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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일·생활 균형 향상… 서울·부산·제주 높아

    지난해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이 전반적으로 줄고, 남녀가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인식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0년 기준 전국 17개 시도 지역별 일·생활 균형 지수’를 보면 한 달 총 근로시간은 전년의 182.8시간에서 163.4시간으로, 초과근로시간은 12.2시간에서 10.0시간으로 각각 감소했다. 일에 대한 비중이 줄어든 것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택근무 등의 유연근무와 주52시간 근무 제도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유연근무제도 도입률은 19.8%에서 27.1%로 늘었고, 이용률도 11.6%에서 14.2%로 증가했다. 일·생활 균형 지수는 일, 생활, 제도, 지방자치단체 관심도 등 4개 영역의 24개 세부지표에 대해 실태조사 등을 통해 산출한 점수로 2017년부터 매년 발표되고 있다. 일 영역에서는 총근로시간과 휴가기간, 유연근무제 이용률 등을 조사하고, 생활 영역에서는 남성의 가사노동시간 비중, 평일 여가시간, 일과 여가생활의 균형 정도 등의 세부지표가 활용된다. 집안일을 남녀가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58.7%에서 62.1%로 상승했다. 제도 영역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배우자 출산휴가, 국공립보육시설 설치율 등이 모두 증가했다. 전국 평균으로는 일·생활 균형 지수가 53.4점으로, 전년(50.5점)보다 2.9점 상승했다. 광역시도별로는 서울(62.0점), 부산(61.2점), 제주(57.6점), 전남(57.4점), 세종(55.9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강원은 47.0점으로 가장 낮았고, 경북·전북·광주·인천도 40점대에 그쳤다. 고용부는 “2019년과 비교할 때 울산이 43.3점에서 55.4점으로 가장 크게 개선됐고, 이어 충남·경남이 상승폭이 컸다”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전담 부서와 인원을 확충하는 등 일·생활 균형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열린세상] 성평등한 농촌사회 만들기/조이한 아트에세이스트

    [열린세상] 성평등한 농촌사회 만들기/조이한 아트에세이스트

    나는 서양미술사나 미술작품을 통해 젠더 문제를 살피는 강의를 주로 한다. 2년 전에 강원도 횡성으로 이사를 하면서 지역 기반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이곳이 성평등한 마을 만들기 시범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연속적인 교육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다. 며칠 전에는 농촌 여성의 특수성에 초점을 맞춘 성평등 강의를 듣게 됐다. 강의는 매우 유익했다. 조사에 의하면 농민의 51%가 여성이지만 우리는 농민이라는 단어에서 남자 이미지만을 떠올린다. 농촌에서 여성은 농사일을 전적으로 맡아 하거나 최소한 동반자와 비슷하게 하지만 스스로를 농민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20%대에 머문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여성 농민 중에서 농지를 비롯해 자기 소유의 재산이 있는 여성은 30%대에 머문다. 농사는 물론 추수와 판매도 적극적으로 하지만, 가사 노동만은 전적으로 여성이 맡아 한다. 게다가 지역 사회와 공동체 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전통 지식의 계승과 발전에도 핵심 역할을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농촌사회에서 부차적인 존재로 인식된다. 동네 이장을 하는 여성은 10%도 안 된다. ‘어디 여자가…’라는 의식은 여전히 농촌사회에 견고하다. 허리 한 번 펼 새도 없이 소처럼 일하지만 통장은 비었고 직업인이라는 자부심도 찾기 힘들다. 농촌에서 성평등 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다. 흥미로운 내용의 강의가 끝나고 각자가 경험한 농촌사회 성적 불평등을 이야기하는 순서가 됐다. 나는 이사한 첫해에 마을 대동계에 참석했을 때 받은 인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동계는 1년에 한 번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식사를 하고 마을 대소사를 의논하는 자리다. 노인회관 마당에서는 남자들이 모여서 불을 피우고 석화를 구워 먹고 있었다. 석화를 좋아하는 여성이 왜 없을까만은 이상하게 마당에는 남자들만 있었다. 회관 안에서는 부녀회를 중심으로 중년 여성들이 식사를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고, 여성 노인들이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담소하고 있었다. 일반 사회에서 나는 결코 젊지 않지만 이곳에서는 젊은 세대에 속한다. 눈치껏 부엌일을 거들었다. 길게 늘어선 상에 음식이 차려지고 할머니들이 먼저 식사를 했다. 그사이 마을 회의를 하느라 다른 방에 모여 있던 남자들이 회의를 마치고 우루루 들어왔다.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할머니들이 식사를 하다 말고 자신이 먹던 밥그릇과 수저를 들더니 구석으로 좍 빠지는 거였다. 남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 빈자리에 앉아 새로 차린 상차림으로 식사를 했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순간 얼음이 돼 어찌할 바를 몰라 서 있다가 분위기에 밀려 정신없이 그들의 밥과 국과 반찬을 내오면서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타임머신을 타고 19세기나 20세기 초반으로 간 것 같았다. 더이상 그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아 옷을 챙겨 나오는데 부녀회원 한 분이 밥 먹고 가라고 붙잡았다. 나는 밥맛을 잃었고, 그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았지만 그분의 손에 이끌려 자리에 앉았다. 남자들이 먹던 식탁에, 그들이 남긴 반찬이 그대로 있는 상에 내 밥이 놓였다. 이야기가 끝나고 몇 분이 공감을 표했다. 모두 귀농 귀촌을 한 여성이다. 자신이 처음 대동계에 참석했을 때도 그 장면은 판에 박은 듯 똑같았다는 것이다. 10년이 지나도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원주민 여성은 대동계의 그 모습에 나를 비롯한 귀농인들이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에 오히려 놀랐다고 말했다. 여자들이 식사를 준비하고 상을 차려 그들을 먹이고 할머니들이 자리를 내주는 모습은 원래부터 그래 왔기 때문에 이상하게 생각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똑같은 사실에 이렇게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랐다. 너무나 ‘사소’해서 이런 걸 말해도 되나 싶은 ‘불평등’ 사례가 전혀 사소하지 않은 일이었음이 밝혀졌다. 다행스럽게도 그렇다면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마을기금을 써서 음식을 사서 해결할 수도 있고, 꼭 손수 음식을 만들어야겠다면 성별 따지지 말고 다 같이 음식을 준비하는 방법도 있다는 말이 나왔다. 변화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상한 것을 이상하다고 말하는 것에서 말이다.
  • [장동석의 뉴스 품은 책] 유리천장이 여성 노력 부족 탓이라고?

    [장동석의 뉴스 품은 책] 유리천장이 여성 노력 부족 탓이라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지방의 한 공기업이 채용 면접에서 여성 지원자에게 ‘회사 일과 가정 일 병행의 어려움’을 질문한 것에 대해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면접관은 시부모 봉양, 야근에 대한 남편의 이해, 출산과 육아 등을 언급하며 ‘결혼하면 회사 일과 가정 일을 병행하기 어려운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여성은 ‘문제없다’는 취지로 재차 대답했지만 면접에서 떨어졌고,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이 일은 한 사례일 뿐, 한국 사회는 취업하는 일에서부터 여전히 강건한 유리천장이 존재하는 사회다. 미국의 사회학자 아이린 파드빅과 바버라 레스킨이 함께 쓴 ‘유리천장 아래 여자들’은 노동시장의 성차별이 ‘산업화를 거치면서 형성되고 고착된 현상’이라고 강조한다. 남성과 여성, 즉 성별은 생물학적 구분에 불과한데 인류 출현 이래 생겨난 모든 사회는 ‘두 성별의 차이를 과장’함으로써 젠더의 차이를 만들어 냈다. 농업사회에서는 남녀 모두 자급자족 노동에 참여했지만, 산업혁명 이후 차이가 생겼다. 즉 임금 노동은 남성의 몫이 됐고 여성은 ‘남성을 뒷받침하는 가사 노동’을 전담했다. 남성에겐 부양할 가족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 아래 더 많은 임금을, 여성에겐 결혼하면 가정에 충실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낮은 임금을 준 것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지켜야만 하지만, 그것이 지켜지지 않아 성별 임금격차가 벌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미국의 고용통계를 보면 여성 노동자는 아예 이직이 잦거나 승진을 거의 할 수 없는 직종, 아니면 애초부터 낮은 임금을 주는 직종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고용주가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이 있다면, 업무 할당을 통해 얼마든지 여성을 차별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여성이 직업적 성공에 별 관심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일단의 경제학자들은 여성이 가정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느라 교육과 훈련 등에 투자하지 못한다고 주장했고, 어떤 사회학자들은 아이 때부터 각각 젠더에 맞게 사회화되면서 여성은 가정에, 남성은 직장에 더 치중한다고 주장했다. 여성이 더 많이 노력하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저자들은 “조직의 인사정책과 관행”,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법 집행기구의 활동”이 전제돼야만 “여성과 남성이 승진하고 책임을 맡을 기회가 균등”해진다고 강조한다. 기업과 국가는 결국 여성과 남성 모두가 일과 가정을 포기하지 않는, 더더욱 평등한 기회를 갖춘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 교육도 중요하다. 여성과 남성이 아닌, 인간으로 대접받는 일은 어려서부터, 아니 태어나면서부터 배워야 하는 일이다.
  • [씨줄날줄] 니가타 사도금광/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니가타 사도금광/서동철 논설위원

    일본 중서부의 니가타현 앞바다에는 사도시마(佐渡島)가 있다. 니가타항에서 쾌속 수중익선으로 1시간, 카페리로는 2시간 30분이 걸린다. 이 섬이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는 것은 동해의 아름다운 풍광에 더하여 일본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사도킨잔(佐渡金山) 때문이다. ‘사도의 금광’이라는 뜻이다. 사도섬은 에도 막부가 1603년 광산 일부를 직영화한 이후 400년 남짓 일본열도 최고의 금·은 광산으로 명성을 떨쳤다. 1989년 광산 문을 닫은 뒤에는 관광자원화 작업이 이루어졌는데, 400㎞에 이른다는 전체 갱도 일부에는 과거의 채탄 작업 광경을 재현한 탐방 코스가 설치됐다. ‘사도 골드 파크’에서는 사금 채취 체험도 할 수 있는데, 종종 횡재하는 관광객도 있다고 한다. 사도광산은 메이지유신 이후 영국인 기술자들을 초빙해 근대적 광산기술을 적용하면서 생산성을 크게 높였다. 일본은 1937년 중일전쟁을 일으킨 이듬해 ‘중요광산물증산법’을 공포하면서 더욱 채굴량을 늘려 나갔는데, 현재 남아 있는 사도킨잔의 중요 유적은 대부분 이 시기에 건립된 것들이라고 한다. 우리가 사도광산을 기억해야 하는 것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따르면 일본의 조선인 강제 동원은 1939년 7월 28일 ‘조선인 노무자 내지(內地) 이주에 관한 건’이라는 이름의 ‘정책 통첩’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사도광산의 조선인 동원은 이보다 앞선 1939년 2월에 이미 시작됐다. 청부제로 조선인들을 동원했는데, 모집책이 임금 일부를 제하고 지급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일부를 제한 임금마저 조선인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도광산에서 노역한 조선인은 2000명 남짓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부분이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일본측 공문서로도 확인된다. 니가타 노동기준국이 작성한 ‘귀국 조선인에 대한 미불임금채무 등에 관한 조사에 관해’에는 1949년 2월 25일 조선인 1140명에 대한 미지급 임금으로 23만 1059엔 59전이 공탁된 사실이 담겨 있다. 미지급금은 끝내 조선인 노역자들에게 돌아가지 않았고, 공탁금은 1959년 5월 11일 일본 정부의 국고에 편입됐다는 것이다. 일본은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는 국내 절차를 밟고 있다. 군함도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나가사키현 하시마를 2015년 세계유산에 등재하면서 ‘강제노역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하라’는 유네스코 권고를 무시한 일본이다. 아무리 그럴듯하게 포장해도 강제노역이 이루어진 광산은 아름다울 수 없다. 유네스코도 같은 잘못은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 [여기는 인도] 印주부들, 25분마다 1명꼴로 극단적 선택…이유는?

    [여기는 인도] 印주부들, 25분마다 1명꼴로 극단적 선택…이유는?

    2020년 한 해 동안 인도에서 2만 2372명의 가정주부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주부들의 극단적 선택 뒤에는 끔찍한 가정폭력이 있었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인도 국가범죄기록국(NCRB)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사람은 15만 3052명이었으며, 이중 가정주부는 14.6%를 차지했다. 이는 인도의 가정주부 전체를 통틀어 봤을 때 하루 평균 61명, 약 25분에 1명꼴이다. 현지에서는 주부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이어지는 이유로 가족문제 및 결혼 관련 문제 등을 꼽고 있다. 정신 건강 전문가들은 특히 가정 폭력이 주부들의 극단적 선택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인도 내에서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가정주부의 30%가 배우자 폭력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매일 반복되는 고된 가사노동과 억압된 분위기가 결혼생활을 버티기 어렵게 한다는 분석도 있다. 현지의 임상 심리학자인 우샤 베르마 스리바스타바 박사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법적 결혼 연령인 18세가 되자마자 결혼한 뒤 아내와 며느리로서 가사노동을 시작한다. 종일 요리와 청소 등 집안일을 처리하면서 개인적 자유는 사라지고 모든 종류의 제약이 가해진다”면서 “교육과 자신의 꿈은 더는 중요하지 않게 되는 반면, 절망과 실망이 시작되면서 존재 자체가 고난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나이가 든 가정주부의 극단적 선택에는 또 다른 배경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리바스타바 박사는 “자녀가 커서 분가한 후 빈둥지증후군을 겪거나 우울증 등이 동반되는 갱년기 증상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면서 “극단적 선택은 예방할 수 있다. 당신이 누군가를 잠깐이라도 멈추게 한다면 그들은 멈출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이러한 분석과 달리, 조사 결과를 발표한 NCRB는 가정주부의 극단적 선택 원인에 가정폭력을 언급하지 않았다. 현지의 정신과 의사인 수미트라 파타레 박사는 BBC와 한 인터뷰에서 “내가 직접 진행한 독립적인 연구에 따르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인도 여성의 3분의 1은 가정폭력에 시달린 경험이 있었다”면서 “남편이 아내를 때리면 아내는 충동적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NCRB의 이번 조사 결과가 축소돼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라는 사실이다. 파타레 박사는 “지난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이 15만 명으로 조사됐다면, 실제 건수는 60만 명 이상일 것”이라면서 “유엔(UN)의 목표는 2030년까지 전 세계의 자살인구를 현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지만, 도리어 인도는 2019년에 비해 2020년 자살인구가 10%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 무작정 상경한 두 처녀, 탈농촌·도시화의 상처 껴안은 건 용서와 화해

    무작정 상경한 두 처녀, 탈농촌·도시화의 상처 껴안은 건 용서와 화해

    1950년대 농촌서 서울로 도망간 두 여성일확천금 꿈꿨지만 현실은 뒷골목 여인신부 찾아온 두 남자 ‘화해의 손’ 내밀어무작정 상경 경계·분열된 국민감정 통합 김정애 KBS 노래자랑서 눈에 띄어 데뷔경쾌한 노래로 슬픔에도 새 힘 생성시켜젊은이들이 떠나고 아기 울음소리마저 끊긴 농촌의 현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박재홍의 ‘물방아 도는 내력’(1953), 배호의 ‘두메산골’(1963), 나훈아의 ‘강촌에 살고 싶네’(1971), 홍세민의 ‘흙에 살리라’(1973), 그리고 배일호의 ‘신토불이’(1993)까지 농촌을 지키려는 의식이 깃든 노래가 끊임없이 나오는 것은 농촌 공동화에 따른 부작용을 염려하는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나 같은 시골 총각은 남자도 아닌가/ 여자 여자 없소 여자 여자 없소/ 나 좀 장가들게 해 줘’. 필자가 작곡한 이용주의 ‘여자 없소’(2020)도 마찬가지다. 농촌 인구의 대대적인 도시 이동을 예견했던 노래가 있으니 바로 김정애의 ‘앵두나무 처녀’(1956)다. 중장년층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이 노래는 신세계를 동경하는 당대 사람들의 심리와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따뜻하게 포용하는 휴먼 드라마가 담겨 있어 더욱 사랑받는 곡이기도 하다.‘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농업 본위의 산업 구조를 채 벗어나지 못했던 1950년대. 농촌에서는 일손 하나가 아쉽던 시절이지만, 농업에 기반한 생활은 육체 노동에서 벗어날 수 없어 늘 고달프기만 했다. 더구나 여성들은 살림과 출산, 육아 및 노동으로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아침밥을 지어 식구들을 먹이고, 설거지를 마치면 일꾼들의 새참을 준비해 논밭으로 가야 했다. 일꾼들이 새참을 먹을 동안 여성들은 쉬지도 못하고 잡초나 피를 뽑거나 밭고랑의 김을 맸다. 점심을 나르고 또 새참을 나르고 저녁밥을 지어 올리고 난 후 온 식구들이 잠들어도 일거리는 산적해 있었다. 인두와 다리미로 옷과 동정에 풀을 먹여 다렸고, 물레로 실을 잣고 베틀을 놓아 실을 뽑고 옷감을 짜야 했다. 여성들의 삶은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강행군의 연속이었고, 이러한 고된 생활에 진력이 날 수밖에 없다. 이런 농촌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한 마을의 두 처녀가 서울로 도망을 가면서부터 동네가 발칵 뒤집히는 상황을 그리면서 ‘앵두나무 처녀’는 시작된다.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났네/ 물동이 호미자루 나도 몰라 내던지고/ 말만 들은 서울로 누굴 찾아서/ 이쁜이도 금순이도 단봇짐을 쌌다네’. 우물가는 빨래터와 함께 동네 아낙네들의 정보교환장이다. 아낙네들은 우물에서 양동이에 물을 긷는 그 짧은 순간에 간밤에 동네에서 일어난 긴급 뉴스를 죄다 공유한다. 앵두나무가 둘러선 우물가에서 듣자 하니 ‘서울은 온 거리마다 자동차가 쌩쌩 달리고 전기가 들어와 네온불이 현란하게 돌아가며 빌딩이 하늘 끝 간 데까지 맞닿은 별천지’라는 것이다. 농사일에 이골이 나 있던 이쁜이와 금순이는 그 말을 듣고 이내 단봇짐을 꾸려 서울로 내뺐다. 노랫말 중에 나오는 ‘물동이’는 살림을, ‘호미자루’는 농사일을 대표하는 환유법으로 그것들을 내던졌다는 것은 살림과 농사일을 내팽개쳤다는 뜻이다.탈농촌화는 이때부터 서서히 시작돼 1960년대 이후 도시화의 물결이 대대적으로 이뤄진다. 서울에 가면 일확천금과 벼락출세를 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안고 가난했던 농촌 사람들은 도시로 도시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이쁜이와 금순이를 환영할 도시는 없었으니 이게 문제였다. 도망간 신붓감을 찾으러 서울로 올라간 복돌이와 삼용이는 뒷골목에서 웃음을 파는 ‘에레나’(주점에서 일하는 여성이 사용한 가명)가 된 이쁜이와 금순이를 발견한다. 자신의 신붓감이 뒷골목 여인이 돼 있는 것을 목격한다면 우리는 선뜻 용서해 줄 아량이 있을까. 더구나 이 당시는 여성들에게 정조를 강요하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던 때다. 그런데 복돌이는 ‘헛고생을 말고서 고향에 가자’며 이쁜이를 달랜다. 자신을 너그럽게 용서하고 화해의 손길을 내밀어 준 복돌이의 마음에 이쁜이는 눈물을 쏟는다. 용서를 통해 이쁜이에게 새로운 삶의 길을 열어 준 복돌이의 마음에는 6·25전쟁은 물론 멀리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반목하고 분열된 국민 감정을 통합하고자 하는 시대 정신이 은근하게 녹아 있다. ‘앵두나무 처녀’는 1956년 도미도레코드에서 발표됐다. 작사가 천봉이 가사를, 작곡가 한복남이 곡을 썼다. 경쾌한 스윙 리듬에 실린 김정애의 노래는 봄볕처럼 따뜻하고 해맑다. 김정애의 가수 데뷔는 시작이 사뭇 특이했다. KBS에서 처음으로 노래자랑이 시작돼 엄청난 인기를 모으자 전국 각지에서 공개방송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그때 대구에 주둔하던 공군에서 비행기를 제공하며 방송을 유치했고 대구 군부대에서 전화 교환 업무를 담당하던 김정애는 노래자랑에 나가게 된다. 김정애는 백설희의 ‘아메리카 차이나타운’을 불렀고 방송 관계자의 눈에 띄어 KBS 전속가수가 된다. 이후 ‘앵두나무 처녀’와 ‘닐니리 맘보’ 등을 발표하면서 스타 반열에 오른다. 30여년간 가수 활동에 전념한 그는 1987년 간경화로 세상을 뜨기 한 달 전까지 무대에 올랐다. 민요에서도 나타나듯이 우리 민족은 시름겨운 일상이나 한을 노래할 때 오히려 경쾌한 리듬에 노래한다. 슬픔을 슬픔으로 끝나게 하지 않고 새로운 힘을 생성시키는 지혜를 가지고 있다. ‘앵두나무 처녀’도 무작정 상경에 경종을 울리는 골계미, 에레나가 된 두 처녀의 비극미, 그리고 용서와 화해로 막을 내리는 우아미까지 다양한 미의식의 전환을 경쾌한 스윙 리듬을 통해 들려준다. 이 노래는 탈농촌과 도시화 물결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그 시대의 단면도로서 유행가의 본령을 보여 준다. 또한 상처를 용서와 화해로 통합한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교훈을 던진다. 작곡가·문학박사
  • [길섶에서] ‘워킹대디’/전경하 논설위원

    [길섶에서] ‘워킹대디’/전경하 논설위원

    대선을 앞두고 정당의 인재 영입전이 벌어지고 대기업 임원 인사철까지 겹치면서 ‘워킹맘’이라는 단어가 종종 언급된다.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 생활도 성공적으로 했다는 걸 드러내려 했겠지만 반갑지만은 않았다. ‘워킹대디’라는 표현은 잘 안 쓰면서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것을 은연중 강조하기 때문이다. 맞벌이를 하는 남자 후배들을 만나면 쌍둥이 아들을 키운 워킹맘의 육아와 가사노동 노하우를 스펀지처럼 받아들이는 경우를 본다. 워킹대디도 고단하다.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양가 부모 등 누군가에게 전적으로 의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출산과 양육은 국가의 존속을 가능하게 하는 일이지만 국가는 이를 개인의 문제로 떠넘겨 왔다. 출산율을 높이는 것에만 초점을 두다가 최근에서야 ‘모든 세대가 함께 행복한 사회’로 목표를 바꿨지만 수십년 동안 지속된 헛발질은 여전하다. ‘인구절벽’이라고 경고하면 알아서 아이를 낳는다고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차라리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한국 사회에서 애를 낳는 사람은 바보”(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라는 말이 반갑다. 남녀 차별적 요소가 없기 때문이다. ‘워킹맘’도, ‘워킹대디’도 아닌 ‘부모’라는 단어만으로 충분히 고단함이 드러난다.
  • [인사] SK하이닉스, 고용노동부, 매일경제TV, 농협은행 전북영업본부

    ■ SK하이닉스 ◇ 신규 연구위원(Fellow) 선임 △ 유동철 이동근 ■ 고용노동부 ◇ 과장급 전보 △ 중앙노동위원회 법무지원과장 김남용 ■ 매일경제TV ◇보임 △ 미디어사업국장직대 성태환 △ 보도국장직대 김종철 △ AD마케팅국장직대 겸 신규사업국장직대 김웅철 △ 기술국장직대 구창회 △보도국 영상취재부장 최민수 △ 편성제작국 편성기획부 SNS팀장 문장원 △ 편성제작국 편성기획부 OAP팀장 심원보 △ 미디어사업국 전문가사업부 TM상담실 팀장 성준호 ◇부장대우 승진 △ 미디어사업국 전문가사업부장직대 윤성대 ◇차장 승진 △ 미디어사업국 전문가사업부 증권아카데미·주머니 팀장 이경록 △ AD마케팅국 오환 △기술국 기술부 윤학균 ◇차장대우 승진 △ 기술국 기술부 강웅 △ 편성제작국 CG팀장 장진아 △ 편성제작국 편성기획부 총괄팀장 오창길 △ 편성제작국 제작1부 팀장 성주영 △ 심의팀장 김형렬 ■ 농협은행 전북영업본부 △ 영업본부장 장경민
  • 이재명 “성적 지향 타고나는 것…차별금지법 입법해야”

    이재명 “성적 지향 타고나는 것…차별금지법 입법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9일 “동성애는 누가 일부러 선택한 게 아니라 그냥 원래 있는 것이다. 있는 건 있는 그대로 인정해줘야 한다”면서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날 광주 조선대학교에서 열린 지역 대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서 “차별금지법은 필요하다. 입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차별금지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성별, 장애 유무, 나이, 출신 국가, 성적 지향, 학력 등 어떠한 사유로도 차별을 받지 않고 평등권을 갖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다만 이 후보는 “현실적으로 곡해와 오해가 상당히 존재한다”며 “충분한 논쟁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서 충분히 사회적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예를 들어 혹시 내가 동성애자를 지지하지 않으면 처벌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더라”며 “그런 우려를 걷어내고 필요하면 보완 장치를 두는 과정 등을 거쳐서 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합의가 대체적인 공감을 말하는 것이지, 모두 동의하는 것을 말하는 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한 학생이 동성애자의 입양 허용 여부 이슈를 거론하자 “현재 차별금지법은 추가적인 지위를 부여하는 것까지는 아니고 차별하지 말라는 것까지”라며 “동성애자가 아니라도 혼자 사는데 입양은 안 된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그렇게 하는 것은 더 이상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동성애자를 바라보는 시각과 관련해서는 “선택할 수 있느냐, 원래 있던 것이냐에 대한 이해의 차이가 갈등의 원천”이라며 “제가 이해하기로는 원래 있는 것이다. 성적 지향도 타고나는 것인데 그것으로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후보는 성별 할당제와 관련해서는 “기회가 적다 보니 청년들이 남녀로 나뉘어 ‘오징어게임’처럼 편을 먹기 시작한 것”이라며 “저는 경기도 공무원을 임용해봐서 안다. 남성들이 할당제 혜택을 많이 본다. 30%에 미달해서 강제로 남성에 할당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 사회 여성에 대한 성차별은 현재도 매우 심각해서 단기간에 개선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승진부터 일과 가정의 양립, 가사노동 분담까지, 같은 일을 해도 보수 차이가 나고 채용에도 불리함이 있다”고 진단했다.
  • 오미크론 공포에 해외 빗장 걸어도 국내는 완화하는 일본의 속사정

    오미크론 공포에 해외 빗장 걸어도 국내는 완화하는 일본의 속사정

    일본 정부가 전 세계로 확산 중인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에 대비해 아프리카 일부 국가의 입국 제한에 나서는 한편 국내는 방역조치를 완화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8일 오전 0시부터 오미크론 변이 위험국인 모잠비크, 말라위, 잠비아 등 아프리카 3개국에 대해 입국 강화 조치를 시행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나미비아 등 아프리카 국가 입국 강화 조치에 더해 모두 9개국에서 귀국 시 10일간 정부가 지정하는 시설에 대기하도록 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8일부터 유학생 등을 대상으로 외국인 신규 입국을 조건부로 해제했지만 남아공 등 9개국의 신규 입국은 불허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오미크론 변이 대책은 한층 더 강화될 방침이다. 홍콩과 벨기에 등에서도 오미크론 변이가 발견되면서 이 지역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 등도 검토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가 해외 각국을 상대로 빗장을 굳게 걸어둔 한편 국내에서는 위드코로나(단계적 방역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나가사키현은 29일, 기후현은 다음달 1일 각각 음식점 인원 및 체류 시간제한 방침을 해제하기로 했다. 지역별로 회식 인원수는 4명 이내, 2시간까지 등의 방역 지침을 정했지만 현재까지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의 75% 이상이 이러한 방역 지침을 해제했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해외에는 엄격하고 국내에는 느슨한 방역 지침을 내세우는 데는 일본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 수가 100명대 안팎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본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급감한 이유에 대해 그 어떤 전문가도 제대로 설명하고 있지 못한다는 점이다. 델타 변이가 일본에서 멸종했을 수 있다는 가설, 지난 8월 5번째 재확산 당시 긴급사태선언으로 외출자제 및 백신 접종이 영향을 줬다는 등 각종 추측만 난무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후생노동성은 2차 백신 접종 후 3차 백신 접종까지의 기간을 8개월 이상으로 하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고 있고 백신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있어 접종 시기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요구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 육아를 경력으로 인정하려면?…“돌봄노동 정책 제안하세요”

    육아를 경력으로 인정하려면?…“돌봄노동 정책 제안하세요”

    “돌봄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면 무엇이 바뀔까요?” 서울 성동구가 전국 최초로 육아를 경력으로 인정하는 조례를 제정·공포한 데 이어 공론화에 나선다. 27일 구에 따르면 다음달 2일까지 제1회 데이터 콘텐츠 공모전인 ‘성동프라이즈’를 개최한다. ‘서로 돌보는 사회가 되려면’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공모전은 돌봄 노동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정책 방안’과 돌봄 노동의 사회적 가치가 인정될 때 ‘달라질 미래상’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 참가자들은 돌봄 노동과 관련한 각종 통계자료와 정보 등을 공유하며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이번 공모전은 미디어 플랫폼 기업인 ‘얼룩소’(alookso)와 협력해 추진한다. 구와 ‘얼룩소’가 분담해 지급하는 상금은 총 360만원(금상 100만원 외, 참가상 5만원 등)이다. 참가만으로도 상금을 받을 수 있다. 공모전은 다음달 2일까지 ‘얼룩소’ 홈페이지에 개설된 ‘성동프라이즈’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구는 공모전에 제시된 다양한 의견들을 정책 등에 적극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구는 ‘경력단절’이라는 용어를 ‘경력보유’로 변경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에는 육아, 가사, 간병과 같은 무급 돌봄 노동에 대한 경력인정서를 발급하는 내용도 담겼다. 정혜승 얼룩소 대표는 “얼룩소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회문제를 논의하는 공론장”이라며 “‘성동프라이즈’는 돌봄노동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데이터에 일상의 경험이 보태지면 우리 사회의 갈 길이 자연스레 보이게 될 것”이라며 “성동프라이즈에 올라올 다양한 의견과 생각을 꼼꼼히 살펴본 뒤 구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 청소·빨래·요리하는 노인…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산다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청소·빨래·요리하는 노인…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산다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된 지 겨우 3주가 지났을 뿐인데 코로나19 확산세는 연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비상계획이 언급될 정도로 심각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을 빼앗긴 지 2년째로 접어들면서 사람들의 신체활동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조사 결과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신체활동이 줄면 각종 질병에 시달리게 되고 평균 수명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노년층일수록 이 같은 경향성이 더 크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왔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인간진화생물학과, 브리검여성병원 예방의학부, 매사추세츠종합병원 심혈관질환부 공동연구팀은 나이가 들어서도 규칙적인 신체활동을 하는 것이 질병 발생과 노화를 늦춰 주며, 이 같은 메커니즘은 진화를 통해 새겨져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합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PNAS 11월 23일자에 실렸습니다. 연구팀은 동물관찰 실험, 세포실험과 고인류 화석 분석을 통해 신체활동이 각종 질병을 예방하고 수명 연장 효과까지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수명은 증가하고 있지만 건강하지 못한 노년을 보내는 이들이 많은 이유도 이 같은 진화의 결과를 역행하고 있는 행동 때문이라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연구팀은 세포실험을 통해 신체활동이 잉여 칼로리 소모를 촉진시켜 체내 염증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을 제거할 뿐만 아니라 세포와 조직 손상을 차단해 준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신체활동 부족은 세포나 유전자 복구 능력을 떨어뜨려 당뇨와 비만, 암, 골다공증, 알츠하이머, 우울증 등을 쉽게 유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비슷한 연구 결과가 영국의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BMJ 오픈 11월 23일자에도 실렸습니다. 싱가포르 노인의학연구소(GERI), 싱가포르기술대 보건사회과학부, 국립싱가포르대 정신의학과 공동연구팀은 규칙적인 가사활동이 노인들의 인지능력 퇴화를 막고 다리 힘을 길러 낙상 예방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65세 미만 남녀 249명과 65세 이상 남녀 240명을 대상으로 다리 근육량과 균형감 같은 신체지수와 기억력, 언어능력, 주의력 등 인지기능을 검사하고 평소 가사 참여도와 빈도를 설문조사해 비교했습니다. 연구팀은 가사 이외 신체활동이나 별도의 운동 영향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가사의 영향력만 조사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65세 미만의 경우 가사가 인지 및 신체능력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했지만 65세 이상 노년층의 경우 침대 정리, 빨래 널기, 청소, 요리 등 매일 규칙적인 가사활동을 하는 이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기억력, 주의력, 신체기능 점수가 각각 12%, 14%, 23%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연구를 주도한 진화생물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 대니얼 리버먼 하버드대 교수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면서 신체활동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라면서 “과거 인류가 수렵채집하던 시절처럼 활동적일 필요까지는 없지만 간단한 가사를 통해 하루 20~30분 정도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질병과 사망 위험을 상당히 낮춰 준다”고 말했습니다.
  •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메타버스’에 반한 정치인들… 수요자가 원하는 정책 세워야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메타버스’에 반한 정치인들… 수요자가 원하는 정책 세워야

    이달 초 스웨덴의 전설적인 팝그룹 ‘아바’(ABBA)가 40년 만에 새로운 앨범을 선보였다. 1972년 결성된 이후 10년 동안 팝의 본고장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휩쓸었던 아바와 그들의 뒤를 이어 인기를 끌었던 ‘에이스 오브 베이스’ 같은 스웨덴의 뮤지션들은 인구 1000만명의 작은 나라에서도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문화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증명하는 좋은 사례가 됐다. 다른 나라라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말았겠지만 모범생 한국은 달랐다. 스웨덴은 팝음악을 좋아하고 뛰어난 뮤지션이 많은 나라이지만 시장이 작기 때문에 영어 가사로 된 곡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사용했다는 얘기가 우리나라에는 하나의 교과서처럼 전해졌다. 학습이 빠른 한국은 현대화 과정에서 먼저 성공한 나라, 특히 우리처럼 작지만 영리하게 세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나라들을 보고 배우려 했다. 적국에 둘러싸여 생존을 위협받으면서도 굳건하게 버틴 이스라엘도 한때 우리에게는 중요한 모범사례였다.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변화시킨 아이폰을 들고 나왔을 때 “우리는 왜 저런 걸 먼저 만들지 못했느냐”며 자책한 나라는 아마 한국밖에 없었을 거다. ●서구의 뜨는 신개념 포장, 이해 못 하고 정책화 그리고 그런 정신으로 노력한 결과 우리는 많은 성공을 거두었다. 자동차와 스마트폰 같은 제조업은 물론이고 이제는 음악과 영화 같은 문화상품으로도 세계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한국은 이제 아바를 가진 스웨덴을 부러워하던 반세기 전의 나라가 아니다. 그렇게 우리가 선 곳보다 넓은 세계(시장)를 열심히 바라보는 자세는 현대 한국인의 사고와 생활 방식을 만들기도 했다. 가령 한국의 도로 사정은 유럽이나 일본에 가깝지만 우리가 자동차를 주로 수출하는 미국 시장에 집중하다 보니 한국인이 좋아하는 자동차의 크기나 디자인은 미국 취향에 더 가깝다. 무엇보다 해방 이후 수십 년을 그렇게 살다 보니 세계적인 유행과 조류에 민감한 것이 한국인의 사이키(프시케·psyche)가 됐고, 해가 바뀔 때마다 ‘○○○○년 트렌드’라는 제목의 책들이 서점을 뒤덮는다. 물론 주위 환경과 흐름에 민감한 것도 사회적 지능의 일종이고 경쟁력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학벌 중심 사회에서 사교육이 판을 치듯, 사회가 한 방향으로 달릴 때는 이를 이용해서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해외(대부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사회)에서 뜨는 그럴듯한 개념을 재빨리 가져와 제대로 이해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조잡스럽게 상품화해서 파는 정치인들이 대표적이다. 2013년 탄생한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전부터 ‘창조경제’를 외쳤다. 스마트 자동차부터 신재생에너지까지 9개의 전략 산업을 만들고 심지어 이를 수행할 미래창조과학부라는 새로운 부처까지 만들었지만 정작 창조경제가 정확하게 뭘 의미하는지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게다가 이미 민간기업들이 열심히 해 오던 것들이어서 정부가 굳이 개입할 이유도 없었고, 한국이 더이상 박정희 시절처럼 국가가 주도하는 경제도 아니었다. 그 9대 전략 산업 중 하나가 ‘재난안전관리 스마트 시스템’이었는데 결국 대형 안전재난이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린 것을 생각하면 창조경제 정책의 성과가 어땠는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2012년 창조경제를 공약으로 내세운 박근혜 후보 진영은 이 개념을 어디에서 가져왔을까. 영국의 경영전략가 존 호킨스가 쓴 ‘The Creative Economy’(창조적 경제)에서 가져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대단히 유행했던 것도 아니었고 주로 문화 예술, 미디어 등에 방점이 있는 주장이었지만 한국의 대통령 후보는 이를 가져다가 5G 이동통신부터 스마트워치, 의료기기까지 ‘뜬다’ 싶은 것들은 모두 집어넣는 신공을 발휘했다. 박근혜 정부만 그렇게 한 것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도 외국에서 유행하는 개념은 정치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들은 마치 십대 아이들의 유행어를 열심히 배워서 대화에 사용하려는 나이 든 부모처럼 대충 비슷하기는 한데,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어색하게 새로운 개념을 열심히 사용한다. 70대의 독일 경제학자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만들어 퍼뜨렸을 때만 해도 가장 열정적으로 반응한 기업들은 이미 그 분야의 최고 기업들이 아니라 다소 전통적인 기업들이었다는 점에서 다소 우스꽝스러웠다. 하지만 정치권은 어김없이 이 유행어를 가져다가 사용했고, 대통령 직속의 ‘4차산업혁명위원회’까지 만들었다. 정부에서 ‘혁명위원회’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건 우습다는 얘기도 많았지만, 아이들의 유행어를 잘 모르고 따라하는 부모가 대개 그렇듯 별로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다. 물론 창조경제나 4차 산업혁명이나 정치인들이 외친다고 특별히 나쁠 건 없다. 어차피 각 분야에서 전문가들이 애쓰고 있는 걸 포장만 새롭게 했을 뿐 민간이 하고 있는 일을 정부가 돕겠다는 정도라면 (유행어를 써서라도 아이들과 소통하려는 부모처럼) 그 관심과 노력이 가상한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이렇게 ‘선진국에서 주목하는 개념’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으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정치인들에게 일종의 트렌드 학습을 시켜 주는 용도로는 이보다 좋은 방법도 찾기 쉽지 않다.●공유경제 유행… 플랫폼기업이 쓰며 원뜻 상실 그러나 이들의 관심이 지나쳐 무리를 할 때가 있다. 가령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의 유행이 그랬다. 이 개념 역시 서구의 학자가 만들어 내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이는 플랫폼 기업들이 사용하면서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순수한 의미를 빠르게 상실했다. 공유경제는 값싼 시간제 노동력, 권익을 보호할 필요가 없는 긱(gig) 노동자들을 사용하려는 기업들에 의해 기존 산업을 무너뜨리는 것이 마치 불가피한 미래의 트렌드로 포장하는 데 동원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비판받는 개념도 한국으로 건너오면 하나의 정책으로 탈바꿈해서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 같은 것들이 도출된다. 그래도 무늬만 공유인 공유경제의 문제점이 드러나자 슬그머니 관심을 내려놓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세계적인 유행어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치인들의 습관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 2021년 한국 정치인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건 메타버스(metaverse)다. 메타버스는 정치인들이 좋아하는 핫 키워드의 모든 요소를 갖춘 최신판이다. 백인 남성(닐 스티븐슨)이 수십 년 전에 만들어 낸 개념이라 일단 ‘출신’이 좋을 뿐 아니라 페이스북, 에픽게임즈처럼 잘나가는 실리콘밸리의 테크기업들이 요즘 들어 줄기차게 메타버스를 외치고 있기 때문에 신뢰감도 준다. 스스로 새로운 방향을 찾는 건 힘들어해도 누구보다 빨리 달릴 수 있는 모범 주자 한국에는 이보다 더 확실한 출발 신호도 없다. ●인기상품은 소비자 요구가 뭔지 찾아내 성공 하지만 과연 그럴까? 메타버스가 인터넷의 다음 장이라는 사실 자체를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최근 미국의 일부 테크기업들이 메타버스를 외치는 이유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의구심을 갖고 있다. 궁극적으로 플랫폼 간 상호 운용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메타(meta), 즉 초월적 연결이 불가능한데 현재 기업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그저 각자 만들고 있는 플랫폼을 홍보하는 것 이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메타버스를 가장 열심히 추진하는 기업이 ‘열린 바다’였던 인터넷을 ‘가두리 양식장’으로 만들고 돈벌이를 위해 사회를 분열시킨 장본인이라는 사실은 그들이 주장하는 메타버스가 과연 좋은 세상인지를 의심하게 만든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 앞장서서 메타버스를 구축하고 그 세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자는 주장에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메타버스 시정’을 구현하겠다는 서울시의 계획과 추진 과제를 보면 “민원상담 서비스를 메타버스에서 아바타 공무원과 만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거나 “확장현실 기술을 적용한 장애인 안전편의 콘텐츠를 개발”하겠다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요구한 적도 없고 원하지도 않는 서비스를 순전히 공급자의 입장에서 보여 주기 행정으로 개발하고 진행할 것 같은 불안감이 앞선다. 이렇게 새로운 개념에 쉽게 반하는 정치인들에게 꼭 해 주고 싶은 조언은 한국의 제품과 콘텐츠가 어떻게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됐는지 살펴보라는 것이다. 기업들은 다짜고짜 자신들이 원하는 걸 만든 게 아니다. 잠재 소비자들이 있는 해외시장을 오래도록 연구했고, 그를 통해 세계인들이 원하는 것이 뭔지 찾아냈기 때문에 성공했다. 정책에서도 중요한 건 핫 키워드가 아니라 수요자들의 목소리다. 오터레터 발행인
  • 코로나19 자녀 돌봄 ‘불평등’...10가구 중 9가구 “엄마가 했다”

    코로나19 자녀 돌봄 ‘불평등’...10가구 중 9가구 “엄마가 했다”

    여성정책연구원 심포지엄에서 논문 공개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기혼 여성 10명 중 6명은 자녀 돌봄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여성이 거의 전적으로 돌봄을 책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19일 열린 ‘2021 여성가족패널 학술심포지엄’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코로나19 이후 기혼취업 여성의 삶의 변화가 스트레스 및 직무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논문을 공개했다. 해당 논문에서 김은하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와 클리블랜드 주립대학교 심리학과 박사과정 김지수씨는 ‘여성가족패널(KLoWK)’ 8차 자료를 활용해 코로나19가 기혼여성 근로자 여성의 삶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여성가족패널 조사는 여성의 삶과 가족 구조, 일자리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06년부터 구축한 전국 규모의 패널조사를 말한다. 이번 8차 조사에 참여한 표본은 2229가구로 코로나19 발생 이후인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3개월 동안 코로나19가 미치는 영향에 따른 여성의 삶의 변화를 측정한 가장 최신 자료라고 연구진은 소개했다. 이번 8차 조사에 참여한 가구의 사회 배경을 살펴봤을 때, 정규직 비중은 여성 61%, 남성 91%로 나타났다. 또 월평균 소득은 여성 200만 원, 남성 388만 원으로 188만 원가량 소득 격차가 있었다. 주당 평균 돌봄 시간은 여성의 경우 ‘2시간 미만’(76.2%)이 가장 많았지만, 남성의 경우 ‘10분 미만’(68.8%)이 대부분이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이후로도 여전히 여성과 남성의 가사노동 및 돌봄 노동 간 격차가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변화를 묻는 항목에는 응답자의 14.5%가 ‘하던 일의 보수 또는 소득(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응답했다. 노동 시간이나 소득 변화가 없다는 응답자는 75.6%에 달했다. 코로나19 이후 여성의 삶의 변화를 살펴보면 가사노동시간이 증가했다는 응답자가 37%에 달했다. 돌봄 노동의 변화를 살펴보면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어려워졌다는 응답자가 61.7%를 차지했다. 또 응답자의 89.8%는 코로나19 당시 가장 어린 가구원을 돌본 사람이 ‘자녀의 어머니’라고 답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자녀 돌봄 부담의 책임은 여전히 여성에게 국한됐으며 젠더화된 한국 가정의 돌봄과 가사노동이 코로나19 이후 더 악화한 것을 시사한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연구진은 나아가 젠더화된 돌봄 부담(Care Burden)이 코로나19 이후 더욱 확대됐고, 이는 여성의 스트레스와 직무만족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연구진은 돌봄 부담의 증가와 관련 국가와 직장의 적극적인 예산지원 및 정책의 유연성, 남성육아휴직 의무화 및 공동육아 정책의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가사근로자도 최저임금, 4대보험 적용받는다

    가사근로자도 최저임금, 4대보험 적용받는다

    가정에서 청소와 세탁, 돌봄 등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사 근로자도 최저임금이 보장되고 4대 보험에 가입하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18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내달 28일까지 일반 국민의 의견을 듣는다고 밝혔다. 제정안은 가사근로자법이 내년 6월 16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법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기 위해 마련됐다. 가사근로자법은 통상 파출부나 가정부로 불리는 가사근로자들의 근로자 지위를 공식 인정한 데 의미가 있다. 노동부는 제정안에서 가사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보호하기 위해 가사 서비스 제공기관이 4대 보험 가입과 최저임금을 준수하도록 명시했다. 해당 기관은 전용면적 3평 이상의 사무실을 두고 근로자를 5인 이상 고용해야 한다. 자본금 규모는 5000만원으로 규정했다. 영세 기관의 난립으로 인한 서비스 질 하락을 막기 위해서다. 또 대표자 외에 관리인력 1명을 두도록 규정했다. 다만 가사근로자가 50명 미만일때는 대표가 관리업무를 겸임할 수 있다. 최소 근로시간은 주당 15시간 이상이지만, 경영상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고용보험법을 따르도록 했다. 고용보험법에는 기준달 매출액과 직전 2분기의 분기별 월평균 매출액이 계속해서 각각 20% 이상 감소 추세에 있는 경우 등을 불가피한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또 근로자는 기관에서 고지 받은 서비스 제공시간을 1주일간 채운 경우 주당 평균 1회 이상 유급휴일을 보장받는다. 1년간 실제 근로 시간이 계약상 서비스 제공 시간의 80% 이상일 때는 15일의 유급휴가도 사용할 수 있다. 서비스 제공기관은 불편사항 신고 및 처리절차, 배상한도, 직업 소개업과 겸업 여부 등을 직접 공개해야 한다. 제정안은 노동부 누리집(www,moel.go.kr)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여기는 남미] 아르헨 환경미화원, 국회의원 당선 “사회 취약 계층 대변”

    [여기는 남미] 아르헨 환경미화원, 국회의원 당선 “사회 취약 계층 대변”

    "사회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어요." 국회 입성을 확정한 알레한드로 빌카(45)는 이렇게 당선 소감을 밝혔다. 14일(현지시간) 실시된 아르헨티나의 중간선거에서 현직 환경미화원이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현지 언론은 "직업에 귀천이 있을 수 없지만 환경미화원 출신 국회의원은 매우 드문 사례"라면서 "국회의원으로서 그의 역할에 벌써부터 사회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후후이주(州) 태생인 빌카는 전형적인 빈곤층 출신이다. 그의 어머니는 가사도우미 등 세 가지 일을 하며 열심을 돈을 벌었지만 가정형편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때문에 빌카는 어릴 때부터 4명의 동생과 함께 길에서 만두를 팔며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그는 "형제들보다 운동화 수가 적었다"면서 "형제끼리 운동화를 빌려 신어야 했다"고 회상했다. 어려운 형편을 이겨내기 위해 그는 성장하면서 다양한 직업을 전전해야 했다. 식당 웨이터, 미장공, 아이스크림 장사, 플라스틱 공장 직원, 보험판매 등 기억에 남는 직업을 대충 꼽아도 5~6가지에 이른다. 현직은 환경미화원이다. 그는 매일 밤 쓰레기차에 매달려 달리며 쓰레기를 수거한다. 11년째 하고 있는 일이다. 평범하게 살던 그는 20대 초반이던 1990년대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아르헨티나에 신자유주의 바람이 불면서 빈부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할 때였다. 빌카는 "동생들에게 한 끼를 먹이기 위해 고생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생생하다"면서 "신은 왜 우리를 이렇게 외면하는가 라는 원망이 들면서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했다. 사회의 모순을 규탄하는 각종 시위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후후이주에 좌파 정당 '노동자 좌파전선'이 생기면서 그는 적극적으로 정당활동에 뛰어들었다. 열정적인 활동으로 당원들의 인정을 받은 그는 2011년 주지사후보로 공천을 받았지만 득표율 1.93%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정당활동을 계속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21년 그는 마침내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다. 14일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노동자좌파전선은 유효표의 25.15%를 얻어 득표율 3위 정당으로 부상했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시행하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선거제도에 따라 1위 후보로 공천된 그는 하원 입성을 확정했다. 빌카는 "어렵게 사는 사회 취약계층을 대변하는 사람이 되겠다"면서 "사회의 변화가 가장 낮은 곳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입증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 [부희령의 다초점 렌즈] 불편한 만남/소설가

    [부희령의 다초점 렌즈] 불편한 만남/소설가

    1984년 즈음이었다. 출근 시간에 사람으로 꽉 찬 버스를 타고 한강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나는 다리를 건너자마자 내려야 했기에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미리 출입문 앞까지 나갔다. 손잡이 기둥에 몸을 의지한 채 출입문 계단 중간에 서 있던 버스 안내원의 얼굴을 내려다보게 되었다.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로 진입하던 나와 비슷한 또래의 여성이었다. 차들이 정체돼 버스는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고, 출입문 유리창 밖에는 강물이 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무심코 안내원의 얼굴을 보다가 그녀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나지막하게 따라 부르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당시에 유행하던 조용필의 노래였다. 버스차장 혹은 안내양이라고 불리던 여성들이 아직 존재하던 시절이었다. 그들은 하나뿐인 버스 출입문으로 승객을 태우고 내려주면서 요금 받는 일을 했다. 승객이 모두 타면 버스 몸통을 손으로 쾅쾅 치는 동시에 “오라이!”를 외치거나, 발 디딜 틈 없이 꽉 찬 버스 안으로 승객을 밀어넣고 아슬아슬하게 손잡이에 매달려 문을 닫던 모습이 안내원에 대한 내 기억의 전부였다. 노량진으로 향하는 버스 속에서 혼자 유행가를 흥얼거리는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창밖에 보이는 강물이나 그녀의 파리한 안색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서정적 노래 가사가 마음을 흔들었을 수도 있다. 그 순간 그녀는 나에게 그냥 버스 안내원으로 보이지 않았다. 기쁨과 슬픔과 외로움을 느낄 수 있으며, 잠깐 숨돌리는 시간에 창밖을 보며 노래하는 개성을 지닌 한 사람으로 보였다. 그동안 나는 수백 명의 버스 안내원들을 만났을 테지만, 조금 과장하자면 그 직업을 가진 진짜 사람을 처음으로 만난 것 같았다. 그때 내가 슬픔이나 연민을 느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 무렵 나는 오직 나와 소수의 주위 사람들만을 위해 울 수 있었다. 나는 잠시 그녀가 느끼는 감정을 함께 느낄 수 있었으나, 그로 인해 불편한 상황에 갇힌 당혹스러운 기분이 됐다. 무엇이 불편했을까. 나는 학생이고 그녀는 돈을 벌고 있는 노동자라서? 그건 사실이기도 했지만, 사실이 아니기도 했다. 학생은 공부하고 노동자는 일한다. 그뿐이다. 그가 누구든 무슨 일을 하든 세상을 향해 거리낄 것 없다. 그러나 그 시절 버스 안내원으로 일하는 사람이라면 경제적으로 어려워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했을 것이고, 강도 높은 노동의 대가로 형편없는 임금을 받으면서 온갖 수모에 시달려야 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같은 또래의 빈곤층 저학력 여성이 받는 차별과 사회적 편견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것이 내가 느낀 불편의 근원이었다. 나는 알고 있었고, 그녀가 노래하는 모습을 목격한 순간 그것을 모르는 척할 수 없게 돼 버린 것. 영국의 학자 시어도어 젤딘은 ‘새로운 만남은 잃어버렸던 희망을 소생시킨다’고 했다. 그날 버스 안에서 나도 그녀와 새롭게 만났다. 그리하여 나와 그녀를 불편함 속에 가둬 버린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희망을 보았다는 해피엔딩을 맞이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날 이전과 이후의 내가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된 것은 분명하다. 사람들은 추수가 끝난 논바닥에 세워져 있는 볏단들처럼 서로 기대어 존재한다. 나의 세상이 달라졌다면 그녀의 세상도 달라졌을 거라는 희망을 품어 볼 수는 있겠다. 국회의 차별금지법 심사 기간이 2024년 5월까지 연장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가 거리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 속에는 성별, 성적 지향, 종교, 사상, 학력, 장애 등의 이유로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받는 이들이 있다. 그건 나일 수도 있고 당신일 수도 있다. 차별금지법은 그런 우리가 새롭고 불편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것이 뒤로 미뤄지면서 불편함 속에서 천천히 싹틀 변화의 희망도 잠시 사라졌다.
  • ‘소득 파악 사각’ 특고 소득자료 제출 1년→1개월

    ‘소득 파악 사각’ 특고 소득자료 제출 1년→1개월

    11일~30일 소득, 내달 말까지연간 200만원 세액공제 혜택도소득정보 파악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특수고용직(특고) 노동자에 관한 소득자료 제출 주기가 1년에서 1개월로 줄었다. 10일 국세청에 따르면 대리기사, 가사도우미, 캐디 등 8개 업종 종사자에게 사업장을 제공하거나 용역을 알선한 대행업체 등의 사업자는 오는 11일 소득발생분부터 종사자의 소득자료를 매달 제출해야 한다. 용역제공자가 사업자에게 대가를 받으면 종사자의 세금을 국가에 대신 납부하는 원천징수 대상이 되지만 고객 개인에게 직접 대가를 받게 되면 원천징수 대상이 아니다. 소득자료는 원천징수 대상이 아닌 경우 제출하고 대상이 되는 경우에는 간이지급명세서를 내면 된다. 11일부터 이달 말까지 발생한 소득자료는 내달 31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제출 주기가 단축되기 이전인 올해 1월부터 이달 10일까지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는 기존과 같이 내년 2월 말까지 소득자료를 제출하면 된다. 대리운전·퀵서비스 용역제공자의 경우 내년 소득발생분부터는 대행업체가 플랫폼을 통해 용역을 알선하면 플랫폼 사업자가 소득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소득자료를 매달 제출 기한 안에 전자제출하면 연간 200만원 한도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내년 1월 이후 소득발생분부터는 소득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시정명령을 거쳐 건당 2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 나가사키 원폭 76년 만에 한인 위령비… 하늘도 울었다

    나가사키 원폭 76년 만에 한인 위령비… 하늘도 울었다

    ‘이 비는 원폭으로 인한 수난의 역사를 영원히 기억하고, 희생당한 동포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바치고자 하는 우리의 작은 증표입니다. 영령들이시여, 고이 잠드소서!’ 1945년 8월 9일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에 희생된 한국인들을 위해 이 문구가 새겨진 위령비가 만들어지기까지 76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당시 총 사망자 수는 7만 4000명. 이 가운데 많게는 1만여명이 당시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반도 출신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일본 나가사키시 원폭기념관 앞 평화공원에서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제막식이 열렸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 나가사키현본부가 나가사키시와 기나긴 협의를 한 지 27년 만의 일이다. 위령비 건립을 추진한 강성춘 건립위원장 겸 민단 나가사키현본부 단장과 여건이 민단중앙본부 단장, 강창일 주일대사, 이희석 주후쿠오카총영사, 무카이야마 무네코 나가사키시의회 공명당 대표 등 한일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했다. 일기예보에도 없던 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참석자들은 자리를 지키며 위령비가 세워진 의미를 되새겼다. 일본 고등학생 평화사절단은 평화와 추모의 의미로 1000마리의 종이학을 접어 위령비에 바쳤다. 원폭이 떨어졌던 그날을 기억하며 오전 11시 2분에 맞춰 묵념을 할 때 일부 참석자는 우산도 쓰지 않고 빗속에서 희생자를 추모했다. 위령비를 감싼 흰 천이 내려지자 3m 높이의 ‘한국인원폭희생자 위령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위령비는 당초 3.5m로 만들려고 했지만 시 당국이 반대해 3m가 됐다. 위령비 앞에는 한국어와 일본어, 영어로 각각 비문에 대한 안내문이 적혀 있었다. ‘태평양전쟁 말기에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노동자, 군인 및 군무원으로 징용, 동원되는 사례가 증가하였고’라는 글귀가 있는데 이는 시 당국이 ‘강제 동원’이란 표현을 반대해 절충한 결과다. 강성춘 건립위원장은 “위령비의 형상, 비문의 내용 등 문화 및 견해차로 좀처럼 진전을 볼 수 없었다”며 “끈질기게 협의를 거듭해 한국인 동포의 손으로 염원하던 위령비를 건립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원폭 피해자인 권순금(95) 할머니는 “뭐라고 말할 수 없이 기쁠 뿐”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원폭으로 여동생 두 명을 잃은 권 할머니는 건강 문제로 제막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전날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강창일 주일대사는 추도사에서 평화공원에 다른 나라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비가 이미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지금까지 한국인 위령비가 없었던 것에 대해 일본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단체별 ‘500인 미만’은 지켰지만… 30여개 4400명 모여 ‘불안한 도심’

    단체별 ‘500인 미만’은 지켰지만… 30여개 4400명 모여 ‘불안한 도심’

    故 홍정운 추모 행진 등 동시다발 집회법당·교회 등 종교시설도 신도들 북적“확진 2000명대인데…” 재유행 우려도고삐 풀린 음주운전… 나흘 새 1486건 7일 오후 2시쯤 서울광장 앞에 청년 50여명이 모였다. 청년들의 손에는 약 한 달 전인 지난달 6일 전남 여수시의 한 요트 선착장에서 요트업체 대표의 지시로 홀로 잠수 작업을 하다가 사망한 홍정운(18)군의 사진과 팻말, 현수막이 들려 있었다. 팻말과 현수막에는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 ‘학교에서 노동교육 실시하라’ 등의 구호가 있었다. 청와대 근처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까지 약 1시간 동안 걷는 청년들의 발길을 따라 고인이 평소 즐겨 들었다던 ‘밤하늘의 별을’ 노래가 거리에 퍼졌다. ‘내 곁에만 있어 줘. 떠나지 말아 줘’라는 가사가 무색하게 참혹하게 떠난 고인을 추모하는 행진이 진행되는 동안 경찰이 도로 1개 차선을 통제했다. 종로구 조계사는 초삼일 기도를 위해 모인 신도로 북적였다.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 신도들이 기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마련된 200여석은 오전 10시가 되기 전에 만석이 됐다. 중구 명동성당에도 이날 오전 10시를 앞두고 300여명의 신도가 몰렸다. 지난 1일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1차 개편(1단계) 시행 이후 첫 주말을 맞은 이날과 6일에는 서울 도심 지역에서 500인 미만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이제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와 미접종자 구분 없이 참여하면 99명, 접종 완료자와 PCR(유전자증폭) 검사 음성 확인자 등만 참여하면 499명까지 집회할 수 있다. 집회 참여자는 “뜻을 함께하는 많은 사람과 오랜만에 함께하며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날 이주노동자 70여명이 종로구 전태일다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외국인 노동자들의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경찰에 따르면 앞서 30여개 단체 및 개인이 서울 도심 지역에서 총 4400여명 규모의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이틀 동안 기동대 25개 부대 1500여명의 경찰관을 투입해 집회 질서를 유지했다. 6일 오후에는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시민단체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주최한 집회가 열렸다. 주최 측은 사전에 홈페이지를 통해 집회 참여 신청을 받았다. 참여자들은 접촉식 체온계를 통한 체온 측정을 받고 경찰이 도로 2개 차선을 통제해 확보한 공간에 차례로 앉았다. 130m 길이의 행렬을 만든 집회 참여자들은 ‘탈원전’ 스티커를 붙이거나 ‘기후위기 스톱(STOP)’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마스크를 착용하고 “지금 당장 기후정의” 등의 구호를 외치며 보신각 광장까지 행진했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온 박계성(47)씨는 “우리 아이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위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집회에 참여했다. 그동안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릴 기회가 없었다”며 아이들과 함께 만들었다는 푯말을 들어 보였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재유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도심에서 만난 강한성(69)씨는 “집회의 자유는 보장받아야겠지만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다시 2000명대로 접어들었는데 너무 많은 인원이 모이는 집회는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완화된 방역조치로 음주운전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4일 전국 경찰의 음주운전 집중단속에서 적발된 건수는 모두 1486건에 달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올해 1월~지난달 하루 평균 음주운전 적발 인원은 67.4명이었던 반면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 시행 이후에는 92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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