안전관리대책이 마련된다. 이들 국가산단에는 매설된 지 20년에서 50년가량 된 낡고 오래된 배관이 많아 사고 위험이 있다. 11일 울산시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부터 4개월 동안 울산과 온산 국가산단 지하에 매설된 낡고 오래된 가스관, 화학물질관, 송유관 등을 안전 점검한 뒤 오는 9월 종합안전관리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는 지하 매설 배관의 안전성을 높이고 산업단지의 생산 효율성을 높이려는 조치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北 핵보유국 지위 요구] 美·日 ‘신밀월’에 中·러 ‘신혈맹’

    미국과 일본이 ‘신밀월’ 관계를 맺은 지 열흘 만에 중국과 러시아가 ‘혈맹’에 버금가는 관계를 구축했다. 한반도를 사이에 두고 4대 강국이 역사, 군사, 경제적으로 완벽하게 대립하는 전선이 형성된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 9일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를 치르며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사실상 동맹 관계로 격상시켰다. 특히 지난달 28~29일 워싱턴에서 맺어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이의 공조를 분야별로 정조준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에 맞선 군사 협력 강화다. 시 주석은 신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인민해방군 소속 의장대 102명을 직접 데려가 붉은광장에서 행진하게 했다. 흑해에서는 양국 군함이 합동 군사훈련을 시작했다. 러시아 최신 전투기인 수호이35 매매 협상도 진행됐다. 미·일이 추진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맞서 시 주석은 러시아에 ‘돈 보따리’를 풀었고, 푸틴은 “위대한 친구”라고 칭송했다. 두 정상은 모스크바와 카잔을 잇는 고속철도 건설에 1조 루블(약 21조 4700억원)을 공동 투자키로 합의했다. 또 시베리아에서 중국 서부 신장위구르 지역으로 연결되는 2700㎞의 ‘서부노선’ 가스관을 깔기로 했다. 중국 국유은행은 서방 제재로 곤궁해진 러시아 기업들에 수십억 달러를 무상으로 빌려 주기로 했다. 중·러 정상은 ‘역사 공조’도 강화했다. 침략전쟁을 부정하는 일본과 이를 묵인해 주는 미국보다 명분에서도 앞서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침략 역사를 부정하는 것은 (인류에 대한) 배반”이라고 했고, 푸틴 대통령은 “2차 대전에서 가장 많은 피를 흘린 러시아와 중국은 동지”라고 화답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더 뜨거워진 중·러

    미국과 일본의 신밀월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도 점점 끈끈해지고 있다. 3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이른바 ‘동부 루트’를 통해 중국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계획을 최종 승인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 중국은 조만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중국 헤이허(黑河) 사이의 가스관을 연결한다. 지난해 5월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맺은 4000억 달러(약 429조 7000억원) 규모의 가스 공급 계약이 러시아 의회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 서명까지 받아 오는 2018년부터 30년간 매년 380억㎥의 가스가 중국으로 흘러가게 됐다. 모스크바와 베이징을 시속 400㎞로 달리는 고속철도 건설도 본궤도에 올랐다. 이날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에 따르면 두 도시를 잇는 고속철 건설 주관사로 ‘중러연합재단’이 선정됐다. 러시아의 니즈니노브고로드 철도설계주식회사와 중국 국가철도이원공사가 합작한 이 재단은 우선 1조 루블(약 21조원)을 들여 모스크바와 카잔을 연결하는 700㎞ 구간 공사에 나선다. 양국은 우주 및 무기 개발 협력도 가속화할 계획이다. 관영 환구시보에 따르면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부총리가 지난달 28일 항저우(杭州)를 방문해 러시아의 달 표면 연구기지 건설사업에 중국을 시작 단계부터 동반자로 참여시키겠다고 밝혔다. 중·러 밀월은 오는 9일 시 주석이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극대화될 전망이다. 서방 국가들이 대거 불참해 김이 빠진 상황이기 때문에 러시아로서는 중국과의 통 큰 협력 체결이 더 절실해졌다. 모스크바타임스는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를 매도할수록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현장 행정] ‘범죄 막는 디자인’… 안전 입은 공릉

    [현장 행정] ‘범죄 막는 디자인’… 안전 입은 공릉

    “주위에 과학기술대, 광운대, 서울여대 등이 있어 혼자 사는 사람이 많고 다세대주택촌이니 절도사건도 많았죠. 하지만 구청에서 폐쇄회로(CC)TV·발광다이오드(LED)등을 달고 가스관에 가시덮개를 씌우고 담벼락 페인트칠 등을 하고 나니 많이 안전해졌어요.” 23일 노원구 공릉1동 샘말공원에서 만난 주민 황숙진(여·61)씨는 “이 공원도 LED등으로 바꾸면서 10배 이상 밝아졌고 불량 청소년이나 범죄자로 의심되는 사람이 거의 없어졌다”고 밝혔다. 이는 노원구가 올해 2월까지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를 추진한 결과다. 사실 공릉1동을 포함한 구의 일반주택지역 절도 발생률은 0.182%로 아파트(0.013%)보다 월등히 높다. 구는 공릉1동(주민 3296명)을 시범지역으로 정하고 1억 9000만원을 들여 환경을 개선했으며 향후 구 전체에 40억여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2018년까지 일반주택지역의 범죄율을 아파트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LED등과 20배 줌·회전형 CCTV를 설치했고 위험을 감지한 시민이 골목 비상벨을 누르면 구 통합관제센터와 바로 통화할 수 있다. 특히 CCTV는 인근 사람의 동작을 자동으로 감지한다. 3층 이상 다세대주택의 경우 신청 시 가스관에 가시덮개를 설치했다. 한 주민은 “A빌라는 2년간 3번이나 절도를 당했는데, 10초면 절도범이 가스관을 타고 3~4층까지 올라간다고 한다”면서 “가시덮개 설치 이후 아직까지 절도 사건이 없다”고 말했다. 통상 CPTED에는 벽화를 그리는데 이곳은 평이해 보이는 도색을 했으며 그 위에 주소를 적어 둔 것이 특징적이었다. CPTED 자문을 한 조영진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부연구위원은 “벽화가 범죄율을 낮춘다는 학문적 근거는 없으며 그보다 위급할 때 빠르고 정확하게 신고를 할 수 있도록 주소를 써 놓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유지·보수를 하는 데도 편하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통상 CPTED를 통해 20~30%의 범죄가 줄어든다고 알려져 있다”며 “공릉1동의 경우 주민들의 범죄 불안감이 10% 이상 줄어든 게 큰 소득”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환 구청장은 “범죄에 취약한 일반주택지역에 대한 안전 체계를 구축해 이들 지역의 범죄율을 아파트 수준으로 낮추겠다”면서 “또 이 지역의 성과를 다른 일반주택지역으로 확산시켜 사람의 안전이 우선인 사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파키스탄에 50조원 보따리… 시진핑 ‘일대일로’ 광폭 행보

    파키스탄에 50조원 보따리… 시진핑 ‘일대일로’ 광폭 행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을 잇는 역사적 경제·외교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을 파키스탄에서부터 풀기 시작했다. 시 주석은 20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파키스탄을 방문해 460억 달러(약 50조원) 규모의 경제협력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올해 첫 해외 방문국으로 파키스탄을 선택한 이유는 시 주석이 방문길에 오르며 파키스탄 신문에 기고한 글 ‘중국-파키스탄 인민의 우의 만세’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기고문에서 “파키스탄은 처음 방문하지만 형제 집에 가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밝혔다. 파키스탄은 시 주석의 전용기가 영내로 들어오자 양국이 합작 생산한 샤오룽(梟龍) 전투기 편대를 띄워 호위하며 환영했다. 수도 이슬라마바드 곳곳에는 “파키스탄과 중국의 우정은 산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다”라고 적힌 중국어 현수막이 내걸렸다. 시 주석은 “중국과 파키스탄의 ‘경제 회랑’은 실크로드 경제지대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의 합류점에 위치해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서 중대한 프로젝트”라고 밝혔다. 시 주석이 언급한 경제 회랑은 파키스탄 과다르항에서 중국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까지 3000㎞ 구간에 철도와 도로, 가스관을 건설하는 대역사이다. 회랑의 출발점인 과다르항은 중국이 개발해 40년간 운영권을 확보한 항구로 일대일로의 거점이고, 미국 해군이 장악하고 있는 말라카 해협을 대신할 중동 진출의 교두보다. 중국에 파키스탄은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국가 중 하나다. 파키스탄과 인접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하면서 두 국가의 정치·경제 상황이 매우 불안정해졌고, 이들의 불안은 중국의 ‘화약고’인 신장 무슬림에게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파키스탄은 중국의 앙숙인 인도와 적대적 관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파키스탄을 품에 안으면 미국과 인도를 동시에 견제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WSJ는 특히 “미국은 그동안 파키스탄에 50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중국은 일거에 460억 달러를 쏟아부으려 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파키스탄이 원하는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해 주려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화끈한 투자에 파키스탄은 친중 국가로 바뀌었다. 아산 이크발 기획예산부 장관은 “파키스탄은 중국의 세계 진출에 기꺼이 다리가 되겠다”면서 “일대일로가 각국이 함께 연주하는 교향곡이라면 중국과 파키스탄의 경제 회랑은 그 교향곡의 달콤한 도입부”라며 중국 찬양가를 불렀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싱크홀 공포] 면적당 상하수도관 도쿄의 3배… 지하개발 관리 컨트롤 타워 시급

    [싱크홀 공포] 면적당 상하수도관 도쿄의 3배… 지하개발 관리 컨트롤 타워 시급

    서울의 지하가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의 정치와 경제, 문화가 서울로 집중되면서 급격히 인구가 유입된 데 따른 폐해다. 한정된 공간에 많은 시설을 지어야 하는 숙제 등으로 서울의 지하 개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또 건물의 용적률에 지하 부분이 포함되지 않으면서 무분별한 지하 개발을 가중시켰다. 8일 서울시와 일본 도쿄도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서울과 도쿄 면적은 각각 605.25㎢, 2178㎢다. 즉 서울 면적은 도쿄의 3분의1이 채 안 된다. 하지만 주요 지하 시설물인 지하철과 상수도, 하수도 길이는 비슷하다. 그만큼 서울의 지하가 복잡하고 공사가 많았다는 의미다. ●면적당 지하철 길이도 도쿄의 2배 서울 지하철은 327㎞고, 도쿄는 354㎞다. 면적당으로 보면 1㎢당 서울은 0.5㎞, 도쿄는 0.2㎞다. 서울은 면적당 두 배 이상의 지하철 공사를 한 셈이다. 또 서울 하수도 길이는 1만 3900여㎞로 도쿄의 1만 5900㎞보다는 짧다. 하지만 면적으로 보면 1㎢당 서울은 23.0㎞, 도쿄는 7.3㎞로 3배 이상 많은 하수도관이 묻혀 있다. 상하수도관 교체 시기는 통상 30년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렇다고 모두가 한꺼번에 교체되는 것은 아니다. 예산 부족 등으로 사고가 잦은 곳부터 교체하기 마련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40~50년 된 것도 존재한다. 문제는 이들 노후 상하수도관에 의해 지반침하 현상이 일어나고, 서울은 이러한 현상이 다른 도시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시 관계자는 “서울은 지하철과 상하수도뿐 아니라 통신, 전력구, 가스시설, 지하 차도 등 수십 개의 시설이 얽히는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도시”라며 “잦은 공사와 노후 시설 등이 지반침하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통신·전력구·가스관까지 ‘거미줄’ 건물의 지하 부분을 용적률에 포함하지 않는 것도 무분별한 지하 개발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건축물 총면적(전체 면적)의 대지 면적에 대한 백분율인 용적률로 지상 건축 면적은 제한받지만, 지하는 아무런 제한 없이 개발할 수 있다. 지하 깊은 곳까지 땅을 파면 지하수의 흐름과 수위가 바뀌면서 싱크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마구잡이식 지하 개발로 지하수위 변동이 심해지고, 이로 인해 싱크홀 등의 사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며 ”상하수도와 가스, 통신, 전력 등 지하 시설물에 대한 통합 관리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하 개발 관리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환경부가 전국의 하수관로를 관할하고 있지만 서울시 등 지방정부가 실질적인 공사와 관리를 책임진다. 50년 이상 된 낡은 하수관로 등을 교체하는 예산은 기획재정부의 몫이다. 박 교수는 “서울 등 대도시들이 늙어 가면서 싱크홀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며 “국민안전처가 주축이 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씨줄날줄] 시진핑의 新실크로드 야망/오일만 논설위원

    중화 부흥을 외치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육지와 바다를 가로질러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하나로 잇는 새로운 실크로드 경제권 구상을 선언했다. 2200년 전 세계 최강국 중국의 실크가 퍼져 나간 길을 통해 21세기 중국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의미가 짙다. 최근 중국 하이난다오(海南島)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에서 시진핑 국가 주석은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을 발표했다. 일대(一帶)는 ‘하나의 띠’란 의미로 한(漢) 무제가 개척한 동서 교역로인 실크로드로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터키를 지나 유럽으로 향하는 유라시아 횡단 축이다. 일로(一路)는 명(明) 영락제 당시 정화(鄭和)의 남해 원정로로 해상 실크로드에 해당한다. 남중국해를 지나 말라카해협을 거쳐 인도양~아프리카로 이어지며 지중해를 지나 유럽으로 향하는 축과 연결된다. 중국은 육·해상 두 축을 통해 해당 국가들의 교통 인프라를 연결하고 자유무역지대를 만들며 위안화를 결제 수단으로 확산시키는 ‘범중화경제권’을 제시한 것이다. 60여개국의 44억명을 포괄하고 21조 달러, 우리 돈 약 2경원의 경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의 구상은 미국의 아시아 회귀전략 또는 최근 미 의회에 제출된 ‘아시아 그물망 구상’에 대한 전방위 반격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대중 포위 전략으로도 불리는 그물망 구상은 군사적으로 일본·한국·필리핀·호주와 미국이 맺은 군사 동맹을 강화하면서 경제적으로 일본·호주 등 12개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축으로 자유무역지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중국과 숙명적 라이벌인 인도를 끌어들여 ‘전략적·경제적 파트너십’을 맺고 경제를 지원하는 것도 일종의 대중 포위 전략의 일환이다. 이런 미국의 의중을 꿰뚫고 있는 중국은 이번에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 달러 중심의 경제에서 탈피해 경제의 중심을 아시아로 이동시키면서 위안화의 국제화를 통해 ‘중국의 꿈’을 실현한다는 ‘시진핑의 야망’과도 같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1000억 달러 자금과 육해상 신실크로드 펀드 400억 달러가 실탄이다. 송유관·가스관 등 인프라 및 금융 협력이 주요 목표다. “지구 최대의 돈 잔치”로 떠오르면서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나라가 동남아와 유럽 국가들이다. 돈 냄새를 맡은 영국을 필두로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우방 미국의 만류를 뿌리치며 중국의 손을 잡았다. 경제 활력을 잃어 가는 유럽 국가들이 중국의 경제적 유혹을 외면하기는 어렵다. 일대일로 구상과 반대 방향으로 흐르며 유럽~러시아~중국~북한~한국을 잇는 우리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은 이제 눈길도 안 주는 ‘찬밥 신세’로 변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발표대로 ‘코리아 실크로드’가 본궤도에 올라야 한반도 통일 기반도 구축될 텐데 걱정부터 앞선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 [의정 포커스] “가스관 옆 금 간 담, 보강 공사해야”

    [의정 포커스] “가스관 옆 금 간 담, 보강 공사해야”

    “담에 금이 점점 벌어지고 있는데, 안전관리가 잘 되고 있는 겁니까? 담이 기울어지고 있는데 가스배관이 옆에 있어서 위험해 보이는데 보강 공사가 빨리 진행돼야 할 것 같은데요.”(심광식 양천구의회 의장) 서울 양천구의회는 봄철을 맞아 위험시설물 특별 안전점검에 나섰다. 24일 진행된 안전점검에는 심 의장을 비롯, 김영주 부의장과 조진호, 이강길 의원이 참석했다. 심 의장은 “아파트가 많은 목동과 신정동 지역은 안전시설물에 대한 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지만 다세대와 빌라가 밀집한 신월동 지역의 경우 항상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면서 “특히 봄철의 경우 얼었던 시설물이 녹으면서 사고가 날 위험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장에 출동한 구의원들은 ‘매의 눈’이 돼 시설물 곳곳을 살폈다. 첫 번째 점검 장소인 신월7동 독서근린공원 옆 지하주차장 공사 현장에선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다. 심 의장은 “이전에 지어진 일부 주차시설의 경우 눈비가 올 때 방수가 잘 되지 않아 안전사고의 위험이 발생하고 있다”며 새로 지어지는 주차장의 방수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이 의원도 “공사장 옆에 위치한 시영 아파트의 도로에서 균열이 발생하는 등 공사로 인한 피해가 있다고 들었다”면서 “공사를 튼튼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또 다른 피해나 위험요소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세대와 빌라가 밀집한 신월3동에 도착하자 심 의장의 발길이 빠르게 움직였다. 심 의장은 대호빌라와 화평연립의 옹벽을 차례로 점검했다. 그는 기울어져 가는 옹벽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손으로 담을 쓸고, 균열이 발생해 틈이 벌어진 곳은 직접 크기를 재 보기도 했다. 의원들이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자 구 관계자는 “현재 어떤 방식으로 보강 공사를 진행할지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몸만 쓰는 것이 아니다. 구의회는 지난 2월 20가구 이하의 공동주택도 안전에 문제가 있을 경우 구에서 보수 지원이 가능하도록 조례도 만들었다. 심 의장은 “안전은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라면서 “앞으로도 주민을 대표해 구의회가 철저하게 감시해 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美 CIA, 우크라 사태에 개입했다” “친서방 뿌리는 극우와 파시스트”

    1997년 폴란드, 헝가리, 체코를 시작으로 동유럽 국가들이 잇따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면서 우크라이나는 서방과 러시아가 맞부딪히는 최전선이 됐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본질이 서방과 러시아의 패권(覇權) 다툼이 빚어낸 비극이라는 해석도 그래서 나온다. 러시아는 친러 시위대에 무기를 제공하고 정체불명의 군인을 파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에 경제적인 지원을, 러시아에는 경제 제재를 시작했다. 미국의 진보적 영화감독인 올리버 스톤은 지난해 1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우크라이나 사태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못잖게 미국의 우크라이나 개입이 문제라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모스크바에 망명 중인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을 인터뷰한 스톤 감독은 지난해 2월 벌어진 ‘마이단 학살’ 사건의 배경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조기 총선을 통해 권력 이양을 약속한 야누코비치가 굳이 시위대를 정체불명의 저격수들을 동원해 피습할 이유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이 사건 직후 권력은 친서방 정치인들에게 넘어갔다. 스톤은 미 정보기관의 은밀한 개입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런 관측이 지나치게 음모론적이라는 비판에 스톤은 “큰 그림을 보라”고 주문했다. 2차 대전 당시부터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극우 세력과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었고, 종전 이후 나치 부역의 책임을 면제한 채 대소련 선전 및 침투 공작에 이들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미 중앙정보부(CIA)의 비호를 받기도 했다. 이런 사실은 1991년 러스 벨란트가 펴낸 ‘옛 나치, 새로운 우파, 공화당’이란 책에도 소개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친러 야누코비치 정권에 대한 반정부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1월 “(친서방) 시위대의 중심에는 극우민족주의자와 파시스트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2차 대전 당시 나치 친위대가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인으로 구성된 ‘갈리시아 사단’을 운영했고 이들이 반공과 반유대주의를 표방했다는 역사를 더듬은 것이다. 이곳에선 1920년대에 극우주의자들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 기구’가 결성되기도 했다. 그 흐름은 현재 극우정당인 ‘스보보다’가 잇고 있다. 10% 안팎의 지지를 얻는 스보보다는 지난해 2월 친서방 임시정부 구성 뒤 부총리와 교육·농업·환경부 장관직을 차지할 만큼 영향력을 확대했다. 반면 러시아는 지정학적 요소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는 러시아의 유일한 부동항이요, 잇닿은 흑해는 유럽으로 향하는 뱃길이다. 1954년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행정구역을 재편하며 흑해 함대의 사령부가 자리한 크림반도를 연방 내 우크라이나로 편입시킨 것이 실수였다.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인 러시아가 수출용 가스의 80%를 우크라이나에 매설된 가스관을 통해 수출한다는 사실도 침략의 야욕을 드러내는 이유다. 우크라이나는 이런 천혜의 지정학적 조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오히려 친유럽과 친러 진영으로 갈려 협상력을 스스로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파이프라인 구축 땐 남·북·러 ‘윈윈’… 한반도 정세·가스값이 관건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파이프라인 구축 땐 남·북·러 ‘윈윈’… 한반도 정세·가스값이 관건

    “야쿠티아(시베리아의 일부 지역)에는 60억t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었다. 이는 한국이 50년 이상 쓸 수 있는 양이었다. 그동안 수송로와 기후 문제로 많은 나라의 정부와 기업들이 발길을 돌린 곳이다. 유럽 국가들에겐 경제성이 없고 악조건인 이곳이 우리에겐 거꾸로 매력적이었다. 야쿠티아에서 생산된 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북한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여온다면 에너지 문제의 상당 부분이 해결될 수 있었다” 최근 발간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는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1990년 현대건설 회장이던 이 전 대통령은 천연가스 사업을 따내기 위해 구소련 야쿠티아 공화국(현재 사하공화국)을 방문했고 소련 정부를 상대로 남·북·러 가스관 사업에 관해 수차례 협상을 진행해 결국 사업 계약서에 사인을 받았다. 하지만 1992년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대선 출마에 따른 현대그룹의 위기와 소련 붕괴로 인해 사업은 결국 무기한 보류될 수밖에 없었다. 남·북·러 가스관 사업 구상은 이후에도 꾸준히 제기됐다. 1992년 8월 김우중 당시 대우그룹 회장은 러시아와 북한의 동의를 바탕으로 러시아의 일원이었던 사하공화국과 가스전 개발에 대한 협의를 시도했다. 대우그룹은 다른 대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나가며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했지만 사하공화국의 열악한 인프라 문제와 경제성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2004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러 정상회담 이후 양자 간 석유·가스의 운송 개발에 대해 합의하면서 한동안 주춤했던 사업이 조금씩 진척되기 시작했다. 2008년 9월에는 이 전 대통령이 18년 만에 다시 러시아 정부와 가스관 사업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북한~한국을 연결하는 가스관을 통해 30년간 약 750만t(900억 달러 상당)의 천연가스를 도입한다는 내용이었다. ●MB, 건설사 CEO 때 첫 사업 계약 북한도 한때 적극적이었다. 북한의 에너지 정책은 석탄과 수력에 주로 의존했고 이는 전력생산 차질과 공업 생산가동률 저하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11년 8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가스관 사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 당시 우리 정부는 “유엔 대북 제재와 한국의 5·24조치는 가스관 협력과 무관하며,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하며 사업 재개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도 2012년 9월 과거 북한에 제공했던 차관 110억 달러 중 90%를 탕감하고 나머지를 양국 간 합작 프로젝트에 투입하기로 합의해 북한의 사업 참여를 독려했다. 하지만 2012년 이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인해 남북 관계가 경색되자 사업은 난항에 빠지게 됐다. 현재 남·북·러 가스관 사업은 중단된 상태다. 외교부 관계자는 13일 “현재 정부 차원에서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사안은 없다”면서 “남북 대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5·24 대북제재 조치도 유지되고 있어 사업 추진을 위한 여건 조성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일부도 “북한 문제도 걸려 있고 대규모 자본이 투자돼야 하는 사안이기에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사업의 불씨는 여전하다.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유라시아의 에너지 네트워크 구축을 강조했듯이 남북한과 러시아가 가스관 사업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많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때 주춤했던 협상 진척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2년 12월 12일 국정연설에서 “21세기 러시아 발전의 방향은 동쪽을 향하고 있다”면서 “시베리아 극동은 우리의 거대한 잠재력이며 이 잠재력을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고 극동 개발을 강조했다. 인프라가 열악한 극동 시베리아 지역은 지방정부의 재정여건도 취약하다. 특히 이 사업은 에너지 자원으로 국가의 힘을 비축해 소련 시절처럼 ‘강한 러시아’를 부활시키겠다는 목표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러시아는 극동 지역에서도 미·중·러의 ‘3국 체제’를 정립시킨다는 전략적 목표를 추구한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북한과의 경제 협력을 확대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효과가 있다. 결국 푸틴 정부 극동개발의 핵심은 시베리아의 가스를 동북아시아 시장에 공급하는 방향으로 귀결된다는 평가다. 이로써 러시아는 유럽을 보완할 수 있는 거대한 에너지 시장을 구축할 수 있다. 게다가 남·북·러 가스관 사업이 성공할 경우 동북아 문제에서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 행사를 견제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MB정부, 가스관 연결 MOU 체결 에너지원의 약 97%를 해외에 의존하는 한국에도 이는 저렴한 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통일연구원에 따르면 남·북·러 가스관이 개통되면 이를 통해 러시아에서 한국에 전달되는 파이프라인 천연가스(PNG)가 현재 배를 통해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보다 18~29%가량 저렴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PNG는 LNG와 달리 액화시키는 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대규모 저장시설도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남·북·러 가스관이 도입되면 동북아 가스 에너지 허브로서의 역할도 가능해진다. 게다가 가스관 사업을 통해 북한의 개방을 이끌고 남북 관계 개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성적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도 가스관 사업은 단비와 같은 존재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가스관 통과료 명목으로 연간 1억 달러 이상의 현금 혹은 에너지 등의 수입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약화시키는 ‘등거리 외교’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하지만 사업 재추진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국제전략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러시아나 북한이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갑자기 가스관을 봉쇄할 수도 있다는 리스크가 남아 적극적 사업 진행이 쉽지 않다”면서 “남북 관계도 경색돼 현재로선 사업이 불투명한 상태”라고 말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러시아는 극동개발을 통해 LNG 수입 국가 1·2위인 일본과 한국 시장을 노리고 있다”면서 “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가 악화돼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으로서는 난처한 상황에 처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남북관계 경색에 따라 난항 악화된 가격 경쟁력도 변수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한국가스공사는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과 수차례 협상을 갖고 상당 부분 세부 조건에 대한 의견 일치를 봤지만 단가에서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면서 “셰일가스를 고려할 때 러시아 측이 제시한 단가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요 기관의 전망에 따르면 미국의 셰일가스를 도입할 경우 액화비용과 수송비를 합해도 기존 아시아 시장 가격보다 25~30% 저렴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덧붙였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경제난으로 러시아가 북한에 투자할 만큼 여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투자환경이 좋다고도 할 수 없다”면서 “남북 관계가 아직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가스관 연결은 시기상조”라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는 오는 5월 제2차 세계대전 전승 70주년 기념식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초청했다. 이는 북한과 러시아가 가스관 사업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계기로 전망된다. 마침 북한도 지난해 11월 15일 발행한 북한 사회과학원 학보를 통해 “원유·천연가스 수송관의 부설과 시베리아횡단철도·조선종단철도의 연결이 주목되는 협력대상”이라고 전한 바 있다. 우리 정부도 2013년 10월부터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유라시아 에너지 네트워크 구축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다시 한번 남·북·러 가스관 사업이 추진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러, 北·中 갈등 틈타 한반도 영향력 증대?

    러시아가 북한과 군사훈련을 하는 실제 목적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자신들의 발언권을 강화하고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통일부는 9일 러시아 국방부가 지난달 30일 북한 및 쿠바 등과 연합군사훈련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외교적으로 고립된 상황을 타개하고 이에 대항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과 미국에 비해 발언권이 떨어지는 러시아가 북·중 간 갈등의 틈을 파고들면서 군사협력을 통해 한반도 내 영향력 증대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으로서도 북·러 간 군사협력 강화는 다음달로 예정된 ‘키리졸브’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대항하는 성격을 띨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쁠 것이 없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합동훈련이야말로 한·미 군사훈련을 상쇄하는 유일한 대응책으로 볼 수 있다. 일부에서는 북·러 군사협력에 대해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그 근거로 세계적인 저유가로 인해 경제적 타격을 입은 러시아가 시베리아 개발을 통해 출로를 찾으려는 상황에서 한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든다. 즉 과거처럼 북방 삼각(북·중·러) 군사협력으로 한·미·일과 군사적 대척점에 서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다만 여전히 러시아가 한국의 눈치를 보며 군사훈련을 취소하거나 축소하는 등의 속도 조절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는 에너지 하락 등 악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한국과의 경제협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할 것”이라며 “러시아 횡단철도와 한반도 가스관 연결 등을 위해서도 군사적 대결 구도는 피하려고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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