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대표기업 세계로 - 자동차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미국 ‘빅3’의 몰락 등 세계 자동차산업이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고효율’과 ‘소형화’가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우리 정부는 물론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정부도 강력한 연비 규제 정책을 내놓았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이른 시일 내에 하이브리드차 및 수소, 전기차 등 고연비 차량을 개발·출시하고 경소형차 비중을 늘려야 하는 고비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우리 자동차 업체들이 한 차원 높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혼란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경우 향후 경제 회복기에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불황 트렌드에 맞춘 적극적인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한편 노사 협력 체계와 생산체제의 유연성을 개선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현대·기아자동차 - 올 9조 투자… ‘그린카’ 4강 진입
‘그린카 4대 강국에 진입한다.’
현대·기아차가 친환경·고연비 소형차 개발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차세대 하이브리드차, 수소차, 전기차 등 첨단 친환경차를 잇따라 출시해 미래 자동차 트렌드를 선도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투자 규모는 9조원에 이른다. 친환경차 개발을 비롯한 연구·개발(R&D)부문에 3조원, 시설부문에 6조원을 투입한다.
R&D부문은 경기 회복기에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연비 차량과 친환경차 개발에 집중된다.
최근엔 ‘아반떼 LPI하이브리드’와 ‘포르테 하이브리드 Lpi’를 잇따라 출시해 국내 친환경 자동차 시대를 열었다. ℓ당 17.8㎞의 연비를 낸다. 가솔린 1ℓ 주유 비용으로 38㎞까지 주행할 수 있다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현대차는 이르면 연말쯤 아반떼·포르테 LPI하이브리드를 호주, 벨기에, 이탈리아, 폴란드, 중국 등 자동차 연료로 액화석유가스(LPG)를 많이 보급하는 국가들에 수출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풀(full) 하이브리드 기술을 적용한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선보인다. 기존 가솔린 차량과 비교해 50%의 연비 개선 효과를 자랑한다. 2012년에는 연료전지차를 상용화한다. 친환경차로 인한 고용효과가 2010년 2200여명, 생산유발효과가 4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에는 가정에서 직접 충전이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옵션으로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전용차를 출시한다.
글로벌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 미국시장에서 일본 닛산을 제치고 판매량 순위 6위로 부상했다.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포인트 넘게 오르면서 반기 기준 사상 최고인 7.4%를 기록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품질 개선 및 공격적인 마케팅, 특히 제네시스가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되고 현대차가 JD파워로부터 일반 브랜드 신차 품질 1위 업체로 뽑히는 등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양호한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브랜드 경영’과 기아차의 ‘디자인 경영’도 갈수록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기술과 품질에서 인정을 받으면서 ‘브랜드 경쟁력→수익성 증대→재투자→제품력 향상→브랜드 이미지 상승’이라는 선순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기아차의 경우 포르테, 쏘울 등 모델의 디자인 기술이 연일 전 세계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2011년 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이 일관제철소를 최종 완공하게 되면 고급 자동차 강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돼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현대모비스 - 하이브리드카 핵심모듈 양산
우리 자동차 산업의 숨은 조역은 국내 최대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다. 글로벌 시장에서 고속 질주하는 현대·기아차의 첨단 기술과 최고 품질의 부품 공급을 책임지고 있다. 차량 한 대당 약 40%가량 현대모비스의 모듈(부품 덩어리)과 부품이 채워진다. 국내는 물론 현대·기아차가 진출한 해외 생산기지 곳곳에 현지 모듈생산공장도 구축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내 부품산업에서도 현대모비스가 신기술 개발을 이끌고 있다.
신기술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유압 대신 전기모터를 이용해 최적의 조향 성능을 확보하게 도와주는 전동식 조향장치(MDPS), 코일스프링 대신 공기압을 이용해 승차감을 높여 주는 에어 서스펜션, 바퀴를 자동제어해 조향안전성을 높여 주는 능동형 선회제어 서스펜션(AGCS), 상황에 따라 에어백의 팽창 속도가 자동 조절되는 어드밴스트 에어백, 첨단 전자식 제동장치(MEB), 인공위성을 통해 도로상황에 따라 최적의 조향성능을 구현하는 인공지능형 전조등(AFLS) 등 다양한 기술들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거나 국산화에 성공했다.
올해 들어 제품과 신기술 부문에서 350여건의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래 자동차의 핵심분야인 친환경 기술과 차량지능화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 첫 발걸음은 하이브리드자동차 핵심부품 사업으로의 진출이다. 홍동희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장(부사장)은 “현재 하이브리드자동차용 핵심부품인 구동모터와 통합 패키지모듈(IPM)의 양산 준비에 돌입한 상태”라면서 “이 부품들은 하이브리드 자동차 전용부품 중에서 기능 기여도 부분에서 80% 이상을 차지할 만큼 핵심적인 부품으로, 앞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자동차와 연료전지차에도 함께 적용할 수 있는 공용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독자적으로 개발한 차량의 각종 전자제어시스템들을 하나의 장치로 제어할 수 있는 섀시통합 제어시스템도 성능개발을 완료하고, 양산개발에 착수했다. 2011년부터 양산차에 본격 적용된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르노삼성자동차 - ‘3색 융합’ 시너지효과 극대화
르노삼성자동차가 쾌속질주하고 있다. 2000년 9월 출범 이래 지속적인 판매 신장과 점유율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올 상반기(1∼6월)에는 국내 시장에서 5만 3612대를 팔아 시장점유율 8.7%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 늘어난 수치다. 특히 주력 차종인 SM5의 경우 중형차 시장에서 기아차 로체(19.1%)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2위(29.5%)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13일 출시한 뉴SM3는 판매 주문이 쇄도하면서 준중형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같은 배경에는 삼성자동차에서 ‘르노삼성자동차’로 다시 태어난 그들만의 성공 철학, 즉 ‘혁신적인 기업 문화’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르노삼성은 다국적 기업이다. 프랑스의 르노, 일본의 닛산, 그리고 한국의 삼성자동차가 한 곳에서 뭉쳐 만들어진 회사다. 이질적이고 상이한 세 나라의 경영 마인드와 기업 문화가 융합돼 또 하나의 기업 문화를 창출해 내고 있다. 르노삼성의 기업 문화는 한국 삼성의 우수한 인적 자원, 프랑스 르노의 혁신적인 경영 마인드, 일본 닛산의 기술 경쟁력이 접목돼 있다.
현재 르노삼성 임직원은 7562여명(2008년 말 기준)이다. 이 가운데 일부는 삼성자동차 출범 당시 삼성그룹에서 뽑힌 정예 멤버들이다. 또 출범 이후 새롭게 고용된 5500여명의 임직원들은 르노경영진과 닛산 기술자와 함께 국경과 문화를 초월해 하나가 돼 일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에서도 유일하게 ‘무(無) 노조 원칙’이 강조되고 있는 르노삼성에서는 노사간의 대립이나 파업이라는 단어는 찾기 힘들다. 그만큼 회사와 직원들간의 신뢰가 두텁다. 최적의 효율성과 철저한 책임 분배를 통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은 조직의 혁신과 빠른 의사 결정을 가져 왔다.
무엇보다 가장 효율적인 결론을 도출해 내기 위해 ▲전 부서가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자유롭게 토론을 하는 크로스(cross) 기능 ▲역할 분할과 전문가를 활용하는 아웃소싱 운영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를 통한 부품 공동 구매망 이용 ▲철저한 재무 관리를 위한 엄격한 재무 관리 시스템의 도입 등은 르노삼성이 새로운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도약하는데 발판이 됐다. 또 닛산의 기술력을 받아들여 제품력을 강화하는 발판으로 삼고 있다.
르노삼성은 “닛산의 기술력과 르노의 전통 및 한국의 우수한 인력이 조화를 이루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