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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억대 수뢰’ 박기춘 의원 구속… 19대 국회 5번째 수감 불명예

    ‘3억대 수뢰’ 박기춘 의원 구속… 19대 국회 5번째 수감 불명예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무소속 박기춘(59) 의원이 18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김도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박 의원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을 진행한 뒤 “소명되는 주요 범죄 혐의의 내용과 범행 후 정황 등에 비추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중앙지검 검사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박 의원은 영장 발부 직후 구치소로 이송됐다. 현역 의원이 검찰수사를 받다 구속된 사례는 조현룡(70) 새누리당 의원과 김재윤(50)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박상은(66) 새누리당 의원, 이석기(53)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 이어 19대 국회 들어 다섯 번째다. 박 의원은 2011년부터 올해 2월까지 분양대행업체 I사 대표 김모(44·구속기소)씨로부터 현금 2억 7000만원과 고가의 명품시계 2점, 안마의자 등 총 3억 58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의원이 김씨로부터 받은 현금은 아들 결혼식 축의금 1억원과 의정보고서 지원금 1억원, 명절인사 명목 7000만원 등인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박 의원의 가족도 김씨에게서 고급 시계와 명품 가방 등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와의 뒷거래를 감추려고 경기도의원 출신 정모(50·구속기소)씨를 시켜 그동안 받은 금품을 김씨에게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심문에서 김씨와 금품거래를 한 사실을 시인한 반면 대가성 여부와 증거은닉 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정부, 질병관리본부장 차관급 격상 추진

    정부, 질병관리본부장 차관급 격상 추진

    감염병 관리 및 대응을 담당하는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해 독립시키는 대신 보건복지부 산하에 그대로 두고 본부장만 차관급으로 격상하는 안이 추진된다. 보건복지부는 1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가방역체계 개편 방안 관련 공청회’를 열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서 드러난 부실한 방역체계를 바로잡을 방안으로 사실상의 복수차관제를 제시했다. 질병관리본부를 복지부에서 분리해 질병관리청(차관급)으로 승격하면 외청의 차관급이란 지위의 한계 때문에 위기 발생 시 다른 부처와 협력하기 어렵고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통제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복지부의 의뢰를 받아 이날 질병관리본부 개편 방안을 발표한 서재호 부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는 것은 감염병 위기 대응에서 오히려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며 “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하되 질병관리본부에 독자적인 예산권, 인사권을 부여해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그동안 핵심 인력은 대부분 복지부 본부로 발령이 났던 게 사실”이라며 “질병관리본부 책임자로 인사권이 있는 차관급이 가면 적어도 ‘내 조직을 챙긴다’는 마음으로 실력 있는 전문가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독립기관인 질병관리청은 감염병 관리 수가(의료 행위의 대가) 개편 문제 등을 다룰 수 없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감염병 관리 수가를 개편해 일선 의료기관이 의욕적으로 감염병 대응 인프라를 갖추도록 해야 하는데, 건강보험 관련 업무는 복지부가 담당해 연계 협력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메르스와 직접 맞선 의료계는 질병관리본부를 복지부 산하에 그대로 두는 안에 우려를 표시했다. 정해관(성균관대 의대) 대한예방의학회 교수는 “서 교수 안대로라면 복지부가 질병관리본부에 인사권과 예산권을 부여할 것이라는 확실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조직의 선의에만 의존한 인사권 독립이 타당한가”라고 반문했다. 질병관리본부를 독립시키지 않는 한 부처 이기주의에 의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원철 가톨릭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감염병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위기 단계가 높아지면 지휘권이 질병관리본부장에서 복지부 장관, 국민안전처 장관으로 이동해 결국 위기관리의 전문성이 낮아진다”며 “현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격상해 관심 단계부터 심각 단계까지 책임지고 대비,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창일 대한병원협회 의료원장은 “아무리 조직을 개편해도 2년에 한 번씩 행정부서를 옮기는 현 제도에서는 절대로 전문가를 키울 수 없다”며 “전문가를 키울 수 있는 인사제도부터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중앙부처와 지자체 간, 정부와 의료기관 간 정보 공유와 협력의 부재, 전문성 부족 등 고질적 문제는 그대로 두고 손쉬운 조직 개편부터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창원(한성대 행정학과) 한국조직학회 교수는 “질병관리본부장을 차관급으로 하든, 외청으로 승격하든 질병관리본부에서 일하는 분들의 전문성, 일하는 방식, 협업체계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조직 개편으로 모든 것을 풀려는 것은 암 걸린 환자에게 정형외과 수술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서 교수가 제안한 안을 토대로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취합해 다음달 초 국가방역체계 개편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집밥 백선생’ 백종원 철가방 들고 등장 “짜장면 시키신 분” 무슨 상황?

    ‘집밥 백선생’ 백종원 철가방 들고 등장 “짜장면 시키신 분” 무슨 상황?

    ‘집밥 백선생’ 백종원 어색한 콩트에 스튜디오 분위기는? ‘대박’ ‘집밥 백선생 백종원’ ‘집밥 백선생’ 백종원이 귀여운 콩트를 선보여 시청자의 웃음을 자아냈다. 18일 방송된 tvN ‘집밥 백선생’에서는 ‘축 개업 집밥 반점’ 편이 전파를 탔다. 이날 백선생 백종원은 오프닝에서 철가방을 들고 등장해 게스트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는 “짜장면 시키신 분”이라고 말하며 어색한 콩트를 펼쳐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한편 ‘집밥 백선생’은 요리 초보인 남성 연예인들이 1인분 요리를 넘어서 한상차림까지, 한식으로부터 중식, 양식, 디저트에 이르는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는 ‘요리인간’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담는 예능프로그램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집밥 백선생’ 백종원 철가방 들고 등장 “짜장면 시키신 분” 무슨 상황?

    ‘집밥 백선생’ 백종원 철가방 들고 등장 “짜장면 시키신 분” 무슨 상황?

    ‘집밥 백선생’ 백종원 어색한 콩트에 스튜디오 분위기는? ‘대박’ ‘집밥 백선생 백종원’ ‘집밥 백선생’ 백종원이 귀여운 콩트를 선보여 시청자의 웃음을 자아냈다. 18일 방송된 tvN ‘집밥 백선생’에서는 ‘축 개업 집밥 반점’ 편이 전파를 탔다. 이날 백선생 백종원은 오프닝에서 철가방을 들고 등장해 게스트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는 “짜장면 시키신 분”이라고 말하며 어색한 콩트를 펼쳐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한편 ‘집밥 백선생’은 요리 초보인 남성 연예인들이 1인분 요리를 넘어서 한상차림까지, 한식으로부터 중식, 양식, 디저트에 이르는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는 ‘요리인간’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담는 예능프로그램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집밥 백선생’ 백종원 어색한 콩트에 스튜디오 분위기는? ‘대박’

    ‘집밥 백선생’ 백종원 어색한 콩트에 스튜디오 분위기는? ‘대박’

    ‘집밥 백선생’ 백종원 어색한 콩트에 스튜디오 분위기는? ‘대박’ ‘집밥 백선생 백종원’ ‘집밥 백선생’ 백종원이 귀여운 콩트를 선보여 시청자의 웃음을 자아냈다. 18일 방송된 tvN ‘집밥 백선생’에서는 ‘축 개업 집밥 반점’ 편이 전파를 탔다. 이날 백선생 백종원은 오프닝에서 철가방을 들고 등장해 게스트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는 “짜장면 시키신 분”이라고 말하며 어색한 콩트를 펼쳐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한편 ‘집밥 백선생’은 요리 초보인 남성 연예인들이 1인분 요리를 넘어서 한상차림까지, 한식으로부터 중식, 양식, 디저트에 이르는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는 ‘요리인간’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담는 예능프로그램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얽매이지 않는 편안함… 더위를 지배한 日패션

    얽매이지 않는 편안함… 더위를 지배한 日패션

    무더위에 강한 일본 패션이 올여름 국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쾌적함을 유지하는 기능성과 함께 보는 사람까지 시원하게 만드는 디자인을 갖춰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인기를 끈다. 온대몬순 기후에 속하는 한국과 일본의 여름은 숨이 턱턱 막히게 덥고 습한 게 특징이다. 특히 서울과 도쿄는 높은 빌딩 숲 때문에 주변보다 기온이 더 높은 열섬현상이 일어난다. 여름 평균 습도는 한국이 70%, 일본은 80% 정도로 바다를 낀 일본 열도가 더 습한 편이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땀이 잘 배출되고 쉽게 마르는 소재의 옷과 소품이 발달했다. 일본인 디자이너 이세이미야케가 만든 바오바오백은 일본을 찾는 여행객들이 새벽부터 현지 백화점에 줄을 서서 살 정도로 여름만 되면 없어서 못 파는 제품이다. 2010년 처음 나온 바오바오는 작은 삼각형 모양의 플라스틱 조각을 그물(메시) 원단 위에 퍼즐처럼 이어붙여 만든 가방이다. 펼쳤을 때 종이처럼 납작하지만 물건을 넣으면 부피에 따라 자유자재로 접혀 입체적인 모양을 만든다. 가죽으로 된 핸드백보다 가볍고 입구가 넓어 수납이 편한 덕에 30~40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지난 4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 문을 연 바오바오 단독매장은 월평균 1억 2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4대 명품 브랜드가 아니면서 가방만 파는 단독매장으로 월 매출이 1억원 이상 유지되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공식 수입업체인 제일모직에 따르면 바오바오는 최근 2~3년간 매년 30% 이상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이세이미야케에서 나온 플리츠플리즈는 주름이란 뜻의 플리츠(pleats)를 브랜드 이름에 쓰는 만큼 원피스, 통바지 등 다양한 주름 옷과 스카프 등 소품을 판매한다. 폴리에스테르를 써서 가볍고 구김이 없다. 찬물 세탁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완성품 치수보다 2~3배 큰 원단을 잘라 접어서 만든다. 주름이 피부에 닿는 옷 면적을 줄여 줘서 고온다습한 날씨에도 쾌적함을 느낄 수 있다. 과감한 색감의 조화, 독특한 디자인 덕분에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젊은 여성들도 선호한다. 일본 전통의상을 현대식으로 해석한 옷들도 국내 소비자의 눈길을 끈다. 스테테코는 우리나라의 잠방이와 비슷한 남성용 속바지다. 하얀 무명이나 삼베로 만든 6~7부 홑바지로 원래는 양복바지 안에 입는 속옷 개념인데, 일본에서 나이든 남성들이 아무렇게나 입고 돌아다닌다고 해서 촌스러운 이미지가 강했다. 2000년대 후반 들어 유니클로, 무지(무인양품) 등 일본 캐주얼 의류 업체들이 스테테코를 패션 상품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체크, 하와이안 무늬처럼 화려한 디자인을 입히고 날씬해 보이는 옷 태를 살려 젊은 고객을 겨냥했다. 유니클로의 스테테코는 면의 일종이면서 감촉이 좋은 크레이프 원단을 사용해 가볍고 땀이 빨리 마른다. 릴랙스(relax)와 컴포트(comfort)의 일본식 조어인 ‘리라코’는 여성용 실내복 바지다. 유니클로 측은 리라코가 100% 레이온으로 만들어 몸에 달라붙지 않으며 가볍고 감촉이 매끄럽다고 설명했다. 진베이는 주로 잠옷으로 입던 일본 전통 의상이다. 기모노나 유카타보다 입고 벗기 쉽고 활동하기 좋아 여름 실내복이나 외출복으로 쓰인다. 최근에는 밝고 화려한 무늬의 진베이를 아이들에게 입히는 부모가 국내에 많아졌다. 리플 또는 지지미로 불리는 시어서커 원단을 사용해 시원함을 강조한 게 특징이다. 일본 유·아동복 브랜드인 미키하우스는 매년 여름 수십 종의 진베이를 선보이고 있다. 진베이는 국내에 수입되지 않아 구매대행이나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통해 사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몇 년 전부터 원단을 직접 재단해 아기 진베이를 만들어 입히는 일도 유행하고 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여행 가방]

    [여행 가방]

    에버랜드 ‘해방둥이’ 무료입장 에버랜드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해방둥이’(1945년 출생자)와 배우자에게 16일까지 에버랜드 이용권과 식사, 음료를 무료로 제공한다. 또 이름에 ‘대한’, ‘민국’, ‘만세’, ‘광복’, ‘해방’ 중 하나가 들어간 사람도 같은 기간 에버랜드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신분증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내려받은 쿠폰을 지참해야 한다. 태권도 도복을 입은 사람도 동반 3인까지 에버랜드 이용권을 37% 할인받을 수 있다. 이 기간 경희대 태권도 시범단의 전통 태극 무예 공연 등도 열린다. 대명리조트 폴 인 어쿠스틱 축제 대명리조트가 주최하는 ‘폴 인 어쿠스틱 페스티벌’(www.fiafestival.com)이 9월 19~20일 비발디파크 잔디광장 특설무대에서 열린다. 여성 보컬리스트 박선주, 장혜진, 베이시스트 서영도, 트럼페터 안희찬, 일본의 재즈힙합 뮤지션 켄이치로 니시하라, 래퍼 버벌진트 등의 라인업으로 구성됐다. 티켓 가격은 1일권 4만원, 2일권 6만원. 인터파크(1544-1555)에서 예매할 수 있다. 휘닉스파크 22일부터 꽃차대전 강원 평창의 휘닉스파크가 22~23일 제 2회 대한민국 산야초 꽃차대전을 연다. 전국 꽃차 전문가 100여팀이 참가해 각자 준비한 꽃차를 선보이며 열띤 경연을 펼친다. 출품된 꽃차들은 22일 오후 2시부터 밤 8시까지, 23일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휘닉스파크 더 호텔 2층 그랜드볼룸에서 일반에 공개된다. 입장료는 없으며 꽃차 관람과 시음이 가능하다. 단원 김홍도의 자손인 담원 김창배 작가의 한국화 전시도 함께 진행된다. 휘닉스파크는 이 기간 가족단위 방문객을 위해 꽃 향기 방향제 만들기, 압화 공예 체험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슬로프 정상의 하늘정원 등 슬로프 곳곳에 벌개미취들이 만개하기 시작했다. 토종 야생화인 벌개미취는 메밀꽃과 더불어 강원 지역의 명물로 꼽힌다.
  • [커버스토리] “골프보다 로봇이 좋아” 장난감에 빠진 어른들

    [커버스토리] “골프보다 로봇이 좋아” 장난감에 빠진 어른들

    장난감이나 캐릭터를 좋아하는 어른은 더이상 신기한 존재가 아니다. 구매력이 충분하고 수준 높은 장난감이 많아진 덕에 키덜트가 제 세상을 만났다. 키덜트(kidult)는 키드(kid·아이)와 어덜트(adult·성인)가 합쳐진 말로, 어린이 취향과 감성을 갖고 그 문화를 즐기는 어른을 뜻한다. 최근의 통계를 보면 키덜트는 소수만 즐기는 오타쿠(하나에 열중하는 사람) 문화의 범주를 벗어나 대중화되는 추세다. 미키마우스 가방, 헬로키티 휴대전화 케이스 같은 캐릭터 상품을 사는 어른의 절반은 자신을 위한 선물로 간직한다. 또 성인 10명 가운데 3.5명은 ‘캐릭터 상품은 애들이나 사는 것’이라는 생각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 13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전국 8대 광역시도에 거주하는 만 3~59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4년 캐릭터 이용자 실태 조사에 따르면 캐릭터 상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사람 1261명 가운데 20대 이상 성인이 757명(60.0%)에 이르렀다. 이들의 캐릭터 구매 목적을 따져 보니 전체 구매를 100으로 가정했을 때 평균 50.0%는 본인 소유를 위해 구매하고 나머지는 가족과 친구 등에게 선물하기 위해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세와 25~29세의 본인 소유 목적 구매가 각각 71.1%와 63.7%로 높았으나 40~49세도 자신을 위한 캐릭터 구매율이 47.9%로 적지 않았다. 캐릭터 상품이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성인은 평균 35.0%로 조사됐다. ‘캐릭터 상품은 어린이들이나 사는 것이다’라는 의견에 20~29세의 38.4%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동의한다(33.5%)는 답변보다 많았다. 40~49세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35.9%로 나타났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나 라인을 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의사소통을 위해 이모티콘과 같은 디지털 캐릭터를 소비하는 성인도 늘고 있다. 조사 대상인 20대 이상 성인 924명 가운데 43.0%인 397명이 디지털 캐릭터를 이용해 봤다고 답했고 이 중 10.1%가 거의 매일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디지털 캐릭터를 유료로 사용하는 성인은 월평균 2165원을 이모티콘 등의 구입 비용으로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연승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우수한 캐릭터 콘텐츠가 풍부하고 이를 향유할 경제적 여건을 가진 성인이 많아지면서 키덜트 대중화 시대를 맞았다”면서 “만화나 캐릭터에 익숙한 지금 어린이 세대가 성인이 되면 유아 콘텐츠였던 뽀로로, 타요도 키덜트 문화 산업에 편입될 수 있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별들이 쏟아진다… 당신과 나의 밤, 하늘 위로

    별들이 쏟아진다… 당신과 나의 밤, 하늘 위로

    폭염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지만 여름의 서슬은 여전히 시퍼렇다. 늦여름 피서를 고심하는 이들도 있을 터. 강원의 고원 지대를 찾는 건 어떨까. 피부에 각질처럼 달라붙은 더위를 쫓고 그 자리에 강원의 맑은 산소 알갱이들을 채워 넣을 수 있다. 38번 국도를 타고 가는 길. 고한에서 하이원 리조트를 지나 만항재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시립(侍立)한 길 끝에 단아한 절집이 산자락을 타고 앉아 있다. 정암사다. 양산 통도사, 오대산 월정사, 설악산 봉정암, 사자산 법흥사와 함께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 하나로 꼽힌다는 절집이다.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진신사리를 모셔와 정암사를 세웠다고 한다. 절집의 자랑은 수마노탑(보물 제410호)이다. 높이 9m의 7층 모전석탑(돌을 벽돌 모양으로 깎아 쌓은 탑)으로 사찰 뒤쪽 높은 산비탈에 세워져 있다. 주 건조재료는 마노(瑪瑙)다. 석영질 보석의 일종으로, 일부에선 재앙을 예방해 준다고 믿는 보석이다. 자장율사가 탑을 쌓을 때 용왕의 도움으로 마노석을 옮겼다 해서 ‘수’(水)자를 붙여 수마노탑이라 부르게 됐다. 부처의 사리를 모신 덕에 기도에 효험이 있다고 해서 새해나 입시철에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수마노탑까지는 계곡을 거슬러 올라야 한다. 맑은 계류가 흐르는 계곡은 그 자체가 천연기념물(제73호)이다. 냉수성 어류인 열목어가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암사 계곡은 경북 봉화의 백천계곡과 더불어 열목어 서식의 남방한계선으로 여겨지고 있다. 정암사 위는 만항재다. 때는 한낮. 햇살은 따갑지만 고원지대 특유의 상큼하고 청량한 공기가 폐부를 씻어 낸다. 고갯마루 여기저기엔 들꽃들의 향연이 한창이다. 산비탈마다 둥근 이질풀과 산솜방망이, 노루오줌, 참당귀, 구릿대, 말나리, 오이풀꽃 등이 활짝 피었다. 밤하늘의 별이 이렇게 많을까. 횡재를 만난 벌과 나비들이 꿀을 탐하느라 부산을 떨고 있다. 그야말로 ‘산상 정원’이다. 꽃이라고 모두 화려하지는 않을 터. 우리 들꽃이 그렇다. 한지 위로 번지는 먹물처럼 은은하고 소박하다. 만항재는 태백과 정선, 영월이 경계를 맞댄 고개다. 우리나라 고갯길에 놓인 도로 가운데 가장 높다. 해발 1330m를 지난다. 해안기후와 고산기후가 병존하는 곳이기도 하다. 다양한 종류의 야생화가 피고, 남방계와 북방계 꽃들의 경계가 이곳에서 그어진다. 여름꽃들이 지고 나면 그 자리에 투구꽃, 물매화, 수리취 등이 다투어 핀다. 만항재 맞은편의 함백산, 두문동재, 분주령 등도 소문난 들꽃 군락지다. 특히 분주령을 거쳐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까지 가는 길은 트레킹 코스로 인기가 높다. 한데 오가는 길이 등산로 수준이어서 적절한 준비를 하고 가야 한다. 태백과 정선 등의 고원지대는 1000m를 훌쩍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덕에 매우 독특한 식생과 풍경을 펼쳐 낸다. 대표적인 곳이 매봉산이다. 고랭지 채소밭과 풍력발전기가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그려 내는 곳이다. ‘바람의 언덕’이란 예쁜 이름도 얻었다. 해발 1000~1300m의 고지대여서 바람 한 자락 불면 불볕더위는 저만치 사라지고 만다. 매봉산은 산기슭 전체가 배추밭이다. 면적은 132만㎡(약 40만평)가량 된다. 산자락 이쪽저쪽을 타고 넘는 배추밭의 방대한 규모에 입이 떡 벌어진다. 매봉산 고랭지 배추는 ‘이슬만 먹고 산’다. 매봉산 마을의 이정만 촌장이 설명한 내용은 이렇다. 매봉산 주변에는 돌이 많다. 얼핏 척박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런 환경이 배추 생장엔 외려 도움이 된다. 매봉산은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크다. 여름에도 그렇다. 돌은 한낮의 열기를 저장했다가 추운 밤에 천천히 복사열을 풀어 놓는다. 새벽녘엔 결로현상, 그러니까 돌 위에 이슬 맺혀 배추에 수분을 공급해 준다. 척박한 땅이라 배수가 잘 되는 것도 배추 생장엔 호재다. 매봉산 오르는 길에 삼대강 꼭짓점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한강, 낙동강, 오십천 등 세 강의 분수령이 되는 곳이다. 길가에서 십분 남짓 오르면 나온다. 철암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탄광 마을 중 하나다. 석탄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소도시로 전락하고 말았지만 당시 풍경은 비교적 잘 보존돼 있다. 핵심은 철암역두(鐵岩驛頭) 선탄장이다. 70여년의 역사가 녹아 있는 우리나라 석탄산업의 상징이다. 등록문화재 제21호. ‘검은 노다지’ 석탄가루가 켜켜이 쌓인 건물이 인상적이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에서 주인공 안성기와 박중훈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주먹다짐을 벌이는 장면이 촬영되기도 했다. 철암역 일대는 지금 변화가 한창이다. 먼저 철암역 주변이 ‘철암탄광역사촌’으로 바뀌었다. 석탄산업이 한창이던 1960∼1970년대에서 시곗바늘이 멈춘 마을이다. 철암천 변을 따라 옛 탄광촌 주거시설인 ‘까치발 건물’ 11채가 본래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까치발’은 하천 바닥에 목재 또는 철재로 만든 지지대를 뜻한다. 주민들이 실제 살던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모두 떠나고 전시·관람 공간으로 변했다. 30일까지 철암탄광역사촌에서 ‘태백8경 경관전’이 열린다. ‘검은 땅에 꽃 피다’를 주제로 다양한 미술작품이 전시된다. 역사촌 위는 지반 공사가 한창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철암시장, 철암의원 등 옛 정취 가득한 공간이었으나 지금은 모두 허물어졌다. 머지않아 토요시장 등 관광객을 끌어모을 새 건물들이 들어설 예정이다. ‘루핑’(모래와 콜타르를 뿌려 비가 새지 않도록 한 일종의 기름종이)으로 지붕을 인 광부들의 숙소 건물은 역사촌 위 산자락에 일부 남아 있다. 언제 사라질지 알 수 없으니 부러 찾아가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 두는 게 좋겠다. 글 사진 태백·정선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 가방(지역번호 033) →가는 길:중앙고속도로 제천 나들목에서 38번 국도를 타고 곧장 가면 정선, 태백이다. 만항재는 고한 시내를 지나 정암사 방면으로 우회전한 뒤 산길을 따라 곧장 올라가면 된다. 매봉산 마을은 삼수령 공원 왼쪽에 있다. 16일까지는 여름 성수기라 개인 승용차는 통제되고 셔틀 버스를 이용해 올라야 한다. 분주령이나 대덕산 야생화 트레킹을 하려면 태백시청 관광홈페이지(tour.taebaek.go.kr)에서 사전에 생태탐방 신청을 해야 한다. 태백 시내에서 사용한 카드 영수증이 있으면 당일 입장도 가능하다고 한다. →맛집:태백은 여느 산악도시에 견줘 유난히 맛집이 많다. 특히 분식집 빼고 가장 ‘흔한’ 게 고깃집이다. 상장동의 배달실비식당(552-3371), 태백한우골(554-4599) 등이 이름났다. 닭갈비도 별미다. 볶음식으로 유명한 춘천 닭갈비와 달리 갖은 식재료를 쇠판에 넣고 육수를 부어 끓여 낸다. 대명닭갈비(552-6515), 태백닭갈비(553-8119), 승소닭갈비(553-0708) 등이 알려졌다. 강산막국수(552-6680)는 막국수와 수육으로 이름난 집. 상장동에 있다. 초막고갈두(553-7388)는 고등어와 갈치, 두부 등의 조림으로 소문났다. 정선에선 곤드레밥을 맛봐야 한다. 민둥산 가든(592-3000), 정원광장식당(378-5100), 두메산골(563-5108) 등이 이름난 집이다. 정선역에서 가까운 동광식당(563-3100)은 황기를 넣어 만든 왕족발과 메밀콧등치기국수를 잘 한다. 사북 읍내 용석집(592-6615)은 손으로 빚은 만둣국이 일품이다. →잘 곳:태백 시내에 깔끔한 모텔이 많다. 꿈모텔(552-2111), 패스텔(553-1871), 알프스(552-2620) 등이 황지연못 주변에 몰려 있다. 정선 쪽에선 하이원 리조트(1588-7789)가 첫손 꼽힌다. 좀 더 한적한 곳을 원한다면 연포, 제장마을 민박도 좋겠다. 정선의 거친 ‘뼝대’(벼랑) 옆에 자리잡은 마을들이다.
  • 교도소로 ‘마약’ 운반하던 ‘배달부 비둘기’ 적발

    교도소로 ‘마약’ 운반하던 ‘배달부 비둘기’ 적발

    콜롬비아의 한 교도소 안으로 마약을 밀반입하려던 심부름꾼이 경찰에 적발됐다. 하지만 이 ‘배달부’는 처벌은커녕 당국의 보살핌을 받을 예정이다. 마약사범 관련법이 무섭다고는 하지만 사람이 아닌 비둘기를 처벌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제의 비둘기는 콜롬비아 북동부의 부카라망가 시 교도소 인근에서 ‘체포’됐다고 현지 언론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비둘기는 마리화나 40g과 코카인 5g을 담은 소형 가방을 메고 있었다. 그러나 비둘기에게 다소 무거운 가방이었던 만큼 잘 날지 못해 발각 당하고 말았다. 호세 멘도자 부카라망가 경찰관은 “비둘기는 교도소로부터 한 블록 떨어진 장소에서 가방을 맨 채 날아오르려 시도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무게가 과도했던 탓에 결국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잡혔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비둘기는 수감자들 혹은 외부에 있는 동료들에 의해 훈련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과거 동일한 수법을 사용해 휴대전화 심카드가 밀반입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이 비둘기는 환경관리 당국에 인도돼 보살핌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해외여행 | Samoa 사모아에서 행복하지 않다면 유죄

    해외여행 | Samoa 사모아에서 행복하지 않다면 유죄

    땅 위의 모든 것이 아름다운 남태평양의 섬나라 사모아. 이곳은 ‘낙원’의 기원이다. 세계 각지의 많은 곳을 ‘낙원’ 이라고 부를 때, 어쩌면 그 안에는 ‘사모아와 비슷하다’는 함의가 있을지도 모른다. 사모아에 다녀왔다. ‘그곳이 얼마나 좋으냐면’이라고 글을 쓰는 일은 기분 좋은 꿈에서 깨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꿈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달고도 아름답다. 사모아는 미지의 세계다. 잘 모른다. 낯설다. 수많은 여행지를 다니면서 여기만큼 이국적인 정취를 느낀 곳도 없었다. 이국적이고 낯설지만 오롯이 동화되고 싶은 마음은 열렬했다. ‘대체 이 알 수 없는 오묘한 매력은 뭐지?’ 싶었다. ‘남태평양 어디쯤에 사모아라는 나라가 있다더라’는 정보만 알고 있던 나는 사모아를 그리워하느라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신세가 됐다. 관계로 치자면, 밀당의 고수에게 낚여 넋이 나간 꼴이다. 사모아의 사바이섬과 우폴루섬을 돌아본 일주일은 다른 차원의 시간 혹은 비현실 같았다. 일정을 마친 후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나와 동행한 가장 친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마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주인공이 된 것만 같아.” SAMOA 무엇이 매력이냐 물으신다면 감동적이고 경이로운 자연경관과 이를 배경으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관광지에 대한 설명은 일단 뒤로 미루자. 둘째가라면 서러울 사모아의 매력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 곳곳에서 발견된다. 수도 아피아를 제외한 우폴루Upolu섬의 곳곳과 사바이Savaii섬 전체를 둘러보는 것은 목가적인 풍경을 정성껏 스케치하고 예쁘게 채색한, 내용까지 감동적인 그림책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사모아는 전 국민의 취미가 정원 가꾸기라고 해도 믿어질 만큼, 모든 집의 마당이 단정하고 아름답다. 너른 마당 위에선 개와 고양이, 닭이 아이들과 함께 뛰논다. 더불어 어미 돼지가 새끼 돼지 여덟 마리와 일렬로 행진하거나 소와 말이 풀을 뜯는 모습도 일상의 풍경이다. 땅 위의 모든 동물과 식물은 사람들로부터 존중받는 느낌이다. 엄마는 꽃을 심고,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은 커다란 빗자루를 들고 떨어진 나뭇잎을 쓸어 모은다. 집 앞에는 먼저 떠난 가족의 무덤을 둔다. 무덤 위에는 꽃을 놓거나 그 위에서 빨래를 말린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나란히 묻힌 무덤의 비석 위로 손자들이 올라타고 뛰어내리기를 반복하며 까르르 신이 났다. 사모아에서는 죽음이 이별이 아닌 것만 같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아름다운 집들이 모인 마을은 대부분 집성촌이다. 옆집은 고모네, 뒷집은 삼촌네, 안집은 할머니네 대략 이런 식이다. 마을 곳곳에는 사모아 전통가옥 양식인 팔레fale가 있다.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얹으면 완공되는 신기한 건물이다. 지붕이 있는 거대한 평상이라고 상상하면 얼추 비슷할 것 같다. 팔레 안에는 침대도 두고, 식탁도 둔다. 비 오는 날에는 이 집 저 집의 빨래를 한데 모아 널기도 한다. 오며 가며 뻥 뚫린 기둥 사이로 안부를 전하고 옹기종기 모여서 사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식사 때가 되면 마을 곳곳에선 연기가 피어오른다. 연기가 나는 곳은 어김없이 시끌벅적하다. 사모아 전통 조리법인 ‘우무(땅을 파고 나무와 코코넛 껍질로 불을 지피고 그 위에 돌을 달군다. 달군 돌 위에 해산물, 고기, 타로, 빵 등의 식재료를 올리고 바나나 잎을 덮어 훈제하는 조리방법)’로 만들어낸 요리들의 맛있는 냄새와, 대가족인 모인 식사시간의 즐거운 소리들이 공기 중 가득하다. 일요일이면 가장 좋은 옷을 챙겨 입고 온 가족이 함께 교회에 간다. 일요일에는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는다. 사모아 국민의 반은 기독교도, 20%는 가톨릭신자다. 신앙도 깊다. 국가의 주요한 행사가 있을 때는 언제나 기도로 시작할 정도다. 낯선 동양인과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은 어제 만난 친구를 오늘 다시 만난 듯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넨다. 어디서 누구를 만나건 자존감 높은 사람들 특유의 쿨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가득하다. 달뜨고 설레는 여정 동안 사모아 사람들을 보며 생각했다. 바쁜 도시 생활자인 내가 놓치고 사는 중요한 게 무엇일까. 이곳은 삶을 살아가는 데는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고, 스스로 움켜쥔 많은 세속적 가치들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삶의 진정한 가치를 찾게 되는 구도의 땅인지도 모른다. 이토록 아름다운 화산섬, SAVAII 사바이섬에서 여정을 시작했다. 우폴루섬 서쪽에 위치한 물리파누아Mulifanua 항구에서 뱃길로 한 시간을 달리면 사바이의 살레렐로가 항구Salelologa Wharf에 닿는다. 사모아 전체 인구의 25%가 살아가는 아름다운 화산섬인 사바이는 폴리네시안 섬들 중 타히티, 하와이에 이어 크기가 세 번째로 큰 섬으로 우폴루섬에 비해 조금 더 목가적이다. 섬 중앙에는 열대 우림이 빼곡한 산이 있고 산자락과 해안선이 맞닿는 지점에 사람들이 터전을 이루고 살아간다. 해안을 따라 난 왕복 2차선의 해안도로가 마을과 마을을 잇는 유일한 길이며 섬을 관통하는 길은 없다. 사모아관광청의 훈남 앨비스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남태평양의 바람을 가르며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사바이섬에서 가장 매력적인 자연경관을 볼 수 있는 알로파아가 블로우홀Alofa’aga Blowholes이다. 사바이 남동쪽의 타가Taga 마을에 들어서자 파도 소리가 거세진다. 파도가 세게 몰아치는 이 마을의 해안 곳곳에는 바위 구멍이 있는데 이를 통해 바닷물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다. 분수공을 통해 솟아오르는 물기둥의 높이는 엄청나다. 웬만하면 10m 이상이고 아주 높을 때는 50m까지도 치솟는다. 믿거나 말거나 100m가 넘는 높이로 솟아오른 적도 있단다. 무엇보다 압도적인 것은 귀를 자극하는 소리다. 파도가 모여 구멍으로 솟아나기 전의 거대한 울림. ‘부욱부욱’ 하는 소리는 난생처음 들어 보는 자연의 소리인데다가 물기둥이 얼마나 클지 귀띔하는 듯해 긴장과 설렘이 배가된다. 타가 마을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이곳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을 위해 작은 이벤트를 선보인다. 바로 분수공 아래로 코코넛 던지기다. 어린 시절부터 쭉 봐 왔던 광경이라 마을의 어른들은 어느 구멍에서 가장 거센 분수가 솟구칠지 직감적으로 안다. 선택한 분수공에 코코넛을 던지면 어김없이 거대한 물기둥이 솟아오르며 코코넛이 산산조각 나는 진기한 풍경이 펼쳐진다. 관광객은 이 압도적인 풍경 앞에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마을 어른들은 어린아이처럼 신이 난 얼굴을 하고 깔깔 웃으며 또 다른 코코넛을 가지러 달려간다. 알로파아가 블로우홀에서 약 20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아푸 아아우Afu Aau’ 폭포다. 발음이 어려운 사모아의 지역 이름 중 유일하게 단번에 외운 이름이기도 하다. 소 주변의 수심은 얕은 편이라 수영을 못해도 물놀이는 즐길 수 있지만 소 중심으로 갈수록 수심이 깊어져 자칫하면 ‘아푸 아아우’ 할지 모르니 조심하는 게 좋겠다.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풍광이 마치 우리나라의 비둘기낭이나 삼부연 폭포를 연상케 한다. 열대 우림에 둘러싸인 바다 근처의 이 폭포는 사바이섬을 찾는 사람들의 피크닉 장소로 명성이 자자하다. 음식물 반입은 가능하지만 주류 반입은 불가능하다. 사바이섬은 화산섬이다. 1905년부터 1911년까지 섬 북서쪽의 마타바누Matavanu산에서 화산 활동이 있었고 융기했는데 이런 지질학적 특성을 온전히 관찰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라바필즈다. 제주 곶자왈의 열대우림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쉽겠다. 섬의 북서쪽, 살레아울라Saleaula 마을에 위치한 이곳은 1900년대 세워진 교회와 화산폭발 몇해 전 만들어진 무덤이 유명하다. 교회는 마그마로 덮여 폐허가 되었는데 그 자체로 경이로운 모습이다. 무덤은 성지로 여겨진다. 화산이 폭발한 후 용암이 무덤 주변을 피해 흘렀기 때문이라고. 신성한 기운 때문인지,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화산활동 이전의 식물군이 그대로 남아 있는 풍경은 신비롭다. 작열하는 남태평양의 땡볕을 현무암이 고스란히 받아 머금고 있는 만큼 라바필즈의 열기는 대단하다. 선크림과 모자는 꼭 챙겨 가는 게 좋겠다. 라바필즈에서의 뜨거움은 인근 사토아라파이Satoalepai 마을에서 시원하게 식힐 수 있다. 이곳에는 거북이와 함께 교감하며 수영을 즐길 수 있는 풀이 있다. 스무 마리의 거북이를 맛있는 망고로 유인한 후 물에 들어가 함께 물살을 가르는 진귀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꼭 들를 것. 참고로 가장 나이가 많은 거북이는 무려 75살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SAMOA 일상을 엿보다 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바로 재래시장 둘러보기다. 우폴루섬 북쪽의 수도 아피아Apia에는 두 개의 재래시장이 있다. 먼저 사바랄로 플리마켓Savalalo Flea Market은 특산품과 수공예로 만든 아기자기한 물건들을 파는 사모아의 쇼핑 메카다. 라바라바Lavalava라고 불리는 사모아 전통 살롱과 꽃핀, 액세서리, 나무줄기를 엮어 만든 가방이나 모자 등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사모아 스타일의 기념품을 구입해야 한다면 꼭 들러야 할 곳! 더불어 이곳은 메인 버스 정류장과 연결돼 있어 빈티지한 매력이 돋보이는 사모아 버스를 실컷 구경할 수 있다. 열대 과일을 마음껏 먹어 보고 싶다면 거대한 팔레 안에 수십 개의 상점이 모여 있는 푸갈레이 마켓Fugalei Market으로 가면 된다. 바나나, 코코넛 등의 신선한 과일과 각종 야채, 꽃을 파는 청과 전문시장이지만 기념품을 파는 상점도 곳곳에 있다. 사모아 전통 음료 재료인 코코사모아는 100% 카카오 덩어리로 조리법은 간단하다. 따뜻한 물에 으깬 코코아 열매와 설탕을 듬뿍 넣고 호로록호로록 마신다. 기존의 가공품보다 훨씬 깊고 그윽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시장 인근의 사모아 컬처럴 빌리지Samoa Cultural Village도 추천한다. 사모아 전통공예와 문화를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웰컴 드링크를 선사하는 아바 세리머니, 전통 조리법인 우무, 타투의 기원인 사모안 타타우, 시아포라고 불리는 타파 프린팅과 사모아 전통 목공예, 바나나 잎으로 머리 띠와 바구니 등을 엮는 위빙 체험 등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 사모안 시바Samoan Siva라고 불리는 전통 춤 공연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힘껏 손뼉을 치며 절도 있는 동작을 이어 나가는 춤인데, 빠르게 이어지는 안무 하나하나를 따라가느라 눈 돌릴 틈이 없다. 따라 하고 싶다면 홀로 있을 때 조용히 할 것! 자칫 개그 프로그램의 마빡이처럼 보일 수 있다. 낙원의 풍경, UPOLU 사모아의 본섬인 우폴루는 1953년 제작된 영화 <리턴 투 파라다이스Return to Paradise>의 배경이 된 곳이다. 더불어 <지킬 앤 하이드Jekyll and Hyde>와 <보물섬>을 집필한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이 여생을 보내기 위해 선택한 곳이기도 하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르내리며 깊고 고요한 열대우림과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의 풍경을 번갈아 마주하다 보면 이곳에서 오랜 시간을 머물며 온전한 안식을 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우폴루섬 남쪽 해안의 로토팡아Lotofaga 마을의 토수아 트렌치 앞에 서면 그 마음은 극에 달한다. ‘물이 있는 구멍’이라는 뜻의 토수아 오션 트렌치는 바닷물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수영을 즐길 수 있는 거대한 해구다. 사모아 최고의 자연경관이라는 찬사를 받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발 디딘 지점에서 30m 아래로 에메랄드빛 바닷물이 깃든 거대하고 고요한 해구의 풍경은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답다. 있는 힘껏 사다리를 잡고 내려가 나무 데크에서 점프! “엄마 뱃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다”라는 혼잣말을 자주 하는데,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조수간만의 차이에 따라 수심과 유속이 달라지지만, 수영에 능하지 않아도 걱정은 없다. 데크에 연결된 밧줄을 잡고 동동 떠서 아늑하게 일렁이는 물결을 만끽할 수 있으니. 사모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곳을 꼽으라면 단연 우폴루섬 중북부 바일리마Vailima 지역의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뮤지엄이다. 병약하게 태어나 평생 동안 요양과 여행을 반복하며 안식처를 찾던 그가 아내와 정착해 살던 지역 이름과 동명의 집 ‘바일리마’를 당시 모습 그대로 보존했다. 스티븐슨은 이곳에 1888년 정착해 눈을 감은 1894년까지 5년밖에 살지 못했지만 사모아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행복한 말년을 보냈다고 한다. 뮤지엄 안쪽으로 난 트레킹 코스를 따라 한 시간을 오르면 산 정상에 그의 무덤이 있다. ▶travel info SAMOA 사모아는 열대우림기후의 화산 군도로 연중 덥고 습한 편이다. 11월부터 4월까지는 우기, 여행은 건기인 5월부터 3월까지가 적합하다. 동쪽으로 미국령인 아메리칸사모아가 있다. 언어는 사모아어와 영어를 공용어로 쓴다. 해가 가장 먼저 뜨는 나라로 한국보다 5시간 빠르다. 화폐는 탈라tala. 1탈라는 한화로 약 450원이다. Airline 한국에서 사모아까지 가는 직항은 없다. 가장 쉬운 방법은 이웃 섬나라인 피지의 난디공항까지 대한항공 직항을 이용한 후 피지 에어웨이즈를 타고 사모아의 수도 아피아까지 가는 것이다. 난디에서 아피아까지는 1시간 40분 거리다. Food 전통 조리방법인 우무umu로 만든 구이 요리들과 오카okq가 유명하다. 오카는 참치회를 코코넛 크림, 라임즙, 향신료, 각종 야채와 버무린 후 약간의 숙성과정을 거친 요리로 신선한 생선 러드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맥주도 맛있는데 유명한 현지 맥주로는 라거인 바일리마vailima와 타울라taula가 있다. hotel 코코넛비치클럽Coconut Beach Club 하와이의 유명한 세프였던 미카Mika가 리조트가 있는 해변에 반해 이곳에 바를 연 것이 리조트의 시작이다. 자연친화적이지만 고급스러움을 놓치지 않은 아름다운 리조트다. 사모아에서 유일하게 수상 방갈로를 보유하고 있다. 세프가 문을 연 리조트다 보니 음식 맛있기로 꽤 유명하다. 최근 CNN은 코코넛비치클럽의 레스토랑을 가장 예약하기 어려운 인기 있는 레스토랑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www.cbcsamoa.com 스티븐슨@마나세 리조트Stevenson Manase Resort 고급 휴양지를 꿈꾸고 떠났다면 다소 불편할 스탠더드 등급이다. 객실 상태, 레스토랑의 퀄리티 등이 많이 아쉽다. 그럼에도 이곳을 추천하는 이유는 사바이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을 소유한 리조트이기 때문이다. 사모아의 ‘팔레’ 형태로 만들어진 방도 있어 숙박이 가능하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인근의 마을 투어와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www.stevensonsatmanase.com 에디터 손고은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문유선 취재협조 사모아관광청 한국사무소 www.samoatravel.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해외여행 | 뱃길 따라 유유자적 산둥성山東省 산책

    해외여행 | 뱃길 따라 유유자적 산둥성山東省 산책

    인천에서 위동페리에 몸을 실은 지 17시간, 칭다오靑岛 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물길 따라 건너온 칭다오. 산둥성은 기다린 시간만큼이나 여유로웠다.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처음 가본 인천국제여객터미널, 이름도 생소하고 가는 길마저 낯설었다. 배에 오르기 직전까지 ‘배를 타면 이렇다, 저렇다’ 말했던 경험자들의 얘기가 머릿속에서 엉키기 시작했다. 배 멀미에 대한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오른 페리. 왕복 34시간을 바다 위에서 지내 본 소감을 말하라 한다면 한마디로 ‘예스’다. 화려하고 고급스럽진 않더라도 물 위에서 오고 가는 시간만큼은 바다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또 오랜 이동시간이 지루하지 않을 만큼 충분한 부대시설도 있다. 드디어 도착한 칭다오. 칭다오 주민들이 칭다오를 표현하는 여덟 글자가 있으니 藍天남천, 碧海벽해, 紅瓦홍와, 綠樹녹수. 푸른 하늘과 옥색 바다, 빨간 지붕 그리고 청색 나무라는 뜻인데 그만큼 위아래, 앞뒤로 볼 것 많고 자연이 아름다운 지역이라는 의미다.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칭다오는 40여 년간 독일의 식민 지배를 받으며 중국의 주요 무역항으로 변화했고 당시 지어졌던 독일풍 건물들이 대표적인 볼거리로 남았다. 붉은색 지붕을 갖춘 고풍스런 건물들은 그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지금은 중국 고위 간부나 부유층의 저택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독일 식민시대 당시의 옛 건물들은 칭다오 구도시에서 볼 수 있다. 구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샤오위산小魚山·소어산공원이다. ‘작은 고기를 말렸던 산’이라는 의미의 샤오위산은 중국 정부에서 공원을 조성하고 누각을 세운 덕분에 칭다오 주민들뿐 아니라 관광객에게도 전망 좋은 공원으로 알려졌다. 공원 곳곳에는 물고기 모양의 조각이 있으며 정상에서는 구도시의 전경은 물론 칭다오에서 가장 큰 제1해수욕장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주말이면 중국의 예비 신혼부부들이 웨딩촬영을 위해 찾아온다. 과거 칭다오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구도시와 다르게 신도시는 세련되고 깔끔하다. 새롭게 개발한 도시답게 깨끗한 도로와 높은 빌딩들은 또 다른 매력을 뽐낸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라오산 물이 좌우하는 맥주의 맛 칭다오에서 놓치면 안 되는 한 가지, 칭다오맥주靑岛啤酒다. 독일인이 남긴 또 하나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는 칭다오맥주는 독일의 맥주 양조법과 칭다오의 맑은 물이 결합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덕분에 현재 칭다오맥주는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 60개국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칭다오에서는 매년 8월, 독일의 최대 맥주축제인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 못지않은 성대한 칭다오 국제 맥주축제青岛国际啤酒节를 개최한다. 아시아 최대의 맥주축제로 인정받는 것은 물론 세계 4대 맥주축제로도 꼽힌다. 칭다오맥주가 세계적인 맥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는 맥주 맛을 결정짓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수원水原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칭다오맥주를 생산하는 공장은 중국과 타이완을 포함해 19개의 성省에 54개가 있는데, 산둥성에 무려 17개의 공장이 있다. 칭다오맥주가 처음 생산된 곳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물맛이 가장 좋다고 알려진 곳이 산둥성이기 때문이다. 맥주 맛의 근원은 칭다오맥주의 수원인 라오산崂山산맥의 지하수에서 찾을 수 있다. 라오산은 칭다오의 동북부에 위치한 산으로 당나라 시인인 이백이 “중국 동해바다 위에서 보는 라오산의 자주색 노을이 최고로다”라는 시구를 읊었을 만큼 경관이 아름다운 산이다. 지형이 복잡하고 하천의 길이가 짧은데다 물살까지 세지만 이곳의 지하수만큼은 중국 그 어느 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보다 맑다고. 덕분에 라오산의 지하수를 수원으로 만든 칭다오맥주는 다른 그 어떤 지역 맥주보다 시원하고 상쾌한 맛을 낸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칭다오맥주 박물관青岛啤酒博物馆 독일 식민지 시절 독일이 가장 처음1903년 세운 칭다오 맥주공장은 현재 ‘박물관’으로 재설계해 칭다오맥주의 역사를 기록했다. 100여년 전 첫 맥주를 생산할 때의 생산라인을 그대로 재현했고 당시 사용했던 당화糖化 기계 등을 전시했다. 맥주의 공정 과정은 물론 원액 그대로의 칭다오맥주와 생맥주, 두 가지를 모두 맛볼 수 있는 것이 특징. 1층 상점에서는 기념품도 구입할 수 있다. 56 Dengzhou Rd, TaiDong ShangQuan, Shibei, Qingdao +86 0532 8383 3437 www.tsingtaomuseum.com 염원을 담은 발걸음 칭다오까지 갔으니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중국 도교의 성지로 불리는 타이산太山까지는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칭다오에서 타이산이 있는 타이안泰安시까지는 고속도로를 이용해 약 5시간. 대구 사투리를 섞어가며 구수하게 타이안에 대해 설명하던 가이드는 “5시간이면 가까운 거리”라며 일행을 다독였다. 산둥성 중부에 위치한 타이안은 평원이 발달해 곡류의 생산량이 풍부하다. 강수량도 적어 과일의 당도도 높다고. 그래서인지 길옆에서 돗자리를 펴고 앵두를 팔고 있는 상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어디에서 사 먹어도 상큼달달해 더운 날씨에 사라진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다. 타이산은 타이안의 평원지대에 홀로 우뚝 솟아 있다. 중국 5대 명산을 칭하는 오악五岳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동악東岳으로, 웅장한 봉우리로 둘러싸인 자연경관과 도교의 문화유적을 품고 있다. 유네스코에서도 세계자연유산과 세계문화유산을 동시에 지정했다. 중국에서도 관광지 등급 중 최고 등급인 5A급 관광지다. 타이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외국인 관광객보다 중국인 관광객이 훨씬 많다. 평일인데도 발 디딜 틈이 없었으니, 그들이 생각하는 타이산의 의미를 다시금 실감할 수 있다. 중국인들에게 타이산은 쉽게 오를 수 없는 성스러운 산이다. 과거 황제들도 타이산의 봉선제封禪祭에서 제사를 지내야만 진정한 황제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을 정도. 때문에 진시황제를 비롯해 중국 역사상 72명의 황제가 타이산에 올라 봉선의식을 치뤘다고 한다. 공자, 사마천, 두보, 이백, 제갈량 등 수려한 역사 속 인물들도 타이산에 올라 경치에 감탄해 그 아름다움을 시로 표현해 남기기도 했다. 케이블카와 버스가 없었던 시기에는 1,545m의 높이를 7,000여 개의 돌계단으로 모두 걸어 올라야만 했다. 정상까지 최소 1박 2일은 소요되는 거리였기에 중국 사람들에게도 타이산을 한 번 오르는 것은 오랜 숙원이었다. ‘타이산을 한 번 등정할 때마다 10년은 젊어진다’는 말도 있다. 타이산을 오를 수 있는 코스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부분의 관광객이 이용하는 코스는 남천문南天門 코스. 가장 먼저 관광지로 개발된 코스로 산문의 매표소에서 표를 구매하고 순환버스를 이용하면 중간 지점인 중천문中天門까지 20분 남짓이면 도착한다. 중천문에서 정상에 가까운 남천문까지는 케이블카로 이동이 가능해 한결 쉽게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 남천문에서 정상인 옥황정玉皇頂까지는 도보로 여유 있게 둘러봐도 채 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날씨가 맑은 날 옥황정을 오르면 타이산을 둘러싼 능선은 물론 타이안 시내까지 한눈에 담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물의 도시라 불러다오 산둥성에서 성도인 지난濟南은 ‘물의 도시’라고 불린다. 지난에만 크고 작은 샘물이 3,000개에 달하고 지난시 중심에만 140여 곳의 천이 흐르고 있다. 때문에 지난에는 지하철이 없고 지상으로 전기를 이용해 이동하는 전동차가 다닌다. 높은 건물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워낙 물이 많이 흐르는 곳이라 지반이 높은 건물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서 대부분 낮은 건물이 줄지어 있다. 오전 8시가 채 되지 않은 이른 아침에 찾은 표돌천趵突泉은 이르다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활기 넘친다. 삼삼오오 모여 태극권으로 아침을 맞이하는 어머님들부터 아침 햇볕 아래 홀로 운동을 즐기는 어르신도 보인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돼요”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소리에 돌아보니 가방 한 가득 물통을 담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표돌천의 물맛이 달달해 청나라의 건륭제가 베이징의 옥천수玉泉水를 표돌천의 샘물로 바꿔 갔다는 이야기도 있다더니, 어르신들 역시 물을 담아 가기 위해 식수대 옆에 모여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의 수많은 샘물 중에서도 유명한 곳은 72개 정도. 그중 제일로 치는 샘물이 표돌천이다. ‘표돌趵突’이라는 한자 그대로 스스로 솟구쳐 오르는 샘이라는 의미로 중국에서는 ‘천하제일천天下第一泉’이라고도 불린다. 표돌천을 중심으로 공원을 조성했고, 공원 역시 5A급 관광지로 인정받았다. 물론 공원의 한가운데에 세 갈래로 올라오는 표돌천이 자리했다. 표돌천 물줄기는 평균 수온이 18도로 겨울이면 물 위에 수증기가 가득하다고. 공원 안에는 표돌천 외에도 금선천, 수옥천 등 20여 개의 천이 샘솟는다. ▶travel info SHANDONG FERRY 위동페리 뉴 골든 브릿지 V New Golden Bridge V 인천-칭다오 항로를 오가며 이동시간은 약 17시간. 선내에는 노래방과 레스토랑, 커피숍, 편의점, 면세점 등이 입점해 있다. 단체 여행객의 경우 미리 예약하면 시원한 바닷바람을 느끼며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선상 칵테일 파티’가 가능하고, 기존 식비에 1인 1만원씩 추가하면 별도의 레스토랑에서 신선한 회와 새우튀김 등 해산물을 재료로 한 편안한 식사도 즐길 수 있다. 승무원들의 다양한 이벤트는 덤이다. 인천에서 칭다오를 가는 길에는 바다 한가운데서 펼쳐지는 불꽃놀이를, 칭다오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매직쇼와 노래자랑, 부채춤 등을 선보인다. 인천에서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출발하고 칭다오에서는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출발해 이튿날 인천항에 도착한다. 위동페리 www.weidong.com 032-770-8000 객실종류 딜럭스로열(2인실), 로열(2인실), 비즈니스(2층 침대, 4~8인실), 이코노미(2층 침대·다다미, 11~17인실), 이코노미침대(2층 침대, 50인실), 이코노미다다미(2층 침대·다다미, 64인실) HOTEL 칭다오 더블트리 바이 힐튼호텔Qingdao Doubletree by Hilton Hotel 칭다오를 여행하는 여행자의 피로를 확실하게 풀어 줄 수 있는 호텔. 세계적인 체인 호텔인 만큼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은 물론 국제공항에서도 멀지 않다. 매일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호텔-공항 무료 셔틀 버스도 운행한다고. 수영장, 헬스클럽 등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조식도 알차다. 객실에서 와이파이WI-FI 사용이 유료라는 점은 아쉽지만 로비에서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Yanqing 1st Class Hwy Jimo Section, Jimo, Qingdao doubletree.hilton.co.kr +86 532 8098 8888 RESTAURANT LINDEN BBQ炭火良田 지난에서 칭다오맥주를 양꼬치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숯불구이 꼬치 전문 체인점. 실내의 벽은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가득하고 깔끔한 디자인에 서비스 역시 만점이다. 양꼬치는 물론 닭날개, 생선꼬치 등 다양한 종류의 꼬치를 맛볼 수 있다. 여행자들을 위한 무료 와이파이WI-FI도 제공한다. 17 Longitude 11th Rd, Lixia, Jinan 11:00~01:00 +86 0531 8266 1548 글·사진 양이슬 기자 취재협조 위동페리 www.weidong.com 032-770-8000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독박(讀博) 육아일기](21) 아줌마가 되게 해줘서 고마워

    [독박(讀博) 육아일기](21) 아줌마가 되게 해줘서 고마워

    #. 올해 초, 복직을 앞두고 드디어 미용실에 갔다. 모유 수유도 끝냈겠다, 2년여 만에 파마를 하기로 결심했다. 단발머리가 예쁜 연예인의 이름을 말하며 비슷한 스타일을 하고 싶다고 슬쩍 말하기도 했다. 디자이너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어떤 종류의 파마를 할 것인지 물었다. 셋팅이냐, 디지털 펌이냐 그런 질문이었다. 듣자마자 내 입에서 나온 말. “무조건 오래 가는 거요” 아차, 너무 아줌마 같았다. 내가 이런 답을 할 줄이야. 미용실에 자주 갈 수가 없으니 예전처럼 “더 자연스럽고 예쁜 거요”라는 말 대신 다른 말이 나와버렸다. 결국 처음 말했던 연예인은커녕 그냥 흔한 뽀글뽀글 파마머리가 됐다. #. 회사에 있는 동안에는 아줌마처럼 안 보여야지 다짐을 했다가도 무심코 튀어나오는 행동들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앉아서 밥을 먹을 수 있을 때 허겁지겁 먹던 버릇이 들여져서 한 시간 동안 편안히 밥을 먹을 수 있는데도 왠지 마음이 급하다. 배가 부른데도 밥을 남길 수가 없다. 여럿이 차를 마시러 갔을 때 혹시 챙겨온 빨대나 플라스틱 숟가락이 남게 된다면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편의점에서 우유를 사면서 한 개씩 받는 얇은 빨대를 안 쓰고 가방에 넣어두기도 한다. 아이에게 요구르트를 먹일 때 쓰면 아주 좋기 때문이다. 막상 필요할 때는 없어서 당황했던 적이 많다 보니 뭔가 여유가 있을 때 ‘쟁여두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 아기를 낳은 뒤부터 본격적으로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 쇼핑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신생아를 데리고 혼자 마트에 갈 수는 없었고, 스마트폰 하나로 필요한 물건들을 주문하면 바로 다음날 배달되는 새로운 세상을 접했다. 게다가 택배기사의 친절한 배송문자는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이것은 순전히 집에서 아이를 보는 엄마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라고 추측했다. 복직을 한 뒤 초반에는 도저히 동네 슈퍼마켓도 갈 여유가 없었기에 더욱 온라인 쇼핑에 의존했다. 4월 어느 날 출근길 ‘대박’ 쿠폰이 떴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스마트폰을 꺼내고 20여분 만에 기저귀 세 팩, 아기 세탁세제 두 개, 아기 바디위시 두 개, 아기 로션 두 개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결제까지 끝내니 딱 광화문역에 도착했다. 그게 어찌나 뿌듯하던지. 마치 엄청나게 어려운 기사를 마감 시간에 맞춰 다쓰고 데스크까지 가뿐하게 끝났을 때의 홀가분함 같았다. 분명히 출근길이었는데 그 날 할 일을 다 끝낸 것 같았다. 그 기분이 너무 생소해 바로 SNS에 남겼다. #. 아기 아빠가 된 지 얼마 안 된 지인과 육아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다 “와이프가 왜 이렇게 택배를 시키는지 모르겠다”면서 “퇴근하고 보면 집에 매일 새로운 택배 상자가 놓여있다”고 황당해 했다. 너무 뜨끔했다. 어제도 우리 집에는 택배가 세 상자나 왔다. 물티슈 한 박스와 아이가 마실 우유 두 박스, 그나마 나머지 하나는 내가 읽을 책이었다. 오늘은 기저귀 한 박스가 또 올 예정이다. 아마 우리 남편도 가끔 퇴근길에 경비실에서 택배를 가져다달라는 메시지에 “도대체 만날 뭘 이렇게 사들이는 거야”라고 투덜댈 거다. 육아용품은 워낙 다양하고 방대해서 오프라인에서 한 번에 사기가 쉽지 않다. 거리가 좀 있는 대형 육아용품 매장을 찾아가야 하는데 일부러 시간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짬을 내 스마트폰으로 장을 본다. 계속해서 온라인 쇼핑을 즐기지만 정작 내 것을 사는 일은 별로 없다. 할인쿠폰이 떴다는 정보가 지역 카페에 올라오기만 하면 곧바로 출산·유아동 코너에 접속하게 된다. 기저귀와 물티슈가 이미 쌓여있으면 목욕용품, 로션, 주스, 우유, 장난감까지 휙 훑는다. 아, 내 옷을 산 일도 한 번은 있다. 집에서 입을 넉넉한 면 티셔츠와 레깅스였다. 합쳐서 1만원이 조금 넘었다. 그렇다고 나를 위해 아예 돈을 안 쓰는 것도 아니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며 돈을 열심히 모으는 성격도 아니지만, 그래도 백화점에 구경가서 여성복이 있는 3층은 건너뛰고 무조건 유아·아동 관련 매장이 있는 5층부터 올라가는 게 큰 변화라면 변화다. 다 둘러보고 나면 곧바로 지하 식품관으로 이동하는 것도 그렇다. 예전에는 간단하게 생각했던 돈 1만원, 2만원이 결코 쉽게 생각되지 않는다. 그 돈이면 아이의 장난감을 중고로 사줄 수도 있다. 꽤 오랫동안 즐겁게 가지고 노는 것을 보면서 진정한 ‘만원의 행복’을 맛봤다. 그렇다 보니 가끔 내가 1만원이라도 손해볼 일이 생기면 혹시나 다시 받을 일이 없을까 온갖 궁리를 하고, 2000원짜리 상품권도 귀하다. 온·오프라인의 각종 쿠폰과 적립금이 소중해졌다. 며칠 전에는 못 받고 놓쳤던 적립금을 전화를 걸어 다시 받기도 했다. 아이가 없었을 때는 엄두도 못 냈던 일들이다. 마트 시식코너에서 소시지 반 조각이라도 집어먹으면 아주머니께 죄송해서 무조건 그 상품을 사들고 왔던 나는 이제 시장에서 할머니들에게 깎아달라고 애교를 부린다. 장을 보고 짐이 양손에 한 가득인데도 안아달라고 조르는 아이를 번쩍 안아들고 집까지 도착하면, 그 순간 내가 슈퍼우먼이 된 것 같다. 그런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나는 많이 달라졌고, 계속해서 달라지고 있다.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지만 점점 내가 ‘아줌마’라는 말에 가까워지고 있음도 실감한다. 사실 아줌마스러운 게 뭘까, 콕 찝어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도 문득 스스로를 아줌마라고 받아들이는 일들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아기를 낳으면서부터다. 그런데 썩 나쁘지 않다. 지금 나는 ‘아줌마’라는 말의 경계에서 점점 기울어지고 있는 것 같다. 아기를 품고 있을 때에만 하더라도 “출산을 해도 아줌마처럼 되지는 말아야지” 다짐했다. 그 뜻은 아마도 몸무게가 잔뜩 불어있는 채로 자기 관리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이 오로지 아이에게만 매달리며 집착하는 엄마는 되지 말아야겠다는 것이었으리라. 아기를 낳는 순간부터 자기관리는커녕 나조차 사라지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하고 말이다. 또 억척스럽고 어디서나 목소리를 드높이는 그런 모습을 막연하게 아줌마의 부정적인 이미지로 갖고 있었던 것이다. 어린시절 엄마가 시장에서 “깎아달라”고 말하는 게 왜 그렇게 창피하던지. 아마 그 모습을 두고 ‘아줌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미혼 여성들의 왠지 모를 싱그러움이 여성이라면 당연히 지속해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가 내 몸 밖으로 나오면서 나는 빼도박도 못하는 아줌마가 되어버렸다. 살이 찌고 온 몸이 쳐져버려서 겨우 두 계절 전에 입던 옷이 안 맞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는 있지만, 솔직히 외모를 제외한 나의 변화들이 때로는 반갑다. 몸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여러 면에서 마음가짐도 새로워졌다. 뱃살에서 인격이 나온다더니, 바람빠진 풍선 같은 배에서 어떤 깨달음이라도 나오고 있는 것인가. 아줌마가 뭘까, 내가 어떨 때 아줌마 같다고 느끼는 걸까 생각해 보니, 나의 가장 큰 변화는 생각과 행동의 모든 우선순위가 아이에게 있다는 점이다. 쇼핑을 해도 아이 것 먼저, 밥을 먹어도 아이가 함께 먹을 수 있는 메뉴를 고르 듯이 아이의 존재는 내 생활의 소소한 부분부터 일을 하는 데까지 전반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비록 아기를 하루종일 남의 손에 맡기고 일을 하는 엄마이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굳이 일을 계속하려고 붙잡고 있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아이 때문이다. 아이가 컸을 때 내가 일을 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였다. 나에게 ‘자아실현’은 이제 나 혼자 잘나는 게 아니다. 내 아이가 멋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엄마가 되는 것이 큰 목표가 됐다. 가장 어리고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이 때 하루종일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무엇보다 가슴 아프지만, 몇 년이 지나 아이가 학교를 다니고 성장하다 보면 엄마의 일이 아주 작게나마 도움이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아이를 위해서 일을 하자고 마음을 먹으니 회사 생활도 예전과 달라졌다. 일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 아이의 엄마로서 좀 더 개념있는 말과 행동을 해야된다는 부담감도 생겼다. 만약 내가 일에 소홀하고 이상한 사람으로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그것은 나를 향한 게 아니라 내 아이를 향한 것이 될 수도 있다. 후배들에게 “저 선배 애는 되게 불쌍하다” 이런 말은 절대로 듣고 싶지 않다. 내가 밖에서 하는 말과 행동들이 개인의 것이면서 동시에 ‘OO엄마’로서의 것이 된다. 나의 가벼운 행동들이 나중에 우리 아이에게 화살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조심스럽다.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었던 시간들을 보내고 나니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전에는 내 앞에 주어진 일에만 급급했고 바쁘다는 핑계로 같은 회사 선후배들과 따로 만나 밥 한 번 먹기도 어려웠다. 아쉽기는 했지만 내 앞가림하기도 정신이 없었기에 이런저런 핑계로 넘겼다. 특히 육아휴직을 하고 모든 관계가 단절됐을 때, 나는 같은 회사 사람, 취재원들의 관계가 얼마나 소중했던가를 뼈저리게 느꼈다. 한 때는 밥을 먹는 시간마저 취재를 해야하는 게 너무 스트레스였고, 어쩌다 한 번 아무런 약속이 없을 때 혼자 샌드위치를 사먹는 게 즐겁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난해 나는 누군가와 밥 한 끼를 먹는 것이 간절했다. 모처럼 외출해서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아기를 안고 서서 밥을 먹었을 때에는 그토록 어렵고 불편했던 시어머니의 얼굴까지 떠올랐다. 회사 후배라고, 또 출입처의 기자라고 해서 나를 만났을지라도 일부러 나에게 연락을 해서 날짜를 잡고 귀한 시간을 내 한 시간 남짓 한 식탁에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했던 모든 일이 새삼 고마웠다. 휴직 중인데도 아기와 함께 나오라며 밥을 사준 선배와 취재원들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다. 그렇게 다시 사회로 돌아오니 모든 관계가 소중하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이 벌써 7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내내 바쁘다는 이유로 소홀히 한 사람이 너무 많았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렇게 후회가 될 수 없었다. 이제는 고마우면 고맙다고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는 먼저 연락을 걸어 약속을 잡고,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솔직히 얘기하려고 한다. 예전처럼 서운하다고 뒤에서 마음 꽁하게 있지 않을 것이고, 풀리지 않을 오해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꼬지도 않을 것이다. 내 아이가 예쁘고 사랑스러운 만큼 길에서 마주치는 아이들이 모두 눈에 들어온다. 아이들 뿐 아니라 회사 선배들은 모두 누군가의 엄마, 아빠이고 후배들은 누군가의 사랑스러운 자녀들이다. 감히 가볍게 여기고 함부로 대할 사람들이 아무도 없다. 인간관계라는 게 이렇게 마음 먹는다고 해서 술술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전에는 이런 생각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여전히 누군가 “아줌마 안 같다”고 말해주면 자동적으로 미소가 머금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것은 외적인 문제인 것 같다. 사실은 아줌마가 되어가고 있는 내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다. 쭈뼛거리며 제대로 말도 못 했던 소심한 성격에서 조금씩 용기가 붙고 누군가와 만나 대화하는 게 너무 즐거워 깔깔거리며 아줌마 웃음을 내뱉는 내가 좋다. 보고싶었던 사람에게 문자를 보내고 하고싶었던 말을 전하면서 왜 진작 이렇게 하지 않았나 싶다. 1년 뒤, 5년 뒤, 10년 뒤에는 어떤 아줌마가 돼있을지도 궁금하다. 계속해서 뱃살을 빼기 위해 운동을 하며 안간힘을 쓰겠지만, 살과는 별개로 내 삶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는 느낌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며 성숙해진다는 것이 뭔지, 아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이런 깨달음을 갖게 해 준 아이에게 고맙다. 무엇보다도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그런 아줌마가 되고 싶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 (1)나홀로 육아 1년…외로움을 말한다 (2)엄마들은 왜 ‘토토가’를 보고 울었나 (3)엄마가 될수록…엄마만 필요했다 (4)세월호 참사가 초보 엄마에게 가르쳐준 것들 (5)내 아기가 타고났기 바라는 한 가지 (6)CCTV 단다고 걱정 사라질까 (7)“아기 왜 없어?”묻지 못하는 이유 (8)모유, 엄마의 눈물을 아기는 먹고 자란다 (9)잘하는 것도 없이 모두에게 미안한 삶 (10)나는 아이를 키우고 아이는 나를 키운다 (11)’아빠 육아’ 예능을 끊은 이유는 (12)엄마들은 왜 찌라시를 퍼다 날랐나 (13)온종일 놀면서 왜 어린이집에 맡기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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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류탄 갖고 비행기 타려던 여자 “기념품으로 산 건데?”

    수류탄 갖고 비행기 타려던 여자 “기념품으로 산 건데?”

    전쟁용 무기를 갖고 국제선 항공기에 타려던 여자가 긴급 체포됐다. 여자는 "무기를 (기념품으로) 골동품가게에서 구입했다."면서 별다른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기소될 전망이다. 최근 아르헨티나 에세이사 국제공항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칠레 국적의 농업기사인 여자는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방문했다가 칠레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수화물을 부치고 탑승수속을 마친 여자는 공항 대기실에서 공항경찰에 붙잡혔다. 여자는 "죄없는 사람을 왜 연행하는가."라면서 항의했지만 가방에 전쟁용 무기로 의심되는 물체가 있다는 말에 입을 다물었다. 무기는 여자가 부친 가방 속에 들어 있었다. 공항경찰은 비행기에 실리는 수화물을 스캐너로 검색하다가 여자의 가방에서 수류탄 모양의 물체를 발견했다. 장난감일 수도 있지만 진짜 수류탄이라면 테러가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수류탄은 진짜였다. 연행된 여자가 연 가방에선 군이 사용하는 수류탄이 나왔다. 관계자는 "여자가 가방을 열기 전까지만 해도 장난감이 아닌가 의심했지만 진짜 수류탄이 나오자 모두 당황했다."면서 "혹시라도 폭발사고가 날까 서둘러 폭발물처리반을 호출했다."고 말했다. 폭발물처리반은 수류탄을 공항 밖 외진 곳으로 가져가 폭발시켰다. 여자는 왜 수류탄을 갖고 출국을 하려 한 것일까. 여자는 "아르헨티나에서 잠깐 우루과이를 여행하다가 현지 골동품가게에서 수류탄을 샀다."면서 "기념품으로 가져가려 한 것일뿐 다른 뜻은 없었다."고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조사를 진행해 봐야겠지만 골동품가게에서 전쟁용 수류탄을 판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면서 여자를 전쟁용 무기를 소지한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전쟁용 무기가 공공연히 거래된다는 게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지만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칠레 등 3국이 얽혀 있는 사건이라 수사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사진=자료사진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정은희 사건’ 범인 스리랑카인 항소심도 무죄 “강간 범행 가능성 있어” 무죄 판결 왜?

    ‘정은희 사건’ 범인 스리랑카인 항소심도 무죄 “강간 범행 가능성 있어” 무죄 판결 왜?

    ‘정은희 사건’ 범인 스리랑카인 항소심도 무죄 “강간 범행 가능성 있어” 무죄 판결 왜? 스리랑카인 항소심도 무죄 17년 전 대구에서 발생한 ‘정은희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스리랑카인 K(49)씨에게 항소심 재판부도 무죄를 선고했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이범균 부장판사)는 11일 특수강도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K(49)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 일부를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서 범행 내용을 전해들었다는 증인의 진술은 증거능력이 없고 설령 증거능력이 있다하더라도 모순점이 많아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 등이 중대한 범행내용을 별다른 친분이 없는 증인에게 아주 구체적으로 말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해자 속옷에서 발견된 정액의 유전자가 피고인 유전자와 상당 부분 일치하는 감정 결과 등으로 볼 때 피고인이 단독으로 혹은 공범들과 함께 피해자를 강간하는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이 부분은 공소시효(10년)가 끝나 처벌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K씨는 같은 스리랑카인 공범 2명과 함께 지난 1998년 10월 17일 새벽 대학 축제를 마치고 귀가 중이던 계명대 여대생 정은희 양을 대구 달서구 구마고속도로(현 중부내륙고속도로) 아래 굴다리로 데려가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기소됐다. 공범 2명은 2001년과 2005년에 각각 고국으로 돌아간 상태다. 정양은 당시 구마고속도로에서 25t 덤프 트럭에 치여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 현장에서 30여m 떨어진 곳에서 정양 속옷이 발견됐지만, 경찰은 당시 단순 교통사고로 결론 내렸다. 영구 미제로 묻힐 것 같았던 이 사건은 13년이 지난 2011년 K씨가 검거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성매매 권유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K씨의 DNA가 정양이 숨질 때 입고 있던 속옷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한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번 항소심 재판을 위해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공소장까지 변경하며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특수강도강간 혐의 입증에 주력했다. 검찰은 변경한 공소장에 피고인 등이 정양을 만나게 된 과정, 피해자의 사망 직전 상황, 특수강간 외에 특수강도 범행이 동시에 이뤄졌다는 정황 증언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스리랑카인 공범 세 명은 사건 당일 대구시 달서구 성서공단 인근 마트 앞길에서 술을 마시다가 귀가하던 정양에게 말을 걸었다. 이어 만취한 정양을 자전거에 태워 3∼4㎞ 떨어진 구마고속도로(현 중부내륙고속도로) 아래 굴다리로 데려가 번갈아 성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정양 가방을 뒤져 학생증과 책 세 권 등을 챙겼다는 주변 증언도 보강했다. 검찰이 새로 확보한 스리랑카인 증인은 정양이 현장을 벗어나 고속도로로 올라가면서 중앙분리대 부근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는 소리를 듣고 K씨 등이 급하게 자리를 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K씨에게 증거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검찰은 “피해자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달아나는 과정에서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했음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는 등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나 무죄가 나오자 허탈해 했다. 검찰은 상고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에 의구심을 가져온 정양의 가족들도 무죄 선고에 반발했다. 유족들은 K씨를 범인으로 특정하기 어려운 데도 과거 수사발표를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짜맞추기식’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제3의 범인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은희 사건’ 범인 스리랑카인 또 무죄… “강간 범행 가능성 있지만 공소시효 끝나”

    ‘정은희 사건’ 범인 스리랑카인 또 무죄… “강간 범행 가능성 있지만 공소시효 끝나”

    ‘정은희 사건’ 범인 스리랑카인 또 무죄… “강간 범행 가능성 있지만 공소시효 끝나” 정은희 사건 17년 전 대구에서 발생한 ‘정은희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스리랑카인 K(49)씨에게 항소심 재판부도 무죄를 선고했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이범균 부장판사)는 11일 특수강도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K(49)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 일부를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서 범행 내용을 전해들었다는 증인의 진술은 증거능력이 없고 설령 증거능력이 있다하더라도 모순점이 많아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 등이 중대한 범행내용을 별다른 친분이 없는 증인에게 아주 구체적으로 말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해자 속옷에서 발견된 정액의 유전자가 피고인 유전자와 상당 부분 일치하는 감정 결과 등으로 볼 때 피고인이 단독으로 혹은 공범들과 함께 피해자를 강간하는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이 부분은 공소시효(10년)가 끝나 처벌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K씨는 같은 스리랑카인 공범 2명과 함께 지난 1998년 10월 17일 새벽 대학 축제를 마치고 귀가 중이던 계명대 여대생 정은희 양을 대구 달서구 구마고속도로(현 중부내륙고속도로) 아래 굴다리로 데려가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기소됐다. 공범 2명은 2001년과 2005년에 각각 고국으로 돌아간 상태다. 정양은 당시 구마고속도로에서 25t 덤프 트럭에 치여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 현장에서 30여m 떨어진 곳에서 정양 속옷이 발견됐지만, 경찰은 당시 단순 교통사고로 결론 내렸다. 영구 미제로 묻힐 것 같았던 이 사건은 13년이 지난 2011년 K씨가 검거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성매매 권유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K씨의 DNA가 정양이 숨질 때 입고 있던 속옷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한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번 항소심 재판을 위해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공소장까지 변경하며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특수강도강간 혐의 입증에 주력했다. 검찰은 변경한 공소장에 피고인 등이 정양을 만나게 된 과정, 피해자의 사망 직전 상황, 특수강간 외에 특수강도 범행이 동시에 이뤄졌다는 정황 증언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스리랑카인 공범 세 명은 사건 당일 대구시 달서구 성서공단 인근 마트 앞길에서 술을 마시다가 귀가하던 정양에게 말을 걸었다. 이어 만취한 정양을 자전거에 태워 3∼4㎞ 떨어진 구마고속도로(현 중부내륙고속도로) 아래 굴다리로 데려가 번갈아 성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정양 가방을 뒤져 학생증과 책 세 권 등을 챙겼다는 주변 증언도 보강했다. 검찰이 새로 확보한 스리랑카인 증인은 정양이 현장을 벗어나 고속도로로 올라가면서 중앙분리대 부근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는 소리를 듣고 K씨 등이 급하게 자리를 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K씨에게 증거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검찰은 “피해자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달아나는 과정에서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했음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는 등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나 무죄가 나오자 허탈해 했다. 검찰은 상고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에 의구심을 가져온 정양의 가족들도 무죄 선고에 반발했다. 유족들은 K씨를 범인으로 특정하기 어려운 데도 과거 수사발표를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짜맞추기식’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제3의 범인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은희 사건’ 범인 스리랑카인 또 무죄 “강간 범행 가능성 있지만” 무죄 판결 이유는?

    ‘정은희 사건’ 범인 스리랑카인 또 무죄 “강간 범행 가능성 있지만” 무죄 판결 이유는?

    ‘정은희 사건’ 범인 스리랑카인 또 무죄 “강간 범행 가능성 있지만” 무죄 판결 이유는? 정은희 사건 17년 전 대구에서 발생한 ‘정은희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스리랑카인 K(49)씨에게 항소심 재판부도 무죄를 선고했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이범균 부장판사)는 11일 특수강도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K(49)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 일부를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서 범행 내용을 전해들었다는 증인의 진술은 증거능력이 없고 설령 증거능력이 있다하더라도 모순점이 많아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 등이 중대한 범행내용을 별다른 친분이 없는 증인에게 아주 구체적으로 말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해자 속옷에서 발견된 정액의 유전자가 피고인 유전자와 상당 부분 일치하는 감정 결과 등으로 볼 때 피고인이 단독으로 혹은 공범들과 함께 피해자를 강간하는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이 부분은 공소시효(10년)가 끝나 처벌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K씨는 같은 스리랑카인 공범 2명과 함께 지난 1998년 10월 17일 새벽 대학 축제를 마치고 귀가 중이던 계명대 여대생 정은희 양을 대구 달서구 구마고속도로(현 중부내륙고속도로) 아래 굴다리로 데려가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기소됐다. 공범 2명은 2001년과 2005년에 각각 고국으로 돌아간 상태다. 정양은 당시 구마고속도로에서 25t 덤프 트럭에 치여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 현장에서 30여m 떨어진 곳에서 정양 속옷이 발견됐지만, 경찰은 당시 단순 교통사고로 결론 내렸다. 영구 미제로 묻힐 것 같았던 이 사건은 13년이 지난 2011년 K씨가 검거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성매매 권유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K씨의 DNA가 정양이 숨질 때 입고 있던 속옷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한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번 항소심 재판을 위해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공소장까지 변경하며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특수강도강간 혐의 입증에 주력했다. 검찰은 변경한 공소장에 피고인 등이 정양을 만나게 된 과정, 피해자의 사망 직전 상황, 특수강간 외에 특수강도 범행이 동시에 이뤄졌다는 정황 증언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스리랑카인 공범 세 명은 사건 당일 대구시 달서구 성서공단 인근 마트 앞길에서 술을 마시다가 귀가하던 정양에게 말을 걸었다. 이어 만취한 정양을 자전거에 태워 3∼4㎞ 떨어진 구마고속도로(현 중부내륙고속도로) 아래 굴다리로 데려가 번갈아 성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정양 가방을 뒤져 학생증과 책 세 권 등을 챙겼다는 주변 증언도 보강했다. 검찰이 새로 확보한 스리랑카인 증인은 정양이 현장을 벗어나 고속도로로 올라가면서 중앙분리대 부근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는 소리를 듣고 K씨 등이 급하게 자리를 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K씨에게 증거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검찰은 “피해자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달아나는 과정에서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했음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는 등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나 무죄가 나오자 허탈해 했다. 검찰은 상고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에 의구심을 가져온 정양의 가족들도 무죄 선고에 반발했다. 유족들은 K씨를 범인으로 특정하기 어려운 데도 과거 수사발표를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짜맞추기식’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제3의 범인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은희 사건’ 범인 스리랑카인 또 무죄… “강간 가능성 있지만 공소시효 끝나”

    ‘정은희 사건’ 범인 스리랑카인 또 무죄… “강간 가능성 있지만 공소시효 끝나”

    ’정은희 사건’ 범인 스리랑카인 또 무죄… “강간 가능성 있지만 공소시효 끝나” 정은희 사건 17년 전 대구에서 발생한 ‘정은희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스리랑카인 K(49)씨에게 항소심 재판부도 무죄를 선고했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이범균 부장판사)는 11일 특수강도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K(49)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 일부를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서 범행 내용을 전해들었다는 증인의 진술은 증거능력이 없고 설령 증거능력이 있다하더라도 모순점이 많아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 등이 중대한 범행내용을 별다른 친분이 없는 증인에게 아주 구체적으로 말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해자 속옷에서 발견된 정액의 유전자가 피고인 유전자와 상당 부분 일치하는 감정 결과 등으로 볼 때 피고인이 단독으로 혹은 공범들과 함께 피해자를 강간하는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이 부분은 공소시효(10년)가 끝나 처벌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K씨는 같은 스리랑카인 공범 2명과 함께 지난 1998년 10월 17일 새벽 대학 축제를 마치고 귀가 중이던 계명대 여대생 정은희 양을 대구 달서구 구마고속도로(현 중부내륙고속도로) 아래 굴다리로 데려가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기소됐다. 공범 2명은 2001년과 2005년에 각각 고국으로 돌아간 상태다. 정양은 당시 구마고속도로에서 25t 덤프 트럭에 치여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 현장에서 30여m 떨어진 곳에서 정양 속옷이 발견됐지만, 경찰은 당시 단순 교통사고로 결론 내렸다. 영구 미제로 묻힐 것 같았던 이 사건은 13년이 지난 2011년 K씨가 검거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성매매 권유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K씨의 DNA가 정양이 숨질 때 입고 있던 속옷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한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번 항소심 재판을 위해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공소장까지 변경하며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특수강도강간 혐의 입증에 주력했다. 검찰은 변경한 공소장에 피고인 등이 정양을 만나게 된 과정, 피해자의 사망 직전 상황, 특수강간 외에 특수강도 범행이 동시에 이뤄졌다는 정황 증언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스리랑카인 공범 세 명은 사건 당일 대구시 달서구 성서공단 인근 마트 앞길에서 술을 마시다가 귀가하던 정양에게 말을 걸었다. 이어 만취한 정양을 자전거에 태워 3∼4㎞ 떨어진 구마고속도로(현 중부내륙고속도로) 아래 굴다리로 데려가 번갈아 성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정양 가방을 뒤져 학생증과 책 세 권 등을 챙겼다는 주변 증언도 보강했다. 검찰이 새로 확보한 스리랑카인 증인은 정양이 현장을 벗어나 고속도로로 올라가면서 중앙분리대 부근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는 소리를 듣고 K씨 등이 급하게 자리를 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K씨에게 증거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검찰은 “피해자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달아나는 과정에서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했음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는 등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나 무죄가 나오자 허탈해 했다. 검찰은 상고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에 의구심을 가져온 정양의 가족들도 무죄 선고에 반발했다. 유족들은 K씨를 범인으로 특정하기 어려운 데도 과거 수사발표를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짜맞추기식’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제3의 범인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경제 블로그] 신한銀 “日기업 논란… 유탄 튈라”

    [경제 블로그] 신한銀 “日기업 논란… 유탄 튈라”

    롯데가(家)의 경영권 분쟁이 불매 운동으로 확산될 조짐입니다. 형제간 ‘땅 따먹기’ 싸움과 폭로전이 이어지면서 의도치 않게 롯데그룹의 지배구조가 세상에 낱낱이 공개됐습니다. ‘일본 기업’ 논란도 여기서 출발했죠.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일본계 주주들이 포진해 있고, 롯데가 한국보다 일본 중심의 경영을 펼쳤다는 ‘증좌’(?)들이 속속 제시되면서 국민 감정을 자극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남의 일처럼 보아 넘길 수 없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신한금융입니다. 신한금융의 대주주는 재일교포(지분율 20% 안팎)입니다. 경영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2010년 불거진 ‘신한 사태’가 대표적이죠. 당시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등 핵심 3인방은 나란히 일본 주주들에게 불려가 ‘혼쭐’이 났습니다. 올해 2월 조용병 신한은행장 선임 때도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재일교포 주주들의 ‘암묵적 동의’를 구하기 위해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물론 롯데그룹의 일본계 주주들과 신한금융의 재일교포 주주들의 성격은 크게 다릅니다. 신한은행 설립 당시 재일교포들이 “조국의 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며 가방에 현찰을 싸들고 와 출자했던 일화는 지금도 두고두고 회자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주주가 재일교포라는 이유만으로 싸잡아 ‘반(反)신한 정서’가 생길까 신한은 전전긍긍입니다. 게다가 신한은행에는 롯데처럼 ‘일본식 경영문화’ 흔적이 많습니다. 다른 은행보다 철저한 건전성 관리는 신한의 강점이지만 ‘비올 때 가차없이 우산을 뺏는다’는 원성도 늘 따라다닙니다. 신한과 거래했던 중소기업 중에 “다시는 거래하고 싶지 않다”며 반감을 갖는 곳이 적지 않지요. 한 회장이 회장에 취임하자마자 ‘따뜻한 금융’을 전면에 내세운 데는 이런 속사정이 있습니다. 글로벌 시대에 기업의 국적이, 외국인 주주 구성이 뭐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외국인 지분율이 40%가 넘는 마당에요. 다만, 이 정도의 유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굳건한 위상의 ‘리딩뱅크’ 신한을 기대해 봅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열린세상] 응급실, 운영체계의 개혁이 필요하다/허대석 서울대 의대 교수

    [열린세상] 응급실, 운영체계의 개혁이 필요하다/허대석 서울대 의대 교수

    메르스 사태와 세월호 사고는 서로 다른 사건이지만 국민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충격과 경제적 타격까지 안겨주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사건이 국민들에게 큰 불안감과 실망감을 안겨준 이유는 사회안전망으로 믿었던 정부 기관을 포함한 사회조직의 여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고에서 선박 안전관리, 선원들의 승객 대피수칙 준수, 재난대책본부, 해경의 구조 활동, 잘못된 언론보도 중 단 하나만이라도 정상적인 기능을 하였다면 그렇게 어처구니없는 슬픈 일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메르스 사태 또한 우수한 의료기술을 자랑하는 대형 대학병원의 응급실이 치명적 전염병 전파의 온상이 되어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만들기까지 국가방역, 병원감염관리, 응급의료체계, 언론의 재난 보도 수칙 준수 등 어떠한 것도 위기 상황에서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급격한 경제 성장과 함께 정부와 대형병원들은 외형을 계속 키워왔으나 운영 시스템은 수십 년 전 틀을 대부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컴퓨터에 비유하자면 하드웨어만 확장하고 그에 상응해서 운영체계 소프트웨어를 개선하지 않아 일어난 혼란의 대표적인 예가 세월호 사고와 메르스 사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메르스 후속조치 관리계획’을 보면 응급 의료기관 감염 대응 시설과 장비확충을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응급병상 사이 칸막이 및 음압병상 설치 등 하드웨어에 치중되어 있고 운영체계 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인구 1인당 응급 의료기관의 병상 수는 미국과 유사하고, 응급 의료기관 수는 일본보다 2배 많다. 급성기 입원 병상 수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에 비하여 1.8배가 넘는데도 불구하고 응급실을 방문한 중증 응급환자가 입원하기 위해서 응급실에서 3일간이나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은 응급 의료병상이나 입원 병상이 부족한 국가가 아니다. 중소 병원 응급실은 진료과별로 응급상황에 대응해야 할 전문의가 모자라 야간 및 주말 등 비상진료가 필요한 시점에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고, 수도권 대형병원은 환자들이 지나치게 몰려와 마비상태에 빠져 있다.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다양한 응급 의료기관이 유기적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응급실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5년 사이에만 1조원 이상의 응급 의료기금을 국가가 지원하고 보건복지부가 ‘응급의료기본계획’을 확정해 시행하고 있으나, 상위 20개 응급실의 과밀화지수 (병실 수에 비해 환자가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는 지표)는 2013년보다 2014년에 더 악화되어 중증 응급환자가 입원하기까지 평균 10~37시간이 걸린다. 이 사실은 의료제도 운영체계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병상을 아무리 늘려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재차 확인시켜주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응급실에는 우리나라처럼 대기하는 환자가 거의 없다. 미국은 중증 환자 중심으로 의료보험이 지원되고 감기와 같은 경증 질환으로 응급실을 방문하면 고액의 의료비를 부담하게 해 응급 진료가 꼭 필요한 환자만 응급실을 방문하게 유도하고 있다. 영국 런던의 대학병원 응급실은 중증 응급환자를 항상 수용할 수 있게 응급 병상뿐만 아니라 입원 병상의 10~15%도 빈 상태를 유지한다. 응급실을 이용해도 본인 부담이 없는 ‘무상의료’ 국가임에도 이런 운영이 가능한 것은 중증도에 따라 경증 환자는 중소 병원으로 이송시키는 권한을 의료진에게 부여하고 있고 국민들도 이런 정책을 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응급실을 이용하는 환자가 1000만명이 넘고, 이 중 70~80%는 비응급 경증 환자이다. 의료서비스는 표준화되어 있지 않은 반면 의료비는 큰 차이가 없어 대형병원 응급실로 환자들이 몰리고 있다. 그러나 응급실을 찾는 경증 환자를 통제하거나 중증 응급환자의 입원을 위해 이미 입원 중인 경증 환자를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시킬 수 있는 운영체계는 작동하고 있지 않다. 정부, 병원도 이제 시설 장비와 예산 부족 탓은 그만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의료제도, 의료운영체계 개선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다가올 위기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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