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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 담은 수필집 ‘인생4계’ 펴낸 ‘물띠’ 소설가 안정효

    자연 담은 수필집 ‘인생4계’ 펴낸 ‘물띠’ 소설가 안정효

    우리 문단에는 유명한 낚시광들이 많다. 작고한 소설가 서기원이 틈날 때마다 낚시 가방을 둘러메고 천하를 주유했고, 소설가 이외수는 춘천 의암호를 아예 자신의 저수지처럼 거의 매일 찾곤 했다. 지금도 의암호 인근 J낚시터 사장은 이외수의 낚시 사진을 보물처럼 사무실에 걸어 두고 있다. 한데 낚시광 작가들이 얼마만한 대어를 잡았다느니 하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이들은 모두 낚시터에서 붕어나 잉어가 아닌 ‘작품’을 낚았던 것이 아닐까. 유명한 낚시광인 소설가 안정효가 수필집 ‘인생4계’(황금시간 펴냄)에서 그 이유를 풀어 냈다. “평일의 낚시터가 나에게는 언제나 훌륭한 일터가 되어서, 밤낚시를 하다가 무료해지면 멀리서 구슬프게 짖는 개와 소쩍새와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천막 ‘집필실’에서 일을 했고, 산들바람에 별들이 어른거리는 하늘 아래서 또는 잔잔하게 이슬이 내리는 파라솔 밑에서 갑자기 시흥(詩興)이 돋아 원고지를 꺼내기도 했으며, 때로는 자동차 안에다 모기향까지 피워 놓고 거울에 매달아 놓은 손전등 밑에서도 글을 썼다.”(30∼31쪽) 뱀띠(1941년생)이지만 스스로 ‘물띠’라고 우기는 작가는 거의 매주 낚시를 다닌다. 주로 지인들과 강화 석모도를 즐겨 찾는다.20년 넘게 석모도를 다니면서 섬사람들과 호형호제하면서 경조사를 챙길 정도로 깊은 인연을 맺었다. 작가는 자신에게 있어 낚시를 “인생을 낚아 글로 쓰기 위한 숙제”라고 정의한다. 그런 점에서 자연과 인생에 대한 관조와 격문들이 넘친다. 물론 모두 낚시를 매개로 터득한 것들이다. ‘인생4계’는 봄·여름·가을·겨울이 순환하는 4계(季)지만 또한 4계(誡)이고,4계(界)이기도 하다. “많으면 무조건 좋다면서 엄청나게 많은 고기를 잡으려는 우 순경 낚시꾼처럼, 무엇이나 무작정 많으면 그것이 미덕이라는 착각에 빠져….”(66쪽) 한때 무지막지하게 많은 물고기를 잡던 그에게 지인이 희대의 살인마를 빗대 비난조로 붙여준 ‘우 순경 낚시꾼’이라는 별칭은 그에게 ‘빈 것’의 위대함을 일깨웠다. 작가는 서문에서 “비워 놓은 마음을 가득 채우는 기쁨은 욕심을 버리는 지혜에서 시작된다.”면서 “고기를 안잡고도 즐거운 낚시는 바로 그런 것”이라고 말한다. 책을 읽는 기쁨 한가지 더.100여점의 삽화를 모두 작가가 직접 그렸다. 중·고등학생 시절 만화가가 꿈이었던 작가는 부모의 반대로 무산됐던 꿈을 5일 만에 100여점의 삽화로 완벽하게 되살려 냈다. 신문기자, 번역가, 소설가에 이어 삽화가로서 4번째 직종의 데뷔를 한 셈이다.359쪽,1만 2000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유아용 국산 애니 ‘빼꼼의 머그잔 여행’ 22일 개봉

    유아용 국산 애니 ‘빼꼼의 머그잔 여행’ 22일 개봉

    주말에 아이들이랑 어디를 갈까 고민하는 어른들에게 ‘애니메이션 영화’를 권한다. ‘빼꼼의 머그잔 여행’(감독 임아론, 제작 RG애니메이션스튜디오)은 이제 막 ‘말다운 말’을 시작하는 3세부터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인 5세, 즉 유아를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가장 큰 특징은 간결하면서 대사가 거의 없다는 것. 대사 대신 내레이션으로 처리했다. 주인공들의 대사는 거의 의성어에 가깝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철저히 맞춘 영화로 유아용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성공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EBS와 투니버스에서 TV시리즈로 방송 중인 장편 애니메이션 ‘빼꼼’을 임아론 감독이 극장용으로 만들었다.TV시리즈 ‘빼꼼’은 프랑스 안시를 비롯한 각종 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TV부문에 초청됐으며 미국 카툰네트워크, 영국 BBC, 프랑스 M6 등 세계 20개국에 수출되기도 했을 정도로 영상과 내용이 아름답고 교육적이다. 주인공은 곰인형을 좋아하는 아기 ‘베베’와 베베가 모험 여행에서 만난 곰 ‘빼꼼이’, 멋쟁이 신사 펭귄 ‘꽁꽁’, 빼꼼이와 꽁꽁의 사랑을 받는 미녀 펭귄 ‘도도’, 만능 재주꾼 도마뱀 ‘후다닥’이다. 겁쟁이 베베가 모험을 통해 용기를 얻는 과정과 함께 친구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사가 없는 대신 중요한 의미 전달자는 음악과 효과음이다. 영화음악을 처음 작업한 김태균 음악감독은 민요 ‘새타령’을 편곡하거나 ‘유아용 트로트’ 선율을 직접 작곡해 친숙한 멜로디를 만들어냈다. 음악만으로 주인공들의 심리상태가 잘 전해지는 게 꼭 마술 같다. 크리스마스에 겁 많은 베베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로부터 마법의 목걸이를 선물받는다. 실수로 목걸이를 돌린 베베 앞에 커다란 머그잔이 나타난다. 머그잔이 베베를 데려간 곳은 몸이 꽁꽁 얼 정도로 추운 북극. 집에 가기 위해 목걸이를 찾으려는 베베 앞에 북극곰 빼꼼이와 젠틀한 면모를 지닌 펭귄 꽁꽁, 멋부리기 좋아하는 펭귄 도도가 등장한다. 이들은 베베를 집으로 데려다 주려 하지만 그때마다 엉뚱한 곳에 떨어진다. 열대지방에서 만난 후다닥의 가방 속에는 없는 게 없다. 급기야 아주 무서운 ‘용용이’까지 만나는 험난하고 스릴 넘치는 여행이 펼쳐진다. 아이들의 ‘까르르∼’하는 웃음 소리가 극장 안에 가득해질 때면 어느새 집으로 돌아온 베베의 편안한 얼굴을 볼 수 있다. 전체 관람가이며 오는 22일 개봉한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씨줄날줄] 폴리페서/이목희 논설위원

    과거 군출신 집권자들은 대학교수를 좋아했다. 군사정권의 정당성 부재를 보완하고, 가방끈이 짧은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려는 의도였다. 당시 영입된 교수들은 어용의 오명을 쓰고 학자로서 신망을 잃어갔다.1987년부터 대통령 직선제가 되자 대선주자 진영에서 이데올로그 발굴에 나섰다. 대선캠프 자문교수단이 등장한 것도 그 시점이었다. 폴리페서(polifessor)는 정치와 교수의 영문자를 따서 만든 조어다. 현실정치에 참여하려는 교수들을 제대로 망라한 조직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처음 만들었다.1992년 대선 때 동숭동팀의 위력은 막강했다. 빵빵한 기획력을 가진 동숭동팀 출신들은 이후 정부 위원회를 장악하며 정치교수 양산시대의 모태가 되었다. 1997년,2002년 대선을 거치며 폴리페서의 숫자가 크게 늘어났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학생들의 수업과 학사운영을 걱정할 정도로 정치교수 바람이 불고 있다. 참여정부 인사정책 때문이라고 본다.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당선 가능성이 낮았다. 비주류, 소장, 지방출신 학자들이 주로 노 후보를 도왔다. 노 후보의 당선은 그들에게 일종의 대박이었다. 후원 교수군은 정부 요직을 속속 차지했다. 원로 학자들에겐 박탈감을, 소장·중견 학자들에게는 “줄만 잘 서면 나도 무슨 자리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수필가 피천득 선생은 영국 옥스퍼드대 베이리얼 칼리지에서 받은 감동을 잔잔하게 전했다. 카펫보다 푹신한 정원의 잔디를 밟을 특권은 오직 교수에게 주어진다. 왕에게도 대출을 허락하지 않는 책들을 향유하며, 천하의 영재를 가르치는 이들. 학생 지도와 독서 이외에는 아무 일에도 쫓기지 않는 여유를 누리는 이들. 피천득 선생이 부러워한 대학교수의 모습이었다. 아카데미즘과 리얼리즘의 대립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때부터 있었던, 이천년 이상된 논쟁거리다. 그러나 대학의 담장안에서 아카데미즘의 품격을 지킨다고 리얼리즘이 비켜가지 않는다. 천하를 도모할 아이디어가 있으면 필요한 쪽에서 찾아오는 법이다. 불나방처럼 현실의 권력을 좇는 정치교수들은 베이리얼 칼리지의 교수들을 떠올려야 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럭셔리·헬스케어 ‘섹터펀드’ 인기몰이

    럭셔리·헬스케어 ‘섹터펀드’ 인기몰이

    펀드가 대중화되면서 특정 업종에 집중 투자하는 섹터펀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고령화사회에 대비한 헬스케어펀드나 전 세계적 자산가가 늘어나면서 성장성이 점쳐지는 럭셔리펀드가 최근 인기다. ●세계 명품시장 연 7% 성장 전망 지난달 럭셔리펀드가 두개 출시됐다. 럭셔리펀드란 명품을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이다. 명품을 살 수 있는 고액 자산가 수가 급증함에 따라 세계 명품 시장이 연 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 착안한 펀드이다. 고액자산가란 부동산을 제외한 순 금융자산이 1백만달러 또는 10억원 이상인 사람을 말한다. 고액자산가가 지난 10년간 연 8% 정도 늘었고 특히 러시아, 인도, 한국의 증가속도가 빠르다. 컨설팅회사인 어니스트 앤드 영은 중국 명품 시장이 앞으로 9년간 25% 성장한다고 봤고 베인컴퍼니는 러시아 명품시장이 10년간 10배 성장할 것으로 봤다. 반면 명품 기업은 진입장벽이 높다. 오랜 전통과 혁신적 브랜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영업마진은 20∼30% 수준으로 일반 소비재 회사보다 높다. 일반 자동차 영업마진은 3∼4%, 일반 소비재 섹터는 2∼4% 정도이다. 꾸준한 성장세를 예상할 수 있는 셈이다. 지난달 나온 우리CS운용의 ‘글로벌럭셔리주식투자신탁’은 복제펀드이다. 프랑스에서 같은 펀드를 운용하는 크레디트스위스운용팀이 운용하지만 국내에 설정된 펀드라 비과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가별로 보면 프랑스에 42%를 투자하고, 섹터별로는 가방·구두 등 가죽제품과 의류부문이 30%이다. 이외에 한국투신운용의 ‘월드와이드럭셔리주식’, 기은자산운용의 ‘럭셔리라이프스타일주식’ 등이 있다. 모두 90일 미만 환매시 환매수수료가 있고 총보수는 1.89∼2.83% 수준이다. ●고령화로 제약 소비 급증 고령화는 다른 말로 노년층의 증가이다. 미국 통계청에 따르면 미국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전 연령층 평균보다 의약품을 4배 이상 쓴다.2005년 현재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고령인구비율은 미국이 12.3%다. 우리나라는 9.4%로 낮은 편이지만 진행속도가 빨라 2025년이면 19.6%로 미국(17.7%)보다 높을 전망이다. 헬스케어펀드는 의료 및 헬스케어 관련 기업들에 투자하는 펀드다. 주식시장과 상관관계가 낮다는 점에서 분산 투자처로도 꼽힌다. 지난달 미래에셋운용에서 ‘글로벌헬스케어주식’이 나오는 등 헬스케어펀드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푸르덴셜자산운용의 ‘Pru글로벌헬스케어’는 헬스케어·바이오테크 관련 주식만을 14년째 운용하는 캐나다계 자산운용사 SAM이 위탁, 운용한다. 선진국 시장의 유망제약사, 헬스케어 전문업체, 바이오업종 등에 투자하는 펀드로 지난해 7월 설정 이후 지난 12일 현재 193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한국운용은 전세계 운용사의 헬스케어펀드에 투자하는 펀드오브펀드(재간접펀드) 구조이다. 환매수수료가 없고 선취판매수수료로 납입금액의 1%를 뗀다. 지난해 4월 설정된 이후 31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피델리티헬스케어’는 비과세혜택이 없는 역외펀드이다. 국내에 설정된 두 펀드와 달리 환헤지가 되지 않는다. 최소투자금액이 2000유로(249만원)이며 선취수수료가 1.5%로 다소 높은 편이다. 대신 환매수수료가 없다. 이외에 마이에셋운용의 ‘마이에셋Wellness주식형’, 현대와이즈운용의 ‘히어로-생로병사주식’도 헬스케어펀드로 분류된다.‘히어로 생로병사’는 헬스케어 외에도 노령화와 웰빙, 기타 여가활동과 관련된 기업들에도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시론] 북·미 관계 새 봄은 오는가?/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시론] 북·미 관계 새 봄은 오는가?/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 합의 이후 북핵 해결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북·미간 적대관계 해소를 위한 본격적인 양자회담이 눈길을 끈다.‘2·13합의’ 이행을 위한 워킹그룹회의의 일환이지만, 북·미간 뉴욕 실무회담에선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문제, 적성국 교역금지법에 의한 경제제재 해제,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포함한 북핵폐기 초기이행조치 등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다뤄야할 거의 모든 의제를 다뤘다. 김계관 부상과 힐 차관보는 이구동성으로 “회담분위기가 아주 좋았고, 건설적이고 진지했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클린턴 행정부 말기인 2000년 10월 북·미 공동코뮈니케를 만들 때와 유사한 북·미관계 개선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미관계 개선 움직임이 빨라진 것은 북한이 핵실험이란 충격요법을 통해 미국을 자극했고, 미국도 대북정책 변화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미국은 양자회담 불가방침을 바꿔 지난 1월 베를린에서 북·미 양자접촉을 진행했고,5차 6자회담 3단계 회의에서는 선 핵폐기 주장을 거둬들이고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수용해 북핵폐기의 첫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잘못된 행동에 보상없다.’는 원칙도 후퇴해 금융제재 해제와 에너지 지원을 약속했다. 미국의 변화는 북한 핵실험 이후 한반도에 대한 현상유지정책에서 현상변경정책으로의 정책전환을 시사하는 것이다.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할 수 없는 미국이 다급한 사정을 반영해서 핵을 포기할 경우 대북 적대시정책을 철회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임에 따라 북핵시설에 대한 ‘불능화’ 약속을 받아낼 수 있었다. 미국의 변함없는 원칙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핵폐기(CVID)다. 핵실험 이전 미국은 무시정책으로 일관하면서 김정일 정권교체,‘북한위협론’에 따른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 미·일동맹 강화 등에 주력했다. 하지만 핵실험 이후에는 핵확산 방지와 비핵화 실현을 위해서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다. 북핵 해결을 늦출 경우 핵 보유고는 늘어나고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부시 대통령의 한국전 종료선언 시사 발언 등을 통해 대북 적대시정책 전환을 시사하고 북한의 핵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전 종료선언을 들고 나온 것은 북한에 핵을 버릴 수 있는 명분을 줄 테니 ‘김일성 유훈’에 따라 비핵화를 실현하라는 것이다. 이번 실무회담에서 주목할 부분도 북·미가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메커니즘을 논의키로 합의함으로써 평화포럼 출범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중국이 1970년대 초 미·중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1978년 등소평 등장 이후 개혁개방을 본격화한 경험에 비춰볼 때 북·미 적대관계 해소는 북핵해결의 지름길이고,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지난해 11월 부시 대통령이 한국전 종료선언을 할 수 있다는 용의표시에 미국의 ‘진정성’이 있다면 북·미 적대관계 해소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과 관련한 놀라운 진전이 있을 수 있다. 특히 남북한과 한반도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이 3국 정상회담 또는 북·미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을 각각 열어 한국전을 종료하고 평화체제 구축에 합의한다면 한반도 냉전구조는 급속도로 해체될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한미FTA 어디까지 왔나] 피해 예상규모와 지원대책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양국의 타결 의지가 강해 4월2일 시한내 타결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관심은 한·미 FTA로 예상되는 국내 산업의 피해규모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대책에 쏠리고 있다. 경쟁력이 뒤처진 국내 산업의 구조조정이 가속화하고 그에 따른 실업자 양산과 국내 산업의 공동화가 우려된다. ●농업·중소 제조업체 등 피해 예상, 저작권료 부담도 늘 듯 한·미 FTA가 현재 안대로 체결된다면 농업과 중소 제조업체와 일부 서비스업 중심으로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는 역시 농업이다. 특히 쇠고기·돼지고지·낙농품 등 축산농가의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피해예상 규모와 관련, 한국농촌연구원은 쌀을 제외한 곡물과 유지작물의 관세를 50% 인하하고 나머지 품목은 즉시 관세철폐하는 것을 전제로 2조 3000억원의 생산액 감소를 예상했다. 관세가 완전 철폐되면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 등의 가격이 평균 7.8%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쌀을 제외한 모든 농산물 관세가 80% 감축될 경우 농업생산액이 9000억원 줄 것으로 추정한다. 자동차는 미국측 요구대로 배기량 기준 자동차 세제를 개편할 경우 연간 3조 7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정부는 추산한다. 지적재산권 보호기간이 20년 연장될 경우 추가 부담액은 연 1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지만 출판·음반·캐릭터산업 등 관련 업계는 피해가 훨씬 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의약품과 관련,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미국측 요구가 수용되면) 앞으로 6년간 1조원의 피해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반덤핑 등 무역구제조치가 개선될 경우 연 15억달러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섬유에서 우리측 요구대로 관세철폐와 얀포워드 원산지 규정이 완화되면 2억∼4억달러의 추가적인 수출증대 효과를 정부는 기대한다. 자동차·전자·IT 업계의 수출이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원대책은 정부는 피해가 예상되는 제조업과 서비스산업, 농업에 대한 지원대책을 마련해 놓았다고 설명한다. 정부는 농업 이외에 한·미 FTA로 피해를 보는 기업과 근로자들의 업종전환과 전직 등을 지원하기 위한 ‘무역조정지원법’을 오는 4월29일부터 시행한다. 앞으로 10년간 2조 8000억원을 지원한다. 지원대상 근로자는 한·미 FTA 때문에 근로시간이 법정 근로시간의 70%(주당 28시간) 미만으로 줄어드는 기간이 2개월 이상 계속될 경우이며 전직 지원 수당 등의 지원을 받는다. 해당 산업은 제조업 이외에 운송업 창고업 방송프로그램제작업 TV방송업 등 51개 서비스업 근로자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무역조정지원법이 의도에 맞게 제 기능을 하려면 관련 절차와 조직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산업연구원 등이 지적했듯이 FTA로 인한 피해를 정확히 산정할 수 있는 전문인력의 부족과 피해 평가방법의 한계 등으로 피해 판정이 쉽지 않을 것이고, 이럴 경우 구조조정의 방향과 내용을 우려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편 농업·농촌지원대책으로는 농업의 선진화와 경쟁력 향상, 농촌지원을 위해 10년간 119조원의 예산이 이미 잡혀 있다. 정부는 이와는 별도로 한·미 FTA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작물에 대해서는 한·칠레 FTA 때처럼 FTA 지원기금을 별도로 편성,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사진작가 공무원

    ‘순간의 포착으로 영원한 감동을….’ 동대문구 권오형(53) 자치홍보팀장이 되뇌는 ‘스틸(靜)사진’의 매력이다. 그는 취미로 시작한 사진찍기를 작가의 경지로 끌어올린 ‘프로 공무원’이다. 권 팀장의 명함에는 서울시사진작가협회 사무국장, 동대문구사진작가회 회장, 동대문포토클럽 회장, 해병대사진전우회 사무국장 등 직함이 즐비하다. 감투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늘 바쁘게 움직이고 무슨 일이든 적극적으로 행하는 성격 탓이다. 자치구마다 구정 홍보를 위한 사진 기사가 1∼2명씩 있지만 동대문구에선 중요한 행사 사진을 권 팀장이 직접 맡는다. 덕분에 사진 한 장으로 홍보 효과를 톡톡히 거둔 사례가 많다. 자녀들 기념사진을 찍어줄 때만 해도 작가가 될 줄은 몰랐단다.20년 전쯤 공무원 동료가 우연히 “사진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라며 흑백사진 특수기법의 대가로 통하는 김용휘(77) 작가를 소개했다. 권 팀장은 틈틈이 개인교습을 받으며 ‘순간 포착’의 묘미를 깨달았다. 휴일만 되면 가방을 둘러메고 산으로, 들로 나가 셔터를 눌렀다. “처음엔 아내로부터 핀잔도 많이 들었지만 경치가 아름다운 곳은 꼭 다음에 가족과 함께 찾으니까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사진의 장점은 취미생활의 만족도 있지만 산을 오르며 건강을 챙기고 가족들도 즐겁게 하는 점”이라고 예찬론을 늘어놓았다. 실력을 쌓으면서 사진 공모전의 입상 점수 2∼3점씩을 모아 50점 이상이면 자격을 얻는 한국사진작가회에 등록했다. 가끔 개인 작품전도 열어 수익이 조금 생기면 장애우 시설을 방문한다. 권 팀장은 “비록 장애가 있어도 즐겁게 웃는 모습을 보면 천사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동대문구는 그의 제안으로 매년 연말에 사진 공모전을 연다.3회째를 맞은 지난 연말에는 1000여점의 작품이 출품돼 자치구 행사로선 꽤 수준 높은 경합이 벌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Seoul In] ‘그린파킹’ 혜택 최고 1550만원 지원

    중구(구청장 정동일) ‘그린파킹’ 사업에 참여하는 주민들의 혜택을 확대한다. 담장과 대문을 허물어 주차 공간을 만드는 주민에게는 종전 1면당(차량 1대 주차 면적) 지원금 55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늘린다.2면을 만들면 종전처럼 750만원을 지원하고,3면부터는 1면 증가 대,100만원 추가해 최고 1550만원까지 지원한다. 또 자가방범 시스템을 50만원 안팎에서 제공한다. 교통지도과 2260-4091.
  • [씨줄날줄] ‘韓스타일’/이용원 수석논설위원

    얼마전 ‘삭발 사건’을 일으켜 세계인의 관심을 모은 미국의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2003년에도 국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적이 있다. 그녀가 입고 외출한 드레스에 ‘신흥 호남향우회’란 한글 일곱 자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갖가지 분석이 나왔는데, 가장 그럴듯한 것이, 한글을 디자인상 예쁘게 여기는 외국인이 느는 데다 한글 중에도 ‘ㅎ’이 특히 인기 높아 ‘ㅎ’이 네번 들어간 ‘신흥 호남향우회’를 새겼으리라는 주장이었다. 스피어스가 입은 한글 드레스는 돌체 앤드 가바나라는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작품이라고 한다. 한 인터넷 포털의 사이트에는 ‘해외 황당 한글’이라는 코너가 있다. 이곳에는 꽃게 그림 안에 ‘한국횟집’이라 써 넣은 티셔츠를 입은 록밴드 ‘후바스탱크’의 멤버,‘삶은 황토 찜질방’이라 적힌 빨간 가방을 메고 거리를 활보하는 프랑스의 젊은 여성 등 세계 속의 한글 사진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그런가 하면 할리우드의 미녀스타 귀네스 팰트로가 한국식 비빔밥으로 다이어트를 한다는 뉴스가 연초에 보도되기도 했다. 팰트로는 흰 쌀밥에 콩나물, 작은 배추, 김치, 두부 등을 얹어 섞어 먹는 걸 즐긴다고 한다. TV드라마·가요·영화 등 우리의 대중문화가 ‘한류’란 이름으로 아시아·중남미 일대에서 인기를 끈 지도 여러해 되었다. 반면 우리의 전통문화는, 스피어스나 팰트로의 예에서 보듯 이제 세계인의 이목을 막 끌어모으는 단계에 있다. 이에 문화관광부는 지난달 15일 한글·한식·한복·한옥·한지·한국음악 등 6가지를 ‘한(韓)스타일’이라는 브랜드로 키워내 세계에 퍼뜨린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27일에는 주한 외교사절·기업인·외신기자들을 초청한 가운데 W서울워커힐호텔에서 대대적인 시연회를 가졌다. 시연회는 물론 ‘맛있고, 멋있고, 흥겨웠다’. 참석한 외국인들도 “독특한 한국만의 스타일로 세계에서 인기를 끌기 바란다.”거나 ”매우 인상적”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덕담이 속내의 전부일까. 그날의 시연회는 우리 문화로 세계를 휩쓸겠다는 오만함으로 비칠 수도 있었다. 문화란, 깃발 들고 목청 높이며 전해주는 물품이 아니다.‘한스타일’이 성공하려면 조용히, 겸손하게 다가가야 한다.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주말탐방] 연예 매니저

    [주말탐방] 연예 매니저

    최근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산업화하면서 매니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5∼6년 전만 해도 매니저가 되는 길은 따로 없었다. 알음알음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요즘은 대형 연예기획사가 등장하면서 매니저 채용 방식도 체계화하는 추세다. ■ ‘플레디스’ 이건우씨의 하루 “원석을 주워 갈고 닦아 빛나는 다이아몬드로 만드는 일, 그것이 바로 우리 매니저들이 하는 일이에요.” 매니저 5년차, 아직 소년 티가 묻어나는 ‘플레디스’의 이건우(30)씨는 제법 어른스럽게 이야기한다. 지금 그는 패러디 가수 이재수(35)를 담당하고 있다. # 매니저는 만드는 직업이다 우리는 흔히 매니저 하면 연예인들의 가방을 들어주고 운전을 해주는 허드렛일이나 하는 사람쯤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매니저에 처음 입문한 초짜나 하는 일. 진정한 매니저는 연예인을 잘 포장해 여기저기 ‘파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재수 형을 처음 만났을 때 고민이 참 많았어요. 솔직히 형 나이가 서른을 넘겼고 노래도 패러디를 고집하잖아요. 우리나라에서 알아주지도 않는데 말이에요.” 이건우는 그래서 “노래도 노래지만 예능인이자 방송인 이재수의 모습을 총체적으로 보여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 진정 매니저는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연예인의 이미지를 만들어내야 한다. 드라마·오락프로·음악 등 다양한 장르에서 과연 어떤 모습으로 대중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 늘 고민하고 연구해 그를 ‘띄워야’한다. 그러기 위해서 ‘공부’는 필수다. 각종 대중문화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자신의 연예인을 어떻게 ‘세일’할 것인가 하는 방향을 결정하는 ‘감(感)’이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매니저로 성공할 수 있는 열쇠이다. # 저의 모든 것을 버렸어요 크로스오버 테너 가수 임태경, 메이비 등을 거쳐 현재 이재수의 매니저를 하고 있는 이씨는 “매니저는 연예인의 그림자다. 자신은 없고 오로지 자신이 관리하는 연예인만 있다.”고 말한다.“항상 모든 것은 재수 형에게 맞추고 있습니다. 식사, 노래, 음료수 등 식성이나 습관들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죠. 심지어 여자 연예인의 경우는 ‘생리주기’까지 알아두어야 합니다.” 그래야 오늘 몸 상태를 파악해 라이브를 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실 이쪽 생활을 하면서 저를 잊고 산지 오래 되었어요.”라고 담담하게 털어놨다. 그의 일과는 오전 5시에 일어나 7시에 이재수를 집에서 픽업해 미장원에 들르는 것으르 시작된다. 머리와 메이크업을 하며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오전에 신문사나 잡지사를 들러 인터뷰를 한다. 점심에는 라디오, 방송국을 돌고 저녁은 간단하게 먹는다. 일정이 이것으로 끝이면 얼마나 좋겠는가. 저녁에는 업소나 행사에 출연하도록 하고 밤 12시쯤 그를 집에 데려다주고 나서 자신의 사무실로 향한다. 다음날 스케줄과 기사를 체크하고 인터넷 카페에 들러 댓글을 달고 혹시 이재수 관련 동영상이나 기사가 있으면 여기저기 올려놓아 홍보를 한다. 그 다음 이사나 실장 등과 함께 토론과 전략 회의도 갖는다. 그럼 어느덧 새벽 2시가 넘는다. 이젠 취침시간. 서울 강남에서 인천 집까지 출퇴근은 포기한지 오래다. 아예 근처 찜질방에 한 달 정기권을 끊었다. 하지만 잠을 자는 시간은 고작 3∼4시간도 안 된다. 또 어제와 같은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그래도 요즘은 재수형 스케줄이 빡빡하지 않아서 나아요. 막 음반이 나왔을 때는 정말 체력의 한계를 느끼겠더라고요. 신호 대기로 서 있다가 잠이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 우리는 ‘꿈’이 있어요 어느덧 매니저 생활 5년 만에 일가친척뿐 아니라 친구들까지 멀어졌지만 그는 ‘꿈’을 버릴 수 없단다. “제가 돈이나 친구에 연연하지 않고 지금까지 이 길을 묵묵히 갈 수 있었던 것은 언젠가 제가 제대로 된 가수나 연예인을 만들 수 있다는 ‘꿈’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는 “지금의 고통과 좌절을 발판 삼아 제 이름을 걸고 ‘진짜’ 연예인을 만들 겁니다.”라고 힘주어 말한다.“난을 가꾸는 아버지의 손길을 느껴보신 적이 있나요. 항상 물을 주고 잎에 먼지도 닦아주며 ‘아기’를 돌보는 것처럼 저도 채 피지 않은 사람을 잘 가꾸고 다듬어 톱클래스의 연예인으로 만드는 그런 매니저가 되고 싶어요.” 진정한 매니저를 꿈꾸는 이건우는 오늘도 음반을 잔뜩 안고 방송국으로 향했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월 보수 얼마나 되나 # 매니저 이렇게 만들어진다 싸이더스,SM 등 대형 기획사들은 주로 공채를 하거나, 매니저 양성과정이 개설된 아카데미나 학원에 의뢰해 수시로 매니저를 모집한다. 매니저과가 있는 대표적인 학원은 MBC 아카데미 연극음악원,SBS 방송아카데미, 한국 방송아카데미 등. 대부분의 방송 관련학원에 매니저 양성과정이 있다.1년에 두 차례 수강생을 모집하며 4∼6개월의 교육과정을 거쳐 매니저가 탄생한다. 매니저는 연예인과 함께 현장에서 일하는 로드매니저(현장매니저), 스케줄을 관리하는 팀장급, 출연계약을 책임지는 실장급 등으로 나뉜다. 로드매니저는 처음 매니저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거쳐야 할 코스. 월급은 60만∼70만원선으로 박봉이다. 운전을 비롯해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도와줘야 하므로 일이 고되다. 로드매니저로 3∼4년간 일하면 팀장이 돼 월급 150만원 정도를 받는다.6년이 넘으면 실장 자격이 주어지며 보수는 200만∼300만원선이다. 실장쯤 되면 연예계에서 쌓은 인맥을 기반으로 대개 자기회사를 차린다. 그간의 과정은 연예기획사를 차리기 위한 준비라고 보면 된다. # 연예기획사, 이렇게 돈 번다. 기획사들은 연예인의 출연료, 음반수입 등으로 운영된다. 신인의 경우는 처음 계약 때 기획사가 수입의 많은 부분을 가지고 간다. 그래서 신인이 ‘뜨는’ 경우 엄청난 돈을 만지게 된다. 그래서 ‘연예 기획사’를 도박으로 보는 시각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톱 클래스 연예인의 경우, 기획사가 한푼도 갖지 않고 수익의 110%를 주는 경우도 있다. 연예인이 올리는 수익과 활동을 위한 기타비용까지 모두 기획사에서 지출한다. 기획사 이름을 알리기 위해 출혈경쟁을 하는 것이다. # 매니저 이것만은 지켜라 MBC 아카데미 연극음악원 이순재(72·탤런트) 원장은 매니저의 조건을 이렇게 꼽았다. 첫째가 자식을 돌보는 어머니와 같은 끈기다. 매니저는 자신의 생활을 포기하고 인내심과 기다림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둘째, 약속은 목숨처럼 지켜야 한다. 셋째, 모든 정보에 민감해야 한다. 매니저는 평범한 사람을 연예인으로 만드는 일이므로 대중문화의 흐름을 파악해 너무 앞서가거나 뒤처져선 안된다.
  • 일부 “고추장도 못 가져가나” 짜증

    일부 “고추장도 못 가져가나” 짜증

    “오늘부터는 국제선 탑승객의 액체류 기내 반입이 금지됩니다. 손님께서 갖고 계신 물병과 화장품을 수화물로 부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안구 건조증 때문에 수시로 눈에 인공 눈물을 넣어야 하는데 그것도 다 수화물에 넣어야 하나요?” “아닙니다. 그런 것들은 지금 나눠 드리는 지퍼락 봉투에 담으신 뒤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고 다시 사용하시면 됩니다.” 테러 예방을 위해 모든 국제노선에 용기당 100㎖ 이상 되는 액체, 젤류, 에어로졸의 기내 반입을 금지하는 보안규정이 시행된 첫날인 1일 인천공항은 공항측의 홍보와 시민들의 협조로 큰혼란없이 검색이 이뤄졌다. 하지만 새 보안규정을 알지 못했던 일부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안약·인공눈물등 봉투담아 검색 통과 인천공항 곳곳마다 ‘액체 및 젤류 휴대반입 제한’을 안내하는 광고판과 전담요원을 배치, 홍보에 열을 올렸다. 관광객들에게 지퍼락 봉투를 나눠 주던 보안검색요원 염진숙씨는 “시행 첫날이어서인지 여성 관광객들에게 ‘휴대가방 속 화장품은 이곳에 담으시라.’고 말씀 드리면 대부분 의아해하신다.”고 말했다. 단체 관광객을 인솔하는 여행사 직원들도 승객들에게 새 보안규정을 여러 차례 확인시키는 등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10여명의 노인 관광객을 인솔하던 한 가이드는 일일이 설명하다 힘이 부친 듯 “아예 스프레이나 물병류는 전부 공항 쓰레기통에 버리고 가시라.”고 종용하기도 했다. 관광객들을 인솔하고 중국 베이징으로 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김기진(28·롯데관광)씨는 “관광객들께서 새 규정에 잘 협조해 별 문제없이 탑승수속을 마쳤다.”고 말했다. 보안규정을 알지 못하고 국제선 탑승구를 통과하려던 일부 개인 관광객들은 보안요원들의 홍보 내용을 듣고서는 짐을 풀어 액체류를 꺼낸 뒤 요원이 나눠 준 지퍼락 봉투에 담기도 했다. 딸과 함께 인도네시아 발리로 여행을 간다는 장모(58·여)씨는 “안구 건조증이 있어 인공 눈물과 안약을 수시로 사용해야 하는데 액체류 기내 반입이 금지된다고 해 걱정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그러나 “안약을 봉투에 담아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면 곧바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해 조금 번거롭기는 해도 안심이 됐다.”고 덧붙였다. ●보안직원 새 규정 설명에 ‘비지땀´ 그럼에도 보안검색대에서는 검색에 적발돼 해당 물품을 모두 압수당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휴대용 가방 속에 넣어 온 화장품과 음식물이 대부분이었다. 한 관광객은 “한 달 전만 해도 김치를 갖고 가는 것이 아무 문제가 없더니만 오늘은 왜 이리 까다롭냐.”고 항의했다. 인천공항 보안검색상황실 정찬근 반장은 “시행 첫날이다 보니 1회용 샴푸나 매니큐어, 고추장, 패스트푸드용 케첩 등도 검색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분들이 꽤 많았다.”면서 “계도와 홍보에 좀더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영종도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생수·스킨로션·치약·향수 해당 휴대가능한 양도 검사원에 제시

    1일부터 모든 국제선 항공기 탑승객의 액체·젤류 휴대 반입이 용기당 100㎖(전체 1ℓ) 이하로 제한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수속 시간이 길어지고 짐을 다시 부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르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궁금한 내용을 문답으로 알아본다.▶휴대 제한이 언제부터 적용되나.-1일 0시부터 국내 공항에서 출발(환승·통과 포함)하는 모든 국제선에 적용한다. 국내선은 적용하지 않는다.▶반입이 허용되는 범위는.-용품당 100㎖ 이하 용기는 휴대 반입할 수 있다. 다만 휴대 물품은 1ℓ 투명 비닐백 1개에 모두 포장한 뒤 별도로 보안검색요원의 확인을 거쳐 엑스레이 검색대를 통과해야 반입할 수 있다.▶휴대 반입이 제한되는 물품은.-액체와 젤 형태가 모두 제한된다. 술·생수·음료수·주스·향수·스킨로션·김치 등이다. 샴푸·린스·치약·헤어젤·선크림·로션·화장품·된장·고추장 등도 제한 품목이다. 헤어스프레이·살충제 등도 제한 용품이다.▶모든 물품의 휴대반입이 제한되나.-의약품은 제한받지 않는다. 유아용 우유, 음식 등도 용량 제한 없이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카운터에서 부치는 수하물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액체·젤류 용품은 수하물과 함께 포장해야 한다. 가능하면 짐은 수하물로 부치고 기내에는 여권, 지갑 등 최소한의 물품만 가지고 탑승하는 것이 좋다.▶면세품도 휴대반입할 수 없나.-면세점에서 산 액체류는 별도 제작된 투명 비닐 봉투에 넣은 뒤 봉인해야 한다. 면세품 구입시 받은 영수증을 동봉하거나 붙여야 용량에 관계없이 반입이 가능하다. 단 탑승구 입구에서 보안검색을 받아야 한다.▶검색 주의사항은.-휴대 반입이 가능한 양을 가지고 들어가더라도 가방에 넣지 말고 따로 검색 요원에게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검색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제한 물품이 발견되면 물품을 버리거나 다시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로 돌아가 위탁수하물로 부쳐야 한다. 이때 위탁수하물 처리비가 추가로 부과된다. 보안검색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항공기 출발 3시간 전에는 공항에 도착해 탑승수속을 받는 것이 좋다.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화가 남궁문의 자전거 하이킹] (3·마지막날) 거제 해금강

    [화가 남궁문의 자전거 하이킹] (3·마지막날) 거제 해금강

    ‘남도’는 어쩌면 우리 고향의 대명사가 된 듯합니다. 겨울이면 따뜻하고 봄소식을 먼저 전해주기 때문이겠지요. 또한 우리나라 남해안의 섬은 다른 곳과 달리 바다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빼어난 풍광을 연출합니다. 또한 여기저기 흩어져 연결되는 섬마다 사연도 많아 일년내내 찾아도 그 느낌이 각각 다르지요. 그래서 2월1일자 ‘We 151호’부터 3회에 걸쳐 남해도~창선(삼천포)~거제도를 잇는 자전거 여행기를 게재해 왔습니다. 이번에는 그 마지막회로 거제도편을 다뤘습니다. ‘거제도’하면 제주도 다음의 큰 섬으로 바다의 금강이라는 ‘해금강’과 ‘외도’가 대표적으로 생각납니다. 많은 분들이 다녀보셨겠지만 길이 380여㎞에 달하는 해안선은 크고 작은 곶과 섬으로 구성되어 있어 참으로 아름다운 바다경관을 연출하지요. 섬 주위에는 크고 작은 10개의 유인도와 52개의 무인도가 있어 각종 어류의 서식처를 이루고 있습니다. 또한 곳곳에 몽돌해변과 구조라해수욕장 등이 있어 사시사철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들이지요. 아울러 열대식물인 풍란·팔손이·동백나무 등이 자라며 맹종죽순, 멸치, 유자청, 표고 등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래서 동백축제, 해변축제, 고로쇠약수제, 옥포대첩 기념제전 등 계절별로 갖가지 축제가 열리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거제포로수용소는 6·25전쟁의 아픔을 생생하게 간직한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해마다 전국에서 많은 학생들이 견학오는 곳이지요. 필자 남궁문은 ‘아름다운 고행, 산티아고 가는 길’이라는 여행기를 펴내는 등 ‘특별한 여행’을 하는 화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2년 전부터 달랑 자전거 하나에 의지한 채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체험하며 우리 국토의 숨결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아울러 필자는 아름다운 낭만도 낭만이지만 가는 곳마다 산업화의 개발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간과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 자전거를 타고 거제도로 떠나볼까요. <편집자 주> 평소 덜렁대는 성격으로 급기야 통영의 찜질방을 나오면서도 웃지 못할 촌극을 빚고 말았다. 어젯밤 찜질방에서 자전거 여행 중에도 늘 메고 다니는 손가방을 넣어두었던 사물함의 열쇠를 그만 잃어버렸던 것이다. 그 손가방에는 디지털카메라와 수첩, 지도, 현금 등 이번 여행의 중요한 소지품들이 거의 다 들어 있었다. 그래서 팔목에 차고 자기까지 했던 것인데 나오면서 보니 열쇠가 보이지 않았던 것. 순간 눈앞이 캄캄했다. 우선 카운터에 가서 아직 내 물건이 무사한지를 묻는 게 가장 급선무였다. # 통영 찜질방서 웃지못할 촌극 다행히 아직 사물함 자체에는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했다. 그러나 열쇠를 잃어버린 것에 대한 보상으로 1만원을 내라는 것이었다. 물론 그 돈도 카운터에서 내 이름과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를 물어본 뒤, 찜질방 자체 보관용 열쇠로 가방을 꺼내고 나서야 지불할 수 있었다. “여기에 연락처와 은행계좌번호를 적으세요. 그래야 혹시 나중에 열쇠를 찾게 되면 돈을 보내드릴 수 있거든예.” 별일 아니라는 듯한 카운터 아가씨의 말에 나는 휴대전화 번호를 적어주었다. 이때 “저 아저씨! 혹시 모르니, 팔목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세요.” 라고 아가씨가 말한다. 그러면서 “흔히들 팔목에 차고 있으면서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예.” 하는 것이었다.“그래요?” 하면서 반사적으로 왼쪽 팔목을 만져봤다. 그 순간 손에 잡히는 게 있었다.“어? 여기에 있네.” 나는 파카의 팔목을 걷고 그 안에 숨겨져 있던 열쇠를 빼냈다.“아, 내가 이래요.” 하고 겸연쩍게 말을 했다.“그런 사람들이 가끔 있어예.” 하면서 별로 놀라는 기색도 없이 그 아가씨는 다시 1만원짜리 지폐를 돌려준다.“아무튼 고맙습니다.”라고 인사까지 하고 찜질방을 나왔다. 사실, 그 돈 1만원이 문제는 아니었다. 나는 이번 자전거 여행을 떠나오다가 내 카메라에 이상이 생겨 급작스럽게 한 친구의 새 카메라를 빌려 왔기 때문에 그게 더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여행을 하면서, 특히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뭔가 한 가지라도 ‘깜빡’했다가는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오늘은 이번 남도여행의 마지막 여정이다. 하지만 시간을 따져 보니 거제도 전 구간을 자전거로 돌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통영에서 거제도 북부 지역은 자전거를 접어(내 자전거는 반절로 접을 수 있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버스를 타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산업화된 도심 변화에 새삼 놀라 통영을 출발해 거제대교를 거쳐 버스로 달리다 보니 예상했던 대로 그 지역은 주거지가 상당히 밀집해 있었고 차량의 통행도 어찌나 많은지 자전거로 가야 할 의미가 없는 길이었다. 그런데 섬에 불과한데도 이렇게 도심이 발달하고 또 번화한 모습에 새삼 놀랐다. 특히 ‘고현’ 시가지를 지날 때는 더욱 그랬다. 학교때 지리교육을 잘 받았음에도 생소한 지명이 많았다. 어쨌든 번창하고 현대화된 도시가 거제도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거대한 조선소가 눈에 띄면서는 그 규모에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장승포에도 역시 다른 조선소가 떡 버티고 있어서 ‘이게 섬인가’ 할 정도로 도시화와 산업화의 위력에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다. 그런저런 생각에 버스는 어느덧 장승포에 닿았고 짐칸에서 자전거를 꺼내 내렸다. 그리고 바로 자전거를 조립한 뒤 무조건 남쪽으로 난 도로를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오늘 일정이 빠듯해서 서둘러야만 했기 때문이다. 아직 태양은 있었지만 바람은 차갑게 다가왔다. 날씨는 맑은 것 같은데 쾌청한 날씨는 아니었다. 선명한 수평선은 남해안의 다른 곳에 비해 길고 널따랗게 보였다. 그렇게 감상하고 느끼며 얼마동안 달렸다. 문득 ‘대마도가 보이는 집’이란 안내문이 보였다. 바다쪽을 유심히 바라보니 수평선 언저리에 뭔가 희미하게 나타났다. 나지막한 섬이 보일 듯 말 듯했다. 언뜻 보기엔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이 바로 조선 세종 때 김종서 장군이 정벌했던 대마도였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서서히 페달을 밟으니 내리막길이 이어졌다. 하지만 반갑지만은 않았다. 내려가다 보면 또 다시 오르막길이 나올 터이니 말이다. 그만큼 나는 이제 이런 굴곡이 심한 길에 익숙해져 있고 또 자전거로 달리는 힘든 여정에 지쳐 있었다. 이 부근을 지나오면서 보니 ‘외도 행 유람선’에 대한 문구가 눈에 많이 띄었다. 저기 보이는 섬이 바로 ‘외도(外島)’인가.TV에서 특집으로도 다뤘고, 또 드라마에도 가끔 나와 유명세를 타는 곳. 온갖 아열대 식물들을 심어놓아서 더욱 이국적이라는 곳. 게다가 거기에 있다는 하얀집은 스페인 풍이라고 했다. 이런 생각이 드니 갑자기 별로 관심이 없어진다. 너무나 인위적인 것 같아서다. 이렇게 아름다운 한국의 풍광 한가운데에 왜 생뚱맞게 외국색이 물씬 풍기는 섬으로 꾸며 놓았는지…. 다시 산모퉁이를 오르는데 중턱쯤에는 한 군부대가 있었다. 입구에는 두 명의 초병이 서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나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웬 이상한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낑낑대며 가파른 오르막길인 자기들 초소 앞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굳이 나에게 실례(?)를 범하지 않으려는 듯 직설적인 표현과 표정은 아니었지만 어쩐지 웃음을 참으려는 그들의 표정에서 그런 걸 더 강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나는 한번 ‘씩’하고 웃어줬다. 오히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건 그들이었다. 그렇다고 뭐 특별한 일은 없었다. 그러면서 내가 바로 고개를 숙여 더 이상 그들을 관찰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뒤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었다. 아니, 별 관심도 없었다. 이렇게 자전거 여행을 하다 보니 그런 시선을 받아본 적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 군초소를 지나다보니 왠 ‘짬밥´ 생각 군 초소를 지나 10여m를 오르는데 갑자기 군대 ‘잔반(짬밥)’ 냄새를 맡았고, 순간 그 밥이 먹고 싶었다. 특유의 냄새에 멀뚱멀뚱하던 국, 세 가지 반찬이라고 해봤자 겨우 간을 맞춘 정도의 일식삼찬이다. 가능하다면 저 부대에 들어가 잔반 한 그릇을 얻어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곧 우스워졌다. 뭐, 먹을 게 없어서(내 가방 안에도 먹을 건 있었다.) 군대 잔반이 그리워지면서 먹고 싶어진단 말인가. 하기야, 요즘엔 군대 부식도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런 생각이 다 드는 걸로 보면 아무래도 배가 고픈가 보다. 산모퉁이에 앉아 가방 안에 준비해두었던 먹거리로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하려는데 갑자기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었다. 간식을 먹는 사이에 따사롭던 해가 사라졌다. 분위기가 조금 을씨년스러워졌다. 아무래도 나그네에겐 해가 있는 게 좋다. 구름이 끼면 겨울여행이라 추워져 마음이 움츠러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다시 모퉁이를 돌았더니 또 하나의 움푹 파인 만(灣)이 나왔다. 여기는 만 하나를 도는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리도록 깊게 파여 있었다. 잠시후 ‘몽돌해수욕장’이 있는 ‘학동’ 마을을 지났다. 저쪽에서 아가씨들 네 명이 까르르 웃어가며 뭘 먹고 있는 게 보였다. 어묵이었다. 순간 입에서 침이 생겨났다. 따끈한 국물이 그리웠다. 그렇잖아도 내리막길에서 땀이 식어, 몸이 으슬으슬 추워오던 때였으니까. 자전거를 멈추고 포장마차로 들어갔다. 꼬치 하나에 500원, 두 개를 먹는데 사실 별 맛은 없었다. 그 것보다는 따끈한 국물에 더 끌렸던 나는 두 종지를 떠 천천히 마셨다. 그걸 파는 여자가 무슨 일인지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내가 겨우 천원어치만 먹어서 그런가, 아니면 여행 끝의 꾀죄죄한 행색이어서 그런가. 어쨌거나 손님이고 내가 구걸하면서 얻어먹은 것도 아닌데…. 다시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힘껏 밟았다. 그러다 다시 오르막길이 이어졌다. 마을을 벗어나니 개발되지 않은 자연의 모습이 퍽 아름다웠다. 바다를 낀 길 양쪽으론 동백 숲이 펼쳐지고 있었다. # 전망대서본 해안 너무나 아름다워 이제는 해금강이었다. 사실 거제도는 처음 오는 곳이라 내내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곳은 생각했던 것보다 경관이 수려했다. 비록 북부는 산업화로 도시화되었다지만, 남쪽은 적어도 이렇게는 지켜져야 할 것이었다. 처음엔 해금강을 지나며 반도(섬의 동남부 와룡반도와 운곶반도 사이의 도장포만 일대에는 굴곡된 해안선을 따라 기암절벽과 해식으로 이뤄진 해금강이 있다.)에는 들어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어차피 시간은 오후로 접어든 지 한참 지난 상태인 데다 시간이 빠듯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언제 다시 여기에 오게 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닐 듯 싶었다. 게다가 그리 긴 거리가 아닌 것 같으니 한번 들어갔다 나오자며 불룩 튀어나온 반도로 자전거를 꺾어보았던 것이다. 아름다웠다. 비록 하늘이 구름에 덮여 조금 음산한 분위기이긴 했지만 경치의 아름다움은 어디 가겠는가. 여기가 어쩌면, 이번 여행에서 마지막으로 지나는 가장 아름다운 경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별 특징도 없는 곳을 달리느라 시간을 소비하는 것보다, 이런 곳에서 조금이나마 더 시간을 보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에 이르자 전망대에서 한 시간여를 머물렀다. 내리막길을 휘 돌아 다시 한 만을 크게 돌았더니 마을이 나타났고 마지막 한 고비 오르막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겨울 해가 저물고 있었다. 이 길을 타고 오르면, 어차피 이번 여행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이 될 것이다. 다시 ‘고현’쪽을 향해 버스를 타고 갔다가 내일은 또 ‘통영’에서 출발을 해야 할 것이었다. 지금 막 내리막길을 내려왔으니 저 오르막길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렇다면 내 삶의 모습은 어떠한가. 오르막인가 내리막인가? 하기야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으니 이제 다시 올라가야겠지. 인생의 오르막과 내리막…. 그런 생각을 하며 자전거를 끌고 오르는데 서서히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artistdiary@hanmail.net # 거제도 가는 길 1)대전-통영간고속도로→통영IC→14번국도→거제대교, 2)남해고속도로서 마산IC(14번국도)→고성→통영→거제대교,3)남해고속도로 사천IC(3번 국도)→사천읍(33번 국도)→고성(14번 국도)→ 통영→ 거제대교→ 거제도. # 주변 볼 만한 곳 ●해금강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 해금강마을 남쪽 약 500m 해상에 위치한다. 원래 이름은 갈도(칡섬)로서 지형이 칡뿌리가 뻗어내린 형상을 하고 있다. 해발 116m 약 0.1㎢ 의 이 섬은 중국의 진시황제의 불로장생초를 구하는 서불이 동남동녀 3000명과 함께 찾았다는 얘기가 있다. 썰물 때 십자동굴, 사자바위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신선대 도장포 마을 우측에 폐교된 초등학교 분교 옆 오솔길로 내려가면 신선대가 나온다. 신선대는 바닷가에 큰 바위가 자리를 틀어잡고 있는 형상인데 그 주변의 해안경관과 더불어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다. ●여차몽돌 거제시 남부면 여차리에 위치하고 있다. 경사진 산지에 위치한 이 마을은 곳곳이 기암절벽으로 거제도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가라산 높이 585m. 경상남도 남단 거제시의 최고봉으로 주봉은 가래봉이다. 산길에 서면 해안선이 가장 긴 한국 제2의 섬 거제도와 주변의 여러 섬은 물론 북쪽으로 진해·마산시, 서쪽으로 통영시를 마주하고, 남·동쪽으로 남해를 굽어볼 수 있다. 갠 날은 대마도가 가물거릴 만큼 조망이 뛰어나다. ●명사 거제시 남부면 저구리에 위치하고 있다. 지명은 밝을 ‘명’과 모래 ‘사’로서 모래의 질이 좋고 물이 맑다고 해서 유래됐다. 사장의 길이는 약 500m이며 면적은 약 9000㎢에 이른다. 이 해수욕장은 아름다운 모래사장뿐만 아니라 오솔길과 모래사장 뒤편의 울창한 송림으로도 유명하다. ●구천계곡 군립공원, 외도, 소매물도(등대) 등 볼만 한 곳이 많다. 문의 거제시청 관광진흥과 055-639-3198.
  • [화제의 작가를 찾아서] 생활디자인의 기린아 박진우

    [화제의 작가를 찾아서] 생활디자인의 기린아 박진우

    “끄끄끄…이 작가 천재 아냐?” 디자이너 박진우(34)가 영국 유학시절 졸업작품 가운데 하나로 만들었던 ‘에로틱 디쉬’ 사용법 동영상을 보면 누구나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디자이너가 만든 제품이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던 교수는 영화의 내용을 바꿀 수 있는 제품을 만들라고 숙제를 내줬다. 성(性)에 빠져 결국 목숨까지 잃는 영화 ‘감각의 제국’의 남녀를 구하기 위해 그가 만든 것은 여성 속옷 모양의 접시들이다. 가슴과 팬티 위에 놓인 하얀 접시에서 초밥과 아스파라거스를 먹으며 사람들은 낄낄거린다. 금속공예를 전공했으나 현재는 인테리어, 조명, 음반재킷, 소도구 등 전방위 디자인을 하고 있는 박진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웃음이다. 자신의 디자인으로 사람들이 한번쯤 생각을 하고 생활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스파게티 샹들리에’는 공사장에서 쓰는 빨간 전선을 걸쳐서 조명등을 만든다. 전선을 얼기설기 걸쳐서 제품의 형태를 완성하는 것은 디자이너가 아니라 사용자이다. 영국왕립미술학교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서 2년간 근무했던 그이다. 현재는 ‘창조적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서울 압구정동 미성아파트 상가에서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중이다. 삼성전자에서 그가 한 일은 향후 5∼10년 뒤에 상용화될 수 있는 미래적 제품의 디자인이었다. 지난 2005년 디자인했던 우윳빛의 로봇청소기와 전자레인지는 2010년 삼성전자 대리점에서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2005년에는 차세대 디자인 리더로 선정돼 해외에도 이름을 알렸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이 아니라 자신만의 디자인을 하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한국의 디자이너들과 견줘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고객을 거느린 박진우는 행복한 축에 든다. 하지만 그도 지난해말 쌈지길에서 열린 ‘앤디 워홀을 만나다’란 전시회를 위해 루이뷔통 로고를 넣은 가방을 제작했다가 소송에 휘말릴 뻔한 적도 있다. 쌈지길은 결국 가방을 팔지 않기로 루이뷔통과 합의했고, 이 과정을 담아 로고를 지운 가방도 제작했다. 이탈리아, 영국, 독일, 미국, 일본 등 해외 전시를 통해 고객 발굴에 노력하고 있는 박진우는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포부도 있다. 그러나 일회용 성냥대신 일회용 양초를 만든 ‘5분 양초’처럼, 사람들에게 자그만한 여유를 안겨주는 것도 그의 꿈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탈북 前아이스하키 대표선수 남편에 피살 암매장

    북한 출신의 전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선수가 남편에게 살해돼 암매장된 채 발견됐다. 광주 동부경찰서는 26일 탈북자 출신의 아내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 등)로 김모(37)씨를 붙잡아 조사를 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3일 새벽 4시쯤 광주 광산구 신가동 자신의 집에서 아내인 이모(27)씨와 말다툼을 벌이다가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극락강 주변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아내 이씨가 술집에 일하러 다니면서 가정에 충실하지 않은 것에 불만을 품고 이날 다투다가 이씨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5일 동안 시체를 벽장에 뒀다가 지난 18일 새벽 1시쯤 여행용 가방에 담아 암매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25일 경찰에 자수,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살해된 이씨는 2004년 7월 한국에 입국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여성누드 퍼포먼스 작가 비크로포트 26일 국내 첫선

    늘씬한 모델들이 음모를 깎거나 염색한 채 하이힐만을 신었다. 말도 하지 않고, 서있기만 하는 모델들은 점차 지쳐서 주저앉거나 바닥에 누워버린다. 이번엔 다양한 유색인종의 여성들이 맹견저지용 의상 ‘안티 도그’를 입고 유럽 대도시에서 패션쇼를 벌인다. 퍼포먼스와 비디오 작업을 병행하는 두명의 여성 페미니스트 작가가 동시에 한국을 찾는다. 먼저 서울 남대문로 신세계 백화점 본점의 개점을 기념하기 위해 그녀의 60번째 퍼포먼스를 벌일 작가는 이탈리아 출신의 바네사 비크로포트(38). 여성 모델들의 장시간 누드 퍼포먼스로 유명해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발과 두꺼운 화장에다 마놀라 블라닉 하이힐, 루이뷔통 가방 등으로 장식한 모델의 지쳐가는 모습을 통해 성적 대상이던 여성의 육체가 원초적 인간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표현한다. 26∼27일 양일간 오전 11시∼오후 6시 신세계 백화점 본관의 중앙계단에서 이뤄질 이번 퍼포먼스는 누드는 아니다. 붉은색과 피부색의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가 디자인한 옷을 입은 31명의 모델이 관객앞에 서게 된다. 모델들에게 주어지는 주문은 말하지 말고, 빨리 움직이지 말 것. 그리고 섹시하게 보이지 말아야 한다. 백화점의 초청을 받고 정장을 입은 이들에 한해서 퍼포먼스를 관람할 수 있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99년 일본에서 퍼포먼스를 할 때 군기 잡힌(?) 일본 모델들은 지친 모습을 보이지 않고 끝날 때까지 서있기만 해 비크로포트를 실망시킨 일화도 있다. 어린 시절 패션잡지 ‘보그’를 성경처럼 읽고, 섭식 장애에 시달렸던 작가는 1993년 자신의 10년간의 음식 일기로 처음 퍼포먼스를 벌였다. 다이어트를 위해 담배를 피우고, 암페타민을 복용하고, 미치도록 수영을 했으나 이젠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최근에는 아프리카의 두 아이를 안고 모성의 여신처럼 사진을 찍었다. 표갤러리가 한남동 이전 기념으로 초대한 스페인 여성작가 알리시아 프라미스(40)는 비크로포트에 비해 더욱 정치적이다. 여성의 몸과 패션을 이용한다는 점은 같지만, 정치적 메시지는 프라미스가 더 강렬하다.2003년 스킨헤드족이 외국인을 쫓아내기 위해 데리고 다니는 사나운 개를 막는 ‘안티 도그’ 의상으로 유럽 곳곳에서 패션쇼를 벌였다. ‘폭력이 아름다움을 파괴한다.’ ‘외국인들이 우리의 돈을 뺏어간다.’ 등의 문구가 새겨진 드레스는 그 자체가 현대적 갑옷이다. 최근에는 은행, 미술관, 쇼핑상가 등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한순간 하던 일을 멈추는 퍼포먼스를 비디오로 담은 ‘은밀한 항거들’이란 작품으로 노동문제도 고발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얼굴기형 수술 받은 학생9명 특별한 입학잔치

    얼굴기형 수술 받은 학생9명 특별한 입학잔치

    “이제 크게 웃을 거예요. 이제까지 웃지 못했던 것까지 전부 다 합쳐서요.” 23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메아리쳤다. 이 병원의 ‘밝은 얼굴 찾아주기 캠페인’을 통해 얼굴 기형치료를 받은 저소득층 아이들과 청소년 9명의 초·중·고등학교 입학축하 행사장에서였다. 그동안 선천성 얼굴 기형이나 상처 흉터로 인해 또래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면서도 집안 형편 때문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던 아이들은 모처럼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민영(7·충남 보령군)양은 목젖과 입천장, 코뼈가 뭉그러진 얼굴로 세상에 태어났다. 이불보에 싸인 민영이의 일그러진 얼굴에 깜짝 놀란 어머니 이현희(31)씨가 생후 100일이 지난 뒤 1차 성형수술을 시켰지만 수술 흔적은 여전했다. 민영이는 매일 유치원에서 코와 입이 이상하다는 놀림에 시달렸다. 이씨는 “한번은 몰래 유치원에 가서 창밖에서 봤더니 따돌림 당해 한쪽 구석에 혼자 앉아 있는 민영이를 보고 그날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코와 입이 기형이다 보니 비장애 아이들보다 말 배우기도 느려 매일 회초리를 맞아가며 읽고 말하기 연습을 따로 해야 했다. 하지만 일용직 노동을 하는 아버지와 함께 전셋집에서 근근이 꾸려가는 형편 탓에 재수술은 꿈도 꾸지 못하다 지난해 8월에야 한 병원의 도움으로 얼굴이 거의 제 모습을 찾았다.“다음달 들어가는 학교에서 의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열심히 할 거예요.” 민영이가 책가방을 꼭 부여잡으며 말한다. 강원도 화천에 사는 정세희(9·여)·예찬(7) 남매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남매는 태어날 때부터 눈이 돌출되는 크루존씨병이란 걸 앓았다. 집을 나간 부모 대신 할머니 최혜자(62)씨의 손에서 자란 세희는 “사람들이 나만 쳐다본다.”며 친구도 없이 혼자만 지냈고 예찬이 역시 누나와 함께 행동했다. 학교까지 가지 못하던 남매는 2005년 7∼8월 잇따라 수술을 받고 다음달 뒤늦게 초등학교 책가방을 메게 됐다. 선천성 소이증(小耳症)으로 왼쪽 귀가 자라지 않은 문대일(17·전남 순천군)군은 평소 다른 사람들이 자꾸 자신의 귀만 바라보는 것 같아 대인 기피증까지 겪었다. 중학교 땐 스포츠 머리인 친구들과 달리 귀를 가리기 위해 머리카락을 길렀지만 그것마저 ‘다름’의 증거가 됐다. 문군은 2004년과 2005년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의 갈비뼈와 사타구니살을 떼어내 귀 모양을 만드는 수술을 받았다.“부모님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했지만 그렇게 마음먹기가 쉽지 않았어요. 귀만 아니라 마음까지 고쳐진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2004년 4월부터 캠페인을 열어 모두 210명에게 ‘밝은 얼굴’을 찾아준 삼성서울병원 사회사업실 구미현 사회복지사는 “수술 전에는 거울 보기조차 거부하며 침울하게만 지내던 아이들이 수술 뒤 웃음을 되찾으면서 새로운 환경이 시작되는 입학 이후의 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있게 돼 우리도 보람차다.”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그의 삶 그의 꿈] 한국 유아교육의 새로운 모델 ‘감성놀이학교’

    [그의 삶 그의 꿈] 한국 유아교육의 새로운 모델 ‘감성놀이학교’

    젊은 감성의 소유자 맑은 눈이다. 투명한 하늘이 오롯이 담겨 있는 아이의 눈이다. 그 눈이 늘 웃고 있다. 눈을 마음의 창이라 했던가. 맑은 눈으로 늘 웃고 사는 사람은 마음도 그와 같을까. 그럴 것이다. 그런 사람과 마주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마음은 편해지고 즐거워진다. 성인이 되어서도 모두가 그런 눈을 지니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불행하게도 현실 속에서 그런 눈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사실이다. 슬프고 안타깝지만 우리 현실을 생각하면 고개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과 반성도 없이 저마다의 편리만을 추구하다가 흔히 비유하는 사막이 되어버린 세상. 우리는 사막에서 사막의 가슴을 지니고 살고 있다. 서로에게서 사막을 확인하고 절망한다. 세상은 그러하지만 자신만은 그렇지 않다고 자신하며 사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런데, 참 드물게, 아이의 눈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을 만났다. 이재환. 그는 멋쟁이다. 아이의 눈을 가진 40대. 그 내력을 되짚어가다 보면 더 놀라게 된다. 신에게서 특혜라도 받았는지 남들 두 배의 시간을 살아온 듯한 사람. 자신이 갖고 있는 감성을 그대로 유아 교육 아이템에 반영해 감성교육으로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젊은 CEO. 말 잘하고, 현장에서의 성과를 통해 갖게 된 교육에 대한 철학과 소신도 뚜렷하다. 놀이로 하는 감성교육 우리나라 부모들의 자녀 교육열은 세계가 다 알아준다. 땅 좁고 자원 없는 나라에서 내세울 거라고는 사람의 능력밖에 더 있겠는가. 우리가 가진 자산은 오직 사람의 능력밖에 없다. 지식인을 양산해서 열악한 다른 조건들을 극복하는 일이다. 이 지난한 현실이 자녀 교육열로 드러나는 것이다. 무엇보다 안타깝고 불쌍한 건 우리 아이들이다. 자녀 교육에 부모의 허리도 휘청거리지만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부모가 이끄는 대로 가방 메고 도복 입고 악보 들고 스케치북을 흔들며 뛰어다닌다. 나중에 어차피 경험하게 될 치열한 경쟁 인생을 아이들은 너무 이르게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런 현실을 누구보다도 안타까워한다. 그는 아이들이 놀면서 자라지 못하는 것을 슬퍼한다. 놀 줄 모르는 아이가 자라 오직 일만 하며 사는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고쳐보아야 하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는 우리의 아이들의 교육 현실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아이들 교육을 놀이문화 속에다 집어넣어 아이들이 즐겁게 놀면서 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이 꿈을 오래 전부터 가슴에 품어 왔다. 해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30대의 경험들도 감성 놀이교육 발상의 한 계기가 되었다. 감성은 스스로 가치 창조를 할 수 있는 바탕이자 힘이다. 어린 시절부터 수동적인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져 있으면 시키는 일을 해낼 수는 있을지 몰라도 새로운 마인드를 창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의 교육 현실을 직시하면서 그는 자신의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4세에서 7세에 이르는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감성놀이학교’가 그것. 현대는 교육도 사업 그는 2003년 11월에 ‘감성놀이학교’를 개설한다. 위험한 시도라며 걱정하는 주위의 만류가 있었지만 빈틈없는 그는 이미 2001년에 4개의 학원을 설립해 경영해 보았다. 실험경영인 셈이었다. 여기에서 한국 학원교육의 실상을 체험한 그는 자신의 계획이 현실성이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새로운 교육문화벤처기업 CEO의 탄생이었다. ’감성놀이학교’를 설립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본사 직영원을 포함해 전국에 40여개의 분원을 두었다. 미국 LA에 해회 1호원도 운영 중이다. 그는 2004년도에 IPS 산업자원부가 주간한 교육경영인 대상을 수상했다. 제2회 한국창업 CEO 대상부문 산업자원부 장관상도 받았다. 상이 중요한 게 아니다. 무엇보다 기쁜 것은 자신의 소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그는 교육벤처기업 대표로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고 논에 모를 심듯 자신의 계획을 현실 속에서 차근차근 실천해 나가는 참일꾼이다. 교육의 참 목적 ’감성놀이학교’ 직영원 외벽에 놀이학교가 추구하는 5대 목표가 새겨져 있다. 유난히 눈길을 끄는 마지막 목표가 ‘풍요로운 삶’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풍요로운 삶’은 물질과 정신이 함께 어우러지는 여유로운 삶을 의미하는 것이란다. 스스로가 세상의 능동적인 주체가 되는 것이라 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줄 아는 능력을 지녀야만 비로소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가 있다는 것이다. 쉬운 일이 아니다. 풍요로운 삶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예외 없는 궁극의 목적이랄 수 있지만 그런 삶을 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는 이 어려운 일의 해법을 새로운 교육방법으로부터 찾아내어 실현하려 한다. 그와 함께 들어가 본 놀이학교 교실의 아이들에게서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는다. 즐거움이다. 이 즐거움 속에서 아이들은 자라 어른이 될 것이다. 어린 시절 몸에 배인 놀이의 즐거움을 지속하면서 이들은 행복하고 보람된 삶을 누릴 것이다. 그가 불러일으키고 있는 교육 혁신은 궁극적으로 현실을 바꾸는 일이기도 하다. 그는 초등학교를 설립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학교 부지는 이미 마련했다. 구체적인 방안들에 관해서는 관련기관과 협의 중이다. 차별화된 방식으로 한국의 새로운 교육 지평을 열어가는 그에게서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희망을 발견한다. 백년대계라는 교육사업에서 전제되는 건 시간이고 미래다. 젊은 그는 오늘도 미래를 살아간다. 아주 부지런하게, 똑 부러지게. 글 최준시인, 사진 한찬호사진작가
  • [웃으며 삽시다]웃기지 않으려거든 장사하지 마라

    [웃으며 삽시다]웃기지 않으려거든 장사하지 마라

    얼마 전 국내 굴지의 전자회사 판매점에 근무하는 후배를 만났다. 평소에 잘 웃고 선배들에게 깍듯이 대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후배였다. 만나자마자 그 후배는 좋은 일이 있다는 듯이 만면에 화사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무슨 좋은 일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신입사원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매장에서 월간 제품판매 1위를 했다는 것이다. 궁금해서 비법을 물었더니 별것 아니라는 듯이 이렇게 말한다. ”그냥 사람들이 오면 잠깐 자리에 앉게 하고 나서 이렇게 물어봐요. ‘손님, 둥글레차를 둥글둥글하게 말아드릴까요? 아니면 녹차를 노글노글하게 비벼 드릴까요?’ 그러면 사람들이 기대하지 않았던 이 말에 뒤집어집니다. 잠깐 웃고 나면 한마디를 덧붙입니다. ‘손님, 웃고 나니깐 들어오실 때보다 3일은 젊어 보입니다.’” 자신이 서비스하는 고객들에게 마주치자마자 던지는 유머 한마디는 고객의 마음벽을 깬다고 후배는 말한다. 그러면서 자기는 고객의 눈을 마주칠 때부터 고객이 떠나는 순간까지 최소한 10번 정도 웃게 함으로써 제품을 팔 뿐만 아니라 재미와 즐거움까지 판다는 것이다. 이렇게 웃고 떠난 고객은 반드시 3~5명의 지인들에게 자신을 추천한다고 한다. 어떻게 웃기느냐고 노하우를 다 공개해 보라고 말했지만 자신만의 영업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조만간에 그 후배의 노하우를 캐러 전자제품을 사러 가야 될 것 같다. 중국 속담에 웃지 않으려거든 장사하지 마라는 말이 있다. 고객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웃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러한 웃음은 조금은 소극적일 수 있다. 사업에서의 웃음은 고객만족을 이끌어내지만 고객을 즐겁게 하는 전략은 고객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 최근 fun경영, 유머경영이 작은 구멍가게에서부터 대기업까지 온통 열풍이 되어 버렸다. 이러한 유머경영을 적용해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간단하지만 2가지 아이디어를 나누어 본다. 첫번째, 고객에게 유머 한 개를 나누어 보자. 얼마 전 들렀던 미용실의 원장님은 자리에 앉자마자 이렇게 말을 붙인다. “손님, 머리를 감을 때 어디부터 감아야 되는지 아세요?” 모르겠다고 말하자 “눈부터 감아야죠”라고 웃긴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완전 대박 유머다. 그리고 5개 정도의 유머를 계속해서 쏘아댄다. 유머전문가로서 궁금증이 생겨서 원장에게 어떻게 유머를 다 할 생각을 했느냐고 묻자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요즘에 머리 깎는 것은 기본에 기본이에요. 말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은 미용실에 오면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풀고 싶어해요. 그래서 유머를 사용했는데 사람들이 꼬리를 물어 오네요. 유머를 하기 시작하면서 손님이 30% 늘었어요.” 원장님의 말에 150% 공감하고 친구 몇 명한테 가보라고 추천했다. 엄청나게 재밌다고. 작년에 제주도에 여행 갔을 때도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잠수함을 타기 위해 통통배를 탔는데 마이크를 잡고 안내하는 사람이 이렇게 안내한다. “손님 여러분! 안전벨트를 매세요. 매지 않으면 앞으로 넘어질 수 있습니다. 넘어지면… 개쪽 팔립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이 말 한마디에 손님들은 모두 뒤집어졌다. 유머가 가지는 파워풀한 힘을 새롭게 깨닫는 계기였다. 두 번째, 간판이나 안내판을 재미있게 바꾸어 보자. 요즘 길거리를 다니다보면 비슷비슷해 보이는 간판 사이에서 유독 재미있는 가게 이름이 있다. 얼마 전 화제를 모았던 ‘스타닭스’를 보면, 이름에서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를 패러디한 치킨집 이름이다. 이 집은 한 네티즌이 재미 삼아 찍어 인터넷에 올린 사진이 돌고 돌아 유명세를 타게 됐다. 덕분에 오픈 3개월 만에 일산 정발산동의 명물로 떠올라 매출이 30% 정도 올랐다고 한다. 얼마 전 114 상담원이 선정한 재미있는 음식점 이름으로’태풍은 불어도 철가방은 간다’ ‘힘내라 동태찌개’’먹고 갈래 싸 갈래’ ‘이 뭐꼬’’신꼬벗꼬’’주유소(酒有所-술이 있는 곳)’ ‘겹사돈(豚-생고기 집)’’돈방석’’게 섰거라(게 전문 요리집)’’아이 러브 米(쌀집)’ 등이 있었다. 모두 고객을 웃게 하고자 하는 유머 전략의 일환이다. 마이클 르뵈프는 ‘평생 고객을 만드는 방법’이라는 글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내게 물건을 팔려고 하지 말아요. 대신 꿈과 느낌과 자부심과 행복을 팔아주세요. 제발 내게 물건을 팔려고 하지 마세요. 즐거움과 재미를 팔아주세요.” 즐거움과 재미가 있을 때 고객은 감동하고 다시 방문하게 된다. 이러한 원리는 재미있는 사람이 인기가 있는 비결과 같다. 재미있으면 또 찾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즐거움의 원리를 내 것으로 만드는 하나의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보자. “어떻게 하면 고객을 즐겁게 해줄까?” 그리고 나부터 웃자. 웃음은 즐거움과 재미의 시작이다. 그리고 유머 하나라도 입에 장착하자. 하하하 글 최규상 한국유머전략연구소 소장(cutechoi@dreamwiz.com)
  • [문화마당] 아버지의 2월/최동호 고려대 국문과 교수 시인

    여느 해보다 따뜻한 2월이 왔다 간다. 설날이 지나가고 새 학기가 다가온다. 졸업생들이 사회로 나오고 신입생들이 학교로 들어가려고 준비한다. 세상이 아무리 소란해도 젊은 세대들은 겨울의 얼어붙은 밭에서 새순이 돋듯이 솟아나온다. 설날의 미덕은 한국인으로 하여금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가족을 통해 자기를 되새겨 보고 새로운 활력을 되찾는 데 있다. 그런데 가족의 중심에 서야 할 아버지의 자리는 축소되고 없어져버린 것 같다. 아버지의 처진 어깨가 유난히 커 보인다. 어머니의 자리가 좀더 커진 것 같지만 그 또한 언제 사라질지도 모르는 자리일 것이다. 산업사회가 대가족제도를 붕괴시켰고 디지털 사회가 핵가족마저 붕괴시키고 나면, 인간 존재는 가족이라는 끈을 잃어버리고 낱개의 존재로 고독하고 음울하게 살아갈 것이다.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되고 우울증이 심화되며 자살률이 급증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는지도 모른다. 2006년도 노벨상 수상자 오르한 파묵의 수상 기념연설 ‘아버지의 가죽가방’은 전세계인을 잔잔하게 감동시킨 바 있다. 젊은 시절 문학 지망생이었지만 별 볼 일 없는 문인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가죽가방으로부터 그의 문학이 유래했다고 그는 말했다. 가족을 부양하느라고 자신의 뜻을 접고 파지에 가까운 글을 가죽가방에 남기고 간 아버지의 유언은 파묵에게 삼류 문사로 세상을 살다 갈 수 없는 분명한 이유가 되었다. 남의 글을 아류적으로 추종하는 한 제대로 된 작가가 될 수 없다는 깨달음은 파묵이 아버지로부터 받은 커다란 유산이었다. 아버지 없는 아들은 없다. 그러나 우리들은 이미 아버지가 새로운 세대의 전범이 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새로운 세대는 전 시대와의 단절을 외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전 시대의 교훈을 질료로 삼지 않은 전진이란 불가능하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전 시대와 단절된 전진은 일시적으로 가능할지는 몰라도 언제나 더 큰 대가를 치러왔다는 것이 인류사의 교훈이다. 2월을 보내면서 고형렬 시인의 시집 ‘밤 미시령’을 다시 읽어 보았다. 여러 시 중에서 ‘명태여, 이 시만 남았다’가 인상적이었다. 겨울방학을 보내고 개학이 다가오는 어느 날 아버지와 함께 명태를 구워 먹던 오래 전의 기억이 떠올라 그도 또한 아들과 더불어 명태를 구워 먹으면서 다음과 같이 쓴다. “아버지가 되려고 아들을 불러 앉히고 그 중태를 죽죽 찢어 입에 넣어주었다. 그 황태 간 있던 곳에서 눈냄새가 나고 납설수 냄새도 나자 아버지 냄새가 났다. 슬프다기보다 50년 신춘에 이렇게 건태 뜯어 먹는 버릇도 아버지를 닮았으니, 아들도 나를 닮을 것이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대에 이런 이야기는 시인의 추억 속에서나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가고 시인도 가고 나면 그의 말대로 시만 남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버지와 아들이 친구처럼 명태를 구워 먹는 기억이 없다면 우리들의 삶은 아주 삭막하게 단절될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첨단을 간다고 하더라도, 아니 디지털 시대의 첨단을 가기 위해서는 아버지와 아들이 친구처럼 함께 사는 삶이 필요하다. 누구나 스스로 존재하는 독자적 개체이지만 그 독자성은 가족 구성원을 중심으로 방사적인 그물망을 구성하고 있다. 그 그물망이 조금이라도 훼손된다면 정서적·개체적 중심도 흔들리게 된다. 아버지만 존재하고 아들은 없던 권위주의 시대가 있었다. 그 시대의 젊은 세대가 결코 행복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버지 없는 젊은 아들만의 시대는 그보다 더 불행한 시대일 것이다. 아버지를 부정하라. 그러기 위해 눈 냄새 나는 아버지의 잘잘못을 제대로 배우라. 최동호 고려대 국문과 교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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